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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량진 수산시장 단속현장 추석불구 손님 예년의 10%

    “적어도 노량진수산시장에서는 단속 공무원이 무서워 원산지 표시에 공들이는 상인은 없습니다.오히려 ‘깐깐한’ 손님들이 더 무서운 거죠.” 노량진시장에서만 18년째 수산물을 팔아온 베테랑 상인 ‘샛별수산’ 황금자(48·여)씨는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과 매서운 눈썰미가 공무원보다 더 무섭다고 털어놓는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서울시와 각 자치구는 지난 13일부터 농·수산물 원산지표시 특별 단속을 벌이고 있다.단속은 오는 24일까지 계속된다. 단속 4일째인 16일,서울시 농수산유통과와 동작구청 지역경제과 직원들이 노량진수산시장에 대한 합동 지도점검을 실시했다. “아이고,또 점검 나왔소.요새는 손님보다 점검 나오는 공무원들이 더 많다니께.” 활어를 주로 취급하는 ‘제주수산’김정희(42·여)씨는 공무원들이 하루 걸러 점검나오는 것 같다며 푸념을 늘어놓았다.지난 주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물검사원 단속요원으로부터 수산물 가공품에 대한 원산지 표시 단속을 당했던 탓이다.김씨의 푸념이 이해가 될 정도로 소비자들의 발길은 뜸했다. 이달부터 국산 활어뿐 아니라 수입산 활어에 대해서도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대외무역법이 정비됨에 따라 노량진수산시장은 단속 공무원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노량진수산주식회사 영업부 김용성 과장은 “손님이 예년의 1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손님도 없는데 그나마 원산지 표시를 제대로 안 하면 경쟁에서 밀린다.”고 말했다. 점검대상 가게 대부분은 모두 원산지 표시를 하고 있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VJ 닥터 노 인기 GO GO GO

    VJ 닥터 노 인기 GO GO GO

    “좋아!가는거야∼”. 이 말 한마디로 ‘아마추어 놀이 문화계’를 평정하고 케이블 접수에 나선 박사가 있다.바로 케이블 음악채널 m.net의 새로운 VJ 닥터 노. VJ 경험이 전혀 없는 ‘생초짜’인 그가 자신의 이름까지 내건 로드쇼 프로그램 ‘닥터 노의 즐길거리’(월∼금 오후 4시)를 턱 하니 맡았고,‘슈퍼 바이브 파티’(월∼금 오후 6시)에서도 배꼽이 훤히 보이는 수퍼맨 쫄티를 입고 천연덕스럽게 춤을 추며 분위기를 한없이 띄우는 보조 MC까지 꿰찼다.“좋아!가는거야∼”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분명 맞다. 본명 노홍철.올해 나이 25살.홍대 4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신나게 놀다가 “m.net의 눈썰미 있는 작가 눈에 띄여 오디션을 보게 됐고” 담당 PD는 한 눈에 그가 ‘물건’임을 알아봤다고 한다.사실 그는 아마추어와 언더그라운드 세계에서 ‘그를 모르면 간첩’으로 통할 정도로 자랑스런 이름을 떨쳤다. 다이내믹 듀오 등 가수들의 콘서트,가요제 등 각종 행사의 진행을 맡아 관객의 배꼽을 괴롭히며 분위기를 ‘업’시키는데 대단한 능력을 뽐내왔다.“군대 갔다와서 친구들이 과외해서 돈버는데 저는 공부를 안해서 머리에서 뺄 게 없더라구요.근데 사회를 보니까 40만원씩 주는 거예요.친구들 25만원씩 벌때.그 것도 놀면서.얼마나 좋아∼(웃음).” ‘놀면서 돈도 버는’,아무리 꿈꿔도 이루지 못할 꿈을 실현시킨 그의 좌우명은 “재미없는데 왜 해?”다.“솔직히 처음에 내가 VJ가 되겠냐 했죠.그냥 제 고객으로 만들어야지 하고 갔는데 만장일치로 결정됐다고 연락받으니까 너무 기뻤죠.또 이름 걸고 하라니 너무 영광스럽고….그런데 한편으론 고민했어요 지금 대박 난 사업인데 이걸 당분간 접어야 한다니.” 사업?사업이라니? 노는 게 일이요 취미요 특기라는 닥터 노 아닌가.그러나 그는 분명 저가 중국여행전문회사 ‘홍철투어’의 대표이며 파티 용품을 수입,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 ‘꿈과 모험의 홍철동산’의 CEO다! 어릴 때부터 잘 놀아본 경험이 그에겐 ‘종자돈’이 된 셈.그는 ‘놀아도 제대로 놀아라’라는 옛 말을 충실히 지켜온 성공한 최초의 인간이 아닐까 싶다.어울려 노는 게 좋아 공짜로도 행사 진행을 맡아주던 그는 한 사진 작가의 눈에 띄여 웨딩 모델로도 나섰다.게다가 여자친구와 함께.그의 여자친구는 슈퍼 엘리트 모델 출신이다!흠….이쯤되면 맘을 곱게 쓰며 복을 받는다는 말도 맞다.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고 트렌드 따라잡기가 취미인 그는 “현재 200% 만족”이란다.“이렇게 놀면서 하는데 돈까지 주니까 아유∼ 그냥 믿기지가 않아요.(웃음)” 그를 보면 또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그는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고,불운을 불운으로 생각하지 않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똘똘 뭉친 ‘낙천주의자’.신체 다른 곳은 불모지인데 오로지 턱에만 수북히 자라나는 수염을 곱게 길러 한 면도기 회사에서 주최한 엽기수염왕 선발대회에 나가 상을 받기도 하고 성격 좋다는 말에 용감무쌍하게 ‘닥터 노의 성격 클리닉’을 차린 성격 개조 전문의(?)도 지냈다.“전봇대에다가 전단지를 붙였는데 전화가 오더라구요.박사가 별 건 가요.흰 가운 입으면 다 박사지.우리 부모님 소원도 풀어드리고 돈도 벌고(웃음).” 그의 방송이 전파를 탄지 한달 남짓.쉴 새 없이 눈을 깜빡이며 “아니!아니!”를 추임새처럼 내뱉는 약장수 말투는 이미 장안의 화제다.프라임타임대(오후 5시) 프로그램보다 시청률이 앞설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고 팬클럽 회원수가 하루가 다를 정도로 그의 인기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아이들이 제 말투를 따라하고 사진 찍을 때 입을 벌리는 기현상이 생기고 있다니까요.걱정되고 (부모님한테)미안해 죽겠어요.(웃음)”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이집이 맛있대]상계동 ‘푸른밭’

    [이집이 맛있대]상계동 ‘푸른밭’

    눈썰미가 있는 손님이라면 실내에 들어선 순간 ‘푸른밭’이란 상호의 이유를 금방 알아채리라.초록 분위기 물씬 풍기는 실내 인테리어와 화분들,고향집 안마당 평상에 앉은 것 같은 편안함,주인 박영희(50)씨의 정겨운 미소 등등. 깔끔히 정돈된 정원을 연상케 하는 밥상을 받으면 이같은 느낌은 확신으로 바뀌게 마련.음식 하나하나에선 매일 새벽 손수 구리 농수산물시장에서 장을 본다는 박씨의 세심한 손맛이 배어 있다. 푸른밭의 주력 메뉴는 ‘푸른밭 정식’.가족 단위 손님을 겨냥한 비교적 저렴한 한정식이다.먼저 로스편채와 가오리찜,오징어찜,호박전,잡채,야채샐러드 등 7∼8가지의 찬음식이 입맛을 돋운다. 그중 로스편채는 푸른밭의 자랑.피를 뺀 쇠고기 채끝살 부위를 얇게 저민 것을 찹쌀가루와 소금을 묻혀 철판에 지져서 내놓는다.간장에 몇가지 양념을 넣은 소스에 찍어 채썬 파,양파와 함께 먹는다. 찬음식으로 입맛이 돌면 본격적인 식사시간.밥과 함께 미역국,된장찌개,고사리·버섯 등 각종 나물무침,단호박찜,북어찜,고추·멸치볶음 등 15가지 정도의 밑반찬이 나온다. 모두 소박하면서 정갈한 음식을 한가지씩 먹다 보면 어릴적 어머니가 차려주신 생일상 생각이 난다. 모임이나 접대를 위한 자리라면 ‘향기정식’이 좋다.푸른밭정식에 버섯전골이 추가로 올라온다.이집의 버섯전골은 얼큰하면서 시원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글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삶과 경영이야기] (21)워크아웃 딛고 개성공단서 승부 박성철 신원 회장

    [삶과 경영이야기] (21)워크아웃 딛고 개성공단서 승부 박성철 신원 회장

    “섬유 업종이 불황이 아니라 생각이 불황입니다.우리의 브랜드로 세계 시장을 석권할 때입니다.” 박성철(64) 신원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기업 구조조정에 나서 지난해 초 5년만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했다.구조조정의 모범사례로 경제전문지 ‘포브스’ 등 해외언론의 취재대상이 될 정도라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섬유로 시작했으나 외환위기 이전에 이것저것 사업을 확장하다 구조조정까지 하게 됐지만 ‘중간외도’가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앞으로 해외 브랜드를 수입해 팔기보다 자존심을 걸고 고유 브랜드 육성에 매진할 계획이다.대기업 가운데 드물게 개성공단 입주업체로 선정되는 등 남북 경제협력에도 누구보다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기자 출신으로 가장 성공한 기업인 -1964년 산업경제(현 헤럴드경제)에 입사해 7년 동안 기자생활을 했다.기독교인인데 기자로 일하면서 3∼4년간 교회에 못 나가서 힘들었다.기자생활을 청산하고 1971년 직물 하청공장을 만들었다.기자로 일하다 사업해서 성공한 사람은 오직 혼자로 알고 있다.사업 시작한지 이제 32년째이니 아주 성공한 케이스다. -경제부에서 섬유 분야를 취재하다 섬유업계 사람들과 가까워졌다.처음에는 직물 편직기 7대와 직원 13명을 데리고 시작했다.기자생활을 통해 알게 된 섬유수출업자와 원사업자 등의 인맥이 도움이 됐다. ●사막에 스웨터까지 수출 -유럽은 안 가본 나라가 없고,일본은 한달에 한번씩 갔다.미국은 계절마다 방문해 직접 세일즈를 했다.초창기에는 일본에 출장가서 300엔짜리 아침식사를 먹고 1500엔짜리 모텔에서 자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섬유업체들은 1971년 대미 섬유쿼터제(수입할당제)가 타결되면서 치열한 쿼터 확보 경쟁을 벌였다.신생 업체 신원은 수출 실적이 없어 쿼터를 받기 힘들었다.박 회장은 쿼터 규제가 없는 나라를 대상으로 비쿼터 품목을 팔기 위해 이란,이라크,시리아,요르단,이집트,이스라엘 등 셀 수 없는 나라를 직접 뛰어다녔다.일교차가 심한 사막의 나라 사우디 왕실에 군용 스웨터를 수출하면서 신원 무역부 직원들은 “우리는 사막에 스웨터도 수출한다.맡겨만 주면 북극에서 냉장고도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76년 해외시장 개척상,80년 수출공로상,84년 5000만달러 수출탑 등을 받았다.지난해 수출액은 2100억원.과테말라와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 등 4개 해외법인에서 만든 스웨터,니트,가죽 제품을 전세계로 수출 중이다.월마트,갭,DKNY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어들을 확보하고 있다. 신원의 해외사업 부문은 30년 동안 수출을 하면서 한번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다.97년 세운 중남미의 과테말라 공장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니트 공장이다.2600명의 근로자가 하루에 8만장의 니트를 생산 중이다. ●뼈아픈 구조조정… 5년만에 졸업 -섬유로 시작한 기업이니 섬유로 끝내는 것이 좋았을 텐데….92년쯤에는 투자금융회사가 30개쯤 생겨나 기업에 돈을 갖다 쓰라고 했다. 여기저기 돈을 빌려서 전자,건설,전기,골프장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다.북한과 거래하고 금장사도 했다. -갑자기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와서 환율이 뛰니 빚도 두배 이상 늘었다.12%에 돈을 빌렸는데 이자율이 24∼40%로 치솟았다. 계열사들이 같이 넘어가자 가장 좋은 것부터 팔기 시작했다.골프장을 시작으로 전기,전자,건설회사 등 모두 팔고 나니 섬유만 남았다.섬유는 30년 전에 시작해서 수출만 했는데 이젠 내수가 합해졌다. -1700명의 직원 가운데 1000명을 내보내고 700명이 남았다.최근 회사를 떠났던 일부 직원들이 다시 와서 일하고 있다.기능직이라 놀고 있던 사람은 없었다.예전에 일하던 직장에서 다시 일하게 되니 다들 좋아한다. -2003년 5월 워크아웃을 졸업하기까지 탕감이나 면제받은 것은 한 푼도 없다.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100% 출자전환했다.가장 먼저 워크아웃에 들어가 5년만에 졸업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데 신경을 잘 썼기 때문이다.정부에서 살 기업은 회생시키고,죽을 기업은 정리 정돈하는 데 아주 빨랐다.4개의 해외공장이 풀가동됐고 수출경기도 좋았다.덕분에 신원의 신용도는 물론 한국의 국가 신용도도 높아졌다. -신원의 회생은 좋은 선례다.정부가 재빠른 워크아웃 제도로 잘 도와줬고,기업은 자생력을 갖고 있었으며,직원들도 열심히 했다.기업,정부,직원이 혼연일체가 돼 IMF체제를 빨리 졸업하게 됐다. -저는 처음에 오너였다(현재 신원은 지분 12%를 소유한 우리사주조합이 최대 주주이며 박 회장의 개인 지분은 없다).채권단이 업종을 잘 알고 있는 저에게 기업을 그대로 운영하게끔 해줘 섬유업종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워크아웃을 빨리 졸업할 수 있었다. 현재 빚이 1100억원 정도 남아 있다.지난해 137억원을 갚았다.경기가 불황이지만 이자를 잘 물고 있으며 원금도 일부 갚고 있다.올해도 어렵지만 몇십 억원의 원금을 갚을 것이다.지금 바닥을 쳤으니 앞으로 2∼3년만 경기가 좋아지면 완전 무차입경영을 할 수 있다. ●한국인 체질·성격에 맞는 옷 개발중 -구조조정을 통해 이것저것 사업확장을 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얻었다.앞으로 기술개발로 세계적인 섬유회사를 만들 것이다.한국 사람은 외제보다 국산 옷을 입는 것이 나은 때가 왔다.우리나라 사람의 체질,체격,성격,기후에 맞는 기능성 옷을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 섬유 역사 100년 중에 40년간 192개국에 수출했다.이제 세계를 한국이 주름잡아야 한다.자존심 차원에서도 외국 물건은 들여오지 않아야 한다.저가품은 중국,동남아,중남미에서 만들어 수출하고 고가품은 국내 기술자들이 만든다. -국내 브랜드는 15개 가운데 10개를 없애고 남성복 지이크,여성복 베스띠벨리·씨·비키,캐주얼 쿨하스 등 5개만 남겼다.해외 브랜드도 보스,예거 등 3개를 갖고 있다가 모두 없앴다.우리 브랜드를 키우는 것이 수입 브랜드를 보유하는 것보다 낫다. ●경제인은 사회와 국가에 책임감 가져야 -경제인은 돈버는 것이 목적이지만 사회와 국가에 책임감을 갖는 것이 좋다.손실이 없는 범위에서 적은 이익이지만 남북 경제협력 차원에서 교류해야 한다.7∼8년 전에 북한과 거래하면서 손해도 봤다.액수는 얘기할 것 없다. 중국 등 해외 공장에서 100∼300달러의 월급을 지불할 것이 아니라 물류비 싸고,관세 없으며 임금도 싼 우리 민족에게 일거리를 주는 것이 좋지 않으냐.개성의 임금은 남한의 15분의1 정도로 싸다. -개성은 언제고 터진다고 생각해서 가장 먼저 들어갔다.20∼30년 전부터 북한에 공장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다.우리처럼 작은 나라가 분단된 것은 애석하고 마음아픈 일이다. 95,96년 북한에서 300만달러 정도를 임가공하면서 평양에 두번 갔고,지금 공장을 짓고 있는 개성에도 두번 갔다. -개성이 성공하려면 두가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공장 직원들이 육로를 통해 하루에 10번도 더 왔다갔다 할 수 있어야 한다.전화도 서울시내 전화처럼 소통이 잘 돼야 한다.물과 전기는 남한에서 가져가면 되므로 문제가 없다.남과 북이 문화가 다르므로 서로간에 말하는 데 조심하고 이해를 많이 해야 한다. -처음에 북한에 갈 때는 사람들이 ‘빨갛게’ 생겼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가보니 완전한 형제였다.북한 기술자들은 나이가 40∼50세에,20년 전쯤에 러시아의 국민복을 만들어 본 이들이 많다.몇달 동안 기술 교육은 시켜야 할 것이다. -15개 공장이 들어서는 개성 공단 시범단지가 잘 돼야 앞으로 100만평,800만평까지 늘어나게 된다.그렇게 되면 실업자가 구제돼 북한의 생활양상도 수준급으로 올라서는 등 북한 경제가 많이 달라질 것이다. 박성철 회장은 26년째 매일 새벽 3시40분에 일어나 새벽기도를 나가고 있다.뛰어서 집근처 교회에 갔다가 다시 아침을 먹으러 집까지 뛰어오는 것이 하루 운동이다.6시30분에 수출 담당 직원들과 함께 출근한다. 신원(信元)은 ‘믿음을 으뜸으로 한다.’는 회사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믿음의 기업이다.직원의 70% 정도가 기독교 신자다.월요일 아침에는 과테말라,중국의 공장 직원을 포함해 전 직원이 예배에 참여한다.개성공단에서도 월요예배를 할 수 있을지가 요즘 그의 걱정거리다. 박 회장은 “베트남이나 중국도 공산권 국가지만 공장 직원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정치적 문제가 아니다.개성에 신앙의 자유가 있어야 미국,유럽에서도 개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므로 북한에 예배 허용을 호소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기독교 신자답게 올 여름 노출 패션이 신원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끔 한다.하지만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박 회장은 “야한 옷도 하나의 상품이고 시대의 변화이자 조류”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30년간 패션 산업에 몸담으면서 앞만 보고 달렸지 결코 뒤에서 따라간 적은 없다고 밝혔다.지금도 감각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 패션 전문서적을 보고 해외 시장을 연구한다.하루에 두번씩 사업장을 돌아본다는 그는 자상한 말솜씨로 특히 여직원들에게 인기가 높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박성철 회장은 31년 역사의 의류회사 신원을 일궈낸 박성철 회장을 실제로 만나면 젊고 다정다감한 모습에 놀라게 된다.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여직원들에게 “요즘 날씨 덥지?”라며 손수 인사를 건네는 ‘자상한 회장님’이다. 7년간 기자로 일하면서 섬유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낸 눈썰미도 갖췄다. 하지만 주말에도 술을 마셔야 하는 등 기자생활 동안 교회를 못 간 것이 힘들었다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서울 영등포 신길 성결교회의 장로로 있다. 그의 경영이념은 ‘청지기 사명’이다.주인의 재산을 철저히 관리하는 믿음직하고 선한 청지기처럼 IMF외환위기를 맞아 회사의 오너에서 전문경영인으로 변신했다.1940년 전남 신안에서 태어났으며,목포고와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가족으로는 아내와 세 아들이 있다.
  • 이렇게 하면 나도 파리지앵

    이렇게 하면 나도 파리지앵

    억지스러운 섹시함,노골적인 벗기기 등이 난무한 여름 패션가에 탤런트 김정은 스타일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상큼 발랄 경쾌함과 우아함을 경계없이 넘나드는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유학생 태영 역의 김정은은 그동안 우리 브라운관에 넘쳐난 ‘신데렐라’중에서도 가장 돋보인다.더욱이 옷차림은 ‘김정은 스타일’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화제가 되고있다.극중에서 김정은은 영화를 공부하는 파리 유학생.하지만 가정부로 학비를 벌어야하는 처지라 평소 옷차림은 간소할 수밖에 없다.더욱이 꾸밈없고,자신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김정은이 첫번째 파티에서 입은 빨간 드레스는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로 바뀌는 순간처럼 극적이었다. ‘신데렐라 팬터지’를 잘 표현해준 빨간 드레스는 김정은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됐다.목선이 예쁜 김정은의 장점을 돋보이도록 디자인했고,춤을 출때 우아한 실루엣을 만들기 위해 치마단의 앞부분을 층을 줘,끝단을 공단으로 트리밍했다.디자이너 브랜드 ‘라끌’에서 제작·협찬했는데 가격은 애초에 책정하지도 않았다.“손이 많이 가는 공정이라 만들 수도 없다.”고 제작사에선 밝힌다. 또 하나 니스의 파티에서 입은 하늘색 시폰 이브닝드레스도 멋쟁이들의 눈길을 꽉 잡았다.김정은의 몸매를 잘 살려준 이 드레스는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올 봄·여름 밀라노컬렉션에서 소개한 것,국내엔 들여오지도 않았다.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이 드레스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어디서 이 드레스를 구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판매하지 않는 옷엔 가격이 없다.”면서 펜디 관계자는 “300만원은 웃돌 것”이라고만 귀띔했다. 드레스가 아무리 예뻐도 현실에서 따라입긴 어렵다.그래서 김정은의 평소차림,캐주얼이 유행코드가 되고 있다. 김정은은 극중에서 여러겹 껴입는 ‘레이어드 코디’로 센스를 보여주는데,실제로 시슬리,매긴나잇브릿지,At.G,폴 프랭크 등 고급품임은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면 대번에 알 수 있다.그렇다고 고급옷이라서 김정은이 돋보이는 것은 아니다.민소매 톱,리폼한 티셔츠 등 특별하지 않지만 화사한 색상을 겹쳐 입어 맵시를 더했다. 한편 주머니가 많은 유틸리티 바지(카고팬츠)나 청바지,무릎 위로 훌쩍 올라가는 밑단이 뜯어진 청치마,간편한 스니커즈 등은 학생다운 활동성을 표현하고 있다.프랑스 현지에서나 서울에서 덧입은 허리 길이를 넘지 않는 쁘띠 재킷(혹은 볼레로 재킷)은 귀여움과 발랄함을 표현했다.이는 최근의 유행과도 맞아떨어져 짧은 재킷없이 여름을 넘기기 어려워 보일 정도. 한편 김정은의 헤어스타일도 화제다.어깨에 살짝 닿는 굵은 웨이브는 자연스럽고 때로는 섹시하지만,자신을 여지없이 망가뜨리는 거침없는 표정을 짓는 김정은의 매력을 한껏 살려준다.그러나 보통사람으로선 따라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자칫 사자머리처럼 부스스하거나,얼굴이 커보일 수 있기때문.다만 눈썹을 덮지 않을 정도로 앞머리를 잘라주면 사랑스러운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다. 전속 코디네이터 이연화씨는 “김정은은 어떤 옷이든 완벽하게 소화한다.자르고,꿰매고,주름을 만들거나 끈 장식을 다는 등 티셔츠를 변형·활용한 것은 호화스럽지 않지만 김정은의 매력을 듬뿍 살려준다.”라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파리에서 김정은이 즐겼던 얇은 머플러는 서울에서는 벨트로 변신한다.채도가 높은 화려한 목도리를 바지에 묶어 심심한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 올 여름 멋쟁이 소리를 들으려면 벨트를 풀고 머플러로 대신하든지,레이어드 룩으로 멋내든지 김정은에게서 ‘한 수’배워야 할 것 같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이렇게 하면 나도 파리지앵

    억지스러운 섹시함,노골적인 벗기기 등이 난무한 여름 패션가에 탤런트 김정은 스타일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상큼 발랄 경쾌함과 우아함을 경계없이 넘나드는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유학생 태영 역의 김정은은 그동안 우리 브라운관에 넘쳐난 ‘신데렐라’중에서도 가장 돋보인다.더욱이 옷차림은 ‘김정은 스타일’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화제가 되고있다.극중에서 김정은은 영화를 공부하는 파리 유학생.하지만 가정부로 학비를 벌어야하는 처지라 평소 옷차림은 간소할 수밖에 없다.더욱이 꾸밈없고,자신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김정은이 첫번째 파티에서 입은 빨간 드레스는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로 바뀌는 순간처럼 극적이었다. ‘신데렐라 팬터지’를 잘 표현해준 빨간 드레스는 김정은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됐다.목선이 예쁜 김정은의 장점을 돋보이도록 디자인했고,춤을 출때 우아한 실루엣을 만들기 위해 치마단의 앞부분을 층을 줘,끝단을 공단으로 트리밍했다.디자이너 브랜드 ‘라끌’에서 제작·협찬했는데 가격은 애초에 책정하지도 않았다.“손이 많이 가는 공정이라 만들 수도 없다.”고 제작사에선 밝힌다. 또 하나 니스의 파티에서 입은 하늘색 시폰 이브닝드레스도 멋쟁이들의 눈길을 꽉 잡았다.김정은의 몸매를 잘 살려준 이 드레스는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올 봄·여름 밀라노컬렉션에서 소개한 것,국내엔 들여오지도 않았다.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이 드레스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어디서 이 드레스를 구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판매하지 않는 옷엔 가격이 없다.”면서 펜디 관계자는 “300만원은 웃돌 것”이라고만 귀띔했다. 드레스가 아무리 예뻐도 현실에서 따라입긴 어렵다.그래서 김정은의 평소차림,캐주얼이 유행코드가 되고 있다. 김정은은 극중에서 여러겹 껴입는 ‘레이어드 코디’로 센스를 보여주는데,실제로 시슬리,매긴나잇브릿지,At.G,폴 프랭크 등 고급품임은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면 대번에 알 수 있다.그렇다고 고급옷이라서 김정은이 돋보이는 것은 아니다.민소매 톱,리폼한 티셔츠 등 특별하지 않지만 화사한 색상을 겹쳐 입어 맵시를 더했다. 한편 주머니가 많은 유틸리티 바지(카고팬츠)나 청바지,무릎 위로 훌쩍 올라가는 밑단이 뜯어진 청치마,간편한 스니커즈 등은 학생다운 활동성을 표현하고 있다.프랑스 현지에서나 서울에서 덧입은 허리 길이를 넘지 않는 쁘띠 재킷(혹은 볼레로 재킷)은 귀여움과 발랄함을 표현했다.이는 최근의 유행과도 맞아떨어져 짧은 재킷없이 여름을 넘기기 어려워 보일 정도. 한편 김정은의 헤어스타일도 화제다.어깨에 살짝 닿는 굵은 웨이브는 자연스럽고 때로는 섹시하지만,자신을 여지없이 망가뜨리는 거침없는 표정을 짓는 김정은의 매력을 한껏 살려준다.그러나 보통사람으로선 따라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자칫 사자머리처럼 부스스하거나,얼굴이 커보일 수 있기때문.다만 눈썹을 덮지 않을 정도로 앞머리를 잘라주면 사랑스러운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다. 전속 코디네이터 이연화씨는 “김정은은 어떤 옷이든 완벽하게 소화한다.자르고,꿰매고,주름을 만들거나 끈 장식을 다는 등 티셔츠를 변형·활용한 것은 호화스럽지 않지만 김정은의 매력을 듬뿍 살려준다.”라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파리에서 김정은이 즐겼던 얇은 머플러는 서울에서는 벨트로 변신한다.채도가 높은 화려한 목도리를 바지에 묶어 심심한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 올 여름 멋쟁이 소리를 들으려면 벨트를 풀고 머플러로 대신하든지,레이어드 룩으로 멋내든지 김정은에게서 ‘한 수’배워야 할 것 같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다시 태어나는 드라마속 재벌2세

    다시 태어나는 드라마속 재벌2세

    퀴즈 하나:요즘 TV 드라마에 빠짐 없이 등장하지만,정작 현실에서는 찾기 힘든 인물 설정은? 퀴즈 둘:남자 주인공에게는 많지만,여자 주인공에게는 거의 없는 캐릭터는? 눈썰미 있는 TV시청자라면 금세 답을 맞췄을 법하다.정답은 바로 ‘재벌2세’. 대한민국 드라마 트렌드가 아무리 바뀌어도 변할 줄 모르는 캐릭터 아이템인 이 ‘재벌 2세’가 요즘 들어 변하고 있다.과거 ‘남성’위주의 시각에서 벗어나 ‘여성’중심적인 시각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것. 예전 드라마속 재벌 2세는 물질적으로는 풍요하지만,출생의 비밀과 같은 ‘흠집’으로 어둡고 거친 성격을 보였다.그때문에 여성에게 거부감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주로 남성의 심리적 동일시 대상으로 그려지다 보니 모든 면이 완벽한데서 오는 남성 시청자의 괴리감을 희석시키 위한 장치가 필요했던 것.하지만 최근 20∼30대 여성들이 사회 전면은 물론 TV 주시청층으로 나서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내면의 그늘 없이 여성이 충분히 반할 정도의 매력적인 외모는 물론,사랑에 목숨을 거는 로맨틱한 면까지 두루 갖춘 ‘여성형 재벌2세’로 그려지고 있다. 지난 12일 첫 전파를 탄 뒤 곧바로 시청률 1위를 기록한 SBS 주말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남자 주인공 한기주(박신양)를 보자.그는 날때부터 수백억원을 가진 엄청난 재벌이지만,패배의 아픔이나 추락의 순간따윈 전혀 겪지 않았다.타고난 유머 감각과 귀족적 풍모,그에 걸맞은 젠틀함으로 여자들을 사로잡는다.가난한 여성(김정은)과의 사랑을 저버리지 않는 로맨틱한 면까지 갖춘 완벽한 남성이다.MBC 월화 드라마 ‘불새’의 서정민(에릭),KBS1TV 일일극 ‘그대는 별’의 민정우(김승수),MBC 월화 드라마 ‘북경 내사랑’의 나민국(김재원),오는 23일 첫 전파를 타는 MBC 새 수목 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의 최건희(차태현)도 역시 여성 시각의 ‘로맨티스트 재벌’이다.화려한 배경과 수려한 외모,세련된 매너 등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남자지만,진정한 사랑만큼은 돈을 주고 살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순정파다.남성적인 터프함 보다는 곱상한 외모에 다정다감하고 따뜻한 성품으로 여자 주인공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MBC수목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남자 주인공 김지훈(이현우)과 SBS일일극 ‘청혼’의 우경(이진우)도 마찬가지. 이렇듯 드라마속 재벌2세들이 과거 ‘파워풀한 남성형’에서 ‘로맨틱한 여성형’으로 바뀐 까닭은 뭘까.대중문화평론가 변희재씨는 “과거의 경우 드라마의 주인공은 ‘남자’였고,남자 시각에서 주인공을 그리다 보니 터프한 남성형 재벌 2세가 만들어졌다.”고 말한다.그는 “최근엔 사회변화에 발맞춰 드라마속 여자의 삶이 집중적으로 부각되고 주인공도 애초부터 여자가 설정되고 있다.”면서 “그때문에 여자 주인공의 상대 남자역이 ‘러브 팬터지’ 대상이 되는 ‘여성형 재벌2세’로 그려지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다시 태어나는 드라마속 재벌2세

    퀴즈 하나:요즘 TV 드라마에 빠짐 없이 등장하지만,정작 현실에서는 찾기 힘든 인물 설정은? 퀴즈 둘:남자 주인공에게는 많지만,여자 주인공에게는 거의 없는 캐릭터는? 눈썰미 있는 TV시청자라면 금세 답을 맞췄을 법하다.정답은 바로 ‘재벌2세’. 대한민국 드라마 트렌드가 아무리 바뀌어도 변할 줄 모르는 캐릭터 아이템인 이 ‘재벌 2세’가 요즘 들어 변하고 있다.과거 ‘남성’위주의 시각에서 벗어나 ‘여성’중심적인 시각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것. 예전 드라마속 재벌 2세는 물질적으로는 풍요하지만,출생의 비밀과 같은 ‘흠집’으로 어둡고 거친 성격을 보였다.그때문에 여성에게 거부감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주로 남성의 심리적 동일시 대상으로 그려지다 보니 모든 면이 완벽한데서 오는 남성 시청자의 괴리감을 희석시키 위한 장치가 필요했던 것.하지만 최근 20∼30대 여성들이 사회 전면은 물론 TV 주시청층으로 나서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내면의 그늘 없이 여성이 충분히 반할 정도의 매력적인 외모는 물론,사랑에 목숨을 거는 로맨틱한 면까지 두루 갖춘 ‘여성형 재벌2세’로 그려지고 있다. 지난 12일 첫 전파를 탄 뒤 곧바로 시청률 1위를 기록한 SBS 주말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남자 주인공 한기주(박신양)를 보자.그는 날때부터 수백억원을 가진 엄청난 재벌이지만,패배의 아픔이나 추락의 순간따윈 전혀 겪지 않았다.타고난 유머 감각과 귀족적 풍모,그에 걸맞은 젠틀함으로 여자들을 사로잡는다.가난한 여성(김정은)과의 사랑을 저버리지 않는 로맨틱한 면까지 갖춘 완벽한 남성이다.MBC 월화 드라마 ‘불새’의 서정민(에릭),KBS1TV 일일극 ‘그대는 별’의 민정우(김승수),MBC 월화 드라마 ‘북경 내사랑’의 나민국(김재원),오는 23일 첫 전파를 타는 MBC 새 수목 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의 최건희(차태현)도 역시 여성 시각의 ‘로맨티스트 재벌’이다.화려한 배경과 수려한 외모,세련된 매너 등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남자지만,진정한 사랑만큼은 돈을 주고 살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순정파다.남성적인 터프함 보다는 곱상한 외모에 다정다감하고 따뜻한 성품으로 여자 주인공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MBC수목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남자 주인공 김지훈(이현우)과 SBS일일극 ‘청혼’의 우경(이진우)도 마찬가지. 이렇듯 드라마속 재벌2세들이 과거 ‘파워풀한 남성형’에서 ‘로맨틱한 여성형’으로 바뀐 까닭은 뭘까.대중문화평론가 변희재씨는 “과거의 경우 드라마의 주인공은 ‘남자’였고,남자 시각에서 주인공을 그리다 보니 터프한 남성형 재벌 2세가 만들어졌다.”고 말한다.그는 “최근엔 사회변화에 발맞춰 드라마속 여자의 삶이 집중적으로 부각되고 주인공도 애초부터 여자가 설정되고 있다.”면서 “그때문에 여자 주인공의 상대 남자역이 ‘러브 팬터지’ 대상이 되는 ‘여성형 재벌2세’로 그려지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꼬불 꼬불 뒷골목] 광주 금남로 예술의거리

    경기침체로 화랑가들이 된서리를 맞으면서 예술의 거리를 찾는 발걸음도 뚝 끊어졌다.요즘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다는 화랑 주인들의 푸념이 허튼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부르는 게 그림값,눈먼 돈을 마구 챙길 때가 있었다.개발독재가 서슬퍼렇던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말,5월 광주의 상징인 금남로 뒤편 화랑골목에는 돈이 넘쳐났다. 지난 87년 예술의 거리로 지정된 광주시 동구 궁동 동부경찰서 앞에서 중앙로를 잇는 300여m.남도의 멋과 끼가 배어 있어 ‘예향’ 광주를 찾은 이방인들이 꼭 들러가는 곳이다.표구점과 화랑,갤러리(전시관),화방과 필방(서양화와 수묵화 재료상),골동품 공예품점,미술 서점,전통찻집,소극장 등 53개가 어깨를 맞대고 있다.토요일이면 차 없는 거리가 되고 개미장터가 열린다.고서예품·엽전·떡살·비녀·놋그릇·민화·향로·연적·목각품 속에는 쓸 만한 물건도 있다.야외 전시대에는 학생들의 창작품이 선보이고 매달 한차례는 음악회,빛의 축제 등으로 열기가 더해진다. 예술의 거리는 원래 50∼60년대에 막걸리 골목이었다.이후 여고생들의 수예표구가 유행하면서 광주여고,전남여고,조대부여고 등 이들 학교의 중간지점인 지금의 장소로 표구점들이 모여들면서 화랑가로 변모했다. 이후 70년대 후반 80년대 말까지 호황기를 구가하다 90년대 들어 극심한 불황에 빠져 있다.자유당 때는 그림을 그린 화가들이 직접 내다팔아 호구지책으로 삼았다.한 화랑주인은 “당시 힘이 세던 검사 명함 뒤편에다 ‘잘 부탁한다.’는 검사 사인을 받아서 기관에 들러 그림을 팔았다.”고 말했다. 그림값은 경기침체와 정비례한다.이 골목이 내리막길로 들어선 것은 95년 민선단체장 시대부터.또 문민정부 때 공직자 선물 안주고 안받기로 대못이 질러졌다.그림값을 결정하던 진급용이나 선물용 구입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주 고객은 90%가 건설업자들이나 이들이 그림 대신 현찰 박치기로 관행을 바꾸었다.송림화랑 양원호(52)씨는 “80년대 후반 소나무 몇개만 그려놔도 없어서 못 팔 때가 있었다.”고 호시절을 회고했다. 또 그림값은 권력자들의 눈치를 본다.붓글씨를 잘 썼던 박정희와 JP,5공의 실세인 전경환은 의제 허백련 그림을 선호했다.전씨가 광주에 뜨면 광주 화랑가에 그림이 동났다고 한다.DJ는 남농 허건의 조부인 소치 허유의 산수화를 좋아했다. 이 골목에서 남종화(시·서·화를 겸함)의 일맥인 남농 허건의 그림은 전지 크기(40호·1호는 엽서크기) 산수화가 7년 전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떨어졌다.표구값은 30년 전보다 2만원 오른 12만원.30∼40년 된 중견화가들의 산수화는 같은 크기에 80만∼100만원이다.이마저 팔리지 않아 “입에 풀칠하려면 공사판이라도 나가야 할 상황”이라고 화가들이 말한다.반면 의제의 그림은 희귀성으로 수요가 높아 전지 1장에 3000만∼4000만원을 호가한다. 70년대 그림 전시회는 다방.Y다방,희다방에서는 ‘배보다 배꼽이 큰’ 낭만도 있었다.제자 전시회에 스승이나 선·후배들이 자신들의 그림을 찬조 출품했다.전시자의 그림을 사면 수백배 비싼 유명인사의 찬조작품을 추첨해 덤으로 나눠줬다. 예술의 거리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터줏대감이 있다.한국화와 고미술품 감정가인 박당화랑 박환승(66)씨.정확히 50년에 이쪽에 뛰어들었으니 올해로 만 54년째다.의제와 남농의 어깨너머로 눈썰미를 익혔다.그는 “가짜에도 솜씨에 따라 등급이 있다.요즘에는 인쇄술 발달로 정교하게 인쇄된 가짜가 많지만 돋보기로 보면 인쇄지는 그물망이 나온다.”고 웃었다.가짜는 현금과 맞교환이 가능한 유명인사의 것이 많다고 했다. 가짜중에는 남농의 것이 많다.범인은 대개 제자들로 드러났다.수요자들이 작품 내용보다는 유명화가의 그림만을 선호하기 때문에 가짜 시비가 줄지 않는다.설경(雪景) 작가로 일본인 고객들이 많은 영창필방화랑 안재홍(56) 화백은 “손님들이 표구해 달라고 가져온 유명한 작품 중에 가짜도 있었다.하지만 그림을 판 상대가 있기 때문에 절대 가짜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나이 든 화가들은 가짜와 뒤섞인 자신의 작품도 분간해 내지 못해 가짜를 양산하는 빌미를 주기도 한다.한때 다방이나 여관 등에 내걸렸던 그림은 무명화가들이 판화찍듯이 개수치기로 그린 것들이다.건달들이 유명화가들을 여관방에 가둬두고 억지로 그림을 그리게 한 뒤 이를 강매해 활동자금으로 쓰기도 했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눈에 띄네~ 이 얼굴]‘효자동 이발사’ 이재응

    “꼬마친구가 고생을 정말 많이 했어요.새벽 얼음판 위에 엎어져 있거나,입이 부르튼 채 러닝만 입고 떨고 있을 땐 가슴이 아파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 ‘효자동 이발사’에서 가슴 찡한 모성애 연기를 펼친 문소리가 극중 아들로 나온 아역배우 이재응(13)을 두고 한 말이다.영화는 1960∼70년 유신시대에 우연히 대통령의 이발사가 된 한 소시민의 인생유전을 그린 드라마.재응은 주인공 성한모 부부(송강호·문소리)의 어린 외아들로,대통령 이발사인 아버지 때문에 뜻하지 않게 시련을 겪는 캐릭터다. 송강호를 이야기의 기둥으로 삼은 영화여서 재응의 대사분량은 그리 많지 않다.하지만 그의 어눌하면서도 순박한 연기는 마음 약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송강호의 코믹연기에 화기애애하던 객석의 분위기가 번번이 찬물을 끼얹은 듯 차분해지는 화면도 모두 재응이 주도하는 대목들.간첩누명을 쓰고 중앙정보부에 끌려가고,모진 고문 끝에 다리를 못쓰게 됐는데도 멍한 표정만 짓거나,용한 의원을 찾아 전국을 뒤지는 아버지의 등에 업혀서도 무심히 맑은 눈망울만 굴리는 장면들이다. 눈썰미 좋은 관객이라면 재응의 연기이력을 대충 짚어낼 것 같다.‘선생 김봉두’에서 불우한 가정환경에도 꿋꿋하던 강원도 산골의 초등학생 소석이,‘살인의 추억’의 첫 장면에서 시골형사 박두만(송강호 분)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하던 바로 그 아이다.그러고 보면 송강호와는 심상찮은 인연이다. “송강호,문소리 선배님에게서 연기를 배울 수 있어 무척 기뻤다.”며 숫기좋게 잘 웃는 재응이는 ‘선배 복’이 많다.최민식 주연으로 강원도 산골에서 한창 촬영중인 드마라 ‘꽃피는 봄이 오면’도 함께 찍고 있다. 황수정기자 sjh@˝
  • 이대앞 수선골목

    잠자고 있던 옷을 꺼내 보니 어느 부분은 좀 작고,어느 부분은 좀 크다.버리긴 아깝고,그냥 입자니 나의 패션 감각이 허락하지 않는다.이화여대 앞에는 센스 만점의 수선집이 많다는데….문제는 어떤 집에 가서 어떻게 고쳐달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지. 이런 분들을 위해 수선거리 10년 단골,박소연(31왼쪽·퓨처컴 과장)씨와 윤항기(31·주부)씨가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살짝 공개했다. “이대 앞에는 허름한 건물 지하에 2평 남짓한 곳부터 분점을 가진 곳까지 40여개의 수선집이 있어요.모두 실력이나 감각이 뛰어나고,수선비는 대동소이하죠.차이점이라면 오랜 전통이냐 새롭게 부상하느냐 정도랄까? 이곳저곳 가본 뒤에 단골집을 정하는 게 좋습니다.” 정문쪽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집들이다.뒷골목쪽에 있다가 인기에 힘입어 ‘전면배치’된 곳들이 많다.수선집치고는 큰 규모에 자체 공장을 가진 경우도 있다.여러 직원 중 원하는 사람에게 수선을 맡길 수 있다.옷감과 디자인을 주면 20만원선에 정장을 맞춰 주기도 한다. 옷가게가 많은 정문과 전철역 사이는 주로 구입한 옷을 즉석에서 고쳐주는 곳이지만 요즘은 전문수선집도 많이 생겼다. “실패가 두려우신 분들은 가진 옷 가운데 좋은 디자인을 가지고 가서 보여주세요.가격이 부담되신다고요? 단골이 되면 에누리도 할 수 있어요.” ●30분이면 뚝딱 ‘인디안‘ 옷 수선은 감각도 필요하지만 세월에 묻어나는 경험도 중요하다.‘인디안 수선’(02-362-1219)은 40년째 옷을 만져온 베테랑의 솜씨를 만날 수 있다.기다리는 손님이 없을 경우 30분 이내에 대부분의 수선이 다 가능하다.수선비 바지 밑단을 줄이는 데 2000원(워싱처리를 할 경우 5000원),허리 줄이는 데 8000원.영업시간 오전 7시∼오후 10시. ●핸드메이드는 ‘이태리‘ 기계로 만든 옷보다 핸드메이드 의류가 고치기 어려운 것은 당연지사.‘이태리 수선’(02-364-6441)에서는 35년 경력의 주인 부부가 까다로운 핸드메이드 옷 수선까지 깔끔하게 해준다.의상학과 학생들이 작품을 맡길 정도로 솜씨가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수선비 핸드메이드 코트 사이즈 줄임은 10만원선.영업시간 오전 9시∼새벽 1시. ●청바지도 척척 ‘리더‘ 10·20대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춰주는 ‘리더 옷수선’(02-312-0818).감각과 꼼꼼함이 입소문을 타 이대 근처에 자리잡은 지 1년 만에 유명해졌다.디자인이 독특해 고치기 까다로운 고가의 브랜드 청바지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수선비 리바이스 엔진의 경우 밑단 줄이기는 1만원,허리와 통을 줄이는 데는 2만원.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9시. ●재킷 전문 ‘정수선’ 정문 옆 뒷골목에 자리잡은 ‘정수선’(02-363-2782)은 ‘한번 맛을 보면 다른 곳은 못간다.’는 자부심으로 10년째 꾸려가고 있다.모든 종류의 옷을 수선하지만 백문희 사장의 특기는 재킷 수선.수선비 재킷 전체수선은 옷감,스타일에 따라 4만∼6만원,바지 허리 수선은 5000∼6000원.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일요일 휴무. ●수선 사관학교 ‘영수선’ 27년째 같은 자리를 지킨 ‘영수선’(02-312-0627).이곳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 전국에서 수선집을 차려 이곳은 ‘수선 교육기관’이나 마찬가지다.직원층이 다양해 유행 스타일까지 소화가 가능하다.수선비 재킷 어깨나 품이 각각 1만∼1만 5000원,니트를 카디건으로 바꾸면 1만∼1만 5000원.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10시. ●고객 개성 살려 ‘이대’ 18년간 수선거리를 지킨 ‘이대수선’(02-312-1309)은 고객의 체형과 개성에 맞는 스타일을 알려주는 게 특징.눈썰미와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김상영 사장의 조언을 듣고 실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수선비 재킷 전체 수선은 2만∼5만원(명품),바지는 수선 위치에 따라 3000∼8000원,실크블라우스 2만 5000원선.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9시. ●가방 전문 ‘신대륙‘ 몇몇 수선집에서는 옷은 물론 가방도 고쳐주지만 역시 전문점이 믿을 만하다.‘신대륙 수선’(02-392-8306)은 8년째 가방만을 수선·리폼·제작하는 이대 근처의 유일한 가방 전문 수선집이다.수선비 안감교체는 2만원선,지퍼 교체는 1만원선.제작은 가죽 가방은 15만원 정도.택배로 받으려면 2000원 추가.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30분. 최여경 나길회기자 kid@˝
  • [눈에띄네 이얼굴] ‘목포는 항구다’ 박철민‘

    주연 뺨치는 또 한명의 조연배우? 지난달 20일 개봉한 ‘목포는 항구다’(제작 기획시대)의 인기 비결 가운데 하나는 주연인 차인표와 조재현이 걸쭉하게 뽑아내는 남도 사투리 속에 망가지며 보여주는 코믹 연기다.그런데 이들 못지않은 코믹 연기를 보여주는 조연배우가 있다.탁월한 개인기를 자랑하면서 영화를 빛내는 주인공은 박철민(37).눈썰미 있는 관객이라면 그가 SBS 드라마 ‘햇빛 쏟아지다’의 류승범의 동료인 ‘웃기는 경찰’임을 대번에 알아차릴 것이다.혹은 ‘춘향뎐’의 방자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목포는‘에서 그의 역은 형사 조재현의 군기를 잡고 구박하는 가오리파의 ‘새끼 두목’.발군의 입담과 끼있는 연기로 연신 눈길을 끈다.특히 주먹으로 잽을 날리며 “취취취,이것은 입으로 내는 소리가 아니여.”“이런 아름다운 새끼를 봤나…내가 너의 노래 때문에 나의 과거를 반성해야 쓰겄냐?” 등의 포복절도할 대사를 터뜨릴 때면 눈물마저 난다.하회탈을 연상시키는 미소가 특징인 박철민의 끼있는 연기는 이미 연극계에서 검증받은 바 있다.‘오봉산 불지르다’‘기호 0번 대한민국 김철식’‘비언소’ 등의 작품에서 코미디 배우로서의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80년 ‘조용히 살고 싶다’로 영화에 얼굴을 내민 뒤 ‘부활의 노래’‘이재수의 난’‘박봉곤 가출사건’ 등에 출연한 그의 개인기에 ‘목포는‘ 홈페이지의 네티즌들도 열띤 반응을 보인다.“그 분 너무 웃겨서 죽는 줄 알았어요.”(‘입에서나’)“가오리 아저씨가 젤로 웃겨요.”(김경순) 그같은 반응은 연극에서 영화로 뛰어들어 개성강한 연기자로 인정받은 이문식·공형진·성지루 등과 같은 반열의 배우가 될 것임을 예감케 한다. 이종수기자 vielee@˝
  • 儒林(23)-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노인으로부터 난데없이 ‘대감마님’으로 불려진 정체불명의 사내는 그 말을 들은 순간 입에다 손을 대어 쉬잇 하고 주의를 주고는 낮은 소리로 말하였다. “어서 가서 대감 나으리께 남산골 사는 남 서방이 뵈러 찾아왔다고 여쭈어라.” 남산골 사는 남 서방.단순히 남 서방이라고 자신을 지칭한 사내의 목소리에는 위엄이 깃들어 있었다.그러나 노인은 그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비록 정승 댁의 하인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눈썰미로 그 남루한 차림의 손님이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보았기 때문이었다. 남 서방. 자신을 홀대하여 벼슬 없는 서민의 이름으로 서방이라 하였지만 그것이 될 법한 호칭인가.그 사람은 예조판서 남곤(南袞)이 아닌가.예조라면 정2품의 고위대신으로서 예악과 제사·과거 등의 일을 맡아하였던 육조 중의 하나인 것이다.그러한 재상 나으리가 이처럼 광대들이나 입을 수 있는 천복을 입고 아직 어둑어둑한 새벽에 남의 눈을 피해 찾아오다니. “나으리” 노인은 황급히 허리를 굽혀 말하였다. “어서 안으로 드시옵소서.” 노인은 앞서 길을 연후 머뭇거리는 종놈을 향해 꾸짖어 말하였다. “어서 대문을 활짝 열고 맞아들이지 못하겠느냐.” 이윽고 대문이 활짝 열리자 노인이 안내하여 남 서방,아니 남곤은 집안으로 들어섰다. ―사생결단이다. 남곤은 집안으로 들어서면서 속마음으로 중얼거렸다. ―어차피 죽느냐 사느냐의 끝장을 봐야하는 순간이 다가 온 것이다. 남곤은 손을 빼어 품속에 들어 있는 단도를 가만히 만져보았다.여차하면 비수를 빼 정광필의 목숨을 단칼에 빼앗아야 할 위기의 순간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나으리” 앞장서서 걷던 노인이 남곤을 사랑채로 안내한 후 허리 굽혀 말하였다. “이곳에 잠시만 계시옵소서.대감마님께 여쭙고 오겠나이다.” “그리 알겠네.” 남곤은 다 떨어진 짚신을 벗고 방으로 들어가 앉았다.아직 날이 밝지 않아 어둠이 깃들어 있었으나 어디선가 새벽을 알리는 닭 울음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오고 있었다.이미 죽음을 각오한 남곤이었으므로 차라리 마음이 편하였다.남곤으로서는 오직 이 길만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이었던 것이다.거사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어차피 의정부(議政府)를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의정이라면 백관을 통솔하고 정사를 도맡던 영의정,좌의정,우의정을 가리키는 말로 다행히 얼마 전 좌의정 신용개는 사망하였다.남은 사람은 영의정 정광필과 우의정 안당 뿐이다.그러나 안당은 난공불락의 난적.조정의 신진세력들과 가까운 사이로 그를 우군으로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에 비하면 영의정 정광필,그는 57세의 노 대신으로 대왕마마 뿐 아니라 모든 대신으로부터 신망이 높았으므로 만일 그의 지지를 얻는다면 이는 호랑이의 날개를 얻는 일과 마찬가지일 것이다.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정좌하여 앉은 자세로 남곤은 생각하였다. 그가 거절하여 음모가 발각될 위험에 처할 시에는. 남곤은 품속의 단도를 가만히 어루만지면서 이를 악물고 맹세하였다. 단칼에 그의 목을 찔러 목숨을 빼앗을 것이다. 어차피 오늘밤이면 모든 것이 판가름날 것이다.오늘밤이면 죽느냐 사느냐의 피의 숙청이 시작될 것이다. 그들을 죽이지 않는다면 반드시 내가 죽을 것이다.거사직전에 이처럼 위험을 무릅쓰고 정광필을 찾아온 것은 그만큼 정광필의 존재가 이번 거사에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인 것이다. 이윽고 바깥에서 헛기침 소리가 났다.정광필의 인기척이었다. 글 최인호˝
  • 儒林(23)-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노인으로부터 난데없이 ‘대감마님’으로 불려진 정체불명의 사내는 그 말을 들은 순간 입에다 손을 대어 쉬잇 하고 주의를 주고는 낮은 소리로 말하였다. “어서 가서 대감 나으리께 남산골 사는 남 서방이 뵈러 찾아왔다고 여쭈어라.” 남산골 사는 남 서방.단순히 남 서방이라고 자신을 지칭한 사내의 목소리에는 위엄이 깃들어 있었다.그러나 노인은 그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비록 정승 댁의 하인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눈썰미로 그 남루한 차림의 손님이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보았기 때문이었다. 남 서방. 자신을 홀대하여 벼슬 없는 서민의 이름으로 서방이라 하였지만 그것이 될 법한 호칭인가.그 사람은 예조판서 남곤(南袞)이 아닌가.예조라면 정2품의 고위대신으로서 예악과 제사·과거 등의 일을 맡아하였던 육조 중의 하나인 것이다.그러한 재상 나으리가 이처럼 광대들이나 입을 수 있는 천복을 입고 아직 어둑어둑한 새벽에 남의 눈을 피해 찾아오다니. “나으리” 노인은 황급히 허리를 굽혀 말하였다. “어서 안으로 드시옵소서.” 노인은 앞서 길을 연후 머뭇거리는 종놈을 향해 꾸짖어 말하였다. “어서 대문을 활짝 열고 맞아들이지 못하겠느냐.” 이윽고 대문이 활짝 열리자 노인이 안내하여 남 서방,아니 남곤은 집안으로 들어섰다. ―사생결단이다. 남곤은 집안으로 들어서면서 속마음으로 중얼거렸다. ―어차피 죽느냐 사느냐의 끝장을 봐야하는 순간이 다가 온 것이다. 남곤은 손을 빼어 품속에 들어 있는 단도를 가만히 만져보았다.여차하면 비수를 빼 정광필의 목숨을 단칼에 빼앗아야 할 위기의 순간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나으리” 앞장서서 걷던 노인이 남곤을 사랑채로 안내한 후 허리 굽혀 말하였다. “이곳에 잠시만 계시옵소서.대감마님께 여쭙고 오겠나이다.” “그리 알겠네.” 남곤은 다 떨어진 짚신을 벗고 방으로 들어가 앉았다.아직 날이 밝지 않아 어둠이 깃들어 있었으나 어디선가 새벽을 알리는 닭 울음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오고 있었다.이미 죽음을 각오한 남곤이었으므로 차라리 마음이 편하였다.남곤으로서는 오직 이 길만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이었던 것이다.거사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어차피 의정부(議政府)를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의정이라면 백관을 통솔하고 정사를 도맡던 영의정,좌의정,우의정을 가리키는 말로 다행히 얼마 전 좌의정 신용개는 사망하였다.남은 사람은 영의정 정광필과 우의정 안당 뿐이다.그러나 안당은 난공불락의 난적.조정의 신진세력들과 가까운 사이로 그를 우군으로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에 비하면 영의정 정광필,그는 57세의 노 대신으로 대왕마마 뿐 아니라 모든 대신으로부터 신망이 높았으므로 만일 그의 지지를 얻는다면 이는 호랑이의 날개를 얻는 일과 마찬가지일 것이다.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정좌하여 앉은 자세로 남곤은 생각하였다. 그가 거절하여 음모가 발각될 위험에 처할 시에는. 남곤은 품속의 단도를 가만히 어루만지면서 이를 악물고 맹세하였다. 단칼에 그의 목을 찔러 목숨을 빼앗을 것이다. 어차피 오늘밤이면 모든 것이 판가름날 것이다.오늘밤이면 죽느냐 사느냐의 피의 숙청이 시작될 것이다. 그들을 죽이지 않는다면 반드시 내가 죽을 것이다.거사직전에 이처럼 위험을 무릅쓰고 정광필을 찾아온 것은 그만큼 정광필의 존재가 이번 거사에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인 것이다. 이윽고 바깥에서 헛기침 소리가 났다.정광필의 인기척이었다. 글 최인호
  • 주말매거진 We/안주인의 손맛

    기자를 하면서 인테리어나 요리 관련 일을 맡으면 남의 집에 갈 일이 많습니다.요리 촬영을 할 때면 냉장고와 음식 장을 공공연히 다 열어보죠. 나라 안에서 잘 꾸며놓았다는 집,안주인 음식 솜씨 좋은 집을 두루 살펴본 기사들 사이에서 유난히 자랑거리가 되는 게 ‘광주요’ 사장 댁에 초대받아 식사한 일입니다.음식과 그릇의 소중함을 가르치기 위해 어린 아이들에게도 다소 무겁고 깨질 우려가 있는 도자기 그릇을 고집하는 조태권 사장의 소신대로 모든 음식이 그 그릇에 어울리는 모양과,어울리는 온도로 준비되어 나옵니다.오래 전부터 한식도 양식처럼 1인용 도자기 쟁반에 밥,국,밑반찬 등을 그림 좋게 올려 내놓는 것도 재미있지요. 제가 갔을 때는 없었지만 그 댁 시루떡 얘기도 유명하죠.식사가 시작될 때부터 찌기 시작해 식사가 끝날 즈음에 떡이 완성되면 그걸 바로 꺼내서 디저트로 내놓는답니다.그 얘기 하는 사람이 많았는지 얼마 전부터 ‘광주요’에서는 그 작은 시루를 6만원 정도에 판매도 하더군요.‘광주요’가 이번에는 강남에 음식점을냈습니다.중심이란 뜻의 ‘가운데’에서 말을 뽑아 ‘더 가온’이라고 지은 그곳에서는 ‘광주요’ 사장의 소신과 그 소신을 눈과 입으로 느끼게 해준 안주인의 눈썰미와 정성,그리고 스타 셰프 윤정진의 솜씨를 고루 녹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방배동의 얼굴 없는 독선생’이란 별명으로 오랫동안 방배동 작업실 ‘라맘마꾸시나’에서 재벌가 며느리들을 비롯해 강남 주부들에게 가정 요리를 가르치고 책도 여러 권 낸 바 있는 요리연구가 최경숙씨도 얼마 전에 청담동에 ‘멜리데’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을 오픈했습니다.주인의 장점을 그대로 살려 한·중·일·양식이 서로 어우러지게 믹스하는 최경숙 스타일이 ‘멜리데’의 컨셉트입니다. 이런 레스토랑들이 기존의 퓨전 레스토랑과 다른 점은 조리장의 기운보다 수십년 살림을 한 안주인의 기운이 승하다는 것입니다.가장 소중한 가족을 위해 배우고 고민해서 자신의 스타일로 만들어낸 음식들이고,숱한 손님들을 통해 이미 안팎으로 검증된 맛을 지닌 안주인의 솜씨입니다.화려한 스타 셰프 군단이 이끄는레스토랑에 비해 이력서는 좀 소박하지만 맛쟁이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데는 견줄 만한 카드 아닐까요?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내 음식을 들고 레스토랑을 한다면?’ 그저 상상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신혜연 월간 favor 편집장
  • 강남 의상실 사장도… 군납업자들도 “실세…” 한마디에 ‘설설’

    권력실세나 측근을 사칭해 돈을 빼앗는 사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기업체 대표,기무사 장교에 이어 서울 강남의 의상실 여사장까지 당해 ‘정치인·권력자’라면 ‘꾸뻑 죽는’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실세’라는 한마디에 ‘30년 옷장사’의 직감과 눈썰미도 빛을 잃었다. 17일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 형사계에 강남구 신사동에서 의상실을 운영하는 백모(61·여)씨가 찾아왔다.고위층의 측근을 사칭한 50대 여성에게 보석 등 1200여만원 상당을 사기당했다는 것이었다. ●‘옷로비 사건’언급하며 비밀엄수 당부 백씨는 “옷차림이 정숙하고 말투도 세련돼 재력있는 집의 사모님으로 알았다.”고 말했다.이 여성이 백씨의 의상실을 찾은 것은 16일 오전.매장 안을 둘러보던 그는 “사업 때문에 선물할 옷이 필요하다.”며 최고급 원단을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백씨가 100만원짜리 벨벳 원단을 보여주자 이 여성은 “돈은 아끼지 않겠다.”면서 “크리스마스에 맞춰 선물할 계획이니 오늘 고객에게 가서 치수를 재자.”고 말했다.지난 98년 정·관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고위층 옷로비 사건을 얘기하며 “이런 일엔 비밀유지가 생명”이란 말도 덧붙였다. 무엇보다 백씨를 현혹시킨 것은 이 여성의 전화통화였다.그는 매장 안에서 끊임없이 어디론가 휴대전화를 걸었다.‘시누이’라는 사람과는 “우리가 ‘그 장관’한테 뇌물주려는 것도 아닌데 굳이 비싼 밍크로 할 필요가 있느냐.”며 잠시 실랑이를 벌였다.잠시 뒤엔 ‘사모님’이란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호텔에 방을 잡고 있으면 의상실 사장과 함께 가 사이즈를 재겠다.신변노출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안심시키기도 했다. 호텔로 떠나기 전 이 여성은 매장 한편에 전시된 보석진열대에서 1개에 600만원씩 하는 루비반지와 진주반지 2개를 골랐다.그리고 “시누이가 500만원권 수표 3장을 준비했으니 거스름돈 300만원을 가져가자.”며 택시를 잡아타고 H호텔로 향했다.호텔에 가던 도중 이 여성은 시누이에게 보석을 가져다 주겠다며 보석과 거스름돈을 건네받았다.그리고 잠시 기다리라며 택시를 나선 뒤 종적을 감췄다.모든 것이 단 2시간 사이에 벌어졌다.●청와대 측근 사칭만 10여차례 같은 날 청와대 경호실장의 측근을 사칭해 군납업자들로부터 1억여원을 가로챈 류모(48)씨가 사기 혐의로 쇠고랑을 찼다.류씨는 2000년 11월 군부대에 돼지고기를 납품하는 이모(40)씨에게 “안주섭 청와대 경호실장(현 보훈처장)의 동생이 국가정보원에 다니는데 고교 때부터 친한 사이다.잘 이야기해 군에 돼지고기를 독점 납품하도록 도와주겠다.”고 접근,1500만원을 받는 등 9차례에 걸쳐 1억 400여만원을 받았다. 류씨는 이 과정에서 노숙자에게 돈을 주고 안 처장인 것처럼 박씨에게 전화를 걸게 해 “곧 납품계약이 된다.”고 말하게 하는 등 치밀하게 피해자들을 속였다.피해자들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뒤에도 “경찰 때문에 납품 계약이 깨지게 생겼다.”면서 류씨를 철석같이 믿었다. 올들어 대통령 친척이나 비서관 등 청와대 실세나 측근을 사칭한 범죄는 10여건에 이른다.이런 범죄가 끊이지 않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급행료’ 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한다.경찰대 한종욱 교수는 “오랜 권위주의 통치기간 동안 국민들 스스로 권력에 대한 복종과 숭배를 내면화했다.”면서 “일반인조차 고위층과 ‘줄’을 대는 것을 일종의 ‘보험’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고 지적했다.서울시립대 행정학과 박정수 교수는 “인사와 행정분야에서 투명성을 높이고 미국처럼 로비스트를 합법화하거나 전자입찰을 통해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면 불법거래에 참여하려는 유혹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영기자 sylee@
  • 함께 즐기는 보드게임 4選

    보드게임이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은 물론 30대 이후 직장인들에게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보드게임은 주로 테이블 위에서 보드,카드,말이나 주사위 등을 이용해 즐기는 놀이입니다.넓은 의미에서는 장기나 바둑도 포함되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크게 낯설지 않은 문화입니다. 보드게임은 심각한 중독현상을 야기하기도 하는 온라인게임과는 다르게,사람이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인간미를 느끼게 해줍니다.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보드게임을 맛보지 못한 분들에게 다음과 같은 입문 게임들을 권유하고 싶습니다. ●할리갈리(Halli Galli) 종소리와 함께 쌓인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간다.스트레스 해소에 제격인 파티게임 할리갈리.카드 한 장이 넘어갈 때마다 침이 삼켜지는 긴장감과 인간의 투쟁본능을 끌어내는 게임성은 “보드게임 그게 뭔데?”하던 이들을 어느새 몰입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직장,학교,가정…그 어떤 모임에서도 분위기를 띄우는 데 제격이다. 플레이어는 돌아가면서 과일이 그려진 카드를 한 장씩 펼친다.테이블에 놓인 카드를 잘 보고 있다가 특정 과일의 합이 5개가 되는 순간,남들보다 빨리 종을 울리면 된다.눈썰미와 순발력을 극한으로 끌어내야 한다.2∼6인용,Amigo,2만 2000원. ●보난자(Bohnanza) 콩을 심어 부농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파종을 시작한 풋내기 농부의 애환을 그린 게임이다.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으며,카드 게임의 베스트 셀러로 자리잡았다.이 게임의 마력은 협상에 있다.플레이가 진행됨에 따라 자신에게 도움이 안 되는 콩들이 튀어나와 괴롭히는데,어떻게 하면 이를 잘 뻥튀기해서 팔아 넘기고 이익을 얻느냐가 관건이다. 대인관계까지 총동원한 치열한 협상이 게임의 백미다.떠들썩한 분위기에서 수다를 떨며 즐길 수 있는 보난자.이 게임으로 자신의 외교력과 인간관계를 돌아볼 수 있다.2∼7인용,AmigoRioGrande,2만원. ●카르카손(Carcassonne) 프랑스 남부의 카르카손 지방에 개발 바람이 분다.플레이어가 타일을 하나 놓을 때마다 길이 닦이기도 하고,성이 세워지기도 하며,기사가 성을 차지하기도 한다.재치있게 타일을 놓고 적절하게‘똘마니’를 배치하여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카르카손 마을의 주인이 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게임은 타일을 한 장 뽑아서 원하는 곳에 붙이고 필요하면 부하를 하나 배치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기본적인 규칙이 간단한 만큼 점수계산이나 세부 규칙 등도 쉽게 익숙해질 수 있으며,쉬운 룰로 초보자도 상당 수준의 전략 수립이 가능한 점이 매력적이다. 쉬운 규칙과 예쁜 내용물로 초보자나 가족,심지어 커플에 이르기까지 고루 추천할 만한 명작이다.2∼5인용,Han Im Gluck,2만 5000원. ●로보 77(Lobo 77) 여기 77초가 지나면 터지는 시한폭탄이 있다.플레이어는 서로 살기 위해 폭탄을 상대에게 떠넘긴다.하지만 누군가는 77초 뒤에 터지는 폭탄을 안고 대참사의 희생자가 되어야 한다.여럿이 모인 파티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데 한몫을 단단히 하는 게임이다. 차례가 되면 카드를 한 장 내고 한 장의 카드를 보충하는 것이 턴 진행의 전부이다.하지만 플레이어들이 낸 숫자의 합은 점차 누적되어 간다.12,34,43,50,60,63,73 이런 식이다.그러던 가운데 11,22,33,44,55,66에 정확히 도달시킨 사람은 생명을 하나 빼앗긴다. 또한 77 이상이 되면 폭탄이 터져 생명을 하나 잃는다.폭탄이 터질 때마다 다시 새로운 라운드를 시작하여 여러 차례 게임을 반복하는 가운데 끝까지 살아남는 플레이어가 승리하는 서바이벌 게임이다.2∼8인용,Amigo,1만 7000원. 윤지현 보드게임 카페‘페이퍼이야기’대표이사
  • 거리 악사 29년째 “그냥 음악이 좋아요”/ 담양 ‘움직이는 음악실’ 진세원씨

    거리의 악사,진세원(54)씨.고향인 전남 담양에서 이름없는 악사로 나선 지 29년째다.강산이 세번 바뀔 세월이다.그는 거리의 악사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주민들을 위한 각종 행사에도 어김없이 출연한다.출연료는 물론 사절이다. 그는 스스로를 ‘색소폰 연주가’라고 부른다.그러나 아코디언·전자오르간·기타·해금·피리 연주도 수준급이다. 담양군 금성면 담양댐 옆 소공원이 평소 그의 단골 공연장이다.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가 공연 시간이다.그는 인근의 조그만 회사에서 출·퇴근 버스기사로 일한다.‘겨우 밥 먹고 살 정도’의 월급쟁이다.하루 일과로 보면 버스 운전은 파트타임인 셈이다.하지만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그의 연주 실력을 알아줘 언제나 행복하다.그래서 자신의 연주에 빠져 일상의 고달픔을 잠시라도 잊는 주민들에게 오히려 감사한다. 진씨는 경로잔치나 각종 행사에 빠지지 않는 만능 엔터테이너지만 따로 돈을 받진 않는다.그는 “돈을 벌기 위해 연주해서는 안된다는 게 신념”이라고 말한다. 그의 재산목록 1호는 1.5t 박스차다.말하자면 움직이는 음악실이다.트럭안 벽에는 빼곡하게 자신이 편곡한 악보들로 도배돼 있다.1900만원을 주고 산 이탈리아제 아코디언은 구석 깊숙이 넣어둔 보물이다.74년도에 산 색소폰은 고물이 돼 벽에 걸려 있고 지금 부는 것은 몇 년 전에 새로 샀다.또 전자오르간과 앰프도 그런대로 괜찮은 것이다.1802년 미국 비코다사가 제작한 축음기는 골동품이라 할 만하다.그는 축음기만 245개나 갖고 있다.방랑벽이 있던 젊은 시절,트럭에 밥상을 싣고 전국을 누비면서 기타와 아코디언,색소폰을 들려주고 물물교환으로 수집해 둔 것이다. 그가 악기와 친숙하게 된 것도 운명과도 같았다.청년시절 고향인 담양군 월산면 화방리에 아코디언을 기막히게 연주하는 아저씨가 살았다고 한다.자나 깨나 아코디언을 배울 방안을 궁리했다.돈이 없다 보니 생각해 낸 게 당시 국내에는 없던 12줄짜리 기타.직접 만들어 연습했다.국졸인 그는 알 수도 없는 악보를 펴놓고 손가락 끝에 옹이가 박이도록 줄을 튕겼고 일년만에 실력을 인정받았다.71년 22살 때 반년 가까이 품팔이로 모은 돈으로 마침내 꿈에 그리던 아코디언을 샀다.“당시는 세상이 온통 내 것 같았응께.” 기타를 배울 때처럼 지독한 노력과 눈썰미로 1년 만에 웬만한 곡을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쌓았다. 진씨는 “술도 화투도 못하는 나의 유일한 취미는 음악이다.그냥 음악이 좋아서 이렇게 물리는 줄 모르고 오랜 세월을 벗하며 산다.”고 했다.“음악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취미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스스로 “나는 가장이나 아빠로서 부족한 사람이다.경제적으로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탓했다.그래서 식당일 등 허드렛일을 닥치는 대로 하며 가계를 꾸리는 부인(48)에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했다.이제는 다 자라 ‘예술가 아빠’로 이해해 주는 1녀 2남도 그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다.“돈만 들어오면 모아뒀다가 악기를 사는 데 써 버렸다.음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욕심을 버리게 됐고 맘을 비우고 사니까 이렇게 편안하고 좋을 수가 없다.”고 했다. 글·사진 남기창 기자 kcnam@
  • “가장 한국적인 미술관 가꿀것”한옥사랑 도예가 취옹예술관 김 호 관장

    서울에서 2시간 남짓 차를 달려 찾아간 ‘취옹예술관’은 마치 수줍은 처녀마냥 큰길에서 한참을 벗어난 조붓한 샛길 1차선 옆에 그림처럼 단아한 자태로 앉아 있었다. 지명으로는 경기도 가평군 상면 행현리 563번지.눈썰미있는 여행객들이라면 ‘아침고요수목원’을 오르내리는 길에 차창너머로 얼핏 보이는 한옥 기와지붕의 날렵한 맵시에 호기심을 가졌을 것이다. 취옹예술관은 지난 5월 말 문을 열었다.전시실과 공연장,세미나실,손님을 위한 객사까지 모두 전통 가옥 형태로 지었다.무엇 때문에,이런 외진 곳에 한옥예술관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문 앞에서 한참을 두리번거리니 소탈한 풍모의 김호(49)관장이 고무신 차림으로 나타났다.개관한 지 한달 보름가량 지났지만 아직 군데군데 마무리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바쁜 눈치였다. 김 관장을 따라 집 구경에 나섰다.개관 기념 초대전이 열리고 있는 50평 규모의 전시실은 한옥의 멋과 풍류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20평형,10평형,7평형으로 구분된 객사는 전시에 초대된 국내외 예술인들이 불편함없이 지내도록 정갈하게 꾸며졌다.객사 뒤편에 놓인 군불을 때는 아궁이와 굴뚝이 시골집에 온 것처럼 푸근하다.바깥 육각정은 공연장으로 활용된다. 구경을 마친 뒤 김 관장이 거처로 사용하는 ‘취옹산방’에 마주 앉았다.전기도 없고,아궁이로 난방을 하는 서재 겸 침실용 방 한칸이다.‘취옹’이 무슨 뜻인지부터 물었다.“제게 처음 도예를 가르쳐주신 스승께서 지으셨습니다.‘불땔 취(炊)에 어른 옹(翁)’,즉 불을 다루는 ‘화부(火夫)’란 뜻이지요.” 김 관장의 본업은 도예이다.17년 전 경북 문경을 지나다 전통 도자기 가마에서 이글거리는 불을 보고 단박에 맘을 뺏겼다.그때가 32살.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던 그는 미련없이 사표를 내고 문경에서 2년 동안 머물렀다.뒤늦게 도예과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고,1991년 경기도 포천에 작업장을 냈다. “그때 작업장 옆에 제 혼자 힘으로 한옥예술관을 지었습니다.대지 850평에 건물 3동을 지어 미술관과 문화학교를 운영했지요.” 한옥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조형예술품이라고 단언하는 김 관장의 한옥 사랑은뿌리가 깊다.중학교 때 월악산 미륵사지터를 보고 한국적 건축양식에 매료된 뒤 유명하다는 한옥집을 찾아 전국 각지 안 다녀본 데가 없을 정도다. 주말마다 탈춤,사물놀이,도예,다도 등을 무료로 가르쳤다.공연장,문화센터를 접하기 어려운 지역주민들에게 김 관장의 한옥예술관은 소중한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그러나 98년 수해로 포천 일대가 물바다가 될 때 이곳도 흙더미에 파묻혀 흔적없이 사라졌다.“강원도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소식을 들었는데 기가 막히더군요.모든 일에 의욕을 잃었습니다.엎친데 덮친 격으로 건강까지 악화돼 병원신세를 지다보니 심신이 피폐해지더군요.” 그렇게 1년을 방황했다.그러다 문득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추슬렀다.일이 잘 되려고 그랬는지 지인을 통해 취옹예술관 터의 주인인 성창경 성신여대 동양학과 교수를 알게 됐다.성 교수는 김 관장의 사심없는 인간미와 예술관에 반해 선뜻 2000평 규모의 땅을 내놓았고,김 관장은 무려 4년에 걸쳐 전통 가옥을 복원해냈다. 앞으로 취옹예술관의 계획을 물었다.“국내에서 가장 한국적인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할 생각입니다.외국 작가들이 우리의 문화를 충실히 보고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또 8월부터는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학교와 청소년예술제 등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입니다.” 집짓느라 한동안 멀리했던 도예 일도 조만간 다시 손댈 요량이라며 웃음짓는 김 관장의 얼굴이 희망과 기대로 밝게 빛났다.취옹예술관 관람은 무료.행사가 없으면 일반인도 소정의 요금을 내고 객실을 이용할 수 있다.(031)585-8649,8650. 글 가평 이순녀기자 coral@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
  • 박스권증시 우량株로 승부

    ‘쌀때 사서 비쌀때 팔기’는 주식투자의 정석이다.하지만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이같은 ‘박스권 매수·매도 투자법’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주가가 쌀때와 비쌀때를 구분하는 눈썰미를 갖추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시장엔 예상을 뒤엎는 불확실성 변수가 어디서 튀어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땐 박스권 투자법의 유효성이 널리 검증된 주식을 잡는 것이 방법이다.대표주자로는 삼성전자를 빼놓을 수 없다.지난해 삼성전자 주가는 27만∼33만원의 저점대와 35만∼43만원대의 고점대를 쳇바퀴돌듯 오가며 ‘저점매도 고점매수’전략을 구사한 삼성전자 추종자들에 쏠쏠한 이익을 안겨줬다. 전문가들은 SK텔레콤(20만원∼30만원),POSCO(10만원∼14만원) 등 업종대표주도 동일한 박스권 매매도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전자,마음놓고 좇아라” 주식투자의 ‘주’자도 모르던 커리어우먼 김모씨(36·미디어관련업 종사)를 객장으로 인도한 종목은 삼성전자.한때의 속앓이를 거쳐 김씨는 현재 삼성전자 신봉자가 돼 있다.2000년 7월 종잣돈 3000여만원으로 30만원대에 사들인 삼성전자 주가가 석달만에 14만원까지 밀렸을때만해도 ‘왜 이 바닥에 발을 들였나’하고 한숨지었다.하지만 1년간의 인고 끝에 지난 3월 36만원대에 삼성전자를 팔아치운 그는 ‘3월,6월,11월 30∼33만원대 매수,36∼40만원대 매도전략’으로 1000만원 이상의 투자수익을 올리고 있다. 대우증권 정창원 연구원은 “D램,휴대폰,LCD 등 다양한 업종에 걸쳐있어 한 분야의 시장위험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삼성전자의 ‘멀티테마’적 특성이 안정적 주가흐름의 힘”이라고 분석했다.미래에셋 이종우 투자전략센터 실장은 “한국시장 대표주,거래량의 안정성 등이 입증된 삼성전자는 일정 수위까지 주가가 떨어지면 저가메리트만으로도 수요가 몰리는 인기주”라면서 “이처럼 밴드권 매매도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업종대표주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저점매수 고점매도,이런 주식에 구사하라 전문가들은 일정한 가격밴드내에서 사고파는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잘 아는 주식을 골라야 한다고 말한다.대우증권홍성국 투자분석팀장은 “기업내용,재무구조 등을 연구하는 것은 기본이고 각종 일정,분기실적 발표일 등을 꼼꼼히 챙겨야 주가흐름을 읽을 수 있고 사고팔 타이밍을 고르는데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종합주가지수의 흐름과 대체로 일치하되,이보다는 플러스 알파의 상승탄력이 있어야 한다.홍성국 부장은 “삼성전자가 좋은 종목인 것도 지수상승률보다 탄력을 더 받으면서 지수하락때에는 상대적으로 덜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스권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되거나 그 반대일 경우에 대비,한꺼번에 샀다 팔았다 하지말고 분할매매 하는 것이 위험을 낮춘다는 지적이다. 손정숙기자 jss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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