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심리학 주춧돌 3인의 학문과 열정
심리학만큼 제 대접을 받기까지 수난이 많았던 학문도 드물다.기껏사제나 주술사들의 종교의식쯤으로 인식되다가 19세기에는 다시 과학적 논리에 입각한 현대의학에 배격당해야 했다.프로이트의 학문체계에 기대 가까스로 학문영역에 편입된 것은 20세기에 들어와서였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세계적 초상화가이자 전기작가이며,‘광기와 우연의 역사’의 저자로 잘 알려진 슈테판 츠바이크는 가려진 심리학의궤적을 더듬었다.1931년에 발표한 저서 ‘정신의 탐험가들’(푸른숲)에서 심리학의 전사(前史)적 기록을 살펴보기로 한 지은이는 3인의역사속 심리학자를 불러냈다.
현대심리학이 꽃피기까지 자양역할을 한 3인은 프란츠 안톤 메스머와 메리 베이커 에디,그리고 구구한 해설이 필요없는 지그문트 프로이트.그들의 독특한 삶과 신념,연구과정을 책은 두루두루 평전형식으로 엮었다.메스머와 에디에 대한 소개는 독자들에게 뜻밖의 참신한 책읽기 체험을 선사해준다.
현대 심리치료의 시조로 뒤늦게 평가된 프란츠 안톤 메스머(1734∼1815)가 먼저 소개된다.신학,철학,의학박사였던 그는 우연히 자석치료의 효과를 경험하고,인간의 신경에 적절한 영향을 줌으로써 어떤 화학약품보다도 강한 치료효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이론을 폈던 이다.
인간의 정신적 불안정 상태를 자기(磁氣)요법으로 치료하는,이른바‘메스머 열풍’을 일으킬 즈음 그는 프랑스 왕 루이 16세의 왕비인마리 앙투아네트로부터 후원을 약속받을 정도로 명성을 날렸었다.그러나 그의 실험은 ‘몽상적’이란 비난에 휩쓸려 지속적인 빛을 보지 못했다.그러고 보면,그의 이야기는 시대를 잘못 타고난 천재의 전형이다.학계로부터 공인받지 못한 메스머는 끝내 사기꾼으로 몰리는 비운의 주인공이었다.
다음은,독특한 방법의 심리치료를 근간으로 ‘크리스천 사이언스’라는 유명한 종교운동을 주도한 여성 메리 베이커 에디(1821∼1910).굳이 심리학사(史)와 연관짓지 않더라도 그의 생애는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일대기가 된다.쉰줄에 접어들고서야 본격적 사회활동을 시작한 늦깍이였던 그는 영적 에너지에 기탁해 암시를 하면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종교에 자본을 결합시킨전형적인 미국식 종교운동 방식을 고집했다는 이유로,지은이는 그를썩 곱게 보지는 않았다.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쪽에 무게중심을 둔 건 당연하다.책을 집필할 당시 프로이트가 생존해 있었던 만큼,지은이는 그와 친분을트고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다.심리이론이 정립된 시대적 상황에서부터 “해부용 칼을 들고 철학을 한” 프로이트의 학문세계가 115쪽에걸쳐 되짚어진다.편집자 후기에는 프로이트의 편지가 수록돼 있다.안인희 옮김.1만3,000원황수정기자 s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