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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가신 아버지, 구글 어스엔 아직 살아 계십니다”

    “돌아가신 아버지, 구글 어스엔 아직 살아 계십니다”

    구글의 위성사진 서비스 프로그램인 ‘구글 어스’에서 7년 전 별세한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한 일본의 네티즌이 고인에 대한 애틋한 추억을 사진과 함께 트위터에 올리면서 훈훈한 반향이 이어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의 온라인 미디어 위드뉴스는 7일 “돌아가신 아버지를 구글 어스에서 보았다는 글과 사진이 트위터에서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TeacherUfo’라는 트위터 계정을 쓰는 일본인은 지난 4일 다음과 같은 글을 2장의 사진과 함께 트위터에 올렸다. “구글 어스에 나온 본가(군마현 다카사키시) 사진에 7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찍혀 있었다. 다른 쪽에서는 어떤 분이 걸어오고 계셨는데, 바로 어머니셨다. 아버지는 담배를 한 대 피우며 아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다. 과묵하지만 자상한 아버지셨다. 이곳 사진을 (구글이) 이대로 바꾸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트윗에는 지금까지 67만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TeacherUfo’를 따라 구글 어스나 구글 스트리트뷰에 접속, 본가나 조부모 시골집 등을 확인하며 소중한 가족의 생전 모습과 만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돌아가신 할머니가 한여름 땡볕에 강아지 집에 양산을 받쳐 주고 있는 생전 모습을 위성사진에서 찾아냈다. 이 네티즌은 “할머니도 강아지도 이제는 없지만, 이곳에서는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적었다. 4년 전 별세한 할아버지가 할머니와 밭일을 나갔다가 사이좋게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발견한 사람, 이제는 저세상으로 간 남편이 일하고 있던 생전 모습을 찾아낸 사람도 있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구글 어스에 계셨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아버지는 이 작은 화면 속에서 아직도 살아 계시는구나.” 지금은 볼 수 없는 가족을 발견한 사람들의 감동적인 사연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훈훈한 릴레이 트윗의 단초를 마련한 ‘TeacherUfo’는 위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구글어스 사진에서 발견하자 당시 상황이 떠올라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말했다. “당시 어머니는 근처에 있는 손자의 유치원에 다녀오시던 길이었습니다. 병으로 세상을 떠난 누나를 대신해 부모님이 손자를 돌보고 계셨거든요. 어머니가 손자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집에 돌아오실 때까지는 10분 정도가 걸렸는데, 아버지는 문앞에 서서 담배를 피우며 어머니의 귀가를 기다리셨던 것 같습니다. 이 때로부터 얼마가 지난 후였는지는 모르지만, 아버지는 급성 심부전으로 65세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는 “내 트윗에 뒤따라 올려진 다른 분들의 사연들이 더 감동적인 것 같다”며 “SNS상에서 비방중상의 나쁜 글들이 판치는 세상이지만, 사람 사는 세상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줘서 오히려 내가 감사를 느낀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7년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구글어스에”…日 트윗에 ‘뭉클’

    “7년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구글어스에”…日 트윗에 ‘뭉클’

    구글의 위성사진 서비스 프로그램인 ‘구글어스’를 통해 7년 전 별세한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한 일본의 네티즌이 고인에 대한 애틋한 추억을 사진과 함께 트위터에 띄우면서 훈훈한 반향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못만나게 된 소중한 사람들을 모니터상의 지도 속에서 찾아낸 낸 사람들의 릴레이 사연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의 온라인 미디어 위드뉴스는 7일 “돌아가신 아버지를 사진에서 보았다는 내용의 글이 트위터에서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위터에서 ‘TeacherUfo’라는 계정을 쓰는 이용자는 지난 4일 다음과 같은 글을 2장의 사진과 함께 트위터에 올렸다. “구글어스(사진)를 통해 본가를 보러 갔더니 7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대문 앞에서 서 계시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저 앞쪽에 또다른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는데, 어머니셨다. 아버지는 담배를 한 대 피우시면서 아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계셨구나. 과묵하지만 자상한 아버지였다. 이대로 이 장소의 사진을 (구글이) 바꾸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트윗에는 현재 67만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 또 많은 사람들이 ‘TeacherUfo’를 따라 구글어스나 구글지도 스트리트뷰에 접속, 자신들의 본가나 할아버지·할머니의 시골집 등을 확인하며 “나도 가족을 만났다”며 사연을 올리고 있다. 한 네티즌은 구글어스에서 돌아가신 할머니의 집을 보러 갔다가 할머니가 한여름 땡볕에 강아지 집에 양산을 세워주는 생전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 네티즌은 “할머니도 강아지도 이제는 없지만, 이곳에 오면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적었다. 4년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할머니와 밭일을 나갔다가 사이좋게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발견한 사람, 지금은 돌봄시설에 수용돼 있는 할머니가 건강하던 시절 밭일을 하는 장면을 찾은 사람, 이제는 저세상으로 간 남편이 일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사람도 있었다. ‘설마’ 하며 반신반의로 구글에 접속했다가 가족을 찾는 사람들의 애틋한 사연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구글어스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계셨다. 지금도 건강하게 살아계시면 어떨까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아버지는 이 작은 화면 속에서 살고 계시는구나 생각했다.” 훈훈한 릴레이 트윗의 계기를 마련한 ‘TeacherUfo’는 위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구글어스 사진에서 발견하자 당시 상황이 떠올라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말했다. “당시 어머니는 근처에 있는 손자의 유치원에 다녀오시던 길이었습니다. 병으로 세상을 떠난 누나를 대신해 부모님이 손자를 돌보고 계셨거든요. 어머니가 손자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집에 돌아오실 때까지는 10분 정도가 걸렸는데, 아버지는 문앞에 서서 담배를 피우며 어머니의 귀가를 기다리셨던 것 같습니다. 이 때로부터 얼마나 지난 후였는지는 모르지만, 아버지는 급성 심부전으로 65세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는 “내 트윗에 리트윗으로 올려진 다른 분들의 사연들이 더 감동적인 것 같다”며 “SNS상에서 비방중상의 나쁜 글들이 판치는 세상이지만, 사람 사는 세상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줘서 오히려 내가 감사를 느낀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95세에도 피아노 건반 두드리는 제갈삼 전 교수, “좌우명은 ‘잔심’”

    95세에도 피아노 건반 두드리는 제갈삼 전 교수, “좌우명은 ‘잔심’”

    “피아노와 난 하나지, 이것 없으면 어찌 살겠어?” 만 96세로 국내 최고령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제갈삼 전 부산대 교수. BBC 코리아는 지난달 초 부산 자택에서 만난 제갈 교수의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 잡혔지만 피아노 건반을 가르는 손가락은 가볍고 경쾌하기만 했다고 지난달 26일 전했다. 제갈 교수는 일제 강점기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다. 소학교를 졸업한 뒤 대구사범학교(5년제 중고등 교육기관)에 진학해 14세 때 피아노 특기생으로 뽑혔다. 10대 시절 큰 형이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해 야학을 세웠는데 누나가 음악 교사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본 것이 계기가 됐다. “지금 생각해도 참 멋진 일이야. 어느날 누님이 하얀 한복을 입고 야학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거야. 그게 내 눈에 천사로 보였어, 천사…. 내가 피아노를 하게 된 동기가 됐다고 생각해요.” 제갈 교수는 사범학교 졸업 후 19세 때 대구 수창국민학교에서 음악교사 생활을 시작했는데 한국전쟁이 터졌다. 청년이면 누구라도 길을 걷다가 강제로 징집되는 시기였다. “책 사려고 부산 거리로 나왔는데, 딱 잡혀버린 거야. 잡혀갈건데 옆에서 어떤 이가 날 보고 ‘선생님!’하고 부르는 거야. 그러니까 경찰관이 ‘뭐? 이분이 너 선생님이야?’한 거지. 그래서 내가 살았다. 그때 교사는 살려줬다고….” 제갈 교수는 부산여중, 경남여고에서 음악교사를 하다가 부산대 음악학과 교수로 1991년 정년 퇴임했다. 그 뒤에도 크고 작은 무대에 서는 등 지금껏 연주를 쉬지 않고 있다. 시력이 좋지 않아 악보는 보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손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 “일일이 생각해서 하는 게 아니고 손이 다 외우고 있어. 희한해요, 이게. 젊은 시절 열심히 해놓은 건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 지난해 9월 부인과 사별하고 기력이 약해지긴 했지만, 오후 피아노 연습은 빼먹지 않는다. ‘꾸준히 하는 마음’이 그를 지치지 않게 한다고 했다. “잔심(殘心)이란 말이 있어요. 사전을 찾아보니까 이건 꾸준히 하는 마음을 뜻해요. 내가 피아노를 꾸준히 치는 것도 잔심이야. 이 말이 참 좋지.” 지난해 7월 11일 제갈 교수는 새로운 도전을 했다.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최고령 기네스 음악회’를 연 것이다. 1946년 악보 대신 건반을 두드리며 작곡한 독주곡 ‘감각적인 환상곡(판타지아 센티멘탈)’과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월광’ 전 악장을 연주했다. 제자인 소프라노 김유섬(창원대 교수)이 스승이 동료 문학 교사로 교유했던 고 김춘수 시인의 시에 선율을 붙인 가곡 ‘네가 가던 그날은’과 한하운 시인의 시에 선율을 입힌 ‘보리피리’를 들려줬다. 100세에 단순히 피아노 연주를 한 기록은 있지만, 음악가가 자신의 이름으로 90대에 음악회를 개최한 건 폴란드 출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외에는 없었다. 루빈스타인은 95세이던 1982년 세상을 떠났다. 기네스 등재는 진행 중이다. 그는 “내가 할 수 있으면 해보자, 이런 마음에서 한 것이지 뭔가 도전 의식을 가지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무리해서 뭔가 도전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매일 피아노 치는 이유는 그거예요. 이렇게 기회가 허락하면 하려고 하는 거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 자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이 돼요.” 제갈 교수는 자신의 연주가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다음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주변 상황이 어려워지면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 그래도 기본은 ‘큰 힘을 믿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라’는 것 말고는 없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의심환자 동선 같은방 사람 채워”…동부구치소에서 온 편지(종합)

    “의심환자 동선 같은방 사람 채워”…동부구치소에서 온 편지(종합)

    재소자 누나가 편지 공개부실 초기대응 폭로 계속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규모 집단감염으로 비상이 걸린 서울 동부구치소(이하 동부구치소)에서 재소자들의 편지 폭로로 초기 대응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A씨의 가족들은 1일 구치소 앞에서 A씨가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A씨는 동부구치소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보낸 편지에서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A씨는 “다른 방 사람은 코로나19 검사를 했다고 하는데 같은 동에 옆방, 운동과 목욕을 같이 했던 우리는 검사도 안해준다. 이 정부가 무슨 정부인지 모르겠다”며 “조금 아까 코로나 의심 환자를 다른 동으로 방을 옮기더니, 다른 사동 사람들 3명을 (의심환자와) 동선이 같은 사람 방에 다시 채웠다”고 지적했다.A씨는 누나에게 보낸 다른 편지에서 “이곳은 코로나19 감염 때문에 난리다. 안 그래도 갑갑한 이놈의 징역, 코로나가 수많은 사람을 죽인다”며 “바로 옆방 사람이 코로나 감염자와 동선이 같아서 어제 부로 모든 것이 금지됐다. 면회, 변호사 접견, 운동, 구매까지”라고 현 상황을 전했다. 코로나19 감염 사태로 구치소 내 불만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부 재소자들은 교도관 통제에 따르지 않으며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법조계에 따르면 확진자가 발생한 동부구치소 등에서 확진 수용자가 직원들을 향해 침을 뱉거나 코를 푼 휴지를 던지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분리하기 위해 방을 이동할 때에는 ‘방을 옮겼다 감염되면 어쩌느냐’며 반발하는 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관들은 “난동을 피우는 일부 수용자들의 행동에 계호 업무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추미애, 뒤늦게 SNS로 사과…동부구치소 확진자 945명 1일 서울시와 법무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기준 동부구치소 관련 확진자는 총 945명이다. 격리자 추적검사 과정에서 수용자 131명의 추가 감염이 확인됐다. 대부분이 서울 거주자다. 동부구치소 집담감염은 지난해 11월 27일 송파구 거주 수능 수험생이 최초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이 확진자의 가족이 근무하는 동부구치소의 동료, 재소자, 가족 및 지인 등으로 급속히 전파됐다. 한 달여 만에 관련 확진자는 945명이 됐다. 이러한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동부구치소의 코로나 확산에 대하여 교정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매우 송구하다”며 뒤늦게 사과했다. 이어 “저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임기 마지막까지 코로나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 다시 한번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과를 하는 와중에서 진정성 보다 ‘평소 취약한 부분이 드러났다’는 변명을 늘어놨다. 추 장관은 “코로나 같은 감염병은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먼저 무너뜨리고, 사회적으로 서민·중소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에서 더 큰 고통을 당한다”며 “법무행정에서도 평소 취약한 부분이 드러나게 되는데 대규모 감염병 사태에 아주 치명적인 수용소 과밀이 그러하다”고 설명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동부구치소 재소자 “목욕 같이 했는데 미검사·불량 체온계” 폭로

    동부구치소 재소자 “목욕 같이 했는데 미검사·불량 체온계” 폭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규모 집단감염으로 비상이 걸린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재소자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A씨의 가족들은 1일 구치소 앞에서 A씨가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에 따르면 A씨는 동부구치소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다음날인 11월 28일 보낸 편지에서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위험군에 대한 검사 미흡, 세심하지 못한 방 분리에 대한 내용이 언급됐다. 그는 “다른 방 사람은 코로나19 검사를 했다고 하는데 같은 동에 옆방, 운동과 목욕을 같이 했던 우리는 검사도 안 해준다”며 “이 정부가 무슨 정부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금 아까 코로나 의심 환자를 다른 동으로 방을 옮기더니, 다른 사동 사람들 3명을 의심 환자와 동선이 같은 사람 방에 다시 채웠다”고 지적했다. A씨는 누나에게 보낸 다른 편지에서 “이 곳은 코로나19 감염 때문에 난리”라며 “안 그래도 갑갑한 이놈의 징역, 코로나가 수많은 사람을 죽인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바로 옆방 사람이 코로나 감염자와 동선이 같아서 어제 부로 모든 것이 금지됐다”며 “면회, 변호사 접견, 운동, 구매까지”라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수감자도 지인에 보낸 편지를 통해 “코로나19 전수검사 때 재소자 통제가 잘 안 돼 다른 방의 재소자들과 동선이 겹친다” “방역복 없이 마스크만 쓰고 들락날락하는 직원도 있고 마스크를 안 쓴 직원도 있다” “방마다 체온계를 넣어준다고 대량 구매했는데, 제대로 작동이 안 되는 체온계를 사 와서 못 나눠주고 폐기한다고 한다. 책상을 찍어도 36.5도가 나온다” 등의 폭로를 했다.코로나19 감염 사태로 구치소 내 불만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부 재소자들은 교도관 통제에 따르지 않으며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동부구치소에서 확진 수용자가 직원들을 향해 침을 뱉거나 코를 푼 휴지를 던지는 등 위협적인 행동도 알려진 바 있다. 일부 재소자들은 직원들을 향해 “가만히 갇혀있는 내가 왜 코로나에 걸려야 하느냐”며 욕설을 하거나 물건을 던졌다고 한다. 교도관의 방호복을 찢으려는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재소자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분리하기 위해 방을 이동할 때에는 “방을 옮겼다 감염되면 어쩌느냐”며 반발하는 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관들은 “난동을 피우는 일부 수용자들의 행동에 계호 업무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1일 법무부에 따르면 동부구치소는 직전 전수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직원과 수용자들에 대해 5차 전수검사를 진행한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동부구치소 확진자 수는 수용자 902명, 직원 21명 등 총 923명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동부구치소의 코로나 확산에 대해 교정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매우 송구하다”고 동부구치소 내 코로나19 집단감염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블랙(ABOUT THE DARK)/우솔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블랙(ABOUT THE DARK)/우솔미

    등장인물 수용 29세/ 벽을 허무는 집주인 이리 30세/벽을 허무는 집주인의 친구옥형(노파) 88세/벽이 허물어지는 집 아랫집 거주자 때2017년 어느 가을 곳수용의 집 무대 벽이 있다. 벽의 좁은 면이 관객을 향하고 있다. 벽을 가운데 두고 하수로 붉은 조명, 상수로는 햇살 같은 밝은 조명. 붉은 조명은 빌라 주민들이 삼삼오오 돈을 모아 만든 ‘특수학교 설립 반대’ 현수막의 붉은 천에 빛이 투과된 것이다. 무대 뒤쪽, 현관문이 벽과 같은 방향으로 있고 문과 이어지는 계단은 불투명한 박스와 닿는다. 박스는 사람 하나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옥형의 집이다. 옥형은 수용의 집 아래층에 사는 노파이지만, 우리가 만드는 것이 무대이니만큼 상상력을 발휘하여 수용의 집보다 위에 있다고 약속하자. 공업용 마스크를 낀 수용 하수 등장. 낡은 후드와 트레이닝 바지 차림의 수용은 어딘가 무기력해 보이지만 분무기와 김장비닐을 든 손에는 비장함이 은근하게 뿜어져 나온다. 수용, 비닐을 바닥에 깐다. 아주 꼼꼼히. 그사이 이리, 상수 등장. 붉은 천을 허리와 목에 두르고 양손에 커다란 망치를 하나씩 끌고 온다. 옆이 트인 롱스커트 사이로 보이는 다리와 팔뚝의 타투들과 붉은 천, 망치의 조화는 길거리 행위 예술가를 연상시킨다. 이리 (붉은 방을 둘러보며 기운을 한껏 느껴본다) 느껴져. 느껴져, 느껴져! 느낌이 팍! 온다, 와. 수용 … 이리 딱이야, 딱. 아주 먹고 죽기 딱이야. (손을 까딱거리며 허공에서 술잔을 넘긴다) 뭐랄까, 아주 옥보단스러워. 수용 일조권을 침해받는 참혹한 현장이야. 전혀 옥보단스럽지 않아. 이리 하루만 빌려줘라. 네가 우리 집에 가서 자. 수용 얼마 줄 건데. 이리 얘 봐라. 무슨 돈을 달래. 서울 살더니 양아치 다 됐다. 수용 나 원래 서울에서 태어났는데? 이리 서울시장은 뿌듯하겠어. 서울시민이 이렇게 우정보다 돈이 먼저인 양아치라서. 수용 (가만히 생각에 빠져든다) 뿌듯하기보다는 머리 아프지 않을까. 네 말대로 서울에 살면 돈만 밝히는 양아치가 되면, 서울시민은 곧 양아치란 말인데. 이 많은 양아치들을 다 관리하려면 시장은 최고의 양아치가 해야겠네. 이리 하여튼. 또 이상하게 진지해지지. 으, 진지충. 헛소리는 됐고, 하루만 빌려줘. 수용 (마스크를 하나 주며) 네 룸메 코 골아서 싫어. 이리 오랜만에 나비랑 오붓하게 시간 좀 보내 보자. 수용 나비? 이리 말 안 했나. 애인. 뉴 원. 수용 그새? 울고불고할 땐 언제고. 체력도 좋다. 이리 능력이 좋은 거지. 수용, 비닐을 다 깔고 일어서는데 비틀 이리 (곰곰이) 체력도 좋긴 해야겠다. 하여튼, 진짜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하루만 빌려줘. 어? 알겠지? 수용 너 오늘 우리 집에 왜 왔어? 이리 네가 오라며 새끼야. 수용 내가 왜 오라고 했어? 이리 하, 진짜 장난치나. (가만 돌이켜보다 손에 망치를 보고) 아… 벽…! 수용 그래, 오늘이면 옥보단도 안녕인데. 뭘 자꾸 빌려 달래. 수용, 마스크를 끼고 벽 앞에 선다. 이리 진짜 하게? 수용, 이리에게 마스크 하나를 주고 망치 하나를 받는다. 심호흡. 수용, 벽을 내리친다. 엄청난 진동과 소음 그리고 뿌옇게 이는 먼지. 삭막함이 감돈다. 수용, 다시 벽을 내리치려는데 이리 말린다. 이리 야, 잠깐만. 수용 왜? 이리 아니, 아랫집에서 올라오겠어. 진동이 장난 아닌데? 수용 아랫집만 올라 오냐. 엄청 커다란 직사각형 박스 하나에 벽을 댄 게 다인데. 다 쫓아오겠지. 이리 그냥 저번처럼 해. (몸에 두르고 있던 붉은 천을 흔들며) 두 번 했는데 세 번은 쉽지. 수용 세 번짼 수선비를 청구하겠대. 이리 얼만데, 얼마면 되는데. 누나가 해결해 줄게. 멀쩡한 벽을 허무는 것보다는 수선비가 낫지 않냐. 수용 빛 없이 사는 삶을 네가 알아? 숲세권 남향에 사는 네가 빛이 없어서 사람이 바싹바싹 말라가는 기분을 알 리가 없지. 머리랑 마음이 건조해지다 못해 바스러지는 기분이야. 이리 빛이 많아야 바싹바싹 마르지 없는데 왜 말라. 그냥 문을 열어 놓고 살던가. 수용 문이라는 건, 열고 닫으라고 있는 거야. 그게 문의 역할이지. 한 번 열면 언젠간 닫아야 제 역할을 다하는 거라고. 닫히지 않는 문은 문이 아니지. 그럴 바엔 없는 게 나아. 이리 그럼 창문을 만들자. 수용 (벽을 치며) 만들고 있잖아. 엄청 커다란. 창틀도 없고 유리판도 필요 없는 실용적인 창문. 이리 극단적인 놈. 수용 뭐든 확실한 게 좋잖아. 수용, 다시 벽을 허물기 시작 이리 어떻게 세상이 모 아니면 도, 흑 아니면 백으로 굴러가. 너 그거 강박이야. 괜히 바짝바짝 마르는 게 아니라고. 그래도 뭐 마른 장작이 잘 탄다더라. (쿵) 수용 이렇게 살다 죽겠지 뭐. 이리 무모한 놈. (쿵) 수용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나는 자살할 것 같아. 이리 또 데드타임! 웬일로 그냥 넘어가나 했다. 수용 데드타임? 이리 그래, 너 죽는다는 소리 하는 거. 수용 왜 사람들은 이름 짓길 좋아할까. 이리 언젠 병에 걸려 죽을 것 같다며. 수용 엄밀히 말하면 병이긴 하지. 내 죽음의 원인은 내 안에 우울이니까. 있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이 세상에 있대. 말이 돼?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세상을 그렇게 살아질 수가 있는 건가. 이리 오늘은 아니지? 수용 뭐가? 이리 데드타임. 수용 오늘은 벽을 허물어야지. 그때, 관리실 방송. 수용과 이리, 방송이 나오는 천장을 가만 본다. 방송 아아, 관리실에서 알려드립니다. 잠시 후 2시부터 특수학교 설립 반대 관련 7차 회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회의 후 시위가 바로 시작되니 참석을 희망하시는 모든 주민들은 2시, 아니 정정하겠습니다. 1시 50분까지 늦지 않게 관리실로…. 수용 다 저기 가느라 벽이 무너지는지, 빌라가 무너지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신경도 안 써. 그러니까 오늘 끝내야 돼. 수용, 다시 망치질을 시작하고 이리, 소음과 먼지 속에서 분무기로 물을 뿌려 먼지를 잠재운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이리, 수용의 얼굴에 물을 뿌린다. 수용 야! 이리 바싹바싹 마른다길래. 그때, 무대에 노파 등장. 노파가 있는 곳은 수용과 이리가 있는 공간과 다른 공간. 지팡이를 짚고 느린 걸음으로 나오는 노파는 명절에 자식이 사준 듯한 빳빳한 꽃무늬 재킷에 펑퍼짐한 배바지를 입고 낡은 크로스백을 맨 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무대를 둘러 계단으로 향한다. 이리 (창밖을 보다) 야, 근데 저기에 아랫집 할머니는 없는 것 같다? 수용 네가 아랫집을 알아? 이리 오다가다 몇 번. 그 할머니가 좀 인상적이잖아. 정제되지 않은 순수함이 있다고 해야 되나? 직설적이면서 약간 자기 방어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게 꽤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았겠다 싶지. 괜히 과거를 상상하게 만들잖아. 수용 순수는 무슨. 그냥 괴팍한 할머니야. 아는 것도 없으면서 아는 척만 하는 딱 옛날 사람. 이리 와우. 노인 혐오야? 수용 무슨 내가 그런 몰상식한 사람이야? 이건 정당한 혐오야. 이리 (웃음이 터진다) 세상에 정당한 혐오도 있어? 수용, 상의를 걷어 올리자 시퍼런 멍이 배에 크게 있다. 이리 그래, 언젠가 너 맞을 것 같더라. 수용 야. 이리 누구야, 누가 이랬어. 남의 집 귀한 자식을…. 왜 맞고 다니냐 너는, 속상하게. 수용 정제되지 않은 순수함을 갖고 계신 분. 이리 할머니한테? 이게 할머니가 만든 멍이라고? 수용 어. 이리 역시 호기심을 자극한다니까. 아니 그렇잖아. 지팡이에 겨우 의지해서 걷는 할머니가… 또 네가 싹수없게 굴었지. 수용 내 싸가지도 가릴 건 가려. 이리 근데 진짜 왜 그런 건데? 수용 이름 석 자 부탁한 대가야. 이리, 한쪽에 놓인 빈 서명지를 들어 본다. 이리 자가인가? 수용 뭐? 이리 아니, 그 정도로 반대하는 거 보면. 강경한 표현이잖아. 수용 강경한 정도가 아니라 말 그대로 폭력적이지. 이리 너무 텅 비었다. 나라도 서명 해줄까? 학교 설립 찬성해. 수용 너는 우리 구민이 아니라서 소용없어. 빌라 주민들의 소란스러운 소리. 장애학교 반대 시위가 시작됐다. 이리 서명이라는 게 굉장히 순수한 방식이야. 동시에 직설적이기도 해. 굉장히 너답다. 수용 내가 순수하고 직설적이라고? 이리 나 이사 올까? 그럼 나도 지역구민 되잖아. 수용 됐어. 이리 나도 해본 말이다 뭐. 수용 불편과 불만을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을 해야 해소되는 건 맞지. 그게 옳은 방향이야. 하지만… 그 사람들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지만, 과연 옳은 방향인가 의문을 던질 수는 있잖아. 저 사람들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어떻게 확신하고 있는 거지. 저 확신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건데. 나는 그게 무지라고 생각해. 그사이, 노파 집 앞에 도착해 가방을 뒤지고 깜빡깜빡하는 현관 비밀번호를 적어 놓은 노트를 찾는다. 이옥형이라 커다랗게 적힌 노트를 꺼내는데 노트 사이에서 날이 시퍼런 과도가 뚝! 떨어진다. 떨어진 건 작은 과도지만 운석이 떨어진 듯한 소리와 진동이 무대를 흔든다. 수용과 이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래로 향하고 잠시 사이. 노파가 과도를 주워 넣는 그사이, 무대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 노파 천천히 과도를 집어넣고 비밀번호를 확인하곤 집으로 들어간다. 밖에 소리가 무대를 환기하고 이리 (창밖을 보곤) 열정적이네. 그래도 생각해 보면 너무 비난만 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해. (수용의 시선을 느끼고) 야, 레이저 나오겠다. 분명히 말하는데 옹호하는 거 아니야. 그냥 공감능력을 지닌 인간으로서 감정이입을 해보자는 거지. 사실 그렇잖아. 누가 좋아해, 동네에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말도 있고. 수용 부동산이 떨어진다는 실질적인 증거는 어디에도 없어. 집값이 떨어진다는 가설은 무지에서 시작된 삐뚤어진 믿음이야. 수용, 망치질을 시작한다. 이리 그래 좋아, 뭐가 됐든. 그 믿음이 아틀라스처럼 세상을 지탱하고 있잖아. 저 자리가 원래 학교 부지란 이유 말고 다른 이유는 뭔데. 학군 빵빵한 동네가 지하철로 네 정거장만 가면 되잖아. 그렇게 멀지도 않아. 공사부지 맞은편은 곱창에 포차, 막걸리 온갖 술집이 줄 서 있더만. 워싱턴 노래방 간판이 애들 하굣길을 밝혀 주겠지. 이 동네보다는 그 동네가 백 번 나아. 안 그래? 수용 …. 이리 기시감 들지 않아? 수용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이리 한국전쟁 이후 국가적으로 밀고 있는 꽤 전통적인 방식인데. 그놈의 낙수효과야말로 삐뚤어진 믿음 아니야? 이게 진짜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 뿌리 깊은 믿음. 네 말대로 무지에서 비롯된 거지. 될 놈만 건지고 나머지는 버리겠다는 걸 그럴듯하게 이름 붙여서 포장을 해요. 항상 그럴듯해 보이는 게 사람 눈 돌아가게 만들잖아. 난 그놈의 낙수효과가 대한민국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해. 수용 가부장제의 근본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이리 야 너. 짜식, 평소에 내 말을 아주 허투루 듣는 건 아니었구나. 수용 그럼. 귀는 문이 아니잖아. 닫히질 않아. 이리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수용 가끔은 닫혔으면 좋겠지만…. 이리 삐뚤어진 세상을 바로잡는 건 중요해. 근데 이 망할 놈의 세상은 밑 빠진 독이라서 어딘가는 새게 되어 있잖아. 수용 왜 날 봐. 계속해. 이리 성장이 제1의 명분이 되는 시대는 흘러가고 있어. 이젠 희생의 이유도 살펴봐야 할 때가 왔다는 거지. 최소한의 납득과 보상은 있어야 한다는 말이야. 수용 애들만으로는 부족한 거야? 이리 뭐가? 수용 아이들이 배울 곳이 필요하다. 이걸로는 최소한의 납득과 보상으로 부족해? 이리 무엇보다 중요하지 수용 꼭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더라도 인류애적인 충만함을, 정신적인 보상을 얻을 수도 있어. 안 그래? 이리 …. 수용 왜 아무 말도 안 해? 이리 것도 능력이야. 한 번에 양쪽을. 수용 양쪽을 뭐. 이리 아냐. (쿵) 이리 하여튼 지금은 어떤 이유도 저 사람들한텐 먹히지 않을 수도 있어. (쿵) 이리 (밖을 보며) 한껏 쫄아 있으니까. 나는 저 사람들의 확신이 무지에서 나온 게 아니라 이번에도 버려질 거란 공포에서 나왔다고 봐. (쿵) 수용 시끄럽지? 수용, 음악을 튼다. life is killing - type O negative 수용 소음에는 락이지. 소음은 음악소리에 묻히고 뿌연 먼지 사이로 둘, 망치질. 벽을 타고 온 진동이 노파의 아크릴 박스를 사정없이 흔든다. 노파, 공포에 질린 비명이 락에 묻히고 노파의 사정과는 별개로 망치질을 하는 수용과 이리의 모습은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등록금 인상에 반대 시위를 하는 프랑스 청년들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도 하고 어느 삭막한 공사장의 인부 같아 보이기도 하다. 일순간 음악이 멈추고 노파가 있는 불투명 박스에 조명 노파 아주 발광을 허네! 수용, 노래를 멈춘다. 이리 왜? 수용 뭐라고 하지 않았어? 이리 아니. 수용 (귀를 파며) 아닌가. 이리 살살해, 스윙에 감정이 실렸다. 누구 생각해? 수용 여럿 (쾅) 생각하지. 이리, 분무기로 먼지를 잠재운다. 수용 사람들이 타격감에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잖아. 복싱이나 야구공 치는 것처럼. 아무래도 난 때리고 (쾅) 던지고 (쾅) 치고 박으면서 (쾅) 스트레스 푸는 거엔, 적합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수용, 손목을 턴다. 이리 (덥다. 옷을 펄럭) 너도 참, 손목 아프단 말을 장황하게 한다. 수용 (보곤) 옷 빌려줄까? 이리 아니, 됐어. 수용 먼지 엄청 붙었네. 이리 블랙이 적나라하지. 수용 하나 가져다줄게. 이리 아냐, 됐어. 수용 아냐 가져다줄게. 이리 아니 괜찮아. 수용 불편해 보여. 가져다줄게. 이리 진짜 괜찮다고. 수용 나도 진짜 괜찮아. 이리 아니. 괜찮다니까? 수용 왜 화를 내. 이리 화를 낸 게 아니라. 됐다고 했는데 못 알아들으니까. 크게 얘기 해준 거지. 수용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이리 남자들 종족 특성이야? 왜 노를 못 알아듣지? 강요하지 마. 수용 내가 언제 강요를 했다고 그래. 이리 방금. 수용 그냥 물어본 거잖아. 불편해 보이니까. 이리 필요 없다고 분명히 말했잖아. 일곱 번째로 말해줄게. 됐어. 필요 없어. 난 이 옷이 좋아. 불편하든 더러워지든 이미 나랑 한몸이라고. 네가 신경 쓸 거 아니란 거지. 알겠어? 수용 그래. 그럼. 이리, 망치질 이리 넌. 매사에 모든 걸 통제해야 속이 시원해? 왜 그래? (쾅) 이리 무지에서 나온 삐뚤어진 믿음? 웃기네. 야, 이름 짓기 좋아하는 건 나보다 네가 더해. 벽을 마구 치며 쏟아낼 대로 쏟아낸 이리, 숨을 고르고 이내 머쓱해진다. 수용 …. 이리 야. 미안하다. 수용 …. 이리 미안하다고. 수용 어. 이리 된 거지? 수용 …. 이리 미안해. 너도 알잖아. 내가 한 번씩 예민해지는 거. 수용 한 번씩이 아니잖아. 항상 예민해. 이리 항상은 아니지. 수용 맞아. 그리고 네가 알아둬야 할 게 있는데, 나도 너 못지않게 예민해. 난 화장실에 앉아서도 생각하는 걸 멈출 수 없어. 잘 때도 먹을 때도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서 미쳐버릴 것 같아. 어쩌면 이미 미쳐버린 걸지도 모르지. 차라리 미쳐버렸으면 좋겠다 싶어. 그게 더 확실하잖아. 어중간하게 미쳐 있는 것보단 명백한 환자가 되는 게 낫지. 이리 무슨 그런 말이 있냐. 수용 나는 그렇다고. 정상도 아니고 비정상도 아닌 경계에 서서 가랑이가 찢어질 것 같은 기분을 네가 알아? 이리 알지. 내가 여자 좋아하는 걸 알았을 때 그랬지. 수용 … 말이 나와서 말인데. 어머니한테 커밍아웃 언제 할 거야? 이리 갑자기 그 말이 왜 나와? 확실한 건 네 인생만,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수용 말이 나올 만하니까 하는 거야. 성 서방 밥은 잘 먹고 다녀? 불쑥불쑥 연락 올 때마다 무시도 못하고 답장도 못하고 얼마나 난감한 줄 알아? 3년이야. 이사 도와준 대가가 이렇게 부담스럽고 죄책감 드는 건 줄 알았음 도와 달라고도 안 했지. 커밍아웃을 하느냐 마느냐는 네 선택이지만 나까지 죄책감 들게 만들지는 말아 주라. 이리 … 말을 하지 그랬냐. 둘 다 입 꾹 다물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수용 나는 그렇다 쳐도 너희 어머니는 아니었을걸. 네가 보기에 내가 무모하고 강박적으로 보이겠지만 내가 볼 때 넌 무책임하게 도망만 다니는 걸로 보여. 시간은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아. 그냥 유예시킬 뿐이지. 편한 선택은 그만할 때도 됐잖아? 이리 내가 편하게 사는 것 같아? 수용 최소한 네 멋대로 사는 걸로는 보여. 이리 진짜 멋대로 사는 게 누군데. 세상이 어떻게 모 아니면 도로 돌아가. 불가능한 걸 바라면서 이게 왜 불가능하지 왜 이렇게 안 되지, 사람들이 왜 서명을 안 해 주지. 하루라도 징징거리는 걸 멈추고 저 사람들이 왜 저러는지 궁금해하긴 해봤어? 아니지. 네가 생각할 때 저 사람들은 나쁜 사람이니까. 안 그래? 그렇게 결론지었잖아. 왜? 그게 쉽고 편하니까. 수용 그래! 맞아! 왜냐고? 누구나 배울 권리가 있으니까! 이리 정신적 보상 같은 소리하고 있네! 누가 아니래? 수용 아니라잖아! 그러니까 저러지. 수용과 이리 사이에 침묵이 잠시 흐른다. 이리 내 말 듣긴 했니? 수용 내 귀는 문이 아니니까. 이리 칸트도 너보단 융통성 있을 거야. 알지 칸트? 골방에 틀어박혀서 글만 쓰던 외톨이. 제발 사람 좀 만나. 글로 배우지 말고. 그러다가 너도 청혼 승낙만 7년 고민하는 수가 있어. 결혼해야 하는 이유 354가지,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350가지 쓰면서. 수용 … 내내 날 그렇게 생각했어? 이리 언제부터 내 생각이 중요했냐. 넌 너 이외의 사람들은 다 멍청하고 덜떨어졌다고 생각하잖아. 수용 내가 언제. 이리 자신을 한 번 돌아봐. 수용 … 그만 가주라. 이리 왜 도와 달라며. 아, 그래서 불렀니? 옛말에 무식한 놈이 힘세다고 이런 일엔 내가 나서야지. 수용 됐어, 가. 네 도움 필요 없어. 이리 정말? 수용 그래. 이리 후회 안 하지? 수용 그래! 정말 진짜로 필요 없어. 이리 그래 그럼! 이리, 돌아갈 채비 하는데 초인종 소리. 수용, 현관으로 가(계단의 문이 아닌 객석을 향해) 손님을 확인하는데 이리 간다 수용, 이리를 잡고 숨을 죽인다. 이리 왜? 문 두드리는 소리 이리 놔. 수용 (속삭이듯) 아랫집. 이리 이런 게 자승자박이란 거다. 이리, 문으로 향하고 수용 어디 가. 이리 가라며. 수용 할머니 가면 가. 이리 벽은 허물면서 저깟 문은 하나 못 여냐. 수용 그게 아니라. 손에 뭐가 있어. 이리 뭐? 수용 몰라. 뾰족하고 날카로운 걸 쥐고 있어. 송곳이나 드라이버 같아. 이리, 현관(객석을 향해)으로 가 보면 커다란 스크린에 할머니의 모습이 뜬다. 모니터로 보이는 노파는 인터폰 렌즈에 왜곡된 모습이다. 괴이하고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이리 진짜네…. 수용 잘못하다간 오늘 피 보겠어. 이리 피는 무슨. 수용 말했잖아 전형적인 옛날 사람이라고. 이리 나도 난데 너 너무 고정관념으로 뚤뚤 뭉친 거 아니냐. 그냥 할머니야.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라고. 수용 네가 안 맞아 봐서 그래! 이리 쫄았구만. 수용 … 얼마나 아픈데. 이리, 다시 현관으로 가 동태를 살피곤 이리 안 가시네…. 수용 그냥 없는 척하자. 층간소음에 살인도 난다잖아. 이리 그 난리를 쳤는데 없는 척이 돼? 수용 해보고 말해. 왜 안 해보고 그래? 이리 넌 이상한 데서 긍정적이다? 수용 넌 남 일에만 용기를 내잖아. 이리 그래, 알겠어. 집주인 마음대로 해. 말 그대로 집주인이 주인이니까. 이리, 가방을 대충 던지곤 의자에 털썩 앉는다. 가만 보던 수용은 멀찍이 떨어진 바닥에 앉는다. 이리 왜 바닥에 앉아? 수용 왜. 이리 지금 눈치 주냐. 수용 그건 무슨 피해망상이야. 이리 네가 나중에 또 뭐라고 할까 봐 그러지. 불만 있을 땐 말 안 하고 한참 지나서 말하잖아. 수용 내가 쌓아 두는 게 아니라 네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거지. 이리 실수가 실순지 어떻게 알아, 말을 안 하는데. 수용 어떻게 몰라? 이리 넌 아니? 수용 당연하지. 내가 네 입장이었으면. 이리 그런 가정은 하지 말자. 넌 내가 아니잖아. 나도 네가 아니고. 수용 상식에 대한 얘기야. 이리 이젠 내가 상식도 없다? 수용 (난감하지만 거짓말을 할 순 없지) 가끔. 이리 너한테 난 대체 뭐냐? 수용 친구. 이리 원래 친구한테 이래? 아님 나한테만 이래? 수용 내가 뭘…. 이리 방금! 수용 조용히 해. 이리 내가 상식이 없다며 아까는 정상 아니라고 하더니 넌 상식도 없고 정상도 아닌 애랑 왜 친구 하냐. 노파 (문 쿵쿵) 안에 없어? 있지? 수용 가끔 그렇다고. 왜 이렇게 발끈해? 나도 가끔은 상식 없이 굴어. 이리 정말 박수를 보낸다. 노파 있네. 문 좀 열어봐, 총각! 이리 저 할머니 말귀 어두운 거 맞아? 별로 크게 말 안 하는데 다 들어. 수용 그래 내가 미안하다. 미안해. 이리 아이고, 엎드려 절 받기다. 수용 그래, 그것도 내가 미안해. 이리 할머니 아니었음 절대 안 했을 말이지. 노파의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수용, 무릎을 꿇는다. 이리 뭐하냐? 수용 미안. 이리 일어나…! 수용이 일어나지 않자 이리도 같이 무릎 꿇고 이리 뭐 하자는 거야. 수용 네 방식대로 사과하잖아. 이리 이게 무슨 내 방식이야. 수용 날 감정적으로 굴복시키고 싶어 하잖아. 이리 날 그런 쓰레기로 봤어? 수용 내 사과를 사과로 인정하질 않잖아. 이리 그건 맞는데. 수용 그것 봐. 이리, 노파가 만들어 내는 소음과 수용의 행동에 머리가 터질 듯하다. 이리 나중에 하자. 제자리걸음이야. 차라리 저쪽을 선택할래. 수용, 이리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이리 뭐해…! 수용 가지 마. 이리 왜 이래, 얘가…! 수용 이대로 나갔다가 무슨 일을 당할 줄 알고! 이리 하지 마. 기분 되게 이상해. 두 사람 잠시 실랑이를 벌인다. 그 순간 노파의 문 두드리는 소리가 멈춘다. 두 사람 문을 가만 바라보고 노파, 집 안 소리를 듣기 위해 문에 귀를 대 본다. 이리 봐, 조용해졌어. 수용 안 갈 거지? 이리 어! 수용, 이리를 놓아 준다. 이리, 문으로 향하니 수용은 움찔거리고 이리 안 가! 이리, 문에 귀를 대 본다. 수용 (조심스레) 갔어? 이리 (속삭이며) 몰라. 노파 이봐! 이리, 화들짝 놀라 되돌아온다. 수용 거 봐. 이리 오늘 무슨 날이냐. 미치겠네. 벽하고 말하는 것 같아. 수용 나 말하는 거야? 이리 총체적으로 다. 노파, 문틈에 종이 한 장을 끼워 놓고 돌아간다. 수용 내가 벽이면, 나도 이렇게 부숴버릴 거야? 이리 부수는 건 네 아이디어잖아. 귀찮게 뭐 하러 그래. 나였음 그냥 이사 갔어. 수용 … 지금 절교 선언한 거야? 이리 아니. 뭐래 정말. 지금 벽 얘기하던 거 아니었어? 수용 그래, 벽 얘기하고 있었지. 네가 벽이랑 얘기하는 것 같다며. 이리 아니, 내가 말한 벽은 이 벽이고, 나라면 그냥 이사를 갔을 거라고! 네가 말한 벽은 그러니까 너고 네가 벽이라면 나는 이사를 가는 게 아니라, 그냥 문을 하나 내든가 창문을 하나 뚫든가 어? 뭐가 이렇게 어렵지. 울어? 이리, 적잖이 당황스럽다. (이쯤 노파는 자리를 뜨고) 수용 …. 이리 미안해. 수용 네가 왜 사과하는데? 이리 내가 남자 눈물에 약하잖아. 몰라, 그냥 튀어나왔어. 넌 왜 우는데. 무슨 일 있어? 오늘이 그날은 아니지? 아까 분명히 아니라고 했다? 수용 무슨 날. 이리 데드타임. 수용 아니야. 그냥…. 조기 갱년기 같아. 이리 이제 스물아홉이 웃기네. 수용 아예 가능성 없는 얘기는 아니지. 요즘 애들 사춘기 일찍 온다며. 아니면 비타민D 부족 우울증이든가. 모르겠어. 세상에 거대한 벽이 느껴져. 이리 세상에 혼자 남은 것 같고? 수용 너도 그래? 이리 생리 전 증후군이 딱 그래. 너도 정신적 생리하니? 수용 장난치지 마. (사이) 나는 그냥 햇빛을 보며 살고 싶어.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건가. 이리 내가 아까 했던 말은…. 수용 동구에 특수학교 설립이 2012년에 결정됐어. 근데 어떻게 된 줄 알아? 예정대로라면 올해 3월에 개교를 해야 했거든? 근데 아직 벽돌 한 장 못 얹었어. 여기는 그렇게 되면 안 되는데…. 희망이 안 보여…. 이리 희용소는 눈에 보이는 게 아니지. 수용 희용소? 이리 희망, 용기, 소망. 희용소. 수용 (한숨) 오늘은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마. 이리 장난치는 거 아냐. (잠시 생각을 고른다) 사랑이 눈에 보이니? 느끼는 거지. 사람을 움직이는 건 생각보다 사소해. 아주 작은 떨림이면 충분하거든? 나는 내가 처음 좋아했던 애를 떠올리면 지금도 손끝이 떨려. 심장은 말할 것도 없지. 여기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파동이니까. 내가 그 애랑 잘되지 않았다고 해서 걜 사랑하지 않게 되는 걸까? 내 첫사랑은 지독한 이성애자고 나는 더 지독한 레즈비언이라서 영원히 평행선에 설 수밖에 없지만, 걘 여전히 내 첫사랑이야. 결과가 본질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희망도 똑같아. 느끼는 거지. 수용 그러면 더 확실하네. 왜냐면 내가 요 근래 느끼고 있는 건 절망과 인류에 대한 혐오뿐이거든. 이리 진동을 만들고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네가 심장인가 보지, 네가 망치인 거야. 아까 망치질해 봐서 알잖아. 망치질하는 놈 손목은 아 나는 거라고. 그래서 네가 지금 힘들고 또 뭐냐, 절망과 인류에 대한 혐오를 느끼는 거야. 누군가는 네가 만든 진동을 느끼고 있어. 수용 … 희망사항이다. 이리 최소한 나는 느껴. 그러니까 너무 그러지 마. 이리, 수용의 곁으로 가 가만 안아 준다. 수용, 이리의 어깨에 머리를 가만 기댄다. 이리의 서툰 위로가 마음에 닿는다. 수용 내가 여자가 되면 날 사랑해 줄래? 이리 무슨 소리야. 수용 몰라, 그냥 튀어나왔어. 이리 난 널 사랑해. 네가 나에게 주는 스트레스와 삶의 충만함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어. 수용 스트레스는 알겠는데 삶의 충만함은 뭐야? 내가 너한테 그런 걸 줘? 이리 응. 수용 …. 수용, 쿵쾅쿵쾅 뛰는 심장을 느끼며 일어서 문으로 향한다. 이리 왜? 수용 좀 덥지 않아? 난 좀 덥네. 이리 열게? 수용 어. 열어드리게. 이리 이제 안 무서워? 수용 아니. 어. 아니. 내가 언제 무서워했다고 그러냐. 그냥, 혼란스러웠던 거지…. 가신 것 같기도 하고. 아직 계시면 나한테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걸 테니까…. 이리 갑자기 용감해졌네. 수용 도와주겠지 뭐…. 이리, 그런 수용을 보며 미소 짓고 수용, 머쓱하게 돌아서며 현관문(계단에 있는 문)을 연다. 무대 위 작은 무대, 노파는 종이 한 장을 날려 보낸다. 종이는 수용 앞으로 떨어진다. 특수학교 설립 찬성 서명서다. 이리 뭐가 적혀 있는데? 수용과 이리, 적힌 글을 보고 내가 배움이 짧아 글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알게 되어 늦게나마 표를 줍니다. 내 이름 석 자가 좋은 일에 쓰여 참 기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아프게 해서 미안합니다. 이웃사촌 김옥형. 옥형이 있는 아래를 본다. 글쓰기 연습을 하는 옥형의 모습에서 암전.
  • [시 당선소감] 김민식 “스스로의 시선 특권화 않고 계속 행동하기 위해 시 쓸 것”

    [시 당선소감] 김민식 “스스로의 시선 특권화 않고 계속 행동하기 위해 시 쓸 것”

    어제는 눈이 내렸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눈밭을 걸었습니다. 화단에 쌓인 눈에 나무막대기로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무척 즐거웠습니다. 눈이 다시 쌓이거나 녹아버려도 개의치 않을 것 같습니다. 귀갓길에 당선 전화를 받았습니다. 주머니 속에 넣어 둔 차가운 눈뭉치가 양초처럼 느껴졌습니다. 거기에 작은 불을 붙인 채 밤을 지새웠습니다. 개별자로서의 작가가 아닌 무수히 많은 저자를 지닌 텍스트를 희망합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눈밭에 서 있고,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면 뒤돌아보는 사람입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름을 불러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합니다. 스스로의 시선을 특권화하지 않으면서, 계속 응시하고 행동하기 위해 시를 쓰겠습니다. 엄마, 아빠, 누나. 고맙고 사랑해. 나보다 먼저 태어난 당신들을 늘 믿고 의지해요. 우리 행복하자. 사랑하는 할머니. 외할머니. 친척분들. 더 자주 뵈러 갈게요. 병원에 계신 이모부. 쾌차하시길 바라요. 나의 제1독자 성현아. 네가 있어서 시를 계속 쓸 수 있었어. 승진, 예찬. 너희와 친구일 수 있어서 기뻐. 자연, 민주, 정민, 승훈 선배, 형주님, 윤화님. 함께 시를 읽고 쓰는 순간들이 행복했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지민이형. 늘 나를 이끌어 줘서 고마워. 종환아. 너와 친구가 된 건 큰 축복이야.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나의 세미님. 화단에 쌓인 눈 위에 적어둔 약속 절대 잊지 않을게. 영원히 사랑해. ■김민식 ▲1994년 인천 출생, 수원 거주. ▲동국대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졸업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현대문학전공 석사 과정 휴학 중
  • [소설 당선소감] 윤치규 “수많은 비극에 공감하고 아픔 느끼고 싶어”

    [소설 당선소감] 윤치규 “수많은 비극에 공감하고 아픔 느끼고 싶어”

    태어나서 처음 쓴 소설은 살인마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장면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지독한 강간과 살인이 나왔습니다. 그때는 소설 속의 인물이 죽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플롯을 정해놓고 서사의 흐름대로 필요하면 어떤 인물이든 죽여버렸습니다. 하지만 몇 번의 죽음을 간접적으로 겪으면서 조금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가능하면 아무도 죽지 않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연민을 느끼고 싶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연민만은 갖고 싶습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비극에 공감하고 아픔을 느끼고 싶습니다. 나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일지라도 그들에게 삶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소설을 잘 쓰지 못하더라도 그런 것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부족한 제게 기회를 준 심사위원분들께 더 간절히 쓰겠다고 약속드립니다. 애정을 담아 제 작품을 읽어주셨던 강화길 작가님께도 특별히 고마움을 전합니다. 어떤 소설을 써야 할지보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가르쳐준 아름답고 눈부신 하성란 선생님과 고독한 글쓰기를 함께 해준 문우들, 장인, 장모, 사랑하는 아내, 애교 많은 네 마리의 고양이, 그 외 일일이 호명하지 못한 수많은 은인과 지인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매일 밤 아들의 원망을 들어준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는 어머니 아버지와, 지금은 멀리 떨어져 있는 현수, 현유, 현욱이 누나, 그리고 존경하는 갑규 형에게 미처 말하지 못한 진심을 고백합니다. 사랑합니다. ■윤치규 ▲1987년 서울 출생 ▲한국외대 노어과 중퇴 및 육군3사관학교 졸업 ▲은행원(IBK기업은행 재직)
  • 한정수, 곽진영 회복 소식에 “너무 착한 사람인데... 누나 힘내요”

    한정수, 곽진영 회복 소식에 “너무 착한 사람인데... 누나 힘내요”

    배우 곽진영이 극단적 선택을 해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배우 한정수가 안타까움과 함께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31일 한정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누나 힘내요. 너무 너무 착한 사람인데. 곽진영 누나. 착한 사람”이라고 글을 올렸다. 글과 함께 올린 사진은 지난 SBS 예능 ‘불타는 청춘’에 출연한 곽진영의 모습이었다. 앞서 이날 한 매체는 곽진영이 지난 30일 김치 사업을 운영 중인 전라남도 여수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인근 병원 중환자실에 실려갔다가 이날 오전 가까스로 의식을 회복했다고 보도했다. 곽진영은 최근 지속적인 악성 댓글 등을 이유로 지인들에게 심적 고통을 호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곽진영은 1991년 MBC 공채 20기 탤런트로 데뷔한 뒤 ‘여명의 눈동자’, ‘사랑을 그대 품 안에’ 등에 출연했다. 1992년 방송된 드라마 ‘아들과 딸’에서 막내 딸 종말 역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2010년에는 김치 사업을 시작해 사업가로서도 성공을 이뤘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사우디 여성 운전대 잡게 한 그녀 5년 8개월형 선고됐지만…

    사우디 여성 운전대 잡게 한 그녀 5년 8개월형 선고됐지만…

    이미 2년 반을 감옥에서 보낸 사우디아라비아의 여권 운동가 루자인 알하스룰(31)이 징역 5년 8개월형과 함께 형량의 절반인 2년 10개월 집행을 유예해 내년에 풀려나게 됐다. 이 나라 여성들이 운전대를 잡을 수 있도록 법을 바꾸는 데 앞장 섰던 알하스룰은 2년 전 사우디에 적대적인 조직들과 접촉했다는 이유로 동료 활동가들과 함께 체포돼 경비가 삼엄한 교도소에서 지내왔다. 그 동안 각국의 인권단체들이 석방 요구를 해왔는데 테러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우디 특별범죄법원이 28일(현지시간) 국가 안보를 해치고 외국의 앞잡이 노릇을 했다는 혐의 등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지만 집행유예를 선고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게 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사우디의 인권 개선을 특별히 주목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그의 취임을 앞두고 관계 개선을 겨냥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인권단체 ‘ALQST’도 알하스룰이 내년 3월에 석방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하고 있는 오빠 왈리드는 “이번 판결은 엉터리이며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면서 “누나는 판결이 나온 후 테러리스트로 규정됐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렸다. 사우디에서 판결을 뒤집을 희망은 없어 보이지만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징역 20년을 구형했던 사우디 검찰도 항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녀와 가족들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또 교도소에서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는데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녀가 체포된 시점은 사우디에서 여성의 운전이 처음 허용되기 몇주 전이었다. 그런데 정작 이 운동을 앞장서 펼친 알하스룰은 영어의 신세가 됐다. 가족들은 그녀가 체포된 직후 석달 동안은 독방에서 지냈으며 전기충격, 채찍질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고문당하지 않았다고 세상에 밝히면 풀어주겠다는 제의도 받았다고 했다. 인권 전문가들은 그녀의 재판이 국제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엠네스티 인터내셔널은 그녀를 특별범죄법원에 넘긴 조치가 사우디 당국의 “잔인함과 위선”을 드러냈다고 규탄했다. 이날 재판은 그동안 사우디를 현대화하고 개방한다고 주장해왔던 실질적인 통치자 무함마드 빈살만의 명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그는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고 보수적인 왕국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여는 등 개혁 조치를 취했지만 언론인 자말 카쇼그지를 암살하고 인권 활동가들을 계속 억압해왔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모든 걸 잃었다” 50대 가장 음주차에 치여 하반신 마비

    “모든 걸 잃었다” 50대 가장 음주차에 치여 하반신 마비

    신호를 기다리던 50대 가장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두 자녀의 아버지인 A씨(58)는 지난달 30일 오전 9시30분쯤 업무차 경기도 김포 양촌읍의 한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중 뒤에서 오던 렉스턴 차량에 들이받혔다. 앞서가던 차량 2대까지 포함한 3중 추돌 사고에 A씨의 차량은 종잇장처럼 구겨졌고, 그를 포함한 운전자 4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부상자 가운데 가장 심한 중상을 입은 A씨는 치료를 받으며 겨우 의식을 찾았지만 사고 23일 만에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뼈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척추신경에 큰 문제가 생겨 다리를 쓰기 어려운 상태다. A씨의 누나는 “동생네 가족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며 “시체처럼 누워 있는 동생을 바라보다가 가슴이 아파 통곡하는데 동생이 ‘뒤차가 쏜살같이 달려와 피할 수도 없더라’고 했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이어 “오죽하면 동생이 한 다리만이라도 쓸 수 있게, 목발이라도 짚고 걸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하늘에 기도했다”면서 “살인자나 다름없는 음주운전 가해자를 철저히 조사해 반드시 엄벌해 달라”고 덧붙였다. 경찰 조사 결과 렉스턴 차량 운전자는 60대 남성 B씨로, 사고 당시 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0.08%) 이상이었다. 김포경찰서는 술에 취해 3중 추돌 사고를 낸 혐의로 B씨에게 이른바 ‘윤창호법’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 운전 사고를 낸 B씨도 중상을 입고 입원 치료 중이어서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판례 등을 검토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과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 중 어떤 죄명을 적용할지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인생 첫술 같이 못마셔줘 미안” 맥줏값 맡기고 세상떠난 아버지

    “인생 첫술 같이 못마셔줘 미안” 맥줏값 맡기고 세상떠난 아버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사는 매트 굿맨이 인생 첫 맥주를 들이켰다. 미국에서는 18살 생일을 기점으로 법적 성인이 되지만, 음주 및 카지노 이용은 21살 생일이 지나야 가능하다. 굿맨도 이날 21살 생일을 맞아 합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게 됐다. 생일 하루 전, 누나는 굿맨에게 때 묻은 지폐 한 장을 내밀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아들 앞으로 남긴 10달러(약 1만2000원)였다. 누나는 10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인생의 기념비적 순간마다 아버지는 곁에 없었고, 동생도 많이 힘들어했다. 그런 동생을 보며 비밀을 계속 지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밝혔다.암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굿맨의 아버지는 굿맨이 21살이 되면 건네주라며 딸에게 몰래 지폐 한 장을 맡겼다. 막내아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술 한잔 함께 마셔주지 못할 것을 안타깝게 여긴 터였다. 그렇게 6년이 흘러 굿맨이 드디어 합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누나는 수년간 옷장 속에 비밀로 묻어두었던 아버지의 '유산'을 건넸다. 생일날 아침이 밝자마자 굿맨은 아버지의 유산으로 인생 첫 맥주를 들이켰다. 그는 “아버지가 사주신 것과 다름없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굿맨에게 아버지는 가장 친한 친구였다. 20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가장 친한 친구였던 아버지가 더는 내 곁에 없다는 사실에 정말 힘들었다. 아버지는 내 행복을 위해 못할 게 없는 분이셨다”고 밝혔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상심이 컸지만, 아버지는 죽는 순간에도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고 계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굿맨은 “다가올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위해, 내 21번째 생일을 위해 아버지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 떠나셨다. 내가 받은 생일 선물 중 최고”라고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그의 사연이 전해지자 현지에서는 비슷한 나이에 아버지를 여읜 이들의 격려가 쏟아졌다. 직접 술 한잔 사고 싶다는 사람도 줄을 섰다. 한 맥주회사는 굿맨에게 맥주 8상자를 보내오기도 했다. 해당 맥주는 살아생전 굿맨의 아버지가 즐겨 마시던 맥주였다. 굿맨은 “아버지를 위한 건배가 이어졌다. 멋진 일”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어른이 되면”…6년 전 세상 떠난 아버지가 남긴 아들의 첫 맥줏값

    “어른이 되면”…6년 전 세상 떠난 아버지가 남긴 아들의 첫 맥줏값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사는 매트 굿맨이 인생 첫 맥주를 들이켰다. 미국에서는 18살 생일을 기점으로 법적 성인이 되지만, 음주 및 카지노 이용은 21살 생일이 지나야 가능하다. 굿맨도 이날 21살 생일을 맞아 합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게 됐다. 생일 하루 전, 누나는 굿맨에게 때 묻은 지폐 한 장을 내밀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아들 앞으로 남긴 10달러(약 1만2000원)였다. 누나는 10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인생의 기념비적 순간마다 아버지는 곁에 없었고, 동생도 많이 힘들어했다. 그런 동생을 보며 비밀을 계속 지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밝혔다.암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굿맨의 아버지는 굿맨이 21살이 되면 건네주라며 딸에게 몰래 지폐 한 장을 맡겼다. 막내아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술 한잔 함께 마셔주지 못할 것을 안타깝게 여긴 터였다. 그렇게 6년이 흘러 굿맨이 드디어 합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누나는 수년간 옷장 속에 비밀로 묻어두었던 아버지의 '유산'을 건넸다. 생일날 아침이 밝자마자 굿맨은 아버지의 유산으로 인생 첫 맥주를 들이켰다. 그는 “아버지가 사주신 것과 다름없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굿맨에게 아버지는 가장 친한 친구였다. 20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가장 친한 친구였던 아버지가 더는 내 곁에 없다는 사실에 정말 힘들었다. 아버지는 내 행복을 위해 못할 게 없는 분이셨다”고 밝혔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상심이 컸지만, 아버지는 죽는 순간에도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고 계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굿맨은 “다가올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위해, 내 21번째 생일을 위해 아버지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 떠나셨다. 내가 받은 생일 선물 중 최고”라고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그의 사연이 전해지자 현지에서는 비슷한 나이에 아버지를 여읜 이들의 격려가 쏟아졌다. 직접 술 한잔 사고 싶다는 사람도 줄을 섰다. 한 맥주회사는 굿맨에게 맥주 8상자를 보내오기도 했다. 해당 맥주는 살아생전 굿맨의 아버지가 즐겨 마시던 맥주였다. 굿맨은 “아버지를 위한 건배가 이어졌다. 멋진 일”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생일 인사 전한 45살 유승준…회색 머리 근황

    생일 인사 전한 45살 유승준…회색 머리 근황

    가수 유승준이 45번째 생일을 맞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난 15일 유승준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짧은 영상을 게시했다. 공개된 영상에서 유승준은 “제 생일 축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내년엔 한 살 더 먹으니 활기차고 새롭게 시작하는 그런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문을 열었다. 캐주얼한 의상에 염색한 듯한 회색 머리가 눈에 띈다. 또 “전세계적으로 힘든데 그럴수록 움츠러들지 마시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셨으면 좋겠다. 도전해보는 마음을 가지시길.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유승준은 1997년 ‘가위’로 데뷔해 ‘나나나’, ‘열정’, ‘사랑해 누나’, ‘찾길 바래’, ‘와우’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큰 사랑을 받았다. 유승준은 군대에 가겠다는 말과 달리 2002년 해외 공연 명목으로 출국한 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 기피 의혹을 받았다. 당시 병무청은 법무부에 유승준에 대한 입국 금지를 요청했고 이후 유승준의 입국은 금지됐다. 이후 그는 19년간 귀국 의지를 불태우며 소송도 불사했다. 지난 2004년 재미동포 오유선 씨와 결혼해 슬하에 두 아들과 쌍둥이 자매를 두고 있으며, 한국이 아닌 미국과 중국에서 연기 활동을 이어가면서도 끊임없이 귀국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지난 10월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외교부는 다시 한번 앞으로도 유승준의 비자 발급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경민 콘텐츠 에디터 maryann425@seoul.co.kr
  • “일하다 죽지 않게 중대재해법” 영하 10도 한파에도 오체투지 행진

    “일하다 죽지 않게 중대재해법” 영하 10도 한파에도 오체투지 행진

    서울의 아침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내려가 올 들어 가장 추웠던 14일 흰색 상복을 입은 비정규직 노동자 4명이 칼바람 부는 마포대교 위에 섰다. 강바람은 살을 에는듯했다.선두에 선 이가 북을 한 번 치면 노동자들은 살얼음 낀 길바닥에 이마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닿도록 엎드렸다가 다시 북을 치면 일어서고 두번 북을 치면 전진하는 행위를 반복했다. 그렇게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춥지 않으냐’고 묻자 “하루에 7명씩 일하다 죽는 노동자들을 살리기 위한 일이고 믿는다. 괜찮다”고 답했다.시민사회단체 비정규직공동행동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노동자 김용균씨 2주기를 맞아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4박5일간 오체투지 행진을 했다. 서울 광진구 구의역을 출발한 이들의 최종 목적지는 국회였다. 중대한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입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상복 차림의 노동자들은 끝내 목적지에 닿지 못했다. 오후 1시쯤 서강대교 남단 여의도순복음교회 인근에서 경찰은 방패를 세워 이들의 행진을 막았다. 국회를 불과 1.3㎞ 남긴 지점이었다. 경찰은 감염병예방법상 국회의사당대로가 집회금지구역으로 정해져 있으니 오체투지를 하지 말고 걸어서 이동할 것을 요구했다. 노동자들은 뜻을 꺾지 않고 3시간 넘게 길바닥에 엎드려 있었다.몸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을 촉구한 사람들이 또 있다. 김용균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고 이한빛 tvN PD의 아버지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 이상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등 4명은 지난 11일부터 나흘째 국회의사당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스물 여섯 살에 공사장에서 추락사한 김태규 씨의 누나 김도현 씨, 지난 2013년 고교현장실습 중 사망한 김동준 군의 어머니 강석경 씨도 농성에 동참하고 있다. 얇은 천막으로 친 텐트에서 24시간 작은 난로 하나에 몸을 의지한다. 물과 효소만 섭취하다 보니 추위를 견디기 더욱 어렵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 이날 여야 의원들이 단식농성장을 찾아 이달 임시국회 내에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산재 유가족들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할 때까지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생명안전넷, 보건의료단체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17시 30분부터 국회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중대재해법을 즉각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글·사진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인권위 ‘김용균2주기’ 권고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언급 쏙 빠져

    인권위 ‘김용균2주기’ 권고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언급 쏙 빠져

    국가인권위원회가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사망 2주기를 맞아 국회의장에게 관련 법을 조속히 입법하라는 의견과 산자부·기재부 장관에는 화력 발전소 필수 유지 업무에 종사하는 하청노동자를 직고용하라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산재 사망 사고 유가족들이 국회에서 단식 농성을 불사하며 입법을 바라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서는 안건에 올라오지 않았고 이에 대해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 3명 모두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인권 최전선에 있어야 할 헌법 상 독립 기관인 인권위가 몸을 사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인권위는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에서 제42차 상임위원회를 열고 ‘석탄화력발전사업 하청근로자 노동인권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권고 및 의견표명의 건’을 의결했다. 이번 결정의 주요 내용은 ▲국회는 계류 중인 ‘생명안전업무 종사자의 직접고용 등에 관한 법률안’과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조속히 입법할 것 ▲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과 기획재정부 장관은 석탄화력발전소 필수유지업무에 종사하는 하청노동자를 발전회사에 직접 고용을 위해 조직, 정원, 예산에 관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개선할 것 ▲ ㈜한국남동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중부발전 등 5개 발전회사는 화력발전소 필수유지업무에 종사하는 하청노동자를 직접 고용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산재사망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국회에서 “더이상 일하다 죽지 않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달라”고 농성을 하고 있다.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고교현장실습 현장에서 사내 폭력과 장시간 노동으로 고통 받다 세상을 등진 김동준 군의 어머니, 방송현장 비정규직 스텝들의 현실이 바뀌기를 바랐던 이한빛PD의 아버지, 안전교육도 안전장비도 없이 공사장 엘리베이터에서 추락해 숨진 김태규 씨의 누나, 악몽 같은 건설 현장에서 깨어나고 싶다며 억울하게 떠난 김일두 씨의 아내는 11일부터 국회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한다. 지난 2일 이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 안건에서 단 한 번도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이야기를 피해간 건 국가인권위원회도 마찬가지였다. 박찬운 인권위 상임위원은 이날 “김용균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고 김용균 어머니 포함해서 관계자들과 특별한 간담회를 가졌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정문자, 이상철 상임위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철 위원은 “하청을 준다고 해서 위험으로 연결된다는 근거는 없다”면서 ‘위험의 외주화’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용균법’으로 불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전체 산재 사망 노동자는 1571명으로 지난해보다 0.7% 감소하는 데 그쳤다. 유가족들이 원청과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통과를 주장하는 이유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손혜원, 사망한 동생에게 “거짓말하며 명 재촉한 듯, 잘가라”

    손혜원, 사망한 동생에게 “거짓말하며 명 재촉한 듯, 잘가라”

    손혜원 동생 필리핀서 숨진 채 발견“도박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길 빈다”“누구든지 돈을 줘야 일하고 말하는 동생”“정직하게 살았으면 좋았을텐데…” 손현(63)씨가 필리핀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누나인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손혜원 TV’에서 “잘가라 손현. 도박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길 빈다”고 했다. 8일 현지 소식통과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손씨는 지난 4일 오전 10시 30분(현지시간) 필리핀 북부 팜팡가주(州) 앙헬레스시에 있는 한 호텔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처지를 비관하는 내용의 유서가 나왔다. 현지 경찰은 타살을 의심할만한 흔적이 없고 유서가 발견된 점을 고려해 손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 손 전 의원은 9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 검은색 바탕에 흰 글씨로 “잘가라 손현. 도박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길 빈다”는 글을 적은 썸네일을 내걸었다. 방송에서는 손 전 의원은 “그동안 분란의 중심에 있던 제 남동생 손현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며 “여러가지 얘기들이 있다. 보수언론들, 심지어는 자기 이름 걸고 유튜브 하는 분들도 이 자살에 제가 제일 이득을 봤다고 하더라. 필리핀이 아닌 곳에서 동생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아마 검찰에서 저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겠느냐”고 했다.손 전 의원은 또 “동생이 제게 어떻게 했는지를 굳이 (얘기)하고 싶진 않다”며 “그동안 검찰이나 언론에 나온 기사들이 손현으로부터 나온 것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알기로는 동생을 취재했던 SBS기자도 동생에게 삥을 뜯긴 것으로 알고 있다. 차비가 없다고, 돈이 없다고. 얘는 누구든지 돈을 줘야 일을 하고 말을 한다. 우리 식구만 아는 일이었다”고 했다. 손 전 의원은 “동생이 짧은 인생을 살다간 것이 안타깝다. 목포에 있는 전 부인이 그렇게 서럽게 우는 것을 보면서 손현을 위해 울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며 “슬퍼하는 전 부인을 생각해서 조금만 정직하게 살았으면 좋았을텐데…거짓말을 떠들고 다니면서 자기 명을 재촉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 아들에게 3분의 2 증여해주고 사준 것을 숨죽여 기다리면 먹고 사는 걱정 없이 편히 살 수 있었을텐데…그새를 못 참고 뛰어나가 훈련된 거짓말로 떠들고 다녔다”고 했다. 손 전 의원은 “동생이 필리핀에서 도박꾼을 상대로 돈을 빌려주고 험한 일을 벌이는 사람에게 돈을 또 빌리고, 이후 (돈 문제로) 동생이 아마도 호텔에서 고문을 당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수사 요청을 해놓은 상황”이라고 했다. 손 전 의원은 방송 마지막엔 울먹이며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년에서 하루 빠지는 날에 동생이 떠났다. (동생이) 어머니 곁에 있으면 편안해지지 않을까”라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스물넷 여성과학자 저우청유, 달 탐사에 기여 “그녀가 달의 여신”

    스물넷 여성과학자 저우청유, 달 탐사에 기여 “그녀가 달의 여신”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嫦娥) 5호의 탐사 뒤에 24세 여자 과학자의 활약이 있었다고 중국 매체들과 소셜미디어에서 난리가 났다. 주인공은 하이난성 원창 우주발사기지에서 근무하는 로켓 연결시스템 책임자 저우청유. 국영 CCTV가 지난달 23일 성공적으로 발사돼 지난 6일 달의 표면에서 2㎏의 토양 샘플을 수집해 곧 지구로의 귀환을 시작하게 되는 창어 5호의 성공적 임무 수행에 결정적 공헌을 했다고 보도하자 웨이보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웨이보의 젊은이들은 저우를 “큰 누나”라고 부르며존경한다는 뜻을 열렬히 나타내고 있다고 영국 BBC가 9일 전했다. 특히 나이가 어려도 너무 어리다는 점이 소셜미디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똑똑하다”거나 “국가의 자부심”이란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후난성(湖南省) 남서부와 후베이성(湖北省) 남서부에 걸쳐 살고 있는 소수민족인 투자족(土家族) 출신이란 사실은 많은 중국인들을 더욱 놀라게 만들고 있다. 사방에서 인터뷰 요청이 쏟아지고 있지만 유명해지면 연구에 집중하지 못하게 될까봐 사양하고 있다는 얘기도 누리꾼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창어란 달에 사는 여신을 뜻한다. 로미오와 줄리엣 얘기처럼 죽지 않는 약을 마신 여인이 한없이 가벼워져 달에로 날아가 남편 허우이가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기다린다는 줄거리다. 2100여년 전 한나라 무제 때 회남왕 유안이 쓴 ‘회남자’에 전해진다. 중국인에게 달은 전통적으로 낭만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강건한 여성을 상징했다.이런 맥락에서 저우는 “우주항공 분야에서 가장 앞선 전사” 이미지를 부여받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남성이 절대적인 중국 정부 지도부도 올해 들어 강한 여성을 찬양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환구시보는 여자 의학자 첸웨이, 후아춘잉 외교부 대변인, 격투기 UFC 파이터 장웨일리 등을 뛰어난 여성이라며 누리꾼들에게 격려의 댓글을 달아달라고 주문했다. 물론 아직도 중국의 여권은 억압되기 일쑤다. 지난 9월 중국의 코로나19 극복 과정을 다룬 TV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는데 적지 않은 이들이 성차별적인 내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남편 닮아” 22개월 아들 굶겨 죽인 엄마…그걸 지켜 본 4살 딸

    “남편 닮아” 22개월 아들 굶겨 죽인 엄마…그걸 지켜 본 4살 딸

    생후 22개월 아들에게 제대로 된 밥을 먹이지 않고, 이상 증세에도 병원을 데려가지 않아 숨지게 만든 혐의를 받는 친모에게 1심 재판부가 중형을 선고했다. 친모는 범행을 은폐하려 아이의 사체를 택배상자에 담아 유기하기도 했다. 친모는 아들이 별거 중인 남편을 닮아간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손주철)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사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지난 4일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도 명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피해아동의 누나인 B(4)양과 C(사망 당시 생후 22개월)군의 친모로 경제적 문제, 육아 부담 등으로 남편인과 지속적으로 불화를 겪었고 지난 2018년 11월부터 남편과 사실상 별거하면서 아이들을 혼자 돌보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비어있던 자신의 모친의 집으로 거처를 옮긴 A씨는 C군이 성장하면서 남편인과 닮아간다는 이유로 C군에게 적절한 식사를 제공하지 않고, 분유를 탄 젖병을 방에 둔 채 B양만 데리고 외출하는 등의 방식으로 방치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7일 C군이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고 발바닥이 보랏빛을 띠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음에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고, C군은 몇 시간만에 끝내 숨졌다. C군이 사망하자 아이의 사체를 택배상자에 집어넣고 스카치테이프로 밀봉한 후 약 5일간 주거지에 보관한 A씨는 이후 B양이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말하자 같은 달 12일 새벽 잠실대교 인근 한강에 이 택배 상자를 버렸다. 재판부는 “피해아동은 어머니인 피고인으로부터 방치되어 상상하기 어려운 배고픔과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하게 됐다”면서 “피고인이 피해아동을 학대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던 B양 역시 피고인의 학대범행으로 큰 상처를 입었을 것으로 보이고, 향후 성장과정에서 이를 극복해 가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남편에 대한 분노를 피해아동에게 투영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남편과의 혼인생활이 순탄하지 못 했다거나 남편에 대해 분노심을 가졌다는 등의 이유로는 이 사건 범행이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80년 내 사라질 빙하 위 질주…아이슬란드서 이색 관광버스 등장

    80년 내 사라질 빙하 위 질주…아이슬란드서 이색 관광버스 등장

    아이슬란드에서 두 번째 큰 빙하로 80년 안에 사라질 가능성이 큰 란기외쿠틀(랑요쿨) 빙하에서는 스노슈즈를 신고 걷는 것이 아니라 최고 시속 60㎞의 속도로 거대한 버스가 관광객을 태우고 질주한다고 AFP통신이 최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길이가 15m나 되는 이 붉은색 관광버스에는 정지 마찰력을 얻기 위한 거대한 타이어가 장착돼 있어 아이슬란드 서부지역에 있는 이 광대한 빙하의 가루눈 위를 순조롭게 달릴 수 있다.약 2500년 전 형성된 란기외쿠틀 빙하는 녹고 다시 얼기를 반복해 현재 가장 오래된 얼음은 약 500년 전 것이라고 빙하학자들은 추정한다. 긴 방하라는 뜻의 란기외쿠틀은 최대 높이 약 1450m, 면적 약 950㎢에 달한다. 한때 면적 약 16㎢에 달했지만 2014년 공식 소멸한 것으로 선언된 이외쿠틀 빙하도 란기외쿠틀 빙하의 일부분이었다.슬레이프니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관광버스는 850마력의 엔진에 지름 2m의 바퀴 8개를 탑재해 얼음 지형을 문제없이 주행할 수 있다. 슬레이프니르라는 이름도 바퀴가 8개나 달려 있다는 점에서 북유럽 신화 오딘이 타고 다니던 다리가 여덟 개인 말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슬란드로 입국할 때 코로나19 검사는 물론 5일간의 격리 조치를 지켜야 하지만, 이탈리아인 부부 1쌍을 비롯한 소수의 여행객은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곳까지 와서 빙하 버스 여행에 참여했다. 1인당 1만 아이슬란드 크로나(약 9만3000원)를 냈다는 이탈리아 관광객 로셀라 그레코(30)는 “정말 감회가 새롭다. 이 정도 세월이 지난 빙하를 보니 내가 정말 지구와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란기외쿠틀 빙하 기슭에서 오르는 길을 따라 1940년 이후 20년마다 얼음이 어디까지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이를 보면 이 빙하가 줄어드는 속도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이 빙하에서는 소빙하기 끝인 1890년 이후로 지금까지 거의 250㎞에 달하는 표면적의 얼음이 사라졌다. 20년째 빙하 관광을 안내하고 있는 가이드인 귄나르 구뷔드욘손은 “빙하의 고도가 곳곳에서 점점 낮아지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산이나 누나탁(빙하로 둘러쌓인 언덕)이 발견되고 있다”면서 “빙하가 얼마나 빨리 녹고 있는지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8월에는 융해수로 형성돼 있던 빙하호의 보가 무너지면서 홍수가 발생했다. 이는 큰 사건은 아니었지만 이런 현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 지역에서 발생했다고 아이슬란드 기상청(IMO)의 빙하학자 토르스테인 토르스테인손은 지적했다. 토르스테인손에 따르면, 란기외쿠틀 빙하의 존속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는 “이런 경향이 지금까지와 같이, 또는 한층 지구 온난화 영향 아래 계속된다면 란기외쿠틀 빙하의 전체나 80~90%는 이번 세기말까지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 사진=AFP 연합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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