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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력 줄어도 첨단전력 최강으로… 역대급 예산 쏟아 개혁 완료할 것”

    “병력 줄어도 첨단전력 최강으로… 역대급 예산 쏟아 개혁 완료할 것”

    제도 등을 새롭게 뜯어고친다는 의미의 한자어 개혁(改革)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중국 포털 바이두(百度)에 물어봤다. 네이버 지식백과 같은 바이두백과에 따르면 개혁의 출처는 232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307년 전국시대 조나라 때의 일이다. 중국 대륙 서북부에 위치했던 조나라는 연·제·진·위나라와 국경을 맞댔고, 동호 등 유목민족의 침탈도 빈번했다. 6대 제후 무령왕은 즉위하자마자 강병책 ‘호복기사’(胡服騎射·유목민족 복장으로 말을 탄 채 활을 쏜다)를 명령했다. 소매가 헐렁한 상의와 치마같이 치렁치렁한 바지 등 전투에 부적합했던 기존 중원 선진국의 전투복을 벗어 버리고 대신 날렵한 유목민족 전투복으로 바꿔 입도록 한 것이다. 병사들이 혼자서 말을 타고, 활까지 쏠 수 있게 됐으니 전투력이 급상승했음은 물론이다. 조나라는 연전연승하며 주변국을 잇따라 제압할 수 있었다. 유목민 옷의 소재가 대개 동물 모피나 가죽이어서 이때부터 개혁이라는 말이 쓰였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국방 분야가 개혁이라는 단어와 역사적으로 가장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할 수 있다. ‘국방개혁’이 자연스럽게 들리는 연유도 그래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강력하게 국방개혁을 추진해 왔다. 참여정부 당시에 추진했던 미완의 국방개혁을 이번 정부에서 완성하겠다는 의미에서 ‘국방개혁2.0’으로 명명했다. 그 지향점은 2300여년 전 중국 조나라의 호복개혁과 마찬가지로 ‘이기는 군대’, ‘강한 군대’를 만드는 것이다. 불확실해진 안보 상황과 병역 자원의 급감 등 안팎의 거센 ‘도전’에 따라 개혁은 피해 갈 수 없는 과제가 됐다. 하지만 2300여년 전에도 그랬듯이 개혁에는 저항도 따르기 마련이다. 강력한 의지와 추진력이 있어야만 불만과 저항을 잠재울 수 있다. ‘송영무 장관-서주석 차관’ 체제에서 시작된 국방개혁은 이제 ‘정경두 장관-박재민 차관’ 체제가 이어받아 진행하고 있다. 군 출신이 아닌 ‘순수 문민’ 국방 관료인 박 차관을 만나 국방개혁의 이정표와 성적표를 짚어 봤다. -국방개혁2.0 계획대로라면 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 병력 규모는 현재의 57만여명에서 50만명으로 줄어든다. 내년 6월 입대자부터는 복무 기간도 육군 기준 18개월밖에 되지 않는다. 조금 과장해서 입대 후 눈 몇 번 깜빡이면 전역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투력 감소 우려를 어떻게 잠재울 것인가. “인구절벽으로 인한 병역자산 감소로 병력 축소는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오히려 최상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국방인력 구조로 개편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지상전력지수는 크게 향상되고, 지상무기체계지수도 30% 증가한다. 워게임을 통해서도 충분한 방어 능력을 갖추는 것으로 검증됐다. 이라크전쟁 당시 미군 30만명이 이라크군 100만명을 완전히 괴멸시켰다.”-과거 정부에서도 모두 국방개혁을 추진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국방개혁의 가장 큰 차별성은 무엇인가. “병력 감축을 포함한 구조 개편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현 정부 내 개혁을 완료하겠다는 각오하에 강력한 실행력을 갖췄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여야 합의로 ‘국방개혁법’을 제정한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국방개혁 기조를 유지했으나 예산 배정 등의 문제로 추진 속도 등은 상당히 더뎠다. 현 정부는 참여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국방예산 증가율을 크게 높여 개혁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 내년 국방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하는데 올해 대비 7.4% 증가한 규모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연평균 국방예산 증가율이 3~6%에 그쳤고, 특히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최고조에 달했는데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 때는 증가율 5%를 넘은 해가 없었다. 정부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총 270조 7000억원의 국방비를 쏟아붓겠다는 계획이다. 연평균 증가율은 7.5%씩으로 이 가운데 94조원은 첨단무기 도입 및 개발 등 방위력 개선비에 사용한다. -첨단 전력 확보 계획은.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위협 대응전력으로 정찰위성 및 중·고고도 무인정찰기 등을 전력화하고, 전략표적 타격 능력 보강을 위해 예정대로 F35A 스텔스전투기 도입 및 현무, 정전탄, 전자기펄스탄 개발에 나서는 한편 미사일방어체계 강화를 위해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 장거리지대공미사일(LSAM) 등을 개발해 전력화한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연계한 한국군 핵심 군사능력 구비와 관련해서는 육군이 워리어플랫폼과 드론봇 등을 전력화하고, 해군은 이지스구축함, 다목적 대형수송함 등을 획득할 계획이다. 공군은 한국형전투기사업(KFX) 등을 통해 전력을 증강한다. 우리 군은 전방위 안보 위협에 주도적 대응이 가능하다. 전작권 전환과 병력 감축에 따른 전투력 보강을 위해 첨단 전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해 나갈 계획이다.” -‘전방위 안보 위협에 주도적 대응이 가능한 군’이라는 것은 결국 전작권 전환을 의미하는데 한미 양국 간에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이라는 합의가 있다. 현재 전환 논의는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나. “준비-검증-전환 3단계로 봤을 때 지금은 검증 단계다.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4성 장군이 사령관을 맡고, 미군 4성 장군이 부사령관을 맡는 형식의 미래연합사 지휘 구조에 양국이 지난해 합의했고, 올해는 미래연합사의 기본운용능력 검증 평가와 한국군 핵심 군사능력 평가를 했다. 내년에는 다음 검증평가 단계인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시행한다. 앞으로 한미 양국은 한반도 안보 환경을 면밀히 고려하면서 한국군이 지휘하는 미래연합사가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는 등 전환 조건이 충족됐다고 판단되면 공동의 결정을 통해 전작권을 전환하게 된다(박 차관은 전작권 전환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군 안팎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쯤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정부 때 특별하게 강조했던 3축체계(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 대량응징보복) 구축 관련 내용이 국방부 자료에서 사라졌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북한은 또 도발을 준비하고 있는데 3축체계 구축 방침은 완전히 폐기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3축체계를 보다 포괄적인 ‘핵·WMD 대응체계’로 발전시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우리 군은 우선적으로 북한 위협에 대비한 강력한 억제 및 대응능력을 지속적으로 보강할 것이다. 2020년부터 5년간의 국방중기계획에 관련 예산 34조원을 편성하는 등 보다 폭넓은 감시 능력과 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방위비 분담금 갈등 등 한미동맹 이완 요소가 적지 않다. 국방개혁2.0은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하고 미군이 확장억제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는 전제에서 시작했는데 한미동맹이 깨진다면 어떻게 되나. “한미는 매년 열리는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위를 위해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공약을 다짐해 왔고, 미 의회는 국방수권법을 통해 주한미군 감축을 제한하고 있다. 분담금 문제는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언급을 할 수는 없지만, 양국이 상호 동의 가능한 수준에서 합의될 것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70여년간 이어 온 굳건한 한미동맹은 안보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여권에서 연기를 폴폴 흘리는 모병제와 관련해 박 차관은 “국민적 공감대도 부족하고, 국방개혁 과제에 아예 들어 있지도 않다”고 일축했다. 국방개혁2.0의 성적표와 관련해서는 “몇 점이라고 딱 말할 수는 없지만 현 정부 임기 내에 개혁 과제가 완료될 수 있도록 예정대로 추진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육군부대 축소 계획에 따라 강원도 접경 지역 주민들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지자체와 상설협의체를 구성해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지난 17일 강원도 접경 지역 5개 군과 상생발전협약을 맺었다. stinger@seoul.co.kr
  • ‘호르무즈 파병’ 해군 왕건함에 쏠리는 눈…이달말 출항

    ‘호르무즈 파병’ 해군 왕건함에 쏠리는 눈…이달말 출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검토하면서 이달 말 아덴만 해역으로 출항할 해군 구축함 왕건함(4400t급)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 관계자는 18일 “다양한 파병 방안에 대해 자체적인 논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파병 시점을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내년 2월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을 호르무즈 해협에 파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왕건함은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강감찬함과의 임무 교대를 위해 이달 말 부산에서 출항할 계획이다. 교대를 마친 2월부터 작전지역을 변경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활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로서는 사실상 파병 시점만을 남겨 두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지난 7월 25일 최초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박의 항해 보장을 위한 방안을 검토했다고 발표했다. 5개월 뒤인 지난 12일 NSC는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발표하면서 파병 가능성을 한층 더 열어 뒀다. 정부가 오랜 논의에도 파병 발표를 삼가고 있는 배경엔 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은 원유를 비롯해 건설, 금융 등 다방면으로 한국의 국가 이익이 걸려 있는 나라인 만큼 한국이 미측의 요구에 동참했을 경우 경제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미국과 이란이 전투를 벌일 경우 우리가 뜻하지 않게 휘말릴 우려도 있다. 또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미국 주도의 군사작전에 참여하면서 발생하는 역외 비용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해당 지역에 당장 급한 임무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 성급히 결정할 필요가 없다”며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는 상관이 없다”고 했다. 현재 파병동의안은 청해부대의 역할을 유사시 국민 보호, 한국 선박 및 타국 선박의 안전한 항해 지원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 기존의 임무와 다르지 않은 만큼 국회 동의가 별도로 필요하지 않아 정치적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반대 여론은 나올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이라크 파병 당시 참여정부는 파병을 결정하면서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정부의 파병 움직임은 파병동의안을 확대 해석한 것”이라며 “해적 퇴치라는 청해부대 본연의 임무와 달리 이란과 군사적 갈등도 생길 수 있는데 정부가 국회 설득 없이 일방적으로 파병을 결정한다면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트럼프 재선때 고삐 풀린 ‘폭주’… “WTO 개혁·급여세 인하 나설 듯”

    트럼프 재선때 고삐 풀린 ‘폭주’… “WTO 개혁·급여세 인하 나설 듯”

    월가 트럼프 재선 이후 경제정책 준비2020년 미국 대선에서 모두가 민주당 경선 후보들에 집중하고 있는 요즘 월가의 많은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과 그가 어떤 경제 정책을 펼칠 것인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미국 경제 전문 매체 CNBC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월가 정책 분석가들은 재임 기간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 다자 무역기구를 손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은 또 트럼프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압력을 더 넣을 것이고, 2022년 그의 임기가 끝나면 금융 정책에서 훨씬 더 우호적인 인물을 수장으로 교체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는 기준 금리 인하를 두고 연준과 파월을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트럼프는 일생일대의 호기를 놓치는 “멍청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파월 거취, 대선 결과 상관없이 ‘아웃’투자은행 레이먼드 제임스의 정책 분석가인 에드 밀스는 “트럼프가 재선될 것이 상당히 분명해 보이는데, 파월이 재지명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며 “만약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자기들 사람으로 연준 의장을 앉히고 싶어할 것이어서 파월의 거취는 선거 결과에 관계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트럼프의 압력에도 파월은 4년 임기를 마치겠다고 장담해왔다. 투자은행 코웬그룹의 정책 애널리스트인 크리스 크루거는 재선에서 승리하면 트럼프는 과감하게 지출을 늘릴 것이고, 경제 성장에 장애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나 마구 비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루거는 “내년에 재선에 승리하면 우리는 트럼프가 완전히 고삐가 풀린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원 민주당, 상원 공화당 ‘사수’그러나 의회는 쪼개지겠지만 내년 11월 선거에서 이기는 사람이 누구든지 견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 베팅사이트 프레딕잇은 공화당이 상원을 사수할 가능성은 66%, 민주당이 하원을 지킬 확률은 74%로 예측했다. 이는 공격적인 정책을 완화시키고, 미국과 경제 파트너들 사이의 무역 협상안을 다시 하려는 트럼프를 견제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6월 당시 대선 유세에서 트럼프는 미국 제조업에서 일자리 감소라는 “재앙”은 첫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둘째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탓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이런 우선 정책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13일 NAFTA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로 대체됐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3일은 미국 무역사에서 가장 기념비적인 날일 될 것이다. 그날 우리는 USMCA를 제출했고, 기업 노동 농업을 비롯해 초당적 지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중국과의 무역협상 1단계 합의안도 마련됐다. 1단계 합의안은 중국이 대두와 옥수수, 돼지고기 등 미국산 농산물을 대량 구매하는 대가로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 일부를 완화한다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트럼프, WTO·WB도 개혁 대상 두 개의 무역협상에서 승리를 거둔 미국 행정부는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 백악관 무역보좌관 클레트 빌럼은 “미국은 WTO에 대한 서술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백악관이 중국에 했던 것처럼 WTO와 같은 기구들과 싸울 것이라고 예상한다. WTO의 개혁을 요구하는 미국의 반대로 WTO 무역 분쟁에서 대법원 역할을 하는 상소기구의 상소위원이 임명되지 못하면서 활동이 정지됐다. 라이트하이저는 “수년간 끌어왔던 보잉과 에어버스 분쟁 건에서 WTO는 미국에 유리하게 결정했다. 우리는 유럽 제품에 75억 달러의 관세를 부과했다”며 “(WTO가) 유럽에 편중된 관계였다”고 말했다. “중국, WB 대출로 개도국 지원… 문제”미중 무역전쟁에서 세계은행(WB)도 미국의 개혁 대상에 올랐다. 미국 의원들과 투자자들은 중국이 중하위 소득의 국가들을 위한 대출 지원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앤서니 곤살레스 오하이오주 하원 의원은 “중국이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에서 졸업해야 한다”고 말했고,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이에 동의했다. 곤살레스는 중국이 세계은행의 대출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원을 제출하려고 작업 중이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세계은행에서 중국이 수십억 달러의 저리 대출을 받아 개발도상국 인프라를 건설해주면 결국 미국의 지정학적 이점을 손상시킨다는 것이다. 트럼프, 중산층 감세도··· 정치적 2기 트럼프 행정부는 ‘감세 2.0’으로 알려진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기업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한 트럼프 행정부가 중산층 세율을 15%로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부자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중산층을 위한 정책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급 소득자들의 급여세가 인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급여 소득자는 그만큼 가처분 소득, 즉 소비 여력이 늘어난다. 중산층 감세 정책은 실용적이기보다는 다분히 정치적이라고 밀스가 분석했다. 민주당으로서도 급여세 감세에 반대하기가 만만찮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여객기 엔진서 불꽃 활활…美 승객 영상 덕에 비상착륙 (영상)

    여객기 엔진서 불꽃 활활…美 승객 영상 덕에 비상착륙 (영상)

    비행 중이던 여객기 엔진의 결함으로 불꽃이 튀는 위험천만한 모습이 승객이 촬영한 동영상으로 공개됐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현지언론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일리노이주 시카고로 향하던 UAL366편 유나이티드항공 여객기가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 비상착륙 했다고 보도했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이날 새벽으로 갑자기 여객기 오른쪽 엔진 쪽에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이같은 상황은 일반석 34열 좌석에 앉아있던 승객 토머스 초르니에게 우연히 목격됐다.토머스는 "비행기가 난기류에 부딪힌 것 처럼 약간 흔들리기 시작했다"면서 "잠이 들었다가 눈을 떠 창밖을 보니 오른쪽 엔진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며 놀라워했다. 이어 "온몸이 떨릴 정도로 공포에 휩싸였지만 다른 승객들도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아찔한 상황에서 토머스가 선택한 것은 이 장면을 동영상을 촬영해 조용히 승무원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이 영상은 곧바로 승무원을 통해 조종석에 전달됐고 기장은 긴급 회항을 결정해 인근 앨버커키 공항에 비상착륙했다. 평범한 승객의 신속한 신고가 혹시나 최악의 참사로도 이어질 지 모르는 사고를 사전에 예방한 셈. 유나이티드항공사 측은 "여객기의 엔진 한 개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사고기는 공항에 무사히 착륙해 모든 탑승객이 안전하게 내렸으며 다른 항공기 편으로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블랙독’ 교사 서현진 첫 출근 D-day, 관전포인트는? [SSEN컷]

    ‘블랙독’ 교사 서현진 첫 출근 D-day, 관전포인트는? [SSEN컷]

    진정한 교사의 의(義)를 찾아가는 특별한 성장기가 그 첫발을 디딘다. tvN 새 월화드라마 ‘블랙독’(연출 황준혁, 극본 박주연,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얼반웍스)은 기간제 교사가 된 사회 초년생 고하늘(서현진 분)이 우리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꿈을 지키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프레임 밖에서 바라본 학교가 아닌, 현실의 쓴맛을 누구보다 잘 아는 기간제 교사의 눈을 통해 그들의 진짜 속사정을 내밀하게 들여다본다. 무엇보다 기존의 학원물과 달리, ‘교사’를 전면에 내세워 베일에 싸인 그들만의 세계를 리얼하고 밀도 있게 녹여낼 것으로 기대감을 더한다. 이에 첫 방송을 앞두고 제작진이 직접 밝힌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교사는 있지만 진정한 스승은 없다?’ 진정한 교사의 의(義)를 찾아가는 특별한 성장기 치열하고 살벌한 사립고등학교(이하 사립고)에 떨어진 새내기 교사 고하늘은 겉보기에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1년짜리 기간제’임을 들키지 않아야 하는 존재다. 기간제와 정교사 간의 보이지 않는 서열, 살아남기 위한 라인타기와 눈치싸움까지 숨 막히는 경쟁이 벌어지는 사립고에서 ‘기간제 교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온갖 문제와 부딪혀 나가는 고하늘. 내세울 것 하나 없는 그가 좌절하기보다는 편견을 극복하고 진정한 선생님으로 성장해가는 여정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동시에 깊은 공감을 안긴다. 황준혁 감독은 “웃으면서도 눈물이 나고, 눈물이 나면서도 웃음 짓게 되는 현실의 아이러니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누구나 경험해봤을 공간, 학교. 그곳에서 우리는 학생, 혹은 학부모의 입장에서 선생님을 바라봤다. 이 드라마를 통해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선생님들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감력 풀장착! 서현진x라미란 뭉쳤다! 서로의 ‘성장’ 자극제가 될 특별한 워맨스 기대해 연기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는 ‘믿보배’ 서현진, 라미란의 만남은 ‘블랙독’을 기다리게 만드는 최고의 관전 포인트다. 어떤 캐릭터든 자신만의 색으로 공감을 불어넣었던 서현진은 사립학교라는 치열한 전쟁터에 내던져진 신입 기간제 교사 ‘고하늘’을 맡아 또 한 번의 공감 저격에 나선다. 독보적인 연기력과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라미란은 이 구역의 소문난 ‘입시꾼’이자, 진학부장 10년 차의 베테랑 교사 ‘박성순’으로 결이 다른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모든 게 낯설고 서툰 신입 교사 고하늘과 베테랑 교사 박성순(라미란 분)의 온도차 다른 이색 조합은 ‘블랙독’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 출근 첫날부터 뜻하지 않은 오해로 ‘낙하산’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입성한 새내기 교사 고하늘과 특수한 ‘룰’을 가진 그들만의 전쟁터에서 혹독한 성장통을 겪는 그의 멘토를 자처하는 박성순.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어떤 자극제가 되어 진정한 선생님으로 거듭날지, 이들의 특별한 워맨스에 귀추가 주목된다. #사립고 ‘최전방 공격수’ 진학부의 다이내믹 일상, 학교의 또 다른 재미 보여준다! 이야기의 주축이 되는 진학부는 학교의 최전방 공격수와도 같다. 치열한 입시 전쟁에서 학생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롤러코스터와 같은 일상은 우리가 몰랐던 학교의 또 다른 얼굴과 재미를 보여준다. 그곳에서 치열하게 고뇌하며 성장을 거듭할 서현진, 라미란, 하준, 이창훈의 연기 시너지는 유쾌한 웃음과 공감을 극대화한다. 서툴지만 열정은 충만한 신입 기간제 교사 고하늘과 10년 차 베테랑 입시‘꾼’ 진학부장 박성순을 비롯해 학생들의 ‘심(心)스틸러’ 국어교사 도연우(하준 분), 소문난 ‘투머치 토커’이자 평화주의자 배명수(이창훈 분)까지, 각기 다른 가치관과 개성을 장착하고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뭉친 진학부의 팀워크는 기대감을 높인다. 명문대 진학률로 학교의 명성과 인기도가 결정되는 현실이기에 학교 내에서 파워도 세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진학부. 숨 막히는 ‘입시지옥’에서 진학부 4인방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 벌써부터 흥미를 유발한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현실’ 선생님 다 모였다! ‘개성만렙’ 캐릭터 열전 누구나 경험했던 공간이자,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이야기를 다룬 만큼, 곳곳에 포진한 현실 밀착형 캐릭터들의 면면도 흥미롭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선생님들의 티키타카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 이에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리며 공감대를 증폭, 극의 리얼리티와 웃음을 책임질 배우들의 시너지는 절대적이다. 정해균은 고하늘의 삼촌이자 사내정치의 대가 교무부장 ‘문수호’로 분해 긴장감을 조율하고, 조선주는 고하늘의 교과 파트너이자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의 교무부 선생님 ‘김이분’으로 분해 ‘신스틸러’ 활약을 예고했다. 진학부와 사사건건 부딪치며 묘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3학년부’ 역시 흥미롭다. 부장교사 ‘송영태’역의 박지환, 모교 출신의 6년 차 기간제 교사 ‘지해원’로 분한 유민규, ‘라인타기’ 신공을 선보이는 야심가 ‘하수현’ 역의 허태희가 극의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김홍파, 이윤희, 예수정, 이장원, 우미화, 김승훈 등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선생님들의 현실을 리얼하고 맛깔스럽게 녹여낼 연기 고수들의 활약이 기대를 모은다. 한편, tvN 월화드라마 ‘블랙독’은 오늘(16일) 밤 9시 30분 첫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20중 추돌 비극 ‘블랙 아이스’, 정부 결빙 취약구간 전면 재조사

    20중 추돌 비극 ‘블랙 아이스’, 정부 결빙 취약구간 전면 재조사

    국토부, 추가 결빙 취약구간 지정 검토14일 하루 동안 결빙 사고로 39명 사상정부가 지난 14일 발생한 경북 상주-영천고속도로 ‘블랙 아이스(Black Ice)’ 20중 추돌사고 등으로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결빙 취약구간에 대한 전면 재조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도로 위 암살자’로 불리는 블랙 아이스는 녹았던 눈이나 내린 비가 얼며 얇은 빙판으로 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국토교통부는 15일 이번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현재 지정된 결빙 취약구간을 전면 재조사하고, 추가로 결빙 취약구간을 지정할 필요가 있는지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 등 각 도로관리청은 도로제설 상시대책기간(11월 15일∼다음해 3월 15일)과 결빙 취약구간 193곳(고속도로·일반국도)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국토부는 또 제설제를 사전에 살포하는 등 예방적인 제설작업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이날 각 도로관리청에 도로 살얼음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선제적인 제설 작업을 긴급 지시했다고 설명했다.16일에는 세종청사에서 도로공사와 지방국토관리청, 건설기술연구원, 교통안전공단 등 관계기관과 함께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는 블랙 아이스로 차량 연쇄 추돌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7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4일 오전 4시 41분쯤 경북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고속도로 영천 방향 상행선에서 트럭 등 차량 20대가 연쇄 추돌해 운전자 등 6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추돌 사고의 원인이 블랙 아이스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기상청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는 이날 오전 4시쯤 소보면 일대에서 강수량을 측정할 수 없는 수준의 흩날리는 비가 관측됐고 당시 기온은 영하 3.6도였다.비슷한 시각 사고 지점에서 2㎞ 떨어진 하행선에서도 차량 20여대가 연쇄 추돌해 1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했다. 같은 날 충북에서도 오전 5시 28분쯤 영동군 심천면 4번 국도를 달리던 화물차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차량 6대가 연속 추돌하는 등 하루에 총 22건의 블랙 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가 잇따랐다. 지난달 29일 오전 강원 고성군 거진읍, 간성읍, 죽왕면, 토성면 일대 7번 국도에서도 출근길 차량들이 결빙된 도로를 운행하다 미끄러지면서 크고 작은 추돌 사고가 잇따랐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北, 유엔 안보리 회의에 반발…“우리 갈 길 결심 내리게 한다”

    北, 유엔 안보리 회의에 반발…“우리 갈 길 결심 내리게 한다”

    미국의 요구로 11일(현지시간) 북한의 최근 도발에 관해 논의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앞으로 강경 노선을 택할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2일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은 이번 회의 소집을 계기로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짓을 하였으며, 우리로 하여금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명백한 결심을 내리게 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북한이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이 눈 앞에 다가온 가운데 미국의 주도로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문제를 논의한 것에 대해 반발하는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향후 북미 간 입장 차가 계속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변인은 “연말 시한부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는 속에 미국이 우리에 대한 도발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10일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가 유엔 제재결의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떠벌인 데 이어 11일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라는 것을 벌여놓고 우리의 자위적인 무장 현대화 조치들을 걸고 드는 적대적 도발 행위를 또다시 감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과 같이 예민한 때에 미국이 우리 문제를 논의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를 주도하면서 대조선 압박 분위기를 고취한 데 대하여 절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변인은 “미국이 입만 벌리면 대화 타령을 늘어놓고 있는데 설사 대화를 한다고 해도 미국이 우리에게 내놓을 것이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면서 “이미 천명한 바와 같이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으며 미국이 선택하는 그 어떤 것에도 상응한 대응을 해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대변인은 “저들은 때 없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려도 되고 우리는 그 어느 나라나 다 하는 무기 시험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야말로 우리를 완전히 무장 해제시켜 보려는 미국의 날강도적인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대변인은 이어 “국제 평화와 안전 보장을 기본 사명으로 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주권국가의 자위적인 조치들을 걸고 든 것은 유엔 헌장에 명시된 자주권 존중의 원칙에 대한 난폭한 유린”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미국의 이해 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적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방증하여 준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요구로 개최된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경고하면서도 협상에서 유연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영국,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도 미국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은 채 대북제재 완화 등 북미 협상 촉진을 위한 미국과 유엔의 조치를 압박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경고하는 안보리 성명 등은 채택되지 않았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유세미의 인생수업] 세상에 내 편

    [유세미의 인생수업] 세상에 내 편

    대관령이라는 말만 들으면 성숙씨는 그 집이 떠오른다. 어릴 때라 다른 건 모르겠는데 유난히 또렷한 장면 하나. 대관령 고갯길 그 집은 휴게소였다. 비포장도로에 종일 털털거리던 버스도, 밤낮없이 달려야 하는 고된 트럭도 내 집처럼 쉬어 가던 곳. 그녀의 유년시절을 돌보던 할머니의 인생이 담긴 집. 함박눈이 푹신한 솜이불처럼 온 산을 덮을 때도 화물트럭은 요란하게 들락거렸다. 속초에서 올라온 트럭기사는 펑펑 쏟아지는 눈밭에 싱싱한 생태 꾸러미를 던져 놓곤 했다. 그 겨울 부엌에서는 언제나 얼큰한 생태찌개 냄새가 났다. 솜씨 좋은 할머니가 두툼한 생태토막에 소고기 몇 점과 대파를 숭숭 썰어 넣고 팔팔 끓인 찌개는 가마솥에서 금방 지어낸 쌀밥과 김장김치를 곁들여 밥상에 올라왔다. 추위에 꽁꽁 언 트럭기사들이 뜨거운 찌개를 후후 불며 인생의 고단함을 녹이고 마음을 뜨뜻하게 데우던 한 끼였다. 누군가 몰래 휴게소에 두고 가버렸다는 이야기를 언뜻 듣기는 했지만 본래 고아인 성숙씨는 본인이 어떻게 그 휴게소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됐는지 알지 못한다. 유년시절 기억엔 늘 대관령 그 집이 있었다. 트럭이 뜸해질 때면 할머니 무릎을 베고 크라운산도를 먹으며 눈 오는 풍경을 바라보던 기억이 일생에 보석처럼 아직도 가슴에 매달려 있다. 세월이 지나 할머니는 대관령을 떠나 아들 사는 도시로 가고 열여덟 성숙씨는 또 다른 도시로 떠났다. 가족도 집도 없었지만 거대한 서울 바닥에서 그녀는 악착같이 일하고, 늦은 나이 늦은 시간에 학교를 다니고, 사랑을 꿈꿨다. 천애고아 성공기 같은 유의 스토리가 잡지며 신문에 단골 인터뷰 기사로 오를 만큼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성숙씨는 늘 허기진 느낌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허기를 달래 준 건 할머니와 눈 내리던 대관령의 추억. “난 왜 엄마가 없어?” “큰사람 되라고 그러지. 아주 큰사람 중에는 엄마 없는 사람 많아. 그래야 기대는 구석이 없이 힘이 세지니까.” “근데 왜 아빠도 없어?” “그러니 얼마나 큰사람이 되겠냐. 넌 씩씩해서 아주 대단한 사람이 될 거야.” 할머니는 무조건 그녀가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 장담했다. 고아라 그렇고, 몸이 허약한 것도 대단한 사람이 될 징조라고, 그렇지 않으면 할머니 당신 손에 장을 지진다고 손가락을 흔들어 보였다.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건 기정사실 같았다. 대학을 언감생심 엄두도 못 낼 때 할머니는 “왜 못 가? 네가 못 가면 누가 가는데”라며 눈을 둥그렇게 떴다. 거대한 벽처럼 보이던 일류회사 취업도, 임원을 목전에 두고 과감한 창업을 시도한 것도 모든 이가 안 된다고 했지만 세상 유일하게 할머니는 “그렇게 좋은 생각은 어떻게 해냈을꼬”라며 무릎을 치며 감탄했다. 그렇게 세상 암담한 벽에 부딪혔을 때만 할머니를 찾았다. 오늘 10여년 만에 다시 할머니에게 간다. 한때 거침없이 커가던 회사가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비틀거린다. 여기서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할까. 그녀의 결정을 지지해 줄 사람은 마흔이 넘도록 세상천지에 할머니 한 분밖에 없다는 사실에 한숨이 나왔다. 세월은 쉬지 않는 법. 패기 넘치던 젊은 할머니는 오간 데 없이 아흔 굽이 넘기며 힘없는 여인만 남았다. 더 못 버텨 정리하련다란 성숙씨의 말에 울음이 섞인다. “잘했어. 네 마음이 그러면 그게 옳은 거야. 나는 찬성이야.” 입으로는 웃지만 늘어진 눈꺼풀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는 할머니의 주름진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그래, 세상에 평생 내 편이 있었다. 언제나 그녀를 찬성해 주는 할머니 때문에 기죽지 않고 이제껏 살아냈다. 오늘도 삐끗 넘어지려다 내 편이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마음에 햇살이 든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편. 세상이 다 등 돌려도 날 이해하고 믿어줄 사람, 누구든지 세상에 그런 내편이 있으면 된다. 그저 딱 한명이라도 족하다. 그 한명이 밥이고 살아갈 힘이고 우주다. 오늘 포기 없이 한걸음 앞으로 내딛게 하는 축복이다.
  • 美서 중국산 드론 퇴출 위기… DJI, 제2 화웨이로 추락하나

    美서 중국산 드론 퇴출 위기… DJI, 제2 화웨이로 추락하나

    미중 1단계 무역협정 분위기 배치 日도 기밀누설 우려 내년부터 금지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서 한 청각장애 소년이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사라졌다. 충동적 성향이 강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 버린 것이다. 그는 실종된 지 하루가 다 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밤새 소년을 찾던 경찰은 최후의 수단으로 중국 DJI의 고성능 드론을 투입했다.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은 마을 전체를 날며 사람의 체온을 가진 물체를 찾았다. 마침내 경찰은 잠들어 있던 소년을 발견해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 같은 ‘미중 합작’ 미담이 더는 나오기 힘들 것 같다. 미 의회가 세계 최대 드론 제조사인 중국 DJI의 제품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에 합의해서다. 드론으로 촬영된 정보가 백도어(시스템 보안이 제거된 비밀 통로)를 통해 중국 공산당으로 넘어갈 수 있어 이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DJI가 ‘제2의 화웨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야가 지난 수개월간 협상을 거쳐 법안 문구에 합의했다. 이제 상하원 표결과 대통령 서명 절차가 남았다”고 전했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외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한 국방수권법에 중국 업체에 대한 견제를 담으려는 것은 현재 진행 중인 미중 ‘1단계 무역협정’ 합의 노력과 배치된다고 WSJ는 지적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미군은 중국산 드론을 구입할 수 없게 된다. 세계 소비자용 드론 시장의 75%를 차지하는 DJI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몇 달 사이에 미 의회에 DJI 드론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 20여개가 발의됐다”고 설명했다. 드론에는 카메라와 센서가 달려 있다. 수많은 미국인이 사용하는 DJI의 드론이 사실상 미 전역을 생중계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중국 정부의 ‘폐쇄회로(CC)TV’ 노릇을 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앞서 일본 해상보안청도 내년부터 중국산 드론의 조달과 사용을 중단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9일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으로의) 기밀 정보 누설의 우려를 없애기 위한 조치”라며 ”정부 조달 분야에서 화웨이에 이어 중국 제품에 대한 두 번째 배제 조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 정부의 조치는 다분히 동맹인 미국의 결정을 의식한 것이다. 2006년 중국 선전에서 설립된 DJI는 공중에서 떨림 없이 영상을 촬영하는 기술로 세계를 석권했다. 최근 발생한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진압에도 DJI의 드론이 쓰였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브렉시트 총선 D-1… 북아일랜드에 쏠린 눈

    브렉시트 총선 D-1… 북아일랜드에 쏠린 눈

    민주연합당, 존슨 합의안 반대 입장보수당 과반 실패땐 설득·연정 관건12일(현지시간) 예정된 영국 조기총선을 앞두고 북아일랜드의 선택에 다시 한번 관심이 쏠린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향방을 가를 이번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과반을 차지할지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기존에 보수당 연정에 참여했던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의 성과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CNN은 9일 “북아일랜드가 다시 교차로에 서게 됐다”며 “북아일랜드 유권자들은 영국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현대 영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에 투표하러 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잉글랜드·웨일스 등과 다른 정당 문화를 갖고 있는 북아일랜드는 DUP, 신페인당, 사회민주노동당 등이 총선에 참여한다. 총의석수는 18개로 2017년 총선에서는 DUP가 10석을, 신페인당이 7석을 차지했다.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DUP는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반면 아일랜드와 통일을 추구하는 민족주의 정당인 신페인당은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대신 EU로부터 ‘특별 지위’를 받기를 원하고 있다. 영국 선거예측전문기관의 지난 11월 초 여론조사에 따르면 DUP의 지지율은 28%로, 2017년 6월 총선 당시 36%와 비교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CNN은 이번 총선에서 북아일랜드 18개 의석 가운데 8개 의석의 주인이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판세가 요동치는 이유는 브렉시트를 둘러싼 DUP 지지자들의 민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DUP는 브렉시트에 찬성하지만,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관세나 규제 국경이 설치되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 일단 영국과 EU는 긴 협상 끝에 북아일랜드가 상품 무역을 포함해 제한적으로 EU 규정을 따르지만, 북아일랜드 대표가 EU 규정을 따를지는 4년마다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4개 항에 합의했다. 하지만 북아일랜드 내 여론은 부정적이다.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한다면 보리스 존슨 총리로서는 브렉시트에 찬성하면서도 현 브렉시트안(案)에는 반대하는 DUP를 설득해 연정에 나서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오투클린, 다봄안과와 ‘미세먼지 클린병원’ 협약 체결

    ㈜오투클린, 다봄안과와 ‘미세먼지 클린병원’ 협약 체결

    ㈜오투클린은 지난 6일 다봄안과와 ‘미세먼지 차단을 위한 클린병원 협약’을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김석한 다봄안과 원장은 “초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로 눈 건강에도 해로움을 주고 있어 병원에서는 공기청정기를 몇 대씩 비치하고 있지만 이산화탄소와 라돈 등 발암물질과 건축물에서 나오는 VCOS의 환기가 안 돼 ‘미세먼지 클린병원’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클린병원 시스템이란 병원 내 진료실과 환자대기실 전체에 첨단신소재 필터를 사용해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라돈 등의 발암물질을 정화·환기함과 동시에 깨끗하고 맑은 바람만 공급해 초미세먼지(PM2.5)를 100% 제거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설악산 수준의 산소농도까지 자동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다봄안과는 이런 시스템을 실현하고자 미세먼지 클린병원 시스템의 선두주자인 오투클린의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협약을 체결한 것이라는 게 오투클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날 다봄안과 2층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다봄안과와 오투클린뿐만 아니라 한국미세먼지연구소(소장 김민우)도 협약을 함께 체결했다.이날 협약으로 한국미세먼지연구소는 다봄안과에서 클린병원 시스템 도입 후 초미세먼지(PM2,5)가 100% 제거되는 것을 측정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실내 산소농도도 측정한다. 다봄안과 환자들은 병원 실내에 설치된 센서와 대형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초미세먼지 및 이산화탄소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김석한 다봄안과 원장은 “환자분이나 안과 직원들에게 병원에서 만큼은 미세먼지로부터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의사로서 최소한의 소명과 책임, 그리고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청정병원을 만들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다봄안과는 미세먼지 클린병원 환경에서 환자 진료를 하게 되는 국내 첫 번째 안과병원으로 내방객들의 건강에 도움을 기대하고 있다. 오투클린은 다봄안과의 미세먼지 클린병원 시스템을 완성하면 전국으로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울룩불룩 종아리… 잘 때 다리를 베개 위로, 낮엔 압박스타킹

    울룩불룩 종아리… 잘 때 다리를 베개 위로, 낮엔 압박스타킹

    주말에 산에 올랐던 직장인 남성 A씨. 땀을 식히려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올렸는데 지인들이 종아리를 보며 걱정하는 말을 하는 걸 듣고서야 자신의 종아리를 유심히 보게 됐다. 혈관이 울룩불룩하게 튀어나와 있는 게 꼭 뱀이 기어가는 것 같았다. 특별히 아프다거나 한 적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보기에 좋지 않다고 느껴 슬그머니 걷었던 바지를 내려버렸다. 직장인 여성 B씨는 요즘 치마 입는 걸 꺼리게 됐다. 아침에는 괜찮은데 하루 종일 서서 일을 하고 나면 저녁에는 다리가 무겁고 심한 경우에는 신발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다리가 붓는 것도 걱정이다.대부분의 직장인과 학생이 하루 8시간 이상을 의자에 앉아서 생활한다. 오랜 시간 움직임 없이 한 자세로 있으면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 몸이 건강하게 움직이려면 혈액순환을 통해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받고 불필요한 물질을 배출시키는 활동이 원활해야 한다. 하지만 장시간 앉아 혈액순환이 순조롭지 않으면 신체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결국엔 눈에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바로 종아리의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구불구불해지고 겉으로 튀어나오는 하지정맥류다. 하지정맥류는 하지, 즉 다리의 정맥혈관이 늘어나 울퉁불퉁하고 보기 싫게 튀어나오는 질환을 말한다. 흔히 종아리에 ‘힘줄’이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는 것만 생각하지만 거미 모양의 ‘실핏줄이 터진 것 같은’ 것과 작지만 파랗게 튀어나온 것도 해당된다. 의학적으로 하지정맥류는 다리의 정맥 중 흔히 얕은 정맥인 표재성 정맥이 3㎜ 이상으로 늘어난 경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사타구니 부위에서 심부정맥으로 유입되는 대복재정맥, 무릎 뒤쪽인 오금부위의 소복재정맥이나 종아리의 관통정맥 등 표재정맥의 큰 줄기의 정맥판막의 기능 장애가 발생해 혈류가 역류하면서 종아리 부위의 혈관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정맥류의 원인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하지정맥의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판막부전이라고 할 수 있다. 8일 중앙대학교병원 혈관외과 김서민 교수에 따르면 하지정맥류는 교사, 승무원, 판매직 등 오래 서 있는 직업군이나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직업 등을 가진 사람에게 잘 나타난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프고 붓는 증상과 함께 쥐가 나거나 피로하다고 느끼며, 특히 피부가 검게 변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는 정맥류 내에서 혈전이 형성되고 모세혈관 벽 밖으로 빠져나온 적혈구 성분이 피부를 검게 만들기 때문이다. ●예방·관리 최선…다리가 받는 압력 줄여줘야 정확히 한 가지의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지는 않고 유전적인 원인, 비만, 임신과 출산, 외상,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직업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가족력이 있기 때문에 가족 중 한 사람이 있을 경우 자신에게 생길 확률은 30~40%에 이른다. 기본적으로 하지정맥류는 만성정맥질환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지정맥류 역시 예방·관리가 최선이다. 무엇보다 비만을 경계해야 한다. 비만인은 정상인보다 체내에서 순환하는 혈액의 양이 많은데, 이는 정맥이 늘어나기 쉬운 조건일 뿐만 아니라 정맥 벽에 지방이 축적되며 혈관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리를 꼬고 앉는 것은 혈액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에 좋지 않다. 몸에 딱 달라붙는 스키니진과 부츠도 다리에 딱 붙어 혈관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혈액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주현철 교수는 “너무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틈틈이 발목 돌리기, 앉았다 일어나기 등 종아리 근육을 자극할 수 있는 간단한 스트레칭과 운동을 하면 좋다”고 조언한다. 이런 작은 움직임이 혈액순환을 돕고 혈관 주변 근육을 튼튼하게 하기 때문이다. 잠잘 때 쿠션이나 베개에 다리를 올려놓으면 낮 동안 하체에 뭉쳐 있던 혈액이 중력에 따라 심장으로 쉽게 흡수되며 부종을 가라앉힐 수 있다. 하지정맥류는 등급이 있는데 1기부터 6기까지 나눈다. 거미 모양의 혈관이 보이면 1기, 큰 정맥이 튀어나온 건 2기, 붓기 시작하면 특별히 정맥류가 없더라도 3기에 해당된다. 밖에 정맥이 보이지 않더라도 다리가 부으면 바깥에 정맥이 아주 많이 튀어나온 것보다 만성정맥질환의 더 심한 단계이며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치료를 할 때는 발생 원인이 된 부위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혈관초음파검사, 혈관컴퓨터단층촬영검사(CT)를 시행한다. 판막부전에 의한 하지정맥류가 진단되었을 때 치료 목적은 증상을 완화시키고 병의 진행을 막고 확장된 정맥을 제거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보존적 치료와 적극적 치료로 나눌 수 있으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방법을 결정하면 된다. 보존적 치료를 위해서는 오랫동안 서 있는 생활 습관을 교정하고 낮 시간 동안 압박스타킹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압박스타킹은 일반스타킹과 달리 일정한 압력으로 다리의 근육을 조여 종아리 근육의 이완과 수축을 도와 정맥 혈액순환을 촉진시킨다. 가능하면 아침에 일어나 일과를 시작할 때부터 자기 전까지 착용하는 것이 좋고, 힘들다면 한곳에 오래 앉아 있거나 오래 서 있는 경우에는 꼭 착용하도록 한다. 특히 압박스타킹이 접히거나 구겨지면 특정 부위에 압력이 과도하게 작용하여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항상 구김 없이 정확히 펴서 착용해야 한다. 보존적 치료로 효과가 없거나 보존적 치료가 일상 생활에 방해가 된다 싶으면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 판막부전에 의해 역류가 있는 대복재정맥, 소복재정맥, 관통정맥을 제거하거나 혈류가 통하지 않게 해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술을 통해 원인 정맥을 제거하지만 최근에는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고주파나 레이저를 이용해 원인 혈관의 경화를 유도해 역류를 차단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레이저 치료는 발생한 열을 이용해 정맥 내 혈관내피세포에 손상을 줘 병든 정맥을 제거하기 때문에 통증과 흉터를 최소화시키는 장점이 있다. 이전에는 수술 자체의 통증이 심하고 절개를 많이 했기 때문에 병이 진행하거나 합병증이 생긴 다음에야 수술을 권했다. 현재는 여러 가지 간단한 치료방법들이 많이 활성화되면서 수술을 일찍 하기를 권유하게 됐다. 그리고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는 것에 대한 기준도 이전과 비교하여 매우 객관적으로 나와 있어서 초음파로 역류시간을 정확히 측정해서 수술시기를 결정하게 된다. 수술을 하더라도 1시간 정도의 부분마취로 이루어지는 수술이라 입원과 회복기간이 필요치 않고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서울아산병원 혈관외과 한영진 교수는 “고주파나 레이저 치료는 수술과 같은 효과를 내면서 통증 및 합병증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기도 하다”면서 “이 밖에 경화요법이나 접착제를 이용한 다양한 치료가 있으나 제한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청년 정치인 3인을 만나다

    청년 정치인 3인을 만나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4개월가량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은 총선기획단을 꾸리고 전열을 가다듬느라 분주하다. 이번 총선의 키워드는 ‘청년’이다.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다양한 문제와 4차 산업혁명 등 시대 변화의 속도에 우리 국회가 영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국회 평균 연령은 점점 높아져 제20대에 들어서는 55.5세를 기록했다. 반면 제17대 국회에서 23명이던 30대 이하 국회의원은 제20대 들어 3명에 불과하다. 이를 쇄신하기 위해 2030 청년 정치인들을 국회로 적극 끌어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권자의 30%에 달하는 2030 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라도 청년 정치인 영입은 더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총선에 뛰어든 청년 정치인 3명의 목소리를 들어 봤다.더불어민주당 오상택(39)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 자유한국당 장능인(30) 부대변인, 정의당 장혜영(32) 미래정치특위 위원장이다. 오 전문위원은 운동권 학생회의 마지막 세대이고, 장 부대변인은 카이스트 출신의 사회적기업가다. 그리고 장 위원장은 얼마 전까지 발달장애가 있는 동생과 함께 영화를 찍고 유튜브를 하던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정치에 뛰어든 배경은 다 달랐지만,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같았다.장혜영 정의당 미래정치특위 위원장 “386, 정치 배워서 했지만 우리에겐 삶이자 현실” “저와 동생이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절박함에서 시작했어요. 사회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이대로 있으면 우리는 그냥 죽게 될 테니까요. ” 지난 6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의당 장혜영 미래정치특위 위원장은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지난 10월 말 정의당에 입당하며 쓴 공개 정치 선언문에서 ‘반드시 필요한 변화를 만드는 일을 주저하는 지금의 정치에 지쳤기 때문’에 정치를 시작한다고 했다. 사실 그가 제도권 정치에 들어선 건 두 달이 채 안 됐지만, 훨씬 이전부터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줄기차게 정치적 메시지를 던졌다. 유튜브 ‘생각 많은 둘째언니’로도 잘 알려진 장 위원장은 2017년 6월 발달장애가 있는 동생을 18년 만에 시설에서 데리고 나와 함께 살면서 탈시설 자립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의 감독이기도 하다. 장 위원장은 정부가 약속했던 장애등급제 폐지를 비롯해 공약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직접 입법 기관에 들어가자고 마음먹었다. 그는 “장애인 탈시설은 단순히 장애인 3만명의 탈시설이 아니라 약자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식의 변화와 개혁이 필요한 일”이라며 “내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정치의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길 원하는 곳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정의당을 선택한 이유를 말했다. 장 위원장은 정치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으로 크게 장애인 복지와 정치 개혁을 꼽았다. 구체적으로 그는 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제도를 주장한다. 장 위원장은 “지금의 정책은 장애인 복지를 동정과 시혜의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장애에 등급을 매기고 평가를 한다. 장애가 있다는 것을 문제로 보는데, 진짜 문제는 장애 그 자체가 아니라 차별”이라며 “표 하나를 놓고 몇 시간이 필요하고 무엇을 위해 필요한지를 따져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온전히 당사자를 위한 시간이기 때문에 24시간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청년을 약자로 보고 접근하는 관점 역시 청년의 가능성과 의미를 완전히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청년 정치의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저는 87년 민주화를 책에서 배웠어요. 책을 읽고 공부를 하더라도 그 당시 경험한 세대보다 잘 알거나 이해할 수는 없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기성 정치권에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의 문제를 잘 이해하지 못해요. 성소수자, 장애인의 함께 살아갈 권리, 여성주의 이런 것에 대해 386세대는 배워야 알 수 있지만 우리에겐 삶이고 현실이죠. 현 국회에는 이런 것들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정치를 해야 하고, 21대 총선에서 이것이 시작되느냐 마느냐가 결정될 겁니다.”장능인 자유한국당 부대변인 “경제적 어려움에 꿈도 못 꾸는 청년 더이상 없어야” 자유한국당에서는 장능인 부대변인이 나섰다. 그는 내년 총선에 고향 울산에서 출사표를 던질 계획이다. 카이스트 재학 시절인 2009년 한나라당으로 입당한 그는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대전선거대책위원장, 2017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그리고 올해 대변인을 맡으며 당내 떠오르는 청년 정치인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인터넷으로 ‘장능인’을 검색하면 ‘미담장학회 상임이사’라는 직함이 눈에 띈다. 그는 스무 살 때 만든 교육봉사 동아리 ‘미담장학회’를 사회적기업으로 성장시켜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전국 12개 대학에서 500명의 대학생 선생님이 참여하고, 방과후교실 등을 통해 3000명의 초중고 학생들이 공부를 한다. 미담장학회 설립 배경은 그가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 정치를 시작했다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대학교 1학년 때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러 집을 다녀 보니 부모님의 소득 수준과 학생들의 꿈의 크기가 비례하는 측면이 있더라고요. 실력은 키우면 되는데, 경제적 어려움이 있으면 꿈조차 제대로 꾸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게 뜻맞는 친구들과 함께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대학교로 불러 가르치기 시작한 게 시초가 됐다. 과외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 미담장학회의 종잣돈이 됐다. 10여년째 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장 대변인은 정치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4차 산업을 넘어 5차 산업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지금 국회에는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경험해 본 세대가 없다”면서 국회에도 청년들이 입성할 수 있는 체계적인 발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취업이나 생업을 걱정해야 하는 청년들에게는 돈이나 시간이 큰 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정치사관학교 같은 청년 정치인들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선거에 나갈 때 펀드나 기부하는 방식의 제도를 도입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장 대변인은 청년 정치가 기성 정치권의 신뢰를 회복하고 책임 정치를 뿌리내리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의 중위임금제, 상임위원회 현장참여제도, 사회문제 공론화 입법·지원 시스템 등을 제시했다. “20~30대 청년 중에 연봉 1억원 받는 사람이 어딨겠습니까. 국회의원도 중위임금이나 최저임금을 받고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해서 경제를 살리면 자연스럽게 월급이 올라가고, 그러지 않으면 줄어들도록 해야 책임정치가 가능하지요. 저는 그렇게 하겠습니다.”오상택 민주당 국가균형위 전문위원 “인간성마저 상실한 국회… 그래도 해법은 정치뿐” 더불어민주당의 오상택 대통령직속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은 2011년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연구위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2006년 영남대 총학생회장을 하며 운동권 총학의 마지막을 불태웠던 그는 이인영 원내대표 정무특별보좌관, 성균관대 초빙교수 등을 거치며 정책적으로나 실무적으로도 정치적 경험을 쌓았다. 오 위원은 지난달 27일 자신의 고향인 울산 울주군에서 출마 선언을 했다.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곳인 줄 알면서도 뛰어들었다고 했다. 그는 “당선의 유불리를 따진다면 울주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자란 고향이기 때문에 이곳을 사람들이 오고 싶은 도시로 발전시키고 싶다”면서 “국회와 정당 등 중앙정치 경험을 토대로 지역 발전을 모색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울산에 가서 시민들을 만나며 소통을 넓히고 있는 오 위원은 청년 정책의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학교폭력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일용직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20대 청년을 만난 적이 있는데, 여러 가지 정책이 있어도 이를 알지 못해 지원을 받지 못하더라”면서 “대학을 다니고 졸업해 취업하는 것을 보통의 청년이라고 보는 관점에서는 이런 경우를 도와줄 수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청년이라는 약자 집단의 전체 윤곽을 바라보고 이에 대해 적절히 처방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청년기본소득, 수당 정책을 보편적으로 시행해 기본적인 설 자리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했다. 매년 수차례 반복되는 국회 파행을 옆에서 지켜본 오 위원은 그 어느 때보다 제도권 정치에 대한 탄식이 크다고 했다. 그는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30%에 불과하다. 이것이 국회의 현주소”라며 “정쟁을 통한 극렬한 대립이 결국 일하지 않고, 인간성마저 상실한 비정한 국회를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국회 보좌관 등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민생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건 “결국 정치밖에 없다”고 했다. 역시 해법은 청년 정치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민주당, 한국당, 정의당 등 기성 제도권 정치인들이 청년 정치를 최우선에 걸고 있는데 각 선거 때마다 보여 주기식 정책이 아니라 실천으로 가야 한다”면서 “예컨대 1억원이 넘는 선거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청년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 비용적, 조직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 국회에 입성하는 청년이 더 많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黃心’ 김선동 막차 탑승… 태풍의 눈 되나

    ‘黃心’ 김선동 막차 탑승… 태풍의 눈 되나

    黃측근 입김에 뒤늦게 단일후보로 결정 원내까지 초·재선 땐 黃 원톱체제 가속화 바로 실전투입… 대여 협상력 입증 관건강석호·유기준·김선동·심재철(기호순) 의원의 4파전으로 치러지는 9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은 ‘황심’(黃心·황교안 대표의 마음)이 ‘독’이 되느냐 ‘약’이 되느냐에 따라 승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 무산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후보 등록 마지막 날(7일) 최종 출마자와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가 변하는 혼전이 이어지다 대진표가 확정됐다. 강석호(4선·경북) 의원과 이장우(재선·대전) 의원, 유기준(4선·부산) 의원과 박성중(초선·서울) 의원, 김선동(재선·서울) 의원과 김종석(초선·비례대표) 의원, 심재철(5선·경기) 의원과 김재원(3선·경북) 의원이 각각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후보로 나섰다. 유 의원과 김 의원이 ‘친황’(친황교안) 후보로 분류되는 가운데 가장 늦게 경선에 뛰어든 재선 김 의원의 득표력이 초미의 관심사다. 김 의원은 8일 출마 선언에서 “재선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는 것부터가 당을 살리는 새로운 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애초 초·재선 그룹에서는 홍철호(재선·경기) 의원이 원내대표, 이양수(초선·강원) 의원이 정책위의장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하지만 황 대표의 측근 그룹이 영향력을 행사해 김 의원이 최종 후보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 후보를 내는 과정에 잡음이 일면서 초·재선 표심도 제각각으로 나뉘었다. 단식 이후 ‘친황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황 대표의 의중은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황 대표가 초선의 박완수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한 데 이어 원내대표까지 초·재선이 차지하면 황 대표 ‘원톱 체제’가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협상력도 변수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경선 당일인 9일 본회의를 열겠다고 최후통첩을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4+1 협의체’ 공조로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새 원내지도부가 선출되면 다른 정당 지도부와 상견례를 치르며 ‘허니문 기간’을 갖는데, 이번에는 바로 실전이다. 4명의 후보 모두 통화에서 ‘협상력’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 의원은 “외유내강인 원내대표, 강한 투쟁력의 이장우 의원과 완급 조절을 하며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은 “패스트트랙으로 고발된 60명 의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원내대표”라고 했고, 김 의원은 “선거법을 일방 처리하는 정당 사상 최악의 불행을 막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심 의원은 “타협과 협상을 통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386은 공부로 정치했지만 우리는 삶이 정치다”

    “386은 공부로 정치했지만 우리는 삶이 정치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4개월가량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은 총선기획단을 꾸리고 전열을 가다듬느라 분주하다. 올해의 키워드는 ‘청년’이다.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다양한 문제와 4차 산업혁명 등 시대 변화의 속도에 우리 국회가 영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국회 평균 연령은 점점 높아져 제20대에 들어서는 55.5세를 기록했다. 반면 제17대 국회에서 23명이던 30대 이하 국회의원은 제20대 들어 3명에 불과하다. 이를 쇄신하기 위해 2030 청년 정치인들을 국회로 적극 끌어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권자의 30%에 달하는 2030 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라도 청년 정치인 영입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총선에 뛰어든 청년 정치인 3명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더불어민주당 오상택(39)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 자유한국당 장능인(30) 부대변인, 정의당 장혜영(32) 미래정치특위 위원장이다. 오 전문위원은 운동권 학생회의 마지막 세대이고, 장 부대변인은 카이스트 출신의 사회적기업가다. 그리고 장 위원장은 얼마 전까지 발달장애가 있는 동생과 함께 영화를 찍고 유튜브를 하던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정치에 뛰어든 배경은 다 달랐지만,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같았다. 당리당략에 매몰돼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제도권 정치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청년 정치인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장혜영 “장애·젠더 동시대 문제 기성 정치권엔 풀 사람 없어”“저와 동생이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절박함에서 시작했어요. 사회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이대로 있으면 우리는 그냥 죽게 될 테니까요. 그래서 제 모든 시간을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지난 6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의당 장혜영 미래정치특위 위원장은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지난 10월 말 정의당에 입당하며 쓴 공개정치선언문에서 ‘지금 반드시 필요한 변화를 만드는 일을 주저하는 지금의 정치에 지쳤기 때문’에 정치를 시작한다고 했다. 사실 그가 제도권 정치에 들어선 건 두 달이 채 안 됐지만, 훨씬 이전부터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줄기차게 정치적 메시지를 던졌다. 유튜브 ‘생각 많은 둘째 언니’로도 잘 알려진 장 위원장은 2017년 6월 발달장애가 있는 동생을 18년 만에 시설에서 데리고 나와 함께 살면서 탈 시설 자립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의 감독이기도 하다. 장 위원장은 정부가 약속했던 장애등급제 폐지를 비롯해 공약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직접 입법 기관에 들어가자고 마음먹었다. 그는 “장애인 탈 시설은 단순히 장애인 3만명의 탈 시설이 아니라 약자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식의 변화와 개혁이 필요한 일”이라며 “내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정치의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길 원하는 곳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정의당을 선택한 이유를 말했다. 장 위원장은 정치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으로 크게 장애인 복지와 정치 개혁을 꼽았다. 구체적으로 그는 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제도를 주장한다. 장 위원장은 “지금의 정책은 장애인 복지를 동정과 시혜의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장애에 등급을 매기고 평가를 한다. 장애가 있다는 것을 문제로 보는데, 진짜 문제는 장애 그 자체가 아니라 차별”이라며 “표 하나를 놓고 몇 시간이 필요하고 무엇을 위해 필요한지를 따져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온전히 당사자를 위한 시간이기 때문에 24시간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 위원장은 “청년을 약자로 보고 접근하는 관점 역시 청년의 가능성과 의미를 완전히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청년 정치의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저는 87년 민주화를 책에서 배웠어요. 책을 읽고 공부를 하더라도 그 당시 경험한 세대보다 잘 알거나 이해할 수는 없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기성 정치권에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의 문제를 잘 이해하지 못해요. 성소수자, 장애인의 함께 살아갈 권리, 여성주의 이런 것에 대해 386세대는 배워야 알 수 있지만 우리에겐 삶이고 현실이죠. 현 국회는 이런 것들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정치를 해야 하고, 21대 총선에서 이것이 시작되느냐 마느냐가 결정될 겁니다.” ·장능인 “4차 산업혁명 못 따라와…중위임금으로 낮추고 책임정치”자유한국당에는 장능인 부대변인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고향 울산에서 출사표를 던질 계획이다. 카이스트 재학 시절인 2009년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입당한 그는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대전선거대책위원장, 그리고 올해 대변인을 맡으며 당내 떠오르는 청년 정치인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인터넷으로 ‘장능인’을 검색하면 ‘미담장학회 상임이사’라는 직함이 눈에 띈다. 그는 스무살 때 만든 교육봉사 동아리 ‘미담장학회’를 사회적기업으로 성장시켜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전국 12개 대학에서 500명의 대학생 선생님이 참여하고, 방과후교실 등을 통해 3000명의 초·중·고 학생들이 공부를 한다. 미담장학회 설립 배경은 그가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 정치를 시작했다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그는 “대학교 1학년 때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러 집을 다녀 보니 부모님의 소득 수준과 학생들의 꿈의 크기가 비례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실력은 키우면 되는데, 경제적 어려움이 있으면 꿈조차 제대로 꾸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장 부대변인은 그렇게 뜻맞는 친구들과 함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대학교로 불러 가르치기 시작한 게 현재 정치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 과외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 미담장학회의 종자돈이 됐다. 10여년째 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장 대변인은 정치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4차 산업을 넘어 5차 산업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지금 국회에는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경험해본 세대가 없다”면서 국회에도 청년들이 입성할 수 있는 체계적인 발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취업이나 생업을 걱정해야 하는 청년들에게는 돈이나 시간이 큰 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정치사관학교 같은 청년 정치인들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선거에 나갈 때 펀드나 기부하는 방식의 제도를 도입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장 부대변인은 청년 정치가 기성 정치권의 신뢰를 회복하고 책임 정치를 뿌리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의 중위임금제, 상임위원회 현장참여제도, 사회문제 공론화 입법·지원 시스템 등을 제시했다. “20~30대 청년 중에 연봉 1억원 받는 사람 어딨겠습니까. 국회의원도 중위임금이나 최저임금을 받고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해서 경제를 살리면 자연스럽게 월급이 올라가고, 그렇지 않으면 줄어들도록 해야 책임 정치가 가능하지요. 저는 그렇게 하겠습니다.” ·오상택 “당리당략에 매몰된 국회…그래도 해법은 정치뿐”더불어민주당의 오상택 대통령직속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은 2011년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연구위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2006년 영남대 총학생회장을 하며 운동권 총학의 마지막을 불태웠던 그는 이인영 원내대표 정무특별보좌관, 성균관대 초빙교수 등을 거치며 정책적으로나 실무적으로도 정치적 경험을 쌓았다. 오 위원은 지난달 27일 자신의 고향인 울산시 울주군에서 출마선언을 했다.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곳인 줄 알면서도 뛰어들었다고 했다. 그는 “당선에 유불리를 따진다면 울주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자란 고향이기 때문에 이곳을 사람들이 오고 싶은 도시로 발전시키고 싶다”면서 “국회와 정당 등 중앙정치에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지역 발전의 방법을 안다”고 자신했다. 현재 울산에 내려가 시민들을 만나며 소통을 넓히고 있는 오 위원은 청년 정책의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학교폭력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일용직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20대 청년을 만난 적이 있는데, 여러 가지 정책이 있어도 이를 알지 못해 지원을 받지 못하더라”면서 “이런 경우를 대학을 다니고 졸업해 취업하는 것을 보통의 청년이라고 보는 관점에서는 도와줄 수가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청년이라는 약자 집단의 전체 윤곽을 바라보고 이에 대해 적절히 처방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청년기본소득, 수당 정책을 보편적으로 시행해 기본적인 설 자리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년 수차례 반복되는 국회 파행을 옆에서 지켜본 오 위원은 그 어느 때보다 제도권 정치에 대한 탄식이 크다고 했다. 그는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30%에 불과하다. 이것이 국회의 현주소”라며 “정쟁을 통한 극렬한 대립이 결국 일하지 않고, 인간성마저 상실한 비정한 국회를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국회 보좌관 등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민생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건 “결국 정치밖에 없다”고 했다. 역시 해법은 청년 정치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민주당, 한국당, 정의당 등 기성 제도권 정치인들이 청년 정치를 최우선에 걸고 있는데 각 선거 때마다 보여주기 식 정책이 아니라 실천으로 가야 한다”면서 “예컨대 1억원이 넘는 선거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청년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 비용적, 조직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 국회에 입성하는 청년이 더 많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곽정은, 다니엘 튜더 결별 심경? “그런 식으로 편집하다니..”

    곽정은, 다니엘 튜더 결별 심경? “그런 식으로 편집하다니..”

    작가 곽정은이 최근 만났던 다니엘 튜더와의 결별 심경이 전해진 것에 대해 황당함을 표했다. 곽정은은 4일 새벽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참... 미안하네 너에게. 너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이별에 대한 일반론을 그런 식으로 편집하다니. 웃지요”라는 글과 함께 ‘사람이 좋다’ 방송 캡처 사진을 게재했다. 앞서 3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는 잡지사 기자 출신 방송인 곽정은이 출연했다. 곽정은은 2013년 토크쇼 ‘마녀사냥’에서 솔직하고 거침없는 발언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그는 13년차 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칼럼니스트, 방송인, 강연자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 곽정은은 이날 한 강연을 통해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영문학과를 졸업했는데 내가 학교 다닐 때 IMF가 터졌다. 회사에 서류를 60번 넣었는데 60번 다 낙방했다.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은 ‘나는 이제 밥값을 할 수 없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서른 넘어가자마자 ‘이제 큰일났다. 이대로는 나는 별로 멀쩡하지 않다. 남자가 필요해. 노처녀는 싫어’라는 생각이 희한하게 그때부터 들기 시작하더라. 그래서 급히 결혼했다. 만난 지 2주 된 사람과 결혼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곽정은은 결혼 생활에서 인생 최고의 외로움을 느꼈고, 결혼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이혼을 결정했다. 곽정은은 “내가 가장 불안정할 때 했던 선택이 결혼이었다”며 “그 결정을 위해 많은 에너지를 썼고, 그 에너지를 쓰며 내가 누군지 알게 됐다. 완전히 세상의 비바람 부는 언덕에 남겨진 내 인생의 벌어진 일에 대해서, 그 실패가 나한테는 내 인생의 눈을 제대로 열어버리는 경험을 하게 도와준 것이다”고 이혼에 대해 담담하게 전했다.이날 방송에서는 곽정은이 공개 연애를 했던 다니엘 튜더와의 이별에 대해 언급하는 것처럼 보이는 발언이 전파를 탔다. 곽정은은 이별 후 SNS에 “성숙한 이별”이라고 글을 써 화제가 됐었다. 두 사람은 지난 6월 열애설이 보도된 후 공식 연인이 됐지만, 그 후 3개월 만에 결별했다. 곽정은은 “당시엔 힘들었던 것 같다. 억울하고 분노하고”라며 과거를 떠올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마음을 공부하며 “이것이 나에게 주었던 평안과 어떤 행복이 있으니까 이런 아픈 감정도 당연히 줄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다며 “강물에 예쁜 꽃잎 하나 띄워 보내듯이 잘 가 할 수 있는 태도가 성숙한 태도 아닐까요?”라고 생각을 밝혔다. 해당 발언은 다니엘 튜더를 향한 것이 아닌, 이별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이었던 것. 이혼하고 혼자 산 지도 벌써 10년이 됐다. 곽정은은 “혼자라서 쓸쓸한 삶이 아니라 혼자라서 참 충만하고 그 자체로 좋고 ‘혼자지만 괜찮아’가 아니라 ‘혼자여서 참 좋다’라고 충만하고 느낄 수 있다”며 현재 삶에 만족을 드러냈다. 사진 = 서울신문DB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문학 소재로 활약하는 눈, 그 속에 담긴 과학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문학 소재로 활약하는 눈, 그 속에 담긴 과학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와 함께 소담스럽게 내리는 함박눈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얀 눈을 보며 느껴지는 푸근함과 이유 없는 기대감, 감성적인 느낌은 작가들에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요즘 흥행몰이 중인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의 모티브가 된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부터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라는 도입부로 유명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추리소설 역사상 가장 독특하고 철학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까지 눈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기상청이 지난달 말 ‘3개월(12~2월) 기상전망’을 발표하면서 올 12월은 평년과 비슷한 수준의 강수량을 보이는 한편 기온은 평년보다 다소 높을 것이라고 예보해 눈 구경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난 3일 오전과 4일 새벽 서울과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눈이 펑펑 내렸습니다. 구름 속 수분이 얼어 하얗게 떨어지는 ‘눈’에는 보이는 것과는 달리 다양한 과학이 숨겨져 있습니다. 눈은 상층 기온은 영하권이고 지상 온도는 2도 이하일 때 내리는데 크게 함박눈, 싸락눈, 가루눈, 진눈깨비 등 4종류로 나뉩니다. 함박눈은 여러 개의 눈 결정이 붙어 만들어진 눈송이가 내리는 것으로 상공 1.5㎞의 기온이 영하 10도 안팎일 때 만들어지며 비교적 따뜻하고 습한 공기에서 만들어집니다. 싸락눈은 작은 얼음알갱이가 떨어지는 것으로 1.5㎞ 상공의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일 때 내리며, 밀가루처럼 부슬부슬해 잘 뭉쳐지지 않는 가루눈은 습도와 기온이 낮고 바람이 강하게 불 때 많이 내립니다. 함박눈이 내릴 때보다 싸락눈이나 가루눈이 내리는 날이 훨씬 춥습니다. 진눈깨비는 상공의 기온이 높아 눈이 내리다가 중간에 녹아 비와 섞여 내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눈의 종류는 4가지에 불과하지만 눈의 결정 모양은 60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른 것처럼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내리는 눈이라도 현미경으로 보면 결정 모양이 제각각이라는 말이지요. 사람들이 가장 흔히 알고 있는 눈 결정 모양은 ‘겨울왕국’ 로고에서처럼 6개의 가지가 뻗쳐 있는 육각형 모양입니다. 이런 형태의 눈 결정은 상공 1.5㎞의 기온이 영하 10~20도 사이일 때 만들어집니다. 이보다 기온이 낮으면 기둥 모양이나 판상형 결정이 만들어지고 영하 10도보다 높을 때는 바늘이나 장구 모양처럼 길죽한 형태의 결정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눈의 결정이 수천 개의 모양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20세기 초 미국의 농부이자 아마추어 눈 사진가 윌슨 벤틀리 덕분입니다. 벤틀리는 현미경과 사진기를 결합시킨 장치를 만들어 죽기 전까지 6000여종의 눈 결정을 찾아내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정통 과학자가 아닌 그가 이런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눈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1931년 6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도 눈 결정 사진을 찍기 위해 눈보라가 몰아치는 바깥에 너무 오래 있어서 얻은 폐렴 때문이었다는 이야기만 들어 봐도 그의 열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세기 들어 미국이 유럽을 제치고 세계 과학의 중심지가 된 것은 과학에 대한 이런 관심과 호기심들이 모여 만든 결과가 아닐까요. edmondy@seoul.co.kr
  • 3선 김영우 불출마…‘친황’ 체제 구축에 반기 든 쇄신파

    3선 김영우 불출마…‘친황’ 체제 구축에 반기 든 쇄신파

    黃 “친황 하려고 정치하는 것 아냐…뼈깎는 혁신” 최고위 ‘원내대표 임기 연장 불가’ 결정에 내부서도 ‘부글’ 나경원 “당 승리를 위해 내린 결정”…임기연장 뜻 접어자유한국당 수도권 3선인 김영우(경기 포천시·연천군) 의원이 4일 당의 쇄신을 요구하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불출마를 결정한 김세연 의원에 이어 김 의원까지 당 내 쇄신파로 꼽히는 의원들이 잇달아 자기희생을 결단한 가운데 최근 쇄신보단 친황(친황교안) 체제 구축에 힘을 쏟고 있는 황교안 대표가 태도 변화를 보일지 주목된다. 김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정치에 입문하는 과정과 정치를 해오는 과정에서 두 전직 대통령(이명박·박근혜)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받았다. 정치적·역사적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며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이제라도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현재 한국당의 모습으로는 국민 마음을 얻을 수 없다며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스스로를 깨부수지 않은 채 단순한 정치 기술과 정치 공학, 상대방에 대한 공격적 언어만으로는 국민과의 간격을 메울 수가 없다”며 “국민과 하나 되고 국민과 소통하지 못하면 포퓰리즘과 선동, 국정농단으로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는 저들을 막아낼 수가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금의 한국당은 너무나 작은 그릇”이라며 “청년이 자랑스러워하는 대한민국,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를 깨부수고 큰 그릇을 만드는 용기가 필요하다.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 술과 새 부대를 위해 저의 자리를 비우겠다. 어떠한 당직이나 원내 선출직에 출마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며 “지도부도 나서줘야 한다. 당 대표께서 말한 것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대 총선 막장 공천으로 당을 분열시키는데 책임이 있는 정치인, 최고 권력자의 눈과 귀를 가리고 호가호위했던 정치인, 거친 언어로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면서 당을 어렵게 만든 정치인도 이제는 물러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YTN 기자 출신으로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정책상황실 부실장을 맡으며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대변인과 국회 국방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자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에 동참했다가 1년 만에 한국당으로 복귀했다.한국당에서 공식적으로 불출마 뜻을 밝힌 의원은 김 의원을 포함해 김무성(6선)·김세연(3선)·김성찬(재선)·유민봉(초선) 의원 등 5명이다. 초·재선 의원 뿐만 아니라 김 의원같이 당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정치인이 불출마를 통해 쇄신을 촉구하고 있지만 황 대표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오히려 ‘읍참마속’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예고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 주요 당직에 측근들을 기용하고, 불화설이 돌았던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 불가 결정을 내리며 친황 체제 구축에만 힘을 쏟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청와대 사랑채 앞 ‘투쟁텐트’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저와 한국당부터 가장 깊이, 가장 철저하게 혁신하지 않으면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혁신이 멈추는 순간 당의 운명도 멈춘다는 위기감으로 뼈를 깎는 혁신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친황 정치’가 거론되는 데 대해 황 대표는 “나는 친황 하려고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인사를 면밀히 들여다보라. 네이밍해놓고 틀에 맞추지 말고 사실관계를 보면 친황이라는 말이 들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한편 황 대표가 의원총회를 거치지 않고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나 원내대표 임기 문제를 결정한 것을 두고 당 내부에 반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원들의 투표로 선출된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 여부를 당 대표 및 최고위원회의가 결정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다. 4선 정진석 의원은 이날 회의 시작 전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이렇게 화합을 못 하고 당신들 너무하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는 비판받으면 안 되나. 내가 20년 동안(정치하면서) 이런 것을 처음 봐서 그런다”며 작심발언 했다. 김태흠 의원은 의총 공개 발언에서 “어제 최고위 의결 내용은 유감스럽고 개탄스럽다”며 “원내대표 연임 사항은 의총에 권한이 있지 최고위원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일부 의원들이 ‘비공개로 말하라’고 하자 김 의원은 “제 입을 막은들 이 얘기가 밖으로 안 나가겠나. 이게 살아있는 정당인가”라며 “앞으로 어떻게 우리가 문재인 정권의 독재와 국회의장이 함부로 유권해석을 내려 국회를 끌어가는 것을 비판할 수 있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판사 출신인 홍일표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당헌 제55조와 당규 제24조 제3항을 종합하면 당 대표의 ‘경선 공고 권한’은 선거일을 정한다는 절차상의 권한일 뿐이고, 원내대표 임기 연장을 결정할 권한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원내대표 선출과 임기 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오로지 의원총회에 있다”고 했다. 김세연 의원은 라디오에서 “황 대표가 원내대표 경선 공고를 당 대표가 한다는 규정을 갖고 권한을 과대해석해서 나온 문제로 보인다”며 “이런 식으로 당이 운영되는 것은 정말 곤란하다. 당이 종말 말기 증세를 보이는 것 아닌가 하는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황 대표는 당 내 비판을 의식한 듯 오전 청와대 앞 회의를 마치고 국회 원내대표실을 방문해 나 원내대표와 7분가량 면담했다. 황 대표는 나 원내대표에게 “고생 많았다. 앞으로도 당을 살리는 데 힘을 합하자”고 말했고, 나 원내대표는 “나머지 현안들의 마무리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고 황 대표가 기자들에게 전했다. 최고위가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을 불허할 권한이 없다는 당규 해석에 대해 황 대표는 “어제 여러가지 의견들에 대해서 당 조직국에서 법률 판단을 했고 저도 그것에 따라 판단했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오늘 의총에서는 임기 연장 여부에 대해 묻지 않겠다. 권한과 절차를 둘러싼 여러 의견이 있지만 오직 국민 행복과 대한민국 발전 그리고 당의 승리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전날 최고위원회의 의결에 승복했다. 나 원내대표는 “뜨거운 열정과 끈끈한 동지애로 가득한 1년이었다. 눈물과 감동의 시간이었다”며 “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춘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한국당 (총선) 승리를 위한 그 어떤 소명과 책무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의총 안건으로 ‘임기 연장’을 올렸지만 이날 오전 ‘국회 협상 보고’로 변경했다. 지난해 12월 11일 취임한 나 원내대표의 임기는 오는 10일까지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곽정은, 다니엘 튜더 결별 심경? “그런 식으로 편집하다니..”

    곽정은, 다니엘 튜더 결별 심경? “그런 식으로 편집하다니..”

    작가 곽정은이 최근 만났던 다니엘 튜더와의 결별 심경이 전해진 것에 대해 황당함을 표했다. 곽정은은 4일 새벽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참... 미안하네 너에게. 너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이별에 대한 일반론을 그런 식으로 편집하다니. 웃지요”라는 글과 함께 ‘사람이 좋다’ 방송 캡처 사진을 게재했다. 앞서 3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는 잡지사 기자 출신 방송인 곽정은이 출연했다. 곽정은은 2013년 토크쇼 ‘마녀사냥’에서 솔직하고 거침없는 발언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그는 13년차 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칼럼니스트, 방송인, 강연자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 곽정은은 이날 한 강연을 통해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영문학과를 졸업했는데 내가 학교 다닐 때 IMF가 터졌다. 회사에 서류를 60번 넣었는데 60번 다 낙방했다.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은 ‘나는 이제 밥값을 할 수 없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서른 넘어가자마자 ‘이제 큰일났다. 이대로는 나는 별로 멀쩡하지 않다. 남자가 필요해. 노처녀는 싫어’라는 생각이 희한하게 그때부터 들기 시작하더라. 그래서 급히 결혼했다. 만난 지 2주 된 사람과 결혼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곽정은은 결혼 생활에서 인생 최고의 외로움을 느꼈고, 결혼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이혼을 결정했다. 곽정은은 “내가 가장 불안정할 때 했던 선택이 결혼이었다”며 “그 결정을 위해 많은 에너지를 썼고, 그 에너지를 쓰며 내가 누군지 알게 됐다. 완전히 세상의 비바람 부는 언덕에 남겨진 내 인생의 벌어진 일에 대해서, 그 실패가 나한테는 내 인생의 눈을 제대로 열어버리는 경험을 하게 도와준 것이다”고 이혼에 대해 담담하게 전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곽정은이 공개 연애를 했던 다니엘 튜더와의 이별에 대해 언급하는 것처럼 보이는 발언이 전파를 탔다. 곽정은은 이별 후 SNS에 “성숙한 이별”이라고 글을 써 화제가 됐었다. 두 사람은 지난 6월 열애설이 보도된 후 공식 연인이 됐지만, 그 후 3개월 만에 결별했다. 곽정은은 “당시엔 힘들었던 것 같다. 억울하고 분노하고”라며 과거를 떠올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마음을 공부하며 “이것이 나에게 주었던 평안과 어떤 행복이 있으니까 이런 아픈 감정도 당연히 줄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다며 “강물에 예쁜 꽃잎 하나 띄워 보내듯이 잘 가 할 수 있는 태도가 성숙한 태도 아닐까요?”라고 생각을 밝혔다. 해당 발언은 다니엘 튜더를 향한 것이 아닌, 이별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이었던 것. 이혼하고 혼자 산 지도 벌써 10년이 됐다. 곽정은은 “혼자라서 쓸쓸한 삶이 아니라 혼자라서 참 충만하고 그 자체로 좋고 ‘혼자지만 괜찮아’가 아니라 ‘혼자여서 참 좋다’라고 충만하고 느낄 수 있다”며 현재 삶에 만족을 드러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애국기업’ 화웨이에 중국인들이 분노하는 까닭은

    ‘애국기업’ 화웨이에 중국인들이 분노하는 까닭은

    ‘천당에서 나락으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미국의 총알받이 역할을 하고 있는 덕분에 ‘희생양’으로 부각돼 중국 내에서 ‘애국기업’으로 칭송받던 화웨이가 돌연 ‘악덕 기업’으로 비난받고 있는 것이다. 3일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의 인터넷판 앙시(央視)신문, 신경보(新京報) 등에 따르면 화웨이가 갑작스레 손가락질을 받게 된 것은 화웨이 퇴직자가 251일 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연이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화웨이 퇴직자인 리훙위안(李洪元·42)은 지난 2005년 화웨이의 계열사에 입사해 연구·개발 및 판매 등 분야에서 일하다가 2018년 퇴직했다. 그해 3월 그는 회사 담당자들과 협의를 거쳐 38만 위안(약 6400만원)의 퇴직 보상금을 받았다. 그런데 9개월 후인 12월 16일 새벽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 공안국 소속 공안(경찰)들이 집에 들이닥쳐 그를 체포했다. 리가 퇴직금 협상 과정에서 회사 기밀을 유출하겠다는 등의 협박을 가했다며 회사 관계자들이 그를 공안에 고소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안은 처음에는 기밀 침해 혐의로 그를 조사를 했다. 그의 혐의 입증이 쉽지 않자 공안은 그를 사기·공갈죄로 죄목을 바꿔 장기간 구속 구사를 이어갔다. 2017년 12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부서의 업무 성과 부풀리기에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간파한 리가 30만 위안을 주지 않으면 부서의 업무 조작 사실을 제보하겠다고 협박해 2018년 3월 부서 직원이 그의 통장계좌로 30만 위안을 이체받았다는 혐의도 더해져 그를 조사한 것이다.그러나 리의 억울함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겨우 풀렸다. 공갈과 협박이 이뤄졌다는 퇴직금 협상 현장에서 그가 녹음해 둔 음성 파일을 뒤늦게 찾은 것이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녹음 파일에는 리와 인사 담당자들이 이따금 웃음 소리가 오가는 등 원만한 분위기 속에서 협상이 진행된 정황이 담겨 있었다. 당초 공안은 리를 체포할 때 자택에서 이 음성 파일이 담긴 녹음기를 압수했지만 리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리는 천신만고 끝에 다른 컴퓨터에서 백업된 녹음 파일을 찾아 검찰에 증거로 제출했다. 선전시 검찰은 공안이 제기한 혐의가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증거 역시 부족하다면서 지난 8월 23일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리를 풀어줬다. 체포돼 구금된지 251일 만이다. 이어 검찰은 지난달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면서 리에게 10만 위안을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런데 리의 퇴직은 사실 상관에 의해 해고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부서의 업무 성과 조작 상황을을 고발한 탓이다. “내가 있던 부서 사업은 정부 보조금을 통해 존재하는 사업이에요. 매출 마진이 낮아 돈을 벌 수가 없는 구조인데요. 하지만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업무 성과를 부풀리는 조작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회사의 자금 유용 규모는 커지고 창고에는 재고가 쌓여 갔죠. 자금 유용과 재고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회사는 거액의 손실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더이상 두고볼 수만은 없었죠. 나는 잘못된 업무 관행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2016년 11월에 제보를 하게 됐습니다.” 공익 제보를 한 뒤 그의 상관은 리를 보는 눈초리가 남달랐다. 그에게 일을 맡기지 않았고 출장도 보내지 않았다. 2017년 연말에 가까워져 리의 계약을 연장할 때가 됐다(화웨이 사원 4년마다 계약 갱신). 그는 그래도 화웨이에 남고 싶었지만 상관이 계약불가 통보를 했다. 2018년 1월 화웨이에서 퇴직하게 됐다. 리는 신경보(新京報)와의 인터뷰에서 “내 눈 앞에 거대한 산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지금 이 산을 넘을 수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억울하면 고소해라’는 식인 화웨이의 반응은 리는 물론 네티즌들을 더욱 격분하게 만들었다. 화웨이는 2일 밤 “화웨이는 불법 의혹을 사법 기관에 신고할 권리를 갖고 있다”며 “리훙위안이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여긴다면 화웨이를 고소하는 것을 포함한 법적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리훙위안 사건의 파문이 커지면서 미국의 고사(枯死) 압력에 맞서 중국 정부와 소비자들의 강력한 지원의 손길을 기대던 화웨이는 곤경에 빠졌다. 화웨이는 런정페이(任正非) 창업자겸 최고경영자(CEO)의 딸인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이 캐나다에서 체포된 지 1년을 맞아 대대적인 동정 여론 조성에 나서려고 했지만 이번 사건 탓에 중국인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캐나다에서 가택연금 중인 멍 부회장은 지난 1일 공개한 공개 자필 편지에서 “여러분은 나의 등대”라며 지속적인 지지와 성원을 부탁했다. 런정페이 CEO도 최근 CNN과 인터뷰에서 멍 부회장이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협상 카드가 되었다며 딸이 이를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언급했다.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터넷에서 리씨를 향한 동정 여론이 폭발하면서 중국의 주류 미디어들도 앞다퉈 이 사건을 대서특필하자 화웨이를 비난이 쇄도했다. 주목을 끄는 대목은 이 같은 민감한 시점에 민감한 기사가 나가는 데도 중국 당국이 별다른 통제를 하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화웨이와 중국 정부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중국 선전 당국이 화웨이에 부정적 뉴스를 통제하고 나선다면 오히려 미국의 의혹 제기가 사실임을 자인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검열 공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베이징 소식통들은 분석했다. 더군다나 네티즌들은 화웨이가 중국의 노동관계법이 보장하는 퇴직 보상금을 챙겨간 리를 ‘괘씸죄’로 다뤄 다른 퇴직 직원들에게 본보기로 삼으려 하는 노무전략 아니냐고 ‘합리적인’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리의 사건을 계기로 쩡멍(曾夢)이라는 화웨이 전 직원 역시 퇴직 보상금을 받는 과정에서 화웨이 측에 고소를 당해 90일간 옥살이를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런 CEO의 CNN 인터뷰를 소개한 CCTV 인터넷 기사에는 “애국심에서 화웨이를 샀지만 오만한 화웨이는 앞으로 사지 않을 것”,“리훙위안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고난은 사람을 더욱 크게 만든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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