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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천, 휴가용품 알뜰장터 열어

    서울 양천구가 여름휴가철, 1년에 한 두번 쓰는 휴가용품을 새로 구입하기 어려운 주민을 위해 휴가용품 알뜰장터를 연다. 양천구는 오는 27일 양천문화회관 분수광장에서 ‘제1회 양천 여름휴가용품 나눔장터’를 연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나눔장터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가정에서 쓰지 않는 아이스박스, 텐트 등 캠핑용품과 수영복, 튜브, 수경 등 물놀이용품을 기부하고 필요한 물건으로 교환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기증물품은 오는 25일까지 구청 청소행정과, 각 주민센터, 관내 녹색가게 1·2호점에 접수하면 된다. 주민들이 물품을 기부하면 교환권을 발행해준다. 이 교환권을 갖고 나눔장터에 오면 기부한 물품의 평가액을 적어주고 그 한도에서 필요한 다른 물품으로 바꿀 수 있다. 물론 현금으로도 저렴하게 물건을 살 수 있다. 특히 이번 장터에서는 환경사랑 실천을 위한 ‘폐휴대전화 기부 캠페인’도 함께 실시한다. 사용하지 않는 휴대전화를 가져오면 녹색가게에서 제작한 폐식용유 재생 비누를 받을 수 있다. 행사 당일 ‘지도층 인사’들의 기증 부스를 마련, 기증받은 휴가용품도 판매한다. 나눔의 생활문화 확산을 위해 방위협의회, 기관장협의회 소속 지도층인사들이 참여해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다. 또 지역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해 휴가용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판매부스도 따로 마련했다. 구 녹색가게연합회 자원봉사자들이 물품 판매액 등을 책정한다. 이번 장터 수익금은 모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하며 행사 후 잔여 물품은 녹색가게에서 판매한다. 또 장터에서 물품을 사면 폐현수막으로 만든 장바구니도 덤으로 준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문화마당]지하철에서 문화읽기/철학자 탁석산

    [문화마당]지하철에서 문화읽기/철학자 탁석산

    문화는 삶의 양식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자주 잊곤 한다. 예술작품을 문화라고 생각하고 일상생활의 모습은 그저 생활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하지만 예술은 문화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우리가 연극이나 영화를 보거나 미술관에 가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 대부분의 시간을 일상에서 보내지 않는가. 하지만 예술이 꽃피면 문화가 발전한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것 같다. 한국의 문화발전을 위해 오케스트라를 만들기도 하고 국제 영화제를 열기도 하니까. 물론 오케스트라와 영화제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문화충격이라는 말을 떠올려 보면 문화가 무엇인지 잘 알 수 있다. 미국으로 이민을 간 사람이 미국의 영화나 미술작품에서 문화충격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충격은 사소한 일상에서 온다. 자식이 말을 안 듣는다고 꾸짖다가 한 대 때렸는데 이웃에서 아동학대로 신고를 한다면 문화충격을 받을 것이다. 삶의 양식은 너무나 구석구석까지 젖어 들어있기에 아무리 빨라도 5년이 지나야 외국 문화에 적응할 수 있다고 한다. 서울의 지하철은 한국문화를 아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물론 지하철에 예술작품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 지하철과 똑같이 승객을 실어 나른다. 하지만 지하철의 내면 풍경과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위를 하는가는 다른 나라와 다르다. 서울 지하철은 쉴 틈이 없다. 우선 타려고 하면 줄을 서야 하는데 종종 무시된다. 갑자기 뒤에서 끼어드는 것이다. 그리고 내리고 난 뒤에 타는 것도 아니다. 거의 동시에 내리고 타야 하므로 정신줄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 그리고 탔다고 해서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타기도 전에 앉으려고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주 재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정리가 된 후에도 소음 때문에 쉴 수가 없다. 정말 한국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많이 하는 것 같다. 큰소리로 자신의 소소한 일상까지 말하는데 한두 사람이 아니다. 한 10분만 들으면 그 사람의 하루 일정, 직업, 가족 관계도 다 알 수 있을 정도다. 지하철 안의 소음은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심심할까 봐 잡상인이 수시로 나타난다. 추억의 팝송이나 가요를 크게 틀어주거나, 여름철에 팔을 지켜 준다는 긴 토시나 하수구를 뚫어 준다는 것 등을 판다. 한가하게 생각에 잠길 틈을 주지 않는 장터 분위기가 서울 지하철이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물건을 파는 행위가 아니라 끊임없이 사람들이 이동하는 것이다. 물론 지하철에서 내리거나 갈아타는 데 편리한 곳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시간이 있고 사정이 좋다면 내리기 전에 이동해 두는 것도 일리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로 붐비는 출퇴근 시간에도 이동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통로에 서 있는 많은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헤쳐 나아가야 하는데 그런 불편을 감수하고 갈 정도로 급한 일이 있는지. 아마도 빨리 가야 1분, 2분 아닐까. 그리고 출퇴근 때가 아닌 낮에도 1, 2분을 다툴 정도로 급한 일이 있는 것일까? 더욱 의아한 것은 나이가 드신 할아버지, 할머니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노약자석을 찾아가시는 것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사람들로 가득하기 때문에 다른 차량에도 빈자리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급한 일이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힘들게 계속 이동을 하신다. 나는 이런 신기한 현상을 해명하는 것이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는 계속 변하는 것이다. 앞으로 지하철 안 풍경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할 것이다. 김홍도의 작품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의 해석이 변할 수 있어도 작품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삶의 양식으로서의 문화는 변할 수밖에 없으며 그 변화에서 살아 있는 우리의 모습을 읽어내야만 한다. 그것이 문화다. 철학자 탁석산
  • 한박자 늦게 깨닫는 가족愛 느껴보세요

    한박자 늦게 깨닫는 가족愛 느껴보세요

    “걸어도 걸어도 작은 배처럼, 나는 흔들리고 흔들려서 당신 품 안에” 일본 노래 ‘블루 라이트 요코하마’의 한 대목이다. ‘블루 라이트 요코하마’는 일본의 전설적 가수 이시다 아유미가 부른 노래로 197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가족에 관한 영화를 찍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고레에다 히로카즈(47) 감독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이 노래였다. 어머니가 부엌일을 하며 자주 흥얼거리던 노래, 곡조만 들어도 푸르른 옥수수밭이 펼쳐지는 고향집이 생각나는 노래…. 대본을 쓰기도 전에 가사의 일부인 ‘걸어도 걸어도’를 제목으로 정했다. 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에서 밝힌 내용이다. 행사는 지난 15일 서울 소격동 씨네코드 선재에서 이동진 평론가의 진행으로 열렸다. 현대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친 ‘아무도 모른다’, 배두나 주연의 ‘공기인형’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감독답게 관람석은 열기로 가득했다. 감독에 따르면, 영화 ‘걸어도 걸어도’는 지난 5~6년 사이 아버지, 어머니를 차례로 잃은 그가 회한을 추스르고자 만든 가족영화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 2년 동안 뇌출혈로 입원해 있었어요. 간병하는 과정에서 나눈 대화들을 기록했더니 노트 7권이 나오더군요. 그 기억들을 영화로 남기고 싶다는 욕심, 일 하느라 제대로 돌봐드리지 못했다는 후회와 죄책감이 이 영화의 출발점이 됐어요.” ●18일 개봉…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회한 담아” 자전적 영화는 아니지만, 개인적인 경험이 많이 녹아 들어갔다. 극중 어머니 대사의 절반을 실제 어머니가 하던 말씀에서 따왔고, 등장하는 음식 모두가 실제 어머니가 만들어줬던 추억의 요리들이다. 감독은 “가족이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귀찮고 성가시지만, 죽고 나면 그립고 아쉬운 존재”라며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함께 드는 것이 가족이라는 얘기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장남 준페이의 기일을 맞아 고향집에 모인 가족의 1박 2일을 다룬다. 준페이는 10여년 전 바다에 빠진 한 소년을 구하고 목숨을 잃었다. 어느새 늙어버린 아버지와 어머니, 각자 가정을 꾸린 동생 료타와 지나미는 오랜만에 식사를 함께 하지만, 대화는 겉돌기만 한다. 권위를 중시하는 아버지는 가족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온화하지만 자식과 관련된 일에는 이기적인 어머니는 묵은 상처를 하나씩 꺼낸다. 부모님의 희망인 의사 대신 미술복원사가 된 료타는 자신이 현재 무직임을 숨기고, 지나미는 여차하면 부모님의 집에 들어오려 자꾸 욕심을 부린다. 이처럼 ‘걸어도 걸어도’ 속 가족은 이상적인 가족상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낯설기까지 하다. 때문에 제목 ‘걸어도 걸어도’를 ‘아무리 노력해도 가까워지지 않는 인간관계, 가족관계 등을 가리킨다.’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동진 평론가에 따르면, 감독의 작품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모티브는 ‘남겨진 사람들’이다. 이는 ‘걸어도 걸어도’에서도 나타난다. 아들을 잃은 부모, 전 남편과 사별한 부인, 그리고 훗날 부모를 여의는 자식들이 그렇다. 남겨진 사람들은 늘 한걸음씩 늦게 깨닫는다. 그러고는 놓쳐버린 순간을 뒤늦게 안타까워한다. ‘걸어도 걸어도’는 이같은 인생의 아이러니를 곳곳에 유리알처럼 박아놓았다. 눈여겨볼 장면 중 하나는 자신의 장남이 목숨을 구해준 청년에게 어머니가 보이는 반응이다. “쉽게 잊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내뱉는 어머니의 속내는 섬뜩한 동물적 본성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엄마의 광기를 그린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떠오르기도 한다. 감독은 “자식에 대한 애정 때문에 왜곡되기도 하고, 혈육이 아닌 자에 대해서는 냉혹함마저 보이는게 모성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냉혹한 모성 등 낯선 가족의 모습 출연 배우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료타 역의 아베 히로시는 주로 TV드라마에서 활약해온 연기파 배우이고, ‘아무도 모른다’에서 철없는 엄마로 나온 지나미 역의 유는 TV쇼 패널을 병행하는 엔터테이너이다. 또 어머니 역의 기키 기린은 일본 대표 배우로 ‘걸어도 걸어도’를 통해 자국 영화제 여우조연상 3관왕을 휩쓸었다. 감독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동일성을 만들기보다는 차이점을 부각하려 했다. 보통 가족 속의 부조화를 얘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영화 후반부, 흔들리며 끝없이 ‘걸어갈’ 것 같던 배는 좌초한다. 적어도 해변의 난파선 장면을 보면 그렇다. 세월이 흘러 ‘블루 라이트 요코하마’의 주인공들도 노쇠했음을, 창창한 젊음에도 끝이 있음을 난파선은 보여준다. 의도적인 설정이라 여기기 쉽지만, 감독은 우연히 건진 장면이라고 말했다. 안 그래도 불길한 예감이 스치는 암시를 주고 싶었는데, 운이 좋았다며 흐뭇해했다. 남겨진 사람들은 상상 속에서나마 행복한 해후를 꿈꾼다. 부모님이 살아 돌아와서 1박 2일 동안 함께 지내게 된다면 감독은 무엇을 해드리고 싶을까. “영화 속 어머니처럼, 제 어머니도 늘 제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싶어 하셨어요. 그래서 어머니에겐 차를 태워드리고 싶어요. 그러려면 얼른 면허부터 따야겠죠. 아버지와는 사이가 안 좋아서 15~20년 동안 말을 나누지 않았어요. 돌아오신다면, 생전에 좋아하신 야구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려고요. 그리고 가족 중 유일하게 영화 일에 찬성하신 점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영화는 18일 개봉한다. 전체 관람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열반에 대한 서술과 부처님의 감흥 담겨”

    “열반에 대한 서술과 부처님의 감흥 담겨”

    석가모니의 가르침 대부분은 제자들과의 문답 형태로 전해진다. 하지만 석가모니도 열반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는 기쁨에 겨워 그 감흥을 시의 형태로 읊었다. 그를 엮은 것이 초기 남방 불교 경전인 빠알리 대장경 중 ‘우다나’(自說經)라는 경전이다. 불교 열반 문제를 연구할 때 빼놓을 수 없다는 우다나가 최근 국내에 번역돼 나왔다. 20년째 빠알리 경전 번역에 힘을 쏟은 전재성(56) 한국 빠알리성전협회 회장의 작품이다. ‘우다나-감흥어린 시구’(한국빠알리성전협회 펴냄)를 내고 8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전 회장은 지칠 줄 모르고 ‘우다나’ 자랑을 늘어 놓는다. “열반에 대한 가르침은 한역 대승불교 경전에도 많습니다. 하지만 열반에 대한 직접적인 서술과 부처님의 감흥이 나타나는 건 우다나가 유일하지요.” ‘쇠망치로 쳐서 튕겨나와 반짝이는 불꽃이 차츰 사라져가니 / 행방을 알 수 없는 것과 같이 / 이처럼 올바로 해탈한 님 / (중략) 지복에 도달한 님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는다.’(본문 중) 감흥에 겨운 시라 하지만 이 역시 부처의 가르침. 그 무게를 차치하고도 양장 600쪽의 책 분량도 만만치가 않다. 주석만 총 1111개. 하루 8시간 작업에 매진하며 꼬박 5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그가 지금껏 번역해낸 빠알리 경전만 해도 30권이 넘는다. 빠알리 경전과 인연을 맺은 건 1970년대. “‘대화’지에 ‘민중불교론’을 싣고 정보부의 감시를 받는 차에 폐결핵도 않아 정말 죽고 싶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내면적 세계’에 몰입하던 그는 어느날 강변에서 밝은 빛과 함께 세상이 사라지는 종교적 체험을 했다. 그후 글을 보는 혜안이 떠져 서양철학을 공부하러 독일로 갔고 거기서 ‘거지성자’ 페터 노이야를 만난다. 그에게 들은 빠알리 경전 한 구절에 감동해 89년 귀국과 동시에 번역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남방 불교 경전을 이단시하는 분위기에 10년간 출판은 엄두도 못냈다. 그러다 2000년쯤에야 하나둘 책을 낼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굳이 빠알리 경전을 봐야 할까. “한역은 이중번역이라 의미가 많이 손상됐습니다. 더구나 도교 등 중국 민속의 영향을 받아 왜곡된 면도 있죠.” 빠알리어 원전 번역은 의미가 직접적이고 명확하다고 그는 설명한다. 그러니 본래 부처님 가르침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이를 꾸준히 보고 번역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종일 빠알리 경전만 들여다보고 있다는 그는 힘들 때 행선(行禪) 차원에서 하는 산책이 휴식의 전부다. 그러면서 우다나에 이어 벌써 또 다른 경전 작업에 들어갔다. 1년 정도면 모든 빠알리 경전이 그에 손을 거칠 듯하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저소득 가정 무료 합동 결혼식

    ‘한국에 온 지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었다는 20대 초반 ‘월남댁’도, 중증 장애로 걸음이 불편한 중년의 아주머니도 면사포를 쓴 이날만큼은 모두가 천사의 모습이다. 주례를 하는 목사님도, 결혼식을 지켜보는 하객들도 이들을 지켜보며 눈가에 촉촉히 이슬이 맺혔다.’금천구는 8일 독산동 금천소망교회에서 가정형편 등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다문화가정과 동거부부를 위해 합동결혼식을 마련했다.김천수 소망교회(강남구 신사동) 목사의 주례로 다문화가정 2쌍과 동거부부 3쌍이 참여한 이번 결혼식에는 하객 150여명이 참석, 어려운 형편을 이겨내고 행복하게 살아가려는 이들을 축하했다. 금천구는 예식장, 드레스 및 턱시도, 신랑·신부화장, 기념비디오 촬영, 부케, 케이크, 피로연 등 혼례 관련 용품 일체를 무료로 제공했다.이날 결혼식을 보러 온 김모(45)씨는 “그동안 친구가 결혼비용 때문에 고민해 왔는데 구의 도움으로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구는 이번 결혼식이 다문화가정이나 저소득계층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려는 구의 ‘행복 프로젝트’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인수 구청장은 “한국생활에 적응해 살고 있는 국제결혼 이주여성과 가정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저소득 장애인 부부들이 활기찬 가정을 꾸리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결혼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가정형편 탓에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금천구 주민이면 누구나 각 주민센터나 가정복지과(2627-1438)에 연락해 합동결혼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토종만화 캐릭터를 인형으로… “색다른 즐거움 주고 싶었죠”

    토종만화 캐릭터를 인형으로… “색다른 즐거움 주고 싶었죠”

    앗! 로봇 찌빠와 로보트 킹, 미스터 손이 평면을 떠나 입체로 새롭게 다시 태어났네…. 지난 3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만화 100년 전시회에서 ‘툰토이, 만화를 만나다’라는 코너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한국 만화 유명 작품 20개의 주인공들이 툰토이라는 입체 캔버스를 통해 앙증맞게 부활해 즐거움을 전달하고 있는 것. 툰토이는 만화를 의미하는 카툰(Cartoon)과 장난감을 뜻하는 토이(Toy)의 합성어로, 임덕영(35) 작가가 고안했다. 입체 캔버스라는 개념이 어렵다면, 레고 인형에서 모티프를 따온 일본의 큐브릭이나, 홍콩의 퀴를 떠올리면 되겠다. 만화에 사용되는 말풍선 모양의 머리가 특징인 툰토이는 쉽게 말해 만화 주인공들을 재미있게 입체화한 캐릭터 인형. 외국 만화 캐릭터 인형의 홍수 속에 토종 만화 캐릭터 인형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요즘, 툰토이는 그만큼 반갑게 다가온다. ●로봇 찌빠 등 유명만화 주인공 20개 재탄생시켜 4일 부천만화산업 종합지원관에 ‘플라잉툰’이라는 보금자리를 꾸리고 있는 임 작가를 만났다. 그는 “일본, 미국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만화를 이용한 캐릭터 상품이 거의 없다. 입체 캔버스에 우리 주인공을 담아 부활시켜 보자는 게 이번 전시의 취지”라면서 “기존 만화 전시회는 익숙해진 출력물에 의한 평면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세련미가 없었다. 새로운 창작의 틀로 만화에 입체적인 성격을 부여해 색다름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임 작가는 10년차 만화가다. 평소 만화를 즐겨보고 취미 삼아 그리기도 했던 그는 1999년 공익근무요원일 당시 밤 시간을 이용해 이희재, 박재동 화백이 강사로 나선 만화 아카데미를 수강하며 프로의 길에 들어섰다. 지금은 어린이 만화 학습지와 과학 잡지에 ‘미션 키트맨’, ‘별난 가족’, ‘꼬마 뱀파이어’를 연재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캐릭터 인형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 길을 걸었다. 처음에는 피겨(피규어)에 꽂혀 수천만원을 쓰는 ‘수집 광’이 됐으나 이제 국내 만화 캐릭터 인형 시장의 개척자로 나설 정도에 이른 것이다. 관객들이야 툰토이를 보며 즐거움을 만끽하겠지만 약 4개월의 준비·제작 기간 동안 뼈를 깎는 아픔이 있었다. 우선 캐릭터 원작자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원래 이미지가 왜곡될까봐 꺼려했던 원작자들은 결과물을 접하고는 크게 만족했다는 후문이다. 제작 과정도 어려웠다. 머리와 팔, 몸통과 다리 등 원형 만들기에서부터, 제대로 멋을 내기 위한 깎고 다듬기, 거기에 피겨 아티스트들의 채색에 이르기까지 비용 면에서나 시간 면에서나 쉽지 않았다. 임 작가는 “이번 전시를 꾸리는데 세계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 퀄리티를 지닌 국내 피겨 아티스트들의 힘이 컸다. 특히 이찬우, 황찬석, 강인애 작가 등은 해외 시장에서 원형사로 활약하기도 한다. 나만의 전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전시”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회가 더욱 주목되는 까닭은 툰토이가 국내 만화의 2차 시장을 개척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원소스멀티유즈(OSMU)에 대한 이야기가 봇물을 이루며 만화 장르가 조명받았으나 큰 열매는 없었다. 물론 뽀로로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끈 토종 상품도 나왔으나 그것은 만화가 아닌 애니메이션 쪽 이야기일 뿐. 일본, 미국에선 만화가 연재되며 인기를 끌면 곧바로 캐릭터 상품 제작에 들어가고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애니메이션도 인기를 끌면 이에 따른 캐릭터 상품을 또 내놓는다. 처음부터 만화의 2차 상품화를 염두에 둔다는 것이다. “단순히 귀엽다고 해서 캐릭터가 인기를 얻는 것은 아니다. 좋은 설정과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국내에서도 매력적인 만화 캐릭터들이 많았으나 자체 2차 시장이 없어 사장된 경우가 허다하다.”고 아쉬워하는 임 작가는 툰토이의 상품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갈 길 먼 만화캐릭터 시장 개척 하지만 갈 길이 멀다. 그는 경험에서 나온 조언을 곁들인다. 국내 만화의 OSMU가 활발해지려면 정부의 지원사업이 대형업체에 쏠리는 게 아니라 영화 분야에서 독립영화를 지원하는 것처럼, 자본력에서 뒤지는 중소업체의 아이디어를 살리는 방향으로도 골고루 분배돼야 하고 예술성에만 집착하지 말고 대중성·상업성도 비중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자, 원작자, 제작자의 하모니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임 작가는 “툰토이 사업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단순히 좋아하는 단계를 넘어서 무엇인가 해냈다는 자체가 뿌듯하다. 앞으로 국내 만화 캐릭터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더 진화된 형태의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속삭임]깜장 고무신 신은 까마귀발

    [속삭임]깜장 고무신 신은 까마귀발

    어린이날이라고, 오일장에 가셨던 어머니가 고무신을 사오셨다. 깜장 고무신. 깜장 고무신은 온 동네를 종일 쏘다니는 개구쟁이였다, 개울에서 맨손으로 잡은 송사리나 피라미를 가두어 두고, 다른 깜장 고무신들과 눈깔사탕 하나를 걸고 멀리 벗어던지기를 하고. 그러다 보면 작고 뽀얀 발이 신고 다니던 그걸 어느 때엔 웬 까마귀가 뺏어 신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책과 도시락이 든 책보를 둘러메고 학교로 가다가 진흙탕에 발이 빠져 벗겨지기도 했다. 그러면 휙, 돌아서서 냉큼 주워 한 번 탁, 턴 뒤에 양손에 나눠 들고 맨발로 뛰었다. 우산이 없어 비료포대를 뒤집어 쓴 덕분에 바지는 교실 밖에서 입은 채로 물을 짜냈다. 하교 길은 한결 여유로워 물이 불어난 논길 옆 도랑을 기웃거리며 나무 작대기로 물풀을 휘저어 개구리를 찾고, 그러다 집이 가까워지면 신은 채로 도랑물에 번갈아가며 휘휘 헹구어 발을 씻었다. 추억의 깜장 고무신. 그 속에 담긴 유년은 생각하면 늘 만수위(滿水位)로 흘러넘친다. 참 많기도 한 추억을 신고 다녔다. 삶에 바쁜 와중에 문득문득 깜장 고무신이 떠오를 때마다 신발 신고 있는 발끝을 내려다본다. 같은 깜장이지만 코끝이 눈부시게 반짝거리는 가죽구두! 어떤 생명이 일생 입고 살았던 그 일부, 그 죽음의 대가를 몇 푼으로 대신하고는 아무런 죄책감 없이 발에 꿰고 다닌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바뀐 건 세상만이 아니다. 커질 대로 커져서 더 이상 크지 않는 발, 그리고 신발. 생각하니, 어머니에게 고무신을 사드린 기억이 없다. 내가 고무신이었을 그때엔 어머니도 고무신이었다. 깜장과 하양. 내 건 앞이 민짜였고, 어머니 건 범선 이물처럼 볼록하게 솟았다. 그 고무신을 신고 이웃 잔치 집에 어머니 손을 잡고 함께 가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어머니도 고무신은 신지 않으신다. 고무신 한 번 안 신어 보고도 씩씩하게 잘 자라는 요즘 아이들. 고무신에 대한 추억이 있을 리 없을 아이들. 그래. 이 모든 게 현실이니까, 나도 잊을 건 잊어야지. 하지만 잊히지 않는 것마저 잊지는 말아야지…. 달빛에 외로운 깜장 고무신이 자꾸 나를 유년의 기억 속으로 밀어 넣는다. 글·사진 문근식 시인
  • [아름다운 노후를 위하여] 고부 갈등 피하려면

    [아름다운 노후를 위하여] 고부 갈등 피하려면

    급격한 핵가족화 현상에도 불구하고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고부갈등’은 여전히 가족갈등의 중요한 축으로 작용한다. 서울시가 2005년 집계한 ‘SOS 가정의 전화’ 상담통계에 따르면 가정불화 상담 3156건 가운데 1위는 성격차이(15.8%), 2위는 배우자 부정(15.7%), 3위는 고부·친족갈등(14.4%)이었다.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관계는 ‘종속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같이 살지 않아도 불협화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고부갈등을 피하기 위해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서로의 입장을 돌아보고 배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감사’와 ‘배려’는 고부갈등을 원천봉쇄하는 가장 효과적인 예방약이다. 우선 며느리의 입장이라면 1년에 몇 차례 선물을 많이 사들고 시댁을 방문하는 것도 좋지만 정기적인 안부전화를 통해 마음을 열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집안의 경조사를 일일이 챙기지 못하겠다면 시부모님의 기념일에 집중하는 ‘센스’를 발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호칭’도 불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과도하게 눈치 볼 필요는 없지만 시댁식구, 특히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신랑을 대하는 태도를 눈여겨보기 때문에 호칭에 주의해야 한다. 편하게 “야”라고 부르는 장소는 부부가 단둘이 있을 때로 한정하자. 외로움을 많이 타는 시어머니에게는 집안살림 노하우를 묻거나 1년에 단 몇 번이라도 같이 쇼핑을 다니는 등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마음에서 잘 우러나지 않는다 해도 가급적 시어머니 앞에서는 최대한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시어머니도 주의해야 할 점이 많다. 우선 불화를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아들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아들의 행복을 바란다면 함부로 며느리를 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며느리를 ‘딸’처럼 귀여워하지 못하겠다면 사생활만이라도 존중해야 한다. 직접적인 간섭은 불화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 중 하나다. 또 딸이나 동서가 있다면 그들 앞에서 과도하게 며느리의 위신을 깎지 않도록 주의하고, 무슨 일이든 먼저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일을 맡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부갈등이 심해지면 부부싸움으로 번져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에 남편의 자세도 중요하다. 한국가정상담연구소 관계자는 “특히 남편이 부모 앞에서 아내의 흉을 보는 행위는 ‘금기사항’이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개성회담,北 요구 일방통보 가능성 노 전대통령의 마지막 걸음 걸음…CCTV 공개 회색빌딩 숲속 녹색생명 ‘꿈틀’ ’정부가 간섭 안 하느냐’ 질문에… 되레 괴로운 국가유공자들 ‘쌉쌀 달콤’ 고진감래주 아세요
  • 김명곤 “문화부,국립단체 盧 노제 참가에 부담”

    김명곤 “문화부,국립단체 盧 노제 참가에 부담”

    지난달 29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 노제 총감독을 맡았던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노제를 준비하던 중 국립예술단체 출연에 제동이 걸렸었다.”며 “정부는 국립예술단체가 노제에 참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김 전 장관은 31일 블로그 ‘김명곤의 세상 이야기’에 ‘눈물의 노무현 전대통령 “노제”를 마치고’란 글을 올리고 노제 준비 과정과 노제 현장에서 느낀 소회를 털어놓았다.  그는 “수요일(27일)쯤 국립무용단(진혼무)·국립창극단(혼맞이 노래)·국립국악관현악단(추모 연주)의 출연에 제동이 걸리는 돌발상황이 발생했다.”며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행정안전부의 협조 공문이 문화체육관광부에는 안 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하지만 김 전 장관은 “내가 파악한 상황은 정부가 국가의전으로 영결식은 어쩔 수 없이 치르지만 노제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협조만을 하려는 방침에 따라 국립예술단체가 노제에 참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들(정부)은 예전에 민주열사들의 노제가 거대한 시위로 변화되는 체험을 여러 번 한 터라 그에 대해 거부감과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며”그들은 국립단체가 끼어들지 않고 민간 무용가나 연주단으로 간단한 노제가 치러지는 걸 원하는 눈치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저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각오로 얼마 전까지 저와 손발을 맞추며 일했던 문화부와 국립극장측을 강하게 압박했다.”고 말했다.김 전 장관은 이 과정에서 국립예술단체 노조위원장의 힘을 빌었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노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것을 스태프들의 공으로 돌린 김 전 장관은 “수십 명의 스태프들은 끼니도 거르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어려운 상황을 돌파했다.그야말로 전쟁 같은 준비과정을 훌륭히 수행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 전 장관은 2000년 1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국립중앙극장 극장장을 맡았고,참여정부 임기 끝자락인 2006년 3월부터 1년 2개월 동안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노 前대통령 국민장] “꽃잎처럼 흘러가시라”… 줄지 않는 흰국화 행렬

    [노 前대통령 국민장] “꽃잎처럼 흘러가시라”… 줄지 않는 흰국화 행렬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5일째인 27일에도 김해 봉하마을 빈소를 찾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뙤약볕 아래에서도 3㎞쯤 늘어선 ‘흰국화 행렬’은 좀처럼 줄어들 줄 몰랐다. ●끊임없는 조문객 행렬 29일이 영결식이어서 문상 기간이 내일 하루밖에 남지않아서 인지 오후 들어서부터 직장인과 중장년층의 조문이 부쩍 늘었다. 이날 25만여명 등 5일간 누적 조문객은 90만명을 돌파했다. 부산에서 왔다는 이모(57)씨는 “생전에는 노 전 대통령을 미워했는데 이렇게 돌아가시니 그분의 명복이라도 빌려는 생각에 일을 끝내고 급히 달려왔다.”면서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빈다.”고 애도했다. 공동 장례위원장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이날 “권양숙 여사가 빈소 자원봉사자와 분향소를 찾은 국민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권 여사가 ‘무더운 날씨에도 본업을 뒤로한 채 슬픔을 같이하고 도움을 주신 자원봉사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한다는 말을 대신 전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역사 희생자 보듬었던 고인 이날 오전 제주시 4·3항쟁 유족 대표 20여명이 조문했다. 이중흥(63) 회장은 두 차례에 걸쳐 사저를 방문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방문 당시 사저 정원이 너무 허술해 나무 하나 심으면 좋겠다는 뜻을 피력하니 ‘제주 수종으로 심어달라.’고 하셔서 산딸기나무를 심었다.”고 소회했다. 일본군 위안부 출신 이용수(81) 할머니도 고인의 영정 앞에서 흐느끼며 “큰 별이 떨어져서 달려왔다.”면서 “명절마다 권 여사가 술·과일을 챙겨주셔서 꼭 방문하고 싶었다.”며 눈가를 훔쳤다. 봉하마을 진입로 양쪽에는 1700개의 만장이 내걸렸다. 부산민족예술인총연합회 회원들이 인터넷 다음 ‘아고라’에 오른 노 전 대통령 추모글을 적은 만장은 빈소까지 2㎞ 구간에 설치됐다. 만장에는 ‘돌아와 주세요. 노 통장님. 꽃잎처럼 흘러흘러 그대 잘 가라. 울어도 울어도 보고 싶다.’라며 애도와 그리움을 나타내거나 ‘우리 갈 길 멀고 험해도 끝내 이기리라.’라는 민중가요 가사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경남지방경찰청장 물병 세례 일부 조문객들이 이날 오전 빈소를 찾은 이운우 경남지방경찰청장과 경찰간부 40여명에게 물을 뿌리고 야유를 퍼부었다. 이 경남경찰청장 등 일행이 봉변을 당한 까닭은 승용차에서 내리자마자 길게 늘어선 조문객들을 제치고 맨 앞으로 나아가 ‘새치기 조문’을 했기 때문이다. 이 청장이 조문하는 동안 먼저 차례를 기다리던 일부 조문객들은 경찰간부 일행에게 물을 뿌리고 울먹이면서 “경호(청와대 경호를 오해)도 못하고 자살경위 수사도 제대로 못한 주제에 무슨 얼굴로 왔느냐, 경찰이 왜 조문 순서를 지키지 않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화가 난 일부 조문객은 경찰 일행이 벗어놓은 신발을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 경찰간부 일행은 입을 굳게 다문 채 흩어진 신발을 집어와 신은 뒤 황급히 자리를 떴다. 김해 김정한 이재연기자 jhkim@seoul.co.kr ■ 식지 않는 추모열기 서울광장 추모제 끝내 불허 한낮에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뜨거운 추모 열기에는 미치지 못했다. 서울역사박물관 등 전국 93개 공식분향소를 비롯한 300여개 민간 분향소에는 고인의 서거 5일째인 27일에도 추모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정부는 노 전 대통령 추모 행사를 위해 신청한 서울광장 사용을 이날 결국 불허했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중앙청사 접견실에서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이대영 경실련 사무총장 등 시민추모위원회 관계자 4명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추모위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추모문화제를 개최하기로 하고 서울시에 허가를 신청했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광장 사용규정에 따라 비정치적 행사만 보장되면 개방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추모위는 이날 오후 8시30분 정동교회 앞 광장에서 20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약식 추모제를 열었다. ●유시민 “영결식 때 노란넥타이 맬 것”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이날 서울역 정부 분향소를 찾았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분향소에서 지은 ‘넥타이를 고르며’라는 글을 통해 “꼭 검은 넥타이어야 할까,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자들과 같은 것을 맬 수 없다.”면서 “5월29일 서울광장 노제에서 노란 풍선 백만개가 하늘 높이 오르는 꿈을 꾼다….”며 영결식 당일 노란 넥타이를 매고 가겠다고 말했다. 관공서와 기업들이 회식 등 각종 여흥 행사를 국민장 이후로 미루는 등 전국이 ‘엄숙 모드’에 들어갔다. ●재계 줄지어 분향… 진도에선 씻김굿 서울역사박물관에는 이날도 정·재계 인사들의 분향 추모가 이어졌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과 부인 홍라희씨는 오후 8시30분 서울역사박물관에 마련된 정부 분향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앞서 오전 7시40분 이백순 신한은행장을 선두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등이 분향했다. 삼성그룹 사장단은 회사 버스 편으로 도착해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등 30여명이 단체 분향을 했다. 오후 1시쯤 분향소를 찾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전직 대통령의 서거는 모두의 비극”이라면서 “생전에 고인을 대전야구장에서 뵌 적이 있는데 매우 인간적인 분이었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신동빈 부회장을 비롯한 롯데그룹 사장단과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도 분향소를 찾았다. 충북지역 시민추모위는 28일 오후 7시30분 청주시 상당공원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시민추모제를 개최한다. 또 전남 진도군은 진도 씻김굿 주최로 28일 오후 8시 진도읍 철마광장에서 인간문화재와 씻김굿 기능 보유자가 고인의 명복을 비는 씻김굿을 한다. 전국종합 김해 강원식 서울 김성수 김민희기자 kws@seoul.co.kr ■휴가내고… 지방서… 자원봉사 물결 서울에 사는 정모(45)씨는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들은 뒤 곧바로 김해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정씨는 음식점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휴가를 내고 27일까지 5일째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정씨는 “저에게는 유일한 대통령이었던 노 전 대통령을 위해 무작정 봉하마을로 내려와 국밥 끓이기, 설거지, 청소, 자원봉사 모집, 물나르기 등 닥치는 대로 일하고 있다.”면서 “여기서(봉하마을)는 딱 정해진 일이 없어 그때 그때 필요한 일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모(여·33·여수)씨도 지난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접하자마자 여수에서 경남 양산 부산대학병원을 거쳐 5일째 봉하마을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씨는 “양산에서 집으로 돌아갈까 했는데, 봉하마을에 가면 할 일이 있을 것 같아 찾아왔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빈소가 마련된 봉하마을에는 하루 400~50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투입된다. 이들은 대부분 새마을단체나 녹색회 등 단체 소속이지만, 상당수는 스스로 일손을 자청하고 있다. 봉사자들은 조문객 질서유지, 리본 및 조화 나눠주기, 국밥 끓이기, 쓰레기 줍기, 설거지, 간이화장실 청소 등 수십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정씨와 이씨처럼 스스로 자원봉사 활동을 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도 하루 300명 이상에 이른다. 하루 몇 만명의 조문객을 맞아야 하는 봉하마을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조문객으로 왔다가 일손을 도와달라는 안내 방송을 듣고 자원봉사자로 남은 사람들도 많다. 김모(55·부산·식당업)씨는 25일 오전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봉하마을을 찾았다가 밤늦게까지 국밥에 들어갈 무를 종일 썰고 이튿날 귀가했다. 김해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방명록 수놓은 조문객 글들 “당신의 빈자리 이렇게 클 줄…” “6년 전 당신을 알았습니다. 앞으로 60년 당신을 기억하며, 가슴에 담고 살아가겠습니다.”(경기 부천시 배항섭)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를 찾는 조문객들은 고인을 잊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방명록에 옮기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저마다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하는 마음을 햐얀 종이에 쏟아내고 있다. 초등학생 정지은양은 “대통령 할아버지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국화 놓고 갈게요.”라고 썼고, 김명규씨는 “정작 가야 할 사람은 나이 많은 나인데, 아직 할 일이 많은 당신을 먼저 보내 가슴이 미어집니다.”며 애끊는 마음을 옮겼다. 이진희씨는 “말이 안 나옵니다. 그냥 멍하네요. 멍했다, 슬펐다, 다시 멍해집니다. 살면서 흔들릴 때마다 대통령님을 생각하겠습니다.”고 적었다. 송민호씨는 “주름진 이마와 희끗한 머리를 보면 ‘할아버지’, 막걸리 잔을 기울일 땐 ‘이웃집 아저씨’, 밀집모자를 쓰고 들녘에 나선 모습을 볼 때면 ‘삼촌’이라고 부르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빈 자리가 이렇게 클줄 몰랐습니다.”며 생전을 추억했다. 한권, 한권 맺어지는 방명록에는 권양숙 여사를 걱정하는 마음도 담았다. 연옥이라는 추모객은 “권 여사님, 기운 차리세요. 대통령님은 가셨지만, 여사님은 우리 곁에 남아 우리를 지켜주세요.”라고 걱정하는 마음을 담았다. 김해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다른기사 보러가기] ‘공시족’에게 공직이란?…달라진 의식들 “비정규직 차별 임금 차액 전액 지급하라” 유학생 입국 시즌… 신종플루 금주가 고비 서울대 주요학과 합격자 출신고 분석하니 올 지방직 9급 시험문제 분석해보니 경호관은 은폐 시도… 경찰은 부실 수사
  • “꽃잎처럼 흘러가라”… 줄지 않는 흰국화 행렬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5일째인 27일에도 김해 봉하마을 빈소를 찾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뙤약볕 아래 에서도 3㎞쯤 늘어선 ‘흰국화 행렬’은 좀처럼 줄어들 줄 몰랐다. ●끊임없는 조문객 행렬 29일이 영결식이어서 문상 기간이 내일 하루밖에 남지 않아서 인지 오후에 들어서부터 직장인과 중장년층의 조문이 부쩍 늘었다. 이날 25만여명 등 5일간 누적 조문객은 90만명을 돌파했다. 부산에서 왔다는 이모(57)씨는 “생전에는 노 전 대통령을 미워했는데 이렇게 돌아가시니 그분의 명복이라도 빌려는 생각에 일을 끝내고 급히 달려왔다.”라면서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빈다.”고 애도했다. 공동 장례위원장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이날 “권양숙 여사가 빈소 자원봉사자와 분향소를 찾은 국민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권 여사가 ‘무더운 날씨에도 본업을 뒤로한 채 슬픔을 같이하고 도움을 주신 자원봉사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한다는 말을 대신 전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역사 희생자 보듬었던 고인 이날 오전 제주시 4·3항쟁 유족 대표 20여명이 조문했다. 이중흥(63) 회장은 두 차례에 걸쳐 사저를 방문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방문 당시 사저 정원이 너무 허술해 나무 하나 심으면 좋겠다는 뜻을 피력하니 ‘제주 수종으로 심어달라.’고 하셔서 산딸기나무를 심었다.”고 소회했다. 일본군 위안부 출신 이용수(81) 할머니도 고인의 영정 앞에서 흐느끼며 “큰 별이 떨어지셔 달려왔다.”면서 “명절마다 권 여사가 술· 과일을 챙겨주셔서 꼭 한번 방문하고 싶었다.”며 눈가를 훔쳤다. 봉하마을 진입로 양쪽에는 1700개의 만장이 내걸렸다. 부산민족예술인총연합회 회원들이 인터넷 다음 ‘아고라’에 오른 노 전 대통령 추모글을 적은 만장은 빈소까지 2㎞ 구간에 설치됐다. 만장에는 ‘돌아와 주세요. 노 통장님.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 가라. 울어도 울어도 보고 싶다.’라며 애도와 그리움을 나타내거나 ‘우리 갈 길 멀고 험해도 끝내 이기리라’라는 민중가요 가사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경남지방경찰청장 물병 세례 일부 조문객들이 이날 오전 빈소를 찾은 이운우 경남지방경찰청장과 경찰간부 40여명에게 물을 뿌리고 야유를 퍼부었다. 이 경남경찰청장 등 일행이 봉변을 당한 까닭은 승용차에서 내리자마자 길게 늘어선 조문객들을 제치고 맨 앞으로 나아가 ‘새치기 조문’을 했기 때문이다. 이 청장이 조문하는 동안 먼저 차례를 기다리던 일부 조문객들은 경찰간부 일행에게 물을 뿌리고 울먹이면서 “제대로 경호(청와대 경호를 오해)도 못하고 자살경위 수사도 제대로 못한 주제에 무슨 얼굴로 왔느냐, 경찰이 왜 조문 순서를 지키지 않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화가 난 일부 조문객은 경찰 일행이 벗어놓은 신발을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 경찰간부 일행은 입을 굳게 다문 채 흩어진 신발을 집어와 신은 뒤 황급히 자리를 떴다. 글 / 김해 김정한 이재연기자 jhkim@seoul.co.kr 영상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오산 “초등생 전원 3년 내 영어마을로”

    경기 오산시가 미니도시의 장점을 살려 지역 내 영어교육 대상 초등생 전원을 영어체험마을에 참여시키는 ‘100%, 영어마을 체험’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오산시는 원어민 교사와 함께 체험을 통해 영어를 배우는 ‘영어체험마을’을 다음달 11일 개관, 3년 이내에 매년 영어교육대상 초등학생 전원을 참여시킬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오산시가 영어마을 100% 참여를 추진하고 나선 것은 ‘미니도시’라는 유리한 조건 때문이다. 인구 15만명(5만 3500 가구)의 오산시에는 현재 18개교에 1만 4000명의 초등학생이 재학 중이다. 이 중 영어교육 대상인 3~6학년은 9500명에 불과하다. 오산시는 올해 우선 영어 교육대상인 3~6학년의 43%인 4000명을 영어체험마을에 참여시킨 뒤 시설과 직원을 늘려 3년 내에 모든 초등 학생을 참여시킬 계획이다. 이기하 오산시장은 “전국 곳곳에서 영어마을이 운영되고 있지만, 지역 내 학생 100% 입소는 드문 일로 알고 있다.”며 “작은 도시의 강점을 살려 오산의 영어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설명했다. 영어체험마을은 오산동 850 일원 4741㎡에 연면적 2752㎡,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다. 12개의 영어체험실과 8개 교육실, 다목적실, 체육시설과 휴게실 등이 들어선다. 교육은 ▲경제·수학·과학 등을 영어로 배우는 몰입교육 ▲도서관·병원·식당 등에서 체험으로 영어를 배우는 언어교육 ▲게임과 외국문화 등을 통해 영어를 배우는 창의력 교육으로 나뉘어 4주 코스로 진행된다. 원어민 6명 등 모두 10명의 강사가 학생들의 영어실력을 테스트한 뒤 능력별, 수준별 맞춤 학습을 펼친다. 원어민 1인당 12명 내외의 학생을 담당한다. 교육비는 시가 28만원씩을 보조해 본인 부담금은 10만원이며,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된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나는 왜 내 맘이 내 맘대로 안되노? /박선미

    [엄마와 읽는 동화] 나는 왜 내 맘이 내 맘대로 안되노? /박선미

    아아아, 벌써 아침이란 말이가? 야야는 환하게 밝은 방문을 흘기면서 이불을 끌어다 머리끝까지 푹 뒤집어 썼어. 어찌된 셈인지 실컷 잤는데도 밤새도록 힘든 일을 한 것처럼 피곤해. 지난 밤 꿈에는 얼굴도 보이지 않는 키 큰 어른한테 호되게 야단을 들었어. 어찌나 서럽던지 엉엉 우는데 소리가 나오지 않아. 꿈속에서도 그게 어찌나 답답하던지…. 잠을 깨어 뒤척거리다가 다시 잠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선생님이 나타나서 호되게 꾸짖는 거야. 무얼 그리 잘못했던지 야야는 꿈속에서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코만 쿨쩍쿨쩍 하고 있었어. 밤새도록 그렇게 혼나는 꿈만 꾸어댔으니 아침에 개운할 리가 있겠나. 야야는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다리를 쭈욱 뻗어 이쪽저쪽 더듬거려봤어. 어, 아무것도 걸리지 않아. 그제야 이불을 살짝 내리고 방안을 둘러 봤어. 고모가 덮었던 이불은 착착 개어서 반닫이 위에 반듯하게 올려놓았어. 고모 베개랑 경주 베개도 그 위에 나란히 올려져 있고. 아아, 진짜. 모두다 와 이래 일찍 일어나노? 다시 이불을 덮어쓰고 눈을 꼭 감았어. 문 열고 나가면 경주 얼굴부터 마주칠 건데, 그러면 어떤 얼굴을 해야 할지 생각할수록 마음이 어수선하기만 하거든. “야야, 안즉 자나?” “벌써 깨서 똥구멍으로 숨 쉬고 있을 끼다. 어서 나오라 캐라.” “야야, 학교 빨리 안 가나? 이번 주에는 아침에 방과 후 교실 한다며?” ‘아, 맞다. 아침 공부하기 전에 방과 후 교실 한다고 했지? 아아 순 엉터리야. 방과 후 교실은 공부 다 마치고 진짜로 방과 후 남는 시간에 해야지. 아침부터 무슨 방과 후 교실을 하냐고?’ 이번 주에는 선생님들 오후 출장 때문에 아침 일찍 방과 후 교실 공부를 한다고 했지. 마침내 엄마가 방문을 열어젖히고 큰 소리를 내고 말았어. “야야, 안 일나나? 해가 하늘 똥구멍을 찌르거마는.” “아아아이, 엄마 쪼꼼만 더.” “쪼꼼만 더는. 어서 안 나오나?” 으으으, 야야는 어깨를 웅크린 채 턱을 달달거리며 마당에 내려섰어. 대빗자루로 싹싹 쓸어서 빗자루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는 말간 마당이며, 감나무 끝에 대롱대롱 걸린 채 거무스름하게 쪼그라져가는 홍시 두어 개와 그 너머로 보이는 새파란 하늘이 더욱 으스스 추웠어. “아아아, 추워. 겨울도 아닌데 와 이래 춥지?” 먼저 나온 식구들 보기 민망해서 더 추운 척 어깨를 웅크리는데 엄마가 또 한 마디 했어. “봐라, 경주는 벌써 일어나서 세수하고 머리 빗고 다 했다.” 그러고 보니 경주는 벌써 머리도 감아 빗었어. 경주가 머리 감은 물을 마당에 촤악 뿌려. 물이 흩어지면서 비질한 마당에 공기방울이 송송송 일어. 자잘한 흙구슬을 뿌려 놓은 것 같아. 다른 날 같으면 ‘이번에는 내다. 누가 많이 생기나 해 보자.’ 하고 얼른 세수하고 물을 뿌렸을 거야. 그러나 야야는 경주랑 눈 마주치는 것도 슬슬 피하면서 세숫대야만 뺏듯이 받아 챘어. “봐라 봐라. 경주 걸레 짠 것 좀 보래이. 장골이가 짜도 갱물 한 방울 안 떨어지겠다. 머리 빗는 것도 좀 봐라. 야야 니도 본 좀 받아라, 본 좀.” ‘아이씨, 또 경주 본받아라는 소리제?’ ‘치이, 내가 경주보다 잘하는 것도 얼마나 많은데. 엄마는 맨날맨날 경주만 잘한다카고.’ 엄마 아버지랑 떨어져서 경주 혼자만 야야네 집에 남아 있는 게 안쓰러워서 저렇게 감싸는 건 알지만 그래도 기분이 상해. 세수를 하는 둥 마는 둥 물만 몇 번 찍어 바르고 축담에 올라서니 경주가 기둥에 걸린 낯수건을 떼어서 건네줬어. ‘고맙다 해야 되는데.’ ‘그저께부터 말도 한마디 안했는데 어떻게?’ ‘아아참, 그냥 놔두면 내가 가져다 닦을 건데 뭐하러 수건은 갖다주고 그라노?’ ‘그래도 고맙다 하면 어떻노? 사실, 경주하고 내 하고는 싸운 것도 아닌데.’ 그 짧은 시간에 머릿속에는 한꺼번에 너무도 많은 생각이 일었어. “고맙….” 혼자서 속시끄럽게 생각만 하다가 겨우 입을 달싹거리는데 경주는 벌써 정지간으로 들어갔어. 야야는 경주가 들어가는 걸 보고 혼자서 겨우 말을 맺었어. “고맙다.” “너거 둘이 이번 주에 일찍 간다면서? 어서 밥 한 숟가락 먼저 뜨고 가거라.” 야야는 경주 얼굴을 흘깃 건너다보고 젓가락으로 밥을 조금 집어 올렸어. 경주도 야야한테 눈길을 한번 주더니 아무 말 없이 밥을 떠 넣었어. “너거 둘이 싸웠나? 제비겉이 재재굴거리더마는 오늘은 와 이래 조용하노?” “그라고 보이 너거들 어제도 말 한마디 안 하는 것 같더라. 뭔 일이고?” “하여튼 딸래미들은 웃긴대이. 별 거 아닌 거 가지고 말도 안 하고 골려묵고.” 고모랑 오빠가 뭐라든 둘은 낯빛 하나 안 바꾸고 밥만 떠 넣었어. 밥알이 살아서 입안에 데굴데굴 도는 것이 무슨 맛인지도 몰라. 경주를 흘끔 봐. 경주도 무슨 밥맛이 있겠노? “같이 있을 때 잘 지내래이. 천년만년 살 것 같제? 눈앞에 있다고 날마다 있을 줄 알제? 오늘 이래 얼굴보고 있어도 내일 일은 모르는 기다.” 아버지하고 따로 밥상을 받아 드시던 할매도 한 마디 하셔. “할마씨. 아아들이 그 말을 알겠소? 아침부터 뭔 말을 그래 하요?” 요즘 들어 몸도 자주 아프고 마음 약한 말을 자꾸 하는 할매가 못마땅한지 고모가 놀란 듯이 입막음을 해. 할매까지 걱정하게 하나 싶어 야야도 얼른 한마디 했어. “안 싸웠어예. 잠이 덜 깨서 그러지.” 하긴 그래. 경주하고 싸우지도 않았거든. 그저께 청소 시간에 잠깐 밖에 나갔다 온 사이에 영주랑 행지랑 아이들 몇몇이 그러는 거야. “인자 우리는 경주하고 안 논다. 야야 니도 안 놀 거지?” “와? 경주가 우쨌는데?” “그냥. 맨날 선생님 앞에서 얄랑얄랑하고 눈꼴시어서 못 봐주겠다.” 둘러선 아이들을 돌아보니 순덕이도 영희도 끄덕거려. 야야는 고개를 끄덕하긴 했지만, 집에 오면서 경주 생각을 하니까 마음이 어수선해. ‘아아 진짜. 집에 가면 밥도 같이 묵고 잠도 한 방에서 같이 자는데. 우예 같이 안 노냐고. 말도 어째 안 섞을 수가 있냐고. 안 보고 싶어도 눈만 뜨면 눈앞에 얼른거리는데.’ ‘가시나. 고마 아이들 하고 좀 잘 지내지. 또 우쨌길래 영주한테 밉보여서 골려먹게 만드노?’ 야야는 자기도 어쩔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그만 따돌림 받는 경주가 슬며시 원망스러워. 저녁 먹고 오빠가 빌려온 만화책을 볼 때도 야야는 경주를 피해서 고모 옆에 엎드렸어. 고모를 사이에 두고 둘이서 만화를 보는 것도 참 싱거워. 그렇게 서먹서먹하게 굴다가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도 멋쩍고 쑥스러운 건 그대로야. ‘아아참, 내가 경주랑 싸운 것도 아닌데. 영주가 안 논다고 나도 따라서 안 놀겠다고 하느냐고? 으이그 이 빙신!’ 야야는 스스로 생각해도 자기가 참 못났어. 경주 편에 서서 말도 한 마디 못하고 영주를 따라하는 게 참 바보 같은 거야. 지난번에도 행지를 골리다가 선생님한테 불려갔어. 그때도 영주가 행지하고 안 논다고 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따라했거든. 겁 많은 순덕이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울었어. “샘예, 저는 안 그랬는데예. 그냥 옆에만 있었는데예. 욕도 안 하고예.” 순덕이 말을 듣다가 선생님이 불같이 화를 냈어. “앞장서서 욕하고 골리지 않았다고 잘못이 없는 줄 아나? 아무 말 안 해도, 그 옆에 서 있는 것만도 똑같아. 암 똑같지.” 선생님은 말을 쉬더니 침을 꿀꺽 삼켰어. 유난히 도드라진 목울대가 크게 꾸물럭해. 다시 아이들을 휘이 둘러보고 소리를 조금 낮춰 말을 이었어. “잘못하는 걸 보고 가만히 있는 그 놈들도….” 선생님은 또 화가 치솟는지 말을 멈추고 숨을 가다듬었어. “나서서 골리고 욕하는 아이한테 두 배 세 배로 힘을 보태 주는 거거든. 아무 말 안 하고 서서 보고 있는 동무가 둘, 셋, 넷 많을수록. 혼자 당하는 아이를 생각해봐라. 지 혼자 얼마나 힘들고 외롭겠노?” 야야는 부끄러워서 그 자리에서 스르르 녹아 없어졌으면 싶었어. 속으로는 ‘나는 직접 욕도 안 하고 심하게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하고 있었거든. “혼자 서서 그 눈길을 다 받아야 되는 한 사람. 그 사람이 얼매나 힘든지 아나 말이다.” 그 뒤로 얼마나 됐다고 또 경주하고 이러냐고. 나는 경주하고 안 싸웠으니까 함께 놀 거라고 딱 부러지게 말했어야지. 너거들도 별 거 아닌 일로 싸우지 말고 잘 지내라, 그 말까지는 못하더라도 말이지. 경주는 학교에서도 하루 종일 혼자 지냈어. 혼자 놀고 혼자 밥 먹고. 화장실에도 혼자 갔어. 야야는 그런 경주가 자꾸 눈에 밟혀. 공부시간에도 책만 들여다보고 고개도 한번 제대로 안 드는 경주를 보니까 자꾸 마음이 짠해졌거든. ‘우짜지? 오래가면 어른들한테 걸릴 건데. 집에서는 말할까?’ ‘이웃에 아이들이 다 볼건데. 내보고 약속도 안 지킨다고 안 할까?’ ‘아아 그러게. 나는 안 싸웠으니까 안 골릴 거라 진작 말하지.’ 아이들이 놀지 않는다고 말할 때, 그때 제대로 말을 해야 하는데. 때를 놓치고 나니 제 맘대로 되질 않아. 집에 돌아와서 숙제 좀 하고, 선생님이 읽어오라는 책도 다 읽고 나니 집이 조용해. 늘 함께 있던 경주도 없어. 하긴 서로 말도 안 하면서 둘이서만 집에 있기도 열없겠지. ‘바깥새미에 걸레 빨러 갔나?’ 동네 들머리 바깥새미로 나갔어. 빨래도 하고 허드렛물도 쓰는 바깥 새미에는 걸레 빨러 온 아이들, 양말 몇 짝 들고 나온 아이들 몇몇은 늘 있거든. 그럼, 그렇지. 경주가 두레박질을 하고 있어. 얼마나 심심했으면 지 혼자 빨래를 들고 나왔겠노 싶으니 또 마음이 짠해. 그런데 경주가 활짝 웃으면서 뭐라뭐라 종알거리고 있어. ‘혼자서 그라나, 누가 옆에 있나?’ 가까이 가보니 그 옆에 영주가 앉아서 걸레를 흔들어 빨고 있어. 경주가 퍼 주는 물을 받아서. ‘경주 가시나. 지 걱정했더만, 지 혼자 살째기 영주 꼬셨나보지?’ ‘칫, 영주 가시나. 지가 먼저 말 안 한다 했으면서. 지만 살째기 화해하고.’ 야야는 경주랑 영주가 다시 환하게 웃는 걸 보니 마음이 놓여. 또 한편으론 경주가 얄미워. 영주는 얼마나 야속한지. 혼자서 속 끓이고 있었던 걸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그런데 자기도 모르게 둘 앞에 서서 또 딴말을 하는 거야. “너거들 걸레 빨고 있네. 내가 물 퍼 주까?” 야야는 그러는 자기가 참 싫어. ‘나는 왜 내 맘이 내 맘대로 안 되노?’ ●작가의 말 돌아보면 나는 내 맘속에 있는 말을 다 하지 못하고 돌아서서 후회하고 마음 아파하던 일이 참 많았다. 꼭 해야 할 말을 못하고 때를 놓쳐서 내 맘과 다르게 일이 번져나가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있고, 뒤늦게 후회해도 맘먹은 대로 잘 안 되어서 마음 졸이고 속상해 하고. 혹시 나 같은 아이가 하나라도 있다면 야야 이야기를 두고 엄마랑 동무들이랑 속에 있는 얘기를 실컷 풀어봤으면 좋겠다. ●약력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으로, 스무 해 넘게 초등학교 교사로 살면서 아이들과 함께 우리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 공부를 했다. 지금은 학교를 그만두고 부산에서 혼자 공부하며 지낸다. 그동안 ‘달걀 한 개’ ‘산나리’ ‘욕시험’ ‘내가 좋아하는 과일’ 등의 동화를 썼다. 자라면서 겪은 일을 특유의 사투리와 ‘입말’로 생생하고 재미나게 풀어 써서 ‘이야기 문학의 자리’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NBA] 코비 날면 레이커스 웃는다

    20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미프로농구(NBA) 서부콘퍼런스 결승(7전4선승제) 1차전. 둘째가라면 서러울 클러치 능력의 소유자 코비 브라이언트(31·LA 레이커스)와 카멜로 앤서니(25·덴버 너기츠)의 대결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한 치의 느슨함도 허용하지 않았다. 브라이언트가 40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 앤서니도 39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맞받아쳤다. 승부는 마지막 순간에 갈렸다. 99-99로 맞선 경기종료 30초 전 브라이언트가 자유투 2개를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덴버도 기회는 있었지만 턴오버 하나가 뼈아팠다. 노장 앤서니 카터가 천시 빌럽스(18점 8어시스트)에게 패스를 시도할 때 트레버 아리자(6점 3스틸)가 스틸을 해낸 것. 브라이언트는 10초전 자유투 2개를 넣어 4점으로 벌리며 승부를 매조지했다. 결국 레이커스가 4쿼터에만 18점을 몰아친 브라이언트의 활약에 힘입어 덴버에 105-103,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레이커스는 휴스턴 로키츠와의 준결승에서 7차전까지 가는 바람에 이틀밖에 못 쉬었지만 1차전을 따냄으로써 NBA 파이널 진출을 위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반면 플레이오프 1회전과 준결승을 모두 4승1패로 가볍게 통과한 뒤 24년 만에 콘퍼런스 결승에 오른 덴버의 상승세는 한풀 꺾인 셈. 2차전은 22일 같은 곳에서 열린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가족이 희망이다] 장애, 빚더미, 우울증… 절망에서 나를 일으켜 세운 가족사랑

    [가족이 희망이다] 장애, 빚더미, 우울증… 절망에서 나를 일으켜 세운 가족사랑

    가족은 애증의 존재다. 사랑하는 만큼 밉기도 하고 한없이 고맙다가 야속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인생의 동반자인 가족이 있어 사람들은 살아갈 힘을 얻는다. 경제적 위기나 우울증 등 살면서 부딪히는 다양한 이유로 한때 생의 의지를 포기했다가 가족의 사랑에 힘입어 재기에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봤다. 그들은 입을 모아 “가족이 날 일어서게 했다.”고 말했다. 인천 부평구의 한 화훼농장에서 일하는 조성규(54)씨는 지금도 힘이 들 때면 막내딸 우리(18)양의 사진을 들여다 본다. 지적장애 1급인 우리양은 조씨가 살아가는 전부나 마찬가지다. 우리양이 7살 때인 1998년, 조씨 부부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우리양이 다니던 유치원 교사가 “아이에게 장애가 있는 것 같다.”며 소아정신과 상담을 권했던 것이다. 행동이 굼뜨고 말을 잘 못해 그저 다른 아이보다 좀 늦된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조씨 부부였다. 결국 우리양은 장애 판정을 받았다. ●아내 가출 뒤 똘똘 뭉친 네 부녀 그 때부터 조씨 가족에겐 웃음이 사라졌다. 조씨 부부는 우리양을 데리고 병원과 학교를 제 집처럼 드나들었다. 그러던 중 설상가상으로 조씨의 타이어 대리점도 문을 닫게 됐다. 사업 실패에 아이의 장애까지 겹치자 아내는 집을 나갔다. 조씨는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고 보니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극단적인 생각도 해봤지만 나만 바라보고 있는 세 딸을 생각하니 도저히 그럴 수는 없었다.”며 지난 세월을 아프게 떠올렸다. 아내의 빈 자리는 세 딸들이 대신했다. 장녀와 차녀는 수업을 마친 뒤 서로 번갈아 가며 집으로 곧장 와서 혼자 집안 일을 하고 있는 막내를 보살폈다. 우리양 또한 언니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빨래와 청소 등 혼자 하기 버거운 집안 일을 스스로 도맡아 했다. 실의에 빠져 있던 조씨도 딸들이 먼저 서로 똘똘 뭉치는 모습에 힘을 얻어 트럭운전, 가구설치, 퀵 서비스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힘든 시기 막내가 구심점” 지금도 조씨의 고단한 삶은 끝날 줄 모르지만 점점 좋아지는 우리양의 몸 상태가 조씨의 보람이자 낙이다. 그는 “남 앞에 서는 걸 극도로 꺼려했는데 요즘은 우리가 교회 오케스트라에서 클라리넷도 연주하고 있다.”면서 “환하게 웃으며 클라리넷을 부는 우리를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우리양의 두 언니도 더 이상 동생의 장애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조씨는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많이 힘든 시기에 막내딸 덕분에 중심을 잃지 않았다. 살면서 딸 아이에게서 받은 사랑의 빚을 갚아 나가겠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글ㆍ사진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프로야구] 꿈의 4할 타자 나오나

    [프로야구] 꿈의 4할 타자 나오나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시작된 ‘타고투저’ 현상이 이어지며 27년 만에 ‘꿈의 4할 타자’ 탄생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페넌트레이스 532경기 중 28%가 치러진 18일 현재 두산 김현수(.414)와 SK 정근우, LG 로베르토 페타지니(이상 .412) 등 3명이 타격 1~3위를 달리며 4할 타자의 꿈을 부풀리고 있다. 정확성과 파워를 동시에 겸비한 타자들이어서 팬들의 기대감도 그만큼 크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2명 이상이 4할 타율을 이처럼 오랜 기간 유지하기는 1987년 장효조(53·당시 삼성 .415)와 김용철(52·당시 롯데 .404)이 175경기 동안 타격왕 경쟁을 벌인 이래 22년 만이다. 역대 4할타를 기록한 선수는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당시 MBC 청룡의 감독 겸 선수였던 백인천(66·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이 유일하다. 팀당 80경기를 치렀던 당시 백 위원은 72경기에 출장해 .412(250타수 103안타)의 대기록을 남겼다. 가장 최근엔 1994년 해태(현 KIA) 유니폼을 입었던 이종범이 시즌 종료를 22경기 앞둔 8월21일(104경기)까지 4할 타율을 유지한 바 있다. 그러나 이종범은 8월 무더위로 급격히 체력 저하를 보이며 타율 .393로 시즌을 마쳤다. 4할 타율은 70년 역사의 일본 프로야구에서 한번도 나온 적이 없다. 메이저리그에서도 1941년 테드 윌리엄스(보스턴 .406)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현재 방망이에 물이 흠씬 오른 좌타자 김현수가 4할 타율을 이룰 선수로 첫손 꼽힌다. 부챗살 타법을 구사하는 김현수는 어느 공이든 안타로 만들 수 있는 자질을 타고났다는 평가다. 허리가 빠졌지만 밀어서 때리고, 몸쪽으로 파고드는 공은 간결한 스윙으로 잡아당긴다. 볼넷 24개로 전체 5위에 오를 만큼 선구안도 좋아 안타를 때릴 확률은 그만큼 더 높다. ‘파이터’ 정근우도 4할타를 벼른다. 빠른 발을 이용, 내야땅볼성 타구를 안타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다만 톱타자인 것이 걸린다. 경쟁자들보다 좀 더 많은 타석을 맞는 것이 유·불리를 따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근우같이 전형적인 리드오프(1번타자)형 선수가 4할 타율을 기록한다면 이는 ‘현대야구의 기적’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여자 허벅지만 한 팔뚝으로 홈런과 타율에서 고공비행 중인 페타지니도 빼놓을 수 없다. 타수(119)에 비해 삼진(22개)이 많은 것이 흠. 정근우(148타수 15삼진)와 김현수(128타수19삼진)에 비해 많은 편이다. 셋의 경쟁이 치열한 데다 8개 구단 팀 평균자책점이 4.63으로 2001년(4.71) 이후 가장 좋지 않다는 점도 4할타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유일한 4할타의 주인공인 백인천 해설위원은 “(체력저하가 예상되는) 8월 무더위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세 남자의 ‘가슴 서늘’한 영화 ‘3xFTM’

    세 남자의 ‘가슴 서늘’한 영화 ‘3xFTM’

     김명진이란 남자가 있다.백일 사진 속에서 예쁘장한 ‘계집아이’였고 여자들만 다니는 중고교를 졸업했지만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첫 번째를 ‘2’에서 ‘1’로 바꿨다.여자친구에게 평범한 결혼과 가정을 선사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그리고 법적으로 남자로 인정받은 상황에서 이력서에 ‘여자공업고등학교’ 가운데 ‘여자’를 지웠다가 취직하려던 회사의 사장에게 사기죄로 고소당했다.  다음달 4일 상업 상영의 막을 올리는 독립영화 다큐 ‘3xFTM’(김일란 감독)은 김명진,고종우,한무지 등 세 명의 FTM(성전환남성·Female Toward Male)들을 다룬 최초의 트랜스젠더 영화다.가수 하리수나 ‘천하장사 마돈나’ ‘장밋빛 인생’ ‘헤드윅’ 등을 통해 MTF(성전환남성 Male· Toward Female)에 대해서는 비교적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FTM의 면모는 좁처럼 접하기 어려웠던 것.이미 부산국제영화제 등 30개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들었고 이제 정식 개봉을 앞두고 대중이 이 세 청년들이 내민 손을 잡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 영화가 상업 상영의 관문을 통과한 것 자체가 우리 영화판,사회의 공기가 달라졌다는 반증일까.  ●거북살스럽지 않은 트랜스젠더 영화  거북살스럽지 않겠나 생각했던 걱정은 씻은 듯 달아났다.러닝타임 115분 내내 쉴새없이 세 남자가 살아온 얘기,갖고 있는 생각,삶과 사람을 대하는 자세 등에 대해 얘기하는데 자칫 지겨워질 수 있는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았다.기자는 1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 잠깐 졸렸을 뿐이었다.그리고 세 남자 얘기에 정신 없이 빠져들었다.  고종우는 신문사 지국 일을 하면서 혼자 산다.시간 나면 남자학교 운동장 같은 델 가 건강한 남성이 뛰어다니는 것을 지켜본다.힘 깨나 쓴다고 과시하고픈 남성들이 두들겨대는 전자오락기를 때려도 보고 노래방에 가서 혼자 악다구니도 쓴다.그렇다고 마초도 ‘변태’도 아니다.그저 외롭기 때문에,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어할 따름이다.  한무지는 가슴을 절제했다.퍼레이드에서 웃옷을 벗어 던지며 여느 남자처럼 웃통 바람으로 돌아다니며 한껏 해방감에 젖어들었다.한때 “언니”라고 불렀던 여동생으로부터 “오빠”로 자신을 불러주게 된 여동생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지닌 터프 가이가 그다.10년지기 친구가 어느 날 내뱉었던 “아참 너,여자였지” 한마디를 뇌리에 기억해둔 섬세한 이가 그다.  이들의 삶은 힘겹기만 하다.취직을 위해 취업전문학원에 다니고 신문 배달을 위해 오토바이를 몰아야 하고 적은 월급과 잦은 월급에 불평을 터뜨리고 있다.그렇게 힘들게 살아온 이들은 영화 초반,”왜 굳이 남자가 되려 했던가에 대한 답”(김명진)이 될 것이라고 했다.”어떤 경계에 대한 문답”(한무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현재에 만족하고 있을까.115분 내내 이들은 쉴새 없이 묻고 질문한다.이들은 고종우 말마따나 “자기 문제에 전문가”들인 까닭이다.태어날 때부터 외모와 성징과 다른 성정체성 때문에 고민해온 탓인지 이들은 생각이 깊고 넓다.24시간 사람들이 자신을 여성으로 인식할까봐 긴장해온 이들은 가슴을 절제하고 압박셔츠로 묶고 두툼한 옷을 겹쳐 입어온 이들이다.  ●’자신을 긍정하는 이가 행복’ 교훈도 선사  세 청년의 질문은 하나로 귀결된다.”자신을 긍정하지 않는 자가 진짜 불행한 존재”(고종우)란 절규는 정말 가슴 서늘한 데가 있었다.  ”내가 세상 편하게 살려고 한 거지요.이기적으로”(김명진)란 설명도 가슴을 적시는 부분이 있었다.왜?  소중한 사람들에게 일단 커밍아웃을 한 이들은 영화 제작과 함께 했던 제2의 커밍아웃에 이어 영화 상영과 함께 세 번째 커밍아웃을 하게 된다.김명진은 가슴 절제수술을 받기 전후해 어머니로부터 ‘미친 년 지랄하고 자빠졌네’’집에 오려거든 낮에 오지 말고 저녁에 와.’ 등의 얘기를 들었다.그리고 어머니에게 “왜?”라고 꼬박꼬박 말대답을 했다고 했다.그 어머니가 새 아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진다.한무지는 한때 자신을 언니라 불렀던 여동생에게 “오빠”라 부를 것을 강요한 셈이 됐다.고종우는 정말 찐한 사랑을 갈구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너무 손해보는 성격 탓에 잘 안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관객이 공유하게 될 것 같다.  ●기대되는 ‘커밍 아웃 3부작’  이 영화는 이른바 ‘커밍아웃 3부작’의 1편 격으로 만들어졌다.최초의 커밍아웃 정치인 최현숙 진보신당 국회의원 후보와 함께 선거운동을 뛴 사람들의 얘기를 다룬 ‘레즈비언 정치도전기’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와 함께 제작하는 ‘종로의 기적’이 계속해서 상영될 예정이다.1월15일 개봉된 이충렬 감독의 워낭소리에 이어 매월 한 편씩 소개된 ‘2009 희망다큐프로젝트’의 여섯 번째 작품이다.  독립영화나 상업영화 판을 통틀어 최고의 미인 감독으로 꼽히는 김일란 감독의 감각적이면서도 섬세한 연출과 커밍아웃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준 세 남자의 열연(?),이 완성도를 높였다.  찝찝한 영화일 것이란 선입견만 살짝 물리치면 내 곁을 스쳐간 또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영화다.개인적으로 5월 맑은 햇살 속에 시사회 보러 ‘컴컴한 동굴’에 들어가는 게 끔찍했다는 점을 토로해야겠다.하지만 동굴 속에서 새삼스레 거울을 꺼내 들여다보게 됐고 시사회가 끝난 뒤 말간 햇살이 나를 꿰뚫는 것같은 느낌에 되려 기분이 좋아졌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프리미어리그] 3연패 이끈 ‘슈퍼 히어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챔피언으로 이끈 ‘슈퍼 히어로’는 누구일까. 맨유는 UEFA 챔스리그를 비롯해 각종 대회를 병행하는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도 리그 3연패를 이루며 잉글랜드 최강 클럽임을 또 한번 입증했다. 우승의 일등공신은 뭐니뭐니해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시즌 초반 호날두가 부상으로 빠진 맨유는 리그 14위로 곤두박질쳤다. 호날두는 복귀 뒤 33경기에 꾸준히 출장하며 맨유를 정상에 올려놨고, 18골을 터뜨려 2년 연속 득점왕을 눈 앞에 뒀다. 지난 시즌 31골보단 떨어지지만 여전히 프리미어리그 ‘NO.1’ 공격수임을 인증받은 셈. 최전방 공격수부터 양쪽 윙, 수비까지 전방위 활약을 펼치는 웨인 루니도 빼놓을 수 없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원하는 공격수의 전형. 헌신적인 플레이에 30경기 12골에 이르는 막강한 골결정력으로 팀을 정상에 세웠다. 우아하지만 파괴력 있는 디미타르 베르바토프(32경기 9골), 세계적인 골게터지만 팀내에선 세 번째 공격수인 카를로스 테베스(29경기 5골) 등의 전방위 활약 역시 매서웠다. 36살의 나이에 올해의 선수상을 거머쥔 라이언 긱스와 리그 최고의 레프트 백 파트리스 에브라는 든든하게 중원을 책임졌다. 또 ‘통곡의 벽’으로 불리는 최강 수비의 핵인 네마냐 비디치도 빼놓으면 섭섭할 선수. ‘찰떡 궁합’ 리오 퍼디낸드가 없을 때도 신예들과 호흡을 맞추며 효과적으로 상대 득점을 봉쇄했다. 수문장 에드윈 판 데르사르는 20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으로 눈부신 선방을 했고,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팀의 뒷문을 잘 지켰다. 맨유 유니폼을 입고 뛴 모든 선수들의 땀방울이 값졌지만, 이들 ‘슈퍼 히어로’의 활약이 있었기에 맨유는 3시즌 연속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아름다운 노후를 위하여] ⑦ 건강은 최고의 재산

    [아름다운 노후를 위하여] ⑦ 건강은 최고의 재산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있다. 나이 60에 환갑잔치를 하는 풍경은 사라진 지 오래다. 대신 해외여행 가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의료기술이 크게 발달해 평균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얼마 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9.6세로 10년 전보다 5년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평균수명 증가에 따라 ‘환갑’은 아직 팔팔한 나이로 제2의 인생서막을 여는 전환점 정도로 인식한다. 관리를 잘했다면 신체적으로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몸이 예전 같지 않다며 자주 앓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나이는 못 속인다.’고 푸념을 하게 될 나이쯤이면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혈압·당뇨 조절, 평소 철저한 관리를 노인성 질환의 증상은 말로 표현하기 애매한 것이 많다. 열이 없는 염증, 소리없이 다가오는 심근경색증 등 두드러진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흔치 않아 질환을 미리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또 질병인지 일반적인 노화현상인지 구분하는 것도 어렵다. 하나의 질환이 아닌 세 가지 이상의 복합 질환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은 심혈관질환과 당뇨병이다. 대체로 통증 등의 사전 예고가 없기 때문에 가장 주의해야 한다. 이런 질환을 예방하려면 평소 혈압과 당뇨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혈압은 수축기120㎜Hg, 이완기 80㎜Hg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수축기 혈압이 120~139㎜Hg 수준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80~89㎜Hg 수준이라면 고혈압 전 단계로 보고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이 각각 140㎜Hg, 90㎜Hg 이상이면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생활요법은 금연, 금주, 저염식 섭취와 꾸준한 운동이 추천된다. 목소리의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역류성 식도염’으로 위산이 역류돼 가슴에 통증을 일으킴과 동시에 목소리의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위산이 폐로 역류해 폐렴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목소리가 갑자기 변할 경우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만성피로·복부팽만 땐 간질환 의심하라 평소 만성피로, 전신쇠약, 복부 팽만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먼저 ‘간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명치부위에 통증이 있는 데다 소화불량과 구역감을 느낀다면 췌장이나 위, 십이지장 등의 부위에 염증, 궤양, 암 등이 생겼는지 건강검진을 통해 확인해 봐야 한다. 공복시 속 쓰림,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십이지장 궤양을, 식후에 이런 증상이 있다면 위염 및 위궤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하복부가 불쾌하고 변비와 설사가 동반되면 과민성 대장염이나 대장암이 아닌지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또 다른 대표적인 노인 질환으로 지목되는 것이 ‘퇴행성 관절염’이다. 노령인구의 증가로 전체 인구 중 10 ~15% 정도가 이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5세 이상 인구의 약 80%가 관절염을 앓고 있으며 75세 이상의 노인들은 모두가 퇴행성 관절염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연골이 닳아 없어지면서, 변화가 나타나는 질환으로 퇴행성 관절질환, 골관절염 또는 골관절증이라고도 불린다. 이 질환은 관절을 과도하게 사용할수록 발병 확률이 높아지는 특징이 있고 보통 중년 이후에 발생한다. 이 외에도 비만, 가족력, 관절의 외상 등이 있는 사람은 발병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2배 이상 높아 주의해야 한다. 초기에는 운동요법과 물리치료로 증상을 쉽게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중기를 넘어서면 약물치료와 수술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증상이 경미할 때 빨리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다. 서울시북부노인병원 가정의학과 김윤덕 과장은 “퇴행성 관절염을 예방하려면 체중감량과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체중을 1, 2㎏ 감량하고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의 운동으로 다리 근육을 키우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누구나 알고 있는 100세 장수비법 장수비법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목표이기도 하다. 노화고령사회연구소 박상철(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 소장은 지난해 열린 대한의사협회 100주년 학술대회에서 100세 장수비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많이 움직여라 ▲환경과 변화에 열심히 적응하라 ▲많이 생각하라 ▲감성에 충실하고 잘 느껴라 ▲보신 음식에 휩쓸리지 마라 등 5가지 사항을 발표하기도 했다. 매사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생활’과 ‘소식(小食)’이 장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일반인들이 잘 알고 있지만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장수비법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 100세 장수인은 대부분 매일 정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마찬가지로 정확한 시간에 일어난다. 또 식사는 적은 양을 규칙적으로 거르지 않고 먹는 경향을 보인다. 장수인 가운데 흡연하는 노인도 일부 있지만 술과 담배를 끊는 것이 검증된 장수비법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전문가는 없다. 일주일에 2~3일 운동을 하고 1회 운동시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도 건강을 지키는 바람직한 방법이다. 단 지방이 건강에 해롭다고 무조건 육류를 멀리해서는 안 된다. 육류에 풍부한 ‘단백질’은 건강을 유지하는 필수 영양소이기 때문에 끼니 때마다 적당량 먹는 것이 좋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김창오 교수는 “100세 장수법은 비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얼마나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규칙적인 생활 등 공인된 장수비법을 지키되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효율적인 건강검진법질병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라.’ 하는 말이 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생활습관도 중요하지만 미리 점검해 치료하는 것도 필수다. 건강검진은 질병의 증상이 나타나기 전 조기에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균관의대 내과 최윤호 교수의 도움을 받아 효율적인 건강검진법을 알아봤다. ●생일·결혼기념일 등 정해 年1회 검진 건강검진 주기에 대해 정해진 원칙은 없다. 최윤호 교수는 “미국의학협회에서는 50대 이상의 경우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 받을 것을 권고한다.”면서 “노년층은 특별한 질병이 없어도 매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생일, 결혼기념일 등 기억할 수 있는 날을 지정해 규칙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자신의 건강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200만~300만원에 달하는 종합건강검진만을 고집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일반적인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검진을 이용하면 된다. 기본검진뿐만 아니라 자궁경부암, 위암, 유방암, 간암, 대장암 등을 2년마다 저렴한 비용으로 검사할 수 있다. 암은 국내 사망원인 1위인 만큼 의심 증상이나 가족력이 없어도 받아보는 것이 것이 좋다. 혈압, 혈중 콜레스테롤, 치과 검진은 필수로 해야 한다. 50대부터는 노안이 오기 쉽기 때문에 안과 검진도 필요하다. ●만성질환·가족력 있으면 수시로 측정해야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 위험군에 속하거나 가족력 등을 가지고 있다면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당뇨병 검사는 일년에 1~2회, 고혈압도 일년에 2회 이상 수시로 측정해야 한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컴퓨터 단층촬영이 폐암 조기발견에 도움이 된다. 국내 사망원인 2, 3위로 꼽히는 뇌혈관, 심장질환 검사방법도 다양해졌다. 술을 많이 먹는 ‘애주가’라면 꼭 받아봐야 할 검진이다. 최 교수는 “단순히 검진만 받으면 질병이 체크되고 결과에 이상이 없다고 안심하면 큰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엔 대형병원마다 검진만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건강검진센터가 개설돼 있다. 무엇보다 의사와 상의해 자신에게 필요한 건강검진목록을 정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환하게 웃는 건강 100세 부산 수영구 광안동에 사는 노병금(100) 할머니의 얼굴에는 촘촘하게 새겨진 지난 100년 세월을 비웃듯 건강한 웃음이 넘친다. ‘웃음’과 ‘가족간의 사랑’이 장수의 지름길이라는 노 할머니는 젊었을 때도 ‘살인미소’로 유명했다. 1남 3녀를 둔 노씨는 자식들에게 화내는 일 없이 항상 웃음을 전했고 허물은 사랑으로 감쌌다. 그 덕분인지 노씨의 맏며느리 최영옥(50)씨는 올 어버이날에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효부상을 수상했다.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는 이 집에서는 올해 76세가 된 큰딸도 노 할머니 앞에서는 재롱둥이 귀여운 아이다. 100세까지 장수하는 노 할머니에겐 남다른 습관이 있다. 매일 오후 8시 잠자리에 들기 전 소주 한 잔을 마시는 것. 잠이 더 잘 오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8시간 후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난다. 하지만 담배는 입에 대보지도 않았다. 절대 과식을 하지 않고 평소 자장면과 사이다를 좋아한다. 지금도 집에서 콩나물을 다듬고 설거지도 돕는다는 노 할머니는 “예쁜 손자 생각에 어찌 내가 죽을 수 있겠노.”라며 활짝 웃었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사는 고정례(101) 할머니는 1세기란 세월을 공기 좋은 전남 담양에서 보냈다. 고 할머니 역시 자신의 건강비결은 ‘규칙적인 생활습관’에 있다고 말했다. 항상 저녁 10시면 잠자리에 들고 아침 6시에 일어난다. 가족들은 고 할머니의 습관이 마치 군인들처럼 규칙적이라고 전했다. 끼니도 절대 거르는 법이 없다. 낮에는 뒷산 텃밭에 기르는 채소를 살피러 매일같이 산에 오른다고 한다. 저녁이면 마을회관에 들러 동네 할머니들과 수다판을 벌이고 민화투도 치며 여가를 즐긴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고 할머니에게 치매 같은 노인성 질환은 남의 얘기에 불과하다.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비결에 대해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잘 돌아다니면 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e북시장 한국서 부활하나

    e북시장 한국서 부활하나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과 미국, 일본의 지하철 풍경은 유사하다. 젊은 승객들이 첨단 모바일 기기 하나쯤은 들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휴대전화나 게임기에 몰입한 승객이 대부분인 반면 미국·일본에서는 전자책(e북)을 읽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e북은 종이책의 텍스트를 디지털 파일로 만든 것이다. 출발은 한국이 빨랐다. 몇몇 벤처기업이 10년 전에 PC를 통해 읽을 수 있는 전자책을 내놓았으나 모두 망했다. 지금은 북토피아와 교보문고 등이 전자책 서비스를 계속하고 있으나 사업 존폐를 걱정하는 처지다. 읽을 수 있는 책도 무협지나 만화가 고작이다. 한국에서 e북이 고전하는 이유는 콘텐츠, 단말기, 모바일망의 부재 때문이다. 종이책 판매 저하를 우려하는 출판사들은 베스트셀러를 전자책에 넘겨주지 않는다. 전세계 e북 시장을 평정한 아마존의 ‘킨들’과 같은 휴대용 단말기가 나오지도 않았고, 이동통신망도 확보되지 않아 전자책의 생명인 ‘이동성’을 담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변화가 시작됐다. 인터넷서점 업계 1, 4위인 예스24와 알라딘은 지난 12일 공동출자 법인을 만들어 전자책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출판사와의 전송권 계약은 물론 제작, 판매까지 함께 하기로 했다. 알라딘 김성동 팀장은 “아마존과 마찬가지로 유통 강자인 인터넷서점이 나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베스트셀러 목록의 50% 이상을 전자책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삼성전자도 전자책 전용 단말기 ‘파피루스’를 오는 6월쯤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A4용지 절반 크기인 파피루스는 512메가바이트 메모리에 터치스크린 방식을 적용했다. 종이와 비슷한 질감이 나도록 e잉크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e북이 무선인터넷의 킬러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 SK텔레콤과 LG텔레콤 등 이동통신사들도 단말기 제조업체와 손잡고 연내에 사업에 뛰어들 태세다. 콘텐츠-이통망-단말기로 이어지는 최적 환경이 구축되는 셈이다. 세계 시장은 더 뜨겁다. 아마존이 지난 2월 기존 제품보다 얇고 배터리 수명이 긴 ‘킨들 2’를 내놓았다. 미국 도서유통 업체인 반스&노블은 전자책 업체인 픽션와이즈를 인수, 스마트폰 블랙베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구글과 소니도 e북 시장 공략을 위해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다국적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전세계 e북시장 규모가 2008년 18억달러에서 2013년 89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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