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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도 키도 ‘찐’ 키다리 아저씨 한기범의 나눔 인생

    마음도 키도 ‘찐’ 키다리 아저씨 한기범의 나눔 인생

    진 웹스터의 소설 제목인 ‘키다리 아저씨’는 우리 사회에서 묵묵한 후원자를 표현하는 대명사로 쓰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려운 이를 돕는 후원자의 따뜻한 나눔과 헌신은 ‘아직 세상에 희망이 있다’는 확신을 하게 만든다. ‘키다리 아저씨’는 후원자의 성별이나 실제 키와 상관없이 두루 쓰이는 말이지만 한기범(57) 한기범희망나눔 대표에게는 단순 대명사가 아닌 실제 그를 표현하는 가장 정확한 단어가 된다. 1980~1990년대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센터 출신으로 205㎝의 ‘키다리 아저씨’ 한 대표가 재단을 통해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 이야기와 그의 즐거운 인생에 대해 들어 봤다.유튜브 대박을 꿈꾸는 한기범의 사연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있는 한기범희망나눔을 찾은 지난 16일 사무실에 들어서자 한 대표가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다. 작업의 정체는 바로 동영상 편집. 유튜브 채널 ‘한기범뻔한농구TV’에 올릴 과거 농구대잔치시절 농구 영상을 한창 만지는 중이었다. 한 대표는 최근 허재(56) 전 농구 국가대표 감독과 현주엽(46) 전 창원 LG 감독이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채널이 노출된 덕에 구독자가 10배 가까이 늘었다고 웃었다. 느닷없이 유튜브 편집이라니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한 대표는 “선수 시절부터 컴퓨터 학원 가서 배울 정도로 컴퓨터를 좋아했다”면서 “재단 실무는 직원들이 하고 나는 사람 만나는 일이 주요 업무다 보니 시간이 조금씩 남아 옛날 생각도 할 겸 과거 농구 영상을 편집해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컴퓨터에 대한 취미, 과거 회상, 시간 때우기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유튜브를 운영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재단 살림을 위해서다. 한 대표는 “유튜브를 하면 돈이 많이 들어온다고 해서 수익이 생기면 법인에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후원액이 반으로 줄면서 살림이 팍팍해진 상황에서 대표로서 책임감이 커졌다. 만들어 두기만 하고 사실상 방치했던 유튜브 채널은 10개월 전부터 한 대표가 본격적으로 영상을 올리면서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었다.인생의 심장 다시 뛰게 한 두 번의 수술 한 대표는 선수 시절 기아자동차가 농구대잔치를 7연패하는 데 주역으로 활약했다. 센터로서 큰 키를 이용해 골밑을 지배한 그의 플레이는 팀 전력의 핵심이었다. 워낙 독보적으로 키가 컸던 까닭에 한 대표의 이름은 한때 우리 사회에서 키가 큰 사람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쓰이기도 했다. 선수로서 굵직한 업적을 남긴 이들은 은퇴 후에도 해당 종목의 지도자 혹은 해설가의 길을 걷는다. 한 대표처럼 스타 선수 출신일수록 수요와 기회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한 대표는 준비된 꽃길 대신 가시밭길인 비영리 나눔사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심장병 어린이를 돕게 된 이유는 아버지와 남동생을 심장병으로 떠나보냈고 그 역시 심장병 수술을 받았던 경험 때문이다. 한 대표의 가족은 마르판증후군(염색체 이상으로 몸 안 섬유질에 이상이 생기는 증후군)이라는 유전 질환을 갖고 있었는데 마르판증후군으로 사망하는 환자 대부분의 사인은 심장마비다. 한 대표는 “남동생 사망 후 나도 검사했더니 심장병이 있어서 수술했고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며 “2000년과 2008년 두 번 수술했는데 첫 번째 수술은 은퇴하고 얼마 안 돼서 내가 비용을 댔지만 두 번째는 심장재단을 통해 수술비를 지원받았다”고 털어놨다. 한때 한국 농구를 주름잡던 선수가 타인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은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한편으로 나눔사업에 대한 그의 눈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수술을 무사히 마친 한 대표에게 사회에 갚아야 할 빚이 생겼다는 생각이 찾아왔다. 그 길로 한 대표는 주변에 조언을 구했고 응원과 격려에 힘입어 2011년 5월 한기범희망나눔을 출범했다.비아냥 이겨 내고 찾아온 나눔의 기쁨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나눔사업이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내성적인 성격의 한 대표가 용기를 내 후원을 요청했을 때 돌아오는 “사기 치는 거 아니냐”, “갈 데까지 갔구나”라는 비아냥은 큰 스트레스가 됐다. 좌절할 만한 상황은 오히려 그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한 대표는 “오기가 생겨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참아 가며 후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그에게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유명인이었기에 일단 사람들이 만나 줬고 이야기를 들어준 덕분이다. 한 대표는 “후원 요청을 하러 가면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하는데 내가 가니까 일단 들어오라고 하는 곳이 많았다”면서 “도와주겠다고 하시는 분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한기범희망나눔의 사업은 심장병 어린이 후원, 다문화 가정 어린이 농구 교실, 농구 꿈나무 교육으로 나뉜다. 가장 주된 사업은 심장병 어린이 후원이다. 해마다 두 차례 자선 농구대회를 열어 모인 성금은 한국심장재단,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를 통해 심장병 어린이의 수술을 돕는 데 쓰인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개최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6월 12일에 ‘랜선 자선 농구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 대표는 나눔을 통해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누린다고 자랑했다. 그는 “나눔은 자기가 뭔가를 가지고 있어야 할 수 있는 건데 나는 농구를 가지고 있으니 농구로 나눔을 하는 것”이라며 “한번은 후원받은 아이를 만났는데 가슴에 뭉클한 감정이 오더라.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최고의 기쁨이었다”고 말했다.와인도 농구도 즐기는 즐거운 인생 나눔은 기본적으로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삶이다. 자신의 생활을 버릴 각오가 없으면 일을 지속하기 어렵다. 그 과정에서 찾아오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취미 부자’ 한 대표는 예외다. 나눔을 위해 사는 삶이면서도 자신의 삶에 충실하다. 환갑에 가까운 그의 인상이 오히려 주연으로 살던 선수 때보다 밝은 이유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 한 대표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괜찮은 물건이 왔다는 소식이었다. 그 물건의 정체는 다름 아닌 와인이다. 한 대표는 “젊었을 때 술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주치의가 술을 못 먹게 하더라. 그래도 와인 2잔까지는 괜찮다고 하길래 잘됐다 싶어 버킷리스트로 와인 1000가지를 먹는 계획을 세웠다”며 웃었다. 하루 한두 잔은 필수. 좋은 와인을 구하기 위해 매장 직원과 친해지는 것 또한 필수다. 이날까지 마신 와인이 151가지란다. 와인을 이야기하는 한 대표의 눈빛이 나눔에 대해 이야기할 때와는 또 다르다. 한 대표는 “동호회에서 무슨 와인이 좋은지 정보를 얻는다”며 “와인을 마시고 페이스북에 와인에 대한 평가를 올린다”고 말했다. 농구인의 피도 여전하다. 50대로 이뤄진 농구동호회 회원으로 매주 농구를 한다. 한 대표는 “농구를 한번 하고 나면 몸도 가뿐하고 스트레스도 날아간다”며 농구인 본능을 뽐냈다. 세계 시니어농구선수권 대회에 나가려고 준비를 다 했는데 아쉽게도 코로나19 때문에 대회 참가 계획을 잠정 연기했다. 또 다른 하고 싶은 일이나 희망하는 것은 없는지 물으니 표정이 다시 진지해진다. 한 대표는 “후원과 지원을 받으며 운영하다 보니 코로나처럼 큰 사건이 터질 때 운영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어 불안하더라”면서 “영리사업을 통해 조금 더 재단을 안정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보다 못사는 나라에 가서 나눔사업을 더 하고 싶다. 많은 후원을 부탁드린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후원문의 : 02-3391-7091 yeshan21@hanmail.net후원계좌 : IBK기업은행 02-3391-7091 우리은행 1005-602-125495후원ARS : 060-700-1101(한 통에 3000원)유튜브 채널 : 한기범뻔한농구TV
  • 살아남기 위한 배신, 살아가기 위한 연대, 달라진 것 없는 현실

    살아남기 위한 배신, 살아가기 위한 연대, 달라진 것 없는 현실

    역사 속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를 보면 그 당시와 현재가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종종 비교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의 배경이 1960년대 미국 흑인 인권운동이 되면 미국 내 인종 갈등과 유색인종에 대한 혐오범죄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떠올라 씁쓸함을 남긴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1969년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암살당한 흑인 인권운동가 프레드 햄프턴(대니얼 컬루야 분)과 FBI 정보원 윌리엄 오닐(라키스 스탠필드 분)의 비극적 인연을 그렸다. 샤카 킹 감독은 마틴 루서 킹, 맬컴 엑스와 더불어 흑인 인권운동의 ‘메시아’로 추앙받았던 햄프턴과 그의 측근 노릇을 하다 ‘유다’처럼 배신하는 오닐을 통해 인간성의 본질과 미국 국가 폭력의 민낯을 펼쳐 놓는다. 흑인의 권리 향상을 추구하는 ‘흑표당’의 일리노이주 지부장을 맡은 21세 대학생 햄프턴은 흑인은 물론 가난한 백인, 히스패닉 아이들에게 교육과 식사를 제공하며 세를 키워 갔다. 1968년 FBI는 햄프턴을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선동가로 지목해 그를 감시한다. 차를 훔치다 붙잡힌 좀도둑 오닐은 감형을 대가로 FBI의 정보원으로 고용돼 햄프턴을 감시할 목적으로 흑표당에 가입한다. 열성적 흑표당 활동으로 햄프턴의 신임을 얻게 된 오닐은 보안 책임자 자리까지 올랐다. ‘미나리’, ‘노매드랜드’와 마찬가지로 제93회 아카데미상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이 영화의 매력은 평범한 사람이 겪는 갈등과 감정선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는 점에 있다. 햄프턴과 대척점에 놓인 오닐을 단순히 배신자나 악인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그는 살아남으려고 밀고자가 됐지만, 동료 흑인들의 고통을 보고 햄프턴에게 동화된다. 한편으론 더 나은 삶을 포기할 수 없어 고뇌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도 대변한다. 그의 선택을 두고 배신자 유다라고 비난만 할 수 있을까. 그를 유다로 만든 건 무엇이었을까.영화는 무거운 주제 의식을 지닌 만큼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전개된다.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해 다큐멘터리처럼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사라진다. 오닐의 정체를 의심하는 흑표당원들의 모습에선 상대 조직에 첩자를 심어 놓는 내용을 다룬 영화 ‘디파티드’(2006)에서 느낄 수 있는 스릴을 만끽한다. 햄프턴을 연기한 컬루야는 골든글로브, 미국 배우조합상(SAG) 남우조연상을 받은 데 이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도 올랐다. “혁명가는 죽일 수 있지만, 혁명은 죽일 수 없다”고 연설하는 그의 강렬한 눈빛과 카리스마는 영화 속 지지자들뿐 아니라 관객들도 전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인종차별주의는 연대로 타파해야 한다”는 햄프턴의 말을 곱씹으면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역사적 현실에 되묻게 된다. 1960년대 흑표당원으로 변신한 배우들의 눈빛이 여전히 서늘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15세 관람가.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씨줄날줄] ‘그놈’ 목소리/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그놈’ 목소리/이동구 수석논설위원

    가수 이미자(80)씨가 인기 절정기였던 1960년대 후반과 70년대 초반에는 ‘사후 성대 기증설’이 파다했다. 이씨 사후에 성대 구조를 연구하기 위해 일본의 연구기관이 이미 개런티까지 지불했다는 등의 괴소문이 떠돌아다녔다. 중화권에서 목소리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가수는 대만 출신의 덩리쥔(鄧麗君·1953~1995)이다. ‘첨밀밀’(甛密密), ‘야래향’(夜萊香)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우리나라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그녀는 중국 본토에서도 영향력이 대단했다. 1980년대 초 중국이 개방 정책을 추진할 때 “중국의 낮은 덩샤오핑이 지배하고 밤은 덩리쥔이 지배한다”는 유행어가 생겼을 정도였다. ‘성대 기증설’이나 ‘중국의 밤을 지배한다’는 소문을 만든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그녀들의 빼어난 목소리가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목소리는 성대의 떨림으로 만들어져 목구멍과 입을 통과하면서 사람의 청각을 통해 전달된다. 목소리는 높낮이와 진동수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마치 지문처럼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것이 1962년 벨연구소에 의해 증명됐는데 이를 성문(聲紋)이라고 한다. 이 성문 분석을 통해 성별, 나이, 발음 습관 등 개인별 성향과 지역별 특성까지 구별해 낸다. 범죄 수사에 목소리 분석이 자주 활용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목소리는 눈빛과 함께 마음을 비춰 주는 거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짓이나 숨김이 있다면 목소리가 떨리고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범죄를 숨기려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아무리 잘 위장한다고 해도 음성 분석 장비를 통하면 다 드러난다고 한다. 희대의 철면피나 사기꾼, 연쇄 살인범이라고 해도 성문을 바꿀 수 없다는 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성악가나 가수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흔히 ‘천상의 목소리, 천사의 음성’ 등으로 표현한다. 선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음성 또한 마찬가지다. 반면에 극악 무도한 범죄자들의 목소리에는 소름이 돋기 마련이다. ‘악마의 목소리, 악마의 음성’이라 부를 수밖에 없다. 경찰은 그제 20대 취업 준비생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검사 사칭 보이스피싱 범인을 검거했다. 범인은 중국에서 활동한 콜센터 직원으로 지난해 1월 20일 ‘서울중앙지검 김민수 검사’를 사칭해 20대 취업 준비생을 속인 뒤 420만원을 가로챈 혐의다. 악마의 음성과 같은 전화 속 ‘그놈의 목소리’를 분석, 끝까지 추적해 낸 결과였다. 2007년 영화 ‘그놈 목소리’의 실제 범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1991년 3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유괴 납치, 살해범도 하루빨리 성문 분석 등으로 검거되길 기대해 본다. yidonggu@seoul.co.kr
  • 동티모르 코로나 유족과 노숙한 그 노인은… 초대 대통령 ‘구스망’

    동티모르 코로나 유족과 노숙한 그 노인은… 초대 대통령 ‘구스망’

    거리 한편에 얇은 모포를 깔고 누워 노숙하는 백발노인. 노인은 동티모르의 수도 딜리에서 사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40대 남성의 시신을 유가족에게 인도해 달라며 거리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과 어우러져 며칠 밤을 지새웠다. 유가족을 대신해 “사인이 코로나19가 아니라 출혈성 뇌졸중이니 시신을 격리 매장할 것 없이 가족장을 치르게 해 달라”고 당국과의 협상에 나선 이도 노인이었다. 노인은 시위 중 흥분해 고함을 치는 유가족을 때리며 ‘소란 피우지 말라’고 진정시키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은 동남아 지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시위 영상이 퍼지며 이목을 끌게 된 초라한 행색의 이 노인이 실은 동티모르의 독립영웅이자 초대 대통령인 샤나나 구스망(75)이라고 14일(현지시간) 전했다. 당국을 향해 “정부의 행정 처리가 이러면 안 된다”고 훈계할 때 구스망의 눈빛은 강렬했지만 며칠을 노숙하느라 헝클어진 머리와 흥분한 태도는 영락없는 촌부의 모습이었다. 동티모르는 1975년 포르투갈에서 독립했지만 곧바로 인도네시아의 지배를 받게 됐는데, 구스망은 이때부터 동티모르 독립을 위한 무장투쟁을 시작했다. 수감, 가택연금 생활을 하던 구스망은 인도네시아와의 협상을 주도해 1999년 독립을 이끌었다. 2002년엔 동티모르 초대 대통령이 됐고, 5년 임기가 끝난 뒤부터 2015년까지 총리로 재직했다. 구스망의 초라한 행색은 앞서 지난 주말 수해로 4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마을을 찾아 복구 작업을 도울 때도 포착됐다. 묵묵히 호스와 상자를 나르며 주민들과 어우러지던 그의 사진도 인도네시아 SNS 등을 달궜다. 그러나 구스망의 행보를 정치적 재기를 노린 위선 혹은 현 정부에 대한 신뢰를 낮추려는 의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특히 사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하는 방역지침 위반 행위를 주장하거나 시위 중 유가족을 때리는 그의 모습은 과거 정부 지도자로서 걸맞지 않은 처신이라고 혹평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그 아이들은 뿌리를 잊지 않았다

    [그 책속 이미지] 그 아이들은 뿌리를 잊지 않았다

    굴곡진 역사를 등지고 많은 이들이 조국을 떠나야 했다. 어렵게 새 터전을 잡았지만, 고향을 떠나온 이들에게 새 나라라고 친절했을 리 없다.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은,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고 있노라고 말하는 듯하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할린, 옌볜, 일본 등에서 흩어져 살아가는 조선인을 찾아다닌 다큐멘터리 사진가 김지연의 ‘코리안 디아스포라’(이산) 20년 취재기다. 꽃제비, 중국 동포, 고려인, 일본 조선학교 학생 등 이산 동포와 후손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그들의 일상을 사진에 담았다. 그동안 출간한 사진 에세이에서 다루지 못했던 이야기와 후일담 등을 엮었다. 낯선 나라에 정착했어도 뿌리를 잊지 않으려는 이들의 이야기가 애절하게 다가온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문화마당]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게 우선인 일들/최나욱 건축가·작가

    [문화마당]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게 우선인 일들/최나욱 건축가·작가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에 있다 보면 ‘어떻게 저런 사진을 찍지’ 싶은 모습들을 자주 목격한다. 이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장면인데, 막상 인스타그램 화면 안에서는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 없다. 그곳을 사용하는 목적과 맥락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아마 우리가 마주하는 당혹감이란 다른 맥락을 같은 무리로 편입해 착각하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오늘날 이미지의 제작 원리 중 하나는 바깥세상을 환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행복한 사진을 찍어 올리되 누가 그 사진을 찍는지 모르게 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콘셉트 이외의 것들은 상상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셀피를 찍든 디자인을 하든 모든 종류의 이미지 창작자들은 프레임 안에 집중한다. 설령 정체의 실체를 거스르더라도 그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이로써 현실을 무시하고 이미지로만 존재하는 인물들이 등장하듯 건축적으로는 이른바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이 생겨난다. 전체적인 경험 대신 프레임 안의 포착이 중요하니 건축은 통일된 논리 대신 불협화음을 수반한다. 바로 옆 공간과 전혀 무관한 설치가 시시때때로 이뤄지며, 거리에는 오직 눈에 띄기만을 원하는 간판들이 솟구친다. 부정적으로 보이기 십상이지만, 막상 프레임 안에서 바라보면 안정되고 논리정연하다. 어차피 각자가 추구하는 맥락은 프레임 안이다. 이는 한때 캔버스 바깥으로 세상을 확장하고자 했던 과거의 창작자들과 사뭇 대조된다. 그들은 거울과 같은 사물이나 인물들의 눈빛을 이용해 이미지 밖을 가리키곤 했다. 그림 속 시선과 관련된 무척 유명한 작품인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 대표적이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 자신까지 작품 안에 집어넣음으로써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외부 맥락을 연상하게 했으며, 그림을 화폭 안에 가두기보다 캔버스 바깥을 환기시키는 장치로 사용했다. 오늘날 디지털 이미지는 정말이지 다른 양상으로 존재한다. 원하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넣을 수 있을 만큼 화면의 크기는 무한해졌지만,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은 이를 누리기보다 스스로 제약을 만든다. 보여 주고 싶은 부분만을 취사해 전달하기 위해 그것이 어떻게 찍히는지와 같은 전체 맥락은 최대한 숨기려고 한다. 화면 속 거울과 시선을 숨기며 바깥의 맥락을 소거하는 게 지금의 방식이다. 얼마 전 영국에서 열린 공모에 참여한 파빌리온 작품은 이러한 시각성의 변동에 초점을 맞추었다. 전체 주제는 ‘망루’라는 현대 이전의 건축 유형이었다. 우리는 이 주제에 맞추어 커다란 빌보드를 제작했다. 망루와 마찬가지로 건축이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빌보드를 확실한 건축 유형으로 제시했고, 망루가 대표하고 있던 시각성을 ‘보는 곳’이 아닌 ‘보이는 곳’으로 해석했다. 어차피 건축을 보는 게 아닌 그 안에 있는 자신을 보이려는 용도로 활용할 거라면 그것을 극단적으로 내보이는 방식을 찾은 것이다. 결국 짜인 화면 속에 존재하는 건축을 겨냥했다. 빌보드를 기능하게 하는 복잡한 내부 공간은 평면적인 광고판으로 모두 가렸다. 재료와 구조는 주변 건축 유산을 고려했지만, 언뜻 봐서는 그것들이 존재하지 않는 마냥 광고판만이 강조된다. 마치 잘 팔리는 게 우선인 상품처럼, 실제를 드러내는 솔직함 대신 ‘이제는 개인이 브랜드’라는 상품 논리가 지배하는 개인의 이미지처럼, 어느 공간에서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속내처럼. 다만 빌보드를 자처하는 이 파빌리온만큼은 프레임 안에서 완벽해 보이는 모습 대신 광고판이지만 전체 맥락을 재차 환기하는 건축물이기를 바랐다. 프레임 안에서 완벽한 이미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그렇게 광고하려는지’를 되묻는 광고가 걸리기 전의 모습으로서 말이다.
  • [여기는 호주] 차에 치여 죽어가는 어미를 밤새 지킨 새끼 포섬

    [여기는 호주] 차에 치여 죽어가는 어미를 밤새 지킨 새끼 포섬

    차에 치인채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새끼를 지킨 어미 포섬과 죽어 가는 어미 포섬 옆을 밤새도록 지킨 새끼 포섬의 마지막 사진이 공개되어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7일(이하 현지시간) 데일리메일 호주판은 호주 왕립동물보호단체(RSPCA) 퀸즈랜드주 지부의 페이스북에 올려진 사진과 함께 사연을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6일 밤 교통사고를 당한 어미와 새끼 포섬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사진속 어미 포섬은 이미 사망한 상태로 힘없이 누워있고, 새끼 포섬은 어미를 잃은 슬픔을 담은 눈빛과 홀로된 두려움에 두 앞발을 꼭 쥐고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의 설명에 의하면 새끼를 등에 태우고 도로를 지나가던 어미 포섬이 그만 도로를 질주하던 차에 치였으며, 차에 치이면서 새끼를 떨어뜨린 어미 포섬은 삶의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새끼 포섬에게 기어 간 것으로 보여진다. 새끼 포섬 또한 죽어가는 어미의 곁을 떠나지못하고 밤새도록 어미의 곁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아침 이 부근을 지나가던 현지 건설 현장 직원인 블레이크가 이들을 발견했고, 동물보호단체에 연락을 취했다. 동물보호단체의 직원이 이미 싸늘해진 어미 포섬과 어미의 곁을 지키고 있던 새끼 포섬을 조심히 상자에 담아 보호센터로 옮겨왔지만, 안타깝게도 교통사고로 이미 심각한 내상을 입은 새끼 포섬은 보호센터에 도착한 후 홀로 떠난 어미를 따라 가듯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동물보호센터는 야간에 운전할 때는 항상 야생동물의 출현을 조심할 것이며, 혹시라도 야생동물을 치였을 시에는 도로에 그냥 두지 말고 즉시 동물보호센터에 연락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도로상에서 부상을 당했거나 고아가 된 동물을 발견시에도 즉시 동물보호센터로 연락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호주에서 '포섬’(Possum) 이라고 불리는 주머니쥐는 캥거루처럼 새끼를 키우는 육아 주머니가 있는 유대류로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중 하나이다.  김경태 시드니(호주)통신원 tvbodaga@gmail.com
  • [포토] 선미, 도발적 B컷 화보

    [포토] 선미, 도발적 B컷 화보

    가수 선미가 화보 B컷에서도 완벽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2일 공개된 화보 B컷에서 선미는 흡인력 넘치는 눈빛과 자유로우면서도 파격적인 포즈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컬러풀한 배경과 함께 독보적인 미모가 담겨 B컷이라고 믿기지 않는 비주얼을 뽐냈다. 또한 캐주얼한 룩부터 화려한 드레스까지 찰떡같이 소화해내며 패션 아이콘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스포츠서울
  • [책꽂이]

    [책꽂이]

    제국주의 일본 나카노 학교의 그림자 전사들(스티븐 메르카도 지음, 박성진·이상호 옮김, 섬앤섬 펴냄)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가 출신 저자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정보 요원 양성소 ‘나카노 군사학교’ 졸업생들의 활동을 상세히 소개한 책. 종전 당시 이들이 미국과 소련의 냉전을 활용해 일왕이 전범으로 처벌받지 않도록 한 공작, 한국전쟁 중 첩보활동 등도 담았다. 460쪽. 2만 5000원.식물이라는 우주(안희경 지음, 시공사 펴냄) 식물학자인 저자가 식물의 일생에 대해 섬세하게 설명한다. 아주 작은 점 하나인 씨앗에서 연둣빛 싹이 터져 나오는 과정, 뿌리가 아래로 뻗는 모습, 잎이 돋고 꽃이 피어 씨를 맺으며 노화하는 전 과정을 생생히 담았다. 식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은 과학자의 일을 미리 경험할 수 있다. 552쪽. 2만 3000원.한국의 새 생태와 문화(이우신 지음, 지오북 펴냄) 조류학자의 시각에서 두루미, 뜸부기 등 한국의 새 122종의 생태와 행동, 분포, 새와 관련한 동서양 문화에 대해 자세히 정리했다. 자연환경 조사를 오랫동안 함께 한 조성원 작가와 시화호 지킴이 최종인 작가가 공들여 포착한 사진을 함께 수록했다. 576쪽. 4만 9000원.스위스 메이드(제임스 브라이딩 지음, 안종희 옮김, 에피파니 펴냄) 스위스 투자회사 ‘네상스 캐피털’의 설립자 제임스 브라이딩이 스위스 경제의 성공 비결을 소개한다. 스위스인들은 남아도는 우유 처리 방안을 고민한 끝에 세계 최대 식품 기업을 만들어 내고, 가내 수공업 수준이던 시계 산업을 명품 산업으로 키워 냈다. 저자는 개방성, 변화, 탐구 덕분으로 설명한다. 680쪽. 2만 7000원.홀로코스트(눈빛아카이브 엮음, 눈빛 펴냄) 눈빛출판사 부설 ‘눈빛아카이브’가 10여년간 수집해 온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관련 사진을 모은 사진집. 히틀러 집권기인 1933년부터 1945년까지 독일 내 반(反)유대주의 징조와 추방, 강제수용소, 해방, 전범재판에 이르는 전 과정을 적나라하고 소름끼치게 전달한다. 608쪽. 3만 3000원.인간의 법정(조광희 지음, 솔 펴냄) 장편소설 ‘리셋’으로 한국 문학에 새 지평을 연 조광희 작가의 SF 철학소설. 22세기를 배경으로 주인을 살해한 인공지능(AI) 안드로이드 인간이 법정에 서게 되는 이야기다. ‘안드로이드 인간이 현 인류와 함께 살면 과연 이를 기계로 다뤄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248쪽. 1만 4000원.
  • 포미니츠의 언어는 갈색… 상상력 자극하려 찾았죠

    포미니츠의 언어는 갈색… 상상력 자극하려 찾았죠

    ‘이곳은 이 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타의, 혹은 자의에 의해 스스로를 가둔 감옥이자 하나의 거대한 어항이다. 그들은 세상의 규칙과 규율, 개인의 죄책감 속에서도 벽에 부딪힐 때까지 헤엄치고 투쟁하고 좌절하다 다시 살아간다. 바다를 상상하는 물고기들처럼.’●피아니스트와 천재 재소자의 만남 독일의 한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영화 ‘포미니츠’(2006)를 뮤지컬로 재창작한 대본에선 무대를 이렇게 설명한다. 영화에서 스쳐 지나가는 어항에 의미를 담았고, 극 중 재소자들은 물고기로 표현했다. 오는 7일 정동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포미니츠’ 무대는 이렇게 또 하나의 감옥이 된다. 재소자들에게 피아노 레슨을 하는 크뤼거와 살인죄로 복역 중인 천재 피아니스트 제니의 연대를 다룬 ‘포미니츠’는 양준모 예술감독, 박소영 연출, 맹성연 작곡가, 강남 작가의 손으로 무대를 꾸몄다. 강 작가는 2019년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 등 8관왕을 차지한 뮤지컬 ‘HOPE(호프): 읽히지 않은 책’으로 데뷔한 뒤 서사 짙은 작품으로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지난달 개막한 ‘검은 사제들’에 이어 ‘포미니츠’로 특색이 강한 영화를 무대로 옮겼다.●“힘 있는 원작, 그 의미 최대한 살려” 최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 작가는 “다른 장르로 재창작할 때는 분명 원작이 좋고 힘이 있다는 뜻”이라면서 “원작의 의미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영화나 드라마가 관객이 보고 듣는 장르라면 무대는 보여 주는 이상을 관객이 상상하는 장르죠. 의자 하나가 버스도, 집도 될 수 있어요. 무대 언어라는 건 결국 관객들을 얼마나 상상하게 만드느냐 아닐까 싶어요.” 관객과 만난 뮤지컬은 아직 두 편이지만, 벌써 강 작가의 무대 언어는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 낭송을 하듯 곱씹어 담아 두고 싶을 만큼 은유적인 대사와 노래가 적절히 버무려지고, 어렵거나 복잡하지도 않다. 직설적인 감정과 재치 있는 유머가 객석을 찌르기도 한다. 배우들의 눈빛, 표정, 동작에 담긴 의미도 깨알같이 지문에 적는다. 강 작가는 아무리 좋은 영화여도 “이 인물을 노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야 글이 써진다고 했다. 영화 속 작은 배역까지 일일이 역할과 캐릭터를 더 많이 부여해 보고, 작품이 주는 색깔과 질감을 차근차근 풀어내는 게 그의 작업 과정이다. ‘포미니츠’는 갈색으로 떠올렸다고 한다. ●“멋진 연기 보니 태교는 저절로” 대학에서 연극 연출을 공부한 강 작가는 연극 스태프로 오래 일했다. “공연장 경험이 있다 보니 좀더 연극적이라고 해 주시는 것 같다”면서 “아직 부족하지만 나만의 색이 있다고 봐 주시니 감사한 일”이라며 쑥스러워했다. 임신 7개월째인 강 작가는 “좋은 노래 듣고 멋진 배우들의 연기를 보니 태교가 절로 된다”고 웃으며 연습실로 향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뮤지컬 ‘포미니츠’ 강남 작가 “관객들 상상할 수 있게 하는 곳이 무대”

    뮤지컬 ‘포미니츠’ 강남 작가 “관객들 상상할 수 있게 하는 곳이 무대”

    ‘이곳은 이 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타의, 혹은 자의에 의해 스스로를 가둔 감옥이자 하나의 거대한 어항이다. 그들은 세상의 규칙과 규율, 개인의 죄책감 속에서도 벽에 부딪힐 때까지 헤엄치고 투쟁하고 좌절하다 다시 살아간다. 바다를 상상하는 물고기들처럼.’ 독일의 한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영화 ‘포미니츠’(2006)를 뮤지컬로 재창작한 대본에선 무대를 이렇게 설명한다. 영화에서 스쳐 지나가는 어항에 의미를 담았고, 극 중 재소자들은 물고기로 표현했다. 다음달 7일 정동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포미니츠’ 무대는 이렇게 또 하나의 감옥이 된다. 재소자들에게 피아노 레슨을 하는 크뤼거와 살인죄로 복역 중인 천재 피아니스트 제니의 연대를 다룬 ‘포미니츠’는 양준모 예술감독, 박소영 연출, 맹성연 작곡가, 강남 작가의 손으로 무대를 꾸몄다.강 작가는 2019년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 등 8관왕을 차지한 뮤지컬 ‘HOPE(호프): 읽히지 않은 책’으로 데뷔한 뒤 서사 짙은 작품으로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지난달 개막한 ‘검은 사제들’에 이어 ‘포미니츠’로 특색이 강한 영화를 무대로 옮겼다. 최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 작가는 “다른 장르로 재창작할 때는 분명 원작이 좋고 힘이 있다는 뜻”이라면서 “원작의 의미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애쓰지 않아도 현장감 넘치는 공연과 무대라는 공간을 한껏 활용하면 뮤지컬의 매력이 충분히 드러난다는 얘기다. “영화나 드라마가 관객이 보고 듣는 장르라면 무대는 보여 주는 이상을 관객이 상상하는 장르죠. 의자 하나가 버스도, 집도 될 수 있어요. 무대 언어라는 건 결국 관객들을 얼마나 상상하게 만드느냐 아닐까 싶어요.”관객과 만난 뮤지컬은 아직 두 편이지만, 벌써 강 작가의 무대 언어는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 낭송을 하듯 곱씹어 담아 두고 싶을 만큼 은유적인 대사와 노래가 적절히 버무려지고, 어렵거나 복잡하지도 않다. 직설적인 감정과 재치 있는 유머가 객석을 찌르기도 한다. 배우들의 눈빛, 표정, 동작에 담긴 의미도 깨알같이 지문에 적는다. 강 작가는 아무리 좋은 영화여도 “이 인물을 노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야 글이 써진다고 했다. 양준모 감독의 ‘포미니츠’ 대본 제의 전화를 받았을 즈음엔 다른 작품들을 준비하느라 시간이 빠듯했지만 영화를 보자마자 “이건 꼭 내가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영화 속 작은 배역까지 일일이 역할과 캐릭터를 더 많이 부여해 보고, 작품이 주는 색깔과 질감을 차근차근 풀어내는 게 그의 작업 과정이다. ‘포미니츠’는 갈색으로 떠올렸다고 한다.대본 뿐 아니라 예술감독, 연출, 배우들과의 협업으로 무대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강 작가가 꼽은 공연의 묘미다. 악귀를 쫓는 구마의식이 과연 무대 위에선 어떻게 구현될까 궁금증을 불렀던 ‘검은 사제들’을 두고 강 작가는 “오히려 대본에선 악귀가 밋밋하게 쓰였는데 무대를 만드는 과정에서 더욱 독특한 매력을 보여주게 됐다”고 했다. ‘포미니츠’에서 크뤼거에게 피아노 레슨을 받은 제니가 콩쿠르 무대에서 연주하는 4분도 강 작가는 “과연 어떻게 무대에서 그려질지 궁금하다”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그는 대본에 제니가 어떤 마음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지 한 바닥 지문으로 썼다. 대학에서 연극 연출을 공부한 강 작가는 연극 스태프로 오래 일했다. 직접 글을 써보기로 하고 뮤지컬 아카데미에 들어간 뒤 발표한 첫 작품이 ‘호프’다. 독특한 어법 때문인지 주변에선 “잘 안 될 작품”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는데, 오훈식 알앤디웍스 대표 등과 작업하며 무대를 완성한 첫 해 작품상과 대본상 등을 휩쓸었다. 강 작가는 “공연장 경험이 있다 보니 좀더 연극적이라고 해 주시는 것 같다”면서 “아직 부족하지만 나만의 색이 있다고 봐 주시니 감사한 일”이라며 쑥스러워했다. 임신 7개월째인 강 작가는 “좋은 노래 듣고 멋진 배우들의 연기를 보니 태교가 절로 된다”고 웃으며 연습실로 향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천안함’ 故민평기 상사 모친, 김정숙에 “文 싫다, 왜 북한에 벌벌 떠나”

    ‘천안함’ 故민평기 상사 모친, 김정숙에 “文 싫다, 왜 북한에 벌벌 떠나”

    김 여사가 안으려 하자 밀쳐내며 윤 여사 “난 문재인 대통령 싫다”“뭐가 무서워 北미사일 쏜 걸 숨기나”형 “보훈처장, 어머니께 ‘김정숙 여사가옆에 앉혀달라 했으니 손잡고 말하라’ 해”천안함 폭침 희생자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인 윤청자 여사가 올해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는 자신을 안으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를 밀쳐내며 “난 문재인 대통령이 싫다. 왜 그리 북한에 벌벌 떠나”라며 쓴소리를 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윤 여사는 지난해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에게 다가와 ‘천안함 폭침이 누구 소행이냐’는 돌발 질문을 했었다. 당시 질문을 하는 윤 여사를 바라보는 김 여사의 눈빛이 다소 노려보는 듯한 인상을 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윤 여사는 지난 26일 ‘제6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뒤 자신을 포옹하려는 김 여사를 손으로 막고 밀어내며 이렇게 말했다고 조 상사의 형 민광기씨가 31일 밝혔다. 민씨에 따르면 윤 여사는 김 여사에게 이어 “뭐가 그리 무섭고 두려워 북한이 미사일 던진 것을 숨기나? 어제(25일)도 북한이 미사일 또 던졌잖나?”라고 물었다. 민씨는 “모두 나중에 어머니께 들은 얘기”라면서 “나는 당시 멀리서 보고 있었는데 김 여사는 듣고만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26일 경기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윤 여사는 김 여사와 옆자리에 앉았다. 이와 관련, 민씨는 “기념식 몇 시간 전에 황기철 보훈처장이 전화해서 어머니께 ‘김정숙 여사께서 윤 여사를 옆자리에 앉혀달라고 했으니 추모식에서 김 여사와 서로 손잡고 말씀 나누시라’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당시 민씨는 어머니와 함께 국립대전현충원 서해수호 55용사 전사자 묘역에서 참배하고 기념식 행사장으로 이동 중이었다고 덧붙였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포토] 클라라, 아찔한 욕조 화보

    [포토] 클라라, 아찔한 욕조 화보

    배우 클라라가 욕조에서 화보를 촬영하는 듯한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클라라는 2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별다른 코멘트 없이 사진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붉은 드레스와 입술의 클라라가 욕조에서 화보를 찍는 듯한 모습이 담겨있다. 특히 물속에 잠긴 뽀얀 어깨와 등이 노출된 가운데 아련한 눈빛과 표정으로 농염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한편 2006년 KBS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로 배우 데뷔한 클라라는 2019년 2살 연상의 사업가인 한국계 미국인 사무엘 황 씨와 미국 LA에서 깜짝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 후 중국 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해왔다. 스포츠서울
  • 선미, ‘독보적 분위기’ 각선미 돋보이는 화보 공개

    선미, ‘독보적 분위기’ 각선미 돋보이는 화보 공개

    가수 선미가 독보적인 분위기의 화보로 시선을 끌고있다. 선미는 마리끌레르 4월호를 통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에트로(ETRO)의 21SS 뉴컬렉션과 함께한 화보를 선보였다. 공개된 화보 속 선미는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과 섬세한 포즈로 ‘화보 장인’의 면모를 드러냈다. 그는 자유로운 포즈와 독창적인 표정 연출로 독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냈다. 특히 선미의 가늘고 긴 각선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편, 지난달 23일 신곡 ‘꼬리 (TAIL)’를 발매한 선미는 영화 속 캣우먼으로 변신해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신곡 ‘꼬리 (TAIL)’는 섬세하면서도 민첩한 고양이의 특성들을 적극적이고 본능적이며 당당한 여성의 사랑에 빗대어 풀어낸 곡으로 직관적인 퍼포먼스로 화제를 모았다. 선미는 ‘가시나’, ‘주인공’, ‘사이렌’으로 이뤄진 3부작 연속 흥행에 성공하며 독보적인 음악성을 갖춘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포토] 가수 나다, ‘관능적 카리스마’ 파격 화보

    [포토] 가수 나다, ‘관능적 카리스마’ 파격 화보

    가수 나다가 파격적인 콘셉트의 화보를 공개했다. 24일 소속사 월드스타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나다는 최근 지인들과 호흡하며 화려한 개인 화보를 완성했다. 공개된 화보에서 나다는 섹시하고 관능적인 매력을 선보였다. 육감적인 몸매와 치명적인 눈빛, 과감한 헤어스타일, 화려한 타투 등이 눈길을 끌었다. 평소 ‘센 언니’ 포스를 발산해온 나다는 이번에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카리스마 넘치는 분위기로 감탄을 자아냈다. 한편 나다는 지난 해 ‘내 몸 (My Body)’을 발매하고 본격적인 솔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최근 종영한 ‘미쓰백’에서 팔색조 매력으로로 주목받은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구미 3세 여아 친모 자백하나?…프로파일러 투입

    구미 3세 여아 친모 자백하나?…프로파일러 투입

    경북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사건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프로파일러를 투입했다. 1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숨진 여아의 친모로 밝혀진 석모(48)씨가 자신의 출산은 물론 신생아 바꿔치기 혐의를 부인함에 따라 프로파일러들을 투입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석씨가 유전자(DNA) 검사로 숨진 아이의 친모로 밝혀졌음에도 이를 부인하고 있다”며 “그가 자백해야 사라진 또 다른 여아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프로파일러 투입배경을 설명했다. 경찰은 또 출생 직후 바꿔치기 된 것으로 보는 또 다른 3세 아동의 행방을 찾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미 숨졌을 가능성에 대비해 최근 2년간 변사체로 발견된 영아 사건도 재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석씨가 출산 당시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민간 산파와 위탁모를 찾기 위해 구미시에 협조도 요청했다. 석씨의 병원 출산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경찰은 사망한 3세 여아의 친부를 확인하기 위해 석씨 주변 남성 4명에 대한 DNA 검사를 했으나 모두 친자관계가 성립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지난 11일 석씨가 딸 김모(22)씨와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출산한 뒤 딸이 낳은 아이와 몰래 바꿔치기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미성년자 약취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다.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아의 생전 얼굴이 MBC에 의해 공개됐다. 공개된 아이의 얼굴 영상에는 “눈빛이 너무 예뻐서 눈물이 나고…다음 생엔 좋은 부모에게 사랑받는 아이로 태어나렴”, “너무 이쁘게 생긴 아이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길까”, “부모 잘 만났으면 너무도 건강하고 예쁘게 자랐을 아이들이 계속 희생되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등 안타까운 마음을 담은 댓글이 이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면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0일 구미 한 빌라에서 3살 된 여자아이가 숨진 채 발견되자 수사에 나선 경찰은 김씨를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방임) 등 혐의로 구속했다. 구미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단 한 사람을 위한 영화, 냉전 시대 기적을 찍다

    단 한 사람을 위한 영화, 냉전 시대 기적을 찍다

    佛댄서에 반한 동독 단역 배우공산당 속이며 감독 행세 나서 복고풍 소품 등 영상미 돋보여개연성·현실성은 다소 부족해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30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굳이 냉전 시대의 추억을 되살리려는 영화는 많지 않다. 하지만 시대의 장벽에 부딪혀 헤어져야 하는 연인들의 애틋한 로맨스를 담을 시공간으로 냉전만큼 적절한 소재가 있을까. 10일 개봉한 독일 영화 ‘쁘떼뜨’(2019)는 이처럼 동서독 분단의 현장인 1961년 베를린을 적절히 활용해 기적 같은 사랑을 그렸다. 동독 엑스트라 배우 에밀(데니스 모옌 분)은 촬영장에서 한눈에 반한 프랑스 무명 댄서 밀루(에밀리아 슐레 분)에게 “내일 와줄 거죠”라고 구애하고, 밀루는 “프테트르(Peut-tre)”라고 답변한다. 영화의 제목은 밀루의 이 말에서 따왔다. 프랑스어로 ‘아마도’, ‘어쩌면’을 뜻하는 ‘프테트르’는 이제 막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는 연인들에게 여운을 남기듯 앞으로의 난관을 암시한다. 실제 다음날 동독 정부가 기습적으로 서베를린과의 국경을 폐쇄하면서 밀루는 에밀을 만나지 못하고 파리로 돌아간다. 시대의 아픔은 두 사람을 갈라놓았지만, 에밀은 밀루를 만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동독 공산 정부를 기만하고 감독 행세를 한다. 밀루가 대역을 맡은 프랑스 여배우 베아트리체를 캐스팅하고 밀루도 고용해 영화를 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에밀의 ‘사기극’으로 두 사람은 극적으로 재회하지만, 또다시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이한다. 오로지 한 사람만을 위해 영화를 만들고, 신분을 속여 감독 행세를 하는 에밀의 과감한 발상은 엉성하고, 무모해 보인다. 그럼에도 우연한 상황들이 겹쳐 순조롭게 흘러간다. 관객 입장에서 눈에 불을 켜고 보면 모든 개인 정보가 데이터베이스화된 21세기에 불가능한 발상이다. 영화 역시 개연성과 현실성이 부족하다. 장애물에 가로막힌 연인의 이별과 재회라는 원형적 멜로드라마를 벗어나지도 못한다. 하지만 데니스 모옌의 강렬한 눈빛과 에밀리아 슐레의 사랑스러운 웃음은 이 부족함을 상쇄한다. ‘프테트르’라는 불확실하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를 담은 낯선 단어가 주는 기분 좋은 설렘 때문인지 허점을 지적하고픈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진다. 오히려 에밀의 사기극이 탄로 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몰입하게 된다. 마틴 슈라이어 감독 연출도 돋보이지만, 분단된 독일의 아픈 역사 속에서도 낭만과 희망을 향한 기대감이 약간의 엉성함을 눈감아 주게 할 듯싶다. 소품으로 나온 타자기와 화려한 색감의 복고풍 의상, 클래식 자동차 등은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영화 첫 부분에 등장하는 프랑스 시골의 풍경과 밀루의 댄스 장면 등에선 영상미도 돋보인다. 복고적 분위기에 취하고 싶으면 즐길 만하다. 상영시간 125분. 12세 관람가.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적장도 인정한 ‘근성과 투지’ 박지수를 박지수답게 만드는 힘

    적장도 인정한 ‘근성과 투지’ 박지수를 박지수답게 만드는 힘

    ‘잘하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긴 쉽다. 그러나 단순히 희망이 아니라 의지를 갖고 실천에 옮겨 잘하기란 쉽지 않다. 박지수(청주 KB)는 그 어려운 걸 다 해내는 선수다. 역대급 시즌을 만든 박지수가 이대로 시즌을 끝낼 위기에 처했다. KB가 9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용인 삼성생명과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점 차로 패배한 탓이다. 박지수에겐 너무나 뼈아프게도 자신의 눈앞에서 역전골을 허용했다. 지난 1차전에서 23득점 9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이번 시즌 처음으로 더블더블 기록이 끊긴 박지수는 2차전에서 20득점 16리바운드 7어시스트로 다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삼성생명이 총 25개의 리바운드를 잡은 것을 생각하면 박지수의 리바운드는 그야말로 경이로운 수준이다. 특히나 박지수를 상대하는 팀은 가장 수비를 잘할 수 방식으로 집중견제한다는 점에서 박지수의 경기력은 패배에도 박수받을 만하다. 코트에서 수도 없이 넘어지고 꺾이고 맞고 좌절하지만 박지수는 결코 포기하는 법이 없어 더 그렇다. 농구에서 가장 큰 재능이자 축복인 키(196㎝)를 갖췄지만 박지수의 농구는 키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육탄방어를 통해서라도 박지수를 견제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이번 시즌 많은 팀이 박지수를 견제하는 방법을 보여줬고 통한 방법도 꽤 있다.그러나 여전히 박지수가 무서운 선수인 이유는 박지수를 박지수답게 만드는 근성과 투지가 있기 때문이다. 박지수의 농구는 적장도 인정할 정도다. 임근배 감독의 9일 경기 후 말을 들어보자. “여자농구에서 박지수를 그냥 막아서 되겠나. 죽을 둥 살 둥 해야지 그냥 해서는 막을 수 없다. 지수는 너무나 좋은 선수, 훌륭한 선수다. 지수를 가장 높게 평가하는 건 리바운드나 득점을 잘하는 게 아니라 근성 때문이다. 196㎝ 되는 애가 볼 하나 떨어지면 보통 여자 선수들은 몸을 안 날리는데 지수는 허리가 꺾여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잡으려고 한다. 게임을 보다 보면 보통 선수들은 힘드니까 포기하고 안 하는데 지수는 아웃 나가는 볼도 다이빙해서 주려고 하고 근성이 대단하다. 다른 팀이지만 그건 정말 인정한다.” 실제로 박지수는 끊임 없이 볼에 집착하고 자기가 파울을 당하고 넘어졌을 때도 이내 일어서서 공수에 가담한다. 일부 선수가 심판의 콜을 기다리며 원망의 눈빛을 보내는 모습이 박지수에겐 많이 보이지 않는다. 가장 많은 견제를 당하는 선수의 남다른 농구 자세다. 시즌 내내 박지수는 경기가 안 풀릴 때도 원망보다는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평균 22.33득점, 15.23리바운드, 2.5블록, 58.3%의 야투성공률 등 개인적으로는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 성적을 남겼고, 많은 전문가와 팬이 ‘나머지 선수가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박지수는 늘 “내가 조금 더 잘했으면”이란 말을 반복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박지수의 투지만으로는 팀을 구할 수 없는 분위기다. 박지수가 아무리 근성을 보여도 도와줘야 할 선수들이 실수를 연발하기 때문이다. 안덕수 감독도 2차전 패배 후 “턴오버가 문제였다”고 아쉬움을 드러냈을 정도다. 박지수에겐 어쩌면 3차전이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 7관왕을 차지하며 찬란했던 박지수의 이번 시즌이 새드엔딩이 되느냐 해피엔딩이 되느냐를 놓고 어떤 경기가 펼쳐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보이지 않는 악귀 퇴치하는 사제들… 영화보다 무대, 그 이유를 증명하다

    보이지 않는 악귀 퇴치하는 사제들… 영화보다 무대, 그 이유를 증명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와 그 힘을 무대에서 어떻게 그려 낼까. 우리나라에서 처음 엑소시즘을 다룬 영화 ‘검은 사제들’을 뮤지컬로 꾸민다는 소식은 단번에 많은 궁금증을 불렀다. 영상 속 시시각각 변하는 움직임이나 특수효과도 없이 신비하면서도 기괴한 느낌을 주는 장면들을 무대에서 어떻게 그려 낼지 선뜻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544만명이 본 흥행한 영화의 잔상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관건으로 꼽혔다. ●무대의 존재 이유 보여준 ‘빛·색·땀’ 지난달 25일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검은 사제들’은 의외로 쉽게 답을 내놨다. 영상이 아니라 가능한, 김윤석과 강동원이 아니어도 가능한 것들을 최대한 살렸다. 빛과 색,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땀. 오로지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을 극대화하면서다. ‘검은 사제들’은 신에 대한 믿음보다 동생을 잃은 것에 대한 속죄로 신학교에 들어간 신학생 최 부제와 신을 믿지만 종교가 가야 할 방향에 의문을 갖고 있는 김 신부가 스스로를 희생해 마귀를 붙잡고 있는 소녀 이영신을 구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구마의식이 어떻게 표현될까’를 시작으로 공연장을 들어설 때부터 영화와 비교하고 싶은 마음을 벼르게 되지만, 극이 이어질수록 생동감 있는 무대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무대 위에선 최 부제와 김 신부가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신과 종교, 그리고 그걸 믿는 이들이 관객들에게 꽤 많은 물음을 건넨다. 뭔가 무거워지려는 즈음 코믹한 장면들이 분위기를 환기시키기도 한다. 그렇게 처음에는 신부들의 대화를, 다음에는 김 신부와 최 부제 간 대화를, 그리고 신부들과 악귀의 대화를 따라가는 것이 전혀 버겁지 않다. ●음악이 오컬트 장르 거부감 줄여 무엇보다 마음을 울리는 음악들이 그 여정을 단단하게 받친다. 누군가에겐 공포나 거부감을 줄 수도 있는 오컬트 장르를 보다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큰 장치다. 장엄하고 웅장한 교회음악으로 시작했다가 발랄하면서 따뜻하고 서정적인 선율들이 내내 귀를 즐겁게 자극한다. 직선으로 쉴 새 없이 가로지르는 화려한 조명과 스테인드글라스를 채운 형형색색 무대는 음악으로 빠져드는 마음의 깊이를 더욱 키운다. ●특수효과 없이도 묘한 공포감 심어 영신의 몸에서 악귀를 쫓는 장면은 짧고 강렬하다. 대신 인간의 모습을 한 악귀들과 신경전하듯 벌이는 사투가 훨씬 치열하고 재미있다. 검은색과 빨간색이 뒤섞인 옷을 입은 악귀들의 몸짓과 눈빛, 대사는 무대이기에 가능한 또 다른 공포와 묘한 신비감을 준다. 극 중 사제들은 김 신부를 향해 “도대체 왜 그런 일을 하느냐”며 “이제는 멈춰야 할 사람”이라고 손가락질하지만 김 신부는 끝내 지켜야 할 것을 지켜내고 만다. 가뜩이나 어려운 공연계에서 아우라 짙은 원작을 뮤지컬로 만드는 도전을 왜 하냐고 묻는 이들에게 ‘검은 사제들’이 하려는 답 역시 김 신부에게서 발현되는 듯하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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