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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 버지니아 켈리」/이경형 워싱턴특파원(오늘의 눈)

    클린턴 미대통령은 연말휴가 동안인 지난해 12월 28일 고향인 아칸소주의 핫스프링에서 그의 어머니와 피자파티를 즐겼다.불과 1주일전이었지만 이것이 두사람간의 이승에서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당시 부인 힐러리여사,딸 첼시 그리고 그의 어머니의 네번째 남편인 딕 켈리 또 그의 고등학교 시절의 친구 4명이 자리를 같이했다.피자를 먹고난 다음 클린턴이 『다음 뭘할까』고 묻자 한 친구가 『볼링을 하러가자』고 말했다.클린턴과 친구들은 일제히 올해 70세인 켈리여사를 쳐다보면서 「승낙」을 간청했다.그녀는 눈을 크게 뜨며 눈동자만 굴렸다.클린턴의 유년시절 늘 보아왔던 『승낙을 표시하는 장난끼어린 화난 표정』이었다. 인간 클린턴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사람은 바로 소설같이 파란만장한 그의 어머니 버지니아였다.그녀는 남편을 3번이나 사별한 기구한 운명의 여자였다.그녀의 첫 남편이자 클린턴의 생부인 윌리엄 브라이드는 자동차부품 외판원으로 임신중인 부인을 시카고의 새 보금자리로 데려가려고 아칸소로 오다가 빗길 교통사고로 숨졌다.3개월뒤 클린턴은 유복자로 태어났다.그녀는 아들의 장래뒷바라지를 위해 젖먹이를 친정에 맡기고 마취학을 공부했다. 마취사자격을 딴뒤 자동차세일즈맨인 로저 클린턴과 두번째 결혼을 했고 아이에겐 아버지가 있어야 한다며 아들에게 양부의 성을 따르도록 했다.그러나 주벽에다 손찌검까지 심한 그와 이혼했다가 이혼후 거의 매일 집현관앞에서 쭈그리고 있는 그를 불쌍히 여겨 재결합했으나 얼마후 암으로 사망했다. 세번째 결혼은 이발사 제프 드와이어와 이뤄졌으나 얼마후 병사했고 13년전 식료품 중개상인 지금의 남편과 살아왔었다. 8일 켈리여사의 장례식을 앞두고 클린턴의 친구들은 클린턴의 정치적 인내력과 불굴의 투지는 바로 그의 어머니로부터 영향받은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유복자를 남부럽지 않게 키우기 위한 집념,거듭된 남편과의 사별에도 불구하고 내일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않는 진취적 생활자세가 오늘의 미국대통령을 만든 것이다. 유방암 절제수술을 받은지 닷새만에 클린턴의 유세현장으로 뛰어드는 켈리여사의 투지는 「훌륭한 자식을 키우는 강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미국민의 뇌리에 남을 것이다.
  • 북한의 명견 풍산개/따뜻한 남녘서 갑술 첫 아침

    ◎암수 11마리 경북 영일군 흥해읍에 새 보금자리/도착 두달만에 제2고향 적응 성공/싸움엔 사생결단… 용맹성 기질 발휘/한때 멸종위기… 북한서도 특별사육 눈부시 듯 흰빛 강아지등에 쏟아져 내리는 갑술원단의 찬란한 햇살에 새해의 서기가 어린다. 지난해 11월 온국민의 관심속에 「따뜻한 남쪽나라」로 온 북한명견 풍산개들.올해가 개띠의 해인지를 아랑곳 이나 할까­11마리가 그저 서로 엉켜 뒹굴고 뛰며 마냥 즐거운 모습들이다.반도의 동쪽끝 영일만의 작은 마을에서 온국민의 염원인 통일에의 기대를 한몸에 안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풍산개 강아지들은 통일을 향한 서곡이라도 합창하는양 제법 우렁찬 목청으로 새해인사를 보낸다. 사업가 김만수씨(39·쌍마영행사 대표)가 『오직 개를 사랑하는 마음』하나로 어렵게 구해 국내로 들여와 경북 영일군 흥해읍 망천리 그의 고향집에서 키우고 있는 이 강아지들은 암컷 7마리,수컷 4마리로 도착할때 허약했던 모습을 벗어나 어느새 몸무게가 4∼6㎏에 이르는 건강하면서도 씩씩한 명견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까만 눈동자에 흰색 털,또는 흰색 털 바탕에 황색 털이 간간이 섞인 2종류로 얼핏 보기에는 겉모습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느 개와 별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보면 「범잡는 개」라는 명성에 걸맞는 사나움과 용맹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강아지티가 아직 가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개나 동물들에는 그 어떤 종류의 개보다 용맹스럽게 덤벼든다는게 김씨의 설명이다. 사람을 좋아하고 주인을 잘 따르지만 싸움이 시작되면 좀처럼 끝이 나지않을 만큼 사생결단의 전투적인 기질을 내력으로 간직하고 있다 우리 진돗개와 총명함·용맹스러움 등을 한번 겨뤄봄직하지만 아직 어려서 기회가 없다.그러나 김씨가 함께 기르고 있는 세살짜리 진돗개에 꺼리낌없이 맞서는 기세는 이미 하룻강아지가 아니었다. 특히 이들 가운데 4개월짜리 「깡돌이」(김씨가 붙여준 이름)는 풍산개의 특성을 가장 많이 간직한 것으로 보여 김씨의 총애를 받고 있다. 김씨는 깡돌이가 올해 북한이 풍산개를 소개하는 홍보책자의 표지모델로뽑힌 개의 모습을 그대로 빼어나게 닮은 우수한 종자라고 자랑한다. 약간 튀어나온 아래턱 밑에 콩알만한 사마귀가 있고 사마귀에는 5∼10㎝ 가량의 털 3개가 나있는 등 풍산개의 특성을 분명하게 간직하고 있다.성질도 다른 강아지와 달리 사납고 용맹스런 면모를 마음껏 발휘하고 있어 순수혈통의 풍산개임을 입증하는 듯 했다. 깡돌이를 비롯한 이들은 올 여름이면 키 55∼60㎝,길이 55∼65㎝,몸무게 25∼30㎏까지 자라 그 명성만큼이나 당당한 위풍을 갖춘 성견이 된다. 함경남도 풍산군 개마고원 일대가 원산지인 풍산개는 지난 42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했으나 태평양전쟁 당시 부족한 모피 수요를 충당키 위한 일제에 의해 다른 토종개와 함께 마구 도살당해 멸종위기를 맞기도 했다. 북한당국은 풍산개의 멸종과 잡종화를 막기 위해 풍산군 광덕면 광동리에 종축장을 짓고 현재 약 3백마리를 사육하고 있으며 대외반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부터 꾸준한 노력으로 8개월만에 풍산개를 입수해온 김씨는 이 강아지 키우기를 꼭 자식 돌보듯 한다.매일 1차례씩 수의사의 검진을 받도록 하는 것은 물론 쇠고기·통조림·계란 노른자등을 섞어 먹이는등 정성이 이만저만 아니다. 오는 봄에는 이들의 보금자리를 영일군 죽장면 상옥리 일대 임야로 옮길 예정이란다. 풍산개의 용맹성을 키우고 잡종화를 막기 위한 조치이다. 가격을 묻는 질문에 김씨는『현재 중국으로 유출되는 잡종 풍산개가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5천달러에 거래되고 있다』는 말로 대신하면서 지금까지 약 2천여명의 국내 애견가들이 이들의 분양을 문의 해오고 있으나 앞으로 2∼3년간 혈통을 보존하고 마릿수를 늘려 잘 기를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나누어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향을 떠나 남녘의 품에 안긴지 이제 두달,아직은 여느 강아지들 모양 장난치기에 정신들이 팔려 있지만 초롱초롱 까만 눈방울들은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 통일축하행진이 있는날 북쪽을 향해 앞장서 달리겠다는 야무진 꿈을 담고 있었다.
  • 음악치료법/김영준 바이올리니스트·서울시향 악장(굄돌)

    부쩍 주변에 감기걸린 사람이 많아보인다.환절기가 되면 꼭 한차례씩 치러야 되는것이 감기다. 사람은 누구나 일을 한다.자신과 가족을 위해서,또 사회와 국가를 위해서 개미들처럼 분주하게 뛰어다닌다.그러나 열심히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휴식을 취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건강을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감기 걸렸을때 약먹으면 1주일,약 안먹고 쉬면 7일 걸린다는 우스개도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인듯 싶다. 휴식을 취하는데도 사람마다 방법이 있을 것이다.운동을 하거나 등산을 가는 사람도 있고 바둑이나 그림그리기등 취미에 몰두하는 사람도 있다.혹은 하루종일 잠만 자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육체를 편하게 함으로써 쉬기도 하지만 육체를 격렬하게 움직임으로써 쉬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후자를 택하는 사람들은 정신의 휴식이 곧 진정한 휴식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셈이다.바꾸어 말하면 몸보다 더 휴식이 필요한 것은 정신으로,마음이 평안하게 쉬게되면 몸은 저절로 따라오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마음의 휴식! 한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싶다.음악치료법이 그것이다.「법」자가 붙었지만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다.정신이나 마음에서 오는 병의 치료에 특히 효과가 있는 요법이다.음악치료사라는 이 치료법의 전문가들에게는 어떤 상태의 환자에게는 어떤 음악을 들려주어야 한다는 교과서가 있겠지만 보통사람들에게는 별다른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음악을 골라 듣는 것이다.감기 기운이 있을때 하루종일 음악을 들어보라.피로가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모차르트의 음악을 많이 들을 것을 권한다.모차르트는 음악치료법에서도 피로한 사람들을 위한 공인된 고단위 치료제라고 한다.그의 음악에 어린아이들의 맑은 눈동자와 같은 순수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모차르트는 가장 효과가 빠르고 돈도 적게드는 감기약이다.
  • 눈의 「홍채」로 전신건강 진단

    ◎아서 미 한의대 학장,색다른 건강진단법 「홍채학」/12시 방향은 두뇌·8시 방향은 간에 상응/특수카메라로 인체기관 질병 판별가능 「눈의 홍채를 통해 질병과 건강상태를 알아낸다」­「홍채학」이란 이색 건강진단법이 국내에 처음 상륙해 관심을 끌고있다. 지난17일 서울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는 의사·한의사·치과의사·일반인등 3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홍채학 세미나」가 열려 미국 LA 로열 한의과대학 학장인 게리 아서박사의 9시간에 걸친 강의가 진행됐다. 홍채학이란 인체에서 가장 복잡한 조직구조를 가진 눈의 홍채를 육안및 특수 카메라로 관찰해 장기와 각기관의 건강상태,노폐물 축적부위,신체의 강약,치료에 대한 반응등을 진단하는 학문이다.아서박사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선 현재 의사·자연요법학자·영양학자들을 중심으로 홍채학에 기초한 진단법및 치료법이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홍채학은 특히 질병의 80%를 차지하는 만성질환 진단에 효과적이며 진단 방법이 간단해 환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홍채학의 이론적 근거는 장기와 기관,세포조직의 모든 활동이 뇌와 연결된 홍채조직에 반영된다는 데서 출발한다.즉 홍채는 인체 각 부위의 상응점이 모여 있는 「온몸의 축소판」이라는 주장이다.예를 들면 간은 오른쪽 눈 홍채의 8시 방향,뇌 12시,폐 9시,심장은 왼쪽 눈 홍채의 3시 방향 아래 부분,발은 6시 방향에 나타난다.급성 염증의 경우 초기엔 홍채의 대응점에 흰색의 표식(회복선)이 나타나다가 병세가 악화되면 점차 회색,검은색으로 변화하게 된다.또 몸 전체나 특정 장기의 선천적인 강약은 홍채 조직의 밀집도와 직결되어 인체조직의 조밀함은 강건한 체질을,느슨함은 약골을 의미한다.이밖에 동공의 위축상태를 통해서는 인체조직의 운동기능과 심혈관계 이상도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채학은 헝가리 태생의 의학자 이그나츠 팩제리(1826∼1911)가 집에서 기르던 올빼미의 한쪽 다리가 부러진 뒤 눈동자 아래부위에 보이던 한가닥 검은선이 완쾌된 뒤 사라진 사실에 착안,1861년 환자들의 증상과 홍채에 나타난 각종 반응을 체계화했다.그뒤 1904년 오스트리아 태생으로 미국에서 개업을 하던 헨리 에드워드 레인이 처음으로 책을 펴내면서 미국에도 홍채학이 알려지게 됐다. 아서박사는 『홍채학이 질병의 임상징후가 밖으로 표출되기 훨씬 이전에 병증에 대한 분석과 판별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큰 예방의학적 유용성을 갖는다』고 말했다.아서 박사는 『하지만 홍채학이 모든 병을 진단하는 수단은 아니어서 마취로 이뤄진 수술의 흔적·임신상태·바이러스및 기생충 감염,담석증 여부등은 판별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 내무위/경찰행정 파행성 추궁(국감초점)

    ◎예년과 달리 시국사안 거론안해 13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대한 국회내무위의 국정감사는 예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찰 감사는 거의 대부분의 시국과 관련된 사안에 집중돼 왔다.게다가 여야간의 힘겨루기로 감사장은 잦은 정회와 고함·욕설등으로 얼룩져왔다. 올해 서울경찰청에 대한 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는 시국문제가 아닌 경찰의 운영실태에 집중됐다.경찰 1인당 담당 주민수가 너무 많은 반면 업무처리비는 실소요에 턱없이 모자르다며 걱정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번 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가 집중된 사항은 경찰 행정의 파행운영상. 이환의(민자),김충조·박상천·유인태(민주)의원등은 경찰의 각종 자문위원회에 주요 단속대상인 유흥업소 업주가 상당수 임명돼 있어 이들에 대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잠원파출소의 경우 유흥업자가 지도위원의 60.5%나 되는 반면 종교인이나 교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라고 질타했다. 김옥두의원(민주)은 치안·방범자문위원회와 청소년선도·선진질서위원회등이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이들이 각종 이권에 개입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고 따져 물었다. 게다가 경찰이 협력단체 자문위원들에게 법적인 근거도 없이 위촉장이외에 신분증까지 발급해 신분과시 및 경찰단속시 회피수단용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협의원(민주)은 『서울경찰청과 각 경찰서가 거둬들인 기부금품이 92년 17억원,93년 8월까지 4억원을 넘어서고 있다』면서 『지난 7월 경찰청이 기부금을 받지 말라고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부금을 접수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또 문희상의원(민주)은 경찰과의 유착·탈법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슬롯머신 업소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 반면 한국인의 미군기지내 슬롯머신 이용이 급증,미군기지내 슬롯머신 이용자의 90%가 한국인이라고 지적했다. 이기태서울경찰청장은 각종 자문위원회의 운영실태와 관련,『유흥업자의 자문위원 위촉을 점차 줄여 나가고 있으며 신분증은 더 이상 발급치 않고 위촉장으로 대신하겠다』고 밝혔다. 이청장은 『올해 들어 폭력시위가 1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4%나 줄어들고 교통사망사고도 6백9명으로 21.2%나 줄어들었다』고 보고,경찰행정의 「눈동자」가 시국치안에서 시민생활보호 치안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줬다.
  • 잠자던 과학교육 일깨운 “엑스포 충격”(교육 개혁해야 한다:2)

    ◎현장서 진단하는 문제점·개선방향/상상 못했던 최첨단세계에 경탄/“현장학습·실험 중시” 새진로 각성 ▷외우기론 안된다◁ 『야,열차가 뜬다』 『처음보는 것이 너무나 많아요』 요즘 93대전 EXPO 행사장은 초·중·고교생들의 탄성으로 가득하다. 학생들이 「대전」에서 받고있는 「과학의 충격」은 대단하다. 지난 21일 상오10시쯤 엑스포 자기부상열차관에서 미래의 교통수단이라는 최첨단 자기부상열차를 탄 남춘천국민학교 4학년 학생 80여명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전시장 탄성·환호 열차가 레일위를 떠서 달린다는 사실은 어린 학생들에게는 상상을 초월한 놀라움이었다. 『열차가 떨어지지는 않나요』부터 『열차가 뜰 수 있는 다른 원리는 없나요』라는 질문까지 아이들은 동승한 자기부상열차 안내요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부었다. 인솔교사 이말숙씨(34)는 『이틀동안 엑스포를 단체관람시켰는데 아이들이 그토록 대단한 호기심을 나타낼 줄은 미처 몰랐다』면서 흐뭇해했다. 어린 국민학생들만이 놀라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일 하오 대전엑스포 전기에너지관안의 미래 주거도시 모형앞에서 친구들과 함께 전시물을 구경하던 조영재군(17·천안북일고 1년)은 넋을 잃은 채 미래의 주거도시모습과 주택시설을 관찰하고 있었다. 조군은 『앞으로 공대를 지원하려고 하지만 솔직히 학교에서 배우는 것으로는 장래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잘 알 수 없었고 이론위주의 공부가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자주 들었다』면서 『그러나 이곳에 전시된 태양에너지로 움직이는 첨단미래도시의 모습과 주거모습을 보고 나의 미래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박준민군(대전 대덕고 1년)은 지난 19일 하오 정보통신관에서 컴퓨터를 이용한 화상통신장치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원리장치를 직접 조작하며 자리를 뜰줄 몰랐다.『정보화산업의 기술이 이렇게 최첨단에까지 도달해 있다는 사실은 미처 몰랐다』는 것이 박군의 말이었다. ○국제화시대 실감 지난 21일 학교에서 단체관람을 온 이동하군(16·충남 공주중3년)은 엑스포에 전시된 각종 첨단 과학기술이 자신이 평소 학교에서배운 기초 과학지식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연신 고개를 끄떡이고 있었다. 평소 실험은 거의 없고 외우기만하는 학교공부에 갑갑함을 느껴왔던 이군이 엑스포를 보고 가슴이 마구 뛴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엑스포는 아이들에게 「국제화시대를 실감할 수 있는 충격」이기도 하다. 지난 21일 하오 4시쯤 국제전시구역의 중국관을 관람하고 나오던 권봉근군(15·경남 함양중 2년)의 표정은 다소 들떠있었으나 『세계 1백7개국을 여행했다』며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은 오히려 진지했다. 아이들의 반응은 평범한 곳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19일 재생조형관에서 만난 김양신양(14·수원 영복여중1년)은 백남준씨의 고물 TV을 이용한 대형 거북선 비디오아트 전시물등 각종 재생 예술품들을 보며 『폐자원을 활용해서 이렇게 아름다운 예술품들을 만들어 낸것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충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면 그동안 죽은 교육을 시켜온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감이 들곤 합니다』 21일 학생들을 인솔하고온 황성배교감(59·서울 홍익사대부중)의 말이다. ○“미래에 자신감” 『그동안 학교교육은 교과서를 통한 이론공부,그것도 외우기 뿐이었어요.아이들에게 미래의 모습을 보여 준 적도 없고 학생들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현장교육을 너무 등한히 해왔어요』 단체관람학생들의 진지한 관람을 바라보며 최락훈교사(51·전북 전주중앙여중)는 『엑스포를 통해 부족한 현장교육을 보완하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며 우리의 교육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지금까지 대전엑스포를 관람한 전국의 초·중·고 학생들은 모두 2백50여만명으로 전체의 45%정도.나머지 학생들도 앞으로 모두 엑스포를 관람하게 된다. 학생들은 생생한 과학교육현장에서 내일에의 꿈을 가꾸고 있다. ◎현미경 관찰법 등 기초부터 착실히/흥미·관심 이끌 노력을/투자 등 혁신책 세워야 ▷어떻게 가르칠까◁ 많은 학생들이 대전EXPO를 보고 놀라고 있다는 사실은 학과시험과 입시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학교교육의 맹점을 가장 단적으로 증명하는 현상이다. 교과서와 이론 위주의 수동적인 주입식·암기식교육이 우리 청소년들을 「과학 지진아」로 만들었다는 심각한 상황을 우리는 너무 늦게 목격하고 있다. 지난해 한 교육전문기관의 조사결과 과학과목의 경우 전체 이해도가 50%미만이라고 응답한 학생이 국민학교때는 2.1%,중학교 22.4%,고등학교는 과목별로 25∼42%로 나타나 충격을 주었다.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학생들이 「과학」에서 이처럼 멀어지고 있다. 오는 21세기는 경제성장을 최우선 목표로하는 시대가 될 것이며 경제성장은 과학기술과 정보력이 기초가 되어야한다. 학교교육은 학생들이 21세기의 첨단과학기술시대에 적응하는 것은 물론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초 소양을 쌓도록 해주는 데 목표를 두어야한다. 특히 과학교육은 이를 위해 학생들의 창조력개발과 자발적 탐구정신의 함양에 초점을 맞춰야한다. 과학과목의 탐구정신은 현장교육·실험실습등을 통해 개발된다. 탐구활동은 크게 보고 듣고 느끼거나 만지는 3부분으로 이루어지는 데 이제까지 우리교육은 보고 듣는 수준에서 그것도평면적인 교육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과학교육을 위한 예산가운데 초·중·고교생 1인당 1년예산은 5천5백50원,순수 실험재료비는 1인당 1천4백38원에 불과했다. 이러한 투자로 과학교육 운운하는 것은 실로 부끄러운 일이다.열악한 과학교육비가 결국 「값싼 과학」을 만드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선학교에서 예산부족을 핑계삼아 과학교육을 등한시하는게 아니냐는 점이다. 과학적 탐구방법을 가르치는 일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가령 현미경같은 평범한 실험도구로 조그만 나뭇잎 하나를 치밀하게 관찰하는 것도 얼마든지 탐구정신과 과학적 상상력을 기를 수 있다. 유전공학자가 새로운 유전자법칙을 발견해낼 수 있는 것도 최첨단 전자현미경 덕택이 아니라 현미경을 통한 꾸준한 관찰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리 학생들은 고학년이 될수록 꾸준히 탐구정신과 상상력을 통한 과학적 창조력을 배양할 기회가 없어지며 일선교사들도 시험점수 잘따는 학생을 길러내는데 신경 쓸 뿐 이미 과학은 안중에 없는게 현실이다. 엑스포를계기로「과학」에 새로운 흥미와 관심을 갖기 시작한 학생들이 계속 탐구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과학교육 혁신책을 마련하는 일이 우리교육의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기본원리 충실」로 이룬 “선진화”/실습캠프 설치… 일선교사 철저한 재교육/미국/초중고 실험기자재비 전액 국가서 지원/영국/「이과 진흥법」 제정,6천5백억 투입 착수/일본 ▷외국의 경우◁ 미국·영국·일본 등 과학선진국들은 학생들의 과학교육을 전부 현장위주 또는 실험·실습위주로 실시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기초과학을 중시하여 기본원리교육에 치중하면서 학생 개개인의 창의력 개발과 흥미유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영국의 과학교육은 현장견학을 강화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런던의 자연사 박물관 하나만 봐도 우리 교육현실과의 현격한 차이를 실감나게 한다.동물·식물·곤충·지질부등 6개 연구부와 4개 지원분야에 8백60명의 전문인력이 1천3백만 파운드의 예산으로 연구·전시·교육활동을 하고 있으며 6천6백만점의 표본을 보존·관리하고 있다. 영국은 이같은 박물관과 함께 초중고 교사가 실험실습을 위해 기자재와 비용 내역서를 작성,제출하면 국가가 이를 전액 지원하는 제도를 구비해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통해 살아있는 교육을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각급학교에 오버헤드 프로젝트(컴퓨터 영상화면조작기기)·슬라이드·영화필름등과 각종 실험실실습장비를 갖추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는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돼 있다. 여기에다 주별로 다양하게 개발된 프로그램을 수업시간에 실시하고 있다.특히 전국을 일률적으로 포괄하는 시간편제가 없고 각 지역별로 일선 학교가 형편에 맞게 교육을 실시하도록 다양한 모델을 준비해놓고 있다. 학생들의 과학적인 사고배양을 목표로 하는 일본은 실험실습을 반드시 병행해 과학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고등학생들에게 직접 실험실습계획을 작성,실험을 통한 결과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 문부성은 「이과진흥정비법」을 만들어 실습기자재를 확충해왔으며 앞으로 12년간 국민학교엔 4백64억엔,중학교에 4백70억엔의 국비와 지방비를 들여 실험실습기자재를 확충키로 했다. 우리나라의 경쟁국인 싱가포르의 경우 교사들에게 학교자료실을 개방,슬라이드·비디오등 시청각 자료를 활용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과학교사 협의회는 고급중등학교에서 배우는 각종 과학교재를 개발,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90년 5월 연방과학기술위원회 산하에 교육·인력자원분과위원회를 설치,과학교육을 연방차원에서 조정하고 있는 미국은 92회계연도에 위원회 예산의 65%인 19억달러를 국립과학재단과 초중등 과학·수학교육에 배정해 집행했다. 이는 연간 학생 1인당 과학실습비가 교육부예산의 1%정도에 지나지않는 우리나라의 형편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미국은 이와 함께 학생들을 위한 실습을 강화한 과학캠프등을 운영하고 과학교사의 과학적인 배경을 향상시키는 재교육을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초·중등교육과정 개편,고졸자에 대한 직업훈련제도 확충,생산현장에서의 기술활용 증대와 함께 초중등 학교와 대학간의 고속정보망을 마련,과학도서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정부간의 정책연계성을 확보,현장실습을 통한 초중고생의 과학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최근 일본이 컴퓨터 등 첨단과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실을 중시해 각 대학마다 「연구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 분장미술가 전예출씨(이세기의 인물탐구:33)

    ◎천의얼굴 재현하는 분장의 마술사/작품 철저히 검토,배역에 꼭맞는 “인물 창출”/재료 직접제조… “생명력 깃든 화장기법” 정평/50년대부터 불모지 개척… 골상학 등 관련분야에도 조예 「배우란 한시대의 축소판이자 간결한 연대기지.죽어서 묘비명이야 어떻게 씌어지던 살아 있을 때 구설은 듣지 않는 게 상책이오」 어둠침침한 푸른 조명속에서의 햄릿의 절규는 세상의 끝은 바라보는 듯한 흐느끼는 눈빛으로 인해 더욱이나 관객을 전율케 한다.우수에 찬 눈동자엔 형용할 수 없는 번뇌와 오뇌가 꿈틀거리고 허공에 메아리지는 그의 독백은 메마른 입술에서 터져나오는 검붉은 피와도 같다.머리카락 한올,클로디어스왕을 저주하는 손가락 마디마디에도 주인공의 참담한 절망과 갈등이 흩날린다. 검은 그늘이 짙게 드리운 검푸른 눈동자,검붉은 피를 토해내는 듯한 메마른 입술,증오심과 원망어린 칙칙한 잿빛 금발,허공중에 허우적거리는 야윈 손가락 등등 이를 표현해내는 것이 전예출씨의 예술영역이다. ○눈썹 한올에도 신경 그는 남을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귀여운 여인 올렝카가 사샤를 희생적인 모성으로 사랑하고 그리고 늙고 병들어 쭈그러들 때까지,또 「내일은 또 내일의 바람이 불겠지」의 스칼렛 오하라가 오만방자한 얼굴을 퇴색시키고 한사람의 여성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무대위에 재현시키는 바로 천의 얼굴,수만의 표정을 그려내는 분장의 마술사다. 대본을 받으면 배우들이 대사를 외고 동작연습에 임하는 것처럼 그도 똑같이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대한 성격분석,작품에서의 비중과 조화를 세밀하게 파고든다. 몇차례씩 작품을 읽어보고 다시 소리내어 대사를 외어보면서 그 인물이 주변의 인물들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가,연극속에는 등장하지도 않는 부모와 학교친구,취미와 일상적인 일거일동을 철저히 연구하여 디자인에 들어간다.연극에 등장하지 않는 부모까지 연구하는 이유는 그것이 만일 「대학교수」일 경우 학자집안에서 나온 교수와 장사꾼의 집안에서 나온 교수는 그 인상과 표정에 미묘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분장실에서 배우를 분장시킬 때의 그의 열정은 조각가나 화가 못지않게 엄숙하고 진지하다.주름살 하나에도 배우의 피부조직을 살펴 50대의 주름살,60대의 주름살을 어느때는 곱게,어느때는 짙은 골을 파면서 역할이 살아온 성장배경,인생역정,앞으로의 변화를 선명하게 구별해나간다. 또 단순하게 인위적으로 그려진 선이 아니라 분노와 울화,기쁨과 성취,절망과 좌절의 강도에 의한 눈썹 한올에도 생동미와 처절미를 연출해낸다. 조각가가 인체해부학적 측면을 고려하듯이 그는 해부학과 골상학,세포조직과 근육분포,미술에서의 색채학에도 전문가 못지않은 안목을 지니고 있다.그리고 내가 구상한 비극적·희극적 인물,냉소적이며 초연한 것,모반을 꾀하거나 사색적 인물들이 붉은 조명아래서 당초 시도했던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는가,카메라 앵글에 의해 효과적인 신을 이루고 있는가를 치밀하게 계산하여 염두에 둔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지 않고는 누구나 그 일에 파고들 수 없을 것이다.한낱 「분장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는 분장의 불모지이던 50년대부터 홀로 외롭게 몸부림쳐왔다고 할 수 있다.그래서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이 유별난 편이다. ○일에 강한 긍지지녀 공연작품이나 영상작품에 이르기까지 작품분석 없이는 손댈 수 없다는 시각에서는 「분장」은 연극적 요소를 지니고 있지만 모든 테크닉이 미술을 동반한다는 점에선 어디까지나 특수한 미술분야에 속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그는 물론 분장이 해야 하는 의상·소도구·조명을 모조리 꿰뚫고 있다.그리고 어떤 대상을 만나도 흑을 백으로,세모를 원으로 변모시킬 수 있으며 분장을 거치지 않고는 어떤 상황에서도 극중인물로 등장할 수 없음을 투철히 믿고 있다.지금 현역에서 뛰고 있는 30대이상의 연기자는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분장에 관한 한 그는 도무지 남의 간섭을 용납치 않는다.「분장을 어둡게 하라」 「밝게 하라」는 주문을 받아들여본 적이 없다.이미 작가·연출가와 모든 의논을 끝낸 뒤 분장기법을 정리한 다음엔 배우가 만일 『여긴 강조하고 볼은 좀 죽이고 싶다』고 말하면 그는 두말없이 『네가 하라』고 붓을 던져버린다.상대방이 극구 사과해도 묵묵부답,두번다시 상대하지 않는다.주문하는 사람은 그때그때 즉흥적인 기분과 감상을 말하지만 그로서는 한달이상 신중한 검토와 구상을 끝낸 마당이다.여러 변명이 필요없었다.전체적인 구도와 조화가 깨지기 때문이다. 아집과 고집,자기주장이 강하다.그런 그의 고집불통으로 인해 주변에서는 간혹 곤혹스러워할 때가 많다.그런 상충된 의견으로 인해 격돌이 오갈 때도 있다.그러나 그의 오랜 경륜과 노련미는 짧은 안목을 묵살시킨다.결국 그가 옳았고 그의 손에 맡기는 것이 완벽하다는 결론이 나온다.모든 예술하는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이 그는 다방면에 다재다능한 편이다. 황해도 황주 중농의 아들 3형제중 막내.황주남중에서 교편을 잡고 있을 때부터 그는 연극반을 조직하여 학생들에게 연극을 지도했다.직접 극본을 각색하여 연출을 맡았고 목재상을 경영하는 형님(전창신씨)가게에서 나무를 얻어다가 세트를 만드는 등 연극에 열을 올렸다. ○다방면에 다재다능 일상적인 평범한 얼굴이 전혀 다른 여러개의 인물이 될 수 있다는 점때문에 분장에매료됐는지도 모른다.「베니스의 상인」이 될 수도 있고 「벚꽃동산」의 트로피모프,또는 라스콜리니코프,레트 버틀러나 애슐리가 될 수도 있다. 아버지를 독살한 삼촌에 대한 복수와 원한,「사느냐 죽느냐」를 외치는 햄릿의 광기에 번뜩이는 눈빛을 그리며 그도 언젠가 무대에 설 날을 기다려 왔다. 6·25가 나기 1년전 그는 형의 친구가 부소장(윤묵)으로 있는 북조선촬영소로 찾아간 적이 있었다.부소장은 그에게 교통성산하의 교통성극단에 소개해주었다.그곳에서 만난 사람이 후에 월남해서 영화배우로 활약한 김칠성씨. 「춘향전」으로 데뷔후 50년6월 소련 번역극을 가지고 원산공연,외금강공연이 갑자기 취소되고 함흥공연길에 올랐다가 6·25를 만나 1·4후퇴때 월남했다. 부산 피란지에서 그가 할 것이라곤 연극밖에 없었다.어렵게 극단 「아랑」을 조직하여 분장에 출연까지 겸하면서 경상도일대를 유랑했다.분장을 하다보니 자연 일어로 된 화장품제조에 관한 서적 등을 구해 읽어야 했고 문득 화장품을 만들어 팔면 먹고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들었다.립스틱공장을 차렸으나 제품보다 케이스가 조잡스러워 망해버리고 말았다. 서울에 올라와 본격적으로 분장에 손댈 때도 그는 직접 화장품을 만들어 쓰곤 했다.분장에 필요한 화장품이 전무상태인데다가 외국제품들이 우리피부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더구나 유럽이나 중국은 창백미를 강조하는 데 비해 우리는 깊고 그윽한 유백화장술이 무대에서 자연스러웠다.지나치게 붉은 터치인 미국 화장품은 무대에서 튀고 조명아래서 겉돌았다. 여러가지 재료를 배합해서 만든 화장품을 피부에 발라 테스트를 해본 다음 다음날 분장에 사용했다.그래서 그만의 독특한,남에게 공개되지 않는 수십여종류의 비법을 비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의 특수분장중 대표적인 것은 TV문학관 「등신불」 「에바다」에서의 문둥병환자의 이그러진 얼굴이다.출연자의 열굴형을 여러 각도로 본뜬 다음 이를 다시 모자이크해서 흉터를 만들고 여기에 면도거품을 발라 분장,열을 가해 거품이 녹는 것과 동시에 피부가 정상회복하는 화면을 만들어 호평을 받았다. ○연극·오페라에 집착 거의 매일이다시피 방영되는 TV드라마외에 그가 집착하는 것은 연극·오페라 등 무대분장이다.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배우의 분장한 모습은 또렷한 명암과 윤곽을 드러내면서 서양화를 보는 듯한 감동을 준다.그리고 광기어린 배우의 눈빛,외로운 그들의 몸부림은 그가 그려내고 싶던 무대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도 멜방달린 바지에 베레모,아침9시면 동숭동 그의 작업실에 나와 청년같은 정열로 강의와 작업에 임한다.그에게 배우려는 제자·후배들에게 그가 가진 모든 것을 한가지라도 더 가르치고 싶어서다.그는 겉모습의 분장보다 표정 하나하나가 살아숨쉬는 생명력 깃든 분장을 지도한다.그리고 그가 그랬던 것처럼 동서고금,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모든 인간상들이 「분장을 통해서만 극중인물로 재현」되고 「탄생」된다는 자부심과 자신감을 심어준다.그가 존재하는 한 이 분야에서 단연 선두주자이며 독보적 위치지만 든든한 뒤를 잇는 후배들로 인해 이제 그는 더이상 외롭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연보◁ ▲1927년 황해도 황주 출생(본명 전윤신) ▲1942년 황주농업중학교졸업 ▲1945년 경성법정대 졸업 ▲1945∼48년 황주남중 교사 ▲1949∼50년 교통성극단 단원 연극 「춘향전」 데 뷔 ▲1951년 부산에서 극단 「아랑」 창단 ▲1953년 극단 「신청년」 단원 ▲1954년 극예술협의회 회원 ▲1955년 영화 「안중근」으로 분장 및 연기 ▲1956년 국립극단 단원(국립극단·드라마센터분장담당) ▲1961년 KBSTV로 입사 ▲1961∼88년 서라벌예대·한양대·동국대 출강 ▲1963년 TBC 입사 ▲1981년 방송통폐합으로 KBS복귀 분장실장역임 ▲1988년이후 프리랜서 독립기념관 임정요인 33인 분장 ▲1989년 개인작업실 아트파워 개업 ▲1993년 개인작업실 동숭동이전 전예출 프로메이크업 설립 ▲현재 영화·연극·TV·CF 및 오페라공연 분장및 한양대음대 특강. 장준옥여사와 1남3녀 국립극단·드라마센터·민중극장 공연작품중 연극­「햄릿」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빌헬름텔」 「죄와 벌」 「뜨거운 양철지붕의 고양이」「결혼중매」 「대수양」 「베니스의 상인」 「리어왕」 「태양을 향하여」 「산불」 「욕망」 「국물있아옵니다」 「갈매기」 「세자매」 「벚꽃동산」 「파우스트」 「천사여 고향을 돌아보라」 「세인트 존」등 1백50여편. 오페라­김자경오페라·국립오페라·서울오페라·글로리아오페라 공연작품중 「토스카」 「라보엠」 「카르멘」 「춘희」 「나비부인」 「마적」 「돈 조반니」 「돈 카를로」 「아이다」 「사랑의 모약」 「카바렐리아 루스티카나」 「트란도트」 「피가로의 결혼」 「파우스트」 「심청」 「삼손과 데릴라」 「코지 판투테」 「라 조콘다」 「리골렛토」 「천지창조」 「운명의 힘」 「세빌리아의 이발사」 「펄리아치」등 2백여편. 영화­「황성옛터」 「대지」 「황혼열차」 「고려장」등 40여편,TV드라마(문학관등) 1천여편.
  • 「마음의 창」까지 흐려질라(박갑천 칼럼)

    『늙으면 병들게 마련이지만/한평생 베옷만 입을줄이야/검은꽃 요란히 눈을가리고/눈동자에 드는빛 광채가 없네/등불앞 글자인양 아리송하고/눈온뒤의 햇빛인양 눈이부셔라/금방에 오른이름 보고난뒤야/장님된들 세속잊고 살려니』(한자원문 생략:손종섭역).이규보·이인로 등과 교분이 두터웠던 고려때 학자 복양 오세재의 「병든눈」이란 제하의 시이다.안경없던 시절,가물거리는 눈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심경이 나타난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했다.그러니 눈이 어두워지면 마음도 어두워진다.정신까지 희미해진다.오복양의 심경이 그러했던 것이리라.그 눈은 또 마음의 거울로 표현되기도 한다.심상이 그대로 눈에 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거짓말하는 사람이 상대방 눈을 똑바로 보지못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그래서 「맹자」(이이장구상)도 이렇게 말한다.­『사람을 살피는데 눈동자보다 더좋은게 없다.눈동자는 자기의 악(악)을 감추지못한다.마음속이 올바르면 눈동자가 맑고 마음속이 올바르지 못하면 눈동자가 어둡다…』 황제때의 좌사로 글자를 창안했다는 창힐은 눈이 넷이었다는 전설이다.또 천하의 기서인 「산해경」에는 괴상한 동물들이 나오는데 생김새가 닭 같다는 숙어는 눈이 넷이고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농질은 열여덟개 눈을 가졌다고 쓰여있다.그거야 믿을게 못되는 얘기라 치자.그렇다면 용안·봉안·호안·사목은 또 어떻게 생긴 눈일까.구별해낼수는 있다는걸까. 눈이 나빠지면 안경을 쓴다.그 안경이 우리나라에 언제 들어온 것인지는 불분명하다.하지만 「성호사설」(4권)에 「애체」라는 항목이 보이는바 그것이 바로 안경이다.안경에 대해 한참 소개한 그는 이렇게 말한다.『…이게 장차 중국으로 전해오게 될 것이고 각가정에서도 반드시 갖추게 될 것이다』.그때까진 듣기만 했을 뿐 보진못했음을 뜻하는 글이다.그러나 19세기초엽까지 사는 긍재 김득신의 그림 「밀회투전」에는 안경쓴 노인의 모습이 보인다. 안경사협회에서 초중고생들의 안경착용실태조사를 한결과가 알려졌다.그에의할때 안경쓰는 학생수는 갈수록 불어나는 것으로 나타난다.굳이 조사결과를 보지않더라도 우리2세들의시력이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은 피부로 느낄수있다.컴퓨터등 각종전자기기는 급속히 보급되는데비해 시력보호에는 등한한 때문이다.마음의창·마음의 거울까지 흐려져서는 안되는건데….
  • 프리팬서 PD 시대 개막/김한영씨 1호…김종학씨 등 3∼4명 가세

    ◎CATV 등 환경 변화 영향 더 늘어날 듯 TV 프로듀서들의 「프리랜서 시대」가 열리고 있다. 「여명의 눈동자」「동토의 왕국」등 많은 화제작을 만든 MBC 김종학PD(42)가 최근 프리랜서를 선언한데 이어 조만간 드라마와 쇼·담당 PD 3∼4명이 더 독립선언을 할것으로 알려져 우리 방송가에 본격적인 「프리랜서 PD시대」를 예고하고있다. 이미 탤런트,아나운서,방송작가등은 오래전부터 특정 방송사에 전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해온 터.그러나 「프로듀서의 프리선언」은 이제야 비로소 현실화되고 있는데,지난해 SBS와 3년계약을 맺은 MBC출신의 김한영PD(45)가 제1호로 꼽힌다.그뒤를 이은 김종학PD는 SBS프로덕션과 편당 연출료 9백만원씩 모두 60편을 제작키로 계약,모두 5억4천만원을 받을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김종학PD의 프리선언을 접한 일선 프로듀서 대부분은 『전문화와 활동영역의 확대로 PD의 위상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방송계는 그동안 방송시설,제작인력,연예인등을 방송사라는 조직에 묶어놓고 독점적·폐쇄적으로 운영돼왔다.때문에 창의적이고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있는 인물들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는 극히 제한돼있는 현실이었다. 이런 여건속에서 지난해 새로운 출구모색을 위해 방송사출신 PD들이 모여 설립한 독립프로덕션들도 프로듀서의 프리선언과 같은 맥락에서 그 활동여부를 기대할만하다. 아직은 제한적인 이들 독립프로덕션의 활동은 오는 95년에 가서는 활성화될 전망이다.95년에 종합유선방송과 직접위성방송이 개시되고 방송사의 외주비율도 현재 10%에서 20%로 늘어나는등 방송환경이 급변해 영상·TV 관련산업이 크게 활기를 띠게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방송매체의 다양화는 결국 제작인력의 폭발적인 수요증가를 가져와 TV 프로듀서들의 독립선언도 급증,오랜 경험을 필요로 하는 드라마부문부터 쇼등 오락,교양프로그램으로 확산돼갈 전망이다. 강철용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회장은 『프로듀서들의 독립선언은 방송환경 변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장비및 재정,인력등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하드웨어가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게 문제』라고 지적했다.그는 또 현행 방송사의 외주비율속에는 각 방송사의 자회사 제작물이 포함돼있어 실제 외주율은 공보처장관이 고시한 수준의 20%에도 못미치는 실정이어서 시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김우용교수(한국외국어대)는 『방송국 PD들의 프리화 내지 이적은 능력에 대한 평가와 자유경쟁개념의 도입으로 개인능력및 창의력의 극대화를 통해 방송전반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그러나 무리한 스카우트에 따른 잡음소지,스카우트 과열경쟁으로 인한 PD들의 급료무한상승이 결국 시청료와 광고비 인상및,경영압박형태로 돌아가 초반부터 뉴미디어의 성장을 저해할수 있다고 김교수는 지적했다.한편 우수인력이 한꺼번에 빠져나감으로써 최근 위험수위를 넘어선 프로그램의 저속화가 한층 더 심각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 사고 판 미인(외언내언)

    부끄러워서 볼낯이 없다는 뜻으로 쓰이는 「무색(하다)」이나 「무안(하다)」이라는 말은 미인과 관계된다.감상시중의 걸작이라고 회자되어 오는 백락천의 장한가속에 「무안색」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바 그말이 거기 연유한다고 말하여지기 때문이다. 양귀비의 아름다운 자태에 눌려 다른 미인들의 빛은 바래고만다고 노래하는 대목은 이렇다.『…눈동자를 돌려 한번 웃으면 백미가 생기나니/육궁의 분바르고 눈썹그린 미인들 얼굴빛이 없구나(육궁분대무안색)』.양귀비 앞에서는 어떤 미인도 「무색(무안)」하게 된다는 뜻이었다.일상의 언어생활에서는 「무안」을 심리적측면으로,「무색」은 객관적판단의 측면으로 갈라쓰는 경향이다. 미인을 선발하는 행사를 치르면서 한 지방언론사의 고위직간부가 사기꾼이 무색해질 짓거리를 했다.미스경기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참가자의 부모등으로부터 돈을 받고서 진·선·미를 정했다지 않은가.때가 어느때인가.새정부가 출범하면서 사정의 서슬이 시퍼런 시점이 아닌가.그 와중에서 시퍼런 서슬을 무색케하는 불정을 서슴지 않았다니….세상 무서운줄 모르는 못된짓이었다.물론 돈챙긴 언론사간부에게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돈을 바치고라도 입상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 제약회사 회장이나 참가자 부모들의 전시대적 발상의 소행도용서하기는어렵다.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려먹을 수 있다(유전가사귀)고 했다.호랑이수염 아닌 문어 머리칼도 구해올수 있다고 했고.돈은 그렇게 힘이 세다. 근자에 성가와 명망을 한꺼번에 떨어뜨리고 있는 저명·유명인사들도 그 힘센돈을 잘못챙겼다가 얹혀서 그리된것 아니던가.돈의 위력이 그렇고보니 그힘 빌려 미인을 조작하려 했음은 있을수 있는 일이라고도 하겠다.하지만 들통나버린 이제와서 볼때 그부모들은 제딸들을 『분별없는 미인은 마치 돼지코에 장식한 보석과 같다』(성경)는 신세로 만들어버린 꼴 아닌가.부모가 할짓이 아니었던 것을….
  • 비디오 유감/유혜자 수필가(굄돌)

    유 요즈음엔 평범한 사람의 축하연에 가더라도 입구에 들어서기만 하면 뉴스의 주인공처럼 라이프세례를 받아 순간 당황하게 된다.이어서 축하연의 주인공과 악수를 나누고 얘기를 하다보면 비디오카메라가 따라붙어서 황급히 도망쳐야 한다. 주인공과 떨어져 구석쪽에서 기계에 대한 거부감을 질책도 하고 볼품없는 모습이 통째로 찍힌다는 피해망상을 떨쳐보려고도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얼마전에 있었던 나의 수상식때도 비디오촬영을 고사하고 사진만 찍었다. 인상적인 장면,중요한 순간의 모습만 간직하고 싶은 것이 나의 촌스러운 사진애호심이기도 하다. 젊고 발랄한 자태를 비디오로 담아 두고두고 본다는 기본적인 장점에 동의하고,어느 결혼식장의 축의금도난사건도 비디오에 찍힌 양가와 친분없는 얼굴추적으로 잡을수 있었다는 효용성에 박수를 보낸다.그리고 행사장의 구석구석 주인공도 미처 못본 현장촬영으로 먼 후일,당시의 생생한 현장감을 재생해주니 얼마나 화려한 시간의 연장인가.그런데 렌즈를 의식하지 않은 소박한 손님들의 모습이 애꿎은 피에로가 될수도 있어서 나는 계속 사진예찬론자가 된다. 우리세대의 낡은 사진첩엔,여럿이서 어깨를 앞으로 내밀고 나란히 서서 맨끝의 친구가 허공으로 손가락질한 곳을 일제히 쳐다본 사진이 한장쯤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그런 포즈가 유행이었는지 사진사의 연출인지 모르겠지만 손가락을 바라보는 표정도 가지가지다.멀리 아지랑이를 피어올리는 먼산을 향한 것인지,실버들 사이로 아득히 보이는 강건너였는지,친구의 손가락끝을 꿈꾸듯 바라보는 눈동자도 있고,보이는 것과는 관계없이 성공을 다짐하듯 꼭 다문 입매,그리고 손가락끝이 이상향인 것처럼 눈부시게 동경하는 눈매도 있다. 영상애호시대에 비디오를 기피하고 낡은 사진으로 치기어린 환상을 이어보는 것은 좋은 면만 보이고 볼품없는 실상을 감추고픈 인지상정의 발로인 것같아 씁쓸하기도 하다.공작새처럼 화사한 앞모습만 보이고 추한것이 드러나는 뒷모습을 안보이려는 기교처럼. 그렇지만 순간의 모습을 포착한 사진에서는 어느 시기의 환희와 고독의 깊이를 무한하게 펼칠수있는 여지가 있기에 나는 계속 좋아할지 모르겠다.
  • 수필가 피천득씨(이세기의 인물탐구:16)

    ◎티없이 순수한 글에 고결한 기품 가득/자연·인간심리의 섬세한 현상들 묘사 주력/황홀·찬란하지 않은 언어로 인생향취 음미/부모 일찍 여의고 도산·춘원 등에 문학·인생의 멋 배워 『난영이 잘 있나요?』하자 『그럼 잘있구 말구.세영이 엄마,난영이 데려와요』한다. 금예 피천득씨가 사는 구반포아파트에는 노부부와 난영이가 있다.어린 난영을 위해 그는 지금도 날마다 낯을 씻기고 머리에 빗질을 해주고 1주일에 한번씩 목욕을 시킨다.난영은 요즘 엷은 청회색 봄쉐터에 멜방이 달린 남색바지,그보다 더짙은 감색 양말을 신고 있다. 난영은 피천득씨의 또하나의 딸이다.그의 「새털같은 머리칼을 적시며」의 주인공인 딸 서영이 미국으로 가버리자 마음을 달랠 수 없던 그는 대신 난영을 돌보게 되었다. 난영은 지금부터 40년전,그가 하버드대 연구교수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동생이 없는 서영을 위해 사온 서양인형이다.이제 금빛 머리칼은 퇴색한 브론드지만 천진하고 밝은 얼굴,푸르고 맑은 눈동자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은 부모의 정성과 손길이 그만큼 자상했던 탓이리라.난영의 봄쉐터와 바지 골무만한 털 양말은 부인 임진호여사(78)가 부군이 시키는대로 손수 떠서 입힌 것이다. 우리는 고교 국어교과서에 실렸던 금예의 「인연」이란 수필을 잊지 못한다. 10대와 20대 40대에 걸쳐 세번 만나게된 한 소녀와의 운명적 인연을 짤막한 글속에서 산호와 진주처럼 표현하여 어른이 된 지금도 사춘기의 애잔한 추억으로 남게하고 있다. 그는 어느 글에서나 사람의 도리와 경우,삶의 기쁨과 행복을 전하면서 이른바 「동천년로항장곡 매일생한불매향(오동은 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고 매화는 일생을 추어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의 절개와 기품을 꼿꼿이 지키고 있다. ○삶의 행복 글속에 담아 그의 시의 소재는 언제나 자연과 인간 심리의 섬세한 현상을 교차시키는 것이 특징이다.설움과 심사가 「구름같이」피어나고 「물결같이」일어난다.그리고 「저 바다 소리칠때마다」그의 가슴이 뛰고 「저 파도 들이칠때마다」그의 피는 끓으며 그의 마음은 바다로 하늘로 달음질친다. 그의 글들은 티없는 옥천이다.그는 정수만을 쓰기위해 혼신을 다하고 온오을 드러내는데 전력하며 그의 처신은 언제 어디에서나 경홀(경홀)과 당혹함이 없다.작은것을 말하면서 큰 것을 암시하고 비탄에 앞서 비장미의 감동을 담고 있다. 그가 「수필」에서 쓴 것처럼 그의 「수필은 청자연적이다.수필은 난이요,학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청춘의 글은 아니요,서른여섯살 중년 고개를 넘어선 사람의 글」이며 「그속에는 인생의 향취와 여운이 숨어있고」「황홀찬란하거나 진하지 아니하며 검거나 희지않고」「언제나 온아우미」하다. 금예는 서울사람이다.종로 화신 건너편에서 신전을 열어 가죽신장사로 부자가 된 피원근씨와 김수성여사의 독자로 태어났다.그러나 7세때 부친을 잃은 그는 서화와 거문고에 뛰어난 어머니로부터 예능과 문장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름이면 모시,겨울이면 옥양목」,모시처럼 섬세하고 깔끔하고 옥양목처럼 깨끗하고 차가운 「엄마」가 그에게 있었던 것은 「타고난 영광」이라고 표현한다.「엄마같은 애인」「엄마같은 아내」를 갖고싶어했고 또하나 간절한 소망은 「엄마의 아들」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그는 어느 글에서나 그의 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른다.그가 10세때 30세의 나이로 어머니마저 타계하자 어머니에 대한 한과 그리움이 시와 수필속에서 절절히 사무치게 된것같다.그래서 딸 서영을 「엄마가 하느님께 부탁하여 보내주신 귀한 선물」이라 생각하고 서영의 일거 일동을 섬세하게 지키는건 물론 유치원서 국민학교를 졸업할때까지 거의 매일이다시피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곤 했다.딸도 아빠를 따르고 섬기고 아빠가 원치않는 것은 어기지 않는다.그런 서영이 서울대 화학과 졸업후 미국으로 가버렸을때의 허전함과 허탈은 누구도 쉽게 짐작할수 없는 아픔이었을 것이다. 딸과 어머니외에 그의 구원의 여상은 성모마리아와 단테의 베아트리체,헤나의 파비올라,「둘이서 걸어가기엔 좀 좁은 길이라고 여겨지는 알리사」,그리고 「자존심이 강하여 싱싱하면서도 수줍어할때가 있는 푸른나무와 같은 여성」「마음을 허공에 둘지언정 아무것으로나 채우지 않으며」신의 존재·영혼의 존엄성·진리와 사랑의 기도를 열심히 믿으려고 애쓰는 여성이다. 또 「평범하되 정서가 섬세하고 동정을 주는데 인색치않고 작은 인연을 소중히」여기는 미소같은 유머를 지닌 사람들에게 그는 친밀감을 느끼고 있다. 1926년 춘원의 권유로 상해유학을 결심한것은 공부도 공부지만 도산 안창호선생을 만날수 있다는 호기심과 기대도 그 하나의 이유가 된다. 큰 기대에는 환멸이나 실망이 따르게 마련이지만 도산을 처음본 순간의 기쁨은 마치 김강산을 처음 봤을때의 감격과 비슷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우렁차면서도 날카롭지않고 청아하면서도 부드럽고 위엄이 있으나 상대방을 억압하지 않는」용모와 풍채와 음성이 그랬다. ○16세때 상해로 유학 병들어 누웠을때 그를 상해요양소에 입원시켰고 겨울 아침마다 문병하는등 끔찍한 사랑을 받았음에도 32년 6월 도산이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고국으로 압송되고 그가 순국했을때도 일경의 감시가 두려워 장례식에 참석치 못한것은 「예수를 모른다고 한 베드로 보다더 부끄러운 일」로 자책하고 있다. 춘원 이광수역시 도산못지않게 그의 인생과 문학에 커다란 획을 그어준 잊을수없는 인물의 하나다. 상해에서 돌아와 3년간 춘원댁에 기거하고 있을때 춘원을 그에게 「금아」란 호를 지어 주었다.워즈워스,도연명을 읽게 했으며 마음가짐이 항상 밝고 맑은 「광풍명월」,어떤 경우에도 구애없이 순응하는 「행운류수」의 행동을 깨우쳐준 장본인이다.상해 호강대(호강=후장)선배인 용예(주요한) 여심(주요섭) 소년시대때부터의 치옹 윤오영과의 청담·청교도 빼놓을 수 없지만 이제 시간이 지나 그들은 먼길을 먼저 떠나버렸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소팽을 듣고 아파트 주변을 산책한다.전에는 곧잘 비원에 가곤 안내원의 인솔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싫어서 시내에 나오면 덕수궁에나 들르고 있다. 담배·커피는 물론 술은 입에 대지못한다.체질상 마시지는 못해도 「거품이 풍기는 맥주·빨간 포도주·환희소리를 내며 터지는 샴페인」등 술에 관한 이야기라면 수주의 「명정사십년」못지 않게 쓸 수 있을 것같다. 그의 생활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학자·문필가로서의 청빈을 면치않는다.39년 신혼초에는 성균관동재에 방한칸을 빌려 살았고 어느해엔 1년에 여섯번이나 이사,방둘짜리 영단주택,이 아파트로 이사오기 12년전까지만해도 버스가 15분마다 한번씩 오는 하남시 망월동 9평짜리 집에 살면서 강아지를 키우고 꽃과 나무도 심었다. 3남매가 결혼후 모두 미국으로 떠나자 집을 지닐수 없어 아파트생활을 하게 됐고 「학문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면 비록 오막살이라도 누추하지 않다」는 옛글과 맞지않아 『늙은 아내탓을 하지만 기름때는 아파트로 온것은 분에 넘치는 노릇』이라고 얼굴을 붉힌다. 현관에 들어서면 휑덩그런 거실,커튼도 소파하나도 없다.그 흔한 붙박이 장식장도 없이 밥상겸 집필상으로 쓰는 오래된 교자상 하나,서재에도 옛날 딸이 쓰던 책상과 제자들이 돈을 모아 사다준 책상위에 캐나다에서 치과기공소를 경영하는 장남(세영씨·52·전연극인)미네소타의 소아과의사인 차남(수영씨·50)이제 MIT교수인 독일인 남편과 함께 세계적 물리학자이며 보스턴대 교수가된 딸 서영씨(48)가족사진들을 나란히 늘어놓고 도산과 아인슈타인,잉그리드 버그먼과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사진,르노아르 세잔의 프린트 그림뿐.표구된 그림이 벽에 기댄채로 서있기에 『왜 그림을 걸지 않으시냐?』고 물으니 『벽에 못을 박기가 싫어서』라고 대답한다. ○작은 기쁨에도 만족 그는 언제나 필요한것만큼만 소유하며 작은 기쁨 작은 아름다움에 만족하고 있다.일찍이 그런 그를 가리켜 월탄이 『개결이 지나치다』고 한것은 그를 꿰뚫어 아는 명언에 틀림없다. 비오는 날이면 미술전시와 음악회 프로그램,묶어두었던 편지와 사진을 풀어보면서 『인생은 사십부터도 아니며 사십까지도 아니다.어느나이나 다 살만하다』고 확인한다. 이제 기쁨과 슬픔을 다 겪은후 맑고 침착한 눈으로 인생을 관조하려는 그는 여전히 『사랑과 슬픔은 남에게 보이지 않을것』을 원칙으로 지키려 한다. 요즘은 수필보다 시에 집착하여 최근에는 「아침이슬 같은/무지개 같은/그 순간이 있었으니/비바람 같은/파도 같은/그 순간이 있었으니…」지난 시간을 돌아본 시를 발표했다.밤에는 그의 곁에 난영을 재우고 새근새근 잠든 난영의 평화로운 숨결속에 그의 모든 그리움과 외로움과 시름을 묻는다.그리고 그는 이런 만년의 기쁨과 여유와 평화를 혼자 누리는것이 다른이들에게 송구스럽다면서 소년처럼 조용히 웃어보인다. □연보 ▲1910년 5월29일(음 4월21일) 서울 종로출생 ▲1932년 서울 제일고보 부속국민학교 졸업 ▲1923년 〃 제일고보 입학 ▲1926년 제일고보 4년 재학시 중국 상해로 유학.상해 공부국 Thomas Hanbury public school에서 수학. ▲1929년 상해 호강 대학교(University of shanghai)예과 수학.도산 안창호선생에 사사 ▲1931년 호강대학교 영문과 진학 ▲1933년 신동아에 「기다리는 편지」「나의 파일」 등 발표로 문필 생활시작 ▲1934년 재학중 수차 구국하여 춘원 이광수택 유숙 청교.(이무렵 현진건·이상범·이은상·인촌·고하교류) 금강산서 1년체류(시작 「단풍」외) ▲1937년 상해 오강대학교 영문과 볼업.서울 중앙고등학원 교원 ▲1945년 경성대학교 예과교수 ▲1951년 서울대 사대교수 ▲1954년 미 하버드대에서 연구 ▲1959년 「금아시문선」(경우사간) ▲1967년 서울대 대학원 영어영문학과 주임교수 ▲1969년 미 하버드대 등 여러대학에서 한국문와강의 British Council초청으로 영국방문.시집 「산호와 진주」(일조각간) 영문판 「A Flute Player」 출간 ▲1974년 서울대 퇴직후 미국여행 ▲1976년 수필집 「수필」(범우문고간) 세익스피어 「소네트시집」(정음문고간) ▲1980년 「금아문선」「금아시선」(일조각간) ▲1987년 「피천득시집」(범우문고간) 이후 시작 「새」 「너」 「기억만이」 「만남」 「그뒷 이야기」 「저 안개속에」 등 계속 발표중.
  • “전국「안은행」연계운용 시급”/13일부터 93국제 각막이식심포지엄

    ◎기증자 적어 각막이식수술 3천여명 대기/헌안운동펼치고 「안구적출법」 제정바람직 국내 15만명가량의 실명자 가운데 10%인 1만5천명은 눈동자가 부옇게 흐려지는 각막혼탁때문에 암흑속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각막혼탁에 의한 실명자는 수술로 부옇게 된 각막을 제거한 뒤 기증받은 안구에서 각막만 떼어내 이식하면 정상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그러나 국내의 경우 전통적인 유교관념 등으로 인해 각막이식수술 희망자에 비해 안구제공자가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따라 범국민적인 헌안운동과 함께 전국조직망을 가진 안은행의 설립,안구적출법 제정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게 일고 있다.이와관련 가톨릭의대 안과학교실(주임교수 김재호)은 13일부터 이틀동안 「93 국제 각막이식심포지엄」을 열고 각국의 안은행 실태와 현안및 기증안구의 관리방법등 대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날 발표자인 가톨릭의대 김재호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각막이식수는 83년까지 40∼50건이던 것이 84년부터 차츰 증가,89년 1백49건,90년 3백5건,91년 3백4건을 기록했다』며 『그러나 각막이식수술을 기다리는 환자는 지난해 현재 3천80명이나 돼 기증안구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혔다.또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설치돼 있는 15개 안은행 가운데 10여곳은 안구를 구하지 못해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가격이 비쌀뿐더러 조직의 적합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따라서 활발한 안은행활동과 각막이식수술의 확대를 위해선 헌안운동의 홍보와 함께 각 지역별 안은행을 좀더 긴밀히 연계할 수 있는 협력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김교수는 또 『국내에는 아직 안구를 기증받아 적출할 수 있는 법적 뒷받침이 전혀 없다』고 지적,각막이식촉진법(가칭)등의 제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 15개국의 안은행및 각막이식의 실태를 분석한 가톨릭의대 이상욱교수는 기증안구부족과 이에대한 인식부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이교수는 또 안구기증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안은행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리고 부검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오락실서 놀이중 국교생 발작 실신

    최근 해외에서 전자오락을 하던 어린이가 간질발작증세를 일으킨 사례가 보고된데 이어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잇따라 신고되고 있다. 26일 상오11시30분쯤 서울 강서구 공항동 강모씨(35·회사원)집에서 강씨의 외아들(6·유치원생)이 TV화면에 연결된 가정용 전자오락프로그램인 일본 닌텐도(임천당)사제품 「스트리트 파이터2」게임을 하다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발작증세를 보여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아버지 강씨는 『여동생(5)과 함께 전자오락 게임을 하던 아이가 「눈이 잘 안보이고 머리가 아프다」고 말한 뒤 곧바로 눈동자가 돌아가면서 팔다리가 뒤틀리고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고 말했다. 담당의사인 고창준박사(소아신경과)는 『최종적인 결론은 정밀진단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전자오락게임등 불규칙하게 깜박거리는 강렬한 빛에 오랫동안 노출될 경우 나타나는 광과민성 간질증세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편 지난 19일 상오10시쯤 서울 도봉구 도봉1동 K오락실에서 전자오락을 하던 이동네 최모군(11·국교 4년)이 갑자기 「악」소리를 내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다. 최군은 병원에서 『1시간동안 전자오락 게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화면에서 빛이 번쩍이는 느낌을 받은뒤 깜짝 놀라 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최군을 치료한 상계 백병원 함영백박사(소아과)는 『광과민성 발작증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김포세관 마약탐지견 센터 최문현반장(이런자리 저런일)

    ◎탐지견 뒷바라지로 일과 시작/조련은 물론 개의 소리·배설물까지 분석 건강체크 김포세관 마약탐지견센터 최문현반장(31). 나라의 관문을 마약 및 폭발물로부터 보호하는 수문장의 관리인이다. 수문장이 마약 및 폭발물탐지견이라면 최반장은 이 개를 뒷바라지하는 보조인이자 어머니이다. 개들이 위험물을 찾도록 하는 일이 전부인 그의 하루 근무는 개와 함께 시작해 개와 함께 끝난다. 겉으로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것같지만 개와 사람이 단짝을 이루며 이같은 업무를 수행해 나가는데는 재미와 함께 고충도 심하다. 그는 자신을 보모 내지는 유모라고 말한다. 신출내기 개를 늠름한 마약탐지견으로 조련하고 관리하려면 개와 한몸이 되어야 하는 정성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김포세관이 보유하고 있는 마약 및 폭발물 탐지견은 모두 23마리로 이가운데 13마리는 현장에 투입되고 있고 나머지는 훈련중이다. 이들 개는 조련직원 14명이 각자 2마리 정도의 주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최반장은 코카스파니엘 「빌리」 등 2마리를 맡고 있다.조련과정은 한마디로 어머니의 간난아기 키우기 그 자체이다. 하루에 한끼씩 규칙적으로 먹이는 것은 물론 3일에 한번 목욕시키고 매일 빗질 솔질 빠지지 않고 뒷바라지 해야 한다. 심지어 배설물까지 분석해야 하고 털속을 샅샅이 뒤져 진딧물이나 기생충을 제거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빌리의 울음소리·걸음걸이·눈동자 등 움직임만 보고 건강상태나 컨디션의 변동유무를 파악해 보살펴줘야 제 구실을 해낼 수 있다. 『개들이 잘하면 칭찬해주고 잘못하면 꾸짖어야 합니다』.그는 개가 오히려 사람보다 충직한 동물이어서 함께 지내는 재미가 상당하다고 한다. 충남 논산이 고향인 그는 어릴때부터 「누렁이」를 키우며 개를 유난히 좋아했고 군에 입대해서도 군견반에서 근무하게 됐다. 이것이 인연이 돼 지난 87년 김포세관 마약견 운영요원 선발시험에 응시,줄곧 이곳에 근무해 왔다. 그는 『빌리가 뭔가를 찾아내면 함께 기뻐하고 실수하면 함께 풀이 죽는다』는 그는 자신이 오히려 빌리를 닮아 간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 수령의 건강(외언내언)

    김일성과 그의 건강비법은 공개될때마다 섬뜩한 놀라움을 안겨준다.지난해 80회 생일때는 자라피가 정력제로 좋다고해서 1천3백마리나 잡아들였다느니 살아있는 개구리며 오리에다 요와 이불에 넣기 위한 참새털 70만마리분 등등으로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다. 이번엔 그가 목욕할때 18세 전후의 아가씨들을 함께 탕에 들여보내고 혈액형이 같은 18세 미만의 처녀의 피를 정기수혈시킨다고 하여 또한번 우리를 아연케 한다.처녀의 핏속에는 활동성이 강한 백혈구와 헤모글로빈·알부민이 많이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아무리 수만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해도 그로인해 수백살까지 건강하게 살았다는 기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수 없다.진시황도 그의 기상천외한 건강비법에도 불구하고 49세밖에 살지 못했다.그야말로 수천궁녀의 꽃같은 치마폭에 둘러싸여 그들의 몸의 분비선에서 흘러나오는 강한 기(기)에 질려 지쳐 쓰러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사슴의 목에 대롱을 꽂고 생피를 마신 사람이 껌벅이는 사슴의 원망스러운 눈동자를 뇌리에서 지우지 못해 그 망령에 시달리다 병들어 죽었다는 일화도 있다.누가 만들어낸 이야긴지는 몰라도 지나친 건강집착은 일종의 병이다.자신의 타고난 수명을 알지 못하면서 병들거나 노쇠하기도 전에 지레 건강에 겁먹고 관리법에만 목을 걸듯이 의 존하는것도마찬가지현상이다. 김일성의 경우 「후계자를 완전히 구축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병사나 비명횡사」를 우려한 건강유지라면 역설적으로 그처럼 비상한 방법이 동원될만큼 그는 벌써 치유될 수없는 깊은 병에 걸린 상태일 것이다. 『건강한 몸을 가진자가 아니고는 조국에 충실한 자가 되기 어렵다』고 페스탈로치는 말했다.과도한 요양법으로 건강을 부지하려는 그 자체가 고칠수 없는 중병이라는 지적과 통한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혐오식품」「장기이식」에 이르기까지 유행처럼 신경을 곤두세우는 광적인 「건강집착환자」들에게 이런 낭설이 잘못 「건강정보」로나 받아들여질까 두렵다.건강은 끈질긴 집착에서 놓여날때 비로소 건강해진다.그리고 자연은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이미 자연스럽게 공급해주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겠다.
  • 김일성­정일/“최후의 과대망상증환자”/불 주간지「괴상한 부자」특집

    ◎김정일의 파티걸들,총리 이상의 권세/체제비판땐 무조건 정치범 수용소행/세균공포 대단… 대사신인장 줄때 예방접종증 요구 프랑스의 일간신문 르 피가로가 내는 발행부수 50만부의 주간잡지 「르 피가로 마가진」은 2일자 최신호에 「북한­괴상한 부자」라는 제목으로 김일성·김정일부자에 관한 이야기를 7페이지에 걸쳐 7장의 사진및 1장의 삽화와 함께 머리기사로 게재했다. 기사에 함께 실린 그림은 붉은 깃발들을 배경으로한 김일성의 흉상으로 영화스크린처럼 네모난 눈에 붉고 매서운 눈동자를 지닌 것으로 묘사,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의 빅 브라더의 이미지를 연상시키고 있다. 「최후의 과대망상증 환자」라는 제목이 붙은 3장의 사진은 거대한 카드 섹션속의 김일성모습,특권층의 차량만 지나갈 수 있다는 장대한 개선문,김부자의 영광과 안락을 위해 전국에서 뽑혀온 「여성접대원」들이 고급벤츠 앞에서 머리 숙여 절하는 광경이다.그밖의 사진들은 원래 금박을 입혔다가 등소평의 핀잔을 듣고 금박을 벗겼다는 거대한 김일성의 동상,외국인방문자 눈을 속이기 위한 급조 통행인,가짜교회,전시용백화점등이다. 중견언론인 미셀 토리아크가 최근 귀순한 북한의 고위외교관 고영환씨를 인터뷰하고 쓴 김부자의 이야기를 간추려본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은 늘 미소를 짓고 어린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한 말투를 쓴다.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항상「친애하는 위대한 수령」이라는 칭호를 써야지 그렇지 않으면 어떤 처벌을 받을지 모른다.그의 모습이 든 배지를 의무적으로 달아야 하고 초상화는 항상 깨끗하게 간수되어야 한다. ▷김정일의 모습과 성격◁ 거칠고 충동적이다.인사를 하면 받지 않고 딴 곳을 본다.85㎏의 비만 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계단에서 쓰러질 만큼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1백65㎝의 작은 키에 다른 사람을 내려다보기 위해 뒷굽이높은 구두를 신는다.화가 나면 총을 꺼내들고 상대방에게 겨누거나 재떨이를 던지기 일쑤다.관현악 연주중 곡이 마음에 안든다고 연주를 중단시킨 일도 있다.술취해 있을 때가 많고 꼭 수입한 헤네시 코냑만 마신다.술에 취하면 못하는 짓이 없다.미모의 유명한 여배우가 김정일과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폭로하자 그녀의 남편과 수백명의 고급관리들이 보는 앞에서 총살했다고 한다.생일축하 파티에서 내기에서 지자 화풀이로 무용수를 발가벗기거나 삭발시킨 일도 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원수로 임명되자 단번에 자신의 추종자 6백명을 장성으로 임명했다. ▷파티와 여자들◁ 김정일은 1주일의 반 이상을 파티로 밤을 새운다.스웨덴 핀란드 일본 태국의 미희들과 각국 별미음식들로 파티를 벌인다.별도로 30명 가량의 젊고 예쁜 북한 여성들이 아주 사소한 것까지 시중을 들고 있다.이 여자들이 누리는 권세는 총리보다 높아서 메르세데스 벤츠600을 타고 다니거나 해외로 쇼핑을 나가 공관원들을 성가시게 하기도 한다. ▷12개의 정치범 수용소◁ 고씨가 12년동안 외국어공부를 하는 사이 1백20명의 친구중에 20여명이 가족과 함께 사라졌다.비판적인 발언 때문이었을 것이다.북한에서 비판적 발언은 위험하다.김부자에 관한 경우이면 더욱 그렇다.정치범수용소에는 15만명 정도 수용돼 있다.거기 들어가게되면 소금과 성냥만 주고 알아서 하라고 한다.북한에서는 가족들마저 믿을수 없다. ▷건강에 집착하는 김부자◁ 지방에 김부자만을 위한 약초재배 농장이 있다.김정일은 그밖에도 자신의 재배장을 따로 두고 있으며 여기서 기른 외국것을 더 좋아한다.세균에 대한 공포가 대단해 외국의 신임대사가 신임장을 줄때는 예방접종확인증을 요구할 정도다.평양장수원에는 5백여명의 연구원이 있어 김일성의 건강을 유지시키기위한 온갖 연구와 실험을 하고 있다. ▷1백50개의 별장◁ 김일성은 수많은 별장을 지니고 있다.평양 근처의 장수각이라는 곳은 시내와 지하철로 연결돼 있고 3천여명의 젊은 여자들과 1만2천여명의 호위병들이 있다.김정일은 아버지 것보다 더 많은 1백50개의 별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국제관계 김일성은 1981년 프랑스 사회당의 미테랑이 대통령으로 뽑히자 박수를 쳤다고 한다.사회당의 집권으로 프랑스와 북한간의 관계가 호전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별 변화가 없자 『미테랑은 신식민주의자』라고 비난했다.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관계는 훨씬 수월한 것이었다.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이 바라는 선물을 기대 이상으로 주었다.한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가 3만명 수용규모의 운동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자 김은 『너무 작지 않느냐,7만명 들어가게 지어주겠다』고 한적도 있다.이러니 아프리카 나라들의 지도자들이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만수무강』을 세번씩 외쳐대지 않을수 없었을 것이다.
  • 송년음악회 연말까지 잇달아/고전에서 대중성 음악까지 다양

    ◎송구영신 각오다지는 연주회도 음악계에는 벌써부터 연말분위기가 가득히 감돈다.때이른 듯한 음악계의 연말은 12월에 접어들자마자 줄지어 열리고 있는 공연음악회로 시작됐다. 이미 지난 3일 아시아오페라단이 아리아를 중심으로 「송년대음악제」를 가진데 이어 4일에는 「송년가곡의 밤」,5일에는 92송년음악회 「사랑과 영혼의 노래」가 모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또 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외환비자카드 송년음악회가 열리는 등 연말까지 거의 매일 송년음악회가 준비되어 있다. 올해 「송년음악회」라는 주제로 열리는 연주회의 성격은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첫번째는 주요 교향악단의 정례화된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연주회이다. 서울시향(738­3082)은 오는 18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상임지휘자 박은성의 지휘로 「합창」을 연주한다.또 KBS교향악단(781­1571)은 26일 KBS홀과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박탕 조르다니아의 지휘로 「합창」과 역시 베토벤의 「에그몬트서곡」을 공연한다.이 두연주회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교향악단의 연주수준 내지 개선을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두번째는 다양한 출연진으로 알기쉬운 프로그램을 운영,평소 음악을 가까이 하기 어려웠던 사람도 한번쯤 음악회장을 찾아 머리를 식힐 수 있게 하자는 의도의 음악회.외환비자카드 송년음악회(733­2825)가 이같은 성격으로 박은성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바이올린 김의명,첼로 이종영,피아노 김영호,테너 박세원,베이스 오현명등이 출연,귀에 익은 오페라서곡과 아리아 가곡등을 연주한다. 이같은 성격으로는 또 예술의전당(580­1411)주최로 22일 열리는 「92송년팝스콘서트」.27일 유림아트홀(514­9600)에서 열리는 송년음악회가 있다.송년팝스콘서트는 팝피아니스트 임학성과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색소폰 주자 이희선등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고엽」「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여명의 눈동자」「J에게」등 즐거운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서울아카데미 심포니오케스트라(299­3361)가 26일 예술의 전당에서 갖는 송년음악회는 절충형.장일남의지휘로 한해를 마감하는 분위기에 걸맞게 대곡인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황제」를 신정애와 협연한 뒤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관현악곡을 연주해 가벼운 즐거움도 안겨주겠다는 구상이다. 세번째는 평소아 다름없는 프로그램이면서도 송년음악회라는 이름을 붙인 연주회이다.앞의 두가지 성격이 청중들을 위한 송년음악회라면 이경우는 연주단체나 연주자 자신들이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기위해 각오를 다지는 의미를 지닌 셈이다. 서울바로크합주단(720­9266)이 15일 예술의전당에서 갖는 송년음악회와 29일 코리안심포니(274­6785)와 예음클럽(736­3200)이 예술의전당과 예음홀에서 각각 갖는 송년음악회가 이런 성격이다. 이밖에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735­0693)이 10일 하오7시 세종문화회관대강당에서 92 송년대음악회 「겨레의 노래마당」을 연다.김용만이 지휘할 이 연주회는 「국악의 대중화와 대중음악의 예술화」를 표방하는 무대.박민수와 윤인숙같은 성악가와 김영임 전명신 전정민등 국악인,서유석 조갑경 홍민 주병선등 대중가수,그리고 천안의충남국악관현악단과 서울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출연한다.
  • 시인 정현종씨(이세기의 인물탐구)

    ◎사물의 핵심 꿰뚫는 파격적 시어 계발/「도시기질」 집착… 신선한 지적감수성 돋보여/자제된 행동·감정처리… 「침묵의 미」에 눈뜬 사색형/생명있는 모든것 포용할 자세로 시작몰두 「특이한 지적 예리성」과 「황홀하게 축제화된 미적 감동의 세련된 형상화 작업」­. 65년3월 까다롭기로 유명한 시인 박두진씨의 화려한 추천사와 함께 정현종이 문단에 등단했을 때는 그는 당장 젊은 평론가들에게 둘러싸여 「경쾌한 에피큐리안」으로 지칭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빛나며 아름다웠던 추천시 「독무」는 젊은 날의 추억처럼 우리들의 가슴에 남겨져 잊을수 없는 명시의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그후 신촌역 부근이나 태평로 순화동 인사동 남산길등 그가 생계를 위한 직장을 전전하던 무렵 그는 서울의 어느 길목에 서있어도 당황하며 망설이는 모습,겨울날 빈들에 홀로선듯 눈가에 외롭고 춥고 공허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그런 그의 눈을 보고 시인 고은씨는 「수묵같은 눈동자」라 했고 평론가 김현은 「깨끗하고 맑은 눈」이라 했다. 눈끝이 치켜올라간,그러나 사납거나 날카롭거나 속된 기미는 찾아볼 수 없이 단순하게 「마음의 창」같은 눈이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사색의 깊이를 짚어볼수 없는 신비감 때문에 그 속에 너무 많은 것을 담아 남에게 나를 드러내보이지 않으려는 겸허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명철의 기색인지는 짐작되지 않았다. 시간이 오래지나 여전히 싱싱한 탄력성을 지닌 시들이 「샘처럼 솟아나고 꽃처럼 피어나자」그의 눈빛은 허공 한 끝을 스치는 짧은 허무나 명철의 멋이 아닌 인간과 사물을 향해 직관으로 치닫는 눈빛,그래서 그의 시마저도 머리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그의 눈빛에서 빛으로 비쳐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형이상학적 초월 추구” 그가 사랑해 마지않고 또 그를 끈질기게 지켰던 김현도 「정현종은 형이상학적 초월을 꿈구는 에피큐리안」이라 했고 이 「에피큐리안」속에는 그의 시적 공간과 구조의 한계를 밝히려는 의혹이 다분히 숨겨져 있었으나 「한 시인이 자기특유의 시적 표현방법을 가지고 시적으로 높은 경지를 달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그런 의미에서 정현종은 「한국 현대시의 표현법과 소재 면에서 큰 충격을 준 시인」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사막에서도 불 곁에서도/늘 가장 건장한 바람을,한끝은/쓸쓸해 하는 내 귀는 생각하겠지,/생각하겠지 하늘은/곧고 강인한 꿈의 안팎에서/약점으로 내리는 비와 안개,/거듭 동냥 떠나는 새벽거지를,/심술궂기도 익살도 여간 무서운/망자들의 눈초리를 가리기 위해/밤 영창의 해진 구멍으로 가져가는/확신과 열애의 손의 운행을,/…. 「곧고 강인한 꿈」 「약점으로 내리는 비」 「확신과 열애의 손의 운행」등등 파격적 시어들은 서정시와 향토시에 익숙해있던 독자들에게 느닷없는 경이를 안겨주면서 「사물에 대한 신선한 감수성과 독특한 서구적 조사법」이란 김현의 호평에 한결같이 공감대를 형성해갔다. 정현종은 전에도 그랬지만 후배들과 그의 제자들의 존경을 받고있는 지금도 「그의 유년시절을 완강하게 숨기고」그의 시의 고뇌가 주는 배경을 설명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때 이미 문학에서 「침묵에 가장 가까운 것은 시」이며 「시는말이 배제되지 않는 침묵의 공간」임을 알고 있었거나 「시는 시 자체일뿐」시를 이루는 배경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뜻으로 이를 묵살했는지도 모를 일이다.어쨌든 그는 어느 장소에서도 그의 시외엔 다른 말들은 별로 늘어놓지 않으려 들었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경기도 고양군 화전에서 보냈다.대광중때부터 다시 서울에 올라와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그이전 10여년을 서울 변두리에서 농촌생활을 했다고는 하지만 시골에서 와서 도시에서 세련되어 가는 사람들과는 달리 시어선택에서 보듯 완강하게 도시기질을 고집하는 형이다. 꾸밈없이 깍듯한 예의,낯선사람에 대한 낯가림,그러면서 자신의 할 바를 과장하지 않고 단정하게 해낸다. 집안은 엄격한 가톨릭 가문으로 가톨릭 본명은 알베르토.그러나 대학시절 채풀시간을 자주 걸러 칼바르트와 니버에 관한 리포트를 추가로 제출하여 뒤늦은 정식졸업을 한 에피소드가 있다. 중학교 시절에 살았던 만리동고개,카바이트 불을 밝혀놓고 책을 빌려주는 서점에 드나들면서 그는 보들레르의 「여인들의 술」처럼 「달랠길 없는 뜨거운 섬망」의 술대신 왕성한 독서에 빠져 그의 손가락이 넘기는 책장은 「슬기로운 회오리바람의 날개」였으며 그는 그 날개를 타고 「몽상의 천국」을 마음껏 누비는 사춘기를 보냈다. 종로2가 르네상스 음악실에선 바하의 「마태수난곡」에 탄복하여 무릎꿇었고 영화 「로얄발레」를 보고는 「육체가 저렇게 아름다울수 있는가」란 충격에 그는 「그 충격이 번개처럼 와서 내 자신의 육체에 우뢰로 흐르다가 감동의 전율」에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도 발레에 미쳐 「이사도라 던칸 자서전」서문을 써주는등 춤은 마침내 「꽃의 침묵」이기를 기원하고 있다. ○음악·춤에 심취하기도 그러나 춤이나 음악에 대한 감동은 문학소년시절 누구가 접할수 있는 흔한 경험이겠지만 연대 숲에서의 그의 존재와 우주에 관한 이야기만은 이 시인만의 특징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일 수가 있다. 그는 수줍어하는 성격탓에 결핏하면 혼자서 울창한 숲속을 거닐었고 그날도 우연히 그속에 앉아있다가 돌하나를 집어 숲 저쪽으로무심하게 내던졌다고 한다. 「숲 위쪽에서 던진 돌은 저아래 어디엔가 떨어졌다.돌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지구무게만한 어떤 느낌이 마치 지진처럼 내속으로 지나가는걸 느꼈다.즉 내가 방금 던진 돌에 의해,나에 의해,여기서 저기로 옮겨진 돌에 의해 우주의 공간이 달라졌다는 느낌이 그것이었다.내가 던진 돌하나가 우주의 균형을 바꾼다!」 그 소리는 그의 귀를 「깊이」열어주었고 그의 마음속에서 아마도 그의 육체가 땅에 떨어질때까지 그 소리를 듣게 되리란 것이다. 그는 부모님 타계후 집에서 나와 신촌에서 혼자서 자취를 했다.이 자취방에서 김현 김치수 김승옥과 어울려 거의 매일이다시피 꽁치안주와 소주에 빠져 그들은 문학을 논했던 것같다. 그러다가 72년 첫시집 「사물의 꿈」을 민음사에서 펴냈다. 이 시집으로 인해 그는 문단데뷔이후 처음,아니 난생처음으로 말할수 없는 감격의 순간을 맛보게 됐다고 자랑한다. ○자아·우주에 대해 사색 이 시집은 김현 김치수와 김병익 김주연 이청준 홍성원 황동규 황인철등 평론가 작가 시인 친구들과 「잿빛먼지 황급하게 불어대는 좌절감의 청량리 부근」에서 밤마다 술잔앞에서 내통해 마지않던 문단선배 고은씨가 돈을 모아서 내준 것이기 때문이다. 고은씨는 그가 시를 쓰지않으면 「시 쓰기가 얼마나 힘드는가」를 알면서도 그를 미워할만큼 「우리시대의 언어의 정령」과 만나고 있음을 자축하기 위해 그가 시집내는데 앞장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요즘도 술을 마신다.문지(문학과 지성사)사람들과,또는 동료교수들과 학생들과 호프집에도 간다. 단지 좋아하는 술을 평생동안 즐겨마시기 위해 폭음,폭주는 삼간다. 또 어느 자리에서나 두드러지지 않으려 든다.처신하는 바를 적절히 자제하고 운신의 폭을 파급시키지 않는다.웃음소리도 말소리끝에 「하,하,하,하」라고 문장을 읽는 것처럼 시늉만 할 뿐이다. 기계에 대해선 도무지 무지하여 다른 작가 교수들은 수년전부터 컴퓨터를 사용하지만 그는 오래지녀온 만년필 「쉐퍼」로 글을 쓴다.17년쯤 살고있는 동부이촌동 렉스아파트에서 신촌까지 운전을 할줄 몰라 버스나 택시를 타고있다.가족은 부인 이유미씨와 그리고 아들 민우(연대4). 이렇게 감정내색을 좀체 하지않는 그도 89년 대학후배이자 제자인 시인 기형도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땐 서대문 적십자병원 영안실에서 남들이 다 돌아간 뒤에도 새벽 2시까지 남아 허공에 잠깐 눈을 돌리는듯한 문단초기의 공허한 그늘을 눈가에 드리워 보였다. 다음해 그의 친구 김현의 죽음은 너무나 허탈하여 도무지 실감할수 없는 듯,「너는 아프냐…너는 아프구나」를 되풀이하더니 이른바, 맥주거품은 늘 왕관모양!/구름모양!부풀어 올랐고/그야 우리는 왕관부터 구름을 마셨으며/…의 김현을 위한 유명한 「황금취기」시리즈를 남기고 있다.김현은 문단의 「별」이었으며 그의 죽음은 문단전체의 통한이었다. 본래 익살스럽거나 짓궂은 구석은 없으나 그는 날이 갈수록 술을 마셔도 말을 줄이고 있다.그는 시인으로 사는동안 「상투적으로 사고하지않고 사물의 핵심을 투철히 바라보는자」 「불가능을 꿈꾸는자」이고자 꿈꾸는지도 모른다.또는 크리슈나무르티의 명상록을 번역하는 동안 말이 말하고자 하는 한계를 알게되었고 말의 그런 모습에 절망한 나머지 「침묵」의 아름다움을 누리고 싶은건지도 모른다. 그의 두 눈은 이제 「아는것」으로부터 마음껏 자유로워져 요즘은 인간과 사물과 그 주변을 둘러싼 모든 생명있는 것을 사랑하는 인류애의 눈빛,눈빛으로 비쳐오는 시가 아닌,삶에 대한 분노와 파란과 비애의 극복이 담긴,심장을 울리는 뜨거운 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연 보 ▲1939년 12월 서울 용산 출생 정재도씨와 방은련여사의 3남1녀중 셋째(차남) ▲65년 연세대 철학과 졸업 현대문학지를 통해 시 「독무」「화음」「여름과 겨울의 노래」로 데뷔 ▲66년 「사계」동인 (황동규·박이도·김화영·김주연·김현) ▲70∼73년 서울신문사 기자 ▲74∼75년 미아이오와대 국제창작프로그램 자작시 「고통의 축제」영역 참가 ▲75∼77년 중앙일보기자 ▲77∼82년 서울예전 교수 ▲82년 스웨덴 스톡홀름대·핀란드 헬싱키대 개최 「현대문학 포럼」참가 ▲90년 샌프란시스코 휘트랜드재단주최 「문학회의」참가 ▲82년∼현재 연세대국문과교수 ▲72년첫시집 「사물의 꿈」(민음사),제임스 볼드윈 「또 하나의 나라」번역 출간,로버트 푸르스트·예이츠시선집 번역 ▲74년시선집 「고통의 축제」 ▲75년산문집 「날자 우울한 영혼이여」 ▲78년시집 「나는 별아저씨」(민음사) ▲79년크리슈나무르티 「아는것으로부터의 자유」번역 출간(정우사) ▲82년시론집 「숨과 꿈」(문학과 지성사) ▲84년시집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문학과 지성사) ▲89년 시집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세계사),산문집 「생명의 황홀」(세계사),파블로네루다 「스무편의 사랑의 시와 한편의 절망의 노래」(세계사) ▲92년 시집 「한 꽃송이」(문학과 지성사·이 시집으로 이상 문학상수상)
  • 아이는 어른의 스승/김희수 청주대교수 문학평론가(굄돌)

    여러해 전에 졸업한 제자로부터 안부 편지를 받았다.캠퍼스가 그립고 1학년때 받은 첫작문 제목도 생각난다고 했다.그리고 그동안 자신이 지내온 이야기며 오늘의 생활 형편들이 소개되고 있다.중학교 교사로서의 자신의 못난 구석도 하소연겸 털어놓았다. 요즈음은 더욱 선생으로서는 부족한 듯한 자신의 일상 생활을 반성하면서 아이들의 눈동자며 순박한 모습에서 교사의 자질을 발견해 가고 있다고 했다.평범한 이야기인듯 하면서도 섬광같은 한줄기 희열이 느껴진다. 편지를 읽는동안 텔레비전에서는 아이들 세계를 진단하는 좌담이 진행되고 있다.아동심리학을 전공하는 교수가 어린이들의 마음을 진단하는 방법으로 몇 폭의 아이들 그림을 펼쳐놓고 설명하고 있다.어항속에 그려넣은 그림들이 특이하다.한가운데 상어 한마리가 있고 옆에는 그 상어에게 살점을 다 빼앗기고 뼈만 앙상한 고기들이 여러마리 그려져 있었다.그 상어는 그림 그린 아이의 심술난 상황이라고 어린이 자신이 직접 설명하였다.또 하나는 제목이 「벼락맞은 동생」이란다.형제를 그려놓고 크게 그려진 형은 웃고 있는데 그 옆에 작게 그린 아우모습은 새까만 칠로 뒤덮여 있다.형이 아우가 미워서(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려고)벼락을 맞게 하고는 자신은 웃고 있다.또 하나의 예는 엄마 아빠의 얼굴을 그렸는데 아빠는 화난 얼굴이고 엄마는 웃는 얼굴이다.또는 엄마 아빠 둘 다 화난 그림도 보인다. 우리는 이런 아이들의 세계를 보면 아이들이 두려워지기까지 한다.아이들은 마음에 복선을 가지지 않는다.솔직담백하고 투명하고 미우면 미운대로 두려우면 두려운대로 표출한다.그러나 어른들의 세상은 겹겹이 연막을 치고 무장해 있다.이러한 사실은 충격적으로 터져나오는 사건을 보면 알게된다.겉은 얼마나 정상이고 평온한가.그러나 디져 본 속은 평온하고 깨끗하고 밝은 결과와는 정반대의 세계였다. 선생이 자기 가르침을 받는 그 학생들의 순수한 모습에서 진실한 참인생을 배우고 그들로부터 배운 것을 다시 그 아이들에게 가르쳐 준다는 것은 역설같은 진실한 고백이다. 어른들끼리의 세계란 서로 친구간이라 해도 얼마나 답답한 구석이있는가.서로 싸우는 아이들의 사이보다 다정한 어른들끼리의 세계가 어느 점으로는 훨씬 적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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