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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겨울에 만나는 과학 놀이터 - 국립과천과학관 어때요?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겨울에 만나는 과학 놀이터 - 국립과천과학관 어때요?

    “아름다운 여인의 마음에 얻으려 노력할 때는 1시간이 마치 1초처럼 흘러 간다. 그러나 뜨거운 난로 위에 있을 때는 1초가 마치 1시간처럼 느껴진다. 이것이 바로 상대성이다.”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1879?1955)은 자신이 증명한 일반 상대성 이론이 어렵다고 불평하는 기자들에게 이렇듯 간단히 그의 이론을 설명해 주었다. 기존의 과학을 뒤집으려 한 젊은 유대인 과학자의 용맹무쌍한 도전은 결국 보수적인 런던 왕립 학회의 검증까지 받게 된다. 1919년 기니 만에 있는 프린시페 섬에서의 일식 관측은 결국 상대성 이론의 증명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세계에 알렸고, 이 결과로 그는 1921년 노벨과학상을 받게 된다. 이제 인류는 뉴턴이 주창하였던 고전역학의 세계에서 드디어 빠져나오게 되었고, 상대성 이론을 앞세운 현대 물리학이라는 새로운 과학 앞에 서게 되었다. 과학은 세상을 바꾼다. 미세먼지로 인해 집안 창문을 꼭꼭 닫아두고 있는 겨울, 가족들과 함께 과천에 있는 국립과학관으로 가보자. 2008년 11월 14일에 과천에 개관한 과천국립과학관은 서울대공원 앞 24만3970㎡ 의 부지에 연면적 4만9464㎡, 전시면적 1만9127㎡ 규모로 4500억원이나 투입하여 근 2년 6개월 만에 완공한, 국내 최대 규모의 과학관이다. 또한 과학관 내부와 외부에는 한나절을 꼬박 보아도 시간이 모자랄 지경에 이를 정도로 볼거리는 풍부하다. 우선 내부에는 상설전시관이 제일 먼저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곳에는 어린이탐구체험관, 기초과학관, 자연사관, 전통과학관, 첨단기술관, 미래상상SF관이 있어 초등학교 자녀들의 눈높이 딱맞는 관람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프론티어 창작관에는 노벨상과 나, 명예의 전당, 무한상상 메이커 랜드가 있어 직접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고 있다. 또한 천문우주관에는 천체투영관, 천체관측소, 스페이스월드가 있어 바로 오늘 밤하늘의 모습을 똑같이 재현해 시간대별 밤하늘의 별자리 위치와 그에 얽힌 신화 이야기를 전문 요원이 들려준다. 이외에 야외전시관에는 곤충생태관, 자연생태공원, 공룡역사광장, 옥외전시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직접 손으로 만질 수가 있으며 나비와 곤충의 생태에 관한 심도깊은 체험을 할 수도 있다. <과천국립과학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미세먼지 가득한 겨울 가족 나들이로는 최적의 장소다. 2. 누구와 함께? -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족이라면 3. 가는 방법은? - 13817 경기도 과천시 상하벌로 110 국립과천과학관 / 02-3677-1500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 6번 출구 바로 앞 4. 눈여겨 볼만한 것은? - 천체투영관, 지진체험관, 태풍체험관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주말은 명성대로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주중은 한산한 편. 6. 꼭 봐야할 장소는? - 천체투영관, 어린이체험관, 곤충생태관 7. 먹거리 추천? -곤드레밥 ‘예밀’(504-2822), 한정식 ‘좋구먼’(502-0999), ‘봉덕칼국수’(502-7952), 막국수 ‘선바위메밀장터’(504-0122), 쭈꾸미볶음 ‘한소반’(503-7124), ‘옛날생돼지김치찌개’(507-0016) / 지역번호 02 8.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sciencecenter.go.kr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서울대공원, 렛츠런파크, 현대미술관 10. 총평 및 당부사항 - 국내 최대 규모의 과학관이다. 어린 학생이 있는 가정이라면 방학 때 필수적으로 방문해야할 코스. 미리 체험할 전시관을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하고 가길 권유.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박형주의 세상 속 수학] 가상현실과 수학

    [박형주의 세상 속 수학] 가상현실과 수학

    역사상 흥행 순위 1위 영화는 2009년에 개봉돼 순수 입장료 수익만 3조원이 넘은 ‘아바타’다. 인플레이션까지 고려하면 1939년 개봉작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1위이고 아바타가 근소한 차이의 2위다. 생소하기만 하던 가상현실(VR)이니 혼합현실(MR)이니 하는 말도 영화 아바타 이후엔 일상어가 됐다. 눈에 착용하는 개인용 VR 장비도 출현했다. 생동감 있는 입체 영상으로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열광한 것은 물론이다.이런 가상현실 기술이 영화나 게임을 넘어서 미래 교육의 새로운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관점도 등장했다. 현실 장면 속에 디지털 콘텐츠를 혼합하는 혼합현실 장비를 통해 쌍방향 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불국사를 관람하는 관광객이 혼합현실 안경을 끼고 석가탑을 보면 실물 옆에 설명이 뜬다고 생각해 보라. 원한다면 화면의 버튼을 눌러 보충 설명도 추가로 들을 수 있다. 모든 관람객에게 같은 내용을 전달하는 가이드의 설명보다 관람객의 사전 지식이나 관심을 반영한 개인화된 설명이 더 효율적인 건 당연하고, 그래서 가상현실 기술이 시청각 교육을 혁신할 거라는 것은 명백하다. 가상현실 기술에 관심 갖는 수학자들도 출현했다. 2017년에 스웨덴의 수학자 팀은 건물 내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유독 가스가 퍼지는 경로와 시간을 예측하는 산업수학 연구를 진행했다. 계단이나 벽의 위치 등을 바꾸어 유독 물질의 확산을 더디게 하는 ‘유독물질 회피 설계 기술’이 목표였다. 특이하게도 그들은 혼합현실 기술을 사용해 이 문제를 풀었다. 혼합현실 안경인 홀로렌즈를 착용하고 건물 내부를 바라보면 벽이나 모서리 등의 연속된 부분과 불연속 부분을 구분해 그물망 모양으로 잘라 낸다. 벽 부분은 성긴 그물망이고 모서리 부분은 촘촘한 그물망이어서 공간 변화의 정도를 디지털화한다. 정확하게는 3차원 다면체 메싱이라고 한다. 화재가 발생해 화염이 확산되거나 유독 물질이 퍼지면 그 변화의 방식은 미분방정식으로 표현된다. 뉴턴이 천체의 운동을 표현하다가 변화를 표현하는 언어가 필요함을 깨닫고 만들어 낸 게 미적분인데, 그래서 변화를 포함하는 삼라만상에는 미적분이 어떤 형태로든 녹아 있게 마련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편미분방정식은 너무 복잡해서 깔끔하게 풀리지 않는다. 이걸 근사적으로라도 푸는 방법이 많이 개발됐는데, 마치 연속으로 변하는 세상을 불연속적인 디지털 방식으로 근사하는 것과 비슷하다. 흔히 쓰이는 유한요소법은 미분방정식에 그물망을 적용해 행렬식으로 바꾸어 풀어서 근사해를 찾아낸다. 스웨덴 수학자들은 혼합현실 안경으로 건물 내부 모양으로부터 그물망을 만들어 냈다. 풀기 힘든 유독 물질의 확산방정식에 이 그물망을 적용하면 컴퓨터로 풀 수 있는 선형방정식이 나온다. 이렇게 얻은 유독 물질의 확산 모양을 원래의 혼합현실 안경에 실시간으로 뿌려 내면 지금 유독 물질이 어디쯤 있는지 잠시 뒤에 어디로 움직일 건지를 안경 착용자가 눈으로 볼 수 있고, 최적의 대피 경로를 찾을 수 있다. 건물 설계에 이런 깨달음을 반영해 유독 물질의 확산을 더디게 하거나, 최적의 대피로를 사전에 공지하거나 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상현실 기술은 영화나 게임 같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동력을 얻어 교육 콘텐츠 전달 방식으로서의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이제는 수학과 결합해 새로운 위험 회피 기술로 발전할지도 모르겠다.
  • 뉴턴이 350여년 전 생가에 남긴 그림 발견

    뉴턴이 350여년 전 생가에 남긴 그림 발견

    영국 출신의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 수학자로 명성을 떨친 아이작 뉴턴(1642~1727)이 어릴 적 남긴 '그림'이 발견됐다. 최근 BBC뉴스 등 현지언론은 영국 동부 링컨셔에 위치한 뉴턴의 생가인 울스소프 매너(Woolsthorpe Manor)의 벽난로 옆 벽에서 풍차를 그린 것으로 보이는 그림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뉴턴의 생가인 울스소프 매너는 과학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장소다. 바로 이 집 마당에 만유인력 법칙의 영감을 준 사과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보존돼 지금은 관광지가 된 울스소프 매너는 현재 영국의 자연 및 사적 보호단체인 내셔널트러스트가 관리하고 있다. 뉴턴은 지난 1642년 이 집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이곳에서 보냈다. 역사 자료에 따르면 뉴턴은 이 집에 살면서 벽과 지붕 등에 목탄으로 동물, 사람, 수학기호, 도형 등 수많은 그림을 남겼다. 물론 어린시절에 그린 '낙서'에 불과하지만 그 주인공이 뉴턴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는 다르다. 350년 이상이나 뉴턴의 그림이 발견되지 않은 것은 오랜 세월로 인해 눈에 쉬 띄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노팅험 트렌트 대학 연구팀은 RTI(Reflectance Transformation Imaging)라는 촬영기법을 사용해 숨겨진 뉴턴의 그림을 찾아냈다. RTI는 인공조명으로 그림자를 만들어 음각된 글자의 모양을 촬영하는 판독 신기술이다. 연구를 진행한 크리스 픽업 박사는 "RTI 기술을 활용해 울스소프에 남긴 더 많은 뉴턴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대과학자인 뉴턴을 이해하는 데 있어 어린시절을 연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박형주 세상 속 수학] 기적의 시기

    [박형주 세상 속 수학] 기적의 시기

    사람의 인생에는 성공의 시기와 절망의 시기가 있게 마련이다. 역사에 남을 만한 업적을 특정 시기에 대량생산하는 사람도 있다. ‘기적의 해’라는 뜻의 라틴어 표현인 아누스 미라빌리스(Annus mirabilis)는 이렇게 평생의 성취가 집중된 해를 가리킬 때 쓰인다.사람들은 아이작 뉴턴의 1666년이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1905년을 가리켜 아누스 미라빌리스라고 부른다. 23살 청년 뉴턴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을 깨달았다는 해가 1666년이다. 런던 인구의 4분의1이 전염병으로 죽어 나가던 절망의 해이기도 하다. 평범한 유년기를 보냈고 케임브리지대학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뉴턴은 국가 재난 사태에 따른 휴교령으로 고향에서 지내다가 자신의 아누스 미라빌리스를 맞았다. 느린 성취에 으레 따라오던 주위의 차가운 시선이 없어서였을까. 위대한 과학자가 평생을 바쳐도 이룰까 말까 한 일을, 그것도 세 가지나, 그는 이해에 이루었다. 그 첫 번째로 빛의 신비를 알아냈다. 백색 광선이 프리즘을 통과하면서 무지개색으로 분해되는 원리를 밝혀낸 당대의 성취였다. 두 번째는 만유인력 법칙의 발견이다. 그는 질량을 가진 두 물체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원리를 수식으로 표현해 냈다. 이제 지구상의 물체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과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것은 동일한 보편 원리로 설명할 수 있게 됐다. 갈릴레오가 피사의 사탑에서 무거운 공이 가벼운 공보다 빨리 떨어진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뒤집었지만, 이제 뉴턴은 갈릴레오의 관찰을 부인할 수 없는 명징성으로 증명할 수 있었다. 세 번째는 미분과 적분의 발견이다. 천체의 운동을 수학적으로 다루려는 거대한 계획을 구현하려고 하니 가장 큰 문제가 수학적 도구의 부족이었다. 고대로부터 인류가 만들어 낸 수학은 모두 정적이어서 ‘움직이는 세계’를 다루기에 적절하지 못했다. 흔히 ‘프린키피아’로 불리며 근대 철학의 향방에 대충격을 준 뉴턴의 역작인 ‘자연 철학의 수학적 원리’에서도 유클리드 기하학의 한계는 분명히 드러난다. 결국 이 청년은 천체의 운동을 다루기 위해 미분과 적분의 개념을 창안해 냈다. 인류 문명사에 ‘동적 세계관의 출현’이라고 기록될 만한 대사건이다. 뉴턴은 어릴 적 둔재라고 조롱받던 기억 때문인지 자신의 업적을 세상에 공표하는 것을 꺼려했다. 백색 빛의 구성 원리에 대한 논문이 멍청한 발상이라고 비난받고는 더 그렇게 됐다. 프린키피아도 21년 지나서 출간했는데, 이로부터 불멸의 명성을 얻게 되고 나서야 주위의 조롱을 덜 의식하게 됐다. 미적분 창안에 대한 논문은 1693년에서야 이루어졌다. 그나마도 독일의 수학자 라이프니츠가 1684년에 미적분 이론을 발견하고 논문을 낸 것에 자극받아서였다. 누가 진정한 미적분 발명자인지에 대한 수세기에 걸친 논쟁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나마 주위 친구들에게 자신의 발견을 알리곤 해서 남겨진 서신 덕분에 첫 발명자는 뉴턴이고 첫 논문 출간자는 라이프니츠라는 어정쩡한 조정안이 영국왕립학회에 의해 만들어졌다. 미적분이 만들어 낸 충격은 과학기술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 속에 담긴 결정론적 함의는 칸트와 같은 철학자에게 영향을 미쳤고 근대의 색깔을 바꾸었다. 라이프니츠는 데카르트, 스피노자와 함께 17세기 가장 위대한 3인의 합리주의 철학자로 불린다. 평범한 젊은이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평화로운 한 해는 문명사를 바꾸었다. 우리 각자의 아누스 미라빌리스는 언제일까.
  • [포토] “우리는 견공 ‘위즐리 부부’에요”

    [포토] “우리는 견공 ‘위즐리 부부’에요”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뉴턴에서 열린 ‘해리포터 테마 축제’에서 해리포터 등장인물 위즐리 부부로 변장한, 애완견 2마리가 주인과 함께 ‘마법상점가 다이애건 앨리’로 변한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300년 묵은 논쟁… ‘공간’이란 무엇일까?

    300년 묵은 논쟁… ‘공간’이란 무엇일까?

    영어 ‘스페이스’(space)는 공간을 뜻하기도 하지만 우주를 뜻하기도 한다. 우리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공간이 실재인지 관념인지 확실히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공간론’은 철학의 오랜 난제로 300년 전에 논쟁이 시작된 후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스페이스닷컴에 소개된 재미있는 공간론 논쟁 이야기를 소개한다. 필자인 에밀리 토머스는 영국 더럼대학 철학과 조교수다. 여왕이 불붙인 공간론 산, 고래, 먼 별들. 이 모든 것들이 공간(space) 안에 존재한다. 우리 몸도 공간 안에서 일정한 부피를 가진 존재다. 우리가 출근할 때 공간 속에서 움직인다. 그런데 대체 이 ‘공간’이란 무엇일까? 공간은 과연 물리적인 실재인가? 1717년, 이 공간 문제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그리고 300년 후 그 논쟁은 다시 불붙었다. 사람들은 물리학자들이 공간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헤르만 민코프스키 같은 수학자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같은 물리학자들이 ‘공간은 통일된 연속체’라는 개념을 제시했으며, 거대한 물체나 원자 같은 극미의 물체가 공간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밝혀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까지 공간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확실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우주의 물질이 모조리 사라진다면 그래도 공간은 여전히 존재할까? 21세기 물리학은 공간에 대한 두 가지 설명을 내놓았는데, 그 둘은 아주 다른 성격으로, 이른바 관계주의(relationism)와 절대주의(absolutism)다. 이 두 견해는 독일 출신의 영국 여왕 캐롤라인 폰 안스바흐(1683~1737)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여왕은 당시 철학적인 조류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캐롤라인은 그 자신이 명민한 철학자로서, 18세기 초 지도적인 철학자들을 논쟁의 장으로 끌어들였다. 당시 대륙에서는 관계주의가 철학계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 데 반해 영국에서는 과학적인 관측에 기초한 경험주의(empiricism)가 싹트고 있었다. 따라서 로버트 보일이나 아이작 뉴턴 같은 과학자들의 주가가 한창 치솟고 있었다. 캐롤라인은 두 철학자에게 서신 교환을 제의했는데, 관계주의의 대표주자 독일의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와 영국 철학자로 뉴턴의 친구인 새뮤얼 클라크가 그들이다. 두 사람은 여왕의 제의에 흔쾌히 응했다. 그들이 교환한 서간들은 ‘'논문집’(A Collection of Papers)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책명이 좀 그렇긴 하지만, 거기에 실린 편지들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심적인 이슈는 공간의 성질에 관한 것이었다. 전부인가, 전무인가? 별과 별 사이에 공간이 있는가? 관계론자인 라이프니츠는 공간은 사물들의 위치를 결정해주는 관계 또는 위치 질서라고 주장한다. ‘호주는 싱가포르의 남쪽이다’, ‘저 나무는 숲에서 3m 왼쪽에 있다’, ‘숀 스파이스는 덤불 뒤에 있다’라는 표현에서 보듯 공간이란 그 안에 담긴 사물 없이 독립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라이프니츠에 있어서 사물이 전혀 없다면 어떤 공간 관계도 존재하지 않는 게 된다. 이는 곧, 만약 우주 안에 모든 물질들이 사라진다면 공간 역시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 이와는 반대로 절대론자인 클라크는 공간은 모든 곳에 존재하는 일종의 본질적인 것으로 본다. 공간은 거대한 그릇으로서 별과 행성, 인간 등 우주 삼라만상을 담고 있는 존재다. 공간은 물체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움직이는 것을 알게 해주며, 우주의 만물들이 어떻게 공간을 통해 움직이는가를 알려준다. 나아가 클라크는 공간은 신적인 존재로, 신이 공간으로서 현현하고 있다고 믿는다. 곧, 공간은 하나님이다. 클라크에 있어서는 만약 우주가 파괴된다 하더라도 공간은 뒤에 남겨질 것이다. 신이 삭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듯이 공간 역시 삭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라이프니츠-클라크 서간은 18세기 초 사상계에 크나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일찍이 이 논쟁에 참여했던 뉴턴 같은 자연철학자들은 이 문제에 더 깊이 천착해 들어갔다. 뉴턴은 주장하기를, 공간은 사물들의 위치 관계를 결정하는 그 이상의 무엇이라고 보았다. 공간은 절대적인 실재로서 만물은 공간과의 관계 속에서 운동한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이 ‘상대적 운동과 절대적 운동’을 구분짓는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뉴턴 역학은 이 절대공간과 절대시간을 전제로 성립된 것이다. 지구는 다른 천체, 곧 태양과의 관계 속에서 운동한다. 태양은 공간에 대해서 절대적으로 움직인다. 이 논쟁에 다른 철학자들도 끼어들었다. 임마누엘 칸트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칸트의 공간론은 이들과는 달리 공간은 실재가 아니라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선험적인 직관 형식이라고 믿었다. ​ 공간은 하나님이다? 세상 사람들은 클라크의 주장 중 ‘공간은 하나님’이란 말에 특히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늘 하나님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인가? 하나님은 단지 모든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곳에 존재한다는 건가?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커다란 물체에 대해 곤혹을 느꼈다. 거대한 고래는 성인보다 더 큰 공간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고래가 성인보다 더 성스럽다는 뜻인가? 거대한 산은 신과 같은 존재인가? 20세기 철학자인 버트런드 러셀은 한때 거대 물체에 대한 숭배를 멈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작 뉴턴 경은 하마보다 엄청 작다. 하지만 우리는 뉴턴 경을 큰 하마보다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어떤 18세기 철학자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들은 뉴턴보다 하마를 더 숭배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오늘날 하나님의 개념은 토론에서 다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팀 모들린이나 그레이엄 네를리히 같은 철학자들은 현대 물리학 이론이 클라크의 견해(신적인 요소는 제외하고)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시공간은 하나의 거대한 그릇이며, 우리는 그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믿는다. 이와는 달리 케네스 맨더스나 줄리언 바버 같은 철학자들은 최선의 물리학은 공간에 대한 기존의 두 견해를 다 수용한다고 보며, 라이프니츠의 관계주의 공간론 역시 믿을 만한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현대 물리학이 관계주의와 절대주의를 양립할 수 있다면 우리는 보다 단순한 개념인 관계주의를 선호하게 되지 않을까? 그래야만 절대주의에서 말하는 삼라만상을 담는 거대한 그릇이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되니까. 시간과 공간의 역사학자로서 나는 300년 전에 불붙은 공간론이 현대에 이르러 어떻게 발전해나가는가에 대해 큰 흥미를 느끼고 있다. 라이프니츠-클라크의 논쟁이 비록 일반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둘의 논쟁은 아직도 끝을 보지 못한 채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캐롤라인 여왕이 답해야 할 것들이 많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아인슈타인·퀴리… ‘현대과학 전설’의 회동

    아인슈타인·퀴리… ‘현대과학 전설’의 회동

    독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는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까지를 인류 역사에서 ‘축의 시대’라고 불렀다. 세계의 주요 종교와 철학이 이 시대에 등장해 지금까지 인류 사상사의 중심을 이뤄왔기 때문이다.현대 과학, 특히 물리학 분야에서 20세기 초는 물리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수많은 천재적인 과학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현대 물리학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까지 이 시기에 완성됐기 때문에 과학사학자들은 이때를 현대 과학의 ‘축의 시대’라고 평가한다. 특히 90년 전인 1927년 10월 24~2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5차 솔베이 회의’는 20세기 현대과학을 완성한 중요한 때 였다. 솔베이 회의는 ‘자연현상에 대한 이해를 확대하고 심화’시키자는 취지로 탄산나트륨의 대량생산법을 개발한 벨기에 기업가 어니스트 솔베이의 기부금으로 만들어졌다. 솔베이 회의라고 하면 흔히 물리학자들만의 모임으로 알고 있는데 정식 명칭은 ‘물리학과 화학을 위한 국제 솔베이 기구’로 물리학과 화학 분야에서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고 토론하기 위해 1911년에 처음 열렸다. 1913년 2차 회의 이후에는 화학과 물리학 분야가 나뉘어 3년에 한 번씩 열리고 있다. 각 분야 최고 권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 최초의 물리학 및 화학 학회인 솔베이 회의는 대중 강연과 관련 연구자들 간 토론의 장도 마련돼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초청자만’ 참석할 수 있게 돼 있다.실제로 5차 솔베이 회의에 초청됐던 29명 중 17명이 노벨상을 수상했고 ‘퀴리부인’으로 알려진 마리 퀴리는 노벨 물리학상(1903년)과 화학상(1911년) 두 부분에서 수상했다. 이 때문에 과학저술가 J P 매키보이 박사는 5차 솔베이 회의 참석자들이 찍힌 사진을 두고 “아르키메데스, 케플러,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뉴턴, 패러데이, 맥스웰이 모두 모여 고전물리학의 발전을 기념하기 위한 사진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5차 회의 주제는 ‘전자와 광자’로, 양자역학이 만들어 낸 물리학의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핵심 논의사항이었다. 특히 하이젠베르크가 주장한 불확정성 원리와 양자이론에서 측정에 관한 역할, 파동함수 등 이른바 ‘코펜하겐 해석’이 맞는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광전효과와 상대성이론을 만든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방정식을 만들어 낸 슈뢰딩거는 양자역학이 완성되는 데 무척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양자역학의 무작위성과 모호성에 거부감을 느꼈다. 아인슈타인이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한 말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세계의 명료한 인과성과 연속적 실재성을 옹호했다. 특히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이 높이 평가받아 마땅한 결과를 여럿 내놓고 있지만 아직 올바른 궤도에 들어서지는 못했다”고 평가하며 관찰자의 관찰행위에 따라 대상의 실제 상태가 바뀐다는 양자론의 모호성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결국 5차 솔베이 회의에서는 보어를 위시한 ‘코펜하겐 학파’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5차 솔베이 회의에 참석한 과학자들의 업적이 아니라면 현대인들의 삶은 여전히 19세기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우리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지만 위치확인시스템(GPS)의 기반이 되고 있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흐르는데 GPS 신호를 보내는 위성의 시간도 지표면의 시간보다 느리게 흘러간다. 여기에 중력의 영향까지 받는다. 이런 속도와 중력효과를 상대성이론으로 바로잡아 주지 못한다면 차량 내비게이션의 순간 오차는 10m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 5차 솔베이 회의에서 승자가 된 양자역학도 현대인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양자역학이 없었다면 반도체가 탄생할 수 없었으며 컴퓨터, 스마트폰, 레이저, 엘리베이터 출입문 개폐장치 등은 그저 SF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만날 수 있는 기술들이었을 것이다. 남순건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은 현대 물리학의 핵심 기둥으로 인류의 세계관을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과학을 뛰어넘은 철학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도 ‘생체의 물리학-생물학에서의 공간, 시간과 정보’라는 주제로 19~21일에 벨기에 브뤼셀에서 제27회 솔베이 물리학 회의가 열린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이광식의 천문학+] 우주의 ‘금’ 생산법…초신성 폭발

    [이광식의 천문학+] 우주의 ‘금’ 생산법…초신성 폭발

    지구상에서 가장 값비싼 금속인 금. 이 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대해 완전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우주 초창기에 별이 벼려냈다는 것 정도는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 태양계에 존재하는 금의 양을 보면 우주 초기 초신성 폭발 등으로 만들어진 금의 양보다 훨씬 더 많다는 계산서가 나와 과학자들의 골머리를 앓게 했다. 이 미스터리에 대한 답이 최근에 밝혀졌는데, 그것은 바로 중성자 충돌이라는 사건이었다.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했을 때, 태초의 빅뱅 우주공간을 가득 채운 최초의 물질은 수소였다. 원자번호 1인 수소는 양성자 하나와 전자 하나로 이루어진 가장 단순한 원소다. 이에 비해 금은 양성자 79개, 전자 79개로 이루어진 중원소다. 원자번호 77인 이리듐은 양성자가 77개, 원자번호 80인 수은은 양성자가 80개다. 이론적으로는 이리듐 핵에 양성자 2개를 박아넣거나, 수은에서 양성자 한 개를 빼내면 누런 금이 되는 셈이다. 이런 기술을 연구하는 학문이 연금술이다. 물론 지금까지 연금술로 금을 생산하는 데 성공한 연금술사는 없다. 놀랍게도 최고의 과학천재로 일컬어지는 뉴턴은 연금술사였다. 그가 연금술을 연구하는 데 쓴 시간과 정력은 물리나 수학 연구에 쓴 것보다 더 많았다고 한다. 물론 뉴턴도 ‘연금’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뉴턴이 만년에 정신착란을 보인 것은 연금술 연구로 많은 수은을 섭취한 것이 원인이라 한다. 연금술이 실패한 것은 금보다 가벼운 원소의 핵자 속으로 양성자를 박아넣을 수 있는 에너지는 초신성 폭발 같은 어마무시한 힘이 아니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는 어떤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그런 에너지를 생산할 방법이 없다. 그러니까 뉴턴을 비롯한 수많은 연금술사들은 물질의 거죽만 주무르면서 금을 만들겠다고 헛고생만 죽도록 한 셈이다. 하긴 그 덕분에 화학이 발전하기는 하지만. 위의 그림은 두 중성자별이 나선운동을 하면서 충돌 직전에 있는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중성자별이란 초거성이 초신성 폭발로 외피를 모두 날려버린 후 별 중심부가 엄청난 밀도로 뭉쳐진 별을 가리킨다. 이 별 물질 1리터의 무게는 무려 1조 톤에 달한다. 2016년 미국 하버드 스미소니언 센터는 중성자별의 충돌로 생긴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발견하고, 이 과정에서 실제 금이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이 증명했다. 초신성 폭발과는 달리 두 중성자 별들 간의 충돌은 금과 같은 귀중한 금속들을 수없이 만들어 낸다. ‘GRB 130603B’로 명명된 폭발 천체는 미항공우주국(NASA) 스위프트 위성을 통해 관측됐으며, 연구팀은 충돌 과정에서 금을 포함한 태양 질량의 약 1/100에 해당하는 물질들이 방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에 참여한 하버드 스미소니언 센터 선임연구원 에도 버거는 “이번 중성자별 충돌 과정에서 생겨난 금의 양이 달 질량에 10배 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지금 당신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금반지는 초신성 폭발이나 중성자별의 충돌 결과 만들어진 것으로, 이러한 물질들이 우주공간을 떠돌다 태양계가 생성될 때 지구로 흘러들어 광맥을 이루었으며, 광부의 손에 의해 채취되어 금은방을 거친 끝에 당신 손가락에 끼워진 셈이다. 이것은 소설이 아니라 과학이다. 그러니까 우리 손가락의 금반지는 수십억 년 전 저 우주공간에서 일어난 초신성 폭발이나 중성자별 충돌의 기념품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이런 기념품을 입 속에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국제우주정거장(ISS)서 ‘피젯 스피너’ 돌려보니…(영상)

    국제우주정거장(ISS)서 ‘피젯 스피너’ 돌려보니…(영상)

    우리나라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있는 장난감 '피젯 스피너'.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날개를 돌리는 단순한 회전으로 재미있는 얻는 피젯 스피너를 과연 우주에서 돌리면 어떻게 될까? 지난 14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랜디 브레스닉이 이같은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영상을 공개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면 브레스닉의 손길을 받은 피젯 스피너는 지상과 마찬가지로 빠른 속도로 회전한다. 물론 가장 큰 차이점은 피젯 스피너가 공중에 둥둥 떠있는 상태로 회전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ISS가 중력이 거의 없는 극미중력상태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우주비행사 역시 피젯 스피너처럼 빠르지는 않지만 빙빙 돌 수 있다. 브레스닉은 "피젯 스피너가 얼마나 오래 회전할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다"면서 "뉴턴의 운동법칙을 실험하는 훌륭한 실험"이라고 밝혔다.     한편 ISS는 고도 약 350~460km에서 시속 2만 7740km의 속도로 하루에 16번 지구 궤도를 돈다. 이 때문에 ISS는 일출과 일몰, 오로라, 태풍과 번개, 수많은 별들을 관측하기에 가장 좋은 명당자리로 우주비행사들은 하루에 16번 일출과 일몰을 본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안전한 지능형 과속방지턱, 바덴노바 biv

    안전한 지능형 과속방지턱, 바덴노바 biv

    자동차 운전 중 도로에서 만나게 되는 과속방지턱. 주로 사고가 많이 생기는 지역이나 학교주변 등 차량의 주행속도를 강제적으로 줄이기위해 설치돼 있다. 그런데 이 과속 방지턱이 그다지 높지 않으면 운전자들은 이를 무시하고 과속으로 지나가는 차가 많다. 턱이 높은 경우, 속도를 낮춰도 통과 차량에 충격을 주고 탑승자들은 불편을 느끼게된다. 이때문에 일부 운전자들은 과속 방지턱이 설치되지 않는 도로 가장자리로 한쪽 바퀴를 놓고 가는 경우도 많으나 이 역시 차량에 부담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스페인에서 과속방지턱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차량 운전자의 만족도를 높인 과속방지턱이 개발돼 화제다. 23일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는 최근 주간기술동향에서 스페인의 ‘바덴노바(Badennova)’라는 방지턱 제조회사에서 개발한 ‘biv’라는 지능형 과속방지턱을 소개했다. 정해진 속도 이하로 과속방지턱을 지날 경우에 턱이 액체처럼 변해 충격을 흡수하고, 반대로 정해진 속도 이상을 넘을 경우에는 딱딱하게 굳어 차량에 충격을 가게 하는 신개념 과속 방지턱이다. 이런 과속방지턱이 가능한 이유는 방지턱을 아스팔트 콘크리트가 아닌 ‘비뉴턴 유체(Non-Newton Fluid)’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비뉴턴 유체란, 재료에 작용하는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전단응력 (shearing stress)과 변형 속도 사이가 비례 관계에 있지 않은 유체를 말한다. 차량이 적정 속도로 달리면 범프속의 유체가 그대로 타이어의 좌우로 흘러버리기 때문에 마치 물풍선 위를 넘는 것과 같이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있게 된다.제품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보면 비뉴턴 유체에 천천히 손가락을 넣으면 손가락이 유체에 잠기지만, 주먹으로 빠르게 내려치면 주먹이 유체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튕겨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람이 가득 찬 풍선을 손바닥으로 때리면 통통 튀지만 손가락을 살며시 누르면 눌러지는 이치다. 이 제품은 이미 2010 년에 스페인의 한 마을에서 실제로 적용된 바가 있는데, 스페인어로 ‘바덴’은 ‘과속방지턱’을 뜻하며, ‘노바’는 새롭다는 의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창작으로서의 건축, 그 잉태와 사산의 고통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창작으로서의 건축, 그 잉태와 사산의 고통

    건축을 예술의 하나라고 말하면 의아해한다. 건축 하면 집을 떠올리고 집이 지닌 실용성 즉 살기 편하면 된다는 생각 때문에 건축을 예술의 반열에 넣어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이는 우리나라 건축이 목조라는 특성 때문에 전란에 대부분이 소멸되었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생각과 태도 때문에 규모가 큰 기념비적인 건축물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재산 증식의 최고 수단인 부동산으로서의 ‘건축’은 예술보다는 기술이나 재화로서의 가치가 더 강조되기 때문이기도 하다.1987년에 만들어진 영화 ‘건축가의 배’를 통해 서구건축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로마의 건축물들이 규모로 압도하며 장엄한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것을 보면서 건축의 뜻을 다시 헤아리게 된다. 미술학도 출신으로 뒤늦게 영화계에 입문해 화제작을 만들어 내는 감독 피터 그리너웨이의 잘 짜인 화면구성과 카메라 이동 그리고 다층적인 서사구조가 예사롭지 않은 작품이다. 우리말 영화 제목을 보면 건축가가 배를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여기서 ‘배’는 사람의 복부를 말한다. 원래 영어 ‘Belly’의 의미는 ‘가죽주머니’를 말하며 “물건을 비축하는 주머니”라는 뜻을 지녔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식을 잉태하는 곳, 곧 자궁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배는 생명을 담는 그릇의 의미로 원시시대에는 항아리가 상징적으로 사용되었다. 영화에서 건축가의 배는 건축을 주제로 한 영화답게 로마나 신고전주의 건축의 ‘돔’을 말한다. 한편으로는 건축가의 이룰 수 없는 꿈, 지어질 수 없는 구조물로서의 건축을 잉태하고 생각하는 의미가 있다.영화의 배경은 당연히 로마다. 도입부부터 카를로 라이날디가 포폴로 광장에 세운 쌍둥이 성당을 보여 준다. 17세기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건물이지만, 대칭이 돋보이는 신고전주의 특성도 갖고 있는데 영화를 보다 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이외에도 로마시대의 건축물인 콜로세움과 판테온, 카이사르 포룸, 포룸 로마눔 등이 영화의 주연처럼 등장하고 엄청난 규모의 돔이 배처럼 영화에 나온다.18~19세기에 들어서면서 로마 건축의 영광을 되살리고자 하는 움직임이 유럽에서 일어났다. 소위 로마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신고전주의운동이 그것이다. 미술처럼 건축 분야에서도 로코코 예술의 과도한 장식성과 경박함에 대한 반동으로 고고학적 정확성과 합리주의적 미학에 기초한 장엄하고 숭고한 아름다움을 갖춘 건축을 모색했다. 이런 변화는 프랑스혁명이 일어나 ‘백성’들이 ‘시민’이 되고, 나폴레옹이 등장하는 등 혁명 시대의 정신을 이어받고 있어 ‘혁명기건축’이라고도 한다. 마침 로마건축이 대칭과 균형이 특징인 신고전주의 미학의 원형으로 인식되면서 유럽문화의 성지가 되었고 로마를 방문하는 그랜드 투어는 유럽귀족들에게 필수가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신고전주의는 19세기의 역사주의와 양식의 악용 때문에 근대건축에 자리를 내주었다. 영화는 신고전주의를 상징하는 프랑스의 건축가 에티엔 루이 불레의 전시회를 로마에서 개최하기로 하고 미국 건축가 크랙라이트(브라이언 데너히)를 게스트 큐레이터로 초빙하면서 시작된다. 사실 불레는 작품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건축가로, 유명해진 이유는 그가 프랑스 혁명 전후에 바벨탑처럼 실현 불가능한 상상 속의 건물을 설계한 스케치와 도면 때문이다. 그의 ‘뉴턴 기념당안’은 높이 150m의 속이 빈 거대한 공 모양의 구로, 내부는 캄캄한 상태에서 공의 껍질에 해당하는 부분에 많은 구멍이 있어 밖에서 들어오는 빛에 의해 별처럼 보이도록 설계됐다. 또 ‘대제국의 수도를 위한 시청사안’은 큰 계단을 타고 올라간 기단 위에 평평한 정방형의 건물이 있고, 그 중앙으로부터 굵고 짧은 원통형의 건물이 서 있는 모습이다. 불레 건축의 형태는 대부분 고대 건축에서 빌려와, 추상적이며 기하학적인 형태로 단순화해서 규모를 키웠다. 그는 동시대 이탈리아의 거장이던 조반니 피라네시처럼 실현불가능한 상상 속의 건물을 꿈꾸었고 그래서 도면과 스케치로 남은 ‘페이퍼건축가’이다. 크랙라이트는 불레의 상상력에 빠져 신고전주의 건축의 상징인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에서 열리는 전시에 자부심을 가지고 기꺼이 게스트 큐레이터 일에 응한다. 하지만 객지에서의 작업은 만만치 않고 이탈리아 건축가들의 시샘도 상상 이상이다. 전시는 점점 불레의 건축처럼 현실성을 잃어 간다. 슬슬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극심한 복통까지 생기면서 자신감은 불안감으로 변해 간다. 복통의 원인이 암으로 밝혀지고, 큐레이터직에서 밀려나고, 임신한 아내는 이혼을 선언하고. 한꺼번에 몰아닥친 불행에 그가 전시회 개막 당일 자살하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화려하고 장엄하며 거대한 로마는 과연 인간의 상상력이 구현된 예술의 완성품이었을까. 아니면 불가능한 예술, 상상 속의 도시였을까. 또 완벽한 건축과 인간의 삶은 과연 일치하는 것일까. 건축가를 비롯한 영화감독 그리고 거의 모든 예술가들이 현실과 이상, 사실과 상상 속에서 고민하고 번민한다. 영화는 예술가의 좌절과 성취의 과정을 그린다. 아름다움을 향한 자신의 이상, 예술을 지향하면서 감내해야 하는 현실의 어려움, 건축주와의 갈등, 큐레이터가 겪는 행정 또는 재정적 어려움. 자신의 역할을 망각한 관장의 간섭 등등은 예술가들의 몸속에 암을 키우는 촉매제이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하는 것은 성취욕과 자부심 그리고 만족감 때문이다. 건축은 오케스트라보다도 더 많은 요소가 융·복합을 이룰 때 가능한 종합예술이다.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그 건축이 다시 우리를 만든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건축은 문화적 경관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사는 방식을 만든다. 따라서 좋은 건축의 잉태와 사산은 건축가의 몫이기도 하지만 건축주의 것이기도 하다. 건축주를 잘 만나면 실력 있는 건축가가 되는 것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 건물은 있어도 건축은 없는 우리의 현실, 누구의 책임일까. 우리를 매혹시킬 건축물과 건축가는 언제나 만날 수 있을까.
  • ‘슈뢰딩거 고양이’의 양자역학, 반도체·레이저로 무한 진화

    ‘슈뢰딩거 고양이’의 양자역학, 반도체·레이저로 무한 진화

    # 고양이 한 마리가 철로 만들어진 상자 안에 갇혀 있다. 상자 안에는 고양이와 함께 방사성물질이 들어 있는 가이거 계수기, 계수기와 연결된 망치, 독가스가 들어 있는 유리병이 있다. 방사성물질의 원소 한 개가 한 시간 안에 붕괴할 확률은 50%다. 방사성 원소가 한 개라도 붕괴할 경우 망치는 떨어져 유리병을 깨뜨리게 되고 독가스가 방출되면서 고양이는 죽는다. 그렇다면 이제 한 시간 뒤 상자 속 고양이는 죽어 있을까, 살아 있을까. 정답은 ‘상자를 열어 확인하기 전까지 고양이는 죽어 있는 상태와 살아 있는 상태가 섞여 있다’이다. 일반적인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이 사고실험은 여전히 대학의 물리학과, 화학과 학생들을 ‘멘붕’에 빠뜨리고 있는 양자역학의 ‘슈뢰딩거 고양이’의 역설이다. 세계적인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마저도 ‘누군가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야기를 한다면 난 조용히 총을 꺼낼 것’이라고 할 정도다.●안다는 것은 무엇?… 인식론 철학 선구 양자역학의 확률론적 해석에 대해 가장 잘 표현한 이 사고실험을 만들어 낸 사람이 바로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1887~1961)다. 오는 12일은 슈뢰딩거가 태어난 지 130년이 되는 날로 과학계에서는 그의 업적을 되돌아보는 활동이 활발하다. 20세기 물리학 업적의 양대 산맥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다. 이 중 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이라는 천재 한 명이 만들어 낸 것이지만 양자역학은 여러 과학자의 다양한 업적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원자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탁월한 이론인 양자역학은 이론체계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우리가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해 인식론이라는 철학적 발전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슈뢰딩거는 1926년 양자역학에서 가장 중요한 수학식인 ‘슈뢰딩거 방정식’(파동방정식)을 발표함으로써 양자역학의 체계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33년 노벨상 위원회는 슈뢰딩거가 만든 파동방정식이 양자역학의 핵심적인 업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해 그를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실제로 슈뢰딩거 방정식은 원자, 핵, 고체물리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원자현미경의 작동 원리인 ‘터널링 현상’을 풀 때는 물론 원자력 발전이나 핵폭탄처럼 원자핵 붕괴로 에너지를 얻는 모든 분야에서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전역학(뉴턴역학)에 운동방정식이 있다면 양자역학에는 슈뢰딩거 방정식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리학뿐만 아니라 생물학 분야에도 관심이 많았던 슈뢰딩거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나치를 피해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거주하는 동안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냈다.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복잡한 분자에 대한 그의 생각을 풀어낸 것으로 유전자(DNA) 발견과 분자생물학의 탄생에 기여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DNA 분자구조를 밝혀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제임스 왓슨과 프란시스 크릭이 이 책 때문에 DNA 연구를 시작했다고 회고록에 밝히기도 했다.●스마트폰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 슈뢰딩거가 완성한 양자역학은 우리 삶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남순건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반도체가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보면 양자역학이 실제로 우리 생활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며 “양자역학이 없었다면 반도체, 컴퓨터는 물론 스마트폰이 존재할 수 없고 레이저, 엘리베이터 출입문 개폐장치, 최근 활발히 연구되는 양자컴퓨터는 그저 SF소설에서나 보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자역학은 20세기 초반 과학기술의 혁명으로 시작돼 물리학의 핵심 기둥이 됐지만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양자역학을 통해 반도체나 초전도체의 기본 메커니즘이 밝혀졌고 나노기술, 양자계산 등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이론적으로도 양자역학과 특수 상대성이론을 결합한 양자장론(quantum field theory, QFT)은 물론 양자전기역학 등 새로운 이론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죽었을까 살았을까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죽었을까 살았을까

    #고양이 한 마리가 철로 만들어진 상자 안에 갇혀 있다. 상자 안에는 고양이와 함께 방사성물질이 들어 있는 가이거 계수기, 계수기와 연결된 망치, 독가스가 들어 있는 유리병이 있다. 방사성물질의 원소 한 개가 한 시간 안에 붕괴할 확률은 50%다. 방사성 원소가 한 개라도 붕괴할 경우 망치는 떨어져 유리병을 깨뜨리게 되고 독가스가 방출되면서 고양이는 죽는다. 그렇다면 이제 한 시간 뒤 상자 속 고양이는 죽어 있을까, 살아 있을까. 정답은 ‘상자를 열어 확인하기 전까지 고양이는 죽어 있는 상태와 살아 있는 상태가 섞여 있다’이다. 일반적인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이 사고실험은 여전히 대학의 물리학과, 화학과 학생들을 ‘멘붕’에 빠뜨리고 있는 양자역학의 ‘슈뢰딩거 고양이’의 역설이다. 세계적인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마저도 ‘누군가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야기를 한다면 난 조용히 총을 꺼낼 것’이라고 할 정도다.양자역학의 확률론적 해석에 대해 가장 잘 표현한 이 사고실험을 만들어 낸 사람이 바로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1887~1961)다. 오는 12일은 슈뢰딩거가 태어난 지 130년이 되는 날로 과학계에서는 그의 업적을 되돌아보는 활동이 활발하다. 20세기 물리학 업적의 양대 산맥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다. 이 중 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이라는 천재 한 명이 만들어 낸 것이지만 양자역학은 여러 과학자의 다양한 업적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원자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탁월한 이론인 양자역학은 이론체계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우리가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해 인식론이라는 철학적 발전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슈뢰딩거는 1926년 양자역학에서 가장 중요한 수학식인 ‘슈뢰딩거 방정식’(파동방정식)을 발표함으로써 양자역학의 체계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33년 노벨상 위원회는 슈뢰딩거가 만든 파동방정식이 양자역학의 핵심적인 업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해 그를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실제로 슈뢰딩거 방정식은 원자, 핵, 고체물리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원자현미경의 작동 원리인 ‘터널링 현상’을 풀 때는 물론 원자력 발전이나 핵폭탄처럼 원자핵 붕괴로 에너지를 얻는 모든 분야에서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전역학(뉴턴역학)에 운동방정식이 있다면 양자역학에는 슈뢰딩거 방정식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리학뿐만 아니라 생물학 분야에도 관심이 많았던 슈뢰딩거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나치를 피해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거주하는 동안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냈다.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복잡한 분자에 대한 그의 생각을 풀어낸 것으로 유전자(DNA) 발견과 분자생물학의 탄생에 기여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DNA 분자구조를 밝혀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제임스 왓슨과 프란시스 크릭이 이 책 때문에 DNA 연구를 시작했다고 회고록에 밝히기도 했다. 슈뢰딩거가 완성한 양자역학은 우리 삶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남순건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반도체가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보면 양자역학이 실제로 우리 생활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며 “양자역학이 없었다면 반도체, 컴퓨터는 물론 스마트폰이 존재할 수 없고 레이저, 엘리베이터 출입문 개폐장치, 최근 활발히 연구되는 양자컴퓨터는 그저 SF소설에서나 보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자역학은 20세기 초반 과학기술의 혁명으로 시작돼 물리학의 핵심 기둥이 됐지만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양자역학을 통해 반도체나 초전도체의 기본 메커니즘이 밝혀졌고 나노기술, 양자계산 등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이론적으로도 양자역학과 특수 상대성이론을 결합한 양자장론(quantum field theory, QFT)은 물론 양자전기역학 등 새로운 이론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실험실에서 ‘놀던’ 과학자, 세상을 바꾸다

    실험실에서 ‘놀던’ 과학자, 세상을 바꾸다

    과학자의 생각법/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지음/권오현 옮김/을유문화사/776쪽/3만 2000원모두가 세상의 중심이 지구라고 했음에도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는 것을 발견한 코페르니쿠스, 천문학과 물리학의 기초를 닦은 갈릴레이 갈릴레오, 떨어지는 사과를 보며 만유인력의 법칙을 알아낸 아이작 뉴턴, 아무도 보지 못했던 상대성원리를 찾아낸 아인슈타인…. 인류문명의 진보를 이끈 과학자들은 어떻게 그런 위대한 발견에 이르게 됐을까? 발견을 잘하는 방법이 있을까? ‘과학자의 생각법’은 이런 궁금증에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생각의 탄생: 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의 저자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국 미시간주립대 교수가 과학적 사고 과정에 주목해 쓴 책이다. 저자는 가상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픽션의 형식을 취하면서 과학자들이 ‘무엇을’ 하는가뿐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를 보기 위해 과학자들의 머릿속으로 들어간다.책은 생물학자와 역사학자, 화학자, 과학사학자 등 가상의 인물 여섯 명이 ‘발견하기 프로젝트’라는 모임에서 6일 동안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벌이면서 저명 과학자들이 발견을 이룬 과정을 들여다본다. 이들의 대화 속에는 미생물을 발견한 루이 파스퇴르와 페니실린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 표백에 염소를 활용하는 방법을 발견한 화학자 클로드 베르톨레, 첫 번째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삼투압 원리를 발견했던 야코부스 반트 호프 등 과학자들의 삶과 발견법, 생각법이 등장한다. 가상의 인물들은 실제 과학자들이 남긴 노트와 편지, 개인사 등을 분석하고 과학사적으로 밝혀진 과학자들의 실험을 재구성해 가면서 발견의 과정, 과학자들의 특성, 연구 방식 등에 대해 뜨거운 논쟁을 벌인다. 논쟁을 따라가다 보면 과학자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돌파구를 찾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직관적인 생각법을 즐겨 활용한다. 위대한 연구자 중 많은 이들은 동시에 여러 문제를 다루는 다양한 분야에 종사했다. 흔히 좁은 분야를 파고들어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과학에 공헌했던 과학자들은 서너 가지 문제를 동시에 연구했고 연구 중에 발생한 문제를 탐구해 끊임없이 연구의 초점을 바꾸면서 다양성을 취했다. 5∼10년마다 연구 분야를 바꾸기도 했다. 과학은 늘 진지한 활동으로 묘사되지만 위대한 발견을 이룬 과학자들은 연구를 놀이처럼 했다. 그들이 소중하게 여겼던 것은 발견의 즐거움이었다. 페니실린을 발견한 공으로 1945년 노벨상을 받은 플레밍은 게임하듯 연구했다고 수상 직후 소감에서 밝혔다. “저는 미생물을 갖고 놀았습니다. 물론 놀이에는 많은 규칙이 있습니다. 지식이 쌓이면 규칙을 깨는 일이 즐거울뿐더러 생각하지 못한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위대한 발견은 여러 가지 실험을 하는 중에 우연히 얻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뢴트겐의 X선 발견이나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도 우연에서 비롯됐다. 물론 그들이 억세게 운이 좋아서 우연히 과학적 성과를 얻은 것은 아니다. 핵심은 ‘우연’이 나타나도록 구축하는 방법론이다. 씨앗 역할을 하는 기초생각을 발전시켜 실험을 반복하는 가운데 우연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탁월한 과학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폭넓은 지적 호기심을 드러냈고 또 미술, 음악, 무용, 소설, 희곡, 시 창작, 그 밖에 여러 창조적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 연구하는 학문 분야의 지식 습득에만 몰두하기보다는 미술이나 연극, 문학 등을 통해 다양한 분야를 통합하고 재창조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할 줄 아는 정신을 갖춘 사람들에게서 최상의 과학과 기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연구가 발전할수록 복잡하고 값비싼 장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혁신적인 실험은 거의 언제나 단순한 실험이었다. 다윈, 파스퇴르, 라이트, 플레밍, 아인슈타인 같은 위대한 과학자들은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 있든 자기만의 실험실을 만들어 연구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생각을 고안하는 능력과 과학에 필요한 기술이다. 책은 1989년 처음 출간됐지만 여전히 유효하며 오히려 지금 더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가장 우수하고도 실용적인 발명품은 거의 언제나 기술적 목표나 응용법을 염두에 두어서가 아니라 그저 자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싶은 기초 연구의 순수성에서 생겨났다”면서 “기초원리는 필요가 만드는 연구가 아니라 호기심이 이끄는 연구로 발견되며 이것이 훨씬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수술 받고 죽음 고비 넘긴, 31살 세계 최고령 고양이

    수술 받고 죽음 고비 넘긴, 31살 세계 최고령 고양이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것으로 추측되는 암고양이가 수술을 받고 살아남아 기네스 기록 도전을 앞두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영국 앤트림주 뉴턴애비에 사는 고양이 사샤가 코에 있는 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호흡장애를 극복했다며 세계 최고령 고양이의 출현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사샤의 올해 나이는 31살로, 사람 나이로 치면 141살에 맞먹을 만큼 오래 살았다. 고령에다 신장 질환도 가지고 있어서 수술이 꽤 복잡했지만 결과는 다행히 성공적이었다. 수의사는 “사샤가 세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고양이일지도 모른다”며 기네스북 도전을 건의했다. 샤샤의 주인 베스 오닐(63)은 사샤를 다시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저 감사했다. 베스는 1991년 승마를 하던 도중 자기 뒤를 따라오던 길냥이 샤샤와 처음 만났다. 당시 5살이던 사샤의 몰골은 뼈만 앙상한데다 늑골이 부러져 왼편에 영구적인 함몰도 있었고,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끔찍한 상태였다. 그녀는 “삶이 위태로웠던 아기 고양이, 일주일을 버틸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던 녀석이 25년 넘게 건강하게 버텨주었다. 현재 잠재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고양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며 기뻐했다. 이어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사샤가 수의사 선생님 덕분에 집으로 돌아와 잘 지내고 있다”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살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기네스 세계 기록 도전은 사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네스 세계 기록측 대변인은 “샤샤의 이야기를 듣고 베스에게 지원해보라고 권유했다”며 “지난해 세계 최고령 고양이로 기록됐던 ‘스쿠터(30)’가 슬프게도 기네스북에 등재된 직후 숨을 거뒀다. 그 이후 아직 공식적인 기록이 깨지지 않은 상태다”라고 전했다. 사진=데일리메일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김용석의 상상 나래] 창조와 혁신, 우리 기업도 할 수 있다

    [김용석의 상상 나래] 창조와 혁신, 우리 기업도 할 수 있다

    “노랗게 물든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고 그것으로 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의 일부 구절이다. 애플은 남이 가지 않는 새로운 길을 만든 기업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일상을 확인하고, 정보를 검색하고, 상품도 구매하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눈다. 내 손안에서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 그래서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 올해 1분기 스마트폰 업계 전체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가져갔다. 아이폰이 지난달 29일로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나 지났지만, 아이폰과 스티브 잡스는 늘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애플은 친환경 자연을 품고 있는 우주선 모양의 애플파크라는 새 건물에서 또 한번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추진했던 혁신성은 과연 무엇일까. 세계 최초, 최고의 기술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다. MP3 플레이어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98년 3월 정보통신 전시회인 세빗(CeBIT)에서 ‘디지털캐스트’라는 국내 스타트업 기업이 ‘엠피맨’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을 열었다. 아이팟은 우리나라 제품에서 기본 콘셉트를 얻은 셈이다. 그러면 스마트폰은 누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을까. 당연히 애플은 아니다. 1992년 콤덱스(CODEX)라는 컴퓨터 산업 전시회에서 IBM이 ‘사이먼’이라는 이름으로 공개하면서다. 기본적인 전화 통화뿐만 아니라 이메일, 팩스, 호출이 가능했다. 계산기, 달력, 시계 그리고 게임 기능도 있었다. 지금의 스마트폰 모습을 그대로 가진 혁신 제품이었다. 이후 1998년 사이온, 에릭슨, 노키아, 모토로라가 ‘심비안’이라는 운영체제(OS)를 만들었다. 심비안폰은 2007년 초반까지는 스마트폰 판매량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각광을 받았다. 또한 캐나다 림(RIM)의 블랙베리는 쿼티 컴퓨터 자판, 편리한 이메일 전송 기능, 우수한 보안성 등으로 업무용으로 큰 인기를 차지했다. 그러나 가격이나 기능, 성능 면에서 일반인들을 만족하게 하기는 무리였다. 특히 조작법이 어려워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아이폰은 단순한 인터페이스 그리고 두 개 이상의 손가락 입력을 동시에 인식하는 정전식 멀티 터치 스크린 등을 갖춰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스마트폰 기업인 노키아, 림도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고객으로부터 멀어지게 됐고, 결국 시장에서 사라졌다. 스마트폰은 포켓 컴퓨터다. 컴퓨터 회사에서 개발하는 것이 효과적인 점도 애플에는 유리했다. 매킨토시와 뉴턴에서의 컴퓨터 개발 경험에다 아이팟에서 얻은 애플의 노하우가 모두 담긴 제품으로 탄생했다. 그리고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애플 앱스토어’는 기존 스마트폰을 압도했다. 터치 방식, 애플스토어를 이용한 생태계 구축 등이 남과 다른 창조성이었다. 국내에서도 창조성을 ‘다름’에서 찾은 사례가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는 기존 제품에서 화면을 키우고 메모 기능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휴대전화와 태블릿PC의 합성어인 ‘패블릿’이라는 새로운 용어도 생겼다. 또한 액정표시장치(LCD) TV에 발광다이오드(LED)를 광원으로 사용하면서 저전력, 고화질의 장점을 지닌 LED TV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갤럭시노트, LED TV 모두 기존 제품에 약간의 다름을 통해 혁신 제품으로 재탄생하면서 경영에 크게 이바지한 것은 물론이다. 스티브 잡스의 창조, 혁신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가 처음부터 새롭게 만들어 놓은 것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제품에 대한 자기 철학이 있다는 점이다. 인간 중심의 사고가 제품 개발의 핵심이 됐다. 다른 화가의 그림을 모방한 피카소의 작품을 보고 누구도 표절이라고 하지 않는다. 더 잘 그리기 위함이 아니고, 다르게 그리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은 대표적인 입체주의 작품이지만, 사실은 후기 인상파의 대표 인물인 세잔의 ‘목욕하는 여인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창조성, 혁신성은 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있는 것에서 다름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기업도 할 수 있다.
  • [그 책속 이미지] 뉴턴·헤밍웨이·처칠… 고양이를 사랑한 캣맨

    [그 책속 이미지] 뉴턴·헤밍웨이·처칠… 고양이를 사랑한 캣맨

    그 남자의 고양이/샘 칼다 지음/이원열 옮김/북폴리오/101쪽/1만 5000원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고양이들을 자주 불러낸다. ‘해변의 카프카’ 속 인물 나카타는 기억을 잃고 고양이들과 대화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1Q84’에서는 고양이들이 사는 마을에서 밤을 보내는 남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2년 전 팬들의 질문을 받는 임시 웹사이트에는 고양이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는 법을 일러 달라는 한 독자의 말에 하루키는 이렇게 답했다. “고양이는 가끔 그냥 없어집니다. 주위에 있을 때 사랑해 주고 고마워해야 합니다.” 최근 국내 최초의 퍼스트 캣이 된 고양이 ‘찡찡이’가 화제가 되면서 ‘집사’ 문재인 대통령의 고양이 사랑이 눈길을 끌었다. 책은 고양이를 사랑했던 역사 속 ‘캣맨’들의 이야기를 도회적이면서도 다감한 일러스트와 함께 짝지웠다.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 과학자 아이작 뉴턴, 작가 마크 트웨인·어니스트 헤밍웨이, 작곡가 모리스 라벨,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 배우 말런 브랜도, 뮤지션 프레디 머큐리 등 유명 캣맨 30명의 고양이 예찬을 위트 있는 에세이로 들려준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브런치] 우리만의 4차 산업혁명을 말할 때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브런치] 우리만의 4차 산업혁명을 말할 때

    혁명의 시대다. 영국 역사가 에릭 홉스봄이 말했던 18~19세기 프랑스 대혁명과 산업혁명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요즘 국내 과학기술계에서는 ‘혁명’의 성찬이 과하다. 박근혜 정부 말부터 유행한 ‘제4차 산업혁명’은 과학기술 분야의 모든 화두를 집어삼키고 있다. 혁명은 말 그대로 ‘이름을 바꾸고’, 그동안 사회와 문화를 이끌어 왔던 ‘특성들을 갈아치우는’ 과정이다. 과학혁명이 그랬다. 16세기 코페르니쿠스에서 17세기 뉴턴에 이르기까지 그리스 시대의 과학적 방법론을 뒤집고 근대 과학의 방법을 확립했다. 산업혁명 역시 18세기 중엽 증기기관의 발명과 함께 진행되면서 가내수공업 수준의 산업사회를 대량생산 공장형 산업사회로 바꾸는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과학혁명으로 인해 서양 과학계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자연을 이해하고 이용하기 시작했고 산업혁명을 통해 영국은 엄청난 산업적 팽창을 이루며 정치, 경제, 사회적 환경이 이전과는 확 달라지게 됐다. 그렇다면 요즘 이야기하는 4차 산업혁명을 과연 ‘혁명’(革命)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 4차 산업혁명의 원류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이다. 독일은 여전히 제조업 분야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경쟁이 심화돼 경쟁력 하락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하는 생산 시스템의 최적화로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국가 차원의 전략이다. 영국이나 미국 등 그 밖의 국가들도 나름의 사회적 배경과 철학을 갖고 이야기되고 있다. 모든 텍스트에는 반드시 그 텍스트가 쓰인 문화적, 역사적 콘텍스트(배경)가 포함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네들에게는 분명 혁명이다. 그렇지만 외국 전문가들까지도 “한국에서 4차 산업혁명은 지나치게 쓰이고 있다”고 지적할 정도로 문화적, 사회적, 역사적 배경이 다른 나라에서 나온 개념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고민 없이 받아들였기 때문에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산업이 4차 산업혁명의 전부인 양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물론 전문가들까지도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 정립 없이 막연하게 일자리 창출과 국내 과학기술 수준을 높여 줄 것이라는 기대감만 보이고 있다.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말들을 듣다 보면 멀리서 보기에는 푸짐하게 차린 것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형형색색 솜사탕만 올라가 있어 먹어도 배부르지 않고 많이 먹으면 배 속에 가스만 차 더부룩하게 만드는 식탁처럼 느껴진다. 무슨 마법의 주문도 아니고, ‘4차 산업혁명’만 되뇐다고 저절로 일자리와 미래 먹거리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혁명과 혁신은 새로운 이름을 만드는 정명(正名)에서 시작된다. 지금까지 역사를 보더라도 새로운 개념을 포착해 정명하는 나라는 선진국이 됐고, 이름을 만들지 못하고 선진국의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나라는 후진국으로 남았다. 우리만의 4차 산업‘혁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개념 재정립과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서둘러 정해야 한다.
  • 무한도전 ‘NBA 스타 S군 출연 임박’ 어떤 깨알 재미 쏟아낼까

    무한도전 ‘NBA 스타 S군 출연 임박’ 어떤 깨알 재미 쏟아낼까

    ‘미국프로농구(NBA) 슈퍼스타 S군 출연 임박’ 지난 3일 밤 MBC ‘무한도전’의 ‘무한뉴스’는 5일 클리블랜드와 NBA 파이널 2차전을 벌이는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가 출연한다는 소식을 짧은 예고 영상으로 알렸다. 다음달 26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자신을 후원하는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의 아시아 투어 일환으로 서울을 찾는데 한국을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예고한 것이다. 한국을 처음으로 찾는 커리가 무한도전 멤버들과 어떤 재미난 얘기들을 빚어낼지 궁금해진다. 국내 NBA 팬들 사이에 ‘슛도사’로 통하는 커리는 190㎝의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키에도 코트를 지배하며 NBA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최고의 스타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담함을 무기로 지난해 11월에는 단일 경기 최다 3점슛(13개)을 달성했으며, NBA 역사 최초 만장일치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커리의 끊임없는 도전과 발전은 언더아머의 성장을 상징하는 모델이 됐다. 그는 이번 방한 기간 방송 출연 외에도 유소년 선수들과 함께하는 농구 클리닉과 국내 스포츠 스타와의 3대3 농구 경기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국내 팬들과 만나게 된다. 미식축구 선수 출신인 케빈 플랭크 회장의 경험에서 출발해 그의 열정과 노력을 바탕으로 나온 브랜드 언더아머는 “열정, 디자인, 그리고 혁신 추구로 모든 운동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퍼포먼스 어패럴’”이라는 비전 아래 설립한 지 20년 만에 가장 주목 받는 스포츠웨어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기능성 중심의 의류와 운동화가 인기를 끌면서 설립 후 26분기 연속 20% 이상 매출 신장을 자랑하고 있다. 또 2015년 마스터스 및 US오픈 챔피언 조던 스피스를 비롯해, 미국프로풋볼(NFL) MVP 톰 브래디와 캠 뉴턴 등을 후원하고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양들의 침묵’ 조너선 드미 감독 별세

    ‘양들의 침묵’ 조너선 드미 감독 별세

    영화 ‘양들의 침묵’과 ‘필라델피아’를 만든 조너선 드미 감독이 26일(현지시간) 식도암으로 별세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73세.드미 감독의 홍보 담당자인 애널리 파울로는 드미 감독이 이날 아침 자신의 맨해튼 아파트에서 부인 조애나와 세 자녀가 지켜보는 가운데 식도암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1944년 태어난 드미 감독은 1970년대 B급 영화의 거장인 로저 코먼 아래에서 영화제작일을 시작했다. 1974년 ‘여자수용소’를 연출하며 영화계에 데뷔했다. 1980년대에 코미디 영화인 ‘멜빈 앤드 하워드’, ‘스윙 시프트’, ‘섬싱 와일드’, ‘매리드 투 더 몹’ 등으로 지명도를 높여 갔다. 그는 1991년 앤서니 홉킨스와 조디 포스터가 출연한 ‘양들의 침묵’을 제작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 영화로 드미 감독은 1992년 제64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이후 1993년 톰 행크스가 출연한 ‘필라델피아’를 연출했고, 이 영화로 톰 행크스는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드미 감독은 2000년엔 제5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장례식은 가족장으로 열린다. 유족은 조화 대신 이민자 보호 자선단체인 ‘이민자 정의를 위한 미국인’에 기부할 것을 요청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드미 감독의 별세가 알려지면서 그를 사랑했던 영화팬과 배우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영화배우인 탠디 뉴턴은 트위터에 “가장 뛰어난 감독이자 아버지, 친구, 활동가인 그의 죽음에 큰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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