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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양판 손자병법 속 승부전략

    서양판 손자병법 속 승부전략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이진우 지음/흐름출판/368쪽/1만 8500원 흔히 동양에 ‘손자병법’이 있다면 서양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이 있다고 말한다. 전략, 전술을 입에 올릴 때 일반인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교과서격 전서들로, ‘손자병법’이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고전이라면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은 근대 나폴레옹 시대에 쓰인 작품이다. 두 책은 널리 알려지고 회자되는 명작이지만 의외로 베스트셀러 고전 반열엔 끼지 못한다고 한다. ‘손자병법’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 탓에, ‘전쟁론’은 방대하고 난해한 텍스트 탓에 읽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은 니체의 이성과 권력에 천착해 온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이 ‘전쟁론’을 직접 번역해 세상에 내놓은 작품이다. 잘 알려졌듯이 ‘전쟁론’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바로 전략이다. 전략의 이론과 사상을 제시한 최초의 책이면서 냉철하고 체계적이며 포괄적인 분석 때문에 여전히 지금도 가장 많이 연구 인용되는 전략의 독보적인 고전이다. 저자는 그 ‘전쟁론’ 가운데 모든 전쟁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개념과 전략을 콕 집어 다시 구성해 눈길을 끈다. ‘전쟁은 단순히 정치를 다른 수단으로 계속하는 것이다.’ 전쟁의 본질은 항상 똑같다고 본 클라우제비츠의 말 그대로 저자는 ‘전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기는 법’을 지금 실정에 맞도록 찾아내 제시한다. 권력의 핵심이 군사력에서 정치력을 거쳐 경제력으로 옮겨 감으로써 전쟁 수단은 바뀌었을지언정 현실은 여전히 전쟁인 상황. 그 속에서 보편적 전쟁 개념에 충실한 채 승리의 전략을 세워야 하는 리더의 선택과 승부수가 설득력 있게 풀어진다. 특히 2000년이라는 시대적 간극을 갖고 있는 손자와 클라우제비츠의 전략, 전술을 함께 설명해 줘 독보적인 두 고전을 비교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글 잘 쓰고 싶으신가요

    글 잘 쓰고 싶으신가요

    메마르고 팍팍한 세상에 단비가 돼 줄 시·소설 필사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현직 작가들의 글쓰기 노하우를 담은 책들도 줄줄이 나오고 있다. 감성과 이성을 각각 충족하는 필사집과 글쓰기 강의 책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글쓰기 문화의 저변을 넓혀갈지 주목된다.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67) 시인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시 101편을 골라 필사집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예담)를 냈다. 평소 자녀와 지인들에게 보내준 시들 가운데 ‘독자들도 꼭 한번은 따라 써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편안하고 아름다운 시들을 엄선했다. 김소월, 윤동주, 신경림, 니체, 괴테 등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들이 실려 있다. 시인은 “시를 쓰는 순간 인간 본래의 마음, 인간이 서 있어야 할 자리, 인간이 가야 할 길, 사람이 생각해야 할 것들을 들여다보게 된다”며 시 필사의 필요성을 힘줘 말했다. “시인은 부자가 아니다. 진심과 진실을 시 속에 담아낸다. 시는 절대로 거짓말로 꾸며 쓰지를 못한다. 시는 사람의 본래 마음이다. 시를 베끼다 보면 나의 본래 마음을 찾을 수 있다.” ‘명시를 쓰다-마음이 맑아지는 좋은 시 필사’(사물을봄)는 김소월, 이육사, 윤동주, 김영랑, 한용운, 노천명, 정지용, 박인환, 백석, 이상 등 10명의 작품 53편을 가려 뽑았다. 페이지 왼쪽 면에 작품을 배치하고, 오른쪽 면에 엷은 밑줄을 그어 필사할 수 있도록 했다. 출판사 측은 “펜 끝이 종이에 문자를 그리는 느릿한 시간 속에서 작품에 내재돼 있지만 미처 포착하지 못한 것들이 우리의 가슴속으로 파고든다”고 소개했다. ‘너의 시 나의 책-손글씨로 만드는 나의 첫 시집’(아르테)은 한국 문단의 젊은 시인 오은, 유희경, 박준, 송승언의 공동 시집이다. 시인들의 대표 시와 신작 시 60편이 수록돼 있다. ‘오늘 나’ ‘오늘 실수’ ‘오늘 분노’ 등 키워드에 따라 엮인 시를 빈자리에 필사하도록 했다. 오은 시인은 “시구를 적는 일, 나아가 시 한 편을 백지 위에 옮겨 적는 일은 시간을 잠시 멈추는 일, 글자를 한 자 한 자 적으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 그리고 시의 화자와 스스로가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지 가늠해 보는 일”이라며 “그 시간은 단순히 시를 공감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뛰어넘어 자신도 미처 몰랐던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나의 첫 필사 노트’(새봄출판사)는 명작 소설을 베껴 쓰도록 구성한 책이다. 필사하며 읽는 한국현대문학 시리즈 첫 번째 권으로, 기자 지망생이나 작가 지망생이 가장 많이 필사하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이상의 ‘날개’, 김유정의 ‘봄봄’ 등이 실려 있다. 현직 작가들은 자신들이나 동료 작가들의 글쓰기 경험을 토대로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명랑 소설가는 공지영, 정유정, 정이현 등 현역 작가 11명을 인터뷰해 그들의 창작 노하우를 담은 ‘작가의 글쓰기’(은행나무)를 냈다. 글의 첫머리를 어떻게 시작하고 이야기를 이어나가는지를 비롯해 글의 주제와 문체 결정 방법, 퇴고법 등 작가들의 실질적인 조언으로 가득하다. 등단 50년을 맞은 천양희 시인은 시인의 삶과 문학적 체험, 시 창작 강의를 담은 ‘첫 물음’(다산책방)을, ‘풀꽃’의 나태주 시인은 수년간 문학 강연을 다니며 느끼고 말하고 생각하고 뉘우치며 다짐한 내용을 엮은 ‘꿈꾸는 시인’(푸른길)을 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필사가 글쓰기 문화를 더 윤택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한 글자 한 글자 베껴 쓰다 보면 작품 속에 깊이 빠져들어 진실로 그 작품을 음미하고 이해하게 된다. 음미 자체가 곧 ‘힐링’(치유)이다. 감성 치유는 글쓰기 문화를 더 기름지고 풍부하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컬러링북처럼 글쓰기 시장이 폭넓게 형성돼 여가 문화의 새로운 패턴으로 자리매김해 나가는 게 바람직한 발전 방향이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글쓰기·필사 책 출간 추세에 대해 “좋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망과 맞물려 있다”고 진단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등 읽고 쓰는 게 일상이 됐고, 짧은 글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하나의 흐름이 됐다. 글쓰기가 필수가 된 세상에서 남들보다 잘 쓰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법이다. 필사책이나 글쓰기 책들은 이런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해 준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한화건설, 입주 즉시 수익창출 완성형 신도시 상권 ‘위례신도시’에 상가 공급

    한화건설, 입주 즉시 수익창출 완성형 신도시 상권 ‘위례신도시’에 상가 공급

    초저금리 상황에서 수익형부동산의 블루칩으로 통하는 '신도시 상가'도 옥석 가리기가 한창인 모습이다. 개발 비전이 뚜렷한 신도시는 조성사업이 완료됨에 따라 유입인구가 빠르게 증가한다. 반면 상업지 비율은 낮아 희소성과 안정적인 고정 수익을 바라볼 수 있어 상가 투자처 1순위로 꼽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신도시 상가 투자에 있어 어느 정도 입주가 진행되고 인프라가 조성된 '눈에 보이는 상권'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사실 개발 초기 신도시는 생활은 편리한 반면 지구가 조성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실질적인 수요층인 신도시 거주자들이 입주해 상권이 조성되기까지 최소 3~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상권 형성까지 변수가 많아 해당 상권이 활성화 될 것이라는 보장도 미비하다. 당장의 수익을 바라볼 수 없을뿐더러 투자자와 임차인들이 공실과 가격 하락 리스크까지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도시 상가들의 경우 미래가치를 보고 상권 선점을 위해 투자하는 수요가 많아 인기가 높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높아 '양날의 검'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반면 개발이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에 이르러 입주가 이뤄지고 있는 신도시 중 아직 대표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곳들의 경우, 상권 선점과 안정적 수익 모두를 기대할 수 있어 알짜 중의 알짜로 꼽힌다"고 말했다. 위례나 동탄, 김포 한강신도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난 2013년 첫 입주를 시작한 위례신도시는 입주 3년차를 맞은 올해부터 입주가 가속화되고 있고 동탄2신도시의 경우도 올해 시범단지 입주를 시작으로 인프라가 빠르게 조성 중이다. 지난 2011년 첫 입주가 시작된 김포 한강신도시는 개발이 거의 완료 상태로 수익형부동산 시장에서 꽤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지역에 분양(예정)하는 수익형부동산 상품의 입주(예정)시기에는 더욱 많은 유입인구를 확보할 수 있어 입주와 동시에 공실 걱정 없이 임대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입주와 동시에 수익 창출 가능한 완성형 신도시 상권 어디? 한화건설이 위례신도시 업무지구 24블록에서 위례 오벨리스크 오피스텔 내 스트리트형 상가인 위례 오벨리스크 센트럴스퀘어를 분양 중이다. 한화건설의 위례 오벨리스크 센트럴스퀘어는 지하 1층~지상 2층, 전용면적 기준 1만 3,647㎡로 구성되며 이 중 지상 1층 132호, 2층 61호 총 193호가 일반에 공급된다. 한화건설의 위례 오벨리스크 센트럴스퀘어는 강남과 바로 연결되는 위례중앙역(예정)과 트램역(계획)이 만나는 더블역세권에 위치하고 상가 앞으로 대규모 광장인 ‘모두의 광장’이 위치해 배후수요뿐만 아니라 주변지역 인구 흡수도 가능한 광역상권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여기에 한화건설의 위례 오벨리스크 센트럴스퀘어의 지하 1층에는 안정적인 키 테넌트 역할을 할 위례신도시 유일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롯데시네마(1000석 규모, 7개관) 입점도 확정되어 있다. 한화건설 분양관계자는 “위례 오벨리스크는 오피스텔 분양 시 평균 57.2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위례신도시 내 인기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상가 또한 더블역세권, T자형 대규모광장, 광폭 스트리트형 상가를 갖춘 멀티플렉스 상가로 탁월한 집객효과의 롯데시네마 입점까지 확정돼 투자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며 “위례신도시 입주도 가속화되고 있어 상권 활성화는 따놓은 당상으로 계약률도 큰 폭으로 증가 추세라 곧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무리할 것 같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이 위례신도시의 중심인 트랜짓몰 내에서도 강남인접성이 가장 우수한 송파권역인 C1-1블록에서 ‘위례 송파 힐스테이트 상가’를 선착순 분양 중이다. 연면적 6,521㎡, 지상 1~2층, 2개 동, 총 59개 점포로 구성된다. 지하상가를 배제하고 후면에 상가가 없는 100% 대면식 배치의 스트리트형 상가로 무리하게 상업시설을 늘려 수익을 창출하기 보다는 최적화된 공급으로 준공 후 상가 활성화를 목적으로 계획됐다. 대규모의 수변공원과도 가까워 11만여 명에 이르는 막대한 양의 위례신도시 유동인구를 배후수요로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계약금 10%, 중도금 40% 전액 무이자의 금융혜택도 제공된다. 동탄2신도시에서는 우미건설이 이달 동탄역 인근 광역비즈니스콤플렉스에서 '앨리스 빌(Alice Ville)'을 분양할 예정이다. 동탄2신도시 C-12블록에 조성되는 복합단지 '동탄 린스트라우스 더 센트럴'의 상업시설로서 연면적 2만9152㎡의 대규모 스트리트몰로 구성된다. ‘앨리스 빌’은 영국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동화 속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 유럽형 스토리텔링형 상업시설로 지어져 동탄2신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일부 점포는 임대와 관리도 우미건설이 직접 맡아 안정성은 물론 상권의 조기 활성화가 기대된다. 김포 한강신도시에는 대림산업이 시공하는 ‘e편한세상 캐널시티 에비뉴’ 2차분이 분양 중이다. 이 상가는 지난해 12월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분양 한 달 만에 완판신화를 쓴 ‘e편한세상 캐널시티 주상복합’의 단지 내 상가로 총 3개(A•B•C)동 총 54개 점포가 들어선다. 모든 점포가 1층 전면에 위치하고 점포 면적은 전용면적 기준 30~135㎡다. 유러피언 고급 카페거리 컨셉으로 특화된 입면설계 및 디자인이 적용된 이 스트리트형 상가는 김포 한강신도시 중심에 위치해 15만명에 이르는 풍부한 배후수요를 갖췄다. 김포 한강신도시 최초로 롯데마트 입점이 예정돼 있다. 김포도시철도 장기역(2018년 완공예정)이 가깝고 김포고속화도로(김포~한강로)를 이용할 수 있다. ㈜알토란이 성공리에 분양 완료한 '라베니체 마치 에비뉴'의 후속 물량인 2차와 3차분도 분양 중이다. 한국의 베니스로 불리는 ‘라베니체 마치 에비뉴’ 상가는 왕복 1.7km의 수로를 따라 폭 15m, 길이 850m, 총 3만3000㎡ 면적에 조성되는 매머드급 상업시설이다. 금번 분양되는 2∙3차분(C4-8BL•C4-7BL)은 2개 블록을 합해 총 97호 규모로 2차는 1~2층 57호, 3차는 1~2층 40호로 이뤄졌다. 수변상업지구 내에서도 가장 중심지역에 위치해 1차분보다 높은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플라톤·니체… 그들이 생각한 죽음은

    플라톤·니체… 그들이 생각한 죽음은

    죽음에 관한 철학적 고찰/구인회 지음/한길사/324쪽/1만 8000원 장자(莊子)는 자기 아내의 시신을 앞에 두고서 항아리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물론 이는 잠시 우는 척하다 화장실 가서 키득거리는 우스갯소리 속 남편과는 차원이 달랐다. 장자는 왜 울지 않느냐는 친구의 물음에 “어둡고 희미한 사이에서 섞여 있다 변화해서 기가 나타나고, 기가 변해 형체가 되고, 형체가 변해 삶이 나타났다. 아내는 죽어서 변화하는 천지의 큰 집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내의 삶과 죽음은 천명이다”고 답했다. 장자의 마음속 슬픔이 전혀 없었는지 어땠는지는 짐작할 수 없다. 어차피 인간은 누구도 죽음을 직접 체험할 수 없다. 그저 더없이 가까운 이의 임박한 죽음 앞에 소멸과 공포의 심정을 공감하는 정도일 따름인 탓이다. 이렇듯 동서고금을 가릴 것 없이 철학적 사유의 출발은 의심과 공포였다. 인간의 존재와 삶의 근원을 의심했고, 그에 앞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품었다. 종교를 맹신하는 이유도, 신과 사후세계를 의심하는 배경도 모두 하나에서 비롯됐다. 책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시작해 니체, 하이데거 등에 이르기까지 죽음의 문제를 다뤄온 서양철학자들의 계보를 짚어 나간다. 신화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한 초기 서양철학에서 플라톤의 죽음관은 영혼이 불멸하고, 죽음은 육신과 영혼이 분리되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린다. 그는 철학함을 죽음에 대한 불안과 관심으로, 또 연습과 준비로 규정짓는다. 생명윤리학을 전공하며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천착해온 구인회 가톨릭대 교수는 ‘철학은 끊임없이 죽음에 대해 묻는 학문’이라고 표현한다. 죽음이 무엇이며, 죽음에서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는가,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이 철학사 전반에 걸쳐 존재해 왔음을 설파한다. 결국 죽음에 대한 물음은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문제와 분리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죽음을 극복하고자 했던 철학자들의 노력은 죽음과 더불어 삶을 살아가는 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지구 반대편 언저리, 오래전을 살아온 그들의 고민과 사유가 현재 한국사회 구성원들의 고민과도 그리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1년 전 차가운 바닷물 속 304명의 죽음의 문제를 애써 외면하려는 이들이 있고, 여전히 기억하며 죽음을 다루는 이들이 있다. 죽음을 기억하거나 외면하는 이 모두가 결국은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됨은 당연한 이치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정진곤의 살며 생각하며]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들자

    [정진곤의 살며 생각하며]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들자

    시청 앞 청계광장에서 한양대까지 매주 청계천을 따라 걷습니다. 월요일 수업에 맞춰 평소보다 집에서 일찍 출발합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나 싶더니, 벌써 여름이 온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느 새 무더운 날씨가 되었습니다. 산수유, 매화, 벚꽃 등의 봄꽃들이 지고, 조팝나무 꽃들이 활짝 피어 있습니다. 송사리들이 떼 지어 헤엄쳐 다닙니다. 잉어들도 유유자적 무리지어 올라가고 있습니다. 연못에서 사람들이 키우는 잉어는 보았지만, 시냇물에서 이렇게 많은 잉어들이 자연스럽게 떼 지어 다니는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오리들이 물속에서 먹이를 찾아 자맥질을 합니다. 왜가리는 돌 위에 앉아 먹이를 노리고 있습니다.  한양대 근처에 오니 청계천이 중랑천을 만나 한강으로 흘러갑니다. 매화나무와 대나무들이 벌써 무성하게 잎을 피우고 있습니다. 군데군데 모래사장도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섬진강변 매화마을에 와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가의 팻말에는 “이곳의 매화들은 광양의 매화마을에서 조성한 것”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서울의 도심 한 복판에서 맑은 시냇물, 수많은 물고기, 새와 나무와 꽃들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다음 주에는 냇가의 나무와 꽃들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벌써부터 일주일 후의 청계천 모습이 궁금하고 보고 싶어집니다.    청계천을 걷기 전까지 서울 시내를 멀리까지 걸어서 다닌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습니다. 시내를 갈 때는 항상 자동차나 전철을 타고 다녔습니다. 서울 시내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곳이지 걸어 다닐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청계천을 따라 먼 길(?)을 걷고 난 후 나름대로 자신도 생겨서 서울시내 도심을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신촌에서 시청까지 걸어갔습니다. 청계천이 나무, 꽃, 새들이 살아가는 곳이라면, 신촌에서 시청까지의 길은 인간 삶의 현장입니다. 길을 가는 사람들은 항상 바쁘고 무언가 화가 나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과 같이 잘 알지 못해도 ‘하이’하면서 손을 흔들거나 웃으며 인사를 하는 사람들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와 서양의 문화적 차이인지 혹은 서울 사람들의 삶이 더욱 고달프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길가에는 높다란 빌딩과 함께 작은 가게들이 많습니다. 김밥집, 돈까스집, 김치찌개와 된장찌개집 등의 작은 식당들과 가구점, 커피집, 옷집, 세탁소, 동물병원, 편의점, 미용실 등의 수많은 가게들이 길가에 늘어서 있습니다. 가게의 종류도 다르고, 외양과 인테리어들도 서로 다릅니다. 처음에는 모두 가게 안에 걸려있는 문구처럼 “비록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는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장사를 시작했을 것입니다. 가족과 친지들도 찾아와 잘 되기를 바라고 축하해 주었을 것입니다. 손님들이 많은 가게도 있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주인혼자 쓸쓸히 앉아 있는 곳도 있습니다. 도심을 거닐면서 수많은 가게들의 외양과 함께 주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면서 길을 걷노라면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여러 모습과 삶의 속살을 훔쳐보는 것 같습니다.    똑같은 서울이지만 청계천의 냇가와 도심의 길거리는 너무도 다릅니다. 보이는 풍경도 다르지만, 걸으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다릅니다. 몸으로 부딪혀 오는 바람결도 다릅니다. 도심을 걸을 때는 사람들을 보고, 그들의 삶의 모습에 관심을 가지게 되지만, 냇가를 걸을 때는 냇물과 나무와 새가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자동차를 운전하고 갈 때는 사고 나지 않고 안전하게 그리고 어떻게 하면 목적지에 빨리 도착할 것인가만을 생각합니다. 달리다가 사고가 나게 되면 크게 다치거나 자칫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다른 자동차가 자기 앞으로 끼어들게 되거나 방해하게 되면 신경이 곤두섭니다. 자동차가 막혀 지체하게 되면 짜증이 납니다. 주위 풍경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구경할 수 없습니다. 그저 곁눈으로 흘깃거리거나 스쳐 지나갈 뿐입니다. 운전을 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차 안에서 음악을 흘려듣는 일이 고작입니다.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면 비로소 자동차에서 해방되어 안도의 한 숨을 내쉬게 됩니다.    자동차가 아닌 자신의 두 발로 걸어서 길을 갈 때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전신의 감각을 열어놓고 주위 풍광을 구경합니다. 길 가에 심겨져 있는 나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 흐르는 시냇물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를 들이키고, 온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목적지에 빨리 도달할 것인가 보다는 주위의 동물, 식물 그리고 사람들을 살펴보면서 느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그 아름다움과 장엄함에 감탄을 하기도 합니다. 두 발로 자신의 몸을 땅위에 곧추세우고 발밑에 밟히는 땅의 느낌과 숨소리를 듣게 됩니다.    ‘걷기 예찬“의 저자인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대학의 사회학 교수인 다비드 르 브르통은 ’걷는다는 것은 세계를 온전히 경험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도시와 시골 등의 삶의 현장을 두발로 걸어 다니면서 그는 비로소 인류학자처럼 사람들의 얼굴, 표정, 걸음걸이를 새롭게 관찰하고 그들의 삶의 세계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이제까지 스쳐지나갔던 자연의 세계를 유심히 살펴보고 이름조차 알지 못한 나무와 꽃들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겨울을 지나 봄이 되어 잎이 피고 꽃이 피며 나날이 자라나는 모습을 경이롭게 바라보게 됩니다.   브르통은 “자신의 몸을 땅과 수직으로 꼿꼿하게 세우고 걷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비로소 자연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게 되었으며, 인간과 우주의 새로운 질서가 탄생되기 시작하였다”고 주장합니다. 걷기 시작하면서 네발로 기어 다닐 때 보지 못하던 새로운 세계를 듣고, 보고, 느끼게 되었으며, 이제까지 보고 경험해 왔던 나무, 새, 동물, 하늘과 같은 자연세계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브르통의 말을 이해하거나 실감할 수 없다면 어렸을 때 친구들과 함께 놀면서 했던 대로 두 손으로 땅을 짚고 가랑이 사이로 세상을 보면 그의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네발로 기어 다니는 것과 두발로 서서 다니면서 보고 느끼게 되는 세계와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걷기는 오래전부터 청소년 교육의 중요한 수단이었습니다. 보이 스카우트, 반더포겔 그리고 우리나라의 국토기행 모임 등과 같은 여러 단체에서는 걷기를 통하여 청소년들에게 국토를 사랑하고, 나무, 풀, 꽃, 새들과 같은 자연에 대하여 관심과 지식을 가지고 사랑하도록 합니다. 국토기행 등을 통하여 인내심과 체력을 키우고, 동료 친구들을 아끼고 서로 도와주는 협동정신을 길러줍니다.  걷기는 또한 사색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제자들과 학내를 거닐면서(페리파테인) 인간의 본성, 윤리와 도덕, 정치학 등에 대하여 함께 토론하고, 그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그가 제자들과의 산책을 통하여 남긴 ‘니코마코스 윤리학, 기하학, 논리학’ 등은 인류문명과 여러 학문분야에 지적인 기틀을 제공하여 주었으며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학파를 ‘소요학파’라고도 부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제자들과 함께 걸으면서 대화한 내용들이 그의 사상의 핵심을 형성하였기 때문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뿐만 아니라 수많은 철학자들과 작가들이 산책을 하면서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고, 많은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독일의 하이델베르그에는 ‘철학자의 길’이 있습니다. 하이데거가 이 길을 산책하면서 그의 철학을 정립하였고, 수많은 철학적 저서를 구상하고 아이디어를 얻었기 때문에 이 길을 ‘하이데거의 길’이라고도 부릅니다. 프랑스 혁명 사상의 기틀을 제공해준 장 자크 루소도 산책을 통하여 중요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보행에는 내 생각들에 활력과 생기를 부여하는 그 무엇이 있다. 나는 한자리에 머물고 있으면 거의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내 몸이 움직이고 있어야 그 곳에 내 정신이 담긴다. 들판의 모습, 이어지는 상쾌한 정경들, 대기...그런 모든 것이 내 영혼을 청소해주고 내게 보다 크게 생각할 수 있는 대담성을 부여해...준다”고 말하였습니다. 키에르케고르는 1847년 제테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걸으면서 가장 풍요로운 생각들을 얻게 되었다“고 말하였습니다. 니체는 “나는 손만 가지고 쓰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들판을 건너질러서, 때로는 종이위에서 발은 자유롭고 견실한 그의 역할을 해 낸다”고 하면서 심오한 영감은 거의 예외 없이 오랫동안 걷는 길 위해서 떠올랐다고 말하였습니다.    뉴욕, 런던, 파리 등 세계 각국의 대도시들은 걸어 다니기 좋게 되어있습니다. 인도도 넓고, 쾌적하고, 아름답고, 안전합니다. 가로수들이 봄에는 새 잎을 피우고,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마련해주며, 가을에는 아름답게 물듭니다. 파리의 샹드리제를 걸어본 사람들은 누구나 아름다운 그 거리를 잊지 못할 것입니다. 보행자들이 마음 놓고 도시를 걸어 다닐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  런던은 오래된 도시라서 좁은 길들이 많습니다. 좁은 길은 아예 차들은 다닐 수 없고 사람들만 걸어 다닐 수 있습니다. 자동차로 도심을 통행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길도 좁고 주차장도 드물고 주치 비용도 매우 비쌉니다. 런던시내에서는 아예 자가용 자동차가 다닐 수 없습니다. 버스나 전철 등만 다닐 수 있습니다. 자동차보다 보행자들이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나라의 도시들은 사람들이 걸어 다니기에 위험하고 불편합니다. 오토바이들이 인도를 거침없이 휘젓고 다니며, 포장마차가 가로막고, 매우 비좁습니다. 움푹 꺼지거나 패인길도 많습니다. 상인들은 인도에 상품 내놓고 있습니다. 국도에는 아예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인도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도시들도 사람들이 마음 놓고, 즐겁고, 편안하게 걸어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걸어서 직장에도 가고, 친구도 만나고, 영화도 보고, 미술관도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거리를 걸어 다니기 좋고, 아름답고 편안하게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은 아름다운 거리를 걸어가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자세히 살펴보게 될 것입니다. 도시와 길거리를 잘 알게 되고, 아름답고 깨끗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거리에 심어져 있는 나무와 꽃 그리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삶의 모습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하루에 만보만 걸으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합니다. 걷기 좋은 거리를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많이 걷게 되어 시민들의 건강증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많은 철학자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사람들은 길을 걸으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되고, 정서적으로도 편안하게 되고, 여러 가지 것들을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시장과 공무원 그리고 시민들이 힘을 합쳐 ‘걷기 좋은 거리’를 만드는 일을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전 대통령실 교육과학문화수석) tiger@hanyang.ac.kr
  • 상가 분양 ‘스트리트형’이 대세

    상가 분양 ‘스트리트형’이 대세

    최근 상가 분양시장에서 스트리트형 상가가 대세다. 과거와 달리 이동이 편리하고 문화와 휴식 공간이 어우러진 스트리트형 상가가 높은 인기를 구사하고 있는 것. 실내와 다르게 탁 트인 주변 환경을 바라보며 거닐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객들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 광교 카페거리 등이 대표적이다.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2차 분양중인 ‘e편한세상 캐널시티 에비뉴’ 역시 스트리트 형 상가로 조성된다. 유러피언 스트리트 몰로 구성 돼, 중심 수로와 대로변을 따라서는 레스토랑, 카페 등의 고급 테마형 카페거리 또한 조성 될 예정이다. 상가가 들어서는 김포 한강신도시는 강물을 끌어들여 폭 20m, 길이 16km에 이르는 하천과 호수가 조성되는 수로도시다. 수로를 따라 탁 트인 환경이 조성 돼 유동인구 유입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김포 한강신도시 최초로 입점하는 롯데마트(하이마트, 토이저러스, 문화센터)와 수로변 테마형 상가인 라베니체와 연계 되면 한강신도시 최대의 광역 상권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주변에는 약 10만㎡ 규모의 근린공원, 도서관, 수변공원 등 친환경 휴식공간이 조성된다. 이에 쇼핑뿐 아니라 가족과 연인들이 문화•여가를 즐길 수 있는 지역 명소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e편한세상 캐널시티 에비뉴’는 지난 해 12월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분양 한 달 만에 완판 신화를 쓴 ‘e편한세상 캐널시티 주상복합’의 단지 내 상가다. 총 3개(A∙B∙C)동으로 모두 54개 점포가 들어선다. 54개 점포 모두 1층, 전면에 위치했다. 수로변을 따라 조성 될 B동은 다 팔린 상태로 현재 롯데마트와 연계된 A∙C동 점포를 2차분양중이다. 이 상가는 가격과 면적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실제 'e편한세상 캐널시티 에비뉴' A-10 상가는 전용면적으로는 75㎡(22평) 정도다. 분양가는 부가세를 포함해 7억6000만원 선. 반면 인근에서 분양 중인 G상가의 경우 면적이 44㎡(13평) 불과하지만 가격은 8억7000만원(부가세 포함)에 달한다. 3.3㎡당으로 계산하면 분양가 차이는 더 커진다. 'e편한세상 캐널시티 에비뉴'의 경우 1800만원 대 이지만 G상가는 3200만원 대로 분양가 차이가 1400만원 이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면적이 44㎡(13평) 정도면 현재 받을 수 있는 보증금과 월세가 1억에 400만원 수준" 이라며 "면적이 크면 보증금과 월세를 더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분양관계자는 "계약금은 10%만 받고 중도금 역시 5개월 후 10%만 내면 된다" 며 "잔금은 준공 시점인 2017년 8월에 80%를 내는 조건으로 초기 자금 부담을 최소화 했다"고 말했다. 시공은 대림산업이 맡았다. 모델하우스는 아파트 현장 인근(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717-2)에 위치했다. 분양문의: 1899-9649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미의 심리학(앨런 싱크먼 지음, 배충효 옮김, 책세상 펴냄) ‘인간은 왜 외모에 민감하게 됐을까’ 아름다워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간의 욕망에 복잡하게 얽힌 미(美)의 심리를 심층 탐색했다. 저자는 먼저 예뻐지고 싶은 마음과 노력은 질병도, 사회적 문제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 대신 신체 이미지는 자기애며 자기정체성과 긴밀한 내적 역학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아름다움을 향한 본능이 잘못 인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뻐지려는 욕망이 정상적인 수위를 벗어나면 성형중독이나 거식증, 폭식증같은 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이 대중매체와 소비문화 확산 탓이라는 주장에도 정색하고 반대한다. 최근의 사회문화적 압력과 별개로, 아름다움은 인류가 시대를 초월해 추구해 온 보편적 가치이며 아름다워지려는 욕구는 건강한 정상적 충돌임을 강조한다. 여기에 덧붙여 아름다움의 반대인 추함과 그에 수반되는 부러움과 질투, 원한 등을 심리치료를 통해 어떻게 다룰 지도 점검한다. 372쪽. 1만 7000원. 요가 수트라(B.K.S 아헹가 지음, 현천 옮김, 禪요가 펴냄) 지난해 별세한 인도의 요가 수행자 아헹가가 해설한 요가경. 요가의 ‘첫 스승’이라는 파탄잘리의 ‘요가 수트라’를 오랜 수행을 통해 친절한 안내서로 소개했다. 파탄잘리는 ‘요가 수트라’에서 무용, 수학, 천문학, 점성술, 물리학, 심리학, 시간과 중력 등 방대한 주제들을 영적인 지식으로 풀어 나갔다. 간결하고 함축적인 문장의 경문을 아헹가가 현대적이며 실제적인 용어로 다시 설명했으며 요가 수행의 미묘함과 완전함을 명료하게 밝히기 위해 애쓴 흔적들이 역력하다. 이번에 번역 출간된 ‘요가 수트라’는 그 원문과 영문 번역, 아헹가 해설을 차례로 함께 실었다. 요가·파탄잘리에 관한 상세한 이야기와 삼매·수행·속성및 신통력·해탈 및 자유 등 네 개의 장에 대한 해설을 담아 요가 전반에 대한 자세한 이해를 돕는다. 국내 ‘아헹가’ 연구의 독보적인 존재인 스님이 경문의 의미를 정확하고 쉽게 전달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519쪽. 2만 8000원. 지극히 인간적인 삶에 대하여(이동용 지음, 동녘 펴냄) 독일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말년 저작 ‘인생론’을 중심으로, 중요한 문제들을 환기시켜 인간이 삶의 주체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귀띔한다. ‘인생론’은 쇼펜하우어의 사상이 집약된 수상록. 칸트 철학의 맥을 잇는 후계자로서 스스로 진정한 의미의 형이상학자라 규정했던 쇼펜하우어의 철학과 사상 전반이 잠언 형식으로 담겼다. 괴테, 니체 등 후대 학자들이 애독했던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의 철학 위상을 바로잡고 맹목적인 자본 숭배의 사회풍조에서 인간적 삶을 회복할 수 있는 인식의 자유를 강조한다. 특히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대변하는 염세주의 철학에 대한 인식 바로잡기가 돋보인다. 염세주의는 현실의 무가치를 가르치는 철학이지만, 그것이 염세주의 철학의 궁극적 목적은 아니라고 강변한다.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자를 양성하기 위해 염세주의 철학을 펼친 것이 아니라 삶을 이롭게 하기 위해 염세주의 철학방식에 몰두했을 뿐이다” 291쪽. 1만 5000원. 과학한다는 것(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김재영외 옮김, 반니 펴냄) ‘과학을 대중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예술로 생각하라’고 주장한 과학소개서. 저자가 과학을 예술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명쾌하다. 과학과 예술 모두 우리가 대하는 사물에 대한 통찰을 담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그 관계성이 양자역학의 기초를 세운 닐스 보어의 ‘상보성’ 개념을 통해 풀어진다. “자연은 예술적 관점에서 ‘대지의 어머니’이기도 하지만,이와 상보적으로 자연과학의 관점에선 ‘천연자원의 원천’이기도 하다.” 과학이 진정한 깨달음을 얻으려면 예술과의 상보적 관계 속에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과학이 예술과 함께 대중적 교양이 되기 위해선 개별적이고 전문화한 과학 지식을 ‘전체성’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512쪽. 2만 3000원.
  • 수익형 상가 인기에 ‘e편한세상 캐널시티 에비뉴’ 이목 집중

    수익형 상가 인기에 ‘e편한세상 캐널시티 에비뉴’ 이목 집중

    지난 27일(금) ‘e편한세상 캐널시티 에비뉴’ 모델하우스에는 투자를 문의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정모씨(44)는 “낮아져만 가는 은행금리에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방문했다”며 “상담을 받아보니 수익은 물론 앞으로의 미래가치도 높아 긍정적으로 생각중이다 ”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 금리를 1.75%로 발표했다.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은행 금리에 기대를 접은 투자자들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몰리는 상황이다. 은행 금리에 비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고, 정기적으로 월세를 받을 수 있기 때문. 그 중에서도 상가 시장에 대한 인기가 뜨겁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다른 수익형 부동산 상품과는 달리 상가의 경우 고정적인 선호 계층이 있어 인기가 꾸준한 편”이라며 “또한 다른 수익형 부동산에 비해 공급과잉에 따르는 부작용도 적어 투자자들의 문의가 높다” 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가시장에서도 주목 받는 곳은 바로 김포 한강신도시다. 김포 한강신도시의 상업시설 비율은 1.8%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인구에 비해 상업시설이 적은 편. 때문에 상업시설에 대한 열망이 높다. 이에 상가 투자자들 역시 김포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 이처럼 상업시설 열망이 높은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분양중인 상가가 있어 화제다. ‘e편한세상 캐널시티 에비뉴’가 그 주인공으로 ‘e편한세상 캐널시티 주상복합’의 단지 내 상가다. 인기에 힘입어 수로변을 따라 조성된 1차 분은 이미 다 팔린 상태다. 현재 롯데마트와 연계된 상가를 2차 분양중이다. ‘e편한세상 캐널시티 에비뉴’ 상가는 총 3개(A∙B∙C)동으로 모두 54개 점포가 들어선다. 54개 점포 모두 1층, 전면에 위치했다. 공급되는 점포의 면적은 전용면적 기준 30㎡~135㎡다. 수로변과 대로변을 따라 유러피언 스트리트 몰로 조성 될 예정이다. 주변으로 약 10만㎡ 규모의 근린공원, 도서관, 수변공원 등 친환경 휴식공간 또한 조성 될 예정에 있어 편리하고 쾌적한 상권을 형성할 예정이다. 또한 김포 한강신도시 최초로 입점하는 롯데마트(하이마트, 토이저러스, 문화센터)와 수로변 테마형 상가인 라베니체와 연계 되면 한강신도시 최대의 광역 상권으로 거듭날 전망. 이외에도 총 617대의 차량이 주차 가능해 이용객의 편의를 극대화 했다. 교통편도 수월하다. 김포도시철도 장기역(가칭, 2018년 완공예정)이 도보 10분 이내로 이용 가능한 역세권이다. 또한 김포 고속화도로(김포-한강로)개통으로 더욱 빨라진 광역교통망을 자랑한다. 가격과 면적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실제 'e편한세상 캐널시티 에비뉴' A-10 상가는 전용면적으로는 75㎡(22평) 정도다. 분양가는 부가세를 포함해 7억6000만원 선. 반면 인근에서 분양 중인 G상가의 경우 면적이 44㎡(13평) 불과하지만 가격은 8억7000만원(부가세 포함)에 달한다. 3.3㎡당으로 계산하면 분양가 차이는 더 커진다. 'e편한세상 캐널시티 에비뉴'의 경우 1800만원 대 이지만 G상가는 3200만원 대로 분양가 차이가 1400만원 이다. 분양관계자는 "계약금은 10%만 받고 중도금 역시 5개월 후 10%만 내면 된다" 며 "잔금은 준공 시점인 2017년 8월에 80%를 내는 조건으로 초기 자금 부담을 최소화 했다"고 말했다. 시공은 대림산업이 맡았다. 모델하우스는 아파트 현장 인근(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717-2)에 위치했다. 분양문의: 1899-9649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필체에 보이는 한국인 ‘동심 DNA’

    필체에 보이는 한국인 ‘동심 DNA’

    어린아이 한국인/구본진 지음/김영사/436쪽/1만 8000원 ‘어린아이는 순진무구요 망각이며, 새로운 시작, 놀이, 스스로의 힘에 의해 돌아가는 바퀴이며 거룩한 긍정이다.’(니체) 미국 인류학자 리처드 퓨얼은 어린아이를 설명한 니체의 이 말과 연결해 이렇게 갈파한 바 있다. “지구상에서 동아시아 사람들, 그중에서도 한국인들이 가장 네오테닉하다.” ‘네오테니’(neoteny)란 인간이 본래의 신체, 정신, 감정, 행동 동 모든 측면에서 어린아이 같은 특성이 줄지 않고 오히려 두드러지는 쪽으로 성장·발달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학계에선 ‘유년화 현상’이란 뜻으로 빈번하게 사용되는 전문용어로, 자유분방하고 활력 넘치며 장난기 가득한 기질의 특성이 담겼다. 외국의 인류학자가 한국인의 특성을 ‘가장 네오테닉하다’고 주목한 점이 흥미롭다. ‘어린아이 한국인’은 필적을 추적해 그 ‘네오테닉 한국인’의 원형질을 밝혀낸 독특한 책이다. 저자는 21년간 검사로 재직하며 필적을 연구해 2009년 ‘필적은 말한다’로 주목받은 국내 최고의 필적학자. 용의자에게 자필 진술서를 습관처럼 받다가 ‘글씨는 뇌의 흔적이고, 유전된다’는 생각을 굳혔고 15년간 발품을 팔아 글씨에서 건져 낸 ‘한국인의 DNA’ 보고서를 냈다. 한국인의 원형질을 찾자면 응당 단군신화를 포함한 고조선부터 출발해야겠지만 잘 알려진 대로 그 시기의 필적은 남은 게 없다. 대신 법흥왕 재위 이전인 6세기 초까지의 고신라(통일이전의 신라)가 고조선 선조의 특성을 가장 잘 간직한 것으로 학계에선 보고 있다. ‘이사지왕 고리자루 큰칼’과 ‘포항중성리신라비’(보물 1758호), ‘영일냉수리신라비’(국보 264호)는 ‘고조선 DNA’의 암호가 남은 몇 안 되는 유물·유적으로 여겨진다. 한국인의 원형질을 순수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이 최초의 글씨 유물들은 부인할 수 없는 공통점을 갖는다. 둥글둥글하고 불규칙하며 자유분방할 뿐만 아니라 활력이 충만하다. 이런 특성을 종합해 보면 유년화 현상인 네오테니로 모아진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증거는 경주 금관총 출토 고리자루 큰칼에서 찾아진다. 같은 고분에서 나온 금관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동양미술사학자 존 카터 코벨)이라는 찬사를 받는 것과 달리 왕의 보검에 ‘爾斯智王’(이사지왕)이라 새겨진 글씨는 마치 어린아이가 쓴 것처럼 비뚤비뚤하고 자유분방하다. 격식과 체면이라는 겉모습 이면에 숨어 있는 한민족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역력하다. 네오테닉의 특성은 도자기 분청사기와 다양한 토우, 탈, 풍속화 속에서도 한결같이 드러난다고 한다. 이를테면 조선의 ‘분청사기 철화 제기’(국립중앙박물관 소장)는 흥에 겨운 도공이 낙서를 한 것처럼 익살과 해학이 묻어난다. 유전의 속성을 보여 주는 한국의 글씨체도 적지 않다. 저자는 그 대목에서 “할아버지의 글씨체가 손자에게 유전되고, 천 년의 긴 역사 속에서 민족의 글씨체가 유전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면 광개토대왕과 백범 김구 글씨가 닮은꼴이다. 414년 세워진 광개토대왕비와 1876년 태어난 황해도 해주 출신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의 글씨체를 비교해 보면 모두 정확하게 정사각형을 이루고 있고, 필선이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넘친다. 고대 한민족의 원형질은 고려로 접어들면서 중국 영향을 받아 경직화됐다고 한다. 한국과 중국의 글씨체를 저자는 이렇게 나눠 평가한다. “중국의 글씨가 곱고 다듬어진 비단이나 매끄러운 옥판선지라면 우리 글씨는 빳빳한 한산모시나 투박한 닥종이 같다. 중국의 글씨가 자로 잰 듯이 자르고 다듬어 만든 다음 붉은 칠을 한 화려한 건물을 연상케 한다면 우리 글씨는 자연의 생명력이 활발한 삼척의 죽서루를 떠올리게 된다.” 한민족은 오랫동안 상당히 중국화됐지만 고대 한민족의 유전자는 면면이 이어져 내려왔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19세기 이후 중국 위상의 약화와 일제 강점,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도입, 한글의 대중화 같은 게 탈중국화, 다시 말하면 고대 한민족으로 돌아가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지식은 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민족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면 민족의 기억을 모조리 잃어버리는 것이며 고대 글씨에 남아 있는 DNA의 암호를 모두 풀어내면 한민족의 첫 시작과 원형을 밝히고 정체성을 찾아낼 수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에크하르트부터 하버마스까지… 獨철학사 통해 철학하기

    에크하르트부터 하버마스까지… 獨철학사 통해 철학하기

    이마누엘 칸트(1724~1804)와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1770~1831)은 독일철학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이들이 구축한 이론이야말로 이성주의 철학적 사유의 기틀을 잡은, 독일 근대철학의 정수를 이루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순수이성비판’이니 ‘법철학 요강’ 등은 연구자가 아닌, 후대의 일반인들에게는 쓸데없이 형이상학적이고 난해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철학자들에게 다가오는 더 큰 문제는 독일철학이 마치 이 두 사람이 처음이자 끝인 듯 여겨진다는 점이다. 비토리오 회슬레(55) 미 노트르담대 철학과 교수는 독일철학의 시작을 중세 수도사이자 신비사상가인 마이스터 에크하르트(1260~1327)로 삼는다. 그에 따르면 에크하르트의 정신 개념과 이성주의적인 근본 태도가 철학계에 던져진 묵직한 충격이라면 종교개혁 및 헤겔과 독일철학은 그 파동인 셈이다. 이탈리아에서 나고 자라 독일철학의 손꼽히는 권위자로 자리 잡은, 그리고 미국 대학 강단에 있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그의 철학 사유에는 독일철학의 전통에 대한 열정과 타자의 시선 사이에 놓인 팽팽한 긴장과 갈등이 존재한다. 그는 이성을 통해 객관적 진리를 추구하는 것을 철학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이해하면서도 이를 철학적 사념에 가둬 놓는 방식이 아닌, 민주주의, 환경위기, 시장 경제, 종교, 빈곤의 문제 등 지구적 과제의 해법으로 삼는 실천철학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그가 철학을 들여다보는 창은 ‘철학사를 통해 철학하기’로 정리할 수 있다. 20세기 서구지성사의 거목인 한스게오르크 가다머(1900~2002)로부터 ‘2500년 서양철학사에서 드물게 나오는 천재’라는 상찬을 자아내게 한 박사학위 논문 ‘진리와 역사’를 비롯해 교수 자격 취득 논문인 ‘헤겔의 체계’, ‘현대의 위기와 철학의 책임’ 등은 각각 그리스 철학사와 플라톤 철학의 상관성을 해석하거나 이성의 위기란 과제를 철학사적으로 추적하는 등 일관된 철학적 사유 방법론을 채택했다. 최근 국내에 번역 소개된 ‘독일 철학사-독일정신은 존재하는가’(에코리브르 펴냄)에서는 독일의 철학사를 더욱 본격적으로 짚으면서 객관적 관념론의 체계를 전면적으로 구현해 낸다. 이 책을 통해 에크하르트부터 시작해 마틴 루터, 야코프 뵈메, 카를 마르크스, 피히테, 셸링, 프리드리히 니체, 위르겐 하버마스 등에 이르기까지 독일 철학사를 대표하는 철학자들에 대한 진지하면서도 성실한 비판적 평가를 통해 독일철학의 외연을 넓히고 깊이를 확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독일철학의 구조적 한계를 학문의 언어로서 독일어의 쇠퇴와 함께, 독일 사회의 폐쇄성 및 제도적 한계에서 찾는 도발성도 내비친다. 물론 책의 제목 자체만으로도 질릴 수 있다. 감히 펼쳐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실제 그 안에 담긴 철학적 사유와 독일철학의 과거 및 니체, 하이데거에 대한 비판적 문제 제기 및 독일철학의 미래 지속성에 대한 도발적인 의구심은 서구 학계의 찬반양론을 격화시켰다. 하지만 회슬레 스스로 ‘반은 에세이고 반은 역사서’라고 책의 성격을 규정지었듯 ‘일반적 교양시민’이라면 최소한의 인내심으로도 비교적 쉽게 읽힐 수 있는 미덕을 갖고 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800만권의 책 빅데이터로 쏙

    800만권의 책 빅데이터로 쏙

    빅데이터 인문학:진격의 서막/에레즈 에이든·장바티스트 미셸 지음/김재중 옮김/사계절/ 384쪽/2만 2000원 모름지기 다섯 수레만큼의 책을 읽으라고 했던가. 기원전 4세기 안팎에 쓰인 ‘장자’의 천하편에 나오는 말이다. 당시 책은 대나무를 쪼갠 죽간을 엮은 형태였다. 수레에 가득 실어 봤자 요즘 종이책 몇 십 권 분량이나 될까. 다섯 수레라 해봤자 100권 종이책만 못하다. 시인 두보(杜甫)가 다시 인용한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書) 역시 당나라 시절이니 아무리 넉넉히 잡아도 1000~2000권 수준을 넘을 수 없다. 물론 한국인의 월평균 독서량이 0.8권, 연 10권임을 감안하면 이 역시 넘을 수 없는 수준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현대 인류는 옛 현자들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비기(秘技)를 갖고 있다. 바로 과학기술이다. 구텐베르크 이후 전 세계에서 발간된 책은 1억 3000만 권으로 추산된다. 세상의 모든 책을 디지털화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힌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는 인류에게 새 세상의 문을 노크하도록 권한다. 실제 빅데이터의 마술은 수백만 권의 책을 읽는 효과를, 그만큼의 책이 담고 있는 지혜를 접할 수 있도록 한다. 2004년에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3000만 권의 책을 디지털화했다. 재기발랄한 젊은 과학자인 저자들은 이 중 800만권을 추려냈고 ‘구글 엔그램 뷰어’(Google Ngram Viewer)를 만들었다. 이는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하면 해당 단어가 지난 500년간 이들 책에서 사용된 빈도의 추이를 그래프로 보여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놀이터 삼아 정치, 경제, 문화, 역사, 철학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인류 지식문화사의 새로우면서도 심층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예컨대 지난 200년간 가장 많이 검색된 사람의 이름은 아돌프 히틀러, 카를 마르크스, 지그문트 프로이트, 로널드 레이건, 이오시프 스탈린 순이었다. 히틀러의 이름은 1950년부터 1위로 훌쩍 뛰어오른다. 또 19세기 말 니체의 유명한 명제 ‘신은 죽었다’를 빅데이터로 통렬하게 입증하고 있다. 19세기 초 1000단어당 1회 언급되던 ‘신’은 니체의 발화 즈음인 19세기 말에 이르러 절반 이하로 줄어듦을 알 수 있다. 책 말미에 부록처럼 붙어 있는 48개의 그래프는 800만 권의 책을 읽는 듯 지식의 근육을 강화시켜 주는 효과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한일관계 이렇게 풀어라(NEAR재단 편저, 김영사 펴냄)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양국의 학자들이 낸 한·일 관계 해법 총서. 지난해 8월 제주도에서 ‘위기의 한·일 관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란 주제로 열린 콘퍼런스의 담론을 한 권으로 압축했다. 24명의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해 한·일 관계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동의하며, 그런 차원에서 주요 쟁점들을 정리했다.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한·일 관계, 동북아 전체의 역사적 흐름을 개관하고 한·일 간 새로운 파트너십의 필요성과 실천방향을 제시한 게 특징이다. 냉전 이후 미국과 중국의 외교·안보전략, 북·일 합의에 따른 동북아 지형변화, 양국 정권과 언론으로 본 역사인식도 눈길을 끈다. 경색국면 탈피를 위해 고노 담화에 바탕을 둔 위안부 문제 조기해결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북·일 관계 진전이 한·미·일 3각 공조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들어 있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객관적 시각의 공유 측면에서 눈길을 끄는 책이다. 476쪽, 2만 2000원. 인문학 공항을 읽다(크리스토퍼 샤버그 지음, 이경남 옮김, 책읽는귀족 펴냄) 과학의 발달로 특별하면서도 일상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은 공항. 그 공항은 현대인들에게 그저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장소를 넘어 다양한 감성적 의미까지 함축하는 공간이다. 떠나고 도착하는 곳, 헤어지고 만나는 곳이라는 물리적 공간 의미는 물론 테러의 공포가 도사리는 위협의 장소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다양한 계층이 모이는 계급 충돌의 긴장감까지 발견할 수 있다. 책은 그런 공항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낱낱이 파헤쳤다. 문학작품 속 공항의 모습을 찾아내 공항의 새로운 모습과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안내한다. 문학작품에 자크 데리다며 프로이트, 미셸 푸코, 니체 등을 연결해 풀어내는 인문학적 시선이 흥미롭다. 동서양의 문학작품, 시·소설을 넘나드는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공항에 대해 전혀 다른 시선을 갖게 된다. 공항에서 일한 적 있는 대학교수의 생생한 체험에 바탕을 둔 문학평론식 글쓰기가 도드라진다. 368쪽. 1만6000원. 혁명의 맛(가쓰미 요이치 지음, 임정은 옮김, 교양인 펴냄) 요리는 문화의 깊이를 알 수 있는 척도이자 역사의 거울이라고 한다. 생활상과 철학이 고스란히 스민 때문이다. 그 음식을 소재로 중국 역사를 들여다본 책은 문화사이자 흥미로운 풍속사로 읽힌다. ‘황제들의 중국’부터 루쉰 시대를 거쳐 ‘공산당 중국’과 문화혁명기, 지금 중국까지를 정리한 ‘혀’의 탐사기. 한족·몽골·여진 등 다양한 민족이 대립하고 융합했던 역사가 음식문화로 이어졌음을 증명한다. 중국 4대 요리의 특징과 기원은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 요리의 탄생 과정을 일본인 미식가 입장에서 들려준다. 젓가락 식사의 시작이며 만주족·한족의 진미 150가지를 한 상에 올린 만한전석의 정치적 의미도 소개된다. 마오쩌둥 어록 암송이 필수였다는 1970년대 거민식당 등 역사의 현장을 통해 마오쩌둥 시대의 맨 얼굴도 그려냈다. 352쪽. 1만 6000원. 문명이 낳은 철학 철학이 바꾼 역사1(이정우 엮음, 길 펴냄) ‘문명은 철학을 낳고, 철학은 역사를 바꾼다?’ 동서양의 역사를 각 시대의 기초였던 철학 요체와 함께 들여다본 책. 제목 그대로 역사와 철학이 서로 개입하며 변화를 이뤄내는 과정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유가와 유교, 도가와 도교, 법가, 불교, 성리학, 양명학 등이 그 주인공이다. 근대 동북아의 사상들이 춘추전국시대의 중국과 인도문명, 중국 송·명·청나라, 17세기 조선을 비롯한 동아시아를 배경으로 태어나 다시 그 시대를 결정적으로 바꿔 놓은 과정을 풀어냈다. 그리스 로마·중세 기독교 문명의 철학과 르네상스, 근대 인식론과 정치철학까지 다뤘다. 당대의 역사적 현실에 대한 고민에서 철학이 태동하고 성장함을 보여 준 뒤 오늘의 역사적 현실에 대한 성찰로 연결하고 있는 게 책의 특징이다. ‘철학은 당대의 역사와 함께 봐야 의미를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는 시각과 서술이 신선하다. 400쪽. 2만 2000원.
  •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병든 앨리스 떨어뜨리기-황정은의 소설 - 이한나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병든 앨리스 떨어뜨리기-황정은의 소설 - 이한나

    1. 황정은, “그녀가 누릴 수 있었던 최고의 호사는 세로글씨로 조판된 세계문학전집을 탐독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작가가 세계문학전집 중 무엇을 가장 아껴가며 읽었을지 제법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녀의 소설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말이다. 잿빛 털을 가진 토끼들이 만화 주제가를 부르며 머리를 짓밟고 가고(「문」), 집이 커진 게 아니라 내가 잠시 줄어든 것이며(「오뚝이와 지빠귀」), 그림자가 일어나고(『백』), 지금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오롯이 설명해줄 말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적혀 있다(「야행」). 토끼 굴을 낙하하는 앨리스를 보고, 꿈속에서 버섯 규모로 작아져서는 용케 밟히지 않은 채로 길 위에 서며(『나나』), 동생에게는 때마다 앨리스 소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야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그리고 연작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구성하는 여러 모티브들은 황정은의 소설 속에서 꾸준히 반복 등장한다. 황정은은 이를 변형하여 차용하기도 하는데, “그냥 모자가 됐을 뿐인데요”(「모자」, 41쪽), 혹은 “그림자가 일어났다고 말하자 여씨 아저씨는 눈을 깜박였다”(『백』, 30쪽)와 같은 구절 따위가 이에 해당한다. 아버지가 갑자기 모자로 변해도, 그림자가 슬그머니 일어나도, 그녀의 소설 속 인물들은 결코 당황하는 법이 없다. “그냥 모자가 됐을 뿐인데요”라고 말하면 그만이다. 이와 동일하게 이상한 나라(wonderland)에서 앨리스는 이상해(wonder)하지 않는다. 모든 게 지극히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만 한다. 오히려 소녀는 엄숙하게 골무를 수여하는 도도새를 보고 그 꼴이 우스워 웃음을 터뜨리고 싶지만 그들이 너무나 진지해서 웃음을 참는다. 이로써 황정은 특유의 환상성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그녀의 환상성 일반을 차지하도록 초기작부터 거의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끈질기게, 앨리스를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의 인용문이 그 단서를 제공할지도 모르겠다. 오래전 길에서 만난 사람에게 나무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커다란 나무와 앨리스 소년에 관해서. 앨리스 소년은 그 나무 아래에서, 해가 뜨고 달이 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가만히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자는 나무 바깥으로 나가면 되지, 라고 말했다. 모든 일은 그 새끼가 나무 아래 서 있기를 고집했기 때문 아닐까? 나무 바깥으로 나가면 상황 끝, 오케이? 그렇구나. (…) 하지만 그건 마치 갤럭시와도 같은 대답.(『야만』, 158~159쪽) 끝내는 여장 노숙자가 된, 매일을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가난한 소년의 이야기, 라고 황정은의 두 번째 장편소설 『야만적인 앨리스씨』는 요약될 수(도) 있다. 소년의 이름은 앨리시어. 동생이 죽은 뒤 모든 걸 놓아버린 그는 동생에게 들려주곤 했던 이야기의 끝자락만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 이야기 속에서 앨리스 소년은 나무 아래에 자리한다. 앨리스 소년이 나무 주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두고 한 남자는 간단히 “나무 바깥으로 나가면 상황 끝, 오케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갤럭시와도 같은 대답이라 한다. 황정은의 용어 사전에서 ‘갤럭시’란 ‘타인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는 좆같은 거’다. 이를 통해 앨리시어에게(그리고 황정은에게) 앨리스 이야기란 ‘고통’과 관련 있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이란 걸 유추해낼 수 있다. 어쩌면 그녀의 소설이 품고 있는 어떤 새로운 가치를 드러낼 수도 있음이다. 다만 섣불리 접근했다간 “그건 마치 갤럭시와도 같은 대답”이라는 말을 듣게 될지도 모르니 신중해야 한다. 소설 속에서 가난한 이들의 환상은 보통 현실을 도피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도피할수록 현실의 나,는 희미해진다. 그러나 황정은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었다. 환상이 되레 현실의 자아를 첨예화할 수 있음을 안다. 환상이 현실에 대한 고뇌로부터 그들을 멀어지게 하기보다는 가까워지도록 도울 수 있음을 안다. 그래서 그녀는 대담하게도 부르주아지인 앨리스의 방식을 몰래 이용하여 가난한 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도록 한다. 이상한 나라로 이어지는 토끼 굴에 슬쩍 가난한 이들 역시 떨어뜨린다. 2. 먼저 아까부터 괜히 낯이 익던 ‘앨리시어’(Alicia)라는 이름에 주목해보자. 이는 ‘앨리스’(Alice)와 그 형태가 유사하다. 그러나 단순히 앨리스의 남성형 정도에 해당한다고 정의 내릴 수만은 없다. 필자의 추론은 이렇다. 앨리시어(Alicia)는 앨리스(Alice)에 어미 ‘-ia’를 더한 것과 같다. 어미 -ia는 그리스어로 ‘국가’(nation) 또는 ‘병’(illness)을 뜻한다. 이 중 후자를 따르자면 앨리시어는 앨리스에 ‘병’을 더한, 즉 ‘병든 앨리스’가 된다. 이 글에서는 황정은 소설의 주요 인물들을 앨리시어, 즉 병든 앨리스로 칭하고자 한다. 우선 저기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지”(「낙하하다」, 78쪽)고 있는 앨리시어에게 다가가 보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채 몇 장 넘기지 않더라도 앨리스(Alice)와 앨리시어(Alicia) 간의 큰 차이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첫째로, 앨리스는 토끼 굴 속으로 떨어지지만 앨리시어는 떨어지지, 다시 말해 바닥에 닿지 못한다. 갑자기 쿵! 쿵! 하고 잔가지와 낙엽 더미 위로 떨어진 앨리스와 달리 그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는 채 “검은 공간을 하염없이 떨어져 내릴 뿐이”(「낙하하다」, 61쪽)고, “발밑을 내려다보지만 거긴 너무 멀고 텅 비어 있”(「파씨의 입문」, 219쪽)으며, “아직도 떨어지고, 여태 떨어지고 있는 거다”(『야만』, 132쪽). 둘째로, 토끼 굴 속을 떨어지는 와중에 보이는 물건들이 다르다. 먼저 앨리스는 굴 속에서 양 옆을 살피는데, 그 곳엔 ‘찬장’, ‘책꽂이’, ‘지도’, ‘그림’들이 잔뜩 걸려 있다. 반면 앨리시어가 떨어지는 와중에 곁에 보이는 것들은 “숟가락, 바닥이 두꺼운 유리컵, 방금 깎은 연필, 종이들, 구멍이 세 개 뚫린 단추, 젓가락 한 짝과 호두를 부술 수 있는 가위 따위”(「파씨의 입문」, 219쪽)이다. 우선 이 중 후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인용문을 읽어 두는 것이 좋다. “‘얘야, 어서 올라와!’ 해도 그냥 올려다보면서, ‘내가 누군데요? 그걸 먼저 말해 줘요. 내가 당신이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으면 올라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른 누군가가 될 때까지 여기 이 아래서 살 거예요.’ 하고 대답해야지.”(『이상한』, 27쪽) 토끼 굴을 통과하여 이상한 나라에 당도한 앨리스는 곧바로 알 수 없는 액체를 마시고는 키가 작아지고, 건포도 케이크를 먹고는 키가 커지는 경험을 한다. 그러곤 외친다. “지금의 나는 누구인 거지? 아, 이건 대단한 수수께끼다!”(『이상한』, 25쪽)라고. 실로 이와 같은 외침 이후에 이상한 나라 안에서의 여러 모험들(adventures)은 이 대단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한 여정으로 둔갑한다. 위의 인용문에서와 같이 앨리스는 당신이 말하는 사람, 정확히 말하자면 ‘나’와 ‘당신’(으로 지칭되는 무언가)의 바람을 충족하는 다른 누군가가 되지 전까지는 굴 밖으로 나가지 않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다른 누군가’는 도대체 누구를 의미하는가. 이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추측은 가능하다. 의식적으로 고상한 어휘를 사용하려 노력하고(대부분 잘못 사용하지만), 가정교사와 하인들이 있고, 학교에선 불어를 배우며, 때로는 오빠의 라틴어 문법책을 훔쳐보곤 하는 이 소녀는 결말부에 이르러 바로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교양 없이 굴려면 나머지 이야기는 네가 하는 게 좋겠다.”(『이상한』, 104쪽) 즉 ‘교양’을 강조한다. 독일 인문주의의 맥락에서 ‘교양’(Bildung)이란 쉽게 말해 사람 각자가 생득적으로 가진, 인간으로서의 가능성을 최대한 현실화하도록 유도·계몽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는 필연 ‘자아형성(self-formation)’과도 관련이 있다. 자아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란 거다. 이는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많은 규범들을 의식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 생존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기행 이후 “나는 주체성을 잃었으나 세계를 발견했다”고 고백한 괴테 역시 자아의 형성이 ‘주체성’이라는 단어보다는 ‘사회화’라는 단어와 더 어울림을 미리 알았다고 볼 수 있다. 앨리스는 토끼 굴 안에서 이런 용어를 내뱉은 것이다. 키가 작아졌다 커졌다 반복되어도, 동물들이 사람 꼴을 하고 말을 건네도, 틈만 나면 “저놈의 목을 치시오!”라고 말하는 여왕을 만나도 소녀의 머릿속은 “지금의 나는 누구인 거지?”라는 물음과 ‘교양’이라는 단어만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이 둘은 연관되는데, 앞서 공백으로 남겨둔 ‘당신’의 자리에 ‘교양’이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굴 안에 떨어져 “내가 당신이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으면 올라가겠지만”이라고 말했던 부분에서 ‘당신’을 ‘교양’으로 바꾸면 이는 쉽게 “내가 교양이 말하는 사람(=교양의 지향점을 따르는 사람=교양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으면 올라가겠지만”이 된다. 앨리스는 본래 무식한 꼬마 취급 받는 것을 두려워하던 인물이다. 이상한 나라에서 소녀는 계속해서 (자기보다도 더) 터무니없는 말과 행동을 일삼는 이들 틈에서 “교양 없는 짓이잖아”, “정말 야만적이군요!”와 같은 말들로 무례함, 교양 없음을 지적해 나가며 그들에게 휩쓸리지 않는다. 이렇듯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 안에서의 모험 내내 ‘교양’을 기준으로 ‘교양 있음/없음’을 나누고 ‘교양 있음’의 편에 자신을, ‘교양 없음’의 편에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을 놓는다. “지금의 나는 누구인 거지?”라는 대단한 수수께끼의 해답은, 고로 자아를 찾기 위한 해답은, 자신을 자신 아닌 것과 구별하는 의식 속에서 생겨나는 법이다. 그리고 마침내 너희들은 카드 묶음에 불과하다는, ‘너희는 기껏해야 (나와 달리) ○○에 불과하다’는 깨달음과 동시에 소녀는 잠에서 깨어난다. 교양에 기반한, 앨리스의 이 모든 행동을 가능토록 만든 것들에 대한 힌트는 이미 이 장의 앞부분에 제시되어 있다. 그것은 ‘찬장’, ‘책꽂이’, ‘지도’, ‘그림’. 앨리스가 토끼 굴로 떨어지며 본 것들이다. 유추하건대 대대로 물려온 접시를 보관하는 찬장, 희귀본들이 가득한 책꽂이, 18세기 제국들의 정복지를 표시한 지도, 고조할아버지쯤 되는 윌턴 경의 초상화 등이었을 것이다. 즉 모두가 부르주아지인 앨리스의 자아를 첨예화하는 데에 도움을 주어 소녀로 하여금 잠에서 깰 수 있게, 토끼 굴에서 다시 빠져나올 수 있게 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앨리시어가 본 것들은? 아아, 그것은 “숟가락, 바닥이 두꺼운 유리컵, 방금 깎은 연필, 종이들, 구멍이 세 개 뚫린 단추, 젓가락 한 짝과 호두를 부술 수 있는 가위 따위”이다. 이 잡동사니들을 움켜쥐고 이상한 나라로 들어간다면 앨리스와 같이 쉽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이것들로 자아를 첨예화하여 나와 그들을 구분해낼 수 있을까? 글쎄. 턱도 없다. 앨리시어는 모험이 아닌 방황을 할 것이다. 어쩌면 영원히. 3. 한 번 이상한 나라에 당도하면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앨리시어는 떨어지지 못한다(않는다). 앨리스가 안락한 자아 형성의 과정을 즐기는 동안 앨리시어는 “풉풉 풉풉 풉, 풉, 풉풉풉풉풉풉풉풉풉풉풉”(「무지개풀」, 101쪽)하며 다소 엉뚱한 곳에 자신의 에너지를 소진한다. 또는 TV를 시청한다. 물론 교양 프로그램을 시청하지는 않는다. 한 목격자가 말하길 “단 하나의 채널을 수신할 수 있었는데 몇 번 채널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노이즈가 심했다. 진동하는 모자이크로 탈색된 화면에서 아마도 남자로 보이는 해체된 얼굴이 바직파직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뼈 도둑」, 187쪽). 그나마 한 채널뿐이고, 그나마 해체된(deconstructed) 얼굴만이 바직파직 떠 있다. 알아들을 수 없다. 이로썬 자아를 견고히 할 수 없다. 이미 절단된 사지는 붙을 가능성마저 잃는다. 유기체(有機體)가 되지 못할 것을 직감한, 교양이라는 ‘틀(機)’이 없는, 병든(-ia) 앨리스인 그는 머리, 팔, 다리, 등, 배로 각기 나뉘어 생각하기 시작한다(「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그러곤 계속해서 무언가를 중얼거린다. 해 보세요, 가마. 가마. 가마. 가마. 가마. 이상하네요. 가마, 라고 말할수록 이 가마가 그 가마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렇죠. 가마. 가마.(『백』, 37~38쪽) “가마, 가마, 가마, 가마, 가마” 하고 “슬럼, 슬럼, 슬럼, 슬럼” 한다.(『백』) 앨리시어가 보기에 가마는 사람마다 전부 다르게 생겼는데도 그걸 전부 가마, 라고 부르는 건 가마의 처지에서 ‘상당한 폭력’이다. 그러므로 이 ‘상당한 폭력’을 무력화시킬 방법을 강구해낸다. ‘반복 말하기’가 그것이다. 그는 이어서, 말이라는 현상은 B라는 점이 아니라 A에서 B로 이어지는 가느다란 선분이기에 이 A와 B 사이에 숨겨진 무수히 많은 맥락들을 고려해본다면, 정말로 쓸 만하거나 할 만한 말이라는 것은 없다고 설명한다.(「곡도와 살고 있다」) 즉 A라는 한 단어가 B만을 지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는 B도, C도, F도, Z도 뜻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상당한 폭력”은, ‘B’는 희미해진다. ‘반복 말하기’는 기존의 어휘들을 무력화한다. 그간의 ‘맥락’을 끊는다. 동시에 ‘보통’에 대한 강박 역시 누그러뜨린다. A가 B도 F도 될 수 있다면, ‘보통’ 역시 이것도 저것도 다 그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는 B에 의해, 보통에 의해, 어쩌면 교양에 의해 절단된 사지만을 덩그러니 끌어안고 있던 앨리시어로 하여금 유기체적인 매끄러운 몸을 가지고 다시 “세계의 저편”(「파씨의 입문」, 219쪽)을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 저편에는 찬장, 책꽂이, 지도, 그림들이 아니라 숟가락, 바닥이 두꺼운 유리컵, 방금 깎은 연필, 종이들, 구멍이 세 개 뚫린 단추, 젓가락 한 짝과 호두를 부술 수 있는 가위 따위가 있다. 이것이 앨리시어의 ‘보통’이라면 보통이다. 숟가락 뒷면의 뒤집혀진 상(像)으로, 혹은 방금 깎은 연필로 막 써낸 글로 세상을 바라보아도 괜찮다. 다 괜찮다. 그것으로 처참히 찢긴 제 몸이 다시 온전해질 수, 오롯이 그 유일함을 지켜낼 수만 있다면 말이다. 4. 앨리스가 ‘교양’이라는, 선대로부터 켜켜이 쌓아온 그것에 기댄다면 앨리시어는 오로지 자기 자신(또는 자기와 동일시하는 대상)에 흡착한다. 흡, 착, 한다. 있는 힘껏 빨아들이고 착 달라붙는다. 흐읍, 하고 착! 그리고 나서는? ‘나’ 위에 ‘나’를 쌓는다. 그가 말했듯 “세 개의 점이 하나의 직선 위에 있지 않고 면을 이루는 평면은 하나 존재하고 유일하다.”(「대니 드비토」, 52쪽) 이것은 평면이 아닌 ‘나’에 대한 정의이기도 하다. 이 유일한 나, 가 쌓이고 쌓이고 또 쌓인다면? 부족이 되나,라고 나는 물었다. 부족민이고 뭐고 없는데? 네가 있잖아. 라고 나기는 말했다. 족장이자 부족민인 네가 있잖아. 나 하나뿐인데? 하나뿐인 부족도 있는 거지, 세상엔.(『나나』 1366쪽) “하나뿐인 부족”이 된다. 하나뿐인 부족도 있는 거다, 세상엔. 『소라나나나기』는 가난한 세 인물 소라, 나나, 나기가 등장하는 소설이다. 남편을 잃고 반쯤 정신을 놓고 있는 애자, 그리고 그녀의 자식인 나나와 나기를 소라의 어머니가 거두게 되면서 이들은 거의 함께 살아간다. 이 중 성인이 된 나나는 예기치 않게 연인의 아이를 임신한다. 연인과 결혼을 하면 보다 윤택한 삶으로 편입할 수도 있다. 잘 사는 집. 그러나 (잔병도 없는)아버지가 요강을 사용하고 어머니가 요강을 비우고, 가장 좋은 날짜가 7일이니 아기는 바로 그날에 태어나야 한다고 말하는 집. 그걸 모두가 당연히 여기는 집에 그녀는 진입하기를 관둔다. 말했듯, 하나뿐인 부족이 될 것이다. 아이가 태어났는데 세상이 그렇게 끝나버리면 너무 억울할 것 같은 거야. 아이나 나나 말이지. 모처럼 낳았고 모처럼 태어났는데. 그냥, 세계가 끝나버리면.…공룡이 사라졌잖아. 멸종이라서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것 같지만 실은 천만년이 걸렸대. 천만년에 걸쳐서 서서히 사라진 거야. 그렇게 금방 망하지 않아. 세계는. 천만년이면 나나가 십만명.…하지만 그 십만번 안에 웃는 나나가 있고 우는 나나가 있고 화를 내는 나나가 있고 그리워하는 나나가 있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나나가 있고 두려워하는 나나가 있고 수줍어하는 나나가 있고 토라진 나나가 있고 기다리는 나나가 있고…(『나나』 3271~3272쪽) 하나뿐인 종(種)이 될 것이다. 공룡도 실은 천만년이나 걸려서 멸했다. 나나는 그러니까 “길게 망해”갈 것이다. “그렇게 금방 망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다.(『나나』 3272쪽) 이것이 병든 앨리스의 생존법이다. 이상한 나라에서 순조로이 빠져나오기를 가능케 할 수 있는, ‘나’와 ‘남’을 구분할 그 무엇이 부재한 그는 이 ‘병’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 병든 채로라도 오래 버티길 원한다. 이렇게 버티고 버티고… 떨어지고 떨어진다. 떨어지며 ‘나’를 쌓는다. 앨리시어 위에 앨리시어가 떨어지고 떨어진 앨리시어 밑엔 앨리시어가 깔리고 앨리시어가 떨어지고 앨리시어가 포개지고…. 쌓인 앨리시어는 천만년 동안 십만 명의 앨리시어로 살아남을 것이다. “숟가락, 바닥이 두꺼운 유리컵, 방금 깎은 연필, 종이들, 구멍이 세 개 뚫린 단추, 젓가락 한 짝과 호두를 부술 수 있는 가위 따위”여도 좋다. 나, 앨리시어가 유일한 존재임을 상기시키는 거라면. 앨리시어는 모자가 되고(「모자」) 오뚝이가 된다(「오뚝이와 지빠귀」). 나를 쫙 흩뜨려 나와 동일시하는 대상에 가 달라붙거나(「대니 드비토」), 하나 존재하는 평면에 대해 되뇐다.(「낙하하다」) 집중한다. 그렇게 살아남는다. 토끼 굴 속에서 낙하하며 ‘나’를 생각한다. ‘나’를 쌓는다. 5. 근대의 실상에 대해, 마르크스는 “단단한 것은 모두 녹아 날아간다”고 했고, 니체는 “토대라는 토대는 모두 미쳐서 날뛰듯이 산산이 부수고 엉망으로 만드는 것, 모든 토대를 녹여서 부단히 흘러가는 진화를 계속하게 하는 것, 존재하는 것이라면 모두 쉼 없이 해체하고 역사화시키는 것”이라 했다. 이 두 정의를 바탕으로 버만은 근대성(modernity)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샬 버만, 『현대성의 경험』, 윤호병·이만식 역, 현대미학사, 1994. 그에 의하면 근대성은, 자족적이고 비연속적인 개체로써 ‘지금, 여기’를 바라보며 기존의 모든 가치를 덧없게 하는 것이다. 진정 이런 거라면, 앨리시어는 근대성을 자신의 유일한 실존적 조건으로 삼은 자라 할 수 있다. 다시 돌아가, 한국 소설 안에서 환상이 가난과 같은 현실의 문제를 도피하는 수단이 아닌 극복하는 방안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환상 속에서 끝없이 현실의 ‘나’를 버리기보다 현실의 ‘나’를 세워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황정은은 (앨리스의) 환상을 이용하여 소설 내내 그가 자신이 유일한 존재임을 깨닫기를, 하나의 부족이 되어 망해도 길게 망해가기를 바란다. 그녀가 “그럼 길게 망해가자”(『나나』 3272쪽)라고 했을 때는 ‘망함’의 상태를 길게 지속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최대한 미루자는 것이다. 백년도, 천년도 아닌, 천만년씩이나. 그러므로 길게 망하자는 건 길게 살아남자는 말과 같다. 천만년을, 그것도 근대성을 자신의 유일한 실존적 조건으로 삼은 자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니체의 다음 발언을 유념해야 한다. 개인은 대담하게 자기 자신을 개별화시키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이와 같이 대담한 개인은 필사적으로 그 자신만의 일련의 규범을 필요로 하고 자아의 보전, 자아의 고양, 자아의 각성, 자아의 해방을 위한 기술과 책략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현대성의 경험』, 35~36쪽) 자신만의 ‘규범’과 자아의 해방을 위한 ‘기술’과 ‘책략’이 필요하다. 앨리시어는 아직 이를 갖추지 못했다. 자기 자신에 흡착하는, 위 인용문에 따르면 ‘자아의 보전’ 단계에 간신히 다다랐을 뿐이다. 최근의 소설들에서 가난한 연인과 헤어지고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는 “모두를 당혹스럽고 서글프게 만든 것은 내가 아니라고 말”(「상류엔 맹금류」, 33쪽)하고, “아무도 없고 가난하다면 아이 같은 건 만들지 않는 게 좋아. 아무도 없고 가난한 채로 죽”(「양의 미래」, 146쪽)으라고 소리치곤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읽는 사람들, 한권의 책을 펴고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은 어쨌거나 이런 현실과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고 그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며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는 것도 물론. 그러니 앞으로 더 주목해야 한다. 앨리시어가 자아의 보전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아의 고양, 각성, 나아가 기존의 모든 것들로부터의 해방에까지 이르게 될 가능성은 높다. 황정은이 “모든 토대를 녹여서 부단히 흘러가는 진화를 계속하게 하는 것”이 필요함을 알고 부르주아지인 앨리스의 환상을 녹여서 기꺼이 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기, 진작 교양을 무기로 토끼 굴 바닥에 떨어져 환상의 나라를 누비고 있는 앨리스를 눈앞에 고정시켜 두고, 앨리시어를 토끼 굴 속으로 쉼 없이 밀어 넣고 있기 때문이다. 병든 앨리스는, 병들었기에, 무섭다. 그는 교양이라는 틀이 없는 환자인 동시에 병원체(病原體)이므로. 일단 앨리시어가 저만의 틀을 구축한다면, “숟가락, 바닥이 두꺼운 유리컵, 방금 깎은 연필” 등을 의미화해 나간다면, 그는 토끼 굴 바닥에 가볍게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틀은 병원균의 번식 속도처럼 재빨리 퍼져나가 천만년 동안 이어질 것이다. 그때쯤이면 ‘병든’(-ia)이라는 형용사는 지금과는 다른 의미를 지닐지도 모르겠다. 이어질 소설들에서 황정은이 어떠한 기술과 책략을 선보일 것인지 궁금하다. 그러나 다음의 문장을 되뇌며 하루하루 기다리는 수밖에. “내일은 어제와 같지만 어제와는 다를 것이다. 세계의 귀퉁이가 약간 뒤집혔고 점차로 더 뒤집힐 것이다. 앨리시어는 이제 그것을 안다.”(『야만』, 149쪽) <끝>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안티 오이디푸스(질 들뢰즈·펠릭스 과타리 지음, 김재인 옮김, 민음사 펴냄) 철학자 들뢰즈와 정신분석학자 과타리의 유명한 정치철학서를 꼼꼼히 번역했다. 1968년 미국의 베트남 침공에 항의해 학생·근로자를 주축으로 프랑스에서 촉발된 사회변혁운동인 ‘68운동’ 이후 상황을 반성적으로 사유한 책. 프로이트 중심의 정신분석학과 마르크스주의에 문제의식을 가진 과타리가 주류 철학계와 동떨어진 주장을 펴던 들뢰즈와 68혁명을 계기로 만나 세상에 낸 첫 작품이다. 두 사람이 68혁명 이후 10여년간 매달렸던 문제 ‘자본주의와 분열증’ 천착의 시초이기도 하다.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키워드는 욕망. 프로이트가 정의한 ‘무의식’‘욕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니체의 주장에 동조해 기계(machine), 부분대상(objet partiel) 개념을 새로 정의해 분열-분석으로 나아갔다. 68혁명이 그랬듯이 강렬하게 욕망을 분출했던 사람들이 쉽게 보수화할 수 있는 이유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704쪽. 3만 3000원. 조선시대의 외국어 교육(정광 지음, 김영사 펴냄) ‘조선시대에 지금 못지않은 양질의 체계적인 외국어교육이 있었다?’ 고려시대 통문관에서 시작돼 조선시대 갑오개혁까지 지속된 국립 외국어교육기관 사역원의 실상을 파헤쳤다. 저자는 중국어교육 교재 ‘노걸대’와 원나라에서 몽골인이 만든 한자발음 사전 ‘몽고자운’를 처음 소개해 센세이션을 불렀던 언어학자. 30년에 걸친 연구결과가 고스란히 담겼다. 책은 사역원을 통한 외국어교육이 제도와 운영방식, 내용에서 지금에 뒤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조기교육과 집중 반복, 생생한 회화교육, 변화된 언어의 보완, 전국적 교육이 그것이다. 5살 때 지금의 일본어과인 왜학 생도로 들어갔다는 인물은 대표 사례. 외국에 보내는 사절에 언어교재를 수정하는 인원이 꼭 수행했고 외국과 접촉이 있는 지방에 교사를 파견, 현지에서 생도를 모집하고 교육을 수행했던 사례도 소개된다. 저자는 조선시대의 외국어 교육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우리 민족사의 특징적 현상으로 본다. 536쪽. 1만 8800원.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류동민 지음, 코난북스 펴냄) 서울의 작동원리를 들어 ‘한국 현주소와 미래’를 짚은 책. 난해한 경제용어 대신 축적된 문제들, 그리고 지금 부대끼는 현실을 체험에 바탕한 경제학자 입장에서 부각시켰다. 케인스의 ‘금리생활자의 안락사’며 마르크스의 ‘시초축적’, ‘피케티 비율’, 영국 ‘인클로저’ 등 경제학 개념이 어떻게 적용되고, 들어맞지 않는지가 쉽게 풀어진다. 이를테면 케인스의 ‘금리생활자의 안락사’ 개념에선 렌트(지대)가 모든 가격설정의 상수 역할을 하는 현실이 대비된다. 아파트 값과 피케티의 불평등 지표인 ‘부/소득 비율’을 연계하고 지주들이 농민을 쫓아낸 인클로저 운동에서 ‘용산참사’의 그늘을 끌어올리는 식이다. 그렇게 집약한 서울 모습은 ‘알아서 살아남기’가 만연한 공간이다. 개인 능력주의 신화가 한계에 온 우리 사회는 어찌 될 것인가. 저자는 자본주의 틀 안에서도 최소한의 도시권과 공공적 권리를 보장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285쪽. 1만 4000원 생물철학(최종덕 지음, 생각의힘 펴냄) ‘생명의 역사를 관통하는 변화의 철학’이란 부제 그대로 현대 생물학의 핵심 주제들을 철학적으로 접근했다. 생물종의 분류, 유기체 고유의 방법론, 진화론적 변화의 존재론, 진화론의 인과율…. 생물학의 탐구대상을 단순한 무기물질의 영역이 아닌, 운동하는 주체로 넓힌 게 책의 특징. 진리를 정지된 스틸 컷의 집합에서 풀어내는 과학의 방법론과는 다른 차원으로 생물을 바라보고 있다. ‘생물학에서 진화를 말하지 않고는 그 어느 것도 의미가 없다’는 도브잔스키의 지론에 가까운 책. 생물학적 자아개념부터 인간 도덕심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와 생물학 지식의 사회적 영향력 등 생물학과 철학의 만남이 흥미롭게 풀어진다. ‘자연주의 인간학’이라는 저자 표현대로 인간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에 다가설 수 있도록 독자를 이끄는 게 특장이라면 특장. 자연선택의 결과 생물종 모두가 존재론적으로 동등해졌다는 입장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다양한 각도로 조명한 점이 도드라진다. 554쪽. 2만 5000원
  • [옴부즈맨 칼럼] 당진·순천·원주… 그곳에 가고 싶다/유채윤 고려대 미디어학부 4학년

    [옴부즈맨 칼럼] 당진·순천·원주… 그곳에 가고 싶다/유채윤 고려대 미디어학부 4학년

    쌀쌀한 가을을 지나 눈이 오는 12월에 접어들면서 서울신문에도 연말 결산을 염두에 둔 기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획 기사는 물론이고 문화 및 연예 면에서도 올 한 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테마가 눈에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연말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삼은 듯한 기획 시리즈 ‘신국토기행’과 입시 준비생뿐만 아니라 성인도 2014년이 지나가기 전에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을 추천하는 ‘서울대 추천 도선 100선-읽어라, 청춘’이라는 기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물론 “‘2014 서울신문 신춘문예’ 응모작 4371편 살펴보니…”와 같이 올해의 분위기와 신춘문예 응모작들의 경향과 특징들을 분석한 흥미로운 기사들도 많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2014년 한 해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기사로서는 앞서 말했던 두 글들이 제일 돋보였다. ‘신국토기행’은 간단한 소개글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인 여행 기사들과 달리 한 도시의 역사, 유적지, 먹거리, 산업, 놀이 등을 자세히 분석해 소개한 기획 시리즈였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도시를 한 기자가 아울러 알아보지 않고, 각 도시에 상주하고 있는 기자들이 각각의 취재 자료를 모았던 것이 큰 장점이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충남 당진의 소개 기사는 당진시 인구 변화 추이의 통계자료까지 인용하면서 당진의 역사를 설명해 주었다. 그 과정에서 다른 많은 여행 기사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도시에 대한 호기심과 유대감이 생겼다. 당진을 일군 대표적인 기업, 당진에서 분양됐던 아파트 단지, 심지어 백제와 통일신라 시대의 역사까지 등장시키며 도시를 소개했다. 또한 현직 시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도시의 정치적 비전이나 입지도 엿볼 수 있도록 글을 서술했다. 이 모든 배경 작업과 함께 본격적인 여행 소개 기사가 등장한다. 유적지, 유명인의 생가, 해돋이를 볼 수 있는 마을 등에 대한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시원하게 제공되며 당진의 먹거리 역시 소개된다. 이런 방식으로 두 달간 전남 순천, 강원 원주 등 전국 각지의 11개 도시를 둘러보니 마치 일련의 역사 공부를 한 느낌마저 들었다. 일반적으로 연말에 어쩔 수 없이 소개되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여행 기사들과는 달리 노력과 진정성이 느껴지는 기획 시리즈가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겨울방학 때 친구들과 한번 놀러 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으니 기사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서울대 추천 도선 100선-읽어라, 청춘’은 사실 올해 1월부터 긴 호흡으로 꾸준하게 소개된 콘텐츠다. 일반적으로 서점에서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제임스 조이스, 프리드리히 니체, 토머스 쿤 등 인문 및 순수문학 서적을 추천해 주는 내용이다. 이번 12월의 주인공은 ‘백년 동안의 고독’의 작가인 마르케스였다.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책이 소개돼서 그런지 2014년의 끝을 앞두고 이 장기 기획 시리즈에서 소개된 책들을 다시 되짚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스크랩해 놓은 서울신문 지면과 인터넷 서울신문을 이용해 올 한 해 ‘읽어라, 청춘’에서 소개된 책들을 확인했고, 그중에서 겨울방학 때 꼭 읽을 책을 정했다. 연말, 1년 조금 넘게 서울신문을 열심히 구독한 기억이 났다. 한 해의 끝을 여행과 독서라는 새로운 시작으로 맞이하고 싶다. 이런 계획에 서울신문의 기사들이 한몫했다.
  • [부동산 플러스]

    [부동산 플러스]

    부산 서대신동 ‘대신 푸르지오’ 959가구 대우건설은 부산 서구 서대신동에서 ‘대신 푸르지오’ 아파트(조감도)를 분양한다. 재개발 아파트로 39~115㎡짜리 959가구가 들어선다. 이 중 74㎡ 4가구, 84㎡ 428가구, 102㎡ 103가구, 115㎡ 60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900만원대 후반. 걸어서 5분 안에 지하철 1호선 서대신역이 있다. 난방비를 절감하는 실별온도제어 시스템과 현관 앞의 수상한 사람을 자동 촬영하는 ‘스마트 도어카메라’도 설치했다. 1800-0205. 김포 한강신도시 ‘e편한 세상 캐널시티’ 대림산업은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e편한세상 캐널시티’ 아파트(조감도)를 분양한다. 84㎡짜리 639가구다. 2017년 8월 입주예정. 걸어서 10분 거리에 김포도시철도 장기역(가칭)이 2018년 개통 예정. M버스(광역급행버스)를 이용해 서울역, 강남 진입도 쉽다. 단지 안에 롯데마트 입점 예정. 폭 15m, 길이 850m 수로를 중심으로 14만 8000㎡에 이르는 ‘라베니체’ 수변 문화공간이 바로 연결된다. 4-Bay 판상형 구조로 설계하고, 단열·층간소음 저감 설계를 도입했다. 1899-9549. ‘아산모종 캐슬어울림’ 2102가구 금호건설과 롯데건설은 충남 아산 모종동에서 ‘아산모종 캐슬어울림’ 아파트(조감도)를 분양한다. 2102가구에 이르는 대단지. 이 중 59~112㎡짜리 792가구(1단지)와 516가구(3단지)를 우선 분양한다. 실수요층이 두터운 84㎡ 이하로 설계. 5300㎡의 커뮤니티시설에 피트니스센터, 실내골프연습장, 도서관 및 독서실, 맘&키즈카페 등이 들어선다. 남향 판상형구조(80%)로 설계. 단지 앞에 이마트가 있다. (041)542-2102. 성남 ‘중앙동 힐스테이트’ 1107가구 현대건설이 경기 성남시 중원구 중앙동에 지은 ‘중앙동 힐스테이트’ 아파트(조감도) 잔여분을 분양한다. 1107가구 단지로 이번에 분양하는 120㎡는 당초 분양가(6억원대)를 대폭 할인해 4억원대로 공급한다. 가변형 벽체로 시공했다. 분양가의 55%에 대한 담보대출 이자를 2년간 지원해 주고, 분양가의 20%는 2년간 선납이자를 공제해 준다. 지상 주차공간을 없애고 조경면적을 47%까지 늘렸다. 피트니스센터와 실내골프연습장 등도 설치했다. (031)736-2020.
  • 막바지 분양시장…”알짜 물량 잡아라!” 중소형 아파트 ‘e편한세상 캐널시티’ 21일 오픈

    막바지 분양시장…”알짜 물량 잡아라!” 중소형 아파트 ‘e편한세상 캐널시티’ 21일 오픈

    분양시장이 훈풍을 맞으면서 주말 전국 모델하우스에 방문객들이 구름떼처럼 몰리는 등 수요자들의 관심 또한 폭발적이다. 특히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중소형, 4bay 구조의 아파트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인기가 집중되고 있다. 올해 막바지 분양시장에서도 이 같은 인기 쏠림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알짜 물량을 선점하기 위한 수요자들의 발 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 11월 중 교통, 편의 등 우수한 입지여건을 갖춘 중소형 아파트가 분양을 앞둬 수요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림산업이 오는 21일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724-6번지(Cc-05 블록) 일대 ‘e편한세상 캐널시티’ 모델하우스를 오픈하고 본격적인 분양에 들어간다. ‘e편한세상 캐널시티’는 지하 2층~지상 25층 11개동, 전용면적 84㎡ 중소형 639가구 규모다. 평면은 총 6개 타입으로 ▲84㎡A 94가구 ▲84㎡B 359가구 ▲84㎡C 139가구 ▲84㎡D 23가구 ▲84㎡E 21가구 ▲84㎡F 3가구다. ‘e편한세상 캐널시티’ 주변 일대는 교통과 주거, 상업시설이 한데 어우러진 복합 주거지역으로 개발될 예정으로 편리한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다. 단지에서 10분 거리에 2018년 개통 예정인 김포도시철도 장기역(가칭)이 위치하고 인근의 M버스(광역급행버스)를 타면 서울역, 강남으로 곧바로 진입이 가능하다. 김포한강로, 올림픽대로 등의 도로진입도 수월하다. 또한 단지 주변으로는 공원과 문화 상업시설 등이 복합적으로 형성된 ‘라베니체’가 조성될 계획이다. ‘라베니체’는 폭 15m, 길이 850m의 수로를 중심 형성되는 총 면적 148,663㎡의 대규모 수변 문화 상업 공간으로 단지와 바로 연결된다. 최근에는 대형마트인 롯데마트의 단지 내 입점이 확정돼 입주민들이 단지 내에서 모든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원스톱 라이프가 실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형 아파트인 ‘e편한세상 캐널시티’는 대부분의 세대를 채광과 환기가 좋고 개방감이 우수한 4-Bay 판상형 구조로 설계했다. 또한 내부 인테리어에 세계 3대 디자인상인 레드닷 어워드에서 수상한 아이템을 적용해 세련미와 깔끔함을 더했다. 일반적인 직사각형 형태에서 탈피해 정사각형으로 디자인한 스위치, 온도조절기, 콘센트, 월패드 등이 장착된다. 이외 e편한세상에서 자체 개발한 쌍방향 에너지 관리 시스템(Energy Management System: EMS), 특허 받은 단열설계 기술과 층간소음 저감 설계가 적용되고, 일반 아파트에 비해 4배 이상 선명한 200만 화소의 고화질 CCTV를 설치해 보안을 강화했다. 단지 내에는 피트니스 센터, 실내 골프 연습장, 북라운지 카페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e편한세상 캐널시티’는 11월 28일(금) 1․2순위, 12월 1일(월) 3순위 청약접수를 받는다. 당첨자발표는 12월 5일(금), 당첨자계약은 12월 10일(수)~12일(금) 진행한다. 모델하우스는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724-6번지(Cc-05블록) 인근에 마련된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밀물처럼 밀려온 시련 없었다면 내 문학도 없어…”

    “밀물처럼 밀려온 시련 없었다면 내 문학도 없어…”

    “지난 30년은 밀물처럼 밀려오는 시련과 어려움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내 문학도 시도 없었다. 다행스럽고 고마운 시간이다.” 도종환(60) 시인의 등단 30년 기념 시선집 ‘밀물의 시간’(실천문학사)이 나왔다. 후배 문인인 시인 공광규·김근·김성규, 문학평론가 유성호가 시인이 지난 30년간 펴낸 10권의 시집에서 99편의 시를 뽑아 엮었다. 시인은 지난 30년간 불가능한 꿈을 꿨다고 회고했다. “지난 세월 평화로운 나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는데 생각해 보면 불가능한 꿈이다. 정치권 투신 이후 시간이 오래 걸려도 그 꿈이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으로 책으로 생각했던 것들이 현실에서 부딪히면서 얼마나 불가능한 꿈을 꿔왔던가를 뼈저리게 겪고 있다. 하지만 포기해선 안 되는 꿈이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어루만졌던 첫 시집 ‘고두미 마을에서’, 1980년대 대표 베스트셀러 ‘접시꽃 당신’, 학교 현장의 여러 모순과의 투쟁을 담은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휘어지지 않는 정신을 내포한 ‘부드러운 직선’…. 10편의 시집에서 가려 뽑은 시들엔 아름다운 세상을 꿈꿔온 시인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후배들은 “굳이 100편을 채우지 않은 것은 시인이 마지막 한 편을 더해 자신의 시적 생애를 채워줄 것을 바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인을 지금껏 지탱해 왔고 앞으로도 버티게 해주는 힘은 ‘니체’의 운명론이다. “그간 개인적으로 행복한 길을 걸어온 건 아니었다. 예상치 않았던 운명을 살고 있는 지금도 힘들고 어렵다. 니체는 ‘오라 운명이여 나는 너를 사랑하겠다’고 말했다. 니체의 그 생각을 갖고 살고 있다.” 정치인으로서의 삶은 시의 내용도 바뀌게 했다. “오랫동안 가져왔던 생각이나 어조, 정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실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얘기를 담으려 한다. 정치적인 경험이 소재의 폭을 더 넓어지게 했다.” 시인은 내년 하반기나 내후년 초에 정치인으로서의 경험이 녹아 있는 시집을 낼 계획이다. 시인은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혹독한 가난, 너무도 이른 아내의 죽음, 험난했던 참교육 투쟁과 구속, 복직과 지역운동, 시민운동 등 고난의 나날을 이어왔다. 2012년 총선 때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평론가 유성호는 “그의 시와 정치가 한 몸으로 결속할 것을 믿는다”며 “시의 마음으로 현실 정치의 질곡을 하나하나 헤쳐가길 마음 모아 소망해 본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프리드리히 니체는

    프리드리히 니체가 대표작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출간한 것은 마흔을 넘긴 1885년이었다. 대부분의 위대한 책이 그렇듯이 평단의 반응은 혹평 일색이었다. 내용도 문제였지만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에서 기존의 철학자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쳐 나갔다. 소설 형식을 빌려 그 안에 등장하는 광인의 입을 통해 ‘신은 죽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니체의 글은 ‘도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심지어 ‘이 사람을 보라’에서는 “나는 왜 이렇게 현명한가”, “나는 왜 이렇게 영리한가?”, “나는 왜 이렇게 좋은 책을 쓰는가?”, “나는 왜 하나의 운명인가?”라는 다소 민망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답하기도 한다. 니체는 “내 글은 물고기를 낚기 위한 낚싯바늘”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의 사색의 결과물인 철학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글을 읽어야 하는 만큼, 도발적인 글로 낚시질을 한 것이다. 실제로 니체는 글과 달리 겸손하고 예의바른 사람이었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평가였다. 니체의 이 같은 방식은 ‘논쟁’이라는 측면에서 철학 사상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의 성공을 거뒀다. ‘무신론’은 쇼펜하우어, ‘형이상학에 대한 부정’은 흄 등 니체 철학의 핵심들은 앞선 철학자들이 먼저 주장했던 내용들이고 심지어 ‘도덕적 가치의 보편성에 대한 의심’은 고대 그리스의 프로타고라스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니체는 이들과 달리 도발적인 글로 스스로 ‘논쟁적 철학자’가 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니체가 죽은 후에도 그의 주장들은 철학 주류의 중요한 화두로 이어지고 있다. 미셸 푸코는 니체 철학의 다양성을 주장했고, 질 들뢰즈는 니체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생성과 다원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프리드리히 니체 ‘도덕의 계보학’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프리드리히 니체 ‘도덕의 계보학’

    현대 사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들로 흔히 마르크스, 프로이트, 소쉬르, 니체를 꼽는다. 이들 사상의 공통점은 인간 문화는 외부의 존재가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여 형성된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 내재적인 힘에 의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것을 마르크스는 ‘실천’으로, 프로이트는 ‘무의식’으로, 소쉬르는 ‘구조’로 그리고 니체는 ‘초인적 힘’으로 표현했다. 니체는 “세상에는 진짜보다 우상들이 더 많다. 나는 망치를 들고서 의문을 제기한다”며 19세기를 지배했던 가치관에 반기를 들고 당시의 ‘도덕’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것은 “신은 죽었다”라는 선언 속에 당대의 ‘도덕’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니체의 판단에서 신, 이데아, 보편정신 등 기존의 진리는 인간을 노예화하는 작용과 숨겨진 의도가 있었다. 그중 19세기 유럽의 도덕기호 이면에는 기억, 국가, 문명, 종교 등의 계보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었다. ‘도덕의 계보학’에서 니체는 도덕적 가치의 연원이 서구 역사를 통해 강요되어 뿌리내린 것으로 보고 이를 구체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이 책은 도덕 개념의 발생사를 세 개의 논문을 통해 분석하는데, 첫 번째 논문에서는 기독교의 심리학을 다룬다. 기독교를 약자의 ‘원한’에서 생겨난 것으로 보고 당대 도덕의 기준인 ‘선과 악’, ‘좋음과 나쁨’이란 개념을 고찰한다. 두 번째 논문에서는 양심의 심리학을 다룬다. 양심은 ‘인간 내부에 있는 신의 음성’이 아니며 ‘내부로 향하는 잔인함의 본능’, 즉 ‘자학’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 논문에서는 금욕주의적 이상의 힘이 어디서 오는지에 답한다. 그 답은 ‘신이 사제의 배후에서 활동하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까지 유일한 이상으로 그것의 경쟁상대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니체가 도덕의 역사를 계보학적으로 고찰하며 문제 삼은 도덕적 가치 기준은 두 가지 형식으로 ‘좋다’와 ‘나쁘다’의 가치평가를 하는 주인도덕과 ‘선하다’와 ‘악하다’의 가치평가를 하는 노예도덕이다. 니체의 생각에 당시의 도덕관은 유럽 사회를 지배했던 권력의 작동으로 형성되었으며 게르만 전사 귀족과 기독교의 영향이 컸다. ‘좋다’와 ‘나쁘다’의 가치 기준은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속성을 ‘좋다’고 정의하고 피지배계층의 속성을 ‘나쁘다’고 정의하여 강제한 결과이며 ‘선하다’와 ‘악하다’는 피지배계층이 지배계층에 대한 원한과 증오가 역사적으로 표현된 결과라는 것이다. 기독교는 고대로마의 피정복민족, 즉 약자로서의 원한과 증오라는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데 그러한 역사는 권력의 작동에 영향을 받아 선과 악, 양심 등의 도덕적 가치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험적이며 절대적인 진리는 존재하지 않으며 당시의 도덕관은 인간이 자기 삶을 당당히 살아가기 위해 극복하고 새로 창조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니체는 ‘주인도덕’과 ‘노예도덕’의 구분은 계급적인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이 지닌 도덕에 대한 판단의 힘에 의한 것으로 보았다. 주인은 스스로 도덕적 판단의 힘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눈치 볼 필요 없이 ‘좋음과 나쁨’을 기준으로 삼지만 약자인 노예는 자기 자신이 아닌 것을 부정하려는 원한 때문에 그 스스로를 기준으로 삼지 못한다. 늘 타인에게 대비되고 대립된 존재로서 자신을 한계 짓고, 그런 대비 속에서만 존재 의미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양은 맹수가 자신에게 주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맹수의 가치를 인정하기보다는 원한 감정을 갖게 된다. 원한 감정은 맹수를 절대 관계 맺지 못할 선악의 대립으로 상정하며 ‘나는 선하고 맹수는 악하다’라는 자기방어를 합리화시킨다. 그러나 맹수에게 양은 대립관계가 아니라 자기 생존에 유익한 가치를 지닌, 나와 다른 존재일 뿐이다. 원한 감정이 생길 리 없다. 그런데 노예는 양이 맹수를 비난하듯 원한을 가지고 주인을 비난한다. 자신에게 온 고통을 부정하고 회피하며 자신을 긍정한다. 그러나 주인은 자신을 긍정하기 위해 원한이 필요하지 않으며 ‘고통’에도 과감히 맞선다. 존재하는 그대로의 실존을 인정하는 것이다. 니체는 이 예시에서 오히려 양은 악이고 맹수는 선이라고 말하며 ‘힘에의 의지’의 강함과 약함을 왜곡 없이 직면해야 한다고 새로운 도덕관점을 제시한다. 도덕적인 감정인 ‘양심’의 기원에 대해서도 니체는 권력을 지닌 자가 무기력한 개인에게 각인시킨 결과로 보았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는 것은 자신에게 생기는 욕구나 욕망인 자연 본능을 나쁜 눈초리로 보게 하여 자기를 학대하는 것으로 본 것이다. 본능의 금지는 그것을 사라지게 하지 않고 방향을 전환하도록 만들었는데, 그것이 자신에 대한 나쁜 감정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니체에게 양심은 동물성을 극복한 주권적 개인이 자신에게 갖는 좋은 감정이며 자신에 대한 긍정의 표현이다. 니체에게 인간의 완성은 ‘자신만의 독립적이고 지속적인 의지를 갖는 인간’, ‘자유로운 의지의 주인’이다. 니체는 이러한 인간이 갖는 자유의 의식, 힘에 대한 느낌, 특권으로서의 책임 의식을 ‘양심’이라고 말한다. 니체에 따르면 기독교적 이상은 ‘금욕적 이상’으로 현실적 쾌락을 ‘악’으로, 내세에 대한 믿음을 ‘선’으로 상정한다. 니체는 그것을 ‘병든’ 공기라고 보면서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을 억압하여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고 봤다. 이를 위한 종교적 구원으로써 금욕주의 실천을 제시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다. 금욕주의적 이상은 다른 해석이나 다른 목표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역사와 심신의 건강과 예술과 문학 등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았다. 니체의 입장에서 욕구나 욕망은 신체에서 비롯되는데 그것을 억제할 경우 인간 삶은 왜곡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왜곡은 근원적인 생명활동을 왜소화하고 병리적인 도착상태에 빠지게 하므로 금욕주의적 도덕은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힘의 원천을 봉쇄하기 위한 시도인 것이다. 이 책은 결국 개인적, 사회적인 원한이 쌓이면 그 개인 또는 사회에 독이 되어 돌아오므로 자신을 극복하는 자유롭고 창조적인 인간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한 인간 구현을 위해 자유주의가 확산되고 창의력을 독려하는 사회가 되어야 함을 암시하고 있다. 도덕관은 우리의 의식이나 행위의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작용하고 그것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기 때문이다. 우리는 획일화된 교육, 자본의 논리, 다양한 대중매체, 무한경쟁의 압박, 종교와 사상의 이론들, 정치와 권력의 의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러한 가치들을 자신의 자유의지로 능동적으로 추구하며 산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한 우리에게 니체는 “그런 것들이 당신을 주인으로 이끄는가, 노예로 이끄는가”라고 묻는다. 그러면서 “너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라. 너 자신이 네 삶의 주인이 되어라. 가치의 비판자이며 새로운 가치의 창조자가 되어라. 그래서 네 삶의 예술가가 되어라”라고 말한다. 멘토가 유행하는 이 시대에 니체를 멘토 삼으려 한다면 “제자가 되려 하지 마라. 자기의 가치는 자기가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읽어라 청춘’은 격주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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