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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3)日 ‘자연관찰의 숲’ 가보니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3)日 ‘자연관찰의 숲’ 가보니

    일본의 산림교육은 다양하다. 산림교육이 학교 폭력 예방과 사회성 향상, 우울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 근거한다. 환경교육과 야외 체험학습의 필요성을 공감해 ‘총합(總合) 학습’으로도 인정하고 있다. 산림교육은 국가와 지자체, 민간, 기업 등 다양한 섹터가 참여하는데, 직업교육을 제외하고 정형화된 프로그램을 적용하지 않는다. ‘산은 친구, 산은 선생님’이라는 접근법으로 숲의 소중함을 스스로 알아가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진행하면서 인성 함양 및 치유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치유와 교육이 병행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치유는 ‘테라피단지’, 교육은 ‘체험, 관찰의 숲’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체험의 숲은 테라피단지와 달리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고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한다. 학교와 연계해 운영되기에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다. 교내 폭력이나 따돌림, 게임중독 등을 구분하지 않고 더불어 어울리도록 설계했다. 다만 유치원과 초등학생에 집중된 것은 우리와 비슷하다. ‘요코하마 자연관찰의 숲’을 방문한 날은 온종일 비가 내렸다. 숲을 걷는 데 약간의 불편이 있었지만 자연 상태가 잘 보존된 풍경은 마음을 상쾌하게 했다. 자연관찰의 숲은 일본 환경성이 전국에 10곳을 조성했는데 요코하마 숲이 제1호로 1986년 문을 열었다. 자연환경에서 동식물을 접하면서 자연보호사상을 고취한다는 초기 산림과 환경의 협력 모델이다. 숲은 일본야조(野鳥)회에서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고미나미 유키히로 담당은 “야조회 직원 6명이 상주하고 자원봉사자(200명)인 친구의 모임이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숲의 프로그램이나 교재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요코하마 숲의 대표 프로그램은 ‘초등 4학년’을 대상으로 1박 2일간 진행하는 체험학습이다. 프로그램은 정규 커리큘럼으로 인정받는데 지난해 요코하마 400개 초등학교 중 160개 학교의 체험학습을 진행했다. 올해는 170개 학교가 신청하는 등 해마다 참가 학교가 늘고 있다. 요코하마 숲에서는 체험학습을 진행하기 전에 선생님들과 진행할 프로그램을 사전협의해 결정한다. 숲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별로 필요한 교육을 설계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주입식 교육은 배제한다. “자연을 즐기는 방법을 알린다”는 숲 교육의 원칙을 고수하는데 재미있어야 다시 찾는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잡목림에서 나무를 직접 잘라 보고 숲길을 걸으며 벌레소리 듣기, 그림 그리기, 누워서 쉬기 등 과제를 부여해 자발적으로 숲과 접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학교나 인근 공원 등에서 방문 교육도 진행하는데 지난해 150개 단체가 신청했다. 지역사회와 교류도 활발해 지난해 숲 이용자가 14만명에 달한다. 3·5·11월 진행하는 ‘새 관찰’ 프로그램이 유명하고, 보호자와 함께하는 캠프는 유료임에도 신청자가 많아 추첨을 통해 선정하고 있다. ‘나가노 체험의 숲’은 지방자치단체(나가노현 임업총합센터)가 직접 운영한다. 산림연구시설을 교육 인프라로 제공한 형태다. 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보다 다양한 시설(26동)을 활용해 이용자가 필요한 교육을 실시토록 안내하고 있다. 숲은 40㏊ 규모로 목재생산을 위한 낙엽송 식재용으로 지자체가 20㏊를 추가 매입, 경치가 수려하다. 지난해 숲 이용객 3만명 중 교육 프로그램 참가자가 1만 7000여명이다. 이 중 유치원, 초등학생이 6500명을 차지한다. 숲 프로그램은 시민대상 강좌와 어린이들을 위한 산림교실, 일반인을 위한 산림작업 체험 강좌로 나눠져 있다. 특히 녹색소년단 활동 장소로 제공된다. 나가노현 177개 초등학교 녹색소년단이 10개 권역별로 나눠 연중 이곳에서 활동을 벌이고 1년에 한번 교류회도 갖는다. 연구시설답게 임업전문교육이 활발하다. 나가노현에서 매년 10명 선발하는 ‘임업사’ 교육을 진행한다. 일본의 알프스로 불리는 나가노지역에서 유용한 자격증으로 교육과정에서 임업기계 자격증도 딸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교육생 선발은 평균 2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보험료와 재료비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산주들을 대상으로 무료 진행하는 산림작업 강좌는 임업기계 사용과 나무벌재 및 운반, 숯 만드는 법 등을 전수함으로써 숲 활용 및 관리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수가야 유키히로 소장은 “전문가 양성을 제외한 숲 이용은 무료”라며 “숲과 친해질 수 있도록 교육이 아닌 교본을 제공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도쿄도 하치오지시(八王子市)에 있는 ‘다카오의 숲’은 폐교된 도립고등학교를 리모델링, 풍부한 녹지와 다양한 시설을 갖춘 체험형 시설이다. 민간이 시설에 투자하고 운영하는데 학교교육과 다른 사회교육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이용객의 70%가 학교 관련 단체이며 이용자 중 중학생이 비율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1박 2일 환경캠프와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텐트숙박, 추첨을 통해 참가자를 선발하는 와쿠와쿠(두근두근) 숲 캠프(3박 4일) 등이 호응을 얻고 있다. 자연 환경의 중요성과 단체 활동을 통해 협동심과 자신감을 배우는 과정이다. 국립산림과학원 교육문화연구실 하시연 박사는 “산림교육은 지속적인 접촉이 필요한데 일본은 체험 및 재량학습으로 인정하는 등 사회적 협의가 이뤄지는 과정”이라면서 “산림·환경에 대한 무관심한 중·고교생을 유인할 수 있는 자기주도형 또는 프로젝트형 프로그램 개발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글 사진 도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당신의 항문은 안녕하십니까

    [Weekly Health Issue] 당신의 항문은 안녕하십니까

    만약 인간이 다른 동물들처럼 네 발로 기어다니는 활동방식을 지켜왔다면 지금보다 훨씬 건강한 항문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영장류는 직립보행이라는 진화를 택했고, 이 때문에 가장 우월한 종으로 군림할 수 있게 됐으나 만만찮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바로 항문 질환이다. 현대인 가운데 흔히 치질로 불리는 항문 질환을 겪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직립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에다 갈수록 신체적 활동량이 줄기 때문이다. 우리가 치질이라고 아는 항문 질환은 정확하게 말해 치핵과 치루·치열이 섞인 개념으로, 예방책이 없지 않지만 일상적으로 실행하기가 번거로운 데다 치료 후 재발까지 잦아 많은 사람들을 전전긍긍하게 만드는 질환이다. 이런 항문 질환에 대해 양형규 양병원 의료원장으로부터 듣는다. →먼저, 항문 질환을 설명해 달라. -우리가 흔히 ‘치질’이라고 부르는 병이 바로 항문 질환으로, 치핵·치루·치열 3가지가 대표적이다.특히 치핵은 항문 질환의 7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발병 빈도가 높다. 2012년에 발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주요 수술 통계에서 치핵 수술이 백내장에 이어 두번째를 차지했을 정도다. →항문 질환의 유형은 어떻게 구분하는가. -치핵은 원래 정상적인 항문조직으로, 배변을 할 때 대변이 부드럽게 나오도록 쿠션 역할을 담당한다. 이 쿠션(치핵)조직이 늘어나 항문 밖으로 밀려나오는 것이 치핵이다. 치루는 항문 주위에 생긴 염증이 곪아서 누관이라는 터널이 생기는 질환으로, 치료가 까다롭고 재발이 잦다. 치열은 변비 등으로 항문이 찢어진 상태를 말한다. →유형별 발생률과 추이는 어떤가. -전체 항문 질환 중 치핵이 약 70%를 차지한다. 2011년의 경우 국내에서 치핵 수술을 받은 사람은 모두 22만 6000명으로, 특히 40∼50대가 많은 게 눈길을 끈다. 치루는 항문 질환의 15% 정도로, 20∼30대 젊은 남성과 2세 이하 남아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치열은 항문 질환의 7% 정도이며,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많고 주로 20∼30대에 빈발한다. →각 유형의 발생 원인을 설명해 달라. -치핵은 쿠션조직을 지탱하는 결합조직이 느슨해지거나 파괴되어 지지력이 약해지면서 조직이 항문 밖으로 밀려나오는 것으로, 특히 용변을 오래 보거나 변비·설사와 운전 등 오래 앉아 있거나 쪼그리고 앉아 일하는 사람에게 많다. 여성은 임신·분만 과정에서 치핵이 발생하기 쉽다. 치루는 배변할 때 윤활액을 분비하는 항문샘이 감염돼 염증과 농양이 생기고, 이 상태로 만성화해 고름이 차 있는 누관이 발생한 것이다. 치열은 대부분 변비로 딱딱해진 변이 항문 조직을 손상시켜 발생한다. →유형별 증상은 어떤가. -치핵은 항문조직이 밖으로 빠져나오는 탈출현상과 변을 볼 때 피가 뚝뚝 떨어지는 출혈이 대표적이다. 치루는 항문 주위에 고름이 차면서 열이 나고 통증도 심하다. 마치 몸살처럼 열이 나는가 하면 항문뿐 아니라 온몸이 쑤시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치루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으므로 반드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치열은 배변 때 심한 통증과 출혈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검사 및 진단은 어떻게 하는가. -항문 질환은 눈으로 증상을 확인하거나 쪼그리고 앉은 자세를 1∼2분 정도 취해 치핵조직이 빠져나오는 정도, 출혈 정도를 체크하는 모의 배변검사가 일반적이다. 치핵은 정도에 따라 1∼4도로 나뉘는데, 밀려난 치핵조직을 손으로 밀어넣어야 할 정도라면 3도 이상에 해당된다. 치루는 누관이 직장 속까지 파고 들어갔는지를 확인해 수술 방법을 결정한다. 치열은 급·만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형별 치료법과 장단점을 설명해 달라. -치핵환자의 상당수는 보존치료나 주사 등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좋아지지만 3도 이상의 심한 치핵이라면 수술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치핵을 비정상적인 조직으로 여겨 절제하는 것이 보편적이었지만, 이 경우 통증이 심하고 항문이 좁아지는 문제가 있었다. 최근에는 절제보다 치핵조직이 항문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도록 하는 방식을 택하는 게 보편적이다. 우리 병원에서 시행하는 ‘거상고정식 점막하 치핵절제술’의 경우 치핵조직 절제를 최소화하는 치료법으로, 항문 점막을 2∼3㎜ 정도 절개한 뒤 점막 내에서 치질조직만을 분리·제거하는 방식이다. 이후 남아 있는 치핵조직을 원래 위치로 복원시켜 재발을 막는다. 치루는 20∼30%가 수술 후 재발하며, 누관 자체가 괄약근을 지나기 때문에 수술할 때 괄약근 손상을 피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요즘은 재발을 방지하고 항문괄약근 손상을 최소화하는 ‘시톤법’이나 ‘누관심 도려뽑기’ 등을 주로 적용하며, 내시경을 이용해 괄약근을 보호하고 치루만을 제거하는 방법도 사용한다. 치열은 급성의 경우 상처가 깊지 않아 대변 완화제 및 항문연고를 사용하면 되지만 만성이라면 괄약근을 절개해 혈액순환이 원활하도록 해 찢어진 부위가 치유되도록 하는 부분절개술을 주로 시행한다. →항문 질환은 재발이 잦은데, 치료 예후는 어떤가. -예전에는 수술 후 재발도 잦고 합병증도 심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수술기법이 발달해 항문조직 손상도 적고, 회복도 빠르며, 재발도 거의 없다. 하지만 항문은 복잡하고 섬세한 조직이어서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쉽지 않다. 그래서 예방이 중요하다. →항문 질환 치료에 따른 제도적 문제는 없나. -현재 주요 항문 질환 수술은 포괄수가제(DRG)가 적용되고 있다. 즉, 치질(치핵) 수술을 받았다면 어느 병원에서건 동일한 진료비를 낸다. 문제는 많은 환자들이 입원 중에 위내시경 등 다른 검사를 받고 싶어하지만 현재의 포괄수가제 하에서는 추가로 검사나 치료를 받기 어렵다. 또 일본이나 중국은 치핵수술 후 보통 7일 이상 입원하지만 우리나라는 입원일이 3일로 제한돼 퇴원할 때 환자가 통증을 호소해도 추가 입원 등의 후속 조치가 어렵다. 따라서 환자의 상태나 회복속도에 따라 유연한 치료가 보장되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골프, 그 이상한 경제학… ‘산업’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유일한 스포츠의 셈법과 현주소

    [주말 인사이드] 골프, 그 이상한 경제학… ‘산업’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유일한 스포츠의 셈법과 현주소

    최근 박인비(25·KB금융그룹)의 미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3연승으로 국내 골프 열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골프장경영자협회가 파악한 지난해 국내에서 골프를 즐긴 연인원은 2860만명. 골프는 ‘산업’이라는 단어가 뒤에 붙는 유일한 스포츠다. 자연을 벗 삼아 수십만 평의 대지 위에서 즐기는, 스케일 큰 운동이기도 하거니와 이를 둘러싸고 먹고사는 사람들이 많은 까닭이다. 이런 골프는 나라의 정치 상황, 경제 곡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골프를 경제학적으로 들여다보면 어떤 모습일까.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로 근무하는 C(37) 과장.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라 하루 100번 이상 숨가쁘게 포지션(달러 매수·매도에 대한 전략)을 바꿔 잡는 이른바 ‘1초의 승부사’지만 그도 가끔 이성을 잃을 때가 있다. 그린 위에서다. 화창했던 지난달 22일 서울 근교 N골프장에서 고교 동창생들과 라운드를 할 때였다. 그는 전홀에서 4명이 나란히 동타를 쳐 주인을 찾지 못한 1만원에 해당홀 스킨(상금) 등 2만원이 걸린 50㎝짜리 버디 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2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놓친 버디가 눈에 밟힌다. 그도 그럴 것이 일곱 번째 홀 만에 처음 딸 수 있었던 스킨인지라 잔뜩 긴장을 한 나머지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가 그만 뒤땅을 친 것이었다. 평균 80대 중반을 치는 보기 플레이어인 그였다. 사그라지지 않는 분함의 절반은 꺼진 자존심이었다. 그러나 ‘훅~’ 하고 날아간 상금도 만만치 않았다. 액수는 2만원이었지만 곰곰이 따져 보면 세 갑절이 넘는 돈을 뒤땅 한 번에 날린 것이다. 버디를 하면 나머지 3명으로부터 1만원씩 거둬들이는 이른바 ‘버디값’에다 그 홀은 파3짜리 쇼트홀이 아니었던가. C 과장은 아무도 공을 그린에 올리지 못한 ‘무주공산’ 상황에서 비록 시쳇말로 ‘홍길동 온’이지만 유일하게 그린 구석에 공을 올려 ‘니어핀’(깃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공을 올리는 것) 상금까지 잔뜩 기대를 하고 있던 터였다. 그러니 땅을 칠 노릇이었다. 무너질 대로 무너진 그는 결국 이후 ‘멘붕’에 빠져 18개홀이 모두 끝날 때까지 한 푼도 따지 못하고 동창들이 찔러 주는 개평 2만원에 “에이, 뭘” 하며 처참한 심정으로 바지 주머니를 열었다. C 과장에게 부여된 환차손 재량권은 무려 4억원. 달러를 사고팔다가 하루 4억원까지 손실을 입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그가 불과 몇 만원 때문에 지금도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실감은 설문조사로 확인된다. 경기 파주의 K골프장이 고객 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기 골프에서 골퍼들이 느끼는 1만원의 체감가치는 20만원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20만원 정도 가치가 있다”고 답한 골퍼가 전체 60%인 18명에 달했고, 40만원 이상이 3명, 30만원 3명, 10만원 6명이었다. K골프장의 Y대표는 “내기 골프에서 1만원은 일상생활에서의 1만원이 아니다”라면서 “자신의 골프 타수와 구력 등 자존심까지 걸린 만큼 순간적인 체감가치는 10만원을 훨씬 웃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자존심 등 화폐가치 외적인 부분을 계산에 넣는다면 100배인 100만원까지도 추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의 이종관 홍보팀장은 “내기 골프는 일반 경제학에다 기회비용과 효용이론까지 보태져 설명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통 홀당 상금 1만원의 순수 가치에다 기회비용이 추가되고, 여기에 ‘+α’가 더해져 체감가치는 훨씬 커진다는 것이다. 기회비용으로 계산하면 10시간(왕복 차에서 보내는 시간 포함) 정도 소요되는 시간적 비용과 휴식을 포기한 대가 등 갖가지 요소를 고려할 때 하루 라운드에서의 1만원 가치는 대략 5만~10만원가량으로 불어난다. 골퍼의 성격에 따라 1만원의 가치가 달라지는 것도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골프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많이 즐기는데, 이 가운데 최고경영자(CEO)의 상당수는 다혈질이면서 공격적인 기질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경쟁에서 지면 무너진 자존심을 참지 못하는 성향을 보인다. 흔히 ‘배추잎’이라고 부르는 1만원짜리 한 장 때문에 캐디를 들들 볶기도 한다. 물론 반대도 있다. 유순하고 느긋한 성격의 골퍼들에게 1만원의 가치는 그저 골프를 더 재미있게 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그러나 골퍼로 하여금 본전을 생각나게 하는 건 내기 골프의 1만원보다 훨씬 많은 골프장 사용료, 바로 ‘그린피’다. 바닥을 쳤다던 경기는 아직 불황을 헤매고 있다. 지갑은 얇아졌지만 비즈니스성 골프를 멀리할 수도 없다. 그러나 수도권 골프장 기준 그린피는 여전히 주말 20만원을 웃돈다. 업계는 “그린피의 절반은 세금”이라고 말한다. 2012년 기준 국내에서 운영 중인 골프장은 회원제와 대중제를 합쳐 437곳(군·경 골프장 24곳 제외)이다. 2000년 200여곳에 불과하던 골프장이 13년 만에 배 이상으로 늘었다. 2006년 이후 260곳이 영업을 시작했다. 골프장 공사 중인 곳이 64곳이다. 얼핏 보면 골프장은 호황 같지만 들여다보면 죽을 맛이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 내장객 감소까지 겹쳐 한국 골프장들은 그야말로 악전고투 중이다. 절반 이상의 골프장이 적자를 내고 있다. 업계는 50여개의 골프장이 부도 직전이거나 매물로 나온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공급이 늘고 장사가 안되면 물건 값을 내려서라도 파는 게 시장경제의 기본이다. 그런데 골프장은 공급이 늘고, 또 수십 개 골프장이 부도 직전에 처할 만큼 한 푼이 아쉬운데도 그린피는 요지부동이다. 골프의 이상한 경제학에 고개가 갸우뚱하겠지만, 사실 그린피를 결정하는 요소들은 꽤나 여러 가지로 복잡하다. 에이스회원권거래소의 송용권 이사는 “예전처럼 그린피를 특정 액수에 묶어 놓은 골프장은 몇몇을 빼곤 이젠 찾기 힘들다”면서 “공식적인 가격이 100원이라고 한다면 비수기와 성수기 등 계절과 요일, 하루 시간대에 따라 50원부터 60원, 70원 등으로 세분화해 그린피를 책정하는 정책이 보편화된 지 이미 오래”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보자. 최근 전문지 ‘골프매거진’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32개 골프장 가운데 30여 곳이 토요일보다 일요일 그린피를 싸게 책정하고 있다. 금액은 보통 1만~2만원 차이지만 시간대에 따라 3만~5만원이나 차이 나는 곳도 있다. 국내 모 그룹이 운영하는 춘천 라데나골프장은 토요일 그린피가 23만원이다. 그러나 일요일 이른 시간과 오후 시간대에는 18만원을 받고 있다. 몇 시간 사이 무려 5만원 차이가 난다. 퍼블릭도 마찬가지다. 경북의 블루원상주는 토요일과 일요일 3만원 차이가 난다. 물론 이것은 수도권을 제외한 경우다. 서울 도심에서 30~40분 거리에 있는 이른바 ‘블루칩 골프장’의 그린피는 경기에 아랑곳없이 대못을 박아 뒀다. 경부고속도로변 판교에 있는 남서울골프장의 토요일 그린피는 무려 26만원이다. 평일도 22만원이나 된다. 공급과 수요 그래프를 이용해 경제이론에 맞게 그린피를 책정한 영리한 골프장이다. 한데 수도권이 아닌 경남 남해의 한 골프장은 최근 37만원이라는 국내 최고가의 그린피를 책정해 화제가 되고 있다. 거리와 그린피의 상관관계를 무시한, 언뜻 보면 무모한 정책인 것 같지만, 이젠 엄연하게 시장 공략 수단으로 자리 잡은 ‘고가정책’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케이블 하이라이트]

    ■꽃보다 할배(tvN 밤 8시 40분) 평균 연령 76세의 배우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이 배낭여행의 메카 유럽으로 9박 10일간 배낭여행을 떠난다. 젊은 사람들은 쉽게 떠나는 여행이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할아버지 ‘할배 포’(H4)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다. 다행히 나영석 피디가 공항에서 소개해 준 젊은 짐꾼, 배우 이서진이 이들을 맞이하는데…. ■마스터셰프코리아 2(올리브 밤 10시) 지난주 미션 1등부터 꼴찌까지의 각 도전자에게 주어진 최고급 재료들로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다루기가 결코 만만치 않은 재료의 등장에 도전자들은 패닉 상태에 빠진다. 어려운 재료가 계속해서 등장하는 가운데 도전자와 심사위원 간의 갈등으로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 과연 이번 주는 누가 탈락할까. ■피에타(스크린 밤 11시) 끔찍한 방법으로 채무자들의 돈을 뜯어내며 살아가는 남자 강도. 피붙이 하나 없이 자라 온 그에게 어느 날 ‘엄마’라는 여자가 불쑥 찾아온다. 여자의 정체를 끊임없이 의심하며 혼란을 겪는 강도는 태어나 처음 자신을 찾아온 그녀에게 무섭게 빠져들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는 사라지고, 곧이어 그와 그녀 사이의 잔인한 비밀이 드러난다. ■2013 인천 실내&무도 아시아 경기대회(바둑TV 오후 4시 30분) 바둑 종목 남녀 단체전 결승이 생중계된다. 한국에서는 강승민, 나현, 변상일, 이동훈이 남자 대표선수로 출전한다. 여자 대표선수는 오정아, 김채영, 최정, 오유진 등이다. 한국 등 총 10개국이 3판 2승제로 승부를 가리는 남녀단체전은 스위스리그 4회전으로 상위 4개 팀을 가리고 크로스토너먼트로 순위를 결정한다. ■디자인 매거진 룸 2(홈스토리 밤 11시 탤런트 강성연과 함께하는 첫 번째 시간. 20년 넘은 아파트 1층의 주거 공간이 새롭게 변신한다. 그리고 쇳조각으로 작품을 만드는 조각가 김병진을 찾아가 작품을 살펴본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와 함께하는 리얼 데코 편에서는 바캉스를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여름 인테리어를 소개한다. ■난감스쿨(투니버스 밤 8시) 납량 특집 시즌을 맞아 그룹 엠블랙의 대표 ‘예능돌’ 미르가 찾아왔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무서운 이야기와 신나는 게임으로 더위를 한 방에 날린다. 오늘 수업은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버릴 공포 체험으로, 귀신 분장을 하고 눈을 가린 채 친구에게 자장면을 더 깨끗하게 먹여주는 팀이 승리한다.
  • [사설] 고립무원의 北, 개성공단에서 출구 찾아라

    어제 브루나이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에서 폐막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인 북한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27개 참가국의 논의를 거쳐 마련된 의장성명에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북의 주장이 단 한 줄도 반영되지 않았다. 북측 대표단은 자신들의 핵 보유가 미국에 대응한 자위 수단이며, 따라서 미국이 먼저 북에 대한 적대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나머지 26개국은 이런 강변에 고개를 돌렸다. 대신 북한을 향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성실히 이행할 것과 북핵 폐기를 명시한 9·19 공동성명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지지난해만 해도 의장성명에 우라늄 농축 활동이 주권 국가의 정당한 권리라는 북의 주장이 담겼던 것과 비교하면 북에 대한 아시아 각국의 시선이 그만큼 차가워졌음을 뜻한다. 우리 정부 당국자가 말했듯 26대1의 회담이 된 것이다. 북으로선 ‘달라진 중국’에 이어 ‘달라진 아시아’를 목도하게 된 셈이다. 북은 스스로 변하지 않는 한 지금의 고립무원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제 김성남 외무성 국제부 부부장 등을 중국에 보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중국 방문을 타진하고 나선 모양이나, 북핵에 있어서 근본적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ARF에 참석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그제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먼저 비핵화 조치를 취한 뒤에야 관계 정상화가 가능하다”며 선(先) 비핵화 조치를 양자·다자 대화의 전제로 못 박았다. 중국 또한 예전처럼 무턱대고 ‘조건 없는 6자회담 개최’를 주장하며 북을 거들지 않는다. 유엔 제재에 따른 경제적·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려면 북한 스스로 그간의 상투적인 외교 행태를 접고, 성의 있는 자세로 대화를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로 개성공단이 북의 생떼 쓰기로 인해 가동을 멈춘 지 석달을 맞는다. 그동안 눈덩이처럼 불어난 입주업체들의 피해는 접어두고라도 당장 공장 설비들이 녹슬어 고철이 될 위기에 놓였다. 특히 장마를 맞아 습도에 민감한 기계·전자 부품소재 업체들의 피해가 심각하다. 다급해진 이들 46개 부품소재 업체 대표들은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공단 설비를 국내외 다른 곳으로 이전하겠다며 설비 이전을 위한 공단 출입 허용과 통신망 연결 등을 촉구했다. 개성공단에서 손을 떼겠다는 얘기다. 이제 북한은 결단을 내릴 시점이다.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의 운명을 이제 결정해야 한다. 아니, 개성공단을 넘어 향후 남북 관계의 향배를 선택해야 한다. 지금의 고립무원을 벗어날 출구가 개성공단에 있다. 개성공단의 빗장을 풀고 대화에 나설 때 출구가 보일 것이다. 북은 즉각 우리 정부의 실무당국회담 제의에 응하기 바란다.
  • 김하주 영훈학원 이사장 구속

    김하주 영훈학원 이사장 구속

    영훈국제중 입시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하주(80) 영훈학원 이사장이 2일 구속 수감됐다. 이날 김 이사장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서울북부지법 오선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날 오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할 때 김 이사장은 안경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병원 담요를 목까지 덮은 채 간이침대에 실려 응급차 밖으로 나왔다. 그는 팔에 링거도 꽂고 있었다. 김 이사장은 법정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한 번도 눈을 뜨지 않았다. “성적 조작에 관여한 사실을 인정하느냐”, “학부모의 돈을 전달받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김 이사장의 모습과 태도는 횡령과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를 받고 법정에 나타났던 많은 재벌 총수들과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영장이 발부되고 구속 수감이 결정되자 김 이사장은 오전과 달리 직접 걸어서 검찰 청사를 나왔다. 성동구치소 수감에 앞서 검찰 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김 이사장은 현재의 심경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할 말이 없다.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입학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학부모에게 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달 26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 이사장은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청사에 나타나 오전 11시 40분쯤까지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법정에 도착한 그는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지난달 25일 15시간가량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도 똑같은 주장을 폈다. 김 이사장 측 변호인은 영장실질심사에서 고령인 데다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 방어권 보장 등을 내세워 불구속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장은 개인 차량 유류비, 영훈중 증축공사비 등 법인 회계에서 집행해야 할 돈을 영훈초·중학교의 회계 예산으로 처리하고 법인 예산 일부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등 17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업무상 횡령 및 사기)도 받고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정부 3.0 ‘소통’코리아, 국민이 웃는다] 열린정부가 바꾸는 국민의 삶

    [정부 3.0 ‘소통’코리아, 국민이 웃는다] 열린정부가 바꾸는 국민의 삶

    “일종의 화이트보드와 비슷하다. 새 개정안에 대해 할 말이 있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해미시 매카들 뉴질랜드 경찰청 심의관)뉴질랜드 경찰청은 2007년 경찰법을 개정하며 이른바 ‘위키피디아’ 방안을 차용했다. 제정 50년여 만에 개정하는 새 법률안에 대한 의견을 누구나 온라인 방에 올릴 수 있게 한 것이다. 뉴질랜드 경찰청은 화이트보드 위에 글을 쓰듯이 의견을 올릴 수 있게 하고 심지어 낙서 같은 글도 허용했다. 이렇게 모인 의견을 이듬해 국회에 모두 제출했다. 뉴질랜드의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추세가 된 이른바 ‘열린 정부’의 한 단면이다. ‘맞춤형’을 강조하는 ‘정부3.0’의 또 다른 지향점은 개방 및 공개다. 쏟아지는 공공 정보의 개방과 활용이 어떻게 국민의 삶을 바꿀지, 정부가 생산할 수 있는 공공 정보의 양은 과연 얼마나 거대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안전행정부는 최근 ‘정부3.0 비전’ 선포식에서 공공 데이터 개방이 가져올 갖가지 미래 변화상을 소개했다. 기상 정보를 민간에 제공하면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발굴하고, 교통 정보를 알려주면서 유통·물류산업의 발전을 이끈다는 등의 청사진이었다. 이러한 미래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규모와 범위의 데이터만으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많은 양(크기·Volume)과 정형·비정형 등의 다양한 형태(다양성·Variety), 빠른 처리 시간(속도·Velocity) 등 ‘3V’를 특징으로 하는 빅데이터의 분석과 활용에 정부3.0의 미래가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정부3.0 비전 선포식에서 소개한 다양한 사례도 이러한 빅데이터가 어떻게 민원·행정 서비스에 활용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즉 계층이나 연령, 지역 등에 따라 ‘평균’적인 정책 대상자를 가정해 적절한 정책을 생산했던 정부가 국민 개개인의 요구에 대응하는 맞춤형 정책을 만드는 데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지도자가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결정한다는 견해에 동의한다면 지난 미국 대선은 빅데이터가 한 국가의 명운을 결정한 가장 극명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재선에 성공한 지난 대선은 이른바 ‘데이터 선거’로 불릴 만큼 빅데이터가 선거 캠페인에 활용된 대표적인 예이기 때문이다. 선거운동본부장 짐 메시나가 이끈 오바마 캠프는 정보기술(IT) 전문가 300명을 영입해 2억명에 달하는 미국 국민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유권자 한명 한명에게 맞는 맞춤형 전략으로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미국 IT업계에서 ‘모셔 가기’ 바쁘다는 오바마 캠프 기술팀들과 함께 정권을 재창출한 오바마 행정부가 IT 기반의 열린 정부를 표방하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미 정부는 대선 공약의 진행 상황, 예산 집행 과정과 현황, 경기 부양 관련 현황을 모두 세부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또 171개 기관의 정보와 37만여개 원본 및 지리 정보 데이터, 137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한다. 현 정부도 오바마 행정부처럼 공공정책 문건의 원문 공개 등을 준비하고 있다. 공급자 중심의 정보 공개 패러다임이 수용자 중심으로 바뀐다는 의미다.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면 연간 1억건의 문서가 생산되는 즉시 공개될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320배 이상이 공개되는 것이다. 또 부처별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과제들을 준비하고 있다. 범죄 기록과 인구 통계 등 정형화된 데이터와 주민 신고 등의 비정형 데이터를 연계하려는 경찰청의 범죄 대책과 일자리 현황 및 경제·산업 동향을 분석한 고용노동부의 고용정책, 업종별·지역별·연령별 상권 정보와 대출, 임차료, 권리금 등의 정보를 연계한 중소기업청의 자영업자 대책 등이 그 사례다. 채승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치안과 복지 분야 등의 공공정책에서 빅데이터 활용이 기대된다”면서 “공공의 행정력을 무제한으로 늘릴 수 없다면 빅데이터 활용으로 효율적인 행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정책의 개방, 공개와 정책 수립 단계의 소통, 협력을 연계하는 것은 정부3.0의 또 다른 목표다. 정부3.0 계획의 하나로 추진하는 대형 국책사업의 온라인 토론 의무화도 ‘열린 정부’로 가야 한다는 방향과 일맥상통한다. 정부는 오는 10월 행정절차법 개정안을 제출할 때 입법 과정에서 국민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요 국정 과제에서 온라인 토론과 전자공청회, 전자설문조사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안행부 관계자는 “입법 과정에서 온라인을 통해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한 뉴질랜드의 경찰법 개정 사례도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러한 방향에 대해 기술적 요소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스마트폰의 활성화와 함께 새로운 정보 격차가 부각되고 있는 문제는 온라인 직접민주주의가 직면할 수 있는 한계”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 데이터의 공개도 일종의 영리화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보가 자본에 의해 영리화될 경우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수요자인 국민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 자체가 정부3.0의 밑바탕에 시장 논리가 깔렸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철도공단 전격 조직개편… 임기 1년 남은 이사장 인사 구설

    정부가 부처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를 원점에서 재검토키로 한 가운데 한국철도시설공단(철도공단)이 30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임기(3년)를 1년여 남겨두긴 했지만, 김광재 이사장의 거취가 확실히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전격적인 조직개편은 “예상 밖의 일”이라는 반응이다. 철도공단의 조직개편은 기술융합, 부서별 적정업무 배분 등 정부 정책과 코드를 강조했지만 신호제어처와 정보통신처를 신호·통신처로 통합한 것 외에 변화를 찾기 어렵다. 행복주택사업처 및 미국지사 신설이 오히려 눈에 띈다. 조직개편에 따른 인사를 놓고도 뒷말이 나온다. ‘전 간부직 공모제’를 내세워 상임이사인 본부장에게는 운영계획서, 현직 처·부장에 대해서는 직무계획서를 내도록 했다. 공석인 홍보실장은 응시자가 없어 3차례 공모가 진행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기관장이 언론에 민감한 데다 작은 일까지 일일이 챙기면서 홍보실장은 기피 보직으로 분류된다. 잦은 인사로 조직과 직원들이 혼란스러워한다는 말도 나온다. 적재적소 기용을 내세운 공모제는 ‘친청체제’를 구축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일부 지적도 있다. 주요 보직은 책임과 희생이 필요한데 보상은 없고, 책임만 강조되면서 공모를 해도 응시자가 적다. 적임자보다 측근 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불만도 있다. 철도공단의 한 간부는 “조직개편을 통해 조직에서는 이사장의 유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면서 “공단에 전문가는 없고 오로지 이사장의 의지와 지시만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토로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이주의 어린이 책] 예뻐지고 싶니? 얼굴 파는 가게로 와~

    [이주의 어린이 책] 예뻐지고 싶니? 얼굴 파는 가게로 와~

    얼굴을 파는 가게가 있다면? 원하는 얼굴을 마음껏 고를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외모가 권력이 된 요즘 ‘예쁜 얼굴 팝니다’가 던지는 화두다. 단비는 납작코에 감자 같은 얼굴 때문에 되는 일이 없는 것만 같다. TV에는 멋진 가수 언니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내 얼굴은 한심할 뿐이다. 퇴근한 아빠는 단비의 화만 돋운다. 예쁜 엄마만 찾고 아빠를 닮은 단비는 ‘못난이’라고 불러서다. 단짝인 혜지와도 사이가 틀어졌다. 친구들이 둘을 ‘공주와 시녀’라고 불러서다. 더욱이 남자애들은 단비를 반에서 가장 못생긴 아이로 뽑아 버렸다. 단비는 폭발한다. “이게 다, 내가 못난이라서다!” 그런 단비에게 마법처럼 은빛 글씨의 간판을 단 ‘얼굴 가게’가 나타난다. 크고 동그란 눈, 오똑한 코, 앙증맞은 입술, 달걀형 얼굴…. 단비가 꿈꿔온 얼굴이다. 단비는 자신도 모르게 어여쁜 얼굴 가면에 손을 뻗는다. 어디선가 아련하게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별들아 별들아, 헌 얼굴 줄게. 새 얼굴 다오.’ 얼굴을 사는 방법은 간단하다. 새 얼굴 대신 ‘헌 얼굴’, 내 얼굴을 얼굴 가게 주인에게 주기만 하면 된다. 단, 얼굴을 바꾸고 한숨을 세 번 쉬면 아무도 나를 못 알아보게 된다. 눈 딱 감고 결정만 하면 되는데 단비는 왜 자꾸 자신의 ‘납작코 감자’ 얼굴이 눈에 밟히는 걸까. 책은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고 단박에 선을 긋지는 않는다. 대신 아이들의 솔직한 고민과 갈등을 통해 남의 시선에 갇히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껴안는 과정을 따라가며 공감하게 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프로야구] 역사적 ‘홈런볼’ 특별한 ‘황금볼’

    [프로야구] 역사적 ‘홈런볼’ 특별한 ‘황금볼’

    프로야구 한 경기에서 사용되는 공인구는 평균 100~120개다. 올 시즌은 576경기 기준으로 한 해 약 5만 7000~7만개가 1군 공식 경기에서 쓰인다. 단가는 개당 6325원. 공인구는 구단에만 납품되기 때문에 일반인은 살 수 없지만, 보통 7000~8000원 정도면 파울볼 등을 구할 수 있다. 그러나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공은 ‘몸값’이 천문학적으로 뛴다. 이승엽(삼성)의 개인 통산 352호 홈런공의 행방에 야구팬들의 눈이 쏠리고 있다. 역사적인 공을 잡은 행운의 주인공은 이승엽과 동갑내기이자 삼성의 골수팬 박지현씨. 글러브로 낚아채는 순간에도 “내가 잡은 줄 몰랐다”며 얼떨떨해하던 박씨는 “가족들과 상의하겠다”며 공 처리에 대한 결정을 미뤘다. 한국은 미국처럼 역사적인 스포츠 기념품을 사고파는 경매시장이 활성화돼 있지는 않지만,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기록의 공은 거액에 거래됐다. 2003년 이승엽의 통산 300호 홈런은 ‘세계 최연소’라는 프리미엄까지 붙어 1억 2000만원에 한 사업가가 샀다. 공을 주운 관중은 당초 10만 달러를 받고 중국 동포에게 넘길 계획이었으나 이 사업가가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나섰다. 같은 해 이승엽의 역사적인 시즌 56호 홈런은 삼성의 협력업체 직원이 습득해 구단에 기증했다. 삼성은 답례로 홈런공과 똑같은 크기로 만든 56냥쭝짜리 황금공을 특별 제작해 선사했다. 황금공의 가치는 당시 시세로 약 3400만원, 현재는 1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앞서 이승엽이 친 55호 홈런공은 TV홈쇼핑 경매에 나왔고, 이후 실제 거래되진 않았지만 1억 2500만원에 낙찰됐다. 미프로야구(MLB)의 역사적인 홈런공은 훨씬 높은 몸값을 자랑한다. 1998년 마크 맥과이어(세인트루이스)가 친 시즌 70호 홈런은 이듬해 경매에서 300만 5000달러에 팔렸다. 당시 환율로 28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 로저 매리스(뉴욕 양키스)가 1961년 베이브 루스의 기록을 경신한 시즌 61호 홈런공은 5만 달러였다. 당시 매리스의 연봉(3만 2000달러)보다 공의 몸값이 더 높았다. 그러나 모든 홈런공이 거액에 거래된 것은 아니다. 양준혁이 장종훈의 기록을 뛰어넘은 통산 341호, 루스와 행크 에런의 700호 홈런공은 모두 행방을 알 수 없다. 또 2001년 맥과이어의 기록을 뛰어넘은 배리 본즈의 시즌 73호 홈런공은 51만 7500달러에 그쳤다. 3년 만에 새 기록이 나오면서 희소성이 떨어졌던 것이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국적기 항공료의 ‘거품’… 내국인 승객만 봉?

    국적기 항공료의 ‘거품’… 내국인 승객만 봉?

    정보기술(IT) 업체를 경영하는 노모(37)씨는 미국 출장길에 가급적 외국 항공사를 이용한다. 출장 스케줄에 따라 국적기를 타기도 하지만 왠지 ‘바가지 썼다’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외국 항공사보다 훨씬 비싼 항공료를 지불하지만 그렇다고 그만한 ‘값어치’의 서비스를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올여름 해외로 휴가를 떠날 계획인 전모(51)씨는 여행사 홈페이지를 찾아보다 국내 항공사와 외국 항공사의 항공료 차이에 깜짝 놀랐다. “이젠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국적기는 아예 클릭조차 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그렇다면 국적기 요금은 왜 비쌀까. 사실 항공권은 같은 일반석이라도 예약 시점이나 체류 기간, 출발 시간, 경유 여부, 마일리지 적립 등의 조건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유독 국적기 요금이 외국 항공사에 비해 턱없이 비싼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거품이 낀 것은 아닐까. 항공업계에서는 국적기와 외국 항공사의 가격 차이를 ‘시장의 논리’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내국인이 자국에서 외국으로 나갈 때 외국 항공사보다는 국내 항공사를 선호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손님이 많으니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심리적인 요인이 반영된 것으로, 항공업계에선 이를 ‘우월한 경쟁력’으로 분석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적기의 요금이 비싼 것은 전 세계 공통”이라며 “국적기가 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기준에 맞춰 가격을 책정하고 있는데 국적기라고 해서 비싸게 받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권 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주나 유럽 노선은 물론이고 동남아 노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천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오가는 항공권 요금을 비교해 보자. 체류 기간은 1년을 기준으로 하고 유류할증료와 세금이 포함된 가격이다. 대한항공을 이용해 8월 10일 인천에서 LA 구간을 이용할 경우 일반석 편도 요금은 213만 3100원이다. 이에 비해 유나이티드항공(UA)은 같은 날 인천에서 LA까지의 일반석 편도 요금이 181만 200원이다. 가격 차이가 32만 2900원이 난다. 또 8월 18일 LA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대한항공의 일반석 편도 요금은 161만 2000원, 아시아나항공은 178만 7000원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은 비행 시간이 2시간 더 소요되는 반면 요금은 67만 4000원을 받고 있다. 가격이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것은 물론이고, 자국에서 출발하는 국적기의 항공료가 더 비싸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잃는다. 아시아나항공은 자국으로 들어오는 항공권 요금이 더 비싼 경우가 많았다. 결국 시장 논리대로 손님이 많으니 눈 딱 감고 많이 받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에서 출발하는 우리 국적기가 미국에서 출발하는 미국 국적기보다 가격이 최고 400~500달러 이상 비싸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내 항공사들은 현재 요금을 내릴 기미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비성수기보다 비싸게 요금을 받을 수 있는 성수기 날짜를 늘려 잡는 데 골몰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온다. 이런 배경에는 외국 항공사보다 ‘좋은 서비스 제공’이란 항공사의 주장이 깔려 있다. 최대 무기가 승무원과의 언어 소통 편리성이다. 대한항공은 가장 많은 태평양 횡단 노선망 운영, 직항 노선에 따른 비행 시간 단축, 웰빙 메뉴 등 최고의 기내식, 타 항공사 연결편 승객에게 언어소통 서비스 제공 등을 강점으로 꼽았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다양한 기내식 제공, 비즈니스석 전용 침구세트 제공 등을 서비스의 특징으로 내세웠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항공사들은 국제항공수송협회(IATA)의 운임 기준표를 바탕으로 운임을 결정한다”며 “IATA는 민간 항공사들이 결성한 단체여서 운임에 대한 강제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국적 항공사의 항공권 요금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은 없고 국적기 인지도 등 경영 전략 차원에서 결정된다”고 전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커버스토리] 문병·조문은 기본… 자녀 중매·단체 맞선… 1년6개월 공들이기도

    [커버스토리] 문병·조문은 기본… 자녀 중매·단체 맞선… 1년6개월 공들이기도

    “어떤 사람들은 우리 같은 PB(고액 자산관리 전문가)를 ‘집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 나라 집사가 주인을 놓치지 않으려고 이렇게까지 노력을 할까요. ‘슈퍼 리치’(거액 자산가)를 모시려고 회사 앞에서 한 달 동안 죽치고 기다렸다는 얘기는 무용담 축에도 못 낍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억원이 넘는 금융자산을 보유한 부자는 16만 3000여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금융자산은 약 366조원으로 1인당 22억 4000만원 수준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이 수치가 맞는다면 인구 기준으로 상위 0.32%가 가계 부문 금융자산의 14.8%를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사들이 거액 자산가 한 명을 유치하기 위해 눈에 쌍심지를 켜는 이유다. 시중은행 PB팀장 A씨는 최근 거액 자산가를 쫓아다닌 끝에 200억원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위해 공들인 시간이 장장 1년 6개월. 이 자산가는 부동산 부자로 애초엔 땅을 팔아 건설업에 뛰어들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들이 건설경기가 바닥이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아들은 부동산을 팔아 나온 현금으로 다시 재투자를 하고 싶어했다. “부자지간이지만 일이 잘못되면 원수가 되는 상황이었어요. 저는 아들 편에 가까웠죠. 부동산 판 돈을 제게 맡길 가능성을 기대했으니까요. 하지만 아버님께서 판단하실 수 있도록 사업에 대한 자료를 꾸준히 검토해 드렸어요. 아드님에겐 시장 상황에 대해 설명해 주었지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중개에 나섰어요. 물론 아버님이 땅을 팔아도 제게 자산관리를 맡기리란 보장은 없었죠.” 1년쯤 지나자 한 대기업이 이 땅에 관심을 두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덕에 예전보다 땅값이 많이 올랐다. A씨는 꾸준히 자산가에게 자료를 제공했다. 자산가는 결국 아들의 결정에 따랐다. 자산관리는 당연히 A씨에게 맡겼다. “아버님이 사업을 하기로 했다면 저는 얻는 게 없었겠죠. 또 땅을 팔아도 저 말고 다른 PB에게 돈을 맡겼을 수도 있고요. 두 분 사이에서 최대한 중립적으로 자료를 제시했던 게 유효했던 것 같아요.” 천신만고 끝에 고객을 유치해도 그게 끝이 아니다. PB들은 고객을 유지하는 게 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산 관리 능력은 기본이고 인간적으로 가까워져야 한다. “고객이 아프면 문병을 가는 건 기본입니다. 시골에 혼자 사는 고객들에겐 김장김치도 보내 드려요. 가족처럼 말이죠.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더 가치가 있잖아요. 전북 고창에서 직접 복분자를 재배해 원액도 보내 드립니다. 한 초우량 고객(VVIP)의 어머님께서 유명을 달리하셨을 때 문상뿐만 아니라 장지까지 따라간 적도 있습니다.”(배종우 하나은행 청담동 골드클럽 PB팀장) 외제차 구매를 대행해 주는 일도 다반사다. 요즘 부자들 사이에서는 BMW740 시리즈의 인기가 가장 좋다고 한다. 하나은행은 본점 차원에서 VVIP들에게 승마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고객들의 자녀에게 중매를 서기도 한다. 하지만 혼인이 성사되지 않았을 때의 위험 때문에 금융기관 차원에서 단체 미팅을 주도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결혼 적령기를 맞은 PB센터 고객 자녀의 단체 맞선은 반응이 좋다. 하나은행은 자산 10억원 이상인 고객의 자녀 100여명을 대상으로 매년 단체 맞선을 시켜 주고 있다. 신한·우리·외환은행 등에도 비슷한 행사가 있다. “중매 잘못 서면 뺨이 석 대라잖아요. 결혼하고 잘 사는 것을 보면 뿌듯하지만 상견례까지 갔다가 일이 틀어지는 일도 있어 쉽게 중매에 나서기는 부담스럽지요.”(박관일 신한은행 압구정PB센터 팀장) PB에게 있어 VVIP 고객은 그야말로 ‘슈퍼 갑’이다. 자산 규모가 클수록 더 그렇다. PB에게 ‘을(乙)의 애환’은 숙명과도 같다. 인격 모독은 물론 투자 손실금을 물어주는 일까지 있다. 하지만 고액 연봉을 받는다는 주변의 인식 때문에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다. 한 시중은행 PB팀장 B씨는 지난해 투자 손실로 고객에게 2000만원을 물어줬다. B씨는 해당 상품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했지만 고객이 설명이 부족했다고 우기니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투자 손실분을 물어내니 아찔하더라고요. 그 이후 상품 설명을 할 때 한두 시간은 기본입니다. 하지만 파생상품은 워낙 어렵고 복잡하거든요. 사실 100% 이해하기란 불가능하지요. 투자 손실이 나면 곧바로 갑의 얼굴로 돌아서는 고객들을 볼 때마다 이 일에 대한 회의감이 듭니다.” 돈으로 인격을 평가당하는 것도 서럽긴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매너가 좋아요. 거부(巨富)급으로 갈수록 더욱 그렇죠. 하지만 나이가 어릴수록, 쉽게 돈을 번 부자일수록 돈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게 느껴져요.”(한 증권사 PB팀장) 그래서일까. 고객으로부터 인간적인 신뢰감을 받았을 때 PB들은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2008년 리먼 사태가 터졌을 때였어요. 재산의 60%를 금융상품에 묻어두고 있던 고객이었는데, 재산이 거의 반토막이 났죠. 저에게 어떤 불호령이 떨어질지 몰라 조마조마하며 전화했는데 제게 왜 그렇게 목소리가 안 좋냐며 다독여 주시더라고요. 충분히 협의했기 때문에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잘 이겨내 보자고 하시더군요. 그럴 때 신뢰가 주는 위로가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도움말 주신 분들 김선아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 센터 수석 매니저 김용주 외환은행 스타타워WM센터 지점장 김용태 외환은행 스타타워WM센터 팀장 이수정 외환은행 스타타워WM센터 팀장 김인응 우리은행 잠실 투체어스 센터장 김창현 기업은행 반포자이 PB센터 팀장 김혜숙 국민은행 명동스타 PB센터 팀장 박관일 신한은행 압구정 PWM 팀장 박승안 우리은행 강남투체어스 부장 변주열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 센터장 배종우 하나은행 청담동 골드클럽 부장 이상덕 삼성생명 패밀리오피스 팀장 이선욱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지점장 이준호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 이흥두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 허창준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
  • “목동 행복주택 구유지 사용신청 거부하겠다”

    “목동 행복주택 구유지 사용신청 거부하겠다”

    “제 ‘직’을 걸고 행복주택 건립을 막겠습니다.” 전귀권 양천구청장 권한대행은 13일 비장한 어투로 말문을 열었다. “국토교통부 등은 행복주택 건립 반대를 ‘님비’ 현상으로 평가절하할 게 아니라 주민과 소통 없는 정책에 대한 거부의사로 인식해야 한다”면서 “구유지 사용승인 신청 거부 등 모든 권한을 동원해 행복주택 건립을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목1동 주민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행복주택 공청회도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전 권한대행은 “주민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공청회에 국토부 담당 사무관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부장만 나왔다”면서 “국토부 장관이 직접 보완대책 등으로 주민 설득에 나서도 민심을 돌리기 쉽지 않은 마당에 너무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그는 행복주택 건립이 계층 간 갈등을 키우고, 이로 인해 지역공동체가 파괴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목동 유수지 위에 홀로 떠있는 섬처럼 행복주택이 건립된다면 2800가구의 입주민과 인근 지역 주민들이 모두 불행해진다는 이야기다. 전 권한대행은 “22년 전 신정지하철 역사 위에 들어선 양천아파트(3000가구) 주민들도 최근까지 주변 지역과 어울리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행복주택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2800가구 입주로 부족한 학교와 기반시설 확충의 대안이 없다는 걱정도 빼놓지 않았다. 가뜩이나 목동 인근 학교들의 학급당 학생 수는 서울시 평균보다 3~5명 많은 상황에서 대책 없이 행복주택까지 들어선다면 주변 교육시설 과포화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교통문제도 골칫거리다. 행복주택 사업지를 둘러싼 목동동로와 안양천길은 평소에도 교통량 과다로 상습정체 구간이다. 출퇴근 시간뿐 아니라 현대백화점 세일 때이나 목동야구장 경기가 끝나는 시간이면 극심한 교통정체로 숱한 민원을 낳고 있다. 또 1300면의 주차장과 재활용선별장, 음식물쓰레기집하장 등 각종 생활기반시설 이전도 난제다. 전 권한대행은 “박근혜 대통령이 목동 유수지의 행복주택 건립 문제점을 정확하게 보고받았다면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는 주변이 문제”라고도 했다. 또 “국토부가 행복주택 건립에 따른 문제점 해결엔 관심을 두지 않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면 구청장 권한대행으로서 50만 양천 주민의 입장에서 반대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it 트렌드&브랜드] 탄산수 제조기 ‘소다스트림’

    [it 트렌드&브랜드] 탄산수 제조기 ‘소다스트림’

    요즘 탄산이 대세다. 콜라나 사이다 등 달짝지근한 탄산음료 얘기가 아니다. 언젠가부터 물맛에도 까다롭게 굴며 고급 생수를 찾던 국내 소비자들이 이제 탄산수의 톡 쏘는 맛에 빠져들고 있다. 덕분에 국내 탄산수 시장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시장 규모는 2011년 100억원에서 지난해 약 130억원대로 성장했다. 걸음마 단계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건 ‘페리에’ 등 수입산 탄산수. 국내업체들도 경쟁제품을 내놓고 숨가쁘게 따라 붙고 있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이런 가운데 페리에를 위협할 만한 상대가 나타났다. 바로 이스라엘에서 건너온 탄산수 제조기 ‘소다스트림’. 전기도 배터리도 쓰지 않는데 버튼 하나만 누르면 5초 안에 생수를 탄산수로 탈바꿈시키는 신통방통한 기계다. 주부들의 눈도장을 받으며 홈쇼핑 인기상품으로 등극 중인 소다스트림이 국내에 소개된 건 2003년. 단맛도 없는데 탄산만 가득한 물맛에 질색하던 게 엊그제인데 이 기계가 10년 전 한국땅을 밟았다는 것이 놀랍다. 소다스트림을 독점 수입·유통하는 황의경 밀텍산업 대표는 “내내 적자를 보다가 사업 시작 8년 만인 2012년에 8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첫 흑자를 봤다”고 말했다. 독일 주방용품 ‘휘슬러’ 한국 법인을 운영하며 아이디어 번뜩이는 생활용품에 ‘눈을 밝혀온’ 황 대표는 당시 함께 일하던 독일 사업가를 통해 처음 이 제품을 알게 됐다. 이스라엘 본사에서조차도 그를 말릴 정도였다는데 무슨 생각으로 사업을 결정했을까. “때마침 독일에서 쓰레기 분기수거, 종량제 도입 등 환경정책이 강화되면서 소다스트림이 인기를 얻고 있었습니다. 한국에도 언젠가 그런 상황이 오지 않겠나 싶어 한참 망설이던 끝에 마음을 먹었죠” 황 대표는 “얼마 전 기록을 살펴보니 지난 10년간 고객 시음용으로 사용한 컵이 500만컵이었다”며 “그동안 뿌린 씨가 열매를 맺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트렌드 변화도 한몫했다. 그는 “해외여행 등이 빈번해지고 고급 커피전문점 증가 등으로 탄산수를 접할 기회가 잦아지면서 국내 소비자의 입맛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소다스트림의 인기 요인은 초기 투자 비용(모델별 10만~30만원대)만 들이면 훨씬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으로 탄산수를 만들어 먹을 수 있어서다. 2만원대 탄산가스 실린더 하나로 최대 80ℓ의 탄산수를 제조할 수 있다. 할인점에서 병당 1500원 이상 판매하는 탄산수(330㎖ 기준)를 250병 가까이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전국 백화점에 22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2009년 본점 입점을 시작으로 롯데백화점 13곳에 점포를 냈다. 올해 매출 목표를 전년 대비 5배 늘어난 400억원대로 잡았을 정도로 소다스트림은 ‘날개’를 달았다. 탄산 강도를 조절해 취향에 맞게 즐길 수 있는 신제품 ‘소스’(source)가 올해의 ‘신무기’다. 여기에 더해 하반기 다양한 시럽이 들어있는 소다캡도 출시한다. 캡슐에 든 시럽을 탄산수에 섞기만 하면 시중에서 파는 탄산음료가 남부럽지 않다. 음료업체들은 긴장하겠지만 주부들은 더욱 반색할 듯하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씨줄날줄] 영도다리/손성진 수석논설위원

    부산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은 어린 시절 “니(너)는 영도다리 밑에서 주우(주워)왔다”라는 말을 들은 기억을 누구나 갖고 있다. 장난투의 놀림이었지만 참말로 알고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래서 영도다리에서 부산 사람들은 고향 같은 친근함을 느낀다. ‘구포다리는 걷는 다리요, 영도다리는 드는 다리요, 영감다리는 감는 다리요’라는 익살스러운 부산지방의 구비 민요도 있다. 여의도 면적의 두 배에 조금 못 미치는 영도(影島)는 선사시대의 패총 유적이 많고 해안 경치가 아름다운 섬이다. 영도와 부산의 본토 남포동을 잇는 다리가 영도다리다. 영도의 남쪽 끝에 있는 태종대로 가려면 영도다리를 건너야 한다. 6·25 피란 시절 영도다리 밑은 피란민들이 비를 피하고 잠을 청했던 공간이었다. “금순아 보고 싶구나 고향 꿈도 그리워진다/영도다리 난간 위에 초승달만 외로이 떴다.”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 가사처럼 영도다리는 피란민들이 뿔뿔이 흩어진 가족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향수에 빠졌던 곳이기도 했다. 영도다리는 일제강점기 때인 1934년 11월 준공됐다. 준공식에는 멀리 김해나 밀양에서까지 6만 인파가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밤새 제등행렬도 이어졌다고 한다. 영도다리가 명물 중의 명물이 된 것은 국내 유일의 도개교(跳開橋,draw bridge)였기 때문이다. 영도다리는 부산의 남항과 북항 사이에 있어서 배가 영도 남쪽을 돌아가는 시간 낭비를 해결하는 비책이 도개교였던 것이다. 영도다리는 하루에 여섯 차례 들어 올려졌다. 거대한 물체가 하늘로 치솟아 오를 때 처음 본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부산사람들은 그저 “영도다리가 끄덕끄덕한다”고만 했다. 그러나 교통량의 증가로 1966년 9월부터는 영도다리가 들린 모습을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다리를 들어 올릴 때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기다려야 했다. ‘배 몇 척을 보내려고 수많은 차들이 기다려야 하느냐, 배가 돌아가면 되지’ 하는 원성이 자자했던 것이다. 노후화된 영도다리를 철거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었다. 결국 복원하기로 결정되어 2006년에는 부산시 기념물 제56호로도 지정됐다. 이듬해 7월 보수·복원공사가 시작되어 최근 상판 연결공사가 끝났다. 부산시는 다리를 복원함과 동시에 47년 만에 도개 기능도 재현한다고 한다. 올 연말에는 영도다리가 ‘끄덕끄덕’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 같다. 낭만적인 풍경을 위해서라면 잠시 교통이 정체되는 것쯤은 참을 수 있지 않을까. 손성진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 2㎜ 유리 조율에 삶의 희로애락 담았죠

    2㎜ 유리 조율에 삶의 희로애락 담았죠

    이상민(47) 중앙대 교수는 유리 탓에 눈이 멀고, 유리 덕분에 팔자가 핀 엉뚱한 조형 예술가다. 잔잔한 호수의 파장을 연상시키는 유리조형물을 빚어낸다. 지금도 왼쪽 눈으론 사물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중학교 시절 깨진 유리조각에 각막이 손상된 뒤로 삶이 순조롭지 않았다. 축구 같은 격렬한 운동은 꿈도 꾸지 못했고, 눈의 초점이 맞지 않아 친구들과 내기당구조차 칠 수 없었다. 이 교수는 “아버지가 ‘다친 눈을 고치려 집 한채 값이 들었다’고 하셨다”며 껄껄 웃었다. 지금도 시각보다는 소리와 냄새, 손끝의 감각에 의지해 작업한다. 화덕에서 어느 정도 익은 유리 결정이 뿜어내는 ‘떵~’ 하는 소리와 유리의 타는 냄새, 손가락 마디에서 느껴지는 열기가 입체감 넘치는 유리 물방울 조각의 비결이다. 이달 초부터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진화랑에서 ‘웨이브 스컬프처’전을 열고 있는 이 교수를 지난 7일 만났다. 오는 25일까지 이어질 전시에선 2006년부터 최근까지 작업한 유리조각 30여점을 선보인다. 작품마다 투명한 유리판에 형형색색 물방울 형상이 들어가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물의 파장이다. 입체감 넘치지만 추상적이고 빛의 굴절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교수는 “어려서 동네 호숫가에서 아버지와 함께 돌맹이를 던지며 만들던 ‘물수제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말했다. 유리에 트라우마가 있는 이 교수가 어떻게 유리 조형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을까. 그는 “프랑스 국립 스트라스부르 마륵블록대학원에서 조형예술을 공부할 때 지도교수가 ‘유리로 작업을 해보라’고 넌지시 제안했는데, 처음엔 완강히 거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유리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 작업은 쉽지 않았다. 소리로 원하는 두께를 가늠하며 불과 2~3㎜까지 유리를 조율해야 했다. 유리의 미학이다. 프랑스에서 유학을 마치고 2000년 귀국한 그는 유리와 거울을 소재로 물의 형상을 부조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최근에는 다양한 모양의 그릇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다. “그릇은 마음을 담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외모와 다를 수 있는 마음의 상태를 그릇을 통해 표현한다. 작가의 인생사에는 두 차례의 큰 전기가 있었다. 첫 번째는 진로 선택. 프랑스 유학을 앞두고 아버지는 공대 진학을, 어머니는 의상 전공을 각기 강권했다. 외가는 이름난 의상디자인 집안이었다. 그는 미련 없이 평소 꿈꾸던 조형예술을 택했고,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1990년대 말에는 한 대형 가전사에서 자신의 물방울 형상이 들어간 한정판 냉장고를 만들겠다고 제의해 왔다. 경쟁사의 ‘앙드레 김’ 냉장고와 겨루기 위해서였다. 그는 딱 2000대만 찍는 조건으로 승낙했다. 당시 200만원 안팎이던 냉장고 가격이 1000만원까지 올랐지만 완판됐다. 이후로는 자신의 작품이 지나치게 상업화되는 게 두려워 그런 제안을 거절했다. 그에게 유리는 대체 뭘까. 작가가 온 삶을 바치는 오브제이건만 답은 간결하다. “부드러움과 따스함이 숨어 있는 어떤 것”이다. 작가에게 유리는 여전히 미완의 탐색 대상이며, 그래서 작가는 작품 앞에서 더 치열한 행복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글 사진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오늘의 눈] 롯데호텔 지배인 폭행사건 그후/한상봉 메트로부 기자

    [오늘의 눈] 롯데호텔 지배인 폭행사건 그후/한상봉 메트로부 기자

    며칠 전 장문의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지난 4월 말 한 제과업체 회장이 롯데호텔 현관 지배인을 장지갑으로 폭행해 전국적으로 ‘갑의 횡포’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제과업체 직원 중 한 사람이 보냈다. 그는 “회사가 사실상 폐업 상태며, 직원들은 3개월치 월급도 못 받고 얼마 전 뿔뿔이 흩어져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다”며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대표이사의 잘못으로 거래처 납품이 끊기고 회사는 더 이상 소생을 못해 과자 한 봉지 생산을 못 하는 처지가 됐다”면서 “‘휴업’이 아니라 사실상 ‘폐업’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유야 어떻든 기자가 쓴 기사로 인해 한 회사가 문을 닫고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소식에 마음이 무겁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폐업까지 갈 상황은 아니었는데 도대체 회장은 왜 최악의 방법을 선택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회장이 호텔 지배인을 폭행한 사실이 서울신문에 처음 보도된 것은 지난 4월 30일이다. 이튿날에는 최대 납품처인 ㈜코레일관광개발의 납품 중단 결정이 보도됐다. 납품 중단 소식이 전해지자 거래업체들은 원자재의 외상 지원을 중단하고, 국세청에서는 분납하던 체납세금을 일괄 납부하라며 분할납부 취소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상가상으로 4대 보험료 연체와 관련해 법인통장까지 압류돼 회사 운영이 전면 중단됐다. 코레일관광개발은 곧바로 “회장이 사과문을 발표하면 납품을 재개하도록 해 주겠다”며 회생의 기회를 줬다. 하지만 회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확한 이유야 알 수 없지만, 기사회생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린 것이다. 회사는 풍전등화의 긴박한 순간, 또 한 번 기회가 있었다. 이번에는 폭행을 당했던 롯데호텔 현관 지배인이었다. 지배인은 “(제과업체) 직원들이 모두 직장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는 보도를 접하고 마음이 무겁다. 나로 인해 회사가 문을 닫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제 그만 모든 것을 용서하고 화해하고 싶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기자에게 보내왔다. 당초 지배인은 회장이 사과하지 않고 방송에 출연해 사실과 다른 인터뷰를 해 폭행죄로 처벌받도록 법적 절차를 밟을 생각이었다. 지배인의 입장은 제과업체에 그대로 전해졌다. 제과업체 직원들도 회장에게 정중한 사과를 제안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허사였다. 만약 이때 회장이 한 번의 순간적 실수임을 인정하고 지배인의 손을 잡았더라면, 여론은 곧 너그러운 마음으로 두 사람에게 위로의 박수를 보내지 않았을까. 회사는 전화위복이 돼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도 있었을 것이며, 오늘과 같이 직원들이 일자리를 찾아 길거리를 헤매지 않아도 됐을지 모른다. 회장은 “회사가 문을 닫을 정도로 내가 잘못을 했단 말인가”라며 억울해할 수도 있다. 포스코 임원의 항공기 여승무원 폭행사건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 “운이 없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회장의 행동에 지나친 부분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핫뉴스’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한 사람의 순간적 실수와 그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고집이 이 가혹한 불경기에 가장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다. hsb@seoul.co.kr
  • [사설] 한류에 찬물 끼얹는 태권도 비리 씻어내야

    한 태권도 관장을 죽음으로 몰고간 판정 의혹이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대한태권도협회가 그제 편파 판정으로 물의를 일으킨 심판을 제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협회는 문제가 된 경기의 동영상을 분석해 “특정 선수에 대한 경고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있고, 주관적 판단에 따라 경고를 준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경기 종료를 앞둔 50초 사이에 무려 7개의 경고를 특정 선수에게 주어 경기 결과를 뒤집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앞서 이 태권도 관장은 “아들과 제자들이 오랫동안 특정 심판의 편파 판정으로 피해를 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명천지 21세기에도 여전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니 놀랍다. 시골 장마당의 야바위판에서도 지켜보는 눈이 무서워 저지르기를 주저할 만한 일이 대한민국 체육계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태권도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태권도는 그저 많은 사람이 즐기는 스포츠 종목의 하나가 아니다. 단순한 무예를 넘어서 한국인의 정신적 기반으로 자리잡은 태권도는 오늘날 전 세계를 풍미하는 한류의 원조가 아닌가. 세계 204개국에서 8000만명이 즐기는 태권도는 가수 싸이로 대표되는 K팝을 능가하는 한류의 본류이다. 한국이 원산지라는 사실을 세계 태권도인들에게 뿌리 깊이 각인시키면서, 영예는 각국이 골고루 나눠 갖는 태권도의 세계화 방식은 우리 문화 수출의 모범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더구나 최근에는 전 세계 태권도인이 합심협력한 결과 올림픽 퇴출 위기에서 벗어나 ‘글로벌 스포츠’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호기를 잡지 않았나. 이런 시점에서 드러난 우리 태권도의 감춰지지 않은 속살은 경기인들만의 오점이 아니라, 한국인 전체의 치부가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태권도인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자존심을 되찾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종주국 지도자라는 자존심으로 무장한 태권도인이라면 하찮은 비리의 유혹쯤은 쉽게 뿌리쳐야 하지 않겠는가. 태권도가 경기인들만의 소유물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자부심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태권도가 한류의 원류로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기대한다.
  • [명사가 걸어온 길] 자수성가 정열과 집념의 여성 CEO 이길여

    [명사가 걸어온 길] 자수성가 정열과 집념의 여성 CEO 이길여

    가천대 길병원은 얼마 전 지역 병원으로서는 유일하게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내로라하는 대형 병원들과 나란히 2013년도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됐다. 또 가천대 이길여 암·당뇨연구원의 교수진이 참여해 ‘식욕억제물질’을 처음 발견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연구원은 가천대 길병원·뇌융합과학원 등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다. 지난달에는 24년 전 가천대 길병원에서 태어난 네 쌍둥이 자매 중 세 명이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네 쌍둥이가 무사히 태어날 확률은 70만분의1 정도였음에도 이길여 회장의 노력으로 모두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었다. 이 회장은 형편이 넉넉지 못한 네 쌍둥이 부모에게서는 병원비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하면 등록금을 내 줄테니 연락을 달라”는 당부까지 했다. 네 쌍둥이 자매는 현재 길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열정과 집념의 여인으로 알려진 이 회장의 일생을 상·하로 나눠 2주에 걸쳐 싣는다. 만약 당신이 자식에게 단 하나의 재능을 물려줄 수 있다면 무엇을 줄 것인가. ‘뜨거운 열정’을 주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당신의 열정 온도는 몇도나 되는가. 잘 모르겠다면 이런 시 한편 감상해보자.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있다/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봄길이 되어/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이 흩어져도/보라/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사랑이 되어/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절망을 극복하고 닦아낸 새 희망의 길을 노래한, 시인 정호승의 ‘봄길’이다. 그 희망의 길은 어떻게 닦아야 할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흔들리지 않는 집념과 6월의 태양처럼 뜨거운 정열. 그렇게 그 길을 만들어냈다. 그랬다. 한 여자의 일생에서 ‘열정의 수은주’는 한번도 눈금이 변한 적이 없었다. 과거나 지금이나 그 열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나온 걸음걸음이 모두 범상치 않은 흔적으로 남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보증금 없는 병원, 최초 진료카드 시스템 도입, 여성의사 최초 의료법인 설립, 국내 최초 해외 교육원 개관 등 ‘최초’와 ‘최고’ 등 여러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러나 이들을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건국 이후 가장 크게 자수성가한 여성 CEO’라는 평가다. 2011년 경원대, 경원전문대, 가천의대 등을 ‘가천대’로 통합시킨도 것도 의사로서뿐만 아니라 최고경영자의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사건’이었다. 또한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선정 ‘2012년 세계의 위대한 여성 150인’에 선정될 만큼 국제적으로도 유명하다. 가천길재단을 진두지휘하는 이길여 회장이다. 가천길재단은 가천대 길병원, 가천대 글로벌캠퍼스, 가천대 메디컬캠퍼스, 가천문화재단, 신명여자고등학교, 새생명 찾아주기운동본부, 가천 미추홀 청소년 봉사단 등으로 이루어졌다. 이 회장을 가리켜 어떤 사람이냐고 새삼 물어본다면 답으로 압축할 수 있는 키워드가 몇 있다. 첫번째가 결코 식지 않는 ‘열정’이고, 두번째는 바람을 일으키는 ‘바람개비’이며, 세번째는 남을 위한 봉사정신이 담긴 ‘숟가락’이다. 또한 남들보다 항상 앞서 나가는 ‘개척정신’이다. 지난달 24일 오후 인천 연수구에 있는 가천대 메디컬캠퍼스에서 이 회장을 만났다. 때마침 학교 운동장에서는 체육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이 회장은 하얀 체육복 차림에 학생들과 함께 행진을 하고, 달리기 신호를 보내는 등 여념이 없다. 젊은 학생들과 서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이 새삼 놀라웠다. 학생들도 그런 이 회장과 함께 즐겁게 어울리며 화합을 다지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잠시 후 이 대학 총장실에서 마주앉았다. 요새는 어떤 일로 바쁜지 먼저 물었다. “올해는 매력, 담력, 실력 등 세 가지를 키우려고 합니다. 가천대학과 길병원의 스타일이라고나 할까요. 또한 학교통합에 따른 커리큘럼 정리와 구조조정, 그리고 세계적인 대학을 향한 커리큘럼을 새로 짜는 일로 바쁘지요. 특히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는 데 무엇보다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는 올해로 의사의 길을 걸어온 지 꼭 55년째이다. 소감을 묻자 주저없이 자신만큼 많은 환자를 본 사람도 없을 것이라면서 그만큼 죽어가는 사람도 많이 살렸다고 술회한다. 또한 그동안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는지 물었다. “참된 인생은 다른 사람에게 이로운 사람으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살다보면 위기를 겪게 마련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위기는 삶의 일부이며, 중요한 것은 그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결정됩니다. 위기 때마다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맞서 왔습니다. 모험과 도전에 익숙해진 탓인지 오히려 위기를 즐기며 기회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온 것 같아요. 바람개비는 맞바람이 강할수록 힘차게 돌아가거든요. 길병원 로비에 큰 바람개비를 설치한 것도 의료진은 물론 환자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어린 시절 수수깡 속을 빼고 막대에 끼워 돌리는 바람개비 놀이를 많이 했다. 이때마다 그는 항상 1등을 했다. 빠른 속도로 달리면 빨리 돌고 바람이 부는쪽으로 달리면 잘 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바람개비는 가만히 있으면 돌지 않는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앞으로 달려나가 바람을 일으켜야 돌아간다는 원리를 터득했던 것. 바람을 만들고 바람에 부딪히며 헤쳐나가는 것, 그것이 이 회장이 살아온 삶이다. 어려움과 시련이 닥칠 때면 항상 이 같은 바람개비를 떠올리곤 했다. 앞으로도 가천대를 모두가 부러워하는 글로벌 명문대로 키우기 위해 맞바람을 이기고 힘차게 나아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전북 옥구군 대야면 죽산리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한학에 밝았고 아버지 역시 그 영향을 받았다. 길여(吉女)는 딸만 둘을 낳아 시어머니 눈밖에 난 어머니를 위로하는 뜻에서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다. 이름 덕분인지 그에겐 늘 행운이 따랐고 위기가 오더라도 기회로 만들 수 있었고 한눈팔지 않는 외길 인생을 걸을 수 있었다. 그가 가는 곳은 길(Way)이 됐고 좋은(吉)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의사가 된 것을 한번도 후회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아주 행복한 길을 걸어오고 있다. 정신문화연구원장을 지낸 유승국 박사가 지어준 그의 호 가천(嘉泉) 또한 ‘아름다운 기운이 솟아오르는 샘’이라는 뜻이고 보면 그의 팔자 자체가 천생 행복한 의사가 아닐까 싶다. 또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한테 밥과 반찬은 온데간데없고 놋숟가락만 가득 담긴 광주리에 대한 태몽 얘기를 자주 들었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의사가 되고 나서 수많은 사람을 먹여 살릴 운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어머니는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이유로 할머니한테 자주 구박을 받았다. 이런 모습을 보며 열 아들 부럽지 않은 딸이 되겠다고 몇번이고 다짐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그는 이러한 각오로 급장이 됐고 이후 한 가지 목표를 세우면 기필코 그것을 이루어내고야 말겠다는 근성이 생겨났다. 졸업할 때까지 단 한번도 1등 성적을 놓친 적이 없었다. 의사가 되겠다는 강한 생각을 가진 것도 이 무렵이다. “우리 시골집에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여러 마리 키웠어요. 주인 없이 길에 돌아다니거나, 다리가 부러지거나, 눈이 다치거나 몸에 심한 상처를 입은 불쌍한 동물들이었죠. 이들에게 약을 발라주고 붕대를 감아주고 또 포대기로 강아지를 업고 다닌 적도 많습니다. 그러다가 강아지가 죽으면 뒷산에 묻고는 한동안 울기도 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의사놀이를 한 셈이다. 또 장티푸스에 감염된 친한 친구가 갑자기 죽는 모습을 보고 의사에게 필요한 두 가지 감정, 즉 생명에 대한 무한한 경외감과 죽음에 대한 철저한 두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의사가 되겠다고 확실하게 다짐한 것은 1948년 35세의 아버지가 급성폐렴으로 치료 한번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면서였다. 이리여고에 진학한 그는 의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를 했다. 1등을 한번도 놓치지 않았고 1951년 전쟁의 와중에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다. 지나온 세월을 생각해도, 밤하늘의 뜬 달을 보면서도 저절로 눈물이 났다. 모든 가능성은 꿈꾸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렇게 대학을 마치고 전북 군산으로 내려가 세계평화봉사단에서 의료봉사로 의사 생활을 시작했다. 거기서 영국인 의사 골든을 만났다. 이 회장은 골든의 헌신적인 봉사정신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고 진정한 봉사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얼마 후 골든은 서울적십자병원에서 수련의(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소개해줘 군산에서 서울로 자리를 옮겼다. 적십자병원에서의 과정을 마칠 무렵 인천에서 개원한 친구가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동인천역 앞 허름한 2층짜리 적산가옥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첫발을 내딛게 됐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오늘의 눈] 진주의료원 폐업을 지켜보며/강원식 메트로부 차장

    [오늘의 눈] 진주의료원 폐업을 지켜보며/강원식 메트로부 차장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열흘 넘게 뒷문을 통해 출퇴근하고 있다. 중앙 현관 앞마당이 경찰버스와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를 요구하는 노조원들로 관용차가 드나들 수 없기 때문이다. 민원인들의 도청 방문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도청 현관 출입문 앞에서 청원경찰과 공무원들이 방문객들에게 일일이 방문 이유를 물어본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하면서 생긴 도청 주변의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홍 지사는 지난해 12월 경남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취임 69일 만이다.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 결행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알렉산드로스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자른 이야기’에 비유했다. 고르디우스 매듭은 프리기아의 왕이 된 고르디우스가 자신이 탔던 마차를 왕이 된 기념으로 신전에 묶어 놓았던 매우 복잡하게 꼬인 매듭이다. 이 매듭을 푸는 사람이 아시아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는 신탁이 전해져 많은 사람들이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원정길에 이곳을 지나게 된 알렉산드로스가 매듭을 풀려다 되지 않자 단칼로 잘라 풀었다는 이야기이다. 어려운 문제는 대담한 방법으로 풀거나, 그렇게 해야 풀 수 있다는 뜻으로 인용된다. 홍 지사는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이었던 2009년 2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도 당시 미디어법 직권 상정을 꺼리고 있던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난하며 “직권 상정을 하는 것이 고르디우스 매듭을 푸는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얽히고설켜 좀처럼 풀기가 어려운 문제는 좌고우면(左顧右眄)하기보다는 알렉산드로스처럼 단칼에 싹둑 끊는 방식으로 과감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홍 지사는 갖고 있는 것 같다. 경우에 따라 필요하고 유익한 방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도정 책임자가 주요 정책을 결정할 때는 도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을 사전에 사회적 합의나 논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 발표했다. 홍 지사의 주장처럼 진주의료원이 혈세가 줄줄 새는 강성귀족노조의 해방구였다면 먼저 도민들의 검증과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랬더라면 도청 앞마당과 통신탑, 도의회 등이 노조원들에 의해 점거되는 불법 상황과 사회 혼란은 덜했을 것이다. 또한 취임 당시 “도민만 바라보는 정의로운 도지사가 되겠다”고 약속한 홍 지사에 대해 “독단과 불통, 일방통행 도정 운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지금처럼 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새누리당의 어정쩡한 태도도 실망과 아쉬움이 큰 대목이다. 새누리당은 같은 당 소속인 홍 지사의 폐업 결정 과정 등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노조의 사후약방문식 대응 행태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변화의 요구에 귀를 닫고 미적거리다 폐업이 결정된 뒤에야 경영 정상화 방안을 내놓으며 폐업 철회를 요구했지만 상황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103년 된 공공의료기관이 강제로 문을 닫는 사태를 지켜보며 수혜자여야 할 시민은 안중에도 없는 노사 양측의 무책임한 태도에 화가 치민다. k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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