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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윔블던테니스] 작년 챔프 모레스모 8강 탈락

    디펜딩 챔피언 아멜리 모레스모(프랑스)가 4회전에서 쓴잔을 들었다. 모레스모는 4일 영국 올잉글랜드클럽에서 끝난 윔블던테니스 여자 단식 16강전에서 ‘제2의 샤라포바’ 니콜 바이디소바(체코)에게 1-2로 져 짐을 쌌다. 지난해 호주오픈과 윔블던을 제패하며 ‘무관의 제왕’ 꼬리표를 뗀 모레스모는 그러나 올해 호주오픈 4회전, 프랑스오픈 3회전에 이어 윔블던에서도 타이틀 방어에 실패,‘메이저 슬럼프’에 빠졌다. 반면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에서 각각 4강과 8강에 올랐던 바이디소바는 세대 교체의 선두 주자답게 윔블던에서도 승승장구, 메이저 최고 성적까지 바라게 됐다. 프랑스오픈에서 결승까지 진출,‘세르비아 돌풍’을 이끈 아나 이바노비치는 나디아 페트로바(러시아)를 2-1로 제치고 8강에 합류했다. 남자부에서는 2002년 챔피언 레이튼 휴이트(호주)가 기예르모 카나스(아르헨티나)를 3-1로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스페인)와 앤디 로딕(미국)은 8강에,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니콜라이 다비덴코(러시아)는 16강에 올랐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윔블던] 이형택 몸풀듯 2회전 진출

    이형택(31·삼성증권)이 3년 연속 윔블던 2회전에 진출했다.이형택은 27일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벌어진 대회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아르헨티나의 마틴 바사요 아르케요를 3-0으로 완파하고 2회전에 합류했다. 올해 메이저대회 첫 승. 지난 2005년 이후 세 차례 연속 일궈낸 윔블던 64강이다. 이형택은 1월 호주오픈과 이달 초 프랑스오픈에서 모두 1회전에서 탈락했었다. 이형택은 올해에만 클레이와 하드코트 등에서 상대 전적 2전 전패로 밀려 고전이 예상됐지만 아르케요가 잔디코트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해 1시간32분 만에 승리를 낚았다. 이형택은 역시 아르헨티나의 아구스틴 카레리와 대회 첫 3회전 진출을 다툰다. 롤랑가로를 3차례 연속 제패한 ‘왼손 천재’ 라파엘 나달(스페인)도 마디 피시(미국)를 3-0으로 꺾고 순조롭게 출발했다.‘세르비아의 별’ 노박 조코비치와 제임스 블레이크(미국), 레이튼 휴이트(호주), 니콜라이 다비덴코(러시아) 등 상위 랭커 등도 무난히 2회전에 안착했다.여자부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아멜리 모레스모(프랑스)가 자미아 잭슨(미국)을,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는 타이완의 찬융잔을 나란히 2-0으로 일축하고 64강에 진출했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일반신도 다비장’ 길 튼 통도사

    지난 22일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는 이례적인 다비(茶毘)의식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다름아닌 지난 18일 77세를 일기로 별세한 사기장(沙器匠) 장여 신정희 선생의 장례가 이 통도사 연화대에서 열렸던 것. 우리 삼보사찰 중 불보(佛寶) 사찰이라는 천년고찰 통도사에서 일반 재가신자들에게 다비를 허용하기는 처음으로 불교계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통도사가 일반 신자에게 다비장을 내준 데는 주지 정우 스님의 역할이 컸다. 정우 스님은 이번 신정희 선생의 다비에 앞서 지난 2002년 하운청 덕성여대 중문과 교수의 장례 때도 사찰 다비장을 쓰도록 한 전례를 남긴 스님이다. 고(故) 하운청 교수가 남긴 유고시집 ‘산으로 가는 마음’을 들여다 보면 정우 스님이 인도와 네팔을 순례하며 찍은 사진이 여럿 들어 있다. 정우 스님과는 아주 개인적인 친분이 두터웠던 것이다. 물론 신정희 선생의 통도사 경내 다비 허용은 통도사의 대중회의를 통해 결정한 일이다. 그런 과정에서 주지 정우 스님의 목소리가 강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정희 선생은 일본 이도다완의 원형인 조선 황도사발을 500년 만에 재현해 내는데 성공, 도예계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 통도사에 ‘신정희요(窯)’를 차려 놓고 작품 활동을 해온 만큼 통도사와는 인연이 아주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산중회의 때도 정우 스님의 주장이 무리없이 수렴됐을 것이다. 통도사측은 일반인의 경내 다비허용과 관련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은 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통도사와 인연이 깊고 사회적 공로가 많은 신자들에게는 지속적으로 경내 다비를 허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지 정우 스님도 다비장 개방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불교계에서는 통도사의 일반인에 대한 다비장 개방을 놓고 “본래의 다비 의미를 희석시키고 오남용될 위험성이 크다.”는 의견과 “다비에서 스님과 재가신도를 구분하는 것은 시대착오로 다른 사찰들도 개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계종 총무원의 한 관계자는 “일반 신도가 원하고 순수한 의미의 장례로 치러진다면 종단에서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그러나 사찰들이 사찰 훼손과 불교의 정서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하루 332명 이름 바꾼다

    하루 332명 이름 바꾼다

    #1 초등학교 2학년생인 승진(9·가명)이는 최근 이름을 바꿨다. 원래 이름의 마지막 글자인 ‘풍’자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방귀대장 뿡뿡이’라고 놀림을 받았기 때문이다. 승진이가 이름 때문에 학교가기를 꺼려해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이 법원에 개명 신청을 했다. #2 태어난 지 6개월이 채 안된 아영(1·여·가명)이는 두 달 전까지 ‘인령’으로 불렸다. 부모가 무심코 이름을 지었지만 발음이 어려운데다 나중에 성명철학소에 갔더니 ‘아이의 앞길을 막는 이름’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아영이 부모는 조금이라도 어릴 때 이름을 고쳐줘야겠다는 생각에 개명을 신청했다. ●“바꿀 거면 더 늦기 전에…” 최근 초등학생과 미취학 어린이들의 ‘이름 바꾸기’가 부쩍 늘고 있다.‘개명(改名) 열풍’은 개명이 쉬워진 2005년 12월 이후 ‘삼순’,‘창녀’,‘김일성’ 등 이름을 바꾸려던 어른들이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초등학생 이하 아이들의 개명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름을 바꿀 생각이라면 더 늦기 전에 바꾸겠다는 것이다. 개명 신청자 중에는 만 1살도 안 된 아이가 개명하는 경우도 있다. 대법원에서 개명과 관련한 연령대별 통계를 별도로 분류하지 않고 있지만, 개명 전문 법무사사무소 등에 따르면 전체 개명 신청자의 2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양천구 M초등학교와 서초구 B초등학교는 최근 각각 3명이 이름을 바꿨고, 강남구 D초등학교는 4명이 개명을 했다. 올 1월부터 4월까지 새 이름을 얻은 이는 3만 9915명으로 하루 평균 332명 꼴이다. 이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 12만명이 개명을 하게 된다. 범죄 은폐나 법적 제재 회피 등의 불순한 의도가 없다면 개명을 허가하도록 한 대법원의 개명허가 사무처리지침(2005년 12월23일) 이후 지난해 9만 8710명(하루 평균 270명)이 이름을 바꾼 데 이어 올해도 20%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미성년자의 경우 60∼70%는 사주 때문에 이름을 바꾼다.”면서 “최근들어 미성년자 개명 신청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 행복추구권 되레 침해 우려” 무분별한 개명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부모의 만족을 위해 아이의 의사와 관계없이 너무 튀는 이름으로 바꿀 경우 아이의 행복추구권을 되레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서울남부지법 구욱서 법원장은 세살배기 아이의 이름을 ‘다비’로 바꿔달라는 개명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 법원장은 결정문에서 “통상적이지 않고 특이한 이름으로 바꾸려면 아이가 성장해 자신의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될 때 의사를 존중해 결정하는 게 맞다.”고 판시했다. 임일영 이경원기자 argus@seoul.co.kr
  • 사기장 신정희씨 별세

    이도다완의 원형인 황도사발을 재현해 내는데 성공한 사기장 신정희씨가 18일 오후7시 부산 침례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7세. 젊었을 때 작은 계기로 도자기에 매료돼 외길만 걸어온 신씨는 경남 양산 통도사 경내에 신정희요를 차렸다. 아들 네명도 각자의 요를 차리고 사기장의 길을 걷고 있다.발인은 22일 오전 9시, 장지는 경남 양산 통도사 다비장.(051)583-8906
  • 세계 금융가의 제왕 기 드 로스차일드 타계

    세계적인 금융재벌을 구축해 2세기 넘게 지구촌 경제를 좌지우지해 온 유대인 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의 기 드 로스차일드가 12일(이하 현지시간) 9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뉴욕타임스는 14일 한 세기 동안 세계 금융계를 이끌어 온 그와 로스차일드 가문을 소개했다. 금융재벌의 ‘창업자’ 마이어 암셸(1744년·독일 태생)의 아들로 로스차일드 가문의 프랑스 지부를 세운 제임스의 증손자인 기 드 로스차일드는 화려한 생활을 즐겼던 선조와 달리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가문을 이끌었다. 2차대전 때 프랑스가 독일에 점령되자 프랑스에서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1944년 파리로 돌아온 그는 가업 재건에 나선다.1953년 그가 고용한 조르주 퐁피두와는 막역한 사이였고, 퐁피두가 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되면서 로스차일드 가문은 프랑스 정부와 긴밀한 관계가 된다. 그는 로스차일드 은행을 인수합병 전문 투자은행으로 키우고 와인 제조, 경주마 사육 등을 통해 큰 돈을 벌었다. 1981년 사회당이 집권, 로스차일드 은행을 국영기업으로 바꾸자 그는 미국으로 이주한다. 그의 큰아들 다비드는 파리에서 다시 은행업을 시작해 현재 로스차일드 런던 은행까지 유럽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금융재벌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창업자 마이어 암셸은 나폴레옹 전쟁과 유럽 철도 붐을 이용, 큰 돈을 벌어 세계 역사를 막후에서 움직이는 큰손으로 평가받고 있다.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종교건축 이야기] (30) 500년만에 복원된 개성 영통사

    [종교건축 이야기] (30) 500년만에 복원된 개성 영통사

    남과 북이 공동으로 복원 불사에 나서 2005년 10월 원래의 모습을 되살려 놓은 고려 사찰 개성 영통사(개성시 개풍군 영남면 용흥리). 고려 태조 왕건의 조상들이 터를 잡고 살았던 왕씨의 발상지이자, 대각국사 의천이 출가해 35년간 주석하며 한국 천태종을 개창한 유서깊은 고찰이다. 고려 현종 18년(1027년)에 창건되어 고려 왕실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받아 융성했으나 16세기쯤 소실되어 이름만 전하던 사찰. 천태종 개창자인 대각국사 비와 당간지주, 그리고 세 개의 탑만 덩그맣게 남아있던 것을 남북이 힘을 모아 29개의 전각을 원 모습대로 세워놓았다.500여년간 불교계에선 그저 ‘꿈의 성지’로 남아있었던 폐사 영통사. 하지만 이젠 웅장한 제 모습을 어엿하게 되찾아 일반 신도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조선 중기의 기록들에 따르면 고려시대 불교가 한창 성할 무렵 개성 성내에는 300여개의 사찰이 있었으며 절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 것 만도 100개가 넘는다고 한다. 태조 왕건 자신도 고려를 세운 뒤 궁궐 주변과 송악산 기슭에 25개의 절을 지었던 것으로 전한다. 이 가운데 갓을 쓴 5개의 산 봉우리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오관산(五冠山) 아래, 영통사가 자리잡은 영통골은 예로부터 절경과 길지로 이름 높았다. ‘큰 골짜기’란 뜻의 마하갑으로 통했던 영통골에서 왕건의 할아버지가 출생했다. 승려가 된 증조 할아버지도 이곳에 작은 절을 짓고 살았는데 왕건이 고려를 세운 뒤 절을 중창해 이름을 숭복원이라 고쳐지었다고 한다. 이후 고려 왕실은 숭복원을 왕의 원당으로 삼아 왕건의 아버지인 세조 왕륭과 태조 왕건, 문종, 인종, 명종 등 역대 왕의 초상을 모셔놓고 정기적으로 참배했다. 지금 영통사란 이름의 사찰은 고려 현종기인 1027년 그 자리에 세워진 것으로 전한다. 왕실 사찰의 위상에 더해 영통사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11세기 대각국사 의천이 천태종을 개창하면서부터. 대각국사 의천은 이곳에서 35년간 주석하며 불교학설을 강의해 남북한을 통틀어 빼놓을 수 없는 명찰로 키웠다. 1530년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 영통사의 온전한 모습이 등장하고 있지만 1671년 김창협의 ‘송도유람기’에 적힌 “영통사의 주요건물이 불 탔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16세기 중반 절이 소실됐을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북한이 고려왕조에 눈을 돌리기 시작할 무렵인 1997년부터 북한 조선사회과학원과 일본 다이쇼(大正) 대학이 공동으로 발굴 작업을 벌였다. 이후 남한의 천태종이 50억원 상당의 기와 46만장, 단청 재료, 묘목 등을 제공해 1만 8000여평 부지에 고려양식의 원 사찰을 고스란히 되살려놓은 것이다. 형태는 옛 고려 사찰 그대로이지만 북한군이 상주하며 올려세운 전각들은 한결같이 콘크리트 건물이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절 앞에 서면 예사롭지 않은 대찰이었음을 금세 알 수 있다. 주차장에 바로 붙여 조성한 큰 마당 서편에 선 높이 4.7m, 두 돌기둥 사이 폭 72㎝의 거대한 당간지주가 당시 영통사의 사격이 어떠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남한 사찰에선 흔한 일주문은 보이지 않는다. 일주문 격인 남문을 통해 절 안에 들면 거대한 회랑으로 나뉜 3개의 구역에 각각 들어앉은 전각들이 웅장하게 다가온다. 서편 끝의 종루와 동편 모서리의 경루가 회랑으로 연결된 정문인 중문에 들어서면 양 옆의 삼층석탑, 가운데에 오층석탑을 거느린 보광원이 우뚝선 채 내려다보고 있다. 전통사찰의 대웅전격 전각으로 영통사에선 중심 건물.2층 구조의 지붕 아래 닫집을 만들어 그 아래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석가모니불과 노사나불을 모셨다. 보광원 뒤편에는 중각원과 숭복원이 차례로 앉았다. 중각원은 대각국사와 제자들이 공부를 하던 곳.‘고려사’에는 이곳에서 50여차례의 대규모 강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한다. 숭복원은 태조 왕건의 원당으로 썼던 곳으로 나중에 사찰을 찾는 왕의 숙소로도 사용되어 행궁이라 불린다. 회랑으로 사방을 막은 것을 볼 때 당시에도 사찰의 다른 공간과 경계를 철저히 했음을 알 수 있다. 관세음보살을 봉안한 보조원 구역을 들어가려면 동문을 통해야 한다. 동문 앞에는 그 유명한 대각국사비가 우뚝 섰다. 거북 받침과 바닥돌을 1개의 통돌로 만들었는데 비 높이가 4.32m나 된다. 앞면엔 어린 시절부터 천태종을 개창하기까지의 대각국사 행적을 새겼고 뒷면에는 대각국사 제자 영근화상이 해서체로 쓴 묘실과 비명 내력인 사적기와 문도들의 이름이며 직명을 적은 제자 혜소의 글이 들어 있다. 보조원 뒤편에는 영통사와 관련있는 역대 고려 왕들의 초상을 모신 영영원이 서 있다. 사찰 뒤편 산 중턱엔 대각국사의 화상을 모신 경선원이 사찰을 내려다보고 있다. 대각국사는 이 곳에서 서쪽으로 4㎞ 떨어진 총지사에서 열반했는데 대각국사의 유언을 따른 제자들이 영통사에 잠시 법구를 안장했다가 다비한 다음 사리탑인 부도를 세웠다고 한다. 경선원 바로 앞에는 그 때 세운 부도가 그대로 서 있다. ‘송도제일루(松都第一樓)’라 쓰인 종루에서 회랑을 통해 동쪽 끝 경루에 올라서면 옛 시인이 쓴 시구가 눈에 든다. ‘오관산하고총림(五冠山下古叢林) 풍만누대녹수음(風滿樓臺綠樹陰) 경절진훤상한적(境絶塵喧常閒寂)’ ‘오관산 아래 총림이 섰으니/바람 가득한 누대에 푸른 나무 숲이 우거졌구나/빼어난 절경에 티끌마저 사라지니 이 얼마나 한가롭고 고요한가’ 남북이 합동 공사를 진행하면서 서로 다른 입장 차로 인해 수차례나 중단될 뻔했던 영통사 복원. 처음부터 수월치 않았지만 마침내 500년 염원을 풀어낸 큰 불사를 예견한 듯해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kimus@seoul.co.kr ■ 대각국사 의천은 영통사는 고려 왕조의 위상을 다시 세우기 위한 북한의 정책에 따라 500년 만에 복원되었지만 천태종찰을 되찾기 위한 남북한 불교계의 원력으로 되살아났다는 종교적 의미를 갖는다. 말할 나위 없이 그 가운데에 대각국사 의천(1055~1101)이 있다. 대각국사 의천은 태조 왕건의 4세손인 고려 11대 문종왕의 넷째 아들로 만월대 왕궁에서 태어난 인물. 여러 왕자들을 불러모은 문종이 당시 왕들도 자식을 승려로 만들었던 세태를 따라 “누가 승려가 되겠느냐.”고 물었는데 의천이 서슴없이 부왕의 뜻을 받들어 영통사로 출가했다고 한다. 10살 때 출가해 2년 뒤 승가에서 수여하는 높은 칭호인 ‘우세승통’에 올랐고 송나라의 이름난 사찰을 돌며 선지식인들과 만나 불교를 익혔다. 송나라에서 가져온 불경·경서 1000권 등을 모아 흥왕사에 교장도감을 설치, 이 곳에서 1000여종 4769권에 달하는 불경을 출판한 게 ‘고려속장경’이다. 고려속장경은 원의 침략으로 1232년 불탔다. 의천은 어머니와 선종이 죽은 뒤 남쪽으로 유람해 합천 해인사에 은거하던 중 의천의 셋째 형인 숙종의 부름을 받아 흥왕사 주지로 있다가 개성 총지사에서 입적했다. 의천이 세운 천태종은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여러 나라들에 전파되었으며 의천은 입적후 대각국사라는 시호를 받았다. 대각국사비는 17대 왕 인종의 지시에 따라 세워진 것이다.
  • ‘황제’ 페더러 결승 선착

    황제의 진가가 드러난 한판이었다. 1·2세트를 내리 따낸 뒤 돌입한 세 번째 세트. 게임 스코어 6-6에서 타이브레이크 5-6으로 몰린 상황. 로저 페더러(세계랭킹 1위·스위스)는 세컨드 폴트를 선언당할 수 있는 절대절명의 순간에 혼신의 힘을 서비스에 실었다. 처음에 라인을 벗어난 듯 보였던 공은 완연한 커브를 그리며 니골라이 다비덴코(4위·러시아)의 발 앞에 뚝 떨어졌고 다비덴코는 멍하니 공의 궤적을 눈으로 좇을 뿐이었다. 페더러는 8일 밤(이하 한국시간) 파리 롤랑가로 코트에서 벌어진 프랑스오픈테니스 남자단식 준결승에서 3시간1분의 대접전 끝에 다비덴코를 3-0(7-5 7-6(7-5) 7-6(9-7))으로 힘겹게 따돌렸다. 그는 2005년 윔블던 이후 메이저대회 8회 연속 결승에 진출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1933년부터 2년간 잭 크로포드가 세운 7회. 메이저대회 4연속 우승 및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눈앞에 둔 페더러는 7차례 메이저대회에서 프랑스오픈을 제외하고는 6차례나 우승컵을 들어올렸기에 10일 밤 진행되는 결승에서 어느 때보다 그의 야망이 활활 타오를 것으로 보인다. 페더러는 상대 전적에서 8전 전승을 거둔 다비덴코를 상대로 손쉽게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책을 48개나 범했고 2세트와 3세트를 모두 타이브레이크 혈전으로 치렀다. 그러나 서브 에이스 10개를 폭발시키며 2개에 그친 다비덴코를 압도했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그의 어이없는 실책을 유도하면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의 결승 상대는 이날 밤 11시40분 시작된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노박 조코비치(6위·세르비아)전의 승자. 페더러가 클레이코트 징크스를 딛고 우승할 경우,1999년 앤드리 애거시(미국)이후 명맥이 끊긴 남자부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6번째 주인공이 될지도 관심거리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32) 비장증후군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32) 비장증후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슴을 열어 심장의 병을 의학적으로 해결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 그만큼 ‘심장병’이 주는 중압감은 크다. 이처럼 환자는 물론 의료진들에게도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선천성 심장병을 동반하는 질병이 바로 비장증후군이다. 비장증후군에 대해 심장질환 전문병원인 세종병원 소아과 김수진 과장은 ‘치료 받지 않으면 환자가 조기에 사망할 수밖에 없는 병’이라고 설명한다.“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심각한 저산소증이나 폐동맥 고혈압 등으로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치료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수술이 치료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치료의 시작이며, 그 만큼 환자가 느끼는 부담도 크지요.” 정상인의 신체는 외형상 좌우가 대칭이다. 그러나 흉부와 복부 내부의 장기를 보면 구조와 배열 모두 좌우가 다른 비대칭이다.“이처럼 좌우가 다른 흉부와 복부 장기 중에서 비장의 이상이 심장 기형과 함께 나타나는 질환을 ‘비장증후군’이라고 한다. 아예 비장이 없으면 ‘무비증후군’, 비장이 여러 조각으로 갈라진 상태이면 ‘다비증후군’이라고 부른다. 비장(脾臟)이란 횡경막과 왼쪽 콩팥 사이에 있는 장기로, 흔히 지라라고 한다. 림프구를 만들고, 혈액 속의 세균을 죽이며, 노쇠한 적혈구를 파괴하는 곳이다. 크기는 길이 10∼12㎝, 너비 6∼8㎝에 무게도 80∼150g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비장의 이상은 바로 심장의 문제로 이어진다. “무비증후군인 경우 흉부의 모든 장기와 일부 복부 장기가 비정상적인 대칭을 이루며, 양쪽의 장기가 비정상적인 오른쪽 장기의 특성을 보입니다. 이에 비해 다비증후군은 흉부 장기와 일부 복부 장기가 모두 왼쪽 장기의 특성을 보입니다.” 정상적인 장기는 ‘왼쪽’과 ‘오른쪽’의 구분이 명확한데 비장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이 패턴이 흐트러져 형태와 위치가 서로 뒤섞인다는 뜻이다. “이런 비장증후군이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의 발병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는 점 때문이다.“선천성 심장병은 통상 인구 1000명당 5.5∼8명 정도의 발생률을 보이며, 이는 세계 각국이 거의 비슷합니다. 이런 선천성 심장병 중에서도 희귀난치 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비장증후군은 특히 임상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의 발병률이 높지만 아직 정확한 통계조차 없습니다.” “태아기에 심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환경 요인이 작용할 것이라고 추정할 뿐 밝혀진 단일 원인은 없습니다. 다만, 최근 들어 유전자 연구를 통해 뭔가 발병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분자생물학을 이용한 염색체 변형에 대해 활발하게 연구를 하고는 있습니다.” 비장증후군을 가진 환자는 대부분 ‘복잡 심기형’을 동반한다. 즉, 심실이 하나뿐인 단심실, 심방과 심실이 확실히 나뉘지 않는 완전 방실중격 결손, 폐동맥 협착이나 폐쇄, 폐정맥의 환류 이상, 심실과 대혈관의 연결 이상 등 여러가지 기형이 동반되는 것. 그런가 하면 부정맥의 발생 가능성도 높다. “이뿐이 아닙니다. 복부에서 무비증이나 다비증, 대·소장이 꺾이거나 꼬이는 회전 이상, 신장이나 비뇨기 계통의 기형 등 다양한 장기 이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특히 무비증의 경우 환자의 면역체계 이상을 동반해 발병 후 몇 시간 또는 며칠 내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들이 드러내 보이는 임상적인 증상도 다양한 편이다.“심장 기형의 유형과 심한 정도에 따라 청색증이나 호흡곤란, 젖을 빨지 못하는 수유장애 등 다양한 심부전 증세를 보이는가 하면 건강해 보이는 아이에게서 심잡음이 확인돼 비장증후군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있지요.” 진단은 크게 어렵지 않다. 흉부 X-레이 검사, 심전도 검사와 함께 심초음파 검사를 거치면 대부분 확진이 가능하다. 본격적인 치료 단계에서는 심도자술이나 컴퓨터 단층촬영(CT)검사를 통해 더 자세한 개인별 질병 정보를 얻기도 한다. “비장증후군은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 대부분 저산소증이나 폐동맥 고혈압 등의 심장질환으로 환자가 조기 사망하기 때문에 적기 치료가 중요합니다. 이 질환에 적용하는 가장 일반적인 치료법이라는 폰탄수술법의 치료 조건에 맞추려면 늦어도 생후 6개월 이전에는 병증을 찾아내야 하지요.” 폰탄수술법은 정상인과 같은 양(兩)심실형으로의 교정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적용하는데, 환자의 기존 심실은 좌심실 역할을 하게 하고, 혈액의 폐 순환을 담당하는 우심실은 심장을 거치지 않고 우회해 폐로 바로 가도록 만들어 주는 수술 방식이다.“초기 영아기 환자라면 생명 유지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면서 수술이 가능한 조건을 갖추도록 한 뒤 생후 6개월과 2∼3세 때에 2회에 걸쳐 폰탄 수술을 시도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또 수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고, 환자에 따라 적절하게 약물을 투여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수술이 곧 완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폰탄수술이 필요한 정도의 증세를 보이는 환자는 예후가 더욱 좋지 않다. 특히 비장이 없는 무비증후군 환자는 림프구 수치가 낮은 탓에 세균에 대한 저항력이 약한 것이 문제가 된다.“세균이 혈류 안으로 들어오면 균혈증, 패혈증이 잘 생기며, 세균 증식도 정상인보다 훨씬 빨라 발병 후 몇 시간내에 사망하기도 할 만큼 치명적입니다.” 비장증후군 자체는 건강보험 지원 대상이 아니지만 대부분 희귀난치성 질환인 심장병을 동반하기 때문에 치료비의 건강보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김 과장은 “그건 그렇다 쳐도 대부분 유아기에 사망하는 이 질환자의 장애평가에 성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이 질환자들의 심장은 양서류인 개구리의 심장과 흡사합니다. 따라서 장애 진단이 당연한데도 우리나라는 이런 기준조차 없어 성인 기준을 적용합니다. 아무리 희귀병이라지만 이런 기준을 적용한다는 게 정말 부끄럽지 않습니까.”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최해국기자 seaworld@seoul.co.kr
  • 佛 사르코지 1기 내각 출범

    |파리 이종수특파원|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신임 대통령의 1기 내각이 18일(현지시간) 출범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전날 프랑수아 피용 총리를 임명한 데 이어 이날 알랭 쥐페 전 총리를 수석장관격인 ‘국가 장관’ 타이틀과 함께 환경 및 지속적 개발·정비 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15명의 장관 인사를 단행했다.7명은 사전 예고한 대로 미셸 알리오 마리 내무·해외영토 장관 등 여성 인사 몫으로 할당했다. 또 대통령 비서실장에 클로드 게앙, 신설한 미국식 외교보좌관직에 장다비드 르비트 주미 프랑스 대사를 임명했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내각의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다.16개 부서의 업무를 재편해 15개 부서로 묶었고 장관 밑에 있던 부장관격인 13명의 ‘담당 장관’을 없앴다. 이에 따라 각료회의 참가 인원이 줄어 정책결정 과정이 단축되고 대통령이 직접 국정을 관장할 여지가 많아졌다. 또 부처간 업무를 조정하던 ‘국가 비서관’을 10여명선으로 유지해오다 4명으로 대폭 줄인 것도 정책 결정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편 대선 과정에 사르코지를 적극 지지한 쥐페 전 총리에게 국가장관 자격을 준 것이나 대선 출마를 포기하고 자신을 지지한 알리오 마리를 핵심 수저인 내무 장관에 임명한 것은 친정 체제를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측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회당 인사를 임명함으로써 ‘통합 정치’ 이미지도 제고했다. 이를 위해 사르코지는 지난 주말 사회당 소속 전직 장관 3명을 비롯, 야당 인사들을 잇따라 만나 입각을 제안했다. 그 가운데 상징성이 큰 베르나르 쿠슈네르를 외무·유럽담당장관에 임명했다.‘국경없는 의사회’를 창설한 그는 인도주의 활동가로 유럽에서 널리 알려진 인사다. 또 사회당 인사를 내각에 임명함으로써 대외적으로는 ‘통합 의지’를 과시하는 한편 사회당의 내분을 유도하는 간접 효과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사회당은 쿠슈네르 입각설이 돌면서부터 ‘배신자’ 등 극한 표현을 쓰면서 반발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제1서기는 “행동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며 입각할 경우 탈당할 것을 시사하는 발언도 했다. 또 “사르코지와 잘 해보시오.”라며 꼬집었다. 다음은 내각 명단.▲경제·재무·고용 장루이 보를루 ▲이민·국가정체성 브리스 오르트푀 ▲법무 라시다 다티 ▲노동·연대 크사비에 베르트랑 ▲교육 크사비에 다르코 ▲고등교육·연구 발레리 페크레스 ▲국방 에르베 모랭 ▲보건·스포츠 로젤린 바셸로 나르캥 ▲주택 크리스틴 부탱 ▲농수산 크리스틴 라가르드 ▲문화 및 정부 대변인 크리스틴 알바넬 ▲예산 에릭 뵈르트vielee@seoul.co.kr
  • 나달, 클레이코트 76연승

    ‘왼손잡이 천재’ 라파엘 나달(세계2위)이 클레이코트 76연승을 달리며 특정 코트 연승 신기록을 세웠다. 나달은 13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벌어진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마스터스시리즈 단식 4강전에서 러시아의 니콜라이 다비덴코(4위)를 2-1로 힘겹게 따돌리고 결승에 진출했다. 클레이코트에서만 76연승 행진을 벌인 나달은 이로써 ‘코트의 악동’ 존 매켄로(미국)가 보유 중이던 특정 코트 연승 기록의 새 주인공이 됐다. 매켄로는 지난 1983년 9월부터 1985년 4월까지 실내 카펫코트에서 75연승을 기록했었다. 나달은 “신기록을 세워 좋지만 그보다 결승에 오른 게 더 기쁘다.”며 혈전 끝에 낚아챈 귀중한 승리를 더 높게 자평했다. 나달은 호주오픈 준우승자 페르난도 곤살레스(6위·칠레)를 상대로 대회 3연패를 저울질한다. 한편 이번 대회 3회전에서 와일드 카드로 출전한 필리포 볼란드리(53위·이탈리아)에게 패해 탈락한 페더러는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로체 코치와 결별하고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2005년 호주오픈부터 2년 반 동안 손발을 맞춰온 파트너. 이반 랜들과 패트릭 라프터 등 최고 선수들을 지도했던 실력파 지도자로 페더러와 호흡을 이루면서 여섯번이나 매이저대회 타이틀을 합작했다. 올해 전반기에만 4패를 안은 데다 최근 4차례 연속 우승권과는 거리가 먼 성적에 그친 페더러로서는 이번의 결정은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깊이 자각한 조치로 풀이된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이젠 포스트 BRICs] (4) 멕시코

    [이젠 포스트 BRICs] (4) 멕시코

    ■ 푸에블라주 포스코-MPC |푸에블라(멕시코) 김태균특파원|지난달 8일 멕시코 푸에블라주 오에호칭고에 자리한 포스코-MPC가공센터의 준공식장. 이곳에서 좀체 찾아볼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됐다. 마리오 마린 푸에블라 주지사와 에두아르도 가르사 연방정부 경제부 장관이 한사코 포스코 윤석만 사장에게 단상의 가운데 자리에 앉을 것을 청했다. 자존심 강한 그들은 외국기업이 아무리 큰 투자를 해도 ‘상석(上席)’을 양보하는 법이 없다. 포스코의 위상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단상에 잇따라 오른 주지사와 장관은 포스코에 대해 “비엔베니도.(환영합니다.)” “무차스 그라시아스.(대단히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포스코가 2160만달러를 투자해 만든 포스코-MPC는 연간 17만t 처리능력의 자동차강판 가공센터다. 포스코의 첫번째 멕시코 진출이다. 강판이 대서양 연안 베라크루스항에 도착하면 이를 기차로 310㎞를 날라 가로, 세로로 쓰기 쉽게 절단, 인근 자동차공장과 부품공장에 공급한다.1차 타깃은 푸에블라 최대의 폴크스바겐 공장이다. 초대형 부품업체 마그나멕시코는 포스코-MPC가 설립되자 기존 거래선을 끊고 포스코로 옮겼다. 아라셀리 레예스 과장은 “우리가 중시하는 품질, 신뢰, 가격 3가지를 포스코가 모두 충족시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내년에는 2억달러를 들여 동부 연안 타마울리파스주 알타미라에 자동차용 강판 생산공장을 짓는다.2009년부터 연간 40만t씩 강판이 생산된다. 심경휘 포스코-MPC 법인장은 “멕시코는 폴크스바겐, 다임러크라이슬러,GM 등 세계적인 자동차공장과 오토텍, 마그나, 벤틀러 등 1000여개 부품회사가 밀집해 연간 200만대를 생산하는 자동차 대국”이라면서 “우리 공장은 본격적인 미주 자동차 강판시장 공략의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windsea@seoul.co.kr ■ LG전자 몬테레이 법인 |몬테레이(멕시코) 김태균특파원|멕시코 아포다카 공단에 자리한 LG전자 몬테레이 법인(냉장고 생산)이 현지화를 통한 경영혁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실적이 말해준다.1년 전에 비해 생산성이 40% 이상 뛰었다. 지난해 이맘때에는 하루 냉장고 생산목표가 4000대였지만 지금은 6000대를 향해 가고 있다. 지난달 5700대를 돌파했다. 생산라인 근로자의 이직률은 연간 10%대에서 3%대로 낮아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지난해 4월 LG전자는 2000년 공장설립 이래 계속해 온 토요일 8시간 전일 근무제를 없앴다. 휴일과 파티에 절대적인 가치를 두는 현지인들의 뜻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실제 토요일 출근율도 70%밖에 안 됐다. 물론 토요일에 쉬는 대신 월∼금요일에 목표량을 모두 달성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또 생산실장 등 3개 직책을 뺀 모든 부서 책임자에 현지인들을 앉혔다. 어지간한 업무는 한국인 주재원을 거치지 말고 바로바로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다. 그러자 이전까지는 마지못해 회의에 나왔던 직원들이 삼삼오오 생산라인이나 휴게실에서 자발적으로 업무효율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생산라인, 식당, 휴게실 등도 그들의 요구대로 대대적으로 개선했다. 이를 위해 박영일 법인장이 수시로 한국인 주재원 없이 현지인들만 참석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봉사활동을 좋아하는 멕시코인들의 정서에 착안해 고아원·양로원 방문과 냉장고 지원활동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주재원들에게 멕시코인 위에 군림하려 들지 말 것을 주문했습니다. 공장을 계속 이끌고 갈 사람은 어차피 멕시코인들이니 가이드 역할만 충실히 하라고 했습니다. 또 현지인들에게는 한국인들은 얼마 후면 자기 나라로 돌아갈 사람들이다. 결국 여러분밖에는 없다고 수시로 말해 주었습니다.”(박 법인장) windsea@seoul.co.kr ■국내기업 진출 현황 |멕시코시티(멕시코) 김태균특파원|한국기업의 멕시코 직접투자는 1994년 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 이후 본격화됐다.93년까지는 누계가 1억달러였지만 작년에는 한해에만 1억 1428만달러(신고 기준)가 투자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누계는 132건,6억 6100만달러다. 다비드 우르타도 멕시코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삼성과 LG는 외국기업이라기보다는 멕시코 고유기업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티후아나 공장(TV, 휴대전화·88년 진출)과 케레타로 공장(냉장고, 세탁기·2003년) 등 2개의 생산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판매법인은 95년에 설립했다. 지난해 전세계 히트상품인 보르도TV를 통해 LCD TV 시장에서 22%의 점유율로 소니를 제치고 선두에 나섰다. 컬러 모니터와 양문형 냉장고도 각각 2000년과 2005년부터 1위를 달리고 있다. 소니, 파나소닉, 필립스 등을 제치고 멕시코시티 베니토 후아레스공항 제2터미널의 PDP 모니터(480대) 공급권을 따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초등학교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소망-유스카이(마야어로 ‘소망’이란 뜻)’라는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매출액의 일정부분을 기금으로 출연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활동을 펴고 있다. 94년에 티후아나에 진출한 삼성SDI(TV브라운관)는 2005년 7월부터 두께를 기존 제품보다 15㎝ 이상 줄인 ‘빅슬림 브라운관’ 양산을 시작해 제2의 브라운관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88년 멕시코에 진출한 LG전자는 멕시코시티 판매법인을 비롯해 멕시칼리(모니터,LCD TV, 휴대전화), 레이노사(PDP TV), 몬테레이(냉장고) 에 각각 생산법인을 두고 있다.PDP TV,LCD TV, 휴대전화, 세탁기, 에어컨 등에서 높은 판매고를 올리며 지난해 9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PDP TV는 현지시장 점유율 40%를 넘어서며 압도적인 1위를 했다. 멕시코시티 법인 최원용 과장은 “해발 2000m 이상 고지대에 적합한 화면압력 조절로 제품의 소음을 제거한 것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92년 멕시코시티에 판매지사를 세운 금호타이어는 멕시코와 자유무역협정이 안돼 있어 한국 타이어의 관세율이 50%를 넘어서자 사업 철수를 검토하기도 했지만 올해 세율이 20%로 낮아지면서 다시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티후아나에 현대트랜스리드(HT)를 세워 북미지역 수출용 컨테이너, 트레일러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물산, 대우인터내셔널,LG상사, 효성물산 등 종합상사들도 진출해 있다. windsea@seoul.co.kr ■ 유념해야 할 비즈니스 철칙 |멕시코시티·푸에블라(멕시코) 김태균특파원|멕시코 주재원 K씨는 올 초 이 나라에서 추방을 당할 뻔했다. 어느날 이민청 공무원이 찾아와 “입국할 때에는 ‘매니저’(과장급)라고 신고해 놓고 왜 지금은 ‘디렉터’(부장급)를 맡고 있느냐.”고 다그쳤다. K씨는 “몇 주 전 승진을 했다.”고 해명했지만 관리는 막무가내였다. 통사정 끝에 비자를 갱신하는 걸로 마무리됐지만 사실 K씨가 법을 어긴 것은 맞다. 멕시코 이민법에는 취업비자(FM3·1년마다 갱신)에 적힌 회사, 부서, 직책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반드시 이민청에 신고를 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추방당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이민청은 어떠한 문서나 기록도 외국기업이나 외국인에게 요구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다. 멕시코에서 제대로 비즈니스를 하려면 외국인들에게 가혹할 정도로 까다로운 이민 관련법규 등 다양한 장애물들을 넘어야 한다. 많은 진출기업들은 그 중에서도 어려운 노무 관리를 첫 손에 꼽는다. 허드렛일을 하는 말단 공원이라도 ‘멕시칸’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해서 섣불리 우리식 사고나 행동을 강요하면 부스럼이 나게 된다.“한국에서처럼 ‘일이 많으니 휴일에도 나오라.’ ‘일이 다 안 끝났는데 시간 됐다고 퇴근하나.’와 같은 말들은 십중팔구 반발을 부른다. 근무시간은 확실히 보장하면서 일과 중에 효율을 극대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잘못했다고 고함을 치는 것도 역효과만 낼 뿐이다.”(푸에블라 포스코-MPC 서용덕 이사) 한국과 같은 생산성을 기대했다가는 울화통에 시달리게 된다. 한국기업 주재원 A씨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데다 결근도 잦은 편이어서 동일 업무에 한국의 1.5배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불안한 치안 때문에 보안요원 배치 등 부대경비도 많이 들어 전체 노동비용이 꽤 높은 편”이라고 했다. 주재원 B씨는 “느린 행정처리도 골칫거리다. 관공서의 효율이 낮아 한국에서 2∼3일이면 될 일이 한 달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다. 공무원 사이에 촌지·뇌물수수 관행이 다른 나라보다 심한 이유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일부 생활물가는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 멕시코시티에 사는 교포 한소훈씨는 “육류·과일 등 농산물은 싸지만 한국 돈으로 200만원짜리 침대,100만원짜리 화장대 등 터무니없이 비싼 것도 많다.”고 했다. windsea@seoul.co.kr ■ 취재후기 기 억력을 동원해 멕시코란 이름에서 어떤 단어들이 떠오르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태양, 사막, 선인장, 데킬라, 나초와 타코,83년 박종환 축구 4강 신화의 무대, 마야·아스텍 문명, 정열, 마카로니 웨스턴, 솜브레로와 판초, 화가 프리다 칼로. 아마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이 멕시코에 대해 연상하는 단어 중에 중립적이거나 우호적인 것들은 여기까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도 나머지의 태반은 멕시칸들의 목숨을 건 미국 월경(越境), 다닥다닥 붙은 누더기 판자촌, 미국 범죄자들이 도주하는 통로, 정치불안과 치안부재와 같은 부정적인 단어들이 차지할 것입니다. 과문(寡聞)이 선입견으로 이어진 탓도 있겠지만 실제 일부 부정적인 이미지들의 상당부분이 눈으로 귀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멕시코가 갖고 있는 고유의 잠재력만큼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무한한 자원이 매장된 광활한 땅과 1억이 넘는 인구, 북미와 중남미를 잇는 절묘한 지정학적 위치 등에서 우러나는 물리적인 힘과 국민적 자존심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거대한 힘의 원천이었습니다. 과거와 달리 교육을 통해 2세의 미래를 바꿔주겠다는 희망도 확산되고 있었고 나라의 미래에 대한 지식인들의 고민도 진지했습니다. 멕시코는 오랫동안 도약대에 오른 채 멈춰 서 있었습니다. 그 멈춤을 끝내고 멕시코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성공적으로 점프를 할 것이냐, 힘에 부쳐 고꾸라지느냐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회개혁의 성패가 좌우할 것입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이젠 포스트 BRICs] (3) 멕시코

    [이젠 포스트 BRICs] (3) 멕시코

    |멕시코시티·몬테레이·푸에블라 김태균특파원|12일 오전 멕시코 몬테레이공항에서 30분을 달려 찾아간 몬테레이 광역지구내 아포다카 산업공단. 주택과 상점이 차츰 뜸해지더니 광활한 녹색 벌판에 대형 공장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낸다. 수십, 수백m 길이의 1층짜리 직사각형 건물들. 미주시장 공략을 위한 다국적 기업들의 전진기지다.LG전자를 비롯해 월풀, 덴소, 바스프, 메탈사 등 굴지의 기업들이 이곳에 터를 닦았다. 미국을 200㎞ 지척에 둔 지리적 위치, 안정된 노사관계 등이 이곳을 멕시코 최고의 다국적 산업단지로 성장시킨 원동력이다. 그 덕에 몬테레이가 속한 누에보 레온주(州)는 멕시코 제조업 생산의 10%가량을 차지하며 전국 평균의 두 배 되는 소득을 올리고 있다. LG전자 직원 후안 페레스는 “외국기업의 진출이 늘어나면서 일자리가 늘고 임금이 오르는 등 생활이 풍요로워졌다. 얼마 전부터 아이들을 학비는 비싸지만 선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국제학교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오전 멕시코시티 서부의 신도시 산타페. 왕복 6차선 도로 한 편으로 20층이 넘는 고층 건물들이 200m가량 줄지어 마천루를 형성했다.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IBM, 휼렛패커드(HP) 등 다국적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밀집해 있다. 쓰레기 매립장이었다는 옛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도심중앙에는 초대형 복합쇼핑몰 센트로 코메르시알이 위용을 자랑한다. 팔라시오 데 이에로, 시어스 등 유명 백화점에 진열된 고가품들이 부유층의 소비능력을 대변한다. 사회 양극화의 상징으로 비난받는 곳이기도 하지만 멕시코 정부가 1996년부터 국제 비즈니스 허브로 키우기 위해 쏟은 노력의 산물임도 부인할 수 없다. 멕시코 경제가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오랫동안 계속된 성장과 정체의 갈림길에서 드디어 ‘성장’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비드 우르타도 멕시코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국민들이 ‘트리콜로스(녹·백·적 삼색 국기)’에 대한 자부심을 회복하고 있다. 물가와 실업률이 안정을 찾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성장 고속도로를 타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금융시장도 화답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증권거래소(BMV) 종합주가지수(IPC)가 3만포인트를 돌파하느냐에 초미의 관심이 쏠렸다. 결국 2만 9762포인트로 마감됐지만 종가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1년 전에 비해 50% 이상 오른 것이다. ●국토와 자원… 마야문명의 축복 멕시코 경제의 잠재력은 땅과 바다, 사람에 있다. 그들이 숭상하는 마야, 아스텍 문명의 햇발처럼 이렇게 복받은 나라도 없을 정도다. 광활한 국토가 북미와 중남미를 연결하고 태평양과 대서양을 좌우로 품는다. 해안선의 길이가 미주대륙에서 두번째로 긴 9219㎞에 이르고 미국과는 3300㎞에 이르는 국경을 나눠갖고 있다. 세계 5위의 산유국이면서 풍부한 가스전이 널려 있고 금·은·동·우라늄·텅스텐 등 안 나오는 광물이 없을 정도다. 1억 750만명 인구는 중남미에서 브라질(1억 9000만명) 다음이고 8000달러에 이르는 1인당 소득은 외국인에게 미주 진출의 거점 외에 광대한 내수시장의 매력을 안긴다. 올 1월 미국의 골드만삭스는 멕시코가 2050년 중국, 미국 등에 이어 세계 6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빛나는 경제지표… 높아진 소비성향 멕시코는 지난해 4.8%의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거뒀고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은 각각 4.1%와 3.6%의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고유 자동차 회사는 없지만 도요타, 혼다, 닛산,GM, 포드, 폴크스바겐,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내수 및 수출시장을 겨냥해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 2위 부호(531억달러) 카를로스 슬림의 통신회사 아메리카모빌과 텔멕스는 중남미 각국에 진출했다. 시멘트, 철강, 맥주산업도 강세다. 푸에블라 POSCO-MPC(철강가공센터) 심경휘 법인장의 말.“10여년 만에 멕시코를 다시 찾았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멕시코시티의 공기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맑아졌다는 것이었다. 금방 멈춰버릴 것만 같던 자동차들이 사라지고 현대식 차들로 대체된 것이다.” 그만큼 소비성향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멕시코에서는 매년 100만대 이상의 자동차가 팔린다. ●약이 되고 독이 되는 대미 의존도 지난해 멕시코 수출의 85%가 미국으로 향했고 미국내 멕시코 노동자들의 본국 송금액이 250억달러에 달했다. 미국경제가 재채기만 해도 멕시코에는 태풍이 되는 구조다. 최근 주식인 토르티야(옥수수빵)의 가격이 2배 이상 급등한 것도 미국에서 비롯됐다. 미국내 에탄올 수요가 늘면서 미국이 에탄올 원료인 옥수수의 대멕시코 수출량을 줄인 탓이었다. 지난 11일 멕시코시티 중심부 독립기념탑 부근의 미국대사관 앞에는 꼭두새벽부터 줄잡아 1000명 이상의 멕시코인이 미국 비자를 받기 위해 4중,5중으로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30대 중반 근로자는 “미국에 가면 지금의 월 500달러보다 3∼4배 많은 임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미국에는 1000만명의 합법 근로자 외에 1000만명의 불법 입국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푸에블라 공단내 기계부품업체의 구매과장 리카르도 코토는 “대미 경제의존이 높은 것은 문제지만 어쩔 수 없다.”면서 “현재 멕시코의 관심은 미국경기의 하강세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쏠려 있다.”고 전했다. ●빈부격차와 치안부재… 정부의 과제 빈부격차와 치안 불안은 멕시코의 과제다. 못사는 치아파스, 게레로 등 남부지역의 1인당 소득은 잘사는 잘리스코, 누에보 레온 등 북부지역의 5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10여년 새 심해진 마약과 납치·강도는 어느덧 ‘멕시코 디스카운트’의 상징이 됐다. 우르타도 상의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취임한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의 제1과제는 빈부격차의 완화”라면서 “1억 인구에 국민소득 8000달러 수준이면 나쁜 것이 아닌데도 빈부격차가 심하다 보니 국부의 생산적인 투자가 저해되고 있다.”고 했다. 인적·물적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고 활용하느냐에 칼데론 정부는 물론 멕시코 경제의 성패가 달렸다는 말이다. windsea@seoul.co.kr ■ ‘멕시칸’ 그들의 특징은 |멕시코시티·푸에블라 김태균특파원| 지난 10일 저녁 멕시코시티의 관문인 베니토 후아레스 공항. 다른 나라 입국심사대 앞에 서면 늘 다소간의 긴장이 일기 마련이다. 게다가 이리로 오기 전 미국에서 빡빡한 입국심사를 거친 터. 하지만 멕시코 관리는 콧수염을 만지며 익살스럽게 “오, 소, 오, 세, 요.(어서 오세요)”라고 한국말을 건네온다. 이게 말로만 들은 멕시칸(멕시코인)의 여유인가. 반면에 자부심과 오기도 대단한 사람들이다. 푸에블라에 있는 POSCO-MPC 임승룡 이사의 말.“한국사람에게 우호적이긴 하지만 내면에는 자기들이 더 우월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마야, 톨텍, 아스텍 등 찬란한 아메리칸 인디오 문명의 원조이고 이미 1968년과 70년에 각각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른 나라다.‘한국이 경제적으로야 우리보다 나을지 몰라도 지도에 거의 보일락 말락 하는 작은 나라 아니냐.’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듣는다.” 멕시코인들의 낙천성은 중남미에서도 알아준다.2004년 미국 미시간대학이 자기만족도를 조사한 ‘행복지수’에서 세계 2위를 했다. 빈부격차가 심하고 치안도 불안한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이들에게 생활을 즐기는 것은 절대적인 가치다.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문화는 이들에게 이해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처음 주재원으로 오면 십중팔구 현지인들과 갈등을 겪는 이유다. 한 주재원의 말.“공장라인 직원은 매주 금요일 1주일 단위로 주급을 받는데 다음 1주일치 먹을 것을 사두고 남는 돈으로 토∼일요일에 밤샘파티를 벌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이면 결근율이 높다. 여전히 이해는 안 되지만 이 문화를 존중하려고 애는 쓰고 있다.”하지만 요즘에는 이런 의식에 적잖은 변화가 오고 있다. 특히 자녀교육에 공들이는 사람들이 늘었다. 외국인들과 함께 다니는 고급 인터내셔널 스쿨의 경우 등록금만 우리 돈으로 월 60만원이 되지만 허리띠 졸라매고 절약하며 자녀들을 이곳으로 보내기도 한다.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편이지만 외부인에 대한 배타적 태도와 식민지시대의 전통에서 생겨난 인종·계층 차별의 유습도 남아 있다. 백인(전 인구의 9%)-메스티소(60%·원주민과 백인 혼혈)-원주민(30%)으로 이어지는 신분질서는 강하게 때로는 가혹한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멕시코에 들어온 외국기업에 대한 차가운 시선도 존재한다. 푸에블라공단에서 만난 현지인 근로자는 “한국이나 미국의 기업이 멕시코에 왜 들어왔겠느냐. 우리나라를 이용할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그렇게 한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windsea@seoul.co.kr ■“수출 13년새 5배↑… 빈부 양극화 |멕시코시티 김태균특파원|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논란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 13년이 지난 멕시코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NAFTA의 공과(功過)는 말하는 사람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 한국도 그렇게 될까. NAFTA의 성과는 외형적으로는 눈부시다. 지난해 수출(2502억달러)은 NAFTA 직전인 1993년(519억달러)에 비해 5배 가까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같은 기간 49억달러에서 189억달러로 4배 가까이 뛰었다. 노동집약 산업에서 벗어나 전자, 생명공학, 정보통신 등 첨단산업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NAFTA로 인해 중소 제조업, 서비스업 및 농업은 막대한 타격을 받았다. 미국자본과 대기업이 경제를 독점하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세 델라크루스 몬테레이공대 경제학과 교수는 NAFTA의 명암을 비교적 중립적으로 말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94∼95년 경제공황이 왔을 때 두 얼굴의 NAFTA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많은 기업이 NAFTA로 인해 도산했지만 반대편에서 많은 기업들이 NAFTA로 인해 이윤을 창출했습니다. 우리 경제가 회복의 기틀을 다진 것은 그 덕이었는데 결국 NAFTA가 병도 주고 약도 준 셈이었지요.” 델라크루스 교수는 “미국과 닿은 북쪽은 NAFTA의 혜택을 보지만 남쪽은 그렇지 못하다. 대기업의 이윤도 중소기업이나 일반 서민들에게 고루 전달되지 못하고 있어 남북·빈부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동안 NAFTA 시스템에 걸맞은 산업구조로 변모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세계 5위 산유국이지만 원유 정제시설을 갖추지 못해 미국에 원유를 수출하고 휘발유 등 가공제품을 수입해 오히려 미국인보다 비싼 값에 기름을 쓰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도 미국과 FTA를 하기로 한 만큼 지금부터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곳곳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NAFTA의 사회 시스템 혁신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시장개방을 잘만 하면 빈부격차와 부의 세습을 완화할 수 있지요. 그래야만 멕시코 경제가 지금과 달리 스스로 가진 경쟁력을 100%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답은 정부가 찾아 주어야 하며 이런 사정은 한국도 멕시코와 다를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멕시코의 경제개방은 대외채무 이행연기(모라토리엄)를 했던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폐쇄정책을 버리고 ‘마킬라도라(보세가공 수출입공단)’를 확대하는 등 개방정책을 추진했고 그 결정판이 1994년 발효된 NAFTA였다. 현재 멕시코는 43개국과 12개의 FTA를 맺고 있다. windsea@seoul.co.kr
  • [프렌치 리포트] (20) 문화외교의 달인들

    [프렌치 리포트] (20) 문화외교의 달인들

    지난 6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프랑스의 르노 돈느듀 드 바브르 문화장관과 UAE의 벤 타눈 알니안 관광장관은 오는 2012년 문을 여는 새 국립박물관 이름에 ‘루브르’라는 명칭을 사용하도록 하는 국가간 합의문에 서명했다. 프랑스 역사상 최대의 박물관 거래가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2037년까지 30년 동안 루브르라는 이름을 빌려주는 대가로 4억달러(약 4000억원)를 받는다. 박물관이 완공되면 10년 동안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된 예술품을 대여해줄 계획이다. 대여 기간은 작품당 2년을 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여졌다. 루브르 소장 예술품을 대여하는 데 UAE정부가 지불하는 비용은 7억 5000만달러(7500억원)로 알려졌다.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은 프랑스의 대외 문화정책이 21세기에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사막에 루브르를 수출한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혁명정부는 인류 역사의 학습장을 만든다는 계획 아래 루브르궁을 박물관으로 바꾸고 왕족 소유의 회화와 조각 등 예술품을 국민들에게 공개하기 시작했다.1793년의 일이다. 루브르의 소장품은 현재 44만 5000점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문화의 보고(寶庫)를 찾은 방문객은 지난해 830만명이나 된다. 이런 상징적인 루브르 박물관의 분관을 아랍 산유국에 설립한다니 프랑스 사람들이 분개할 만하다. 지난 1월 초 ‘사막 루브르’ 계획이 발표되자 프랑스에서는 비난여론이 폭등했다. 미술사학자, 고고학자, 큐레이터 등 전문가들을 비롯해 시민들 사이에 벌어지는 반대 서명운동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프랑스가 세계시장에서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프랑스의 영혼을 파는 행위’라는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정부가 루브르 아부다비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경제적 이득보다는 중동 문화권에서 프랑스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판단에서다. 아부다비시가 있는 걸프만에 조성되는 사다야트 문화지구에 들어설 예정인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은 프랑스의 대표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를 맡았다. 수많은 방들로 구성된 거대한 돔 형식으로 연건평 2만 4000㎡에 전시공간만 8000㎡에 이른다. 사다야트 문화지구는 루브르 박물관 외에 프랑크 게리의 구겐하임미술관, 다다오 엔도의 해양박물관, 자하 하디드의 공연예술센터 등이 들어서 거장 건축가들의 미래적인 작품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명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사다야트 문화지구를 찾는 사람들은 ‘프랑스’의 문화적 파워에 자신도 모르게 압도당할 것은 당연하다. ●중국 상하이 ‘퐁피두센터´ 분관도 루브르 박물관 외에도 2010년에는 중국 상하이에 유럽 최대의 현대미술관인 퐁피두센터 분관을 오픈한다. 브라질에는 로댕미술관 분관 설립을 검토 중이다. 러시아·인도·아프리카·남미 등과 박물관 파트너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대내적으로는 문화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문화정책의 초점을 맞추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문화시설의 세계화를 통해 문화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문화의 세계화는 박물관에 국한되지 않는다. 소르본 대학 위성캠퍼스가 아부다비에 생겼고, 카타르에는 생시르육군사관학교의 훈련아카데미가 설립될 예정이다. 문인들을 외교사절로 발탁해 문화 외교를 담당하게 하는 것은 프랑스의 오랜 전통이지만 대외 문화정책이 체계화된 것은 2차대전 이후이다. 프랑스는 2차대전 이후 인도차이나·아프리카 등 해외 영토의 대부분을 상실하면서 프랑스 문화의 보호와 유지를 위해 대외 문화정책을 적극적으로 개발했다. 1945년 외무부 내에 문화관계 총괄사무국을 신설, 대외적인 문화업무를 총괄하도록 했다. 프랑스어권 국가에 대한 프랑스의 영향력을 지속시키고 국제적 문화예술 협력을 통해 프랑스의 문화를 새롭게 전파시키는 것이 임무였다. 프랑스 문화원, 외국의 프랑스 초·중등학교, 알리앙스 프랑세즈 등 프랑스어와 프랑스 문화를 알리는 조직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이때부터다. “문화는 프랑스가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당시 외무부 장관 조르주 비도의 말은 무척 인상적이다. 드골 대통령 때 문화부 장관을 지낸 앙드레 말로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프랑스 문화의 세계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모나리자의 도쿄전시회 등 각종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프랑스 문화의 우월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프랑스의 대외 이미지에 문화적 색채가 강해진 것은 모두 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보면 된다. ●미국의 패권주의에 문화다양성으로 대항 프랑스의 대외 문화정책은 미테랑 대통령 시절 새로운 단계에 접어든다.1980년대 초반은 할리우드 영화를 중심으로 몰개성·무국적의 미국 문화가 급속도로 파급돼 각국의 문화정체성을 위협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사회당 정부에서 문화장관을 지낸 자크 랑은 프랑스의 문화를 보존·발전시키고 문화적 정체성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미국문화의 독점적 확산을 견제하기 위해 각 문화의 다양성을 보존해야 한다는 기조 아래 아랍문화연구소, 국제문화의 집, 다문화연구소 등을 만들고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를 중심으로 문화다양성 협약을 추진했다.1999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미국 문화의 범람에 맞서 자국 문화를 지키자는 취지에서 처음 제안된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위한 협약’(문화다양성협약)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5년 총회에서 압도적인 지지 속에 통과됐다.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내일 올림픽 2차예선 ‘복병’ UAE와 맞대결

    내일 올림픽 2차예선 ‘복병’ UAE와 맞대결

    ‘예멘전과는 달라야 할 텐데….’박주영(22·서울)은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에 없어선 안될 존재. 올림픽대표로 나간 22경기에서 19골을 넣어 경기당 0.86골을 기록했다.20세 이하 청소년 대표 시절까지 포함해 올림픽대표팀(22세 이하)은 박주영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승률 차이가 17%로 벌어질 정도. 지금까지 36경기에서 박주영이 뛰었더라면 최소 네 차례는 더 이겼을 것이란 뜻. 박주영의 결장은 오랜 도우미 김승용(22·광주)과 백지훈(22·수원)의 지원 능력도 덩달아 떨어뜨렸다. 박주영에게 7개의 도움을 선사한 김승용은 박주영이 빠지면 2개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14일 자정(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복병 UAE와 베이징올림픽 2차예선 F조 2차전을 갖는 베어벡의 지상과제는 박주영이란 전술적 핵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 축구는 UAE와 국가대표간 대결에서 7승5무2패의 우위를 점했지만 UAE 원정에선 2승2무2패로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홈 텃세를 업은 UAE는 우즈베키스탄전 1-2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스리백에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덧붙이는 밀집수비로 나올 공산이 크다.11일 아부다비에서 훈련을 시작한 베어벡 감독도 단조로운 중앙돌파에 의존했던 예멘전과 달리 측면으로 뒷공간을 파고드는 한편, 백지훈과 오장은(22·울산)의 원활하고도 신속한 볼 배급을 전술 포인트로 꼽았다. 훈련도 미드필드에서 빠르게 볼을 좌우로 이동시키는 것과 짧은 패스 연결에 집중했다. 공수 조율은 백지훈과 오장은에게 계속 맡긴다. 여기에 박주영이 없을 때 위력을 발휘한 이강진(21·부산)과 오장은 등의 후방 공격에도 기대를 건다. 둘의 5골은 4승1무의 좋은 성적으로 돌아왔다. 박주영의 결장은 공격 자원의 다양화와 그에 따른 득점 루트의 다변화를 불러온다는 얘기. 따라서 베어벡 감독은 백승민(21·전남)과 이근호(21·대구)를 번갈아 박주영 자리에 투입해 시험하는 한편,25m 중거리슛 능력을 가진 김진규 등의 공격 가담을 독려할 가능성이 높다. 베어벡 감독은 “무엇보다 골을 넣는데 훈련의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이젠 정말 자신의 지휘능력을 보여주어야 할 때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입양아 영화 ‘마이 파더’ 다니엘 헤니

    입양아 영화 ‘마이 파더’ 다니엘 헤니

    “어린 시절 정체성의 혼란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이번 영화는 이런 나의 이야기인 것 같아 가슴이 더욱 저립니다.” ‘다비드의 조각상’을 연상시키는 외모로 인기를 얻고 있는 다니엘 헤니(28)가 영화 ‘마이파더’(감독 황동혁·제작 시네라인㈜인네트)의 주연을 맡은 소감이다. 항상 도시적이고 성공한 CEO 역할을 주로 했던 다니엘 헤니가 해외 입양아 역할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고 있다. 어린 시절 자신의 아픈 추억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또한 항상 연기의 걸림돌로 여겨왔던 어눌한 한국말이 극 중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마이파더’에서 사형수 아버지를 둔 미국 입양아 제임스 파커 역을 맡은 다니엘 헤니는 “낯선 이방인이란 느낌이 어린 시절 나를 힘들게 했다. 이런 아픔을 겪고 있는 입양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었다.”고 출연 동기를 설명한다. 한국인 어머니와 영국계 미국인 아버지를 둔 혼혈인 그는 “자라면서 정체성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혼란을 겪은 점이 자신과 ‘제임스 파커’와 너무 비슷한 것 같아 더 애착이 가는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캐릭터 내면에 담긴 많은 감정의 교차와 따뜻한 스토리가 인상적이어서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는 것. 한편 미국 로케이션에서는 입양아 제임스 파커가 친부모를 찾고 싶은 마음을 가족들에게 밝히고 한국에 가기로 결심하는 내용이 촬영됐다. 미국 LA 근교에서 진행된 이번 촬영에는 유명 할리우드 배우와 스태프들이 대거 작업에 참여했다. 파커를 입양한 미국 부모 역할에는 100여편이 넘는 영화와 TV드라마에 출연한 노장 배우 리처드 리엘, 아이린 그라프가 캐스팅됐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나, 어셔, 제니퍼 로페즈 등 세계 최고의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등을 제작한 커먼 스레드에서 미국 로케이션의 총 책임을 맡았다. 또 토론토 국제 영화제 사무국 코디네이터 크리스티나 피오비잔을 비롯해 영화 ‘타이타닉’의 캐스팅 디렉터로 참여했던 케이사 오스몬드, 황동혁 감독의 단편 작품에서 촬영을 맡았던 피터 미사리 등이 영화에 참여했다. 영화는 현재 서울, 대전, 익산 등에서 촬영 중이며 올 하반기에 개봉할 예정이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Book Review] ‘동성애 문화’ 탄압과 금기의 발자취

    성적 소수자인 동성애자는 우리 사회에서도 아주 예민한 주제다.“이런 동물 같은 것들!”이라는 극도의 혐오론에서부터 “그것도 취향 아니겠어….”라는 관념적 용인론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본격 동성애 영화가 상영되는가 하면 동성애적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왕의 남자’가 한국영화 흥행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동성애 문화’가 우리 주변에 넘쳐난다. 하지만 이만큼이라도 올 때까지 얼마나 많은 탄압과 금기가 있었던 것일까. ‘동성애의 역사’(플로랑스 타마뉴 지음, 이상빈 옮김, 이마고 펴냄)는 인류 역사와 함께 해온 동성애의 ‘어제와 오늘’을 조명한 책이다. 유럽 동성애 연구로 파리정치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프랑스 릴대학 플로랑스 타마뉴 교수는 이 책에서 14세기부터 20세기말에 이르기까지 동성애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특히 문학과 예술작품 속에 등장하는 동성애를 통해 그 탄압과 금기의 역사를 밝혀 준다. 저자에 따르면 동성애의 역사는 침묵과 비난, 금기, 왜곡의 기록들로 점철돼 왔다.‘은폐’와 ‘함구’는 동성애를 지배해온 낱말이었다. 저자는 소돔과 고모라의 공포가 횡행하던 중세부터 현대의 동성애 문화담론까지, 역사적으로 동성애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각 시대의 동성애자들의 초상과 그들의 예술적 상징물들을 통해 되짚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커밍아웃’ 고백이나 종교적 훈시이거나 정치적 견해를 담았던 과거의 동성애 관련서적과는 다르다. 예술작품에서 동성애가 어떻게 표현돼 왔는지 통시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재현의 역사’인 셈이다. 동성애 역사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는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그림과 사진, 출판물, 영화 등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감추어졌던 동성애 ‘표현’의 역사를 추적했다. 오스카 와일드, 버지니아 울프, 바이런, 마르셀 프루스트(문인), 앤디 워홀, 프랜시스 베이컨, 데이비드 호크니(화가), 파솔리니, 알모도바르, 데릭 저먼(영화감독) 등 서양예술사의 수많은 인물들이 때로는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고통스러운 고백으로, 때로운 억압에 대한 격렬한 저항으로 어떻게 자신의 작품들을 창조해 갔는지 잘 보여 주고 있다. 동성애자들을 ‘자연에 반한 범죄자’로 규정한 중세시대에도 예술의 영역에서 동성애적 욕망은 은유적으로 표현되곤 했다. 도나텔로의 ‘다비드’상은 아찔할 정도로 동성애적 관능미를 보여줬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세례자 요한’에서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허문 중성적 아름다움을 그렸다. 19세기 중반부터는 동성애에 대한 의학적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동성애자가 성도착 환자로 진단받았다. 그러나 예술분야에서 동성애는 크게 유행했다. 아방가르드, 데카당스와 상징주의 예술가들은 다른 것에 대한 이끌림, 기괴한 것에 대한 취향 등의 의도 때문에 동성애에 매혹됐다. 동성애 예술이 크게 유행했지만 제도권과 사회일반의 적대감 또한 팽배했다. 특히 나치는 홀로코스트 당시 수용소에서 동성애자를 유대인보다 낮게 분류해 모두 처형했다. 1960년대 히피문화의 등장으로 동성애자들은 사회의 소수집단으로 자신을 스스로 규정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엘튼 존, 조지 마이클, 보이 조지 등 팝스타들이 잇따라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오랫동안 ‘천형’으로 인식된 동성애를 다양하고 희귀한 비주얼 자료로 읽는 맛도 만만치 않다.264쪽.1만 30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축구종가 무너지나

    ‘종가는 몰락하는가.’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은 8일 안방인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스페인과의 A매치에서 후반 18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에게 일격을 당해 0-1로 무릎을 꿇었다. 스티브 맥클라렌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는 최근 4경기에서 한번도 승리하지 못하고 부진에 허덕였다. 유로2008 G조 예선에서 마케도니아와 비겼고 크로아티아에는 패배를 당했다. 네덜란드와 1-1로 비기면서 넣은 한 골이 4경기 중 유일한 득점. 웨인 루니가 부상으로 나오지 못한 잉글랜드는 숀 라이트 필립스와 키어런 다이어, 피터 크라우치가 공세를 펴며 2004년 마드리드에서 당했던 0-1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혼신을 다했지만 카를로스 푸욜이 지휘하는 스페인의 포백 수비를 뚫지 못했다. FC 바르셀로나의 신예 이니에스타는 다비드 비야의 크로스를 받아 20m 중거리 슛을 꽂아넣어 종주국에 쓰라린 패배를 안겼다. ‘늙은 수탉’ 프랑스 역시 아트사커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생드니 스타디움에서 7만 9000여 관중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고도 아르헨티나에 0-1로 졌다. 전반 15분 하비에르 사네티와 2대1 패스로 기회를 잡은 에르난 크레스포의 슛을 프랑스 수문장 그레고리 쿠페가 쳐내자 하비에르 사비올라가 뛰어들며 되차 넣었다. 사비올라의 A매치 11득점째. 새로 아르헨티나 지휘봉을 잡은 알피오 바실레 감독은 브라질과 스페인에 패배를 당한 뒤 독일월드컵 준우승국 프랑스를 상대로 기분 좋은 첫 승을 거뒀다. 아르헨티나는 1986년 0-2 패배를 21년 만에 되갚은 것. 티에리 앙리, 다비드 트레제게, 프랑크 리베리 삼각편대가 동점골을 뽑기 위해 파상 공세를 폈지만 107번째 A매치에 출전한 베테랑 수비수 로베르토 아얄라의 빗장이 더 강했다. ‘전차군단’ 독일은 케빈 쿠라니, 마리오 고메스, 토르스텐 프링스의 연속골로 스위스를 3-1로 제압했다. 네덜란드도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를 4-1로 완파했다. 네덜란드 검찰로부터 탈세 혐의로 징역 10월을 구형받은 히딩크는 성적에 대한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눈에 띄네]영화 ‘그놈 목소리’서 전라연기 김영철

    [눈에 띄네]영화 ‘그놈 목소리’서 전라연기 김영철

    카리스마 넘치는 ‘궁예’ 김영철이 옷을 벗었다. 현상 수배극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걸고 상영 중인 ‘그놈 목소리’에서 중견 배우 김영철(54)이 전라의 몸으로 연기하는 열정을 과시했다. 유괴범에게 어린 아들을 빼앗기고 집요한 협박전화에 시달리며 피말리는 44일간의 일을 그린 이번 영화에서 김영철은 다소 어수룩하지만 수사에 최선을 다하는 형사 김욱중 역을 맡았다. 설경구, 김남주의 열연이 돋보인다고 하지만 인간적이며 따뜻한 마음을 가진 무능한 형사를 자연스럽게 연기해 낸 김영철의 연기도 영화를 받쳐주는 ‘힘’임에 틀림없다. 김영철 연기의 하이라이트는 ‘전라’신. 납치당한 상우 아버지의 자동차 트렁크 안에서 잠복 수사를 하던 김욱중은 지능적인 유괴범의 꾐으로 트렁크에 갇힌 채 납치를 당한다. 급기야 알몸으로 외진 곳에 버려지는 수모까지 겪게 된다. 김영철은 젊은 배우들도 부담스러워하는 노출 장면이었지만 “촬영에 대비해 한창 몸을 만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촬영이 예정일보다 앞당겨져 다비드상 같은 몸매를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며 웃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호주오픈] “황제 자리 넘보지마”

    세계테니스가 15일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즌에 돌입했다. 총상금 147억원에 우승 상금만 남녀 각 9억원씩이다. 과연 누가 대박의 상금과 함께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코트를 점령할까. ●‘황제’ 메이저 10승? 남자부에서는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의 수성과 메이저 10승 달성이 관심이다. 페더러는 지난해 프랑스오픈을 제외하고 3개 메이저대회를 싹쓸이, 개인 통산 9번째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톱시드 페더러는 15일 1회전에서 비욘 포(독일)를 3-0으로 셧아웃, 순항을 시작했다. 롤랑가로의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만 제패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시즌에 관계없이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것). 더욱이 올해 성적에 따라 피트 샘프라스(미국)가 보유한 개인 최다 메이저 우승 기록(14회)까지 넘볼 수 있어 시즌을 여는 메이저에 대한 야심이 크다. 니콜라이 다비덴코(러시아)를 비롯한 차상위 랭커들이 황제에 도전하지만 최근 2년간 페더러의 벽을 넘지 못해 이변이 생길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특히 강력한 경쟁자인 ‘왼손천재’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지난주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시드니인터내셔널대회에서 허벅지 부상을 당해 대회 불참을 선언한 뒤 번복, 무게는 페더러에 한층 기울어졌다. 이형택(31·삼성증권)의 분전도 볼거리. 지난해까지 5차례 출전,2003년 대회 2회전에 오른 게 지금까지의 최고 성적. 이형택은 16일 13번시드의 토마스 베르디치(크로아티아)와 1회전을 치른다. ●샤라포바 vs 모레스모 여자부는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와 아멜리에 모레스모(프랑스)의 양강 형국이다. 지난해 메이저대회에선 모레스모가 2회(호주오픈, 윔블던) 정상에 올랐고, 쥐스틴 에냉(프랑스오픈)과 샤라포바(US오픈)가 각각 한 차례씩 우승컵을 안았다. 하지만 세계 1위 에냉이 결장해 여자부 판도는 나머지 둘의 쟁탈전이 될 전망. 샤라포바는 ‘4강 전문’의 딱지를 떼며 지난해 US오픈에서 생애 두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모레스모도 비록 1위 자리는 에넹에게 내줬지만 지난해 시즌을 마감한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거두는 등 기량이 꾸준하다. 타점 높은 서브를 앞세운 샤라포바가 ‘창’이라면 탄탄한 수비를 자랑하는 모레스모는 ‘방패’다. 그러나 변수는 있다. 호주오픈 3연패를 달성한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는 3년 만에 코트에 복귀하자마자 지난 대회 단식 8강에 올라 유독 호주오픈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올초 홍콩에서 열린 시범경기에서 샤라포바를 꺾은 킴 클리스터스(벨기에)도 에냉을 대신할 ‘복병’이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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