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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反환경 정책 난무”

    “反환경 정책 난무”

    “현재 대한민국은 반환경정책이 난무하는 ‘환경비상시국’이다. 적극적인 개선책 마련을 촉구한다.” 시민·환경단체들이 정부의 환경정책 부재를 꼬집으며 비상시국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대규모 택지개발, 골프장 건설 완화 발표 등 현정부의 환경정책은 더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시민·환경단체들은 정부의 환경정책 부재를 비상시국으로 간주하고 향후 전면적이고 집중적인 대응에 나설 태세다. 특히 환경운동연합은 골프장 건설로 인한 환경·주민피해 사례를 알리고 무분별한 골프장 건설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노(NO)골프 선언’운동까지 펼치고 있다. 시민·환경단체들은 마구잡이식 개발정책으로 환경파괴가 자행되는 등 최악의 위기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정부의 신개발주의에 맞서 공동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이들은 10일 YMCA강당에서 환경비상시국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신개발주의 공동대응 대표자회의 열어 비상시국회의 김혜애 사무국장은 “전국에서 참가단체들의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면서 “공동대표 선출 등을 통해 반환경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기지역 시민·환경단체들은 최근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대규모 택지개발, 신도시개발 계획 등 환경파괴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비상시국회의에 참석한 경기경실련, 경기환경운동연합, 한국YMCA경기도협의회, 녹색자치경기연대 등 단체들은 “각종 개발정책으로 수도권이 회색도시화되고 생태계가 유린되고 있다.”면서 “정부는 반환경적인 수도권 개발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최열 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정부는 환경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도, 능력도 없다.”면서 “시대에 따른 정책을 펴기보다는 관행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시민·환경단체들은 전국적인 환경비상시국회의 개최에 보조를 맞춰 동시 다발적으로 터지는 환경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지속적인 기구로 ‘경기환경보전공동행동’을 결성하기로 했다. 경기도 전역의 지역단체를 중심으로 집행부와 공동대표단을 구성,12일 대표자 회의에 이어 도청에서 결성 기자회견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경기YMCA협의회 박은호 사무국장은 “지역단체들의 연대체 결성을 계기로 도내에 집중되는 각종 개발정책에 대한 견제·감시 역할이 충실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골프장건설로 경기부양 失 많아” 시민·환경단체들이 분개하는 데는 정부의 골프장 추가 건설 완화정책 발표와 맞물린다. 정부는 지난 9월 전국 230개 골프장에 대한 추가 건설을 허가하겠다고 밝혔다. 골프장 건설을 통해 27조원의 부대효과와 4만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환경단체들은 “전국의 골프장만도 181개나 된다.”면서 “여기에 공사 중이거나 허가된 골프장까지 합치면 280여곳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을 ‘골프왕국’으로 만들려는 처사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골프장 건설로 경기부양책과 일자리 창출 등을 내놓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일방적이고 합리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일이 이쯤되자 정치권도 방안 찾기에 나섰다. 안민석(열린우리당)·이재오(한나라당)·천영세(민주노동당) 의원 등은 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참여정부의 골프진흥정책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각계의 의견을 들었다. ●환경운동연합 “골프장은 푸른 사막” 골프장 추가 건설 저지를 위해 발벗고 나선 곳은 환경운동연합이다. 이 단체 역시 환경파괴 정책에 대한 시국선언과 함께 ‘전국 골프장 난립현장 조사보고’를 통해 골프장 건설이 고용창출과 경제활성화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들은 지난 7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노골프 선언식’을 가졌다. 선언식에는 환경운동연합 서주원 사무총장과 김광철 환경교사모임 회장, 김성원 여주전교조 지회장을 비롯, 전국 환경교사 200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골프장은 교과서에도 주변 생태계 훼손과 환경을 오염시키는 ‘푸른 사막’이라고 표현돼 있다.”면서 “정부가 전국을 사막화시키는 골프장 건설 규제완화 방침을 밝힌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참석 교사들은 “미래세대에게 황폐한 푸른 사막이 아니라 울창한 푸른 숲을 물려주고 싶다는 우리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측은 노골프 선언을 전국민운동으로 확산시키고 지속적인 서명을 받을 계획이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부시 집권 2기] 與 “이번엔 잘해보자” 親부시행보

    #덕담1 “우리 당은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한·미동맹 관계가 더욱 발전되기를 희망한다. 우리 당은 그렇게 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천정배 원내대표) #덕담2 “부시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이 세계를 주도해 나가는 지도적 위치를 더욱 확고히 하고, 특히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는 세계 경제의 융성과 안정, 발전이 부시 행정부의 능숙한 능력 발휘로 이뤄지길 기대해마지 않는다.”(이부영 의장) #덕담3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대해 특히 언론에서 마치 한국 정부가 케리를 지지했다는 주장이 있는데 전혀 사실무근이다. 그런 일은 없다.”(유선호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간사) 4일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부시 대통령 재선을 축하하는 멘트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쏟아냈다. 입만 바빴던 게 아니다. 손과 발도 분주했다. 개표 당일 당내에 관련 특위를 구성한 데 이어 4일엔 각종 회의를 동시다발적으로 열어 ‘책임있는 여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키려 애썼다. 이런 태도에는 열린우리당이 내심 케리 후보를 선호해온 것처럼 비쳐지는 시각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도 묻어있는 것 같다. 그만큼 여당의 행보는 전례없이 부지런하고 전방위적이며, 무엇보다 부시 행정부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미 대선의 영향을 점검한 데 이어 대미외교특별위원회를 소집했다. 김혁규 위원장은 “연내에 여야 공동 대표단을 미국에 파견해 외교활동을 펼칠 계획”이라며 “이달 중 여야 의원 2∼4명을 선발대 차원으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이부영 의장은 주한 외국 경제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미 대선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 국회 통외통위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을 국회로 불러 미 대선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유선호 의원은 브리핑에서 “다음달 중으로 여야 공동 대표단을 미국에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의 ‘싱크탱크’인 열린우리정책연구원도 한·미관계 발전방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으며, 장영달 의원이 주도하는 ‘21세기 동북아평화포럼’도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을 초청해 좌담회를 가졌다. 지도부는 특히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부시 행정부를 자극하는 언행을 삼가도록 단속에 나섰다. 정의용 당 국제협력위원장은 “부시 행정부가 대외정책을 재점검하는 동안 여당이 단합된 목소리를 내고 개별활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도 비슷한 톤의 자제 당부 발언을 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뒷골목 맛세상] 가평의 자연과 맛

    [뒷골목 맛세상] 가평의 자연과 맛

    경춘선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남양주에서 가평으로 접어드는 어름에 ‘어서 오세요. 자연을 가슴에 담아가는 가평’이라는 선전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나는 그 아름다운 문구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덜컥, 하고 가슴에 걸리는 느낌이었다. 자연을 가슴에 담아가라고?하기는 가평이야말로 산과 물 같은 자연이 빼어나게 아름다운 고장임에 틀림없다. 군내를 관통하여 흐르는 북한강과 그 강이 군데군데 빚어놓은 청평호반이며 남이섬, 그리고 대성관광지 같은 절경들, 거기에 어울려 함께 이어지는 유명산과 운악산, 축령산, 명지산 등의 장려한 산자락들은 얼마든지 둘러보아도 결코 싫증나지 않는 풍광이다. 그러나 내 가슴에 덜컥, 걸린 자연은 그러한 풍광들보다는 그 뒤에 숨어있는 또 다른 자연이었다. 일찍이 노자는 세상살이의 지혜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을 말하였다.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자면 ‘꾸밈이 없이 저절로 그러하게’이다. 그 무위자연에 노자는 덧붙인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살아가는 일을 물 흐르는 것처럼 해라. 아아, 단 한번이라도 나는 자신의 삶을 ‘꾸밈이 없이 저절로 그러하게’ 놓아둔 적이 있으며,‘물 흐르는 것처럼’ 흘려준 적이 있으랴. 계절마저도 가을이 깊어지고 어느 날 아침에 하얗게 무서리가 내린 끝에 저마다 제 빛깔이며 향기를 뽐내던 저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시든 대만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렇듯 무릇 생명 있는 것들의 마지막이란 시들어 말라붙다 못해 앙상한 형해(形骸)만으로 바둥대다가 끝내는 거친 시간의 바람 속으로 한 줌 먼지가 되어 사라지게 마련일 터이다. 불과 엊그제까지도 불붙듯 온 산에 붉고 혹은 노랗던 단풍들마저 낙엽이 되어 하릴없이 산야에 뒹굴고, 거기에 추수를 끝낸 빈 들판들도 덧없이 적막감에 싸인 채 보는 이의 눈을 시리게 한다. 언뜻 돌이키면 늙는다는 것은 저렇듯 적막한 늦가을의 풍경과 다름 없다. 비단 사추기(思秋期)의 여인만이 아니라, 자신의 살아낸 삶 속에서 무엇 하나 손에 잡히는 것 없이 허방을 짚는 듯한 이에게는 늙어서 마침내 죽음에 이르는 길이란 더더욱 적막하고 허무한 풍경이나 다름 없을 터이다. 그리하여 화려한 빛깔과 향기 대신에 시든 대로만 남은 저 많은 생명들 또한 자신의 삶처럼 처연하다 못해 추하게마저 여겨질지도 모른다. 만일 그대 또한 자신의 살아낸 삶이 처연하다 못해 추하게마저 여겨진다면,‘가슴에 자연을 담아가라’는 가평의 여행길에 나서기를 권하고 싶다. 가평에서도 운악산 가는 어름에 있는 ‘꽃무지풀무지’(031-585-4875)라는 야생 수목원에 들르기를 권하고 싶다. 그리하여 한나절을 좋이 늦가을의 햇살 아래 수목원 여기저기 한가롭게 거닐기를 권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누가 알랴. 번쩍 그대의 눈이 열려 그대가 전혀 몰랐던 그대의 자연을 만나게 될지. 원래 꽃무더기 풀무더기라는 뜻인 ‘꽃무지풀무지’에는 지난 계절 내내 야생 수목원을 원색으로 한껏 장식했을 온갖 야생화들의 빛깔이며 향기는 더 이상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다. 대신 수목원 가득히 펼쳐져 있는 것은 저마다 천명을 다하고 시들어 버린 꽃대들만이 지난 화려했던 시절의 증거처럼 남아서 잿빛 풍경을 이루고 있을 뿐이다. 수생식물원을 지나고, 습지원을 지나고, 향기, 붓꽃, 나리원을 지나, 산채원이며 덩굴식물원을 지나도 그대를 기다리는 것은 역시 잿빛 풍경뿐이다. 어거지로 찾아낸다면 수목원 가장 위쪽 그늘진 곳에 숨어있는 국화원의 한 쪽에서 쑥부쟁이 몇 다발만이 애잔하게 보랏빛 잔명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야생 수목원의 어디를 둘러보아도 그대가 위안을 받을 만한 풍경은 없다. 동자꽃, 노인장대, 맥문동, 제비꽃, 은방울꽃, 둥글레, 용담, 앵초, 금불초, 초롱꽃, 비비초, 애기기린초, 금강초롱, 말나리, 하늘나리, 참나리, 털중나리, 꼬리풀, 금낭화, 노루삼, 산작약, 마타리, 패랭이, 구절초, 해국, 울릉국화, 한라구절초, 모싯대…. 그 모든 야생화들은 이제 한낱 푯말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뿐인가. 수목원의 뭇 야생화들은 정말이지 그대에게 아무런 의미도 남기지 않고 잿빛 풍경 속으로 속절없이 사라진 것뿐일까. 아니리라. 결코 그것뿐만은 아니리라. 그대가 흡사 자신의 처연한 삶이라도 어루만지듯 푯말과 함께 남아있는 야생화들의 시든 꽃대를 어루만지는 순간, 그대는 벼락처럼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시든 꽃대는 결코 시든 꽃대로만 끝나지 않는다. 시든 꽃대는 시든 꽃대대로 그 안에 길을 열고 있다. 그리하여 그대가 시든 꽃대가 안에 열린 길을 따라 어디론가 들어가게 된다면, 그대는 마침내 그대 안에 있는 또 다른 자연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만일 그대가 그대 안에 있는 또 다른 자연만 만나게 된다면, 그대는 다시 한번 깨닫게 될 터이다. 늙는 것처럼 아름다운 일은 없다, 늙어서 그대 또한 시든 꽃대가 되면, 그때에서야 그대는 비로소 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알게 될 터이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야말로 모든 생명의 현상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신비로운 일이다.은방울꽃의 시든 꽃잎 안으로 들어가 보라. 안으로 들어가 보면 바로 거기에는 다가올 어느 봄날 아침에 그다지도 화려하고 향기롭게 피어날 수천수만의 새로운 은방울꽃들을 만나게 되리라. 하늘나리의 시든 대 속으로 들어가 보라. 거기에는 이미 내년 봄에 새로운 줄기로 살아날 수천수만의 하늘나리들이 더없이 아름답고 신비한 모습으로 벌써부터 그대를 기다리고 있을 터이다. 아아, 늙어서 시들어진다는 것이야말로, 그리하여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그리하여 오래 잊었던 자신의 자연을 만나고, 마침내 ‘꾸밈이 없이 저절로 그러한’ 지혜의 물을 만나서 비단 그대만이 아닌, 모든 생명 있는 것들과 함께 영원한 강이 되어 흘러간다면, 어떠한 늙음이며 죽음이 더 이상 그대를 홀로 적막하게 하랴. 세상살이라는 것을 그대와 나는 자칫 저마다 가득히 채워야만 할 무슨 항아리 같은 것으로만 여겨오지는 않았을까. 그리하여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그대와 나는 애오라지 항아리를 채우는 일에만 애면글면하지는 않았을까. 남보다 더 많이, 남보다 더 넓게, 남보다 더 가득히…. 그것이 결국은 밑이 빠져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항아리라는 것조차도 모른 채. 그리하여 마침내 자신마저도 잃어버리고 흡사 무슨 굶어죽은 아귀라도 씌인 것처럼 헛된 일에만 매달려 아등바등 하지는 않았을까. 아아, 무릇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비운 다음에야 비로소 더욱 가득히 채워진다는 것을 그대와 나는 왜 몰랐던 것일까. ‘꽃무지풀무지’는 11월 중순경까지는 문을 연다. 비록 겉보기에는 아무 것도 없는 적막하고 처연한 잿빛 풍경일 터이지만, 그 잿빛 풍경 안에서 만일 그대가 그대의 또 다른 자연을 만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벌써 그대의 가을 여행은 온몸 가득히 충만해지리라. ‘꽃무지풀무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운악산 등산로 입구가 있고, 거기에 손두부집들이 올망졸망 촌락을 이루며 몰려있다. 그 중에서 할머니손두부가 유명하지만 어느 집을 들어가도 늦가을의 허기를 채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따끈한 손두부(5000원)에 묵은 김치를 가닥으로 싸먹는 맛도 일품이지만, 거기에 가평의 명산품 잣막걸리를 한 잔 곁들이면, 꽃무지풀무지에서 이미 충만해져온 그대에게 더 이상 무엇이 부족하랴. 손두부 이외에도 순두부(3000원), 두부버섯전골(1만 2000원), 순두부백반(5000원) 등이 있다. 꽃무지풀무지에서 포천으로 가는 길목에는 현리에 국수호박을 전문으로 하는 시골마당(031-585-2309)이 있다. 이 국수호박은 호박을 국수로 만든 것이 아니라 호박 자체가 삶으면 국수처럼 줄줄이 면발이 되어 나오는 것으로, 여기에 양념장만 곁들이면 그대로 요리가 되는 100% 천연국수인 셈이다. 물국수호박과 비빔국수호박이 각각 5000원인데, 가평을 지나다가 출출하다 싶으면 한 그릇 뚝딱 먹어치우는 재미가 그야말로 별미일 터이다. 그대가 좀 더 가을 여행을 만끽하고 싶다면, 이번에는 신청평대교를 건너 유명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설악면의 들풀(031-585-4322)을 찾을 것을 권하고 싶다. 블루베리 스파랜드라는 온천으로 가는 쪽에 여유롭게 자리 잡고 있는 들풀은 된장이며 청국장을 직접 담가서 팔기도 하고 요리로도 만들어내는 청국장 전문집이다. 들풀은 마당으로 들어서자마자 사람 키를 두 세배는 훌쩍 넘을 것 같은 콩 낟가리를 쌓아놓아 벌써부터 왠지 마음이 푸근해져오는 기분인데, 주인이 직접 농사를 지어 수확한 것이다. 콩 낟가리를 지나면 이내 항아리가 30,40개가 넘는 커다란 장독대에 다다르는데, 해마다 된장과 청국장 제조용으로 100여 가마씩 사용하고 있다. 들풀의 김용옥씨와 김안나씨 부부는 함께 주방일도 하고 서빙도 하면서, 주로 콩요리를 위주로 한 1만원짜리 정식을 한 상 차려낸다. 청국장찌개, 된장찌개, 생청국장, 두부부침, 된장부치미에 황태구이, 더덕구이, 잡채, 들풀무침 그리고 깻잎장아찌, 더덕장아찌, 황태장아찌에 각종 나물이 곁들여져 한 상 가득히 채우고 있다. 한 상 중에서도 특별한 맛을 내는 것은 생청국장으로, 고스란히 생으로 먹게 내온 것이다. 밑에 깻잎이나 머위, 상추, 김 등을 깔아 한 잎에 싸 먹게 되어있는데, 생청국장 위에 고명으로 얹은 보랏빛 오디가 주인의 살가운 마음씨를 엿보게 한다. 흔히 청국장이라면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해도 우선 그 역한 냄새 때문에 먹는 것 자체가 고역스러운데, 여기에서는 매실을 넣고 검정콩가루를 섞어 발효시키는 비법으로 냄새를 해결한 것이다. ■ 된장찌개에 마늘은 ‘NO’ 들풀에서는 요리와 함께 청국장과 된장도 직접 판매한다. 청국장은 800g에 1만원, 된장은 3년 숙성된 것만으로 파는데,1㎏에 1만 5000원이다. 부부는 청국장과 된장을 팔기에 앞서 먼저 청국장이며 된장을 보다 맛있게 끓이는 법을 친절하게 일러주는데, 이들의 말에 따르자면 절대로 마늘을 넣지 말 일이다. 청국장에 무, 호박, 대파, 신김치, 양파, 청양고추, 두부를 준비해서 우선 무, 호박, 양파, 대파는 썰고, 신김치는 속을 털고 썰어서 꼭 짠 뒤 기름에 살짝 볶는다. 여기에 황태나 멸치를 우려낸 육수를 붓고 두부와 청양고추를 넣은 다음에 청국장을 알맹이 그대로 넣어서 걸쭉하게 끓이는데, 채소만 익었다 싶으면 금방 불을 끈다. 청국장은 유산균이나 비피더스균처럼 장을 깨끗이 하는 작용과 면역력을 키우는 효과가 있는데 자칫 오래 끓이면 이런 좋은 효소와 균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된장찌개 역시 마늘을 넣지 않고 청국장에 들어가는 재료 외에 감자와 표고버섯을 곁들이는데, 된장을 체에 걸러 풀어서 청국장보다 2배 정도의 시간을 들여 푹 끓여내는 식이다.
  • 대장·유방암 4배 늘었다

    지난 10년 사이에 암 환자가 종류별로 많게는 4배 이상 늘어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8일 발간한 ‘2003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1995년에 비해 대장암이 4.2배 증가한 것을 비롯, 유방암(3.9배), 갑상선암(3.6배), 췌장암(2.7배), 폐암(2.5배) 등도 급증세를 보였다. 이는 서구식 식생활의 확산과 함께 노인 인구의 증가, 환자들의 적극적인 암 검진 등에 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입원환자의 경우 치질과 폐렴, 백내장, 맹장염, 뇌경색증 등의 순으로 병원을 많이 찾았다. 95년에는 맹장염, 폐렴, 위장염, 정신분열증, 당뇨병이 다발생 질환이었다. 이 기간 치질(4.4배)과 백내장(4배), 척추병(3.9배), 협심증(3.9배) 등의 증가세가 두드려졌다. 외래 진료는 감기와 치과질환을 제외하고 고혈압, 당뇨병, 위·십이지장염, 배통(背痛·가슴과 등이 몹시 아픈 증세), 결막염이 많았다. 특히 전립선 증식(11.8배), 골다공증(10배), 뇌경색증(7.8배), 우울증(6.5배), 무릎관절통(5.5배), 고혈압(5배) 등이 10년 사이에 대폭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日열도 대지진 공포] 간토지방 지진에너지 넘쳐나

    |도쿄 이춘규특파원|“거대지진이 정말 오는가?” 23일 동해에 면한 일본 북서부 니가타현을 비롯한 광범위한 지역을 강진이 엄습하면서 열도 전체가 보다 강력한 여진에 대한 두려움으로 노심초사하고 있다. ●도쿄에서도 고층 건물이 흔들려 이번 지진은 진앙인 오치야(小千谷)시 인근 추에쓰지방에 가까운 지역에서는 사람이 제대로 서 있기 힘들 정도로 강력했다. 수백㎞ 떨어진 도쿄도에서도 건물이 심하게 흔들릴 정도였다. 특히 24일 들어서도 추에쓰 지역에 진도 5도 이상의 여진이 이어졌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니가타시에서 오치야시와 나가오카(長岡)시 주변을 거쳐 내륙 나가노(長野)시에 이르는 지역은 ‘시나노(信農)지진대’로 불리는 활성단층대 지역이다. 지진 발생 당시 고이즈미 총리는 도쿄 시내 록본기힐즈에서 열리고 있는 도쿄영화제 개막행사에 참석중이었다. 오후 5시 56분께 발생한 첫 지진은 영화제 개막 행사장에서도 진동이 느껴졌으나 고이즈미 총리는 3분후 예정대로 개막축사를 한 후 한동안 머물다 예정했던 영화감상을 취소하고 관저로 돌아갔다. 진동이 전달되면서 도쿄 도심 최고층 빌딩의 하나인 도청 제1청사의 엘리베이터가 정지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심상치 않은 지진 발생 빈도 앞서 지난 9월5일 미에현 중심의 서일본지역에도 리히터 규모 6.9,7.4의 강력한(진도5) 지진이 잇달아 발생하고, 며칠 뒤 또 한 차례 강력한 지진이 인근 지역서 발생했다. 이어 지난 6일 동일본 도쿄 인근 이바라키현 남부지역서도 진도 5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 인명피해를 낸데 이어 불과 한달도 못돼 니가타현에서 대규모 인명피해를 낸 강진이 지축을 흔들자 일본인들의 지진에 대한 공포가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역사적으로 80년 또는 150년을 주기로 열도를 강타해온 초대형 지진이 다시 엄습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특히 이번 니가타현 추에쓰 지진은 동시다발로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수백차례나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여진이 계속되고, 기상청이 향후 일주일내에 진도 6급의 강력한 여진이 수차례나 일어날 수 있다고 엄중히 경고하면서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다. ●올해 80년·150년 주기설 겹쳐 지진 전문가들은 지진의 ‘80년 주기설’‘150년 주기설’을 근거로 들며 간토를 중심으로 한 ‘거대지진’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올해가 바로 간토대지진 81주년이고,1854년 대지진의 150주년이 되는 해로 두 주기 모두에 해당, 거대지진의 위험이 어느 해보다 높다는 주장이다. 특히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지방에는 언제 거대지진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지진에너지가 넘치고 있는 상태”라는 분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긴장은 높아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혼슈(본섬)는 필리핀 지각판(플레이트), 북미지각판, 유라시아지각판 등 3개의 지각판 경계지역으로 불안한 판들이 충돌하며 거대 지진이 발생할 에너지가 넘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또 니가타 지진처럼 안전지대로 분류된 지각판 내부의 ‘활성단층대’도 불쑥 지각변동을 할 수 있어 거대지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 이번 지진의 진앙지는 기상당국이 파악해온 단층대인 ‘나가오카’단층대가 아니라 이보다 동쪽이었다. 활성단층대가 당국이 파악치 않은 지역에도 산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기상당국 “거대지진 오나” 노심초사 일본 정부 산하 지진조사위원회는 지난 8월말 도쿄 아래쪽 사가미 해구 지진대에서 향후 30년 내에 리히터 규모 8급의 강력한 간토대지진 형태의 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0∼0.8%로 ‘사실상 0’이라고 발표, 시민들을 안심시키려 애썼다. 하지만 강진은 계속되고 있으며, 게다가 이번 지진에서 내진설계의 상징인 신칸센마저도 피해를 입자 일본인들 사이에는 “지진으로부터 자유로운 게 없다.”는 공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taein@seoul.co.kr
  • 케리, 접전지역서 한발 앞섰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전국적으로는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승부의 결정권을 가진 접전지역에서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기관인 해리스가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밝힌 유권자 820명을 상대로 지난 14∼17일 실시한 조사에서 부시 대통령은 48% 대 46%로 2%포인트 앞섰다. 또 조사대상자 가운데 2000년 대선에서 기권한 사람을 제외하면 51% 대 43%로 8%포인트나 앞섰다고 AP가 보도했다. 그러나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 17개 ‘스윙 스테이트 (접전이 벌어지는 주)’의 조사결과는 케리 후보가 51% 대 44%로 7%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심장수술을 받고 회복중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 등의 유세에 합류하면 접전지역에서의 지지율이 더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AP가 추산한 이날까지의 대통령 선거인단 확보 숫자는 부시 대통령이 20개주에서 168명, 케리 후보가 12개주에서 171명이다. 이날 현재 로이터/조그비 조사에서 두 후보가 모두 45%로 3일째 같은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워싱턴포스트는 50% 대 47%로 부시 대통령이 3%포인트 우세한 것으로 발표했다. ●지지층내에서도 등락 보여 9·11테러 이후 부시 대통령에게 기울었던 ‘시큐러티 맘(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엄마들)’들이 경제 현안에 강점을 보이는 케리 후보에게 옮겨오는 것으로 조사됐다.CBS는 지난 9월초 부시 대통령의 여성유권자 지지율이 48% 대 43%로 케리 후보를 앞섰으나, 지난 17일 현재 케리 후보가 등록된 여성유권자의 지지율에서 50%대 40%로 10%포인트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역대 미국선거에서 기혼여성은 공화당을, 미혼여성은 민주당을 지지해왔다. 반면 지난 대선에서 부시에게 10%의 표만을 던져줬던 흑인들도 최근 공화당의 구애공세에 흔들려 최고 20%까지 부시 대통령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또 케리 후보의 지지자 가운데 4분의 1은 이번 대선에게 결국 부시 대통령이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다고 워싱턴타임스가 보도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의 친척들이 인터넷에 케리 후보 지지 사이트(www.bushrelativesforkerry.com)를 만들었다고 보스턴 글러브가 전했다. 부시 대통령의 할아버지로 코네티컷주에서 상원의원을 지낸 프레스콧 부시의 누이인 메리 부시 하우스의 손녀·손자 6명이 부시 대통령의 보수적 견해가 자신들이 생각하는 평화나 사회 정의의 관점과는 다르며 부시 대통령의 재임으로 미국이 병을 앓고 있다고 판단해 행동에 나섰다는 것. ●법률전쟁 이미 시작 부시와 케리 캠프는 다음달 2일 선거에서 투·개표 및 재검표를 둘러싼 법적 소송 사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변호사와 자원봉사자 등 수만명씩의 선거소송 대책팀을 구성했다. 케리 진영은 2000년 대선 당시 재검표 소동을 빚었던 플로리다에 변호사 2000명을 배정한 것을 비롯, 미 전역에 1만여명의 변호사를 배치시켜 최소 5개주에서 동시 소송을 진행시킬 준비를 마쳤다. 부시 진영도 3만개 투표구를 전담할 대규모 변호사 군단을 각주 공화당 본부별로 지정했으며, 플로리다의 경우 265명의 정예 변호사를 활용해 유사시 즉각 대응할 계획이다. 월가에서는 자칫 승부가 내년 5월까지도 가려지지 않고 이에 따라 증시가 가라앉는 최악의 상황이 초래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CNN이 방송했다. dawn@seoul.co.kr
  • “한·일 FTA 피해 대비 특별법 필요”

    재계가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국내 기업 보호를 위해 ‘무역조정지원 특별법’을 제정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의·무역협회·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 경제4단체는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가진 ‘제3차 FTA민간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일본과 FTA를 체결하면 자동차·전자·기계 등 제조업과 일부 서비스업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기업과 근로자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전경련 현명관 부회장은 “정부의 동시다발적 FTA 추진정책에 맞춰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설치, 부품 소재산업 육성과 취약산업 구조조정, 불공정수입에 대한 무역구제제도 보완, 통관절차 개선을 비롯한 관세제도 정비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역협회 박부규 지역연구팀장은 “일본의 각종 비관세장벽으로 시장접근이 제한돼 FTA의 실질적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면서 “관세인하만으로는 국내 업체의 일본시장 진출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본의 비관세장벽은 제도적인 것보다 특유의 유통구조, 상관행 등 비제도적인 부분에서 비롯된 것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건설시장의 담합관행, 각종 조합 등 민간단체의 자체적 인증제도 등을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으로 꼽았다. 산업연구원 김도훈 국제산업협력실장은 양국 FTA가 체결되면 일본산 자동차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고 자동차 부품분야의 직접투자가 제약될 수 있다면서 ‘한·일 자동차산업협력위원회’를 설치해 양국이 상생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건승기자 ksp@seoul.co.kr
  • [차이나 리포트 2004] (41) 결론은 콘텐츠다

    [차이나 리포트 2004] (41) 결론은 콘텐츠다

    한류(韓流)는 지속될 것인가?아니면 한 때 유행으로 그칠 것인가? 칭화대(淸華大) 박사과정 신혜선(40)씨가 2001년 10월 중국 청소년 203명을 대상으로 한류에 관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흥미롭다. 힙합, 댄스 등 한국 대중음악을 즐겨듣는 중국 청소년일수록 미국의 팝 음악도 좋아한다는 것이다. 중국 청소년들이 열광하는 한국 대중음악의 원류가 미국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에서도 지난 80∼90년대에는 홍콩스타의 인기가 돌풍처럼 일었듯이 중국에서 한류 역시 본류를 찾아가는 과도기적 흐름으로 그칠 수 있다. 한류가 한 때의 유행으로 머물지 않으려면 댄스음악과 드라마에 국한된 한류 콘텐츠의 확장이 불가피하다. 그런 의미에서 둥팡(東方)CJ홈쇼핑의 성공과 LG전자 CCTV 방영 프로그램 ‘진핑궈(金果·골든애플)’의 인기는 한국 대중문화 텍스트의 힘을 보여준다. 우리의 대중문화가 한류의 연장선에 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현장을 찾았다. |상하이 이효연특파원|‘유통(流通)의 한류는 둥팡(東方)CJ 홈쇼핑이 이어간다.’한국 대중문화 콘텐츠가 중국 젊은이들을 매료시켰다면 둥팡CJ홈쇼핑의 방송 콘텐츠는 중국 중산층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상하이(上海)에 위치한 둥팡CJ홈쇼핑 스튜디오.PD의 큐 사인이 떨어지자 쇼호스트 리지아(李嘉·24)가 힘차게 인사를 건넨 뒤 이날의 상품 아이리버 MP3플레이어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모니터에 자료화면이 뜨자 그는 MP3플레이어의 특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다시 카메라는 리지아를 비추고 그는 제품을 직접 들어 보이며 사용방법을 설명한다. 미리 준비된 대본은 없다. 방송 전에 제조업체로부터 받은 자료와 인터넷으로 검색한 경쟁 업체들의 제품 정보를 토대로 MP3플레이어의 장·단점을 비교한 뒤 현장 분위기에 맞춰 제품정보를 쏟아냈다. 서글서글한 외모와 수려한 말솜씨로 여성팬들에게 인기가 높은 중국 쇼호스트 1호 리지아는 1시간가량 진행된 녹화를 마치고 밝게 웃으며 스튜디오를 나왔다. CJ홈쇼핑은 중국 민영 방송국 상하이미디어그룹 SMG(Shanghai Media Group)와 자본금 2000만달러를 합자, 둥팡CJ홈쇼핑을 설립하고 지난 4월1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 첫 날 소개된 올림푸스 디지털 카메라의 인기는 선풍적이었다. 상하이, 장쑤성(江蘇省)등 주요 도시 580만 가구를 대상으로 한류 스타 전지현의 광고를 적극 활용한 디지털 카메라는 1시간 만에 120대가 팔렸다. 중국 대졸자 초봉과 맞먹는 3800위안(55만원)짜리 카메라가 1분에 두 대꼴로 팔린 셈이다. 한 대 5000위안(73만원)짜리 JVC캠코더 역시 1시간에 250대가 팔렸다. 방송 첫날 1억 5000만원어치의 상품을 판 둥팡CJ는 월평균 매출액 2000만위안(약 30억원)을 기록하는 순항을 계속하고 있다. 자체 방송인력 50여명이 만들어내는 둥팡CJ홈쇼핑은 둥팡TV 경극채널에서 매일 저녁 8시∼새벽 1시까지 5시간 동안 방영된다. 방송과 동시에 제품 판매가 이뤄지는 홈쇼핑의 특성상 둥팡CJ의 방송은 정보와 재미, 제품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TV프로그램 형식으로 접근한다. 한 중국 홈쇼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쇼호스트를 프로그램 전면에 내세워 차별화를 이뤘다. 지난해 10월 현지 선발한 쇼호스트 6명은 중국의 주요 방송국에서 아나운서와 DJ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프로들이다. 한국에서 쇼호스트의 말하는 법과 무대 매너 등을 집중 훈련받은 이들은 소비자와 제조업체 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매개인이자 정보 전달자로서 한몫하고 있다. 이러한 홈쇼핑 형식은 한국에서는 보편적이지만 중국에서는 둥팡CJ가 처음 시도한 것이다. 지난 95년 중국에 TV홈쇼핑이 첫 선을 보인 이후 3년만에 홈쇼핑업체수가 무려 600여개로 급증했다. 이후 99년을 기점으로 홈쇼핑업체의 성장세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중국의 홈쇼핑은 주로 30초∼1분 동안 제품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고 주문전화번호를 알려주는 인포머셜(infomercial)형태다. 정보(information)와 광고(commercial)가 결합된 유사홈쇼핑이 대부분이었던 중국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둥팡CJ의 본격 홈쇼핑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둥팡CJ 김흥수(45) 대표는 “한국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홈쇼핑 콘텐츠를 그대로 중국 시장에 적용시킨 것이 둥팡의 성공비결”이라고 설명한다. 대신 녹화방송 위주의 방송 여건과 대금 결제방식 등 한국과 다른 부분들은 ‘현지화 전략’으로 승부했다. 소비자들에게 구매를 충동하는 쇼호스트의 멘트나 화면 구성을 자제하고 철저히 제품 정보 중심으로 꾸민 것은 생방송이 불가능한 중국 상황을 반대로 활용한 것이다. 한국에서처럼 방송 중에 제품의 주문·판매·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제품이 얼마나 팔렸고, 재고가 얼마나 남았느냐.’보다는 ‘어떤 제품인가.’에 더 비중을 둔다. 또한 중국에는 신용카드가 보편적이지 않기 때문에 물품대금은 배달현장에서 일시불 현찰로 결제한다. 간헐적으로 우리나라의 직불카드 형식으로 배송 현장에서 현금카드로 결제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둥팡CJ는 택배회사 상하이대중 시가와사와 계약을 맺고 물품배송 직원이 현장에서 대금 수금까지 책임지도록 했다. 고가의 컴퓨터나 캠코더가 방송된 날에는 택배회사 직원들이 돈세는 기계를 들고 배달 현장에서 수천위안의 돈다발을 세는 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김 대표는 “중산층을 타깃으로 금고를 상품으로 내놓고 팔아보고 싶을 정도로 고가의 제품을 방송해도 현찰 일시불 결제에 무리가 없다.”면서 “한국에서 성공을 거둔 방송 콘텐츠를 현지에 적절히 적용시킨 것이 결국 중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힘이 됐다.”고 말했다. belle@seoul.co.kr ■ 손진방 LG전자 중국지주회사 사장 |베이징 이효연특파원|“중국판 도전 골든벨 ‘진핑궈’(金果) 덕에 젊은 기업 LG 이미지를 심었죠.” 얼마 전 베이징 징우(京物)빌딩에서 만난 LG전자 중국지주회사 손진방(58) 사장은 한국 문화 콘텐츠의 위력을 이 한마디로 설명했다. 손 사장은 “LG전자가 후원하는 CCTV의 ‘LG이동전화 진핑궈’ 덕분에 중국 젊은층에 ‘디지털 기업 LG’의 이미지를 쉽고 빠르게 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금사과라는 뜻의 ‘진핑궈’는 매주 토요일 오후 1시40분부터 1시간 동안 중국 CCTV에서 방영되는 대학생 참여 퀴즈 프로그램이다. LG전자가 2년째 후원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형식은 KBS-1TV의 ‘도전 골든벨’을 그대로 따오고 참여 대상만 중국 대학생으로 바꾸었다. 손 사장은 “2002년 하반기 LG전자의 이동전화 단말기 출시를 앞두고 백색가전 중심의 LG 이미지를 벗고 ‘디지털 기업 LG’ 이미지를 심어야했는데 그 해답이 한국방송 프로그램에 있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중국에서 TV 프로그램에 기업명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CCTV측에 후원을 조건으로 새로운 프로그램 제작을 제안했다. 도전하는 젊은 기업 이미지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한국방송의 ‘도전 골든벨’과 ‘출발 드림팀’을 적절히 배합해 구성하기로 CCTV측과 합의했다. 프로그램 이름은 ‘LG이동전화 진핑궈’로 정했다. 진핑궈는 매주 중국의 대학 캠퍼스를 찾아가 젊은이들이 체력과 지력을 겨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칭화대(淸華大), 베이징대(北京大) 등 지금까지 방영된 대학만 70여곳.50문제를 푼 사람에게 주어지는 금사과의 영예를 얻기 위해 학생들은 먼저 암벽타기·외줄 타고 장애물 건너기 등의 체력 테스트 관문을 넘어야 한다. 이를 통과한 50명은 ‘도전 골든벨’처럼 서바이벌 형식으로 퀴즈를 풀며 생존을 위한 지력 대결을 펼친다. 패기넘치는 중국 젊은이들이 정정당당하게 게임에 임하는 ‘LG이동전화 진핑궈’의 인기는 곧 LG전자의 이미지 제고로 이어졌다.‘도전 골든벨’은 지금도 한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듯 중국인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진핑궈’는 방영 2주 만에 CCTV에서 방송되는 400여 프로그램 중 시청률 15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손 사장은 “‘진핑궈’의 인기가 대단해 이를 유치하려는 대학들이 줄서 있을 정도”라면서 “이러한 방송 콘텐츠도 일종의 한류로 볼 수 있으며 한류가 중국 내에서 좋은 기업 이미지를 심는데 한몫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과 SK도 LG와 마찬가지로 장학퀴즈 등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던 TV프로그램들을 본뜬 프로그램을 후원하는 방식으로 중국의 젊은 층을 파고들고 있다. belle@seoul.co.kr
  • 日 “美 1군사령부 수용 검토”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정부가 미국 태평양 연안 워싱턴주에 있는 미 육군 제1군단사령부를 가나가와현 자마기지로 이전하자는 미국측 제안을 결국 수용하는 방향으로 본격 검토에 들어갔다고 일본 언론들이 17일 보도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전반의 육상작전을 총괄하는 사령탑을 일본에 두어 미 육군과 일본 육상자위대, 나아가 미·일의 군사일체화를 강화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주한미군의 위상과 역할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이는 또 극동에서 중동에 이르는 이른바 ‘불안정한 활(弧)’의 사령탑으로 일본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으로 ‘미ㆍ일 안보조약’에 따른 주일미군의 활동 범위를 극동지역에 한정한 ‘극동조항’의 위배 논란을 부를 전망이다. 마치무라 노부다카 일본 외상은 16일 기자회견에서 “머릿속으로 먼저 안보조약,‘극동조항’만을 생각할 게 아니라 지금은 새로운 위협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폭넓은 관점에서 논의해가야 한다.”고 밝혀 일본 정부가 ‘극동조항’을 새롭게 해석할 것임을 시사해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당초 미 육군 제1군단사령부의 이전에 대해 극동조항과 지자체의 반발을 들어 난색을 표했으나 최근 미국이 강력히 반발하자 “미·일 관계가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해 수용으로 선회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분석했다. 아울러 다음달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미 정부의 부담을 덜어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등의 재료로 활용하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일본 정부는 지자체 반발과 관련,“1군단사령부의 이전 대상은 전투부대가 아니고 사령부 요원 약 800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따라서 미군병사에 의한 범죄다발 등의 악영향은 없다.”고 설명하며 이해를 구할 예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taein@seoul.co.kr
  • [국감 하이라이트] 재경부

    [국감 하이라이트] 재경부

    11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재정경제부 국정감사는 예상했던 대로 성장률 전망·경제정책의 이념편향·환율방어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초선의원들의 날선 공격과 노련한 경제부총리의 공방이 치열했다.관심을 모았던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이 증인 출석을 마다하지 않아 열기를 높였다. ●성장률 공방-고개숙인 이정우 국감장에서 나온 이헌재 부총리의 ‘내년 성장률 4%대 추락’ 언급은 경제여건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어서 심각성을 더해준다.대표적인 ‘인위적 경기부양’ 반대론자인 이정우 위원장조차 “경기가 나빠 대책이 필요하다.”고 털어놓았다.국회의원들은 “그래도 정부의 경제인식이 안이하다.”며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무소속 신국환 의원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4%대로 떨어졌다고 경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년에 5%대 성장을 전제하고 예산이나 정책을 짜게 되면 틀림없이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은 “정부는 건설경기 연착륙을 강조하지만 이미 경착륙했다.”고 주장했다.이 부총리는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내년 5%대 성장을 이뤄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5% 성장이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임을 밝혔다.그동안 ‘의도적으로’라도 낙관론을 펴왔던 이 부총리가 성장률 하락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소모적인 좌·우 이념이나 성장·분배 논쟁을 그만하라는 주문이 깔려 있다. 성장률 공방은 이정우 위원장에게도 튀었다.한나라당 김정부 의원은 ‘겨울이 다 지나가는데 난로를 왜 구입하느냐.’는 이 위원장의 과거 발언을 집중공격해 “그 말을 했을 때는 대부분의 경제예측기관이 하반기 경기회복을 낙관하던 2월이었다.지금은 내수가 어렵고 전반적으로 경기가 나쁜 것은 사실”이라는 답변을 이끌어냈다.“구름이 걷히면 (참여정부 경제정책의)진가가 드러날 것”이라던 이 위원장의 종전 발언과 비교하면 상당히 힘이 빠졌다.물론 그는 “그렇더라도 경제위기는 아니며,병이 깊을 때는 진통제를 놔가며 치료해야 하지만 마약은 안 된다.”고 반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념공방-좌편향 vs 중도도 안돼 국회는 ‘테마 국감’을 야심차게 선언하고서도 소모적인 이념공방에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했다.한나라당 윤건영 의원은 “학계에서는 현 정부의 좌편향적,분배우선주의적 정책성향이 경제난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같은 당 임태희 의원도 “민간연구소는 물론 심지어 KDI,금융연구원 등 공공연구기관에서도 좌편향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고 가세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쓸데없는 이념공세에 불과하다.”면서 “참여정부의 정책기조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중도적 실용주의”라고 반박했다.김종률 의원은 “경제정책에 대한 좌파 이념논쟁은 대단히 시대착오적이고 소모적인 정쟁”이라며 “특히 경기침체의 원인을 마치 참여정부의 좌파적 경제정책 탓이라고 호도하는 것은 대단히 악의적인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정덕구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부동산 대책 등을 근거로 참여정부의 정책기조를 좌파적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는데,그렇다면 노태우 대통령 시절의 부동산 공개념에 입각한 정책들은 공산주의의 극치라고 해야 되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참여정부가 분배정책을 쓴 적이 없다.”는 이 부총리의 미국 발언을 인용하며 “중도에도 못미친다.”고 다른 각도에서 거세게 비판했다.이정우 위원장은 “10·29 부동산정책 등 참여정부는 분명히 분배정책을 썼다.”면서 “이 부총리는 아마도 재분배정책을 의미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환율정책 공방-재경부·한은 자료 왜 다른가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집계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이자 비용이 무려 1조 8000억원가량 차이나 ‘환율정책 공방’에 기름을 끼얹었다.재경부가 심상정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 8월말까지 외평채 이자지급액은 3조 1132억원이다.반면 한은이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 등에서는 같은 기간 이자비용이 1조 3000억원으로 추산됐다.1조 8000억원이나 차이난다. 재경부측은 “외평기금 이자비용이 급증했지만 정책수행과 관련된 비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다만 이자지급 방식의 변화와 기금 증가 때문”이라고 해명했다.외환시장에서는 정부가 역외선물환(NDF) 등 파생상품 시장을 통해 환율에 개입하면서 말못할 비용이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과 통화안정증권의 과다발행을 통해 무리한 환율 떠받치기를 계속해오고 있다.”면서 ‘헛발질 외환정책’이라고 성토했다.이 의원은 이 부총리를 집요하게 몰아세워 “외환보유액이 1500억달러 정도면 충분하다.”는 답변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이 부총리가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을 공개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외환보유액이 1700억달러를 넘어선 만큼 정부도 과도하다고 인정했다.”는 이 의원의 자의적 해석에 대해,이 부총리는 “과도가 아니라 넉넉한 것”이라고 받아넘겼다.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외평채 발행으로 늘어난 통화를 흡수하기 위한)통화안정용채권 발행에 따른 이자부담까지 포함하면 환율안정 비용이 16조원 3799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31%나 된다.”고 비판했다. 안미현 전광삼기자 hyun@seoul.co.kr
  • [차이나 리포트 2004] (37)한-중 경협 상생의 길

    [차이나 리포트 2004] (37)한-중 경협 상생의 길

    한국 경제는 연륜은 있지만 규모가 작다.이에 비해 중국은 경험은 짧지만 초대형 경제로의 면모를 갖춰 가고 있다.이 두 나라 경제의 상생구조가 앞으로도 지속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까지는 잘해 왔지만 앞으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역설적이지만 중국시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버려야 한다.올 8월까지 한국의 중국(홍콩 포함)시장에 대한 수출 집중도는 27.6%로 미국·일본 등 전통 수출시장을 크게 앞서고 있다.한국은 중국이라는 중저가 제품시장을 얻는 대신 고가의 첨단제품 위주로 구성돼 있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시장을 잃어가고 있다.이는 우리 수출제품의 기술집약도 약화를 의미하며,기업 차원에서는 제품혁신과 기술개발의 유인체계가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그만큼 중국의 추격에 취약해진 셈이다.중국과의 기술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선 경쟁력 있는 새로운 제품이 지속적으로 창출될 수 있는 유인체제가 마련돼야 한다.즉 주력 수출시장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중심으로 다시 전환돼야만 한다. 대중국 수출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13억 인구라는 거대시장의 가능성만 보고 불확실한 미래를 담보로 거의 원가에 내다 파는 방식은 더이상 지속되기 어렵다.삼성이 중국 등에서 추진했던 휴대전화의 고가 판매전략은 좋은 예다.지금도 중국 휴대전화 판매장에서 중국 소비자들은 세계 유명 상표보다도 20∼30% 비싼 우리 제품을 기꺼이 산다.대중국 수출의 부가가치 중심으로의 전환은 국가 위험도 관리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특정 국가에 대한 수출 집중도가 25%가 넘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동일한 영역에서 경쟁해서 살아남기는 힘들다.중소기업 특유의 강점을 바탕으로 대기업의 약점을 파고들어 생존공간을 확보해야 한다.한·중간에는 1인당 국민소득 격차가 무려 12배나 난다.제조원가에서 한국은 중국과 경쟁할 수 없다.중국이 제조하기 어려운 분야를 특화해 한국의 생존 공간으로 확보해 나가야 한다.중국이 경제발전 과정상 다음 단계에 필요한 제품들이 무엇인지를 사전에 파악해 대비해야 한다.보다 정교한 중국경제 연구체제가 필요하며,우리 기업이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네트워크도 구축돼야 한다. 한·중 수교 12년을 돌이켜보면 한국은 중국의 경제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지난 1992년의 한·중 수교는 양국 경제의 상생에,특히 중국의 경제발전에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대외적으로 천안문사태로 인해 국제적 고립에 처해 있던 중국이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한국과의 수교가 결정적인 계기였다.당시 관망세를 보였던 일본과 타이완 기업들이 한국의 중국시장 선점을 우려해 대중국 투자를 본격화했기 때문이다.한·중 수교가 중국의 외자기업 중심의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에 단초를 제공한 것이다. 이후 중국의 고도성장은 1997년 외환위기를 맞은 한국이 이를 조기 극복하는 데 1등공신의 역할로 보답한다.중국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등장하면서 한국의 무역수지 구조는 만성적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다.중국이 의류·가전산업 등에서 세계의 공장과 수출기지로 부상하면서 부품과 원부자재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다.외자기업 중심의 조립가공형 수출구조로 인해 철강,석유화학,반도체 및 전자부품 등을 중심으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수교 후 11년간 연평균 26.5%씩 증가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증가율은 중국의 수출변화율과 거의 일치한다.또한 한국은 중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노동집약적 공정을 중국에 이전하고 본국 기업을 지식기반 공정에 특화함으로써 기업 구조조정에 좋은 기회로 활용했다. 과거 한·중 경제협력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양국간의 경제적 격차에 따른 보완성이 한·중간에 상생을 가능케 한 바탕이었다는 점이다.최근 중국의 산업화가 가속화하고 수출이 늘어나면서 양국간 협력영역은 축소되고 경쟁영역이 확대되고 있다.중국경제와의 상생 가능성이 그만큼 불확실해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중국 경제와의 상생구조를 유지하고 중국의 성장을 우리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안목에서의 전략과 체계적인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mhlee@kiet.re.kr ■ 미래 전략산업 ‘격돌’ 불가피 중국을 바라보는 우리 업체들의 시각이 심상치 않다.KOTRA가 중국 현지 우리 투자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조사대상의 58%가 경쟁자로 중국 업체들을 지적했고,53%는 중국기업들과의 기술격차가 없다고 응답했다.그러나 기술수준을 중심으로 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산업분류 방식에 따라 지난 7년간 한·중간 산업과 수출구조 변화추이를 살펴보면,한·중 간에는 아직도 상당한 격차가 있다. 1995∼2002년 양국 산업구조의 기술 고도화 추이를 살펴보자.그림에서 보듯,중국의 경우 저위 및 중저위 대 중고위 및 지식기반 제조업의 비율이 이 기간에 67대33에서 63대37로 4%포인트 증가했다.한국도 이 기간에 55대45에서 51대49로 4%포인트 증가했다.중국의 추격만큼 한국도 달아난 것이다.2002년 중국의 산업구조는 1995년의 한국수준에 못 미친다.산업 전체로 보면 한·중 간에는 여전히 상당한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 그러나 산업구조의 고도화 과정은 두 나라가 다른 양상을 보인다.한국은 저위 기술산업에서부터 지식기반 제조업까지 순차적으로 계단식 형태의 발전을 해 온 반면,중국은 동시다발적 엘리베이터식 형태의 기술발전 양태를 나타내고 있다.중국은 노동집약적인 저위 기술산업을 제외하고 모든 산업에서 동시다발적인 발전이 진행되고 있다.세계 2∼3위의 중국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거의 모든 영역에서 두 나라가 경쟁구도로 진입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양국이 추구하는 미래 전략산업이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다.이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차세대 성장동력산업군과 중국 정부가 발표한 국가산업기술정책을 비교해 보면 확연해진다. 두 나라 모두 자동차·기계·조선·철강 등 전통제조업의 기술혁신을 통한 고부가가치화와 정보통신,환경,에너지,항공우주,생명공학 등 미래 유망분야의 산업화와 수출화를 추구하고 있다.이는 향후 발전의 원동력이 될 미래산업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의 충돌을 예고하는 것이다. 양국간의 수출구조 변화추이를 살펴보면 이같은 예고는 더욱 분명해진다.수출산업에서 중국의 추격은 상당히 빠르다.중국의 저위 기술 및 중저위 기술산업 대 중고위 및 지식기반 제조업의 수출비중은 1995년 70대30에서 2003년 50대50으로 8년 만에 20%포인트나 개선됐다. 한국은 이 기간에 42대58에서 30대70으로 변화해 12%포인트가 개선되는 데 그쳤다.중국이 한국보다 무려 8%포인트나 기술고도화 속도가 빠르다.중국의 수출구조 역시 산업구조와 마찬가지로 정보기술(IT) 제품을 중심으로 건너뛰기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산업과 수출구조 고도화를 달성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그러나 아직까지 양국간 격차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이같은 결과를 종합해 보면 중국 경제에 대한 지나친 낙관도,비관도 모두 경계해야 한다.중국경제에 대한 실상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베이징 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mhlee@kiet.re.kr
  • ‘품앗이 국감’ 돋보이네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는 상임위가 다른 의원들이 공동 질의자료나 자료집을 내는 이른바 ‘상임위 크로스오버’ 현상이 자주 등장한다. 상임위원간 협력은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대개 부분적 자문을 구하거나 같은 자료를 공유하는 수준이었다. 반면 최근 등장한 ‘상임위간 품앗이’는 함께 질의자료를 낸 뒤 소속 상임위에서 질의하면서 동시 다발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선다는 게 특징이다. #사례1 교육위 소속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지난달 자료집을 만들다 벽에 막혔다.중고검정교과서발행조합의 이익금 균분 관행이 교과서의 부실화를 가져오고 사교육비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알겠지만 법적 문제에 대해서는 헷갈렸다. 그래서 같은 당의 경제통인 유승민 의원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유 의원이 대번에 “이거 공정거래법 위반이야.”라고 해석했다.이후 자료 만드는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두 의원은 교육·정무위에서 각각 질의키로 했다.이런 시너지 효과를 체감한 이 의원은 EBS 방송교재문제도 같은 당의 문화관광위 소속 최구식 의원과 공조하면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이주호 의원은 “교육 현안은 몇개 부처가 관련돼 혼자 전담하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있는데 관련 상임위원과 공조하면 전문성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례2 열린우리당의 문광위 소속 이광철 의원과 보건복지위 소속의 유시민 의원은 4일 ‘예술인 복지제도 도입방안’ 자료집을 냈다. 이 문제는 15대 때부터 제기돼왔지만 예술인 규정문제 등 얽힌 문제가 많아 해법을 찾지 못했다.이 의원의 해법은 예술인들이 공제회를 만든 뒤 회비를 내 상호부조식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이 경우 정부 지원이 필요해 같은 당 보건복지위 소속의 유시민 의원과 함께 자료집을 만들었다. 이 의원은 “상임위원간의 공조가 자리잡히면 상임위원장들도 만나 토론하고 법안을 만드는 풍토를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례3 5일 공동 국감자료집을 낸 열린우리당의 장복심(환경노동위)·유시민(보건복지위)·김영춘(정무위) 의원의 경우는 더 진전한 케이스다. 비슷한 사안 공조에서 더 나아가 여러 부처간 갈등으로 해법을 찾지 못하는 진료비심사 시스템 문제에 도전했다.같은 병인데도 산재·자동차·건강보험 등으로 적용 보험에 따라 진료비·입원율 등이 달라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진료비 심사평가 시스템을 일원화하자는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장 의원은 “국민을 위한 일이라면 여야나 상임위를 떠나 함께 연구·조사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전례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한편 한나라당 박재완(예결위)·최구식(문광위) 의원도 ‘국가 이미지 조사’와 관련,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와 국정홍보처의 예산 중복 문제에 대한 공동 질의서를 만들 고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희귀병 환자에 희망을] 2명에 소원들어주기 행사

    [희귀병 환자에 희망을] 2명에 소원들어주기 행사

    “핸드백과 구두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여성에게 상징적인 의미잖아요.이 선물 받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당당하게 살래요.” 서울신문,로또공익재단이 ‘희귀병환자에 희망을’ 캠페인의 하나로 본지가 다룬 희귀병환자 2명의 ‘소원 들어주기’에 나섰다. 식도,위,소장,대장 등에 다발성 염증이 발생하는 크론병과 17년째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김지선(28·여·9월13일자 보도)씨는 소원을 말하며 부끄러운 듯 조금 뜸을 들였다. 그의 소원은 ‘예쁜 구두와 핸드백’.또래다움이 묻어 있는 소원이었지만 그속엔 말 못할 사연이 숨어 있었다.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을 꿈꾸며 은행에 취직했지만 얼마 못가 크론병이 재발하는 바람에 직장생활의 꿈을 접어야 했다.그렇기에 김씨에게 핸드백과 구두는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비록 아르바이트지만 두달 전부터 은행일도 다시 했다. 뼈조직이 약해 쉽게 골절이 되는 골형성부전증을 앓고 있는 강원도 원주의 남주희(4·9월17일자 보도)양은 오랜만에 가족과 서울로 나들이를 했다.물고기를 좋아하는 주희는 강남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 연신 함박웃음을 지었다.유모차에 탄 주희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불가사리도 만져보고 유리를 사이에 두고 예쁜 관상어와 뽀뽀도 했다.어머니 김완기(34)씨는 “저렇게 신나할 줄을 몰랐다.”면서 “우리 주희도 저 물고기들처럼 자유롭게 세상을 헤엄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후원계좌번호는 국민은행 480001-01-158778 사단법인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희귀난치성환자돕기 사랑의 전화는 060-700-1369(1통화 2000원).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Doctor & Disease]상계백병원 안과 이주화 박사

    [Doctor & Disease]상계백병원 안과 이주화 박사

    “녹내장은 심각한 상황에 이르도록 환자 본인이 병증을 알지 못한다는 게 문제입니다.또 병증이 진행돼 한번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이 되지 않습니다.이런 질환을 가볍게 여기다니요?” 대한안과학회 산하 한국녹내장연구회 회장으로 일하며 만만찮은 연구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계백병원 안과 이주화(57) 박사는 더러 가볍게 여기기도 하는 녹내장의 심각성을 이렇게 경고했다.“다행히 요즘에는 약물도 좋고 레이저나 수술로도 기대한 성과를 거둘 수 있어 치료만 잘 받으면 치명적인 상황은 예방할 수 있습니다.” 녹내장이란 어떤 질환인가. -시신경이 손상을 입어 시야에 특징적인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를 말한다.눈의 망막에서 모여 다발을 이룬 시신경섬유의 일부가 안압 등의 영향으로 손상돼 시야를 제한하고,이를 방치하면 시력을 잃게 된다. 손이나 팔의 신경은 더러 재생도 되는데 시신경은 다른가. -녹내장은 시신경의 손상이 직접적인 원인인데,시신경은 일단 손상되면 재생되지 않는다.이런 경로를 거쳐 실명에 이르게 되면 사실상 복구가 되지 않는다. 녹내장의 진행과정을 설명해 달라. -원발성 녹내장은 크게 만성인 개방각 녹내장과 급성인 폐쇄각 녹내장으로 구분한다.전자는 각막과 홍채 사이를 채우고 있는 액체,즉 방수(房水)가 눈 밖으로 빠져나가는 통로인 섬유주가 막혀 방수가 고이면서 안압 상승을 초래하는 경우고,후자는 홍채와 각막이 유착되면서 방수의 유출을 막아 안압이 올라가는 경우다.이 경우 안압이 압박해 시신경이 점차 기능을 잃게 된다. 진행 과정에서 증상이 거의 없다고 했는데…. -시신경이 손상되는 초기 과정은 본인이 거의 모른다.한쪽 안구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눈이 사물을 대신 봐주기 때문이다.진행이 느린 개방각 녹내장의 경우 시신경이 죽으면 망막이 부분,부분 기능을 잃어 시야가 흐려지고,사물을 보지 못하는 암점이 생기지만 이때도 본인은 거의 느끼지 못한다.그러다 암점이 커지거나 개수가 늘어나면서 비로소 깨닫게 되는데,이 때는 증상이 이미 심각하게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또 녹내장이 심각하게 진행되어도 시력은 정상인 경우가 많아 자각이 더욱 어렵다.폐쇄각 녹내장은 유형에 따라 순식간에 안압이 상승하면서 시야가 흐려지고,안구 통증과 함께 두통,구역질이 나 응급실을 찾기도 하며,간헐성 녹내장은 잠깐 눈이 피로하거나 침침한 느낌이 들다가 회복되곤 한다. 그에게 녹내장이란 명칭이 붙게 된 까닭을 묻자 “일부 녹내장 유형의 경우 간혹 동공의 색깔이 초록색이나 청색을 띠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설명했다.그가 회장으로 있는 녹내장연구회는 개원의 등 45명의 회원들이 참여해 매년 정기학술대회를 갖는가 하면 해마다 춘계·추계 안과학회에서 학술행사를 여는 등 활발한 연구활동으로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환자 발병 추세는 어떤가. -늘고 있다.최근 10년 새 2배 정도로 환자가 늘었다.점유율로 보면 병인을 원래부터 갖고 있는 원발성이 가장 많고 당뇨병,고혈압 등 전신질환을 앓는 환자도 있다.연령별로는 40대 이후가 대부분이다. 원인도 함께 짚어 달라. -원발성은 드러난 원인이 없다.폐쇄각 녹내장은 안구 전방(前房)의 두께가 얇은 사람에게 많고,개방각 녹내장은 섬유주의 기능 상실이 문제가 되는데,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고혈압,당뇨병,스테로이드제제 과용,심한 백내장 등을 들 수 있다.야간에 혈압이 낮아지는 사람도 안구에 혈액 공급이 안돼 녹내장을 앓을 수 있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시신경유두검사와 시야검사,안압측정,전방각경검사 등으로 녹내장 여부를 판정한다.어린이의 경우 3세 이전이면 안정제를,5세 이전이면 마취를 한 뒤 검사를 하기도 한다. 치료 방법도 소개해 달라. -직접적인 주요 원인이 안압 상승이기 때문에 안압을 낮추는 치료가 우선이다.1차적으로는 방수의 생성을 억제하거나 배출을 돕는 약제를 투여한다.더러 레이저로 방수 통로(섬유주)를 넓히기도 하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수술을 통해 막힌 통로 대신 대체 통로를 만들어주면 가장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그러나 수술 사례는 많지 않아 10명중 1∼2명 정도에게만 수술치료법을 적용한다. 각 치료법의 문제는 무엇인가. -약물치료는 안압을 20∼30% 정도 낮출 수 있지만 투여를 중단하면 다시 안압이 상승하는 게 문제다.수술은 평균 5년 정도 증상의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새 통로에 살이 차올라 다시 막히는 게 문제다.폐쇄각 녹내장의 경우에는 레이저로 홍채절개술을 시행해 유착문제를 해소한 뒤 약물을 투여하는 방법을 적용한다. 그는 녹내장에는 ‘치료’라는 단정적인 말 대신 ‘조절’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소개했다.수술이 잘 된 경우라도 병증이 계속 진행되는 특성상 ‘완치’ 개념을 적용하기 어려워서다.그는 이런 까닭에 적어도 녹내장에 있어서는 수술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된다고 지적했다. 예방법이 따로 있는가. -원발성은 예방책이 따로 없고,40세 이후에 정기적으로 안과를 찾아 검진을 받는 게 중요하다.안구의 전방이 좁은 사람은 미리 레이저를 이용해 방수 통로를 확보하는 예방조치를 취해 녹내장 발병을 막을 수 있다. ■방수와 안압이란 이 박사는 방수가 안압에 영향을 미치는 원리를 입으로 부는 풍선에 비유했다.막힌 풍선을 불어 부풀리듯 배출구가 막혀 고인 방수가 결국 안구의 압력을 높여 시신경의 손상을 초래한다는 것. 방수란 세포나 단백질이 함유되지 않는 투명한 액체로,모양체상피에서 생산돼 동공을 거쳐 전방 끝부분의 슐렘관을 거쳐 안구 밖으로 배출된다.이 과정에서 방수는 수정체와 각막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기능을 한다. 정상인은 이 방수의 생산량과 배출량이 균형을 이뤄 문제가 없으나 배출 기능이 떨어지거나 생산량이 병적으로 늘어나면 안압이 상승한다. 보통은 10∼21㎜Hg을 정상 안압,21㎜Hg을 넘으면 고안압이라 하며,이 상태에서 시신경이 손상돼 시야가 장애를 일으키는 상황을 녹내장이라고 한다.물론 안압이 10㎜Hg에 못미치는 경우는 따로 저안압으로 분류한다. 이 박사는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발견이 어려우나 중기로 넘어가면서 눈의 압통,피로감과 함께 안구에 이물감이 느껴지며,여기에서 더욱 진행되면 더러는 시력이 떨어지고,특히 밤에 시력이 떨어져 활동이 어렵게 되며,시야가 좁아지기도 하나 일부 증상이 녹내장만의 특징적인 증상이 아니라서 간과하기가 쉽다.”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이주화 박사 ▲고려대의대,연세대의대 대학원(의학박사) ▲미국 보스턴 뉴잉글랜드 녹내장연구재단 연구원 ▲현,인제대의대 교수 겸 상계백병원 안과 과장 ▲대한안과학회 기획이사,법제이사 역임 ▲현,대한안과학회 편집이사 ▲한국녹내장연구회장
  • [정치플러스] 반외교 “韓中日 FTA체결 검토”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은 17일 “어느 한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특정 업종에 나타나는 이해득실이 극심하기 때문에 여러 나라와 동시 다발로 체결해서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며 “한·중·일 공동으로 FTA를 체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 장관은 이날 국회 예결특위에 출석,답변을 통해 “싱가포르,멕시코,캐나다,인도와도 FTA 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미국의 경우 한·미투자협정(BIT)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미국과 FTA를 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10월 내한공연 갖는 키로프발레단 유지연 씨

    10월 내한공연 갖는 키로프발레단 유지연 씨

    지난 91년,만 열네살의 나이에 혈혈단신 러시아로 발레 유학을 떠났던 어린 소녀가 14년 만에 세계적인 발레단인 키로프(마린스키)발레단의 일원으로 고국 무대에 선다. 발레리나 유지연(28).볼쇼이발레단과 더불어 러시아발레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키로프발레단에서 드미 솔리스트(솔로와 군무를 겸하는 솔리스트)로 활약중인 그는 10월29∼3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 키로프발레단의 ‘백조의 호수’에서 스페인 무희로 국내 팬들에게 인사를 한다. “지난 99년,2001년 ‘한국을 빛낸 발레스타’와 2002년 ‘예원학교를 빛낸 졸업생 공연’때 국내 무대에 서기는 했지만 키로프발레단과 함께 공연하는 것은 처음이라 의미가 남다릅니다.” 휴가차 서울에 머물고 있는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키로프발레단에 대한 자부심과 95년 입단 이후 첫 한국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여섯 살 때 발레를 시작한 그는 예원학교 3학년 재학중 러시아 최고의 발레학교인 바가노바 발레아카데미에 최연소로 입학했다.언어 장벽이나 외로움은 견딜 수 있었지만 한국에서 잘한다는 얘기만 듣다가 현지에서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걸 깨닫고는 한동안 좌절하기도 했다.하지만 이를 악물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고,결국 바가노바 수석 졸업과 키로프발레단 유일의 한국인 무용수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엄격하기로 유명한 바가노바 출신이라도 키로프발레단에 입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한해 졸업생 가운데 1∼2명만이 입단 허가를 받을 정도.그가 졸업하던 해는 이례적으로 6명의 여성무용수가 입단했는데 이번 내한공연에서 오데트·오딜역을 맡은 소피아 구메로바가 동기생중 한명이다. 95년 마린스키극장 신년공연 ‘호두까기 인형’의 마샤 역으로 데뷔한 그는 이후 ‘지젤’의 마르타,‘라 실피드’의 약혼녀 등 다양한 배역을 통해 뛰어난 기량과 섬세한 감정표현력을 두루 갖춘 무용수로 인정받고 있다. 한해 평균 6개월은 해외 공연을 다녀야 하는 힘든 일상이지만 그는 지금 생활이 더없이 만족스럽다.러시아는 물론 자주 순회공연을 다니는 영국 등 낯선 타국에서 꽃다발이나 인형,사진을 들고 자신을 찾아오는 팬들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단다. 그는 “고국에서 활동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지만 당분간은 키로프발레단에서 기량을 맘껏 펼치고 싶다.”면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안무자로서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이를 위해 그는 올해 바가노바 아카데미 박사 과정에 등록했다고 덧붙였다.(02)518-7343.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시국성명 서명 원로 1500명 넘어서 원군얻은 한나라 “투쟁”

    한나라당은 자유시민연대 등 보수시민단체들의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서명운동에 동참하는 각계 원로들이 크게 늘어나자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일찌감치 국보법 폐지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한나라당은 이들 시민단체와 연대를 모색하는 한편 13일 ‘국가수호비상대책위원회’ 현판식을 신호탄으로 본격적인 ‘국보법 폐지 저지 캠페인’에 나설 계획이다. 자유시민연대에 따르면 국보법 폐지 반대서명에 동참한 각계 원로는 지난 9일 1074명에서 12일 현재 1500명을 넘어섰다.원내 과반의석을 확보한 열린우리당에 힘겹게 맞서려는 한나라당으로서는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은 셈이다. 한나라당은 13일 중앙당 및 전국 시·도당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국가수호비대위 현판식을 가질 계획이다. 또 이번 주 보수단체들과 함께 서울시청 앞 광장이나 여의도광장에서 국보법 폐지 반대 집회를 개최하고,각 지역에서 준비 중인 시국 강연회에 월남참전용사회와 6·25참전용사회 등 보수단체를 참여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가수호비대위 범국민연대소위의 위원장인 이방호 의원은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는 각종 사회단체와 연대해 범국민적인 투쟁을 추진하겠다.”며 “(국보법 문제는) 국가 존립에 관한 문제이므로 보수단체는 물론 국가의 안위를 염려하는 모든 국민들과 연대해 장외투쟁을 벌여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보법 폐지를 둘러싼 여야 갈등은 보수·진보세력의 장외 대결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한편 한나라당은 휴일인 이날에도 논평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전여옥 대변인은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지구상 최고의 악법’이라고 말한 국보법을 폐지하는 대신 일본의 ‘파괴활동방지법’을 고스란히 베끼다시피한 ‘파괴활동금지법’을 내놓은 저의가 뭔지 모르겠다.”면서 “대통령의 뜻에 따라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다면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당당하게 ‘국보법 폐지’를 외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희귀병 환자에 희망을] 17년째 크론병 고통 김지선씨

    [희귀병 환자에 희망을] 17년째 크론병 고통 김지선씨

    “끔찍한 복통과 쏟아지는 설사를 하루에도 수십번씩 참아야 하는 괴로움과 항문에서 피고름이 흘러 나오는 아픔은 아무도 모를 거예요.” 강남 한 은행에서 파트타임 행원으로 일하는 김지선(28·여·가명)씨는 17년째 크론(crohn)병을 앓고 있는 희귀병 환자다.지난 10일 저녁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녀는 160㎝의 키,47㎏의 호리호리한 몸매,예쁘장한 외모를 지닌 평범한 20대 여성으로 보였다.그러나 투병 생활의 긴 이야기를 꺼내자 이내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크론병은 식도,위,소장,대장,항문 등의 소화기관과 남성의 경우는 생식기까지 다발성 염증이 발생하는 불치병이다.흔하지 않은 병인데다가 발병원인이나 치료법이 알려져 있지 않아 대장염 정도로만 알고 병을 키워 가는 경우가 많다. 지선씨가 처음 이 병의 고통을 느낀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대장염에 걸린 것처럼 날마다 배가 아리고 내장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계속됐다.하루에 수십번도 더 화장실로 달려가 30분 이상 물 같은 설사를 쏟아냈다.지선씨의 소장은 수백개의 염증들이 뒤엉킨 상태였기 때문에 음식을 먹을 수도 없었고 먹어도 소화시킬 수 없었다.지선씨가 살던 성남 일대의 모든 내과를 찾아갔지만 진단결과는 ‘신경성 대장염’.지선씨는 정확한 병명과 치료법도 모른 채 영양실조,구토,복통,설사에 시달리며 뼈만 앙상하게 남아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야위어 갔다. 투병생활을 4년간 지속하던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동네에서 유명하다던 내과에서 정밀진단을 받고서야 비로소 ‘크론’이라는 병명을 알아냈다.지선씨는 의사가 써준 소견서를 들고 당장 신촌 연대세브란스 병원으로 달려가 염증으로 뒤엉킨 소장 1m를 잘라내는 대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지선씨는 몸이 다소 회복되는 것을 느꼈다.음식도 잘 먹게 됐고 화장실 가는 횟수도 줄었지만 여전히 몸은 허약했다.지선씨는 입시 공부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상업고교에 진학했고 졸업 후에는 은행에 취직도 했다.하지만 취업 후 2년 만에 병이 재발했다.구토와 오한에 시달리던 그 때 지선씨의 몸무게는 38㎏.염증은 항문으로 옮겨가 회사도 그만두고 투병생활에 매달려야만 했다.겉으로 보기엔 치질과 증상이 똑같았다.항문과 그 주변에 수십개씩 생겨난 염증 때문에 앉을 수도 걸을 수도 화장실을 갈 수도 없었다.스물 두살 되던 여름,지선씨는 항문 염증 제거 수술을 세차례 받았고 7년간을 집에서 누워 지냈다.최근 몸이 좀 나아져 한달에 20만원이나 들어가는 약값이라도 스스로 벌어보고 싶어 다시 은행에서 창구업무 보조로 일을 시작했다.하지만 항문에서 피고름이 흘러내려 속옷이 젖지 않도록 늘 여성용 패드를 착용하고 다닌다.지선씨는 17년간 영양실조에 시달렸기 때문에 월경은 중·고등학교 때 한차례씩 한 것이 전부다. 지선씨는 크론이라는 병도 암이나 백혈병처럼 많이 알려져 사람들에게 투병 사실을 말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그녀는 “내가 ‘크론’이라는 불치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무척 힘들었다.”면서 “투병 사실을 남들에게 알리는 것은 더욱 힘들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韓·美 FTA 본격 추진

    |뉴욕 김태균특파원|우리나라와 미국간의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가능성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조윤제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증권거래소 주관으로 열린 상장법인 합동 투자설명회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최근 미국이 한국의 농업개방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면 FTA를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제안을 비공식 채널을 통해 재차 전달해왔다.”면서 “주말까지 워싱턴을 방문,로버트 죌릭 USTR(미 무역대표부) 대표 등을 만나 한·미 FTA에 대한 미국측 입장 등을 알아볼 예정”이라고 밝혔다.이는 그동안 미국측의 적극적인 한·미 FTA체결 의사에도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여오던 정부가 적극적인 추진의사를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FTA를 통해 최대 교역상대국인 미국과의 무역장벽이 낮아지면 우리나라 공산품의 대미 수출은 크게 확대되지만 미국 농산물이 값싸게 들어오게 돼 국내 농업에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조 보좌관은 “그동안 (농업 등)국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수세적 차원에서 대외 경제정책을 세워 왔지만 앞으로는 적극적인 전략을 짜야 한다.”면서 “궁극적으로 미국을 비롯해 중국,아세안(ASEAN),남미 등과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추진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노무현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처음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산하 대외경제위원회에서 “종합적이고 적극적으로 FTA 문제에 접근하라.”고 지시했다.이에 따라 정부는 산업자원부 차관보와 재정경제부 국장을 각각 단장과 부단장을 하는 FTA 추진기획단을 설치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windsea@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20)비금도에서 생각하는 ‘야생의 사고’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20)비금도에서 생각하는 ‘야생의 사고’

    목포항 선창에서는 지금도 ‘비밀번호’같은 ‘구호’가 통한다.바로 ‘하의 장산 비금 도초’가 그것.목포 인근의 주요 섬 4곳을 지칭하는 이 비밀번호만 알면 선창 좌판에서 세발낙지를 사먹어도 바가지 쓸 일이 거의 없다.바로 그 비금도다.해수욕객이 떠난 모래사장은 쓸쓸했다.거기에 겹쳐 고기가 떠난버린 어장에서 어민의 마음은 더없이 적막하다.요즘 전남 신안군 비금도 풍경이 그렇다.비금도의 명물인 ‘강달이’도 여름이 끝나면서 서서히 사라지고,해넘이와 명사십리,원평해수욕장도 일찍 막을 내렸다.비금도 송치포구에는 아직도 강달이를 부려놓는 배를 심심찮게 만난다.‘강달이’는 이름이 낯설지 실상은 자주 대하는 생선이다.조기 비슷하게 생겼으되 작은 놈은 필시 강달이 아니면 ‘황새기(황석어)’다.값이 싸 조기의 대체어로 많이 쓰이는데,흔히 조기새끼로 알지만 조기와는 계통이 다르다.저렴한 백반집에서 조기랍시고 식탁에 올리는 작은 놈들,대개 강달이류다. 강달이는 강달어,혹은 깡치라 부른다.10㎝ 안팎으로 크기가 작다.황새기와 비슷한데 황새기 쪽이 훨씬 가분수다.황강달이와 눈강달이로 나뉘며,대부분 젓갈용이나 구이용 반찬감이다.황강달이는 몸과 머리가 모두 옆으로 납작하며,몸체가 황금색을 띠고,몸에는 특별한 반문이 없으나,발광기인 황금색의 과립상 선이 50∼57개 정도 박혀 있다.주로 서해 연안의 큰 하천 하구 부근 기수대에서 5∼6월에 산란한다.눈강달이는 황강달이와 거의 비슷하나 배의 과립상 선의 수가 적어 쉽게 구분된다. ●파시까지 열리게 했던 ‘강달이’ 비금도 출신으로 지금도 이곳에 살면서 목포로 출퇴근하는 김강민 신안문화원장은 “보잘 것 없어 뵈두 비금 바닷가에 이눔 때문에 파시꺼정 열렸지라우.지금은 파시 흔적을 찾을 길이 없지만….저 집들 거개가 파시 서던 모래언덕에 세운 것이오.” 한다.비금도 북쪽의 원평해수욕장에 가면 허름한 여관과 노래방 등이 들어서 외지 해수욕객을 맞이할 뿐 어업과는 별 관계가 없어 보인다.그런 이곳이 한때는 ‘너무나 잘 나가던’ 포구였다.일제시대에는 50여개의 막(술집)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앞바다의 우세도가 방파제 구실을 해줘 배들의 피난처로도 적합했으니,날이 궂어 출어가 어려운 날이 되레 술집 아가씨들에게는 ‘바쁜 날’이었다.아가씨들의 권주가에 얹혀 흥청거리며 돈다발이 물 흐르듯 오가 시쳇말로 ‘개도 돈을 물고 다녔다.’는 그 곳. 한 해,큰 폭풍으로 원평에 정박한 목선들이 모조리 ‘깨지면서’ 원평파시도 잊혀져 갔다.특히 강달이어장이 비금도와 자은도 사이의 칠발도로 옮겨가면서 파시 역시 비금도 송치로 옮겨 앉고 말았다.흑산도에서 목포를 오가는 뱃길이 반드시 비금도와 도초도 사이를 지나는데,이 교통의 요충인 정(正)중앙에 송치파시가 형성된 것.일제시대부터 허름한 가건물이 여름 한철 들어서곤 하다가 1950년대부터는 아예 골조를 갖춘 건물이 들어서 포구로 탈바꿈했다.한창 때는 수백,수천의 배들이 늘어서 바다를 그득 메웠다니,적막한 바닷가에서 그 장관을 헤아리기는 쉽지 않다. ‘뱃동서’들은 이 파시촌에 배를 들이밀고 식료품과 땔감을 구하고,젊음의 욕정도 발산하였다.사실 파시의 흥망은 우리 어업의 몰락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수천 척의 배들이 몰려들 만한 연근해어장 자체가 사라졌고,굳이 한 군데에서 잡는 것보다 GPS로 쫓아가면서 잡는 ‘싹쓸이어업’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마크 쿨란스키가 ‘세계를 바꾼 어느 물고기의 역사’에서 대구의 멸족사를 그렸듯 단순한 생선 한 마리가 인류의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유추하는 발상은 흥미로운 일이다.강달이.비록 유명세 없는 생선이지만 남도문화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 이 생선은 그러나 불행하게도 ‘자기 역사’를 남기지 못한 채 잊혀지고 있는 중이다.‘쓰여지지 아니한 민중의 생활사’란 측면에서,무지렁이 어민들과 그들이 붙잡고 씨름했던 물고기들,그리고 술집 작부로 이섬 저섬을 떠돌면서 삶을 영위했던 여인들에 관해서도 우리는 역사라는 ‘기억의 방편’을 자리내 줘야 옳다.별반 기록도 없이 사라진 무수한 섬의 역사처럼 비금도의 역사도 이렇게 인멸되고 있지 않은가. 비금도는 흡사 강화도를 판에 박은 듯한 섬이다.강화도처럼 100여년 전의 비금도도 현재 논의 60∼70%가 바다였다.지난 1세기 동안 농업인구가 급증하였으나 한 세기 전에는 어업인구가 다수였다.바닷가 사람들의 직업 역시 1세기 동안 극적 변화를 거듭해온 셈.섬의 엄청난 논들을 보면 ‘왜 인근의 암태도나 소안도 같은 섬에서 소작쟁의가 벌어졌던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섬이랄 수 없을 정도로 기름진 논들이다. ●비금도서 소금 모르면 간첩 논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비금도에서 소금을 모르면 ‘간첩’이다.남도 소금의 원류가 이 섬에서 출발한다.비금도에서 가장 오래된 소금의 고장은 수림마을.써래로 갯벌을 갈아 만든 간수를 가마솥에 붓고 장작불로 졸이는 화염(火鹽)의 원류가 바로 이곳에서 명맥을 이었다.그 후 이 섬에 천일염이란 ‘신기술’이 들어온 것이 어언 50년 전이다. “해방 이후에 평안도에 나가 살던 박성만씨가 돌아오면서 염전 기술을 배워왔지라우.” 중요한 증언이다.손봉기(73)씨는 어떻게 평안도에서 염전 기술이 전파되고 확대 발전해 나갔는가를 설명했다.근대 생산기술의 발전에서 문화적 이동과 ’신지식인‘의 기술 습득 경로가 확인되는 순간.당시만 해도 보리쌀보다 소금이 비쌌기 때문에 염전을 만들 수 있는 곳은 모조리 소금밭을 일구었다. ●섬문화 잘 보여주는 돌담 ‘우실’ 짧은 시간에 비금도 소금은 전남은 물론이고 멀리 충청도와 경기도까지 유명세를 날렸다.그러나 성장속도가 빨랐던 만큼 몰락의 속도도 빨랐다.중국산 소금의 엄청난 물량 공세 속에서 비금 소금의 유명세도 밀리고 있다.재미있는 것은 남도 소금의 본향인 비금도를 제치고 하의도에 염전 전시관이 들어섰다는 점.‘소금의 원조’를 가리는데도 정치 권력이 우선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산을 굽이굽이 돌아 해넘이해수욕장을 넘어가노라니 우실이 나타난다.우실도 섬문화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것 중의 하나.‘바람막이 돌담’인데 워낙 중요하여 아예 신앙화되었다.겨울철에는 서북풍이 모질게 북쪽 바다에서 몰아닥친다.해양성 기후로 평균 기온은 높으나 체감기온이 만만치 않다.특히나 골을 타고 내리 꽂히는 해풍은 감당할 길이 없다.그 골바람을 막기 위해 산 정상 부근의 골짜기에 석성처럼 우실을 쌓았다.흡사 만리장성같다.요즘엔 관광객들을 위해 무너진 우실을 보수해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문풍지 대신에 유리창을 내고 기름보일러를 가동하는 ‘근대화’된 섬문화에서 우실의 전통적 역할도 예전같지 않기 때문. 강달어의 상업성이 떨어지면서 파시도 일찍이 사라졌고,수입 소금에 밀린 소금밭은 양식장으로 변모를 거듭하며,우실까지 이 섬의 관광자원으로 바뀌고 있다.그러나 ‘강달이 파시’,‘남도 소금 1번지’,‘바람막이 우실’ 등은 모두 내연의 관계다.어류의 생태,염전이 용이한 갯벌과 조간대,기후에 대한 인간의 대응책 등 인간과 자연의 투쟁과 조화가 이뤄낸 ‘야생의 문화’란 공통점을 가져서다.자연주의적 어법이 이용되던 시절에나 가능했을 파시의 낭만성 파괴,소금이라면 모두 똑같은 것으로 알고 있는 세인의 무지,‘바람길’을 감지하고 글자 그대로 풍수의 최적 조건을 마련하려 했던 지혜의 소멸 등은 야생의 사고가 사라지고 있다는 방증 아닌가.프랑스의 석학 레비스트로스가 말한 것처럼 ‘야생의 사고’가 한반도에서 거듭 강조되어야 할 이유는 아직도 충분하다. 파시가 사라지면서 덩달아 노동의 축제성과 공동체성이 소멸되고 개별적,고립적으로 작은 배를 이끌고 험한 물질에 나서는 ‘고난의 행군’으로 뒤바뀌었다.세상 일이 편해졌다고는 하지만 고기잡이의 질적 수준은 반대로 비인간적이다.강달이를 잡기 위해 늙은 부부가 발동선에 몸을 싣는 모습을 보노라니 근 10여년 사이에 유행하기 시작한 부부 노동의 질적 수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야생 그대로 보존해야 하건만… 오늘의 이야기는 비금도가 중심이지만 이제는 다리로 연결되어 한 몸이 된 도초도를 빼놓고 갈 수는 없다.다리준공기념 비문에 적기를,‘여울목에 풍랑이 일때면/시집온 아낙네들/급한 소식 못 전해 애태우며/하나로 이어지기를/바랐을 나루터’라고 되어 있으니,양쪽 섬 주민들의 숙원이 해결된 셈이다.앞으로는 ‘도비도(도초도와 비금도)’라고 해야 할까,‘비도도(비금도와 도초도)’라고 해야 할까.내왕이 잦아지면서 두 섬 사이에 전혀 새로운 통합문화가 탄생될 것이 분명하다. 비금도에서 도초도로 넘어가 시목해수욕장의 더할 나위없이 아름다운 풍광도 찾아볼 일이다.시목에서도 애써 ‘야생의 사고’를 배운다.본디 사구였던 곳에 불필요한 식목으로 잡목이 우거졌으니 사구도,숲도 아닌 어정쩡한 해변이 되었다.나무심기는 권장할 만한 미덕이지만,계획성 없이 심는다면 그 역시 반생태적 인위 아니겠는가.수종을 가리지 않고 모래언덕에 심어서 바다조망권이 사라지면서 답답한 바다가 되고 말았다.필요 이상으로 일본산 ‘스기나무’(杉木)를 많이 심어 답답한 풍경을 연출하는 제주도의 그릇된 식생방식과 어찌 이리도 닮았을까.사구는 사구답게,야생의 상태로 보존해야할 일 아닌가.결론은 하나.“오직 자연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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