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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민식의 달달한 삶] 탁월/소설가

    [전민식의 달달한 삶] 탁월/소설가

    우리 집에 5년 전에 들어온 글귀 하나가 냉장고 문짝에 붙어 있다. ‘탁월해질 때까지 끝없이 연습.’ 이 진부한 표어를 가져다 붙인 사람은 나나 아내가 아니다. 질풍노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이다. 아들이 초등학생일 때 표어 쓰기 과제로 여러 장을 만들었는데, 다른 표어들은 소리 없이 사라졌고 어찌 된 일인지 이 글귀만 살아남았다. 아들은 축구선수 되는 게 꿈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도 막연하게 축구선수가 되겠다고 해서 축구클럽에 데려갔다. 일주일에 두 번이나 세 번 정도. 그랬는데 판타스틱한 저 격문이 우리 집 냉장고에 붙은 뒤로 아들의 행동이 달라졌다. 일주일에 두 차례나 세 차례 가던 훈련을 매일 가는 걸로 바꾸었다. 나나 아내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그리 하겠다 해서 그리 하라고 했다. 다른 학원을 일절 다니지 않는 데다가 몸 쓰는 일이라 넘치는 힘을 잘 달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적극 권했다. 돌이켜 보면 기지촌에서 자란 나는 동네 아이들과 껄렁거리며 한국말 반 미국말 반인 골목을 누비고 다니며 온갖 사람 구경했고, 여름이면 갯가에 놀러 가 물장구쳤고, 겨울이면 얼음 지치거나 산썰매 타러 다니는 게 전부였다. 중학생 시절엔 맥없이 옆집 여학생 일을 궁금해하거나 어쩌다 그녀와 한 번 마주치려고 노력하거나 용돈이 생기면 만화방에 가는 정도의 시절을 보냈다. 그런데 아들은 분명하게 축구선수가 되겠다고 말하더니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는 꿈을 구체화했다. 텔레비전은 축구 경기 방송만 시청하고, 유튜브 볼 때도 축구 관련 영상만 보았다. 게임도 축구 게임만 하는 마니아가 됐다. 그래도 아이들은 결정한 것들을 수시로 바꾸는 선한 변덕을 가지고 있어서 꿈도 곧 바뀔 거라 여겼다. 우리 아들 역시 사춘기를 지나며 혹은 새로운 뭔가를 경험하거나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꿈들을 세우게 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될 거라 믿었다. 그런데 우리 부부의 예상은 빗나갔다. 매일 하루에 2시간씩 훈련을 다녀온 뒤 똑같이 훈련해서는 남들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꼰대스러운 말을 하더니 집에 와서 1시간씩 개인 훈련을 더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래도 얼마나 가겠냐 싶어서 그것도 그리 하라고 했다. 한두 달 그러다 지칠 거라 생각했는데, 초등학교 5학년 봄부터 중 3인 지금까지 그렇게 매일 혼자 훈련을 하고 있다. 클럽 훈련 끝나고 오면 밤인데 아들이 밤을 무서워해서 같이 다니다 보니 나 역시 덩달아 운동을 하게 됐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다리 밑으로 가서 훈련했다. 365일 중에 훈련을 하지 않는 날은 어쩔 수 없이 이동을 해야 하는 추석과 설날 때뿐이다. 부처님오신날에도 크리스마스에도 아들은 공을 들고 운동장으로 나갔다. 두 시간 내내 기본 훈련만 하는 클럽이라 재미도 없고 지칠 법도 하련만 8년째 버티고 있다. 집에 와선 다시 또 개인 훈련 1시간. 지금은 아들이 축구선수가 되든 되지 못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꿈꾸고 있는 뭔가를 위해 미친 듯이 노력해 봤다는 그 과정과 경험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들은 내게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 하나를 던져 주었다. 너는 네 분야에서 탁월하니? 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탁월한 재주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에 널려 있다. 그리고 그들은 과정과 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뀐 후 어쩐 일인지 오랜 과정과 경험을 지닌 사람들은 사라지고 인연에 기댄 가짜들이 더 빛나는 세상이 된 것만 같다. 아들이 어른이 된 시대에는 가짜들이 활개치지 못하고,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이기를 바란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탁월해지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겠는가.
  • [데스크 시각] 지도자의 인기 비결/주현진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지도자의 인기 비결/주현진 국제부장

    왕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이고,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먹고사는 일이니, 돼지고기와 쌀 없이는 국가를 안정시킬 수 없다.”(王者以民爲天, 民以食爲天, 猪糧安天下) 한(漢)나라 유방(劉邦)의 책사인 역이기(酈食己)의 이 말(한서 역이기편)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변의 진리로 통한다. 국민의 먹고사니즘은 지도자의 지지율을 결정하는 바로미터인 만큼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허덕이며 민생이 위협받는 요즘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각국 지도자들은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마비된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치며 촉발된 고물가로 고통스러워하는 민생을 해결해야 하는 심판대 앞에 서 있다. 당장 9%대로 치솟은 물가에 지지율이 고꾸라지고 있는 지도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다. 전쟁 비용으로 충당되는 러시아의 원유 수출 차단을 압박하지만, 그 때문에 공급 감소로 국제 유가는 치솟고 인플레이션이 악화돼 지지율이 연일 최저치를 쓰고 있다. 자국 언론인 암살 배후로 지목돼 “국제 왕따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공언한 사우디 왕세자까지 찾아가 증산을 요청할 만큼 백방으로 뛰지만 성과가 없다. 인플레이션 완화는 내년에나 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이대로라면 오는 11월 중간선거는 고사하고 2024년 재선에 나서기도 어렵다며 새 인물이 필요하다는 소리마저 듣고 있다. 올가을 장기 집권의 문을 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눈에 보이는 지지율은 없지만, 원성을 사기는 마찬가지다. 방역은 금메달이라고 내세웠던 ‘코로나 제로’ 정책이 공산당 권력의 초석인 경제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 0.4%로 곤두박질쳤는데, 이는 지난 3월부터 2개월간 경제 중심지 상하이(-13.2%) 등의 지역을 방역 때문에 전면 봉쇄한 탓이 크다. 세계 추세에 나 홀로 역행한 완화 정책으로 연초 공언한 경제성장률 목표(5.5%)를 달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중국인이 예민하게 여기는 돼지고기값(물가)이 급등하는 가운데 청년 실업률(고용)은 역대 최고로 치솟고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 주석의 최대 치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걸 보면 인민의 분노 수위를 짐작할 수 있다. 취임 100일도 안 된 윤석열 대통령도 지지율이 30%대까지 미끄러졌다. 역시 문제는 경제이지만 상황은 더 나쁘다. 중국처럼 거대한 자원과 내수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물가 결정 요소인 에너지·곡물·부동산 가격 이외에도 환율이란 복병까지 안고 있다. 미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면서 연말까지 한미 금리 역전이 확실시되기에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 물가 방어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침체는) 고물가를 잡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 정책을 쓰는 마당에 생기는 문제여서 근본적으로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인식의 표출은 가뜩이나 인플레이션으로 동요하는 민심을 더 불안하게 한다. 시절이 좋을 때는 카리스마, 검소함, 소통, 포용력 등으로 지도자를 평가하지만 민생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국민이 요구하는 자질은 위기 돌파 능력이다. 일각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고통 분담을 눈물로 호소하며 민심을 모으고 위기를 극복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언급하는 것을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민생을 지키지 못하면 정권도 담보하기 어렵다는 역이기의 말까지 거론할 필요도 없다. 문제를 적극 해결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강한 리더의 모습을 사람들은 보고 싶어 한다.
  • 둥글게 1446m, 세종으로… 동~그랗게 22m, 우주로

    둥글게 1446m, 세종으로… 동~그랗게 22m, 우주로

    세종특별자치시가 공식 출범한 지 올해로 꼬박 10년이다. 출범 훨씬 이전부터 온갖 부침이 있었지만 어엿한 지방자치단체로 공식 명함을 내민 건 2012년 7월 1일이다. 당시만 해도 맨땅에 세워진 세종시는 주말에 갈 곳 하나 없는 천생 콘크리트 도시였다. 이제는 바뀌었다. 자체 발광의 여행지가 됐다. 한나절로는 부족할 만큼 돌아볼 곳이 한가득이다.세종시는 계획도시다. 지금도 진화 중이다. 2030년까지 예정된 총사업비가 107조원이라니 앞으로도 얼마나 더 변화할지 알 수 없다. 사실 ‘돈으로 쌓아 올린 도시’ 하면 어딘가 값싸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빈약한 역사성에 ‘돈을 처발랐다’는 선입견 등이 작용하기 때문일 게다. 한데 ‘제대로 처바르면’ 다르다. 한 나라의 국력이 보여 줄 수 있는 거대한 풍경과 만날 수 있다.먼저 아까웠던 곳부터 살피자. 그냥 흘려보내기가 너무 아쉬워서다. 세종시 도심에서 살짝 벗어난 연기면에 우주측지관측센터가 있다. 측지(VLBI)는 ‘우주의 별을 관측해 지구상의 정확한 위치를 결정하는 기술’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장삼이사들로서는 그저 ‘주입식’으로 외우는 게 가장 현명하다. 요약하면 이렇다. 우주에 퀘이사라는 천체가 있다. 지구에서 수억~수십억 광년 떨어진 일종의 블랙홀로, 밝기가 태양의 수조 배에서 수백조 배에 이른다. 이런 각별한 상징성 덕에 모임의 이름을 퀘이사로 정하는 친목 단체들도 꽤 많다. 지구상 16개 나라에 퀘이사의 빛을 관측하는 전파망원경이 있다. 일종의 연구공동체인데, 서로의 관측 결과를 비교해 지구 위 장소의 위치를 정확하게 특정해 내는 일을 한다. 그 정확도가 GPS보다 수천 배 높아 국가 정밀측량에 활용된다. 세종시의 측지센터는 세계 16개 측지 공간 중 하나다. 그런데 뭐가 아깝다는 건가. 이 기관의 존재를 ‘알아 주는’ 이들이 너무 적다. 지식의 한계를 넓힐 수 있고(그것도 공짜로), 볼거리도 제법 있는 곳인데도 그렇다. 얼마 전 독자 기술로 개발한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면서 우리도 본격적인 우주 탐사 시대의 막을 열었다. 국민들의 자긍심도 높아졌다. 한데 여전히 측지관측센터를 찾는 이들은 드물다. 사전에 신청만 하면 대여해 주는 천체망원경도 있지만 회전축에 거미줄이 생겼을 정도로 제대로 ‘회전’이 안 되고 있는 듯하다. 측지센터의 최대 볼거리는 지름 22m에 달하는 전파망원경이다. 그 거대한 구조물이 굉음을 내며 회전하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다. 망원경 뒤에 새겨진 글귀처럼 ‘하늘을 재고 땅을 헤아리’는 중이다.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망원경엔 수억 광년 너머에서 날아온 빛의 입자들이 맺히고 있을 것이다. 영화 ‘컨택트’의 제목처럼 그런 상상만으로도 우주와 ‘컨택트’하는 듯해 짜릿하다. 관측센터를 찾는 이들이 드문 건 어딘가 연구기관 같은 이름의 무게감, 가 본들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막연한 거리감 등 때문일 것이다. 센터 측에서 밤하늘 관측 프로그램 같은 가족, 연인들이 좋아할 행사들을 자주 열다 보면 좀더 시민들이 아끼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 멋진 볼거리들을 말할 차례다. 먼저 금강보행교부터. 세종시를 관통하는 금강 위에 세워진 원형의 다리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가 선정한 ‘강소형 잠재관광지’다. 한글의 ‘이응’(ㅇ)과 모양이 같아 ‘이응다리’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1446m에 달하는 길이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1446년을 반영한 것이다. 1116억원을 들여 3년 8개월 공사 끝에 지난 3월 말 개통했다. 복층 원형 구조로 위층은 보행로, 아래층은 자전거도로다. 교량 여기저기에 낙하분수, 익스트림 스포츠시설 등이 조성됐다. 증강현실(AR) 망원경, 버스킹 공연장 등도 설치됐다. 자전거가 없는 이들은 세종시의 공공자전거인 ‘어울링’을 대여하면 된다. 오전 6시~밤 11시 개방된다. 물론 입장료는 없다.호수공원은 시민들이 ‘애정하는’ 쉼터다. 담수 면적 32만 2800㎡(약 9만 8000평)로 축구장의 62배 크기다. 수상무대섬, 축제섬, 물놀이섬, 물꽃섬 등 5개의 테마 섬으로 구성돼 있다. 호안을 따라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잘 조성돼 있다. 공원 전체 면적은 약 70만㎡(21만여평)에 달한다. 오전 5시~오후 11시 개방된다.호수공원 주변에도 볼만한 건물들이 있다. 대통령기록관은 역대 대통령이 남긴 문서, 집기, 선물 등을 보존·전시하는 곳이다. 외형은 큐브 모양이다. 외부는 유리, 내부는 석재의 2중 구조다. 우리나라 국새 보관함을 형상화했다. 정육면체의 큐브는 땅, 완전성, 완성 등의 의미를 갖는다. 1층부터 4층까지 다른 주제로 전시관이 이어진다. 무엇보다 4층까지 뻥 뚫린 로비의 공간감이 압도적이다. 지하 1층 어린이 체험관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오전 10시~오후 6시 개방된다. 무료다. 하루 3회 전시 해설도 한다.바로 뒤 국립세종도서관은 책장을 넘기는 듯한 형태의 지붕이 눈길을 끄는 건물이다. 아쉽게도 안전 점검으로 휴관 중이다. 오는 8월 29일 재개관 예정이다.호수공원 맞은편에 국립세종수목원이 있다. 국내 최대라는 사계절 온실이 압권이다. 돈으로 세울 수 있는 지구상 최대의 온실을 보는 듯하다. 실내외를 모두 합치면 축구장 90개 규모(65㏊)라고 한다. 만개한 꽃을 닮은 온실 외형이 인상적이다. 실제 설계 과정에서 붓꽃의 3수성(꽃잎)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세 꽃잎은 각각 지중해전시온실, 열대전시온실, 특별기획전시관으로 나뉜다. 온실 외부에도 한국전통 정원, 예술이라 부를 만한 분재를 전시한 분재원 등의 볼거리가 있다. 보통은 오후 6시에 문을 닫는데, 여름 시즌에만 특별히 야간 개장을 한다. 매주 금·토요일 오후 9시까지 사계절 온실을 돌아볼 수 있다. 야간 개장은 오는 8월 27일까지다. 반려식물 나눔(선착순), 가드닝 클래스, 버스킹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된다. ■여행수첩 -우주측지관측센터는 무료 개방되고 있다. 천체망원경을 대여하거나 설명이 필요한 경우 예약해야 한다. (044)860-4007. 누리집(www.ngii.go.kr/vlbi) 참조. 진입로가 공사 중이긴 하나 관람에는 무리가 없다. -그 유명한 정부청사 옥상정원은 7~8월 혹서기에 문을 닫는다. 단일 공공청사 중 가장 길어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옥상의 길이는 15개 건물을 합해 3.4㎞에 달한다. 무려 10리 가까운 거리다.
  • [월드피플+] 가장 슬픈 웨딩 화보…“결혼식 하루 전 러軍 공습받아”

    [월드피플+] 가장 슬픈 웨딩 화보…“결혼식 하루 전 러軍 공습받아”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전쟁이 5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폐허가 된 집에서 웨딩 화보를 촬영한 우크라이나 여성의 안타까운 사연이 공개됐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19일 보도에 따르면,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고 폐허가 되어버린 집 한가운데서 사진을 찍은 신부는 다리아 스테니우코바(31)다. 우크라이나 중부 도시 빈니차에 살던 다리아는 지난주 남편과의 결혼식을 준비하던 지난 14일, 러시아군의 공습을 받았다. 결혼식을 불과 하루 앞둔 날이었다. 당시 빈니차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어린이 3명을 포함해 24명이 사망하고 백여 명이 부상했다. 다리아와 남편은 애도의 의미로 결혼식을 미루기로 결정했다.이후 다리아는 결혼식 당일 입으려 했던 웨딩드레스를 입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그녀의 보금자리는 불과 일주일 새 흔적도 없이 파괴된 상태였다. 가구는 형태도 남지 않고 부서졌고, 건물 잔해만 어지럽게 흩어져있는 폐허 그 자체였다. 폐허 한가운데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부케를 든 다리아는 카메라를 응시했다. 그녀는 폐허 속 웨딩 화보를 촬영한 이유를 묻는 데일리메일 기자에게 “러시아가 무슨 짓을 하는지 전 세계에 알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다리아는 해당 사진들을 자신의 SNS에 공개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낸 집이 러시아군의 미사일로 파괴됐다. 나는 어린 시절의 기억도 강탈당했다”면서 “다만 우리는 전쟁 중에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적었다. 러시아군, 전선서 떨어진 도시 공습...민간인 피해 '눈덩이'한편 지난 14일 러시아군의 빈니차 공습으로 어린이 3명을 포함해 최소 23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했다. 당시 러시아군은 흑해 잠수함에서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고, 빈니차 도심의 복합쇼핑몰과 문화센터에 미사일이 떨어지면서 민간인 다수가 사망하거나 다쳤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노골적인 테러 행위”라며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테러 국가로 지정돼야 한다는 것을 재입증했다”고 비판했다.러시아군은 이달 들어 전선에서 떨어진 도시들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측은 군사시설을 겨냥했다고 주장하지만, 민간인과 민간시설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5일에는 드니프로 산업 단지와 거리가 러시아 순항 미사일의 공격을 받았다. 이 공격으로 3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이 부상했다. 발렌틴 레즈니첸코 드니프로페트로우크 주지사는 16일 “사망자 중에는 시내버스 운전기사도 있다. 그는 낮 근무를 마치고 다음 날 새벽 근무를 준비하려 차고로 돌아가고 있었다. 살 날이 많이 남은 젊은 친구이자 두 아이의 아빠였다”고 전했다.
  • 단 1초면 끝…한번 두드려보고 떼돈 버는 中 ‘수박 감별사’ 화제

    단 1초면 끝…한번 두드려보고 떼돈 버는 中 ‘수박 감별사’ 화제

    당도 높은 수박의 주 생산지로 알려진 중국의 허난성에 단 1초 만에 최고 당도의 1등급 수박을 선별해내는 남성이 있어 화제다. 일명 비파괴 당도검사로 불리는 선별 작업으로 단 1초 만에 1등급 수박을 구별해내는 업무를 담당하는 쑨홍카이 씨가 화제의 주인공이다. 허난성 상추시 샤이현 농촌에서 일명 수박 감별사로 불리며 월평균 3만 4000위안(약 660만 원) 이상의 고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쑨 씨가 매일 선별해내는 수박의 양만 무려 4만 5359㎏에 달한다. 쑨 씨는 마치 병아리 성감별사처럼 무거운 수박을 한 손에 들고, 단 1~3초 이내에 재빠르게 당도를 선별해내는 빠른 손놀림과 매의 눈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그가 사용하는 수박 선별 방법은 한 손에 든 수박의 한 번 두드려 후숙의 정도를 측정하고, 수박 표면을 눈으로 살펴 당도를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정확도는 97~98%에 달하는데 그야말로 ‘척하면 척’이라는 인정을 받아오고 있다. 반면 일반 농장에서는 1차로 샘플 수박을 개봉해 당도 선별기에 즙을 떨어뜨려 당도를 측정해오고 있다. 또, 2차로 비파괴 선별기에 올려 총 2번의 당도 선별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이 경우 1㎝ 이상의 수박 껍질을 투과해야 하는 탓에 측정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이처럼 그의 수박 선별 방식은 기존 농가의 당도 감별기 기계 이용과 크게 다르며, 오히려 속도와 정확성 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다. 그 덕분에 올해 40세인 그는 지난 2017년부터 수박 당도 측정을 하며 고연봉, 고수익을 거둬 왔다. 올해 그가 선별을 담당할 수박들은 무려 20만 2342㎡ 규모의 농장에서 수확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그의 손을 거쳐 선별된 1등급 수박들은 장쑤성, 저장성, 상하이 등 대형 마트와 전통 시장으로 유통된다. 특히 최근 수박 수확량과 주문량이 몰리면서 쑨 씨는 오전 6시에 시작해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쉬지 않고 수박 선별 현장에 나서고 있다. 그는 “월평균 3만 4000위안의 고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박 선별 작업이 매년 여름 한 철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사실상 연봉은 10만 위안(약 2000만원) 남짓”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14억 인구의 중국인 가운데 약 3억 명이 농업에 종사 중이다. 이 중 매년 수박 상하차업무에 단기간 동원되는 일용직 근로자의 수는 약 2만 명에 달한다. 
  • ‘소년시절의 너’ 男주인공 겨냥 中 네티즌 ‘공정 논쟁’ 벌어졌다

    ‘소년시절의 너’ 男주인공 겨냥 中 네티즌 ‘공정 논쟁’ 벌어졌다

    실업률 역대 최고 19.3%“스타에게 귀한 일자리, 불공정” 中서 벌어진 공정 논쟁중국 국가연극원 단원에 톱스타급 배우들이 발탁되자 네티즌 사이에서 공정성 논쟁이 불거졌다. 중국 관영 영자 신문 글로벌타임스는 18일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6일 공개한 국가연극원 단원 최종후보자 명단에 스타 배우가 포함된 것이 논쟁의 발단이 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가연극원은 한국의 국립극단격이다. 매체에 따르면 국가연극원 단원 최종후보자 명단에 중국 역대 영화 흥행 1위인 ‘장진호’ 주연 이양첸시와 후셴쉬, 뤄이저우 등 젊은 스타 배우가 포함됐다. 특히 이양첸시는 2020년 한국에서도 개봉해 인기를 끈 영화 ‘소년시절의 너’ 주연을 맡은 청춘 스타다.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이들 유명 연예인이 평범한 지원자들을 밀어냈다고 지적하며 채용 과정에 공정성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국가연극원은 지난 7일 논란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했고, 16일엔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가연극원 발표에도 비난 여론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자 이양첸시는 17일 자신의 웨이보를 통해 지원 경위, 전형 절차의 정당성을 알린 뒤 “모두에게 더 이상 혼란을 끼치고 싶지 않기에 숙고를 거쳐 국가연극원 입단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중국 네티즌들은 여전히 그가 국립극단에 객원 배우로 참여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고, 실제 입단을 포기한 것인지 확실하게 알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후셴쉬는 같은 날 웨이보에 올린 성명에서 “내 지원은 모든 규정을 완전히 준수했고, 정해진 절차를 모두 거쳤다”며 “3차례 면접을 했고, 면접 내내 어떤 특권도 누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취업난 속에 젊은이들이 느끼는 상실감을 이번 논란의 배경 중 하나로 거론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도시 실업률은 2개월 연속 하락하며 6월 5.5%를 기록했지만 16∼24세 실업률은 역대 최고인 19.3%를 기록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21세기 교육연구소 슝빙치 부소장은 “이양첸시의 국가연극원 입단 문제가 일반 네티즌들과 직접 관계는 없지만 명성과 높은 수입을 누리고 있는 스타에게 귀한 일자리를 주는 것이 많은 젊은이 눈에는 불공정하게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 필름 카메라로 그린 추상화 거대사회 속 개인 존재 묻다[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필름 카메라로 그린 추상화 거대사회 속 개인 존재 묻다[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1838년 사진기가 발명된 이후, 사진을 이용해 20세기 현대미술의 지평을 연 작가가 안드레아스 구르스키다. 살아 있는 작가를 어느 분야의 거장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구르스키는 모두가 인정하는 현대사진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1955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난 구르스키는 유년 시절을 뒤셀도르프에서 보냈다. 사진관을 하는 가정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사진과 가깝게 지낸 그는 에센의 폴크방국립예술대에서 공부한 뒤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에서 베른트·힐라 베허 부부에게 사진을 배웠다. 베허 부부는 20세기 후반 사진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뒤셀도르프학파 창시자들로, 당시 매우 새로운 사진을 시도했다. 그들은 전에는 사진의 주제라고 여겨지지 않던, 산업 기계와 건축 형태들을 작품에 담았다. 또 사물 자체 이미지를 정확하고 객관적인 기록물로서 반복적으로 찍고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유형학적 사진’(Typology) 장르를 만들었다. 감정이 배제된 중립적 시선으로, 특정한 유형의 피사체를 연이어 찍는 방식이다. 뒤셀도르프학파에서 20세기 후반 사진계 스타들이 나왔다.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토마스 스트루스, 토마스 루프, 악셀 휘테, 칸디다 회퍼 등이다. 뒤셀도르프학파 1세대이자 유형학적 사진의 대주자인 구르스키는 현대 사회와 문화공간의 유형성을 사진에 담았다. 그의 작품들은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만능물질주의 또는 현대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 준다.●사실주의와 추상의 경계 구르스키는 1990년대부터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컴퓨터로 스캔·편집하면서 사진의 회화적 가능성을 탐구했다. 그의 사진들은 디지털 보정을 통해 기계의 눈으로만 포착 가능한 세계를 담았다. 그는 사람의 눈에 비치는 입체적 세계를 드넓은 평면으로 그리기 위해, 카메라 여러 대로 한 공간을 촬영해 합성했다. 보정 과정에서 소실점을 없애 모두 또렷하고 일정한 크기로 보이도록 연출했다. 구르스키 작품은 사실주의와 추상의 경계에 있다. 2007년 북한의 아리랑축제를 촬영한 ‘평양Ⅵ’(2007)는 흰 꽃과 붉은 꽃의 조화처럼 보이나, 자세히 보면 흰 옷과 붉은 옷을 입은 많은 사람이 일정한 동작을 취하고, 밀집해 만들어 낸 형상이다. 구르스키는 체제의 선전 상징은 배제하고, 수많은 무용수들이 이룬 반복적이고 기하학적 형태를 담는 데 집중했다. 멀리서 보면 떠오르는 태양이나 아름다운 꽃 문양에 시선을 빼앗기지만 가까이 보면 거대한 꽃을 만들고 있는 무용수 개개인이 보인다. 개인을 억누르는 강력한 사회주의 구조와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 존재의 모습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 구조와 의미를 포착해, 이미지 조작을 통해 아주 작은 개별 형상까지 세밀하게 표현하는 그의 작업은 현대 사회 자체를 담아내고 있다. ‘무제ⅩⅨ’(2015)도 그렇다. 가느다란 색띠가 켜켜이 쌓인 모습이 한국의 단색화 또는 서양의 추상표현주의 작품 같지만 ‘유럽의 정원’인 네덜란드의 쾨켄호프 꽃밭 사진이다. 작가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 현대 문명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해 왔다. 그는 현대 문명을 상징하는 곳을 포착해 거대한 사회 속 개인의 존재를 숙고하게 한다. ‘시카고선물거래소Ⅲ’는 증권가의 ‘플로어 트레이딩’(floor trading)이라는 디지털시대에 사라지는, 대면(對面) 선물 및 상품 거래방식을 기록했다. 이 작품은 표현법도 주목해야 한다. 그는 추상회화와 미니멀리즘 조각의 특성을 더한 실험적 작업을 통해 정형화된 사진예술의 틀을 넓혔다. ‘시카고선물거래소’(2009)는 원근감 없이 평면 위에 인물들을 배치했다. 이는 중심 없이 균질하게 화면을 구성하는 잭슨 폴록의 추상회화, ‘드리핑’(dripping)을 떠올린다. 각기 다른 유니폼 색상이 한 방울 물감이 돼 화면을 채운다. 구르스키는 해당 공간을 처음 접하고, 오랫동안 공간을 연구하고 공간에 머물며 작품을 완성시켰다. ‘시카고선물거래소Ⅲ’는 여러 이미지를 이어 붙여 원근감을 없애고, 팔각형의 중앙공간을 둘러싼 개인들 모습으로 화면을 채웠다. 구르스키 작업의 추상화적 성격은 풍경사진에서 더욱 돋보인다. ‘라인강Ⅲ’(2018)가 그렇다. 이 작품은 풍경사진 같지만 실제 모습은 아니다. 건물, 사람 등 피사체들은 지웠다. 강과 둔치, 수평선들은 어느 지점이 가깝고 먼 곳인지 알 수 없도록 보정됐다. 사진에서 모든 지점이 선명하다는 것은 카메라렌즈가 만들어 낸 원근감이 제거됐다는 뜻이다. 남은 라인강 풍경은 색과 면과 선이다. 그의 사진은 마크 로스코의 색면 추상화를 떠올린다. 그는 멀리서 관조하면서 동시에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거시의 세계와 미시의 세계가 공존한다. 3m가 넘는 그의 사진을 멀리서 볼 때는 추상화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사물들 모습이 오롯이 드러난다. 그의 작업은 사진이지만 때론 사진에서 벗어난 회화적 감각과 사진의 매력을 함께 느낄 수 있다. 화면 속 구체적 대상의 완벽한 수평구조와 격자무늬들은 고요함과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무한함까지 떠올린다. 구르스키는 추상표현주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고 같은 결의 작품을 선보였다. 게르하르트 리히터, 잭슨 폴록, 바넷 뉴먼 등의 경향을 빠르게 받아들이면서 이를 사진으로 표현해 사진이 가진 추상화의 가능성을 열었다. 거시적 시점과 미시적 시점에서 각기 다른 감정을 전달하는 작가는 현대문명을 거시적 시각에서 바라보며, 구체적 사물로 추상적 표현을 완성시켰다. ●사진 이후의 사진: 구르스키의 가상세계 그의 작품은 현실을 닮았지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과 장면을 보여 준다. 작가는 모든 예술적 사물의 척도는 결정적 순간이 아니라 결정적 관점이라고 말한다. 눈 앞의 사물이나 장면을 그대로 보여 주는 대신 이미지를 재구성해 자신의 영역을 ‘이미지 촬영’에서 ‘이미지 제작’으로 전환했다. 그의 사진은 디지털작업으로 만들어진 분위기를 갖고 있다. 현대 사진작가들은 사진을 개념미술의 도구로 받아들인다. 디지털기술도 마찬가지다. 1995년 독일 뮌헨에서 열렸던 사진학술회는 디지털과 사진에 대해 ‘사진 이후의 사진’이라는 주제를 논의했다. 디지털사진이 디지털임을 밝힌다면, 사진의 개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사진 이후의 사진’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 장의 사진이 모든 진실을 말해 준다고 생각하는 낭만적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구르스키 사진은 현실과 가상세계 중간에 있다. 우리가 보는 풍경은 현실에서 본 듯 하지만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서 보는 풍경은 친근하다. 프랑스 철학가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로 설명될 수 있다. 보드리야르는 가상의 공간과 우리가 현실 세계라고 믿는 바깥 공간이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현실 세계라고 믿는 세계가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시뮬라크르 세계라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디지털기술 발달로 가속화된다. 구르스키 작품이 이 이론을 뒷받침한다. 그의 작품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촬영했다. 사람들은 유사한 풍경을 봤으므로 이미지가 비현실적이거나 낯설지 않다. 작가는 작품 완성을 위해서 수개월 동안 수정 작업을 했다. 그가 만들어 낸 이미지는 합성 이미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다. 어떤 부분이 변형됐는지 쉽게 식별할 수 없다. 이런 디지털 합성이미지는 전통적 이미지와 다르다. 전통적 아날로그 이미지는 대상과의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디지털 이미지는 대상과의 관계에서 벗어나고 출처를 찾더라도 이미지를 만들어 낸 알고리즘만 존재한다. 디지털 이미지가 시뮬레이션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세계라서다. 디지털 이미지는 현실적 제약을 넘어 불가능을 재현할 수 있다. 구르스키의 사진은 실제 봐야 그 가치를 잘 체감할 수 있다. 작품 크기가 커서만은 아니다. 그가 촬영한 광활한 튤립밭,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시카고선물거래소를 보면 위에서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전지적 신의 시선 같아 보인다. 멀찍이 떨어진 높은 곳에서 촬영해 대상을 폭넓게 아우르지만 디지털 합성을 했기에 그 속의 사람, 물건 하나하나의 존재감을 또렷하게 드러난다. 구르스키 작품이 숲과 동시에 나무를 보여 주는 사진, 거대한 사회 속 개인의 존재에 대해 숙고하게 만든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나는,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어디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숨 프로젝트 대표
  • 정의용 “엽기 살인마 北으로 추방” 대통령실 “궤변 말고 조사받아라”

    정의용 “엽기 살인마 北으로 추방” 대통령실 “궤변 말고 조사받아라”

    ‘2019년 탈북 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한 여권의 공세에 그동안 침묵하던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7일 작심한 듯 반격에 나섰다. 그러자 대통령실도 강하게 맞받아치면서 신구 권력의 정면충돌이 벌어졌다. 정 전 실장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이들 흉악범은 탈북민도 아니고 귀순자도 아니다. 사람 한두 명 죽인 살인범이 아니라 희대의 엽기적인 살인마들”이라며 “이들은 나포된 후 동해항까지 오는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전혀 밝히지 않았다. 귀순 의사를 확인하는 단계에서 귀순의향서를 제출했던 것”이라고 했다.이어 “(문재인) 정부는 이들의 귀순 의사 표명 시점이나 방식 등에 비추어 이들의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관련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우리 법에 따라 북한으로 추방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이들에 대한 전체 조사 내용은 국정원에 보존돼 있다. 이들의 진술과 조사 결과를 모두 공개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또 “북한으로부터 먼저 이들 흉악범들을 송환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실도 없었다”며 “다만 추방할 경우 상대국의 인수 의사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북측에 의사를 먼저 타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대통령실 최영범 홍보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야당과 지난 정부 관련자들이 해야 할 일은 정치 공세가 아니라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해 국민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라고 정 전 실장을 공격했다. 최 수석이 언론 브리핑을 가진 것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다. 그는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탈북 어민을 엽기적인 살인마라고 규정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당연히 우리 정부 기관이 우리 법 절차에 따라서 충분한 조사를 거쳐서 결론을 내렸어야 마땅한 일”이라며 “귀순 의사가 없었다는 것도 궤변이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이 자필로 쓴 귀순의향서는 왜 무시했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해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가 나오는 데 대해서는 “특검이나 국정조사는 여야가 합의하면 피할 이유가 없다. 다만 야당이 다수 의석을 믿고 진실을 호도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며 “국민의 눈과 귀를 잠시 가릴 순 있어도 진실을 영원히 덮어 둘 수는 없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정 전 실장이 북송된 북한 어민들을 향해 ‘희대의 엽기적 살인마들’이라고 한 데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믿은 것”이라며 “나포 5일 만에 강제 북송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부실 검증”이라고 했다.
  • “멀쩡한 애들이 동성애자래?”… 1인 시위, 날것의 혐오와 맞닥뜨렸다

    “멀쩡한 애들이 동성애자래?”… 1인 시위, 날것의 혐오와 맞닥뜨렸다

    두렵지만 혐오를 직면해보고 싶었다. 서울신문 스콘랩은 우리 사회에 점점 교묘하고 광범위하게 퍼지는 혐오 정서를 심층 분석한 특별기획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 사회’ 시리즈를 다음 주부터 선보인다. 이에 앞서 혐오 피해자 옆에 서서 세상을 관찰해보는 작업이 필요했다. 마침 가장 첨예한 공간이 7월 펼쳐졌다. 23회째를 맞는 서울퀴어문화축제다.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지난 2년간은 온라인으로만 진행됐다. 국내 성소수자가 시내에 모여 우리 곁에 자신들이 살고 있음을 증명하는 행사다. 동시에 ‘날것의 혐오’에 맞닥뜨리는 날이기도 하다. 이근아 기자가 6월 3일부터 7월 16일까지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사무국 활동가 등과 동행하며 44일간의 여정을 기록했다.6월 2일 - ‘찾아오는 길’ 없는 사무실  건물 1층에 걸린 흰색 안내도에는 ‘그 사무실’을 설명하는 글이 없었다. 홈페이지에도 ‘찾아오는 길’ 안내가 보이지 않았다. 초대 문자를 다시 확인한다. ‘마포구 OO로 OO빌딩 6층에 사무실이 있어요. 그리로 오세요.’ 안내도를 재차 올려 보니 6층에 무지개색이 작게 칠해져 있다. ‘맞구나.’ 곁에 있지만,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사람들. 7월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준비하는 조직위원회 사무국은 우리 사회의 퀴어(성소수자)의 위치를 보여주듯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 정부는 성소수자가 몇 명이나 사는지 파악조차 못 한다. 다만 해외 조사 등을 참고하면 약 143만~233만명으로 추산된다. 대전(145만명) 또는 대구(237만명) 인구와 비슷하다.  “예전보다 노골적 혐오자는 조금 줄었어요. 면전에 욕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 말이죠. 차별하는 방법이 미묘해졌달까요. 기자님이 생각하는 것과는 현장이 다를 수도 있는데 괜찮겠어요?” 사무실에서 마주한 양선우(활동명 홀릭) 퀴어축제 조직위원장은 옅게 웃었다. ‘사무국 안팎을 드나들며 한 달여 간 활동을 관찰하고 싶다’는 쉽지 않은 제안을 하러 온 자리다. 혐오가 노골적이지 않다니 더 나았다. 우리가 겪고, 관찰하고자 한 건 ‘아닌 척 포장된’ 혐오였으므로. 같은 자리에 있던 강명진 상임이사가 취재를 허락하며 말했다. “인권을 마치 파이 뺏기 경쟁처럼 생각해요. 우리 인권이 보장되면 마치 자신들의 인권을 빼앗기는 것처럼 느끼나봐요.” 6월 3일 - 몸을 훑는 미묘한 혐오 시선  사무국에서 내게 처음 제안한 활동은 1인 시위였다. ‘미묘한 혐오의 시선’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위는 ‘서울광장 사용 신고를 즉각 수리해달라’는 요구를 전달하고자 진행했다. 시는 사무국이 축제를 위해 광장 사용신청서를 낸 지 52일(6월 3일 기준)째 승인해주지 않고 있었다. 광장 사용은 원칙적으로 신고제다. 하지만, 유독 퀴어축제에는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점심 시간, 키 높이 만한 피켓을 들고 광장 분수대 앞에 섰다. ‘6월은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 서울시는 광장 사용신고를 즉각 수리하라.’라고 쓰여 있었다. 늦봄 볕을 쬐러 온 유동인구가 제법 많았다. 얼어붙은 마음 탓일까. 사람들은 눈빛만으로 많은 말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한 중년 여성은 피켓 문구를 본 뒤, 내 머리카락의 길이부터 다리까지 훑었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확인하는 듯했다. 미간을 잔뜩 구긴 이들도 있었다. 곁에 있어준 서포터인 나윤(활동명)이 아니었더라면 도망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후 닷새간 1인 시위에 더 했다. 단지 내 마음 탓에 혐오의 시선을 느낀 게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미묘해진 혐오의 틈 사이로 노골적 차별을 드러낸 이들이 있었다. “멀쩡하게 생긴 애들이 무슨 동성애자래?”라며 삿대질하는 노년 남성, “나도 저 옆에 서서 ‘동성애 반대한다’라고 시위할까?“라며 키득대던 중년 여성들이 있었다. 동성결혼 등 성소수자의 법적 권리를 어디까지 보장할지를 두고는 찬반이 있을 수 있지만 동성애 자체는 반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개인의 정체성을 반대한다는 건 없는 사람 취급한다는 뜻으로 논할 여지가 없다”면서  “다른 소수자보다 더 안보이는 존재라고 생각하니 함부로 정체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6월 9일 - 퀴어축제, 왜 반대할까  퀴어축제에 반대하는 이들의 논리가 궁금했다. 주로 보수 기독교단체를 중심으로 ‘동성애 반대’ 조직이 꾸려져 있다. 이들은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근거로 퀴어축제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전문가들에게 물어 ‘팩트체크’ 해봤다. 첫 번째는 동성애가 정신질환이라는 주장이다. 예컨대 윤석열정부 초대 종교다문화비서관이었다가 낙마한 김성회씨는 “동성애는 흡연자가 금연 치료받듯 치료받으면 바뀔 수 있다”고 했다. 동성애를 믿음으로 ‘극복’하고 목사가 됐다는 이도 있다. 김종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물었다. 단호했다. “동성애는 정신 질환이 아니에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질환 여부를 판단할 때 보는 정신질환 진단·통계편람(DSM)에서 동성애는 1970년대에 제외됐어요. 세계보건기구(WHO) 의견도 마찬가지고요. 개인 정체성인 성적 지향을 바꾼다는 건 합리적이지 못한데다 억지로 하려다 우울, 불안 등만 높일 수 있어요.”  두 번째는 동성애 탓에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에 걸리거나 퍼진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질병관리청 역학조사 결과 동성 간 성접촉에 의해 HIV에 감염됐다고 답한 비율은 꽤 높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HIV 감염 원인은 감염인과 성접촉 등을 통해 체액이 몸에 들어왔기 때문”이라면서 “이성이든, 동성이든 콘돔을 착용하고 관계하면 바이러스 확산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동성 간 성접촉 때 안전한 방식으로 하면 HIV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운전자가 비운전자보다 사고 위험이 더 높다고 해서 운전하지 말라고 할 게 아니라 안전벨트를 매는 등 노력하라고 하는 편이 논리적이지 않을까.  올해 축제 반대 논리로는 원숭이두창이 더해졌다. 초기 환자 대부분이 남성 동성애자여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동성애자 집단에서 먼저 퍼져서 생긴 착각”이라고 말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원숭이두창은 사람끼리 밀접하게 피부 접촉하면 퍼질 수 있는 전염병이라 꼭 남성 간 성접촉만으로 퍼진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류는 전염병이 퍼져 두려움이 커지면 희생양을 찾는다. 14세기 유럽의 흑사병 때도 그랬고,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도 그랬다. 감염자를 숨게 하는 혐오는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6월 15일 - “그들만의 축제” 정중한 혐오  서울시 열린광장시민위원회 회의가 예정된 이날 오전 8시 15분 서울시청 앞. 보슬비 소리 사이로 녹음된 갓난아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음란한 퀴어축제는 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습니다!” 확신에 찬 음성이 대형 앰프를 통해 퍼진다. ‘동성애퀴어축제반대 국민대회 준비위원회’가 연 집회다. 어린아이를 업고 나온 참가자도 보였다. 불과 스무 걸음쯤 떨어진 곳에는 퀴어축제 조직위가 집회를 열기 위해 모여 있었다.  서울시는 광장 사용신청을 받은 지 64일 만에 수리했다. 광장시민위의 권고를 따른 것이다. 6일간 신청했던 사용기간은 단 하루로 줄었다. 아쉬운 결정이었지만 시민위가 그나마 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기초로 불허하지는 않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회의록에 담긴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한 위원이 말했다. “저 사람들(성소수자)은 다른 세계(나라)에서 하니까 우리도 하겠다고 뛰쳐나온 건데 앞에 ‘서울’이라는 건 뺐으면 좋겠어요. 그냥 그들만의 문화축제…사실 저게 왜 문화인지도 잘 모르겠고요. 감정적으로, 눈으로 국민 대다수가 피해를 보니 강한 제재가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그는 발언을 쏟아낸 뒤 한마디 덧붙였다. “이 회의록도 공개되나요?”6월 27일 - 타인의 삶을 살듯 연기하다  숨어 살면 좋으련만 애꿎게 뛰쳐나와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 광장시민위원 일부가 드러낸 이런 시선을 성소수자는 일상에서 겪는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살듯 매일 연기하는 이들이 많다. 공무원 유슬기(가명·35)씨도 그렇다. 레즈비언인 그는 7년째 연인과 동거하고 있지만, 커밍아웃하지 않았다. 직장에는 친한 친구와 산다고 둘러댄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밝혔을 때 보수적 조직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가늠조차 안 되기에. 늘 가슴이 답답했지만, 타박 받는 쪽은 오히려 슬기씨다. “예전 직장에서는 ‘슬기씨는 우리한테 벽을 치는 것 같아. 사생활 얘기를 왜 안해?’라고 묻기도 했어요.”  365일 중 단 하루 솔직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날이 퀴어축제다. 입장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기에 용기 낼 수 있다. 맘껏 애인의 손을 잡고, 껴안아도 아무도 공격하지 않는 곳. 많은 성소수자가 광장에 모이는 이유다. 7월 9일 - 성소수자 부모로 산다는 것  평소 ‘내 아이가 성소수자일까’ 생각하는 부모는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다른 성적지향을 가진 청소년이나 청년층이 벽장 문을 열고 나오는 일은 버겁다. ‘부모와 연이 끊길지 모른다’는 각오까지 해야 한다. 성소수자부모모임 운영위원인 지인(활동명)은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트랜스젠더) 중 80% 이상이 커밍아웃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퀴어축제를 일주일 앞두고 성소수자 당사자와 부모 약 50명이 서울에서 만났다. 매주 모여 각자의 어려움과 사연을 나누고, 위로한다. 이날 처음 참석한 엄마는 딸이 레즈비언이라고 커밍아웃했던 당시 기억이 또렷하다. 평소 엄마를 품어주던 어른스러운 아이는 여행길에서 성적 지향을 고백했다. 마음을 털어놓기까지 시도 때도 없이 고민했다. ‘한국사회에서는 말하지 않는 게 효도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뒤 더는 후회하고 싶지 않아 결심했다. 조부모 등은 여전히 모른다. 해외에서 자리 잡은 딸은 엄마가 늘 마음에 쓰인다. ‘나는 엄마에게 모든 걸 말했지만, 엄마는 이제 누구와 터놓고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을까.’ 게이 아들을 둔 엄마 비비안(활동명)이 위로했다. 그는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며 동성애 커플 등을 많이 봤지만 아들의 성적 지향은 커밍아웃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 이제는 아들과 손잡고 해외 퀴어축제에 참여할 만큼 마음이 단단해졌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 같아요. 혐오 가득한 사회에서 우리는 스스로가 지켜야 하니까요.” 7월 11~15일 - 이번엔 어떤 ‘벽’을 만날까  축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조직위는 극도로 분주해졌다. 우선 서울시에서 광장을 사용하되 지키라고 한 조건이 애매했다. ‘신체과다노출을 제한할 것’. 어디까지가 과다한 노출일까. 조직위가 서울시에 직접 물었다. 그러나 명확한 기준을 내놓지 못했다. “상반신 탈의를 하면 안 된다는 뜻이냐”고 재차 물었지만, 딱 떨어지는 답을 하지 못했다. 서울시와의 회의에 참석한 현주(활동명) 퀴어퍼레이트 집행위원장은 답답해했다. “시는 ‘참여자에 과다노출을 금하라’고 공지해달라는데 기준도 없이 어떻게 공지하라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수만명이 오는 행사에서 2~3명의 복장을 문제삼아 행사 성격을 규정할까 걱정됩니다.” 서울시도 퀴어축제 초창기에 노출 문제가 있었을 뿐 2019년 행사 때는 전혀 없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과다 노출 여부를) 채증하겠다”고 인터뷰하며 예비 참여자들을 자극했다.  23번째 축제. 그동안 성소수자의 인권은 한걸음도 진전하지 못했고, 혐오는 공기 속에 스며들어 곳곳에 퍼졌다. 며칠 전 퇴근길 덕수궁 대한문 인근에서 봤던 현수막 문구가 떠올랐다. ‘퀴어축제? 일반 국민들은 반대한다 -정의로운 사람들-’ 이번엔 또 얼마나 공고한 혐오의 벽을 만날까. 기대와 걱정을 안고 그들은 광장으로 향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세명대 기획탐사 디플로마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작성됐습니다.
  • “사회 복귀 못 할까봐 두려워”… 6년 만에 방에서 나온 그가 웃었다[청년, 고립되다]

    “사회 복귀 못 할까봐 두려워”… 6년 만에 방에서 나온 그가 웃었다[청년, 고립되다]

    지난해 외출하지 않고 집에 주로 머무는 청년(만 18~34세) 비율이 5.1%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해당 연령대 인구(약 1088만명) 중 55만명 넘는 청년이 방 안에 외롭게 갇혀 있다는 얘기다. 이 수치는 경기 안양시 인구(약 55만명)와 거의 비슷한 규모다. 17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해마다 진행하는 ‘청년 사회·경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외출하지 않는 청년 비율은 2017년 3.7%에서 2018년 1.6%로 감소한 뒤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지난해 5.1%를 기록했다. 코로나19 기간을 지나면서 고립청년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고립청년을 직접 찾아가 상담을 하는 광주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는 학창 시절 왕따와 폭력 경험, 지나친 경쟁의식, 부모의 과한 기대감이 청년을 고립에 빠지게 하는 원인이라고 밝혔다. 특히 학교폭력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채 성인이 됐을 때 학교보다 더 큰 사회에서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겪으며 고립이 시작된다고 봤다. 실제 학교폭력 경험 등으로 마음의 문을 닫았다가 어렵게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온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선생님은 “넌 사회성이 없다”고 했다 송경준(26)씨에게 폭력은 일상이었다. 지독한 괴롭힘이 처음 시작된 것은 중학교 1학년 수련회 때다. 반 인원이 홀수인 탓에 아이들은 버스에서 혼자 앉지 않으려고 자리다툼을 벌였다. 반 아이들의 강요에 떠밀려 결국 송씨가 혼자 앉게 됐고 그때부터 송씨는 늘 혼자였다. 폭력은 송씨가 자퇴를 결정한 고교 1학년 때까지 4년간 이어졌다. 송씨는 “복도에 가만히 있는데 때리고 책상에 낙서하고 실내화와 전자사전을 빼앗아 갔다”며 당시 상황을 털어놓았다. 송씨는 폭력을 피해 중학교와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고교로 진학했다. 그러나 중학교 때 당한 폭력은 잔상으로 남아 송씨를 괴롭혔다. 학교 식당에 갈 용기가 나지 않아 밥도 굶고 교실에서 온종일 엎드려 있었다. 반 아이들이 무서워 눈을 쳐다보지 못했다. 모두가 뒤에서 자신을 욕하며 수군거리는 것 같았다. 다른 친구와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송씨에게 학교 선생님은 “사회성이 없다”고 했다. 학교 어느 곳에서도 숨 쉴 구멍조차 찾을 수 없었던 송씨는 고교 1학년 겨울 자퇴했다. 그때부터 자신의 방에서 주로 유튜브, 애니메이션을 보며 지냈다. 방을 나서는 건 밥을 먹고 씻을 때뿐이었다.처음엔 답답해하며 화를 내던 부모님과도 점차 대화가 사라졌다. 송씨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방이 가장 평화로웠다”고 말했다. 사회로 나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검정고시를 치고 대학교에 진학했지만 결국 1년 만에 그만뒀다. 2년간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의무를 마친 뒤 다시 방으로 숨었다. 그렇게 6년가량 은둔 생활을 반복하던 송씨는 문득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사회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이후 고립 위기 청년을 돕는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에서 2년간 생활하며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청년과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걷어 낸 송씨는 올해 취업에도 성공했다. 퇴근 후에는 스피치 학원에 다니며 사람들 앞에 서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은둔 초기 주변의 지지를 받았다면” 같은 반 학생이 던진 과자가 툭 소리와 함께 교실 바닥에 떨어졌다. 주워 먹으란 말과 함께 동급생 29명의 눈이 자몽(31·가명)씨를 향했다. “주워 먹으면 덜 괴롭힐까” 자몽씨가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자 반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고교 시절 같은 반 학생들은 이유 없이 자몽씨를 때렸고 등판에 욕설을 썼다. 체육 시간이면 누가 뒤에서 바지를 벗길지 몰라 늘 양손으로 바지 주머니를 붙잡고 다녔다. 졸업만 하면 지옥을 탈출할 수 있으리라 여겼지만 가해자들과 가까운 거리의 대학에 진학하면서 지옥이 다시 시작됐다. 강의실에 앉아 있으면 ‘과제를 대신 해 와라’, ‘밥 먹을 돈을 달라’는 연락이 왔다. 그때부터 자몽씨는 학교에 가는 척 아침에 집을 나선 뒤 비상계단에 숨어 있다가 부모님이 출근하면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12년간 이어진 긴 은둔의 시작이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대인기피증, 공황장애, 우울증이 찾아왔다. 바깥에 나가면 숨이 안 쉬어지고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다. 자몽씨는 자신이 약하고 뚱뚱해서, 괴롭힘을 당할 만해서 당했다고 자책했다. 반려견 ‘자몽’에겐 유일하게 애정을 줬다. 자신의 이름 대신 자몽으로 불리기 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몽씨는 “학교폭력에 대한 기억이 저를 계속 갉아먹으니 어느 날엔 복수하고 싶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해치면 안 되니까 저를 해치기로 하고 모두 제 탓으로 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은둔 생활 내내 너무 나가고 싶어 매일 울었다”고 했다. 자몽씨는 집 밖으로 나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고 여러 번 시도했다. 대학을 자퇴한 대신 약대 편입을 준비했고 공무원 시험을 보러 학원도 다녔다. 2~3년에 한 번씩 용기가 생기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오래전 친구를 찾아 ‘보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낮에 거리로 나가기 위해 새벽에 혼자 길거리를 걸어 보기도 하고 몸무게도 50㎏을 뺐다. 그러다가도 번번이 숨게 됐다. 다시 은둔이 시작될 때마다 학원 강사나 연락이 닿은 친구들, 의사에게 자신의 존재가 드러났다는 게 싫어 번호를 바꾸고 연락처를 지워 버렸다. 그동안 서른 번 넘게 바꾼 전화번호는 재고립의 흔적이자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친 기록이다. 지난 2월 자몽씨는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방송국에서 ‘은둔 청년’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발견하고 자신이 은둔 청년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고 한다. 자몽씨는 “당신이 이상한 게 아니고 당신의 탓도 아니라고 말해 주는 사람들이 생겼다”면서 “은둔 초기에 부모님이나 주변의 지지를 받았더라면 이렇게 길어지진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강요된 기준에 끌려가” 2017년부터 주변과의 교류를 끊기 시작한 김선호(30대 초반·가명)씨 역시 학교폭력의 상처가 있었지만 대인 관계를 단절한 것은 그보다 훨씬 뒤였다. 김씨는 사회에서 겪은 해고와 갈등, 스트레스가 고립의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스무 살 무렵부터 13년을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는 김자영(30대 중반·가명)씨는 입시 실패와 할머니의 죽음이 고립에 큰 영향을 미쳤다. 깊은 우울감으로 10년간 은둔한 끝에 취업을 시도했지만 잘 되지 않으면서 재고립으로 이어졌다. 김옥란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장은 “어떤 사람은 직장을 다니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고립됐다고 한다”면서 “은둔은 고립의 증상이 발현된 현상일 뿐 사회생활을 하다가도 언제든지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은둔이 시작되면 씻거나 청소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식사나 수면, 위생 등 생활 습관이 무너지면서 신체 건강이 나빠지고, 정신적·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지면서 가까운 사람이나 부모와의 갈등이 깊어진다. 김 센터장은 “우리 사회엔 이런 학교, 이런 직장을 가야 하고 때에 맞춰 결혼해야 한다는 사회적으로 강요되는 기준이 있다”며 “자기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하니 비전은 둘째 치고 좋아하는 것이 뭔지도 모른다.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게 하는 게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 대통령실, ‘북송어민 희대 살인마’ 정의용 겨냥 “궤변, 조사 응하라”(종합)

    대통령실, ‘북송어민 희대 살인마’ 정의용 겨냥 “궤변, 조사 응하라”(종합)

    “자필 귀순 의사 의향서 왜 무시했나”“특검·국조, 여야 합의시 피할 이유 없어”“떳떳? 언론 노출돼 마지못해 보고해놓고선”“정의용, 정치공세 아닌 조사협조하라”정의용, 어민에 “흉악범, 귀순 진정성 없어”정 “북한 송환 요청 없었고 우리측이 타진”대통령실이 2019년 11월 귀순한 탈북어민 2명을 나포 5일 만에 강제북송한 데 대해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이들을 ‘흉악범’으로 규정하며 귀순의사에 진정성이 없었고 북한의 송환 요청 역시 없이 남한측이 먼저 의사를 타진했다고 밝힌 데 대해, “야당과 지난 정부 관련자들이 해야 할 일은 정치 공세가 아니라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해 국민 요구에 응답하는 것”고 비판했다. “탈북민 조사도 없이 살인마 규정 심각”“정부서 법대로 조사로 결론내야 마땅”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17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한 대통령실 입장’을 발표했다. 입장 발표는 문재인 정부 당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이날 오전 해당 사건과 관련해 ‘흉악범 추방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낸 데 반박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최 수석은 “(북송 어민들이) 귀순 의사가 없었다는 것도 궤변이다. 그렇다면 자필로 쓴 귀순 의향서는 왜 무시했단 말이냐”면서 “특히 이 사안 본질은 우리 법대로 처리해야 마땅할 탈북 어민을 북측이 원하는 대로 사지로 돌려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수석은 정 전 실장이 북송된 탈북 어민을 ‘희대의 엽기적인 살인마’라고 규정한 데 대해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탈북 어민을 엽기적인 살인마라 규정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당연히 우리 정부기관이 우리 법 절차에 따라서 충분한 조사를 거쳐 결론 내렸어야 마땅한 일”이라고 직격했다.“야당, 다수 의석 믿고 진실 호도하나”“떳떳하다면서 장관 모르게 북송보고” 최 수석은 정치권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가 나오는 데 대해 “특검이나 국정조사는 여야가 합의하면 피할 이유가 없다. 다만 야당이 다수 의석을 믿고 진실을 호도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면서 “국민 눈과 귀를 잠시 가릴 순 있어도 진실을 영원히 덮어둘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최 수석은 “국회 보고도 현장 지휘자의 문자 보고가 언론에 노출되자 마지못해 한 것 아니냐”면서 “그렇게 떳떳한 일이라면 왜 정상적 지휘 계통을 무시하고 안보실 차장이 국방부 장관도 모르게 영관급 장교의 문자로 보고를 받았느냐”고 꼬집었다. 이는 사건 당시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이 당시 김유근 안보실 1차장에게 휴대전화 문자로 송환 계획을 보고, 어민 북송이 외부로 알려지는 계기가 된 것을 겨냥했다.정의용 “남한 귀순의사 없었다”“文정부가 왜곡? 전부 공개해” 앞서 정 전 실장은 이날 ‘탈북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 해 “북한으로부터 먼저 이들 흉악범들(탈북 어민들)을 송환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실도 없었다”고 17일 밝혔다. 정 전 실장은 이날 오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주요내용으로 한 ‘흉악범 추방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다만 추방할 경우 상대국의 인수 의사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북측에 의사를 먼저 타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실장은 “더구나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을 위해 이들을 강제로 추방했다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너무나 터무니없다”면서 “북한이 송환을 바라는 탈북민들은 이런 파렴치하고 잔인한 흉악범들보다는 정치적 이유로 탈북했거나 귀순한 사람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귀순 의사가 있는 탈북 어민들을 강제로 북송시켰다는 여권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정 전 실장은 “정부는 이들의 귀순 의사 표명 시점이나 방식 등에 비추어 이들의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도저히 통상의 귀순 과정으로 볼 수 없었다. 그리고 관련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우리 법에 따라 북한으로 추방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면서 “이러한 내용은 당시 통일부의 대국회 보고자료에도 포함돼 있고, 이들에 대한 전체 조사 내용은 국정원에 보존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조사 내용을 왜곡 조작했다고 주장한다면 이들의 진술과 조사 결과를 모두 공개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정 전 실장은 당시 북송된 탈북 어민들에 대해 “이들은 그냥 사람 한두 명 죽인 살인범이 아니라 희대의 엽기적인 살인마들”이라며 ‘흉악범들의 범죄행각’이라는 항목에서 관련 세부 내용을 기술한 뒤 “이들은 범행 후 바로 남한으로 넘어온 것도 아니다. 애당초 남한으로 귀순할 의사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실장은 또 “이들을 우리 헌법에 따라 탈북민으로, 또는 귀순자로 우리 사회에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했다고 일부가 주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 국내법도 이런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입국을 허용하지 않고 추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정치적인 중대범죄자는 국제법상으로도 난민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정의용 “북송 어민 엽기 살인마” vs 대통령실 “궤변 말고 조사 응하라”

    정의용 “북송 어민 엽기 살인마” vs 대통령실 “궤변 말고 조사 응하라”

    신구 권력 어민북송 정면충돌‘2019년 탈북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한 여권의 공세에 그동안 침묵하던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7일 작심한 듯 반격에 나섰다. 그러자 대통령실도 강하게 맞받아치면서 신구권력의 정면충돌이 벌어졌다. 정 전 실장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이들 흉악범들은 탈북민도 아니고 귀순자도 아니다. 사람 한두 명 죽인 살인범이 아니라 희대의 엽기적인 살인마들”이라며 “이들은 나포된 후 동해항까지 오는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전혀 밝히지 않았다. 귀순 의사를 확인하는 단계에서 귀순의향서를 제출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이들의 귀순 의사 표명 시점이나 방식 등에 비추어 이들의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관련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우리 법에 따라 북한으로 추방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이들에 대한 전체 조사 내용은 국정원에 보존돼 있다. 이들의 진술과 조사 결과를 모두 공개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또 “북한으로부터 먼저 이들 흉악범들을 송환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실도 없었다”며 “다만 추방할 경우 상대국의 인수 의사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북측에 의사를 먼저 타진한 것”이라고 했다.그러자 대통령실 최영범 홍보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야당과 지난 정부 관련자들이 해야 할 일은 정치 공세가 아니라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해 국민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라고 정 전 실장을 공격했다. 이어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탈북 어민을 엽기적인 살인마라고 규정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당연히 우리 정부 기관이 우리 법 절차에 따라서 충분한 조사를 거쳐서 결론을 내렸어야 마땅한 일”이라며 “귀순 의사가 없었다는 것도 궤변이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이 자필로 쓴 귀순의향서는 왜 무시했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해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가 나오는 데 대해서는 “특검이나 국정조사는 여야가 합의하면 피할 이유가 없다. 다만 야당이 다수 의석을 믿고 진실을 호도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며 “국민 눈과 귀를 잠시 가릴 순 있어도 진실을 영원히 덮어둘 수는 없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정 전 실장이북송된 북한 어민들을 향해 ‘희대의 엽기적 살인마들’이라고 한 데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믿은 것”이라며 “나포 5일 만에 강제북송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부실검증”이라고 했다.
  • 정부 “대우조선 하청 노조 불법 점거”… 파업 중단·대화 복귀 촉구

    정부 “대우조선 하청 노조 불법 점거”… 파업 중단·대화 복귀 촉구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사내 하청 노조의 선박 점거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지금은 모든 경제주체가 어려움을 분담해야 하는 시기”라면서 “조합원들은 점거를 중단하고 조속히 대화의 장으로 복귀해 달라”고 당부했다. “점거를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면 정부도 적극적으로 교섭을 지원하겠지만 위법한 행위가 계속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선 올 1월 3.6%였던 국내 물가상승률이 6월에는 6%대를 기록해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당분간 가계지출 부담과 기업들의 어려움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점거 행위는 일부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고 불법적으로 원청 근로자 8000여명과 사내 하청 근로자 1만여명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조선소 핵심 시설인 도크 점거로 건조 중이던 선박 3척의 진수·건조 작업이 중단되면서 회사는 매일 259억원의 매출 손실과 57억원의 고정비 손실이 발생해 현재 누적 손실이 5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납기를 준수하지 못하면 매월 130억원의 지체 배상금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가 하청 노조에 압박수위를 높인 데는 파업이 6주를 넘기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국민경제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총리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번 파업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지역과 국민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중요한 시기에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공권력 투입과 긴급조정권 발동에는 일단 선을 그었지만 하청 노조에 대한 강경 대응이 노사갈등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접근법으로 비쳐질 수 있어 향후 노정 관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앞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노조인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대우조선 각 협력사를 상대로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인상, 노조 전임자 인정, 노조사무실 지원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7일 무기한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하청노조 노동자 6명은 지난달 22일부터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규모가 가장 큰 선박건조장인 제1도크에서 건조 중인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점거해 농성 중이다. 이들은 임금인상 협상의 실질적 결정권이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채권단인 산업은행에 있어 원청과 채권단이 결단해야 사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선박 진수가 지연돼 고정비 손실 등 하청노조 파업으로 지난달 2800여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하청노조의 파업은 노노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대우조선지회 조합원들은 금속노조가 조선하청지회만 지지한다며 전체 조합원 4720여명의 41%인 1970여명이 지난 13일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형 노조로 전환하기 위한 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재적인원 과반이 투표해 3분의2 이상 찬성하면 금속노조 탈퇴가 결정된다. 하청노조의 파업 장기화로 생산 차질이 계속되자 대우조선 사무·현장직 직원들과 가족, 거제시민 등은 이날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인간띠 잇기’ 행사를 열었다. 이에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입장문을 내고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이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며 노조 무력화와 강제 해산에 몰두한다”며 “인간띠 잇기 행사는 지역 시민사회와 노동자들을 이간질하는 행위로 노사교섭을 통해 합의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등교시간 자율 추진’…학교서는 눈치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등교시간 자율 추진’…학교서는 눈치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취임 후 처음 내놓은 ‘학교 등교시간 자율화’가 사실상 무용지물로 돌아갈 처지다. 사실상 ‘0교시 부활’이라는 의미로 해석돼 교사와 학부모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지역 한 특성화고등학교 교장은 14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이 9시보다 이른 시간에 학교에 나와 체육활동 등으로 하루를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교사와 학부모가 반대하고 있어 의견논의를 시작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학교 등교시간 자율화’는 지난 2014년 시작된 9시 등교제를 되돌려 등교시간을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임 교육감은 취임 직후 ‘1호 공문’을 통해 학교에 내용을 전달하기도 했다. 공문에는 ‘학교 등교 시간 자율화 추진 계획 알림’이란 제목의 해당 공문을 보면 학교별로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등 교육공동체의 의견을 수렴해 등교 시간을 자율적으로 결정·운영하도록 했다. 의견수렴 방법으로는 가정통신문, 온라인 설문지 등을 이용하도록 했다. 다만, 등교 시간을 8시로 변경하는 것을 권고하거나 구체적 시행 시기·시행 여부 회신 등은 요구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길만 열어주고 시행 여부는 스스로 검토하도록 한 셈이다. 그러나 임 교육감이 아침 급식을 공약하는 등 사실상 ‘0교시(8시 등교)’ 부활을 지시한 것으로 다수 교사와 학부모는 받아들이고 있다. 임 교육감은 선거 당시 초등학생 건강권 보장을 취지로 이른 시간 학교에서 아침밥을 먹는 ‘아침급식’을 공약했으며, 등교시간 자율화 공약을 발표하며 “학부모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등교 시간을 당겨달라는 요구를 많이 받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수원 지역 한 고등학교 교사는 “등교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하라는데, 그럼 10시에 등교하거나 오후에 등교해도 된다는 말이냐”라며 “그간 말한 것을 보면 결국 아이들을 빨리 학교에 등교시키라는 뜻”이라고 했다. 교원단체와 진보성향 교육단체 등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교조 경기지부 관계자는 “교육청에서는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취지라 설명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은 그렇지 않다”며 “교육감이 원하는게 눈에 보이는데 이를 자율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학교가 어디 있겠느냐. 등교시간을 당기면 학생들은 또 (새벽에 일어나) 별보고 등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1일 공문을 보낸 후 학교로부터 추진방법을 묻는 문의도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등교시간 자율화 정책을 반대하는 민원만 경기도교육청에 쌓이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아직까지 추진방법을 구체적으로 물어온 학교는 없다”라며 “반대로 국민신문고나 전화 등을 통해 등교시간을 당기는 것에 반대하는 민원은 다수 들어온 상황”이라고 답했다.
  • 안철수 입당 후 첫 토론회 친윤 등 與의원 40명 참석

    안철수 입당 후 첫 토론회 친윤 등 與의원 40명 참석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대규모 토론회를 열고 ‘윤석열·안철수 공동 정부’ 지분을 바탕으로 당내 세력 확장에 나섰다.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안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글로벌 경제위기와 우리의 대응 방향’을 주제로 민·당·정 토론회를 개최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 등이 구상했던 당정대 공부모임은 거센 역풍으로 좌초됐으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낸 안 의원이 국정과제를 챙기겠다고 나서자 별다른 반론이 나오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에는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 정부 측 인사들도 참여했다.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 40여명도 행사에 참석했다. 이준석(사진) 대표와 각을 세웠던 조수진·배현진 최고위원, 안 의원이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으로 추천한 정점식 의원 등 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이 대거 출동했다. 국민의힘 이적 후 첫 토론회에서 흥행몰이에 성공한 셈이다. 반면 장 의원은 불참했다. 장 의원이 안 의원의 차기 당권 도전을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당 안팎의 시선과 거리를 뒀다는 해석도 나왔다. 잠재적 당권 경쟁자인 정진석 의원, 김기현 의원 등도 참석해 축사를 했다. 김 의원은 “안 의원은 부산 중앙 중학교(를 나왔는데) 제가 3년 선배”라고 뼈 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김 의원도 13일 공부모임 2차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라 차기 주자들 사이 흥행 경쟁이 치열하다.한편 이 대표는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 후 5일째 잠행을 이어 갔다. 지난 11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가 확정된 후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8일에 이어 11일 페이스북에 두 번째로 당원 가입 독려 메시지를 올렸다. 이 대표의 잇따른 당원 가입 독려는 차기 전당대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지난해 전당대회부터 이 대표에게 힘을 실으려는 2030세대의 당원 가입이 두드러졌고, 최근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당원 가입 릴레이가 재점화됐다. 당 관계자는 “차기 전당대회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지도부로 만들거나, 친윤 후보에 비토를 놓기 위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직무가 정지됨에 따라 국민의힘 총무국은 월 2000만원 한도의 당대표 법인카드를 사용 중지 처리했다. 과거 바른미래당 시절 손학규 대표의 당비 대납 의혹을 거세게 문제 삼았던 이 대표는 대선 기간 두 차례 잠행 기간에도 법인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총무국 재정팀에 따르면 이 대표는 당 중앙윤리위의 징계 결정 이후부터 카드를 쓰지 않았다.
  • [나우뉴스] 해변서 술집서 교회서 남자만 보이면…징집 통지서 날리는 우크라軍 (영상)

    [나우뉴스] 해변서 술집서 교회서 남자만 보이면…징집 통지서 날리는 우크라軍 (영상)

    전쟁 장기화로 병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우크라이나군이 곳곳을 돌며 징집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10일(이하 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우크라이나군이 술집과 해변, 쇼핑몰, 심지어 교회에서까지 징집통지서를 날리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서부에 사는 세르히(42)는 요즘 군경 눈에 띌까 조마조마하다. 국방부가 해변에서, 술집에서, 쇼핑몰에서, 심지어 교회에서까지 징집통지서를 날리는 통에 매일 가슴 졸이며 보내고 있다. 세르히는 “전장에서 죽거나 다치기보단 가족을 돌보고 싶다”고 밝혔다. 세르히는 “나에 대해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가족이 걱정될 뿐이다. 미혼이면 전쟁터로 갔겠지만 내겐 노부모와 아내, 딸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년 전 군 복무 경험이 있지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처럼 아무런 참전 의지도 없고 제대로 훈련받지도 않은 사람을 전쟁터에 보낼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병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우크라이나군은 성인 남성의 이동을 제한하는 ‘남성 이동 허가제’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 총참모총장은 보다 쉬운 징집 대상자 위치 파악을 위해 성인 남성이 주소 등록지를 떠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개전 초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계엄령을 선포하며 건강 문제가 있는 남성 또는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남성 일부를 뺀 나머지 18~60세 사이 성인 남성의 출국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검토 중인 ‘남성 이동 허가제’는 출국 금지에 더해 우크라이나 안에서의 이동까지 제한하는 방안이다. 물론 해당 방안이 실제로 도입될지는 불분명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5일 대국민연설에서 “군이 나를 배제하고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해당 발표를 비판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추가 병력 확보가 여의찮다 보니 우크라이나군은 장소 불문, 징병이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든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는 중이다. 지난달 수도 키이우의 한 나이트클럽에서는 통행금지를 어겼다가 붙잡힌 남성 무리에게 징집통지서를 날렸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우크라이나군은 219명을 징집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 해변에선 수영객 틈바구니에서 징집 대상자를 물색하는 군경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5일 키이우에선 술을 마시다 군경 검문에 걸린 남성들이 징집을 피하려 바다로 뛰어들었다. 군경이 징집을 위해 자전거를 타고 가는 18세 소년을 쫓아갔다는 목격자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목격자는 “무슨 멧돼지 사냥 같다”고 불평했다. 심지어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에선 교회 예배당에까지 군경이 들이닥쳤다. 군경이 교회 입구에 서서 예배당을 찾은 성인 남성에게 징집통지서를 전하자 성직자들 항의가 잇따랐다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징집 대상자들은 매일 100~200명의 군인이 죽어 나가는 최전방으로 보내질까 두려워한다. 수도 키이우에 사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로만(31)은 영국 가디언에 “난 싸우기 싫다. 계속 일하고 싶다” 말했다. 로만은 “가장 나쁜 점은 언제 징집될지 모른다는 것”이라며 “징집통지서가 우리 집에 배달되거나 누군가 거리에서 나를 잡아간다면?”이라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물론 징집 제도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로만은 덧붙였다. 그는 “많은 나의 친구들이 이미 군에 동원됐고 (내가 징집되지 않는다면) 그들에겐 공정하지 않다”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사회학자 올렉산드르 슐가는 “우리는 지금 2차 세계대전처럼 총동원할 단계가 아니다. 기꺼이 동원될 준비를 하는 많은 사람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자신이 우려하는 것은 전쟁이 끝난 후에 나서서 싸운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사회 분열이 생길 것이라는 점이라고 슐가는 강조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단독] 박수홍 “버려진 동물, 주인 끝까지 기다려… 끝까지 책임지세요”

    [단독] 박수홍 “버려진 동물, 주인 끝까지 기다려… 끝까지 책임지세요”

    반려동물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 놓을 수 있을까. 방송인 박수홍(52)은 가능하다고 믿는다. 스스로가 증인인 까닭이다. 그는 자신의 음력 생일이었던 2019년 9월 28일을 잊지 못한다. 지금은 가족이 된 네 살배기 길고양이 다홍이를 만난 날이기 때문이다. 초록색 눈을 가진 검은 고양이 다홍이는 경기 화성시 전곡항 낚시터에서 시간을 보내던 박수홍의 곁으로 와 몸을 비볐다. 박수홍은 “내가 다홍이를 선택한 게 아니라 다홍이가 나를 선택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 만남은 박수홍의 인생을 크게 바꿔 놓았다. -다홍이 덕에 삶이 바뀌셨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는데요. “사실 저는 고양이를 무서워했어요. 막연히 ‘사납지 않을까’, ‘지저분하지 않을까’ 싶었죠. 그런데 키워 보 니 전혀 다른 존재더라고요. 사랑스럽고 다정해요. 어떤 존재가 저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필요로 한다는 것이 위안이 됐죠. 집에서 밥을 같이 먹을 가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했어요.” -강아지와는 다른 고양이만의 매력은 뭔가요. “고양이는 독립적이어서 곁을 잘 내주지 않아요. 그런데 다홍이는 제 자리를 줬죠. 이 아이는 사람 나이로 치면 청년쯤 됐는데 여전히 ‘개냥이’(강아지처럼 애교 많은 고양이)예요. 다만 의사표현은 전보다 더 확실히 하죠. 빗질을 해 줄 때 (원치 않으면) 제 손가락을 물어요. 아주 살짝 안 아프게. 그런 모습을 보며 배웠죠.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내가 싫어하는 것과 원하는 것을 상대방이 아프지 않을 정도로 정확히 알려 줘야 하는구나’ 하는 걸요.” 박수홍의 ‘다홍이 사랑’은 유기견이나 길고양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는 매달 ‘국경없는 수의사회’에서 진행하는 봉사 행사에 다니며 보호자 잃은 아이들을 돌본다. -봉사하다 보면 눈에 밟히는 장면도 많으셨을 텐데요. “한 유기견 보호소 직원이 ‘개와 고양이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조회수가 잘 안 나오거나 그냥 예뻐서 샀는데 지겨워지면 버린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버려진 아이들은 너무 큰 상처를 받죠. 다른 사람을 못 믿어 식음을 전폐하고 주인만 기다리다가 끝내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일(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나는 것)도 있대요. 아이들은 배신하지 않아요. 그런 면에서 사람보다 낫죠. 반려동물을 그저 자랑하기 위해서, 마음의 헛헛함을 채우려고 사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책임지지 못할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죠.” 박수홍은 유기동물이 제대로 된 보호자를 만날 수 있도록 돕는 ‘입양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이 또한 다홍이 덕에 생긴 목표다. 그는 “다홍이를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책임질 수 있을까’ 하고 겁도 났었는데 그때 용기 내지 않았더라면 삶이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반려묘를 만나 겪은 이 드라마 같은 변화를 다른 이들도 체험해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단순히 입양을 홍보하는 게 아니라 유기를 막는 데 초점을 맞춘 앱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사진만 보고 입양을 덜컥 결정하지 않고, 여러 번 만나 보고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입양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요. “제가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싶은 게 많아요. 다홍이에게 ‘앉아’를 시켰더니 곧잘 하더라고요. 물도 무서워하지 않고요. ‘고양이도 별 어려움 없이 사회화 교육을 할 수 있는 거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다홍이가 특별한 것이었죠. 한번 버림받은 기억이 있는 유기묘는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죠. 하지만 그 시간을 견뎌 내면 결국 보호자에게 곁을 내주고 온 마음으로 다가올 거예요.”
  • [포착] 해변서 술집서 교회서 남자만 보이면…징집 통지서 날리는 우크라軍 (영상)

    [포착] 해변서 술집서 교회서 남자만 보이면…징집 통지서 날리는 우크라軍 (영상)

    전쟁 장기화로 병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우크라이나군이 곳곳을 돌며 징집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10일(이하 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우크라이나군이 술집과 해변, 쇼핑몰, 심지어 교회에서까지 징집통지서를 날리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서부에 사는 세르히(42)는 요즘 군경 눈에 띌까 조마조마하다. 국방부가 해변에서, 술집에서, 쇼핑몰에서, 심지어 교회에서까지 징집통지서를 날리는 통에 매일 가슴 졸이며 보내고 있다. 세르히는 “전장에서 죽거나 다치기보단 가족을 돌보고 싶다”고 밝혔다. 세르히는 “나에 대해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가족이 걱정될 뿐이다. 미혼이면 전쟁터로 갔겠지만 내겐 노부모와 아내, 딸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년 전 군 복무 경험이 있지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처럼 아무런 참전 의지도 없고 제대로 훈련받지도 않은 사람을 전쟁터에 보낼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병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우크라이나군은 성인 남성의 이동을 제한하는 ‘남성 이동 허가제’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 총참모총장은 보다 쉬운 징집 대상자 위치 파악을 위해 성인 남성이 주소 등록지를 떠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겠다고 밝혔다.개전 초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계엄령을 선포하며 건강 문제가 있는 남성 또는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남성 일부를 뺀 나머지 18~60세 사이 성인 남성의 출국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검토 중인 ‘남성 이동 허가제’는 출국 금지에 더해 우크라이나 안에서의 이동까지 제한하는 방안이다. 물론 해당 방안이 실제로 도입될지는 불분명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5일 대국민연설에서 “군이 나를 배제하고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해당 발표를 비판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추가 병력 확보가 여의찮다 보니 우크라이나군은 장소 불문, 징병이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든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는 중이다. 지난달 수도 키이우의 한 나이트클럽에서는 통행금지를 어겼다가 붙잡힌 남성 무리에게 징집통지서를 날렸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우크라이나군은 219명을 징집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 해변에선 수영객 틈바구니에서 징집 대상자를 물색하는 군경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5일 키이우에선 술을 마시다 군경 검문에 걸린 남성들이 징집을 피하려 바다로 뛰어들었다. 군경이 징집을 위해 자전거를 타고 가는 18세 소년을 쫓아갔다는 목격자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목격자는 “무슨 멧돼지 사냥 같다”고 불평했다.심지어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에선 교회 예배당에까지 군경이 들이닥쳤다. 군경이 교회 입구에 서서 예배당을 찾은 성인 남성에게 징집통지서를 전하자 성직자들 항의가 잇따랐다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징집 대상자들은 매일 100~200명의 군인이 죽어 나가는 최전방으로 보내질까 두려워한다. 수도 키이우에 사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로만(31)은 영국 가디언에 “난 싸우기 싫다. 계속 일하고 싶다” 말했다. 로만은 “가장 나쁜 점은 언제 징집될지 모른다는 것”이라며 “징집통지서가 우리 집에 배달되거나 누군가 거리에서 나를 잡아간다면?”이라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물론 징집 제도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로만은 덧붙였다. 그는 “많은 나의 친구들이 이미 군에 동원됐고 (내가 징집되지 않는다면) 그들에겐 공정하지 않다”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사회학자 올렉산드르 슐가는 “우리는 지금 2차 세계대전처럼 총동원할 단계가 아니다. 기꺼이 동원될 준비를 하는 많은 사람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자신이 우려하는 것은 전쟁이 끝난 후에 나서서 싸운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사회 분열이 생길 것이라는 점이라고 슐가는 강조했다.
  • 카카오 노조 “잉크 마르기도 전에 매각 추진”…카카오 “소통자리 갖겠다”

    카카오 노조 “잉크 마르기도 전에 매각 추진”…카카오 “소통자리 갖겠다”

    카카오 노조,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반대 기자회견카카오 CAC, 임직원과 온라인 소통자리 가지기로카카오의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카카오 노동조합 ‘크루 유니언’(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카카오 지회)가 “투기자본에 매각된다면 수많은 노동자의 생존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카카오는 조만간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가지기로 했다. 카카오지회는 11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카카오지회는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모빌리티 뿐만 아니라 전 계열사(공동체)까지 포함하는 노동조합이다. “매각 추진은 눈 가리고 아웅식의 기만에 불과”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은 이날 “카카오가 한국의 대표적인 플랫폼기업으로 급속하게 성장하게 된 데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있었다”면서 “사업확장과 이윤에 치우친다는 비판에 대해 지난해 카카오가 약속했던 사회적 책임은 제대로 진전되지 못하는 상태다. 선언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물밑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었던 데 대해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 추진은 책임회피 아니면 눈 가리고 아웅식의 기만에 불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당초 카카오는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을 취했으나, 최근 배재현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투자총괄 부사장이 사내 공지 글을 통해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10%대 매각을 통해 2대 주주로 지분을 변경하는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매각 검토설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에 카카오 지회는 카카오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한편 공동행동을 예고하며 매각을 철회하라고 주장해왔다. 서 지회장은 “카카오가 사회적 책임이라는 이미지를 포기하면서까지 매각에 나서는 이유가 궁금하다”면서 “대리운전노조와 사모펀드에 매각에 반대하고 카카오 플랫폼이 사회적 공기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김주한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은 “사모펀드는 카카오모빌리티 관련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더욱 힘든 노동조건을 강요하고 시민들에게는 더 많은 비용을 부담시킬 것”이라며 “카카오가 갑자기 매각을 발표한 것에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고, 말로만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하고 뒤에서는 책임 회피 작업들을 추진 중인 것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소비자도 피해…고객 데이터 고스란히 사모펀드에” 노동자뿐만 아니라 소비자 역시 매각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보유한 방대한 양의 고객 데이터가 사모펀드에 고스란히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윤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진 사모펀드 특성상 요금도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발언에 나선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데이터의 공공성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내비게이션 정보 등 카카오 데이터는 전 국민이 제공한 데이터인데, 사모펀드 자본에 넘겨지면 이윤에 의해 사용될 수 있다. 문제를 이를 견제할 수단도 없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서 지회장도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민들이 직접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만들어주신 방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는데, 이 데이터 활용에 대한 부분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은 채 경영권이 사모펀드에 넘어갔을 때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왜 이미지를 포기하면서까지 매각해야 하는지 의문” 카카오 지회는 우선 이달 말에 사측과의 3차 협의를 통해 매각 철회를 요구할 계획이다. 이달 4일에 열린 2차 협의에서 배재현 부사장을 비롯해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대표 등이 참여해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당시 카카오 지회는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의 면담도 요구했지만, 카카오 측은 “최종 결정자는 김성수 현 의장”이라며 거부했다. 서 지회장은 “(김 전 의장과의 면담 자리를 가지게 되면) 카카오가 그렇게까지 수익을 위해 사회적 책임이나 이미지를 포기하면서까지 매각해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할 것”이라며 “여태까지 왜 내부에 있는 크루들과 사회적 책임 이행 문제에 대해 어떻게 진행 해야 할지 왜 아직까지 대화가 없는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장이 전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히고 재단도 운영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갈등이 큰 문제를 매각으로 회피하겠다고 결정하는지 앞뒤가 맞지 않아 물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카카오 “임직원과 소통하는 자리 가지겠다” 카카오 지회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자 카카오는 CAC를 통해 조만간 임직원들과 소통하는 온라인 미팅을 가지기로 했다. 이는 카카오 지회가 3차 협의를 앞두고 사측에 요구한 사안이기도 하다. 카카오 관계자는 “노사간 3차 협의와는 별개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의 필요성과 이점에 대해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임직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이 나지 못한다면 논의는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지회는 사측이 매각 철회 의사를 밝히지 않는 이상 IT위원회 산하 산별노조들과의 연대를 통해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단독]박수홍 “사랑할수록 싫은 건 표현해야 한다는 걸 고양이에게 배웠죠.”

    [단독]박수홍 “사랑할수록 싫은 건 표현해야 한다는 걸 고양이에게 배웠죠.”

    #반려가족 이야기 2편 : ‘다홍이 아빠’ 방송인 박수홍 편집자 주 - 한해 11만 마리(2021년 기준)나 버려지는 개와 고양이를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까. 반려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될 수 있다. 서울신문은 유기동물을 가족처럼 키우는 이들을 릴레이 인터뷰한다. 두 번째 주인공은 ‘다홍이 아빠’ 방송인 박수홍(52)씨다.반려동물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을까. 박수홍씨는 가능하다고 믿는다. 스스로가 증인인 까닭이다. 그는 자신의 음력 생일이기도 한 2019년 9월 28일을 잊지 못한다. 지금은 가족이 된 4살배기 길고양이 다홍이를 만난 날이기 때문이다. 초록색 눈을 가진 검은 고양이 다홍이는 경기 화성시 전곡항 낚시터에서 시간을 보내던 박씨의 곁으로 와 몸을 비볐다. 박씨는 “내가 다홍이를 선택한 게 아니라, 다홍이가 나를 선택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 만남은 박수홍의 인생을 크게 바꿔놓았다. 그는 “하늘은 견딜 수 있는 위기만 준다고 하는데, 정말 힘들었을 때 다홍이를 보내주셨다”고 말했다. -다홍이 덕분에 삶이 바뀌셨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는데요. “사실 저는 고양이를 무서워했어요. 막연히 ‘사납지 않을까’, ‘지저분하지 않을까’ 싶었죠. 그런데 키워보니 전혀 다른 존재더라고요. 사랑스럽고, 다정해요. 어떤 존재가 저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필요로 한다는 것이 위안이 됐죠. 집에서 밥을 같이 먹을 가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했어요.” -강아지와는 다른 고양이만의 매력은 뭔가요. “고양이는 독립적이어서 곁을 잘 내어주지 않아요. 그런데 다홍이는 제게 자리를 내줬죠. 사람 나이로 치면 청년쯤 됐는데 여전히 ‘개냥이’(강아지처럼 애교 많은 고양이)예요. 다만, 의사표현은 전보다 더 확실히 하죠. 예컨대 빗질을 해줄 때 (원치 않으면) 제 손가락을 물어요. 아주 살짝 안 아프게. 그런 모습을 보며 배웠죠. ‘사랑하는 관계일수록 내가 싫어하는 것과 원하는 것을 상대방이 아프지 않을 정도로 정확히 알려줘야 하는구나’하는 걸요.” 박수홍의 ‘다홍이 사랑’은 유기견이나 길고양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는 매달 ‘국경없는 수의사회’에서 진행하는 봉사 행사에 다니며 보호자 잃은 아이들을 돌본다.-봉사하다 보면 눈에 밟히는 장면들도 많으셨을 텐데요. “한 유기견 보호소 직원이 ‘개와 고양이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조회 수가 잘 안 나오거나 그냥 예뻐서 샀는데 지겨워지면 버린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버려진 아이들은 너무 큰 상처를 받죠. 다른 사람을 못 믿어 식음을 전폐하고 주인만 기다리다가 끝내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일(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나는 것)도 있대요. 아이들은 배신하지 않아요. 그런 면에서 사람보다 낫죠. 반려동물을 그저 자랑하기 위해서, 마음의 헛헛함을 채우려고 사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책임지지 못할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죠.” -최근에는 길고양이 학대 사건도 빈번한데요. “최근 동물학대 처벌이 강화된 것으로 아는데 사회가 시스템을 통해 아이들을 꼭 보호해줬으면 좋겠어요. 사필귀정이라고 결국 학대를 저지른 이들에게 다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해요. 학대하는 분들은 동물뿐만 아니라 자신보다 약한 사람도 공격할 수 있죠. 그런 분들이 주위에 있다면 꼭 지도해주시고, 학대 행위를 못하도록 막는 제도가 정착돼야 합니다.” 박수홍은 유기동물이 제대로 된 보호자를 만날 수 있도록 돕는 ‘입양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이 또한 다홍이 덕분에 생긴 목표다. 그는 “다홍이를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책임질 수 있을까’하고 겁도 났었는데 그때 용기 내지 않았더라면 삶이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반려묘를 만나 겪은 이 드라마같은 변화를 다른 이들도 체험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단순히 입양을 홍보하는 게 아니라 유기를 막는 데 초점을 맞춘 앱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사진만 보고 입양을 덜컥 결정하지 않고, 여러 번 만나보고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입양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요. “돌이켜보면 제가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싶은 게 많아요. 다홍이에게 ‘앉아’를 시켰더니 곧잘 하더라고요. 물도 무서워하지 않고요. ‘고양이도 별 어려움 없이 사회화 교육을 할 수 있는 거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다홍이가 특별한 것이었죠. 많은 집사님(고양이 보호자)들이 유튜브 댓글로 알려주신 게 다홍이는 길고양이라 비를 많이 맞아서 참아내는 법을 안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만, 한 번 버림받은 기억이 있는 유기묘는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걸릴 수도 있죠. 하지만, 그 시간을 견뎌내면 결국 자신의 보호자에 곁을 내어주고 온마음으로 다가올 거예요.”-유튜브를 통해 성묘(어른 고양이)가 된 다홍이의 모습을 기다리는 팬 분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다홍이를 기다려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정말 감사해요. 응원 댓글도 늘 챙겨보면서, 덕분에 버텼고 말로 다할 수 없는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어요. 다홍이를 지켜주신 것, 또 응원해주신 것 잊지 않고 다홍이를 예뻐하면서 살겠다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여러 문제들이 해결된 뒤 다홍이 모습도 영상으로 담을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스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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