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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책 어때요/ 명인명창 外

    ◆ “귀(耳)명창 중에는 뭐니뭐니해도 흥선대원군을 빼놓을 수 없다.당시 운현궁 사랑채 노안당을 드나들며 소리를 한 명창들이 하나 둘인가.김창환 이동백 송만갑 박유전 정정렬 장판개 등이 대원군의 총애로 어전에서 소리해 국창 칭호를 받은 이들이다.” 40년 넘게 사진기자로 활동한 저자는 ‘사진통멘 광대’로 통한다.전국의 소리꾼과 무격,놀음바치 판에 빠져들어 우리 전통예술을 증언하고 보존해왔기 때문이다.이 책엔 그가 가려 뽑은 한국의 명인명창 120인 이야기가 담겼다.여성명창의 유래,영호남의 삼현육각 등에 관한 해설문도 실었다.2만9000원. ◆ 선불교의 역사는,깨달음이라는 원형을 재생하거나 모방해 온 역사다.선불교와 불교간의 이 ‘원형논쟁’은 사활을 건 것이었다.선불교는 왜 불교를 모방했으며,선불교에서 마음을 원형으로 내세운 까닭은 무엇인가.선불교의 역사에 숨은 해석의 역사,이미지의 역사,인간의 역사를 살폈다.한국 불교계 쟁점 가운데 하나가 돈점(頓漸)이다.저자는 돈과 점을 번쇄한 철학적 이론이아니라 모종의 의지 혹은 욕망의 반영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한다.노동하지 않는(?)선불교의 노동관,붓다의 수제자 가섭 등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도 눈길을 끈다.1만2000원. ◆ 소요유(消遙遊)와 호접몽(蝴蝶夢)의 사상가 장자.그의 사상엔 시대의 흔적이 각인돼 있다.그가 산 시대는 전국시대 중기로 정치·경제적 변혁기이며,전쟁이 흔하고 제자백가가 난립해 혼란스러운 시기였다.평생 생활고에 시달리며 은거한 탓에 ‘비관적 염세주의자’로 비쳐지기도 하지만 장자는 세상을 탐색하는 소요파인 동시에 제 이상에 충실한 사람이었다.이 책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그의 과학적 상상력과 계몽사상가적 실천에 주목한다.아울러 산문문학의 새로운 장을 연 위대한 문학가로서 장자를 부각한다는 데 특색이 있다.1만5000원. ◆ 인류가 자신의 본질과 근원을 찾으려고 기울여온 노력의 여정을 다각도로 살폈다.티베트의 생명의 바퀴에서 유태의 일곱 갈래 촛대,이집트 사자의 서,자이나교의 우주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구현해낸 다채로운 영혼의 이미지를 통해 그 실체에 이르는 길을 찾는다.저자에 따르면 인도철학의 윤회사상과 불교의 업,그리고 기독교의 성찬식은 영혼과 육체의 관계에 대한 유사한 믿음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구현된 것이다.책에 실린 200여점의 아름다운 도상은 인간이 영혼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해 왔는가를 생생히 보여준다.2만2000원. ◆ 프랑스의 샤를 드골 공항에서 버스로 한시간 남짓 가면 다다르는 파리의 중심가,이른바 ‘오페라구역’이라 불리는 이곳의 번화한 거리 가운데 ‘오페라거리’가 있다.파리 가르니에 오페라극장 앞에서 르와얄 궁전과 루브르박물관 일대로 이어지는 거리다.지금은 관광지로 바뀌었지만,1860∼70년대 오스만 남작의 주도로 이뤄진 파리 재개발 사업의 얼굴이기도 한 곳이다.카페문화’로 대변되는 이 시기의 예술가들에게 이 ‘모더니티’의 상징적 공간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이런 시공간을 배경으로 19세기 프랑스회화의 흐름을 다룬다.2만원. ◆ ‘0의 신비’를 찾아 떠나는 유쾌한 지적 오디세이.‘없음’의 수학적 표현인 0의 역사를 추적,상대성이론·양자역학·초끈이론 등 인간이 우주의 근원을 설명하고자 만들어낸 이론 세계를 열어 보인다.미국 과학저술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불리는 저자는 특유의 재기발랄한 언어감각으로 난해한 이론을 쉽게 풀이한다.0이라는 개념이 없던 고대에는 사람들이 ‘비어 있음’또는 ‘없음’을 어떻게 인식하고 표기했을까 등의 문제에서 고대의 황량한 ‘빔’개념,현대 물리학이 제기한 공(空)개념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다룬다.1만5000원.
  • 천재 건축가 가우디 탄생 150주년/가우디-“난 집짓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

    ▲'인간 가우디'조명한 평정 출간 ‘20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추앙받는 스페인 출신의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1852∼1926).자연친화적 건축 디자인으로 유명한 그는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대중 건축가 가운데 한 명이다.스페인 바르셀로나에는 매년‘가우디’를 보기 위해 20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이 도시는 가우디 탄생 150주년인 올해를 ‘국제 가우디의 해’로 정하고 100개가 넘는 행사를 기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삶과 예술관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그것은 무엇보다 가우디 자신이 이렇다 할 저작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가우디는 생전에 “나는 행동으로 실천하는 인간이다.작업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란다.”고 말한 바 있다.또 다른 이유는 그에 대한 공적·사적 자료가 스페인 내란 초기에 파손됐기 때문이다.1936년 그가 남긴 걸작인 성가족 대성당(사그라다파밀리아)의 지하납골당이 더럽혀지고 가우디의 설계도,서류철,모형 등이 불타 없어졌다.성가족 대성당의 주임신부이자 가우디의 친구였던 힐 파레스도 이때 살해됐다.건축학자 하이스 반 헨스베르헌이 쓴 ‘어머니 품을 설계한 건축가 가우디’(양성혜 옮김,현암사 펴냄)는 가우디와 관련된 풍부한 자료와 건축에 대한 전문지식이 동원된 가우디 평전이다.가우디가(家)의 세 아이 중 막내로 태어난 그가 스페인 근대사의 중대 고비였던 스페인제국 패망(1898년)과 수도원과 성당을 잿더미로 만든 ‘비극의 주(週)’(1909년) 시기를 관통하며 불후의 대작에 잇따라 착수하고 전차사고 후유증으로 사망하기까지의 행로를 추적한다. 저자는 “가우디의 건축세계는 열린 책이지만,인간 가우디는 닫힌 책”이라고 밝힌다.예술가로서의 가우디는 잘 알려져 있지만,인간으로서의 가우디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가우디를 ‘미를 숭배한 고독한 사제’라고 평하는 저자는 “무덤 속에 있는 지금도 가우디는 쉬지 않고 건물을 짓고 있다.”고 말한다.건축중인 성가족 대성당을 염두에 둔 것으로,1880년대 초반에 착공된 이 건물은 앞으로 150년은 더 걸려야 완성된다. 가우디의 삶은 모순 덩어리였다.그의 건축물에서 느껴지는 관능미는 일부 건축가들로부터 저속한 키치(Kitsch)라는 평가를 받았다.그러나 가우디는 엄격한 가톨릭 신자였으며,성 프란체스코처럼 누더기를 걸친 성자의 모습으로 세상을 떠났다.또한 무정부주의와 무신론에 가까웠던 달리나 많은 초현실주의자들이 보수세력과 가까웠던 가우디를 높이 평가하고 그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도 아이러니다.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외국여행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지독한 카탈루냐 지역주의자였으며,연인들의 산책장소인 구엘공원을 만들었지만 자신은 변변한 연애 한번 못해 보고 독신으로 산 것도 놀랍다. 그래서인지 가우디에 대한 평가는 극단으로 갈린다.바스크 철학자 미겔 데우나무노는 그의 건축을 ‘술 취한 예술’이라고 폄하했고,피카소 등 다른 비방자들도 가우디가 튀려고 일부러 저급한 건축물을 짓는다고 꼬집었다.반면 독일의 건축가이자 화가인 허만 핀스테를린은 “성가족 대성당은 세계 불가사의 중 하나다.타지마할 묘당처럼 이 성당은 남신을 위한 집이 아니라 여신을 위한 집”이라고 추앙했다. 이 책의 미덕은 무엇보다 낯선 스페인의 문화와 역사가 가우디라는 프리즘을 통해 한눈에 들어오도록 씌어졌다는 점이다.가우디 ‘인물 탐구서’이자 가우디를 통한 ‘스페인 문화기행서’인 셈이다.1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클림트, 황금빛 유혹 - 황금빛으로 가득한 숨막히는 에로티시즘

    오스트리아가 낳은 회화의 거장,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키스’는,전세계에서 복제되는 양으로 볼 때 둘째 가라면 서러운 작품이라고 한다.별처럼 쏟아지는 황금빛 안개 속에서 두 눈을 꼭감고 입맞춤하는 연인의 모습은 달콤하고 신비스럽다 못해 숨막힐 정도로 에로틱했다.특히 여성들에게 그렇다. ‘클림트,황금빛 유혹’(신성림 지음,다빈치 펴냄)은 ‘키스’뿐 아니라 황금빛이 가득한 그림 148장을 눈 앞에 뿌려놓고,‘봐!정말 감탄할 만하지?’하고 자랑스럽게 되묻는다.지은이는 이화여대 철학과와 동대학원을 나온 뒤프랑스 파리10대학 대학원에서 미학을 전공해 박사 과정을 마쳤다.베스트셀러가 된 ‘반 고흐,영혼의 편지’를 비롯해 미술 관련 서적을 다양하게 번역해 왔다. 클림트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좋아한다는 그는 “클림트가 국내외적으로 열광적인 사랑을 받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평전 한권 없다.”며 “이 책은 클림트가 산 시대에 대한 이해를 통해 클림트 작품을 잘 감상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때문에 클림트의미술사적 지위나,그림에 대한 이론적인 분석은 상대적으로 무시했다.대신 큐레이터처럼 그림 구석구석을 꼼꼼히 볼 수 있도록 가이드한다. 금세공사의 장남으로 태어난 클림트는 19세기 말 오스트리아의 ‘빈 분리파’를 이끌며,상징주의와 아르누보적 회화로 유럽 미술계에 많은 영향을 미친화가다.금가루를 그림에 이용한 ‘황금 시대’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건축가 아돌프 로스,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등이 활동하는 빈의 문화적 토양에서 그는 그림을 그렸다.‘무서운 아이’로 알려진 신예 코코슈카와 에콘 실레를 발굴하기도 했다. 그러나 클림트는 현재 동시대에 활동한 뭉크보다는 덜 주목받고 있다.일반인의 눈을 멀게 하는,황금빛 배경과 화려한 장식성 탓이라는 지적도 있고,그림의 선정성을 문제삼기도 한다.하지만 에로티시즘은 그의 제자 에콘 실레에게 문제였지,클림트는 아니었다.실레는 관습과 규범에 대한 불경스런 조소와 도전으로 에로티시즘을 사용했지만,클림트는 그 자체로 완결된 세계를 구현했다. 신비주의적 색채를 띤 그의 상징성은 문제였다.빈 대학 강당에 그려넣으려고 주문한 그림 ‘철학’‘의학’‘법학’등은 특히 논쟁을 일으켰다.한 예로 ‘이성의 위대한 힘에 대한 찬양’을 요구한 ‘철학’에서 클림트는 고통에 허덕이는 인간을 세기말적이고 염세적으로 그렸다.19세기말∼20세기초의 지배계급인 부르주아 계층이나 이성 옹호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음은 당연하다. 클림트는 초상화를 제외하면,상류층 여인과 신화의 여인 등을 ‘팜므 파탈(요부)’로 재탄생시킨 ‘여인의 화가’로도 유명하다.그림의 중심은 여성이었고,남성은 늘 부분에 불과했다.말년에는 ‘부분의 남성’마저 빠지고 여성만 남는다.황금빛 세계를 배경으로 한 여성은 클림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욕망과 매혹의 대상이자 동시에 공포의 대상이 아니었을까.1만 5000원. 문소영기자 symun@
  • [씨줄날줄] 우뇌인간

    “얘,복 달아난다.” 예전에는 젓가락을 잡거나 글을 쓸 때 왼손을 쓰면 당장 이런 꾸지람이 날아왔다.심지어는 “왼손을 쓰는 건 불효자식이야.”라는 무시무시한 ‘억압’도 있었다.또 또래 사이에서 왼손잡이 아이는 ‘짝배기’라고 놀림을 받는 왕따 신세였다.이런 씁쓸한 풍경은 요즘에는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우리는 오른손이 왼손을 깔보는 ‘오른손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볼 때 왼손잡이에 대한 이같은 차별은 전혀 근거가 없다.오히려 왼손을 쓰는 게 우뇌를 발달시켜 머리를 좋게 하는 지름길이다.198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뇌과학자 로저 스페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좌우가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좌뇌는 언어 분석 수리 등의 기능을 담당하고,우뇌는 감각 종합 직관 등을 맡는다.이후 촉발된 뇌과학 연구는 좌뇌는 오른손과,우뇌는 왼손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지능지수(IQ)는 좌뇌와,감성지수(EQ)는 우뇌와 관련돼 있다는 점도 밝혀졌다.뇌과학은 한마디로 ‘두뇌개발’을 하려면 좌우의 뇌를 함께 써야 하며,이를위해서는 왼손과 오른손을 함께 써야 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실제로 왼손잡이에 대한 인식이 우리보다 나은 서구사회에서는 이 연구결과를 뒷받침하듯 유명한 왼손잡이들이 많이 나왔다.레오나르도 다빈치,아인슈타인 등 예술가와 과학자는 물론 로널드 레이건,빌 클린턴 등 정치인도 있다.포천지가 ‘20세기 최고의 경영자’로 선정한 헨리 포드도 ‘사우스포’다.이들은 요즘으로 말하면 ‘우뇌인간’이다. 좌뇌의 분석력과 우뇌의 직관력을 종합해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고나 할까. 최근 국내에서 왼손잡이의 설 땅을 넓히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정몽준 의원을 중심으로 왼손잡이 용품의 생산을 촉진하고 왼손잡이용 공공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법 조항의 신설이 추진되는 것이다. 왼손잡이에 대한 정확한 국내통계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미국의 전체인구 중 15%가 왼손잡이라는 수치를 보면 우리나라에도 왼손잡이가 무척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이번 법 조항이 우리나라에도 조화를 중시하는 우뇌인간형이 많이 탄생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박재범 논설위원 jaebum@
  • 동양의 광기-인도중국·이슬람권 광기 현상 조명

    미셸 푸코는 ‘광기의 역사’에서 동양의 그것을 따로 거론하지는 않았다.푸코는,이성이 광기(狂氣)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개입하게 되는 숨겨진 폭력성과 억압을 진지하게 성찰했음에도 불구하고 서구의 현상만을 다뤄 아쉬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광기라는 정신의학적 현상이 명백하게 사회적 반향 혹은 결과임에도 서로 판이한 사회적 조건을 가진 동양의 그것을 배제함으로써결과적으로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말았다. 이처럼 푸코가 놓친 ‘절반’에 대해 살핀 오다 스스무의 ‘동양의 광기’(김은주 옮김,다빈치)가 출간됐다. ‘광기’라는 주어진 주제에 천재적 성찰로 접근해 이전에 누구도 내놓지못한 결론을 제시한 푸코와 달리,이 책은 인도와 중국·이슬람권의 광기에 관한 사료와 현상을 박물지적으로 제시해 2차 연구의 길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책이다.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고대 인도의 신비사상,인간의 심상을 불교적 관점으로 해석한 인도의학의 광기관,불교의학의 전통을 잇는 티베트의 의학과 중국문화사를 관류하는 치밀한 광기 구조,코란과 중세과학을 토대로 전개된 이슬람의 정신의학 등이 매우 흥미있게 기술돼 있다. 오다 스스무는 책을 통해 서구인들에 의해 규정된 오해,즉 ‘동양의 정신의학은 미개한데다 종교·주술적이었으나 서구 정신의학이 바로 잡았다.’는시각에 대해 ‘아니다.’라고 말한다.오히려 동서양의 그것이 각각 ‘절반’일 뿐이라는 주장에서,푸코의 이론을 동양적으로 실증하면서도 그와는 전혀다른 실증적 시각에서 시도하는 접근법이 사뭇 진지하다. 심재억기자 jeshim@
  • 책/ 우리가 몰랐던 ‘인상파 화가’ 새로읽기

    모네,마네,르누아르,드가,세잔 등 인상주의 화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신흥 시민계급의 기호에 영합한 유파로만 볼 것인가.또 그들은 여성들을 모욕하기만 했는가. ‘우리가 몰랐던’ 인상주의와 그 유파 화가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접근해 분석한 교양서가 최근 나왔다.예경 아트라이브러리 시리즈물 가운데 하나인 ‘인상주의’(폴 스미스 지음,이주연 옮김).미술의 한 유파인 인상주의는,그 명칭이 1874년 ‘화가·조각가·판화가 협동조합’이라는 그룹전에 클로드 모네가 출품한 ‘인상,해돋이’에서 유래했다.이 인상주의는 당시의 지배 이데올로기인 중산층 백인의 남성주의에서 출발했다는 것이 정설이다.이른바 ‘빈둥거리며 놀다’에서 파생된 ‘플라뇌르(flaneur·도시에 거주하는 남성 관찰자)’의 시점에 서 있는 것이다. 저자는 그러나 페미니스트로부터 강하게 공격당하는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의 분석에서 새로운 시각을 보인다.성장을 한 남자 둘 사이에 앉아 실오라기 한점 걸치지 않고 앉아 있는 나체의 여자는 수치심이나 어색함이 없이‘관객인 남자’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남자 관객을 거북하게 만들어 더이상 편안하게 여성의 신체를 찬양할 수 없도록 한 ‘비꼬기’수법이라는 것이다.나체의 매춘부를 그린 그의 ‘올랭피아’ 역시 ‘고객’인 플라뇌르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네 역시 중산층의 가치관을 찬양했지만,아이로니컬하게도 중산층은 그의 그림이 고전주의적 규범과 가치를 무시한다고 여겨 ‘위험하다’고 간주했다고 한다.순간적이고 일시적인 인상에 집착한 모네의 고집이 가치의 전복 또는혁명적으로까지 보였다는 것이다.또다른 작가인 카미유 피사로는 ‘당나귀를 타고 로쉬 기용으로 가다’에서 계급의 존재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림과 서양사에 취미가 있다면,‘인상주의’말고도 최근 나온 그림과 화가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기획 시리즈나 단행본에 눈길을 줄 필요가 있다.예경에서 나온 시리즈 중에서 ‘라파엘전파’와 ‘스페인 회화’,1970∼1990년대까지 현대미술사의 흐름을 보여주는 ‘오늘의 미술’ 등이 그것이다.각권 1만 9000원. 이밖에 다빈치에서 펴낸 ‘반 고호 VS 폴 고갱’은,서로의 예술을 사랑하면서도 질투를 느껴야 했던 당대의 라이벌 고흐와 고갱의 삶을 추적했다.두 천재화가의 작품을 한 책에서 비교,감상할 수 있다.1만 5000원. 또 20세기초 독일 표현주의의 거장인 ‘에밀 놀테’의 일대기는 열화당에서 나왔다.원초적인 색채 표현력이 놀랍다.놀테는 1913년 서울을 방문한 최초의 현대 서양화가.한국노인·소녀에 대한 소묘 몇 점과 장승을 소재로 한 ‘선교사’등을 소개한다.1만 8000원. 15∼16세기 독일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이자 판화가인 뒤러의 목판화와 동판화 450점가량을 수록한 ‘뒤러 판화집’(현대지성사 펴냄)도 주목할 만하다.2만원. 문소영기자 symun@
  • 책/ 상상력으로 세계를 이끈 영웅들

    과학은 이전의 성과물을 대체한다.그러나 예술은 다르다.예술은 무한한 덧붙임의 이야기다. 덧붙임에는 반드시 원형이 존재한다.대부분의 예술적 창조는 덧붙임으로 이뤄지는 것이지만,가장 위대한 것은 원형의 창조다.이런 이유에서 누군가가 창조자를 ‘영웅’이라고 부른다면 우리는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역사라는 다면체적 기록에서 영웅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크고 넓기 때문이다. 상상력의 힘으로 예술의 지평을 열어젖힌 위대한 창조자들의 역사를 이런 관점에서 기록한 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대니얼 J 부어스틴의 ‘The Creator’를 번역한 ‘창조자들’1∼3권이 출간됐다. 이 책이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지난 92년 워싱턴타임스는 이런 서평을 내놓았다.‘한 역사가의 천재성과 분별력,그리고 놀라운 능력 덕분에 우리는 미처 깨닫지 못한 창조적인 모험의 세계에 이제야 눈을 돌릴 수 있다.부어스틴은 또 한 명의 위대한 창조자다.’ 이런 찬사에 걸맞게 부어스틴은 예술에 무언가를 가져다 준 ‘선구적 영웅들’의이야기를 그럴듯하고 진지하게 재구성해 우리에게 들려준다. 이 책이 주목을 받는 까닭이 ‘인간이 이룩한 문명을 대담하게 긍정한 깊이있는 탐구 결과’때문 만은 아니다.오히려 딱딱한 역사를 이야기처럼 풀어낸,생생하고 재미있는 줄거리가 더 매력적이다. 전문적인 연구가 아닌 다음에야 재미없는 글을 애써 읽을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독자들이 책 속 영웅들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다면 이는 역사 자체의 매력이라기보다 생동감 있는 묘사와 재치있는 비교,적합한 에피소드를 담아 이야기를 풀어 낸 부어스틴의 재능 덕이라고 보는 편이 옳다.미국에서 10년이 넘도록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술 분야의 창조자들을 다루지만 부어스틴 스스로가 예술의 영역을 국한하지 않았다.성서에 나타난 모세의 행적을 통해 창조주와 인간의 관계를 추적하는가 하면,힌두교의 찬가인 ‘베다’를 매개로 해 힌두인들의 놀라운 상상력을 그려 보인다. 거석문화의 상징인 스톤 헨지와 알타미라 동굴벽화를 통해서는 돌의 마력과 종교예술의 발달사를 설득력있게 제시한다.또 수사학의 선구자인 고르기아스,고대에서현대에 이르는 건축과 음악·미술·문학의 거장들을 모두 불러 세웠는가 하면 ‘수상록’을 남긴 몽테뉴와도 진지한 대화를 시도한다. 이 책은 예술분야 창조자들의 기록이나 군내나는 옛날 이야기는 아니다.오히려 새로운 것이 어떻게 옛것에 덧붙여졌는지,옛것이 새로운 것을 어떻게 풍요롭게 했는지,이를테면 어떻게 피카소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가치를 높여 주었으며,호메로스가 어떻게 제임스 조이스를 빛나게 했는지를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책이다.민음사.각권 1만 2000∼1만 6000원. 심재억기자 jeshim@
  • 책/ 예술과 과학

    예술과 과학은 어느만큼 가깝고 어디서부터 갈라지는 걸까. ‘예술과 과학’(엘리안 스트로스베르 지음·김승윤 옮김·을유문화사)은 이 오랜 물음에 대한 지은이 나름의 해답이다. 지은이는 일단 차이부터 인정한다.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매력에 묶여 있다”.그렇지만 과학에서 유용한 수단을구하는 예술,예술에서 세계를 설명할 모델을 배우려는 과학의 욕구 탓에 둘은 시시때때로 겹쳐놓인다.책은 예술과과학이 서로를 스쳐지나며,닮아온 역사에 지면의 대부분을 할애한다. 이에 따르면 건축가는 천문학자와,무대감독은 물리학자와,화가는 심리학자와 정신적 과정이 닮아있다.15세기 건축가 알베르티에 따르면 “음악과 건축을 지배하는 수학적비례는 또한 우주를 지배”하는 그것이란 것. 책은 건축과 천문학,장식예술과 테크놀로지,그림과 인지이론,그래픽 디자인과 인쇄술이 상호작용해온 역사를 꼼꼼히 짚어가며 논지를 좁혀들어간다.결론은 예측대로다.학제간 경계가 날로 허물어지는 마당에 예술과 과학은 좋건 싫건 더 자주 한이불을 덮게 될수밖에 없으리란 것. 책 읽기에 속도감을 붙이는 건 지은이의 저술능력이다. 유사이전의 스톤 헨지부터 최첨단 컴퓨터,분자과학까지 홍수처럼 쏟아지는 관련 정보들을 얽어짜는 솜씨가 요령 있다.프랙탈 드래곤,식물학 논문 사본,스핑크스 컴퓨터 모형,모나리자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컴퓨터로 병렬시킨 대칭사진 등 재미있는 자료사진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학제간 문화연구 프로그램의 하나로 유네스코의 지원을받아 나온 책이다.2만 5000원. 손정숙기자jssohn@
  • 서양명화 8편의 비밀이야기

    ◆ 두첸의 세계명화비밀탐사 [모니카 봄 두첸 지음/생각의 나무 펴냄]. 서양미술사를 읽는 즐거움이란 어떤게 있을까.우선 카피본이나마 물량공세로 쏟아져나오는 명화들이 눈을 흐뭇하게한다.또하나,작품의 행간에서 당대 사회사를 읽어 내려가는 지적 탐험의 짜릿함도 누릴수 있다는 점. 이런 두가지 감상포인트에서라면 ‘두첸의 세계명화비밀탐사’(모니카 봄 두첸 지음,김현우 옮김,생각의 나무)는 나무랄 데 없는 책.서양 명화 8편을 골라 그 연대기적·예술적·개인사적 맥락과 의미,영향과 파급관계 등을 실핏줄까지 파헤쳤다.실핏줄 마디마다 관련 그림들을 빠짐없이 걸쳐놓아 한권의 도록으로도 두둑하다. 프리랜서 작가이자 전시기획자이기도 한 작가의 ‘간택’은 결코 별나지 않다.미켈란젤로 ‘다비드’,다빈치 ‘모나리자’ 같은 고전부터 고흐 ‘해바라기’,뭉크 ‘절규’,피카소 ‘아비뇽의 여인들’ 등 삼척동자도 알만한 것들이다. 출판가에 이런 류의 미술서가 산을 이루지만,책의 개성포인트라면 단연 그 촘촘함.교과서에서 할말 다한 작품에다뭐그리 덧붙일 게 있으랴만 정사에서 야사까지,인간에서예술론까지 종횡무진 풀어내는 수다가 결코 건더기가 없지 않다.화랑가의 상투어가 돼버린 그림들을 되걸면서도 또다른 긴장감을 불어넣는 발넓은 입담이 들을만 하다. 그 유명한 ‘절규’가 잉카 미라에게서,‘아비뇽의 여인들’이 고대 이베리아 반도 두상에서 영향받았다는 골상학이 있는가 하면,19세기 유럽의 누드화 전통속에서 ‘올랭피아’가 왜 그렇게 튀었는지 위치지울줄 아는 예술적 감식안이 있는 책. 미국,일본,옛소련 등 가는 곳마다 대박을 터뜨린 모나리자 전시회를 보며,시대를 뛰어넘는 예술혼이란 뭔가,진지한질문도 빼먹지 않는다.2만8000원. 손정숙기자 jssohn@
  • 신간 맛보기/ 한국문화의 음란한 판타지 등

    ■한국문화의 음란한 판타지(이택광 지음,이후 펴냄). ‘한국문화는 음란하다’란 다소 도발적인 선언 아래 90년대 한국 대중문화읽기를 시도한 문화비평서. ‘음란’이란 표현은 마르쿠제나 보드리아르가 말한 ‘외설’과 같은뜻으로 사회의 현실이나 모순을 은폐한채 사람들의 눈길을다른곳으로 돌리려는 행위를 말한다. ‘판타지’란 현실을직시하고 싶지 않아 허구의 세계로 도피하는 것.저자는 한국의 보수주의를 ‘음란한 판타지’라고 부르고 그 대표적인 사례로 ‘민족’을 제시한다.한국에서 민족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있다면 ‘민족주의’라는 ‘민족의 효과’만 존재할 뿐이다.부재하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상징이 되는 민족주의는 ‘가족-민족로망스’라는 문화 작동원리를만든다.저자는 이런 시각으로 ‘친일문학의 미학’‘한일축구전’‘유승준사건’‘황수정사건’ 등을 분석해 간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실이지 그 모순 속에 태어난 문화는 아니다. 1만3000원. ■색깔 이야기(데이비드 바츨러 지음,김융희 옮김,아침이슬 한걸음 펴냄). 심플한 멋,세련됨의 대명사가 된 미니멀리즘은 곧 흰색을연상시킨다.그런데 이 흰색에,서구문화에 잠복된 폭력과억압이 작용하고 있다면? ‘색깔 이야기’는 색의 기능적측면을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라 색과 관련된 인간의 태도와 문화를 추적한 인문학적 탐사다.‘색깔공포증’이라는원제가 암시하듯,서구인들은 오랫동안 색의 가치와 의미를 폄하하고 이를 낯선 타자로 여겨왔다.‘색깔 있는것’은원시적이고 유아적이고 여성적이고 감정적인 것으로 여겼으며 이런 관념은 색을 무시하고 때로는 과도하게 억압하게 했다. 저자는 이런 실례를 알아보기 위해 예술작품을 종횡무진오가고 철학적으로는 고대의 플라톤에서부터 현대의 바흐친,크리스테바까지 불러낸다. 색의 문제에서 자기 아닌 것을 무화시켜 버리는 서구문화의 타자에 대한 담론을 이끌어내고 선을 감추는 화장술의 ‘색깔탐닉증’은 ‘색깔공포증’과 한몸을 이루는 것임을 밝혀내는 등 신선하고 독특한 관점들이 읽는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1만2000원. ■과학혁명의 지배자들(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이민수옮김,양문). 15세기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하늘을 날기 위한 날개를만들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하지만 불과 500년 후에 우리는 하늘이 아니라 우주를 꿈꾸고 있다. 레오나르도가 꿈꾸었던 것이 오늘날 실현된 것이아니라 그같은 ‘사람’이 있었기에 현대과학이 가능했던것이다.‘과학혁명의 지배자들’은 중세시대에 이미 현대적의미에서의 과학적 인식에 도달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로부터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수학적 근거를 마련한 여성수학자 에미 뇌터,최첨단 컴퓨터시대를 연 앨런 튜링,21세기 유전학 시대의 서막을 제공한 제임스 왓슨에 이르기까지 과학혁명을 주도해 온 20인의 과학자들의 삶과 과학을 생생하게다룬다. 저자는 지난 수천년의 과학사가 천재들의 몫이었다면 과학이 만개하는 21세기 과학의 주체는 대중이 돼야 한다고 말하며 대중들은 지금보다 좀더 과학에 친숙하게 다가서야 한다고 강조한다.1만2000원.
  • [2002관광 월드컵 현장을 가다] 프랑스

    프랑스는 98년 월드컵대회를 치르면서 두가지 큰 성공을 거뒀다. 결승전에서 브라질을 3대 0으로 누르고 월드컵을 거머쥔 게 첫 번째 성공이다.월드컵 승리는 국민단합으로 이어졌다. 두번째로는 프랑스 경제의 급상승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90년대 중반까지 파리시내 곳곳에 세워졌던 ‘세놓음’이라는광고간판은 이 대회를 치르면서 자취를 감췄다.이제는 집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프랑스 경제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프랑스 최대 사회문제의 하나였던 실업률이 떨어지고 주식시장도 되살아 났다. 프랑스 월드컵의 대차대조표를 보면 총 매출액 2조2,560억원에 수익이 6,000억원이다.입장권 값을 94년 미국 월드컵대회 때보다 낮추고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한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하지만 성공의 이면에는 풍부한 문화·관광 인프라,특히 미술·박물관들이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프랑스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미술관·박물관이 있기 때문에 그랬을까. 프랑스박물관협회에 등록된 크고 작은 미술관과 박물관은자그마치 7,000여개나 된다.게다가 파리는 시내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이자 미술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박물·미술관은 루브르·퐁피두센터·오르세 같은 잘 알려져 있는 곳에서부터 경찰·레닌·안경박물관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곳들이 시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루브르미술관] 16세기 궁전으로 시작됐다가 루이 16세가 베르사유궁에서 주로 생활을 하면서 루브르궁은 미술품들로 채워졌다.1792년 537점의 그림으로 출발해 지금은 서구미술의결정체들이 모여있다.레오나르도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비롯,미술품과 조각품들이 볼거리다.미술관 입구인 유리 피라미드는 고대와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명물이다. [오르세미술관] 기차 역을 미술관으로 바꾼 오르세미술관은누구나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관람할 수 있다.밀레의 이삭줍기를 비롯해 마네,모네,고흐 등 근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퐁피두센터] 루브르미술관이 고대미술품,오르세미술관이 근대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면 퐁피두센터는 현대 미술품의종합예술공간이라 할 수 있다.전시된 4만5,000여점의 미술품도 모두 수작이지만 ‘짓다만 건물’이라는 이미지를 주는퐁피두센터의 겉모습이 더 눈길을 끈다.흉물스럽게 드러난배관 가운데 파란색은 공기순환로,초록색은 급수관,빨간색은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통로,노란색은 배선관이라는 점을 알면 더욱 흥미롭다. [포도주박물관] 포도주의 나라답게 포도주박물관도 있지만잘 알려져 있지 않다.파리의 ‘강남’에 해당되는 파시 전철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의 ‘물의 거리’(rue des eaux)에있는 아담한 박물관이다.루이 13세가 마시던 포도주 저장고를 박물관으로 만들었다.포도 수확에 사용된 각종 기구와 장비,포도주를 만드는 과정이 밀랍인형으로 소개돼있다.특히박물관 위에 살던 프랑스의 문호 발자크가 채권자를 피해 박물관의 자그마한 비밀통로를 통해 센강 쪽으로 도망가는 장면이 인상적이다.10∼20분의 관람이 끝나면 포두주를 무료로 시음할 수 있다. [기메박물관] 프랑스에서 한국을 느낄 수 있는 아시아 유물전시관이다.확장공사 끝에 지난 1월 다시 문을 열었고 한국의 고대 불교유물 등 1,000여점이 전시돼 있다. [피카소미술관] 파리시내 마레지구에 있는 피카소미술관에서는 건물 안팎에서 피카소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피카소의상속자들이 엄청난 상속세 대신 정부에 내놓은 작품들이 미술관을 꾸미고 있다.200여점의 그림,150여점의 조각,1,600여점의 판화 등이 전시돼 있다.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피카소미술관보다 질·양적으로 우수하다는 평이다. [로댕미술관] 프랑스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가깝다.정원이 워낙 잘 다듬어져 있어 영화촬영장소로도 애용된다.정원을 거닐면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지옥의 문’ ‘칼레의시민’같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파리 박정현기자 jhpark@. ■“축구장은 경기만 하는 곳 아니다”. 샤를 드 골 공항에서 파리시내로 들어가는 고속도로에서 10㎞ 지점 왼쪽에 나타나는 비행접시 모양의 초현대식 건축물이 그 유명한 스타드 드 프랑스(Stade de France)다.‘프랑스의 경기장’이라는 뜻이다.생드니시(市)에 있어 생드니 경기장으로도 불린다. 스타드 드 프랑스는 외계인의 대형 비행접시 같은 느낌을준다.축구 경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갖가지 공연,전시,이벤트 행사가 연중 열리고 있는 것이 이 경기장의 특징이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작곡가 베르디의 ‘아이다'가 지난 9월14일 이곳에서 공연돼 성황을 이뤘다.‘축구장은 경기만 하는곳이 아니다’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곳이기도 하다.경기때는 8만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지만 공연이나 행사가 있을때면 10만명까지 입장할 수 있게 설계됐다.경기 외 수익이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해마다 치러지는 대규모 공연이나 전시·이벤트는 20여개로 평균 200여만명의 관객을 유치한다.지난 10월6일에는 프랑스와 알제리의 친선 축구경기가 열렸고 10월20일에는 모터쇼가 열려 자동차업계의 주목을 받았다.월드컵 대회가 끝난 뒤 활용도 측면에서 가장 성공한 곳으로 꼽힌다. 축구경기나 이벤트가 없는 날에는 ‘프랑스의 또 하나의 자존심’인 스타드 드 프랑스를 구경하려는 내국인과 외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초등학교에 다니는 세 아이를 데리고 생드니 경기장을 찾은 미셸 저네여사(50·파리거주)는 “스타드 드 프랑스는 굉장한 건축물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프랑스인으로서 정말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생드니 경기장은 이제 에펠탑,개선문,루브르박물관,샤를 드 골 공항에 이어 또 하나의 프랑스의 명물이자 상징물로 자리잡았다.경기장 내의 고급 레스토랑 두 곳은 세계적 비즈니스 명소가 됐다.경기장에 펼쳐진 푸른 잔디가 내려다 보이는 회의장도 명물로 꼽힌다. 1층 전시장에는 경기장 건축과정을 보여주는 대역사(大役事)의 순간들이 전시돼있다.3년 전 파리 월드컵대회의 명장면사진들도 걸어놔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순간순간과 함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입장권 판매원은 “전시장을 찾는 사람이 하루 평균 300여명”이라고 말한다.전시장 입장료가 성인 한 사람당 38프랑이어서 연간 입장수입만 7억원을 웃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박정현기자. ■셍드니시 관광청장 콜롱브리 인터뷰. 프랑스 월드컵대회를 치른 파리·리옹·몽펠리에·마르세유·랑스·보르도·낭트·생에티엔·툴루즈등 10개 도시 가운데 월드컵을 통해 가장 많이 변모한 곳은 생드니시(市)다. 생드니 시청 산하 관광청의 테오둘리차 콜롱브리 청장(사진)은 “월드컵 이후 우리 시를 찾는 관광객들이 50% 이상 늘었다”고 자랑한다.중세성당이 있었던 탓에 월드컵대회 전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지만 월드컵대회를 계기로 생드니시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콜롱브리 청장은 “스타드 드 프랑스는 프랑스가 아끼는 또 하나의 관광명소가 됐다”고 자랑했다. 그가 꼽는 성공비결은 범정부적 차원의 주변 정화와 축제,시민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참여다.콜롱브리 청장은 “시 차원에서 8,000만프랑(144억원)을 투입했고 정부에서 주변시설 정화 등에 50억프랑(1,200억원)을 지원했다”고 말한다.이런 재개발 사업 덕분에 파리 근교 대표적 슬럼가의 하나였던 생드니시의 모습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콜롱브리 청장은 “월드컵대회를 준비하면서 거리 곳곳에는 각종 축제와 거리행사를 열었고,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을 불러 음악축제를 개최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고 말했다.프랑스의 대명사인 예술을 스포츠와 연계시킨 것이다. 생드니시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다. 콜롱브리 청장은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3년여동안 지역학생들에게 유럽의 축구팀을 자세하게 소개했고 생드니시와 스타드 드 프랑스를 어떻게 홍보할 것인지를 집중 교육시켰다”고 말했다.초등학교 학생들은 월드컵을 주제로 외국학생들과 펜팔하면서 대외 홍보를 맡았다.주민 모두가 홍보대사였던셈이다.
  • [2002관광 월드컵 현장을 가다] 이탈리아(下)

    [베로나·밀라노 전경하특파원] 나폴리 베네치아 피렌체. 이탈리아에서 로마를 포함,관광객들이 꼭 찾는 도시들이다.이들 도시에서는 주변 도시로의 이동도 쉽다.도시간 이동은 시속 120㎞까지 달리는 기차인 인터시티나 유로스타,인근 소도시까지는 버스나 전철 등의 대중교통이 연결돼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이들 주요 도시들보다는 작은 도시의관광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지방자치단체나 민간기구가 나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애쓰는 도시들도있다.이들은 “우리가 이탈리아에 있는 것이 행운이자 불행”이라고 입을 모은다.이탈리아에 있어 다른 나라 관광객이 찾아올 기회가 많은 것은 장점이다.반면 다른 나라에서는 훌륭한 유적으로 간주될 것이 이탈리아의 ‘뛰어난’ 유적들과 함께 있어 큰 흥미를 끌지 못하는 것이 단점이다. ◇자기 색깔을 고집하는 베로나=베로나라는 지명보다는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의 발생지이며 원형극장 아레나가 있는 곳으로 더 알려져있다.전체 인구가 2,700여명으로 도시라기보다는 조용하고 작은 마을이다.로마 시대 유물인 아레나 원형경기장에서는 매년 늦여름과 가을이면 야외 오페라가 열린다.아레나는 1세기 건축물로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베로나 시당국은 오페라 시즌전후로 복구작업을 하면서도 아레나를 이용하려고 애쓴다. 아레나가 베로나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1990년 월드컵 개최 당시 이곳 경기장에서 한국 대표팀이 벨기에와 경기를 치뤘다.작은 ‘마을’이지만 유적의 존재를 십분 활용,월드컵 유치에 성공하면서 ‘축구 도시’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베로나에는 헬라스 베로나와 키에보 베로나 두 개 프로축구팀이 있다.이탈리아가 축구 왕국이긴 하지만 연고팀이두개인 곳은 로마 밀라노 토리노 등 대도시뿐이다.특히 올해 처음으로 세리에 A(프로축구 1부 리그)에 진출한 무명의 키에보 베로나가 인터밀란,AS로마 등과 어깨를 나란히하면서 이탈리아 프로축구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오바니 루카 다르비 베로나시 관광진흥국장은 “스포츠와 각종 행사를 연계하는 것이 베로나에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축구경기가 열리는 주말이면‘로미오와 줄리엣’코스,중세시대 베로나를 지배했던 스칼리제레가(家)코스 등에서 다양한 축구관련 행사가 벌어진다. 다르비 국장은 2002년 월드컵을 치를 한국의 도시들에 대해서도 “모방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자신만의 색깔을가져야 작으면서도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도시가 규모가 큰 국제행사를 개최할 때는 ‘안전한투자,다양한 행사를 통한 광고효과’가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밀라노의 패션관광=이탈리아보다는 유럽에 속해있다는평가를 받고 싶어하는 패션과 상업의 도시다.밀라노에 관광객이 가장 많은 시기는 패션도시답게 매년 봄·가을의대형패션쇼 기간이다. 이동안 이탈리아패션상공회의소는 ‘잠재’관광객 유치에 최선을 다한다.두오모 성당 인근 아케이드에서는 대형TV로 패션쇼가 방송된다.방문객들에게 패션쇼 장소와 시간은 물론 음식점,호텔,부티크,헬스클럽 등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담은 소형 책자를 나눠준다. 밀라노의 유적지에 이르는 교통편 안내도 포함돼 있다.밀라노가 자랑하는 유적지로는 스칼라 극장과 두오모 성당,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중 하나인 ‘최후의 만찬’ 등을 꼽을 수 있다. 수백개의 첨탑으로 솟아 있는 두오모 성당은 1386년에 세워졌다.완벽한 대칭형으로 지붕까지 올라가 도시를 조망해 볼 수 있다. lark3@. ■이탈리아 유휴경기장 활용 방안. 시즌 기간동안에는 매주 축구경기가 열리는 이탈리아에서도 유휴 경기장의 활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경기장 하나에 막대한 건설·유지비용이 들지만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경기운영뿐이라는 것은 분명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경기장의 일부 전용에서 벗어나 다양한 목적으로 쓰일 수 있는 경기장 건설 노력도 진행중이다. 8만5,000명의 수용인원에 AC밀란과 인터밀란 등 두 프로축구팀의 홈경기장으로 운영되는 밀라노 운동장은 경기장관광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경기가 없는 날 단체 관광객들이 축구장을 둘러보고 경기장 한편에 약 50평 규모로마련된 축구박물관을 관람하는 것이다.소요시간은 50분 정도다. 박물관에는 밀라노에 연고지를 둔 두 팀을 포함,축구의 역사가 전시돼 있다.축구공의 옛 모습,빛바랜 흑백사진들,각종 유니폼,관련 기사 등을 시기별로 만날 수 있다.한쪽에는 기념품 판매공간도 있다.방문객은 연간 6,000명 정도로 이중 90%가 외국인이다. 밀라노 경기장의 휴식기는 보통 한달 반이다.일년에 두번 정도 잔디를 교체하는데 이때 드는 비용은 10만∼50만달러다.외부 충격에 민감한 잔디와 시즌 기간이면 매주 한번 이상 열리는 축구경기로 운동장의 전용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내년에는 한국·일본에서 열리는 월드컵으로 경기장이 4개월의 휴식을 갖는다.피에르 파올로 벨로티 밀라노 경기장 운영이사는 “이탈리아팀의 경기일정에 맞춰 콘서트나 뮤지컬을 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들도 진행중이다.이탈리아에서 지난해부터 지어지는 경기장 인근에는 대형 쇼핑몰,사무실,호텔등이 건설되고 있다.로마 올림피코 경기장 설계에 참여했던 지노 자바넬라가 동료들과 함께 이런 시도를 시작했다. 자바넬라는 “경기장은 교통이 편리한 곳에 지어지고 큰규모의 주차장을 갖고 있다”며 “일주일에 한번씩만 이를 활용하는 것은 분명 돈의 낭비”라고 지적했다. 파도바에서 곧 완성될 경기장이 이 아이디어에 따른 첫모델이다.관람석 뒤쪽에 사무실 임대공간이 마련됐다.주말에만 열리는 축구 경기와 더불어 경기장 주변을 일주일 내내 사용할 수 있게 된다.현재 건설중인 베네치아의 경기장도 이 모델을 따르고 있다. 이탈리아가 이렇게 경기장 운영 수익에 골몰하는 것은 지역 도시뿐만 아니라 축구팀도 경기장에 일정 지분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전경하기자. ■밀라노 패션 엿보기. 밀라노에서 일년에 두번 열리는 대형 패션쇼 기간에는 곳곳에서 한국인을 만날 수 있다.패션을 공부하는 학생은 물론 동대문과 남대문의 옷장수들도 밀라노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지난달 밀라노에서 2주동안 열린 ‘2002 봄·여름 콜렉션’을 보기 위해 밀라노를 찾은 한국인이 2,000여명에 달한다는 것이 밀라노에서 패션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교민들의 추산이다. 이들이 밀라노에서 보이는 모습은 두가지다.카메라를 들고 쇼윈도에 바짝 붙어서서진열된 상품을 찍고 있는 모습이 첫째.이 경우는 디자인과 진열방식 등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다. 두번째는 쇼핑몰을 돌면서 요모조모 따져본 뒤 상품을 하나씩 사는 중년의 한국인이다.이들 대부분은 동대문이나남대문에서 온 상인들이다.상품을 한국으로 갖고 와서 뜯어본 뒤 완벽한 ‘모조품’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다.성공을 거두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성공만 하면 ‘대박’이라고들 한다. 쇼윈도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해서 가게 주인들이 인상을 찡그리거나 하지 않는다.미래의 패션일꾼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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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성황후 시해의 진실을 밝힌다(최문형 지음,지식산업사 펴냄). 비운의 황후인 명성황후는 근년들어 학술적 연구는 물론소설,뮤지컬에 이어 최근 드라마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그러나 명성황후가 1895년 일본 낭인 패거리들에게 목숨을잃게 된 역사적 배경,주모자의 실체 등에 대해서는 연구가미진한 부분이 있다. 개항기 제국주의 열강의 아시아침략사를 연구해온 저자는당시 명성황후를 조선왕국의 운명을 짊어진 핵심인물로 본다. 일제는 러·독·불 등의 ‘3국간섭’으로 견제가 심해진 데다 명성황후가 러시아를 끌어들여 일본을 견제하자급기야 ‘여우사냥’에 나선다. 특히 저자는 그동안 일본정부가 사건의 진실을 철저히 은폐·조작해온 사실과 함께 주범이 당시 주한일본공사 미우라가 아니라 전임자인 이노우에 가오루라고 주장하고 있다.1만원. ■천재성의 비밀(아서 밀러 지음,김희봉 옮김,사이언스 북스 펴냄) . ‘과학과 예술에서의 이미지와 창조성’이란 부제가 말하듯 현대미술과 물리학간의 연관성을 탐구한 책이다.과학철학자이자 과학사가인저자의 연구 출발점은 갈릴레오와 다빈치 등의 과학자들이 시각 이미지에 매혹된 이유이다. 이를 파헤치기 위해 물리학,심리학,언어철학,인지과학 등의 다양한 분야를 파헤친다. 이같은 지적 탐험의 결과 예술과 과학은 미학과 창조적사고라는 측면에서 별개의 활동이 아니다. 과학이 거쳐온 창조적 사고의 변천과정에 대한 역사적이고철학적인 통찰서인 이 책은 과학에 대한 올바른 세계관을형성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1만8,000원. ■‘반세계화의 논리’. (윌리엄 K.탭 지음 이강국 옮김,까치 펴냄). 신자유주의,즉 세계화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미국 클린턴행정부 때 본격적으로 추진된 신자유주의 물결에 대해서는그동안 국내외에서 다양한 분석을 시도했다.국내에서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시각은 한국적 여건 탓에 소수 견해에머물러 신자유주의를 비판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많지 않았다. 이런 불균형을 감안할 때 신자유주의를 비판적으로 해부한 미국 퀸스칼리지 경제학과 교수인 저자의 시각은 유용하다. 99년 미국 시애틀에서 벌어진 반세계화시위를 계기로 미국 식의 일방적 세계화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진다.비록 뒤늦은 감은 있지만,현재 진행형인 세계화와 관련해 일독할 가치가 충분하다.월간 말,8,500원이종수기자
  • 서울대 수시 면접…다단계 평가에 수험생 당황

    서울대는 12일 수시모집의 심층면접에서 평이한 문제를 출제한 뒤 추가·반박 질문을 하는 ‘다단계 평가’ 방식을 썼다. 대부분의 수험생은 문제는 쉬웠지만 교수들의 이어지는 질문에 당황하거나 진땀을 뺐다. 면접은 기본소양과 전공적성으로 나누어 10여분씩 실시됐으며,면접관은 단과대별로 2∼5명씩 참가했다.학생들은 2∼3문제 가운데 원하는 문제를 골라 답했다.답변 전에 생각할 수있는 시간도 5∼10여분씩 주어졌다. 전공적성 면접에서는 시사 상식보다는 기본적인 원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를 주로 평가했다.사회과학대 면접에서는 ‘정책·이념을 내세우는 서구의 정당에 비해 혈연·지연·학연을 내세우는 한국 정당의 장단점’을 물었다.법대에서는 ‘근무시간 중 음란사이트 검색에 대한 징계는 정당한가?’라고 물은 뒤 ‘관광사이트 검색은 어떠한가? 점심시간에했다면?’등의 추가 질문을 했다.사범대는 교직인성 평가에서 ‘우리나라 교육열의 장단점’등을 질문했다. 인문대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조 그림을 예로 들면서 ‘모조품을 진품과 유전자까지 동일하게 만들었다면 둘의 인문학적 차이와 가치는 무엇’인지 물었다.‘일반적인 프로포즈와 성희롱의 차이’를 묻기도 했다.자연과학대 면접에서는 ‘인공위성에서 무중력 상태가 일어나는 원인과 이를응용할 수 있는 분야’등을 묻는 문제가 출제됐다. 사회과학대에 응시한 서울 M고의 강모군(18)은 “문제가 심층적이기 보다 전반적인 지식을 묻는 것이어서 상식 수준에서 답했으며,영어 질문은 없었다”고 밝혔다. 윤창수기자 geo@
  • ‘오색산수전’ 여는 한국화가 정종미씨

    “조선시대 화가 안견은 수묵(水墨·빛이 엷은 먹물)을 통해 이상향을 표현했지만 저는 우리의 ‘전통색’을 통해 이상을 담으려 합니다.” 홍화(붉은 색),쪽(쪽빛),황벽(누른 색) 등 식물에서 짜낸전통색을 이용해 산수의 모습을 추상화로 그려내는 작가 정종미(44).그가 오는 10월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오색산수’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연다.전시작품은 30호부터 500호까지 25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보다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가 좋고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보다 영주 부석사의 조사당벽화가 훨씬 아름답습니다.” 그가 그린 작품들 가운데 ‘몽유도원도’‘몽유고서도’‘황룡사지’ 등 ‘옛 것들’이 포함돼 있는 이유를 유추해 볼 수있는 대목이다. “제가 사용하는 재료는 우리 선조들이 불화와 민화,공예품 등에서 사용했던 것들입니다.지금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이런 재료들을 발굴,연구하고 새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서양화가 표현해내지 못하는 독특한 색감과 질감의 예술세계를 형성하자는 것이지요.” “한지를 만져 보셨나요.얇으면서도 그처럼 부드럽고 질긴것은 없다는 게 서양 사람들의 얘기예요.종이 성격이 마치생활력 있고 강인한 한국 여성같이 느껴져요.” 그는 90년대 중반 미국 뉴욕으로 연수하러 갔다. “유럽,아시아,아프리카 등 전 세계의 그림들이 집결된 미국 미술시장을 보고 나서,전통 회화와 공예에 관한 연구와자부심을 통해서라야만 세계 속에 설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그는 “전통 회화 특히 산수의 경우 수묵화에 너무 익숙해있어서 우리의 산과 물이 마치 흑과 백으로 돼 있는 것처럼착각해 왔다”면서 “전통 고구려 벽화,고려 불화,조선 민화,도자기,공예,염색 등에서 나타나는 색에 대한 감각은 세계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한다.흔히 우리 민족을 ‘백의민족’이라고 하지만 선조들의 색감은 탁월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먼저 종이를 염색한 다음 종이의물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다듬이질을 하는 것입니다.그 위에 채색이 올려지고 몇 날을 불려서 갈아 만든 콩으로 장판지를 만들듯 콩땜을 합니다.쪽,홍화 등으로 물을 들이기도합니다.” 그는 “이렇게 하면 화면에 미묘한 색들이 깊이있고 투명하게 겹치고 떠오르며,독특한 재질감이 배 나오게 된다”고 말한다.마지막으로 염색한 모시와 삼베,다른 한지들을 콜라쥬(화면에 붙임)해 질감과 공간감을 확장시켜 나가게 된다. 그는 추상산수화를 그리기 위해 고구려벽화,고려불화,민화등을 8년간 연구했고 지난해 여름 ‘우리 그림의 색과 칠’이라는 책을 냈다.홍콩에서 발행되는 미술잡지 ‘아시안 아트 뉴스’ 올해 첫호 표지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02)720-6474유상덕기자 youni@
  • 다빈치 습작 148억원에 낙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은필화(銀筆畵) 습작품 ‘말과 기수’가 10일 영국 런던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814만파운드(한화148여억원)에 팔렸다. 이는 이른바 거장(巨匠)으로 불리는 15∼18세기 유럽 화가들의 작품 가운데 지금까지 가장 비싸게 팔린 미켈란젤로의‘예수부활 습작’ 경매가와 같은 것으로 역대경매 최고액을 기록했다. 은촉이 달린 첨필(尖筆)로 그린 ‘말과 기수’는 말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다빈치 특유의 독특한 화법으로 소화해낸수작으로,현재 플로렌스 우피지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메이자이 숭배’를 그리기 위한 습작품이다. 제작연도는 1481년이며,플로렌스 수도승들을 위한 제단 후면 장식용으로 제작됐다. 런던 AFP AP 연합
  • 신간 맛보기

    ●백과사전에도 없는 바티칸 이야기(니노 로 벨로 지음,이영수 옮김,생활성서사 펴냄) 총면적 0.44㎢에 인구가 1,000명도 안되는 초미니 국가. 그러나 전세계 10억 가톨릭 신자들의 정신적 수도로 어느강대국 못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나라 바티칸. 로마제국이 무너지고,중세 봉건제후들도 몰락하고,근대를 호령하던 황제들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2,000년간 변함없이 서양사의 중심에 우뚝 서있는 바티칸의 숨은 힘은 무엇일까.미국 ‘헤럴드 트리뷴’ 기자 출신인 저자가 그 궁금증을 르포형식으로 파헤쳤다.6,800원. ●이노베이터의 조건(피터 드러커 지음,이재규 옮김,청림출판 펴냄) ‘현대경영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경영관련 저술가로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저술 가운데 절반은 사회와 공동체에 관한 것들이다.드러커는 스스로를 사회생태학자(socioecologist)라고 부른다.이 책은 미래학자이자 사회생태학자로서의 드러커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준다.그가 내다보는미래의 모습은 사회적 다원주의가 확산되고, 글로벌 경제로의 전환에 따라 재화와 용역의 교역보다는 자본의 이동이 경제의 원동력으로 자리잡는 사회이다.1만3,000원. ●신화와 예술로 본 기형의 역사(게르트 호르스트 슈마허지음,이내금 옮김,자작 펴냄) ‘학문의 혁명시대’로 불렸던 17세기 말까지만 해도 기형아를 출산한 여자들은 악마와 육체적인 결합을 했다는명목으로 화형에 처해지곤 했다.해부학자인 저자는 ‘기형’이 신화적 사고의 사슬에서 벗어나 기형학(teratology)으로 당당히 대접받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생생히 다뤘다. 고고학적 발굴물이나 예술작품에 대한 분석을 통해 기형적인 존재들이 각 시대와 지역에 따라 어떻게 수용돼 왔는가도 밝혔다.의학과 예술의 접목을 시도했다.9,800원. ●프리다 칼로&디에고 리베라(르 클레지오 지음,신성림 옮김,다빈치 펴냄) 멕시코를 대표하는 화가 디에고 리베라와, 그의 아내이자초현실주의 화가인 프리다 칼로의 혁명과 예술 그리고 사랑 이야기.프리다 칼로의 그림은 ‘이마에 난 제3의 눈’‘목을 휘감고 있는 머리카락’‘눈물방울’‘화면에 낭자한 피’등의 이미지로 상징된다. 벽화주의 운동의 상징인 디에고 리베라는 큐비즘의 영향을떨쳐버리고 멕시코 전통예술에 기초한 자신만의 세계를 개척했다. 이 부부는 ‘비둘기와 식인귀의 만남’이란 말을들었을 정도로 개성이 뚜렷했다.1만8,000원.
  • [굄돌] 작은것이 아름답다

    며칠 전 서울 인사동에서 우연히 만난 몇몇 화방이나 표구사를 하는 분들이 점포 때문에 푸념을 하는 소리를 들었다. 작품들이 점차 대작으로 달라져서 도저히 좁은 공간으로는화판이나 액자제작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작품들의 대형화 추세는 공모전,대학의 강의실을 비롯하여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느껴진다.작품의 질과는 상관없이 일단 시위를 하고 보자는 식의 규모 확장은 결국 공사로 따진다면 부실공사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그만큼 밀도가 없는 부실한 작품들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생전에 불과 20여 점만을 남기고 갔지만 77×53cm의 ‘모나리자’를 비롯한 대표적인 작품들은 우리들에게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고 있다.안견의 ‘몽유도원도’가 그렇고,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나 ‘부작난도’ 역시 대작은 아니지만 미술사에서 보석같은 작품들로 꼽힌다.이중섭이 그렇고 이상범,변관식,박수근이나 장욱진 등대표적인 작가들이 그렇다.양적으로도 소수에 그치지만 정수를 보여주는 예가 너무나 많다.고려청자가 그렇고,고려불화 역시 얼마 남지 않은 작품들이지만 모두가 국보급으로지정해도 좋을 만큼 우리문화의 유산이 되고 있다.미술사에서 이같은 예는 얼마든지 있다. 최근 우리의 의식 속에는 언제부터인가 양적인 과시에 집착한 부풀리기나 규모의 시위가 질적인 절대가치보다 앞서가는 추세이다.보다 크고,높고,많은 숫자를 좋아하게 된 것은 심리적으로 보면 단기적으로라도 규모에서 압도하려는의식이 반영된 것이지만 이같은 흐름이 결국 거품가치를 양산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호당가격제라는 신기한 그림값을 통해 거래되어온 우리 미술시장의 기이한 현상 역시 작품의 절대가치를 무시한 오류이며,거시적으로 보면 백화점식의 확장을 해가는 기업이나 교육기관의 팽창도 결국 전문화된 경영이나 밀도있는교육과 연구를 포기하는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작은 것은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다.미술작품에 한정된 말은 결코 아닐 듯 한 이 한마디가 다시금 새롭게 다가온다. 최병식 경희대 교수미술 평론가
  • 고흐·드가·다빈치의 실화 ‘내가 만난 미술가‘

    예술가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어린이인지 모른다.세상의 편견에 물들지 않은 순수함이야말로 아이들과 예술가의 공통분모다.예술가들의 바로 곁에서 그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함께 느끼며 힘이 돼주려 했던 아이들이 들려주는 예술가들의 삶.영국 출신 작가 로렌스 안홀트가 글을쓰고 그림을 그려 넣은 ‘내가 만난 미술가 그림책’시리즈는 아이들의 눈을 통해 본 세 화가의 삶의 이야기다.‘반고흐와 해바라기 소년’‘드가와 발레리나 소녀’‘레오나르도와 하늘을 나는 아이’등 3권으로 돼있는 이 시리즈는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반 고흐…’에서 작가는 고흐가 아를르에 살 때 만났던우편집배원 조제프 룰랭의 아들 카밀을 화자로 내세운다.유쾌한 성격의 사회주의자였던 룰랭은 나중에 고흐가 병원에입원한 뒤에도 변함없이 찾아와 위로해 준 진정한 친구였다.초상화는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이나 존경을 그리는 것이라고 여긴 고흐는 룰랭의 가족 모두를 그렸을 정도로 룰랭 집안과 친했다.카밀은 해바라기 한 다발을 고흐에게 선물해‘해바라기’란 작품을 그리게 한 장본인이다. ‘드가…’에 나오는 아이는 마리 반 괴텐이라는 소녀다. 드가가 점점 시력을 잃어가던 즈음,마리는 파리의 오페라발레학교에 입학한다.마리의 꿈은 발레리나가 되는 것.하지만 집안 사정 때문에 발레를 계속하지 못한다.마리는 드가의 모델이 되면서 가족도 없고 시력도 잃어가는 이 늙은 화가의 외로움과 고통을 이해하고 위로한다.그리고 드가의 조각 ‘발레리나 소녀’를 통해 꿈을 이룬다. 레오나르도는 평생 25점의 그림밖에 완성하지 못했다.그나마 남아 있는 것도 10점 뿐이다.‘레오나르도…’는 레오나르도의 화가로서의 모습보다는 발명가로서 하늘을 나는 꿈을 실현하고자 했던 열정에 초점을 맞췄다.책에 나오는 조로와 살라이는 레오나르도의 작업실에서 일했던 실존인물. 이중 조로는 스승의 화풍을 이어 받아 화가가 됐다.그가 체케로 산에서 비행실험을 한 것은 하나의 전설로 전해진다. 레오나르도는 조로 덕분에 사람도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꿈을 간직할 수 있었다. 이 책들에는 3명 화가의 크고 작은 특징들이 그림으로든글로든 곳곳에 잘 녹아 있다.고흐의 경우 그림을 그리면서밀짚모자에 초를 세워 놓았던 것이나 화가공동체를 만들 생각으로 마련한 노란 집이 생생하게 드러난다.드가에게서는성격이 괴팍해 모델들을 힘들게 하고 직접 포즈를 잡아 보이기도 했던 점이 눈에 띈다.레오나르도의 경우 동물을 좋아했던 것,특히 새장에 가둬놓고 파는 새를 보면 사서 자유롭게 놓아줬던 점이나 왼손잡이여서 뒤집힌 글씨를 썼던 것,7,000쪽이 넘는 아이디어 공책을 남겼을 정도로 메모광이었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내가 만든 미술가 그림책’ 시리즈는 영국에서는 초등학생용 국정미술교과서로 추천되었으며,애니메이션과 점자책으로도 만들어지는 등 화제를 모았던 책이다.이복희 옮김웅진닷컴 펴냄. 김종면기자
  • 2001 길섶에서/ 거울

    거울은 참 요긴한 물건이다.가장 큰 특징이라면 사물을 있는 그대로 거짓 없이 비춘다는 점일 게다.한때 레오나르도다빈치가 지녔던 거울에 적힌 문구가 이를 잘 말해준다.루브르박물관이 소장 중인 상아 테 두른 그 멋진 거울엔 ‘아,여자여,나에게 불평하지 말라,나는 그대가 준 것을 돌려줄뿐이니’라는 글이 적혀 있다. 최근 일본의 한 발명가가 ‘거울에는 좌우가 거꾸로 비쳐진다’는 통념을 깬 거울을 발명했다.2개의 거울과 투명 유리 1개를 삼각기둥으로 짜맞춰 실용신안 특허를 받았다.2개의 거울을 반사시켜 허상을 실상으로 바꾼 게 발명의 요체다.이 거울은 ‘바르게 비치는 거울’이라는 뜻의 ‘정영경(正映鏡)’으로 명명됐다. 그러나 오늘의 일본 사회에 진짜 필요한 것은 세계 여론이라는 거울에 자신을 비쳐보는 일이 아닐까.터무니없는 역사왜곡 교과서로 물의를 빚고 있어 하는 말이다. 오죽 했으면히타카 로쿠로 전 도쿄대 교수 등 일본의 양식 있는 인사들이 역사 인식의 후퇴가 일본을 ‘세계의 외톨이’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을까 싶다.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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