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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석 위 날아다니는 고래…새로운 짜릿함 ‘부치하난’

    객석 위 날아다니는 고래…새로운 짜릿함 ‘부치하난’

    작품 시작부터 모래바람이 불더니 마지막엔 객석 위를 날아다니는 대형 고래까지 등장한다. 남다른 연출이 전설과 현실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이야기의 환상을 더한다. 뮤지컬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시각적 즐거움의 끝판왕 수준이라 작품을 보고 나오면 진한 여운이 남는다. ‘부치하난’이 전 세계 뮤지컬 최초로 객석 위를 날아다니는 초대형 고래로 뮤지컬계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쥬라기 공원’ 같은 할리우드 SF 영화 등에서 활용되는 애니매트로닉스 기술이 적용된 고래는 지느러미 움직임까지 구현하는 한편 로봇 공학과 초 고도화된 드론을 활용해 극장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관객에게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부치하난’은 장용민 작가의 소설 ‘부치하난의 우물’을 각색해 무대화한 작품이다. 가상의 현실인 파라다이스의 뒷골목과 전설 속 어느 사막을 오가며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그렸다. 배달 일을 하며 살아가는 순수 청년 누리는 전설 속 사막의 마지막 우물을 지키는 전사 부치하난에 대해 듣게 된다. 사막의 마지막 우물을 지키는 전사 부치하난은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아주겠다며 나타난 올라와 사랑에 빠지고 덕분에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부치하난의 전설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누리는 올라라는 가명을 쓰는 태경을 만나고 ‘여신의 눈물’이라는 이름의 보석을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부치하난’은 전설과 현재를 오가는 독특한 설정에 탄탄한 서사 전개로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전설과 현실 모두 악당에게 쫓기는 전개로 이야기의 일치도를 높였다. 위기를 사랑으로 극복하는 이야기는 뻔한 주제지만 그 뻔한 서사가 뻔해지지 않게 주변 인물들과의 일을 통해 다채롭게 풀어낸 점도 흥미롭다. 작품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눈을 뗄 수 없는 연출에 있다. 가로 13m, 세로 10m의 초대형 LED와 무대 전체를 감싸는 초고해상도 멀티 프로젝터, 역동적인 움직임이 가능한 키네틱 라이트 등 국내 최고 사양을 자랑하는 조합은 ‘부치하난’의 세계관을 강화한다. 무대 중앙에서 바람을 일으키는 DMX 컨트롤러 팬에 전설 속 부치하난과 올라가 입은 얇은 의상이 휘날리며 사막에 있는 것 같은 생생한 경험을 제공한다. 첨단기술과 공연의 접목이 자칫하면 부조화를 이룰 수도 있는데 ‘부치하난’은 조화롭게 잘 어우러졌다. 특히 마지막에 등장해 객석 위를 날아다니는 대형고래는 “물을 나누는 자는 생명을 얻고 물을 가두는 자는 지옥을 보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와 맞물려 감동을 극대화한다. 귀에 착착 감기는 넘버들도 뮤지컬로서의 매력을 한껏 살리는 요소다. 극장에 앉아 있는 동안 현실을 잠시 잊고 환상의 세계에 제대로 젖어 들게 하는 작품이다.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 ‘마리우폴에서의 20일’, 눈 감지 않고 고개 돌리지 말고 봐야하는 이유[영화잡설]

    ‘마리우폴에서의 20일’, 눈 감지 않고 고개 돌리지 말고 봐야하는 이유[영화잡설]

    창가 너머로 보이는 건물들 여기저기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길가에는 러시아군을 의미하는 ‘Z’를 페인트로 칠한 탱크가 포를 마구 쏴댑니다. 무전기를 통해 위기 상황을 경찰에 연락해보지만 속수무책입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러시아군의 침공에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므스티슬라우 체르노우를 비롯한 AP 통신 기자들이 찍은 영상으로 만든 다큐멘터리입니다. 2022년 2월 4일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 갑자기 폭격기의 공습이 시작됩니다. 항구 도시인 마리우폴은 러시아가 크름반도도 진격하는 길목에 있는 도시입니다. 사람들이 미처 도망치지도 못하는 순간 러시아군이 공습과 동시에 이곳을 포위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기자회견 장면. “우리에게 가해진 위협에서 벗어나고 재앙을 막고자 하는 방어적 공격”이라는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민간인은 습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거짓말입니다. 카메라는 푸틴의 거짓말을 낱낱이 벗겨냅니다. 4살짜리 에반겔리나는 러시아군의 공습을 받고 병원에 실려 왔고, 손도 쓰지 못했는데 생을 마감했습니다. 엄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병원 의사들은 망연자실 바닥만 봅니다. 영상을 찍던 기자도 헬멧을 벗고 한숨을 쉽니다. 러시아군의 공습과 폭격이 이어지면서 전기가 끊기고, 인터넷도 끊깁니다. 영상을 외부로 보내 이곳에서의 참상을 알려야 하지만, 상황은 어려워집니다. 시민들이 도시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러시아가 임시 휴전 협상을 깨고 도시를 봉쇄했기 때문입니다. 진통제를 비롯한 의약품은 떨어집니다. 영안실이 시체로 가득해 다용도실에 시체를 보관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물과 식량이 줄어들면서 시민들은 상점을 약탈합니다. “전쟁은 인간의 내면을 볼 수 있는 엑스레이와 같다”는 말이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기자는 공습과 폭격 속에서 목숨을 걸고 인터넷이 되는 곳을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이렇게 나간 영상들이 전 세계에 공개됩니다. 그러자 러시아는 이를 ‘가짜뉴스’로 몰아갑니다. 산부인과 병원 폭격으로 임신부가 죽었는데, 러시아는 ‘배우를 써서 연출했다’고 반박합니다. 그렇게 보낸 20일, 기자는 영상을 찍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차에 숨겨 결국 탈출에 성공합니다. 그러면서도 “카메라에 다 담지 못한 이 비극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쉽사리 떠나질 못합니다. 영화는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 인터뷰로 마무리합니다. 그는 “현대전은 정보전”이라며 “모두 가짜뉴스”라고 부인합니다. 담담한 내레이션이 얹힌 영상들은 마치 총알처럼 가슴을 파고듭니다. 위기의 상황에서 히어로가 나타나지도 않습니다. 전쟁 속에서 사람은 너무나도 쉽게 생을 잃을 수 있음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전쟁을 겪지 않은 이로서 지켜본 1시간 30분 간의 전쟁 참상이 너무도 끔찍합니다. 눈을 감을 수밖에 없고, 고개를 돌리게 됩니다. 비닐에 쌓여 땅속에 묻힌 이들, 심지어 이마저도 허락되지 않아 병원 지하실과 길거리에 놓인 시체들의 풍경은 여느 영화보다 분노케 하고 공포를 부릅니다. 마리우폴은 86일 만에 함락됐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여전히 전쟁 중입니다. 진실의 힘은 얼마나 큰지, 그럼에도 진실이 꼭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도 뼈저리게 알려줍니다. AP통신 기자들은 러시아의 가짜뉴스를 반박하고 인도주의적 지원 경로를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퓰리처상 공공보도상을 받았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비롯해 전 세계 영화제 47개 부문 후보에 올라 33개의 상을 받았습니다. 다큐를 보고 있으면 문득 우리 현대사를 떠올리게 됩니다. 한국전쟁을 비롯해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같은 순간들이 그랬을 겁니다. 자칫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인 당시 사람들의 공포감은 어땠을까 싶습니다. 휴전 상태인 우리나라가 언제든 겪을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눈을 감지 말고 봐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개 돌려서도 안 되겠지요. 지난달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소식과 여기에 맞서 강대강으로 나서겠다는 정부의 모습이 영화와 겹치면서 그저 아찔해집니다. 김기중 기자의 ‘영화잡설’은 놓치면 안 될 영화, 혹은 놓쳐도 무방한 영화에 대한 잡스런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격주 토요일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 “사형수로 평생 참회해야” ‘연인 살해’ 의대생에 사형 구형

    “사형수로 평생 참회해야” ‘연인 살해’ 의대생에 사형 구형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의대생 최모(25)씨에게 검찰이 1심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우인성) 심리로 열린 최씨의 결심공판에서 “정의의 이름으로 극형 선택이 불가피하고, 비록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도 사형수로서 평생 참회하는 게 마땅하다”며 이같이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피해자가 이미 사망한 시점에도 여러 차례 찔러 시체를 손괴했다”며 “사람을 살리는 학문을 공부했던 자가 살인을 범한 피고인으로 남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까지 피해자에 대한 일말의 미안함도 보이지 않았다”면서 “피해자는 본인 이름 석자 대신 영원히 ‘피해자’로 남게 됐다”고 일갈했다. 검찰은 이날 이례적으로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구형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재판부를 향해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해 피해자 가족들이 치유되길 간청드린다”면서 “만천하에 살인자들이 잔혹한 범죄 행위를 자행할 일이 제발 없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초록색 수의를 입고 재판장에 모습을 드러낸 최씨는 미리 준비한 종이를 읽으며 최후진술에 나섰다. 최씨는 “제 마지막 진술은 사죄”라며 피해자와 유족을 향해 “무릎 꿇고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고 입을 열었다. 또 “피해자의 가장 고귀한 권리를 뺏은 것은 남은 인생 동안 제가 짊어져야 할 죄”라며 “사람들을 치료하는 학문을 공부하며 기대를 받았지만 충격과 슬픔만을 줬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씨는 “부모님은 평생 제게 올바른 가치관을 가르치셨지만 그렇게 살지 못했다”면서 “어머니께서 ‘잘못을 뉘우치고 사죄를 해야 용서받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피해자 A씨의 아버지는 “딸을 먼저 보내고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눈물을 쏟았다. A씨 아버지는 무릎을 꿇은 채 “제가 원하는 건 피고인의 사형밖에 없다. 딸을 잃은 고통에서 치유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최씨는 지난 5월 6일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 A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최씨는 중학교 동창인 A씨와 교제하다 지난 4월 A씨 부모 몰래 혼인신고를 했다. 이를 알게 된 A씨 부모가 혼인무효 소송을 추진했고, 최씨는 A씨와 결별 문제 등으로 다투다 범행을 저질렀다. 최씨 측은 심신장애를 주장하며 “정신과 진단으로 복용한 약품이 범행에 영향을 미쳤는지 판단하기 위해 정신감정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씨는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 결과 기준점을 밑도는 10.5로 나와 사이코패스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PCL-R는 사이코패스의 성격적 특성을 지수화하는 검사로, 국내에선 통상 25점을 넘기면 사이코패스로 분류한다. 그럼에도 검찰은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한 결과 피해자 사망 전 살인, 사람 죽이는 법을 검색한 내용이 확인됐다”며 재범 위험성은 높다고 설명했다.
  • ‘여자친구’ 191번 찔러 죽였는데, “내 아들이 너무 착해서”라는 엄마[전국부 사건창고]

    ‘여자친구’ 191번 찔러 죽였는데, “내 아들이 너무 착해서”라는 엄마[전국부 사건창고]

    결혼 8개월 앞두고, 범행동기 모호“고통에서 해방되고 싶었다”‘층간소음 갈등’ ‘경제적 곤궁함’“제가 여자친구를 죽였거든요. (흉기로) ××질해서 죽였어요.” 지난해 7월 24일 낮 12시 53분쯤 강원경찰청 112 상황실에 한 남성의 전화가 걸려 왔다. 남성이 알려준 대로 영월경찰서 경찰관들이 영월읍에 있는 한 아파트 5층으로 출동했다. 신고대로 여성의 시신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돼 있었다. 여성은 병원에 옮겨졌으나 손을 댈 수도 없이 숨졌다. 신고자는 류모(당시 28세)씨, 피살자는 류씨와 2024년 3월 결혼하기로 하고 2022년 11월부터 동거하던 A(당시 24세)씨다. 사건 직후 경찰과 병원 측은 “시신 확인을 안 하는 게 좋겠다”고 유가족을 말렸다. 대신 시신을 확인한 A씨 외삼촌은 “어떤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고 참혹했다”며 “얼굴도 못 알아볼 정도로…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냐”고 분노했다. 부검 결과 흉기 자국이 191곳에 달했다. 류씨는 경찰 신고 6분 전인 이날 낮 12시 47분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기 집에 도착했다. 직장에 있다 갑자기 나와서였다. 그는 집에 도착하자 다짜고짜 “너를 죽이려고 왔다”고 했다. A씨는 “정신지체냐”(류씨의 일방적 진술)고 말했다. 류씨는 주방에 가더니 흉기를 들고 왔고, 곧바로 A씨의 가슴 등을 마구 찔렀다. A씨가 황급히 “오빠”라고 소리치자 손으로 입을 막고 목과 얼굴 등에 흉기를 휘둘렀다. 이어 피를 흘리며 쓰러진 A씨의 옆구리 등 온몸을 찌르는 잔혹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이때만 100번이 넘었다.그는 범행 후 목숨을 끊으려고 자해 행위를 한 뒤 경찰에 신고하고 출동할 때까지 현장에 있다 체포됐다. 그는 검경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직장에서 점심을 먹고 휴게실에서 낮잠을 자고 일어나 갑자기 ‘A씨를 죽이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옆집과 층간소음 문제로 경찰 신고 및 상호 고소하고, 결혼을 앞두고 경제적 곤궁함으로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류씨는 이처럼 이례적인 잔혹 범행을 저지를 만한 정신질환 등의 기록이나 자료가 없었다. A씨는 몸이 약했지만 가계에 보탬이 되려고 틈틈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했고, 류씨와 일상생활은 물론 결혼 준비 과정에서도 다툼이 별로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후 류씨 엄마가 방송에서 한 발언은 어이없었다. 그의 어머니는 “내 자식이라 그런 게 아니라 (아들이) 너무 착해서…”라며 “할 말이 많으나 죄인이니까 일단 꾹 참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범행 동기는) 따로 살았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아느냐”면서 “너무너무 억울하고, 나도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흉악 범죄가 급증합니다. 우리 사회와 공동체가 그만큼 병들어 있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직시하고 아우성치지 않으면 나아지지 않습니다. 사건이 단순 소비되지 않고 인간성 회복을 위한 노력과 더 안전한 사회 구축에 힘이 되길 희망합니다. 1심 징역 17년, ‘유족구조금’ 반영2심 징역 23년 확정, “112 신고 직전…범행 6분간 판단능력 상실 없었다”1심을 진행한 춘천지법 영월지원 제1형사부(부장 김신유)는 지난 1월 류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건 직전 1시간여 동안 류씨와 A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와 집에 들어가는 폐쇄회로(CC)TV를 보면 류씨의 사물변별 및 의사결정 능력에 특별한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층간소음·경제적 곤궁 등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A씨 살인을 생각했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오히려 류씨의 부친이 지적장애 3급이어서 ‘정신지체냐’는 말에 민감했다는 게 설득력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류씨가 범행 후 자기 직장의 작업반장에게 전화해 ‘저 너무 힘들어 여자친구 죽였어요. 그냥’이라고 말하는 등 자기 행동의 내용과 의미를 명확히 인식했다”며 “류씨는 범행 내용을 스스로 신고했고, A씨 유가족은 검찰이 지급한 범죄 피해 유족구조금 4273만원을 받았다. 이 돈은 검찰이 구상권을 청구해 류씨가 전액 지급했다. 그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러 보이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 판결에 A씨 어머니는 “딸이 모욕적인 말을 했다는 건 류씨의 주장일 뿐이다. 평생 당뇨로 아파온 딸이 마지막 순간에도 고통스럽게 갔다. 도대체 왜 죽였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구조금을 받을 때도 ‘가해자와 합의 보지 않겠다’고 각서 썼는데 국가가 류씨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합의금처럼 바뀌고 감형이 됐다. 대체 어느 부모가 그 돈 받고 아이 목숨을 내주겠냐. 국가가 우리를 속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구조금은 국가가 범죄 피해자나 유족에게 합의와 관계없이 지원하고 이를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피해자의 기본권이지만 감형 요소로 삼는 판결이 적잖아 ‘가해자 조력 제도’라는 비판이 있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못 보고,어려움을 외부로 돌리는 성격”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춘천 제1형사부(부장 민지현)는 지난 4월 1심을 파기하고 류씨에게 6년 더 늘어난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하고 그 행위가 범죄임을 잘 알고 있었다. 112에 신고할 때 온전했던 류씨가 불과 6분 전 범행할 때 판단능력이 잠시 상실됐다는 정황을 찾을 수 없다”며 “류씨가 충동조절 장애가 심하다고 해도 정신질환자 정도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적된 스트레스 해방이나 모욕적 표현을 범행 동기로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류씨는 자신의 어려움과 고통을 잘 표현하지 않고, 수사·재판에 과도하게 신경 써 불안해하고, 자기 상황을 합리적·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자신의 어려움을 외부로 돌리거나 타인을 원망하는 성격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판부는 “처벌 전력이 없고, 신고 후 체포된 것을 고려하더라도 범행 방법이 매우 잔인하고 무참하게 살해한 것을 쉽게 납득할 수 없다. 유족이 가늠할 수 없는 고통을 호소하며 엄벌을 탄원한다”고 밝혔다. “‘잘 못했다’라는 말 한마디 않더라”검찰은 “부검 서류를 차마 쳐다볼 수 없었다”며 징역 25년을 구형했고, A씨 어머니는 1심에서 17년이 나오자 딸의 이름과 사진 등을 공개하며 폐지나 다름없는 사형 대신 거론되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탄원했었다. 항소심 과정에서 류씨를 만났다는 A씨의 어머니는 법정에서 “걔가 나를 보면 ‘어머니 잘못했습니다’라고 한마디 할 줄 알았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 말 안 하고 울기만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반성을 판사님한테 하냐, 나한테 해야지. 누가 용서하는 거냐”고 분노했다. 어머니는 “‘죗값 다 받고 나와라. 네가 ○○(A씨)를 사랑했으니까 다 받고…그럼 내가 용서할게’라고 얘기했다”고 눈물을 흘렸다. 1, 2심 재판부는 “형사처벌 전력 전무, 과거 폭력적 정황 보이지 않음, 재범 위험성 ‘중간’ 등을 이유로 류씨가 다시 살인을 할 개연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의 전자발찌 부착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어머니는 “그가 죗값을 받고 나와 사회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지만 교도소 안에서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것도 아니고, 지금보다 더 좋지 않은 환경에서 출소할 때 ‘제2의 우리 딸’이 나올까 걱정된다”고 했다. 류씨는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징역 23년이 확정됐다.
  • [르포] 고인의 이름은 ‘사회학과’… 학생들 “기억할게” 헌화

    [르포] 고인의 이름은 ‘사회학과’… 학생들 “기억할게” 헌화

    내년 신입생 모집 중단 소식에타 대학서도 근조화환 보내와“취업률만 봐” 일부 눈물 짓기도 “대학은 취업이나 돈 버는 기술만을 가르치는 학원이 아닙니다. 저희가 낸 등록금 역시 그렇게 쓰여서도 안 되고요.” 7일 경북 경산 대구대 사회과학대 앞에 마련된 대형 분향소. 학생과 교수들이 삼삼오오 모여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하고 있다. 고인의 이름은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나이는 만 45세다. 고인의 책상 위에는 사회학과 학생들의 4년간 배워야 할 전공 서적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분향소 형태로 마련된 추모 공간에는 다른 대학 사회학과에서 보낸 근조화환이 세워졌다. 일부 학생은 헌화를 이어가며 연신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3월 대구대는 사회학과를 ‘한계학과’로 정의하고 2025학년도부터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폐과에 반대한 재학생과 졸업생, 교수진은 대학의 일방적 구조조정에 항의하기 위해 이날부터 8일까지 이틀간 장례식인 ‘메모리얼 파티’를 열고 추모의 시간을 이어갔다. 행사를 주도한 사회학과 졸업생 박재범(31)씨는 “사회학과가 없어진다는 사실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알리고 싶었다”면서 “기초학문이 사라진 자리에 실용과 취업의 공간을 채우기 바쁜 우리 사회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대구대 사회학과는 올해 신입생들이 졸업하는 2030년 최종적으로 문을 닫는다. ‘사회학 없는 사회과학대학’이 되는 셈이다. 사라지는 사회학과 대신 학교는 사회복지, 경찰행정, 보건재활분야 등 취업이 잘 되는 학과의 정원은 대폭 늘리기로 했다. 웹툰전공과 게임학과, 스포츠헬스케어학과 등도 신설된다. 대구대 사회학과는 올해 정원(31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4명의 신입생을 받았다. 학령 인구 감소와 취업 시장에서의 낮은 경쟁력이 신입생이 줄어드는 주된 요인이라는 게 대학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통계청의 ‘주요 연령 계층별 추계인구’에 따르면 6~21세 학령인구는 2003년 1091만6000명에서 올해 714만 7000명으로 급감했다.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은 학교 생존을 위해서라도 ‘취업 경쟁력 있는 학과’ 위주로 학교를 재편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헌화를 마친 박정호 사회학과 교수는 “기초학문을 학교를 운영하는 데 재정적으로 도움이 되느냐, 안되느냐로만 보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대학 무전공제도가 확대되면 사회학과 같은 기초학문은 황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초학문 보호를 위해 정부 정책 기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정부가 대학을 평가하는 데 있어 취업률 등만 주된 잣대로 삼다 보니 학문의 다양성 저하나 특정 학문에 대한 편중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기초학문 분야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한 정부 정책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 ‘명예훼손 혐의’ 박수홍 형수, 선고 12월로 연기

    ‘명예훼손 혐의’ 박수홍 형수, 선고 12월로 연기

    방송인 박수홍(54)씨의 사생활 관련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박씨 형수 이모씨에 대한 선고가 다음 달로 연기됐다. 검찰은 6일 서울서부지법 형사9단독 강영기 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박씨와 아내 김다예씨에 대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지난 9월 열린 재판에서도 이씨에게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원래 지난달 23일 이씨에 대한 선고 공판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한 차례 미뤄졌다. 선고는 다음 달 11일 이뤄진다. 박씨 측은 지난해 10월 이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박씨를 비방할 목적으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박씨가 “방송 출연 당시 여성과 동거했다”는 허위 사실을 담은 메시지를 전송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전파되기 쉬운 채팅방에서 여러 지인에게 유명인인 피해자에 관한 치명적인 허위 내용의 발언을 해 명예를 훼손한 사건으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했다. 또한 이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는 점, 박씨가 강력한 처벌을 희망하는 점 등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이씨의 변호인은 “피해자에 대한 비방 의사가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씨는 재판부에 자신과 남편이 박씨의 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횡령범’으로 낙인이 찍히고, 딸이 정신적 충격을 받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눈물을 흘리며 선처를 호소한 바 있다.
  • 김선향 북한대학원대 이사장 시집 ‘그날 그 꽃’ 펴내

    김선향 북한대학원대 이사장 시집 ‘그날 그 꽃’ 펴내

    경남대학교는 김선향 북한대학원대 이사장이 시집 <그날 그 꽃>을 발간했다고 6일 밝혔다. <그날 그 꽃>은 ‘피어남’의 미학을 보여준다. 시인은 꽃이 피고 지는 모습, 매일 걷던 익숙한 길이 바뀌는 장면, 이를 통해 얻는 환희 등을 풀어냈다. 놓치기 쉬운 사소한 흔적을 ‘생명의 힘’으로 받아들였다. 시집에서는 ‘사라짐’ 미학을 느낄 수 있다. 세월이 데려가 버린 사랑하는 이들, 작별 인사도 없이 휙 넘어가는 서녘 해의 무심함에 대한 토로 등이다. 시인은 이 역설을 포착해 사라지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이렇듯 애절하게 그려낸다. <그날 그 꽃>은 또 ‘견딤’의 미학도 그려내고 있다. 시인은 통증을 털어내고 인공 눈물로 안구건조증을 누그러뜨리는 일상 등에서 얻은 깨달음을 전달한다. 이미선 경남대 영어교육과 부교수는 시집 서평에서 “<그날 그 꽃>은 전작 <황금장미>에 이어 또 한 번 꽃을 피운 유려한 언어의 성찬이자, 더 깊어진 눈길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집”이라며 “운문일기라는 형식이 갖는 미덕은 두 가지 면에서 독자를 사로잡는데 그 하나는 산문이 아닌 운문으로 표현된 언어의 명징함이며, 또 다른 하나는 일기라는 일상성이 갖는 힘”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어남과 사라짐, 그리고 견딤이 미학이 빛을 발하는 기저에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시인의 애정이 깔려있다”며 “우리는 찻잔을 앞에 두고 시인과 긴긴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으로, 혹은 꼼꼼하게 기록된 저작 날짜들을 따라 꽃이 피고 지는 길을 걷는 기분으로 시집으로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2009년까지 경남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대한적십자사 고문 직책을 맡고 있다. 이번을 포함해 총 3권의 시집을 발간했다.
  • ‘그냥 쉼’ 청년 자존감 찾아 준 ‘구도패’… 재취업률 7년 만에 최고

    ‘그냥 쉼’ 청년 자존감 찾아 준 ‘구도패’… 재취업률 7년 만에 최고

    대전고용센터 7명 전문 상담 활동“청년 10명 중 9명 상담 중에 눈물”‘관심 고픈 이들’ 자존감 회복 도와기업도약패키지 연계 등 구직 지원“구도패 참석 후 친구 데려오기도” “고용센터를 찾은 청년 10명 중 9명은 상담 과정에서 눈물을 흘립니다. ‘관심이 고픈’ 그들을 취업의 길로 나서게 하려면 자존감 회복이 우선입니다.” 5일 대전 고용복지플러스센터(고용센터)에서 만난 이진경 취업지원팀장은 이처럼 ‘노동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고용센터의 사회보험 급여 지원 업무가 폭증한 탓에 본연의 취업 지원 기능이 약화된 상황에서 취업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늘고 있어서다. 대전과 세종, 금산의 고용 지원 서비스를 담당하는 대전센터 또한 실업급여와 국민취업·직업능력·기업 지원 등 120개 사업을 맡고 있지만 실업급여를 받으려는 민원인이 상당수다. 직원(200명)의 25%가 실업급여 업무를 맡고, 하루 센터 방문객(800여명)의 70% 이상이 실업급여 관련 민원인이다. 5개 층 가운데 실업급여를 다루는 3층은 이른 시간임에도 방문객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실업급여 신청 후 첫 방문일에 이뤄지는 교육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물론 고용센터의 재취업 노력도 성과를 내고 있다. 실업급여 수습 기간이 120~270일로 늘어난 2019년 25.8%까지 떨어졌던 재취업률(실업급여 수급 기간 취업한 비율)은 지난해 30.3%까지 회복됐다. 재취업률이 30%대를 기록한 것은 2016년(33.1%) 이후 처음이다. 고용부가 실업 인정 방식을 세분화하고 취업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부정수급 단절을 위해 특별점검을 하는 등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면서다. 김현아 고용정책총괄과 서기관은 “대전센터는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 중 유일하게 1대1 상담이 가능한 ‘구직자도약보장패키지’(구도패)의 다양한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구도패’는 경력 전환 희망자와 실업급여 수급자 중 재취업을 적극 원하는 구직자, ‘그냥 쉬는 청년’ 등이 대상이다. 개인별 상담사가 경력 개발 로드맵을 제시하고 진로 지도와 직업 훈련, 취업까지 연계 지원한다. 대전센터에는 7명의 구도패 전문 상담원이 활동하고 있다. 2022년 8월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올해 3년 차지만 청년과 고용센터를 잇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상담원 한 명이 평균 30여명을 3~6개월간 관리한다. 하루 3~4명의 구직자를 40~90분씩 상담하는 빡빡한 일정이다. 지난해 12월부터는 구도패와 기업도약패키지(기도패) 등을 연계한 ‘일자리 수요데이’도 개최하고 있다. 매월 업종을 달리하고 지난 9월부터는 수요데이 일주일 전 기업설명회를 여는 등 취업 지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팀장은 “구도패에 참석한 청년이 주변 친구들을 데려오는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구직자가 센터에서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요절한 천재 화가 앙리 르뇨 [으른들의 미술사]

    요절한 천재 화가 앙리 르뇨 [으른들의 미술사]

    한 여성이 흘러내린 옷과 머리카락, 치렁거리는 치마, 벗겨진 슬리퍼와 함께 유혹하는 듯한 눈빛으로 관람자를 바라보고 있다. 이 여성은 앙리 르뇨(Alexandre Georges Henri Regnault·1843~1871)가 그린 ‘살로메’다. 살로메는 신약 성경 속 여성이며 선정적이고 관능적이고 에로틱한 감성을 대표하는 여성이다. 살로메의 도발은 한편으로는 유혹하고 한편으로는 파괴하는 팜므 파탈의 전형적인 특성을 드러낸다. 친구의 약혼녀를 그린 살로메르뇨가 그린 ‘살로메’ 실제 모델은 이탈리아 여성 마리아 라티니이며 르뇨의 친구 약혼녀였다. 르뇨는 1868~1869년 무렵 마리아를 로마에서 만나 그녀의 초상을 그렸다. 로마 여성의 머리칼은 동양 여성의 짙은 검은색으로 변형시켜 동물적인 건강미를 강조했다. 그 결과 로마 여성은 의붓아버지 헤롯왕을 위해 방금 막 관능적인 춤을 마친 살로메 모습으로 변화되었다. 살로메 발치에 있는 표범 가죽과 머리, 속이 훤히 비치는 치마, 차가운 금속성 접시와 나이프는 폭력적이고 동물적인 관능미를 나타낸다. 이러한 특성들은 야만, 폭력, 공포 등 오리엔탈리즘 미술에서 흔한 것들이었다. 르뇨는 마리아를 검은 피부의 아프리카 여성으로 변형시켰다. 이렇게 정숙한 유럽 여성은 도발적인 매력을 지닌 요부 살로메가 되었다. 일찍 꽃피운 재능르뇨는 1866년 로마상을 수상했다. 로마상 수상자들은 로마에 머물며 이탈리아 미술을 익히는 특전이 주어졌다. 이때 르뇨는 한발 더 나아가 스페인의 그라나다의 알함브라와 모로코 탕헤르를 여행하며 이슬람 문화의 이국적인 풍광과 풍습을 그려 오리엔탈풍을 익혔다. 이때의 경험과 습작은 ‘살로메’에 그대로 녹아 있다. 당시 유럽인들은 오리엔트에 대해 문명이 닿지 않은 그들의 순수하고 지상 낙원이라는 환상과 에로틱한 판타지를 가졌다. 르뇨는 저명한 프랑스 화학자 앙리 빅토르 르뇨의 아들이다. 르뇨는 어렸을 때부터 미술에 재능을 보여 17살에 파리 에콜 데 보자르에 들어가 드로잉을 익혔다. 르뇨는 로마상 경연 대회에 세 번의 도전 끝에 마침내 로마상을 수상했다. 그의 나이 22살에 이룬 쾌거였다. 다가오는 불운그러나 승승장구하던 르뇨는 갑자기 보불전쟁의 징집대상이 되었다. 로마상 수상자는 군복무를 면제받았으나, 르뇨는 자발적으로 국가 방위군에 합류했다. 르뇨는 후방에 배치되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은 르뇨가 생각한 대로 쉽게 흘러가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전쟁은 격화되었으며 프랑스군은 눈에 띄게 프러시아 군에 밀렸다. 전쟁이 기울자 르뇨는 점점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꼈다. 르뇨는 자신이 죽을 때 자신의 이름, 직업과 사랑하는 가족에게 보내달라는 의미로 “앙리 르뇨, 화가, 프랑스 화학 협회 소속 빅토르 르뇨의 아들”이라고 쓰인 카드를 주머니에 지니고 있었다. 삶에 대해 이토록 절박했던 한 젊은이의 바람과 달리 전쟁 종식을 10여 일 앞두고 1871년 1월 19일 르뇨는 부쟁발(Buzenval) 전투에서 전사하고 말았다. 보불전쟁 종식 하루 전인 1871년 1월 27일 르뇨의 장례식에는 많은 정치인, 병사, 시인, 화가들이 모여 그를 추모했다. 남겨진 약혼녀의 눈물르뇨의 약혼자 주네뷔에브 브레통(Mademoiselle Geneviève Bréton·1849~1918)은 연인의 관 위에 하얀 라일락 부케를 놓으며, 약혼자의 죽음을 슬퍼했다. 이 꽃은 그들의 결혼식 꽃이었다. 동료들은 화가로 그리고 병사로 프랑스 국가 발전에 기여했던 르뇨의 짧은 인생과 고귀한 희생을 기렸다. 전쟁은 이렇게 능력 있는 젊은이의 꿈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 성산포 광치기해변의 눈물… 4·3 희생자 214명의 이름이 새겨진 문이 세워졌다

    성산포 광치기해변의 눈물… 4·3 희생자 214명의 이름이 새겨진 문이 세워졌다

    제주에서 빼어난 절경으로 손꼽히는 성산일출봉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광치기해변에 보석처럼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고 있다. 누가 알았을까. 모래사장으로 밀려드는 물결이 시리도록 푸른 광치기해변이 4·3때 제주도민 214명이 희생된 비극의 학살터였다는 사실을. 제주에서 첫손 꼽히는 아름다움 앞에서 우리의 가족과 형제들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다는 것을… 5일 오전 9시부터 이곳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광치기해변 ‘터진목’ 4·3추모공원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밀려들기 시작했다. 매년 11월 5일이 되면 이곳 터진목 4·3추모공원에선 성산읍 4·3 희생자 위령제가 열린다. 이날은 유족들이 예년과 달리 설렘과 기대에 차 있었다. 10년 가까이 염원하던 4·3조형물 제막식을 겸해 위령제가 열리기 때문이었다. 오전 10시. 광치기해변 터진목 언덕에 세워진 성산읍 4·3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오종구 성산읍 4·3희생자유족회장이 주제사를 통해 “올해도 저희는 아프고 쓰라린 마음을 추스르고 영령님들 전에 진설 분향한다”며 “고개숙여 명복을 빌며 억울함과 원통함을 풀고 영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76년 전 4·3 광풍으로 이곳 터진목을 비롯한 성산읍 여러곳에서 400여명의 무고한 희생이 있었다”며 “이로 인해 우리의 삶은 폐허가 되고 그 아픔은 아직까지 아물지 않는 통곡의 상처로 남았다. 유족분들, 그 비극의 시절을 딛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통한의 세월을 감내하시느라 얼마나 가슴 아프셨냐”고 되물었다. 이어 “오영훈 도지사의 각별한 관심과 성원 덕분에 7년여만에 유족들의 숙원사업인 학살터 조형물 설치 및 추모공원 정비사업이 완료돼 제막식을 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유족 여러분께서 4·3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 결과 4·3해결에 의미있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희생자에 대한 보상금이 지급되고 불법군사재판 뿐 아니라 일반재판 희생자에 대해서도 직권재심 청구로 명예회복이 이뤄지고 있으며 4·3의 뒤틀린 가족관계도 폭넓게 회복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추도했다. 김종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제주 제1경인 성산일출의 아침 햇살은 변함없이 이곳을 비추고 있다”며 “그날의 햇살도 오늘처럼 밝고, 그날의 바다도 오늘처럼 푸르렀는가.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76년 전 희생자들의 피맺힌 한이 서려 있는 아픔을 다시 마주하며 마음을 가눌 길 없다”고 추도했다. 특히 이날 4·3관계자들과 유족 등 100여명은 위령제를 지낸 뒤 학살터인 터진목에 세워진 조형물 ‘해원의 문’ 앞으로 이동해 제막식을 거행했다. 도 관계자는 “높이 3.2m 규모의 해원의 문은 기단은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4·3을 직시하고 앞으로도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감시자로서의 분과 평화를 호소하는 눈물의 형태를 띠고 있다”며 “오석 모자이크는 눈동자 형태로 안구의 실핏줄이 터질 만큼 고통을 받아온 유족들의 삶을 표현했다. 청동 원 형태는 4·3의 비극적인 역사를 넘어선 해원과 상생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 해원의 문을 넘어서면 희생자 분들이나 살아있는 우리는 모든 것을 넘어선 평화의 길이 된다”며 “상부 백색 조형은 희생자들을 하늘로 인도하고 안내자 역할을 뜻하는 기하학적인 새의 깃털, 종이배 형태로 영혼이 축복받는 거룩한 곳으로 모시는 매개체로 표현됐다”고 전했다. 원 안에는 이 학살터에서 희생된 214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터진목은 1948년 제주4·3사건 당시 성산읍을 비롯한 인근 구좌읍, 표선면, 심지어 남원읍 사람들까지 무참히 학살당한 곳이다. 당시 이곳에서 학살당한 성산읍 희생자만 400여 명이나 되며, 특히 희생된 사람들 중에는 유족도 없이 모래밭에 묻혀버리거나 바닷물에 떠밀려가 버린 시신도 허다했다고 전해진다. ‘터진목’이란 지명은 터진 길목이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실제 194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성산일출봉이 있는 성산리는 물때에 따라 육지길이 열리고 닫혔었다. 이후 주민과 행정당국이 공사를 벌여 육지와 완전히 이어지게 됐는데 이 일대를 ‘터진목’이라 부른다. 오종구 성산읍 4·3희생자유족회장은 당시 성산사람들은 “콩 볶듯 볶아대던 구구식 장총소리를, 시퍼렇게 지나가던 징 박힌 군화소리를 듣고 보았다”면서 “총탄을 몸으로 막아내며 늙은 어머니를 구해내던 어느 이웃집 아들의 죽음이, 젖먹이 자식만은 품에 꼭꼭 껴안고 처절히 숨져 가던 어느 젊은 어미의 한 맺힌 죽음이 서린 곳”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 모래밭을 파헤치면 그날 희생된 유골이 나올 수 있다”고 한숨을 몰아쉬며 한탄했다. 그날 실종된 또 다른 4·3희생자가 잠들어 있을 지 모른다는 추정이었다. 이날 제막식 후 ‘해원의 문’ 원형 안에 새겨진 희생자의 이름을 만지고 쓰다듬는 유족들. 그들은 그 이름 앞에서 한참을 떠날 줄 몰랐다. 그들에게 4·3의 비극은 76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아직도, 끝나지 않은 참극으로 머물고 있었다.
  • ‘산림바이오매스 활성화’ 현실화를 위한 정책 마련 호소

    ‘산림바이오매스 활성화’ 현실화를 위한 정책 마련 호소

    산림바이오매스에너지협회는 주요 산업계 구성원과 함께 2일(화) 국정과제로 지정한 ‘산림바이오매스 활성화’의 현실화를 위해 정부의 조속한 정책 대안 마련을 호소했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토면적의 63%는 산림이다. ha당 임목축적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사유림 산주만 하더라도 220만 명에 육박한다. 전국의 산림사업체만 하더라도 16만 개가 넘고 종사자 수는 60만 명을 상회한다. ‘산림관리는 곧 국토 관리’라는 수식어가 뒤따르는 이유로, 산림과 국민의 삶이 뗄 수 없는 관계라는 표현이 들어맞는 이유라고 협회는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 등으로 우리 산림은 산불이나 병해충과 같은 심각한 교란 요인에 노출돼 있다. 산불은 소중한 생명과 삶의 터전을 순식간에 앗아가며, 중요 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 요소로써 국가의 안위에 영향을 준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산림관리와 바이오매스 활성화에 국가 수준의 정책까지 수립해 가며 적극 나서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국내에서 생산된 목재 중 산림 내에 남아있거나 부가가치가 높지 않아 이용이 원활하지 아니한 것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 이를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라 정의한다. 푸른 강산을 어둡게 만드는 것들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여 국민 생활을 윤택하게 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특히 제도의 실행 시점부터 업계 간 합의를 토대로 한다는 점, 지속가능성과 추적성을 갖췄다는 점에서 모범적인 제도라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다만, 제도의 좋은 취지와 달리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를 활용해 목재펠릿을 제조하는 산업적 여건에 대해 협회는 참담함이 더해진 비극이라 묘사하고 있다. 정책을 믿고 수천억 원을 투자한 국내 목재펠릿 제조업이 수입산에 밀려 가동이 중단되거나 손실 판매 누적으로 거리로 내몰리게 됐기 때문이다. 제조사뿐만 아니라 산림을 소유한 산주, 산림부산물을 수집하는 기업, 유통사, 물류사 등 전국의 수백 여 기업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어 줄도산으로 인한 여파가 전국 곳곳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반면 수입산 목재펠릿을 사용하는 발전업계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누리고 있어 분위기가 사뭇 대조된다. 이날 국내 산업계 구성원들이 생존을 위해 거리로 나서 눈물로 호소하는 주된 사유다. 협회 관계자는 “연간 약 1조 원에 가까운 목재펠릿이 수입되고 있음에도 산업통상자원부는 여기에 높은 REC 가중치(1.5)까지 부여함으로써 제도적으로 무제한 수익을 사실상 보장하고 있다”며, “현행 REC 가중치 구조는 정부가 나서서 국산 대신 수입산 목재펠릿을 쓰도록 역차별을 장려하는 모양새다. 해외에서 흡수한 탄소를 국내에 뿜어대는 수입 목재펠릿의 높은 REC 가중치를 유지하게 하는 경과 조치에 대하여 시급한 해제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참가자는 “수입산 목재펠릿은 공급망 추적도 되지 않아 산림파괴와 같은 오명을 쓰고 있음에도, 정부가 나서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를 남의 나라에 퍼주는 것이 정상이냐”며, “국정과제임에도 산업은 붕괴하고 있고 임업인들은 신용불량에 빠져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책임 전가에만 급급한 정부의 태도에 억장이 무너진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 북한 여자축구 U17, 월드컵 우승…3연패 도전 스페인에 설욕

    북한 여자축구 U17, 월드컵 우승…3연패 도전 스페인에 설욕

    북한 여자축구 17세 이하(U17) 대표팀이 스페인의 3연패를 막고 국제축국연맹(FIFA)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북한은 4일(한국시간)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의 에스타디오 올림피코 펠릭스 산체스에서 끝난 2024 FIFA U17 여자 월드컵 결승에서 스페인과 전·후반 90분 동안 1-1로 비긴 뒤 이어진 승부차기 접전 끝에 4-3으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전일청이 대회 최우수선수(MVP)상에 해당하는 골든볼을 수상했다. 북한은 2016년 요르단 대회 이후 8년 만에 통산 세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특히 북한은 스페인과의 질긴 악연을 끊어냈다. 북한은 2010년 트리니다드토바고 대회 3위 결정전에서의 0-1 패배, 2018년 우루과이 대회 8강전 승부차기 패배 등으로 스페인이 앞길을 막았다. 스페인은 2018년, 2022년에 이어 대회 3연패에 도전했으나 북한의 설욕에 무릎을 꿇었다. 준결승에서 각각 미국을 1-0으로, 잉글랜드를 3-0으로 꺾은 북한과 스페인의 결승전은 스페인이 좀 더 주도권을 쥐고 끌고 가는 형국이었다. 북한은 시작부터 위기를 맞았다. 전반 2분 스페인의 역습 상황에서 셀리아 세구라에게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내주고 오른발 슈팅을 허용했으나 골키퍼 박주경이 슈팅 각도를 좁혀 선방했다. 또 전반 42분에는 공중 볼을 처리하려던 박주경과 북한 리국향, 스페인의 알바 세라토가 겹치며 잠시 혼전이 벌어졌고, 빈 골대로 흐른 공을 북한 수비가 다급하게 걷어내 가까스로 실점을 막았다. 북한은 후반 16분 스페인에 선제골을 내줬다. 왼쪽 측면에서 파우 코멘다도르가 낮게 깐 크로스를 찔러 넣자 반대쪽 골대로 쇄도한 세구라가 왼발로 가볍게 밀어 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북한은 곧바로 만회 골을 터뜨렸다. 이 장면에서 세 차례 득점 세리머니를 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후반 19분 로운향의 긴 패스로 한 번에 스페인 수비 라인을 허물었고,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질주한 전일청이 골키퍼를 제친 뒤 오른발 슈팅으로 골대를 갈라 환호했다. 북한은 후반 30분 세라토에게 오른발 슈팅을 허용했으나 박주경의 신들린 선방으로 위기를 넘겼다. 추가 득점에 실패한 양 팀은 승부차기로 우승컵의 주인공을 가렸다. 양 팀의 두 번째 키커인 이리스 산티아고와 정복영의 슛을 각 팀 골키퍼가 나란히 막아내 선방 대결을 펼쳤다. 세 번째 키커 코멘다도르의 슛이 골대 왼쪽으로 흘러 나간 반면, 로운향은 깔끔하게 성공해 희비가 갈렸다. 이후 실축 없이 깔끔하게 골망을 흔든 북한은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스페인을 꺾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송성권 북한 대표팀 감독은 “유럽 최강팀 스페인을 통쾌하게 이겼다. 아시아 최강팀이 세계 최강팀이 된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며 감격스러워했다.
  • U17 女월드컵 우승 이끈 北 골키퍼가 남긴 말은…北승부차기로 스페인 3연패 저지하며 통산 3번째 우승

    U17 女월드컵 우승 이끈 北 골키퍼가 남긴 말은…北승부차기로 스페인 3연패 저지하며 통산 3번째 우승

    북한 여자 축구가 통산 3번째 17세 이하(U17)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북한은 4일(한국시간)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의 에스타디오 올림피코 펠릭스 산체스에서 열린 2024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 월드컵 결승에서 스페인과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했다. 2008년 초대 대회 챔피언 북한은 2016년 요르단 대회 이후 8년 만에 통산 세 번째 정상에 오르며 이 대회 최다 우승국이 됐다. 북한은 또 2010년 트리니다드토바고 대회 3위 결정전 0-1 패배, 2018년 우루과이 대회 8강전 승부차기 패배 등을 앙갚음했다. 2018년과 2022년 우승에 이어 대회 3연패에 도전한 스페인은 2번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2년 주기의 이 대회는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열리지 않았다. 스페인이 경기 주도권을 쥐고 경기를 풀어갔다. 북한은 전반 여러 차례 실점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지만 후반 16분 결국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다. 왼쪽 측면에서 파우 코멘다도르가 낮게 깔아 찬 크로스를 반대쪽 골대로 쇄도한 셀리아 세구라가 왼발로 가볍게 골대 안으로 밀어 넣었다. 북한은 3분 만에 균형을 맞췄다. 로운향의 긴 패스로 스페인 수비 라인을 허물었고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질주한 전일청이 골키퍼를 제친 뒤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북한은 두 차례 비디오판독(VAR)을 거쳐 득점을 인정받았다. 먼저 전일청의 오프사이드 여부에 대해 판독했는데 스페인 수비가 미세하게 앞에 위치한 것으로 판정됐다. 그러자 스페인 벤치는 득점 이전 경합 상황에서 북한의 파울 여부를 놓고 VAR을 신청했다. 그러나 심판진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에도 박주경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긴 북한은 승부차기에서 스페인을 물리쳤다. 양 팀의 두 번째 키커인 이리스 산티아고와 정복영의 슛을 각 팀 골키퍼가 나란히 막아낸 뒤 스페인의 세 번째 키커 코멘다도르의 슛이 골대 왼쪽으로 비껴간 반면, 북한의 키커 로운향은 깔끔하게 골망을 흔들어 승부를 갈랐다. 맹활약한 박주경은 경기 직후 FIFA 인터뷰에서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은 원수께 제일 먼저 기쁜 소식을 알려 드리고 싶다. 행복하고 기뻐서 눈물밖에 안 난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9월 콜롬비아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에서도 8년 만에 우승해 여자 축구 강국 면모를 뽐냈다.
  • 암 판정에도 응원 온 한 사람 생각에 안양 감독 울음 터트렸다

    암 판정에도 응원 온 한 사람 생각에 안양 감독 울음 터트렸다

    수석코치로 일하다 올해 사령탑창단 11년 만에 K리그1 승격 이뤄부인 전날 비보 듣고도 경기 찾아유, 선수들 혹시 영향 있을까 숨겨“내 탓에 스트레스 많이 받아” 눈물 팀 창단 11년 만에 프로축구 K리그1 승격을 이뤄낸 유병훈(48) FC안양 감독이 암에 걸린 아내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안양은 2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2 38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부천FC와 0-0 무승부를 거두며 오는 9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39라운드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K리그2 우승을 확정했다. 안양이 K리그1으로 승격하는 건 2013년 팀 창단 이후 11년 만이다. 유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상래 통역 겸 매니저와 아내가 갑상샘암에 걸렸다는 걸 털어놓았다. 그는 “노 매니저가 (두 달 전 암 판정을 받았지만 우승 도전 때문에) 수술을 미뤄놨다. 아내도 어제 병원에 가서 갑상샘암인 것 같다는 판정을 받았다”며 “내 스트레스를 나눠서 진 것 같아서 너무도 미안하고 고맙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유 감독의 부인은 전날 암 판정을 받고서도 이날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응원했다. 안양의 승격은 3전4기 만에 이룬 도전의 결과였다. 안양은 2019년 처음으로 3위를 차지하며 준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2021년에는 2위에 올랐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대전하나시티즌에 패했다. 2022년에는 3위로 정규리그를 마친 뒤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지만 수원 삼성에게 패하면서 승격 도전을 접어야 했다. 유 감독은 안양 수석코치로 일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사령탑을 맡게 된 초보 감독이다.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는 대신 팀워크를 중시하며 선수들과 소통과 신뢰를 중시하는 지도력으로 취임 첫 시즌에 승격을 이뤄냈다. 빠르고 유기적으로 모아졌다 펴는 움직임으로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는 움직임으로 ‘꽃봉오리 축구’를 구사하면서 공수 밸린스를 갖추며 리그 최소실점(34골)으로 선두를 지켜냈다. 안양이 2025시즌에는 K리그1에서 뛰게 되면서 축구팬들의 관심은 벌써 안양과 서울이 맞붙는 더비매치에 쏠린다. 안양은 ‘안양 LG 치타스’가 2004년 연고지를 서울로 옮겨 FC서울로 이름을 바꾼 뒤 지역 축구팬들의 노력 끝에 2013년 시민구단으로 창단했다. 이 때문에 안양 팬들은 K리그1에서 서울과 맞대결하는 걸 최대 목표로 여긴다. 지금까지 안양과 서울이 만난 건 2017년 4월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대한축구협회(FA)컵 32강전이 유일하다. 당시엔 서울이 안양을 2-0으로 이겼다. 한편 울산 HD는 지난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1 36라운드에서 강원FC를 2-1로 꺾으며 2024시즌 K리그1 우승을 달성했다. 3년 연속 K리그1 정상이자 통산 5번째 우승이다.
  • 팔레스타인 피눈물 먹고 자라는 ‘스타트업 국가’의 민낯 [세책길]

    팔레스타인 피눈물 먹고 자라는 ‘스타트업 국가’의 민낯 [세책길]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학교 수업시간에 “부지런한 유대인, 게으른 아랍인” 이야기를 듣는 건 흔한 일이었다. 유대인은 똑똑하고 단결력이 좋다, 아랍인들의 탄압과 침입을 막아내고 있다, 우리도 유대인들을 배워야 한다. 그런 게 말 그대로 상식이었다. 전쟁이 났을 때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조국을 지키기 위해 전세계에서 이스라엘로 몰려드는 반면 아랍 국가들 젊은이들은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공항으로 몰려들었다는 ‘어디선가 누군가가 했다는 이야기’는 약방에 감초로 등장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먼지가 풀풀 날리는 곳에서 사는데, 유대인들은 ‘키부츠’라는 협동농장에서 힘을 합쳐 사막을 옥토로 바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글이 중학교 교재에 실려 있었다.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 이스라엘은 부지런해서 사막을 옥토로 바꾸고 아랍인들은 게을러서 황무지에서 사는 줄 알았다. 하지만 대학 시절 읽은 어떤 책을 보고서야 알게 됐다. 이스라엘 농부들이 활짝 웃으며 농사짓는 사진에 등장하는 키부츠는 원래 그곳에 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내쫓았던 곳이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막 먼지 날리는 황무지에서 사는 건 올리브나무를 가꾸고 농사를 짓던 고향에서 쫓겨났기 때문이었다. 그 얘기가 그렇게나 충격적일 수가 없었다. 국제엠네스티는 지난해 5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최대도시인 헤브론 검문소에 ‘붉은 늑대’라고 부르는 인공지능 안면인식 시스템을 설치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감시하고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이를 ‘자동화한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라고 비판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검문소에 설치한 카메라 수십대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얼굴을 스캔해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고, 이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통과시킬지 여부를 통보해주는 방식이라고 했다. 이런 방식은 가자지구에서도 동일하게 사용됐다. 게다가 하마스를 상대로 한 전투에선 CCTV, 드론, 위성으로 수집한 이미지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공습표적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군사작전에 참여하는 단계까지 왔다. 물론, 이런 방식 덕분에 민간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 ‘피와 눈물이 흐르는 땅’ 위에서 자라난 군수산업<팔레스타인 실험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감시하고 탄압하는 과정에서 발전시킨 방위산업과 보안산업을 이용해 돈벌이를 해온 실태를 고발하는 책이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홀로코스트 산업>을 비롯해 <만들어진 유대인>, <이스라엘에 대한 열가지 신화> 등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벌이는 악행을 비판하는 책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모두 저자가 유대인이다. <팔레스타인 실험실>을 쓴 앤터니 로엔스턴 역시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 있는 “자유로운 시온주의 가정”에서 자란 “무신론자 유대인(15~16쪽)”이다. 저자의 할아버지는 1939년 나치를 피해 난민 신세로 오스트레일리아에 정착했다고 한다. 저자는 어린 시절 이스라엘을 조국으로 느끼는 환경에서 자랐지만, 점차 “팔레스타인인을 겨냥한 공공연한 인종주의와 이스라엘의 모든 행동에 대한 반사적인 지지가 불편해졌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를 “광신적 종교집단 같았다”고 표현했다(15쪽). 저자는 이스라엘 점령체제의 본질이란 이스라엘 인권단체인 베첼렘이 2021년에 낸 보고서에서 밝혔듯이 “아파르트헤이트”에 다름아니라고 규정한다(17쪽). 이런 주장을 들으면 이스라엘 정부는 십중팔구 ‘반유대주의’라고 반발한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실험실>에는 이스라엘의 솔직한 속내를 공공연하게 드러낸 다양한 사례가 등장한다. 현재 이스라엘 집권여당인 리쿠드당 소속 정치인인 이스라엘 카츠는 2022년 5월 의회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제 나는 대학에서 팔레스타인 깃발을 나부끼는 아랍 학생들에게 경고했습니다. 1948년을 기억하라. 우리의 독립전쟁과 너희의 나크바를 기억하라. 밧줄을 너무 팽팽히 잡아당기지 마라(290~291쪽).” 리쿠드당과 함께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독실한 시온주의당’ 지도자이자 네타냐후 총리의 협력자인 국회의원 베잘렐 스모트리치는 2021년 10월 아랍계 국회의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이 여기에 앉아 있는 건 순전히 실수 때문이야. (이스라엘 건국 총리) 벤구리온이 일을 마무리하지 않고 1948년에 당신들을 몰아내지 않았기 때문이지(106쪽).” 두 사람은 동일한 역사적 사건을 상기시켰다. 나크바란 아랍어로 재앙이라는 뜻이다. 1948년에 일어났다. 이스라엘 민병대 등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인구 190만명 가운데 75만명이 강제로 쫓겨나 난민이 되었고, 531개 마을이 파괴되고 1만5000명이 살해됐다. 그러므로 두 정치인의 발언은 마치 일본 국회의원이 재일동포들에게 ‘관동대지진 같은 꼴 다시 당하고 싶지 않으면 조심하는 게 신상에 좋을거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피와 눈물이 흐르는 땅’ 위에 이스라엘이 건국됐다. 그런 바탕 위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감시하고 추방하고 총을 겨누고 있다고 지적한다. <팔레스타인 실험실>은 감시하고 추방하고 탄압하는 기법이 발전하다 못해 어느덧 이스라엘 경제를 떠받치는 거대한 산업이 돼 버렸다고 폭로한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뿌리는이스라엘 감시산업은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인공지능이나 안면인식기술, 드론을 활용하고 휴대전화를 감청하는 등 각종 첨단 감시장비는 최근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살해 논란이 계속되면서 많이 알려졌다. 이스라엘이 세계에서 10번째로 방위산업 수출로 많은 돈을 버는 국가라는 것도 중요하다. 1984년부터 1988년까지 뉴욕타임스 예루살렘 지국장으로 일했던 토머스 프리드먼이 ‘이스라엘 경제는 어떻게 해외 무기 판매에 중독되었는가’라는 특집 기사에서 밝혔듯이, “이스라엘 사업가들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무기상이다(49쪽).” 방위산업과 감시산업 발전의 원동력이자 현장 실습장이 팔레스타인이다. 결국 이스라엘이 실전에서 시험을 거쳤다고 홍보하는 무기란 결국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일상적으로 감시하고, 저항을 차단하고, 사위를 진압하며, 군인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고 공격하는 데 사용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팔레스타인 실험실은 이스라엘의 독보적인 홍보 포인트(21쪽)”가 돼 버렸다. 이스라엘을 ‘스타트업 국가’이며, 수많은 스타트업이 군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고 치켜세우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그들의 군복무 경험이 사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감시하고 탄압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에는 눈을 감는다. 정보부대 8200에서 제대한 43명이 2014년 네타냐후 총리와 베니 간츠 참모총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낸 적이 있다. “군사 통치를 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스파이 활동과 감시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습니다. … 수집, 저장되는 정보는 무고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칩니다. 정치적 박해를 위해, 그리고 협력자를 선별하고 팔레스타인 사회의 집단끼리 대립하게 함으로써 사회 내부에 분열을 일으키기 위해 정보가 사용됩니다(130~131쪽).” 이스라엘 정보부대 8200 소속 한 내부고발자는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의 모든 전화 통화를 들을 수 있다며 이렇게 증언했다. “동성애자를 찾아내어 친척들에게 알리겠다고 압박할 수도 있고, 바람피우는 남자를 발견할 수도 있죠. 예를 들어 누군가가 빚을 지고 있다는 걸 알아내면 어떻게 될까요? 그 사람한테 접촉해서 협력의 댓가로 빚을 갚을 돈을 주겠다고 하면 됩니다(132쪽).” 홀로코스트 생존자 후손이 고발하는 ‘추악한 거래’칠레에서 살다가 1973년 군부 쿠데타 이후 가족과 함께 이스라엘로 망명한 다니엘 실버만이란 사람이 있다. 한참 뛰어놀아야 할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불법체포돼 감옥에 끌려갔다. 결국 아버지는 고문을 당한 끝에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고통받는 유대인들을 받아준 고마운 조국이었을까. 실버만은 어른이 되어서야 이스라엘이 칠레 군부에 상당한 무기지원을 하고 군경 교육훈련을 지원하는 등 긴밀한 교류를 했음을 알게 됐다. 이스라엘이 가르친 고문기법으로 아버지가 죽은 셈이다. 저자는 칠레,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파나마, 스리랑카, 미얀마, 르완다 등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이스라엘의 ‘추악한 거래’ 사례를 상세히 들려준다. 악명높은 독재자들이 이스라엘의 주요 고객 명단으로 등장한다. 피노체트(칠레), 차우셰스쿠(루마니아) 뿐 아니라 아파르트헤이트 당시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1985년에 이스라엘 의회 대외관계위원장을 지냈던 요하나 라마티가 미국 플로리다 국제대학교에서 연설하면서 털어놓은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이스라엘이 도우려 하지 않는 유일한 정부 체제가 있다면 그건 반미 국가일 것입니다(65쪽).” “이스라엘은 수십년간 워싱턴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종종 미국이 공개적인 지원보다는 은밀한 지지를 선호한 지역에서 활동했다. 가령 이스라엘은 냉전 시기에 미국 의회가 미국 기관들의 공식적인 활동을 봉쇄한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의 경찰을 지원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까지도 콜롬비아의 암살대를 훈련 무장시켰다(52쪽).”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부터 가자지구에서 거대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사실 옛날 신문을 조금만 찾아보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나 서안지구에 군대를 보내고 폭격을 하는 뉴스는 수십년간 되풀이된 연례행사같은 일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때마다 이스라엘은 ‘테러와의 전쟁’이나 ‘테러리스트에 맞서 고향을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어쨌든 꽤 잘 먹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덧 시대는 변하고 있다. 국제사회 여론은 갈수록 이스라엘에 비판적으로 바뀌고 있다. 그런 여론이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가 정부 정책까지 바꾸진 못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가진 ‘신뢰자본’이 갈수록 고갈된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적어도 수십년 전 한국 사회는 ‘똑똑하고 부지런한 유대인’ 신화가 상식이었지만 이제는 이스라엘과 태극기를 함께 흔드는 사람들이 대체로 괴랄하다는 취급을 받는 것만 봐도 변화는 분명해 보인다. 저자는 이스라엘이 좀 더 나은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완전히 격리시키고 이스라엘을 유대인 순혈주의 국가로 바꿔 버리는 ‘두 국가 해법’을 반대하고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동등한 시민으로서 함께 사는 ‘한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게 대표적이다. 저자가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스라엘의 악행이 자칫 홀로코스트 피해자라는 역사적 정당성마저 무너뜨리지 않을까 하는 근심이 책 곳곳에서 느껴진다. “많은 나라에서 유대 국가에 대한 여론이 꾸준히 돌어서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행동과 방위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국제사회에서 따돌림 당하는 불가촉천민 국가라는 오명을 벗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296쪽).”
  • “너 때문에 내 딸이…”10대 딸 남친 찌른 30대 엄마, 징역 7년 구형

    “너 때문에 내 딸이…”10대 딸 남친 찌른 30대 엄마, 징역 7년 구형

    딸이 가까이 지내던 남학생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30대 여성에게 검찰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1일 대구지법 제11형사부(이종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A(여·38)씨에 대해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우발적 범행으로 보이지만 미성년자를 살해하려 했다는 점과 피해자가 의식을 되찾았으나 당뇨 및 소화기능장애 등을 앓고 살아가야 한다는 점 등을 종합했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 9월 9일 오후 10시 40분쯤 수성구 범어동 한 길거리에서 B(14)군을 옷 속에 숨긴 흉기를 꺼내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는 만취 상태로 범행을 저질렀으며 범행 직후 자해를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앞서 A씨는 자신의 딸인 C(16)양이 B군과 교제를 시작한 뒤 학교에 가지 않고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등 비행을 일삼자 둘을 떼어놓기 위해 지난 7월 제주로 이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C양이 이사한 뒤에도 비행을 멈추지 않았고, 대구로 돌아와 B군과의 만남을 이어가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변호인은 A씨가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있었으며, 어린 자녀들을 부양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범행 당시 피고인이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였으며, 지독한 모성애로 우발적인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자 측과 합의한 점, 기초생활수급자인 부모와 자녀들을 부양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법이 허용하는 선에서 최대한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재판 과정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한 A씨도 최후 진술에서 “아무 것도 모른 채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눈물을 흘리며 선처를 호소했다. 한편,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13일 오전 10시 열린다.
  • “콘서트 보러가자 했는데…” ‘수거차 참변’ 여아 빈소엔 아이브 근조화환

    “콘서트 보러가자 했는데…” ‘수거차 참변’ 여아 빈소엔 아이브 근조화환

    아파트 단지 내 인도에서 후진하는 재활용품 수거 차량에 치여 숨진 초등학생 생 A양(7)이 1일 가족들의 곁을 영원히 떠났다. 이날 광주 서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A양의 가족들과 학교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A양의 발인식이 치러졌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슬픔을 더한 가운데 유족이 A양의 영정을 들고 운구 차량으로 발길을 옮겼다. 영정 속 A양은 오른손으로 브이(V)자를 하며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유족들은 A양의 운구 행렬을 보며 통곡을 멈추지 못했다. 유족들은 힘 없이 서 있다가 바닥에 풀썩 주저앉고 “불쌍해서 어떡해”라며 오열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딸을 잃은 어머니는 연신 멈추지 않는 눈물을 닦았다. A양의 관이 운구차에 실리고, 유족들은 국화를 관 위에 내려뒀다. 어머니는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 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평소 그룹 아이브의 팬이었던 A양은 아이브의 춤과 노래를 따라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A양의 삼촌은 “조카와 콘서트를 같이 보러 가자고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하게 됐다”며 통곡했다. A양의 이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아이브의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측은 A양의 빈소에 근조화환을 보내며 슬픔을 함께했다. A양은 지난달 30일 오후 1시 20분쯤 광주 북구 신용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후진하는 재활용품 수거 차량에 치여 숨졌다. 유족에 따르면 A양은 이날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곧 도착한다”고 이야기했는데, 이 통화가 모녀의 마지막 대화가 됐다. A양의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주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A양이 사고를 당한 장소가 인도였던 탓에 수거 차량 운전자 및 업체의 안전 불감증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A양이 숨진 장소는 주민들과 학생들의 추모 편지와 국화꽃으로 뒤덮였다. 주민들은 A양에게 판다 인형과 음료, 과자 등과 함께 A양을 추모하는 메시지를 담은 편지로 A양을 애도했다. “사이드 미러 보면서 후진”…‘3인 1조’ 원칙 안 지켜광주 북부경찰서는 재활용품 수거 차량 운전자 B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당시 B씨는 혼자 차량을 몰았으며, 차도에서 인도로 직진 후 분리수거장 쪽으로 후진하다 A양을 치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직전 후방 카메라 대신 사이드미러를 보고 후진하다 A양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현행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은 지자체의 생활폐기물의 처리를 대행 받은 업체가 생활폐기물을 수집·운반하는 경우 운전자 포함 3명이 1조로 작업하도록 하고 있다. 차량에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후방영상 장치를 설치해야 하고 매년 안전점검과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A씨가 속한 업체는 광주 북구 소재 업체로 폐기물관리법 제46조에 따라 폐기물처리 신고대상 업체로 폐기물관리법 적용 대상 업체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 사망한 시신 옮기다 어머니라는 걸 알게 된 구급대원…당시 상황 공개[포착](영상)

    사망한 시신 옮기다 어머니라는 걸 알게 된 구급대원…당시 상황 공개[포착](영상)

    팔레스타인 구급대원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여성의 시신을 이송하던 중 뒤늦게 자신의 어머니라는 걸 깨달은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졌다. AP통신의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 구급대원으로 활동하는 바르디니는 전날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 중부로 출동해 동료들과 함께 현장에서 사망한 시신을 수습했다. 바르디니는 흰색 천에 덮인 피 묻은 시신을 구급차에 실은 채 약 2㎞ 떨어진 알 아크사 순교자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한 그는 시신이 실린 들것을 내리고 시신을 병원 안치실로 이동했고, 안치실에서 병원 의료진이 신원 확인을 위해 흰색 천을 내렸을 때에야 자신이 수습한 시신이 어머니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됐다. 바르디니는 시신 곁에서 “어머니인 줄 몰랐다”며 오열했고, 어머니 시신 위로 몸을 기댄 채 감싸 안으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사망한 바르디니의 어머니 사미라(61)는 지난달 30일 이스라엘군이 마가지 난민캠프 인근의 차량을 공격할 당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공격으로 3명이 사망했고 최소 10명이 부상을 입었는데, 사망한 2명은 차량에 앉아있던 남성이었다. 또 다른 한 명인 사미라는 차량 근처에 서 있다가 폭발로 인해 치명상을 입었고 이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현장에서 수습하고 함께 구급차까지 타고 이동한 시신이 어머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바르디니와 그의 동료들은 현장에서 기도를 올렸고, 이후 사미라의 시신은 매장을 위해 옮겨졌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공습에 대한 즉각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줄곧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을 표적으로 정밀공습을 실시해 민간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러한 공습으로 인해 여성과 어린이가 사망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지난 24시간 동안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10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후 시작된 전쟁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은 4만 3000여 명에 달한다.
  • WS 우승 위해 왔다더니… 진짜했다, 오타니

    WS 우승 위해 왔다더니… 진짜했다, 오타니

    시리즈 전적 4승 1패… 8번째 트로피5차전 0-5 끌려가다 7-6 대역전승오타니, 입단 첫 해에 우승 반지 껴프리먼, 5차전도 2타점 MVP 영예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가 43년 만에 맞붙은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WS·7전4승제) 대결에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WS 우승 반지를 위해 올 시즌 다저스행을 택한 오타니 쇼헤이(30)는 꿈에 그리던 WS 반지를 끼게 됐다. 다저스는 31일(한국시간) 미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WS 5차전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초반 5점 차를 뒤집고 7-6으로 역전승했다. 시리즈 전적 4승1패를 기록한 다저스는 2020년 이후 4년 만이자 통산 8번째 WS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다저스의 WS 우승은 1955년, 1959년, 1963년, 1965년, 1981년, 1988년, 2020년에 이어 이번이 8번째다. 다저스가 양키스를 상대로 WS 우승을 따낸 건 창단 첫 WS 우승을 이룬 1955년과 1963년, 1981년, 그리고 이번까지 4번째다. 반면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왕좌를 꿈꿨던 양키스는 눈물을 흘렸다. 초반 분위기는 양키스였다. 1회 말 공격부터 WS 내내 침묵하던 에런 저지가 다저스 선발 잭 플래허티를 두들겨 선제 2점 홈런을 날린 것을 비롯해 재즈 치점 주니어의 1점 홈런 등 연속타자 홈런으로 3점을 먼저 따냈다. 2회와 3회에도 추가점을 얻으며 5-0으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다저스는 5회 초 공격에서 상대 실책과 이번 WS 4경기 연속 홈런을 치는 등 최상의 타격감으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프레디 프리먼의 중전 적시타,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2타점 2루타 등으로 대거 5득점 하며 가볍게 5-5 동점을 만들었다. 다저스는 5-6으로 뒤지던 8회 초에도 단타 2개와 볼넷 1개로 무사 만루를 만들었고 개빈 럭스와 무키 베츠의 희생플라이 등으로 2득점 하며 7-6으로 경기를 다시 뒤집었다. WS 2차전에서 어깨 부상을 당했던 오타니는 이날 경기에서도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꿈에 그리던 WS 반지를 차지했다. 올 시즌 54홈런, 59도루를 기록해 MLB 사상 처음으로 50홈런-50도루의 대기록을 세운 오타니는 WS 기간 홈런포를 가동하지 못했지만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에 이어 WS에서도 우승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내게 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10년 7억 달러(약 9600억원)의 거액에 다저스행을 택한 오타니는 기자회견에서 “이 팀의 일원으로 우승해서 영광”이라며 “첫해부터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것은 엄청난 일”이라고 기뻐했다.
  • 잊지 않겠습니다, 잊지 못하겠습니다… 마음 생채기 기억하는 두 다짐

    잊지 않겠습니다, 잊지 못하겠습니다… 마음 생채기 기억하는 두 다짐

    2022년 10월 30일 아침, 전 국민은 말도 안 되는 뉴스를 접하곤 입을 다물지 못했다. 불과 몇 시간 전인 전날 밤에 159명이나 되는 젊은이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좁은 골목길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난 아직도 참사의 진상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한창 빛을 내야 할 젊은이들이 세상을 떠났는데 사고에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는 괴상한 참사. 세월호 참사와 함께 한국인의 가슴에 트라우마를 남긴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책이 잇따라 출간됐다.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가 이태원 참사로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면 ‘이태원으로 연결합니다’는 이태원 주민, 그곳이 일터인 사람들, 이태원이라는 공간을 아끼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참사를 이야기한다. 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영안실에 갔을 때 두려워 안아 주지 못했지만 병원에서 장례식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40분 동안 딸을 안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는 어머니, 분향소로 매일 출근해 당국의 철거 위협에 맞서 밤새 아들의 영정을 지킨 아버지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뜨거운 분노가 치밀어 오르며 저절로 눈시울이 붉어진다. 책을 통해 이태원 참사는 피해자 유족뿐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태원 참사 후 삶에 대해 불안감이 커져 오랫동안 일을 시작하지 못했다고 고백하는가 하면, 사고 당일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인원을 찾는 요청을 외면하고 집으로 되돌아간 것에 대해 아직도 자책하며 매일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참사를 목격한 뒤 일상에 도사리는 죽음의 공포와 싸워야 했던 이들도 있다. 이 책들은 왜 이태원 참사를 기억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재난과 위험이 일상화된 현재 한국 사회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시스템을 재정비해 안전한 사회로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아픈 기억이지만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상처를 보듬고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사람 간 믿음과 연대라는 것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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