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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영병 아버지 오열 “자식이 살아도 이미 자식 잃은 심정일 듯”

    탈영병 아버지 오열 “자식이 살아도 이미 자식 잃은 심정일 듯”

    탈영병 아버지 오열 “자식이 살아도 이미 자식 잃은 심정일 듯” 30여 분간의 짧은 면회 시간이 끝나자 아버지가 오열하며 맨 먼저 순환기외과 중환자실 3번 방을 뛰쳐나갔다. 어머니가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하고 그 뒤를 따랐다. 형은 쉽사리 동생 곁을 떠나지 못하고 남아서 어린아이처럼 서럽게 울었다. 수술 후 깊은 잠에 빠졌다 깨어나 가족을 마주한 임모(22) 병장은 말없이 초점없는 눈만 크게 떴다 작게 뜨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지난 21일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GOP(일반전초)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탈영, 대치 끝에 생포된 임 병장은 생포 직전인 23일 오후 2시 55분 쯤 자신의 총기로 자살을 시도했다. 스스로 쏜 총탄은 그의 왼쪽 가슴 위쪽으로 파고들어가 어깨를 관통해 몸을 빠져나갔다. 어깨뼈와 갈비뼈가 손상됐다. 총탄이 폐를 관통하지는 않았지만, 그 회전력에 왼쪽 폐 일부가 조각나 꽤 많은 피를 흘렸다. 2시간 40여 분에 걸친 ‘좌상엽 폐절제수술’을 마친 당일 오후 8시 45분 쯤 임 병장은 중환자실로 옮겨져 밤을 보냈다. 그리고 이날 중환자실의 정규 면회시간보다 1시간 30여분 앞선 오전 9시 쯤 병상에 누워 아버지, 어머니, 형과 만났다.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한 병원 관계자는 “내내 죽은 듯이 눈을 감고 있다가 가족들이 오니까 눈을 뜨긴 하더라”면서 “가족들이 하나 둘 나가면서 오열하는데 (임 병장은) 울지도 않고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고 말했다. 가족이 떠난 병실 유리창에는 다시 가림막이 쳐지고 군 관계자들이 임 병장을 지켰다. 임 병장이 입원한 강릉아산병원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현재 이 병원에는 임 병장이 던진 수류탄 파편에 목과 다리 등을 다친 신모(20) 이병도 치료를 받고 있다. 중환자실에서 일반실로 옮겨져 회복 중이다. 또 군 체포조의 오인 사격으로 오른쪽 관자놀이에 상처를 입은 진모 상병도 같은 병원 신경외과 중환자실에 있다. 임 병장과 교전 중 팔에 관통상을 입은 소대장 김모(25) 중위는 이날 오후 4시께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재 임 병장 병실을 비롯해 부상 장병이 있는 곳마다 사복을 입은 군 관계자 대여섯 명이 출·입구를 지키고 서서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일반 환자들을 위한 진료나 수술 등 병원 업무에는 차질이 없는 상태지만, 군 관계자들의 통제 속에 의료진 등 병원 근무자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병원 로비에서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뉴스를 보던 한 의료진은 동료에게 “사람을 그렇게 죽이고 저 자신도 사경을 헤맸으니 지금쯤 제정신이 아닐 것”이라며 “자식이 살아도 죽어도 저 부모 심정은 이미 자식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라며 한숨을 쉬었다. 한편 김진엽 강릉아산병원 부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40분 쯤 브리핑을 통해 “임 병장은 현재 생명에는 지장 없는 상태로 조만간 회복이 가능할 것 같다”며 “1차 수술 후 상태가 상당히 안정돼 2차 수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임 병장의 회복 상태를 지켜보며 신병 인계 및 다른 병원으로의 이송 여부와 시기를 결정할 방침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포장이사견적, 가격비교 전 확인 필수 이사비용 결정 요인은?

    포장이사견적, 가격비교 전 확인 필수 이사비용 결정 요인은?

    이사를 준비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포장이사비용이 합리적이면서도 가격대비 잘하는 곳을 찾으러 뜬 눈으로 밤을 새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잔 짐을 나르는 간단한 일이라면야 그렇게 고생을 할 필요도 없지만 어쩌다가 한 번 삶의 터전을 옮기는 일에는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나마 대도시에 사는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넓지만 지방에 사는 소비자는 얼마 되지 않는 이삿짐센터 중에서 선택을 해야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용후기나 이사업체의 서비스 내용을 알아보기가 까다롭다. 잘 모르는 상태에서 포장이사가격비교를 하다 보면 내가 받은 포장이사견적 가격이 적절한지 조차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소비자들의 이용후기를 살펴봐도 포장이사 만족도는 포장이사 추천 업체를 서너 군데 정도 무료방문견적을 통해 비교해보고 믿을만한 포장이사 업체라고 판단되는 이사짐센터에 맡기는 경우가 높고 가격비교 단계에서 공을 들인 만큼 만족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포장이사 비용을 비교하기 전에 꼭 확인 해야 할 포장이사비용결정 요인을 알아야 한다. 이사는 단순히 짐 량에 의해서만 비용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하고 꼼꼼한 비교를 위해 우선 포장이사요금 산정방식을 알아야 한다. 우선 제일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역시 전체 짐의 양이다. 불필요한 짐을 최소화하고 가져가는 비용이 더 크게 나올 법한 짐은 최대한 정리한다. 무료 기부 사이트나 재활용센터를 통해 가전제품이나 가구 등을 처분하면 기대하지 않은 수입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짐의 양은 출장오는 차량의 크기와 인원의 수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짐 량이 많으면 인건비도 같이 올라가게 된다. 비슷한 짐 량이라도 1톤, 2.5톤, 5톤 포장이사 비용이 파견되는 차량과 인력의 수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두 번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은 이사의 날짜이다. 손 없는 날과 주말, 특정 일에 이사 수요가 몰리게 되면 웃돈을 주고도 이사를 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인건비 부분은 일반적으로 파견되는 인원의 수가 늘어나면 커지게 되지만 작업의 난이도에 따라 추가 되기도 한다. 4-5층 높이의 오래된 건물 중에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사다리차 이용이 어려운 경우 계단으로 작업을 하게 되어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짐을 운송하는 거리와 집의 높이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는 사다리차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내용은 일반 소비자가 알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방문견적을 받아볼 때 견적전문직원에게 정확한 내용을 들어보고 그 내용을 계약서에 기입해 두어야 한다. 포장이사가격산정방식은 크게 차이가 없지만 비용은 업체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사 전 포장이사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줄일 수 있는 짐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이사요금을 줄일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이다. 이런 포장이사결정 요인은 일반 가정이사나 포장이사, 기업이사, 사무실이사, 공공기관이전, 관공서 이사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예인을 앞세우지 않고 입소문을 통해서 알려진 포장이사전문업체 이사의달인(http://24dalin.kr) 정태신 대표는 “누구나 쉽게 직접 찾아 비교할 수 있도록 포장이사 업체들도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며 가격보다는 가치를 추구하고 발로 뛰며 사람을 남긴다는 기업정신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사의달인은 강남, 서초, 송파, 강동, 양천, 강서 등 서울 전 지역과 광역시(대구포장이사, 대전포장이사, 인천포장이사, 울산포장이사, 부산포장이사, 광주포장이사), 그리고 전국(수원, 화성, 용인, 안성, 오산, 의정부, 천안, 청주, 충주, 춘천, 홍천, 화천, 아산, 청주, 의왕, 안양, 전주, 군산, 익산, 김천, 예천, 칠곡, 일산, 수지, 분당, 군포, 마산, 창원, 성남, 구미) 포장이사 업체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업계에서 원조 이사의달인으로 통한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탈영병 아버지 오열 “임 병장, 죽은 듯 눈 감고 있다 가족 오자 눈 떠”

    탈영병 아버지 오열 “임 병장, 죽은 듯 눈 감고 있다 가족 오자 눈 떠”

    탈영병 아버지 오열 “임 병장, 죽은 듯 눈 감고 있다 가족 오자 눈 떠” 30여 분간의 짧은 면회 시간이 끝나자 아버지가 오열하며 맨 먼저 순환기외과 중환자실 3번 방을 뛰쳐나갔다. 어머니가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하고 그 뒤를 따랐다. 형은 쉽사리 동생 곁을 떠나지 못하고 남아서 어린아이처럼 서럽게 울었다. 수술 후 깊은 잠에 빠졌다 깨어나 가족을 마주한 임모(22) 병장은 말없이 초점없는 눈만 크게 떴다 작게 뜨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지난 21일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GOP(일반전초)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탈영, 대치 끝에 생포된 임 병장은 생포 직전인 23일 오후 2시 55분 쯤 자신의 총기로 자살을 시도했다. 스스로 쏜 총탄은 그의 왼쪽 가슴 위쪽으로 파고들어가 어깨를 관통해 몸을 빠져나갔다. 어깨뼈와 갈비뼈가 손상됐다. 총탄이 폐를 관통하지는 않았지만, 그 회전력에 왼쪽 폐 일부가 조각나 꽤 많은 피를 흘렸다. 2시간 40여 분에 걸친 ‘좌상엽 폐절제수술’을 마친 당일 오후 8시 45분 쯤 임 병장은 중환자실로 옮겨져 밤을 보냈다. 그리고 이날 중환자실의 정규 면회시간보다 1시간 30여분 앞선 오전 9시 쯤 병상에 누워 아버지, 어머니, 형과 만났다.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한 병원 관계자는 “내내 죽은 듯이 눈을 감고 있다가 가족들이 오니까 눈을 뜨긴 하더라”면서 “가족들이 하나 둘 나가면서 오열하는데 (임 병장은) 울지도 않고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고 말했다. 가족이 떠난 병실 유리창에는 다시 가림막이 쳐지고 군 관계자들이 임 병장을 지켰다. 임 병장이 입원한 강릉아산병원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현재 이 병원에는 임 병장이 던진 수류탄 파편에 목과 다리 등을 다친 신모(20) 이병도 치료를 받고 있다. 중환자실에서 일반실로 옮겨져 회복 중이다. 또 군 체포조의 오인 사격으로 오른쪽 관자놀이에 상처를 입은 진모 상병도 같은 병원 신경외과 중환자실에 있다. 임 병장과 교전 중 팔에 관통상을 입은 소대장 김모(25) 중위는 이날 오후 4시께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재 임 병장 병실을 비롯해 부상 장병이 있는 곳마다 사복을 입은 군 관계자 대여섯 명이 출·입구를 지키고 서서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일반 환자들을 위한 진료나 수술 등 병원 업무에는 차질이 없는 상태지만, 군 관계자들의 통제 속에 의료진 등 병원 근무자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병원 로비에서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뉴스를 보던 한 의료진은 동료에게 “사람을 그렇게 죽이고 저 자신도 사경을 헤맸으니 지금쯤 제정신이 아닐 것”이라며 “자식이 살아도 죽어도 저 부모 심정은 이미 자식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라며 한숨을 쉬었다. 한편 김진엽 강릉아산병원 부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40분 쯤 브리핑을 통해 “임 병장은 현재 생명에는 지장 없는 상태로 조만간 회복이 가능할 것 같다”며 “1차 수술 후 상태가 상당히 안정돼 2차 수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임 병장의 회복 상태를 지켜보며 신병 인계 및 다른 병원으로의 이송 여부와 시기를 결정할 방침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탈영병 아버지 오열하며 병실 뛰쳐나가 “부모 심정은 자식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

    탈영병 아버지 오열하며 병실 뛰쳐나가 “부모 심정은 자식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

    탈영병 아버지 오열하며 병실 뛰쳐나가 “부모 심정은 자식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 30여 분간의 짧은 면회 시간이 끝나자 아버지가 오열하며 맨 먼저 순환기외과 중환자실 3번 방을 뛰쳐나갔다. 어머니가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하고 그 뒤를 따랐다. 형은 쉽사리 동생 곁을 떠나지 못하고 남아서 어린아이처럼 서럽게 울었다. 수술 후 깊은 잠에 빠졌다 깨어나 가족을 마주한 임모(22) 병장은 말없이 초점없는 눈만 크게 떴다 작게 뜨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지난 21일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GOP(일반전초)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탈영, 대치 끝에 생포된 임 병장은 생포 직전인 23일 오후 2시 55분 쯤 자신의 총기로 자살을 시도했다. 스스로 쏜 총탄은 그의 왼쪽 가슴 위쪽으로 파고들어가 어깨를 관통해 몸을 빠져나갔다. 어깨뼈와 갈비뼈가 손상됐다. 총탄이 폐를 관통하지는 않았지만, 그 회전력에 왼쪽 폐 일부가 조각나 꽤 많은 피를 흘렸다. 2시간 40여 분에 걸친 ‘좌상엽 폐절제수술’을 마친 당일 오후 8시 45분 쯤 임 병장은 중환자실로 옮겨져 밤을 보냈다. 그리고 이날 중환자실의 정규 면회시간보다 1시간 30여분 앞선 오전 9시 쯤 병상에 누워 아버지, 어머니, 형과 만났다.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한 병원 관계자는 “내내 죽은 듯이 눈을 감고 있다가 가족들이 오니까 눈을 뜨긴 하더라”면서 “가족들이 하나 둘 나가면서 오열하는데 (임 병장은) 울지도 않고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고 말했다. 가족이 떠난 병실 유리창에는 다시 가림막이 쳐지고 군 관계자들이 임 병장을 지켰다. 임 병장이 입원한 강릉아산병원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현재 이 병원에는 임 병장이 던진 수류탄 파편에 목과 다리 등을 다친 신모(20) 이병도 치료를 받고 있다. 중환자실에서 일반실로 옮겨져 회복 중이다. 또 군 체포조의 오인 사격으로 오른쪽 관자놀이에 상처를 입은 진모 상병도 같은 병원 신경외과 중환자실에 있다. 임 병장과 교전 중 팔에 관통상을 입은 소대장 김모(25) 중위는 이날 오후 4시께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재 임 병장 병실을 비롯해 부상 장병이 있는 곳마다 사복을 입은 군 관계자 대여섯 명이 출·입구를 지키고 서서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일반 환자들을 위한 진료나 수술 등 병원 업무에는 차질이 없는 상태지만, 군 관계자들의 통제 속에 의료진 등 병원 근무자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병원 로비에서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뉴스를 보던 한 의료진은 동료에게 “사람을 그렇게 죽이고 저 자신도 사경을 헤맸으니 지금쯤 제정신이 아닐 것”이라며 “자식이 살아도 죽어도 저 부모 심정은 이미 자식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라며 한숨을 쉬었다. 한편 김진엽 강릉아산병원 부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40분 쯤 브리핑을 통해 “임 병장은 현재 생명에는 지장 없는 상태로 조만간 회복이 가능할 것 같다”며 “1차 수술 후 상태가 상당히 안정돼 2차 수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임 병장의 회복 상태를 지켜보며 신병 인계 및 다른 병원으로의 이송 여부와 시기를 결정할 방침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탈영병 아버지, 울면서 중환자실 뛰쳐나가 “임 병장 울지 않고 가족 쳐다봐”

    탈영병 아버지, 울면서 중환자실 뛰쳐나가 “임 병장 울지 않고 가족 쳐다봐”

    탈영병 아버지, 울면서 중환자실 뛰쳐나가 “임 병장 울지 않고 가족 쳐다봐” 30여 분간의 짧은 면회 시간이 끝나자 아버지가 오열하며 맨 먼저 순환기외과 중환자실 3번 방을 뛰쳐나갔다. 어머니가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하고 그 뒤를 따랐다. 형은 쉽사리 동생 곁을 떠나지 못하고 남아서 어린아이처럼 서럽게 울었다. 수술 후 깊은 잠에 빠졌다 깨어나 가족을 마주한 임모(22) 병장은 말없이 초점없는 눈만 크게 떴다 작게 뜨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지난 21일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GOP(일반전초)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탈영, 대치 끝에 생포된 임 병장은 생포 직전인 23일 오후 2시 55분 쯤 자신의 총기로 자살을 시도했다. 스스로 쏜 총탄은 그의 왼쪽 가슴 위쪽으로 파고들어가 어깨를 관통해 몸을 빠져나갔다. 어깨뼈와 갈비뼈가 손상됐다. 총탄이 폐를 관통하지는 않았지만, 그 회전력에 왼쪽 폐 일부가 조각나 꽤 많은 피를 흘렸다. 2시간 40여 분에 걸친 ‘좌상엽 폐절제수술’을 마친 당일 오후 8시 45분 쯤 임 병장은 중환자실로 옮겨져 밤을 보냈다. 그리고 이날 중환자실의 정규 면회시간보다 1시간 30여분 앞선 오전 9시 쯤 병상에 누워 아버지, 어머니, 형과 만났다.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한 병원 관계자는 “내내 죽은 듯이 눈을 감고 있다가 가족들이 오니까 눈을 뜨긴 하더라”면서 “가족들이 하나 둘 나가면서 오열하는데 (임 병장은) 울지도 않고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고 말했다. 가족이 떠난 병실 유리창에는 다시 가림막이 쳐지고 군 관계자들이 임 병장을 지켰다. 임 병장이 입원한 강릉아산병원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현재 이 병원에는 임 병장이 던진 수류탄 파편에 목과 다리 등을 다친 신모(20) 이병도 치료를 받고 있다. 중환자실에서 일반실로 옮겨져 회복 중이다. 또 군 체포조의 오인 사격으로 오른쪽 관자놀이에 상처를 입은 진모 상병도 같은 병원 신경외과 중환자실에 있다. 임 병장과 교전 중 팔에 관통상을 입은 소대장 김모(25) 중위는 이날 오후 4시께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재 임 병장 병실을 비롯해 부상 장병이 있는 곳마다 사복을 입은 군 관계자 대여섯 명이 출·입구를 지키고 서서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일반 환자들을 위한 진료나 수술 등 병원 업무에는 차질이 없는 상태지만, 군 관계자들의 통제 속에 의료진 등 병원 근무자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병원 로비에서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뉴스를 보던 한 의료진은 동료에게 “사람을 그렇게 죽이고 저 자신도 사경을 헤맸으니 지금쯤 제정신이 아닐 것”이라며 “자식이 살아도 죽어도 저 부모 심정은 이미 자식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라며 한숨을 쉬었다. 한편 김진엽 강릉아산병원 부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40분 쯤 브리핑을 통해 “임 병장은 현재 생명에는 지장 없는 상태로 조만간 회복이 가능할 것 같다”며 “1차 수술 후 상태가 상당히 안정돼 2차 수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임 병장의 회복 상태를 지켜보며 신병 인계 및 다른 병원으로의 이송 여부와 시기를 결정할 방침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포장이사견적, 가격비교 전 확인 필수 이사비용 결정 요인은?

    포장이사견적, 가격비교 전 확인 필수 이사비용 결정 요인은?

    이사를 준비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포장이사비용이 합리적이면서도 가격대비 잘하는 곳을 찾으러 뜬 눈으로 밤을 새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잔 짐을 나르는 간단한 일이라면야 그렇게 고생을 할 필요도 없지만 어쩌다가 한 번 삶의 터전을 옮기는 일에는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나마 대도시에 사는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넓지만 지방에 사는 소비자는 얼마 되지 않는 이삿짐센터 중에서 선택을 해야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용후기나 이사업체의 서비스 내용을 알아보기가 까다롭다. 잘 모르는 상태에서 포장이사가격비교를 하다 보면 내가 받은 포장이사견적 가격이 적절한지 조차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소비자들의 이용후기를 살펴봐도 포장이사 만족도는 포장이사 추천 업체를 서너 군데 정도 무료방문견적을 통해 비교해보고 믿을만한 포장이사 업체라고 판단되는 이사짐센터에 맡기는 경우가 높고 가격비교 단계에서 공을 들인 만큼 만족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포장이사 비용을 비교하기 전에 꼭 확인 해야 할 포장이사비용결정 요인을 알아야 한다. 이사는 단순히 짐 량에 의해서만 비용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하고 꼼꼼한 비교를 위해 우선 포장이사요금 산정방식을 알아야 한다. 우선 제일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역시 전체 짐의 양이다. 불필요한 짐을 최소화하고 가져가는 비용이 더 크게 나올 법한 짐은 최대한 정리한다. 무료 기부 사이트나 재활용센터를 통해 가전제품이나 가구 등을 처분하면 기대하지 않은 수입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짐의 양은 출장오는 차량의 크기와 인원의 수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짐 량이 많으면 인건비도 같이 올라가게 된다. 비슷한 짐 량이라도 1톤, 2.5톤, 5톤 포장이사 비용이 파견되는 차량과 인력의 수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두 번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은 이사의 날짜이다. 손 없는 날과 주말, 특정 일에 이사 수요가 몰리게 되면 웃돈을 주고도 이사를 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인건비 부분은 일반적으로 파견되는 인원의 수가 늘어나면 커지게 되지만 작업의 난이도에 따라 추가 되기도 한다. 4-5층 높이의 오래된 건물 중에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사다리차 이용이 어려운 경우 계단으로 작업을 하게 되어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짐을 운송하는 거리와 집의 높이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는 사다리차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내용은 일반 소비자가 알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방문견적을 받아볼 때 견적전문직원에게 정확한 내용을 들어보고 그 내용을 계약서에 기입해 두어야 한다. 포장이사가격산정방식은 크게 차이가 없지만 비용은 업체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사 전 포장이사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줄일 수 있는 짐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이사요금을 줄일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이다. 이런 포장이사결정 요인은 일반 가정이사나 포장이사, 기업이사, 사무실이사, 공공기관이전, 관공서 이사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예인을 앞세우지 않고 입소문을 통해서 알려진 포장이사전문업체 이사의달인(http://24dalin.kr) 정태신 대표는 “누구나 쉽게 직접 찾아 비교할 수 있도록 포장이사 업체들도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며 가격보다는 가치를 추구하고 발로 뛰며 사람을 남긴다는 기업정신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사의달인은 강남, 서초, 송파, 강동, 양천, 강서 등 서울 전 지역과 광역시(대구포장이사, 대전포장이사, 인천포장이사, 울산포장이사, 부산포장이사, 광주포장이사), 그리고 전국(수원, 화성, 용인, 안성, 오산, 의정부, 천안, 청주, 충주, 춘천, 홍천, 화천, 아산, 청주, 의왕, 안양, 전주, 군산, 익산, 김천, 예천, 칠곡, 일산, 수지, 분당, 군포, 마산, 창원, 성남, 구미) 포장이사 업체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업계에서 원조 이사의달인으로 통한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하루 만에 검사부터 수술까지 ‘원데이 라식’, 수술 전 주의사항은?

    하루 만에 검사부터 수술까지 ‘원데이 라식’, 수술 전 주의사항은?

    최근 여름방학을 맞아 라식수술을 계획하는 대학생들의 시력교정술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기말고사가 끝난 직후 라식, 라섹수술을 하고 남은 방학 기간 동안 아르바이트, 여행, 취업준비를 하려는 학생들로 벌써부터 병원들이 붐비고 있다. 원데이 라식(당일수술)이란 하루 만에 시력교정술을 위한 정밀검사를 진행하고 수술까지 진행하는 수술시스템으로 학생뿐만 아니라 일상으로의 복귀가 급한 바쁜 직장인,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 또한 선호한다. 라식 수술보다 회복기간이 더 필요한 라섹 수술의 경우에도 최근에는 하루 일정으로 검사해 당일 수술을 받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라섹 수술은 우리 눈의 각막 상피를 제거한 뒤 각막 실질부를 절삭하여 시력을 교정하는 수술로, 수술 후 바로 일상 생활이 가능한 라식과 달리 각막 표면이 아물기까지의 회복기간이 더 소요된다. 그러나 과거보다 시력교정용 레이저 장비와 의료진의 수준이 발전하면서 수술 후 회복 기간이 단축되어 라식수술과 더불어 원데이 라섹수술을 원하는 고도근시 환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가장 최근 도입된 레이저 장비(아마리스레드1050RS)의 경우, 각막을 절삭하는 속도가 1050hz까지 빨라져 레이저 열에 노출되는 수술시간을 단축해 각막의 열 손상과 안구건조 등의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고, 실시간 안구추적장치로 정확한 위치에 레이저를 조사해 각막이 받는 자극과 환부를 최소화하게 되었다. 아울러 무통라섹 수술기법으로 라섹 후 통증도 해결되었다. 강남 아이리움안과 하병진 원장은 “라식, 라섹수술의 안전성이 입증되고 의료진의 수술 노하우와 최첨단 장비의 조합으로 하루 만에 검사부터 수술까지 끝내는 수술시스템을 가능케 됐으며, 이로 인해 환자들이 수술 전에 들이는 불필요한 시간을 아껴 수술 후 회복에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원데이라식 (당일수술)의 장점을 설명했다. 그러나 하병진 원장은 “환자가 아무리 바쁘더라도 바쁜 일정에 맞춰서 무리하게 수술을 해서는 안되며 각막에 상처가 있거나 안구건조가 심해 당장 수술할 눈 상태가 아니라면 2주 이상 적절한 치료 후 재검사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 수술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면서 경솔하게 수술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환자 중에는 정밀 검사를 통해 수술 부적합 판정이 나와 시력교정술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으니 수술 전검사가 수술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하 원장은 “바쁘지만 서두르지 않는 것이 안전한 당일 라식, 라섹수술의 원칙이며, 정밀검사 결과를 토대로 집도의와 함께 충분히 상담한 후에 수술을 결정하고, 수술 후 관리를 집도의와 계속 할 수 있는 병원을 선택해야 한다”면서 당일수술이라도 수술 후 꾸준한 관리가 중요함을 잊지 말 것을 조언했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혜경궁 홍씨 ‘한중록’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혜경궁 홍씨 ‘한중록’

    역사는 흐르는 강물과 같다. 강물은 굽이를 만나면 방향을 바꾼다. 조선 후기 역시 이 굽이에 의해 역사의 흐름이 바뀌었다. 그중의 하나가 영조의 아들 사도세자의 죽음이다. 알다시피 사도세자는 뒤주에 갇혀 죽었다. 왕위를 이어받을 세자가 처참한 죽음을 맞은 것이다. 1776년 정조는 즉위하기 전 영조에게 상소를 올린다. “승정원에 있는 그날의 기록을 없애소서.” 영조는 이 청을 받아들여 그날의 기록을 없앤다. 여기서 ‘그날’은 사도세자가 비운의 공간인 뒤주에 갇힌 날이다. 왜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는 그날의 기록을 지우도록 했을까. ‘한중록’은 정조의 지극한 효성이라 하고 있다. 그렇게 ‘그날’은 역사에서 공식적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목격한 또 한 사람이 기록을 남겼다. 사도세자의 부인 혜경궁 홍씨다. 그녀는 ‘한중록’이라는 기록으로 그날에 일어난 과정에 대해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역사의 물줄기가 사정없이 바뀐 과정을 객관적인 공인으로서는 소상하게, 그리고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증인으로서는 한탄 가득한 심정으로 모든 과정을 써 놓았다. 이 책은 혜경궁 홍씨의 일생으로 시작하지만 사도세자에 대한 부분에서부터 극적인 전개가 이루어진다. “아버님, 아버님 잘못하였으니 이제는 하라 하시는 대로 하고, 글도 읽고 말씀도 들을 것이니 이리 마소서.” 사도세자가 영조에게 애원했던 말을 그대로 옮기면서 이렇게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다. “그 소리를 들으니 간장이 마디마디 끊어지고 눈앞이 막막하니, 가슴을 두드려 아무리 한들 어찌하리오.” 그러나 처참하게 숨진 남편에 대한 한을 푸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아들 정조에 대한 고차원적 정치적 배려라는 솜씨 또한 잊지 않는다. 사건에 대한 결말을 사도세자의 죽음이 결국 지병 때문이었다고 결론지은 것이다. 지병의 원인은 어릴 때부터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면서 결코 남편이 무능력한 사람이 아님을 밝히고 영조의 결정에는 당위성을 부여한다. 영조가 아들을 사랑하지 않은 인간적인 책임은 있지만 국가의 대의명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설명으로 노론의 핵심 가문이었던 친정의 개입 의혹도 돌려놓는다. 더하여 그녀는 아들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영조에게 아들을 맡긴다. 혜경궁 홍씨는 사건 이후 영조와의 첫 대면에서 “저희 모자 보전함이 성은이올소이다”라고 말해 영조의 시름을 덜어 주었을 뿐 아니라 아들을 영조가 있는 경희궁으로 데려가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면서 “떠나 섭섭하기는 작은 일이요, 위를 모셔 배우기는 큰일이니이다”는 말로 아들에게 대업을 잇게 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영조에게 내보인다. 게다가 가문을 위해 사이가 좋지 않은 화완옹주(사도세자의 누이동생)와의 연대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책을 집필한 배경에도 적대적 관계였던 정순왕후(영조의 계비) 측에 대한 정치적 복수의 의미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 읽다 보면 의외로 그녀는 매우 영민한 인물로, 처세술이 뛰어났으며 정치적 판단 능력 또한 사도세자보다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들인 정조가 어머니의 그런 점을 닮아 처절한 당파 싸움에서 때로는 화해와 포용으로, 때로는 위협과 냉철한 판단력으로 조정을 쥐락펴락하며 조선 후기의 부흥을 이끌어내지 않았을까 싶다. ‘한중록’은 사도세자 사건뿐 아니라 영조와 정조, 순조 초반 70여년간 벌어진 일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비록 실권을 갖지 못한 한 여인이 쓴 글이지만 정치적 사료(史料)로 충분한 가치를 평가받는 작품이다. 정치사적 의미뿐 아니라 조선 후기 궁중의 생활상을 자세히 소개해 놓아 생활사적 의미도 크다. 궁중 용어와 풍속을 이야기 속에 잘 녹아 내어 조선 왕실의 생활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는데 특히 자신의 혼례 과정을 상세히 밝혀 조선이 얼마나 예법을 중시했는지 알게 한다. 또한 안정되고 유려한 문장, 세련되고 입체적인 표현은 궁중 문학의 진수를 보여 준다고 평가받고 있다. 게다가 국어의 변화 과정에서 근대 국어 형태를 잘 나타내고 있어 국문학적, 국어학적 가치도 높다. 그래서 사사로운 감정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 책이 고전의 반열에 오르게 된 이유다. 혜경궁 홍씨는 이 책을 한 번에 쓴 게 아니라 여러 차례 나눠 썼으며 다양한 독자층을 겨냥한 출간물이 아니라 혜경궁 홍씨의 집안과 할아버지 일을 궁금해하는 순조에게 사건의 배경을 보이고자 썼다. 손으로 쓴 것이라 이본(異本)도 매우 많고 몇 차례로 쓰였는가에 대한 견해도 학자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첫 부분은 수원 화성에서 성대하게 치러진 환갑잔치 후 자신의 일생을 쓴 것으로, 비교적 평안한 시기에 쓴 만큼 담담하게 일생을 돌아보았다. 두 번째는 60대 후반에 남편인 사도세자 사건을 중심으로 쓴 것이고 세 번째는 정조가 죽고 어린 순조가 즉위해 권력의 힘이 영조 계비인 정순왕후에게 쏠려 친정이 화를 입자 자신의 집안이 죄가 없음을 밝히기 위해 친정 식구들과 사건을 연결해 쓴 부분이다. 당시의 환갑은 지금의 80대라고 할 만큼 많은 나이였다. 그런데도 옛일들을 떠올려 써 내려간 혜경궁 홍씨의 기억력과 집중력은 놀라울 따름이다. 친정과 오랫동안 편지를 주고받은 것과 관련 기록을 바탕으로 쓴 글이라 그럴 수 있겠지만 사건에 대한 정황 설명이 마치 일어난 때로 돌아간 듯 세밀하다. 10여년에 걸쳐 몇 차례 나눠 쓴 글인데도 한 사건의 원인과 결과는 어느 입장을 좀 더 대변하는가에 차이가 있을 뿐 명확하다. 그래서 ‘이게 진실이 아닐까’하는 믿음을 준다. 무엇보다 ‘한중록’은 한 편의 극적인 소설을 보듯 흡입력 있게 읽힐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어떤 사건은 매우 진중하고 깊이 있게, 어떤 사건은 간결하고 명료하게 소개하여 지루할 틈이 없고 나타내려는 바가 분명해서 그런지 사건과 인물의 관계가 흐트러지지 않고 잘 짜여 있다. 특히 친정에 대한 설명에서는 입궁할 때 데려온 종들까지 포함하고 있어 친정에 대한 애착과 긍지, 지키겠다는 의지가 눈에 보이는 듯하다. 당시로서는 엄청난 장수라고 할 수 있는 여든을 넘게 살았지만 남편과 아들을 먼저 보내고 딸 하나도 앞서 보낸 한 여인, 게다가 친정 식구들이 자신 때문에 죽어야 했던 여인의 삶은 어떠했을까. 혜경궁 홍씨는 자손들에게 사도세자와 정조,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살았는지 개인적인 삶을 기록으로 남겼지만 200여년이 지난 지금 그 개인적 기록은 역사의 굽이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알려 주는 중요한 역사로 읽힌다. ※‘임오화변’이라 불리는 사도세자 사건은 ‘승정원일기’에는 빠져 있지만 ‘영조실록’이나 ‘임오일기’(이광현) 등에는 기록돼 있다.
  • “버려진 개·고양이 마지막 쉼터 지켜 주세요”

    “버려진 개·고양이 마지막 쉼터 지켜 주세요”

    22일 경기 안성시 미양면의 ‘안성 평강공주(평화로운 강아지들의 공동주택) 보호소’. 420여 마리의 유기견·묘의 쉼터인 이곳은 여느 일요일과 달리 200여명의 외지인으로 북적거렸다. 보호소 측이 후원금 모금을 위해 기획한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소풍’ 행사가 열린 것이다. 유기 동물들의 복지를 최대한 배려한 쉼터인 이곳은 오는 30일이면 3년 임대계약이 종료된다. 승마장을 짓겠다는 주인의 계획에 보호소 측은 이곳을 매입하기로 결정했지만 이달 말까지 계약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자칫 동물 식구들이 뿔뿔이 흩어질 위기에 놓였다. 주인 측은 “계약금 1억원을 마련하면 내년 이맘때까지 보호소 토지 및 건물의 매매금액 잔금을 낼 시간을 기다려 주겠다”고 했다.  2005년부터 10년째 이곳을 운영해 온 김자영(53) 소장과 김미성(51) 부소장 자매는 20명의 스태프와 머리를 맞댔다. 김 소장은 “현실적인 방안은 늙거나 아픈 개들을 안락사시키는 거였죠. 그런데 ‘안락사하고서 눈이나 감고 잘 수 있겠나’ 싶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결국 이들은 1억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소풍’ 행사를 기획했다. 수백 마리의 개·고양이가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의 애견·애묘인들로부터 도움의 손길이 쏟아졌다. 이곳에서 2011년 반려견 ‘순심이’를 입양한 가수 이효리씨가 행사 소개 글을 ‘리트위트’했다. 인근의 안성 창조고 학생들은 학교 곳곳에 안내 포스터를 붙이고 학교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자발적으로 3~4명씩 짝을 지어 ‘카풀’을 한 뒤 개들을 태우고 20분 거리의 애견 훈련소에 도착했다. 모처럼 탁 트인 공간에 나오자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강아지가 있는가 하면, 낯선 환경이 어색한지 웅크리고 앉은 채 꼼짝하지 않는 개들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각자 짝지어진 강아지들과 산책을 즐기는 한편 ‘고양이·강아지’로 삼행시 짓기, 강아지 얼굴 그리기 등의 프로그램을 즐겼다. 이예현(17·안성 창조고 2학년)양은 16명의 학교 친구·후배와 함께 ‘소풍’에 참여했다. “봉사 활동을 다니던 보호소가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강아지들이 걱정돼 견딜 수 없었다”면서 “앞으로 수의학을 전공해 아픈 개를 돌보고 싶다”며 웃었다.  이날 행사로 보호소 측은 5000만원의 후원금을 모금했다. 보호소 측은 “앞으로 유기 동물 입양 가족 모임, 재능기부 음악회 등을 통해 모금 캠페인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가장 못생긴 개’ 대회 1위의 슬픈 과거사 눈길

    ‘가장 못생긴 개’ 대회 1위의 슬픈 과거사 눈길

    “올해의 가장 못생긴 개는 바로 나!”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탈루마에서 열린 ‘2014 가장 못생긴 개 선발대회’에서 종을 알 수 없는 개 ‘피넛’이 1위의 영광을 차지했다. 올해 대회에는 총 29마리가 출전했으며, 이중 독특한 외모를 가진 ‘피넛’이 대상을 받았다. 2살 된 피넛은 주인으로부터 학대를 받았던 아픈 과거를 가졌다. 또 새끼 때 입은 화상 때문에 입술이 거의 없어진 상태이고, 눈을 잘 감지도 못한다. 학대와 상처로 고통받던 피넛은 동물보호소로 옮겨진 뒤 새 주인을 만났다. 피넛의 새 주인인 홀리 챈들러는 “매우 사랑스럽고 주인을 잘 따르며 명랑한 성격을 가졌다”고 소개했다. 아픈 과거를 잊고 ‘영광의 1위’를 차지한 피넛은 상금 1500달러와 기념 트로피를 부상으로 받았다. 지난 해에는 ‘월’이라는 잡종 비글이 역시 수 십 마리의 경쟁견을 물리치고 1위에 오른 바 있다. 월은 ‘눈에 띄게 큰’ 머리와 짧고 두꺼운 몸통에 비해 지나치게 짧은 다리 등이 ‘특징’이었다. 한편 이 대회는 현장의 심사위원 및 온라인 투표를 통해 1위를 결정한다. 심사위원들은 대체로 개가 가진 고유의 개성을 눈여겨보며, 심사위원으로는 유명 배우 및 동물 전문가 등이 속해 있다. 사진= ⓒ AFPBBNews=News1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13개 시·도 ‘상생기금’ 제대로 받게 되나

    13개 시·도 ‘상생기금’ 제대로 받게 되나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3개 시·도가 내년부터 지역상생발전기금을 제대로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수도권의 반발이 예상돼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전북도에 따르면 안전행정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가 지난 16일 13개 시·도에서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개 시·도를 대상으로 제기한 지역상생발전기금 출연 요구 분쟁조정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수도권 3개 광역단체가 지방소비세 수입의 35%를 매년 지역상생발전기금으로 출연하라고 결정했다. 이 기금은 수도권 규제완화 등으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수도권 이외의 지방에 지원해 지역 간 상생과 균형발전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지방소비세의 35%를 출연토록 했다. 기금 규모는 연간 3500억~40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수도권 지자체들은 매년 3000억원만 출연하는 것으로 조정해야 한다며 일부를 내지 않았다. 기금 입법 과정에 비용추계서를 제출할 때 매년 3000억원씩 10년간 3조원을 조성하는 것으로 했다는 계획서를 근거로 내세웠다. 실제로 수도권 3개 시·도는 첫해인 2010년에는 3079억원, 2011년 3308억원을 출연했으나 2012년에는 3455억원 가운데 3017억원만 출연했다. 지난해에도 대상액이 3730억원에 이르렀지만 2377억원만 출연했다. 지난 2년간 서울시 648억원, 인천시 154억원, 경기도 989억원 등 모두 1791억원을 출연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전국 13개 시·도는 재정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전북도는 2012년에 받아야 할 170억원 가운데 14억원, 지난해는 191억원 가운데 69억원 등 모두 83억원을 받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안행부가 내년에도 수도권 지자체들이 지역상생발전기금 출연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지방세법을 개정해 원천징수한다는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안행부는 현재 부가가치세의 5%를 떼어 지방소비세로 납입하는 관리자가 서울시장으로 돼 있는 지방세법을 수도권 이외의 광역단체장으로 바꿔 지역상생발전기금을 원천징수하고 나머지를 돌려준다는 강경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출연에는 찬성하지만 35%를 내는 것은 무리라고 반발한다. 상한선 없이 출연하면 10년 동안 부담해야 할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입법 취지는 수도권 3개 지자체가 통틀어 매년 3000억원 규모로 10년간 3조원을 내는 것이었다”면서 “일괄적으로 35% 비율에 따라 출연하면 3개 시·도는 8000억원 정도를 더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늘어난 복지비 등으로 예산이 몹시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하게 다른 자치단체를 돕는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면서 “어떻게 재원을 조달할지, 대법원에 제소할지 등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덧붙였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서울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文카드 버린 與 “이병기 지켜라”… 안철수, 문·이·김 콕 찍어 “NO”

    새누리당이 여전히 청와대의 거수기 노릇만 한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개각 국면에서 빚어진 ‘인사 파동’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눈치만 보며 말을 바꾸는 등 소신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급격하게 하락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새누리당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카드를 버리자마자 이번엔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지키기로 자세를 바꿨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 후보자는 2002년 단순 정치자금 전달자 역할만 했다. 만약 정식 재판을 받았다면 무죄 선고가 나왔을 것”이라며 비호했다. 새누리당이 각별히 이 후보자의 방패막이를 자처하고 나선 것은 그가 친박(친박근혜)계 원로그룹 핵심이라는 이유가 크다. 야권이 이 후보자에 대한 화력을 높이는 것도 그가 친박계라는 딱지를 달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은 또 인사 책임자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지킴이’를 자임했다.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은 “나랏일은 신중하게 해야지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김 실장의 책임론과 사퇴론을 일축했다. 다른 의원들도 문 후보자의 인사 참극을 ‘인사 검증 시스템’ 탓으로 돌리며 김 실장을 겨냥하고 있는 활의 방향을 돌리는 데 힘썼다. ‘문창극 파동’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행보는 그야말로 ‘청와대 바라기’였다. 문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국회 제출이 예정됐던 지난 16일 박 대통령이 동의안에 재가를 하지 않고 중앙아시아 순방을 떠나자 분위기가 급변하기 시작했고 ‘귀국 후 재가 검토’ 결정을 내리자 새누리당은 결국 ‘문창극 버리기’로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 “청와대의 꼭두각시”라는 비판도 함께 쏟아졌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문 후보자뿐 아니라 이 후보자,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 세 명의 임명은 “절대 안 된다”며 반드시 낙마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들의 흠결이 모두 직무 연관성이 있거나 국민 상식에 어긋나는 심각한 결함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에게도 국제사회에도 도저히 통할 수 없는 총리, 국정원을 개혁하는 게 아니라 개악하려는 게 아닌가 의구심을 가지게 하는 국정원장, 역대 어느 정부·국회에서도 용납되지 않았던 논문 표절의 교육부 장관, 이 세 분은 한마디로 자격이 없다”며 세 후보를 콕 찍어 ‘입각 불가론’을 피력했다. 안 대표는 그러면서 “이번 인사 파동은 과거 방식, 옛날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20세기 낡은 사고와 21세기 국민의 눈높이가 충돌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안 대표는 연일 정부·여당과 각을 세우는 ‘초강경 발언’을 이어 가고 있다. 당내에서는 “안 대표가 드디어 현실 정치에 눈을 떠 가는 것 같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지막 시험대인 7·30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당내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란 해석도 나온다. 한편 이종걸 의원은 이날 친일·반민족 행위를 찬양·정당화하거나 일제 항거를 비방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일명 ‘문창극법’(일제 식민 지배 옹호행위자 처벌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여러분 목표는 주민행복” 진지한 강연장

    “여러분 목표는 주민행복” 진지한 강연장

    “여러분이 추구해야 할 목표는 주민 행복입니다. 주민이 행복해야 우리나라가 행복해집니다.” 19일 전북 완주군 지방행정연수원 4층 나눔홀 강연장. 6·4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시장, 군수, 구청장직을 새로 맡게 된 초선 기초자치단체장 당선자 60여명이 이날만큼은 단체장이 아닌 수업을 듣는 학생 자격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참석자들 앞에는 대통령 소속 지역발전위원회(지발위)의 이원종 위원장이 일일 강연자로 나섰다. 피곤한 눈을 비비는 참석자도 더러 있었지만 일부 참석자는 틈틈이 메모하며 단체장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과 자세를 설명하는 이 위원장 이야기를 경청했다. 이 위원장은 신임 당선자들을 향해 “지방선거 과정에서 끓어올랐던 감정이 아직 가라앉지 않아 빨리 뭔가를 주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텐데, 이럴 때일수록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경험해서 시·군·구정 목표가 확실히 섰을 때 일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단체장의 덕목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데에 있다. 지역 주민들과 같이 일하는 공무원들의 여러 이야기를 듣고 좋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전행정부는 올해 민선 6기를 맞은 지방선거를 통해 처음으로 시장, 군수, 구청장으로 선출된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단체장 비전 포럼’을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포럼은 기초자치단체장들의 원활한 업무 수행 지원을 위한 맞춤형 연수 과정으로 2007년부터 운영돼 올해로 7회째를 맞았다. 초선 기초단체장을 위한 포럼은 2010년에 이어 올해로 2번째다. 강병규 안행부 장관은 “다음달 1일 공식 취임과 동시에 단체장으로서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춰 포럼을 구성했다”면서 “직무 수행에 도움이 되고 각 단체장들과 중앙부처 공무원 사이에 네트워크를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참석자들은 쉬는 시간에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포럼은 오전과 오후 일정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오전에는 안행부가 추진하는 지방자치 발전 방향, 기획재정부의 국가·지방재정 현황 및 과제와 관련한 설명이 있었다. 방문규 기재부 예산실장은 “국가 전체적으로 재정 여건이 어렵기 때문에 지역에서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단체장 여러분이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 일하기가 쉬워진다. 여기에서 발품은 단순히 중앙부처에 자주 방문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지역 주민 및 전문가들과 협력해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재원 확보 방안 및 기존 사업과의 연계 방안을 만들어 내실을 기한다면 정부로부터 예산 지원을 비교적 원활히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후에는 지발위 차원의 지역발전 전략이 소개됐고, 전직 시장과 군수, 구청장들이 참석해 신임 단체장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도 함께 마련됐다. 포럼 참석자들은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일호 경남 밀양시장은 “국가 정책이 나아가려는 방향을 이해하고, 지역 사업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였다”고 말했다.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은 “단체장으로 첫 부임하고 난 뒤 6개월 초반이 중요한데, 전임자와 적대 관계가 되다 보니 업무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라면서 “재임 초기 단체장으로서 알아야 할 정보, 단체장으로서 수행해야 할 직무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매뉴얼이 있으면 좋겠다”다고 제안했다. 이어 박 구청장은 “포럼에서 국가 정책을 전반적으로 알려주는 것도 물론 도움이 되지만, 그보다 실제로 전임 단체장 등을 만나 구체적인 지역 현안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등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더욱 많게끔 교육 과정이 보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글 사진 완주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쌀 미래는 있다] 쌀 제대로 알고 사자

    [쌀 미래는 있다] 쌀 제대로 알고 사자

    매일 먹으면서도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쌀이다. 통상 이천 쌀, 김포 쌀, 여주 쌀, 나주 쌀, 함평 쌀 등 지역명을 보고 쌀을 사지만 좋은 쌀은 산지보다 품종에서 나온다. 농가들이 재배하는 175개의 밥상용 쌀 중 11개가 최고 품종에 해당된다. 이점식 농촌진흥청 연구사는 19일 “흔히 쌀의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로 산지를 많이 꼽는데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것은 품종”이라면서 “재배 방법, 산지, 기상 조건 등은 그다음”이라고 말했다. 쌀 품질의 결정 요인은 수확 전과 후로 나뉜다. 수확 후에도 저장을 알맞게 했는지, 도정을 어떻게 했는지, 유통기간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품질이 달라진다. 탈곡 중 쌀알에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밥솥의 종류, 물의 양, 뜸 들이는 시간 등 밥하는 방법은 가장 적은 영향을 미친다. 국가 품종 목록에 등재된 쌀 품종은 총 241개다. 이 중 지난해 농가들이 재배한 품종은 230여개이며 이 중 가공용 쌀과 기능성 쌀을 제외한 밥상용 쌀은 175개다. 그리고 최고 품질 등급을 받은 품종은 11개다. 빨리 수확하는 조생종 중에는 윤광이 있고 중생종에는 고품, 하이아미, 대보 등이 있다. 수확이 다소 늦은 중만생종은 미풍, 삼광, 진수미, 칠보, 영호진미, 호품, 수광 등 7종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까지 최고 품질 등급을 15개 품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현품, 해품이 등록 과정을 진행 중이다. 2003년 전혀 없었던 농가의 최고 품질 품종 재배 비율은 지난해 23%로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품종에 대한 중요성을 알았다면 좋은 쌀을 고를 수 있는 기본이 된 셈이다. 쌀 포장의 전면에는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쌀에 대한 정보를 기입하게 돼 있다. 통상 품종 밑 칸에는 쌀의 등급이 있다. 등급은 완전미(쌀에 손상이 없는 상태)의 비율을 나타내는 것인데 완전미가 많을수록 좋은 쌀이다. ‘특’은 93.9% 이상이 완전미라는 의미이고 상은 84.7~93.9%, 보통은 65.3~84.7% 정도의 완전미가 들었다는 뜻이다. 단백질 함량은 낮을수록 좋다. 단백질이 많으면 밥이 딱딱하고 찰기가 적으며 질감을 떨어뜨린다. 밥을 지을 때 단백질이 수분 흡수를 막기 때문인데 단백질 함량이 높은 쌀은 식을 때도 빨리 굳는다. 생산 연도도 중요하다. 통상 11~12월에는 같은 해 생산한 햅쌀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쌀은 보관 중에 밥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최소한 전년도에 생산된 쌀을 사는 것이 좋다. 또 최근에 도정(벼를 깎아 쌀을 만드는 과정)한 것을 사면 좋다. 벼를 저장하면 쌀알이 공기와 만나지 않지만 도정한 후에 장기간 방치하면 쌀이 공기와 만나 산화작용을 일으켜 냄새나 색이 변할 수 있다. 같은 산지 제품이라도 생산자에 따라 재배 방식이 달라 맛이 달라질 수 있다. 가공용 쌀은 크게 국수용, 현미, 발아현미, 양조용으로 나뉜다. 국수용에는 쌀의 전분 성분인 아밀로스가 25% 이상 들어 있다. 면의 모양과 면발의 탄력을 유지해 준다. 고아미벼와 새고아미벼가 주로 쌀국수용으로 재배된다. 단미는 천연 유리당이 많아 시리얼용으로 쓰인다. 현미에는 백진주, 설백, 월백, 만미 등의 품종이 있고 발아현미는 큰눈, 큰눈흑찰 등이 주요 품종이다. 비타민, 식이섬유, 칼슘, 미네랄 등의 영양 성분을 100%로 볼 때 현미의 기능성 성분 함유량은 95%에 달하고 쌀은 5% 정도다. 발아현미는 현미의 눈이 일반 현미보다 3배나 크다. 두뇌 활동을 촉진하고 기억력을 좋게 하는 가바(GABA)의 함량이 5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능성 벼는 체지방 감소나 독소 억제 등의 기능을 가진 쌀이다. 흑광벼는 지방세포의 분화를 저해해 비만을 억제한다. 흑진주벼는 그 추출물로 동물 실험을 한 결과 고지방 축적량은 13%, 콜레스테롤은 15%가 줄었다. 조생흑찰은 위염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독소 분비를 억제한다. 고아미 2호와 3호는 체내에서 소화되지 않는 난소화성 전분의 함량이 10% 이상(일반 쌀은 1% 미만)이어서 일반 쌀과 반반씩 섞어 임상실험을 한 결과 중성지방의 체내 축적량이 30% 낮아졌다. 흑설은 항산화 기능이 있어 노화를 억제하는 쌀로 알려져 있고, 홍진주는 현미차용으로 쓰인다. 영안벼는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이 많아 키 크는 쌀로 유명하다. 술을 만드는 일품벼와 설갱벼는 쌀알 내에 공간이 많아 발효 미생물의 번식이 왕성하고, 술에서 쓴맛이 적도록 만들어졌다. 발효가 잘될수록 붉은색을 띠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쌀 개방을 대비하는 데 있어 우리나라 쌀의 품질을 높이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숙제”라면서 “품질이 높을수록 농가 수입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라식∙라섹수술 등 시력교정술, 자신에게 적합한 맞춤수술 찾아야

    라식∙라섹수술 등 시력교정술, 자신에게 적합한 맞춤수술 찾아야

    여름 휴가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멋진 선그라스와 물놀이를 위해서 시력교정수술을 받고자 한다. 시력교정수술 중에서 라식•라섹수술이 짧은 수술시간과 회복기간, 결과에 대한 만족도 등으로 사람들에게 어필되고 있다. 라섹수술은 각막상피를 제거해 레이저를 조사하는 수술이다. 각막절편을 만들지 않아 수술 후 물리적 충격에 비교적 강하지만 라식회복기간에 비해서 길어 약 2~3주 정도의 회복기간이 필요하다. 라식수술은 각막에 절편을 만들고 그 자리에 레이저를 조사하고 다시 각막절편을 덮어주는 수술로 라섹수술에 비해 비교적 통증이 적으며 회복기간도 짧은 편이다. 하지만 각막절편을 만들 때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눈이 작거나 각막이 얇은 사람은 수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수술 후 건조증이 다소 오래가고 외부 충격 시 각막편이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각막절편까지 기계칼날이 아닌 레이저(올레이저 라식수술)로 만들어 충격에 강하며, 각막절편을 만들 때 발생하는 부작용을 예방하고 있다. 시력교정방법 선택에서 라식 라섹차이는 사전 정밀한 안과 검사, 수술가능여부 검사, 수술방법결정검사, 수술결과 향상을 위하 검사, 부작용 예측 검사 등을 통해서 선택해야 라식수술 부작용이나 라섹수술 부작용을 예방할수 있다. 이러한 라식 및 라섹수술은 사전 정밀검사를 통해 기본적인 안과 검사, 수술가능여부 검사, 수술방법결정 검사, 수술결과향상을 위한 검사, 부작용 예측 검사 등을 선행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글로리서울안과 구오섭 원장은 “라식∙라섹 등의 시력 교정 수술을 할 때는 비용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수술 집도 경험이 많은 전문의로부터 시술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술 직후에도 컴퓨터 활동을 피하고 최대한 눈을 쉬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각막절편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격렬한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고 전했다. 한편 글로리서울안과에서는 NASA에서 유일하게 인정한 iFS 레이저 등 첨단 레이저를 이용한 올레이저 라식•라섹 수술을 진행 중이다. 기존의 라섹은 각막의 가장 바깥 부분인 각막 상피층을 알코올을 이용해 벗겨냈으나, 올레이저 라섹은 첨단 레이저를 이용해 각막 상피층을 보다 정교하게 벗김으로써 라섹수술 회복기간과 수술 후 통증을 줄였다. 특히 각막이 얇거나 많은 절식이 필요한 고도 근시 때문에 라식이 힘든 경우에도 수술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올레이저 라식은 iFS 레이저로 각막절편 생성해 기존 라식(두께 130~160㎛)보다 각막절편(올레이저 라식 두께 90~110㎛)이 얇다. 각막절편을 보다 정교하게 만들 수 있다고 알려졌다. 수술 후 시력 회복 기간은 일반 라식보다 짧고 통증도 적은 편이다. 각막 혼탁이나 근시 퇴행과 같은 합병증이 적다는 후문이다. 다만 기존 라식수술비 보다는 높다고 한다. 수술장비는 iFS Plus를 이용하는데, 이는 각막 절편 경사각을 150도까지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에 밀림 현상을 방지하고 빠른 시력 회복을 도울 수 있다. 또한 레이저를 이용해 10초 이내에 각막절편을 제작하는데다가 맞춤각막절편생성으로 라식수술부작용을 감소시킨다. 한편 글로리서울안과는 라식•라섹에 대한 부작용을 덜고 고객 감동을 실현하기 위해 감동라식5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소비자 신뢰 대표브랜드에서 안과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축구 자료 4만여점 수집 이재형 축구역사문화연구소장

    [김문이 만난사람] 축구 자료 4만여점 수집 이재형 축구역사문화연구소장

    피천득 선생은 생전에 2002년 월드컵 승리를 기원하며 ‘붉은 악마’라는 시를 지었다. ‘붉은 악마들의/끓는 피 슛! 슛! 슛 볼이/적의 문을 부수는/저 아우성! 미쳤다. 미쳤다/다들 미쳤다 미치지 않은 사람은/정말 미친 사람이다.’ 그랬다. 2002년 6월 18일이다. 이탈리아와 16강 연장전에서 안정환 선수가 환상적인 헤딩골을 터뜨려 온 국민을 환각상태에 빠뜨리게 했던 광경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다면 당시 그 볼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2003년 어느 날이다. 한 TV방송에서 월드컵 1주년을 맞아 특집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이탈리아전에서 주심을 맡았던 에콰도르의 바이런 모레노와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왔다. 당시 모레노 주심은 거친 플레이를 일삼는 이탈리아 공격수 토티에게 레드카드를 꺼내 퇴장시켰다. 이로 인해 유럽에서는 ‘편파 판정, 홈팀 봐주기’라고 맹비난했다. 방송사는 모레노 주심을 만나 당시 상황이 어떠했는지 다시 물었고 모레노는 공명정대한 판정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시 안정환 선수가 넣은 골든볼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지켜보던 한 남자는 심장이 멎을 듯한 전율을 느꼈고 ‘저 공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찾아와야 한다’고 다짐했다. 축구역사문화연구소 이재형(53) 소장이 바로 그 남자다. 이 소장은 그날부터 혼자서 안정환의 골든볼을 찾아오는 작전에 들어갔다. 우선 수소문 끝에 모레노의 주소지를 파악한 다음 모레노에게 줄 선물을 마련했다. 그냥 달라고 하면 선뜻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월드컵 사진집에서 가장 잘 나온 모레노의 사진을 골라 서울시내의 한 동판 제작사를 찾았다. 되도록 최고급으로 만들어줄 것을 부탁했다. 마침 제작사 사장이 축구를 좋아했던지라 이 소장의 뜻을 전해듣고 원래 가격보다 좀 싸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얼마 후 동판이 완성되자 이 소장은 동판 제작과정을 촬영한 연속사진과 월드컵 기념 히딩크 넥타이, 2002년 한·일 월드컵 사진집, 월드컵 기념 공 등 네 가지 선물을 꾸린 보따리를 들고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로 날아갔다. 이때가 2004년 2월 3일이었다. ‘키토 0203 작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나름대로 반드시 성공시키고야 말겠다는 다짐에서 작전명을 세웠던 것이다. 지난 13일 서울 동대문구 보문동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이 소장을 만나 당시 내용을 들었다. “모레노의 집에 도착했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틀 전 업무차 미국 마이애미로 떠나 20여일 후에나 돌아온다는 것이었습니다. 허탕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더군요. 고민 끝에 현지에서 봉제업을 하는 교포에게 부탁했습니다. 모레노가 오는 즉시 ‘골든볼을 꼭 기증해 달라’는 간곡한 내용의 편지와 함께 선물을 맡기고 귀국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한국에 돌아와 연락을 애타게 기다린 지 20여일 지나자 골든볼을 기꺼이 기증하겠다는 대답을 듣게 됐고 며칠 뒤 공무차 귀국하는 주에콰도르 대사관 직원을 통해 인천공항에서 전달받았다. 또한 모레노가 보낸 보따리에는 골든볼뿐만 아니라 당시 이탈리아 선수 토티를 퇴장시킨 레드카드와 자신이 입었던 주심 유니폼, ‘대한민국 국민이 이 볼을 보면서 월드컵의 감격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도록 이재형 소장에게 영구히 기증한다’는 내용의 서신까지 담겨 있었다. 이렇게 해서 한·일월드컵 16강에서 터뜨린 안정환의 골든볼은 현재 수원월드컵박물관에 기증돼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있다. 그의 노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다음에는 스페인전에서 패널티킥으로 4강 신화를 쏘아 올린 ‘홍명보의 볼’이었다. 월드컵조직위원회, 대한축구협회 등에 수소문했으나 어느 누구도 공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여러 자료를 뒤진 끝에 ‘2002 FIFA 공식보고서’를 통해 한국과 스페인전 주심이 이집트의 가말 알 간두르라는 사실과 이집트축구협회를 통해 연락처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즉시 간두르에게 이집트에 갈 일이 있을 때 꼭 만나보고 싶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고 그렇게 해도 좋다는 답신을 받았다. 이 소장은 2006년 8월 3일 작전명을 ‘0803’이라고 정하고 카이로행 비행기에 올랐다. 3일 뒤 마침내 가이드와 함께 간두르의 집에 도착했다. 자연스럽게 한·일월드컵 당시의 상황이 화제가 됐다. 모호한 판정으로 스페인 축구팬들로부터 협박을 받았던 일, 그래서 학교 다니는 딸에게 1년간 경호원을 붙였던 일 등을 털어놨다. 이어 간두르는 4강볼을 보여주었다. 볼에는 당시 4강 신화를 생생하게 증언하는 여러 사인들이 있었다. 주심과 부심, 감독관 등의 친필 사인이었다. 경기가 끝났을 때 간두르는 심판들에게 “현역 심판복을 벗는 마지막 월드컵 무대에서 4강을 결정지은 공을 보관하고 싶다”고 말해 각자 공에 사인을 해주었다는 사실도 고백했다. 그러나 간두르는 기증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 소장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설득했다. 4강볼이 이집트에 있으면 한 개인의 영광이겠지만 한국에 가면 한 나라의 영광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때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 계속 얘기를 했습니다. 4강볼은 한국축구 100년사에 길이 빛날 역사적 증거자료로 빛을 발할 것이며 박물관에 영원히 보관하면서 가말 알 간두르란 이름으로 명패를 새겨 공과 함께 당신의 명예가 영구히 보존되도록 할 것이라고 몇번이고 말을 했지요. 언제든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도록 초청하겠다고도 했습니다. 그러자 간두르는 마음이 흔들렸던지 잠시 가족회의를 열고 나서 ‘대한민국 국민에게 이 공을 바친다’는 편지와 함께 4강볼을 건네줬지요.” 이 소장의 끈질긴 설득과 축구 열정에 감동해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틀 후 대사관에서 공식 전달식이 열렸다. 간두르가 대사에게 기증하고 이 소장이 공을 전달받는 형식을 거친 뒤 귀국했다. 이러한 사실은 곧 국내 언론에 보도됐다. 일부에서는 ‘홍명보의 4강볼’이 경매시장에 내놓으면 22억원 정도는 받을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소장은 간두르와의 약속을 더 소중하게 여겼다. 이처럼 한국 축구의 보물을 찾으러 다니기도 했지만, 그가 세계 40여개국을 다니면서 꾸준히 모은 축구자료는 통틀어 모두 4만여점에 이른다. 그가 사는 아파트는 온통 축구자료로 가득하다. 한국축구 100년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각종 사진자료, 1954년 월드컵 때부터 입었던 유니폼 등을 비롯해 축구대회 포스터, 축구화, 축구공, 국내외 축구스타 사진, 엠블렘 등 말 그대로 축구에 관한 한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모은 것들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펠레가 무명시절에 찼던 축구공이다. 가죽 조각을 일일이 이어붙인 다갈색의 수제품으로 펠레의 친필사인과 브라질축구협회의 인증서도 있다. 2003년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 골동품 경매장에서 경매물건으로 나왔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고는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직접 구입했다. 펠레를 세계적 스타로 만든 귀한 공을 수집한 후 펠레 관련용품만 100여점을 모았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 때 입고 출전한 등번호 10번의 유니폼, 펠레 관련 서적들, 펠레 모형의 인형, 기념우표, 초상화 등이 대표적이다. 펠레와 함께 세계축구사에서 전설로 통하는 포르투갈의 에우제비우의 공도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경매장에서 입수한 뒤 2004년 리스본에서 에우제비우를 만나 직접 사인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가 축구에 관심을 가진 것은 초등학교 때 축구선수를 하면서였다. 계속 축구를 하고 싶었으나 부모님의 반대에 축구부가 없는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축구와의 인연이 끊어졌다. 축구선수가 되지 못하자 보상심리가 발동돼 축구관련 자료수집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 서울 돈암동의 한 은행에서 받은 축구공 모양의 플라스틱 저금통이 최초의 수집품이다. 이후 시간이 날 때마다 축구장을 찾았고 여러 자료들을 모아나갔다. 대학에서 금속학을 전공한 그는 국내외 축구자료들을 본격적으로 수집하기 위해 다니던 첫 직장을 그만두고 ‘월간축구’(현 베스트일레븐)라는 축구잡지 기자를 지원했다. 이때부터 경기를 관람하고 좋아하는 축구선수들과 만나는 것이 일이자 취미가 됐다. 그렇게 바삐 지내다 보니 아직 결혼을 못했다. 그는 자료수집뿐만 아니라 주말이면 어김없이 축구장에 나가 직접 선수로 뛴다. 이때마다 공격수로 평균 두세 골씩 넣곤 했는데 축구황제 펠레의 통산 1300골보다 더 많은 4000골을 넣었다며 웃는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축구복합문화센터, 축구박물관을 짓는 일”이라고 대답한다. 인터뷰를 마친 이틀 후 그는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브라질로 향했다. 어떤 귀중한 자료를 수집해올지 궁금해진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이재형은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동기계공고와 인하대 금속학과를 졸업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축구선수였으며 중학교 때부터 축구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2004년 3월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안정환의 골든볼’을 에콰도르에서 찾아냈다. 2006년 8월에는 한·일월드컵 때 4강 신화를 쏘아 올린 ‘홍명보의 4강볼’을 이집트에서 찾아내기도 했다. 지금까지 40여개국을 다니면서 귀중한 축구 관련 자료 4만여점을 모았다. 그동안 소장전을 몇 차례 가졌다. 현재 축구자료 수집가로 활동하면서 축구역사문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축구잡지 ‘베스트일레븐’ 이사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22억짜리 축구공’이 있다.
  • EPL 2014/15 시즌 일정 발표, 맨유에 ‘행운’

    EPL 2014/15 시즌 일정 발표, 맨유에 ‘행운’

    다가오는 8월부터 펼쳐질 2014/15시즌 EPL의 대진표 및 일정이 발표됐다. EPL의 20개팀은 8월 16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대망의 2014/15 EPL 1라운드를 펼치게 된다. 여느 시즌처럼 개막전부터 우승후보가 맞붙는 대진은 없으나, 2라운드에서 지난 시즌 리그 우승팀 맨체스터 시티와 아쉽게 2위에 그친 리버풀이 맞붙는 대진이 눈에 띈다. 해당 경기는 8월 23일 맨시티 홈에서 펼쳐진다. 리버풀은 맨시티 전 직후에 토트넘을 상대한다. 지난 시즌 모예스 감독 아래 시즌 초부터 강호들을 만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스완지, 선더랜드, 번리, Q.P.R, 그리고 크리스탈 팰리스를 상대로 첫 5경기를 치르게 됐다. EPL의 중하위권팀들에 승격팀 2팀을 만나게 된 루이 반 할 맨유 신임 감독이 좋은 출발을 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리그 우승팀과 강등팀이 최종 결정될 38라운드 경기는 5월 24일 펼쳐진다. 이날 역시 큰 우승후보간의 대결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지난 시즌 리그 우승팀 맨시티와 FA컵 우승팀 아스널의 ‘커뮤니티 실드’는 8월 10일 오후 11시 웸블리 구장에서 펼쳐진다. 사진= EPL 사무국이 공식 발표한 2014/15 1라운드 일정 이성모 객원기자 London_2015@naver.com 트위터 https://twitter.com/inlondon2015
  • [오늘의 눈] ‘부실 감독 금감원’의 징계는 누가 하나/김경두 경제부 기자

    [오늘의 눈] ‘부실 감독 금감원’의 징계는 누가 하나/김경두 경제부 기자

    ‘A기관’은 우리나라 금융당국을 조사하고 감독하는 기관이다. ‘옥상옥’(屋上屋)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금융사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고, 툭하면 낙하산 인사를 보내는 탓에 이를 감시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국민적 의견을 수렴했다. 기소 독점에 빠져 사실상 자정 능력을 상실한 검찰과 국가 기관을 감시하기 위해 설립을 추진하는 ‘공직비리수사처’와 비슷하다. A기관은 금융감독원이 오는 26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금융사 임직원 200여명에게 징계를 사전 통보한 것을 놓고 조사하기로 했다. 금감원의 뒷북 제재는 아닌지, 혹은 부실 감독의 책임을 모두 금융사에 지운 것만은 아닌지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특히 제재 대상이 된 금융 사고가 전임 금감원장 시절에 일어난 만큼 전임 원장의 감독 책임 등을 꼼꼼히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A기관이 없었을 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현실로 돌아가 보자. A기관은 우리나라에 없다. 그럼에도 기자가 A기관을 만들어낸 것은 국민 대다수가 이번 초유의 징계 사태에 앞서 금융당국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의문을 갖고 있어서다. 이런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종 책임자인 금융당국에도 ‘원죄’가 있다고 보는데 쏙 빠져 있어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석에서 “이명박 정부 때는 규제 완화가 대세여서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면서 “당시 금융계 실세였던 ‘4대 천왕’의 눈치를 본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누적된 솜방망이 처벌, 부실 감독과 검사, 낙하산 인사 시스템이 오늘날의 금융 사고를 잉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얘기다. 금감원의 징계 논리대로 한다면 더더욱 자유롭지 못하다. 금감원은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의 징계 사유로 총체적인 부실 관리 책임과 최종 결정권자라는 것을 꼽았다.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도 마찬가지다. 정보유출 사고와 도쿄지점 부당 대출에 대한 책임자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실상 행위 책임이 아닌 관리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결정한 것이다. 징계 사유로 여러 해석을 낳을 수 있는 관리 책임을 묻는 것은 매우 드물다. 이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금감원도 같은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금융사를 수시로 조사하고, 때로는 종합 검사까지 할 수 있는 금감원이 이제서야 징계의 칼날을 뽑았으니 직무 유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또 어 전 회장과 민 전 행장에게 관리 책임을 묻듯 당시 금감원장인 권혁세 전 원장에게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된 CEO들은 이미 옷을 벗거나 중징계를 사전 통보받았다. 국민적 분노를 낳았던 동양 사태의 CEO도 모두 법적 제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로 인해 제재를 받는 이가 단 한 명도 없다. ‘갑’(甲)의 권위만 있고, 책임은 없는 셈이다. A기관은 과연 금감원에 어떤 징계를 했을까. golders@seoul.co.kr
  • 예뻐지고 싶다면 ‘Stop!’…나쁜 뷰티 습관 베스트 5

    예뻐지고 싶다면 ‘Stop!’…나쁜 뷰티 습관 베스트 5

    예뻐지려고 값비싼 화장품을 사들이거나 근거 없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피부 트러블을 해소하는데에 바쁜 사람들이라면 다음의 ‘충고’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호주 일간지인 데일리텔레그래프는 “사람들은 자신의 사소한 습관이 ‘실수’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면서 전문가들의 조언을 인용한 ‘예뻐지기 위해 멈춰야 할 습관 5가지’를 전했다. ▲큐티클 없애기 노출이 많은 손톱의 큐티클을 손이나 입으로 잡아 뜯는 경우가 많지만 큐티클을 지나치게 제거할 경우 손톱 모양이 더욱 망가질 수 있다. 호주의 뷰티 전문가인 앨리슨 보휠은 “손톱 큐티클을 잡아 뜯으면 출혈이 있을 수 있고, 이는 염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피가 나고 염증이 생기는 일이 반복되면 손톱은 점점 더 약해지고 잘 부러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큐티클은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좋다. 큐티클이 많이 불편하다면 잡아 뜯거나 잘라내는 것 보다는 비타민E 오일을 발라 촉촉하게 해주면 큐티클도 가라앉고 손톱도 건강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눈썹 뽑기 예쁜 눈썹을 만들기 위해 눈썹 일부를 아예 뽑는 사람들이 많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습관이 ‘뷰티’와는 전혀 거리가 먼 것이라고 강조한다. 호주 뷰티 전문가인 한나 테렛은 “족집게로 지나치게 눈썹을 뽑으면 피부 착색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이는 정상적인 눈썹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눈썹을 뽑아야 한다면 한번에 1~2가닥 정도만 뽑고, 만약 지나치게 눈썹을 많이 뽑은 상태라면 눈썹이 완전하게 다 자라길 기다렸다가 전문가에게 다듬는 것이 좋다. ▲여드름 짜기 나쁜 피부를 만드는 습관 중 가히 ‘톱’이라 할 수 있는 나쁜 습관은 여드름을 짜거나 뜯는 것이다. 세계적인 에스테틱 전문학교인 ‘인터내셔널 더말 인스티튜트’(The International Dermal Institute)의 엠마 홉슨은 “절대 여드름이나 뾰루지를 손으로 짜서는 안된다. 이런 습관은 오히려 박테리아를 증식시키고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여드름 전용 제품을 발라 여드름을 진정시키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러운 브러시 사용 매일 사용하는 메이크업 브러시의 위생은 여러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메이크업 전문가들은 브러시의 청결이 피부의 손상을 결정한다고 강조한다. 한 전문가는 “깨끗하지 않은 브러시는 해로운 세균을 피부로 전염시킨다. 이 때문에 피부 트러블이 한층 더 심각해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브러시는 매주 1번 미지근한 물에 세척해야 한다. 세척 시에는 브러시 전용 클렌저나 샴푸를 이용하면 된다.”면서 “깨끗한 브러시만큼 중요한 것은 깨끗한 손이다. 손의 청결에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열 드라이 생머리처럼 보이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아이론이나 헤어 드라이기는 스타일링에서 없어서는 안 될 도구지만, 사실 머리카락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헤어 전문가인 카터리나 디비즈는 “고열의 둥근 아이롱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기기들이 머리카락을 태우거나 손상시킬 수 있다”면서 “부득이하게 헤어 스타일링 기기를 써야 한다면 매일 사용하는 것 보다는 며칠 간격을 두고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반드시 트리트먼트를 이용해 뜨거운 열기로부터 모발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노주석의 서울택리지 테마기행] 한양도성(중)

    [노주석의 서울택리지 테마기행] 한양도성(중)

    ●왕권의 존엄성을 성곽에 세우다 조선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최고의 풍수지리서인 ‘택리지’를 지은 청화산인 이중환은 한양도성을 보고 “온 나라 산수의 정기가 모인 곳”(一國山水聚會精神之處)이라고 평가했다. 한양도성은 한양을 둘러싼 백악~낙타산~목멱산~인왕산 등 내사산(內四山) 능선을 따라 흐른다. 성곽은 암벽을 만나면 멈춘다. 자연이 인공을 대리하는 절묘한 경관이 펼쳐진다. 성곽을 따라 걷노라면 내가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 잊게 된다. 평지에 세워진 성곽이 안팎을 차단하는 데 반해 한양도성 성곽은 안과 밖을 분리하고 있지만, 시각적으로는 열려 있다. 성곽이 산수(山水)와 한 몸을 이루는 세계 유일의 역사도시경관이다. 평지에 네모 반듯하게 구획된 중국식 성과는 뚜렷하게 다른 조선만의 것이다. 조선 개국의 기획자이자 서울의 설계자였던 정도전은 ‘한양팔경’에서 “성은 높아 철옹인데 천 길이요/구름은 봉래산 둘렀는데 오색일세/해마다 상원(上苑)에는 꾀꼬리와 꽃인데/해마다 서울사람들 놀며 즐기네”라고 도성의 풍광을 맘껏 읊었다. 성종 때 온 명나라 사신 동월은 ‘조선부’에서 “높고 높은 삼각산으로 자리를 정했고/푸르고 푸른 수많은 소나무로 덮였다/산들이 성벽을 둘러싸며 훨훨 나는 봉황이 환히 빛나고/모래가 소나무 뿌리에 쌓여 있어 흰 눈이 갓 갠 듯하다”고 찬탄을 아끼지 않았다. 한양도성 성곽은 도성 출입자를 통제하거나, 침입자를 막는 단순 용도에 머물지 않았다. 성 밖을 파서 연못으로 만든 해자(垓子)가 없다는 것은 방어개념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도성 밖에서 도성 안으로 드나드는 8개의 크고 작은 문 중 숭례문 밖 남지(南池), 흥인지문 밖 동지(연지), 돈의문 밖 서지(반송지) 같은 연못을 조성한 것은 물의 부족과 화기를 막으려는 풍수기법이었다. 성문은 도성 중심에 있는 보신각 종루에서 울리는 인경(밤 10시)과 파루(새벽 4시)의 종소리에 맞춰 열고 닫았다. 성문의 개폐가 곧 통행금지와 해제를 뜻했다. 한양도성 내 일상생활의 시작과 끝이 한양도성 성곽에서 비롯되고 맺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양란으로 무너진 도성 성곽을 숙종이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하는 탕춘대성을 지어 허술한 방어체계를 보완한 숙종의 속마음이 ‘비변사등록’에 드러나 있다. 숙종은 “처음부터 도성은 넓고 커서 지키기 어렵다고 여겼다. 도성의 축조가 당초에 성을 지킬 계책에서 나온 것이 아니므로 원래 견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왜 조선 왕들은 도성 축조에 매달렸을까 그렇다면 조선의 역대 왕들이 그토록 한양도성 성곽의 축조와 개·보수에 매달린 까닭은 무엇일까. 지배집단과 피지배집단 사이의 통치질서를 확인하고, 외적 방어와 내부 적대세력을 물리칠 수 있다는 국력을 표현하면서, 왕권의 존엄성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이다. 무릇 성(城)이란 동서와 고금을 막론하고 지배이데올로기의 경관적 표출이기 때문이다. 서울에 남아 있는 한양도성 성곽은 조선 태조가 18㎞의 울타리를 처음 정한 이후 역대 왕이 개·보수를 거듭한 육백 년의 역사 층위가 오롯이 살아 있는 희귀한 문화유산이다. 이렇듯 큰 수도성곽이 유지돼 남은 것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고고학적 조사와 문헌기록, 성벽에 새겨진 축조 당시의 기록을 통해 살펴보면 태조, 세종, 숙종, 순조 등 네 임금이 주로 쌓았는데 시대에 따라 각각 다른 석축기법이 성곽에 남아 있다. 개국조 이성계는 내사산을 따라 도읍의 윤곽을 정한 자리에 성을 쌓았다. 고구려 때부터 전해 오던 산성 축조기법을 주로 썼고 성곽의 3분의2는 흙으로 쌓았다. 이성계는 석재를 구하려고 문무 양반 관료들에게 의무적으로 돌을 바치도록 독려했으나 쉽지 않았다. 왕권을 강화한 세종은 흙 성을 메주 크기의 돌로 바꿨다. 현재의 한양도성 성곽을 사실상 재축조했다고 볼 수 있다. 1592년 임진왜란 때 도성은 무용지물이었다. 선조는 싸울 의지도, 겨를도 없이 몽진 길에 올랐다. 파죽지세로 올라온 왜군 선봉장 고니시 유키나카가 흥인지문 옹성의 위세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평양성 전투가 60일을 끈 것을 참작하면 조선관군이 한양도성에서 버텼다면 호락호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40여년 후 병자호란에 휘말렸다. 청은 항복 조건에 ‘성벽을 수리하거나 신축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었다. 인조가 남한산성에 들어가 45일간 결사항전하자 함락에 실패한 분풀이였다. 이후 축성 행위가 공식적으로 금지됐지만, 조선 국왕들은 청의 감시를 틈타 도성과 산성의 개·보수를 암암리에 진행했다. 숙종과 순조 때는 무너진 곳을 보수하면서 장정 4명이 들 정도의 크고 반듯반듯한 돌을 사용하는 등 성석(城石)의 대형화와 규격화를 꾀했다. 조선왕들은 태조에게서 성곽 쌓기라는 유전인자를 물려받은 것처럼 보인다. 성곽 돌에 새겨진 이름과 지명 등을 ‘각자성석’(刻字城石)이라고 하는데 서울시 한양도성도감에 따르면 2013년12월 현재 한양도성에는 모두 252개의 각자성석이 존재한다. 각자성석에 나타난 시대를 분석한 결과 14명의 임금 이름이 등장하는데 확인이 불가능한 44개(17%)는 제외됐다. 이 중 세종 때 것이 113개로 44%를 차지했고 순조 40개(15%), 태조 23개(9%). 숙종이 19개(7%)의 순서였다. 그래서 어느 임금 때, 어느 지역에서 동원된 인력이 성곽을 쌓았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태조 대의 토성은 남산 일대에 일부 남아 있고 세종대에 쌓은 돌 성이 현재 남아 있는 성곽 12km 중 메주돌 부분이다. 이성계는 1, 2차에 걸쳐 98일 만에 공사를 마무리했다. 4대문(숭례문·흥인지문·숙정문·돈의문)과 4소문(소의문·광희문·혜화문·창의문)의 이름을 지었다. 토성이 칠할, 석성이 삼할을 차지했다. 토성이 장마에 무너지자 세종은 43만명의 병력을 동원해서 견고한 돌 성으로 개축한다는 어마어마한 계획을 세웠다. 당시 호구자료에 따르면 조선의 인구는 672만명이었고 도성 인구는 10만명이었다. 일부 신하들을 중심으로 인력동원의 문제와 석재난 등을 들어 중국사신이 드나드는 무악재~남산 부분만 돌로 쌓자고 건의했으나 상왕인 태종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 세종은 반대 의견이 빗발치자 10만명을 줄여 32만 2400명의 동원을 결정했다. 석공 등 장인 2211명은 별도였다. 태조 때 봄·가을 2차례에 걸쳐 19만 7000명을, 고려 현종 때 개경 나성 축조에 23만명을 동원한 것과 비교해 볼 때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대역사였다. 도성 인구의 3배를 넘는 인력이 전국 팔도에서 몰려들었다. 세종은 엄격했다. 병력을 늦게 보낸 경상도 관찰사에게 죄를 묻고, 수령은 봉고파직시켰다. 태종과 세종은 수시로 술을 내려 격려했다. 공사는 38일 만에 끝났지만 872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다친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도성에 쌀이 동나고 전염병이 돌아 희생자가 더 늘어났다. ●조선 최대 역사(役事)가 최고 역사(歷史)로 남다 한양도성 축조는 막무가내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지역사정과 인구에 따라 인력과 담당구역을 균등하게 분배했다. 부역은 고달프지만 불평하지 않도록 과학적으로 안배됐다. 태조 1차 축조 때 동원된 인력은 평안도의 안주 이남과 함길도의 함주(함흥)이남,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등에서 11만 8049여 명이 동원됐다. 청천강 이북과 함경도 국경지역은 국방상의 이유로 제외했다. 황해도, 경기, 충청도 등 도성 가까운 지역 인력은 차후 보완 및 보수를 위한 예비인력으로 남겼다. 농번기를 피했고 도성에서 먼 곳과 가까운 곳이 서로 겹치지 않게 했다. 성터 전체가 영조척(營造尺·약 30㎝)으로 5만 9500자이므로 백악에서 시계방향으로 600자(약 180m)씩 97개 구간이다. 97개 구간을 천자문 순서에 따라 하늘 천(天)~조상 조(吊)까지 차례로 순서를 정하고 담당 구간을 균등 배분했다. 예를 들면 동북면 함주 이남에서 동원된 1만 953명은 백악마루에서 숙정문까지 구간을 맡았는데 천(天), 지(地), 현(玄), 황(黃), 우(宇), 주(宙), 홍(洪), 황(荒), 일(日)까지 9개 구간이며 맡은 길이는 5400자였다. 4만 9897명으로 팔도에서 가장 많은 인력이 동원된 경상도는 혜화문에서 숭례문까지 41개 구간을 맡았다. 어느 구간을 맡든 1인당 평균은 0.493자로 같았다. ●조선의 국혼 깃든 도성 축조… 항일의병 촉발 원동력 공사의 감독체계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치밀했다. 총감독으로부터 아래로 점차 구역별 책임자가 늘어나는 피라미드식 그림이 나온다. 하나의 자호(字號) 구간은 600자 구간을 다시 6개의 작은 구역으로 나눠 100자(약 30m)를 가장 작은 구역 단위로 삼았다. 판사, 부판사, 사, 부사, 판관이라는 감독관을 두었다. 성곽을 담당한 지역의 이름과 감독자, 석공의 이름을 돌에 새겨 무너지거나 부실이 발생했을 때 책임을 물었다. 요즘 서울시내 보도블록에 시공자의 이름을 새기는 ‘공사 실명제’가 이때 이미 실행된 셈이다. 도성 축조의 대역사는 신생국 조선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팔도에서 몰려든 장정들은 한양에 모여 공동작업을 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타지방의 정보를 얻어 자기 고향으로 돌아갔다. 도성을 오가는 과정에서 생전 처음 이웃 고을과 먼 고을을 보고 물산을 터득했다. 도성 축조는 단순한 부역동원이라기보다 당시 백성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넓힌 일대 사건이었을 것이다. 태조와 정도전, 무학대사의 이야기와 세종과 한양의 풍광에 대한 얘깃거리가 방방곡곡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조선 초 한양도성 성곽 축조로 말미암아 조선이라는 나라의 건국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그때 처음 본 한양에 대한 인상이 내 자식은 한양으로 벼슬살이를 보내겠다는 서울중심주의를 형성했을 것이다. 한양도성과 성곽의 축조는 ‘역사’(役事)가 아니라 ‘역사’(歷史)가 되었다. 조선이 오백 년이라는 긴 수명을 유지한 원천이 됐다. 내 손으로 지은 도성의 위용을 경험한 백성의 마음속에 조선이라는 나라의 국혼이 깃들었다. 이것이 의병과 위정척사, 항일의병을 촉발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선임 기자 j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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