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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헌재 결정, 갈등 딛고 진보의 재구성 계기되길

    헌법재판소가 어제 해산을 결정, 통합진보당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념 갈등이 극심한 상황에서 나온 헌정 사상 첫 정당해산 결정이라 만만찮은 후폭풍도 예상된다. 우리는 “통합진보당이 폭력에 의한 진보적 민주주의나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 했다”는 결정문을 재판관 9명 중 8명이 인용한 사실을 주목한다. 아울러 단 한 명이지만 “정당해산으로 인한 불이익은 민주주의에 큰 저해를 준다”는 의견에도 유의하고자 한다. 헌재의 자유민주주의 수호 의지는 존중돼야겠지만, 건강한 진보정당의 씨가 마르지 않도록 진보 이념·정책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헌재는 이번에 정당활동의 자유와 정당의 헌정질서 존중 의무라는, 헌법상의 두 가지 가치 중 후자를 우선시했다. 남북 분단의 현실을 감안해 고심 끝에 ‘차악(次惡)의 선택’을 한 형국이다. 국가사회주의격인 전체주의 나치 치하를 겪은 독일이 다원주의 민주헌정을 세운 이후 행보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서독은 1956년 공산당을 해산한 뒤 통독 후에도 재건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한번도 유혈극을 빚지 않은 동서독과 달리 동족상잔의 비극도 모자라 아직 총부리를 맞대고 있는 우리다. 물론 통합진보당의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의 혁명전략과 같거나 추종한다는 결정 취지에 이견의 소지는 있다. 결정을 기각한 소수 의견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석기 의원의 지하혁명조직 ‘RO’가 지향한 ‘내란을 향한 폭력선동’ 혐의는 민주적 질서 파괴 행위를 예방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위한 ‘덜 나쁜 선택’임을 뒷받침한다. 이번 결정으로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 5명 전원이 의원직을 잃게 됐다. 이에 따라 종북 논쟁 등 이념 갈등이 본격화할 판이다. 백 번 양보해 통합진보당 안에서 이석기 의원 등 일각의 돌출 행동으로 도매금으로 종북으로 매도되는 것을 억울해하는 이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남 탓만 할 계제인가. 5년 단임의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하에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이 한번이라도 북한의 3대 세습 독재체제를 비판하거나, 남북 구성원을 공멸로 몰아넣을 북핵의 위험성을 지적한 적이 있었던가. “시저의 부인은 부정하다는 의심을 사도 안 된다”는 말은 바로 이런 데 적용해야 할 경구가 아닌가. 애국가 제창이나 국기에 대한 경례도 안 하려는 행태가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쳤는지를 냉정하게 되돌아 봐야 한다는 뜻이다. 오죽하면 심상정·노회찬씨 등 한솥밥을 먹던 이들마저 갈라섰겠는가.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듯 우리 사회에서 보수·진보 정당은 모두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진보는 사회적 약자를 돕는 ‘당장의’ 해결책을 우선하는 쪽이다. 반면 보수는 국가 구성원들의 공동선을 지키는 ‘궁극적’ 정책을 추구하는 편이다. 까닭에 ‘열린 보수’나 ‘합리적 진보’라면 어느 한쪽이 절대 선이거나 악일 리가 없지 않겠는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진보의 꿈까지 해산시킬 수 없다”고 향후 지속적 투쟁을 예고했다. 반은 맞고 나머지는 반은 틀린 얘기다. 진보정당은 꼭 필요하지만, ‘짝퉁 통합진보당’의 부활은 법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막대한 국고보조금으로 육성하는 것을 반길 국민도 별로 없을 듯싶다. 진보이념의 건전한 재구성으로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와는 다른 ‘북 세습왕조’와 확연히 선을 긋는, 진보정당의 갱생(生)과 성장을 기대한다.
  • “담배 사재기 막으려면 포장·모양부터 바꿔라”

    “담배 사재기 막으려면 포장·모양부터 바꿔라”

    “2015년산 담배는 포장을 바꿔서 4500원에 팔고, 2014년산은 계속 2500원에 팔아야 한다.” 담배 사재기의 원천 봉쇄를 위해 담뱃갑 포장이나 모양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담뱃값 2000원 인상에 따른 시장 혼란이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안일하게 대처한 정부를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담뱃값 인상을 추진한 정부가 ‘사재기 사태’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17일 포털 사이트에는 담배 사재기를 방지할 수 있다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내년 1월 1일 이후 출시되는 담배에 4500원이라는 가격을 표시하거나, 디자인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소비자가 손쉽게 ‘헌 담배’와 ‘새 담배’를 구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내년 이전에 출시된 ‘재고 담배’는 담뱃값이 오르더라도 4500원을 받기 어렵다. 담배에 제조일자를 명확히 표시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지금도 담뱃갑에는 제조일자가 나와 있다. 예를 들어 ‘40918’이라고 찍혀 있으면 2014년 9월 18일에 만들어진 담배라는 의미다. 그런데 이 숫자가 작아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제조일자를 도드라지게 표기해 일각의 사재기가 헛수고가 되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정부와 담배제조사들은 이런 ‘묘안’에 부정적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담뱃갑 디자인을 바꾸려면 인쇄 동판 등을 교체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최소 6개월 이상 걸린다”면서 “게다가 디자인 수정은 정부가 담배업체에 강요할 수도 없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KT&G 측은 “제품이 그대로인데 가격이 올랐다고 디자인을 바꾸기는 어렵다”면서 “담뱃값이 인상됐던 과거에도 디자인을 바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설사 디자인을 바꾼다고 해도 재고 물량을 먼저 출고해야 하는 만큼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선보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제조일자 표기 확대와 관련해서도 정부는 고개를 젓는다. 기재부 관계자는 “담배에 붙는 각종 세금은 공장에서 제품이 나오는 출고일자를 기준으로 매겨진다”면서 “올해 만들어진 담배도 내년에 출고되면 인상된 세금이 붙어서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제조일자로 담뱃값을 달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담뱃값이 몇 백원 올랐던 과거와 2000원이나 오른 지금을 동일시,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않은 것은 어떤 이유로도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담뱃값 인상이 ‘급작스럽게’ 결정된 것도 아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올해 7월 각각 담뱃값 인상 방침을 밝혔다. 한 네티즌은 “담뱃값을 2000원이나 올리면서 (정부가) 마치 이런 상황이 일어날 줄 몰랐다는 듯이 말하니 어이가 없다”면서 “결국 피해는 흡연자와 선량한 도·소매업자만 보고 있다”고 성토했다. 국회도 혼란을 방치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야가 ‘흡연 폐해 경고 그림’ 도입 법안을 통과시켰다면 자연스럽게 디자인이 교체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부동산 ‘월세수입’…‘키 테넌트’ 상가에서 나온다

    부동산 ‘월세수입’…‘키 테넌트’ 상가에서 나온다

    키 테넌트 상층부에 위치해야… 방문객 하층부 상가로 흡수되는 ‘샤워효과’까지 누릴 수 있어 한국은행이 12월 기준금리를 현재 2%로 유지하는 동결방침을 발표했다. 여기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은물가안정 목표(2.5~3.5%)를 준수하기 위해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필요하고 추가로 낮출여지도 있다고 주장해 현재의 저금리기조는 더욱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금융권 재테크족들 사이에서는 ‘제로금리’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예금을 들어도 은행이자로는만족할 만한 수익이 발생하지않는 상황을 빗댄 말이다. 이에 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 할 수 있는 부동산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재테크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지난 9.1 부동산대책을 통해 향후 2017년까지 신규택지지구를 지정하지 않을 계획을 발표하자 실질적으로는 2020년까지 신도시는 없을 것으로 전망돼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그 중 마곡지구는 상업용지 비율이 약 2.1%로 타 신도시에 비해 턱없이 낮아 상가부동산의 희소가치가 부각되는 곳으로 업계에서는 ‘마곡상가 불패’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그러나, 정부 부동산 부양정책과 각종 호재에 대한 기대감에 섣불리 투자했다가 손해만 보고 부동산은 부동산대로 처분하지 못해 이중고를 겪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에 투자할 때 투자 지역뿐 아니라 상가주변의 고정배후수요, 교통, 상가의 컨셉 등을 꼼꼼히 체크해봐야 한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들이 이런 투자요소들을 세세하게 살펴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수백억 원 상당의 부동산 자산를 소유한 경험 많은 투자자들의 경우 상가의 키 테넌트입점을 체크해 투자여부를 결정한다”며 키 테넌트가 상가 부동산 투자의 핵심포인트임을 밝혔다. 키 테넌트는 상가, 쇼핑몰 등에 고객들을 흡수시키는 역할을 하는 주요 점포를 뜻한다. 교통이 점차 발달되면서 상가의 입지를 비롯한 여러조건들이 다소 불리하더라도 키 테넌트 하나만으로 상가의 흥행으로 연결되는 사례도 있을 정도로 키 테넌트의 역할은 점점 더 대두되고 있다. 최근에는 역세권주변 등 입지조건이 뛰어난 상가에도 키 테넌트를 적극 유치해 입점시키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실제로 왕십리역 비트플렉스의 경우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가 입점해 있어 많은 방문객들이 1층과 지하 1층에 위치한 쇼핑몰 엔터식스로 흡수돼 높은 매출로 연결되는 등 성동구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자리 잡았다. 그런가 하면 마곡 발산역에 들어서는 퀸즈파크나인은 초 역세권의 장점과 상가 상층부에 멀티플렉스 영화관 입점이11월에 확정되면서마곡지구의 가장 주목 받는 상가로 떠오르기도 했다. 한 부동산정보 업체관계자는 “상가에 키 테넌트입점 여부가 확인되면 키 테넌트의 규모와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필히 체크해야 한다”며“가령 키 테넌트가 건물 상층부에 위치해야 위층을 찾았던 소비자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자연스럽게 상가로 유입되는 이른바 ‘샤워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 ‘강한 엄마’ 금보라, 원망 많은 아들과 네팔 힐링 여행

    ‘강한 엄마’ 금보라, 원망 많은 아들과 네팔 힐링 여행

    어머니와 자식이 가족애를 재발견하는 EBS ‘리얼극장 어머니’는 배우 금보라(오른쪽·53)와 둘째 아들 오승민(왼쪽·23)이 네팔로 떠난 힐링 여행을 담은 2부작 ‘강한 여자, 금보라의 눈물’을 16일과 23일 밤 10시 45분에 방송한다. 1978년 데뷔해 1980년대 청춘 스타로 활약했고 지금은 드라마에서 다양한 어머니 역할을 선보이고 있는 금보라. 그는 첫 번째 결혼이 13년 만에 파경을 맞는 아픔을 겪었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고 두 아들의 양육권을 지켰다. 바쁜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도 자식들 일이라면 열일 제쳐 놓고서라도 나섰다. 대장부 같은 억척스러운 삶을 사는 그는 자식들의 눈에도 강압적인 엄마였다. 둘째 아들 승민은 어머니의 뜻에 따라 미국 사관학교로 유학을 가지만, 원치 않았던 유학생활의 강압적인 스케줄 때문에 어린 아들은 오랫동안 엄마를 원망하게 됐다. 얼마 후 유학생활을 하는 도중에 뉴스를 보고 엄마의 재혼 사실을 알게 된 아들은 엄마가 재혼을 하기 위해 자신을 멀리 보내 희생시킨 것이라고 오해한다. 10년 유학 생활을 잠시 보류하고 한국에 돌아와 군복무를 마친 아들은 우연히 접한 연극에 빠져들게 된다. 제대를 한 뒤에도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뭔가를 숨기고 있는 아들의 모습에 의아했던 엄마 금보라는 여행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하고 아들과 함께 7박 8일간 네팔로 떠났다. 1부에는 아들에게 걸었던 기대와 희망이 많았던 금보라가 아들의 이야기에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이, 2부에는 강압적인 어머니의 모습과 그로 인한 상처를 고백하며 반기를 든 아들의 모습이 각각 담겼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2부)후계 경영인의 명암 현대산업개발] 15년 만에 계열사 26개 성장… 해외 사업으로 재도약 몸부림

    [재계 인맥 대해부 (2부)후계 경영인의 명암 현대산업개발] 15년 만에 계열사 26개 성장… 해외 사업으로 재도약 몸부림

    정몽규(52)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부친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넷째 동생인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이다. 1974년 국내 최초의 고유 모델이자 그의 애칭이 된 포니(PONY)를 개발하고 1976년 수출에 나선 정 명예회장은 한국 자동차 신화의 주인공이다. 강원 통천에서 1928년 태어나 보성고, 고려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마이애미대학에서 정치외교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정 명예회장은 1967년 미국 포드사와의 합작을 이끌어 내며 현대자동차의 초대 사장에 취임한 뒤 32년 동안 한국 자동차산업의 역사를 써 나갔다. 그의 장남이자 외아들인 정 회장은 1996년 당시 34살의 세계 최연소 나이로 완성차업체(현대자동차)의 회장 자리에 올랐다. 자동차에 올인했던 부자는 1999년 현대차 경영권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큰형인 정주영 명예회장이 장자인 아들 정몽구 현대차 회장(현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자동차 기업을 넘겨 주기 위해 정세영 명예회장에게 자동차에서 손을 떼라고 통보했다. 형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지만 정 명예회장은 한마디 반박도 하지않고 아들 정몽규 회장과 함께 낯선 건설 분야인 현대산업개발로 넘어왔다. 1999년 4월 취임한 정 회장은 건설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지만 본사와 150곳의 현장을 일일이 발로 뛰며 실태 파악에 나섰다. 70% 이상인 주택사업을 50%선으로 낮추는 대신 토목, 플랜트, 사회간접자본(SOC) 등 신규 사업을 확대했다. 단순 시공 수준이 아닌 어려운 부동산개발사업에 뛰어들어 활로를 모색하며 현대산업개발을 건설업계 ‘톱5’ 반열에 올려놨다. 하지만 지난해 정 회장에게 두 번째 위기가 닥쳤다.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국내 주택시장이 얼어붙은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25년 만에 적자를 냈다. 시공 능력 순위는 2008년 5위에서 지난해 9위, 올해 13위로 결국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현대산업개발의 전신인 한국도시개발은 1980년대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시작으로 전국에 현대아파트를 주도적으로 건설했으며 민간부문 주택건설실적 1위 기업이기도 했다. 현대산업개발의 위기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국내 주택·건설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하고 있음에도 사업 다각화를 통해 미래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짜지 못한 정 회장의 경영적 판단 착오가 결정적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마디로 정 회장이 주택·건설 사업에 대한 혜안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다른 건설사들은 국내 경기가 좋을 때에도 위기 상황에 대비해 해외 사업을 개척하고 수주하는 등 적극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었지만 현대산업개발은 국내 SOC 등을 위주로 내수 시장에 머무르며 해외사업에 나서지 않는 등 소극적 전략을 택했다. 업계에서는 임직원들이 정 회장의 고집을 꺾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적자 이유에 대해 장기간 착공되지 않아 분양가가 떨어지는 지역의 손실을 털어내고자 선제적으로 분양을 진행해 재무제표상 손실이 많이 난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올해 실적 개선을 위한 준비 단계의 부실 털기라는 얘기다. 실제 최경환 경제팀 출범 이후 잇단 부동산 활성화 정책으로 부동산 건설 경기가 살아나 올해 대구 월배, 울산 약사 등의 아파트가 초기에 매진되는 등 미분양 아파트가 상당수 해소됐다. 하지만 경기 수원아이파크시티처럼 무리하게 대규모 사업을 진행한 건들은 아직 미분양 상태여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눈여겨볼 만한 사실은 정 회장이 올 들어 많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정 회장은 23년 만에 해외사업을 재개하며 시장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추진된 볼리비아 ‘바네가스 교량 건설사업’과 인도 ‘RNA 메트로폴리스 아파트 신축 공사’를 통해 공사 대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등 해외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우량자산 재투자와 신규사업용지 매입 등을 통해 지난해 1479억원 규모의 연간 영업손실을 3분기 기준 149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바꿔 놓은 상태다. 현대산업개발의 고급 브랜드로 꼽히는 2004년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는 정 회장의 첫 작품이다. 외환위기 여파 속에 최고급 아파트에 대한 반대와 우려를 뚫은 역발상이란 평가를 받았다. 정 회장은 2001년 현대아파트 브랜드를 더이상 사용하지 않겠다며 현대그룹으로부터의 완전 독립을 선언했다. 이후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을 그룹으로 발전시켰다. 1999년 취임 당시 2개에 불과하던 계열사는 현재 26개로 늘어났다. 이 중 주력 계열사는 10개 규모다. 건설 및 유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앤콘스와 아이서비스, 아이콘트롤스, 현대PCE 등과 더불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 회사인 현대EP, 유통 분야의 현대아이파크몰, 호텔을 운영하는 호텔아이파크, 종합음악회사인 영창뮤직, 자산운용회사인 HDC자산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며 독자적으로 그룹의 면모를 갖춰 가고 있다. 취임 첫해인 1999년 2조 1115억원이던 그룹 전체 매출 규모도 지난해 말 기준 4조 2169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글로벌 시대] 新십상시를 기대하며/민재홍 덕성여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글로벌 시대] 新십상시를 기대하며/민재홍 덕성여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계기로 1800년 전 중국 후한(後漢) 말 국정을 어지럽혔던 10명의 환관(宦官) 십상시(十常侍)라는 말이 우리에게 자주 들리고 있다. 환관이라는 특수한 신분과 지위도 재조명되고 있다. 중국에서 환관의 기록이 맨 처음 보이는 것은 BC 1300년경 은(殷)나라 갑골문(甲骨文)이다. 포로로 잡아 온 노비를 환관으로 삼아도 되겠는지 점을 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환관은 그 전부터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환관제도는 한 무제(武帝)에 이르러 보편화됐고, 비서라는 직책도 이때 생겨났다. 청(淸)의 멸망과 함께 환관도 사라지게 되는데, 영화 ‘마지막 황제’에서 중국의 마지막 황제 푸이(溥儀)의 눈과 귀를 가리고 신해혁명(辛亥革命)으로 바뀐 새로운 세상을 보지 못하도록 막았던 환관들이 중국 역사의 마지막 환관의 모습이다. 환관이 되는 과정에는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이 있다. 거세 수술이 끝나면 납으로 만든 나무못으로 소변을 막는데, 3일 금식 이후 첫 소변이 나오지 않으면 죽게 된다. 이후에도 100일 동안 누에고치 기르는 방인 잠실(蠶室)에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며 생활하게 되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생에 대한 집착? 성공에 대한 의지? 환관은 본능적 욕구를 포기한 대신 관직이라는 사회적 욕구를 충족한 셈이다. 권력 탐닉을 통해 자신의 처지를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작동할 수 있다. 원래 비서(秘書)의 의미는 당시 임금의 기밀문서나 서책을 관장하는 직책이다. 서양에서 비서(secretary)의 어원은 라틴어 세크레타리우스(secretarius)이다. 비밀을 다루는 사람을 뜻한다. 이 어원 속에는 정부 문건을 만들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정보나 문건을 유포하지 않겠다는 직업적 책임이 담겨 있다.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는 뜻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직책을 중국어로 비서장(秘書長)이라 하고, 영어로는 ‘세크러터리 제너럴’(Secretary General)이라고 부르니, 비서라는 직책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동양의 환관은 권력의 그림자처럼 막후에서 함께한다. 주로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렇다 보니 암투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서양의 경우는 어떤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참모 비서 회의 광경을 보면 우리의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다. 테이블에 둘러앉아 팔짱을 끼거나 발은 꼬은 채 격의 없이 토론한다. 오바마의 말을 받아 적는 사람도 없다. 동양과는 다른 수평적 비서 문화를 대별한다. 일반적으로 환관에 대한 이미지는 대부분 부정적이다. 그러나 신체의 결함을 극복하고 오히려 이를 발분(發憤) 삼아 대단한 일들을 일구어 낸 사람들도 많다. 동한 말 채륜(蔡倫)은 종이를 발명했고, 사마천(司馬遷)은 궁형을 받고도 사기(史記)를 완성했으며, 명(明)나라 정화(鄭和)는 바닷길을 열었다. 과거의 환관과 현대의 비서는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쳐 왔다. 따라서 스스로 자기 위치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할 것이고, 위정자는 천리마(千里馬)를 알아볼 수 있는 백락(伯)의 눈으로 비서를 기용해야 한다. 중국 환관에게나 쓰던 십상시란 말이 청와대 공식 보고서에 사용됐다는 것이 안타깝다. 우리가 다시 후한(後漢) 말의 혼란한 상황으로 가서는 안 된다. 저급한 정보로 인한 자중지란(自中之亂)을 멈추어야 한다. 비서는 상시(常侍·항상 곁에서 모시는 것)의 역할뿐만 아니라 상시(常是·늘 옳음을 추구하는 현명함)가 중요한 책무임을 명심해야 한다. 2014년 대한민국에 새로운 십상시(十常是)가 출현하기를 기대한다.
  • 中진출 유통업계 ‘굴욕’… 이마트 4곳 철수·롯데마트 악전고투

    국내 대형마트가 안방시장에서의 명성과는 다르게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마트가 중국 톈진 지역의 점포를 폐점하기로 결정하면서 중국 내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이마트는 중국 톈진 지역에서 운영하는 아오청점, 광화차오점, 메이장점, 훙차오점 등 4개 점포의 영업을 이달 말 종료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마트는 2005년 11월 아오청점 출점을 시작으로 톈진에서 5개 점포를 운영해 왔지만 이번 결정으로 톈진 내 모든 점포가 문을 닫는다. 톈진 지역 내 폐점으로 중국 내 이마트 점포는 상하이 8개점, 우시와 쿤산 각 1개점 등 10개로 줄었다. 1997년 상하이에 1호점을 열며 중국에 처음 진출한 이마트는 중국 내 매장을 27개까지 늘리며 사업을 확장해 왔다. 하지만 2011년 5개 법인 11개 점포를 매각한 이후 중국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김석범 이마트 중국담당 상무는 “경쟁력 악화 등 불리한 영업환경과 높은 임차료로 인한 손익 악화로 폐점을 결정했다”며 “화동 지역 점포도 지속적으로 정상화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중국 시장의 실패를 교훈 삼아 해외 진출에 신중함을 나타내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 1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아세안 CEO 서밋’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마트 중국 시장 실패를 인정하며 “내년 하반기 베트남 이마트 1호점 성공 결과에 따라 캄보디아, 미얀마, 인도네시아에 진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내수 침체로 대형마트들이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을 포함해 해외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초기 투자금을 회수하는 등 플러스 실적을 내기까지는 길게는 십수년이 걸리는 상황이다. 중국 등이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있어 외국계 마트가 정착하기란 쉽지 않다. 중국 최대 마트는 대만계인 RT마트다. 세계 최대 마트인 미국 월마트와 프랑스 까르푸도 중국 내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 경기가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중국 시장은 4~5년 동안 잘 버티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진출한 또 다른 국내 대형마트인 롯데마트는 이마트보다 10년 늦은 2007년 중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뒤 103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이마트와 달리 처음부터 신규점을 낸 것이 아니라 기존 마트들을 대규모로 인수하는 방식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실적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단독] [커버스토리] 시장님, 지사님 위에 만사秘통, 만사不통

    [단독] [커버스토리] 시장님, 지사님 위에 만사秘통, 만사不통

    충남 천안시에는 직제에도 없는 ‘천안시 정무부시장’이 있다고 한다. 시 공무원들은 구본영 시장과 가까운 모 시의원에게 이런 별칭을 붙여 비아냥대고 있다. 이 시의원은 구 시장과 자유선진당 때부터 정치 행보를 같이했다. 이 외에도 천안시 안팎에는 실세들이 많다. 구 시장이 장기간 야인 시절을 보낼 때 정치적 관계로 맺어진 사람들과 선거 전후 구 시장 주변에서 자문 역할을 했던 교수단, 인수위원, 선거 공신, 지역 정치인 등이다. 구 시장 취임 이후 실세들이 판을 치자 천안시 공무원 노조가 시 공무원 8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까지 벌였다. 그 결과 4분의1이 넘는 직원이 실세들의 고압적이고 안하무인식 태도와 무리한 정보 공개 요구 등이 줄을 잇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직원은 실세들의 ‘이권 개입’이나 ‘인사 청탁’마저 의심하고 걱정했다. 일부는 “천안에 정무부시장님(?)이 있다고 하는데, 제발 자중해 주세요”라고 조롱 섞인 글을 설문에 쓰기도 했다. 실세들의 횡포와 구설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실무자들이 공들여 추진한 ‘프로젝트’를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고, 계획에도 없던 특정 사업을 만들어 내도록 해당 부서에 압력을 행사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말을 듣지 않으면 은밀히 ‘시장님 뜻’이라고 압력을 넣어 시 공무원들을 당혹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또 눈에 거슬리는 시 산하기관이나 보조단체 인사를 찍어내기 위해 갖은 음해설을 퍼트린다는 얘기도 나돈다. 천안시의 한 공무원은 “실세라는 이들이 ‘완장’을 찬 듯 시정을 쥐락펴락해 민선 6기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불신으로 바뀌고 있다”며 “수개월간 고민해 만든 사업이 외부인에 의해 순식간에 제지당하는데 일할 마음이 나겠느냐”고 되물었다. 제주도는 비선 라인 개입 논란으로 지난 7월 취임 이후 원 지사가 잇따라 인사에 실패했다. 이지훈 전 제주시장은 불법 건축 특혜 시비로 취임 1개월여 만에 낙마했고, 이기승 제주시장 내정자는 음주 사고 논란으로 취임도 못 해보고 자진 사퇴했다. 최근에는 김국주 감사위원장 후보가 제주도의회 인사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해 물러났다. 도의 한 공무원은 “고교 졸업 후 서울에서 내내 정치를 해 온 원 지사가 30년 만에 돌아와 고향 제주의 실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지역 사정에 이리 어둡다 보니 특정 비선 라인에 의존해 인사 참사가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원 지사는 이를 부인했다. 송모 교수에 대해 원 지사는 “어떤 특정인에게 쏠려 있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의견을 구하고 토론하는 많은 분 중 한명인 것은 사실”이라고 자문그룹의 일원일 뿐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원 지사 부친이 다니는 교회에도 공무원들이 몰린다는 소문이 나도는 등 측근은 물론 혈육까지 실세처럼 등장하는 웃지 못할 소문까지 돌았다. 실제로 홍낙표 전 전북 무주군수의 부인 이모(60)씨는 군수 부인이란 지위를 이용해 비서실장 등을 통해 폐기물 처리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가 지난 10월 말 법정구속됐다. 대구시는 ‘대구판 문고리 3인방’에 대한 소문으로 뒤숭숭하다. 3인방은 권영진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공직으로 옮긴 강모 정책보좌관 등 3명을 가리킨다. 이들은 그동안 대구시 정책보좌관들이 보좌관 역할에 그쳤던 것과 달리 각종 부서의 정책 결정에 깊숙이 개입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은 시장에게 보고되는 병목을 지키고 있으며 부시장에게 보고해 결재된 것까지 되돌려 보낸다는 말이 돌았다. 이 때문에 권 시장에게 보고되지도 않는 정책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또 지난 9월 권 시장의 첫 인사에도 깊이 개입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권 시장은 “이들의 개입설은 어불성설이다. 지난번 인사 때도 내가 모든 것을 결정했다”고 소문을 부인했다. 배국환 인천시 정무부시장은 지난 7월 유정복 인천시장 취임 직후 정무부시장 내정설이 나돌았다.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설’이 사실로 바뀌면서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속담이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그는 유 시장 인수업무를 맡은 희망인천준비단 참여 인사다. 배 부시장은 지난 7월 30일 시청 직원 집인 남동구로 주소지를 옮겨 이미 내정돼 있었음을 방증했다. 배 부시장은 이 문제로 지난 5일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경제부시장 역할로 제한됐지만 전 부서까지 장악하면서 단숨에 실세로서의 정체를 드러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박현정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는 서울시 실세까지는 몰라도 ‘낙하산인사’ 의혹을 샀다. 삼성화재와 삼성생명 출신으로 경력이 전무한데도 시 출연기관장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개방형 공개 기관인 서울대공원의 안영노 원장도 동물원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인디밴드 ‘허벅지’의 보컬 출신이다. 청주시 정책보좌관 고모씨에 대한 소문도 파다하다. 시 인사 창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통합 청주시 출범 이후 단행된 첫 시청 인사에서도 이 같은 말들이 떠돌았다. 강원도에서는 인사 때마다 도지사를 움직이는 실세가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 때 캠프에서 일했던 언론사 출신 모씨가 비서실 간부와 함께 실·국장급 인사에 관여한다는 소문이 퍼져 공무원들 사이에 줄 대기를 한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선거 때 자신을 도운 광주시체육회 상임부회장에 유재신 전 광주시의원을, 사무처장에 전 광주시생활체육회 사무처장 P씨를 최근 임명했다. 그러나 임기가 2년 남아 있는 현 박모 사무처장에 대한 면직 처분도 하지 않고 P씨를 임명해 P씨가 ‘숨은 실세’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윤 시장은 앞서 문화재단, 환경관리공단, 도시철도공사 등에도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측근 인사를 임명해 논란을 빚었다. 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원성은 하늘을 찌른다. 제주도의 한 공무원은 “공직사회는 물론 도민들까지 ‘만사송통’이라고 쑤군대면서 개선을 바라는데 원 지사는 모르쇠”라며 혀를 찼다. 청주시의 한 사무관은 “정책을 챙겨야 할 정책보좌관실이 인사에 관여하는 것 같아 직원들 사이에 말들이 많다”면서 “일부 직원은 정책보좌관을 통해 시장에게 줄을 대려다 실패하자 정책보좌관을 욕하고 다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판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공직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천안시의회는 구 시장이 정책보좌관 자리를 만들기 위해 조례안을 개정하려 하자 ‘측근은 안 된다’는 조건을 다는 등 단체장이 오히려 측근 영입에 앞장서 빈축을 사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최근 측근들에 대한 잡음이 잇따르자 대대적인 특보라인 손질에 나섰다. 이모 특보가 지방선거 이틀 전 5000만원의 후원금을 500만원씩 쪼개 낸 벤처기업을 확인 없이 도와 양해각서를 체결케 해 구설수에 오른 뒤의 일이다. 남 지사는 이 특보를 경질했고 다른 특보 3명이 낸 사표도 수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모 비서관은 도와 도교육청 등 3개 기관의 상생협약과 관련해 검토 소홀과 보고 누락 책임으로 사표를 내고, 경모 특보단장은 정무직 참모진의 좌장 역할을 못 했다는 이유로 연대책임을 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민은 “선거캠프 출신 특보와 비서관을 경질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지사 스스로 조직 내부의 경고 메시지에 귀 기울이며 깨끗하고 투명한 조직을 유지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천안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2500년 전 ‘14세 소년’ 미라, 관 열어 공개

    2500년 전 ‘14세 소년’ 미라, 관 열어 공개

    미국 시카고필드박물관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8일 2500년 전 만들어진 이집트의 미라의 관을 개봉, 최초로 공개했다. AP의 보도에 따르면 이 관 속 미라는 고대 이집트 당시 강한 세력을 자랑했던 사제의 아들로 추정되는 14세 소년으로 밝혀졌다. 이번 개봉 작업은 박물관 내 습도 조절이 가능한 전시실에서 이뤄졌으며, J.P브라운 박사 등 보존 전문가 3명과 관람객 일부가 참여했다. 박물관 측이 관을 개봉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관의 일부가 파손되면서 미라에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특수 장비를 이용해 관의 뚜껑을 열어보니 미라의 발과 몸이 분리된 채 검게 변해 있었으며, 시신을 감싸고 있는 천 역시 심하게 찢어진 상태였다. 얼굴을 가리고 있는 마스크 역시 왼쪽 눈 부분이 파손된 상태였다. 박물관 측은 미라의 외관 및 이를 감싸고 있는 천의 일부를 최대한 원상태로 복구한 뒤 다시 보관 상태로 되돌릴 예정이다. 박물관의 보존 전문가들은 이 미라의 주인인 14세 소년이 왜 사망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내지 못한 상황이다. 다만 미라와 관의 상태로 보아 이 소년의 부친은 상당한 파워를 가졌었던 것으로 보이며, 병력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이 미라는 보수작업을 거친 뒤 내년 9월 LA 박물관으로 옮겨져 전시될 예정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2500년 전 ‘14세 소년’ 미라 최초 공개

    2500년 전 ‘14세 소년’ 미라 최초 공개

    미국 시카고필드박물관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8일 2500년 전 만들어진 이집트의 미라의 관을 개봉, 최초로 공개했다. AP의 보도에 따르면 이 관 속 미라는 고대 이집트 당시 강한 세력을 자랑했던 사제의 아들로 추정되는 14세 소년으로 밝혀졌다. 이번 개봉 작업은 박물관 내 습도 조절이 가능한 전시실에서 이뤄졌으며, J.P브라운 박사 등 보존 전문가 3명과 관람객 일부가 참여했다. 박물관 측이 관을 개봉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관의 일부가 파손되면서 미라에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특수 장비를 이용해 관의 뚜껑을 열어보니 미라의 발과 몸이 분리된 채 검게 변해 있었으며, 시신을 감싸고 있는 천 역시 심하게 찢어진 상태였다. 얼굴을 가리고 있는 마스크 역시 왼쪽 눈 부분이 파손된 상태였다. 박물관 측은 미라의 외관 및 이를 감싸고 있는 천의 일부를 최대한 원상태로 복구한 뒤 다시 보관 상태로 되돌릴 예정이다. 박물관의 보존 전문가들은 이 미라의 주인인 14세 소년이 왜 사망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내지 못한 상황이다. 다만 미라와 관의 상태로 보아 이 소년의 부친은 상당한 파워를 가졌었던 것으로 보이며, 병력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이 미라는 보수작업을 거친 뒤 내년 9월 LA 박물관으로 옮겨져 전시될 예정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사설] 자원외교 허실 제대로 짚는 국조가 돼야 한다

    여야가 그제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이명박(MB) 정부 시절의 자원외교에 대한 국정조사를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B 정부 시절 자원외교를 주도했던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당시의 실세들이 줄줄이 국정조사를 받게 됐다. 자원외교의 주무 부처인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을 2009~2011년 지낸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조사를 피해 갈 수 없게 됐다. 야당은 이 전 대통령도 직접 불러 조사를 해야 한다는 정치 공세도 펴고 있다. MB 정부의 자원외교를 놓고는 그간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묻지마 투자’에 불과했으며 손실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실패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MB 정부 5년 동안 해외자원 개발에 민간 자본까지 포함해 모두 40조원이 투자됐으며 35조원의 손실을 봤다고 한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3개 공기업이 해외에 투자한 돈은 26조원인데 손실액만 22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MB의 자원외교가 실패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단기 성과에만 치중해 철저한 분석 없이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했기 때문이라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대표적인 부실 사업이 한국석유공사가 2조원을 투자한 캐나다 석유개발업체 하베스트 건이다.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자회사인 날(NARL)을 인수하면서 약 2조원을 투자했지만, 투자 금액의 1%에 불과한 200억원밖에 받지 못하고 되팔았다. 자원외교라고 할 수 없는 문제 많은 투자였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국부유출로, 해외 거래에서 공식적으로 오고 가는 리베이트 외에 별도의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정조사에서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사업을 어떻게 결정했는지, 누가 중간에 소개를 했는지, 그 과정에서 검은 거래는 없었는지 등을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 검은 고리가 있다면 민형사상 처벌을 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여야가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친이명박계 중진인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십상시 사건’이라는 위기를 넘기기 위해 지난 정권을 딛고 가려는 게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자원은 통상 30년을 내다보고 투자를 하는데, 2~3년도 안 된 지금의 회수율로 손실을 운운해서는 섣부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들어 볼 필요가 있다. 자원외교 실패 여론에 대한 반작용이겠지만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공기업이나 민간기업의 해외신규 자원개발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해외자원 개발은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는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옥석(玉石)을 확실하게 가려서 하면 된다.
  • “너도 맞아봐”… 흑인피살 시위진압 경찰에 주먹 날리는 장면 화제

    “너도 맞아봐”… 흑인피살 시위진압 경찰에 주먹 날리는 장면 화제

    체포하는 과정에서 뒤에서 목을 졸라 흑인 남성을 사망케 한 뉴욕경찰(NYPD)관에 대해 불기소 결정이 내려진 데 대한 항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시위 과정에서 경관을 얼굴을 향해 잽싸게 주먹을 날리고 도망치는 청년의 동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뉴욕데일리뉴스 등 뉴욕 현지 언론들이 1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지난 4일 저녁 뉴욕 맨해튼 유니언 스퀘어 광장에서 펼쳐진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시위를 통제하던 경찰관에게 주먹을 날리고 도망친 뉴욕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요타메리 세이어(22)를 폭행과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세이어의 주먹 날림은 한번이 아니었다. 이날 뉴욕 스테이튼 아일랜드 페리 정박장 앞에서 벌어진 시위에서도 신원 미상의 한 남성이 경찰관에게 주먹을 날리고 도망치는 장면이 동영상에 녹화된 채로 유튜브에 올라와 이미 화제에 올랐었다.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J33gjNzBveQ ) 경찰은 당시 동영상에도 검은 마스크와 두건을 쓰는 등 특이한 옷차림을 한 사람이 세이어와 같은 복장임을 확인하고 심문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 결국, 세이어는 자신의 눈에 띄는 복장으로 인해 한 건의 범죄가 더 추가되고 말았다. 이에 관해 빌 브래튼 뉴욕경찰 국장은 “몇몇 시위자들이 군중 속에서 갑자기 나와 경찰관에게 주먹을 날리는 등 폭행을 행사하고 다시 군중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며 “이러한 사람들은 평화적인 시위의 중요성을 말살하는 사람들”이라면서 비난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사진=시위 중에 갑자기 경찰관에게 주먹을 날리는 세이어 (유튜브 동영상 캡처) 다니엘 김 미국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부동산 상가투자의 성공 열쇠…‘키(Key) 테넌트’를 공략하라

    부동산 상가투자의 성공 열쇠…‘키(Key) 테넌트’를 공략하라

    기준금리가 2%로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수익형 부동산에 많은 재테크 자금이 몰리고 있다. ‘제로금리’라는 말까지 돌 정도로 턱없이 낮은 은행이자에 수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자 높은 수익률을 기대 할 수 있는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특히 9.1 부동산대책을 통해 정부가 향후 신규택지지구가 지정하지 않을 계획을 발표하자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 대한가치상승 기대감이 작용, 많은 투자자들이 신도시로 몰리고 있다. 그 중 세종시와 마곡지구는 상업용지 비율이 약 2.1%로 타 신도시에 비해 턱없이 낮아 업계에서는 세종·마곡상가에 투자하면 백전백승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하지만, 정부 부동산 부양정책과 각종 호재에 대한 기대감에 섣불리 투자했다 손해보고 부동산도 처분하지 못해 이중고를 겪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자산규모에 맞는 투자지역을 설정한 뒤, 어느 곳에 투자할지 주변에 배후수요는 어떤지 그리고 상품의 경쟁력은 어떤지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런 점들을 꼼꼼히 체크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오랜 부동산 투자자들은 키 테넌트 입점여부를 눈여겨 보고있다가 투자여부를 결정한다”라며 키 테넌트 입점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키 테넌트는 상가·쇼핑몰 전체에 주요고객들을 흡수시키는 역할을 하는 점포를 말한다. 상가에 어떤 키 테넌트가 입점하느냐는 상가전체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필수로 체크해야 하는 요소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잘나가는 키 테넌트는 죽은 상가도 살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 실제로 ‘서교 자이’로 출발한 합정 ‘메세나폴리스’의 경우 한때 방문객 유입이 거의 전무해 유령상가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기도 했지만 홈플러스 입점 한달 만에 타매장 매출이 최고 20%오르는 등 강북의 대표 랜드마크로 떠오르며 키 테넌트 효과를 톡톡히봤다. 최근에는 세종 에비뉴 힐에 뽀로로를 테마로 한 뽀로로파크가 입점한다고 알려지자 치열한 분양경쟁이 펼쳐지며 공개입찰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 뽀로로파크 주변상가들은 최고 26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대부분 최고가에 낙찰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상가에 들어서는 키 테넌트를 체크 할 때 하나의 점포로 인해 유입되는 인구가 어느 정도 될지 파악하는 것 역시 체크포인트다”며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키 테넌트의 경우 어린이 한 명에 부모님 두 명이 따라오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열린세상] “저희 밭에 다녀왔어요”/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저희 밭에 다녀왔어요”/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12월도 어느새 중순이다. 예전 어르신들 말씀이 세월 가는 속도는 나이에 비례해 50대는 시속 50㎞로 지나가고 60대는 시속 60㎞로 날아간다셨는데, 정말 한 해가 눈 깜짝할 새 지나간다. 속절없이 세월을 흘려보내는 아쉬움 탓인가 야속함(?) 덕분인가, 매년 이맘때 즈음이면 그래도 우리네 세상살이가 아직은 살 만함을 상기시켜 주는 기억을 더듬는 버릇이 생겼다. 시작은 지난 5월 둘째 주말부터였던 것 같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한쪽에 상추, 가지, 풋고추, 방울 토마토 등이 수북이 담긴 둥그런 광주리가 놓여 있곤 했다. 처음엔 주민 누군가가 잠시 놓고 간 것이려니 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채소와 과일 틈새로 하얀 쪽지가 눈에 뜨이는 것이 아닌가. 그 쪽지엔 재미난 필체로 “저희 밭에 다녀왔어요 ”란 메시지가 적혀 있었고, 어리둥절해할지도 모를 이웃 주민들을 위해 “안심하고 드실 만큼 가져가세요”란 친절한 설명도 함께 붙여 놓았다. 이후에도 가끔씩 엘리베이터 자리 한쪽을 차지하고 앉아 있는 낯익은 광주리를 보면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는데, 언젠가는 “나누는 기쁨이 더욱 크니 저희에게 감사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란 쪽지를 남겨 놓기도 했다. 아마도 주민 누군가가 고마움을 표하고자 작은 음료수 병 2개를 광주리에 담아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감사합니다”란 메모를 남겨 둔 것에 대한 수줍은 응답이었던가 보다. 가장 최근에 주민들을 반겨 주었던 광주리 속엔 사과에, 배추 고갱이에, 무처럼 생긴 콜라비가 담겨 있었다. 광주리에 담겨 있던 사과는 군데군데 멍도 들고 흠집도 있었지만, 이웃과 함께 콩알 반쪽도 나누고자 하는 주인장 마음씨만큼이나 맛이 일품이었고, 특별히 밭에서 갓 캐 온 배추 고갱이의 고소함과 아삭함은 지금도 입가에 맴돌 만큼 근사했다. 두어 주 전에 드디어 광주리의 주인공이 밝혀졌는데, 요즘은 ‘올해 유난히 잘 떴다는 담뿍장’ 나누랴, ‘오징어 얹어 따끈따끈 부쳐 낸 김치전’ 나누랴 분주한 모습이다. 나눔이 자연스레 몸에 밴 이웃이 있어 사는 재미를 되새기도록 해 주는 곳, 세종시 조치원읍 아파트 단지에서 경험한 일이다. 이토록 사는 재미를 쏠쏠히 누리다가 며칠 전 서울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선 참으로 서먹한 일을 겪었다. 먼저 엘리베이터에 들어선 내가 16층을 누르니, 함께 탄 중년의 남자분이 멋쩍게 웃는 것이 아닌가. 그러고 보니 입주한 지도 어느새 4년여의 세월이 흘렀건만, 그 남자분과는 처음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거였다. 동일한 층에 거주하는 4가족은 지금까지 한 번도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거나 제대로 통성명을 한 적이 없는 ‘무늬만’의 이웃이었던 셈이다. 그나마 옆집엔 초등학교 6학년 누나와 3학년 남동생이 살고 있어 가끔씩 마주치긴 하지만 인사 한번 받아 본 적 없고, 앞집엔 내 발자국 소릴 들을 때마다 짖어 대는 강아지 덕분에 누군가 살고 있겠지 추측만 할 뿐이다. 하지만 주말농장 덕분에 임시로 살게 된 조치원읍 아파트 분위기는 정말 다르다. 2500가구가 거주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엘리베이터나 주차장에서 마주치는 이곳의 주민들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정답게 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는다. 한번은 4층에 살고 있는 부부를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는데, 내가 5층을 누르자 자신들이 이미 눌러 놓은 4층을 취소하고는 “에너지 절약도 할 겸 한 층은 걸어서 내려가겠다”고 한다. 이렇게 건전한 생각과 건강한 웃음을 지닌 이웃과 함께 산다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도심 속 마을’이란 표현도 있듯이 익명성을 기반으로 저마다 고립화되고 파편화되기 쉬운 도시의 일상 속에서도, 나눔을 실현하고 이타주의를 생활화할 수 있는 공동체적 삶의 양식이 가능함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저희 밭에 다녀왔습니다” 식의 작은 정성과 진정 어린 배려가 이웃의 마음을 얼마나 풍성하게 해 주었는지 기억할 일이요, 작은 광주리를 통해 오고 갔던 따스한 정을 기억하는 어린이들이 나중에 어른이 됐을 때 모습 또한 상상해 볼 일이다. 아파트의 가치와 품격은 평당 가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의 향취로부터 결정되는 것임을 새삼 새기자니 밥 안 먹고도 배가 불러온다.
  • CIA 고문보고서 공개 “빗자루로 성고문 위협”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CIA 고문보고서 공개 CIA 고문보고서 공개 “빗자루로 성고문 위협”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테러 용의자에 대한 고문 실태를 담은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보고서가 9일(현지시간) 공개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로 인해 국제 테러 집단의 보복 공격 등이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해외 공관과 시설 등에 대한 보안과 경비를 강화했다. 특히 이번에 드러난 고문 행위가 대부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자행된 것이라는 점에서 보고서를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상원 정보위원장은 이날 비밀로 분류된 총 6800쪽 분량의 내용을 약 500쪽으로 요약한 보고서를 공개하고 “알카에다 대원 등을 상대로 한 CIA의 고문은 법적 테두리를 넘어선 것일 뿐 아니라 별로 효과적이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01년 9·11 사태 이후 유럽과 아시아의 비밀시설에 수감된 알카에다 대원들을 상대로 자행된 CIA의 고문 실태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CIA가 테러 용의자를 조사하면서 적용한 이른바 ‘선진 심문(enhanced interrogation) 프로그램’은 CIA가 백악관과 의회에 설명해온 것보다 훨씬 더 야만적이고 잔혹했지만, 테러 위협을 막을 정보를 제대로 얻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CIA 불법 고문의 대표격인 물고문의 일종 ‘워터보딩’이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다양하게 변형돼 사용됐으며, 다양한 가혹행위 방법을 조합해 단순히 죽음의 공포를 주는 수준을 넘어서 정신 자체를 파괴하기도 한 잔혹상이 이 보고서에 그대로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워터보딩’, 즉 대상자를 움직이지 못하게 눕힌 다음 얼굴에 물을 붓는 행위는 대상자에게 더 고통을 주도록 다양하게 변형됐다. 고문 대상자가 얼굴로 떨어지는 물을 피하지 못하도록 고문 행위자가 대상자의 얼굴이나 턱을 압박한 것은 물론, 행위자가 손으로 대상자의 턱 주변에서 물이 흘러내리지 못하도록 막음으로써 대상자의 입과 코가 실제로 물에 잠기는 상태로 만들기도 했다. CIA 자체 기준에서 최대 지속 시간으로 설정한 20분을 훌쩍 넘긴 30분 이상 계속해서 ‘워터보딩’을 가한 것은 물론, 특정한 대상자에게 적어도 183번의 ‘워터보딩’을 가한 경우도 있었다. 다른 비밀 수감 시설로 옮기겠다고 알리고서, 옮겨지면 더 가혹한 ‘워터보딩’을 당할 것이라는 협박 또한 빠지지 않았다. 고문 대상자의 신체에 강제로 물을 주입하는 행위도 이뤄졌다. 주로 대상자의 직장(直腸)으로 물을 주입했으며, 이 행위에 대해 CIA 관계자들은 대상자에게 상당한 고통을 주는 효과적인 심문 방법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대상자의 정신적 고통을 극대화하기 위한 ‘감각 이탈’이라는 기법도 있었다. 머리카락과 턱수염을 포함해 고문 대상자의 모든 체모를 깎아내고 나서, 옷을 모두 벗기고 불편할 정도로 낮은 온도의 흰 방에 집어넣은 다음, 매우 밝은 조명을 방 안에 켜고 매우 큰 소리의 음악을 계속 듣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구타는 물론 손을 머리 위로 묶은 다음 매달기, 잠 안 재우기, 좁은 공간에 강제로 집어넣기 같은 가혹행위들도 행해졌는데 이런 행위들이 개별적으로 이뤄졌다기보다는 지속적으로 혼합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상자의 눈을 가린 채 총구를 대상자의 머리에 댄 뒤 대상자의 몸 가까운 곳에서 전동 드릴을 작동시키는 행위, 빗자루 손잡이를 성고문 도구로 쓰겠다고 협박한 행위도 여기에 포함됐다. 이를 통해 고문 행위자는 대상자가 7일 이상 잠들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었고, 한 대상자에게 길게는 17일 연속으로 고문이 이뤄지기도 했다. 고문 도중 숨진 사람도 물론 있었다. 2002년 11월 한 외국 비밀수감시설에서는 벽에 고정된 쇠사슬로 묶은 한 대상자를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눕게 한 뒤 ‘비협조적’이라고 판단될 때마다 대상자의 옷을 벗기는 방법을 사용했으나, 고문 둘째 날 이 대상자는 저체온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런데도, CIA와 많은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기밀 정보를 특정 언론에 흘리는 수법 등을 통해 이 프로그램이 매우 효과적이고 다수의 테러 음모를 분쇄했다면서 일반 국민과 정치권을 호도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이번 드러난 관행은 미국 역사의 ‘오점’이라고 규정하고, “어떤 용어로 포장하든 CIA 수감자들은 고문을 당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즉각 보고서 공개를 환영하고 고문 금지를 약속했다. 그는 이날 성명을 내고 “CIA의 가혹한 심문 기법은 미국과 미국민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며 “그게 내가 취임하자마자 고문을 금지한 이유이고, 이런 방법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지속적으로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과거 관행’이 대부분 전임인 부시 대통령 시절 행해졌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다만 이번 보고서에서 부시 전 대통령은 CIA의 고문과 관련한 보고를 임기 중 4년간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CIA 문서와 관계자들을 조사한 결과 ‘강화된 심문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2001∼2003년 사이 대통령에게 공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리 리드(네바다)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고문은 잘못된 것일 뿐 아니라 제대로 먹히지도 않았으며 미국에 악명만 가져다줬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러나 이번 보고서 공개가 테러 집단이나 극단주의자 등에 의한 보복 공격 등으로 이어질 공산도 있다고 보고 해외 주요 공관 시설에 대한 경비 강화 조처를 내렸다. 미국 국방부도 지난 주말 세계 주요 지역의 미군 지휘관들에게 경계 태세를 높이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보고서 공개에 대해 CIA 등 정보 당국과 공화당은 반발했다. 존 브레넌 CIA 국장은 과거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CIA의 조사 기법이 테러 위협을 막고 실제 공격 음모를 와해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체 검토한 바로는 혹독한 조사를 통해 실제 테러 계획을 좌절시키고 테러리스트를 체포하고 미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를 생산했다”고 강조했다. 9·11 테러 당시 CIA 수장이었던 조지 테닛 전 국장도 “이 심문 프로그램으로 수많은 알카에다 지도자들을 포로로 붙잡았으며 이들을 전장에서 몰아냈다”고 주장했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와 색스비 챔블리스(조지아) 상원 정보위 공화당 간사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CIA의 이런 조사 방식이 주요 테러 용의자를 잡고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보고서 공개가 미국 국가안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사안이 국제문제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벤 에머슨 유엔 대테러·인권 특별보고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국제 인권법에 어긋나는 조직적 범죄와 엄청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며 “미국 정부는 고문에 책임이 있는 CIA 및 정부 관리들을 기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 법무부는 9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안에 대해 기소를 거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 혐의를 입증하고 유죄 판결을 받아낼 법정에서 채택 가능한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CIA 고문보고서 공개 ‘하얀방의 공포’ 끔찍한 실태 ‘충격’

    CIA 고문보고서 공개 CIA 고문보고서 공개 ‘하얀방의 공포’ 끔찍한 실태 ‘충격’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테러 용의자에 대한 고문 실태를 담은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보고서가 9일(현지시간) 공개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로 인해 국제 테러 집단의 보복 공격 등이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해외 공관과 시설 등에 대한 보안과 경비를 강화했다. 특히 이번에 드러난 고문 행위가 대부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자행된 것이라는 점에서 보고서를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상원 정보위원장은 이날 비밀로 분류된 총 6800쪽 분량의 내용을 약 500쪽으로 요약한 보고서를 공개하고 “알카에다 대원 등을 상대로 한 CIA의 고문은 법적 테두리를 넘어선 것일 뿐 아니라 별로 효과적이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01년 9·11 사태 이후 유럽과 아시아의 비밀시설에 수감된 알카에다 대원들을 상대로 자행된 CIA의 고문 실태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CIA가 테러 용의자를 조사하면서 적용한 이른바 ‘선진 심문(enhanced interrogation) 프로그램’은 CIA가 백악관과 의회에 설명해온 것보다 훨씬 더 야만적이고 잔혹했지만, 테러 위협을 막을 정보를 제대로 얻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CIA 불법 고문의 대표격인 물고문의 일종 ‘워터보딩’이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다양하게 변형돼 사용됐으며, 다양한 가혹행위 방법을 조합해 단순히 죽음의 공포를 주는 수준을 넘어서 정신 자체를 파괴하기도 한 잔혹상이 이 보고서에 그대로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워터보딩’, 즉 대상자를 움직이지 못하게 눕힌 다음 얼굴에 물을 붓는 행위는 대상자에게 더 고통을 주도록 다양하게 변형됐다. 고문 대상자가 얼굴로 떨어지는 물을 피하지 못하도록 고문 행위자가 대상자의 얼굴이나 턱을 압박한 것은 물론, 행위자가 손으로 대상자의 턱 주변에서 물이 흘러내리지 못하도록 막음으로써 대상자의 입과 코가 실제로 물에 잠기는 상태로 만들기도 했다. CIA 자체 기준에서 최대 지속 시간으로 설정한 20분을 훌쩍 넘긴 30분 이상 계속해서 ‘워터보딩’을 가한 것은 물론, 특정한 대상자에게 적어도 183번의 ‘워터보딩’을 가한 경우도 있었다. 다른 비밀 수감 시설로 옮기겠다고 알리고서, 옮겨지면 더 가혹한 ‘워터보딩’을 당할 것이라는 협박 또한 빠지지 않았다. 고문 대상자의 신체에 강제로 물을 주입하는 행위도 이뤄졌다. 주로 대상자의 직장(直腸)으로 물을 주입했으며, 이 행위에 대해 CIA 관계자들은 대상자에게 상당한 고통을 주는 효과적인 심문 방법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대상자의 정신적 고통을 극대화하기 위한 ‘감각 이탈’이라는 기법도 있었다. 머리카락과 턱수염을 포함해 고문 대상자의 모든 체모를 깎아내고 나서, 옷을 모두 벗기고 불편할 정도로 낮은 온도의 흰 방에 집어넣은 다음, 매우 밝은 조명을 방 안에 켜고 매우 큰 소리의 음악을 계속 듣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구타는 물론 손을 머리 위로 묶은 다음 매달기, 잠 안 재우기, 좁은 공간에 강제로 집어넣기 같은 가혹행위들도 행해졌는데 이런 행위들이 개별적으로 이뤄졌다기보다는 지속적으로 혼합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상자의 눈을 가린 채 총구를 대상자의 머리에 댄 뒤 대상자의 몸 가까운 곳에서 전동 드릴을 작동시키는 행위, 빗자루 손잡이를 성고문 도구로 쓰겠다고 협박한 행위도 여기에 포함됐다. 이를 통해 고문 행위자는 대상자가 7일 이상 잠들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었고, 한 대상자에게 길게는 17일 연속으로 고문이 이뤄지기도 했다. 고문 도중 숨진 사람도 물론 있었다. 2002년 11월 한 외국 비밀수감시설에서는 벽에 고정된 쇠사슬로 묶은 한 대상자를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눕게 한 뒤 ‘비협조적’이라고 판단될 때마다 대상자의 옷을 벗기는 방법을 사용했으나, 고문 둘째 날 이 대상자는 저체온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런데도, CIA와 많은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기밀 정보를 특정 언론에 흘리는 수법 등을 통해 이 프로그램이 매우 효과적이고 다수의 테러 음모를 분쇄했다면서 일반 국민과 정치권을 호도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이번 드러난 관행은 미국 역사의 ‘오점’이라고 규정하고, “어떤 용어로 포장하든 CIA 수감자들은 고문을 당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즉각 보고서 공개를 환영하고 고문 금지를 약속했다. 그는 이날 성명을 내고 “CIA의 가혹한 심문 기법은 미국과 미국민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며 “그게 내가 취임하자마자 고문을 금지한 이유이고, 이런 방법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지속적으로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과거 관행’이 대부분 전임인 부시 대통령 시절 행해졌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다만 이번 보고서에서 부시 전 대통령은 CIA의 고문과 관련한 보고를 임기 중 4년간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CIA 문서와 관계자들을 조사한 결과 ‘강화된 심문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2001∼2003년 사이 대통령에게 공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리 리드(네바다)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고문은 잘못된 것일 뿐 아니라 제대로 먹히지도 않았으며 미국에 악명만 가져다줬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러나 이번 보고서 공개가 테러 집단이나 극단주의자 등에 의한 보복 공격 등으로 이어질 공산도 있다고 보고 해외 주요 공관 시설에 대한 경비 강화 조처를 내렸다. 미국 국방부도 지난 주말 세계 주요 지역의 미군 지휘관들에게 경계 태세를 높이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보고서 공개에 대해 CIA 등 정보 당국과 공화당은 반발했다. 존 브레넌 CIA 국장은 과거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CIA의 조사 기법이 테러 위협을 막고 실제 공격 음모를 와해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체 검토한 바로는 혹독한 조사를 통해 실제 테러 계획을 좌절시키고 테러리스트를 체포하고 미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를 생산했다”고 강조했다. 9·11 테러 당시 CIA 수장이었던 조지 테닛 전 국장도 “이 심문 프로그램으로 수많은 알카에다 지도자들을 포로로 붙잡았으며 이들을 전장에서 몰아냈다”고 주장했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와 색스비 챔블리스(조지아) 상원 정보위 공화당 간사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CIA의 이런 조사 방식이 주요 테러 용의자를 잡고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보고서 공개가 미국 국가안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사안이 국제문제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벤 에머슨 유엔 대테러·인권 특별보고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국제 인권법에 어긋나는 조직적 범죄와 엄청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며 “미국 정부는 고문에 책임이 있는 CIA 및 정부 관리들을 기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 법무부는 9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안에 대해 기소를 거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 혐의를 입증하고 유죄 판결을 받아낼 법정에서 채택 가능한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헬스Talk] 다가오는 겨울방학 성형수술…충분한 상담 후 결정해야

    [헬스Talk] 다가오는 겨울방학 성형수술…충분한 상담 후 결정해야

    성형이 보편화 되어 요즘은 눈, 코성형은 미용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우리에게 더이상 거부감이 없다. 이제 곧 겨울방학이 시작된다. 올 겨울방학 기간에도 남학생 여학생 구분 없이 많은 학생들이 자신을 가꾸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술을 받는 부위도 지방흡입 부터 눈성형, 코성형, 가슴성형, 체형성형 등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성형수술은 수능시험을 마친 고3 학생들에게 뜨거운 이슈다. 쌍꺼풀수술 등의 성형수술은 갓 스무 살을 넘긴 새내기 대학생들의 통과 의례라 할 정도로 대중화되어 있다. 12년 간 공부에 매진한 만큼 스무 살 성인을 맞아 자신을 가꾸기 위한 투자를 아낌없이 펼치기 위함이다. 수능을 마친 김 모양(18세.고3)은 수능이 끝나자마자 성형외과를 찾아 눈, 코 성형수술을 예약했다고 한다. 김 양은 “친구 중에 상당수가 졸업을 앞두고 성형수술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학교를 다니면서 수술하면 티가 나지만 대학에 진학하는 시기에 수술하면 숨길 수 있어 이번 방학시기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능이 끝난 지난달부터 더 예뻐지고 싶은 학생들의 성형외과를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성형을 선택한 이유가 단순히 예뻐지려고 하는 것뿐만 아니라 외모가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되면서 취업준비생 뿐만 아니라 예비대학생들까지 방학 기간을 이용해 성형수술을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좋은 인상과 이미지로 만들어 나중에 있을 취업에서 ‘외모도 스펙’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미리 콤플렉스가 되는 부분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 예비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수술은 쌍꺼풀과 코성형이다고 할 수 있다. 수술 후 회복기간이 빠르면서 이미지 개선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눈성형과 더불어 앞트임, 뒷트임 등을 하기도 한다. 외모 개선을 위해 남자들도 쌍꺼풀 수술이나 코성형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에는 자연스러운 쌍꺼풀 매몰법이나 자연유착 쌍꺼풀이 선호되고 있으며 매부리코나 복코를 개선하는 코성형을 시행한다. 특히 쌍꺼풀 수술은 다른 성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술비용에 대한 적은 부담 때문에 쉽고 간편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쌍꺼풀 또한 다른 성형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심미안을 가지고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수술이기 때문에 성형외과 전문의와 상의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 이는 수술 후 자연스러운 결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쌍꺼풀 재수술의 우려도 줄일 수 있다. 유진성형외과 강태조 원장은 “쌍꺼풀 수술은 눈을 뜨는 부위에 강제로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는 것으로 단순히 눈만을 변화 시키는 것이 아니라 얼굴형태, 몽고주름, 피하지방 등을 고려하여 전체적인 얼굴 분위기와 어울리는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눈을 만드는 수술이다”고 전했다. 코성형 또한 마찬가지. 최근에는 예비대학생인 남자들 사이에서 매부리코수술이나 복코수술이 인기를 얻고 있다. 코성형 수술은 단순히 ‘코를 높게’하는 차원으로 쉽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코성형은 코 자체의 모양보다는 얼굴과 얼마나 조화로운가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얼굴형에 맞는 코를 설정하고 이러한 코가 되기 위한 방법을 충분히 숙고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강 원장은 “성형수술은 환자가 만족한 결과를 얻어야 비로서 수술의 모든 과정이 끝나는 것이다. 시술을 하는 전문의들도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시술과 환자관리에 임하면 분명 만족할 만한 수술이 될 것이다.”며, “이번 겨울방학에 성형수술을 계획하고 있다면 반드시 충분한 상담을 받고 진행해야 후회 없는 성형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유진성형외과 강태조 원장 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 CIA 고문보고서 공개 “온 몸의 털 깎고 하얀 방에서…” 충격적 실태

    CIA 고문보고서 공개 CIA 고문보고서 공개 “온 몸의 털 깎고 하얀 방에서…” 충격적 실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테러 용의자에 대한 고문 실태를 담은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보고서가 9일(현지시간) 공개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로 인해 국제 테러 집단의 보복 공격 등이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해외 공관과 시설 등에 대한 보안과 경비를 강화했다. 특히 이번에 드러난 고문 행위가 대부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자행된 것이라는 점에서 보고서를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상원 정보위원장은 이날 비밀로 분류된 총 6800쪽 분량의 내용을 약 500쪽으로 요약한 보고서를 공개하고 “알카에다 대원 등을 상대로 한 CIA의 고문은 법적 테두리를 넘어선 것일 뿐 아니라 별로 효과적이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01년 9·11 사태 이후 유럽과 아시아의 비밀시설에 수감된 알카에다 대원들을 상대로 자행된 CIA의 고문 실태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CIA가 테러 용의자를 조사하면서 적용한 이른바 ‘선진 심문(enhanced interrogation) 프로그램’은 CIA가 백악관과 의회에 설명해온 것보다 훨씬 더 야만적이고 잔혹했지만, 테러 위협을 막을 정보를 제대로 얻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CIA 불법 고문의 대표격인 물고문의 일종 ‘워터보딩’이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다양하게 변형돼 사용됐으며, 다양한 가혹행위 방법을 조합해 단순히 죽음의 공포를 주는 수준을 넘어서 정신 자체를 파괴하기도 한 잔혹상이 이 보고서에 그대로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워터보딩’, 즉 대상자를 움직이지 못하게 눕힌 다음 얼굴에 물을 붓는 행위는 대상자에게 더 고통을 주도록 다양하게 변형됐다. 고문 대상자가 얼굴로 떨어지는 물을 피하지 못하도록 고문 행위자가 대상자의 얼굴이나 턱을 압박한 것은 물론, 행위자가 손으로 대상자의 턱 주변에서 물이 흘러내리지 못하도록 막음으로써 대상자의 입과 코가 실제로 물에 잠기는 상태로 만들기도 했다. CIA 자체 기준에서 최대 지속 시간으로 설정한 20분을 훌쩍 넘긴 30분 이상 계속해서 ‘워터보딩’을 가한 것은 물론, 특정한 대상자에게 적어도 183번의 ‘워터보딩’을 가한 경우도 있었다. 다른 비밀 수감 시설로 옮기겠다고 알리고서, 옮겨지면 더 가혹한 ‘워터보딩’을 당할 것이라는 협박 또한 빠지지 않았다. 고문 대상자의 신체에 강제로 물을 주입하는 행위도 이뤄졌다. 주로 대상자의 직장(直腸)으로 물을 주입했으며, 이 행위에 대해 CIA 관계자들은 대상자에게 상당한 고통을 주는 효과적인 심문 방법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대상자의 정신적 고통을 극대화하기 위한 ‘감각 이탈’이라는 기법도 있었다. 머리카락과 턱수염을 포함해 고문 대상자의 모든 체모를 깎아내고 나서, 옷을 모두 벗기고 불편할 정도로 낮은 온도의 흰 방에 집어넣은 다음, 매우 밝은 조명을 방 안에 켜고 매우 큰 소리의 음악을 계속 듣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구타는 물론 손을 머리 위로 묶은 다음 매달기, 잠 안 재우기, 좁은 공간에 강제로 집어넣기 같은 가혹행위들도 행해졌는데 이런 행위들이 개별적으로 이뤄졌다기보다는 지속적으로 혼합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상자의 눈을 가린 채 총구를 대상자의 머리에 댄 뒤 대상자의 몸 가까운 곳에서 전동 드릴을 작동시키는 행위, 빗자루 손잡이를 성고문 도구로 쓰겠다고 협박한 행위도 여기에 포함됐다. 이를 통해 고문 행위자는 대상자가 7일 이상 잠들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었고, 한 대상자에게 길게는 17일 연속으로 고문이 이뤄지기도 했다. 고문 도중 숨진 사람도 물론 있었다. 2002년 11월 한 외국 비밀수감시설에서는 벽에 고정된 쇠사슬로 묶은 한 대상자를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눕게 한 뒤 ‘비협조적’이라고 판단될 때마다 대상자의 옷을 벗기는 방법을 사용했으나, 고문 둘째 날 이 대상자는 저체온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런데도, CIA와 많은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기밀 정보를 특정 언론에 흘리는 수법 등을 통해 이 프로그램이 매우 효과적이고 다수의 테러 음모를 분쇄했다면서 일반 국민과 정치권을 호도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이번 드러난 관행은 미국 역사의 ‘오점’이라고 규정하고, “어떤 용어로 포장하든 CIA 수감자들은 고문을 당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즉각 보고서 공개를 환영하고 고문 금지를 약속했다. 그는 이날 성명을 내고 “CIA의 가혹한 심문 기법은 미국과 미국민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며 “그게 내가 취임하자마자 고문을 금지한 이유이고, 이런 방법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지속적으로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과거 관행’이 대부분 전임인 부시 대통령 시절 행해졌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다만 이번 보고서에서 부시 전 대통령은 CIA의 고문과 관련한 보고를 임기 중 4년간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CIA 문서와 관계자들을 조사한 결과 ‘강화된 심문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2001∼2003년 사이 대통령에게 공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리 리드(네바다)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고문은 잘못된 것일 뿐 아니라 제대로 먹히지도 않았으며 미국에 악명만 가져다줬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러나 이번 보고서 공개가 테러 집단이나 극단주의자 등에 의한 보복 공격 등으로 이어질 공산도 있다고 보고 해외 주요 공관 시설에 대한 경비 강화 조처를 내렸다. 미국 국방부도 지난 주말 세계 주요 지역의 미군 지휘관들에게 경계 태세를 높이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보고서 공개에 대해 CIA 등 정보 당국과 공화당은 반발했다. 존 브레넌 CIA 국장은 과거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CIA의 조사 기법이 테러 위협을 막고 실제 공격 음모를 와해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체 검토한 바로는 혹독한 조사를 통해 실제 테러 계획을 좌절시키고 테러리스트를 체포하고 미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를 생산했다”고 강조했다. 9·11 테러 당시 CIA 수장이었던 조지 테닛 전 국장도 “이 심문 프로그램으로 수많은 알카에다 지도자들을 포로로 붙잡았으며 이들을 전장에서 몰아냈다”고 주장했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와 색스비 챔블리스(조지아) 상원 정보위 공화당 간사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CIA의 이런 조사 방식이 주요 테러 용의자를 잡고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보고서 공개가 미국 국가안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사안이 국제문제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벤 에머슨 유엔 대테러·인권 특별보고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국제 인권법에 어긋나는 조직적 범죄와 엄청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며 “미국 정부는 고문에 책임이 있는 CIA 및 정부 관리들을 기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 법무부는 9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안에 대해 기소를 거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 혐의를 입증하고 유죄 판결을 받아낼 법정에서 채택 가능한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데스크 시각] 거꾸로 흐르는 역사의 시계/이순녀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거꾸로 흐르는 역사의 시계/이순녀 국제부장

    국내 개봉 한 달 만에 900만 관객을 넘기고 순항 중인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우주 속 통로 웜홀을 통과해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이 핵심 모티브로 등장한다. 아직은 영화 속 상상으로만 존재하는 가상의 이론이지만 언젠가 현실로 다가올지 모른다는 기대감은 관객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하다. ‘인터스텔라’ 이전에도 과거로 혹은 미래로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시간여행을 다룬 영화들은 많았다. ‘재깍’ 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순간의 1초가 쌓여 1분이 되고 1분이 모여 1시간, 하루, 일년이 되는 그 정직한 전진의 법칙을 거스르고 싶은 인간의 본능적 호기심을 반영한 결과였을 것이다. 그런데 종종 역사의 시계는 시간을 뒤로 돌리는 마술을 부리곤 한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에서가 아니다. 숱한 희생을 딛고 힘들게 쟁취한 역사적 진전이 한순간에 도루묵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올 한 해 나라 안팎에서 유독 두드러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필립 스티븐스는 최근 칼럼에서 올해를 “정치적 독재자의 해”로 규정하며, 19세기 제국주의 열강체제로 회귀하려는 일부 지도자들의 면면을 지적했다. 가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 초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하고 우크라이나 동부를 공격하는 등 강력한 민족주의를 내세워 이웃 나라를 힘으로 제압하려는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마오쩌둥(毛澤東) 이래 가장 막강한 1인 지배 체제를 형성하면서 군사대국화 등을 통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며 주변국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또 어떤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역사 왜곡 망언도 모자라 “일본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헛소리까지 일삼고 있다. 오죽했으면 뉴욕타임스가 며칠 전 사설에서 “아베 정부는 전쟁 역사를 세탁하려는 요구에 영합하며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을까. 그런데도 오는 14일 중의원 총선거에서 집권당 자민당이 반수를 넘어 단독으로 3분의2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오는 걸 보면 일본 국민들의 진짜 속내가 뭔지 무척 궁금해진다. 시야를 중동으로 돌리면 ‘아랍의 봄’을 통해 가까스로 독재자들을 축출한 나라들의 시간도 역주행하고 있다. 민주화 시위를 유혈 진압한 혐의로 기소된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무죄를 선고받았고,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도 혼란한 국내 정세를 틈타 막후 정치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미국에선 인종 갈등의 시계가 거꾸로 돌고 있다. 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하고 나서 인종 갈등이 오히려 악화됐다는 응답자가 53%에 달했다. 미주리주 퍼거슨시와 뉴욕에서 각각 발생한 백인 경관의 흑인 총격 사살 사건에 대한 대배심의 경찰 불기소 결정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시위는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남 눈의 티만 볼 게 아니다. 진위를 떠나 십상시(十常侍)라는, 중국 고대 역사서의 환관 무리가 이웃집 강아지 이름처럼 장삼이사의 입길에 오르내리는 요즘 대한민국 청와대의 시계는 어디를 가리키고 있을까. 역사의 진전은 시간의 흐름만으로 결코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새삼 곱씹게 되는 수상한 시절이다. coral@seoul.co.kr
  • [권위자에게 듣는 판례 재구성] 시대 변화 따라 음란표현 인정 범위도 유동적…헌법 테두리 내에서 기본원칙 적용해야 마땅

    [권위자에게 듣는 판례 재구성] 시대 변화 따라 음란표현 인정 범위도 유동적…헌법 테두리 내에서 기본원칙 적용해야 마땅

    ●음란물의 바다 인간은 욕망을 안고 산다. 수많은 인간의 욕망 가운데 가장 핵심이 되고 강렬한 것은 식욕과 성욕이다. 식욕은 현재의 자신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고, 성욕은 기본적으로 미래의 자신을 이어 가려 하는 번식의 욕망에서 발생한다. 성욕에 바탕을 두고 사람들은 음란물에 대한 진한 흥미를 갖고 이를 수집해 즐기려고 한다. 이러한 기호(嗜好)는 현대의 광범한 사회문화적 현상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우리는 음란물의 바다 위에 떠 있다. ●음란물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당초 해석 헌법 제21조 제4항은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 가운데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음란 표현 혹은 음란물이다. 헌법재판소는 애초 음란 표현에 대해 엄격하게 단죄했다. 음란 표현과 같은 것은 일단 표출되면 그 해악이 대립되는 사상의 자유경쟁에 의한다 하더라도 해소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표현에 대해서는 국가의 개입이 일차적인 것으로 거칠게 허용되고 헌법상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지 않는다. 헌법 제21조 제4항은 바로 이런 취지를 명시한 것이다. 결국 음란 표현은 헌법상 언론·출판 자유의 보호 영역 밖에 있다고 한 것이다. 또 언론·출판의 자유 제한 시 따라야 하는 헌법상의 기본원칙을 음란 표현에 대해서는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음란물이나 음란 표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다분히 유동적이다. 어제의 음란 표현이 오늘은 그 범주에 넣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사회가 점차 개방화, 민주화되고 개인의 창의성을 좀 더 존중하는 식으로 발전해 온 우리 경험에 견줘 보면 이는 명백하다. 그럼에도 음란 표현을 절대적인 것으로 취급하며 그에 대한 최소한의 헌법상 보호마저 부인하는 기존의 판례는 결과적으로 큰 위험성을 안은 것이었다. ●헌법재판소의 태도 변경 헌법재판소는 이와 같은 현실을 직시하며 이 사건(2006헌바109)에서 음란 표현에 대한 태도를 획기적으로 바꿨다. 음란 표현도 다른 표현과 마찬가지로 언론·출판 자유의 보호 영역 안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제한될 수 있을 뿐이라고 판시한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음란 표현에 대해서도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헌법상의 기본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예컨대 명확성의 원칙, 검열금지의 원칙 등에 의한 합헌성 심사, 그리고 기본권 제한에 대한 헌법상의 기본원칙(법률에 의한 제한, 본질적 침해 금지 원칙의 적용에 의한 합헌성 심사)을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판례 변경은 시대적 상황을 잘 이해한 것일 뿐만 아니라 언론·출판 자유의 중요성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다시 한번 표시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음란한 표현이라도 일단 언론·출판 자유의 범주 안에 넣어 그것이 우리 사회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지 않을 때는 관용의 태도로 받아들이는 것이니, 이로써 언론·출판의 자유는 외연이 확장되는 것이다. 언론·출판의 자유는 개인이 인격과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근본적 바탕이 된다. 누구나 외부 세계와의 자유스러운 정신적 교통을 통해 원만한 인격 체계를 갖춰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언론·출판의 자유는 인류가 소중하게 가꿔 온 민주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민주주의가 정보의 자유스러운 유통과 취득을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성립할 수 없는 이유다. 음란 표현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태도 변경 기저에는 이와 같은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살뜰한 존중이 깔려 있는 것이다. ●허위 사실 적시에 대한 판단 이 결정에서 더 나아가 헌법재판소가 2010년 12월 28일 선고한 결정의 보충 의견에서 재판관 5인은 ‘허위 사실’도 언론·출판 자유의 보호 영역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획기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그 의미에 대해 약간 의아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객관적인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것은 때때로 아주 어려우며 현재는 거짓으로 인식돼도 시간이 지난 후에 그 판단이 뒤바뀌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인류의 경험칙을 토대로 한 판단이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지동설 주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허위 사실’도 언론·출판 자유의 보호 영역에서 배제시킬 수 없다. 다만 음란 표현과 마찬가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 안전 보장, 질서 유지 또는 공공 복리를 위해 제한될 수 있을 뿐이라는 뜻이다. 흥미롭게도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허위 사실에 대해 판단한 우리 헌법재판소의 결정보다 2년가량 늦은 2012년에 ‘미국 정부 대 자비에르 알바레즈’ 사건에서 ‘허위 진술이라도 표현의 자유 보호 범위 안에 있다’고 판시했다. 똑같은 취지의 판단이지만 우리 헌법재판소가 미국 연방대법원에 한 수 가르쳐 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우리 헌법재판소가 가진 혜안이 미국 연방대법원이 가진 그것보다 먼저 진리에 눈을 떴다고 말할 수는 있다. ■신평 교수는 ▲서울대 법학 박사 ▲서울중앙지법 판사 ▲중국 인민대 객좌교수 ▲사법개혁국민연대 상임대표 ▲앰네스티 법률가 위원회 위원장 ▲한국헌법학회장 ▲한·일 비교헌법연구회 한국회장 ▲한국교육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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