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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징의 경험이냐 알마티의 인프라냐

    경험에서 앞선 중국 베이징이냐, 인프라에서 앞선 카자흐스탄 알마티냐.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3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제128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투표로 결정된다. 당초 노르웨이 오슬로, 스웨덴 스톡홀름, 폴란드 크라쿠프, 우크라이나 리비프 등도 유치 의사를 밝혔으나 비용 부담 때문에 포기해 양자 대결이 됐다. 베이징은 이번이 첫 동계올림픽 도전이고, 알마티는 2014년 대회에 이어 두 번째다. 베이징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면 하계와 동계대회를 모두 개최하는 첫 도시가 된다. 당초 2100만명의 거대 도시 베이징의 압승이 점쳐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알마티가 만만찮게 추격하고 있다. 베이징은 2008년 하계올림픽을 치르며 국제대회 노하우를 익혔고 하계올림픽 주경기장인 냐오차오와 수영장 워터큐브를 재사용하겠다고 밝혀 비용 절감을 앞세운다. 단점은 눈이 많지 않아 인공강설에 의존해야 하는 점이다. 반면 알마티는 인구 160만명의 작은 휴양도시로 국제 인지도도 낮지만 해발 600~900m에 위치해 자연 눈이 풍부하고 올림픽 시설들이 30㎞ 반경에 밀집해 있는 점을 내세운다. 카자흐스탄에 단 한 명의 IOC 위원도 없는 점이 걸림돌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 앞두고 웨딩사진 공개 “식장으로 가는 길입니다” 달달 고백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 앞두고 웨딩사진 공개 “식장으로 가는 길입니다” 달달 고백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 열애 5개월 만에 부부된다..결혼식 규모 보니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 배우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이 27일 진행된다. 배용준(43)과 박수진(30)은 27일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애스톤하우스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배용준은 박수진과의 결혼식을 앞두고 2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식장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떨리면서도 설레는 마음입니다”라는 글과 함께 웨딩 사진을 공개했다. 배용준은 “가족 여러분의 염려와 축복은 언제나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함께 하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당신들께 배운 사랑을 기억하며, 이제 한 가정의 가장으로도 잘 해내겠습니다. 행복한 모습 자주 전할게요. 고맙습니다! 여러분도 항상 행복하세요”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박수진의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배용준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한편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은 양가 가족과 가까운 지인만 불러 비공개로 진행된다.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 축가는 가수 박진영, 더원, 신용재가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배용준은 지난 5월 홈페이지를 통해 박수진과의 결혼 소식을 알린 바 있다. 배용준 박수진 커플은 박수진이 배용준의 소속사 키이스트로 이적하며 인연을 맺게 됐다. 배용준 박수진은 지난 2월부터 연인으로 발전, 결혼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용준은 밝은 성격과 깊은 배려심을 가진 박수진에 끌렸고, 박수진 역시 따뜻하고 세심하게 배려해준 배용준에게 신뢰와 사랑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배용준 박수진은 당초 가을 결혼식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가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임신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소속사는 이에 대해 강력히 부인했다. 지난 24일에는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 청첩장이 공개돼 이목을 끌었다. 친척과 가까운 지인들에게 전달한 청첩장에는 “오랫동안 기다린 사랑, 눈에 밟혀서 이야기가 통해서 시작된 사랑, 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꽃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있는 사진이 담겨있다.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 후 신혼여행지는 해외가 아닌 남해에 있는 골프리조트로 알려졌다. 골프마니아인 두 사람에겐 최적의 신혼여행지로 보이지만 소속사는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 일절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 열애 5개월 만에 부부된다..결혼식 규모 보니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 열애 5개월 만에 부부된다..결혼식 규모 보니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 열애 5개월 만에 부부된다..결혼식 규모 보니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 배우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이 27일 진행된다. 배용준(43)과 박수진(30)은 27일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애스톤하우스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은 양가 가족과 가까운 지인만 불러 비공개로 진행된다.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 축가는 가수 박진영, 더원, 신용재가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배용준은 지난 5월 홈페이지를 통해 박수진과의 결혼 소식을 알린 바 있다. 배용준 박수진 커플은 박수진이 배용준의 소속사 키이스트로 이적하며 인연을 맺게 됐다. 배용준 박수진은 지난 2월부터 연인으로 발전, 결혼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용준은 밝은 성격과 깊은 배려심을 가진 박수진에 끌렸고, 박수진 역시 따뜻하고 세심하게 배려해준 배용준에게 신뢰와 사랑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배용준 박수진은 당초 가을 결혼식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가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임신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소속사는 이에 대해 강력히 부인했다. 지난 24일에는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 청첩장이 공개돼 이목을 끌었다. 친척과 가까운 지인들에게 전달한 청첩장에는 “오랫동안 기다린 사랑, 눈에 밟혀서 이야기가 통해서 시작된 사랑, 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꽃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있는 사진이 담겨있다.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 후 신혼여행지는 해외가 아닌 남해에 있는 골프리조트로 알려졌다. 골프마니아인 두 사람에겐 최적의 신혼여행지로 보이지만 소속사는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 일절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 열애 5개월 만에 부부된다..하객명단 보니 김수현 참석할까?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 열애 5개월 만에 부부된다..하객명단 보니 김수현 참석할까?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 열애 5개월 만에 부부된다..하객명단 보니 김수현 참석하나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 배우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이 27일 진행된다. 배용준(43)과 박수진(30)은 27일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애스톤하우스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은 양가 가족과 가까운 지인만 불러 비공개로 진행된다. 평소 배용준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가수 박진영과 더원, 그리고 신용재가 축가를 부른다고 전해졌다. 중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더원은 결혼식 참석을 위해 26일 중국에서 귀국한다. 박진영은 최근 MBC ‘무한도전’ 가요제 특집 출연 중 절친한 친구 배용준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맡았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이날 결혼식엔 배용준, 박수진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소속사 키이스트의 배우들이 다수 참석할 예정이다. 특히 김수현, 박서준 등 평소 배용준과 각별한 친분을 자랑한 동생들이 자리를 빛낼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앞서 웨딩 화보 들러리로도 나서며 박수진과의 친분을 과시한 김성은, 왕지혜, 이연두는 물론 박수진이 소속된 사모임 ‘하미모’(하나님을 사랑하는 미녀들의 모임) 식구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하미모 회원들로는 엄지원, 한지혜, 한혜진, 예지원, 유선, 강혜정, 김효진, 엄정화, 박지윤, 박탐희, 황보, 정혜영 등이 있다. 배용준은 지난 5월 홈페이지를 통해 박수진과의 결혼 소식을 알린 바 있다. 배용준 박수진 커플은 박수진이 배용준의 소속사 키이스트로 이적하며 인연을 맺게 됐다. 배용준 박수진은 지난 2월부터 연인으로 발전, 결혼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용준은 밝은 성격과 깊은 배려심을 가진 박수진에 끌렸고, 박수진 역시 따뜻하고 세심하게 배려해준 배용준에게 신뢰와 사랑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배용준 박수진은 당초 가을 결혼식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가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임신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소속사는 이에 대해 강력히 부인했다. 지난 24일에는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 청첩장이 공개돼 이목을 끌었다. 친척과 가까운 지인들에게 전달한 청첩장에는 “오랫동안 기다린 사랑, 눈에 밟혀서 이야기가 통해서 시작된 사랑, 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꽃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있는 사진이 담겨있다.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 후 신혼여행지는 해외가 아닌 남해에 있는 골프리조트로 알려졌다. 골프마니아인 두 사람에겐 최적의 신혼여행지로 보이지만 소속사는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 일절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임산부 배려석, ‘핑크카펫’ 실제로 지하철에 가보니..’바꾼 이유는?’

    임산부 배려석, ‘핑크카펫’ 실제로 지하철에 가보니..’바꾼 이유는?’

    ’임산부 배려석’ 서울 지하철 내 임산부 배려석이 눈에 띌 수 있도록 디자인이 바뀐다. 서울시는 이달 말부터 서울 지하 2호선과 5호선에 있는 임산부 배려석은 등받이와 바닥까지 ‘분홍색’으로 만든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앉으면 스티커가 머리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9개월에 접어들지만 그동안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본 적도, 양보 받아본 적도 없다”” 등 임산부들이 배려석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편 기존 임산부 배려석을 9백석 가량 더 늘려 2천 8백여 석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임산부 배려석, 임산부 배려석, 임산부 배려석, 임산부 배려석, 임산부 배려석, 임산부 배려석, 임산부 배려석, 임산부 배려석, 임산부 배려석, 임산부 배려석, 임산부 배려석, 임산부 배려석. 사진 = 서울시 (임산부 배려석) 뉴스팀 seoulen@seoul.co.kr
  • 백내장, 수술은 이제 그만!...점안액으로 치료

    눈의 수정체가 혼탁을 일으키면서 시야가 흐려지는 안질환인 백내장을 수술 아닌 특수 성분이 함유된 점안액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백내장은 현재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없으며 수술을 통해 혼탁해진 수정체를 합성 수정체로 대체하는 방법밖에 없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 안연구소 안과유전학연구실장 장캉(Kang Zhang) 박사는 라노스테롤(lanosterol)이라는 유기화합물이 백내장을 유발하는 단백질 응괴를 녹여 수정체 혼탁을 소멸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헬스데이 뉴스가 22일 보도했다. 자연적으로 백내장이 나타난 개 7마리에 라노스테롤 점안액을 6주간 투여한 결과 3마리는 백내장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머지 4마리도 수정체 혼탁이 줄어들어 시력이 개선됐다고 장 박사는 밝혔다. 이는 백내장이 수술 없이 단순히 점안액으로도 치료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연구팀은 인체 내에서는 라노스테롤이 콜레스테롤과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합성하는 데 이용되지만 눈의 수정체에도 이 물질이 많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시험관 실험에서 라노스테롤은 백내장을 일으키는 단백질 응집을 억제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실제로 백내장이 나타난 토끼 13마리의 수정체를 떼어내 라노스테롤에 노출시킨 결과 백내장이 사라졌다. 장 박사는 앞으로 2년 안에 백내장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정체는 투명한 결정형태의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단백질이 서로 응집되면서 혼탁을 일으키는 현상이 백내장이다. 원인은 노화와 태양 자외선 노출이다. 백내장 환자는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0~2010년 사이에 백내장 환자가 2,050만 명에서 2,440만 명으로 20% 늘었다. 2050년에는 2배인 5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 최신호(7월22일자)에 발표됐다. 연합뉴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국산 ‘명품 복합소총’ 왜 애물단지가 됐나

    [밀리터리 인사이드] 국산 ‘명품 복합소총’ 왜 애물단지가 됐나

    현대화된 국산 소총의 시초는 무엇일까요. 1974년 군이 미국 콜트사의 라이센스를 얻어 생산한 M16A1이 시작이었습니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1969년 베트남을 포함한 모든 아시아 국가 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닉슨 독트린’을 발표했고, 자극받은 박정희 대통령은 국산 소총 생산계획을 서두르게 됩니다. 1968년부터 시작된 미국 콜트사와의 라이센스 협상은 한미 양국의 합의로 1971년 3월 정식 계약을 맺으면서 현실화됐죠. 1973년 11월 부산에 국방부 조병창이 들어섰고 이듬해부터 M16A1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무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갈증은 여전했습니다. 그래서 1970년 창설된 국방과학연구소는 K-1A 기관단총과 K-2 소총을 자력으로 개발해 각각 1982년과 1984년부터 군에 보급했습니다. 이 총들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군에 제식 소총으로 보급돼 있습니다. 군은 이후 누구도 개발하지 못한, 심지어 군사 강국인 미국도 개발에 실패한 총기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명품무기라던 K-11, 폭발사고로 신고식 국방과학연구소가 2000년부터 8년 동안 185억원을 들여 ‘미래형 명품무기’로 개발했다던 K-11 복합소총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K-11은 사실상 애물단지로 전락했습니다. 애초 이 무기는 5.56mm 자동소총과 20mm 공중폭발탄 발사기를 갖춰 군은 물론 많은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레이저 거리측정기를 이용해 조준점을 잡으면 마이크로 프로세서가 거리를 탄환의 회전수로 환산해 공중폭발탄을 적의 상공에서 터트릴 수 있다는 기능이 크게 부각됐죠. 1정당 가격은 16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됐습니다. 그러나 2009년부터 지금까지 900정 가량 군에 보급한 총기는 도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2011년 10월 야전 운용성 확인사격 중 20mm 공중폭발탄이 총기 내부에서 폭발해 병사 1명이 얼굴과 손등에 열상과 찰과상을 입은 사건이 시작이었습니다. 2012년 2월까지 약 5개월간 진행한 국방부 감사에서 전자기파 간섭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사업을 주관하는 방위사업청은 문제를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고 장담했습니다.방사청은 다음해 사격통제장치와 격발장치를 개선하고 유탄이 일정 회전을 한 뒤에 폭발하도록 신관(기폭장치)을 개량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3월 경기 연천군 국방과학연구소(ADD) 다락대사격장에서 또 폭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3명이 다치는 사고였는데요. 이번에는 레이저 거리 측정기와 사격통제장치 이상이 원인이라고 했습니다. 레이저 거리 측정기를 2~3번 눌렀는데 사격통제장치가 이것을 방아쇠 격발로 오인해 신관에 신호를 줬고 유탄이 폭발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결국 앞서 조사와 마찬가지로 총기 내부의 문제로, 개선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국방부는 자석만 대도 폭발한다는 지적까지 나오자 아예 군 관계자, 기자, 일반인들을 다락대사격장으로 초청해 실제로 총기에 자석을 갖다대는 시연회까지 벌이며 국민들을 안심시켰습니다. 총기 외부에 폭발을 일으킬 요인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다른 방향으로 나왔습니다. 방사청은 지난 4월 “공중폭발탄에 영향을 미치는 전자기파 간섭현상은 저주파수 고출력 전자파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외부의 전자기파에 공중폭발탄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구형탄은 모두 해당되고 전자기파 충격 센서를 단 신형탄만 문제가 없답니다. 비축한 구형탄 15만발은 1발당 16만원입니다. 하지만 240억원의 예산이 공중에 날아갈 위기에 처한 것보다 더 황당한 것은 여전히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문제는 전자기파 간섭현상…개발 사업 나락으로 방사청은 언론의 문제 지적에 “규정이 없어 탄약에 대한 전자기파 시험을 하지 못했다. 미국도 탄약에 대한 조사 규정은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없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무기이기 때문에 규정이 없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수년 동안 이어진 사고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요. 그제서야 방사청은 저주파수(60Hz) 대역의 180dBpT 수준의 강한 자기장을 방출하는 장비가 존재하는 지, 있다면 무엇인지 전자파연구소를 통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했습니다. 대신 신형탄을 사용하면 된다고 거듭 해명했습니다. 비난여론이 높았습니다만 그래도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무기 개발 과정에 벌어지는 여러 시행착오 중 하나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빈번한 총열 고장 등 다른 문제도 많이 있었고, 올해 사업 예산이 60%나 삭감되는 수모를 당했지만 많은 이들이 완전히 기대를 버리진 않았습니다. 여기서 결정적으로 총기 가격의 77%(1306만원)를 차지하는 핵심 장치인 ‘사격통제장치’의 품질이 엉망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것은 완전 전자식 총기의 존재 의미를 상실하게 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배경엔 누구도 용서할 수 없는 ‘방산 비리’가 있었습니다. 사격통제장치 문제는 2011년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오쉬노 부대에서 처음 발생했습니다. 사격통제장치가 사격 도중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갈라지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 조사에서 납품업체는 충격량을 3분의 1로 줄여 검사를 마친 뒤에 불량 부품으로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시험검사를 납품업체가 직접 진행했고, 지난해까지 검사 조작 문제는 누구도 알지 못했습니다. 군에는 국방기술품질원이라는 품질검사기관이 있었지만 ‘눈 먼 봉사’나 다름없었습니다. 방산업체 E사 사업본부장 이모(52)씨와 차장 장모(44)씨, 과장 박모(37)씨가 구속 기소됐고 비난여론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질 않습니다. ●사격통제장치 방산비리에도 ‘눈 먼 봉사’ 완제품으로 보급된 사격통제장치 250대 가운데 208대가 결함으로 반품됐습니다. 나머지 660여대에서도 각종 균열과 이물질 발생 등 결함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폭발 사고가 벌어진 2011년부터 숱하게 감사를 벌인 국방부나 사업을 주관하는 방사청도 이 문제를 짚어내지 못했습니다. 문제가 있는 무기는 다시 만들면 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모두 모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눈 먼 봉사나 다름없는 군 기관들이 변화하지 않는 한 이런 문제는 또 벌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극소수 수출물량을 제외하면 군납 외에는 총기 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에서 주먹구구식 총기 개발 계획을 진행한 군에 대한 비난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릅니다. 척박한 시장이지만 투자는 부실하고 장기계획은 미흡하니 개발이 제대로 이뤄질 리가 없습니다. 양욱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평상시에 총기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사례가 없다. 누구도 보병 화기에 대한 얘기를 제대로 내놓지 못했고, 기본화기에 대한 투자 자체가 부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현대전은 첨단장비의 각축장이라지만 전투력의 핵심은 보병의 전투력인데 전투기다, 전차다 대형 사업에만 골몰해서 이리저리 끌려다닌다”면서 “사업 자체가 없는데 누가 총을 개발하려고 하겠나”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는 “지금은 화기를 개발하는 업체에서 직접 사업을 끌고 나갈 수 밖에 없는 수준”이라면서 “정말 심각하고 진지하게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총기 개량사업조차 업체 재량에 맡긴 군 첨단 장비에만 골몰해 개발한 지 수십년이 된 기본 장비에 대한 개량조차 이제서야 이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K-1A 기관단총을 대체할 카빈형(총신이 짧은 돌격소총) K-2인 ‘K-2C’는 지난해부터 28사단에 시험 보급돼 올해 본격적인 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개발업체가 이라크군 특수부대에 수출한 총기를 IS(이슬람국가) 병사가 노획해 사용하는 모습이 공개돼 눈길을 끌기도 했는데요. “우리가 만져보지도 못한 총을 IS군이 먼저 쏴봤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K-2C에는 해외 유명 소총에는 기본으로 장착된 피카티니 레일시스템을 달아 조준경과 레이저 표시기 등 각종 광학장비를 추가로 장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미군 M4 소총에 도입한 신축형 개머리판을 장착해 휴대성과 견착 기능을 동시에 높였습니다. K-1A는 슬라이드식 개머리판이어서 견착이 쉽지 않은데 단점을 보완한 겁니다. 마찬가지로 K-2 소총에 접이식 대신 신축형 개머리판을 부착한 K-2A도 K-2C와 마찬가지로 군 보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개량형이긴 하지만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만든 총기들인데요. 군은 이런 총기 개량 사업마저 업체의 재량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있습니다. 짧은 총기 개발 역사 탓만 할 것이 아닙니다.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밀리터리 인사이드는 핫한 아이템을 가지고 매주 화요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더 많은 기사를 보시려면 아래 리스트를 보세요. (12)왜 한국 병사의 월급은 ‘세계 최하위’인가 (13)전투복 교체 돌고 돌아 6년…장병복지를 논하다 (14)6·25 전쟁 때 쓰던 수통 지금도 쓰고 있을까 (15)F-16D에 참패했다는 F-35A를 위한 변명 (16)미군 ‘물고기집 전차’가 서해를 지키는 이유
  •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남한도 日도 막히고… 북한 ‘中뿐이야’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남한도 日도 막히고… 북한 ‘中뿐이야’

    “모든 공장, 기업소가 수입병을 없애고 원료, 자재, 설비의 국산화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을 힘 있게 벌이며 당에서 내세운 전형단위들을 따라 배워 자기 면모를 일신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5월 18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말을 전하며 “100% 국산화하는 것이 당 정책을 철저히 관철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3월 31일자에서 “수입병이 초래하는 엄중한 해독적 후과는 사회주의자립경제의 명맥을 끊어 버릴 뿐 아니라 사람들을 사상정신적으로 병들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사는 김정은 정권이 북한의 취약한 소비재 산업과 심각한 외화 유출을 우려하는 현실을 보여 준다. 북한은 올해 들어 부쩍 자립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음에도 경제의 대중국 의존도가 심화되는 현실도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 90%에 달해 17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대외무역 규모는 76억 1100만 달러로 2013년에 비해 3.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은 31억 6400만 달러, 수입은 44억 4600만 달러였다. 이 가운데 북한의 대중국 무역 규모는 68억 6400만 달러(수출 28억 4100만 달러, 수입 40억 2300만 달러)로 추산된다. 북한의 최대 교역국은 중국으로 북한 전체 대외무역의 90.1%를 점유한 셈이다. 중국과의 교역은 북한 전체 수출의 89.8%, 수입의 90.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13년 북한의 대중국 무역 규모 65억 4700만 달러보다 4.9% 증가한 수치다. 2013년에 비해 지난해 중국으로의 수출은 2.5% 줄어들었고 수입은 10.7%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적인 대중국 무역 의존도는 2013년 89.1%에서 지난해 90.1%로 상승한 셈이다. 지난해 북한의 주요 수출품은 무연탄, 갈탄 등 광물성 연료(석탄)가 11억 78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37.2%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97.3%인 11억 4600만 달러가 중국으로 수출된 액수다. 광물성 연료는 북한 대중국 수출의 40.3%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北 의류 제품 中 수출 급증… 효자 상품으로 북한 수출품 가운데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의류 제품으로 6억 4200만 달러(전체 수출의 20.3%)에 달했다. 이 가운데 96.9%인 6억 2200만 달러가 중국 수출이다. 지난해 북한의 전체 의류 수출액 6억 4200만 달러는 2013년 5억 1800만 달러에 비해 23.7% 증가한 것으로 의류 제품이 ‘효자’ 품목으로 자리잡았음을 의미한다. 북한의 지난해 주요 수입 품목은 원유, 정제유를 포함한 광물유(석유)로 전체 수입액의 16.8%인 7억 47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92.5%인 6억 9100만 달러는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것이다. 이 밖에 전기기기, 음향, 영상설비 수입이 2013년에 비해 54.8%나 늘어난 4억 2500만 달러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98.8%는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에 광물자원을 싼값에 판매하고 중국으로부터 원유, 생필품 등을 구입해야 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 이후 북한의 대외무역은 빠른 속도로 확대됐다. 하지만 2006년과 2009년 핵실험을 계기로 북한과 일본의 교역이 중단됐고, 2010년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우리 정부가 북한에 부과한 5·24 대북 제재 조치 때문에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경협마저 중단되자 북·중 교역이 북한 대외무역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북·중 경협이 활발해질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측 요인이 컸다.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에 따라 광물자원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화력발전소가 주로 석탄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중국 석탄 수요는 2030년까지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탈북자 출신인 김영희 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은 “북한의 입장에서도 광물자원을 그대로 팔기보다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여 팔고 싶지만 기술이 부족하고 전력 사정이 좋지 않아 한계가 있다”며 “북한 정권 입장에서도 당장 외화가 급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北 기술 수준·낙후된 인프라 경제 발전에 한계 북한에서는 석탄이 가장 높은 수출 경쟁력을 가진 품목이기 때문에 많은 중국 기업이 북한 광산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광산 시설은 매우 낙후돼 있고 진입로와 같은 기본 시설이 미흡한 데다 전력과 도로 같은 사회간접자본이 취약하다. 따라서 중국의 대북 광물자원 투자 기업은 상대적으로 이동이 쉬운 북·중 접경지역에 집중돼 있다. 아울러 중국의 북한 노동력 수입도 확대되고 있다. 중국 옌볜 지역은 약 2만명의 북한 노동자를 유치하고 있다. 북한은 특히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2010년 중국과 합의한 출국 시 허가 시한을 10일에서 2012년부터 2~3일로 단축했다. 이에 따라 2010년 16만 8000여명 수준이던 북한 방문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12년 23만 7000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2013년 2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북한 관광을 금지했지만 지난해 4월 이를 다시 허락했다. 북한의 중국 경제 의존도는 교통수단에서도 두드러진다. 2000년대 중반까지 북한은 주로 일본에서 자동차를 수입했다. 하지만 일본의 대북한 제재로 북·일 교역이 중단되자 주요 자동차 수입원이 중국으로 바뀌었다. 유엔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1992년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자동차는 불과 254대에 불과했으나 2013년에는 1만 1187대로 늘었다. 최근 휴대전화의 빠른 보급도 북한 경제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이집트의 통신 회사 오라스콤과 합작한 고려링크가 2008년부터 북한 이동통신 사업을 시작했지만 휴대전화 단말기는 중국산이 대세여서 2010년부터 누적 수입 대수는 300만대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제 휴대전화는 특히 장사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유용한 통신수단으로 쓰인다. 하지만 북한의 취약한 대외무역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북한의 광물성 연료 수출액 11억 4600만 달러는 2013년보다 17.5% 감소한 수치다. 이는 중국이 전반적인 공해 산업에 대해 감시를 강화해 북한산 석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석탄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연탄은 2012년대 가격이 월평균 t당 82.4달러에서 지난해 73.6달러로 떨어지는 등 가격 하락도 한몫했다.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중국 경제가 둔화됨에 따라 당분간 대중 무역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문제는 북한이 대외 경제 관계 없이 살아갈 수 없는 구조이며 현재로선 대외 경제 관계가 중국밖에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이 현재로선 지하자원 개발권까지 통째로 중국에 넘기지는 않고 있지만 중국 의존도가 계속되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2013년 3월 31일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러시아, 인도, 이란 등과 대외무역을 다각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재정 투입 결정이 쉽게 이뤄지는 중국과 달리 러시아의 경제 규모는 북한과 경제협력을 이끌기에 한계가 있어 뚜렷한 가시적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中 의존 계속되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 또한 김정은 정권의 경제 발전 방향이 생산성을 제고하기보다 마식령스키장 개설, 라선지역 관광 등 외화벌이 위주로 가고 있어 구조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10년 5·24 대북 제재 조치 이전 북한 무역에서 차지하는 남북한의 교역량이 30%에 달했다는 점에서 북한으로서는 남북 경협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길이 해법이라는 분석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경공업 등 기술을 축적하려면 결국 남북 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워싱턴포스트 편집회의 가보니] “저널리즘 +기술 통해 끝없이 혁신… 언론사별 개성 살려 집중하라”

    [워싱턴포스트 편집회의 가보니] “저널리즘 +기술 통해 끝없이 혁신… 언론사별 개성 살려 집중하라”

    지난 5월 국제뉴스미디어협회 총회에서 “워싱턴포스트(WP)는 더이상 종이신문사가 아니라 디지털 미디어 기업”이라고 선언했던 스티븐 힐스 WP 사장은 말 그대로 디지털 기업을 이끄는 비즈니스맨이었다. 예일대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을 나온 뒤 30년 간 언론계에서 종사한 힐스 사장은 15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단독인터뷰에서 “저널리즘과 기술을 접목시킨 WP의 변화와 혁신은 계속될 것”이라며 “급변하는 미디어 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언론사마다 자사의 독특한 장점을 살려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새 주인이 된 뒤 가장 큰 변화는. -베조스가 회사를 인수한 뒤 가장 큰 변화는 저널리즘과 기술 두 분야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제 유력 언론사임과 동시에 기술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저널리즘과 기술의 결합은 눈에 띄는 성장과 혁신을 가능케 했다. 또 많은 회사와 제휴를 맺어 독자들이 우리의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를 더 많이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덕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통계는, WP가 이제 어느 다른 온라인 미디어 회사보다 많은 독자를 확보할 만큼 성장했다는 것이다. WP 밖에서도 WP를 ‘가장 혁신적인 미디어 회사’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의 변화는 멈추지 않을 것이고, 혁신할 수 있는 방법들을 지속적으로 찾고 있다. →디지털화는 어디까지 이뤄졌고 앞으로의 계획은. -통합 뉴스룸을 기본으로, 디지털 상품(기사)을 생산하는 기술을 라이선스화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우리의 성공 비결이 뭐냐고 묻는데 우리가 직접 개발하고 구축한 기술이 성공의 핵심이다. 우리의 콘텐츠를 다른 출판업계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패키지 상품도 출시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과, 그들이 사용하는 디지털·모바일 기기들을 점검하면서 미래를 내다보는 새 기술, 예를 들어 가상현실 등도 우리의 실험 대상이 될 것이다. 또 더 많은 독자가 우리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새로운 파트너십을 더욱 확대해나갈 것이다. →디지털화를 강조하지만 기사의 질 향상도 중요한데. -물론이다. 우리가 채용한 기자들의 질은 콘텐츠의 큰 차이를 만들고 있다. 좋은 소식은, 우리는 좋은 출발을 했고 명성이 높아지면서 정말로 능력 있는 인재들을 더 많이 채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많은 훌륭한 저널리스트와 기술 분야 전문가들이 오고 싶어하는 종착점이 됐고, 콘텐츠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다른 신문사들을 위한 제언은. -회사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각자가 독특하게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자문하라고 권하고 싶다. 누구도 하지 못한 것 또는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략적으로 묻고 답을 찾게 되면 무엇에 집중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 (서울신문이 111주년 됐다고 소개하자) 서울신문이 100년 이상 살아남은 것은 그동안 많은 변화를 추구해왔고, 더 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전 세계 미디어 업계에서 경쟁은 더 치열하겠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노력하는 소수가 더 많은 기회를 가질 것이다. 좋은 브랜드를 유지한다면 경쟁에서 성공할 수 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워싱턴포스트 편집회의 가보니] “디지털이 답이다”… 실시간 트래픽 확인·기사 게시 시간 논의

    [워싱턴포스트 편집회의 가보니] “디지털이 답이다”… 실시간 트래픽 확인·기사 게시 시간 논의

    “어제 우리 ‘트래픽’이 좋았습니다. ‘비지터’는 490만명이었고 ‘페이지뷰’는 2200만을 넘었어요. ‘맥스’팀에서 밤새 나온 뉴스를 신속하게 디지털로 올려 트래픽을 늘렸어요.” “아침 7시에 올린 (공화당 대선 후보인) 젭 부시와 마르코 루비오 기사 반응이 괜찮네요. (배우) 조니 뎁 비디오도 트래픽 높아요. 오전 10시와 11시 대선·증시·건강 기사 올리고, 오후 3시와 5시 이민자 문제와 그리스·중국 시장 영향 분석기사를 올릴 예정입니다.” ●아마존 창업자 베조스 인수 후 2년간 다양한 변화 지난 10일 오전 9시 30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한복판인 15가에 위치한 워싱턴포스트(WP) 편집국 회의실. 마틴 배런 편집장을 비롯, 4명의 편집국장·부국장과 부장 10여명이 원탁에 둘러앉아 전날 실적에 대한 평가와 이날 예정된 기사 일정 등에 대해 돌아가면서 발표하기 시작했다. 상당수 참석자의 입에서 ‘트래픽’(웹소통량), ‘유니크 비지터’(순방문자), ‘페이지뷰’(웹열람횟수) 등 디지털 용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책상에는 종이신문을 한 부도 찾아볼 수 없었다. 회의실 벽에 걸린 스크린 2개는 WP 웹페이지 기사를 섹션별로 보여주고 있었다. 참석자들은 노트북과 휴대폰을 계속 들여다보며 트래픽을 점검했고, 뒷줄에 앉은 젊은 직원들은 WP 페이스북·트위터 등을 확인하면서 실시간 올린 기사들에 대한 반응을 점검하느라 바빴다. ●편집장 보다 웹에디터 발언권이 더 커 138년 전통의 WP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51)를 새로운 주인으로 맞이한 지 2년이 됐다. 기자는 한국 언론 최초로 WP의 편집회의인 ‘스토리 콘퍼런스’에 참석, ‘디지털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WP가 지난 2년간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몸소 체험했다. 25분에 걸친 스토리 콘퍼런스는 전날 전체 트래픽과 기사별 페이지뷰 등을 평가하고 이날 어떤 기사를 몇 시에 웹페이지·모바일에 올릴 것인지를 의논하는, 오롯이 디지털 작업을 위한 것이었다. 이날 기자를 스토리 콘퍼런스로 안내한 트레이시 그랜트 부국장에게 “종이신문 회의는 하지 않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종이신문 회의는 별도로 하지 않는다. 오후 4시 2차 스토리 콘퍼런스가 끝날 때 지면 기사를 정한다”고 귀띔했다. 하루 두 차례 열리는 스토리 콘퍼런스는 배런 편집장의 주도로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디지털 담당 국장과 이날 하루 트래픽을 책임지는 부국장의 발언권이 셌다. 이들은 부장들의 전날 기사 평가와 이날 기사 계획을 듣고 “어제 그 기사는 생각보다 트래픽이 적었다”, “오늘 그 기사는 2시 전에 올려라” 등 의견을 쏟아냈다. 그랜트 부국장은 “속보 등 급히 올려야 하는 기사가 생기면 배런 편집장까지 보고하지 않고 부국장 선에서 결정이 이뤄진다”며 “매일 디지털 기사와 트래픽을 책임지는 간부가 바뀌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면 회의 따로 없이 회의 끝날 무렵 기사 선정 1999년 WP에 경력직 웹에디터로 입사, WP 내 최고의 웹전문가인 그랜트 부국장은 “종이신문 부수 40만~50만부와, 디지털 순방문자 5000만~6000만명을 비교하면 우리가 미디어 사업에서 성공하는 길은 명백하다”며 “WP의 전 직원 650여명이 모두 디지털에 답이 있음을 깨닫고, 웹·모바일에 맞는 제목도 직접 올린다”고 말했다. 특종기사는 더이상 종이신문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새벽 6시, 정치부에서 이슬람국가(IS) 관련 특종기사를 웹에 올리자 뉴욕타임스·CNN 등이 뒤따라 전했다. 덕분에 트래픽은 낮 12시가 되자 최고점을 찍었다. 그랜트 부국장은 “다른 건물에 있던 웹팀이 2009년 신문사 건물로 이사 온 뒤 통합 뉴스룸이 됐다. 이제는 오프라인 기자와 온라인 기자의 구분이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 기사만 다루는 기자들은 ‘모닝 맥스’(MAX)팀 소속 7명뿐인데,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발생하는 기사를 처리한다. ●특종 기사도 지면보다는 웹 게시 우선 WP는 지난 2년간 비디오팀 40명을 비롯, 120명의 기자를 새로 뽑았다. 이들이 만드는 기사는 웹과 모바일에 먼저 올라간 뒤 필요할 경우 비디오가 추가되며, 이들 기사 중 일부만 다음날 신문 지면에 나간다. 이렇게 모든 직원이 디지털에 초점을 맞춰 올인한 결과, WP의 디지털 실적은 눈에 띄게 발전했다. 크리스 코라티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은 “6월 기준 순방문자가 5440만명으로 지난해보다 68% 늘어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모바일 이용자는 3810만명으로 1년 전보다 110%나 늘었고 15세부터 30대 초반 독자층이 절반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홈피 방문자 1년새 68% 늘고 독자 절반이 젊은층 10년 차 경제부 소속 치코 할란 기자는 “디지털 기사량이 많고 특히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유익한 기사를 올리는 기자들의 인기가 높다”며 “젊은 디지털 독자를 끌기 위한 양질의 기사 발굴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WP는 오는 12월 새 건물을 지어 이사한다. 베조스가 인수한 뒤 얼마나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WP가 새로운 첨단 건물에서 종이신문사가 아닌 디지털 미디어 기업으로 승승장구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글 사진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워싱턴포스트1877년 12월 6일 창간된 미국의 대표 일간지로, 수도 워싱턴을 기반으로 미국과 전 세계 뉴스를 다룬다. 1933년 금융업자 유진 마이어가 인수했고 1946년 그의 사위 필립 그레이엄이, 1963년 필립의 부인 캐서린 그레이엄이 경영권을 계승해 최고의 유력지로 발전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사임시킨 ‘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한 밥 우드워드·칼 번스타인 기자가 1973년 퓰리처상을 수상하면서 명예를 높였다. 지난해에도 국가안보국(NSA) 도·감청 실태를 폭로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경영난을 겪자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2013년 8월 2억 5000만 달러(약 2870억원)에 인수, 디지털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다.
  • [독박(讀博) 육아일기](17) 엄마인 나의 육아를 존중받고 싶다

    [독박(讀博) 육아일기](17) 엄마인 나의 육아를 존중받고 싶다

    아기를 키우다 보면 내 안의 생각이 모순의 연속일 때가 많다. 아기가 정말 예쁘지만 나를 너무 힘들게 한다고 느끼기도 하고, 빨리 커서 나와 말이 통했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지금의 귀여운 모습 그대로 천천히 자라길 바라기도 한다.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아서 서럽다고 하면서도 누구의 간섭도 받고 싶지 않다. 처절한 독박육아를 하다 보니 친정 엄마를 비롯해 나의 육아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 가족들을 향해 원망을 달고 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을 때도 있다. 아기를 낳은 날 밤부터 몇 번이나 아기를 잃어버리는 꿈을 꿨다. 규모가 아주 큰 기차역에서, 백화점에서, 인산인해 속에서 품에 안고 있던 아기를 순식간에 잃어버렸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두려움과 공허함이 너무 생생했다. 잠에서 깨서도 현실로 돌아왔다는 것을 알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새벽에 꿈에서 깨자마자 신생아실로 달려가 아기를 확인하기도 했다. 갓 출산한 산모가 왜 그런 꿈을 꿨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꿈을 꾸면서, 뱃속에서 내보내긴 했지만 여전히 얼떨떨하며 실감이 안 났던 나는 이 아기가 ‘내 것’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갖게 된 것 같다. 사실 아름다운 모성애가 아기를 낳는다고 곧바로 넘쳐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엄마로서 아기에 대한 애착과 책임감이 본격적으로 생겨나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모순된 꿈을 반복해서 꾸면서 내 것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스며들었다. ●아기를 빼앗기는 듯한 느낌에 경계심 가득 그래서였을까, 출산 직후부터 한동안 아기를 빼앗기는 듯한 느낌이 들 때 온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어느 누가 내 아기를 빼앗아 가겠는가. 그렇지만 그 때의 기분은 딱 그렇게밖에 설명이 안 된다. 엄마로서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았을 때, 내 탓이라고 대놓고 지적을 받을 때, 내 아이의 일인데 나에겐 결정권이 없을 때, 육아방식에 대한 근거 없는 질타, 원치 않는 육아방식의 강요 등. 엄마인 나의 의견이 존중받지 못할 때 나는 아기를 빼앗기는 것 같았다. 스스로도 옹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 남편에게도 차마 이야기하지 못한 일도 많다. 그런데 아직까지 가슴에 담아둘 정도로 그 기억들이 잘 지워지지 않는다. 출산 후 호르몬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게 극도로 예민했다. 산후도우미가 낮잠을 자라면서 젖을 다 먹은 아기를 내 품에서 휙 안아서 데려갈 때마다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나를 도와주기 위한 일인데도 억지로 한두시간 잠이 들었다가 곧바로 아기를 다시 받아 안았다. 수유를 마치면 쉬라고 곧바로 아기를 데려갔는데 나는 그저 젖만 주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아기가 울 때 “엄마 젖이 시원치 않아서 울어?”라고 농담을 툭 내뱉으면 짜증이 솟구쳤다. 아기를 보러 집에 온 손님이 아기를 제대로 안지 못해 쩔쩔매면서도 절대로 나에게는 다시 주지 않았을 때, 그렇게 한참을 안고 있다 나갈 때쯤 내가 아닌 남편에게 아기를 넘기는 것을 보고 황당했다. 이런 감정은 아기가 6개월 되었을 때, 꿈에서만 그리워하던 해외에 살고 있는 친정엄마를 드디어 만났을 때도 이어졌다. 이제 좀 편하게 다니라고 엄마가 항상 아기를 안아주셨는데 어딜 가든 바로 “할머니한테 와”하면서 아기를 데리고 가면 괜히 심술이 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 아기를 데려왔다. 끝까지 내어주지 않으면 버럭 신경질을 내기도 했다. 18개월의 육아 기간 동안 남편과 크게 다툰 적이 세 번 정도 있다. 모두 아기에 대한 일에서 나에게 최종 결정권을 주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이름을 정하고 아기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고 보험을 가입하는 등의 절차를 남편이 처리했는데 그 과정에서 내가 아닌 부모님과 상의하는 일이 잦았다. 나에게 자세한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최종 확인을 구하지 않은 것이다. 부모님과 이미 결정을 끝내고 실행에 옮긴 뒤 나에게 결과를 통보한 일도 있었다. 섭섭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내 아기의 일인데 나만 모르게 뭔가가 진행이 됐다는 자체가 싫었다. 지금도 그 때 생각이 나서 가끔 울컥하면 남편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한다. 요즘도 육아 카페에는 “부모님이 정하신 이름이 마음에 안 드는데 어떻게 하죠?”라고 묻는 고민 글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아기의 이름을 짓는다는 것이 부부가 부모가 되고 처음으로, 아기의 평생을 이어갈 매우 중요한 선택을 하는 첫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름에는 집집마다 가풍을 따라야 하기도 하고 부모님을 비롯해 어른들의 의견을 중시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엄연히 내 아이의 이름인데, 정작 엄마의 결정권은 쏙 빠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특히 족보의 항렬을 따라 돌림자를 반드시 써야 하는 어떤 집에서는 1920년대에나 있었을 법한 촌스러운 이름이 나와 “엄마인 나도 부르기가 싫다”는 투정도 있었다.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호적에는 올리지만 집에서 시부모님이 없을 때에는 다른 이름으로 아이를 부르는 집들도 있다. ●엄마도 부르기 싫은 아기 이름·엄마는 모르는 아기의 일 출산의 고통이 채 가시지도 않은 산모들이 스마트폰을 부여잡고 비슷한 고민을 올릴 때마다 수 십개의 댓글이 “엄마 생각이 제일 중요하죠”, “강하게 반대하세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그게 쉽지 않다는 걸 누구나 안다. 우리 부부는 우여곡절ㅡ산후조리원에서 전화로 ‘대판’ 지르고 난 뒤ㅡ 끝에 둘이 원하는 대로 작명을 마쳤지만, 지금도 나는 육아 카페에 올라오는 이름 관련 고민에는 격한 공감을 보내며 앞장서서 댓글을 단다. 산모는 외출을 자제해야 하기 때문에 아기의 출생신고를 할 때도 남편이 혼자 구청에 갔다. 양육수당을 본인 명의의 계좌로만 신청을 해야 한다고 해서 남편 이름으로 아기의 양육수당을 신청하고 돌아왔다. 심지어 그것조차 핏대가 났다. “애는 내가 고생해서 낳았는데 돈은 왜 자기 이름으로 받아?”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그랬다. 그 돈이 남편의 비자금이 되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아기에 있어서 내가 제일 중요한 결정을 하고 나의 생각과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고 싶었다. 어떤 때에는 옷을 뭘 입힐까, 밥을 지금 먹일까, 기저귀를 지금 갈지까지 일일이 다 물어보는 남편에게 “좀 알아서 해. 왜 나한테 모든 걸 물어?”라고 짜증을 내기도 했지만 정말 중요한 일에서는, 아기에게 내가 제일 중요한 사람이고 싶었다. ●”엄마가 잘 해서 그래”…빈 말이어도 좋다 세 차례의 다툼 끝에 남편은 마치 나에게 질리기라도 한 듯이 전권을 넘겼다. 게다가 완벽한 독박육아였기에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내 방식 대로 아기를 키울 수 있었다. 이것이 독박육아의 최대 장점이라고 애써 웃어 보인다. 나의 성질머리를 아는 남편은 아기가 넘어져 멍이 들어도 절대로 “엄마가 애 안 보고 뭐하고 있던 거야”라는 말은 입 밖에 꺼내지 않는다. “애들은 누구나 다치고 아파”라며 걱정말라고 나를 다독인다. 아기에게 좋은 일이 있으면 “다 엄마가 잘 해서 그래”라고 말해준다. 그게 자기가 편해지는 길이라는 걸 일찌감치 터득한 듯 하다. 나 역시 빈말인 걸 알면서도 그 한 마디에 모든 게 녹아 내린다. 반면 내가 그토록 부러워했지만, 육아 지원을 받는 엄마들도 고충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친정이든 시댁이든 부모 세대와의 육아 갈등은 엄마들 수다의 필수 단골 메뉴다. 아이를 봐주는 눈이 많을수록 엄마에게 잔소리를 하는 입도 많아지는 것 같다. ●젊은 엄마 vs 할머니…세대간 육아갈등 어른들은 자신이 체험했던 육아 방식을 초보 엄마에게 전수해 주고 싶어하는 마음이겠지만, 젊은 엄마들에게는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전달되는 방식이 썩 달갑지가 않다. 젊은 엄마들이 접하는 정보들이 30, 40년 전의 그것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점을 이해시키기가 너무 어렵다. 모유가 안 나와 쩔쩔매는데 “물젖이라 애한테 별로 영양가가 없다”고 하거나, 자연분만이나 모유수유를 하지 못한 엄마를 두고 “애가 수술해서 약하다, 엄마 젖을 못 먹어서 아프다”고 하면 그게 아무리 옳을지라도 깊은 상처로 와닿는다. 아이가 아프면 누구보다 속상하고 힘든 것이 아이 엄마인데 “엄마가 제대로 못 돌봐서”라는 말을 들으면, 안 그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엄마의 마음을 후벼 파는 것 같다. 복직을 앞두고 가뜩이나 심란한데 아기에게 “엄마가 없어서 어떡하니. 불쌍해서”라고 말하면 엄마의 가슴은 더 찢어진다. 모든 게 서툰 초보 엄마의 마음은 그렇잖아도 늘 초조하고 불안하다. 아기의 먹는 것과 자는 것, 눈을 감고 뜨는 것까지 모두 내 책임인 것 같고 모든 게 내 탓 같다.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의 조언이 오히려 비수로 꽂힐 때가 많다. 어른들은 “가르쳐 주는 건데 왜 그렇게 과민반응하냐. 왜 말을 듣지 않냐”고 채근하는데 그럴수록 반발심이 든다. 내가 엄마인데 아기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할 리도 없고, 또 누구보다 내 자식을 가장 잘 알고 걱정하는 게 바로 나다. 그런 마음은 몰라주고 낯선 방식을 강요하면 잔소리로만 들린다.  ●”엄마인 내가 제일 잘 아는데…” 아기의 키가 잘 자라고 다리가 길어지라고 어른들은 신생아의 다리를 쭉쭉 펴주고 꾹 눌러준다. 나도 어릴 때 그렇게 자랐을 거다. 하지만 요즘 엄마들 사이에선 일명 ‘쭉쭉이’를 너무 어린 아기에게 하면 안 된다는 게 정설이다. 콧대 높아지라고 코를 눌러주는 것이 오히려 비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설도 있었다. 못생긴 다리가 늘 콤플렉스이고 심한 비염으로 고생한 나는 누군가 내 아기의 다리와 코를 누르는 걸 보면 기겁을 했다.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지만 “너도 다 이렇게 컸다”는 말로 무시되곤 한다. 옛날에 다 그렇게 했다는 걸 알지만 내 아기에게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데 그런 엄마의 방식은 ‘예민함’으로 치부되어 버린다. ‘쭉쭉이’를 해서 화가 나는 게 아니라 내 생각을 들어주지 않아 화가 난다. 이제 갓 이유식을 시작한 아기에게 자꾸 이것저것 먹여 보려는 상황에서 그러지 말아달라고 말하면, 마치 엄마의 반응이 더 재미있다는 양 그 자리에서 아기 입에 과일 하나를 더 집어넣는다. ’나를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그러는 걸까’라는 생각도 든다. 길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은 어쩜 아이만 보면 그렇게 한 마디씩 꼭 하시는지. 지난 겨울 아기를 안고 길을 걷는데 바람이 쌩쌩 부는데도 아기가 답답하다며 덮어주던 담요를 계속 걷어 치우고 양 팔을 바깥으로 쭉 뻗었다. 몇 번이나 어르고 달래도 빽빽 울어재끼고 난리를 쳐서 거의 포기하고 빨리 집에 가려던 참이었다. 아기와 씨름하며 버스정류장까지 10분 동안 걷는데 다섯 명의 아주머니가 “애기 춥다!”를 외쳤다. 마치 정해진 코스마다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아주 빠른 눈썰미였다. 다섯 번째 “애기 춥다”를 들은 뒤 나는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춰 버렸다. 나도 아는데, 덮어주려고 애쓰고 있는데, 아기 추울까봐 너무 걱정되는데. 아무 개념 없이 찬바람 부는데 애를 덮어주지도 않는 모자란 엄마 취급을 받은 것 같았다. 당장 내 마음대로 안 되는데 어떻게 해야될지…. 주저 앉아 울고 싶었다. 앞서 여름에는 횡단보도에 서 있는데 양말 신은 우리 아기를 보고 “애기 더운데 양말 벗겨요”라는 말을 들었고, 신경이 쓰여 양말을 벗기며 길을 건넜더니 맞은 편에서 오시던 아주머니가 “애기 발 시려워”라고 핀잔을 주었다. ●주양육권자가 할머니일 경우 더욱 ‘속앓이’ 가끔씩 겪는 상황이야 다른 엄마들과 수다를 떨며 풀면 그만이다. 그러나 부모님에게 하루종일 아기를 맡기는 직장맘들의 속앓이는 더 심하다. 주양육권자가 아예 엄마에서 (외)할머니로 옮겨지다 보니 아이에게 1순위도 할머니, 육아방식도 할머니 방식 대로 갈 수밖에 없다. 부모는 출퇴근 전후 약 6시간 안팎만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심지어 평일에 아예 할머니댁에 보내고 주말에만 상봉하는 ‘주말부모’들도 드물지 않다. 지난 2013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2 보육실태조사’에서는 영아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 54.5%가, 유아의 경우 63.5%가 아이의 조부모로부터 양육 지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를 조부모에게 맡기는 경우 매번 가서 아이를 데려오거나 보는 경우가 89.2%로 가장 많지만 가끔 데려오거나 보는 경우도 10.8%였다. ‘가끔’일 경우, 평균 11.1일 만에 아이와 부모가 만난다고 한다. 이럴 때 엄마들은 아무런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 그나마 친정 엄마에게는 투덜거리며 이야기할 수나 있지, 시댁에 아기를 맡기는 엄마들의 냉가슴 앓는 사연들은 글로만 봐도 괴로움이 전달된다. 할머니에게 100% 엄마처럼 완벽하고 원칙에 맞는 육아를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아이를 양육하는 데 엄마가 갖는 기준은 있는 법인데 아기를 맡기는 입장에선 아쉬운 소리를 할 수 없다. ●아무리 초보여도 존중받고 싶다…엄마니까 육아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예 맡기지 말고 그냥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결론이 전부다. 할머니 집에 있을 때는 과자와 초콜릿을 입에 달고 살고 반나절 내내 TV를 보고 있는다 해도 그걸 불만이라고 이야기하면 아이를 맡기는 엄마가 더 이상해지는 상황이다. 아이에 대한 걱정과 불만이 나날이 쌓여가지만 남편은 “부모님이 너를 도와주려고 고생하시는데 뭐가 불만이냐”고 말한다. 그렇다고 당장 일을 그만둘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아이를 데려와 키우려면 어린이집에 베이비시터를 구해야 하는데 남에게 맡겨 불안하느니 그냥 불만을 속으로 삼킨다. 게다가 어린이집은 빈 자리도 없고, 조건이 맞는 시터를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다. 아무리 초보여도 한 아이의 엄마다. 존중받고 싶다. 일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누군가에게 아기를 맡길수록 엄마의 주도권은 당연히 줄어들고, 또 100% 내 것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도 욕심이라는 건 안다. 그렇지만 최소한의 부모권은 갖고 싶다. 가끔은 여전히 나를 아이로 보는 어른들의 시선, 그러나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고서는 마음 편히 아이를 키울 수 없는 현실. 이 모든 것들에 엄마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마음만 아프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2)엄마들은 왜 ‘토토가’를 보고 울었나 (3)엄마가 될수록…엄마만 필요했다 (4)세월호 참사가 초보 엄마에게 가르쳐준 것들 (5)내 아기가 타고났기 바라는 한 가지 (6)CCTV 단다고 걱정 사라질까 (7)“아기 왜 없어?”묻지 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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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수능 성적표보다 떨렸던 아이 검진표 (15)불어난 몸무게 만큼 고통과 행복이 함께 늘었다 (16)환상 속에’만’ 둘째가 있다
  • 폭격 난민촌서 구출된 새끼 사자들의 감동 포옹

    폭격 난민촌서 구출된 새끼 사자들의 감동 포옹

    가자지구 난민캠프의 비좁은 아파트에서 생활해 오던 새끼 사자 2마리가 마침내 보호소로 옮겨진 가운데, 서로를 포옹하고 있는 사진이 공개돼 뭉클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해 여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라파 동물원을 공습할 당시 새끼 사자인 ‘모나’와 ‘맥스’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지낼 곳이 마땅치 않았다. 가자지구에서 생활하던 팔레스타인인 사드 알든 알 자말(Saad Aldeen Al-Jamal)은 동물원 주인에게 1000만 원 이상의 돈을 쥐어주고 새끼 사자들을 자신의 거처로 데려왔다. 지난 9개월간 알-자말과 모나, 맥스는 한 가족으로 지내왔지만 문제는 새끼 사자들이 커가면서 이웃 주민들의 불만도 커져갔다는 사실이다. 새끼 사자들의 끼니와 건강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도 문제 중 하나였다. 그러던 중 영국 동물보호단체인 ‘포포스(Four Paws)’가 알-자말과 새끼 사자들의 소식을 접하고 3개월 전 그를 찾아갔다. 몸 곳곳에 폭격의 상처가 여전한 사자들을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게 해주겠다며 알-자말을 설득했고, 그는 결국 가족과도 같은 새끼 사자들을 요르단으로 떠나보내기로 결정했다. 포포스 전문가들을 따라 요르단에 도착한 새끼 사자 두 마리는 현지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한 듯 평화롭게 눈을 감고 서로를 포옹하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 공개돼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넓은 우리 안에서 나란히 한 물통에 머리를 숙이고 물을 마시는 모습도 함께 공개된 가운데, 포포스 전문가들은 이들의 피부가 심하게 벗겨져 있거나 부어올라 있는 등 부상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고 곧장 치료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끼 사자를 9개월 간 돌본 알-자말은 “나뿐만 아니라 함께 사자를 돌봐 온 내 아이들 5명이 매우 슬퍼했다”면서 “이 새끼 사자들은 다른 이들에게 절대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든 사자들을 떠나보내는 일이 매우 힘들었다”고 심경을 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미군 ‘물고기집 전차’가 서해를 지키는 이유

    [밀리터리 인사이드] 미군 ‘물고기집 전차’가 서해를 지키는 이유

    1995년 8월 우리 군은 주한미군이 운용하던 M48A5 전차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실전에 투입한 지 20년이 넘은 낡은 전차 275대와 탄약 4만t을 받는 대신 미군의 탄약 관리비용 6700만 달러를 면제해주기로 했죠. 당시 우리 군은 역시 미국에서 도입한 M48A3 전차를 주력 전차로 운용하고 있었습니다. 이 전차는 ‘M48A3K’라는 이름으로 한국 전차로 탈바꿈했지만 주포 구경이 90mm에 불과해 북한의 전차를 상대하기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국회에서 노후 장비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국방부는 “105mm 주포를 단 전차가 꼭 필요하고, 큰 돈을 주고 사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결국 ‘M48A5K’가 우리 군 주 전력으로 배치됐죠. 하지만 전차 도입을 결정한 지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미군은 이 전차를 ‘물고기집’으로 바다에 수장한다고 했습니다. 이미 380대가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 앞바다에 수장됐고, 2년 전부터 폐기장비로 목록에 올랐다는 사실이 뒤늦게 국내에 알려졌습니다. 미군은 M48 계열 전차와 M60 계열 전차 6000대를 폐기하기로 결정한 상태였죠. 왜 이런 이야기를 꺼냈는지 궁금하다구요? 당시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이 별로 변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20년 전 헐값으로 산 낡은 전차가 최일선에 이미 20년 전에 미군이 물고기집으로 수장하거나 폐기한 전차. 군이 저렴하게 도입했다고 자랑한 그 낡은 전차가 아직 우리 국토를 수호하기 위해 배치돼 있습니다. 심지어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서북 도서 지역의 긴장감이 크게 높아졌지만, 이 전차들은 여전히 퇴역하지 못하고 섬을 지키고 있습니다. 군 최강 전력으로 꼽히는 해병대도 이 전차를 운용하고 있죠. 곤란한 상황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고장이 나도 대체 부품이 없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다른 노후 전차를 뜯어 부품을 채워넣거나 수시로 고장나지 않도록 정비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죠. 전차 정비병들의 노고가 얼마나 큰지 실감이 될 정도입니다. 연평도 포격사건 직후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언론의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금방 묻혔고, 군은 늘 ‘예산 부족’을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이 정도라면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 문제로 밖엔 보이지 않는데요. 그나마 올해부터 K1 전차나 주포 구경이 120mm인 K1A1 전차로 일부나마 교체작업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이 문제는 우리 기술로 개발한 차세대 전차 ‘K2 흑표전차’의 완전 국산화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요. 전차의 심장인 ‘파워팩’을 국산화한 전차는 2017년에 본격적으로 보급될 것으로 보여 노후 전차의 전면 교체는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K2 전차 파워팩을 최근 우리 기술로 개발했지만, 국산 파워팩을 장착한 전차의 첫 생산은 빨라야 올 하반기에나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최신 전차를 전방 기갑부대에 우선 배치한 뒤 전력 효율성을 고려해 밀어내기 방식으로 교체가 이뤄지기 때문에 이런 구형 전차도 계속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런데 군 장비 노후화 문제, 전차만 해당될까요. 군 생활을 한 예비역이라면 이구동성으로 ‘아니오’를 외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른 노후 장비 문제도 짚어봤습니다. ●위장막 도입 예산 70%를 수리비로 사용 육군본부의 ‘육군전력운용 실태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현역병과 예비역들에게 흔히 ‘두돈반’으로 불리는 가장 일반적인 수송차량 2½t 트럭 가운데 사용 수명을 초과한 차량 비율은 2013년 기준으로 23%에 육박했습니다. 올해 기준으로 90년대에 도입해 수명 20년을 넘긴 차량만 4000대가 넘습니다. 일반적인 사용 수명은 20년이지만 노후 차량 상당수를 폐차하지 못하고 정비해서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1¼t 차량과 5t 트럭도 90년대에 도입한 것이 많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군은 2005년부터 국내 완성차 업체로부터 민간차량을 군용차량으로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민간차량은 군용차량과 비교해 가격이 60~80%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어 예산 압박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대신 내구성이 낮고 수명이 짧은 단점도 있죠. 군은 민간차량 도입률을 현재 45%에서 2020년까지 60%로 올릴 계획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내수를 살리는데 도움이 되고 예산 절감 효과도 커 환영할 만한 정책입니다. 하지만 노후차량을 점진적으로 교체하는 대신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물량을 유지하는데만 치중하다보니 시간이 지날 수록 교체해야 할 물량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입니다. 야외 훈련 필수품인 ‘천막’은 어떨까요. 2012년 기준으로 분대용 천막 9000여개 가운데 노후 장비가 58%에 달했습니다. 군데군데 해지고 구멍이 나 임시로 손질한 천막 많이 보셨을 겁니다. 군은 지난해 가로 4.5m, 세로 5m로 각각 0.7m, 1.3m 넓힌 신형 분대용 천막을 보급했습니다. 무게가 가벼운데다 팩이나 연결끈이 필요하지 않아 2명이 30분이면 설치할 수 있고, 따로 비닐을 칠 필요가 없도록 방수기능을 강화했습니다. 그렇지만 해마다 50억원씩 편성하는 예산으로는 이런 신형 천막으로 모두 교체하는데 무려 11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현재로서는 모든 장병이 신형 천막을 사용할 시기가 언제일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적의 눈을 피해 장비를 숨기기 위한 장비인 ‘위장막’은 더욱 문제가 심각합니다. 상당수 부대에서 비를 피하는데 사용하는 ‘우의’의 위장무늬로 위장막을 대신하고 있는 실정인데요. 2013년 기준으로 보급한 지 10년이 넘은 낡은 위장막이 전체의 77%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위장막 도입 예산 35억원 가운데 70%를 ‘위장막 수리비’로 배정했을 정도로 장비보급이 열악한 실정입니다. ●예비역들의 실소만 자아낸 예비군 총격사건 대책 군은 예비군 총격 사건이 벌이진 지난 5월 예비군 조교에게 신형 방탄복을 착용하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한 바 있는데요. 사실 많은 장병과 예비역들은 보도를 접한 뒤 실소를 참지 못했습니다. 전방 사단 장병들조차 여전히 개발한 지 15년이 넘은 구형 방탄복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죠. 아니, 구형 방탄복조차 구경하지 못한 장병이 대다수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습니다. 2010년 이전까지는 특전사나 특공대, 수색대, 헌병, 검문소 등 특수임무 부대에만 구형 방탄복 2만벌을 보급했습니다.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GOP 대대, 해안 경비부대, 5분 대기조, 기동타격대를 추가해 총 10만벌을 확보할 계획이었지만 2013년 기준으로 3만벌 밖에 보급하지 못했습니다. 군은 2018년까지 부족한 10만벌을 모두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일부 업체의 방탄복이 북한의 AK-47 소총에 뚫린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계획이 차질없이 추진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실전 경험이 많은 미군은 미국 국립사법연구소(NIJ) 레벨 4급으로 7.62mm 철갑탄 방호능력을 갖춘 방탄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개발해 전면 도입하려는 국산 신형 방탄복은 9mm 권총탄과 AK-47의 7.62mm 소총탄을 방호할 수 있는 NIJ 레벨 3A급입니다. 군은 올해 초 격오지 장병들에게 원격진료를 제공한다고 거창한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당장 급한 것은 전방 사단급 이하 의무대의 노후화된 장비 개선으로 보입니다. 골절 등의 부상 환자가 대부분인 전방 의무대는 낡은 엑스레이(X-ray) 장비 밖에 없어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군 시설은 의료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면허가 없는 의무병이 병리검사와 방사선 촬영을 담당합니다. 이달 들어 군은 장교가 아니더라도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의료면허가 있는 의무병이 합법적으로 의료업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군 보건의료인’으로 포함시키는 규정을 마련했지만 단기간에 전문 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현재 의무병 7900여명중 의료법과 약사법에서 규정한 국가 면허를 가진 사람은 60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기 때문입니다. 또 노후화된 장비 개선은 여전히 장기과제로 남아있습니다. 공군 장비의 노후화 문제는 심각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우리 공군이 보유한 전투기 430여대 가운데 40%가 노후 기종인 F-4 팬텀과 F-5 제공호로, 구형전차와 마찬가지로 폐기하는 전투기를 분해해 재사용하는 ‘돌려막기’가 일상일 정도입니다. 국산 차세대 전투기 개발사업(KF-X)과 F-35A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차기 전투기 사업(F-X)이 계속 미뤄지면서 퇴역 시기가 늦춰졌죠. F-4E는 2019년까지 30대 전량을, F-5 E/F는 2019년까지 90대, 2025년 50대를 퇴역시킬 계획입니다. 다행히 두 사업이 모두 궤도에 오르긴 했지만 만약 2018년 하반기부터 2021년까지로 예정된 F-35A 도입 시기가 조금이라도 늦춰진다면 심각한 전력공백이 생길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입니다. ●언제까지 예산 타령만…결국 의지의 문제 군 장비 노후화 문제와 관련해 군은 줄곧 예산 확보의 어려움을 주장했습니다만, 무슨 일이든 적당한 시기가 있는 법입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성능 좋은 장비를 운용하는 것은 마땅히 칭찬받을 일입니다. 하지만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며 단 한 대의 장비도 외면하지 않고 알뜰하게 사용한 장병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하려면 장비 교체 주기가 명확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장비의 국산화와 교체 사업이 지연된 사례가 많았고, 그 공백을 군은 장병들의 땀으로 메웠습니다. 일부 군 관계자가 방산비리에 엮이기도 했고 납품 일자 지연, 시험성적서 조작, 정비대금 편취 등의 문제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이젠 부족한 예산 문제를 거론하며 국민들에게 읍소하는 것도 염치가 없어보입니다. 단 한가지라도 분명하고 명확하게 결과로 보여줄 때입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밀리터리 인사이드는 핫한 아이템을 가지고 매주 화요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더 많은 기사를 보시려면 아래 리스트를 보세요. (11)‘태국의 원빈’도 못 피한 軍입대 제비뽑기 (12)왜 한국 병사의 월급은 ‘세계 최하위’인가 (13)전투복 교체 돌고 돌아 6년…장병복지를 논하다 (14)6·25 전쟁 때 쓰던 수통 지금도 쓰고 있을까 (15)F-16D에 참패했다는 F-35A를 위한 변명
  • [女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여자가 산다[buy] 기업이 산다[live]

    [女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여자가 산다[buy] 기업이 산다[live]

    #사례1.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A은행 영업점은 부촌(富村) 사모님들의 ‘사랑방’이다. 짬이 날 때마다 ‘취미생활’처럼 VIP 고객 부스를 찾아 자산관리 매니저의 상담을 받는 중년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새로운 금융상품 소개를 담은 신문 기사를 오려 와 문의하거나 대여 금고에 귀중품을 넣으러 왔다가 예·적금 상품에 가입하고 가는 경우도 흔하다. 가끔씩 남편을 동반한 여성 고객도 눈에 띄지만 이 역시 남편 명의로 된 부동산을 사고팔기 위해 대출을 받으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융상품은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 여성 고객들은 금융 업무를 꺼린다’는 금융권 속설은 이제 옛말이다. A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12일 “자산관리 주도권을 여성이 쥐는 가정이 늘다 보니 영업점 방문 횟수도 여성 고객이 남성 고객보다 많고, 금융상품 이해도도 높다”며 “여성 고객들의 마음을 잡아야 영업 실적을 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 #사례 2. 14년째 자동차 영업사원을 하고 있는 박동빈(39·가명)씨. 그는 매달 10여대의 차량을 꾸준히 판매하는 베테랑 영업사원이다. 박씨가 후배 영업사원들에게 강조하는 노하우 중 하나는 바로 ‘여심 공략’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자동차 판매대리점을 찾는 고객 중 남성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최근엔 10명 중 7~8명은 부부가 함께 나와 계약한다. 박씨는 “과거엔 엔진 성능이나 순간가속도 등 자동차 성능 위주로 제품을 소개했다면 최근엔 트렁크 수납 공간이나 열선 시트, 디자인 차별화 등 여성 고객들이 만족할 만한 부분을 우선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며 “맞벌이를 하며 차량을 함께 이용하는 부부가 늘어서이기도 하지만 차량 구매 최종 결정은 결국 여성이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 전반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교육·의류·식품 등 전통적인 여성 소비 영역에서 벗어나 주택·자동차·금융상품 등 남성의 소비 영역까지 여성들이 장악하고 있다. 일찍이 미국계 컨설팅 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모든 영역의 소비 결정에서 여성들의 영향력이 커졌다며 “분홍색으로만 치장하면 여성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일갈했다. 연간 20조 달러가 넘는 여성 소비 지출이 전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도 소비 주도권은 여성에게 넘어간 지 오래다. 신한카드가 올해 1월 빅데이터를 활용해 전체 회원(약 2200만명)의 업종별 카드결제 현황을 집계한 결과 소비시장에서 여성의 입지 확대가 두드러진다. 남성과 여성의 전체 카드 결제 금액은 각각 4조 7942억원과 3조 8949억원으로 여전히 소비시장에서 남성 비중(55.2%)이 여성(44.8%)보다 높다. 하지만 2012년 1월에 견줘 보면 대부분 업종에서 여성 고객의 소비 지출이 늘었다. 이 기간 동안 여성 고객은 여행·교통(33.9%), 전자상거래(27.5%), 외식(24.6%), 문화(15.4%) 등의 업종에서 남성의 소비 증가율을 앞질렀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가 복잡 다변화되면서 자녀 양육과 관련된 교육이나 재테크 수단이 된 주택 장만 등 소비에도 고도의 전략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며 “가정 내 최고경영자(CEO)인 주부들에게 소비가 살림살이의 확장된 영역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용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남편과 자신의 소득을 모두 관리하는 여성들의 구매력도 과거보다 두 배로 확대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산업계도 여성 고객을 위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여성 고객에겐 배타적이었던 금융권 역시 여성 전용 상품들을 선보이며 주거래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이 2011년 1월 출시한 여성 특화 상품 ‘씨크릿 적금’은 올 6월 말 기준 17만 7000좌(수신 잔액 1조 1690억원)가 판매되며 히트상품에 이름을 올렸다. 여성 고객이 가입 당시 약정한 자기투자(뷰티숍·의류쇼핑·피트니스센터 등 영수증 지참)나 자기관리(체중관리·금연 등)를 이행하면 최고 연 0.3% 포인트 우대금리를 주는 방식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집안에서 자산관리를 주도하는 여성 고객들을 특화 상품으로 먼저 유치해 은행 호감도를 높이면 주거래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상품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차종 색상마다 특별한 이름을 붙인다. 예를 들어 현대차 최고 베스트 셀러인 ‘쏘나타’의 경우 아이스 화이트·다크호스·나이트 스카이·레밍턴 레드·팬텀 블랙 등의 이름이 있다. 색상에 민감한 여성 고객을 겨냥한 ‘이름 마케팅’이다. 여성 고객 비중이 높은 생활가전 업계에서는 여성을 겨냥한 감성 마케팅을 활용해 틈새시장을 개척한 사례도 있다. LG전자의 ‘포켓 포토’가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즉석에서 출력할 수 있는 휴대용 사진 프린터다. 2012년 9월 출시돼 지난해 6월 국내에서 누적 판매 50만대를 돌파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 상품의 주요 소비 계층은 20~30대 여성”이라며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종이 사진으로 간직하고 싶어 하는 여성 고객들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겨냥해 상품을 기획했는데 새로운 판매 영역을 개척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상품 기획 단계부터 여성 인력을 투입해 시장 공략에 공들이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현대건설은 2008년부터 주부 평가단(힐스테이트 스타일러)을 도입했다. 7기까지 운영하면서 연간 100여건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 중 상당수가 실제 주택 설계에 반영됐다. 베란다 세탁기 옆에 손빨래가 가능한 싱크대 및 수납장을 설치한 ‘원스톱 세탁실’과 욕실에 드라이기 수납장 등 실생활과 밀접한 아이디어가 대부분이다. 박원철 현대건설 차장은 “주택 계약 시 90%는 주부가 구매를 결정한다”며 “수납 공간이나 자녀방 평면, 실내 마감재, 확장 면적 등을 꼼꼼하게 따지는 까다로운 주부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 주부 평가단이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지난 3월 출시한 ‘대신UBP아시아컨슈머펀드’는 2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화장품, 영화, 바이오, 외식 등 여성의 소비 지출이 두드러지는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이다. 대신자산운용은 이 상품을 기획하기 위해 김미연 리서치본부장을 올 초 영입했다. 김 본부장은 “여성 구매력 상승과 맞물려 나타난 새로운 소비 트렌드와 이에 부합하는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있다”며 “가정주부의 시각으로 여성들에게 각광받는 상품이나 기업을 선별했던 것이 높은 수익률에 도움이 됐다”고 비결을 밝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3월 “앞으로 그룹 내 임원 10명 중 3명을 여성으로 채우겠다”며 ‘위미노믹스’(Womenomics) 경영을 선언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위미노믹스는 여성의 지위 향상과 소득 증가로 여성이 경제·산업계의 주역으로 부상한다는 의미다. 여성 소비자의 입지가 절대적인 유통업계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여성 인력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강민정 온콘텐츠 대표는 “여성 인구 증가와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확산되는 추세에 따라 여성 중심의 소비 문화는 더욱 심화·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여성 고객을 사로잡는 기업이 21세기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명왕성 D-1] 행성인듯 행성아닌 명왕성 과연 ‘계급’ 찾을까?

    [명왕성 D-1] 행성인듯 행성아닌 명왕성 과연 ‘계급’ 찾을까?

    지난해 9월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위치한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에서 이색적인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의 주제는 ‘행성이란 무엇인가?’로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바로 명왕성이었다. 토론 참가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하버드대의 오웬 깅그리치 천문학 명예교수와 디미타 사세로브 교수, 그리고 국제천문연맹 산하 소행성센터의 가레스 윌리암스 박사로 그 면면도 쟁쟁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하버드대 교수들이었다. 깅그리치 교수는 “행성의 정의는 시대에 따라 시점에 따라 변할 수 있다” 면서 “명왕성은 역사적으로 또한 문화적으로 이미 태양계의 한 행성”이라고 주장했다.   사세로브 교수도 “명왕성은 별과 별의 잔유물로 형성된 작은 구체 덩어리로 볼 수 있다”며 역시 명왕성의 행성 복귀를 지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윌리암스 박사는 이같은 주장을 단칼에 반박했다. 윌리암스 박사는 “명왕성은 다른 행성들과 달리 궤도면과 황도면의 경사각이 17도나 기울어져 있으며 그 지역의 지배적인 천체도 아니다” 면서 “만약 명왕성이 행성이 된다면 태양계 행성은 향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무려 9년 6개월, 일수로 3462일, 거리로 56억 7000만 ㎞를 날아간 뉴호라이즌스호의 명왕성 도착(7월 14일)이 눈 앞에 온 지금 또하나의 해묵은 논란이 다시 일어날 조짐이다. 바로 명왕성의 복권(復權) 논란이다. 사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이라는 순서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명왕성은 지난 2006년 행성의 지위를 잃고 왜소행성(dwarf planet)으로 격하됐다. 공식이름은 외우기도 힘든 ‘134340 플루토’. 지난 몇 년 사이 미국 천문학계를 중심으로 명왕성의 지위를 다시 회복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으며 뉴호라이즌스호가 명왕성을 통과하고 나면 이같은 논란은 한층 더해질 전망이다. 명왕성이 행성에서 퇴출된 이유는 지난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이 행성의 분류 정의를 바꿨기 때문이다. 당시 IAU는 행성의 정의를 크게 3가지 조건으로 제시했다. 첫째 태양 주위를 공전하며, 둘째 충분한 질량과 중력을 가지고 구(sphere·球) 형태를 유지해야 하며 셋째 그 지역의 가장 지배적인 천체여야 한다. 문제는 2000년대 들어 명왕성 인근에서 카론 등 새로운 천체가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명왕성의 위성으로 생각됐던 카론에 명왕성이 휘둘린다는(맞돌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명왕성이 행성이 되면 인근 카론, 제나, 케레스 등도 모두 행성이 돼 태양계의 행성 숫자는 최대 12개로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이에 유럽 천문학자들을 중심으로 행성의 정의를 위와같은 3가지 조건으로 정리하며 투표를 통해 명왕성 행성 퇴출을 결정했다. 이에 미국 천문학계가 반발한 것은 당연한 일. 특히 명왕성이 퇴출되기 직전인 그해 1월 미 항공우주국(NASA)은 7억 달러라는 큰 돈을 들여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를 발사한 바 있다. 또한 명왕성은 태양계 행성 중 미국인이 발견한 유일한 행성이기도 하다. 바로 LA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증조부이기도 한 클라이드 W. 톰보(1906~1997)로 그의 유골 일부는 뉴호라이즌스호에 실려있다. 일단 명왕성 복권 찬성에 대한 일반인들의 여론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천문학자들의 과학적 주장 또한 명쾌해 당분간 명왕성은 '내 마음 속의 행성'으로만 남을 가능성이 높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백문이불여일행]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백문이불여일행]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백문이불여일행(百聞不如一行) 백번 듣고 보는 것보다 한번이라도 실제로 해보는 것, 느끼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다. ‘보고 듣는 것’ 말고 ‘해 보고’ 쓰고 싶어서 시작된 글. 일주일간 무엇을 해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누고 이야기하고 싶다. 계산대에 앉은 여자가 속사포같은 질문을 한다. “마일리지 있으세요? 포인트 카드 있으세요? 할인 되는 카드 있으세요?” 그 순간 유해진의 표정이 비장하다.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이 TV 광고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아무것도 안하고 싶은 심리를 아무렇지 않게 건드린 모순적인 문장 때문이다. 문법적으로 ‘아무것도 안한다’는 ‘격렬하게’와 어울리지 않는다. ‘격렬하게’는 ‘무엇 무엇을 한다’와 어우러져야 자연스럽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무것도 안하기 위해서는 ‘격렬함’, 용기가 필요하다.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나는 7살이 되어서야 뒤늦게 유치원에 다녔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햇님반’ ‘달님반’ ‘별님반’ 소속인 친구들 사이에서 나홀로 ‘집’ 소속인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등학생이 됐고, 고3이 되었을 때 문득 대학을 가야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주변에서는 이러한 고민이 사춘기 방황이라고만 생각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고3에게는 충분히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몇 번의 시험을 치르고 나니 눈깜짝할 사이 대학생이 됐다. 대학생에 클 대(大)자가 쓰이는 이유 중 하나를 자유로움이 크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 점이 만족스러웠다. 늦잠을 자도,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학교를 가지 않아도 괜찮았다. 나의 생활을 속속들이 아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그런데 딱 그만큼 불안했다. 1학년을 설렁설렁 보내고 나니 성적표엔 낮은 학점이 찍혀있었다. 2학년이 되기 전, 휴학을 신청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친구들이 이유를 물으면 “20년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적이 없어. 그냥 초등학교에 가야하니까 초등학교에 가고, 그 다음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까지 왔는데 도무지 꿈도 의욕도 없어. 한번은 그냥 쉬어 보고 싶어”라고 했다. 백프로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모두들 말리지 않고 기다려주었다. 우리나라와 정반대에 있는 뉴질랜드로 향했다. 처음 해외로 가는 건데도 영어를 배우겠다, 문화를 익히겠다 하는 흔한 계획이 없었다. 홈스테이집의 좁은 방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1달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까운 기분이 들지만, 꼭 필요했던 시간이었다.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느리지만 정확하게 고민하고 왔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시간은 똑같이 흐르지만, 유독 한국의 시계는 촉박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 내가 보낸 오늘의 시간이 다른 이가 보낸 시간보다 언제나 값져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그렇게 살아야만 성공할 수 있다. 아니,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게 살았다고 배웠다. 한국에서는 방학조차 개학 후보다 더 불안하고, 더 바쁘다. 외국처럼 친척집에 놀러가거나, 가족여행으로 추억을 쌓는 일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대학에 와서야 배낭여행도 가고, 취업을 해서야 휴가를 간다. 하지만 그 ‘쉼’의 짧은 시간조차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인터넷에는 ‘유럽 4개국 10일’ ‘동남아 5개국 완전돌파’ ‘중국 골프 무제한 라운딩’ 프로그램이 인기다. 너무 빡빡해서 제대로 쉴 수 있을지 모를 일정이지만, 어느새 그것이 행복을 결정하는 기준이 됐다. 그러다보니 좋은 것을 많이 ‘본’ 사람은 많은데 많이 ‘느꼈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느낄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바캉스(vacant; 비운다)’ 문화가 정착돼 있다. 대부분의 도시 근로자들이 여름철에는 약 한달 가량 가족들과 함께 도시를 비운다. 비교적 긴 기간 동안 일상의 업무나 생활로부터 벗어나서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창의성 계발에도 큰 도움이 된다. 선진국 사람들은 휴가 기간 중에 재미있는 책을 가지고 떠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세계적인 리조트 체인 클럽 매드의 조엘 티포네 아시아태평양 사장은 한국인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시간’을 제공하고 한국인 직원을 각 리조트에 배치해서 한국인 고객을 아시아 전체 고객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확대시켰다.   ”주말에 뭐했어?”…”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늘 휴일(休日)을 빼곡하게 보냈다. 당직이 잦은 근무 특성상 2주에 1번씩 주말을 보내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하루 쉬는 날이면, 일주일동안 못했던 일을 몰아서 했다. 친구도 만나야 하고, 영화도 보러가야 하고, 요즘 맛있다는 식당에도 가봤다. 머리를 하거나, 옷을 사기도 했다. 밀린 예능프로그램도 챙겨봤다. 하루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났다. 월요일이 오는 게 싫어서 앓는 소리를 했다. 월요일 아침이 되면 쌓인 피로 때문에 침대에서 겨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쉬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일주일에 하루 쉬는데 가만히 집에서 보내는 것이 억울했다. “주말에 뭐했어?”란 물음에 “아무것도 안했어”라고 답하는 것도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번 주말엔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어떠한 약속도 잡지 않고, 매일 폰으로 확인하는 뉴스도 보지 않았다. 시계도 보지 않고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었다. 잠이 오면 잠을 자고, 배가 고프면 맛있는 것을 먹고, 별다른 생각도, 행동도 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심심해져서 컴퓨터로 ‘무한도전’을 보고 웃었다. 조금 답답한 기분이 들어서 집 앞 커피숍에서 가서 커피를 사들고 거리를 걸었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할’ 필요가 있다. 아무것도 안한 주말을 보낸 월요일, 어느 때보다 머리와 몸이 개운하다. 평소 두통이 심해 두통약을 달고 살았는데, 주말엔 먹지 않아도 머리가 아프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안 떠오르던 아이디어가 몇 개 떠오르기도 했다. 스트레스도 확실히 줄었다. 조석 작가의 웹툰 <마음의 소리 871화 ‘안해’ 中> ”사실 별로 하는거 없지만 오늘은 더 적극적으로 안할거야.”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계파색 옅은 비박 ‘낙점’… 당 갈등 조기 봉합

    계파색 옅은 비박 ‘낙점’… 당 갈등 조기 봉합

    새누리당 원유철·김정훈 의원이 12일 각각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에 단독으로 후보 등록을 하며 19대 국회 ‘새누리당 5기 원내지도부’가 사실상 구성됐다. 극심한 내홍을 겪은 뒤 출범하는 만큼 원-김 신임 지도부는 당·청 및 당내 갈등을 조기 봉합하고 당을 총선체제로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떠맡게 됐다. 원-김 후보는 당내에서 별다른 반대 움직임이 없어 14일 의원총회에서 무난히 합의 추대될 것으로 보인다. 서상기 선거관리위원장은 “단독 후보자의 경우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규정 19조에 따라 선관위의 결정으로 후보자에 대한 추대를 박수로 의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친박·비박 거부감 최소화 주력 원-김 후보가 원내지도부로 낙점된 배경에는 계파색이 옅은 비박(비박근혜)계로 분류된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새누리당의 내분이 원내지도부 장악을 위한 친박(친박근혜)계의 ‘집단행동’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고심 끝에 꺼내 든 카드라는 것이다. 당 일각에서는 신임 지도부가 당직 개편을 통해 조만간 출발하게 될 ‘김무성 2기 체제’의 안전핀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사퇴하면서 김 대표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상황을 겪을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터라 최고위에 비박계 인물을 심어 지도부가 또 흔들리는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김 후보가 김 대표와 같은 지역(부산)·대학(한양대) 출신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지역 기반이자 ‘정치적 텃밭’인 대구·경북(TK)이 배제된 상태에서 지역 안배가 이뤄진 점도 눈에 띈다. 원 후보의 지역구인 평택을은 경기 남부이면서 충청권과 가까워 내년 총선의 승패를 가를 거점으로 꼽힌다. 김 후보의 지역구인 부산도 영남권에서 야당 공세가 거센 곳이다. 원 후보는 “제가 수도권 출신의 원내대표 후보인 만큼 정책위의장은 영남권에서 맡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 김 대표와 같은 지역·대학 출신 당내에서는 신임 원내지도부의 시너지를 통해 당의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다. 원 후보는 만 28세 최연소로 경기도의회 의원에 당선된 뒤 원내에 진출한 4선 의원이며, 3선인 김 후보는 17대 국회 원내부대표와 18대 국회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내 원내 경험이 풍부하다. 김 후보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최근 당·청 갈등으로 정책 현안이 원활하게 처리가 안 되고 있었다”며 “당·청 및 야당과의 관계를 회복해 정책 과제가 신중하게 다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꽃다운 26세에 노화 시작… 38세 이후 천천히 늙는다

    꽃다운 26세에 노화 시작… 38세 이후 천천히 늙는다

    또래 중에도 유독 나이 들어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려 보이는 사람이 있다. 최근 국제 공동연구진이 나이에 비해 늙어 보이는 사람은 피부 노화뿐만 아니라 신체의 생물학적 노화도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겉보기엔 노안이어도 몸은 팔팔하다”고 주장해 온 사람들은 다소간 충격을 받을 만한 얘기다. 연구진은 또 노화는 누구나 꽃다운 나이인 20대부터 시작된다고 결론 냈다. 미국 듀크대 의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영국 킹스칼리지, 이스라엘 헤브루대, 뉴질랜드 오타고대 등의 국제 공동연구진은 사람의 노화가 평균적으로 26세에 시작돼 38세까지는 빠르게 진행되다가 40세를 넘어서면서 속도가 완만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8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뉴질랜드의 더니든 지방에서 1972년 4월~1973년 3월에 태어난 1037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세 살이 되던 해부터 38년간 추적조사를 벌였다. 연구팀은 3, 5, 7, 9, 11, 13, 15, 18, 21, 26, 32, 38세 때 18가지 생체지표 검사를 실시했다. 신장, 간, 폐, 대사 및 면역기능, 콜레스테롤 수치, 치아 상태, 염색체 끝 부분에서 세포분열을 조절해 노화를 결정하는 ‘텔로미어’의 길이, 눈 뒤쪽 모세혈관의 상태 등을 통해 생체 나이를 측정했다. 연구팀은 노화의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26세에 시작돼 38세 때까지는 이후 연령대에서보다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실험 참가자들이 38세가 됐을 때 측정한 생체 나이는 28세에서 61세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것으로, 어떤 사람은 생체 나이가 실제보다 최대 10세 어린 반면 어떤 사람은 23세나 많다는 얘기다. 그러나 또래보다 노화 속도가 빠른 사람이나 느린 사람 모두 40세가 넘으면 생체 노화 속도는 크게 둔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특히 실제 나이보다 생체 나이가 많아 노안인 사람은 또래에 비해 신체능력과 정신적 기능도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빨리 늙는 사람은 몸의 평형기능과 운동기능이 좋지 않아 계단을 오르거나 물건을 나르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이다. 헤브루대 살로몬 이스라엘 교수는 “생물학적 노화에서 유전적 영향은 2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환경적 영향이 큰 만큼 생물학적 노화도 늦출 수 있다”며 “노화와 관련된 질병 연구가 노인층에 집중돼 있는데 관련 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젊은 층의 노화 연구도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 연구”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사설] 석차는 끝내 공개 않겠다는 반쪽짜리 변호사 시험

    법무부가 변호사 시험 성적을 공개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치러진 1~4회 시험의 성적을 어제부터 인터넷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성적 공개를 금지한 변호사법이 알권리를 침해한다고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데 따른 조치다. 그동안 성적이 일절 공개되지 않아 변호사 시험을 통한 법조인 선발은 끊임없이 공정성 시비를 낳았다. 그런 점에서 다행스런 결정이지만 형평성 논란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험 점수만 공개할 뿐 석차는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헌재 결정에 마지못해 점수만 공개한다는 인상이 짙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반쪽짜리 공개란 비판이 들린다. 이래 가지고서는 변호사 시험이 조만간 완전 폐지될 사법시험의 대체 카드로 손색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는 어렵다. 그 어떤 시험보다 공정해야 할 법조인 선발 과정에 툭하면 특혜 시비와 ‘카더라’ 통신이 끊이지 않는 현실은 심각한 사회문제다. 어느 고관대작의 아들딸이 무슨 특혜를 어떻게 받았다더라라는 식의 개운찮은 의혹들에 국민의 박탈감과 피로감은 이제 위험 수위를 넘었다. 지난달 처음 임용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경력 법관들에게 온전한 신뢰를 보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로스쿨 출신의 신규 판사 37명이 명문대 출신인 데다 태반이 법원에서 근무한 재판연구원이었다. 실력을 객관화할 엄정한 기준이 없으니 국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법조계와 로스쿨 내부에서조차 께름칙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것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못하는 일이다. 성적과 석차가 사법연수원 입소 단계에서부터 에누리 없이 공개되는 사법시험에서는 최소한 이런 근원적인 불신이나 잡음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 변호사 시험 성적 공개 논의에는 당연히 석차 공개의 의미도 포함됐다. 석차까지 밝혀지면 지나친 시험 경쟁으로 로스쿨의 취지가 훼손된다는 우려도 없진 않다. 자격 시험인데 왜 석차가 필요하냐는 반박도 있다. 로스쿨을 ‘현대판 음서제’로 바라보는 많은 국민들에게는 한가한 아전인수격 논리로 들린다. 가뜩이나 여러 폐단으로 존립 자체에 시비가 걸리는 로스쿨 제도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신뢰 회복부터 하고 볼 때다. 투명한 운영으로 국민들의 인정을 받는 일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석차 비공개 시비를 남겨 둘 이유가 대체 뭔가.
  • 강제노동 아니다, “forced to work” 일본 ‘강제’ 빼고 물타기? ‘경악’

    강제노동 아니다, “forced to work” 일본 ‘강제’ 빼고 물타기? ‘경악’

    ’forced to work, 강제노동 아니다’ 일본 정부가 세계유산 등재가 결정된 산업시설에서 조선인에 대한 강제노동이 있었음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5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사토 구니 주유네스코 대사가 한 발언에 대해 “강제노동을 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사토 대사는 세계 유산위 위원국들 앞에서 읽은 성명에서 “일본은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한 채 동원돼 가혹한 조건 아래서 강제로 노역했으며(forced to work)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 정부도 징용 정책을 싱행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forced to work’라는 표현에 대해 우리 정부는 ‘강제노동’으로 해석했으나 일본은 일어판 번역문에서 ‘일하게 됐다’라는 표현으로 강제성을 흐리는 이른바 ‘물타기’를 시도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한일 사이의 청구권 문제는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한국 정부는 이번 발언을 한일간 청국권의 맥락에서 이용할 의도가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역시 “’forced to work’라는 표현이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시다 외무상이 명확히 했다”고 보태기를 했다. 이어 “1944년 9월부터 1945년 8월 종전 때까지 사이에 ‘국민징용령’에 근거를 두고 한반도 출신자의 징용이 이뤄졌다”며 “이런 동원이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것이 전혀 아니라는 점은 일본 정부의 견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마이크 혼다 미국 연방 하원의원은 “아베 정부의 전형적인 역사호도 시도”라며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세계 각국의 전쟁포로들이 산업혁명시설에서 ‘노예노동’을 강제 당한 사실을 완전히 인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7일자 사설에서 “한반도 출신자가 이직의 자유없이 중노동을 강요당했던 역사를 일본이 눈 감아선 안 된다”고 비판적 견해를 내비쳤다. 다만 이 신문은 “강제징용 피해자의 청구권 문제는 한일 국교정상화 시점에서 끝난 것이고 이를 한국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이 정치문제회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한 발 물러섰다. 한편 우리 외교부는 7일 홈페이지 팝업창에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등재에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노역한 역사’를 반영”이라고 기재한 팝업창을 올렸다. 우리 정부는 사토대사가 발언한 ‘brought against their will’(의사에 반해), ‘forced to work’(강제노동)를 근거로 일본이 강제노역을 인정했다는 입장이다. 강제노동 아니다, 강제노동 아니다, 강제노동 아니다, 강제노동 아니다, 강제노동 아니다 사진 = 방송 캡처 (강제노동 아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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