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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개월 만에 재도전...16일 누리호 ‘하늘문’ 두드린다

    8개월 만에 재도전...16일 누리호 ‘하늘문’ 두드린다

    지난해 10월 21일 성공을 눈 앞에서 놓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8개월 만에 다시 한 번 ‘하늘문’을 두드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5일 오전 7시 20분에 누리호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내 발사체종합조립동에서 제2발사대로 이송하면서 발사를 위한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누리호는 무인특수이동차량인 트랜스포터에 실려 시속 1.5㎞ 속도로 1시간 10분에 걸려 제2발사대로 이동했다. 발사대에 도착한 누리호는 오전 11시 30분까지 기립장치(이렉터)로 발사패드에 수직으로 세워진 뒤 지상고정장치(VHD)로 고정하는 등 기립·고정 작업이 진행됐다. 오후에는 누리호의 에비오닉스(항공·우주비행체용 전자장비), 레인지 시스템(추적 장비), 자세제어계에 대한 최종 점검 작업과 발사체에 연료(케로신), 산화제(액체산소), 전기 등을 공급하는 탯줄 같은 기능을 하는 엄빌리칼 설비 연결 작업을 오후 7시까지 진행했다. 특히 엄빌리칼 연결 작업 중에는 연료나 산화제 충전 중 막히거나 샐 가능성이 있는지 파악하는 기밀 점검까지 완료했다.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16일 나로우주센터가 위치한 전남 고흥 일대는 오전에는 맑지만 오후에는 구름이 많은 날씨가 되겠다. 기온은 18~27도 분포를 보이겠다. 바람은 초속 5~6m로 예보돼 발사에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니다. 과기부와 항우연은 16일 오전 ‘발사관리위원회’를 열어 누리호에 연료와 산화제에 주입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발사 3~4시간 전 최종 발사관리위원회를 개최해 기술적 준비상황, 기상상황, 우주물체와 충돌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다음 누리호 최종 발사시각을 결정한다. 현재는 16일 오후 4시 발사를 예정하고 있다. 지난해 1차 발사 때도 오전에 열린 발사관리위원회에서는 당초 계획대로 오후 4시 발사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오후에 열린 최종 발사관리위원회에서 발사대 추가점검과 발사대 상층 고층풍의 영향으로 한 시간 연기된 오후 5시에 발사하기로 결정했다.
  • 손목이 바스러지도록… 바스러진 종이에 숨은 ‘역사의 조각’ 맞추죠[공무원 어디까지 아니]

    손목이 바스러지도록… 바스러진 종이에 숨은 ‘역사의 조각’ 맞추죠[공무원 어디까지 아니]

    찢어지고 그을리고 물에 젖은 종이 기록물이라도 감쪽같이 원래 모습으로 복원해 내는 공무원들이 모여 있는 곳이 나라기록관이다. 국가기록원 소속기관인 나라기록관은 2007년 최첨단 기록물 보존 시설을 갖춰 경기 성남시에 들어섰다. 이곳에서 만난 나미선 복원관리과 학예연구관은 “전통 한지라는 세계 최고 재료와 오랜 연구개발로 한국의 종이 기록물 복원이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문화재보존학을 전공하고 2005년 국가기록원에 들어와 17년째 ‘종이 기록물 복원’이라는 한길을 걷는 나 연구관을 인사혁신처의 도움을 받아 지난 13일 만났다. -훼손된 종이 기록물을 원래 모습대로 복원하는 게 어떻게 가능할까 궁금하다. “국가기록원이 소장한 기록물은 90%가량 종이 기록물이다. 훼손된 주요 기록물을 선별해 원래 형태로 되돌리는 게 우리 일이다. 없어진 부분은 메우고, 찢어진 부분은 붙이고, 약한 부분은 덧댄다. 훼손된 기록물은 환자, 복원실은 병원, 복원 작업은 외과 수술로 비유하곤 한다. 복원 작업은 훼손이 얼마나 됐는지 조사해 정확한 상태를 진단하고 복원 처리 방법을 결정하는 게 첫 단계다. 기록물을 해체한 뒤 찢어지거나 없어진 부분을 한지로 보강해 건조한다. 복원을 마치면 사진촬영을 하고 처리 과정을 기록한 다음 중성 보존상자에 담아 서고에 보관한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종이 기록물도 적지 않을 텐데. “전통 한지로 돼 있는 조선시대 이전 기록물은 상태가 매우 좋은데, 일제강점기 이후 근현대 기록물은 훼손이 심각한 편이다. 지금 작업하고 있는 조선총독부 건축도면은 말 그대로 종이가 갈기갈기 바스러져서 종잇조각을 하나하나 꿰맞춰야 한다. 안내 책자 없이 레고 블록 맞추는 것에 비유하는 분도 있는데, 사실 그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에 걸쳐 숙련된 전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하루 종일 종잇조각을 들여다봐야 하는 일이다 보니 갑갑해서 일하다 작업도구를 집어던지고 그만둔 사람도 있었다.” -지금까지 복원한 종이 기록물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조선총독부 건축도면이 아닐까 싶다. 10년 동안 작업해 2만 7831장을 복원했고 올해 모든 작업을 마칠 예정이다. 디지털화와 스캐닝 작업도 거의 마무리 단계다. 그중에는 현재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건축물을 비롯해 서대문형무소나 경복궁 등 중요한 건축 도면도 있다. 처음에는 펼쳐 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였고 정확한 수량조차 파악할 수 없었던 걸 생각하면 큰 보람을 느낀다.” -2년 전에는 한국전쟁 당시 작전지도와 명령서를 복원해 공개하기도 했다. “1950년부터 1952년까지 주요 전투 작전명령서와 작전지도 401건을 복원했다. 5년 6개월이나 걸렸다. 1950년 6월 25일 시작된 춘천 전투 상황을 보여 주는 ‘국군 제6사단 작전명령 제31호~32호’를 비롯해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꼽히는 백마고지 전투 상황을 담은 ‘국군 제9사단 작전명령 제85호~90호’ 등을 포함하고 있다. 복원 소식을 발표한 뒤 제9사단 소속 한 소위에게서 전화가 왔다. 백마고지 전시관 개관 행사에 작전지도와 명령서를 전시하고 싶다며 도와 달라고 했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더니 ‘해 주지 않으면 탱크를 몰고 오겠다’고 하더라. 결국 협박이 통했다. 복제품을 인계하는 날 소위가 탱크 대신 건빵 한 상자를 들고 왔다. 군용 건빵을 태어나서 처음 먹어 봤다.”-조선시대 기록물 중에는 문화재도 적지 않을 것 같다. “2011년 대전에서 발굴한 나신걸과 부인 신창 맹씨 무덤에서 나온 한글 편지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처음엔 그냥 종이 뭉치처럼 보였는데 그 안에서 이빨 두 개와 한글 편지 두 통이 나왔다. 1500년대 초에 쓴 것들이라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 편지다. 당시 나신걸이 함경도 경성 군관으로 부임하면서 고향에 있는 아내에게 얼굴도 못 보고 가게 돼 마음이 아프다며 분(화장품)과 바늘을 보낸다는 애틋한 내용을 정갈한 존댓말로 표현한 게 인상적이었다.” -복원실 곳곳에 아령이 있는 게 눈에 띈다. 손목 관절을 많이 쓰니까 틈틈이 운동하는 건가. “그렇게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 사실은 운동이 아니라 종이를 눌러서 고정하는 데 쓴다. 현장에서 시작된 업무 혁신이라고 해야 할까. 종이 기록물을 고정하기 위해 납주머니를 많이 쓰는데 좀더 무거운 게 필요했다. 뭐가 좋을까 생각하며 이것저것 써 보다가 딱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아령을 쓰게 됐다.”-복원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니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싶은데. “수술을 세 번 했다. 2018년에 복원 작업을 하는데 손목에서 ‘뚝’ 하며 뭔가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일을 계속했는데 손이 움직이질 않아서 병원에 갔다. 엑스레이 검사를 해도 문제를 찾질 못해서 압박붕대를 하고 계속 일했다. 1년 뒤 다시 손이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가 보니 연골 파열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연골 수술을 앞두고서야 인대가 끊어졌다는 걸 알게 됐다. 끊어진 인대를 붙이는 수술을 한 뒤 연골을 봉합하고, 척골도 3㎜ 잘라 냈다.” -복원해야 할 기록물은 많고 사람은 적어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 국가기록원의 복원 전문 인력 정원이 14명에 불과하다. 나라기록관에는 연구관 1명, 연구사 3명, 공무직 5명이 정원인데 실제로는 육아휴직이 2명이다. 기록물 복원은 숙련도가 중요한데 일이 힘들어서 떠나는 사람이 생길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1년에 복원하는 종이 기록물이 어느 정도 되나. “나라기록관에서 연간 복원하는 종이 기록물이 1만 2000장 정도인데 외부 요청자료와 디지털 복제, 복원을 빼면 순수 복원은 7000~8000장 정도 된다. 국가기록원 소장자료가 1억건이고, 그중에서 복원이 필요한 주요 자료를 추린 게 41만장이니까 현재 인력으로 소장자료를 모두 복원하려면 최소 60년이 걸린다. 거기다 태풍이나 화재로 훼손된 자료를 복원해 달라는 긴급 요청도 계속 들어온다. 여유 인력이 없다 보니 해외 협조 요청도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다. 지난 4월 모로코를 방문해 기록물 복원 시범을 하고 상호협력 방안을 논의했는데, 우리 담당자들은 새벽까지 실습용 한지와 물품을 점검한 뒤 집에 가서 짐만 챙기고 나와 출국해야 했다.”-외부 기관에서 복원해 달라고 요청하는 기록물도 상당하다고 들었다. “국가기록원 소장 기록물뿐 아니라 공공기관이나 민간에서 소장한 중요 기록물 보존도 대행한다. 2006년부터 시작한 ‘맞춤형 복원·복제 지원 서비스’를 통해 지금까지 55개 기관 6877장을 지원했다. 올해와 내년 지원 대상이 신청한 분량만 해도 37개 기관 2만 944장이나 된다. 내부 검토를 거쳐 우선순위에 따라 11개 기관 1228장을 선정했다. 신청받은 기록물 가운데 6%가 채 안 된다. 우리가 아니면 할 수 있는 곳이 없고 시간이 갈수록 소중한 기록물을 복원하기가 더 힘들다는 것 때문에 최대한 서두르고 싶지만 현재 국가기록원에 있는 인력으론 솔직히 그 이상은 무리다.” -그런 가운데서도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들었다. “무엇보다도 한지라는 귀한 문화유산이 있기 때문이다. 몇 해 전만 해도 전 세계 종이 기록물 복원용 종이로 일본에서 생산한 화지를 최고로 쳤는데 최근엔 한지를 찾는 외국 기관이 많이 늘었다. 한지에 쓴 500년 넘은 종이 기록물을 처음 본 외국인들은 종이 상태가 이렇게 좋은 게 어떻게 가능하냐며 못 믿겠다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 국가기록원이 보유한 복원 기술도 한몫했다. 천연 재료와 전통 방법을 활용한 원형복원 기술과 함께 정교한 업무 체계와 기초연구도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다.” 
  • ‘용산 대통령실’ 명칭 그대로 쓴다… 공모 거쳤지만 새 이름 못 찾아

    ‘용산 대통령실’ 명칭 그대로 쓴다… 공모 거쳤지만 새 이름 못 찾아

    광화문에서 용산으로 이전한 새 대통령 집무실 명칭이 사실상 ‘용산 대통령실’로 결정됐다. 명칭 선정을 위해 공모 과정까지 거쳤지만, 합당한 이름이 없어 새 명칭 대신 기존 ‘용산 대통령실’을 그대로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새이름위원회는 이날 오후 최종 회의를 열고 대통령 집무실의 새로운 명칭을 권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인선 대변인이 밝혔다. 강 대변인은 “온라인 선호도 조사 결과 5개 후보작 가운데 과반을 득표한 명칭이 없었고, 각각 명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감안할 때 후보작들이 모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위원회는 60여년간 사용한 ‘청와대’라는 명칭 사례에 비춰 볼 때 한번 정하면 그 이름을 오래 사용해야 하는 만큼 성급히 선정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합당한 명칭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더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함께 새로운 집무실 명칭을 결정하기 위한 대국민 공모에 이어 민간 전문가 등 13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대통령실새이름위원회를 발족하고 관련 작업을 진행해 왔다. 위원회는 지난 3일 ‘국민의집’, ‘국민청사’, ‘민음청사’, ‘바른누리’, ‘이태원로22’ 등 5건을 새 이름 후보로 압축한 뒤 대국민 온라인 선호도 조사를 실시하는 등 새 대통령실 명칭 선정 작업을 진행해 왔다. 온라인 선호도 조사에서는 ‘이태원로22’와 ‘국민청사’가 각각 1, 2위를 기록했지만, 최종 결정 과정에서는 어느 쪽도 선택받지 못했다. ‘이태원로22’는 일반 국민이 사용하는 도로명 주소를 사용한다는 상징성이 있었지만, 대통령실 이름으로는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 국민청사는 부르기 쉽고 친근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중국 국민당 청사 이름 같다’는 반론 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후보작들이 모두 국가지도자의 집무실인 대통령실을 상징하기에는 미흡하다는 게 위원회의 공통된 의견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윤 대통령도 지난 10일 여당 지도부를 청사로 초청해 가진 오찬에서 “공모한 이름이 다 마음에 안 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모에서 3만여건의 제안을 받았는데 이름들이 대체로 예상 가능한 수준이었고, 눈에 확 띌 만큼 좋다는 반응이 나온 이름도 없었다”고 전했다. 위원회 판단을 거친 결정이지만, 앞서 대국민 공모가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은 최종 선정안이 없음에 따라 최우수상은 선정하지 않고, 제안순서와 의미를 고려해 우수상(이태원로22) 1건, 장려상(국민청사, 국민의집, 민음청사) 3건을 선정해 수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 [단독]약점 잡힐까 똥참던 강아지, ‘진심’에 배를 보였다[2022 유기동물 리포트-내 이름을 불러주세요]

    [단독]약점 잡힐까 똥참던 강아지, ‘진심’에 배를 보였다[2022 유기동물 리포트-내 이름을 불러주세요]

    딱 3주만 개로 살아 보고 싶었다. 한때 가족이었던 사람들에게 버려진 그들의 마음을 알고 싶어서다. 보호자에게 버림받아 거리로 내몰린 반려동물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온몸으로 버텨야 한다. 생명의 기회를 얻거나 삶과 작별하거나. 서울신문 스콘랩은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14일까지 3마리의 유기견을 추적 관찰했다. 아이들의 마음 상태를 읽기 위해 반려견 행동 전문가들의 자문은 물론 짖는 소리로 감정을 분석하는 웨어러블 기기의 도움도 받았다. 도심을 떠돌던 ‘펜더믹 퍼피’ 루피의 이야기다. ※키워드에 대한 설명을 보다 편히 보시려면 서울신문 홈페이지에 확인하세요.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615003003포메라니안을 닮은 이 떠돌이개는 거리를 얼마나 헤맸을까. 한파가 몰아치던 지난 1월①. 고층 아파트로 둘러싸인 서울 용산구 신계역사공원에 갈색 믹스견 한 마리가 나타났다. 노숙 생활을 제법 한 듯 초라한 행색이었다. 주변에는 주인도, 무리도 없었다. #상처 - 사람의 손길을 피하다 삐쩍 마른 몸피가 수북히 자란 털로 뒤덮인 아이. 주민들은 ‘루피’라고 불렀다. 호기심이 많은 만화 캐릭터와 성격이 닮아 붙여 준 이름이다. 루피는 출근이라도 하듯 매일 아파트 단지에 나타났다. 주민들이 주는 간식을 받아먹는 게 하루 일과였다. 큰 경계심은 없었지만 사람이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건 거부했다. “반갑다고 불러도 팔 닿는 거리까지는 오지 않더라고요.” 지난겨울부터 루피를 지켜봐 온 주민 박현선(43)씨의 말이다. 이 때문에 주민 신고를 받은 구청 위탁업체 직원들②과 119대원이 와서 루피를 잡아 보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워낙 눈치가 빠르고 잽쌌다. ‘잡히면 죽을 수 있다’는 걸 아는 듯했다. 아이의 과거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누가 버렸다는 소문만 무성했다. 날이 더워질수록 루피의 건강이 걱정됐다. 지저분한 유기견을 못마땅하게 여긴 사람들은 주민들이 놓은 밥그릇에 소변을 봤다. “루피를 구조합시다.” 지난 4월 한 주민이 중고거래 사이트 ‘당근마켓’ 게시판을 통해 구조를 제안했다. 23명이 참여한 채팅방이 만들어졌고, 작전이 개시됐다.#유혹 - 삼겹살로 힘겹게 포획 한낮 최고기온이 30도 가까웠던 지난달 23일, 종일 굶은 루피는 본능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바싹 구운 삼겹살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개의 후각은 사람보다 1만배쯤 더 발달했다. “굶주린 유기견을 유인할 때 냄새가 진한 삼겹살이나 닭가슴살만한 게 없어요.” 민간 동물구조단체 ‘리버스’ 대원인 구철민씨가 말했다. 그는 주민들의 요청을 받아 이곳에 왔다. 가로 3m, 세로 5m 넓이의 철제 구조틀 안에 삼겹살 300g을 놓고 루피를 유인했다. 당장 먹고 싶었을 테다. 그러나 섣불리 집어 물었다간 인생이 달라질 수 있음을, 개라도 직감할 수 있었다. 새 주인을 만나거나, 죽거나. 루피의 고민은 깊어졌다. 그때 이은비(29·여)씨가 나섰다. 평소 잘 챙겨 줘 루피가 따르던 사람이다. 그의 반려견 ‘리지’도 구조틀 근처에서 애타는 마음으로 루피를 불렀다. 6시간의 기약 없는 기다림. 결국 루피는 구조틀 안으로 들어와 구조됐다.루피는 떠돌이 생활을 막 시작한 게 틀림없었다. 나이는 2~3살로 추정됐다. 사람들은 누군가 코로나19 때 외로움을 달래려 키우기 시작한 ‘팬데믹 퍼피’③일 가능성을 거론했다. 손발톱은 단정했고, 유기견답지 않게 건강도 양호했다. 병원에서 루피를 살펴보던 박찬규 수의사가 말했다. “유기견은 보통 진드기나 심장사상충에 감염되기 쉬워요. 루피는 야외생활로 피부에 약간의 염증이 있을 뿐 감염병이 없는 걸 보면 유기된 지 얼마 안 된 아이예요.” 김용환 리버스 대표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루피는 사회화(0~7개월) 시기 때 교감법을 배운 아이예요. 의도적으로 버린 건지, 잃어버린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누군가 키우던 강아지가 100% 맞아요.” 하지만, 대부분의 유기견이 그렇듯 루피는 동물등록④이 돼 있지 않았다. 원보호자를 쉽게 찾을 수 없다는 얘기다. 주민들은 절차에 따라 루피를 구청 위탁보호소인 인근 동물병원으로 데려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등록해 주인이 나타나길 기다렸다.#경계 - 잔뜩 웅크리고 끙끙 루피는 임시보호자를 자처한 은비씨의 집으로 향했다. 첫날부터 루피는 행동으로 속마음을 털어놨다. 머릿속에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만 가득했다. 온종일 눈을 감고, 입을 벌려 숨을 헐떡였다. 그러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면 겁에 질린 듯 입을 꼭 다물었다. 넘어가는 숨도 참을 만큼 루피는 두려웠다. 그러다 고개를 바닥에 축 늘어뜨리며 눈을 감았다. 신원규 독클래스 훈련사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입을 다무는 행동은 강아지가 스트레스를 표현하는 방법 중 가장 위험한 신호예요. 루피 입장에서는 둘러싼 사람들이 하는 모든 행동이 두렵고, 부담스러운 거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앞에 풀이 죽어 회피하고 싶은 상태로 보시면 돼요.”루피는 포획 이후 닷새 동안 똥을 누지 않았다. 두려움을 느끼는 개들이 흔히 보이는 행동이다. 자신의 건강 정보가 담긴 변 냄새가 퍼지면 천적이 공격할 수 있다는 본능 때문이다. 먹지도 않았다. 누군가 자신을 죽일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모든 욕구를 잠재웠다. 그저 구석을 찾아 잔뜩 웅크리고 고개를 낮춰 끙끙 앓는 소리만 냈다. 구조 이후 나흘간 루피의 음성으로 마음 상태를 파악한 관찰용 기기에는 ‘불안’과 ‘슬픔’만 떴다. #믿음 - 사료 다 먹고 배 드러내 “루피가 들어갈 집 안 공간은 모두 막아 보세요. 숨지 않고 같이 적응하는 법을 알려 줘야 합니다.” 신 훈련사가 은비씨에게 조언했다. 구석으로 숨으면 마음을 열기 어려웠던 까닭이다. ‘아무도 너를 해치지 않아. 눈치 보지 않아도 돼.’ 이 진심만 루피에게 닿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5일이 흘렀다. 진심이 닿았을까. 지난달 28일 루피의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 처음으로 웨어러블 기기가 루피의 심리를 ‘행복’이라고 분석했다. 사료에 입을 대지 않던 루피가 한 그릇을 허겁지겁 해치웠다. 배가 채워지자 바닥을 파고 뱅뱅 돌며 놀았다. 신체에서 가장 약한 부분인 배를 까 보이며 경계심을 푼 루피는 은비씨에게 애교를 부렸다. 손을 내밀면 앞발을 올렸다. 놀아 달라는 신호였다. 만지면 깨물 것 같던 이전 반응과는 달랐다. 은비씨는 울컥했다. 사람에게 몸을 내준다는 건 믿고 따르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한번 마음의 빗장이 풀리자 아이는 온 마음을 내줬다. 더이상 구석을 찾지도 않았고, 눈을 감고 숨을 헐떡이지도 않았다. 루피는 은비씨의 관심을 쫓아 집 안 곳곳을 따라다녔다. 은비씨와 떨어지면 끙끙 앓았다. 웨어러블 기기는 루피를 이렇게 분석했다. ‘놀아 주세요’. 더이상 버려지지 않겠다는 생존 본능이 분리불안과 애교로 표현됐다.관찰 종료를 하루 앞둔 지난 13일. 루피가 처음으로 하네스(반려동물에게 착용하는 줄)를 두르고 문밖을 나섰다. 자신이 버려졌던 그곳에 발을 디딘 루피. 또 버려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일까. 한동안 꼬리를 내리고 움직이지 않았지만, 곧 은비씨에게 맞춰 걸었다. 루피는 점점 사람과 관계를 맺는 법을 익히고 있다. 결국 아이를 버릴 수도, 살릴 수도 있는 존재는 사람뿐이었다. #기다림 - 루피의 여생은 주민들은 루피가 좋은 입양자를 만날 수 있길 바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만들어 루피를 소개하며 새 보호자를 찾아나섰다. 루피의 입양자가 갖춰야 할 조건은 간단하지만 단호했다. ‘사교성 만렙(최고 레벨)인 루피의 우정을 지켜 주고 산책을 자주 해 줄 활기찬 다인 가정’, ‘다시는 유기되지 않도록 노력하실 분’.관찰 마지막 날인 지난 14일까지 원보호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루피의 미래는 알 수 없다. 행복하게 남은 삶을 살 수도, 버려질 수도 있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할 수 있는 이것뿐이다. 다시 사람을 믿거나, 다시 버려지거나. 루피의 인스타그램 입양홍보 계정 : @puffy_luffy__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국내 동물권 문제를 폭넓게 다루는 시리즈와 후속 기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물학대와 유기, 펫샵이나 개농장·공장 등에서 벌어지는 부조리, 육견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등을 제보(jebo@seoul.co.kr)해 주시면 끝까지 추적해 보도하겠습니다. 제보자 신원은 철저히 익명에 부쳐집니다. *키워드에 대한 설명을 보다 편히 보시려면 서울신문 홈페이지(https://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pet1)에서 확인하세요.①1월동물자유연대의 ‘2021유실유기 동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유기동물 중 약 26%가 이동이 잦은 휴가철(6~8월)에 버려짐. 하지만 2020년 대비 계절에 따른 감소폭은 축소했다.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감소하면서 월별 편차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됨.②구청 위탁업체 직원유기견은 ‘민원’이 들어오면 지방자치단체 포획팀이 출동. 붙잡히면 전국 228개 직영·위탁 보호센터에 입소함. 이 가운데 약 45%는 안락사 또는 질환 등으로 자연사.③팬데믹 퍼피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기간인 2020년 이후 입양·분양받은 강아지. 지난해 4~5월 2만 561마리였던 유기·유실동물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2만 1228마리로 늘었다.④동물등록유실·유기 방지를 위해 반려동물을 시·군·구청에 등록하도록 의무화한 제도. 동물이 구조되면 내장·외장형 인식칩을 활용해 소유자를 찾음. 반려견 양육자 중 71.5%가 동물등록을 함.
  • [영상] 통째로 떠내려가는 집…‘세계 최초 국립공원’ 덮친 기록적 홍수

    [영상] 통째로 떠내려가는 집…‘세계 최초 국립공원’ 덮친 기록적 홍수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유명한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대규모 홍수에 폐쇄된 가운데, 공원과 인접한 지역의 주택 한 채가 홍수에 통째로 떠밀려 내려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CNN 등 현지 언론의 14일 보도에 따르면 전날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전례 없는 수준의 폭우와 홍수로 인해 모든 입구가 봉쇄됐다. 대규모 홍수는 산사태를 유발했고, 국립공원 내 도로가 유실되거나 정전되는 등의 피해가 잇따랐다.공원 북쪽에 있는 다리는 홍수로 강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무너져 내렸고, 국립공원과 맞닿아있는 몬태나주(州) 가디너에서는 주택 한 채가 통째로 떠밀려 내려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 측은 SNS를 통해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당분간 공원의 모든 입구를 폐쇄한다. 공원 재개장은 홍수로 범람한 강물이 빠지고 피해 규모를 확인한 뒤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입구가 모두 폐쇄된 것은 1988년 대규모 산불 이후 34년 만이다.옐로스톤 국립공원 인근 지역도 피해가 발생했다. 몬태나주의 한 광산에 일하는 직원 50여 명은 옐로스톤강(江)의 지류인 스틸워터강의 범람과 함께 생긴 대형 싱크홀 탓에 대피하지 못한 채 광산에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옐로스톤 국립공원 일대를 강타한 홍수는 지난 3일 동안 이어진 이례적인 폭염으로 공원의 높은 고도에 쌓여 있던 눈이 녹으면서 발생했다. 갑자기 높아진 기온으로 눈이 빠르게 녹아 내렸고, 눈이 녹아 생긴 물이 옐로스톤강 등에 더해졌다. 여기에 집중호우까지 더해지면서 기록적인 홍수로 이어졌다. 미국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옐로스톤에는 11~13일 60㎜의 비가 내렸다. 특히 공원 북동쪽 산에는 100㎜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13일 기준 옐로스톤강의 수위는 4.2m까지 올랐다. 이는 1918년 기록된 3.5m의 기록을 훌쩍 넘는다.공원 측은 현재 북쪽 지역의 피해가 가장 크며, 공원 남쪽 지역의 여러 도로가 침수될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이번 홍수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 행사를 조성하려던 시기에 발생했다”고 전했다. 한편 1872년 문을 연 옐로스톤은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와이오밍, 몬태나, 아이다호주에 걸쳐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의 2014~2018년 통계에 따르면, 옐로스톤 국립공원에는 6월 한 달 동안 평균 78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린다.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수십만 년 전의 화산폭발로 이루어진 화산고원 지대로, 마그마가 지표에서 비교적 가까운 5km 깊이에 있어 간헐천(일정한 간격을 두고 뜨거운 물이나 수증기를 뿜어내는 온천) 등 다채로운 자연현상이 나타나는 곳이다. 전 세계 간헐천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300개의 간헐천이 있으며, 사슴과 물소, 조류 등 야생동물의 보고이기도 하다.
  • 무더위로 혈관 늘어나 앉았다 서면 ‘띵’… 젊은층도 고혈압 주의

    무더위로 혈관 늘어나 앉았다 서면 ‘띵’… 젊은층도 고혈압 주의

    한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이른 더위가 이어지면서 여름철 건강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무더위에 더 취약한 심뇌혈관질환, 고혈압·저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는 건강관리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여름에는 혈압이 겨울보다 낮아지지만, 혈압 하강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무더위에 노출되면 혈관이 확장하고, 이때 갑자기 일어서는 등 자세를 바꾸면 머리가 어지러운 기립성 저혈압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기립성 저혈압은 여름에 더 자주 발생한다. 김대희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13일 “만약 고혈압 환자가 평소 강압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기립성 저혈압이나 혈압 하강에 따른 피곤함을 느낄 수 있다”면서 “30도 이상의 고온과 습한 날씨가 장기간 이어질 때는 겨울 못지않게 혈압을 항상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혈압은 일반적으로 고령층에서 발생률이 높지만, 젊은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건강을 유지하려면 젊을 때부터 혈압을 측정하는 게 좋다. 심지어 6세 어린이에게서도 고혈압이 나타나기도 한다. 신진호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스트레스는 고혈압을 일으키는 주요 요소로,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은 꼭 혈압을 측정해 봐야 한다”며 “미국 자료에 따르면 심장발작 환자의 69%가 병원에 올 때 고혈압이 있었고, 뇌졸중 환자는 77%, 심부전 환자는 74%가 고혈압 상태였다고 한다. 예방이 가장 효율성 높은 치료”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고혈압학회가 발표한 2007∼2021년 전 국민의 고혈압 유병률을 보면 한 해 고혈압 환자의 수는 2007년 708만명에서 2021년 1374만명으로, 14년 사이 1.94배 늘었다. 2021년 20세 이상 인구 4433만명을 기준으로 하면 30.9%가 고혈압 환자다. 그러나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30~40대 고혈압 환자 3명 중 2명이 자신이 고혈압 환자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으며, 고혈압 치료를 받는 30대 환자는 10명 중 1명꼴이다. 이렇게 지내다 보면 뇌졸중, 심장마비, 심부전, 콩팥기능부전, 시력손실과 같은 합병증 위험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혈압이 높으면 두통 등을 느낄 수 있으나, 대부분 고혈압 환자는 증상이 없다. 혈압을 측정하기 전에는 고혈압 여부를 알기 어렵다. 그래서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른다.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하려면 정기적으로 혈압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신 교수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10대 청소년도 혈압이 높고 체중이 무거우면 30세쯤에 동맥이 두터워진다. 나이와 키, 성적 성숙 정도에 따라 혈압이 결정되므로 청소년 때부터 비만을 조절하고 10세가 되면 혈압을 측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혈압은 무엇보다 합병증이 무서운 질환이다. 조절되지 않은 고혈압 환자는 정상인보다 관상동맥 질환이 발생할 위험성이 3배 증가한다. 관상동맥은 심장이 펌프작용을 하는 데 필요한 혈액을 공급해 주는 혈관이다. 이곳에 동맥경화증이 생겨 심장 근육에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면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이 생긴다. 협심증은 안정 상태에서 흉통이 약 5분 이내로 지속되지만,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 심장 근육이 죽는 심근경색증은 10분 이상 심한 통증이 지속되다 곧바로 사망할 수도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또한 혈압이 높으면 심장 부담이 커지고, 심장은 높은 혈압을 견디려고 심장벽을 더 두껍게 만든다. 이런 과부하를 견디지 못해 심장의 기능은 점점 떨어지고 온몸에 필요한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면 심부전이 온다. 심부전이 더 진행되면 폐에 물이 차는 폐부종으로 악화하기도 한다. 눈 망막의 모세혈관이 높아진 혈압을 견디지 못하고 터지면 망막 기능이 상실되며 실명할 수도 있고, 갑작스런 혈압 상승으로 우리 몸의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의 내벽이 분리되는 대동맥 박리증이 올 수도 있다. 전 세계 고혈압 전문가들은 평소 가정에서도 혈압을 측정해 볼 것을 권한다. 김원 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가정에서 혈압을 측정하며 관리하는 방법을 권하는데, 아침에는 기상 후 1시간 이내, 소변을 본 후, 아침 식사 전, 혈압약 복용 전에 앉은 자세에서 최소 1~2분 안정을 취한 뒤 혈압을 재고, 저녁에는 잠자리 들기 전에 재면 된다”고 설명했다. 혈압이 조금 높게 나온다고 너무 조급해하거나 걱정을 하면 오히려 교감신경이 상승하므로, 반복해서 측정하고 그래도 높게 나온다면 의료진을 찾는 게 좋다. 어떤 사람은 병원에서 혈압을 재기만 하면 높게 나오는 소위 ‘백의고혈압’ 현상을 겪기도 한다. 병원에서 일시적으로 신경이 예민해져서인데, 이럴 땐 자동혈압계로 집에서 일주일 정도 혈압을 측정하고 담당의사에게 제시하면 큰 도움이 된다. 고혈압은 평생 지속되는 질환으로, 조절할 수는 있지만 완치되지는 않는다. 의사 처방대로 약을 복용해야 하며, 갑자기 복용을 중단하면 반동현상으로 혈압이 원래보다 더 높아져 위험해질 수 있다. 신 교수는 “과일, 채소가 풍부한 식사를 하고 잡곡이나 섬유질 많은 음식, 닭고기 종류나 기름기 없는 육류 또는 생선류를 섭취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짠 음식은 금물이다. 혈중 나트륨 농도가 짙어지면 세포 속의 수분이 혈관으로 유입돼 혈관에 수분량이 증가하고 혈관 벽에 평소보다 큰 압력이 가해져 고혈압이 발생한다. 고혈압 환자에게는 낮은 강도에서 장시간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 좋다. 특히 걷기나 가벼운 조깅과 같은 단순하면서도 전신을 쓰는 운동을 하면 혈압을 효율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반대로 무거운 기구를 이용하는 중량 운동은 운동 중 최저 혈압(확장기 혈압)을 크게 상승시킨다. 고혈압 환자가 높은 강도로 운동하면 최저 혈압이 증가하면서 최고 혈압(수축기 혈압)도 260㎜Hg 이상으로 상승한다. 따라서 역도 운동이나 거꾸로 매달리기 등 머리가 아래로 가는 운동은 삼가야 한다. 대신 가벼운 중량을 15~20회 정도 반복해 들어 올리는 운동은 해도 괜찮다. 김 교수는 “반드시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해야 하며, 기구를 들어 올릴 때는 숨을 참지 말고 내쉬는 등 호흡을 조절하면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배현진, 이준석 면전서 혁신위 정면 반발…“자잘한 사조직 오해 받겠다”

    배현진, 이준석 면전서 혁신위 정면 반발…“자잘한 사조직 오해 받겠다”

    李 “공천개혁 할 수 있단 거지 한다는 건 아냐”앞서 이준석·권성동, 친윤모임 ‘민들레’ 비판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띄운 당 혁신위원회에 대해 면전에서 정면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공천개혁 의제를 혁신위에 상의 없이 반영했다는게 논란의 불씨가 됐다. 이 대표는 친윤석열(친윤)계 의원 모임으로 불리는 ‘민들레’(가칭) 결성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었다.  복수의 당 관계자에 따르면 배 위원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를 향해 “혁신위가 자잘한 사조직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어느 국회의원이 참여하겠다고 나서겠느냐”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최고위에서 혁신위 출범을 결정할 때는 거론되지 않았던 ‘공천 개혁’ 의제를 이 대표가 상의 없이 추후에 끼워 넣었다는 것이 배 위원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공천개혁을 할 수 있다는 것이지,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 위원이 언급한 ‘자잘한 사조직’은 이 대표가 친윤계를 주축으로 한 의원모임 ‘민들레’(가칭)를 지칭할 때 쓴 단어다. 이 대표가 당내 계파 갈등 가능성을 이유로 ‘민들레’ 출범에 부정적 뉘앙스로 언급한 말을 그대로 돌려준 셈이다.이준석 “굉장히 줄 잘 서시는 분들,당 체계 무너뜨리려다 문제 생겨”장제원 “민들레가 사조직? 수용 못해” 이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친윤 모임인 ‘민들레’에 대해 “당정청(당정대· 당·정부·대통령실) 간 연결 기능을 누가 부여했나”라면서 “당정청 연계 기능을 담당하는 공조직은 구성돼 있는데, 그것에 해당하지 않는 비슷한 기능을 하는 조직은 사조직”이라고 밝혔다. 민들레 모임이 당과 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오픈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직격한 것이다. 앞서 대표적인 친윤계로서 민들레에 참여하는 장제원 의원은 언론에 “민들레가 사조직이라는 지적을 수용할 수 없다”, “민들레 모임이 당 분열을 일으킨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본인이 이해가 안 된다는데 어떻게 하겠나. 저는 왜 그런 지적이 나오는지 이해가 가는데”라면서 “당정청 간 공식 통로로서의 연결 기능을 누가 부여했으며 그 부분은 ‘정’(정부)이라고 할 수 있는 총리와 상의가 된 것인지. 상의가 됐다면 야당 공격을 유발할 수 있고, 상의가 되지 않았다면 해당 집단의 희망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간 오찬 주제와 대해서도 “보수정당이 탄핵까지 이르며 고생한 원인은 결국 대통령에게 가까워지려는 사람들과 거기에서 배제된 사람 간의 갈등이 컸다”면서 “지난 대선 경선과 이후 과정에서도 그런 게 당내 갈등의 씨앗이 되지 않았나. 굉장히 줄을 잘 서시는 분들이 당의 체계를 무너뜨리려 하다 결국 문제가 생기지 않나. 그런 부분을 다 이야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민들레 모임이 자칫 계파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이날 오찬에서도 거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이준석, ‘민들레’에 “세 과시…사조직 가동할 상황 아냐”권성동 “의도있다면 앞장서서 막겠다” 이 대표는 9일에도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직후 “이미 공식적 경로로 당정대(당, 정부, 대통령실) 협의체가 가동되는 상황에서 따로 사조직을 구성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이 대표는 “사조직을 구성하기로 했으면 그 취지에 맞게 친목을 다지면 되는 것”이라면서 “세 과시하듯이 총리, 장관 등의 이름을 들먹이며 이야기하는 것은 애초에 정부에 대해 부당한 압박을 가하는 것이고, 국민들께서 좋게 볼 이유가 하나도 없는 모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모임에 대해 언론인들도 ‘친윤 모임’이라는 이름조차 붙이지 말기를 부탁드린다”면서 “친박(친박근혜), 진박(진짜 친박) 논란을 통해 정권을 잃어버린 우리 지지자와 국민들께 상당한 상처를 주는 발언”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권성동 원내대표도 ‘민들레’ 결정 논의와 관련해 “자칫 잘못하면 오해받을 수 있으니 발족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면서 “단순한 공부모임은 장려해야 하지만 일단 당의 공식 당정협의체가 있는데 별도로 국민의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의원모임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세과시용 사조직’이라고 공개 비판한 데 대해서는 “꼭 그런 것은 아닌데”라면서도 “자칫 잘못하면 계파 이야기가 나올 수 있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방해가 된다고 본다. 과거 박근혜·이명박 정부 때도 이런 모임이 있었는데 결국 당의 분열로 이어져서 정권연장 실패로 이어진 예가 많고 당의 몰락으로 가게 된 예가 많다”고 설명했다. 권 원내대표는 해당 모임에 대해 “공부모임을 넘어선 것처럼 비쳐진다”면서 “이건 자칫하면 당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기에 이 부분은 만약 그런 의도가 있었다면, 있는 모임이라면 제가 원내대표로서 앞장서서 막겠다”고 강조했다.이준석, 지선 승리 하루 만에최재형 혁신위원장 임명… 쇄신 속도‘윤핵관’ 견제용 시선… 정진석과 설전 이 대표는 6·1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지 하루 만인 지난 2일 최재형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패한 후 쇄신 방안을 논의하고 있던 더불어민주당보다 혁신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구상에서다. 혁신위는 ‘전방위 개혁’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에서도 특히 공천제도 개혁을 주된 의제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공천 개혁이 2024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의 입김 차단 등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 견제용이라는 시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친윤 맏형’ 격인 정진석 의원이 나서서 이 대표와 거친 설전을 벌였었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는 얘기”, “뭐 눈엔 뭐만 보인다”라면서 ‘입김설’을 강하게 질타하는 등 공천 개혁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친윤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의 공천 개혁에 숨은 의도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분위기라 당분간 파열음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북핵 실험 감시할 미 육군의 새로운 눈, 아레스 정찰기 [최현호의 무기인사이드]

    북핵 실험 감시할 미 육군의 새로운 눈, 아레스 정찰기 [최현호의 무기인사이드]

    북한이 6월 8일부터 10일까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가졌다. 이 회의에서 북한 김정은은 강대강 정면 승부 원칙을 발표했다. 북한은 연이은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도 머지않아 재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이미 북한의 움직임을 면밀히 감시하기 위해 다양한 정찰수단을 한반도 인근에 배치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에 배치된 여러 종류의 정찰기들을 동원하고 있다. 미국이 배치한 정찰기 중에는 아직 개발이 다 끝나지 않은 아레스(ARES)라는 기체도 포함되었다.  2021년 8월 말, 미국의 L3해리스 테크놀로지스는 정찰과 전자전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공중 정찰 전자전 시스템(ARES, Airborne Reconnaissance and Electronic Warfare System)'이 첫 비행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아레스(ARES)는 캐나다 봄바르디아의 글로벌 6500 비즈니스 제트기를 개조한 것으로, 미 육군이 운용중인 RC-12 가드레일 정보감시정찰(ISR) 항공기를 대체할 예정이다. 아레스는 6,350kg의 임무 장비를 탑재하고 고도 12km 상공에서 최대 14시간 동안 비행할 수 있다. 이에 비해 RC-12 가드레일은 탑재중량이 2,000kg에 못 미치고 비행고도도 7.5km 정도로 낮다. 아레스는 2022년 4월 중순 인도-태평양 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일본에 배치되었고, 5월 중순까지 약 130시간 이상을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레스 정찰기는 아직 기술 실증 단계로 양산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아레스 정찰기는 미 육군의 '고정밀 탐지 및 탐색체계(HADES, High Accuracy Detection and Exploitation System)'의 일부로 시험 중인 두 가지 항공기 중 하나다. 미 육군의 하데스(HADES)의 두 가지 시험 체계중 하나인 '공중 정찰 및 타겟팅 탐지 멀티미션 정보 시스템(Aerial Reconnaissance and Targeting Exploitation Multi-Mission Intelligence System)'은 1년 전에 유럽으로 보내져 2,000시간 이상을 비행했다. 아르테미스(Artemis)는 캐나다 봄바르디어의 챌린저 650 비즈니스 제트기를 개조했다.  아레스와 아르테미스는 개발업체가 다르고, 전자, 통신, 신호 정보 센서를 갖췄지만 두 기체의 센서 패키지는 다르다. 미 육군은 아레스가 아르테미스보다 더 큰 플랫폼이며, 태평양 지역에서 더 긴 항속거리와 더 높은 고도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미 육군은 아르테미스와 아레스를 운용하면서 더 먼 거리와 더 높은 고도에서 물체를 탐지하고 식별할 수 있는 이점을 얻었다고 밝혔다. 기존의 가드레일과 동일한 임무를 수행하지만, 더 나은 작전 대비 태세로 목표한 데이터를 크게 늘릴 수 있었다고 말하면서 운용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한반도가 속한 태평양 지역에 배치된 아레스 정찰기는 당분간 한반도에 배치된 주한미군의 RC-12 가드레일 정찰기와 함께 북한군의 통신 등을 감청하여 북한 핵실험 징후를 사전에 탐지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될 것이다. 
  • “기회 늦추다가 후회 소용없어”…화룡점정의 진언[서동철 논설위원의 임진왜란 열전]

    “기회 늦추다가 후회 소용없어”…화룡점정의 진언[서동철 논설위원의 임진왜란 열전]

    녹도만호 정운은 사령관인 전라좌수사이순신보다 두 살이 많았다. 정운은 무과급제도 이순신보다 6년 빨랐으니 명실상부한인생 선배이자 군문(軍門)의 선배였다.그럼에도 정운은 부임 1년 만에 녹도를‘전쟁 준비 태세를 가장 완벽히 갖춘 수군진’으로만들었으니 이순신이 가장 신뢰하는참모였다. 왜적의 침략 이후 경상우수군을지원할 것인지 전라좌수영 내부에서 의견이갈렸을 때도 정운의 무거운 한마디가 출정결정을 이끌었다. 정운이 부산포 전투에서순절했을 때 이순신 장군은 ‘세상에 깊은 원망,누가 내 마음 알겠는가’ 하고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녹도진은 고흥반도의 서남쪽 모서리에 자리잡았다. 오늘날에는 녹도보다 녹동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남해안 대표 어항(漁港)의 하나다. 남해고속도로 고흥나들목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우주항공로’다. 그러고 보니 고흥은 역사의 고장이면서 동시에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과학의 고장이다. 녹동으로 가는 길 중간 고흥읍에서 갈라져 동남쪽 나로도로 이어지는 길은 ‘우주로’다. 녹도진성은 1490년(성종 21) 축조됐다. 녹도진의 군선 정박지였을 녹동항에는 이제 크고 작은 고깃배들이 들어차 있다. 주변에는 횟집타운이 형성돼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으로 언제나 붐빈다. 녹도진성은 녹도항의 서쪽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수협활선어센터와 고흥녹동회타운 뒤편으로 가면 나타나는 홍살문이 정운과 이대원, 두 녹도만호를 기리는 쌍충사가 있음을 알린다. ●불법·비리 용납 못해 인사 불이익 정운(鄭運·1543~1592) 장군은 28세 때인 1570년(선조 3) 식년시에서 무과에 급제했다. 그런데 그의 벼슬 경력을 살펴보면 세 차례 ‘불합’(不合)이 눈에 띈다. 글자로만 보면 ‘뜻이 서로 맞지 않는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는 의미다. 정운은 그때마다 명령불복종에 따른 징계성 인사를 당했고 한동안 벼슬길에 나서지 못하곤 했다. 이순신보다 무과 급제가 훨씬 앞섰으면서도 나이 오십에 종4품 수군만호에 머문 것은 이 때문이다. 정운의 ‘불합’은 불법과 비리를 용납하지 못하는 강직한 성품 때문이었다. 1582년 함경도 거산찰방 시절에는 관찰사의 수행원 가운데 말썽을 부린 자가 있어 곤장을 쳤다. ‘정충장공실기’는 ‘관찰사가 노발대발하자 정운은 관직을 버리고 돌아왔다’고 했지만 파직에 가까웠을 것이다. 충장(忠壯)은 정운의 시호다. 그런데 이듬해 선조실록에는 신임 함경도 관찰사 정언신이 ‘전 거산찰방 정운 등은 맡은 바 직분에 마음을 다한 사람들이니, 각별히 표창하여 새로 북방에 부임하는 관리들에게 모범을 삼게 하면 좋겠다’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은봉 안방준(1573~1654)은 ‘국조인물고’의 ‘정운유사’(鄭運遺事)편에 ‘그는 젊어서부터 강개하여 호협한 기풍이 있어 언제나 절의에 따라 죽을 수 있다고 다짐했다. (거산찰방 이후) 웅천현감이 되었는데 감사의 미움을 사자 또 그날로 인수(印綬·관직을 나타내는 끈)를 풀어놓고 떠나버렸다. 제주목 판관에 임명되었다가 또 목사의 비위를 거슬러 파직되었는데, 돌아오는 배에 한 마리의 망아지도 데리고 오지 않았다. 강직하면서 청렴한 성품이 이와 같았으므로 이로 말미암아 여러 해 동안 (관직이 내려지지 않아) 침체되어 있었다’고 했다. 정운이 그럼에도 왜적의 침략이 기정사실화됐던 1591년 2월 녹도만호에 임명된 것은 능력만큼은 그를 미워하는 사람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앞서 1587년(선조 20) 1월에는 18척 배에 나눠 탄 왜구가 녹도진 앞바다의 손죽도를 점령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른바 손죽도왜변이다. 22세의 녹도만호 이대원은 해상에서 3일 동안 전투를 벌였지만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중과부적으로 전사하고 말았다. 그만큼 녹도진은 왜적과 맞서는 최전선이었다. 정운이 녹도만호에 부임한 시기는 이순신이 전라좌수사에 오르기 며칠 전이었다. 백호 윤휴(1617~1680)는 ‘백호전서’ 제장전(諸將傳)에 ‘정운은 강개하고 큰 뜻이 있어서 그럭저럭 남이 하는 대로는 따르려 하지 않았다. 그는 일찍이 보검을 얻어 스스로 ‘진충보국’(盡忠報國)이라 새겼다.…녹도만호가 되고 이순신이 전라좌도 수군절도사로 임명되자 정운이 기뻐하여 말하기를 “내가 돌아가 의지할 곳을 얻었다. 그를 위해 죽으면 다행이겠다”고 했다’고 적었다.이순신은 왜란을 두 달 앞둔 2월 19일 관내 순시에 나선다. 여도진, 녹도진, 발포진, 사도진, 방답진의 순이었다. 녹도진을 찾은 것은 22일이다. 이날 ‘난중일기’에는 ‘흥양전선소에 이르러 배와 기구들을 점검하고 그 길로 녹도로 가서 새로 쌓은 문루로 올라가 보니 경치의 아름다움이 군내 으뜸이었다. 만호의 애쓴 정성이 안 미친 곳이 없었다. 흥양현감 배흥립, 능성현감 황숙도, 녹도만호 정운과 함께 취하도록 마시고 겸하여 대포 쏘는 것도 보았다. 촛불을 밝힌 뒤 이슥해서야 파했다’고 했다. 녹도진의 완벽한 준비 태세에 이순신은 크게 고무됐다. 왜란 발발 이후 정운이 이순신에게 경상우수영 출정을 설득한 5월 3일 전라좌수영의 분위기를 ‘난중일기’는 이렇게 전한다. ‘광양과 흥양 현감을 불러 이야기하던 중 모두 분한 마음을 나타냈다.…조금 뒤 녹도만호가 보자고 하기에 불러들였더니, 전라우수사는 오지 않고 왜적은 점점 서울 가까이 다가가니 통분한 마음 이길 길 없거니와 만약 기회를 늦추다가는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것이었다. 곧 중위장(방답첨사 이순신)을 불러 내일 새벽 떠날 것을 약속하고 장계를 고쳤다.’ 광양현감 어영담과 흥양현감 배흥립의 태도에서도 출정 분위기가 이미 무르익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정운의 진언(進言)에 이순신은 결단을 내렸다. 정운은 9월 1일 부산포해전에서 전사했다. 이순신은 장계에 ‘정운은 맡은 직책에 정성을 다하였고, 담략이 있어서 서로 의논할 만한 사람이다. (옥포·합포·적진포와 사천·당포·당항포, 그리고 한산도에서) 세 번 승첩했을 때 언제나 선봉에 섰고, 부산포해전에서도 몸을 던져 죽음을 잊고 먼저 적의 소굴에 돌입했으며, 하루 종일 교전하면서도 어찌나 힘을 다하여 쏘았던지 적들이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그날 돌아올 무렵 철환을 맞아 죽었지만, 늠름한 기운과 맑은 혼령이 쓸쓸히 없어져서 뒷세상에 아주 알려지지 못할까 애통하다’고 했다.●정조 “충성·용맹 겨룰 자 없다” 정운은 다대포 몰운대 아래서 왜적의 탄환에 맞았다. 1798년(정조 22) 다대포첨사로 부임한 정운의 8세손 정혁은 몰운대에 충신정공운순의비(忠臣鄭公運珣義碑)를 세웠는데, 비문에 정운이 몰운대의 ‘운’자를 보고 ‘내가 죽을 장소’라며 처절하게 싸웠다는 내용이 있다. 몰운대(沒雲臺)는 해류의 영향으로 안개와 구름이 많아 바다에 잠겨 있는 듯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자기 이름의 운(運)과 몰운대의 운(雲)이 발음이 같은 만큼 그런 다짐을 한 것 같다. 선조실록에는 왜군의 ‘큰 조총’을 언급하며 ‘정운이 그 총탄을 맞았는데 참나무 방패 3개를 관통하고 쌀 2석을 또 뚫고 지나 정운의 몸을 관통한 다음 뱃전에 박혔다’고 했다. 부산 다대포해변을 찾는다면 몰운대 끝자락의 정운순의비까지 걸어 보길 권한다. 정운을 기리는 이순신의 제문은 끝이 언제인가 싶을 만큼 길면서도 절절하다. ‘인생에는 반드시 죽음이 있고 사생에는 반드시 천명이 있다. 사람으로 태어나 한번 죽는 것은 아까울 게 없지만 유독 그대 죽음은 마음 아프구나.… 내가 모자라고 서툴러 그대와 함께 의논하니 구름이 쪼개져 밝은 빛이 비치듯 했다. 계책을 정하고 칼을 휘두르며 배를 이어 나갈 적에 죽음을 무릅쓰고 앞장서서 나아갔으니 네 번이나 이긴 싸움 그 누구의 공이겠는가’ 하고 추모했다. 훗날 정조는 ‘이충무공전서를 읽으면서 녹도만호 정운의 일을 보게 될 때마다 허벅지를 치며 감탄하지 않은 적이 없다. 어둠이 깔리는 바다에 노를 저어 앞장서 나아가 바다를 뒤덮은 적선들이 서로 구원할 수 없게 하고서 자신은 순절했다. 이런 충성과 용맹은 역사책에서 찾아보더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자가 드물다’고 했다. 그러고는 정운의 시호를 정하게 하고 병조판서를 추증하는 한편 어영청 파총으로 있던 정혁을 승진시켜 다대포첨사로 임명한 것이다.
  • 지리산 허브밸리 입장료, 남원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지리산 허브밸리 입장료, 남원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관광객들에게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소비촉진으로 지역경제도 살리는 ‘일석이조’ 효과가 눈에 띄네. 전북 남원시는 오는 14일부터 지리산 허브밸리 입장료의 일부를 지역화폐인 남원사랑상품권으로 환급한다고 12일 밝혔다.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정원시설로 거듭나고 있는 지리산 허브밸리 입장료는 2020년 5월부터 현재까지 코로나19 영향으로 성인기준 당초 6000원에서 50% 감면된 3000원이다. 이번에 추진하는 지리산 허브밸리 지역화폐 드림사업은 지리산 허브밸리를 찾는 유료관광객들에게 입장료를 소폭 인상하고 그 중 절반을 지역화폐로 환급해주는 사업이다. 환급대상은 성인 유료 관광객 기준으로 입장료 4000원을 실제 결제한 경우 2000원을 남원사랑상품권으로 되돌려 받게 된다. 환급받은 남원사랑상품권은 남원지역 내 음식점, 상가, 숙박시설 등 남원사랑상품권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으며 가맹점은 남원시청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시는 올해부터 우선 지리산 허브밸리에 대해 입장료 환급사업을 시범 운영해 보고 세수 감소, 지역경제 파급효과 그리고 동부권 발전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허브밸리 고도화 사업 진행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입장료 및 환급금액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2025년까지 총 사업비 60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지리산허브밸리 고도화 사업은 산업중심에서 벗어나 감성적인 수목정원으로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이환주 남원시장은 “남원시를 찾는 외부관광객에게 입장료 중 일부를 지역화폐로 환급해줘 관광객들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지리산권역 내 소비를 촉진해 어려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리산 허브밸리는 지난달 21일 국내 최대 익스트림시설인 스카이트레일을 문을 열었다. 스카이트레일은 지상 3층 높이(최고 14.25m)의 오각형 형태 타워로 63개 장애물 코스를 즐기는 모험 레포츠 시설이다. 이중 지상 3층 높이에서 지상 2층으로 한 번에 내려갈 수 있는 집라인이 인기코스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 한라산등정인증서, 엉터리 인증서 전락

    한라산등정인증서, 엉터리 인증서 전락

    한라산 정상에 오른 탐방객들에게 발급해주는 ‘한라산 등정 인증서’가 등정하지 않아도 허술하게 발급돼 ‘엉터리 인증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05년부터 한라산 정상에 오른 탐방객들에게 휴대전화 사진의 위치정보 등을 이용해 이를 확인하고 무인발급기를 통해 등정 인증서를 발급해주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탐방객들이 등정인증서를 발급하려면 먼저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에 접속해 인증서 신청서를 작성하고 한라산에서 찍은 사진을 첨부파일에 등록한 뒤 1000원의 수수료를 결제하면 된다. 이후에 성판악이나 관음사 탐방로 입구에 설치된 무인발급기를 통해 인증번호를 눌러 출력하면 곧바로 출력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정상에 오른 사진이 아닌 아무곳에서나 찍은 사진을 올려도 인증서가 발급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신문이 12일 관음사 탐방로 입구 무인발급기에서 실제 체험을 한 결과 홈페이지에 들어가 탐방로 입구에서 금방 찍은 사진을 올린 후 인증번호를 받고 출력했더니 정말 어떤 제약도, 경고 메시지도 없이 곧바로 인증서가 출력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신청 시 주의사항에는 ‘업로드한 사진 정보와 등정 날짜가 일치’ 해야 하며 ‘반드시 당일 촬영한 사진’이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사실상 문구에 지나지 않았다. 올해 한라산국립공원 탐방객 현황을 보면 내외국인 포함해 총 39만 4192명이 한라산을 등산했다. 이 중 7만 5000여건의 인증서가 발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등산객의 약 18% 가량이 등정인증서를 발급받은 셈이다. 한라산국립공원은 높이 1950m의 대한민국 최고봉이자 유네스코가 인증한 세계자연유산인 한라산의 수려한 경관을 보기 위해 사계절 인파가 끊이지 않는 그야말로 ‘핫 플레이스’이다. 철쭉이 만발해 최근에도 한라산에 다녀왔다는 고모(55)씨는 “인증서를 받을 때마다 정상에서 찍은 사진을 올려 발급받았는데 이렇게 엉터리로 발급되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정상에 오르는 성취감을 맛보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냈다는 자부심으로 발급받는 것인데 허망한 기분이 든다”고 씁쓸해했다. 도는 “그동안 어르신들이 위치설정을 잘 못해서 GPS(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기능을 꺼놨었다”며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다음주 목요일쯤 GPS기능을 다시 켜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 이순신이 가장 신뢰한 참모, 경상우수영 출정을 진언하다 [서동철 논설위원의 임진왜란 열전]

    이순신이 가장 신뢰한 참모, 경상우수영 출정을 진언하다 [서동철 논설위원의 임진왜란 열전]

     녹도만호 정운은 사령관인 전라좌수사 이순신보다 두 살이 많았다. 정운은 무과 급제도 이순신보다 6년 빨랐으니 명실상부한 인생 선배이자 군문(軍門)의 선배였다. 그럼에도 정운은 부임 1년 만에 녹도를 ‘전쟁 준비 태세를 가장 완벽히 갖춘 수군진’으로 만들었으니 이순신이 가장 신뢰하는 참모였다. 왜적의 침략 이후 경상우수군을 지원할 것인지 전라좌수영 내부에서 의견이 갈렸을 때도 정운의 무거운 한마디가 출정 결정을 이끌었다. 정운이 부산포 전투에서 순절했을 때 이순신 장군은 ‘세상에 깊은 원망, 누가 내 마음 알겠는가’ 하고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녹도진은 고흥반도의 서남쪽 모서리에 자리잡았다. 오늘날에는 녹도보다 녹동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남해안 대표 어항(漁港)의 하나다. 남해고속도로 고흥나들목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우주항공로’다. 그러고 보니 고흥은 역사의 고장이면서 동시에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과학의 고장이다. 녹동으로 가는 길 중간 고흥읍에서 갈라져 동남쪽 나로도로 이어지는 길은 ‘우주로’다.  녹도진성은 1490년(성종 21) 축조됐다. 녹도진의 군선 정박지였을 녹동항에는 이제 크고 작은 고깃배들이 들어차 있다. 주변에는 횟집타운이 형성되어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으로 언제나 붐빈다. 녹도진성은 녹도항의 서쪽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수협활선어센터와 고흥녹동회타운 뒤편으로 가면 나타나는 홍살문이 정운과 이대원, 두 녹도만호를 기리는 쌍충사가 있음을 알린다. 정운(鄭運·1543~1592) 장군은 28세 때인 1570년(선조 3) 식년시에서 무과에 급제했다. 그런데 그의 벼슬 경력을 살펴보면 세 차례 ‘불합’(不合)이 눈에 띈다. 글자로만 보면 ‘뜻이 서로 맞지 않는다’ 쯤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는 의미다. 정운은 그 때마다 명령불복종에 따른 징계성 인사를 당했고 한동안 벼슬길에 나서지 못하곤 했다. 이순신보다 무과 급제가 훨씬 앞섰으면서도 나이 오십에 종4품 수군만호에 머문 것은 이 때문이다.  정운의 ‘불합’은 불법과 비리를 용납하지 못하는 강직한 성품 때문이었다. 1582년 함경도 거산찰방 시절에는 관찰사의 수행원 가운데 말썽을 부린 자가 있어 곤장을 쳤다. ‘정충장공실기’는 ‘관찰사가 노발대발하자 정운은 관직을 버리고 돌아왔다’고 했지만 파직에 가까웠을 것이다. 충장(忠壯)은 정운의 시호다. 그런데 이듬해 선조실록에는 신임 함경도 관찰사 정언신이 ‘전 거산찰방 정운 등은 맡은 바 직분에 마음을 다한 사람들이니, 각별히 표창하여 새로 북방에 부임하는 관리들에게 모범을 삼게 하면 좋겠다’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은봉 안방준(1573~1654)은 ‘국조인물고’의 ‘정운유사’(鄭運遺事)편에 ‘그는 젊어서부터 강개하여 호협한 기풍이 있어 언제나 절의에 따라 죽을 수 있다고 다짐했다. (거산찰방 이후) 웅천현감이 되었는데 감사의 미움을 사자 또 그날로 인수(印綬·관직을 나타내는 끈)를 풀어놓고 떠나버렸다. 제주목 판관에 임명되었다가 또 목사의 비위를 거슬러 파직되었는데, 돌아오는 배에 한 마리의 망아지도 데리고 오지 않았다. 강직하면서 청렴한 성품이 이와 같았으므로 이로 말미암아 여러 해동안 (관직이 내려지지 않아) 침체되어 있었다’고 했다. 정운이 그럼에도 왜적의 침략의 기정사실화됐던 1591년 2월 녹도만호에 임명된 것은 능력만큼은 그를 미워하는 사람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앞서 1587년(선조 20) 1월에는 18척 배에 나눠 탄 왜구가 녹도진 앞바다의 손죽도를 점령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른바 손죽도왜변이다. 22세의 녹도만호 이대원은 해상에서 3일동안 전투를 벌였지만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중과부적으로 전사하고 말았다. 그만큼 녹도진은 왜적과 맞서는 최전선이었다.  정운이 녹도만호에 부임한 시기는 이순신이 전라좌수사에 오르기 며칠 전이었다. 백호 윤휴(1617~1680)는 ‘백호전서’ 제장전(諸將傳)에 ‘정운은 강개하고 큰 뜻이 있어서 그럭저럭 남이 하는 대로는 따르려 하지 않았다. 그는 일찌기 보검을 얻어 스스로 ‘진충보국’(盡忠報國)이라 새겼다.…녹도만호가 되고 이순신이 전라좌도 수군절도사로 임명되자 정운이 기뻐하여 말하기를, ​“내가 돌아가 의지할 곳을 얻었다. 그를 위해 죽으면 다행이겠다”고 했다’고 적었다.  이순신은 왜란을 두 달 앞둔 2월 19일 관내 순시에 나선다. 여도진, 녹도진, 발포진, 사도진, 방답진의 순이었다. 녹도진을 찾은 것은 22일이다. 이날 ‘난중일기’에는 ‘흥양전선소에 이르러 배와 기구들을 점검하고 그 길로 녹도로 가서 새로 쌓은 문루로 올라가 보니 경치의 아름다움이 군내 으뜸이었다. 만호의 애쓴 정성이 안 미친 곳이 없었다. 흥양현감 배흥립, 능성현감 황숙도, 녹도만호 정운과 함께 취하도록 마시고 겸하여 대포 쏘는 것도 보았다. 촛불을 밝힌 뒤 이슥해서야 파했다’고 했다. 녹도진의 완벽한 준비 태세에 이순신은 크게 고무됐다. 왜란 발발 이후 정운이 이순신에게 경상우수영 출정을 설득한 5월 3일 전라좌수영의 분위기를 ‘난중일기’는 이렇게 전한다. ‘광양과 흥양 현감을 불러 이야기하던 중 모두 분한 마음을 나타냈다.…조금 뒤 녹도만호가 보자고 하기에 불러들였더니, 전라우수사는 오지 않고 왜적은 점점 서울 가까이 다가가니 통분한 마음 이길 길 없거니와 만약 기회를 늦추다가는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것이었다. 곧 중위장(이순신)을 불러 내일 새벽 떠날 것을 약속하고 장계를 고쳤다’ 광양현감 어영담과 흥양현감 배흥립의 태도에서도 출정 분위기가 이미 무르익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정운의 진언(進言)에 이순신은 결단을 내렸다.  정운은 9월 1일 부산포해전에서 전사했다. 이순신은 장계에 ‘정운은 맡은 직책에 정성을 다하였고, 담략이 있어서 서로 의논할 만한 사람이다. (옥포·합포·적진포와 사천·당포·당항포, 그리고 한산도에서) 세번 승첩 했을 때 언제나 선봉에 섰고, 부산포해전에서도 몸을 던져 죽음을 잊고 먼저 적의 소굴에 돌입했으며, 하루 종일 교전하면서도 어찌나 힘을 다하여 쏘았던지 적들이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그날 돌아올 무렵 철환을 맞아 죽었지만, 늠름한 기운과 맑은 혼령이 쓸쓸히 없어져서 뒷 세상에 아주 알려지지 못할까 애통하다’고 했다.  정운은 다대포 몰운대 아래서 순절했다. 1798년(​정조 22) 다대포첨사로 부임한 정운의 8세손 정혁은 몰운대에 충신정공운순의비(忠臣鄭公運珣義碑)를 세웠는데, 비문에 정운이 몰운대의 ‘운’자를 보고 ‘내가 죽을 장소’라며 처절하게 싸웠다는 내용이 있다. 몰운대(沒雲臺)는 해류의 영향으로 안개와 구름이 많아 바다에 잠겨있는 듯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자기 이름의 운(運)과 몰운대의 운(雲)이 발음이 같은 만큼 그런 다짐을 한 것 같다. 선조실록에는 왜군의 ‘큰 조총’을 언급하며 ‘정운이 그 총탄을 맞았는데 참나무 방패 3개를 관통하고 쌀 2석을 또 뚫고 지나 정운의 몸을 관통한 다음 뱃전에 박혔다’고 했다. 부산 다대포해변을 찾는다면 몰운대 끝자락의 정운순의비까지 걸어보길 권한다. 정운을 기리는 이순신의 제문은 끝이 언제인가 싶을 만큼 길면서도 절절하다. ‘인생에는 반드시 죽음이 있고 사생에는 반드시 천명이 있다. 사람으로 태어나 한번 죽는 것은 아까울 게 없지만 유독 그대 죽음은 마음 아프구나.… 내가 모자라고 서툴러 그대와 함께 의논하니 구름이 쪼개져 밝은 빛이 비치듯 했다. 계책을 정하고 칼을 휘두르며 배를 이어 나갈 적에 죽음을 무릅쓰고 앞장서서 나아갔으니 네번이나 이긴 싸움 그 누구의 공이겠는가’하고 추모했다.  훗날 정조는 ‘이충무공전서를 읽으면서 녹도만호 정운의 일을 보게 될 때마다 허벅지를 치며 감탄하지 않은 적이 없다. 어둠이 깔리는 바다에 노를 저어 앞장서 나아가 바다를 뒤덮은 적선들이 서로 구원할 수 없게 하고서 자신은 순절했다. 이런 충성과 용맹은 역사책에서 찾아보더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자가 드물다’고 했다. 그리고는 정운의 시호를 정하게 하고 병조판서를 추증하는 한편 어영청 파총으로 있던 정혁을 승진시켜 다대포첨사로 임명한 것이다.
  • “간첩 신고하면 현금 쏜다” 中 ‘반역자 색출’ 홍보 시작, 효과는?

    “간첩 신고하면 현금 쏜다” 中 ‘반역자 색출’ 홍보 시작, 효과는?

    중국이 간첩 등 국가 안보를 저해하는 인물을 지목해 신고할 시 최고 10만 위안(약 1900만 원)의 포상금 지급을 약속하면서 내부 고발 장려에 나섰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 기관지인 법치일보는 지난 6일 중국 당국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 행위를 밀고하는 내부자에 대해 그 내용에 따라 최고 10만 위안의 현금 포상금을 지급키로 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신고자는 첫 내부 고발 후 30일 안에 현금으로 포상금을 수령할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일명 중국판 국가 안보 및 간첩방지법으로 불리는 이번 포상금 제도는 중국 국가안전부가 관할해 사안에 따라 포상금 지급액을 차등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 대상 영역에는 중국의 주권과 안보를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민족 분열 조장부터 반역 등 모든 행위가 광범위하게 포함됐다는 점에서 자의적인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국가안전부 관계자는 “최근 중국의 국가 안보가 최근 복잡하고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다”면서 “특히 외부 간첩 세력의 침투 행위가 눈에 띄게 심각해졌다는 점에서 이 같은 정책을 시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에 침투하는 적대 세력의 분열 수단은 이전보다 훨씬 더 치밀해졌다”면서 “이번 포상금 조치는 국가 안보와 관련해 중국인들의 관심 촉구를 불러오기 위한 방침이다”고 했다. 중국이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내부 고발자에게 고액의 현금 포상금을 내 걸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베이징시 국가안전보장국은 지난 2017년에도 간첩 행위가 의심되는 내부자를 색출해 고발할 시 최고 50만 위안(약 94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국가안전부는 신고받은 내용에 따라 총 4단계로 구분해 1만 위안에서 최고 10만 위안까지 포상금을 차등 지급할 방침이다.
  • “‘TBS 개편’ 김어준 겨냥했나” 질문에…오세훈 대답은

    “‘TBS 개편’ 김어준 겨냥했나” 질문에…오세훈 대답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교통방송(TBS)의 개편 추진과 관련해 방송인 김어준씨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 시장은 지난 8일 KBS 뉴스9 에 출연해 ‘TBS에서 교통 기능을 빼고 교육 기능을 넣는다는 공약이 눈에 띈다. 특정 방송의 진행자인 김어준씨를 겨냥했다는 해석도 있다’는 진행자의 말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오 시장은 “아시다시피 요즘 교통정보를 TBS에서 얻으면서 운전하는 분들은 거의 안 계신다. 그래서 나온 제안”이라며 “저는 쇠퇴한 기능을 고집하고 있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TBS에 대해 “별도 재단으로 독립했는데 운영예산으로 인건비를 비롯해 1년에 300억원씩 세금을 갖다 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재정적으로도 독립하는 게 맞고 그런 의미에서 예산을 점차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제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시의회에서 논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 시장은 서울시의 대중교통 요금을 당분간 올릴 생각이 없다는 뜻도 밝혔다. 오 시장은 ‘택시나 대중교통 요금을 올릴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최대한 버텨보려고 작심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엊그제 간부 논의에서 제가 ‘지금은 때가 아니다, 생활물가가 올라서 다들 힘들어하니 서울시가 품어 안고 중앙정부 지원을 받더라도 버텨보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6·1 지방선거 이전부터 대중교통 요금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 2월 출입기자단 신년간담회에서도 “현재로서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 계획은 없다”면서 “오미크론 변이로 위중한 상황이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생필품 가격이 인상 러시인데 교통 요금까지 오른다면 감당하기 힘든 시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 [문화마당] 예술적 가치의 횡령/최나욱 작가·건축가

    [문화마당] 예술적 가치의 횡령/최나욱 작가·건축가

    표절 문제가 얼렁뚱땅 용인되는 시대 분위기가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모방을 지적하는 것은 구태의연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품은 원본의 시장 가치를 증명”해 주는 것이라던 버질 아블로의 말처럼 창작자로서 당황스럽기는 해도 지금 발 딛고 있는 시대를 살피게끔 하기도 한다. 가령 작품의 핵심이 되는 지적 요소를 빠뜨리고 표면만 베끼는 모습을 보며 대중의 관심사를 의식해 보기도, 수많은 모방 가운데 작품의 독창성을 결정하는 건 무엇인지 작업의 핵심을 돌아보기도 하는 식이다. 시대마다 표절을 다루는 양상이 매번 변화하듯 예술과 대중 간 경계가 무의미해지는 지금 시대에 표절 문제는 여러 논점을 던진다. 최근 필자가 참여한 ‘템퍼러리 랜딩’의 전시 디자인이 도용된 일은 지금 시대의 표절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우선 표절 주체가 ‘아티스트 매니지먼트’를 표방하는 회사인 데다 문제가 불거지자 이들이 내놓은 변명이란 게 ‘인지한 적 없는 우연의 일치’라거나 ‘의도가 없는 참고 정도’였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표절에 유행어처럼 쓰이는 이 말들은 그저 제 이익을 위해 예술을 핑계로 예술과 대중의 간극을 악용하는 방식이지 않던가. 이것이 사회적 쟁점이라면 예술적으로는 도용된 전시 디자인이 오랫동안 ‘시각 형식’을 고민해 온 기획자의 요청에 따라 ‘공간적 차원에서도 전시에 적극 개입하는 작업’이었다는 점에서 논점을 지닌다. 저작권 분쟁에는 모방한 대상의 핵심을 베꼈는지 여부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즉 ‘템퍼러리 랜딩’의 전시 디자인을 표절하는 것은 곧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수익성 없이 진행된 해당 전시에 대한 침해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은 순수예술 공간에서 주체적으로 선보인 작품을 무단으로 상업공간에 가져와 오로지 제 수익을 챙긴 경우가 된다. 말하자면 예술적 가치의 횡령이다. ‘우연의 일치’는 사실 창작 행위를 존중하지 않을 때나 가능한 말이다. 예산 문제 등으로 고안했던 디테일 모두가 닮았는데 창작 과정과 제작 공정상 이만큼의 동일성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할뿐더러 이에 앞서 전시 작품과 공간, 전시 주제를 고려한 작업 과정 전부를 무시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정도 우연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세상의 모든 범법과 파국을 어쩌다 생긴 일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테다. 예술가를 매니징하는 회사의 변명이라기에는 적잖게 실망스럽다. 며칠 지나 “검토해 보니 ‘템퍼러리 랜딩’ 전시가 참고자료 중에 있었다”고 말이 바뀌었다. ‘참고를 하다 보니 이렇게 모든 것이 똑같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우연’을 가다듬은 것이다. 그렇지만 ‘참고와 참조’란 창작물을 내놓기 전 혹시나 정말 우연히 유사한 게 있는지 확인해 지난 예술사를 존중하고 개인의 무의식적 실수를 방지하는 일이다. 즉 새로운 변명은 최소한의 유사성이라도 피하려는 작가를 또 한번 모욕한 것이다. 이 외에도 모방한 전시 디자인의 부분 요소들을 각기 다른 곳에서 하나하나 찾아와 다른 참고자료도 있다며 주장을 보충하기도 했다. 일란성 쌍둥이를 말하는데 어느 사람의 눈, 코, 입 하나씩만을 닮은 사람을 찾아와 ‘여기 열쌍둥이가 있어’라고 말하듯 말이다. 처음 이를 인지했을 땐 ‘벌써 가품이 생겼나’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완전히 동일한 정도의 표절까지 괜찮다 넘어가는 선례를 만들 수 없고, 더욱이 예술을 주창하는 회사가 사회적ㆍ예술적 가치를 훼손하는 이런 식의 대응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 [씨줄날줄] 함무라비식 대응/박홍환 논설위원

    [씨줄날줄] 함무라비식 대응/박홍환 논설위원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였던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역전의 초계함 천안함이 북한 잠수함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 북한의 불법 기습공격으로 이창기 준위를 비롯한 46명의 젊은 용사가 무고한 목숨을 잃었다. 군 안팎에서는 ‘비례성 원칙’에 따른 보복공격 요구가 빗발쳤지만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결정을 주저했고, 북한 소행이 맞다는 국제합동조사단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상응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전면전을 막았다면서 이 전 대통령의 ‘결정장애’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지만 군 내부에서는 수십 명의 장병이 희생됐는데도 상응한 대응을 하지 않음으로써 군을 욕보이고 장병들의 사기를 꺾었다는 힐난이 들끓었다. 2005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영화 ‘뮌헨’은 1972년 뮌헨올림픽 당시 팔레스타인 무장저항단체 ‘검은 9월단’이 자행한 이스라엘 선수단 테러와 이스라엘의 그 보복 대응을 소재로 삼고 있다. 이스라엘은 7년에 걸쳐 테러와 관련된 검은 9월단 지도자들을 암살했는데 작전명은 ‘신의 분노’로 명명했다. 영화에서는 보복에 나선 모사드 대원들의 심적 동요 등도 엿보이지만, 작전을 지휘한 마이크 하라리는 타계 후에도 “이스라엘 안보를 위해 싸운 가장 위대한 전사 중 한 사람”으로 추앙받고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이 있다. 최초의 성문법으로 알려진 함무라비법전의 ‘동해(同害)복수’ 원칙이다. 타인의 눈을 상하게 한 자는 눈을 상하게 하고, 이를 상하게 한 자는 똑같이 이를 상하게 하라는 조문이 전해지고 있다. 부모를 구타한 아들은 손목을 자르라고도 돼 있다. 함무라비법전의 대응 방식은 현대 국제법상 자위권의 범위를 규정하는 원칙으로도 원용되곤 한다. 한미가 현충일인 그제 탄도미사일 8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날 북한이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 8발을 발사한 데 대해 동종·동량으로 대응한 것이다. 함무라비식 대응은 일견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보복의 악순환’ 우려는 떨칠 수가 없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지금도 여전히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대응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 당권 도전 말 아꼈지만… 이재명 “전대까지 시간 많아”

    당권 도전 말 아꼈지만… 이재명 “전대까지 시간 많아”

    지난 1일 보궐선거 당선으로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첫 출근을 했다. 그는 오전 9시 45분쯤 송영길 전 의원이 쓰던 의원회관 818호에 엄숙한 표정으로 도착했으며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했다. 이 의원은 일각에서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이재명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을 의식한 듯 “국회 초선,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0.5선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해야 할 일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당권 도전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 “전당대회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답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 의원은 ‘선거 패배 책임론에 대한 구체적 입장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국민들과 당원 여러분, 지지자 여러분의 의견을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열심히 듣는 중”이라고만 답했다. 친문(친문재인) 진영과의 계파 간 갈등으로 분당설까지 나온다는 질문에는 “정치인들이 이합집산하면서 정치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국민들이 정치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상임위원회 지망에 대해서는 “아직 깊이 생각해 본 상임위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송영길 전 서울시장 후보의 공천이 이 의원의 뜻이었다는 이원욱 의원의 발언이 있었다’라는 질문이 나오자 “당과 당원이 결정한 것”이라며 방어막을 쳤다. 이 의원은 당초 오전 9시 출근할 예정이었으나 교통량이 많아 공지된 시간보다 늦은 9시 40분쯤 흰색 카니발 차를 타고 도착했다. 이 의원은 “수도권 서부지역 교통난 해소에 대대적인 투자가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언급했다. 이날 오후에는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이 이 의원을 찾아 윤석열 대통령 명의의 난을 전달하며 “잘 좀 이끌어 달라”고 했다. 이에 이 의원은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같이할 것은 같이하겠다. 합리적인 (지적은) 수용해 주시고 그렇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이 의원은 국회 등원 후 첫 일정으로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 마련된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장애인단체 관계자들과 면담했다. 국회 정문 앞과 민주당 당사 등에는 이 의원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들이 보낸 화환이 죽 늘어섰다. ‘이재명 국회의원의 당선을 축하드린다’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지만, ‘건드리면 출동한다’ 등의 문구도 눈에 띄었다.
  • [윤경희의 동네 서점에 숨다] 비플랫폼 - 그림책의 무영토/문학평론가

    [윤경희의 동네 서점에 숨다] 비플랫폼 - 그림책의 무영토/문학평론가

    서울 마포구에 ‘비플랫폼’이라는 그림책 전문 서점이 있다는 것은 진작에 알았지만 찾아 나선 것은 올봄의 일이다. 단추 출판사에서 마리아 라모스의 책을 번역 출간하면서 서점에 원화 전시 공간을 꾸몄다는 소식을 들어서였다. 라모스는 스페인의 그림책 작가로 프랑스어로 ‘왕 없는 왕국’을 쓰고 그렸다. 막연한 개념과 상상을 실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창작자가 어떤 수행과 노동을 하는지 나는 감상자의 입장에서 늘 알고 싶다. 그림책의 질료로서 원화란 무엇인지도 새로 보고 싶었다. 비플랫폼은 합정역에서 아주 가깝다. 지도 앱을 따라 서점이 있는 골목까지 가뿐하게 들어갔다. 하지만 지형지물 인식에 서투른 자답게 어느 건물인지는 분간하지 못해 밖에서 한참을 오락가락했다. 그러다 바로 눈앞의 적갈색 벽돌 건물 현관에서 전시 홍보 포스터를 발견하고 폭이 좁고 낡은 계단을 오르고 올라 3층의 서점 문을 열었다. 시야에 개방된 서점의 모습은 다소간 얼떨떨할 만큼 낯설었다. 처음 방문해서가 아니었다. 감각의 마비에 가까운 이 생경함은 어디에서 연원할까. 곧 알아차렸다. 서점을 채운 책은 거의 다 외국어로 제작됐다. 크기, 형태, 색이 제각각인 책들이 현란하게 범람하는데, 그것들의 표지에서 내가 즉각 해독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일상에서 읽고 쓰는 이 국가의 공식어가 아닌 다른 말들이 모여 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기에 나는 일순간 비문해 상태에 사로잡혔다. 책 가까이 서가와 진열대 사이를 배회하자 차차 마비가 풀렸다.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내가 읽을 수 있거나, 뜻은 모를지라도 적어도 어느 나라에서 쓰는지 아는 말들이었다. 한쪽 벽에는 한국어 책도 배치됐다. 원한다면 아무 책이든 자유롭게, 그러나 조심스럽게 만지고 펼치고 보고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읽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이날 서점에서의 체험을 되새겨 본다. 문자에서 의미가 급속 냉각돼 마치 순수한 선처럼 인식되는 현상. 문해력을 상실한 자 주위에서 국적에서 해방된 기호들이 제멋대로 율동하는 환상. 그것은 주눅들게 하기보다 오히려 신선했다. 인간과 언어의 관계에서 국가, 영토, 민족,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은 부인할 수 없는 영향을 행사한다. 그림책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림책에 어떤 언어를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아예 언어를 배제하고 말 없는 그림책을 제작할 것인가. 창작자와 편집자는 이를 결정할 때 특정 언어의 문자를 미적 요소로 활용할 가능성에 더해 책의 상품화와 시장 확보까지 중층적으로 고려할 것이다. 그림책과 언어 사이 정치와 자본의 문제를 망각하지 않으면서, 그럼에도, 비플랫폼의 문을 처음 연 순간만큼은, 나는 마치 생태 공동체의 어느 시점에 상상할 수 있을 법한 열락의 이상적 세계에 들어서는 느낌이었다. 사람의 말이 국경선을 풀어헤치고 구름과 숲과 꽃과 동물과 추상적 도형과 선 바깥으로 폭죽처럼 솟구쳤다 점점이 부서져 내렸다. 눈 비비니 사라진 백일몽이었다.
  •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김동연 대역전극’ 언론 보도·패자승복…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 빛났다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김동연 대역전극’ 언론 보도·패자승복…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 빛났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 다음날인 6월 2일 새벽, 전날 개표가 진행되는 내내 여당 후보에 뒤지고 있던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0.1% 포인트(최종적으로는 0.15% 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제1야당으로서는 사실상 참패한 선거에서 귀중한 승리였고, 가장 강력한 후보 중 하나였던 김동연 후보를 꺾을 수도 있었던 여당으로서는 몹시 아쉬운 결과였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른 새벽에 나온 그 결과 보도를 미국 시간으로 1일 오후 늦게 온라인 뉴스로 처음 본 나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보수 언론사들의 보도였다. “김동연 후보가 대역전극을 펼치면서 0.1%의 차이로 승리”했다는 소식이 온라인 뉴스 톱 헤드라인이었다. 나는 이 제목에서 눈을 떼기 힘들었다. 선거 결과, 그것도 가장 팽팽한 접전을 펼친 광역단체장 선거의 결과가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건 당연한 것임에도 그 기사 제목을 한참 동안 쳐다본 이유는 내가 미국에 머물면서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의 정치 뉴스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만약 똑같은 선거 결과가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나오게 된다면 미국의 보수 언론들이 과연 한국의 언론사와 같이 신속하고 정확한 보도를 할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경제보다 빠르게 성장한 민주주의 더 감탄했던 건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가 언론에 결과가 나온 직후 이에 승복하며 김동연 후보에게 보내는 축하 인사에서 “경기도 발전에는 여야가 없다”면서 “좋은 도정으로 경기도민께 보답해 주시길 부탁한다”는 말을 한 것이다. 물론 이건 한국에서는 전혀 감탄할 일이 아니다. 아니,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민주주의 국가라면 지극히 당연한 절차이고 예의다. 그러나 믿어지지 않겠지만, 이제 미국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일이 됐다. 한국은 미국에서 민주주의를 배운 나라다. 한국은 헌법부터 시작해서 대통령의 권한, 국회의 구성 등 각종 민주주의 제도를 미국으로부터 도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외부로부터 제도를 수입한 나라들이 그렇듯, 한국의 민주주의는 처음부터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선거부정은 초기 한국 민주주의를 설명하는 핵심적인 단어나 다름없었고, 그나마 간신히 성장하던 민주주의도 권위주의에 익숙한 군인들이 쿠데타를 통해 짓밟았다. 그런 암담한 상황에서도 한국인들은 마치 모범생이 밤새워 공부하듯 무서운 집중력으로 민주주의를 학습했다. ‘민주주의의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처럼 많은 희생이 있었고, 선열의 피를 흡수한 한국의 민주주의는 군홧발을 뚫고 나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수준으로 고속 성장했다. 한국을 안에서 보면 정치가 전혀 발전하지 않는 듯 느껴지고, 한국의 정치인들은 선진국의 ‘훌륭한’ 정치인들과 비교해 너무나 초라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경제보다 더 빨리 성장한 게 하나 있다면 그건 민주주의다. 20세기 들어 민주주의를 처음 학습한 나라들 중에서 정치가 한국 수준으로 발전한 나라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한국 안에서는 이를 실감하기 쉽지 않다. 정당의 당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들에게 여의도의 정치인들 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말해 보라면 선뜻 대답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그건 정치 선진국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의 국회는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는 나라가 세상에 얼마나 될까. ‘민주주의가 얼마나 성장했느냐’는 ‘내 마음에 드는 정치인이 얼마나 많으냐’로 결정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말해 민주주의는 국가 권력기관에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 들어가도 내 권리가 침해되지 않고, 국가가 최소한 작동은 하도록 만들어진 제도다. 각 권력기관이 서로를 견제하도록 만들어진 3권 분립 원칙이 그것으로, 이들 기관 중 하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도 다른 기관들이 작동하면 국가가 제대로 기능하게 설계된 것이다. 2016년에 있었던 현직 대통령의 파면은 한편으로는 그런 대통령을 국민이 뽑았다는 점에서 창피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이 훌륭한 선택을 하는 게 민주주의가 아니라, 국정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을 때 3권 분립이 작동해서 궤도를 수정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그렇게 봤을 때 한국의 민주주의는 도널드 트럼프처럼 부패하고 국가와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지도자를 파면하지 못하는 미국의 민주주의보다 훨씬 더 잘 작동했다. 트럼프는 4년의 임기 동안 두 번의 탄핵을 당할 만큼 최악의 대통령이었지만 공화당의 철통 방어로 파면을 면했다. ●진실과 무관한 믿음 판치는 미국 그런데 미국 민주주의의 비극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누구나 알 듯 트럼프는 2020년 11월에 치러진 선거에서 조 바이든에게 패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고,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본인만 인정하지 않으면 그냥 무시하고 말겠지만, 트럼프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2020년의 대선은 부정선거이며 트럼프는 승리를 도둑맞았다”고 생각하는 데 문제가 있다. 더 큰 문제는 공화당 지지자들 중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90%에 육박한다는 사실이다. 2020년 미국 대선은 일찌감치 트럼프가 “내가 지면 부정선거”라고 선언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한 감시와 확인이 이뤄져서 “미국 역사상 가장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였다는 것이 선거 감시 단체들의 증언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재검표를 한 후에는 오히려 트럼프의 표가 줄어들었고, 법원에 가져간 소송은 모조리 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지지자들의 90%가 트럼프는 바이든에게 승리를 도둑맞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탈진실(post-truth) 사회로 변하고 있고, 그런 사회에서 감시단체의 증언이나 법원의 판결은 중요하지 않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런 공화당 지지자들의 (진실과 무관한) 굳건한 믿음이 언론과 정치권을 바꿔 놓았다는 사실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섰던 2015년만 해도 공화당 의원들은 그를 위험한 인물이라고 경계했고, 폭스뉴스 같은 보수 매체들도 트럼프에 대한 무시 혹은 비판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이 두 기관은 다른 기관들, 가령 법원이나 학계와 달리 대중의 관심을 끌고 그들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 트럼프를 지지하는 바람이 불자 이들은 재빨리 방향을 바꿨고, 트럼프가 쏟아내는 거짓말과 허위 정보를 에둘러 가거나 내놓고 옹호하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단번에 일어난 건 아니다. 가령 폭스뉴스만 해도 2020년 선거 결과가 바이든의 승리로 드러나자 이를 사실로 보도했다. 이런 객관적인 보도에 크게 분노한 트럼프가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고 하지만, 폭스뉴스는 개표인단이 발표한 합계를 기반으로 바이든을 당선자로 인정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 폭스뉴스는 트럼프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공화당 지지자들의 시청률을 의식하면서 트럼프의 주장을 전달하고 있고, 공화당에서는 주지사와 상원의원 후보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정치인들이 날개를 달고 있다. 이들은 일제히 “트럼프는 선거 승리를 도둑맞았다”는 말을 하면서 트럼프의 지지선언을 끌어내고, 트럼프는 그런 사람들을 지지해서 지지자들의 표를 모아 주어 경선에서 승리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민주주의를 실행하는 많은 기관에 관한 신뢰(trust)다. 민주주의는 맡겨 두면 저절로 돌아가는 기계가 아니다. 국민이 신뢰하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버텨 내지만 신뢰가 무너지면 아무리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기관도 힘을 쓰지 못한다.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했을 때 반발하고 이를 인정하지 못한다고 했던 사람들도 있지만 국민의 대다수, 특히 여당과 여당 지지자들도 궁극적으로 이 판결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민주주의 기관에 관한 신뢰다. 시간이 갈수록 미국의 민주주의가 불안해 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런 신뢰가 국민들 사이에서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민주주의는 여전히 건강 한때 한국은 선망국(先亡國)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많았다. 워낙 많은 일들을 짧은 기간 내에 겪으면서 ‘험한 꼴’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다른 나라들, 특히 미국과 비교해 보면 한국은 여전히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가 건강하게 살아 있다. 물론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많겠지만 그건 밤을 새워 공부했는데 기대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일 뿐 한국의 민주주의는 이미 엄청난 성과를 냈고, 계속 발전 중이다. 그런 한국에 ‘민주주의 선망국’인 미국이 주는 교훈은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신뢰, 제도에 대한 신뢰가 개별 정치인에 대한 믿음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좋은 정치인, 나쁜 정치인은 얼마든지 왔다가 사라지는 존재다. 하지만 제도에 대한 신뢰는 한 번 무너지면 다시 세우기 쉽지 않다. 민주주의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터레터 발행인
  • [주인의 날개달린 세상] 아기새를 구조해야 하나요?/탐조인·수의사

    [주인의 날개달린 세상] 아기새를 구조해야 하나요?/탐조인·수의사

    집 앞 논의 모내기가 끝났고 개구리가 힘차게 울고 있다. 여름의 입구에 서 있는 지금은 텃새들이 벌써 한 차례 번식을 끝내고, 여름 철새가 한창 새끼를 키우고 있을 시기다. 곤경에 처한 어린 새들을 구조하느라 야생동물구조센터는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이기도 하다. 아기새가 땅바닥에 있는 것을 보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구조해야 하나 고민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섣부른 구조는 부모의 보살핌을 더 받아야 하는 새들을 납치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구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우선 아기새가 털이 나지 않았거나 솜털만 보송보송한 상태라면 아직 둥지에 있어야 하는 시기다. 주변을 살펴 둥지가 보인다면 둥지에 넣어 주고, 둥지가 보이지 않거나 접근하기 곤란하면 인공 둥지를 만들어 근처의 나무에 달아 주고 부모새가 오는지 관찰한다. 인공 둥지는 작은 바구니나 종이 상자 등에 부드러운 티슈 등을 깔아 만들어도 무방하다. 부모새가 하루 이상 오지 않는다면 구조센터에 연락한다. 단 오리나 물떼새는 둥지를 만들어 넣어 줄 필요가 없고 약간 떨어져서 부모가 주변에 있는지 살펴 부모가 오랜 시간 나타나지 않으면 구조센터에 연락해야 한다. 아기새가 솜털은 거의 없고 깃털이 다 난 상태라면 정상적으로 둥지를 떠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둥지를 떠나긴 했지만 아직 잘 날지 못하고 경험이 부족한 상태일 뿐이므로 그냥 두면 부모새가 보살필 것이다. 도로 한가운데를 돌아다닌다든지 사람의 발에 밟힐 만한 자리에 있어 위험해 보인다면 가까운 화단이나 나무 위로 옮겨 주는 정도로 충분하다.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주변에 부모새가 있는지 조금 기다려 확인해 보는 것도 좋다. 어느 경우라도 발견한 새에게 상처가 있거나 뭔가 아픈 것 같다면 구조센터에 전화해 구조를 요청한다. 새가 활력이 없고 눈을 자꾸 감는다든지, 몸 양쪽의 균형이 맞지 않고 한쪽 날개를 늘어뜨린다든지, 한쪽 다리를 절룩이거나 양쪽 다리로 서 있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거나 아예 일어나지 못하는 상태면 아프다고 볼 수 있다. 때로는 그저 덥고 지쳐서 축 늘어져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럴 때는 가까운 나무 그늘로 옮겨 시원한 물을 조금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비가 많이 온 뒤 바닥에서 아기새가 떨고 있다면 수건으로 물을 닦고 따뜻하게 해 주면 도움이 된다. 잘 모르겠으면 구조센터에 문의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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