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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 “동성 커플 지지”… 보수 가톨릭계 “월권 행위” 반발

    교황 “동성 커플 지지”… 보수 가톨릭계 “월권 행위” 반발

    동성애자에게 보수적인 가톨릭교회 수장인 교황이 ‘동성 결합법’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공개된 다큐멘터리에서 “동성 결합법을 지지한다”고 발언하면서 교회에서 동성애자 인식 문제에 새로운 근거를 제시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동성 결합법은 동성 결혼의 대안으로, 동성 커플에게도 이성 간 결혼으로 발생하는 모든 권한과 책임을 법적으로 동등하게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교황은 이날 로마영화제에서 공개된 다큐 ‘프란치스코’에서 “동성애자들도 주님의 자녀들이며, 가족이 될 권리가 있다”면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버려지거나 불행해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동성 결합법이다. 이는 그들이 법적으로 보호받는 길”이라며 “나는 이를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가톨릭은 동성애자를 존중하라고 가르치면서도 동성애 자체를 ‘본질적으로 무질서’한 상태로 본다. 교황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시절 동성 결합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적은 있으나 2013년 교황 즉위 이후에는 처음이다. AP통신은 프란치스코는 동성 결합법을 공개 지지한 역대 첫 교황이라고 평가했다. 교황으로서 ‘금기’를 깼다는 비판에 이탈리아 예수회 소속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는 “교황의 발언은 교리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옹호했다. 교황의 이번 발언이 성소수자(LGBTQ) 이슈와 관련해 가톨릭계에서 역사적인 방향 전환을 일으킬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예수회 사제 제임스 마틴은 로이터통신에 “동성 결합법에 대한 교황의 명확하고 공개적인 지지는 가톨릭 교회와 성소수자의 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상징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파장은 만만찮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파로 꼽히는 토머스 J 토빈 주교는 보스턴글로브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의 발언은 교회의 오랜 가르침과 명백히 충돌한다”고 주장했다. 뉴욕 성가족성당의 주임 사제인 제럴드 머레이 신부는 “교황의 발언은 월권”이라면서 교회에서 분열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황의 이번 발언은 상대적으로 성소수자 문제에 관대한 입장을 취해 온 북유럽 가톨릭 교회 주교들의 입지를 강화하는 반면 보수적인 아프리카 주교들의 입지를 축소하거나 아니면 이들의 반발을 부를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교황의 발언이 “유럽과 북미, 기타 서방국가들에서 교회 안팎의 섹슈얼리티와 관련한 ‘문화적 전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동해안 더비 멀티골’ 포항 일류첸코, 올 3번째 라운드 MVP

    ‘동해안 더비 멀티골’ 포항 일류첸코, 올 3번째 라운드 MVP

    ‘동해안 더비’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포항 스틸러스의 일류첸코가 올시즌 3번째 K리그1 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지난 18일 ‘앙숙’ 울산 현대과의 25라운드 홈 경기에서 두 골을 기록하며 팀의 4-0 대승을 이끈 일류첸코가 라운드 MVP로 뽑혔다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이 21일 밝혔다. 일류첸코는 울산전 킥오프 2분 만에 강상우의 코너킥을 머리로 받아 결승골을 뽑아냈고 후반 25분에는 왼발 슈팅으로 추가 골을 터뜨렸다. 지난 4라운드와 6라운드에 이어 올 시즌 세 차례 라운드 MVP에 선정된 일류첸코는 울산 주니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올시즌 17골로 득점 1위 주니오놔는 8골 차다. 모두 5골이 터진 전북 현대와 광주FC의 경기가 25라운드 베스트 매치에 올랐고, 이 경기에서 4-1로 이긴 전북이 베스트 팀으로 선정됐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씨줄날줄] 크리스토퍼 크로스/김상연 논설위원

    [씨줄날줄] 크리스토퍼 크로스/김상연 논설위원

    미국 가수 크리스토퍼 크로스의 노래 ‘아서의 테마’를 들으면 윤이 반짝반짝 나는 구두와 멋진 재킷을 차려입고 향수를 뿌린 뒤 외출하고 싶어진다. 고급스러운 선율과 가사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뉴욕’이라는 단어, 크로스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어우러져 ‘사치의 본능’을 일깨우는 것 같다. 육중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청아한 미성의 소유자인 크로스는 1979년 혜성같이 등장해 영원한 사랑을 희구하는 청춘들에게 단비와도 같은 노래들을 선물했다. 크로스는 아서의 테마에서 ‘사랑(달)과 출세(뉴욕) 중 무엇을 택할지를 놓고 고민스러울 때 최선의 선택은 사랑에 빠지는 것’이라고 주문처럼 반복함으로써 부박한 세태에 일격을 가했다.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내과의사의 아들로 유복하게 태어난 크로스는 어려서부터 음악적 재능이 다분했지만 부모의 강권으로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음악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결국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고 음악의 길로 들어섰다. 1979년에 낸 데뷔 앨범으로 그래미상 5개 부문을 석권하는 경이로운 역사를 썼으며 아서의 테마로 아카데미 주제곡상까지 거머쥔다. 그로부터 강산이 네 번 바뀐 20일(한국시간) 심각한 정치 뉴스 일색이던 CNN 방송에서 어울리지 않게 갑자기 아서의 테마가 아름답게 흘러나왔다. 앵커인 에린 버넷(44)은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고 말한 뒤 크로스를 화상 통화로 연결했다. 인터뷰를 위해 화면에 등장한 크로스는 놀랍게도 초췌한 노인의 모습이었다. 올해 69세인 크로스는 지난 3월 멕시코로 여행을 갔다가 돌아온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로 내 생애 최악의 열흘을 보냈으며, 저승 문턱에까지 다녀왔다”고 토로했다. 온몸에 마비 증상이 와서 걸을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고 했다. 3주간의 투병 기간을 보낸 뒤 지금은 지팡이를 짚고 마트에 갈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지만 언어 능력과 기억력은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내가 겪은 일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해 인터뷰에 응하게 됐다”며 “코로나19는 심각한 병이다. 마스크를 쓰고 조심해야 한다. 누구든 이 병에 걸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위태롭게 길을 걷는 화면 속 그의 모습에서 왕년의 카리스마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젊어서 영원한 사랑을 설파했던 팝의 구루(guru)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무너져 내린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마치 우리의 청춘과 사랑마저 훼손된 듯하다. 그래도 지금 백신은 구루의 노래밖엔 없는 것 같다. 이 역병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서로 사랑하는 것이라는.
  • “부자 되는 건 쉬워” 실업수당 14억 사기쳐 뮤직비디오서 자랑하다 붙잡힌 래퍼

    “부자 되는 건 쉬워” 실업수당 14억 사기쳐 뮤직비디오서 자랑하다 붙잡힌 래퍼

    미국 래퍼 누크 비즐(Nuke Bizzle)이 코로나19 실업수당으로 부자가 됐다고 자랑하다 체포됐다. 누크 비즐이란 이름으로 활동 중인 31살 폰트렐 안토니오 베인스는 훔친 신분증으로 약 120만 달러(약 13억 7000만 원)의 코로나19 실업수당을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베인스는 지난달 해당 사기행각에 대한 내용을 ‘EDD’라는 제목의 뮤직비디오에 담아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EDD’는 캘리포니아주 고용개발국(Employment Development Department)의 약자를 뜻하며, 고용개발국은 실업수당을 신청하면 EDD 직불 카드를 발급해 주고 있다. 베인스는 유튜브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자신이 어떻게 고용개발국을 속였는지 반복적으로 드러내 왔다. 연방 당국의 의심을 사기 시작한 베인스는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 지 12일 만인 지난달 23일 전격 체포됐다. 베인스와 공모자들은 체포 당시 신분 도용으로 발급받은 92개의 EDD 직불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고 당국은 전했다. 베인스는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과 베벌리 힐스 등 자신이 출입할 수 있는 주소지를 여러 곳 확보해 놓고 치밀하게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베인스는 접근장치 사기, 신분 도용, 장물 등 3가지 혐의로 기소된 상태며 모두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고 22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강경민 콘텐츠 에디터 maryann425@seoul.co.kr
  • 3D 음향+시네마 카메라로 담는 모차르트&멘델스존… “온라인도 생생하게”

    3D 음향+시네마 카메라로 담는 모차르트&멘델스존… “온라인도 생생하게”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3차원 다면 입체 음향 시스템을 적용해 보다 생생한 무대를 온라인으로 선보인다. 코리안심포니는 ‘내 손 안의 콘서트? 모차르트&멘델스존’을 오는 20일 네이버TV와 V라이브를 통해 공개한다고 16일 밝혔다. 코리안심포니는 올해 상반기부터 코로나19로 대면 공연을 잇따라 취소했다가 지난 14일 문을 열었다. 20일 공개된 ‘모차르트&멘델스존’은 특히 온라인 공연 영상의 한계를 넘어보기 위해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함께 3차원 다면 입체 음향을 연구한 톤마이스터 최진의 협연으로 생생한 사운드를 담기 위한 시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오케스트라와 콘서트홀이 빚어내는 생생한 소리를 담기 위해 32채널 마이크로 입체음향(3D) 녹음을 진행했고, 4K 시네마 카메라 10대로 화면을 담아 생동감을 높였다. ‘모차르트&멘델스존’에서는 모차르트 ‘티토 황제의 자비’ 서곡을 시작으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과 교향곡 4번 ‘이탈리아’ 연주를 만날 수 있다. 코리안심포니 관계자는 “2월 대면 공연 이후 8개월간 무관중 온라인 생중계를 진행하며 오케스트라 만이 지닌 특성을 어떻게 담아낼까 고민이 많았다”면서 “온라인 공연 감상에 대한 대안을 찾아가는 첫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젊은 거장이 이끄는 무대…매력적 선율 흐르는 가을

    젊은 거장이 이끄는 무대…매력적 선율 흐르는 가을

    무대 위 거리두기로 올해 관객들을 오래도록 만나지 못했던 오케스트라들이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를 달군다. 오케스트라 공연은 올해 상반기 내내 대면 공연을 하지 못했다가 지난 8월 교향악축제에서 반짝 객석을 채웠고, 코로나19 재유행으로 가을맞이 연주를 줄줄이 취소했다. 이번에 반가운 관객들과 재회하면서 특히 차세대 스타로 꼽히는 지휘자들을 앞세워 참신하고 매력적인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① 서울시향 오늘 정기공연 데뷔하는 부지휘자 윌슨 응 서울시립교향악단은 16일 부지휘자 윌슨 응이 정기공연에 데뷔하는 무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1번’으로 석 달여 만에 관객들과 마주한다. 서울시향은 지난 8월 말 단원 중 한 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며 연습도 취소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부터 서울시향 부지휘자로 활동해 온 윌슨 응은 직접 창단한 구스타브 말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자 상임지휘자도 맡으며 역동적인 지휘로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2018년 파리에서 열린 스베틀라노프 국제 지휘 콩쿠르 우승했고, 올해 말러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했다. 윌슨 응은 첫 정기공연에서 코다이 ‘갈란트 무곡’, 글라느노프 ‘바이올린 협주곡’,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번 등 20세기 현대 음악가들의 곡을 선보인다. 그는 “신선하고 역동적이며 젊고 성숙한 음악을 나누고 싶었다”고 프로그램을 설명했다.② KBS교향악단 31일 ‘고전초월’ 피에타리 인키넨 KBS교향악단은 오는 31일 ‘고전 초월’을 주제로 특별 연주회를 갖고 하반기 레퍼토리 문을 연다. 도이치방송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인 피에타리 인키넨의 지휘로 브람스 ‘비극적 서곡’,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브람스 교향곡 1번 등으로 가을밤을 무르익게 한다. 도이치방송 예술감독인 핀란드 출신 피에타리 인키넨은 영국 그라모폰으로부터 “날렵한 기질과 풍부한 성격, 텍스처와 뉘앙스에 대한 감각으로 역사적인 장면들을 지휘해 전혀 다른 소리를 만들어낸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③ 코리안심포니 아누 탈리, 오늘 젠더 넘어 리더십 강연도 앞서 14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세계가 주목하는 여성 지휘자, 에스토니아 출신 아누 탈리가 지휘봉을 잡으며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과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1번,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번 등을 연주했다. 아누 탈리는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2017년 그를 마린 올솝, 조앤 펄레타, 시몬 영, 제인 글로버 등의 뒤를 따를 여성 지휘자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아누 탈리는 16일 음악 전공자 및 예술경영인 50명을 대상으로 강연하며 젠더를 넘어선 리더십에 대한 대화도 나눈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도 지난 10~11일 이틀간 부지휘자 정나라의 지휘로 ‘앤솔러지 시리즈V’를 갖고 그리그홀베르그 모음곡,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 등으로 대면 공연을 재개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침방울 튀는 발음 ‘ㅊㅋㅌㅍ’…22세기 한국에선 사라졌다?

    침방울 튀는 발음 ‘ㅊㅋㅌㅍ’…22세기 한국에선 사라졌다?

    쓰지 않을 이야기/조수경 외 3인/아르테/208쪽/1만 1000원팬데믹/김초엽 외 5인/문학과지성사/196쪽/1만 3000원전 세계 인류를 유례없는 공포와 혼란에 빠뜨린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진단한 책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설은 현실을 왜곡, 확장시킴으로써 더욱 다층적으로 드러내는 장르다. 서로가 서로의 숙주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상존하는 세상에서, 10명의 작가들이 빚어낸 단편소설 앤솔러지 2권은 시대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한다.아르테가 출간한 ‘쓰지 않을 이야기’는 보다 ‘지금, 여기’에 집중했다. 젊은 작가 네 명(조수경, 김유담, 박서련, 송지현)의 시선으로 전 세계를 뒤덮은 전염병이 보여 주는 사회의 모순을 고발한다. 조수경 작가의 소설 ‘그토록 푸른’은 코로나 시대, 가장 취약한 노동 현장의 얘기다. 여행사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퇴직한 31세 여성 주소영은 새벽배송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손과 발끝에 감도는 푸른빛으로부터 시작되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기, 소영도 자신의 몸에서 이상징후를 발견하지만 냉동고에 들어가기 전, 문진표에는 번번이 ‘아니오’를 체크한다.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게 원룸 월세, 카드 이용 대금 명세서 같은 현실적인 고민들이기 때문이다. 위험 속에서도 생계를 위해 거짓을 택하는 노동자와 한 개인을 극한으로 몰고 가는 팬데믹 시대 사회경제 시스템의 모습이 씁쓸하다. 책은 팬데믹과 ‘n번방 사건’ 같은 사회적 재난을 병치시켜 함께 보여 주기도 한다. 김유담 작가의 소설 ‘특별재난지역’의 주인공은 코로나 사태 초기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던 경북 청도의 60대 여성 이남이다. 이남은 요양병원에 모신 아흔두 살 아버지를 통해 코로나19 재난을, 이혼한 아들이 맡긴 초등학생 손녀를 통해 미성년자 성착취라는 사회적 재난을 동시에 경험한다. 한 팔로는 아버지의 유골함을 부여잡고, 한 팔로는 손녀의 어깨를 감싼 이남에게서 환난 속에서도 피어나는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진다.문학과지성사가 펴낸 ‘팬데믹’은 SF적인 상상력이 돋보인다. 김초엽, 듀나, 정소연, 김이환, 배명훈, 이종산 SF 소설가 6인이 참여했다. ‘멸망’, ‘전염’, ’뉴 노멀’이라는 세 가지 장으로 구성된 책은 각각 멸망의 순간에도 끝내 사랑하고 꿈꾸는 자들, 전염과 확진 속 계층별 생존 불평등 문제, 전염병이 물러가고 새로운 관습과 질서가 자리잡은 100여년 이후를 그린다. 그중 ‘뉴 노멀’ 장에 쓰인 배명훈 작가의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는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소설은 발음하다 보면 침이 튀기 마련인 우리말의 거센소리와 된소리 일부가 없어진 22세기의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 비말로 감염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변화이리라는 게 쉽게 짐작이 간다. 격리실습 코스를 이수 중인 역사학과 대학원생 ‘나’는 ‘ㅊㅋㅌㅍ´을 자유자재로 말하고, 경기장에 침을 뱉는 2020년의 야구선수들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한다. 작가는 ‘나’의 입을 빌려 팬데믹 속 2020년은 혐오가 재생산되던 시기이며, 바로 앞 시기와 아주 짧은 시간 간격을 두고 거리를 두는 시대임을 역설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던 2019년의 삶을 2020년에는 비위생적으로 여기고, 2021년에는 그보다 첨예한 기준이 생기는 식이다. 소설도 받침을 제외한 ‘ㅊㅋㅌㅍㄲㄸㅃㅆㅉ’이 모두 예사소리로 처리돼 읽을 때 독특한 재미를 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가족에 버림받고 집 앞에서 객사한 노인…코로나19 비극

    가족에 버림받고 집 앞에서 객사한 노인…코로나19 비극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60대 콜롬비아 노인이 가족을 찾아갔지만 문전박대를 받고 집 앞에 쓰러져 숨을 거뒀다. 엘우니베르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호세 안토니오(69)는 최근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콜롬비아의 지방도시 바리차라에서 평생 복권을 팔며 생계를 꾸려온 그는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였지만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생활해왔다. 노인에겐 자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결혼하고 독립해 따로 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 판정이 나온 후 노인은 심신이 무너졌다. 의지할 곳이 필요했던 노인은 바랑키야에 사는 아들의 집을 찾아갔다. 노인의 지인들은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데 혼자서는 격리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자식에게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길을 떠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방을 끌고 찾아간 아들은 아버지를 모질게 문전박대했다. 초인종을 누르는 아버지에게 아들은 아예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가방을 길에 세워두고 꼬박 하루를 길에서 보내야 했던 노인은 이튿날 결국 아들의 자택 앞에 쓰러져 숨을 거뒀다. 가족의 따뜻한 응원이 필요해 찾아갔지만 객사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바랑키야 보건 당국은 노인의 시신을 수습하면서 사건의 경위를 알게 됐다. 관계자는 "노인의 죽음이 가족의 책임이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라며 "경우에 따라 가족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들과 가족들은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에 아버지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것이라며 책임론을 강력히 부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족은 "당시 집에 나이가 많은 어르신 두 분이 계셨다"며 "아버지를 들어오게 하면 두 분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어 문을 열어드리지 않은 것"이라고 항변했다. 검찰은 보건 당국의 요청에 따라 시살관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편 콜롬비아는 세계에서 6번째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발하고 있는 국가다. 8일(현지시간) 기준 콜롬비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전날보다 7876명 늘어난 87만7684명, 누적 사망자는 2만7180명에 이르고 있다. 사진=엘우니베르살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탕·탕·탕·탕·탕… ‘골대왕’ 예약한 세징야

    탕·탕·탕·탕·탕… ‘골대왕’ 예약한 세징야

    ‘올해도 골대왕은 세징야?’ 축구 경기에서 팬들의 탄식을 자아내는 장면 중 하나가 슛이 골대를 때렸을 때다. 공이 아주 조금만 안쪽으로 향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거라는 안타까움이 크다. 그렇다면 올해 K리그1에서 팬들의 탄식을 가장 많이 자아낸 선수는 누구일까. 7일 한국프로축구연맹 통계에 따르면 대구FC의 세징야가 22경기를 뛰며 5차례 골대를 때려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세징야는 올해 15골을 넣으며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는데, 골대를 맞힌 슈팅이 골로 연결됐더라면 이미 K리그 커리어 첫 20골 고지에 올랐을 것이다. 시즌 3경기가 남은 가운데 세징야가 1위를 유지하면 2년 연속 골대왕에 오른다. 그는 지난해에도 7번 골대를 때리는 등 골대의 사랑(?)을 가장 듬뿍 받았다. 2위는 구스타보(전북 현대)로 4회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뒤늦게 팀에 합류해 12경기밖에 뛰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세징야의 강력한 경쟁자다. 득점 1위(25골)를 질주하고 있는 주니오(울산 현대)는 3차례 골대를 맞히며 박주영(FC서울), 김인성(울산 현대)과 공동 3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팀 전체로 따지면 전북이 모두 14차례, 울산이 10차례로 1, 2위를 달리고 있다. ‘골대의 저주’라는 말이 자주 쓰이지만 실제로는 골대를 맞힌 팀의 승률이 오히려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난다. 공격적인 축구를 하는 팀이 골대를 더 자주 맞혔다는 얘기다. 올해 한 팀만 골대를 맞힌 경기는 60번 있었는데, 골대를 맞힌 팀이 24승17무19패(승률 54.2%)를 기록했다. 지난달 6일 인천 유나이티드는 강원FC를 상대로 3차례나 골대를 때리고도 이겼다. 양 팀 모두 골대를 맞히는 ‘골대 전쟁’도 8차례 있었다. 울산과 서울은 지난 6월 2차례씩 골대 강타를 주고받았는데, 승리는 울산이 챙겼다. 물론 골대 때문에 눈물을 많이 뿌린 팀도 있다. 슈퍼매치 라이벌 서울과 수원 삼성이다. 올 시즌 골대를 맞힌 경기에서 서울은 1승2무4패, 수원은 1승2무3패로 부진했다. 반면 전북과 울산은 각각 8승1무3패, 5승1무1패로 대조를 이뤘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교사 10명 중 7명, 원격교육 효과에 부정적 … “등교 수업의 70% 이하”

    교사 10명 중 7명, 원격교육 효과에 부정적 … “등교 수업의 70% 이하”

    교사 10명 중 7명이 원격교육의 효과에 부정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사들이 평가한 원격수업의 효과는 등교수업의 70% 이하였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공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COVID19 대응 온라인 개학에 따른 초·중·고등학교 원격 수업 실태 및 개선 방향 탐색’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교사의 69.7%가 원격교육의 효과를 묻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변했다. 평가원은 6월 26일~7월 10일 전국 초·중·고 교사 2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 따르면 교사들은 원격수업이 효과적이지 않은 이유(복수응답)로 ‘학생들과의 상호작용 부족(72.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학생들의 학습 과정 및 결과 확인 어려움(56.8%)’, ‘학생들의 집중력 저하(55.2%)’, ‘학생들의 수업 참여관리 어려움(52.6%)’ 등 거의 모든 항목에 대해 어렵다는 응답이 50%를 넘었다. 등교수업 대비 원격수업의 효과에 대해서는 등교 수업의 20~50% 수준이라는 답변이 39.0%에 달했으며 50~70%라는 답변이 35.2%로 뒤를 이었다. 등교 수업과 거의 동일하다는 답변은 2.7%, 등교 수업보다 높다는 답변은 0.4%에 그쳤다. 또 원격 수업 중 학습부진아에 대한 지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대답한 비율이 74.6%에 달해 원격수업 기간 동안 학습 격차가 심해졌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점이 이번 조사에서도 드러났다고 서 의원은 지적했다. 설문조사에서 교사들은 원격수업의 안착을 위한 제도적 개선사항으로 ‘학교 교육과정의 탄력적 운영’, ‘수업시간 및 시수 조정’, ‘학습내용 감축’ 등 원격수업에 적합한 새로운 교육과정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 의원은 “교육당국은 교육 주체들의 다양한 인식 양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원격수업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중진국의 덫’ 빠지지 말자… 반도체·전기차 키우는 中

    ‘중진국의 덫’ 빠지지 말자… 반도체·전기차 키우는 中

    中, 美 화웨이 고사작전에 정면돌파 선언韓 외환위기 교훈 삼아 선진국 진입 목표中 호황 꺼지면 공산당 일당독재 치명상외환시장 구조 취약… 외국자본 쉽게 빠져 반도체·원유 수입액 연간 6000억弗 육박전체 수입의 3분의1… 무역적자 ‘경고등’전기차 배터리 부문 육성에 전폭적 지원美 압박에 반도체 국산화 드라이브 ‘난항’지난달 17일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이 베이징 중국과학원을 찾았다. 런 회장은 “중국 최고 과학 학술기구의 협력이 절실하다”며 “이곳의 연구 성과를 경제사회 발전의 강력한 동력으로 전환하자”고 당부했다. 화웨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전방위적 제재로 반도체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6개월 뒤 미래조차 점칠 수 없는 상황. 그의 발언에는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기술을 개발해 달라’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같은 달 11일 과학자 간담회를 열어 “지금 중국은 국내외 환경이 복잡하게 변하고 있다. 국가의 미래가 과학기술 혁신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등 첨단 분야에서 기술 자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절박함의 표시였다. 미 정부의 반도체 수출 제재로 화웨이와 중신궈지(SMIC) 등 중국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이를 정면 돌파하고자 반도체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21~2025년 경제발전 계획을 담아 발표할 ‘14차 5개년 계획’에도 트럼프 대통령 보란 듯 차세대 반도체 집중 지원 내용을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왜 미국과의 극한 대립을 감수하며 ‘반도체 굴기’에 나서는 것일까. 미국의 압박에도 반도체 자립을 성공시킬 복안은 무엇일까. ●한국을 교과서 삼지만… 국가부도 피해야 중국 정부가 우리나라를 중요한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경제 규모는 약 14조 달러(약 1경 6800조원)로 미국(21조 달러) 다음으로 크다. 하지만 1인당 소득(1만 달러)은 한국(3만 달러)의 20년 전 수준이다. 우리가 일본을 공부해 성장 전략을 짜듯 중국도 우리를 교과서 삼아 미래를 내다본다. ‘시진핑 신도시’로 불리는 허베이성 슝안신구가 우리나라 세종시를 벤치마킹해 행정중심도시로 건설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중국이 성장 과정에서 가장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이 한국의 국가부도 사태와 같은 외환위기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에 ‘3저 호황’(저금리·저유가·약달러)을 기반으로 사상 유례없는 특수를 누렸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임금이 올라 전통 제조업 경쟁력을 상실했다. 반면 국민의 소비 수준은 높아지면서 수입이 빠르게 늘어 무역적자 구조가 고착화됐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수많은 개발도상국이 경험한 난제로 ‘중진국의 덫’으로 불린다. 김영삼 정부는 ‘세계화’를 내걸고 자본시장을 외국인에게 개방했다. 무역으로 빠져나가는 외화를 해외 자본 유치로 메우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한국은 1997년 IMF 관리 체제에 들어가며 국제 금융자본의 ‘양털 깎기’ 대상이 됐다. 양털 깎기란 양의 털이 무성히 자라게 내버려 뒀다가 불시에 정리하는 것에 비유해 금융자본이 한 나라에 뿌렸던 달러 자금을 한꺼번에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해당국은 십중팔구 신용 경색 사태를 맞는다.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10배 가까이 큰 중국에 외환위기가 오면 그 충격은 가늠하기 힘들다. 중국 공산당이 약속한 ‘전면적 샤오캉 사회’(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사회)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 일당독재의 정당성에 치명상을 입는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 1년만에 1조弗 증발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시작된 2018년 중국의 연간 무역흑자는 3518억 달러로, 정점이던 2015년(5945억 달러)에 비해 40% 이상 줄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도 중국에 대놓고 무역흑자 축소를 요구한다.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율 역시 2007년 100%에서 2017년 160%로 급증해 여러 환경이 녹록지 않다. 중국도 중진국의 덫에 빠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고(3조 1500억 달러)를 가진 중국에 국가부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중국은 2014년 6월 보유 외환이 3조 9990억 달러로 최대치를 기록했다가 1년여 만에 1조 달러가량 증발한 경험이 있다. 기업과 개인의 국외 송금이 갑자기 늘자 인민은행이 외환보유고를 헐어 환율 방어에 나선 탓이다. 대만 빈과일보 등 중화권 언론은 2012년 시작된 시 주석의 반부패 드라이브에 불안감을 느낀 기득권 세력이 미국이나 홍콩 등으로 자산을 빼돌렸기 때문으로 본다. 중국에서 1조~2조 달러는 언제라도 눈 녹듯 사라질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 위안화가 전 세계 주요 기축통화로 자리잡는다면 ‘달러 고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이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모건스탠리는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율이 올해 2%에서 2030년 5~10%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위상을 감안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치다. 중국의 불안정한 정치체제와 낙후된 금융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으면 위안화가 달러화나 유로화를 영원히 대체할 수 없다는 전망도 다수다. ●지속적 무역흑자 기조 지키려 안간힘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외환위기를 겪지 않을 가장 좋은 방법은 ‘IMF 이후 한국’처럼 지속적인 무역흑자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의 양대 수입 품목인 반도체와 원유 수입액은 각각 3000억 달러, 2400억 달러에 달했다. 이 둘을 더하면 6000억 달러 가까이 돼 중국 전체 수입액(2조 1000억 달러)의 30%에 육박한다. 반도체와 원유의 해외 의존도만 낮춰도 무역적자 우려 없이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자동차 보급이 크게 늘어 원유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다만 이 문제는 전기차 보급과 2차전지 개발 등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해 보인다. 중국의 자동차용 배터리 회사 닝더스다이(CATL)는 설립 10년 만에 LG화학과 세계 1~2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 IT 거인 텅쉰(텐센트)이 최대주주인 전기차 업체 ‘니오’도 ‘본토의 테슬라’로 불리며 배터리 교체형 승용차 판매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세계 1위 전기차 대국’으로 발돋움한 중국은 지금도 이들 업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반도체 분야는 여전히 난공불락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기업과 삼성전자 등 글로벌 선두 업체 간 기술 격차를 3년 이상으로 본다.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5% 정도로 당초 목표치인 2020년 40%, 2025년 75%에 크게 못 미친다. 이에 중국 정부는 내년부터 시작되는 14차 5개년 계획에 반도체 국산화 정책을 포함시켜 더 강력히 밀어붙일 것이 확실시된다.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전문 인력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양산 노하우를 하나씩 모아 가며 성장한다. 이른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해외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 간극을 메우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차이나 머니’를 앞세워 미국 제재를 피할 수 있는 글로벌 강소기업 위주로 매집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미 정부가 이를 보고만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배하는 첨단 IT 분야는 넘보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가디언은 “미중 갈등은 중국 자본시장 개방과 만리방화벽 철폐 등과 함께 정치적이고 전면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고 내다봤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교황청 지난해 150억 적자, 부동산 투자 의혹 때문?

    교황청 지난해 150억 적자, 부동산 투자 의혹 때문?

    ‘부동산 불법 매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교황청이 지난해에도 대규모 적자를 냈다. AP통신에 따르면 교황청 조직의 재무를 담당하는 재무원은 지난 1일(현지시간) 지난 한 해 교황청의 총수입액은 3억 700만 유로, 총지출액은 3억 1800만 유로라고 공개했다. 교황청 지난해 적자 규모는 전년(7500만 유로)보다 크게 줄어든 1100만 유로(약 150억 원)를 기록했다. 세부 수입 항목을 보면 부동산 운영 수입이 9900만 유로로 가장 많다. 금융 투자 수입 6500만 유로, 기부 수입 5600만 유로 등이다. 지출 항목은 복음 전파 등 사도적 임무 수행 2억 700만 유로, 자산 관리 6700만 유로, 행정·조직 운영 4400만 유로 등으로 구성된다. 교황청이 보유한 순자산은 40억 유로 규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후안 안토니오 게레로 알베스 재무원장은 교황청 기관 매체인 바티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청은 (투명한) ‘유리집’ 같아야 한다”면서 “신자들은 교황청이 재원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국 부동산 불법 매매 의혹을 계기로 교황청의 불투명한 재무 활동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서는 “교황청이 속임을 당하고 잘못 계도된 측면이 있다”며 “과거의 잘못과 부주의로부터 교훈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바티칸 경찰은 앞서 2014년 교황청 관료 조직의 심장부인 국무원이 베드로 성금을 포함한 교회 기금 200만 달러(약 23억 4000만원)를 들여 영국 런던 첼시 지역의 부동산을 매입한 일과 관련해 지난해 10월부터 자금 사용의 불법성 등을 수사하고 있다. 베드로 성금은 신자들의 성금이나 기부로 조성된 자선기금인 만큼 통상적으로 전 세계 빈자나 재해민 등을 위해 사용된다. 이런 가운데 당시 교황청 재산을 총괄 관리하는 국무장관으로 재직하며 부동산 매매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죠반니 안젤로 베추 추기경이 지난달 24일 시성성 장관직에서 전격 경질돼 그 배경이 주목을 받았다. 교황청 자금으로 친형제들에게 이권 몰아주기 등 금전적 특혜를 제공한 사실이 들통났기 때문이라는 설과 함께 영국 부동산 투자 과정에서의 독단적이고 불투명한 자금 집행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분노를 샀다는 설까지 다양하게 흘러나온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이재명 “일본 스가 총리가 방한할 일 없을 것”

    이재명 “일본 스가 총리가 방한할 일 없을 것”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지난 24일 스가 총리는 시진핑 중국 주석보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과 약 20분간 전화통화를 했으나 전날 교도통신은 일제 강제동원 배상 소송과 관련해 한국이 일본 기업 자산을 매각하지 않는다고 약속해야 스가 총리가 방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법적으로나 국민감정으로나 수용 불가능한 조건을 내세우는 것을 보니 스가총리가 방한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일본이 아무리 부인해도 침략과 잔혹한 인권침해의 역사는 대한민국에게 역사적 진실이자, 현실”이라며 “명확한 3권분립으로 정치의 사법 개입이 금지된 대한민국은 정치의 사법판결 개입은 불법이고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일본의 ‘징용판결에 대한 정치개입’ 요구를 이해할 수도, 수용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안부, 강제노역 문제는 누가 뭐라하든 가해자인 일본이 만든 문제”라며 “진정한 화해를 위한 사과는 피해자가 용서하고 그만하라 할 때까지 진심으로 하는 것이지 ‘옜다, 사과’로 쉽게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또 정치경제 분리원칙을 어기고 일본이 한국을 공격한 ‘수출규제’는 한국에겐 기술독립의 의지와 기회를 주었지만 일본기업의 발등만 찍었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정치는 국리민복을 위해 하는 것이지만, 국민이 잠시만 눈을 떼도 정치인이나 소속 정치집단을 위해 국리민복에 어긋나는 것은 고금동서를 불문한 현실인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양국의 진정한 국익에 부합하는 미래지향적이고 합리적인 한일관계의 새 장이 열릴 것을 기대했던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실망스럽다고 한탄했다. 우리 정부는 연내 서울에서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하고 있으며 스가 총리는 아시아 순방 중에 한국에도 방문할 것이란 예상이 제기됐다. 스가 총리는 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바탕으로 한국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에 앞서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스가 총리는 1970년대와 1980년대 북한으로 납치된 일본인들의 안전한 송환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국제기구 직원들, 콩고 여성 수십명 취직 빌미로 성착취...WHO 조사 나서

    국제기구 직원들, 콩고 여성 수십명 취직 빌미로 성착취...WHO 조사 나서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주요 국제 비정부기구(NGO) 직원들이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에볼라 바이러스 구호 활동 과정에서 현지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콩고 여성 51명이 2018년부터 올해까지 자신을 국제기구 직원으로 밝힌 남성들로부터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강요당했다고 고발했다. 에볼라 바이러스로 2000명 이상 사망한 콩고에서 국제 구호 활동가 일부가 현지 여성을 대상으로 성착취를 자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피해 여성 대다수는 남성들이 일자리를 대가로 약속하면서 성관계를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면 근로 계약을 해지했다고 말했다. 일부 여성들은 남성이 건넨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거나 사무실과 병원 등에서 습격당했다고 증언했다. 이들 중 최소 2명은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44세 여성은 자신이 취직하기 위해 WHO 직원이라고 말한 남성과 잠자리를 가졌다며 “많은 여성들이 이런 피해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동부 도시 베니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이와 유사한 증언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국제기구 직원들이 현지 여성을 성착취하는 관행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여성들은 요리사나 청소부 등 단기계약직 종사자로, 매달 50달러에서 100달러 정도의 임금을 받았다. 이는 현지 평균 임금의 두 배 수준이다. WHO 측은 이같은 일련의 성 학대 혐의에 대해 공식 성명을 내고 “직원들이 저지른 행위는 용납할 수 없으며 강력하게 조사될 것”이라며 “사건에 연관된 것으로 확인된 사람에 대해서는 즉시 해고 등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기구 직원들의 성착취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조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무관용 원칙에도 불구하고 국제기구의 현지 성착취는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18년 공개된 유엔난민기구(UNHCR)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서아프리카 난민캠프에서 유엔기구와 유명 NGO의 일부 직원들이 난민 아동을 대상으로 성착취를 자행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유엔에서도 2017년 10월부터 12월까지 평화유지활동 중 40건의 성추행·성착취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
  •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마스크 쓴 美 교사, 해고 논란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마스크 쓴 美 교사, 해고 논란

    미국 텍사스의 한 교사가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라는 글자가 씌여진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다가 결국 해고됐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현지언론은 텍사스 샌안토니오의 공립학교인 그레이트 하츠 웨스턴 힐스의 예술교사인 릴리안 화이트의 해고 소식을 보도했다. 화이트는 지난달 팬데믹 와중에 BLM과 '침묵은 폭력이다'(Silence is Violence)라는 글귀가 새겨진 마스크를 쓰고 학교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이 마스크 착용은 물론 화이트 교사가 BLM 운동에 대한 지지를 행동으로 보인 것이다. 화이트 교사는 "흑인 학생들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지만 반인종주의적인 계획과 다양한 커리큘럼을 옹호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화이트 교사가 2주 이상이나 계속 이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자 학교 측이 제재에 나섰다. 교감이 학교에서는 정치적인 문제를 논하지 않는다는 것과 학부모 항의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다른 마스크를 쓰고 출근할 것을 요청한 것. 화이트 교사는 "이 마스크를 쓰는 것은 인권의 문제로 물러설 수 없는 일"이라면서 "학교 측이 사회적 문제에는 침묵을 지키면서 인종차별적인 부모들만 지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상황이 해결되지 않자 결국 지난 5일 학교 측은 화이트 교사를 해고했다. 해당학교 교육감인 대니얼 스코긴은 "우리 학교는 고통받고 있는 흑인 사회와 항상 함께해왔다"면서도 "교직원들 마스크에 메시지 표시를 금지하는 것이 학교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대해 화이트 교사는 "팬데믹 와중이라 내가 마스크를 쓴 것을 직접 본 학생은 없었지만 일부 학부모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를 괴롭혔다"면서 "해고 자체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지만 학교에 반인종차별 행동 계획을 실행해 줄 것을 요구하는 청원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집콕’ 연휴를 위한 온라인 공연…뮤지컬 ‘모차르트!’부터 가족극 함께 즐겨요

    ‘집콕’ 연휴를 위한 온라인 공연…뮤지컬 ‘모차르트!’부터 가족극 함께 즐겨요

    ‘집콕’ 연휴를 달래줄 다양한 온라인 공연들이 랜선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10주년 기념 공연을 마친 뮤지컬 ‘모차르트!’를 유로로 볼 수도 있고 전통연희, 가족극 등 여러 장르를 무료로 만나볼 수도 있다. 올해 10주년 기념 공연을 마친 뮤지컬 ‘모차르트!’가 다음달 3~4일 이틀간 유료 온라인 상영된다. 천재 음악가이지만 한 인간으로서 자신을 둘러싼 운명을 고뇌하는 모차르트의 모습을 김준수와 박강현이 연기한 영상을 안방에서 감상할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대형 무대가 꽉 채워질 만큼 화려한 공연을 9대의 풀HD 카메라 등 다양한 장비로 촬영해 배우들의 땀방울까지 생생하게 담겼다. 세계적인 합창단인 빈 소년 합창단도 첫 온라인 투어를 갖는다. 한국시간으로 지난달 26일 새벽 2시부터 독일 클래식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5.9유로(한화 약 8000원)를 결제한 뒤 다음달 3일 새벽 3시까지 100명의 소년들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날 수 있다. 게랄드 비어트 음악감독은 “522년 역사상 가장 힘든 위기를 맞고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예술의전당이 스테이지 무비로 제작한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는 VOD 서비스로 안방에 다가간다.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펼쳐진 연극을 여러 각도에서 영상에 담아 영화화한 것으로 배우들의 표정은 물론 마을 배경까지 실감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잇따른 집콕 생활로 지쳤을 아이들과 가족들을 위한 무료 온라인 공연도 마련됐다. 강남문화재단은 극단 하땅세가 제작한 가족극 ‘오버코트’를 28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유튜브와 네이버TV 채널에 공개한다. 장난기 많은 소녀 제인이 펼치는 환상적인 모험을 상상력을 자극하는 스크린 아트와 라이브 연주로 그려진다. 강남문화재단은 이달 중순 유튜브와 네이버TV에 공개한 온라인 실내놀이 콘텐츠 ‘우·가·방(우리 가족이 노는 방법)’ 시리즈를 먼저 체험해 어린이 관객들이 주인공 제인과 먼저 친해질 수 있도록 해줄 것을 당부했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다음달 1~4일 나흘간 여는 2020 대한민국 전통연희축제도 네이버TV와 유튜브로 볼 수 있다. 동해안별신굿보존회의 사전 공연 치유의 연희 ‘기원’(10월 1일 오후 8시)를 시작으로 극단 깍두기의 어린이 연희극 ‘연희는 방구왕’(10월 2일 오후 4시), 그룹 상자루의 ‘Korean Gipsy’(10월 3일 오후 4시), 입과손스튜디오의 완창판소리 프로젝트 눈대목시리즈(10월 4일 오후 4시), 남창동의 광대 줄타기(10월 4일 오후 5시) 등 다채로운 전통연희들을 접하게 된다. 국립합창단은 지난 8월 14일과 15일 광복절 기념 합창축제에서 선보였던 ‘창작칸타타 나의 나라’와 ‘합창교향시 코리아판타지’를 지난달 28일부터 유튜브에 공개했다. 각각 1시간 남짓 분량으로 온가족이 함께 하모니를 즐길 수 있다.특히 백범 김구 선생의 목소리를 통해 독립을 갈망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나라를 지켜낸 인물들을 만나보는 여정을 그린 ‘나의 나라’가 인상적이다. 배우 김홍파의 내레이션으로 소리꾼 고영열과 정가 김나리가 출연해 합창과 함께 국악의 매력을 더했다. 이육사 시에 곡을 입힌 ‘꽃’에선 테너 박의준과 소리꾼 고영열의 듀엣이 합창에 어우러졌고 ‘어머니의 편지’는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마음을 대변한 곡으로 알토 김미경과 정가 김나리의 애절한 음색이 돋보인다.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도 ‘집콕 추석생활’을 위해 유튜브와 네이버TV로 연주영상을 공개했다. 지난달 30일 ‘내 손 안의 콘서트Ⅶ’ 첼리스트 문태국과의 관현악 협연 영상이 공개됐다. 1일에는 모차르트를 주제로 정치용 예술감독의 지휘로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과의 연주 영상을, 2일엔 ‘내 손 안의 콘서트Ⅹ-넥스트 스테이지’로 클래식계에서 주목받는 유망주인 지휘자 박승유와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협연을 만나볼 수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전남편 아내와 한집에… 상실이 가르쳐 준 4가지

    전남편 아내와 한집에… 상실이 가르쳐 준 4가지

    ‘우리가 이별 뒤에 알게 되는 것들’은 무엇일까? 호기심이 생기는 제목이다. 원제는 ‘우리 중 나머지’(The rest of us)인데, 이때 남게 된 ‘우리’는 캐미(헤더 그레이엄 분)와 애스터(소피 넬리스 분) 모녀, 레이철(조디 발포어)과 털룰라(애비게일 프니오브스키 분) 모녀다. 그들은 한 남자를 심장마비로 떠나보냈다. 그는 캐미의 전남편이자 애스터의 아버지였고, 레이철의 현 남편이자 털룰라의 아버지였다. 불륜으로 인한 이혼과 재혼으로 얽힌 이들의 사이가 좋을 리 없다. 그러나 (전)남편이자 아버지였던 남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네 여자를 한자리에 모이게 만들었다. 여기에서 우리가 이별 뒤에 알게 되는 것들 중 첫 번째 사실이 제시된다. ‘상실은 누군가와의 만남을 주선한다.’ 장례식이 끝나면 어차피 두 번 다시 볼 일 없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는다. 캐미가 라자냐를 요리해 실의에 잠긴 레이철을 찾아갔기 때문이다. 캐미를 환대하지는 않았지만 레이철은 그녀가 불륜을 저지른 자신에게 악감정만 품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레이철은 남편이 남긴 빚으로 곤란하던 차, 캐미가 내민 도움의 손길을 뿌리치지 않았다.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머물 곳이 없어진 레이철 모녀. 이들의 사정을 눈치챈 캐미는 그녀에게 자신의 집에 들어와 살라고 제안했다. 여기에서 우리가 이별 뒤에 알게 되는 것들 중 두 번째 사실이 언급된다. ‘상실은 누군가 가진 의외의 모습을 드러낸다.’ 어린 털룰라야 수영장 딸린 근사한 집으로 이사하게 됐으니 좋아하지만, 머리가 큰 애스터의 입장에서는 캐미의 결정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엄마는 아빠를 빼앗아 간 레이철을 몹시 미워했는데 이제 와서 왜 천사처럼 구는 걸까? 물어봐도 엄마는 명확한 답을 해 주지 않는다. 이것만 고민할 겨를도 없다. 애스터 나름대로 복잡한 문제가 있다. 친구와 한 남자를 둘러싼 삼각관계에 빠져 있어서다. 그녀는 말이 안 통하는 엄마보다는, 오히려 엄마의 연적이었던 레이철의 마음을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다. 여기에서 우리가 이별 뒤에 알게 되는 것들 중 세 번째 사실이 추론된다. ‘상실은 누구에게나 각자의 비밀이 있음을 폭로한다.’그런 까닭에 캐미가 무슨 심정으로 레이철 모녀와의 동거를 제의했는지, 이후 레이철이 어떤 과정을 거쳐 캐미와의 화해에 도달하는지 이 글에서 밝히기는 어렵다. 모든 상황과 전개 자체가 판타지라고 여길 관객도 있을 것 같다. 그 비판은 온당하나, 그것만으로 이 영화가 포괄되지는 않는다. 이 작품은 저마다 상처 입고 서로에게 죄책감을 느낀 사람들이 어떻게 단절되지 않고 공존에 이를 수 있는지를 그려 내니까. 여기에서 우리가 이별 뒤에 알게 되는 것들 중 네 번째 사실이 등장한다. ‘상실은 단지 상실로만 끝나지 않는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 칼럼니스트
  • “코로나 협력” 스가 총리, 중국보다 앞서 문 대통령과 20분 통화(종합)

    “코로나 협력” 스가 총리, 중국보다 앞서 문 대통령과 20분 통화(종합)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24일 첫 전화 회담을 하고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는 이날 오전 이뤄진 전화 회담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협력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스가 총리는 전화 회담에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는 양국 관계를 방치하면 안 된다”며 한국 측이 일제 강점기 징용 판결을 둘러싼 문제 등에 적절하게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스가 총리는 또 “일한 양국은 서로에게 매우 중요한 이웃이며 일한, 일미의 협력은 중요하다”며 “여러 문제에 관한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토대를 두고 앞으로도 한국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한국과 일본을 각각 대표하는 지위에서 직접 대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일 정상 간 직접 대화는 작년 12월 24일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중국 청두에서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만나 회담한 후 약 9개월 만이다. 전화 회담은 약 20분 정도 진행된 후 오전 11시 15분을 조금 지나 종료됐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 앞서 스가 총리는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일본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국제 사회에 기여할 것이라 밝혔다. 신조 아베 총리의 건강 문제에 따른 사임 이후 총리직을 맡은 스가 총리는 유엔 사무총장과 첫 전화통화를 가졌다. 이 통화에서 스가 총리는 1970년대와 1980년대 북한으로 납치된 일본인들의 안전한 송환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일본 외교부는 설명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납치 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스가 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25일 전화 회담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한일 정상 스가 총리 취임후 첫 통화…중국보다 먼저

    한일 정상 스가 총리 취임후 첫 통화…중국보다 먼저

    일본 교도통신은 24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일본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국제 사회에 기여할 것이라 밝혔다고 보도했다. 신조 아베 총리의 건강 문제에 따른 사임 이후 총리직을 맡은 스가 총리는 유엔 사무총장과 첫 전화통화를 가졌다. 이 통화에서 스가 총리는 1970년대와 1980년대 북한으로 납치된 일본인들의 안전한 송환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일본 외교부는 설명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납치 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스가 총리는 구테흐스 총장과의 통화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도 전화통화를 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일본과 한국의 관계는 강제 징용 배상 문제와 수출 통제 등으로 차갑게 얼어붙어 있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한일 정상간의 교류는 지난해 12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난 이후로 처음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한일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스가 총리에게 취임 축하 서한을 보냈고 스가 총리는 “어려운 문제를 극복해 미래지향적 한일 양국 관계를 구축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회신한 바 있다. 스가 총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는 25일 전화 회담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평창올림픽으로 세계 평화 기여” 서울평화상에 바흐 IOC 위원장

    “평창올림픽으로 세계 평화 기여” 서울평화상에 바흐 IOC 위원장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제15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서울평화상문화재단은 23일 이 같은 선정 결과를 발표하며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 기여’를 그 배경으로 설명했다. 독일 출신인 바흐 위원장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북한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올림픽 사상 최초의 남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결성을 주도하는 등 한반도 평화올림픽 개최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서울평화상은 동서 화합과 평화 분위기를 고취한 서울올림픽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0년 제정돼 격년으로 시상하고 있다. 스포츠계 인사가 수상한 것은 1회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IOC 위원장 이후 30년 만이다. 바흐 위원장에게는 상장과 상패, 20만 달러의 상금이 수여된다. 바흐 위원장은 평화상 수상을 위해 10월 말 방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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