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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연 칼럼] 윤어게인을 얕보지 마라

    [김상연 칼럼] 윤어게인을 얕보지 마라

    볼셰비키는 러시아어로 다수파라는 뜻이지만 러시아 전체로 봤을 때는 마이너리티였다. 차르의 몰락 이후 벌어진 내전에서 우파, 즉 백군(白軍)은 무기와 군사기술 면에서 볼셰비키, 즉 적군(赤軍)을 압도했다. 적군 중엔 총이 없어 곡괭이를 든 병사도 있었다. 하지만 레닌이 이끄는 적군은 공산주의라는 강력한 이념으로 무장돼 있었고, 사분오열한 백군에 승리한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나치가 정권을 잡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힌덴부르크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보수파는 실업자와 농민 등에 인기가 있던 나치를 대충 써먹고 버릴 요량으로 히틀러에게 총리 자리를 주며 연정을 폈다. 그러나 극우 이념으로 뭉친 나치는 테러와 합법을 교묘하게 버무리며 정권을 차지했다. 장제스의 중국 국민당 군은 마오쩌둥이 이끄는 홍군(紅軍)을 대장정 시기 빈사 상태까지 몰아넣었을 만큼 전력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공산주의 이념으로 단결한 홍군은 분열과 부패에 찌든 백군을 끝내 제압한다. 이들 승자의 공통점은 강한 이념적 결속력과 불굴의 리더가 있다는 것이다. 윤리적 측면을 걷어내고 순전히 권력투쟁적 시각으로 보면 지금 대한민국 보수 정당을 들었다 놨다 하는 ‘윤(석열)어게인’ 세력의 정치적 다이내믹은 위의 사례들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이들은 윤어게인이라는 강력한 목표로 뭉쳤고, 감옥에 있는 전직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갖고 있다. 지난해 8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후보를 꺾은 것은 윤어게인의 위세를 만천하에 공표한 ‘사건’이었다. 당대표 선거에서 직전 대선 후보가 불과 1·5선의 정치 신인에게 진 것은 국내 유력 정당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당내 다수를 점한 윤어게인 성향의 당원들이 보다 선명한 윤어게인을 외친 장 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니 장 대표는 당선 이후로도 윤어게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고,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의 1심 유죄 선고에 대해 장 대표가 “무죄 추정의 원칙” 운운했을 때 윤어게인은 절정에 달했다. 국민의힘에서 쫓겨난 한동훈 전 대표 쪽 사람들과 이른바 ‘합리적 보수’ 인사들은 이런 국민의힘에 망조가 들었다고 개탄한다. 이대로 가면 6월 지방선거 참패는 명약관화하고, 그러면 장 대표의 정치생명도 끝날 것이라고 단언한다. 여태까지의 정치 문법으로 보면 그게 당연한 상식이다. 하지만 문법은 해체될 수 있고 상식은 파괴될 수 있다. 장 대표가 물러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가. 실제로 당권파인 장예찬 전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질 경우 장 대표의 거취에 대해 “전 당원 재신임 투표를 할지…”라고 했다. 윤어게인이 다수인 당원들에게 물으면 장 대표는 재신임될 가능성이 높다. 장 대표가 일단 사퇴한 뒤 얼마 후 있을 당대표 선거에 다시 출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면 역시 윤어게인 당원들의 지지로 다시 당선돼 ‘장어게인’이 될 수 있다. 혹시 장 대표의 이미지가 너무 망가졌다고 판단되면 윤어게인이 ‘제2의 장동혁’을 골라 대표로 밀 가능성도 있다. 얘기가 여기까지 진행되면 합리적 보수들은 윤어게인을 가리켜 “한심한 사람들”이라고 혀를 찬다. 과연 그럴까. 윤어게인은 호락호락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북풍한설 몰아치던 한겨울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서 “탄핵 반대”를 외치며 밤을 지새운 사람들이다. 그들은 국민의힘에 대거 당원으로 가입해 다수가 된 사람들이다. 지금 안락한 의자에 앉아 혀를 차고 있는 합리적 보수들 중 이들만큼 열의를 가진 사람이 있는가. 국민의힘에서 윤어게인을 종식시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친한동훈이든 합리적 보수든 사돈의 팔촌까지 당원으로 가입해 다수가 되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보수층 유권자 가운데 10%만 국민의힘 당원이 돼도 윤어게인을 ‘석기시대’로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그런 행동은 안 하면서 ‘누군가 하겠지’라며 고도(Godot)만을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닌가. 이런 식의 마인드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렇게 정의한 바 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김상연 수석논설위원
  • 상상력, 치유하는 힘

    상상력, 치유하는 힘

    연극·애니 결합해 정교한 상호작용아빠의 편지로 시작된 상상 속 모험“상상, 감정·상황을 이해하는 방식” 영국 극단 1927의 최신작 ‘아빠, 어서 돌아와요’(Please, Right Back)가 오는 24~26일 경기 수원시 경기아트센터 소극장 무대에서 아시아 초연으로 관객을 만난다. 작가이자 연출가인 수잔 안드라데와 애니메이터 폴 바릿이 2005년 창단한 극단 1927은 연극과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작품을 선보이며 ‘살아있는 그래픽 노블’, ‘무대 위의 무성영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무성영화 특유의 자막과 과장된 연기를 활용하는 연출 방식은 극단 이름과도 관련이 있다. 1927년은 세계 첫 유성영화 상영과 함께 무성영화 시대가 저물기 시작한 해다. ‘아빠, 어서 돌아와요’는 극단 1927의 미학이 정점에 달한 수작으로 꼽힌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아빠 ‘미스터 E’와 그를 기다리는 가족 이야기가 중심이다. 아빠는 아이들에게 ‘비밀 요원이라 국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편지를 보낸다. 편지들을 받으며 아이들은 찬란한 모험의 세계로 들어간다. 하지만 아빠의 실제 처지가 드러나면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환상 세계와 가혹한 현실은 충돌한다. 안드라데 연출은 서면 인터뷰에서 “이 작품은 ‘편지’를 출발점으로 삼아 행간의 빈틈을 상상력으로 채워 나가고 의미를 구축해 나가는 방식을 탐구했다”면서 “상상이 단순한 도피처가 아니라 말하기 어려운 감정과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작용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작품 속 배우들은 가상의 문을 열고 들어가거나 영상 캐릭터가 던진 물건을 받는 식으로 애니메이션과 상호작용하며 실재와 환상의 경계를 허문다. 관객이 혼란스러우면서도 동시에 흥미를 느끼는 지점이다. 안드라데 연출은 애니메이션 활용에 대해 “상상과 현실이 서로에게 스며들어 두 상태를 빠르게 오갈 수 있게 해준다”면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또 다른 배우’로 실재 배우와 협업하며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다”고 덧붙였다. ‘상상력이 지닌 치유의 힘’을 보여준 작품은 2024년 영국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당시 현지 언론은 “1927은 다시 한번 마법을 부렸다. 시각적 경이로움 이상으로 가족의 사랑을 노래한다”(가디언), “유머와 따뜻함을 잃지 않는, 영리하고도 가슴 아픈 수작”(더스테이지), “어린이 환상극 같지만 영국의 사법 체계와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텔레그래프) 등 찬사를 보냈다. 2017년 ‘골렘’으로 방한한 적이 있는 안드라데 연출은 “한국 관객들은 몰입력이 높아서 인상적이었다”면서 “관객들이 결론보다는 느낌을 갖길 바란다. 우리가 만든 공간 안에서 관객들이 저마다의 이미지, 분위기 등 잔상을 갖고 극장을 떠나게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전했다.
  • 백악관에 아이들 불러 놓고… 트럼프 “이란은 적대국”

    백악관에 아이들 불러 놓고… 트럼프 “이란은 적대국”

    전쟁 얘기에 행사 10분 지연되고그림에 사인해 주며 “2.5만불짜리”평화 지향 부활절과 괴리감 연출 15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전통의 백악관 가족행사 ‘부활절 달걀 굴리기’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 얘기를 쏟아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부활절 다음날인 6일(현지시간) 꽃으로 단장한 백악관 사우스론을 내려다보며 “이란보다 더 적대적인 상대는 없다. 그들은 실력 있는 전사들”이라며 “조종사가 격추되면 수많은 전투기를 투입해도 승산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실종됐던 전투기 장교 구조 작전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성공했다며 자신의 업적을 포장한 것이다. 논란이 번진 건 이 자리가 1878년 시작된 백악관의 대표적인 가족 초청 행사이기 때문이다. 부활절 달걀 굴리기는 어린이와 가족이 참여해 커다란 숟가락으로 달걀을 굴리는 기독교 전통 행사다. 역대 대통령 부부는 이 자리에서 어린이들과 교류하며 친근감을 높이고 평화를 지향하는 메시지를 내왔지만, 이날은 그와 정반대 모습이 연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풍요와 부활을 상징하는 ‘부활절 토끼’(이스터 버니) 곁에서도 이란을 향해 “항복하지 않으면, 다리도 없고 발전소도 없어질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가 이란 전쟁 관련 질문에 답하는 사이 달걀 굴리기를 하러 온 어린이들이 10분 이상 기다리기도 했다고 CNN은 전했다. 아이들과 대화하면서도 그의 자화자찬은 빠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어린이가 색칠한 백악관 그림에 사인을 해주며 “오늘 밤 이베이(경매 사이트)에 올리면 2만 5000달러(약 3800만원)에 판매할 수 있다”면서 “바이든 (전 대통령은) 자동 서명기를 썼다”고 말했다. 올해 행사에서도 메타, 유튜브 등 각종 기업이 후원한 부스가 차려졌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백악관을 기업을 위한 홍보관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행사에선 부스 설치나 로고 노출, 영부인과 만남, 백악관 투어 등을 대가로 최대 20만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모금액이 비영리단체인 백악관역사협회로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 “소 사료비 월 180만원 더 낼 판”… 뛰는 원가에 고깃값 더 뛸라

    “소 사료비 월 180만원 더 낼 판”… 뛰는 원가에 고깃값 더 뛸라

    소 200마리 하루 10~15㎏씩 먹어25㎏당 500원씩 올라도 부담 껑충수입 영양제에 포장재 값까지 뛰어농기계 필수인데 기름값 ‘천정부지’한우값 25%· 돼지고깃값 10% 올라 전남 무안군에서 소 200여 마리를 키우는 고봉석(67)씨는 요즘 계산기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중동 사태 이후 사료값이 크게 오르며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사료의 주원료인 옥수수와 대두박, 면실 등이 대부분 수입품인 데다 국제 사료가격도 급등하면서 고유가와 고환율의 이중 부담이 배로 다가온다. 실제 한 포(25㎏)에 1만 8000원이던 사료값은 이틀 전 500원 올랐다. 하루 10~15㎏을 먹는 소 200마리를 기준으로 하면 한 달 사료비만 120만~180만원이 추가로 든다. 여기에 생활용품 원료인 ‘나프타’ 수급난까지 겹치면서 풀을 포장하는 랩 가격도 30~40% 뛰었다. 고씨는 7일 “소가 먹는 사료뿐 아니라 모든 생산비가 하루하루 불어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동 사태로 수입품 유통 비용이 오르면서 축산 농가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사료와 송아지 초기 성장에 필요한 필수 영양제 등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유가와 환율 변동이 곧장 생산비 증가로 이어진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대두박 가격은 지난 6일 기준 t당 316.6달러로 연초(1월 2일) 대비 8.8% 올랐고, 옥수수는 t당 178.7달러로 3.8% 상승했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 상승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기름값 상승도 축산 농가에 큰 부담이다. 덩치가 큰 소를 사육하기 위해선 분변 처리와 사료 공급 등에 대형 농기계 사용이 필수적이다.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정오 기준 전국 경유 평균 가격은 ℓ당 1958원으로 중동 사태 이전보다 약 400원 높다. 지난달 26일부터 13일 연속 오름세다. 전남 영암군에서 소를 키우는 배모(57)씨는 “건초 운반 등 트랙터를 운용하는 데 매년 1만 5000ℓ의 경유를 사용한다”며 “ℓ당 400원만 올라도 부담이 수백만원 늘어난다”고 토로했다. 생산비 급등은 결국 소비자 밥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6일 한우 안심은 100g당 1만 4336원으로 1년 전(1만 1507원)보다 24.6% 올랐고 등심도 8609원에서 1만 739원으로 24.7% 상승했다. 국거리에 쓰이는 양지는 6477원으로 전년보다 18.6% 올랐다. 돼지고기도 마찬가지다. 대표 장바구니 품목인 삼겹살은 같은 기간 4.8%, 앞다리살은 10.1% 올랐다. 더 큰 문제는 중동 사태가 계속될 경우 추가 비용 상승 요인이 계속 누적된다는 점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전쟁이 길어지면서 소비자 물가 상승은 앞으로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며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수입 불확실성을 완화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농가에서 필요로 하는 필수 원재료에 대한 가격 안정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열린세상] 강북에 살아 보니

    [열린세상] 강북에 살아 보니

    창경궁 홍화문을 지납니다. 이 문 앞에서 영조는 균역법의 시행을 두고 양반과 평민들로부터 의견을 들었지요. 조금 더 가면 선인문이 나옵니다. 연산군이 쫓겨나고 사도세자가 죽음을 맞이했던 곳이지요. 이어서 ‘김상옥로’가 나옵니다. 일본 경찰 간부들을 처단하고 1천여명의 일경에 맞서 세 시간을 싸우다가 자결하신 곳이지요. 청계천을 지나면 장충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을미사변과 임오군란으로 순직하신 충신과 열사의 제사를 모신 곳입니다. ‘긴또깡’(김두한)이 살던 수표교도 이곳에 남아 있지요. 터널을 지나면 소월로를 만나게 됩니다. 봄이면 진달래꽃이 만발하는 곳이지요. 강남 개발의 신호탄이자 경부고속도로의 시발점인 한남대교를 건너 사무실에 도착하게 됩니다. 제가 만나는 출근길 풍경이지요. 퇴근길은 교통 상황에 따라 길이 달라지다 보니 좀더 다양한 풍경들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고 외쳤던 전태일 열사의 다리도 만나고, 대한민국 보물의 상징인 흥인지문도 만나고, 젊은 지성과 고뇌의 상징이었던 대학로도 만나게 되지요. 운이 좋은 날에는 한국 불교의 총본산인 조계사 앞을 지나기도 하고, BTS 공연 등을 통해 대한민국의 상징이 된 광화문을 지나기도 합니다. 조선 임금들의 최애 공간이었던 창덕궁과 그들의 신위를 모신 종묘를 지나기도 하지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날에는 흥인지문에서 내려 낙산에 올라 석양을 보며 퇴근하기도 합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영향인지 부쩍 외국인의 발길이 잦아졌습니다. 18년 전 서울에 정착할 당시 한강 이북에 조금 살다가 이남 지역으로 이사한 후 16년 만에 다시 강북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출퇴근길이 한없이 즐거웠지요. 보이는 곳마다 역사의 숨결이 살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광화문으로 책을 사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문득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여기 오면 꼭 강남에 온 것 같아.” 순간 어리둥절해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강남에 가면 차선이 넓고 반듯반듯하잖아. 강북에는 그런 곳이 없는데 여기는 꼭 강남처럼 길이 나 있거든.” 생각해 보니 정말로 그런 것 같았습니다. 강북에는 종로나 을지로 등을 제외하면 반듯한 길이 없는 데다 길 자체가 그다지 넓지 않습니다. 물론 강북은 구도심이어서 옛길 중심이고, 강남은 계획 도시이다 보니 처음부터 반듯하게 길을 내는 것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여기에 산지와 평야라는 지형 차이가 더해졌겠지요. 그런데 강남과 강북의 차이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우선 지방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도심 공동화 현상이 서울 강북에서도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대표적 도심인 종로와 중구는 밤이면 불이 꺼지는 지역입니다. 주거 환경이 노후화되다 보니 상주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때문에 초중고교 모두 소규모 학교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지요. 심지어 폐교를 고민하는 학교마저 있을 지경입니다. 교육의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명문대 진학률은 학부모에겐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지표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의학 계열이나 명문대에 진학하는 비율이 강남북 간 최대 10배까지 벌어졌다는 통계도 있지요. 자치구별 재정자립도도 3배 이상으로 벌어졌습니다.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복지나 공공서비스의 질이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지요. 한강은 이제 더이상 지리적 경계선에 그치지 않습니다. 경제와 교육, 공공서비스의 질적 차이를 상징하는 뜻을 담은 경계이기도 하지요. 한강을 경계로 강북과 강남, 테헤란로를 경계로 테북과 테남, 양재천을 경계로 양북과 양남이라고 구분 짓는 말이 생겨날 정도입니다. 사람이 살아야 도시에 활력이 생기고 안전의 문제도 해결됩니다. 결국 강북 발전의 최우선 과제는 밤에도 사람이 사는 곳으로 만드는 데 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전 수원지검 1차장
  • [세종로의 아침] KF-21의 비상, ‘빌려 온 심장’을 넘어야

    [세종로의 아침] KF-21의 비상, ‘빌려 온 심장’을 넘어야

    “엔진이 우리 것이 아닌데도 한국형 전투기로 부를 수 있나요?” 11년 전 국방부를 출입할 때 군 당국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당시 추진하던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에서 엔진은 외부에서 사 와도 기체 설계 주권이 우리에게 있고 전투기의 ‘두뇌’와 ‘눈’에 해당하는 미션 컴퓨터와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을 우리가 만드니 ‘한국형 전투기’라는 답변을 들었다. 하지만 100% 이해하긴 어려웠다. 지난달 양산 1호기를 출고한 KF-21은 K방산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 줬다. 세계 여덟 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이 될 것이라고는 당시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5년엔 KF-X 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했다.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F-35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하는 반대급부로 AESA 레이더 등 핵심 기술을 이전받기로 했지만, 미국 정부가 수출 승인을 거부했다. 정치권과 시민 단체는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질타했고 사업 원점 재검토 주장도 제기됐다. 특히 AESA 레이더는 동시에 여러 대의 적 전투기와 공중·지상·해상의 표적을 식별하는 최첨단 기술이라 국내에선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았다. 군 당국이 이토록 불신받게 된 이유는 통영함 음파탐지기 납품 비리 의혹 등으로 방산 전반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서였다. 수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KF-X 사업도 결국 비리로 얼룩진 ‘돈 먹는 하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기술 자립을 외치는 연구원들의 목소리는 예산을 타내려는 감언이설로 치부됐다. 하지만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화시스템은 외부의 냉대 속에서도 어렵다는 AESA 레이더 독자 개발을 밀어붙였다. 이미 지상용 다기능 레이더를 개발하며 기초 기술을 쌓아 온 상태에서 레이더의 심장인 송수신(T/R) 모듈을 반도체 기술을 이용해 소형화하는 데 성공했다. 기술 이전에 유연한 이스라엘 엘타(ELTA)사와 협력해 개발·시험 검증 역량도 보완했다. 2020년 첫 시제품을 출고한 AESA 레이더는 미국의 기술에도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거절이 역설적으로 독기를 품고 기술 개발에 매진할 계기가 된 셈이다. 이제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현재 KF-21은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일부 엔진 부품은 국내에서 라이선스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지만 핵심 설계 기술과 원천 기술은 여전히 미국에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KF-21용 자체 엔진을 개발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는 시각이 있다. 서방권 군용기 엔진 시장은 GE, P&W, 롤스로이스 등이 시장을 지배하는 형태인데, 구매자 입장에서도 이들 엔진을 사용하는 비행기를 더 신뢰한다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자체 엔진을 개발했다 해도 신뢰성을 검증받으려면 수십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주장이다. 항공기 엔진은 섭씨 1500도 이상의 고온을 견디는 합금 소재와 초정밀 가공이 집약된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엔진을 외부에 의존하는 구조는 전력화와 수출 단계에서 리스크가 된다. 엔진이 핵심 전략 기술로 분류돼 우리 마음대로 수출할 수 없다. 2015년 우즈베키스탄에 T-50 고등훈련기 수출을 타진할 당시 미국의 반대로 최종 무산됐다. 자국산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정비 기간이 길어지고 전투기 가동률이 저하될 위험도 있다. 과거 현대자동차가 일본 미쓰비시의 엔진을 빌려 쓰다 ‘알파 엔진’을 독자 개발했을 때도 경제 논리에 따른 회의론은 있었다. 만일 그때 ‘검증된 외국산 엔진을 사다 쓰는 게 경제적’이라는 논리에 매몰됐다면, 오늘날 세계를 누비는 제네시스나 아이오닉 시리즈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독자 엔진이 없다면 K방산의 비상은 엔진 제작국의 수출 승인을 기다리느라 멈출 수밖에 없다. 진정한 항공 주권은 빌려 온 심장이 아닌 우리만의 박동에서 시작된다. AESA 레이더가 증명했듯 대한민국 제조업의 DNA가 이제는 하늘의 심장을 향해야 할 때다. 하종훈 산업부 차장
  • 교육부·한국장학재단 ‘꿈사다리 장학생’ 선발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이 올해 ‘복권기금 꿈사다리 우수 장학생’ 3000명을 신규 선발한다고 6일 밝혔다. 복권기금 꿈사다리 우수 장학생은 복권기금을 활용해 저소득층 가구의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 대학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기초생활수급자와 한부모가족, 차상위계층의 초교 5학년~고교 3학년 중 일정한 성적과 학교 출결, 봉사활동 경험 등을 갖춘 학생을 선발한다. 선발된 장학생에겐 매월 15만~45만원의 학업 장려금을 지급한다. 또한 성장 동기부여를 위한 일대일 상담과 진로 역량 개발을 위한 컨설팅, 심리 지원 등 마음건강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꿈사다리 우수 장학생 신청을 희망하는 학생은 학교의 추천을 받아 오는 30일까지 한국장학재단 누리집을 통해 지원하면 된다. 재단은 서류심사와 심층평가 등을 거쳐 오는 7월에 장학생을 선발하고 지원을 시작한다. 최은옥 교육부 차관은 “복권기금 꿈사다리 우수 장학금이 학생들의 꿈을 세상에 펼치는 마중물이 되겠다”고 밝혔다.
  • 중구 남산자락숲길·둘레길 다리로 잇는다

    중구 남산자락숲길·둘레길 다리로 잇는다

    서울 중구는 남산자락숲길과 남산둘레길을 녹지로 잇는 ‘장충단로 녹지연결로 및 등산로 조성사업’이 서울시 지방재정투자심사에서 조건부 승인을 받아 통과했다고 6일 밝혔다. 지난달 26일 심사 통과에 따라 구는 서울시와 함께 예산 확보와 설계를 거쳐 2027년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4차선 도로인 장충단로 위를 가로지르는 공중 보행교를 설치하고, 양쪽에 남산자락숲길과 남산둘레길로 이어지는 데크 산책로를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2024년 12월 개통한 남산자락숲길은 무학봉근린공원에서 반얀트리 호텔까지 총 5.14㎞에 이르는 무장애 친화 숲길이다. 도심 접근성이 좋아 지난해 약 71만명이 이곳을 찾았다. 구는 이 중 약 57%가 남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남산자락숲길에서 장충단로로 내려와 건널목을 건너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에 지난해 3월 타당성 조사 용역을 시작으로 유동 인구 분석,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세 차례 도전 끝에 투자심사를 통과했다. 김길성 구청장은 “투자심사 통과는 사업 필요성과 타당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며 “서울시와 협력해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남산과 남산자락 숲길을 보다 많은 분이 편리하게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소멸과 생성… 흑과 백으로 건넨 질문

    소멸과 생성… 흑과 백으로 건넨 질문

    ‘뮤지엄 산’ 최초 국내 작가 기획전높이 8m ‘불로부터’ 연작 시선 압도산불에 스러져간 것들을 향한 위로빗자루로 흙 쓰는 퍼포먼스 선보여“다시 근원으로 되돌아가려는 행위” “숯은 자연물이고 사람의 의도나 생각과는 상관없는 카오스, 생각 바깥의 물성입니다. 그래서 (숯으로) 그림을 그리는 일이 제게는 바깥 세계로 나아가는 일종의 ‘몸짓’과 같습니다.” 불에 탄 나무로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숯의 작가’ 이배(70)가 강원 원주시 ‘뮤지엄 산’에서 7일부터 대규모 개인전 ‘기다리며’(En attendant)를 연다. 우고 론디노네, 안도 다다오 등 세계적인 해외 작가 개인전을 선보인 뮤지엄 산이 개관 이래 처음으로 선보이는 국내 작가의 개인 기획전이다. 1989년 프랑스로 건너간 이후 ‘숯’에 천착해 온 이배는 30여년 동안 물질에 내재된 생성과 소멸, 그리고 순환의 원리를 일관되게 탐구해 왔다. 전시에서는 그의 검은 회화부터 조각, 설치 미술, 영상 작품까지 만날 수 있다. 전시 제목은 단순한 시간의 지연이 아니라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 속에서 미래를 향해 열려 있는 시간, 어떤 변화가 이루어지기 전, 생성의 작용’을 의미한다. 숯이 만들어지는 과정 또한 기다림의 시간과 닮았다. 나무는 가마 속에서 불에 타며 형태를 잃지만, 이후 오랜 시간에 걸쳐 식으며 새로운 물질로 재탄생한다. 이처럼 생성과 소멸, 그리고 그 사이 인고의 기다림을 통해 완성되는 변화의 시간은 이배 작업의 핵심적인 사유가 된다. 6일 뮤지엄 산에서 만난 그는 이번 전시명에 대해 “어떤 수동적인 기다림이 아니고 무언가 완결돼 있지 않지만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염원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23년 미국 뉴욕 록펠러센터 채널 가든에 들어섰던 높이 6.3m, 너비 4.5m, 무게 3.6t의 숯 더미 작품 ‘불로부터’는 이번 전시에서 덩치를 키웠다. 본관 앞에 자리 잡은 높이 8m, 폭 5m, 무게 7t의 ‘불로부터’ 연작은 시선을 압도한다. 뉴욕의 콘크리트 빌딩 사이 숯 더미들이 정화의 상징이었다면 이번 숯 더미들은 산불이라는 큰 재앙에 스러져간 것들에 대한 위로, 다시는 그런 재앙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염원이 함께 담겼다. 청조갤러리 1, 2는 흑과 백으로 꾸며졌다. 이배의 작업에서 검정은 유독 묵직한 울림을 준다. 그의 검정은 빛을 모두 흡수하여 수많은 색을 품고 있는 심연이며, 동시에 모든 가능성을 내포한 상태다. 반대로 흰색은 여백과 빛, 그리고 열려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이 두 색은 서로 대립하기보다 동양적 사유에서 말하는 음양의 균형처럼 상호 관계 속에서 조화를 이룬다. 영상과 설치 작업, 조각 작품도 만날 수 있다. 9m 높이의 스크린에서는 작가가 붓질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과, 고향인 경북 청도군에서 옮겨온 흙으로 구현된 논의 모습을 결합해 보여준다. 이날 맨발로 흙 위에 선 그는 빗자루로 흙을 쓰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는 “걸음마를 흙에서 시작하고 배운 제게는 흙을 쓰는 것과 그림 그리는 것에 큰 차이가 없다”며 “다시 근원으로 되돌아가려는 행위”라고 소개했다. 야외 공간에는 주변의 나무와 건축 지붕, 그리고 산세의 높이와 호응하도록 설계된 10m 규모의 브론즈 ‘붓질’ 6점이 배치돼 자연과 건축, 조형이 하나의 확장된 풍경으로 결합된다. 관람객은 변주되는 풍경 속에서 객체가 아닌 주체로 자신만의 그림을 완성하게 된다. 전시는 12월 6일까지.
  • 지중해서 뒤집힌 이민의 뜻

    지중해서 뒤집힌 이민의 뜻

    4일(현지시간) 지중해에서 유럽으로 향하다 전복된 소형 선박 위에 이민자 10여명이 구조를 기다리며 앉아 있다. 난민 구호 단체에 따르면 리비아에서 105명을 태운 채 출발한 선박이 전복되면서 2명이 사망하고 71명이 실종됐다. AFP 연합뉴스
  • 거침없는 민간시설 파괴 위협… 美내부서도 “전쟁범죄” 우려

    거침없는 민간시설 파괴 위협… 美내부서도 “전쟁범죄” 우려

    전쟁 시에도 발전소나 다리 등 민간 시설에 대한 공격은 국제법 위반이지만 대이란 전쟁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를 언급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예고한 대로 이란의 발전소, 담수화 시설, 유정, 도로, 교량 등 민간 시설을 파괴하면 국제법에 따라 전쟁범죄로 규정될 수 있다. 민간인과 민간 시설을 겨냥한 의도적인 공격은 제네바 협정, 헤이그 협약, 뉘른베르크 원칙, 유엔 헌장 등 여러 국제법에 어긋난다. 이란의 석유 자원을 확보하는 행위도 국제법상 금지되는 약탈이다. 과거 미국은 군사용으로 쓰이고 민간인에게 과도한 피해를 주지 않는 시설로 공격을 제한해 왔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별다른 구분을 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의 모든 발전소를 공격하겠다고 했다. 이어 다음날인 지난 2일 이란 테헤란 인근 최대 교량을 공격하며 최소 13명의 민간인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참모진도 비슷하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 장관은 지난달 13일 기자회견에서 “적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라며 부상을 입거나 항복한 적군을 사살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전투 의사나 능력이 없는 적군을 사살하는 건 국제법과 미 군법상 전쟁범죄다. 민간인 피해를 예방하는 조직이 이미 와해된 탓에 내부적으로 제동을 걸기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해 군사작전의 적법성을 검토하는 육해공군 법무감실장을 해고하고, 민간인 피해를 예방하는 국방부의 ‘민간인 피해 완화 및 대응’(CHMR) 팀을 대폭 축소한 바 있다. 이에 맞서 이란이 이스라엘과 걸프국의 민간 시설을 보복 공격하는 등 피해는 번지고 있다. 미군에게 정신적 외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라크에서 해병대원으로 참전했던 세스 몰턴 하원의원(민주·매사추세츠)은 일부 해병대원이 국방부를 ‘전쟁부’ 대신 ‘전쟁범죄부’로 부른다고 전했다.
  • 45일 휴전 뒤 종전안… 美·이란 출구 찾나

    45일 휴전 뒤 종전안… 美·이란 출구 찾나

    트럼프, 공격 데드라인 세 차례 연장“7일까지 합의 불발 땐 다 날리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대이란 협상 시한을 하루 연장한 가운데 미국과 이란이 휴전 합의 후 종전을 논의하는 2단계 협상안을 중재국으로부터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아무런 설명 없이 ‘미 동부시간 기준 7일 오후 8시!’(한국시간 8일 오전 9시)라고 적었다. 이란과의 협상 시한을 앞서 제시한 6일 오후 8시에서 하루 연기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1일 밝힌 ‘48시간 최후통첩’을 세 차례 연기한 것으로,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발전소와 다리가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협상이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중재국들은 양측에 한 달 이상 휴전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물밑 협상을 이어 가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액시오스는 미국과 이란이 중재국과 함께 45일간의 휴전을 거쳐 종전 협상을 이어 가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협상 기한이 이틀도 채 남지 않은 만큼, 먼저 휴전 기간을 갖고 무력 충돌을 멈춘 뒤 추가 논의를 하는 ‘2단계 접근법’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요할 경우 휴전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도 중재국인 파키스탄이 휴전 합의 후 종전을 논의하는 중재안을 양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중재가 성사되면 양측은 즉각 휴전하고 15~20일에 걸쳐 최종 합의를 모색한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이란도 파키스탄으로부터 중재안을 받은 것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협상 시한 연기와 종전을 위한 중재안 내용이 전해지며 개전 6주 차에 접어든 중동전쟁은 중대 갈림길에 선 모습이다. 중재안의 이름은 파키스탄의 수도 이름을 딴 ‘이슬라마바드 협정’으로 전해진다. 초안은 전날 밤 아바스 아그라치 이란 국무장관과 스티브 윗코프 미 중동 특사에게 각각 전달됐다. 중재국들이 제안한 휴전 기간은 15~20일과 45일로 엇갈리지만, 휴전 합의 후 종전을 논의하는 2단계를 거친다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양측의 입장 차를 당장 좁히기 어려운 상황에서 임시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부터 시작해 단계를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제시한 ‘15개 요구안’에 대한 이란의 거부감이 크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불신의 골이 깊은 상황에서 이 같은 단계적 중재안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에너지 목줄’을 틀어쥐고 최후의 항전을 이어 가고 있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쉽사리 놔주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6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과의 협상에서 얻은 뼈아픈 과거의 경험을 쉽게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은 이 같은 물밑 중재가 무색하게 거친 설전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을 향해 비속어까지 사용하며 ‘초토화 데드라인’을 상기시켰다. 그는 트루스소셜에서 “빌어먹을 (호르무즈) 해협을 열어라 미친놈들아. 그렇지 않으면 지옥에서 살게 될 것”이라며 “알라를 찬양하라”고 조롱성 발언을 했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과의 인터뷰에선 ‘이란에 지상군 투입을 배제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하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미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영토에서 격추된 F-15E 전투기 조종사 구출 작전에 성공한 뒤 이번 전쟁에서 지상전 투입 등에 대한 더 큰 자신감을 얻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엑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당신의 무모한 행보가 미국의 모든 가정을 ‘살아 있는 지옥’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유일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은 이란 국민의 권리를 존중하고 이 위험한 게임을 끝내는 것뿐”이라고 성토했다.
  • 트럼프 ‘미친X들아’ 막말 파문…美민주 “명백한 전쟁범죄” [핫이슈]

    트럼프 ‘미친X들아’ 막말 파문…美민주 “명백한 전쟁범죄”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을 열라고 압박하며 발전소와 교량 같은 민간 인프라 공격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하자 미국 정치권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명백한 전쟁범죄”라고 규정했고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우군이던 인사들까지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과 언론 인터뷰에서 이란이 8일 오후 8시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열지 않으면 발전소와 교량 등 핵심 인프라를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화요일은 발전소의 날이자 교량의 날”이라고 적었고 해협을 열지 않으면 “지옥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식의 거친 표현도 쏟아냈다. 군사시설이 아니라 민간 기반시설을 직접 거론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더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자신의 트루스 소셜 계정에 “화요일은 이란의 발전소의 날이자 다리의 날이 될 것”이라고 적고 욕설을 섞어 호르무즈 해협을 열라고 압박했다. 이어 응하지 않으면 “지옥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 말미에는 ‘알라에게 찬양을’이라는 표현도 덧붙였다. 그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7일 저녁까지 이란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으면 “발전소는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고 다리도 하나도 서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악시오스 인터뷰에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곳의 모든 것을 날려버리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즉각 반격했다.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대규모 전쟁범죄”라고 비판했고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온라인에서 미친 사람처럼 폭언을 쏟아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위험하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개인의 망언”이라며 의회의 행동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특히 민간시설 공격 위협 자체가 국제법 위반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전쟁 장기화에 따른 미국 내 부담과도 맞물린다. 휘발유 가격과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경 발언은 외교 문제를 넘어 민생 변수로도 번지고 있다. 여기에 마조리 테일러 그린 전 하원의원까지 공개 비판에 나서면서 이번 파문은 단순한 막말 논란을 넘어 전쟁 수행 방식 자체를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정면충돌로 커지는 분위기다. 결국 쟁점은 표현의 수위가 아니다.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민간 인프라 파괴를 거론한 순간, 논란의 초점은 “막말”에서 “실제 행동으로 옮길 것이냐”로 옮겨갔다. 민주당은 그 점을 파고들며 트럼프 대통령을 전쟁범죄 프레임에 가두려 하고 있고 트럼프는 다시 초강경 압박으로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
  • 美 소식통 “45일 휴전 논의? 합의 가능성 희박”…암울한 전망, 이유는? [핫이슈]

    美 소식통 “45일 휴전 논의? 합의 가능성 희박”…암울한 전망, 이유는?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이란과의 협상 시한 마감이 48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양측이 45일간 휴전을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합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5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과 이집트 등 중재국을 통해 간접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향후 48시간 내에 부분적인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다만 이번 ‘최후의 노력’은 이란의 민간 기반 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격과 걸프국의 에너지 및 수자원 시설에 대한 보복 공격을 포함한 전쟁의 급격한 확대를 막을 유일한 기회”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협상안의 핵심은 1단계 45일 휴전에 이어 2단계 전쟁 종식 협상을 논의하는 것이다. 우선 단기 휴전을 통해 충돌을 멈추고 이후 전쟁 종료를 위한 협상을 이어가는 것으로, 미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을 중재했을 당시와 같은 방식이다. 협상의 최대 쟁점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 문제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처리 방식이다. 다만 이란은 해협 개방과 핵물질을 핵심 협상 카드로 보고 있어 쉽게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인 만큼 합의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이란은 가자지구나 레바논도 휴전에 합의했지만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더욱 분명한 안전보장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악시오스는 이번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4명을 인용해 “이번 협상은 파키스탄, 이집트, 튀르키예 등 중재국을 통해 진행 중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사이에 문자 메시지를 통해서도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재국들은 이란이 해협 개방과 핵물질 문제에서 일정 부분 양보할 수 있을지 타진하는 한편, 미국에는 휴전 이후 군사행동 재개를 제한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합의 안 하면 이란 주요 인프라 공격”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향해 “지옥문이 열릴 때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SNS에 “내가 이란에 (미국의 종전 요구안에) 합의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기까지 열흘을 줬던 때를 기억하라”면서 “시간이 많지 않다. 그들에게 지옥문이 열릴 때까지 48시간 남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튿날인 5일 SNS에 별다른 설명 없이 “미 동부 시간 화요일(7일) 오후 8시!”라고 적었다. 이는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했던 최후통첩 기한인 현지시간 기준 6일 오후 8시(한국시간 기준 7일 오전 9시)를 24시간 미루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도 “만약 화요일 저녁까지 (이란 지도부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그 나라는 발전소도, 다리도 모두 무너져 내릴 것”이라며 협상 시한을 7일로 제시했다. 미국의 강한 압박 속에서 이란은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극도로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5일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은 전쟁 이전으로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 [영상] 이스라엘, ‘살아있는 지옥’ 됐다…이란 미사일에 건물 통째로 ‘증발’ [핫이슈]

    [영상] 이스라엘, ‘살아있는 지옥’ 됐다…이란 미사일에 건물 통째로 ‘증발’ [핫이슈]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로 이스라엘 북부 항구 도시가 초토화됐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AFP 통신 등 외신은 5일(현지시간) “북부 항구도시 하이파의 7층 건물이 미사일에 직접 맞아 붕괴하면서 3명이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 당국은 “해당 건물이 미사일의 직접 타격을 받았다. 발사체는 이란에서 발사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의 이번 공습으로 생후 10개월 아기와 82세 노인을 포함해 최소 4명이 다치고 3명이 실종됐다. 10개월 아기는 머리를 다쳤으며 다른 부상자들은 파편과 폭발 충격에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수십 명의 구조대와 보안 인력이 투입돼 수색과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AFP는 구조대원들이 손전등을 들고 무너진 콘크리트 잔해 사이를 뒤지며 생존자를 찾는 모습의 영상을 공개했다. 한 구급대원은 AFP에 “큰 콘크리트 덩어리를 손으로 옮겨 82세 남성을 구조했다”고 말했고, 또 다른 구조대원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유리 파편과 연기, 콘크리트 잔해가 사방에 흩어져 있었고 파괴 규모가 매우 컸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스라엘 현지 언론이 공중에서 촬영한 현장 영상을 보면 좁은 골목이 이어진 주거 밀집 지역에서 미사일을 맞은 건물 하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처참하게 잔해만 남아 있다. 소방당국은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직격탄을 맞은 건물은 화재 발생 후 붕괴 위험이 매우 높은 상태”라면서 “갇힌 사람이 더 있을 가능성이 있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거용 건물을 타격한 이란의 탄도미사일 탄두가 충돌 시 폭발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미사일이 폭발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여러 건물의 주민들을 대피시켰다”고 덧붙였다. 미국·이스라엘·이란 모두 선 넘었다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발전소와 교량 등 민간 시설을 타격하겠다”고 수시로 위협해 왔다. 민간인과 민간 시설을 겨냥한 의도적인 공격은 제네바 협정, 헤이그 협약, 뉘른베르크 원칙, 유엔 헌장을 포함한 여러 국제법 위반이다. 이란은 이미 이스라엘의 민간 거주 구역을 겨냥해 미사일을 날렸고,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를 노린 공격을 가했다. 5일 하루 동안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레바논인은 최소 11명이다. 이 중에는 4세 어린이도 포함돼 있다. 사실상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이 모두 선을 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 번 협상 시한을 연기했다. 그는 5일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별다른 설명 없이 “미 동부 시간 화요일(7일) 오후 8시!”라고 적었다. 이는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했던 최후통첩 기한인 현지 시간 기준 6일 오후 8시(한국 시간 기준 7일 오전 9시)를 24시간 미루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도 “만약 화요일 저녁까지 (이란 지도부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그 나라는 발전소도, 다리도 모두 무너져 내릴 것”이라며 협상 시한을 7일로 제시했다. 이란 미사일 또 못 막은 이스라엘 방공망한편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군이 이날 오후 이란에서 발사된 새로운 미사일 공격을 탐지했다고 경고한 지 몇 분 만에 발생했다. 군 당국은 방공망이 미사일을 격추하는 데 실패했다고 인정하면서 “이란의 탄도미사일에는 집속탄이 아닌 재래식 탄두가 탑재돼 있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친이란 무장단체인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한 로켓과 드론 공격을 강화하면서 해당 지역 전역에 공습 사이렌이 여러 차례 울렸다. 당국은 “헤즈볼라가 발사한 드론 한 대가 북부 지역의 한 주택을 공격해 피해를 입혔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방위군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이란 전쟁 개전 이후 이스라엘군이 제거한 헤즈볼라 조직원은 약 1000명에 달하며, 레바논 내 헤즈볼라 지휘소와 무기고, 로켓 및 미사일 발사대 등 목표물 3500여 곳도 공격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사람은 약 1200명, 부상자는 3400여 명에 달한다. 또 수십만 명이 피난길에 올라 무기한 난민 처지에 놓일 위험에 처해 있다.
  • [영상] “이란 주민들이 ‘차량 방패’로 미군 탈출 도운 듯”…근거 자료 공개 [핫이슈]

    [영상] “이란 주민들이 ‘차량 방패’로 미군 탈출 도운 듯”…근거 자료 공개 [핫이슈]

    지난 주말 미 F-15E 전투기 승무원(장교) 한 명이 이란 한복판에서 실종됐다가 극적으로 구출된 가운데, 이란 현지인들이 해당 장교의 탈출을 도왔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는 5일(현지시간) “격추된 F-15E 전투기는 이란의 반정부 세력이 강한 지역에 추락했으며 구조된 장교가 현지인들로부터 은신처 제공 등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전투기가 격추된 정확한 지점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란 남서부 지역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남서부 후제스탄주 상공에서 격추됐으며 코길루예·보이에르아흐마드주 일대에서 수색 작전이 실시됐다고 전했다. 언급된 이란 남서부 중 후제스탄을 중심으로 한 일부 지역은 소수민족, 특히 아랍계 이란인 비중이 높다. 이곳은 오랜 기간 중앙정부 통제에 저항해 온 소수민족과 반정부 세력이 다수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반정부 성향의 이란인터내셔널은 이날 현지 주민들이 한밤중 차량을 줄지어 몰고 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며 “이란 현지인들이 미군 전투기 추락 이후 실종 조종사를 찾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이라고 소개했다. 이란 반정부 진영 일각에서는 이날 밤 주민들의 차량 행렬이 미군 특수부대의 실종자 수색 현장 주변을 둘러싼 ‘바리케이드’가 됐고, 혁명수비대의 신속한 현장 배치를 방해한 효과가 있었다며 주민들의 기여를 주장했다. 이란, 거액의 포상금까지 내걸었는데이란 당국은 실종된 미군 장교를 생포하기 위해 6만 달러(한화 약 9000만 원)에 달하는 포상금까지 내걸고 대대적인 병력을 총동원해 수색을 벌였다. 미군 장교 생포로 전쟁의 국면을 한 번에 뒤집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은 1979년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 점거 사건 당시 미국인 외교관과 시민 52명이 444일 동안 억류됐던 전례를 겪었다. 당시 미국은 인질 구출을 위해 동결했던 이란 자산과 국제 제재 등을 해제해야만 했다. 만약 이번 사태를 통해 미군 고위 장교가 이란군에 생포됐다면 이란 정권은 그를 강력한 대미 협상 카드로 활용하거나 체제 선전 도구로 악용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불어 이란군이 생포한 미군 장교를 공개적으로 살해하는 등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이를 전 세계에 공개했다면, 미국 내부 여론이 거세게 악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시나리오에 대형 악재가 될 수 있었다. 사실상 미군의 이번 작전이 실종됐던 미군 장교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마저도 건져낸 작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머쓱해진 트럼프, 이란 제공권 장악 주장 사실?이란은 비록 미군 장교 생포에는 실패했지만 F-15E 전투기 격추를 통해 대공 능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전 세계에 입증했다. 반면 그동안 이란 상공의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양치기 소년’이 됐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상공의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주장과 난공불락의 허울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란에는 더 이상 해군도 없고, 공군도 없고, 대공 방어 체계도 없다”고 주장했으나, 이란은 F-15E 전투기를 격추한 당일 남부 케슘 섬 인근에서도 A-10 워트호크 공격기를 격추하며 여전히 대공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과시했다. 더불어 이란은 미군의 첨단 드론 3대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 기한을 연장했다. 개전 이후 벌써 세 번째 기한 연기다. 그는 5일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별다른 설명 없이 “미 동부 시간 화요일(7일) 오후 8시!”라고 적었다. 이는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했던 최후통첩 기한인 현지 시간 기준 6일 오후 8시(한국 시간 기준 7일 오전 9시)를 24시간 미루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도 “만약 화요일 저녁까지 (이란 지도부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그 나라는 발전소도, 다리도 모두 무너져 내릴 것”이라며 협상 시한을 7일로 제시했다.
  • 구출 성공에 취했나…트럼프, 이란에 “발전소·다리 치겠다” [핫이슈]

    구출 성공에 취했나…트럼프, 이란에 “발전소·다리 치겠다”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발전소와 교량 폭격을 공개 위협하며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압박했다. 이란 산악지대에서 격추된 미 공군 F-15E 전투기 승무원 구출 작전이 성공한 직후 더 강한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확전 우려도 다시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이번 구출 성공이 전쟁 위험을 낮추기보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자신감을 더 키운 듯하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 소셜 계정에 “화요일은 이란의 발전소의 날이자 다리의 날이 될 것”이라고 적고 욕설을 섞어 호르무즈 해협을 열라고 압박했다. 이어 응하지 않으면 “지옥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 말미에는 ‘알라에게 찬양을’이라는 표현도 덧붙였다. 그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7일 저녁까지 이란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으면 “발전소는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고 다리도 하나도 서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악시오스 인터뷰에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곳의 모든 것을 날려버리겠다”고 강조했다. ◆ 협상 시한 늦췄지만 압박은 더 세졌다 이번 작전은 성공으로 끝났지만 위험도 함께 드러냈다. 이란 산악지대에 고립된 미 공군 F-15E 승무원은 전투기 격추 뒤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란군이 미군보다 먼저 그를 찾아냈다면 대형 인질 사태로 번질 수 있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신중론보다 추가 압박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는 협상 시한을 6일에서 다시 7일 저녁으로 늦추면서도 압박 수위는 더 높였다. 지난달 21일 처음 48시간 시한을 제시한 뒤 닷새 유예와 열흘 연장을 거쳐 이번에 하루를 더 미루면서 인프라 공격 경고는 세 차례 연기됐다. ◆ 호르무즈 열어도 더 큰 부담이 남는다 문제는 해협을 여는 것보다 유지하는 일이 더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이 무력으로 호르무즈 항로를 열더라도 이를 계속 유지하려면 장기 주둔과 반복적인 군사 작전이 뒤따를 수 있다.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거점인 하르그섬 장악 시나리오도 마찬가지다. 점령 자체보다 이후 방어와 관리가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과 서방 정보당국은 이런 압박이 오히려 이란 강경파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영향력을 더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더 위험한 시나리오는 이스파한 지하 저장시설에 있는 고농축 우라늄 확보 작전이다. 최근 며칠 사이 미국 항공기 최소 4대가 손실된 점도 적 영토 안에서 작전이 얼마나 빠르게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힐 인터뷰에서 지상군 투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결국 이번 구조 작전은 그에게 ‘멈춤’보다 ‘추가 압박’의 근거가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 전선은 호르무즈 밖으로 번질 수 있다 이란도 물러서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이란 당국과 이슬람혁명수비대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민간 인프라 타격을 계속할 경우 걸프 지역 주요 교량과 석유·석유화학 시설, 미국 테크 대기업이 투자한 중동 내 디지털 인프라까지 보복 목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전소와 교량을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일수록 전선이 호르무즈를 넘어 걸프 국가들의 에너지·데이터 인프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만 군사적 압박과 별개로 미국과 이란이 중재국을 통해 막판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악시오스는 5일 양측이 파키스탄과 이집트 등을 통한 간접 협상에서 우선 45일간 휴전한 뒤 종전 협상으로 넘어가는 2단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통행 문제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처리 방식이 최대 쟁점으로 남아 있어 시한 내 타결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 격추 뻔한데 ‘저고도 비행’ 왜?…트럼프의 황당 전략, 진짜 이유는? [밀리터리+]

    격추 뻔한데 ‘저고도 비행’ 왜?…트럼프의 황당 전략, 진짜 이유는? [밀리터리+]

    지난 주말 미군 한 명이 이란 한복판에서 실종됐다가 극적으로 구출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전쟁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의 비판이 나왔다. 백승훈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6일 YTN ‘뉴스 START’에 출연해 현재 이란에서의 미군 상황과 관련해 이 같은 지적을 내놨다. 백 연구원은 “일반적이라면 미국의 전략은 대규모 폭격을 통해 고정 시설을 공격하고 이후 지상군을 파견해 위험 요소들을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지상군은 전혀 준비돼 있지 않다 보니 무리하게 공중전으로만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미군은 1만 개 이상의 타깃을 파괴했기 때문에 더는 때릴 것도 없는 상태에서 군사 작전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란을 압박해야 하니 A-10 공격기와 아파치 헬기를 이용해서 일일이 저고도로 날아서 공격하는 작전을 수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헬기가 저고도로 날면 아무리 뛰어난 공군 전력이라 해도 피격 위험이 높아지는 탓에 이러한 작전을 잘 도입하지 않는데도 미군이 해당 작전을 수행한 것은 지상군을 파견할 만한 계획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백 연구원의 주장이다. 그는 “우리가 봤던 2003년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8개 보병사단, 7개의 보병사단, 각각 10만, 11만 규모의 지상군 파견을 통해 방공망을 완벽하게 형해화했지만 현재는 이러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백 연구원은 “이란의 영향력이 많이 약화한 상황인 것은 맞다. 하지만 미 전투기 등이 격추된 것은 미군이 지금까지 (다른 전쟁에서) 해 온 작전과는 다른 무리한 공습 작전, 공군력만 이용한 작전을 펴다 보니 위험에 노출되고 A-10 공격기와 F-15 전투기가 격추되는 상황에 온 것”이라면서 “이것은 미국의 실책이라고 분석하는 게 적확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실종 미군 구출했지만 싸늘한 여론, 왜?트럼프 대통령은 실종된 미군을 적진 한복판에서 성공적으로 구출한 작전을 두고 자화자찬을 쏟아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미군 전투기가 이란군에 의해 격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데다, 그동안 미국은 이란의 제공권을 장악했다고 주장해 왔지만 실상은 이와 달랐기 때문이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상공의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주장과 난공불락의 허울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란에는 더 이상 해군도 없고, 공군도 없고, 대공 방어 체계도 없다”고 주장한 반면, 이란은 F-15E 전투기를 격추한 당일 남부 케슘 섬 인근에서도 A-10 워트호크 공격기를 격추하며 여전히 대공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과시했다. 더불어 이란은 미군의 첨단 드론 3대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미군 실종 사태는 자칫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시나리오’에 대형 악재가 될 뻔한 위기였다. 이란이 실종 미군을 생포했다면 미국과 종전 협상에서 강력한 카드로 사용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미국 내에서 여론이 좋지 않은 이란 전쟁에 대한 반대 여론에 불을 지펴 트럼프 대통령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위험도 있었다. 사실상 이번 미군 구출 작전을 두 실종됐던 미군 장교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마저도 건져낸 작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협상 기한 또 연장한 트럼프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 기한을 또다시 연기했다. 개전 이후 벌써 3번째 기한 연기다. 앞서 그는 지난달 21일 이란에 48시간 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발전소 시설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가 지난달 23일 종전 협상을 이유로 5일간 유예했다. 이후 시한이 임박하자 지난달 26일 공격 유예를 열흘 연장한 미 동부 시간 기준 4월 6일 오후 8시로 제시했으며, 이날 하루를 다시 연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별다른 설명 없이 “미 동부 시간 화요일(7일) 오후 8시!”라고 적었다. 이는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했던 최후통첩 기한인 현지 시간 기준 6일 오후 8시(한국 시간 기준 7일 오전 9시)를 24시간 미루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도 “만약 화요일 저녁까지 (이란 지도부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그 나라는 발전소도, 다리도 모두 무너져 내릴 것”이라며 협상 시한을 7일로 제시했다.
  • 로마의 오물을 삼키던 입, 천 년의 ‘심판관’이 되다 [한ZOOM]

    로마의 오물을 삼키던 입, 천 년의 ‘심판관’이 되다 [한ZOOM]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조가 앤 공주에게 장난을 치기 위해 ‘진실의 입’에 손을 넣는 장면이다. 로마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in Cosmedin) 한쪽 벽면에는 땡볕 아래에서도 여행자들이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줄은 쉽사리 줄어들지 않는데도 여행자들은 기다리는 내내 천진난만한 표정을 잃지 않는다.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지름 1.50m의 거대한 대리석 가면 입 속에 손을 집어넣기 위해서다. ‘진실의 입’(Bocca della Verità)이라고 불리는 이 대리석 판이 유명해진 것은 1953년 개봉한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 1929~1993) 주연의 영화 ‘로마의 휴일’ 덕분이다. 주인공 조(그레고리 펙)가 앤 공주(오드리 헵번)에게 ‘거짓말쟁이가 입에 손을 넣으면 손이 잘린다’는 전설이 있다고 말한 다음 직접 손을 넣었다가 마치 손이 잘린 것처럼 비명을 지르고, 그 모습을 보며 당황하는 앤 공주에게 조가 다시 멀쩡한 손을 내밀며 장난치는 장면이 등장한다. 사실 이 장면은 대본에는 없는 그레고리 펙의 즉흥 연기였다고 한다. 그런데 오드리 헵번이 실제로 당황하는 반응과 천진난만한 미소가 너무도 자연스러워 영화사상 가장 유명한 장면 중의 하나가 됐다. 어느덧 7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여행자들은 조와 앤 공주처럼 설레는 표정으로 무시무시한 전설이 전해오는 진실의 입에 손을 넣을 수 있는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이 대리석 판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조금은 지저분하고 한편으로는 서늘한 반전의 역사가 숨겨져 있다. ‘진실의 입’은 사실 로마 시대 하수구 뚜껑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가설에 불과하며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역사적 근거는 부족하다. ●오물을 처리하던 ‘신의 얼굴’ 일부 학자들에 따르면 이 거대한 대리석 판의 정체는 고대 로마 시대에 하수도 뚜껑이었다고 한다. 물론 이를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역사적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 주장 역시 하나의 가설로 다뤄진다. 현재는 신전의 장식물이었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게 인정되고 있다. 당시 로마는 세계 최초로 하수도 시스템을 구축한 혁신적인 도시였다. 비가 오면 도시의 오물이 빗물과 함께 하수구로 빠져나가는데 이 대리석 판에 뚫려 있는 눈, 코, 입 부분이 바로 배수구 역할을 했다. 시간이 흘러 신의 얼굴을 한 하수구 뚜껑은 중세 시대에 이르러 ‘거짓을 판단하는 입’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을 얻게 됐다. ●심판관이 된 하수구 뚜껑 로마 제국이 멸망한 뒤 혁신적이었던 하수도 시스템은 사람들에게 잊혀갔다. 덩그렇게 놓인 신의 얼굴을 한 대리석 판을 보며 사람들은 새로운 활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시 판관들은 대리석 판이 가진 ‘신의 형상’을 심리적 고문 도구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대리석 판 뒤편에 칼을 들고 있는 집행인을 숨겨 두었다가 유죄가 확실시되거나 자백이 필요할 때 실제로 칼을 휘둘러 손을 잘랐다. 배수구 역할을 하던 대리석 판의 눈, 코, 입은 피고인에게 공포를 심어주고 감시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구조였다. 그렇게 오물을 흘려보내던 구멍은 인간의 피를 흘려보내는 구멍으로 변모했다. ●심판관에서 낭만의 공간으로 시간이 흘러 법률 체계가 강화되고 과학 수사가 도입되면서 진실의 입과 그 뒤에 자리했던 서슬 퍼런 칼날은 심판관의 자리를 내어주었다. 오드리 헵번의 환한 미소는 오랜 시간 유물로만 남아 있던 진실의 입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었고, 잔인한 전설은 순식간에 로맨틱한 서사로 뒤바뀌었다. 차가운 대리석 입술에 손을 밀어 넣으며 약간의 두려움과 함께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거짓된 정보로 남을 속이고 신뢰를 무너뜨려 사회 시스템을 망치는 이들은 과연 당당하게 이 입술에 손을 넣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언젠가 이 거대한 하수구 뚜껑이 더 이상 진실을 판별하는 역할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오기를 감히 꿈꿔보았다. 70년 전 흑백 필름 영화 속 앤 공주처럼 모두가 진실된 마음으로 서로 믿으며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분 좋게 기다려 보기로 했다.
  • 여주에서 가장 특별한 산책, 남한강 출렁다리 [두시기행문]

    여주에서 가장 특별한 산책, 남한강 출렁다리 [두시기행문]

    남한강 위를 가로지르는 여주 남한강 출렁다리는 단순한 보행교를 넘어 여주의 자연과 체험을 하나로 이어주는 공간이다. 신륵사 관광지와 금은모래 일대를 연결하는 이 다리는 길이 약 515m의 보행 전용 현수교로, 강 위를 직접 걷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다리 위에 오르면 시야가 넓게 열리며 남한강의 흐름과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부 구간에는 투명 바닥이 설치돼 있어 강 위를 걷는 듯한 색다른 감각도 느낄 수 있다. 특히 강 위를 유유히 오가는 황포돛배는 이곳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풍경이다. 전통 운송선을 재현한 유람선으로, 강을 따라 이동하며 신륵사와 출렁다리를 바라보는 경험은 색다른 시선을 만들어낸다. 출렁다리의 매력은 단순한 조망에서 그치지 않는다. 신륵사에서 시작되는 길은 자연스럽게 강 위를 건너고, 금은모래 캠핑장 방향으로 이어진다. 이 구간은 남한강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잘 정비돼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코스다. 약 6km 이어지는 강변 길은 공원과 문화 공간을 함께 지나며, 여유롭게 걷기 좋은 트레킹 코스로도 알려져 있다. 해가 지면 출렁다리는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조명과 미디어파사드가 더해지며 강 위에 빛이 퍼지고, 낮과는 전혀 다른 감각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낮에는 시원한 개방감이, 밤에는 빛과 음악이 어우러진 장면이 각각의 매력을 완성한다. 산책을 마무리할 즈음이면 주변 볼거리와 먹거리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신륵사 일대에는 여주 박물관과 도자문화 공간들이 자리해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고, 강변을 따라 카페와 휴식 공간도 이어진다. 식사는 신륵사 관광지 인근에서 즐길 수 있는데, 쌈 보리밥 정식이나 여주 쌀밥 한정식, 남한강에서 잡은 민물 매운탕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강변 전망을 바라보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들도 자리하고 있어 여행의 여운을 천천히 이어가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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