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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차별 법률 개정… 인권교육 의무화를”

     자치단체가 개최한 여성인권대회로는 처음으로 세계 규모로 경남 창원에서 열린 경남세계여성인권대회가 이틀간의 공식일정을 마친 26일 폐막됐다.25일 개막한 이번 대회에는 세계 31개 나라 여성운동가 등 2000여명이 참가했다.  대회 집행위는 이날 오후 4시30분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국내외 관계자 1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폐막식을 갖고 여성인권 존중 및 성 평등 실천 지침,여성인권 관련 제도의 제정 촉구 등의 내용을 담은 ‘경남여성인권선언문’을 채택해 발표했다.  경남여성인권선언문은 지난 4월부터 이번 대회 종료 때까지 22차례에 걸쳐 국내외 1800여명이 참가해 세미나와 워크숍 등을 갖고 논의·발굴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다.선언문은 여성 인권증진의 필요성을 담은 전문과 10개항의 실천 선언문으로 구성돼 있다.  10개 항의 선언문은 ▲여성차별 법률개정 ▲인권교육과 다문화 이해교육 의무화 ▲여성의 정책참여율 증가 ▲여성 노동권 확보 및 여성경제인을 위한 법제화 ▲여성농업인육성지원 조례제정 등을 담고 있다.또 ▲폭력과 성 착취 근절을 위한 상설기구 설치와 시스템 강화 ▲여성 장애인을 위한 제도개선 ▲여성인권 보장과 법적 제도 마련을 위한 여성특별위원회와 여성인권재단 설립 추진 등도 포함하고 있다.이번 대회 집행위원인 정행길 여성폭력방지경남협의회장과 이영자 경남도여성단체협의회장,조현순 집행위원장 등 여성계 인사 12명이 폐회사에 앞서 경남여성인권선언문을 번갈아 낭독·발표했다.선언문은 여성부와 전국 시·도 여성정책과 여성 관련 단체 등에 전달돼 여성인권 증진의 실천 모델이 된다. 대회공동위원장인 신혜수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은 폐회식에서 “일선 자치단체가 세계 최대 규모의 여성인권대회를 개최한 것은 매우 뜻있는 일”이라며 대회에 의미를 부여했다.  조윤명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폐회사에서 “이번 대회는 세계 여성인권 전문가들이 철학과 경험을 공유하며,아직도 남아 있는 성차별적 법과 제도 150여건을 찾아 개선을 다짐한 점이 큰 성과였다.”고 평가했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무슬림과 섞이기 싫다” 공존 꺼리는 유럽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무슬림과 섞이기 싫다” 공존 꺼리는 유럽

    국민의 2%가 외국인인 시대.이주 노동자와 이주 여성 등으로 사회구성원이 다양화되면서 ‘단일민족 국가 대한민국’이 변화하고 있다.도심 외곽의 농촌지역에서 동남아 출신 여성들과 마주치거나 초등학교에서 그들의 자녀를 보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경기도 산본이나 안산의 공단은 이미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이같은 현상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오랜 시간 동안 진행돼 온 자연스러운 현상이다.세계에는 3000여개의 민족이 있지만 국가는 200개 남짓에 불과하다.국가가 하나의 민족으로 유지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한국 역시 마찬가지다.그러나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의 시각에서 여전히 그들은 ‘이방인’이다.이주를 통해 물리적으로 국경선은 넘었지만 심리적인 국경선은 허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이주 여성과 그 자녀로 구성된 ‘다문화 가정’을 사회에 통합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까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단일민족 국가에서 다민족 국가로 변해 온 대부분의 나라들은 예외없이 심각한 사회문제를 겪었다.오랜 기간 각자 유지돼 온 스스로의 문화와 정체성,또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장벽 등은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에 걸쳐 해결되지 않고 반복됐다.아프리카와 중동 등지에서 이주 노동자를 받아들이며 지난 50여년간 끊임없이 사회통합을 시도해 온 프랑스,독일 등의 유럽국가에서도 여전히 이같은 시도는 진행중이다.한국보다 앞서 같은 문제를 겪었던 이들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이민사회 초창기에 접어든 한국이 나갈 길을 모색해 본다. 코펜하겐(덴마크) 류지영특파원인어공주 동상으로 유명한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도심 곳곳에 산재한 술집마다 축구 국가대항전 경기를 보며 맥주를 마시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이날은 터키가 체코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었다.그러자 붉은 색 터키 국기를 온몸에 두른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 나와 밤새 노래를 부르며 승리에 도취해 밤을 새웠다.터키에서 건너 온 이민자들이다.자국의 승리에 기뻐하는 모습은 세계 어디에 살더라도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덴마크 현지인들의 시선은 그리 달가워 보이지 않는다.누구 하나 이들에게 다가가 “축하한다.”거나 혹은 “시끄럽다.”와 같은 말 한마디조차 건네려 하지 않는다.그저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유럽은 지금 ‘불안한 동거’ 이날 만난 한 덴마크인은 “유럽이 행한 정책 중 가장 큰 실수라고 한다면 이슬람 이민자들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것”이라며 “이들만 아니었어도 유럽은 훨씬 안전하고 행복한 곳이 되었을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하지만 이날 응원을 나왔던 터키인은 “이슬람 이민자들은 대부분 지긋지긋한 가난 때문에 아무런 준비 없이 넘어 온 이들인데 새 나라의 언어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충돌을 겪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아니냐.”며 현지인들의 싸늘한 시선을 억울해 했다.  유럽 전체에 산재한 5400만명의 무슬림 인구를 감안할 때 이같은 ‘문명의 충돌’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현재 유럽인들의 절반 이상이 이슬람 이민자들에 대해 부정적 정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기독교와 이슬람은 아브라함을 조상으로 하는 공통된 뿌리를 가졌지만 되레 그 점이 두 종교간의 대화와 공존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서로를 위험한 적으로 생각하며 상대방에 대한 선교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 간 갈등 ‘전쟁’으로까지 치달아  덴마크에서 촉발된 유럽 내 기독교와 이슬람 간 갈등은 결국 2006년 한 차례 ‘종교전쟁’을 치르며 홍역을 겪었다.2005년 덴마크 일간지 질란즈-포스텐이 폭탄 모양의 터번을 두른 이슬람 성자 마호메트의 만평을 싣고 이듬해 유럽의 여러 신문들이 이 만평들을 인용,게재했다.그러자 덴마크 내 이슬람 이민자들의 항의시위가 시작되면서 결국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이슬람권 전역에서 연쇄 폭동이 발생해 50명 이상이 사망했다.당시 이슬람 국가 소재 덴마크 대사관에는 연일 수백~수천 명이 몰려들어 덴마크 국기를 불태웠다.만평을 그린 작가 쿠르트 베스터고르는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이슬람 원리주의자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한 유럽 사회의 불만도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지난 4월 프랑스 북부 아라스 지역의 전사자 묘지에서는 148기의 무슬림 묘가 집단 훼손되기도 했다.네덜란드의 극우파 정치인 헤르트 빌더스는 반(反)이슬람 영화 ‘피트나’(투쟁이라는 뜻의 이슬람어)를 인터넷에서 상영했고,독일에서는 이슬람 세계의 공분을 자아내던 살만 루시디의 소설 ‘악마의 시’(1988년작)를 연극으로 공연했다.최근에는 덴마크 신문들이 마호메트 만평을 다시 게재해 무슬림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올해 3월 열렸던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도 서구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이슬람 반감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지만 이미 상황이 너무 악화돼 버려 마땅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충돌보다는 공존 추구하려는 노력 필요  현재 한국의 무슬림 인구는 전체의 0.3% 정도인 15만명 정도로 추산된다.최근 고유가로 ‘이슬람 머니’가 유입되고 외국인 노동자도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에도 이슬람 인구가 빠른 속도로 확산될 전망이다.아직까지 국내에서 이슬람과 기독교 간 갈등은 크지 않지만 이슬람 확산을 우려하는 기독교계의 감정적이고 배타적인 반응은 이미 시작된 상태다.  현재 일부 기독교계는 “유럽을 이슬람화하려는 전략을 성공시킨 무슬림들은 이제 아시아를 이슬람화하기 위해 한국을 전초기지로 삼고 적극적인 포교활동을 펼치고 있다.”면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한국에서 활발한 이슬람의 포교활동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이 앞으로 유럽이 겪고 있는 문명 간 충돌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서로를 적대시하기보다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서로를 인정하고 공존하려는 노력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기독교 선교단체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이슬람이 확산될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배타적인 한국의 기독교계와 충돌해 유럽처럼 사회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superryu@seoul.co.kr
  • [발언대] 람사르 환경올림픽에서 그린 동심/김선희 서울 강남구의원

    [발언대] 람사르 환경올림픽에서 그린 동심/김선희 서울 강남구의원

     근래 매스컴에 오르내린 람사르 환경올림픽은 20년 후에나 우리나라에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를 큰 환경 행사였다.이러한 국제적 큰 행사에 개인적으로 환경단체를 이끌고 참석하게 되어 커다란 영광이었다.  행사장인 창녕·창원에서 아이들의 마음이 깃들어 있는 작품전시회를 열었다.그림 전시회를 통해 우리의 어린이들이 어릴 때 엄마·아빠 손잡고 야외에서 그림을 그린 기억,또 자신의 작품이 람사르 환경올림픽에 전시된 사실이 얼마나 행복한 추억이었는지를 전하고 싶었다.  우포 습지로 가는 동안 처음 밟아보는 창녕에서 어떻게 작품을 전시할 것인지 막막했던 마음이 도착과 함께 안도감으로 변했다.말로만 듣던 다문화 가족의 젊은 엄마들의 자원봉사가 큰 힘이 됐다.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아도 웃음으로 친절하게 대하려는 모습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지나가던 관람객들도 서울 강남구가 이곳까지 관심을 기울여 준 것에 대하여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왔다.더욱이 어린이 그림 전시회를 하는 고된 작업에 많은 관심을 가져준 데 기쁨이 절로 우러났다.태고의 자연 모습을 갖고 있는 우포습지를 보는 순간,아름다움에 대한 감탄을 넘어 푸른 잔디밭 같은 습지의 폭신폭신한 느낌이 주는 광경은 환상 그 자체였다.특히 우포 습지를 따라가는 아름다운 길 초입에 기념석을 본 순간 이런 멋진 곳에 강남의 길을 만든 강남구에 큰 자부심을 느꼈다.  람사르 환경올림픽에 대한 기사를 접할 때마다 우포 습지의 아름다운 경관이 눈앞을 스치면서 역사적 장소에 참여하였다는 자부심을 다시 갖게 된다.컨벤션센터에서 구입한 환경책자와 자료를 담은,아름다운 람사르 로고가 박힌 갈색 가방을 메고 나오는 우리 자연보호 회원들의 모습이 새삼 떠오른다. 그들에게서 풍기는 향기야말로 환경을 사랑하는 봉사자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김선희 서울 강남구의원
  • [씨줄날줄] 인권위 7돌/황진선 논설위원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고 인간답게 사는 것을 꿈꾼다.그러기 위해서는 인권,즉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인권은 인간다운 삶의 전제 조건이다.인권 없는 행복한 삶은 없다.국가 통치의 목적도 구성원들이 사람으로서의 품격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1948년 유엔총회가 채택한 세계인권선언은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약속’으로 불린다.인류 역사상 가장 야만적인 범죄인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58개 회원국들이 정치 경제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더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망을 담았다.국가인권위원회가 어제로 7돌을 맞았다.독립된 국가기관인 인권위는 ‘인권대통령’을 자임한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인권위는 그동안 인권개선에 기여했다.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2005년 사형제 폐지 등 국가적 주요 사안뿐 아니라 이주노동자,장애인,여성 등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의 인권 보장과 국가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에 대해 끊임없이 의견을 표명했다.인권위에 따르면 국가기관 등의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 시정 권고 가운데 1200여건이 수용돼 수용률이 90%에 이른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국가인권위원회가 무력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통상 8월에 해오던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도 지금까지 하지 못하고 있다.정부와 여당이 인사권과 예산을 무기로 인권위를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최근 촛불시위에 대해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인권위 결정이 정부를 자극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다.아울러 시대 상황에 따라 새롭게 조명하고 보호하고 증진해야 할 인권이 있게 마련이다.아동·노인의 인권,다문화사회의 인권 등이 그 예다.과거에는 군사력·경제력이 국력의 징표였다면 이제는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와 함께 인권 보호 수준이 국가의 품격과 위상을 결정하는 시대다.인권위의 역할과 기능은 항구적이어야 한다.여당과 정부의 시각대로 그동안 인권위원들이 지나치게 좌편향이었다면 후속 인사를 통해 공정한 인물을 선정하면 될 일이다. 황진선 논설위원 jshwang@seoul.co.kr
  • 다문화가정의 수호천사 송파구

    다문화가정의 수호천사 송파구

     ‘다문화가정 주부들의 낙원을 꿈꾼다.’송파구가 늘어나는 다문화가정의 ‘수호천사’를 자임하고 나섰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에겐 낯설기만 한 우리 문화와 지리를 가르치고,일자리를 찾아주는 데 앞장 서고 있는 것이다.송파 지역에는 1000여명의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살고 있다. ●길 찾기 프로그램 참가경쟁 치열  송파구는 다문화가정의 주부를 위해 25일부터 한달간 서울 주요 지역의 지리와 대중교통 이용방법 등을 익힐 수 있도록 ‘홀로 길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지방자치단체가 다문화가정 여성들에게 이런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처음이다.낯선 땅으로 시집 와서 모든 게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여성으로서는 반갑기 그지 없는 일이다. 그만큼 관심도 많았다.참가 신청자가 예상보다 많아 우선 입국 1년 미만의 다문화가정 여성 25명만 1차 교육대상으로 선발되는 ‘행운’을 안았다.이들은 주변 지리에 밝은 송파구새마을부녀회 회원과 일대일 짝을 맺어 길 찾기 방법을 배운다.수도권 지도와 지하철 노선도 및 버스운영체계 등을 활용한 대중교통 이용교육도 받는다.이어 생활필수품 사오기,재래시장·할인매장에서 장보기,주민센터에서 가족기록부 발급받기,자녀와 어린이공원 다녀오기 등 팀별로 주어진 5~7개 과제를 차질없이 수행해야 한다.  과제 수행방법은 2~3차례 환승하는 1시간 이내 거리의 공연장,관공서,시장 등 찾아야 할 목표 지점으로 정해 다문화가정 여성이 스스로 찾아가도록 한다.교육자는 돌발 상황을 대비해 일정 간격을 두고 동행하는 식이다.  길 찾기 교육이 끝나면 새마을부녀회원들과 ‘홀로 길 찾기 페스티벌 및 일촌맺기 결연식’도 갖는다.팀별로 수행한 과제를 담은 영상물을 상영하고,그동안 과제수행에 따른 자주·신속·정확성 등을 평가해 시상식도 갖는다. ●원어민 강사로 나선 결혼이민여성  이에 앞서 송파구는 다문화가정 여성을 주민센터의 원어민 강사로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 한달간의 교육을 끝내고 24일 제1회 원어민 강사 수료식을 가졌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모두 12명의 주민센터 원어민 강사가 탄생했다.‘결혼이민자’에서 ‘원어민 강사’로 거듭난 셈이다.판초 리메디오스 아카윌리(36),하이즐 록산 로렌조(35·이상 필리핀), 요코야마 미카(40·일본) 등 필리핀·중국·일본·미얀마·몽골 등지에서 온 12명의 여성이 그 주인공이다.이들은 지난달 6일부터 원어민 강사 육성 프로그램에 선발돼 최근 교수법 교육을 받았다.  이들에 대한 주민들의 호응도 높았다.수료식이 끝나기도 전에 잠실4동·가락본동·가락1동 주민센터의 요청으로 5명의 다문화가정 여성이 원어민 강사로 파견될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구는 주민들의 호응에 힘입어 조만간 2차 교육 대상을 모집할 계획이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HAPPY KOREA] 동네마당, “100평으론 부족 이용대상 명확히 해야”

    [HAPPY KOREA] 동네마당, “100평으론 부족 이용대상 명확히 해야”

    “조그만 동네 공원이라면 모를까, 주민들을 모으기엔 너무 외지지 않나요?” “바로 뒤에 산이 있어서 녹지 기능도 떨어지는 것 같은데요.” 유달리 추웠던 지난 19일 아침 서울시 A동네 골목길에 느닷없는 노상토론회가 벌어졌다.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에서 추진하는 ‘동네마당 조성사업’에 참여를 신청한 지역을 현장조사하기 위해 모인 행안부와 서울시 관계자들, 연구용역을 맡은 커뮤니티 디자인 센터 김연금 연구원과 국립경상대 산학협력팀 최광훈 연구원 등 4명. 이들은 낯선 동네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신청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소득수준, 거주형태, 주변입지와 면적 등을 꼼꼼하게 살폈다. 그들이 동네마당을 선정하는 결정권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토론내용은 동네마당 조성사업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갈지 중요한 잣대가 될 만했다. 이들은 A동네의 경우 “녹지가 시작되는 주택지역 끝부분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떨어져 작은 동네공원은 가능해도 ‘마당’ 구실은 힘들어 보인다.”는 의견을 보였다. 공영주차장 출입구 때문에 신청공간이 둘로 갈라져 있는 데다, 주택 3채를 지자체에서 수용해야 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문제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동네마당의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다.”면서 “행안부가 말하는 복합공간과 100평이라는 면적이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A지역의 경우 복합기능을 하려면 100평으로는 힘들다. 특화를 하든지 규모를 넓히든지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를 위해선 대상을 저소득층인지 일반주민인지, 저소득층 중에서도 어린이가 주 대상인지, 아니면 노인을 위한 것인지 등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민은 B지역을 찾았을 때 더 구체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저소득층 밀집지역 사진을 곁들인 B지역은 서류상으론 상당히 좋은 조건이었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사진 속의 지역은 실제 신청지역과 달랐다. 지자체에선 노인 공동작업장을 희망한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했다. 더구나 신청지역 바로 옆으로 그럴듯한 공원과 간단한 운동시설도 있었다.B지역에 녹지를 조성하는 것은 기능중복이었다. 대상을 노인으로 정했다면 그에 맞는 특화가 필요해 보였다. 대상이 비교적 명확한 곳은 세번째로 찾은 서울의 C지역이었다. 신청지역은 오래된 연립주택이 밀집해 있는 동네 한 가운데 위치해 주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한 참가자는 “C지역은 일반적인 공원이나 주민쉼터 등 내용을 뭘로 채워도 기본 이상은 될 것”이라면서 “신청지역에 동네마당이 들어설 때 누가 이용할지 뚜렷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D지역은 대상을 누구로 보느냐에 따라 공간에 대한 구상 자체가 달라진 경우였다. 한 사람은 초등학교에 바로 붙어 있고 입구가 좁아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를 생각한 반면 다른 사람은 주변에 이주노동자가 많은 것에 착안해 “다문화공원으로 특화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뭔가 만들어 놓고 방치해 놓는 공간은 의미가 없다. 끊임없이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 움직이게 참여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최저생계비 이하의 수입에 의존하는 주민이 65%나 될 정도로 저소득층 밀집지역인 경기도 안산시 E지역에선 안산YMCA가 2년 전부터 지역 고등학교 일부공간을 활용해 동네 어린이들을 위한 작은도서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지만 내년 2월까지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시청과 안산YMCA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끝에 시유지에 2층짜리 건물을 지어 마을복지시설과 어린이도서관을 입주시키자는 의견을 냈다. 풀뿌리운동 경험이 풍부한 시민단체가 운영을 담당하고 시청에서 지원하는 민관 협력을 구현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지역주민들의 의지도 동네마당 조성사업에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준공업지역으로 묶여 있어 매연과 소음, 열악한 거주환경에 처해 있는 경기도 군포시 F지역도 시유지에 체육시설과 녹지공간, 쉼터를 지으려고 동네마당에 신청을 했다. 무엇보다 지역주민들의 욕구가 강했다. 글 사진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어려운 이웃에 사랑을 배달해요”

    “어려운 이웃에 사랑을 배달해요”

    전남 여수우체국 집배원 40명으로 꾸려진 ‘365봉사단’이 어려운 다문화가정을 보살펴 세밑에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봉사단은 지난 주말 여수시 미평동에 사는 필리핀 출신 다문화가정인 조세린피 반실호(41·여)의 집을 찾았다. 봉사단원 10여명은 날렵한 솜씨로 곰팡이가 핀 방안 벽지를 새로 바꾸고 너덜너덜한 장판도 교체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봉사한 덕분에 집 고치는 솜씨가 전문가 못지않다. 안방과 아이들 방에서 깜빡거리는 형광등도 새 것으로 갈아끼웠다. 땀을 흘린지 6시간만에 새 집으로 말끔히 바꿔놓았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반실호는 “생활형편이 어려워 힘들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도움에 너무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봉사단원들은 그의 손에 들고온 생활용품 등을 전달하고 자리를 떴다.365봉사단은 홀로 사는 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등을 남몰래 찾아가 청소와 세탁, 밑반찬 만들기 등을 하고 있다. 봉사대상이 부담을 느낄까봐 미리 연락하지 않는다. 필리핀 댁의 딱한 사정은 우편물을 배달하는 한 봉사단원에 의해 알려졌다. 여수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사설] 안산시의 ‘외국인 인권조례’ 주목한다

    경기 안산시가 외국인의 권리를 적극 보호하는 대신 의무도 함께 요구하는 조례를 마련하고 있다.15명 이내로 인권증진위원회를 구성, 국적·피부색·언어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하지 않으며 그들의 관습·문화를 존중하고 종교활동을 보장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만든다는 것이다. 아울러 외국인에게는 주민의 일원으로서 법질서를 준수하는 등 의무를 다하도록 하는 규정을 넣는다고 한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외국인노동자·결혼이주자를 비롯해 국내에 사는 외국인 수는 이미 100만명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우리사회는 그들을 여전히 국외자로만 여겨 각종 차별을 가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 결과 유엔 인권이사회를 비롯한 국제 인권기구에서 한국내 외국인노동자와 결혼이주자의 인권 문제는 단골 메뉴로 등장해 비판받아 왔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안산시가 조례를 만드는 일이 외국인 인권을 향상시키는 소중한 첫걸음이 되리라고 판단한다. 외국인에게 권리를 인정해 주고 이를 보호하면서 한편으로는 의무도 준수토록 해야만, 그들도 한국인과 다름없이 우리사회에 녹아들어 제 구실을 다하게 될 것이다. 한국인과 외국인이 이땅에서 더불어 살면서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상생의 길을 열어 놓을 때 우리사회는 비로소 글로벌·다문화시대에 걸맞게 한단계 높은 발전을 이루리라고 믿는다. 안산시의 앞서가는 행정을 치하만 할 일이 아니다. 정부와 각 부처, 다른 지자체도 외국인 인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준비해 시행하기를 바란다.
  • 안산, 외국인 인권조례 만든다

    안산, 외국인 인권조례 만든다

    경기 안산시가 국내 첫 ‘외국인 인권조례’를 제정한다. 몇년 사이에 외국인 근로자, 결혼이민자 등이 부쩍 늘면서 자치단체들이 국내 정착을 위한 의료, 복지 등 지원서비스를 잇달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안산시는 더 나아가 외국인의 인권과 피부색, 종교 문제 등까지 보호하는 차원으로 조례 범위를 확대하는 셈이다. 박주원 안산시장은 16일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권리를 보호받고, 의무를 다하도록 곧 외국인 인권 증진에 관한 심의 및 자문을 위한 15인 이내의 인권증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시설 이용 불이익 없애 이에 따라 ‘15인 위원회’가 구성되면 조례 초안을 만들고 공청회 등을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조례안을 시의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시는 ▲국적과 피부색, 인종, 민족, 언어, 문화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서로 존중하고 살 수 있는 도시가 되도록 거주 외국인을 위한 시책을 적극 개발하도록 하는 내용을 조례안에 못박기로 했다. 또 ▲공공시설물 이용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규정도 담는다. ▲외국인을 고용하는 사업장은 부당행위와 인권침해 방지를 위해 노력하며 ▲그들의 관습과 문화를 존중하고 종교활동을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도 조례에 넣기로 했다. ●사업장 부당행위 방지·법률상담 지원 이를 위해 ▲법률상담지원, 언어지원, 정보제공 등 편의제공 조항을 만들고 ▲공무원이나 시민사회단체, 기업, 다문화가정을 상대로 인권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거주 외국인 역시 자신의 법적 지위를 불문하고 인권을 누리면서 법질서를 준수하고 주민의 일원으로 권리와 의무를 다하도록 하는 근거 조항을 마련한다. 안산시는 이미 지난해 4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외국인에게 한국어와 기초생활 적응교육 실시는 물론 법률·취업 상담과 응급구호, 문화체육행사 개최 등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의 ‘거주 외국인 지원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반월시화공단 배후도시인 안산에는 50여개국 출신 외국인 5만여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경기도도 외국인 근로자의 근무여건 개선과 현지 적응을 돕기 위해 숙소 및 화장실 개선을 비롯해 한국어 교육, 문화체험, 의료서비스 확대, 복지센터 확충 등 다양한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도 의료·복지서비스 확대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100개 업체를 선정, 업체당 사업비의 50%를 지원해 열악한 숙소와 화장실을 개선했다. 또 외국인 근로자가 근무하는 업체를 방문하는 ‘찾아가는 한국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각 산업현장의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복지센터도 도내 곳곳에 둥지를 튼다.2005년 남양주시 화도읍 녹촌리에 국내 첫 외국인 근로자복지센터를 개설한 데 이어 수원, 시흥, 안산에도 전용 복지센터를 설치한다. 외국인 근로자 등을 전담 치료하는 진료소도 수원 아주대병원과 의정부 성모병원 등 2곳에서 2010년까지 안산, 고양, 평택 등 5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안산, 외국인 인권조례 만든다

    안산, 외국인 인권조례 만든다

    경기 안산시가 국내 첫 ‘외국인 인권조례’를 제정한다. 몇년 사이에 외국인 근로자, 결혼이민자 등이 부쩍 늘면서 자치단체들이 국내 정착을 위한 의료, 복지 등 지원서비스를 잇달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안산시는 더 나아가 외국인의 인권과 피부색, 종교 문제 등까지 보호하는 차원으로 조례 범위를 확대하는 셈이다. 박주원 안산시장은 16일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권리를 보호받고, 의무를 다하도록 곧 외국인 인권 증진에 관한 심의 및 자문을 위한 15인 이내의 인권증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시설 이용 불이익 없애 이에 따라 ‘15인 위원회’가 구성되면 조례 초안을 만들고 공청회 등을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조례안을 시의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시는 ▲국적과 피부색, 인종, 민족, 언어, 문화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서로 존중하고 살 수 있는 도시가 되도록 거주 외국인을 위한 시책을 적극 개발하도록 하는 내용을 조례안에 못박기로 했다. 또 ▲공공시설물 이용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규정도 담는다. ▲외국인을 고용하는 사업장은 부당행위와 인권침해 방지를 위해 노력하며 ▲그들의 관습과 문화를 존중하고 종교활동을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도 조례에 넣기로 했다. ●사업장 부당행위 방지·법률상담 지원 이를 위해 ▲법률상담지원, 언어지원, 정보제공 등 편의제공 조항을 만들고 ▲공무원이나 시민사회단체, 기업, 다문화가정을 상대로 인권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거주 외국인 역시 자신의 법적 지위를 불문하고 인권을 누리면서 법질서를 준수하고 주민의 일원으로 권리와 의무를 다하도록 하는 근거 조항을 마련한다. 안산시는 이미 지난해 4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외국인에게 한국어와 기초생활 적응교육 실시는 물론 법률·취업 상담과 응급구호, 문화체육행사 개최 등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의 ‘거주 외국인 지원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반월시화공단 배후도시인 안산에는 50여개국 출신 외국인 5만여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경기도도 외국인 근로자의 근무여건 개선과 현지 적응을 돕기 위해 숙소 및 화장실 개선을 비롯해 한국어 교육, 문화체험, 의료서비스 확대, 복지센터 확충 등 다양한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도 의료·복지서비스 확대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100개 업체를 선정, 업체당 사업비의 50%를 지원해 열악한 숙소와 화장실을 개선했다. 또 외국인 근로자가 근무하는 업체를 방문하는 ‘찾아가는 한국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각 산업현장의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복지센터도 도내 곳곳에 둥지를 튼다.2005년 남양주시 화도읍 녹촌리에 국내 첫 외국인 근로자복지센터를 개설한 데 이어 수원, 시흥, 안산에도 전용 복지센터를 설치한다. 외국인 근로자 등을 전담 치료하는 진료소도 수원 아주대병원과 의정부 성모병원 등 2곳에서 2010년까지 안산, 고양, 평택 등 5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Local] 생활한국어 길잡이 수첩 배부

    대구 달서구는 외국인 주민들의 한국생활을 돕기 위해 외국어로 된 ‘생활 한국어 길잡이 수첩’ 1200부를 제작해 배부한다고 13일 밝혔다. 베트남어와 인도네시아어, 영어 등 3가지 종류로 제작된 65쪽 분량의 수첩에는 실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생활회화를 비롯해 병원과 금융기관, 공공기관 이용 방법, 시내 정보 등이 수록돼 있다. 오는 18일부터 달서구청 종합민원과와 달서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등 외국인주민 지원기관 및 단체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신경림 누항 나들이] 오바마의 승리와 우리의 인종 편견

    [신경림 누항 나들이] 오바마의 승리와 우리의 인종 편견

    “…내가 어머니 뱃속에 있던 어느 날 밤 두건을 쓴 KKK단 한 패거리가 말을 타고서 네브래스카 주의 오마하 시에 있는 우리 집에 쳐들어 왔다. 그 자들은 집을 포위하고 엽총과 소총을 휘두르며 아버지에게 나오라고 고함을 질러댔다. 어머니가 앞문으로 나가서 문을 열었다. 어머니는 자신이 임신 중임을 그자들이 똑똑히 볼 수 있는 위치에 서서 지금 혼자서 꼬마 셋을 데리고 있으며 아버지는 설교를 하러 출타 중이라고 말했다. 단원들은 아버지가 옳지 않은 주장을 흑인들 사이에 퍼뜨리면서 말썽을 일으키는 꼴을 ‘선량한 백인 기독교도들’이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으니 우리 가족이 이 마을에서 떠나는 것이 좋을 거라고 큰 소리로 협박 겸 경고를 했다.…협박을 퍼붓던 단원들은 이윽고 말에 박차를 가하더니 집 주위를 돌면서 개머리판으로 유리창을 모조리 박살내 버렸다. 그러고 나서 그 자들은 횃불을 너울대며 올 때처럼 홀연히 말을 달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1965년 마흔의 나이로 암살을 당한 흑인 지도자 맬컴 엑스의 ‘자서전’ 첫 대목으로, 우리도 영화에서 드물지 않게 보아온 불과 50,60년 전 미국의 낯익은 풍속도다. 그 미국에서 반은 아프리카 흑인인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다니 놀라운 일이다. 역시 미국은 대단한 나라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나라에도 많은 다문화 가족이 존재하지만,50년 뒤 혹은 백 년 뒤 이들을 지도자로 선택할 용기가 우리에게 있을까.KKK단원 못지않은 인종적 편견이 우리한테도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예컨대 시골에 사는 친구 중의 하나가 동남아에서 며느리를 맞았다. 손자가 초등학교엘 들어갔는데,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 같은 폐쇄사회에서 저 외모를 하고 제대로 살아 갈 수 있을까, 벌써부터 그는 걱정이 태산이다. 이것이 기우가 아닌 것은 내가 직접 목도한 사실로도 증명된다. 며칠 전 전철에서다. 한 흑인이 앉아 있는 옆자리가 비어 있는데 많은 젊은이들이 서 있으면서도 아무도 그 자리에 가 앉으려고 하지 않는다. 맞은편에 앉았던 내가 오히려 불편해서 빈자리가 있는데 왜 안 앉느냐니까 모두들 묵묵부답인 채 외면 했다. 저 사람이 백인이었어도 사정은 같았을까. 듣자니 학원에서도 백인과 흑인 혹은 동남아인은 같은 원어민 강사라도 보수에 있어 상당한 차등을 둔다고 한다. 백인이 원어에 더 능통하다는 것이 겉으로 내세우는 이유이지만, 실은 흑인 혹은 동남아인 강사를 학생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뿌리 깊은 인종편견, 백인=우월, 유색인=열등의 선입관에서 우리는 언제쯤이나 벗어날 수 있을까. 오바마의 승리는 람보로 상징되는 부시가 극대화시킨 미국의 망나니 이미지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 역시 미국은 기회의 땅이요 희망의 나라라는 생각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부시가 악의 축으로 명명한 이란의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조차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당선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고, 일마다 미국과 각을 세워 온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도 적극 환영의 뜻을 표한 것만 보아도 미국의 대외적 이미지가 얼마나 업그레이드되었는가를 알 만하다. 우리나라에는 지금 수십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와 일하고 있으며, 수만 명이 외국인을 배우자로 맞고 있다.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은 이미 우리나라를 표현하는 말로는 낡은 틀이 되었다. 이들 가운데서 정치가도 나오고 학자도 나오고 문인도 나온다면, 이들의 모국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기회의 나라, 평등의 나라로 크게 높아지리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것이 우리나라가 일류 국가가 되는 길이 아니고 무엇인가. 통일운동가들이 입에 걸고 다니는 우리 민족끼리라는 낡은 화두도 통일을 위해 사람들을 결집시키는 데는 한물 간 깃발이 되었다는 점도 이 기회에 생각해 봄직하다. 시인 신경림
  • [현장 행정] 성북, 외국인 김장 담그기

    [현장 행정] 성북, 외국인 김장 담그기

    성북구에서 외국인들이 왁자지껄하게 김장을 담그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해마다 이맘때면 지역의 불우이웃돕기를 겸해 주한대사 등이 참여하는 김장문화체험 행사가 열린다. 유달리 외국인이 많이 사는 성북구에는 거주외국인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과 행사가 있다. ●주한대사 부인들 “김치 맛있어요” 11일 오후 성북동 276 ‘우정공원’에 탁자 30개가 놓이고, 절인 배추 2800여포기(5500㎏)가 쌓였다. “배추가 아주 짜요.”“빨갛고 매운 고춧가루를 너무 많이 넣은 것은 아닐까요?”등 외국인 주부들이 영어와 서툰 우리말을 뒤섞어 수다를 쏟아내며 즐거운 표정이다. 벽안의 대사 부인은 김칫소에 양념이 제대로 배었는지 몇점 맛을 본다. 어린 자녀와 함께 나온 주한상공인의 부인은 아이 입에도 막 버무린 김치를 넣어주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이날 김장 담그기에는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오만, 수단, 방글라데시 등 주한 외교사절 부부 등 외국인 30여명이 참여했다. 외국인들은 성북여성교실 요리강사의 안내에 따라 새마을부녀회원 100여명과 함께 절인 배추에 김칫소를 넣었다. 한국의 김장문화를 체험하면서 양념을 골고루 잘 배합했는지, 마무리를 잘 했는지 등을 겨루는 콘테스트도 가졌다. 그랑프리상은 반 솔린쥐 네덜란드 상공인 부인이, 맛깔상은 아만 알 하다비 주한오만대사 부인이, 깔끔상은 뵈르그 스코스타드 노르웨이 대사 부인이 각각 받았다. 절인 배추와 고춧가루, 파, 마늘, 생강 등은 자매도시인 충북 제천시 농가에서 구입해 이웃돕기의 의미를 더했다.8㎏짜리 김치용기 600개에 나눠 담긴 김치는 중증장애인 450가구와 사회복지시설 20곳에 전달됐다. 이날 김치와 함께한 외국인들의 모습은 예쁜 사진첩에 담겨 전해졌다. 성북구에는 31개의 주한외국대사 관저가 있다. 외교사절과 주한상공인 등이 7000여명이나 되고 결혼이민자도 80가구가 등록돼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 교류지원 업무가 중요한 구정의 하나다. ●글로벌시대에 작은 외교활동 지난달에는 삼청각에서 150여명의 외국인이 참석한 가운데 만찬과 전통공연을 즐긴 ‘외국인과 함께하는 문화행사’를 열었다. 서찬교 구청장이 성북구는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비공식 외교사절인 셈이다.5월에는 세계 15개국의 대표 음식과 민속공연을 체험하는 제1회 ‘다문화 음식축제’도 열었다. 행사장에 1.7m 높이의 대형 팥빙수를 만들어 외국인 노동자와 주민이 함께 먹는 이벤트도 했다. 결혼이민자들은 임신과 출산, 수유, 보육 등을 사전에 교육받을 수 있다. 외교사절 부부와 자원봉사 대학생을 연결해 한국어 교습을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2006년 12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외국인 정착과 지원을 체계적으로 돕는 거주외국인 지원조례를 만들었고, 동사무소 통폐합으로 폐쇄되는 성북2동 청사는 인터내셔널센터로 변신한다. 구 홍보대사에는 서울글로벌센터 관장 앨런 팀볼릭도 활동한다. 서 구청장은 “글로벌시대를 맞아 성북구의 작은 외교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사설] 결혼이주 여성 절반이 이혼 원한다니

    호남대 다문화센터가 아시아 각국에서 시집와 전남에 거주하는 여성 2134명을 최근 방문조사했더니 무려 46.6%가 이혼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결혼이주 여성들이 한국에서 새 삶을 꾸려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절반 가까이가 이혼까지 바란다는 조사 결과는 정말 충격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사회에서 국제결혼은, 그 비율이 2004년 이후 해마다 11.1∼13.6% 사이에서 오르내릴 정도로 이미 일반화했다. 농어촌 지역에서는 비중이 더욱 높아 신랑 10명 가운데 4명꼴로 외국인 신부를 맞는다. 그런데도 결혼이주 여성의 절반이 이혼을 원할 정도로 우리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그들이야말로 농어촌 가정의 살림을 이끌어 가는 주부요, 어린이들을 키우는 어머니이기에 그들의 방황은 농어촌사회의 위기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농어촌 총각의 결혼중개 단계부터 결혼 후 이주여성이 정착하기까지, 정부 당국과 지자체는 물론 사회 각 분야가 전 과정에 대한 관리·감독·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의 국민의식 또한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하겠다. 피부색과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고 해서 이미 우리사회의 구성원이 된 이 여성들을 여전히 이방인 취급한다면 그 피해는 당사자만이 아니라 우리사회 전체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다. 결혼이주 여성이 제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농어촌이 흔들리고, 결국은 사회에 큰 짐을 안긴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서울지역 국제중 전형 세부내용

    서울지역 국제중 전형 세부내용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지역 국제중의 입학전형이 최종 확정됐다. 특히 국제중 입학전형은 사교육비 기승과 입시 과열 등 세간의 비난으로 여러번 ‘성형수술’이 돼 ‘누더기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최종 결정된 입시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봤다. 국제중으로 선정된 대원중과 영훈중은 기존에 발표된 대로 3단계 틀로 선발한다. 각각 160명을 뽑으며 이 가운데 일반전형은 88명, 특별전형은 72명이다. 정원외 전형으로 4명을 선발한다. 1단계는 서류전형이다. 입학정원의 5배수에 달하는 학생들을 선발한다. 학교장 추천서와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학습발달상황, 교내·외 수상실적, 출석 및 봉사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수상실적은 학교나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것만 인정하고 사설 경시대회 수상실적이나 토익·토플·텝스 등의 영어 인증시험 성적은 반영되지 않는다. 배점은 총 100점이다. 학교장 추천서 20점, 학생부의 교과학습 발달상황 55점, 출석 및 봉사활동 5점, 수상실적 10점, 체험 및 영어 방과후 활동 10점 등이다. 학교장추천서는 지원자의 독서 능력을 비롯해 논리적 사고력과 과제수행력, 타인에 대한 배려심, 창의적 아이디어, 영어 능력, 종합적인 품성 등을 종합 평가한다. 교과학습 발달상황은 5학년 1·2학기 성적과 6학년 1학기 성적을 반영한다. 대상 과목은 국어와 사회, 수학, 과학, 영어 등 5개 과목이다. 수상실적은 교내 실적 2개를 선택하고 지역교육청과 시교육청, 중앙행정기관이 주최하거나 주관한 교외 실적 2개를 반영한다. 이는 사설단체에서 수상이 남발할 경우 수상의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출석 및 봉사활동 성적은 학교별로 다르다. 대원중은 4등급 점수를 부여하기로 했고 영훈중은 3등급 점수를 적용한다. 대원중의 경우 무단결석이 하루 이내면 A,2~7일 B,8~14일 C,15일 이상 D 등의 점수를 주지만 영훈중은 하루 이내 A,2~6일 B,7일 이상 C 등 3단계 점수를 부여한다. 영어 방과후 활동 참가실적도 포함된다. 대원중의 경우 60시간 이상이면 A,40~59시간은 B,20~39시간은 C,20시간 미만은 D로 평가하며 영훈중은 60시간 이상은 A,20~59시간은 B,20시간 미만은 C이다. 이는 교육청 주관 영어캠프 활동과 방과후 거점학교 영어교과 및 교내 방과후학교 영어교과 참가 시간 수 기준이다. ●영훈중 영어활동 60시간이상 A 2단계 개별면접은 독서 경험을 중심으로 기본소양과 학업적성 등 인성을 평가하고 영어 능력이나 교과 관련 내용은 평가하지 않는다. 국제전형 지원자는 우리 말이 서툰 경우 영어나 해당 외국어로 답할 수 있다.3~5배수를 선발한다.2단계 개별면접 50점은 협동심·포용력 등 사회성과 진로적성·품성 등 기본소양 30점, 논리력과 창의적·종합적 사고 능력 등 학업성적 20점이다. 개별면접의 경우 사교육에 대한 우려가 높은 점을 고려해 독서를 중심으로 평가한다.‘개미와 베짱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개미와 베짱이의 삶에서 오늘날 어떤 삶이 바람직한지를 말해보시오.’와 같은 문제다. 즉, 초등학생이 읽어야 할 권장도서 등을 활용해 문제를 출제하고 논리와 사교력을 측정한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권장도서 목록과 같이 정형화된 추천 목록은 따로 마련하지 않기로 했다. 마지막 3단계는 공개 추첨이다. 무작위로 최종 합격자를 가리는 식이다. ●소년소녀가장 등 특별전형 대상 포함 국제중은 특별전형으로 72명을 선발한다. 특별전형은 국제전형 40명, 사회적 배려대상자 32명으로 구성된다. 일반전형의 경우 학교장 추천이 필요하며, 검정고시 합격자는 전 과목 평균이 90점을 넘어야 한다. 국제전형은 부모와 함께 외국에서 2년 이상 거주하며 2년 이상 공부한 경우, 유엔 등 권위 있는 국제기구의 기관장 또는 국가원수급 지도자로부터 수상 실적이 있는 경우, 정부 초청 과학기술자 및 교수요원 자녀, 이중 국적자가 아닌 외국인 등이 대상이다. 사회적 배려대상자전형 대상은 국민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의 자녀, 저소득 한부모 가정 자녀, 소년소녀가장, 다문화 가정 자녀, 새터민 자녀, 아동보호시설 재원자 등이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글로벌 시대]오바마가 보여준 다양성의 힘/ 박현정 크레디트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글로벌 시대]오바마가 보여준 다양성의 힘/ 박현정 크레디트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미국인 여성 스탠리 던햄이 흑인 유학생과 결혼을 감행했던 60년대의 미국은 타 인종과의 결혼이 일부 주에서 불법이던 시대였다.50여 년이 지나 그녀의 아들 버락 오바마는 변화와 희망을 기치로 내걸고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에 당선됐다. 인간의 역사가 위대한 이유는 이렇게 더디나마 진일보하기 때문이다. 그의 당선이 확정된 순간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엔 큼지막한 헤드라인이 떴다.‘유권자들이 변화를 포용하면서 인종의 장벽이 무너지다.’ 뭐니뭐니 해도 이번 미국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의 치부인 인종문제가 유례 없는 수준으로 공론화됐다는 점이다. 오바마의 당선은 인종문제에서 한 단계 성숙해진 미국인들의 의식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수락 연설에서 오바마는 남녀노소, 부자와 빈자, 민주당 지지자와 공화당 지지자,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장애인과 비장애인 그리고 흑인, 백인, 히스패닉, 아시아인, 인디언이 하나가 되는 새로운 미국을 강조했다. 수많은 이들이 오바마가 전파했던 변화의 메시지에 열렬히 호응했던 것처럼 앞으로 다양성의 힘을 긍정하는 시대정서도 힘을 얻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실제 인물만큼 강력한 변화의 동인은 없다. 2년 전 하인즈 워드의 방한이 우리의 뿌리 깊은 순혈주의를 반성하고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특히 기업 세계에서도 다양성의 힘이 새롭게 주목받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서조차 인종, 국적, 성별, 계층, 나이, 종교 등을 이유로 비주류에 대한 보이지 않는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전히 글로벌 기업의 여성 또는 흑인 CEO는 극소수이고 그 존재만으로도 특별한 뉴스 거리가 된다. 인도에는 아직도 카스트 제도의 잔재로 유수의 기업에 취업이 좌절되는 능력있는 젊은이가 존재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다양성을 장려하는 이유는 다양성이 곧 생산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인생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사안을 보는 관점이 입체적일 뿐 아니라 문제해결 방식에서도 놀라운 시너지를 발휘한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도시일수록 번성하고, 다양한 배경의 이사진으로 구성된 이사회일수록 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며, 다양한 문화권의 과학자들이 모일 때 더욱 혁신적인 연구성과를 낸다는 것은 학술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다.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장점 중 하나는 이런 다양성의 미덕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동료들 중엔 외교부 공무원 출신, 국제구호단체 소속으로 아프리카에서 일했던 친구, 옛 클린턴 대통령의 선거참모, 전직 저널리스트 등 다양한 직업적 경험을 가진 이들이 있다. 비록 매일 얼굴을 마주 하진 않지만 이들과 일하며 얻는 자극은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 준다.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풍토에서 꽃피는 다양성은 그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이기도 하다. 미국인들이 흑인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오바마를 선택했듯이 다인종 다문화 사회가 되어가는 한국도, 나아가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우리 기업들도 다양성이라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지향할 시점이다. 오바마의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을 책장에서 꺼내본다. 소외감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한 인간의 영혼을 얼마나 성숙하게 만드는 자양분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던 그 감동을 다시 느껴 보고 싶다. 이번 미국 대선에선 모처럼 영감을 주는 정치인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자신의 태생과 성장과정을 위대한 유산으로 탈바꿈시킨 그를 보며 수많은 이들은 담대한 희망의 싹을 키울 것이다. 오바마의 말대로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박현정 크레디트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 [한국사회 오바마를 말하다] (하) 다문화 가정 정책

    “저소득층 결혼이민자 가정 자녀들에게 어린이집 비용을 지원해주세요.”(N씨·40·여·카자흐스탄) “다문화가정 방문 아동양육 서비스 기간이 5개월로 너무 짧아요. 그나마 일주일에 두 번 방문해 두 시간을 돌봐주는데, 시간을 늘려 주세요.”(L씨·44·여·중국) 다문화 가정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 규모는 조금씩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결혼이민자나 외국인 노동자들은 정부의 정책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4년간 700억원을 각급 학교에 지원해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정책안을 지난달에 발표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지원은 환영하지만 실제 문제가 되는 것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 혼혈아동들인데 정작 이들에 대한 정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혼혈 학령기 아동 2만 4867명 중 6089명(24.5%)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초등생 또래에서는 15.4%, 중학생은 39.7%, 고등학생은 69.6%가 교육을 받지 않고 있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혼혈 아동 대부분은 부모가 극빈층 맞벌이여서 밤늦게까지 일하기 때문에 방치되기 일쑤다.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탈선을 막기 위해 외국에 있는 친정에 3~4년간 맡기지만, 이 경우 문화적 이질성 때문에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 부천다문화센터 손바울 목사는 “공부보다 마음의 치유가 절실한 아이들인데, 정부 정책은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소외된 아이들을 배려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다문화가정 정책이 국제결혼이주여성의 가정에만 집중되는 것도 문제다. 다문화가정 지원은 법무부, 여성부, 보건복지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 노동부뿐 아니라 지자체 등에서도 나선다. 이에 비해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은 너무 적다. 불법체류자가 아니라도 국내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업무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책이 집중되는 이주여성들조차 자신이 받을 수 있는 혜택에 대해 잘 모르는 것도 문제다. 서울에 거주하는 W(39·여·중국)씨는 “각종 기관이 홍보를 위해 우리를 이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우리를 위한 정책을 어디에 물어보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체계적인 방법을 알려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조직팀장은 “정책 집행은 다른 부처에서 하더라도 통일된 홍보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Local] 계명대, 21일 이민포럼 개최

    계명대는 법무부와 공동으로 오는 21일 ‘이민정책 릴레이 포럼’을 개최한다. 계명대 다문화사회 연구 및 교육센터가 주관하는 포럼은 법무부 ‘건국 60년 기념 다민족·다문화 한마당 축제’의 전국 순회 행사 가운데 하나로 마련된다.‘다문화사회 통합을 위한 중앙정부와 지역의 협력강화 방안’을 주제로 열린다.‘결혼이주여성’ ‘외국인노동자’ ‘유학생’ 등 3개 부문으로 나눠 외국인 이주자들의 현실을 점검하고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사설] 오바마 당선에서 다문화 존중 배우자

    버락 오바마 후보의 미국대통령 당선은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다인종, 다문화를 존중하는 사회다. 우리는 단일 민족국가임을 자랑으로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 단일 민족국가에 긍지를 갖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외국인, 특히 동남아시아 사람들을 얕잡아보는 편협한 민족주의에 빠져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 사람이 인종 차별 의식이 강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일본인과 한국인에 대해 ‘명예 백인’이라고 비꼬는 소리도 있다. 백인처럼 행세하며 백인보다 더 심하게 인종을 차별한다는 비아냥이다. 오늘날 미국이 초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인종차별을 극복하고 다인종, 다문화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안 등 소외계층을 껴안아 인종과 문화의 용광로를 만들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미국에 처음 진입한 소외계층들은 3D업종에 종사했다. 그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 경제의 굳건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우리도 지방으로 가면 세 집 가운데 한 집은 다문화 가정일 정도로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노동자들과 결혼 이민 여성들이 코리안 드림을 실현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그만큼 인종차별주의적 의식과 제도가 뿌리깊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국에서 배워야 한다. 소외계층을 배려하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아울러 미국의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들이 그랬듯이,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더이상 우물안 개구리식의 편협한 민족주의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 미국이 소외계층을 배려해 오늘날의 미국이 되었듯이 동남아시아의 친구들을 배려해야 한국의 미래가 있다.
  • [기고] ‘보이지 않는 인간들’을 위하여

    [기고] ‘보이지 않는 인간들’을 위하여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1776년 건국 이후 그동안 미국 사회의 근간을 이루어온 서구·백인중심 문화가 혼혈 대통령의 등장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이제 본격적인 다인종·다문화 시대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바로 그 의미심장한 변화의 정점에서 앞으로 4년 동안 미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지도자로 부상했다. 그래서 그의 대통령 당선은 한 개인의 영광을 초월해 국가적인 대사건이자, 세계적인 화제일 수밖에 없다. 사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오바마야말로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미국적인 인물이며, 미국을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오바마처럼 하이브리드며, 다인종으로 이루어진 다문화사회이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미국의 아프리카계 인구가 미국 총인구의 12.4%밖에 되지 않는데도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그가 많은 백인들의 지지를 받고 당선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바마의 당선에 공헌한 또 다른 사람들은 미국 인구의 14.8%를 차지하고 있는 라틴계와 4.4%를 점유하고 있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다. 사실 총 인구의 33.8%에 달하는 유색인들의 지지가 없었더라면 오바마의 당선은 어려웠을 것이다. 오바마의 당선은 또 미국이 스스로의 숙명적인 짐인 인종차별을 극복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케네디 대통령이 미 의회에 제출한 민권법이 1964년 정식으로 발효되기 전까지 유색인들은 차별과 분리의 대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식당과 극장 그리고 버스와 학교에서 백인들과 같은 자리에 앉지도 못했던 유색인들이 불과 44년만에 미합중국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것은 가히 놀라울 만한 발전이다. 미국 흑인작가 리처드 라이트는 미국에서 태어난 흑인들이 전혀 미국인 취급을 받지 못하는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자신의 소설에 ‘네이티브 선’(1940)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어린 시절, 라이트는 양손에 짐을 들고 엘리베이터에 탄 적이 있었다. 실내에서 모자를 쓰는 것은 버릇없는 일이기 때문에 옆의 백인이 그의 모자를 벗겨주었다. 문제는 그런 경우, 흑인은 백인에게 ‘생큐’라는 말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백인이 흑인에게 서비스를 해주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그 역시 무례한 경우가 된다. 그래서 그는 그냥 백인을 바라보며 씩 웃는 것으로 감사를 표시했다고 회상하고 있다. 또 다른 흑인작가 랠프 앨리슨은 소설 ‘인비지블 맨’(1952)에서 백인들이 흑인들을 개체로 보지 않고 전형화해서 보기 때문에, 흑인들은 미국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인간’들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되었으며, 미국은 오바마의 등장으로 새로운 인종화합의 시대를 열게 되었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온 유학생과 백인여성의 후예인 오바마는 흑인이 아니라, 혼혈 공화국인 미국을 상징하는 흑·백인이며, 진정한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한 미국인이다. 마틴 루서 킹과 맬컴 엑스가 그 대표적인 예지만,1960년대만 해도 꿈과 이상을 품었던 흑인 지도자들은 암살자들의 총탄에 쓰러져 갔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미국에 귀화한 영국시인 W H 오든은 “미국인들은 변화를 믿으며, 변화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오바마의 당선은 변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믿음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우다. 다인종 사회인 미국은 앞으로도 계속 변화해나갈 것이고, 그것은 그 어느 나라도 따라갈 수 없는 미국만의 독특한 저력이 될 것이다. 김성곤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한국 아메리카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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