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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이미맘’ 이수지, 이번엔 460만원짜리 ‘이 가방’ 들었다

    ‘제이미맘’ 이수지, 이번엔 460만원짜리 ‘이 가방’ 들었다

    이탈리아 명품 아웃도어 브랜드 ‘몽클레르(MONCLER)’ 패딩의 유행을 종식시켰다는 우스개소리를 낳은 개그우먼 이수지가 이번에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고야드(GOYARD)’의 가방을 들고 나왔다. 3040 여성들 사이에서 “이제 고야드 가방 유행도 끝났다”는 푸념이 나오는 한편, 이수지의 ‘대치동 도치맘’ 패러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몽클레르 벗고 고야드백·밍크조끼이수지는 지난 2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휴먼다큐 자식이 좋다 - 엄마라는 이름으로’ 두 번째 에피소드인 ‘제이미맘 이소담씨의 아찔한 라이딩’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이수지는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착용했던 몽클레르 패딩 대신 밍크 조끼를 입고 고야드 가방을 들었다. 고야드는 1853년 프랑스에서 문을 연 명품 브랜드로 국내에서는 서울 강남구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등 단 4곳의 매장을 두고 있는 이른바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다. 고야드의 가방은 캔버스 소재를 활용해 무게가 가볍고 특유의 패턴이 다양한 스타일의 옷과 어울려 3040 여성들 사이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크기가 큰 쇼퍼백인 ‘생루이백’은 아기 용품을 넣는 ‘기저귀 가방’으로 불린다. 이수지가 든 가방은 크기가 작은 토트백인 ‘앙주 백 미니’로 460만원에 판매된다. 영상이 공개된 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반응은 뜨겁다. 이수지의 유튜브 채널 댓글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고야드 제삿날”, “경쟁사에서 협찬해줬나”, “어제 매장에서 고야드 가방 봤는데, 구매욕구가 싹 사라진다” 등의 글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이수지의 유튜브 채널에 “대치동 엄마들이 몽클레르 패딩 벗고 밍크조끼 입었다는데 이수지가 밍크조끼를 입었다”는 댓글을 달아 2만 건이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개그우먼 김지혜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밍크조끼를 입고 고야드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영상을 올리고 “내 마지막 착샷. 우리집에 이게 왜 있냐”고 푸념했다. 영상 속 이수지는 4살 아이 ‘제이미’의 교육에 열정을 쏟는 ‘대치동 도치맘’을 연기했다. 이수지는 “제이미가 어디서 그 놀이 지식을 습득해왔는지 모르겠는데, 집에 오더니 갑자기 ‘마미, 나랑 쎄쎄쎄 해요’ 라고 하는거다”라면서 “셰셰(謝謝·‘감사합니다’라는 뜻의 중국어)를 정확하게 발음하는 걸 듣고 ‘중국어 모먼트’가 있다, 언어 쪽으로 발달이 많이 된 친구라는 걸 느꼈다”고 감탄했다. 또 “제이미가 내 휴대전화로 유치원 알림장을 보다 보이스피싱 전화가 걸려왔다”면서 “‘(보이스피싱범이) 서울중앙지검 김미영 검사입니다. 당황하셨어요?’라고 하자 제이미가 ‘놉, 아니요’라고 답했다. 이건 ‘법조인 모먼트’”라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어설픈 영어나 황당한 단어 사용으로 ‘아는 척’ 하는 모습을 연기해 웃음을 자아냈다. 표준 중국어의 일반적인 영어 표기는 ‘차이니즈’인데도 중국 북방어인 ‘관화(官話)’ 및 이를 토대로 한 표준 중국어를 일컫는 ‘만다린(Mandarin)’을 ‘만다린어’라고 말하는가 하면, “제이미는 내가 뭘 먹는지 검사한다. 이건 ‘검사적 모먼트’”라고 하기도 했다. “웃기지만 부러워” vs “대치맘 조롱 불편”한편에서는 이수지가 연기하는 ‘제이미맘’을 둘러싼 갑론을박도 펼쳐지고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극사실주의’로 묘사해 공감과 웃음을 자아낸다는 평가의 이면에는 ‘대치동 엄마’를 특정해 조롱하는 듯해 불편하다는 시선도 있다. ‘몽클레르 패딩’, ‘고야드 앙주 미니’ 등 명품 아이템과 과장된 설정, 대치동이라는 지역명을 걷어내고 나면 이수지가 연기하는 ‘제이미맘’은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자녀가 특정 분야에 흥미나 소질을 보이면 놓치지 않고 관련 학원을 찾아본다거나, ‘엄마표 공부’로 사교육비를 아끼기 위해 틈틈이 자녀의 문제집을 푸는 엄마는 흔하다. 경기도 파주시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김모(38)씨는 “아이의 영어 교육에 도움이 되기 위해 어설프더라도 영어를 쓰고, 육아서에서 본 대로 ‘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엄마의 모습은 남들이 보기에 우스꽝스러워보여도 나름대로는 엄마의 역할에 최선을 다 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렇게까지 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제이미맘’이 웃기지만 부럽기도 하다. 그런 복잡한 시선에서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수지의 ‘제이미맘’이 화제를 모으면서 현실 속 ‘제이미맘’이 온라인에서 비난을 받는 역효과도 발생했다. 배우 한가인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자녀의 ‘학원 라이딩’ 일상을 공개한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이수지의 ‘제이미맘’ 영상이 한가인을 패러디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네티즌들이 한가인의 유튜브 채널에 악플을 달았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대치동 엄마들은 자녀를 위해 열심히 사는 것이고, 그들이 몽클레르 패딩을 입든 어설픈 영어를 쓰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다”라면서 “왜 대치동 엄마가 풍자와 조롱의 대상이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이수지의 ‘제이미맘’ 연기를 웃고 넘기는 코미디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특정 명품 아이템이나 ‘대치동 엄마’ 조롱에 열을 올리는 일부 네티즌들이 코미디를 완성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네티즌은 “정작 여유 있는 대치동 엄마들은 ‘제이미맘’이 화제가 되든 신경 쓰지 않고 여전히 자녀 교육에 열심인데, ‘이수지가 몽클레르 패딩을 입었으니 당근에 내다판다’, ‘대치동 엄마들이 긁혔다(조롱에 상처받았다는 뜻의 신조어)’며 조롱하는 사람들이 더 남의 시선에 신경쓰는 것 아닌가”라고 일침했다.
  • 나를 놓고 끌어올린 서정의 끝

    나를 놓고 끌어올린 서정의 끝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가 있었다. 지난 세기 유럽에서 벌어진 참상에 독일 시인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라는 시를 썼고 철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는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서정시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쓰였다. 요즘은 어떤가. 브레히트를 약간 뒤틀면 ‘서정시를 쓰지 않는 시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을 오롯하고도 깊게 들여다보는 서정시가 점차 귀해지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장석남(60)은 여전히 서정에 정진하고 있는 시인이다. 끝끝내 붙잡고 밀어붙여 기어이 새로운 서정의 세계를 열어젖힌다. 최근 나온 시집 ‘내가 사랑한 거짓말’(창비)은 그 증거다. “나는 살아왔다 나는 살았다/살고 있고 얼마간 더 살 것이다/거짓말/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거짓말”(‘내가 사랑한 거짓말’) 자신의 삶을 거짓으로 규정하는 것은 보통의 용기로는 힘든 일이다. 그것은 자칫 스스로를 부정하는 일이 되기에 그렇다. ‘자신의 살아옴’을 거짓이라고 말하는 시인은 그러나 그것을 ‘사랑한다’고 말하며 끌어안는다. “오늘 하루/걷고 먹고/말한 모든 것이/나를 지워가던 일”(‘분장실에서’)이라는 시인의 선언은 ‘나’를 내려놓아야 비로소 내 마음의 정체가, 즉 ‘서정’의 세계가 환하게 열린다는 걸 깨달은 통찰이라고도 하겠다. “나는 법이에요/음흉하죠/하나 늘 미소한 미소를 띠죠/여러 개예요 미소도/가면이죠”(‘법의 자서전’) 때때로 마음의 바깥도 시인의 일이다. 어지러운 정치와 불합리한 권력에 대해 말하는 정치 시도 여럿 보인다. ‘법의 자서전’에서는 만민 앞에 평등하지 않은 법의 음흉함을 조롱하는가 하면 ‘마술 극장’ 연작에서는 진실을 심판하는 법정을 거짓이 팽배한 극장으로 뒤틀기도 한다. 첫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을 펴낸 게 1991년, 이후 34년간 장석남의 시는 서정의 안팎으로 진동하며 세계의 외연을 넓히는 모양새다. 시인도 이런 평가를 모르지 않을 터. 그러나 읽고 있으면 저릿한 마음이 드는 시가 있다. ‘서정시를 쓰십니까?’라는 제목의 시다. 브레히트의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를 인용하고 있는 이 시에서 시인은 자문자답의 형태로 이렇게 말한다. “서정시를 쓰십니까?/아니요 벼락을 씁니다/벼락 맞을 짓이라는 말을 들어봤나요?/벼락 맞을 짓을 하는 인간들에 대해서/벼락에 고하는 글을 씁니다.”
  • 멜라니아 “난 나만의 생각 있어… 트럼프에 조언도”

    멜라니아 “난 나만의 생각 있어… 트럼프에 조언도”

    “그의 생각에 늘 동의하는 건 아냐최우선 순위는 엄마, 영부인, 아내”주 거처 백악관 언급… “짐 챙겼다”1기 때와 달리 적극 행보 보일 듯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퍼스트레이디’(영부인)가 될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나는 나만의 생각이 있고 나만의 ‘예’와 ‘아니요’가 있다”고 말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13일(현지시간) 폭스뉴스 ‘폭스 앤드 프렌즈’에 출연해서 “어떤 사람은 나를 대통령의 부인 정도로 생각하겠지만 나는 두 발로 서서 독립적으로 행동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슬로베니아 출신 영부인이자 두 번째 외국 태생 영부인인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2017~2021년) 당시 대중 앞에 잘 나서지 않아 ‘은둔의 영부인’으로 불렸다. 2017년 정권 출범 당시 곧바로 백악관에 입주하지 않고 아들이 있는 뉴욕에서 6개월간 머물러 트럼프 당선인과 불화설이 돌았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전보다 적극적인 공개 행보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완승하면서 멜라니아 여사의 대중적 인지도도 높아져 (공개 행보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AFP통신은 분석했다. 이를 반영하듯 그는 워싱턴DC 백악관과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 대학생인 아들 배런이 사는 뉴욕 가운데 어느 곳에서 주로 생활할지 묻자 “백악관에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백악관으로 거처를 옮기려고 “짐을 챙겼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뉴욕에 있어야 하면 뉴욕에 있을 것이고 팜비치에 있어야 하면 팜비치에 있겠지만, 내 최우선순위는 엄마가 되는 것, 영부인이 되는 것, 아내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집권 1기 때도) 나는 항상 내가 내 자신이라고 느꼈다”면서 “(당시) 사람들이 나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다. 지금처럼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지지해 주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멜라니아 여사는 “나는 내 남편(트럼프)이 말하는 것이나 하는 일에 항상 동의하진 않는다”면서 “그에게 조언해 준다. 그가 내 말을 듣기도 하고 듣지 않기도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 대선 기간에 여성의 출산 및 임신 중절 권리에 대해 정부의 간섭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편의 견해와 정반대 주장이다. 끝으로 멜라니아 여사는 2018년부터 자신이 추진한 인터넷 혐오·차별 근절 캠페인 ‘비 베스트’(Be Best)에 대해 “더욱 확장하겠다”면서 “만약 그들(소셜미디어·스트리밍 플랫폼)이 나를 지지하고 아이들을 올바르게 가르치고 정신건강을 보호한다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해 보라”고 덧붙였다.
  • 새로운 시작… 당신이 계신 그곳은 안녕하신가요[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새로운 시작… 당신이 계신 그곳은 안녕하신가요[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여보, 나의 마누라, 나의 애인윤이상 1956~1961년 유학 시절아내에게 쓴 편지 책으로 묶어기념관 옆에 지은 ‘베를린하우스’서재·응접실 등 그대로 옮겨 놔예술가 사랑의 편지 가득한 통영백석 ‘남행시초2’ 유치환 ‘행복’ 등 곳곳에 연심 담은 시비 찾는 재미 ‘쓰는마음’ 들러 차분히 편지 쓰고박경리기념관서 바다 풍경 만끽서울신문은 10일부터 3주에 한 번 ‘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편지를 찾아서’를 연재합니다. 편지 속 사연, 편지 쓰기 좋은 공간 등을 찾아 떠나고 여행지에서 쓴 편지 형식으로 배달됩니다. 편지는 마음을 담는 여정입니다. 서울신문은 앞으로 다양한 여행지에서 독자 여러분의 안부를 물을 예정입니다. 12월이 가고 1월에 다다랐습니다. 12월이 끝이 아닌 건 1월로 순환하는 까닭일 겁니다. 그러니 1월은 다행한 달입니다. 당신이 계신 그곳은 안녕하신가요? 저는 지금 경남 통영 윤이상기념관 1층 카페 에스파체(Espace)에 있습니다. 통영은 겨울이 따뜻합니다. 남쪽 바다는 변함없이 짙고 푸르러 설렙니다. 금세라도 윤이상(1917~1995)이 작곡한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공간I’(Espace I for Cello and Piano)이 울려 퍼질 것 같은 이곳에서 새해의 안부를 여쭙습니다. ●‘여보’로 시작하는 러브레터 카페 에스파체 창밖으로는 1월의 겨울이 보입니다. 야외 경사광장에는 겨울나무 세 그루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채이지요. 흙빛을 닮아 버린 잔디는 겨울잠을 잡니다. 그 한편에 윤이상의 생가터 비가 있겠지요. 윤이상이 영혼의 반려자, 이수자씨와 결혼한 때도 1월이었습니다. ‘통영의 러브레터’ 하면 모두들 청마 유치환의 시 ‘행복’을 떠올릴 테지만 저는 윤이상이 유학 시절(1956~1961) 아내에게 쓴 편지가 생각납니다. ‘여보, 나의 마누라, 나의 애인’(남해의봄날)은 그가 아내에게 쓴 수백의 러브레터 가운데 80여통을 묶은 책이지요. 참말로 그의 모든 편지는 ‘여보’로 시작하더군요. 여보는 ‘여기 보오’의 줄임말이라지만 그가 부르는 여보는 ‘보배와 같다’(如寶)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리고 ‘여보’만큼이나 자주 쓴 살가운 표현이 ‘알뜰’이더군요. 1957년 1월 프랑스 파리에서, 한참 지난 1961년 독일 베를린에서 쓴 1월의 편지에도 떨어져 있지만 같이 있는 날들, 윤이상은 그 충실한 하루를 ‘알뜰’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당신을 알뜰히 생각하고 하루를 보내야지’라거나 ‘여보, 나의 알뜰한 마누라(편지를 늦게 보내고 애를 먹여서 덜 알뜰하지만-그래도 나의 예쁘고 못나고 미웁고 귀여운) 나의 마누라’라니요. 이 사실이 좀체 믿기지 않는 건 1917년생이라서가 아니라 그의 장엄한 음악 세계 때문일 겁니다. ‘세계 음악사의 행운’이라 불리는 음악의 거장 역시 악보 대신 아내를 향해 펜을 들 때면 그저 한 사람의 사랑꾼일 뿐이었더군요. 그것은 그에게 ‘작품을 써서 유명하게 되는 것에 지지 않을 만치 중요하고 아름다운 것’이었을 테고요. ●윤이상의 부치지 못한 편지 에스파체에서 몸을 녹인 후 계단을 따라 2층 윤이상기념관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그의 친필 메모가 먼저 눈에 띕니다. ‘나는 고향을 떠난 지 30여년... 꿈에도 잊지 않는 나의 고향에 아직도 갈 수가 없다.’ 그의 또 다른 사랑은 고향 통영이라지요. 윤이상은 1967년 ‘동베를린 사건’(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간첩 누명을 쓰고 2년간 복역합니다. 그리고 1971년 독일로 귀화한 후 1995년 베를린에서 숨을 거둘 때까지 고향 땅을 밟지 못했지요. 또 한편에는 그가 옥중에서 아내와 주고받은 편지글이 적혀 있습니다. ‘조각달과 단풍’만으로 내 땅을 무한히 사랑할 수 있다는 남편과 기쁨보다 슬픔이 큰 나날 속에도 ‘희망의 싹’을 믿는 아내의 마음이 오갑니다. 기념관을 관람하는 내내 귓가에는 윤이상의 곡들이 따라다닙니다. ‘20세기 중요한 작곡가 56인’, ‘유럽의 현존하는 5대 작곡가’ 등 서양에서 무수한 찬사를 받은 그 음악의 비밀을 우리는 어렵잖게 알아챌 수 있습니다. 서양의 문법 속에서 거문고, 아쟁 같은 우리 악기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지요. 그는 스스로의 음악을 ‘정의를 향한 절규, 아름다움에의 호소’로 표현했지만 그 음악들은 고향 땅을 향해 띄운 부치지 못한 편지 같아 때로는 차갑게, 때로는 절절하게 듣는 이의 마음을 울립니다. 저는 그가 분신처럼 아낀 첼로 앞에서 그를 마주한 듯 제법 오래 멈춰 섭니다. 새해에 찾은 첫 희망의 증표, 지금 이 순간의 울림을 당신에게 전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기념관 옆에는 이국적인 디자인의 집이 있습니다. 윤이상의 베를린 집을 축소해 지은 베를린하우스입니다. 2층은 그의 서재와 응접실을 재현했어요. 그가 쓰던 피아노와 대금, 아버지가 누이의 결혼 예물로 만든 장롱 등 시공을 옮겨 놓은 듯합니다. 저는 햇살이 스미는 서재 책상 앞에서 또 오래 머뭅니다. 39년 동안 117편의 곡이 쓰였던 자리에는 오선지와 펜 한 자루가 단정하게 놓여 있습니다. 그는 이 책상에서 무엇을 쓰고 무엇을 남기고 싶었을까요. 어느 날은 ‘여보’ 하는 호칭으로 아내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을 테지요. 옆자리 선반에는 편지와 관련한 작은 물건 하나가 눈길을 끄네요. 메트로놈처럼 보이는 그것은 저울입니다. 가난한 유학생 윤이상은 습자지처럼 가벼운 종이를 사용해 편지를 썼다고 해요. 국제우편 비용을 아끼려 편지를 띄우기 전에는 무게를 재곤 했다지요. 하지만 면면을 가득 채워 빼곡하게 들어찬 글자들, 가늠할 수 없는 사랑의 무게를 무심한 저울이 어찌 알 수 있었을까요. 그러고 보니 이 작은 공간 안에 음악 아닌 것은 온통 그리움입니다. 고향 통영에 대한 그리움이고 아내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그에게 음악은 어쩌면 음표로 쓰인, 먼 땅 통영의 바다로 띄운 그리움일지 모르겠습니다. 그의 유해는 이제 그토록 그리워하던 고향의 바다를 내려다보며 통영국제음악당 곁에 잠들어 있습니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요. ●충렬사 계단에서 쓴 연시 윤이상의 그리움을 뒤로하고 만복아파트 정류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립니다. 정류장 앞 세탁소에는 백석의 시 ‘남행시초2’가 붙어 있습니다. 문화와 예술의 도시 통영답다 싶습니다. ‘남행시초’는 백석이 창원, 통영, 고성, 삼천포 등을 여행하고 쓴 시입니다. 통영 편인 ‘남행시초2’에는 ‘서병직씨에게’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백석은 친구 허준의 결혼 축하 모임으로 통영에 왔다가 한 여인에게 반하지요. 그녀를 만나기 위해 다시 통영을 찾지만 그를 맞이하고 통영을 구경시켜 준 이는 그녀의 외사촌 오빠 서병직이었어요. 그러니 ‘남행시초2’는 아쉽고 고마운 마음을 담아 시로 쓴 편지라 할 수 있겠지요. 백석은 자신의 작품 안에서 여러 차례 그녀를 그리워하고 고백해요. ‘편지’라는 수필에서는 ‘남쪽 바닷가 어떤 낡은 항구의 처녀 하나를 나는 좋아하였습니다’라고, ‘통영2’에서는 ‘옛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앉아 그녀가 사는 명정골을 바라보며 시를 지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충렬사 앞에 백석의 시비가 있는 건 그런 까닭이겠지요. 그거 아시나요? 통영은 사랑의 편지로 가득한 도시입니다. 윤이상과 백석뿐일까요. 유치환을 빠뜨릴 수는 없겠네요. 그는 시인 이영도에게 무수한 연서를 보냈지요. 그가 편지를 부친 통영중앙동우체국 앞에는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던 ‘행복’의 시비가 있어요. 시인이 편지를 쓰는, 음악가가 편지를 짓는 마음은 무엇일까요. 통영의 글쓰기 공간 ‘쓰는마음’의 장혜원 대표는 편지를 여행에 비유합니다. 편지가 메일과 다른 점은 그 자신이 ‘여행’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이겠지요. 윤이상이 아내에게 보낸 편지는 차를 타고 배와 비행기를 타고 통영에 다다랐을 테지요. 백석의 편지는 사랑하는 이에게 끝내 닿지 못한 채 그의 마음속을 여행했을 것이고요. 그 발자국이 음표가 되고 시어가 되었겠죠. 그러므로 마침내 우리는 그 편지를 빌려 호우시절의 그들과 만날 수 있게 된 것일 테죠. ●타자기와 딥펜과 만년필을 빌려 통영에 오면 봉숫골 ‘남해의봄날’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작은 서점 ‘봄날의책방’에 들르곤 합니다. 통영이 건네는 편지 같아서요. 장 대표는 ‘남해의봄날’에서 편집자로 십여 년간 일했습니다. 순천 할머니들의 그림일기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권정자 외)를 만든 편집자이기도 해요. 그런 울림이 쓰는 마음의 출발이고 편집자는 그 마음을 다독이는 이일 겁니다. 그래서 ‘쓰는마음’은 통영의 마지막 여행지로 점찍어 둔 곳이에요. 예약하면 1시간 30분 동안 나만의 책상과 쓰는마음 편지지, 편지봉투와 엽서그리고 따뜻한 음료가 주어져요. 책상에 앉아서는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쓰거나, 또 누군가는 책과 더불어 사색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겠죠. 그때 사색은 내 마음에 쓰는 편지일 수 있겠네요. 맞아요. 장 대표가 찾은 쓰는 마음의 물성은 책상에 있어요. 모든 작가들의 첫걸음 자리. 이를 소설가의 책상, 시인의 책상 그리고 음악가의 책상으로 꾸렸어요. 소설가의 책상은 박경리의 책상을 모티브로 했답니다. 책상 위에는 타자기 두 대가 놓여 있어요. 사랑하는 이와 마주 앉아 타닥타닥 말들을 주고받고 싶어지는 자리예요. 시인의 책상은 유치환, 김춘수, 김상옥, 그리고 백석 등의 시 쓰는 마음을 빌려 왔어요. 책상 위에 놓인 딥펜(철필, 잉크에 찍어 사용하는 펜)과 만년필은 시심을 북돋아 주는 응원 도구죠. 음악가의 책상에는 낯익은 책 한 권이 보여요. 윤이상의 ‘여보, 나의 마누라, 나의 애인’입니다. 장 대표는 이 책의 편집자 중 한 사람이기도 했어요. 그러니 그에게 쓰는 마음이란 세계적인 작곡가의 편지나 이제 갓 글을 배운 할머니의 그림일기가 다르지 않았겠지요. 그는 누군가의 글을 귀하게 어루만져 본 이라서 누구보다도 쓰는 마음을 잘 알고 있어요. 편지를 쓰는 첫걸음은 가만히 눈을 감아 보는 것, 세상 만물의 소리에 살며시 귀를 기울여 보는 것, 그때 들려오는 새소리와 바람 소리가 편지의 첫 문장이 돼 줄 거라 말해요. 오늘 내가 이곳에서 당신에게 편지를 쓴다면 그건 아마도 쓰는마음의 주인장이 정성껏 내린 찻물이 찻잔을 부딪쳐 울리는 소리가 아니었을까 해요. 장 대표가 때때로 예약자들을 마중하는 손 편지의 온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해요. 쓰는마음이 세세하게 마음을 쓰는 방법이지요. ●다정을 ‘쓰는 마음’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의 끝의 끝으로 온 것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쓰는마음’을 나서기 전, 그 마음 가운데 하나려니 하며 누군가 원고지에 필사한 글 한 편을 맘에 담아요. 박경리의 시 ‘옛날의 그 집’의 일부입니다. ‘쓰는마음’에서는 박경리기념관이 멀지 않아요. 살며시 등을 떠미네요. 그러니 박경리의 묘가 있는, 바다가 보이는 기념관으로 기어이 다음 걸음을 옮길 수밖에요. 오늘만은 잠시 편지 쓰는 음악가와 시인의 마음을 따를 수밖에요. 오늘만은 ‘친애하는’으로 시작하는 정중한 표현 대신 ‘여보’ 하는, 당연해서 잊혀 가는 다정함으로 편지를 건넬 수밖에요. 그렇게 우리는 편지글을 빌려 마음 쓰는 방법을 배워 나갈 수 있겠지요. 새해, 우리의 안녕을 바라요. [여행 수첩] ●윤이상기념관 -오전 9시~오후 6시(화~일요일), 월요일 휴관, 베를린하우스는 일·월요일 휴관 ●쓰는마음 -정오~오후 4시(수-금요일, 예약제), 오전10시~오후 5시(토요일), 오전10시~오후3시(일요일), 월·화요일 휴관, www.instagram.com/from.tongyeong.
  • “‘가짜 유가족’ ‘사기꾼’이라니…제발 상처 주지 말아주세요”

    “‘가짜 유가족’ ‘사기꾼’이라니…제발 상처 주지 말아주세요”

    “동생을 잃은 아버지에게 ‘사기꾼’이라니요…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비통에 빠진 유가족들이 온라인에서의 ‘악플’로 또 다른 상처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자신을 유가족협의회 대표인 박한신씨의 자녀라고 소개한 A씨는 지난달 31일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을 통해 “‘가짜 유가족’이라는 댓글이 판을 치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A씨는 “아버지의 남동생, 저의 작은아버지께서 이번 사고로 세상을 떠나셨다”면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이런 거짓뉴스가 퍼졌는지 너무나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A씨는 “아버지에게 ‘아빠를 공격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면서 “그럼에도 아버지는 ‘내 남동생이 죽었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냐’고 말씀하셨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발 정치적 싸움으로 몰고 가지 않고 사고 그 자체를 바라봐달라”고 당부했다. A씨의 이같은 호소는 한 네티즌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박씨는 유가족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당원이다” 등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편 데 따른 것이다. 해당 블로그의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되면서, 이에 동조해 박씨를 비방하는 댓글들이 유튜브와 기사 등에 달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 외에도 유가족들을 향해 “과한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하다 저렇게 됐다” 등 일부 네티즌들의 도를 넘은 비방이 이어지고 있다. 사망자들의 장례식장 등에 유튜버들이 찾아와 라이브 방송을 하며 유가족들의 슬픔을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자신을 유가족이라고 밝힌 B씨도 SNS에 올린 글에서 “일부 유가족들께서 장례식장에 유튜버들이 수익을 위해 무단으로 촬영 또는 라이브 방송을 한다고 한다”면서 “정말 마음이 찢어진다. 제발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유가족들을 향한 악플이 이어지자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전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모욕하는 악성 게시물 3건의 작성자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작성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즉시 모욕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또 온라인에서 확인된 악성 댓글과 비방 글 등 107건에 대해서는 삭제 및 차단 조치했다.
  • 돼지꿈/고찬하 [서울신문 2025 신춘문예 - 희곡]

    돼지꿈/고찬하 [서울신문 2025 신춘문예 - 희곡]

    때: 현재곳 : 단독주택, 침실등장인물병철(58세, 남)동수(95세, 남)은희(57세, 여)민식(32세, 남)태연(29세, 여) 1장 무대는 침실이다. 옷장과 수납장이 있고 선반에 동수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액자가 걸려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누런 자국이 남아 있는 벽지.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병철과 은희가 잠들어 있다. 병철의 코 고는 소리가 이어지면, 동수가 지팡이를 짚고 등장한다. 동수: 끌끌끌…. 자식, 잘도 자는구만. 인자 좀 먹고살 만허냐? 이 썩을 자슥아! 아부지 왔다. 인나라! 느그 아부지 왔다! 동수, 병철을 내려다보며 발로 걷어찬다. 병철: (눈을 비비며) 야밤에 누구여…. 워메, 아부지! 동수: 이 자슥, 인자 배때지가 뜨뜻허니 먹고살 만한갑네. 병철: 아부지! 무슨 일로 또 이까지 오셨수! 동수: 인마, 아버지가 자식놈 생일도 못 챙기냐? 병철: 생일? 동수: 그려! 생일! 워떠냐? 이 애비 덕에 좀 먹고살 만허냐? 병철: 아유, 말을 혀야 뭣할라요. 접때 아부지가 짚어 준 종목들이 상한가를 칠 줄을 누가 알았겄어요? 아부지 덕에 우리도 인자 팔자 폈으요! 강진 당숙네에 저당 잡힌 주택담보 싹 다 갚구, 십 년 묵은 신용대출도 깨끔허게 정리해부렀당께요. 보소, 이 집도 우덜 것이라요. 울 집안도 인자 남부럽지 않다고요. 동수: 자슥, 얼굴 폈네. 살림도 이만허믄 좀 나아진 것 같고. 애들은 잘 있냐? 병철: 애들이요? 그 개팔 놈의 호로자슥들은 말도 마셔요. 연락 끊긴 지 오래구만. 동수: 다 죽어 가는 집안 살려 놨더니 도루 콩가루네. 병철, 베갯머리에서 신문지와 볼펜을 꺼내 든다. 병철: 아부지, 고건 고렇고 요참에는 어디요? 어따 돈을 박어야 쓰겄소? 동수, 병철의 시선을 외면하며 딴청을 피운다. 병철: 아따, 아부지 그라지 말고 요번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알려주쇼! 아니믄 복권 번호라도 몇 개 찍어주셔요! 동수: 패가 안 좋아. 병철: 고거이 뭔 말이여? 동수: 다 잃을 패다, 이거다. 병철: 좀 알아듣게 말혀 보소! 동수: 이 자식아, 잘 들어라. 너 애비 덕에 딴 돈 그거 있지? 병철: 암요. 인자 그 돈으로 대대손손 먹고 살아야제! 동수: 그 돈 하룻밤에 다 잃을 거다. 병철: 고거시 뭔 자다가 벼락 맞을 소리여? 동수: 오늘 하루다. 시간이 읎어. 병철: 와요? 뭣 땀시 나가 돈을 다 잃는다는 거시여? 동수: 한 방에 땄으면 한 방에 또 잃는 거지. 동수, 몸을 돌려 나가려고 한다. 병철: 아부지, 가지 마요. 인자 좀 먹고살만헌디 다 잃는다뇨. 동수: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 알지? 요즘은 ‘운구기일’(運九技一)이란다. 병철: 운구기일? 동수: 다 운이다 이 말이여. 아등바등 살아 봐야 우에 쓸꼬, 팔자가 좌우하는 벱인 것을…. 동수, 크게 웃으며 퇴장한다. 병철: 아부지! 아부지! 병철, 동수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며 소리를 지르면, 자고 있던 은희가 깨어난다. 은희: 여보, 여보? 병철: (넋이 나간 채로) 아부지! 아부지…. 은희: 이 양반이 자다 말고 왜 땀을 비질비질 흘리구 소리를 꽥꽥 질러대? 병철: 어? 뭐시여? 당신이여? 은희, 선반에서 알약과 물그릇을 가져와 병철에게 먹인다. 은희: 또 자다가 뭐라도 본 거야? 왜 그렇게 얼굴이 새파래졌어? 병철: (약을 삼키며) 아부지 왔다 갔어. 은희: 또? 죽은 아버님이? 병철: 그, 글씨 말여…. 은희: (반색하며) 이번에는 또 뭐래? 복권 번호라도 몇 개 찍어 줍디까? 병철: 개꿈이여. 은희: 개꿈? 병철: 그려! 개꿈! 은희: 뭐라고 하셨는데? 병철: 아니 글씨, 요참엔 돈을 다 잃을 거라네…. 은희: 그거 개꿈이네. 병철: 접때는 돼지꿈이더니 요번엔 개꿈이여. 은희: 그냥 흘려들어. 병철: 아부지 덕에 돈방석 앉은 거 잊었어? 무시혔다간 집안 말아묵어! 은희: 당신 꿈속에서 아버님 나타났다는 게 몇 번째지? 병철: 아이, 요참에도 확실하다니께. 은희: 암만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지. 저번에 그것도 그냥 운이 좋아서 대박 났던 거 아냐? 솔직히 요즘 같은 때에 이게 뭔 귀신이 씻나락 까먹을 소리야. 아무래도 집터가 이상한가 봐. 언제 한번 굿이라도 해야 하려나. 병철: 이 사람이 아직도 못 믿네? 꿈 속에서 아부지가 다 알려 줬다니께. 금영에 칠천! 현산에 팔천! 그 육실헐 잡주들이 한날한시에 약속이나 한 맹크롬 들쓱거릴지 누가 예측혔겄어? 그걸 우덜 같은 선량한 서민들이 워쩐다고 예측혀? 다 아부지 덕이제…. 은희: 죽은 사람이 꿈에 나타난다는 거 자체가 망조야! 병철, 수납장에서 신용카드, 통장, 인감도장, 집문서 따위를 꺼내어 바닥에 늘어 놓는다. 병철: 어디 보자. 농협에 칠천, 새마을에 육천, 수협에 삼천오백…. 은희: 뭐하는 거야? 병철: 일단 우덜 계좌에 있는 돈은 싹 다 인출해 와야 쓰겄구만. 은희: 그 돈 들고 워따 쓰게? 병철: 여그 보이는 데에 딱 놓구 지켜야제. 은희: 그다음은? 병철: 집안에 돈 될 만한 물건도 싹 다 창고로 좀 옮겨야 쓰겄어. 은희: 그렇게 하면 잃을 돈이 그대로 있대? 병철: 아부지가, 분명히 아부지가 말혔어…. 은희: 이 양반이 진짜, 돈이 그렇게 좋아? 망할 놈의 주식질에 맛들리더니 헛것이 보이는 거야! 병철, 자리에서 일어나 외투를 걸친다. 병철: 나는 은행엘 좀 갔다 올 것인께. 당신은 창고에 물건 좀 옮겨 둬. 은희: 이게 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야? 병철: 시간 읎어! 싸게 움직여! 은희: 민식이 아부지, 난 말이야. 이런 돈 다 필요 없으니까. 그냥 우리 목포 월세집서 시작했을 때처럼…. (곰곰이 떠올리다가) 아, 그땐 좀 아닌가? 병철: 가난뱅이였던 때가 좋아? 씨빠지게 고생혔던 때가? 밤낮 공장서 일당 받아감서 삭신이 쑤시네 어쩌네, 앓는 소리 달고 살믄서 은행에 돈 갖다 바쳤던 때가? 은희: 주식하고 나서부터는 당신 맨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눈알 퀭해 가지고는 헛것이 나 보고, 이딴 약이나 달고 살고 말이야. 사람이 뒷바라지를 시켜도 정도껏 해야지. 병철: 요것이 다 내 땜시다? 은희: 당신은 뉴스도 안 봐? 밤낮 돈, 그놈의 돈 때문에 가족끼리 칼로 배때지를 쑤셔대고 이게 정상이냐고? 병철: 그런 썩어 빠진 정신으로는 요즘 같은 시상에서 못 살아남어. 글고 우덜 자석들 생각은 안 혀? 울 자석들은 번듯허게 살게 혀야 않어? 이거, 이거, 이 집두 워뜨케 산 건디? 은희: 자식들 생각한다는 인간이 애들이랑 연락도 끊고 살어? 병철: 당신은 신경 꺼! 나가 다 알어서 헐것잉께! (넋이 나간 채로) 아, 아부지, 아부지 어따가, 어따 돈을 넣어야 이 우환을 피할랍니까…. 병철, 통장과 신용카드, 인감도장, 집문서를 집어 들고 퇴장한다. 은희: 얻다 대고 큰 소리야? 저 망할 놈의 인간, 된통 당해 봐야 속이 시원하지. 은희, 불길하다는 듯이 동수의 영정사진을 뒤집어 놓는다. 암전. 2장 무대는 이사를 앞둔 집처럼 텅 비어 있다. 동수의 영정사진이 옆으로 누워 있고 가구가 있던 자리는 짙은 자국만 남아 있다. 구석에 놓여 있는 빗자루. 조명이 밝아지면, 병철과 은희가 여행 가방을 낑낑대며 끌고 등장한다. 병철: 어구, 무거워라! 은희: 어디 금고에라도 넣어 놔야 하는 거 아냐? 병철: 집에 금고가 어딨어? 은희: 그럼 이 많은 돈을 어떡하려고? 병철: 저짝 다용도실에 박스 몇 개 없는가? 은희: 감자 박스가 있긴 할 텐데. 은희, 퇴장한다. 병철, 여행 가방을 연다. 오만 원짜리 지폐 다발이 쏟아져 나온다. 병철: 이 한병철 쉽게 안 죽는다. 이거시 워뜨케 딴 돈인디. 아부지, 보고 계시죠? 나 그렇게 호락호락한 놈 아니어요. 은희, 감자 박스를 들고 등장한다. 은희: 이거면 돼? 병철: 이리 가져와 봐. 다 들어갈란가 모르겄네. 병철, 감자 박스에 돈을 차곡차곡 담는다. 은희: 그러니까 이게…. 병철: 우덜 계좌에 짱박아 둔 것은 다 쓸어온 거시여. 은희: 무슨 계좌? 병철: 아따, 그 뭐시냐, 보이스피싱인가 머시긴가 땀시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여. 출금 한도가 걸려분다고 은행 청년이 하두 의심을 혀 싸는 바람에…. 은희: 그나마 찾아온 게 이 정도라는 거야? 병철: 긍께 당신 것이랑, 내 것이랑 끄낼 수 있는 현찰이란 현찰은 죄 뽑아온 것이여. 저짝 읍내부터 시내꺼졍 은행만 여섯 군데를 돌아다녔다니께! 은희: 개꿈 하나 때문에 아침 댓바람부터 집 치우랴 돈 숨기랴 이게 뭔 짓이야? 병철, 박스를 단단히 포장하며 집문서, 통장, 인감도장까지 넣는다. 병철: 이걸 인자 여그다 넣고 자알 지키기만 허믄 돼. 은희: 지켜? 어떻게? 병철,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아 주변을 보다가 빗자루를 집어 든다. 이내 사주경계를 하며 초병처럼 듬직하게 서 있는다. 은희: (한참을 보다가) 그러고 언제까지 있을 건데? 병철: 아부지가 분명 하루라고 혔어…. 은희: 하루? 병철: 오늘 하루만 이 돈이 고대로 여기 있음 되는 거시여. 은희: 당신 진짜 이번에 아무 일도 없으면 주식 그만하는 거야. 사람이 성실하게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지…. 병철: 뭐? 승실? 은희: 생전 자식들한테는 제 손으로 밥 벌어 먹고 살라고 혁대 풀고 고래고래 야단을 쳤으면서, 애비란 작자가 저러고 자빠졌으니. 병철: 알어! 잔말 말구 싸게싸게 돈이나 지켜. 암만혀도 불길하단 말이여. 그때, 초인종이 울린다. 잔뜩 경계하며 밖을 노려보는 병철과 은희. 침묵이 흐르면, 두 사람을 재촉하듯 초인종이 연달아 울린다. 은희: 누가 왔나 봐. 병철: 아침 댓바람부터 올 사람이 누가 있어? 은희: 나가 볼까? 병철: 잠깐! 나가지 말어! 은희가 무시하고 나가자, 병철은 감자 박스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살핀다.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민식과 태연이 케이크 박스를 들고 등장한다. 민식, 태연: 아버지! 생신 축하드립니다! 태연, 삑삑이를 분다. 은희, 뒤따라 들어온다. 은희: 웬일이야? 연락일랑 하고 오지! 태연이도 같이 왔네! 은희, 태연을 꼭 끌어안는다. 민식: 어머니, 잘 지내셨죠? 태연: 아따, 명절도 아닌디 차가 허벌나게 막혀부렀소. 은희: 둘이 어떻게 이렇게 같이 왔어? 민식: 터미널에서 만나서 같이 왔어요. 은희: 여보, 우리 애들 왔어! 병철: (떨떠름한 표정으로) 느그들, 그동안 연락 한번 없더니 웬일이냐? 민식: 꼭 무슨 일 있어야 오나요? 오늘 아버지 생신 아녀요. 축하드리러 왔죠. 병철: 우리 첫째, 복지관서 사회복지산가 머시긴가 허느라 바쁘담서. 민식: 내내 복지원에 있다가 새벽에 내려 왔어요. 여기 눈 밑에 다크써클 봐요. 태연: 아부지, 오랜만이요? 근디 내는 별로 안 반가운 갑소? 병철: (싸늘하게) 니는 서울서 사업허느라 바쁘담서. 은희: 아유, 또 왜 그래? 간만에 우리 가족 이렇게 다 모였는데! 민식, 케이크 박스를 흔들어 보인다. 민식: 아버지, 제가 케이크 사 왔어요. 고구마 케이크. 태연: 그라요. 일단 께이크에 불부터 붙입시다. 민식, 케이크 박스에서 성냥을 꺼내려고 하면, 태연, 주머니에서 지포 라이터를 꺼내 불을 켠다. 어색한 침묵. 은희: 참, 부엌에 소고기미역국 있는데 그것도 좀 가져와야겠다. 간만에 이렇게 다 같이 모이니까 얼마나 좋니? 은희, 퇴장한다. 민식, 케이크를 꺼내며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민식: 아니, 근데 밖에 있던 식탁은 어디 갔어요? 태연: 그라고 보니께 가구들이 죄 사라져 부렀네. 민식: 어? 할아버지 사진은 왜 이러고 있어요? 태연: 여행 가방은 또 뭐시여? 병철: 뭐, 뭐가? 민식: 우리 가족 사진도 없어졌네! 태연: 아부지, 집안 꼴이 와 이랍니까? 워데 이사 갑니까? 병철: 벽지 도배를 새로 혀서 그란다. 창고에 다 있응께 신경 꺼라. 태연: 벽지는 누리끼리한 거시 그대론디…. 민식: (케이크 박스를 흔들며) 이걸 올려둘 곳이 필요한데요. 민식, 태연 주변을 살핀다. 병철: 느그들, 뭘 그렇게 두리번거려? 태연, 감자 박스를 발견한다. 태연: 저짝에 박스 하나 있구만. 민식: 잠깐 그거라도 여기 가운데에 두죠. 태연, 말릴 틈도 없이 감자 박스를 들어 중앙으로 옮긴다. 태연: 아따, 묵직한 거시 상으로 딱이네잉. 병철: 안돼! 누구 맘대로 그러는 거여! 태연: 거참, 여그 뭐 금덩이라도 들었소? 병철: 느자구 없는 것들이 댓바람부터 들이닥쳐 가지고는, 여그 안 갖다 놓냐? 병철, 빗자루를 마구 휘두른다. 태연: (기침을 한다) 워메, 아부지! 먼지 날린당께요! 은희, 김이 피어오르는 냄비를 들고 등장한다. 은희: 아니, 이 양반이! 애들아 글쎄 니들 아버지가 말이다. 병철: 에헤이, 진짜! 민식: 경계 좀 풀어요. 오늘 생신이잖아요. 아무도 아버지 안 해쳐요. 저희는 진심으로 축하드리러 온 거예요. 태연이 감자 박스를 툭툭 털면, 민식은 그 위에 케이크를 올려 둔다. 병철: 이건 내 거야, 내 거라고. 왜 내 것을 느그들이 맘대로 하려고 혀? 민식: 잠깐 쓰고 저기다 그대로 돌려 둘게요. 병철: 내 거라는데 자꾸, 어? 태연: ···참말로 째째허시네. 아부지 성깔은 하여간 징해부러. 민식: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또 안 좋다고 하니까. 민식, 태연 웃는다. 병철: 우째 느그들은 만날 멋대로냐? 집 나가는 것도 멋대로, 연락도 멋대로, 불쑥 찾아오는 것도 멋대로. 왜 매사에 느그들 맘대로인 거냐고? 민식: 우리 아버지, 서운했구나? 병철: 그려! 서운혔다! 인자 솔직허게 말혀 봐라. 무신 볼일이 있어서 온 거냐? 민식: 가족이란 게 무슨 볼일이 있어야 만납니까. 늦게 와서 미안해요. 병철: 이 늙은 애비가 눈치도 없는 줄 알어? 이것들 시커먼 속내가 있어서 온 거시여. 고거이 아니믄 저렇게 방실거릴 것들이 아니여. 은희: 무슨 말을 또 그렇게 섭하게 해. 얼른 케이크에 불이나 붙이자. 은희, 감자 박스 위에 냄비를 올려 둔다. 민식이 케이크에 초를 꽂으면, 태연은 지포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 민식: 이야, 초에 불이 붙으니까 연말 느낌이 나고 좋은데요? 민식, 병철의 머리에 고깔모자를 씌운다. 병철: 어허이! 뭐시여? 민식: 아버지, 다시 한번 생신 축하드려요. 만수무강하셔야죠. 간만에 노래라도 같이 부를까요? 병철: 노래는 무슨! 민식: 자자, 축하 노래 다 같이 부르는 거예요. 은희, 벽면의 전등 스위치를 내린다.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진다. 민식이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부르자, 은희와 태연도 덩달아 부른다. 은희, 민식, 태연: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생일 축하합니다! 병철, 빗자루를 쥔 채로 머쓱하게 있다. 은희: 빨리 불어! 초 다 녹는다! 병철, 마지못해 불을 끈다. 울려 퍼지는 박수와 웃음소리. 태연이 폭죽을 터트리면, 은희가 전등 스위치를 올린다. 조명이 다시 밝아진다. 병철: 이란다고 눈이나 끔뻑할 거 같으냐? 시상 천지에 느그들 만치…. 은희, 케이크 칼로 케이크를 크게 썰어 병철의 입에 넣어 버린다. 은희: 소원 빌었어? 병철: (우물대며) 소원은 무슨! 민식: 자, 다들 건강하시라고 제가 대신 소원 빌었다 칠게요. 민식, 바닥에 흩어진 폭죽 잔해를 치우면, 은희, 병철의 입을 소매로 거칠게 닦는다. 그 모습을 보고 크게 웃는 민식. 태연, 주위를 서성이다 목을 가다듬으며 병철에게 가까이 간다. 태연: 아부지, 인자 생일 축하도 혔겄다. 쪼까 드릴 말씀이 있는디요…. (사이) 긍께, 시방 지가 요참에 투자처에서 중국 수출 계약 건을 하나 잡아부렀는디, 계약금을 저당 잡을 것이 쪼까 부족허거든요? 큰 거 두 장으로 급전만 땡기믄 그다음 수익은 서너 배로 불릴 수가 있는디…. 병철: (케이크를 삼키다 말고) 너, 너 지금 그따구 소리가 목구녕서 나오냐? 태연: 아따, 아부지! 사람 말을 좀 끝까지 들어보시랑께요. 민식: 야, 아까랑 얘기가 다르잖아? 돈 얘기 안 한다면서? 태연: 우째 이래? 오빠도 돈 얘기할라고 온 거 아녀? 요새 복지원 힘들어서 후원 필요하다 안 혔어? 계장인가 뭔 쌈장인가 실적 타령 허믄서 들들 볶는담서? 민식: 인마, 사람이 순서라는 게 있는 법이지. 아버지 앞에 두고 다짜고짜 그게 맞아? 너도 허구헌 날 돈 빌린 사람들 쫓아다녀 봐서 알 거 아니냐. 이런 일일수록, 절차에 맞춰서 진행하는 게 업계의 도리 아니겠냐. 병철, 이마를 짚는다. 병철: …이 새끼들이 보아하니 생일 핑계 대고 또 돈 빌리러 왔구나. 태연: 아부지! 내는 참말로 힘들어요. 인자 곧 나이가 서른인디 신림동 단칸방서 월세살이 허구, 대출금 갚느라 바쁘당께요. 참 웃기지 않어요? 냄들한테 돈 빌려주는 내 같은 금융업자도 빚을 갚느라 또 은행에서 돈을 빌린다니께? 무신 놈의 시상이 죄다 대출이고 할부고 빚으로 돌아가요. 요즘도 다달이 나가는 이자 갚느라, 요 주둥이가 바짝바짝 마른당께요. (사이) 아부지, 인자 손주는 봐야 쓰지 않겄소? 민식: 금융업은 개뿔, 사채로 사람들 등쳐 먹고 다니는 것이…. 태연: 뭐시여? 민식: 중국 수출이 뭐? 이제는 약장사도 하냐? 태연: 먼 약을 팔어? 요참엔 화장품이여. 화장품. 은희: 니들은 예나 지금이나 나이를 똥구녕으로 먹는 건지 만났다 하면 쌈박질이냐? 병철: 오늘 꿈자리가 뒤숭숭하더니 다 니들 때문이구나. 돈 잃는다는 얘기가 다 느그들 때문이여. 조상님덜, 보고 있소? 나가 전생에 먼 죄를 지었다고 자슥들이 이랍니까. 태연: 예? 먼 돈을 잃어요? 민식: 아버지, 죄송해요. 집 앞에서 싸우지 말자고 그랬는데…. 은희: 돈, 돈, 그놈의 돈 얘기 지긋지긋하다. 먼 놈의 대화가 도로 돈 얘기냐? 이러니 집안이 콩가루네 뭐네, 동네 마실에서 할매들이 손가락질을 해 대지. 집안 꼴이 아주 아사리판이야. 태연: 간만에 모였응께 다 같이 살 궁리를 찾자 이거죠. 가족 아닙니까. 병철: 다 같이 살어? 너 우리랑 다 같이 살자고 접때 돈 안 빌려준다고 연락 끊었냐? 태연: 나가 시방 언제 연락 끊었다 그라요? 핸드폰 신형으로 바꿔서 그렸다 안 혔어? 병철: 느그들한테 줄 돈 10원두 없다. 돌아가라. 보기도 싫다! 태연: 에이, 돈이 없긴…. 집에 가구며 돈 될 만한 건 싸그리 치워 놓구. 병철: 뭐시여? 민식: 아버지, 근데 정말 저희들 오는 거 알고 물건 치우신 거예요? 태연, 집안을 둘러본다. 병철: 뭐, 뭐가? 느그들이 뭔 상관이여? 도둑놈들도 아니구? 여그는 느그 엄니랑 내랑 씨빠지게 주택담보대출 갚아서 산 내 집이란 말이다. 내 집서 나가 맘대로 집도 못 치우냐? 이 손을 봐라, 딱딱허게 이 마디마디가 죄다 늘러붙은 이 손을. 나가 이 손으로 평생 쇳질을 해다가 은행에 차곡차곡 적금 부어서 산, 내 것이다 말이다. 민식: 네? 집을 사셨다고요? 태연: 당숙 어른네 집이 아니고? 워메, 먼 수로? 병철: 느그들이 알 거 없다. 병철이 감자 박스를 치우려고 하자, 태연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는다. 태연: 아부지! 참말로 부탁 좀 헙시다. 요참엔 분명 감이 좋아요. 나가 시방 어젯밤에 먼 꿈을 꿨는 줄 알어요? 이 집채만 한 황금돼지가 가랑이로 들어왔당께요! 요 몇 년 새 그런 돼지꿈은 처음이었제. 지금도 눈앞서 본 것 맹크롬 아주 선명혀. 휘황찬란하게 순금으로 맹근 돼지드라니까? 그라서 오는 길에 편의점서 스피또도 하나 샀어요. 부정탄다고 혀서 아무한테도 말 안혔는디…. 근디 요참엔 참말 이어요.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믿어 보시랑께요. 열 배, 아니? 스무 배로 돌려줄 수가 있당께요. 그 돈이믄 대대손손 먹고살고도 남아불제. 우리 가족도 인자 남부럽지 않게 살 수가 있다니께. 병철: 뭐? 꿈? 정신머리가 있는 눔이냐 없는 눔이냐? 그리고 뭐? 스피또? 젊은 놈이 성실하게 일을 해서 돈을 벌 궁리를 혀야지, 미친 것! 태연: 내 믿고 한번만, 지발 목돈 좀 마련 해 줘 봐요. 큰 거 두 장은 바라지도 않어. 딱 한 장만 있어도 떡을 치고도 남제. 암, 그라제잉. 민식: 저어, 아버지? 말이 나온 김에 저도 한 말씀 올려도 될까요? 병철, 두 사람을 번갈아 노려본다. 병철: 니들은 천성부터 버러지여. 애비가 느그들 땀시 여태 잃은 돈이 얼맨 줄 알어? 이 집안 말아먹을 놈들아! 서울서 번듯허게 자리나 잡으라고 씨빠지게 쇳밥 먹어감서 아등바등 키워 놨드만. (가슴을 치며) 워메, 복창 터져분다! 태연: 나가 뭐 첨부터 이렇게 돈, 돈 거렸는 줄 알어요? 다 시상이 이렇게 맹글었다 안 합니까. 아니, 막말로 냄들은 집에서 다 척척 해 준다고. 갸들하고 나는 출발점부터가 다르다니께? 민식: 아버지, 일단 진정하시고 천천히 얘기 좀 들어봐요. 그러니까 저희들 계획은 말이죠…. 병철: 느그들이 그러니 문제다! 두 손이 멀쩡한 것들이 쇳질을 하든, 길바닥서 발품을 팔든 일을 혀서 번듯하게 자수성가를 혀야 쓰지 요즘 것들은 돈만 생겼다허믄 워따가 꼬라박을 생각부터 하니. 고거시 전부 한탕주의다, 이 말이다! 태연: 뭐시여? 뭔 주의? 워메, 기냥 맥아리가 확 나가부네잉. 나가 이 말은 안 할라고 혔는디, 막말로 아부지 때랑 지금이랑 같어요? 병철: 다를 건 또 머시여? 태연: 한탕주의로 따지믄 소싯적 아부지도 한따까리 허셨음서, 남 말하듯 허는 거시 참말로…. 민식, 태연 웃는다. 병철: 너 이 자슥, 주둥이 안 다물어? 태연: 못 다물어요! 요것이 다 아부지한테 배운 거 아녀요. 우리 집이 그동안 와 돈이 없었는지 엄니는 알어? 공장 장막 치믄 읍내 잡부들이랑 비닐하우스서 삼삼오오 모여가 아부지가 섯다 치믄서 돈을 월매나 땡겼는디? 일당 받으믄 밤낮 경마장에서 눈깔 빠지게 뻬팅이나 했음서, 뭐시여? 내보고 한탕주의? 병철: 그 주둥아리로 한마디만 더 지껄여 봐라잉! 태연: 나처럼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일찍부터 집안 건사하랍시고 대학도 못 가게 허고, 상고로 밀어 넣은 것이 아부지 아니여? 나가 상고 졸업하고, 열아홉에 뭣 땀시 은행에 기 들어가 행원으로 씨빠지게 일을 혔는디? (웃는다) 나가 그 망할 놈의 캐피탈이란 것을 열아홉에 은행서 다 깨우쳐 부렀지라. 그라니 지금 이라고 냄들한테 돈 빌려주고, 이자 장사하고 있는 거 아녀요. 병철: 뭐시여? 캐피탈? 이 가시나, (태연의 머리를 민다) 니가 그리 원대한 꿈이 있어 은행 박차고 나와서 냄들 삥이나 뜯구 사냐! 태연: 지금 나 쳤소? 태연, 감자 박스를 엎고 일어난다. 박살나는 케이크. 병철: 이 육실헐 것이…. 병철, 덩달아 일어나자, 태연은 감자 박스를 발로 걷어찬다. 오만 원짜리 지폐가 쏟아진다. 민식: 어? 돈이다! 태연: 이게 뭐시여? 태연, 바닥에서 지폐 다발을 한 움큼 집어 든다. 병철: 느자구없는 것들이, 뭔 짓거리여! 손대지 마! 만지지 말라고! 태연: 워메, 여따 꽁쳐두고 있었구만? 아부지 진짜 너무한 거 아니요? 민식: 태연아, 일단 그만둬. 아버지도 그만해요! 병철, 민식, 태연 너나 할 것 없이 뒤엉킨다. 엎어진 케이크와 미역국으로 범벅이 된 돈다발. 은희: 무슨 꿈 타령 하나에 자발들을 떨어대는 거냐? 병철: (태연을 붙잡으며) 나가 시상에 호래자식을 내놨당께! 민식: 진정 좀 하세요. 이러다 숨넘어갑니다! 태연: (뿌리치며) 누가 가져간다 혔어? 기냥 세어보기만 현다고! 병철: 이 년이 가장 문제여! 애비 말이 홍어 거시기로 들리냐? 이것아, 안 놓냐? 태연: 아따, 참말로 얼맨지 시어보기만 현다니께! 병철: 안 놔? 요것이 애비 돈을 껄떡대고, 기냥 눈깔이 확 뒤집혀 부렀구만! 병철, 태연의 뺨을 후려친다. 정적이 흐른다. 태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노려본다. 태연: 시방 혁대로 후려치던 그 손버릇을 여태 못 버리구 또 손찌검이요? 병철: 요, 요것이 말하는 뽄새 좀 봐라, 어서 이런 막돼먹은 가시내가 나와가지고. 이젠 허다허다 애비 돈에 손을 갖다 대냐? 태연: 나가 인자 얻어 맞고도 가만히 있는 기집이 아니여, 다 컸다 이 말이여! 태연, 케이크 칼을 주워서 허공에 번쩍 들면, 은희: 안돼! 병철: 아이고! 자석 놈이 애비한테, 애비한테! 아이고, 골이야, 골이야! 병철, 뒷목을 잡고 쓰러진다. 은희: 워메, 민식이 아부지! 민식: 아버지! 괜찮아요? (태연에게) 야이, 호로새끼야! 태연: …뭐시여? 나 암것도 안 혔어! 민식: 이 자식이 이제는 패륜을 서슴지 않네. (병철을 흔들며) 아버지, 일어나세요! 아직 가시면 안 돼요! 아버지! 태연: 참나, 저 여시 같은 인간. 닿지도 않았는디 회까닥? 아주 징해부러라···. 태연, 케이크 칼을 내려놓고 돈을 살핀다. 민식: 돈 줍지마! 아버지 쓰러졌잖아! 어떡할 거야? 어떡할 거냐고! 민식, 태연을 붙잡으면, 태연, 민식의 멱살을 쥐고 흔든다. 태연: 그따구 명령조로 지껄이지 말어! 민식: 이 새끼가 진짜. 민식, 주먹을 치켜들면, 은희: 진정해라, 다 설명해 줄라니까. 응? 둘 다 내려놔라. 태연: 돈의 출처부터 알아야 현다고. 요거시 시방 아부지 돈이 맞어? 집안에 현찰을 요로코롬 짱박아 뒀다고? 밤낮 돈 읎다고 노랭이질하던 인간이? 민식: 아버지가 쓰러졌는데 이 짓거리 하는 건 맞아? 은희: 피보다 진한 게 돈이라더니, 그만 안 하냐? 태연, 민식에게 머리를 들이민다. 태연: (노려본다) 쳐, 쳐보랑께? 둘 중 한 놈은 오늘 제삿상 치르는 거시여. 민식: (손목시계를 푼다) 이 자식이, 간만에 피를 끓게 만드네. 은희, 냄비를 집어 들고 바닥에 있는 힘껏 내던진다. 은희를 쳐다보는 민식, 태연. 은희: 너희들 아버지 아프다! 맨날 죽은 할아버지가 꿈에 나타난다고 하지를 않나, 제정신이 아니란 말이다. (약 봉투를 보이며) 이봐라, 약도 안 먹으면 잠도 제대로 못 잔단 말이다. 민식, 태연 씩씩대며 떨어진다. 은희, 병철을 살핀다. 민식: 어머니, 구급차라도 부를까요? 은희: 다행이다. 잠깐 정신을 잃은 거야. 태연: (한참을 보다가) 이것두 연기 아니여? 와, 그 있잖어. 비암이 나타나믄 깨꼬닥 죽은 척허는 개구락지 맹크롬. 은희와 민식, 태연을 보고 한숨을 쉰다. 민식: 너 그게 할 소리냐? 태연: 엄니, 요참에 깨끔허게 단도리를 칩시다. 은희: 뭘 쳐? 태연, 돈다발을 은희에게 쥐여 준다. 태연: 이왕 이래 된 거, 같이 뜹시다. 나가 시방 돼지꿈을 꾼 거시 뭔 뜻인지 이제야 알겄어요. 엄니, 내랑 같이 살어요. 같이 요 뭣 같은 집안, 확 떠불자니께요. 은희, 아무 말 없이 돈다발을 바라본다. 민식: 쓰러진 아버지 앞에 두고, 터진 입이라고 말을 함부로 해? 태연: 내는 집안서 뭔 말도 못 혀? 민식: (태연의 머리를 밀친다) 넌 성격 괴팍한 것이 아버지랑 똑 닮았어. 태연: 뭐시여? 오빠가 내한테 이럼 안 되는 거시지. 민식: 내가 틀린 말 했냐? 태연: 안 여물어? 나가 그동안 월매나 참았는지 알어? 아부지가 나를 상고에 왜 보냈는지 모르제? 시골 동네서 기집애는 개천에 용 날 수가 없다드라고. 언능 취업혀서 오빠 학비나 보태라 그라드라고. 고거이 벌써 십 년 전이여! 내는 뭐, 하고 싶은 게 없는 줄을 알어? 근디 다른 놈도 아니고 우째 오빠가 그라고 느자구없는 말을 헐 수가 있어? 진장 염병할 집안! 민식: 뭐? 저 툭 터진 주둥이를 아주 그냥…. 민식, 태연의 얼굴을 부여잡는다. 두 사람, 낑낑대며 악다구니를 쓴다. 태연: 시상에 왕후장상의 씨는 따로 없다는디, 요 집안은 귀한 아들래미 뒷바라지할 씨는 따로 있당께! 은희: 그만해라. 입 아프다! 민식: 그래! 이 자식아! 악 좀 그만 써라. 까놓고 그게 내 잘못이냐? 내가 너한테 은행 가라고 시켰냐고 인마. 민식, 태연을 바닥에 패대기친다. 은희: 첫째야, 그만은 네가 해야 할 것 같다. 민식: 저요? 아니, 저 파렴치한 놈이 지금 아버지 돈에 눈깔이 뒤집어져 가지고는…. 은희: 뭐? 아버지 돈? 태연, 대자로 뻗어 발버둥친다. 태연: 그려! 눈깔 뒤집어졌다! 눈깔을 뽑아다 오독오독 씹어 묵어부러라! 민식: 저도 돈 빌리러 왔다지만, 아버지 돈에 손을 대는 저런 패륜아가 어딨어요? 은희: 아버지 돈? 아버지 돈에 손을 대? 민식: 네, 아버지 돈이요. 태연, 누워서 돈다발을 허공에 뿌린다. 태연: 더러븐 집구석, 기냥 다 같이 뒷간에 콱 빠져 디져 불자! 은희, 민식에게 다가간다. 은희: 첫째야, 넌 왜 이 모든 게 당연히 네 아비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민식: 네? 은희: ···그래, 너희들은 어릴 적부터 돈에 관한 것은 전부 아버지한테 말하고는 했지. 문구점에서 연필 한 자루를 사더라도 밥상머리 앞에서 국그릇 내다 주는 이 어미한테는 일언반구 않고 그저 아버지 눈동자만 멀뚱멀뚱 쳐다보곤 그랬지. 민식: 갑자기 무슨 서운한 말씀이세요. 태연, 버둥거리며 돈다발 사이를 헤엄친다. 은희: 너희 아버지는 쩍쩍 갈라지고 마디가 툭 터진 손이 무슨 훈장인 것마냥 꺼드럭대는데, 니들이 이 어미 손을 본 적이 있냐?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하루 열두 시간 서 있던 몸뚱이 끌고 와, 밥 차려주던 이 손을 본 적이 있어? 민식: 어머니, 그런 뜻이 아니잖아요. 은희: 이제야 알 것 같다. 내 것을 너무 쉽게 남한테 맡겨 버렸어. 다들 이렇게 악을 쓰면서 자기 것이라고 바락바락 우기면서 사는데, 어째서 나는 한 번도 내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을까. 민식: 어머니, 그러지 마시고 아버지 일어나면 차분하게 얘기를 하시죠. 은희: 아니다! 민식: 네? 은희, 동수의 영정사진을 본다. 은희: 그래, 오늘 하루라고 했지? 분명 하룻밤이라고 했지? 돈에 발이 달린 것 마냥 오늘만큼은 이 인간 손에서 전부 떠난다고 했지? 민식: 하루요? 은희, 돈다발 틈에서 통장과 집문서를 꺼낸다. 은희: 나한테는 이거 필요 없다. 이참에 내다 버리자…. 민식: 다 버리자고요? 태연,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킨다. 태연: 엄니, 고거이 무슨 자다가 벼락 맞을 소리여? 은희: 오 년이다! 오 년! 너희들이 돈 때문에 집구석에 오는 것이 오 년 만이다! 니들 아버지는 평생을 제 것처럼 하고 살았는데 왜 나는 하루도 내 것이라고 못해? 이 어미는 왜 하루도 제 것처럼 하지 못하냐 이 말이다! 오늘은, 하루 정도는 내 마음대로 할 거야. 그렇게 할 수 있는 거야. 나도 그럴 수 있는 거야. 민식: 어머니···. 태연: 오라질 것! 뭘 고로코롬 실없는 소리를 혀요? 콱 기냥 뜹시다! 은희, 통장과 집문서를 갈가리 찢어 버린다. 은희: (돈다발을 걷어차며) 이거 전부 갖다 줘 버려라. 이까짓 거 들고 있다고 악다구니 쓸 일 없는 사람들한테나 줘 버려라. 민식: 네? 은희: 싹 다 복지원에나 줘버려라. 태연: 환장하겄네! 이 돈으로 나랑 대대손손 먹고살아야제! 민식: 기부를 하시겠다는 거예요? 은희: 그래, 가지고 가라. 다 가지고 가 버려. 얼른 들고 사라져라…. 태연, 돈다발을 벽에 던진다. 태연: 진장, 염병할! 나 안 가! 오함마로 손모가지를 찍든, 도끼로 발모가지를 끊든, 여서 한 발자국도 안 갈 것잉께 그리 알어! 민식: ···저 자식은 돈에 한 맺힌 악귀가 든 게 분명해요. 태연: 그려! 나 돈에 허천났다! 배때지를 찢든, 대그빡을 부수든 혀라! 나 안 가! 민식: 어머니, 이놈은 제가 구마를 하든 굿을 치든 해서라도 끌어낼게요. 근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저야 상관이 없지만···. 은희: 너 좋으라고 하는 일 아니다. 태연: 뭣 같은 시상! 또 아들래미 몫이여? 민식: 이제는 어머니 앞에서도 막말을 하네! 태연: 돼지꿈은 육실헐, 팔자가 개팔자인디···. (주머니에서 복권을 꺼낸다) 냄들은 뭐 잘만 풀린다드만 또 꽝이네? 난 태생부터 허벌나게 꼬여부렀어. 사는 것이 요로코롬 뺑이치다 뒤질 개꿈이라니께! 민식, 태연을 붙잡으려 하면, 은희, 태연을 꼭 끌어안는다. 은희: 이것아, 돼지꿈은 무슨 돼지꿈이냐···. 정신 좀 차려. 세상이 돼지우리다. 눈을 씻고 봐도 똥 묻은 돼지 새끼들이 지 몸에 묻은 것이 황금이나 된 줄 알고 똥밭을 뒹굴고 사는 거란 말이다. 너까지 돼지가 되면 어미는 어쩌란 말이냐. 이빨 드러내면서 컹컹 짖는 개처럼 살어. 차라리 개처럼 악을 쓰면서 살란 말이야. 태연: 엄니, 요것이 참말로 사는 것이 맞어? 내는 우째 악쓰고 살아야 쓰는디? 내는 우째 악을 써야만 되는 것인디? 우째 꽥꽥 소리를 써야만 들어주는 것인디? 은희: 누가 네 것을 빼앗으려고 하면, 지금처럼 소리를 꽥꽥 지르고 악을 단단히 써 버려. 절대 빼앗기면 안 돼. 이 어미처럼 살지는 말어. 그냥 그렇게 살어…. 태연: 시방 나도 기냥 살고 싶단 말이여. 기냥 살고 싶다 이 말이여. 태연, 서럽게 운다. 은희, 오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주워서 태연에게 쥐여 준다. 은희: 굶지 말고 가는 길에 따뜻한 밥이나 한 숟갈 떠. 글고 다 잊어. 그깟 꿈 얘기, 싹 잊어버려. 태연: (돈을 쥐고) 진장, 드러븐 돈, 드러븐 집구석···. 민식, 감자 박스에 돈을 쓸어 담는다. 민식: 익명으로 후원하면 아버지도 모를 거예요. 근데 정말 후회 없으시겠어요? 은희: 괜찮아. 다 필요 없다. 나는 필요 없어. 민식: 아버지는 어쩌죠? 가만히 있진 않으실 텐데. 은희: 그놈의 아버지, 지긋지긋한 아버지. 민식: 죄송해요. 걱정이 되어서···. 은희, 입을 쩍 벌리고 누워 있는 병철을 바라본다. 잠꼬대를 하듯이 몸을 움찔거리는 병철. 은희: 또 꿈을 꾸는 모양이구나. 이 인간 깨어나기 전에 가라. 민식: 괜찮으시겠어요? 은희: 걱정할 거 없어. 원래부터 내 것이었어. 다 내 몫이었어. 얼른 가, 어서 가라…. 민식: (태연을 걷어찬다) 일어나! 아버지 깨어난다! 이제 가자! 민식, 감자 박스를 집어 들면, 태연, 머리가 헝클어진 채로 일어난다. 태연: 엄니, 사실 핸드폰 안 바꼈어요. 연락 자주 헐 것잉께…. 민식: 핸드폰 바꾼 것도 거짓말이었냐? 태연, 은희와 포옹한다. 병철이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뒤척인다. 은희: 애들아, 얼른 가라, 얼른 가. 민식: 어머니, 만수무강하세요. 구정에는 과일이라도 한 박스 사서 올게요. 태연: 엄니…. 민식, 태연을 끌고 퇴장한다. 은희: (무대 밖으로) 그래, 연락들 자주해라. 밥 잘 챙겨 먹고, 뛰지 말아라 다친다···. 병철, 잠꼬대를 한다. 은희, 한참 동안 그 모습을 보다가 전등 스위치를 내린다.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진다. 병철, 요람에 싸인 아기처럼 몸을 웅크린다. 3장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은희는 가구를 재배치한다. 무대 밖에서 옷장과 수납장을 들여와 제자리에 두고, 누런 벽지에 가족 사진도 건다. 선반에 제대로 놓여 있는 동수의 영정사진. 규칙적으로 코 고는 소리가 울리는 와중에, 은희는 병철에게 다가가 고깔모자를 벗긴다. 순간 잠에서 깨는 병철. 병철: 아부지! 아부지! 은희: 이 양반이 또 꿈을 꿔? 병철: (끙끙 앓는다)  아부지! 은희, 병철을 흔든다. 은희: 왜 자다 말고 땀을 비질비질 흘리구 소리를 꽥꽥 질러대? 일어나…. 병철: 어? 당신이여? 은희: 자다가 뭐라도 봤어? 병철: 아부지가 꿈에 나왔구만! 은희: 그래? 이번에는 뭐래? 복권 번호라도 몇 개 찍어 줍디까? 병철: 그, 글씨 말이여…. (사이) 아니, 근데 우리 돈은? 이 써글 놈들! 병철, 자리에서 일어난다. 은희: 돈? 병철: 그려! 여그다 내가 돈을 분명히! 근디 그 호로자슥들이 와 가지고! 은희: 개꿈이야. 당신 꿈을 꾼 거야. 병철: 꿈? 은희: 당신 원래 꿈을 잘 꾸잖아. 돈은 무슨, 귀신이 씻나락 까먹을 소리야. 병철: 꿈? 꿈이라고? 병철, 혼란스러운 듯이 주변을 둘러본다. 은희: 도대체 무슨 꿈을 꾼 거야. 평생 제 손으로 돈은 만져 본 적도 없으면서. 병철: 분명히 아부지가 그렸어, 아부지가! 은희: 아까 전화 왔었어. 민식이랑 태연이한테. 둘 다 서울에서 번듯하게 자리잡았나 봐. 구정에 한 번 내려오겠대. 애들이랑 연락 안 한 지 오래됐잖아…. 병철: 안 돼! 그것들이 여그 오믄 안 돼! 은희: 그냥 살자, 제발 그냥 살자 우리. 병철: 아버지가 오늘 하루라고 혔어. 하룻밤 안에…. 은희: 당신 오늘 생일이잖아. 더 자, 푹 자. 그냥 그 터무니없는 돼지꿈이나 꿔버려. 병철: 꿈? 꿈이라고? 진장 꿈이라고? 워째 혀끝에 엿기름이 배인 만치 달디달다 혔어. 은희, 선반에서 알약과 물그릇을 가져와 병철에게 먹인다. 병철: (약을 삼키며) 아, 아부지. 어따 돈을 넣을까요? 아아, 요참엔 어따 돈을 넣어야 할까요…. 병철, 중얼거리며 드러눕는다. 은희도 함께 눕는다. 암전.
  • 기독교계, “국민 통합” 성탄 메시지…시국 인식엔 미묘한 온도 차

    기독교계, “국민 통합” 성탄 메시지…시국 인식엔 미묘한 온도 차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이후, 기독교계가 잇달아 정치색 짙은 성탄 메시지를 내고 있다. 현 시국을 보는 인식에 미묘한 입장 차가 엿보여 주목된다. 국내 최대 개신교 단체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16일 대표회장인 김종혁 목사 명의의 성탄 메시지를 내고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신’(빌립보서 2장 7절) 예수님처럼 겸비한 자리에 내려가 기도하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성탄절이 되기를 바란다”라고밝혔다. 김 목사는 “국난을 수습하는 권한을 가진 이들은 법과 절차에 따라 현재의 불안 상황을 속히 수습해 자유 대한민국의 일상이 하루빨리 회복되도록 속도와 절제의 지도력을 보여주기를 바란다”라며“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군인과 경찰관들을 격려하며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어 주자”고 촉구했다. 그는 한국교회 교직자와 성도를 향해서도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은 아니요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덕을 세우는 것은 아니니’(고린도전서 10장 23절)라고 하신 성경의 가르침 대로 국난의 시기에 좌고우면하여 흔들리지 말고 말과 행동의 절제를 통해 덕을 세우는 데 힘써 달라”고 요청했다. 진보적 단체로 평가받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이날 진보와 보수가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깨어진 세상에서 ‘하늘의 영광’과 ‘땅의 평화’를 이루자는 요지의 성탄절 메시지를 냈다. NCCK 총무를 맡고 있는 김종생 목사는 메시지를 통해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께서 이 정치적 혼란의 한복판에 개입하시어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켜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며 “국민의 놀란 마음을 위로하시고, 아직도 국가폭력의 역사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을 치유하여 주시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이영훈 목사는 ‘국가 안정과 국민대통합을 위한 총동원 새벽기도회’를 선포했다. 이 목사는 “우리 사회가 서로 편을 갈라 갈등하고 대립하기보다는 민족 대통합과 화합을 이뤄나가는 나라가 될 때 비로소 하나님의 복이 임하실 것”이라며 “16일부터 21일까지 한 주간 ‘국가 안정과 국민 대통합을 위한 총동원 특별 새벽기도회’로 전 성도들이 함께 모여 나라를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총동원 새벽기도회’가 마무리되는 오는 28일부터는 탄핵심판이 끝날 때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이 기도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 “대형 SUV, 주차요금 더 내세요” 줄줄이 도입 논의에 유럽 ‘시끌’

    “대형 SUV, 주차요금 더 내세요” 줄줄이 도입 논의에 유럽 ‘시끌’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는 주차공간을 더 많이 차지하니 주차요금도 더 내야 합니다.” “다둥이 가정이어서 대형 SUV는 필수예요. 자동차세도 많이 내는데 주차요금도 더 내라니요.” 대형 SUV와 같은 큰 차량에 대해 더 높은 주차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놓고 유럽 각국이 갑론을박을 펴고 있다. 도심의 교통 혼잡을 해소하고 보행자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대형 차량이 내뿜는 배기가스를 저감한다는 취지이지만 대형 차량 운전자에게 과도한 조치라는 볼멘 소리도 만만찮다. “대형 차량이 도심 주차난 초래”2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영국의 몇몇 지역 의회에서 이같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웨일스 수도인 카디프 의회는 대형 SUV 등 대형 차량 운전자들이 주거지의 주차장에서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높은 요금을 지불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대형 차량을 선호하는 추세에 따라 도로에 대형 차량이 늘어나면서 비좁은 도심에 주차 부족과 교통 혼잡 등의 문제를 초래한다는 지적에 따른 움직임이다. 휴 토마스 카디프 의회 의장은 BBC에 “대형 차량들은 도심에서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도로에 피해를 입힘은 물론, 보행자를 쳤을 때 더 심각한 부상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2.4톤 이상의 차량에 주차비용을 추가 부과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데, 기아 EV9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현대 산타페, 볼보 XC60 등이 이에 해당된다고 BBC는 설명했다. 브리스톨과 옥스퍼드, 해링기 등의 의회에서도 이같은 방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대형 차량이 더 많은 연료를 소비하고 배기가스 배출량도 많다는 점에서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환경 정책과도 맞물린다는 설명이다. “대가족 부양하는데…” 53% 반대이같은 구상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대형 차량에 대한 규제를 주장하는 클린 시티 캠페인 책임자인 올리버 로드는 BBC에 “지난해 영국의 자동차 판매량의 60%가 SUV”라면서 주차 요금 가중 부과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형 차량이라도 연비 효율이 좋은 차량이 있을 수 있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주차공간 부족 문제라면 주차구역을 벗어나는 길이의 차량에 대해 주차요금을 가중 부과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많은 가족을 부양해야 해 대형 차량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차주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불만도 터져나온다. 지난해 영국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더 크고 무거운 차량에 주차요금을 가중 부과해야 한다”는 데에 응답자의 39%가 동의한 반면, “모든 차량에 동일한 주차요금이 부과돼야 한다”는 데에 찬성한 응답자는 53%에 달했다. 이같은 방안은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도입된 바 있다. 파리 시의회는 대형 SUV 등 무게가 나가는 차량의 도심 주차요금을 3배 부과하는 방안을 지난 5월 승인했다. 배터리 무게가 많이 나가는 전기차의 경우 2톤 이상, 그 외 차량은 1.6톤 이상의 SUV 등이 주차요금 가중 부과 대상이다. 파리시가 앞서 지난 2월 주민투표를 벌인 결과 54.5%가 주차비 인상안에 찬성했지만, 반대 의견은 여전하다. 투표율이 5.7%에 그친 주민투표에 차주들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 지도 위에서 ‘두둠칫’ 춤추는 남자…121번의 달리기로 만들었다(영상)

    지도 위에서 ‘두둠칫’ 춤추는 남자…121번의 달리기로 만들었다(영상)

    “달리기하러 가요?” “아니요. ‘스틱맨’ 만들러 가요.” 캐나다에 거주하는 한 30대 남성이 달리기 경로를 캡처한 화면을 이어 붙여 만든 영상을 공개해 온라인상에서 화제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회계사 던컨 맥케이브(32)는 달리기 경로 추적 앱 ‘스트라바’를 활용해 만든 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선보여 큰 인기를 얻었다. 맥케이브는 지난 18일 틱톡에 “2024년 1월부터 10월까지 121회의 달리기를 했다”며 스트라바 계정에 올린 기록을 활용해 만든 27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마치 책 페이지를 넘기면 애니메이션이 나타나는 ‘플립 북’ 같은 이 영상 속에는 긴 몸통을 지닌 사람이 모자를 쓴 채 토론토 거리에서 신나게 몸을 흔드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맥케이브가 ‘스틱맨’(막대 인간)이라고 부르는 이 영상 속 사람 이미지는 어깨를 으쓱으쓱하면서 춤을 추다가 양옆으로 걷더니 모자를 벗기도 한다. 맥케이브는 올해 1월 ‘스틱맨’을 만들기 위한 달리기를 시작했고 몇 주간 같은 거리, 같은 상점을 마주했다고 한다. 그는 “나중엔 고양이들까지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마지막 달리기를 마친 맥케이브는 비디오 편집 도구를 활용해 백 개가 넘는 캡처 화면을 이어 붙이는 작업을 했다. 맥케이브 외에도 스트라바 사용자들은 앱을 활용한 다양한 이미지를 선보여왔다. 동물과 곤충, 단어나 문구, 심지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대표작 ‘모나리자’ 등을 묘사하기도 했다. NYT는 “보통 ‘스트라바 예술’은 한 번만 하는 경향이 있고, 걷기나 달리기 또는 자전거를 타면서 만들어낸 단일한 이미지”라며 “맥케이브는 이와는 다른 감동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스틱맨’ 영상을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맥케이브는 영상을 올린 직후에는 큰 반응을 얻지 못하다가 엑스(X·옛 트위터) 1만 7000여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스포츠 저널리스트 벤 스타이너가 지난 22일 스틱맨 영상을 엑스에 공유하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스타이너는 엑스에 “토론토에서 달리기 커뮤니티를 많이 봤지만 이 사람(던컨 맥케이브)이 승자”라고 적었다. 맥케이브가 ‘지도 예술’에 도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약 700㎞를 달려 공룡, 기린, 너구리, 고래, 상어 등 다양한 동물들이 토론토 거리를 활보하는듯한 31초짜리 영상을 만들었다. 맥케이브는 “그 동물 중 일부는 사실 꽤 형편없었다”면서 1초당 프레임이 많을수록 영상이 더 자연스럽게 보인다는 것을 깨닫고 더 정교한 작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 “우성이 형, 정말 실망입니다”…정우성 ‘득남’ 이미 알고 있었다?

    “우성이 형, 정말 실망입니다”…정우성 ‘득남’ 이미 알고 있었다?

    모델 문가비(35)가 최근 출산한 아들이 배우 정우성(51)의 친자인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이를 예언한 듯한 한 누리꾼의 댓글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정우성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 측은 지난 24일 “문가비가 SNS(소셜미디어)로 공개한 아이는 정우성의 친자가 맞다”며 “아버지로서 아이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소속사는 “아이 출산 시점과 문가비와 정우성의 교제 여부, 결혼 계획 등 사생활과 관련한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문가비는 지난 2022년 정우성을 알게 된 뒤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다 지난해 6월 임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식으로 교제한 사이는 아니며, 결혼할 계획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가비는 지난 2017년 온스타일 ‘매력티비’로 데뷔했으며, ‘겟 잇 뷰티’ ‘정글의 법칙’ 등에서 이국적인 외모로 주목 받았다. 그는 지난 2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출산 소식을 알렸다. 아들을 품에 안은 사진도 공개했다. 문가비는 해당 게시물에서 “너무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소식에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저는 임신의 기쁨이나 축하를 마음껏 누리기보다는 가족들의 축복 속에 조용히 임신 기간 대부분을 보냈다”며 “그렇게 하기로 선택을 했던 건 오로지 태어날 아이를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에 나온 아이를 앞에 두고 여전히 완벽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엄마이지만 그런 나의 부족함과는 상관없이 존재 그 자체만으로 나의 마음을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는 이 아이를 보며 완벽함보다는 사랑과 행복으로 가득 찬 건강한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 18일 정우성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에 “우성이 형, 열애설이라니요. 정말 실망입니다. 얼른 임신 경축 뉴스 보도 되길 ㅎ”이라는 댓글이 달린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앞서 이달 초 정우성은 지니TV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신현빈(38)과 열애설이 불거졌다. 커플 아이템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됐으나, 양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해당 댓글을 발견한 누리꾼들은 이 댓글에 ‘성지순례’라는 답글을 달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누리꾼들은 “어떻게 알고 있었던 거냐”, “성지순례 왔습니다. 국시 합격하게 해 주세요”, “성지순례 왔습니다. 부자 되게 해주세요”, “하는 일 모두 잘 되게 해주세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 ICBM·순항미사일 섞어 쏜 러시아… 우크라 “핵은 탑재 안 돼”

    ICBM·순항미사일 섞어 쏜 러시아… 우크라 “핵은 탑재 안 돼”

    러, ICBM 발사 여부에 확인 거부전문가 “사실 땐 이번 전쟁 새 단계유럽·美·아태 지역까지 타격 가능” 21일(현지시간) 오전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 경보가 울렸다.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6 ‘루베즈’가 우크라이나 도시 드니프로로 발사됐다는 발표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ICBM과 Kh101 순항미사일 7기를 발사한 것으로 파악했다. 순항미사일은 6기가 격추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공군은 ICBM 요격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피해는 경미한 수준이었다. 세리히 리삭 드니프로 주지사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지역 산업시설에 불이 났고, 57세 남성과 47세 여성 등 2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ICBM은 재래식 탄두와 핵탄두 탑재가 모두 가능하다. 우크라이나 공군 관계자는 AFP통신에 러시아가 발사한 ICBM에 핵탄두가 탑재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공격에 ICBM을 발사했는지 확인을 거부해 의문을 증폭시켰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ICBM 발사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요”라며 “군에 연락하기를 추천한다. 이 주제에 대해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발사한 것이 ICBM이 아닌 일반 탄도미사일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1000일 넘게 전쟁을 치르면서 이스칸데르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킨잘 초음속 미사일을 사용해 왔다. 이들 미사일도 핵무기 탑재가 가능하나 사거리가 짧은 편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사거리가 5000㎞ 이상인 전략무기 ICBM을 우크라이나에 발사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핵 교리’ 개정에 이어 서방을 상대로 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군축연구센터의 전문가 미하일로 사무스는 이날 우크라이나 NV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RS26 루베즈를 사용한 것이 맞다면 이는 이번 전쟁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드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미사일은 유럽은 물론 미국, 아시아태평양을 포함한 다른 지역까지 타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자국산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를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 지난 19일 우크라이나에 핵공격이 가능하도록 핵 교리를 개정했다. 우크라이나는 같은 날 최대 사거리 300㎞인 에이태큼스에 이어 20일 250㎞까지 도달하는 영국산 공대지 순항미사일 스톰섀도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했다. 임기가 두 달도 남지 않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 전 우크라이나 지원을 마무리하려 한다. 트럼프 당선인의 휴전 구상 판을 흔들려는 의도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현재의 경계선을 그대로 두고 비무장지대를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휴전안을 구상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반환하지 않고, 우크라이나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휴전협상을 개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명태균 묵묵부답·김영선 “정치적 구속영장”…구속 기로 선 이들

    명태균 묵묵부답·김영선 “정치적 구속영장”…구속 기로 선 이들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핵심인 김영선(64) 전 국회의원이 1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명태균(54)씨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원 청사로 들어갔다. 명씨와 김 전 의원 등은 창원지방법원 정지은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오후 2시부터 진행하는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고자 오후 1시 50분쯤 법원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제일 먼저 등장한 명씨는 ‘오늘 어떤 내용 위주로 소명할 것이냐’, ‘김건희 여사에게 돈 봉투를 받았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받았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 말에 답하지 않았다. 뒤이어 나타난 김 전 의원은 ‘명태균씨 돈 건넨 것이 지금도 채무 관계라는 입장이느냐’는 질문에 “민주당에서 확보한 강혜경씨 녹취 파일, 2023년 6월 23일 11시 55분경에 녹취한 파일이 돌아다니는 것 같다”며 “그 녹취 파일을 보면 전반적인 이야기가 잘 나온다. 확인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구속영장은 자금의 성격이 무엇이냐가 먼저 규정되어야 하는데, 제가 강혜경씨를 고발했다”며 “예를 들어 강씨와 대비되는 어떤 사람이 살인을 했는데 그 칼이 내 것이라는 거다. 그러면 그 칼을 내가 줬느냐, 그 칼을 범죄 행위에 쓰라고 줬느냐, 그게 규명되어야 하는데 규명 안 된 상황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구속 요건 사실을 확정하거나 소명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전 의원은 “대선 때 돈을 빌렸다, 그래서 갚았다고 강씨가 ‘스픽스’에서 이야기를 했다”며 “그런데 김태열씨가 10여차례 가깝게 돈을 받았는데 몰래 빠져나가서 돈을 받았다는 거다. 그러면 그 행위가 결정이 돼야, 어떻게 연루가 되는지 확정해야 한다. 지금 그 사건은 수사 대상 확정이 되지 않은 상태”라며 “살인자와 같은 버스 타다가 내렸다고 같은 버스에 탄 사람이 살인자다, 그런 구속영장이다. 이 구속영장은 정치적인, 언론적인 구속영장이 아닌가 싶다. 성실하게 소명하고 나오겠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수사가 시작되자) 가족과 연락을 끊어 체포영장까지 발부됐다’는 게 사실이냐는 질문에는 “아니요”라고 짧게 대답했다. 지난 11일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명씨와 김 전 의원, 2022년 6·1지방선거 예비후보자였던 배모씨·이모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공천 대가 등으로 수억원대 자금을 주고받은 혐의만 적용했다. 검찰은 8장 분량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김 전 의원은 2022년 8월 23일 자신 명의 계좌에서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 계좌로 505만 5000원을 송금했다”며 “강씨는 이를 현금으로 인출해 명씨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어 “이를 비롯해 명씨는 2022년 8월 23일부터 지난해 11월 24일까지 총 16차례에 걸쳐 김영선을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정치자금 7620만 6000원을 받았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또 명씨와 강씨, 미래한국연구소 소장인 김태열이 2021년 9월~2022년 2월쯤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고령군수로 출마하려는 배모씨와 대구시의원으로 출마하려는 이모씨에게 공천 대가로 각 1억 2000만원을 현금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청구서에 대통령 부부가 명씨 요청을 받고 김 전 의원 등 공천에 개입했는지는 적시하지 않았다. 명씨 등 구속을 가를 쟁점은 ‘증거 인멸의 염려’일 것으로 보인다. 명씨는 앞서 은닉한 휴대전화와 USB(이동형 저장장치)를 인멸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검찰 역시 청구서에서 “명씨를 불구속 수사한다면 남은 증거를 추가 인멸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범죄의 중대성과 명씨의 진술 번복 등도 구속 여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검찰은 이 사건이 민주주의 제도를 정면으로 훼손했다며 명씨 등 불구속은 선거 공정·투명성에 대한 국민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명씨 등 구속 여부에 따라 검찰 수사도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구속된다면 검찰 수사는 2022년 당시 국민의힘 공천에 관여했던 당 지도부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검찰은 앞서 명씨 PC 압수수색을 통해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창원의창 국민의힘 공천 후보 발표가 있기 하루 전이자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날인 2022년 5월 9일 명씨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와 나눈 문자 메시지를 확보했다. 두 사람은 메시지에서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명씨가 김 의원 공천에 개입하려 했던 일과 관련해 당시 이 의원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규명하려면 조사가 필요하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검찰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22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대구시장 선거와 관련해 명씨에게 ‘김재원(국민의힘 최고위원)하고 유영하(국민의힘 의원)가 단일화를 할 것 같냐, 명 박사 어떻게 생각해’라고 보낸 메시지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김종인 전 위원장도 검찰 조사 대상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영장실질심사 결과는 이날 저녁 늦게 나올 전망이다. 피의자들은 심사를 마친 뒤 호송버스를 타고 창원교도소로 이동해 대기하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곧바로 갇히고 기각되면 풀려난다.
  • “이 검사는 하지 마세요”…의사도 말리는 ‘돈 날리는’ 건강검진 항목

    “이 검사는 하지 마세요”…의사도 말리는 ‘돈 날리는’ 건강검진 항목

    연말이 다가오면서 건강검진을 하는 사람이 많은 가운데 한 전문가가 기본 검진 항목 외에 유료 추가 검사 항목 중 굳이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항목에 관해 조언했다. 우창윤 서울아산병원 내과 전문의는 13일 YTN 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 생활’에서 돈을 날릴 수 있는 건강 검진 항목에 관해 이야기했다. 우 전문의는 “전립선 초음파가 보통 검진(항목)에 많이 들어가 있다”며 “그런데 전립선암은 초음파 검사가 아닌 혈중 검사인 PSA 검사로 더 민감하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립선 초음파 검사는 전립선 비대증이 있는 경우 크기를 재고 싶을 때 하는 것”이라며 “전립선암이 있는지 보기 위해서는 혈액 검사를 하는 게 맞기 때문에 (검진 항목에서) 빼도 된다”고 했다. 우 전문의는 ‘MRI는 꼭 받아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니요”라고 답했다. 그는 “보통 MRI는 뇌를 많이 찍는데 암을 보기 위해서는 MRI를 찍지 않는다”며 “중간 연령대의 뇌암 발생률이 정말 낮기 때문에 굳이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뇌 MRI를 찍는 이유는 혹시 모를 뇌동맥류가 있지 않은지 살펴보기 위해서인데 이건 워낙 확률 자체가 낮기 때문에 일반적인 인구 집단에는 추천하지 않는다”며 “왜냐하면 비용 효율이 안 나온다”고 했다. 다만 “MRI는 방사선 피폭이 없기 때문에 개인에게 매우 안전한 검사”라며 “살면서 한 번쯤 궁금하거나 걱정된다면 1회 촬영을 해보는 건 괜찮다”고 했다. 한편 우 전문의는 꼭 받아야 하는 검진 항목으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추천했다. 그는 “국가 검진 기준으로는 위암은 40세, 대장암은 50세부터라고 이야기하는데 요새 젊은 대장암이 워낙 빨리 늘어나고 있다”며 “피가 난다거나 배변이 예전 같이 않다거나 잔변감이 있거나 그러면 항상 검진하라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이어 “젊은 사람은 아무래도 용종 같은 게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게 5년, 10년 지나면 대장암이 되는 건데 (대장 내시경은) 이걸 찾아서 제거하기 위함”이라며 “우리나라는 특히 대장 내시경값이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아서 추천한다”고 했다.
  • [세종로의 아침] 세상에서 가장 비싼 병풍

    [세종로의 아침] 세상에서 가장 비싼 병풍

    “본 의원이 증인에게 맞대해서 대등한 관계에서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습니다. 사회적 영향력에 있어서 본 의원은 증인의 백분의 일도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비애를 느끼면서 이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들에 관한 기사를 몇 건 읽은 뒤 습관처럼 유튜브 쇼츠 영상으로 넘어가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선 의원 시절 청문회 영상이 가장 먼저 추천 영상으로 재생됐다. 1988년 11월 2일, 당시 부산 동구 초선의 정치 신인 노무현의 존재를 국민의 뇌리에 각인시키는 자리가 된 ‘5공비리특위’ 청문회 영상이었다. 1분이 채 안 되는 짧은 영상에는 노 의원과 당시 재계 ‘왕회장’으로 통했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각각 묻고 답하는 내용이 담겼다. 강산이 세 번도 넘게 바뀐 옛 청문회 영상이 제법 쌀쌀한 아침 공기에 몸을 웅크리게 하는 2024년 10월의 끝자락 출근길에 뜬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무심결에 댓글 반응을 읽어 내려가다 나름의 답을 찾았다. “청문회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성, 이것은 품격, 이것은 청문회의 정석”, “둘 다 젠틀한 느낌. 지금은 질의자나 답변자나 시장통에서 서로 싸지르는 느낌”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연일 TV를 통해 여과 없이 중계되는 여야 의원들의 호통과 싸움, 막말에 피로가 극에 달한 국민들의 한탄으로 느껴졌다. 지난 7일 시작된 올해 국정감사가 31일로 대부분 종료됐다. 민의의 대표가 행정부 운용을 감사하고 견제한다는 자리이지만 한 달 남짓한 기간 과연 얼마나 민의가 대변됐는지 의문이다. 어른들의 경영권 분쟁에 낀 인기 아이돌 가수의 출석과, 이 가수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셀카’를 찍은 모습이 공개돼 여론의 뭇매를 맞은 한 기업인 정도만 떠오른다. 그 외에는 전현직 대통령 부인을 둘러싼 여야의 폭로전과 싸움 정도가 아직도 귓전을 맴돈다. 해마다 국감 전후로 비판이 이어졌던 무분별한 기업인 호출은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과거처럼 4대그룹 총수들을 직접 불러 개별 사업을 따져 묻겠다는 몽니는 다소 수그러들었으나, ‘급’을 낮춰 주는 대신 더 많이, 다양하게 불러 세우겠다는 기세가 감지됐다. 실제 최근 국정감사 중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은 2020년 63명, 2021년 92명, 2023년 95명 수준이었으나 올해 159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민간 기업은 국정감사의 대상이 아님에도 권력자들의 호출에 기업인은 바쁜 시간을 쪼개 국회로 달려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12월 2030 엑스포 유치 실패에 따른 부산 민심 달래기용 대통령 방문 행사에 주요 그룹 총수들이 대거 부산으로 함께 가 ‘떡볶이 먹방’을 연출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 하겠다. 당시 사진을 두고는 총수들의 연봉을 따져 ‘세상에서 가장 비싼 병풍’이라는 조소까지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기업인들을 국감장으로 부르는 의원들의 목적과 행태에 있다. 경쟁적으로 기업인들을 불러들여 놓고도 정작 국감이 시작되면 주요 정치 공방으로 감사가 파행되기 일쑤고, 하루 종일 자리만 지켜도 이름 한 번 호명되지 않는 기업인이 부지기수다. 바쁜 시간을 쪼개 출석한 기업 최고경영자를 8시간씩 대기하게 해 놓고, 정작 질의에서는 의원 주장만 장황하게 훈시처럼 늘어놓은 뒤 기업인에게는 “예, 아니요로 짧게 대답만 하시라”는 고압적인 태도도 여전했다. 이런 국감을 두고 기자들 사이에서는 출입처와 상임위를 떠나 ‘감정 노동의 시즌’이라는 말까지 나온 지 오래다. 여야 누구만의 잘못이랄 것도 없이 각자 정치적 목적만을 앞세워 고장난 라디오처럼 같은 질의, 같은 주장만 장시간 반복하는 모습을 한 글자 한 글자 받아써야 하는 직업을 선택한 20대의 자신이 원망스럽다고도 한다. 전달자가 받는 정신적 피로감은 이를 글과 영상으로 전해 받는 국민에게도 오롯이 전달될 듯하다. 박성국 산업부 차장
  • [단독] 권익위 “공무원 ‘간부 모시는 날’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

    [단독] 권익위 “공무원 ‘간부 모시는 날’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

    “내 월급의 두 배 넘게 받는 분들 식사비를 왜 매달 10만원씩 내야 합니까? 그분들 입맛에 맞는 제철음식 식당 고르고 예약하느라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20대 지방공무원) “업무추진비는 부서장 용돈처럼 쓰고 ‘모시는 날’엔 사비를 갹출합니다. 밥값 아끼려고 도시락 싸서 다니는데 상급자 밥값을 내라니요.”(30대 지방공무원) 7~9급 하위직 공무원들이 사비를 갹출해 국·과장 등에게 밥을 사는 공직사회의 악습인 이른바 ‘모시는 날’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실태조사에 나선다. 법률 검토 결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에 따른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무원행동강령에 ‘모시는 날’ 금지를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모시는 날’은 중앙부처에서는 거의 사라졌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선 여전히 ‘관행’이란 이유로 이어지고 있다. 권익위 고위관계자는 29일 “하급자의 의중에 상관없이 사비를 걷어 상급자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모시는 날’은 청탁금지법 위반과 공무원행동강령 위반 소지가 매우 크다”면서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법 위반이 있다면 징계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익위는 특별신고기간을 마련해 하위직 공무원들이 ‘모시는 날’과 관련한 위법·부당한 사항을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비실명 대리신고제’를 운영할 방침이다. 청탁금지법 8조에 따르면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 등의 목적으로 상급자가 제공받는 음식물과 선물 등의 금액 총합이 5만원 이내여야 한다. 인사평가 기간엔 아예 받아선 안 된다. 만약 ‘모시는 날’에 불참한 직원에게 연가 미승인 등의 불이익을 준다면 공무원행동강령 13조 직무권한을 행사한 부당 행위 금지 위반에 해당된다. 인과관계 입증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억지로 ‘n빵’(인원수대로 나눠 더치페이)씩 돈을 부담하게 하는 행위는 공무원행동강령 부당지시 위반에 해당한다”면서 “권고가 안 통하면 공무원행동강령에 ‘모시는 날’ 금지를 규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자체 공무원 1만 2526명을 대상으로 ‘모시는 날’에 대한 설문조사(9월 23일~10월 5일)를 한 결과 응답자의 75.7%인 9479명이 “‘모시는 날’을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이 중 5514명(44.0%)은 “최근 1년 이내 ‘모시는 날’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 [단독] 권익위 “공무원 ‘간부 모시는 날’ 청탁금지법 위반”… 금지 검토

    [단독] 권익위 “공무원 ‘간부 모시는 날’ 청탁금지법 위반”… 금지 검토

    후배 사비 털어 국·과장 식사 대접지자체 ‘관행’에 7·9급 “제발 없애달라”권익위 ‘갑질’ 일환 적발 시 중징계‘n빵’ 해도 공무원행동강령 위반‘불참’ 직원에 불이익 부당지시 위반지방 10명 중 7명 “모시는 날 불필요” “내 월급의 두 배 넘게 받는 분들 식사비를 왜 매달 10만원씩 내야 합니까? 그분들 입맛에 맞는 제철음식 식당 고르고 예약하느라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20대 지방공무원) “업무추진비는 부서장 용돈처럼 쓰고 ‘모시는 날’엔 사비를 갹출합니다. 밥값 아끼려고 도시락 싸서 다니는데 상급자 밥값을 내라니요.”(30대 지방공무원) 7~9급 하위직 공무원들이 사비를 갹출해 국·과장 등에게 밥을 사는 공직사회의 악습인 이른바 ‘모시는 날’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실태조사에 나선다. 법률 검토 결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에 따른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무원행동강령에 ‘모시는 날’ 금지를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모시는 날’은 중앙부처에서는 거의 사라졌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선 여전히 ‘관행’이란 이유로 이어지고 있다. 권익위 고위관계자는 29일 “하급자의 의중에 상관없이 사비를 걷어 상급자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모시는 날’은 청탁금지법 위반과 공무원행동강령 위반 소지가 매우 크다”면서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법 위반이 있다면 징계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시는 날’은 직무관련자의 ‘갑질’ 행위의 일종으로 분류돼 적발 시 성범죄와 마찬가지로 정직 이상의 중징계 징계 양정을 받을 것으로 권익위는 판단했다. 권익위는 특별신고기간을 마련해 하위직 공무원들이 ‘모시는 날’과 관련한 위법·부당한 사항을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비실명 대리신고제’를 운영할 방침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권익위 내부 풀단 변호사를 통한 대리 신고를 통해 신고자의 익명이 철저히 보호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직사회 내 갑질 등은 정부합동민원콜(110), 청렴포털 고객센터(1398)로 신고하면 된다. 청탁금지법 8조는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 부조 목적으로 음식물과 선물을 제공받을 수 있으나 상급자가 받는 금액의 총합이 5만원 이내여야 한다. 이마저도 근무평정·승진심사 등 인사평가 기간에는 받아선 안 된다. 만약 ‘모시는 날’에 불참한 직원에게 연가·결재를 내주지 않는 등 불이익을 준다면 공무원행동강령 13조 직무권한을 행사한 부당 행위 금지 위반에 걸릴 수 있다. 위반 혐의가 있는 국·과장 조사시 해당 직원에 대한 불이익이 ‘모시는 날과 무관하다’며 발뺌할 경우 징계가 쉽지 않아 인과 관계 입증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억지로 ‘n빵’(인원수대로 나눠 더치페이)씩 돈을 부담하게 행위는 공무원행동강령 부당지시 위반에 해당하며, 부서장이 ‘직원들이 가자고 해서 갔다’며 요구 없이 식사 대접을 받아도 금품수수에 따른 청탁금지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규정 위반 사례를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관행을 이유로 권고가 통하지 않으면 직무당사자가 직무 관련 부당이익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공무원행동강령에 ‘모시는 날’ 금지를 규정하는 입법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무원행동강령은 모든 공무원에 적용되기 때문에 청탁금지법과 공무원행동강령 둘 중에 한 군데에만 ‘모시는 날 금지’를 넣어도 무방하다는게 권익위 설명이다. 앞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자체 공무원 1만 2526명을 대상으로 ‘모시는 날’에 대한 설문조사(9월 23일~10월 5일)를 한 결과 응답자의 75.7%인 9479명이 “‘모시는 날’을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이 중 5514명(44.0%)은 “최근 1년 이내 ‘모시는 날’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응답 공무원 10명 중 7명은 모시는 날을 ‘부정적’(69.2%)이고 ‘필요하지 않다’(68.9%)고 답했다. 2000개가 넘는 자유 기술 항목에는 “제발 없애달라”, “권고 말고 금지·처벌해달라”는 20~30대 지방 공무원들의 호소 수백건이 제출됐다.
  • “지금 태어난 아이들도 ‘100세 인생’은 어렵다” 美연구팀 ‘충격’ 주장

    “지금 태어난 아이들도 ‘100세 인생’은 어렵다” 美연구팀 ‘충격’ 주장

    인간의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것이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에 지금 태어난 아이들도 100세까지 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미국 연구팀의 주장이 나왔다. 8일(현지시간) 시카고 일리노이대 공중보건대학의 제이 올샨스키 전염병학·생물통계학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러한 내용의 논문을 과학저널 ‘네이처 에이징’(Nature Aging)에 올렸다. 올샨스키 교수는 한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 호주, 홍콩 등 평균수명이 높은 8개국에 미국을 추가한 9개국을 중심으로 1990년부터 2019년까지 기대수명 추정치를 추적했다. 데이터는 막스 플랑크 인구소에서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에서 발췌해 사용했으며, 미국은 상위 40위권에 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석 결과 2019년 당시 태어난 여성 어린이가 100세까지 살 확률은 5.1%에 불과했다. 남성 어린이가 100세까지 살 확률은 겨우 1.8%에 그쳤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속도 또한 현저히 줄어들었다. 1990년에는 기대수명이 10년마다 2년 반씩 늘어났지만, 2010년대에는 1년 반으로 줄어들었다. 올샨스키 교수는 34년 전인 1990년에도 기대수명 아이들이 평균 85세까지만 살 수 있으며, 100세까지 생존할 수 있는 아이의 비율은 1~5%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의학 기술의 발달로 아이들의 50%가량이 100세까지 살 것이라는 예측에 익숙해져 자신이 예측한 차가운 현실을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울샨스키 교수는 “1990년에 기대수명 증가가 둔화하고, 우리가 반창고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의료 개입의 영향이 기대수명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많은 사람이 내 의견을 부인하고 ‘아니요, 싫어요!’라고 말했다”며 “그들은 의료와 생명 연장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돼 기대수명을 연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가설을 테스트하기 위해 30년을 기다렸다. (연구 결과는) 인간의 평균 수명이 빠르게 증가하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여전히 기대 수명이 늘어나고 있지만, 지난 수십년 동안보다 속도가 점점 더 느려졌다”고 덧붙였다. 기대수명이 영원히 늘어날 수 없는 이유는 현재 의료기술로 노화 자체를 늦추거나 막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올샨스키 교수는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십 년 동안 100세 이상 인구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는 단순히 인구 증가 때문이라고 예상했다. 올샨스키 교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성의 15% 미만, 남성의 5% 미만이 100세 넘어서도 살 것이며, 이러한 비율은 제한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순천 10대 여성 살해범 구속···“피해자와 모르는 사이”

    순천 10대 여성 살해범 구속···“피해자와 모르는 사이”

    전남 순천 도심에서 10대 여성을 살해한 남성이 구속됐다. 광주지법 순천지원(부장 정희영)은 28일 살인 혐의로 영장이 신청된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주거부정 및 도주우려가 있다”고 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26일 오전 0시 44분쯤 순천시 조례동 인도에서 걸어가던 B(18)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범행 후 만취 상태에서 거리를 배회하다가 행인과 시비가 붙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사건 2시간만에 체포됐다. 최근 검정고시를 합격한 B양은 친구를 데려다주고 귀가하다 변을 당한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날 오전 11시 순천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게 “죄송하다. (사건 당시) 소주 네 병 정도 마셔서 기억이 나질 않는다”며 “증거는 다 나왔기 때문에 (범행을)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와 아는 사이냐는 질문에는 “아니요”라고 답했다. 경찰은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행’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경위 등을 수사하고 있다.
  • 왜 새로운 맛에 열광하나?…대만카스테라-탕후루 잇는 요아정 열풍 뜯어보니

    왜 새로운 맛에 열광하나?…대만카스테라-탕후루 잇는 요아정 열풍 뜯어보니

    직장인 이모(27)씨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게 될 때면 요거트 아이스크림 브랜드 ‘요아정(요거트아이스크림의 정석)’을 시키기 위해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켠다. 술을 마시고 나면 자연스럽게 달콤하고 시원한 것이 떠오르는데 요아정만한 게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초코쉘과 치즈큐브를 올리는 조합을 가장 좋아하는데 소셜미디어(SNS)에 맛있다고 추천한 조합을 따라 새롭게 도전해보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요즘 MZ세대 사이에서 요아정은 가장 핫한 식품 브랜드로 꼽힌다. 트릴리언즈가 설립한 배달전문 프랜차이즈인 요아정은 2021년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에 470여곳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요아정을 찾으면서 기업 가치도 급상승했다. 지난 7월 ‘아라치치킨’을 운영하는 삼화식품이 트릴리언즈 지분 100%를 400억원에 인수하며 요아정을 품에 안았다. ●맞춤 주문으로 ‘취향 드러내기’ 사실 요거트 아이스크림은 전혀 새로울 게 없는 메뉴다. 2000년대 초반 ‘레드망고’가 요거트 아이스크림 전문점으로 큰 인기를 끌며 160개까지 점포를 늘렸으나 유사 브랜드들의 난립으로 내리막길을 탄 바 있다. 기존 브랜드와 요아정이 차별화됐던 건 자기 마음대로 나만의 조합을 만드는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주문 방식에 있다. 요아정은 10여종의 과일과 30여종의 과자 토핑류, 소스 등이 있어 요거트 아이스크림 위에 올릴 수 있다. 원하는 대로 나만의 조합을 만들고 이를 SNS에 공유하며 자기 취향을 드러내는 데 제격인 것. 연예인, 인플루언서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조합을 공개하면 팬들 사이에선 그들의 ‘픽’을 따라 주문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요아정의 인기가 높아지자 지난달 편의점 GS25는 제휴를 통해 ‘요아정 허니요거트 초코볼 파르페’(3500원)를 출시했다. 1주일 만에 20만개가 팔리며 부동의 1위였던 월드콘 매출을 제쳤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에겐 강력한 브랜드의 파워에 충성하기보단 개인의 소비 성향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 요아정은 취향을 과시하는 소비 욕구에 부합한 측면이 크다”며 인기 비결을 분석했다. 요아정을 먹더라도 모두 똑같은 게 아니라 자신의 ‘추구미’(추구하는 이미지)와 맞는 취향, 가치관을 따라 구매를 결정하는 ‘디토(ditto·나도 마찬가지란 의미) 소비’ 트렌드에 맞는단 의미다. ●빠르고 일시적인 식품 유행 주기 하지만 식품업계에선 이런 요아정의 인기가 오래 지속될 것이라 보는데 회의적인 편이다. SNS를 통해 한 식품 아이템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으로 쏠려 폭발적 반응을 보였다가 오래 가지 못하고 인기가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이 계속해서 반복돼오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대 벌집아이스크림, 대만카스테라, 흑당 버블티가 큰 인기를 누리다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탕후루도 인기가 꺼져가는 추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탕후루 가게는 1200곳 넘게 문을 열었지만, 올해 들어 개업한 가게는 77곳에 불과하다. 반면 폐업한 가게는 지난해 72곳에서 올해 397곳으로 크게 늘었다. 이렇게 유행하는 식품의 주기가 짧은 건 한국 사회에 퍼진 ‘포모(FOMO·fearing of missing out) 증후군’의 여파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는 나 혼자 유행에 뒤처지고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뜻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요즘 뜨는 음식, 식당은 나도 가봐야 하고 나도 사진을 찍어 SNS에 자랑해야한다는 심리가 있다. 최근 두바이 초콜릿이 갑자기 인기를 끌고 포켓몬빵이나 먹태깡이 품귀 현상 일으킨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 품목이 유행을 타면 공급이 많아지는데 이러면 트렌드로서 매력이 떨어지고 자연히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요아정도 현재는 주목받고 있지만 비슷한 브랜드들이 등장하고 있어 대만카스테라나 탕후루처럼 트렌드의 중심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테디셀러로 새로움 주기 주력 트렌드 주기가 짧다보니 식품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인기에 발맞춰 설비투자를 감행했다가 판매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014년 해태의 허니버터칩은 출시 100일 만에 매출 100억원을 찍으며 품귀 현상을 빚었다. 2016년 신공장을 지어 생산라인을 2배 키웠더니 되레 인기가 떨어지며 월 매출이 50억원 수준으로 낮아진 바 있다. 지난해 품절 대란 일으킨 농심의 먹태깡도 월 최고 판매량을 찍은 지난 4월(340만봉)에 비해 지난달(230만봉) 판매량이 32% 감소했다. 반면 SPC삼립은 2022년 포켓몬빵의 품귀 현상이 있었음에도 생산라인을 증설하지 않았는데 수요가 떨어질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잘 팔리는 제품은 신제품보단 이미 오래전 자리를 잡은 스테디셀러인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식품업계는 기존 제품의 원료나 맛을 바꾸거나 포지셔닝 변경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주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오리온이 젤리 ‘마이구미’의 스핀오프 제품인 알맹이를 출시하고, CJ제일제당 햇반이 백미밥 외에도 잡곡밥, 곤약밥 등으로 제품군을 늘리는 것이 이러한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은관 BGF리테일 전략MD팀장은 “편의점이 제조사와 협업한 간편식을 선보이는 것도 기존 제품은 리브랜딩 효과를 누리고, 고객에겐 신선한 경험을 제공해 수요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마약운반에 소방차 동원…공무원까지 낀 에콰도르 조직 검거 [여기는 남미]

    마약운반에 소방차 동원…공무원까지 낀 에콰도르 조직 검거 [여기는 남미]

    구급차와 소방차를 이용해 마약을 운반하던 에콰도르 조직이 검거됐다. 현지 언론은 “경찰이 에콰도르 남서부 해안도시 두란에서 마약카르텔 조직원 23명을 체포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직에는 현직 공무원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공무원들을 포섭해 소방대 등 국가조직에 침투한 마약카르텔은 구급차, 소방차, 탱크로리 등을 이용해 코카인을 운반했다. 에콰도르 경찰의 프레디 사르소사 수사국장은 회견에서 “조직이 이 같은 차량을 이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무원들을 포섭한 것”이라고 밝혔다. 총책은 이미 구속돼 교도소생활을 하고 있는 재소자였다. 별명만 공개된 이 재소자는 교도소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공무원 포섭부터 소방대 차량을 이용한 마약운반에 이르기까지 조직의 활동을 총지휘했다. 루이스 초니요 두란시장은 “공무원들이 마약범죄에 연루돼 있다는 수사 당국의 발표는 충격적”이라면서 “이런 공무원이 더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범죄에 공직을 이용했는지 전모가 드러나도록 수사에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현지 언론은 “콜롬비아와 페루 등 코카인 생산 선두를 다투는 국가와 인접해 있다는 지정학적 이유로 에콰도르가 마약밀수 루트에서 거점이 됐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번 같은 사건이 터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해안을 끼고 있는 두란은 특히 마약밀수 루트로 활용되고 있다고 치안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두란의 범죄율이 최근 급등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란을 루트로 이용하는 마약밀수가 늘어나면서 두란에선 살인사건, 납치, 무고한 주민을 상대로 한 공갈협박과 금품갈취 등이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두란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450건으로 에콰도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범죄는 에콰도르 전국에서 늘어나는 추세다. 에콰도르의 인구 10만 명당 살인사건은 2018년 6건이었지만 지난해는 47건으로 폭증하면서 중남미 최고를 기록했다. 현지 언론은 “에콰도르를 장악해 마약밀수 루트를 확보하려는 인접국의 마약카르텔이 진출하면서 강력범죄가 늘기 시작했다”면서 마약카르텔 간 영토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고 이에 비례해 강력범죄가 다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콰도르는 치안불안이 고조되자 지난 1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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