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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 회장 떠난 삼성] 고강도 쇄신안, 양형 결정엔 큰 영향 없을 듯

    [이건희 회장 떠난 삼성] 고강도 쇄신안, 양형 결정엔 큰 영향 없을 듯

    ■ 삼성 전격 발표 3색 반응 (1) 충격 휩싸인 재계-경영 차질 생길까 우려 22일 발표된 삼성의 ‘경영쇄신안’에 대해 재계는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퇴진은 지금까지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공식논평을 통해 “삼성그룹의 쇄신안이 국민정서를 고려한 고뇌의 결단이라고 생각하며 (그 강도에 대해서는)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일사불란한 조직문화와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고 있어 ‘관리의 삼성’으로 불리던 삼성의 관리책임자(이 회장)가 사라진 이후 의사결정과 경영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삼성이 국민으로부터 더 큰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기업의 투명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한 단계 진전시키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남아 있는 잘못된 관행과 의식을 바로잡는 중요한 전기(轉機)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삼성의 용단에 공감하며 앞으로 삼성이 대·중소기업간 동반자적 상생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으로서 삼성을 세계 일류기업으로 발돋움시켜 국가경제 발전에 공헌한 이건희 회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 데 대해 우려와 아픔을 같이 한다.”고 했다. SK 관계자는 “삼성의 쇄신책이 생각보다 강력하고 범위도 포괄적이다.”면서 “이번 조치가 삼성에 대한 국민의 염려, 반(反)삼성 정서가 해소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태균 김효섭기자 windsea@seoul.co.kr (2) 의견 갈린 정치권-결단 높게 평가 vs 눈가리고 아웅 정치권은 22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퇴진 등 삼성그룹의 경영쇄신안을 놓고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은 삼성의 쇄신의지를 높이 평가한 반면, 자유선진당·민노당 등은 “일시적 눈가림”이라고 폄하했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삼성이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을 통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야만 한다.”며 “세계 초일류기업의 위상에 걸맞게 더 큰 변화와 혁신으로 국민과 국가경제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만시지탄이지만 경영쇄신 의지를 확인한다.”며 “경영권 승계나 불법 로비의혹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이 여전히 남은 만큼 진정성 있고 실질적인 자기 쇄신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유선진당 김창수 대변인은 “자칫 삼성에 쏠린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벗어나기 위한 일시적 기피 수단이거나 이미 기소된 삼성 가족들의 면피용 제스처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고 혹평했다. 민노당 박승흡 대변인은 “이번 쇄신안에는 암암리에 황제식 경영권 세습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비판했다. 진보신당 노회찬 공동상임대표는 서면브리핑에서 “이재용 전무는 백의종군(白衣從軍)이 아니라 백의퇴군(白衣退軍)해야 하며 삼성 비자금 사태의 재발을 막는 길은 삼성재벌 해체뿐”이라고 주장했다. 창조한국당 김지혜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그릇된 재벌문화가 성숙한 공동체문화로 거듭나고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건강한 첫걸음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종락 구동회기자 jrlee@seoul.co.kr (3) 향후 행보 주목하는 외신 “충격적… 대주주 영향력 여전할 것” |도쿄 박홍기특파원·서울 송한수기자|22일 발표된 삼성의 혁신안에 대해, 외신들은 특히 이건희 회장의 경영일선 퇴진을 “충격적”이라며 중점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 회장의 사임을 국제 뉴스로 자세히 다루면서 이 회장이 떠난 삼성에 관심을 보였다. 요미우리신문은 이 회장에 대해 “1987년 취임,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카리스마적인 존재였다.”며 가족사까지 다뤄 눈길을 끌었다. 교도통신은 “불투명한 경영체질로 비판을 산 삼성이 경영체제 쇄신을 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이터 통신은 ‘세금 스캔들에 대해 사과하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특히 재계의 말을 빌려 이 회장 등 최일선 경영진의 퇴진에도 불구하고 대주주의 영향력은 여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신은 이른바 재벌로 불리는 한국의 거대기업은 나라를 전쟁의 잿더미에서 아시아 네번째 경제대국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었으나, 최고 경영진을 둘러싼 온갖 의혹 속에서도 수년간 변화가 없다는 비난이 국민들 사이에 드셌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이 회장과 이재용 상무의 사임은 놀라운 결정이라고 전했다.AFP도 이 회장의 사퇴발표 기자회견이 드라마틱하게 이뤄졌다고 보도했다.BBC는 “이번 사태는 세계 초일류 기업인 삼성이 거듭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hkpark@seoul.co.kr ■ ‘재벌 봐주기’ 꺼릴 가능성 높아 ●법원 판결에 변수될까 22일 삼성그룹이 발표한 경영쇄신안은 이건희 회장 퇴진 등의 내용을 담은 ‘고강도 대책’으로 평가되지만, 법원의 판단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법원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등 기업 총수들에게 건강상의 사유, 사회공헌기금 출연 등을 이유로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당연히 ‘재벌 봐주기’,‘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비판이 따랐다. 하지만 대법원이 지난 11일 정 회장에 대해 항소심이 선고한 사회봉사명령을 파기환송한 사례에서 보듯 최근에는 화이트칼라 범죄에 관대한 판결을 내리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때문에 삼성 역시 쇄신안 발표로 면죄부를 받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경(在京)지법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날 “삼성의 쇄신안 발표가 물론 양형에 유리한 인자로 작용하겠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모든 양형에서는 범죄 성격이나 그 자체의 중대성이 관건”이라면서 “범죄를 저지른 뒤 반성한다고 봐주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배임액이나 조세포탈액 규모를 볼 때 아무리 죄를 뉘우친다고 해도 판단 본류에 영향을 주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법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판에 임하면서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의 빛을 보이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이 반성이 이 회장 등이 저지른 범죄의 중대성을 넘어설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판사는 “이번 쇄신안을 어떻게 평가할지, 판결에 반영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해당 재판부의 판단에 달려 있다.”면서 “당장 내가 재판을 맡게 된다고 하더라도 판단이 쉽지 않을 만큼 어려운 문제”라며 섣부른 해석을 경계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은행진출 안하면 증권·보험으로 실질 금융업무 가능 ‘삼성은행’은 없다. 삼성그룹은 22일 발표한 그룹 쇄신안에서 이렇게 발표했다. 삼성으로서는 금융규제 완화로 제기됐던 우려를 감수하며 은행에 진출할 이유가 없게 된 셈이다.‘삼성은행’을 만들지 않겠다는 얘기다. 내년 시행될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삼성증권에서 소액지급결제가 가능하다. 삼성증권에 계좌가 있는 고객은 송금, 공과금 납부, 지로이체 등 은행에서 보던 업무를 증권사에서 할 수 있다. 삼성증권은 수년 동안 매매중개보다는 고객자산관리에 집중해왔다. 소액지급결제 허용으로 고객이 느끼는 편리함이 다른 증권사에 비해 클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고객예탁자산 기준으로 업계 1위다. 보험업계는 형평성 차원에서 보험사에도 소액지급결제를 허용해 달라는 입장이다. 올해 보험업법 개정도 예정돼 있고 소액지급결제는 검토과제로 올라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매출에 해당하는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업계 1위이며 2위와의 격차도 크다. 경제개혁연대는 “비록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는다 해도 실질적 은행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아무 의미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 계열사의 주요 주주다.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카드 지분은 지난해 말 현재 27.59%다.36.87%를 갖고 있는 삼성전자(36.87%)에 이어 2대 주주다. 삼성화재 지분은 10.36%, 삼성증권 지분은 11.38%씩 소유해 각각 최대 주주다. 삼성전자 보유지분도 7.26%로 삼성계열사와 이건희 회장 일가를 통틀어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보험지주사 설립 가능성을 점쳐왔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보유지분이 문제가 됐다. 금산분리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 5%를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가 제한됐다. 그러나 금융위는 비은행지주사가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제조업체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비은행자회사에 대해서 금융위는 현장검사 등을 통해 중요 내부거래를 통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울고 갈 똑똑한 화장도구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울고 갈 똑똑한 화장도구

    여성들에게 출근 전 눈화장은 하루를 점치는 ‘오늘의 운세’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이라인이 쉽고 예쁘게 한번에 쓱∼ 그려지는 날이면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여기에는 단순한 ‘미신’이 아닌, 좀더 현실적인 사정이 들어 있다. 간단한 것 같지만 눈화장은 한번 망치면 수정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린다. 그러다 보면 출근 준비 시간이 더 걸리고 이로 인해 버스나 지하철을 놓치면서 결국 지각으로 이어지곤 한다. 부산스러운 출근길이 일진을 사납게 만드는 것 아닐까. 예뻐지려는 열망은 가득한데 솜씨가 모자라 얼굴은 물론이요, 출근길을 번번이 망쳤던 여성들의 고민을 덜어줄 ‘도우미 화장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눈썹 그리기에 영 재주가 없는 여성이라면 이 제품에 반색할 만하다. 라네즈의 ‘브로우 셰이핑 키트’는 아시아 여성들에게 최적화된 3가지 모양의 눈썹 시트가 들어 있는 제품. 케이크 형태로 자연스럽게 눈썹을 표현할 수 있는 세 가지 색상이 담겨 있다. 눈썹 시트를 위치를 잘 잡아 대고 앞, 중간, 꼬리 부분으로 나누어 브러시로 옅은 색상부터 진한 색상까지 3단계로 눈썹을 그린다. 눈썹 전체의 균형을 보면서 족집게로 정리해주면 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카이의 ‘마스카라 가드’는 마스카라 한번 바르고 나면 ‘너구리’가 되는 여성들을 위한 것이다. 마스카라를 바를 때 눈에 대고 있으면 눈 주위에 마스카라가 번지는 것을 막아준다. 빗까지 달려 있어 뭉침 없이 마스카라를 바를 수 있게 해준다. 역시 카이 제품으로 탈·부착이 가능한 빗이 달려 있는 눈썹 전용 가위는 남녀 모두에게 사랑 받고 있다. 눈썹을 빗으면서 동시에 잘라주기 때문에 ‘삐뚤빼뚤한 눈썹은 안녕’이다. DHC의 ‘와이프 오프 펜슬’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연필 형태로 된 리무버다. 학창시절 자주 쓰던 볼펜 지우개와 같다고 보면 된다. 엇나간 아이라인이나 립라인 부위에 바르고 반대편에 있는 붓을 이용해 살살 펴주면 감쪽같다.G마켓에서 파는 스왑플러스의 리무버 면봉은 한 쪽 끝을 꺾으면 용액이 흘러나와 반대쪽 면봉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품이다. 마스카라 전용, 아이섀도 전용 두 가지로 나와 있으며 비타민 E가 함유돼 눈에 자극이 없다. 이펑크하우저의 ‘컨실러 플러스 아이베이스’는 컨실러와 눈가 전용 베이스가 합쳐진 제품. 다양한 얼굴색에 맞춘 3가지 색상의 베이스와 거울이 담겨 있어 색조 화장 전 바르면 눈가 보호는 물론 발색에도 도움이 된다. 같은 브랜드의 마스카라에는 속눈썹 전용 빗이 들어 있다. 뭉치지 않고 풍성한 연출이 가능하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사설] 퍼주기 공약 경쟁 경계한다

    18대 총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퍼주기 공약경쟁이 난무하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다. 통신비·기름값 인하, 사교육비 대폭 절감 등 유권자들의 어려움을 겨냥한 공약이 춤추고, 일자리 늘리기·집값 인하 등 믿거나 말거나 약속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까운 시일안에 도저히 실현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공약(空約)들이 적지 않다. 국민과 지역 유권자들을 현혹하고 우롱하는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유례없는 공천실험으로 불과 며칠 전 후보들이 결정됐다. 지역연고가 전혀 없는 의외의 인물들이 후보로 낙점된 곳도 적지 않다. 유권자들로서는 여간 당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때일수록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정책이나 지역공약을 통해 유권자들로부터 정당한 평가를 받으려면 세심한 노력이 절실하다. 그럼에도 여야가 빈 공약을 마구 쏟아 붓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민주당은 집권시절 30만개 일자리 창출 목표도 못 채웠으면서 이번에 50만개 일자리 창출 공약을 내세웠다. 현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방침을 비판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공공요금 상한제를 들고 나왔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10%자금으로 내집 마련이나 6대 생활비 대폭 절감공약 등은, 주장은 그럴듯해 보이나 실현 가능성이나 재원마련 대책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일단 표를 모으고 보자는 얄팍한 술수이고, 눈가림이다. 유권자들이 나서서 검증하는 길밖에 없다. 진솔하게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려는 의지가 담겼는지, 실현 가능한 공약인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판단해야 한다. 그러잖아도 후보자만 있고 유권자는 안 보이는 선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제 주말이다. 유권자들은 후보자가 누구인지, 주요 공약이 뭔지, 직접 검증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길 당부한다.
  • 권상우 “이젠 연기밖엔 안보여요”

    권상우 “이젠 연기밖엔 안보여요”

    권상우(32)는 적어도 올해 ‘못된 남자´가 되기로 작정한 것 같다. 지난달 막내린 KBS 드라마 ‘못된 사랑´에선 사랑에 이기적인 남자를 연기하더니 20일 개봉한 영화 ‘숙명´(제작 MKDK)에선 돈 때문에 친구도 배신하는 독한 조직폭력배 조철중 역을 열연했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감독님이 ‘네 눈엔 악한 면이 있다. 나중에 악역을 제대로 한번 해 보라.´고 한 적이 있어요. 악역은 잘못했다가는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 마련이죠. 하지만 막상 해보니까 의외로 속시원하던 걸요.” 영화 ‘숙명´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네 친구 이야기를 그린 거친 남성드라마.2006년 ‘야수´에서 다혈질 형사 역으로 유지태와 투톱 연기대결을 벌인 권상우는 이번엔 동갑내기 친구 송승헌과 연기 경쟁을 펼쳤다.“‘이탈리안 잡´‘오션스 일레븐´ 등 멋진 남자들의 이야기를 좋아해요. 여배우들보다 남자배우들과 있는 게 의욕도 생기고, 경쟁심도 생겨요. 어떻게 하면 잡아 먹히지 않고, 연기로 더 돋보일까 연구도 많이 하죠. 멜로 드라마 주인공으로 우려먹는 건 너무 재미없지 않나요?” ● 서른둘 권상우 “세상 참 만만치 않더라” 꽃미남 배우 1세대로 드라마 ‘천국의 계단´,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이상 2003),‘말죽거리 잔혹사´(2004)로 국내는 물론 한류스타로 주가를 높여온 권상우.30대 배우의 반열에 선 그는 최근 드라마도 한편 잘 ‘말아먹고´, 더이상 스타성이 작품 성패의 보증수표가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참, 세상이 자기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더군요. 요즘은 톱스타가 나와서 잘된 작품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그만큼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수준이 높아진 것 같아요. 영화의 진정성에 대해서 더 높이 평가한다는 거죠. 전 그런 면에서 요즘 ‘추격자´의 흥행이 통쾌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기가 꺾이거나 주저앉을 그도 아니다.‘낙천주의´를 자신의 최대 장점으로 꼽는 권상우는 현 상황을 정면돌파할 태세다. “제가 언제까지 지금의 ‘권상우´겠어요? 어떤 톱스타건 언젠간 잊혀지게 마련이죠. 앞으로 제 인기도 길어야 5년 정도일 거라고 봐요. 그동안 좋은 작품을 통해 연기적으로도 철저히 부딪치고 깨져서 성공하고 싶어요.” ● “3년간 정면돌파해서 연기상 꼭 받아야죠.” 발성 등 늘 불거지는 연기력 논란도 ‘긍정의 힘´으로 돌파하겠다는 그다.“물론 안좋은 얘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 연기자로서 센스와 집중력은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상황에서건 열심히 했기에 제 연기에 대해선 늘 떳떳해요. 지금껏 인기상밖에 타본 적 없는데 3년 내에 남우주연상이나 조연상은 꼭 한번 타봐야죠.”(웃음) 예전엔 웃을 때 잡히는 눈가 주름이 콤플렉스여서 피부과도 찾아 봤지만, 이젠 연기 이외에는 아무 것도 안 보인다는 권상우. 궁극적으로는 ‘멜로배우´의 환상은 버리지 않고 있단다. “지금의 방황기를 지나 연기력이 안정되면 ‘봄날은 간다´의 유지태씨나 ‘8월의 크리스마스´의 한석규 선배처럼 멜로물에 잘 어울리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나이대에 맞춰 할 일을 구상하고 있다는, ‘나름대로 치밀한´ 그의 다음 계획은 결혼이다.“꼭 서른다섯 안에는 결혼할 거예요. 늦게까지 장가 안가는 남자 연기자 선배들이 계신데, 전 일을 위해서 결혼을 늦출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누군가를 만나고 결혼하는 것도 다 ‘숙명´인데, 과연 제 뜻대로 이루어질까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숙명’ 어떤 영화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최강의 팀플레이를 자랑하며 어둠의 세계를 휩쓸던 네 친구, 우민(송승헌), 철중(권상우), 도완(김인권), 영환(지성). 영원할 것만 같던 이들의 우정은 새출발을 위해 계획했던 카지노 습격사건이 철중의 배신으로 무산되면서 산산조각난다. 나머지 친구들을 살리기 위해 감옥행을 선택한 우민. 출소 뒤 우민에게 남은 것은 약물중독자로 변해 버린 죽마고우 도완과 돈에 팔려가 버린 연인 은영(박한별)의 쓸쓸한 뒷모습뿐이다. 권상우, 송승헌을 비롯해 지성 등 한류스타들이 총출동하고, ‘파이란’의 각본과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연출한 김해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개봉전 200만 달러에 일본에 판권이 팔리는 등 국내외의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친구’‘짝패’ 등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지만, 우정이 배신으로 변해 버린 주인공들의 격한 감성을 단지 거친 영상과 욕설, 폭력만으로 전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아무리 빼어난 스타일이라도 이야기 자체의 힘이 없다면 화려한 캐스팅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는 안타까운 사실만 확인할 뿐이다. 단 영화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배우들의 연기는 분명히 평가되어야 할 부분이다. 특히 무자비하지만 간간이 코믹함까지 느껴지는 권상우의 악역 연기는 ‘재발견’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하다. 군제대 후 첫연기를 선보인 송승헌도 주연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단조로운 연기를 펼쳤지만 날카로운 눈빛연기에서 변신에 대한 강한 욕구가 읽힌다. 지성은 ‘특별 우정출연’이라는 크레디트가 아까울 정도로 영화에서 자신의 몫을 충실히 했고, 연기파 배우 김인권도 실감나는 연기로 극이 흐트러질 때마다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실제로 사적인 자리에서 자주 만날 정도로 친한 친구 사이인 권상우와 송승헌은 지난 2002년 영화 ‘일단 뛰어’에도 함께 출연했고,2005년 MBC 드라마 ‘슬픈연가’에도 동반 출연하려다 송승헌의 군문제로 무산되기도 했다.18세 관람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새영화] ‘어웨이 프롬 허’

    [새영화] ‘어웨이 프롬 허’

    노인들의 숙명은 ‘짓무른 눈´이다. 상한 눈자위에는 늘 핏발이 서 있고 눈가는 눈물로 젖어 있다.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이다.‘어웨이 프롬 허´의 남편 그랜트(고든 핀센트)의 눈은 내내 짓물러 있다. 그의 눈은 이제 이런 얘기를 들려줄 참이다. 의지로 낙관할 수 없는 게 인생이라고. 무력함은 대응의 또 다른 방법이라고. ‘어웨이 프롬 허´(Away from her·27일 개봉)에는 44년을 함께 한 노부부가 등장한다. 보잘 것 없는 농담과 소박한 식사, 서로의 어깨에 기대 책을 읽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만한 노년이다. 그러나 갓 구운 빵의 속살 같은 안온한 일상에 균열이 간다. 아내 피오나(줄리 크리스티)가 치매에 걸린 것. 홀로 스키를 타다 기억을 잃어 집을 못 찾게 된 피오나. 은발이 성성하지만 아직도 장난기로 가득한 아내는 웃음을 지우고 말한다.“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여보.”남편은 무너지는 마음을 다잡고 아내를 요양원으로 데려간다. 요양원에는 규칙이 있다.30일간 가족면회 금지. 적응기를 두기 위해서다. 한달 뒤 수선화를 품에 안고 찾은 남편. 그러나 아내의 곁에는 옛 기억이 씻겨 나가고 새 기억이 자라 있다. 요양원의 다른 노인 오브리와 단짝이 된 것이다. 둘을 떼어 놓으려 그랜트는 오브리의 아내를 찾아가고, 사랑을 잃은(?) 피오나는 삶의 의욕을 놓아 버린다. 이제 선택할 때다. 이럴 때 우리는 과거의 기억을 되돌려야 할까. 현재의 기억을 ‘선물´해야 할까.‘어웨이 프롬 허´가 수작이 된 것은 이 갈래길에서 남다른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목놓아 우는 대신, 말간 얼굴을 내보인다. 치밀어 오른 눈물 자국은 남아 있지만, 그 얼굴에서 보게 되는 희생과 헌신의 흔적은 둔중한 진동으로 가슴을 울린다. 그 담담함과 성숙함으로 영화는 평단의 마음을 얻었다. 이 어른스러운 영화의 감독은 올해 스물 아홉으로 첫 연출 데뷔한 사라 폴리. 아역 배우 출신인 폴리는 원경에서도 주인공의 막막한 심리를 잡아 내는 연출력을 구사했다. 닥터 지바고의 여인 ‘라라´였던 줄리 크리스티는 아름답고 정갈한 노년으로 올해 각종 시상식의 여우주연상을 독점했다. 골든 글로브, 미국배우조합 등이 그를 올해의 여배우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립스틱을 바른 입술은 입체적이고 콧대에 여전히 선명하다. 온화한 노부인과 치매로 오락가락하는 환자가 모두 한 얼굴에서 나온다. 모든 순간이 소중했던 사랑이, 과연 모든 게 사실이었나 허무해질 때. 영화는 묻는다. 당신은 상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할 것인지. 상대를 위한다는 ‘진심´으로 자신을 배반하는 선택을 할 것인지. 쉽지 않아서 더 숭고한 선택이다.12세 이상 관람가.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친환경건축물 인증제 ‘허점 투성이’

    친환경건축물 인증제 ‘허점 투성이’

    16일 경기도 A시의 B구에 있는 C아파트. 지상에 주차장만 가득한 여느 아파트들과 달리 생태공원과 연못, 숲속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어 공원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1000가구가 넘는 이 곳은 2005년 정부로부터 친환경 아파트단지 인증을 받았다.‘자연과 가까이 살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프리미엄이 껑충 뛰었다. 하지만 한 주민이 전해준 말은 우리나라 친환경아파트의 현실이 어떠한지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연못에라도 들어가려고 하면 관리사무소에서 ‘연못 망가진다.´고 소리치지. 애들이 나무에라도 올라가려고 하면 ‘나무 망가진다.´고 난리지. 인공조경 관리하는 사람을 따로 둬야 하니까 그것도 돈이지. 생태연못도 청계천처럼 전기로 물을 끌어대야 하는 거니까 관리비도 만만치 않지. 이런 시설들이 ‘빛좋은 개살구’ 같다는 느낌이 든다니까.” 국토해양부가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친환경 인증을 받은 아파트에 대해 용적률 완화 등 인센티브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하면서 친환경 공동주택에 대한 업계와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 아파트를 평가하는 제도인 친환경건축물인증제도가 총점제 평가방식으로 돼 있어 자칫 ‘반쪽짜리’ 친환경 아파트를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친환경 인증 외면한 채 광고만 ‘친환경’ 친환경건축물인증제는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02년 도입됐다. 심사분야는 크게 토지이용, 교통, 에너지, 재료 및 자원, 수자원, 환경오염, 유지관리, 생태환경, 실내환경 등 9개 분야 44개 세부평가항목에 가산항목들을 더해 이뤄진다.100점 만점에 85점 이상은 최우수친환경건축물,65점 이상 85점 미만은 우수건축물로 인증된다. 문제는 모든 아파트가 인증 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건축주(건물소유자) 또는 건축주의 동의를 받은 시공자가 인증기관에 자발적으로 신청을 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인증을 신청하지 않은 아파트들의 친환경성은 검증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지난해 말까지 친환경아파트 단지로 인증받은 곳은 314개에 불과하다. 전국 아파트단지가 1만 8000개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2%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브랜드 아파트는 객관적 검증도 받지 않고 저마다 ‘친환경’이미지로 광고하는 데 여념이 없다. 박보경 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센터 간사는 “친환경건축물 인증제도가 강제조항이 아니다 보니 건설업체들이 인증도 받지 않고 자신들의 아파트에 ‘친환경’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면서 “대기업들이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 수단으로 제도상의 맹점을 십분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이너마이트로 주변 훼손하고 지은 아파트도 ‘친환경’ 친환경 아파트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건설의 전 과정에 대한 환경 요소가 철저히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설계단계에서 주변 지형 및 지세를 활용하려는 노력 없이도 얼마든지 친환경 아파트로 둔갑할 수 있다. 다이너마이트를 터트려 주변 환경을 모두 훼손한 뒤 눈가림식의 인공 조경만 꾸며 놓아도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실례로 지력(地力)을 증대하고 토양을 정화시키는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진 표토(表土)는 1㎝가 쌓이는 데 20년 이상 걸리는 귀중한 자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표토를 걷어 두었다가 건설이 끝난 뒤 다시 깔아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친환경건축물 인증기관의 한 관계자는 “일정 규모 이상 아파트에는 친환경건축물 인증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친화적 공동체’까지 고려해야 아파트 설계에 주민들이 참여해 환경친화적 생활방식을 고민하고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많은 돈을 들여 생태정원을 갖추고도 주민들의 접근을 막아가면서까지 이를 관리하는 데만 급급한 현실이 ‘진정한 친환경적인가.’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운영차장은 “진정한 친환경아파트가 되려면 아파트 주민들이 스스로 친환경적 삶을 만들어가는 토대까지 건설업체가 고민해야 하며, 이러한 노력이 인증에 반영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찬환 서울시립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부동산 개발 논리에 치우친 일련의 법제 등으로 인해 여전히 환경친화적 아파트 조성을 위한 여건 마련이 요원하다.”면서 “해외 선진국들의 환경친화적 공동체 개발을 위한 노력들을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총선 D-26] “이런 공천 권위주의 때도 없었다”

    [총선 D-26] “이런 공천 권위주의 때도 없었다”

    서청원 한나라당 전 대표가 13일 18대 총선 공천과 관련,“밀실야합을 통해 정적 제거와 승자독식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며 친이(親李·친 이명박) 진영과 특정계파에 치우친 공천심사위원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서 전 대표는 이날 지지자들 및 공천 탈락자들과 함께 여의도 당사 기자실을 찾아 “이번 공천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대선승리의 전리품을 챙기려 하고 있다.”며 “오로지 박근혜 전 대표를 도왔다는 이유만으로 앞길이 창창한 젊고 유능한 정치인들을 생매장시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또 “일부 언론에서 지적했듯이 ‘친이를 뺀 곳은 친이, 친박을 뺀 곳도 친이’만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간신이라고 지목된 사람들, 집권 공신인양 완장 차고 행세하며 정권을 농단하려는 사람들부터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공심위원들에게는 “실세들의 뒷배를 봐주는 것으로 회자되고 있는 외부 공천심사위원들은 최소한 비례대표나 이 정권에 빌붙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서 전 대표는 “결국 나서야 한다면 주저없이 앞장서 싸울 것이다.”며 친이 진영에 사실상 최후 통첩을 보냈다. 그는 친박계 탈락자들의 ‘무소속 연대’ 움직임에 대해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다른 당으로 갈 수도 있지만 아직 연대 이야기는 나온 적이 없다.(무소속 연대가) 박 전 대표에 의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면서도 “요즘 박 전 대표가 굉장히 고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사태의 책임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그는 “대충 나온 것 아니냐.”며 더 이상의 언급은 피했다. 서 전 대표는 기자회견 중간중간 감정에 북받치는 듯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또 공천 과정을 비판하는 대목에서는 더욱 목소리를 높이며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따위 공천은 권위주의 시대에도 없었다. 이런 공천 사라져야 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현장 행정] 용산구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현장 행정] 용산구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이런 꼴로 사느니 빨리 죽는 게 낫겠다 싶어. 그렇다고 이대로 죽자니 너무 원통해. 참을 수가 없어.” 13일 용산노인복지관 소속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서후진(44)씨를 맞은 홍옥순(81) 할머니의 주름진 눈가에 금세 물기가 번졌다. 서씨를 매만지는 거칠고 오므라든 두 손에선 일주일 만에 찾아온 말 동무를 잠시라도 더 붙들어 두고픈 절박함이 묻어났다. “희망을 버리면 안 돼요. 봄볕 좋은 날 남산에 꽃구경 가자는 약속 잊지 않으셨죠?” 서씨의 따뜻한 위로에 할머니가 소녀처럼 반색하며 되물었다.“정말로 가는 거야? 그런데 진달래 피려면 한참 남았지?” ●생활관리사 16명 고군분투 서씨는 지난해부터 지역의 혼자 사는 노인 집을 돌며 말벗이 돼주고 있다. 가난과 질병, 외로움의 삼중고와 싸우는 분들을 더 자주 찾고 싶지만 여의치 않은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서씨가 돌보는 홀몸 노인은 모두 35명. 일주일에 한번 집을 방문해 건강과 주거상태를 살피고 두 차례씩 전화 해 안부를 챙긴다. 용산에는 서씨 같은 생활관리사가 16명 더 있다. 지난해 23명이었지만 새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최근 6명이 줄었다. 홍옥순 할머니의 집을 나와 한강로1가 김점순 할머니와 용산동 안순애 할머니 집을 거쳐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전쟁기념관 서편 최정숙(82·가명) 할머니 집. 행정구역상 한강로1가 13번지에 속하는 이 지역은 적산(敵産)풍 목조가옥과 전쟁 직후 날림으로 찍어낸 벽돌집 수십 채가 어지럽게 지붕을 맞댄 용산의 대표적인 불량주택 밀집지역이다. “손녀한테선 연락이 왔어요?”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최정숙 할머니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낸다. “지난번엔 몸이 아파 연락을 못했던 거래. 그런데 이번에 장학금을 받게 됐다네. 어릴 적부터 공부 하난 잘했거든. 같이 살겠다는 걸 억지로 떼어내 기숙사로 보냈는데 너무 기특해.” ●정부 예산 삭감… 독거노인에 불똥 노인들이 쏟아내는 구구절절한 사연을 묵묵히 들어주는 것도 생활관리사들의 중요한 임무다. 사연들 대부분이 먼저 간 배우자에 대한 그리움과 연락 끊긴 자녀에 대한 원망, 좋았던 옛 시절에 대한 향수들이다. “방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분들이라 얘깃거리가 많을 리 없지요. 그저 말을 나눌 상대가 그리웠던 겁니다.” 이날 서씨가 방문한 네 집 가운데 용산동 박순자 할머니는 지병인 당뇨가 악화돼 입원하는 바람에 2주째 얼굴을 보지 못했다. “전화를 받지 않을 땐 불길한 예감에 가슴을 졸이지요. 가끔은 안부전화가 아니라 생사확인 전화를 걸고 있다는 느낌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생활관리사들이 한달 동안 받는 보수는 60만원 남짓. 발품을 파는 고단함에 비하면 많지 않은 규모다. 용산구가 소액의 활동비를 추가로 지원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구 관계자는 “정부가 예산을 20%나 삭감한 상황에서 자치구 힘만으론 한계가 있다.”면서 “주민 기여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Seoul Law] “로펌 스스로 명확한 법 준수 의지 보여야”

    [Seoul Law] “로펌 스스로 명확한 법 준수 의지 보여야”

    “법을 수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법조인들이 탈법을 한다면 어느 누가 법조인을 신뢰하겠습니까.” 자타가 공인하는 법조윤리 전문가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의 가재환 변호사는 “쌍방대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변호사로서 초심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1979∼1980년 하버드 로스쿨에서 법조윤리를 공부한 그는 1981년부터 10년간, 그리고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사법연수원에서 법조윤리를 가르쳤다. 그가 사법연수원장 시절 펴낸 법조윤리 교과서는 지금도 사법연수원에서 교재로 쓸 정도다. 그는 “일부에선 로펌 내부에 ‘만리장성’을 쌓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그건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결국 로펌 스스로 쌍방대리를 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우에 따라서는 제대로 된 법무법인 형태를 갖추지 않아,‘명칭만 로펌’이면서 실제로는 개인개업의 형태로 운영되는 로펌의 경우에는 쌍방대리 문제를 다루는 게 상당히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정부와 변협이 이 문제에 대해 엄격한 원칙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 변호사는 “로펌 규모가 커지면서 의도하지 않은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면서 쌍방대리를 예방할 수 있는 로펌 내부 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다. 그는 “태평양(유한)의 경우 수임을 하기 전에 고문계약을 맺고 있는 회사 목록과 소송 진행 목록을 대조하고, 수임을 한 다음에도 내부 위원회에서 점검한다.”면서 “쌍방대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면 상대방의 동의를 미리 얻고, 동의를 얻지 못하면 선임료를 되돌려 준다.”고 밝혔다. 가 변호사는 “법조계가 신뢰를 얻으려면 법조윤리가 바로 서야 한다.”면서 “법조윤리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법조계가 먼저 법조윤리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장기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법조윤리를 전공한 법조인을 찾기도 어렵고 사법연수원 법조윤리 교재도 내가 9년 전에 낸 책을 쓰는 게 우리 법조계의 현실”이라면서 “로스쿨에서 ‘비정규직 시간강사 시켜서 법조윤리 가르치면 된다.’는 식으로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법조계 발전은 요원하다.”고 꼬집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국토해양부장관의 눈가림? 투기논란 일자 트랙터 동원 밭 일구다니…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부인 조모씨가 구입한 충남 서천의 밭에 농사를 짓지 않아 투기 논란이 일자 하룻새에 정상적인 밭으로 만들어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충남 서천군 문산면 문장리 주민들에 따르면 조씨는 2005년 10월 1084㎡의 밭을 사들였으나 2006년부터 농사를 짓지 않다가 정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실시된 28일 오전 굴착기와 트랙터를 동원해 밭의 잡초를 없애고 흙을 골랐다. 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농사를 짓지 않던 밭에 갑자기 중장비가 와서 땅을 골라 영문을 몰랐다.”고 말했다. 정 장관 측은 또 28일 오후 조모(54)씨에게 소작을 맡겼다. 조씨는 전 소작인으로 해당 밭 바로 옆에 거주하고 있다. 조씨는 “2006년까지 고추·콩 등을 심었으나 정 장관 부부가 농사를 직접 짓겠다고 해 그만두었다.”면서 “이후 도라지를 잠시 심었다가 재배에 실패한 뒤 땅을 방치해 왔다.”고 말했다. 조씨는 또 “사람을 중간에 넣어 갑자기 다시 소작을 해달라고 해서 이유를 잘 몰랐다.”고 말했다. 서천 이천열·서재희기자 sky@seoul.co.kr
  • [이명박대통령 취임] 연설36분 박수40회

    [이명박대통령 취임] 연설36분 박수40회

    “대통령께 대하여 받들어 총!” 육·해·공 3군 의장대의 우렁찬 구호가 허공을 흔들었다. 단상의 이명박 대통령은 단호한 거수경례로 답했다. 웅장한 팡파르와 21발의 예포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미동도 않은 채 비장한 눈초리로 전방을 응시했다. 짧지 않은 1분여간 대통령의 머릿속엔 어떤 상념이 떠올랐을까. 경제? 안보? 실용? 역사? 국민? 이 장엄한 의식(儀式)의 순간에 취임식장 전체가 숨을 죽였다. 까치발을 하고 선 국민들의 눈가에 뜨거운 것이 맺혔다. 뭉클함은 단지 17번째 대통령의 탄생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반만년 이어온 겨레의 유구함에 대한 경외, 그리고 역사의 갖은 풍상을 극복하고 당당히 일어선 데 대한 자부심 같은 것들이 감격이라는 상투적 외피로 표출되는 것은 아닐까. 25일 오전 국회의사당 앞뜰에서 거행된 17대 대통령 취임식은 세계 11위권 경제강국의 위상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전통과 첨단, 아날로그와 디지털, 숙연함과 열정 등이 비벼지고 어우러지면서 한바탕 축제를 연출했다. 취임식장 곳곳에 설치된 대형 액정표시장치(LCD)는 정보기술(IT) 강국의 위상을, 전통춤과 연주를 곁들인 ‘시청각 효과’들은 전통국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특히 무대 아래를 가득 메운 4만 3000여명의 국민들이 내뿜는 환호는 추운 날씨를 녹일 만큼 뜨거웠고 단상의 근엄함을 무안하게 할 만큼 열정적이었다. 국민들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시시각각 이 대통령의 동선을 촬영하는 등 역대 어느 취임식보다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였다. ●열정적인 청중 오전 10시52분. 이 대통령 내외를 태운 리무진 차량이 삼엄한 경비 속에 국회 정문 앞에 도착했다. 먼 발치에서나마 대통령을 보려고 건너편 도로변에 서 있던 시민들 몇몇이 “와, 대통령이다.”면서 박수를 쳤다. 취임식 사회를 맡은 행정자치부 의전관이 이 대통령 내외의 도착 사실을 알리자 취임식장은 일순 고요해지면서 기대와 흥분이 교차했다. 양복 코트에 옥색 넥타이 차림의 이 대통령과 옥색 한복 차림의 김윤옥 여사는 참석자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의사당을 향해 200m를 걸어 들어갔다. 입장하는 중앙통로를 따라 미래의 길을 연다는 의미를 담은 전통춤 ‘환영무’가 펼쳐졌다. 대통령 내외는 청사초롱을 든 남녀 어린이의 안내를 받아 연단에 올랐다. 미리 앉아 있던 1000명의 국내외 주요인사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이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내외와 악수하면서 가벼운 인사말을 건넨 뒤 김대중·김영삼·전두환 전 대통령, 주요 내외빈과 차례로 악수를 나눴다. 이윽고 오전 11시. 개식 선언과 함께 의사당 전방 양옆의 의원회관과 국회도서관 옥상에서 전통 취타대의 팡파르가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등 국민의례로 시작해 한덕수 총리의 식사가 이어졌다. ●섬김의 리더십 강조 이어 연단에 선 이 대통령은 엄숙한 표정으로 오른손을 들어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중략)…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취임 선서를 했다. 곧 이어 군악대 행진과 의장대 사열이 이뤄졌다.21발의 예포 포성이 가라앉자 이 대통령은 T자형 단상의 객석 방향에 설치된 연단으로 이동해 취임사를 시작했다.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모두 40차례 박수가 터졌고 “이명박” “만세” “잘됐다.” 등의 연호가 이어졌다. 당초 25분으로 예정했던 연설 시간도 36분으로 11분이나 길어졌다. 이 대통령은 당초 원고에 없던 부사와 조사, 어미를 가미했고 즉석 애드리브를 하기도 했다. 연설 초반 마치 사회자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 쪽으로 뒤돌아서면서 “특히 지난 5년간 수고한 노무현 대통령께 여러분 박수로 한번 격려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박수를 유도했다. 총 8700여자로 된 연설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대한민국’으로 모두 17번 쓰였다. 이명박 정부의 ‘키워드’인 ‘선진’은 15번,‘경제’는 11번,‘발전’은 10번,‘변화’는 6번,‘실용’은 5번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아시아 국가와의 연대와 협력관계 강화를 언급하는 부분에서도 원고와는 다른 애드리브를 선보였고, 당초 원고에 적시됐던 연설 마지막 ‘대통령부터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부분은 “대통령부터 더 열심히 섬기고 일하겠습니다.”라고 수정, 섬김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연설 후 서울시향 연주에 연합합창단이 합창하는 베토벤 9번 교향곡 4악장 ‘환희의 송가’가 9분 동안 이어지면서 새 대통령의 탄생에 기쁨을 표현했다. ●예상보다 21분 길어져 연주가 끝난 뒤 이 대통령 내외는 단상의 주요 내외빈들과 인사를 나눈 뒤 노 전 대통령 내외와 함께 환한 표정으로 연단 중앙계단을 걸어 내려오면서 가벼운 대화를 나눴고, 노 전 대통령이 승용차에 탑승해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로 떠나는 장면을 지켜봤다. 이후 입장할 때와 반대로 중앙통로를 통해 국회 정문까지 행진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참석한 국민들과 적극적으로 악수를 나누는 바람에 경호요원들이 진땀을 흘리는 모습이었다. 이날 취임식은 연설과 퇴장 시간이 길어져 당초 예상보다 21분 늦은 낮 12시21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인터넷 참여로 취임식에 초청받은 박창희(46)씨는 “광주광역시에서 오늘 새벽 3시에 일어나 올라왔다.”며 “새 대통령이 5년 동안 잘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외국인으로서 취임식에 초청받은 미국 기업 MPRI의 한국지사장 대릴 브룩스씨는 “초대받아 영광”이라며 “이 대통령의 정치·경제적인 입장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김상연 김지훈 한상우기자 carlos@seoul.co.kr
  • 자치구 디자인 열풍은 ‘허풍’

    자치구 디자인 열풍은 ‘허풍’

    “‘디자인 서울’ 어디로 가나?” 국제 디자인 도시로 거듭나려는 서울시 정책에 발맞춰 일선 자치구도 디자인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거리 리모델링 계획을 발표하는 등 ‘디자인 경쟁’에 나서고 있지만 성과가 신통찮다. 전담조직만 만들었을 뿐 직원들의 전문성과 경험 부족으로 업무의 윤곽조차 잡지 못한 자치구가 적지 않은 탓이다. 사업에 착수한 경우도 설계와 디자인은 모두 대학이나 민간업체에 용역을 준 탓에 자치구는 예산만 집행하는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3개 자치구 디자인 전담부서 설치 14일 현재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디자인 전담부서를 두지 않은 종로·서대문구를 제외한 모든 자치구가 전담과나 팀을 신설했다. 종로구와 서대문구도 각각 3월과 5월에 부서를 신설할 예정이다. 지난해 강남·마포·송파·영등포·관악구 등이 전담과를 설치했고, 올해엔 광진·노원·성북구가 전담과를 신설한 데 이어 중구가 디자인팀을 과로 승격시켰다. 동작구도 이달부터 도시관리국 산하에 디자인추진반을 가동하고 있다. 각 자치구가 디자인 전담부서를 경쟁적으로 설치하고 나선 것은 지난해 서울시가 ‘디자인서울 거리’ 사업을 공모하며 전담조직의 유무를 평가 항목에 포함시키면서부터다. 한 자치구 디자인부서 관계자는 “디자인서울 거리로 선정되면 시에서 사업비 45억원을 지원해준다고 해 대부분의 구가 기존 광고물팀과 경관팀 등을 통합해 부서를 급조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새로운 부서가 신설됐지만 업무는 기존 팀단위 부서에서 담당하던 불법간판 단속이나 보도블록 교체 등 가로정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 서울시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정한다. 시 디자인본부 관계자는 “구 담당자들은 만날 때마다 ‘뭘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면서 “가이드 책자도 내고 매달 구 담당자를 불러 교육도 하고 있지만 워낙 생소한 분야라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직원들의 전문성 부족도 심각하다. 관악구의 최병진 도시디자인추진반장은 “대부분의 자치구가 행정직을 부서장에 임명하다보니 업체에 용역을 주고 행정지원이나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5급 부서장 14명 가운데 디자인 전문가는 별정직을 임명한 강남구뿐이다.5급 건축직이 부서장을 맡고 있는 곳도 관악구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행정직이 10곳, 토목직이 2곳이다. 부서장이 행정직으로 채워지는 것은 각 자치구들이 동 통폐합으로 생긴 여유 인력을 디자인부서에 우선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문 계약직을 활용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인건비가 비싸 웬만한 구에선 엄두를 못 낸다.”고 말했다. ●디자인도 ‘빈익빈 부익부’ 자치구별 역량 차이로 전체 도시미관의 부조화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강남·서초구의 경우 시설 인프라가 뛰어나 비교적 적은 투자로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반면 가로 환경이 열악한 몇몇 자치구는 재정자립도마저 낮아 시의 지원에만 목을 멘 형국이다. 전문가들도 자치구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무시하고 일사불란하게 추진되는 디자인 개선사업이 또 다른 졸속과 획일성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민수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는 “건축물과 경관에 대한 종합적 고려 없이 케이블을 지중화하고 광고물과 가로시설물을 정비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식의 구시대적 환경미화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람보가 회춘했네”…영화팬들 ‘깜짝’

    “람보가 회춘했네”…영화팬들 ‘깜짝’

    실베스타 스탤론(Sylvester Stallone·62)이 젊어져서 나타났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람보4’ 시사회장에서는 이순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젊어진 스탤론이 등장, 영화팬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날 스탤론은 예전과 달리 매끄러운 얼굴 피부빛과 볼살이 빠진 모습으로 팬들 앞에 나타났다. 특히 예전에는 깊게 패인 잔주름이 눈가를 중심으로 늘어져 있었으나 지금은 확연히 달라졌다는 반응. 또 스탤론이 혈기왕성한 모습으로 팬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싸인을 해주는 과정에서 특별 주문제작한 ‘건강 신발’이 언론에 노출돼 노화방지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는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스탤론의 갑작스런 회춘에 대해 ‘회춘 성형’을 즐기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반열에 오른 것이 아니냐는 성형 의혹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대해 스탤론은 “내가 이같은 체력과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것은 생선을 즐겨먹고 있기 때문”이라며 “오직 영화 찍는 일에 열정을 쏟고있을 뿐 나이먹는 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편”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스탤론은 지난해 2월 호주에 입국하면서 근육 형성 호르몬제 48병을 가져갔다가 세관에서 적발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사진=데일리메일 온라인판 서울신문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기름값 공개 싸고 또 으르렁

    고(高)유가 공방이 다시 불붙었다. 정부가 전국 주유소 기름값 공개를 밀어붙이자 주유소 업계가 “정유사 가격부터 공개하라.”고 공격하고 나섰다. 정유업계는 “물귀신 작전”이라며 발끈했다. 그러면서도 두 진영은 유류세 인하를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정부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한국주유소협회는 12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주유소 판매가격 실시간 공개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국 주유소 사업자 1만 2054명의 83%(1만 8명)가 서명한 반대 결의문도 공개했다. 함재덕 주유소협회 회장은 “한 해 이익을 1조원 이상 거두는 정유사와 대리점의 공급가격은 공개하지 않고 채산성이 좋지 않은 주유소만 희생양으로 삼아 경쟁을 유도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런 방식으로는 소비자 가격이 인하되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눈가리고 아웅’식의 허울뿐인 고유가 대책이라는 주장이다. 함 회장은 “정유사들은 마치 주유소가 고유가의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지만 전국 주유소의 절반 이상이 영업이익률 1%대의 영세 주유소”라고 울분을 토했다. 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 달 평균 3000드럼 이상을 판매한 주유소는 전체의 2.3%(278곳)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63%,7579곳)은 1000드럼도 채 팔지 못했다. 월 평균 판매량이 1000드럼 미만인 주유소의 영업이익률은 1.4% 수준. 형편이 나은 주유소를 전부 합쳐도 평균 영업이익률은 4.4%(2006년 말 기준)에 불과하다. 일반 소매업 평균치(10.6%)의 절반도 안 된다. 함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주유소들만 가격 경쟁으로 내몬다면 가족이 운영하는 슈퍼마켓 수준의 주유소는 문을 닫고 정유사 직영 주유소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예정대로 오는 4월부터 주유소 가격 공개를 강행하겠다면 (힘없는)우리로서는 따라야 하겠지만 아예 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도록 정유사와 대리점 가격도 공개하고 주유소 상표 표시제도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정유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한석유협회 김생기 회장은 “정유사의 공장도 가격은 이미 한 달에 한 번씩 공개하고 있다.”고 맞섰다. 김 회장은 “주유소 공급가는 해당 주유소의 신용도와 거래기간 등에 따라 (공장도 가격에서)±α가 적용되는 만큼 이를 공개하라는 것은 영업정보를 내놓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반발했다. 기름값의 60%나 되는 유류세 인하가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유류세 10%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 회장은 “유류세 인하로 예상되는 세수(稅收) 부족분 2조여원은 유사 휘발유와 면세유 불법유통 단속만 철저히 해도 메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사라진 숭례문] “밤새 흉물로” 망연자실

    [사라진 숭례문] “밤새 흉물로” 망연자실

    600여년 동안 서울의 상징물로 우뚝 서 있던 숭례문이 하루아침에 흉물스럽게 변한 현장에는 11일 내내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무너져내린 국보 1호에 대한 국민들의 안타까움이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벌써부터 본지 등 언론사로 복원 성금을 보내고 싶다는 독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숭례문과 각별한 인연을 가진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안타까움은 더했다.‘되풀이되면 안 될 아픈 장면’이라며 휴대전화기를 꺼내 ‘흉물’로 변한 숭례문을 사진으로 담았다. 헌화를 한 김종희(여)씨는 “가슴이 아파 헌화를 하러 왔다. 원상복구를 한다고 해도 똑같은 나무로 할 수는 없지 않으냐.”며 안타까워했다.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했다는 40대 남성은 헌화와 함께 숭례문을 향해 절을 한 뒤 “숭례문을 보수할 때 몇백년 된 고목을 은사가 기증받고 그 나무로 개인전을 연 적이 있다.”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목조 건축물이 타버려 가슴이 아프다. 올해 숭례문 추모 전시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15년 동안 숭례문 지하상가에서 옷가게를 운영한 김호진(60·여)씨 역시 밤새 잠을 못 이뤄 퀭한 얼굴로 화재 현장을 찾았다. 눈가에는 여전히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 2005년부터 ‘1사 1문화재 운동’의 일환으로 숭례문 청소를 했던 신한은행의 권창현 과장도 동료들과 화재현장을 찾았다. 권 과장은 “숭례문 바로 옆에 사무실이 있어서 역사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 아침에 출근해 보니 어처구니없었다. 원형대로 잘 복구됐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예견이라도 한 듯 20대 누리꾼 김모씨가 지난해 2월24일 문화관광부 홈페이지 ‘나도 한마디’ 사이트에 방화 가능성을 경고하는 글을 올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경복궁을 29차례나 탐사하고 중국에 유학중인 22살 청년이라고 밝힌 김씨는 ‘존경하는 장관님’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숭례문 근처에서 노숙자들이 ‘확 불질러버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면서 “존경하는 관리자님 탁상 위에서만 이 글에 답하지 마시고 실무자로서 이 나라를 사랑하시는 분으로서 한 번 현장에 나가보시죠. 한숨만 나옵니다.”라고 썼다. 임일영 신혜원기자 argus@seoul.co.kr
  • [美 대선 슈퍼화요일] 힐러리 눈물 신화 재연?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두 번째 눈물,‘슈퍼 화요일’에도 통할까? 미 대통령 경선의 분수령인 슈퍼화요일을 하루 앞두고 힐러리가 대학 동문들의 환대에 또 눈물을 훔치고 말았다. AP통신은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다시 선두로 나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는 가운데 힐러리가 유권자들 앞에서 또 다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채 눈물을 보였다고 5일 전했다. 그녀가 4일 유세차 방문한 곳은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의 예일아동연구센터. 예일대 로스쿨 출신인 힐러리는 학창 시절인 1972년 이곳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당시 아동운동을 함께 했던 펜 로딘 변호사가 힐러리를 맞았다. 로딘 변호사는 “친구야 환영한다. 우리는 그대가 자랑스럽다.”고 힐러리를 소개하면서 “당신은 언제나 어린이들의 챔피언이었다.”고 회고했다. 힐러리는 이 말에 감정이 복받쳐 눈가를 적시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이번에는 울지 않겠다고 했는데….”라고 속내를 비추며 한 차례 눈가를 훔쳤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바마가 무서운 기세로 따라잡은 상황에서 이번에도 그녀의 눈물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일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오늘의 눈] ‘FM대로’와 ‘베이징고이즘’/송한수 국제부 차장급

    [오늘의 눈] ‘FM대로’와 ‘베이징고이즘’/송한수 국제부 차장급

    꼭 20년 전 일이다. 충남 논산시 육군 연무대에는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미국 기자들이 한국군을 취재하러 잇달아 방문할 예정이어서 FM대로 훈련을 시킨다.”는 말이 나돌았다. FM이란 미군 야전교범인 ‘Field Manual’의 준말로,FM대로라면 몰래 행해지던 악습들이 사라질 터여서 병사들은 좋아라 웃었다. 그러나 올림픽이 막을 내리자 구타 등 군부대 안의 잡음은 다시 막을 올렸다. 먼지가 풀풀 나는 추억을 떠올리게 된 것은 ‘베이징고이즘’(Beijingoism)이란 단어를 접해서다. 최근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심장 베이징에 이기주의(egoism)란 뜻을 합친 이 단어가 유행이라고 전했다. 세계적인 규칙과 질서를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중국이란 비판이 담겨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8월8일 개막하는 베이징 올림픽이 타이완 및 티베트 문제를 대하는 중국의 태도 때문에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이후 정치적으로 가장 시끄러운 대회가 될 것으로 걱정했다. 중국은 독립을 추진하는 타이완, 티베트와 끊임없이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79년 당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67개 회원국이 불참한 가운데 치러진 모스크바 올림픽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는 중국산 상품의 안전성 논란과 파룬궁 탄압 등 인권유린도 적잖은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관측됐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에서 열렸던 평화의 제전 88올림픽. 그러나 군사정권의 FM대로라는 ‘평화선언´은 눈가림에 지나지 않았다. 중국 당국도 이같은 모습을 보여줄까. 아니면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는 신흥 경제대국 위상에 걸맞은 민주주의 대국으로 거듭날까. 베이징고이즘이란 비판이 옳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 중국이 인권과 질서, 세계적인 민주와 자유의 수호자로서 우뚝 서는 21세기를 기대한다. 송한수 국제부 차장급 onekor@seoul.co.kr
  • “육의전 시전행랑터 이번엔 지켜야”

    “육의전 시전행랑터 이번엔 지켜야”

    서울 종로2가의 탑골공원과 이웃한 영동빌딩 신축부지에서 확인된 조선시대 육의전 시전행랑 유적을 이번에는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유적을 흙으로 덮고 위에는 건물을 짓는 소극적인 방식이 아니라, 사적으로 지정하고 장기적으로는 ‘조선상업사박물관’ 등으로 만들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대표적 상업유적 파괴 안돼 육의전은 조선시대 국가가 공인한 상점을 말한다. 시전은 상설점포, 행랑은 가게건물을 뜻한다. 조선은 태종 10∼14년(1410∼1414년) 서울 중심가에 대규모의 시전행랑을 지었다.2004년 종로1가 청진6지구를 재개발하는 과정에서도 이번에 확인된 것과 비슷한 형태의 시전행랑 유구가 대규모로 발견되었으나 보존하지 못하고 지금은 초대형 건물이 들어섰다. 학계에서는 조선시대 상업사의 복원을 위해서 그 핵심을 이루는 육의전 유적의 보존은 불가피하며, 특히 ‘친기업 정부’를 내세우며 경제살리기가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는 마당에 조선시대 대표적인 상업 유적을 파괴하는 잘못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영동빌딩 신축부지는 넓이가 500㎡에 못 미치는 등 규모가 작은 만큼 보상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현재 영동빌딩 신축부지는 문화재위원회 매장문화재분과가 지하유구에 흙을 덮어 보존하라는 결정을 내려 공사가 중단된 상태이다. 건물의 신축 여부는 1차적으로 해당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가 검토한 뒤 문화재위원회 경관심의분과에서 최종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르메이에르 종로타운’빌딩이 들어선 청진6지구의 전례가 있는 만큼 서울시나 경관심의분과가 건물을 짓지 못하게 하는 ‘완전 보존’으로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시전행랑은 종로만 해도 과거 광화문에서 동대문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졌던 만큼 작은 규모라도 한번 보존 결정을 내리면 주변의 재개발사업이 쉽지 않은 문제도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조유전(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 토지박물관장은 “사적으로 지정한 뒤 국가가 사들여 보존하는 방법말고 다른 방법은 모두 눈가리고 아웅하는 꼴밖에는 되지 않는다.”면서 “문화재청은 친기업적인 정부가 들어서는 이때를 기회로 삼아 유적 곳곳이 파헤쳐지고 아파트가 들어선 풍납토성의 재판이 되지 않도록 앞을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서 적극적인 보존대책 강구해야 조 관장은 또 “서울시도 많은 비용을 들여 한강을 개발하고 공원도 늘리는데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시전행랑의 보존은 사대문안에 역사문화공간을 늘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토지 소유자들에게는 서울시가 개발하는 다른 지역의 상업용지와 과감하게 교환해주는 등 불이익이 돌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영동빌딩 부지를 발굴조사한 김홍식(명지대 교수) 한울문화재연구원장도 “조선시대 경상(京商·서울지역 상인) 유적은 종로뿐 아니라 동대문 밖 창신동에서도 발견되고 있는 만큼 보존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이번에 발견된 시전행랑은 완전보존이 어렵다면 유구를 지하통로에서 유리창으로 볼 수 있도록 보존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쇼핑플러스]

    ●파스퇴르유업측은 18일 자사의 기능성 발효유인 쾌변요구르트가 사단법인 대한대장항문학회에서 변비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제품으로 공식 인증받았다고 밝혔다. 쾌변요구르트의 변비개선 효과에 대한 임상실험 결과는 지난해 대한대장항문 공식 학회지 10월호에도 게재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매일유업은 어린이 요구르트인 식물성 유산균 엔요를 21일 선보인다. 기존 엔요 제품에 식물성 유산균인 락토바실러스 플랜타럼을 보강해 유산균이 장까지 살아서 도달할 수 있다는 설명.80㎖ 5개 묶음이 1900원.●해태음료는 복분자 음료인 황후의 복분자를 내놓았다. 국내산 복분자 20%가 들어 있다. 남성뿐만 아니라 다이어트나 피부 건강 등 여성에게도 좋다는 설명이다.1ℓ 1만 2500원.●대상FNF는 국내 최초로 일본식 생라멘 청정원 미소가 생라멘 3종을 출시했다.1인분(180g) 2700원,2인분(374g) 5000원.●아모레퍼시픽의 마몽드에서 모이스춰 아이 젤(25㎖ 2만원),브라이트 아이 밤(25㎖ 1만 8000원),리프팅 아이 크림(50㎖ 1만 8000원) 등 눈가 전용 제품을 내놓았다. 미세 주름이나 눈밑 칙칙함을 완화해주는 데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뉴트로지나는 노르웨이젼 포뮬러패스트 업소빙 핸드크림을 출시했다. 글리세린, 내추럴 슈거, 비타민E,B5 등이 들어 있다는 설명이다.85g 1만원대.●소망화장품은 기능성 남성 스킨케어 라인인 에소르 퍼펙션을 출시했다. 주름 개선과 미백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스킨로션 총 2종으로 가격은 140㎖에 2만 5000원.
  • 개성, 사무치게 그리웠다…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개성, 사무치게 그리웠다…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유년기를 보낸 시골마을, 기억나십니까. 포장도로라고는 달랑 신작로뿐, 대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길은 이내 흙먼지 폴폴 나는 흙길로 바뀌지요. 때에 전 옷차림의 개구쟁이들이 겨울이면 비료포대로 눈썰매타던 마을 고샅길이며, 아버지 읍내 나가시던 둑방길이 그랬습니다. 버스를 타고 돌아 본 고려 500년 도읍지 개성의 풍경이 딱 그 모습이었습니다. 마을 공동우물에서 남바위 비슷한 털모자를 쓴 아낙네가 물을 길어 등지게에 지고 나릅니다. 선죽교 부근의 냇가에서는 시린 손 호호 불어가며 빨래 방망이를 휘두르는 여인네의 모습도 눈에 띕니다. 버스가 마을을 지날 때 제법 용감한 개구쟁이는 언덕 위에서 늠름하게 폼을 잡고 손을 흔드는 반면, 수줍음 많은 녀석은 담장 뒤에 숨어 보일 듯 말 듯 손짓합니다. 서로 다른 시간대의 세계가 교차하는 듯한 풍경이었지만, 참 정겨웠습니다. 버스를 함께 탔던 관광객 누구에게서도 잘사는 나라에서 왔다는 상대적 우월감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금강산 일대가 처음 개방됐을 때와 비교하면 주민들의 표정도 놀라울 만큼 변했습니다. 버스가 지나는 길목마다 군인들이 지켜서고 있었지만, 주민들이 예전처럼 외면하거나 심지어 등을 돌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자연스레 웃고 손을 흔들며 환영의 뜻을 표했습니다. 전혀 인위적인 모습이 아니었지요. 박연폭포, 선죽교 등 고도(古都) 개성의 관광명소를 둘러보는 것도 좋았지만, 주민들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더욱 좋았습니다. 개성에서의 체류 8시간을 기록했습니다. 서울에서 불과 1시간 남짓한 거리지만, 그 사이엔 이념과 체제의 거대한 장벽이 가로막고 있지요.60년 세월을 에둘러 돌아왔기에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쉽게 갈 수 없는 곳을 훔쳐보는 묘한 즐거움도 각별했고요. 시간대별로 개성관광의 묘미를 소개해봅니다.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흔히 출입국사무소로 알고 있지만, 서로 두 개의 국가로 인정하지 말자는 뜻에서 ‘국’자를 뺐다)에서 개성관광증을 받는 등 수속을 마친 다음 버스에 올라탔다. 5분 정도 달린 버스가 개성표시판을 지날 즈음 전신주 가운데 테두리 색깔이 노란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뀐다. 북한 지역으로 들어섰다는 뜻이다. 버스 행렬을 에스코트하기 위해 북한군 지프차가 등장하는 것도 이때쯤이다. 경계근무를 서는 앳된 얼굴의 북한군 병사 몇 명을 지나면 곧바로 북측 출입사무소. 간단하게 입국심사를 마치고, 버스에 동승한 북한 안내원 2명과 함께 개성으로 향했다. 개성공업지구를 지나기 전까지는 여전히 낯익은 남측의 풍경이 이어진다. 공장 건물 사이로 24시간 편의점도 있고, 서울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란색 버스가 출근길의 북한 근로자들을 실어 나른다. 개성공업지구를 지나 15분쯤 경의선 철길과 나란히 달리면 개성의 초입 송남동에 닿는다. 고려를 세운 왕건이 거란에서 보낸 낙타 50마리를 굶겨 죽였다는 약대다리가 있는 곳이다. 개성 주민들에게는 ‘야다리’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다. 개성에서 경의선 열차가 매일 한차례 와닿는 봉동역까지 가기 위해서는 야다리를 건너야 한다. 송남동을 지날 무렵, 느닷없이 머리 위로 고가도로가 나타났다. 안내원은 장차 서울과 평양을 연결할 고속도로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개성과 평양을 오가는 데 이용된다. 고기남새, 세거리 사진관, 리발관 등 개성시내 건물에 내걸린 간판들이 마치 1960∼70년대를 재현한 영화 세트장을 보는 듯하다. 슬그머니 사진을 찍고도 싶었지만, 안내원의 경고대로 ‘피곤한 여행’이 될 듯해 꾹 참고 말았다. 시내는 거의 무채색이 지배하고 있다. 주민들의 옷이며, 건물들이 검고 어두운 색깔 일색이다. 거기에 낮게 깔린 안개까지 더해지며 무채색의 풍경화를 그려내고 있다. 간밤에 무척이나 추웠던 듯, 주민들 대부분이 두툼한 옷차림이다. 목도리를 머리까지 칭칭 동여맨 여인네의 얼굴이 시선을 붙잡았다. 차가운 날씨 탓에 볼에서 귀밑머리에 이르도록 빠알갛게 얼어 있다. 개성에서 박연폭포까지는 40분 남짓 소요된다. 개성시 외곽의 고갯길에 서면 개성을 둘러싸고 있는 송악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만삭이 된 여인이 두 팔 벌려 개성을 보듬고 있는 형상이란다. 그래서 개성 시민들은 송악산을 어머니 산이라 부른다. 태조 이성계가 고려의 멸망을 재촉하기 위해 고려 왕조에 정기를 불어넣어 주던 송악산의 여신을 임신시켰다는 설화도 전해진다. 개성시내를 벗어나자 처녀의 젖가슴처럼 봉긋한 산자락이 겹겹이 다가섰다. 나긋나긋한 느낌, 박연폭포에 가까워지면서부터 산세가 우람해지기 시작했다. 고봉준령은 아니지만 바위산답게 흰 눈을 이고 선 모습이 당당하다. 길도 제법 험하다. 좌우로 휘어지는 모양새가 설악산 한계령에는 못 미쳐도, 속리산 말티재에는 버금갈 듯하다. 마침내 박연폭포 앞에 섰다. 서경덕, 황진이와 더불어 송도삼절의 하나로 꼽히는 곳. 북측에선 천연기념물 제388호로 지정해 놓았다. 천마산과 성거산 사이 38m 높이 암벽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물줄기가 시원하다. 겨울이라 가늘어지긴 했지만, 금강의 구룡폭포와 설악의 대승폭포 등과 더불어 국내 3대폭포를 이룰 만한 자태다. 이쯤에서 관광안내원의 설명을 들어보자. “오래전 박연폭포를 찾은 기생 황진이는 폭포 아래 고모담에 훌쩍 뛰어들어 목욕을 즐깁니다. 목욕을 마친 황진이는 폭포 바로 옆 룡바위에 올라 젖은 머리에 먹물을 묻혀 초서체로 시 한 수를 적습니다.‘비류직하 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 의시은하 락구천(疑是銀河落九天)’이란 내용이지요.1957년 이곳을 처음 방문한 김일성 주석께서 그 문장을 ‘날아흘러 곧추 아래로 떨어진 물이 삼천척이나 되니, 하늘에서 은하수가 떨어지는지 의심스럽구나’라고 해석해주셨습니다.” 안내원은 또 “황진이가 적은 글씨를 곧바로 도공들이 새겨 오늘까지 전해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연폭포의 전경을 감상하기에는 고모담 오른쪽의 범사정이 으뜸이다.‘박연폭포가 안개 위에 떠있는 듯하다’는 뜻의 정자. 범사정에 앉아 쉼을 청한 이옥임(81·하남시)할머니의 눈가에도 옅은 물방울이 괸다.“70년 전 개성에서 소학교 다닐 때 걸어서 소풍왔던 곳이야. 아침나절 개성을 출발하면 저녁 무렵 도착하지. 여기서 하룻밤을 자고 이튿날 구경한 다음 다시 개성으로 돌아갔지.” 범사정에서 계단을 따라 오르면 대흥산성 북문이 나온다. 고려때 개성 방위를 위해 천마산과 성거산 등의 봉우리를 따라 쌓은 석성이다. 황진이의 연인 서경덕도 산성 동쪽 성거산에 터를 잡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산성 왼쪽의 박연(朴淵)을 놓쳐서는 안 된다. 박연폭포란 이름의 유래가 된 못이다. 폭포 위쪽에 있다. 박씨 성 가진 사람이 폭포 앞에서 피리를 불었는데 그 소리에 반한 용녀가 그를 유혹해 결국은 물에 빠져 죽었다는 슬픈 전설이 내려온다. 고모담(姑母潭)은 아들이 용녀를 따라 죽자 그의 어머니가 몸을 던졌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대흥산성에서 10분 정도 오르면 관음사에 닿는다.970년 조성된 사찰. 작고 화려한 대웅전의 뒷문 장식에 슬픈 전설이 숨어있다. 안내원의 설명에 따르면 관음사 조성공사에 동원된 조각 신동 운나(당시 11세)는 뒷문 장식물 조각에 열중하다 어머니가 아프다는 전갈을 받는다. 곧바로 하산하려 했으나, 공사 진행이 늦어질 것을 우려한 공사 관리자의 제지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 왼손잡이였던 운나는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도끼로 자신의 왼팔을 자른다. 결국 뒷문 왼쪽은 완성됐지만, 오른쪽은 미완으로 남게된 것. 그는 왼쪽문에 왼팔이 잘린 자신의 모습을 새겨 놓았다. 박연폭포를 출발한 버스는 50분쯤 걸려 개성시내 중심부의 통일관에 도착했다. 앞으로는 개성 시내와 개성 남대문, 뒤로는 자남산과 김일성 동상이 펼쳐져 있다. 낡은 벤츠 승용차 뒷좌석의 흰 드레스 입은 신부, 파란색 복장의 교통보안원, 삼삼오오 걸어가는 주민 등 모두가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관광객들을 관찰하고 있다. 시간이 느린 화면처럼 더디게 흐르는 느낌이다. 그들과의 물리적 거리는 겨우 수m 쯤. 하지만 말을 걸 수도, 더더욱 손을 잡을 수도 없다. 통일관의 자랑은 닭곰탕과 장지단(계란조림), 이면수 조림 등으로 구성된 ‘개성 13첩 반상기’. 쌀밥에 13가지 반찬이 놋그릇에 담겨 나오는 개성지역 토속요리다. 여기에 입에 불이 날 만큼 독한 송학소주가 곁들여진다. 개성시 문화회관 뒤편의 숭양서원은 정몽주와 서경덕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1573년 정몽주의 생가터에 지어졌다. 입구 알림판에 따르면 ‘특별한 장식없이 간소하게 지었으나 이 곳 지형조건을 효과적으로 리용하여 크고 작은 집들을 합리적으로 배치하고 조화시킨 우수한 건축물’이다. 정몽주의 영정과 저잣거리에 버려진 정몽주의 시신을 수습한 친구 우현보, 서경덕 등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역사책에서나 보던 선죽교앞에 섰다. 정몽주가 이방원에게 피살당한 곳으로 너비 2.54m, 길이 6.67m의 자그마한 돌다리다. 일제 강점기에 만든 인공수로가 물길을 대신하기 이전엔 송악산에서 발원한 로계천이 선죽교 아래를 흐르고 있었다. 선죽교를 지난 로계천은 사천강, 예성강 등과 차례로 만나 서해로 흘러 들어갔다. 원래 선지교(善地橋)라 불리던 것을 정몽주가 흘린 핏자국이 없어지지 않고 충절을 상징하는 대나무가 돋았다고 해서 선죽교(善竹橋)라고 고쳐 부르게 됐다. 자세히 보면 다리가 두 개인데, 난간이 있는 멋진 다리가 진짜다. 1780년 이곳에 부임한 정몽주의 후손 정호인이 선조할아버지의 피가 묻은 곳을 사람들이 그냥 지나다니자 원래 다리에 난간을 만들고 그 옆에 새 다리를 놓았다고 전해진다.‘문제의’ 핏자국은 화강암의 철분이 산화되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한다. 개성 출신의 명필 한석봉이 썼다는 비석 맞은 편에 두 채의 비각이 서있다. 하나는 변을 당하기 직전 마지막 만난 친구 성여완의 것이고, 또 하나는 피습을 눈치챈 정몽주가 도망치라고 했음에도 끝까지 그와 함께한 하인 김경조의 것이다. 선죽교 건너편에는 표충비가 있다. 거북이 두 마리가 정몽주 충정을 찬양하는 비석을 이고 섰는데, 각 각 조선의 21대,26대 임금이 만들었다고 안내원은 설명했다. 마지막 일정은 고려박물관. 성균관 건물을 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성균관은 992년 고려시대 국자감으로 창설됐다가, 이후 성균관으로 개칭한 국내 최초의 대학이다. 서울의 성균관보다 500년을 앞선다. 원래 건물은 임진왜란때 모두 불타 없어지고,17세기 초에 개축했다. 노거수(老巨樹)들의 집합소라고 할 만큼 넓은 뜰에 심어진 1000년된 느티나무와 은행나무 등이 인상적이다. 국보로 지정된 곳인데도 건물 내부를 들고 남이 자유롭다. 성균관 내 4개의 전시관에 고려청자, 금속활자 등 1000여점의 고려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야외 전시장에는 헌화사 7층탑 등 북측의 국보급 문화재가 전시돼 있다. 개성을 빠져 나오는 길에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오전에 비해 몇 배는 많은 숫자다. 때는 이미 땅거미지는 시간. 전력이 부족한 마당에 어두컴컴해 진 건물에 남아있을 이유는 없었을 게다.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보일 듯 말 듯 천천히 손을 흔들었다. 개성 시내 한 쪽을 가로지르는 경의선 철길 위로는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다. 기차가 자주 지나지 않으니 무서워할 것도 없을 터. 어른들도 무시로 지나다닌다. 은행나무도 마주 봐야 열매를 맺는다던가. 등돌리고 있었던 겨레가 금강산과 개성 등에서 서로를 마주보며 서서히 간극을 좁히려 하고 있다. 그것은 곧 열매를 거둘 날도 머지 않았다는 뜻일 게다. 글·사진 개성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가는 길 :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까지 가는 셔틀버스가 오전 6시 전후 서울 계동, 광화문 등에서 출발한다.5000원. 자가용의 경우 임진각까지 간 다음, 임진각에서 셔틀버스(6시40분∼7시20분 운행)로 출입사무소까지 가면 된다. 예약은 현대아산의 개성관광 홈페이지(www.ikaesong.com)에 링크된 전국의 개성관광대리점에서 할 수 있다. 현대아산 02)3669-3000, 도라산사무소 031)954-3940,950-5195.1일관광 요금은 18만원이다. ▲신분증 : 현지에서의 신분증은 개성관광증이 대신한다. 관광증 발급에는 여권 사진 2장이 필요하다. 관광증을 훼손하면 벌금을 물 수도 있다. 국내 출국 수속을 위해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여권 중 하나는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화폐 : 개성에서는 미국 달러 외 원화나 카드 등을 사용할 수 없다. 출발 전 환전해 가는 것이 좋다. 개성 북측 출입사무소 출구에서도 환전할 수는 있다. ▲휴대 금지 물품 : 필름 카메라는 반입 금지. 디지털 카메라는 허용되지만 초점거리 160㎜ 미만 렌즈, 광학 기준 24배줌 미만일 경우만 가능하다. 남측의 신문·잡지, 휴대전화(배터리 등 관련 용품 포함),MP3와 GPS, 내비게이션, 소형 라디오, 녹음기 역시 반입금지. 해당 물품은 현대 아산측이 보관, 관광 후 돌려준다. ▲국내 반입금지 물품 : 북측에서 구입한 뱀술, 령정술 등 동물을 재료로 만든 주류와 비아그라·우표·불온 서적 등은 들여올 수 없다. ▲남측출입사무소 1층에 설렁탕 등 간단한 아침 식사를 파는 매점이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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