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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 폭동 진정 국면

    |파리 함혜리특파원|2주째 지속중인 프랑스 소요사태가 10일 최악의 고비를 넘기며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조짐이다. 30여개 지역에 비상사태가 발동된 가운데 10일 오전 4시 현재 전국에서 차량 394대가 불타고,169명이 체포돼 전날 같은 시간(558대,204명)에 비해 크게 줄어드는 등 일부 남부지역을 빼고는 소요사태가 진정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편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은 9일 소요에 가담했다 체포돼 유죄판결을 받은 모든 외국인을 추방하겠다며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11일 샹젤리제서 평화행진 9일 현재 25개 도(道) 가운데 5개도가 관할 30개 도시 및 자치단체에 비상조치를 발동했다. 경찰은 비상조치 발동지역이 비교적 조용한 가운데 밤을 보냈다고 전했다. 특히 사태 진원지인 수도권의 센생드니 지역 등에서는 공격행위가 크게 줄었으나 남부의 툴루즈와 보르도 등지에서는 이날 밤에도 방화 등 폭력사건이 잇따랐다. 한편 155개 사회단체연합회는 11일 오후 3시부터 콩코드광장에서 샹젤리제의 개선문까지 폭력사태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평화 행진’을 제안했다.●“소요 관련 외국인 추방” 사르코지 내무장관은 9일 하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외국인은 지체없이 프랑스에서 추방하도록 각 도지사들에게 요청했다.”며 “체류 허가증을 가진 사람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내무부는 현재 소요사태와 관련, 구금된 외국인은 120명이며, 미성년자는 추방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인권단체들은 사르코지 장관의 요구가 집단 추방을 초래하는 불법적인 결정이며, 유럽인권협약에서도 금지된 조치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목소리 커지는 극우정당 소요 사태를 계기로 극우정당들이 다시 세를 얻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장 마리 르펜 당수는 이날 “이번 폭력사태는 프랑스뿐 아니라 전유럽을 위협하는 제3세계 출신 이민자들에 의한 갈등의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범죄를 저지르는 이민자들은 그들의 나라로 돌려 보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르펜 당수는 자신의 ‘제로 이민’ 정책에 대한 지지가 급증하고 있다며 “지금 대선이 치러진다면 내가 될 가능성이 열 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역시 이민자 수용에 반대하는 다른 우파 정당인 프랑스운동(MPF)의 필립 드 빌리에 당수도 지난주부터 “20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통금령을 실시하고 파리 교외지역에 군대를 투입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 일부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lotus@seoul.co.kr
  • 파리 샹젤리제 시위설 ‘초비상’

    |파리 함혜리특파원|프랑스 전역으로 확산된 무슬림 저소득층 청소년들의 소요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프랑스 정부는 9일 0시(현지시간)부터 파리를 포함한 수도권을 포함,25개 광역지역의 주요 도시 및 외곽지역 30여곳에서 비상사태를 발동했다. 이 조치는 8일 내각회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1955년 제정된 관련 법을 발동시킨 것으로 각 지역은 판단에 따라 야간 통금령을 발효하고, 공공 집회를 금지시키며 수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가택연금시킬 수 있다. 모든 종류의 언론과 출판물을 통제할 수도 있다. 그러나 8일 밤에도 폭력사태가 벌어져 소요사태가 13일째 계속됐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이 있는 ‘국가 심장부’ 파리의 샹젤리제 대로를 겨냥한 공격 위협이 불거지면서 경찰에는 비상이 걸렸다. 9일 르 피가로 보도에 따르면 주말인 오는 12일 샹젤리제에서 소동을 벌이자고 약속하는 내용의 이메일이 발송돼 중앙사법경찰국(DCPJ)이 메일 발신자들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개선문 앞에 있는 교외고속전철(RER)역 출입구들에서 지속적으로 감시를 강화하기로 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비상사태 발동 발표 이후 북부 도시 아미앵에서 처음으로 비상사태법에 따른 통금실시를 결정, 매일 오후 10시부터 오전 5시까지 동행인이 없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통행을 금지했고 캔에 든 휘발유를 미성년자에 판매하는 것도 금지했다. 내각 결정과는 별도로 8일 중부 도시 오를레앙과 파리 교외의 사비니쉬르오르주, 엘랑쿠르가 통금령을 내려 미성년자가 보호자 없이 오후 9시 이후 외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8일 밤에는 툴루즈, 니스, 보르도 등 프랑스 곳곳에서는 상점 약탈과 신문사 방화, 지하철 소이탄 설치 등 폭력사태가 기승을 부렸다. 독일과 벨기에에서도 비슷한 차량 방화 사건이 3일째 발생했다. 이날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이 방문한 남서부 툴루즈에서는 청년들이 버스 1대와 승용차 21대에 불을 질렀다. 북부 릴과 동부 스트라스부르 근처에서도 승용차가 불에 타는 등 폭력사태가 이어졌다. 리옹에서는 지하철역 한 곳에서 소이탄이 폭발해 지하철 교통이 차단됐고 북부 파드칼레 지방의 아라스에서는 소요군중들이 가구·가전 상점과 카펫 가게를 약탈하고 불을 질렀다고 경찰 대변인 파트리크 라이디가 밝혔다. 남동부 지역 그라스에서는 니스마탱 신문사가 방화 피해를 입었으며 쥐라주 동부 돌에서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 9대가 불에 탔다. 남서부 보르도 인근에서는 버스에 소이탄이 날아들어 폭발했다. 프랑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9일 낮 12시 현재 방화된 차량은 617대, 체포된 사람들은 200여명으로 전날 밤(1173대,330명)에 비해 절반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지난달 27일 소요가 시작된 후 지금까지 모두 6000대 이상의 차량이 방화피해를 입었으며 1800여명이 24시간 이상 구금됐다고 전했다.lotus@seoul.co.kr
  • [월드이슈-프랑스 소요사태 확산] 소요 진원지 클리시수부아를 가다

    [월드이슈-프랑스 소요사태 확산] 소요 진원지 클리시수부아를 가다

    파리 교외 저소득층 지역에서 지난달 27일 이래 계속되고 있는 소요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소요사태가 독일, 벨기에 등 이민자가 많은 인근 유럽 지역으로까지 번질 조짐마저 보인다. 이번 사태는 주로 북아프리카계 무슬림이 몰려 사는 대도시 교외 저소득층 지역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새삼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청소년들의 분노가 폭발하게 된 이유가 단순히 검문을 피하던 소년들의 죽음과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의 우범지역 범죄에 대한 초강경 대응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저소득층 젊은이들의 뿌리깊은 소외의식이 극단적 방식의 분노로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장기적 안목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방화가 차량 뿐 아니라 학교, 탁아소, 체육관, 상업시설 등으로 확대되고 인명 피해마저 발생하면서 저소득층 지역 주민들조차도 “이제 폭력은 그만”을 외치며 하루빨리 일상의 평정을 찾기를 바라고 있다. |클리시수부아 함혜리특파원| 7일 오후 3시(현지시간) 파리 북동부 교외에 있는 올네수부아의 부아욤 고등학교 앞 광장.400여명의 학생들이 일제히 나와 웅성거리고 있었다. 학생들의 대부분은 흑인, 혹은 북아프리카 계열의 유색인들이다. 아직 학교가 끝날 시간이 아닌데도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도 몇몇 눈에 띈다. 청소년들의 야간 소요사태로 유리가 깨진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한 여학생에게 이유를 물었다. 학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전화가 와 모든 학생들이 대피했다는 것이다. 이 여학생은 “우리 학교뿐 아니라 근처의 3개 학교가 폭발물 위협을 받았다.”며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지 않는 한 소요사태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단의 대책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옆에 있던 친구가 “최소한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감전사 사고에 대해 공개사과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사르코지(내무장관)는 모든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막 도착한 버스에 뛰어 올랐다. 올네수부아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클리시수부아. 지난달 27일 경찰의 검문을 피하던 10대 소년 2명이 감전사하면서 프랑스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소요사태의 진원지가 된 곳이다. 밤마다 차별과 소외에 대한 무슬림 청소년들의 분노와 방화로 점철됐던 것과 달리 이곳의 오후 풍경은 평화스러웠다.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장을 보러가는 무슬림 여성, 길 모퉁이에 삼삼오오 몰려있는 흑인 청소년들…. 대부분이 흑인이거나 아랍인들이다. 클리시수부아의 주민 2만 8000여명 중 이방인은 70%가 넘는다. 파리의 고색창연한 주거건물들과는 달리 노후한 고층 아파트들이 줄지어 서 있어 한눈에도 슬럼가임을 알 수 있다. 아기를 안고 가는 한 주민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20여년 전 터키에서 이민 왔다는 칸(35·전기공)은 “청소년들의 폭력은 물론 나쁘다. 하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고, 정부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곳 사람들의 50% 정도가 실업자라고 소개한 칸은 “부가 세습되는 것처럼 가난도 대를 물린다. 그들이 현재 상황에서 탈피하도록 일자리를 찾아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시내에서 외곽으로 조금 벗어나자 왼쪽으로 거의 불에 탄 채 흉물처럼 남아있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6일 새벽 5시쯤 방화로 불에 탄 아르망 데스멧 체육관이다.1997년 준공된 이곳은 바로 옆에 있는 루이즈 미셸 중학교 학생들이 체육시간을 보내고 어린이와 학생, 시민들이 태권도, 유도 등 여가시간을 이용해 체육활동을 하는 장소였다. 루이즈 미셸 중학교에 다닌다는 사디(12)는 “다른 문제는 차치하고 왜 모든 사람들이 이용하는 체육관을 불태웠는지 이해가 안간다.”며 “분별없는 폭력에 분노보다는 차라리 슬픔이 앞선다.”고 말했다. 사디의 학급은 모두 23명. 이 중 순수한 프랑스인은 단 한명이라고 했다. 이날 저녁 5시 30분 클리시수부아 시청 앞에서는 자녀들을 대동한 학부모들과 주민들이 모여 아르망 데스멧 체육관 화재사건과 지난달 27일 이후 끊이지 않는 일련의 폭력사태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클리시수부아 출신의 육상선수 이름을 딴 아르망 데스멧 체육관은 우리들의 자랑거리였고, 청소년들이 유일하게 체육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장소였다.”고 토로한 뒤 25년이 걸려 건설된 체육관을 불과 몇분만에 잿덩이로 변하게 만든 방화범들에게 분노를 나타냈다. 주민 포리셰는 “30년째 이곳에 살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 다른 지역에서도 학교와 탁아소 등 공공시설물에 방화가 잇따르고 있다는데 이번 사태가 하루빨리 진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르망 데스멧 체육관이 불에 탄 것을 가장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은 어린이들을 포함,200여명에 이르는 태권도 동호회 회원들과 태권도를 배우는 어린이들의 학부모들이다. 등에 ‘태권도’라는 한글이 선명하게 박힌 흰색도복을 입은 아들 야쿱(4)의 손을 잡고 시청 앞에 나온 베니나는 “우리 아이가 9월부터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얼마나 즐거워했는지 모른다. 이제 어디에 가서 태권도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허탈해했다. 이민 가정의 청소년들과 클리시수부아 시간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하나시 목데드(28)는 “이곳 청소년들의 삶은 깊은 실망감으로 가득 차 있다.”면서 “열악한 주거환경, 학교생활 실패, 가족과의 갈등, 실업문제는 이곳 청소년들을 끝없는 분노로 치닫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인 상황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그들은 분명 법을 어기고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젊은이들이 사회와 자신의 미래에 대한 믿음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lotus@seoul.co.kr 유럽 각국은 프랑스 전역을 휩쓸고 있는 무슬림 청소년들의 폭력사태가 남 얘기 같지가 않다.9·11 테러 이후 유럽에서 무슬림과 비(非)무슬림간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무슬림의 불만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파리 사태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벨기에와 독일 등 일부 주변국에서 유사 사건이 발생하자 관련국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가까운 예로 지난달 영국에서는 북아프리카계와 아시아계 이주민들간에 유혈충돌이 발생, 인명피해를 낳았다. 앞서 지난 7월 7일에는 런던 지하철과 버스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52명이 숨지고 700여명이 다쳤다. 용의자로 현장에서 즉사한 영국 국적의 파키스탄계 4명이 지목됐다. 2004년 11월 2일에는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보수 성향의 영화감독 테오 반 고흐가 모로코계 이민 노동자 2세인 부예리에 의해 살해됐다. 같은 해 3월 11일 스페인 마드리드역에서 열차 연쇄 폭발로 191명이 숨지고 1800여명이 다쳤다. 알카에다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유럽 땅에서 무슬림과 관련된 공격이 잇따르면서 무슬림에 대한 반감이 커졌고, 그에 비례해 무슬림들의 소외감과 반발 역시 커져만 가고 있다. 현재 유럽에 사는 무슬림 인구는 1500만∼200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유럽 인구의 4∼5%다. 높은 출산율과 이주 인구의 꾸준한 증가로 오는 2025년에는 그 수가 두 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북아프리카계와 아시아계의 유럽 이민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2차대전 이후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저임금 이주 노동자들을 대거 받아들였다. 이번 소요사태의 중심층은 생활고와 싸우느라 여념이 없었던 이민 1세대가 아닌 유럽에서 태어나고 자란 2,3세대. 스스로 ‘유럽인’이라 여기며 성장한 이들은 사회에 진출하는 순간부터 뿌리 깊은 차별대우에 직면하면서 ‘2등 유럽 시민’이라는 냉엄한 현실에 맞닥뜨린다. 주류사회 편입 실패와 가난의 대물림, 사회적 편견, 문화적 소외 등으로 유럽 무슬림들의 인내는 한계점에 도달했다. 9·11 테러 이후 잇단 테러에 대한 대책으로 이민 제한책을 선택했던 유럽 각국은 뒤늦게 다문화통합정책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그런 점에서 5년 이상만 거주하면 국적을 주고, 언어를 배워 현지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스웨덴식 이민지원책이 관심을 끌고 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프랑스 소요사태 일지 ▲10월27일 파리 북동쪽 클리시수부아에서 경찰 피해 달아나던 북아프리카계 소년 2명 감전사. 분노한 청년들 수백명 차량 23대 불태우고 경찰과 투석전. ▲10월28일 클리시수부아에서 청년 수백명 경찰과 충돌. 일부 경찰 향해 사격. ▲10월29일 주민 500명 침묵시위, 야간에 폭력사태 재발. ▲10월30일 경찰 최루탄이 이슬람사원에 발사돼 무슬림 분노 증폭 ▲10월31일 폭력사태 인근 교외지역 확산. ▲11월2일 드 빌팽 총리와 사르코지 내무장관 해외 방문 일정 취소. 파리 주변의 22개 소도시로 소요 확산. ▲11월3∼4일 디종, 마르세유, 루앙 등 전국으로 소요사태 확산 ▲11월5일 파리 중심가서 방화 사건 발생 ▲11월6일 시라크 대통령, 폭력행위 엄벌 천명 ▲11월7일 파리 교외서 첫 사망자 발생. 베를린·브뤼셀서 모방 방화 사건 발생 ▲11월8일 정부, 지역 도지사 야간 통행금지령 발동권 승인
  • [시론] 낭만적 도시 외곽에 쌓인 좌절의 폭발/ 송도영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 교수

    [시론] 낭만적 도시 외곽에 쌓인 좌절의 폭발/ 송도영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 교수

    십여일 전부터 “프랑스에서 난리가 나고 있다.”는 소식이 신문 지면을 덮고 있다. 한국 언론들은 제목에서부터 이 사건을 ‘인종화’ 또는 ‘종족화’시켜 다루고 있다.‘아프리카계 빈민가 청년들의 소요사태’‘톨레랑스의 나라 프랑스에서 일어난 이민자 폭동 사건’‘무슬림 청년들의 전 프랑스에 걸친 폭동사태’‘유럽 각국 신문들도 무슬림 폭동이 국경을 넘어 확산될 것을 걱정하면서 프랑스의 무슬림 통합정책 실패를 지적했다.’ 등등. 여기에는 계층문제를 인종문제화시켜 인식하는 미국언론의 시각이 한몫했다. 뉴욕 타임스는 “프랑스가 이민 인구를 관리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사실 미국을 제외하고 프랑스처럼 외국에서 온 이민자들이 완벽하게 융합되어 활동해온 나라도 많지 않다. 독일계 유대인과 터키 출생의 정치인들이 총리를 지냈다. 다음 대통령 후보로 유력한 현 내무장관 니콜라스 사르코지 또한 동유럽계 출신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샹송 가수였던 이브 몽탕은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의 아들이다. 그럼 문제는 무엇인가. 무슬림들이, 그리고 아프리카계가 문제인가? 소위 ‘폭동’ 또는 소요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곳을 지리적으로 살펴보면 거의 예외없이 대도시 교외지역이다. 교외지역은 미국식 도시전개 방식으로 따지면 중산층의 거주지로 인식될지 모른다. 그렇지만 프랑스의 도시구성은 이와 정반대로 전개되었다. 유서 깊은 역사공간이 여전히 기능하고 있는 도심 한복판은 중상층의 거주지이다. 말하자면 여전히 낭만적인 파리의 노트르담 사원 길은 가장 값비싼 주거지역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보호되고 있는 도시를 빙 둘러싼 외곽지역에는 하층 노동자들의 집단 주거지구가 형성되었다. 대개 녹지 공간들을 갖춘 고층 서민아파트들이 집단을 이루고 있는 일종의 ‘신도시’들이다.‘방리유’로 불리는 이 교외지역들에 노동자 계층이 모여 살면서 외국에서 온 이민 노동자들 또한 모이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프랑스 농촌에서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는 이촌향도 인구와 도시 중심부의 상승하는 집값을 견디지 못하고 교외로 밀려난 기존 도시노동자층에 동구권 출신과 라틴계 이민자들이 가세했다. 최근에는 거기에 다시 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이 더해졌다. 문제는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부터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인구가 급속히 노화되었다는 점에 있다. 그와 함께 프랑스의 경제구조가 역동성을 상실하고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결과는 당장 만성적인 실업률 증가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층의 신규 고용이 급격히 감소했다. 이미 1990년대 초부터 파리의 소르본대 도서관에는 취업난으로 골치를 앓는 대학생들이 불안한 미래를 바라보며 방학 때도 북적이고 있었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서는 교육을 통해 새로운 노동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더 적었다. 미테랑의 사회당 정권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과 배신감은 더욱 컸다. 자신들의 장래에 대한 불안과 긴장을 불만으로 터뜨린 학생들과 각 직업계층의 시위는 결국 몇년전 사회당 정권의 몰락을 가져왔다. 이 문제가 더 심각한 곳은 물론 대도시 교외지역이다. 프랑스 도시 외곽지역의 폭력과 불안 증대는 1990년대 초부터 프랑스 사회의 중요 이슈 중 하나였다. 지난 10월19일 내무장관이 그들을 ‘패륜자들’로 낙인찍는 발언과 함께 ‘톨레랑스 제로’를 선언한 것은 다시 한번 불길에 기름을 끼얹었다. 강경진압에서 도망치던 두 소년의 감전사는 도화선에 그어진 작은 성냥개비일 뿐이었다. 낭만적인 문화도시 외곽지대에 누적되어온 좌절과 분노의 폭발. 그래서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발전은 언제고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송도영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 교수
  • 佛 “필요지역 통금”

    |파리 함혜리특파원|무슬림 청소년들의 소요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프랑스 정부는 8일 오전(현지시간) 각료회의에서 각 지역 도지사들에게 야간 통행금지령을 발동할 수 있는 권한을 승인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소요사태를 막기 위해 국가비상법에 따라 야간 통금령을 승인했다.”며 “9일자 관보에 게재돼 이날부터 공식적으로 실시된다.”고 밝혔다.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통행금지 위반자에게는 2개월 징역형이 내려질 것이며, 소요가 진정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의 통금령 공식 발효에 앞서 소요사태의 진원지인 클리시수부아 인근의 랭시 시장은 7일 밤부터 야간통행금지령을 발효한다고 발표, 소요 발생 이래 첫 통금 실시지역이 됐다. 정부의 통행금지령 예고에도 불구하고 소요사태가 12일째 지속되며 7일 밤새 차량 1173대와 건물 10여채가 불탔고 330명이 체포됐다. lotus@seoul.co.kr
  • 청소년들 ‘방화경쟁’

    |파리 함혜리특파원|파리 교외 소요사태가 1968년 학생 혁명 이후 최악의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장기화될 조짐이다. 프랑스 정부는 7일 시급한 질서회복과 범법자에 대한 단호한 대처방침을 재확인했지만, 불행하게도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인접 국가에도 모방 범죄가 일어날 조짐을 보이자 전 유럽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호주, 영국, 캐나다, 독일, 일본, 러시아, 미국 등은 프랑스 관광을 자제할 것을 자국민들에게 요청했다. 독일 베를린의 터키계 주민들이 밀집한 베를린 모아비트 구역에서 차량 5대가 7일 새벽에 불탔다. 벨기에 브뤼셀의 이민자 거주지역에서도 폭도들에 의해 차량 5대가 불탔으나, 경찰은 파리를 모방한 범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프리카계 무슬림 청년들에 대한 차별과 소외에 대한 분노로 촉발된 이번 소요사태는 발생 11일째 밤을 맞아 파리 교외지역을 비롯, 북부 릴, 북서부 루앙, 서부 낭트와 오를레앙, 남부 니스와 툴루즈, 마르세유 등 지방도시로 번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와 교회, 탁아소, 경찰서 등도 방화 대상이 됐다. 경찰관 2명이 그리니에서 청소년들의 엽총 공격으로 다치는 등 모두 36명의 경찰이 이번 사태로 부상을 입었다.●정부 “단호함과 정의” 앞세워 강경대응 시라크 대통령은 내무, 국방 등 관계장관들이 참석한 특별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폭력과 공포를 확산시키려는 사람들은 검거돼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이 일반을 상대로 한 첫 발언이다.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도 “법 절차를 서둘러 검거된 사람들을 즉시 특별법정에 세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폭력행위는 전염병처럼 전국으로 번져 정부의 해결의지를 무색케 했다. 동부의 스트라스부르와 서부 낭트에서는 시위대가 초등학교에 화염병을 던졌고, 서북부 루앙에서는 불이 붙은 자동차가 경찰서로 돌진했다. 남부 툴루즈에서는 젊은이들과 경찰이 충돌하는 등 폭력행위가 잇따랐다. 파리 교외 생모리스에서는 탁아소가, 쉬렌에서는 약품창고가 공격 당했다. 남서부의 생테티엔 교외에서는 버스가 방화로 불타면서 2명이 경화상을 입었고 대중교통이 전면 마비됐다. 지난달 27일 경찰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10대 소년 2명의 감전사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지난 3일부터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도 방화가 잇따르며 확산된 데 이어 5일 밤에는 파리 도심에까지 파급됐다.AFP통신은 소요 사태는 빈민가 청소년들의 경쟁 심리에 의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 서쪽 교외 레 뮈로에 사는 아프리카계 청소년은 “다른 애들이 하는 것을 TV로 보고 나선 그들을 따라잡으려고 한다. 사태가 시작된 이래 축구 경기를 보듯 매일 밤 TV 앞에 모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르코지의 얼굴이 TV 화면에 나와 우리에게 막말을 하면 모조리 태워버리고 싶어진다.”며 교외 우범지역 소탕에 나섰던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사르코지 장관 사퇴압박 거세져 2007년 대권경쟁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사르코지 장관이 대도시 외곽 검문을 강화하자 감전사 사건이 터졌고, 우범지역의 젊은이들을 ‘불량배’로 지칭하면서 이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정부 여당에서는 강경대응으로 일관하며 사르코지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으나 야권에서는 그의 책임을 물어 즉각 사임하라고 압박하고 있다.lotus@seoul.co.kr
  • [씨줄날줄] ‘톨레랑스 제로’/ 이목희 논설위원

    1990년대 중반 당시 루돌프 줄리아니 미국 뉴욕시장은 ‘깨진 유리창 이론’을 중시했다. 사회학자 제임스 윌슨, 조지 켈링이 내놓은 주장이었다. 건물 유리창 하나가 깨진 사건을 방치하면 불량배들이 다른 유리창을 잇달아 깬다는 것이다. 이어 페인트 낙서가 뒤덮이고 그 지역 전체가 슬럼으로 변한다는 범죄발생이론이다. 줄리아니는 사소한 범죄를 일벌백계로 다스려 치안을 강화해 나갔다. 이른바 ‘톨레랑스 제로’(무관용주의) 정책이다. 톨레랑스의 나라 프랑스가 뒤늦게 줄리아니를 모방했다. 대표적 우익지도자 니콜라 사르코지가 2002년 내무장관에 취임한 후 범죄자를 향해 ‘톨레랑스 제로’를 외쳤다.1차 범죄와의 전쟁에서 성과를 거둔 그의 인기는 치솟았다. 올 6월 내무장관으로 다시 기용된 사르코지는 차기 대권후보 인기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사르코지가 지금 시험대에 올랐다. 파리 교외에서 발생한 소요사태가 10여일째 계속되면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아프리카계 소년 2명이 경찰의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가 감전사하면서 사태는 시작됐다. 과잉단속 논란이 일었지만 사르코지는 “인간쓰레기와 건달들을 청소해버리겠다.”는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다민족 국가의 대표격이다. 로마, 갈리아, 프랑크, 노르만 등 라틴·게르만족이 혼합되어 주류가 만들어졌다. 아직 켈트, 알자스·로렌, 플라망족 등은 독자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인종 포용과 함께 프랑스대혁명을 거치면서 ‘자유·평등·박애’의 선도국가가 되었다. 냉전시대 동서 양진영의 망명객, 심지어 독재자들도 프랑스는 너그럽게 받아줬다. 사르코지는 톨레랑스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다른 종교, 인종, 이념을 가진 이들의 권리와 처지를 용인·이해하는 것이 톨레랑스다. 차별없이 섞여 사는 지혜인 셈이다. 근래 부쩍 늘어난 무슬림 이민자들이 차별대우를 심각하게 느낀다면 톨레랑스의 작동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근본의 톨레랑스가 깨지는 상황에서 방화·폭동의 범죄 요소만 부각시켜 ‘톨레랑스 제로’라고 위협해선 안 된다. 이민자·외국인취업자 갈등은 한국을 포함, 대부분 국가들에도 발등의 불이다. 프랑스가 과거의 톨레랑스를 회복, 모범사례를 만들어내길 바란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佛 빈민가 소요 전국으로 확산

    |파리 함혜리특파원|프랑스 파리시 외곽에만 국한됐던 소요사태가 3일(현지시간) 밤 중부 디종, 북서부 루앙, 남부 마르세유 근처까지 번지는 등 전국적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3일 밤부터 4일 새벽 사이 전국적으로 20여곳에서 난동이 잇따랐다. 파리에서 남동쪽으로 310㎞ 떨어진 중부 디종에서 이날 밤 청소년들이 길가에 주차된 차량에 불을 질렀다. 노르망디 지방의 대표적 도시 루앙에서도 차량 13대와 버스 3대가 불탔고, 남부 부쉬뒤론의 살롱 드 프로방스에서는 11대의 차량이 방화로 불탔다. 지난달 27일 클리시 수 부아에서 2명의 청소년이 감전사한 뒤 촉발된 난동이 파리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번진 것은 처음이다. 사태의 진원지인 센 생드니를 비롯한 파리 북부교외지역에서도 소요사태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파리 경찰은 3일 밤 센 생드니에 1300명의 경찰을 배치하는 등 난동 방지에 부심하고 있지만 이날 밤에만 버스 27대를 포함해 519대의 차량이 전소되는 등 난동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밤 파리 북동지역 12구,19구,20구에서도 차량방화가 발생했고 센 생드니 지역의 대형 가죽창고가 전소됐으며 센 생드니에서는 화재가 난 버스에 타고 있던 신체 장애자 한 명이 대피하지 못해 중화상을 입었다. 한편 전날 밤 경찰과 소방관을 향해 실탄 4발이 발사된 사실이 확인됐다.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은 하원에 출석해 2일 밤과 3일 밤 사이에 경찰과 소방대원을 향해 모두 4발의 실탄이 발사된 사실을 확인했다. 사르코지 장관은 경찰을 향해 총격까지 가한 것은 이들이 단순한 청소년이 아니라 흉악범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한편 노엘 마메르 녹색당 의원은 사르코지 장관에게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임할 것을 촉구했다.lotus@seoul.co.kr
  • 20일개봉 ‘케이브’

    루마니아의 깊은 숲, 니콜라이 박사 일행은 13세기 수도원의 폐허 아래 숨겨진 거대한 동굴을 발견한다. 생명 과학자 탐(모리스 체스트넛)과 잭(콜 하우저)을 중심으로 프로 다이버 7명으로 구성된 탐험대는 본격적인 탐사에 나선다. 하지만 한치의 오차도 없던 탐사는 갑자기 동굴 입구가 막히고 팀의 리더인 잭이 정체 모를 생명체의 공격을 받으면서 위기에 빠진다. 게다가 출구까지 막혀 점입가경의 위기를 맞게 된 탐사팀에게 희생자도 하나둘씩 생겨난다. 20일 개봉하는 영화 ‘케이브’(THE CAVE)는 ‘프레데터’·‘에이리언’류의 괴물 영화,‘버티컬 리미트’·‘아나콘다’류의 탐험 영화를 한데 버무려 놓은 얼개다. 정체 불명의 초현실적 괴물과의 사투를 벌이는 동시에 거대한 자연과도 맞서 싸운다. 하지만 시선이 분산되면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엔 조금 힘이 부치는 느낌. 괴물 영화치곤 공포가 부족하고 핏방울도 보이지 않는다. 특히 기생충 변이로 생겨난 괴물이 인간을 숙주로 삼는 설정은 ‘에이리언’을 본뜬듯해 신선감이 떨어진다. 하지만 영화속에서는 시선을 끄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 차우셰스쿠 정권 당시 비밀 경찰의 숨겨진 과거와 영화속 액션·탐험과의 연결 고리도 좀더 탄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다만 ‘매트릭스’와 ‘에이리언’ ‘다크시티’에 참여한 제작진이 빚어낸 시각효과와 CG(컴퓨터그래픽) 등 특수효과는 충분히 즐길만하다.‘고질라’‘언더월드’ 등에서 보여준 패트릭 타토풀로스의 괴물 디자인도 볼만하다.12세 이상 관람가.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러 사회풍자극 ‘검찰관’ 국내 공연

    러 사회풍자극 ‘검찰관’ 국내 공연

    250년 역사의 러시아 국립드라마극장인 알렉산드린스키극장의 대표작 ‘검찰관’이 10·11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공연장,15·16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 극장의 예술감독이자 러시아에서 가장 바쁜 연출가로 꼽히는 발레리 포킨이 연출한 ‘검찰관’은 지난해 러시아 최고 권위의 ‘황금마스크’ 최우수 작품상과 최우수 디자이너상을 수상한 작품. 경기도문화의전당과 알렉산드린스키극장간 상호 교류협력으로 이뤄진 이번 공연은 발레리 포킨을 비롯해 2003년 ‘골든소피트’ 최우수 연기상을 받은 주연배우 세르게이 파신 등 오리지널팀이 내한한다. 19세기 대문호 니콜라이 고골리의 ‘검찰관’은 시골 여관에서 검찰관으로 오인받은 무일푼 청년이 이를 기화로 지방 탐관오리를 맘껏 우롱하는 내용의 사회풍자극.1836년 황제가 참석한 가운데 알렉산드린스키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고골리는 추방됐다. 도스토예프스키, 고골리, 카프카 등의 작품에 집중해온 발레리 포킨은 서로 다른 6개의 ‘검찰관’ 텍스트를 조합한 새로운 구성과, 언어가 가지는 본래성을 강조한 독특한 무대언어로 자신만의 ‘검찰관’을 창조해냈다. 황금마스크 디자이너상을 받은 무대세트의 화려함도 볼거리.800㎏에 이르는 황금집을 포함해 총 5.4t의 무대장치와 의상, 소품이 공수된다. 이와 함께 발레리 포킨이 경기도립극단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고골리의 ‘결혼’도 22·23일 아르코예술극장(옛 문예진흥원예술극장) 대극장과 26·27일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공연장에서 국내 초연된다. 귀족 출신의 젊은 관리가 결혼에 대한 두려움으로 결혼식 직전 창문 밖으로 도망간다는 줄거리의 해학극. 백색의 러시아 이미지를 살려 겨울옷을 입은 배우들이 하얀색 플라스틱판 위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기발한 설정이 돋보인다.‘검찰관’의 무대디자이너인 알렉산드르 보롭스키 브로드스키가 무대를 담당했다. 한편 경기도립극단은 내년 ‘알렉산드린스키극장 개관 250주년 기념 국제페스티벌’에 초청돼 교환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031)230-324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우크라이나 내각 해산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8일 율리야 티모셴코 총리가 이끄는 내각을 해산했다. 이로써 ‘오렌지 혁명’을 이끈 여걸로 인정받으며 지난 2월 취임한 티모셴코 총리는 7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유셴코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총장과 국가보안국장을 제외한 각료 전원을 해임하는 결정을 내렸다. 총리 대행으로 유리 예하누로프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 주지사를 임명한다고 밝혔다. 유셴코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 원인이 혁명 동지들이 서로 힘을 합쳐 일해 보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몇달 동안 정부와 안보위원회, 안보위원회와 비서실, 정부와 라다(국회)간 충돌을 가라앉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면서 “하지만 그들은 내가 보내준 신뢰를 저버렸다.”고 말했다. 유셴코 대통령은 특히 티모셴코 총리에 대해 홍보와 자신의 정치력을 보여주려는 인기에 영합하는 태도를 보였다면서 비난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유셴코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부패 공직자에 대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조만간 포로셴코 전 서기 등 고위 관료들의 직권남용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알렉산드르 진첸코 전 행정실장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포로셴코를 비롯해 알렉산드르 트레치야코프 대통령 제1보좌관, 니콜라이 마르티넨코 ‘우리 우크라이나당’ 당수가 직위를 이용해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고 폭로했으며 이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진실 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모스크바 연합뉴스
  • 오랑캐의 탄생/니콜라 디코스모 지음

    “무릇 천자(天子)란 천하의 머리이니, 왜 그런가 하면 위이기 때문이다. 오랑캐(蠻夷)는 천하의 발이니, 왜 그런가 하면 아래이기 때문이다. 지금 흉노가 거만하게 굴며 지극히 불경한 것은 발이 위에 있고 머리가 아래에 있어 거꾸로 뒤집힌 것과 같다.” 한서(漢書) 48권 ‘가의전’(賈誼傳)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들은 과연 호전적이고 미개한 변방의 야만인인가?그러나 중국과 북아시아 유목민들과의 관계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니콜라 디코스모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수천년간 우리 정신을 지배해온 중국 중심의 역사관을 가차없이 깨뜨린다. 그는 저서 ‘오랑캐의 탄생’(이재정 옮김, 황금가지 펴냄)은 역사상 ‘미개한 야만인’들로 그려진 중국 북방 유목민들의 참 역사를 찾으려는 시도이다. 이를 위해 전통적으로 중국의 관계에서만 지위를 부여받아온 북방 유목민들 역사에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중화사상의 오랜 전통하에 유목민들은 ‘타자’로서, 곧 문화적으로 동화시켜야 할 존재에 불과했다. 저자는 그러나 북방의 유목민들이 실제로는 독자적인 금속기 문화를 발달시킨 예를 들며 중국 북방의 역사를 문화사 수준으로 끌어올리려고 한다. 융적, 호, 흉노로 기록된 유목민들이 뛰어난 기마술과 금속기 문화를 토대로 유라시아 초원지대를 지배했고, 여러 부족들이 연합해 제국을 형성해서 중국을 견제하는 세력으로 등장하는 등 아시아 고대사의 한 축으로 왕성하게 활동했다는 것이다. 북방 유목민들이 중국 역사서에 등장하기 시작한 때는 전국시대였지만, 중국사의 구성요소로서 본격적으로 서술된 것은 사마천의 ‘사기’(史記)의 ‘흉노열전’이었다. 그 이전까지는 유목민들을 단순히 열등한 존재로 묘사하는데 그쳤으나, 당시 흉노족이 한나라와 치열하게 대적할 만큼 성장하면서 사마천은 그들을 통일된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 장애물 같은 존재로 인식했다. ‘흉노열전’을 쓴 배경에는 이런 흉노를 중국적 세계질서에 종속된 존재로 각인시켜려는 의도가 자리잡고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중국과 북방 유목민 역사에서 2000년 이상 존속해온 ‘문명 대 야만’의 역사관은 결국 ‘사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당시의 시대적 상황, 즉 진한 전환기 흉노에 대한 정보가 모두 ‘사기’에서 유래한다는 점에서 그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데 저자는 어려움에 봉착했다. 이에따라 그는 중국문헌에 의존하는 전통을 과감히 버리고 다양한 고고학 발굴 성과들을 토대로 변경 유목민 역사에 대해 재해석을 시도했다. 최근 고구려사 논쟁에서 보듯 우리도 중화사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국의 관점에서 보면 한민족도 유목민과 마찬가지로 변방에 위치한 오랑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중국 역사학자들은 ‘중국사의 범위는 현재 중화인민공화국의 영토를 범주로 한다.’는 원칙에따라 고대사를 저술한다. 저자가 중국 문헌에 의존하는 전통을 과감히 버리고 고고학을 동원해 ‘대등한 역사 공동체들 간의 교류’를 동아시아 고대사의 패러다임으로 삼았음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되지 않을까? 2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獨·佛 차기 대권주자 회동 ‘새로운 유럽’ 틀짜기 시동

    독일과 프랑스의 차기 대권주자들이 유럽의 새 틀 짜기 행보에 나섰다. 프랑스를 방문 중인 안겔라 메르켈 기독교민주연합 당수는 19일(현지시간) 엘리제궁으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을 예방했다. 그러나 정작 대통령인 시라크와의 만남은 소홀히 취급된 반면 언론의 초점은 니콜라스 사르코지 내무장관과의 회동에 집중됐다고 BBC방송 등이 전했다.기존의 지도자보다 차기 대권주자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 탓이다. 사르코지 장관은 2007년 프랑스 대선에서 가장 유력한 주자. 메르켈 당수 역시 9월18일 실시되는 총선에서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게다가 메르켈 당수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달리 강한 우파적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사르코지 장관도 시라크 대통령보다 한층 강화된 우파적인 정책을 선호하고 있다.이 때문에 이민, 노동정책, 사회보장정책에서 자주 마찰을 겪고 있기도 하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테러대책 인권침해 논란

    지문채취 강화, 인터넷 등 통신수단 감시 확대, 국경통제 재도입 등 7·7 런던 연쇄 폭탄테러 여파로 일반시민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불편이 확대되고 있다. 각국의 잇따른 테러예방 강화조치로 프라이버시 침해가 우려되고 인권침해 논란이 이는가 하면 해외 왕래 불편도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서유럽 지역에선 유색인종에 대한 이민, 유학, 장·단기 취업 장벽이 한층 높아질 움직임이어서 결국에는 인종갈등을 더욱 부추길 전망이다. 마이클 처토프 미국 국토안보부장관은 13일(현지시간) 부처 개편계획을 밝히면서 “처음 미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의 경우 열 손가락 지문을 채취해 보안 프로그램에 등록시키는 것은 물론 다른 방문객들도 신원 확인을 위해 매번 두 손가락의 지문을 검색하는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 국무부, 국토안보부도 최근 공동으로 연방통신위원회(FCC)에 미국으로 들어오는 일부 국제항공기에서 도입한 기내 인터넷 사용의 감시권을 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 기관은 “기내 자살테러 기도를 막고 공공 이익에 유익하다.”면서 기내 안전을 위협하는 긴급사태의 경우 10분내에 모든 통신 내역을 감시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했다. 유럽연합(EU) 국가들도 인터넷과 전화에 대한 감시를 추진하고 있어 프라이버시 논란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프랑스 정부는 14일 런던 테러 이후 보안강화 대책의 일환으로 국경통제를 다시 도입했다. 브뤼셀 EU 내무·법무장관회의에 참석중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내무장관은 “런던에서 52명이 희생된 이 시점에 국경 통제를 강화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느냐.”고 밝혔다.그동안 프랑스는 지난 95년 체결된 ‘셍겐조약’으로 EU 지역인에 대한 통행 자유를 보장해 왔으나 특별한 때 비자 발급 요구 등 제한을 둘 수 있도록 했다.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독일에선 일반 시민들의 불안을 반영, 테러 예방 등 안전 문제가 선거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야당인 기독민주연합이 안전 강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도 테러 예방을 위한 법안제출 등을 고려 중이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의회에서 “대테러 조치를 강화하고 관련 입법을 제출하는 등 테러대책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일반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우려 애쓰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이날 “누구나 테러범이 될 수 있다. 나의 이웃이 돌연 테러범으로 변할 수 있다.”는 불안과 주변에 대한 불신이 유럽 및 미국인들 사이에 퍼져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런던 테러범들이 파키스탄계 영국인이었다는 점에서 ‘휴면 세포’, 즉 자생적 테러범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만 가고 있는 것이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국적 달라도 ‘소리는 하나’

    국적 달라도 ‘소리는 하나’

    “빠빠∼빠∼” 13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습실. 이틀 뒤인 15일 저녁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되는 ‘블랙’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다. 서울시향 부지휘자 번디트 웅그랑시(34)의 지휘 아래 트롬본의 육중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검은 캐주얼 차림의 웅그랑시는 연습실 한 가운데 높은 의자에 앉아 80여명의 단원들을 움직인다. 태국인인 웅그랑시가 ‘넘버 빠이브(5악장)’라면서 오른쪽을 가리키자 콘트라베이스를 안고 있는 주자들이 큰 몸짓으로 ‘군무(群舞)’를 춘다. 흰머리가 희끗거리는 중년남성, 긴 생머리의 젊은 여성, 파란 눈의 외국인 제각각이지만 이들이 내는 소리는 같다. 이번 공연이 전원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서울시향 단원의 재정비 이후 첫 공연인 만큼 연습실 양쪽에 설치된 에어컨 2대가 모자랄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진다. 전날 도착한 뉴욕 필하모닉 수석 트럼본 주자이자 줄리아드 음대 교수인 조지프 알레시는 협연자로 참여해 전날 도착한 여독(旅毒)도 잊은 듯 1시간여 동안 서서 트롬본을 분다. ‘블랙’은 서울시향이 세 차례 개최하는 ‘서머 오브 패션(Summer of Passion)’ 가운데 첫번째 시리즈로 이후 ‘레드’(29일 세종문화회관, 지휘 레머라이트, 바이올린 협연 데이비드 가렛),‘블루’(8월23일 예술의전당, 지휘 웅그랑시, 피아노 협연 니콜라이 루간스키)가 이어진다. (02)3700-6300. 한편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향은 8월15일 서울광장에서 ‘광복 60주년 기념음악회’를 개최한다. 정명훈 서울시향 상임지휘자가 악단 출범 후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고 안익태 선생의 ‘한국환상곡’, 베토벤의 ‘합창교향곡’,‘그리운 금강산’ 등을 들려 주며 김덕수 사물놀이패 공연과 강준일 작곡의 ‘사물놀이 협주곡’ 협연도 이뤄진다. 또 소프라노 박은주,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테너 이정원, 베이스 손혜수 등도 함께 공연할 예정이다. 글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윔블던테니스] 페더러 “3연패 문제없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가 윔블던 3연패를 향해 줄달음쳤다. 한국 여자테니스의 희망 조윤정(26·세계랭킹 86위)은 2회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페더러는 23일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벌어진 올시즌 세번째 메이저대회인 윔블던테니스(총상금 185억원) 남자 단식 2회전에서 첫 본선 무대를 밟은 이보 미나르(체코)를 3-0으로 가볍게 제치고 32강이 겨루는 3회전에 안착했다. 올해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7승을 거두고 잔디코트에서만 31연승의 상승세로 윔블던 연속 세번째 타이틀을 벼르고 있는 톱시드의 페더러는 3회전에서 25번시드의 니콜라스 키퍼와 16강 티켓을 다툰다. 더블폴트는 1개에 그친 반면 에이스는 무려 9개나 상대 코트에 내리꽂았다. 한편 조윤정은 23일 런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벌어진 대회 2회전에서 카타리나 스레보트닉(슬로베니아·랭킹 57위)에게 0-2(5-7 4-6)로 패해 3회전 진출이 좌절됐다. 톱시드의 린제이 대븐포트와 마리아 샤라포바(랭킹 2위)가 각각 제이미 잭슨, 카라탄체바를 2-0으로 완파한 것을 비롯, 아멜리 모레스모(프랑스) 킴 클리스터스(벨기에) 아나스타샤 미스키나(러시아) 등 상위 시드권자들이 무더기로 3회전에 올랐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닉슨·펠트家의 기연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지난 1974년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형 도널드의 손자가 이 사건의 ‘딥 스로트’ 마크 펠트 연방수사국(FBI) 전 부국장의 손자와 대학 동문으로 함께 강의를 들은 기연(奇緣)을 맺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헤이스팅스 법대 동문인 자렛 A 닉슨(28)과 다섯살 연하인 니콜라스 T 존스로 두 사람은 지난해 스페인어 강의를 함께 들으며 친해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두 사람은 자렛이 태어났고 니콜라스가 여행을 즐겼던 코스타리카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고 자렛은 말했다. 자렛은 이런 인연으로 니콜라스를 이 대학 법률잡지에서 일하도록 추천하기도 했다. 자렛은 지난해 이 대학을 졸업한 뒤 현재 변호사 실무 교육을 받고 있고 니콜라스는 재학 중이다. 자렛은 니콜라스에 대해 “참 좋은 녀석”이라며 “우리는 절친한 친구 사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두 사람이 그 전부터 서로의 할아버지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두 사람이 현대 미국 정치사에서 가장 심각하게 대립했던 할아버지들의 자손이란 점은 역설적이라고 지적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네덜란드 부결땐 英투표 취소”

    |파리 함혜리특파원 외신|영국 토니 블레어 정부가 1일 실시되는 네덜란드 국민투표에서도 유럽헌법 비준안이 부결될 경우 내년 상반기로 예정됐던 찬반 투표를 취소하기로 내부방침을 세웠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잇따라 우려됐던 프랑스 부결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음을 입증했다. ‘정치적 자살골’을 먹었다는 평가를 안팎에서 받고 있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31일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를 경질하는 내각 개편에 이어 대국민 TV연설을 통해 “차질없이 유럽통합 일정을 추진하자.”고 호소했지만 대세를 되돌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6일 스트로 외무가 발표할 것”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 블레어 내각이 비밀 협의를 통해 네덜란드에서 비준안이 부결될 경우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국민투표를 취소하기로 이미 내부 결정을 내렸다고 폭로했다. 신문은 잭 스트로 외무장관이 6일 하원에 출석해 이를 공식 선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블레어 총리는 30일 “투표를 해야 할 헌법 조약이 있다면 인준에 앞서 투표를 실시할 것”이라며 “그러나 먼저 네덜란드의 국민투표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 선’도 영국 정부가 6일 유럽헌법과 관련해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고 비슷한 맥락의 보도를 했다. 특히 이 신문은 한 고위 관리가 “실용성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이 헌법이 가망없는 일(dead duck)임을 알 것”이라며 “이제 유럽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안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파문 수습에 분주한 프랑스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31일 유럽헌법 부결 수습책의 일환으로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를 경질하고 후임에 도미니크 드빌팽 내무장관을 임명했다. 올해 51세의 드빌팽 신임 총리는 시라크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 중 한 사람으로 국민투표 전부터 유력한 후임 총리 후보로 거론됐다. 그는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 때 외무장관직에 있으면서 미국을 강력 비판한 것으로 국제 무대에 잘 알려져 있다. 모로코에서 태어난 드빌팽은 엘리트 행정관료의 산실인 국립행정학교(ENA)에서 공부한 뒤 외무부에 들어가 워싱턴과 인도 등에서 근무했다.1995년 엘리제궁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뒤 출세가도를 달려왔다. 지식인풍인 그는 시인이자 정치 에세이 작가이기도 하다. 시라크 대통령은 또 니콜라 사르코지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총재, 연정 파트너인 프랑스민주동맹(UDF)의 프랑수아 베루 총재 등을 면담해 사태 수습을 위한 조언을 경청했다. 한편 루이 해리스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8%가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lotus@seoul.co.kr
  • “프랑스의 실패, 유럽의 실패”

    |파리 함혜리특파원|프랑스의 유럽헌법 비준 거부가 확정되자 유럽 통합을 지지하는 중도 우파와 중도 좌파, 녹색당 등 지지진영은 프랑스와 유럽 미래에 큰 우려를 표명했다. 반면 극우파와 사회당 일부 및 공산당 등 반대 진영은 승리를 자축하며 시라크 대통령에게 정치적인 실패를 인정하고 사임할 것을 촉구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TV 연설을 통해 “유럽에서 프랑스의 이익을 지키기가 더 힘들어졌지만 유럽연합(EU) 건설의 주축국으로서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 중도우파 정당인 UMP(대중운동연합)의 니콜라 사르코지 총재는 “이번 투표는 정치적으로 중대한 사건”이라면서 “유럽은 프랑스인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미셸 알리오 마리 국방장관은 유럽헌법 부결에 대해 “프랑스의 실패, 유럽의 실패”라고 평가했다. 독일·이탈리아 등 이미 유럽헌법을 비준한 국가들은 유럽통합 과정의 큰 타격을 우려했다. 영국에선 국민투표 실시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동유럽 국가들은 이번 사태로 지난해부터 EU 신규 회원국들이 누려온 ‘밀월’이 끝났다고 평가했다. 마티아스 비스만 독일 하원 유럽위원회 위원장은 “프랑스가 없다면 EU의 추진 동력이 덜컹거리게 될 것”이라면서 “당분간 EU의 추가 확대가 없을 것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루펠 슬로베니아 외무장관은 “프랑스 등 다른 지역에서 유럽통합에 반대하는 지배적인 분위기가 있는데 이는 EU의 문을 닫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 “포경재개안 통과 당분간 힘들 것”

    “포경재개안 통과 당분간 힘들 것”

    “국제포경위원회(IWC) 총회에서 포경재개안건이 통과되려면 회원국 4분의3 이상의 찬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상당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IWC 니콜라 그랜디(여·영국) 사무국장과 과학위원회 덕 디매스터(미국) 의장이 30일 오전 울산 롯데호텔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IWC 안에서 포경·반포경 논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두 사람은 현재 회원국 가운데 포경·반포경 국가가 반반이어서 이번 울산 총회에서도 포경재개 안건이 통과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과학위원회 안에서도 과학포경에 대한 찬반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는 지금까지 과학포경 건의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한국 귀신고래는 포경금지조치에도 불구하고 멸종위기에서 지금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환경을 비롯한 여러 원인을 조사·연구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총회에서 대부분 안건을 공개투표로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대부분의 회원국가들이 그렇게 하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IWC는 사무국장·부의장 선출과 연례총회 개최국 선정 등 2가지 안건을 제외하고는 공개투표를 한다. 또 총회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한다. 그랜디 사무국장과 디매스터 의장은 “한국과 울산만큼 행사를 화려하게 준비하고 관심을 가져준 곳은 지금까지 없었다.”면서 “IWC 회의에 깊은 관심을 가져준 한국과 울산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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