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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일 동시침체 늪 빠지나

    한·중·일 동시침체 늪 빠지나

    한국과 중국, 일본은 월스트리트발(發) 금융위기에서 그동안 서로 다른 상황에 처해 있었다. 한국은 분주하게 대책을 마련하며 금융위기가 닥쳐올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일본은 풍부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해결사’ 역할을 자임하고, 중국은 한 발자국 비켜서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세 나라 모두 금융위기의 영향권에 직간접적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세 나라의 상황을 점검한다. ■ 경기둔화 징후 보이는 한국 - 사무실·종업원 등 ‘무조건 줄이기’ 바람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경기둔화에 대해 “네 주변의 친구들이 직업을 잃는 것”이라고, 경기침체에 대해서는 “당신이 직업을 잃는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신용위기 경색이라는 격랑을 만나 흔들리고 있는 한국에서도 경기침체의 조짐들과 마주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화정에 사는 김모(42)씨는 지난 일요일 아파트 상가에서 영업하는 부동산 중개업자가 사무실을 절반 크기로 줄여 이사하는 모습을 지켜봤다.21일 김씨는 “이쪽 상가에서 가장 크게 영업을 하던 부동산 중개업자가 사무실을 줄이는 것을 보니, 최근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는 보도들이 피부에 와 닿는다.”고 말했다. 경기에 민감한 자영업자들의 힘든 모습도 쉽게 보인다. 서울 마포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최모(44)씨는 경기둔화의 분위기에 벌써부터 내년을 걱정하고 있다. 최씨는 “두어 달 전만 해도 베란다 확장공사 등을 포함해 2500만~3000만원짜리 전면 수리작업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도배와 마루를 교체하는 등 400만~500만원짜리 공사로 규모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가 폭락하고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보도 때문에 주부들마저 지갑을 닫았다는 것이다. 소비를 줄이면서 재활용 쓰레기양도 급감하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정책금리를 인하하기 전에 쓰레기양을 살펴본다고 했는데, 최근 퇴근길에 아파트 단지 앞에 쌓여 있는 재활용 쓰레기의 양이 줄어든 것을 보고 경기 둔화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고용인들도 일자리를 잃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고모(39)씨는 “최근 파마하는 손님들이 줄어서 같이 일하던 헤어디자이너 2명을 해고했고, 대신 비정규 직원을 채용했다.”고 말했다. 고씨는 강남의 미용실에서는 보통 헤어디자이너들이 매출의 40% 정도를 수입으로 가져갔는데, 최근에는 25%로 줄었다.”면서 “경기민감 업종들이라서 힘이 든다.”고 말했다. 부자들도 돈지갑을 닫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의류사업을 하는 이모(48)씨는 “철마다 한번씩 옷을 맞추러 오던 사모님들이 이제 아들딸 약혼식이나 결혼식 등 대소사에만 옷을 해 입는다.”고 말했다. 각종 지표들에서도 경기 둔화를 실감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제조업 생산은 전년동기 대비 1.9%로 7월의 8.7%에서 뚝 떨어졌다. 신규고용은 더 형편없다. 최근까지 15만명 안팎을 간신히 넘던 신규고용은 9월에 11만명으로 뚝 떨어졌다. 경기불안이 지속되면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고용은 더욱 악화되는 경로를 겪는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경기 둔화·침체기를 맞아 재정을 풀어서 사회안전망을 확대하는 등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흔들리는 세계공장’ 중국 - 미국발 금융위기→수출급감→연쇄도산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5년 만에 한 자릿수로 곤두박질했다는 소식에 세계가 화들짝 놀란 모습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에 본격 작용한 신호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은 지금 수출 급감에 따른 기업의 연쇄도산, 이어지는 대량 실직에 내수 부진의 악순환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올해 중국의 수출증가율은 21% 수준으로 추락이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25.7%,2006년에는27.2%였다. 내년에는 둔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내용 면에서도 좋지 않다. 지난 2분기에는 2004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별 무역수지 흑자가 감소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 따른 대미 수출둔화 등 외부 요인과 함께 위안화 절상, 가공무역 제한 조치, 수출 억제 정책 등 자체 요인 등이 결합된 결과다. 사실 중국의 실물 경제에 그늘이 드리운 것은 금융위기 이전부터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단초였다. 중국은 2004년부터 아홉 차례나 금리를 인상해 가며 줄곧 과열 경기 진정에 애써올 정도로 호황을 누리다 느닷없이 방향을 전환해야 했다. 미국과 세계의 소비가 위축되면 수출 의존형 경제구조를 가진 중국으로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도 수출감소, 생산비용 증가에 따른 중소기업의 경영난, 기업의 이익 감소로 인한 고용 창출 감소, 주식과 부동산시장의 불황 등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려는 벌써 현실화되고 있다. 남방지역에선 기업들의 도산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발개위에 따르면 이미 올 상반기 6만 7000개 기업이 도산했다. 특히 섬유업종에서 1만여개 기업이 부도를 맞았다. 전국 중소기업의 10분의1은 상반기 부가가치 증가율이 전년 동기보다 15% 포인트 하락했다. 설상가상으로 불어닥친 금융 위기는 전망이 어려울 만큼 파괴력이 크다. 최근 홍콩 증시 상장사인 바이링다가 선전 공장을 폐쇄해 1500명이 실직하고, 중국 최대 장난감 위탁생산업체 허쥔그룹이 문을 닫아 6,500명이 실직한 것은 대량 실직의 전조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의 이같은 상황은 한국에 직접적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국의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3%로 미국의 2배, 일본의 4배 규모다. 중국 수출은 지난 7월 30.2%,8월 20.7%로 갈수록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3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짐에 따라 4분기에는 수출 증가세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jj@seoul.co.kr ■ ‘실물경제 후퇴 현실화’ 일본 - 소비·생산 ‘뚝’… 경기 하향 움직임 뚜렷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의 경제가 심상찮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때문에 경기 후퇴를 우려하는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일 공개한 10월 월례경제보고에 ‘약해지고 있다.’는 표현을 넣었다. 지난달 월례보고에서 ‘약세 조짐이 있다.’는 진단을 수정,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적시한 것이다. 10월 월례보고서는 11개 항목 가운데 개인소비·수출·생산·도산·고용·업무상황 등 무려 6개 항목을 ‘하향’으로 고쳤다. 일본 자체의 금융위기를 겪었던 1998년 4월 이래 10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판단을 유보한 설비투자·주택건설·공공투자·수입·기업수익 등 5개 항목 역시 경기 침체의 영향권에서 예외가 아니다. 요사노 가오루 경제재정상은 “경기의 하향 움직임이 한층 명확해졌다.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국내총생산(GDP)의 50% 이상을 차지한 개인 소비는 12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됐다. 식품과 가솔린 가격의 인상에 따라 소비자 심리가 악화돼 백화점 등의 매출이 늘지 않고 있다.7~8월의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씩 올랐다. 수출과 생산도 감소 추세에 있기는 마찬가지다. 수출은 미국 자동차 시장의 침체가 뚜렷하다. 때문에 도요타 자동차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이 40%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아시아 시장도 약세 수준으로 봤다. 결국 기업이 생산 감축 체제에 돌입한 데다 실물경제 동향이나 GDP추계·노동생산성측정 등의 기초가 되는 광공업 생산지수는 3분기에도 하락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측됐다. 고용의 경우,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내년 봄에 졸업하는 대학생들의 취업 내정률은 5년 만에 올해보다 1.4% 감소했다. 조사에 응한 주요 880개사 가운데 7.6%인 116개사가 채용인원 감축계획을 밝혔다. 경기 침체에 부동산회사도 직격탄을 맞았다. 올 들어 부채총액 2000억원 규모의 대형 부동산회사 파산만 따져도 16곳에 이른다. 보험업계에서는 지난 10일 야마토생명이 파산했다. 월례 보고서는 “앞으로 세계 경제의 하락과 함께 금융위기의 심화, 주식과 외환시장의 불안정 등 더욱더 어려운 위기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hkpark@seoul.co.kr ■ “일본, 한국 등 금융지원 할 수도” 뉴욕타임스 인터넷판 보도 일본이 세계 금융위기를 기회로 국제경제 무대에서 위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견고한 일본 금융계가 세계 금융시장을 주름잡았던 월가(街) 은행들을 대신해 공백을 메울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은 현재 9960억달러에 이르는 보유외환 등 모두 2조달러가량의 ‘실탄’으로 금융 위기에 빠진 나라들을 지원할 수 있는 입장이다. 일본 정계도 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금융위기 극복 차원에서 보유외환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카가와 쇼이치 재무상 겸 금융상도 최근 “개도국이 국가부도 위기를 맞지 않도록 보유외환을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특히 한국이 외환차입 지급 보증 등 자체 구제책을 내놨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지원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계가 공개적인 언급을 꺼리지만 한국 금융시장의 불안은 일본의 최대 관심사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신중하다. 시오자키 야스히사 전 관방장관은 뉴욕타임스에 “이번 위기로 미국의 경제·금융 부문 파워가 상당부분 약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다극화 경제 시스템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미국을 대체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중국, 인도, 유럽, 일본 등이 미국과 더불어 세계 경제를 이끌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규제개혁 통해 시장 신뢰 회복” 스티글리츠 ‘금융위기 5대해법’ 제시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진원지인 미국의 신용위기 타개를 위한 5가지 해법을 내놓았다. 그는 21일 미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에서 은행 자본 확충, 주택압류사태 예방, 경기 부양, 규제개혁, 다자간 기구 창설 등을 주장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자본주의는 인간이 만든 최상의 경제 시스템이지만 30년 동안 100차례 이상의 위기가 있었다.”면서 “시장은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정부가 역할을 제대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가 제시한 5가지 해법. ●은행의 자본 확충 은행들은 부실여신으로 발생한 손실 때문에 자본을 상당히 잠식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이 자본을 확충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공급해줄 필요가 있다. ●주택 압류사태 예방 주택압류에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환자’를 구할 수 없다. 구제금융안에 대한 의회의 수정 이후에도 대책이 여전히 부족하다. 모기지 이자와 재산세 삭감 등이 뒤따라야 한다. ●부양책이 효과 내도록 해야 미국 경제는 심각한 침체로 향하고 있어 대규모 부양책이 필요하다. 실업보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도와주지 않으면 국민들은 지출을 줄일 것이고, 이는 경제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규제개혁을 통한 신뢰 회복 이번 사태의 근저에 깔린 문제는 은행의 잘못된 결정과 이에 대한 규제의 실패다. 신뢰가 회복되려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효과적 다자간 기구 창설 전 세계 경제가 더욱 상호 연계됨에 따라 더 나은 감독체계가 필요해졌다.50개 주(州)의 감독 시스템에 각각 의존한다면 미국 금융시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반드시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이런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美, 2차경기 부양책 기대 증시 반등 |워싱턴 김균미특파원|2차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로 뉴욕 증시의 주요지수가 20일(현지시간) 일제히 상승했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413.21포인트(4.67%) 상승한 9265.43을 기록, 지난 14일 이후 처음으로 9000선을 회복했다.S&P500지수는 4.77%, 나스닥지수는 3.43% 상승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백악관이 경기부양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결과다. 버냉키는 이날 하원 예산위원회에서 “경제가 몇 분기 동안 둔화국면을 보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의회가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책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적절하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데이너 페리노 대변인은 의회가 검토 중인 경기부양책에 열린 자세를 갖고 있지만 수용 여부는 민주당이 이끄는 의회가 어떤 내용의 안을 가지고 오느냐에 달렸다고 밝혔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AP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2차 경기부양 법안은 1500억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의 신용경색도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20일 런던은행간 대출금리(리보)는 6일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4.42%에서 4.06%로 떨어졌다. 리보 금리가 하락하면 증시와 투자 등급 채권시장의 투자 심리도 급속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국채 금리의 상승세도 금융시장의 회복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안전자산으로 몰렸던 투자자들이 대출시장과 주식 등 보다 위험한 자산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얘기다.3개월만기 재무부 채권 금리는 이날 1.2%로 지난주 말 0.81%에서 크게 상승했다.1조 5000억달러 규모인 미국 기업어음(CP) 시장도 신용 경색이 풀리기 시작했음을 뒷받침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FRB 자료에 따르면 하루짜리 무보증 CP 금리는 지난 17일 1% 밑으로 내려갔으며 30년 무보증 CP도 평균 금리가 1.43%까지 떨어졌다. kmkim@seoul.co.kr
  • 차두리 러브스토리 공개, 피앙세는 ‘호텔 회장 맏딸’

    차두리 러브스토리 공개, 피앙세는 ‘호텔 회장 맏딸’

    베일에 싸여 있던 ‘차붐 주니어’ 차두리(28·독일 TuS 코블렌츠)의 10개월에 걸친 러브 스토리가 측근을 통해 전격 공개됐다. 한 살 연상의 회사원과 오는 12월 22일 결혼하는 정도로 알려졌던 차두리의 피앙세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순수 국내 자본의 특1급 호텔인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신철호 회장의 맏딸 신혜성씨로. 캐나다에서 미술 공부를 마치고 귀국해 현재는 이 호텔의 코디네이터 팀장으로 일하는 재원으로 확인됐다. 차두리의 한 측근은 21일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차두리와 신씨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우연한 자리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오다 지난 6월 차두리가 프러포즈해 일찌감치 결혼이 결정됐다”며 두 사람의 만남에서 결혼까지의 숨겨진 스토리를 전했다. 사랑은 우연과 함께 찾아와 운명처럼 불꽃이 튄다고 했던가.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가족파티 장소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던 차범근 수원 감독 가족에게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 근무하던 신씨가 당일 파티 공간을 잡아주면서 인연이 맺어졌다. 이 자리에서 차두리는 신씨와 인사를 했고. 나중에 신씨가 가족 파티에 동석하면서 둘은 눈이 맞았다. 당시 신씨는 가족이 모두 일본으로 휴가를 갔지만 여권을 분실해 홀로 호텔에 남게 됐는데. 이 자리에서 차두리 가족과 조우하며 평생의 인연을 만들었다. 차두리가 겨울휴가를 마치고 독일로 돌아간 뒤에도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 만들기는 국제전화를 통해 계속됐다. 지난 6월 2007~2008 분데스리가 2부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차두리가 5주 간 국내에 머물면서 사랑은 본격적으로 꽃을 피웠다. 한국시간으로 새벽에 열린 유로2008 경기를 함께 보며 더욱 친해질 수 있었다. 차두리의 한 측근은 “차범근 감독과 차두리. 그리고 신씨가 새벽에 열린 유로2008 경기를 같이 보면서 사랑을 만들어갔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차두리는 휴가를 마치고 독일로 출국할 즈음. 신씨에게 프러포즈했고 7개월 가량의 사랑은 결혼으로 이어지게 됐다. 차두리의 마음을 훔쳐간 신씨는 서울 예원예고를 졸업해 캐나다 온타리오 주립대에서 미술을 전공한 재원. 현재는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스타일리스트 코디네이터 팀장을 맡아 호텔내 실내 디자인 등을 총괄하고 있다.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은 세계적인 체인이나 대기업 소유 호텔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국내 호텔 업계에서 자생력을 갖춘 국내 브랜드 호텔로 이름을 높이고 있다. 신씨는 결혼 후 독일로 건너가 내조하며 새로운 공부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결혼식도 12월 22일 오후 6시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다. 기사제휴/스포츠서울 오광춘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한국인의 질병] (56) 임신중독증

    [한국인의 질병] (56) 임신중독증

    일반적으로 ‘임신중독증’이라고 하면 흔한 감염질환의 일종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임신중독증은 세균이나 바이러스보다 혈압, 당뇨, 비만과 더 관련성이 높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산모의 경련과 발작을 유발한다고 해서 주로 ‘자간전증’(子癎前症)이나 ‘자간증’(子癎症)이라고 부른다. 심하면 뇌출혈, 심부전, 폐부종 등으로 진행돼 산모의 생명을 빼앗을 수도 있는 위험한 질환.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고위험임신클리닉 신종철(54) 교수를 만나 임신중독증 대처법에 대해 알아봤다. “해외 학계에서는 산모에게 임신중독증이 생길 확률을 4~8 % 정도로 보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5~6% 정도로 보고 있죠. 대략 산모 20명 중에 1명 정도는 이 병에 걸린다는 뜻입니다. 발병 확률이 비교적 높은 편이어서 주의해야 합니다.” ●산모 20명중 1명꼴 임신중독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임신중독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인슐린 저항성(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 당뇨병이 발병하기 쉬운 상태), 흡연 등을 원인으로 꼽는 전문가도 있지만 명확하게 규명된 것은 아니다. 임신중독증이 생기고 난 뒤 발생하는 고혈압, 부종, 단백뇨 등의 증상을 보고 병을 짐작할 뿐이다. 자간전증이라고 불리는 초기임신중독증의 전형적인 증상은 고혈압이다. 이완기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수축기 혈압이 90㎜Hg 이상이면 자간전증을 의심할 수 있다. 소변에 단백질이 다량 함유된 단백뇨 증상도 자간전증 척도로 꼽힌다.24시간 내 소변에 함유된 단백질이 300㎎이상이면 자간전증을 의심해야 한다. 부종은 몸이 붓는 증상인데 체액이 혈관을 빠져나와 몸의 곳곳으로 침투하는 것을 말한다. 증세가 심하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심하면 시력이 저하되거나 복부 위쪽에 심한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폐에 체액이 차는 폐부종과 뇌가 붓는 뇌부종, 두통 등도 전형적인 임신중독증의 증상이다. 생명과 직결되는 장기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산모의 생명이 위험해진다. 때에 따라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이나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이 생길 수도 있다. 혈액 응고장애가 생겨 극단적인 상황에는 출혈을 막을 수 없는 혈종이 전신에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고혈압·단백뇨·간질 겹치면 ‘자간증´ 만약 고혈압, 부종, 단백뇨와 더불어 경련을 일으키는 간질이 겹치면 자간증으로 본다. 이미 증상이 많이 진행돼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므로 즉각 아기를 분만하지 않으면 병을 치료할 수 없다. “일단 자간증까지 오면 태아보다 산모의 생명을 더 우선시하게 됩니다. 시간을 지체하면 산모가 사망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죠.34주 이후에 유도분만을 통해 출산하면 아기를 살릴 가능성도 높아요. 중요한 것은 시간을 끌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임신중독증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비만과 당뇨병,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은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의해야 한다. ●건강식품 복용땐 전문의와 상담을 단백뇨와 고혈압이 동반되면 혈압을 떨어뜨리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혈압만 떨어뜨리기 위해 ‘이뇨제’를 처방해서는 안 된다. 이뇨제는 소변량을 늘려 혈압을 낮추는 기능을 하지만 소변량이 적은 임신중독증 환자에게 사용하면 오히려 역기능을 일으킬 수 있다. 이뇨제를 잘못 사용하면 혈류량이 갑자기 감소해 태아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 임신중독증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진료경험이 있는 의사를 만나 논의를 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간혹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을 복용하는 산모도 있는데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임신 중에는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다만 혈관의 산화를 방지하는 항산화제, 비타민C, 비타민E 등은 도움이 된다. 도움이 된다고 해서 마구 복용하라는 뜻은 아니다. 반드시 의사와 상담한 뒤에 몸에 무리를 일으키지 않는 한도에서 복용해야 한다. “가까운 동네병원도 좋지만 만약 경미하게라도 임신중독증 증상이 나타난다면 태아와 산모의 상태를 정밀하게 판단할 수 있는 대형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의사의 경험이 산모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죠. 출산할 시기를 잘못 판단하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갈수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임신중독증 환자에게 소금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이지 말아야 한다는 학계 보고가 있었다. 고혈압을 더 악화시킨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임신중독증이 꼭 고혈압을 통해서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최근에는 짠 음식을 꼭 피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의사는 많지 않다. ●유전적 요인·재발 가능성 커 정기검진 필수 임신 후 34주가 되면 바로 태아를 분만시켜야 하지만 그러지 않은 경우는 상황을 더 지켜볼 수도 있다. 태아의 생명도 중요하기 때문이다.34주 이전에 태아를 분만하면 생존확률이 일반 아기보다 40% 이하로 낮아진다. 따라서 병원에 입원해 약물치료와 산모 및 태아의 상태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태아의 성숙을 하루라도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임신중독증 증상의 조절이 어려운 경우 산모와 태아가 모두 위험한 상황이 되기 전에 태아가 아주 미숙하더라도 분만을 결정해야 한다. 임신중독증에 걸린 산모는 다음 출산에도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유전적인 요인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번이라도 임신중독증을 경험했다면 산전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임신중독증은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방법밖에는 대책이 없어요. 시간이 될 때마다 병원을 찾아 임신중독증 위험이 있는지 체크해 봐야 합니다. 정기적인 검진이 태아와 산모의 생명을 살린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임신 34주때 갑자기 고열 제왕절개 통해 ‘무사 분만’ 36세 산모의 악몽 같았던 순간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에서 만난 김희정(가명·36)씨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자신이 임신중독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꿈에도 알지 못했다. 임신한 지 20주가 지나자 몸이 심하게 부어올랐지만 ‘많이 먹어서 그러려니….’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문제가 생긴 것은 임신한 지 34주가 지나 만삭이 됐을 때였다. 김씨는 “갑자기 몸에 열이 나기 시작하면서 큰 이상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아챘다.”면서 “아기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새벽 2시에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병원을 찾았다.”고 급박했던 당시를 설명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의사는 분만을 권했다. 뚜렷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혈압은 수축기 160㎜Hg, 이완기 110㎜Hg로 이미 임신중독증 기준을 훨씬 넘어선 위험한 상황이었다. 김씨도 병원에서 검진을 받을 때마다 혈압을 재봤지만 임신중독증이 혈압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몰랐다. 하루만 더 늦춰달라고 의사에게 호소했지만 의사는 냉정한 표정으로 “시간을 끌면 끌수록 산모와 아기 모두 위험해진다.”고 말했다.‘아기가 제대로 태어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자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악몽같은 순간이었다. 머리를 감싸쥔 남편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분만을 권했다. 한 시간이 흐른 뒤 김씨도 결국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병원측은 제왕절개를 통해 아기를 분만시킨 뒤 산모의 혈압을 낮추는 데 주력했다. 다행히 규모가 큰 병원이어서 고위험임신클리닉 담당 의사는 물론 신경과, 신생아 전문의 등이 총력을 기울여 김씨와 아기를 모두 살려냈다. 의사는 “아기가 34주를 넘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당시 경험에서 가장 중요하게 깨달은 점이 무엇인지 묻자 김씨는 “미리 대비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당장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면서 “정기 검진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닫게 됐다.”고 강조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고령 임신부 발병률 2배이상 높다 산전 체중·혈압관리 중요 임신중독증을 일으키는 위험요소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 고령임신이다. 나이가 들어 임신하면 임신중독증 위험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뜻이다. 학계는 일반적으로 35세 이상의 고령임신이 35세 미만 임신보다 임신중독증을 일으킬 확률이 2배 이상 높다고 보고 있다. 고령임신 상태에서 비만이 동반되면 발병 확률은 2배 이상 더 높아진다. 고령산모라면 과거 임신중독증 병력이 없다고 해도 반드시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임신 후 28주까지는 1개월에 1회,36주까지는 2주에 1회, 출산 1개월 전에는 1주일에 1회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다만 임신중독증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면 검사의 간격은 줄이고 횟수는 2배로 늘려야 한다. 40세 이상 고령산모는 고혈압, 당뇨병, 비만, 심장병 등과 같은 성인병을 이미 갖고 있는 사례가 많다. 고혈압은 젊은 임신부에 비해 2~4배 증가하며 산전 출혈 가능성도 높다. 이런 환자가 임신중독증에 노출되면 미숙아나 발육부진 태아를 출산하기 쉽고 심지어는 태아 사망을 초래할 수도 있다. 당뇨병도 임신중독증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적어도 임신 24~28주에는 당뇨검사를 해서 임신성 당뇨병이나 임신중독증 관리에 나서야 한다. 고령산모는 비만 위험도 높다. 비만도 임신중독증과 직결되는 위험요소다. 따라서 임신전 미리 체중을 관리해야 한다. 임신 후 1~3㎏ 수준의 체중 증가는 크게 주의하지 않아도 되지만 만약 10~15㎏가량 증가했다면 의사의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노·사 상생의 전형 ‘獨 폴크스바겐사’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노·사 상생의 전형 ‘獨 폴크스바겐사’

    |볼프스부르크(독일) 박건형특파원|독일 중북부의 대표 도시 하노버에서 동쪽으로 70㎞쯤 떨어진 볼프스부르크. 이곳에선 ‘라인강 기적’의 상징물인 네 개의 거대한 갈색 굴뚝을 볼 수 있다. 여러 개로 연결된 초대형 건물을 따라 일렬로 우뚝 솟아 있는 굴뚝들은 독일 교과서와 역사책에 2차대전의 패전을 극복하고 독일의 오늘을 일궈낸 형상물로 묘사된다. 볼프스부르크는 독일의 국민 자동차 ‘폴크스바겐’의 본거지이다. 폴크스바겐 공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외부인 견학용으로 제작된 전기 자동차에 몸을 실었다. 공장의 모토는 ‘문화를 판다.’는 것. 전기차는 기차 형태로 한 번에 30여명이 탈 수 있고, 독일어와 영어로 안내된다.“볼프스부르크는 19 00년대 초반만 해도 조그마한 시골 도시에 불과했습니다. 1938년 폴크스바겐이 본사와 공장을 세우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지만,2차대전때 완전히 파괴됐죠.1945년 지금의 공장이 그 자리에 다시 지어졌고, 현재 인구 13만명의 폴크스바겐 도시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기자와 동승한 폴크스바겐 본사 홍보팀의 니콜라스 바텐 팀장은 기계를 좋아하고 진취적이었던 독일인들의 사고방식이 폴크스바겐이란 자동차 기업을 탄생시켰다고 강조했다. ●라인강 기적·폴크스바겐의 본거지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전기차는 창문을 내리고 관람객들에게 공장 안의 소음을 그대로 들려줬다. 거의 대부분의 공장 라인이 전자동으로 움직였고, 직원들은 끊임없이 얘기를 나누며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바텐 팀장은 “천편일률적인 차들이 계속 생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차마다 붙어 있는 바코드는 차의 색상과 내장구조, 오디오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고객의 갖가지 요구사항을 담고 있다.”면서 “자동화된 공장이라고 해도 기계조작과 차량의 특성에 맞춘 제작 등은 숙련된 직원들이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장 직원들은 하루에도 수십차례 이상 이뤄지는 관람객 맞이에 익숙해진 모습이다. 공장 안을 이동하던 직원들뿐 아니라 라인마다 갖춰진 휴게실에서 쉬고 있는 직원들조차 관람객들을 향해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650만㎡에 달하는 볼프스부르크 공장에는 현재 5만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하루에 2200대의 ‘골프’와 1000대의 ‘아우디 A4’,800대의 ‘투란’,1000대 이상의 ‘티구안’을 생산해낸다. 폴크스바겐 전체 차량의 3분의1 정도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두차례 걸친 기업협정으로 기사회생 독일의 상징으로 불렸던 폴크스바겐은 1970년 이후 20여년에 걸쳐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노조는 ‘노조원 개인이 느끼는 삶의 질이 회사 이익보다 우선’이라는 사고방식에 젖어 있어 노사간 대화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80년대 후반 시작된 일본차의 유럽시장 본격 진출은 폴크스바겐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나섰다. 결국 지난 93년 당시 돈으로 10억유로의 적자를 기록하고 나서야 폴크스바겐은 대결단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바텐 팀장은 “93년 체결된 ‘고용안정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업협정’은 회사 역사상 가장 강력한 노사협의안이었다.”며 “회사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동유럽이나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겠다고 밝히면서 노조 내부에서도 회사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기 시작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 해 폴크스바겐은 전체 종업원 12만명 중 5만명을 감축하고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위기감을 느낀 노조는 소득보전을 받지 않고 근로시간을 단축해 모두의 고용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급선회했다. 대신 회사측은 경영을 총괄하는 경영감독회 구성원의 절반을 노조원에게 내줬다. 또 종업원 평의회는 생산에 관한 주요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받았다. 독일의 노조시스템은 한국과 같은 산별노조체제임에도 불구하고, 회사 차원에서 사전에 의견조율이 이뤄지는 만큼 극한의 대립은 사라진 상태다. 이같은 협상은 2004년에도 재현됐다. 독일 전체의 경기부양과 고용창출을 위해 폴크스바겐은 볼프스부르크와 엠덴에 새로 공장을 지었고,2011년까지 10만여명의 고용 보장을 약속했다. 노조는 임금 동결과 노동시간 유연화로 화답했다. 바텐 팀장은 “두 차례에 걸친 협약을 통해 노조는 36시간 근로시간을 28.8시간으로 단축했고, 이로 인해 노동자들의 연간소득은 12% 정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상황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한 일이었지만, 폴크스바겐이 좀더 일찍 합리적인 노사관계에 눈을 떴더라면 세계 1위 자리(지금은 세계 3위 자동차 기업임)에 올라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노동자가 많다.”고 아쉬워했다. ●“합리적 노·사 세계3위 폴크스바겐 만들어” 폴크스바겐 노조는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상생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지난해엔 회사 창립 이후 최대의 스캔들에 휘말리기도 했다. 노조 간부들이 회사측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접대와 향응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던 것이다. 공장 직원인 에밀리오는 “노조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었기에 실망이 컸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의 문제이며 우리가 추구하는 ‘회사와 노동자의 공존’은 훼손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kitsch@seoul.co.kr ■“폴크스바겐·아우토슈타트의 조합 차 넘어 유럽 대표문화 판매하다” |볼프스부르크(독일) 박건형특파원|“볼프스부르크에 오면 폴크스바겐 그 자체와 만날 수 있다.” 독일인들은 볼프스부르크를 단순히 공업도시로 생각하지 않는다. 또 폴크스바겐이 단순히 차를 잘 만드는 기업이라는 것보다는 유럽을 대표하는 문화를 판매한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생각의 중심에 세계 최대의 자동차 테마파크 ‘아우토슈타트’가 있다.1994년 시작한 아우토슈타트 건설은 전세계 400여명의 건축가가 참여해 6년에 걸쳐 이뤄졌다.2000년 5월 완공된 아우토슈타트의 전체 면적은 25만㎡에 달한다. 당초 아우토슈타트는 폴크스바겐에서 자동차를 구매하는 고객들이 직접 차량을 공장에서 인도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아우토슈타트의 가이드를 맡고 있는 앤디 보먼은 “테마파크 건설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도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공장 직원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과 테마파크 주변시설을 통해 도시 발전에 기여하자는 방안이 보태졌다.”고 밝혔다. 아우토슈타트가 완성되면서 볼프스부르크는 그야말로 ‘폴크스바겐의, 폴크스바겐에 의한, 폴크스바겐을 위한 도시’로 거듭났다. 공원 내에는 폴크스바겐, 스코다, 람보르기니, 아우디, 벤틀리, 부가티 등 폴크스바겐의 7개 브랜드를 상징하는 각각의 전시관이 자리잡고 있다. 세계 최초의 자동차부터 첨단 F1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의 자동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동차역사관도 인기다. 공원 내에는 세계 최고의 건축가가 설계한 최고급 호텔과 호수공원, 다리 등이 계절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하루 평균 6000명, 연간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아우토슈타트를 찾는다. 특히 ‘아우토튀르메’로 불리는 원통 모양의 거대한 쌍둥이 유리탑은 아우토슈타트의 상징이다. 유리 탑 내부의 거대한 로봇은 자동판매기처럼 움직여 고객들이 주문한 차량을 눈 앞에 배달한다. 바로 옆에 위치한 공장에서는 매일 600여대의 차량이 지하터널로 이동해 이 탑에 보관된 후 고객을 맞는다. 아우토슈타트는 볼프스부르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폴크스바겐 직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폴크스바겐 직원 및 가족들이 테마공원의 곳곳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근처에 형성된 패션 아웃렛과 각종 쇼핑몰은 공업도시에 불과했던 볼프스부르크를 독일 중북부의 거점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안내를 맡은 보먼은 “자동차 제조업에서 자동차 서비스업으로 도시 전체의 이미지를 바꿨고, 공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상당한 직업 만족도 향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kitsch@seoul.co.kr <특별취재팀> 미래생활부 박건승부장(팀장)·이도운차장·박상숙·류지영·박건형·정현용기자, 도쿄 박홍기·파리 이종수특파원, 국제부 박홍환차장·안동환·이재연기자
  • [물은 미래다] 주요 하천 강우 예측… 수문 개폐 ‘나침반’

    [물은 미래다] 주요 하천 강우 예측… 수문 개폐 ‘나침반’

    홍수피해를 줄이기 위해 주요 하천의 상·하류를 잇는 댐과 댐~하천간의 체계적인 물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4대강(한강·낙동강·금강·섬진강)에는 모두 15개의 다목적댐과 12개 용수 전용댐이 있는데 이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곳이 한국수자원공사 물관리센터다. 대전의 수자원공사 물관리센터는 365일 군 작전 상황실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물관리 전문가와 기상 전문가, 전산·통계요원 50여명이 24시간 전국 15개 다목적댐과 용수댐 상황판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평소에는 자체 관리하다가 홍수 등 재해가 우려되면 국토해양부 홍수통제소와 연결된 핫라인으로 전국 주요 댐을 컨트롤한다. 가뭄이 계속될 때는 수문을 열어 방수량을 늘리고 전기 사용량이 피크에 오를 때는 발전량을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하천의 물관리 의사결정을 내리는 중추 신경인 셈이다. 2007년 충주댐 운영에서 보여주듯 치밀하고 과학적인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서 전문가와 과학적인 장비는 필수다. 국내외 기상 전문기관의 기상 정보는 실시간으로 들어온다. 센터는 이를 근거로 주요 하천 유역 국지 기상을 분석, 강우를 예측한다. 이중에서 수공이 자체 개발한 ‘K-water홍수분석모형’은 정확성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국 다목적댐의 유입량과 방류에 따른 하류 하천 수위, 홍수량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자동 분석하는 첨단 기계다. 모든 분석자료는 1분 간격으로 생산된다. 이를 위해 주요 하천에는 자동 유량 측정기가 설치돼 있다. 수위 변화가 자동으로 센터로 들어오고 자료는 무궁화2호 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송수신 처리된다. 홍수 때 댐 수문을 여닫는 의사 결정은 국토해양부 홍수통제소가 지휘한다. 홍수통제소의 의사결정은 바로 수자원공사 물관리센터의 과학적인 분석에 근거를 둔다. 물관리센터가 분석한 지역별 댐별 홍수정보를 수집하고, 댐 상·하류 수위를 예측한 뒤 댐 방류 시기와 양을 정한다. 이를 4대강 유역에 설치된 홍수통제소에 보내면 결정에 따라 바로 수문을 여닫게 된다. 황필선 센터장은 16일 “모든 결정이 신속·정확해야 하고 한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한순간 실수나 의사결정 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 늘 긴장한다.”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양성평등 교회 밖의 차별보다 안의 차별이 더 문제

    양성평등 교회 밖의 차별보다 안의 차별이 더 문제

    우리 사회에서 남녀 평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실제로 구석구석에서 여성의 역할과 참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그러나 평등이라는 큰 가치를 앞서 실천해야 할 종교계, 특히 기독교계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영 딴판이다. 여전히 성직자는 남성에 극도로 편중돼 있고 교회 안 평신도들이 담당하는 역할에 있어서도 여성은 남성의 그늘에 가린 채 협력자나 수동적인 동반자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의 남녀 평등 문제를 정색하고 짚어보는 토론회가 열려 개신교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목정평)와 여성목회연구소가 오는 28일 오후 3시 기독교회관 강당에서 ‘교회 안의 양성평등’을 주제로 마련한 공동 토론회. 구미정(여성목회연구소 연구실장) 숭실대 기독교학과 겸임교수의 발제에 남녀 목회자 각 1명(정금교 대구 누가교회 목사, 김혁 고양중앙교회 목사)씩이 패널로 참여해 우리 기독교계의 차별 문제를 꼬치꼬치 캐물을 예정이다. 특히 이번 토론회는 그동안 개신교계 일각과 시민사회단체에서 교회 안 차별 문제와 관련해 부분적인 문제제기를 해왔던 것과는 달리 본격적으로 공론화해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 양상을 짚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첫 모임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발제자인 구미정 교수는 공개 토론에 앞서 15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교회 여성들은 전통적인 유교적 가부장제에 길들여져 입에 재갈이 물린 채 순종하는 한편, 수적으로 월등히 소수인 남성들이 모든 결정권을 독점하는 현실에 분노하고 있는 양면성을 보이고 있다.”고 개탄했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한교여연)가 최근 실시한 ‘교회문화에 관한 교회여성 의식 실태조사’ 결과는 이같은 차별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예장, 기감, 기장, 성공회, 복음교회 등 5개 교단 소속 교회 여성 8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교회 내 남녀차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58.7%가 ‘있다.’고 응답했다. 교회 여성들이 교회의 공동의회나 제직회에서의 발언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무려 44.0%가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언하지 않는 이유로 ‘사람들 앞에 나서서 발언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59.1%)과 ‘여자는 순종하고 따라야 한다는 한국의 정서와 문화 때문’(13.6%)이라는 답변이 두드러지게 많다. 하지만 교회의 중요한 일을 계획, 결정하는 데 여성도 동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응답이 무려 80.4%나 된다. 구 교수는 “교회라고 하는 공적 활동의 장에서조차 여성의 일을 양육과 돌봄 등 눈에 띄지 않는 ‘그림자 노동’에 한정짓는 것은 여성 평신도들에게 열등감을 부추기고, 여성 평신도와 여성 사역자 사이에 불신과 반목을 낳을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 교수는 특히 “교회여성들은 변화된 시대상황에 고무되어 표면상 양성평등의식을 표출하고 있지만, 그 영향이란 것이 수동적으로 밀어닥친 것일 뿐, 내면에서 적극적으로 추동된 것이 아니다.”라며 “교회 여성들의 지위향상은 시혜적으로 주어질 성질의 것이 아니고, 여성들 스스로 주체가 되어 선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성 측 패널로 참석하는 정금교 목사는 “보수성에 매몰된 교회에 실망한 이탈자가 급속히 늘어감에도 불구하고 현재 교회 안에서의 차별 해소를 위한 고민과 노력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여성들이 교회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비례할당제 등 체제 개선과 여성들의 조직적 움직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뉴스in뉴스] 촛불 농성 100일,조계사에서는 지금…

    [뉴스in뉴스] 촛불 농성 100일,조계사에서는 지금…

    ■그날의 ‘촛불’들 조계사 ‘잠입’ 100일  지난 6월 전국을 밝혔던 촛불은 서서히 그 힘을 잃어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외쳐댔던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은 기억 멀리 잊혀지는 듯 하다. 촛불집회를 주동했다는 이유로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는 ‘촛불 수배자들’이 조계사로 피신한 지도 지난 12일로 100일을 훌쩍 넘겼다.  14일 오후 조계사에서는 법회가 한창이었다. 대웅전 뒤켠에 위치한 수배자들의 천막은 소식을 모르는 사람들도 한 눈에 알아볼 만큼 눈에 띄었다. 하지만 법회에 참석한 불자들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불공을 드리는 데 한창이었다. 심지어 천막 안의 수배자들을 향해 인사를 하는 불자와 스님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이 조계사 경내로 ‘잠입’해 들어온지도 벌써 102일째. 마치 수배자들의 천막은 조계사의 일부로 느껴질 정도로 일상적인 분위기였다. ■“이명박 정부 잘못에 맞설 또 다른 대책 모색 중”  ’촛불 수배자’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천막은 김동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 등 6명의 수배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천막 한켠에 쌓인 빨래와 수북한 책들이 ‘반승반속(半僧半俗)’으로 사는 그들의 생활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천막안의 수배자들은 각자 노트북 등을 이용해 최근의 정국 및 뉴스들을 일일이 살피는가 하면 간간히 찾아오는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집을 떠나 조계사에 자리잡은지 3개월이 훌쩍 지났지만 그들의 표정은 편안해보였다.  대책회의 김동규 팀장, 그는 “이제 농성 생활에 익숙하다. 조계사측의 배려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비록 밖으로 나가지는 못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것도 파악하고 있고, 외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과 전화 등으로 연락도 취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팀장은 “광우병 문제는 이제 지난 이슈가 돼버렸지만 그 후에도 이명박 정부의 실정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는 정부의 실정을 규탄하는 대국민운동을 도울 것이다. 현재 민주민생연대가 발대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우리도 그 작업을 돕고있다.”고 전했다.  조계종측에서 수배자들에게 ‘나가달라’는 간접적인 언질을 보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전혀 그런 일은 없었다.”고 일축하고 “우리는 촛불정신을 이어나가는 활동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거취문제는 이 같은 활동을 살릴 수 있도록 적절한 시기와 방식을 택하자는 게 우리 내부의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佛門을 찾아든 지친 중생을 내쫓는 법이 어딨나?  수배자들을 받아들인 조계사 역시 수배가 풀리지 않는 한 그들을 내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힘에 부친 중생들이 불문을 제 발로 들어왔는데 내쫓는 법은 없다.”는 것이다. 조계사측도 수배자들을 ‘생활의 일부분’으로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조계사는 특히 지난 11일 교육원장 청화스님을 전계사(계법을 전해 주는 사승)로 수배자들의 수계식을 봉행하면서 그들을 불제자로 받아들이기까지 했다.  조계사 이세용 총무과장은 “우리의 입장은 처음과 달라진 것이 없다.”며 “정부가 대국민 화합차원에서 (수배자들을)끌어안아야 한다. 불구속 수사도 가능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수배자들의 경내 생활에 대해 이 총무과장은 “잘 지내고 있다. 아침에 108배도 하고, 마당 청소도 하고 있다.”며 “모범적인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수배자들이 장기간 머물러서 스님들과 불자들이 불편해 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경내 스님들과도 잘 지내고 있다. 벌써 100일이나 지났는데 뭘…(불편해 하겠나)”이라고 대답했다.  이 총무과장은 조계종 일각에서도 수배자들을 수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물론 사견이라면 그럴 수 있지만 종단 어른들의 의견에 큰소리를 내고 있지는 않다.”며 “우리는 강제로 나가라고 못하고 쫓아낼 수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저들은 범법자 아닌 애국자들”  수배자들과 조계사측이 ‘아직은 나갈 때가 아니고 내보낼 생각도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조계사를 찾는 불자들도 대부분 그들의 농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듯 했다.  조계사를 찾은 불자 윤모(62·여) 씨는 “나는 수행하는 사람이라 수배자들이 머무는 것에 신경을 쓸 일이 없다.”고 말했다. 윤 씨는 또 “수배자들이 있다고 해서 불공을 드리거나 법회를 하는 데 전혀 불편한 점은 없다.”며 “수배자들을 둘러싸고 시끄럽다고들 하는데, 그것도 다 수행의 하나다. 문제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불자 임영선(58) 씨는 “수배자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경내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무슨 불편함이 있겠나.오히려 측은할 뿐”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더 나아가 “정부에서 범법자라고 하는데 사실 저 사람들이 뭘 잘못했나.”라고 반문한 뒤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으려 한 애국자들 아닌가.”라며 수배자들을 앞서 옹호하기도 했다.  그는 “자비를 배푸는 것이 불교다. 부처님 품에 들어온 사람들을 뿌리칠 수 없는 것 아닌가.”라며 수배자들을 받아들인 종단의 결정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임씨는 “오히려 수배자들을 추방하라고 조계사 주변에서 기자회견·집회를 하는 단체들이 더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신도들이 불편하지 않다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더 난리다. 불교의 교리에 대해 알기는 아는 사람들인지 의아할 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숨어지내기 힘들지? 우리도 힘들다”  3개월이 넘게 조계사 주변에서 진을 친 채 24시간 수배자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경찰들도 일상적인 분위기를 보였다. 오랜 감시에 지친 경찰들은 자신들의 자리에 간이의자를 놓고 앉아있었다. 평온해 보이면서도 지루한 듯한 인상이었다.  한 경찰은 “(조계사 감시는)맡은 임무의 일부”라며 “안에서 농성하는 사람들 만큼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경찰들도 힘들다는 점은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촛불 수배자’들이 끝이 보이지 않는 평행선 달리기를 계속하는 가운데 그들이 머물고 있는 조계사는 지금 ‘평온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촛불 수배자’들이 머무른지 100여일, 이미 그들은 조계사와 불가의 일부로 세상의 일을 멀찍이서 지켜보며 또다른 수행에 나선 듯 보였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촛불 농성 100일, 조계사에서는 지금…

    지난 6월 전국을 밝혔던 촛불은 서서히 그 힘을 잃어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외쳐댔던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은 기억 멀리 잊혀지는 듯 하다. 촛불집회를 주동했다는 이유로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는 ‘촛불 수배자들’이 조계사로 피신한 지도 지난 12일로 100일을 훌쩍 넘겼다.  14일 오후 조계사에서는 법회가 한창이었다. 대웅전 뒤켠에 위치한 수배자들의 천막은 소식을 모르는 사람들도 한 눈에 알아볼 만큼 눈에 띄었다. 하지만 법회에 참석한 불자들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불공을 드리는 데 한창이었다. 심지어 천막 안의 수배자들을 향해 인사를 하는 불자와 스님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이 조계사 경내로 ‘잠입’해 들어온지도 벌써 102일째. 마치 수배자들의 천막은 조계사의 일부로 느껴질 정도로 일상적인 분위기였다. ■ “이명박 정부 잘못에 맞설 또 다른 대책 모색 중”  ’촛불 수배자’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천막은 김동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 등 6명의 수배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천막 한켠에 쌓인 빨래와 수북한 책들이 ‘반승반속(半僧半俗)’으로 사는 그들의 생활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천막안의 수배자들은 각자 노트북 등을 이용해 최근의 정국 및 뉴스들을 일일이 살피는가 하면 간간히 찾아오는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집을 떠나 조계사에 자리잡은지 3개월이 훌쩍 지났지만 그들의 표정은 편안해보였다.  대책회의 김동규 팀장, 그는 “이제 농성 생활에 익숙하다. 조계사측의 배려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비록 밖으로 나가지는 못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것도 파악하고 있고, 외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과 전화 등으로 연락도 취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팀장은 “광우병 문제는 이제 지난 이슈가 돼버렸지만 그 후에도 이명박 정부의 실정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는 정부의 실정을 규탄하는 대국민운동을 도울 것이다. 현재 민주민생연대가 발대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우리도 그 작업을 돕고있다.”고 전했다.  조계종측에서 수배자들에게 ‘나가달라’는 간접적인 언질을 보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전혀 그런 일은 없었다.”고 일축하고 “우리는 촛불정신을 이어나가는 활동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거취문제는 이 같은 활동을 살릴 수 있도록 적절한 시기와 방식을 택하자는 게 우리 내부의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 佛門을 찾아든 지친 중생을 내쫓는 법이 어딨나?  수배자들을 받아들인 조계사 역시 수배가 풀리지 않는 한 그들을 내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힘에 부친 중생들이 불문을 제 발로 들어왔는데 내쫓는 법은 없다.”는 것이다. 조계사측도 수배자들을 ‘생활의 일부분’으로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조계사는 특히 지난 11일 교육원장 청화스님을 전계사(계법을 전해 주는 사승)로 수배자들의 수계식을 봉행하면서 그들을 불제자로 받아들이기까지 했다.  조계사 이세용 총무과장은 “우리의 입장은 처음과 달라진 것이 없다.”며 “정부가 대국민 화합차원에서 (수배자들을)끌어안아야 한다. 불구속 수사도 가능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수배자들의 경내 생활에 대해 이 총무과장은 “잘 지내고 있다. 아침에 108배도 하고, 마당 청소도 하고 있다.”며 “모범적인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수배자들이 장기간 머물러서 스님들과 불자들이 불편해 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경내 스님들과도 잘 지내고 있다. 벌써 100일이나 지났는데 뭘…(불편해 하겠나)”이라고 대답했다.  이 총무과장은 조계종 일각에서도 수배자들을 수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물론 사견이라면 그럴 수 있지만 종단 어른들의 의견에 큰소리를 내고 있지는 않다.”며 “우리는 강제로 나가라고 못하고 쫓아낼 수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 “저들은 범법자 아닌 애국자들”  수배자들과 조계사측이 ‘아직은 나갈 때가 아니고 내보낼 생각도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조계사를 찾는 불자들도 대부분 그들의 농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듯 했다.  조계사를 찾은 불자 윤모(62·여) 씨는 “나는 수행하는 사람이라 수배자들이 머무는 것에 신경을 쓸 일이 없다.”고 말했다. 윤 씨는 또 “수배자들이 있다고 해서 불공을 드리거나 법회를 하는 데 전혀 불편한 점은 없다.”며 “수배자들을 둘러싸고 시끄럽다고들 하는데, 그것도 다 수행의 하나다. 문제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불자 임영선(58) 씨는 “수배자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경내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무슨 불편함이 있겠나.오히려 측은할 뿐”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더 나아가 “정부에서 범법자라고 하는데 사실 저 사람들이 뭘 잘못했나.”라고 반문한 뒤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으려 한 애국자들 아닌가.”라며 수배자들을 앞서 옹호하기도 했다.  그는 “자비를 배푸는 것이 불교다. 부처님 품에 들어온 사람들을 뿌리칠 수 없는 것 아닌가.”라며 수배자들을 받아들인 종단의 결정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임씨는 “오히려 수배자들을 추방하라고 조계사 주변에서 기자회견·집회를 하는 단체들이 더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신도들이 불편하지 않다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더 난리다. 불교의 교리에 대해 알기는 아는 사람들인지 의아할 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숨어지내기 힘들지? 우리도 힘들다”  3개월이 넘게 조계사 주변에서 진을 친 채 24시간 수배자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경찰들도 일상적인 분위기를 보였다. 오랜 감시에 지친 경찰들은 자신들의 자리에 간이의자를 놓고 앉아있었다. 평온해 보이면서도 지루한 듯한 인상이었다.  한 경찰은 “(조계사 감시는)맡은 임무의 일부”라며 “안에서 농성하는 사람들 만큼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경찰들도 힘들다는 점은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촛불 수배자’들이 끝이 보이지 않는 평행선 달리기를 계속하는 가운데 그들이 머물고 있는 조계사는 지금 ‘평온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촛불 수배자’들이 머무른지 100여일, 이미 그들은 조계사와 불가의 일부로 세상의 일을 멀찍이서 지켜보며 또다른 수행에 나선 듯 보였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 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런던 ‘탄소 파이낸스 2008’] 2012년 교토의정서 만료… 美·中·印 새체제 편입 관심

    [런던 ‘탄소 파이낸스 2008’] 2012년 교토의정서 만료… 美·中·印 새체제 편입 관심

    지난 8일부터 사흘간 런던에서 열린 ‘탄소 파이낸스 2008’은 기후변화 및 탄소시장과 관련한 글로벌 현안을 점검하고 2009년의 ‘어젠다’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탄소시장 전문가 47명이 주제발표를 하거나 토론에 나섰으며 전세계에서 240여명이 참석했다. 대부분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투자은행, 에너지 개발 및 컨설팅업체, 금융 컨설팅사, 환경 관련 업체, 대학 및 기업 연구원 등이었다. 이번 행사에서 부각됐던 탄소시장의 이슈들을 점검해본다. ●내년 코펜하겐서 새 기후변화협약 체제 결정 탄소시장 관계자들의 눈은 이미 내년 말로 예정된 코펜하겐 회의에 맞춰져 있다. 코펜하겐 회의에서는 2012년 시효가 끝나는 교토의정서 체제 이후의 국제 기후변화 대응체제가 결정된다. 미국과 중국, 인도를 어떤 식으로 2012이후의 체제로 편입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의 존 킬라니 지속개발체제프로그램 담당자는 “미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의 협상 타결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많은 아이디어들이 제시되고 있기 때문에 결과를 낙관한다.”고 말했다. 파리에 본부를 둔 종합화학업체 아르케마(AR KEMA)의 닉 캠벨 환경 담당 이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코펜하겐에서 기적같은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협상 당사자들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룩셈부르크에 자리잡은 기후변화 컨설팅업체 퍼스트클라이밋의 마틴 슐트 이사는 “2012년 이후 체제에 대한 불확실성이나 불안감은 대부분 해소됐다.”면서 “유럽 은행들은 이미 2012년 이후의 기후변화 시장에 대한 투자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탄소시장서 투기자본 빠져나가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 위기가 탄소 시장의 위축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줄곧 제기됐다. 스위스의 탄소자산관리업체인 사우스폴카본어셋매니지먼트의 크리스토프 서터 대표는 “글로벌 금융 위기 때문에 청정개발체제(CDM)프로젝트에 투입할 투자 자본을 조달하기가 빡빡해지고 있다.”고 말했다.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은 선진국이 개도국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개발해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는 제도를 말한다. 골드스탠더드재단의 마케팅 담당자인 자스민 하이만은 “금융 혼란 때문에 자발적 감축 시장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퍼스트클라이밋의 마틴 슐트 이사는 “금융혼란으로 기후변화 시장에서 ‘핫머니’ 등이 빠져 나갔다.”면서 “유동성이 줄긴 했지만 좋은 투자금과 나쁜 투자금을 분별하는 기회가 됐다.”고 진단했다. ●중국·인도 등 탄소시장 전망 여전히 밝아 CDM은 가장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UBS나 메릴린치를 비롯한 투자은행들은 물론 기후변화 컨설팅 업체들도 향후 CDM 사업의 전개방향에 큰 관심을 보였다. 행사 첫날 참석자들의 ‘브레인 스토밍’을 위해 8개의 소규모 라운드 테이블 회의가 열렸다. 그 가운데 ‘중국·인도의 CDM 시장’이란 주제의 라운드 테이블 회의에 가장 많은 참석자가 몰렸다. 회의 참석자들은 중국, 인도 두 정부의 정책적 일관성이나 CDM 프로젝트 가격 등을 주제로 의견을 교환했다. 회의를 주재한 세계적 회계법인 언스트&영의 파트너인 차이타니아 칼리아는 “현재까지 중국, 인도 시장에서 CDM 프로젝트들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둬 왔으며, 투자 전망도 밝다.”고 결론을 내렸다. ●美연방정부 온실가스 규제 움직임 지속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기후변화와 관련해 어떤 정책을 펼쳐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졌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에너지, 환경 전문 법률회사 반네스펠드먼의 카일 대니시 변호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연방 정부와 주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온실가스를 규제하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어느 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느냐에 관계없이 미국의 탄소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CDM 투자기회 아프리카·동남아로 확대 중국과 인도를 벗어나 새로운 지역에서 CDM 프로젝트 투자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엿보였다.TFS에너지의 루시 모티머는 “아프리카의 잠비아와 스와질란드, 캄보디아, 태국 등에서 새로운 CDM 사업이 개발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모티머는 “북한이나 이라크, 이란과 같은 곳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런던 이도운기자 dawn@seoul.co.kr
  • 日 아소 정권의 허찔린 대미외교

    |도쿄 박홍기특파원|아소 정권이 북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에 따른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납치문제의 마지막 ‘압박카드’를 잃었다는 점도 문제이지만 지정 해제 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 철저히 배제됐다는 사실에 더 큰 반발을 사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 야당 등에서는 아소 내각을 겨냥해 “일본 외교의 수치이자 실패”,“일본의 경시” 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자민당 안에서도 불만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때문에 대미 외교를 중시하는 아소 정권은 새로운 악재에 직면한 형국이다. 아소 다로 총리는 12일 지정 해제와 관련,“핵문제가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지정해제)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다.”며 미국의 결단에 이해를 표시했다. 또 납치문제의 영향에 대해 “전혀 없다. 수단을 잃은 것이 아니다. 미국의 협력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소 총리의 설명은 여론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만큼 설득력을 갖추기에는 부족하다.특히 곤혹스런 부분이 미국의 지정 해제에 대한 통보 시점이다. 토머스 시퍼 주일 대사가 일본 외무성에 해제 사실을 알린 시간은 11일 밤 8시다. 미국의 공식 발표 4시간 전이다.조지 부시 대통령과 아소 총리의 통화는 발표 30분 전인 11시30분쯤이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지정 해제 문서에 서명한 뒤 3시간이 지나서다.심지어 나카소네 히로부미 외무상은 10일 밤 라이스 장관과 통화한 뒤 “이번 주말에 해제가 결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던 터다. 결과적으로 지정 해제를 둘러싼 미국과 일본의 사전 협의나 교감은 없었다. 미국의 일방적인 통보만 있었던 셈이다.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간사장은 “일본 외교의 커다란 수치다. 중대한 사안을 막판까지 알지 못했다.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자주 총리가 바뀌니까 미국도 누구를 믿어야 될지 모르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이어 “납치문제를 미국에 의존하려고 한 자체가 잘못이다. 북·일간에 좀더 확실하게 교섭을 해야 한다.”며 미국에 대한 불신감도 드러냈다. 간 나오토 민주당 대표대행도 “일본은 모기장의 바깥에 있는 것처럼 내부 사정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일본의 소외론을 제기했다. 나카가와 쇼이치 재무금융담당상은 “동맹국인 일본과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고 한 것이냐.”고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이시하라 노부테루 자민당 간사장 대리 역시 “당돌한 일이다. 혼란스런 틈을 타서 한 것 아니냐.”며 미국에 불쾌감을 나타냈다.hkpark@seoul.co.kr
  • [Best CEO 열전] (8) 최승철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

    [Best CEO 열전] (8) 최승철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

    “최고경영자(CEO)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 무엇입니까.” “마음을 얻는 겁니다.” “누구 마음 말입니까.” “부하직원이지요.” 9일 서울 중구 을지로6가 두산타워 26층 집무실에서 만난 최승철(61) 두산인프라코어 대표이사 부회장은 말을 길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농담과 함께 툭툭 던지는 말 속에 40년 직장생활 저력이 묻어났다. 그 중 10년은 CEO였다. 오너든 전문경영인이든 해외유학파가 유난히 많은 두산그룹에서 어떻게 유학 한번 가보지 않은 그가 토종 1호 CEO가 되었는지, 소비재에서 중공업으로 그룹이 완전히 바뀌는 소용돌이 속에 어떻게 순수 두산 출신이 아니면서 최고참 CEO로 굳건히 뿌리내렸는지 궁금증이 더 커졌다. ●CEO는 부하직원 마음 얻을 줄 알아야 조급함을 누르고 다시 물었다. “부하직원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자주 만나고 술도 같이 마시고 얘기를 많이 들어줘야지요.” 그는 말술이다. 폭탄주보다는 소주를 그냥 단숨에 들이키는 것을 좋아한다. 공장장 시절에도, 부회장이 된 지금도 임직원과의 ‘스킨십’을 중시한다. 두산메카텍(옛 두산기계)에서 2005년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의 일이다. 직원들과 활쏘기 체험에 나섰다. 뒤풀이 자리에서 잔이 몇 차례 돌자 한 직원이 “사장님처럼 CEO 자리에 오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에 폭소가 터졌다. 그의 ‘비법’은 “상사 말 잘 듣고 열심히 하라.”는 것이었다. “돈과 명예를 좇는 사람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자신이 정한 목표를 성취하고 스스로 발전한다면 그런 건 저절로 따라오게 돼 있다. 상사의 경험을 존중하고 따르는 원만한 성격도 중요한 덕목이다.” ●부장 승진 탈락하고 독심 품어 그는 “입사하자마자 사장되겠다고 설 치는 놈치고 별 볼일 있는 사람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업무 바쁜데 CEO 꿈꿀 틈이 어디 있나. 그런 꿈은 나중에 특별한 계기가 생기거나 독한 마음을 품었을 때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다.” 그가 독심을 품은 것은 1985년이다. 그해 부장 승진 인사에서 떨어지고서였다. 하지만 4년 뒤 임원 승진인사때 한 해 앞서 부장 승진한 동기들과 나란히 ‘별’(이사대우)을 달았고, 이후부터는 승승장구였다.1998년에는 첫 BG(비즈니스그룹)장이 됐다. 두산의 BG장은 개별 회사의 CEO나 마찬가지다. 인생의 위기는 크게 네 번 있었다. 그 중 하나가 1991년 3월 페놀사태(두산전자 구미공장에서 유출된 페놀이 낙동강으로 흘러든 사건)다. 그룹 존폐마저 위협받자 대구가 지역기반-그는 경북 영천에서 나고 자라 경북고를 나왔다-인 그가 특급소방수로 급파됐다. 사고 발생 한 달 만에 구미공장장으로 부임한 것이다. 그는 “마누라 말안듣고 갔다가 정말 고생 했다.”며 웃었다.“그래도 여러 직장을 다닌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기계는 좋은놈 멋진놈”…기계 예찬론자 대학(서울대 기계공학과)에서 기계를 전공한 그는 “자동차가 더 멋있어 보여” 1970년 1월 신진자동차에 입사했다.2년 만에 그만두고 군대를 갔다가 이번에는 대한전선에 취직했다.“열받아서 또 중도작파하고” 잠시 알루미늄을 팔다가(선학알미늄 생산영업부장) 1977년 7월 두산(두산기계 과장서리)과 첫 인연을 맺었다.2년 4개월 두산전자 구미공장장 한 것을 빼고는 줄곧 두산기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건설기계산업협회장, 기계산업진흥회 부회장 등 직함도 온통 기계 관련이다. 그런 그를 두산맨들은 ‘국가대표 기계쟁이’라고 부른다. “기계라는 놈은 참으로 정직하고 확실하다. 주변 스펙만 정확하게 맞춰주면 백개 천개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기계는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멋진 녀석이다.” 그의 ‘기계 예찬론’이다. 하지만 그가 기계만 알았다면 테크니션(기술자)에 그쳤을 것이다.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상태였던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해 두산인프라코어로 이름을 바꾸고는 첫 장수로 그를 지목했다. 계열사의 한 사장은 “만성적자였던 두산기계의 살림살이를 크게 개선한 대목을 회장께서 눈여겨보신 것 같다.”고 풀이했다. 회장의 눈은 정확했다. 그는 취임 2년 만에 회사 매출을 두 배(2조 8000억원→4조 2000억원) 늘리며 같은 업종 중 세계 7위 기업으로 키워냈다. CEO로서 가장 힘들었던 결정을 물어보았다. 내심 사상 최대 규모(49억달러)였던 미국 밥캣 인수를 예상했지만 의외로 “사람”이란 대답이 돌아왔다.“사람을 자른다는 것, 사람을 쓴다는 것,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주말이면 꼭 서울 명동성당을 찾는 독실한 가톨린 신자다. 별명은 고래고기. 친구인 이재규 전 대구대 총장이 그의 세례명(그레고리오)을 익살스럽게 바꿔 부른 애칭이다. 글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중고차 판매 ‘급제동’

    아이를 낳고 직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하게 된 김현정(29·인천)씨는 올해 하반기 중고차를 한 대 마련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내년 초쯤 다시 차를 살지 결정할 생각이다. 김씨는 9일 “내년에 전셋값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펀드로 들어둔 돈도 불안해 목돈을 쓰기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신차 판매도 줄고 있는 상황에서 중고차 매매가 줄고 있다. 경기침체와 무관치 않다. 국토해양부는 9일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중고차 거래량은 138만 254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소폭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38만 6623대가 거래됐다. 중고차 거래량은 2003년 이후 한 차례 조정을 겪은 뒤 2004년부터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여왔다.5년만에 중고차 매매량이 줄어든 셈이다. 중고차 매매는 특히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눈에 띄게 줄고 있다.1월부터 5월까지 날수가 적은 2월을 제외하고는 15만대를 넘던 매매 대수가 6월에는 14만 8396대로 떨어졌다.7월에는 15만 8727대로 회복 기미를 보였지만,8월에는 13만 3513대로 뚝 떨어졌다. 휴가철의 영향과 경기침체의 영향을 동시에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최도균 서울중고차매매조합 차장은 “GM대우의 마티즈나 기아차의 모닝과 같은 경차가 아니면 중고차 거래가 잘 성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인재의 용광로 홍콩 디스커버리 베이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인재의 용광로 홍콩 디스커버리 베이

    아일랜드는 대대적인 외국 자본 유치로 20년 만에 유럽의 경제강자로 떠오른 대표적인 나라다. 외국인에 대해 차별없는 사회적 여건을 만들어주면 글로벌 인재들의 능력과 자본을 사회 발전의 밑거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외국인이 가장 살기 좋은 지역으로 손꼽는 홍콩 디스커버리 베이 주거단지와 전세계 화교 자본을 이끄는 차이나타운의 사례를 통해 한국의 사회적 개방성 확대 전략을 살펴봤다. |홍콩 박홍환특파원|중국의 건국기념일(국경절)인 지난 1일 오후, 홍콩 첵랍콕국제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20여분이 지나자 고급 리조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주택단지가 나타났다. 홍콩에서 공기와 경치가 가장 좋다는 란타우섬의 동쪽 연안에 자리잡은 ‘디스커버리 베이’(愉景灣). 뒤로는 커다란 산이 병풍처럼 막아서 있고, 앞에는 탁트인 바다가 펼쳐진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입지다. 산기슭에 세워진 30여층의 고층 아파트군이 잇따라 보이더니 해변가에는 단독 호화빌라가 죽 늘어서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노선버스와 작업용 차량 외에는 지나다니는 택시나 자가용이 없다. 골프카트만 오갈 뿐 주차장에도 차량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주민 2만여명 중 절반이 30개국서 온 외국인 버스 종점인 광장에 내려서자 더욱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파란 눈의 백인부터 갈색 피부의 동양인, 아프리카 어디 쯤에서 온 듯한 흑인까지 마치 인종전시장을 연상시키듯 온갖 사람들이 오간다. 편한 차림새로 장바구니를 들거나 아이들 또는 애완견들과 동행한 것을 보면 주민들인 듯싶다. 관리사무소 직원의 설명으로는 전체 주민 2만여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30여개국에서 온 외국인이라고 한다. 우리 동포도 100여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다.150여년 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아 홍콩 어디서든 외국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이곳은 유난히 밀도가 높은 편이다. 주택 가격도 홍콩섬의 중심지인 센트럴(中環) 주변지역 못잖게 비싸다. 평당 3000만∼4000만원대를 호가한다. 차량 소유가 금지돼 있어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외국인들은 무슨 이유로 홍콩, 아니 디스커버리 베이에 거액을 투자하면서 터를 잡게 되었을까. 이곳 주민들의 상당수는 센트럴 지역으로 출근한다.20∼30분 간격으로 하루종일 운행하는 페리를 이용하면 30분안에 센트럴 부두에 닿고, 넉넉하게 1시간이면 사무실 책상에 앉을 수 있다. AIG홍콩법인에 근무한다는 영국인 제임스 콘라드(45)는 “자연친화적이고, 모든 생활방편이 갖춰져 있는 데다 인종차별도 없고, 훌륭한 국제학교까지 있어 불편이 없다.”고 이곳 생활에 만족해했다. 법률자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미국인 홀리 사이먼(53)도 “비록 차가 없지만 홍콩 어디든 1시간이면 갈 수 있다.”면서 “현지근무 경험을 토대로 5년 전 아예 홍콩에 정착했고, 이곳을 주거지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디스커버리 베이는 홍콩으로 돌아오는 외국인들의 ‘이상향’이 된 듯했다. 1997년 홍콩의 중국반환을 전후해 불안한 마음에 떠났던 외국인들이 잇따라 돌아오고 있다. 반환 이후 오히려 중국과의 거래에서 오는 혜택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특히 2004년 중국 정부가 홍콩·마카오와 맺은 경제협력강화약정(CEPA·Closer Economic Partnership Arrangement)은 촉진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홍콩이나 마카오 기업의 ‘본토’에 대한 수출 및 용역제공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줌으로써 세계 최대의 시장인 중국을 유리하게 공략할 수 있게 됐다. 외국기업이라도 유령회사만 아니면 혜택이 주어진다. 집 또는 채권을 사거나 기업을 세우는 데 650만홍콩달러(약 10억원)만 투자하면 취업이나 자녀진학 등을 보장하는 투자이민제도도 외국인들을 끌어들이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캐나다나 호주 등과는 달리 거주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10억원 투자하면 취업 등 보장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노르웨이, 스위스, 독일, 한국 등 세계 각국의 국제학교 60여개가 운영되고 있는 점도 외국인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국제학교에서는 영어와 푸퉁화(표준 중국어)의 이중언어 교육이 이뤄진다. 게다가 홍콩 정부가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과 협약을 맺어 우리 돈 50만원 정도면 가정부 등 ‘헬퍼’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등 여성 고급인력이 홀가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오랫동안 외국인들과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진 인종편견도 전세계인들의 홍콩행 발걸음을 재촉한다.‘외국인 100만명 시대’이지만 투자자나 고급인력이 아닌 3D업종에서 일하는 불법체류자가 상당수인 우리 현실과 비교해볼 만한 대목이다. 홍콩 아이리걸캐피털 대표 안연재(44)씨는 “홍콩은 모든 게 경제원리로 결정되는 데다 시스템이 투명하고, 언어까지 통하니 사업하기 최적의 입지를 갖춘 셈”이라면서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을 선택하게 하는 매력, 다시 말해 시스템이나 마인드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콩총영사관의 조원형 공보관도 “외국인 입장에서 불편없이 살 수 있는 것이 홍콩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밝혔다. stinger@seoul.co.kr ■ 한국사회 개방성 높이려면 - 단일민족 ‘텃세문화’ 벗어나야 국내 체류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어섰지만 ‘단일민족’임을 내세워 여전히 외국인에게 유·무형의 차별을 가하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지난해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가 ‘한국 사회도 다인종적 성격을 인정하고 사회·문화·교육 분야에서 이에 걸맞은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21세기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려면 무엇보다 우수 외국인 인력의 국내 정착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텃세문화’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국내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 대학 총장’으로 관심을 모았던 로버트 러플린 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2004년 취임 뒤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2년 만에 불명예 퇴진했던 것도 세계화의 거센 조류에도 변하지 않는 우리의 배타성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세계를 무대로 뛰는 국내 글로벌 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외국인 임원을 10명 이상 고용한 곳이 전무하다. 명목상 1∼2명 일하거나 아예 한국인 만으로 이사회를 꾸리고 있다. 어렵게 유치한 외국인들마저 자녀교육, 언어불편 등 인프라부족을 이유로 계약만료와 동시에 한국을 떠나는 사례가 태반이다.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은 “한국 사회가 아직은 외국인 인재들에게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고액 연봉에 대한 정서적 반감, 국적법을 비롯한 갖가지 규제로 인해 외국인 유치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에미레이트 항공 성공비법 - 다문화 직원들 함께 숙식 차별 없는 기업문화 지향 두바이로 가는 에미레이트항공 비행기에서 만난 한국인 여승무원 A씨는 자신이 일하는 항공사 자랑에 여념이 없다.“항공사 직원이 대부분 외국인이다보니 오히려 인종차별이 없다.”면서 “윗사람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일하고 쉴 수 있는 것도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한국인 승무원 B씨는 “이 항공사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직원들로 ‘인종의 용광로’를 방불케 한다.”면서 “우리가 두바이 정도로 개방적이었더라면 벌써 세계 최고 국가가 되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글로벌 인재들이 모여드는 ‘인재 허브’ 두바이에 자리잡은 에미레이트 항공사는 인종융합 정책을 통해 성공한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이 항공사는 서울 인구의 10분의 1에 불과한 100만명 남짓의 도시국가 두바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 61개국 101개 도시에 취항하며 승객수 2120만명, 매출 108억달러(2007∼2008 회계년도 기준)를 달성해 세계 10위권 항공사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순익률 세계 항공업계 3위의 ‘알짜경영’으로도 유명하다. 에미레이트 항공사가 인구 기반이 취약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전 세계 출신 직원을 차별없이 대하는 융합정책 덕분이었다. 현재 1만여 직원의 대부분은 두바이 출신이 아닌 100여개국에서 온 외국인들이다. 한국인도 620여명(2008년 10월 기준)으로 호주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숫자를 차지한다. 에미레이트 항공사는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직원간 ‘팀워크’를 무엇보다 중시한다.100여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한데 섞어 회사에서 제공하는 숙소에서 어울려 지내도록 하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는 인종차별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다. 때문에 이곳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덕목은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오픈 마인드’(open mind)이다. 에미레이트 항공사 홍보담당 정경륜 대리는 “매년 20% 넘게 성장을 거듭하면서도 큰 문제 없이 회사가 운영돼온 것은 직원들간 유연함을 강조하는 평등지향적 문화 덕분”이라며 “한국 여성들이 에미레이트 항공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도 바로 이런 회사의 정책에 부합하는 자세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휘청대는 세계금융]전문가들 위기극복 제언

    글로벌 신용경색 여파가 국내 실물경제 타격으로 전이되면서 개인과 기업들도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대출 금리가 치솟으면서 가계의 지갑은 갈수록 가벼워지고 있으며, 환율 급등으로 환 헤지를 잘못한 기업들은 큰 손실을 보고 있다. ●개인, 안전자산에 눈 돌려야 전문가들은 개인의 경우 빚부터 갚되 여유가 되면 안전자산에 눈을 돌릴 것을 조언한다. 하나금융연구소 김완중 연구위원은 “금융권 대출 등을 최대한 빨리 상환하는 것이 고금리 상황에서 최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재테크 전략”이라면서 “대출이 없거나 규모가 크지 않다면 현금성 자산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감내하기 힘든 고금리 대출이라면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이 덜한 고정금리형 상품 등으로 갈아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유동성 자산 확보 전략도 중요하다.KB국민은행연구소 손준호 실장은 “현 상항에서 가계나 개인은 채권에 눈을 돌리는 게 가장 안전한 투자가 될 것”이라면서 “최근 회사채와 국채의 수익률이 상당히 좋아져 투자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통상 신용경색 국면에서는 금리가 떨어져야 하는데 지금은 많이 오르고 있어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도 “최근 7.5∼8%대 고금리의 국고채나 은행·금융채, 특판 상품 등으로 가용 자금을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산을 몇몇 금융기관에 분산 예치하는 전략도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주식과 부동산 투자는 신중할 것을 주문한다. 손 실장은 “주식은 경기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미래 경기 국면을 예고해주는 경기동행지수가 플러스로 반전할 때까지 기다린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투자는 주택 경기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내년 하반기 이후 매입을 고려할 것을 조언했다. ●기업,‘맞춤형 전략´ 선택해야 전문가들은 기업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10년 전 외환위기 때는 대·중소기업, 수출·수입 기업 등 가릴 것 없이 어려움이 비슷했으나 지금은 같은 업종이라도 처한 어려움이 제각각이라 해법도 다르다는 것이다.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들은 환율 폭등으로 원가 상승 부담에 연일 ‘악’ 소리를 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종년 수석연구원은 “원자재값 인상분을 내수 및 수출 제품 가격에 얹기는 힘들기 때문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내핍 경영을 하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도 “금융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기업들은 예상되는 매출과 수익성 악화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소비자와 시장 변화를 빨리 읽고 그에 맞춰 경영 및 마케팅 전략을 짜는 기업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용등급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당장 금융기관 등 대출이 여의치 않아 자금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이겨내지 못해 ‘흑자 부도’에 직면하는 기업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오 상무는 “원가 절감을 통해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등 단기적인 재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92) 조선,항복하기로 결정하다

    [병자호란 다시 읽기] (92) 조선,항복하기로 결정하다

    1637년 1월22일 강화도가 함락되었지만, 남한산성의 조정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조정은 이 때 청군이 또 다른 조건으로 제시한 척화신(斥和臣)을 잡아 보내는 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었다. 적진에 당도하면 죽음을 당할 것이 불 보듯 뻔한데 어떤 기준으로 누구를 몇 명이나 묶어 보낼 것인가? 인조나 비변사 신료들에게나 그것은 인간으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 일(不忍之事)’이었다. 하지만 앞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청군은 연일 인조의 출성을 독촉해댔고, 산성을 지키는 병사들의 민심도 갈수록 흉흉해지고 있었다. 결국 최명길과 김류 등이 이 끔찍한 ‘불인지사’의 총대를 멨다. ●척화신들에게 자수를 권하다 1월22일, 김류와 이성구(李聖求), 최명길 등이 입시했다. 척화신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김류는 ‘척화신들의 논의가 과거에는 정론(正論)이었지만, 결국 나라를 그르친 죄를 범했으니 그들 스스로 적진으로 나갔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최명길은, 자신이 홍익한(洪翼漢)과 같은 집안이지만 종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그를 묶어보낼 수도 있다고 거들었다. 이성구 또한 ‘홍익한의 죄가 무겁다며 청군으로 하여금 처치하도록 하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인조는 너무 참혹한 일이라며 입장 결정을 유보했다. 삼사(三司)를 비롯하여 신료들로부터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인조와 대신들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이윽고 조정에서는 척화신들에게 자수하라고 촉구했다.‘불인지사’를 밀어붙이는 것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비롯된 고육책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할까? 척화신 박송(縛送) 문제로 조정이 뒤숭숭할 때, 산성을 지키는 군관들과 병사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았다.1월23일, 수원과 죽산(竹山) 출신의 초관(哨官) 수백 명이 행궁 앞으로 몰려와 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척화신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그들은 체찰부(體察府)로 몰려가 칼자루를 만지작거리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겁에 질린 체찰사 김류는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며 속히 해산하라고 종용했다. 나만갑은 ‘병자록’에서, 이 날의 시위는 하급 지휘관들의 본심이 아니라 고위 무장들의 사주에 따른 것이었다고 적었다. 어쨌든 산성의 분위기는 내부 분열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척화신들을 내 놓으라.’는 시위가 위력을 발휘했던 것일까? 이 날 조정은 청군 진영에 보낸 국서에서 척화신의 ‘처리’에 동의한다는 내용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국서에서 척화신으로 확실하게 언급된 인물은 홍익한이었다. 그는 당시 평양서윤(平壤庶尹)으로 재직하고 있어서 산성에는 없었다. 국서에서는 ‘홍익한이 당초 가장 열렬히 척화를 주장했기에 평양을 맡김으로써 그로 하여금 대국 군대의 예봉을 스스로 감당하도록 했습니다. 만약 사로잡히지 않았다면, 청군이 철군하는 날 평양 부근에서 그를 체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사실상 홍익한을 잡아 가라는 내용이었다. ●청군의 양동작전과 최후 통첩 1월23일, 청군은 양동작전을 펼쳤다. 조선이 척화신들을 묶어 보내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남한산성에 대해 최후의 공세를 시작했다. 인조의 출성을 이끌어 내기 위한 의도가 짙게 배어 있었다. 이 날 자정 무렵, 청군은 먼저 서문 방향으로 공격해 왔다. 그들은 운제(雲梯-성을 공격하는데 사용하는 사다리)를 이용하여 성을 넘으려고 시도했다. 당시 서문 방면의 조선군은 대부분 잠들어 있었다. 청군을 발견한 수어사(守禦使) 이시백(李時白)의 군관이 병사들을 깨웠다. 병사들은 올라오는 청군을 돌로 내려치고, 화포를 이용하여 공격했다. 새벽 두 시 무렵에는 망월대(望月臺) 쪽으로 몰려오는 청군을 신경진(申景 ) 휘하의 병력들이 물리쳤다. 서문과 망월성을 공격하다가 적지 않은 수의 청군이 죽었다. 1월24일에도 청군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구굉(具宏)이 지키고 있는 남성(南城)을 공격해 오자 아군이 조총을 쏘아 물리쳤다. 남성에서 물러난 청군은 망월봉(望月峯) 아래 홍이포를 설치해 놓고 산성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포격은 하루종일 계속되었다. 포탄은 행궁(行宮)까지 날아와 천장을 뚫고 바닥으로 깊이 처박힐 정도로 대단한 위력을 보였다. 행궁뿐 아니라 성첩의 많은 부분이 포탄에 맞아 허물어졌다. 산성 안 사람들은 겁에 질려 우왕좌왕했다. 1월25일, 청군은 사람을 서문으로 보내 사신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이덕형(李德泂)과 최명길 등이 청 진영으로 가자 용골대와 마부대는 협박을 늘어 놓았다.‘황제가 내일 귀국하실 것이니 국왕이 출성하지 않는다면 사신은 다시 오지 말라.’며 그 동안 받았던 국서를 모두 돌려 주었다. 사실상의 최후통첩이었다. 최명길 등은 변변하게 이야기를 꺼내 보지도 못한 채 돌아왔다. 최명길 등이 돌아온 뒤, 포격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 무렵 청군은 한편으로는 포격을 통해 산성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 넣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강화도에서 사로잡은 조선인 포로 몇 명을 다그쳐 산성 쪽으로 급히 이동시키고 있었다. 강화도가 함락되었다는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인조를 끌어 내려는 작전이었다. 이 같은 와중에 산성에서는 더욱 절망적인 상황이 빚어지고 있었다.1월26일, 이번에는 훈련도감과 어영청(御營廳)의 장졸들이 행궁으로 몰려와 무력시위를 벌였다. 역시 척화신들을 붙잡아 청군 진영으로 보내라는 요구가 터져 나왔다.‘인조실록’에 따르면 그들을 배후에서 사주한 주체도 신경진, 구굉, 홍진도(洪振道) 등 고위 무장들이었다. 시위를 벌이는 병사들은 해산하라는 명령에도 따르지 않았다. 승지 이행원(李行遠)이 나서 나무라자 군사들은 눈을 부릅뜨며 ‘승지를 모시고 가면 적을 쳐부술 수 있을 것’이라며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김류는 ‘그들은 부모와 처자가 살육당했기 때문에 화친을 배척한 사람을 원수처럼 여긴다.’고 나름대로 진단했다. 군사들이 난을 일으킬 기미까지 보이자 인조는 다급해졌다. 인조는 세자를 청군 진영에 보내겠다며 사신을 보내 통고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세자의 출성을 통해 수습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었다. ●‘강화도 함락’을 통고받다 이 날 저녁 최명길, 김신국, 홍서봉 등이 청군 진영으로 갔다. 왕세자가 출성한다는 사실을 통고하기 위해서였다. 청군 지휘관들은 ‘국왕이 직접 나오지 않는 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여전히 선을 그었다. 이윽고 용골대 등은 최명길 일행에게 충격적인 내용을 통고했다. 그들은 강화도에서 급히 데려온 종실 진원군(珍原君)과 내관 나업(羅業)을 보여 주면서 강화도를 함락시켰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그들이 들고 온 봉림대군의 친필 편지와 윤방(尹昉)의 장계도 전해 주었다. ‘강화도 함락’ 소문이 전해지자 남한산성은 충격에 빠졌다. 인조를 알현한 자리에서 최명길은 봉림대군의 편지와 윤방의 장계가 위조되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인조는 편지가 봉림대군이 쓴 것이 틀림없다고 했다. 분위기는 한 순간에 바뀌었다. 홍서봉, 김류, 이홍주, 최명길 등은 모두 인조의 ‘결단’을 촉구했다.‘신하된 자로서 감히 말할 수는 없지만, 머뭇거리면 더욱 기고만장해진 저들에게 화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인조는 차라리 자결하고 싶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왕실의 가족들까지 모두 인질로 잡혀 버린 상황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 무기력함의 표현이었다. 이 무렵 구원군이 끊어진 것은 물론, 들려오는 것은 온통 우울한 소식뿐이었다. 당시 청군의 일부 부대는 이미 경기도를 넘어 충청도 일원까지 남하해 있는 상황이었다. 그들은 공주의 공산성(公山城)을 비롯하여 목천(木川), 청주 등지까지 출몰하여 겁략을 자행했다. 전라감사 이시방(李時昉)은 청주에 있다가 청군의 습격을 받아 옥천으로 피신해야 했다. 인조와 조정의 입장에서는 사방을 둘러보아도 온통 캄캄할 뿐이었다.‘강화도 함락’은 절망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인조의 면전에서 물러난 최명길 등은 국서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인조의 출성을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이었다. 강화도가 무너졌다는 소식이 남한산성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서울신문·서울시의회 공동 9月 의정모니터 ]“자치구별 자전거 지도 제작을”

    [서울신문·서울시의회 공동 9月 의정모니터 ]“자치구별 자전거 지도 제작을”

    서울신문과 서울시의회가 함께 하는 9월 의정모니터에 알차고 다양한 제안이 쏟아졌다. ●불법취사 등산객 단속 요구 야외활동이 많은 가을이라 자전거, 산행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 잇따랐다.‘관악산 등산로에 표지판이 적어 산행에 어려움이 있다.’‘산에서 불법취사행위와 영업행위를 단속해야 한다.’는 의견뿐 아니라 ‘자치구별 자전거 지도 제작’‘자전거 도로 색상 통일’ 등 자전거 관련 제안도 많았다. 9월 한달 동안 모두 87건의 의견이 제안됐다.3차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우수 의견 17건을 선정했다. 친환경, 고유가, 건강 등 3박자를 모두 갖추고 있는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이번 달에는 자전거에 대한 제안이 많았다. 류영임(40·은평구 불광2동)씨는 “자치구별로 자전거도로가 인도와 차도 중간, 오른쪽, 왼쪽 등 위치가 다르다.”면서 “때문에 보행자와 잦은 마찰이 생긴다.”고 꼬집었다. 그는 자전거도로 위치를 통일하고 바닥에 색깔을 입히자고 제안했다. 류씨는 “밤에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형광색을 써서 인도와 확실히 구분하자.”면서 “자전거 이용자가 늘어 친환경 서울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치구별 자전거도로 지도를 만들자는 제안도 눈에 띄었다. 한수선(41·구로구 구로5동)씨는 “자치구에 자전거도로가 많이 생겼지만 정작 주민들은 자세히 알 수 없다.”면서 “온라인 자전거 지도를 만들어 자치구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자전거 이용 활성화와 에너지 절약 등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밖에 우수의견으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유료 자전거거치대를 만들고 T머니나 휴대전화로 결제할 수 있는 광역단위 통합관리 시스템을 만들자는 유경선(47·중랑구 망우동)씨, 무인자전거 확대와 요금결제·대여·반납을 어디서나 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 구축을 주장한 최정희(34·구로구 개봉동)씨 의견도 눈길을 끌었다. 등산로 정비에 대한 제안도 많았다. 정둘선(50·강동구 둔촌동)씨는 “강동구 일자산 정상에 불법 취사와 영업행위가 성행하고 있다.”며 “보기에도 좋지 않지만 산불 등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계공무원들의 강력한 단속을 요구했다. 관악산 등산로 정비에 대한 제안도 있었다. 강정화(43·강서구 화곡5동)씨는 “서울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산 중 하나인 관악산에 이정표가 별로 없어 길을 잃기 쉽다.”면서 “갈림길마다 이정표와 안내도를 설치해 누구나 쉽게 산행을 즐길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교통카드 소액충전 의견도 이 외에도 남대문시장 내 안내데스크와 시장 안내도 등을 설치하자는 하중호(60·서초구 반포동)씨, 천원 단위 등 소액으로 교통카드를 충전할 수 있게 시스템을 바꿔달라고 제안한 박정옥(48·노원구 상계동)씨, 편리한 카드결제택시의 안내표시를 크게 만들자는 이은옥(37·강서구 화곡동)씨, 버스·지하철 등 모든 교통수단을 일정 기간 동안 횟수에 관계없이 쓸 수 있는 ‘통합 교통카드’를 만들자고 제안한 양경우(24·양천구 목4동)씨의 제안도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이렇게 바꿨어요 서울시와 산하 기관은 8월에 제시된 의정모니터에 대해 대부분 시정에 반영하겠다고 화답했다. 시는 맨홀정비와 안전한 위치로 변경에 대해선 25개 자치구에 현황 파악을 지시했고, 지적받은 은평구 불광동의 맨홀뚜껑은 먼저 조치했다고 답했다. 해외 사례처럼 ‘서울문화의 밤’을 24시간 동안 운영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내년 ‘서울의 밤’행사 때 의견을 참고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민속박물관 화장실에 선반을 만들자는 의견을 받아들여 지난달 화장실 선반공사를 완료했다. 지하철 역사에 멋진 래핑광고로 화려함과 광고수입을 챙기자는 의견에 대해 도시철도공사는 광고대행업체를 선정, 부가 수익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환승통로에 래핑광고를 유치하기로 결정했다. 또 지하철역사에 전광판을 설치, 운행정보를 표시하자는 의견은 이미 진행 중인 스마트 몰사업이 마무리되면 환승통로, 대합실, 게이트 등에 대형모니터를 설치해 열차운행정보 등 다양한 내용을 알려 줄 예정이라고 했다.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9) 봄꽃놀이와 단풍놀이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9) 봄꽃놀이와 단풍놀이

    계절이 바뀌면 어떤 일이 가장 먼저 하고 싶은가? 가을이 되었다 하면 변한 계절을 확인하고 싶다. 일상을 벗어나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고 싶은 법이다. 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일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동일하게 반복되는 일상을 저만치 두고 빠져나오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평소 보지 못한 풍경을 보고 감탄하면서 일상의 괴로움을 잠시나마 잊으려 한다. 이건 지금이나 옛날이나 다를 바 없다. 이제 신윤복의 ‘젊은이들의 봄꽃놀이’(그림1)를 보자. 그림 왼쪽 위의 바위에 진달래가 피었다. 봄인 것이다. 그림의 상단부에는 젊은 청년 둘이 좌우로 배치되어 있고, 중간에 말을 탄 젊은 아가씨가 둘이 있다. 하단부에는 젊은 아가씨가 말을 타고 오고 있다. 봄바람에 장옷이 나부낀다. 뒤에는 역시 잘생긴 청년이 바람을 맞으며 따르고 있다. 남자는 이들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하단부의 말은 아직 어린 티가 물씬 나는 사내아이가 말을 끌고 있고, 상단부의 왼쪽 끝에는 채찍을 든 말구종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따르고 있다. ●기생에게 꽃 꺾어주고 담뱃불 붙여주고 상단부의 젊은이 둘과 하단부의 젊은이들이 서로 만나기로 한 사이인지는 알 길이 없다. 진달래가 피는 봄이 되니, 마음이 울렁거려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평소 알고 지내는 기생들과 약속을 하여 야외로 나온 것이다. 야외에 나와 보니 진달래는 피어 있고, 아가씨는 한없이 어여쁘다. 진달래 핀 언덕을 지나니, 아가씨들이 꽃을 꺾어 달란다. 그래서 꺾어 아가씨 머리 위에 꽂아 주었다. 앞에 선 아가씨가 담배를 피우자, 뒤의 아가씨도 자기 짝에게 담배를 달란다. 그래서 뒤의 젊은이는 담뱃불을 붙여 건넨다. 기생에게 담뱃불을 붙여 주다니,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하지만 청춘 남녀가 좋아하면 모든 사회적 금제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시대를 초월해서 꼭 같은 법이다. 앞의 젊은이는 또 어떤가? 이 젊은이가 쓰고 있는 모자를 유심히 보라. 이건 벙거지다. 원래 벙거지는 하인배들이나 쓰는 물건이다. 그림의 오른쪽을 보면, 맨상투 바람의 얼굴이 시커먼 시무룩한 표정의 사내가 따라오고 있는데, 이 사내가 원래 말을 끌고 다니는 말구종이다. 봄날 주인 양반이 아가씨를 태우고 봄놀이를 나와 흥이 오른 끝에 이렇게 말한다.“이봐, 오늘은 내가 말구종을 할 터이니, 너는 뒤에 그냥 따라만 오면 되겠어.” 그러고는 말구종의 벙거지를 낚아채고 자기 갓을 넘겨준다. 말구종 주제에 어떻게 양반의 큰 갓을 쓰겠는가? 그러니 손에 들고 따를 수밖에. 갓은 처치 곤란이고, 말을 끄는 일은 양반이 대신하고 있고,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다. 얼굴이 시커먼 것은 원래 말구종 노릇 하느라고 햇볕에 그을려 그런 것이지만, 시무룩한 것은 난처한 처지 때문이다. 어쨌거나 젊은이들의 봄날 유쾌한 정취를 절묘하게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그림(2) 역시 신윤복의 ‘단풍놀이’다. 이 그림은 가을의 단풍놀이를 그린 것이다. 어떻게 아느냐고? 뒤쪽 가마꾼의 뒷덜미에 단풍잎이 꽂혀 있지 않은가? 바람에 흔들리는 갓을 잡고 있는, 잘생긴 젊은 남자는 돈깨나 있는 양반집 자제임이 분명하다. 바람이 선뜻 불어와 옷깃이 휘날리는데, 속을 보니 누비배자를 입고 있다. 여자는 여염집의 규수가 아니라, 기생이나 첩이다. 아니면 남편 앞에 담뱃대를 물 수가 없다. 또 여자가 타고 있는 것을 가마바탕이라 하는데, 이것은 기생과 같은 천한 여자의 나들이용이다. 뚜껑이 있는 가마, 즉 유옥교는 양반의 부녀자만 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덧붙여 말하자면, 가마꾼들의 어깨를 유심히 보면 끈이 보일 것이다. 이렇게 끈을 묶어 어깨에 메고 이 끈으로 가마의 무게를 받는다. 손에는 무게를 받지 않는다. 뒤 가마꾼이 두 손을 놓고 있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서울 시전(市廛)에는 이런 가마바탕이나 가마를 빌려주는 가게가 있었고, 가마꾼도 살 수 있었다. 지금으로 치면 택시인 셈이다. 이 그림들은 대개 서울의 유산풍속을 그린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의 서울은 공해에 찌들고 콘크리트에 덮인, 자연이라고는 거의 찾을 수 없는 도시가 되었지만, 신윤복이 살던 그 시대는 자연이 그대로 살아 있는 도시였다. 인구도 적었다. 지금 서울 인구는 1000만명을 넘지만, 조선시대 서울은 인구 20만명 내외의 작고 아담한 도시였다. 인왕산 낙산 남산과 곳곳의 숲이 어우러진 도시였다. 어디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 찾아가 놀 수 있는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조선전기 성종 때의 관료였던 성현(成俔)의 말을 들어보자. 서울 성중에 아름다운 경치가 적기는 하지만, 그중 놀 만한 곳은 삼청동이 가장 좋고, 인왕동이 그 다음이며, 쌍계동(雙溪洞)·백운동(白雲洞)·청학동(靑鶴洞)이 그 다음이다. 그러고는 다시 동네를 하나하나 소개하는데 다 들을 것은 없고 삼청동만 들어보자. 삼청동은 소격서 동쪽에 있다. 계림제에서 북쪽은 맑은 샘물이 어지러이 서 있는 소나무 사이에서 쏟아져 나온다. 물줄기를 따라 올라가면 산은 높고 나무들은 조밀한데, 깊숙한 바위 골짜기를 몇 리 못 가서 바위가 끊어지고 낭떠러지를 이룬다. 그 밑은 물이 괴어 깊은 웅덩이를 이루고, 그 언저리는 평평하고 넓어서 수십 명이 앉을 만한데, 키 큰 소나무가 엉기어 그늘을 이룬다. 그 위의 바위를 에워싸고 있는 것은 모두 두견과 단풍잎이니 봄과 가을에는 붉은 그림자가 비쳐 벼슬아치들이 많이 와서 논다. 그 위로 몇 보를 가면 넓은 굴이 있다. ●서울 성중에 삼청동이 가장 놀기 좋은곳 어떤가. 삼청동만 들었지만, 이런 장소는 곳곳에 있었다. 성현은 도성 밖의 아름다운 산수로 장의사 앞 시내, 홍제원 일대, 모화관 일대, 남산 앞쪽의 이태원 들판, 서쪽의 진관·중흥·서산의 골짜기, 그리고 북쪽의 청량·속개 등의 골짜기와 동쪽 풍양과 남쪽의 안양사 같은 곳을 놀기 좋은 곳으로 꼽았다. 알 만한 지명도 있고, 아닌 것도 있지만 모두 지금의 서울 안에 있는 곳이다. 조선후기에도 서울 시내 곳곳이 꽃놀이를 하는 곳으로 손꼽혔다. 유득공의 ‘경도잡지’에 의하면, 필운대의 살구꽃, 북둔(北屯)의 복사꽃, 동대문 밖의 버들, 천연정(天然亭)의 연꽃, 삼청동·탕춘대(蕩春臺)의 수석(水石)에는 꽃과 산수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몰렸다고 한다. 특히 서울 성의 주위 40리를 하루 동안에 두루 돌아다니고 성 내외의 꽃과 버들을 다 본 사람을 제일로 꼽았으므로, 꼭두새벽에 출발하여 해질 무렵에 정해진 곳을 다 도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홍석모의 ‘동국세시기’에는 3월이면 필운대의 살구꽃, 북둔의 복사꽃, 흥인문 밖의 버들이 가장 좋은 곳이고, 여기에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고 하였다. 이런 경치 좋은 곳에는 당연히 정자가 있었다.19세기 중반에 쓰인 ‘한양가’를 보면 수많은 놀이처와 정자, 누대를 소개하고 있다.“각색 놀음 벌어지니 방방곡곡 놀이처다/ 놀이처 어디맨고 누대 강산 좋을시고/ 조양루 석양루며 명설루 춘수루와/ 홍엽정 노인정과 송석원 생화정과/ 영파정 춘초정과 장유헌 몽답정과/ 필운대 상선대와 옥유동 도화동과/ 창의문 밖 내달아서 탕춘대 세검정과/ 족한정 탁영정과 별영 안 읍영룰다.” 여기 등장하는 허다한 정자는 모두 실제 서울에 있던 것들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서울, 걸어서 다닐 수 있었던 서울은 이제 모두 사라졌다. 봄과 가을 꽃놀이, 단풍놀이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놀이 자체가 이미 의식화, 의무화되어 있기 때문에 마치 숙제하듯 해치워야 한다. 비용을 생각하면 장소를 정하고 숙소를 구하는 것도 간단치 않다. 장소와 숙소가 결정되면 승용차를 몰고 고속도로에 오른다. 한없는 인내심으로 차량의 바다를 항해한 끝에 목적지에 도착하면 이제 단풍나무보다 사람의 검은 머리로 채워진 더 큰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고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갖고자 했던 휴식은 증발한 지 오래다. 우리의 삶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특파원 칼럼] 멜라민에 묻힌 사실/이지운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멜라민에 묻힌 사실/이지운 베이징 특파원

    “류샹(劉翔)의 발목이 왜 그렇게 약해졌는지 새롭게 밝혀졌다는데 들어봤어?” 국경절 황금연휴가 한창인 주중, 중국인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베이징올림픽에서 발목 부상으로 경기를 포기한 중국의 육상 영웅 류샹 얘기가 다시 나왔다.“‘이리(伊利) 분유’를 마셔서 그리 됐다잖아….” 박장대소가 터졌다. 이리 유업은 싼루(三鹿), 멍뉴(蒙牛) 등과 함께 ‘멜라민 분유’를 제조한 회사이고, 류샹은 이 회사의 오랜 광고 모델이다. 그러자 누군가 휴대전화를 꺼내들더니 “재미있는 메시지가 있다.”며 읽기 시작한다. 모기가 젖소를 물었는데, 생각했던 맛이 아닌지라 ‘아, 중국에서 언제쯤에나 신선한 우유를 맛보게 될까.’하고 한탄하더라는 내용이다. 이날 멜라민 분유는 화제에 꽤 오래 머물러 있었다. 이른바 ‘고위층 특별식’도 거론됐다.“특별식 먹는 고위층들은 이런 분유·우유 안 먹어봤을 거 아냐. 결국 돈없고 불쌍한 서민들만 또 당했다.”고 한 친구가 혀를 끌끌 찬다. 누군가 “당국이 얼마전 특별식의 존재를 부인했다.”고 하니,“무슨 소리냐. 담배건, 술이건 모두 ‘특별히 공급한다.’는 ‘특공(特供)’ 글자가 인쇄돼있고 아예 포장 자체가 다른데 특별식이 없다니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친구가 “젖소가 중난하이(中南海)에서 풀을 뜯고 있더라는데, 별도로 기르는 모양이지?”라고 끼어들자 또 다시 웃음이 터져나온다. 중난하이는 국가지도자들의 집무실이 밀집한 베이징 내 별도 구역으로,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곳이다. 대화는 시종 풍자로 가득했고, 때로는 ‘위험 수위’도 넘나들었다. 누군가 ‘분위기 파악’에 늦으면 “싼루 먹었냐?”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중국 친구들은 막상 ‘세계적으로도 큰 소동이 났다.’는 말은 잘 이해하지 못했다. 홍콩, 타이완을 비롯해 동남아 일대와 뉴질랜드에 한국, 일본, 미국, 유럽에까지 파문이 일고 있다는 얘기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과자·초콜릿 메이커에까지 불똥이 튀었다.’고 하니 “왜?”라고 묻는다.‘모두들 중국산 원료를 썼기 때문’이라는 답에 그제서야 멍한 표정에 눈을 껌벅거린다. 국영기업 중견 간부에 TV사 관계자, 광고회사 사장 등 잘나가는 30대 화이트칼라인 이들도 미처 모르고 있던 ‘묻힌 사실’이다. 그제서야 타이완 출신인 한 친구가 슬며시 다가오더니 “한국도 문제가 심각하냐?”고 나지막이 묻는다. 지금까지는 대륙 친구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던 모양이다.“타이완은 지금 큰 일이다. 양안 관계 개선을 원하는 마잉주(馬英九) 정권이 중국산 식품에 대한 검사 기준을 대폭 낮추는 바람에 이런 상황을 맞게 됐다는 인식들을 갖고 있다. 마잉주 정권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했다. 멜라민 파동은 어떤 식으로 정리될 것인가.“몇차례의 올림픽 개최나 우주선 발사로도 만회하기 어려운 사건”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국민적 불신에서부터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도 추락까지 잃은 것이 적지 않다. 이를 되찾으려는 중국 당국의 노력이 시도될 터인데, 한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번 일에 대한 세계인과 중국인 사이의 시각차 교정이다. 지금도 많은 중국인들은 나라 밖에도 피해자가 있었음을 모르고 있다. 이는 훗날 중국과 세계 간에 소통의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예컨대 식품 안전 문제로 마찰이 빚어졌을 때 중국의 일반 국민들은 서방이 또다시 상습적으로 트집을 잡는다고 여기게 될 것이다. 이는 또 다른 중화주의의 결집제로도 작용할 수 있고, 정책 결정과정에서 중국 당국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과도한 상상이길 바라지만, 묻힌 사실은 종종 뒷날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곤란한 상황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지운 베이징 특파원 jj@seoul.co.kr
  • 멜로영화, 가을 극장가 물들이다

    멜로영화, 가을 극장가 물들이다

    본격적인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10월. 다양한 색깔의 멜로영화가 극장가를 물들인다. 이달 상영되는 국내 멜로물은 줄잡아 6∼7편.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세배 가까이 늘었다. 올가을엔 어떤 멜로 영화들이 일상에 지친 우리의 감성을 적셔줄까. ●눈물샘 자극하는 최루성 멜로 거의 사라져 올해 멜로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너는 내 운명’(2005),‘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행복’(2007) 등 그동안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해온 최루성 멜로가 사라지고 ‘생활형’ 멜로물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 돈 때문에 재회한 연인들의 불편한 하루를 그린 ‘멋진 하루’나 7년을 사귄 남자친구에게 7초 만에 차인 한 여자(문소리)의 사랑과 이별을 사실적으로 그린 ‘사과’(16일 개봉) 등은 사랑을 과대 포장하는 대신 담백한 시선으로 일상 속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런 만큼 이 작품들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감정을 최대한 자제하고 현실적이고 담담하게 상황을 그린다.‘멋진 하루’의 전도연은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뒤로하고 절제된 연기로 오히려 상대역(하정우)을 돋보이게 했고, 생활밀착형 로맨스를 표방한 ‘사과’의 강이관 감독도 평범한 남녀 커플 50쌍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남녀의 말과 행동, 생각의 차이를 짚어냈다. ●‘비몽’ 등 신비감 강조한 판타지 로맨스도 인기 이와는 반대로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판타지성 멜로물도 눈길을 끈다. 한일 톱스타인 이나영과 오다기리 죠가 호흡을 맞춘 김기덕 감독의 신작 ‘비몽’(9일 개봉)은 꿈으로 이어진 남녀의 슬픈 사랑을 몽환적으로 그린다. 옛사랑의 과거를 잊으려는 여자와 꿈속에서도 연인을 그리워하는 남자가 결국은 한 사람이라는 설정은 한편의 시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김 감독은 이 작품에서 남과 여, 꿈과 현실, 삶과 죽음 등을 대칭적인 시각으로 표현했다. 청춘스타 이동욱·유진 주연의 ‘그 남자의 책 198쪽’(23일 개봉)은 미스터리 멜로에 방점이 찍혔다. 헤어진 연인이 남긴 쪽지에 적힌 198쪽의 비밀을 찾기 위해 매일 도서관을 찾는 정체불명의 남자와 주요 도서의 198쪽만 없어지는 사실을 알게 된 사서의 사랑 이야기다. 영화 ‘동감’‘바보’에 이어 또 한편의 멜로물에 도전한 김정권 감독은 “과도한 음악이나 과장된 행동으로 억지 미스터리를 그려내기보다는 여행을 하면서 의문점들이 풀리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설의 상상력 스크린 속으로 한편 올가을엔 소설의 상상력을 영상으로 옮긴 작품들이 많아 원작과 비교해 보며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1937년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철없는 모던보이(박해일)와 비밀스러운 매력을 지닌 모던걸(김혜수)의 사랑을 그린 영화 ‘모던보이’는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한 이지형의 소설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2000)가 원작. 영화에서는 원작의 스토리에 다소 변화를 줘 당대의 분위기를 살리고 감정선을 부각시켰다. 김주혁·손예진 주연의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23일 개봉)도 이중 결혼을 소재로 한 소설의 상상력에 기댄 경우. 제2회 세계문학상 당선작으로 4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라는 명제에 대한 남녀의 서로 다른 입장 차를 통해 기존 결혼제도의 통념을 뒤집는다. 이 밖에 일본 작가 다이라 아즈코의 소설을 영화화한 ‘멋진 하루’와 윤성희의 단편소설이 원작인 ‘그 남자의 책 198쪽’도 소설적 감수성을 영화에 녹였다. 영화 ‘모던보이’를 제작한 KnJ엔터테인먼트의 곽신애 이사는 “감독이나 제작자들은 원작 소설의 캐릭터와 참신한 시각에 이끌려 영화화를 결정한다.”면서 “영화는 소설과 달리 제작비와 시간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원작에 대한 선입견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올 서울시 건축상 ‘이대 복합단지’ 선정

    올 서울시 건축상 ‘이대 복합단지’ 선정

    제26회 서울시 건축상 대상 수상작에 ‘이화여대 캠퍼스 복합단지’가 선정됐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와 심재호씨가 공동으로 설계한 이화여대 복합단지가 올해의 건축상 대상작에 뽑히고, 박길룡 국민대 교수는 건축학술 부문 본상 수상자가 됐다. 시건축상심사위원장을 맡은 김형우 홍익대 교수는 “이화여대 복합단지는 그 동안 눈에 보이는 건축에서 건물이 없는 풍경, 계곡만 있는 풍경을 시도해 새로운 캠퍼스의 모델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2005년 5월에 공사를 시작해 3년 만에 완공한 이화여대 복합단지는 연면적 6만 8657㎡에 지상 1층, 지하 6층 건물로, 지하이면서도 지상의 장점을 갖도록 설계됐다. 시는 또 주거 부문에 마포구 성산동 연립주택 ‘메조트론Ⅱ’(설계 연경흠)을, 공공건축 부문에 서초구 내곡동 ‘서울시립어린이병원’(김상길)을 각각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리모델링 부문은 송파구 잠실동 ‘잠실 청호빌딩’(신춘규), 야간경관 부문은 광진구 자양동 ‘스타시티 준주거동’(정강화)이 수상작이다. 수상작품은 서울디자인올림픽이 열리는 잠실종합운동장에서 10일부터 30일까지 전시되며 시상식은 13일에 진행된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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