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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화 ‘잠깨는 산’

    최근 나온 ‘잠깨는 산’은 아이들에게 여러가지를 느끼게 해준다.동승(童僧)의 이야기나 월남전 참전용사로 고엽제후유증을 앓는 아저씨의 이야기는아이들의 영감을 일깨워준다. 책 제목이기도 한 ‘잠 깨는 산’은 산속 절에 사는 아기스님과 화가의 이야기.지루한 일상에 지친 아기스님은 어느날 화가를 따라 서울로 가겠다고불쑥 말을 꺼낸다.어릴 때 어머니를 잃고 정에 굶주리며 살아왔던 화가는 아기 스님이 남같지않다.그러나 막상 떠날 날이 되자 아기 스님은 망설인다.“숲속의 다람쥐와 토끼,가재 등 겨울잠을 자고 일어나면 내가 아무런 인사도없이 떠나버린 것을 알면 섭섭해할 것 같아서…”라는 게 이유. ‘우리 동네 김상사’는 월남참전용사의 입을 빌어 전쟁의 참상을 전해준다. 또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해준다. 초등학교 5,6학년을 위한 책.문공사 6,000원. [허남주기자]
  • 이 가을 영혼을 살찌우는 책들

    가을이 깊어가는 가운데 마음을 살찌우는 책들이 잇따라 출간돼 관심을 모은다.‘나를 찾아가는 여행’,‘빵장수 야곱의 영혼의 양식’,‘인생으로의두번째 여행’등이 그것. ‘나를…’은 소설형식으로 다람쥐 쳇바퀴돌 듯 바쁜 일상사에 함몰된 ‘회사인간’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준다.회사만이,일만이 인생의 전부는아니라고….일에 찌든 유명변호사가 갑자기 혈압으로 쓰러진 다음 새로운 인생을 찾아 인도여행을 떠나 그곳에서 얻은 지혜를 전해주는 형식으로 되어있다.▲푸른 정원 ▲아름다운 꽃 ▲붉은 등대 ▲거대한 일본 스모선수 ▲황금 스톱워치 ▲노란 장미의 향기 ▲꼬불꼬불한 길 등의 상징을 제시하고 현실을 극복하는 마음의 힘에 관해 설명한다.로빈 샤르마 지음,산성미디어 펴냄.값 7,800원. ‘빵장수 야곱…’은 10년전 출간되어 화제가 된 명상에세이의 후속서.노아 벤샤가 지은 이 책은 가난하지만 경건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빵장수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본다.여기에는 ‘어떤 질문에도 첫째 가는 가장 현명한대답은 침묵이다’,‘지혜로운 사람은 어디서나 교사를 만난다’,‘다른 이들에게 항구를 제공해줄 때 우리 자신의 풍랑이 가라앉는다’등의 지혜가 담겨 있다.김영사 펴냄.값 6,900원. ‘인생…’은 ‘30대 이후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16가지 이야기’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중년에 다가서거나 중년에 들어선 사람을 위해 정신분석학자가 쓴 책이다.‘젊고 멋지고 용감한 왕자가 늙어 대머리가 되고 공주가 중년의 위기에 처하면 어떻게 될까’를 주제로 삼아 갖가지 얘기를 전개한다.알렌 치넨 지음,황금가지 펴냄.값 8,000원. 박재범기자
  • 가평 유명산 휴양림 ‘별장’ 안내

    하얀 유령같은 아침 안개가 숲속에서 흩어진다.안개에 가려 있던 단풍이 아침 햇살에 영롱하게 빛난다.붉은 햇살은 단풍을 더욱 붉게 물들인다.유명산의 아침 단풍은 자연예술의 위대함을 말없이 전해준다.숲은 이같이 계절의변화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다.숲속에 있는 산새들의 합창은 교향악단의 연주만큼 감동적이다.다람쥐는 도토리를 먹어치우지만 가을에 도토리를 저장했다 잊어버려 새로운 참나무가 태어나도록 한다.숲속에서는 이처럼 수많은 작은 드라마가 펼쳐진다.현대문명의 편리함을 잠시 접어두고 숲속의 다양한 드라마를 즐겨보면 어떨까.숲속의 통나무집은 자연의 드라마를 만끽할 수 있는멋진 ‘객석’이다. 통나무집은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대부분 자연 휴양림 속에있는 70여곳의 통나무집이 전국에 흩어져 있다.도시의 콘크리트문화에 찌든현대인들에게는 지친 영혼을 달래줄 수 있는 소중한 휴식의 공간이다.여름에는 통나무집에 머물며 휴양림에서 삼림욕을 할 수 있다.가을에는 단풍으로절정에 이르는 가을 정취에 흠뻑 빠질 수있다.만추의 낭만은 연인들에게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눈덮인 겨울에는 가족들의 겨울여행으로 알맞다. 서울에서 멀지않은 경기도 가평의 유명산 휴양림.붉게 타오르는 단풍 속에통나무집들이 수줍은듯 숨어 있다.창 끝처럼 날카로운 황금빛 가지를 자랑하며 쭉쭉 뻗은 낙엽송들은 경호원처럼 통나무집을 지키고 있다. 통나무집 주변에 나타난 다람쥐들은 마지막 겨울 준비에 바쁘다.숲속을 흐르는 작은 개울에는 송사리떼가 한가롭게 노닌다.개울의 물소리와 산새들의지저귐은 멋진 화음을 만들어낸다.유명산에도 자연의 드라마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유명산 자연 휴양림 속에는 22동의 통나무집이 4개지역으로 나뉘어 있다.크기는 7평에서 16평까지 다양하다.청설모·다람쥐·꽃사슴·꾀꼬리·소쩍새·오소리·반달곰 등 새와 짐승의 이름을 딴 통나무집 이름이 정겹다. 가장 규모가 큰 반달곰집(16평)은 거실·방·부엌·욕실·베란다 등으로 구성돼 있다.8평 크기의 종달새집은 방 하나에 싱크대가 붙어 있고 미니 2층도 있다.난방은 기름 보일러나 전기온돌로 한다.냉장고와 TV도 준비돼 있다. 반달곰집 거실에는 난로가 있어 운치있는 분위기를 낼 수 있다.베란다에서바라보는 가을 산은 세파의 고단함을 잠시 잊게 한다. 유명산의 경우 난시청 지역이라 TV가 잘 안나온다.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TV가 잘 안나오는 것에 가장 큰 불평을 한다고 관리소 관계자가 들려준다.왜많은 사람들은 자연속에 들어와서도 TV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할까.집에서 늘 보던 TV 드라마를 잠시 잊고 자연의 드라마에 몰입하면 얼마나 좋을까. 종달새집에서 하루밤을 지낸 김성필(35)씨는 멋진 자연의 드라마를 체험할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물소리만 들리는 밤의 침묵과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이 연출하는 숲속의 향연은 환상적이었습니다.서울에서 우리들이 얼마나 시끄럽고 거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새삼 느꼈습니다.”세살짜리 아들 손을 잡고 종달새집을 떠나는 세식구의 모습은 정겨웠다.그러나 멀어져가는 그들의 발거름은 웬지 조금은 무겁게 느껴졌다.다시 고달픈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는 길이기 때문일까. 유명산(경기도 가평) 이창순기자 cslee@* 유명산 휴양림 이용안내 ?예약 및 이용 주말에는 대부분 빈 집이 없어 예약을 해야한다(평일에는 여유가 있음).일반적으로 매월 20일부터 전화로 다음달 사용할 집을 예약.예약만하고 오지 않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예약후 사용료의 온라인 입금을 요구하는 곳이 많다.보통 사용기준은 당일 오후 2시부터 다음날 오후 1시까지(1박일 경우).취사도구(가스 레인지 등)와 식기류는 사용자가 준비.침구류는제공. ?사용료(유명산 통나무집 1박기준) 7평형 1만8,000원,8∼9평형 4만원,10∼14평형 5만원,16평형 6만원.다른 지역의 가격도 보통 3만원에서 6만원 사이. 여름을 제외하고 평일에는 30∼50% 할인하는 곳이 많다.
  • 남산공원‘야생동물의 낙원’…현재 59종 서식

    서울의 한복판 남산이 야생동물들의 낙원으로 바뀌고 있다. 19일 서울시와 남산공원관리소에 따르면 현재 남산공원에는 고라니와 솔부엉이를 비롯해 다람쥐,들쥐,조류 등 모두 59종의 야생동물이 살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중인 ‘남산공원 야생동물 증식사업’에 따라 지난 6월 처음방사된 고라니 4마리는 당초 우려와 달리 남산 생태계에 잘 적응하고 있는것으로 조사됐다. 남산공원관리소는 앞서 지난 5월 서울대공원 인근 청계산에서 채취한 산개구리와 도롱뇽 알 수백개씩을 방사했고 야외식물원 연못에는 흰뺨검둥오리새끼 12마리를 풀어놓았다. 관리소는 흰뺨검둥오리 새끼가 아무 탈없이 잘 자라자 8월에는 한국조류협회의 협조를 받아 청둥오리를,지난달 14일에는 솔부엉이 7마리를 방사했다. 솔부엉이는 서대문구 신촌동과 성북구 장위3동,국방부 영내 등지에서 부상당한 상태로 구조된 것들로 방사후 빠른 적응상태를 보이고 있다. 관리소는 야생동물이 이처럼 늘자 이들의 서식환경을 알맞도록 가꿔주기 위해 공원내 모든 지역에 걸쳐 귀화식물을 제거했고 자연학습장 주변에 생태연못도 만들었다. 19일 공원을 찾은 시민 이승혜(서초구 서초동)씨는 “서울 한복판의 야산에서 야생동물들을 관찰할수 있다는게 신기하다”면서 “아이들도 동물원이나식물원의 꽉 막힌 공간에서 관찰하는 것보다 훨씬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제형(李濟炯) 남산공원관리소장은 “멀지않아 남산을 찾는 시민들이 각종야생동물들의 뛰노는 모습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야생동물들의 겨울나기를 위해 대형 전기히터를 설치하고 냇물 결빙으로 마실 물이 부족하지않도록 물받이통도 달아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창동기자 moon@
  • [집중취재 이것이 문제다] 어문 정책

    언어정책이 실종됐다.9일 훈민정음 반포 553돌 한글날을 맞았지만 외래어표기는 물론 맞춤법의 혼선이 가시지 않고 있다.외래어 표기를 위한 변변한회의조차 열리지 않고,학자들은 한자병기 등 해묵은 논쟁만 다람쥐 쳇바퀴돌듯 거듭하고 있다. 미처 순화되지 않은 각종 외래어가 판을 치고 공공기관이나 언론매체 등은우리말을 아름답게 가꾸기는커녕 국적불명의 언어를 남발해 오히려 국어환경을 오염하고 있다.더욱이 사이버시대를 맞아 PC통신상에서는 저속한 속어 등이 난무하고 있으나 정부나 전문가 등은 뒷짐만 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언어정책이 이처럼 ‘무정부상태’에 빠지게 된 것은 ‘언어에 대한 철학의 부재’탓으로 압축된다.최근 논란이 됐던 공문서 한자병용정책의 경우에서 보듯 문화관광부는 공청회 한번 열지 않고 중요한 정책결정을 내리기 일쑤다.정책 결정권자의 즉흥적 판단이 어문정책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말은 이같은 정책결정 과정의 난맥상 말고도 갖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정보화시대에 걸맞는 말과 글의 체계수립 ▲남북한 언어의 통일 ▲로마자 표기법 개정이나 외래어 표기문제 ▲순수 국어의 순화 등.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맞춤법을 쓰는 이의 편에 서서 쉽게 고쳐야 할것으로 지적된다.맞춤법 하면 어렵고 비현실적이라는 게 일반인의 인식이다. 문화관광부 자문기구인 국어심의회의 전위원 정재도씨는 “89년의 ‘읍니다’ ‘습니다’의 개정이 국민들에게 엄청난 혼란과 부담을 주었다”며 “이런 사례들이 되풀이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외래어와 외국어 표기의 방치는 더욱 심각하다.미국식 영어가 우리 생활에자리잡은 지 오래다.식자층일수록 미국발음의 외국어를 선호한다.지난해에는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어처구니없는 주장까지 제기된 바 있다. 외국·외래어가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오지만 이를 거르는 장치가 전무하다시피 하다.정부-언론 외래어심의 공동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으나 1년에 몇 차례 형식적으로 열었다가 아무 성과없이 끝난다. 양사겸 한글사 대표는 “지난 40년에 만들어진 외래어표기법이 6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마자 표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84년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을 앞두고졸속 제정된 표기법을 그대로 쓰고 있다.당시 장모음과 영어 ‘아’와 ‘어’의 발음을 모두 ‘어’로 통일시켜 40년대에 만든 안으로 되돌려 놓았다. 문화부 산하 기관인 국립국어연구원에서 이달 중 개정안이 나올 예정이지만큰 기대를 걸 수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그러면 우리말을 아름답고 풍부하게 가꾸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무엇보다 정부와 국민들의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쉽고 아름다운 말을 많이 개발하고 정부와 언론,특히 방송이 국어순화에 앞장서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연구자들은 항상 예산타령만 늘어놓고 있다.물론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국어정책을 총괄하는 문화부 국어정책과의 올해 예산은 겨우19억여원이고 문화예산이 정부예산의 1%에 이르는 내년에도 29억원에 불과해 문화부 전체예산에 비하면 그야말로 쥐꼬리 수준이다.전문인력을 키우고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하기에는 태부족인 액수다.지난 91년에 설립된국어연구원의 올해 예산도 3억∼4억원에 불과하다.일본은 우리의 100배 이상이다. 그러나 작은 희망의 불빛이 보이고 있다.국어연구원이 92년부터 7년간 준비해 9일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 첫권은 국가가 어문정책에 이제야 눈을뜨고 있음을 보여준다.문화관광부도 지난해 ‘21세기 세종계획’이란 이름의 정보화 10년 계획에 나섰다. 인하대 김문창 교수는 “우리말과 글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하려면 정부와언론이 앞장서 말을 갈고 닦아야 한다”면서 “세계화하되 우리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홍기자 hong@ -외국의 어문정책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기말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이들 나라는 ▲관련 정부부서를 설치해 예산 및 인원을 충분히 배치하며 ▲새로운 용어 등을 자기 식으로 바꿔 표현함으로써 정체성을 지키고 ▲정부가말 보호에 앞장서는 등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이런 노력이 두드러지는 나라로는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 등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자기말 보호’에 가장 적극적인 프랑스는 영어로부터 말을 지키는데 주력하고 있다.생활용어는 물론 웬만한 전문용어도 프랑스말로 바꾼다.예컨대 컴퓨터는 ‘오르디나퇴르’,데이터는 ‘다타’,나토는 ‘OTAN’,에이즈(AIDS)는 ‘SIDA’로 쓴다.말의 이같은 토착화를 위해 프랑스학술원에 대통령직속기구인 프랑스어 정화위원회를 두고,매주 회의를 열어 영어로 된 신규용어를 프랑스어로 바꾼다.회의에는 대통령도 자주 참석한다. 지난 76년 프랑스어 정화법을 제정,일상생활에서 프랑스어가 있음에도 외국어를 사용할 경우 단어 1개마다 2만프랑의 벌금을 물린다. 프랑스어권인 캐나다 퀘벡주 역시 지난 88년 언어정화법을 마련하고 사복언어경찰을 편성,영어를 쓸데없이 많이 쓰는 사람에게 벌금을 물린다. 독일은 프랑스보다 한술 더 뜬다.영어는 물론 프랑스어도 전혀 쓰지 않으려 애쓴다.전화인 텔레폰의 경우 ‘페른 스프레이허’로,음운론(音韻論)인 ‘포노롤지’는 ‘소리학’이란 뜻의 ‘라흐트레흐어’로 바꿨다.독일은 이런자국어 지키기를 16세기부터 추진해왔다.이런 노력 덕분으로 300여년이 지난요즘 철학 의학 용어는 독일어가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 역시 영국식 영어인 ‘퀸즈 잉글리시’를 보호하는 정책을 시행하고있다.책 등에서 미국식 영어가 나오면 이를 영국식으로 ‘번역’한다. 미국과 일본 또한 유럽에 못지않게 관심을 기울인다.미국은 공영방송에서사투리를 쓰는 사람은 즉각 ‘퇴출’된다.일본은 ‘세계의 모든 언어를 받아들이되 발음은 일본식으로 한다’는 대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중국도 중국식을 주장한다.비틀즈의 경우 ‘더벅머리 네명’이란 뜻의 ‘披四頭’(피스두)로,택시는 ‘돈을 주고 빌리는 차’란 의미의 ‘小租車’로쓴다.미니스커트는 ‘그대를 유혹하는 치마’라는 뜻의 ‘美니裙’(미니췐)으로 옮긴다. 박재범기자 jaebum@
  • [대한광장] 송아지

    해인사는 ‘삼국사기’에 신라 애장왕 3년(AD 802)에 창건됐다고 기록돼있습니다.지금도 해인사 주변 여러곳의 이름이 창건때의 인연담으로 전해오고 있습니다.‘오가리’란 곳은 옛날에 감옥이 있던 터라 하고 ‘삼정’은삼정승이 살았던 곳,‘마장’은 말을 먹여 키우던 곳이라고 합니다.원당암은왕이 머물면서 해인사 불사(佛事)를 독려하던 곳이라고도 합니다. 20여년쯤 된 얘기입니다.하루는 성철 큰스님께서 “마장에 한번 가보자”고 하셨습니다.백련암에서 10리는 족히 되는 거리인데 다녀오자고 하신 것입니다.“길도 먼데 왜 가시려고 하십니까?” 물으니 “백련암에서 빤히 보이는마을이니 사람들이 어찌 사는지 한번 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스님을 모시고 마장에 도착하니 큰스님이 오셨다고 마을주민들이 나와 있었습니다.스님은 이집저집 둘러보시며 세상살이에 대해 물어보시기도 하고 꼬마들 볼을 잡아당겨 울리기도 하면서 살펴보셨습니다.20년이 넘는 세월 저편에서의 마장마을은 정말 움막집이나 다름없는 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렇게둘러보시고 백련암에 돌아오셔서 “마장,마장이라 해서 어떤 마을인가 둘러보았는데 그렇게 못 사는 동네인지는 몰랐다”고 하시며 안쓰러워하셨습니다.며칠이 지나 맏사형인 천제스님을 부르시더니 “그 아무개한테 부탁해 힘이 되거든 송아지 10마리를 마장을 위해 사주라고 해라”고 말씀하셨습니다.그렇게 해서 마장에 송아지 10마리가 생겼습니다.그후 설이나 추석명절이 되면 스님뜻에 따라 내복을 모아 깨끗이 빨아 갖다주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하는데 한 해는 마을대표되는 분이 “스님,우리마을은 이제 스님들께 헌 내복을 얻어 입지 않아도 될 만큼 됐으니 그만 수고하십시오”라고 하였습니다.집에 돌아와 생각하니 “헌 내복을 준다고 마을사람들이 자존심을 상했나?” 싶어 다음 명절때부터는 신도님들이 가져다주는 내복들을입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 두었다가 주니 말없이 잘 받았습니다. 그렇게 또 몇 년이 흐른 어느 해,마을대표가 “스님,이제 정말로 우리 마을은 백련암에서 내복 얻어 입지 않아도 되는 마을이 됐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 해 더는 어쩌지 못하고 내복 선물을 중단했습니다. 그렇게 못 살던 마을이 어떻게 그렇게 잘 살게 됐을까 하고 탐문을 해보니,마장이 마침 고랭지 채소 재배적격지로 알려지면서 마을사람들이 고랭지 채소 재배에 손대면서 생활이 넉넉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아,그랬었구나.고랭지 채소가 마장을 넉넉하게 만들었구나” 생각하고 큰스님께 “마장도 이제 부자가 되었답니다.고랭지 채소 재배로 집집마다 TV도 사고 한답니다”고 말씀드리니 “그럼 내 송아지는 우째 되었노? 그래,그래.지지리도 못살던 사람들이 잘 살게 됐다니 듣기 반가운 일이라”고 하시며좋아하셨습니다. 마장도 세월따라 변화를 거치며 발전했습니다.지금도 마장마을에서는 고랭지 채소 재배는 하고 있지만,안개꽃 재배가 붐을 이룬 때도 있고,이제는 장미나 난초촉·백합 등을 키우는 화훼단지로 발전했습니다.변한 것이 있다면옛날 마장사람들은 해인사에 고마워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은 자기들 사업수완만 믿지 절에 대해 고마워하는 생각을 덜하는 것 같습니다.앞서 해인사 주지소임을 맡으셨던 스님들 가운데 나중에 해인사가 부자되라고 잣나무를 마장주변에 많이 심었습니다.나무들도 무럭무럭 자라나 잣도 많이 달리게 됐습니다.그러나 이제는 잣이 아무리 많이 열려도 그것을 딸 사람이 없습니다.제가 출가할 당시만 해도 남보다 잣을 한 송이라도 더 따려고애쓰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높은 잣나무는 올라가지 못하겠다는 것입니다.다른 벌이도 많은데 위험한 일은 안해도 된다는 것입니다. 풍요가 사람 마음을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따지 않으니 그대로 여물어 떨어지면 청설모나 다람쥐가 한 입안 가득 넣고 양 볼을 쉴새없이 볼록이며 먹는 장면을 가을이면 쉽게 목격합니다.마장마을의 변화와 잣나무의 어제와 오늘을 보면서 우리가 미래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새삼 깨우치게 합니다. [圓澤 조계종 총무부장]
  • 건국대 신복룡교수 ‘한말 외국인 기록’ 선집 19권 출간

    한 정치학자가 30년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근대 이후 조선을 방문한 서양인들의 기록을 집대성,출간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주인공은 건국대 정외과신복룡(申福龍·57)교수.신교수는 집문당에서 ‘한말 외국인 기록’ 선집(전19권)을 출간한다.14권은 이미 출간됐고,나머지는 금년 여름방학 무렵에 출간될 예정이다.‘선집’에는 기록물 몇 종을 묶어서 한 권으로 엮은 것도 더러 있어 ‘선집’에 포함된 기록물 종 수는 모두 22종. 이번에 신교수가 출간한 ‘선집’은 서세동점이 시작된 18세기부터 일제강점기 사이에 우리나라를 찾아왔던 서구의 여행자·선교사·의사·탐험가·외교관·화가 등이 남긴 기록 가운데서 학술적 가치가 있는 22종을 골라 신교수가 번역·주석하여 출간한 것이다.신교수는 “이 기록들은 당시의 역사를현장에서 목격한 인물들의 1차사료라는데 의의가 있다”며 “당시의 역사·민속·종교·정치·외교 등 사회제도와 음악·미술·의학,심지어는 동물상이나 식물상을 이해하는데도 귀중한 사료”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가 외국인들의한국방문 기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60년대말 건국대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근대정치사를 공부하면서 한말 외국인들의 기록을번역하면서 부터다.73년 첫 작품으로 ‘대한제국멸망사’(H.B.헐버트)를 출간한 이후 신 교수는 꾸준히 이 일에 매달려 왔다.신교수는 그간 작업의 ‘고통’ 가운데 하나는 “촌철살인처럼 묻어나오는 필자들의 백색우월주의와그들의 눈에 비친 비하된 조선인의 모습”이었다며 그러나 “그들이 역사현장의 증인이었고 우리가 보지못한 우리의 모습을 다른 각도에서 기록했다는점에서 참고 작업을 마쳤다”고 털어놨다. 신교수는 ‘선집’ 가운데서 헐버트의 ‘대한제국멸망사’,매켄지의 ‘대한제국의 비극’,그리피스의 ‘은자의 나라 한국’등 3권을 학술적 자료가치가 우수한 기록으로 꼽았다.선교사 헐버트는 고종의 요청으로 내한,육영공원의 교사를 지냈으며 헤이그밀사사건 때 밀사들과 헤이그까지 동행하기도 했던인물.1949년 이승만 박사의 초청으로 내한했다가 방한 1주일만에 별세,사회장으로 장례가 치뤄져 양화진 외국인묘지에 안장됐다.영국 ‘데일리 메일’의 극동특파원으로 한국을 방문,러일전쟁에 종군했던 매켄지는 뒤이어 두 차례나 방한,의병활동과 3·1의거를 취재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대한제국의비극’‘한국의 독립운동’을 출간하였다.미국인 그리피스는 자연과학도로고조선 이후 ‘을사조약’까지의 통사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신교수는 미국외교관 출신으로 고종의 정치고문을 지낸 샌즈의‘조선비망록’,화가출신의 새비지-랜도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 또스페인의 저명한 사냥꾼 출신 베리만의 ‘한국의 야생동물’ 등을 들었다. 이 가운데 베리만은 1935년 방한,2년간에 걸쳐 조류만도 380종 이상을 포획해 갔는데 이는 당시 조류학자이던 창경원장이 파악한 350종 보다도 많은 종수다.베리만이 포획해간 조선산 야생동물들은 현재 스웨덴 자연사박물관에서보관중이다.신교수는 “베리만이 조선 전국의 산야를 다니며 시라소니·매·멧돼지·부엉이·날다람쥐·영양 등을 직접 포획하면서 기록한 그의 저서는 당시 조선의 식생·동물학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것”이라며 이번에 출간한 ‘선집’이 근대제도사·생활사·예술사 등 관련학계에서 적극 활용되기를 기대했다. 정운현기자 jwh59@
  • [굄돌] 솔잎혹파리처럼

    솔잎혹파리가 지나가고 나면 숲 전체가 잿빛으로 타들어가 처참하기 이를데 없다.그러나 솔잎혹파리 못지 않게 숲이나 산을 휩쓸어가는 무서운 존재가 있다.바로 인간의 손이다.필요한 것이라면 닥치는 대로 뽑아가고 꺾어가고 주워가는 데에는 계절이 따로 없다. 봄이나 여름에는 산나물 뜯으러 오는 사람들로 산은 몸살을 앓는다.그 일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까지는 그렇다 해도 요즘은 산채관광이라는 상품까지 생겨 산마다 사람들을 풀어 놓으니,산에서 나물 찾아보기란 도심에서 별보기만큼 어려워져 간다는 말도 그리 과장은 아닐 것이다.가을에는 밤이나 도토리때문에 또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데,그냥 재미삼아 한두 개 줍는 게 아니라나무를 뒤흔들어 덜 여문 것까지 싹쓸이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심지어 인간의 손이란 배고프지 않아도 그 위력을 발휘하곤 한다.검고 예쁜 돌이 많기로 유명한 어떤 해수욕장에서는 피서객들이 돌을 하도 주머니에넣어가는 바람에 종일 사람이 지키고 서 있어야 할 정도라고 한다.머지 않아 그 해변에서 검은 잔돌을 구경할수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흔히 개미나곤충을 지구의 청소부라고 부르지만,인간의 싹쓸이 실력이 이쯤되면 개미들도 두 손 들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청소란 싹쓸이가 아니다.있어야 할 것은 제 자리에 남겨두고 없어야 할 것을 깨끗하게 치우는 일,그것이 제대로 된 청소일 것이다.인간이 지나가고 난 자리에는 과연 무엇이 남는가.쓰레기와 폐허뿐이다.있어야 할 것은씨가 마르고 없어야 할 것만 가득한 숲을 보며 나는 솔잎혹파리가 지나간 폐허를 떠올린다.예쁘고 좋은 것은 모두 쓸어다 아랫배와 주머니를 채우기에바쁜 인간의 손,그 부지런함은 결코 미덕이 아니다. 산나물은 산에서 좀더 자라 씨를 퍼뜨려야 하고,도토리의 얼마쯤은 땅 속에 묻혀 다람쥐의 양식이 되어야 한다.저 남쪽 바닷가의 검은 잔돌들은 파도에 쓸려 차르륵 차르륵 소리를 내며 굴러다녀야 한다.거기가 원래 그들의 자리다. 나희덕 시인
  • ‘황금 박쥐 동면’ 다큐 방영 한때 ‘자연파괴’ 논란 빚어

    멸종위기동물 1호인 붉은 박쥐(일명 황금박쥐)를 최초로 발견,화제가 됐던EBS의 자연다큐멘터리 ‘동면,생존의 비밀’이 드디어 방송된다.28일 밤 10시 40분. 이 다큐멘터리가 논란이 됐던 것은 동면중인 황금박쥐가 촬영용 조명으로인해 잠에서 깨어났다면 오히려 자연파괴가 됐을 것이란 비난때문이었다.그래서 다큐멘터리 제작중 공청회가 열리기도 했는데,동굴의 위치가 알려질 경우 자연훼손을 염려했던 EBS는 “겨울잠에서 박쥐가 깨어난 4월 말로 방송날짜를 잡았다”고 밝혔다. 동면은 겨울을 견디기 위한 동물들의 생존비결.박쥐는 1분당 600회의 심장박동 수를 단 10회로,체온을 32도에서 8도로 낮춰 신진대사를 최대한 줄이고동면 직전에 교미,새 생명까지 잉태한다.그외 개구리,자라,다람쥐와 뱀 등의 치밀한 동면 전략이 소개된다.또 이같은 전략에도 불구하고 천적으로부터의 자기방어에 실패,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생명의 신비로움이 소개된다.
  • [공직탐험]세무공무원의 꽃일선 세무서장 (6)

    세무서장 중에서도 지방서장은 일반 세무공무원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자리다.공직에 들어와 처음으로 나가는 단위기관장일 뿐더러 행정가로서 평가를받는 첫 자리기 때문이다. 현재 지방서장은 말단 공무원으로 출발,정년을 바로 앞둔 사람부터 고시 출신으로 갓 마흔을 넘긴 사람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이고 있다. 처음 서장으로 나가는 곳은 대부분 2급지 세무서.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군이나 소도시가 2급지다. 2급지 세무서장들은 주로 신참 서기관들이다.그러나 이들의 ‘위세’는 당당하다.기라성 같은 지역 기관장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물론 이들 기관장들과의 친교(親交)는 세무 활동에 긴요하다. 또 지역 유지들은 어떻게하면 이들과 친해질까 ‘궁리’할 정도다.일반 행정부처의 ‘신참 서기관’과는 비교가 안된다.그렇다보니 지방서장들이 가끔 ‘탈선’,물의를 빚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1월에는 세무서장 재직시 그 지역 건설업자로부터 5억여원을빌려 갚지않고 있던 전직서장 黃모씨가 구속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방세무서장들은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그들 나름대로의 보람이 작지 않다고 말한다. 9급 공채로 들어와 만 30년만에 지난해 3월 세무서장으로 발령을 받은 李在宇 충남 장항세무서장은 “전문지식은 물론 감정을 소화해내는 인내심도 필요하다”는 말로 세무서장의 애환을 대변했다. 국세청 본청 징세1계장을 하다 지난해 3월 강원도 태백세무서장으로 취임한 金鍾石서장도 “관사와 집무실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오가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행정고시(23회)출신으로 지난 1월 경남 밀양서장으로 첫 부임한 許章旭서장은 “본청은 기획업무를 주로 한다면 일선세무서는 현장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면서 “세무서장은 납세자의 눈과 마음이 돼야 한다”고 세무서장으로서 그 나름의 ‘철학’을 강조했다. 지방세무서 중에서도 ‘괜찮은’지역으로 알려진 제주세무서의 朴仲秀서장은 “일선세무서장은 세수 확보도 중요하지만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조언자 역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지역경제가 살아야 세수증대를 꾀할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 세무서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1급지인 서울시내 세무서장으로 출발한金浩起서대문서장은 “지방서장이 수도권 서장보다 더 많은 보람을 느낄 수있을 것 같다”며 지방서장직에 부러운 눈길을 보냈다.
  • [돋보기]판정시비 선수만의 잘못인가

    과연 선수만의 책임인가-.98∼99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선수가 심판에게 위협을 가한 불상사를 계기로 심판부에 대한 총체적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프로농구 초유의 사건은 7일 2쿼터까지 15점차로 뒤진 현대가 연장전 끝에4점차로 역전승한 현대―나산의 대전경기에서 일어났다.나산의 김병천은 3쿼터 후반 애매한 파울 판정에 항의하다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당하자 황순팔심판에게 주먹을 휘두르려다 동료들에게 제지 당한 것.나산이 즉각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김병천을 중징계하고 팬들에게 정중히 사과한데서 보듯 선수로서 해서는 안될 일을 저지른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실력은 갖추지 않은 채 권위에만 집착하는 심판부에 대한 불신이 파행적으로 불거진 것”이라며 유난히 잡음이 많았던 심판부의 자성과 정비의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올시즌에서 판정시비는 자질부족,고무줄 잣대 등 원론적 논란의 범위를 뛰어 넘어 ‘특정팀 죽이기’ ‘특정팀 봐주기’ 등의 충격적인 소문을 낳으며 끊임없이 이어졌다.최근에는 KBL 이사회에서 지난 시즌까지 대우 총감독이었던 최종규 심판위원장에 대한 자격시비가 일어 험악한 상황이 연출되기도했다.심판부에 대한 불신이 위험수위임을 말해주는 대목들이다. 전문가들은 불신을 씻어내기 위해서는 이사회가 심판 재임용권의 일부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 특정인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폐단을 막고 팀 관계자의 KBL임원 임용에 경과규정을 두는 등의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또 능력있는 아마추어 심판의 영입과 평가제도의 혁신도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휘청 거리는 휘슬을 선수와 팀에 대한 중징계만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판정시비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의 논란만을 되풀이 할 수 밖에 없으며 격전이 예상되는 플레이오프마저 무사히 치르기가 쉽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오병남 obnbkt@
  • 외언내언-황금박쥐

    하늘다람쥐나 날다람쥐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점프하는 활공비행이 특징이지만 박쥐는 자신의 비막(飛膜)으로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유일한 포유동물이다.시력이 약한 대신 초음파의 반사음을 귀신처럼 포착하기 때문에 수천 마리가 동굴을 빠져 나올 때도 서로가 부딪치는 일이 없다.어떻게자신만의 소리를 그처럼 정밀하게 감지할 수 있느냐는 문제는 지금도 수수께끼로 남아있다.예를 들어 박쥐가 발산하는 초음파음은 1초에 5만 사이클의진동수를 가진 반면 인간의 귀는 2만 사이클 이하의 소리밖에 청취하지 못한다.그래서 학자들은 박쥐의 원리를 응용하면 맹인도 ‘빠르게 진행되는 축구시합’ 등을 ‘소리로 볼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잠수함의 음파등(燈)에서나온 초음파가 물체에 부딪쳤다가 되돌아오는 초음파토치(횃불)가 그것이다. 한국생태계연구협회와 한국교육방송(EBS)은 전남 남부지역의 한 동굴에서‘황금박쥐’ 집단서식지를 발견하여 촬영에 성공했다고 한다.학명은 ‘붉은 박쥐’.암수 성비가 1대40이나 되어 숫자가 줄어드는 바람에 지난해 환경부가 멸종위기동물 1호로 지정한 바 있다.전체적으로 오렌지색에 가까운 금빛을 띤 이 박쥐는 서양에서는 주로 마녀나 악마의 상징으로 치부되어 요한 슈트라우스의 희가극 ‘박쥐’에서는 ‘박쥐박사’를 내세워 밤과 낮의 생활이 문란하고 낭비적인 귀족생활을 꼬집고 있다.그러나 동양에서는 주로 오복의 상징으로 경사와 행운을 나타낸다고해서 공예품이나 가구의 장식문양으로 자주 쓰인다.우리나라에서는 밤에만 활동하는 이중인격자,음흉한 자의 이미지가 있었으나 지난 70년대 어린이 TV만화 황금박쥐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정의의 사도로 인식되었다.당시 황금박쥐의 흉내를 내기 위해 엄마의 치마를 어깨에 펄럭이며 아이들이 담장에서 뛰어내리다 사고를 일으킨 예도 있다. 한강에는 겨울 철새가 8년 만에 세 배로 늘어나고 세계적 희귀종인 황금박쥐까지 등장한 것을 보면 우리의 생태계는 새 봄과 함께 활기찬 활동이 전개되리라는 상서로운 예감이 든다. 단순한 화제나 흥분에 그치지 말고 박쥐 발견 지역을 철저히 보호하고 보전하는등 자연이 자연스럽게 돌아갈 수 있도록 사람이 돕고 지켜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 [李世基 논설위원 sgr@]
  • ‘민중의 시인’ 김남주 추모 작업 다채

    70,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중심에 섰던 시인 김남주.오는 13일은 그가 48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한 지 5년째 되는 날이다.김남주 시인의 사망 5주기를맞아 다채로운 추모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김씨의 서간집 ‘편지’(이룸)와 미망인 박광숙씨의 수상집 ‘빈 들에 나무를 심다’(푸른숲)가 나온 데 이어 문학동네에서는 김씨의 서정시집 ‘낮달’을 12일에 펴낸다.또 시비(詩碑) 건립이 추진중이며 그를 기리는 문학기행도 예정돼 있다. ‘시인’이라기 보다는 ‘전사’를 자처한 광야의 선지자,비인간적인 이데올로기에 혁명의 순결성으로 맞선 민족주의자,분단시대의 철조망을 걷어차던 선봉대장…. 그에게 시는 단순한 문자놀음이 아니다.그것은 민족현실을 타개하는 변혁의 무기요,시대정신의 광맥을 더듬는 유용한 연장이다.그런 만큼 그에게는 과격한 투사의 이미지가 따라다녔다.그러나 그의 서정 시편들을읽다보면 그가 왜 ‘한국의 하이네’로 불리는가를 대번에 알 수 있다.그는때로 사랑을 노래하는 음유시인으로 민중 앞에 선다. “내가 손을 내밀면/내손에와서 고와지는 햇살/내가 볼을 내밀면/내볼에와서 다스워지는 햇살/깊어가는 가을과 함께/자꾸자꾸 자라나/다람쥐 꼬리만큼은 자라나/내 볼에 와서 감기면/누이가 짜준 목도리가 되고/내 입술에와서 닿으면/그녀와 주고 받고는 했던/옛 추억의 사랑이 되기도 한다”(‘창살에 햇살이’ 전문) 시의 행간에는 소월이 어른거리고 영랑이 얼비친다. 시집 ‘낮달’에는 ‘창살에 햇살이’‘물 따라 나도 가면서’‘고뇌의 무덤’‘황소 뒷다리에 붙은 진드기 같은 세상’‘솔연(率然)’등 60여편의 작품이 실렸다. ‘편지’는 79년 남민전 사건으로 15년을 선고받은 김씨가 투옥생활중 아내에게 보낸 100여통의 편지를 묶은 것.시시각각 옥죄 오는 삶의 벼랑에서도희망을 갈무리하는 시인의 마음이 담겼다. ‘빈 들에 나무를 심다’는 암으로 남편을 저 세상에 보낸 미망인 박씨가사부곡(思夫曲)삼아 쓴 산문집이다.강화도에서 외아들 토일군과 함께 살아온 5년간의 삶을 들려준다. 한편 민족문학작가회의(02-313-1486)는 오는 20,21일 김남주 문학기행을 떠난다.문학기행은 서울을 출발해 전남 해남의 김남주 생가를 방문한 뒤 광주망월동 묘역에 안장된 김씨 묘지를 참배하는 순서로 진행된다.5월엔 그의 묘지 곁에 시비를 세울 예정이다.金鍾冕 jmkim@
  • 정부수립 초기의 문화교육정책(변혁으로서의 문학과 역사:3)

    ◎최남선·이광수 저서 학원서 축출/“친일파 작품 교과서 게재 안돼” 각도 학무국장 결의/중등 국사·문장독본 등 5권 교육부서도 판금처분 “해방이 도둑처럼 왔다”는 함석헌의 말은 일제 식민통치 아래 편안하게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맞는 말이겠으나 독립을 위해 각고의 투쟁을 했던 인사들에게는 모욕적인 비난일 수 있다. 감옥에서 광복절 이튿날 풀려난 김상훈(金尙勳)과 같은 시인이 맞았던 해방과,바로 그 시각 서울 근방 B29를 막는 방비공사용 자갈을 채취하는 양주군 진건면 사릉리앞 개울에 나갔다가 근로보국대에 동원됐던 사람 상당수가 안 나오고 감독하는 일군 병사도 보이지 않자 웬일이냐고 궁금해 하던중 어제 일본이 항복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춘원 이광수(李光洙)가 맞았던 해방은 다를 수 밖에 없다. 1945년 8월15일 해방이 김상훈에게는 역사적인 필연의 승리였지만 이광수에게는 도둑같이 몰래 찾아온 악몽이었을 것이다.이럴 때 보통사람 같으면 어떻게 했을까? 춘원과는 다른 입장이었으나,역시 낙향해 있던 철원에서 ‘상경하라’는 전보를 받고 해방 이튿날 서울로 달려왔던 이태준에게도 해방은 도둑처럼 왔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소가 열 필이 와서 끌어도 이광수는 이 자리를 안떠날 것이오”라며 해방의 충격을 낙향생활로 완충지대를 삼으려 했다.겉보기로는 농사꾼같은 은둔생활 이었으나 미구에 닥칠 환란을 예견코 그는 재산보호를 위해 아내와 협의 이혼(1946월 5월31일)했는데,반민법이 그렇게 허망하게 허물어질 줄은 아마 예측하지 못했던 것같다. 이 기간중 춘원은 끊임없이 글을 썼지만 친일에 대한 참회보다 자신이 관여했던 민족운동을 부각시키는데에 초점을 맞췄다.그 많은 글중 판매금지 논란으로 사회적인 쟁점이 된 소설이 바로 ‘꿈’과 ‘문장독본’이었다. 십여년 전에 쓰다가 버려두었던 것을 해방이후 뒤늦게 완성시킨 ‘꿈’은 낙산사의 승려 ‘조신’이 허혼자가 있는 태수의 딸 월례와 애정의 도피행각을 떠나 15년간 2남2녀를 두고 잘 살다가 그녀의 약혼자에게 잡혀 사형당하려는 찰라 깨고 보니 꿈이었다는 ‘삼국유사’의 설화를 풀어 쓴 이야기다.이 꿈으로 조신이 쾌락의 허망을 깨닫고 고승이 됐다는 사족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인데,춘원 자신이 아마 당시의 역사적 격변속에서 조신으로 둔갑하고 싶었을 것이다.친일의 악몽에서 깨어나 다시 고결한 민족지사로 되살아나고 싶었던 그의 ‘꿈’은 그러나 1947년 6월 발간 즉시 문학가동맹에 의해 판매금지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탄원서를 불러왔다. 그러나 이 소설은 정당한 비판이 되레 인기를 상승시킨다는 한국적인 저질의 문화풍토에 걸맞게 베스트셀러로 부각하고 만다.서글픈 해방이 되려는 역사적 다람쥐바퀴였다.그러나 정부수립후인 1948년 10월4일,각도 학무국장회의에서 최남선 이광수의 저서는 학원에서 축출할 것을 결의했고,이어 나흘뒤 안호상(安浩相) 문교장관은 이 사실을 거듭 확인했다.그 목록은 ●최남선의 ‘중등국사’ ‘국민조선역사’ ‘성인 교육국사독본’외 4권,이광수의 ‘문장독본’ 등이다. ‘문장독본’은 원래는 1937년 3월 홍지출판사에서 소품을 모아 낸 작품집인데,광복 직후 교재 빈곤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 사회적인 물의가 일어나자 교육부에서 판매금지처분을 내리게 된 것이다.이 사건은 한국정부 수립 직후 친일파의 저서는 교재나 교과서에 실릴 수 없다는 기본 입장을 밝혀준 사례로,관제금지가 아닌 국민의 여론에 의한 판금으로 기록될만 하다. 그러나 곧 정부의 문화교육정책이 바뀌어 1953년 3월20일 ‘문장독본’은 청록사에서 재출간됐으며 당시의 허기진 학생층에 파고 들어 문학관을 변질시키는 작용을 했다.
  • 千里行軍의 정신으로/釋之鳴 청계사 주지(時論)

    잠수함을 타고 강릉 해변을 통해 침투해온 북한 무장간첩들이 산으로 도망쳤을때, 국군은 그들을 처리하는데 큰 희생(犧牲)을 치렀다.그 간첩들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식으로 이 산 저 산에 나타났을 때,우리는 무척 놀랐다.많은 국군이 동원된 포위 수색망(搜索網)을 뚫고 먼 거리로 도망칠 수있는 북한간첩들에 대해서 겁이 나기도 했다. 이 달 초 천리행군(千里行軍) 훈련중에 국군 특전사부대원 6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움과 안도감이 교차했다.나는 따듯한 방에서 편히 지내고 있는 순간에 저 군인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훈련하다 죽게 된 것에 대해서 미안하고 죄스럽고 속상했다.그런데도 다른 한편으로는 국군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북한 간첩만 축지법(縮地法)을 쓰듯이 험산 산길을 요리조리 다닐 수있는 것이 아니라,국군도 10일 내에 천리 떨어진 부대로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이 천리행군 때 군인들은 일체의 식량이나 물이 없이 스스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면서 야간에 험한 산길만을 걸어서 부대에 귀환(歸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비훈련 부족 참사 불러 그런데 말이다.특수부대 경력자들이 한 주간지와 인터뷰한 바에 의하면,저 사고는 폭설이나 강추위 같은 돌발사태를 극복할 만큼의 강도(强度) 높은 예비 훈련이 충분치 못한 데 큰 원인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부족함이 없는 식량과 물을 공급받으며 낮은 강도의 훈련을 받아 온 나약한 체력의 신세대에게 저 같은 사고는 필연적(必然的)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그랜드캐년에 가면 다람쥐들이 많다.그곳의 다람쥐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따른다.그래서 관광객들은 저 다람쥐들에게 무엇인가 먹을 것을 주고 싶어한다.그러나 국립공원 관리 사무소는 경고문(警告文)을 써 붙이고 있다.다람쥐들에게 먹을 것을 주지 말라는 것이다.다람쥐들이 사람에게서 받아먹는 음식에 익숙하면 자연 속에서 스스로 생존할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물질적인 풍요(豊饒)는 참 좋은 것이다.그러나 이것은 우리를 나약하게 만들 수가 있다.물질적인 성취로 삶의 가치나 의미를 측정하기 시작하면,그것을 잃었을 때 자생력(自生力)을 갖지 못하게 된다.요즘에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자살한다.갖가지 이유를 대지만 주된 것은 돈과 체면의 상실이다.사업 실패,생활고,해고등으로 당장 발가벗거나 굶어 죽게 되지 않음에도,지레 겁을 먹고 죽음을 택한다.다람쥐가 사람의 음식을 받아먹다가 그것이 끊어질 때 스스로 살아가지 못하는것과 같다. ○물적 풍요와 정신적 나약함 많은 팬을 확보하지 못한 스포츠는 위축상태(萎縮狀態)에 있다.과거에 스포츠가 대기업에 의존해 왔기 때문에,기업의 어려움은 바로 스포츠에 전해진다.그래서 그리 많지도 않은 씨름단 가운데서 청구,조흥금고,세경진흥,진로소속의 것들이 해체됐다.몇 몇의 배구단도 같은 처지다.어찌 기업의 흥망과 스포츠에만 연관이 있겠는가.강대국과 약소국,나라와 은행,은행과 기업,기업과 나의 사이에도 있다.남에게만 전적으로 의지해서 물자를 공급받으며 살게되면 남이 흔들릴 때 내쪽도 같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국민전체가 직접 천리행군을 할 필요는 없다.그러나 정신적으로 나마 눈,강풍,추위를 이기면서 험준한 산을 오르고 내릴 수있을 정도로 강해야 한다.우리가 특전사 군인처럼 식량과 물이 없이 10일을 살 수는 없다.돌연사(突然死)한 엄마곁에서 세살바기 아기가 10일 넘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하지만 그곳에는 물이 있었다.우리에게는 최소한 물과 찬밥덩이는 있다.반찬이 없더라도 “밥피자“를 만들어 먹으며 살아남을 수는 있다.천리행군을 생각한다면 무엇이 어렵고 두렵겠는가. ○거품빼고 다시 시작할때 우리가 이룬 한강의 기적과 그후의 발전은 참으로 대단했다.그러나 그 풍요에는 허점과 거품도 많았다.진정한 세계시장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으면서도 허풍을 떨기도 했다.이제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미국인이나 일본인보다도 더 머리를 쓰고 더 일 하지 않으면 스스로 살아 남을 수 없다.천리행군의 정신으로 나서야한다.
  • TV드라마 소재 편협성 못벗어나

    ◎시청률 의식 불륜·폭력·사치성 일관/일일­주말극 장르 구분없이 ‘IMF프로’ TV드라마가 여전히 소재의 편협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륜·폭력·호화·사치 등 수없이 지적된 문제점은 물론,기본적인 소재자체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정형화(定型化)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그러다보니 몇가지 단골 소재를 놓고 ‘누가 누가 잘 만드나’식의 기능적 경쟁만 치열해지고,이는 곧 시청률 경쟁만을 부채질하는 요인의 하나가 된다. 비록 제한된 공간에서 제한된 관객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연극이나 영화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TV드라마 역시 다루지 못할 소재가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하지만 시청자들의 눈에 비친 드라마는 아직도 소재빈곤에 허덕이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 아침드라마는 이혼이나 불륜을 많이 다룬다 해서 끊임없이 질타의 대상이 되는 반면 미니시리즈는 폭력장면이나 호화·사치성 배경이 많이 등장하는 젊은이들의 사랑타령에 젖어 있다는 비난을 듣는다. 주말드라마나 일일드라마도 가족극이라는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는 예를 보기가 힘들다.다만 그때그때 시류에 따라 포장만 달리할 뿐이다. IMF체제를 맞은 요즈음에는 모든 드라마가 앞다퉈 궁색해지는 모습마저 보인다.일일극·주말극·미니시리즈 등 장르 구분없이 ‘IMF형 드라마’를 내세우며 촌티내기 경쟁을 벌이는 것. 그나마 대부분이 서민의 실생활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재미만 반감시킨다는 지적이다.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제작진들의 입장을 이해하고,또 아무리 시대상황이 그렇다 해도 이 정도면 제작진 스스로 소재 선택의 범위를 좁히는 것은 아닐까. TV드라마가 소재 선택의 편협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는 시청자들의 책임도 크다.실컷 재미있게 보고서 불륜을 미화한다느니,폭력장면이 건전한 정서를 해친다느니 하는 자세는 옳지 않다. 드라마가 한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라면,사회 이면에 숨은 현상들을 찾아내 공론화하는 것도 주요 기능중 하나다. 드라마 제작자들이 스스로 소재선택의 폭을 좁히지 않으면서 과감하고 다양한 담론을 담아내고,시청자들이 보다 열린 시각을 갖고드라마 내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때 좋은 드라마는 많이 나오게 돼 있다.
  • 태풍 한국이름 후보 확정/기상청 올부터 사용

    ◎‘가야’‘낙동’‘개나리’‘개암’…/산·강·꽃 등 이름딴 80개 주제별 배치 “제 6호 태풍 ‘너구리’의 북상으로…” 앞으로는 태풍예보가 이런 식으로 바뀔 전망이다. 기상청은 올해부터 사용할 우리말 태풍 이름 후보작 80개를 4일 공개했다.앞으로 국어연구회와 일반인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이달말쯤 최종 확정한다. 기상청은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지역 태풍위원회 소속국가들이 지금까지 써온 미국식 이름 대신 각국의 고유어로 된 태풍이름을 사용키로 합의함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이름을 공모해 왔다. 태풍위원회는 앞으로 개최되는 제31차 회의에서 단일 회원국이 작성한 태풍이름을 일괄적으로 선택하는 방안과 여러 회원국의 제안을 취합하는 방안가운데 하나를 결정한다. 개정안에 대해 이견이 있으면 인터넷 www.kma.go.kr이나 전화 (02)720­2380 팩스 (02)739­5969로 의견을 보내면 된다. 산 강 꽃 나무 새 동물 인명 설화 등 8가지 주제별로 각각 10개씩으로 구성된 개정안은 다음과 같다. ▲1조:가야­낙동­개나리­개암­갈매기­너구리­갑돌­견우 ▲2조:금강­대동­동백­곰솔­까치­노루­갑순­낙랑 ▲3조:무등­두만­매화­느티­고니­다람쥐­곱단­놀보 ▲4조:백두­섬진­모란­다래­기러기­돌고래­돌쇠­서동 ▲5조:설악­소양­민들레­머루­따오기­두더지­먹보­선화 ▲6조:속리­영산­진달래­버들­백로­반달곰­범돌­직녀 ▲7조:오대­영산­진달래­버들­백로­반달곰­범돌­직녀 ▲8조:지리­임진­찔레­앵도­솔개­사슴­삼돌­콩쥐 ▲9조:태백­청천­채송화­오동­종달새­수달­순돌­팥쥐 ▲10조:한라­한수­해당화­주목­파랑새­황소­울보­흥보.
  • 과소비와 과외/장석환 섬유산업연 부회장(굄돌)

    최근 경제위기의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가 과소비라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한편 과소비가 생활화한 배경에는 과외가 큰몫을 차지하고 있음도 발견하게 된다. 가정경제권이 여성에게 있는 우리 현실에서 소비문화를 주도하는 사람은 여성이다.소비는 모름지기 움직이는 데서 시작한다.대부분의 가정에서 주부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수단으로 세컨드카를 갖게 된 명분이 과외이다.밤늦게 돌아오는 자녀의 안전한 귀가를 위해서 차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아니면 남편더러 맡으라는 데 그럴 형편이 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밤에만 움직여야 할 차가 아침부터 움직이는 데 있다.건강을 위해서 헬스·사우나·에어로빅·수영·골프 등을,취미생활을 위해서는 꽃꽂이·붓글씨·노래교실 등 갈 곳은 얼마든지 있다.점심에는 동창회·계모임을 하느라 음식점을 찾고,그곳에서는 각종 정보가 교환된다. 입시생을 가진 가장의 연령층은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중간 혹은 상위 관리층이다.과중한 과외비 부담과,분에 넘친 아내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기에는 벅차다.찾아가는 곳이 술집이요,느는 것이 폭음이다. 입시생도 피해자다.학교·과외장소·집을 오가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생활에,친구와 취미를 잃고 가사노동·가족행사에서도 제외돼 사회와 가족이 필요로 하는 인격완성과는 점점 멀어진다.이런 것들은 과외 부작용의 아주 작은 단면에 불과하다. 과외하느라 쓰는 사교육비가 연 20조를 넘는다고 한다.그러나 과외 부작용으로 인한 간접비용까지 감안하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35조원도 넘을 것으로 짐작된다.과외없이도 대학에 진학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비현실적인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라 국가적 의지와 투자가 필수적이다.필요하다면 고속전철이나 신공항건설을 1∼2년 늦추더라도 이일부터 해야겠다.
  • “돈 새나가는 구멍 틀어막자”/IMF시대 가계부쓰기 붐

    ◎씀씀이 파악 계획살림 장점/단돈 10원까지 꼼꼼히 가입해야/신세대주부용 전자가계부도 선봬 서울 일원동에 사는 김양희씨(28)는 얼마전 여성지를 한권 샀다.올해부터 가계부를 쓰기로 했기 때문.여성지 연말호에 가계부 부록이 따라붙는건 웬만한 주부라면 다 아는 사실.결혼 3년차 맞벌이 주부 김씨는 “바쁜 일상에 가계부 쓸 엄두를 못냈는데 장기불황이란 소식에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다”면서 “쓸데 없이 흘러나가는 돈을 틀어막아 월말만 되면 거덜나는 주머니에서 한푼이라도 더 저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수동에 사는 임성숙씨(36)의 결심은 비장하기까지 하다.매해 가계부를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도 작심 열흘을 넘기지 못했지만 올해는 다르다.두 아이는 자라고 물가는 날로 오르는데 남편은 내년 봉급이 동결될지 모른다는 우울한 소식을 안고 왔다.내년에 새로 들어갈 작은 아이 유치원 비용까지 확보하려면 한푼까지 가계부로 계획하며 마른걸레 짜듯 주머니를 쥐어짜야 하는 것. 연말에 불어닥친 IMF 강풍에 가정마다 가계부쓰기 비상이 걸렸다.지금까진 기분따라 적당히 살아도 구멍나지 않게 꾸려왔지만 경기침체에 인플레까지 겹친다니 가계부라도 나침반삼아 ‘초절약살림’에 들어가야 하는 것. ▲가계부의 장점=가계부를 쓰면 가정 수입과 지출 내역을 한 눈에 파악,규모있는 계획살림을 할 수 있다.지출이 적정한지 살펴보며 가정 재산의 크기를 늘 염두에 두게 돼 낭비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가계부 구하기=연말이 되면 내년도 가계부를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알뜰주부라면 그 지출조차 아깝다.이런 이들은 각 은행,증권사,보험사,농·수·축협 등 금융기관 지점에 가면 가계부를 그냥 얻을수 있다.저축추진중앙위원회(02)773-2469∼70)에서 금융기관 기금출연으로 찍어낸 일종의 고객사은품.불황에 출연기금도 줄어 어느 해보다 적은 2백만부를 찍었는데 유례없이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는게 위원회측의 설명.가까운 금융기관에 없으면 위원회로 전화주문도 가능.통신하는 주부들이 늘어가는 추세에 맞춰 이를 PC용으로 제작한 전자가계부 ‘다람쥐 1,5’도 함께 나왔다.하이텔 go save,천리안 go sav로 들어가 무료로 다운받은뒤 PC에서 쓰면 된다. 도서대여점에서도 여성지 연말호에 낀 가계부를 싼 값에 판다.단골에겐 공짜로 서비스 하는 곳도 있다.요리책,살림의 지혜 등이 갈피갈피 끼어있어 물리지 않기 때문에 부록 가계부만 고집하는 이들도 있다. ▲가계부 작성요령=매일 빠짐없이 쓸 것.단돈 10원이라도 정확히 기입해야 한다.세금,부식비,피복비 등 비목별로 정리해 놓으면 가계부의 활용도를 120% 높일수 있다.비목당 예산을 책정한 뒤 예산한도 내에서 지출할 것.예산은 확실한 그 해의 실수입에 의거해 세우고 연말엔 반드시 결산절차를 가져 계획대로 썼는지 점검해 볼 것.
  • 배우는 권리/린다 다링 해먼드 교수(미래를 보는 세계의 눈)

    ◎미 학교교육 학생중심 개혁 강조/‘이해를 위한 가르침’·실용주의 교육 혁신 촉구/교사중심·원칙주의 교육체제 신랄하게 비판 이 책은 미국의 학교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다소 이상적으로 제시해주고 있다.지금까지 미국의 학교교육이 지나치게 교사중심·원칙주의에 치우쳤다고 비판하면서 미국의 학교교육이 학생중심·실용주의 노선으로 바뀌지 않는 한 교육의 성과는 물론 시대적응 능력배양도 기대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한다.일선교사들과의 인터뷰와 성공사례 분석등을 통해 교육분야에서도 선진국으로 알려져 있는 미국의 학교교육 방법에 대해 일대 혁신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미 뱅크 스트리트대의 교수이며 교사훈련의 세계적 권위자인 저자 린다 다링-해먼드 여사는 ‘배우는 권리’라는 제목의 이 책을 통해 미국의 학교교육은 단적으로 ‘이해(Understanding)를 위한 가르침’이 돼야 한다고 단언하고 있다. 진보적인 교육방법론자로 평가를 받고 있는 저자는 미국의 학교교육은 시험치는 방법을 가르치기 보다는 이해심과 개성,잠재적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방법을 사용해야할 시점에 도달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들에게 학생들과 협동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와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그는 미국내에서 이해중심의 교육으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고 반기면서도 아직 여건이 성숙되지 않아 보수적인 교육계 인사들이나 학부모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 한다. 불과 15년전까지만 해도 학교교육 개혁에 대한 논란은 미국에서도 다람쥐쳇바퀴 돌 듯 결론없는 공론에 지나지 않았다.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마다 미국 학교교육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방법이 각각 달랐기 때문에 선뜻 바람직한 학교교육 방법을 정론화시킬수 없었던 것이었다. 저자는 최근 미국의 학교 교육이 점차 실용주의화하고 있는 것을 계기로 학생들을 일상적인 학교교육의 틀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학습방법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창한다.그는 학생들을 교실에 묶어 두고 외국어 동사변형이나 외우게 하는 등 교과서에만 의존하게 해서는 창의적인 인간을 만들지 못할 것이라면서 구식의 교육이론에 얽매여 학생들의 창의력 제고를 막는 보수적 교육계인사들을 통박하고 있다. 미국에서 학교교육에 대한 논란은 지금 한걸음 나아가 과연 학교가 개혁을 할만한 자체능력이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교사·교육행정가,그리고 수많은 교육기관같은 소위 학교교육과 관련된 ‘학교사람’들은 그럴만한 제도는 충분히 갖춰져 있지만 학교가 혼자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말한다.돈없는 흑인학생들도 사립학교에 진학할 수있게 한 ‘바우처 프로그램’이 최근 위기에 직면한 사실이 그 예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좋은 학교는 학생들의 다양성과 복수의 교육목적에 민감해야 한다고 말한다.그는 핵심적인 교과과정 및 교육행정의 최소화에 초점을 두면서 학교를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삼아야 교육효과를 거둘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그는 이 책에서 60년대 교육개혁의 한 산물인 ‘열린 학교’도 교사들이 그에 따른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실패했다고 자평하면서 지금과 같은 교육여건이라면 ‘열린 학교’도 몇세대가 지나야 성과를 거둘수 있을것이라고 혹평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미국의 학교교육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형식적이고 관료주의적 점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교육의 형식타파를 외치고 있다.미국의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교과서내의 모든 문제를 다 숙지하고 선택형 답을 묻는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수많은 문제를 풀기에 아직도 여념이 없지만 일본의 학생들은 하나의 문제를 푸는데 있어 각기 다른 접근방법을 보여주고 이를 토의하는데 시간을 소비한다고 예시하고 있다.더 진부한 교육방법을 써왔던 일본이 재빨리 이를 버리고 학생들의 창의력과 이해력을 증진시키는 교육방법으로 전환시켰다는 것이다.일본의 교육방법이 미국에 비해 덜 체계적이고 느슨해 보이지만 결과의 차이는 엄청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의 학교교육 방법은 한 교실에서 다음 교실로 무더기로 오고가게 해 심층학습과 교사들과의 개인적 접촉을 막는 시대착오적인 ‘공장교육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미국의 교사들은 교육상담과 행정에 많은 시간을 빼앗겨 한 학생과 지낼 시간이 일주일에 6.2분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들면서 교사훈련 개선,학교의 관료주의적 행정쇄신,교사의 자율권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결론짓고 있다. 미국의 교육계 일부에서는 저자의 교육개혁 방법론은 학교가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보다는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중점을 둔 것이라고 평하면서 그의 교육개선론 역시 관료주의라는 몇세대동안 계속된 학교의 고질적 근본 문제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하고 비판하고 있다. 그는 교사를 개혁의 주요기관으로 봤지만 교사단체들이 교육개혁론자들의 뜻을 이어받지 못한 이유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식 교사훈련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람들은 학교에 발을 들여 놓아서는 안된다는 교육계의 기존 입장 검토주장도 교육현장에 또 다른 폐해만을 가져올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제 The Right to Learn.조시-배스 퍼블리셔스.394쪽.25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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