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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모닝 닥터] 비립종 vs 한관종

    얼마 전, 한 방송에서 유명 연예인의 피부가 화제가 됐다. 클로즈업된 그녀의 눈가에 좁쌀처럼 오돌토돌 난 것이 비립종이라는 말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랭크됐던 것. 그러나 방송을 본 피부과 전문의들은 모두 크기나 모양으로 미뤄 비립종이 아니라 한관종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한관종은 2~5㎜ 정도의 살색이나 황색 구진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동양인 특히 사춘기 이후 여성에게 흔한 여성형 피부질환이다. 주로 눈꺼풀과 그 주위에 생기지만 드물게 목·가슴·겨드랑이나 성기에 생기기도 한다. 원인은 땀샘의 구조 이상이며, 나이가 들면서 숫자도 늘고 크기도 커진다. 한관종은 자연 치유가 되지 않으므로 조기에 치료하는 게 좋다. 간혹 손으로 짜거나 바늘로 터뜨리기도 하는데 피부에 흉터를 남길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 한관종과 헷갈리기 쉬운 비립종은 각질 덩어리가 눈밑 피부에 좁쌀처럼 쌓여 생긴 1~2㎜ 정도의 작은 알갱이로, 염증이나 흉터를 유발하지는 않지만 피부가 지저분해 보여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비립종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지만 특히 20~40대 여성에게 흔하다. 유심히 보면 백색이나 황색의 점 같은 알갱이가 들어있어 물사마귀 등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비립종은 특별한 증상을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나둬도 괜찮지만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더러는 번진다고 생각하지만 바이러스 질환이 아니어서 확산되지는 않는다. 일단 치료를 받으면 거의 재발하지 않기 때문에 치료 성과도 좋은 편이다. 비립종은 레이저를 이용해 비교적 쉽고 간단하게 제거할 수 있다. 최근에는 질병을 치료할 때 건강상의 문제 뿐 아니라 미용까지 고려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그런 탓에 레이저 등을 이용해 흉터를 남기지 않고 정교하게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관종이나 비립종도 마찬가지다. 이상준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원장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자녀의 행복은…

    옛적 제가 살았던 동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젊어서 생을 마친 돝머리 아주머니가 생각납니다. 돝머리란 저두(猪頭)라는 친정 마을의 옛 이름이었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한 해 보리타작이 끝날 무렵 저수지에 빠진 여섯 살 난 아들을 건져내고는 서른몇 짧은 나이에 삶을 접었지요. 그는 수영을 못 했답니다. 밭일을 하다가 얼핏 아들이 둑에서 저수지로 미끄러져 텀벙거리자 ‘몸뻬’ 바람에 장마로 물이 잔뜩 불어난 저수지에 뛰어들었지요. 그의 단말마적 비명 소리를 들일하던 다른 사람들이 들었지만 너무 멀어 어찌 해볼 도리도 없었더랍니다. 허우적거리다 둑에서 멀어져가는 아들의 멱살을 쥐어다 물 밖으로 내던지 듯 밀쳐 낸 뒤 힘이 다했는지 자맥질 몇 번 하고는 이내 가라앉더랍니다. 얼마 뒤 부리나케 모여든 마을 장정들이 어찌어찌 건져냈으나 그날 밤을 못 넘기고 절명하고 말았습니다. 장정들이 들어다 안방에 눕혔는데 몇 시간을 그렁그렁 숨소리만 내뱉더니 그만 눈을 감고 말았답니다. 뒤늦게 넋이 나간 친정어머니가 달려와 “자식 귀한 줄만 알고 제 몸 중한 줄 모르는 년”이라며 우짖었지요. 그랬더니 돝머리 아주머니가 잠깐 정신을 차리고는 “그래도 거미 새끼 같은 저거 살려놨으니….”라며 눈을 감더랍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 가없는 헌신(獻身)의 진정성에 가슴이 울울합니다. 우리 부모들은 그렇게 자식을 키웠습니다. 요샛말로 자식에게 자신의 삶을 ‘몰빵’한 거지요. 그걸 행복이라 여겼으니 삶이 힘겨워도 자식들 자라는 모습에서 위안을 얻었습니다. 사는 일이 고해였던 세상에 자식 말고 다른 희망을 구하긴들 쉬웠겠습니까. 당신은 어버이에게서 받은 그런 사랑을 자녀들에게 어떻게 물려주시는지요. 공부가 답이라고요. 그건 한 개인의 삶이 취할 수 있는 많은 조건 중 하나일 뿐이지 결코 행복의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공부가 답이기도 하지만 다른 답도 얼마든지 있다는 뜻이지요. 어린이날 즈음에 생각해 봅니다. 마치 눈가리개를 한 경주마가 질주하듯 정말 공부만 해대면 우리 자녀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어려운 문제이지만, 제 생각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jeshim@seoul.co.kr
  • 핀율, 가구를 예술로 만들고…오다, 예술로 가구를 모았다

    핀율, 가구를 예술로 만들고…오다, 예술로 가구를 모았다

    울컥했나 보다. 처음 얘기를 시작했을 때는 딱 수집가였다. 수집품 하나하나마다 담겨져 있는 얘기들을 들려주고 싶어 근질근질해 하거나, 순수예술에 밀려 디자인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며 울분을 토로할 때도 그랬다. 그런데 핀 율(1912~1989)과의 마지막 인연을 회상할 때가 되자 그만 눈가와 콧잔등이 붉어졌다. “1989년 5월 17일 낮 12시 30분이었어요. 전화를 걸었는데, 사모님이 받아서는 돌아가셨다는 거예요. 마침 그 분이 일흔일곱 살이었는데, 제 생일이 7월 7일이거든요. 하아, 이것도 인연이다 싶더군요. 그 순간을 정확하게 기억할 수 밖에 없는 게, 약속 잡고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에 막 도착해서 시계를 맞춘 직후였거든요.” 그를 기리기 위해 1990년 1주기 때 전 일본 순회전을 열기도 했다. #설계도면 700장보여주며 만나달라 사정 그로부터 22년 만이다. 9월 23일까지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핀 율 탄생 100주년전 - 북유럽 가구 이야기’전이 열린다. 덴마크 출신 디자이너 핀 율은 1950년대 가구전시회 밀라노트리엔날레에서 5개상을 거머쥐면서 두각을 나타낸, 요즘 한국에도 유행이 밀어닥친 북유럽 디자인의 선두주자다. 거창한 치장을 하기보다 나무 그 자체가 지닌 따뜻한 감성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고, 그의 작품 ‘No. 45’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아직까지도 ‘현대 의자의 어머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팔걸이를 지닌 의자’라 불린다. 이름이 낯설다면 TV에 등장하는 미국 뉴욕의 UN회의장을 떠올려보면 된다. 그게 핀 율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일본인 오다 노리츠쿠(66)의 수집품들이다. 오다는 단순한 수집가가 아니다. 출발은 3만엔 월급 가운데 가구 할부금으로 2만 4000엔을 쓰는 대책 없는 가장이었지만, 그래픽디자이너로 수입이 늘면서 아예 1980년 ‘체어스’(Chairs)라는 연구기관까지 설립한 일본 최고의 가구디자인 전문가다. 수집한 가구만도 핀 율 작품 56점을 포함해 1500점이 넘고, 각종 카탈로그, 비디오, 사진자료까지 합치면 수만점의 연구자료를 보관하고 있다. 설계도면을 모은 책, 작가의 첫 작품에서 마지막 작품까지 모두 정리한 책 등 모두 7권의 저서를 펴냈고 지금은 20세기 일상용품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래서 공식명칭은 ‘핀 율 100주년전’이지만, 사실은 ‘오다 노리츠쿠 컬렉션전’이라 해도 손색없다. #핀 율 작품 56점 포함해 가구 1500점 수집 그는 핀 율과의 첫 만남도 기억했다. “1983년이에요. 연구소를 설립하고 한창 연구에 몰두하다 보니 직접 작가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싶더군요. 사실 북유럽 디자인은 유럽에서 1950~60년대가 절정기였는데다, 핀 율은 나이 일흔이 넘었던 때라 거의 잊혀진 은퇴디자이너였어요.” 그래서 쉽게 만날 수 있으리라 싶었건만 기대는 산산이 깨졌다. 그 어느 누구도 만남을 중개해주지 않았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때만 해도 일본은 지금의 중국처럼 남의 것을 베낀다는 이미지가 강했어요. 어느 누구도 똑부러진 이유를 대진 않지만 그 때문에 만남을 주선해주지 않았지요.” 보일 것은 진정성뿐이었다. “그간 모으고 만들었던 각종 가구 사진, 설계도면 700여점을 보여주면서 설득했어요. 디자인 역사를 정리해보고 있는데 비어 있는 부분들이 있다, 이 부분을 작가의 설명으로 채워넣고 싶다고 설득했습니다.” 그 뒤 일은 일사천리였다. 열정에 감동한 유럽 디자인계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다리를 놔줬다. “핀 율과의 첫 만남은 정말 잊을 수 없죠. 우리 얘기를 듣고서는 스페인에서 지내다 급히 되돌아왔다는데 우리 일행을 맞이한다면서 집을 통째로 새로 페인트칠하고, 최고급 와인을 내왔어요.” 감격의 순간이다. #남은 꿈은 디자인박물관… 일본에? 덴마크에? 오다의 마지막 꿈은 디자인박물관이다. “이미 자식들에겐 단 하나도 내줄 수 없다고 얘기했어요. 또 일상용품이라 망가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가치관이 달라서도 안 돼요. 남은 건 박물관인데…. 쉽진 않네요.” 핀 율의 고국 덴마크뿐 아니라, 디자인에 관심 높은 한국에서도 이미 제의를 받은 상태다. “나이도 있고 몸도 좋질 않아서 연구하고 관리하는 작업이 벅찹니다. 조만간 방향을 정해야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어떻게 들여온 물건들인데 싶어 일본에 남겨두고 싶긴 해요. 허허허.” #애장품 궁금하면… 대림미술관 ‘북유럽 가구’전 전시는 가구가 일상용품이라는데 점에 주목, 작품을 단순히 나열하기보다 월별로 적당한 주제를 잡고 거기에 맞춰 매달 전시장을 다시 세팅하는 이색적인 방식을 택했다. 5월까지는 한국 전통과 북유럽 가구와의 접목을 시험해본다는 의미에서 ‘스칸디나비아 인 코리아’를 주제로 잡았다. 6월 ‘우먼스 스페셜’, 7월 ‘섬머 파티’, 8월 ‘칠드런스 데이’, 9월 ‘스칸디나비아 오텀’으로 정했다. 전시장 꼭대기에 올라가면 국내의 디자인 매니아 김명한 aA디자인뮤지엄 관장이 해석한 북유럽적인 공간도 볼 수 있다. 입장료 5000원. (02)720-0667.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프로농구] ‘더 킹’ 오세근

    종료 버저가 울리는 순간 ‘라이언킹’은 코트에 드러누웠다. 숨을 헉헉거리다 이내 일어나 높이 뛰어올랐다. 준비한 것도 아닌데, 발목부상으로 몸이 불편한데도 저절로 붕붕 떴다. 경기 중엔 냉정하다 싶을 만큼 웃음에 인색하던 노랑머리 청년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눈가는 촉촉했다. 괜히 ‘슈퍼루키’가 아니다. 대학생 때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를 누볐던 ‘준비된 신인’ 오세근(25)이 데뷔 시즌 KGC인삼공사를 챔피언에 올려놨다. 오세근은 6일 원주치악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 6차전에서 12점을 몰아치며 팀의 66-64 승리를 이끌었다. 기자단투표에서 54표(총 78표)를 얻어 플레이오프(PO) 최우수선수(MVP)를 꿰찼다. 신인이 PO MVP에 오른 건 오세근이 처음. 상금 1000만원과 트로피를 받았다. 사실 이상범 감독은 반신반의했다. “난다 긴다 해도 루키는 한계가 있다. 별로 큰 기대는 안 한다.”고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여니 오세근은 기대 이상이었다. 챔프전 6경기에서 평균 36분39초를 뛰며 17.5점 5.3리바운드 2.2어시스트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꾸준했고 안정적이었다. 빅맨이면서도 속공을 받아먹을 만큼 날렵하게 뛰었다. 몸을 던지는 허슬플레이와 자신감 넘치는 세리머니까지 분위기를 돋우는 데도 큰 몫을 했다. 이로써 ‘토종빅맨’의 패러다임도 흔들리게 됐다. 오세근은 ‘연봉킹’ 김주성과의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영리하고 노련한 김주성을 힘을 앞세워 야무지게 묶었다. 그는 “인삼공사에 들어온 게 행운이다. 정말 기쁘다.”고 숨을 골랐다. “형들이 철부지인 나를 잘 컨트롤해 줘서 여기까지 왔다. 내년엔 더 성장할 거다.”라고 덧붙였다. 이제 바야흐로 ‘오세근 천하’다. 원주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無學의 빈민여성 그 지혜와 용기 어떤 지식인도 갖지 못했습니다”

    “無學의 빈민여성 그 지혜와 용기 어떤 지식인도 갖지 못했습니다”

    소설가 공지영(49)과 다큐멘터리 감독 태준식(41). 언뜻 교집합이 없어 보이는 둘을 엮는 유일한 고리는 전태일 열사의 모친인 고 이소선 여사(“누가 여사라고 부르면 난 여사가 아니라 전태일 엄마라고 성을 냈다.”고 할 만큼 고인은 ‘여사’라는 말을 싫어했다)와 의 인연이다. 노동 다큐에 천착해 온 태 감독은 영화 ‘어머니’를 통해 지난해 9월 고인의 소천(召天)까지 마지막 2년을 담았다. 인물 다큐는 뉴스화면과 지인들의 회고를 붙이는 게 일반적인 형식일 터. 그런데 태 감독은 달랐다. 함께 고스톱을 치고, 손톱을 깎아 드리고, 담배 심부름을 하면서 ‘노동자의 어머니’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 냈다. 공 작가 또한 인연이 남다르다. 등단 이전인 1980년대 중반, 고인의 평전을 써 달라는 요청을 받고, 구술원고를 비롯한 각종 자료를 모았다(여러 사정으로 평전 발간은 불발됐다). 집회에서 먼발치로 보던 고인을 만난 건 열사의 40주기이던 2010년 11월. 한 언론사의 요청으로 인터뷰를 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지영과 태준식을 만났다. 약속이라도 한 듯 가슴 속에 품은 ‘이소선’을 꺼내 놓았다. →시사회에서 눈시울을 붉히던데, ‘어머니’를 본 느낌은. -공지영(이하 공) 가슴이 아리고 뒷부분은 우느라고 정신 없었다(금세 눈가가 촉촉해졌다). 분신 뒤 병원으로 실려 온 전태일이 기도에서 피거품을 쏟아내며 어머니와 나눈 마지막 대화의 내용을 영화에서 처음 들었는데 깜짝 놀랐다. →극장 개봉을 하는 심정도 남다를 텐데. -태준식(이하 태) 제작과정에서 그분의 존재를 새삼 느꼈다. 영화를 찍고, 극장에 걸리는 건 수많은 시민의 십시일반 덕이다. 상업영화 중심의 배급체계를 어떻게 돌파할지는 과제이지만, 여기까지로도 의미가 있다. 전태일에 관한 다큐와 극영화, 평전이 존재하는 것처럼 이 작품을 시작으로 어머니가 방송 다큐나 소설, 극영화로도 조명되리라 믿는다. →인상 깊은 장면을 꼽는다면. -공 장례식 장면에서 눈물이 흘렀던 건 이제 그만 가셔도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삶이 너무 고단했다. 아드님을 만나러 가셔도 되겠다 싶더라. 어머니의 화법도 인상적이다. 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을 응원 가서 “(크레인 위에 있으니) 땅바닥이 아니라서 건드리는 놈은 없겄제.”라고 한 부분을 보라. -태 복사뼈에서 물을 빼러 병원에 갔는데 너무 고통스러웠던 모양이다. (카메라) 찍지 말고 팔 좀 붙들어 달라고 했다. 그때만 해도 친해지기 전이라 범접하기 어려웠는데 순간 짠한 마음이 들었다. 다큐의 콘셉트를 어머니의 일상에 맞춰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그 순간이다. →두 분 모두 특별한 인연이 있다. 고인과의 첫 만남을 떠올린다면. -공 전태일의 40주기이던 2010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25~26년 전 평전을 준비할 당시에는 짧은 인사를 건넨 게 전부다). 종로구 창신동의 비좁은 집에 갔다. 방 한 칸에 부엌 겸 거실이 딸린 12평 남짓한 집이었다. 30평짜리에 살아도 누구도 뭐라 할 사람은 없는데… 가슴이 먹먹했다. -태 2009년 2월쯤인가. 금융위기, 용산참사 등으로 피로와 불안감이 극에 달했던 시점에 문득 뵙고 싶었다. (다큐 얘기를 꺼내니) 돈도 안 되는 일을 왜 하냐며 나무랐다. 워낙 겸손한 분인 데다 늘 담배를 피우고 (당뇨병과 고문 후유증으로) 아파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짜증도 냈는데 무시하고 1년쯤 드나들었다. 어느 순간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더라. 안 오면 외려 심심해하고, 전화해서 심부름을 시켰다(웃음). 마지막 1년은 2~3일에 한 번꼴로 들렀다. →2년여 동안 재밌는 일화도 많이 들었겠다. -태 1987년 대우조선 노동자 이석규 열사가 최루탄을 맞고 숨졌다. 장례식장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당시 인권변호사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옆에 있었는데 어머니가 대뜸 택시비 1만원을 빼앗다시피 해서 몸을 피했다. 훗날 청와대에서 만난 노 전 대통령이 “어머니, 빌려 가신 돈 갚으셔야죠.”라고 하니까, “옜다.”라며 쌈짓돈을 꺼내 웃음바다가 됐다고 하더라. →무학의 40대 여성이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40여년 동안 ‘노동자의 어머니’로 살았다. 네 차례 옥고를 치르고 200여 차례 연행되면서도 꺾이지 않은 힘은 어디서 나온 걸까. -공 1970년 당시 친척들은 이소선이 전태일을 죽게 만들었다고들 했다. 기질적으로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란 얘기다. 평전을 보면 전태일이 ‘나 떠나면 엄마가 해줘야 해.’라며 노동자 권리를 가르치는 대목이 나온다. 둘은 영혼의 쌍둥이이거나 동지다. 한 사람이 ‘이벤트’를 하고 떠나면 남은 사람이 뒷일을 책임지는 환상의 복식조라고나 할까. 고인의 배포를 말해 주는 일화는 많다. 전태일의 죽음 이후 김현옥 서울시장이 7000만원을 들고 와서 장례를 치러 주겠다고 제안했다. 고인은 두 딸과 아들에게 얘기했다. ‘우리가 오빠 시체를 내주면 너희는 공장을 안 다녀도 된다. 아니라면 너희는 공부를 안 시켜 줬다고 원망해서는 안 된다. 선택해라.’라고 했단다. 당시 7000만원이면 아파트 두 채 값이다. 돈도 돈이지만 경황 없는 상황에서 어린 자식들을 모아 놓고 그런 얘기를 했다는 게 나도 대가 센 편이지만 상상도 못할 일이다. →평전을 써보고 싶다고 했는데. -공 다음 대선에서 민주정부가 들어서면 관심이 없을 소재인데(웃음)…. 일본 식민지와 6·25전쟁, 봉건 소작농의 딸, 무능력한 남편, 무학 등 한국 빈민여성이 놓일 수 있는 질곡의 밑바닥에서 살아온 분이다. 그런데 어떤 지식인도 갖지 못한 지혜와 용기를 가졌다. 그를 통해 대한민국의 또 다른 역사를 쓰고 싶다. 전태일 기념사업회와 수익은 반씩 나눠야겠다. 하하하. →영화를 누구에게 권하고 싶나. -공 ‘노동자의 어머니’가 머리띠 두르고 연설하는 것만 봤지 고스톱도 치고 우스갯소리도 하는 평범한 할머니란 건 모르지 않나. 누가 보든 친근하게 감정이입을 할 것 같다. -태 20대들이 봤으면 좋겠다. 검색창에 이소선 석 자를 쳐보게 한다면 의미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인생의 멘토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에서 죽음마저 극복하는 고인의 삶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위로받을 수 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시한부 엄마와 딸의 ‘쿨한 사랑’ 이야기, 글 쓰면서 제 자신도 적잖은 치유받아”

    “시한부 엄마와 딸의 ‘쿨한 사랑’ 이야기, 글 쓰면서 제 자신도 적잖은 치유받아”

    컬러링이 양희은의 노래다. 작은 키, 적당한 살집, 수더분한 표정, 답변하다가 눈가에 눈물이 반짝거리지만 절대 쏟아내지는 않는 김이윤(48)은 방송작가로 26년 잔뼈가 굵었다. 1993년부터는 MBC 라디오의 장수 프로인 ‘양희은의 여성시대’ 담당 작가다. 방송작가로 탄탄한 길을 걸어왔던 그가 장편소설 ‘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창비 펴냄)으로 소설가로 데뷔했다. 제5회 창비 청소년문학상을 받은 덕분이다. 여성 문인들의 인상이란 게 다소 꿈꾸는 듯한 것이라면 김이윤은 생활인의 느낌이 강하다. 방송국이란 큰 조직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탓이다. 물론 ‘양희은의 여성시대’를 털어 봐도 김이윤은 나오지 않는다. 필명이어서다. 김이윤은 “인정받고 싶어서 응모를 했고, 수상작으로 선정돼 어릴 때부터의 꿈이 실현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했다. 문학 청년이었던 그는 “글쓰기가 좋으면 그저 쓰면 되지 왜 문단을 통해야 하나.”라는 오래된 비웃음을 이번 기회에 대차게 버린 것이다. 그렇다 보니 장편·단편 습작이 적지 않다. 그는 “단편을 써서 맏이인 딸에게 생일 선물이나 입학 선물로 주곤 했는데, 딸은 ‘그런 거 쓸 시간 있으면 놀아 달라’면서 선물 인수를 거부해 곤란했다.”고 했다. 직업인으로 나태해지려는 자신을 밀어붙이고자 글쓰기의 데드라인을 자녀의 생일로 잡은 엄마의 얄팍함을 똑똑한 딸이 간파했다는 것이다. 올해 대학생이 된 똑똑한 딸은 아무래도 소설의 주인공 여여랑 닮은 것 같다.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 ‘여여’. 여여는 나 여(余), 너 여(汝)가 합쳐진 이름으로 ‘나를 먼저 챙기고 남을 돌보라.’는 의미로 페미니스트 사진작가인 엄마가 지어 준 이름이다. 여여는 학교를 ‘정글’이라 부르고, 학원까지 운전해 데려다 주는 전업주부를 엄마로 둔 세미와 단짝인 평범한 여학생이다. 다만 여여에게는 아빠가 없다. 엄마가 미혼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여는 화가 나서 “미혼모 페미니스트라고 나를 팔아서 장사 잘한 것 아니냐.”고 엄마의 가슴을 꼬챙이로 쑤시는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여여는 왜 화가 났을까? 엄마가 암에 걸려 시한부 선언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소설은 미혼모의 딸인 여여가 암으로 죽어 가는 엄마를 지켜보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이야기로 전개될까. 하지만 스토리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픈데, 서술하는 방식이 담담하고 주인공들의 캐릭터들이 이른바 쿨(cool)해서 신파로 흐르지 않는다. 여여는 심지어 자신의 생물학적 아빠를 찾아나서기도 하는데, 아빠를 만나고 헤어지는 방식이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처럼 질척거리지 않는다. 어떻게 마무리를 할까 걱정이 돼 조마조마한데, 역시 쿨하고 이성적인 방식을 잃지 않았다. 김이윤은 “내 나이 34살에 58세 엄마가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그때의 경험이 이 소설에 많이 녹아 있다.”면서 “마음이 자라지 않아서 엄마가 돌아가신 뒤 ‘억울하다’는 감정, 고아가 됐다는 불안 등이 겹쳐 한동안 아주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어린 마음‘은 이 소설을 책으로 묶어 내려고 여러 차례 교정을 보면서 적잖이 치유가 됐다고 했다. 청소년 소설답게 여여와 시리우스라는 3학년 남학생과의 러브 라인도 있다. 순정만화 같은 느낌의 이 사랑 이야기는 한 여자에게 성실하지 않았던 여여 아버지의 사랑과 오버랩되면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일까 고민할 수 있게 해 주기도 한다. 사랑해서 더 많은 여자와의 사랑을 허락해 줬다는 여여 엄마의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싶기도 하다. 떠나려는 남자를 애를 핑계로 붙들어 결혼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한국에서 말이다. 심사평은 ‘특별한 기교도 없이 소박한 문장’이라고 했는데, 재밌고 감동도 진한 탓에 건방진 심사평이라는 느낌이다. 청소년문학상을 받았지만 데뷔작인 ‘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은 청소년 소설이라고 한정할 수 없다. 창비의 1, 2회 청소년문학 수상작인 김려령의 ‘완득이’나 구병모의 ‘위저드 베이커리’ 등은 각각 70만부와 30만부가 팔리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는 독자층이 청소년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돼야 가능하다. 먼저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 이 책의 운명도 넓은 바다로 흘러가겠구나 하고 예감하게 된다. 글 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민주 전혜숙 눈물의 불출마

    민주 전혜숙 눈물의 불출마

    민주통합당 전혜숙 의원이 22일 여의도 재입성 꿈을 접었다. 자신에 대한 당 지도부의 서울 광진갑 공천 박탈에 계속 저항해 왔으나 드디어 총선후보 등록이 시작된 이날 체념한 듯 국회 정론관을 찾아 “저는 민주당에 남을 것이다. 민주당은 저에게는 어머니의 자궁과 같으므로 당을 버릴 수 없다.”며 불출마 뜻을 밝혔다. 여느 후보들처럼 탈당을 통한 무소속 출마는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비례대표 초선인 전 의원은 회견 중간 회한에 젖어 눈가에 굵은 눈물이 맺혔다. 그러면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회견 말미에는 “저는 광진구 발전과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의원은 최근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호남향우회 간부에게 현금을 지급한 혐의로 고발당했고 당 지도부는 지난 15일 그의 공천을 철회했다. 전 의원은 “전혜숙의 결백이 입증돼 무죄판정이 나면 공천 철회로 빚어진 이 결과를 어떻게 보상할 수 있느냐. 왜 전혜숙에게만 마녀사냥식 가혹한 잣대를 대는 것이냐.”고 당 지도부를 성토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공천에서 살아남은 일부 비리 혐의자들과는 달리 경찰에서도 전 의원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는데 힘없는 계보라서 가혹한 처분을 받았다.”는 동정론이 있다. 전 의원은 “마녀사냥식 공천박탈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한명숙 대표와 최고위원회는 반성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가 남아 민주당을 위해 뛰는 것이 잘못을 저지른 당 지도부에 할 수 있는 가장 큰 질책이자 최고위원회가 가장 아파할 회초리”라고 지도부에 품은 한을 숨기지 않았다. 전 의원은 “저를 지지하는 많은 분들이 탈당을 요구하고 피눈물을 흘리며 무소속 출마를 외쳤지만 1990년대 초부터 대구·경북에서 김대중을 외치고, 노무현을 노래하며 사랑한 민주통합당을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회견 뒤 다른 사람들이 이날 후보등록을 한 것에 대해 “한마디로 참담하다. 강탈당한 느낌”이라며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했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한국국제협력단 ‘특정인 특혜 인사’ 들통

    외교통상부 출연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명확한 기준도 없이 특혜 인사를 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됐다. 전직 임직원이 근무하는 업체에 용역계약 특혜를 준 의혹도 드러났다. 15일 감사원이 공개한 한국국제협력단 기관운영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0년 승진 인사에서 당시 3급이던 A팀장이 가산점 특혜를 받고 2급으로 부당 승진했다. 당초 2급 승진 후보자 순위 22위였던 A팀장을 승진시키기 위해 이사장은 인사교육실장에게 가산점 부여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감사원은 “가산점의 기준과 요건을 공개해야 하는데도 이 과정을 무시하고 이사장은 A팀장에게 가산점 4.5점(5점 만점)을 줘 승진후보 7위로 조정했다.”고 지적했다. 2009년 신입직원 채용 과정에서도 특혜 의혹이 있었다. 처음 계획한 채용 규모는 20명이었으나 30명을 최종 합격시킨 것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특정인을 합격시키기 위해 채용계획을 변경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응찰업체를 선정하는 기술평가위원회 운영도 ‘눈가리고 아웅’이었다. 2009~2011년 자격이 없는 전직 임직원 4명을 수차례나 비상임위원으로 위촉해 이들이 몸담은 기관과 12건의 용역(계약금 112억원)을 계약했다. 감사원은 또 526억원에 계약된 아프가니스탄 파르완주 지역재건팀 기지 구축건립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담당 직원들이 특정 컨소시엄이 뽑히도록 입찰 참가 자격을 변경한 사실도 확인, 문책을 요구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길섶에서] 어머니의 손/최광숙 논설위원

    미국 아동문학가 마이런 알버그가 쓴 ‘아버지의 손’을 읽다 보면 눈가가 촉촉해진다. 청각장애인을 부모님으로 둔 작가의 유년시절 얘기다. 6살부터 부모님의 귀와 입이 돼야 했던 어린 아이. 아버지는 해변에 가서도 “파도의 소리는 어떠냐?”고 묻는다. 침묵의 세계에 사는 아버지는 아들을 통해 세상의 소리를 끊임없이 듣고자 했다. 그런 아버지는 두 손으로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이야기를 풀어 냈고, 사랑을 엮어 냈다. 한 다큐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달팽이의 별’ 주인공들의 삶도 그렇다. 눈과 귀가 다 먼 남편과 척추 장애인 아내는 손등의 손가락 위에 점자를 치는 방식으로 대화를 한다. 부부 싸움을 하면 아내는 남편의 손가락 위에 아프게 점자를 콕콕 쳐낸다고 한다. 그래도 온기가 전해지는 손 덕분에 금방 풀린다고 한다. 풍부한 언어를 표현하는 손. 어머니의 두툼하고 거친 손이 떠오른다. 자식들을 건사하느라 늘 쉴 새 없이 놀려야 했던 어머니의 손은 사랑과 헌신 그 자체였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본지 서봉원 기자 ‘이달의 편집상’

    한국편집기자협회(회장 박문홍)는 제125회 이달의 편집상 수상작으로 서울신문 서봉원 기자의 ‘4050, 눈가의 주름들 충무로 주름잡다’ 등 네 편을 선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종합부문에는 중앙일보 임윤규 기자의 ‘며늘아 옜다 법인카드’, 사회부문에는 전자신문 김현민 기자의 ‘게임규제 중독에 빠진 정부’, 스포츠부문에는 중앙일보 김홍준 기자의 ‘키스&굿바이’가 선정됐다.
  • 한국영화는 지금 ‘4050 배우’ 전성시대

    한국영화는 지금 ‘4050 배우’ 전성시대

    4050 중견 배우들이 충무로의 지형도를 바꿔 놓고 있다. 최근 이들이 한국 영화계의 흥행 주역으로 떠오르며 핵심 세력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몇 년 전만 해도 20대 젊은 배우들에게 주연 자리를 내어주고 점차 조연급으로 밀려났다가 다시 그 자리를 되찾는 모양새다. 지난 연말 할리우드의 맹공에 기세를 펴지 못하던 한국 영화는 4050 배우들의 열연으로 오랜만에 전성기를 되찾았다. 올해 최단 기간 3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코미디와 누아르를 오가는 최민식(50)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주말 350만명을 돌파하며 장기 흥행에 돌입한 ‘댄싱퀸’도 주연 황정민(42)과 엄정화(41)의 연기 내공이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환갑을 넘긴 ‘부러진 화살’의 안성기(60)까지 흥행 배우 대열에 합류하면서 충무로는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여기에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한국 영화의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는 ‘하울링’의 주인공 송강호(45) 역시 대표적인 40대 연기파 배우다. 상반기에는 4050 배우들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설경구(44)는 올여름 개봉을 앞둔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 ‘타워’의 주연으로 나서며, 이명세 감독의 첩보 액션 영화로 100억원대 규모의 ‘미스터 K’의 주연으로 캐스팅돼 다음 달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지난해 500만명을 동원한 ‘완득이’의 주인공 김윤석(44)도 상반기 기대작인 ‘도둑들’의 주연으로 돌아온다. 지난해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로 중년배우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한석규(48)도 차기작인 영화 ‘베를린’을 통해 스크린으로 컴백할 예정. 40대 진입을 눈앞에 둔 30대 후반 배우들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특히 이들은 10~20대 배우들의 전유물이던 멜로물의 주연까지 꿰차며 요즘 충무로에서 가장 ‘귀하신 몸’이다. 지난 1월 로맨틱 코미디 ‘네버엔딩 스토리’에서 주연을 맡았던 엄태웅(38)은 두 달 만에 다시 멜로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컴백한다. 이선균(37)도 상반기에만 ‘화차’와 ‘내 아내의 모든 것’ 등 두 편의 주인공을 맡았다. 김주혁(40)도 지난해에만 영화 ‘적과의 동침’, ‘투혼’, ‘커플즈’ 등 3편 연속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한국 영화계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중년배우들의 활약을 영화계는 두 손 들어 반기고 있다. 할리우드의 조지 클루니(51)나 톰 크루즈(50)처럼 한국 영화계도 연기 잘하는 중견 배우들이 활약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 한 중견 영화 제작사 대표는 “요즘 영화판에 젊은 배우나 감독들이 득세해 나이가 들면 현역에서 물러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영화계 선배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어 용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 관계자들은 4050 배우들이 전성시대를 맞은 이유를 문화적 세대 통합 등 달라진 관객들의 관람 성향에서 찾고 있다. 영화 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10대부터 40대 사이의 관심사나 정보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세대 통합이 이뤄지는 것 같다.”면서 “대중문화계도 나이로 편을 가르기보다는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지는 문화적 세대 통합이 이뤄지면서 젊은 관객들도 4050 배우들에 대해 특별히 거리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배우 안성기는 “요즘 내 예전 출연작들을 다시 찾아보고 놀라면서 친근감을 표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다.”면서 “위에서부터 배우층이 두꺼워지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부러진 화살’에서 안성기와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박원상도 “영화 촬영장에 대선배가 계시면 후배들이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 갑절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영화가 드라마에 비해 진입 장벽이 높고, 흥행과 투자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검증된 배우를 선호하는 것도 4050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또 다른 이유다. 한 영화 홍보사 대표는 “드라마는 진행을 해 가면서 연기력을 쌓아 갈 수 있기 때문에 모험적인 캐스팅도 가능하지만, 두 시간 동안 압축적으로 연기를 보여 줘야 하는 영화에서 연기력은 필수”라면서 “요즘 관객들은 SNS를 통해 워낙 입소문이 빠르기 때문에 안정된 흥행과 투자를 위해서도 연기력이 검증된 4050 배우들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평론가 정지욱씨는 “최근 ‘나는 가수다’의 열풍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력 위주의 풍토가 문화계 전반에 퍼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요즘처럼 매체가 다양화되고 SNS가 발달된 상황에서 극장에서만큼은 검증된 배우의 연기력을 바탕으로 한 완성도 높은 영화를 즐기려는 관객이 더욱 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서울광장] 박근혜 지역구 불출마 대단한 건가/곽태헌 논설위원

    [서울광장] 박근혜 지역구 불출마 대단한 건가/곽태헌 논설위원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두달 앞으로 다가온 4·11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대구 달성군)에 출마하지 않기로 선언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역구민 여러분의 뜻을 따라서 더 큰 정치에 몸을 던지도록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간담회를 하는 동안 감정이 북받쳐 목이 메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고 한다. 박 위원장은 1998년 4·2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금배지를 달았다. 대구 달성 주민들의 압도적인 성원에 힘입어 4선(選) 의원이 됐고, 유력한 대통령 후보 반열에 올랐다. 달성은 박 위원장을 정치에 입문하게 해준 정치적 고향이나 다름없다. 그런 점에서 박 위원장이 14년간 정들었던 달성을 떠나게 돼 목도 메고 눈물도 나온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하지만 ‘결단’이라고 할 만큼 달성에서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한 게 그리 대단한 것인가. 적지 않은 언론들은 ‘결단’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기자가 과문(寡聞)한 탓인지 박 위원장의 지역구 불출마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텃밭으로는 대구·경북(TK)과 서울 강남권이 꼽힌다. 이곳에는 새누리당 후보로 누가 나서더라도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쉽게 당선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곳에 출마하지 않기로 한 것을 놓고 ‘결단’이라고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대통령의 꿈을 꾸고 있는 상황에서 보면 ‘희생’도 아니다. 박 위원장이 당을 위해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에 출사표를 던지는 자기희생적인 선택을 했으면 진짜 ‘결단’이라고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지난달 19일 “저는 정치를 안 하면 안 했지 (지역구를 옮기는) 그런 식으로는 안 한다.”고 당내 일각의 수도권 출마 요구를 일축했다. 이게 박 위원장의 ‘소신’이고 ‘원칙’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선을 앞두고 당선이 확실하지 않은 수도권에 출마하는 모험을 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원론적으로 보면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유력한 대선 주자가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대통령이 되면 국회의원직을 내놓아야 한다. 낙선된 뒤 국회의원직을 유지한다는 것도 보기에 좋지 않다. 어떤 경우든 그만둔다면 보궐선거를 해야 한다. 세금만 낭비하는 꼴이 된다. 대선에서 낙선한 뒤에도 금배지를 단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와 민주통합당 정동영 의원도 있지만, 이게 정상은 아니다. 과거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 김종필(JP) 전 총재도 대선에서 떨어진 뒤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정상은 아니었다. 그래도 3김은 다른 정치인들보다 특별대우는 받을 만했다. 이제 대선에 출마해 떨어졌으면 조용히 원로로 남는 게 맞다. 전면에 계속 나서는 것은 추(醜)하다. 대통령 5년 단임제처럼 대통령 본선 출마도 한번으로 제한할 필요도 있다. 정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도 됐다. 대 선주자가 비례대표 의원이 되는 것은 지역구 출마보다는 문제가 적다. 국회의원을 내놓으면 다음 순위에 있는 후보자가 자연스럽게 승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의 일부 측근들은 지역구를 포기했으니 비례대표 1번을 비롯한 상위 순번을 박 위원장에게 추천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본인은 물론 새누리당을 살리려면, 이렇게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비례대표를 한다면 배수진을 친다는 각오로, 당선이 불확실한 20번 이후를 선택해야 한다. 확실한 대선주자인데 4선이면 어떻고 5선이면 어떤가. 박 위원장이 당선이 불투명한 번호를 받으면 그를 아끼는 많은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나설 것이다. DJ는 1996년 4·11 총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 비례대표 14번으로 출마했다. 지지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었고 나름대로 성공했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대표는 비례대표 12번 출마를 공언했다. 20%의 지지율이 있어야 당선될 수 있는 쉽지 않은 순번이다. 박 위원장은 큰 꿈을 이루려면 정도(正道)를 걸어야 한다. tiger@seoul.co.kr
  • ‘불출마’ 카드 던진 박근혜… 與 중진들 자기희생 압박

    ‘불출마’ 카드 던진 박근혜… 與 중진들 자기희생 압박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지역구 불출마’ 선언을 통해 4·11 총선에서 ‘물갈이 공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수도권 친이(친이명박)계와 영남권 친박(친박근혜)계 등 현역 의원들에게 ‘기득권 포기’ 또는 ‘자기 희생’을 요구하는 전방위 압박이 가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지역구 출마 여부를 놓고 장고를 거듭했던 박 위원장은 전날 대구 달성군을 방문한 후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결정했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이뤄진 지역구 주민 대표들과의 면담이 계기가 됐다. ●朴, 1시간새 3차례 눈물 30분가량 이어진 면담에서 주민 대표는 “아쉽고 섭섭하지만 큰일을 하시는데 우리가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며 ‘지역구 불출마’ 의견을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한 참석자가 눈물을 흘렸고, 14년 만에 ‘정치적 고향’을 떠나기로 한 박 위원장도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휴지로 눈물을 닦아냈다. 박 위원장은 면담을 끝내고 발길을 돌리는 주민들과 작별 인사를 하면서 또 한 번 눈물을 훔쳤고, 곧바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도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1시간새 3차례였다. 눈물 섞인 결정은 공천 후보자에 대한 신청 접수를 오는 10일까지 받는 만큼 ‘동반 불출마 선언’을 이끌어 내기 위한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제 중진들이 응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도 보인다. 따라서 친박계가 다수 포진해 있는 영남권을 중심으로 고령·다선·중진 의원에 대한 용퇴를 불러올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대부분은 인적 쇄신 요구에도 총선 출마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었다. 박 위원장이 ‘솔선수범’ 차원을 넘어 ‘물밑 설득’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솔선’ 넘어 ‘물밑설득’ 나설지 주목 친박계들의 운신 폭이 줄어든 상황에서 친이계 역시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비대위는 이날 회의에서 비례대표 공천 배제 지역구로 서울 강남갑·을, 서초갑·을, 송파갑·을(송파병 제외), 양천갑, 경기 분당갑·을 등 ‘수도권 텃밭’ 9곳을 지정했다. 영남권을 포함한 나머지 지역은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 판단에 맡기기로 한 만큼 비례대표 공천 배제 지역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중진뿐 아니라 비례대표들의 용단을 촉구하는 파상적인 압박이 시작된 것이다. 상당수 비례대표들이 수도권·영남권 등 강세 지역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데다 이들 대부분이 친이계인 점을 감안하면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친이계 대선 주자인 정몽준 전 대표는 “현 공천 심사 구조도 2008년 ‘18대 공천 학살’ 때와 너무 유사해 걱정”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공천위 “계파활동 불이익 줄 것” 그러나 공천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계파 활동에 대해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공천위 구성을 놓고 “친박계가 장악했다.”는 등 뒷말이 무성한 상황에서 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공천위 대변인을 맡은 권영세 사무총장은 “공천 후보들이 친이·친박 등 분파 행동을 하는 경우와 공천위원에게 부적절하게 접근하는 경우, 공천 심사에서 불이익을 주기로 결의했다.”고 강조했다. 권 사무총장은 공천 일정과 관련, “3월 10일까지 지역구 후보자를 결정하고, 여론조사는 2월 20일을 전후로 할 것”이라면서 “전략공천 지역 선정은 그(여론조사) 전에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다음 주 안으로 전체 245개 지역구의 20%(49곳)인 전력공천 지역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서울신문 보도 그후] 전북도 속 빈 ‘여행업체 선정 개선안’

    전북도가 경찰 수사로 비리 전모가 불거진 국내외 여행 알선업체 선정 방식에 대한 개선 방안을 내놨으나 사실상 개혁 의지가 없는 눈가림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도는 여행 알선업체로부터 금품, 선물 등을 받은 것으로 밝혀진 도청 간부와 직원들에 대한 징계나 재발 방지책을 내놓지 않아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도 국내외 연수 예산을 총괄하는 대외소통국 다문화교류과는 국내외 여행 알선업체 선정을 수의계약 방식에서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내놨다. 이는 전북경찰청이 도청과 도의회의 국내외 여행 알선을 도맡아 온 세계화원관광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는 등 수사에 착수한 지 15일 만이다. 그러나 이 부서는 구체적인 방식은 확정하지 않은 채 보도자료만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도가 지난해 실시한 국내외 연수 196건 가운데 10명 이상이 참여한 사례는 7건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도자료에 명시했으나 이는 공무원교육원, 도립국악원 등 산하기관의 통계를 누락시킨 것이어서 특정 업체의 여행 수주 실적을 고의로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실제로 이 업무를 주관하는 다문화교류계 이영상(행정6급)씨는 “여행 알선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오해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타 시·도 사례를 조사하는 등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보도자료를 냈다.”고 시인했다. 계약부서의 신호균 계약담당도 “대외소통국과 공개경쟁입찰 가능 여부를 논의했지만 아직 확정한 방안은 없다.”고 말했다. 도가 확정한 대책도 없이 서둘러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경찰 수사에 물타기를 하고 비난 여론을 조기에 잠재우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도 감사관실도 선정 과정에서의 비리가 확인됐음에도 경찰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자체 감사나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서지 않아 느슨한 대응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관부서와 계약부서에서 거론 중인 개선 방안도 명쾌하지 않다. 이들 부서는 ▲여행사협회에 국내외연수 일정을 알려주고 견적서를 받아 평가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여행업체 확정 ▲제안서를 제출받아 협상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이 역시‘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도의 경우 여행업체들끼리 경합이 붙으면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업체를 선정했으나 사실상 특정 업체가 독식해 ‘선정위원 명단 사전 유출설’ 등 뒷말이 무성한 실정이다. 한편 전북경찰청은 세계화원관광으로부터 금품과 선물을 받은 400여명 가운데 대가성이 의심되는 김호서 전 전북도의회 의장 등 45명을 소환해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존 케리 美 상원 외교위원장 멍투성이 얼굴로 백악관에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를 제패한 팀들은 몇 년째 백악관을 방문해 대통령과 함께 자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3일(현지시간) 백악관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찾은 2011 시즌 우승팀 보스턴 브루인스 선수와 구단 관계자들은 뜻밖의 인물이 멍투성이 얼굴로 나타나 화들짝 놀랐다. 2004년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패배했던 존 케리(68·매사추세츠주) 상원 외교위원장의 두 눈가에 멍이 들어 있었고 코가 부러진 상태였던 것. 더힐 닷컴(TheHill.com)에 따르면 케리 위원장은 성탄 연휴 때 친구, 가족들과 아이스하키 경기를 하다 다쳤다. 대변인 휘트니 스미스는 보스턴 글로브와의 인터뷰에서 케리 위원장의 부상을 확인하면서 “그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예비경선에서 패배한 밋 롬니처럼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사설]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늦었지만 관철하라

    한나라당이 어제 국회의원이 의정 활동을 하지 않을 때 세비를 받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비상대책위가 입법부 쇄신의 일환으로 제기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수용한 것이다. 야권도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을 바란다면, 이처럼 기득권을 내려놓는 데 전폭 호응해야 한다. 사실 국회 표류 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새로울 게 없다. 여야의 당리당략에 따라 국회가 공전할 때마다 국민적 혐오감을 줄이기 위한 자구책으로 나온 단골 메뉴였다. 여당의 이번 결정이 만시지탄으로 비칠 정도다. 본회의든 상임위·특위든 의정활동은 선량들의 권리인 동시에 뽑아준 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 이행이 아닌가. 그런 본연의 업무를 팽개친 채 세비만 꼬박꼬박 챙긴다면 후안무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고도 국회가 산업계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이율배반 그 자체다. 까닭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한나라당 비대위안보다 더 확실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 국회가 헛바퀴를 돌리거나 의원이 비리로 구속될 경우 세비 지급을 중단하는 것으론 충분치 않다는 말이다. 의정활동 중단 시 보좌관 월급의 동결은 물론이고 원내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도 중단하는 방향으로 국회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 차제에 의원직 사퇴선언으로 ‘가출 쇼’를 벌이다가 슬그머니 복귀한 뒤 밀린 세비를 알뜰하게 찾아가는 ‘눈가림 정치’도 종식시켜야 한다. 원 구성도 못한 채 81일간 허송세월하고도 염치없이 세비를 챙긴 18대 국회의 행태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 물론 소수당의 입장에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탐탁하지 않을 것이다. 장외 투쟁이 다수당의 독주를 견제하는 유효한 지렛대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정권이 몇 차례 교체되면서 여야가 공수만 교대한 채 장외로 뛰쳐나가는 고질을 앓아 온 이유다. 하지만 국회를 버린 대가로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염증은 극에 달하고 있다. 대화와 표결이라는 두 가지 수단으로 타협과 절충을 해야 하는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을 무시한 데 따른 업보인 셈이다. 대의정치가 국민으로부터 ‘신뢰 파산 선고’를 받지 않으려면 국민을 위한 헌신의 폭에 비례할 만큼 의원들의 밥그릇 크기도 당연히 조절해야 한다. 여야는 하루속히 이를 위한 법제화에 손을 맞잡아야 할 것이다.
  • [사설] 또 도진 검·경 수사권 다툼 국민 속만 터진다

    대구 수성경찰서가 대구지검이 내사 지휘한 사건의 접수를 거부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수사 개시 전 내사 지휘를 거부하도록 한 경찰청의 지시를 따랐다는 게 수성서의 설명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대로 한 것뿐이라고 경찰은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국민은 거의 없을 듯싶다. 경찰청이 일선 경찰에 내려보낸 ‘대통령령 제정·시행에 따른 수사 실무지침’에서 알 수 있듯이 치밀하게 계획된 도발 성격이 짙다. 경찰 쪽에서 보면 수사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검찰에게 한방 제대로 먹인 셈이겠지만, 끝없는 검찰과 경찰의 밥그릇 싸움을 바라보는 국민 입장에선 속이 터질 일이다. 명분이야 어떻든 간에 경찰이 검찰의 내사 지휘를 거부했다는 것은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검찰과 경찰이 공조하기는커녕 소 닭 보듯 해서는 수사가 제대로 될 턱이 없다.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받아 내사를 한다고 해도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한다면 수사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부실한 수사가 될 수밖에 없다. 두말할 것도 없이 피해 보는 쪽은 사건 당사자인 국민이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경찰 수뇌부가 일선 경찰에게 검찰에 맞대응을 지시한 것은 누가 봐도 옳지 않은 판단이다. 잿밥에 눈이 멀어 민중의 지팡이가 되기를 거부한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대통령령 제정·시행에 따른 수사 실무지침’대로 하면 검·경 대립은 피할 수 없다.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는 성격이 강하다. 단순한 대립과 갈등이 아닌, 어떤 복선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조현오 경찰청장이 “형사소송법 개정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한 말이 떠오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수성서의 일도 따지고 보면 허술한 형사소송법이 빌미가 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시행령 제80조엔 고소·고발사건과 달리 진정·내사사건에 대한 검찰의 내사 지휘 규정이 없다. 가능한 한 빨리 형소법을 재개정할 필요가 있다. 수성서 사태에서 증명됐듯이 경찰이 검찰에 고춧가루를 뿌릴 수는 있다. 하지만 소탐대실의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그렇잖아도 선관위 디도스 테러 부실수사로 지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 [굿모닝 닥터] 보습제, 목에도 나눠주세요

    한 해 두 해 나이가 들어가면서 깊어지는 팔자주름과 함께 목주름 때문에 속병을 앓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모임이 잦은 연말에 라운드원피스를 입은 젊은이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목의 피부는 눈가 피부처럼 예민한 데다 얼굴에 비해 피지선의 분포도 적어 쉽게 탄력을 잃는다. 움직임은 많은데 피부를 잡아주는 근육은 거의 없어 얼굴보다 훨씬 노화가 빠르다. 게다가 늘 자외선에 노출돼 ‘세월의 나이테’인 목주름은 늘어만 간다. 목 주름은 가로주름과 세로주름이 있다. 가로주름은 근육 운동방향을 따라 생기고, 세로주름은 노화로 피부가 늘어지면서 생긴다. 세월이 만드는 세로주름은 그렇다 쳐도 가로주름은 생활습관만 고쳐도 예방할 수 있다. 평소 높은 베개를 베거나, 고개를 잘 숙이는 습관은 가로주름을 만들기 쉽다. 자주 턱을 괴는 습관도 경계해야 한다. 목주름을 예방하려면 평소 목을 똑바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잘 때 가능한 한 낮은 베개를 사용하고, 세안 후에는 보습제를 발라 유·수분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도 필요한 처방이다. 또 수시로 목을 움직여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고, 외출할 때는 자외선 차단제나 스카프, 터틀넥으로 보호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안티에이징 성분이 함유된 목 전용 화장품이나 케어 제품들이 다양하게 나와 있으므로 자신에게 맞게 제품을 골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이미 굵어진 주름은 화장품이나 자가관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도드라진 목주름이 신경 쓰인다면 전문의를 찾아 ‘이프라임’, ‘써마지 CPT’와 같은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목주름은 노화의 한 유형이므로 치료 후에도 충분한 수면과 수분섭취, 건강한 영양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지나친 다이어트나 스트레스, 피로는 목주름 등 피부노화를 가속화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상준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원장
  • [하프타임]

    탈북복서 최현미 타이틀 방어 세계복싱협회(WBA) 여자 페더급 챔피언 최현미(21·동부은성)가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최현미는 17일 서울과학기술대 특설링에서 열린 57.150㎏ 이하 5차 방어전(10라운드)에서 세계복싱평의회(WBC) 아시아 챔피언인 사이눔도이 피타클론(23·태국)을 5라운드에 TKO로 제압했다. 프로 전적은 6전 5승(2KO)1무가 됐다. 최현미는 1990년 평양에서 태어나 2004년 가족과 함께 북한을 탈출해 그해 7월 한국에 정착했다. 2006년 국내 아마추어 무대를 거쳐 2007년 프로로 전향한 최현미는 2008년 10월 WBA 챔피언결정전에서 쉬춘옌(중국)을 심판 전원일치 판정으로 꺾고 챔피언 벨트를 획득했다. 정몽준 “조광래 해임 몰랐다”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인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가 18일 조광래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의 경질 사태에 관여한 것처럼 일부 보도된 데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감독 해임에 관여한 것처럼 보도되고 있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해임에 대해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사전에 알았다면 내용에 관해서는 몰라도 적어도 절차에 관해서는 조언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애초 기자들의 문의에 협회 측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는데 이런 미숙한 처리가 사태를 키운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절차상으로만 볼 때 이번 결정 과정이 정관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신한은행 3연승… 선두 질주 신한은행이 단독 선두를 굳건히 지켰다. 신한은행은 18일 안산와동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농구 4라운드 홈 경기에서 삼성생명을 67-65로 꺾었다. 3연승을 거둔 신한은행은 1위(16승3패)를 지켰다. 신한은행은 올 시즌 삼성생명에 4전 전승을 거두며 천적임을 과시했다. 2위 삼성생명(11승8패)과의 격차도 5경기로 벌렸다. 강영숙은 눈가가 찢어지는 부상에도 붕대 투혼을 발휘했고, 최윤아는 동점(65-65)이던 경기종료 6.6초 전 자유투 2개를 꽂아넣으며 승리를 매듭지었다. 둘은 나란히 18점을 몰아쳤다. 반면, 삼성생명은 연승행진을 ‘4’에서 멈췄고 KDB생명(11승8패)에 쫓기게 됐다.
  • “고향의 봄 부르며 졸업식 하니 눈물 더나요”

    “고향의 봄 부르며 졸업식 하니 눈물 더나요”

    “Na A Sal Thon Ko Hi Yang En Koth Pee Nun San Kol(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지난 2일 오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의 룸비니 칼리지 내 강당. 정겨운 노래가 들려 귀를 의심했다. 하얀 교복 상의에 넥타이를 맨 5학년 졸업 예정 여학생들이 알파벳으로 한국어 발음을 옮겨 쓴 ‘고향의 봄’을 능숙하게 불렀다. 이어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로 시작하는 ‘졸업식 노래’ 가사를 현지어인 신할리어로 번안해 합창했다. 재학생과 졸업생의 송사와 답사도 이어졌다. ●졸업행사 없는 현지에 첫 ‘한류졸업식’ 국내에서 2월이면 흔히 볼 수 있는 졸업식 장면이지만 스리랑카에서는 처음 열린 졸업식 행사였다. 스리랑카는 초등부터 고교 과정까지 12년을 내리 마친 뒤 수료증만 받고 졸업을 한다. 졸업을 기념하는 행사는 없다. 이른바 ‘한류 졸업식’이지만 강당 곳곳에서는 졸업생과 재학생, 학부모들이 눈가를 훔쳤다. 룸비니 칼리지는 초등 과정의 마지막 학년인 5학년을 마친 학생들을 위해 처음으로 졸업식을 마련했다. 지난해 10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스리랑카 현지 학교들에 한국의 졸업식 노래가 저장된 디지털 피아노 3000대와 교육용 칠판 3만개를 기증한 것에 대한 답례였다. “한국의 졸업식 문화를 전파하고 싶다.”는 이 회장의 제안을 스리랑카 교육부가 받아들여 이루어졌다. ●교육기자재도 전달… 베트남 등서 확산 부영그룹은 2003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캄보디아·스리랑카·동티모르 등 아시아 14개 국가에서 초등학교 600여곳을 무상으로 세웠다. 2006년부터는 교육용 칠판 56만여개, 디지털 피아노 6만여대를 기증하는 등 국제 문화교류와 민간외교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왔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 5월 베트남을 시작으로 캄보디아, 동티모르 등으로 한국의 졸업식 문화와 졸업식 노래가 확산되고 있다. 글 사진 콜롬보(스리랑카)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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