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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연결·절전 ‘삼박자 혁신’… 주방서 가전과 대화하며 요리 뚝딱

    AI·연결·절전 ‘삼박자 혁신’… 주방서 가전과 대화하며 요리 뚝딱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주방 가전·가구 전시회 ‘유로쿠치나 2024’의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 전시장. LG전자 바로 옆에 전시장을 차린 하이얼은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오븐 ‘바이오닉쿡’과 함께 냉장고, 인덕션, 식기세척기 등의 주방 가전을 전면에 배치했다. ‘하이얼’ 간판이 없으면 중국 업체인지 몰라볼 정도로 하이얼의 진화 속도는 무서웠다. 바이오닉쿡은 오븐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로 재료를 인식한 뒤 최적의 조리법을 설정해 준다. 냉장고의 ‘마이존’에서는 특정 음식을 사용자가 설정한 온도로 보관할 수 있다. 습도 통제 시스템을 통해 신선식품의 습도 상태를 관리해 주는 것도 특징이다.하이얼이 인수한 이탈리아 가전업체 ‘캔디’ 부스도 하이얼 전시장 옆에 배치해 시너지 극대화를 노렸다. 하이얼 부스를 검정색 톤으로 꾸며 고급화를 꾀했다면 캔디 부스는 흰색 톤으로 꾸며 스마트키친 스타일을 강조한 것도 눈에 띄었다. 냉장고, 오븐의 제품 설명에는 하이얼 전용앱(hOn)을 통해 연동된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었다. 앱을 통해 냉장고 정전 알림을 받거나 앱이 제안한 요리법으로 조리를 하는 식이다. 빌트인 사업에서 3년 내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건 LG전자의 류재철 H&A사업본부장(사장)도 가장 눈여겨볼 업체로 하이얼을 꼽고 “상당히 (성장) 속도가 빠르다. 좋은 제품으로 경쟁사보다 빠르게 시장을 키운 과거 우리의 성장방정식을 많이 조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전시회 전반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AI와 연결 그리고 에너지 절감이었다. 두 번째로 큰 부스를 차린 삼성전자는 유럽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실제 집안처럼 체험존을 구성하고 AI홈과 음성비서 플랫폼 ‘빅스비’를 통한 연결 생태계를 강조했다. 독일 대표 가전업체 보쉬와 지멘스는 각각 오븐 신제품을 통해 음성 제어, AI 기능을 뽐냈다. 보쉬 제품은 아마존 알렉사와 연동시켰고, 지멘스 제품은 내부에 탑재된 센서와 카메라로 최적의 조리를 할 수 있게 했다. 친환경을 강조한 업체도 많았다. 삼성전자는 미리 설정해 둔 월간 목표 사용량이나 요금을 초과하지 않도록 AI가 알아서 제어해 주는 ‘AI 절약 모드’를 선보였고, 보쉬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인 친환경 스틸을 사용한 냉장고를 전시했다.세계 최대 디자인·가구 박람회 ‘밀라노 디자인 위크’와 함께 진행되는 행사답게 전시장마다 독창적인 콘셉트로 관람객을 끌어들였다. ‘감성가전’으로 유명한 스메그(SMEG)는 자동차 보닛 형태의 냉장고를 3개의 색상(초록색·흰색·빨간색)으로 입구 전면에 배치하고 명품 돌체앤가바나와 협업한 주방 패키지(냉장고, 오븐, 후드 등)를 선보였다. 독일 가전업체 밀레는 전시장 입구를 ‘유리 터널’로 꾸며 관람객들이 입구에서부터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사진을 찍었다. 손잡이를 없애고 ‘똑똑’ 노크를 해서 문을 여는 밀레 냉장고도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 [문화마당] 향, 항아리, 김소진

    [문화마당] 향, 항아리, 김소진

    “다 나에게 맡기고 이제 편안하게 눈을 감아.” 그는 다시 한번 있는 힘을 다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어떻게 저녁이 오고 밤을 맞았는지 기억할 수 없다. 다만 벽이 갈라지듯 세상이 쪼개지듯 쩡! 하는 소리만이 귀에 선연히 남아 있을 뿐이다. 새벽이 되자 그의 혼은 한 마리 새가 되어 어둔 허공 속으로 날아갔다.(함정임 소설 ‘동행’ 중에서) 소설가 김소진의 27주기를 맞이해 매우 특별한 전시가 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조향사 김태형과 센트 온 블랭크(Scent on Blank). 다소 익숙한 이름과 생경한 장소의 조합이었다.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스무 살 적의 기억들이 감자 줄기마냥 넌출거렸다. 현대한국문학사와 문학사회학 강의에서 종종 소설가 김소진을 언급하던 서영채 교수님, 그가 이르는 대로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던 중에 소설집 ‘동행’을 마주했던 시간, 앉은 자리에서 밤을 새워 그 책을 읽으며 한나절 전까지는 알지도 못했던 작가의 소설과 가족사 그리고 그의 이른 죽음과 남겨진 이들의 애통함에 대해 뒤늦게나마 아주 멀리서 슬퍼했던 일들이 바로 그것이었다. 스무 살의 내 뇌리에 그렇게 각인된 김소진의 문장들을 그야말로 흠향하는 일이라니 당연히 가 봐야 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김태형은 김소진의 아들이다. 프랑스에서 조향(調香)을 공부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느새 돌아와 아버지의 문장에 향기를 입히는 작업을 한단다. 조향사 김태형은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지만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은 조금 늦게 도착했다. 얼마나 고심하며 답변을 골랐을까. “제가 하는 일은 향에 메시지를 담는 것입니다. 부모님의 삶은 언제나 문학 속에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그것으로 저를 키우셨지요. 저는 그 방식을 때론 부정하고 받아들이기를 반복했어요. 이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을 채웠던 문장들에 제가 조합한 향을 입히고, 또 그것으로 가득 채운 공간을 이끄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소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향기가 먼저 사람을 맞이하지만, 곧 그 향기의 주인은 맡는 이가 되지요. 향수 본연의 일입니다. 또 향과 책을 읽기에 앞서 그것을 창조한 이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작가의 오브제들을 옮겨 놓았습니다. 그에 걸맞은 음악들도요. 이와 같은 작업이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그가 보내온 답변이 이상하게도 문학적으로 들리는 것은 비단 나만의 일일까. 부부 소설가 김소진과 함정임은 ‘오래된 항아리’(함정임), ‘파애(김소진)’ ‘열애’(함정임)‘,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김소진) 등과 같이 ‘항아리’를 매개로 한 화답형 소설들을 번갈아 가며 썼다. 그러니까 센트 온 블랭크, 그 텅 빈 항아리. 밑바닥이 깨지고 금이 간 항아리를 부모가 애써 문장으로 여미고 아들이 향으로 안을 채운다. 센트 온 블랭크에서 기획한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은 김소진 소설가의 27주기에 맞춘 제의의 방식이지만 모두 함께 시향과 흠향할 수 있는 그야말로 다채로운 카니발이다. 나는 기꺼이 이 문장을 향유하는 공간의 가장 첫 번째 독자이자 매우 오랫동안 찾아가는 객이 되겠다. 머지않은 옛날에 김소진이 촉발한 문장의 향이 기꺼이 지금의 독자들에게 어우러지는 향은 어떤지를 꼭 맡아 보고 싶다. 이은선 소설가
  • ‘박영선·양정철 기용설’ 뒤숭숭한 여권

    ‘박영선·양정철 기용설’ 뒤숭숭한 여권

    윤석열 대통령이 4·10 총선 참패 수습을 위한 인적 쇄신에 나선 가운데 후임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야권 인사 기용설’이 제기되며 정치권 논란이 확산됐다. 대통령실은 즉각 “검토된 바 없다”는 입장을 냈지만, 공식 라인이 알지 못하는 하마평으로 여권 전체가 동요하는 등 인적 쇄신 작업이 국정을 안정시키기는커녕 난맥상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통령실은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인선을 최대한 서두르려는 모습으로, 이르면 이번 주중 일부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17일 오전 일부 언론에서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에 각각 문재인 정부 출신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유력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며 여권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정무특임 장관으로는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거론됐다. 이러한 복수 매체의 보도에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명의로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박영선 전 장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의 인선은 검토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며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만 4선을 지낸 박 전 장관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렸던 양 전 원장의 이름이 거론되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은 공식 부인했지만, 실제 이들은 여러 인사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검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려면 야권 인사를 기용하는 파격적인 ‘탕평책’을 쓰지 못할 이유가 있느냐는 취지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이 친윤계, 윤 대통령과 같은 서울대 법대·검사 출신이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발상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통령실에선 ‘아이디어’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려운 공식 라인 밖에서의 발상이 ‘관계자의 입’을 통해 외부로 전해진 것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장 보수 지지층에서부터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등 후폭풍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내부 목소리조차 단속하지 못하며 총선 패배 후 국정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현 대통령실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 ‘건희사랑’ 회장인 강신업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추천한 자를 즉시 경질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항간에는 참모들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호가호위하며 눈을 막고 귀를 가린다는 얘기들이 파다하다”며 특정 비서관의 이름을 거론하고 경질까지 주장했다. 여당 주요 인사들이 연이어 비판을 쏟아내는 등 정치권은 종일 술렁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추측성 보도에) 많은 당원과 지지자분들께서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당의 정체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인사는 내정뿐 아니라 검토조차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같은 해프닝은 메시지 관리의 부실함을 드러낸 것이다. 상당히 아쉽다”고도 했다. 김용태 당선인도 MBC 라디오에서 “좀 당혹스럽다”며 “만약 현실화한다면 지지층 사이에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보수층이 받아들이기가 감정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친윤계 한 의원은 “보수 지지층이 정말 화가 나는 일”이라며 “앞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통령 부부를 향한 파상공세가 더 심해질 텐데, 똘똘 뭉쳐서 위기를 극복해 나갈 생각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끔찍한 혼종”이라며 “이제야 왜 취임 초기부터 보수 계열 인사들을 당내에서 그렇게 탄압해 오고 내쫓았는지 알겠다”고 비꼬았다. 야당은 여론을 떠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비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언론에 흘려서 (인사와 관련한) 정치권의 반응이나 여론 동향을 한번 살펴보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했다. 박지원 당선인 또한 “언론에 흘려 보면 1차 검증이 된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 파괴 공작을 하고 있다. 찔러 보기, 띄워 보기이자 간 보기”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외부인 접견 등 비공개 일정도 잡지 않고 숙고를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기용설이 나왔던 비서실장에는 친윤(친윤석열)계를 대표하는 장제원 의원의 이름이 다시 거론된 것으로 전해진다. 장 의원은 친윤 인사 가운데 가장 먼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운신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고,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내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평가다. 이에 장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관련 보도를 ‘소설’에 비유하며 “비서실장직을 제안받은 바도 없다”고 부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장 하루 사이 인사가 이뤄질 것 같지 않다”면서도 가능한 한 빨리 후임 비서실장 등 인선을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다음주부터 다시 대외 공개 일정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져 이에 맞춰 인선도 서두르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 ‘팔순의 집념’ 황석영 “600년 나무 이야기로 노벨문학상 받고 싶다”

    ‘팔순의 집념’ 황석영 “600년 나무 이야기로 노벨문학상 받고 싶다”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자꾸 옆에서 이야기하니까,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이상해. 이번엔 진짜 받으려나? 누가 그러더라고요. 욕망을 왜 자꾸 저어하냐고. 서슴지 말고 자기화하라고. 그것도 일리가 있겠다고 봤어요. 이번엔 받아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려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한국 문학계가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황석영(81) 작가의 ‘철도원 삼대’(영문판 Mater 2-10)가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려서다. 창비는 17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황 작가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윗눈꺼풀이 자꾸 내려와서 눈을 찔러 갖고 이걸 찍 올렸어요. 난 이런 거 안 할 줄 알았더니…. 밀란 쿤데라가 자기 타이밍을 끝냈을 때 나도 끝난 줄 알았지. 그런데 요새 수명이 늘어서 제 타이밍도 연장되는 것 아닌가….” 가식을 젖혀 둔 노작가는 나이 듦에 따른 신체 변화를 재치 있게 전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분위기에 대한 은근한 설렘을 숨기지 않았다. 1989년 방북 이후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됐던 그는 1998년 석방 이후 20년 이상 활동하면서 전 세계 32개국에 98종 정도의 책이 소개된 것으로 기억했다. 그사이 국제 문학상 후보로도 80여차례 올랐다. “익산 미륵사 밑에서 만난 보살이 있어요. 그분이 그러는데 내가 21세기에 걸작 세 편을 쓴대. ‘철도원 삼대’ 하나는 썼고, 두 개 더 쓴다는 얘기인데…. 마침 더 쓰려는 생각이 있거든요.” 오에 겐자부로, 필립 로스, 가브리엘 마르케스…. 그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가들의 이름을 불렀다. 여든쯤 절필을 선언했던 작가들인데 그들과는 다른 길을 걷겠다는 게 황 작가의 욕심이다. 그러면서 마치 약관의 작가가 미래를 그리듯 현재 구상하고 있는 다음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풀었다. “군산에서 만난 600년짜리 잘생긴 나무에 얽힌 이야기. 제목은 ‘할매’, 영어로 번역하면 ‘그랜드마’겠지. 일단 ‘철도원 삼대’로는 부커상을 받고 이걸로 노벨문학상을 받고 싶어요. 그다음으로 (문성근씨) 당숙과 홍범도의 이야기, 마지막으로는 동학 2대 교주 최시형. 35년간 떠돌아다니면서 ‘최보따리’라는 별명으로도 불렸지. 그 사람의 행각을 쓸 겁니다. 그때까지만 하려고 해요.” 원고지 2000장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소설을 꿰뚫는 키워드는 ‘노동’이다. 이백만·이일철·이지산으로 이어지는 철도 노동자 삼대와 지금 이곳에서 아파트 16층 높이의 발전소 공장 굴뚝에 올라 고공 농성을 벌이는 이백만의 증손자 이진오의 이야기가 큰 축이다.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현대 산업노동자들의 삶을 반영하는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로 작가가 30년을 바친 최고의 걸작”이라고 평했다. 소설이 훑고 있는 우리 근현대 시간은 족히 100년. 그렇게나 긴 시간이 흘렀는데도 진오는 공장 굴뚝에 올라야 한다. 투쟁은 노동자의 숙명인 걸까. 기업 경영의 효율을 최고로 치는 시대, 걸핏하면 로봇과 인공지능(AI)을 들먹이며 노동의 실존을 겁박하는 시대에 황 작가의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절대 가볍지 않다. “전 세계가 근대를 다 거쳐 왔다고 하지만 왜곡된 거거든요. 동아시아는 더 심하죠. 일본은 예전에 포스트모던으로 들어섰다는데, 이 한마디 물어보면 바로 무너져요. ‘너네 천황 어떡할래?’ 중국은 사회주의인지 자본주의인지…. 저거 도대체 뭔가요? 동아시아 전체가 근대를 지나지 못한 거죠. 황석영이를 이미 근대를 주제로 해서, 근대의 극복과 수용을 자기의 일감이나 사명으로 생각하다가 죽은 작가로 규정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中 징둥닷컴 회장, ‘AI 쇼핑 호스트’로 깜짝 등장 [여기는 중국]

    中 징둥닷컴 회장, ‘AI 쇼핑 호스트’로 깜짝 등장 [여기는 중국]

    중국의 대표 전자상거래 기업인 징둥닷컴(JD.COM)의 창업주이자 회장인 리우창둥이 AI로 재탄생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7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징둥의 라이브 방송에 새로운 쇼핑호스트로 리우창둥 회장이 등장했다. 그의 방송은 지난 16일 저녁 6시경 “오랜만입니다. 여러분의 오랜 친구 리우창둥입니다”라는 인사말로 시작됐다.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20년이 지나가 버렸다, 여기 앉아있으니 실감이 난다”라며 징둥의 사업 초기 어려움, 당시 선택할 상품이 적고 가짜가 많아 힘들었음을 이야기했다. 징둥을 설립하면서 더욱 많은 상품을 소비자들이 빠르고, 쉽게, 저렴하게 그리고 품질이 보증된 제품을 판매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방송을 진행한 사람은 다름 아닌 AI 리우창둥, 둥거(东哥,동오빠)였다. 방송 30분만에 실시간 시청자는 1000만 명을 넘어섰고 40분 만에 실시간 시청자 1300만 명을 넘어서며 징둥 라이브 방송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송을 시청했다. 약 1시간 가량 이어진 방송의 실시간 시청자는 2000만 명을 돌파했고 고객 평균 시청 지속시간은 평소보다 5.6배 높았다. 40분 만에 주문량은 10만 건을 넘어섰다. 이날 방송에서 ‘둥거’가 판매한 제품은 13개. 전체 주문량은 지난 주보다 7.6배 많았다. 이날 방송에서 에어컨부터 TV 등의 전자제품은 물론 우유, 블루베리, 옥수수 등 일반 식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했다. 당시 방송을 시청한 현지 매체의 한 기자는 “리우창둥 회장 본인과 둥거는 외모는 물론 말투, 제스쳐 등 하나하나가 리우 회장과 꼭 닮았다”고 평가했다. 징둥의 라이브 방송에 리우 회장이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그 처음을 AI 기술로 대신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리우 회장 본인이 처음으로 라이브 방송에 등판했어야 했다”, “AI 짝퉁 리우창둥을 내보낸 것은 너무했다”라는 반응과“리우 회장과 너무 똑같아서 소름이었다”, “약간의 어색함은 있었지만 매우 흡사했다”라며 징둥의 AI 기술을 칭찬했다. 이번 라이브 방송에 AI 리우창둥을 선보인 것은 징둥에서 콘텐츠 생태계와 숏 클립 제작을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0일 징둥에서는 숏 클립 영상 제작에 10억 위안 현금을 내걸며 콘텐츠 분야 경쟁력 강화를 예고했다. 기술적으로 앞으로 24시간 징둥 사이트의 라이브 방송에서 AI 쇼핑호스트로 대체해 방송 비용을 30% 절감시키는 것이 징둥의 목표다. 다만 라이브 커머스 업계 관계자들은 “100% AI 쇼핑호스트로 전환은 시기상조”라며 라이브 방송의 묘미는 쇼핑호스트와 소비자 간의 실시간 교류인 만큼 모두 대체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AI 쇼핑호스트 방송 효과도 미비하기 때문에 약 3년~5년 이후에나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 변호사가 본업인 이스라엘 조종사, 이란 미사일·드론 격추 임무에 “탑건과 스타워즈 만나는 줄”

    변호사가 본업인 이스라엘 조종사, 이란 미사일·드론 격추 임무에 “탑건과 스타워즈 만나는 줄”

    이스라엘에서 평소 변호사로 일하는 예비군 전투기 조종사는 최근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을 격추하는 임무를 완수하고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온 과정을 설명하면서 “탑건이 스타워즈를 만난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7일(현지시간) ‘G 소령’으로만 알려진 이 조종사가 이란의 최근 미사일·드론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을 방어하기 위해 자신이 비행에 나선 것이 인생에서 가장 복잡한 임무였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G 소령은 인터뷰에서 “탑건이 스타워즈를 만난 것처럼, 공중에 떠 있는 수백 기의 드론과 미사일이 주변에서 요격당하고, 끝없는 폭발과 격추가 일어나는 상황은 정말 다른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내가 공군에서 20년 동안 수행한 임무 중 가장 복잡했다”며 “표적을 놓친다면 이스라엘에서 폭발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텔레그래프는 G 소령이 3000시간 이상의 비행 시간을 가진 베테랑 조종사라면서 그는 이란의 이번 야간 공습에 대한 준비가 돼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저고도로 비행하는 미사일을 격추하는 임무는 조종사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G 소령은 “밤에는 이런 표적을 찾아 제거하는 게 항상 더 어렵다. 정말 낮게 날기에 조종사도 낮게 날아야 하지만 땅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센서에 의존하지만 어떤 지점에서는 (지면에) 정말 가깝다. 자신과 매우 가까운 땅 위 가로등이나 다른 물체를 볼 수도 있는 데 매우 불쾌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G 소령은 이스라엘군 당국으로부터 출격 명령이 떨어졌을 때 아내, 아이들과 함께 자택에 있었다. 그는 “가족들은 내가 전화를 받고 항상 옷장에 준비해 둔 가방을 챙겨 바로 집을 나서는 상황을 이미 잘 안다. 가끔 그런 일이 있지만, 지난 토요일(13일) 만큼 극단적인 상황은 없었다”고 말했다. 변호사로서 낮에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이 조종사는 이스라엘 방어를 위한 임무를 마치고 14일 오후 4시까지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와 의뢰인들에게 이메일을 전송하는 업무도 봤다. 그가 속한 비행 편대에는 엔지니어나 교사와 같이 다른 직업을 가진 대원들도 있으며, 이들 역시 그처럼 이중 생활을 하고 있다. G 소령은 출격 후 교대 임무로 집에 잠시 돌아와 샤워하고 몇 시간 자고 일어나 아침까지 먹고 다시 복무하러 갔다며 사무실로 복귀하기 전의 일과도 소개했다. 그는 “복잡한 이중 생활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방법을 배우게 된다. 1분 동안 목숨을 걸고 중동 어딘가에서 온 드론을 격추해 겨우 성공을 거둔다”며 “국가와 국민들에게 중대한 임무에 엄청난 책임을 지고 나서 일상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학교나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직장 업무로 괴롭기도 하지만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으로 촉발된 지난 6개월간의 전쟁에서, 많은 공중 임무가 있었지만 이것만큼 중요하거나 위험한 임무는 없었다고 G 소령은 말했다. 그는 “이곳은 전쟁터였고, 미사일과 표적이 날아가고, 미사일을 발사해 표적을 코앞에서 격추했던 순간은 꽤 놀라웠다”고 회상했다. 또 “어두워서 많이 볼 수는 없지만 레이더 록 온(조준) 상에는 나타난다. 미사일이 날아가서 하늘에서 불타오르는 것을 볼 때 매우 시끄럽다”며 “명중할 때까지 1초 반쯤 걸리는데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목표물에 명중하는지 확인하는데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대한 불덩이를 보고 그것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 회피 기동한다”고 덧붙였다. G 소령과 그의 윙맨(보조 조종사)은 당시 두 기의 표적을 격추시켰다. 그가 속한 편대도 동시에 날아드는 드론과 순항미사일을 요격했다. 그는 “우리도 격추당하는 상황은 우리도 겪어본 일이 아니다. 가장 큰 위험은 전투기를 잃는 게 아니라 표적을 놓쳐 텔아비브나 예루살렘 등 이스라엘의 전략적 거점을 타격하게 하는 것인데, 두 번째 기회가 없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두 가지를 모두 얻으리라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기쁘게도 해냈다”고 말했다. 국가적 영웅이 된 G 소령은 자신의 임무가 이스라엘에 매우 중요하지만 잘 알려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나는 일요일(14일) 아침 일찍 집에 돌아왔다. 일반적으로 내가 한 일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하지만 이 소식은 온통 뉴스에 실렸고 아내의 눈에는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전날 밤보다 안전하다고 느꼈다.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고 그들이 자신과 집을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아는 것이 우리가 이 임무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스라엘로 향하는 드론과 순항·탄도 미사일은 영토 안에 도달할 예정이었다. 일부는 0.5t의 폭발물까지 갖고 있었다”며 “그것들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지 볼 수 있었는 데 국경 밖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출격을 대기하고 있지만, 자신이 전투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매우 다행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우리 모두는 결국 평화로운 해결책을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란은 지난 13~14일 350기 이상의 미사일과 드론을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했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미국·영국·프랑스·요르단 등 연합군과 함께 방어 작전에 나서 99%의 공격을 막아냈다. 이란은 이 공습이 이달 초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에 대한 이스라엘 소행으로 의심되는 공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의 사령관과 여러 장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은 수년간 이란과 ‘그림자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란 영사관 공격이 자신들 소행이라고 인정하지 않고 있다.
  • ‘6월 항쟁 촉발’ 고 박종철 열사 어머니 정차순씨 별세

    ‘6월 항쟁 촉발’ 고 박종철 열사 어머니 정차순씨 별세

    전두환 정권 시절 경찰의 고문으로 숨진 사실이 드러나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고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 정차순씨가 17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91세. 유족 등에 따르면 정씨는 이날 오전 5시 20분쯤 서울 강동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정씨는 박 열사의 아버지이자 남편인 박정기씨가 2018년 먼저 세상을 떠난 후 부산의 자택에서 홀로 지내다 건강이 악화해 2019년부터 요양병원에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열사의 형인 박종부(66)씨는 연합뉴스에 “어머니가 특별한 유언 없이 빙긋이 웃으시며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다”면서 “아들 옆으로 간다고 생각하셔서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박 열사는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7년 1월 13일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 주요 수배자를 파악하려던 경찰에 강제 연행돼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고문받다가 다음날 사망했다. 당시 경찰은 박 열사의 죽음에 대해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며 사인을 단순 쇼크사로 위장한 허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 열사의 죽음과 경찰의 은폐 시도는 6·10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2018년 7월 89세를 일기로 별세한 아버지 박정기씨는 아들의 죽음 이후 이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 참여하는 등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다. 정씨는 그런 박씨를 옆에서 묵묵히 도우며 뜻을 함께했다. 빈소는 서울강동성심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종부(66)씨와 박 열사의 누나인 은숙(62)씨가 있다. 발인은 19일 오전 8시, 장지는 서울시립승화원 후 모란공원이다.
  • “살면서 처음 봐”…영덕 사찰서 스님 놀라게 한 ‘동물’은?

    “살면서 처음 봐”…영덕 사찰서 스님 놀라게 한 ‘동물’은?

    경북 영덕에서 천연기념물 제328호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하늘다람쥐로 추정되는 동물이 나타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영덕군 축산면 영명사 석정 스님은 17일 “어제 오전 8시 30분쯤 사찰 앞 벚나무에 다람쥐와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생긴 개체가 앉아 있어 신기하게 여겨 사진을 찍었다”며 “나무 인근 법당에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날개처럼 생긴 것을 펴고는 이동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스님이 찍은 사진에는 하늘다람쥐의 특징인 작은 귀에 큰 눈을 지닌 다람쥐와 비슷하게 생긴 개체가 보였다. 이 동물은 한동안 사찰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사라졌다고 석정 스님은 전했다. 하늘다람쥐는 청설모과에 속하고 날개막을 이용해 나무와 나무 사이를 활공해 이동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대구 금호강 팔현습지 일대에서 발견된 것을 비롯해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한 야산, 강원 홍천읍 삼마치 고개, 대전시 보문산 등지에서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석정 스님은 “살면서 하늘다람쥐로 추정되는 개체를 처음 봐서 주변에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 ‘손흥민父’ 손웅정 “자식과 친구처럼 지낸다? 부모의 직무 유기”

    ‘손흥민父’ 손웅정 “자식과 친구처럼 지낸다? 부모의 직무 유기”

    “흔히 자식에게 친구 같은 부모가 되어 줘야 한다고 하는데, 전 그거 직무 유기라고 봐요.” 대한민국의 ‘캡틴’ 손흥민(토트넘)을 실력 면에서나 인성 면으로도 두루두루 훌륭하게 키워낸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은 17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교육관을 밝혔다. 이번 행사는 그의 인터뷰집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출간을 기념해 열렸다. SON축구아카데미의 감독이기도 한 그는 “친구 같은 부모”가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손 감독은 “아이가 습관적으로 뭘 좀 잘못해서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친구끼리 그게 되느냐”면서 “못 고친다. 친구가 지적은 할 수 있어도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끝끝내 말해줄 수 있는 건 부모뿐”이라고 했다. 손 감독은 “큰 부모는 작게 될 자식도 크게 키우고, 작은 부모는 크게 될 자식도 작게 키운다”는 생각으로 자식들을 키웠다고 했다. 또 “자식에게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이 진짜 부모”라는 신념을 갖고 아들에게 언제가 행복한지 늘 질문했다고 한다. 손흥민은 늘 “나는 축구하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답했다.손흥민은 축구 기본기를 다지는 데만 7년의 시간을 쏟아부었다. 그 긴 세월 동안 손흥민은 짜증 한번 내지 않고 묵묵히 견뎌냈다. 손 감독은 “자기 꿈이 여기 있는데 무슨 짜증을 왜 내겠느냐. 제가 무서워서 순순히 따랐는지도 모른다”면서 “집중력이 떨어지면 매섭게 혼냈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책을 읽으며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에 대해 배웠다고 했다. 그는 “학창 시절엔 반항아였다. 선생님들이 (나를) 틀에 넣으려고 해 자꾸 뛰쳐나가려고 했다”면서도 책은 계속 읽었다고 했다. 공부의 기본은 독서이고 미래를 여는 열쇠는 책에 있다고 확인했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손 감독이 얻은 지혜는 바로 ‘겸손함’이다. 겸손은 인품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손 감독은 손흥민에게도 늘 인품을 강조했다. 손 감독은 “공 하나 잘 찬다고 해서 월클(월드클래스)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인품을 동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식들에게 독서를 강요하진 않았다. 그저 읽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고 한다. 손 감독은 “저는 가난만 대물림되는 게 아니라 부모의 게으름, 부지런함, 청소하는 습관도 대물림한다고 생각한다”며 “어디 가서 사람과 사람 간에 선을 넘지 않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자식들도 (그런 태도를) 배운다고 생각한다”고 했다.한편 손 감독은 과거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도 부모의 ‘솔선수범’이 교육 철학에서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월 손 감독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말은 못 하고 눈으로 보기만 한다. 누구나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성장하게 된다”면서 “부모는 TV 보고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애들에게 공부하라고 하면 하겠느냐. 자녀가 책을 읽기를 바란다면 거실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써라”고 말했다. 이어 “카페에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영상 보여주는 건 결국 부모가 편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 아닌가”라며 “부모라면 배고픔, 불편함을 견딜 줄 알아야 한다. 그 모든 것을 아이들은 보고 배운다”고 강조했다.
  • 부커상 최종후보 황석영 “근대 극복코자 했던 작가로 기억해주길”

    부커상 최종후보 황석영 “근대 극복코자 했던 작가로 기억해주길”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자꾸 옆에서 이야기하니까.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이상해. 이번엔 진짜 받으려나? 누가 그러더라고요. 욕망을 왜 자꾸 저어하냐고. 서슴지 말고 자기화하라고. 그것도 일리가 있겠다고 봤어요. 이번엔 받아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려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한국 문학계가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황석영(81) 작가의 ‘철도원 삼대’(영문판 Mater 2-10)가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이름을 올려서다. 창비는 17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황 작가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윗눈꺼풀이 자꾸 내려와서 눈을 찔러 갖고 이걸 찍 올렸어요. 난 이런 거 안 할 줄 알았더니…. 밀란 쿤데라가 자기 타이밍을 끝냈을 때 나도 끝난 줄 알았지. 그런데 요새 수명이 늘어서 제 타이밍도 연장되는 것 아닌가….” 가식을 젖혀둔 노작가는 나이듦에 따른 신체 변화를 재치 있게 전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분위기에 대한 은근한 설렘을 숨기지 않았다. 1989년 방북 이후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됐던 그는 1998년 석방 이후 20년 이상 활동하면서 전 세계 32개국에 98종 정도의 책이 소개된 것으로 기억했다. 그 사이 국제문학상 후보로도 80여차례 올랐다. “익산 미륵사 밑에서 만난 보살이 있어요. 그분이 그러는데 내가 21세기에 걸작 세 편을 쓴대. ‘철도원 삼대’ 하나는 썼고, 두 개 더 쓴다는 얘기인데…. 마침 더 쓰려는 생각이 있거든요.” 오에 겐자부로, 필립 로스, 가브리엘 마르케스…. 그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가들의 이름을 호명했다. 여든쯤 절필을 선언했던 작가들인데, 그들과는 다른 길을 걷겠다는 게 황 작가의 욕심이다. 그러면서 마치 약관의 작가가 미래를 그리듯 구상하고 있는 다음 작품의 이야기를 장황하게 풀었다. “군산에서 만난 600년짜리 잘생긴 나무에 얽힌 이야기. 제목은 ‘할매’, 영어로 번역하면 ‘그랜드마’겠지. 일단 ‘철도원 삼대’로는 부커상을 받고 이걸로 노벨문학상을 받고 싶어요. 그다음으로 (문성근 씨) 당숙과 홍범도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동학 2대 교주 최시형. 35년간 떠돌아다니면서 ‘최보따리’라는 별명으로도 불렸지. 그 사람의 행각을 쓸 겁니다. 그때까지만 하려고 해요.” 원고지 2000장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소설을 꿰뚫는 키워드는 ‘노동’이다. 이백만·이일철·이지산으로 이어지는 철도 노동자 삼대와 지금 이곳에서 아파트 16층 높이의 발전소 공장 굴뚝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는 이백만의 증손자 이진오의 이야기가 큰 축이다.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현대 산업노동자들의 삶을 반영하는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로 작가가 30년을 바친 최고의 걸작”이라고 평했다. 소설이 훑고 있는 우리 근현대의 시간은 족히 100년. 그렇게나 긴 시간이 흘렀는데도 진오는 공장 굴뚝에 올라야 한다. 투쟁은 노동자의 숙명인 걸까. 기업 경영의 효율을 최고로 치는 시대, 걸핏하면 로봇과 인공지능(AI)을 들먹이며 노동의 실존을 겁박하는 시대에 황 작가의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절대 가볍지 않다. “전 세계가 근대를 다 거쳐왔다고 하지만 왜곡된 거거든요. 동아시아는 더 심하다. 일본은 예전에 포스트모던으로 들어섰다는데, 이 한마디 물어보면 바로 무너져요. ‘너네 천황 어떡할래?’ 중국은 사회주의인지 자본주의인지…. 저거 도대체 뭔가요? 동아시아 전체가 근대를 지나지 못한 거죠. 황석영이를 이미 근대를 주제로 해서, 근대의 극복과 수용을 자기의 일감이나 사명으로 생각하다가 죽은 작가로 규정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루셈블, 예사롭지 않은 글로벌 차트 성적…‘중소돌 기적’ 쓸까

    루셈블, 예사롭지 않은 글로벌 차트 성적…‘중소돌 기적’ 쓸까

    지난 16일 집계된 아이튠즈 월드와이트 송차트에서 하이브 신인 걸그룹 아일릿의 ‘마그네틱’은 27위였다. 그 뒤를 바짝 쫓는 건 34위인 걸그룹 루셈블의 ‘걸스 나이트’이다. 지난해 9월 데뷔한 루셈블이 15일 발매한 두 번째 미니앨범 ‘원 오브 어 카인드’를 향한 글로벌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호주, 브라질 등 10개국 아이튠즈 앨범 순위에서 1위를, 미국과 태국 등 18개국 차트 ‘톱10’에 안착했다. 타이틀곡 ‘걸스 나이트’도 8개국 송차트 톱10에 빠르게 진입했다. 지난해 첫 미니앨범이 탄자니아 아이튠즈 45위를 기록한 성적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대형 기획사와 중소돌까지 신인 걸그룹 전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루셈블의 성과가 눈에 띈다. 루셈블은 걸그룹 이달의 소녀 출신 5명이 전 소속사와의 분쟁을 딛고 엔터계에선 무명이나 마찬가지인 씨티디이엔엠에서 결성했다. 요즘 대세인 ‘이지 리스닝’을 좇지 않는 대신 파워풀한 비트와 중독성 있는 리듬의 팝 댄스곡으로 공연에 특화된 음악들이다. 이번 미니앨범은 ‘두려움이나 세상에 굴복하지 말고,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나를 지키며 함께 걸어가자’는 진취적이고 당찬 포부를 담아냈다. 전 멤버가 전곡 작사에 참여했고, 뮤직비디오도 난해하고 복잡한 세계관보다는 ‘짦은 뮤지컬 형식’으로 팬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윤도연 씨티디이엔엠 대표는 “대형 기획사와는 자본과 지원이 비교가 안 될 정도이지만 루셈블만의 성장과 도전에 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며 “경제도 어렵고 모두가 힘든 시가에 피로감을 주지 않는 음악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동방신기 매니저로 활동했던 그는 이달의 소녀 시절부터 8년의 시간을 의기투합했다. 그는 “이번 수록곡들은 사전에 글로벌 선호를 조사하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외국 작곡가들의 곡으로 구성했다”며 “멤버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팬들이 응원하면서 행복감을 느낄수 있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 ‘가창력 논란’ 르세라핌 김채원, ‘손가락 욕’ 사진 올렸다가 삭제

    ‘가창력 논란’ 르세라핌 김채원, ‘손가락 욕’ 사진 올렸다가 삭제

    걸그룹 르세라핌이 미국의 유명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이하 코첼라) 무대에서 라이브 실력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멤버 김채원이 난데 없는 ‘손가락 욕’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르세라핌은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코첼라 무대에 섰다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가창력 때문에 국내외 팬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르세라핌은 데뷔 2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코첼라에 진출해 ‘K팝 가수 최단기간 입성’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동시에 가창력 논란으로 불명예를 안게 됐다. 멤버 사쿠라는 팬 커뮤니티 위버스를 통해 “누군가의 눈에는 철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완벽한 사람은 없다. 지금까지 보여준 최고의 무대였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라고 언급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이 와중에 멤버 김채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 스토리에 올렸다가 삭제한 동영상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김채원은 전날 SNS에 지난 15일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오른 도자캣의 무대 영상을 올렸는데, 해당 영상에서 도자캣이 무대 도중 손가락 욕설을 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해당 스토리를 본 누리꾼들은 채원이 올린 ‘손가락 욕’ 영상이 가창력 논란에 대한 분노라는 반응을 내놨다. 반면 특정 부분만 악의적으로 짜깁기한 것으로 확대 해석은 말자는 여론이 부딪히고 있다. 한편, 르세라핌은 오는 21일 코첼라 무대에 다시 한번 오를 예정이다. 르세라핌이 이번 가창력 논란을 극복하고 팬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 사명·엠블럼 확 바꾼 르노코리아… ‘뉴 르노 아르카나’로 시작 알린다

    사명·엠블럼 확 바꾼 르노코리아… ‘뉴 르노 아르카나’로 시작 알린다

    르노코리아가 기존 쿠페형 SUV 모델인 XM3를 글로벌 모델명 ‘뉴 르노 아르카나’로 이름을 바꿔 국내 시장에 새롭게 선보인다고 17일 밝혔다. 르노코리아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뉴 르노 아르카나는 르노의 심볼인 ‘로장주’ 엠블럼으로 새롭게 탈바꿈하면서 프랑스 자동차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강조했다. 엠블럼뿐만 아니라 기존 모델보다 디자인과 기능도 향상했다. 특히, 새틴 크롬 로장주 엠블럼과 다이아몬드 모티프 그릴, 크리스털 리어 램프를 장착해 스포티한 외관을 구현했다. 앞서 르노코리아는 기존 르노코리자동차에서 사명을 바꾸고, 르노코리아 엠블럼도 기존 ‘태풍의 눈’ 대신 다이아몬드 형태인 로장주로 변경했다. 르노코리아는 ‘일렉트로 팝’ 전략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 프랑스 브랜드로서 더욱 확고한 브랜드 가치를 정립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전략은 모터스포츠 F1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 E-Tech 전동화 기술,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그리고 사용자 중심의 안전 기술을 핵심으로 한다.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르노코리아는 올 하반기 국내 시장에 새로운 D세그먼트 하이브리드 SUV 모델을 출시하고, 매년 한 모델씩 신차를 내놓는다. 한편, 르노코리아는 서울 성수동에 ‘르노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르노 성수는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기본으로 카페, 팝업스토어, 브랜드 굿즈 등을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 콘셉트로 구성됐다. 방문객들이 르노의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돼 있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뉴 르노 아르카나 출시를 시작으로 한국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이는 르노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프랑스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만들어진’이란 새로운 모토를 말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 선우은숙과 삼혼 후 이혼…유영재 “둘을 가지면 욕심이 불어나”

    선우은숙과 삼혼 후 이혼…유영재 “둘을 가지면 욕심이 불어나”

    배우 선우은숙(65)과 이혼한 아나운서 유영재(61)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유영재는 16일 예정대로 경인방송 라디오 ‘유영재의 라디오쇼’를 진행하며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뭔지 아냐”라며 “많이 가진 것에서 행복을 느낄 거라 생각하는 데 사람이 하나를 가지면 하나에 대한 걸 잃어버린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유영재는 “둘을 가지려고 한다. 둘을 가지면 욕심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열을 가지면 하나, 둘은 가진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소소한 것에 대한 감사가 없다”라며 “그러니까 몸과 마음이 구름에 떠다닌다. 거품 인생을 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영재는 “요즘 많이 느낀다.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제일 어려운 게 작은 것에 감사함을 느끼기가”라고 덧붙이며 “삶에 추구하는 방향이나 지수가 다르니까 소소한 것에 대한 행복이 멋져보인다”라며 청취자의 사연에 대해 말을 얹었다. 최근 선우은숙과 삼혼 의혹이 제기된 그가 논란에 대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유영재는 2022년 10월 선우은숙과 결혼했지만, 1년 6개월 만인 지난 5일 이혼을 발표했다. 이혼 이후 유튜브에서는 유영재가 선우은숙과 결혼 보름 전까지 사실혼 관계로 산 여성이 있었으며, 알려진 것과 같이 재혼이 아닌 삼혼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됐다. 선우은숙 역시 지난 13일 방송된 MBN ‘속풀이쇼 동치미’에서 유영재의 삼혼 사실을 인정하며 “결혼 전 사실혼 관계 여성이 있었다는 건 몰랐다. 알았다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러 가지 충격적인 일로 여러 번 쓰러지기도 했고,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 [열린세상] 한 알의 밀알, 선우경식

    [열린세상] 한 알의 밀알, 선우경식

    언젠가는 가 보고 싶었다. 무료병원이라니.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무료로 병원을 운영한다는 말인가. 무료도 궁금했지만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고 싶었다. 봄비가 내리는 평일 오후 영등포의 골목을 누비며 요셉의원을 찾았다. 교차로 옆 허름한 골목에 나지막한 의원이 보이자 이곳으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총선 결과에 대한 해석과 전망을 써 놓았지만, 원을 구성하기도 전에 싸움을 위한 준비로 불타는 사람들을 보며 마음을 바꿨다. 아니, 봄비가 마음을 바꾸게 했는지도 모른다. 산골짜기 넓은 밭에 호밀을 파종해 놓았는데, 봄비에 하나의 낱알도 헛되지 않고 새싹들을 틔우고 있었다. 그 풍경이 눈에 들어왔고, 밀알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계속 맴돌았다. 무료병원이라는 무모한 꿈을 꾼 사람은 선우경식이라는 청년 의사였다. 그는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하고 성모병원에서 수련을 거치며 생각에 빠지곤 했다. 응급환자들이 돈 없으면 치료는커녕 진료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었다. 미국에는 응급환자에 대한 의무치료 제도가 있어 수술비가 없다는 이유로 돌려보내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미국으로 갔다. 뉴욕의 킹스브룩병원에서 2년 근무한 그는 대학병원의 부교수로 돌아왔다. 미국에서 돌아온 서른다섯 살의 잘생긴 아들에게 어머니는 맞선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의사 사모님을 기대하며 나온 여성들은 돈 버는 의사가 되기는 싫다며 가난한 환자들을 치료하며 느낀 고민을 이야기하는 선우경식과 인연이 되지 못했다. 그 후 그는 평생 미혼으로 살며 환자들을 돌보았다. 그가 결심을 굳힌 것은 강원도 정선의 성프란시스코의원으로 자원봉사를 나갔던 때였다. 환자들이 돈 없는 것은 기본이었는데, 수녀와 봉사자들이 해맑은 웃음으로 그들을 떠받치고 있었다. 가난 때문에 죽어 가는 환자들을 위해 살겠노라고 이때 그는 결심했다. “가장 능력 없는 환자가 하느님이 내게 보내 주신 선물”이라고 말하는 사람으로 그는 변해 가고 있었다. 십시일반으로 병원을 운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겠는가. 석 달 이상 버티기 어려울 거라는 걱정이 다수였지만, 그가 세운 요셉의원은 오늘까지도 건재하다. 작년 말까지 이곳을 찾아 치료받은 환자가 75만명. 하루에 많게는 90명 적게는 60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았다. 세상의 낮은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모든 진료와 치료를 무료로 해 준다. 그래서 요셉의원은 전국구 의원이다. 노숙인, 행려자, 쪽방촌 사람들이 전국에서 오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사제의 길을 걷는 신학교 학생들이 현장실습으로 도우미 일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사무실 안쪽 루이제 수녀에게 안내했다. 무료병원으로 자라난 요셉의원이 이제 봉사자 1200명, 의료진 260명으로 19개의 진료과를 꾸려 환자들을 돌본다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루이제 수녀에게 물어보았다. “좋은 일을 하다가도 우리는 지치잖아요. 어떤 때가 제일 힘드신가요?” 수녀는 손을 저었다. “아니에요. 우리는 기쁨을 얻습니다. 봉사를 나오시는 의사들을 보면 그분들뿐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기뻐하고 칭송해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가 없는걸요”라며 웃었다. “그분은 성인이었어요, 예수님과 같이 사셨어요. 이 책은 제 몫으로 받은 건데 선물로 드릴게요.” 수녀가 내민 책은 ‘쪽방촌의 성자, 의사 선우경식’이라는 책이었다. 요셉의원의 초대 원장이었던 선우경식 선생 16주기를 맞아 그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글들을 엮은 것이었다. 결혼도 하지 않은 채 21년간 가난한 환자들을 돌보며 ‘무료병원’이라는 씨앗을 심고 가꾸던 선우경식은 16년 전 봄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갔다. 4월 18일이었다.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싹을 틔우고.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 “세월호 친구들아… 비 와도, 별 많아도, 꽃 펴도 기억할게”

    “세월호 친구들아… 비 와도, 별 많아도, 꽃 펴도 기억할게”

    희생자 304명 호명에 객석 눈물불참한 尹대통령 “심심한 위로”재판 간 이재명 “헛된 희생 안 돼” “너희를 한순간도 잊은 적 없단다….” 304명의 생때같은 목숨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만 10년이 된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 당시 단원고 학생들과 동갑내기인 김지애(27)씨는 추모식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안녕 친구들아, 나는 그저 잘 살아 낼 필요 없이 무탈하게 잘 지내는 것, 집에 무사히 돌아오는 게 최선이란 생각으로 살아”라며 편지를 낭독했다. 이어 “참사가 너희를 데려가지 않았더라면 너희도 꿈을 향해 달려가는 멋진 청춘이었겠지. 비 올 때 너희를 기억하고, 별이 많은 날 기억하고, 꽃이 피면 너희를 기억하며 살아갈게. 보고싶다 친구들아”라고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이날 기억식은 304명 희생자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됐다. “고해인, 김민지, 김민희….” 사회자가 당시 단원고 2학년 1반부터 10반까지 학생들의 이름과 선생님, 일반인 희생자들의 이름 모두를 호명하는 동안 객석에 앉은 유족과 시민들은 차오르는 눈물을 소리 없이 닦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안타까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 여러분께 다시 한번 심심한 위로의 뜻을 드린다. 10년이 지났지만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상황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주최 측이 마련한 윤 대통령의 자리는 행사 내내 비어 있었다. 여야 지도부는 나란히 기억식에 참석했다. 국민의힘에선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기억식을 찾았다. 이날 오전 열린 22대 국회 당선인 총회에서도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묵념을 진행했다. ‘대장동 재판’으로 기억식에 참석하지 못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304개의 우주가 무너졌던 10년 전 오늘, ‘국가가 왜 존재하는지’ 온 국민이 되묻고 또 곱씹어야 했다. 다시는 국가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국민의 목숨이 헛되이 희생되지 않도록 정치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적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지난 1월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21대 국회 내 처리도 약속했다. 앞서 오전엔 세월호 침몰 해역인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 해역에서 선상 추모식이 열렸다. 1600t급 해경 경비함정을 타고 해역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떠나갔어도 떠나보낸 적이 없다”고 울먹이던 한 희생자의 아버지는 하얀 국화 한송이를 망망대해에 띄웠다. 같은 날 오후 광주 5·18민주광장에서도 지역 예술인들의 추모 행사가 열렸다. 또 오후 4시 16분에는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앞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시민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민 기억식’이 진행됐다. 기억공간에는 시민 1000여명의 추모 행렬이 종일 이어졌다.
  • 국립중앙박물관, 이건희 컬렉션 ‘고려사경’ 공개

    국립중앙박물관, 이건희 컬렉션 ‘고려사경’ 공개

    국립중앙박물관이 새봄을 맞아 전시품을 교체하고 새 단장에 나선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실 중 중·근세관(고려실·조선실·대한제국실) 전시품 일부를 교체했다고 16일 밝혔다. 국보 3점, 보물 3점을 포함해 총 전시품 44건 64점이다. 눈길을 끄는 이건희 컬렉션은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이다. 대장경을 손으로 베껴 쓰는 ‘사경’을 더 섬세하고 화려하게 꾸미는 방법인 ‘변상도’의 사례를 볼 수 있는 유물이라는 게 박물관의 설명이다. 코끼리를 탄 제석천이 군사를 이끌고 아수라의 군대를 쳐부수는 장면을 그렸다. 또 고려 충렬왕의 발원 글귀가 적힌 ‘감지은니불공견색신변진언경’(국보·이건희컬렉션)과 고려사경의 표지 형식을 잘 보여 주는 ‘감지은니묘법연화경’(국보·이건희컬렉션) 등 고려사경 4점을 배치해 불교문화 코너를 강화했다. 4점 중 3점이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이다. 조선실에서는 보물로 지정된 ‘봉사조선창화시권’ 등을 선보인다. 이 유물은 1450년 조선을 방문한 명나라 사신 예겸과 집현전 학자 정인지, 성삼문, 신숙주가 주고받은 시를 모은 것이다. 또 임진왜란 후 일본과의 국교 재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국서누선도’, 국보로 지정된 ‘초조본 현양성교론’, 보물로 지정된 ‘청구관해방총도’ 등도 아울러 전시된다. 대한제국실에서는 근대식 교과서인 ‘산술신서’, ‘물리학초보’ 등이 공개된다.
  • 위기의 저축은행… 금감원 “비상시 자본확충안 마련해야”

    위기의 저축은행… 금감원 “비상시 자본확충안 마련해야”

    금융감독원이 부실이 우려되는 저축은행 10여곳에 비상시 자본 조달 계획을 포함한 자본확충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저축은행 사태’로 번지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조처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 구조조정설까지 나온다. 저축은행을 둘러싼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지난해 국내 79개 저축은행은 총 5559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9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부동산 PF 대출 대손충당금 적립 등이 영향을 미친 결과다. 건전성 지표도 악화됐다. 연체율은 6.55%로 전년 말 대비 3.14% 포인트 상승했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7.72%로 전년 말 대비 3.64% 포인트 늘었다. 신용등급은 줄줄이 떨어졌다. 최근 페퍼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은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로 하향 조정됐다. 오케이저축은행을 비롯해 웰컴저축은행, 키움저축은행, 더케이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등의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내려갔다. 전망은 더 어둡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손실액이 최악의 경우 4조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의 PF 대손충당금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까지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PF 충당금으로 1조 5000억원을 쌓아 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예상 손실의 100%를 충당금으로 쌓으라고 주문한 만큼 최대 3조 3000억원을 추가로 조성해야 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충당금 부담으로 저축은행들이 올해 최대 2조 2000억원의 순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문제가 심각한 저축은행 대여섯 곳을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최근 업계 분위기를 보면 중소형사는 물론 대형사까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건전성 비율 보고와 경영개선 조치는 통상적인 당국 업무다. 저축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는 것은 항상 해 왔던 일”이라고 말했다. 위기에 처한 저축은행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유동성을 공급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과 같은 사태 재발을 막고자 한은은 지난 1월 공개시장 운영 대상 기관 선정 범위에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 취급기관을 포함하기로 했다. 한은은 재무건전성 등 요건을 따져 오는 7월 공개시장 운영 대상 기관을 선정한다.
  • ‘성추문 입막음’ 첫 재판서… 트럼프, 고개 떨구고 졸기도

    ‘성추문 입막음’ 첫 재판서… 트럼프, 고개 떨구고 졸기도

    트럼프 “미국에 대한 공격” 항변11월 대선 결과 좌우 민감한 재판96명 중 12명 배심원단 선정 난항머천 판사, 트럼프 측 징역형 악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오전 뉴욕 맨해튼 형사법정 피고인석에 앉았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을 소환한 형사재판이자 접전으로 흐르는 11월 대선 결과를 좌우할 수도 있는 민감한 재판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그의 유죄 여부를 판가름할 배심원단 선정부터 난항을 겪으며 험난한 재판을 예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형사법원 15층 법정에 출석하면서 방송 카메라를 향해 “이런 일은 전례 없고, 누구도 이런 재판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며 “이것은 정치적 박해이며 미국에 대한 공격”이라고 항변했다. 지자자들에게도 문자메시지로 “그들이 나를 파괴하려 한다”는 등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렸다. 재판에 걸린 34개 혐의 중 주목을 받는 부분은 사기, 장부 위조다. 그는 2016년 10월 대선을 앞두고 성인물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과거 성추문 스캔들을 덮고자 개인 변호사이자 ‘해결사’였던 마이클 코언을 통해 13만 달러(약 1억 7500만원)를 건네고 회사 장부에 허위 기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은 재판 첫 절차로 배심원 12명을 뽑기 위한 선정 작업이 진행됐다. 뉴욕 맨해튼 지역 주민인 배심원 후보 96명이 출석했다. 후안 머천 판사는 1차로 “자신이 공정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손을 들라”고 요청했다. 50명 이상이 손을 들었고 이들은 즉시 제외됐다. 이후 남은 후보들이 차례로 간단한 질문에 답했다. 도서 판매원이라고 밝힌 이는 “전직이든 현직이든 법 위에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 AP통신 등에 따르면 후보들은 직업, 교육 수준은 물론 친트럼프 집회 참석 여부, 청취하는 팟캐스트 등 접하는 뉴스, 주요 증인으로 예상되는 코언이 쓴 책을 읽었는지 등 42개에 이르는 질문을 받았다. 원고인 검찰 측과 피고 트럼프 측 모두 배심원 최종 선정에 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뉴욕주, 특히 맨해튼은 민주당 우위 지역이라 NYT는 “트럼프가 맨해튼에서 우호적인 배심원을 찾는 것은 건초 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격”이라고 했다. 성향뿐만 아니라 재판 일정이 1주일에 네 번씩 6주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여 배심원단을 꾸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판장에서 여러 번 눈이 감기거나 입이 벌어지고 고개를 떨구는 등 조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언론들은 피고인석에 앉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복잡하게 얽힌 재판 관계자들에게도 주목하고 있다.특히 머천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악연으로 유명하다. 지난 1월 트럼프 가족 기업 및 이 회사 임원의 세금 사기 재판에서 각각 벌금 160만 달러, 징역형을 선고한 인물이다. 전직 대통령을 형사재판에 회부한 최초의 검사가 된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방검사장은 머천 판사와 함께 트럼프 측의 표적이 되고 있다. 한때 트럼프 최측근이던 코언은 앞서 ‘트럼프 지시로 돈을 건넸다’는 진술로 그와 틀어지며 앙숙이 됐다. 트럼프 변호사인 토드 블랜치는 트럼프의 기밀 문서 유출, 대선 결과 전복 혐의 재판도 맡고 있다. 블랜치를 비롯한 변호인단은 ‘머천 판사의 딸이 민주당 컨설턴트로 일했기 때문에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며 기피 신청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 역시 트럼프의 외설적 발언이 담긴 ‘액세스 할리우드’ 녹음 파일을 배심원단에게 들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편견을 조장할 수 있다며 허용되지 않았다.
  • 애도 가득한 4월… 슬픔은 희망의 다른 이름

    애도 가득한 4월… 슬픔은 희망의 다른 이름

    고통 받아들이면 체념 벗어나내 것이 아닌 삶, 잃는 것도 없어새로운 유대 관계로 고립 탈피 지난 10년 동안 한국인들에게 매년 4월은 커다란 상실감과 깊은 좌절을 느끼게 만드는 시기가 됐다. 바로 ‘세월호 참사’ 때문이다. 상실감을 극복하고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애도가 필요하다. 진상 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일상을 철학하다’를 모토로 하는 생활 철학 계간지 ‘뉴필로소퍼’ 봄호(26호)는 ‘상실, 잃는다는 것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현대인이 겪는 상실감에 대한 다양한 철학적 사유와 조언을 제시했다. 최근 가장 ‘핫’한 철학자로 꼽히는 쇼펜하우어와 니체는 상실의 철학자라고 할 정도로 ‘잃는다는 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삶은 상실의 연속이며, 그 때문에 인생 자체는 고통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거꾸로 생각하면 인생이 고통이라도 그 상실을 받아들이고 겪어 내는 방식과 과정에 따라 자조적인 체념에서 벗어나 건설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마리아나 알레산드리 미국 텍사스대 철학과 교수는 ‘스토아 철학자처럼 이별하는 법’이라는 글을 통해 대표적인 스토아학파 철학자인 에픽테토스가 말한 이별과 상실의 방식을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에픽테토스는 “나에게 선택권이 없는데 선택하고자 하는 마음, 나의 것이 아닌데 바라는 마음” 때문에 상실과 비탄이라는 슬픔이 더 크게 다가온다고 지적했다. 죽음의 경우, 생명체는 모두 죽음이라는 종결 과정을 향해 갈 수밖에 없는 만큼 ‘삶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어차피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잃는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실천 윤리학자인 마이클 촐비 영국 에든버러대 철학과 교수와 임상심리학자 메리프랜시스 오코너 미 애리조나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죽음에 관한 철학적 탐구를 하며, 상실로 인한 정신적 상처와 고립감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촐비 교수는 상실을 경험한 이들이 갖는 ‘애도’는 눈물과 절망의 시간만이 아니라, 인생의 버팀목을 잃은 사람들이 새 삶을 시작하려는 몸부림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갖게 되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세상을 보는 시선과 마음가짐이 한결 성숙해질 수 있다고 촐비 교수는 말했다. 애도의 시간이 충분치 못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일을 에둘러 말한 것이다. 상실로 인해 극심한 좌절을 겪을 때의 뇌 활동을 연구하는 오코너 교수는 누군가와 맺고 있던 유대가 어느 순간 끊겨 나가면 뇌는 이를 대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상실을 겪고 애도의 시간을 갖는 사람에게 새로 맺게 되는 다른 유대 관계가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뮤지션이자 작가인 임이랑은 ‘상실의 장례’라는 글에서 “삶의 끈을 꼭 붙들고 가다가도 너무 많이 슬플 땐, 슬픔을 피하지 않고 그저 슬프기로 한다. 어차피 터져 나올 것은 터져 나오고야 말 테니까”라고 말한다. 슬픔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애도를 비뚤어진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 자세야말로 현대인이 상실을 대할 때 필요한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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