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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세기 리더는 나눔의 미덕 지녀야”

    “21세기 리더는 나눔의 미덕 지녀야”

    짧은 머리에 세련된 옷차림을 한 여성이 강연대에 올랐지만 관중의 시선은 그녀가 든 흰색 핸드백에 고정됐다. 패션업체 주식회사 성주의 김성주(53) 회장의 핸드백에는 MCM이라는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김 회장은 2일 모교인 연세대학교에서 ‘21세기 젊은이들의 비전’이란 주제로 특별강연을 갖고 자신의 인생역정과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김 회장은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이 뽑은 차세대 지도자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 회장은 국내 굴지의 에너지 기업인 대성그룹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부모는 1979년 그녀가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하자마자 재벌가로 시집갈 것을 종용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결혼을 가문의 특권을 지키는 수단으로 여기는 일부 상류층의 사고방식을 극도로 꺼렸다. 부모 곁을 떠나 무작정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김 회장은 “미국의 유명 백화점 블루밍데일에서 한달에 1500달러(약 18만원)를 받고 일하면서 온갖 차별과 무시를 받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그는 “그 때 흘린 땀과 눈물이 없었다면 지금의 김성주는 없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한국에 돌아온 김 회장은 1990년 아버지에게 3억원을 빌려 주식회사 ‘성주’를 설립했다. 당시 밀수품으로 들어오던 구치, 이브생로랑 등과 같은 명품 브랜드에 라이선스를 주고 물품을 공식 수입하는 패션 유통업을 시작했다. 매년 매출이 30~50%씩 성장하며 한때 전국에 100여개의 매장을 두었지만 1997년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았다. 1년 사이 300억원의 손실을 입은 회사는 부도를 눈앞에 둔 듯했다. 그러나 김 회장의 정직한 기업운영과 뚝심을 높이 산 구치가 회사를 270억원에 사들이겠다고 제안해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그는 “정·관계에 뇌물 한 번 안 바치고 이중 회계장부가 없는 우리를 사람들은 ‘바보’라고 불렀다.”면서 “하지만 위기일수록 정직이 빛난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05년 독일 브랜드 MCM을 인수하게 된다. 그는 “외국 명품 브랜드에 잠식당하는 한국 시장을 내버려둘 수 없었다.”면서 “외국에 넘겨주는 라이선스 비용을 아끼는 대신 순수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약속을 지금껏 지키고 있다. MCM은 불과 4년 만에 연매출 2200여억원을 올리고 전 세계 30여개국에 200여개의 매장을 가진 명품 브랜드로 성장했다. 김 회장은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재능을 발휘하는 것은 21세기 리더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미덕”이라고 강조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제주 韓·아세안 특별정상회의 D-3] 기업인 700명 경제위기 극복 방안 모색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는 우리나라와 아세안을 대표하는 기업인들도 정상급 회의를 갖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과 아세안 기업인 700여명을 초청해 ‘한·아세안 CEO 서밋’을 개최하기로 했다. 이 행사는 세계 각국의 정·관·재계 주요 인사들이 초청돼 각종 정보를 교환하고 세계 경제 발전방향을 논의하는 행사인 다보스포럼처럼 국내 및 아세안의 재계 인사들이 모여 경제위기 극복 및 상호협력 방안 등을 모색하는 회의다. ‘변화와 도전, 그리고 아시아의 번영을 위한 협력’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손경식 상의 회장을 비롯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이용구 대림산업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김쌍수 한국전력 사장,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유창무 수출보험공사 사장,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 이종희 대한항공 사장 등 국내 경제인 4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아세안에서는 베트남 에너지회사인 페트로베트남의 딘 라 탕 회장과 밤방 소에잔토 인도네시아페리(선박제조사) 회장, 말레이시아 자동차업체인 나자 키아 스단 버하드의 나사루딘 삼 나시무딘 회장 등이 행사장을 찾는다. 미구엘 바렐라 필리핀상의 회장, 킷 멩 로열그룹오브컴퍼니즈(종합투자금융그룹) 겸 캄보디아 상의 회장, 아린 지라 아세안 기업인자문위원회 회장 등 300여명의 아세안 기업인들이 행사에 나온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SK가 명품 김치 담그는 까닭은?

    김치, 조림(造林), 장학사업….에너지와 이동통신이 주력인 SK그룹과는 언뜻 어울리지 않는 사업들이다. 하지만 SK 사람들은 “회사의 정신이 깃든 사업”이라고 치켜세운다. 고(故) 최종현 회장의 발자취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도 “가장 존경하고 그래서 좇아가려 힘쓰면서도 그 그늘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유일한 분”이라고 말하곤 한다.최종현 회장은 1973년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 나무를 심는다.”며 조림사업을 시작했다. 회사 안팎에선 부동산 투자 가치가 높은 수도권 근처를 권했지만 그는 산간오지를 택했다. 충주 인등산을 비롯해 천안 광덕산, 충북 영동, 경기도 오산 등 4개 사업소 4100㏊(여의도 면적 13배)에서 150만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장학사업도 같은 해에 시작됐다. TV프로그램 ‘장학퀴즈’는 36년째를 맞았다. 세계적인 학자 배출을 위해 해외 유학을 지원하고, 국내외 학자들을 지원하는 한국고등교육재단도 35년이나 됐다. 연간 110억원 규모의 장학 및 학술사업을 벌이고 있다.워커힐 호텔의 ‘SUPEX(수펙스) 명품 김치’도 최종현 회장이 “계절에 상관없이 항상 맛이 똑같은 최고의 김치를 만들라.”고 지시해 탄생했다. SK의 경영정신이기도 한 수펙스는 ‘Super Excellent’의 줄임말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뜻한다. 수펙스 김치는 남북 정상회담, 다보스 포럼 등 국내외 행사 만찬장에 단골로 나간다. 1979년 완성된 SKMS(SK경영관리체계)는 SK그룹의 ‘신앙’처럼 자리잡았다. SKMS는 ‘인간 중심 경영’이라는 SK의 철학과 일처리 방법 등을 담아 명문화한 경영기법이다. 지난달 31일 그룹 수뇌부가 총출동해 30주년 기념식을 치렀다. 최근에는 10주기 추모 학술집을 책(최종현, 그가 꿈꾼 일등국가로 가는 길)으로 펴내기도 했다. SK의 한 임원은 “지난해가 10주기여서 부각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최종현 회장의 정신은 그룹 차원에서 발전시켜야 할 핵심 가치”라고 말했다.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中 ‘아시아판 다보스’ 보아오포럼 개막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아시아판 다보스포럼인 보아오포럼 제8차 연차총회가 17일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 보아오(博鰲)에서 ‘경제위기와 아시아:도전과 전망’을 주제로 개막, 2박3일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중국과 아시아 등 신흥국의 경제위기 극복 방안이 주로 논의된다. 세계 금융위기 발생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보아오포럼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등 13개국 정상과 세계 정·관·재계 주요인사를 포함해 모두 2700여명이 참석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공식 일정 첫날인 17일 핀란드, 뉴질랜드, 태국, 베트남, 몽골, 카자흐스탄, 알바니아, 파푸아뉴기니 등 13개국 정상들이 보아오에 도착했다. 오후에는 개막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소주제별 분임토의가 진행됐다. 공식 개막식은 18일 오전에 열린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개막식 기조연설을 통해 중국이 실시한 경기부양책의 효과와 경제 회복의 자신감을 강조하고 향후 중국 경제의 효과적인 운용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중국의 경제운용 방향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포럼에서는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 등 중국의 경제분야 기관장들도 참석, 위안화의 위상 강화와 위기극복을 위한 중국의 역할 등을 강조할 예정이다. 지난 1월 퇴임 후 처음으로 대외 공식활동에 나선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18일 밤 만찬 연설을 통해 자신의 백악관 시절 생활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같은 날 오후 열리는 ‘도하라운드:위기 속의 전망’ 세션에서 도하라운드에 임하는 한국의 입장을 소개할 예정이다. stinger@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쏘아올린 희망… 사회 더 따뜻하길/김성해 한국언론재단 객원연구위원

    [옴부즈맨 칼럼] 쏘아올린 희망… 사회 더 따뜻하길/김성해 한국언론재단 객원연구위원

    황지우 시인은 “슬픔은 왜 독이고, 희망은 어찌하여 광기인가.”라고 노래했다. 중국의 작가 루쉰도 “희망은 존재와 한몸으로 존재가 있으면 희망이 있고, 희망이 있으면 빛이 있다.”고 얘기했다. 요즘 같은 험한 시절일수록 “미치도록 희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일 게다. 이러한 희망 심기에 서울신문이 적극 나서고 있어 반갑다. 우선, 2월4일 1면에는 ‘농촌서 희망 찾기’라는 기사가 나온다. 그 뒤에 ‘낮은 곳 임하신 추기경님 따라 바보 되렵니다’ ‘그래도 이 땅에 계십니다’ 및 ‘더불어 살기 바람분다’ 등이 이어진다. ‘2009 녹색성장 비전’ 기획물로 ‘최고의 태양광 기업에서 배운다’와 ‘쓰레기 혁명 실험’ 등도 소개된다. 또 실직한 가장의 아픔을 다룬 ‘실직 3040 눈물의 출근등산’과 의료정책에서 소외된 난치병 환자들에 대한 ‘그냥 죽어야만 합니까’ 에서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느껴진다. 물론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할 언론에서 녹색성장과 같은 특정한 정책을 옹호하면 곤란하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가이익이나 공공이익이 침해받지 않도록 제대로 된 환경감시를 할 경우에는 괜찮다. 다행스럽게도, 서울신문은 사설과 1면을 통해 이 역할을 무난히 수행한 듯하다. 예컨대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의 희생자를 낸 용산참사의 경우 무려 6번이나 다뤘다. 고위직 지역 편중문제, 장애인 지원금 문제와 촛불재판의 편파성 비판을 통해 권력의 남용을 경계하기도 했다. 또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과 미국 오바마 정부의 보호주의 정책을 비판하는 한편, 한·미간 긴밀한 외교적 협력을 촉구함으로써 국가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있다. 언론이 특정한 가치나 이념을 옹호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있다. 하지만 언론이 증오가 아닌 사랑을, 절망이 아닌 희망을, 교만이 아닌 겸손을, 분열이 아닌 화합을, 차별이 아닌 평등을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권장할 일이다. 그래서 ‘성취도 공개 학력격차 줄이는 계기돼야’ 및 ‘학력격차 해소방안 좀 더 정교해야’ 등의 사설은 ‘차별이 아닌 평등’을 주장한 좋은 사례가 된다. 그럼에도 보다 온전한 희망을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국가이익을 안보 측면 그것도 북한 문제를 통해서만 보려는 근시안이 있다.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 중국의 핵무기 개발 논쟁, 중동 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도 안보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물리적 안보만큼이나 중요한 금융안보에 대한 관심도 부족하다. 다른 신문사들처럼 1월 말의 다보스포럼이나 2월 중순의 G7 정상회담 정도는 사설에서 취급해도 좋았다. 또 국내 미디어법을 둘러싼 논의는 자세히 다루면서도 중국 CCTV가 아시아판 알자지라를 기획한다는 기사는 소홀히 했다. 그로 인해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육성을 통한 국가이익의 실현보다 신문사의 사적인 이해관계가 우선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더욱이 용산사태와 달리 희대의 살인마 강호순에 대한 사설은 ‘결국은 과학수사밖에 없다’ 한 편에 불과했으며, 이런 종류의 범죄가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분석은 부족했다. 끝으로, 동일한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도시 소시민과 이민자들에 대한 관심도 여전히 낮다. ‘좋은생각’ 3월호에 꽁꽁 언 땅을 뚫고 고개를 내미는 ‘앉은부채’ 꽃 이야기가 나온다. 이 꽃이 필 당시 외부 온도는 영하 1.2도였지만 꽃의 입김 덕분에 그 내부는 영상 11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소망한다. 서울신문이 쏘는 이 희망이 글로벌 혹한기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를 좀 더 따뜻하게 보듬었기를. 김성해 한국언론재단 객원연구위원
  • 벼랑 끝 아소 외교 ‘승부수’

    │도쿄 박홍기특파원│아소 다로 총리의 외교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끝모를 지지율의 추락을 다소나마 외교로 끌어올리려는 전략 같다. 실제 외무상 출신답게 외교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국회 회기를 고려, 당일치기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아소 총리는 18일 오전 러시아 사할린을 방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오는 24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12월12일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지난달 31일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도 참석했었다. 일·러 정상회담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이날 사할린에서 열린 액화천연가스(LNG) 대일수출 착수기념식에 초청함으로써 이뤄졌다. 일본 총리의 사할린 방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오는 5월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일본 방문 일정에 합의했다. 양국의 최대 현안인 북방 4개섬의 영유권 문제와 관련, 구체적인 진전은 없었으나 이번 세대에 정치적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아소 총리는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영토문제에 대해 “독창적인 새로운 접근으로 우리 세대에 해결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작업을 가속화시키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또 “공무원에 맡겨서는 안 된다. 정치인이 결단해야 할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러시아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중요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일본은 러시아의 극동 및 동시베리아 지역의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호혜적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hkpark@seoul.co.kr
  • [열린세상] 다보스와 벨렝/이성형 외교안보연구원 객원교수

    [열린세상] 다보스와 벨렝/이성형 외교안보연구원 객원교수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이 끝났다. 다보스는 토마스 만의 소설 ‘마의 산’에 나오는 폐결핵 환자들의 휴양소가 있던 곳이다. 그 휴양소는 오늘날 멋진 고급호텔이 되었고, 매년 세계의 엘리트 기업인·정치인·학자들이 모여 포럼을 연다. 세계경제가 심각한 폐병을 앓고 있는 이 시점 사람들은 다보스가 적절한 처방전을 제시할 것을 바랐다. 오래전에 다보스 포럼에 참여한 엘리트들은 “대안이 이것밖에 없다.”고 외쳤다. 이들은 타고난 낙관주의자들이었다. 탈규제, 민영화, 적대적 인수 합병, 스톡옵션, 파생상품, 레버리지, 글로벌 금융의 세계는 이들이 꿈꾸는 엘도라도였다. 이들은 이 세계가 최상의 세계라고 그랬다. 볼테르가 ‘캉디드’에서 만들어낸 팡글로스 박사처럼 이들도 지독한 낙천주의자들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낙천주의는 파산하고 말았다. 포럼에서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사’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인들은 2012년에야 회복이 될 거라고 전망했다. 온라인 이베이사 대표 존 도나휴는 “지금부터 일년 동안 삼일이라도 편히 잘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경제부 장관은 경제위기로 인한 ‘사회적 분란과 보호주의’를 우려했다. 프랑스는 이미 총파업 사태를 한번 겪었다. 지난 일주일 사이에 주요 다국적기업의 구조조정에서 희생된 노동자의 숫자가 15만명을 넘었고, 세계노동기구는 실업자가 5000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실업이 장기화되면 곧 사회적 위기로, 정치적 갈등으로 비화될 것이다. “낙천주의란 우리가 비참할 때 모든 것이 잘되어 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광기에 불과해.” 볼테르의 캉디드는 말한다. 캉디드의 후예들은 오래전에 브라질의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세계사회포럼을 열었다. “또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가 그들의 슬로건이었고, 세상은 이들을 ‘대안주의자’라고 불렀다. 여덟 번째 열리는 포럼은 브라질의 벨렝에서 개최되었다. 아마존의 원주민 문제와 열대우림의 난개발을 우선적 쟁점으로 삼기 위해 이곳을 택했다. 120개국의 12만명이 참여했고, 5000개의 시민사회조직이 삼바 리듬의 축제 분위기 속에서 포럼을 열었다. 이들은 신자유주의의 실패를 선언하고, 자신들의 다양한 전망을 제출했다. “자본주의가 종언을 고했고, 사회주의만이 대안”이라고 외치는 급진좌파부터 “사회적 책임의 시장경제”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온건좌파 세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이들은 시장이 깨졌으니 국가가 그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은행을 구할 게 아니라 사람을 먼저 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녹색주의 대안만이 살길이라는 주장도 있다. 무엇보다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자는 주장이 큰 호응을 얻었다. 과연 누가 옳았을까? 향후 어떤 개혁안들이 나올까? 금융의 탈규제를 과격하게 추진했던 월스트리트 사람들은 올해 다보스에 오지 않았다. 다보스는 미국의 참여를 바랐지만, 미국의 금융계 인사와 정치인들이 다보스에 올 분위기는 아니었다. 국내에 붙은 불을 끄기도 바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인지 위기에 대해 해명할 세력들은 빠졌고, “위기 이후의 세계를 재편성”하기 위한 개혁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컸다. 원자바오와 푸틴, 그리고 메르켈 등의 유럽 정치인, 발리우드 스타들이 언론의 각광을 받은 것도 다보스의 바뀐 풍경이었다. 향후 정치인들은 고삐 풀린 금융자본주의를 다시 규제하는 안들을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다. 미국의 통화정책은 이제 작동하지 않는다. 제로 금리와 엄청난 신용공급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함정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유럽도 유로존에 산재하는 위험국가들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유로존의 연대와 생존여부조차 의심을 사고 있다. 금융자본주의의 개혁이 글로벌 의제로 합의된 이 순간 다보스와 벨렝은 그 어느 때보다 가깝게 접근해 있다. 이성형 외교안보연구원 객원교수
  • ‘바이 아메리칸’ 조항 삭제될 듯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보호무역주의 논란을 일으킨 ‘바이 아메리칸’ 조항이 미국 상원에서 삭제될 것으로 보인다.미치 매코넬 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2일(현지시간) 심의에 들어간 경기부양법안에 부칙으로 포함된 ‘바이 아메리칸’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매코넬 의원은 “세계 경제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무역분쟁을 촉발할 소지가 있는 법안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동맹국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바이 아메리칸’조항은 지난주 미 하원을 통과한 819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안에 부칙으로 포함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경기부양 예산으로 집행되는 공공사업에서 건설자재 등을 사용할 때 미국산만 구입하도록 제한한 규정이다. 이에 대해 유럽과 캐나다 등은 미국을 강도높게 비판했다.민주당은 하원에서 통과된 경기부양법안에 ‘바이 아메리칸’ 적용 범위를 철강자재로 한정했으나, 상원에서는 이를 모든 건설자재와 공산품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화당이 이 조항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힘에 따라 공화당의 지지가 절실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 조항을 삭제할 것으로 전망된다.정치권 이외에 금융전문가들도 ‘바이 아메리칸’ 조항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리처드 피셔 미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경기부양법안에 포함된 ‘바이 아메리칸’조항은 무역보호주의의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피셔 총재는 이날 C-스팬(연방의회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보호주의는 경제를 중독시키고,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하는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경기를 이런 식으로 부양해서는 안 된다.”면서 “상원의 민주·공화당 의원들이 이 문제를 현명하게 풀어나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민주당 의회가 마련한 ‘바이 아메리칸’ 조항의 직접 당사자인 제조업체 최고경영자(CEO)도 반대 대열에 가세했다.제너럴일렉트릭(GE)과 캐터필러 등 일부 미 제조업체 CEO들이 미 상공회의소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의 새 경기부양책에서 관련 조항이 삭제되도록 의회 설득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바이 아메리칸’ 조항이 무역 보복을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 상공회의소 산하 미국무역비상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개의 경제단체와 함께 미 의회 지도자들에게 관련 조항의 삭제를 요구하는 편지를 보내고 있다.앞서 지난 1일 폐막된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각국 지도자들도 ‘바이 아메리칸’을 비롯한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적인 보호주의 확산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로버트 깁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캐나다와 유럽연합 등 전통적인 우방들의 우려 표시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가 이 조항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혀 삭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kmkim@seoul.co.kr
  • [열린세상] 도박판 걷어치워야 시장경제 산다/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도박판 걷어치워야 시장경제 산다/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

    세계경제 위기로 시장경제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어 경제질서의 새판 짜기가 필요하다. 1일 폐막된 ‘다보스포럼’과 달리 한국에서는 논의가 거의 없다. 특히 논의의 주체가 돼야 할 국회는 다른 문제에 몰입하고 있다. 논쟁은 시장의 자정능력에 기반을 둔 탈규제론 및 작은 국가론, 지구화에 대한 운명론적 접근에 대한 냉정한 비판에서 출발하는 것이 옳다. 시장경제 위기의 핵심 원인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세계경제 위기는 카지노 자본주의의 결과다. 실물경제와 괴리된 파생상품 거래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가상의 카지노가 역사상 최대 규모로 세워지고, 저축은행에서 투자은행으로 변신해 이 판에 끼어 들었던 은행들이 맥없이 쓰러지고, 그 결과 기업은 유동성 문제로 휘청거리고, 예금주의 자산은 반 토막 나고 경제는 대공황에 빠져들고 있다. 카지노 자본주의는 지구화의 한 측면이다. 지구화는 한편으로는 상품판매, 일자리, 복지, 자연환경 사용권을 둘러싼 구체적인 경쟁의 격화다. 피할 수 없는 일이든, 의미있는 일이든 이것만 해도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이자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동시에 지구화는 도박꾼들이 인터넷 중심의 기술진보를 활용해 만든 제2의 비밀스러운 세계다. 도박꾼들은 고수익과 위험분산이란 미끼로 파생상품이라는 낚싯줄을 던졌고, 여기에 대부분의 시장경제 국가가 낚인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인터넷 시스템을 통해 네트워킹되어, 한 곳의 위기가 순식간에 세계적인 위기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경제와 세계경제의 동조화 현상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카지노 자본주의의 출발은 국가에 대한 맹렬한 비난과 궤를 같이한다. 오랫동안 법과 제도를 통해 시장의 질서유지자 역할을 하던 국가는 시장 왜곡, 비효율, 자유에 대한 통제의 동의어로 평가절하됐다. 반대로 탈규제, 특히 금융시장 탈규제가 이 모든 것을 해소할 수 있는 요술망치 대접을 받았다. 금융자본의 주 무대인 미국과 영국에서 시작된 탈규제가 세계로 확산돼 대부분 국가의 활동이 축소되거나 그 반대로 탈규제의 적극적인 추진자로 전환했다는 것은 두루 아는 바다. 위기의 본격화는 카지노 자본주의의 비밀이 밝혀졌다는 의미와 함께 치유를 시작할 시점이라는 것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치유는 시장의 자정력을 통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시장기제의 작동을 기다리기에는 시장경제와 도박성이 너무도 강하게 결합돼 있고, 이로 인한 위기상황이 긴박하다. 시장기제가 건전한 방향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은 모든 경제주체의 몫이지만, 그 중에서도 국가의 핵심적인 책임이자 과제다. 이는 그동안 축소되었던 국가의 고유한 기능을 회복하는 일이기도 하다. 시급한 것은 현 시장경제의 특징인 도박판 성격을 제거하는 것이다. 금융자본의 활동에 대한 탈규제의 강화가 아니라 재규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국제금융 시스템 개혁을 위한 국제공조도 일부의 반대는 있지만 큰 방향은 이쪽으로 잡히고 있다. 국내에서도 금융시장 개방의 공과를 면밀히 따져 보고, 도박성과는 철저히 거리를 둘 수 있는 법적·제도적인 방안을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마련해야 한다. 제도 개혁과 함께 진행돼야 할 사고의 변화는 본질적인 개혁의 출발점이다. 핵심은 ‘타짜’ 마인드를 걷어내는 것이다. 개인과 가정은 물론 사회까지도 파탄으로 이끌 줄 뻔히 알면서도 도박을 멈추지 못하는 ‘타짜’가 만화에서 영화를 거쳐 TV까지 침범했다. 최근 조사에서는 많은 청소년들이 돈을 위해 감옥 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해 충격을 준다. 타짜 마인드 제거를 위해 각종 제도 변화와 함께 청소년과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경제교육에 시장경제의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비판적인 시각도 포함해 보자.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건전성도 강화하는 균형감이 위기에 봉착한 시장경제를 살려내는 길이다. 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
  • ‘리먼 시스터스’ 였다면…다보스포럼 “금융위기 없었을 것”

    “월가에 ‘리먼 브러더스’가 아니라 ‘리먼 시스터스’가 있었다면 지금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피할 수 있었을까?” 1일(현지시간) 다보스 포럼에서 열린 금융분과 토론장.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는 명제에도 불구하고 사회자의 이같은 이색적인 질문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즉, 여성이 세계의 금융질서를 주도했다면 작금의 어려운 상황이 닥쳐 왔겠느냐는 것.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이 질문에 대한 패널들의 다양한 답변을 소개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소액대출은행인 그라민은행을 운영하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가 말한 정답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을 것’. 마리 빵에스뚜 인도네시아 상무장관도 “인도네시아에는 ‘여성들이 보다 신중하고 부패 위험이 더 적다.’는 경험적 증거들이 많다.”고 답변했고 넬리 크뢰스 유럽연합(EU) 경쟁담당 집행위원도 “남성호르몬이 금융시스템 붕괴를 초래한 이유 중 하나라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거들었다. 남성들의 모험심이 지금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얘기다. 하버드대의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얘기를 꺼냈다. 18개월 전 금융 시장의 투명성과 비은행 부문에 대한 규제를 요구했던 사람이 바로 메르켈 독일 총리였다는 것. 로고프 교수는 “메르켈 총리가 과도한 규제를 바랐던 것이 아니지만 메르켈 총리의 목소리는 남성들에 의해 들리지 않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아소 日총리 자신감은 ‘엔화의 힘’

    │도쿄 박홍기특파원│아소 다로 일본 총리가 또 다시 국가의 재력을 내세워 목청을 돋웠다.아소 총리는 지난달 3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 일본이 세계 경제·환경 문제 해결의 ‘견인차’임을 자임하고 나섰다. 현재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중국 1조 9050억달러에 이은 1조 306억 4700만달러로 세계 2위다.‘나의 처방전, 세계 경제의 부활을 향해’라는 제목의 특별강연에서 그는 “세계의 경제를 다시 안정 궤도에 올려 놓기 위해 세계 제2의 일본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 것이 일본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또 불황탈출을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2% 정도인 12조엔(180조원 상당)의 재정을 투입키로 했다고 과시했다. 특히 아시아 국가의 철도 부설 등 인프라 구축에 “1조 5000억엔(약 22조 5000억원)의 정부개발원조(OD A)를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며 가능한 한 빨리 시행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지난해 11월 뉴욕에서 열린 금융서미트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에 9조엔을 원조하겠다고 약속한 터다. 돈의 힘을 빌린 아소 총리의 이같은 ‘자신감’은 혼돈 정국에서 조금이나마 벗어 나기 위한 우회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야당의 견제에 국정 운영이 힘든 상황에서 ‘외교 및 경제의 힘’을 빌려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다.그에 대한 내각 지지율은 현재 20%에도 못 미치고 있다. 주말을 이용해 다보스 회의 참석을 강행한 아소 총리 측은 “총리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절호의 기회였다.”고 평가했다.hkpark@seoul.co.kr
  • 터키 총리 다보스포럼서 뿔났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이스라엘과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에게 맹렬한 비판을 퍼부은 뒤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돌출 행동’을 벌였다. 팔레스타인 가자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한 패널 토론 도중이었다. 30일 AP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총리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앞서 발표를 끝낸 바로 옆자리의 페레스 대통령과 논쟁을 벌이다 “당신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죄책감 때문”이라며 “당신은 사람 죽이는 일을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이어 살인을 금하는 성경의 십계명을 언급하면서 “이스라엘은 그런 계명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의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했으며, 희생자 상당수는 부녀자와 어린이들”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특히 그는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발언을 제지당하자 의장을 향해 분통을 터뜨리며 “페레스에게는 25분을 할당하고 나에게는 12분을 허락한 것은 인정할 수 없는 처사”라고 항의했다. 급기야 “다보스에서는 각국이 모여 객관적인 입장에서 동등하게 토론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다보스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페레스 대통령은 “그의 발언을 사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 “그에 대한 존경에는 변함이 없으며 이스라엘과 터키 간의 관계에도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에르도안 총리는 이슬람 사회의 체면을 살렸다고 이슬람권 나라들의 칭송을 받았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다보스포럼 ‘한국의 밤’ 성황

    다보스포럼 ‘한국의 밤’ 성황

    다보스포럼에서 대한민국 브랜드 알리기에 앞장선 ‘한국의 밤 2009’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9일(현지시간) SK그룹의 후원을 받아 스위스 다보스 산정에 있는 샤츠알프 호텔에서 한국의 밤 행사를 대대적으로 열어 각 분야의 글로벌 리더들을 상대로 우리나라 경제역량과 문화 독창성을 알렸다. ‘미소를 통한 소통‘을 주제로 한 이번 행사에서는 한국의 독창적 전통문화와 정보기술(IT)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반가사유상을 디지털로 구현한 디지털 갤러리를 선보였다. 또 데니 정이 색소폰을 연주하고,오페라 가수 이태원씨가 명성황후 듀엣 오페라 아리아를 불렀다. 세계 최고급 호텔인 두바이의 버즈 아랍 호텔 수석 주방장인 에드워드 권은 한국 전통음식을 내놓았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이날 연설을 통해 “우리는 국제 정책공조를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은 외국인 여러분이 계속해서 매력적으로 느낄 시장과 투자대상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축하연설을 통해 “한국은 짧은 기간에 경제발전과 정치적 성숙, 완숙한 민주주의를 달성했다.”면서 “그러나 한국 국민은 그 한계를 두지 말고 평화와 개발, 기후변화, 인권과 같은 국제문제에 대한 기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연설을 통해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1990년대말의 외환위기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건실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바츨라프 클라우스 체코 대통령,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크리스티앙 누아예 프랑스 중앙은행장 등 전 세계 재계 및 금융계 리더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中 세계경제질서 새틀짜기 ‘목청’

    │베이징 박홍환특파원│국제 금융위기의 와중에 세계경제를 향한 중국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싸구려, 저질 상품 수출국가’라는 경제대국들의 힐난에 꼼짝 못하던 예전의 중국이 아니다. 독일을 제치고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힘을 원천으로 삼아 세계경제의 틀을 바꾸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다. ●“미국이 금융위기의 진원지” 설 연휴 기간 쓰촨 대지진 피해지역에서 이재민들을 위로하다 곧바로 유럽으로 날아간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28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을 통해 이처럼 달라진 중국의 위상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원 총리는 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에 대해 “일부 국가의 부적절한 거시경제정책 때문”이라며 사실상 미국을 지목했다. 낮은 저축률에도 과도하게 소비를 부추긴 미국 등 선진국들의 잘못된 정책 탓에 금융위기가 발생했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도 원 총리와 의견을 같이 했다. 원 총리가 내놓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5가지 대책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국제적인 경제무역협력 강화 ▲국제 금융시스템 개혁 ▲금융감독의 국제협력 강화 ▲개발도상국 이익 보호 ▲전지구적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 등을 제시했다. 그 주요 내용은 새로운 국제경제질서 창출과 기축통화 다변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미국 등 선진국 대신 개도국을 대표하는 중국 등이 새로운 국제경제질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겠다는 뜻이다. ●“이제 할 말은 한다.” 무분별한 ‘중국 견제’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내비치고 있다. 거대 경제권 중 사실상 유일하게 경제의 동맥이 살아 있는 중국에 대해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이 ‘환율 조작’ ‘지적재산권 침해’ ‘덤핑 수출’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또박또박 반박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의 야오젠(姚堅) 대변인은 27일 유럽연합(EU)이 중국산 탄소강 볼트 등에 대해 최종적으로 덤핑 결정을 내리자 곧바로 성명을 발표, “투명성이 결여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조만간 EU 제품에 대한 보복성 반덤핑 조사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원 총리도 다보스 포럼에서 “보호무역주의는 위기를 심화시킬 뿐”이라며 자국의 수출전선에 힘을 실어 줬다. 미국과의 ‘환율 조작’ 논쟁에서도 전 언론이 동원돼 반박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 등은 미국내 언론 보도를 인용,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의 발언이 잘못됐다는 점을 집중 보도했다. stinger@seoul.co.kr
  • [씨줄날줄] 다보스포럼/ 함혜리 논설위원

    인구 1만명에 불과한 스위스의 휴양지 다보스. 매년 1월 주요 국가 지도자를 포함해 세계 정계·재계·학계를 이끌어가는 글로벌 리더들이 이곳에 모여 지구촌 현안을 놓고 머리를 맞댄다. 이 포럼의 공식명칭은 세계경제포럼(WEF)의 연차총회다. 매년 다보스에서 열리기 때문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게 됐다. 다보스포럼은 제네바대학의 클라우스 슈밥 교수가 1971년 유럽 기업인들을 다보스로 초청해 ‘유럽 경영심포지엄’을 열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유럽의 경제문제를 논의했지만 1987년 포럼 명칭을 세계경제포럼으로 바꾸면서 세계 최대 지식 소통의 장으로 자리잡았다. 국가 정상들은 물론 세계적인 기업인과 학자,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 대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꺼번에 모여 머리를 맞대는 만큼 여기서 논의된 지구촌 화두는 즉각 글로벌 이슈로 부각된다.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포럼에서 주요 의제들에 대해 논의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실제로 ‘힘의 이동’을 주제로 다뤘던 2007년 다보스포럼에서는 경제·환경·지정학·사회·기술 등 5개 분야에 걸쳐 23대 핵심 글로벌 리스크를 제시했다. 이 중에는 오일쇼크와 미국 달러화 약세, 중국 경제의 경착륙, 부동산 버블 붕괴 등 우리가 최근 겪은 문제들이 포함돼 있다. 파생금융 상품에 의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해 심각한 논의도 이뤄졌다. 하지만 이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강령은 제시하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실물경제 위기로 전 세계가 초비상인 가운데 28일부터 닷새간 일정으로 2009년 다보스포럼이 개막했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경제 위기 후의 세계질서 재편’이다. 경기침체 극복과 세계 질서의 밑그림을 그린다는 목표로 96개 국가에서 글로벌 거물 2500여명이 다보스를 찾았다. 참가자 수로는 역대 최고라고 한다. 다보스포럼은 이번에도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거나 실행 수단을 발휘하지는 않겠지만 향후 세계 질서의 판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식의 나침반 역할은 훌륭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앉아 해법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글로벌 금융위기 ‘다보스 해법’ 이목집중

    세계경제포럼(WEF)의 연차 총회가 닷새 일정으로 28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다.‘위기 후 세계의 재편(Shaping the Post-Crisis World)’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다보스 포럼이 전세계적 경제 위기를 타개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스위스와 터키가 1988년 ‘다보스 선언’에 서명하면서 전쟁을 피했던 것처럼 다보스 포럼은 국제사회 중요한 문제 해결사 역할을 자임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년동안은 ‘자축’과 ‘말의 성찬’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을 정도로 그 위상이 떨어졌다. 이에 다보스 포럼이 글로벌 경제난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이번 총회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WEF의 사업 총괄책임자인 로버트 그린힐은 “이 모임은 분열과 불확실성의 시대인 1970년대 만들어졌고 올해는 그 뿌리로 돌아간다.”며 의미있는 행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행사에 대한 기대감은 참석자 규모에서 드러난다.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금융계 거물들의 불참에도 공식 집계된 참석 예정자는 지난해 2500명보다 많은 2600명을 넘어섰고 실제로는 그보다 많은 숫자가 다보스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개막연설을 맡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를 포함한 41개국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승수 총리가 간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발지인 미국에서는 로런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불참하고 발레리 재럿 백악관 선임고문만 참석한다. 이에 따라 다보스 포럼이 어떤 해결책을 내놓든지 힘이 실리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이처럼 다보스 포럼에 대한 기대와 회의적인 시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이번 모임이 오는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의제를 정하는 ‘준비 모임’이 될 수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최태원 SK회장 다보스 포럼 참가

    최태원 SK회장 다보스 포럼 참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다보스포럼에 참가해 전 세계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민간 경제 외교를 펼친다. SK그룹은 27일 최 회장이 ‘위기 뒤 세계경제 재편(Shap ing the Post-Crisis World)’을 주제로 28일부터 2월1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출국했다고 밝혔다. 이번 다보스포럼에는 국가 원수급 지도자 40여명 등 90여개국 2500여명의 정·재계 인사가 참석한다. 최 회장은 김신배 SK C&C 부회장, 유정준 SK에너지 해외사업부문(R&C CIC) 사장 등과 함께 민간경제외교를 통한 한국 알리기에 주력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29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하고 SK그룹이 후원하는 ‘한국의 밤(Korea Night) 행사’에 한승수 국무총리, 조석래 전경련 회장 등 국내 정·재계 인사와 함께 참석, 대한민국 브랜드 알리기에 나선다. 최 회장은 특히 원자바오 중국 총리,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 등 국가 원수급 리더와 사우디 투자청(SAGIA)의 알 바다크 청장, 스탠다드차타드 그룹(SCB)의 피터 샌즈 회장, 골드만삭스의 크 리스토퍼 콜 회장 등을 잇달아 만나 금융위기 이후의 한국과 한국기업의 역할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WEF “올 세계경제 최대 위험요인은 차이나 리스크”

    올해 세계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중국 경제의 경착륙 및 각국의 재정 적자 확대, 자산가치 하락 등이 꼽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경제포럼(WEF)은 이달 말 개막되는 다보스 포럼을 앞두고 13일(현지시간) 발표한 ‘글로벌 리스크 2009’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의미하는 ‘차이나 리스크’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면서 “수출·수요의 감소는 중국 경제 전반에서 상당한 성장 둔화를 초래했고, 경착륙 리스크를 상당히 증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6%나 그 밑으로 떨어지는 둔화를 겪는다면, 취약해지고 있는 글로벌 경제는 중대한 영향을 받게 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WEF의 보고서는 또 “올해 선진국들의 재정 위기 우려가 지난해보다 2~3배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WEF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4.6%가량이 재정적자인 미국을 비롯한 영국, 프랑스와 같은 선진국 정부들의 경우 이미 재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금융시스템 회복을 위해 정부지출을 대폭 늘리고 있다.” 면서 “선진국 정부의 재정위기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과 함께 세계 경제의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외에도 WEF는 “ 평균 50% 이상 폭락한 글로벌 자산 가격이 유가 폭등이나 선진국 경제의 후퇴에 비해 세계 경제에 더 큰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 비용은 최소 1조달러(약 1340조원)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번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취리히파이낸셜서비스의 대니얼 호프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자산 가격 하락과 또 다른 대형 금융위기는 이미 지난해부터 구체화되기 시작했으며 최악의 상황이 지나갔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면서 “기업과 정부들이 눈앞에 다가온 위기와 싸우는 데 급급해 장기적인 위기에 대한 인식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무슬림과 섞이기 싫다” 공존 꺼리는 유럽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무슬림과 섞이기 싫다” 공존 꺼리는 유럽

    국민의 2%가 외국인인 시대.이주 노동자와 이주 여성 등으로 사회구성원이 다양화되면서 ‘단일민족 국가 대한민국’이 변화하고 있다.도심 외곽의 농촌지역에서 동남아 출신 여성들과 마주치거나 초등학교에서 그들의 자녀를 보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경기도 산본이나 안산의 공단은 이미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이같은 현상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오랜 시간 동안 진행돼 온 자연스러운 현상이다.세계에는 3000여개의 민족이 있지만 국가는 200개 남짓에 불과하다.국가가 하나의 민족으로 유지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한국 역시 마찬가지다.그러나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의 시각에서 여전히 그들은 ‘이방인’이다.이주를 통해 물리적으로 국경선은 넘었지만 심리적인 국경선은 허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이주 여성과 그 자녀로 구성된 ‘다문화 가정’을 사회에 통합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까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단일민족 국가에서 다민족 국가로 변해 온 대부분의 나라들은 예외없이 심각한 사회문제를 겪었다.오랜 기간 각자 유지돼 온 스스로의 문화와 정체성,또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장벽 등은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에 걸쳐 해결되지 않고 반복됐다.아프리카와 중동 등지에서 이주 노동자를 받아들이며 지난 50여년간 끊임없이 사회통합을 시도해 온 프랑스,독일 등의 유럽국가에서도 여전히 이같은 시도는 진행중이다.한국보다 앞서 같은 문제를 겪었던 이들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이민사회 초창기에 접어든 한국이 나갈 길을 모색해 본다. 코펜하겐(덴마크) 류지영특파원인어공주 동상으로 유명한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도심 곳곳에 산재한 술집마다 축구 국가대항전 경기를 보며 맥주를 마시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이날은 터키가 체코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었다.그러자 붉은 색 터키 국기를 온몸에 두른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 나와 밤새 노래를 부르며 승리에 도취해 밤을 새웠다.터키에서 건너 온 이민자들이다.자국의 승리에 기뻐하는 모습은 세계 어디에 살더라도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덴마크 현지인들의 시선은 그리 달가워 보이지 않는다.누구 하나 이들에게 다가가 “축하한다.”거나 혹은 “시끄럽다.”와 같은 말 한마디조차 건네려 하지 않는다.그저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유럽은 지금 ‘불안한 동거’ 이날 만난 한 덴마크인은 “유럽이 행한 정책 중 가장 큰 실수라고 한다면 이슬람 이민자들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것”이라며 “이들만 아니었어도 유럽은 훨씬 안전하고 행복한 곳이 되었을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하지만 이날 응원을 나왔던 터키인은 “이슬람 이민자들은 대부분 지긋지긋한 가난 때문에 아무런 준비 없이 넘어 온 이들인데 새 나라의 언어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충돌을 겪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아니냐.”며 현지인들의 싸늘한 시선을 억울해 했다.  유럽 전체에 산재한 5400만명의 무슬림 인구를 감안할 때 이같은 ‘문명의 충돌’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현재 유럽인들의 절반 이상이 이슬람 이민자들에 대해 부정적 정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기독교와 이슬람은 아브라함을 조상으로 하는 공통된 뿌리를 가졌지만 되레 그 점이 두 종교간의 대화와 공존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서로를 위험한 적으로 생각하며 상대방에 대한 선교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 간 갈등 ‘전쟁’으로까지 치달아  덴마크에서 촉발된 유럽 내 기독교와 이슬람 간 갈등은 결국 2006년 한 차례 ‘종교전쟁’을 치르며 홍역을 겪었다.2005년 덴마크 일간지 질란즈-포스텐이 폭탄 모양의 터번을 두른 이슬람 성자 마호메트의 만평을 싣고 이듬해 유럽의 여러 신문들이 이 만평들을 인용,게재했다.그러자 덴마크 내 이슬람 이민자들의 항의시위가 시작되면서 결국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이슬람권 전역에서 연쇄 폭동이 발생해 50명 이상이 사망했다.당시 이슬람 국가 소재 덴마크 대사관에는 연일 수백~수천 명이 몰려들어 덴마크 국기를 불태웠다.만평을 그린 작가 쿠르트 베스터고르는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이슬람 원리주의자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한 유럽 사회의 불만도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지난 4월 프랑스 북부 아라스 지역의 전사자 묘지에서는 148기의 무슬림 묘가 집단 훼손되기도 했다.네덜란드의 극우파 정치인 헤르트 빌더스는 반(反)이슬람 영화 ‘피트나’(투쟁이라는 뜻의 이슬람어)를 인터넷에서 상영했고,독일에서는 이슬람 세계의 공분을 자아내던 살만 루시디의 소설 ‘악마의 시’(1988년작)를 연극으로 공연했다.최근에는 덴마크 신문들이 마호메트 만평을 다시 게재해 무슬림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올해 3월 열렸던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도 서구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이슬람 반감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지만 이미 상황이 너무 악화돼 버려 마땅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충돌보다는 공존 추구하려는 노력 필요  현재 한국의 무슬림 인구는 전체의 0.3% 정도인 15만명 정도로 추산된다.최근 고유가로 ‘이슬람 머니’가 유입되고 외국인 노동자도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에도 이슬람 인구가 빠른 속도로 확산될 전망이다.아직까지 국내에서 이슬람과 기독교 간 갈등은 크지 않지만 이슬람 확산을 우려하는 기독교계의 감정적이고 배타적인 반응은 이미 시작된 상태다.  현재 일부 기독교계는 “유럽을 이슬람화하려는 전략을 성공시킨 무슬림들은 이제 아시아를 이슬람화하기 위해 한국을 전초기지로 삼고 적극적인 포교활동을 펼치고 있다.”면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한국에서 활발한 이슬람의 포교활동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이 앞으로 유럽이 겪고 있는 문명 간 충돌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서로를 적대시하기보다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서로를 인정하고 공존하려는 노력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기독교 선교단체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이슬람이 확산될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배타적인 한국의 기독교계와 충돌해 유럽처럼 사회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superryu@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창조적 자본주의’ 실험의 場 케냐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창조적 자본주의’ 실험의 場 케냐

    |나이로비(케냐) 이재연특파원|아프리카 최대 빈민지역인 케냐 나이로비의 고로고초에도 삶은 있었다. 스와힐리어로 ‘쓰레기’란 뜻의 이 지역은 매립 쓰레기 언덕에 세운 불법 거주촌이다. 주민 12만명이 거주하는 언덕에 들어서자 악취가 코를 찌르고 다리 아래로는 시커먼 하수가 흐르고 있었다. 깡마른 몸집의 소년 셰디(13)는 이곳에 산다. 엄마와 누나, 두 명의 남동생과 함께 13㎡(약 4평) 남짓한 쪽방에서 지낸다. ■ “함께 돌보자”… NGO 주도 빈민구제 바람 엄마 비트리스(31)는 고철, 플라스틱을 주워 받는 하루 50실링(약 900원)으로 아이들을 먹여 살린다. 애들 아빠는 수년 전에 죽었다.4실링으로 바나나 1개를 겨우 살 수 있으므로 50실링으로는 다섯 식구 입에 풀칠하기도 빠듯하다. 그래서 하루 두 끼 먹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집에는 전기나 수도도 들어오지 않는다.1주일 전 셰디를 제외한 남매들이 모두 말라리아에 걸렸지만 병원 문턱에도 가지 못했다. ●지구촌 절대 빈곤층 12억명 셰디네 가족은 검은대륙 아프리카에서 지극히 평범한 절대 빈곤층 중 한 가정일 뿐이다. 지난해 유엔 새천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촌에서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절대 빈곤층은 12억명, 하루 3달러 미만 소득자는 30억명이었다. 세계 인구의 7분의1에 이르는 8억 5000만명 이상은 셰디네처럼 심각한 수준의 만성적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말라리아에서 살아남은 셰디의 누나 젠(15), 남동생 마빈(9)과 조(7)는 그나마 행운아 축에 든다. 지난해 10세 미만 어린이가 3초에 1명꼴로 굶주림이나 질병으로 인해 사망했기 때문이다. 깨끗한 물 한 잔이 없어 설사로 사망하는 아동도 연간 180만명이나 됐다. 그러나 셰디 가족을 직접 지원하는 손길은 케냐 정부가 아니다. 케냐는 지난해 대선 부정선거를 둘러싼 유혈충돌로 100명 넘게 사망했다. 올 들어 곡물 가격이 42% 오르는 등 경제도 파탄 직전이다. 셰디는 고로고초 지역의 지라니(현지어로 이웃이란 뜻) 초등학교를 다닌다. 이 학교는 케냐 정부가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 근처에 시 의회가 운영하는 학교 두 곳이 있지만 교복 살 형편도 안 되는 아이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지라니 초등학교는 한국의 국제비영리단체 굿네이버스가 세계 23개국에서 벌이는 초등교육 사업의 하나로 세운 학교다. 케냐 정부로부터 정식인가를 받았다. 셰디 같은 아이들 180여명이 초등교육과정을 비롯해 목공, 재봉, 컴퓨터, 간호보조 등 맞춤 직업교육을 무료로 받고 있다. 수학을 좋아하는 셰디는 “돈을 잘 벌 수 있는 택시 기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빈민국에 급식·교육지원 이 학교에선 급식도 중요한 사업이다. 밀리 센트 교장은 “아이들이 먹는 하루 한 끼가 바로 급식인 우갈리(옥수수 가루로 찐 케이크)”라고 말했다. 셰디는 “수업이 없는 주말에는 종일 굶을 때도 많다.”고 했다. 먹고 싶은 간식이 있느냐는 질문에 “안 먹어 봐서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학교의 급식비 등 각종 경비는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굿네이버스 기금으로 충당한다. 굿네이버스는 1996년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로부터 비정부기구(NGO)로는 최고등급인 ‘최상위 포괄적 협의 지위’를 인정받기도 했다. 이같은 비정부기구들이 없다면 케냐 같은 빈곤 국가들의 복지정책은 크게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올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연설에서 ‘창조적 자본주의’를 역설했다. 기업이 각국 정부, 비영리단체들과 협력해 자본주의 혜택이 가난한 이들에게도 돌아가도록 하자는 취지다. 셰디처럼 하루하루 생존싸움을 하는 이들에겐 창조적 자본주의가 구세주 같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자본주의 혜택 가난한 이와 나누자” 유엔이 2000년 발표한 ‘새천년 개발 목표’는 2015년까지 세계적 빈곤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자는 구체적 행동 지침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공여국들이 국민총소득(GNI)의 0.7%만 내놓아도 현실이 될 수 있다. 이 액수는 전 세계가 국방비에 쏟아 붓는 돈의 5분의1에 해당한다. 절대빈곤층이 가장 많은 아프리카에 필요한 예산이 연간 24조 8000억원. 세계인들이 화장품을 사들이는 데 쓰는 돈은 연간 31조 4000억원임을 생각하면 창조적 자본주의의 길이 멀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불안정한 현지 정세나 식량, 유가 폭등은 비정부기구들의 자발적 구호활동에 한계요인이 된다. 세계식량계획(WFP) 나이로비 지부장 피터 멀던은 “올해 총예산 45억달러 중 20억달러가 순전히 기부금이고, 전 세계적인 곡물가격 인상분으로 올해 7억 5500만달러의 추가 예산이 책정됐다.”면서 “국제기구가 없다면 케냐 빈민들은 당장 굶어 죽을 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기구들은 순수 기부금으로 원조용 식량을 배분하기 때문에 올해처럼 식량가격 폭등 같은 위기 상황이 오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면서 “효율적 지원을 위해 각국 정부와 세계은행(WB) 등 정책결정권자들과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oscal@seoul.co.kr ◆ 용어 클릭 ●창조적 자본주의 기업활동을 통해 비즈니스와 사회봉사를 하나로 결합하는 형태의 활동을 말한다. 특히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각국 정부 및 비영리단체들과 협력해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창조적 자본주의’를 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는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 기조연설에서 “자본주의의 방향이 부유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하루 1달러 미만의 생계비로 살아가는 전세계 10억 빈민을 도울 수 있는 ‘창조적 자본주의’의 길을 모색하자.”고 역설하기도 했다. 창조적 자본주의는 한 발 더 나아가 자본주의가 제공하는 풍요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존의 구호물품 제공 등에서 벗어나 자선활동 자체를 사업화하고 각국 정부와 연대해 빈곤 탈출을 위한 포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 한국 ‘창조적 자본주의’는 - 사회연대은행, 창업자금 등 지원 한국에도 따뜻한 피가 흐르는 ‘창조적 자본주의’가 자라고 있을까?‘마이크로크레디트’나 사회적 기업 등의 형태로 조금씩 구체화되고는 있지만 아직은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으로 잘 알려진 ‘마이크로크레디트’의 경우 이미 국내에서도 뿌리를 내린 상태다.2002년 설립된 사회연대은행(www.bss.or.kr)에서는 사회적 약자에게 창업자금을 지원해 생계 터전을 마련해 주고 있다. 지금까지 118억원의 창업기금을 조성,600여명의 음식점ㆍ도소매업 창업자들에게 혜택을 줬다. 최근에는 예금보험공사와 손잡고 사내 변호사 5명이 창업ㆍ임대차ㆍ개인회생 등 법률문제를 도와주는 무료법률상담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실직자, 노인 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의 증가세도 뚜렷하다. 지금까지 100여개 업체가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아 활동하고 있다. 헌 옷이나 중고제품을 기부받은 뒤 이를 손질해 판매하는 ‘아름다운 가게’(2002년 설립)의 경우 현재 연간 매출액이 100억원을 웃도는 대표적 사회적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그럼에도 약자에 대한 개인과 기업의 기부 풍토는 아직도 무척 빈약하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국제사회에 대한 한국의 기여도는 일본의 100분의1밖에 되지 않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세계 11위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기여를 해달라.”고 호소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실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부 총액은 2003년 1382억원에서 지난해 26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정기적인 개인 기부율은 미국(83%)이나 캐나다(85%)의 절반 수준인 45%에 불과하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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