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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프리뷰] ‘인시디어스’

    [영화프리뷰] ‘인시디어스’

    두 아들과 딸 하나를 둔 조시 부부가 새집으로 이사한 뒤부터 기이한 일들이 벌어진다. 6살 배기 큰아들 달튼은 다락에서 떨어지고 코마(혼수상태)에 빠진다. 의료진은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다. 그 뒤 달튼의 동생과 엄마 눈에는 사람이 아닌 무언가가 보인다. 조시 부부는 귀신 들린 집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이사를 한다. 하지만 집을 옮긴 뒤 귀신들의 출몰은 더 잦아진다. 달튼은 이미 3개월째 의식을 못 찾고 있다. 결국 부부는 퇴마사를 불러들이지만, 그때부터 본격적인 공포가 시작된다. ‘인시디어스’(insidious)는 서서히 퍼진다는 의미다. 영화 ‘인시디어스’(13일 개봉)를 보면 왜 제목을 이렇게 지었는지 알게 된다. 처음 30분은 평범하다. 낡은 2층 집 구석구석을 훑는 카메라의 움직임, 신경을 긁는 묘한 소음과 피아노 소리의 불협화음이 전부다. ‘별것 없구나.’란 생각이 들 무렵 공포의 그림자는 다가온다. 쭈뼛쭈뼛 소름이 돋는다. 누군가와 함께 극장에 갔다면 애써 태연한 척 헛웃음을 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바지에 이르면 목부터 어깨까지 뻣뻣해지는 걸 느낄지도 모른다. 딱히 잔인하거나 징그러운 장면 없이도 점증되는 시청각적 자극만으로 공포를 전한다. ‘엑소시스트’를 비롯한 수많은 공포물의 특징들을 버무려 냈음에도 진부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예상 가능했지만, 공포지수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결말에 이르고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엔딩크레디트에 오른 감독 이름은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으로 호주에서 성장한 제임스 완이다. 2000년대 들어 가장 성공한 공포영화 시리즈물 중 하나인 ‘쏘우’(2004)의 감독과 각본을 맡은 인물이다. ‘쏘우’는 1200만 달러(약 135억원)의 제작비로 1억 309만 달러(약 1164억원)를 벌어들인 ‘대박’ 영화다. 이후 2~7편까지는 프로듀서를 맡았다. 낯익은 이름이 한 명 더 있다. 공동제작자 오렌 펠리는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각본·연출을, ‘파라노말 액티비티 2·3’에서는 제작을 맡았던 인물이다. 저비용 고효율의 관점에서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몇 술 더 뜬다. 1만 5000달러(약 1694만원)의 제작비로 1억 9335만 달러(약 2184억원)를 벌었다. 제작비의 1만 2890배를 벌어들였다. 폐쇄 공간에서 벌어지는 저예산 공포물 만들기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울 두 사람이 의기투합한 게 ‘인시디언스’란 얘기다. 북미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는 지난해 4월 먼저 개봉됐다. 제임스 완과 오렌 펠리의 이름에서 짐작하듯 1500만 달러(약 169억원)밖에 제작비를 쓰지 않았지만, 9700만 달러(약 1095억원)를 거둬들였다. 이미 속편 제작이 결정됐다. 제임스 완 감독과 제작자 오렌 펠리, 각본가 리 워넬이 고스란히 뭉쳤다. 제2의 ‘쏘우’나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극우시장’ 하시모토 중앙정치무대 도전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중앙 정치무대 도전을 선언했다. 하시모토 시장이 이끄는 오사카유신회는 지난 8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달 중순 전국 정당인 ‘일본 유신회’를 창당, 오는 11월쯤 치러질 차기 중의원(하원) 총선거에 350∼400명을 출마시켜 (중의원 480석) 과반수 의석 획득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유신회 간부는 신당의 명칭에 대해 “오사카에서 일본의 체제 쇄신을 도모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시모토 시장이 선거를 통해 당 대표에 취임할 예정이며, 당 본부는 오사카시에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있는 오사카에 신당 본부를 두고, 도쿄 사무소에 속한 국회의원들이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오사카를 방문하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두 가지 업무를 겸임할 경우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시장 일을 한 뒤에) 사적인 시간을 쪼개서 국정을 살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자신감을 보였다. 마쓰노 요리히사 민주당 의원 등 현역 의원 6명이 신당에 참여할 예정이다. 일본 언론은 오사카유신회의 지지율 고공 행진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하시모토 시장이 이끄는 일본 유신회가 차기 총선에서 일약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차기 총선에서 다수당이 유력시되는 자민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목소리만 예쁜 아연이요? 파워풀한 가창력의 ‘가수’ 아연이 기대하세요”

    “목소리만 예쁜 아연이요? 파워풀한 가창력의 ‘가수’ 아연이 기대하세요”

    무대 위에서 좀처럼 떨지 않아 ‘K팝 스타’때 심사위원들로부터 ‘아이언 걸’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백아연(19). 하지만 첫 번째 앨범 ‘아임 백’(I’m Baek)을 들고 서울신문사를 찾은 그녀는 정식 가수 데뷔를 앞두고 상당히 긴장한 모습이었다. ‘K팝 스타’에서 3위를 차지했지만 귀여운 외모에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인기를 모은 그녀에게 우승·준우승자를 제치고 ‘K팝 스타’ 출신 가수 1호가 된 소감부터 물었다. “마치 제가 제일 먼저 상을 받은 느낌이에요. ‘K팝 스타’에서 우승한 것보다 더 좋은 것을 받은 것 같아요. 기쁘고 설레지만 가장 처음이니까 스타트를 잘 끊어야 된다는 부담도 커요. 앞으로 나올 친구들이 많으니까 길을 잘 터놔야죠.” ●박진영 녹음곡 듣더니 전격 결정… “내년 1월쯤 무대 설 줄 알았는데 나도 놀라” 사실 백아연의 데뷔는 본인에게도 깜짝 놀랄 만한 ‘사건’이었다. ‘K팝 스타’가 끝난 뒤 세간의 관심을 뒤로하고 JYP의 연습생으로 트레이닝을 받고 있던 도중 예상보다 빨리 전격적으로 데뷔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연습생 쇼케이스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 박진영 PD님이 노래를 한 곡 녹음해보자고 하셨어요. 그런데 녹음을 마친 다음날 그 곡이 제 노래로 결정됐다면서 데뷔가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고 열심히 하라고 하셨어요. 내년 1월쯤 데뷔를 할 것으로 생각하고 목관리를 해왔는데, 정말 깜짝 놀랐죠.” 그렇게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 백아연의 데뷔곡은 ‘느린 노래’. 독특한 편곡 기법이 돋보이는 발라드곡으로 헤어진 연인의 감상을 노래한 곡으로 도입부부터 한층 성숙해진 백아연의 중저음이 눈길을 끈다. “오디션 때는 목소리를 예쁘게 보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저음에도 도전하고 후렴구에 고음을 길게 호흡하면서 버티는 부분이 많아 힘들었어요. 주로 얌전하고 잔잔한 노래를 많이 불렀지만, 목소리만 예쁜 것이 아니라 파워풀한 면도 있다는 것을 들려주고 싶었죠. 백아연도 이하이나 박지민 못지않게 가창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K팝 스타’때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등 자신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아시나요’를 가장 마음에 드는 무대로 꼽은 백아연. 우승자인 박지민과 함께 JYP행을 택한 것은 늘 ‘공기반 소리반’을 강조하는 박진영의 심사평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호흡 등 기본기를 바탕으로 감정을 살리라는 주문은 이번 타이틀곡 ‘느린 노래’를 녹음할 때도 계속됐다. “박진영 PD님이 노래할 때 말하듯이 하는 것을 중요시하는데, 저 역시 그 부분에 공감했어요. ‘느린 노래’를 녹음할 때도 말하듯이 슬픈 가사에 음정이 얹어진 느낌으로 부르라고 강조했죠. 오디션을 할때는 음정을 잘 지키면서 또박또박 가사 전달에 신경을 많이 썼었는데, 이번에는 헤어진 연인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노래를 읊조려 보기도 하고 살살 부르는 연습을 했어요.” ●이하이·이미쉘 등 ‘수펄스’도 이달 데뷔… “자주 통화하지만 신곡 얘기는 비밀” 백아연은 ‘K팝 스타’ 출신 중 가장 빠른 10일 데뷔했지만 이달 중 YG엔터테인먼트에서도 ‘K팝 스타’의 준우승자 이하이를 비롯해 이미쉘, 이정미, 이승주 등 4인으로 구성된 ‘수펄스’를 데뷔시켜 프로 가수가 된 이들의 대결에 가요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저희끼리 ‘K팝 스타’ 합숙생활을 할 때 ‘우리 꼭 인기가요 대기실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정말로 그 일이 현실로 다가오다니 정말 신기하기만 해요. 연락을 자주 하지만, 신곡에 대한 얘기는 절대 비밀이었죠.(웃음) 일단 제가 먼저 나온 데 감사해요. 결과가 중요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욕심을 내기보다 제 노래를 충실하게 부르면 될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까지 성악을 하다가 한차례 성대 결절을 겪은 뒤 중학교 때 교회에서 실용음악 보컬을 배우게 되면서 가수의 꿈을 키웠다는 백아연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SM, JYP 등 국내 대형 기획사 오디션에 응시했으나 번번이 낙방했다. 그러다가 대학 진학을 앞두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참가한 ‘K팝 스타’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녀는 곧 시작될 ‘K팝 스타’ 시즌2에 더 뛰어난 지원자들이 많을까 봐 걱정된다면서도 앞으로 나올 ‘후배’들에게 충고도 잊지 않았다. ●“보아 선배님처럼 당당하게… 수지 선배처럼 다양하게 활동 하고파” “이번에 지원자 수도 늘었다던데 저희보다 더 잘하고 어린 친구들이 많이 나올까 봐 내심 걱정되기도 해요.(웃음) 하지만 오디션에 도전할 때 옷을 튀게 입거나 튀는 행동을 하는 것은 금물이에요. 착실하게 준비해서 심사위원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노래를 하는 것이 중요하죠. 저도 수줍어하고 눈치보지 않고 심사위원들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그분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표정으로나마 생각을 읽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이젠 남의 노래가 아닌 진짜 자신의 노래를 부른다는 생각에 기쁨과 부담감이 교차한다는 백아연. 그녀는 요즘 ‘K팝 스타’때보다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보컬 트레이닝과 몸매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먼저 곡을 받고 데뷔 준비를 하던 박지민도 곁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줬다. 앞으로 자신의 롤모델인 보아처럼 무대에서 당당한 가수가 되고 싶다는 백아연은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다는 욕심도 내비쳤다. “보아 선배님처럼 기죽지 않고 당당한 가수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춤과 연기, 뮤지컬 등에 도전해 다방면에서 많은 면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나이는 한살 어리지만 가요계 선배인 수지가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그에 앞서 가수로서 인정을 받아야겠죠. 무엇보다 신인가수로서 지루하다는 말만 안 들었으면 좋겠어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열린세상] 도시를 위한 시나리오/김정후 런던대학 UCL 지리학과 박사

    [열린세상] 도시를 위한 시나리오/김정후 런던대학 UCL 지리학과 박사

    영화의 각본을 일컫는 ‘시나리오’는 글로 배우의 연기와 대사를 상세히 묘사하는 것으로서 영화 제작의 핵심이다. 얼마나 탄탄한 시나리오를 갖추었는지가 영화의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이고, 좋은 영화를 판단하는 기준이 시나리오에 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입되고 최고의 배우가 출연한 영화라도 관객에게 단순한 눈요기를 넘어 진한 감동을 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허술한 시나리오 때문일 것이다. 결국 시나리오는 영화와 관객이 얼마나 깊이 있게 소통하는가를 결정짓는 도구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시나리오는 영화를 넘어 여러 분야에서 통용된다. 사업가는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운동선수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경찰관은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학생은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각각 나름의 시나리오를 구상한다. 얼마나 깊고 구체적인 고민을 통해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했는지가 시나리오의 성공을 결정하는 열쇠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도시야말로 가장 정교하고, 창조적인 시나리오를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도시의 시나리오는 곧 시민의 즐거움, 안전, 행복, 번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도시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향하여’라는 표현이 끊임없이 등장하는데, 이는 도시의 발전을 위해 보다 나은 시나리오를 제안하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도시의 시나리오를 강조하는 이유는 이것이 영화의 시나리오처럼 도시의 본질을 다루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얼마 전까지 서울을 필두로 그야말로 광풍을 일으킨 공공디자인이 이제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조차 꺼릴 정도로 위상이 곤두박질쳤다.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사실은 문제의 핵심이 공공디자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공디자인을 이끌 탄탄한 시나리오를 준비하지 않은 채 어설프게 실행에 옮겼다는 점이다. 용산을 포함해 전국의 대도시에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는 초고층 건물은 또 어떠한가? 초고층 건물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는 것은 오로지 규모와 높이 때문이 아니다. 도시 구조와 삶의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초고층 건물이 그에 상응하는 정교한 시나리오에 기반하지 않은 채 깜짝 이벤트처럼 마구 계획되고 건립되기 때문이다. 우연한 성공을 기대하는지 모르겠으나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고도 흥행에 실패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무엇을 의미할까? 빈약한 시나리오에 대중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위대한 거리’를 쓴 도시학자 알란 제이콥스는 ‘마술’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훌륭한 도시를 형성하는 데 공헌한 거리를 설명한다. 그가 언급하는 마술의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시나리오다. 정치인·도시계획가·건축가를 포함해 도시에 관여하는 모든 전문가들의 노력이 스며든 도시는 풍요로운 시나리오를 갖고, 시민들은 그것을 한껏 누린다. 졸속으로 복원한 광화문 광장에 무슨 시나리오가 존재하겠나? 세계 최고의 건축가들을 불러모아 진행 중인 용산 국제업무지구는 어떤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나? 관람객 800만을 내세워 성공이라 자화자찬하는 여수 엑스포는 과연 누구를 위한 시나리오인가? 21세기의 도시는 창조와 이를 토대로 한 무한경쟁을 필요로 한다. 부강한 도시, 아름다운 도시, 매력적인 도시, 안전한 도시, 편안한 도시 등 개별 도시가 추구하는 목표는 모두 다르다. 그렇지만 시나리오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도시는 시민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없고 경쟁에서 살아남기도 어렵다. 개발만을 능사로 여기고, 전통을 멸시하고, 최고·최대를 좇고, 눈에 띄는 실적을 드러내고, 관심을 끌기 위한 대규모 행사에 혈안이 된 도시에 사는 것은 피곤함을 넘어 불행하기까지 하다. 누구나 안전하고, 편안하고, 아름다운 도시에 살기를 원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도시의 시나리오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시나리오 작가가 한 편의 감동적인 영화를 만들기 위해 수없이 많은 밤을 지새워 쓰고 또 쓰기를 반복하듯 도시의 시나리오를 고민하자. 그러면 관객은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 [생명의 窓] 무얼 먹고 사나요?/손흥도 원불교 교무

    [생명의 窓] 무얼 먹고 사나요?/손흥도 원불교 교무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간다.’는 이 동요. 부지런하고 영특한 토끼의 귀여운 모습이 연상되어 속으로 웃게 된다. 깊은 산속의 생수 한 모금을 기분 좋게 마시고, 그 물 한 모금에 건강이 금방이라도 좋아지는 듯 기분까지 상쾌해진 경험을 가진 적이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먹거리가 여유로워지면서 우리 주위에는 건강을 생각하며 음식을 찾는 일이 일상화되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잘 먹는 문제에 관심이 높아져 간다. 근래 들어 체질에 대한 궁금증까지 겹쳐지면서 더욱 그렇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은 그것이 곡물이든 채소이든지 간에 인체에 꼭 필요한 중요 영양소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주식으로 먹는 쌀은 물론 콩·감자·고구마와 각종 채소 등은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영양 공급원이다.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먹는 음식은 오랜 세월 검증되어진 무해무독한 약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대로 먹는 음식은 우리의 생명을 유지시켜 주며, 질병을 예방하고 더 나아가 질병을 치유해 준다. 한의학에서는 약과 음식을 건강관리를 위해 같은 반열에 두고 생각하며, 섭생에 있어서 맛과 색을 중시한다. 그 맛과 색에는 오장육부와 상응하는 기운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맛은 오미(五味)라 하여 신맛·쓴맛·단맛·매운맛·짠맛을 말하는데, 이 오미는 각각 인체의 기본 장부인 오장에 상응하는 기운이 있고, 적절히 섭취하면 장부의 기능을 보양한다. 일상의 섭생에서 오미의 조화로운 섭취는 건강관리에 무엇보다 우선한다. 신맛은 간장에, 쓴맛은 심장에, 단맛은 췌장에, 매운맛은 폐에, 짠맛은 신장에 들어가 해당 장기의 쇠약을 보양한다. 그리하여 간이 약한 사람은 신맛을 찾고, 심장이 약한 사람은 쓴맛을, 췌장이 약한 사람은 단맛을, 폐가 약한 사람은 매운맛을, 신장이 약한 사람은 짠맛을 즐기게 되는데, 여기서 더욱 중요한 것은 오미가 지나치면 도리어 병이 된다는 것이다. 자연의 색인 오색(五色)은 청색·적색·황색·백색·흑색을 말한다. 이러한 오색도 인체의 오장에 상응하는 기운을 내포하고 있어서 적절히 섭취하면 장부의 기능을 보양한다. 음식이나 약재의 색 또한 오행 속성에 따라 청색은 간장, 적색은 심장, 황색은 췌장, 백색은 폐장, 흑색은 신장의 기능에 관여한다. 김밥은 주재료에 오미가 가장 잘 조화된 우리의 전통 음식이다. 푸른 시금치와 오이, 당근과 게맛살, 노란 단무지, 흰밥 그리고 검정색의 김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이 얼마나 적절한가. 건강이란 정신과 육체의 조화를 통한 몸의 건강과 마음의 건강을 아우른다. 몸은 마음의 나타난 바고 마음은 보이지 않는 몸인 것이니, 몸 건강은 마음 건강에서 비롯되고, 마음 건강은 몸 건강을 통해 확인되어진다. 몸 건강을 위해서는 무엇을 먹느냐를 중요시하는 것처럼 마음 건강에서도 어떤 마음을 먹느냐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일체가 다 마음의 짓는 바이기 때문이다. 무얼 먹고 사는가? 우리는 쉽게 사용하는 말 중에 ‘마음을 먹는다.’는 말이 있다. 마음속으로 다짐과 각오를 하며 사용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마음을 먹는다는 말은 새로운 마음을 다지는 말이기에, 마음의 각오와 다짐의 무게만큼 그 행동은 그 마음먹은 대로 나타난다. 내가 먹은 한마음은 나의 일생을 결정한다. 진정으로 나의 의식을 키워가는 것은 내가 무슨 마음을 먹느냐에 좌우되는 것이다. 선한 마음을 먹으면 선한 행동이 나오고, 악한 마음을 먹으면 악한 행동이 나온다. 어진 마음을 먹으면 어진 행동이 나오고, 참는 마음을 먹으면 그만큼의 참는 힘이 생겨 큰 정력을 이룬다. 순간순간 원망의 마음을 먹으면 원망의 호르몬이 생기고, 감사의 마음을 먹으면 감사의 호르몬이 생겨 감사한 마음에 심신이 진급되고 은혜롭다. 나는 오늘도 무슨 마음을 먹었는가. 원망의 마음을 먹고 살았는가. 감사의 마음을 먹고 살았는가.
  • [안철수 불출마 종용] 민간사찰 vs 친구사이 일… 安·朴 정면 충돌

    [안철수 불출마 종용] 민간사찰 vs 친구사이 일… 安·朴 정면 충돌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폭로탄’이 터졌다. 서울대 안철수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의 폭로는 ‘뇌물·여자 문제 폭로 협박’에 ‘불출마 종용’이라는 뇌관을 달고 있어 그 자체로도 상당한 위력을 갖는다. 특히 안 원장 측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이 정치적으로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어서 향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과거의 사례에서 보듯 태풍급의 파괴력을 나타낼지, 열대성 저기압으로 소멸할지는 공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6일 안 원장 측은 이 사안을 ‘민간인 사찰’로 연결지었다. ‘뇌물과 여자 문제’의 성격상 사찰이 아니면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다. 공방이 사찰 문제로 확전된다면, 새누리당과 박 후보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다만 이 문제는 ‘증명’이 뒤따라야 한다. 법적 공방으로 가는 고리이다. 선거 국면에서 폭로는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때 파괴력이 커진다. 하지만 이날 안 원장 측은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금태섭 변호사는 통화 내역이나 녹취록은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법적 공방에 휘말리는 일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개인 간의 문제로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사안의 또 다른 당사자인 새누리당 정준길 공보위원도 ‘친구 사이의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공은 안 원장 측에 넘어간 듯 보인다. 법적 판결을 포기한다면, 사안은 ‘정치 공방’의 장으로 넘겨진다. 정치 공방이라고 파장이 적은 것은 아니다. 당장 기자회견에서 민주통합당 송호창 의원은 “국정조사 실시 문제에 대해 상의해 보겠다. 당 차원에서 논의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처지가 다소 어정쩡하게 됐다. 새누리당과 박 후보를 공격하는 일을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경쟁자인 안 원장을 팔을 걷어붙이고 도울 것인가 하는 점에 있어서는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안그래도 이날 민주당의 최대 행사였던 광주·전남 경선도 폭로 공방에 가려졌다. 당의 공식 대선후보 선출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유권자의 눈에 박근혜·안철수의 양자 구도만 도드라지게 됐다. 향후 예상되는 단일화 협상에서 크게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고민은 깊어지게 됐다. 안 원장 측도 이날 회견이 꼭 유리하게 작용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이날 기자회견이 많은 유권자에게 사실상 ‘출마 예비 선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가장 공개적이고 대대적이며 공식적인 ‘정치 행위’라는 점에서다. 이번 사안을 민간인 사찰의 문제로 연결짓지 못하면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을 수도 있다. 이제 안 원장은 자신에 대한 검증 공세가 본격화하고, 이를 놓고 정치 공방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조속히 선언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민주당의 선택도 주목된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정준길이 밝힌 安 30대 여자문제 알고보니

    정준길이 밝힌 安 30대 여자문제 알고보니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폭로탄’이 터졌다. 서울대 안철수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의 폭로는 ‘뇌물·여자 문제 폭로 협박’에 ‘불출마 종용’이라는 뇌관을 달고 있어 그 자체로도 상당한 위력을 갖는다. 특히 안 원장 측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이 정치적으로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어서 향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과거의 사례에서 보듯 태풍급의 파괴력을 나타낼지, 열대성 저기압으로 소멸할지는 공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6일 안 원장 측은 이 사안을 ‘민간인 사찰’로 연결지었다. ‘뇌물과 여자 문제’의 성격상 사찰이 아니면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다. 공방이 사찰 문제로 확전된다면, 새누리당과 박 후보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다만 이 문제는 ‘증명’이 뒤따라야 한다. 법적 공방으로 가는 고리이다. 선거 국면에서 폭로는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때 파괴력이 커진다. 하지만 이날 안 원장 측은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금태섭 변호사는 통화 내역이나 녹취록은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법적 공방에 휘말리는 일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개인 간의 문제로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사안의 또 다른 당사자인 새누리당 정준길 공보위원도 ‘친구 사이의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공은 안 원장 측에 넘어간 듯 보인다. 법적 판결을 포기한다면, 사안은 ‘정치 공방’의 장으로 넘겨진다. 정치 공방이라고 파장이 적은 것은 아니다. 당장 기자회견에서 민주통합당 송호창 의원은 “국정조사 실시 문제에 대해 상의해 보겠다. 당 차원에서 논의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처지가 다소 어정쩡하게 됐다. 새누리당과 박 후보를 공격하는 일을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경쟁자인 안 원장을 팔을 걷어붙이고 도울 것인가 하는 점에 있어서는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안그래도 이날 민주당의 최대 행사였던 광주·전남 경선도 폭로 공방에 가려졌다. 당의 공식 대선후보 선출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유권자의 눈에 박근혜·안철수의 양자 구도만 도드라지게 됐다. 향후 예상되는 단일화 협상에서 크게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고민은 깊어지게 됐다. 안 원장 측도 이날 회견이 꼭 유리하게 작용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이날 기자회견이 많은 유권자에게 사실상 ‘출마 예비 선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가장 공개적이고 대대적이며 공식적인 ‘정치 행위’라는 점에서다. 이번 사안을 민간인 사찰의 문제로 연결짓지 못하면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을 수도 있다. 이제 안 원장은 자신에 대한 검증 공세가 본격화하고, 이를 놓고 정치 공방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조속히 선언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민주당의 선택도 주목된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일자리, 고졸자에 밀리고 결혼은 저학력男과 늘고

    일자리, 고졸자에 밀리고 결혼은 저학력男과 늘고

    고졸 기혼여성보다 일자리 얻기는 어려워졌고, 자신보다 ‘가방끈이 짧은’ 배우자를 만나기는 쉬워졌다. 요즘 대졸 기혼여성의 현주소다. 박현준(미국 펜실베이니아대)·김경준(고려대) 교수가 29일 통계청의 ‘인구주택 및 농림어업총조사 자료 활용 논문집’에 발표한 내용이다. ‘한국 사회의 교육적 동질혼’이라는 주제의 논문에 따르면 승혼(乘婚) 비율은 1970년 46.4%에서 2010년 24.0%로 22.4% 포인트 감소했다. 남편과 아내의 교육수준이 같은 동질혼 비율은 1970년 52.0%에서 1995년 65.5%까지 증가했다가 이후 일정 수준에서 오르락내리락했다. 반면, 강혼(降婚) 비율은 같은 기간 1.6%에서 13.1%로 8배(11.5% 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이에 대해 두 교수는 “외환위기로 인해 초래된 전례 없는 구조조정과 대량실업은 학력자본의 한계를 뼈저리게 성찰하게 하고 낭만적 결혼에 대해 되돌아보게 했다.”면서 “외환위기 이후 배우자 선택의 기준으로 학력·학벌보다 가정배경이나 경제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훨씬 강해졌다.”고 강혼 증가 배경을 분석했다. 김창환 미국 캔자스대 교수는 ‘교육, 혼인, 한국 여성의 고용률과의 관계’라는 논문에서 대졸 기혼여성의 고용 비율이 고졸 기혼여성에 비해 1985년에는 2.37배 높았지만 2005~2010년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미혼여성은 대졸의 고용 비율이 고졸보다 해마다 높아졌다. 미혼의 경우 ‘교육 프리미엄’이 꾸준히 증가하지만, 기혼여성은 오히려 그 반대이기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자녀 교육에 대한 압박이 저학력 여성보다 중산층 고학력 여성에게서 더 커 취업보다는 육아를 선택하는 비율이 높다.”면서 “그러다 보니 고용주 입장에서 기혼여성 채용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상신(서울시립대 석사과정)씨는 학력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낮지만, 그 반비례 정도는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1985년 초등학교 졸업 여성의 출산율은 3.95명, 중졸 여성 2.42명 대졸 여성 1.89명이다. 초졸과 대졸 여성의 출산율 차이는 2명이다. 2010년 초졸 여성의 출산율은 1.95명으로 대졸 여성(1.68명)보다 0.27명 많다. 김씨는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책을 늘리면서 출산율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면서 “출산율을 더 높이려면 정책 사각지대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육수준이 높은 여성일수록 두 자녀를 낳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흥미로운 분석결과도 나왔다. ‘교육수준, 경제활동 참여 여부, 주택소유·점유형태가 자녀 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이헌영(연세대 석사과정)씨는 “자녀가 두 명인 여성의 교육수준이 대체로 높았고, 첫 자녀의 출산 의사결정에는 주택이 강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용어 클릭] ●승혼·강혼 여성이 자신보다 교육수준이 높은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승혼, 반대로 교육수준이 낮은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강혼이라고 표현한다. 여성학계는 남성 중심적인 용어라며 비판하기도 한다.
  • “박근혜에겐 박정희, 야권에겐 후보 단일화가 약이자 독”

    “박근혜에겐 박정희, 야권에겐 후보 단일화가 약이자 독”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는 박정희, 야권에서는 후보 단일화가 각각 약이자 독이 될 수 있다.” 통계 전문가이자 선거 전략가인 이영작(70) 전 한양대 석좌교수는 29일 서울 중구 퇴계로 자신의 사무실에서 서울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오는 12월 대선을 이렇게 전망했다. 이 전 교수는 여론조사 분석 등을 통해 1997년 대선 때는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MB) 대통령 당선에 각각 일조한 선거 전략가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대선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나. -어떤 이슈가 쟁점화되고, 어느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느냐가 중요하다. 당장 눈에 띄는 것은 MB 정권의 부정부패다. 새누리당 박 후보도 부정부패가 없겠느냐는 이슈로 이어질 수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책(‘안철수의 생각’)에서 광장히 많은 약속을 했다. 부담이 될 수 있다. →정책적인 쟁점을 꼽는다면. -많다. 만약 박 후보가 ‘안철수 룸살롱’ 논란에 대해 “그 사람 말을 믿는다.”는 식으로 답(실제 발언은 “본인이 밝히면 될 문제”)을 했으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런 이슈는 대선에서 중요한 쟁점이 아니다. 그러니 말로 인심이나 썼어야 했다는 것이다. 안철수의 룸살롱이네, 박근혜와 최태민이네 이런 거는 유치한 흑색 선전이다. 그런 식의 선거 운동은 안 된다. 선거는 과학적으로 해야 한다. 가치중립적인 여론조사를 통해 민심의 저류를 알아내야 선거 전략을 세우는 것은 물론 대통령이 된 후에도 도움이 된다. ●‘안철수 룸살롱’은 유치한 흑색선전 →박 후보를 어떻게 평가하나. -2007년 대선 당시 내가 실시한 세 차례 여론조사에서는 적어도 박 후보가 MB와 비교했을 때 도덕성·신뢰성 빼고는 앞서는 게 없었다. 지금까지 도덕성을 내세워 대통령이 된 사람은 없다. 당시 박 후보가 졌다기보다는 MB가 이긴 것이다. →박 후보가 지난 5년 동안 약점을 많이 보완했다고 생각하나. -딴 얘기부터 하겠다. DJ는 경륜·경험이 쌓여 있는 분이었다. 그럼 당연히 참신성은 떨어진다. DJ에 맞서는 후보들은 모두 참신성을 내세워 공격했다. DJ가 어느 날 무심코 지나가는 말로 “내가 40년 동안 대통령이 될 준비를 했는데, 이걸 써먹어야 하는데”하면서 고민하시더라. 그래서 내가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만들어 냈다. 박 후보에게서는 제일 먼저 무엇이 떠오르나. ‘원칙과 신뢰’는 박 후보 주변에서 하는 얘기고,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박정희의 딸’이다. 박 후보 입장에서는 가장 큰 장점이자 약점이다. DJ의 경험·경륜과 같은 것이다. 냉정하게 평가한 다음에 ‘준비된 대통령’과 같은 자신만의 표현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이희호 여사가 박 후보를 높이 평가했는데. -고모(이 전 교수는 이 여사 둘째 오빠의 장남)는 원래 여성운동을 하시던 분이다. 여성의 권익이라는 차원에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것 같다. 인간적인 측면에서 하신 말씀이지 정치적 측면에서 하신 말씀은 아니라고 본다. →‘안철수 바람’이 1년 가까이 꺾이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호감도가 떨어지는 순간 대통령감으로서 지지도도 꺾이게 된다. 1997년에도 박찬종씨가 굉장히 떴다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조순씨도 1997년 8월에 떴다가 금방 꺼졌다. 안 원장이 박찬종씨나 조순씨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안 원장을 평가한다면. -책을 내지 않았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책을 보면서 느낀 점은 참 모범 답안만 내놨다는 것이다. 공격당할 빌미가 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예컨대 복지 위에 경제를 세운다고도 했는데 이는 잘못됐다. 복지는 정치다. 달리 말하면 정치 위에 경제를 세우겠다는 것인데, 정치와 경제는 양립해야 하는 문제다. 안 원장의 최대 약점은 위기 관리 능력이 아닐까 한다. 항상 국민의 의견을 들어서 하겠다고 했는데 맞는 얘기다. 문제는 정치를 하고, 국정을 운영하다 보면 국민 의견을 들을 수 없는 순간이 많다는 것이다. 북한이 서해 5도를 공격한다고 가정할 경우 어떻게 국민 의견을 듣고 결정할 수 있겠나. 안 원장이 소통을 강조하다 놓치는 부분이다. 안 원장의 강점은 기업을 경영한 경험이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얘기만 해도 충분하다. 복지나 이런 문제는 들은 얘기지 해 본 적은 없는 것이다. 복지 위에 경제를 올리겠다는 것은 자신의 힘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박 후보와 안 원장이 대선에서 대결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렇게 해야 될 거다. 1997년 대선 때도 원래 DJ와 JP(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를 단일화하자는 얘기가 있었다. 난 결사반대했다. 여론조사를 하면 이긴다는 것은 알았지만, DJ에게는 ‘산 JP’가 필요하지 ‘죽은 JP’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신 협상하라고 조언했다. 여론조사를 통해 경쟁 후보를 죽여서는 승산이 떨어진다. →이번 대선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여론조사 방식은 피해야 한다는 얘기인가. -협상으로 단일화해야 한다. 그게 각 후보의 장점을 살리는 방식이다. →민주당 경선은 어떻게 보나. -정치적 관찰이 필요한 부분은 정치인이 아니니 잘 모른다. 나는 조사와 분석을 통해 답을 찾는 사람이다. ●여론조사 요청 아직은 없어 →이번 대선에서 승부처는. -적어도 민주당 경선에서는 좌파의 지지가 중요하다. 후보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선이 끝나면 곧장 중도로 나오는 게 중요하다. 우파도 마찬가지다. 주류라고 할 수 있는 40대도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40대가 불안해지는 시기다. 불안해하는 주류의 기대를 얼마나 충족시켜 주느냐가 관건이다. →1997년 대선 때 고모부인 DJ를 도운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2007년 대선 때 MB를 도운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여론조사를 세 차례 했다. 어떤 부문이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누굴 도와주기 위해 조사를 한 게 아니라 MB가 조사 결과를 봤기 때문에 도움이 된 것이다. 이런 조사는 설문을 만드는 게 가장 어렵다. 설문이 반이다. 조사를 누가 하는지 응답자가 낌새를 차리면 안 된다. 질문이 공정하고 재밌어야 정확한 조사를 할 수 있다. →힘든 분석 작업을 하는 이유가 뭔가. -재밌으니까 한다. 가치중립적이지 못한 조사는 하나 마나다. 후보들 기분 좋으라고 하는 게 아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조사는 언제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야 대선 후보나 주자로부터 (여론조사를 해 달라는) 공식 요청이 들어온 것은 없다. →대선 후보나 주자들과의 접촉은 없었나. -박 후보 측에서는 내 책(97 대통령 선거전략보고서)을 보고 자문했다. 다음 달 열리는 안 원장의 한 지지 모임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도 받았다. 이춘규 선임기자·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Weekend inside-녹색세계은행] 1000조원짜리 유치戰… “평창올림픽 경제효과의 100배”

    [Weekend inside-녹색세계은행] 1000조원짜리 유치戰… “평창올림픽 경제효과의 100배”

    최근 녹색기후기금(GCF·Green Climate Fund) 이사회가 열리고 있는 스위스 제네바는 ‘총성 없는 전쟁터’다. 올해 안에 GCF 사무국이 어느 나라로 갈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다룰 GCF 이사회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처음 열려 각국 간에 치열한 유치전의 막이 올랐다. 인천 송도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물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신제윤 재정부 1차관 등이 세계 각국 유력 인사들을 물밑에서 접촉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신 차관은 “임기 중에 딱 두 가지만 이뤄 놓으면 후대에 평생 여한이 없다. 그중 하나가 GCF다.”라고 공언할 정도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생소하기 그지없는 GCF 사무국 유치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이렇게 ‘목숨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GCF가 앞으로 1000조원 이상의 기금을 운영하는 ‘녹색산업의 세계은행(WB)’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핵심 미래 아이콘인 녹색산업의 패러다임을 선점하는 효과도 엄청나다. 우리나라는 여기에 반세기 만에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기적’을 전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라는 계산도 내심 하고 있다. GCF 유치에 성공하면 사실상 국제기구 사무국 첫 유치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천문학적 재원 규모… 고용창출 효과 기대 24일 기획재정부와 외교통상부 등에 따르면 GCF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기후변화 특화기금이다. 2010년 12월 선진국들이 유엔 상설기구로 GCF를 설립하는 데 합의하고, 지난해 12월 기금 설계 방안을 채택하면서 가시화됐다. 지구환경기금 등 기존 기후 관련 기금과 달리 온실가스와 기후변화에 집중적으로 재원을 투입하게 된다. 재원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GCF의 이사국과 대리이사국인 41개 선진국이 내년부터 202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의 장기 재원을 조성하게 된다. 총 8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904조원 정도다. 국제통화기금(IMF·8450억 달러)에 버금가는 규모다. GCF의 위상을 WB나 IMF, 아시아개발은행(ADB) 등과 동급으로 보는 이유다. 사무국 유치에 따른 부대효과도 상당하다. 정부는 GCF가 연간 120회 정도 국제회의를 열 것으로 보고 있다. 사무국 직원만도 5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여 고용 창출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 관계자는 “부대 비용까지 감안하면 1000조원짜리 수주전”이라고 말했다. GCF 사무국 유치에 성공하면 국가 위상도 크게 올라갈 전망이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있는 국제기구는 국제백신연구소(IVI)와 유엔동북아사무소(UNESCAP) 등 21개다. 하지만 대부분 사무소 수준이다. IVI 직원은 2009년 말 기준 157명이다. 연간 예산은 3000만 달러 수준이다. GCF 사무국 유치에 성공하면 전 세계를 아우르는 ‘제대로 된’ 국제기구로는 처음이 되는 셈이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서울에 유치한 것보다 실질적인 효과가 훨씬 크다는 게 정부의 속내다. 유럽과 미국에 편중돼 있던 주요 국제기구를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유치한다는 의미도 작지 않다. 아시아 지역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로는 국제열대목재기구(ITTO·일본 도쿄), 국제미작연구소(IRRI·필리핀 마닐라),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아랍에미리트 연합) 등이 있지만 위상은 그리 높지 않다. 외교부 관계자는 “GCF 사무국을 가져오게 되면 지금까지 국제 외교에서 변방에 머물렀던 한계를 단숨에 극복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로벌 신성장 동력으로 손꼽히는 녹색·기후 분야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의미도 크다. GCF가 기후변화 재원 체계를 총괄하는 환경 부문의 WB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우리나라가 글로벌 기후변화의 패러다임을 선점하는 데 유리한 조건이 마련되는 셈이다. 태양광과 자동차용 2차전지 등에 눈을 돌리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녹색산업 관련 투자 역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그동안 분담금 등의 문제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지만 GCF를 유치하게 되면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인 녹색산업 분야 논의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진화된 녹색금융 기법 전수받아 녹색금융 분야의 질적인 향상도 기대된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은 “국내 금융기관들이 GCF의 선진화된 녹색금융 기법을 전수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녹색산업과 녹색금융이 결합하면 향후 우리나라가 100년 이상 먹고살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하는 동시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의 100배 이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GCF 사무국 유치를 신청한 나라는 한국, 독일, 스위스, 멕시코, 폴란드, 나미비아 등 6개국이다. 오는 11월 말 카타르에서 열리는 제1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8)에서 최종 승자가 결정된다. 우리나라는 일찌감치 물밑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박재완 장관은 지난 6월 열린 ‘리우+20’ 정상회의에서 각국 각료와 양자 면담을 갖고 한 표를 호소했다. 신제윤 차관과 최종구 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최근 미국과 중앙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을 돌며 유치 운동을 펼쳤다. 우리가 카드로 내민 것은 최첨단 사무실 제공과 비용 지원. 우선 다음 달 송도 아이타워가 완공되면 15개층을 GCF 사무국에 무료로 제공할 방침이다. 또 유치 첫해에 200만 달러를 출연하고, 그 뒤 7년 동안 해마다 100만 달러(약 15억원)의 운영 비용도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는 신 차관이 주재하고 관계부처 1급이 참여하는 유치추진단을 발족, 구체적인 운동에 들어갔다. 한덕수 무역협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민간유치위원회도 출범했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국제기구 유치 경험이 풍부한 독일과 스위스다. 특히 독일은 해마다 운영비로 700만 유로(약 100억원)를 GCF에 내놓겠다고 제안하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까지 유치전에 직접 나섰다. 신 차관은 “솔직히 다소 불리한 조건에서 유치전에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해볼 만한 게임이 됐다.”면서 “유럽과 북미에 편중된 환경 관련 국제기구의 지역적 불균형 해소 필요성과 우리나라가 그동안 녹색 분야에 다각적으로 기여한 점 등을 적극 부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중앙 - 지방 인사교류 전면 확대

    중앙 - 지방 인사교류 전면 확대

    정부가 중앙과 지방자치단체 간 범정부적 차원의 인사교류에 나선다. 또 제도 안착을 위해 그동안 지방공무원에게만 적용하던 인사교류 인센티브제를 국가공무원에게도 적용한다. 행정안전부는 23일 “정부는 올해 중으로 광역시·도 부단체장과 기획재정부·국토해양부·지식경제부 등 주요 부처 실·국장과 행안부와 연계한 ‘삼각 인사교류’를 추진한다.”면서 “지방행정·제도를 총괄하는 행안부가 가운데에서 부처 및 시·도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인사교류를 원하는 기관의 수요를 조사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중앙의 고위공무원단과 비슷한 위상의 ‘지방 고위공무원 풀’을 꾸려 신속하고 효율적인 중앙~지방 간 인사교류가 가능한 체제를 갖춘다. 이를 위해 지난 6월부터 시작해 15명이 교육을 마쳤고, 오는 10월까지 17명이 추가로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과장급 224개 직위도 포함 이와 함께 행안부와 지방행정과 관련이 있는 주요 부처의 전체 직위 180개를 선정해 인사교류를 진행하고, 중앙과 지방 사이에도 과장급 44개 직위를 정해 인사교류를 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중앙~지방 간 과장급 교류는 20개 직위에 대해 시범 운영하고 있고, 부처 간에도 역시 180개 직위의 교류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25개 중앙 부·처·청과 17개 시·도가 참여할 예정이다. 행안부는 이를 위해 인사상 인센티브를 국가공무원에게도 적용해 성과평가에서 가점을 주고, 복귀 시 불이익 금지 등을 예규로 마련했다. 지방공무원의 인센티브도 현재 월 0.05점에서 월 0.1점으로 두 배 늘리는 등 인센티브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인사교류는 공무원사회에서 오래 전부터 제기돼 온 해묵은 과제였던 만큼 이제 부처와 부처 사이, 부처와 지역 사이 조직 이기주의에 기반한, 눈에 보이지 않는 칸막이를 걷어내기 위한 조치의 첫 걸음을 뗐을 뿐, 제도적인 측면이나 조직문화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행안부는 특히 주요 부처와 광역시·도 사이의 실질적인 교류에 주목하고 있다. 재정부·지경부·국토부와 같은 주요 부처의 국·실장급과 17개 시·도 부단체장직이 원활하게 교류한다면 지자체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중앙부처에도 지역의 실상을 좀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판단에서다. ●부처 간 ‘칸막이’ 철거 첫걸음 현재 17개 시·도의 행정 부단체장은 모두 행안부 출신이다. 정무 부단체장은 별정직으로 분류된다. 최근 광역시·도에서 정무 부단체장에게 경제산업, 투자유치, 국제협력, 도시개발 등 경제분야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겨 경제부지사로 운영하는 것이 대세다. 부산·대구·광주·울산·경기·강원·전남·제주 등이 이같이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장은 경제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으면서 행정 시스템을 이해하는 경제부처 관료를 선호하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중앙정부 관료 출신을 경제부지사로 둔 곳은 광주·울산·경기·충북·전남 정도다. 이 중 현직은 지경부에서 파견된 전남(정순남 부지사)과 행안부에서 파견된 경기도(이재율 부지사) 뿐이고, 다른 지역은 모두 전직 관료들이다. 또 중앙과 지방 간 과장급 인사교류를 시범 운영하려는 곳은 전체 44개다. 현재까지 협의를 마친 곳은 20개로 그나마도 통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행안부다. 인사교류를 협의 중인 곳은 지경부·국토부를 비롯해 농림수산식품부·보건복지부·환경부·식품의약품안전청·소방방재청 등이다. 교육과학기술부·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고용노동부 등은 아직 인사교류 직위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로는 강원·전북·경남·세종시 등 4개 시·도에서 인사교류 직위를 지정하지 못했다. ●기관들 상호 미비점 보완 효과 박동훈 행안부 지방행정국장은 “경제 관련 부처에서는 인사교류를 통해 지자체로 가는 것을 내부 경쟁에서 밀려났다고 보는 인식이 팽배하고, 한 번 나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고 여긴다.”며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 국장은 “지방 공무원들 역시 익숙한 지역을 떠나는 것에 대해 걱정이 많은데 상호 간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면서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인사교류는 궁극적으로는 민생 현장과 법·제도 담당 기관의 미비점을 상호 보완하는 것”이라고 인사교류의 긍정적 기능을 설명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이소영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4년

    [옴부즈맨 칼럼]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이소영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4년

    ‘우리 선수’, ‘우리 땅’…. 국가대표 선수들이 선전한 런던 올림픽이 끝나기도 전에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전격 방문하고,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독도 문제와 위안부 문제 등을 강력하게 발언했다. 일본이 이에 강하게 대응하고 나서면서, 관련 보도는 계속해서 이어져 대부분의 신문지면은 ‘우리’라는 단어로 뒤덮였다. 한국 국적을 가진 선수에, 우리 영토에 ‘우리’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 보도에 대한 과격한 반응을 살펴보면 혹시 이러한 행태가 어긋난 민족주의에 기반한 구분짓기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우리’는 ‘나’의 확장된 개념이다. 개인은 공통점을 바탕으로 여러 타인과 관계를 맺고 공동체를 형성한다. 민족·고향·성별 등의 생득적 요소나 취향과 같은 후천적 요소에서 공통점을 가진 공동체에 소속감을 느끼고 공동체의 구성원에 대해 애정을 갖는 것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의 경계 너머에 ‘그들’이 형성되고, 이들에게 이질감을 느끼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때로 이러한 구분은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들’이 우리와 ‘다른’ 존재가 아닌 대립항이 되고, ‘적’으로 규정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 대한 불법적 사이버테러가 ‘애국심’으로 여겨지는 것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대통령의 강경한 대일 태도가 지지율을 상승시켰다는 사실 역시 마찬가지다. 그 해악은 비단 일본과의 사례뿐 아니라 종북 혐의로 민주화 열사들을 탄압한 사례나 잔존하는 지역감정이 정치에 이용되는 행태, 진영논리에서도 드러난다. 언론은 이러한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내고 유지·강화한다. 기사 자체의 내용은 중립적이라 할지라도, 기삿거리를 선정하고 이를 어떤 제목과 어떤 단어를 통해 표현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혹은 기자나 편집자 자신도 모르게 특정한 이데올로기가 개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걸러지지 않은 채 독자에게 수용되고, 독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그의 사상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언론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강조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부분의 매체에서는 이러한 소명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있어서도 대부분의 언론은 자극적인 제목을 통해 우리와 그들의 구분을 감정적으로 강조하고 반일감정을 부채질하는 모습만을 보였다. 다행히도 서울신문에서는 무분별한 구분짓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았다. 오원춘 살인사건을 보도할 때에도 그가 조선족이었음을 강조, 사람들의 분노가 외국인에게 향하도록 했던 다른 매체들과는 달리 사건 이후 증가한 외국인 혐오증에 대한 비판 기사(5월 4일 자)를 내보내는 등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번 사건에서도 애국심으로 포장된 무분별한 반일감정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취재수첩(8월 16일 자)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한 일본의 반박과 이어지는 여러 갈등에 대해서도 비교적 실리적이고 공정한 자세를 유지하는(8월 20일 자) 기사들이 돋보였다. 구분짓기의 이데올로기는 배타성으로 인해 다원성의 시대에 적합하지 않을뿐더러 우리의 눈을 가리고 바른 판단을 막는다. ‘오늘의 눈’에서 언급했듯이 우리가 박종우 선수의 독도 세리머니에 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문제제기를 비판해야 한다면, 그것은 정치적 활동을 금지하는 규정 자체에 대한 비판이거나 우발적인 행위에 내려진 지나친 제재에 대한 것이어야지, ‘일본도 그랬는데 왜 우리에게만 그러냐.’는, 날 선 구분짓기가 더 이상 비판의 논리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서울신문이 이번 사건뿐 아니라 앞으로 다른 사안의 보도에 있어서도 어긋난 구분짓기 이데올로기의 사용을 지양하고 사실관계에 입각한 공정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사회에 만연한 구분짓기의 논리를 없애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구리, 아천동 그린벨트 개발 특혜 의혹

    경기 구리시가 고구려대장간마을(박물관) 터를 무상 임대해 준 토지주에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과 관련한 각종 특혜를 주는 가운데 시장과 담당 공무원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14일 도에 따르면 대장간마을은 드라마 태왕사신기 세트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2006년 8월~2008년 4월 현 박영순 시장 재임 시절 도비 22억원을 지원받아 최모씨 소유의 구리 아천동 산 42-1 일대 그린벨트 임야 4928㎡ 등을 7년 기한으로 무상 임대받아 건립했다. 세트장이 건립되면서그린벨트도 해제됐다. 당시 도는 박 시장에게 토지를 영구 임대받거나 아예 사도록 여러 차례 지시했으나 시는 2007년 1월 토지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를 강행, 이듬해 4월 준공했다. 도는 즉각 시에 대한 종합감사에 들어가 ‘주의’ 처분한 뒤 “무상 사용기한 내(2014년 1월 30일)에 조속히 토지매입 협의에 나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는 현재 토지매입 협의에 나서기는커녕 최씨에게 각종 특혜를 줘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먼저 2007년 1월쯤 대장간마을에 인접한 우미내마을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 최씨의 별장부지인 아천동 315-2 일대 496㎡를 포함시켰다. 이 부지는 우미내마을과 동떨어져 있고, 그린벨트 임야 한복판에 있어 상식 밖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이 별장부지는 한강을 조망하는 카페로 성업 중이다. 시는 또 대장간마을 우측에 접한 최씨 아들의 집이 공사 시작과 함께 철거되자, 국토해양부와 시 도시과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부친인 최씨의 인근 토지(아천동 산 42-1)로 이축을 허가하기로 한 사실도 서울신문이 뒤늦게 확인했다. 국토부는 “공익사업으로 철거되는 주택은 철거 당시 건축주가 소유한 토지에만 이축할 수 있다.”며 불가 입장을 밝혔으나, 시는 지난 5월 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민원조정위원회를 열어 조건부 이축허가 결정을 내렸다. 시 도시과 직원들은 “해당 부지는 도로가 없고 소하천정비 대상이라 교량이나 진입로를 설치해야 한다.”며 불가 입장을 고수했으나 묵살됐다. 반면, 박 시장은 “도시과 직원들이 법 조항을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박 시장은 “최씨가 이축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에 대해 대단히 화가 나 있다.”면서 “보는 눈들이 많아 원칙에 따라 정확하게 처리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 시는 2007년 12월 우미천 재해위험지구에 대한 정비를 하겠다며 특별교부세 6억원을 도에서 받아 사업변경 승인 절차 없이 대장간마을 주변 사유지에 목교 등을 설치한 것으로 도 감사에서 드러났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열린세상] 정책 결정과 도깨비도로 함정/박남기 광주교육대 총장

    [열린세상] 정책 결정과 도깨비도로 함정/박남기 광주교육대 총장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도깨비도로란 올라가고 있는데 내려간다고 착각하게 하거나 혹은 그 반대의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도로의 특정 구간을 일컫는 말이다. 도깨비도로 현상은 도로 주변의 지형 특성이 만드는 착시 현상이다. 그 상황에 있는 사람은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한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내리막인데도 오르막이라고 착각해 승용차 가속 페달을 힘껏 밟다가 차가 너무 빨리 앞으로 나아가는 바람에 깜짝 놀라거나 때로는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이러한 도깨비도로 착시 현상은 그 도로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서 혹은 약간 위에서 내려다보면 쉽게 벗어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종종 이러한 도깨비도로 함정에 빠진다. 전후좌우를 따져볼 때 분명 그렇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난 후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함정에 빠지는 이유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정보와 비교해 빠르게 판단하도록 진화되어 온 뇌 구조, 개인 욕심이나 다른 이유로 인한 정보 수집 및 분석 오류, 더 크게는 그동안 형성해 온 좁은 관점 등등 때문이다. 자신의 확신이 크면 클수록 상대의 지적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데 도깨비도로와 달리 그 자리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 그 현상을 어느 정도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자신이 도깨비도로 함정에 빠졌음을 알게 된다. 국가 차원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참여자들이 이러한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초 한국교육학회 춘계 세미나에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분석·발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기치는 ‘교육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이었고, 기대하는 효과는 ‘국민이 만족하는 교육·가난의 대물림 차단’이었다. 그런데 자율형 사립고, 입학사정관제를 포함한 3단계 대입 자율화 등 그 구체적인 정책을 살펴보니 내건 기치와 달리 잘못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것으로 우려되는 정책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내건 기치와 기대 효과가 ‘교육 만족 절반, 사교육비 두 배’, ‘고소득층이 만족하는 교육·가난의 대물림 강화’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음을 지적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즉 원래 내건 기치에 부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어떻게 보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나름의 견해도 동시에 피력하였다. 새로운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이 종종 내건 기치와 다른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우를 범하는 이유는 도깨비도로 함정에 빠지기 때문이다. 과거 이명박 후보 대선 공약을 보면 “대학입시 자율화가 입시부담, 학습부담을 줄입니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조금만 떨어져서 보면 전형방법이 수없이 늘어나서 학부모와 학생의 준비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임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정책 제안자가 고의로 혹은 무지해서 그러한 우를 범한 것이 아니라 도깨비도로 함정에 빠져 있어서 그러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러한 도깨비도로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비록 힘이 들겠지만 그 집단과 다른 관점에서 그 현상을 바라보는 사람들과의 공동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서 논의를 진행하면 할수록 함정에 더욱 깊이 빠져들게 된다. 공동 작업이 힘들다면 의도적으로라도 반대 관점의 연구물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뿐만 아니라 반박할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 수집에도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 입안 과정 참여자가 현상을 보다 큰 안목에서 그리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열린 사람들로 구성되는 것일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분야별로 새로운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은 현 정부의 사람들이 도깨비도로 함정에 빠져 있다고 비판하면서 자신들은 또 다른 함정에 빠져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하며 국가의 미래를 그려 가기 바란다.
  • 눈 좋지 않아도 공군 조종사 된다

    공군 조종사를 꿈꿨으나 시력이 좋지 않아 신체검사에서 탈락할 위기에 놓인 청소년들에게 ‘빨간 마후라’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공군은 2013학년도 공군사관학교 지원자와 올 하반기 조종장학생, 학군·사관 후보생으로 지원하는 대학생 가운데 나안 0.5 이하의 저시력자도 시력교정수술(PRK)이 가능하면 조종자원으로 선발한다고 9일 밝혔다. 그동안 공군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시력이 나안 0.5 이상, 교정 1.0 이상을 충족해야 했다. 변경된 기준에 따르면 신체검사에서 나안시력이 0.5 이하라도 교정시력이 1.0 이상이고 굴절·각막 지형도·시야 검사 등 정밀 검진을 통과해 PRK수술에 적합하다고 판정되면 조종자원으로 선발될 수 있다. PRK수술은 레이저를 이용해 각막 중심부를 절제하는 것으로 공중에서 강한 압력을 받아도 안정성이 높다. 단 각막 상피를 벗기는 라식이나 라섹 수술은 공중기동 시 위험하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고 이미 PRK수술을 받은 사람도 선발대상에서 제외된다. 공군 관계자는 “공군사관학교 입교 후에도 최소 1년간 지속적인 검사와 관찰을 통해 눈의 굴절률 변화를 파악해서 최종적으로 수술 여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미국 공군의 선례를 검토해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오늘의 눈] 보이지 않는 벽이 여전한 사회/이영준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보이지 않는 벽이 여전한 사회/이영준 사회부 기자

    중앙대 대학원은 ‘상위권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에게만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주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 기준도 한 언론사의 주관적인 평가 결과를 따랐다. 이런 규정 탓에 중앙대보다 상위권대 출신 대학원생은 학점 4.5점 만점에 평균 3.5점만 받아도 성적 우수자로 전 학기 수업료를 감면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하위권대 학생은 4.0이라는 높은 학점을 받아도 장학금을 받지 못 한다. 아직도 대학 서열이 우리 사회에서 인재를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이런 중앙대의 모습에 특목고와 서울 소재 고교 출신을 선호하는 대학들의 행태가 오버랩됐다. 현재 서울대, 연세대 등 상위권 대학 신입생의 약 30%는 과학고·외고·국제고 등 특목고 출신이다. 특목고 등 상위권 학교의 학생수가 전체 고교생의 2.5%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30%라는 수치는 일반고 학생의 상위권대 진학률보다 10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대학 입장에서는 특목고 출신을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털어놨다. 중앙대 측은 “우수 대학원생 유치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논란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상위권대 출신=우수 학생’이라는 등식을 기정사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신 학교보다 하위권 대학원으로의 진학은 어려운 결정이니 그 정도 보상은 해줘도 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대학의 서열화가 전제된 판단이다. 교육은 공정성과 기회균등이 기본 철학이다. 때문에 입시나 장학금 등에서 출신 학교에 따라 기회에 차등을 두는 것은 교육적 가치를 침해하는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런던올림픽이 오심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민들은 ‘특정국 봐주기’라며 억울해한다. 중앙대 대학원에 다니는 하위권대 출신자들의 심정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실력이 아닌 출신 학교 때문에 장학금까지 박탈당한 까닭이다. 이는 교육철학에 대한 모독일 수 있다. 중앙대 측은 하위권대 출신 학생들에게도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옳다. apple@seoul.co.kr
  • 한전, 전기개폐기 무리하게 바꾸더니…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2009년 친환경 정책을 이유로 본격 도입한 ‘에폭시 몰드 전기개폐기’를 리콜하고 있는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해당 제품은 플라스틱의 일종인 에폭시를 고체 형태로 사용해 요즘 같은 불볕더위에 취약한 데다 전력 수요가 몰리면 고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내부 절연체에 전선이 한쪽으로 몰리는 편심 현상이 리콜의 원인으로 드러나 자칫 연쇄 정전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전기개폐기는 대형 발전소와 전신주 등에 들어가는 부품으로, 과부하 전류를 차단하는 ‘대형 스위치’격이다. ●지난해부터 개폐기 88대 순차 리콜 한전은 전기업체 A사가 제조한 에폭시 몰드 개폐기 88대를 지난해 12월부터 순차적으로 리콜하고 있다. 리콜 점검 대상은 A사가 납품한 600여대다. 대당 1400여만원(입찰가 기준)으로 현재까지 리콜된 물량만 12억원어치에 달한다. 한전은 2009년 A사를 친환경 개폐기의 최종 사업자로 선정, 교체 사업을 진행했지만 시범운영 기간이 짧고 안정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던 터다. 문제는 불안정한 전기개폐기의 고장이 정전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기 개폐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과전류를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전기연구원 관계자는 “전기개폐기 하나가 고장나면 전력 사용이 집중되는 여름철에는 인구 밀집 지역 등에선 순차적으로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특히 공장 지역에서는 기계 손상 등으로 심각한 경제적 손실까지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2010년 기존의 가스개폐기가 온실가스인 SF6(육불화황)를 배출한다는 문제 제기에 따라 개폐기 전량을 친환경 제품인 에폭시 몰드 개폐기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해당 제품은 유해 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대신 썩지 않고 재사용도 불가능한 에폭시(내부식성 플라스틱)를 사용, 도입 초기부터 “친환경 사업이 또 다른 산업폐기물을 양산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해 말 현재 에폭시 몰드 개폐기는 4296대, 가스 개폐기는 3만 9007대가 설치돼 있다. ●한전관계자도 안정성 미확보 시인 전문가들은 한전의 무리한 정책 추진이 리콜 사태를 초래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전기관련 학과 교수는 “몰드 개폐기는 제조의 완성도가 곧 안정성으로 이어지는데 아직 만드는 실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면서 “서둘러 도입하다 보니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납품 검사만 넘기고 이후에는 관리가 안 되는 것 역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전이 납품단가를 무조건 낮추려고만 하니 업체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면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아직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차차 기술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그랜드민트페스티벌2012 1차 라인업…반가운 이름 누구?

    그랜드민트페스티벌2012 1차 라인업…반가운 이름 누구?

    국내 대표 음악 페스티벌인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12’(이하 GMF)가 오늘(31일) 1차 라인업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레전드급 아티스트인 윤상. 발라드부터 일렉트로닉, 월드 뮤직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후배 아티스트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쳐온 그가 2007년에 이어 두 번째로 GMF 무대에 오른다. 밴드계의 ‘거물급’ 밴드들도 오랜만에 대거 출연할 예정이다. 2009년 GMF를 위해 한시적으로 재결합해 화제를 모았던 슈퍼밴드 ‘불독맨션’과 멤버 개별 활동으로 휴지기를 가졌던 ‘마이 앤트 메리’, ‘장기하와 얼굴들’이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며, 모던록의 국가대표 밴드 ‘델리스파이스’ 역시 새 EP 발매 소식과 함께 출연을 결정했다. GMF와 함께 스타덤에 오른 대표 아티스트들도 총집합 했다. 음원, 음반, 공연을 석권한 ‘10CM’, ‘데이브레이크’, ‘에피톤 프로젝트’를 비롯 ‘검정치마’, ‘몽니’, ‘피터팬 컴플렉스’, ‘옥상달빛’, ‘소란’ 등이 합류했으며, 관객들로부터 절대적인 추천을 받은 ‘제이레빗’, ‘펠라스’, 오지은, 이규호, 존 박 등도 라인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해외 아티스트로는 차세대 코린 베일리 래로 칭송 받는 미셸 샤프로가 확정됐다. 예일대를 졸업한 재원으로 2011년 일본에서 최초로 발매한 데뷔 앨범 ‘Purple Skies’가 발표와 동시에 아이튠즈 차트 1위, 방송 차트 5위를 기록했으며 국내에서는 1년 넘게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오는 10월 20일~21일 올림픽공원에서 펼쳐지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12의 티켓은 8월 2일 오후 2시 예스24에서 오픈하며, 2차 라인업은 8월 17일 공개된다. 자세한 사항은 민트페이퍼 홈페이지(www.mintpaper.com)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고누 사회

    오지랖 넓은 상수리나무 그늘은 넉넉하게 칠월의 생볕을 가려주었습니다. 참댓살로 짜맞춘 평상에 이내 아이들이 모여들어 패거리를 이룹니다. 이만하면 한판 겨뤄볼 만합니다. 아이들이 패를 나누고 패에서 ‘선수’를 내세워 고누판을 벌이는 거지요. 바둑이나 장기처럼 판이나 돌, 말을 따로 준비할 것도 없습니다. 평상 바닥에 으깬 풀잎으로 아(亞)자 비슷한 판 하나, 모양 다른 공깃돌 세개씩만 주워 오면 되니까요. 일단 판이 시작되면 열기가 여간 아닙니다. 진 팀이 나중에 이긴 팀 꼴망태를 다 채워줘야 하니 그럴밖에요. 갈수록 훈수가 낭자합니다. “어, 저게 죽을 자리 찾네.”라고 상대방 수를 깔아뭉갤라치면 “항상 보면 니가 죽을 자리라는 곳이 명당이더라.”며 면박을 주기도 합니다. 이런 고누판에서 가장 치명적인 변수는 부모의 호출입니다. 지금처럼 애들도 앞앞이 휴대전화 가진 세상이 아니어서 아버지가 대문께에 나와 “복만아.” 하고 목청 돋워 부르기라도 하면 그때부터 판세가 요동을 칩니다. 바둑처럼 초읽기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상대편은 키득거리며 마냥 시간을 끌고 그럴수록 마음만 급해 다 이긴 고누 뒤집히기는 일도 아니지요. 그럴 때면 “똥 마려운 참에 비는 오지, 소는 울지, 정신없겄다.”며 결정적인 훈수가 날아들고 세 불리를 감지한 상대편은 도리없다는 듯 “봉, 봉”을 외칩니다. 일단 봉수하고 나중에 다시 이어 두자는 뜻입니다. 어깨너머로 지켜보던 어른들도 한마디 하고 갑니다. “판 보니, 누가 꼴 베다 바칠지 알겄다.” 저녁 무렵, 들판 한쪽이 꼴 베어 남의 망태 채워주는 놈들, 그걸 지켜보며 히죽히죽 재밌어하는 놈들로 왁자합니다. 세상이 변해 요새는 아이들도 혼자 놉니다. 집체놀이는 눈 씻고 봐도 없습니다. 그러니 ‘나’는 알아도 ‘우리’를 모르고 우리를 모르니 이타니 헌신을 알 턱이 없습니다. 줄곧 공부만 해 ‘머리 좋은 놈’은 될지 몰라도 세상을 이끌 ‘똑똑한 놈’은 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건강한 자녀를 위해 ‘고누사회’ 같은 아날로그의 가치를 되새기자고. jeshim@seoul.co.kr
  • [오늘의 눈] ‘알릴 게 많은 정부’ 숨길 게 많네/강국진 사회2부 기자

    [오늘의 눈] ‘알릴 게 많은 정부’ 숨길 게 많네/강국진 사회2부 기자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 20세기 미국 독립언론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이지 스톤은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때론 알리고 싶은 게 많아서, 때론 감추고 싶은 게 많아서 거짓말을 한다. 그 피해는 국민 몫이다. 거짓말을 못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구려 도읍이었던 평양성에는 공사구간별 책임자 이름을 새긴 돌덩이가 지금도 남아 있다. 학계에선 이걸 ‘각자성석’(刻字城石)이라고 부른다. 수원 화성 건설 과정을 기록한 조선시대 문서를 보면 노비에게 지급한 일당까지도 꼼꼼하게 기록했다. 정부가 투명성을 높이면 책임감이 높아진다. 위정자들의 말과 행동을 모조리 기록하고 공유한다면 거짓말이 들어설 자리가 없어지지 않을까? 덥다. 에어컨과 선풍기에 자꾸 눈길이 간다. 정부에선 전력사용량이 늘어 걱정이란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정부종합청사를 대상으로 전기사용량과 전기요금을 정보공개청구해 봤다. 하다 못해 국방부도 자료를 공개했는데, 대통령실은 비공개 결정을 했다. “청와대 주요시설은 국가보안목표 최상위 시설로서 관련사항이 공개될 경우 국가안전보장 등에 어려움이 발생할 소지가 있어 공개할 수 없음”이란다. 처음 알았다. 청와대 전력사용량이 그렇게 무시무시한 정보였다니. 그러고 보니 지하벙커에 태권V를 숨겨 놨다는 소문이 빈말로 들리지 않는다. 얘기 나온 김에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정보를 전격 공개하련다. 2009년 대통령실 전기 총 사용량은 622만 6980, 사용요금은 6억 7500만원이었다. 어떻게 알아냈을까? 2010년에 시민단체인 정보공개센터가 정보공개청구했더니 대통령실에서 공개한 내용이다. 당시 그 기밀 정보를 공개한 대통령실 담당자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해야겠다. 업무 담당자 이름을 보니 죄다 윤OO, 정OO로 돼 있다. 무척이나 특이한 이름이니 검거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듯하다.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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