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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린에서 만난 뮤지컬, 땀방울과 숨소리까지 생생…배우들은 “영광스런 경험”

    스크린에서 만난 뮤지컬, 땀방울과 숨소리까지 생생…배우들은 “영광스런 경험”

    “2013년 초연에 참여할 때만 해도 상상해 본 적도 없는 일이 이렇게 이뤄지고 영광스런 자리를 만나게 됐네요.”(차지연) “극장에서 제 얼굴을 가까이에서 클로즈업해서 보니 조금 쑥스러워요. 그래도 어려운 시기에 관객들을 만날 수 있으니 굉장히 영광이죠.”(김용한) 서울예술단이 창립 35주년을 맞아 2013년 초연 이후 네 번째 시즌 공연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은 창작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 공연실황 영상을 24일부터 전국 40개 CGV 영화관에서 개봉한다. 개봉에 앞서 16일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가진 언론배급 시사회와 기자간담회에서 무대가 아닌 스크린을 통해 자신들의 연기를 마주한 소감을 묻자 우선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명성황후 역할로 초연부터 서울예술단과 함께하며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애절한 감정을 동시에 내보이며 작품을 만들어 온 차지연은 “조금은 낯선 시도여서 감사함과 함께 걱정도 됐다”면서 “무대예술은 그 시간 동안 한 장소 안에서 이뤄지는 마법같은 세계라 생각하고 배우와 스태프, 사람들 간 에너지와 땀, 숨소리가 다 어우러져서 공간을 가득 채우고 다른 세상으로 우릴 데려가주는 마법이라고 생각하는데 스크린을 통해서도 우리 감정이 하나하나 의미있게 전달될 수 있을까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그것은 기우였다”면서 “너무 섬세하게 손끝, 손짓, 눈빛을 모두 살려주셨고 실제 공연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정도의 퀄리티를 끌어내주셔서 배우들은 무한 영광”이라고 덧붙였다.고종을 연기한 김용한은 “친척들이 멀리 계셔서 공연을 못 보셨는데 (공연영상이 만들어져) 네이버 중계부터 잘 보셨다고 해서 좋았다”면서 “영상 퀄리티도 공연장에서 보는 것 만큼 모든 부분이 좋았다고 얘기를 들어 뿌듯하다”며 웃었다. 명성황후의 삶과 내면을 다각도로 그려낸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 7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당초 예정된 공연기간보다 짧게 관객들과 만난 뒤 온라인 공연 시도를 여러 차례 해왔다. 네이버TV 후원 라이브를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담아낸 공연 영상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고 멀티플렉스 영화관으로 온라인 무대를 더욱 넓혔다. 스크린에서 펼쳐진 무대는 무엇보다 그동안 보여준 공연영상들에 비해 소리가 독보적으로 좋았다. 5.1채널 사운드 믹싱으로 완성된 음향으로 대사와 노래 가사가 매우 또렷하고 정확하게 들렸고 배우들의 미세한 한숨 소리는 물론 고종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는 커피잔 소리마저 극 중 캐릭터들의 감정을 더욱 깊이 전달했다.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뮤지컬 넘버 뿐 아니라 장면마다 작게 울리는 배경음악까지 모든 음악들이 더욱 세세히 귀에 닿아 울림이 곧 떨리는 감동을 만들어냈다. 민찬홍 작곡가는 “촬영에도 많은 공을 들였지만 특히 사운드에 굉장한 공을 들여 후반작업을 했다”면서 “현장에서 얻지 못할 수 있었던 정확한 전달력과 디테일, 현장에서 놓칠 수 있었던 부분적인 소리들이 잘 살아나 만족한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농도 짙은 연기는 물론 서울예술단의 화려한 군무와 퍼포먼스도 4K 카메라 9대로 더욱 생생하게 현장감 있게 담겼다. 무대 전체를 봐야할 때와 클로즈업을 해야할 때가 적절하게 분류돼 스크린에 전달됐다. 객석에선 잘 보이지 않았던 배우들의 떨림과 눈물, 땀이 고스란히 화면에 비춰져 더욱 공감을 불렀다.공연장과 달리 인터미션이 없이 140여분을 꼬박 앉아서 1막과 2막을 전부 봐야하지만 화면과 음향이 꽉 찬 느낌을 주고 탄탄한 스토리와 폭발적인 연기, 다채로운 음악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게 실감나게 공연을 만날 수 있다. 서울 14곳 극장 뿐 아니라 경기 8곳, 인천 2곳을 비롯해 강원, 충청·대전, 전라·광주, 대구, 부산, 경상 등 CGV 40곳에서 동시 상영돼 수도권 위주 공연장을 찾기 어려웠던 관객들이 더욱 쉽고 가깝게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도 공연영화의 큰 목표 중 하나다. 작품을 쓴 장성희 극작가는 “공연영상이 공연계에 도움이 될 것이냐가 아닌, 제3의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초연 당시만 해도 뮤지컬 공연을 하면 작가 이름을 숨기거나 가리는 게 관례였는데 영화로 보니 내 이름이 처음에 나와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고 농담 섞인 말을 건네며 새로운 시도에 대한 긍정적인 소감을 밝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회장님과 하이에나들 “야구판 흔들러 돌아왔습니다”

    회장님과 하이에나들 “야구판 흔들러 돌아왔습니다”

    한국프로야구의 전설 송진우(55) 앞에는 ‘역대 최다승 투수’와 ‘영원한 회장님’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송진우는 2009년 은퇴하기까지 21년간 210승153패 103세이브 17홀드를 기록하며 누구도 밟지 못한 200승 100세이브 고지에 올랐다. 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초대 회장을 맡아 선수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 프로야구사에 큰 획을 그었다. 은퇴 후 해설위원과 한화 이글스 코치를 역임한 그에게 올해부터는 독립야구단 ‘스코어본 하이에나들’의 감독이라는 직함이 새로 생겼다. 스코어본은 지난달 선수 선발을 마치고 지난 8일 경기 광주시 곤지암에 있는 팀업캠퍼스 야구장에 모여 첫 훈련을 시작했다. 생애 첫 사령탑에 오른 송진우 감독과 꿈꾸는 하이에나들을 만나 봤다.●뭉치면 강해지는 하이에나처럼 영하 4도의 추위에 손가락도 제대로 펴지지 않는 8일 오전 9시 팀업캠퍼스 야구장에 송진우 사단이 모였다. 코치들은 새 방망이의 비닐을 벗기느라 분주했고 송 감독은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분위기를 녹였다. 송 감독과 코치들이 훈련을 준비하며 의견을 주고받는 사이 반대편 더그아웃에는 전 소속팀 유니폼을 비롯해 제각각의 옷을 입은 28명의 선수가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로지 야구 하나만을 바라보고 ‘프로 진입’의 꿈을 위해 모인 청년들의 눈빛에는 설렘과 긴장감이 가득했다. 준비가 어느 정도 끝났을 무렵 선수들은 둥그렇게 모였고 감독과 선수가 처음으로 대면했다. 송 감독은 “여러분도 새로운 도전일 텐데 어렵게 시작한 만큼 힘든 때가 오더라도 꿋꿋이 잘 버텨 보라”고 당부했다. 스코어본 야구단은 회비로 운영되는 다른 독립야구단과 달리 구단에서 숙식을 제공한다.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코칭스태프도 프로 못지않게 구성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은 덕에 송진우 사단이 탄생할 수 있었다. 이쯤에서 드는 궁금증 하나. 왜 하이에나일까. 구단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 보자. “하이에나를 일반적으로 비열하고 비겁한 동물로 알고 있지만 오해다. 사회성이 좋은 하이에나는 여럿이 뭉쳐 자기보다 강한 상대를 이기는 힘이 있다. 선수들이 하이에나처럼 함께 뭉쳐 강한 팀이 돼 자기보다 강한 상대를 이기고 나아가 독립야구단보다 강한 프로를 목표로 여러 선수가 프로에 진출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담았다.”●선수도 감독도 산전수전 다 넘었다 선수와 코치로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지만 독립야구단 감독은 그에게도 도전이었다. 프로구단과 달리 독립야구단은 코치 선임부터 선수 선발까지 신경써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송 감독은 “1월 초에 1차 트라이아웃을 했고 이후 청주에서 2차 트라이아웃을 따로 했다”면서 “추운 날이었는데 좁은 실내에 선수 한 명씩 들어가 테스트를 보고 코치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잘 판단해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부족한 투수 한 자리는 조만간 추가 선발할 예정이다. ‘화려한 선수 생활 경력이 실패한 선수들 지도에 어려움이 되진 않겠느냐’고 묻자 송 감독은 강하게 부인했다. 송 감독은 “야구는 누구나 똑같이 18.44m 거리에서 던지고 27m를 뛰는 것”이라며 “선수 생활을 잘했던 사람이 감독을 못하면 선수들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다는데 억울하다. 지도자 성향의 문제이지 야구를 잘했고 못했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항변했다. 송 감독이 이런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것은 그 역시 선수로서 깊은 좌절을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선수협 파동’ 때다. 초대 회장이었던 송 감독은 주동자로 낙인찍힌 데다 겨울 훈련마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선수 생활에 위기가 찾아왔다. “당시 여러 압박이 있어 훈련도 제대로 못 했다. 몸이 안 만들어져서 공도 안 나가더라. 개막 후 한 달 정도 2군에서 훈련하고 몸이 70%도 안 올라온 상태에서 1군에 갔다. 그런데 두 번째 경기에서 3이닝을 퍼펙트로 막았고 그때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5월 18일 광주 경기가 있었는데 그날 노히트노런을 했다. 남들은 송진우라서 가능했다고 하지만 나는 그때 마음가짐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걸 알게 됐다.” 토종 선발의 마지막 노히트노런은 송 감독이 보유하고 있다. 2000년 송 감독은 13승2패 4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3.40을 기록했다.●“모두가 프로 갈 수는 없지만 가능성 충분” 이곳에 모인 모든 선수의 꿈은 단 하나다. 바로 프로에 진입하는 것. 그러나 프로에서 이미 평가가 끝난 선수인 만큼 진입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양기 타격코치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선수가 많다”면서도 “프로 진출이 1순위이긴 하지만 솔직히 모두가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이 코치는 “프로에서 코치할 때도 주전급 선수보다는 기량이 떨어지는 젊은 선수와 함께했던 경험을 살리려 한다”며 “코치는 조력자가 되면 된다. 선수들이 주인공이 되게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를 거쳐 2019년 방출된 박정준은 송 감독이 미리 알고 있던 선수 중 하나다. 시속 150㎞의 강속구를 지녔지만 제구와 정신력이 문제였다. 박정준은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여기에서 최대한 잘해 프로에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면서 “아직 그만두기엔 미련이 많이 남아 마지막으로 이것저것 노력해 보고 안 됐을 때 미련 없이 그만두고 싶다”고 밝혔다. 하이에나들을 이끄는 송 감독 역시 선수와 코치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송 감독은 “야구를 다시 하고 싶은 선수가 모인 곳이니 이 선수들이 시즌을 잘 소화해 많은 선수가 프로에 재진입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송 감독이 롤모델로 삼는 선수는 윤대경이다. 윤대경은 2018년 군 복무 중 삼성 라이온즈에서 방출당했고 이듬해 전역해 일본 독립리그를 찾았다. 그곳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윤대경은 그해 7월 한화와의 계약에 성공했고, 지난해 55경기 5승 7홀드 평균자책점 1.59의 드라마를 썼다. 윤대경에게 체인지업을 직접 전수했다는 송 감독은 “윤대경은 지도자를 행복하게 하는 선수”라며 “윤대경을 보면 여기서도 그런 선수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다들 성공하진 않겠지만 좋은 생각을 갖고 선수들과 함께하려 한다”고 다짐했다. 글 사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킹덤’ 좀비 물리친 전술, 이 칼끝에서 나왔소

    ‘킹덤’ 좀비 물리친 전술, 이 칼끝에서 나왔소

    그의 일과는 무척이나 단순하다. 아침이면 경기 수원 화성행궁에 있는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시범단으로 출근한다. 단원들과 함께 무예24기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상설공연과 연습으로 구슬땀을 흘린다. 단원들이 퇴근하고 나면 시범단 한켠에 있는 연구실에서 공부를 한다. 코로나19 이후 상설공연을 못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최근 1년은 거의 낮에는 수련, 밤에는 공부로 더 단순해졌다. ●‘몸’과 머리로 함께 공부하는 무예사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시범단 상임연출을 맡고 있는 최형국 박사는 국내 최초로 무예사를 전공한 연구자다. 2일 화성행궁 앞에서 만난 그는 조선시대 기병전술이나 군사제도, 무예수련 방식 등을 단순히 옛 자료를 읽고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몸으로 수련하는 과정을 통해 의미를 탐구했다. 그렇게 “몸과 머리로 하는 공부”를 바탕으로 조선 시대 무예교본인 ‘무예도보통지’를 완역했다. 기존 번역본이 없는 건 아니지만 무예수련과 역사연구 양쪽을 아는 사람이 낸 번역서는 처음이다. 최 박사는 “4년가량 걸려 작업한 끝에 다음달 민속원 출판사에서 나온다. 1000쪽이 넘기 때문에 비상시 무기로도 쓸 수 있다”며 웃었다. 얼핏 봐서는 최 박사는 몸 쓰는 쪽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키가 큰 것도 아니고 군대는 체중 미달로 공익근무를 했을 정도다. 하지만 일단 활과 화살, 칼까지 차고 조선시대 무인복장으로 나타나면 눈빛이 달라진다. 검도 시범을 보여 줄 때는 동작이 너무 재빨라서 방금 뭐가 지나갔나 싶을 정도다. 1994년부터 시작해 벌써 20년을 바라보는 무예24기 수련의 첫 계기는 “몸에 대한 관심”이었다고 한다. 최 박사는 “대학에 입학해서 탈춤 동아리에 가입했다. 탈춤과 풍물을 배우면서 전통적인 몸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전통문화 관련 동아리 활동을 하다 무예24기를 접하면서 ‘아 저런 식으로 몸을 쓰는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는 대학마다 무예24기를 배우는 동아리 ‘경당’이 활발했다. 그렇게 시작한 무예24기는 1997년엔 정식 사범심사까지 통과할 정도로 삶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무예24기는 규장각 검서관인 이덕무·박제가, 장용영(壯勇營·수원화성 상비군부대) 장교였던 백동수 등이 정조 임금의 명으로 1790년 펴낸 ‘무예도보통지’에 실린 도검 10기, 창·봉 7기, 마상무예 6기, 권법 1기 등 24가지 무예를 가리킨다. 무예도보통지는 도, 검, 창, 곤 등 병장기와 권법 등 각종 무예를 그림과 해설로 설명한 종합교본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수원화성·무예24기 합쳐 관광 마케팅 동아리 활동으로 시작한 무예24기가 삶의 일부가 된 두 번째 계기는 1999년 경기문화재단에서 주최한 ‘정조 시대 전통무예전’이었다. 최 박사는 “당시 무예24기 연출을 맡으면서 택견 전수자, 마상무예 시범단과 국방부 의장대 등과 함께 준비했다”면서 “수원화성이라는 공간과 가장 어울리는 게 무예24기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마침 2003년 화성행궁 복원이 끝나면서 화성에 주둔하던 상비군이었던 장용영 군사들이 익혔던 무예를 공연으로 해 보자는 제안을 수원시에서 받았다”면서 “그걸 계기로 무예24기 상설공연을 시작했다. 2015년 시립예술단 소속으로 바뀌면서 안정된 여건을 갖게 됐다. 그는 몸을 통한 수련을 계속하면서 계속 고민했던 건 “무예를 하면서 생계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였다고 한다. 최 박사는 “1997년에 수원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수원화성이라는 그릇에 무예라는 콘텐츠를 집어넣으면 새로운 문화관광 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대학원에 가서 ‘전통무예를 활용한 관광마케팅’을 주제로 2003년에 석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케팅만으로는 갈증이 풀리지 않았다. 최 박사는 “무예가 근원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흘러왔는가, 조선시대에 실제 어떻게 무예를 익혔는지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결국 2년간 준비한 끝에 2005년 중앙대 사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입학 당시부터 목표로 했던 건 조선시대 기병전술이었다. 그는 “무예24기를 하면서도 마상무예는 제대로 익히기가 힘들었다. 당장 말타기부터 쉽지 않았다”면서 “결국 빚을 내 승마장 회원권을 구입해 말타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몽골에도 두 번 다녀왔다. 보름가량 말타고 활쏘기 연습만 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물이 2011년 박사학위를 받은 ‘조선후기 기병전술과 마상무예’였다. ●‘몸’ 모르면서 나오는 해석 오류 적잖아 역사연구와 무예수련을 병행하면서 그는 군사와 관련한 기존 해석에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조선시대 기록을 보면서 21세기보다도 더 우수한 부분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로 최 박사는 왼손잡이 관련 내용을 들었다. “조선시대 무과 시험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게 기사(騎射), 즉 말 타고 활쏘기입니다. 좌우로 짚단으로 만든 인형을 5개씩 세운 다음 말을 타고 돌진하면서 좌우 번갈아가면서 쏘는 방식이죠.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좌집궁자우사(左執弓者右射), 우집궁자좌사(右執弓者左射)’란 표현이 나옵니다. 왼손잡이는 오른쪽으로 쏘고, 오른손잡이는 왼쪽으로 쏘라는 뜻입니다. 21세기 대한민국 군대는 왼손잡이라 하더라도 억지로 오른손잡이와 똑같은 자세로 총검술을 가르치지만 조선시대 군대는 왼손잡이에게 억지로 오른손잡이와 똑같이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최 박사는 “활을 쏠 때 엄지에 끼우는 깍지만 해도 왼손잡이용이 따로 있었다. 가령 철종을 그린 초상화(어진)를 보면 왼손 엄지에 깍지를 낀 모습이다. 철종이 왼손잡이라는 걸 알 수 있다”면서 “왼손잡이 대접만 놓고 보면 조선시대가 현대보다 더 선진군대였다”고 꼬집었다. 일단 오류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드라마나 영화에서 숱하게 볼 수 있는 고증 오류를 바로잡는 것으로 이어졌다. 오류와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아예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라는 책을 쓰기도 했던 그는 영화나 드라마 제작진에게 자문을 해 주는 활동도 많이 한다. 그는 “일부는 고증을 구색으로만 쓰거나 반영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자문으로서 가장 자랑스러운 건 역시 드라마 ‘킹덤’”이라고 소개했다. 좀비물이라는 상상력의 소산이지만 이 드라마에는 활쏘기나 총쏘기, 각종 대포류 등에서 공을 많이 들였다. 그 뒤에 최 박사가 있었다.최 박사는 “조선시대에 좀비라는 적이 공격해 온다면 어디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어떤 무기로 어떻게 대응할까 상상했다”면서 “김은희 작가 등 제작진이 줄거리를 짤 때부터 고증 내용을 적극적으로 드라마에 반영해 줘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사극은 고증과 상상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면서 “고증에 맞게 상상력을 발휘하면 재미가 배가되는데 상상을 위한 수단으로 고증을 이용하려 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무예수련을 통해 건강한 삶과 열정을 갖게 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잦은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최 박사는 “말에서 떨어지는 건 보통이고 검도 공연 도중 손을 다쳐 몇 시간 동안 수술을 받은 적도 있다”면서 “부상을 통해 조선시대 무인들이 칼머리를 뒤로해서 칼을 차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는 등 부상도 공부의 한 부분”이라고 웃었다. 그는 “한마디로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면서 “미쳐야 보이는 게 있다. 앞으로 수십년 더 미쳐서 공부하고 수련하다 보면 조선시대 무인의 삶과 군사제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박영선 “2012년 대선 후 문 대통령에 삐졌었다”

    박영선 “2012년 대선 후 문 대통령에 삐졌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과거 자신이 ‘비문’(비문재인계)으로 분류됐던 것에 대해 “2012년 대선 당시 제 의견을 안 들어줘서 삐졌었다”고 말했다. 박영선 후보는 30일 공개된 유튜브 ‘월말 김어준’ 방송에서 “2012년 대선 당시 제가 문재인 후보에 집착하고 있었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 컸는데, 제 의견을 들어주지 않았다”면서 “인정을 못 받았다는 마음에 삐져서 그 이후로는 회의에 오라고 하면 잘 안 갔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속마음은 회의에 안 가면 (문 대통령이) ‘박영선 왜 안 왔나’라고 할 줄 알았는데 찾지를 않더라”며 “문 대통령은 애정이 눈빛으로만 나타나고 말씀을 잘 안 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원조 친문이다. (2012년) 대선 끝나고 해단식할 때 펑펑 울었다”고 강조했다. 박영선 예비후보는 문 대통령과 관계 회복 과정에서 ‘밀당’(밀고 당기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2017년에 전화를 주셨는데 안 받았다. 하루 지나서 또 왔는데 또 안 받았다. ‘세번째 오면 받겠다’라는 마음이었다”면서 “두번째도 안 받으니까 양비(양정철 비서관)가 나타나서 전화 좀 받으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그 분(양 비서관)한테는 안 받을 거라고 해놓고는 사실은 전화가 언제 오나 기다렸다”며 “전화 통화를 하는 순간 마음은 다 풀렸지만 목소리는 냉랭하게 했다. 그리고는 만나서 3시간 동안 그동안 섭섭했던 것을 다 말했다. 그러고는 (서운함이) 다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계속 반찬만 잡수시다가 얘기 다 했느냐고 묻더니 ‘내일부터 저하고 항상 같이 다닙시다’라고 하시더라”고 덧붙였다. 박영선 예비후보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서울시장직을 대선의 징검다리로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마음의 창 여는 깊은 울림… 오보에는 기교를 안 부린다

    마음의 창 여는 깊은 울림… 오보에는 기교를 안 부린다

    무대에 오른 오케스트라가 호흡을 맞추기 전, 오보에의 맑은 A(라)음이 울린다. 오보에는 악기들이 고르게 음을 맞추도록 ‘튜너’ 역할을 할 만큼 정확하고 또렷한 음색과 오케스트라를 뚫는 깊은 소리를 낸다. 그러나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로도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소리를 내는 것부터 쉽지 않다. 예민하고 섬세한 악기는 연주자가 얼마나 오래 정성을 들였는지를 그대로 내보인다. ●입에 닿는 리드 항상 새로 만들어… 기본에 충실하며 짙은 서정 표현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오보이스트 한이제는 “악기에 많은 노력이 담길수록 마음을 울리는 힘도 더 커진다”는 말로 오보에를 설명했다. “예민한 악기라 온전히 소리를 내기 위해 집중하고 에너지를 쏟는데, 그렇게 해서 몸을 관통해서 나오는 듯한 소리가 정말 아름답고 매력적”이라면서. 오보에는 홑리드인 클라리넷과 달리 갈대를 얇게 깎아 만든 리드를 두 겹으로 사용하는데 특히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고 작고 얇아 빨리 닳는다. 때문에 오보에 연주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리드를 만드는 데 아주 많은 시간을 쏟는다. 겹리드가 만들어 내는 진동이 한 끗 차이로도 소리의 질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연주자들은 연주가 없을 때도 늘 리드를 만들며 소리를 낼 준비를 멈추지 않는다. “화려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자신의 성격과도 오보에가 잘 맞는다고 했다. “기교를 부리지 않으면서 서정적인 음색만으로 짙은 색감을 표현하는 오보에야말로 내 감정을 잘 그려 낼 악기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저 기본에 충실하는 것으로 단단해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러나 묵묵히 준비하고 노력해서 얻어내는 본연의 힘이 얼마나 큰지 그의 악기에서 배웠다. ●모차르트 협주곡 연주… “어려운 삶에도 음악으로 감정 승화해 존경” 한이제는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서울대 음대를 거쳐 2018년부터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카라얀 아카데미’에서 오보에 수석 조너선 켈리에게 멘토링을 받았다. 키릴 페트렌코, 마리스 얀손스, 사이먼 래틀, 주빈 메타 등 거장 지휘자들과도 무대에 올랐다. 크게 힘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눈빛과 약간의 메시지만으로 충분히 음악을 나눌 수 있는 방식을 보여 준 거장 지휘자들 덕분에 “테크닉만 화려한 음악엔 한계가 있다”는 점도 더욱 이해했다. 최근에는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에서 베를린필 수석 잉글리시 호른 주자인 도미니크 볼렌베버를 사사하며 레퍼토리를 넓히고 있다. 올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라이징스타’로 선정된 한이제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코리안심포니와 모차르트의 유일한 오보에 협주곡을 협연한다. “어려운 삶 속에서도 음악으로 자신의 감정을 승화시킨 모차르트”는 그가 따르고 싶은 음악가의 모습이라며 특히 오보에 협주곡 C장조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다. “1악장 템포 지시어가 ‘알레그로 아페르토’(Allegro aperto)인데, 아페르토는 창문을 열다(open)의 의미로 많이 쓰여요. 지친 한 해 오보에 음색으로 환기를 하듯 새로운 창을 열어 드릴게요.”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한이제 “꾸밈 없이, 몸을 관통한 듯한 깊은 음색이 오보에 매력”

    한이제 “꾸밈 없이, 몸을 관통한 듯한 깊은 음색이 오보에 매력”

    무대에 오른 오케스트라가 호흡을 맞추기 전, 오보에의 맑은 A(라)음이 울린다. 오보에는 악기들이 고르게 음을 맞추도록 ‘튜너’ 역할을 할 만큼 정확하고 또렷한 음색과 오케스트라를 뚫는 깊은 소리를 낸다. 그러나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로도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소리를 내는 것부터 쉽지 않다. 예민하고 섬세한 악기는 연주자가 얼마나 오래 정성을 들였는지를 그대로 내보인다.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오보이스트 한이제는 “악기에 많은 노력이 담길수록 마음을 울리는 힘도 더 커진다”는 말로 오보에를 설명했다. “예민한 악기라 온전히 소리를 내기 위해 집중하고 에너지를 쏟는데, 그렇게 해서 몸을 관통해서 나오는 듯한 소리가 정말 아름답고 매력적”이라면서.오보에는 홑리드인 클라리넷과 달리 갈대를 얇게 깎아 만든 리드를 두 겹으로 사용하는데 특히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고 작고 얇아 빨리 닳는다. 때문에 오보에 연주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리드를 만드는 데 아주 많은 시간을 쏟는다. 겹리드가 만들어 내는 진동이 한 끗 차이로도 소리의 질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연주자들은 연주가 없을 때도 늘 리드를 만들며 소리를 낼 준비를 멈추지 않는다. “화려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자신의 성격과도 오보에가 잘 맞는다고 했다. “기교를 부리지 않으면서 서정적인 음색만으로 짙은 색감을 표현하는 오보에야말로 내 감정을 잘 그려 낼 악기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저 기본에 충실하는 것으로 단단해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러나 묵묵히 준비하고 노력해서 얻어내는 본연의 힘이 얼마나 큰지 그의 악기에서 배웠다.한이제는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서울대 음대를 거쳐 2018년부터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카라얀 아카데미’에서 오보에 수석 조너선 켈리에게 멘토링을 받았다. 키릴 페트렌코, 마리스 얀손스, 사이먼 래틀, 주빈 메타 등 거장 지휘자들과도 무대에 올랐다. 크게 힘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눈빛과 약간의 메시지만으로 충분히 음악을 나눌 수 있는 방식을 보여 준 거장 지휘자들 덕분에 “테크닉만 화려한 음악엔 한계가 있다”는 점도 더욱 이해했다. 최근에는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에서 베를린필 수석 잉글리시 호른 주자인 도미닉 볼렌베버를 사사하며 레퍼토리를 넓히고 있다. 올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라이징스타’로 선정된 한이제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코리안심포니와 모차르트의 유일한 오보에 협주곡을 협연한다. “어려운 삶 속에서도 음악으로 자신의 감정을 승화시킨 모차르트”는 그가 따르고 싶은 음악가의 모습이라며 특히 오보에 협주곡 C장조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다. “1악장 템포 지시어가 ‘알레그로 아페르토’(Allegro aperto)인데, 아페르토는 창문을 열다(open)의 의미로 많이 쓰여요. 지친 한 해 오보에 음색으로 환기를 하듯 새로운 창을 열어 드릴게요.”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정 총리 “국회 구두닦아 주시던 선생님 별세…영면하소서”

    정 총리 “국회 구두닦아 주시던 선생님 별세…영면하소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21일 “오늘 국회에서 구두 미화하시던 선생님께서 별세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신께서 베푼 행복의 손길이 우리를 기쁘게 만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총리는 “죄송스럽게 저는 선생님 성함도 모른다”며 “20여 년 전 제가 국회에 입성했을 즈음부터 선생님은 두 평 남짓한 공간에서 구두를 닦아오셨다. 국회 직원이나 다른 의원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저 역시 늘 선생님의 손길에 구두를 맡겼다”고 돌아봤다. 이어 “말수는 없지만 성실하고 손이 빨라 많은 국회 직원의 믿음을 받아오셨다. 정말 열심히 반짝반짝 광을 내주신 덕분에 구두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자주 만나진 못했지만 늘 고마운 마음이었다”며 “어쩌다 복도에서 마주치면 선한 눈빛으로 인사를 건네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그는 “구두에 이름이 쓰여있는 것도 아닌데 수많은 구두가 누구 것인지 한눈에 척척 알아보고 방에 일일이 가져다주시곤 했다”면서 “누가 다녀가셨나 싶어 쳐다보면 어느새 반짝이는 구두만 덩그러니 놓여있을 때가 많았다. 수많은 사람의 구두를 닦아 주면서도 선생님께서는 늘 검정 티셔츠에 검정 슬리퍼만 신고 다니셨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정 총리는 감사를 표하면서 “당신께서 베푼 행복의 손길이 우리를 기쁘게 만들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영면하소서”라고 글을 맺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포토] 홍수아·서하준, 치명적 ‘섹시 커플’

    [포토] 홍수아·서하준, 치명적 ‘섹시 커플’

    배우 홍수아가 서하준과의 ‘파격 도발’ 커플 화보를 선보였다. ‘불새 2020’에서 이지은 역을 맡아 야무지고 당찬 걸크러시 매력을 뽐내고 있는 홍수아가 극 중 ‘지은 바라기’ 서정민 역의 서하준과 함께한 파격 화보를 전격 공개했다. ‘지정 커플’, ‘수하준 커플’로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두 사람은 매거진 맥앤지나의 표지를 장식했다. 두 사람은 호텔 스위트룸의 침대와 욕조를 배경으로 도발적인 포즈를 선보여 ‘숨멎’ 케미를 드러냈다. 특히 홍수아는 치명적인 눈빛과 글래머러스한 몸매로 남심을 사로잡으며 ‘매혹 여신’의 면모를 뽐냈다. 서하준 역시 구릿빛 피부를 드러내며 야성적 매력으로 여심을 흔들었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홍수아는 “원작 ‘불새’를 집필하신 이유진 작가님이 지은-정민의 멜로 감정선을 사랑을 너무도 애틋하게 잘 그려주시고, 이현직 감독님과 김재홍 감독님이 섬세하고 예쁘게 연출을 해주신다”고 밝혔다. “이지은이라는 캐릭터도 굉장히 매력적이지만 하준 씨가 서정민 캐릭터를 워낙 잘 소화해줘 설렘이 배가된다. ‘불새 2020’은 여러 가지로 나에게 특별한 작품으로 인생작으로 남을 것 같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배우로서의 계획에 대해 홍수아는 “어떤 역할이든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의학 드라마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하얀 도화지에 어떤 색을 입혀도 예쁘게 흡수하는, 수만 가지의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마스크 건넨 민주당원, 비웃은 공화당원…美 의사당발 대확산 우려 (영상)

    마스크 건넨 민주당원, 비웃은 공화당원…美 의사당발 대확산 우려 (영상)

    미국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몸을 피한 하원의원들이 마스크 착용을 두고 실랑이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의회 주치의는 같은 공간에 있었던 의원 모두 코로나19에 노출됐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의회 주치의 브라이언 모나한은 의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각 의원은 다음 주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워싱턴D.C. 의사당을 습격했다. 하원의원 수십 명은 폭도를 피해 의사당 모처로 피신했다. 비좁은 공간에 다수가 모인 만큼 코로나19 감염 위험도 높았다. 이에 민주당 리사 블런트 로체스터(델라웨어) 의원은 동료 의원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마스크를 나눠주었다. 하지만 몇몇은 마스크 착용을 거부했다.펀치볼뉴스가 입수한 영상에서는 앤디 빅스(애리조나), 마이클 클라우드(텍사스), 마저리 테일러 그린(조지아), 마그웨인 멀린(오클라호마), 스콧 페리(펜실베이니아) 등 공화당 의원들이 로체스터 의원이 건넨 마스크를 외면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팔짱을 끼고 서 있던 미저리 테일러 그린 의원은 앤디 빅스 의원과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하며 마스크를 건네는 로체스터 의원을 비웃듯 바라봤다. 로체스터 의원의 거듭된 요청에도 손사래를 치며 마스크 착용을 거절했다. 이에 대해 의회 주치의 브라이언 모나한은 “하원의원 다수가 비좁은 공간에 고립돼 있었다”면서 “코로나19 감염자에게 노출됐을 수 있다”면서 “의회 구성원들은 예방 조치의 일환으로 다음 주 유전자 증폭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문했다.전문가들은 이번 의회 난입 사태가 공중보건 위기의 잠재적인 대확산에 일조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로버트 레드필드 국장은 이번 사태를 두고 “또 다른 급증 사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레드필드 국장은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의회 구성원들이 자동차, 기차, 비행기를 타고 각자의 지역구로 가고 있다”며 “매우 큰 확산을 이끌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제이크 라터너(공화·캔자스) 하원의원은 지난 7일 저녁 자신이 코로나19 검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다만 공화당 의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 문제가 된 대피장소에는 들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의원들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우선 접근권을 얻어 많은 이들이 2회 요법 백신중 최소 첫 번째 백신을 맞았다. 일부 의사당 관계자들 역시 백신을 맞은 상태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포토] ‘신중하게’… 차유람, 날카로운 눈빛으로 샷

    [포토] ‘신중하게’… 차유람, 날카로운 눈빛으로 샷

    10일 오후 경기도 고양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신한금융투자 PBA팀리그 20-21’ 5라운드 세 번째 경기 신한 알파스 김가영-신정주와 웰뱅 피닉스 차유람-위마즈가 4세트에서 혼합복식 경기를 펼쳤다. 웰뱅 피닉스 차유람이 샷을 시도하고 있다. 2021.1.10 PBA 투어 제공
  • [포토] 에스파, 남심 흔드는 ‘섹시한 눈빛과 춤’

    [포토] 에스파, 남심 흔드는 ‘섹시한 눈빛과 춤’

    걸그룹 에스파가 31일 오후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2020 MBC 가요대제전’ 무대에서 열정적인 공연을 펼치고 있다. 2020.12.31 MBC 제공=뉴스1
  • [신춘문예 시 당선작] 최초의 충돌/김민식

    [신춘문예 시 당선작] 최초의 충돌/김민식

    나는 화면 너머의 테니스 경기를 본다테니스 라켓이 공을 치는 순간무수한 공중이 한꺼번에 태어난다 고래의 힘줄산양의 창자얇게 저며진 살점으로 직공은라켓을 짠다종선과 횡선이 지나간 사이에태어나는 눈공중에 이름을 붙이는 최초의 노동이었다 천사를 체로 걸러낼 수 있다고 믿은 프랑스인이 있었다축과 축의 직교 속에서 성령은 좌표를 얻었다 의심 속에서의심도 없이 체의 촘촘한 눈을 세는 귀신의 눈은 비어 있다 눈알만 파먹힌 생선들이부둣가에 쌓여 있다 백경白鯨의 투명한 수정체멸종된 거대 수각류의 담석전체를 상상하면 그것들은 차라리 허공이었다 한국의 산에는 호랑이 모양 구멍이 반드시 하나씩 있으며 돌탑 위에 둥근 돌을 하나 올려도산이 무거워지는 것은 아니었고 무수한 왕의 안구가 뽑혀나가도지구가 가벼워지지는 않았다 믿음 속에서믿음도 없이 삶의 질량을 변화시킬 혁명이 필요했다 어느 비 오는 날이었다하늘에서 별이 떨어졌다이렇게 말하면 믿는 사람이 없었고하늘에 빛나는 돌이 불과 물과 함께 떨어졌다이렇게 말하면 믿음과 의심이 동시에 생겼다 외계에서 날아온 돌은 지구를 확실히 무겁게 만든다그것은 종종 과학의 영역이었다 “마음 속에 천 개의 방이 있고, 그 안에서 천 개의 멜로디가 흘러나옵니다. 나는 어떤 계열의 천사인 것만 같습니다”* 처음으로 운석을 발견한 아이가 남긴 말이었다그가 발견한 검은 돌은검은 신전의 기둥이 되었다 운석이 떨어진 자리엔, 빛과 유리와 불과 물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하는데요 정말 그것을 보았다고 말하는 자의 이글거리는 눈빛과 다만 우주의 조각을 만져보고자 하는 순례자들의 계획 속에서계획도 없이 푸른 언덕에 모여 유성우를 구경하는 사람들얼굴들이 깊게 파인 구멍 같다나뭇가지에 걸린 셔틀콕을 올려다보는 아이의 표정만 같다 너, 라고 부르면 뒤돌아보는 사람이 여럿 있었는데그중 아무도 귀엽거나 밉지 않았고 아나운서의 어깨 너머로카메라가 풍경을 화소로 만들기 직전 나는 주머니에서 빛나는 하얀 공을 꺼냈다아직 세상에 없는 구기종목의 공인구였다 ---------------------------------------------------------------------------------------------- *“머릿속에 만 개의 방이 있어서 좋은 멜로디가 나와요.”: 4세 어린이 백강현의 말. (‘영재 발굴단’ 108회)
  • 닥터포헤어, 브랜드 모델 ‘현빈’과 함께 한 새로운 TV CF 공개

    닥터포헤어, 브랜드 모델 ‘현빈’과 함께 한 새로운 TV CF 공개

    글로벌 헤어케어 브랜드 닥터포헤어(Dr.FORHAIR)가 새로운 TV CF를 공개했다. 이번 영상은 ‘헤어에 전부를 건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브랜드 모델 ‘현빈’을 비롯, 건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표현했다. 오로지 두피, 헤어 케어 분야만을 연구해 온 닥터포헤어의 브랜드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닥터포헤어의 제품은 두피 케어를 통해 헤어 본연의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표현하기 위해 이번 TV CF에서는 다양한 연령과 글로벌 모델을 활용했다. 또한 기존 샴푸 광고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세련되고 감각적인 비주얼로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브랜드 모델인 배우 현빈은 레드와 그레이 의상으로 강렬하면서 심플한 스타일링과 분위기를 압도하는 독보적인 눈빛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 실제 촬영 현장에서도 현빈 특유의 섬세하고 풍부한 표정으로 현장 스태프들의 감탄을 자아냈다는 후문이다. 이번 닥터포헤어의 새로운 TV CF는 TV 및 디지털 채널, 옥외광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현재 닥터포헤어 홈페이지에서는 TV CF 공개를 기념해 다양한 프로모션이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살아있는 사람 죽는 일 없어야… 원청, 법적 책임 꼭 밝혀낼 것”

    “살아있는 사람 죽는 일 없어야… 원청, 법적 책임 꼭 밝혀낼 것”

    24세 아들 홀로 작업하다 끔찍한 사고정치인들 위험한 노동환경 개선 말뿐‘중대재해처벌법’ 촉구 국회 단식농성거의 모든 산재에서 원청은 책임 부인정치권, 여전히 기업 눈치 보는 것 같아제2의 용균이 막기 위해 투쟁하는 것“대통령부터 많은 정치인이 우리 용균이를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노동자들이 위험한 환경은 그대로입니다. 지금 이 법이 만들어진다고 죽은 아들이 돌아오지는 못하겠지만, 이제 더는 살아 있는 사람이 죽는 일은 없어야 하잖아요. 그런 세상을 위해 저는 끝까지, 이 자리든 어디든 제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달려갈 것입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혹여 부모님 마음에 상처를 줄까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는 속 깊은 아이였다. 일 년에 한 번 생일 때라도 친구들과 함께 기분 좀 내라며 평소와 달리 두둑한 용돈을 주면 이마저도 “필요 없다”고 마다하던, 특히 어머니와는 마음을 터놓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딸 같은 외동아들이었다. 그런 아들이 제힘으로 돈을 벌어 보겠다며 나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참혹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2018년 12월 10일 밤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소속 계약직 노동자 김용균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야간작업을 하다가 끔찍한 사고로 24년 꽃다운 생을 채 피우지도 못하고 떠났다. 아픈 남편을 대신해 비정규직 노동자로 홀로 생계를 꾸려 왔던 어머니 김미숙(52)씨의 삶도 아들이 세상을 떠난 그날 함께 멈췄다. 이제는 ‘비정규직 김미숙’이 아닌 노동자를 위한 ‘투사’의 삶을 살고 있는 ‘김용균재단’의 김미숙 이사장을 한파주의보가 막 물러난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앞 단식농성장에서 만났다.●“아들 사고 후 내 삶 손바닥 뒤집듯 바뀌어” 인터뷰에 앞서 김 이사장에게 안부부터 물었다. 지난 11일부터 국회의원들이 오가는 국회 본관 중앙출입구 계단 위에 설치된 천막농성장에서 단식을 시작한 지 8일째 되던 날이었다. 껍데기만 남은 ‘김용균법’을 보완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아직까지는 배고픈 것도 모르겠고 크게 힘들지는 않아요. 요 며칠 너무 춥긴 했는데 아직은 할 만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단식에 한파까지 겹치면서 기력이 쇠할 법도 했지만 그의 눈빛엔 힘이 넘쳤다. 세상을 떠난 아들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말할 때에는 차분하던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한국 노동 현실의 비극의 상징이 된 아들 용균씨와 어머니 김 이사장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 삶이 궁금했다. 김 이사장은 아들의 사고 전후의 삶이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냥 보통의 가정처럼 평화롭고 단란하게 사는 가족이었어요. 저는 애 아빠가 용균이 사고 나기 7년 전부터 병치레로 일을 못 다니면서 혼자 비정규직 가장으로 일을 해 왔죠. 한 회사에서 정말 열심히 일하며 용균이한테도 회사에서 있었던 일은 시간 될 때마다 얘기해 주고 대화가 많은 편이었죠. 아들도 그런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가정에 보탬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김 이사장은 과거 자신의 일터를 떠올리며 “잘리지 않으려고 정말 많은 노력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문자 한 통으로 해고를 통보받고 일자리를 잃는 동료들의 모습을 많이 봐 왔다”며 “비정규직이니까 너무 부당해도 ‘부당하다’는 말 한마디 못 했다. 바른말 잘하는 사람이 1순위로 잘려 나갔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어떻게든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업무까지 배워 가며 ‘생존투쟁’을 이어 왔다고 했다. ‘억척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은 2018년 12월 아들의 사고 이후 ‘억척 노동운동가’의 삶으로 뒤바뀌었다. 아들의 사고는 자칫 대한민국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단순한 노동 사고로 그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사고 열흘 전 안전모와 방진 마스크를 쓴 채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찍은 용균씨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곧 전국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재이자 미래를 보여 주는 상징으로 떠올랐다. ●“특조위 꾸려 졌지만 책임자 처벌은 요원” 문 대통령은 용균씨 빈소에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보내며 애도의 뜻을 밝힌 데 이어 이듬해 2월 18일엔 김 이사장 등 유가족을 청와대로 초청해 면담을 한 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노동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그해 10월에는 노동·인권단체 등을 기반으로 산업재해 추방과 노동자 건강권 쟁취 등을 목표로 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이 출범하면서 어머니 김씨가 초대 이사장을 맡아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대통령의 지시로 특별조사위원회까지 꾸려졌지만 책임자 처벌은 지금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용균씨 사고를 수사한 검찰은 사고 발생 20개월 만인 지난 8월 3일 한국서부발전 대표와 하청업체 대표 등 14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각 법인 2곳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본격적인 재판은 내년 1월 시작된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측은 앞서 두 차례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하청에서 일어난 일로, 우리에겐 책임이 없다”고 밝혔고, 하청인 한국발전기술 측은 “이미 벌금을 냈으니 대표 등에 대한 추가 처벌은 과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기나긴 법정싸움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김 이사장은 “두 번의 공판기일 모두 직접 법정에 나갔는데 원청(서부발전)은 역시나 ‘법적으로 책임자성이 없다’며 빠져나가려 하고, 하청(한국발전기술)이 그나마 책임을 지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지금까지 모든 산업재해에서 원청은 늘 그런 식으로 책임을 부인했다. 이번엔 사고의 실제 책임자는 원청이라는 것을 재판을 통해 꼭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정치권이 무관심을 통해 참혹한 노동 현실에 ‘동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했다. 그는 “노동자 사고가 발생하면 원청은 ‘법적으로 책임이 없다’며 기업 측에 유리한 법망을 방패로 내세운다”면서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도 힘없는 하청에 책임을 떠넘길 수 있게 용인해 준 게 정치인들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어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정치권은 여전히 기업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며 “지금까지의 죽음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제2, 제3의 용균이를 막기 위해 이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정 산안법, 김용균법으로 부르지 말라” 김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정부와 국회가 28년 만에 산안법을 개정하면서 ‘김용균법’으로 명명한 것에 대해서도 “제발 김용균법으로 부르지 말아 달라”고 했다. 내년 1월 16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산안법에선 적용 대상 노동자가 일부 확대되고, 원청의 안전보건 책임도 일부 강화됐다. 하지만 위험한 작업의 외주화 허용과 사고에 대한 원청 책임 제한적 인정 등의 조항으로 노동계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김 이사장은 이와 관련해 “노동자를 위한 법을 만든다면서 노동자 안전을 위한 원청의 책임 등 중요한 골격은 대부분 빼 버렸다”며 “안전한 집을 짓는다면서 기초를 다지지 않고 기둥도 숭숭 빼 버리면 그 집은 얼마 못 가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분하게 말을 이어 가던 김 이사장의 표정이 갑자기 흔들렸다. “죄송한데 이제 인터뷰 그만하면 안 될까요? 저기 의원님들이 계속 오셔서요.” 양해를 구한 김 이사장은 곧 피켓을 들고 의원들이 지나가는 출입구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의원들이 지나갈 때마다 아들의 영정 이미지가 담긴 피켓을 들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며 일일이 허리를 숙였다. 그러나 의원들은 김 이사장을 외면한 채 종종걸음으로 본관 안으로 향했다.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중대재해처벌법 심의를 시작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이 회의 일정을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민주당은 정부안이 제출되면 29일 법사위 소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안의 뼈대는 50인 미만 등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법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전체 사업장 중 50인 미만 점유율은 99%에 달하고, 중대재해의 85%가 이들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단계적 적용이 반영된 안은 제2의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과 다름없다. 김 이사장과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씨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판사꾼’ 엄선한 플레이리스트 숨은 대목 100개 듣고 가세요

    ‘판사꾼’ 엄선한 플레이리스트 숨은 대목 100개 듣고 가세요

    국립창극단의 소리꾼 민은경은 ‘작은 거인’으로 불린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동안에 작고 아담한 체구로 ‘어린’ 배역으로 자주 무대에 선다. 그러나 그가 내뿜는 강한 에너지는 무대를 가득 채우고도 한참을 울린다. 창극 ‘아비, 방연’의 단종, ‘화선 김홍도’ 속 소년 홍도,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 심청, 뮤지컬 ‘서편제’, 완창 판소리까지 그의 목소리에서 터져 나오는 한(恨)의 깊이가 깊고도 오래간다. 작은 거인이 큰일을 벌였다. 유튜브를 통해 판소리 다섯 바탕 속 숨은 눈대목들을 무려 100개나 소개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9월부터 매주 한 회씩, 지난 22일까지 15회를 올렸다. 채널명은 ‘판탈롱스’. 명품 편집숍 같은 ‘온라인 판소리 셀렉샵-판소리 듣고 가게’를 이름으로, 바지를 뜻하는 프랑스어 판탈롱과 판소리를 붙인 말이다. “바지가 남자들의 전유물에서 누구나 입는 옷이 된 것처럼, 판소리도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판이라는 뜻이에요.”2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난 민은경은 ‘판탈롱스’에서 스스로 소개하는 말인 “판사꾼” 그 자체였다. ‘판소리를 너무도 사랑하는 소리꾼’은 자신이 내는 소리의 무게와 딛는 발걸음의 목표를 뚜렷이 알고 있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창극과 훌륭한 판소리 입문서이자 동시에 깊이를 더해 줄 참고서 같은 ‘판탈롱스’의 목표는 동일하다. 판소리 본연의 맛과 멋을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것이다. “20대 땐 소리라면 다 잘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창작 활동도 많이 했는데 쉽지 않았어요. 결국 뿌리를 놓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다잡았죠. 그렇게 기본을 공부할수록 소리를 더 좋아하게 되더라고요.” 유튜브는 또 다른 무대이자 판소리의 매력을 소개하는 공간이라 무척 공을 들인다. “토막소리만 들어서는 소리에 빠져들기 어려우니 주요 사건의 계기가 된 맥락들을 설명하면 소리를 더 쉽게 받아들일 것 같다”는 마음으로 흥보가 ‘박타는 대목’이나 심청가 ‘심봉사 눈뜨는 대목’ 등 자주 공연되는 대목들의 배경이 된 대목을 소개한다. 흥보가 관아에 갔다가 매를 못 맞고 돌아온 이야기나, 심학규가 스무 살 넘어 눈이 멀게 된 사연 등 판소리 속 풍자와 해학을 ‘판사연(연출)’ 임영욱 연출과 함께 설명한다. 사설과 관람 포인트 설명 뒤엔 고수의 장단에만 맞춰 소리로 풀어낸다. 워낙 탄탄한 판소리 사설과 그의 소리에 더이상 퍼포먼스가 오히려 군더더기다. “클래식이 영원하듯 판소리도 잘 이어져야 하고 앞으로 다섯 바탕을 넘어서 여섯 바탕, 일곱 바탕 등 지금 시대에 맞는 바탕도 생겨나야 한다”는 그의 눈빛이 무대에서만큼 빛난다. “명창 선생님들의 어마어마한 소리 앞에서 저는 아직 한참 남았어요. 후대에 좋은 소리를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할 뿐입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숨은 눈대목 찾아드려요” 유튜브로 ‘판소리 셀렉샵’ 낸 소리꾼 민은경

    “숨은 눈대목 찾아드려요” 유튜브로 ‘판소리 셀렉샵’ 낸 소리꾼 민은경

    소리꾼 민은경은 국립창극단의 ‘작은 거인’으로 불린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동안에 작고 아담한 체구로 ‘어린’ 배역으로 자주 무대에 서지만 그가 내뿜는 강한 에너지는 무대를 가득 채우고도 한참을 울린다. 창극 ‘아비, 방연’의 단종, ‘화선 김홍도’ 속 소년 홍도,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 심청, 뮤지컬 ‘서편제’, 완창 판소리까지 그의 목소리에서 터져 나오는 한(恨)의 깊이는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작은 거인이 큰 일을 벌였다. 유뷰트를 통해 판소리 다섯 바탕 속 숨은 눈대목들을 무려 100개나 소개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9월부터 매주 한 회씩, 지난 22일 15회를 올렸으니 꽤 장기 프로젝트다. 채널명은 ‘판탈롱스’. 옷가게 중 명품 셀렉샵 같은 콘셉트로 이른바 ‘온라인 판소리 셀렉샵-판소리 듣고 가게’다. ‘판탈롱스’는 바지를 뜻하는 프랑스어 판타롱과 판소리를 붙인 말이다. “남자들의 전유물에서 누구나 입고 있는 옷이 된 바지처럼, 판소리도 누구나 남녀노소 불문하고 즐길 수 있는 판이라는 뜻이에요.”2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난 민은경은 ‘판탈롱스’에서 스스로 소개하는 말인 “판사꾼” 그 자체였다. ‘판소리를 너무도 사랑하는 소리꾼’은 자신이 내는 소리의 무게와 딛는 발걸음의 목표를 뚜렷이 알았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창극과 훌륭한 판소리 입문서이면서 동시에 깊이를 더해줄 참고서 같은 ‘판탈롱스’의 목표는 같았다. 판소리 본연의 맛과 멋을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것이다. ‘전통’에 오롯이 집중하는 이유다. “20대 땐 전통 판소리 외에 창작활동도 다양하게 했어요. 둘 다 잘 할 수 있을 거래 생각했는데 결코 쉽지 않았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뿌리는 놓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죠. 지금도 다르게 뭔가 해보고 싶다가도 흔들리지 말자고 다짐해요. 그러니 갈수록 제가 소리를 더 좋아하게 돼요. 더 좋아져요,” 30대에 창극단 단원으로 몸담아 어느덧 8년째다. 까마득한 명창들의 소리를 그대로 흡수하고 배우며 성장했고, 어느덧 이 소리를 후배들에게도 나눠야할 위치가 됐다. “선생님들의 어마어마한 소리 앞에서 저는 아직 한참 남았어요. 가끔 자괴감도 들어요. 지금 저의 소리를 후대에 물려줘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그동안 창극 무대를 비롯해 여러 무대에서 늘 힘있는 존재감을 선보였다면 이제 그 무대를 더욱 넓고 가깝게 가져가려고 한다. 특히 유튜브는 코로나19로 떠올린 또 다른 무대이자 판소리의 매력을 소개하는 공간이라 무척 공을 들이고 있다. “토막소리만 들어선 소리에 빠져들기 어렵거든요. 주요 사건의 계기가 된 맥락들을 알면 좀 더 쉽게 소리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젊은 소리꾼들의 소리와 가까워지면 명창 선생님들의 소리가 더 깊이 와 닿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완창 판소리를 비롯해 다양한 무대에서 관객들과 가까워졌다면, 이제는 숨은 눈대목들을 찾아주며 판소리의 깊이에 더 많은 사람들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디딤돌을 내주기로 한 셈이다. ‘판탈롱스’는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이나 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 춘향가 속 ‘사랑가‘ 등 무대에서 자주 불려지고 사랑받는 대목이 아닌, 그 대목의 배경이 되는 대목들을 소개한다. 흥보가 관아에 갖다가 매를 못 맞고 돌아오거나 놀보에게 쌀 좀 얻으러 갔다가 오히려 매를 맞고 돌아오는 이야기, 춘향 모친이 이몽룡의 한양행을 반대하는 이유, 심학규가 뛰어난 글솜씨로 청원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스무살 넘어 눈이 멀었기 때문이라는 것 등 판소리 속 풍자와 해학이 가득한 숨은 대목들을 알려준다.춘향가 ’퇴령소리‘ 다음에 수궁가 ’약성가‘, 흥보가 ’흥보 매 못맞고 돌아오는 대목‘ 다음에 춘향가 ’이몽룡 장원급제 대목‘ 등 각 대목을 소개하는 순서도 계면조 다음에 평조, 진양조 다음에 자진모리를 선보이는 등 판소리 음조와 장단들을 모두 고려해 매번 변화를 주고 있다. 어떤 대목을 소개할지부터 사설 내용을 다시 들여다 보고 소리를 가다듬어 영상을 촬영하기까지, 한 회의 콘텐츠를 위해 그도 끊임없이 공부를 한다. 2013년 함께 공연을 한 인연이 있는, 판소리를 너무도 사랑하는 연출 ‘판사연’ 임영욱 연출과 함께 사설의 내용과 해당 대목의 관람 포인트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이어 민은경이 고수의 장단에만 맞춰 소리로 풀어낸다. 어떠한 퍼포먼스도 더하지 않고 북 장단에 민은경의 힘 있는 소리만으로도 대목마다의 맛을 전달한다. 50회, 100회쯤 영상을 올리고 나면 구독자들과 함께 모여 지금까지 공부한 대목들을 나누는 공연도 열 계획이다. “클래식이 영원하듯 판소리도 잘 이어져야 하고 앞으로 다섯 바탕을 넘어서 여섯 바탕, 일곱 바탕 등 지금 시대에 맞는 바탕도 생겨나야 한다”는 눈빛이 무대에서 만큼 빛났다. “그런데 명창 선생님들의 어마어마한 소리 앞에서 저는 아직 한참 남았어요. 후대에 좋은 소리를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할 뿐입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연주 듣고나면 다음이 더 궁금한 그 피아니스트

    연주 듣고나면 다음이 더 궁금한 그 피아니스트

    클래식에 관심을 둔 이들이라면 올해 피아니스트 신창용의 연주를 부쩍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지난 3월 미국에서 귀국해 자신만의 화려한 연주로 비어 있던 시간들을 채워 갔다. 계획에도 없던 협연과 리사이틀, 앨범 발매, 유튜브까지 부족함 없이 소화하며 시간을 조금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국내 첫 앨범 ‘밤의 가스파르’ 발매 지난 16일 만난 신창용은 “아직 공부하는 중이라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워 보려고 한다”고 바쁘게 보낸 시간을 설명했지만, 그가 보여 준 다채로운 레퍼토리에 비하면 겸손한 표현으로 들린다. 지난달 발매한 앨범 ‘밤의 가스파르’(GASPARD de la NUIT)만 해도 그렇다. 바흐의 사냥 칸타타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로 시작해 쇼팽 발라드 3번 A♭장조, 라벨 ‘밤의 가스파르’, 그라나도스 ‘사랑의 속삭임’, 드뷔시 ‘달빛’ 등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완벽한 만찬을 내놨다. 어려운 작품으로 손에 꼽히는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를 앨범에 담은 것은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특히 고난도의 기교가 필요한 3악장 ‘스카르보’를 깊이 있게 해석하고 정확하게 연주했다. ●12세 영재 발탁… 줄리아드까지 섭렵 12세에 금호 영재로 발탁된 뒤 커티스음악원, 줄리아드음대 석사 및 최고 연주자 과정을 거쳐 2018년 지나 바카우어 국제 아티스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신창용은 세계적으로 떠오르는 스타로 자리잡았다. 우승한 그해, 스타인웨이 앤드 선스 레이블로 하이든, 모차르트, 바흐를 담은 첫 음반은 미국 최대 클래식 라디오 채널 WQXR의 ‘2018 최고의 음반들’에 선정됐다. 이듬해엔 두 번째 앨범엔 베토벤, 쇼팽, 리스트를 선보였다. “특정 작곡가를 골라 탐구하기엔 아직 제게 공부가 많이 필요하고, 20대까지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밑거름 삼고 싶다”는 그의 눈빛이 반짝였다. 지난 8월과 지난달 인기 유튜브 채널 ‘또모’에서 그가 보여 준 초견 연주나 곡 해석, 쇼팽 에튀드 ‘추격’을 220bpm으로 연주하는 모습에선 장난스럽다가도 돌연 카리스마가 느껴졌고 뛰어난 실력과 열정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신창용은 내년으로 미뤄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와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도 도전한다. “피아니스트라면 당연히 도전해야 할 무대”라며 덤덤하게 부담감도 털어 냈다. 쇼팽 콩쿠르는 30세까지만 출전할 수 있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 “무모하게 도전하고 싶지 않았고, 준비가 됐을 때 나가고 싶어 지난 대회는 참가하지 않았다”는 말은 곧 이제는 준비가 됐다는 자신감이기도 했다. ●콩쿠르 도전 후 내년 4월 리사이틀 쇼팽 콩쿠르 예심이 진행될 내년 4월, 리사이틀도 계획했다. “다음엔 어떤 연주를 보여 줄지, 계속 궁금한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그가 내년에는 훨씬 다양한 색깔을 더 바쁘게 채워 갈 것임을 예고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포토] 미스맥심 이유진, 매혹적인 란제리 화보

    [포토] 미스맥심 이유진, 매혹적인 란제리 화보

    미스맥심 이유진이 남성잡지 맥심(MAXIM) 12월호에 청순하면서 매혹적인 화보를 선보였다. 미스맥심은 남성잡지 맥심이 기획한 일반인 모델 선발대회 ‘미스맥심 콘테스트’를 통해 선발된 맥심의 간판 모델. 2019년에 미스맥심으로 선발된 모델 이유진은 한양대 사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으로, 큰 키와 육감적인 몸매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유진은 2020년 맥심 4월호 ‘거짓말’ 편에서 세련되고 파격적인 세미누드 표지 화보를 공개한 바 있다. 이번 맥심 12월호 ‘첫 경험’ 화보에서 이유진은 순백의 침실과 욕실을 오가며 ‘여친’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카메라를 지긋이 응시하는 매혹적인 눈빛 연기는 진짜 내 여친이 나를 바라보는 듯한 호소력이 느껴진다는 평. 미스맥심 이유진은 “맥심과 일하는 게 재밌다. 섹시하고 멋진 화보로 독자들을 자주 만나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맥심코리아 제공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한용의 구석기 통신] ‘사냥하는 남성, 열매 따는 여성’, 그런 세상은 없었다

    [이한용의 구석기 통신] ‘사냥하는 남성, 열매 따는 여성’, 그런 세상은 없었다

    1976년 탄자니아의 라에톨리에서 비가 내려 질척질척해진 화산재 위를 걸어간 고인류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이 라에톨리의 발자국 화석은 360만년 전에 인류의 먼 조상이 이미 우리처럼 직립보행을 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사실 라에톨리 발자국을 남긴 고인류의 나이와 성별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산 폭발을 피해 부지런히 길을 걷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이들을 묘사한 복원도 중 대표적인 것은 키가 큰 남자가 어깨를 쭉 펴고 마치 “오빠만 믿어”라는 자세로 여자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 있고, 작고 왜소한 여자는 불안한 눈빛과 “오빠만 믿어요”라는 애틋한 표정으로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는 장면으로 묘사된 그림이다. 마치 수백만 년 전부터 남자는 여자를 보호하는 당당한 존재, 여자는 당연히 남자에게 보호받았던 미약한 존재로 묘사해 여성들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는 괴기하기 짝이 없는 복원도다. 인류 진화 초기 단계부터 고정적인 남녀관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물론 최근에는 3명의 고인류가 서로의 역할을 다하면서 꿋꿋하게 화산재를 피해 걸어가는 모습으로 복원된 그림들도 등장했다. 얼마 전 페루 안데스산맥의 고원지대에서 발견된 여성 사냥꾼의 유골에 대한 연구 결과는 인류의 진화에서 주역은 남자였다는 것을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며 남자는 수렵, 여자는 채집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굳건히 사로잡혀 있었던 많은 남자를 충격과 공포(?)에 몰아넣었다. 연구에 따르면 사냥용 석기들과 함께 발견된 유골이 당연히 신분 높은 남성 사냥꾼의 유골이라고 생각했지만, 치아를 분석해 보니 생전에 고기를 많이 먹은 전형적인 사냥꾼의 형태를 보이는 여자였다고 한다. 이 여성 사냥꾼의 발견은 남녀 역할론, 즉 ‘사냥하는 남성과 열매를 따는 여성’이라는 고인류학계의 뿌리 깊은 정설을 되돌아보는 새로운 증거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인류 역사는 도구를 만들고 사냥을 하는 멋진 남자들만이 만든 게 아니다. 그 무대에는 용맹하고 날렵한 여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지구 위의 반은 남자고 지구 위의 반은 여자다. 방송인 사유리씨가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한 뒤 ‘비혼(非婚) 출산’이 논란거리다. 사유리씨의 비혼 출산은 출산이란 무엇이고, 누구에게 그 결정권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물론 비혼 여성의 인공출산은 아직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지만,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격려를 보내고 있다. 비혼 출산을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면서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가족 형태가 인정받고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생각보다 많은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렇게 조금씩 세상은 변하고 있다. ‘오빠만 믿으라’고 외치던 남자들에게는 매우 아쉽겠지만 ‘누나를 믿을 수 있는 세상’이 오고 있다.
  • 90살 동갑내기, 70년 전 함흥의 풍경을 되살리다

    90살 동갑내기, 70년 전 함흥의 풍경을 되살리다

    김일성 사진이 걸린 공회당 2층 지붕은 날아갔고 벽은 반 정도가 아예 주저앉았다. 폐허가 된 도시지만, 사람들은 명절을 즐기며 춤을 춘다. 1955년 함경남도 중심지 함흥의 풍경이다. 최근 출간된 사진집 ‘함흥, 사진으로 보는 전쟁과 재건의 역사’ (논형)엔 조선 태조 이성계가 무도를 닦던 반룡산을 품은 1940년대 함흥의 모습을 비롯해 폭격을 맞아 유령도시가 된 풍경, 옛 동독이 참여한 복구 활동, 당시 북한 주민의 생활상 등 70년 전 함흥의 풍경과 생활상이 담겨 있다. 함흥 출신의 1930년생 동갑내기 신동삼(오른쪽)씨와 한만섭(왼쪽) 전 서울대 공대 교수의 공동 저작물이라 의미 깊다. 1952년 동독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된 신씨는 1955년 동독 함흥시 재건단(DAG) 통역으로 합류해 고향을 찾았다. 함흥은 B29기의 맹렬한 폭격으로 전체 건물의 95%가 파괴된 상황. 신씨는 “당시 함흥에는 모래와 점토, 그리고 인민들의 정열적인 힘만 있었다”고 설명했다. 도시설계가, 건축가, 현장감독, 지질학자, 측량사, 벽돌공 등 500명의 독일 기술진이 8년 동안 여러 인프라 시설을 건설하는 장면이 책에 생생하다. 신씨는 1995년 한국 관광을 왔다가 ‘동독과 북한-1954년/62년 함흥시 재건사´를 낸 독일 작가를 40년 만에 다시 만나 자료를 넘겨받았다. 여기에 개인 소장 자료 등을 모아 사진집 ‘신동삼 컬렉션´(2013, 눈빛)을 냈다. 2018년 1월 미국에 살던 한 전 교수가 지인의 소개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씨를 만나 컬렉션에서 다루지 못한 자료 900여장을 다시 분류하고 디지털 보정 작업을 했다. 중학교 때까지 함흥에서 지낸 한 전 교수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한씨는 “한국전쟁 직후 북한 사회상을 연구하는 사가들에게 좋은 사료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신씨는 사진집에 관해 “반세기 전 떠나온 북녘 동포들에 대한 채무감에서 시작한 일”이라며 “분단된 우리 민족의 동질성 회복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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