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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파병, 서두를 일입니까

    알려져 있듯이 10일은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이다.올해로 55년 됐다.그래서일 것이다.요 며칠은 ‘인권’을 말하는 모임이나 사람들이 꽤나 많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주최로 8일 열린 ‘2003년 한국인권보고대회 및 토론회’는 그 중에도 대표적인 공론장이다.대회에서는 노무현 정권 1년 동안의 인권상황을 토론-평가하고,당면한 국가적 현안들에 대한 특별결의문이 채택-발표됐다.가장 크게 눈에 띈 결의사항은 이라크 추가 파병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는 요구다.첫눈 내린 이날 인천공항으로는 이라크에 송전탑 공사하러 갔던 60대와 40대 근로자가 무참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같은 시각 국회에선 국회반전의원모임과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기자회견에 나섰다.이라크 파병에 대한 국민적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국민 대 토론회’를 정부와 국회에 제안하는 내용이다.이들은 “국회에서 어물쩍 ‘합의’해 넘기려 하지 말라.국민의 총의를 확실하게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 가톨릭은 주교회의 이름으로 인권주일 담화를 발표했다.제목이 ‘이방인을 환대하는 사람들에게 축복을!’이다.인권 손상-침해 우려를 표명한 6개항 의제 가운데 ‘이라크 전투병 파병’이 들어 있다.본래부터 이 전쟁은 단호히 거부된다. 지난달 25일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는 출범 두 돌을 기념했다.‘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인권 바로 세우기’를 푯대로 내건 인권위는 “‘인권 감수성’이 부족하다.” “인권옹호기관이 아니라 인권심판기관 수준이다.” 등의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몇몇 이슈에 대해서는 ‘똑부러지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해서 평가의 대상이다.그 한가운데 ‘이라크 파병 반대의견 표명’이 있다.중요한 국가정책이든 대통령의 중대한 정치적 결단이든 관계없이,국가인권위는 오로지 ‘보편적 인권’의 편에서만 가감 없이 말해야 한다.그래야 국가인권위가 바로 서고,인권도 바로 설 것이다. 이라크 전쟁은 명분 없고 도덕적이지 않은 전쟁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미국에 이라크 전쟁은 올해 새로 시작한 전쟁이 아니다.10년 전에 이미 ‘승전’했고 2003년에도 ‘승전’이 선언됐으나 전쟁은 10년 내내 지속되고 지금도 의연히 지속되고 있는,오래된 수렁이다.베트남과 똑같다. 전쟁이란 본래 승자가 없는 법이다.패자만이 남는다.잠시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으나 전쟁에서는 궁극적으로 패자가 된다.인류학자 전경수 교수는 최근의 한 글에서,2차대전에서 일본의 무조건 항복만이 예외적일 뿐 모든 전쟁에서 드러나는 ‘항복 이후의 복수’ 양상을 이야기한다.미국은 지구상에서 더 이상 일본처럼 ‘항복 이후의 복수’라는 장르가 없는 상대를 만날 수 없다. 그의 글은 ‘아쉽고,안타깝고,원통한’ 심정을 토로하는 것으로 이렇게 끝난다. “한국군 파병을 요구하는 부시에 대해서 논리적 질문을 할 수 있는 정치가가 없는 것이 아쉽다.그러한 논리를 전개할 수 있는 브레인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파병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제기하고 한국군 참전의 부당함을 설득할 수 있는 이론가가 나서지 않음으로써 우리의 젊은이들을 부적절한 전장 속의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이 원통하다.” 이라크 파병 논란에는 ‘국익론’ ‘동맹론’ 같은 신화들이 있다.신화가 아니라 절박한 현실이고,결코 도망갈 수 없는 한계상황일는지 모른다.이런 현실과 한계상황은 우리를 늘 절망적이게 한다.그 중에도 우리를 ‘아쉽고 안타깝고 원통하게’ 하는 것이 있다.우리의 외교력,협상력,담력(膽力) 같은 것이다. 마침 우리의 파병부대 이름,서희(徐熙·942∼998)가 주는 교훈이 있다.공병부대의 이름으로가 아니라,우리 역사가 기록한 최고의 외교역량으로서의 이름이다.문신인 그는 80만 대군을 이끌고 고려 정벌에 나선 거란(契丹) 장수 소손녕(蕭遜寧)에 맞서,맨주먹으로 적진 담판에 뛰어들어 청천강에서 압록강 사이,옛 고구려 땅인 강동육주(江東六州)를 회복하고 거란군을 철군시켰다.그럴 수 있었던 비밀은 적장 소손녕을 위압-압도한 서희의 기개(氣槪)였다고 전한다. 파병,서두를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정 달 영 언론인
  • “대표경선 참여 부추겼는데 이번공연 남편 덕좀 볼까요”/민주당 조순형대표 부인 배우 김금지씨 연기생활 40주년기념 ‘선셋대로’ 막올려

    “대표 경선 전에는 부부가 함께 설친다는 비난을 우려해 일부러 공연 홍보를 안 했어요.그런데 경선이 끝나고 나니 모두들 배우가 아니라 정치가 아내에만 관심을 가지시니… 이젠 남편 덕 좀 볼까봐요.(웃음)” 중견 연극배우 김금지(61)씨가 연기 인생 40년을 맞아 기념공연을 마련했다.3일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막 올린 연극 ‘선셋 대로’(21일까지,02-747-4188)에서 여주인공 ‘노마’역을 맡아 2년만에 무대에 서고 있는 것이다. 빌리 와일더 감독의 영화로 유명한 ‘선셋 대로’는 한때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여배우가 과거의 영화(榮華)와 환상에 사로잡혀 몰락해가는 이야기.‘구질구질한 역할’이어서 별로 하고 싶지 않았는데,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뮤지컬을 본 지인들이 ‘당신이 적역’이라며 적극 추천해 40주년 기념작으로 택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민주당 대표 경선 이후 남편인 조순형 신임대표 덕분에 덩달아 바빠졌다.여기저기서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 때문이었다.공연을 코앞에 둔 처지라 정신없이 바쁜 가운데도 기꺼이 인터뷰에 응하는 이유를 농담 섞어 말했다.“이참에 내 공연이나 알리자는 생각에서…” ●“좋아하는 일 평생 했으니 후회없어요” 국립극단 연기연수생 1기 출신인 그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어미’ ‘타이피스트’ 등 숱한 작품에서 주역으로 명성을 날렸다.3년 전 자신의 이름을 건 ‘극단 김금지’를 창단했고,지난 3월까지 연극배우협회장으로 활동했다.그에게 연기는 어떤 의미일까.“내가 좋아하고,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평생 하고 있으니 정말 행복한 삶이지요.배우로서 하고 싶은 역할은 웬만큼 다해봤고,유명해질 만큼 유명해졌으니 후회는 없어요.” 그래도 아직 무대에 설 때면 떨리기는 마찬가지란다.“연습할 때가 제일 행복해요.대사 한줄을 놓고 어떻게 표현할지 치열하게 고민하지만 그것 역시 제겐 즐거움입니다.막상 공연이 시작되면 갇힌 느낌이 들어서 ‘언제 끝나나.’ 그 생각만 해요.” 조 대표도 김씨의 이런 심정을 잘 헤아리기 때문에 공연을 자주 보지는 않는다.대신 분장실에 들러 꽃다발을 전하는 배려는 빼놓지 않는다고 한다.●‘정치 名家' 답게 아들도 정치에 뜻 자연스레 조 대표의 얘기로 화제가 옮겨졌다.그는 “내가 경선에 나가라고 부추겼는데 내심 떨어지면 어떡하나 가슴을 졸였다.”면서 “당선이 결정되는 순간 너무 기뻤다.”고 회상했다.바른말 잘하기로 유명한 조 대표지만 집에선 오히려 자신이 쓴소리를 전담한다며 웃었다.김씨에게 한눈에 반한 조 대표의 열렬한 구애로 5년 연애끝에 결혼한 두 사람은 소문난 잉꼬부부이다.중책을 맡은 남편이 가정에 소홀할까 걱정되지 않느냐고 묻자 “지금까지 한번도 정치에 남편을 뺏겨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 대표의 집안은 널리 알려진 대로 정치 명가(名家)이다.조병옥 박사가 조 대표의 아버지이고,국회부의장을 지낸 고 조윤형씨가 그의 형이다.현재 한양대 연극영화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아들 성덕씨도 정치에 뜻을 두고 있다고 김씨는 전했다.기업체에 근무하다가 뒤늦게 정치에 입문한 아버지처럼 당분간은 본인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고 난 뒤 정치에 뛰어들 계획이라고 한다.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딸 소영씨는 희곡을 쓰고 있다. 이날 첫 공연에선 연극학을 교양과목으로 수강하는 중앙대 학생 등을 포함해 관람객이 150석을 꽉 채웠으나 정치인들은 물론 정치권에서 보낸 화환도 눈에 띄지 않았다.김씨는 예전과 다름없이 공연을 마쳤으며,공연이 끝난 뒤 출연진과 함께 중앙대생들과 대선배로서 격의없는 대화를 나눴다. 이순녀기자 coral@
  • 아파트 ‘後분양’ 내년 시범도입

    내년 상반기부터 주택공사나 지방 자치단체가 짓는 공공부문 아파트에 후분양제가 시범 도입된다. 건설교통부와 국토연구원 주최로 28일 열린 ‘주택 후분양제 조기정착 방안’ 공청회에서 김혜승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후분양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분양권 전매에 따른 시장교란을 막을 수 있는 제도라고 주장했다.그러나 후분양제를 전면 도입하면 일시적으로 주택공급 감소,분양가 및 기존 아파트값 상승 부작용도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후분양을 선도할 수 있는 공공부문부터 민간 아파트로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하되,공공부문과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는 전용면적 18∼25.7평 민영 아파트는 내년 상반기부터 실시하자고 제안했다.이어 공공부문은 2006년 상반기,공공택지지구 민간주택은 2007년 상반기에 본격 시행하자는 안을 내놓았다.그러나 순수 민영 아파트는 선·후분양 방식을 업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후분양제가 실시되면 소비자가 완성된 주택을 눈으로 확인하고 구입할 수 있게 된다.입주 당시의 주변 시세와 분양가를 정확히 비교,분석할 수 있어 불확실한 투자 위험도 줄일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후분양제의 도입으로 소비자가 부담하는 실질적인 분양가 상승률은 5.6∼6.1%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주택공급은 연평균 15∼30% 줄고 기존 아파트값은 단기적으로 2∼4.1%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중·장기적으로는 집값 상승이 수요를 감소시키고 공급을 늘려 집값이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점쳤다. 또 주택업자가 연간 21조 9000억원의 선분양 자금을 자체 조달해야 하는 만큼 후분양제를 실시하는 민간 아파트는 분양가를 자율결정토록 하고 주택기금 지원액을 높여 자금 조달을 쉽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1999∼2001년 기준으로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인 업체의 주택건설 실적은 연평균 10만 4663가구로 전체 공급의 22.9%를 차지했다.후분양제를 실시하면 당장 이 업체들이 자금 조달의 어려움 때문에 공급을 중단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택장기대출 상품 개발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법 제정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김 연구위원은 주장했다. 건교부는 공청회 결과를 토대로 후분양제 도입시기 및 적용 범위 등을 조만간 확정할 방침이다. 류찬희기자 chani@
  • [시론] 거부권 대치정국의 이해

    참여정부의 출범 첫해를 마감하는 시점에 정국이 극한대결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노무현 대통령은 야권 3당의 공조로 국회를 통과한 대통령측근비리의혹 특검법에 결국 거부권을 행사했다.이에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재의요청 철회를 요구하며 국회활동을 전면 거부했고 소속의원의 사퇴서를 받아쥔 제1 야당의 당수는 단식을 시작했다. 한마디로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가 머지않아 충돌할 것 같은 상황이다.최병렬 대표는 “절망의 몸부림으로 희망을 찾겠다.” 하고 청와대는 “허공에 대고 주먹질하는 격이다.”라며 오기정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의 귀와 눈만 정치공방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다.당장 국회기능의 마비로 국민생활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국정현안의 처리에 차질이 우려된다.우선 다음달 2일까지 처리되어야 하는 예산안의 통과가 현재로서는 어렵다.이외에도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비준안 처리가 지연되어 나라의 국제적 신뢰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이라크 파병문제,방폐장 문제로 사실상 계엄사태를 연상시키는 부안,그리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능한 한 빨리 마무리되어야 하는 정치관계법개정 등 많은 국정과제들이 표류하게 되었다. 원론적으로 볼 때 국회는 한 사회에서 상충되는 여러 이해관계를 정치적으로 대표하며 갈등을 조정하고 궁극적으로 국민통합에 기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하지만 우리의 국회는 본연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식물국회가 되고 말았다.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까? 우선 한나라당의 잘못이다.한나라당이 대통령의 거부권행사를 이유로 국회를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한 원내 제1당의 모습은 결코 아니다.한나라당 의원이 불참하면 국회는 회의를 열 수 없고 각종 안건을 처리할 수도 없다.한마디로 여러가지 국가현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의 도출과정인 정치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면 한나라당과 국회 역시 헌법규정에 따라 재의결을 하면 된다.지난번과 같은 지지를 확보할 수 없고 통과가 안 될 경우에 입게 될 정치적 상처 때문에 재의결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한나라당 역시 모든 것을 정략의 대상으로 보고 있음을 의미할 뿐이다. 다음으로 대통령의 잘못이다.대통령은 애초에 측근의 비리의혹이 자신의 재신임을 걸 정도로 심각하다고 했다.그렇다면 최대한 의혹의 소지를 없애야 했다.이는 검찰의 수사를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다.제대로 된 수사가 가능한 조건이냐 아니냐의 문제다.나아가 대통령의 정부입법을 통한 특검제 실시는 제도의 본질을 벗어난 정략적 고려의 결과이다.지금까지 우리는 4차례의 특검을 보았다.이들 모두 권력 또는 권력주변과 관련된 의혹을 대상으로 이뤄졌다.이는 가능한 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 특검의 목표임을 의미한다. 어쨌든 대통령은 헌법에 명시된 자신의 권한을 사용하였다.법률적으로는 하자가 없지만 자신의 최측근이 연루된 비리의혹에 대한 수사 그리고 국회의원의 ‘3분의2+2’ 지지로 통과된 특검을 거부하여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되었다.나아가 국정마비로 인한 총체적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요컨대 거부권 행사도 국회 거부도 잘못된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정치권 전체의 생존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이는 국민의 몫이다.국민을 염두에 두지 않는 정치싸움은 결국 정치권 전체에 대한 국민적 거부를 맞게 될 것이다.이제 총선까지 4개월여 남았다.정치권은 심판의 순간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 명 호 동국대 교수 정치학
  • 워크아웃 기업 매각장애해소 ‘안간힘’

    국내 기업 인수합병(M&A)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외환위기 이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등 형태로 부실기업을 떠안았던 채권은행들이 해당 기업들을 줄줄이 M&A 시장에 내놓고 있다.과거의 부실기업들이 어느정도 정상화의 틀을 다졌고 금융당국이 매각을 독려하는 데도 이유가 있지만 원매자들이 늘고 있다는 게 결정적이다.높은 값에 기업을 팔려면 사겠다는 쪽이 많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외국 투자자들 외에 그동안 몸을 사렸던 국내기업들까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한 국책은행 워크아웃 담당자가 “지금이 관리대상 기업을 떨어버리는 데 최적기”라고 말할 정도다. ●외국계 눈독·은행실적악화 “지금이 호기” 가장 덩치 큰 옛 대우 계열사들이 매각일정의 출발선상에서 대기중인 것을 비롯,크고 작은 기업들의 매각절차가 이미 진행중이거나 곧 시작된다.대우 계열사의 대주주인 자산관리공사 연원영 사장은 최근 “대우기계-대우건설-대우조선·대우인터내셔널 순으로 국제 공개경쟁 입찰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신호제지의 대주주인 제일은행·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19일 회사 매각방침을 결정했고,최근 인수제안서 접수를 마감한 동해펄프는 다음달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특히 동해펄프 입찰에는 국내외 상당수의 입찰자들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쌍용자동차 매각도 시작돼 지난 19일 중국 최대의 화학그룹 란싱(藍星) 등 여러 업체가 제안서를 냈다. 불가능할 듯했던 인수합병도 성사되고 있다.지난 18일에는 원매자가 없어 골치를 썩여온 옛 고합의 인도네시아 현지공장 ‘PT고합인도네시아’가 SK케미칼의 현지 자회사에 1800만달러에 매각됐다.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쪽에서 쏟아부은 돈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지만 매각이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공장을 판 것 자체가 큰 성과”라고 말했다. ●가동중단 공장 재가동·자사주 소각등 가치극대화 혼신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은행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우리은행은 옛 고합의 울산1화섬공장을 적자를 감내하며 가동하고 있다.은행 관계자는 “공장을 돌릴수록 손실이나지만 멎어있는 공장을 파는 것과 가동되는 공장을 파는 것은 매각가격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관리대상 기업 임직원에 초강수를 두기도 한다.우리은행은 매각이 표류하고 있는 신동방에 대해 경영진 사표를 요구하고,노조가 매각에 협조하지 않으면 임금인상 노사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쌍용차는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의 권고에 따라 올 초 1차 매각이 무산된 뒤 기업홍보(IR)부문에 영어와 회계전문가를 영입했다.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워크아웃 기업의 주가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 소각을 한 적도 많다.”고 했다. 채권은행들이 부실기업들의 대주주가 된 것은 빌려줬던 돈을 못 받게 되면서 이 돈을 출자(자본금)로 전환했기 때문이다.그동안 은행들은 제값만 받을 수 있다면 빨리 기업들을 떨어버리려 했지만 시장이 무르익지 않아 고전해 왔다.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이 그동안 설비투자 등 사업확장을 기피,현금이 많이 비축돼 있는 상황에서 최근 경기회복 조짐이 가시화하면서 M&A 참여에 대거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특히 “그동안은 론스타 등 투자차익을 노린 외국 사모펀드들이 많이 들어왔지만 최근에는 비슷한 업종으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전략적 투자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최근 은행들이 실적악화에 직면한 것도 관리대상 기업을 빨리 떨어버리려는 이유가 되고 있다. 김태균 김유영기자 windsea@
  • 오피니언 중계석/이라크추가파병과 국익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25일 연구원 강당에서 ‘이라크 추가파병,어떻게 국익을 최대화할 것인가’란 주제로 특별 세미나를 열었다.발제자의 주요 주장을 간추린다. ■이춘근 자유기업원 부원장 한국군이 이라크에 3000명 이상 주둔할 경우 우리는 여러 측면의 국가이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현재 한국은 파병을 통해 얻게 될 이익과 함께 파병하지 않음으로써 초래될 손해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다.우선 파병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적인 반테러전쟁에 적극 참여한다는 측면에서 파생된다.이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다국적군 구성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상황에서 한국군의 파병은 국제적으로도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일이다. 국제정치와 외교의 측면에서 오는 이득 역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국가 이익이다.특히 이라크 파병은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초래한다는 점이 중요하다.한국정부가 추가 파병을 결정한 직후 미국은 한국 회사들에 이라크 재건 및 치안유지에 필요한 물자를 발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이라크는 향후 10여년에 걸쳐 150억∼200억달러 규모의 건설 및 상품 수입 수요가 발생할 거대 시장이기도 하다.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은 단기적인 몇십억 혹은 몇백억달러의 이득이 아니라 세계경제 및 세계권력의 흐름에 동참하는 것이다.이와 함께 군사적인 측면에서,한국은 파병을 통해 중요한 군사훈련 및 기술습득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한국군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용맹스럽고 친절한 군대로 명성이 높다.중동에 파견됨으로써 이미지를 제고하는 군사외교를 수행하는 기회도 얻게 된다. 보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중동에 한국군이 주둔할 수 있다는 것은 중동의 엄청난 자원에 우리도 접근하게 되었다는 전략적 포석의 의미도 있다.이미 중국은 중동지역에 석유 확보 등을 위해 알게 모르게 1000명 이상의 군대를 보냈다고 알려져 있다. ■박순성 동국대교수 한·미관계의 미래는 추가파병 여부보다는 미국의 세계 패권전략과 한국의 통일 외교 정책에 더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오히려 추가파병은 북한핵 문제와 관련,미국의대북강경정책을 논리적으로 정당화시켜 줄 것이며,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결과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이라크 내부의 전황 및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한 테러 증가를 고려할 때 한국사회의 안전은 위협받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이라크 무장세력 또는 테러집단이 한국의 해외공관,지사,교민을 공격하거나 국내에 테러를 감행한다면,우리 사회는 심각한 불안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자칫 정치 경제적 침체로 연결되고 자연히 한국경제의 대외 신인도도 하락할 수 있다. 만일 추가파병에 대한 전략적 평가가 확실하지 않거나 부정적이라면 추가 파병 원칙 자체에 대한 재고에 들어가야 할 것이며,현재 파병된 한국군에 대한 철수도 고려해야 한다. 추가파병은 한·미관계의 강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기보다는 한·미 군사동맹을 왜곡시킴으로써 중장기적으로 한·미관계에서 긴장과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단기적으로 이라크 및 아랍권의 무장세력이나 테러집단의 공격으로 한국사회가 전반적으로 침체될 가능성이 높으며,중장기적으로도 한국의 대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이라크 전황,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 변화 가능성,국제사회 및 유엔의 정세 등을 고려해 추가파병 원칙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 정리 조승진기자 redtrain@
  • 아파트 분양가 거품 여전

    건설업체들의 아파트 분양가 부풀리기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급된 아파트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나 분양권 가격보다 훨씬 높게 책정돼 건설업체들의 분양가 자율조정 결의가 ‘눈가리고 아웅’식의 조치가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 11차 동시분양 아파트 가운데 동작동 금강KCC 아파트의 32평형 분양가는 4억 1148만원으로 지난달 입주한 새 아파트인 금강KCC아파트 가격보다 1억원 정도 비싸게 책정됐다.43평형은 6억원이 넘어 4억원대의 주변 아파트보다 2억원 가까이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구로동 한일유앤아이 32평형은 3억원에 가깝지만 인근 구일우성 32평형 시세는 2억 3000만원선이다. 분양권 가격보다 비싼 곳도 많다.서대문구 충정로3가 우리유앤미 33평형 분양가는 3억 8000만원으로 주변의 주공그린빌 34평형 분양권 시세인 3억 3000만원보다 비싸게 결정됐다.3억 1000만원대인 구산동 이수브라운스톤 34평형은 인근 경남아너스빌 분양권 시세보다 8000만원가량 비싼 편이다. 서울시도시개발공사도분양가를 지나치게 올려 집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공사는 마포구 상암지구 40평형대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분양가를 주변 시세와 맞춰 평당 1200만원으로 책정했다.공사는 “주변 시세가 워낙 높아 당첨자들에게 돌아갈 이득을 환수,임대주택 건설에 투자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시행·건설사들은 ▲토지매입비 상승 ▲인허가 비용 증가 ▲용적률 인하 ▲고급 마감재 사용 등으로 인해 건설원가가 올라갔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무조건 주변 시세에 맞춰 분양가를 책정하는 일부 시행·건설사들이 문제”라면서 “업체들이 높은 분양가를 고집할 경우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
  • 부안사태 / 민주당의원 부안조사 동행기

    11월 24일.서해안 고속도로에서 바라본 부안의 들녘은 군데군데 들불까지 지펴가며 겨울을 준비하고 있었다.오가는 사람들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부안톨게이트 초입엔 4∼5대의 시위진압용 버스가 서 있다.부안읍내로 들어서면서도 심심찮게 전경들과 마주친다.초행길 임에도 위압감이 다가왔다.얼마 전부터 전투경찰 병력이 8000명으로 늘었다고 한다.주민 10명당 전경 1명 꼴이다.그래서인지 대낮인데도 행인들의 발길이 뜸하다. 핵반대부안군대책위원회 사무실이 들어있는 부안성당에선 대책위 관계자들과 주민들이 5개월째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현지조사를 위해 이곳을 찾은 민주당 위도방폐시설조사특위 최명헌 위원장을 비롯,김성순·김옥두·유용태·전갑길·최선영 의원 등은 성당에 들어서자마자 주민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부터 들어야 했다.마흔쯤 돼 보이는 한 남자가 “이 ××넘들아 여긴 뭣허러 왔냐.선거 때 되니까 표 달라고 왔냐.”고 목청을 높이자 주민들도 저마다 욕설을 퍼부어대기 시작했다.“진상조사만 하면 뭣 허냐고.지금까지한 것이 뭐가 있냐고.나 같으면 염치없어서 못오겄다.”“뭣허러 이제사 와.다 죽어불고 오지.” 주민들의 분노는 이처럼 극에 달해 있었다. 민주당은 부안사태와 관련,“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이 사태 악화를 초래했다.”고 성토하면서 연내 주민투표를 거쳐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이를 위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특위 구성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박상천 대표는 “추위가 오기 전 부안사태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하며 국회조사단을 구성해야 한다.”면서 “세계 모든 나라들이 핵폐기장 건설을 주민과 협상을 통해 결정한 만큼 부안문제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반드시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부안성당에서 마련된 간담회에서도 주민들은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김종성 대책위원장은 “이곳은 계엄상황이다.주민들이 밤마다 까만 옷의 전경들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다.”면서 “정부가 결단해야 할 시점이다.무원칙한 대화만으로는 이미 정리되지 못할 상황에 봉착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시위 도중 전경들에게 맞아 부상당했다는 주민대표는 “부안전북은행 앞에서 밀치다가 넘어졌는데 (전경들에게) 끌려다녔다.무릎뼈와 정강이에 온통 생채기가 생기고,등뼈에 금이 갔다.이 억울함을 누구에게 호소해야 하나”라고 하소연했다.또 다른 주민은 “젊은 전경놈들이 할아버지·할머니뻘 되는 주민들에게 ××넘,××년이라고 욕지거리하고,두들겨 패도록 하는 게 개혁이냐.”고 울부짖었다. 밤은 더욱 삼엄하다.골목마다 전경들이 늘어서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밤마다 읍내 수협광장을 수놓는 촛불이 늘어간다고 한다.122일째 촛불시위를 벌여온 주민들은 집에 들어갈 일을 걱정했다. 한 주민은 “밤에는 2∼3명만 함께 다녀도 전경들에게 시달려야 한다.”면서 “이번 사태가 백지화되기 전에는 촛불시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안 전광삼기자 hisam@
  • [편집자문위원 칼럼] ‘갈등 조정자’로서의 언론

    이번 한 주도 대한매일에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올랐다.1면에는 예외 없이 정치(정치개혁),외교(파병문제),사회(부안사태,노동자시위),경제(현대사태),해외(터키 폭탄테러),그리고 교육(사교육비)과 관련된 주요 기사들이 실렸는데,공통점은 이들 모두가 양자간의 ‘갈등’(과 이에 의한 폭력)에 관한 것이었다.신문을 보면 최근 들어 첨예한 사회적 갈등이 여기저기서 거세게 불거져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문제는 이러한 갈등의 해결조짐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갈등’을 ‘결정’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넓은 의미의 정치라고 할 수 있는데,이러한 정치의 주체들 사이에 대화와 타협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은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비록 매체의 급속한 발전과 다원화된 사회의 도래로 기존 언론의 역할이 상당히 줄어들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언론은 권력이나 사회적 이익집단이 해낼 수 없는 갈등 해결의 방향과 방법을 제시할 책임이 있다. 사실 이러한 조정자 역할은 언론이 표방하는 객관주의이데올로기와 상치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사실의 전달이 주가 되는 뉴스의 객관성은 계속 견지하면서도 사안의 원인과 배경 그리고 진행상황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 등을 전달해서 갈등이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에 대한 예측을 독자들이 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제대로 된 조정자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사안에 대한 심층성(심도) 있는 기사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특히 갈등이 발생하는 사회구조적 요인을 분석해 해결점을 찾아내려는 시도가 요구된다.이 때 단순히 관련 공직자나 전문가들의 코멘트를 따거나 외국사례의 소개에만 그치지 말고 좀 더 심층성 있는 기사를 생산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광범위한 조사와 내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심층성 기사의 대표적인 예가 ‘기획 시리즈물’이라고 할 수 있다.물론 대한매일도 가끔씩 기획 시리즈물을 싣고 있기는 하지만 지난주에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이해관계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최근 사태들을 접하면서 사회적 갈등을 심층적으로 다루는 기획 시리즈 기사들이 좀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자연스레 생긴다.물론 내용과 편집이 괜찮은 단발성의 기획성 기사들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듯하다.인력이나 비용·시의성 문제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좀 더 과감한 물적ㆍ심적 투자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주 5일 근무제의 정착에 따른 관련 기사들을 발굴ㆍ확충하고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전달하면 좋을 것이다.예를 들어 레저 기사의 경우 가볼 만한 관광지에 대한 소개에 그치지 말고 숙박시설이나 음식점은 어떤지,정확히 어디에 문의를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었으면 좋을 것 같다.또 스포츠 기사의 경우도 오늘의 경기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만 전달하지 말고 정확히 어디에서 열리는지,또 그곳에 가려면 어떻게 가는 것이 좋은지,어느 역에서 내려 어느 출구로 나오면 좋은지 등과 같이 좀 더 구체적인 정보를 알려줌으로써 인터넷과 같은 타 매체를 통하지 않고도 쉽게 알 수 있게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이런 점에서 보자면 11월21일(금)자 ‘스포츠&라이프’ 섹션의 오르골에 대한 기사는 좀 생뚱한 측면이 있다.오르골에 대한 소개가 기사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면 전체를 차지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 재 진 한양대교수 신문방송학
  • [오늘의 눈] 흔들리는 지방자치

    광주시와 전남도가 현안사업 유치를 놓고 벌이는 ‘샅바 싸움’이 점입가경이다.이해 관계가 얽힌 기초자치단체까지 합세하면서 ‘지역 이기주의’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 박광태 광주시장의 경륜장·박람회 ‘빅딜’ 제안과 전남도의 거부,정부합동청사 건립을 둘러싼 행정자치부의 정책 전환 등이 얽히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심화되고 있다. ‘2012세계박람회 여수범시민추진위’소속 위원들은 18일 광주시를 항의 방문,“박 시장의 ‘빅딜’ 제안은 정치자금 비리를 희석시키려는 정치쇼”라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광주시도 곧바로 성명을 내고 “2012 광(光)엑스포 유치 추진은 독자적인 행정의 일부”라며 “타지역 주민이 이를 간섭하는 것은 지방자치 발전을 저해하는 극단적인 이기주의에 불과하다.”고 맞받아쳤다. 나주 주민들도 전직 행자부 장관이 정부합동청사 건립을 약속했는데도 뒤늦게 광주시가 방해하고 있다며 행자부와 남평읍 일대에서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민선 1기때부터 제기된 ‘시·도통합 갈등’으로 인한 ‘불협화음’이 2기,3기에 이르러서도 나아질 조짐이 없다.민선 이후 공동 현안에 대해 양 자치단체가 ‘타협’으로 풀어낸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광역행정협의회’는 구성돼 있지만 ‘갈등조정’기능이 마비된 지 오래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차리리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오죽했으면 대통령까지 두차례나 ‘협의체’구성을 통한 현안해결을 주문하고 나섰을까.지방자치제란 지역문제는 지역 스스로가 결정하고 해결하는 원칙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각 자치단체가 ‘내몫 챙기기’에만 급급해 한다면 이런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자치제도의 근본이 흔들리기 전에 상생과 양보,이해의 성숙함을 보여줘야 할 때다.더욱이 광주와 전남은 한뿌리가 아니던가. 최치봉 전국부 기자 cbchoi@
  • 송파구 전국대회 잇따라 大賞

    송파구(구청장 이유택)가 최근 결정된 지방자치 경영혁신 전국대회에서 연거푸 1위를 차지했다.앞서 한국능률협회 주관 ‘2003 대한민국 경영품질 대상’에서 기업이 아닌 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최우수상을 받아 경사가 겹쳤다. 구는 본격적인 지방분권제 실시를 앞두고 역량을 키우기 위해 한국공공자치연구원이 주최하고 대한매일이 후원한 제4회 자치경영혁신전국대회에서 최우수상에 선정됐다.시상식은 20일 오후 2시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에서 송파구는 사랑의 집 꾸미기 사업을 시행하는 등 눈에 띄는 특수시책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송한수기자 onekor@
  • 책 / 살라딘

    스탠리 레인 풀 지음 이순호 옮김 / 갈라파고스 펴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십자군 전쟁은 11세기 말 교황 우르바누스 2세의 결정으로 시작된 이후 200년 가까이 지속된 기독교와 이슬람 세계간의 전쟁을 말한다.중세 서유럽의 기독교도가 이슬람교도를 정벌하기 위해 일으킨 지리한 살육의 전쟁.이 싸움의 진정한 영웅은 누구일까.3차 십자군의 수장인 영국의 ‘사자왕’ 리처드 1세일까 아니면 그 상대인 이슬람의 살라딘일까. 영국의 저명한 중세사가인 스탠리 레인 풀이 쓴 전기 ‘살라딘’(이순호 옮김,갈라파고스 펴냄)은 물론 십자군에 맞선 이슬람의 술탄 살라딘의 손을 들어 준다.그렇기에 이 책은 역사적인 의미와 가치를 더한다.살라딘은 서양의 고전문학 작품에 흔히 등장할 정도로 매력적인 인물이지만,그에 관한 전기는 영어권에서 1898년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단 한 권도 없었다.아랍의 인물이란 어차피 서구의 시각에서 볼 때 관심권 밖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이 책은 영어로 씌어진 최초의 살라딘 전기다.서양학자로서 그 어떤 편견도 없이살라딘을 온전히 드러내고 알렸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살라딘은 어떤 인물인가.살라딘은 1138년 사담 후세인의 고향으로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라크 티크리트의 명망 있는 쿠르드족 가문에서 태어났다.그는 열네 살의 나이에 군인의 길에 들어선 이래 수십년에 걸쳐 탁월한 지력과 지혜,무엇보다 따뜻한 인간애로 이슬람 최고 통치자인 술탄의 자리에 오른 전설적인 인물이다. 살라딘은 1차 십자군 원정 이후 90년 동안 기독교인들의 수중에 있던 성도(聖都) 예루살렘을 히틴 전투의 승리를 계기로 탈환하는데 성공하면서 비로소 이슬람의 영웅으로 추앙받기 시작했다.살라딘은 십자군이 예루살렘을 야만적으로 정복했던 것과 달리 “천국의 가장 위대한 속성은 자비”라면서 함락된 도시에 자비를 베풀었고 적국의 왕과 포로까지도 사랑으로 감쌌다.살라딘이 막강한 서유럽 군에 맞서 이슬람 세계를 지켜낼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이같은 인간적인 관대함에 있었다.리처드 1세 왕과의 일전에서도 살라딘은 아량을 잊지 않았다.리처드가 낙마했을 때는 새 말을 내줬고,눈병으로 고생할 때는 과일과 눈(雪)을 보내줬다.포로들에게 선물까지 나눠줬다. ‘자비와 관용의 군주’ 살라딘은 생전에 남에게 아낌없이 베풀었기에 어떤 종류의 재산도 남기지 않았다.때문에 살라딘이 55세로 죽었을 때 그의 친척들은 장례 치를 비용까지도 빌려야 했다.‘세상에서 가장 고결한 정복자’라는 칭송을 듣는 살라딘.기사도의 전형을 보여준 살라딘의 생애는 아랍민족뿐만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인간을 사랑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삶이 얼마나 고결한 것인지를 웅변해준다.1만8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韓·美 파병협상 전망/안정화군 개념 첫 ‘암초’ 될듯

    이라크 추가 파병을 둘러싼 한·미간 눈높이는 과연 맞춰졌을까.지난 17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를 통해 청와대는 미측이 우리 정부안을 원칙적으로 수용했다고 밝혔다.전투병 병력이 50% 정도 포함된 3000명 규모의 병력으로 특정 지역의 치안을 맡는다는 것이 청와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잠정 마련한 방안이다. 정부는 국회의원 조사단이 돌아온 뒤 새달까지 미측과 파병 지역·시기 등 세부사항 협의를 마무리지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안정화군’의 개념부터 미측과 차이가 나 협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NSC측은 “우리 정부가 내린 결정을 미국이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인식속에 파병 부대 구성을 추진하는 분위기다. ●한·미간 큰 시각차 미측이 밝히고 있는 안정화군은 일정 지역의 치안을 담당하는 병력이다.우리가 주장하는 재건부대 즉 공병·의료 부대는 아니다.NSC 관계자는 “재건 지원부대(공병·의료)와 전투병의 비율을 절반 정도로 조정하고 현지 경찰과 병력을 우리가 양성하면 미측이 요구하는 안정화군과 비슷한 조건이될 수 있다.”고 밝혔다.지역도 중소도시 하나를 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하지만 이는 우리측의 자의적 해석일 뿐이라는 게 외교·국방 및 군사전문가들의 설명이다.국방부 관계자는 “미측이 우리안을 거부하지는 않겠지만,요청자의 입장과는 거리가 먼 제안으로 우리 군이 들어갈 지역을 찾아 내는 일도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연구원의 김창수 연구원도 “미국이 이야기하는 안정화군은 공병·의료 부대 등 재건 지원단이 없는 그야말로 유사시 전투가 가능한 경보병”이라면서 보스니아나 아프간 등에서 이미 개념화된 치안부대라고 말했다. ●협상의 변수들 이라크 현지상황의 변화와 실제 파병 단계 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만약 미국이 대대적으로 대 테러 조직 척결에 성공할 경우 현재 구상중인 재건 부대 중심의 방안도 무리없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또 실제 파병이 이뤄졌을 경우 순차적으로 분리 파병할 것이기 때문에 선발대가 겪는 상황에 따라,후발대 파병 구성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주장이다.우리 군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3차 추가 파병도 배제하지 말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청와대가 파병 세부방안 및 미측과의 협상을 국방부에 일임했다고 밝힌 가운데 국방부측은 18일 오전 “아직 정부의 공식 입장을 통보받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수정 조승진기자 crystal@ ■‘안정화군' 이란 정부의 이라크 추가 파병과 관련해 거론되는 ‘안정화군(Stabilizing Force)’은 사실 군에서도 매우 낯선 용어다.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전통 군사용어가 아닌 탓이다. 미국측은 이라크전 종전 이후 우리측에 추가 파병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부대 성격과 관련해 이 말을 처음 만들어 사용했다. 우선 전쟁중이라면 ‘점령군(Occupying Force)’이 되겠지만,지난 5월1일 종전이 선언된 만큼 지역의 ‘안정화’를 위한 군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물론 ‘전투병(Combat Force)’이란 용어에서 느껴지는 자극적인 느낌을 떨쳐내 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우리가 파견할 ‘안정화군’의 역할에 대해 군 당국은 전후 재건과정의 ‘치안 유지’를 제1의 임무로 꼽고 있다.물론 공병부대 등이 수행하게 될 재건 임무도 안정화군의 일부 역할에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재건 임무보다는 치안 유지에 훨씬 무게중심이 쏠려있다는 게 군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NGO / NGO ‘총리·장관 재평가’ 바람

    노무현 대통령 재신임 파문과 맞물려 연말쯤 단행될 가능성이 있는 개각을 앞두고 참여정부 1기 내각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행정전문 시민단체인 ‘행정개혁시민연합(행개련)’을 비롯해 참여연대와 경실련,환경운동연합 등 주요 시민단체들이 시민과 행정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장관들에 대한 국정운영 능력과 자질 검증 작업에 착수했다.일부 시민단체는 개혁정책을 소홀히 해온 장관들에 대한 적극적인 퇴진운동마저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참여연대의 ‘인터넷 폴(Pool)’처럼 시민단체의 장관 평가가 정책과 자질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네티즌 투표를 통한 여론몰이식 ‘인기도 조사’라는 비난도 적지 않아,평가와 관련해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개혁소홀 장관 퇴진운동 벌여 참여정부의 행정개혁과제를 평가하고 감시활동을 펴고 있는 행개련은 연말까지 시민과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각 부처 장관 평가를 준비 중에 있다. 행개련은 조석준 공동대표(서울대 명예교수),박동서 정부개혁연구소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을 비롯해 강성철(부산대)·하태권(서울산업대)·남궁근(서울산업대)·김동욱(서울대)·송희준(이화여대)·강철준(계명대)·표창원(경찰대)교수,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인적자원센터 소장 등 100여명의 각 분야 행정 전문가를 통해 참여정부 개혁의 방향에 맞는 국정수행능력과 청렴성,부처 운영능력,행정철학,정책 리더십 등에 중점을 두고 평가에 나설 방침이다.이는 국무조정실 심사평가조정관실과 평가 방식이 비슷하지만,시민의 눈으로 장관을 평가하는 것이어서 내용은 크게 다르다. 서영복 행개련 사무처장은 “국정을 책임진다는 측면에서 고위 공직자의 도덕적 자질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자치단체장 등 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공직자 못지 않게 중요하다.”면서 “무엇보다 대통령 재신임 문제의 취지를 살려 장관을 평가하고,개혁능력을 검증해 나가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평가 방향을 밝혔다. 반면 참여연대는 직접 시민속으로 뛰어들었다.참여연대는 지난 11일부터 ‘참여정부 장관 19인의 재신임을 묻는다.’는 주제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들을 상대로 ‘인터넷 폴’에 들어갔다. 17일 현재 네티즌이 뽑은 ‘교체해야 할 장관’ 1위에는 전체 투표 참가자 1만 1511명 중 19.4%인 2235표를 얻은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올랐으며,이어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12.2%·1404명),조영길 국방부 장관(9.1%·1048명),윤덕홍 교육부총리(7.7%·881명),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7.3%·843명) 등의 순이었다. 김 부총리와 최 장관은 부동산시장 안정화대책에 대한 불신과 청년실업증가,빈부격차 확대 등 가중되는 서민들의 고통 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또 윤 부총리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문제로,조영길 장관은 이라크 파병문제 등으로 네티즌들의 미움(?)을 샀다.고건 국무총리는 1783명 중 65.1%인 1160명이 교체돼야 한다고 답했다.참여정부 1기 내각의 ‘수장’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게 네티즌들의 평가 같다. 퇴진운동에 나선 단체도 있다.경실련과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6개 시민단체들은 지난 12일 “포괄수가제 시행 후퇴 등 정부의 보건복지 분야 개혁정책이 실종됐다.”며 김화중 복지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했다.보건복지분야 개혁 비전의 부재와 신빈곤 문제에 대한 무대책,공공의료 확대 공약 불이행,국민연금법 개악안 국회 발의,보육업무 여성부 이관에 대한 돌출 결정,동북아 중심병원 설치 및 내국인 진료 문제에 대한 정책 혼선 등이 이들 단체가 내세운 퇴진 이유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9월 30일 부안 원전수거물관리시설 선정에 대한 책임을 물어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 해임요구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환경운동연합은 “윤 장관이 현금보상이나 대통령 별장건설 계획 등 실현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국민들을 현혹시켰다.”며 해임을 촉구하기도 했다. ●“여론몰이식 인기도 조사” 경계해야 그러나 시민단체들의 장관 평가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정책을 수행하는 장관의 일부에 국한된 단면의 평가가 될 수도 있고,정책이 아닌 장관 개인의 ‘인기도’에 의한 평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참여연대의 네거티브 방식 투표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참여연대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잘못하는 장관만 지적해야 하는 투표가 어떻게 공정성을 띨 수 있느냐.”면서 “찬성하는 사람의 입장도 표현할 수 있는 여론조사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부처 관계자는 “장관이 정책을 특정 단체가 아닌 국민을 위해 올바른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면서 “장관이 소신있게 정책을 펴지 못하고 시민단체나 일부 네티즌들의 인기에 영합하거나 ‘눈치보기식’ 정책을 편다면 그것 또한 문제가 아니냐.”고 반박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인터넷 폴 방식으로 네티즌들에게 직접 장관의 재신임을 묻는 것은 국민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을 수 있겠지만,인기도 위주의 조사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
  • ‘엄마 점수’가 자녀 대학 결정한다?/대입 수험생 둔 어머니들의 이야기

    사교육 시장의 규모는 7조원에서 25조원 정도로 추정된다.일부 상류층뿐만아니라 전 국민이 나름대로 무리해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형국이다.모든 길은 대학입시로 통한다던가.더욱이 대학입시에는 어머니가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다고 한다.‘엄마점수’가 아이들의 학교를 결정한다고 한다.그러나 아이를 유명대학에 입학시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정해두고 아이의 운전기사로,좋은 학원과 좋은 선생을 찾아내는 매니저로 뛴 어머니들은 지금 어떤 심정일까.재미있게도 한결같이 “다른 사람에 비해 뒷바라지를 제대로 못했다.”는 아쉬움에 젖어 있었다.‘오만’한 개인을 ‘겸손’한 어머니로 내려 앉게 하는 대학입시라는 터널을 지나고 있는 수험생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 성적 부모하기 나름? 수능이 끝난 후 김연희(44·서울 서초구 서초동)씨는 호된 감기몸살을 앓고 있다.수험생 아들과 똑같이,아니 더 스트레스에 파묻혔다가 긴장이 풀린 탓이라고 했다.“아이가 하나라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시험성적이 나빠 컨디션이 안 좋다는 아이의 얼굴빛만 봐도 가슴이 철렁했다.이제야 남편이 눈에 들어온다.그동안 남편에게는 아무 관심도 없었다.수험생 부모가 이 정도는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아이 중심으로 살았다.” 아들이 원하는 법대에 안착하도록 김씨는 끝까지 ‘엄마노릇’을 잘 해낼 계획이라고 했다. 연년생인 두 아이의 고3부모 노릇을 2년 연거푸했다는 서정순(46·서울 송파구 삼전동)씨는 다이어트하지 않아도 살이 저절로 내렸다.“조금만 방심하면 살이 찌는 체질이라 늘 그게 고민이었는데 2년간 대입을 치르니 체중이 너무 내려가 나중에는 건강진단까지 받았다.성적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지만 이젠 엄마의 열성으로 채워야겠다.‘엄마 점수’가 빛을 발할 때다.”라고 학교설명회 홍보자료로 눈길을 돌렸다. ●이 시대 학부모는 이중인격자? 수험생 집에는 전화도 안하는 게 예의라고 한다.어디 학원을 다니는가,얼마나 돈을 들이는가도 서로 묻지 않는 게 수험생 부모들 사이의 불문율이라고도 한다.물론 최신 정보를 공유하는 ‘마음씨 좋은’ 엄마가 최고 인기를 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대부분 “우리는 별로 안해.”라고 말하며 내숭을 떨게 마련이다.그래서 교육에 관한 한 부모들은 모두 ‘이중 인격자’라는 말이 있다.이중이 아니라 아예 ‘다중 인격자’라는 말도 한다.공교육을 믿지 못하는 학부모에게 섭섭한 교사도 자신의 아이 역시 사교육에 맡기고,입시관계자들도 역시 자녀들의 대학입시에 대해서는 비책을 찾아헤맨다.‘보통 사람’은 모두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며 간절하게 사교육 시장을 헤맨다. 경제력에 따라 사교육비는 크게 차이난다.월 50만원에서 500만원까지,아니 그 이상도 ‘투자’한단다.“이때 능력껏,능력 이상으로 뒷바라지하지 않는 것은 부모로서의 직무유기다.” “빚을 내서라도 아이를 위해서라면 하겠다.”는 말에 수험생 부모들은 대부분 공감한다.“부모 인생 따로 있고,아이 인생 따로 있는데….”라고 반대의견이라도 내놓는 이가 있다면 “아직 아이가 어리니 그렇지.어디 한번 입시 겪어봐.어떻게 남들하는 만큼은 안할 수 있나!”라고 단숨에 ‘고 3엄마’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까탈스러운 시부모도 뒷전 이명선(46·서울 강남구 개포동)씨는 둘째딸의 수능이 끝나자마자 오랜만에 시댁을 다녀왔다.수험생이 있는 집에서는 시댁 어른들도 ’뒷전’에 밀리게 마련이란다.“저희 시부모님께서는 아들에게 퍽 기대를 많이 하셔서 결혼한 이래 20년을 주말마다 시댁에서 지냈어요.그런데 딱 하나 아이들 입시때만은 제가 오직 아이에게만 신경쓰도록 해주세요.정말 감사하지요.” 늦둥이 입시 때문에 힘들게 지냈다는 윤성진(59·서울 성북구 길음동)씨는 “부모 노릇도 젊어야 한다.”며 막내에게 미안함을 표현했다.“공부를 자신의 머리로만 하는 시대가 아니래요.부모의 노력과 지원이 더해져야만 아이가 제대로 빛을 볼 수 있다는데….큰애들 때는 저도 치맛바람께나 날렸지만 벌써 그것도 10년 전이라 정보에서 뒤질 수밖에 없었으니 아이에게 미안했지요.” 오직 아이를 위해서만 ‘뛰는’ 엄마들 틈에서 직장을 가진 엄마들은 아무래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엄마가 직장생활을 하느라 아이에게 소홀했던 탓’이라거나,‘엄마가 틀어쥐고 학원정보,좋은 선생을 찾아서 쥐어줘도 따라가기 힘든 세상이다.’고 말한다.아이들도 고3이 되면 슬그머니 엄마탓을 한단다.그래서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이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들이 있는 한국적 현실에서 수험생 뒷바라지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들도 있다. 전희성(4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씨도 그 중 하나다.“진작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들을 돌봤어야 한다는 후회가 가슴을 친다.큰애가 어릴 때는 무척 공부를 잘 했는데,중학교가 되면서 내가 직장일로 너무 바빠서 제대로 돌보지 못했기 때문에 컴퓨터게임에 빠졌고 결국 바라던 대학에 못갔다.둘째마저 그렇게 할 수는 없어서 직장을 그만두고 1년간 아이 뒷바라지만 했다.그래도 아쉽다.입시준비는 중3부터는 시작해야 한다는데 우리는 고3이 돼서야 시작했으니….” 수험생 부모들은 모두 아쉬움에 젖어서 자신들의 ‘역부족’을 탓했다.거기에는 아이들의 삶이란 부모의 노력과 후원으로만 ‘완성’된다는 믿음이 굳건했다. ●부모의 자기 만족일 뿐 그렇다면 이런 교육열에 아이들은 감사할까.정하늘(대학 2년)양은 “엄마덕분에 내가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는 것이 우리 엄마의 생각이다.그러나 나는 엄마가 비싼 과외비를 쓴 것이 과연 나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엄마의 허영이자,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는 열등의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야멸차게 말했다.“친구들도 그렇게 말했다.”며 부모들의 착각이자,자기만족이라고 말했다. 고학력 전업주부들이 에너지를 분출할 곳이 자녀교육밖에 없기 때문에 이렇게 교육에 매달린다는 것이다.솔직하게 경제적 부담도 크고,자신만은 자유롭게 아이를 키우리라던 소신과도 충돌해 갈등을 겪는다고 한다.그래서 교육을 여성문제라고 지적하는 이도 있다. 시인 김승희씨는 ‘여성 이야기’란 책에서 “자녀에게는 무능력자”가 되고마는 이 시대 중년여성들을 향해 “어머니의 치명적인 사랑에는 독성이 있다. 그 독성은 교육열과 과보호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허남주기자 hhj@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읽히지 않는 신문은 죽는다”中 언론개혁 회오리

    ㅣ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 언론계에 개혁의 물결이 거세다.중국의 고도 경제성장은 사회주의 체제에 길들여진 사회 전반의 의식구조를 급속히 변화시켰다. 사회를 비추는 창이자 거울인 중국의 언론도 높아진 인민들의 의식수준에 걸맞은 변화가 요구된다.후진타오(胡錦濤) 당총서기를 정점으로 하는 ‘4세대 지도부’는 ‘세가지 가까이(3貼近)’,즉 현실에 가까이,생활에 가까이,대중에 가까이’라는 원칙을 제시하며 언론 개혁을 선도하고 있다. 베이징 차오양(朝陽)구에 위치한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정문부터 상대방을 압도한다.1948년 공산당 기관지로 창간된 인민일보의 정문에는 마오쩌둥(毛澤東) 당시 국가주석이 쓴 붉은색 제호(현판)가 위엄스럽게 오가는 행인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정문에 들어서면 잘 가꿔진 아름드리 나무들이 곧게 뻗어 있고 초·중학생들의 자전거 행렬도 눈에 띈다.안내원에게 견학생이냐고 묻자 “직원들의 절반이 신문사 내의 사택에 살고 있다.”고 귀띔한다.개혁·개방 이전 국가에서 기자들에게 주택을 제공했던 관행이남아 있는 것이다. 2000년에 준공된 7층 쌍둥이 사옥 옥상에는 흰색 대형 안테나가 설치돼 있다.내부도 중국의 대표적 신문에 걸맞게 아주 깨끗한 인상을 준다. 변화는 내부에서도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바로 언론개혁 때문이다.인민일보의 한 관계자는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도 광고와 판매로 돈을 벌어 직원들을 먹여 살리는 ‘독립경영’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그는 “편집 방향도 과거 딱딱한 행사 위주의 기사에서 보다 인민들에게 다가가는 현실적인 내용으로 바뀌고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베이징청년보(北京靑年報) 등 상업지와 달리 당 기관지의 성격이 하루아침에 변하기는 어렵다.이 때문에 인민일보는 150만부가 팔리는 격일간지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23개의 다양한 자매지를 만들어 흑자경영으로 돌아섰다.인민일보 자체의 ‘태생적 한계’를 다소 통제가 느슨한 ‘자매지’가 보완하는 시스템이다. ●독립경영과 성과급제 도입 이처럼 사회주의 체제에 길들여진 중국의 언론들은 최근 들어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읽히지 않는 신문은살아남을 수 없다.’는 새로운 시장원칙이 지배하는 것이다. 상업화를 선도하는 대표적 신문이 베이징청년보다.하루 80만부를 발행하는 이 신문은 주로 베이징 근교에서 판매되고 1만부 정도가 상하이와 광저우 등 대도시로 배포된다.베이징청년보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기사로 베이징 시민들에게 인기가 높다.베이징 부동산 광고의 80%를 석권할 만큼 열독률이 높다는 것이다.전국지인 인민일보 광고수입의 6배에 달한다는 것이 인민일보측 설명이다. 중국의 신문값은 0.5위안(75원)∼1위안(150원)에 불과해 종이값도 안 된다.신문사들이 필사적으로 광고에 매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베이징청년보는 명목상 베이징 공청단(共靑團) 기관지로 50년대부터 발행됐지만 운영 시스템은 자본주의 국가의 상업지를 뺨친다.철저한 성과급 제도를 도입해 입사 5년만 지나도 동기생들 가운데도 월급이 두 배 이상이 차이가 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입사 3년차인 첸(陳·30) 기자의 경우 한달에 평균 6000위안(90만원) 안팎의 월급을 받는다.자신의 본봉은 4000위안이지만 월급의 절반이 성과급이다. 기자들의 운영시스템도 우리와 다르다.우선 기자실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첸 기자의 경우 사무실보다 ‘재택근무’를 더 선호한다.주임(부장)과 상의해 한달 평균 20여건의 기사를 출고한다.“기자실도 없이 어떻게 취재하느냐.”고 묻자 “관할 취재구역(출입처)의 판공실에서 인터뷰나 취재 요청이 오며 기획기사의 경우 직접 취재원을 찾아다닌다.”고 설명했다.특종과 우수기사는 상금이,낙종과 오보 기사는 일정한 벌금이 물린다. ●사회비리 폭로기사 늘어나 중국 언론들에 후진타오 4세대 지도부 출범 이후 고위직 관료들의 부정부패나 인민들의 인권 침해를 폭로하는 기사들이 늘었다.당의 지침에 따라 ‘장밋빛 기사’를 양산하는 과거 관행이 상당히 퇴색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한 기자는 “회사에서도 기자가 보고 느낀 점을 기사화하거나 사회 비리를 지적하는 가시에 대해 특종상을 주면서 격려하고 있다.”며 “그러나 민감한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도 자율권이 별로 없다.”고 밝혔다. ●촌지 문제로 고민 중국의 기자들은 요즘 촌지 문제로 고민이다.지난 8일 기자의 날을 맞아 인민일보와 신화통신,CCTV 등 중앙 주요 8대 언론 소속 언론인들은 “언론인으로서의 도덕관과 직업윤리를 발휘하자.”는 자정 결의를 채택했을 정도다. 발단은 지난 6월 샨시(山西)성 소재 금광 붕괴 사고로 38명의 광부가 사망한 대형사고 때문이다.사고 현장을 취재했던 10여명의 기자들이 광산측으로부터 거액의 촌지를 받고 관련기사를 내보내지 않아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됐다.결국 최근 은폐 사실이 언론에 폭로돼 관련자들은 빠짐없이 처벌받았다. 중앙지의 A기자는 “촌지 문제는 중국에서 공개적 비밀”이라고 전제,“원칙적으로 대가성과 상관없이 촌지 수수 여부가 일단 발견만 되면 내부적으로 처벌을 받도록 됐지만 관시(關係)를 중시하는 사회풍토상 근절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형 언론그룹 출범 임박 중국 언론의 구조적 개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중국 전역의 2137종 일간지와 9027종의 정기간행물들이 대대적 정비에 직면한 것이다.구·현(區縣)급 당기관지들은 원칙적으로 폐간되고 각 시(市)마다 당·정 기관지 1개만을 존손시키는 개혁안이 실시될 전망이다. 류빈제(柳斌杰) 중국 국가신문출판총서(總署) 부서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 미디어 산업의 최대 도전은 계획경제 시대의 시스템에서 시장경제 궤도로 전환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당정 기관지들은 그동안 질낮은 기관지를 발행하면서 각 직장과 산하기관에 의무적으로 정기구독 부수를 할당,원성이 높았다.관의 힘을 이용,광고를 강제로 유치하거나 기사와 관련,뇌물을 수수하는 등 부패의 온상으로 지탄받아 왔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언론시장에 경쟁 논리를 도입,20∼30개의 대형 언론미디어 그룹을 창설해 개혁·개방에 맞춰 언론의 위상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oilman@ ■주서우천 中기자협 서기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 언론들은 앞으로 정부의 지원에서 벗어나 독립경영을 통한 홀로서기에 나설 것입니다.” 전국신문공작자협회(기자협회) 주서우천(祝壽臣) 서기처 서기는 “경제발전이 인민들의의식을 변화시켰고 언론에 대한 요구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언론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언론계 개혁·개방 배경은. -언론개혁도 정부의 경제 개혁·개방 속도와 맞춰서 하는 것이다.그동안 경제개혁으로 상당한 사회 발전을 가져왔고 사회 발전에 따라 인민들의 의식도 많이 바뀌게 됐다.언론에 대한 인민들의 요구도 높아졌고 이때문에 언론 개혁은 필연적으로 봐야 한다. 구독자 입장에서 국가의 정책 방향을 알고 사회 전반의 변화 흐름도 알아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언론계 개혁 방향은. -크게 인민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상업화와 외부 지원이 없는 독립채산제 실시로 요약할 수 있다.그동안 현급 이하 신문의 경우 강제 구독과 국가 재정지원으로 살아왔지만 앞으로 이런 관행은 없어질 것이다. 언론개혁으로 당·정(黨政)이 갖고 있던 지분이 민영화되는가. -소유구조는 바뀌지 않으나 당정이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다.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 역시 각 신문사의 총편집인(편집국장)이 결정한다.‘자율을 추구하되 사회적 책임도 중시한다.”는 의미다. 중국에서 기자의 지위는. -비교적 지위가 높은 편이다.수입도 평균 이상으로 보면 된다.현재 전국 200여개 대학에 신문학과가 설치됐고 외국어학과나 법률학과,이공대 출신 등 유능한 인재들이 언론계로 들어오고 있다. ■中 언론 현황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의 언론 현황은 ‘난립’ 그자체다. 당과 정부는 정책 홍보를 위해 당·정은 물론 성,시,현 등 지방행정 단위별로 신문과 주간지,출판업체 등을 만들었고 개혁·개방 이후에는 경쟁적으로 자매지 등이 생겨났다. 2002년 말 기준으로 등록 신문이 2119개,정기 간행물의 경우 9029종이다.음반,영상물 제작업체 290개,라디오·TV 방송국 1969개,뉴스 웹사이트 150개 등 언론매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이가운데 일간지는 491종으로 전체 신문의 23%를 차지한다.신문 발행부수는 하루 1억 9000만부이고 TV 보유대 수는 3억 7000만대,라디오는 5억대를 넘어섰다.라디오방송 채널은 1933개,TV방송 채널은 2058개로 집계됐다. 최근의 변화는 언론사간 합병을 통한대형화다.중앙지인 광명(光明)일보와 지방신문인 남방(南方)일보가 공동으로 신경보(新京報)사를 출범,지난 11일 타블로이드판 80면의 일간지가 베이징에서 탄생했다. 기존의 베이징청년보나 경화시보(京華時報),북경신보(北京晨報) 등 대중지들과 치열한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기자사회의 자정활동도 눈에 띈다.최근 거액 촌지 사건과 가짜 기자,풍속 저해,불량광고 등으로 언론계 위신이 크게 실추했다.중앙방송이나 신화사 기자를 사칭해 기업들로부터 촌지를 강탈하는 사기사건도 자주 발생한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언론계의 기강 확립을 위해 내년부터 새 기자증을 발급키로 했다.새 기자증은 종전과 달리 통일된 양식에 일련번호가 찍히며 엄격한 관리가 뒤따를 예정이다.발급 대상도 취재기자에 엄격히 제한된다.
  • [이경형 칼럼] ‘밥그릇’ 깨야 정치가 산다

    정치가 좀처럼 바뀌지 않는 이유 가운데 중요한 하나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다음 총선에 적용되는 선거법을 개정하기 때문이다.정치가 바뀌려면 정치하는 사람을 바꿔야 하고,정치하는 사람을 바꾸려면 정치 인력을 충원하는 제도인 선거법을 비롯,정당법 정치자금법 등을 제대로 바꿔야 한다. 아무리 각 정당이 정치 개혁의 획기적인 방안을 만든다 해도,현역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선거법을 만들지는 않는다.뿐만 아니라 그들의 기득권을 침해하는 어떤 내용도 입법하지 않게 마련이다. 반세기 남짓한 한국 정치에서 정치권의 인물이 대폭 바뀐 것은 5·16군사 쿠데타 후인 1960년대 초반과 그 20여년 뒤인 1980년대 초반의 신군부 등장 무렵이었다.박정희·전두환의 군사정부는 기성 정치인들을 총칼로 정치권에서 쫓아내고,대신 군 출신 인사를 중심으로 물갈이를 했다. 내년 17대 4·15 총선은 시간적으로 보면 신군부 등장 이후 다시 20여년이 흐른 시점에 해당된다.과거처럼 물리적 강제력에 의해 기성 정치인들이 퇴출되는 일은 없겠지만 분명히시대는 정치권의 대폭적인 신진대사를 요구하고 있다.그 흐름은 작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기점으로 서서히 감촉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은 지역주의라는 일정한 공간을 기반으로 한 3김 보스 정치가 붕괴되고,3김과는 시간적으로 차별화되는 새로운 세대의 정치 리더십이 구축될 수밖에 없는 역사적 필연인지도 모른다.특히 검찰의 강도 높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코너에 몰린 정치권이 앞다투어 정치 개혁안을 내놓으면서 정치판의 물갈이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은 지구당 철폐,선거공영제,후원회 폐지,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각종 개혁안의 봇물을 터뜨리고 있다.불과 한달 전만 해도 중앙선관위나 시민단체들이 제시한 정치개혁 제안을 내몰라라 하고 차일피일 세월을 보내고 있던 정치권이다. 각 정당이 온갖 개혁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도무지 느낌이 와닿지 않는다.진실한 실천 의지가 읽혀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돈 먹는 하마’로 불리는 정당의 지구당만 해도 그렇다.폐지는 하되 ‘연락사무소’로 바꿔 유지한다든가,내년 총선 이후에 폐지하자는 등 오락가락 논란이 분분하다.당장에라도 천지개벽을 할 듯하던 정치 개혁이 무늬만 개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이런 논란의 바탕에는 으레 현역 정치인들의 ‘밥그릇’고수 정서가 깔려 있다.지구당 폐지를 진정으로 외치려면 조직의 상시 가동 체제로 되어 있는 정당 구조를 뜯어 고쳐 원내 정당화로 전환하는 프로그램까지 함께 내놓아야 한다. 언젠가 미국의 하원의원 선거기간 중 버지니아주의 한 지역구 연락사무소를 방문했을 때,조그마한 상가의 한 구석진 복덕방 같은 사무실에서 자원봉사자 할머니 두 분이 교대로 전화를 받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미국의 정당 조직이 한국 실정에 꼭 맞는다고 할 수는 없으나 정치가 의회 중심으로 이뤄진다면 한국처럼 정당조직 유지에 소요되는 엄청난 정치자금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선거의 완전공영제 도입도 개별 정치인의 선전에 혈세가 투입되는 결과를 가져오도록 해서는 안된다.선거구 문제도 기성 정치인의 지명도가 신인들의 정치권 진입을 오히려 막는쪽으로 채택되어서는 안된다.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의 비율도 각 분야의 새로운 전문 인력이 정치권에 더 많이 참여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어야 한다.기성 정치인,특히 현역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먼저 깨는 자세로 정치 개혁에 임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 때 유권자들로부터 엄청난 저항을 받을 것이다.그것이 ‘정치 우물’ 안에 있는 그들의 눈에는 잘 안 보일지 몰라도 우물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제작 이사 khlee@
  • 잠자리가 편안해야 하루가 편하다/미하시 미호 ‘5분만에 깊이 잠드는 책’

    ‘딱 10분만 더’ 아침마다 베개와 떨어지지 않으려 벌이는 전쟁,남의 일이 아니다.밤새 말똥거리다 새벽녘에야 잠들었거나 선잠을 잔 탓에 하루종일 잠이 그립다.푸석푸석한 얼굴을 한 채 고민한다.오늘밤은 푹 잘 수 있을까. 일본의 수면 연구가 미하시 미호(三橋 美方)가 쓴 ‘5분 만에 깊이 잠드는 책’은 이런 근심을 날려버릴 방법들을 담고 있다.취침 준비부터 아침에 일어나는 방법까지 쾌적한 수면을 위한 저자의 노하우를 하나씩 실천해보자.‘편안한 잠이 당신의 하루를 바꾼다.’는 말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수면 주기 90분을 활용하라 숙면 비법 배우기에 앞서 ‘얼마나 자야 적당한가.’라는 의문이 생긴다.이에 저자는 7시간을 기준으로 개인의 유전적·환경적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고 말한다.다만 얕은 잠을 자는 주기가 90분이므로 이것의 배수가 되는 6시간이나 7시간 반 정도 자면 일어나기 쉽다고 조언한다.밤 늦게까지 근무를 할 경우는 사전에 30분쯤 자 두는 게 좋다.수면 주기인 90분을 채우려 했다간 도리어 일어나지 못할 수있기 때문이다. 밤 근무를 하더라도 새벽 4시 전후 3시간은 푹 자야 한다.휴일에는 평소 수면 시간보다 2시간 이상 더 자면 안된다.생활 리듬이 깨져 다음날 수면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잠들기 전 2시간이 쾌면 좌우 우리 몸은 체온이 올라갔다 다시 내려가는 것을 잠자는 신호로 받아들인다.따라서 체온을 상승시키는 ‘빨리 걷기’정도의 가벼운 운동을 잠자기 3시간 전에 하면 잠자기 편해진다. 같은 원리로 목욕도 숙면에 좋다.따뜻한 물이 혈액 순환을 도와 체온을 높이기 때문이다.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목욕 후 책을 읽거나 인터넷을 하는 등 다른 일을 해서는 안된다.목욕으로 몸과 마음이 취침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빛 등의 자극을 주면 뇌는 잠을 자야 한다는 사실을 잊게 되기 때문이다. 체온 조절과 더불어 숙면을 결정하는 것 중 하나가 저녁에 먹는 음식이다.바나나에는 일명 수면 호르몬이라 불리는 멜라토닌이 많이 들어 있고 소화도 잘 돼 수면에 도움이 된다.반면 초콜릿 등의 단 음식은 신경을 흥분시켜 잠들기 어려워지므로 피해야한다.어떤 음식이든 취침 전 2시간 이내에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은 위를 아래로 처지게 해 잠을 설치게 만든다. ●오감을 자극하면 깨어나기 쉽다 저자는 자고 있을 때와 깨어 있을 때의 가장 큰 차이는 오감(五感)의 작동 여부에 있다고 설명한다.따라서 잠에서 산뜻하게 깨기 위해서는 오감에 자극을 주면 된다. 우선 아침에 침실로 햇빛이 들어오게 해야 한다.눈이 빛을 감지하면 우리 몸은 아침이 됐다는 것을 느낀다.때문에 안락한 침실을 만들기 위해 매단 두꺼운 차광 커튼은 오히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방해한다.커튼을 얇은 것으로 바꾸거나 잠자기 전 살짝 걷어두는 게 좋다. 미각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아침을 먹는 게 가장 좋다.씹으면서 뇌를 활성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아침 식사는 체온 상승도 돕기 때문에 하루를 원만하게 시작하게 만들어 일석이조다. 이 밖에 쾌면에 도움이 되는 각종 입욕법과 아로마(향기)요법을 소개하고 있다.넥서스.1만 3500원. 나길회기자 kkirina@ 가장 적당한 베개 높이는 얼굴이 약간 아래쪽향하게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목이나 어깨 주변이 결리다면 대개 베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또 똑바로 눕는 일이 거의 없거나 입으로 호흡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숙면을 좌우하는 내게 딱 맞는 베개,어떻게 선택할까. 우선 내 체형에 맞는 높이의 베개가 좋다.알맞은 높이는 누웠을 때 얼굴이 약간 아래쪽(약5도)을 향하게 만드는 것이다.목덜미도 쭉 펴지고 어깨 밑의 공간도 생기지 않아야 한다. 또 베개는 목을 받쳐줘 몸을 뒤척이지 않게 해줘야 한다. 중앙이 낮고 목 부분이 약간 높으며 양쪽 측면은 옆으로 자도 어깨를 받쳐줄 수 있도록 높아야 한다.또 베갯속 소재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베개의 소재는 내가 느끼기에 촉감이 좋으면 된다.여기에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말린 국화나 허브 등을 무명(면)으로 된 천으로 싸 베개 커버 안에 넣으면 금상첨화다. 자신에게 맞는 베개는 사람마다 다르다.구두를 신어보고 발이 편한가를 확인하듯 베개도 꼭 베어보고 기분 좋고 편한지를 판단한 후 선택해야 한다.
  • [오늘의 눈] 관사는 ‘제2의 집무실’이다

    경남도가 도지사 관사를 폐지,파장이 전국 시·도로 번지고 있다.광역단체장 관사는 문민정부시절 과거 권위주의의 상징으로,또는 군사정권의 잔재로 논란이 됐었다.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쟁점으로 부각된 후 노무현 대통령이 청남대를 개방하면서 시·도지사의 관사 존폐를 둘러싼 논란은 거세졌다. 광역단체장의 관사는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닌 제2의 집무실이다.공휴일 등 일과시간 후 결재 및 업무파악은 물론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지휘소로서 유관기관 회의 등이 열린다.해외 자매결연 자치단체의 인사를 접견하거나 투자유치 설명회 등도 개최된다. 앞으로 지방분권이 강화돼 도지사의 역할이 커지고 자치외교가 활발해질 것은 자명하다.외국인을 상대하는 시·도지사는 지역의 대표로서 권위와 품위를 지녀야 하므로 관사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경남도는 김혁규 지사의 공약이라는 이유로 여론조사를 실시,관사를 폐지키로 결정했다.조사결과는 ‘폐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응답이 46.8%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36.8%)보다10%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러나 응답자의 68.8%가 도지사 관사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해 민심이 제대로 반영된 여론조사라고 보기 어렵다.여론조사를 실시한 ‘경남리서치’도 이같은 점을 들어 “조사 결과만으로 관사문제에 대한 결론을 단정적으로 내리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거 이후 도내 일각에서 관사가 호화롭고,부부가 지나치게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며,공약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비난에 김 지사로서는 자존심이 상했을 수도 있다.임기 2년반을 남겨놓고 현안을 털고 가겠다는 생각도 이해가 간다.하지만 후임자를 생각하지 않고 관사를 폐지한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도는 정책적인 판단보다 여론조사 결과에 의존하려는 접근방식을 지적하자 공약임을 내세웠다.그러나 그동안 공약사업에 대해 도가 도민의 의견을 수렴,시행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정규 전국부 부장급jeong@
  • 盧·원로지식인과 오찬/ “새시대 첫차 되고 싶었는데 구시대 막차가 될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은 5일 최근의 정치상황과 관련,“새 시대를 안내하는 다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강만길 상지대 총장,한완상 한성대 총장 등 원로지식인들과 오찬간담회를 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맏형이 되고 싶었는데,구시대 막내노릇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새 시대의 첫차가 되고 싶었는데,구시대의 막차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구태와 잘못된 관행을 깨끗이 청산해 후배들이 다시는 흙탕길을 걷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다음 정권은 (나보다)더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역설했다. 정치권의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치개혁이라는 큰 흐름을 위해 ‘악역’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인 것 같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최근의 정치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런 말을 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조선 태종이 각종 악역을 마다하지 않아,세종시대가 태평하게 될 수 있었다는 점을비유적으로 설명했다고 한다. 후임 대통령은 보다 좋은 환경에서 국정을 이끌 수 있도록 각종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하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옛날에는 대통령의 결단으로 (중요한 게)이뤄졌는데 참여정부는 프로세스(과정)와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에 결과에는 동의하지 않더라도 프로세스에 동의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합의하고 결정된 것은 흔들림없이 밀고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간담회에서 원로지식인들은 이라크 파병과 대(對)언론관계 등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강만길 상지대 총장은 “정치는 역사의 심판을 받기 마련”이라며 “긴 눈으로 보고 파병이 역사에 어떤 의미로 남을 것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곽태헌기자 ti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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