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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특집 / 레저카드 알고쓰면 돈된다

    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요즘이지만 여행과 레저로 삶을 풍요롭게 하려는 사람들의 바람은 여전하다.게다가 주5일 근무제 전면 실시를 담은 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이런 분위기는 더욱 뚜렷한 생활패턴으로 정착될 것 같다. 신용카드사들이 이런 흐름을 놓칠 리 없다.여행과 레저에 특화된 상품을 앞세워 무한경쟁에 나섰다.업계 사정이 나빠지면서 각종 혜택을 연달아 줄이는 추세지만 레저 관련 카드에 대해서만큼은 서비스를 집중하고 있다.주말에 집안에 앉아있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레저 전용카드에는 호텔·콘도·교통·스포츠·놀이공원·영화·연극 등 관련 부문에 두루 걸쳐 다양한 혜택이 들어있다.주로 상품·서비스 가격할인,보너스 누적포인트 적립,무료 보험가입,예약·수속 대행 등이 제공된다.대부분 카드사들이 ‘레저’‘트래블(교통)’‘레포츠’ 등과 같은 이름을 붙인 카드를 별도로 내놓고 있다.그렇지 않은 곳들도 기존 카드에 레저 기능을 대폭 보강해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서비스가 제한돼 ‘눈가리고 아옹’하는 식이었던 기존 카드상품과 달리 연중 실질적인 혜택을 볼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또 호텔·콘도 등 숙박시설에 초점을 맞추거나 현장 레포츠 등 각종 행사에 포커스를 둔 것 등 카드별로 특화전략을 쓰고 있다. A카드사 관계자는 “레저 전용카드는 주5일 근무 확산과 가족 중심의 생활패턴 변화에 맞춰 우량 고객을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라면서 “활동이 왕성한 30∼40대가 주 타깃”이라고 말했다. B카드사 관계자는 “레저카드를 이용해 투숙할 수 있는 콘도 객실 수를 전국적으로 하루 200개를 확보,방이 없어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할 가능성을 최소화했다.”면서 “하지만 최근 이용률이 높아져 객실 수를 늘리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드업계가 경영사정이 나빠지면서 올 2∼3월부터 서비스 혜택을 대폭 축소했기 때문에 미리 변경된 내용을 알아두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개별 카드사의 인터넷 홈페이지나 문의전화 등을 통해 미리 알아두는 것이 필수다. 김태균기자 windsea@ ■포인트 활용법 예부터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티끌모아 태산이라고도 했다.신용카드 이용실적에 따라 쌓이는 누적 포인트(마일리지)가 딱 그렇다.카드를 쓸 때마다 고작해야 0.1∼0.2%,많아야 0.5% 정도가 쌓이지만 절대로 우습게 볼 게 아니다.‘포인트=돈’이기 때문이다. 포인트는 모든 신용카드 결제에 공통으로 쌓이는 것과 특정 가맹점을 이용할 때에 한해 쌓이는 것 등 크게 2가지가 있다. 자사의 누적 포인트가 업계에서 가장 후하다고 홍보하는 한 카드사의 예를 보자.매월 일반 결제(현금서비스 제외) 70만원,주유 결제 30만원 등 총 100만원을 카드로 긁을 경우 1년(1200만원)이면 최고 31만 2000포인트를 모을 수 있다고 한다.31만 2000원에 해당하는 액수다. 카드 이용자는 이를 물건 구입에 쓰거나 항공사 마일리지로 교환할 수 있다.또 상품권 교환이나 대출금 상환으로 돌릴 수도 있다.이 정도면 경우에 따라서는 연말 세금정산 때 소득공제(연봉의 10%를 넘는 카드 이용액중 20%만큼을 소득에서 공제)를 통해 절세(節稅)하는 것보다 더 큰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자기 라이프 스타일과 관련 있는 포인트를 집중적으로 모아야 한다고 강조한다.자동차로 출퇴근하는 사람은 주유소를 이용할 때 점수를 많이 주는 카드를,해외출장이 많으면 항공 마일리지 적립비율이 높은 카드를 고르는 게 좋다. 카드를 쓰다보면 누적 포인트를 생각처럼 같은 종류만 모으기가 쉽지는 않다. 이런 때에는 포인트파크(www.pointpark.com) 등 포인트나 마일리지를 교환해 주는 곳을 이용하면 자투리 포인트를 자신이 원하는 종류로 교환해 한데 합할 수 있다. 김태균기자
  • 메이크업 색상별 분위기/지적이고 싶을땐 회색톤으로

    펄감이 강한 ‘시머링 메이크업’은 섹시하고,피부톤과 비슷한 색상이 조화로운 ‘누드 메이크업’은 청순해 보인다.색상에 따라 달라지는 분위기,어떻게 연출할까. ●은은한 브라운 브라운은 차분한 느낌을 주는 색상이지만 눈가에 진하게 바르면 성숙하다 못해 나이 들어보일 수 있다.따라서 아이섀도는 반드시 하얀색,아이보리 등 다른 연한 색상과 함께 섞어 은은한 느낌을 살린다.입술선을 또렷하게 살려 지적인 느낌을 강조한다.건조한 매트형 립스틱은 입술이 터보일 수 있으므로 립글로스를 함께 사용해 촉촉하게 보이도록 한다. ●세련된 회색(그레이) 회색은 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표현한다.그러나 회색,은색만을 사용하면 눈이 부어보일 수 있으므로 하얀색과 적절하게 섞어 사용하는 것이 좋다.눈 밑에 화이트 펄을 펴바르면 눈이 커보인다. 그레이 눈매에 립글로스만 바른 입술은 부드러워 보인다.조금은 강하지만 능력있는 인상을 주고 싶다면 빨간 립스틱을 추천한다. ●깔끔하고 편안한 누드 전체적으로 피부톤과 비슷한 베이지를 이용한 누드메이크업은 깨끗한 느낌을 준다.길고 풍성한 속눈썹과 또렷한 눈매로 포인트를 주는 것이 평범한 모습과 센스있는 모습을 구별짓는 관건.베이지 아이섀도를 살짝 섞어 눈두덩이 전체에 바르고 한가운데에는 핑크색 섀도로 자연스럽게 포인트를 주면 눈망울이 맑아 보인다. 베이지나 핑크색 립스틱에 립글로스를 덧칠하거나,입술선만 그린 뒤 립글로스를 바르면 반짝이는 투명 입술이 완성된다. ●자신감 있는 와인 전체적인 색상의 조화를 따지지 않고 와인 메이크업을 시도한다면 너무 튈 수 있다.보통 입술을 강조하는 메이크업이므로 아이섀도는 베이지,핑크,연한 와인색,회색톤을 선택한다. 입매를 강조하기 위해 립라이너로 선명하게 입술선을 그리고 립스틱을 펴바른다.입술선을 본래의 입술보다 조금 도톰하게 그리거나 화이트·골드펄을 입술 중앙에 손가락으로 발라주면 관능적인 느낌이 든다.립글로스를 덧바르면 여성스럽다. 최여경기자
  • 신용불량자 빚탕감 없다

    최근 정치권에서 신용불량자에 대한 대대적 원금 탕감 내지 사면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정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일괄 빚 탕감은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청와대를 포함해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최근 정부에 원금탕감 등 획기적인 신용불량자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재정경제부 실무자들은 “차라리 사표를 쓰겠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어 정부와 정치권의 대립이 주목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27일 “정치권 일각에서 신용불량자에 대한 해결책의 일환으로 일괄적인 원금 탕감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그렇게 될 경우 신용불량자 제도 자체가 뿌리째 흔들린다.”면서 “정책 책임자들이 바뀌지 않는 한,획일적인 원금 탕감이나 신용사면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괄 탕감을 해줄 경우 그동안 성실하게 꼬박꼬박 빚을 갚아온 선량한 신용불량자들만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편승해 빚을 갚지 않고 버티는 악성 신용불량자들이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다.”면서 그러나 잘못된 기대감은 버리는 게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이같은 기대감 형성에는 이달 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조만간 신용불량자 해소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것도 일조했다. ●재경부,“차라리 사표 쓰겠다” 재경부가 일괄탕감이나 사면에 대해 극구 반대하는 것은 이같은 조치가 신용불량자 숫자를 겉으로만 줄이는 ‘눈가리고 아웅’ 식의 해결책이라고 판단해서다.물론 재경부도 6월말 현재 신용불량자 수가 322만명을 넘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신용불량자 전담 취업창구 개설,채무 정도 및 상환의지에 따른 신용불량 등급 세분화 등 보완대책을 마련중에 있다. 재경부측은 “현행 신용불량자 제도는 30만원 이상을 3개월만 연체하면 모두 획일적인 신용불량자 딱지가 붙어 정상적인 취업활동 등 재기가 어렵다.”면서 “다음달 중순께 발표할 예정인 서민생활안정대책에 신용불량자 대책을 포함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원금탕감 요건 지나치게 까다롭다’ 현재 신용불량자에 대한 원금탕감은 개별 금융기관이나 신용회복지원위원회의 금융기관공동 채무 재조정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그러나 금융기관이 아예 떼일 것으로 간주하고 손실(상각) 처리한 빚에 대해서만 탕감이 이뤄지고 있어 실질적인 혜택은 미미한 실정이다. 신용회복지원위원회 한복환 사무국장은 “현재의 개인워크아웃 제도가 원금 탕감 조건이 다소 까다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획일적인 탕감이나 사면이 이뤄지게 되면 이로 인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며 재경부의 반대입장에 동조했다. 시민단체들은 “신용불량자 양산에는 신용도 심사를 소홀히 한 금융기관에도 책임이 있는 만큼 현행 탕감요건을 좀 더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미현기자 hyun@
  • 수해복구공사 수의계약 허점 ‘악마의 유혹’

    수해 복구 공사가 여전히 복마전이다.긴급을 요한다는 이유로 공사비에 상관없이 수의계약이 가능한 허점을 틈타 공직자들이 칼을 휘두르면서 대부분 자치단체에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복마전 실태 임인철(58) 전남도 정무부지사가 25일 도내 9개 건설업체에 태풍 피해복구 공사 15건(22억원)을 수의계약으로 밀어준 혐의로 검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돼 수의계약이 도마에 올랐다.임 부지사는 10억원 미만 공사는 회계과장 전결사항인 점을 악용,지난해 말에 나간 입찰공고를 무시하고 수의계약토록 지시했다. 수의계약도 2개 업체 이상의 견적서를 비교검토해야 하는 규정을 어기고 경쟁입찰에 5개 업체가 견적서를 낸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무면허업자인 S건설 김모(46)씨가 도 간부들을 통해 공사 5건을 따낸 뒤 이를 D건설 등 2개 업체에 하청을 줬다.검찰의 수사는 하청업체의 재하청을 받은 업체가 부도나면서 민원이 제기돼 시작됐다.전남도 홈페이지는 이날 충격과 실망감을 토로하며 ‘정무직’들의 도에 지나친 힘을 견제해야 한다는 글로 도배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경찰청은 전남도 입찰시스템 개발에 참가한 회계과 장모(35·7급)씨가 입찰 프로그램을 해킹해 예정가를 특정업체에 넘겨준 사실도 적발했다.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지난 5월 태풍 ‘루사’ 때 있지도 않은 선착장을 보수한다며 4억 5000여만원을 지출토록 한 고흥군 임모(50) 과장 등 공무원 3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구속했다.이를 알고도 눈감아준 행정자치부 사무관 김모(47)씨도 함께 구속됐다. 지난해 11월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지난 2000년 태풍 ‘프라피룬’ 때 허위로 양식장 피해 보상금 등 9억 4600만원을 타내도록 해준 신안군 공무원 여모(50·6급)씨 등 6명을 보조금 예산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수의계약으로 따낸 방파제나 해안도로 복구공사 등은 설계변경 등으로 공사비를 부풀릴 수 있고 완공 이후에도 보수공사 등에서 우선권이 있어 노른자위 공사”라고 말했다. 지난 98년 6월 충남도 산림환경연구소 직원 10명이 산림 수해복구공사에서 유령 인부를 내세워 인건비 9억여원을 착복했다가 무더기로 구속됐다.이들은 94년부터 96년까지 공주시 반포면 도남리 수해복구를 하면서 인부명단을 가짜로 기록,1인당 1억 2000만원씩 빼내 가로채기도 했다.충남도는 부하들의 이 같은 비리를 눈감아 주고 1500만원을 받아 챙겨 해임됐던 구모 전 산림과장을 1년만에 복직시켰다. ●변형된 공개입찰 국가계약법 시행령에는 공사금액 2000만원 이상일 경우 수의계약이라도 2개 이상 업체의 견적서를 받도록 하고 있다.하지만 대부분의 자치단체는 1개 업체의 견적을 받고 눈가림식으로 허위 견적을 적어 넣은 게 관행으로 굳어졌다.한 공무원은 “계약 담당 공무원들은 윗사람이나 건설업자들의 ‘관행’이란 말에 무력해지거나 선임자의 일 처리대로 하다 보면 계약법을 어기고 결국 코를 꿰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자체 견적입찰 도입 일부 자치단체는 앞서와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준경쟁입찰 방식인 견적입찰을 도입하고 있다.수의계약에 따른 잡음을 없애고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예컨대 10억원 미만의 경우 낙찰률 87.745% 이상에서 최저가를 써낸 업체를 계약자로 한다.통상 30개 이상 업체가 참여한다.예정가 작성이나 계약법에 따르지 않아 공사를 더 빨리 착공할 수 있어 수의계약의 장점을 살리고 투명성도 높일 수 있다.전남 여수시는 지난해 수해복구비 2000만원 이상인 300여건을 이 같은 견적입찰로 처리했다.경쟁입찰이 아니어서 전국이나 도내 업체가 아닌 시 관내 업체로 한정했고,입찰기간을 일반공사의 절반인 5일로 한정해 공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여수시내 대도종합건설 이창준(37) 관리부장은 “견적입찰을 하면 투명성을 확보하고 한 낙찰업체가 하청을 주지 않기 때문에 책임시공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
  • 마케팅만 더 받쳐준다면 ‘관광 한국’ 신기루 아니죠 / 소피텔 앰배서더 총지배인 더글러스 바버

    “처음 한국에 왔을 땐 촛불시위가 한창이어서 외출하기가 무서웠습니다.작년에 월드컵이 열린 나라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어었습니다.하지만 조금 지내보니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입가나 눈가의 미소로 외국인을 환대하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달초 호텔리어 생활 꼭 30주년을 맞은 더글러스 바버(53·캐나다)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 총지배인은 한국 생활이 90일 조금 넘었다.195㎝에 100㎏이 넘는 거구여서 위압적으로 보일듯도 하지만 세련된 매너에서 30년 관록이 묻어났다.그는 지난 73년 캐나다에서 호텔리어 생활을 시작,유럽의 여러 도시와 홍콩을 돌다 지난 3월 서울에 부임해왔다. ●호텔리어 30년… ‘박덕우’란 이름도 지어 그는 한국에 적응하기 위해 무척 애쓰는 듯 보였다.건네준 명함의 뒤쪽에는 박덕우(朴德優)란 한국식 이름에 한자까지 달았다.한국말은 아직 서투르다.‘안녕하세요.,감사합니다.,반갑습니다.’등 인사 정도다.홍콩 출신 부인 에드린 바버가 한국말을 더 빨리 배울 것같다.그녀는 9월 이화여대의 한국어학당에등록할 예정이다. 급격한 세대교체로 50대가 설 땅이 좁아진 우리의 현실에서 그에게 호텔리어 30년 장수의 비결을 묻지 않을수 없었다.“특별한 노하우나 마법(magic)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단지 일을 즐겼을 뿐입니다.행운도 따랐구요.” 도전 의식도 강조했다.도전은 그의 일관된 좌표같아 보였다.“고교때 미식축구 선수로 뛸때 혹독한 훈련을 통해 도전 의식이 생겨난 것같아요.”30여년전 당시 그는 모교를 내셔널챔피언에 올려 놓았고,미국의 13개 대학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수비수였는데 방방 날라 닉네임이 ‘붐붐’이었지요.” 하지만 캐나다 사스캐치완대학에서 경제학과를 마친 약관 23살때 캐나다의 내셔널호텔에 입사,호텔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이후 괼프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그는 지난 3월 26일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의 총지배인으로 부임해 왔다.당시엔 이라크전 파병을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연일 계속됐다.“전 캐나다 국적이지만 외모는 미국인이나 똑같잖아요,솔직히 말해서 서울 광화문일대를 지나다니기가 겁났지요.” ●올림픽·월드컵 치른 저력 눈으로 확인 하지만 그는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서 돌아다닐 여유가 생겼다.광릉수목원과 강화도,한국민속촌,인천 전등사,이천 도자기마을 등을 다녀 왔다.“서울에서 1∼2시간만 나가니 바로 교외였지요.너무나 아름다워요.같은 곳이라도 초봄에 갈때와 지금 가보니 분위기가 너무 달라 전혀 다른 곳에 간 듯했습니다.” 그의 한국 예찬은 끝이 없었다.“시외곽이나 식당에서 만난 사람들이 말은 비록 안통해도 따뜻하게 맞았습니다.이런 것이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른 한국의 저력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텔업계는 요즘 실적이 극히 부진하다.지난해와 비교하면 형편없고,외환위기때 보다 더 힘들다고도 한다.이라크 전쟁도 있었지만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탓이 더 크다. 는 “한국은 사스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데도 사스의 최대 희생자”라며 “안전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관광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관광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직접화법을구사했다.“한국은 외국 관광객 유입을 위한 노력이 태국이나 싱가포르의 절반도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외국관광객 유치 노력 부족… 안타까워 사스가 주춤한 이때에 한국이 ‘공격적’ 관광정책을 펼쳐야 하며,지금이 최적이라고 역설했다.당장 북미와 유럽에 관광 프로모션을 열어야 가을부터 관광객이 올 수 있을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었다.이같은 확신에는 호텔리어 30년에서 나온 감각도 있지만 서울에 오기 전 14년동안 홍콩의 관광 정책에 깊이 간여한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홍콩에서 공항 매니저 연합회 회장,마케팅 투어리즘 태스크포스 회장,호텔연합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정부가 조금만 더 지원한다면 관광이 활성화 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한국은 4계절이 뚜렷하고,서울 한복판에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있다.조금만 나가면 아름다운 교외가 펼쳐져 있고 월드컵과 올림픽 개최도 관광 재산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그의 집은 호텔이다.정원이 딸린 주택이 좋지만 턱없이 비싸고,아파트 생활을 할 바에야 호텔이 더 낫다는 생각에서다.그러면서 소피텔에는 장기 투숙객을 위해 ‘아파트형 객실’이 있다고 은근히 자랑했다.세탁기와 간단한 취사도구도 물론 갖춰져 있다.부인은 그가 호텔이 집인 것이 좋으면서 싫은 눈치다.문밖이 바로 직장이어서 남편의 출근 준비가 간단하지만 사생활 보장이 안되기 때문.멀리 떨어져 사는 외동딸에게 그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캐나다에서 대학에 다니는 딸에게 매일 전화하고,음성녹음 남기고,이메일로 안부 전하고….“내년 여름 한국에 오기로 약속했지요.” 취미는 골프.한국에선 자주 못할 것으로 보인다.한국에서 딱 한번 골프장에 나갔는데 예약이 힘들고,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혀를 내둘렀다. 캐나다 중서부의 2000명이 안되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세계를 도는 호텔리어가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는 바버.서울 생활에 대해 “언제 덮을 지 모르는 인생의 책에 새 장을 막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기철기자 chuli@
  • [나의 건강보감]영원한 ‘아침이슬’ 가수 양희은

    ‘짧고 고단하게 살다 갔지만 따뜻한 가슴을 간직했던 한 여자의 흔적을 꼭 남기고 싶었다.’ 양희은(52).문득 그가 그리웠다.적당히 지치고 또 낡아 너덜거리는 영혼의 귓전에서 그의 맑은 목소리가 잉잉거렸다.만나야 겠다고 맘먹고 연 그의 홈페이지(www.yangheeun.co.kr)에는 옛 친구의 은밀한 정담같은 이런 글귀가 돋을새김으로 꼭꼭 새겨져 있었다. 사람들,정말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그만큼 애잔하고 슬프게 침잠시키고 또 어기찬 함성으로 격발시킨 이가 또 있을까.우리들 가슴에 남은 그의 흔적이 이토록 간절한 것은 비록 더러는 잊고 살지라도 그의 낭랑한 노래가 한 시대 혹은 세대의 찬란하도록 슬픈 추억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그의 소리는 ‘앓는 영혼의 양지(陽地)’였다.‘병 깊은 사람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그의 품을 비집고 들었고,그때마다 그는 따뜻하게 그들을 껴안았다. ●단식과 산행 경기도 일산의 ‘하얀 저택’에서 그를 만났다.일주일간의 단식을 막 끝내고 보식(補食)중이었으나 ‘우람’은 여전했다.큰 맘 먹고 포항에서 전문가를 모셔다 치른 의식(儀式)같은 단식이었다.그냥 먹는 일만 멈추는 단식이 아니라 매일 된장을 이용한 복부찜질 4시간,관장과 1시간 15분의 정발산 타기,1시간 30분의 냉·온욕 등 단식 프로그램을 모두 소화했다.“생전 처음이다.살 빼려는 게 아니라 내 안의 모든 찌꺼기를 말끔히 청소하고 싶었다.”는 단식이다.“하고 싶었던 일이어선지 심신이 날듯 가볍다.”며 웃었다. 단식중에도 매일 오전 6시30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MBC에서 2시간짜리 아침 생방송 ‘여성시대’를 끄떡없이 진행했다.이런 ‘고시생 일과’가 몸에 익어 이젠 쉬는 날에도 자리에서 비비적거리지 못한다.이내 머리가 무거워지기 때문이다.금세 털고 일어나 집 근처 정발산을 오른다.해발 87m의 동산이라 산책로가 짧아 일부러 지네처럼 여러번 길을 접어서 1시간이 넘게 걷는다.어두운 밤길이 싫어 해거름을 택한다. 지금이야 바빠 집 근처를 뱅뱅 돌지만 그는 타고난 산(山)체질이다.“바다에는 별 감흥이 없지만 산에만 가면 우꾼 힘이 난다.”는 그다.어릴 적 서울의 삼청공원 가까이있는 가회동에 살았던 덕분에 유달리 친근한 북한산을 자주 오른다.문득 생각나면 창경궁을 찾아 흙길을 밟기도 한다. ●그 모습 그대로 방송뿐 아니다.7년여의 미국 생활을 접고 귀국한 뒤 94년부터 10년째 대학로에서 개인콘서트를 계속해 왔다.요새야 잦은 콘서트지만 그게 만만치 않다.공연 날 잠 못드는 건 기본이고,두어시간을 장승처럼 서서 노래하다 보면 발가락부터 전신이 뻣뻣하게 굳기도 한다.그렇게 2∼3주쯤 공연을 하고 나면 아예 두어달 맥을 놓고 지내야 한다.어찌 스트레스가 없을까.89년,서른 여덟에 결혼해 두번의 암수술과 오랜 외국생활을 거치면서 ‘뼈대’ 굵은 그도 지친 것일까.쉬고 싶어했다.마흔 아홉을 넘기면서부터 좀 허우적거린단다.안되겠다 싶어 지난 봄부터 자선공연말고는 모든 콘서트를 건너뛰고 있다.6개월째다.“친구들이 그러더라구요.‘야,남들은 2시간짜리 생방송만 갖고도 넘어가더라.’고.” 올해로 노래무대에 선지 서른 세해.그는 지금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그 모습으로 서있다.그는 “변하지 않은 건 아닐텐데 더러는 실체보다 이미지를 보고 그렇게 여기기도 하는 것 같다.”고 했다.분명한 것은 노래에서 배어나는 ‘양희은 향기’,‘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나 ‘아침이슬’,‘늙은 군인의 노래’와 ‘내 나이 마흔살에는’ 등 그의 노래를 일관되게 관류하는 향기는 예전 그대로다.사람들은 이를 감성과 저항 혹은 서정과 서사 양대 축으로 읽는다.이를테면 이기일원론같은 것이다. ●힘겨워 더 소중했던 시절 돌이켜 보면 그의 성장기는 참 신간스러운 것이었다.부모의 이혼과 이어진 가난의 고통이 오죽했으면 “다시는 그 시절로 가고 싶지 않다.”고 할까.그러나 “힘든 가운데서도 우리 세 자매는 밝게 살았다.”고 돌이킨다.힘겨운 삶은 자매의 우애를 키웠으며,환난은 더 나은 삶에의 의지를 싹틔웠다.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8년 만에야 졸업한 대학시절 그의 별명은 ‘회수권’.누구든 만나면 회수권을 먼저 챙겨 얻은 별명이다.“그때 동생 희경이가 ‘언니,돈갖고 걷는 건 안그런데 차비없어 걷는 건 너무 슬프다.’고 하더라.”는 귀엣말을 전하며 허허롭게 웃는 그의 눈가에 언뜻 눈물이 어렸다. 그런 삶이었지만 그는 밝았다.가난이 곧 굴욕이기도 한 세상인데 어찌 가슴에 앙심과 슬픔이 자라지 않았을까.‘한계령’을 취입할 때다.음반회사에서 “허,돈될 노랠 좀 부르지.”라고 했을때는 정말 두렵더라고 했다.힘겹게 헤쳐온 가난의 진창 속으로 다시는 되돌아가고 싶지 않아서였다.동생들 시집보내고 손에 쥔게 없었던 그 때. “아버지 돌아가시고 새엄마랑 사는데 왜 힘겹지 않았겠나.저녁이면 자매들이 넌 새엄마,난 아빠 하는 식으로 배역을 정해 뭐랄까,코믹극이나 사이코 뮤지컬쯤 될까.그걸로 깔깔거리며 묵은 앙금을 풀곤 했다.그렇게 웃음을 지켰고,그때 나를 지탱할 수 있었던 힘이 바로 노래였다.”고 추억했다.그런 자신을 “섬약한 바이올린 현보다는 차라리 고래심줄에 가깝다.”고 했다.그런 면모 때문이리라.어려워도 가슴에는 되레 평안이 깃들어 그는 한 순간도 희망의 끈을 놓고 살지는 않았다.지금도 밝고 맑다. ●40대 중추론 그가 말하는 음악론의 기저는 ‘건강’이다.노래하는 이의 몸과 마음이 제대로 뼈대를 세우지 못하면 제대로 된 노래가 불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런 그의 담론은 그들이 가진 감수성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신세대 음악인들의 ‘견딜 수 없는 가벼움’으로 넘어간다.“음반이든 시집이든 고작 기천장을 두고 일희일비해야 하는 풍토가 못내 아쉽다.”는 그는 “아무리 당대의 문화가 20대에 의해 형성되고 견인된다지만 온돌처럼 은근하고 생명력있는 음악을 도외시하고 말초적 재미와 과대포장,변칙에만 급급한 신세대 스타들이 이 시대 음악문화의 중추는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그가 말하는 음악론은 중견중추론.이를테면 40대 정도의 완숙하고 열정있는 세대가 중심으로 곧게 서 곧잘 우우 떼지어 몰려다니는 신세대의 음악적 편향성을 바로잡아 줘야 한다는 뜻이다.“음악도 식단이 비슷하다.먹을거리가 다양할 뿐 아니라 제철 음식을 제때 챙겨먹어야 건강한건데,요즘 음악이란 게 뒤죽박죽 기형이다.”‘봄이 지나도 다시 봄,여름 지나도 또 여름 빨리 어른이 됐으면…’하고 시작하는 그의 노래 ‘내 나이 마흔살에는’은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졌다. ●‘밥심' 이 노래의 힘 그는 본태적으로 소박하고 꾸밈이 없다.무대에서 보는 모습이 바로 그의 생활이다.노래에,방송에 바쁜 나날이지만 지금껏 부엌일 만큼은 남에게 맡기지 않았다.온 식구의 에너지가 주부의 손끝에서 나오는데 내가 품을 안팔 수 있느냐는 것이다.밥을 사먹는 일,특히나 저녁 외식은 끔찍이 싫어한다.알고보면 그의 노래도 ‘밥심’이다.나이가 들수록 뒷심이 딸려 밀가루 음식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단다.전통차를 즐기는 기호도 담박하다.커피는 집에서 챙겨 아침방송 전에 한잔 하는 게 전부. 수지침과 부항뜨기도 그의 숨겨진 건강법.십수년 전부터 익힌 수지침은 교본이 너덜거릴 정도로 열성을 쏟아 미국에서도 제법 솜씨자랑을 했다.지금도 침실에는 수지침과 부항기가 준비돼 있어 어머니든 남편이든 필요하면 그의 손을 거친다. 요즘들어 그는 가끔 무대에서 눈시울을 적신다.예전엔 없었던 일이다.보기와 달리 심성이 여린 탓이기도 하지만 나이들수록 그와 함께 한 세대의 아픔과 추억에 쉽사리 연민의 가슴을 열기 때문이다. 오후의 햇살을 모로 받으며 문을 나서 흰 고무신을 신은 그와 작별했다.숨가쁘게 한 시대를 이끌어 어느덧 쉰 고개를 넘긴 그의 어깨 위로 고운 노래 하나 햇살처럼 내려앉고 있었다.‘열 아홉살 어린 아이 노래가 좋아 노래했네/슬프나 괴로우나 노래는 나의 친구였네/느티나무 그늘 아래 부르던 나의 노래///세상을 알고부터 노래는 나를 떠나갔네/가슴을 잃어버린 허무한 나의 노래였네/그리운 느티나무 그리운 나의 노래…’(나 떠난 후에라도). 글 심재억 기자 jeshim@ 사진 한준규기자 hihi@
  • 정부 ‘실적 부풀리기’ 의혹

    “최소 2조 7200억원은 받게 됐다.조흥은행 공적자금 투입액이 2조 7000억원임을 감안할 때 200억원이 더 회수되는 것이다.” 지난 19일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신한금융지주의 조흥은행 인수를 승인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그러나 실제 남는 금액은 200억원이 아닌 고작 21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정부가 ‘헐값 매각’ 논란을 의식해 지나치게 ‘실적 부풀리기’를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20일 조흥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조흥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1999년 2월19일 2조 1123억원 ▲같은 해 5월7일 2123억원(충북은행 합병 손실보전) ▲같은 해 9월30일 3933억원(강원은행 〃) 등 총 2조 7179억원에 달했다. 이번 매각으로 인한 최저보장금액 2조 7200억원은 이보다 불과 21억원 많은 금액이다.명목금액만으로 보면 이 정도만큼만 초과회수했다는 얘기다.그러나 99년 공적자금 투입 이후 발생한 이자비용(연 5% 기준)이 5846억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5800억원대의 손해를 입은 셈이다. 특히 실제 받을수 있는 금액을 공적자금 투입액 수준으로 맞춰놓은 뒤,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후손실보장액을 얹어 3조 3700억원으로 매각대금을 부풀린 데 대해서도 정부가 ‘눈가리고 아옹’ 했다는 지적이 많다. 김유영기자 carilips@
  • “어설픈 예술의 옷 홀딱 벗겨버렸죠”‘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의 에로감독 봉만대

    “섹스만 하고 사랑은 원하지 않는 사람,사랑은 하는데 섹스는 하지 않는 사람 모두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봉만대(33)감독이 드디어 충무로에 들어섰다.‘작가주의 에로 비디오 감독’이라는 평을 듣는 그가 ‘맛있는 섹스,그리고 사랑’을 들고 27일부터 관객을 찾는다. 지난 16일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만난 그는 ‘충무로 입성작’(이미 15편의 에로비디오를 찍었기에)에 대한 ‘기대반 걱정반’으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할 말이 많은 듯 ‘장르 영화로서의 섹스 영화’‘주류와 비주류 영화’ 등 이런 저런 주제를 주욱 훑었다.인터뷰 내내 쏟아낸 말은 당당·솔직·도전이란 키워드로 모아진다. ●당당-“이제까지 ‘섹스 영화’는 없었다” 봉 감독은 자신의 ‘섹스영화’에 대해 남다른 자부심을 보였다.“한국영화사에 하나의 장르로서의 ‘섹스영화’ 혹은 에로영화는 없었다.”고 강조할 정도다.있었다면 다른 형식을 빌린 에로 필름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이전 영화에서 섹스는 ‘땡볕’‘포옹’ 등의 작품처럼 문학의 해학미 형식으로 가볍게 터치하거나,‘애마부인’시리즈 처럼 윤리 차원에서 조명받는 정도였다.또 다른 흐름은 너무 예술적으로 어렵고 고차원적으로 풀어서 대중에 다가가지 못했다.그래서 그가 생각하는 ‘에로 영화’는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영화관을 나올 때 ‘성적 흥분’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사랑과 섹스’에 대해 한번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마치 액션영화를 보고난 뒤 통쾌함을 맛보듯이. ●솔직-“대중에게 다 보여줘야 한다” 영화 ‘맛있는…’은 섹스를 단순한 볼거리나 관념으로 다루지 않고 몸으로 보여준다.가면과 탈을 완전히 벗긴다.그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섹스와 사랑에 대한 대화를 속속들이 풀었다.”고 말했다.살갗이 부딪치는 소리를 담고,초콜릿 소품을 사용한 것 등이 그런 예다.그는 관객 혹은 대중에게 눈가림식 영화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어정쩡하게 보여주거나 예술영화의 옷을 걸쳐 버리면 대중은 외면하고 종국엔 섹스영화라는 장르가 사라진다.”라고 솔직하게 말한다.“숨어서 보는 걸 방치할 게 아니라 햇볕을 쪼여 나와서 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섹스는 맛있어야 한다.”는 게 철학이고 ‘맛있는…’은 그 철학을 담은 작품이다.왜냐고 물으니 역시 담백하게 응답한다.“사랑에는 거짓이 있을 수 있지만 섹스에는 거짓이 개입할 수 없다.” ●도전-“주류와 비주류는 상하가 아닌 좌우다” 충무로 입성에 대한 소회를 물었더니 “힘들었다.”고 답한다.약간 뜸을 들였다가 “비디오작품은 팀플레이보다는 감독의 독주에 가까운데 충무로 작품은 스태프와의 호흡이 빚는 협주여서 몇배의 힘이 들었다.”면서도 “에로비디오에 쏠리는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한 심리적 위축이 없어 좋았다.”고 털어 놓았다.그렇다고 그는 비디오시장이 상징하는 비주류를 격하시키지 않았다.비디오는 영화에서 가지를 친 장르이기에 ‘상하가 아닌 좌우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디오시장에서 잘 나갔던 봉 감독이지만 관객은 처음이다.첫 작품의 반응이 어떨 것 같냐고 넌지시 물어 보았다.“흥행요? 제가 점성술사가 아니라 뭐라 말하긴 어렵지만 밤마다 300만명 들라고 최면 걸었습니다.제가 아는 사람들을 다 불러서라도 채울 겁니다.”봉 감독의 충무로 진입은 ‘개인 봉만대’에게만 의미 있는 게 아니다.충무로와 비디오시장의 원활한 인적교류라는 시스템이 자리 잡을 징검다리일 수 있다.이래 저래 ‘맛있는…’에 쏠리는 눈길은 만만치 않다. 이종수기자 vielee@ ■‘맛있는 섹스…' 어떤 영화 “내 몸 안에서 꿈틀대고 있는 이 남자의 성기가 나른하게 느껴질 때쯤 다른 남자를 만났다.” 27일 개봉하는 ‘맛있는 섹스,그리고 사랑’(제작 기획시대)은 이렇게 도발적인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너에게 나를 보낸다’‘지독한 사랑’‘거짓말’ 등 작품성 있는 ‘벗기는 영화’를 기획(?)해온 기획시대(대표 유인택)와 ‘에로 비디오’의 거장 봉만대 감독의 만남 자체가 개봉전부터 화제를 불러 일으킨 작품이다. 영화 ‘맛있는…’은 젊은 남녀의 사랑 방식을 ‘몸’으로 보여준다.선배와 사귀다 싫증난 의상 디자이너 신아(김서형)와 병원 호스피스 동기(김성수)와의 만남과 헤어짐을 틀로 해서,이것 저것재지 않고 감각을 좇아 사랑하는 풍속도를 깔끔하게 그렸다.영화를 지배하는 논리는 ‘몸’이다.우연히 만난 두사람을 한 동안 묶은 것도 ‘몸’이요,헤어지게 한 것도 ‘몸’이다.당연히 끌림이 없거나 심드렁해지면 헤어진다.신아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싫증내는 그 순간을 더 이상 참아내기 싫다.”며 동기 곁을 떠나는 게 사랑방식이다. 작업실,공원 화장실 등 다양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격렬한 정사 신이 화면을 지배한다.여기에 도발적 대사와 ‘성기로 사과하기,사정으로 위로받기’나 ‘이기적인 사정,입안 가득한 비릿한 맛’ 등 선정적인 자막이 날을 세우고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추하게 다가오지 않는다.‘에로 비디오’에서 쌓은 봉만대 감독의 내공은 살과 살이 부딪치는 장면을 적절한 소리로 처리하면서 작품 의도를 최대화한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스토리의 단순함을 메우려는 듯 6개의 에피소드로 나눠 진행한 것도 눈길을 끈다.조연급이었던 여배우 김서형과,모델 출신 김성수도 첫 주연 작품치고는 무난하게 배역을 소화했다. 이종수기자
  • 아파트형 공장엔‘공장이 없다’

    아파트형 공장에 공장이 없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건설된 아파트형 공장이 눈가림만 한 채 사무실 용도로 싼 값에 변칙 분양되고 있다. 16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공단지역의 아파트형 공장인 P테크노 빌딩.P건설 분양 관계자들이 ‘제조’ 관련 기업이 아니거나 사업자등록조차 없는 일반인들에게 사업자등록만 허위로 작성하면 분양받을 수 있다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사업자등록 신청서의 사업목적에 ‘제조’라는 단어를 반드시 명기할 것과 입주 후 사무실 한편엔 양말제조기계 등을 설치해 관할 자치단체의 불시 단속을 피할 수 있는 대피요령까지 알려주고 있다. 이웃의 H건설이 건립한 I밸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소속이 분명하지 않은 연구소 이름을 붙인 사무실이 다닥다닥 입주했다.사무실만 차린 업체는 옆 사무실에 공장이 있다는 이유를 들이대며 공개마저 꺼리고 있으나 공장시설은 찾을 수가 없다. 수원시 원촌동에 C산업이 건립한 아파트형 공장인 Y월드에도 일반 사무실은 물론 라디오방송사까지 입주해 있다.부천과 안양시내에 건립된 10여개의 아파트형 공장 입주업체 가운데 제조업체는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처럼 아파트형 공장이 변칙 분양되고 있는 것은 공익자금인 중소기업육성기금이 건설비의 75% 범위에서 최고 100억원까지 지원되기 때문. 지난 96년 마련된 경기도 중소기업육성기금조성 조례는 업체당 최고 100억원(건설비용의 75%)을 지원하고 세금과 용적률 등 각종 특혜를 주도록 돼 있다.기금은 정부가 50%를 출연하고 광역자치단체와 일선 시·군이 25%씩 내놓았다. 건설업계에서는 일반 사무실용 건물의 전세금보다 싼 평당 250만원 수준이면 아파트형 공장을 변칙분양받을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사무실 용도의 빌딩 사무실을 임대하려면 전세금만 평당 350만∼450만원에 이르는 실정을 감안하면 수요자들에게 아파트형 공장은 ‘굴러온 떡’인 셈이다. 건설회사 입장에서도 수지가 맞는 사업이다.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데다 분양대금도 챙길 수 있어 대기업들마저 건설에 잇따라 참여하는 등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드러내고 있다.경기도내에서 분양된 아파트형 공장만 84곳에 이른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공업배치법상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할 수 있는 업체 가운데 제조관련 지식산업 등이 명기돼 있어 사실상 입주업체를 제재하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경기도는 내년부터 아파트형 공장 건립기금을 업체당 200억원으로 지원규모를 2배로 늘리기로 해 탁상행정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수원 윤상돈기자 yoonsang@
  • 신들린 ‘8자 스윙’ 퓨릭 US오픈 포옹

    |올림피아필즈(미 일리노이주) 곽영완특파원|하늘엔 구름 한점 없었다.코스엔 하루 종일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다.대회 개막 이후 처음으로 맑고 더운 날씨 속에 치러진 올시즌 미프로골프(PGA) 투어 두번째 메이저대회인 US오픈(총상금 600만달러) 마지막 4라운드. 대회 코스인 일리노이주 올림피아필즈(파70·7190야드)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을 마친 타이거 우즈가 1번홀(파5)에 오르자 수많은 갤러리가 따라 붙었다.선두와 11타차인 공동 24위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선 우즈가 첫홀에 오르기 전 코스내에 설치된 대형 멀티비전엔 ‘역대 US오픈 최다차 역전 우승 스코어는 7타차이며,현재 우즈는 선두에 11타 뒤진 가운데 마지막 라운드를 맞는다.’는 설명이 나타났다. 우즈 역시 공격적인 플레이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첫홀 버디 이후 파 세이브에 급급했다.고개를 흔들며 아쉬워하는 우즈의 표정에서 역전은 어려울 것이란 웅성거림이 일었다. 예상대로 이날의 주인공은 우즈가 아닌 짐 퓨릭이었다.전날까지 합계 10언더파로 3타차 선두를 달린 퓨릭은 우즈가 11번홀까지 버디 2개,더블보기 1개,보기 2개로 무너지는 사이 2위 스티븐 리니(호주)와 함께 챔피언 조로 첫홀에 올랐다. 3타차의 여유 때문인지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5번홀까지 침착하게 파를 세이브한 퓨릭은 6번홀(파5)에서 첫 버디를 낚은 뒤 10번·12번홀(이상 파4)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14번홀(파4) 버디 추가로 여전히 10언더파의 선두를 유지해나갔다. 그 사이 추격자들은 제풀에 물러났다.동반자 리니가 버디 4개,보기 5개 등 들쭉날쭉한 플레이를 펼쳐 4타차로 떨어졌고 합계 5언더파 공동 3위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선 닉 프라이스(짐바브웨)와 비제이 싱(피지)은 전반에만 각각 4타와 5타를 더 치며 추락했다. 마지막홀(파4)에 올랐을 때 퓨릭은 17번홀에서 나란히 보기를 범한 리니에 4타차 선두를 유지하고 있었다.3퍼팅으로 보기를 범해 2오버파 72타로 합계 8언더파 272타.역대 US오픈 최저타와 동타로 신기록을 수립하진 못했지만 ‘아버지의 날’인 이날 유일한 스승인 아버지 마이크에게 생애 첫 메이저 우승컵을 선사한 뒤 가족들과 기쁨을 나누는 퓨릭의 눈가엔 이슬이 서렸다. 리니는 합계 5언더파 275타로 2위에 만족했고,마이크 위어와 케니 페리가 합계 1언더파 279타를 쳐 공동 3위를 차지했다.또 대회 2연패와 3승을 노린 우즈는 합계 3오버파 283타로 이날만 8오버파를 친 싱과 함께 공동 20위에 그쳤다. kwyoung@ ■퓨릭은 누구 |올림피아필즈(미 일리노이주) 곽영완특파원|제103회 US오픈골프대회 정상에 올라 생애 첫 메이저대회 왕관을 쓴 짐 퓨릭(33·미국)은 괴상한 스윙폼과 짧은 드라이브샷 때문에 실력이 저평가됐던 선수.퓨릭은 테이크백을 할 때 팔이 앞뒤로 흔들려 마치 ‘8’자를 그리는 것 같아 ‘8자 스윙’으로 불린다. 퓨릭은 장타자가 득세하는 현대 골프에서 단타자도 정교한 아이언샷과 섬세한 퍼팅만 받쳐주면 얼마든지 특급 선수 반열에 오를 수 있음을 보여줬다.퓨릭은 시즌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가 277.6야드로 PGA투어 전체 선수 가운데 140위에 불과하다.그러나 드라이브샷 정확도는 76.4%(5위),아이언샷 그린 적중률은 70.3%(13위)에 달하고 홀당 1.73개의 퍼팅 실력도 26위다.게다가 올 평균타수도 69.28타에 불과해 우즈(68.44타),마이크 위어(69.08타)에 이어 PGA투어 3위. 클럽 프로였던 아버지 마이크는 아들 퓨릭이 골프 선수가 되는 것을 꺼려 12살 때까지 골프채를 만지지도 못하게 했다.때문에 풋볼과 농구를 즐겼던 퓨릭이지만 이미 7살 때부터 크로스핸드 퍼팅 그립을 쥘 만큼 골프 감각이 뛰어났다.애리조나대학 때 두차례나 ‘올스타’에 뽑혔던 그는 93년 PGA 2부투어에서 1승을 거뒀고 곧바로 PGA투어에 입성했다.95년 라스베이거스인비테이셔널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뒀고 이후 97년 한해만 빼고 해마다 1승씩을 따내는 꾸준한 성적으로 통산 7승을 기록했다.부인(태비사)과의 사이에 11개월된 딸을 두고 있으며 머리가 많이 벗겨져 좀체 모자를 벗지 않는 습관이 있다.
  • 지자체 구조조정 눈가리고 아웅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공무원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면서 행정자치부의 지침이나 법규정을 무시한 채 기능·고용직 위주로 감원하거나,기구·인력감축을 피하기 위해 편법으로 ‘지역인구 늘리기’ 등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두달간 전국 248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조직개편과 구조조정 관련업무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이같은 문제점이 발견돼 개선 방안을 마련토록 관계기관에 통보했다고 10일 밝혔다. ●기능·고용직 감축에 치중 지방공무원의 정원 감축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직종간 형평성이 유지돼야 하지만,각 자치단체들이 지난 1998년부터 2001년까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규정을 무시한 채 기능·고용직 공무원의 감축을 추진하면서 직종별 정원의 불균형 현상을 초래했다. 일반직의 경우 17만 7715명 중 15.9%인 2만 8264명을 감원한 반면,기능직은 6만 3382명 중 1만 9173명(30.2%),고용직 5748명 중 3481명(60.6%)을 감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전체 지방공무원에서 일반직의 비율은 61.1%에서 65.3%로 오히려 높아졌으며,기능직은 전체 21.8%에서 18.4%로,고용직은 2.0%에서 0.9%로 크게 줄었다.또 서울 등 11개 광역 시·도는 일반직 감축지시를 무시하고 방범원 800명을 감원했고,충남의 경우 행자부로부터 증원 승인을 받은 소방직 공무원 67명을 채용하지 않고,도내 기능직을 특별 임용하는 방식으로 대체했다. ●읍·면·동사무소 인력감원 방침 무시 행자부의 읍·면·동 기능전환 방침에 따라 행정사무를 시·군·구로 이관하고 읍·면 지역은 정원의 70%,동은 60%만 잔류토록 했으나,강원도 강릉시 등 47개 시·군·구의 750개 읍·면·동은 정원 조정을 전혀 하지 않았다.정원을 조정한 185개 시·군·구의 2769개 읍·면·동사무소도 잔류인원 비율을 크게 넘겼다. 또 행자부가 주민의 권리·의무와 관련이 적은 업무 1178건을 민간위탁해 공무원 6834명을 감축토록 했으나,130개 자치단체가 이를 무시한 채 감축정원의 37%만 줄였다. ●기구·인력 감축 등을 피하려 인구수 늘리기 이와 함께 각자치단체들은 연도말 현재의 주민 수를 기준으로 행정기구와 정원에 대한 조정이 이뤄지자 매년 12월말 지역인구 수를 인위적으로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의 경우 지난 2000년 6월말 200만 1942명이던 인구수가 감소해 기준인구 200만명에 미달되면서 1개국·4개과를 줄여야 하는 처지에 놓이자,기구 축소를 피하기 위해 인구유입운동을 벌여 2001년 12월 인구를 200만 6454명으로 증가시켰다. 그러나 도내 인구는 다음해 9월 다시 196만 3193명으로 줄었다. 경북 김천시와 충남 서산시도 평소 14만 9000명대인 인구가 매년 12월에만 15만명에 맞춰지는 등 인위적인 주민수 증가현상이 반복됐다. 조현석기자 hyun68@
  • [2003 여성문화](1) 성형열풍

    흔히 “여자들이 변했다.”고 말한다. 급변하는 시대를 살면서 남성도 여성도 변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에게만 ‘변화’가 비난의 뜻으로 사용되는 것은 전통적인 여성상을 고수하기 바라는 남성들의 이기적인 시각이 잠재한 탓임에 분명하다. 여성들은 변화의 파도를 타고 있다.의식적이든 대세에 떠밀려서든.이제 그 도도한 물결을 막아설 힘은 없어 보인다.그러나 이 시점에서 변화하는 시대를 사는 여성을 되짚어볼 필요성을 느낀다. 나는 누구인가,어디에 서 있는가.2003년 오늘의 여성,그들의 현주소를 성형,모유 수유,집으로 돌아가는 여성들과 명품에 탐닉하는 여성 등을 주제로 4회에 걸쳐 조명한다. ‘과거는 용서해도 못생긴 것은 용서못한다.’거나 ‘못생긴 여자는 용서해도 뚱뚱한 여자는 용서 안된다’는 우스개 속에는 여성에 대한 분명한 시각이 담겨 있다.물론 ‘거울 안보는’ 남자가 자신이야 어떻게 생겼든 여자의 외모만을 도마에 올려 놓고 재단하는 말이다. 이런 세태 탓일까.여성들은 자신을 꾸미는 것이야말로 ‘당연한’ 권리이자의무로 받아들이게 됐다.화장의 역사를 두고 볼 때 여성의 외모 가꾸기가 갑자기 시작된 일은 분명 아니다.그러나 우리 사회의 외모 가꾸기 열풍은 ‘타고 나지 않았으면 고쳐라.’는 것이 정설이다.외모도 경쟁력이라 부추기는 시대,‘나는 자연산’이란 말이 꾸밈없이 수수하다는 느낌보다는 경제적 무능력이나,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또다른 표현처럼 비난받기도 한다. 한 눈에만 쌍꺼풀이 있는 김은정(28·회사원)씨는 쌍꺼풀 수술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다.얼마전 친지의 소개로 맞선을 봤는데,“아니,왜 짝눈이래? 알 만한 사람들이 왜 그런 단점도 안 고치고 선을 봐?”란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사진찍으면 좀 어색하게 나오긴했지만 별로 칼을 대고 싶지는 않았는데….보수적인 저희 부모님이 오히려 수술하라고 권하세요.” ●여대생 77% “성형,숨기긴 왜 숨겨” 유진선(47·주부·서울 마포구 도화동)씨는 3년 전부터 매년 보톡스 주사를 맞고 눈주위를 ‘다림질하고 있다’.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해왔다.그런데 얼마전부터 친구들이 스스럼없이성형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자 자신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 한다.“숨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요즘에는 서로 좋은 병원들의 정보도 주고 받을 정도로 달라졌어요.” 나미영(51·주부·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씨도 최근 ‘성형이란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란 선입견을 버리게 됐다.얼마전 여고동창모임에서 ‘바른 생활’이란 별명을 가진 친구가 눈가의 주름을 제거하고 젊어져서 나타난 이후의 일이다.“집에 있다고 푹퍼진 여성들을 나는 싫어한다.하지만 아무리 운동해도 안 빠지는 중년의 내 뱃살에 대해 포기했던,나 역시 어쩔 수 없는 아줌마라 생각하게 됐다.”며 “아랫배는 지방흡입수술을 해야한다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 지금부터 성형용 비자금을 만들 참”이라고 말했다. 성형외과의 ‘큰손’은 40대 여성들이다.20대 여성들이 결혼과 취직을 위해 쌍꺼풀 수술이나 코를 높인다면 40대 여성들은 미용성형을 결심하기 쉽진 않지만,한번 시작하면 계속해서 수술날짜를 잡는다고 한다.뱃살지방제거수술 등 500만원이나 되는 비용이 드는 성형술도 그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외모에 집착하는 루키즘(lookism)이 여성의 상품화와 가부장제도에 이어 여성을 억압하는 또다른 새로운 문화라는 지적이 나오자 일부 여성 단체가 ‘노 다이어트’ 운동을 표방할 지경까지 됐다. 한국갤럽의 94년 조사에서 ‘성형수술을 고려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불과 13.9%만이 ‘그렇다.’고 응답했으나 5년 뒤인 99년 조사에서는 4배 이상 늘어난 59%였다.여대생들은 ‘성형수술을 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그 사실을 떳떳하게 밝힐 수 있느냐.’는 질문에 76.5%나 ‘굳이 숨기지 않겠다.’고 응답했다.성형은 더이상 비밀스러운 일탈도,병리적인 자아도취도 아닌 세태가 됐다. ●보다 편하게, 더욱 예쁘게 경제가 불황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한다.그러나 서울 강남구의 청담동·신사동·삼성동 등 성형외과를 둘러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아 보였다.더욱이 ‘뷰티의료센터’나 ‘메디컬 스킨케어’란 낯선 조어가 신뢰감을 더해주기도 한다. 성형외과는 날로 대형화하고 고급 카페를 연상케 하는 실내장식,성형수술뿐 아니라 두피와 피부,몸매,발관리까지 토털 여성미 관리 시스템으로 변해 가고 있다.또 미용실의 역할까지 흡수,날로 화려해지고 있다.수술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피부관리와 몸매관리는 각각 10회에 50만∼150만원으로 다 합쳐 계산하면 입이 딱 벌어진다.하지만 토털관리가 연회비 1500만원이라도 회원은 꾸준하게 늘고 있다 한다. 서울 강남구 삼성역 부근의 한 ‘뷰티의료센터’는 병원이라기보다는 고급미용실같이 느껴진다.이곳을 찾는 여성들은 우선 성형외과·피부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거쳐 보톡스 주사를 맞거나 다른 시술을 한다.그런 다음 피부관리사를 만나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또 지방제거수술의 경우 울퉁불퉁해진 배 부위를 매끈하게 하기 위해 마사지가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뿐만 아니라 강력한 물살을 이용해 살을 빼주는 스파와 제트샤워,갖가지 안티 스트레스 프로그램도 갖추고 있었다. 40대 초반 여성을 만났다.친구따라 왔다는 그는 사각턱선을 부드럽게 바꾸기 위해 보톡스 주사를 맞기로 했다고 했다.“마취를 하거나 뼈를 깎는 수술이라면 생각도 안했을 텐데 10분정도만에 달라진다니 용기가 생겼어요.”.정말 10분후 수술실을 나온 그는 “따끔했다.생각보다 더 간단했다.1∼2주는 지나야 턱의 근육이 풀어지고,각진 얼굴이 부드러워진다니 기대된다.”고 말했다. 성형외과 전문의 김대용씨는 “이제 성형은 특별히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은 아니다.더욱이 보톡스가 지방제거에 폭넓게 사용되면서 여성들에게 성형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수술로 어떤 부분을 완전히 바꾸는 개념이 아니라 7개월∼1년동안 잠깐 변화시키는 것이니 만큼 거부감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특히 최근 지방세포에 아미노필린 주사를 1주일에 두 번정도 맞으면서 엔드몰로지라는 강력한 마사지를 해주면 허리선이 매끈해진다는 것도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했다. ●열등감이라고? 예쁜 여자가 더해 병원에서 만난 여성들은 대개 평균이상의 외모거나 자신의 나이보다 한결 더 젊어 보였다.그들의 ‘미모’가 과연 가꿔진 것인지,예쁜 여성들이 더욱 외모에집착하는 탓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조다경 파르베 뷰티의료센터 원장은 “그전에는 타고난 아름다움이 중요했다면 요즘엔 얼마나 다듬고,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하게 생각되는 시대이다.외모를 가꾸면서 단지 겉모습뿐 아니라 자신감을 얻고,삶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정서적 효과까지 얻게 된다.”고 말했다. 성형외과 전문의 양승규씨는 “대개 성형에 대해서 아직도 사회적으로는 부정적인 시각이 남아 있지만,실제로 수술도 간편해지고 있고 부작용도 거의 없기 때문에 여성들은 성형외과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고 설명했다. 수원의 성형외과 개업의 김대용씨는 “요즘 환자들은 모두 시장조사를 끝내고 병원에 온다.인터넷으로 수술에 대한 정보를 세세한 것까지 모두 알고 전문가가 돼서 온다.”며 달라진 풍속을 얘기했다. 김경애 동덕여대(여성학) 교수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성이 자신의 아름다움에 가치를 많이 둘수록 언제 아름다움을 잃을까 전전긍긍하게 된다.‘백설공주’의 계모처럼.그러나 늙어가는 몸에서 아름다움이 구현됐다 해도이는 영원히 지속되지 못하고 필연적으로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고 지적했다.그는 이어 “여성들의 외모에 대해 언급하는 인사말을 없애자.‘말랐다,뚱뚱해졌다,늙었다.’ 등 부정적인 말은 물론 ‘아름답다,예뻐졌다,날씬해졌다.’는 말도 여성들을 외모에 집착하게 하고,억압한다.”며 사용하지 말 것을 제안했다. 최근 칸 영화제에 참석한 프랑스 여배우 모니카 벨루치는 “배우에게 육체적인 아름다움은 중요하지만 곧 사라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진정한 아름다움은 정신의 문제로 ‘실제 아름다운가’보다 ‘스스로 아름답다고 느끼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스컴을 통해 객관적인 미의 기준을 갖게 된 이 시대 여성들은 ‘이만하면 괜찮은 편’이란 주관적인 미보다 객관적인 척도로 아름다움을 평가받고 싶어한다. 허남주 기자 hhj@
  • NGO / 흥사단, 인터넷 신문·방송 추진

    우리나라 시민단체의 원조격인 흥사단이 창립 90주년을 맞아 ‘대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21세기에 걸맞은 시민운동단체로 거듭나기 위한 시도다. 1913년 5월13일 도산 안창호 선생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창립한 흥사단은 일제 강점기는 물론 해방 이후 줄곧 인재양성과 민주화 사상을 전파하는데 주력해 오면서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앞당기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흥사단은 10년 뒤인 100주년을 앞두고 ‘사이버시대’에 걸맞은 시민운동 단체로 다시 태어나려는 활발한 개혁작업을 준비하고 있다.실천적 참여와 봉사를 위한 시민 실천운동 등 구체적인 청사진은 최근 발표한 ‘비전 2013’에 담겨져 있다. 사이버 흥사단활동을 강화하고 사이버신문 등의 미디어사업에도 눈을 돌리는 등 시대변화에 능동적으로 발맞춰 나가겠다는 게 골자다.우선 젊은이들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고,21세기에 걸맞은 흥사단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각종 용어,의식과 상징,절차 등의 현대화 작업에 나선다는 것이다. 또 10년 동안 지방 지부 및 해외 지부,학생아카데미 조직도 획기적으로 늘려 나간다는 복안이다.사이버 흥사단 운동을 활성화하고,사이버 공간에서의 흥사단 운동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사이버 신문,잡지, 방송 등의 미디어사업도 추진키로 했다. 세계화 시대의 흥사단 운동을 위한 국제교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부설 ‘도산아카데미 연구원’ 등의 사회교육 기능을 확대 발전시키는 한편 ‘도산대학’의 설립도 추진할 방침이다. 부설 ‘도산청소년재단’을 기초로 장학기금 등 관련 재원을 통합하고 기금을 확충해 청소년 육성과 지도자 양성 및 우수학생 장학사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재단도 만들기로 했다. 이와 함께 흥사단 100주년 기념회관도 새로 짓는다.현재의 서울 동숭동 ‘도산회관’을 매각하고 새로 짓는 방안과 현 부지를 활용해 새 건물을 신축하는 방안 중에 하나를 선택할 방침이다. 기업의 윤리경영을 촉구하는 등 부설 ‘투명사회운동본부’에서 지금까지 주창해온 대로 정직하고 깨끗한 사회 건설을 위한 투명 사회운동도 계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흥사단은 지금까지 외연의 확대를 목표로하는 일반 시민단체와 달리 인재양성 등 내실에만 주력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비전 2013에 담긴 10대 과제에서 드러나듯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가장 오래된 순수 시민운동단체로서의 역할을 보다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김소선 이사장은 “조직강화를 위한 단우(團友)수 배가운동 등에도 박차를 가해 100주년을 준비하겠다.”면서 “우리 사회는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편법과 눈가림,분단의 장기화로 인한 남북한 경제적 격차와 문화적 이질성 심화,세대·이념·지역·계층간 갈등 격화 등의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고 흥사단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김성수기자 sskim@
  • 저축銀 대출출장소 설립자율화 추진 / 금융계 “부실 가속화” 우려

    얼마전 상호저축은행도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지점을 몇개라도 설립할수 있게끔 ‘점포설치 제한’규정을 풀어줬던 금융감독원이 빠르면 하반기부터 ‘여신전문출장소’(예금은 안 받고 대출만 해주는 지점)에 대해서는 인가요건을 더 완화,사실상 설립을 자율화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오히려 부실대출 없앤다.” 5일 금감원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빠르면 하반기중 법령개정을 통해 저축은행의 여신전문출장소 설립기준을 크게 완화한다는 계획이다.지난 3월의 ‘점포제한폐지’로 현재도 ▲자기자본 1배▲BIS자기자본비율 8%이상▲고정이하 여신비율 8%이하 등이면 여신전문출장소를 포함,모든 지점설립이 자유롭지만 115개 저축은행 가운데 이를 충족시키는 곳은 20여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금감원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자기자본 1배 외의 모든 기준 철폐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부실 출장소의 난립을 초래할수 있기 때문에 일단 BIS 및 고정이하 여신비율 등 재무요건을 완화하는 형태로 남겨둔 뒤 단계적으로 자율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지난 3월 한달간 신용불량자가 급증한 것은 경영난에 봉착한 저축은행들이 모집인 등을 통해 신원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불량대출을 양산했기 때문”이라면서 “여전출장소가 활성화되면 이같은 눈가림식 대출이 걸러질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부실 더 키울수 있다.”,우려도 하지만 한때 대주주의 사금고 노릇을 하며 부실을 자초한 저축은행에 대한 규제완화에 신중론도 만만찮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출장소 하나가 늘어나는 것은 저축은행이 통째로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나 다를바 없다.”면서 “저축은행들이 여전출장소를 규정과 달리 수신업무까지 취급하는 지점으로 운용할 개연성이 얼마든지 있지만 금융당국이 이를 감독,적발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우려했다.‘규제완화’ 명목으로 저축은행에 대한 고삐를 무제한적으로 풀었다가 저축은행이 총체적 부실에 빠질 경우 공적자금 투입 등 그 부담이 고스란히 국민몫으로 떨어질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금융연구원 이근범박사는 “자율화를 하더라도 당국의 철저한 감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정숙기자 jssohn@
  • [밀레니엄]모럴 해저드 株總시즌 여론 화살

    미국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의 보수가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도마 위에 올랐다.분식회계와 부정 등으로 기업 주가가 박살났는데도 관련 기업의 CEO들이 엄청난 연봉과 스톡옵션,연금을 받은 것으로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내년 우리나라의 임원보수 공개제도 도입을 앞두고 미국 CEO들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볼 만하다. 근착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엄청난 CEO 보수에 대한 비판론을 소개했다.또 미국 경제주간 ‘포천’은 2002년 ‘S&P 500기업 최고연봉 경영자’ 6위 안에 타이코 인터내셔널의 전·현직 임원이 3명이나 들었다고 소개했다.이 회사는 지난해 회계부정·탈세 등으로 미국 신문지면에 뻔질나게 이름이 오르내린 기업이다. 전 CFO(재무담당 최고임원) 마크 슈와츠,공금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전 CEO 데니스 코즐로스키가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사태 수습을 위해 수혈된 현직 CEO 에드 브린도 고액 연봉자 대열에 섰다.이들이 받은 보수는 각각 1억 3600만달러(1632억원),8200만달러(984억원),6200만달러(744억원)에 이른다.봉급에다 스톡옵션,성과급,보너스 등을 다 포함한 액수다.회사는 이것으로도 모자라다고 느꼈는지,새 CFO와 사업부 최고책임자에 각각 2500만달러(300억원)씩을 퍼줬다.월마트나 GE(제너럴일렉트릭)의 CEO 연봉에 맞먹는 액수다. CEO들이 천문학적 연봉을 받아 챙긴 지난해 미 기업들의 주가는 바닥 모르고 곤두박질쳤다.애플컴퓨터의 주가는 34.6% 빠졌지만 스티브 잡스 회장은 7810만달러(937억원)라는 어마어마한 액수를 챙겼다.주가가 75.4% 폭락한 루슨트테크놀로지의 여성 CEO 팻 루소의 연봉은 3820만달러(458억원)에 달했다.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주가가 74.7% 폭락할 동안 스콧 맥닐리 회장의 보수는 3170만달러(380억원)로 31% 뛰어올랐다. 반토막난 주식을 들고 분노한 투자자,소액주주들이 주총장에 모여들었지만 만시지탄이었다.CEO들은 주총장에서는 급여 삭감의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각종 이면계약이나 연금 등 더욱 은밀한 방법을 동원해 보수를 높였다. ●미 CEO들의 ‘머니게임’ 미국 1000대 기업의 CEO 중 스톡옵션을 받은 사람은 2001년 90%에서 2002년에는 84%로 줄었다.주가 하락 때문이다.성과와 연동해 돈을 챙겨갈 수밖에 없는 ‘스톡옵션’의 인기는 다소 시들해진 대신 좀더 지능적인 방법들이 총동원된다. 디즈니의 CEO 마이클 아이즈너가 보너스 수령을 위한 목표치 달성에 2년 연속 실패하자 이 회사 보상위원회는 목표치 자체를 하향 조정해버렸다.결국 그해 아이즈너는 500만달러의 보너스를 손에 쥐었다. 휴렛패커드에서 월드콤으로 적을 바꾼 것만으로 마이클 카펠라스 회장은 전별금과 계약금을 합해 278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홈 디포의 보상위원회는 최근 GE의 CEO 밥 나들리를 영입하면서 ‘보너스 목표제’를 도입했다.나들리의 최소 보너스는 300만달러를 밑돌 수 없되,최대 보너스는 무조건 400만달러를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하한은 있되 상한은 없는 희한한 목표제다. ●미 CEO들의 감춰둔 ‘화수분’,연금 지난해 13억달러의 적자를 내 주가가 반토막나고 수천명이 회사에서 쫓겨난 델타항공의 주총장은 소액주주들의 분노로 아수라장이 됐다.거덜난 주식보다 더 주주들을 기막히게 한 것은 이 회사 CEO 레오 멀린에게 지급된 340만달러의 보너스였다.멀린은 허겁지겁 ‘연봉 25% 삭감,2003년 보너스 자진반납’ 등의 대책을 내놨다.이것이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사실을 알아챌 이들은 많지 않다. 멀린은 6년이 채 못되게 근무했지만 계약조건에는 추가 22년을 더 근무한 셈 쳐주도록 돼 있었던 것.60세인 그가 당장 쫓겨나도 65세부터 평생 해마다 연금 100만달러씩을 꼬박꼬박 챙길 수 있는 근속연수다.게다가 연금 재원은 회사 재정과는 별도 펀드로 관리되기 때문에 델타항공이 부도가 나도 멀린의 연금액은 한푼도 축나지 않는다. 연금과 관련된 이면계약은 미 CEO들 사이에 부를 평생 보장받게 해주는 신종 축재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CEO들에게 회사 돈을 몰아주려다 보니 정작 근로자를 위해 쓸 돈은 쪼들릴 수밖에 없다.그래서 나온 게 ‘캐시 밸런스 플랜’이란 신종 연금제도.퇴직관리 비용의 급증을 핑계로 연금을 현실화한다며 대폭 깎아버린 것이다.새 제도에 따르면 델타항공에서 20년간 근속한 50세 비행기 조종사가 55세부터 받을 연금은 연간 1만 5000달러로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부시 행정부가 이런 ‘빈익빈 부익부’ 연금제도를 암암리에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지난 1월 CSX의 CEO를 은퇴하고 부시행정부에 합류한 존 스노 재무장관은 ‘캐시 밸런스 플랜’ 도입을 적극 지지하는 한편,자신은 전 직장으로부터 총액으로 환산했을 때 3300만달러 가량 되는 연금을 받게 됐다.근무도 하지 않은 19년을 근속연수에 포함시킨 때문이다.회사측이 이를 ‘업계 관행’이라 주장한 것은 물론이다. ●유럽 주주들의 견제 미국 CEO 연봉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하는 데는 이들이 서로 서로 연봉을 챙겨주는 ‘동지’로 뛰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다.2002년 2200만달러의 연봉을 받은 이동통신회사 버라이즌의 CEO 이반 사이든버그는 비아콤 보상위원회 위원으로 가서 그곳 CEO인 서머 레드스톤에게 3900만달러의 연봉을 안기는 데 한몫 톡톡히 했다.CEO의 인력 시장이 제한돼 몸값이 오른 데다 연봉 결정 메커니즘은 이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판’이 되는셈이다. 독일의 옛 텔레콤 회사 만네스만의 CEO 클라우스 에세는 영국계 통신회사 보다폰과의 합병협상을 성공적으로 진행시킨 성과급으로 2800만달러 상당의 특별보너스를 받았다가 법정에 서게 됐다.2000년까지 협상에서 끈질기게 버티며 주가를 140% 띄워놓은 바람에 만네스만이 1810억달러어치의 보다폰 주식을 합병대금으로 받아내게 한 공로였다.그런데도 에세가 법정에 선 것은 경영진이 합병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투자자 이익을 고려한 흔적이 없다는 주주들의 주장 때문이다. 2000년 CEO인 크리스 겐트의 연봉을 미국 경쟁기업 수준으로 올려놓겠다는 복안에 따라 1080만달러로 4배 인상한 보다폰도 당장 주주들의 강력한 항의에 부닥쳤다.이듬해 그의 봉급은 380만달러로 다시 깎였다. 유럽 소액주주들이 주주제안권 등을 활용,이처럼 경영자의 탐욕에 제동을 거는 데는 경제적 평등에 좀더 중점을 두는 사회분위기가 거들고 있다.네덜란드 식료품기업 어홀드의 회븐 전 회장은 2001년 회계부정 등으로 사임한 지 이틀 뒤 오스트리아의 회원용 스키 리조트에 갔다가 그 사실이 언론에 의해 들통나면서 곤욕을 치렀다.지난해 12월엔 영국 ‘데일리 미러’지가 존 브라운 BP(브리티시 페트롤리엄) 회장의 임금이 ‘1분에 78달러(9만 4000원)’라는 헤드라인을 뽑아 전 국민을 격분시키기도 했다. 4일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최대 큰손의 하나인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회장 워런 버핏은 최근 주총에서 “지난 5년간 부당하게 지급된 CEO 연봉이 과거 100년간보다도 훨씬 많았다.”면서 “(미국)주주들도 회사 오너로서 경영진에 대항하는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정숙기자 jssohn@ ■임원보수공개 현황 공개기업의 경우 상위 4명까지 철저히 임원 연봉을 공개토록 하고 있는 미국에 비해,유럽의 임원보수 관련 입장은 국가별로 편차가 크다. ‘보수공개’에 가장 급진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곳은 사회민주주의 전통이 강한 북유럽.핀란드의 연봉 공개 대상은 비단 기업 임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모든 시민이 법에 의해 다른 이들의 총급여 수준을 ‘알 권리’를 갖는다.이와는사뭇 상반되는 곳이 독일.임원보수에 대한 강제 공개규정이 없다.이에 따라 대다수 기업들은 굳이 연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다른 나라들은 제각각 이 양 극단 사이의 어딘가에서 절충점을 찾고 있다. 회계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강하게 불거졌던 우리나라는 현재 미국제도를 벤치마킹하려 하고 있는 셈.1년에 수백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금액을 거머쥐는 미국 CEO들에 비하면 우리 임원들의 연봉은 새발의 피 수준인 게 사실이다.얼마전 한 경영 월간지가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임원(등기이사)들의 지난해 연봉 평균을 조사한 결과 2억 8413만원으로 집계됐다.임금수준 1위인 삼성전자 등기이사 7명의 평균 연봉은 52억 1400만원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원보수 공개에 대해 기업들은 적잖이 우려하고 있다.아무리 미국에 비해 보수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도 재벌이나 부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썩 곱지 않은 사회 정서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임원보수를 총액으로만 공개 중인 지금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할 시기만 되면 임직원간 급여차를 강조하는 기사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와 입장을 난처하게 만든다는 게 기업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국과는 달리 CEO 경영능력에 ‘프리미엄’을 붙여주지 않는 게 우리의 풍토”라면서 “섣불리 연봉 공개를 추진했다가 위화감 조성,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등 더 많은 부작용을 불러올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손정숙기자
  • “주민 찾아가는 경찰 평소 소신 지키고파”/ 서울 방배경찰서 김인옥 서장

    “요샌 하도 바빠서 입술이 다 터질 지경이에요.” 마음씨 좋은 누나처럼 수더분한 50대 처녀 서장,지리산 공비토벌대장의 딸,가출 소녀의 대모…,최근 서울 방배경찰서장에 임명돼 화제를 모으는 김인옥(金仁玉·51·총경) 서장을 가리켜 주위에서 일컫는 말들이다. 4월의 마지막 햇볕이 내리쬐는 30일 김 서장을 만났다.미소가 영락없는 어릴 때 누이의 모습이다.하지만 당찼다.김 서장의 이력이 문득 떠올랐다.경찰청 소년계장,경남 의령경찰서장,경기 양평경찰서장,서울경찰청 방범과장을 거치면서 쌓인 현장경험과 내공을 직감할 수 있었다.때문에 24시간 복잡하게 돌아가는 수도치안의 한 현장을 깔끔하게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김 서장은 현 경찰청의 김강자(金康子·58·총경) 여성청소년과장에 이어 서울에서는 두번째의 여자 경찰서장이다.저녁 순시에 나서는 김 서장의 뒤를 살짝 따라나섰다. ●“사소한 절도사건도 확실히 없애도록”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방배본동 동사무소 회의실.10여명의 관내 발전동우회 회원들이 잠시 회의를 중단하고 김 서장을 박수로 맞았다.기대감이 커서일까.지역 현안과 민원이 이들의 입에서 한꺼번에 쏟아졌다.한 남성회원은 “강력반을 동원해서라도 방배동 카페골목에 있는 호스트바를 없애 달라.”고 부탁했다.주부 한준희(50)씨는 “학원과 독서실에서 밤 늦게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길거리 안전을 체크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서장은 주민들의 갑작스러운 ‘공세’에도 당황한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김 서장은 “현행법상 호스트바를 완전히 없애기는 쉽지 않다.그러나 열심히 단속,서장으로 있는 동안 호스트바를 없애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아울러 밤마다 골목 순찰을 강화하고 늦게 귀가하는 학생들에게 경찰 순찰차를 태워주겠다고 약속했다. 김 서장은 강도사건은 물론이고 사소한 절도 하나라도 없애달라는 것이 주민들의 바람이라는 점을 몇차례 강조했다.관내 아파트의 안방에서 경찰서까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 받는 ‘넷폴’(netpol,internet police) 시스템을 25일부터 가동한 것도 이 같은 취지다.김 서장은 “주민의 곁으로 찾아가는 경찰상을 확립하는 게 소신”이라고 거듭 역설했다. ●서장이 우리를 찾은 것은 처음 ‘강남’에도 ‘잘 나가는’ 사람만 사는 건 아니다.호화 빌라의 높은 담벼락 옆으로 외로움과 빈곤,병마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동사무소를 나선 김 서장은 밤 9시30분쯤 라면과 두유 한 박스씩을 사들고 방배본동 주택가로 향했다.서초구청측이 전세로 마련한 방 2개짜리 단독주택에 60,70대 할머니 네 분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고 있었다. 할머니들은 “경찰서장이 찾아오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라며 반갑게 맞았다.그런 할머니들이 안쓰러웠는지 김 서장의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혔다.김 서장과 할머니들이 4평 남짓한 방안에 자리를 잡자 그나마 좁은 방이 더 좁게 느껴졌다.김 서장은 양창순(76) 할머니의 손을 꼭 잡은 채 “흙도 많이 밟고 성경도 읽으면서 고운 모습 간직하고 오래 사세요.”라고 당부했다. ●아버지도 평생 경찰에… 피는 못 속여 이곳을 나서면서 김 서장은 “퇴직 후 경찰 출신 퇴직자들과 어울려 살 수 있는 양로원을 하나 마련하는 게 꿈”이라면서 “함께 의지하고 봉사하면서 말년을 보내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집안 내력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1950년대 지리산 공비토벌대장을 지낸 선친 김호연씨의 경찰 이력을 딸이 그대로 물려받은 듯했다.김 서장도 “평생 경찰에 투신한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법과 질서를 지키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어릴 때 집에서 고아원을 운영한 탓에 다른 사람을 돕고 봉사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덧붙였다.2001년 서울청 방범과장 시절에도 의경들과 함께 집 없는 노인들을 위한 복지 시설인 용산 ‘사랑의 집’을 한달에 두차례씩 찾았다. 김 서장은 “계속 일에 매달리다 보니 혼기도 놓치고 어느새 나이 50을 넘겼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가출소녀에 대한 각별한 관심 밤 10시쯤 찾은 곳은 방배동 카페골목과 사당동 먹자골목.비행 청소년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김 서장은 18년 동안 일선서와 경찰청 청소년계에서 ‘청소년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가출한 애들을 찾으러 종종 찾았던 곳”이라고 했다. 밤이 깊어지자 인파도 조금씩 늘어났다.김 서장은 “새벽녘이 되면 이곳에서 가출 청소년들을 쉽사리 찾을 수 있다.”면서 “90년대 중반 경찰청 여성청소년계장으로 있을 때는 신촌,강남역 등 서울지역 번화가는 가지 않은 곳이 없다.”고 말했다. 아픈 기억 하나.지난 96년 서울 미아리 사창가에서 10대 여학생 둘을 빼낸 적이 있었다.연락을 받고 찾아온 부모들은 “이미 내 자식이 아니다.”라며 발길을 돌렸다.소녀들을 반기는 곳은 이미 없었다.김 서장은 “청소년보호기관에 맡긴 뒤 경찰로서 한계를 많이 느꼈다.”고 돌아봤다. 아직도 그 일이 가슴에 남아서일까.김 서장은 여성부,여성단체와 협조해 매맞는 아내와 갈 곳 없는 소녀들을 장기간 보호할 수 있는 ‘여성 쉼터’를 관내에 지을 계획이다. 아귀찜을 전문으로 파는 음식점 주인 유순희(48·여)씨가 김 서장을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김 서장은 “단속하러 온 게 아니라 도와주려고 찾아왔다.”면서 “모두들 어렵지만 열심히 생활하자.”고 말했다.유씨가 “들어와서 식사라도 하고 가라.”고 팔을 잡아 끌었으나 김 서장은 “다음에 들르겠다.”며 간신히 손길을 뿌리쳤다. 경찰 점퍼 차림의 ‘뚜벅이’ 서장은 자정을 넘긴 시각,또 다른 골목길로 발걸음을 옮겼다.이두걸기자 douzirl@
  • NGO / “정부 판공비 공개는 구두선”

    정부의 잇따른 판공비 공개방침 천명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들은 판공비 사용대상자의 명단 공개 등 구체적인 지출내역의 공개와 공개 절차에 대한 명시 등이 빠진 ’빈 껍데기 공개’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정부기관의 임의적 비공개를 막고 중앙부처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의 판공비를 공개할 수 있도록 정보공개법의 개정 등 법적 장치의 마련을 촉구했다. ●명단공개 불가는 눈가리고 아웅 참여연대는 정부가 밝힌 공개방침은 총액성 공개에 불과한 것으로 대상자 명단을 포함한 구체적 지출내역을 담은 지출증빙 서류까지 공개토록 요구했다. 이전에도 명단이 밝혀지지 않는 판공비 이외의 총액성 사용내역은 사실상 공개가 가능했다며 명단을 제외한 공개방침은 ‘눈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명단 공개불가는 판공비를 사적인 용도의 쌈짓돈으로 인식하는 일부 공직자들에게 바람막이 역할을 해준다는 주장이다. 또 총리 훈령이나 지침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장·차관 보다 판공비 규모는 더 크지만공개의 통제권밖에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공개를 제도적으로 담보하기 위해서는 정보공개법 등 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공개하고 싶지만… 정부는 대법원 판결을 대상자 명단공개 불가의 이유로 들고 있다.지난달 14일 대법원이 “간담회,연찬회 등의 행사에서 판공비를 사용한 참석자나 격려금,선물을 받은 개인의 인적사항은 보호돼야 한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이는 “참석자 또는 금품수수자의 인적사항은 고도의 사적 정보라고 보기 어렵고 개인의 불이익이 초래되지도 않을 것”이라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뒤집은 것이었다. 참여연대 전진한 투명사회팀 간사는 “대법판결 이후 행정기관들이 판결을 핑계로 예전보다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판공비문제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알권리 충족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이므로 정부는 의지를 가지고 정보공개법 개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주석기자
  • [녹색공간] 숲속 공기의 ‘상쾌한 맛’

    한 번,두 번,세 번,심호흡을 한다.허파꽈리가 한껏 부풀게 숲의 공기를 들이마신다.그리고는 밑바닥에 고인 마지막 찌꺼기조차 뱉어내듯이 내쉰다.눈가엔 눈물이 고인다.싱그러운 공기 맛을 느껴본다.구수하고 상쾌한 공기의 맛에 취해본다.마음이 안정된다.기분도 상쾌하다.숲이 담고 있는 공기는 시간에 따라 다르다.숲의 정령들이 밤새 놀다 간 여운이 남아 있는 새벽 공기는 조금은 무겁지만 서기가 서려 있다.반면에 새들의 합창이 숲의 정적을 깨는 아침 공기는 싱그럽다.햇볕으로 달구어진 한낮의 공기는 심심하며,바람이 놀다 간 오후 공기는 부드럽다.그리고 땅거미가 깔리는 저녁 공기는 조금 아스스한 느낌을 안겨준다. 숲이 담고 있는 공기의 맛은 장소에 따라,계절에 따라서도 다르다.숲에서 맛본 공기에 대한 감각 덕분에 숲을 찾으면 심호흡을 하는 습관을 가졌다.그래서 고산 사막지대의 소나무 숲에서 느낀 부드럽고 메마른 공기의 맛이나,해수면 가까이 자리잡은 온대 우림에서 느낀 심심하고 습한 공기의 맛을 음미할 수 있게 되었다.매서운 된바람이 휘몰아치는 겨울 숲에서 마시는 찬 공기의 맛과 찌는 듯이 무더운 장마철에 들이켜는 습한 공기의 맛이 다르듯이 자라는 나무의 종류나 서식지의 위치에 따라서 숲의 공기 맛은 각기 다르다. 숲의 공기가 도시의 공기보다 특히 정갈하고 상쾌한 이유는 맑고 깨끗한 숲의 공기 속에 마음과 육체를 건강하게 해주는 여러 가지 유익한 물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숲 속의 공기는 대도시보다 최고 200배나 더 맑다.숲의 공기가 맑고 깨끗한 이유는 숲 속 식물들이 대기 중에 떠다니는 각종 오염물질 알갱이들을 흡착하여 정화시키기 때문이다.그런 이유로 공업지대의 먼지 알갱이 수는 숲에 비하여 250배 내지는 1000배 더 많고,대도시는 50배 내지 200배 더 많다.이것은 숲의 공기가 공업지대나 대도시에 비하여 최소 50배,최대 1000배 가량 맑고 깨끗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숲의 공기와 도시의 공기가 다른 점은 피톤치드와 테르펜의 존재 유무에서도 찾을 수 있다.식물은 다른 미생물로부터 자기 몸을 방어하고자 식물성 살균물질 즉,피톤치드를 발산한다.숲의 식솔들이 방출하는 이 살균성 물질은 공기 중의 세균이나 곰팡이를 죽이고,나무에 해로운 곤충의 활동을 억제시킨다. 테르펜은 식물체의 조직 속에 들어 있는 정유 성분을 말한다.편백,화백,잣나무,소나무 등 침엽수에 많이 들어 있는 이 성분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없앰으로써 심신을 순화하고 여러 가지 병을 예방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숲 공기 중에 있는 음이온도 우리 몸의 자율신경을 조절하고 진정시키며 혈액 순환을 돕는 등 건강 유지와 문명병 치료에 대단히 유익하다고 알려져 있다. 숲 공기를 들이마시는 일은 초록 공기를 뒤집어쓰는 일(Green shower)과 다르지 않다.산림욕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활동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준다.그러나 이런 공리적인 셈보다 더 근원적인 자각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그것은 숲을 찾을 때마다 하는 심호흡이 숲과 내 자신이 다른 몸이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닫는 일이다.내 들숨 속의 산소는 바로 나무들이 만든 것이며,내 날숨 속의 이산화탄소는 나무들의 식량이 된다는 자각 말이다.숲에서 맛보는공기를 통해서 우리는 모두가 하나임을 새롭게 깨닫는다. 전 영 우 국민대 교수 산림자원학
  • 연체자 대환대출 ‘펑펑’ …일반회원 리볼빙 ‘하늘의 별따기’/ 카드사 고객영업 ‘이중잣대’

    직장인 정모(38)씨는 지난달 일시불로 결제한 카드대금을 한꺼번에 낼 수 없어 카드사의 ‘리볼빙’(회전신용 결제) 제도를 신청하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신용도가 높은 초우량(VIP) 고객에만 적용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일정한 수입을 올리지 못해 A카드사에 이어 B카드사에도 연체를 하게된 자영업자 최모(40)씨는 최근 B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보증인이 없어도 연체금액을 신규대출로 바꾸는 대환대출을 적용시켜 주겠다는 것이었다. 신용카드사들이 일반회원의 연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결제방식인 리볼빙 운영에는 소극적이면서 연체회원을 상대로 한 대환대출에는 열을 올리고 있다.연체가 없는 일반회원인 경우,리볼빙을 적용하지 않아도 제때 결제할 가능성이 높아 기간을 늘리면 회전자금 감소에 따른 차입금리 부담으로 손해를 본다.반면 대환대출은 연체금이 신규대출로 바뀌기 때문에 당장 연체율을 낮출 수 있어 최근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그러나 신용불량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볼빙을 통해 일반회원의 연체를 미리 막는 것이 부실한대환대출을 늘리는 것보다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리볼빙‘VIP 고객만’ 리볼빙은 일시불결제·현금서비스에 대해 한꺼번에 전액을 갚지 않고 미리 약정한 변제율(보통 5% 이상)만큼 매월 결제하는 제도로,은행 대출금의 만기연장과 같은 맥락이다.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적인 결제방식이다. 그러나 국내 카드사들은 리볼빙 대상을 VIP고객으로 한정,전체 회원의 1% 정도만 이용하고 있다.회원이 1500만명인 삼성카드는 리볼빙 대상이 14만명으로 1%를 밑돈다.국민카드와 외환카드도 각각 10만명,8만 5000명 수준으로 마찬가지다.회원이 1300만명인 LG카드는 아예 리볼빙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관계자는 “리볼빙을 도입하려고 했지만 실적악화로 인해 시기가 불투명해졌다.”면서 “현 상황에서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대환대출은 ‘아무나?’ 신용불량자 등 연체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환대출은 최근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대환대출 규모는 10조 5000억원으로,2월보다 2조원 가까이 늘었다.카드사들은 보증인이나 소득원 확인 등 대환대출 기준을 정해놓았으나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앞다퉈 적용대상을 확대,마구잡이로 대환대출을 해주고 있다.A사는 최근 5조원에 육박한 대환대출의 연체율이 30%를 웃돌 정도다.B사는 연체가 생기면 회원과 상의하기 전에 대환대출로 돌린 뒤 추후 확인전화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환대출이 늘면서 지난달 카드사 전체 연체율이 1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했지만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다.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환대출 연체율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대환대출 대상을 확대할 경우 결국 부실자산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볼빙·대환 기준 정해야 씨티은행이 발급하는 씨티카드의 경우,모든 회원에 대해 3% 이상 변제율을 정해 갚을 수 있는 리볼빙을 운영하고 있다.금감원 관계자는 “카드사마다 리볼빙 대상을 확대하고 이용 과정을 단순화해야 한다.”면서 “반면 대환대출 기준은 엄격히 적용,부실을 막으면서도 선의의 연체자를 구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3월 카드대환대출 19% 껑충/ 연체율 줄이기 ‘눈가림’ 지적

    지난 3월 카드사의 신용카드 연체율이 1년만에 떨어진 반면 연체대금을 대출로 바꿔주는 대환대출 규모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이에 따라 카드사들의 연체율 하락이 연체 채권을 대환대출로 돌려막은데서 비롯된 ‘눈가림’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개 전업계 카드사들의 지난달 대환대출 규모는 총 10조 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이는 지난 2월의 8조 8300억원에 비해 1개월만에 18.9% 증가한 것이다.대환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7조원에서 지속적인 증가 추세다. 반면 3월 전업계 카드사의 연체율은 9.8%로 2월 대비 0.6%포인트 떨어져 지난해 3월 이후 1년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대환대출 급증에도 불구하고 최근 전업계 카드사 단체인 ‘신용카드채권관리협의회’는 소득이 없는 사람들도 보증인만 세우면 대출받을 수 있게 하는 등 대환대출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카드사의 연체율을 줄이기 위한 편법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환대출 가운데 1개월 이상 연체한 비율은 30%를 웃도는 등 대환대출에서 비롯되는 연체의 3분의1 이상이 회수불능”이라면서 “이는 카드사 전체 연체율의 하락세에도 불구,카드사의 잠재부실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금감위 관계자는 “대환대출에는 부실채권에 적용되는 가혹한 충당금 적립이 요구되는데다 카드사마다 대출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어 부실화에 대한 우려는 과장됐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정숙 김미경기자 jss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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