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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 수지, ‘고혹적 세련미’ 가을 분위기 물씬

    [포토] 수지, ‘고혹적 세련미’ 가을 분위기 물씬

    수지의 고혹미와 세련미가 느껴지는 화보가 공개돼 화제이다. 랑콤은 브랜드 뮤즈 수지와 함께 한 새로운 시즌의 뷰티 화보를 공개했다. 공개된 화보 속 수지는 특유의 우아하고 고혹적인 아우라를 풍겼으며, 강렬한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전체적인 분위기를 압도하며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냈다. 또한, 수지의 시크하고 도시적인 스타일과 함께 밝고 화사하게 빛나는 무결점 피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 [여기는 중국] “감히 손가락을 깨물어?”…세탁기에 반려견 돌린 견주

    [여기는 중국] “감히 손가락을 깨물어?”…세탁기에 반려견 돌린 견주

    최근 중국 SNS를 통해 살아있는 강아지를 그대로 세탁기에 돌리는 영상이 퍼지고 있다. 심지어 촬영자는 승리의 ‘브이’를 하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 누리꾼들의 분노를 샀다. 지난 17일 허난성의 상치우(商丘)시의 한 숙소에서 촬영된 듯한 동물 학대 영상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펑파이신원을 비롯한 다수의 중국 언론이 25일 보도했다. 해당 영상을 보면 물에 흠뻑 젖은 강아지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주인을 바라보고 있고, 주인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승리의 브이 자를 그리고 있다. 영상에 사용된 사진 설명을 보면 '말을 듣지 않으면 이 꼴 난다', '주둥이를 담배로 지졌다', '훈육하는 날, 이빨을 뽑아버렸다' 등 잔인하게 강아지를 학대한 듯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영상이 논란이 되자 상치우시 공안국에 해당 영상의 당사자를 찾아서 엄벌해달라는 동물 학대 신고가 이어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공안 당국이 즉시 조사에 나서 해당 강아지의 견주와 영상을 촬영한 사람 모두를 붙잡았다. 확인 결과 견주인 레이(雷)씨는 지난 7월 동물시장에서 650위안에 이 웰시코기를 구입했고 자신의 숙소에서 기르고 있었다. 영상이 찍힌 당일인 지난 17일에 이 강아지가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자 홧김에 세탁기에 넣고 약 1분 동안 작동 시킨 뒤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을 그의 친구 리(李)모 씨가 장난치며 찍었고 여과 없이 인터넷에 올린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공안국에서 확인한 결과 해당 강아지는 화상을 입지는 않았고 이빨 모두 온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말하는 악의적으로 관심을 유발하는 ‘어그로’를 끌기 위해 이같이 자극적인 자막을 썼다는 것이다. 공안 측은 견주인 레이 씨에 대해서는 강아지를 세탁기에 돌리는 행동을 지적하고 경고에 그쳤다. 오히려 영상을 제작한 리 모 씨는 고의로 동물 학대를 연상케 하는 자막을 사용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서만 행정 구류 5일을 받았다.
  • ‘4강’…전설의 꿈, 21년만의 도전

    ‘4강’…전설의 꿈, 21년만의 도전

    “패럴림픽 4강은 한사현 감독님이 10년 전부터 강조했거든요. 모두가 4강은 당연히 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1년 만의 패럴림픽 출전 쾌거 사연 없는 선수와 종목이 어딨겠느냐마는 21년 만에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한국 휠체어 농구 대표팀에게는 도쿄패럴림픽이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국내 휠체어 농구계의 대부이자 선구자 역할을 한 고 한사현 감독(2020년 9월 별세) 때문이다. 한 감독은 2000년 시드니패럴림픽에 휠체어 농구 대표팀 일원으로 참가했다. 이후 한국 휠체어 농구의 패럴림픽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감독은 2010년부터 대표팀을 이끌었다. 그가 다진 휠체어 농구팀은 2019년 12월 국제휠체어농구연맹(IWBF) 아시아-오세아니아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하며 자력으로 패럴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고 한사현 감독 꿈 이룰 전력 완성 대표팀 외곽을 책임질 키플레이어로 꼽히는 조승현(38)에게도 한 감독은 잊을 수 없는 은사다. 19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 조승현은 “감독님의 농구 DNA를 지금 대표팀 선수들이 가장 크게 받았다”면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눈빛만 봐도 서로 원하는 걸 금방금방 파악했는데 그런 호흡이 잘 맞아가고 완성될 시기에 돌아가셔서 많이 힘들었다”고 돌이켰다. 첫 패럴림픽이지만 조승현의 목표는 4강이다. 휠체어 농구가 패럴림픽에 대한 꿈도 꾸지 못할 시절부터 한 감독이 늘 선수들에게 4강을 강조했다. 조승현은 “감독님 때문에 무조건 4강에 들 거란 생각이 박혀 있다”면서 “지난해부터 손발을 많이 맞춰서 기량도 올라왔고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휠체어농구계 서장훈’ 김동현과 호흡 핵심 ‘장애인 스포츠의 꽃’이라 불리는 휠체어 농구는 장애 등급을 매겨 합산 14포인트 이하로 선수단 구성을 맞춰야 한다. 초등학교 때 골육종으로 다리를 절단했지만 의족을 끼고 농구를 했을 정도로 건장한 조승현이나 휠체어 농구계의 서장훈으로 불리는 김동현(33)은 등급이 4.0이다. 핵심인 두 선수가 8.0을 채우는 만큼 원활한 로테이션이 관건이다. 조승현은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어 부담도 많지만 내가 해결해줘야 다른 선수들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때문에 국제 대회 없이 우리끼리만 연습한 점은 걱정이지만 구력 있는 선수들이 옆에서 잘 잡아주면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고광엽(49) 감독은 “시기가 시기인 만큼 선수들이 코로나19를 조심해 끝까지 건강한 모습으로 대회를 치르는 게 1차 목표”라며 “분위기가 처지는 것 없이 끝까지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조승현은 “비장애인 못지 않게 좋은 경기력으로 희망을 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했으니 지켜봐 달라”며 도쿄로 떠났다.
  • 독박육아 상어아빠…육퇴없는 펭귄엄마

    독박육아 상어아빠…육퇴없는 펭귄엄마

    마스크에 가려져 에메랄드 바다의 싱그러운 바람줄기조차 양껏 들이마시기 힘든 이 여름. 해외여행은 언감생심, 국내의 유명 해수욕장들마저 문을 닫았으니 가슴도 덩달아 꽉 막힌 것만 같다. 늦여름 8월도 어느새 저만치 꼬리를 자르고 도망칠 기세. 그렇다고 집 안에 갇혀 여름의 뒤통수만 보고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바닷가 미풍을 간접 체험이라도 해 볼 수 있는 곳을 찾아가 보자. 대형 수족관은 어떨까. 무더위를 한 방에 날려 주는 대형 수족관에 들어서면 문득 고개 드는 궁금증들. 저 많은 바닷물은 어디서 들여오고, 병이 난 물고기는 누가 어떻게 치료해 주는 걸까. 그 대답을 해 줄 수 있는 건 수족관 세상의 모든 일들을 관장하는 사람들, 아쿠아리스트다. 도심 속 수중 세계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이들의 하루 동선을 따라가 본다.●수조 점검에 먹이 준비까지… 손끝 시린 통증은 아이들과 ‘교감’으로 치유 지난 18일 오전 8시. 올 1월 경기 수원시 광교에서 문을 연 아쿠아플라넷 광교점이 분주하다. 관람객을 맞는 개장 시간까지는 두 시간이나 남았지만 오히려 지금이 더 바쁘다. 아쿠아리스트를 총괄하는 파트장 김창완씨는 출근과 동시에 수조를 점검한다. 수족관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담당하는 수조 속 수중 동물들의 상태뿐만 아니라 정화장치(LSS)의 작동 유무까지 꼼꼼히 챙긴다. LSS는 펌프와 필터로 구성된 일종의 여과장치로 정수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 정수기에 지속적으로 물을 순환시켜야 수족관의 물이 깨끗하게 유지된다. 그는 “수족관의 물은 잠시만 관리해 주지 않고 방심해도 금세 탁해진다”며 “1000t쯤 되는 수조의 물도 30분이면 완전 순환이 가능한 시스템이 가동된다”고 말했다. 우리가 늘 맑은 물속을 유영하는 해양동물들을 볼 수 있던 까닭이 여기에 있다.같은 시각, 9년 차의 베테랑 아쿠아리스트 김민경씨는 해동된 오징어와 바지락을 능숙하게 손질하고 있다. 해양생물이 좋아 고등학교 때부터 아쿠아리스트를 꿈꿨다는 그는 “내장을 제거하고 동물들의 크기와 개체수, 입 모양까지 고려해 먹잇감을 손질한다”면서 “손질한 먹이를 먹이며 수족관의 주인공들과 교감하는 순간을 생각하면 손끝의 시린 통증도 사라지는 것 같다”고 해맑게 웃었다.●베테랑도 두려운 상어 먹이주기… 즐거워하는 어린이 관객을 위해 ‘풍덩’ 아쿠아리움이 문을 열고 본격적으로 관람객을 맞이한 대형수조 위에 특수부대 출신 아쿠아리스트 조태훈씨가 잠수 장비를 메고 호흡기를 입에 물었다. 잠수에 관한 한 따라올 사람이 없는 최고의 전문가지만 그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형수조의 상어에게 먹이를 주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순간만은 진지해질 수밖에 없다. 평소에는 온순한 상어지만 먹이를 보면 흥분하고 때로는 사람을 공격하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어린이 관객들이 상어를 보며 즐거워하는 눈빛을 떠올리면 이런 위험한 순간에도 언제나 사명감과 책임감이 앞선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돌봄공백은 없다… “아프고 다치지만 말아다오” 관람 시간이 끝난 후 어둠이 내린 아쿠아리움. 그래도 아쿠아리스트들의 사무실은 환하다. 오늘은 가장 막내인 아쿠아리스트 신상혁씨가 당직을 서는 날. 손전등을 비춘 채 수조 생물들의 상태를 유심히 살피며 순찰을 돌던 그는 “아쿠아리스트는 잘 때도 핸드폰을 늘 머리맡에 두고 잔다”고 말했다. 언제라도 해양생물이 아프거나 다칠 수 있어서다. “밤샘을 하는 일이 있어도 수족관 주인공들 때문이라면 어떤 아쿠아리스트도 불평하는 일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대양을 수족관으로 옮겨 온 사람들. 그래서 수족관이 소우주인 사람들. 코로나19에 발은 묶였지만 여름 바다가 그래도 덜 아쉬운 것은 이 순간에도 도심의 수족관을 지켜 주는 그들 덕분이었다.
  • “관객들과 함께 노래 못 불러도 뜨거운 눈빛 보면 가슴이 뛴다”

    “관객들과 함께 노래 못 불러도 뜨거운 눈빛 보면 가슴이 뛴다”

    윤 “나와 꼭 닮은 인물 그린 작품”강 “커튼콜까지 말 그대로 축제”고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들을 엮은 뮤지컬 ‘광화문연가’가 세 시즌째 관객을 만나고 있다. 극의 서사가 지난 시간을 그리워하며 소중함을 일깨우는 시간을 보내는 관객들의 마음과 연결돼 공감을 키운다. 다만 익숙한 노래를 박수만으로 따라가야 하는 아쉬움은 어느 때보다 크다. 배우들도 객석과 다르지 않다. 세상을 떠나기 1분 전, 옛사랑과 추억을 돌아보며 인생의 의미를 찾는 명우를 노래하는 강필석과 윤도현은 지난 17일과 18일 화상으로 만난 자리에서 작품에 대한 애틋함을 한껏 드러냈다. 윤도현은 2016년 ‘헤드윅’ 이후 5년 만에 ‘광화문연가’로 뮤지컬 무대에 돌아왔다. “나와 꼭 닮은 인물을 그린 작품”이라는 확신으로 특유의 시원한 가창력과 선 굵은 연기로 명우를 그리고 있다. “학창 시절에 늘 즐겨 듣던 노래들이기도 하고 극 중 작곡가인 명우처럼 창작자로서의 고통을 누구보다 안다”는 설명도 덧댔다. 윤도현은 이영훈 작곡가와의 인연으로 이지나 연출의 다른 프로덕션 버전인 ‘광화문연가’에 2011년 함께하기도 했다. 몇 년 전 제작됐다가 중단된 ‘윤도현 주크박스 뮤지컬’로 객석에 또 다른 감동을 주는 날도 꿈꾼다.섬세한 연기로 호평받는 뮤지컬 배우 강필석도 지난 시즌보다 더 애절한 표정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요 창법도 트레이닝을 받으며 더 세심하게 가사를 전하고 있다. “새드엔딩 전문 배우로 꼽힐 만큼 주로 무겁고 슬픈 작품에 참여했는데 이 작품은 커튼콜까지 말 그대로 축제”라면서 “‘붉은 노을’로 관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더 신나서 뛰게 된다”며 애정을 더했다. 그의 말처럼 세대를 아울러 사랑받는 명곡들이 흐르는 공연의 커튼콜 무대에서 울려 퍼지는 ‘붉은 노을’은 또 다른 시작 같다. 함께 일어나 노래를 부르며 콘서트처럼 에너지를 쏟아 내는 시간이지만 이번 시즌에는 가만히 서서 박수 치는 것만 허용된다. 공연이 끝난 아쉬움을 주고받는 이 시간에 공연장의 공기는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다. 강필석은 “함께 노래하지 못해 너무 아쉽지만 신기하게도 관객들의 눈빛만으로도 많은 게 느껴져 벅찰 때가 많다”고 했다. “관객들이 신나도 표현할 수 없으니 눈빛을 엄청 (강하게) 쏘시고 재미있게 봤다는 표현을 눈으로 적극적으로 해 준다”는 것이다. ‘명우처럼 과거로 돌아가 볼 수 있다면’이란 질문에도 곧바로 “코로나19 전으로 돌아가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고 싶다”고 답했다. 윤도현도 “이 시기에 공연장에 오시는 것 자체가 큰 결정임을 알기에 정말 감사드리고 어느 때보다 소중하다”면서 “‘오길 잘했다’는 마음이 들도록 매번 새로운 마음으로 준비한다”고 힘줘 말했다. 두 배우는 “이 상황도 곧 지나갈 것”이라며 다시 힘차게 만날 객석에 거듭 응원을 보냈다.
  • “함께 노래 못해도 눈빛만으로도 뜨거워”… ‘광화문연가’ 속 명우들이 말하는 애틋한 무대

    “함께 노래 못해도 눈빛만으로도 뜨거워”… ‘광화문연가’ 속 명우들이 말하는 애틋한 무대

    고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들을 엮은 뮤지컬 ‘광화문연가‘가 세 시즌째 관객을 만나고 있다. 극의 서사가 지난 시간을 그리워하며 소중함을 일깨우는 시간을 보내는 관객들의 마음과 연결돼 공감을 키운다. 다만 익숙한 노래를 박수만으로 따라가야 하는 아쉬움은 어느 때보다 크다. 배우들도 객석과 다르지 않다. 세상을 떠나기 1분 전, 옛사랑과 추억을 돌아보며 인생의 의미를 찾는 명우를 노래하는 강필석과 윤도현은 지난 17일과 18일 화상으로 만난 자리에서 작품에 대한 애틋함을 한껏 드러냈다. 윤도현은 2016년 ‘헤드윅’ 이후 5년 만에 ‘광화문연가’로 뮤지컬 무대에 돌아왔다. “나와 꼭 닮은 인물을 그린 작품”이라는 확신으로 특유의 시원한 가창력과 선 굵은 연기로 명우를 그리고 있다. “학창 시절에 늘 즐겨 듣던 노래들이기도 하고 극 중 작곡가인 명우처럼 창작자로서의 고통을 누구보다 안다”는 설명도 덧댔다. 윤도현은 이영훈 작곡가와의 인연으로 이지나 연출의 다른 프로덕션 버전인 ‘광화문연가‘에 2011년 함께하기도 했다. 몇 년 전 제작됐다가 중단된 ‘윤도현 주크박스 뮤지컬’로 객석에 또 다른 감동을 주는 날도 꿈꾼다.섬세한 연기로 호평받는 뮤지컬 배우 강필석도 지난 시즌보다 더 애절한 표정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요 창법도 트레이닝을 받으며 더 세심하게 가사를 전하고 있다. “새드엔딩 전문 배우로 꼽힐 만큼 주로 무겁고 슬픈 작품에 참여했는데 이 작품은 커튼콜까지 말 그대로 축제”라면서 “‘붉은 노을’로 관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더 신나서 뛰게 된다”며 애정을 더했다. 강필석은 윤도현에게 작품 속 노래에 맞게 노래하는 법을 많이 물어보고, 또 반대로 윤도현은 강필석에게 뮤지컬 연기를 하는 데 대한 조언을 얻으며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다고도 했다. 또 다른 명우인 엄기준과 명우를 시간여행으로 이끄는 월하 역의 차지연, 김호영, 김성규 등과의 호흡도 좋다. 강필석의 말처럼 세대를 아울러 사랑받는 명곡들이 흐르는 공연의 커튼콜 무대에서 울려 퍼지는 ‘붉은 노을’은 또 다른 시작 같다. 함께 일어나 노래를 부르며 콘서트처럼 에너지를 쏟아 내는 시간이지만 이번 시즌에는 가만히 서서 박수 치는 것만 허용된다. 공연이 끝난 아쉬움을 주고받는 이 시간에 공연장의 공기는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다. 강필석은 “함께 노래하지 못해 너무 아쉽지만 신기하게도 관객들의 눈빛만으로도 많은 게 느껴져 벅찰 때가 많다”고 했다. “관객들이 신나도 표현할 수 없으니 눈빛을 엄청 (강하게) 쏘시고 재미있게 봤다는 표현을 눈으로 적극적으로 해 준다”는 것이다. ‘명우처럼 과거로 돌아가 볼 수 있다면’이란 질문에도 곧바로 “코로나19 전으로 돌아가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고 싶다”고 답했다. 윤도현도 “이 시기에 공연장에 오시는 것 자체가 큰 결정임을 알기에 정말 감사드리고 어느 때보다 소중하다”면서 “‘오길 잘했다’는 마음이 들도록 매번 새로운 마음으로 준비한다”고 힘줘 말했다. 두 배우는 “이 상황도 곧 지나갈 것”이라며 다시 힘차게 만날 객석에 거듭 응원을 보냈다.
  • 이토록 열정적인, 그들의 도전

    이토록 열정적인, 그들의 도전

    지난 1월부터 본격적으로 포디움에 오른 ‘지휘자 김선욱’은 객석에 새로운 자극을 준다. 피아노 건반이 아닌 지휘봉을 잡은 손끝에 어떤 노력이 담겼는지 지켜보는 기대와 누군가의 도전에 응원을 보내는 묘미가 있다. 지난 1월과 지난달 KBS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춘 새내기 지휘자 김선욱은 차근차근 성장하며 그에 보답하고 있다.●16~28세 학생 80명… 매일 6~7시간씩 무대 준비 김선욱이 또 한 번 의미 있는 도전을 이뤄 냈다. 이틀간의 공연을 위해 모인 16~28세 학생 80명으로 꾸려진 솔라시안 유스오케스트라를 지휘로 이끌었다. 공연을 하루 앞두고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그를 만났다. 연습을 마치고 땀으로 흠뻑 젖은 얼굴에 웃음이 꽉 찼다. “정말 재미있어요. 몸은 힘든데 기분이 아주 좋아요.” 김선욱은 지난 6일부터 대구에 머물며 매일 6~7시간씩 단원들과 함께했다. “하루에 티셔츠를 세 벌씩 갈아입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면서 “인생에서 이렇게 열정을 다하는 순간이 또 언제 올지 모르겠다”고 자부할 만큼 온 힘을 썼다. “지휘는 오케스트라가 없으면 불가능하니 저에겐 모든 기회가 소중하고 천금 같은 배움의 현장”이라면서도 “저도 경험이 많이 없는 데다 단원들도 대부분 오케스트라가 처음이라 같이 잘해 보자는 동질감이 크다는 게 이번 무대의 특별함”이라고 말했다. 피아니스트로 세계 무대를 누비면서도 이제 막 지휘자로 발돋움하는 그에게 이번 공연은 완전히 새로운 자극이었다. “경륜 있는 KBS교향악단에서 살이 되는 배움을 많이 얻었다면 이번엔 피아니스트 활동을 처음 시작하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고 했다. 그에게는 “날 것의 매력”이다. “물론 조금씩 어긋나는 부분들이 있지만 완벽하려 하기보다는 ‘이보다 더 할 수 있을까’ 싶도록 최선을 다했다는 게 더 중요한 과정”이라고 했다.●김선욱 “몸은 힘든데 기분 좋아… 날 것의 매력 느껴” 협연자로 참여한 피아니스트 백건우를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김덕우, 전클라라홍주, 비올리스트 진덕, 첼리스트 심준호 등 국내외 교향악단에서 활약한 13명도 일주일간 학생들을 지도했다. 김선욱은 “단원들이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은 눈빛으로 ‘힘든데 재미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살면서 느껴 보지 못한 열정”이라면서 “너무 고마워서 벅차다”고도 말했다. 12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선보인 첫 연주를 듣자 전날 그의 표정에 더 공감이 갔다.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으로 힘차게 출발해 백건우가 협연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베토벤 교향곡 5번이 울린 무대는 오케스트라 이름인 태양(솔라)처럼 뜨겁게 차올랐다. 긴장을 너무 한 나머지 탈진한 단원이 1악장이 끝나고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고, 악보를 찾지 못한 단원 때문에 2부 시작이 지체되기도 했지만 관객들이 너그러운 웃음과 박수를 보낼 만큼 무대에는 기분 좋은 떨림과 잘해 내고 싶다는 열정이 가득했다. ●대구콘서트하우스 공연… 백건우 “학생들과 즐거웠다” 백건우의 연주는 신선한 열정과 도전을 품어 주듯 깊고 따뜻했다. 연주를 마치고 김선욱의 어깨를 연신 두드려 주다 놀랄 만한 이벤트를 꺼냈다. 김선욱과 나란히 앉더니 모차르트 ‘네 손을 위한 피아노 소나타’를 치기 시작했다. 공연 직전 백건우의 깜짝 제안으로 두 사람이 단원들 몰래 연습하며 준비한 선물이었다. 백건우는 전날 “음악을 사랑하는 학생들과 함께해 정말 즐거웠다”며 “일회성으로 연주하고 헤어지는 게 아쉽다. 유럽처럼 유스오케스트라가 긴 호흡으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 베토벤 교향곡 5번이 흐를수록 김선욱은 포디움에서 춤을 추듯 감격에 찼다. 무대 위 모두의 노력이 모여 엄청난 집중력과 호흡을 자랑했다. 연주는 13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도 이어졌다. 김선욱은 “앞으로 초심을 찾고 싶을 때 이 시간이 떠오를 것”이라며 뜨거움을 안고 앞으로도 신중하게 지휘라는 새 길을 차근차근 내디딜 것을 예고했다. 대구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태양처럼 뜨거웠던 열정…새내기 지휘자 김선욱과 솔라시안 유스오케스트라의 도전

    태양처럼 뜨거웠던 열정…새내기 지휘자 김선욱과 솔라시안 유스오케스트라의 도전

    지난 1월부터 본격적으로 포디움에 오른 ‘지휘자 김선욱’은 객석에 새로운 자극을 준다. 피아노 건반이 아닌 지휘봉을 잡은 손끝에 어떤 노력이 담겼는지 지켜보는 기대와 누군가의 도전에 응원을 보내는 묘미가 있다. 지난 1월과 지난달 KBS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춘 새내기 지휘자 김선욱은 차근차근 성장하며 그에 보답하고 있다. 김선욱이 또 한 번 의미 있는 도전을 이뤄 냈다. 이틀간의 공연을 위해 모인 16~28세 학생 80명으로 꾸려진 솔라시안 유스오케스트라를 지휘로 이끌었다. 공연을 하루 앞두고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그를 만났다. 연습을 마치고 땀으로 흠뻑 젖은 얼굴에 웃음이 꽉 찼다. “정말 재미있어요. 몸은 힘든데 기분이 아주 좋아요.” 김선욱은 지난 6일부터 대구에 머물며 매일 6~7시간씩 단원들과 함께했다. “하루에 티셔츠를 세 벌씩 갈아입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면서 “인생에서 이렇게 열정을 다하는 순간이 또 언제 올지 모르겠다”고 자부할 만큼 온 힘을 썼다. “지휘는 오케스트라가 없으면 불가능하니 저에겐 모든 기회가 소중하고 천금 같은 배움의 현장”이라면서도 “저도 경험이 많이 없는 데다 단원들도 대부분 오케스트라가 처음이라 같이 잘해 보자는 동질감이 크다는 게 이번 무대의 특별함”이라고 말했다. 피아니스트로 세계 무대를 누비면서도 이제 막 지휘자로 발돋움하는 그에게 완전히 새로운 자극이었다. “경륜 있는 KBS교향악단에서 살이 되는 배움을 많이 얻었다면 이번엔 피아니스트 활동을 처음 시작하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고 했다. 그에게는 “날 것의 매력”이다. “물론 조금씩 어긋나는 부분들이 있지만 완벽하려 하기보다는 ‘이보다 더 할 수 있을까’ 싶도록 최선을 다했다는 게 더 중요한 과정”이라고 했다.협연자로 참여한 피아니스트 백건우를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김덕우, 전클라라홍주, 비올리스트 진덕, 첼리스트 심준호 등 국내외 교향악단에서 활약한 13명도 일주일간 학생들을 지도했다. 김선욱은 “단원들이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은 눈빛으로 ‘힘든데 재미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열정”이라면서 “너무 고마워서 벅차다”고도 말했다. 연습 과정에서 김선욱은 단원들과 음악가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한다. “제가 제일 나이가 많아서 가능했다”고는 했지만 이제 막 연주자의 길을 오르고 있는 후배들에게 한 강조에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으로서의 지난 시간과 앞으로의 다짐이 모두 담겼다. “연주자가 가져야 되는 가치라는 게 저도 계속 바뀌죠. 그런데 연주라는 게 단순히 즐기는 건 아니라는 것, 관객들에게 음악이 살아있는 것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한 박자 안에서도 융통성이 있어야 하고 전체적인 흐름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우리가 연주를 하나 준비하는 게 이렇게 힘들고 어렵지만 이 순간 만큼은 모든 걸 다 잊고 몰두할 수 있는 것도 음악인들에게 주어진 큰 축복이라고도 했죠.” 12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선보인 첫 연주를 듣자 전날 그의 표정에 더 공감이 갔다.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으로 힘차게 출발해 백건우가 협연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베토벤 교향곡 5번이 울린 무대는 오케스트라 이름인 태양(솔라)처럼 뜨겁게 차올랐다. 긴장을 너무 한 나머지 탈진한 단원이 1악장이 끝나고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고, 악보를 찾지 못한 단원 때문에 2부 시작이 지체되기도 했지만 관객들이 너그러운 웃음과 박수를 보낼 만큼 무대에는 기분 좋은 떨림과 잘해 내고 싶다는 열정이 가득했다. 백건우의 연주는 신선한 열정과 도전을 품어 주듯 깊고 따뜻했다. 연주를 마치고 김선욱의 어깨를 연신 두드려 주다 놀랄 만한 이벤트를 꺼냈다. 김선욱과 나란히 앉더니 모차르트 ‘네 손을 위한 피아노 소나타’를 치기 시작했다. 공연 직전 백건우의 깜짝 제안으로 두 사람이 단원들 몰래 연습하며 준비한 선물이었다. 백건우는 전날 “음악을 사랑하는 학생들과 함께해 정말 즐거웠다”며 “일회성으로 연주하고 헤어지는 게 아쉽다. 유럽처럼 유스오케스트라가 긴 호흡으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 베토벤 교향곡 5번이 흐를수록 김선욱은 포디움에서 춤을 추듯 감격에 찼다. 무대 위 모두의 노력이 모여 엄청난 집중력과 호흡을 자랑했다. 연주는 13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도 이어졌다. 김선욱은 “앞으로 초심을 찾고 싶을 때 이 시간이 떠오를 것”이라며 뜨거움을 안고 앞으로도 신중하게 지휘라는 새 길을 차근차근 내디딜 것을 예고했다. “작곡가와 연주자의 연결고리가 되어 음악을 함께 만들어가는 게 재미있어서 계속 할 거예요. 저에게 주어지는 기회를 한 번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축복 같은 무대에 늘 감사해요. 그래서 매번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할 겁니다.”
  • [열린세상] 우리는 모른다/박산호 번역가

    [열린세상] 우리는 모른다/박산호 번역가

    밤 9시가 넘어서 시바견 해피와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한증막같이 뜨거운 공기가 훅 밀려왔다. 어두운 밖은 바람 한 점 불지 않았고, 해피는 새빨간 혀를 쑥 내민 채 핵핵거리며 천천히 따라왔다. 마음 같아선 안고 가고 싶었지만 체중이 12㎏에 육박하는 시바견을 안고 가기란 도저히 불가능. 안쓰러운 마음을 누르며 최대한 빨리 걸었다. 드디어 신호등 맞은편에 24시간 하는 동물병원이 보였다. 이제 살았다 싶어 잠시 안도하며 신호가 어서 바뀌길 기다리는데, 그런 해피와 내 옆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자전거 위에 앉아 있다가 해피를 보고 물었다. “거 무슨 종이요?” 나는 어서 가고 싶어 초조한 와중에도 최대한 공손하게 대답했다. “시바라고 해요.” 마스크를 써서 내 말이 잘 안 들렸을까? 그건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대꾸했으니까. “시바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거 개새끼가 고린내 한 번 지독하네.” 깜짝 놀라 그의 눈을 바라봤다. 그는 내가 뭐 못할 말을 했냐는 눈빛으로 나를 당당하게 바라봤고, 여기에 어떻게 응수해야 하나 고민하던 순간 신호등이 바뀌었다. 나는 욱하는 마음을 다잡고 해피와 같이 달렸다. 그렇게 병원에 도착해 울타리 문을 열려던 순간 갑자기 어떤 남자가 튀어나와 밖으로 돌진하다 내 어깨를 치고 갔다. 좀 전의 그 무례한 노인 때문에 마음 상해서 잔뜩 날이 서 있던 나는 순간 화를 낼 뻔했다. 날은 한없이 뜨겁고 마스크 때문에 숨이 막힐 것 같고, 아픈 해피가 모욕까지 당하고 보니 정신이 반쯤 나갈 것 같았다. 하지만 해피를 생각해 다시 꾹 참고 병원으로 들어갔다. 시원한 병원으로 들어가자 해피는 다소 기운을 차렸다. 접수하고 대기실의 벤치에 앉아 해피를 쓰다듬고 있는데 좀 전의 그 남자가 다시 들어왔다. 조명이 밝은 곳에서 보니 앳된 청년이었다. 그때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가 나와 그에게 뭔가 설명했다. 듣고 보니 그가 키우던 강아지의 다리가 부러져서 온 모양이었다. 심각한 얼굴로 의사가 하는 말을 듣고 있던 그는 생명엔 지장이 없다는 말을 듣자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 그 모습을 보니 좀 전에 그에게 화를 냈더라면 어땠을까 싶어 아득해졌고, 울고 있는 그 마음이 너무나도 공감돼 나도 순간 울컥했다. 의사의 제안대로 반나절 입원해서 수액을 맞고 한결 상태가 나아진 해피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오래전 어떤 책에서 읽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지하철에 한 남자와 아이 셋이 들어왔다. 그가 빈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있는 동안 세 아이는 남들이 보기에도 좀 지나치다 싶을 만큼 큰 소리로 떠들면서 장난을 쳤다. 허나 아이들이 갈수록 더 시끄럽게 구는데도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승객들 모두 짜증과 분노의 눈빛을 보내고 있을 때 그가 일어나 말했다. “여러분, 죄송합니다. 좀 전에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지금 병원으로 가는 길입니다. 제 아이들은 엄마가 죽었다는 소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이러고 있습니다. 저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승객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우리는 타인을 모른다. 그날 밤 그 신호등 앞에 선 할아버지는 해피가 열흘 동안이나 설사가 멎지 않는 데다 열까지 올라 탈진 상태였고, 혈액검사 결과 해피가 위중하다는 말을 들어 내가 실성할 것 같은 상태였다는 걸 몰랐다. 그걸 알았다면 그렇게 잔인한 말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내 어깨를 치고 간 청년의 사연을 나는 몰랐다. 다만 내 화를 참는 데 급급해 그에게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란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실은 그런 순간에, 아무것도 모르는 순간에 상상력을 발휘해 볼 수도 있었을 텐데. 지하철에서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지게 떠드는 아이들을 보며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내 어깨를 치고 달려가는 사람에게 무슨 급한 사정이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보기. 살다 보면 도무지 알 수 없기에, 짐작할 수 없기에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상상력을 발휘해 타인을 이해해 보려는 마음이 소중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 [성미경의 원형교차로] 유네스코발 세 가지 한국 소식/한국콘텐츠진흥원 수석연구원

    [성미경의 원형교차로] 유네스코발 세 가지 한국 소식/한국콘텐츠진흥원 수석연구원

    파리 7구에는 유네스코(UNESCOㆍ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본부가 있다. 집에서 멀지 않은 외출이나 산책길에 종종 그 앞을 지난다. 7월 한 달은 유네스코로부터 온 한국의 과거·현재·미래와 관련한 결정과 소식으로 가슴이 설렜다. 첫째, 과거를 바로잡았다. 역사학자 E H 카가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규정한 것처럼 군함도(軍艦島ㆍ하시마섬)에 대한 기억과 기록은 현재와 단절된 지난 일만은 아니다. 지난 2015년 일본의 군함도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소식에 제국주의적이고 반인간적인 범죄·착취의 공간을 세계가 기억하고 보존할 유산으로 인정한 점에 분노했다. 기억해야 한다면 다시는 그런 반인륜적인 범죄를 되풀이하지 않을 본보기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세계유산위원회는 조선인들의 ‘자기 의사에 반한 강제적 노역’이라는 올바른 역사를 알리고, 기념 시설을 설치하라는 권고를 담았다. 최근 권고 이행에 대한 실사 결과 오히려 조선 징용자의 학대와 차별,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자료와 증언만이 전시돼 있었다. 유네스코는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명한 공식 보고서를 채택했다. 일본은 역사적 진실 앞에서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어기며 외교적 실례를 범함으로써 스스로 국격을 낮춘 셈이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2020 도쿄올림픽이 열렸다. 인류 보편의 가치를 지키고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는 데 편법을 부리는 것이 올림픽 개최국의 격(格)은 아닐 것이다. 둘째, 현재의 문화를 공유했다. 유네스코 본부 건물에서 7월 중순 약 열흘 동안 뜻깊은 전시회가 열렸다. ‘한국: 입체적 상상’(Korea: Cubically Imagined) 전시다. 코로나19로 유네스코 본부가 전면 봉쇄된 이후 열리는 첫 행사였다. 영화 ‘기생충’과 BTS 콘서트 등을 VR 실감 콘텐츠로 관람 가능하다는 소식에 온라인 사전예약 한 시간 전부터 대기했다. 표는 접속 10여분 만에 매진됐고, 현장에는 다양한 인종과 세대의 관람객들이 대기했다. 문화 콘텐츠 관련 분야에 종사하지만 해외에서 느끼는 한국 문화 콘텐츠의 힘, 한류는 새롭게 그리고 뜨겁게 다가왔다. 기생충과 BTS는 아카데미와 빌보드가 말해 주듯 이미 세계적이어서 놀라워도 그러려니 했다. 의외의 전시에 해외 관람객들의 눈빛이 깊어졌는데, 국립중앙박물관의 ‘왕의 행차, 백성과 함께하다’와 디스트릭트의 ‘Flower’ 등의 연작이었다. 여기서 한국의 창의적인 실감 콘텐츠가 세계인이 향유하는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방역으로 보다 많은 콘텐츠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만날 수 없는 점이 아쉽지만, 프랑스 파리에서 ‘문화국가로서 한국’을 만나는 일은 무엇보다 반갑고 뿌듯했다. 셋째, 미래를 준비하는 결정이 있었다. 마지막 소식은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는 것이다. 이번에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갯벌은 서천, 고창, 신안, 보성ㆍ순천 등 총 4지역으로 구성된 연속유산으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다고 한다. 군산의 새만금을 제외하면 충남 이하 서해안 일대가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셈이다. 한국의 갯벌이 “지구 생물 다양성의 보전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이자 멸종 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충족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들이 멸종 위기에 있고 다양한 생물들이 급속도로 자취를 감추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 파괴,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더이상 생물들이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이 된 까닭이다. 이번 갯벌의 세계유산 등재는 지금 현재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 주는 결정이었다. 시간이 정지한 듯 고요하게 숨을 쉬는 갯벌의 느릿함과 여유를 보며 지구도 쉬어 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 모양 조형물로 유명한 유네스코 본부 담벼락에는 지금 세계 소수민족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사진들이 행인들의 발길과 눈길을 잡는다. 사진마다 맑고 순수한 눈빛이 가득해 보는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인류를 포함한 다양한 종(種)의 지속가능한 생존 조건에 대해 생각한다.
  • “붓 잡은 지 70년… 아직 그림 미완성” 老화가 70점, 긴 먹선에 묵직한 인생

    “붓 잡은 지 70년… 아직 그림 미완성” 老화가 70점, 긴 먹선에 묵직한 인생

    “일곱 살에 처음 붓을 잡은 이후 단 한 번도 눈 돌리지 않고 매진한 세월이 70여년입니다. 그래도 아직 내 그림을 완성하지 못했어요. 길을 갈수록 더 깊은 골짜기가 보이니 그곳을 향해 계속 나아가야지요.” 올해 76세인 박대성 화백이 형형한 눈빛으로 말했다. “죽기 전에 제대로 된 화가가 되고 싶다”고도 했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해 한국 수묵화의 대가로 불리는 그는 ‘예술의 길은 끝이 없다’는 진리를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직시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에서 오는 23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정관자득(靜觀自得): Insight(인사이트)’가 그렇다. 전시 제목은 ‘사물이나 현상을 고요히 관찰하면 스스로 진리를 깨닫는다’는 뜻으로 박 화백이 직접 정했다. 금강산, 천제연, 소나무 등 자연을 그린 신작과 전통 도자기, 공예품을 소재로 한 ‘고미’ 연작 등 회화 70점을 통해 자신이 걸어온 길과 나아갈 길을 동시에 보여 주는 자리다.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부감법과 여러 개의 시점을 한 화면에 담는 다시점을 적절히 활용한 그의 그림은 파노라마 같은 역동적이고 호방한 표현이 일품이다. 농담을 달리한 붓질은 담대하면서도 섬세해 시선을 잡아당긴다. 틈틈이 수집한 막사발, 청화백자 같은 공예품을 그린 정물화에선 현대적인 감성이 배어난다. 옛것을 이어받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법고창신의 정신이 오롯하다.해방둥이인 그는 전쟁통에 부모를 모두 여의고 왼쪽 팔마저 잃었다. 기거하던 친척집 서재에 있던 벼루와 붓으로 재미 삼아 그림을 그렸는데 어른들 칭찬 듣는 맛에 날 새는 줄 몰랐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선 정규교육도 작파한 채 독학으로 필묵의 세계에 몰입했다. 1966년 동아대 국제미술대전 입상을 시작으로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여덟 번의 상을 받았고, 1979년 중앙미술대전에서 수묵 담채화 ‘상림’으로 대상을 수상하며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탄탄대로였다. 1984년 유력 화랑인 가나아트 1호 전속 화가가 됐고, 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과도 인연이 닿아 1988년 호암갤러리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 ‘서구 미술의 모더니즘이 대체 무엇일까’ 궁금해 뉴욕으로 무작정 떠났다. 그곳에서 한국미술의 현대화는 결국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한국 전통문화의 정수인 불국사가 있는 경주에 정착해 지금까지 화업을 이어 오고 있다. 그가 기증한 830여점의 작품을 기반으로 경주 솔거미술관도 세워졌다.박 화백이 일군 현대적 수묵화에 해외도 주목하고 있다. 내년 7월 미국 LA카운티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고, 이어 하버드대, 다트머스대, 뉴욕주립대 등 명문대에서 순회전을 펼친다. 영문 미술서적도 출간될 예정이다. 그는 요즘도 매일 아침 2시간씩 글씨를 쓰며 마음을 가다듬는다고 했다. “남들은 재주가 있어서 성공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결핍과 불행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며 “재능은 멀리 가지 못하고 끈질긴 노력과 정신력으로 발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태어나도 화가의 길을 걷겠냐는 질문에 그는 “수행의 과정이 힘들다. 다음 생에는 자유롭게 살고 싶다”면서 웃었다.
  • “내 그림은 아직 미완성” 수묵화 대가 박대성 화백의 멈추지 않는 열정

    “내 그림은 아직 미완성” 수묵화 대가 박대성 화백의 멈추지 않는 열정

    “일곱 살에 처음 붓을 잡은 이후 단 한 번도 눈 돌리지 않고 매진한 세월이 70여년입니다. 그래도 아직 내 그림을 완성하지 못했어요. 길을 갈수록 더 깊은 골짜기가 보이니 그곳을 향해 계속 나아가야지요.” 올해 76세인 박대성 화백이 형형한 눈빛으로 말했다. “죽기 전에 제대로 된 화가가 되고 싶다”고도 했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해 한국 수묵화의 대가로 불리는 그는 ‘예술의 길은 끝이 없다’는 진리를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직시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에서 오는 23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정관자득(靜觀自得): Insight(인사이트)’가 그렇다. 전시 제목은 ‘사물이나 현상을 고요히 관찰하면 스스로 진리를 깨닫는다’는 뜻으로 박 화백이 직접 정했다. 금강산, 천제연, 소나무 등 자연을 그린 신작과 전통 도자기, 공예품을 소재로 한 ‘고미’ 연작 등 회화 70점을 통해 자신이 걸어온 길과 나아갈 길을 동시에 보여 주는 자리다.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부감법과 여러 개의 시점을 한 화면에 담는 다시점을 적절히 활용한 그의 그림은 파노라마 같은 역동적이고 호방한 표현이 일품이다. 농담을 달리한 붓질은 담대하면서도 섬세해 시선을 잡아당긴다. 틈틈이 수집한 막사발, 청화백자 같은 공예품을 그린 정물화에선 현대적인 감성이 배어난다. 옛것을 이어받되 구태의연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법고창신의 정신이 오롯하다. 해방둥이인 그는 전쟁통에 부모를 모두 여의고 왼쪽 팔마저 잃었다. 기거하던 친척집 서재에 있던 벼루와 붓으로 재미 삼아 그림을 그렸는데 어른들 칭찬 듣는 맛에 날 새는 줄 몰랐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선 정규교육도 작파한 채 독학으로 필묵의 세계에 몰입했다. 1966년 동아대 국제미술대전 입상을 시작으로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여덟 번의 상을 받았고, 1979년 중앙미술대전에서 수묵 담채화 ‘상림’으로 대상을 수상하며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탄탄대로였다. 1984년 유력 화랑인 가나아트 1호 전속 화가가 됐고, 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과도 인연이 닿아 1988년 호암갤러리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 ‘서구 미술의 모더니즘이 대체 무엇일까’ 궁금해 뉴욕으로 무작정 떠났다. 그곳에서 한국미술의 현대화는 결국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한국 전통문화의 정수인 불국사가 있는 경주에 정착해 지금까지 화업을 이어 오고 있다. 그가 기증한 830여점의 작품을 기반으로 경주 솔거미술관도 세워졌다.박 화백이 일군 현대적 수묵화에 해외도 주목하고 있다. 내년 7월 미국 LA카운티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고, 이어 하버드대, 다트머스대, 뉴욕주립대 등 동부 명문대에서 순회전을 펼친다.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영문 미술서적도 출간될 예정이다. 그는 요즘도 매일 아침 2시간씩 글씨를 쓰며 마음을 가다듬는다고 했다. “남들은 재주가 있어서 성공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결핍과 불행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며 “재능은 멀리 가지 못하고 끈질긴 노력과 정신력으로 발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태어나도 화가의 길을 걷겠냐는 질문에 그는 “수행의 과정이 힘들다. 다음 생에는 자유롭게 살고 싶다”면서 웃었다.
  • 13년째 아디스아바바 골목 누비는 군수님

    13년째 아디스아바바 골목 누비는 군수님

    6·25 참전용사 후손 찾아 장학금 지급화천군민·군부대 도움… 올 188명 선발끼니 걱정 ‘용사촌’ 변화… 의사 등 배출他지자체도 돕지만 일회성 안타까워최 군수 “고향 내려가 노인회 총무가 꿈”“강원 화천군에 자유를 찾아준 이들을 위한 ‘보은의 장학사업’은 계속돼야 합니다.” 최문순(67) 화천군수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장학사업에 열정이 남다르다. 13년째 이어오면서 장학생을 발굴하기 위해 에티오피아를 9번이나 다녀왔다.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장학금을 해마다 지급해 오고 있다. 장학사업은 에티오피아의 6·25참전용사촌에 의사와 변호사를 키워 내며 희망의 등불이 되고 있다. 최 군수는 화천의 장학사업을 직접 기획하고 발전시켜 우리나라의 모범적인 해외 장학사업으로 자리매김시켰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평등교육에 대한 서러움이 컸던 것이 계기였다. 공무원 생활을 마무리하면 고향인 화천 하남면 원천리로 돌아가 노인회 심부름꾼인 총무를 맡는 것이 꿈이다. 3일 산천어축제에 이어 장학사업까지 글로벌 단체장으로 떠오른 최 군수에게 에티오피아 장학사업에 대해 들었다. -화천군이 에티오피아 돕기에 나선 계기는. “6·25전쟁은 동족상잔의 비극이었지만 당시 북한 지역에 포함돼 있던 화천군에는 자유를 얻게 된 전쟁이었다. 6·25전쟁 60주년 기념사업을 고심하던 끝에 화천의 수복을 위해 피흘린 참전 국가 가운데 우리보다 어렵게 사는 에티오피아를 돕기로 결정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화천군 지역복지과장으로 있으며 에티오피아 돕기사업을 기획했다. 처음에는 현지에 학교를 지어 줄까, 우물을 파 줄까 등등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2008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6·25참전용사촌을 직접 찾아가 실상을 돌아보고 장학사업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현지 참전용사 후손들의 집을 돌아보니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참전용사들이 6·25전쟁 이후 본국으로 돌아간 뒤 1972년 쿠데타 정권이 들어서면서 한국전에 참전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재산을 몰수당하고 빈민촌으로 내몰려 어렵게 살고 있었다. 그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이들의 반짝이던 눈빛과 미소를 잃지 않았던 얼굴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장학사업의 규모는. “2009년 장학사업을 시작한 이후 올해까지 13년째 이어 오고 있다. 에티오피아 현지를 직접 찾아 참전용사 후손임을 확인한 뒤 매달 지급해 오고 있다. 초등학생은 30달러, 중·고교생은 40달러, 대학생은 50달러씩 주고 있다. 4인 가족이 끼니를 해결하고 학교에도 갈 수 있는 수준이다. 첫해 105명을 선발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는 188명을 선발했다. 13년째 실천해 오며 그동안 장학금을 받고 공부해 사회에 진출한 학생이 308명에 이른다. 해마다 1억 2000여만원씩 투입되는 장학금은 화천군민과 화천 지역 주둔 군부대 부사관급 이상 간부들의 도움으로 지급되고 있다. 수년 전부터는 전국에 뜻을 같이하는 후원자들까지 생겨났다.” -장학생은 어떤 과정을 통해 선발되는가. “지금까지 9번 에티오피아를 직접 찾아 발품을 팔았다. 서울시내 골목길은 몰라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골목 곳곳은 어디든 찾아갈 수 있다고 자부한다. 코로나19로 지난해와 올해는 못 갔지만 1년에 한 번 정도씩 찾는다. 에티오피아에 가면 1주일씩 현지에 머물며 밤낮으로 골목을 누비고 다닌다. 현지 참전용사 후손들을 한 명이라도 더 찾기 위해 빈민촌을 뛰어다닌다. 현지를 찾은 화천군 공무원들이 3개팀으로 나누어 답사하며 참전용사 후손임을 확인한다. 6·25 당시 참전용사는 6300여명이었지만 지금은 100여명만이 생존해 있다. 12년 전 장학사업 초기만 해도 850여명이었지만 세월이 흘러 참전용사들이 줄어들고 있다.” -13년째 장학사업을 하면서 얻은 성과는. “희망이 사라지고 끼니를 걱정하던 에티오피아 6·25참전용사촌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장학금으로 공부한 학생들 가운데 3명의 현지 의사가 배출됐고, 올해도 의사 3명과 변호사 1명이 나올 예정이다. 화천군의 도움을 받아 열심히 공부하면 희망이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최근 장학금 지급 방식도 조금 바꿨다. 공부를 잘하면 장학금을 조금 더 주고, 공부를 게을리하면 조금 덜 주는 인센티브 방식을 도입했다. 공부에 대한 동기를 유발하기 위해서다.-장학사업 외에 참전용사들을 위한 사업은. “6·25전쟁 당시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은 화천에서 주요 전투를 치르며 화천군이 자유를 찾고 수복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우리에게 자유를 찾아 준 은인들이다. 지금은 거꾸로 이들 참전용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혜를 갚는 맘으로 도움의 손길을 주어야 한다. 그동안 참전용사회 간부들을 서너 차례 화천으로 초청해 감사를 표시했다. 생존해 있는 참전용사 모두를 화천으로 초대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연로한 참전용사들이 먼 대한민국까지 여행하는 게 쉽지 않다. 또 다른 참전국인 콜롬비아에는 체육관을 지어 주었다. 수년 전 주한 콜롬비아 대사의 요청으로 참전용사들이 사는 보고타 현지를 찾았다. 에티오피아보다 잘사는 모습을 보고 장학사업보다 체육관을 지어 준 것이다.” -6·25전쟁에 참전한 에티오피아부대는 어떤 부대인가. “6·25전쟁 때 참전한 16개국 가운데 아프리카의 유일한 참전국이 에티오피아다. 당시 에티오피아 황제가 왕실근위병을 중심으로 보병 1개 대대를 편성해 강뉴부대란 이름을 붙여 파병했다. 이탈리아의 침공을 받아 어려움을 겪었던 에티오피아 황제가 1만㎞나 떨어진 대한민국을 위해 최정예 부대를 보낸 것이다. 6·25전쟁 발발 이듬해인 1951년 7월 한국 땅을 처음 밟은 강뉴부대는 미군에 배속돼 강원도 화천 적근산 전투에서 전공을 세웠다. 이듬해 10월 철의 삼각지 공방전에서는 단 한 차례도 고지를 내주지 않았다. 무려 253전 253승이라는 전승을 거둬 무적의 부대로 불렸다. 종전까지 124명이 전사하고 536명이 부상했다. 포로는 한 명도 없었다. 부대원 모두 황제의 특명을 지킨 것이다. 전우의 시신도 모두 수습해 돌아가 부산 유엔군 묘역에는 에티오피아군 병사의 무덤이 하나도 없다.” -에티오피아 장학사업의 정부 지원과 아쉬운 점은. “현재 에티오피아 장학사업은 화천군이 중심이 돼 10년 넘게 이어 오고 있다. 다른 지자체들도 돕기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 일회성에 그치고 있어 안타깝다. 수년 전부터 국가보훈처에서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을 대상으로 ‘낙전사업’을 벌이고 있다. 보훈처 직원들이 월급의 일정액 이하 금액을 모아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에티오피아 돕기에 나서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화천군의 장학사업이 단초가 됐다고 본다.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은 우리의 도움에 감사해하면서도 한편으론 섭섭함을 감추지 않는다. 일회성에 그치고 있는 정부 차원의 행사나 지원을 성의 있게 지속적으로 해 주길 바라고 있다. 후원의 도움을 받은 에티오피아 아이들이 자라 먼 훗날 주류층이 됐을 때 대한민국과의 관계는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다.” -장학사업에 남다른 애정을 쏟는 이유는. “나는 화천 읍내에서도 8㎞를 더 들어가야 하는 산골마을 가난한 집 10남매 가운데 7째로 태어났다. 중·고교 때는 읍내까지 걸어서 다녔다. 끼니를 때우기도 힘들던 시절이라 춘천 지역 상급학교와 대학 진학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고교를 졸업하고 돈을 벌기 위해 2년간 서울생활도 해 보고 고향에서 농사도 지었다. 이후 공직에 들어와 44년째 공무원으로 살아 오고 있지만 교육복지에 대한 갈증이 크다. 어린 시절 도시락을 못 싸가 뒷동산에서 물로 배를 채우고, 월납금이 없어 시험지를 빼앗겨 서럽던 시절을 잊지 못한다. 이후 산골마을 화천의 ‘교육복지’를 위해 일찌감치 학생들이 교육비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교육정책들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면서 아이들이 자라기 좋은 고장으로 변했다. 에티오피아 장학사업도 이런 연장선에서 실천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들의 장학사업은 계속돼야 한다.”
  • 안산 향한 ‘페미 비난’에 외신도 주목…BBC·로이터 “온라인 학대”

    안산 향한 ‘페미 비난’에 외신도 주목…BBC·로이터 “온라인 학대”

    2020 도쿄올림픽 2관왕에 빛나는 양궁 안산(20) 선수를 향한 도 넘은 ‘페미 논란’에 여러 외신까지 주목하며 “온라인상에서 혐오 공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딴 한국 양궁 선수의 짧은 머리가 반페미니스트들을 자극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를 “온라인 학대(abuse)”로 규정하며 “그 배경에 젊은 한국 남성들 사이의 반페미니즘 정서가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BBC방송 역시 “안산이 온라인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 서울 주재 특파원 로라 비커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공격은 자신들의 이상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을 공격하는 소수 인원의 목소리”라고 분석하며 “한국이 성 평등 문제와 씨름하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페미니즘은 한국에서 더러운 의미의 단어가 돼 버렸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 서울지부 객원기자인 켈리 조도 트위터에 “안산이 짧은 헤어스타일 때문에 남성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헤어스타일이 아직도 특정 그룹에선 논쟁거리일 정도로 반페미니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베가 떠오른다. 헤어스타일 하나로도 혐오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궁 혼성단체와 여자단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에 오른 안산은 인스타그램에서 ‘왜 머리를 (짧게) 자르나요’라는 질문에 “그게 편하니까요”라고 답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안산의 ‘숏컷’ 헤어스타일과 함께 그가 여대 재학 중이라는 점을 묶어 ‘페미니스트 아니냐’는 의혹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여기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남성혐오적 단어로 규정한 ‘웅앵웅’, ‘오조오억’이라는 표현을 안산이 과거 사용한 적 있다는 이유로 ‘페미니스트 논란’이 커졌다. 안산이 페미니스트라고 비난하는 네티즌들 중 일부는 “금메달이나 연금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로이터나 BBC 외에도 미국 폭스뉴스와 독일 유력일간지 슈피겔도 ‘한국의 반페미니스트들이 헤어스타일을 이유로 안산을 공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스타그램을 즐겨쓰는 안산은 지난 28일 자기소개란에 “좋아하는 거 좋아하면서 살래”라는 메시지와 함께 “DM(다이렉트 메시지·인스타그램의 쪽지 기능) 못 볼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최근 논란과 관련해 수많은 DM이 쏟아지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이처럼 안산을 향한 공격이 이어지자 그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거세게 맞서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안산 선수를 보호해달라”, “악성 댓글을 올리는 네티즌들을 처벌해 달라”는 등의 글이 이틀 동안 수천건 올라왔다. 이들은 양궁협회에 전화를 걸어 ‘안산이 사과하게 만들지 말라’고 촉구하는 운동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그 단호한 눈빛으로 세상의 모든 편견을 뚫어버려라. 우리는 안산 선수의 당당한 숏컷라인에 함께 서서 응원하겠다”며 지지를 보냈다. 안산은 공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30일 양궁 여자 개인전 1, 2회전에서 이기며 사상 첫 3관왕에 도전한다. 16강 상대는 일본으로 귀화한 하야카와 렌(한국명 엄혜련)이다.
  • 번뜩이는 눈빛

    번뜩이는 눈빛

    정영식이 27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32강에서 그리스의 파나지오티스 지오니스를 상대로 서브를 넣고 있다. 정영식은 이날 32강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뒤 16강에서는 올해 유럽선수권대회 우승자인 독일의 티모 볼을 잡고 8강에 진출했다. 도쿄 AFP 연합뉴스
  • 78년 전 세상 떠난 니콜라 테슬라 놓고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티격태격

    78년 전 세상 떠난 니콜라 테슬라 놓고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티격태격

    돌아보면 이 영민한 눈빛의 남성처럼 우리가 이 폭염을 그래도 무탈하게 견뎌내게 하는 데 기여한 인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니콜라 테슬라(1856~1943년)다. 토머스 에디슨은 직류를 고집한 반면, 그는 손실이 적게 전기를 보낼 수 있는 교류 발전기와 송전 및 배전 시스템을 발명했다. 이른바 전류 전쟁에서 에디슨이 승리했더라면 인류가 지금처럼 마음놓고 전기를 쓰는 시기는 한참 늦어졌을 것이다. 오늘날 상업 전기와 관련한 모든 진전은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6개국 언어에 능통했고 수학에도 뛰어났던 그는 평생 발명에 매달렸다. 지금도 그가 생전에 풀지 못하고 남기고 간 아이디어로 꾸준한 발명이 이어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가 발명한 것들로는 전자현미경, 수력발전소, 형광등, 라디오, 무선조종보트, 자동차 속도계, 최초의 X선 사진, 레이더 등도 그의 머리와 손으로 세상에 나왔다. 지금 여러분 손에 들려 있는 무선 리모컨도 그가 만들어낸 기술을 활용한단다.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은 에디슨을 더 알아줬고, 이런 차별과 무지를 뚫고 1943년 미국 뉴욕에서 세상을 떠난 그의 진가를 세상에 널리 알린 사람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다. 머스크의 전기자동차 덕에 그의 진가를 뒤늦게 깨달은 것일까?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절 태어나 일생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낸 그를 기리는 일을 놓고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가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영국 BBC가 26일(현지시간) 전했다. 크로아티아 중앙은행은 2023년 유로 주화에 그의 얼굴을 새기기 위해 청문회 등을 열어 여론을 수렴한 뒤 유럽연합(EU)에 오는 10월 신청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오랜 라이벌이며 내전을 치르기도 했던 세르비아가 발끈했다. 테슬라가 비록 지금의 크로아티아 땅인 스밀랸에서 태어난 것도 맞고, 그가 생전 세르비아 영토에서 지낸 것이 1892년의 단 하룻밤(!)에 지나지 않은 것도 맞지만, 그래도 피는 엄연히 세르비아인이라는 것이다. 당시 지방에서도 그의 얼굴을 보겠다며 사람들이 베오그라드에 몰려 올 정도로 사랑을 받았단다. 디지털 노마드를 자처하는 한 한국인 블로거는 ‘세르비아 한달 살기’를 체험하던 중 한 세르비아인이 테슬라가 하룻밤 머물렀던 공간을 돌아보는 투어를 무료로, 일종의 ‘덕후질’로 진행해 함께 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이 오스만제국의 침탈을 막기 위해 지금의 크로아티아 땅인 남동쪽으로 세르비아인들을 이주시켰는데 테슬라 가족도 스밀랸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그의 유해가 묻힌 곳도 세르비아란 점을 내세운다. 세르비아 디나르 화폐에 이미 그의 얼굴이 들어가 있다. 수도 베오그라드의 공항 이름에 그의 이름이 새겨진 것도 자부심의 상징인데 뒤늦게 크로아티아가 침해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크로아티아 정부는 물러설 것 같지 않다. 보리스 밀로세비치 부총리에게도 세르비아인의 피가 흐르는데 주화에 그의 얼굴이 들어가면 “자랑스럽고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생전에는 크로아티아도, 세르비아도 없었고, EU나 유로란 것도 없었는데, 하물며 일생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낸 그가 저하늘에서 이런 갈등에 대해 어떤 반응을 할까?
  • [Focus人] “BTS 친구들, 필요하면 꼭 연락주세요!”, 공간정리 달인 이지영 대표

    [Focus人] “BTS 친구들, 필요하면 꼭 연락주세요!”, 공간정리 달인 이지영 대표

    “많은 사람을 접해보면서 내가 정말 행복하다고 느낄 때가 달라진 공간이 아니라 그 공간에 있는 사람이 행복해하고 눈물 흘리고 감격하는 모습을 볼 때더라고요. 그래서 물건이 아닌 사람이 빛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 라고 이 일을 하면서 나름의 철학이 생겼죠.” 한 케이블 채널 예능프로그램 <신박한 정리>에서 연예인들의 복잡한 공간을 말끔히 해결해 준 공간크리에이터 이지영(42) 대표. 처음엔 공간컨설팅을 운영하면서 특별한 경험철학이 없었지만 20~80대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일에 대한 관점도 달라졌다. 첫 방송을 시작한 지 4개월째 되던 지난해 10월 초에 본사에서 첫 인터뷰를 가진 후 10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이 대표는 이달 7일에 방송이 종료되고 여러 곳에서 많은 인터뷰 제의가 왔지만,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먼저 손수 연락을 해왔다.“서울에 올라오고 3~4달 지났을 때 답답하고 외로운 시점이었는데 당시 주말 아침 일찍 첫 인터뷰 당시 ‘배고프지 않으시냐’며 바나나를 사줬던 게 너무 감사했고, 서울에 있는 내내 그 고마움이 계속 그 기억에 남아있었다”며 인터뷰를 자청한 이유를 말했다. 바나나 한 개가 두 번째 인터뷰를 성사시켜 준 셈이다.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본인의 집을 공개할 의향은 없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아직은 없다’라고 말한 그는 집을 보여주게 된다면 나름의 욕심이 생겨서 막 뭔가를 세팅할 게 분명하고 그렇게 되면 가족들이 너무 피곤해할 거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Q) ‘신박한 정리’와 함께한 1년의 세월 50점 넘었으면 잘한 거 아닌가요. ‘반 이상은 성공했다’라는 생각 때문에 너무 기분 좋게 잘 마무리할 수 있었고 일에만 모든 걸 제가 투자하다 보니 1년을 2년 같이 어떨 때는 3년 같이 지낸 시간이었던 거 같아요. 좋은 분들과 좋은 기획 의도만 있으면 ‘신박한 정리’ 시즌 2, 시즌 3, 시즌 4 다 참여해야죠. (Q) 연락처 주고받을 만한 친한 연예인 연예인들이 매회 방송 끝나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주긴 했지만, 프로그램이 완전히 끝난 다음에 전화 주신다는 게 사실 쉽지 않거든요. 오정연 씨랑 정은표씨 아내 하얀 언니 그 두 분께서 1년 동안 고생했다고 연락을 따로 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Q) 가장 기억에 남는 연예인 신동씨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아무리 연예인이라고 해도 본인 집 정리를 해주는 게 고마울 수 있겠지만 사실 당사자가 돼버리면 좀 다를 수 있거든요. 그 집을 오롯이 저한테 다 맡겨야 하고 제가 또 어떻게 할 거라고 얘기를 안 하니깐 궁금하기도 불안하기도 설레기도 하죠. 근데 신동씨는 유일하게 ‘다 알아서 해주세요. 믿습니다. 저는 그냥 설렘만 가득 안고 집을 비어드리겠습니다.’라고 하셨죠. 전문가로서 누군가가 나를 전적으로 믿고 지지해주고 믿고 기다리겠다고 한다면 너무 고마운 일이죠. 그때 진짜 열심히 했던 거 같아요. (Q) 정리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연예인 집 그것도 신동씨였어요. 정말 불가능할 거 같은 집이었어요. 부족함이 많이 없는 집이었고 신동씨가 정리라든지 공간을 바꾸는 거에 대한 욕구가 지속해서 있는 분이다 보니깐. 신동씨의 부족한 20%를 채워줘야 해서 정말 더 힘들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그 공간을 드라마틱하게 변하게 하기보다 아주 디테일함에 목숨을 걸었죠. 근데 그런 제 마음을 알아주시고 크고 ‘드라마틱하게 변하지 않더라고 작은 부분 하나라도 본인 집을 위해서 이렇게 신경 쓴 게 보인다’라며 감사하다고 말씀해 주셔서 너무 좋았어요. (Q)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가 정말 좋아하고 가고 싶은 집을 몇 군데 못 가서 너무 아쉬워요. 그중 하나가 바로 BTS죠. 제가 너무 좋아하고 정말 꼭 만나고 싶어요. 저는 신박한 정리에서 같이하게 된 연예인들을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자부하거든요. 하지만 BTS는 노력하지 않아도 압니다. 제가 다 그들을 잘 알고 있거든요. 그들이 원하는 거, 그들이 불편한 거 다 알 수 있을 거 같아서 BTS 친구들께서 꼭 연락해주셨으면 좋겠어요. (Q) 물건 처분은 어떻게 비워내는 물건들이 많잖아요. 먼저 나눔을 할 수 있는 번개 장터로 보내져서 필요한 사람들이 적은 금액으로 살 수 있도록 해주죠. 그리고도 비워낸 물건들이 많이 남아요. 신애라 씨가 같이 하는 미혼모 단체 같은 곳에서도 오셔서 필요한 물건들을 가지고 가세요. 그러다 보면 물건이 남아있는 게 거의 없어요. 비워내는 물건이 사실 쓰레기가 아니거든요, 단지 우리 집에, 우리 식구들한테 필요 없는 물건들일뿐이거든요. (Q) 끝없이 공부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 이 말이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지만 저는 사실 타고난 측면이 있는 거 같아요. 공간지각능력이 남달랐다고 해야 하나. 약간의 결벽증과 강박증도 있고 아버지 영향으로 미적인 감각을 타고나다 보니까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거 같아요.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이 감각을 더 키우고 누군가에게 전달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미술관에 간다거나 가구를 공부한다거나 그런 식으로 공부를 많이 했어요.(Q) 마지막 회 이하늘씨 집 정리… 비포 촬영도 유쾌하게 아주 잘 진행됐다고 얘기를 들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연구하고 살펴보던 와중에 안타까운 소식이 제작진에게서 온 거죠. 너무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비우기 작업을 했다는 건 그 집을 일단 들쑤셔 놨다는 뜻이죠. 오히려 이전보다 더 흩트려 놓은 거잖아요. 그냥 그렇게 두는 것도 안 되는 상황이었고 촬영을 재개하자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죠. 기다리고만 있었는데 오히려 이하늘씨께서 촬영하는데 조금 지장을 줬으니 집을 다시 내어주시겠다고 말씀하셨죠. 제가 매회 할 때마다 ‘정리 박사님’, ‘시트 지영’ 이런 식으로 별칭이 생기는데, 이하늘씨께서 그 공간을 보시더니 ‘당신은 정리를 한 게 아니라 이 공간을 창작했다, 공간예술가입니다’라고 해주셨어요. 너무 큰 칭찬이었고 위로가 됐고 너무 감사했었어요. 이하늘씨께 진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어요. (Q) 방송에 나오지 않았던 적도 있었는데 만약 신박한 정리에서 제가 메인이 됐으면 시청자들께서 보셨을까요. 누가 제 말에 귀를 기울였겠어요. 세 엠씨 분께서 각기 다른 방법으로 맡은 역할을 잘해주셨기 때문에 제가 가진 기술을 다 펼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저도 물론 애프터 때 말 좀 더 하고 싶고 한 개라도 더 전해주고 싶은 맘이 없진 않았죠. 근데 제가 무언가를 전달했을 때가 아니라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흐뭇해하고 공감하는 제 모습을 많은 시청자분께서 좋아해 주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Q) 공간의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지 허경환씨 댁을 정리한 적 있었는데 정리가 끝난 후 그분이 한 바퀴 둘러보시고 마지막에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몇 년 동안 이렇게 크게 감동하고 웃어본 적이 없는 거 같다’라고. 근데 그분의 눈빛을 봤을 때 방송용 멘트가 아닌 진심으로 느껴졌었거든요. 그분이 당장 이 공간에서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변화된 공간 자체만으로도 위로를 받고 에너지를 받는다고 하면 이 일을 한 사람으로서 너무 보람된 일일 수밖에 없거든요. 연예인들만이 아니라 국민께서도 코로나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상황 속에서 내 공간, 내 주변을 돌아보고 공간을 조금 더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거 같아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Q) 인터뷰, 강연 등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지 않나? 강연도 많고요. 여러 기업에서도 연락을 주시죠. 어떤 기업에선 건조기나 세탁기가 출시될 경우 그걸 잘 들여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겠다고 1등 상품권 ‘이지영의 공간컨설팅’이란 이름으로 경품권을 마련하기도 했죠. 대구와 서울에 손발 맞고 같은 철학을 가진 저 같은 사람이 여러 명 있어요. 많은 분이 제가 모든 컨설팅을 다 할 거로 생각하는데 아니죠. 그분들께서 각자의 역할을 잘해주고 계셔서 그렇게 바쁘진 않습니다. (Q) 가족과 서울에 함께 사는 게 오랜 꿈 고등학교 때부터 서울 올라오는 게 진짜 오래된 꿈이었거든요. 거의 20년 만에 그 꿈을 이뤘죠. 우리 가족들 다 올라오게끔 하고 싶었는데 저희 딸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엄마의 꿈을 이룬 거 너무너무 축하해, 우리 엄마 정말 대단해. 근데 나는 서울 가는 게 꿈이 아니야. 내 친구들과 좀 더 지내고 싶어’라고요. 생각해보니깐 그건 제 꿈이었던 거죠. 그래서 그 꿈을 조금 더 미루기로 했습니다. (Q) 좋은 일도 많이 하고 있는데 지난 6월엔 한국해비타트가 추진한 ‘독립유공자 후손 주거환경 개선’ 프로젝트에 함께 했어요. 우리가 좋아하고 즐기는 일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게 매번 반복되면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냥 노동이 되는 거 같아요. 우리의 도움이 절실했던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다하고 돌아오면 내가 좋아하는 일이 바로 이거였지, 라는 생각이 종종 들어요. 그래서 이런 기회를 자주 가져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Q) 아직도 맥주잔은 못 버리는지 맥주잔을 오히려 더 모집하고 있어요. 놀러 가서 추억이 담긴 맥주잔을 사서 모으는 게 취미가 있다고 했잖아요. 근데 지금은 놀러 가지도 못하고 너무 바쁘게 지내고만 있어서 그럴 여유가 없죠. 그래서 공구에서 빈티지 맥주잔이 나오면 사서 모으고 있어요. (Q) 본인의 집 공개 시점 아직 없습니다. 정말 많은 분이 궁금해하시더라고요. 많은 매체에서 집을 공개해달라는 연락이 많이 오거든요. 그러니깐 더 공개 안 하고 싶은 거예요. 제집을 보여주게 되면 제 나름의 욕심이 생겨서 다시 막 뭔가 세팅할 게 분명한데 그러면 제 가족들이 너무 피로해할 거 같아서 공개하지 않고 있죠. (Q) 제2의 인생을 기획하는 분들에게 집에도 정리가 필요하지만, 우리 인생에도 정리가 필요한 거 같아요. 저도 제 전공을 비워냈거든요. 하지만 과거의 전공을 바탕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서 결국 이런 결과를 만들어 냈거든요. 물론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저도 어려웠거든요. 근데 한 번 마음먹어보려고 한다는 것만으로도 시작하는 거잖아요. 익숙한 거, 편안한 거를 조금 비워 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Q) 앞으로의 계획과 꿈 빨리 코로나가 끝났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집 좀 그만 돌보고 산으로 바다로 해외로 막 다녔으면 좋겠어요. 우리 집이 아닌 더 넓은 공간을 볼 수 있는 계기가 온 국민께 생겼으면 좋겠고 저는 그로 인해 해외로 진출하고 싶어요. 해외에도 분명히 저의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계실 거거든요.
  • [오늘마음읽기]자려고 누워 걱정만 키우고 있는 당신에게

    [오늘마음읽기]자려고 누워 걱정만 키우고 있는 당신에게

    <4> 진료실 밖 진료실 이야기 병원 상담 보다 약을 먼저 찾는 환자들마음 속 응어리 털어내는게 진료의 기본심적 응어리, 말이나 글로 표현하면 효과타인에 말하다 보면 객관적으로 보이기도 #편집자 주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 ‘오늘하루 마음읽기’에서는 날씨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우리 마음속 이야기를 젊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4명이 친절하게 읽어 드립니다. 네번째 회에서는 믿을 만한 타인에게 속깊은 이야기를 털어놓는 일이 마음 건강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봅니다. 걱정과 고민을 마음 속에 담아두면 어떻게 될까요? 이광민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설명해드립니다.“속에 있는 걸 털어놓는다고 달라지는 게 있나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보다 상담 중심으로 진료를 하다 보면 간혹 이런 질문을 듣게 됩니다. 경계하는 표정을 지으면서요. 진료실에 들어오면서 주변을 살피고, 몸은 긴장돼 있고,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대화하려고 시도하면 ‘이 의사는 약이나 빨리 주고 보내주지, 왜 자꾸 나에게 말을 하라고 하나’라는 눈빛을 보내기도 합니다. 진료에 대한 거부감일 수도 있고, 개인적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꺼려지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마음속 깊이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 건 누구에게나 어렵습니다. 비밀스러운 내용이라 부끄럽기도 하고, 웃음거리는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까지 와서 자신의 얘기를 꺼내기 곤란하다고 하니 난감하지만 언뜻 그 마음이 이해도 됩니다. ●부끄러워서, 웃음꺼리될까봐…말 못해 병키우기도 정신과 약물이 없던 시절에는 의사의 치료 방법은 대화뿐이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서양의학에서 이 대화라는 치료 방법이 생긴 것도 1800년대 후반 무렵입니다. 이전에는 정신과 질환에 대해 더 원시적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종교적 문제로 보고 마녀사냥을 하기도 하고, 마을에서 몰아내며 사회적으로 철저하게 격리시켰습니다. 그러다 산업혁명과 르네상스를 거치며 정신적 질환을 과학적으로 바라보게 됐습니다. 장 마르탱 샤르코의 최면요법이나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한 정신의학적 치료의 초기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면 상태에서 말하든 혹은 맑은 정신에서 말하든 방법상 차이만 있을 뿐 모두 무의식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말로 표현합니다. 지금은 정신분석 뿐 아니라 인지행동치료, 대인관계치료, 스키마치료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마음 상태를 바라보고 이야기로 풀어내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런 치료기법들은 학술적으로는 복잡한 내용이지만 그래도 정신과 진료에서 기본은 내 마음 안에 답답한 응어리를 말로 털어 놓는 과정입니다. 마음 안에 여러 복잡한 감정과 생각은 그냥 두면 줄어들기보다는 쉽게 불어납니다. 고민이나 걱정을 안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를 떠올려보세요. 한번 떠오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져 극단적 상황까지 떠올리게 됩니다. 잠을 설치는 일도 흔하죠. 이런 생각들은 털어내야 합니다. 우리는 마음 안에 모아뒀던 응어리를 말로 털어내면서 그런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면서 바라보게 됩니다. 말로 풀어내도 되지만 글로 풀어내도 좋습니다. 그저 어딘가 쏟아낸다는 것만으로도 꼬리를 무는 생각의 흐름은 조금이나마 줄어듭니다. 믿고 의지할만한 누군가에게 털어놓는다면 더욱 좋습니다. 때론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털어 놓으면서 내 마음을 조금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와의 대화 속에서 나는 상대방의 반응을 통해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내 안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치료에서 관계가 주는 긍정적인 힘입니다. 대화라는 치료기법이 요즘과 같이 뇌과학이 발달한 시대에는 뒤쳐진 치료법이라고 느낄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최근 뇌과학에서는 대화에 바탕을 둔 정신치료가 우울증에서 약물치료만큼 효과적임을 입증했습니다. 대화 기반의 치료의 효과는 더디긴 하지만 지속기간도 길고 재발 위험도 낮춘다고 하죠. 흥미로운 건 대화치료 만으로도 우리 뇌의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우리 뇌는 환경의 다양한 자극에 따라 그 상황에 적응하며 뇌 신경망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부르는데 대화 기반 치료는 우리 뇌에서 트라우마 등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는 편도체와 생각 및 이해를 담당하는 전두엽 사이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그 밖에도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적응을 위한 우뇌의 기능을 강화하거나 사회적 공감을 나타내는 거울뉴런의 기능을 활성화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보니 우리 삶에서 내 마음을 말로 털어 놓은 걸 고리타분한 상담이라 치부할 수 없는 셈입니다. ●친구이든, 가족이든, 스승이든… 나만의 ‘대나무숲’이 필요하다 내 마음을 털어 놓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려주는 옛날이야기가 있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얘기입니다. 커다란 귀 탓에 고민하던 임금님이 모자 장수를 불러 귀를 감춰줄 모자를 만들어 달라고 시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귀에 대해 절대 말해서는 안 되며 소문을 내면 가족까지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하죠. 임금님이 만족할만한 모자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문제는 이후에 생깁니다. 커다란 고민을 안은 채 살아가던 모자장수는 결국 큰 병을 얻습니다. 마음의 부담이 몸의 병으로 옮겨간 셈입니다.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 모자장수는 고민 끝에 마을 뒷산에 대나무 숲으로 가서 큰소리로 외치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요. 다들 알고 계신 이 이야기를 다시 하는 이유는 이후에 이 모자장수의 병이 씻은 듯 낫기 때문입니다. 마음 안에 담긴 응어리는 결국 마음과 몸에 병을 만들지만 그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치료 효과가 있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만 전래된 건 아니라고 합니다. 비슷한 이야기가 그리스 로마 신화나 중앙아시아에도 있다고 해요. 아마 신라시대 때 실크로드를 통해 중동과 직접 교역을 하던 중 흘러 들어왔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역만리를 건너 비슷한 이야기에서는 우리의 대나무 숲이 우물로 바뀌어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내 마음 속 무거운 이야기를 털어 놓을 대상이 필요합니다. 이런 대상은 가족일 수도 있고 스승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습니다.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진심으로 이해해주고 공감할 수 있는 누군가라면 됩니다. 때로는 정신건강 전문가와의 상담도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삶에는 전래동화 속 대나무 숲이나 우물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그 누군가가 있으신가요? 이광민 전문의는 마인드랩공간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삶의 실체적 방향을 찾아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좋아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됐다. 오랫동안 임상에서 청소년과 청년, 암환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챙겨왔다.
  • 어린이 공연, 창작진·배우에겐 어떤 의미일까

    어린이 공연, 창작진·배우에겐 어떤 의미일까

    여름방학을 앞두고 본격적인 어린이 공연 시즌이 돌아왔다.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으로 모두가 마음을 졸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무대가 열리는 순간만큼은 한마음으로 즐거움을 나눈다. 특히 창작진과 배우들은 어느 때보다 관객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애틋한 마음으로 관객을 맞고 있다. 이들에게 어린이 관객들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창작진과 배우들은 “어린이들도 어른과 똑같은 관객”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작품으로 교감하는 것은 여느 공연과 다르지 않다. 연령별로 눈높이에 맞게 이야기 전달 방식을 고민하는 정교한 예술장르다. 지난 1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이 막을 올렸다. 이 페스티벌에서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자유소극장 무대를 장식하는 ‘하얀산’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꾸려진 공립인형극단인 춘천시립인형극단의 창단작이다. 조현산 예술감독은 “아이들 발달단계에 맞는 연극적 문법을 고민하는 것 외에 공연을 만드는 과정은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린이들은 편견이 없어 직관적으로 시각적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게 남다르다”면서 “인형의 질감과 크기, 표정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면 공연장에서 아이들이 각자 상상력으로 여백을 채우는 것이 묘미”라고 부연했다.인형극 ‘세 친구’(7월 28~29일 서울 유니플렉스)로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에 참여하는 인형극연구소 인스 신인선 대표도 이런 이유로 인형극에 빠져들어 인형 제작 과정을 배워 극단을 꾸렸다. “표정이 다양하지 않은 인형들을 관객마다 다르게 읽고 해석한다”면서 “어린이들이 낯선 공연장에서 인형 친구들과 마음껏 놀 수 있도록 공연 시작 전 분위기를 편안하게 하는 데 더욱 정성을 들인다”고 말했다. “‘재능보다는 인성이 중요하다’고 할 만큼 인형과 어린이에게 집중할 수 있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배우들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보탰다.오는 24~25일 광주 ACC 어린이극장과 온라인(7월 30일~8월 1일)에서 선보이는 넌버벌 공연 ‘네네네’는 세 배우가 높낮이만 다른 ‘네’라는 대사와 함께 여러 모양을 이으며 다채로운 움직임을 펼친다. 김민정 연출은 “다양한 직관으로 세상을 읽고 반응하는 아이들 세계와 닮았다”면서 “평소 아이들의 넓은 세계를 이해하고 원형의 감각들을 떠올리기 위해 그림책을 많이 읽는다”며 나름의 노력을 전했다. 27년째 어린이 작품에만 몸담은 성경철 배우도 “아이들이 ‘네네네’ 숲에서 기대하고 흥미를 발견하는 지점들이 모두 달라서 재미있다”면서 “늘 아이들을 관찰하고 즉흥적인 이미지를 떠올려 움직여 보는 등 호기심 많은 몸으로 단련시키려고 하다 보니 나이보다 훨씬 젊게 지내는 것 같다”며 웃었다. 원래 40분 공연 이후 10분간 예술놀이 시간을 계획했지만 아직 한 번도 아이들과 가까이 하지 못했다. 성 배우는 “대신 눈빛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놀이를 나누고 있다”고 덧붙였다.인기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도 2019년 이후 2년 만에 네 번째 시즌 ‘비명동산의 초대장’으로 어린이들을 15일부터 만나고 있다. 구하리 역의 정은빈 배우는 “어린이들이 보고 온 만화 캐릭터와 비슷해야 하니 말투와 목소리, 감정 표현을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한다”면서 “만화 속 하리와 똑같다는 반응을 들으면 정말 뿌듯하고 즐겁다”고 했다. 남민과 도플갱어 역의 우서라 배우는 “어린이극의 가장 큰 장점은 해피엔딩으로 모두가 따뜻한 마음을 안고 돌아갈 수 있는 게 큰 보람이고 무엇보다 무대를 향해 눈을 반짝여 주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제 삶이 빛나고 있다고 느낀다”며 의미를 담았다. 올해는 객석 인사를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전하면서도 두 배우는 “이번에도 무섭고 짜릿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며 기대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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