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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일 정상회담과 비교 불가피...문대통령 “백신 협력” 강조

    미일 정상회담과 비교 불가피...문대통령 “백신 협력” 강조

    일본 오염수 방류 결정 등 악재 쌓여전문가 “中 문제 진일보된 입장 내야”“서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게 외교다.”(전직 고위 외교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에 이어 다음달 말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결과적으로 미일·한미 정상회담 대차대조표를 둘러싼 비교가 불가피해졌다. 미중 갈등이 증폭되고 있지만, 한중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일본처럼 미측의 대중국 견제에 적극 동조할 수 없는 터라 한국으로서는 더욱 난해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미일 밀착 강화,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등 악재만 쌓이고 있어 제대로 준비를 못 한다면 자칫 외교적 고립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 “멈춰 있는 한반도 평화 시계를 다시 돌리기 위한 노력과 함께 경제 협력과 코로나 19 대응, 백신 협력 등 현안에 대한 긴밀한 공조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해서는 “교착 상태에 머물러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숙고의 시간이라 생각하며 대화 복원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지금의 잠정적 평화를 항구적 평화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백신 협력을 강조한 대목이 눈에 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의 안전성 논란과 미국의 ‘부스터샷(3차 접종)’ 계획 등으로 백신 수급 불안정성이 더욱 커지면서 ‘백신 정상외교’ 요구가 증폭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국내 정서상 스가 총리의 방미 성과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터라 청와대의 부담은 적지 않아 보인다.5월 말이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끝나는 시점이다. 북미 관계가 벼랑 끝으로 치닫지 않게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양측이 대화의 장으로 나서도록 설득해야 하는데 남북 관계가 꽉 막힌 터라 ‘중재의 묘수’를 찾기 쉽지 않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앞으로 한 달은 한미가 긴밀히 조율할 수 있는 시간”이라면서 “미국을 움직이려면 중국 문제도 무조건 발을 뺄 게 아니라 진일보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쿼드(미·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 협의체)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쿼드의 백신 분과인 ‘쿼드 백신 파트너십’에 협력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한일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재적 한국외대 교수는 “임기 말 지지율이 떨어져도 ‘일본 카드’(강경 대응)를 써서는 안 된다”며 “투트랙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반기문 “文정부서 법치주의와 인권 흔들리고 있다”

    반기문 “文정부서 법치주의와 인권 흔들리고 있다”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동창회 4·19민주평화상 제1·2회 수상자인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과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수상사에서 문재인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두 사람은 4·19민주화운동 61주년을 맞은 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클럽에서 열린 제1·2회 4·19민주평화상 시상식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 전 총장은 “4·19민주이념이 내재된 헌법적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와 인권이 국정 담당 세력에 의해 크게 흔들리고 있다”면서 “편향된 이념과 진영에 얽매여 ‘국민의 정치’아니라 ‘우상의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깊이 성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북전단금지에서 보듯이 현 정부의 인권 정책이 국제사회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북한의 비핵화 대응은 감상적 민족주의와 평화지상주의만 요란할 뿐 유효한 대안과 비전도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국 의회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인권위) 공동 위원장인 제임스 맥거번 민주당 하원 의원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인권위의 대북전단법 청문회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 국회가 그 법의 수정을 결정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가 지난달 30일 발간한 인권보고서 한국 편에서는 여권 인사들의 부패와 성추행 혐의, 대북 전단 살포 불법화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 제한 등을 4가지 중대한 이슈 중 하나로 꼽았다.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은 “문재인정부 아래서 우리는 인사청문회 때마다 한없이 부끄러웠다”며 “선우후락(先憂後樂)은 못할지언정, 체질화된 내로남불, 특권과 독선, 부패와 타락부터 먼저 배웠더란 말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오직 높은 도덕성으로만 할 수 있는데, 저들의 행태가 과연 다른 사람들의 눈에 정의로운가”라며 “민주화된 세상에서 우리는 왜 이렇게 답답하고 불안한가. 암울한 의문은 끝이 없다”고 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태양절 조용히 넘긴 北…미국 화답 기다린다

    태양절 조용히 넘긴 北…미국 화답 기다린다

    15~16일 도발 없이 경축행사만 진행 4월말·5월초 대북정책·정상회담 고비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고강도 무력시위에 나설지 모른다는 전망이 제기됐으나 지난 15~16일 이틀에 걸친 태양절 연휴 기간동안 북한은 대외 메시지 없이 국내 경축행사에 집중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도발’ 카드를 소진하기보다, 언제든 나설 수 있다고 연기만 피우면서 적당한 긴장도를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5일 부인 리설주 여사와 금수산태양궁전 참배하고 경축 공연을 관람하는 등 예년 수준의 태양절 행사를 차질없이 진행했다. 코로나19로 태양궁 참배조차 나오지 않았던 지난해와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태양궁 참배 때 눈에 띄는 점이라면 리 여사와 조용원·김여정·현송월 등 최측근 3인방, 그리고 박정천 군 총참모장만 대동한 점이다. 이 때문에 실각설이 나온 박태성 당 선전선동부장의 실각 여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는다. 이날 동행 참배는 3인방에 대한 김 위원장의 신임을 재확인하고, 박정천을 통해 국방력 강화 의지를 드러내 보이려는 것이란 해석을 가능케 한다.지난 달 23일과 25일 각각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최근 신포조선소에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바지선을 움직이는 등 긴장을 유발했던 북한이 도발을 미루고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은 일단 미국의 대북정책을 기다려 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16일 YTN라디오에서 북한이 도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미국의 대북정책이 송환 중이고, 전혀 모습도 드러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을 압박할 수밖에 없는 일을 왜 자처하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1월 당대회 때 미국에 대해 강대강, 선대선으로 나가겠다고 했다. 미국에서 가끔 대북 강경 발언이 나오는데 이런 것을 의식해 SLBM을 쏠 수 있다는 제스처만 취하고 다시 들어간 것”이라고 분석했다.북한은 오는 7월 도쿄올림픽에 대해서도 코로나19 상황에서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불참하겠다는 결정을 내부적으로 내렸으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는 공식적으로 면제 요청을 하지 않는 등 분위기를 살피는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쯤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대북정책과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획기적인 유화책이 나와준다면 다시 출전할 여지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현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할 명분이 없고, 미중 갈등 속 편가르기가 심해지면 당장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은 중국에 더욱 밀착하면서 북미가 모두 전략적 인내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68년 낡은 친족상도례… 가족에게 ‘눈 뜨고 코 베이는’ 장애인들

    68년 낡은 친족상도례… 가족에게 ‘눈 뜨고 코 베이는’ 장애인들

    지적장애인 A씨는 2014년 유일한 가족이었던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아버지 장례식장을 찾아온 삼촌과 숙모는 기댈 곳 없는 A씨에게 “함께 살자”고 제안했다. 당시 A씨에게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2억원 상당의 재산이 있었다. A씨는 고향을 떠나 그해 12월 부산에서 삼촌, 숙모와 동거를 시작했다. 생활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A씨의 통장 잔고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삼촌 부부는 A씨 명의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오피스텔을 사고선 소유권을 아들에게 넘겼다. 아예 A씨 은행계좌에서 3000만원을 직접 인출해 아들에게 오피스텔을 사주기도 했다. 이렇게 수십 차례에 걸쳐 이들 부부는 A씨의 재산 2억 4000만원을 가로챘다. 3~4년의 동거 끝에 A씨에게 남은 것은 1억원의 대출금뿐이었다. A씨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의 도움을 받아 가해자들을 준사기,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공소권 없음’ 결정이었다. 부산지방검찰청이 삼촌 부부가 A씨와 동거한 기간에 행한 범죄에 대해 ‘친족상도례 규정’을 적용, 면죄부를 준 것이다. 최근 방송인 박수홍씨 친형 부부의 횡령 사건으로 이슈가 된 친족상도례는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만들어진 68년 된 낡은 규정이다. 이 규정을 반영한 형법 제328조 1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사이에서 강도죄, 손괴죄 외의 재산범죄가 발생한 경우 형을 면제하도록 했다. 황용현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15일 ‘장애인 경제적 착취, 친족상도례 적용 여전히 타당한가’ 토론회에서 “해당 규정은 범죄의 유형, 죄질, 피해자의 특성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도록 했다”며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무조건적으로 형이 면제되다 보니 사실상 공소가 제기되지 않는 결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친족 재산범죄 피해자는 재판에서 피해에 대해 진술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형사사법절차에서 영원히 배제되는 셈이다. 친족상도례 규정은 ‘법은 문지방을 넘지 않는다’는 고대 로마법 정신을 구현한 것으로, 친족 사이의 재산 문제에는 국가형벌권 발동을 되도록 자제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로마법에선 국가 대신 가장이 ‘가장권’으로 식구들에게 형벌을 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대가족이 해체돼 가족끼리 발생하는 재산 다툼을 조정해 줄 수 있는 집안 어른도 없는 데다, 가족 간 재산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해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2019년 장애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 경제 착취 사례 5건 중 1건이 ‘가족 및 친인척’ 관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형이 뇌출혈로 쓰러지자 동생이 지적장애가 있는 형의 배우자와 딸에게 접근해 재산관리를 맡아 주겠다며 모녀가 살던 아파트마저 팔아 버린 사건도 발생했다. 친인척이 아닌 부모가 자식을 착취한 사례도 허다하다. 정신장애인 B씨의 어머니는 B씨의 통장에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인연금이 어느 정도 모이면 B를 퇴원시킨 뒤 돈을 모두 찾아 사용했다. B씨는 다시 입원할 때까지 아버지 집에 방치됐다. 이정민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팀장은 “친족상도례 규정으로 인해 장애인들은 가족의 배신, 재산의 손실, 처벌 불가의 삼중고를 겪는다”며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들이 피해를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가해자를 고소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데다, 고소를 하거나 처벌 의사를 밝혀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은 “사회의 배제로부터 1차적인 안전망이 되어야 할 친족 등 가족이 이를 악용해 장애인을 경제적 착취의 도구로 삼는다면 친족상도례를 적용할 게 아니라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치매 노인도 친족상도례 규정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9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를 보면 노인을 경제적으로 학대한 대상 중 친족이 74.9%를 차지한다. 황 변호사는 “친족상도례가 헌법상 기본권리인 재산권, 평등권, 행복추구권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여기는 남미] 임신 8개월차 의사, 코로나로 사망…아기는 생존

    [여기는 남미] 임신 8개월차 의사, 코로나로 사망…아기는 생존

    코로나19가 재유행하고 있는 남미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임신한 브라질 의사가 코로나19에 걸려 끝내 사망했다. 의사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눈을 감았지만 의사들은 엄마가 사망하기 직전에 기적처럼 아기를 살려냈다. 브라질 중부 마투그로수주(州)의 도시 바하두가르사스에서 최근 벌어진 일이다. 임신 8개월 차로 병원 일을 잠시 쉬면서 출산을 준비 중이던 의사 키벨레 벤투 호드리게스(38)가 코로나 의심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건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부터였다. 비교적 젊은 나이라 가족들은 큰 걱정을 하지 않았지만 호드리게스의 병세는 하루 만에 빠르게 악화됐다. 결국 5일 호드리게스는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가족들은 "발열과 근육통 등 전형적인 코로나19 증상이 모두 발현했지만 가장 심한 건 기침이었다"면서 "잠시도 기침이 멈추지 않아 고생이 심했다"고 말했다. 응급실에 들어간 호드리게스는 즉각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자가호흡이 불가능할 정도로 증상이 급속도로 악화된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심장마비가 발생하는 등 여러 번 고비를 넘겼다. 의사들이 제왕절개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도 갈수록 악화하는 상태 때문이었다. 한 의사는 "병세가 너무 빠르게 진행돼 완치를 기대하기 힘들 정도였다"면서 "아기라도 살려내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병원은 결국 수술을 결정했다. 마취 후 호드리게스가 깨어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았지만 일단은 어린 생명이라도 살려야 한다는 의견에 대다수 의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6일 진행된 제왕절개 덕분에 복중 태아는 기적처럼 세상 빛을 볼 수 있었지만 호드리게스는 끝내 세상을 등졌다. 엄마와 아기가 같은 하늘에 있었던 시간은 3~4시간에 불과했다. 병원 관계자는 "엄마를 살려내지 못해 아기에게 너무 미안하지만 냉철하게 의학적으로 보면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면서 눈물을 보였다. 13일 현재 아기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케어를 받고 있다. 브라질 의학계에 따르면 임신부는 코로나19에 특히 취약한 고위험군이다. 산부인과 전문의 브루나 테이세이라는 "임신한 여자는 일종의 면역억제 상태가 된다"면서 "감염이나 감염으로 인한 부작용에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걸린 임신부의 사망율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공식 통계를 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브라질 마투그로수주에서는 임신부 26명이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했다. 보건부 관계자는 "(코로나에 걸린 임신부는) 대부분 20~30대였지만 완치율은 매우 낮았다"면서 "임신부는 코로나19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코리엔테소이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집값 오류 잡자고 지자체로 이관”… 산으로 가는 공시가 해법?

    “집값 오류 잡자고 지자체로 이관”… 산으로 가는 공시가 해법?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오류를 놓고 정치권이 백가쟁명식 해법을 들이대고 있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작 가려운 곳은 긁어 주지 못하고 엉뚱한 해법을 들이민다”고 지적했다. 공시가격의 엉터리 산정보다 엉터리 해법이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소득은 증가하지 않았는데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재산세를 무겁게 물리는 것에 대한 조세 저항을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탓으로 돌리면 본말이 전도된다는 것이다. 12일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문제에 대해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정책 당국자들이 안이하게 대처해 일어난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집값 폭등→공시가격 상승→세 부담 증가→조세 저항’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조세 당국, 사회보험 담당 부처 등이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부작용이 눈덩이처럼 커졌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올 초 “공시가격 상승으로 보유세수가 공시가격 상승률보다 높은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자료를 내놓았지만 국회도 손을 놓았다.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는 누진 체계라서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세 부담이 훨씬 크다. 그런데도 모든 문제가 마치 엉터리 공시가격 산정에 있는 것처럼 비치는 모양새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세 부담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상승률을 연간 1.2~2.9% 포인트씩 점증적으로 올리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실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2020년(69%) 대비 70.2%(1.2% 포인트)로 올리는 데 그쳤다. 집값이 폭등하지 않았다면 세금도 공시가격 상승률(1.2%)만큼만 올리면 된다. 급격한 세 부담은 공시가격 현실화 자체 때문이 아니라 집값 폭등에서 찾아야 한다. 장희순 강원대 교수는 “급격한 조세 부담 증가는 ‘시가 추인성’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재산세는 집값(시가)이 올라가는 비율에 따라 부과되는 구조다. 그간 비싼 주택을 갖고 있으면서 세금을 적게 냈으니 공시가격 상승에 따라 세금도 더 내야 한다는 주장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조세 저항과 일부 엉터리 산정을 문제 삼아 정치권이 공시가격 제도 자체를 흔들고 있다. 공시가격 산정 기준은 ‘적정 가격’이다. 부동산 시장은 불안정한 시장이다. 가격은 정책에 따라 급변하고, 개발계획 발표에 따라 춤을 춘다. 시세의 급등과 급락이 공존하는 시장이다. 그래서 적정 가격을 찾는 게 쉽지만은 않다. 100% 공평하게 산정됐다고 장담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도 오차를 인정한다. 문제는 해법 가운데 상당 부분이 ‘배를 산으로 끌고 가자’는 식이라는 것이다. 공시지가를 지방자치단체가 산정할 때 혼란은 더 커진다. 객관적인 잣대 없이 인위적으로 가격을 매기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지역별·물건별·가격대별로 달리 적용하는 것 자체가 더 큰 화를 불러온다. 지자체장의 선심성 정책 수단으로 변질해 가격 결정의 객관성도 떨어질 수 있다. 공시가격 산정을 정치적 목적에 따라 부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다. 선거 때마다 공시가격이 주요 공약이 되면서 가격 왜곡도 우려된다. 같은 가격 주택은 같은 수준의 세금을 내는 과세 공평성과도 들어맞지 않는다. 현실화율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자는 주장도 맞지 않다. 지역에 따라 시세 반영률을 달리 적용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같은 쓰임새와 같은 효용을 가진 재산은 가격도 같은 게 경제학의 기본 원칙이다. 그래야 가격 왜곡 현상을 없애고, 시장 혼란도 막을 수 있다. 전국적으로 시세가 비슷한 아파트는 공시가격도 같아야 한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공시가격 산정 과정의 오류는 비판받고 수정돼야 하지만, 공시가격 산정 주체를 지자체로 이관하자는 주장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부작용도 크다”고 지적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쓰레기집에 제 딸 버리고 도망간 구미 ○○○ 엄벌해야”

    “쓰레기집에 제 딸 버리고 도망간 구미 ○○○ 엄벌해야”

    ‘구미 3세 여아’를 빌라에 버려둔 채 이사를 가버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모(22·여)의 전 남편 A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김씨의 엄벌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전 남편 A씨는 ‘쓰레기집에 제 딸을 버리고 도망간 구미 ○○○의 엄벌을 청합니다’란 제목의 청원글에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보고 분노하는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다”면서 “김씨의 가방에서 모텔 영수증이 나와도 딸(숨진 아이)을 생각하면서 참았고, 신발장에서 임신테스트기 30개를 발견했을 때에도 용서했다. 사랑하는 아이가 저처럼 아빠나 엄마 없이 자라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딸을 옆에 재워둔 채 밤새 집을 나간 김씨를 뜬눈으로 기다리면서도 이 시간이 언젠간 지나갈 거라 믿었다”면서 “그런데 다음날 들어온 김씨가 ‘남자가 있다. 딸이 있다는 사실도 안다’고 해 ‘그 남자가 딸을 책임져 주겠다고 하더냐’고 물었더니 ‘그건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당시 “김씨에게 ‘엄마 될 자격 없으니까 나가라’고 말한 뒤 딸과 마지막 인사를 하게 하려 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딸이 엄마를 부르면서 달려가 안겼다”면서 “그 순간이 지금도 너무 원망스럽게 기억난다”고 회상했다.전 남편 A씨는 아이를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아빠가 돼야겠다고 다짐했고, 자신이 떳떳한 직장을 얻어 돈을 벌어 올 때까지만 김씨에게 잠시 아이를 키워달라고 부탁했다면서 당시 빌라 아래층에 김씨 부모(장인장모)도 거주하고 있어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그렇게 내린 결정이었지만 아이의 곁을 잠시 떠나 있던 두 달가량 A씨는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A씨는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김씨가 만나는 남자가 대기업을 다니며 돈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그 남자가 딸을 예뻐한다는 소식도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가 그 남자를 아빠로 알고 살아간다면 저는 너무 슬프겠지만 저처럼 무능력한 아빠보단 그 남자가 아이를 더 잘 먹이고 좋은 옷을 사 입힐 수 있겠지 싶었다”고 했다. 그는 “김씨는 제가 딸을 한번 보러 가겠다고 해도 답이 없었다. 이듬해 겨우 한두번 보러 갈 수 있었다”면서 “장인·장모가 돌봐주고 현 남편이 아껴줘 저 없이도 잘 지낸다는데 더 이상 제 자리는 없는 것 같았다”며 당시 심경을 밝혔다. A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본 뒤에야 당시 아이를 아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A씨는 “아이가 악취 나는 집에서 이불에 똥오줌을 싸며 고픈 배를 잡고 혼자 쓰러져 있었을 것을 생각하면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다”며 심적 고통을 표현했다. 그는 “그러다 김씨의 배가 점점 불러왔다고 해 시기를 계산해보니 집에서 제가 나가기도 전에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얼마나 그 남자 애를 갖고 싶었으면 수십 개의 임신테스트기를 사서 매일 임신을 체크했을까. 그렇게 갖고 싶던 애가 들어서고 배가 불러오니 제 딸아이는 점점 눈밖에 났나보다”라며 분노했다. 이어 “지난해 8월 그나마 평일 낮에라도 집에 가서 딸을 챙기는 것도 귀찮아진 김씨는 어느 날부턴가 빵 몇 조각과 우유 몇 개를 던져 놓고 다시는 그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고 한다”면서 “새 아이를 곧 만나게 될 테니 현 아이는 보기 싫어진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그는 “며칠이 지나고 김씨는 딸이 굶어죽을 거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며 “비가 내리고 찌는 듯 더운 날이 지나갔던 8월, 먹을 것도 없고 옷에 똥오줌 묻혀가며 쓰레기더미에 기대 지쳐갔을 아이를 생각하면 지금도 미칠 것만 같다. 저는 왜 아이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을까”라고 토로했다. 이어 “김씨는 희대의 악마이고 살인마”라며 “어떻게 새 남자와 신혼처럼 밤을 보내기 위해 그 꽃잎보다 고운 아이를 수백일 동안 혼자 내버려둘 수가 있나.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가 있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힘을 모아달라. 김씨가 살인에 응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재판부를 압박해달라”면서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온 귀 접힌 아이가 어딘가 살아있다면 찾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살인 및 아동복지법·아동수당법·영유아보육법 등 4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는 지난 9일 열린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당초 김씨는 숨진 아이의 친모로 알려졌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대검찰청의 유전자 검사 결과 자매 관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아이의 친모는 김씨의 어머니인 석모(48)씨로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어머니께 할말 없냐” 김태현 향한 질문…‘2차 피해’ 논란

    “어머니께 할말 없냐” 김태현 향한 질문…‘2차 피해’ 논란

    노원구 세 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25)을 향해 ‘어머니’를 언급한 질문이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스토킹하던 여성과 일가족을 살인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김태현은 9일 오전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검정색 옷을 입고 취재진 앞에 선 김태현은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호송차에 오르기 전 포토라인에 서서 무릎을 꿇고 피해자들 유족에게 사과했다. 김태현은 “이렇게 뻔뻔하게 눈 뜨고 있는 것도, 숨을 쉬고 있는 것도 정말 죄책감이 많이 든다”면서 “제가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도 정말, 제 자신이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고, 유가족분들과 저로 인해 피해 입으신 모든 분들에게 사죄의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을 살해한 이유와 사전 범행 계획 여부, 피해자들을 살해한 이후 피해자들 집에 머물면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 “죄송하다”고만 답했다. 그는 “화면을 보고 있을 어머니께 할 말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자 “볼 면목이 없습니다. 솔직히”라고 짧게 답했다. 어머니를 언급한 질문에 대해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잔인한 질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1일 매체 기고를 통해 “김태현 신상정보 공개 결정은 백번 옳지만, 현장에서 2차 피해가 일어났다는 점은 돌이켜봐야 한다”고 짚었다. 해당 장면을 지켜보고 있을 가족이 받을 충격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관련 기사의 댓글에 부모를 비난하는 글을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이는 명백한 2차 피해라고 승 연구위원은 주장했다. 다른 전문가들 또한 “어머니는 범죄의 당사자가 아닌 만큼 인터뷰 과정에서 노출이 되어서는 안 됐다. 김태현이 심정을 묻는 말에 먼저 어머니를 언급했다면 모를지라도 취재진이 어머니를 직접 거론하며 유도 질문을 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아빠 성 따라야 ‘정상가족’인가요? 비정상적 사회에 물음표 던진 것”

    “아빠 성 따라야 ‘정상가족’인가요? 비정상적 사회에 물음표 던진 것”

    헌재 본안 심사로 넘겨 사회변화 체감구시대적 관습 ‘정상가족 프레임‘ 타파‘부성 우선주의’ 폐지가 정상화 첫걸음 핏줄에 기초한 가족개념 성차별 방치혼인신고 때 자녀 성 결정하는 건 모순스웨덴 등 유럽은 부모 성 중 자유선택“우리 사회는 아버지와 어머니, 자식이 있는 가족의 형태를 법과 제도를 통해 ‘정상 가족’이라는 프레임으로 설정하고 있죠. 이는 미혼모·미혼부 가족을 ‘비정상 가족’으로 내몰고, 심지어 가족이 되고 싶어도 국가가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 동성부부 문제까지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가 목소리를 낸 궁극적인 목표는 구시대적 관습에 근거한 정상 가족 프레임을 해체하는 것입니다.”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1990년대생 이설아(27)·장동현(30)씨 부부가 마이크를 잡았다. 결혼식은 다음달 30일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할 예정이지만 결혼식에 앞서 지난해 12월 구청에서 혼인신고부터 먼저 하면서 법적 부부가 됐다. 그러나 이들은 혼인신고 과정에서 접한 제도의 부당함에 결국 헌재를 찾았고, 결혼 자금까지 털어 ‘부성(父姓) 우선주의’를 명시한 민법 제781조의 위헌 확인을 요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서울신문은 지난 8일 부부를 다시 만나 직접 목소리를 내게 된 배경과 이들이 꿈꾸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결혼 비용으로 헌법소원 낸 90년대생 부부 “이틀 전에 변호사님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우리 사건이 헌재 본안 심사로 넘어갔다고요. 사실 우리 부부와 변호사님도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설마 이게 본안으로 가겠어? 각하하겠지만 그래도 화두라도 던져 보자’면서 시작했거든요.” 남편 장씨는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기자회견 이후 헌법소원 청구사건 진행 상황을 전했다. 해당 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또 이런 내용을 기자회견까지 열어 밝혔음에도 애초 헌재가 부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줄 것이라는 기대는 없었다는 게 장씨의 설명이다. 장씨는 “헌재 재판관들이 이미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민법 781조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해 줄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정치권을 향해 입법을 촉구하기 위해 헌재를 찾은 것”이라면서 “헌재가 본안 사건으로 심사하기로 한 것만으로도 이미 우리 사회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체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2005년 전문이 개정된 현행 민법 781조는 ‘자(子)는 부(父)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규정한 뒤, ‘부모가 혼인신고 시 모(母)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예외적 조항을 두고 있다. 예외 조항은 그해 헌재가 기존 민법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추가됐다. 하지만 장씨 부부는 이마저도 ‘혼인과 가족생활은 양성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고,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명시한 헌법 제36조 1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아내 이씨는 “자녀의 출생신고도 아닌 부부의 혼인신고 때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자녀의 성을 결정해야 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데, 이마저도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게 디폴트값(기본값)으로 되어 있고, 어머니의 성을 따르려면 별도의 협의서까지 작성해 구청에 내야 한다”면서 “미래의 자녀가 부모 중 누구의 성을 따를 것이냐는 문제에 앞서 사회적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 통념에 반대되는 결정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자녀에게 제 성을 물려주는 방안을 남편에게 제안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아내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하면서 결혼식을 위해 모아둔 자금을 일반적인 결혼식이 아닌 ‘조금 더 의미 있는 일’에 써보자는 제안도 더했다. 독서모임에서 이씨를 만난 장씨는 “모임에서 대화를 나누는데 저와 지향점이 비슷하고 대화가 잘 통해 금방 가까워지게 됐다”면서 “결혼식도 비싼 돈 들여 식장을 빌려서 진행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 돈의 일부로 변호사를 선임해 같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분야를 위해 쓰는 게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사건을 대리해 진행해 줄 변호사 역시 독서모임을 통해 만났고, 부부의 뜻에 공감한 변호사가 ‘비교적 싼 비용’에 수락해 주면서 더욱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기자회견 이후 부부에게는 “역시 너희들답다”라는 주변의 반응과 함께 응원과 지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고 한다. 이들은 “이럴 줄 알았으면 결혼식도 그냥 헌재 앞에서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하며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한국만 강하게 남은 ‘부계 중심 문화 제도’ 이씨 부부의 문제의식처럼 해외의 사례로 눈을 돌려 보면 한국만 유독 부계 중심 문화가 사회 제도에 여전히 남이 있음이 확인된다. 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에서는 자녀의 이름을 정할 때 부모 성 중 하나를 자유롭게 택할 수 있다. 자매에게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을 번갈아 부여하기도 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019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스웨덴 출신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가족도 이에 해당한다. 그레타는 아버지 스반테 툰베리의 성을 따르고, 그의 동생 베에타 에르만은 어머니 말레나 에르만의 성을 따르고 있다. 한국과 같은 유교 문화권인 중국과 일본도 한국보다는 자유롭게 자녀의 성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는 이와 관련해 헌재의 사건 심리와 별도로 국회에 계류 중인 ‘부성주의 폐지’ 법안 통과 여론전도 병행할 생각이다. 이씨는 “이미 국회에는 민법 781조의 부성 우선주의 원칙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지난해 8월 발의됐고, 그해 10월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차별 없이 성·본 쓰기 2법’을 발의했음에도 ‘시급한 민생법안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논의 자체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다양한 정의와 세대 규정을 쏟아내고 있는 ‘90년대생 부부’에게 세대론에 대한 생각도 물었다. 20대 초반에 기성 정당 정치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이씨는 “기성 정치권과 언론의 관점으로 20~30대를 분석하고, 복잡다단해진 개인의 특성을 특정 성향으로 묶어 평가하는 일반화는 자칫 ‘20대 남성의 보수화’와 ‘20대 여성의 진보화’와 같은 왜곡된 성 대결 구도를 만들게 된다”고 경계했다. ●2030을 특정 성향으로 묶어 성대결 우려 장씨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누군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좌파냐 우파냐’, ‘운동권이냐 아니냐’ 등 너무 극명하고 단순한 프레임만 적용해 온 게 아닌가”라면서 “지금은 관점 자체가 완전히 변했다. 30대 남성이더라도 저처럼 스타트업 업계 종사자가 정치권에 바라는 정책과 대기업 사원이 바라는 정책은 다를 수밖에 없다. 정책과 제도 수요자의 관점은 급속하게 변해 가는데 공급자의 관점만 한 군데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장씨는 또 “소위 M·Z세대에 대한 많은 분석이 있지만 저는 ‘가치소비’라는 개념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자본주의 영역과 사회적 가치의 영역은 분리된 개념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이 세대들에서는 자신의 소비활동을 자신의 가치관과 맞는 분야와 방향에 맞게 하려는 행동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인디 문화·예술인을 후원하는 형식의 소셜플랫폼을 창업한 장씨는 가치소비를 위한 소셜플랫폼 창업도 구상하고 있다. 부부는 인터뷰 말미에 다시 한번 ‘정상 가족 프레임 타파’를 강조했다. 이들은 우리 법률과 제도에 남아 있는 ‘부성 우선주의’ 폐지가 정상 가족의 개념을 깨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씨는 “아버지나 어머니나 누군가의 성씨를 기준으로 하나의 가족을 개념화한다는 게 무의미한 시대가 됐다”면서 “누구누구 집안 사람, 이른바 핏줄에 기초한 폐쇄된 가족의 개념이 가정 내 성차별이나 폭력의 대물림 등을 방치해 온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자녀를 실제 양육하지도 않았고 사실상 가족이 아닌 사람이 민법상으로만 ‘출산한 어머니’라는 이유로 유산 일부를 가로채는 유명 연예인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이제는 단순히 법과 제도가 규정하는 가족, 특히 혈연주의에서 발생하는 부당함을 말할 수 있는 시대”라면서 “한 개인이 누군가의 성을 따라야 한다는 고정관념부터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세 모녀 살인’ 김태현, 살인 범행 일주일 전부터 계획

    ‘세 모녀 살인’ 김태현, 살인 범행 일주일 전부터 계획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스토킹하던 여성과 일가족을 살해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김태현(25)을 경찰이 9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김태현이 피해자들을 살해한 날로부터 약 1주일 전부터 살인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김태현의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 성향을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이날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 노원경찰서는 살인, 절도, 주거침입, 경범죄처벌법 위반(지속적 괴롭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김태현을 이날 서울북부지검에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태현은 지난달 23일 슈퍼마켓에서 흉기를 훔친 뒤 모녀 관계인 피해자 3명의 주거지에 침입해 이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태현은 퀵서비스 기사로 가장해 피해자들 주거지에 찾아가 문이 열리자마자 안으로 들어가 살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피해자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주변 사람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에서 피해자들 시신과 자해한 상태의 김태현을 발견했다. 경찰은 김태현을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한 뒤 체포영장을 집행했고, 지난 2~3일 조사해 지난 4일 구속했다. 김태현은 큰딸인 피해자를 지속해서 스토킹했고, 피해자들을 살해한 현장에서 범행 전후 상황을 은폐하기 위해 큰딸인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손을 댄 것으로 확인됐다.경찰 관계자는 “피해자(큰딸)의 휴대전화에서 피해자와 김태현이 주로 게임을 하면서 같이 알게 된 지인 2명과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먼저 검색하고 이 지인들로부터의 메시지 수신을 차단했다”면서 “피해자 계정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접근해 친구 목록을 확인한 다음 피해자와 같이 아는 지인들과의 연락을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태현과 큰딸인 피해자는 지난해 11월 한 게임 채팅방을 통해 알게 돼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주고 받다가 올해 1월 초 서울 강북구에서 직접 만나 게임을 같이 했다. 이후 올해 1월 23일 다른 지인들과 함께 만난 자리에서 김태현과 큰딸인 피해자 사이에 다툼이 있었는데, 그 뒤로 큰딸인 피해자가 김태현의 연락을 차단하고 김태현을 만나지 않으려고 한 일에 대해 김태현이 배신감을 느껴 살인을 결심하게 됐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김태현은 지난 1월 24일 큰딸인 피해자가 집을 찾아오지 말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거나 피해자에게 계속 연락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태현은 피해자를 살해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피해자의 가족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범행을 하러 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태현은 살인 범행을 저지르기 약 1주일 전부터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 먹고 범행일 3~4일 전에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모든 데이터를 삭제했다. 다만 경찰은 김태현이 자신의 휴대전화로 음란물 사이트에 접속한 사실을 확인했다.김태현은 이날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검찰청으로 이동하는 호송차에 오르기 전 취재진 앞에 서서 무릎을 꿇고 피해자 유족에게 사과했다. 김태현은 “이렇게 뻔뻔하게 눈 뜨고 있는 것도, 숨을 쉬고 있는 것도 정말 죄책감이 많이 든다”며 “제가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도 정말, 제 자신이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고, 유가족분들과 저로 인해 피해 입으신 모든 분들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태현은 범행 동기와 사전 계획 여부, 범행 후 행적 등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고 “죄송하다”고만 답했다. 지난달 24일 국회를 통과한 스토킹처벌법이 오는 9월 이후로 시행돼 김태현에게는 스토킹처벌법은 적용되지 않았다. 그동안 스토킹 범죄는 1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하도록 하는 경범죄처벌법상의 경범죄에 해당했다. 그러나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고, 흉기 또는 그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이용해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징역 5년 이하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북부지검은 김태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겠다며 유족 등 피해자 지원을 위해 긴급 장례비 1200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남원 관광산업 활성화”… 지리산 친환경 전기열차 속도 낸다

    “남원 관광산업 활성화”… 지리산 친환경 전기열차 속도 낸다

    알프스의 최고봉 융프라우(해발 4166m). 장엄하면서 숨이 멎을 것 같은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는 코스는 스위스 여행의 백미로 꼽힌다. 융프라우를 보기 위해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오지만 스위스 자연이 훼손되지 않는 것은 친환경 산악열차 때문이다. 이 산악열차는 1912년 천혜의 경관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개통됐다. 잘 만든 기차 덕분에 스위스 관광산업은 불황을 모르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 지리산에서도 스위스 융프라우를 본뜬 ‘친환경 산악 전기열차’가 운행될 전망이다. 국내 산악열차 사업의 원조는 전북 남원시다. 남원시는 케이블카가 환경 훼손을 이유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자 2013년부터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산악열차 도입을 추진했다.지리산은 웅장한 산세와 비경을 자랑하는 민족의 영산이다. 1967년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됐다. 그러나 겨울철 폭설과 도로 결빙, 낙석으로 인한 차량 사고 위험이 커 매년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교통이 통제된다. 육모정부터 고기삼거리를 잇는 지방도 60호선 7.3㎞는 눈이 내리면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다. 고촌·회덕·노치마을 350여 가구는 주기적인 고립 사태가 반복돼 교통취약지역으로 분류된다. 겨울철에는 도로 폐쇄와 통행금지로 관광객이 크게 감소한다. 8월 한 달 지리산 탐방객은 60만명에 이르지만, 12월부터는 10만명 선으로 줄어 겨우내 지역 관광산업이 침체된다. 천혜의 겨울 관광자원이 교통 문제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도로에 설치… 환경문제 상당부분 해소 1980년대 지리산 일주도로가 개설된 이후 환경문제도 큰 골칫거리다. 지리산에는 연간 50만대 이상의 차량이 통행하기 때문에 배기가스와 소음, 악취로 생태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성수기 지리산 주요 휴게소의 공기오염도는 대도시 대기환경기준을 초과할 정도다. 또 차량에 의한 로드킬 또한 타 국립공원보다 많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10년간 지리산 국립공원 내 야생동물 로드킬 발생 건수는 906건으로 ‘매우 높음’ 등급이다. 인구 감소, 지역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고심하던 남원시는 지리산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친환경 산악 전기열차’ 도입을 결정했다. 친환경 산악 전기열차가 도입되면 ▲환경오염 저감 ▲지리산 인근 주민 이동권 확보 ▲지역 관광산업과 경제 활성화 등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산악 전기 열차는 전 구간 기존 도로 위에 레일을 설치하고 매연이 없기 때문에 대기오염과 로드킬 등 환경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분석됐다. 사업 대상지는 주천면과 산내면 일원 22㎞(1단계 육모정~정령치 13㎞, 2단계 정령치~달굴 9㎞) 구간이다. 사업비는 1800억원으로 추정됐다. ●철도기술硏과 국내 첫 기술 상용화 기반 조성 그러나 국내 최초 기술을 적용해 누구도 가 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첫 사례이기 때문에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았다. 남원시는 2013년에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면서 사업의 첫발을 내 디뎠다. 2016년에는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예산 10억원을 확보하고 지리산 친환경 전기열차 추진의 근거가 될 ‘궤도운송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이끌어 냈다. 2017년에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 사업에 반영되면서 지리산 친환경 전기열차 사업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2019년 국토부가 ‘친환경 전기열차 국내 도입방안 정책연구 용역’ 및 ‘산악용 친환경 운송시스템 실용화 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데 이어 시험노선 추진 예산도 확보했다. 남원시도 지리산 친환경 전기열차 도입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실시하는 등 국가표준모델이 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기 위해 행정력을 쏟아부었다. 철도기술연구원은 ▲세계 최초 무가선 급경사 주행 열차 ▲세계 최초 콘크리트 톱니궤도 ▲국내 산악지형에 맞는 급경사·급곡선 주행 차량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친환경 전기열차의 완성도를 높였다.남원시가 처음 들고 나온 친환경 전기열차 사업은 9년 만인 올해 시범사업이 가시화 단계에 이르렀다. 이 사업이 국책사업으로 확정될 수 있었던 것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정부와 정치권을 끈질기게 설득한 남원시의 노력에서 비롯됐다. ●고기리~정령치 1㎞ 구간 시범 사업 공모 도전 국토부는 산악철도 타당성 검토를 마치고 올해 전국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시범사업 공모에 나선다. 정부는 오는 8월쯤 시범 노선 연구에 참여할 자치단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남원시는 고기리부터 정령치까지 1㎞ 구간을 시범사업 구간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리산에 친환경 전기열차가 도입되면 ▲환경문제 개선 ▲교통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선 ▲관광경쟁력 확보 등 지역발전에 획기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남원시 관계자는 “지리산 친환경 전기열차 도입으로 관광편익 4925억원, 교통편익 1688억원 등 6613억원의 편익이 발생해 경제성 분석 결과 비용편익비(B/C)가 1.69로 타 지자체보다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전국적으로 161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543억원의 부가가치유발, 1128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남원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91일 만에 700명대에도 무덤덤… 변이 확산·백신 차질 ‘일촉즉발’

    91일 만에 700명대에도 무덤덤… 변이 확산·백신 차질 ‘일촉즉발’

    최근 연일 400~500명대를 오르내리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전날 668명으로 급증한 데 이어 8일 700명을 기록해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지난 1월 7일(869명) 이후 91일 만에 최다 규모다. 11월 집단면역까지 갈 길이 바쁜데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둘러싼 안전성 논란 지속에다 확진자가 불어나고 백신 효과가 낮은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마저 늘고 있어 방역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제2부본부장은 브리핑에서 “모든 조건이 험난하다”며 “기본적으로 발생 규모가 크고 감염재생산지수가 높으며 전파력과 위중증도가 높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백신을 확보하고 접종 속도를 높여 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당국은 사실상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특이혈전증’과의 연관성이 확인된 이상 사람들이 이 백신을 접종하려 할지가 문제다. 4차 유행이 장기화하는 것을 막으려면 1차 접종자라도 늘려야 하는데 접종률 비상에 백신 물량마저 부족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이외 얀센이나 모더나, 노바백스 등 다른 백신 도입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4차 유행이 더 위험한 이유로 초기 확진자 수가 3차 유행 때보다 많은 점을 꼽는다. 3차 유행은 100명대에서 시작했고 지금은 500명대에서 시작해 최근 이틀 연속 확진자 수 앞자리가 바뀌었다. 초기 확진자가 두터워 1000~2000명대까지 금방 늘어날 수 있다. 변이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퍼진 것도 위험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5일 정부가 밝힌 변이 확진 건수(330건)보다 더 많은 변이 감염자가 퍼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확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일상 접촉 확진자 비중이 커지고 있는 점도 불안을 더한다. 현재 집단감염은 전체의 28.4%, 선행 확진자 접촉은 40.2%다. 그만큼 감염원을 찾기 어려워 전파 고리를 빨리 차단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 등 방역 강화 필요성이 나오는 이유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률적인 단계 인상은 방역 수칙을 잘 준수한 국민이나 업종에서 똑같이 규제를 당해야 하니 선의의 피로감이 늘고 경제에도 영향 미치며 효과성에도 문제가 있다”며 “최근 감염이 발생한 곳을 특화해 실효성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유흥업소 등에 특화된 ‘핀셋방역’을 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권 부본부장은 “피로도가 쌓인 거리두기 정책을 더 지속·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해 거리두기 격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새로운 거리두기 단계는 9일 발표된다. 한편 정세균 총리가 최근 언급한 ‘백신여권 인증앱’ 도입과 관련해 권 장관은 “백신여권을 도입하려면 모든 연령층이 다 맞아야 한다.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백신을 많이 접종한 나라도 접종률이 30%인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인증앱을 이달 열어 식당 등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침을 만들되 접종자가 어느 수준에 이르렀을 때 상용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광역·기초의원도 국민의 힘 압승

    광역·기초의원도 국민의 힘 압승

    4·7 전국 광역·기초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국민의 힘이 압승을 거뒀다. 국민의 힘은 광역의원 8곳중 6곳, 기초의원 9곳중 6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서울·경기도·충남북에서는 싹쓸이하는 기염을 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 기반인 호남에서만 가까스레 체면치레를 했다. 순천시·고흥군 광역의원 2명, 김제시·보성군 기초의원 2곳 등 4명이다. 당선자중에는 ‘박치기왕’ 김일의 외손자가 눈길을 끌고 있다. 보성군의원 선거에서는 불과 5표차로 당락이 결정되기도 했다. 전남 고흥군 도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선준(42·더불어민주당) 씨는 생전에 ‘박치기왕’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고(故) 김일(1929∼2006년) 선생의 외손자다. 김일 선생의 손자 9명중 유일하게 고향인 고흥에서 생활하고 있다. 고흥 녹동에 살고 있는 둘째 딸 김순희(73)씨의 아들이다. 8일 오전 6시부터 읍내를 돌아다니며 감사 인사를 전한 박 의원은 “어릴때 무릎에 앉혀 놀이를 해주시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예뻐해주셨던 기억이 항상 떠오른다”며 “20대때 신라호텔에서 첫 봉급을 받고 할아버지에게 도미요리를 사드렸는데 맛있게 드셨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웃음을 보였다. 박 의원은 “할아버지가 사인을 하시면 ‘美德良心(미덕양심)’이란 글자를 한자로 꼭 같이 쓰셨던 의미를 되새기겠다”며 “아름다운 덕행은 바른 마음에서 나온다는 말씀을 실천하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포부를 보였다. 고흥에서 태어난 박 의원은 초등학교 때 서울로 올라간 후 요리를 전공한 뒤 2004년에 아버지가 하던 사업을 물려받기 위해 귀향했다. 그는 “외할아버지가 고향 금산에 가뭄이 심하자 사비 수천만원을 들여 양수기 수백대를 지원하고,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박정희 대통령에게 고향에 전기를 놔달라고 건의했던 것처럼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치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기초의원 2개 선거구에서는 손에 땀을 쥐는 승부가 펼쳐졌다. 전남 보성군의원 보궐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조영남(59) 후보가 2209표(득표율 45.12%)를 얻어 2204표(득표율 45.02%)를 얻은 무소속 윤정재 후보를 불과 5표 차이로 이겼다. 재검표 결과에서도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 경남 의령군 ‘다선거구’ 군의원 선거에서는 무소속 윤병열(61) 후보가 1826표를 얻어 1812표를 받은 국민의힘 차성길(59) 후보를 14표 차이로 이겼다. 당선자들은 전날 저녁 선관위로부터 당선증을 받고 이날 부터 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고흥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MB 청와대 요직 섭렵… 野 텃밭 부산 되찾았다

    MB 청와대 요직 섭렵… 野 텃밭 부산 되찾았다

    YS 때 정계 입문… 17대 국회에 첫 입성“정권 심판” 교수 사직 후 출마 ‘배수의 진’‘인물론 VS 정권심판론’. 부산의 유권자들은 정권심판론에 손을 들어줬다.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문 사퇴로 7일 치러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의 잔’을 거머쥔 박형준 부산시장 당선인은 대학교수 출신이다. 그는 국민의힘 후보로 결정되자 30년 넘게 몸담았던 대학 강단에서 물러나는 등 굳은 결의를 드러냈다. 애초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정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입시 비리 의혹,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등이 불거지면서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지역 민심은 정권 교체에 무게가 실렸다. 선거 막판 박 당선인의 엘시티 아파트 특혜 분양 의혹과 부동산 문제 등 더불어민주당의 강한 의혹 제기에도 부산 유권자들은 현 정권 심판을 위해 박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박 당선인은 “부산의 변화와 혁신을 갈망하는 부산시민의 위대한 승리다. 일할 기회를 주신 시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당선 소감을 밝히며 “부산을 경제 악순환에서 구하고 지역에서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되는 도시, 청년들이 떠나지 않는 도시, 기업들이 오고 싶어 하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박 당선인은 부산에서 태어났다. 1978년 고려대 사회학과에 입학한 후 마르크스·레닌주의에 빠져 학생운동을 하다가 진압부대가 쏜 최루탄 파편에 오른쪽 눈을 다쳐 실명할 뻔했다. 민주당 김영춘 후보의 대학 선배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 동아리(문예반) 활동을 같이했으며 민주화 운동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졸업 후 잠시 언론에 몸담았다가 1991년 동아대 교수로 고향인 부산에 정착했다. 이후 부산에서 시민단체에 참여하는 등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했다. 1994년 김영삼(YS) 정권의 정책자문기획위원을 맡으며 정계에 입문했다. 2004년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17대 국회의원(부산 수영구)에 당선됐으나 18대 총선에서는 낙선했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 선거캠프 대변인과 청와대 홍보기획관, 정무수석비서관, 사회특별보좌관 등을 지냈다. 박 당선인은 19대 총선 때는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2016년 다시 대학 강단으로 돌아가 후학을 양성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소속 부산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정계에 복귀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MB 청와대 요직 섭렵… 野 텃밭 부산 되찾았다

    MB 청와대 요직 섭렵… 野 텃밭 부산 되찾았다

    YS 때 정계 입문… 17대 국회에 첫 입성“정권 심판” 교수 사직 후 출마 ‘배수의 진’‘인물론 VS 정권심판론’. 부산의 유권자들은 정권심판론에 손을 들어줬다.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문 사퇴로 7일 치러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의 잔’을 거머쥔 박형준 부산시장은 대학교수 출신이다. 그는 국민의힘 후보로 결정되자 30년 넘게 몸담았던 대학 강단에서 물러나는 등 굳은 결의를 드러냈다. 애초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정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입시 비리 의혹,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등이 불거지면서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지역 민심은 정권 교체에 무게가 실렸다. 선거 막판 박 시장의 엘시티 아파트 특혜 분양 의혹과 부동산 문제 등 더불어민주당의 강한 의혹 제기에도 부산 유권자들은 현 정권 심판을 위해 박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박 시장은 “부산의 변화와 혁신을 갈망하는 부산시민의 위대한 승리다. 일할 기회를 주신 시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당선 소감을 밝히며 “부산을 경제 악순환에서 구하고 지역에서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되는 도시, 청년들이 떠나지 않는 도시, 기업들이 오고 싶어 하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박 시장은 부산에서 태어났다. 1978년 고려대 사회학과에 입학한 후 마르크스·레닌주의에 빠져 학생운동을 하다가 진압부대가 쏜 최루탄 파편에 오른쪽 눈을 다쳐 실명할 뻔했다. 민주당 김영춘 후보의 대학 선배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 동아리(문예반) 활동을 같이했으며 민주화 운동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졸업 후 잠시 언론에 몸담았다가 1991년 동아대 교수로 고향인 부산에 정착했다. 이후 부산에서 시민단체에 참여하는 등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했다. 1994년 김영삼(YS) 정권의 정책자문기획위원을 맡으며 정계에 입문했다. 2004년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17대 국회의원(부산 수영구)에 당선됐으나 18대 총선에서는 낙선했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 선거캠프 대변인과 청와대 홍보기획관, 정무수석비서관, 사회특별보좌관 등을 지냈다. 박 시장은 19대 총선 때는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2016년 다시 대학 강단으로 돌아가 후학을 양성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소속 부산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정계에 복귀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지하철 타기 겁나? 택시비 대신 내드려요” 자비 턴 한국계 여성…1억 기부금 답지 (인터뷰)

    “지하철 타기 겁나? 택시비 대신 내드려요” 자비 턴 한국계 여성…1억 기부금 답지 (인터뷰)

    길거리나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의 잇단 증오범죄가 아시아계 미국인의 ‘이동권’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일일 이용객 500만 명의 뉴욕 지하철은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공포의 대상이 됐다. 뉴욕 지하철에서는 지난 주에도 아시아계 여성과 그의 자녀, 또 다른 아시아계 남성을 상대로 한 증오범죄가 연이어 발생했다. 조롱과 멸시, 폭언은 물론 신체적 폭행까지 가해진 인종차별 사건에 이젠 무서워서 지하철 못타겠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이처럼 지하철 이용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자, 한국계 여성 한 명이 택시비를 대신 내주겠다고 나섰다. 6일 abc7(뉴욕)은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한국계 미국인 매들린 박(29, 한국이름 박나진)씨가 자비를 털어 증오범죄에 노출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택시비 지원에 나섰다고 보도했다.자신의 애칭을 딴 ‘매디 캡’(매디 택시) 캠페인을 시작한 박씨는 “이동이 필요하면 우버, 리프트 택시를 타고 내게 비용을 청구하라”며 2000달러(약 220만 원)을 내놓았다. 그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이용해야 하는 뉴욕의 아시아계 여성과 노인, 성소수자에게 40달러(약 4만 원)씩 택시비를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매디 캡’ 장기 운영을 위한 추가 자금 모금을 펼쳤다. 결과는 놀라웠다. 미국 전역에서 48시간 동안 10만 달러(약 1억 1100만 원) 넘는 후원금이 쏟아졌다. abc뉴스와 폭스뉴스 등도 해당 캠페인에 관심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박씨는 어떻게 자비까지 털어 택시비 지원을 할 생각을 했을까. 박씨는 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학생일 때 생각이 났다”고 밝혔다.15년 전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는 뉴욕에서 치과의사로 일하는 박씨는 “요즘 인종차별 증오범죄 사건이 자주 터져 불안했다. 지난주에는 누군가 지하철에서 나와 같은 나이의 한국계 여성 가방에 불을 붙였더라. 지하철 타기가 무서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혼자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30분 내내 두려움에 떨었다. 누가 나를 공격하지는 않을까 무서웠다. 무슨 일이 생겨도 나서주는 사람 하나 없는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박씨는 지하철 대신 택시를 타고 출퇴근하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일주일에 한 번 출근하는 터라 부담은 적었다. 하지만 매일같이 택시를 이용할 형편이 안 되는 다른 아시안은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특히 학생들 걱정이 컸다. 박씨는 “내가 학생일 때 생각이 났다. 돈 아끼려고 항상 지하철을 타고 걸어다녔다. 나 같은 학생들이 많을 것 같아 속상했다. 택시 탈 돈만 있으면 그래도 안전이 보장될 것 같아 SNS를 통해 ‘매디 캡’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전했다.박씨에 따르면 현재까지 택시비 지원을 요청한 사람은 매일 출퇴근하는 병원 간호사, 부모님 모시고 병원에 가던 자녀,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러 가던 사람, 밤거리에서 위협을 느낀 사람, 지하철을 타려다 수상한 사람을 보고 뛰쳐나온 사람 등으로 다양하다. 박씨는 “밖에 나가기가 무섭다고들 하더라”면서 “과거에도 증오범죄는 많았으나 보도가 안 됐을 뿐이라고 하던데, 애틀랜타 총격사건 등을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코로나19는 작년부터 유행했는데 왜 이제와서 갑자기 아시안 증오범죄가 늘었는지 모르겠다”고 갸우뚱했다. 자신은 한국인이 많은 지역에서 자라 심한 인종차별을 겪어본 적이 없으며, 가끔 거리에서 인종차별적인 말을 하고 지나가는 사람 정도였는데 요즘 부쩍 증오범죄가 늘어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박씨는 일단 기존 모금액이 소진될 때까지 모금을 잠정 중단했다. 박씨는 “전국 각지 다양한 인종 커뮤니티에서 기부금과 응원 메시지를 보내왔다”면서 “이번 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뉴욕의 아시안 커뮤니티를 지지하는지 알게 됐다”고 감사를 전했다. 박씨는 “뉴스를 보며 아시아계 미국인 모두가 똑같이 느꼈을 거다. 아무도 우리를 보호하지 않고, 눈 앞에서 폭행을 당해도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는 절망감이 있었다. 그런데 이틀 동안 기부금이 쉬지 않고 들어오는 걸 보면서, 우리가 안전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같은 흑인 인종차별에 이어 이제는 애틀랜타 총격 등 아시안 인종차별까지, 너무 안 좋은 일이 계속됐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변화가 일어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하루 빨리 ‘매디 캡’이 필요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JTBC, 방송촬영 중 아파트 공용전기 무단사용”…경찰 출동

    “JTBC, 방송촬영 중 아파트 공용전기 무단사용”…경찰 출동

    예능 ‘1호가 될 순 없어’…아파트 주민이 신고JTBC 측 사과…“문제 또 발생하면 책임지겠다” JTBC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이 아파트에서 방송 촬영 중 공용전기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가 주민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발생했다. 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5일 오후 9시 37분쯤 송파구 풍납동의 한 아파트 주민으로부터 “방송사 제작진이 아파트 공용전기를 무단으로 사용한다”는 112신고를 접수했다. 해당 아파트에서는 JTBC 예능 ‘1호가 될 순 없어’가 촬영 중이었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김학래·임미숙 부부가 이 아파트 주민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과 만난 관리사무소 측은 “동대표 회의를 거쳐 배상 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알렸다. 경찰은 고소 절차 등을 안내하고 현장에서 사건을 종결했다. 신고자인 주민 A씨는 “제작진이 한달여 전에도 아파트 계단에 있는 전기 코드를 사용하는 게 눈에 띄어 주의를 줬는데, 비슷한 상황이 반복돼 신고한 것”이라며 “추후 이런 일이 또 발생하면 형사고소는 물론 민사소송도 진행할 생각”이라고 했다. JTBC 측은 “당일 현장 관리에 신경 쓰지 못한 부분에 사과의 뜻을 경찰을 통해 전달했고, 추가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며 “주민들께 거듭 사과드리며 다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꾸준히 먹었는데 임신”…불량 피임약에 칠레 170명 ‘낭패’

    “꾸준히 먹었는데 임신”…불량 피임약에 칠레 170명 ‘낭패’

    칠레에서 불량 피임약 때문에 170명이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고 CNN방송이 6일(현지시간) 이들의 사연을 전했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 외곽에 사는 네 아이의 엄마 신티아 곤살레스는 8개월간 아침마다 알람을 맞춰놓고 꾸준히 경구피임약을 복용했다. 노점상에서 중고의료를 팔던 일자리를 잃은 탓에 벌이가 줄어든 상황에서 또 아이를 낳아 기르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곤살레스는 다섯 번째 임신 사실을 알게 됐고, 현재 생후 2개월 아기의 분윳값 걱정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곤살레스처럼 문제의 경구피임약을 먹고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칠레 여성은 170명에 달한다고 CNN은 전했다. 알려진 것만 이 정도로,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의 경구피임약은 독일 제약사 그뤼넨탈의 자회사 실레시아에서 제조된 ‘아눌렛 CD’로, CNN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칠레 보건당국은 약에 결함이 의심된다는 보건소 직원들의 신고를 받고 특정 제조단위 제품 13만 9160팩을 리콜 조치했다. 아눌렛 CD는 여성들이 매일 복용하도록 21개의 노란색 실제 피임약과 7개의 파란색 위약이 한 팩으로 구성됐는데, 문제의 제품엔 실제 약과 위약이 무작위로 뒤섞여 있었다. 보건당국은 보건소 등에 해당 제조단위 제품을 쓰지 말도록 하고 트위터로 리콜 결정을 알렸다. 그러나 리콜 결정을 본 소비자는 많지 않았다. 이어 9월에도 다른 제조단위에서 결함이 발견됐다. 보건당국은 실레시아의 제조 허가를 일시 중단했지만 이미 27만 7000여팩의 불량 피임약이 유통된 뒤였다. 심지어 당국은 일주일도 안돼 실레시아에 다시 제조허가를 내주고 아눌렛 CD도 다시 유통할 수 있도록 했다. 당국은 제조 결함이 눈으로 확인되기 때문에 의료인들이 불량제품을 걸러낼 수 있다는 이유를 댔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피해 사례를 공개하며 당국 결정의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여성단체 ‘밀레스’는 아눌렛 CD의 결함 사실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지했고, 언론 등을 통해 문제를 알리며 피해 사례를 수집했다. 칠레에서는 성폭행 임신 또는 태아나 임신부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에만 낙태가 허용되기 때문에 뒤늦게 원치 않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여성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문제가 커지자 정부는 지난 2월 뒤늦게 실레시아에 6억 650만 페소(약 1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해당 피임약에 제조 결함이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임에도 제약사와 정부는 여성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독일 제약사 그뤼넨탈 대변인은 제조 결함에도 피임약 효능엔 영향이 없다며 경구피임약 효과가 100%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피임약을 올바르게 지속해서 복용했을 때의 임신 확률은 1% 미만이다. 칠레 보건당국 관계자 역시 피임약의 효능이 항생제나, 술, 담배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탓을 돌렸다. 그러나 많은 의학 전문가들은 흡연이 피임약 효과를 낮춘다는 증거는 없으며, 술의 경우 피임약 복용 후 술을 마셔 토해낼 경우에만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고 CNN은 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북한, 어제 ‘당 최말단’ 세포비서대회…김정은 개회사

    북한, 어제 ‘당 최말단’ 세포비서대회…김정은 개회사

    북한의 ‘당 최말단’ 세포비서 대회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다. 통신은 “조선로동당 제6차 세포비서대회가 4월 6일 수도 평양에서 개막됐다”면서 김 총비서가 대회를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조용원 당 조직비서는 보고를 통해 “당세포가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를 쓸어버리는 발원점이 되여 맹렬한 투쟁을 벌리며 도덕기강을 확립하기 위한 된바람을 일으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비서는 개회사에서 “기층 조직을 강화하여 전당을 강화하는 것은 우리 당의 고유하고 독창적인 당 건설원칙이며 자랑스러운 전통”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제사업과 인민생활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실질적인 눈에 띄는 변화와 발전을 이룩하여 우리 식 사회주의 위업을 한 단계 전진시키려는 당대회 결정의 집행 여부가 바로 당의 말단 기층조직인 당세포들의 역할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포비서대회에서는 지난 2017년 12월 열린 제5차 세포위원장대회 이후 당세포비서들의 사업정형을 전반적으로 분석·점검하고, 현시점에서 개선해야 할 당세포사업의 과업과 방안도 토의될 예정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이번 세포비서대회에는 조용원 당 조직비서를 비롯해 당 중앙위원회 비서인 정상학·리일환, 권영진 군 총정치국장, 당중앙위원회 부장인 김재룡·오일정·허철만 등이 참석했다. 당세포는 5∼30명으로 구성되는 당의 최말단 조직이며 당세포 비서는 이 조직의 책임자를 일컫는다. 올해 당세포비서대회는 김정은 집권 이후 세 번째로 열리는 것이다. 앞서 2013년 1월과 2017년 12월에 개최된 당세포비서대회 때도 김 총비서가 직접 참석했다. 지난달 북한매체는 제6차 세포비서대회가 ‘4월 초순’ 개최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후 참가자들이 지난 3일 평양에 도착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김일성 주석 생가인 만경대 등을 돌아보며 사상교육을 받는 등 사전행사가 진행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아프지만 ‘돈 안 되는 사업’ 과감하게 정리… ‘전장·가전’ 키우는 구광모의 선택과 집중

    아프지만 ‘돈 안 되는 사업’ 과감하게 정리… ‘전장·가전’ 키우는 구광모의 선택과 집중

    뚜렷한 돌파구 없이 시간만 지연 판단모바일 재검토 두 달여 만에 최종 결정업계 “미래 사업 위한 불가피한 선택”LG전자의 5일 스마트폰 사업 철수 결정은 올해로 취임 4년차를 맞은 구광모 회장 체제 아래 계속된 LG그룹의 체질 개선을 상징하는 또 한번의 사례로 평가된다. 1995년부터 계속된 모바일 사업의 퇴장은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났음을 자인한 것이란 점에서 뼈아픈 대목이지만, 주력 사업 고도화와 미래 사업 육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은 업계가 대체로 동의한다. 구 회장이 2018년 6월 취임한 뒤 같은 해 9월 LG는 서브원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부문을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너티에 매각하고, 이듬해 2월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세리스템즈를 청산하는 등 ‘돈 안 되는 사업’을 과감히 접는 사업구조 재편에 집중했다. 이 같은 행보는 LG디스플레이의 조명용 올레드 사업 철수, LG유플러스 전자결제 사업 매각 등 각종 매각·철수로 이어졌고, 이번 스마트폰 철수 결정으로 정점을 찍게 됐다. 이번 결정에 앞서 업계에서는 다양한 매각 시나리오가 예상됐다. 하지만 협상 대상과 ‘가격 눈높이’ 등을 맞추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뚜렷한 돌파구 없이 시간만 지연될 것으로 판단되자 그룹 내부적으론 일찌감치 사업 철수를 결정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월 26년 역사의 모바일 사업을 재검토하기로 공식화한 뒤 단 두 달여 만에 내려진 결정이지만, 역설적으로 ‘구광모호(號) LG’가 ‘속도의 LG’로 변화했음을 또다시 보여 준 것이었다. LG그룹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LG전자의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모바일 사업의 빈자리는 전장과 가전을 중심으로 채울 전망이다. 전장은 LG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미래 사업이다. LG전자는 2018년 8월 오스트리아 차량용 헤드램프 기업 ZKW 인수를 시작으로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와의 1조원대 합작사 설립,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룩소프트와의 합작 법인인 ‘알루토’ 설립 등 전장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왔다. LG는 또 기존에 강점을 가진 가전 사업에 대해 인공지능 기반 플랫폼 사업 ‘LG 씽큐’, ‘webOS’ 등을 강화해 글로벌 가전업계를 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LG전자는 “휴대전화 사업을 종료하더라도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핵심 모바일 기술의 연구개발은 지속한다”면서 “특히 2025년쯤 표준화 이후 2029년 상용화가 예상되는 6세대(6G) 원천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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