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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한용의 구석기 통신] 91억 9263만 1770번

    [이한용의 구석기 통신] 91억 9263만 1770번

    무인도에 표류한 사람이 등장하는 영화에서는 바위를 긁어 날짜를 표시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오늘 며칠이더라? 지금 몇 시지? 하는 질문을 늘 달고 다니는 우리는 항상 시간을 궁금해한다. 날짜를 알아야만 마음이 놓이는 존재가 인간이다.시간을 안다는 것은 사실 인류생존의 기본조건이었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눈물겨운 적응 과정을 거치던 존재였던 연약한 초기 인류에게 머리 위를 빙빙 도는 콘도르를 보고 동물 사체의 위치를 찾아낸 그 순간부터 하이에나가 들이닥치기 전 한 조각의 고기라도 더 뜯어내어 도망치기까지의 시간은 삶과 죽음을 갈라놓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온갖 눈칫밥을 먹어가며 근근이 살아남아 석기를 만들고, 불을 피우고, 사냥하며 서서히 뇌의 크기를 키워나가던 인류는 언제부턴가 여러 번 달이 찼다 기울면 들소가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에 맞춰 돌창촉을 다듬고 깊은 함정을 파야 했다. 마음껏 사냥할 수 있는 그때를 알아야만 했다. 그때가 언제일까. 그때를 알기 위해서는 시간을 기록해야 했다. 최초의 시계는 아마도 특별한 도구가 없어도 시간을 알 수 있었던 해시계였을 것이다. 발 딛고 살던 지구 자체가 시계였던 셈인데 몇 시 몇 분이 아니라 대략적인 때를 알려 주었을 것이다. 지금은 석영 결정이 3만 2768번 진동하는 시간을 1초라고 하던 때도 지나 세슘 원자가 91억 9263만 1770번 양자 진동하는 시간을 1초라고 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대단한 과학의 시대다. 오늘날로 치면 달력 같은 유물이 등장한 때는 대개 3만 년을 전후한 후기 구석기시대로 알려져 있다. 손바닥만 한 뼛조각 등에 이상한 점들을 찍은 유물들이 이 시기에 등장하는데 학자들에 따라서는 이 점들이 달의 운행을 표시하는 달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론도 만만치 않지만, 이 시기의 동굴벽화에 털갈이 시기 들소의 특징을 정확히 묘사한 그림들도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후기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확실히 계절과 시간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었던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언제나 시간은 우리 인류에게 삶 자체와 같이 중요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언제나 흘러만 간다. 되돌아가지는 않는다. 수백만 년 전 인류가 두 발로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언제나 시간은 앞을 향해 흘러만 갔다. 우리에게 시간은 유형이면서도 무형인 존재가 아닐까 싶다. 어떤 때는 시간이 빨리 가고 어떤 때는 느리게 가는 것에 대한 연구도 있었다고 한다. 느리게 가기도 하고 빨리 가기도 하는 시간은 마음의 시간이었다는 결론이 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유형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늘 똑같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과거 현재 미래는 그 자체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우리 마음속에서 모두 현재다. 과거는 지금 우리의 기억 속에서 존재하며, 미래는 우리의 기대와 전망 속에서 존재한다’고 했다. 유형의 시간은 그저 흘러가지만 무형의 시간은 언제나 현재라니 참 멋진 말이다. 2019년 새해는 즐거운 현재가 이어지길 소망한다.
  • [이한용의 구석기 통신] 91억 9263만 1770번

    [이한용의 구석기 통신] 91억 9263만 1770번

    감옥에 갇힌 죄수가 등장하는 소설이나 무인도에 표류한 사람이 등장하는 영화에서는 언제든지 벽이나 바위를 긁어 날짜를 표시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오늘 며칠이더라? 지금 몇 시지? 하는 질문을 늘 달고 다니는 게 요즘 현대인의 삶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항상 시간을 궁금해한다. 날짜를 알아야만 마음이 놓이는 존재가 인간인 것이다. 시간을 안다는 것은 사실 인류생존의 기본조건이었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눈물겨운 적응과정을 거치던 연약하고 보잘것없는 가여운 존재였던 초기 인류에게 머리 위를 빙빙 도는 콘도르를 보고 동물 사체의 위치를 찾아낸 그 순간부터 하이에나가 들이닥치기 전 한 조각의 고기라도 뜯어내어 도망치기까지의 시간은 삶과 죽음을 갈라놓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사자가 사냥 후 지친 틈새 시간을 노려 온갖 눈칫밥을 먹어가며 근근이 살아남아 석기를 만들고, 불을 피우고, 사냥하며 서서히 뇌의 크기를 키워나가던 인류는 언제부턴가 해가 지면 달이 뜨고 아침이 오면 따뜻한 바람이 불고 여러 번 달이 찼다 기울면 들소가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를 알아야만 했다. 그날에 맞춰 돌창촉을 다듬고 깊은 함정을 파야 했다. 눈칫밥 먹을 필요 없이 마음껏 사냥할 수 있는 그때를 알아야만 했다. 그때가 언제일까? 그때를 알기 위해서는 시간을 기록해야 했다. 최초의 시계는 아마도 특별한 도구가 없어도 시간을 알 수 있었던 해시계였을 것이다. 발 딛고 살던 지구 자체가 시계였던 셈인데 몇시 몇 분이 아니라 대략적인 때를 알려 주었을 것이다. 지금은 석영 결정이 3만 2768번 진동하는 시간을 1초라고 하던 때도 지나 세슘 원자가 91억 9263만 1770번 양자 진동하는 시간을 1초라고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실로 대단한 과학의 시대다.오늘날로 치면 달력 같은 유물이 등장한 때는 대개 3만 년을 전후한 후기구석기시대로 알려지고 있다. 손바닥만 한 뼛조각 등에 이상한 점들을 찍은 유물들이 이 시기에 등장하는데 학자들에 따라서는 이 점들이 달의 운행을 표시하는 달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론도 만만치 않지만, 이 시기의 동굴벽화에 털갈이 시기 들소의 특징을 정확히 묘사한 그림들도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후기 구석기시대 사람들은 확실히 계절과 시간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었던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사냥감을 찾아 이동 생활을 했던 이들에게 시간의 변화를 알아야 한다는 것은 필수적인 생존의 기술이었을 것이다. 언제나 시간은 우리 인류에게 삶 자체와 같이 중요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언제나 흘러만 간다. 되돌아가지는 않는다. 수백만 년 전 인류가 두발로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더 멀게는 지구의 탄생 그리고 우주의 폭발서부터 언제나 시간은 앞을 향해 흘러만 갔다. 우리에게 시간은 유형이면서도 무형인 존재가 아닐까 싶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잠자리를 찾아가는 소년이 노인에게 ‘할아버진 제 자명종이예요’라고 말하자 노인이 ‘내게는 나이가 자명종이지, 나이 든 사람은 왜 일찍 깨는 걸까? 하루를 그나마 좀 더 길게 보내려고? 저는 잘 몰라요? 하는 장면은 참 정겹다. 어떤 때는 시간이 빨리 가기도 하고 느리게 가기도 하는 궁금증에 대한 연구가 있었다고 한다. 느리게 가기도 하고 빨리 가기도 하는 시간은 마음의 시간이었다는 결론이 날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유형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늘 똑같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과거 현재 미래는 그 자체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우리 마음속에서 모두 현재다. 과거는 지금 우리의 기억 속에서 존재하며, 미래는 우리의 기대와 전망 속에서 존재한다’고 했다. 유형의 시간은 그저 흘러갈 뿐이지만 무형의 시간은 언제나 현재라니 참 멋진 말이다. 2019년 기해년 새해는 우리 모두의 하루하루가 즐거운 현재가 되길 소망해 본다. 글: 전곡선사박물관장
  • 뇌 기반 창업 아이템 설계… 맞춤형 동업자·팀원 연결해 성공률 높여

    뇌 기반 창업 아이템 설계… 맞춤형 동업자·팀원 연결해 성공률 높여

    연세대학교는 청년 창업률을 높이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세계적인 창업선도대학으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연세 스타트업 스쿨’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창업 의지가 있는 학생들이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준다는 취지다. 미국의 세계적인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를 본보기로 한 이 프로그램은 ▲창업 역량과 잠재력 발굴 ▲1대 1 매칭 시스템 ▲매직넘버6시스템 등의 차별화된 3가지 핵심프로그램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다음은 연세 스타트업 스쿨 관계자와의 일문일답.→연세 스타트업 스쿨을 소개해주시겠어요. -대부분의 액셀러레이터가 창업자와 창업팀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 이해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 담당합니다. 문제는 이들이 경험과 직관으로 한다는 점이죠. 연세 스타트업 스쿨은 이런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던 인간 이해를 뇌과학적인 검사기구를 통해 정확성을 높임으로써 창업자와 팀 구성원을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합니다. 또한 창업자에 적합한 뇌 인지적 특성을 발굴하고, 함께 동역할 파트너를 찾도록 도와줍니다. 창업 성공률을 높이려면 창업자를 도와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이나 팀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이를 통해 자신의 뇌 적성에 맞는 창업 아이템과 이를 구현할 동업자나 팀을 찾도록 함으로써 창업의 실패 가능성을 낮추고 성공률을 높이는 것입니다. →연세 스타트업 스쿨이 어떻게 이 비전을 이끌어갈 것인가요. -뇌 인지에 근거한 인간 이해를 기반으로 창업자나 동업자, 팀원들이 자신의 강점을 발견해 누구나 쉽게 서로 창업하게 되는 세계 최초의 뇌 기반 창업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연세대학교가 세계적인 창업선도대학이 되도록 하는 것이죠. →연세 스타트업 스쿨만의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나요. -연세스타트업스쿨은 인간의 사고와 행동의 근원이 되는 인간의 뇌에 집중해 다른 창업 프로그램과는 크게 차별화했습니다. 3가지 핵심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첫째로 창업 역량과 잠재력 발굴입니다. 뇌 성향 분석을 통해 자신이 창업가로서의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자신의 창업 관심 분야나 아이템이 본인의 뇌 적성과 관심 분야에 얼마나 적합한지 확인하는 것이죠. 이를 통해 창업에 대한 독려가 가능하고, 누구든지 창업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하도록 합니다. 두 번째로 1대 1 매칭 시스템입니다. 뇌 분석 매칭 시스템인 1대 1 매칭시스템을 통해 창업가의 강점은 살려주고 단점은 보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동업자가 누구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자신과 맞는 동업자를 시스템으로 손쉽게 발견하고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해 창업 시 어려운 인적 자원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합니다. 셋째 매직넘버6시스템입니다. 최고의 성과를 내는 팀은 최고의 인재로 구성된 팀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다양한 뇌 성향을 가진 구성원임을 이해하도록 합니다. 각 팀원이 가장 잘할 수 있는 6가지 역할을 찾아줌으로써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팀 빌딩을 하도록 지원해 창업 성공률을 높이는 것입니다. →프로그램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요. -총 6단계로 진행됩니다. 1단계는 뇌 인지적성검사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강점을 파악해 진로를 설계하고 적성에 맞는 창업 분야를 찾습니다. 2단계는 1대 1 매칭 시스템을 통해서 자신의 강점은 살리고 약점을 보완할 최적의 창업 파트너를 찾습니다. 3단계는 창업파트너와 더불어 팀 빌딩을 하는 것입니다. 4단계는 창업 아이템을 찾도록 도와주고 초기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합니다. 특히 창업 전문 멘토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정교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5단계는 창업경진대회를 개최해 우수 창업팀을 선발하고 마지막 6단계는 창업 등록 후 창업지원단에서 창업 활동을 시작합니다. →4차 혁명과의 연관성과 비전, 기대 효과는. -4차 산업혁명은 다른 말로 인간의 창의성 혁명이라고 봅니다. 인간이 하던 많은 일을 인공지능에 넘겨줄 것이기 때문이죠. 앞으로 4차 산업혁명에서 인간의 존재와 가치, 역할은 기존의 지식과 경험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구현할 것인가에 달려있습니다. 이제 인간은 인공지능이 대체하지 못하는 창의성의 영역에서 자신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에서 적응과 생존을 넘어선 번영과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이는 곧 창의성 혁명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결국 인간의 창의성을 담당하는 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중요해집니다. 다시 말해 인간의 창의성이 극대화되도록 돕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인 열쇠입니다. 또한 인간의 지각과 감정, 행동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인지·사고 과정을 밝혀내 이를 인공지능과 연계하는 것도 주요한 과제입니다. 연세대는 이같이 거대한 흐름에 발맞춰 인간의 뇌 인지와 사고, 행동의 결과를 설명·예측하는 프로그램을 인재 양성과 교육 지도에 활용함으로써 창업 선도대학의 입지를 굳히고,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게 되리라고 기대합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불편의 참을성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불편의 참을성

    얼마 전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 병원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고성이 들렸다.“왜 안 된다는 거야!” “보호자 출입증이 없으면 출입하실 수 없습니다.” “여긴 왜 이리 빡빡해요? 다른 데는 다 그냥 되는데.”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견된 후 보호자 출입증이 없이는 병동 출입을 확실히 통제하기 시작하던 때다. 작년부터 병동에 차단문을 만들어 시행 중이었다. 융통성 있게 시행하다 제대로 하는 것일 뿐이었다. 이런 사정을 알고 싶지 않은 그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를 행여 있을 감염의 위협에서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불편함을 고통스러운 짜증으로 인식하고 공격적으로 반응을 한 것이다. 오직 자신의 편의에 세상이 맞춰 주기를 바라는 심리다. 사실 이런 심리는 보편적으로 확산되는 면이 있다. 올여름은 정말 더웠다. 그러니 실내에 들어가 바로 시원한 기분이 들지 않으면 “여긴 왜 이렇게 덥지?”라며 조급하고 마음이 불편해지고는 했다. 오 분만 지나면 견딜 만해지는데도 말이다. 에어컨이 없었다면 그냥 그대로 이 더위를 견뎌야 했을 텐데, 신기하게도 에어컨이 일상적이 되면서 더위에 대한 참을성은 줄어들었다. 수십년 전에 비해 환경은 훨씬 편리하고 편안해졌다. 그런데 사람들은 거꾸로 불편을 잘 참지 못하고 어떻게든 그 불편을 제거하려고 애를 쓰고,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낸다. 이건 고통과 불편을 구별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고통은 위험을 알리는 신호로 생존과 직결돼 있다. 고통의 원인은 어떻게든 제거하는 게 맞다. 그러나 불편은 생존과 직접 연관은 없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견딜 만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 둘을 구별해야 하는데, 뭔가 부정적이고 싫다는 감정은 둘을 하나로 인식하게 만든다. 그래서 불편한 것도 어떻게든 없애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고 조바심부터 생긴다. 그걸 없애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뇌가 오인하게 만든다. 원시시대에는 주변의 모든 것이 위험한 것투성이였고, 고통의 근원으로 가득했다. 얼어 죽을 수도, 굶어 죽을 수도 있는 세상이다. 현대사회의 삶은 어떤가. 그때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편해졌다. 쾌적한 온도에서, 안락한 주거시설에서,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고, 아프면 적은 비용으로 병원을 가면 해결된다. 그런데도 불편은 더 예민하게 느껴진다.미국의 심리학자 마크 셴은 ‘편안함의 배신’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편안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서 불편을 감지하는 센서의 역치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제 작은 흔들림, 사소한 어려움, 자잘한 일상의 불편함도 힘든 고통과 유사하게 느끼도록 마음의 세팅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 후로는 살짝 더 불편한 일인데도, 생존과 관련한 고통의 신호로 인식하고 반응하게 된다. “여긴 왜 이래!”라는 말은 현대사회의 안락함이 준 역설적 아픔이라 할 만하다. 불편은 참을 만한 것이다. 불편함에 확 화를 내는 건 뇌가 위험한 고통으로 오인해 벌어진 반응일 뿐이다. 무조건 돌파하려 하기보다 일단 멈추고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고 생각을 몇 초만 했으면 한다. 막무가내로 여기는 왜 이런가, 예민하게 반응하기 전에 내가 거기 맞춰야 더 큰 모두의 고통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편안함이 많아질수록 불편에 대한 역치는 내려간다. 하지만 불편은 견딜 만하고, 시간이 지나면 확실히 줄어들며 적응할 수 있는 느낌이다. 그런 의미에서 평상시에 어떤 일이 불편하게 느껴지면, 이게 진짜 불편해할 만한 것인지, 내가 예민한 것인지 생각해 보자. 심각하지 않은 일이라면 그냥 무시하거나 견뎌 내면서 내 마음의 내성이 약해지지 않게 해주는 훈련이 필요하다. 사는 게 편해질수록 근육을 쓸 일이 줄어들고 약해지니 시간을 내서 근력 운동을 해야 하듯이 불편에 대한 내성을 견디는 훈련도 이런 마음으로 해야 복잡한 사회에서 짜증을 안 내고 여유 있게 살아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상상을 하는 아침이었다.
  • [김태의 뇌과학] 사회성의 뇌과학

    [김태의 뇌과학] 사회성의 뇌과학

    우리는 흔히 ‘사회성이 좋다’,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사회성에 대해 ‘사회생활을 하려고 하는 인간의 근본 성질. 사회에 적응하는 개인의 소질이나 능력, 대인 관계의 원만성’으로 정의한다. 타인과 상호 작용을 잘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뇌기능이 사용된다. 뇌의 어떤 기능이 사회성에 영향을 주는 것일까.사회성과 관계된 것으로 먼저 알려진 뇌 부위는 이마 안쪽에 자리잡은 전두엽 중에서도 안구를 싸고 있는 ‘안와’ 바로 위에 있는 ‘안와 전두엽’이다. 안와 전두엽이 손상된 환자들은 충동적이고 사회적 규칙을 무시하며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지 못해 반사회적 인격 장애와 같은 행동 양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바이오젠사의 애니어벤 고시 박사는 사회성 행동과 관련된 부위를 확장하고자 했다. 연구팀은 ‘화학유전학’이라는 첨단 연구 방법론을 활용해 전두엽을 활성화시켰을 때 오히려 사회성 행동이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대신 등쪽 시상에 위치한 ‘하베눌라’라는 뇌 부위가 사회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하베눌라의 뉴런을 억제하면서 전두엽을 활성화시키자 사회성 행동이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편 사회성을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옥시토신’이 있다. 원래 옥시토신은 출산 후 모체의 뇌하수체 후엽에서 분비돼 자궁수축과 유즙분비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의 로버트 말렌카 교수는 옥시토신의 기능이 ‘보상 회로’로 알려진 중뇌의 복측피개영역을 통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해 사이언스지에 보고한 바 있다. 이들은 옥시토신이 작용하는 수용체가 보상 회로에 많이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광유전학’을 활용해 옥시토신 수용체가 존재하는 뉴런을 선택적으로 자극하자 사회성 행동 반응이 현저하게 증가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옥시토신은 사회적인 의사소통을 인지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중국과학원대 연구팀은 실험 대상자에게 몇 개의 점으로만 표시된 두 사람의 상호 작용을 나타내는 동영상을 보여 줬다. 한 종류는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모습이고, 다른 한 종류는 의사소통이 전혀 없는 모습을 모사한 것이었다. 그리고 실험 대상자에게 어느 쪽 동영상이 더 길었는지 묻자 실험 대상자는 의사소통을 하는 동영상이 더 짧다고 답했다. 사회적 상호작용 시간에 대해 짧게 느끼는 현상을 ‘시간 응축’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시간 응축이 잘 일어나지 않았던 참가자에게 옥시토신을 투여하면 시간 응축이 촉진되고, 반대로 시간 응축이 잘 일어나던 참가자에게 옥시토신 길항제를 투여하면 시간 응축이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옥시토신이 사회적 상호 작용을 인지하는 능력과 관련돼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일상생활 자체에 큰 걸림돌이 되는 안타까운 질환이다. 이런 문제점를 해결하기 위한 뇌과학적 근거가 차근차근 쌓이고 있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임상 연구에서 뚜렷한 치료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회성이 ‘보상 회로’와 연결돼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경험을 통해 기쁨을 느끼고 만족을 경험한다면 이런 회로들이 강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긍정적인 사회 경험이 다시 사회적 경험을 원하게 한다는 사실이 나를 포함해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모든 사람에게 희망적인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
  • [달콤한 사이언스] 행복한 아이가 성적도 좋아진다

    [달콤한 사이언스] 행복한 아이가 성적도 좋아진다

    영국과 미국, 포르투갈 연구진이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이 학습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영국 런던대 전산신경과학과, 막스플랑크-UCL 전산정신과학 및 노화연구소,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 인문사회학부, 포르투갈 챔팔리모드 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세로토닌이 학습능력은 물론 학습속도를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6일자에 발표했다. 세로토닌은 혈관벽이 손상되면 혈소판에서 분비돼 혈액을 응고시키고 혈관벽을 수축시켜 출혈을 막는 물질이다. 혈관 뿐만 아니라 뇌 시상하부, 대뇌기저핵 같은 중추신경계에도 존재하면서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들어 우울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되고 세로토닌 농도가 높아지면 행복감, 만족감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흔히 ‘행복 호르몬’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활용하려는 시도들이 있다. 연구팀은 8마리 생쥐를 대상으로 4마리는 뇌에 LED 전극을 심어 빛을 쬐어주면 세로토닌이 분비되도록 한 광유전학 장치를 하고 나머지 4마리에는 아무런 장치를 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8마리를 대상으로 다양한 형태의 보상 실험을 실시하면서 인공지능(AI)의 기계학습에서 활용되는 강화학습 원리를 바탕으로 컴퓨터가 쥐의 행동을 기록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실험 과정 내내 LED가 심어져 있는 생쥐에게는 끊임없이 세로토닌을 분비하도록 자극을 줬는데 일반 생쥐에 비해 실패에서 배우는 속도가 2~3배 가량 빠르고 새로운 문제 상황을 빠르게 적응하고 인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요히토 리가야 칼텍 박사는 “이번 연구는 행복감이 학습능력과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울증 치료에 있어서도 단순히 약물 치료 뿐만 아니라 인지행동 변화를 통해 세로토닌이 분비될 수 있도록 병행치료하는 것이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유한양행·GC녹십자 ‘맞손’…희귀질환 치료제 공동개발

    국내 제약업계 매출액 기준 1, 2위 업체인 유한양행과 GC녹십자가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GC녹십자와 유한양행은 지난 18일 희귀질환 치료제 등의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9일 밝혔다. 두 업체가 공동으로 의약품 연구개발(R&D)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질 도출부터 비임상까지 협업 GC녹십자와 유한양행은 먼저 복약 편의성을 높이고 뇌 증상에 대한 효능을 향상시킨 차세대 경구용 고셔병 치료제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국내 바이오의약품 분야의 선두주자인 GC녹십자의 희귀의약품 개발 성공 이력과 합성의약품 분야의 최강자인 유한양행의 신물질 합성 관련 기술력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셔병은 효소 결핍으로 생기는 희귀 유전성 질환으로 간과 비장 비대, 빈혈, 혈소판 감소 등을 유발한다. 국내 고셔병 환자 수는 70여명, 전 세계 환자 수는 6500명에 불과하다. 양사는 후보물질 도출부터 비임상 단계까지 협업하며, 향후 임상 개발과 적응증 확장 등은 추후 논의하기로 해 헙력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열어 뒀다. 이번 공동 연구개발은 희귀질환 환자의 치료 환경을 개선한다는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이뤄졌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환자 수가 극소수이고, 개발이 쉽지 않아 제약사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영역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 등 각국의 보건당국에서 개발을 독려하기 위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미래 성장동력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영역이다. ● ‘개방형 혁신’ 새 모델 제시 평가 업계에서는 그동안 자본을 확보한 제약사와 바이오벤처 사이의 짝짓기가 주를 이뤘던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최근 거대 다국적 제약사들의 공동 연구개발 사례가 늘고 있어 신약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의 허용 범위가 넓어졌다는 것이다. 허은철 GC녹십자 사장은 “각기 다른 연구개발 특색을 지니고 있어 상호 보완 작용의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은 “연구개발 분야의 진일보는 물론 ‘누구나 건강할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제약 본업의 뜻이 함께한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팩트 체크] 정부-의협, 뇌·혈관 MRI 건보 적용 격돌

    [팩트 체크] 정부-의협, 뇌·혈관 MRI 건보 적용 격돌

    10만~70만원대 비용 제각각대형병원 쏠림·건보 재정 우려 수익 보전 대책·탄력 적용 필요오는 9월 뇌·혈관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 건강보험 적용을 놓고 의료계와 정부 간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환자 부담을 줄이는 제도”라며 강행 의사를, 대한의사협회는 “환자들의 검사가 급증해 기다리다 지쳐 해외에서 MRI 검사를 받는 일도 생길 것”이라며 반대를 고수하고 있다. 3일 제도의 취지와 의료계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정부가 MRI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려는 이유는. -환자의 검사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MRI 검사비 규모는 7700억원으로 초음파 검사(1조 3000억원)에 이어 전체 비급여 항목 중 두 번째로 가장 많았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고무줄 검사비’라는 비판도 많다. 의료기관별 검사비가 10만원부터 70만원대까지 천양지차다. 많은 환자들은 의료기관이 권해 검사를 받지만 다른 검사까지 더해지면 부담이 너무 크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정말 외국으로 가야 할 정도로 검사가 어려워질까. -의료계는 본인 부담이 줄어 검사비가 저렴해지면 환자들의 이용이 늘고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려 꼭 검사를 받아야 하는 환자가 검사를 못 받는 상황도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해외에서 검사를 받아야 할 정도로 위기감이 커질 것이라는 주장은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월부터 치매 의심환자의 MRI 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했고, 본인부담 검사비는 기본 촬영 7만~15만원, 정밀 촬영 15만~35만원으로 줄었다. 지난 4월 정부가 강행한 ‘상복부 초음파’ 건강보험 적용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수그러들고 있다. 심지어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적응해야 한다”, “반대만 외쳐서는 안 된다”고 바뀌고 있다. 의협도 내부적으로 MRI 급여화 전면 반대보다는 충격을 상쇄할 수 있는 단계적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의협이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뭔가. -영상검사는 의료기관의 대표적인 수익 창구다. 201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분석에서 영상검사 원가 보전율이 170%였다. 100%에 미치지 못하는 의료 원가를 영상검사에서 충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의료계는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것을 극히 꺼린다. MRI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대형병원은 자체적으로 정한 높은 검사비를 낮춰야 한다는 점에서, 의원급은 가격이 저렴해지면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릴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 반대하고 있다. 사실상 의료계의 핵심 요구는 줄어드는 영상검사 수익을 어떻게 보전해 줄 것인지 정부가 답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그럼 전혀 문제가 없는 정책인가. -그렇진 않다. 영상검사는 판독자의 역량과 기계의 연식, 성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이것을 동일한 잣대로 보고 가격을 책정하면 고가 장비를 구입할 이유가 사라진다. 따라서 탄력적인 보험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또 대형병원 쏠림이나 건강보험 재정 부담은 정부도 인정하는 부작용이다. 현재 20조원대인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은 MRI 건강보험 적용 등으로 2022년 14조 5000억원, 2027년 4조 7000억원으로 줄어든다. 그래서 정부는 뇌·혈관 환자들에게 먼저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우연의 가능성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우연의 가능성

    사람들은 어떤 일이 우연히 생긴 것이라 하면 그 가치를 낮추는 경향이 있다. 비록 바라던 방향으로 일이 잘 풀린 것이었다 해도 내가 노력해 얻은 것이 아니니 얻어걸린 행운의 영역으로 본다. 성실하게 노력하고 애를 써서 얻은 것이어야 진짜 내 것으로 본다. 우연이라면 다음에 노력해도 같은 것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경우에도 우연으로 보지 않고 어떻게든 원인을 찾으려 한다. 도둑이 들었다면 수많은 집 중에서 왜 내 집을 선택했는지 알고 싶다. 창문을 열고 다닌 것인지, 1층이라 들어오기 쉬웠는지 분명히 납득이 갈 만한 이유를 찾아내야 안심한다. 그래야 같은 일을 또 당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둑의 ‘별 생각 없이 선택했어요’란 말은 설득력이 없다. 이처럼 우리는 세상사에서 벌어지는 일들에서 우연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어떻게든 이유를 설명하고 싶고, 개인의 계획과 노력을 훨씬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나는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우연들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오직 사랑의 영역에서만 우연의 존재를 인정하며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고 부르지만, 훨씬 많은 영역에 우연은 존재하고, 의외로 많이 결정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진화론은 환경에 잘 적응하기 위해 더 나은 기능을 가진 존재가 자연선택을 받는 합목적적 선형 발전 모델로 설명한다. 그런데 수많은 유인원 중에서 인간이 지금의 인간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우연적 돌연변이 덕분이라고 볼 증거가 밝혀지고 있다. 과학저술가 클레어 윌슨은 ‘우연의 설계’라는 책에서 침팬지에서 인간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몇 개의 우연한 돌연변이 덕분이라고 설명하며 흥미로운 증거들을 제시했다. 먼저 MYH16이라는 유전자의 단일 돌연변이로 침팬지와 달리 인간의 턱 근육이 작아졌다. 침팬지만큼 물어뜯는 강한 힘은 잃었지만, 강한 턱 근육을 지지하고자 두개골 뒤쪽의 뼈가 두꺼울 수밖에 없었는데 돌연변이로 근육의 크기가 줄었다. 그 결과 뼈의 크기도 작아져서 뇌가 급격히 성장을 해도 두개골이란 껍데기의 제약을 덜 받아 충분히 커질 수 있었다. 다음은 포도당 수용체의 돌연변이로 뇌의 모세혈관에 많이 생기고 근육에는 덜 생겨 섭취한 포도당을 뇌가 훨씬 많이 사용할 수 있게 돼 뇌의 기능이 좋아질 수 있게 됐다. 한마디로 근육을 포기하고 지능을 키운 것이다. 더 나아가 인간의 언어 능력은 FOXP2가, 엄지손가락을 포함한 정교한 손의 발달은 HACNS1이란 DNA의 돌연변이 결과다. 약 십만 년 전 인간은 농업을 시작했는데, 같은 시기에 곡물을 잘 소화시킬 수 있는 효소가 침팬지에 비해 몇 배 늘어나는 돌연변이가 발생했다. 농업으로 사람들은 모여 살면서 지금과 같은 사회를 구성할 수 있게 됐는데 이 역시 사실은 우연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동시에 일어난 덕분이다. 결국 지금의 인간다움을 이루는 많은 것의 진화가 사실은 몇 가지 ‘우연’이 참으로 연속적으로 시기마다 딱딱 일어나 생긴 것이다. 이와 같이 지구에서 최상급 종으로 군림하고 있는 인간의 존재조차도 우연의 연속선상의 결과물일 뿐이다. 우연의 역할이 이렇게 크다. 개인의 목표 달성을 위한 부단한 노력과 내 앞의 위험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목표에 맞춰 노력해서 얻은 것만 진정한 가치가 있고, 공정한 것이라 여기면 세상은 너무 빡빡해질지 모른다. 안 좋은 일이 벌어졌는데 이유를 찾지 못할 때 심한 좌절을 하거나, 또 내게 같은 일이 반복될까 불안에서 자유로워지기 어렵기 쉽다. 이런 불안에서 벗어나는 길은 우연의 역할을 더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 꽤 많고, 의외의 결과들을 가져온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살아가는 데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무엇보다 노력이 부족했다고 나를 자책하는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 세상의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될 수 없으며 그 안에는 우연의 영역이 촘촘히 존재한다는 것을 믿었으면 한다. 그래야 내가 얻어 낸 것을 행운이 포함됐다 여기며 온전히 내 것으로 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감사할 수 있고, 타인의 안 좋은 일을 연민의 감정으로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 인간의 뇌를 크게 키운 건 관계 맺기보다 생존 본능?

    인간의 뇌를 크게 키운 건 관계 맺기보다 생존 본능?

    하루가 다르게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현대에도 여전히 수수께끼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부분이 바로 ‘뇌’이다. 그 때문에 많은 과학자들은 뇌의 기능과 작동원리 등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뇌의 기능과 원리뿐만 아니라 사람의 뇌가 다른 동물보다 비정상적으로 크게 발달한 이유에 대해서도 과학계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그런데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생명과학대학 연구진이 새로운 수학적 분석법을 통해 사람의 뇌가 커진 것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사회적 압박이 아니라 생태학적 요인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 23일자에 발표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진화한 이유를 놓고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 왔다. 이 중 타인과 원활한 관계를 맺고 복잡한 사회생활을 위한 것이라는 ‘사회적 뇌 가설’과 진화 과정에서 뇌의 크기와 소화기관의 크기를 서로 바꾸었다는 ‘비싼 조직 가설’이 주목받았다. 특히 비싼 조직 가설은 다른 동물의 경우 단위 무게당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조직은 위인데, 사람은 위가 아닌 뇌라는 점에서 비롯됐다. 이런 가설들은 상관관계 데이터에 의존하기 때문에 원인과 결과를 명확히 구분해 낼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식량을 찾거나 주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생태학적 요인과 상대방과 협력하거나 경쟁하고 사회조직을 만들어 운영하는 사회적 요인 중 어느 것이 뇌 크기에 영향을 미쳤는지 추정할 수 있는 수학적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비교했다. 그 결과 인간 뇌 진화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은 생태학적 요인이 60%, 사회적 요인 중 이타적 행위가 30%, 타인과의 경쟁적 행위와 그 밖의 요인이 10%일 때의 모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금까지 나왔던 여러 가설들로는 현재 인간의 뇌 진화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앤디 가드너 박사는 “이번 연구는 인간의 뇌가 커진 것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진화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현대인들의 뇌가 ‘비정상적’으로 커진 이유는?

    현대인들의 뇌가 ‘비정상적’으로 커진 이유는?

    하루가 다르게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현대에도 여전히 수수께끼 영역으로 남아있는 부분이 바로 ‘뇌’이다.그 때문에 많은 과학자들은 뇌의 기능과 작동원리 등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뇌의 기능과 원리 뿐만 아니라 사람의 뇌가 다른 동물들의 뇌보다 비정상적으로 크게 발달한 이유에 대해서도 과학계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영국 세인트앤드류스대 생명과학대학 연구진은 새로운 수학적 분석법을 통해 사람의 뇌가 커진 것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사회적 압박 때문이 아니라 생태학적 요인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 23일자에 발표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진화한 이유를 놓고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왔다. 인간의 뇌가 커진 것은 타인과 원활한 관계를 맺고 복잡한 사회생활을 위한 것이라는 ‘사회적 뇌 가설’과 진화 과정에서 뇌의 크기와 소화기관의 크기를 서로 바꾸었다는 ‘비싼 조직 가설’이 주목받았다. 특히 비싼 조직 가설은 다른 동물들의 경우 단위 무게당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조직은 위인데, 사람은 위가 아닌 뇌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런 가설들은 상관관계 데이터에 의존하기 때문에 원인과 결과를 명확히 구분해 낼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식량을 찾거나 주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생태학적 요인과 상대방과 협력하거나 경쟁하고 사회조직을 만들어 운영하는 사회적 요인 중 어느 것이 뇌 크기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추정할 수 있는 수학적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비교했다. 그 결과 인간 뇌 진화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은 생태학적 요인이 60%, 사회적 요인 중 이타적 행위가 30%, 타인과 경쟁적 행위와 그 밖의 요인 10% 일 때 모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금까지 나왔던 여러 가지 뇌 발달 가설들로는 현재 인간의 뇌 크기로의 진화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앤디 가드너 박사는 “이번 연구는 인간의 뇌가 커진 것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진화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만성적 외로움이 공격성 유발…이유는 뇌 변화 탓

    만성적 외로움이 공격성 유발…이유는 뇌 변화 탓

    만성적인 외로움이 뇌 생성 화학물질에 변화를 줘 공격성과 두려움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캘텍)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연구에서 장기간(2주) 격리된 쥐들은 뇌에서 두려움과 관련한 특정 단백질을 더 많이 생성하는 것을 발견했다. Tac2/NkB로 알려진 이 물질은 동물들이 위협에 훨씬 더 오래 반응하도록 한다. 그런데 겁을 먹거나 위협적인 자극을 받은 쥐들에게 이 물질의 분자를 표적으로 삼는 약물 ‘오사네탄트’를 주사하자 행동이 반대로 변한 것이다. 이는 사별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나 폭력적인 행동이 증가한 독방 수감자들을 위한 신약을 개발하는 희망을 안겨준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사실 오사네탄트는 조현병과 심각한 우울증의 잠재적 치료제로 개발됐다. 이 약물은 임상시험에서 사람에게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효과는 없었다. 공동저자인 데이비드 앤더슨 박사는 “이번 연구는 독방 감금뿐만 아니라 사별 스트레스 또는 다른 유형의 스트레스에서 사회적 고립의 영향과 관련한 다른 정신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이 약물을 재사용할 가능성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사회적 고립은 쥐들에게 극도의 스트레스를 주는 경험이 돼므로 쥐는 외로움을 분석하는 데 훌륭한 동물 모델이 된다”면서 “쥐는 불안할 때 일반적으로 다양한 부정적 자극에 훨씬 더 크게 반응하고 이런 행동은 오랫동안 이어진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만성 외로움이 뇌를 난해한 방법으로 변하게 하는 메커니즘(기전) 중 하나를 밝혀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Tac2/NkB가 초파리의 공격성을 높여 사회적 고립을 초래하는 것을 처음 발견한 초기 연구 이후 진행됐다. 또 이 연구는 뇌 가소성(brain plasticity)으로 알려진 현상인 뇌가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강조한다. 기존 연구에서는 장기적인 외로움이 사람들의 뇌에 변화를 일으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덜 맺게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셀(Cell) 최신호에 게재됐다. 사진=ryanking999 / 123RF 스톡 콘텐츠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와우! 과학] “20년 내 ‘텔레파시 초능력자’ 등장할 것”

    [와우! 과학] “20년 내 ‘텔레파시 초능력자’ 등장할 것”

    초능력자들이 등장하는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보통사람’ 역시 간단한 시술을 통해 텔레파시 능력을 가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뇌외과 전문가인 에릭 류사트 박사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가 발행하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서 뇌에 칩 등의 기기를 이식함으로서 생각만으로 의사소통을 하거나 기억을 마음대로 삭제하는 것이 조만간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뇌에 이러한 기능을 가진 마이크로칩 등의 기기를 이식하는 것은 현대의 성형수술이나 타투(문신)만큼이나 흔한 일이 될 것이며, 그 시기는 15~20년 내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류사트 박사는 “에를 들어 완벽한 기억력을 가지고 싶다거나 기억의 일부를 지우고 싶을 때, 또는 학습 능력을 높이고 싶거나 입이 아닌 뇌를 통해 생각을 주고받고 싶을 때, 뇌에 마이크로칩을 이식하는 새로운 기술이 인간의 미래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류사트 박사는 2011년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종할 수 있는 장치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 미국 워싱턴 대학 연구팀은 간질을 앓고 있는 36~48세 환자를 대상으로 마이크로전극을 두뇌피질표면에 심어 두뇌의 신호를 알아내는 실험을 실시했다. 환자들은 컴퓨터 스크린에 앉아 손을 대지 않고 커서를 움직이도록 지시받았다. 그 결과 환자들은 ‘아’, ‘오’ 등 간단한 단어 또는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컨트롤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들이 어떤 트레이닝 없이도 자유자재로 컴퓨터를 활용했으며, 매우 빠른 적응능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활용한 기술은 이코그(ECoG)라고 불리는데, 두뇌피질표면에 전극을 심어 두뇌의 신호대로 기기를 조작하는 원리다. 류사트 박사는 이밖에도 전 인류의 90%가 컴퓨터 하드웨어를 뇌에 이식받은 미래를 그릴 소설을 출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편 해당 글이 실린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MIT가 발행하는 기술 분석 잡지이자 미래기술과 관련해 가장 저명한 간행물로 평가받는다. 사진=123rf.com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딸 아이의 비뚤어진 미소, 알고보니 뇌 종양 때문

    딸 아이의 비뚤어진 미소, 알고보니 뇌 종양 때문

    딸의 사소한 변화를 빨리 알아차린 한 부부는 딸 아이 목숨까지 살릴 수 있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미러, 데일리 리코드 등 외신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의 메간 에반스(7)가 뇌 종양 진단을 받게 된 사연을 전했다. 지난해 10월 31일 에반스 가족은 함께 즐거운 핼러윈데이를 보내고 있었다. 메간의 아빠 제이슨과(34)과 엄마 샤를린은 그날따라 딸 아이 미소가 평소와는 좀 다르게 느껴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둘러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갔고 딸의 뇌에서 오렌지 크기만한 종양을 발견했다. 다음 날인 11월 1일, 메간은 12시간에 걸친 대 수술로 종양을 제거했지만 시신경에 손상을 입어 3%밖에 보이지 않는 처지가 됐다. 혼자 돌아다니려면 시각 장애인들이 사용하는 흰색 지팡이가 필요하다. 아빠 제이슨은 “수술 후 메간은 마치 유아가 처음 말을 배울 때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아내와 나는 악몽같은 순간이 펼쳐졌다 생각했지만 딸은 점자를 배우는 등 침착하게 끔찍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해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간이 시력 회복 수술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영국에서는 해당 수술을 받을 수 없어 독일 베를린으로 건너가야한다. 막대한 수술비용 5000파운드(약 746만원)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메간 역시 “극적인 삶의 변화에 적응하는 일은 정말 힘들다. 일부 자금을 모아 독일에서 전기 자극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여러분들의 지원과 기부가 내 인생을 더욱 멋지게 바꾸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도움을 호소했다. 사진=페이스북(#HelpGetMeganToBerlin)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와우! 과학] “나를 버리고 가라”…전투 중 희생하는 부상 개미

    [와우! 과학] “나를 버리고 가라”…전투 중 희생하는 부상 개미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마타벨레 개미(Matabele ant)는 특이한 행동으로 곤충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바로 동료를 도와주는 행동이다. 이 개미는 흰개미를 사냥하는데, 흰개미 역시 거대한 군집을 이루고 사는 데다 강력한 병정개미가 지키고 있어 사실 만만치 않은 상대다. 따라서 한 번 사냥을 나가면 죽거나 다치는 개미가 종종 발생한다. 여기까지는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곤충학자들을 놀라게 했던 일은 부상당한 개미를 동료가 구해준다는 점이다. 물론 붕대를 감아주거나 약물을 투여하지는 못하지만, 상처 입은 동료를 부축해주거나 너무 많은 체액을 잃지 않게 상처를 치료해주면 다리를 1-2개 잃더라도 죽는 일은 피할 수 있다. 이를 연구한 과학자들은 개미의 사망률이 80%에서 10%까지 낮아지는 것을 관찰했다. 이 일은 언론에도 소개되면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를 보고한 곤충학자 에릭 프랭크와 동료들은 그 후 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 개미가 너무 심각한 부상을 입어 살아날 가망이 없는 동료는 치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다리를 1-2개 정도 손실한 경우 치료를 해주지만, 5개 이상 다리를 잃어 사실상 가망이 없는 경우에는 치료를 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것이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개미가 연명 치료를 거부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은 생존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남은 다리를 흔들거나 다른 방법으로 치료를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법으로 살릴 수 있는 동료를 살리는 것이다. 개미가 사회적 곤충이라는 점은 널리 알려졌지만, 마치 인간 같은 복잡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다. 군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습성은 아마도 이 개미가 처한 거친 환경에서 진화된 것으로 보인다. 사냥 과정에서 손실이 크다 보니 여기에 적응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관점으로는 흰개미보다 안전한 먹이를 잡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지만, 사실 다른 먹이라고 해도 순순히 잡혀주는 것은 아니며 먹이를 구하지 못하면 굶어 죽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차라리 주변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흰개미를 잡도록 진화했을 것이다. 그만큼 자연에서의 삶은 치열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 개미들이 회생 가능성이 없는 개미를 치료하지 않는 것은 물론 더 심하게 다친 동료부터 먼저 구조하는 등 상당히 조직적으로 동료를 구조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단순한 뇌를 지닌 개미가 어떻게 이렇게 복잡한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역시 앞으로 흥미로운 연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VR 슬로프·뇌신경 자극 헤드폰… 美 스키팀 ‘최첨단’ 훈련 중

    VR 슬로프·뇌신경 자극 헤드폰… 美 스키팀 ‘최첨단’ 훈련 중

    공상과학처럼 들리겠지만 평창동계올림픽 스키 미국 대표팀은 가상현실(VR)을 이용해 한국 슬로프의 특성을 익히고 뇌신경을 자극하는 헤드폰을 쓴 채 훈련한다.린지 본과 미카엘라 시프린 같은 스타들을 거느린 미국이지만 금메달과 10위가 불과 10분의1초로 갈리는 이 종목에서 조금이라도 기록을 단축하려고 첨단기술을 동원한다고 영국 BBC가 7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이들은 지난해 내내 VR 체험을 통해 슬로프 적응에 안간힘을 써 왔다. 알파인스키 활강과 슈퍼대회전을 치르는 정선 경기장에서 열린 2016년과 지난해 월드컵 대회 때 미국은 360도 동영상을 촬영해 어느 지점에서 몸을 틀고 기문 위치를 파악하는 훈련을 반복했다.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건 물론이다. 헤드셋에는 몸의 균형이 얼마나 잡혔는지 수치로 알려주는 기능까지 있다. 날씨나 조명을 임의로 조작해 여러 여건을 상정해 훈련할 수도 있다. 다른 장비는 미국 유타주에서 첫선을 보여 제법 알려진 ‘할로 스포츠 헤드셋’이다. 몸의 움직임을 좌우하는 뇌 속 운동피질에 전기 자극을 보내 폭발적인 힘, 지구력과 ‘근육기억’을 촉진한다. 특히 미국 노르딕 복합 스키 선수들이 이 장비로 스키점프에서 많은 재미를 봤다. 또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뇌의 능력을 향상시킨다. 세 번째 장비는 ‘비마(VIMA) REV 안경’이다. 일부러 앞을 부분적으로나 전체적으로 흐릿하게 만들어 선수가 이에 최대한 적응하고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기문을 돌 때 주시하지 않는 쪽을 아예 보이지 않게 만들면 뇌가 더 빠르게 많은 정보를 얻는 방법을 찾게 되는 식이다. 이 장비를 쓴 채로 두 줄을 밟고 올라선 채로 몸의 균형을 잡는 훈련도 가능하다. 미국 대표팀의 트로이 테일러는 “우리에게 1만 시간의 법칙은 통하지 않는다. 1년에 기껏해야 150~200시간, 그것도 세계를 돌아다녀야 연습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할 수 있다. 언제 1만 시간에 도달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VR로 슬로프 적응하고 뇌 자극해 완성도 높이는 미국 스키 대표팀

    VR로 슬로프 적응하고 뇌 자극해 완성도 높이는 미국 스키 대표팀

    공상과학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평창동계올림픽 스키에 출전하는 미국 대표팀은 가상현실(VR)을 이용해 평창과 정선 슬로프의 특성을 익히고 뇌신경을 자극하는 헤드폰을 쓴 채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린지 본과 미카엘라 시프린 같은 스타 선수들을 거느린 미국 대표팀은 금메달과 10위가 불과 10분의 1초 차로 갈리는 이 종목에서 첨단기술을 활용해 조금이라도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영국 BBC가 7일(현지시간) 소개했다. 대회 개막에 임박해 충분히 슬로프 적응할 기회가 없이 아주 부족한 횟수 타보는 다른 나라 선수들과 달리 이들은 지난해 내내 VR 체험을 통해 평창 슬로프 적응력을 키웠다. 알파인 스키 활강과 슈퍼대회전(슈퍼G) 경기가 열리는 정선 알파인경기장은 2016년과 지난해 월드컵 대회를 열었는데 이때 미국은 360도 동영상을 촬영해 어느 지점에서 몸을 틀고 기문 위치를 파악하는 훈련을 반복해왔다.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건 물론이다. 헤드셋에는 몸의 균형이 얼마나 잡혔는지 수치로 알려주는 장치까지 달려 있다. 또 날씨나 조명을 임의로 조작해 여러 여건을 상정해 훈련할 수 도 있다. 다른 장비는 미국 유타주에서 첫선을 보여 제법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할로 스포츠 헤드셋이다. 몸의 움직임을 좌우하는 뇌 속 운동피질에 전기 자극을 보내 파워, 폭발적인 힘, 지구력과 근육기억을 촉진한다. 특히 미국 노르딕 복합 스키 선수들이 이 장비로 스키점프에서 많은 재미를 봤다. 또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뇌의 능력을 향상시킨다. 세 번째 장비는 비마(VIMA) REV 안경이다. 일부러 앞을 부분적이나 전체적으로 흐릿하게 보이게 만들어 선수가 이에 최대한 적응하고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기문을 돌 때 주시하지 않는 쪽을 아예 보이지 않게 만들면 뇌가 더 빠르게 많은 정보를 얻는 방법을 찾게 되는 원리다. 두 줄을 밟고 올라선 채로 균형을 잡는 훈련을 할 수도 있다. 미국 대표팀의 트로이 테일러는 “우리에게 1만시간의 법칙은 통하지 않는다. 1년에 기껏해야 150~200시간 설원에서 연습할 수 있을 뿐이며 그것도 전세계를 돌아다녀야 그렇게 할 수 있다. 한번 슬로프에 나갈 때 6~10회 정도 30~60초 정도 타보는 것이 고작이다. 그래봐야 하루 3~10분이다. 그런 식으로 계산하면 1년에 10~20시간 타보는 것이다. 언제 1만시간에 도달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미국은 다른 나라처럼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거나 포상금으로 유인하지 않는다. 트로이는 “그래서 우리는 정부 지원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실리콘밸리 같은 자산이나 대학, 기업들의 후원을 통해 어떻게 하면 다른 나라 팀들보다 빠르게 기술을 익히고 훈련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뽑아낼까, 그리고 글로벌한 규모로 이득을 취할지 고민한다. 우리는 혁신해야 하고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상에나, 미국이 이런 각오로 평창 대회에 임하고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김태의 뇌과학] 촉감의 뇌과학

    [김태의 뇌과학] 촉감의 뇌과학

    우리 뇌는 캄캄한 두개골 안에 갇혀 있지만 시시각각 외부환경을 파악하고 그에 적절한 반응과 전략을 명령하며 생명을 유지하는 사령탑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은 오감(五感)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우리 몸의 감각기관인 눈, 귀, 코, 혀, 피부는 뇌가 외부 세상과 소통하는 창문과 같다. 이 가운데 피부는 어떻게 촉감을 감지하는 것일까. 피부에는 촉각 정보를 인지하는 네 가지 수용기가 있다. ‘메르켈 원반’은 가벼운 터치 등에 반응하며 적응이 느리다. ‘마이스너소체’는 느린 진동이나 미세한 감촉에 반응하는데 주로 털이 없는 손가락 말단이나 눈꺼풀에 존재한다. ‘루피니 말단’은 피부가 당겨지는 것을 감지하고, ‘파치니 소체’는 꾹 누르는 압력과 빠른 진동을 감지한다. 이런 다양한 촉감은 고속도로와 같은 척수를 통해 전달되고 감각 신호의 관문인 시상을 통과한 뒤 대뇌피질로 간다. 최근 표피 속 메르켈 세포가 외부 자극에 반응해 감각 뉴런에 신호를 전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촉감 발생 기전의 전통적인 개념이 변화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전체 표피 세포의 3~6%인 메르켈 세포 외에 표피의 94~97%를 이루고 있는 ‘각질형성세포’가 촉감 전달에 어떤 역할을 하지 않을까 의문을 갖는 연구자들이 생겨났다. 이와 관련해 체릴 스터키 위스콘신대 밀워키 캠퍼스 교수팀은 지난달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전신을 덮고 있는 피부세포 자체도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정교한 실험을 계획했다. 먼저 광유전학을 이용해 각질형성세포의 활성을 억제하자 놀랍게도 실험동물의 촉각 반응이 감소했다. 연구팀은 각질형성세포가 분비하는 ‘ATP’라는 물질이 감각 반응을 유발한다고 밝혔다. ATP가 신경세포 외벽에 있는 ‘P2X4’라는 단백질 수용체에 달라붙어 신경신호를 유발한다는 사실까지 규명했다. 단순히 외부 환경으로부터 방어하는 장벽 역할만 하는 줄 알았던 각질형성세포가 촉감 생성의 주역임이 밝혀진 것이다. 통증이나 가려움증 같은 증상을 국소적인 치료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열어준 것이다. 촉각이 뇌와 상호작용하는 범위는 상당히 넓다. 데이비드 린든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그의 저서 ‘터치: 손, 마음, 정신의 과학’에서 촉각과 관련한 유전자, 세포, 신경회로가 인간 고유의 경험을 창조해낸다고 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촉각의 특징과 의미를 설명했다. 촉각을 처리하는 경로는 첫째 접촉 정보를 전달하는 감각 경로다. 진동, 압력, 위치, 섬세한 결 등을 전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회적, 감정적 정보를 처리하는 경로다. 이를 통해 감정적 의미를 해석해 사회적 유대감, 쾌락, 통증과 연관된 부위를 활성화시킨다. 촉각의 독특한 측면은 감정적 맥락이 촉각 경험 자체를 바꾸기도 한다는 점이다. 누군가 어깨에 손을 올리면 상대가 친한 친구인지, 연인인지, 싫어하는 사람인지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사실이나 경험을 현실감 있게 느꼈을 때 ‘피부에 와닿는다’는 표현을 쓴다. 보고 듣는 것보다 우리 피부에 와닿을 때 비로소 진짜로 느끼게 된다. 촉각은 우리 신체와 외부 세상이 만나는 방법 중 가장 큰 인터페이스다. 오감 중에 중요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지만 우리 뇌가 가장 현장감 있는 판단을 할 때 촉각이 빠져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깜깜한 두개골 속 뇌가 현장에서 송신하는 촉각을 민감하게 느낄 때 개인도 사회도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 [김태의 뇌과학] 스트레스의 뇌과학

    [김태의 뇌과학] 스트레스의 뇌과학

    언제부턴가 ‘스트레스’라는 말은 마치 우리말이 되기라도 한 듯 일상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스트레스가 무엇인지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뇌과학을 통해 스트레스의 정체를 알아보자. 스트레스라는 단어의 첫 번째 의미는 ‘긴장 혹은 긴장하게 하는 힘’이다. 이런 정의는 스트레스를 ‘단위 면적당 주어지는 힘’으로 계산할 수 있는 압력과 같이 공학적 맥락으로 이해한 것이다. 두 번째로 옥스퍼드 사전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부정적이거나 부담이 큰 환경의 결과로 오는 정신 및 정서적 중압감이나 긴장감이다. 두 정의의 공통점은 스트레스란 외부에서 주어지는 힘이라는 것과 힘을 받는 대상에게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이런 외부의 힘은 우리에게 어떤 반응을 일으킬까. 오스트리아 출신의 캐나다 내분비학자 한스 셀리에는 1936년 7월 네이처지에 발표한 ‘다양한 유해물에 의해 유발되는 단일 증후군’ 논문을 통해 스트레스를 현대 용어로 확립했다. 그는 독소, 추위, 더위, 방사선, 통증, 강제운동 등의 다양한 유해 자극에 동일한 반응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렇게 나타나는 경고반응, 저항, 회복·탈진의 3단계 반응을 ‘일반 적응 증후군’이라고 이름지었다. 다양한 외부 자극에 동일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동일한 기전이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과학자들은 그 공통분모가 무엇인지 찾고자 했다. 즉각적 경고반응은 자율신경계와 관련되는데 그중에서도 ‘교감신경계’의 반응이 핵심이다.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하면서 혈액에 ‘아드레날린’을 분비한다. 이에 따라 심박동수가 증가하고 호흡이 빨라지며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분해해 에너지 공급을 늘린다. 저항 단계에서는 좀더 복잡한 체계가 작동한다. 뇌 속의 ‘시상하부’가 스트레스 상황에 반응하면 호르몬 분비를 관장하는 ‘뇌하수체’로 신호를 보내고 뇌하수체는 다시 신장 위 고깔모자 모양의 ‘부신’이라는 기관으로 신호를 전달한다. 이런 다단계 반응을 통해 ‘코티졸’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 양을 늘린다. 코티졸은 양날의 칼과 같아서 초기에는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코티졸은 에너지원으로 쓰는 ‘포도당’ 전환을 촉진하고 염증반응도 줄여준다. 그러나 혈액 속 코티졸 양이 계속 높게 유지되면 새로운 단백질 합성이 억제되고 면역 기능이 낮아진다. 그래서 저항단계가 끝나면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회복 단계에 이르거나 아니면 반대로 탈진 상태에 빠져 면역력 억제, 성장 억제, 고혈당, 응고 항진상태, 불면 등 다양한 문제를 경험하게 된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과장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진화적으로 살펴볼 때 등뼈를 가진 경골어류부터 현대적 의미의 스트레스 반응체계를 갖췄다고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연어인데, 코티졸 생산체계 덕분에 하루 평균 40㎞를 9개월에 걸쳐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대장정이 가능하다. 반면 장기적인 코티졸 상승 때문에 알을 낳을 때 즈음엔 에너지가 고갈되고 광범위한 감염이 발생해 죽음을 앞두게 된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스트레스 없는 내일이 오길 바라며 하루하루 묵묵히 견뎌내 왔는지도 모르겠다. 올 한 해는 우리 모두가 스트레스도 적게 받고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는 건강하게 대처하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잘 유지하는 하루하루로 채우길 소망한다.
  • [남순건의 과학의 눈] 인류는 이 시간에도 진화 중

    [남순건의 과학의 눈] 인류는 이 시간에도 진화 중

    생물학에서 진화는 매우 엄밀한 뜻을 갖고 있다. 유전형질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도록 유전자의 변화가 누적되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가장 간단한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는 책 한 페이지에 담을 수 있을 정도의 1000바이트 정도의 정보를 갖고 있다. 박테리아의 유전자 정보는 책 100페이지 정도의 정보인 0.1MB보다 조금 더 많다. 인간의 유전자 정보는 CD 한 장에 담을 수 있을 정도인 750MB라고 한다. 세대를 이어 가면서 보다 복잡한 형질을 나타내 왔던 것이 생물의 진화이다.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는 어쩌다 다른 세포 속에 들어간 호기성 세포라고 한다. 약 5억 2000만년 전 출현한 삼엽충은 외부 빛 환경을 활용하기 위해 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외부 환경과 적응하며 공생하면서 발전하는 것도 생물 진화의 한 과정이다. 지구상 생물 진화의 정점은 인간이다. 그런데 동물에서 인간으로의 진화는 DNA에 담긴 정보로만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DNA를 넘어 뇌라는 정보저장장치를 활용하면서 동물의 활동은 보다 복잡해진다. 뇌는 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뇌가 학습한 정보는 생물학적으로 다음 세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그런데 인간은 뇌로 많은 정보를 학습하고 그 기억을 처음에는 구전으로 나중에는 기록으로 후세에 전하기 시작했다. 이는 단세포 생물이 호기성 세포와 공존하면서 더 발전된 세포가 됐듯이 인간이란 개체와 사회가 주변 환경과 공생을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처음으로 외부의 빛을 감지할 세포를 갖게 된 삼엽충의 발전이 비약적이었던 것처럼 인간은 망원경, 전자현미경 등의 도구로 눈의 한계를 넘어 주위 환경과 우주 전체에 대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무생물인 도구까지도 자신의 일부로 활용한 것이다.실제로 지난 200년간의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이었다. 증기기관은 인간이나 말의 근육이 가진 한계를 극복해 보다 많은 활동을 하게 해 줬다. 비록 그 장치가 신체에 직접 붙은 장치는 아니나 확장된 신체 활동을 돕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미지의 세계로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뇌의 활동에 대한 활발한 연구 덕분에 인간의 뇌에서 처리하고 저장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을 완전히 뛰어넘는 발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지만 인간 진화의 과정이라 볼 수도 있다. 정보 처리 능력의 발전과 이것을 후속세대로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생물학적 진화와는 달라 보이지만 정보의 흐름과 전파면에서 보면 또 다른 진화라 할 수 있다. 생물학에서 진화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DNA라는 정보저장매체에 기록하기 위해서 걸리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여러 세대가 필요하다. 반면 뇌라는 정보저장매체에 기록하는 과정은 한 세대 내에 가능하다. 인간이 책을 발명하면서 기록의 속도는 빨라지기 시작했다. 컴퓨터와 전자기기를 이용한 정보의 기록 속도는 더 빨라졌고 이제는 인간이 다 파악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 인간의 진화가 한 단계 더 나아가 이제는 외부의 뇌와 같은 기계와 공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의 고유영역이 파괴된다고 우려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으나 단순히 DNA의 유전자 정보 전달만으로 보는 기존 진화의 개념은 더이상 인간진화를 설명할 수 없고 앞으로 올 더 큰 진화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하나의 독립된 컴퓨터보다 외부저장장치 그리고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의 능력이 훨씬 우수하듯이 인간의 뇌는 이제 외부 저장 및 처리 장치의 도움을 받아 더 진화할 때 현재 인간이 갖고 있는 그 어떤 정보보다 나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40년 전에 쓰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최근 매우 도전적 아이디어를 갖고 글을 쓰고 있는 맥스 테그마크 교수의 ‘라이프 3.0’이란 책에서 고민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미래상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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