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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래방 시비’ 20대女 가슴 만지며 “살아있네”

    ‘노래방 시비’ 20대女 가슴 만지며 “살아있네”

    부산 북부경찰서는 15일 노래방 계간에서 20대 여성의 가슴을 만진 혐의로 김모(4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15일 새벽 2시 20분쯤 부산 북구 덕천동의 한 노래방 건물 7층 계단에서 A(21·여)씨 일행과 부딪혀 시비가 붙었다. 김씨는 이들과 실랑이들 벌이던 와중에 가슴이 드러난 원피스를 입은 A씨에게 다가가 “살아있네”라고 말하면서 가슴을 만진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가 한 말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주인공이 다방 여종업원의 가슴을 만지며 한 대사다. 이 말은 최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인기를 얻기도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김씨를 붙잡았고 강제추행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보호자 간병 사절”… 공공의료 모델 ‘환자안심병원’ 서울의료원 르포

    “보호자 간병 사절”… 공공의료 모델 ‘환자안심병원’ 서울의료원 르포

    가족 가운데 한명이 병원에 입원하면 집 안에 비상이 걸린다. 수술이라도 받았다면 비상의 강도는 더욱 세다. 환자 옆을 지키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갖 수발을 들어야 한다. 딱딱한 평상 같은 작은 침대에 몸을 웅크린 채 밤을 꼬박 새우기도 한다. 병실은 보호자가 가지고 온 옷가지와 칫솔 등의 생활용품이 널려 있어 지저분하다. 핵가족화에 맞벌이 부부가 많은 요즘엔 간병인을 둬야 한다. 하루에 적어도 6만원이 들어간다. 가족 모두가 정신적, 경제적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14일 찾은 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에선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무엇보다 병실이 ‘참’ 깨끗하다. 지방의료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풍경이다. 보호자나 간병인이 없고 지저분한 각종 생활용품도 없었다. 간호사가 24시간 환자를 돌봐주는 ‘보호자 없는 병원’인 환자안심병원이기 때문이다. 가족들도 간병이 아닌 문병을 위해 병원을 찾다 보니 표정이 환하다. 김순이씨는 “간호사가 모든 걸 챙겨주니 부담도 없고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환자들도 마찬가지다. 외과병동에서 만난 하한섭(73)씨가 시계를 들여다보며 “오늘은 할멈이 문병을 안 오나 보네. 하긴 와 봐야 별로 할 일도 없지”라며 웃는다. 2주 전 5시간 넘게 척추디스크 수술을 받은 하씨는 지금도 10분 이상 걷기 어렵다. 커다란 복대를 허리에 차고 있어서다. 수술 뒤 이틀 동안은 꼼짝없이 누워 있었야 했다. 하지만 혼자 있으면서도 아쉽지 않았다. 물론 하씨는 부인과 자식이 있다. 서울의료원은 지난 1월부터 총 623병상 가운데 격리 병상 등을 제외하고 39%인 180병상을 환자안심병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보호자 없는 병원을 고민하던 서울시에서 예산 36억원을 지원했다. 간호사 144명, 병원보조원 24명, 사회복지사 5명이 환자안심병원에서 일한다. 우리나라에서 간호사 한 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는 평균 17명이지만 서울의료원에선 7명에 불과하다. 환자들은 추가 비용을 낼 필요가 없다. 일종의 ‘무상 간병’인 셈이다.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휴·폐업을 놓고 공공의료원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서울시의 강력한 의지와 지원, 서울의료원의 자발적 노력과 조직 혁신 덕분에 새로운 공공의료 모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환자들은 무엇보다 엄청난 간병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당뇨 때문에 입원한 원규자(78)씨는 “자식들이 다 직장에 다니는데 개인적으로 간병인을 고용했다면 하루 6만원 이상 써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펜션을 운영하는 하씨도 “일반 병원이었다면 믿을 만한 간병인 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할멈이 펜션을 휴업해야 했을 것”이라면서 “환자안심병원이 더 많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호사들로서는 가족이나 간병인이 했던 일을 도맡아 해야 해 노동 강도는 높아졌지만 보람도 함께 커졌다. 102병동을 담당하는 최우영 수간호사는 “환자안심병원을 하고 나서 우리 병동에 욕창이 생긴 환자는 한 명도 없다”면서 “환자들에겐 ‘안심병원’이지만 간호사들로서는 ‘보람병원’”이라고 설명했다. 최 수간호사는 “일반 병실에선 환자들을 세심하게 돌보고 싶어도 그럴 시간이 없어 환자가 불만스러워한다”면서 “맡은 환자 수가 7명으로 적어 환자 상태를 더 잘 살피고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 수간호사는 “환자들에겐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게 무척 중요한데 지금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간호사들과 환자들이 가까워지면서 가족 같은 분위기가 생겨나 서로 만족감이 높다. 원씨는 “이렇게 친절한 곳은 처음 본다. 친딸보다 낫다”며 간호사 칭찬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어 “병원에서 다 돌봐주니 식구들도 마음 편하고 나도 불안한 게 없다”면서 “간호사들이 일이 많아 피곤할 것 같은데 퇴원할 때 맛있는 걸 사줘야겠다”고 말했다. 환자안심병원은 서울의료원만의 특별한 실험이다. 간병인이 아닌 간호사가 중심이다. 기존 ‘보호자 없는 병원’은 간병인을 별도로 두는 방식이다. 하지만 대부분 민간업체를 통한 위탁이다 보니 저임금 계약직만 양산하고 관리 소홀과 의료사고라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병원 입장에선 간병인이 늘어날수록 행정 비용이 증가하는데 정작 환자 입장에선 비용 절감 효과가 없다는 것도 간병인 제도의 필요성 자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인덕 서울의료원 간호부장은 “지난해 초 박원순 시장과 김창보 시 보건정책관 등이 보호자 없는 병원 시행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고민 끝에 간호사 중심 시스템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이에 대해 “어차피 의료서비스가 핵심이라면 간호사를 직접 고용하는 것이 더 좋다”면서 “가령 미국 캘리포니아는 환자 몸에 닿는 행위는 무조건 간호사만 할 수 있도록 했고, 이를 위해 간호사 1인당 환자 수가 5명을 넘지 않도록 법으로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시에서 36억원을 지원해 사업 시행을 준비할 당시엔 안팎에서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수간호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장은빈 간호사는 “내로라하는 민간 병원에서도 시도했다가 흐지부지된 걸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 걱정했었다”고 회상했다. 이 간호부장은 “간호사 채용을 잘 안 해주기 때문에 노동 강도가 강해지고 이직률이 높아지는 악순환을 깨고 간호사 인력을 확충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간호사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일부 취약 계층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모든 시민에게 혜택을 주는 보편복지를 구현한다는 점도 새롭다. 최대한 많은 시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성 질환이 아닌 급성 위주로 의사 판단에 따라 환자안심병원 이용 여부를 결정하며 기간은 15일로 필요 시 1주일 연장하도록 했다. 시에서 지원하는 취약 계층 대상 간병비 지원 사업을 2007년부터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병원 이미지가 좋아지면서 환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는 환자안심병원을 나머지 12개 시립병원에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김 보건정책관은 “환자안심병원은 돌봄과 치료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라면서 “간호사 수가 늘어나면 수술 후 생존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서울의료원 모델을 적용한 시범 사업을 준비중이다. 새로운 공공의료 모델로 떠오를 수 있는 것이다.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간호사 이직률이 높은 점은 환자안심병원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 간호부장은 “일은 대학병원 수준이고 급여는 대학병원보다 많이 떨어져 이직률이 14%가량 된다”면서 “대규모 신규 채용을 했지만 아직도 간호 인력 정원을 못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보험에 신포괄수가제가 도입된 뒤 간호관리료 항목이 없어지면서 인건비 보조를 받을 수 없게 됐다”면서 간호관리료 항목을 되살려야 더 많은 간호사를 채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보건정책관도 “정부가 건강보험을 통해 간호사 인력 확대에 따른 인건비 지원을 복원해 줘야 간호사 급여 현실화와 근로 환경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환자들이 간호사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생기는 부작용들도 있다. 장 간호사는 “어떤 환자들은 손 하나 까딱 안 하면서 밥 달라, 커피 달라 한다”면서 “심지어 우리를 ‘아가씨’라고 부르며 다방 직원 대하듯 할 때는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환자 가족들이 사사건건 불만을 제기하면서 환자보다 더한 상전 행세를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환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범위와 한계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77세에 영화감독 데뷔한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

    [김문이 만난사람] 77세에 영화감독 데뷔한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

    흔히 인생을 비유할 때 ‘떠오르는 태양, 지는 해’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렇다면 지는 해는 그냥 말년? 과연그럴까. 여명의 구름 사이로 솟아나는 태양이 역동적이라면,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저녁노을의 황혼빛은 아침의 태양보다 더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오래 남는다. 비록 지는 해일지라도 저마다 ‘인생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황혼 무렵이기에 더욱 그렇다. 괴테는 82살에 불후의 명작 ‘파우스트’를 완성했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면 유치해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 어린이가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88살까지 산 베르디 또한 말년에 유일한 희극 오페라 ‘팔스타프’를 통해 ‘인생은 농담이야’라며 노()대가의 관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조선시대의 의성(醫聖) 허준 역시 말년인 72살에 불멸의 ‘동의보감’을 완성했다. 올해 1월 101살로 타계한 일본의 할머니 시인 시바타 도요는 98살에 ‘약해지지 마’라는 시집으로 세계 최고령 등단의 기록을 세웠고 100살 되던 해에도 ‘100세’라는 시집을 내 많은 화제와 감동을 선사했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은 최근 영화 ‘주리’(JURY)를 만들어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1937년생이니까 만(滿)으로 76살, 우리 나이로 치면 일흔일곱 희수(喜壽)에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셈이기에 그렇다. ‘주리’는 지난달 제6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상영된데 이어 제11회 피렌체 한국영화제(3월15~24일), 제5회 오키나와 국제영화제(3월 23~30일), 제15회 이탈리아 우디네 극동영화제(4월19~27일), 아르메니아 예레반 국제영화제(7월), 몬트리올 국제영화제(8월) 등에 초청될 만큼 국내외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주리’는 영화제 심사위원들의 뒷얘기를 신선하게 다루고 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국민배우 안성기는 매사에 갈팡질팡하는 캐릭터로 등장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심사과정 내내 트러블을 만들어내는 강수연, 독립영화감독 정인기, 그리고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스, 영화에 대해 순수한 열정을 가진 일본인 도미야마 등 5명이 등장한다. 김 명예위원장은 그동안 70여개의 국내외 영화제에 참석했으며 심사위원 27회, 심사위원장 17회 등을 맡은 경력을 바탕으로 이번에 첫 작품인 ‘주리’를 만들어낸 것. 단편영화로는 최초로 서울 부산 등 전국의 극장에서 지난 7일부터 단독 개봉되고 있는 것 또한 화제다. 그는 7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문화부 차관까지 올라 ‘인생 1막’을 마친 뒤 15년동안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아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끌어올려 2010년 화려하게 ‘인생 2막’을 마무리했다. 이제 영화감독으로 ‘인생 3막’을 새로 시작했으니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어떻게 재미있는 인생을 꾸려나갈지 궁금해진다. 그는 또 지난해 3월부터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원장을 맡아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대학에서 막 오는 중이라며 자리에 앉는다. 강의도 있지만 처리해야 하는 학사행정이 많아 매일 대학에 나간다고 했다. 바쁜 와중에도 여전히 각종 영화행사에 참석한다. 지난해 8월 몬트리올 국제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했고 또 할리우드에서 열린 이병헌·안성기 핸드프린팅 행사에도 동참했다. 특히 올해는 영화감독 자격으로 불러주는 곳이 많다. 지난달 베를린영화제에서의 반응이 어떠했느냐는 질문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러 왔다. 심사위원들을 소재로 한 영화여서 그런지 다들 재미있어 하고 인기가 좋았다”면서 “이 영화는 (시간이)짧지만 출연진들은 블록버스터급 아니냐”며 웃는다. “제가 처음 영화를 만든다고 하니까 다들 흔쾌히 수락해주더군요. 충무로 대표급 5명의 출연진 외에도 스태프들이 더 화려합니다. 조감독을 한번도 해보지 않고 감독으로 데뷔한 ‘여고괴담2’ ‘가족의 탄생’의 김태용 감독이 이번에 조감독을 맡았고 ‘실미도’ ‘공공의 적’의 강우석 감독은 ‘편집에는 내가 최고이니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을 꼭 넣어달라’며 편집을 자처하고 나섰지요. 또 외국인 출연자 중 도미야마는 자비로 비행기를 타고 와서 동참했습니다. 각본 작업에는 ‘두만강’의 장률 감독, ‘은하해방전선’의 윤성호 감독 등이 함께했지요. 그러다 보니 열정이 한데 뭉쳐 저한테 헌정하는 식으로 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웃음).” 이 밖에 임권택 감독, 이란의 세계적인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 여배우 김꽃비,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 등이 카메오로 등장, 재미를 더했다. 영화 촬영은 주로 밤에 이루어진다는 충무로의 관행에서 탈피해 아침 7시부터 시작해 저녁에 끝나는 방식으로 3일간 진행됐다. 이 기간동안 점심과 저녁 때에는 임권택·강우석 감독 등이 찾아와 서로 번갈아가며 식사를 사는 등 축제 분위기를 연출, 훈훈한 뒷얘기를 남겼다. ‘주리’의 제작비는 약 2400만원. 어떻게 해서 영화를 만들게 됐을까. 이에 대해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그만둘 무렵 앞으로 무슨 일을 할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고 그때마다 영화라도 한두 편 만들고 싶다고 대답을 하곤 했다”면서 “그러던 참에 지난해 아시아나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영화를 한 편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와서 평소 생각하던 영화제 심사과정을 소재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영화를 관람석에 앉아 감상했지만 막상 직접 연출해보니 힘든 작업이라는 것을 체험했고 동시에 해볼 만한 작업이라는 의욕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영화감독은 인생의 3모작인 셈입니다. 결과에 대해 예단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행복하게, 보람 있게 마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실 우리 나이쯤 되면 갑자기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지만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은 또 다른 성취감을 맛보는 즐거움과 행복이 아닐까 싶어요.”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다.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막 내리던 날 그는 떠날 것을 선언했다. 그러자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프랑스 여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퇴임식 행사장에 직접 찾아와 김 위원장과 함께 막춤을 추며 석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또 타이완의 여배우 양귀매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타나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를 열창하면서 함께 춤을 췄다. 김 위원장은 이를 두고 “열정적으로 일을 하면서 부산국제영화제를 반석위에 올려놨고 평생 기억에 남을 일들이 많았다”고 회고한다. 그는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스타일로 다방면의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술을 마다하지 않아 한때는 소주 15병씩 마실 정도로 두주불사였다. 영화진흥공사 사장 시절 남양주 주민 100명과 흐트러지지 않고 소주 100잔을 마신 일화는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70살이 되던 2006년 1월 1일부터 딱 끊었다. 요즘 술자리에선 ‘물폭탄’만 마신다며 웃는다. 그는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났다. 3살때 서울로 이사와 재동초등학교를 다녔다. 경기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한시와 고전문학, 서예에 심취했다. 특히 서예는 1963년 국전에 입선할 정도였다. 자택(서울 광장동)에는 그가 직접 쓴 ‘淸江一曲抱村流 長夏江村事事幽’(청강일곡포촌류 장하강촌사사유·맑은 강 한 굽이 마을을 감싸고 흐르는데 기나긴 여름 강촌은 만사가 한가롭네)라는 두보의 한시가 걸려 있다. 하지만 서예는 사무관이 되면서 너무 바빠 그만두었다. 그는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으나 가정형편으로 직장을 빨리 구하기 위해 고시를 일찍 포기했다. 1961년 군 제대후 문화공보부 7급 주사보 채용시험에 합격,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2년 뒤에는 사무관 공개경쟁 시험에 합격했다. 이때부터 초고속 승진을 하면서 8년 동안 ‘최장수 기획관리실장’ 기록을 세우며 다섯 명의 장관을 모셨고 문화체육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그가 영화와 인연을 맺은 것은 영화진흥공사 사장에 취임하면서였다. 대학 다닐 때까지만 해도 영화를 거의 접하지 못했지만 공사 사장 시절에는 1년에 영화 100여편을 볼 만큼 열정적이었으며 4년 뒤 예술의전당 초대 사장, 공연윤리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주리’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구상하고 있을까. “올해 안에 영화제 심사위원과 관련된 단편을 하나 더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영화제와 자원봉사라는 소재를 가지고 그들의 갈등과 사랑을 그려보려고 합니다. 만약 이 영화를 올해 부산영화제 때 뽑아준다면 곧 완성되는 제 자신의 영화인생을 다룬 다큐멘터리와 함께 두 편을 붙이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다큐멘터리는 앞서 언급한 이란의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 현재 제작 중이며 거의 완성단계(가제 On going)에 이르렀다. 마흐말바프 감독과는 부산국제영화제로 처음 인연이 됐으며, 3년 전 프랑스 퐁피두센터에서 우연히 다시 만났을 때 마흐말바프 감독이 김 명예위원장에게 ‘당신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찍어도 되느냐’고 제안하면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됐다. 마흐말바프 감독은 여러 차례 한국에 와서 촬영을 마쳤다. 김 명예위원장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내년에는 역사에 남는 멋진 장편영화를 만들겠다”고 다부진 의욕를 밝힌다. 슬하에 1남 2녀를 두었고 큰딸이 단국대 음악과 교수로 같은 캠퍼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선임 기자 km@seoul.co.kr ■김동호 위원장은 1937년 강원 홍천에서 태어났다. 경기중·고교를 나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61년 문화공보부 7급공무원으로 시작해 문화국장, 공보국장, 국제교류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거쳤다. 1988년 영화진흥공사 사장, 1992년 예술의전당 초대 사장 등을 지내다 1992년 문화부 차관에 임명됐다. 1년 뒤인 1993년 공연윤리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1996년부터 15년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지냈다. 현재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원장,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나국제영화제 요청으로 단편 영화 ‘주리’를 제작,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1997년 로테르담영화제 등 17개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으로 활약했다. 주요 수상으로는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2000년), 대한민국 영화대상 공로상(2005년),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2006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2007년), 대한민국 국회대상 올해의 공로상(2011년), 아시안필름 어워드 공로상(2011년) 등이 있다.
  • 만화로 영화史의 숲을 거닐어 보다

    만화로 영화史의 숲을 거닐어 보다

    올해 영화를 관람할 국내 관객 수가 사상 처음으로 2억 명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만큼 영화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됐다. 그런데 우리는 영화라는 장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영화는 현대인에게 뗄래야 뗄 수 없는 대중 예술이자 오락거리가 됐지만 처음 등장했을 당시 박수만 쏟아졌던 것은 아니다. 화재로 인한 대형 참사가 일어나기도 해 ‘위험한 오락’, ‘죽음의 함정’이라는 비난도 끊이지 않았다. 영화라는 장르는 블록버스터 못지 않게 스펙터클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그렇지만 영화에 대해 알고 싶어도 이론서의 두께와 딱딱함에 주눅들기 일쑤였다. 마침 영화의 역사를 보다 쉽게 이해하는 데 디딤돌이 되어줄 책이 나왔다. 재즈와 록 등 대중음악을 테마로 한 만화를 꾸준히 발표하며 교양 만화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재즈 평론가 남무성이 이번에는 영화사를 만화로 풀어낸 것. 영화 전문지 ‘스크린’의 편집장을 지낸 영화 평론가 황희연과 함께 ‘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라이벌 난장사’(오픈하우스 펴냄)를 내놓았다. 화려한 은막 뒤를 가득채운 감독과 배우들의 깨알 같은 에피소드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는 것도 좋겠다. 한달음에 읽어내릴 수 있다. 영화 역사를 단순하게 나열해 놓지 않은 점이 매력이다. 사실상 최초의 영화 상영회를 열었던 뤼미에르 형제와 영화 초장기 문법을 만들어간 조르주 멜리아스, 영화 산업 헤게모니를 놓고 다퉜던 유럽과 미국, 코미디 지존 대결을 벌였던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 등 남무성이 풀어낸 라이벌 구도를 쫓아가다 보면 어느 새 100년이 훌쩍 넘는 영화 역사를 꿰뚫게 된다. 아련하게 기억에 남은 배우 스틸이나 영화 포스터, 명장면 등도 시선을 끈다. 곳곳에 들어가 있는 영화 토막 상식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엇보다 남무성 특유의 위트와 유머 감각이 영화 역사의 숲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고 있다. 작가의 말에서 언급된 것처럼 작업 시간이 촉박했던 게 흠이라면 흠. 순수하게 만화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일부 장면의 완성도가 전작인 ‘재즈 잇 업! 만화로 보는 재즈의 역사’나 ‘페인트 잇 록-만화로 보는 록의 역사’에 견줘 다소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화적 재미는 결코 부족하지 않다. 남무성은 다방면에 재능을 뽐내고 재즈 평론가다. 국내 최초로 재즈 잡지를 만들었다. 다양한 재즈 페스티벌을 통해 공연 기획자로도, 여러 가수의 음반 프로듀서로도 활약하고 있다. 우리 재즈 1세대의 오늘날 현실과 라이브 무대를 담은 ‘브라보 재즈 라이프’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연출하기도 했다. 재즈바의 주인장이기도 하다. 만화 쪽에선 ‘재즈 잇 업!’과 ‘페인트 잇 록’이 대표작이다. 현재 포털 사이트에서 ‘만화로 듣는 올 댓 재즈’와 ‘올 댓 록’을 연재하고 있다. 요즘은 ‘페인트 잇 록’ 두번째 권 출간 준비를 하고 있다니 무척 기다려진다. 1만 5800원.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소시민 비극적 꿈·시대의 아픔에 못질하다

    소시민 비극적 꿈·시대의 아픔에 못질하다

    “못의 생명은 쓰임새예요. 이축 저축에 걸쳐 박는 거멀못, 머리가 없어 구멍에 쏙 들어가 홈을 메우는 무두정, 머리가 납작하고 넓어 반닫이 장식으로 활용되는 광두정까지 생김새와 쓰임이 제각각입니다.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듯 못도 우리의 삶을 비유적으로 보여 준다고 할까요.” 못 연작시를 써 온 시인 김종철(66)이 네 번째 연작시집 ‘못의 사회학’(문학수첩 펴냄)을 냈다. ‘못 박사’ ‘못의 사제’로 불리는 시인은 이번에도 못에 집착했다. 첫 연작시집 ‘못에 관한 명상’(1994)부터 ‘등신불 시편’(2001), ‘못의 귀향’(2009)까지 못에 천착해 온 터다. 시인은 “중학교 2학년 때 수녀님이 ‘못을 박은 뒤 화해와 용서를 통해 못을 빼도 자국은 남는데 그 못 자국은 누구의 것이냐’며 원죄의식을 설명한 이후 못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사회학이 담론이다. 존재론적 탐구와 못의 시학이 하나의 관계학으로 맺어졌다. 시인에게 못은 사회의 수많은 존재이며 그 존재들의 하루하루다. 시인은 “이승에서 하루하루 맞은 밤들을 이 시집에 못질했다”고 설명했다. “험악한 곳을 가려 흠 없이 만든다”는 못의 삶을 우리 삶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김재홍 경희대 명예교수는 “자유와 평등의 정신, 죄와 참회, 용서와 사랑의 정신을 심화했다”고 평가했다. 시집의 제목은 시 15편을 갈무리한 1부의 소제목으로도 쓰였다. 베트남전 참전 군인과 노숙자 등의 어수룩한 삶이 녹아 있다. 영문도 모르고 고엽제에 노출돼 말라 죽은 전우와 도시를 떠도는 노숙자, 꾸역꾸역 일만 하는 회사원이 주인공이다. ‘참외는 노랗다 / 참외는 참회한다 / 제 속의 많은 씨만 헤아리기에는 / 그 죄가 너무 깊고 달다’(슬픈 고엽제 노래)는 죽어야만 비로소 시원한 냉동고에 갈 수 있던 불지옥 같은 캄란베이 전선을 노래했다. ‘용병 이야기’ ‘빨간 팬티’ ‘나라가 임하오시며’도 마찬가지. 시인은 1971~1972년 백마부대 대원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지난해 국가유공자가 됐다. 하지만 참전 용사를 ‘용병’이라 부르길 꺼리지 않는다. “수십년 지나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의 계기가 된 통킹만 사건이 조작됐다는 뉴욕타임스 기사를 읽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의 정당성을 잃은 베트남전을 포장하기보다 진실을 쓰려 했다”고 말했다. 시인에게 전우는 국가라는 핑계로 스러져간 젊음, 시는 이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소명일 따름이다. 노숙자를 바라보는 시선도 애달프다. ‘열심히 살았지만 뭘 했는지 모르는 / 익명의 집짐승들 꿈꾸는 귀가 시간…이 밤, 버러지보다 못한 변신을 꿈꾸리라’(노숙자를 위한 기도)이다. 시인은 “해직 노동자는 단체를 만들고 철탑에 올라 싸울 수 있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노숙자는 같은 사회적 ‘을’임에도 어떤 길도 열리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시인은 또 해군기지 건설로 두 쪽 난 강정마을(강정소인국), 종교의 세속화(아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계약(우리 시대의 동물원)을 비판한다. 후자를 ‘을’만 죽는 ‘을사조약’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는 “못을 통해 시대정신과 소시민의 비극적 꿈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시인이지만 해학적인 구석도 넘쳐난다. 1968년 스물한 살에 한국일보 신춘문예, 2년 뒤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보기 드문 2관왕 문사인 셈이다. 시인은 “서울신문에는 ‘박낙천’이란 필명으로 응모해 당선됐다. 당시만 해도 표절만 아니면 필명으로 신춘문예 당선이 허용됐다”고 말했다. ‘박’은 대학(서라벌예대 문창과) 은사인 박목월 선생의 성에서, ‘낙천’은 시를 쓴 낙천다방에서 각각 따왔다. 당시 서울신문의 당선 상금은 5만원. 기라성 같은 시인들이 등단하며 경쟁지(3만원)보다 크게 높았다고 한다. 그는 “상금 욕심도 났고, 이근배 선배처럼 여러 곳의 신춘문예에 당선돼 문재가 뛰어나다는 소릴 듣고 싶었다”면서 “나중에 심사위원이었던 박목월 선생이 곤란을 겪으셨다는 얘길 듣고 스스로 당선을 취소할지까지 고민했다”고 회상했다. 시인은 ‘해리포터’ 시리즈로 성공한 출판인이기도 하다.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두꺼운 원서를 10배가 넘는 판권을 지불하고 뚝딱 출간했다”면서 “박맹호 민음사 회장이 황석영 작가에게 ‘책에도 인연이 있다’고 말했다더라”며 껄껄 웃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DB를 열다] 1972년 문 닫은 히피문화 산실 심지다방

    [DB를 열다] 1972년 문 닫은 히피문화 산실 심지다방

    서울 명동은 1950년대부터 다방 천국이 되었다. ‘청동’ ‘돌체’ ‘서라벌’ ‘갈채’ ‘휘가로’ ‘모나리자’ 같은 이름의 다방은 문화예술인들 그리고 젊은이들이 차와 술을 마시고 시간을 보내는 아지트였다. 그중에서도 명동의 뒷골목, 명동 2가 53번지에 있던 ‘심지다방’은 없는 원판이 없었던 음악다방으로 젊은 층의 인기를 끌었다. 심지다방은 보수적인 가치에 대항해 1960년대 말부터 국내에 밀려들어 온 히피 문화의 산실이기도 했다. 1972년 2월 12일 자 기사는 심지다방이 해피스모크를 거래하고 음란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퇴폐다방 1호로 단속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해피스모크란 마리화나로 만든 담배를 말한다. 장발족들이 조명 아래에서 귀가 찢어질 듯 볼륨을 높인 음악을 들으며 광란의 몸짓을 한 것이 결국 음란 퇴폐행위로 처벌을 받기에 이른 것이다. 사진은 단속을 당한 그날 기사의 관련 사진으로 사용하기 위해 촬영한 것이다. 한편, 심지다방의 주인은 1969년 같은 건물에 ‘오비스캐빈’이라는, 통기타 가수들이 공연하는 음악감상실을 열었다. 음악감상실의 원조는 명동에서 문을 열었다가 무교동으로 옮겨왔던 ‘세시봉’이었다. 세시봉과 더불어 ‘디쉐네’ ‘쉘부르’ ‘금수강산’도 음악감상실로 유명했다. 세시봉은 1969년에 문을 닫았는데 그 무대에 섰던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양희은, 김세환 등의 가수들은 오비스캐빈으로 옮겨 와서 계속 노래를 할 수 있었다. 손성진 국장 sonsj@seoul.co.kr
  • PD출신 보도본부장 지내 조용필 평양 콘서트 기획

    PD출신 보도본부장 지내 조용필 평양 콘서트 기획

    예능 프로듀서(PD)로 출발해 39년 동안 예능·편성·제작은 물론 보도 부문까지 아우르는 특이한 이력을 갖춘 올라운드 방송인이다. 원만한 성격에 갈등 조정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정무팀장인 이정현의 광주 살레시오고 후배로 지난 대선 TV토론 때 박 당선인을 외곽에서 자문했다. 1974년 동양방송(TBC) PD로 방송계에 들어와 KBS를 거쳐 SBS 개국 멤버로 참여했다. KBS에서 국내 토크쇼의 원조 격인 ‘자니윤 쇼’를 연출해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100분쇼’, ‘신혼은 아름다워’, ‘오박사네 사람들’ 등을 제작했다. 2005년 가수 조용필의 평양 콘서트를 성사시키는 등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뛰어나다. 특히 김대중 정부 때 SBS 보도본부장을 지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SBS의 한 관계자는 “PD 출신으로는 드물게 보도본부장을 지낼 정도로 정치적인 감각과 친화력이 매우 뛰어나다”면서 “부드러운 성품에 상황 판단 능력이 탁월하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 능력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이사, 여의도클럽(중견 방송인 모임) 회장을 역임하는 등 언론계는 물론 다방면에 걸쳐 발이 넓다. 그동안 주로 기자 출신의 정통 언론인이 맡아 온 홍보수석을 PD 출신에게 맡긴 것은 대언론 공보기능보다 ‘대통령이미지’(PI) 기획 등에 초점을 두겠다는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2002년 ‘TV토론에 나타난 후보자의 수사학적 전략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 출신 언론인 모임인 ‘성언회’ 회장을 맡고 있다. 부인 박현애(58)씨와 2남.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시행사 위주 계약·주차장 무상제공 ‘세빛 의혹 둥둥섬’ 불필요한 하도급·시의회 미의결 등 ‘용인 위법 경전철’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방자치단체의 혈세 낭비에 칼을 빼들었다. 변협은 14일 1차로 서울시의 ‘세빛둥둥섬’ 조성 사업과 ‘용인경전철’ 사업 과정에서의 재정 낭비와 비리를 파헤쳤다. ‘지자체 세금낭비조사 특별위원회’는 오세훈(52) 전 서울시장의 야심작인 세빛둥둥섬에 대해 각종 위법 의혹을 제기했다. 특위에 따르면 사업협약의 무효 가능성, 주차장 무상제공, 사업추진 근거법령 미비 등 다방면에 걸쳐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자치법 등에 따르면 중요재산을 취득하거나 매각할 때에는 시의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현재까지도 세빛둥둥섬에 대한 의회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고 있다. 또 한강사업본부는 주차장 시설의 수탁자를 공개 경쟁 입찰로 선정해야 함에도 시행사인 플로섬 주식회사에 주차장 188면을 무상제공해 30년간 총 18억 9000만원의 위탁수수료를 면제받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오 전 시장을 수사의뢰 요청한 결정적 이유인 배임과 관련, 계약 체결 자체에서의 문제점도 나타났다. 서울시와 한강사업본부는 해당 사업이 사업자의 책임으로 중단되는 경우에도 운영 5년차까지 채무 전액을 부담하는 계약을 시행사와 체결했다. 협약이 무효가 될 때에는 시행자에게 계약 체결상의 과실을 부담할 가능성도 떠 안았다. 특위 측은 “이런 계약 체결은 서울시에 손해를 가했거나 손해를 발생할 위험성을 초래했고 그에 따른 이익을 시행사가 가져가게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용인경전철 사업은 직접적 근거 규정이 없거나 일부 혐의의 공소시효가 지나 민·형사 조치는 취하지 못했지만 이 과정에서도 많은 위법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불필요한 하도급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업체에 대한 의혹, 용인시의회 의결을 받지 않은 점, 분당선 손실보상조항을 삭제할 것을 의결한 용인시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 의결 위반, 실시협약 체결에서 절차상 위법 등의 문제가 주민감사 청구의 요지로 알려졌다. 신영무(68) 변협 회장은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오히려 국민 세금을 자기 돈처럼 마구 쓰고, 무분별한 사업계획으로 빚더미에 오른 곳이 많다”면서 “이 같은 재정 낭비가 계속되면 후손들에게 빚만 안겨주고 지자체가 파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2)울릉도 홍합밥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2)울릉도 홍합밥

    배는 어제도 오늘도 못 떴다. 겨울 뱃길을 예상 못한 것은 아니나 포항까지 내려와 발이 묶이니 속수무책이다. 어쩌랴. 과메기에서 대게, 모리국수, 물회, 고래 고기까지 포항의 맛을 샅샅이 뒤지면서 눌러앉을밖에. 하지만 맘은 종일 동쪽 바다를 떠다녔다. 사흘째 되던 날 아침 7시. ARS를 확인하니 반가운 출항 소식이다. 들어가기만 하면 섬이 날 한 달쯤 묶어 놔도, 다방 언니들 뒤태만 보며 빈둥거려도 버틸 자신이 있노라고 애써 자신을 다독였다. 배는 떴고 낙엽처럼 찰방거렸으며 속은 어김없이 뒤집혔다. 혼이 쏙 빠져나갔다. 5시간을 흔들려 도동항에 사람을 부려 놓은 배는 그만큼의 사람을 싣고 육지로 사라졌다. 허탕 친 것을 따져 보니 3전 4기, 눈물의 울릉도다. 벌써 해가 진다. 홍합밥을 지으려면 30여분 걸리니 미리 주문해 놓기 위해 밥집을 점검하던 난 아찔해졌다. 귀를 의심했다. 소위 ‘맛있는 집’ 주인들은 모조리 ‘미안하다’며 육지에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 그들은 육지로 겨울 휴가를 떠나고 난 먹자고 섬에 들어온 것이다. 그러니 귀엣말 한마디 하자면 당신은 겨울 지나 춘삼월 산나물이 올라오거든 꽃대처럼 이 섬에 밀고 들어오시라, 제발. 이튿날. 머구리 다이빙을 한다는 이름도 기이한 김울릉씨를 급하게 수소문했다. 울릉도의 첫 목적인 제대로 된 홍합밥을 짓기 위해서다. 그가 사람 얼굴만 한 홍합의 서식처를 알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울릉도 홍합은 크기도 하거니와 삐들삐들 말린 후 잘게 다져 밥을 지으면 바다 향이 그윽하게 배고 그 색이 마치 치자 열매처럼 붉다. 씹는 질감이 쫄깃하여 삶으면 살이 물러지고 허연 육지의 것과는 다르다. ‘열합’ ‘참담치’라고 불리며 껍데기에는 해초와 바다 생물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해녀나 잠수부들이 수심 20m 이상 들어가야 잡을 수 있다. ’산속 미나리’ 전호나물…밥상 한가득 봄마중 어렵게 연결된 그는 “겨울이고 풍랑이 일어 물속에 들어갈 수 없다”는 대답만 들려줬다. 그러니 겨울 홍합밥은 늦가을에 손질하여 바닷물을 섞어 얼려 둔 냉동이다. 6대째 뱃일을 하고 있다는 한 울릉도 토박이는 “본래 홍합밥은 지금의 형태와는 좀 다르다”고 말해줬다. “여름이면 동네 사람들이 바닷가로 물놀이를 갑니다. 솥을 하나 들고 가요. 지금은 큰 것 따려면 몇십m 들어가야 하지만 그 시절엔 얕은 곳에 흔했어요. 가져간 쌀을 솥에 넣고 홍합 큰 것만 다져 넣어 밥을 짓습니다. 한참 물에서 놀다가 허출하면 올라와 밥을 퍼먹고, 밥을 다 먹으면 자잘한 홍합을 삶아 먹고 놀았죠. 그게 홍합밥의 시작이에요.” 어렵게 성인봉 들어가는 절집 입구 식당에서 이름 알리기를 싫어하는 토박이 아주머니가 주는 울릉도 홍합밥을 맛보았다. 빨간 홍합을 잘게 썰어 찹쌀과 멥쌀, 간장, 참기름을 넣고 향긋하게 지어 낸 진짜 토종 홍합밥이다. 밥 그릇 가득, 홍합이 봄꽃처럼 박혔다. 곱다. 흔히들 밥 위에 김 가루를 뿌리지만 난 칼국수든 만둣국이든 얼버무리듯 재료의 맛을 ‘한통속’으로 몰아가는 그 검은 가루가 못마땅하다. 내놓은 양념간장도 뒤로 밀어 뒀다. 오직 차진 밥 사이로 씹히는 붉은 홍합의 단순한 바다 향을 느끼기 위해 모진 파도를 뚫고 이 섬으로 숨어들었으니까. 그렇게 밥 한 그릇의 미학을 즐기고 싶은 것이다. 곁들여 내온 돌미역국에서 울릉도의 푸른 바다가 드러나고 붉게 박힌 홍합에 한 머구리 인생이 자글자글 뜸 들었을, 심심하고 고소한 밥. 한 수저, 다시 한 수저… 밥알 사이로 졸깃하게 씹히는 낯선 질감이 즐겁다. 막 눈을 뚫고 나온 울릉도 첫 봄나물인 전호나물을 얹어 먹는다. ‘산속의 미나리’로 불리는 전호나물의 진한 향기가 섞이면서 밥상은 풍만한 봄이다. 단순하지만 산과 바다, 그리고 땅의 기운이 깃든 이 음식이야말로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생명의 밥상이 아닐까. 상을 돌보던 아주머니의 나물 자랑이 대차다. “울릉도 사람들은 봄이 되면 된장과 밥만 싸들고 산속으로 들어갑니다. 산마늘(명이나물), 부지갱이나물, 삼나물, 우산나물, 미역취… 지천이 나물이니 허기지면 막 딴 나물에 그냥 된장을 얹어서 먹어요. 그 맛을 육지 사람들은 상상 못 하죠.” ’벚꽃 같은 마블링’ 약소고기…입에서 춤춘다 사람만 호강하는 것이 아니다. 울릉도의 소 또한 이런 약초를 먹고 자라니 ‘약소’라는 별칭이 붙었다. 여름에는 자생한 약초를 뜯게 하고 겨울에는 이 약초들을 말려 약간의 사료와 혼합하여 먹인다. 마침 약소 고기를 전문적으로 내놓는다는 남양의 고기 집을 들렀다. 하얗게 핀 꽃등심 마블링이 황홀하다. 살짝 불 맛만 들여 소금에 찍어 먹으니 가히 환상적이다. 동일한 조건의 육지 고기보다 씹히는 질감이 강한데 이는 사료를 많이 쓰지 않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새콤달콤한 산마늘로 쌈을 싸니 궁합이 기막히다. 하지만 울릉도에 와서 오징어를 먹지 않는다면 반쪽 맛 기행일 것이다. 이른 아침. 저동항으로 달려갔다. 울릉도 8경 중 저동어화(苧洞漁火)가 있다. 밤바다 오징어 잡이 배의 집어등이 꽃처럼, 반딧불처럼 밝혀져 아름답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그 치열한 밤을 보낸 배들이 들어오는 시간이다. 야들한 오징어내장국…아낙 치마폭에 싸인 듯 따로 모아 둔 오징어 흰 내장은 울릉도 사내들을 아내 치마폭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 기막힌 술국 재료다. 무를 넣고 하얗게 끓여내는데 그 시원함은 밤새 시달린 속을 명쾌하게 풀어준다. 오징어내장탕의 비결은 내장을 소금 간 하여 약 1주일 정도 숙성시키는 데 있다. 그래야 떫고 쓴 맛이 빠져 달아진다. 국 이외에도 내장에 된장과 고추, 마늘 등을 넣고 자박자박 지진 후 겨울 납닥배추(노지배추)에 얹어 먹는 쌈이 있다. 화장실 창문을 열면 바다가 보이는 언덕 숙소에서 배가 안 떠 근 일주일을 머물렀다. 여행이란 때론 기약 없이 발길을 잡는 어긋남과 돌발성이 있어야 두고두고 곱씹을 사연이 생기는 것이니 이 또한 나쁘지 않았다. 울릉도는 딱 사흘 잡고 들어가 일주일을 먹고 나오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식도락 감옥’이다. 글 사진 손현주 음식평론가 marrian@naver.com 여행수첩 (지역번호 054) →가는 길 울릉도는 연중 100일은 배가 못 뜬다고들 한다. 기상 악화로 그만큼 결항이 잦다. 3박 4일 일정이라면 일주일 정도 여유를 갖고 떠나는 것이 좋다. 출항정보 http://www.ulleung.go.kr/tour. →계절맛집 도동 ‘보배식당’(791-2683, 홍합 밥), 남양 ‘상록식육식당’(791-7706, 약소), 도동 ‘향우촌’(791-8383, 약소), 천부 ‘신애분식’(791-0095, 따개비칼국수), 도동 ‘바다회센터’(791-4178, 오징어내장탕), 도동 ‘99식당’(791-2287, 약초해장국), 나리분지 ‘산마을식당’(791-4634, 산채나물).
  • 송석구 사회통합위원장, 사회갈등 완화 방안 제언하다

    송석구 사회통합위원장, 사회갈등 완화 방안 제언하다

    “날로 심화되는 양극화, 계층 갈등 완화가 박근혜 정부가 해결해야 할 발등의 불이다.” 송석구(72)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사통위) 위원장은 14일 “계층·이념·지역·세대 갈등 등이 뒤얽혀 사회 갈등을 한층 복잡하게 하고 있지만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할 부분은 계층 및 세대 갈등”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18일 임기를 마치는 송 위원장에게서 우리 사회의 갈등 현안과 차기 정부의 과제를 들어봤다. 송 위원장은 동국대와 가천의대 총장을 지냈고, 2010년 12월부터 사통 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통위가 발족된 지 3년이 지났다. 성과를 든다면. -사회 통합은 오랜 시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추진해야 하는 숙원 사업이다. 사통위가 여태 한 작업은 준비 단계였다. 국민이 사회 통합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 것은 성과다. 사회 갈등 비용을 줄여야 선진국 진입과 지속 발전이 가능하다는 공감대를 갖게 됐다. 우리는 계층·지역 문제 등 이익 집단 간의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환경 문제 등 가치 갈등도 함께 확산되는 갈등 증폭 시대에 살고 있다. →위원회 활동에 어려움이 있었다면. -다문화가정이나 북한 이탈주민 지원을 위한 행정 체계가 부처별로 나뉘어 있어 종합 대책 마련이 힘들었다. 부처 이기주의로 통합적인 컨트롤 타워 구축이 쉽지 않았다. 나와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소통 자세의 부족도 어려움이었다. 소통을 위해 대화 기회를 제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소통 방향은 현장으로 향해야 하고, 소통의 초점은 소외된 사람들에게 맞춰야 한다. 인수위가 기초노령연금 확대, 골목상권·자영업자 보호 등을 통해 약자에 대한 배려 의지를 표명해 기대된다. →사회통합을 위해 박근혜 정부가 해야 할 시급한 과제는. -양극화, 계층 갈등 극복을 우선 순위에 놓고 일자리 확대를 위한 실제 조치에 들어가야 한다. 교육제도 개혁·기술교육 확산을 통해 패자부활전을 가능케 하고, 직업훈련체제 강화로 평생교육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빈부 격차가 심화되면서 빈곤층은 꿈과 희망을 잃고 하루하루 어렵게 살고 있다. 노력하면 더 나은 상태로 갈 수 있는 사다리도 찾아볼 수 없다. 소외 계층에 대한 배려가 사회통합의 핵심이다. ‘동서’ 균형, 뒤틀어진 산업화 유산 극복, 재벌과 중소기업 간 소통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재벌들은 절제의 미덕을 보여야 하고 ‘국민의 것을 맡고 있다’는 의식 전환을 해야 한다. 기성세대가 젊은이에게 져 줘야 세대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고,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을 이기려 해선 안 된다. 사회통합을 위해 팔 걷어붙이는 대통령을 기대한다. →용산 사태, 쌍용자동차 해고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상생과 ‘윈·윈’에서 해법을 찾자. 법리로만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겠나. 용산 문제에서도 경찰이 사망하는 등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지만 현상을 넘어선 동기 제공자가 누구인지 보자. 동기 유발은 공권력에서 나왔다. 절박한 상황에 처한 이들을 막다른 길로 몰진 말아야 한다. 유연성을 베푸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말이다. 그것이 통치다. 통치 행위에 “아 그렇구나” 하는 공감이 이뤄져야 국민이 따른다. 사통위는 현안에는 뛰어들지 않았다. 자문기구로서, 현안을 맡은 정부와의 불협화음을 우려해서다. 이런 고민 속에 재개발 제도 개선을 위한 ‘도시재정비 촉진 특별법’ 개정안도 사통위 노력으로 마련됐다. 지난해 시행된 이 개정안은 재개발 사업의 공공성·투명성을 강화하고 상가 영업의 적정 보상을 주요 내용으로 했다. →다문화 및 탈북가정의 증가에 따른 갈등 해법도 제시했는데. -결혼 이민자 20만명 등 국내 거주 외국인이 145만명을, 결혼이민자 자녀도 10만명을 넘었다. 북한 이탈주민도 2만 5000명이나 된다. 이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계층으로 고착될 때 사회 갈등과 불안정이 커지게 된다. 프랑스 인종 폭동을 예로 들 수 있다. 선제적인 통합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국제결혼 표준 약관’ 시행과 졸업 후 기능사 자격증도 함께 얻을 수 있는,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대안 학교인 ‘다솜학교’가 지난해 3월 서울과 충북 제천에서 문을 연 것도 이에 대한 대책의 하나다. →위원장으로서의 보람과 성과를 든다면. -16개 시·도에 지역 협의회를 구성해 각 지역 및 지방·중앙 간 소통의 틀을 만든 것이나, 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해 전국 29개 도시에서 진행된 334차례의 지역 간담회와 2만여명이 참가한 소통 아카데미, 노인과 젊은이들이 역할을 바꿔 함께 참여한 ‘청춘 다방’과 ‘생활의 달인 교실’ 프로젝트들은 계속돼야 할 소통의 촉매제다. 대학시간강사 제도 개선, 근로 빈곤층에 대한 고용보험료·연금보험료 지원 사업, 사회통합지수 개발 등도 진작 이뤄져야 할 일들이었다. 공익법인 재산 출연 시 상속·증여세를 비과세로 하고 개인 기부 비과세 대상을 30%로 올린 것 등도 나눔 확대를 위해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할 사안이다. 논의가 확산된 국가공론위원회 제도는 새 정부에서 꼭 실현돼야 한다고 본다. 새 정부에서 사회통합 작업이 한 단계 더 구체화되고 더 많은 발굴을 위해 보다 많은 관심을 기대하고 주문한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20년 경력 베테랑 “하루 5장 계약 힘들어”

    20년 경력 베테랑 “하루 5장 계약 힘들어”

    지난달 22일부터 시행된 새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신규카드 발급 대상이 줄어들면서 카드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무이자 할부 중단, 부가서비스 축소 등 카드업계의 ‘변심’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그 틈새에서 된서리를 맞은 이들이 있다. 카드 모집인들이다. 이들은 금융 당국의 탁상행정과 소비자들의 싸늘한 시선 사이에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8일 서울 을지로에서 경력 20년차의 S카드 모집인 L(54)씨를 만났다. L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시장 상황을 모르고 규제를 내놓는 금융 당국이 답답하다”고 털어놓았다. 대표적인 예로 그는 길거리 카드 모집 금지와 사전 고객 예약 상담제를 들었다. “길거리 모집 금지 카드를 꺼내든 금융 당국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묻지마 발급’을 한 전과가 있기 때문에 카드사들도 떳떳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요. 하지만 길거리 모집의 문제점이 뭡니까. 자격이 안 되는 사람한테도 무차별적으로 카드를 발급해줘 카드 대란이 터진 게 아닙니까. 그렇다면 모집 장소가 길거리든 다방이든 사무실이든 규제의 핵심은 ‘카드 발급의 적격성’에 맞춰져야 합니다. 자격이 안 되는데도 카드를 발급해줬는지, 자격에 비해 과도한 혜택을 부여했는지 등등을 감독 당국이 감시해야지, 무조건 모집장소만 규제하는 것은 몸통은 놔두고 곁다리만 잡는 겁니다.” 사전에 약속하고 고객을 만나도록 한 규제도 지극히 감독 당국 위주의 편의주의 행정이라고 L씨는 목소리를 높였다. 카드 모집도 영업활동인데 ‘약속된 만남’만 하는 세일즈맨이 어디 있느냐는 반문이다. L씨는 “(사전 예약 규제를 받지 않는) 자동차 외판원이나 보험 설계사 등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영기 금융감독원 상호여전감독국장은 “은행, 인터넷 등 모집채널이 다양한데 굳이 노점에서 금융상품을 팔게 할 이유가 없다”면서 “(길거리 카드 모집은) 약관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제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L씨는 “베테랑인 나도 하루에 5장 신규 계약하기가 힘들다”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카드 모집인으로) 뛰어든 40~50대 아주머니들은 하루에 1건도 힘겨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파라치(불법 카드 모집 등을 신고하면 포상하는 제도) 등 각종 규제가 새로 생겨난 데다 연초에 (소비자들이 근검을 다짐하며) 가장 많이 없애는 게 카드라 더 어렵다”고 덧붙였다. 2002년 9만명에 육박했던 카드 모집인은 ‘카드 대란’ 때 1만명대로 급감했다가 5만명까지 회복됐으나 지난해 3만 6573명으로 다시 줄었다. 전년보다 27% 감소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데스크 시각] 굿! 독거노인 공동생활제/최용규 메트로부장

    [데스크 시각] 굿! 독거노인 공동생활제/최용규 메트로부장

     그렇게 칙칙하고 답답한 영화를 끝까지 볼 줄 나도 몰랐다. 드라마틱한 요소라고는 어디 하나 찾을 수 없고 어두운 그림자만 짙게 깔린 ‘볼케이노’(Volcano).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한 것은 주인공 하네스가 우리들, 어쩌면 20~30년 후 내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37년간 학교 수위를 하다가 은퇴한 하네스. 가끔 집에 찾아오는 아들과 딸은 그에게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말을 걸어보지만 냉대와 무시가 비수처럼 꽂힐 뿐이다. “어릴 땐 (아빠가) 좋았는데 지금은 소름끼쳐.”(딸 텔마) “노친네 있을 때는 웬만하면 안 오고 싶어.”(아들 아리) 우연히 듣게 된 아들과 딸의 대화는 그를 고독의 수렁으로 깊숙이 밀어넣는다. 짜증내고 툴툴거려도 큰소리 내지 않고 받아주는 아내 안나는 이제 하네스에게 남은 유일한 안식처다. 그런데 갑자기 찿아온 안나의 심각한 뇌졸중. 사지가 마비된 어미의 방에서 냄새가 난다며 창문을 열 것을 요구하는 아들, 요양원에 보내는 게 어떠냐는 딸…. 하네스는 회복될 가망이 없는 아내의 얼굴을 베개로 누른다. 아내를 땅에 묻고 북대서양 바닷가 절벽으로 발걸음을 옮긴 주인공은 자신에게 곧 닥칠 병마와 고독을 스스로 끊어낸다.  러닝타임 94분, 그러나 마음이 돌덩이 같다. 이게 어디 딴 나라, 영화 속 얘기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아니다. 실존이다. 늙고 볼품없는 아이슬란드 하네스는 바로 우리 노인의 모습이다. 독거노인 120만명 시대다. 지난해 말 118만 7000명이니 전체 노인 5명 중 1명이 독거노인이란 얘기다. 그러나 이들은 소득, 건강, 사회관계 등 다방면에서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 돌봄을 받아야 할 대상이지만 사회적, 재정적 여건은 그들의 바람과 비켜나 있다.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라는 구호가 이들을 안도하게 할지 정말이지 의문이다. 잊을 만하면 신문·방송에 나오는 독거노인의 안타까운 죽음이 역설적으로 웅변한다. 죽은 독거노인은 자식도 이웃도 아닌 ‘냄새’가 알려준다는 기막힌 현실이 바로 우리사회다.  이런 차에 서울신문이 보도한 충남 공주와 청양의 ‘독거노인 공동생활제’는 귀가 번쩍 뜨이는 뉴스다. 갑자기 아프거나 혼자라는 생각은 독거노인의 가슴을 오그라들게 하는 두려움일 것이다. 공주 최숙려(80) 할머니는 이런 불안과 공포를 이웃 할머니들과의 공동생활로 말끔히 씻어냈다고 한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 눈앞이 밝아지는 느낌이다. 청양군 경로복지계 조형민씨는 도 시책으로 도입했는데 노인이나 군청 입장에서 다 이득이라고 한다. 공동생활을 하는 노인들은 안전, 외로움, 밥 걱정에서 해방돼서 좋고, 군은 한데 모아서 관리하다 보니까 예산이 절감돼 좋다는 것이다. 현재 노인돌봄종합서비스가 있지만 전화로 안전 확인만 할 정도이지 일일이 찾아보긴 어렵다는 게 현장의 고백이다. 그렇다고 재정형편이 빤한 지자체가 노인들의 공동생활을 지원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요청하는 데가 많지만 돈이 없어 확대하지 못한다는 조형민씨의 말이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공동생활을 하는 노인들도 지원금을 한푼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고 하니 돈이 샐 걱정도 없다. 도의 시책을 넘어 정부 정책으로 추진해 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복지를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에서 한번 택해 봄직 하지 않은가. ykchoi@seoul.co.kr
  • 몸길이 8m 대왕오징어, 세계 최초 촬영성공

    일본국가과학박물관이 세계 최초로 자연 상태의 초대형 ‘대왕오징어’를 포착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재팬타임즈 등 해외언론의 7일자 보도에 다르면, 일본국가과학박물관 해양연구팀은 지난해 7월 북태평양 치치섬 부근 해저 630m 지점에서 야생 대왕오징어를 카메라에 담는데 성공했다. 선원이나 거대한 배를 죽음으로 이끈다는 고대 신화 속 동물과 쏙 닮은 이 대왕오징어는 오랫동안 동물학자, 소설가 등 다방면의 전문가들에게 신비의 대상이었다. 연구팀이 포착한 이 대왕오징어는 대략 몸길이 8m로 추정된다. 탐색작업을 지휘한 박물관의 츠네미 쿠보데라는 “깊은 바다에서 밝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대왕오징어는 1874년 캐나다의 한 어부가 우연히 포획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으며, 죽은 채 해변에서 발견된 사례도 있다. 2006년에는 쿠보데라가 이끄는 연구팀이 7m 길이의 대왕오징어를 발견했지만 역시 죽어 있는 대왕오징어를 덫을 이용해 배 위로 끌어올려 촬영한 것이다. 이번 영상은 세계 최초로 자연 상태에서 살아 헤엄치는 대왕오징어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연구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 대왕오징어의 모습은 오는 13일 NHK와 27일 디스커버리채널을 통해 볼 수 있다. 한편 스미소니언자연사박물관 자료에 따르면 ‘바다에 남겨진 마지막 미스터리’라고 불리기도 하는 대왕오징어의 최대 몸길이는 13m에 달하며, 다리 8개와 긴 촉수 2개, 날카로운 이빨 등을 가졌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입학 대신 서울대 취업… “고졸 성공신화 보여줄 것”

    입학 대신 서울대 취업… “고졸 성공신화 보여줄 것”

    새해를 하루 앞두고 값진 선물을 받은 이들이 있다. 서울대가 법인화 1년 만에 뽑은 첫 9급 공채시험에서 당당히 고졸자로서 합격한 김민규(18·세명컴퓨터고)군과 장하얀(18·서울여상)양이다. 서울대는 청년층 일자리 창출과 우수 인재의 조기 사회진출을 위해 고졸 채용을 추진, 서울시내 모든 특성화고로부터 학교장 추천을 받은 뒤 두 차례 면접 전형을 거쳐 행정과 전기 방송요원 분야에서 1명씩 합격자를 선정했다. 서울대는 고졸 채용 외에도 2636명의 지원자 가운데 전산 ,회계 등 10개 직렬에서 8·9급 43명을 더 뽑았다. 김군은 합격통보 소식에 “카페에서 확인했는데 수십명의 손님이 쳐다보는 가운데 소리지르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장양도 “합격자 수험번호를 보고 믿기지 않아 가족들이 번갈아가며 재차 확인했다”며 웃었다. 합격증을 쉽게 거머쥔 건 아니다. 김군은 직무와 관련된 방송엔지니어 동아리를 1학년 때 앞장서 만들고 실무감각을 익혔다. 축제 때면 조명 및 음향 기기 관리를 도맡았다. 처음 5명에 불과했던 동아리 인원도 김군의 실력이 널리 알려져 현재 25명에 달한다. 총학생회에서 학급별로 의견을 모아 학교 측에 건의하는 등 전교부회장으로서의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김군은 “면접에서는 낯선 사람들과 만났던 3년간의 학교 홍보 도우미 활동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양은 수상경력이 화려하다. 약 200명의 고교생이 참가한 동서울대학교 주최 고교생 홈페이지 경진대회에서 2년 연속 장려상을 받았다.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같은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능력 또한 뛰어나다. 선생님들이 발표를 준비하거나 업무가 너무 많을 때면 장양에게 도움을 구할 정도다. 장양은 “다방면에서 훌륭해야 인정받는 사회라 회계·경영 등 전공 공부뿐만 아니라 웹디자인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했다”면서 “이러한 부분을 좋게 봐 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오는 14일 신규 직원 연수로 시작될 첫 조직생활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김군은 “솔직히 서울대라는 이름에서 오는 자부심이 있지만 그만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이 있다”면서 “상사와의 관계 설정 등이 제일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장양은 “같이 뽑힌 동료들이 회계사 등 뛰어난 분들이라 나보다 업무 습득이 빠를 것 같다”면서 “학생 때보다 개인의 책임이 커진 상황에서 내 실수로 조직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점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새내기만의 희망찬 포부는 빼놓지 않았다. 김군은 최고의 음향과 조명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무대를 만드는 ‘미다스의 손’ 엔지니어가, 장양은 서울대 학생들의 ‘친절 도우미’를 꿈꾸고 있다. 이들은 “이미 취업한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졸자는 아직 국내에서 무시당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앞으로 야간대학을 다니는 등 끊임없이 배워 고졸 취업자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고 다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성석제의 첫 연애소설 ‘단 한번의 연애’

    성석제의 첫 연애소설 ‘단 한번의 연애’

    “왜 내 연애 이야기를 소설로 써요? 아깝게~.” 성석제(52)가 처음으로 연애소설인 ‘단 한 번의 연애’를 펴냈고 그 책을 읽다가, 문득 그의 젊은 시절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그가 회상하는 세상이 그의 성장기와 맞물려있고,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반의 한국사회를 보여주는 것이 1960년 생으로 79학번이었을 그의 20대와 맞물려있었기 때문이다. ●민현은 중학교때부터 이미 도덕적으로 초탈 그가 아니라고 부인했을 때 또 쉽게 수긍했던 것은 그가 그려놓은 동해안 어촌마을 구룡포의 한 초등학교에서 만난 ‘고래잡이 딸’ 박민현이 너무나 비현실적인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진부하게 표현해 ‘진흙 속에서 피어난 분홍빛 연꽃’이라고 할까. 박민현은 그 존재 자체가 고스란히 일제 강점기를 거쳐 대한민국 탄생기와 발전기, IMF 외환위기 체제, 신자유주의로 이어지며 피폐해진 세상을 모두 포괄하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민현의 어머니 ‘나나’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 집의 심부름꾼으로 들어가 일본 인형처럼 자란 인물이다. 해방과 함께 홀로 남겨진 10대 후반의 나나는 고래잡이 박포수와 결혼해 민현을 낳고, 해방된 세상과 불화한 뒤 남편의 폭력을 피해 홀로 도망쳤다. 민현은 남녀문제에 관한 한 중학교 시절부터 이미 도덕적으로 초탈했다. 무당의 양딸로 얹혀살며 공부도 잘해서 서울의 국립대학에 진학했다. 민주화로 한국이 들끓던 ‘서울의 봄’ 당시에는 검은 뿔테 안경에 남색 납작구두를 신고 시위대에 끼었고, 공단에서 노동운동도 했다. 1980년대 공안 수사관들에게 성추행당한 뒤 사라진 그녀는 IMF 때는 외국 컨설팅 회사의 잘나가는 30대 이사가 돼 한국 기업과 관계를 좌지우지하는 인물로 성장했다. 막상 이렇게 써놓고 나니, 박민현 그 자체가 대한민국을 인격화해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민현은 근현대 100년의 한국적 모순이 집약된 여성인데, 뜨거운 피와 살을 가진 실체로서 그런 여성이 존재할까 의문도 들지 않았겠나. 그런 여성이 100만명 중 1명꼴은 된다고 해도, 한국 최고의 이야기꾼이라고 칭송을 받는 소설가 성석제가 만나서 연애했다고 믿겨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잠깐이나마 성석제로 착각했던 남자 주인공 이세길은 어떤 인물인가. 평범하다고 말하기에도 더할 나위없이 평범한 대한민국의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남자다. 그런데 왜 이세길은 박민현과의 인연이 끊기지 않고 지속되는 것일까? 이세길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민현의 마지막 연인이 된 데는 단 한 가지 이유가 있을 뿐이다. 나는 그녀의 전 남편, 남자, 연인, 숭배자, 그저 하룻밤 잔 상대, 그 누구든 질투하지 않는다. 그들을 일일이 질투했다면 나는 진즉에 말라 죽었거나 그녀를 떠나야 했을 것이다.”(259쪽). 세길은 민현에게는 수많은 남자들을 매혹하는 자산이 있지만, 자신의 유일한 자산은 “질투가 없다.”는 것이라고 자랑한다. 세길은 찌질한 남자조차도 마초가 되지 못해서 안달인 한국의 남자들과는 배포가 완전히 달라보인다. 그런 세길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받는 민현을 여성 독자가 동일화 과정을 거치면, 달달한 다방커피보다 더한 중독증세를 일으키게 되는 셈이다. ●“내게 행복은 기억이 아니라 경험이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시점은 미래의 어느 날 같기도 하다. 평생 단 한 여자만을 사랑하다 늙어버린 중년의 한 남자가 간절한 자신의 연애 이야기를 토로하고 있다. 그 옆에 민현이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늙음과 병을 극복한 세길과 민현이 서로의 어려운 과거를 극복하고 행복하게 과거를 회생하고 있다. 어둡고 칙칙한 과거를 치유하고 만족스럽게 살아갈 그런 시대와 세상은 있기는 한 것일까? 세길의 행복론이 떠오른다. “생각해 보니, 내게 행복은 기억이 아니라 경험이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열린세상] 문화는 사회의 품격, 예술은 그 원천이다/모철민 예술의전당 사장

    [열린세상] 문화는 사회의 품격, 예술은 그 원천이다/모철민 예술의전당 사장

    지금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바티칸 박물관전 ‘르네상스의 천재화가’가 열리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바티칸 박물관의 구이모 코르니니 큐레이터는 르네상스의 근본정신은 인문주의, 즉 휴머니즘으로 문화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인물들은 예술뿐만 아니라 과학, 수학, 철학 등 다방면에 걸친 진정한 통섭의 정신을 가진 전문가들이라고 했다. 그 결과, 인간의 개성과 창의성은 자유롭게 발휘되고 문화의 황금시대를 열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송년 모임이 한창이다. 필자도 문화예술 강좌 회원들의 모임에 초대받은 적이 있다. 최근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사회 리더그룹의 인문학과 문화예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목도한다. 개인적 동기도 있겠으나 조직의 경영과 관리에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창의성을 접목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대학, 연구소, 문화예술기관 등도 인문학과 문화예술 강좌를 다투어 개설하고 있다. 반면, ‘인문학의 위기’도 여전히 존재한다. 실제로 적지 않은 대학에서 인문학 강좌가 폐강되거나 실용과목과 통합되기도 했다. 어려운 경제 현실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럽발 경제위기가 아직도 세계경제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유로존 경제의 양대 축인 프랑스마저도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경고에 시달린다. 어려운 여건에서 문화에 대한 프랑스의 선택과 접근법은 어떠한가. 지난 5월 프랑스는 17년 만에 사회당 정부로 정권 교체를 이루었다. 새 정부의 장마르크 에로 총리는 “경제 위기 상황이 문화를 부수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경제가 어려울수록 문화는 필수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문화는 미래이며, 국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문화가 될 때 비로소 사회적 단결을 위한 끈끈한 유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녹록지 않은 경제 현실 앞에 프랑스 문화부의 내년도 예산 중 방송분야를 제외한 순수 문화예술부문은 4% 감소했다. 과거 좌파와 우파 정권에 관계없이 정부 재정 대비 문화예산 1% 성역화를 지켜온 전통이 무너진 것이다. 영미 문화권과는 다른 프랑스적 모델은 ‘문화적 예외’라는 가치를 통해 더 많은 국민에게 문화 접근성을 보장하고 다양한 형태의 문화예술 창작과 유통을 장려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우리나라도 프랑스를 많은 부분 참고해 온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프랑스 정부는 선택과 집중에 따라 우파정권이 추진해 온 프랑스 역사의 집을 비롯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대신 정책의 우선순위를 학생들의 문화예술교육 강화와 18~25세 청소년의 박물관 무료입장을 위한 보조금 편성 등 문화유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데 두고 있다. 또한 파리와 대도시 중심의 지원보다는 지역의 문화예술 진흥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문화적 예외’의 제2막으로 문화콘텐츠산업과 디지털 문화정책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문화에서 길을 찾으려는 프랑스적 접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50여년 전 초대 문화부장관이었던 소설가 앙드레 말로가 주창했던 문화 민주주의의 가치, 즉 문화 접근성의 확대, 문화예술 창작의 장려, 문화유산의 전승은 지금도 유효하다. 많은 공연단체, 문화예술인들이 기업으로부터 후원 받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한다. 불가피하게 공공부문의 지원에 대한 의존이 심화될 전망이다. 내년 경제도 밝지 않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위원회도 곧 가동될 것이다. 선거 공약이 실천 가능하게 다듬어지는 과정에서 문화예술 정책도 구체화될 것이다. 정책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 필요하다면 정부조직이 개편될지도 모른다. 지난 10월 문화예술인들은 동숭동에 모여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1천인 선언’을 발표했다. 새 정부의 문화정책이 부디 여기서 출발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 일부를 인용한다. “문화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품격이며 예술은 그 원천이다. 문화예술은 인간적인 삶의 기초이자 즐거움과 보람, 소통과 통합, 발전과 번영의 원동력이다. 그러므로 문화는 모두에게서 태어나야 하며 예술은 모두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 [열린세상] 대통령 당선자가 꼭 챙겨야 할 인수위 모습/김현석 국가경영연구원장

    [열린세상] 대통령 당선자가 꼭 챙겨야 할 인수위 모습/김현석 국가경영연구원장

    내일이면 새 대통령이 결정된다. 당선자는 과거와 달리 기뻐할 시간조차 없을 것 같다. 안팎으로 몰아치는 위기를 조기에 극복해야 하는 숙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당선자가 가장 먼저,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일은 인수위의 구성과 역할 구상이다. 이번 인수위는 과거의 그것과 달라야 한다. 시행착오가 허용되지 않는 위기관리정부이기 때문이다. 인수위 운영에 실패하면 새 정부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시작하게 된다. 시대적 소명을 달성하기 어렵게 됨은 물론 국민의 신뢰가 추락하고, 공무원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 정부의 실패 가능성이 커질 것이 분명하다. 역대 정부는 인수위 구성단계에 여러 문제가 있었다. 열심히 많은 일을 했는데도 성과가 적었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가장 큰 손실은 인수위가 제시한 정책이 정부 출범 후 상당수 무시되어 버린 것이다. 인수위가 결정한 정책이 실제 가동되려면 인수위에 새 정부에서 임명 가능성이 높은 각 부처 장·차관 후보자들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당의 정책전문가도 함께해야 함은 물론이다. 실무차원의 실현을 담보하고 추진 시 장애요인을 미리 차단하는 조치를 하자는 것이다. 인수위는 준비조직이 아니라 이미 실전조직이다. 인수위 구성 시 또 하나 고려해야 하는 것이 정치적 통합이다. 상생과 통합이 이 시대 국민적 열망이기 때문이다. 사회갈등의 해소 역량을 갖춘 인수위가 중요하다. 정부조직 개편작업도 인수위에서 빨리 마무리 지을 필요가 있다. 행정 공백을 없애고 공직자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조직개편에 정답이 없다는 것은 과거 정부에서 이미 누차 경험했다. 세상이 더욱 급변하고 있으므로 대폭개편보다는 개편방식을 바꿔야 할 것이다. 꼭 필요한 개편부터 하고 오히려 기능조정 중심으로 가닥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감사기능만 현대화해도 실물경제의 활성화 효과가 매우 클 수 있다. 항만행정을 다루는 기관들도 중복사업 폐지나 통폐합 등의 기능조정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인사원칙과 인력운영전략을 조기에 마련하는 일도 인수위에서 해야 할 일이다. 과거 정부들은 이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불협화음이 컸다. 인사가 만사기 때문이다. 대다수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인사기준을 준비하여 대국민 신뢰는 물론 공직사회의 기강을 조기에 확립해야 할 것이다. 공직자들의 태도 및 일하는 방식과 밀접한 일이다. 특히 당선자가 공신들을 기용할 때 표출하는 인사 철학은 대단한 관심사가 된다. 공공기관의 기관장 교체 기준도 남은 임기 등을 고려해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원칙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선거공약 중 우선적 추진이 필요한 일들을 선별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제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2013년 예산에 즉각 반영시켜야 한다. 계획한 꿈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 당면과제들은 최단기 필요 조치를 세밀히 준비해야 하고 컨틴전시 플랜도 준비해야 한다. 임기동안의 정책 추진을 위한 재원 확보 방안도 인수위 단계에서 만들어야 한다. 인수위에 과거 예산 관련 업무를 수행한 퇴직관료들을 집중 투입하여, 예산을 제로베이스에서 전면 재검토하는 예산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수위의 구성원들은 과거 점령군처럼 행동하는 태도를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와 공직자들의 역량을 극대화하려면 바꿔야 할 일이다. 또한 인수위의 규모는 적정해야 한다. 핵심인재로 구축된 인수위가 핵심적 성과를 낳을 것이다. 정책도 설익은 정책을 다수 제시하는 종래의 방식보다는 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정책 과제들의 상호 연관성과 복잡성을 감안해 여러 분야의 인재들로 구성하는 것이 옳다. 특히 권력에 다가오는 사람보다 널리 국민에 유익한 인재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이는 인수위 구성뿐만 아니라 임기 내내 유념해야 할 일이다. 항상 시대적 소명을 함께할 사람을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한다. 차기정부는 인수위 구성에서부터 급진적 실용주의 입장에 서야 한다. 홍익적 정책을 진짜 실천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 구로, 서울 복지평가 2연패

    구로구는 서울시의 ‘2012 서울 희망복지 인센티브 사업’ 평가에서 최우수구로 선정돼 1억원의 인센티브 사업비를 받는다고 12일 밝혔다. 구는 지난해도 같은 분야 대상을 차지해 복지 분야 2년 연속 최우수구에 올랐다. 구는 3개 분야 9개 항목 전 분야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복지정책 분야 민간후원금 모집 항목에서 다방면의 민간후원업체를 발굴해 9500만원의 후원금을 모금,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서울시 배정액인 8000만원을 크게 넘어선 수준이다. 지역 업소들이 자율적으로 재능기부를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디딤돌 거리’ 사업도 서울 최대 규모인 830m의 ‘오동나무 거리’를 선정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서울 최대 인력시장인 가리봉동 인력시장의 빨간밥차에 1000여만원을 지원하고, 푸드뱅크·마켓을 활성화해 주민 1만 2000여명에게 생활용품을 공급하는 저력을 보였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단순히 상을 받은 기쁨을 표현하기 보다 힘든 주민들의 생활이 정말로 나아지는 구로가 되도록 더욱 힘차게 복지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예결위원장에게 듣는다] 소재권 서울 중구의회 위원장

    [예결위원장에게 듣는다] 소재권 서울 중구의회 위원장

    “예산을 꼼꼼하게 심사해 서민복지에 우선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소재권(57) 서울 중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10일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많은 주민들이 어려움 속에 있는 만큼 지역의원들이 지혜를 모아 주민의 복지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해 활동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세제개편과 공동과세 등으로구의 재정이 악화돼 경상 경비와 국·시비 매칭사업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구에서 꾸려나갈 수 있는 사업 예산은 극히 제한적”이라면서 “세입이 악화된 상황에서 예산의 우선 순위를 정해서 불요불급한 예산은 없는지, 절약 요소와 낭비 요소 등을 살펴 알뜰한 예산 심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재정적 위기 속에서 2013년 예산안 심사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꼼꼼한 심사가 필요하다.”며 “빈곤계층 지원, 젊은 세대의 일자리 창출, 영유아 보육 등 서민 생활에 가장 중점이 되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년 실업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표명했다. “아까운 인력이 낭비되지 않도록 일자리 창출 관련 부분에 예산을 배정하겠다.”면서 “지역에 있는 기업과 연계하는 등 집행부에서도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의회 차원에서도 효율적인 청년 일자리 창출에 더욱 관심을 갖고 지원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예산안 심의 때 의원들 간 합의점 도출의 어려움에 대해 “생각의 차이로 난항을 겪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위원장으로서 소속 정당을 따지지 않고 예결위원들의 고견을 잘 듣고 혹시 의견이 상충되는 부분이 있으면 설득과 타협을 통해 주민에게 꼭 필요한 예산은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그 꼬마는 자라서 멋진 연기자가 되었답니다

    그 꼬마는 자라서 멋진 연기자가 되었답니다

    ‘잘 키운 아역, 열 스타 안부럽다.’ 최근 연예계에 아역 출신 스타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과거 이들은 아역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최근 배우로서 당당히 인정받으면서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종횡무진하고 있다. ●‘보고 싶다’ 유승호 ‘국민 손자’ 별명 탈출 아역 스타들의 활약은 올해 대중문화의 키워드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상반기 인기 드라마 MBC ‘해를 품은 달’에서 남녀 주인공의 아역으로 출연했던 여진구와 김유정은 성인 연기자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고 ‘보고 싶다’의 김소현도 ‘리틀 손예진’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스크린에서는 아역 스타 김새론이 영화 ‘이웃 사람’과 ‘바비’에 연달아 주연급으로 출연했다. 하반기에는 아역 스타 출신 배우들이 맹활약을 펼치면서 연예계의 ‘젊은 피’로 각광받고 있다. 요즘 가장 뜨는 아역 출신 스타는 유승호(19)다. 아홉살의 나이에 영화 ‘집으로’의 주인공을 맡아 아역 배우로서 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아역 출신의 어려움은 유승호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슬픈연가’, ‘왕과나’ 등에서 주인공의 아역을 도맡았던 유승호는 2007년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배용준의 아역을 맡아 부쩍 자란 키와 성숙해진 외모로 눈길을 끌었으나 성인 배우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았다 이후 잘 자란 아역 스타로서 ‘리틀 소지섭’, ‘국민 남동생’이라는 별명을 얻기 시작한 유승호는 MBC ‘선덕여왕’에서 김춘추 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홀로 서기에 나섰다. KBS 드라마 ‘공부의 신’에서 또래 연기를 선보인 데 이어 MBC 주말극 ’욕망의 불꽃‘에서는 서우와 호흡을 맞추면서 멜로 연기에도 도전했다. 하지만 그의 앳된 외모와 무거운 드라마의 분위기는 잘 어울리지 않았고 지난해 SBS 드라마 ‘무사 백동수’에서 처음 악역에 도전했으나 역시 큰 화제를 모으지 못했다. 하지만 유승호는 올해 성인 연기자로서 승부수를 띄웠다. 판타지 사극 MBC ‘아랑 사또전’에 출연해 다소 저조한 시청률로 타격을 입는 듯했지만 후속 드라마인 MBC 수목극 ‘보고 싶다’에 연달아 출연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마침내 그는 이 드라마에서 강형준 역을 맡아 ‘달달한’ 멜로물과 냉정한 복수극을 오가며 강렬한 눈빛 연기를 선보였고 작품을 수목극 정상에 올려놓으며 성인 연기자로 인정받았다. ●‘청담동 앨리스’ 문근영 ‘국민여동생’ 굴레 벗어 대표적인 아역 출신 스타 문근영(25)도 요즘 브라운관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KBS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송혜교의 아역으로 얼굴을 알린 문근영은 큰 눈망울에 귀엽고 순수한 외모로 일약 ‘국민 여동생’ 반열에 올랐으나 그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2001년 드라마 명성황후의 아역을 맡았던 그는 영화 ‘장화, 홍련’, ‘어린 신부’, ‘댄서의 순정’ 등에 출연하면서 스크린으로 진출했다. 하지만 아역 출신의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이후 문근영은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며 성인 연기자로 인정받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2008년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남장 여자를 연기한 문근영은 2010년 KBS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서 차갑고 어두운 은조 역을 통해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드러내며 여주인공으로 존재감을 인정받았다. 그녀는 지난 1일 처음 방송된 주말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에서 탄탄한 연기력으로 88만원 세대의 아픔을 갖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21세기형 캔디를 현실감 있게 그리고 있다. 한편 KBS 드라마 ‘학교 2013’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곽정욱도 SBS 드라마 ‘야인시대’(2002)의 김두한 아역 출신이다. 스크린에서도 아역 출신 배우들의 역할이 두드러지고 있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의 아역을 맡으며 ‘리틀 유지태’로 불리던 배우 유연석은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를 휩쓴 멜로영화 ‘건축학개론’과 ‘늑대소년’에 연이어 캐스팅되며 충무로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20대 여배우 기근 현상에 시달리던 충무로도 아역 출신 스타들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늑대소년’의 박보영과 ‘돈 크라이 마미’의 남보라는 아역 이미지를 벗고 주연 여배우로서 제 몫을 해냈고, 13세에 이승환의 뮤직비디오로 데뷔했던 박신혜도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에 이어 내년 1월 개봉 예정인 영화 ‘7번방의 선물’로 여배우로서 충무로에 도전장을 낸다. 아역 출신으로 올해 ‘해를 품은 달’로 스타 반열에 오른 김수현은 내년에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스크린에 데뷔한다. 여진구도 영화 ‘화이’의 주연을 꿰차고 내년에는 영화배우로 첫발을 내딛는다. ●과감한 변신으로 ‘배우 성인식’ 도전 이처럼 안방극장에서 아역 출신 스타들이 각광받는 것은 요즘 아역 배우들은 외모나 내면이 과거에 비해 성숙해진 데다 소년과 성인의 중간으로 풋풋한 이미지를 원하는 대중문화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김영섭 SBS 드라마국장은 “요즘 아역 배우들은 다양한 영상 문화 콘텐츠의 영향으로 생각은 물론 외모도 조숙하기 때문에 10대에서 중장년층 시청자까지 폭넓은 팬덤을 만들 수 있다.”면서 “아역 출신 배우는 연기력이 보증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넘어갈 때 색다른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면 실패할 위험성도 있다.”고 말했다. 상업적인 측면에서도 아역 배우들의 가능성을 발견한 대중문화계에서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이 늘어나고 아역 스타들을 발굴하려는 매니지먼트사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유명 기획사의 한 매니저는 “요즘 충무로에 10대 중심의 시나리오가 많아지고 있고 무조건 나이 어린 배우를 원한다기보다 새롭고 신선한 얼굴을 원하는 트렌드가 강해지면서 아역 스타들이 각광을 받는 것 같다.”면서 “아역 배우들은 활동량이 많지 않아 받을 수 있는 출연료에 한계가 있고 학업 등의 장애물이 있지만 최근 모든 드라마의 아역 분량이 많아지고 아역 배우에 대한 고정 관념이 없어져 신인 배우의 발판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아역 출신 스타 장근석처럼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으면 가수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할 여지가 많아지는 장점도 있다. 아역 스타 김새론의 소속사인 판타지오의 나병준 대표는 “예전에는 아역 배우들에 대해 너무 어린 나이에 혹사당한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최근 연예인에 대한 사회적 위상이 달라지면서 부모들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배우들의 폭이 넓어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현재 초등학생을 포함한 20여명의 10대 연습생들에게 춤과 노래를 가르치고 있는데 장르에 제한을 두는 것이 아니라 가수나 배우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만능 엔터테이너로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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