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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말헥산’ 사용 367곳 점검 착수

    노동부는 최근 하반신이 마비되는 다발성 신경장애(일명 앉은뱅이병) 발생을 계기로 관련 사업장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노동부는 이번 점검에서 앉은뱅이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노말헥산(n-Hexane)’ 사용 사업장 367곳(근로자 2600명)에 대해 직업병 예방조치가 적정하게 취해지고 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또한 앉은뱅이병이 발생한 경기도 화성의 동화디지털㈜에 대해서는 작업환경측정, 특수건강진단 실시여부, 마스크 등 개인보호구 지급상황 등 보건 조치가 제대로 취해졌는지를 조사해 위반사항이 발견되면 사법조치하기로 했다. 산재의료관리원 안산중앙병원은 12일 “하반신 마비 증세를 보여 입원한 동화디지털 직원 파타라완(30·여), 추언총(29·여) 등 태국 여성노동자 5명에 대한 근전도와 신경조직을 검사한 결과, 이들의 증상이 노말헥산에 의한 다발성 신경장애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노말헥산은 무색무취의 유기용제로 세척제나 공업용 접착제 소재로 사용되며 신체에 직접 노출될 경우 호흡기를 통해 신경조직으로 독성이 침투해 신경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코스닥 7일동안 37P 상승 “과열-활황” 논란

    코스닥 7일동안 37P 상승 “과열-활황” 논란

    코스닥 주가지수가 7일째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4년만에 코스닥의 부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랠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파티를 즐겨라.”며 시장참여를 권하는 반면 다른 쪽은 “산이 깊으면 골도 깊다.”는 속담을 들먹인다. ●거래대금이 작년의 3배 7일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4.02포인트 상승한 408.17을 기록했다. 오후 한때 주가지수가 409선을 넘자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지면서 하락세를 나타냈으나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뒤를 받쳐 주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거래대금은 1조 3696억원. 지난해에는 하루 평균 5861억원에 불과했던 거래대금이 지난 5일에 1조 128억원,6일엔 1조 5248억원 등으로 3일째 1조원선을 넘었다. 지난해에는 1조원을 넘은 때가 단 3일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코스닥 부활’로 보는 시각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코스닥은 7개월간 저항선으로 작용한 지수 380선을 힘겹게 뚫은 뒤 지난 6일 400선(404.15)을 7개월여만에 돌파했다. 최근의 상승세는 2001년 12월26일(685.40)부터 2002년 1월7일(760.90)까지의 상승세를 닮았다. ●개미의 뒤에는 기관과 외국인이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닥의 상승 원인을 지난해 말 발표된 정부의 벤처활성화 대책과 3년째 저평가받고 있는 주가 등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을 꼽는다. 최근 거래소시장의 부진에 따른 대안시장이라는 점도 작용했다고 본다. 특히 전문가들은 최근의 코스닥시장에는 지난해와 다른 특징에 주목한다.‘개미(개인투자자)’들의 시장으로 여겨졌던 코스닥에 올 들어서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뭉칫돈을 앞세워 포진하고 있는 점이다. 최근 하루 거래대금이 지난해의 2∼3배에 이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관과 외국인들은 개인들이 일시적으로 빠져나가도 매수세를 유지하면서 주가하락을 떠받치고 있다. 이와 함께 처음에는 주가 상승을 루루, 옴니텔, 마크로젠 등 테마주(특징주)들이 선도했으나 며칠전부터는 레인콤,NHN, 네오위즈 등 시가총액 상위 중대형주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는 시장이 그만큼 안정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파티에 갈까, 골짜기를 피할까 전문가들은 코스닥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답이 제각각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애널리스트는 “각국의 증시 역사에 ‘3년 하락후 4년차 반등’이 나타난 경우가 많은데 코스닥은 지난 3년동안 침묵했다.”면서 “파티를 충분히 즐기라.”고 시장참여를 권유했다. 코스닥 지수는 2002년 38.5% 하락한데 이어 2003년에 1.1% 오른 뒤 2004년에 15.2%나 떨어졌다. 반면 삼성증권 손범규 연구원은 “정보·기술(IT)경기회복과 코스닥 자금유입이 지속되지 않는 한 추세적 상승은 힘들다.”면서 단기투자를 권했다. 대우증권 신동민 연구원도 “테마주들의 동시다발적인 강세는 경계해야 한다.”면서 신중한 투자를 요구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문대성, 동아대 감독으로

    아테네올림픽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환상적인 왼발 뒤후려치기로 금메달을 안겼던 ‘태권도 영웅’ 문대성(29)이 돈보다 명예를 선택했다. 동아대는 5일 “문대성 선수를 태권도부 감독으로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문대성은 아테네올림픽 금메달 수상 이후 탁월한 기량과 빼어난 외모로 인기를 한몸에 모아, 돈다발을 싸들고 덤빈 일본 종합격투기 K-1은 물론 국내 연예계에 이르기까지 각계의 러브콜을 받아 거취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문대성은 “소속팀 삼성에스원 플레잉코치와 해외유학 등 여러 진로를 놓고 고민을 했지만 모교에서 후배들을 양성하기로 마음을 굳혔다.”면서 “후배들을 세계적인 선수로 길러내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에스원은 “팀에 남아 올 세계선수권까지 제패해주기를 바랐지만, 모교에서 지도자로 성공하겠다는 본인의 뜻이 워낙 강해 놓아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이승일의 PSAT 특강]언어영역

    ●문제 다음 글을 읽고 이해한 것으로 옳지 못한 것을 (보기)에서 모두 고르시오. 비정규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생활과 그 규모의 확산은 이 사회로 하여금 엄청난 규모의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도록 할 것이고, 결국은 이 사회의 건강을 훼손하게 될 것이다. 미시적으로는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안정적인 노동조건을 보장하는 기업에 패널티를 부과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사회와 노동자 개개인에게 전가하는 악성기업들에 특혜를 제공하는 셈이 된다. 따라서 정부는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 일변도의 정책을 철회하고, 일정한 수준의 규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 규제는 노동시장에서 노동자의 제반 권리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특히 비정규 고용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그리고 기존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차별적인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법·제도적인 규제가 필요하다.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한편으로는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발생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비정규 노동자에게 배정된 특정한 업무영역의 보상수준을 정규 노동자에게 배정된 여타 업무영역의 보상수준보다 낮게 책정하는 것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다.(21세기 한국노동운동의 현실과 전망(2002),p,154∼155, 이주희 엮음, 한울아카데미) (보기) ㄱ-비정규 노동자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되면, 사회 전체적으로 고비용 발생이라는 문제점이 야기되고 기업들은 노동자에 대한 인사관리와 관련하여 인과응보의 정당한 결과를 얻게 된다. ㄴ-필자는 비정규 노동자의 부당한 대우를 철폐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에 대하여 취해 온 지금까지의 규제 중심의 정부의 정책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ㄷ-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구체화하기 위한 합리적 기준을 설정하여 노동시장에 원칙적으로 적용하면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모두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ㄹ-비정규 노동자 문제에 대한 해결은 법률에 의한 것보다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윤리성 함양을 통한 방법이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1)ㄱ,ㄷ (2)ㄱ,ㄷ,ㄹ (3)ㄱ,ㄴ,ㄷ,ㄹ (4)ㄴ,ㄷ,ㄹ (5)ㄴ,ㄹ ●풀이 및 정답 ㄱ-‘미시적으로는∼악성기업들에 특혜를 제공하는 셈이 된다.’ ㄴ-‘정부는∼정책을 철회하고’ ㄷ-‘다른 한편으로는∼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다.’ ㄹ-‘법·제도적인 규제가 필요하다.’정답은 (3). ------------------- ●문제 제시문의 논리로 보아 홉스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진술을 고르시오. 홉스는 정신적 실체로서의 자아란 존재하지 않으며 자신이 자기의 원인이 되는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 우리의 사유 안에 생겨나는 지각들의 모든 원인은 외부에 존재하는 물체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므로 외부의 물체에 의해 생겨나는 지각의 다발이 정신이라면 정신이란 단순히 운동하는 하나의 물체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다.(중략) 홉스는 갈릴레오를 따라 세계를 구성하는 물체란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하는 것처럼 정지를 자연적 상태로 하지 않으며 항상 운동 상태에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정지 또한 반대되는 운동과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운동의 한 형태로 이해하고 있다. 홉스가 말하는 운동이란 위치의 이동(local motion)으로서 “하나의 장소의 연속적인 포기와 한 장소의 연속적인 취득”으로 정의된다. 모든 물체는 그 자체에 아무런 운동의 원인을 지니고 있지 않기에 물체의 모든 변화와 운동은 다른 물체의 운동에 의한 우유성(偶有性·accident)의 생성과 소멸로 인해 일어난다. 이때 우유성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능동자(agent)이고 우유성의 변화를 겪는 것이 수동자(patient)인데 수동자의 우유성의 변화를 결과(effect)라고 하고 변화를 일으키는 능동자의 우유성을 능동인(能動因·efficient cause)이라고 말한다. 바로 이같이 연속적으로 운동하는 물체들만이 유일한 실재라는 유물론적이며 기계론적인 세계관이 바로 홉스의 세계관이다.(자연과학에서 문예비평으로(1999),p.80~82, 이태하 지음, 프레스리) (1)인간 행위를 포함하는 자연계의 모든 현상은 인과 계열을 쫓아 필연적으로 발생하며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2)철학이란 인간에게 실질적인 유용성을 줄 수 있는 운동의 발생적 원인을 밝히는 추상적인 인식활동의 산물이다. (3)인간이 이 세상에서 획득하는 지식의 일부분은 경험으로부터 유래하기도 한다. (4)‘정지’라고 하는 상태는 ‘운동’이라는 상태와는 완전히 상반되므로 둘 사이에는 어떠한 공통점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5)인간은 외부의 자극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고도의 사고능력을 소유하며 살아간다. ●풀이 및 정답 (1)‘물체의 모든 변화와 운동은 다른 물체의 운동에 의한 우유성偶有性·accident)의 생성과 소멸로 인해 일어난다.’정답은 (1).
  • [CEO 칼럼] 세계화와 최고교육책임자/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CEO 칼럼] 세계화와 최고교육책임자/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서구 선진국들은 최소한 200∼300년에 걸쳐 산업화를 겪었다. 그 후 정보화시대를 맞이했다. 또 베를린 장벽과 소련이 붕괴하면서 이념적 양극화에서 일극화 양상을 보이며 팍스 아메리카나의 기치 아래 세계화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한편 EU와 NAFTA 그리고 APEC 같은 블록화의 역풍도 불고 있다. 한국은 서구의 10분의1 정도의 기간에 산업화 과정을 일궈냈다. 동시에 정보화·세계화의 파고도 동시다발적으로 겪고 있다. 모두가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바람에 통증을 수반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그것들을 한가롭게 트렌드라고 부를 수가 없다. 쇼크(Shock)라고 해야 옳다. 이러한 충격을 잘 극복하면 선진국으로 순항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침몰할 것 같은 불안 속에 있다. 어쨌든 정보화·세계화란 대세는 피할 수 없다. 이른바 지력사회의 글로벌 경영이 화두가 됐다. 이러한 지력사회의 글로벌 경영 속에서는 사람이 최고의 자원이다. 참다운 인재를 얼마나 육성하고 보유하느냐가 기업의 경쟁력, 나아가서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사실 한국은 자원이라고는 사람밖에 없다. 그 사람의 저임금을 토대로 산업화 엔진의 시동을 걸었다. 이제 그때의 블루칼라인 기능공이 아니라 존 나이스비트의 표현대로 하이테크·하이터치(Hi-Tech,Hi-Touch)를 주무르는 골드칼라가 주인공인 시대에 진입했다. 이 과정 속에서 CEO는 최고교육책임자인 CEO(Chief Education Officer)로서 두 가지 책무를 완수해야 한다. 우선 기업에 진입한 구성원들을 적극적으로, 또 끊임없이 교육과 훈련을 통해 최상의 인재로 육성하는 일이다.GE의 잭웰치 전 회장은 바로 크로톤빌 연수원을 통해 사원들이 최고의 인재로 거듭나도록 끊임없이 자극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참여와 두뇌를 활용키 위해, 그리고 좀더 많은 권한을 주기 위한 ‘워크아웃(Work-Out)’ 프로그램도 크로톤빌 연수원의 리더십 센터에서 획득하고 완성시켰다. 일본의 10년 불황을 이겨내고 있는 원동력인 도요타의 놀라운 경영성과도 인재경영에 초점이 맞추어진 결과라 할 수 있다. 한국인만큼 ‘못 배운게 한’인 나라도 드물 게다. 그래서 못 배웠지만 안 쓰고 모은 돈 수십억원을 대학에 덜컥 기부하고 죽어가는 무명의 할머니로부터 수많은 독지가와 기업들이 음으로 양으로 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물론 인재를 키워달라는 뜻이다.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기대가 크기 때문이겠지만 실망스러운 점이 한두 군데 아니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는데 학교는 무풍지대 같다. 밑천 조금 들이고 명예와 함께 돈버는 장사거리로 대학을 창설하고 운영하다가 부실해져서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경우도 있다. 더 타임스에 의하면 서울대도 기준이야 어떻든 100위권 밖에서 맴돌고, 연·고대도 걱정스럽다. 세계교역량 10위권의 나라, 조선·철강·반도체·휴대전화 강국의 나라라는 점을 생각하면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웬만한 중견기업 연구실은 박사 출신은 고사하고 학사 출신도 변변치 않은 열악한 환경이다. 그러면서도 아낀 돈을 학교에 건네며 보람을 갖는 게 기업이다. 이제는 교육 책임자인 CEO가 학교와 교육전문가, 그리고 교육공무원에게 필요한 인재상을 당당히 직설적이고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주역이 돼야 한다. 체면을 지키면서 넌지시 돌려 얘기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또 ‘못 배운 게 한’이어서 학교에 무턱대고 기부해 ‘현대판 사농공상’을 부추겨서도 안될 일이다. 작은 지방대이지만 포항의 한동대와 LG전자와의 ‘맞춤식’ 인재수요 공급방식은 본받을 만하다.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 서울신문 선정 2004년 10대뉴스

    서울신문 선정 2004년 10대뉴스

    ■ 국 내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헌재 기각 3월12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등 야3당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저지 속에 찬성 193표로 노무현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고건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했지만 후유증은 심각했다. 탄핵 반대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고 이에 맞서 찬성 시위도 끊이질 않았다.60여일간 계속된 탄핵 논란은 5월14일 헌법재판소가 기각 결정을 내림으로써 마침표를 찍게 됐다. ●대학수능시험 사상 최대 부정행위 적발 대규모 부정행위로 얼룩진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도덕불감증과 점수 만능주의가 결합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었다. 전국적으로 모두 374명이 입건되고 수험생 312명의 성적이 무효처리되는 등 사상 최대의 부정행위로 기록됐다. 광주에서 적발된 휴대전화 부정은 고교 선·후배가 공모한 대물림 범죄였다. 청주에서는 웹투폰 기법을 악용한 현직 학원장이, 부산에서는 아들의 대리시험을 알선한 학부모가 구속되기도 했다. ●17대총선 여대야소· 세대교체 4·15 총선은 한국 정치사에 묵직하고 또렷한 발자국을 남겼다. 열린우리당은 46석 미니정당에서 152석 과반수 제1정당으로 올라서 ‘참여정부 집권 2기’에 안정 의석을 확보하면서 여대야소(與大野小) 정국으로 전환시켰다. 새 정치, 깨끗한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염원에 힘입어 기존 정치인들은 대폭 물갈이되고 초선 의원이 187명이나 국회에 입성했다. 민주노동당도 의원 10명을 배출, 진보의 첫걸음을 내딛고 정치 제도권으로 진입했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 지난 9월23일 0시부터 시행된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는 피해자가 있는 엄연한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전국 집창촌이 된서리를 맞았고, 업주와 종업원이 생존권 보장을 주장하며 대대적인 시위를 했다.‘2차’를 가볍게 여기던 남성들이 줄줄이 입건되고, 일부 여종업원은 살길이 막막하다며 자살을 기도했다. 집창촌이 개점휴업 상태가 되면서 해외원정 성매매 상품이 등장했다. 혹자는 “경기도 나쁜데…”라며 부작용을 지적, 파문을 일으켰다. ●행정수도 이전 위헌결정 헌법재판소가 10월21일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대1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의 핵심 공약이었던 수도 이전 사업은 중단됐고, 충청권 주민들이 격렬하게 반발하는 등 진통이 뒤따랐다. 헌재가 위헌결정의 논리로 든 관습헌법을 놓고 정치권과 학계는 물론 시민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신행정수도후속대책위를 구성, 후유증을 줄이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이라크 파병과 김선일씨 참수 지난 6월23일 가나무역의 직원이던 김선일씨가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돼 살해된 사건은 많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던졌다.“나는 죽고 싶지 않다.”고 절규했던 김씨는 끝내 참혹한 시신으로 고국 땅을 밟아야 했다. 김씨의 죽음은 추가 파병의 정당성 논란을 불러왔다. 앞서 지난 2월 이라크 추가 파병 동의안은 거센 찬반 양론 속에서 국회를 통과했다. 자이툰부대원 3600여명은 지난 8월부터 평화 재건 활동을 벌이고 있다. ●내수 침체·장기 불황·청년 실업 내수시장은 지독한 불황 그 자체였다.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는 연중 세일로 ‘내수 지피기’에 나섰지만, 닫힌 지갑을 끝내 열지 못했다.10원짜리 아동복도 팔리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한다.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태도지수는 올 4·4분기 39.3을 기록해 98년(34.9) 이후 가장 낮았다. 내수 경제의 ‘세포’인 자영업자들도 휴·폐업과 업종 전환으로 생존을 모색할 정도였다. ●황우석 교수 인간배아 복제 성공 황우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국보급 과학자’로 우뚝 섰다. 이 연구는 뇌질환·당뇨병·심장병 등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아복제 연구는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뉴스’ 3위에 오르기도 했다. 황 교수는 현재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법 개발과 무균돼지 생산 등에 주력하고 있다. ●유영철 연쇄살인사건 연쇄살인마 유영철(34)은 지난해 9월부터 여성과 노인 등 21명을 잔인하게 살해해 온 국민을 경악케 했다. 그는 정부수립 이후 가장 많은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로 기록됐다.7월18일 체포된 뒤 “100명을 죽이려 했는데 빨리 잡혀 아쉽다. 시신의 일부를 먹었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쏟아낸 그는 12월13일 1심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의 살인 행각은 인간의 야만성을 극명하게 드러낸 ‘무동기 증오범죄’의 전형이 됐다. ●고속철도 개통 4월1일 ‘단군 이래 최대의 역사(役事)’라는 고속철(KTX)이 개통됐다. 대형 제트기 이륙속도와 맞먹는 속도인 시속 300㎞로 주파하는 고속철은 국민들의 생활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고속철 개통은 여행시간 단축뿐 아니라 공간개념까지 바꿔놓았다. 때마침 시행된 주5일 근무제와 맞물려 지방화 시대를 열었다. 인구의 지방분산, 기업의 지방이전, 지방 관광산업 활성화 등 국토의 균형 개발에 영향을 미쳤다. ■ 국 외 ●부시 재선과 미국 일방주의 강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제43대 대통령에 재선됐다. 존 케리 민주당 후보와 접전을 펼쳤으나 미국민의 과반인 51%는 ‘전시 사령관’에 힘을 몰아줬다. 미국의 일방주의를 우려하며 케리의 승리를 바라던 국제사회의 기대와는 달랐다. 재선된 부시가 유럽 등에 화해의 손짓을 보내지만 일방주의적 외교행태를 멈출지는 미지수다. 힘의 절대적 우위를 강조하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움직임이 변수다. ●지구촌 1년내내 테러 몸살 미국의 대테러전 속에서도 이라크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테러가 끊이지 않는 등 스페인과 러시아, 이집트 등 전세계가 테러로 몸살을 앓았다. 총선을 사흘 앞둔 3월11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기차역에서 동시다발적인 폭탄테러가 발생,1400명의 사상자를 냈다. 스페인은 총선 후 이라크 파병군을 철수시켰다.9월1일 러시아 북오세티아공화국의 베슬란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인질극은 330여명의 사망자를 낸 유혈 진압극으로 끝났다. ●고유가와 달러 약세 고유가는 회복세에 접어든 세계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국제유가는 10월25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55.6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라크 사태 악화, 중국 등의 수요 증가, 투기 극성 등이 주 원인이었다. 이후 하락세로 반전했으나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합의와 이라크 사태 등 불안요소는 여전하다. 여기에다 미국정부가 경상수지·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약달러를 용인하며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가 급락했다. ●후진타오 시대 본격 출범 후진타오(胡錦濤)시대의 출범은 실용적인 제4세대 지도부의 전면 등장을 상징한다. 평화적 세대교체를 통해 중국 정치가 개인적 카리스마에 의존하기보다 법과 제도의 의한 보다 합리적인 통치체제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9월 중국공산당 전당대회에서 군사위 주석에 올라 당·정·군의 권력을 장악한 후진타오는 친정체제 구축 강화와 함께 지속적인 경제발전, 빈부격차 해소 등 균형발전이란 당면 과제를 어떻게 달성할지 주목받고 있다. ●아라파트 사망과 중동 평화분위기 기대 팔레스타인 독립 투쟁의 상징이던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11월11일 프랑스의 군병원에서 사망, 중동의 정치지도가 크게 바뀌었다. 그의 죽음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무장투쟁이 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지만 아라파트의 뒤를 이어 새 수반이 될 것으로 유력시되는 마흐무드 압바스는 무장투쟁 포기를 촉구하는 등 아라파트와는 차별화된 온건노선을 내걸어 중동 평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기상이변과 교토의정서 내년초 발효 8월과 9월 4개의 허리케인이 미국 플로리다주를 강타했고,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홍수로 1000여명이 숨졌다. 중국 남부지방은 50년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물부족 사태를 겪었다. 올해 기상재해로 인한 피해액은 전세계적으로 900억달러에 달한다. 지구촌이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11월 러시아가 이산화탄소·메탄 등 온실가스 감축을 규정한 교토의정서를 비준함으로써 내년 2월16일 발효된다. ●이라크 주권 이양과 포로 성학대 파문 연합군 임시행정처가 6월 이라크 임시정부에 주권을 이양, 이라크의 민주화 일정이 시작됐지만 1년 내내 테러와 전투가 끊이지 않았다. 한국인 고 김선일씨를 비롯해 30여명의 외국인이 이라크에서 납치, 살해됐고 개전 이후 사망한 미군 숫자는 1300명을 넘어섰다. 이라크 민간인은 최소 1만 4000명이 희생됐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미군이 포로를 무차별 구타하고 성학대한 사실이 드러나 전세계의 분노를 샀다. ●일본 열도 ‘욘사마’ 열풍 배용준이 ‘욘사마’란 극존칭과 함께 일본 열도를 ‘한류 열풍’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했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주요 촬영지엔 일본 여성팬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으며, 그의 일본 방문 때면 공항과 호텔이 마비될 정도였다. 일본 내에서는 ‘욘겔계수’(총수입에서 욘사마 관련 상품 구매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욘플루엔자’(욘사마 열병)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욘사마’가 한·일 경제에 3조원의 파급 효과를 낳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EU통합 가속 유럽연합(EU)은 5월1일 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체코·슬로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몰타·키프로스 등 동유럽 10개국을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이로써 EU는 25개 회원국의 동·서유럽을 포괄하는 대표기관이 됐다.10월29일 25개국 정상들은 로마에서 회원국 전체에 적용되는 헌법안을 채택했다. 터키 및 기타 동유럽국가들의 추가가입을 심사중이어서 국내총생산에서 미국을 넘어서는 거대 유럽의 탄생을 앞두고 있다. ●화성 스피릿 안착 1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쌍둥이 탐사로봇 스피릿과 오퍼튜니티가 잇달아 화성 표면 착륙에 성공한 뒤 과거 화성에 물이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화성 표면 사진들과 광물 분석 자료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토대로 화성에 물뿐 아니라 생명체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자극받아 유럽과 러시아, 중국, 일본 등이 앞다투어 우주탐사 경쟁에 뛰어들면서 ‘제2의 스타워스’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 全農차량 한강다리 6곳 점거

    全農차량 한강다리 6곳 점거

    정부의 쌀 협상에 반대하며 전국에서 상경한 농민들이 20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동시 다발적인 기습시위를 벌였다. 여의도에서 개최하려던 전국농민대회는 경찰의 원천봉쇄로 무산됐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 1500여명은 이날 1.5t차량 500여대를 몰고 상경, 오전 11시10분쯤 천호대교 남쪽에서 북쪽으로 2개 차로를 점거했다. 이어 잠실·성수·마포·한남·성산대교 등 도심으로 진입하는 다리 6곳을 잇따라 봉쇄,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당초 용산역 광장 등 4곳에서 사전집회를 연 뒤 여의도에 집결키로 했으나, 경찰의 봉쇄로 무산되자 여의도 문화마당에 150여명이 모여 정리집회를 연 뒤 오후 9시쯤 자진해산했다. 이날 기습적인 시위로 시내 곳곳에서 산발적인 교통정체가 빚어졌다. 앞서 농민 150여명은 트럭 70대를 몰고 마포구 공덕오거리에서 국회쪽으로 이동하려다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제주도연맹 소속 농민 4명은 서대문구 독립문 위에 올라가 쌀개방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여성 농민 10여명은 성남 분당구 구미동에 위치한 다국적 곡물회사인 카길 한국지부와 외국 사료업체 퓨리나코리아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송용기 전농 전북도의장 등 농민 335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농민 차량 일부가 파손됐다. 또 프랑스통신사 SIPA 주재기자가 경찰로부터 폭행을 당해 카메라가 부서지고 부상을 입었다. 전농 집행부 10명은 청와대 앞길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국민적 합의가 없는 쌀협상은 무효”라며 농성을 벌였다. 문경식 전농 의장은 회견에서 “정부의 ‘의무수입물량 8% 확대, 소비자 시판 30% 허용’을 인정하는 쌀개방 협상안으로는 한국 농업이 붕괴되고 국가 안보도 위협받는다.”면서 “22일부터 지역도연맹 대표 150명이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65개 중대 6500여명과 교통경찰을 도심 곳곳에 배치해 시위 차량의 점거 시위를 막고 차량 흐름을 막는 농민 차량 185대를 견인했다. 안동환 박지윤기자 sunstory@seoul.co.kr
  • 日 올해의 한자 2위에 ‘韓’ 한국 인기 상징어 뽑혀

    |도쿄 이춘규특파원|2004년 일본의 세태를 상징하는 ‘올해의 한자’에 한류붐에 힘입어 한국을 뜻하는 한(韓)이 2위를 차지했다. 또 1위는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를 상징하는 재(災)가 선정됐다. 일본 한자능력검정협회는 13일 교토시 기요미즈사에서 이같은 결정내용을 발표했다.3위는 지진을 나타내는 진(震)이었다. 일본 전국에서 역대 최다인 9만 2000여통의 응모를 통해 선정된 올해의 단어에서 韓은 겨울연가(일본명 후유노소나타) 붐 등 한국의 인기를 나타낸 상징어로 선정됐다. 1위인 ‘災’는 전체 응모자 중 약 23%대인 2만 900여표를 얻었다. 니가타현 주에쓰지진이나 연달아 열도에 상륙한 태풍, 여름의 무더위 등 기록적인 천재지변과 이라크에서의 인질살해나 유아 학대, 어린이 살인사건 등 인재가 다발한 것을 반영했다. 응모자 중에는 “인간이 제멋대로인 것에 대해 신이나 자연이 화낸 것처럼 느꼈다.”,“천재지변에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가를 통감했다.” 등의 의견이 많았다고 협회는 밝혔다. 세로 약 1.5m, 가로 약 1.3m의 일본종이에 붓으로 ‘災’자를 쓴 기요미즈사 관계자는 “내년은 마음이 하나가 되어 세계나 일본도 누그러지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매년 선정되는 올해의 한자는 10번째다. taein@seoul.co.kr
  • 박용오 두산회장 ‘신입사원 챙기기’

    박용오 두산그룹 회장이 올해 신입 사원들에게 합격 축하카드를 보내고, 환영만찬을 개최하는 등 ‘신입사원 챙기기’에 나서 화제다. 두산그룹은 8일 신입 사원들에게 박 회장의 자필 서명이 들어간 카드와 꽃다발을 발송해 ‘두산 가족’이 된 것을 축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 서울 힐튼호텔에서 박 회장과 전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 신입사원 최종합격자 400여명을 초청해 환영만찬을 개최했다. 박 회장은 임·직원들과 함께 합격자들에게 일일이 두산그룹의 배지를 달아주고 악수를 하며 격려했다. 박 회장은 “108년 전통의 두산은 과거와 현재보다 미래가 밝은 회사이며 미래를 향해 재도약하는 단계에 있다.”면서 “앞으로 두산에서 꿈과 능력을 마음껏 펼쳐 두산의 새로운 역사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두산중공업은 앞으로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회사설명회와 국내 발전소 견학, 공연 관람 등의 행사를 개최하고,㈜두산도 스키캠프와 자원봉사활동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관계자는 “우수 인재를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지 관리를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채용 이후 합격자들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척추수술 후유증 예방 길 터

    요추 및 천추(골반 하단부) 내의 복잡한 신경다발인 마미총에서 운동신경근과 감각신경근의 정확한 위치와 배열이 국내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요추 부위의 선천성 질환이나 디스크 등 퇴행성 질환을 수술할 때 신경근이 손상되어 발생하는 하지마비 등의 장애를 사전에 예측,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순천향대병원 신경외과 조성진 교수팀은 10구의 성인 시체에서 마미총을 분리한 후 횡절단, 신경근의 배열과 형태학적 구성을 조사한 결과 운동신경근이 감각신경근의 앞쪽에 위치하고 있음을 국내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또 척수강내 운동신경근들은 형태상으로 피라미드모양을 하고 있으며, 상부 요추부위로 갈수록 감각신경근과의 사이가 벌어지는 특징을 보였다. 이와 함께 신경근은 전체적으로 종말끈을 중심으로 V자형 배열을 하고 있으며, 척수강의 뒤편 외측으로 감각신경 다발들이 거미막처럼 분포한다는 사실도 함께 확인됐다. 연구팀은 “척수강 후방에 손상을 입었을 경우 요추 하부로 갈수록 감각신경근과 운동신경근이 동시에 손상될 가능성이 높으며, 척수강 전방에 손상을 입었을 때는 요추 상부로 갈수록 운동신경근의 손상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대한신경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돼 젊은 의학자 부문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조 교수는 “수술 중 불가피하게 신경근이 손상되거나 절단해야 할 경우 지금까지는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어 부작용을 초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면서 “이번 연구가 신경손상 및 후유증을 미리 대비하는데 유익한 지침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경기도 유아체험교육원을 가다

    경기도 유아체험교육원을 가다

    ‘신나게 놀고 즐겁게 배우고 온 몸으로 느끼는 참 어린이 나라’ 경기도 유아체험교육원이 문을 열었다. 지난달 14일 개원 이후 하루 평균 150명씩 한달 보름 만에 2300여명이 참여했다. 문을 연 첫 날 올해 참가 신청이 마감됐을 만큼 인기가 대단하다. 내년 운영 계획이 하루빨리 확정되어 참가 신청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유치원도 많다. 우리나라에서 한 곳 뿐인 유아체험학습 현장을 찾았다. 가을걷이를 끝낸 논·밭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평택시 팽성읍 노와리의 경기도 유아체험교육원. 평택 동화나라유치원에서 어린이 150명이 찾아왔다. 이제 겨우 말을 배워 신나게 종알거리는 네살짜리부터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여섯살배기까지 마냥 신나서 펄쩍펄쩍 뛰어 다닌다. 오전 10시, 강당에서 간단한 입소식을 마친 어린이들은 각자 담임 교사를 따라 주제별 테마방으로 이동한다.‘연극놀이방’에 온 바다반 29명은 먼저 최미선(28)선생님이 읽어주는 백설공주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들은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대형 빔프로젝트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동화를 보고 들은 아이들이 다음에 할 일은 직접 배우가 되어 연기를 해보는 것. 연극놀이방에는 공주, 왕자, 난쟁이의 의상은 물론 왕관, 구두, 가발까지 모든 소품이 준비돼 있다. 백설공주와 왕자 역에는 하겠다는 어린이가 넘쳐났다. 가위바위보로 경쟁자 10명을 물리친 란(5)이가 백설공주, 석규(5)가 공주를 마법에서 풀어주는 왕자를 맡았다. 두 평 남짓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어설픈 연기에 아이들은 연거푸 웃음을 쏟아냈다. “나뭇가지에 실처럼 날아온 솜사탕∼”‘맛있게 냠냠방’에는 이슬반 어린이 25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솜사탕’노래를 부른다. 아이들은 김윤희(24)선생님의 도움으로 한 사람씩 솜사탕을 만들어본다. 솜사탕 기계에 설탕을 한숟갈 넣으면 실같은 것들이 뿜어져나온다. 이것은 나무젓가락으로 휘휘저어 돌리면 솜사탕이 완성된다. 아이들은 솜사탕의 분홍 빛깔과 달콤한 향기, 폭신폭신한 감촉을 느끼며 맛을 본다. 민규(4)는 “너무 예뻐서 먹기가 아깝다.”며 선생님에게 솜사탕을 하나 더 만들어 달라고 조른다. ‘손놀림방’으로 건너간 바다반 어린이들은 모두 예술가가 되어 감추어둔 ‘끼’를 뽐낸다. 민근(5)이와 동규(5)는 흥부와 놀부를 주제로 가로 1.5m짜리 커다란 도화지에 합동작품을 만들었다. 동규는 크레파스로 제비가 물어다준 박씨가 열매를 맺는 모습을, 민근이는 박타는 흥부네 가족의 모습을 그렸다. 현철(5)이는 주먹만한 헝겊뭉치에 묻힌 빨간 물감을 도화지에 내려찍어 장미 꽃다발을 만들었다. 노란 물감으로는 해바라기를 표현했다. 손놀림방에는 물감으로 투명 아크릴판에 그림그리기, 빛에 투사된 모양을 비치는 종이 위에 그려넣기, 칠판에 낙서하기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이 가득했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인기있는 것은 단연 손과 발로 작품만들기. 아이들은 손과 발에 물감을 묻혀 2m짜리 대형 도화지 위를 걸어다니며 모양을 남긴다. 집이나 유치원에서는 물감에 옷을 버릴까 섣불리 해보기 어려운 프로그램이다. 손놀림방에는 세면장이 붙어있어 물감 놀이가 끝나면 아이들은 곧바로 손·발을 씻을 수 있다. 같은 이유로 물장난과 흙장난을 원없이 해볼 수 있는 ‘물의 계곡’과 ‘흙의 나라’도 인기가 있다. 새싹반 어린이들은 야외에서 자전거 면허따기에 도전한다. 직진·곡선 도로에 횡당 보도를 두차례나 지나야하는 왕복 30m 코스를 무사히 돌아오면 ‘자전거면허증’을 받는다. 선경(3)이는 코스를 완주하자마자 “면허를 빨리 받았으면 좋겠다.”며 즐거워했다. ‘신나는 놀이방’에서는 대형 장난감 블록으로 집만들기가 한창이다. 하늘반 장난꾸러기 종원(6)이는 자기가 들어가 살 수 있는 집을 만들어 달라고 친구들에게 주문했다.4∼5명의 아이들은 종원이가 들어갈 수 있도록 블록으로 벽과 천장을 쌓아올렸다. 5시간의 체험 활동이 끝나자 아이들은 지쳤으면서도 아쉬운 표정이었다. 이슬반 민우(4)는 “연극놀이방에서 왕자가 백설공주에게 진짜로 뽀뽀할 때가 가장 재미있었다.”며 웃었다. 예랑(4)이는 “신비의 방에서 내 키만한 윷으로 윷놀이했다.”며 즐거워했다. 도현(4)이는 교육원에서 찍어준 스티커 사진을 자랑하면서 “꼭 다시 한번 오자.”고 선생님을 졸랐다. 동화나라 유치원 김경희(48) 원장은 “아이들이 직접 연기를 하고, 음식도 만들고, 자전거 면허를 따면서 스스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무엇보다 여럿이 함께하는 신체 활동을 통해 서로 양보하고 힘을 합치면 어려운 일도 쉽게 할 수 있다는 교훈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있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평택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교육원 다녀간 유치원장들 반응 “아이들에게 넓은 공간에서 원없이 뛰어 놀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어 정말 좋습니다.” 경기도 유아체험교육원을 다른 지역에 앞서 다녀갈 수 있었던 평택지역 유치원장들의 반응은 한결 같다. 평소 유치원에서도 간단한 체험 학습을 할 수는 있지만 전문적인 교육 공간에서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신장1동 대건유치원의 유순란 원장은 폐교를 취학 전 어린이들에게 체험학습 시설로 되살린 경기도의 교육정책을 반겼다. 그는 “좁은 공간에서 음식만들기나 블럭 조립과 같은 신체 활동은 하면 서로 부딪히는 일이 잦아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넓은 공간에서 활동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매우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체험교육원에서 지내는 하루 동안 정말 즐거워했다.”면서 “체험교육원에 올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비전동 소사벌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이민자 교사는 “이 체험교육원의 프로그램은 교사가 어린이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몸으로 느끼고 스스로 깨닫도록 하기 때문에 매우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팽성읍 노양리 계성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서인용 교사는 “아이들은 대형 장난감 블록으로 집을 만들면서 협동을 배우고 아크릴 유리판에 그림을 그리면서 창의력을 키운다.”며 유아체험교육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충동 우경유치원 김경숙 원장은 “전적으로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만 3∼6세 어린이들의 교육을 공교육이 보완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면서도 교육원이 보완해야 할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우리 유치원 교사들이 사전에 연수를 받기는 했지만 정해진 시간 안에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버거웠다.”면서 “앞으로는 교육원 전문 교사와 유치원 교사가 함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조리실습 시간에도 솜사탕을 만들 것이 아니라 김밥이나 핫케이크과 같은 음식을 실제로 만드었으면 좋겠다.”면서 “자전거 면허 따기 시간에도 깃발을 이용한 수신호가 아닌 진짜 신호등을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평택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경기도 유아체험교육원은 유아체험교육원은 경기도가 2002년 문을 닫은 부용초등학교 노와분교 터에 45억원을 들여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유아전용 체험교육원이다.3832평의 부지에 건물연면적 642평, 옥외 체험학습장 3358평 규모이다. 경기도 직속기관인 유아체험교육원은 경기도의 1650개 공·사립 유치원이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체험인원은 하루 150명이다. 아이들 숫자가 적은 유치원은 3∼4곳의 다른 유치원과 함께 이용하면 된다. 교육원에서 활용하는 ‘초록꿈 체험 프로그램’은 경기도가 자체 개발한 것. 유아교육 전문가 25명으로 이루어진 연구팀이 6차 교육 과정을 바탕으로 3년동안 기획했다. 건강·사회·표현·언어·탐구 5개 영역을 어린이들의 신체활동과 연관지을 수 있도록 했다. 교육원의 공간도 이 프로그램을 기초로 만들었다.‘연극놀이방’‘손놀림방’‘맛있게 냠냠방’‘신나는 놀이방’‘물의 계곡’‘흙의 나라’는 모두 어린이들이 온 몸으로 느끼며 배울 수 있도록 기획됐다. 장애 어린이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모든 공간의 문턱을 없앴으며, 전용 화장실도 갖추었다. 프로그램은 참여하는 유치원 교사들이 직접 진행한다. 교육원은 시설만 빌려주는 셈이다. 대신 유치원 교사들에게 체험시설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4∼5시간의 사전 연수를 실시한다. 교육원은 매주 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나흘 동안 개방한다. 교육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점심 식사는 개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교육원은 11월로 올해 운영을 마치고 12월에는 무대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유치원에 교육원 강당을 대여한다. 연극·장기자랑·문학의 밤 등 각종 발표회를 계획하고 있는 유치원이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교육원은 12월 중 인터넷 홈페이지가 완성되면 내년도 참가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이미 교육원을 다녀간 유치원도 지루함없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계절의 느낌을 최대한 살린 야외활동 프로그램을 꾸준히 보완할 예정이다.(031)658-6956. 평택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동남아 수출확대 ‘우회로’ 얻었다

    동남아 수출확대 ‘우회로’ 얻었다

    “지각생이긴 하지만 그런 만큼 열심히 하겠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아세안+3’정상회의 출국에 앞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런 기조 아래 당초 계획을 앞당겨 성사된 한-싱가포르간 FTA는 정부가 진행중인 22개국과의 동시다발적 협상을 촉진시킬 것으로 보인다. ●의미와 배경 싱가포르와의 FTA를 통한 무역 개선 효과 자체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싱가포르는 거의 대부분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어 단기적 수출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제한적인 효과에도 불구, 정부가 공을 들인 것은 동남아 시장 진출에 있어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다. 유럽연합, 북미에 이어 3대 FTA시장인 동남아국가연합(ASEAN)에서 싱가포르는 주력국으로 꼽힌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FTA는 내년부터 본격화할 ASEAN과의 협상에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동북아 및 동남아 허브를 지향하는 양국간 전략적 연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한-싱가포르 FTA 그 자체에도 의미가 크다. 지적재산권·서비스무역 등 비관세 분야에서 큰 성과가 기대된다. 또한 한국 기업들은 싱가포르 정부 조달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싱가포르는 금융·물류·통신 등 서비스 강국이어서 포괄적인 협력 강화를 통해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한편 싱가포르에 거점을 둔 6000여개 다국적 기업과 금융회사의 한국 진출도 활성화할 전망이다. 이번 협정이 무엇보다 의미가 있는 것은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해서도 남한 제품과 동일한 특혜관세(GSP)를 부과하기로 했다는 점에서다. 개성공단뿐 아니라 앞으로 생겨날 모든 ‘북한의 경제특구’도 이에 포함된다.‘남북거래’가 사실상 ‘민족내부거래’로 인정된 최초의 국제협정인 것이다. 개성공단으로서는 주요한 첫 해외 판로를 확보한 것이며, 이는 향후 다른 나라들과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개성공단 제품의 판로 확보 사실 개성공단의 성패는 판매시장, 특히 해외 시장의 확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에 비관적이었다. 원산지 판정기준을 따르자면 미국시장은 대북 경제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한 진출이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됐다. 일본과 EU로는 수출은 가능하나 각각 기본세율과 협정세율 등을 적용, 가격 경쟁이 불리한 것으로 나와 있었다. 해외시장 없어 남한시장으로만 제품이 대거 유입된다면 남한은 공급 과잉에 따른 부작용 등이 예상됐다. 북한 내수시장은 협소한 시장 규모, 구매력 부족, 경제난 등으로 물품의 소화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터였다. 일단 해외 판로를 확보한 ‘메이드 인 개성공단’은 장기적으로 선진국 시장을 노릴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 협상 일지 ▲2003.3 서울에서 산·관·학 공동연구회 제1차 회의 개최 ▲2003.7 싱가포르서 제2차 회의 개최 ▲2003.9 서울에서 제3차 회의 개최 ▲2003.10.23 양국 정상간 2004년 타결 목표에 합의 ▲2004.1 제1차 한·싱 FTA 협상 개최 ▲∼2004.11 5차례 공식 협상 및 2차례 실무협상 등 총 7차례 협상 개최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숲이 위험하다…참나무 시들음병에 신음

    숲이 위험하다…참나무 시들음병에 신음

    ‘우리 숲이 위험하다.’ 산과 들에 흔한, 익숙하고 친근한 나무-참나무와 소나무가 속절없이 쓰러지고 있다. 우리나라 활엽수와 침엽수의 얼굴 격인 이들 나무가 병해충의 습격으로 집단고사하면서 심각한 생존위협에 맞닥뜨린 것이다. 국토의 65%가 산림인 우리나라에서 참나무류는 전체 산림면적의 28%를, 소나무는 25% 남짓 차지한다. 우리 숲의 절반을 넘는 규모다. 게다가 둘은 우리 정서에 더없이 가까운 존재가 아니던가. 특히 참나무시들음병은 올해 첫 발견돼 경종을 울리고 있다. ●올가을 첫 발생… 정체 못밝혀 참나무는 여태껏 병이라곤 몰랐다. 이런저런 병에 한번쯤 시달려 온 다른 나무와는 딴판인, 건강미의 상징이었다.“굳세고 튼실해 ‘병해충의 무풍지대’로 불릴 정도”(국립산림과학원 이승규 박사)였다. 그런 참나무가 목숨을 건 생존게임에 들어간 사실이 올 가을 처음 발견됐다.‘참나무시들음병’이란 이름이 붙여지고 ‘광릉긴나무좀’이란 벌레가 매개충으로 파악됐을 뿐, 병원균의 정체는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 이를테면 참나무가 ‘보이지 않는 적’과의 힘든 싸움에 들어간 셈이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의 이배재는 대표적인 전쟁터다.8730여 그루가 시들음병에 걸린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이중 313그루는 벌써 말라 죽었고 나머지도 언제 고사할지 모르는 상태다. 중원구청 환경위생과 유원상 계장은 “나무에 귀를 대면 벌레들이 나무 속을 갉아 먹는 소리가 ‘사각사각’ 하고 들린다.23년 동안 숲을 지켰는데 참나무가 이러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병든 참나무의 모습은 참혹했다. 이쑤시개가 쉽게 꼽힐 정도의 구멍이 수백∼수천개씩 빼곡히 나 있다. 긴나무좀이 나무를 파먹고 들어가 나무 속에 병원균을 퍼뜨린 흔적이다. 고갯마루에 오르니 직경 60㎝가 넘는 신갈나무 둥치가 썰렁한 모습으로 눈에 들어온다. 그 옆으론 나무줄기와 가지들이 1m 길이로 토막 나 흰 비닐에 싸여 있다. 다른 나무에 병이 옮지 않도록 고사목의 매개충과 병원균을 훈증(燻蒸) 방식으로 살균처리한 ‘참나무 무덤’이다. 유 계장은 “20일 동안 인부 30명을 불러 겨우 140그루를 베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잘라내야 할지 큰 일”이라고 혀를 찼다. ●전국 18개시군 동시발생 확산 참나무시들음병은 올 가을 광범위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남양주 등 경기도 동북부 15개 시·군과 강원도 철원·화천군과 전라북도 무주군 등이다.“한계령까지 번졌다.”는 목격담도 들려온다. 그럼에도 정확한 피해규모뿐 아니라 병원균의 정체, 전염 경로, 감염에서 고사에 이르는 시간 등 모든 것이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피해가 급증한 일본의 참나무시들음병과 유사증세를 보이나, 신갈나무에 피해가 집중되는 등 차이점도 여럿이다. 그래서 산림당국은 여느 병해충과는 다른 ‘신종 토착병’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산림과학원 신상철 산림병해충과장은 “우리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참나무가 지금까지 경험한 적이 없는 최대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소나무의 위기는 그 강도나 시급성에서 참나무보다 더욱 심각하다. 참나무병이 잠재적 위험상태라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특히 올해는 ‘금세기 안에 우리 소나무가 종언(終焉)을 고할 것’이라는 예측에 부쩍 힘이 실린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올들어 고성·제주등 5곳서 신규발생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첫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은 솔수염하늘소가 재선충(材線蟲)이라는 병원균을 옮기면서 생겨난 병이다. 일본에서 원숭이를 들여올 때 그 우리에 쓰인 소나무가 감염된 게 화근이었다. 이후 16년동안 꾸준히 확산되긴 했지만, 부산·경남지역을 중심으로 일정한 범위에서 움직여 온 데다 소나무의 고사목 숫자도 예측가능한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확연히 다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우선 여느 해와 달리 신규 피해지가 여러 곳에서 발생했다. 고성·하동·창녕군 등 경남지역 3개 군에서 추가 발생한 데 이어 경북 포항과 바다 건너 제주도까지 세를 넓혔다. 부산 기장군과 경남 사천시 등 기존 발생지역에서 피해가 급증한 현상도 빼놓을 수 없다. 산림과학원 산림해충연구실의 정영진 연구관의 진단은 충격적이다.“최근 3년째 매년 11만∼16만 그루가 피해를 입었으나 올해는 기장군에서만 최대 20만그루로 추정되는 등 피해 소나무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정확한 규모는 내년 봄까지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올 가을 이후부터 내년 3∼4월까지 전국적으로 50만그루 이상 피해를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재선충병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후 16년동안 죽어간 소나무가 모두 56만여 그루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전개 양상은 가히 ‘파괴적’이라 할만하다. ●매년 11만~16만그루 피해…올들어 급증 이에 따라 정부도 ‘극약처방’을 준비하고 있다. 인근에 사적지인 경주가 있고, 위로는 금강송 군락지로 유명한 울진을 둔 경북 포항지역이 대상이다. 빠르면 이번주부터 소나무재선충 피해가 극심한 지역(16㏊)안에 있는 모든 나무를 베어내 소각하거나, 분쇄하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지역안의 소나무 고사목이 2000여그루인데 벌목되는 나무는 1만 7000여그루 정도다. 소나무든 아니든, 병에 걸렸든 아니든 구애받지 않고 나무란 나무는 모조리 베어내 더이상의 감염을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극약처방’ ‘최후의 수단’ 등 얘기가 분분한데, 그렇더라도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소나무재선충을 7년 넘게 추적, 연구해 온 정영진 연구관은 “울진·영덕 등 백두대간으로 옮겨붙을 경우엔 그야말로 끝장이기 때문에 더이상의 북상은 막아야 한다.”면서도 “재선충병의 확산은 감염된 소나무를 외부로 유출하는 인위적 요인이 대부분이라 개벌(皆伐)을 하더라도 완전한 해결책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파악된 감염경로가 사찰 개축용이나 음식점·찜질방·제재소에 땔감 등 용도로 들여온 소나무가 주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번주 포항 1만7000여그루 벌목 이 때문에 홋카이도를 제외한 전역에서 소나무가 사실상 전멸되다시피한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감염목의 유통을 막는 현실적인 통제장치를 마련하고, 피해지역을 ‘재난지역’으로 지정,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박은호 박승기기자 unopark@seoul.co.kr
  • 암시장 ‘뭉치 달러’ 넘친다…환율급락 쇼크

    암시장 ‘뭉치 달러’ 넘친다…환율급락 쇼크

    “다발로 팔러들 오지. 오늘 아침에도 한 사람이 4만달러(4000만원)를 (팔려고) 가져 왔어.” 25일 오전 10시. 국내 대표적 암달러 시장의 한곳인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뒤편의 남대문시장 골목에서 만난 한 암달러상은 거침없이 말을 쏟아냈다. 기자는 박스로 다리를 가리고 두툼한 핸드백을 움켜 쥔 할머니에게 다가가 “5만달러”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대뜸 “10만 6800원”이라고 응수했다. 암달러 시장에선 1달러가 아닌 100달러 단위로 값을 부른다. 살지 팔지를 말하지도 않았는데 1달러에 1068원으로 사주겠다는 것이다. 팔려고 하는 건지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자 “요즘 (거액의) 달러를 사러 오는 사람이 어딨어.”라며 “팔거면 빨리 내놓으라.”고 재촉했다. 국내 암달러 시장에 달러가 넘쳐나고 있다. 암달러상들은 “사는 사람은 없고 팔려는 손님 뿐”이라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의 달러 가치 하락 쇼크가 암달러 시장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암달러상도 “나라에서 돈 찍어 달러 사들인다며 분위기 몰아가는데 팔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한 수 거든다. 그는 “사는 사람들은 1000∼2000달러 등 소액이 대부분인 반면 파는 사람들은 몇 만달러씩 뭉칫돈으로 판다.”고 말했다. 팔러 오는 사람이 8명이면 사러 오는 사람은 2명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어제는 5만달러 들고 온 사람도 있다. 그래도 소화 못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암달러상은 점조직인 만큼 여러 명이 같이 팔아줄 수 있으니 액수는 걱정 말라고 한다. 암달러상들은 고액의 달러를 팔려는 사람들은 집안에 있는 돈을 들고 나온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달러를 소지하고 있던 자영업자들이라고 전했다. 기자는 “혹시라도 달러 값이 다시 오를 수도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옆에 서 있던 다른 아주머니가 나섰다. 그는 “옛날엔 달러가 없어서 IMF 같은 대란이 왔지만 지금은 달러가 쌓여 있는데 어떻게 오를 것을 기대하느냐.”고 핀잔을 줬다. 자기들도 밑지고 사주는 것이니 안 팔거면 빨리 가라고 이내 짜증을 낸다. 명동 입구 중국대사관 앞. 암달러상 아주머니에게 “오늘은 암달러 시세가 어제보다 더 빠졌는데 어제 가격으로 줄 수 있느냐.”고 흥정을 해봤다. 아주머니는 “어제는 70, 오늘은 68”이라고 말끝을 잘랐다. 이어 “그러니까 어제 팔았어야지. 요즘 같은 때는 빨리 파는 게 남는 거야.”라고 한소리를 했다. 그는 “보름 전만 해도 팔지 말지를 견주는 손님들이 많았지만 일주일 전부터는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다발로 내다 팔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어제 가격으로 팔아줄 순 없지만 그래도 은행보다 훨씬 많이 주는 거야.”라고 베푸는 듯이 말을 뱉었다. 은행에 팔려면 1달러에 1044원이지만 암달러상은 1068원을 준다. 살 때도 마찬가지. 은행에서 사려면 달러당 1081원, 암달러상은 1074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은 시중 은행들도 달러 밀어내기에 안간힘을 쓰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오전 우리은행 서울 모지점에 1만달러를 사겠다고 밝히자 점원이 환전축제 행사기간이라며 고시 환율은 고객이 살 때 1달러에 1081원이지만 1064원에 주겠다고 말했다. 이번엔 팔겠다며 시세를 묻자 1달러에 1055원(고시 환율 1044원)에 사주겠다고 말했다. 은행이 달러를 팔 때에는 매매기준율(1062.50원) 대비 환전마진을 1.5원 남기지만 살 때는 그의 다섯배인 7.5원을 남기는 것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 보니 은행도 사기보다 싸게 파는 쪽에 무게를 두고 달러 보유량을 조절하겠다는 의도다. 한편 이날 오전 달러당 1070원으로 시작한 암달러 시장 매도가(소비자 기준)는 오후 4시 1066원까지 떨어졌다.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구길모 과장은 “얼마나 빨리 떨어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말까지 1050원, 상황이 나쁘면 1000원까지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열린세상] FTA 체결은 전략적으로/이영선 연세대 경제학 교수

    최근 세계적으로 국가간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유행이다. 원칙적으로 자유무역의 확대는 쌍무주의보다 다자주의에 의해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자주의는 하나의 협상으로 모든 나라와의 교역관계를 규정하므로 규정이 단순하며, 또 우리나라와 같이 협상력이 높지 않은 나라가 여러 국가와 결합하여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관련국가가 많아 협상의 신속성이 없다는 단점이 있기도 하다. 이에 비해 쌍무주의인 FTA는 협상을 신속히 진행할 수는 있으나, 협정 당사국 이외의 나라와는 차별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 무역의 방향이 전환되는 문제를 지닐 뿐 아니라 자유무역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여러 나라와 개별적으로 전부 새로이 협정을 체결해야 하므로 오히려 협정이 복잡해지고 결국 많은 법률전문가들의 일자리만 늘리게 하는 문제를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개별국가들 사이에 FTA가 크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WTO의 다자간 협상의 지연에서 오는 불만족을 해소하고, 또 다른 나라가 FTA를 먼저 체결하게 될 때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험을 회피하며, 또한 FTA를 통해 해외투자유치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깊은 교역관계를 지니고 있는 많은 국가들, 예컨대 미국, 일본, 중국, 아시아 제국가들이 우리나라와의 FTA의 체결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가 이를 등한시한다면 다른 나라들 사이의 FTA에 의해 우리나라의 대외관계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수많은 나라와의 FTA의 체결은 그 자체가 수많은 규칙과 차별을 초래하므로 그 이득과 손실을 철저히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 정부가 동시 다발적으로 많은 국가들과 FTA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할지라도 우선순위와 전략을 설정해 놓고 FTA의 체결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우선 일본과의 FTA는 그것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유익한 것인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학자들의 계산에 의하면 일본과 자유무역을 하면 우리나라의 무역적자는 오히려 더 확대되고, 경제성장률도 약간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일본의 관세율은 낮은 수준에 있어 더 이상 낮출 수 없으며, 우리나라의 관세율만 크게 낮추어야 하므로 대일 수출은 증가하지 않고 대일 수입만 크게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추진하자는 것은 이를 통해 일본의 투자를 유치하여 기술을 전수받아 장기적으로 이득을 누리자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의 규모성을 요구하는 첨단산업들이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시장을 상대로 투자기회를 찾아 올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오히려 아직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의 부품 및 소재 산업이 더욱 위축될 것이며, 우리 경제가 중간재와 관련해서 더욱 일본 의존적이 될 위험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상황이 고착화될 경우 중국과의 관계에서 기술의 우월성을 확보해 나갈 수도 없게 될 것이다. 다행히 최근 중국이 FTA에 관심을 표명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중국과의 자유무역은 앞으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겠지만, 중국과 FTA를 체결할 경우 보다 큰 시장을 얻게 될 뿐 아니라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최상의 경우는 한·중·일 삼국간의 자유무역체제를 구축하는 것이고,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미국과의 FTA도 큰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다. 경제외적 이득은 차치하고, 미국의 시장이 방대하며 또 미국경제와 우리 경제의 보완관계가 지대하기 때문이다, FTA는 무조건 많이 체결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먼저 우선순위와 전략을 확립하는 일이 절실하다. 이영선 연세대 경제학 교수
  • 교수로 NGO 활동가로 되돌아 온 김성훈 前농림부장관

    교수로 NGO 활동가로 되돌아 온 김성훈 前농림부장관

    김성훈(65) 전 농림부 장관을 문득 떠올리게 됐다. 쌀시장 개방 협상의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이 분야의 전문가로 자타가 공인하는 그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증이 일었던 것이다. 하지만 전화를 넣어 만남을 청한 건 이 때문만은 아니었다.6년전 장관과 기자로 처음 만나 가까이서 지켜보았던 그는 다변(多辯)의 재담가였다.‘풀어놓을 이야기 보따리가 많겠다.’는 요량이 더 컸던 듯하다. 최근 서울의 한 호텔 라운지에서 그와 세 시간여를 마주 앉았다.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다. ●몰랐던 사실…‘농민가’를 쓰다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반갑게 인사를 건넸는데 얼른 “예일대 교수지요.”란 대답이 나온다.(그는 중앙대 교수다.) ‘어, 그랬나….’ 순간 얼떨떨했다. 그러자 “예전에 하던 일, 그대로 하니 예일대 교수지요.”란 풀이를 붙인다. 어색하기 십상인 6년의 시차를 그는 이렇게 쉽게 뛰어넘는다.DJ(김대중) 정부의 첫 농림부 장관(1998년 3월∼2000년 8월)으로 30개월을 장수한 뒤 원래 자리인 중앙대 교수로,NGO 활동가로 되돌아왔다는 얘기다. 이전과 차이라면 직함이 더 많아지고 더 바빠졌다고 한다. 경실련·한국내셔널트러스트 등 NGO의 대표자리만 네 개이고, 여기에 고문이나 이사직함까지 더하면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그는 지금껏 우리 농촌·농업문제의 이론가이면서 행동가로 진력해 왔다.1990년대 초반 UR협상 반대논리를 줄기차게 제기하며 정부를 맹렬히 공박하는 바람에 ‘신운동권 교수’란 별칭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행로가 학창시절(서울대 농경제학과 58학번)부터 본격화했다는 건 잘 알려지지 않은 얘기다. 서울 농대의 전통적 이념서클로 유명한 ‘한얼’을 조직한 이가 바로 그였다. “일화 좀 들려달라.”고 요청하자 잠시 뜸을 들이다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삼천만 잠들었을 때, 우리는 깨어∼” 80년대 시위건, 집회건 모였다 하면 불렀던 ‘농민가’다.“다른 동기와 함께 작사했지요. 원래는 한얼에서 분화한 농사단(農士團)의 단가로 만들어 불렀던 노랩니다.2절 첫 가사가 ‘붉은 태양 솟아오르는∼’인데, 언제부턴가 ‘밝은 태양∼’으로 바뀌더군요.” 그랬나…. 고개를 끄덕이며 보니 그는 새삼 감회어린 표정이 되어갔다. ●허문도와의 인연 신군부 ‘3허(許)’씨 중 한 사람인 허문도(57학번) 전 통일원장관과는 학창시절 친구라는 얘기도 뜻밖이었다.“농대 도서관 책의 절반은 허문도가, 절반은 내가 읽었지요. 조용하고 그다지 말이 없었는데, 주로 역사와 철학쪽 책을 탐독한 걸로 기억됩니다.” 김 전 장관은 그로부터 20여년 뒤 전두환 정권의 실세로 부상한 그와 다시 만나게 된다.“80년 5·18 사건 이후 어느날 요정으로 부르더군요.‘청운의 꿈을 같이 실현하자.’고 합디다.” 김 전 장관은 “악어의 눈물이라도 좋으니 5·18에 대해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뿌리쳤다고 한다. 그즈음 그는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관련자로 ‘남산’에 끌려가 고초를 겪게 된다. 허씨가 자기 몰래 이름을 올렸던 국보위 농업분야 전문위원직을 끝내 마다한 데다,‘지식인 134인 시국선언’에 서명한 일이 빌미가 됐다.“신병처리가 어떻게 될지 몹시 불안해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풀려나더군요. 아마 허문도가 힘을 썼던 것 같습니다.” ●가까스로 내던진 장관직 그는 장관직을 물러날 때 남다른 과정을 거쳤다. 떼를 쓰다시피 물러나겠다고 매달렸다. 김종필 총리와 이한동 총리에게 한번씩 사표를 제출했지만 “DJ가 아직은 생각없는 것 같다.”는 이유로 반려됐다고 한다.2000년 총선을 앞두고 축협통합 문제와 구제역, 동해안 산불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왔을 때다.“동가식 서가숙하며 뛰어다니는데 이빨이 몹시 아프더라고요. 그냥 진통제로 버티며 지냈는데 어느날 앞니 5개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러더니 4개가 더 빠지더군요.” 병원에서 찍은 이빨 사진까지 들고 가 “밥도 못 먹을 지경인데,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고 이 총리에게 호소하기도 했지만 “난 모르는 일”이라는 대답만 들었다.‘DJP 연합’이 재개되고 농림부장관직이 자민련 몫으로 조정된 뒤에야 ‘가까스로’ 장관직에서 물러날 수 있었다고 한다. ●통상교섭본부 설치는 실정(失政) 쌀 시장 개방 협상으로 화제를 돌리자 김 전 장관의 얼굴빛이 달라진다. 웃음이 사라지고 표정과 목소리에 노기(怒氣)까지 서렸다. 그는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는 바람에 계속 잘못돼 가고 있다.”고 단호하게 비판했다.“외교력과 협상력의 부재로 중국에 지나치게 끌려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로는 농민을 설득할 수 없습니다. 국가이익을 챙기는 시나리오와 국내 농업대책 마련이 동시에 필요한데,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통상교섭본부 내에 농업 전문가가 없는 현실도 문제지요. 장관이 바뀔 때마다 통상문제와 관련한 멤버가 교체됐는데 이래서야 협상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그는 자기가 몸담은 DJ 정부에 대해서도 톤을 높였다.“그때 통상교섭본부를 설치한 것 자체가 잘못됐습니다. 대놓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건 실정이에요. 미국 무역대표부(USTR)처럼 힘이 막강하면 몰라도, 우리처럼 수세적 협상을 해야 하는 나라는 한 곳에 권한을 모아주는 것이 전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관세화 협상에 대해선 결연한 태도다.“지금 그걸 왜 합니까.DDA 협상에서 농산물 관세 한도설정 등 세부원칙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관세화 협상을 해서도 안 되고, 할 필요도 없는 겁니다.” 지난해 멕시코 칸쿤 WTO 각료회의에서 자결한 이경해씨와의 인연을 어디선가 들었다. 자결하기 하루 전날 유언을 남겼는데 김 전 장관에게 “둘째딸을 맡긴다. 결혼식을 잘 치러줄 것으로 믿는다.”는 내용이었다. 그해 가을 치러질 결혼식에 김 전 장관이 주례로 예정돼 있었던 것이다. 쌀 시장 개방 협상문제로 나라 안이 시끄럽다. 김 전 장관의 애정 어린 당부와 비판을 당국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했다.“저녁에 (서울 서초동)정토회관에서 강연 약속이 있다.”며 서둘러 일어서는 그의 표정은 만날 때와 달리 어두워져 있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15회 공인중개사 시험은 무효”

    ‘시험무효 20만명 서명운동’,‘후원금 모금운동’,‘제2차 항의집회’ 제15회 공인중개사 시험문제의 부당성을 성토하는 인터넷 카페모임 ‘근조 15회 공인중개사 시험(http://cafe.daum.net/ rmswh15)’이 밝힌 향후 일정이다. 공인중개사 시험이 끝난 직후인 지난 14일 개설된 이 카페는 21일 현재 회원수가 1만 1500명을 넘어설 정도로 수험생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사이트를 통해 시험 문제의 부당성뿐 아니라 문제 유출 의혹에 대한 근거, 각종 안타까운 사연 등을 공유하고 있다. 사이버상에서만 모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15회 공인중개사 수험생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박일)는 서울 종로구 한 학원의 강의실에 사무실까지 마련, 집회 및 서명운동 등을 지휘하고 있다. 비대위는 오는 26일 오후 2차 항의집회를 열 예정이다.2차 집회는 지난 18일 여의도 집회 때와는 달리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다. 법적 소송을 위해 변호인단도 구성할 계획이다. 박일 위원장은 “현재 수만명의 서명을 받아 놓은 상태고, 상당액을 모금했다.”면서 “시험 무효화 등 비대위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고시 뺨친 중개사시험…“지문읽다 종쳤다”

    고시 뺨친 중개사시험…“지문읽다 종쳤다”

    지난 14일 치러진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이 말썽이다. 너무 어렵게 출제돼 수험생의 집단반발을 사고 있다. 수험생들은 “공인중개사 시험이 사법시험보다 더 어렵다.”면서 변별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전문 강사들조차 “제시간 내에 풀 수 없는 고난이도 문제”라고 비난하고 있다. 급기야 주무 부처인 건설교통부는 17일 홈페이지를 통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것을 시인하면서 공식사과했다. 제15회 공인중개사 시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주무부서인 건설교통부의 사과에도 불구, 수험생들은 합격점수 조정이나 추가 시험실시 등을 요구하며 집단 반발하고 있어 당분간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합격률 최고 15배 차이 다음달 28일 올해 공인중개사 시험의 최종 합격자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난이도 조절의 실패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건교부도 인정했듯 올해 시험이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어려워 전년도 합격률인 19.1%보다 훨씬 밑돌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올해 응시한 16만 7797명 가운데 1%도 합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공인중개사 시험의 합격률은 시행 초기부터 춤을 춰 왔다. 제1회 공인중개사 시험이 치러졌던 지난 1985년에는 합격률이 무려 38.2%에 이르렀다.15만 7923명이 응시,6만 277명이 합격한 것이다. 그러나 이듬해의 제2회 때는 합격률이 11.5%로 뚝 떨어졌다. 이후 5∼18%를 넘나들던 합격률은 지난 1995년 제8회에서 사상 최저치인 2.6%로까지 떨어지기도 했다.4만 2423명 중에 1102명만 합격한 것이다. 결국 제8회 시험에서는 합격선을 60점에서 40점으로 낮추는 긴급 처방을 취하기도 했다. 당국이 시험 난이도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서 수험생들만 해마다 울고 웃는 상황이 되풀이돼 온 것이다. 공인중개사 시험을 위탁관리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측은 “과거와 달리 계산문제나 그림·모형 중심, 사례 중심의 문제가 많이 출제됐고 이 때문에 응시생들이 지문을 읽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단측은 다만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이처럼 많이 출제된 것은 출제위원이나 선정위원들이 합격자의 수준을 높이려는 뜻을 담은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매년 빈발하는 복수정답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사례중심의 문제가 대거 출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전문학원에서 진행하는 족집게식 수업이 통할 수 있는 단답형 문제도 공인중개사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라도 피해야 한다는 점에도 공감대가 서 있다. 경기대 사회교육원 임병영 부동산교육팀장은 “단답형 문제보다는 사례나 계산·도표 등 실무중심의 문제가 출제되는 방향에는 찬성한다.”면서 “그러나 현재 배정된 시간으로는 변별력이 없는 만큼 시험시간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난이도 조절기구 필요 공인중개사 시험문제는 출제위원의 문제출제와 선정·검토위원의 문제선정 등 3단계를 거쳐 만들어진다. 이번에도 관계·학계 전문가 50명이 문제를 출제했다. 출제위원 1명당 적게는 20문제, 많게는 40문제를 출제, 모두 1000여 문제를 만들어 낸다. 20명의 선정위원들은 출제위원들이 만든 1000여 문제 가운데 난이도별로 과목당 40문제를 선정한다. 이후 20명의 검토위원들은 선정위원들이 뽑은 문제의 난이도에 이상은 없는지, 복수정답 여지는 없는지를 따져 최종적으로 과목당 40문제를 뽑아낸다. 공단 관계자는 “문제의 난이도는 전적으로 출제·선정·검토위원 소관이라 공단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면서 “다만 시험을 치르기 전에 비슷한 유형의 문제로 모의시험을 치러보는 등 난이도를 객관적으로 조절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는 사태발생 3일 만인 17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시험 난이도가 예년에 비해 다소 높았다고 판단한다.”면서 “조사를 통해 대책을 마련, 응시생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건교부는 우선 가채점을 통해 정확한 난이도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시험이 예년에 비해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나 아직 채점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대안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복수정답 시비가 불거진 문제에 대해서도 이의신청 기간이 끝나는 대로 정답심의위원회를 열어 다시 판단할 것을 약속했다. 건교부측은 “공인중개사자격시험 1회부터 지난해 14회까지 합격률이 낮게는 2.6%에서 최고 38.2%까지 나타나는 등 일정한 수준의 난이도를 유지하지 못했다.”고 시인하고 “아직까지 표준화된 시험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난이도 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충식 강혜승기자 chungsik@seoul.co.kr ■ “시험 무효화하라” 수험생들의 분노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기세다. 지난 14일 시험장을 나선 수험생들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동시다발적으로 규탄대회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필요할 경우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시험 직후 ‘근조(謹弔) 15회 공인중개사시험(cafe.daum.net/rmswh15)’ 카페가 개설됐다. 가입자만 17일 현재 8000명에 이르고, 게시판에는 수험생들의 성토가 넘쳐난다. 건설교통부가 사과성명을 냈지만 수험생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수험생 박은하씨는 “건교부에서 사과를 했다는데 구체적 대안은 밝히지도 않고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수험생들은 인터넷 카페를 기반으로 소모임을 조직,‘시험무효 20만 서명운동’에 나서는 한편 건교부와 산업인력공단 등 관계기관에 대해 항의집회도 벌일 계획이다. 경찰청에 따르면,18일 여의도 집회를 시작으로 29·30일 잇따라 집회신고가 접수돼 있다. 수험생들이 조직한 비상대책위의 관계자는 “이번 시험은 공인중개사에게 필요한 법적 소양과 실무지식을 평가하는 당초의 목적을 벗어나 응시생들을 우롱한 것.”이라며 “정부는 이번 시험을 무효화하고 재시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수험생은 “예상 합격률이 1∼2%가 안된다고들 하는데 합격자 수를 줄이려고 의도적으로 어렵게 출제한 것은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공인중개사 학원 단위의 집회도 활발하다.30대 직장인 수험생 김모씨는 “한 학원에서는 단체버스까지 동원해 항의집회를 벌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른 수험생들도 적을 둔 학원을 중심으로 단체행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난이도 들쭉날쭉 변별력 되레 상실” 이번 공인중개사 시험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긴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대학 부동산학과 교수와 학원 강사들은 물론 공인중개사자격시험 출제위원으로 활동했던 전문가들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과거 시험 출제위원으로 위촉됐던 김모 교수는 “중개업법 시행령에 1차시험은 중개업무 수행에 필요한 소양 및 지식정도를 측정하고,2차시험은 실무능력을 검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험은 출제 원칙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전문성을 요하는 문제들로 구성됐다.”고 평가했다. J대학 이모 교수 역시 “사법시험에서도 판례문제는 문제당 2분의 시간을 주는데 이번 중개사시험에서는 판례문제를 대거 내놓고도 수험생들에게 문제당 1분에 풀도록 요구했으니 무리가 없을 수 있겠느냐.”고 혀를 찼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이번 시험의 문제점은 사례문제가 지나치게 많이 출제됐고, 문제 지문이 너무 길었다는 점이다. 학원의 부동산학개론 강사 안상철씨는 “전문가조차 출제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문제들도 눈에 띈다.”면서 “실력껏 푼 수험생과 그냥 답을 찍은 수험생 간의 실력차를 변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난해하게 출제됐다.”고 지적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옐로카드’ 받은 막말정치

    ‘옐로카드’ 받은 막말정치

    16일 국회 본회의장에 ‘옐로 카드’가 등장했다. 열린우리당 조경태 의원이 대정부 질문을 벌이던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을 향해 노란색 질의서를 들어보인 것이다. 주 의원이 정동영 통일부장관에게 “쓸데없이 여기저기 다니지 말고, 통일부 일이나 똑바로 하라.”고 질책한 직후였다. 한나라당 의석에선 껄껄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원은 “너무 저질이야.”, 김형주 의원은 “당신이야말로 핑크 콤플렉스야.”라고 고함쳤다. 여당 의원들은 또 “시끄러워.”,“당신 아직도 검사야?”,“깡패야!”라고 외쳤다. 16일 막을 내린 대정부 질문은 끝까지 막말과 고성으로 점철됐다. 평소엔 ‘존경하는 ○○○의원님’이라고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던 금배지들도 본회의장에만 들어가면 소리를 질러댔다. 국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회의록만 살펴봐도 막말 정치의 수준은 도를 넘는다. 특히 야당 의원 질의 도중에 마이크가 두번이나 꺼진 지난 12일 회의록에는 ‘장내 소란’이라는 단어가 무려 28차례나 등장했다. 국회 속기과 한 직원은 “의원 여러 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시끄럽게 떠들 경우 ‘장내 소란’이라고 기록한다.”고 말했다. 의장에게 발언권을 얻지 않은 채 발언대 근처로 뛰어나온 의원의 발언과 속기사가 발언자를 확인한 경우에는 “(열린우리당)노현송 의원 의석에서-어른한테 예의를 못 지켜! 어른한테 예의도 못 지키느냐고!”라는 식으로 기록된다. 이런 것만 97개가 됐다. 누가 발언했는지 명확하지 않을 때는 “‘입 닫아.’라고 말한 의원 있음”,“‘하지마.’라고 말한 의원 있음” 등으로 기록되는데 이것만 49차례였다. 이 가운데 “야, 차떼기당!”,“수백억씩 해 처먹고….”,“투표 참석한 의원들 다 사퇴해.” 등의 막말이 눈에 띄었다. 특히 이날 회의록 31∼32쪽은 단연 ‘백미’다.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이 ‘사법쿠데타’를 천명한 뒤 장내가 ‘소란’해졌고,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과 주성영 의원이 발언대로 뛰어오며 “의사진행 발언을 주십시오.”라고 외쳤다. 그러자 열린우리당 이종걸 의원은 “내려와! 여기는 주성영 의원 쇼하는 자리가 아니야. 이병석 의원, 여기가 당신 쇼 자리가 아니에요.”라고 준엄하게 꾸짖었다. 앞서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발언 때는 열린우리당 선병렬 의원이 “나와! 내려와!”라고 외쳤고, 이에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이 “누가 반말하냐. 반말하지 마.”라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이 “반말 안 하게 내려와.”라고 외쳤다. 누군가는 “오렌지 반말하게∼”라고 말하자, 남경필 의원이 발끈해 “누가 그러냐? 백원우? 반말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이 방송사의 카메라에 녹화됐을 정도다. 이같은 구태에 대해 열린우리당 최성, 한나라당 고진화, 민주노동당 심상정, 민주당 손봉숙 의원은 16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변화의 중심이 되어야 할 일부 초선 의원이 인신공격이나, 구시대적 색깔론으로 구태를 재연하고 있다.”면서 “진정한 의회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앞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사평론가인 유창선 박사는 “막말 정치는 국민에 대한 일종의 배신”이라면서 “여야 가릴 것 없이 의원들이 스스로 국민 앞에 재발 방지를 다짐하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지연 김준석기자 anne02@seoul.co.kr
  • 출범 한달 광역수사대 ‘족집게 검거’

    출범 한달 광역수사대 ‘족집게 검거’

    지난 3일 오전 4시쯤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마석우리 J금은방 앞. 괴한 2명이 출입문 쪽으로 다가섰다. 한 명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갑자기 절단기로 자물쇠를 끊고 셔터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다른 한 명이 순식간에 망치로 유리 진열장을 깬 뒤 귀금속을 포대자루에 쓸어담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2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때 어두운 골목에서 건장한 사내 6명이 튀어나와 “거기 서.”라는 외침과 함께 이들에게 달려들었다.1∼2분쯤 고함과 주먹이 오가는 격투가 이어지나 싶더니 결국 괴한들은 수갑이 채워진 채 무릎을 꿇었다. 한달 남짓 잠복과 추적 끝에 금은방 11곳을 싹쓸이한 ‘금은방 전문털이’ 일당을 잡아낸 이들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범죄수사팀 5반 요원들이다. ●신출귀몰 광역수사대 경기도에 왜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이 나타났는지 궁금해진다.‘광역수사대’라는 이름도 일반인에겐 영 생뚱맞다. 이들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지난여름 온 국민이 가슴을 쓸어내린 유영철 연쇄살인사건을 담당했던 기동수사대를 떠올리면 된다. 기동수사대가 새롭게 확대개편된 것이 바로 광역수사대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각종 범죄가 경찰서 관할 지역을 뛰어넘어 곳곳에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데다 날이 갈수록 흉포해짐에 따라 지난 10월1일 기존의 기동수사대를 확대개편해 야심차게 출범했다. 기동수사대의 기존 역할에다 수사대장에게 현장 전체를 총괄할 수 있는 권한과 수사본부 설치운영권, 발생지 경찰서 현장 동원 및 지휘권을 주었고,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 경험이 풍부한 정예요원들을 엄선했다. 수사대원 146명의 무술 단수를 합치면 태권도 214단, 유도 112단, 합기도 93단, 검도 8단 등 모두 427단이다. 한 사람 평균 2.92단인 셈이다. 사무관리반원을 빼면 순수 수사요원의 평균은 3단을 넘는다. ●다양한 첩보와 폭넓은 수사망 무술 실력을 갖춘 데다 아침 조회를 마치면 모두 현장으로 뛰어나가 범죄 첩보에 부지런히 귀를 기울이는 요원들에게 범죄꾼이 걸려들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출범 한달 남짓만에 강도살인 사체유기범과 부천 식구파 조직폭력배 등 강력범죄 13건,137명을 검거, 이들 가운데 29명을 구속 수감시키는 등 빼어난 실적을 올렸다. 지난 10월 초 수사대가 출범하자마자 요원들에게 첩보가 입수됐다.40대 남자가 “청와대 정무수석을 잘 알고 있으니 자녀를 청와대 암행 감사반원으로 취직시켜 주겠다.”며 채팅으로 만난 주부 7명에게 돈을 뜯어내고 있다는 것. 피해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용의자를 파악, 며칠동안 잠복한 끝에 양모(49)씨를 붙잡았다. 10월 말에는 동작구 사당동과 강동구 둔촌동에서 노인들이 ‘문화센터’에 놀러갔다가 값싼 운동복이나 건강보조식품을 만병통치 옷이나 약인 것처럼 속아 구입하는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진정이 접수됐다. 수사대원들은 사당동 현장을 급습,6개월 남짓 동안 25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 10명을 검거했다. 이처럼 광역수사대 요원들의 안테나에 걸리는 첩보는 다양한 피해자의 목소리를 담고 있으며, 이들의 수사에는 관할이 없다. 광역수사대장 강계령(53) 경정은 “대원 모두 언제 어디서 범인들과 마주쳐도 강력한 힘으로 제압할 수 있도록 매일 2시간 동안 체력단련을 하고 있다.”면서 “경계없이 전국 방방곡곡을 휘젓고 다니며 숨어있는 용의자를 검거하는 광역수사대를 눈여겨 봐달라.”고 주문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광역수사대 어떤일 하나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주로 어떤 사건을 취급할까. 광역수사대는 일선 경찰서 관할 경계를 넘어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살인·강도·강간·방화·절도 등 강력 범죄를 다룬다. 또 조직폭력 범죄나 신종 수법의 사기 사건, 저명인사 등 공인이 개입돼 사회 이목이 집중될 수 있는 사건을 처리하기도 한다. 즉 주위에 비슷한 피해 사례가 많은 강력 범죄나 전혀 알지 못했던 신종 사기 사건 등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광역수사대에 신고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광역수사대는 강력범죄 수사팀, 조직폭력범죄 수사팀, 지능범죄 수사팀 등 세 팀으로 나뉜다. 팀별로 다루는 사건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신고나 고소 제기를 하면서 담당 팀을 찾으면 좀 더 빠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먼저 강력범죄 수사팀(02-3273-0338)은 살인·강도·강간 등의 강력 범죄를 주로 다룬다. 담당 팀장은 박종식 경감. 조직폭력범죄 수사팀(02-707-2091)은 여전히 횡행하고 있는 조직폭력배의 주민 상권 등 이권 개입, 도박장 운영이나 마약 거래 등의 불법 행위를 다룬다. 조직폭력배 간의 폭력 충돌로 인한 피해도 취급한다. 담당 팀장은 홍정련 경감. 범죄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함에 따라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 지능범죄 수사팀(02-718-9086)은 개인 정보를 빼내거나 고위층 인사를 사칭하는 등의 수법으로 고액을 가로채는 사기 범죄를 주로 맡는다. 마약과 관련한 범죄를 다루기도 한다. 담당 팀장은 박용만 경감. 이밖에 광역수사대와 관련한 사항을 문의하려면 지원팀(02-3273-2891)으로 전화하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광역수사대의 주소는 서울 마포구 마포동 230. 서울지하철 5호선 마포역에서 내려 4번 출구로 나간 뒤 300m정도 걸으면 불교방송 건물 뒤편에 있는 빨간 벽돌 건물이 광역수사대이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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