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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심해 희토류

    [씨줄날줄] 심해 희토류

    일본이 또다시 중국산 희토류 수급 위기에 내몰렸다. 지난 6일 중국 상무부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문제 삼아 일본에 대한 이중용도 물자 수출 금지를 선언한 데 이어 그제는 중국 국영기업들이 일본에 희토류 신규 계약 방침을 전했다. 2010년 센카쿠열도 영토 분쟁 때 희토류 수출을 중단한 지 16년 만이다. 당시 희토류 대중 의존도 85%였던 일본은 큰 타격을 입었고, 이후 호주·베트남·인도 등지로 공급선 다변화를 추진했지만 여전히 70%를 중국에 의존한다. 공교롭게도 중국의 제재는 일본이 희토류 확보를 위한 창발적인 실험 직전에 단행됐다.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는 어제 세계 최초로 수심 6000m 해저에서 희토류 시험 채굴을 시작했다. 도쿄에서 남동쪽 1900㎞ 미나미토리섬 근처 바다가 목표 지점. 이곳 심해 퇴적층에 전기차 모터용인 네오디뮴·디스프로슘 등이 포함돼 있다. 일본이 희토류를 찾아 바다까지 눈을 돌린 건 센카쿠열도 분쟁 직후였다. 2011년 일본 과학자들이 태평양 해저에 육상 총매장량의 약 1000배에 달하는 희토류가 있다고 발표했다. 미나미토리섬 근처엔 약 1600만t이 매장됐다고 추산했다. 일본은 일단 2027년부터 하루 350t 규모의 본격 채굴, 2028년부터 상업 생산을 목표로 내세웠다. 미국도 이 프로젝트에 협력하기로 했다. 채굴 비용만 최소 1120억원으로 추산된다. 도쿄대는 채산성이 확보되려면 현재 목표의 10배인 하루 3500t을 채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싼값의 희토류를 안정 공급하면 경제성이 ‘0’에 가까운 사업이다. 이번처럼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로 공급이 끊기거나 희토류 가격이 급등하지 않는 한 수지가 맞지 않는단 얘기다. 물론 성공한다면 2000년대 고유가로 촉발된 미국의 셰일혁명에 빗댈 정도의 희토류 산업 대변혁도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위기가 혁신을 낳는다는 오랜 진리를 다시 보여 주게 될 것이다. 홍희경 논설위원
  • 시선으로 뇌를 읽고 로봇이 일한다… AI, 인간 오감과 결합

    시선으로 뇌를 읽고 로봇이 일한다… AI, 인간 오감과 결합

    3D 모니터, 사용자 눈 실시간 추적운전자 시선 따라 다양한 정보 제공안경 쓰고 QR코드 보면 결제 완료휴머노이드가 육체노동 대체 주목디지털 세계에 머물던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오감과 결합하며 현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CES 2026’은 AI가 물리적 실체를 갖춘 ‘피지컬 AI’ 시대의 본격적인 서막을 알렸다. AI는 단순히 명령에 답하는 챗봇을 넘어, 사용자의 시선과 맥락을 먼저 읽고 인지 능력을 보강하는 ‘능동적 인터페이스’로 진화했다. 또 로봇이 육체노동을 대신하고 웨어러블이 인간의 감각을 확장하는 등 첨단기술은 소위 인류의 ‘유기적 동반자’로서 자리매김했다. 이번 CES에서 돋보인 것은 한국 기업들이 주도한 ‘시선 혁명’이었다. 삼성전자의 ‘오디세이 3D’ 모니터는 상단에 탑재된 2개의 카메라가 사용자의 눈 위치를 실시간으로 쫓는다. 3D 안경을 쓰지 않아도 내 눈의 각도에 맞춰 화면 픽셀을 재배치해, 어느 방향에서 보든 튀어나올 듯한 입체감을 준다. LG전자는 시선에 따라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비전 솔루션’ 등 ‘AI 기반 차량용 솔루션’으로 전장 기술을 과시했다. 운전자가 전방의 신호등을 힐끗 보면 남은 시간을 디스플레이에 띄워주고, 길가 광고판을 쳐다보면 해당 매장의 할인 정보를 제안한다. 시선이 곧 마우스 클릭인 새로운 조작 방식이다. 스마트 안경의 한계였던 무게와 착용감도 돌파구를 찾았다. 국내 강소기업 클레어옵틱은 기존 AR 글라스의 무겁고 비싼 유리 렌즈 대신, 10g대 초경량 플라스틱 소재로 4K급 고화질을 구현한 모듈을 공개했다. 일반 안경 수준의 무게와 두께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애플과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관계자들이 부스를 찾아 협업을 타진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소위 ‘시선 경쟁’에 뛰어들었다. 일본 ‘띵카 비전’은 직원이 안경 너머로 고객을 바라보면 과거 방문 이력과 선호도를 확인해줬고, 일부 스타트업은 시각장애인이 응시하는 사물을 음성으로 설명해 주는 ‘보조 지능’ 기술로 인류애를 더했다. 중국 로키드는 안경을 쓴 채 QR코드를 응시하면 결제가 완료되는 시스템을 시연했고, 레이네오는 안경에 구글 제미나이를 탑재해 스마트폰 없이 실시간 번역과 내비게이션을 구현하며 ‘얼굴 위 컴퓨터’ 시대를 앞당겼다. 독일계 스타트업 이븐리얼리티는 무게 36g의 스마트 안경에 전용 스마트링을 연동해, 손가락 움직임만으로 안경 속 화면을 조종하도록 했다. 스마트 안경과 웨어러블은 인지 능력의 확장을 의미한다. 특히 사용자가 조작을 의식하지 않아도 기술이 공기처럼 배경에 머물다 필요한 순간에만 나타나는 ‘앰비언트 컴퓨팅’ 생태계를 완성했다는 평가다. 이외 이번 CES의 주인공은 현대차그룹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로 상징되는 로봇과 세계 중심에 선 중국 기술이었다. 아틀라스는 자연스러운 보행 능력과 산업 현장 투입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난 8일 글로벌 매체 씨넷(CNET)에서 ‘CES 2026 최고 로봇’으로 선정됐다. 휴머노이드를 소개한 전체 40개 기업 중 중국 기업(20개)이 절반을 차지했고, 이들 로봇은 권투 경기나 돌려차기 등을 시연하면서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전미소비자기술협회에 따르면 4100여개 기업이 참가하고, 14만 8000여명이 방문한 이번 CES는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였다.
  • 16대 추돌에 간판 추락까지… 강풍·폭설로 가슴 졸인 주말

    16대 추돌에 간판 추락까지… 강풍·폭설로 가슴 졸인 주말

    고속道 결빙 추정 추돌로 5명 숨져강풍에 간판 떨어져 20대 행인 사망의성서 또 산불, 18시간 만에 진화오늘도 영하권 한파… 중부에 눈·비 주말 동안 폭설과 강풍, 한파가 겹치면서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나 8명이 숨졌다. 지난해 봄 초대형 산불로 잿더미가 된 경북 의성에서는 또다시 산불이 나 18시간 만에 진화됐다. 추운 날씨에 도로가 얼어붙으면서 교통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10일 오전 6시 10분쯤 경북 상주시 서산영덕고속도로 남상주나들목 일대에서 블랙아이스(도로 결빙) 추정 사고로 화물차가 전도되는 등 차량 16대가 다중 추돌해 5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같은 날 오전 7시 35분쯤에는 경북 성주군 초전면 월곡리 한 도로에서 25t 화물차가 하천으로 추락해 50대 운전자가 숨졌다. 20분 뒤 인근 도로에서도 25t 화물차가 미끄러지면서 옹벽을 들이받아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났다. 또 같은 날 강원 횡성군 안흥면에서는 제설 작업 중이던 트랙터가 전복돼 5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강풍으로 인한 사망 사고도 났다. 10일 오후 2시 21분쯤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에서 20대 남성이 강풍에 떨어진 가로 15m, 세로 2m 크기 간판에 깔려 숨졌다. 같은 날 오산시 기장동에선 바람에 날린 현수막에 오토바이 운전자가 맞아 다쳤다. 한편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14분쯤 의성군 의성읍 비봉리 해발 150m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18시간 만인 11일 오전 9시쯤 완전히 진화됐고, 산림청은 뒷불 감시 체제로 전환했다. 앞서 당국은 소방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헬기 19대와 차량 133대, 인력 670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초속 6m가 넘는 강풍으로 한때 산불이 안동 방면으로 확산했으나 의성 일대에 눈이 내리면서 밤이 되기 전에 불길이 잡혔다. 의성체육관과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던 주민 281명은 산불이 꺼지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파·강풍으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자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0일 가동된 중대본 1단계를 유지하고 제설이 미흡한 구간에 대해서는 철저한 상황관리를 요청했다. 12일에도 전국적으로 영하 10도 안팎의 강력한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 눈이나 비가 내릴 전망이다. 서울과 경기 서해안에서 시작된 눈·비는 오후에 중부 전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4도~영하 3도, 낮 최고기온은 0도~영상 10도로 예보됐다. 특히 경기 내륙과 강원 산지는 영하 15도 안팎까지 떨어지겠다. 기온은 13일부터 일시적으로 오르겠으나 전국적으로 순간풍속 55㎞/h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계속 낮겠다. 강원 산지 등 일부 지역은 순간풍속 70㎞/h 이상 강풍이 예보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가시거리가 짧고 도로가 매우 미끄러우니 교통안전과 건강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 아이 낳아도 괜찮을까…한국 청년이 망설이기 시작한 이유

    아이 낳아도 괜찮을까…한국 청년이 망설이기 시작한 이유

    한국의 젊은 층은 출산으로 얻는 기쁨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답하면서도 경제적 부담에 대한 우려 역시 가장 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인식은 실제 댓글 반응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는 시선과 “조건만 탓할 문제는 아니다”는 반론이 맞선다. 1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국외 인구정책 사례 연구’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한 5개국(독일·일본·프랑스·스웨덴) 20~49세 성인 각 2500명을 대상으로 한 결혼·출산 인식 조사에서 한국은 출산에 대한 기대와 부담이 동시에 가장 크게 나타난 나라로 집계됐다. 미혼·비혼 응답자의 결혼 의향은 한국이 52.9%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았다. 반면 출산 의향은 31.2%로 스웨덴·프랑스·독일보다 낮았고, 출산 의향이 있는 응답자가 계획한 자녀 수는 평균 1.74명으로 5개국 중 가장 적었다. 자녀 출산이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삶의 기쁨과 만족이 커진다’는 응답이 한국에서 74.3%로 가장 높았지만, ‘경제적 부담이 늘어난다’는 응답 역시 92.7%로 가장 높았다. 연구진은 “출산이 주는 기쁨에 대한 공감은 크지만, 이를 가로막는 현실적 부담 역시 가장 강하게 인식되고 있다”며 “이 같은 간극이 한국 사회의 출산 논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 시선 하나|“기쁨은 알지만…아이에게 이 사회를 물려줄 자신이 없다” 댓글의 다수는 출산을 막는 가장 큰 이유로 주거·교육·노후 불안이 결합된 현실을 꼽았다. 공감 수 100개 이상을 받은 댓글들에는 “평균 집값 10억 시대에 원리금 갚고 아이 키우면 노후 대비가 안 된다”, “둘이 벌어도 둘이 살기 힘든 세상”이라는 체념이 반복됐다. 특히 눈에 띄는 건 판단의 기준이 ‘부모의 행복’이 아니라 ‘아이의 삶’이라는 점이다. “내가 능력이 안 되면, 내 자식은 나보다 더 힘든 삶을 살게 될 걸 아니까 낳지 않는다”, “망해가는 나라에 자식을 낳는 건 자식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는 댓글이 높은 공감을 얻었다. 사교육 부담도 빠지지 않는다. “초중고 12년을 입시로만 몰아가는 교육 시스템이 근본 문제”, “사교육비 없이는 아이를 경쟁에서 지켜낼 수 없다는 인식 자체가 출산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이 시선에서 출산은 희망의 선택이 아니라 책임의 부담이다. 아이를 낳는 순간 부모는 장기간의 경제적·정서적 책임을 떠안게 되고, 그 끝에서조차 “노후에 자식이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현실이 출산을 더욱 망설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 시선 둘|“환경은 늘 힘들었다…결국 선택과 인식의 문제” 반면 일부 댓글은 출산 기피를 사회 탓으로만 돌리는 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공감 수 400개 이상을 기록한 댓글 중에는 “가난한 환경에서도 공부하며 가정 꾸리고 아이 키우며 살아왔다”, “남과 비교하고 허황된 기준을 세우는 게 문제”라는 목소리가 있었다. 출산을 ‘조건 충족 후의 보상’처럼 여기는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적 부담이 예전에는 없었느냐”, “희생 없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은 없다”는 댓글이 이를 대변한다. 또 일부는 “요즘은 국가 지원도 적지 않은데, 불안과 공포만 과장된다”고 본다. “애완동물 키울 돈이면 아이 하나는 충분히 키운다”, “출산을 꺼리는 분위기 자체가 미디어와 사회 담론이 만든 측면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 시선에서는 출산율 저하를 구조적 문제만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삶의 우선순위와 책임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 같은 현실, 다른 결론…‘아이를 낳아도 괜찮은 사회인가’ 이번 조사와 댓글 반응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건 하나다. 출산이 ‘행복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미래에 대한 판단’이 됐다는 점이다. 출산으로 얻는 기쁨에는 다수가 공감하지만, 그 기쁨을 감당할 수 있는 사회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댓글창의 두 시선은 서로 다르지만, 같은 질문으로 모아진다. “아이를 낳는 선택이 개인의 용기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감당 가능한 선택인가.” 출산율을 둘러싼 논쟁은 이제 ‘낳아야 한다’와 ‘왜 안 낳느냐’를 넘어서 아이와 부모 모두가 버틸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옮겨가고 있다.
  • “아이 낳아도 괜찮을까”…한국 청년이 갈라진 이유 [두 시선]

    “아이 낳아도 괜찮을까”…한국 청년이 갈라진 이유 [두 시선]

    한국의 젊은 층은 출산으로 얻는 기쁨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답하면서도 경제적 부담에 대한 우려 역시 가장 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인식은 실제 댓글 반응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는 시선과 “조건만 탓할 문제는 아니다”는 반론이 맞선다. 1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국외 인구정책 사례 연구’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한 5개국(독일·일본·프랑스·스웨덴) 20~49세 성인 각 2500명을 대상으로 한 결혼·출산 인식 조사에서 한국은 출산에 대한 기대와 부담이 동시에 가장 크게 나타난 나라로 집계됐다. 미혼·비혼 응답자의 결혼 의향은 한국이 52.9%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았다. 반면 출산 의향은 31.2%로 스웨덴·프랑스·독일보다 낮았고, 출산 의향이 있는 응답자가 계획한 자녀 수는 평균 1.74명으로 5개국 중 가장 적었다. 자녀 출산이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삶의 기쁨과 만족이 커진다’는 응답이 한국에서 74.3%로 가장 높았지만, ‘경제적 부담이 늘어난다’는 응답 역시 92.7%로 가장 높았다. 연구진은 “출산이 주는 기쁨에 대한 공감은 크지만, 이를 가로막는 현실적 부담 역시 가장 강하게 인식되고 있다”며 “이 같은 간극이 한국 사회의 출산 논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 시선 하나|“기쁨은 알지만…아이에게 이 사회를 물려줄 자신이 없다” 댓글의 다수는 출산을 막는 가장 큰 이유로 주거·교육·노후 불안이 결합된 현실을 꼽았다. 공감 수 100개 이상을 받은 댓글들에는 “평균 집값 10억 시대에 원리금 갚고 아이 키우면 노후 대비가 안 된다”, “둘이 벌어도 둘이 살기 힘든 세상”이라는 체념이 반복됐다. 특히 눈에 띄는 건 판단의 기준이 ‘부모의 행복’이 아니라 ‘아이의 삶’이라는 점이다. “내가 능력이 안 되면, 내 자식은 나보다 더 힘든 삶을 살게 될 걸 아니까 낳지 않는다”, “망해가는 나라에 자식을 낳는 건 자식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는 댓글이 높은 공감을 얻었다. 사교육 부담도 빠지지 않는다. “초중고 12년을 입시로만 몰아가는 교육 시스템이 근본 문제”, “사교육비 없이는 아이를 경쟁에서 지켜낼 수 없다는 인식 자체가 출산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이 시선에서 출산은 희망의 선택이 아니라 책임의 부담이다. 아이를 낳는 순간 부모는 장기간의 경제적·정서적 책임을 떠안게 되고, 그 끝에서조차 “노후에 자식이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현실이 출산을 더욱 망설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 시선 둘|“환경은 늘 힘들었다…결국 선택과 인식의 문제” 반면 일부 댓글은 출산 기피를 사회 탓으로만 돌리는 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공감 수 400개 이상을 기록한 댓글 중에는 “가난한 환경에서도 공부하며 가정 꾸리고 아이 키우며 살아왔다”, “남과 비교하고 허황된 기준을 세우는 게 문제”라는 목소리가 있었다. 출산을 ‘조건 충족 후의 보상’처럼 여기는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적 부담이 예전에는 없었느냐”, “희생 없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은 없다”는 댓글이 이를 대변한다. 또 일부는 “요즘은 국가 지원도 적지 않은데, 불안과 공포만 과장된다”고 본다. “애완동물 키울 돈이면 아이 하나는 충분히 키운다”, “출산을 꺼리는 분위기 자체가 미디어와 사회 담론이 만든 측면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 시선에서는 출산율 저하를 구조적 문제만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삶의 우선순위와 책임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 같은 현실, 다른 결론…‘아이를 낳아도 괜찮은 사회인가’ 이번 조사와 댓글 반응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건 하나다. 출산이 ‘행복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미래에 대한 판단’이 됐다는 점이다. 출산으로 얻는 기쁨에는 다수가 공감하지만, 그 기쁨을 감당할 수 있는 사회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댓글창의 두 시선은 서로 다르지만, 같은 질문으로 모아진다. “아이를 낳는 선택이 개인의 용기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감당 가능한 선택인가.” 출산율을 둘러싼 논쟁은 이제 ‘낳아야 한다’와 ‘왜 안 낳느냐’를 넘어서 아이와 부모 모두가 버틸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옮겨가고 있다.
  • 與원내대표에 3선 한병도 “유능한 여당 모습 보여드리겠다”

    與원내대표에 3선 한병도 “유능한 여당 모습 보여드리겠다”

    차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로 3선 한병도(전북 익산을) 의원이 11일 선출됐다. 백혜련(3선·경기 수원을) 의원과의 결선 투표까지 치러 당선된 한 신임 원내대표는 앞으로 4개월 간 녹록지 않은 원내 현안을 해결하면서 6월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최고위원 3명을 뽑는 보궐선거에선 강득구(재선)·이성윤(초선)·문정복(재선) 의원이 선출됐다. 민주당은 이날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를 열고 1차 투표(의원 투표 80%·권리당원 투표 20%) 결과, 과반 투표자가 나오지 않아 결선 투표를 치렀고 최종적으로 한 의원이 이재명 정부 집권여당의 두 번째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최근까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역임한 한 원내대표는 친청(친정청래)와 비청(비정청래) 인사를 아우르는 가교 역할을 하는 적임자란 평가를 받는다. 진성준(3선·서울 강서을) 의원과 박정(3선·경기 파주을) 의원은 1차 투표에서 탈락했다. 한 원내대표는 “국정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민생을 빠르게 개선해서 이재명 정부 성공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도록 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라는 큰 시험대가 우리 눈 앞에 있다. 더 낮고 겸손한 자세를 견제하면서도 유능한 집권 여당의 모습을 국민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당당하게 승리하겠다”면서 “야당과의 관계에서도 원칙을 분명히 지키겠다”고 했다. 강득구·이성윤·문정복, 최고위원 선출“鄭지도부 결속해 이재명 정부 성공”이에 앞서 진행된 최고위원 보궐선거(중앙위원 50%, 권리당원 50% 합산)에선 비당권파 강득구 의원이 가장 높은 득표율인 30.74%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정 대표 측 인사로 분류되는 이·문 의원이 각각 24.72%, 23.95%의 득표율로 나머지 두 자리를 꿰찼다. 친명계 이건태 의원은 중앙위원 선거인단에선 245표로 3위에 올랐으나 권리당원 선거인단에서 17만 8572표로 4위를 기록하며 탈락했다. 친명(친이재명)과 친청(친정청래) 대결 구도로 관심이 쏠린 이날 선거에서 당권파 인사 두 명이 지도부에 합류하면서 ‘정청래 지도부’가 보다 공고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 신임 최고위원은 “우리는 잠시 경쟁하고 싸웠지만 오늘부로 민주당 이름으로 하나가 돼 정청래 대표 중심으로 이재명 정부 성공, 내란 청산, 지방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이·문 신임 최고위원도 각각 “당정청(당·정부·청와대) 원팀이 돼 대한민국을 새롭게 만들어달라는 말을 마음판에 새기겠다”, “보답하는 길은 정청래 지도부의 단단한 결속으로 이재명 정부 성공을 견인하는 것”이라며 당선 소감을 밝혔다. 신임 최고위원들의 임기는 오는 8월까지다. 임기는 짧지만 지도부 구성이 달라질 경우 당내 권력 지형 변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 초반부터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이른바 ‘명청’(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대결 구도로 친명계 인사와 친청계 인사간 설전도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친명계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이 하차하며 당권파와 비당권파간 ‘2대 2 구도’가 형성됐는데, 최종적으로는 당권파 인사 두 명이 살아 남으면서 정 대표 체제에 힘을 실었다. 정 대표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혹시 있을 수 있는 마음의 상처 같은 게 있다면 지워달라”면서 “이제 완전체가 돼 더 강하고 더 단결된 지도부로 앞으로의 도전 과제에 매끄럽고 신속·정확하게 잘 처리하는 모습을 당원과 국민에게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 주말 덮친 폭설·강풍에 산불까지…전국서 사고로 8명 숨져

    주말 덮친 폭설·강풍에 산불까지…전국서 사고로 8명 숨져

    주말 동안 폭설과 강풍, 한파가 겹치면서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나 8명이 숨졌다. 지난해 봄 초대형 산불로 잿더미가 된 경북 의성에서는 또다시 산불이 나 18시간 만에 진화됐다. 추운 날씨에 도로가 얼어붙으면서 교통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10일 오전 6시 10분쯤 경북 상주시 서산영덕고속도로 남상주나들목 일대에서 블랙아이스(도로 결빙) 추정 사고로 화물차가 전도되는 등 차량 16대가 다중 추돌해 5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같은 날 오전 7시 35분쯤에는 경북 성주군 초전면 월곡리 한 도로에서 25t 화물차가 하천으로 추락해 50대 운전자가 숨졌다. 20분 뒤 인근 도로에서도 25t 화물차가 미끄러지면서 옹벽을 들이받아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났다. 또 같은 날 강원 횡성군 안흥면에서는 제설 작업 중이던 트랙터가 전복돼 5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강풍으로 인한 사망 사고도 났다. 10일 오후 2시 21분쯤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에서 20대 남성이 강풍에 떨어진 가로 15m, 세로 2m 크기 간판에 깔려 숨졌다. 같은 날 오산시 기장동에선 바람에 날린 현수막에 오토바이 운전자가 맞아 다쳤다. 한편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14분쯤 의성군 의성읍 비봉리 해발 150m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18시간 만인 11일 오전 9시쯤 완전히 진화됐고, 산림청은 뒷불 감시 체제로 전환했다. 앞서 당국은 소방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헬기 19대와 차량 133대, 인력 670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초속 6m가 넘는 강풍으로 한때 산불이 안동 방면으로 확산했으나 의성 일대에 눈이 내리면서 밤이 되기 전에 불길이 잡혔다. 의성체육관과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던 주민 281명은 산불이 꺼지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파·강풍으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자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0일 가동된 중대본 1단계를 유지하고 제설이 미흡한 구간에 대해서는 철저한 상황관리를 요청했다. 12일에도 전국적으로 영하 10도 안팎의 강력한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 눈이나 비가 내릴 전망이다. 서울과 경기 서해안에서 시작된 눈·비는 오후에 중부 전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4도~영하 3도, 낮 최고기온은 0도~영상 10도로 예보됐다. 특히 경기 내륙과 강원 산지는 영하 15도 안팎까지 떨어지겠다. 기온은 13일부터 일시적으로 오르겠으나 전국적으로 순간풍속 55㎞/h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계속 낮겠다. 강원 산지 등 일부 지역은 순간풍속 70㎞/h 이상 강풍이 예보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가시거리가 짧고 도로가 매우 미끄러우니 교통안전과 건강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 ‘갈대숲 백골’ 맨발로 버려진 그녀…깎인 광대뼈가 그 한을 풀어주다 [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갈대숲 백골’ 맨발로 버려진 그녀…깎인 광대뼈가 그 한을 풀어주다 [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우음도 갈대밭의 백골, 그리고 광대뼈에 새겨진 마지막 ‘서명’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러나 육신이 썩어 문드러져 백골(白骨)이 되는 그 순간에도, 뼈는 침묵 속에 진실을 새기고 있다. 억울한 죽음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는 명제를 증명하듯, 2008년 경기도 화성의 외딴 갈대밭에서 발견된 한 구의 시신은 과학수사와 형사들의 집요함 끝에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 범인의 가면을 벗겨냈다. 움푹 패인 갈대숲...공포가 지배하던 화성에 또 하나의 살인사건2008년 11월 4일,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우음도. 시화호 방조제 공사로 육지가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의 발길보다는 바람이 머물다 가는 곳이었다. 어른 키만큼 높게 자란 갈대숲 사이로 겨울을 재촉하는 바람이 불던 날이었다.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불도저로 갈대숲을 밀어내던 굴삭기 기사 장 모 씨의 눈에 흙바닥에 뒹구는 하얀 물체가 들어왔다. 처음에는 야생동물의 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계적인 둔탁함 속에 드러난 형상은 분명 사람의 것이었다. 장 씨는 순간 불길함을 느꼈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곳은 원래 개펄이었다가 막힌 땅. 묘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였다. 누군가 이곳에 시신을 유기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화성서부경찰서에는 비상이 걸렸다. 시기적으로 너무나 좋지 않았다. 당시 경기 서남부 일대는 부녀자 연쇄 실종 및 살인 사건으로 공포에 떨고 있었다. 훗날 강호순의 범행으로 밝혀진 이 연쇄 살인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화성에서 또다시 시신이 발견된 것이다. “네 번째 희생자가 나왔다”는 소문이 돌았고, 경찰 수뇌부의 불호령과 함께 강력팀이 현장에 투입되었다. 감식반이 마주한 현장은 참혹하면서도 단조로웠다. 백골이 된 시신 한 구. 유류품은 회색 니트 윗도리와 운동복 바지, 수건 조각 2장, 그리고 흰색 꽃무늬가 있는 검정 브래지어가 전부였다. 특이한 점은 신발이 없다는 것이었다. 거친 갈대숲을 맨발로 걸어 들어왔을 리는 없었다. 근처에서 발견된 대형 여행 가방은 누군가 시신을 담아 옮겼으리라는 타살의 강력한 정황을 말해주고 있었다. 남은 뼈를 통해 말해 준 자신의 신원수사의 첫 단추는 신원 파악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부검대에 백골이 올랐다. 살점이 모두 사라진 뼈는 역설적으로 산 사람보다 더 정직한 정보를 제공했다. 우선 성별 판독. 남성의 두개골은 크고 두꺼우며 요철이 심한 반면, 발견된 두개골은 매끈했다. 결정적인 것은 엉덩뼈였다. 출산이라는 자연의 섭리를 위해 여성의 골반은 남성보다 튼튼하고 폭이 넓다. 백골은 전형적인 여성의 특징을 보여주었다. 나이와 키 추정에는 수학과 통계가 동원됐다. 아래턱의 꺾이는 각도(하악각)는 나이의 지표다. 갓 태어난 아기의 170도에서 시작해 영구치가 완성될 때 100도까지 줄어들었다가, 노화와 함께 다시 각도가 커진다. 35세 전후 평균 110도라는 통계적 수치, 그리고 치아의 마모 상태는 피해자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임을 가리켰다. 키는 대퇴골(허벅지 뼈)이 단서가 되었다. 현장에서 발견된 대퇴골의 길이는 43.6cm. 여기에 여성의 키 산출 상관계수인 3.9를 곱하자 약 170cm라는 수치가 나왔다. 요골과 척골 등으로 추산한 범위를 종합하여, 국과수는 피해자를 ‘키 162~170cm의 20~30대 여성’으로 특정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대한민국에 이 신체 조건을 가진 여성은 수없이 많았다. 경찰은 전국의 실종자 대조, 중국산 의류 유통 경로 역추적, 탐문 수사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신원을 밝혀줄 결정적인 열쇠는 나타나지 않았다. 수사는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듯했다. 강남 성형외과 572곳을 뒤지다답보 상태에 빠진 수사팀에 한 줄기 서광을 비춘 것은 국과수 부검의의 한마디였다. “수사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피해자의 광대뼈가 인위적으로 잘려 있고 안으로 휘어 있습니다. 광대뼈 축소 성형수술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한 골절이 아니었다. 일정한 두께로 절단된 흔적은 명백한 의료 행위의 결과였다. 안면윤곽술은 고난도의 수술로, 동네 의원급에서는 시술하기 어렵다. 수사팀의 눈은 대한민국 성형의 메카, 서울 강남으로 향했다. 경찰은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시작했다. 2000년 이후 광대뼈 축소 수술을 받은 여성을 찾아내기 위해 강남 일대 성형외과 572곳을 저인망식으로 훑기 시작한 것이다. 병원들의 저항은 거셌다.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 “영업에 방해가 된다”며 문전 박대하기 일쑤였다. 남루한 차림의 형사들을 잡상인 취급하기도 했다. 형사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일일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들이밀며 진료기록을 요구했다. 또한, 성형외과 원장들이 공유하는 커뮤니티에 피해자의 두개골 절단면 사진을 올렸다. 의사마다 수술 스타일이 다르니, 자신의 ‘작품’을 알아보는 의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였다. 그렇게 확보한 명단은 1,949명. 경찰은 이들 모두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생존이 확인되면 명단에서 지우는 식이었다. 성형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가명을 쓴 경우가 많아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만 650여 명에 달했다. 끈질긴 추적 끝에 소재가 불분명한 28명을 추려냈고, 그중 가족과 연락이 끊긴 곽 모(여, 당시 30세) 씨가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2009년 1월, 국과수로부터 연락이 왔다. 곽 씨 어머니의 DNA와 백골의 DNA가 일치한다는 통보였다. 차가운 갈대밭에서 발견된 지 2개월여 만에, 이름 없던 백골이 ‘곽 씨’라는 이름을 되찾는 순간이었다. 용의자로 지목된 동거남...모르쇠로 발뺌피해자가 특정되자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곽 씨는 강남의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여성이었다. 동료들의 진술을 통해 그녀에게 동거남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곽 씨의 오피스텔 CCTV 등을 분석한 결과, 용의자는 30대 남성 고 모 씨였다. 고 씨와 곽 씨의 만남은 화려했다. 손님과 종업원으로 만난 사이, 고 씨는 곽 씨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한 달 술값으로만 1억 원을 쓰는 재력을 과시했다. 그 돈은 사실 사업 투자를 빌미로 후배에게 꾼 돈이었지만, 곽 씨는 그 사실을 모른 채 2006년 12월부터 그와 살림을 합쳤다. 그러나 비극은 예고되어 있었다. 사랑을 가장한 허세는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고 씨는 빚더미에 앉아 있었고, 빚 독촉과 생활고는 두 사람의 사이를 갈라놓았다. 경찰은 고 씨의 금융 기록을 추적했다. 곽 씨가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 이후, 고 씨가 곽 씨 소유의 오피스텔 보증금과 휴대전화를 해지하고, 그녀의 계좌에서 6,000만 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한 사실이 드러났다. 심증은 확실했다. 하지만 고 씨는 범행을 부인했다. “동거하다가 헤어졌을 뿐, 그 뒤 일은 모른다”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를 무너뜨릴 확실한 물증, ‘스모킹 건’이 필요했다. 루미놀로 찾아낸 트렁크 바닥의 ‘ㄱ’자 혈흔경찰은 고 씨가 곽 씨 실종 직후인 2007년 10월, 타고 다니던 그랜저 XG 승용차를 중고차 매매상에게 넘긴 사실을 확인했다. 범행에 차량이 이용되었다면, 분명 흔적이 남아있을 터였다. 하지만 이미 차는 팔린 지 1년이 넘었고, 새 주인은 남양주에 살고 있었다. 형사들은 남양주로 달려갔다. 새 차 주인의 협조를 얻어 차량 정밀 감식에 들어갔다. 육안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중고차 시장에 나오면서 수차례 세차와 광택 작업을 거쳤을 것이고, 새 주인 역시 차를 깨끗이 닦았을 터였다. 마지막 희망은 ‘루미놀(Luminol)’이었다.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 성분과 반응하면 푸른 빛을 내는 시약. 형사들은 트렁크 바닥 매트를 걷어내고 시약을 뿌린 뒤 숨을 죽였다. 잠시 후, 어둠 속에서 희미하지만 선명한 형광 빛이 떠올랐다. 트렁크 바닥에 ‘ㄱ’자 모양으로 흩뿌려진 자국. 그것은 1년 넘게 숨겨져 있던 피의 절규였다. 시신을 담았던 여행 가방에서 흘러나온 혈액이 바닥에 스며들어, 수없는 세차에도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었던 것이다. DNA 분석 결과, 혈흔은 피해자 곽 씨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움직일 수 없는 증거 앞에 고 씨는 결국 고개를 떨궜다. 2009년 2월 2일 체포된 고 씨의 자백은 허망했다. 2007년 5월, 생활비 문제로 다투다 곽 씨를 밀쳤고, 벽에 머리를 부딪힌 곽 씨가 피를 흘리며 쓰러지자 겁이 나 목을 졸랐다는 것이다. 그는 시신을 여행 가방에 넣어 평소 낚시를 다니며 봐두었던 우음도 갈대밭에 유기했다. 사랑을 속삭였던 연인을 차가운 개펄 흙바닥에 버리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화려한 강남의 네온사인 아래서 시작된 인연은, 허영과 거짓으로 점철된 동거 생활을 거쳐, 인적 드문 갈대밭의 백골로 마침표를 찍었다. 범인은 완전범죄를 꿈꾸며 차량을 팔고, 피해자의 흔적을 지우려 애썼다. 하지만 수술용 톱이 지나간 광대뼈의 미세한 굴곡과, 트렁크 깊숙이 스며든 핏방울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법원은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고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949명의 명단을 일일이 확인했던 형사들의 집념과 아주 작은 흔적도 놓치지 않은 과학수사의 공조가 억울하게 묻힐 뻔한 한 여성의 한(恨)을 풀어준 셈이다.
  • 막강 공격력 모마, 연패팀 건져낸 아히, 성장 드라마 인쿠시…주목 받는 V리그 외국인 선수들

    막강 공격력 모마, 연패팀 건져낸 아히, 성장 드라마 인쿠시…주목 받는 V리그 외국인 선수들

    막강 공격력으로 팀 승리를 이끌고, 성장 드라마로 팬을 부른다. 새해 들어 V리그 외국인 선수들이 눈에 띄는 활약으로 겨울 코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여자부에선 한국도로공사의 11연승을 이끌고 있는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가 단연 주목받는다. 지난 7일 친정팀이었던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33득점에 공격 성공률 55.3%를 기록했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이 “이 정도면 모마에게 ‘몰빵’해줘도 되겠다”고 만족감을 표하고, 강성형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이 “모마가 컨디션이 너무 좋다”고 고개를 저었을 정도다. 모마는 10일 GS칼텍스와의 홈 경기에서도 50%의 공격성공률을 보이며 V리그 최고의 아포짓 스파이커인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와의 맞대결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남자부의 삼성화재에서는 미힐 아히(등록명 아히)가 눈에 띈다. 지난 10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서브 4개, 블로킹 1개를 포함해 35점에 공격 성공률 58.82%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달 구단 창단 사상 최악의 위기를 돌아보면 아히의 존재감은 더욱 뚜렷하다. 지난달 19일 김상우 감독이 10연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고준용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삼성화재를 이끌고 있다. 이후 아히의 활약으로 5경기에서 소중한 3승을 거뒀다. 특히 지난 10일 경기는 이번 시즌 3패를 당한 한국전력을 상대로 거둔 첫 승이어서 더 값지다. 경기 후 아히는 “시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범실에 대한 걱정이 선수단에 많았는데 이제는 아니다. 점점 변화하고 있다”며 변화를 예고했다. 여자부 정관장은 최하위인 7위를 달리고 있지만 어느 팀보다 인기가 많다. 데뷔 직후부터 구름 관중을 부르는 외국인 선수 자미안푸렙 엥흐서열(등록명 인쿠시) 덕분이다. 인쿠시는 앞서 MBC 예능프로그램 ‘신인감독 김연경’에서 점차 나아지는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다. 정관장에 입단한 뒤 지난달 19일 데뷔전에서는 11점을 내면서 눈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수비 불안으로 상대팀의 집중포화를 받으며 두 번째 경기에서 3점밖에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3경기에서 13점, 16점, 18점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노력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TV에서 보여준 이미지와 흡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엔 한국 귀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지난 8일 IBK기업은행과의 경기 직후 “인쿠시가 곧 귀화해 신인 드래프트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인쿠시가 좋은 선수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며 귀화 후 영입 의사를 내비쳤다. 인쿠시가 다음 2026~27시즌에도 V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 강풍·한파 몰아친 경남… 인명 피해·교통 통제 잇따라

    강풍·한파 몰아친 경남… 인명 피해·교통 통제 잇따라

    이틀째 경남 전역에 강풍과 한파가 이어지면서 인명 피해와 시설물 파손, 교통 통제가 잇따르고 있다. 11일 경남과 창원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강풍 피해와 관련한 신고는 모두 109건 접수됐다. 지역별로는 창원이 19건으로 가장 많았고, 진주와 밀양이 각 15건, 양산 13건, 김해 10건 순으로 나타났다. 소방 당국은 인력 373명과 장비 120대를 투입해 쓰러진 나무 제거와 도로 장애물 정리 등 안전 조치를 벌였다. 강풍으로 말미암은 부상자도 발생했다. 전날 낮 12시 23분쯤 밀양 삼랑진읍의 한 주유소에서 담장이 무너져 50대 주유소 관계자가 깔려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같은 날 낮 12시 27분쯤 창원시 의창구의 한 야산에서는 하산하던 60대 등산객이 강풍에 부러진 나뭇가지에 머리를 맞아 다쳤다. 앞서 전날 오후 1시 45분쯤에는 진주시 칠암동에서 70대 여성이 강풍에 날린 합판에 머리를 부딪혀 경상을 입는 사고도 발생했다. 현재 창원·통영·사천·거제·고성·남해 등 6개 시·군에는 강풍주의보가 내려져 있다. 또 양산·창원·김해·밀양·의령 등 경남 14개 시군에는 건조주의보가 발효돼 있다. 전날 경남 서부 내륙 지역에 내려졌던 대설특보는 이날 오전 2시를 기해 모두 해제됐다. 눈과 한파로 인한 도로 결빙으로 교통 통제도 이어지고 있다.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함양 오도재(함양읍 구룡리~마천면 구양리)와 원통재(서하면 운곡리~백전면 백운리) 구간이 양방향 통제되고 있다. 다만 함양 남령재와 합천 황매산터널, 산청 장박터널 구간의 통행은 이날 오전 해제됐다. 눈으로 말미암은 교통 불편 관련 112 신고는 이날 오전 6시까지 8건 접수됐다. 적설량은 이날 오전 6시 20분 기준 합천 가야산이 4.1㎝로 가장 많았고, 거창 북상 3.1㎝, 합천 대병·함양 서하 3㎝, 산청 지리산 2.9㎝, 함양 1.8㎝, 거창 1.0㎝ 등을 기록했다.
  • “아직 복구도 안됐는데”…9개월 만의 대형 산불에 가슴 쓸어내린 의성 주민

    “아직 복구도 안됐는데”…9개월 만의 대형 산불에 가슴 쓸어내린 의성 주민

    지난해 봄 초대형 산불로 잿더미가 된 경북 의성에 또다시 산불이 나 18시간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피해 복구조차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화마가 덮치자 주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산자락에서 피어오른 연기는 마을을 자욱하게 뒤덮었고, 주민들은 서둘러 짐을 챙겨 대피했다. 11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14분쯤 의성군 의성읍 비봉리의 해발 150m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3시간 여 만에 큰 불길이 잡힌데 이어 이튿날인 이날 오전 9시쯤 잔불 정리까지 마무리 됐다. 소방 당국은 신고 접수 22분 만에 대응 1단계를 발령했으나, 현장에 초속 6m가 넘는 강풍이 불면서 산불 확산 우려가 커지자 5분 만에 대응 2단계로 격상했다. 관계 당국은 산불이 나자 헬기 13대와 차량 51대, 인력 315명 등을 현장에 긴급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헬기 이륙이 어려워지면서 진화 작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때 산불이 안동시 길안면 일대로 확산하기도 했다. 무섭게 퍼지던 산불의 기세를 꺾은 건 눈이었다. 10일 오후 해질 무렵이 되자 의성 일대에 강한 눈보라가 몰아쳤고 불길도 급격히 힘을 잃고 잦아들었다. 의성읍 오로리·팔성리·비봉리 주민 등 281명은 한때 의성체육관과 마을회관, 경로당 등으로 대피했다. 다행히 불이 꺼지면서 주민들은 차례대로 귀가했으나, 9개월 만의 대형 산불에 악몽이 되살아 났다는 반응이다. 오로리 주민 김모(여·75)씨는 “마을 가까이 있는 산에서 불길이 활활 오르는 걸 보니 지난해 산불 때가 생각나 가슴이 철렁했다”며 “놀란 마음에 집에 있는 귀중품만 챙겨 급히 대피했다”고 말했다. 이번 산불의 산불영향 구역은 100㏊으로 파악됐으며, 인명피해는 없었다. 산림 당국은 산불 발생 원인과 정확한 피해 규모를 조사할 계획이다.
  • 광주전남 ‘대설특보’ 속 항공기·여객선 일부 통제

    광주전남 ‘대설특보’ 속 항공기·여객선 일부 통제

    주말과 휴일 광주·전남 지역에 내려진 대설특보 속에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이 차질을 빚었다. 11일 전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부터 내린 많은 눈으로 목포와 여수, 완도 등 여객선 터미널을 오가는 여객선 45개 항로 58척의 운항이 통제됐다. 또 여수공항과 제주·김포를 잇는 항공편도 1편이 지연되고 3편이 결항했다. 산간 도로인 구례군 노고단과 화순군 돗재, 진도군 두목재 등에서는 눈길·빙판길 사고가 우려돼 차량 통행을 금지했다. 광주 무등산 등 국립공원 5개소 탐방도 제한된 상태다. 눈길 미끄러짐 사고도 잇따랐다. 전남소방본부는 이날 오전 9시까지 모두 23건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눈길에 미끄러진 보행자 병원 이송 등 현장 조치가 7건, 도로에 쓰러진 나무와 눈길에 미끄러져 길을 막은 차량 등에 대한 안전 조치가 16건이었다.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적설량은 전남 무안군 19.7㎝를 최고로 목포시 14.0㎝, 영암군 시종면 12.3㎝, 광양시 백운산 10.2㎝, 신안군 압해도 8.5㎝ 등이다.
  • ‘병원 가기 전부터 건강관리’…사천시 건강정책 성과 가시화

    ‘병원 가기 전부터 건강관리’…사천시 건강정책 성과 가시화

    경남 사천시가 예방과 생활습관 개선, 의료 접근성 강화까지 아우르는 촘촘한 건강정책으로 ‘시민 곁으로 다가가는 건강도시’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는 아이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맞춤형 보건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며 시민의 삶 전반에서 가시적인 건강 증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시는 우선 걷기 문화 확산에 집중하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워크온’을 활용한 비대면 걷기 챌린지를 연중 운영하며 시민들이 성취감과 재미를 동시에 느끼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는 실제 걷기 습관 형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생활권 인근 공원과 산책로를 활용한 ‘맨발 걷기 프로그램’도 있다. 올바른 보행 자세 교육과 근력 운동에 도움을 주는 이 프로그램 덕에 시민은 자연 속에서 체계적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관리 또한 사천시 보건 행정 핵심이다. 시는 성장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눈높이에 맞춘 건강 뮤지컬과 찾아가는 영양 교실을 운영,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위생·식습관 교육을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탈바꿈시켰다. 아이들이 노래와 퀴즈를 통해 자발적으로 건강한 생활 방식을 익히도록 돕는 한편 가정과 교육 기관이 연계된 식생활 교육 기반을 다지고 있다. 질병 예방과 안전망 구축 측면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시는 경남에서 유일하게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센터’를 운영하며 만성질환 예방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의 38%에 달하는 1만여명이 센터에 등록했다. 찾아가는 금연클리닉과 이동 금연클리닉도 활발하다. 이 사업으로 6개월 금연 성공률은 39.9%를 기록했다. 도내 평균을 웃도는 성과다. 시는 구강 보건 서비스와 이동 진료 차량 운영으로 의료 사각지대 해소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의료 공백을 메우는 공공보건의료 체계도 안정적이다. 야간과 휴일 소아 진료를 책임지는 ‘달빛어린이병원’은 지난해 1만 7000건 이상의 진료 실적을 올리며 부모들 걱정을 덜어주었다. ‘365 안심병동’과 저소득층 종합검진비 지원은 경제적 부담이 치료 포기로 이어지는 일을 막는다. 한의약 분야에서 진행하는 중풍 예방 등 어르신 맞춤형 프로그램 역시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 박동식 시장은 “공공보건의료의 성과는 위기 상황이 오지 않을 때 비로소 증명된다”며 “시민의 평범한 일상이 건강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현장에서 답을 찾는 보건행정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평생 친구 없던 할머니 장례식 오시면 차비·선물 드려요”…손녀 호소, 결말은

    “평생 친구 없던 할머니 장례식 오시면 차비·선물 드려요”…손녀 호소, 결말은

    중국에서 내성적인 성격 탓에 친구가 거의 없었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할머니의 장례식 참석을 부탁한 손녀의 사연이 전해지며 감동을 안겼다. 지난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에서 90세 할머니의 장례식에 수십명의 사람들이 참석했다. 일면식도 없는 할머니의 장례식에 사람들이 모인 이유는 손녀가 SNS에 올린 글 때문이었다. 손녀는 지난해 12월 22일 자신의 SNS에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축복 장례식’인데 할머니를 함께 배웅해 주실 수 있나요?”라는 글을 올렸다. SCMP에 따르면 할머니의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에서 ‘축복 장례식’은 80세 이상 고령자가 사망했을 때 치르는 장례를 뜻한다. 중국에서 전통적으로 노년에 사망하는 것은 그 삶이 행복과 번영으로 가득 차 후회가 없음을 의미해 슬픔보다는 축복의 의미로 장례를 치른다. 손녀는 “나는 내성적인 할머니 손에 자랐다. 하얼빈에서 자란 할머니에겐 친구가 거의 없었다”며 “할머니 장례식에 와주시면 당신은 제 친구가 되는 거다. 오시는 분들께 교통비와 선물을 제공하겠다”고 호소했다. 이어 “장례식은 12월 23일 오전 8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동화원 센터에서 거행될 예정”이라며 “참석자들은 할머니께 절만 올리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개 산책 같은 심부름이 필요하시면 제가 가능한 한 꼭 도와드리겠다”며 “시간 되는 참석자들에겐 점심을 대접하겠다. 바쁘신 분들께는 소비 쿠폰으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지 주민인 옌씨는 손녀의 글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장례식에 참석했다며 “너무 막막해 보였다. 언젠가 내가 그런 상황이 된다면 나 역시 누군가의 도움을 바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장례식 당일 아침에는 폭설이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할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로 마음을 먹은 옌씨는 택시로 40분이 걸려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이는 평소 18분이면 가는 거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옌씨는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고, 눈 때문에 교통체증에 갇혀 발이 묶인 사람들도 있었다”며 “눈이 하늘에서 흩날리는데 마치 하늘이 할머니를 배웅하는 것 같았다. 정말 영광스러운 장례식이었다”고 전했다. 여행 중이던 관광객 예씨는 늦게 도착해 화장식에만 참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예씨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할머니를 배웅하러 왔으니 분명 기뻐하실 것”이라며 “동북 지역 사람들의 따뜻함에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해졌다. 나는 한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손녀의 사연은 현지 SNS에서 주목받으며 한 SNS 플랫폼에서만 조회수 1억 3000만회를 기록했다. 누리꾼들은 “이 세상에는 아직 사랑이 남아있다”, “장례식에 참석한 분들께 경의를 표한다. 정말 훌륭한 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 제주 대설·강풍에 도로 통제·한라눈꽃버스 스톱… “하늘길·바닷길도 차질”

    제주 대설·강풍에 도로 통제·한라눈꽃버스 스톱… “하늘길·바닷길도 차질”

    제주지역이 대설과 강풍으로 인해 산간도로와 대중교통, 항공·해상 교통 전반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지방기상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30분 기준 제주 동·서·북부와 북부 중산간, 추자도에는 강풍경보가, 산지와 남부·남부 중산간에는 강풍주의보가 내려졌다. 11일 새벽부터 내린 눈과 강풍으로 1100도로와 516도로, 비자림로 등 제주 주요 산간도로가 통제됐고, 한라산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 ‘한라눈꽃버스’ 운행도 전면 중단됐다. 제주버스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100도로와 516도로, 비자림로는 대·소형 차량 모두 통제 중이다. 이로 인해 급행·일반 간선버스 132번, 212번, 232번은 516도로 대신 애조로로 우회 운행하고 있으며, 181번·182번·281번은 평화로로 노선을 변경했다. 한라눈꽃버스(1100번·1100-1번)는 도로 통제가 해제될 때까지 결행한다. 하늘길도 불안정하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제주공항은 급변풍과 강풍경보로 인해 총 제주를 오가는 항공기 481편 가운데 청주 2편, 양양 2편, 김해 1편, 여수 1편 등 6편이 결항됐으며 총 84편이 지연 운항되고 있다. 또 김해발 제주행 오전 8시 15분 진에어 LJ563편은 제주공항 기상악화로 회항했다. 전날에도 결항 25편 가운데 아시아나 OZ8196편이 당초 오전 10시 30분쯤 여수로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여수공항 악기상으로 인해 오전 11시 8분쯤 대구공항으로 출발해 낮 12시 30분쯤 대구공항에 도착했다. 승객들은 모두 전세버스를 이용해 여수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 관계자는 “전날보다 바람이 더 강해진 상황”이라며 “공항 이용객들은 사전에 항공편 운항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바닷길은 사실상 마비됐다. 제주와 내륙을 잇는 여객선은 물론, 제주 본섬과 마라도·가파도를 오가는 모든 여객선이 대부분 결항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대설과 강풍으로 인한 크고 작은 사고가 총 16건이 발생했다. 한림읍에서는 강풍으로 오전 8시 43분쯤 식당 지붕판넬이 날아가고 곳곳에서 눈길 미끄러짐 등 교통사고가 잇따랐다. 적설량도 늘고 있다. 이날 오전 7시 기준 지점별 적설량은 어리목 6.3㎝, 사제비 5.9㎝, 한라산 남벽 5.6㎝, 영실 2.3㎝, 한남 3.4㎝, 가시리 2.0㎝, 성산수산 3.0㎝, 서귀포 1.2㎝, 강정 0.8㎝ 등으로 집계됐다. 제주지방기상청은 “대설특보가 발효중인 제주도 산지, 중산간, 동부, 남부 등은 오전까시 1~3㎝의 많은 눈이 내리는 곳이 있겠다”며 “강풍과 대설로 인한 시설물 피해와 교통·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전했다.
  • 광주전남 밤사이 많은 눈 내려…전남 무안 최고 14cm

    광주전남 밤사이 많은 눈 내려…전남 무안 최고 14cm

    광주·전남 지역에 주말 밤과 휴일 새벽 사이 최고 14cm 이상 많은 눈이 내렸다. 11일 광주기상청에 따르면 전남 무안군 14.3cm를 최고로 영암군 시종면 12.3cm, 장흥군 유치면 11.3cm, 목포시 9.5cm, 광양시 백운산 지점 8.6cm, 광주 2.7cm 등을 기록했다. 기상청은 눈이 이날 전남 해안을 중심으로 3~8cm, 많은 곳은 10cm 이상 내리는 곳이 있겠고 광주와 전남 내륙 지역은 1~5cm 안팎의 눈이 오겠다고 예보했다. 특히 전남 해안의 경우 이날 정오까지 시간당 1~3cm 이상의 강한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무안군은 이날 오전 6시를 기해 대설경보를 발효했으며, 나주·보성·장흥·강진·해남·영암·함평·영광·목포·신안·진도·흑산도·홍도 등에는 대설주의보가 발효됐다. 많은 눈과 함께 강추위도 찾아왔다. 이날 아침 최저 기온은 오전 7시 기준 화순군 백아면 영하 6.7도, 담양군 영하 6.6도, 순천시 황전면 영하 6.2도, 광주 조선대 지점 영하 5.3도, 장성군 영하 5도, 광주 영하 3.9도 등을 기록했다. 전남 고흥·장흥·강진·해남·완도·영암·무안·영광·목포·진도·흑산도·홍도에는 한파주의보가 발효됐다. 광주지방기상청 관계자는 “무거운 눈에 축사와 비닐하우스 등 시설물 붕괴를 유의해야 한다”며 “산행을 자제하고 빙판길 안전 운전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 ‘하늘이 도왔다’…의성 산불 3시간 만에 주불 진화

    ‘하늘이 도왔다’…의성 산불 3시간 만에 주불 진화

    지난해 봄 초대형 산불로 잿더미가 된 지 1년도 채 안 돼 발생한 경북 의성 산불의 큰 불길이 3시간 만에 잡혔다. 김주수 경북 의성군수는 10일 “오후 6시쯤 산불 진화 헬기가 철수할 즈음에서 주불 진화가 완료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산불 진화 인력들은 야간에 잔불 진화 작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소방 당국도 이날 오후 6시 47분 대응 2단계에서 1단계로 하향했다. 앞서 이날 오후 3시 14분쯤 의성군 의성읍 비봉리의 해발 150m 야산 정상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이에 소방 당국은 신고 접수 22분 만에 대응 1단계를 발령했으나, 현장에 초속 6m가 넘는 강풍이 불면서 산불 확산 우려가 커지자 5분 만인 오후 3시 41분 대응 2단계로 격상했다. 관계 당국은 산불이 나자 헬기 13대와 차량 51대, 인력 315명 등을 현장에 긴급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헬기 이륙이 어려워지면서 진화 작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때 산불이 안동시 길안면 일대로 확산하기도 했다. 다행히 산불 현장 일대에 이날 오후 들어 강한 눈발이 날리면서 번지는 불길을 저지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불이 진화되면서 의성군은 의성체육관과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던 주민 343명은 차례대로 귀가할 예정이다. 산림 당국은 이번 산불 영향 구역을 93㏊로 파악했으며, 산불 감식반의 현장 조사를 통해 정확한 피해 규모와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산림 당국 관계자는 “해가 지기 전까지 산불 진화 헬기와 진화인력을 투입해 최대한 진화율을 높였다”며 “특히, 산불 지역에 눈이 내리는 등 유리한 기상 상황으로 산불을 조기에 진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시신 싣고 운행한 살인 택시”…6년 숨어지낸 연쇄살인마를 잡은 것은 그것[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신 싣고 운행한 살인 택시”…6년 숨어지낸 연쇄살인마를 잡은 것은 그것[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010년 3월 28일 오전 10시. 일요일 아침의 평온함이 감돌던 대전 대덕산업단지의 북쪽 끝 2차선 도로 위로 자전거 바퀴 구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트로 향하던 외국인 노동자 자하드의 시선이 길가 건물 한쪽 벽면에 머물렀다. 대형 트럭과 담벼락 사이, 언뜻 사람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듯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취객인 것으로 생각하고 자전거를 세우고 조심스럽게 다가간 자하드는 이내 소스라치게 놀라 뒷걸음질 쳤다. 잠자듯 누워 있는 줄 알았던 젊은 여성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양쪽 발목은 흰색 노끈으로 단단히 묶여 있었고, 얼굴과 목은 청테이프로 칭칭 감겨 있었다. 누군가 이 가련한 여성의 목숨을 끊은 뒤 인적 드문 이곳에 유기한 것이었다. 자하드의 112 신고가 접수된 것은 오전 10시 40분경이었다. 입만 막은 채 서서히 꺼져간 숨현장에 출동한 형사들과 감식반의 눈에 비친 시신은 기이할 정도로 깨끗했다. 앳된 얼굴의 피해자는 줄무늬 블라우스에 베스트, 검은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반듯한 옷매무새는 그가 사회 초년생임을 짐작게 했다. 코에는 핏자국이 있었고 광대뼈와 왼쪽 턱에도 작은 상처가 발견됐지만, 모두 치명상은 아니었다. 현장 바닥에서 혈흔은 찾을 수 없었다. 특이한 점은 여성 피살자들에게서 통상적으로 발견되는 목 졸림의 흔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부검의들에 따르면 살해당한 여성의 90%가 힘이 약한 여성 제압에 용이한 목 졸림으로 사망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여성은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 있었으나, 시반(屍斑·시신의 피부에 나타나는 자주색 반점)은 몸 앞쪽에 형성되어 있었다. 이는 피해자가 엎드린 상태에서 죽음을 맞았음을 의미했다. 정액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으나 가슴에서는 남성의 타액이 검출됐다. 부검 결과 밝혀진 사인은 ‘비구(鼻口) 폐쇄성 질식사’였다. 입가에 테이프 자국이 선명했다. 하지만 의문은 남았다. 테이프가 코는 제외하고 입만 막고 있었는데 왜 질식했을까. 해답은 사망 당시의 자세에 있었다. 범인은 피해자의 손을 등 뒤로 묶고 입을 막았다. 팔이 뒤로 꺾인 자세가 오래 지속되면 심장박동이 크게 떨어지는데, 법의학자들은 이 자세로 오래 방치할 경우 코나 입 어느 하나만으로 숨 쉬는 것이 어려워 질식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피해 여성은 코에서 난 피가 비강을 막아 호흡이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였다. 지문 조회 결과 사망자는 충북 청주에 사는 24세 송 모 씨였다. 대학 졸업 후 무수한 입사 도전 끝에 취직에 성공한 송 씨는 출근 첫째 주 휴일을 앞둔 3월 26일 금요일 저녁, 청주 남문로에서 친구들과 환영 회식과 생일파티를 마치고 택시를 탔다가 변을 당했다. 범인은 이제 막 피어나려던 꽃망울을 무참하게 꺾어 버렸다. 274만 개의 눈… 도시의 감시자가 범인을 지켜봤다형사들은 즉각 시신 발견 지점 주변의 폐쇄회로(CCTV) 확인에 나섰다. 범인은 트럭과 담벼락 사이에 시신을 유기하며 완전범죄를 꿈꿨겠지만, 도시의 감시자는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성과 없이 이어지는 CCTV 화면 탐색에 형사들이 조금씩 지쳐갈 즈음, 모니터 속 시간이 오전 1시 30분을 가리키는 순간 결정적인 장면이 포착됐다. 시신이 발견되기 약 9시간 전이었다. 화면 속에 퉁퉁한 체격의 남자가 등장했다. 차에서 내린 남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트렁크를 열어 급히 무언가를 꺼냈다. 이미 숨져 있는 송 씨였다. 남자는 트럭 옆에 송 씨를 버린 뒤 황급히 차를 몰고 떠났다. 화면이 너무 흐려 범인의 이목구비나 차량 번호는 식별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차종이 흰색 NF쏘나타임은 분명했고, 더 큰 수확은 차 지붕에 택시 표지가 붙어 있다는 점이었다. 경찰은 송 씨가 회식을 마치고 탑승한 택시를 쫓기 시작했다. 경찰은 CCTV 속 범인이 시신을 유기한 후 다시 거주지로 추정되는 청주로 돌아갔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 갈 수밖에 없는 ‘노루목’을 찾아야 했다. 수사팀이 지목한 지점은 현도교였다. 대전 대덕단지에서 신탄진 나들목(IC)을 거쳐 청주로 넘어가려면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길목이자, CCTV가 설치된 곳이었다. 범행 당일 오전 1시 30분 이후 다리를 지나간 택시는 총 67대였다. 경찰은 이 중 유독 수상해 보이는 1대에 주목했다. 번호판을 잘 볼 수 없도록 반사 테이프를 붙인 택시였다. 차종 역시 앞서 현장 CCTV에서 목격된 것과 동일한 흰색 NF쏘나타였다. 정밀 분석을 통해 드러난 차량 번호를 확보한 후 경찰은 즉시 청주의 한 택시회사로 형사들을 급파했다. “CCTV에 다 찍혀 있다.” 형사들의 추궁에 택시 기사 안남기(41)는 순순히 자기 집에서 수갑을 받았다. 신고가 접수된 지 불과 12시간 만의 검거였다. 그의 택시 운전석 문짝에서는 식칼이, 트렁크 매트에서는 송 씨의 혈흔이 발견됐다. 송 씨를 위협해 빼앗은 현금 7,000원도 함께 나왔다. 조사 결과 드러난 안남기의 행적은 엽기적이었다. 그는 청테이프로 송 씨를 질식사시킨 뒤 시신을 트렁크에 실어둔 채 집에서 잠을 잤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다음 날인 27일 오후 2시부터 시신을 트렁크에 싣고 태연히 택시 영업을 했다는 점이다. 이날 오후 11시 시신을 유기하러 가기 전까지, 안남기의 택시에 탔던 승객들은 발밑 트렁크에 시신이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택시를 이용했다. 안남기는 “테이프로 입만 막았기 때문에 송 씨가 숨은 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성폭행 혐의 또한 부인했다. 이미 2000년에 감금 및 성폭력 혐의로 3년 형을 받고 2003년 6월 출소했던 그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놓고도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나 강도치사만을 적용받기 위해 갖은 술수를 썼다. 드러난 ‘죽음의 택시’, 그리고 뼈아픈 수사의 허점“연기군 조천변 살인사건 있잖아요. 이번에 나온 DNA가 그 사건 용의자와 일치해요.” 수사가 진행되던 중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은 이 사건이 단순 강도 살인이 아님을 알렸다. 안남기의 과거 범행이 칡넝쿨처럼 줄줄이 딸려 나왔다. 그는 택시 기사를 하며 6년간 무려 3명의 여성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었다. 첫 번째 피해자는 2004년 10월 충남 연기군 조천변 도로에서 발견된 23세 여성 전 모 씨였다. 채팅을 통해 만난 남성을 보러 청주에 왔던 전 씨는 안남기의 택시를 탔다가 이불에 싸여 노끈으로 묶인 채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사인은 질식사였다. 두 번째 피해자는 2009년 9월 26일, 청주 무심천 장평교 아래 하천가에서 낚시꾼에게 발견된 41세 여성 김 모씨였다. 손발은 청테이프로 결박되어 있었고 하의가 일부 벗겨진 상태였다. 김 씨 역시 닷새 전 직장 동료들과 회식을 마치고 택시를 탔다가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 수사의 뼈아픈 실책도 드러났다. 2009년 김 씨 사건 당시, 경찰은 택시 회사를 상대로 탐문 조사를 했으나 기사 개개인을 조사하지 않아 안남기를 놓쳤다. 결정적인 기회는 또 있었다. 김 씨 실종 다음 날인 9월 22일 오전 7시경 청주의 한 편의점 현금인출기에서, 그리고 8일 후인 30일 또 다른 은행에서 40대 초중반 남성이 김 씨의 카드로 현금을 인출하려다 실패한 장면이 CCTV에 포착됐었다. 그러나 경찰은 범인을 특정하지 못했고, 김 씨의 계좌에 대해 즉시 경찰 신고가 이뤄지는 ‘부정 계좌’ 등록 대신 단순 ‘지급정지’ 조치만 취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이 틈을 타 안남기는 수사망을 피해 갔고, 결국 해가 바뀐 2010년 3월, 송 씨라는 또 다른 희생자를 낳고 말았다. 미제사건을 푼 열쇠는 도로 위의 감시자 CCTV안남기의 범행 대상은 주로 늦은 밤 택시에 탄, 몸집이 작거나 술을 마신 여성들이었다. 그는 1심 재판부로부터 사형을 선고받았다. 2010년 10월 대전지법 형사합의11부는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고의성을 부인하고, 끊임없이 진술을 번복하는 등 진지하게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면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피해자와 그 유족들이 겪은 고통 등을 고려해 극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피해자가 숨 쉴 수 있도록 테이프를 찢어주었다는 등의 변명을 통해 ‘살인의 고의성’을 다투었던 안남기의 주장이 일부 참작되어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고, 그는 현재 16년째 복역 중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여죄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2005년 2월 충남에서 실종된 여성과 2009년 9월 청주 도로가 트럭 밑에서 발견된 미용 강사 사건 등이 그의 소행으로 강력히 의심받고 있다. 2024년 통계 기준, 정부와 지자체가 설치한 공공 CCTV는 200만 대에 이르며, 민간이 설치한 CCTV는 이 수치의 10배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CCTV는 사생활 침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하지만, 안남기 사건에서 보듯 자칫 미제사건으로 묻힐 뻔했던 억울한 죽음들의 한을 풀어주는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다.
  • 서산영덕고속道 다중 추돌 사고 사망자 5명으로 늘어…원인은 블랙아이스?

    서산영덕고속道 다중 추돌 사고 사망자 5명으로 늘어…원인은 블랙아이스?

    서산영덕고속도로 남상주나들목 인근에서 잇따라 발생한 다중 추돌 사고 사망자가 5명으로 늘었다. 10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새벽 6시 10분쯤 경북 상주시 서산영덕고속도로 영덕 방향 남상주나들목 인근에서 화물차가 단독으로 전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뒤따르던 차량 6대가 추돌하면서 화물차 운전자 1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50여 분 뒤인 오전 7시 2분쯤에는 인근 지점인 서산영덕고속도로 당진 방향에서 트레일러가 앞서가던 차량을 잇달아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이곳에서 약 2㎞ 떨어진 지점에서도 승용차 사고가 나면서 3명이 숨졌다. 하지만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던 부상자 1명이 끝내 숨지면서 이날 사고로 발생한 사망자는 5명으로 늘었다. 또한 이들 사고로 차량 16대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고 차량에서 기름이 흘러나오면서 소방당국이 흡착작업을 벌였다. 이화 함께 화물차에서 철근 등이 쏟아지면서 이를 다른 차로 옮기는 작업도 진행됐다. 경찰은 사고 지점을 영덕 방향 한 곳, 당진 방향 두 곳 등 크게 세 곳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번 사고 원인으로 도로에 비나 눈이 얼어붙으면서 발생한 일명 ‘블랙아이스’로 추정하고 있다. 차량 블랙박스 영상과 제동 흔적, 사고 당시 기상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분석할 예정이다. 한편, 기상악화로 노면이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될 경우 관계기관이 제설제 등을 예비 살포해야 하는데 사고 구간에서는 예방 작업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추가 부상자 수를 집계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사고 건수와 분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 새벽 고속도로 덮친 ‘도로 위 암살자’… 경북 상주 블랙아이스 참사 추정 5명 사망

    새벽 고속도로 덮친 ‘도로 위 암살자’… 경북 상주 블랙아이스 참사 추정 5명 사망

    겨울철 고속도로 안전을 위협하는 이른바 ‘도로 위 암살자’ 블랙아이스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중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10일 새벽 경북 상주시 서산영덕고속도로 낙동지점 양방향 곳곳에서 다중 추돌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5명이 숨졌다.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지점에서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며 교통 통제도 잇따랐다. 경북경찰청은 이날 오전 11시 현재까지 서산영덕고속도로 양방향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고를 모두 3건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사고에 연루된 차량은 16대로 추정했다. 경찰은 이번 사고 원인으로 도로에 비나 눈이 얼어붙으면서 발생한 노면 결빙, 일명 ‘블랙아이스’ 가능성을 먼저 들여다보고 있다. 블랙아이스는 비나 눈이 내린 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질 때 노면 위 수분이 얇게 얼어붙는 현상으로 맨눈으로는 단순히 젖은 노면과 구별하기 어렵다. 특히 새벽 시간대 교량이나 강 인접 구간, 그늘진 곳에서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잦아 운전자가 인지하기 전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경북 지역에서 블랙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는 겨울철마다 반복되고 있다. 2019년 12월 상주영천고속도로 영천 방향 26.2㎞ 지점에서 블랙아이스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연쇄 추돌 사고가 발생해 40여명이 사상했다. 이듬해 12월에도 경북 영천시 녹전동 교량에서 블랙아이스로 18중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번 사고도 공통으로 지목되는 요인은 겨울철 노면 결빙이라는 위험 요소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과거 사고와 이번 사고는 노선과 사고 지점, 고속도로 운영 주체가 달라 블랙아이스 외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는 어렵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블랙아이스로 인한 대형 사고를 줄이기 위해 결빙 취약 구간에 대한 체계적인 지정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과거 사고 이력과 지형, 기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습 결빙 구간을 선별해 사전 감속 유도와 경고 표지 강화, 제설·제빙 작업 집중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고속도로 사고는 예측은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며 “선제적인 도로 관리뿐만 아니라 운전자 역시 충분한 차간 거리 확보와 급조작 자제를 통해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전 6시 10분쯤 경북 상주시 남상주나들목 인근 영덕 방향 서산영덕고속도로에서 화물차가 전도되며 갓길을 뚫고 나가 전복됐다. 뒤따라오던 차량 6대가 화물차 뒤를 추돌했으며, 이 과정에 화물차 운전기사 1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쳤다. 52분 뒤 인근 지점인 서산영덕고속도로 당진 방향에서는 트레일러 차량이 앞서가던 차량을 추돌하며 약 2㎞ 간격을 두고 연쇄 추돌사고 2건이 발생했다. 트레일러 차량이 있는 지점에서 1차로 연쇄 추돌이 일어났으며, 약 2㎞ 떨어진 지점에서 뒤따라오던 쏘나타 차량이 사고가 나 이 차량에 타고 있던 4명이 숨졌다. 경찰은 당진 방향에서 발생한 2건의 추돌 사고 발생 지점이 약 2㎞가량 떨어져 있어 현재로서는 두 사고를 별건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결과에 따라 사고 건수와 분류가 달라질 수 있다”며 “추가 부상자 수를 집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과 제동 흔적, 차량 상태, 사고 당시 기상 자료 등을 종합 분석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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