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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를린필 오케스트라 입단이 꿈”

    “베를린필 오케스트라 입단이 꿈”

    “으… 피가 말랐어요. 순간적으로 ‘패닉’에 빠져들었죠.” 이제 막 소년티를 벗은 오보이스트 함경(20). 그는 지난 5월 4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베를린필하모닉아카데미에 입성하던 순간을 떠올리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원래 1, 2차 실기로만 한 명을 뽑는 거였어요. 1차에서 40명이었다가 2차에서 4명까지 걸러져서 당연히 그게 끝인 줄 알았죠. 그런데 심사위원들이 한참 회의하다 나오더니 3차도 하겠다는 거예요. 경합곡도 전혀 준비가 안 된 곡이었는데, 정말 가슴이 철렁했죠.” 예정에도 없던 3차에 올라간 후보자는 그와 중국인 연주자 2명. 경쟁자에게 악보까지 빌린 끝에 함경은 국내 관악기 연주자로는 2008년 플루티스트 김세현 이후 두 번째로 합격증을 거머쥐었다. 베를린필하모닉아카데미는 1972년 당시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지휘자였던 카라얀이 만든 일종의 인턴십 프로그램. 2년간 베를린필의 각 파트 수석 연주자들에게 교육을 받고 객원 단원으로 활동할 기회를 얻는다. 현재 베를린필 단원 가운데 60%가 이곳 출신일 정도로 유럽 주요 오케스트라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해 왔다. “좋은 오케스트라로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기회라 당연히 시험을 봐야겠다 싶었죠. 베를린필에 들어가는 게 꿈이냐고요? 당연하죠. 보통 베를린필에 들어가면 은퇴할 때까지 나오려는 사람이 없어서 자리가 날지는 모르겠어요(웃음).” 그는 지난 5월 말 이미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아래 베를린필에서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을 연주했다. 오는 11월 베를린필 내한 공연에도 합류할 예정이다. “기에 눌리는 느낌이랄까요. 첫 리허설을 하는데 음반을 듣는 듯한 착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아카데미를 졸업한 사람들이 다른 오케스트라에서 적응을 못한대요. 귀가 너무 고급이 돼 버려서요(웃음).” 함경은 서울예고 1학년 재학 중에 독일로 유학, 15세의 나이로 독일 트로싱엔 국립음대에 입학했다. 현재는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음대에 재학 중인 그는 2009~2013년 다섯 차례에 걸쳐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올 4월 제1회 스위스 무리 국제 바순·오보에 콩쿠르에서는 1위뿐 아니라, 스위스 오보이스트 하인츠 홀리거가 선정한 작품 최고 해석상, 청중상 등 3개 상을 휩쓸었다. 콩쿠르 제패의 비결을 묻자 난처한 표정이 떠올랐다. “콩쿠르를 생각하면 저도 이걸 왜 해야 하나 싶고 떠올리기도 싫어요. 하지만 참가할 때만큼은 그 도시로 여행간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떠나요. 내 위치를 평가받고 다른 참가자들의 기량을 배울 기회라 여기면 심사위원들이 악평을 하든 호평을 하든 큰 부담이 없어요.” 11살 때부터 그가 쥐어 온 오보에는 극도로 까다로운 악기다. 매번 악기를 불 때마다 소리를 내는 부분인 리드를 깎아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오보이스트가 뇌수술하는 의사 다음으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이라는 말이 있대요. 오케스트라에서 오보이스트가 가장 스트레스가 많다는 얘기도 있구요. 리드 10개를 깎아도 쓸 수 있는 건 하나 정도거든요. 참 예민하고 솔직한 악기죠.” 이 솔직한 악기로 함경은 관객을 매료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는 22일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한·중수교 21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중국 피아니스트 자란과 한 무대에 선다. 3만원. (02)6303-1977.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머리를 잘라도 기억을 잃지 않는 벌레”

    “머리를 잘라도 기억을 잃지 않는 벌레”

    플라나리아는 머리를 잘라도 기억을 보존한 채로 머리 부분을 재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터프츠대학교의 연구진은 재생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한 플라나리아는 머리 부분이 제거돼도 기억을 간직한 채로 뇌가 재생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자들은 플라나리아가 제한된 환경에서 음식을 먹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준으로 기억을 측정했다. 플라나리아는 기본적으로 열린 공간과 밝은 빛을 싫어한다. 하지만 훈련을 통해 이러한 환경에서도 먹이를 먹게 했다. 훈련된 벌레는 머리가 제거된 후에도 밝고 넓은 공간에 빠르게 적응하며 먹이를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훈련받지 않은 플라나리아는 같은 환경에 적응하는데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훈련된 벌레라고 해서 기억이 즉시 돌아온 것은 아니다. 훈련을 받은 후 머리 부분이 잘린 벌레들은 한 번 정도의 시도를 거친 후에 이전의 기억을 되찾았다. 이 연구는 ‘익스페리멘털 바이올로지’(The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생물학 실험)지에 실렸다. 연구진들은 “플라나리아의 기억 일부가 몸의 신경기관에 저장되며, 잘린 뇌를 재생할 때 이 신경기관이 새로운 뇌로 변형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플라나리아가 정확히 어떠한 방식으로 기억을 되살리는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궁극적으로는 플라나리아가 어떻게 배우고 기억하는지 알아내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사진=유튜브:NottmUniversity 정선미 인턴기자 j2629@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얼굴은 답을 알고 있다’ 낸 최창석 명지대 교수

    [저자와의 차 한잔] ‘얼굴은 답을 알고 있다’ 낸 최창석 명지대 교수

    책을 처음 손에 쥔 지난 18일, 4년 만에 피겨 세계선수권을 제패한 김연아(23)가 기자회견에서 “재능은 어느 정도 타고 나는 것 같다”고 말한 것이 알려졌다. 책을 펼치니 딱 그 얘기였다. ‘얼굴은 답을 알고 있다’(21세기북스 펴냄)를 쓴 최창석(59) 명지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는 지난 20일 서울신문사 편집국에서 기자와 만나 김연아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자고 했다. 그에 따르면 인류의 얼굴은 크게 세 가지, 북방형과 남방형 그리고 중간형으로 나뉜다. 독자들도 아래 기준에 따라 자신의 얼굴을 가늠해보시라. 그에 따르면 인류의 얼굴은 크게 셋, 북방형과 남방형 그리고 중간형으로 나뉜다. 북방형은 타원형 얼굴에 흐린 눈썹, 작은 눈과 긴 코를 갖고 있어 결단력과 돌파력을 지녔고 활달하고 급한 성격으로 정리된다. 반대로 남방형은 각진 얼굴에 진한 눈썹, 큰 눈과 짧은 코를 지닌다. 뛰어난 관찰력과 분석력을 자랑하며 침착하고 치밀한 성격이다. 중간형은 둘이 섞인 것. 얼굴 형태가 재능과 성공을 결정한다는 것이 최 교수가 책에서 주장하는 핵심이다. 얼음 위에서 등과 다리 근육을 많이 쓰는 피겨스케이팅은 ‘북방형 얼굴’에 맞는데, 김연아의 얼굴은 두상, 이마, 눈, 눈썹, 광대뼈, 턱의 모습 모두 북방형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이젠 라이벌이라고 하기도 어렵게 된 동갑내기 아사다 마오(일본)는 남방형에 가깝다. 최 교수는 인간의 얼굴은 뇌가 결정하는데 이는 진화의 산물이라며 “북방형은 주로 빙하기에 사냥을 했던 사람들이라 등과 다리근육, 또 이들 근육을 지배하는 뇌의 운동영역도 함께 발달했다”며 “김연아의 두정부(머리 꼭대기)가 조금 솟아 있고 아사다는 납작한데 이는 김연아의 운동 영역이 아사다보다 더 발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빙하기에 열매를 따먹던 사람들의 후예라 할 수 있는 아사다가 아무리 노력을 한다 해도 김연아보다 잘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주장한다. 언뜻 비과학적인 것으로 비칠 주장을 왜 전자공학 전공자가 하는 걸까. 최 교수 이력을 돌아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1988년 일본 가나자와대학 박사과정에 들어가 얼굴 영상 처리와 컴퓨터그래픽 연구에 몰두하면서부터 사람들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우리 경찰에서 쓰이는 몽타주 작성 기법도 그의 발상이 핵심이다. 대구 개구리소년의 실종 10년이 흐른 시점에서의 얼굴을 유추해내고 숱한 연예 프로그램에서 스타들의 2세를 추정하는 사진을 만들어내는 기법을 창안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번 책은 국내 정치인 기업인 운동선수 등 40개 분야의 유명인 1370여명의 얼굴 특징을 분석해 재능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큰 눈을 가진 남방형은 관찰력과 분석력이 뛰어나 경제, 기술, 학문 같은 정적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비교적 눈이 작은 북방형은 결단력과 돌파력으로 스포츠 같은 동적 분야에 강하다는 것. 전형적인 남방형으로는 지휘자 정명훈과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을 꼽고, 북방형으로는 김연아와 소프라노 조수미, 축구 선수 박지성을 꼽는다. 그는 얼굴을 연구하는 데 많은 행운이 작용했다고 털어놓았다. 북방형 재능과 남방형 재능이 확연하게 드러난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첫째라고 했다. 최 교수는 “북방형 재능이 플러스라면, 남방형 재능이 마이너스인 셈인데 양쪽 재능을 스포츠, 전문직,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쉽게 검증할 수 있었던 점이 행운”이라고 말했다. 만약 남방형 한쪽으로 치우친 동남아시아나 서양에서 태어났다면 이를 분명하게 확인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에게 “낯선 연구를 하려니 힘들었을 것 같다”고 운을 뗐더니 “개념 자체가, 기존 연구가 없으니까 힘들었다. 뭔가 있는 줄은 알겠는데 돌파구가 열리지 않아 많이 고민했다. 그러다 2007년 5월 연구년으로 일본에 갔을 때 오키나와의 한 횟집에서 돌파구가 마련됐다. 영 회맛이 아니어서 왜 이러냐고 요리사에게 묻자 ‘그런 맛을 느끼려면 도쿄나 홋카이도에 가야 한다. 원래 오키나와의 생선은 이 정도’란 답을 들었다. 사람도 동물처럼 기후와 환경에 적응하면서 얼굴, 체형, 재능도 달라졌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확장돼 북방과 남방은 기후가 반대이므로 사람의 성격뿐만 아니라 도자기, 산수화 등의 성격도 서로 반대일 것이란 식으로 생각의 가지를 쳐나갔다. 기후 적응과 먹이 채집 과정에서 발달한 능력이 오늘날 우리 재능의 근원이라는 가설을 만들었고 계속 사례들을 모아 책을 완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 과정에 가장 당혹스러웠던 것은 대기업 CEO 대목이었다. 사냥할 때 사람들을 몰고 다녀야 하는 북방형이 기업 경영에 강할 것이라고 막연히 짐작했는데 막상 2010년 12월 기준으로 국내 30대 기업중 내국인 CEO 28명의 얼굴을 살펴보니 북방형이 한 명, 중간형이 4명, 남방형이 23명이었다. 내국인 CEO 중 남방형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를 규명하느라 애를 먹었다. 최 교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예로 들었다. “큰 눈에 전형적인 남방형인 이건희 회장은 영화 한 편을 봐도 주연, 조연, 엑스트라, 배경, 조명 등을 살펴보며 열 번 본다고 한다. 분해한 뒤 종합하니 본질을 꿰뚫는 것이다. 이런 능력을 연마해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도 그룹 전체를 꿰뚫고 여기에 상상력까지 더해진다. 약한 결단력을 장점인 관찰력으로 뒤덮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짜릿한 희열도 느꼈다고 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메달을 딸 수 있는 종목을 뽑았다. 그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가능성을 재지 않았던 펜싱, 사격, 체조를 찍었다. 스포츠를 모르는 전자공학 전공자가 이런 주장을 늘어 놓으면 바보 아니면 똑똑한 놈, 이런 소리 들을 게 뻔했지만 여러 번 살펴봐도 같은 결론이 나와 확신을 가졌다고 돌아 책 제목이 절묘하다고 하자 최 교수는 “전 공학자다 보니 사실에 충실하려고 했는데 출판사에서는 독자를 더 불러모으기 위해 이런 제목을 내놓았다. 나로선 약간 불만이었다. 왜냐하면 재능과 성공을 다루는 것이 목적이고 얼굴이 그 수단, 출입구였는데 전도된 느낌 때문이었다. 하지만 출판사를 믿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고 보니 골상학((骨相學)이란 게 있었다. 최 교수는 “맞다. 18세기에 유행했다. 하지만 골상학은 부정될 수 밖에 없었다. 원래 서양에는 남방형이 지배적이고 북방형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인간 현상의 다양한 측면을 담아내지 못하니 서양에서 골상학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관상(觀相)과는 선을 제대로 긋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운명론이나 결정론으로 읽힐까 경계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인 셈. 최 교수는 “정곡을 찔렀다. 그래서 많은 실증적인 예, 통계 등으로 뒷받침하려고 했다. 그리고 읽어보면 알겠지만 막연히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논증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고 나직한 목소리로 답했다. 책을 쓰는 데 5년은 얼추 걸렸는데 어느 정도 만족하느냐고 물었더니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이제 서문을 썼다. 각론으로 뻗어나가야 한다. 분야별로 정말 어떤지, 왜 그런지 등을 짚어야 한다. 내 힘만으로는 벅찬 일이어서 해당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해온 분들과 손잡고 해나갈 생각이다” 어느 정도 검증하며 책을 썼는지도 궁금했다. 최 교수는 “솔직히 학자로서의 욕심 때문에라도 내가 발견한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하니 부러 다른 이의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 연구년에 일본을 북쪽부터 남쪽까지 훑으며 사람들 얼굴을 관찰하고 태국까지 내 돈 들여 가본 것도 그 때문“이라며 “이제 책이 나왔으니 내 주장의 허점 같은 것들에 대한 날카로운 채찍질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렇듯 얼굴 연구에 몰두하는 목적은 뭘까. “얼굴을 정확히 분석하면 자신의 재능이 어떤 분야에서 발현될 것인지를 파악해 헛된 시간과 비용, 노력을 줄일 수 있다. 보통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식의 객담들이 많지만 사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이 있어도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재능이 없는데도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하면 된다’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건 옳지 않은 것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그렇다”고 했다. 앞에 말한 여러 전문가와의 협업도 이런 차원에서 하는 얘기다. 책의 뒤 커버에는 ‘김연아의 성공, 우리나라에서만 인기가 높았던 스타크래프트, 세계로 뻗어나간 싸이의 인기, 이 세 가지가 모두 달라 보이지만 실은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된다’고 적혀 있다. 인류가 그 기원부터 환경에 적응하며 쌓아온 능력이 얼굴에 숨어 있는데 이 유형을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재능과 특질이 드러난다. 얼굴에 성공 DNA가 담겨 있다는 주장이다. 최 교수는 “무채색을 선호하는 북방형 지역에 유채색 자동차를 팔려는 노력 같은 것은 헛된 것이다. 또 아기자기한 게임을 선호하는 남방형 지역에 전투형 게임을 팔려는 노력 역시 허튼 노력만 양산할 수 있다. 따라서 비즈니스 영역이나 디자인 영역에도 이런 인식을 활용하면 그만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2012년, 과학을 돌아보다

    2012년, 과학을 돌아보다

     밀레니엄을 맞았던 1999년말 이후 가장 시끄러웠던 종말론 논란을 무사히 지나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종말의 날’, ‘휴거’, ‘둠즈데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이들 종말론의 공통점은 정작 그 날이 지나면 거짓말처럼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지워진다는 점이다. 이제 마야달력 따위의 소모적인 얘기는 잊어버리고, 올 한 해를 돌아볼 때가 됐다. 전세계 과학계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과학저널 ‘사이언스’와 ‘네이처’는 2012년 366일(2012년은 윤년)간 과학이 이뤄낸 성과들을 결산하면서 서로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 ‘사이언스’는 10개의 과학적 돌파구를, ‘네이처’는 과학을 만들어낸 10명의 사람을 주제로 삼았다. 물론 과학은 ‘사람’의 영역이기에 두 저널이 다루는 내용이 완전히 다를 수는 없다.  사이언스는 올해 최고의 과학성과로 ‘힉스 입자의 발견’을 올려놓았다. 굳이 사이언스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힉스 입자가 올 과학계 최고의 이슈라는데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1960년대 피터 힉스 에든버러대 교수를 비롯한 여러 과학자들이 그 존재를 예측한 이후 물리학계는 ‘세상 만물에 질량을 부여한 신(神)의 입자’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10조원 이상이 투입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가 올해 드디어 그 결과물을 내놓았다. 지난 7월 CERN은 “힉스로 추정되는 새로운 입자를 찾아냈다.”고 공식선언했다. CERN은 현재 이 입자가 힉스인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당초 연말쯤 판명날 예정이었지만 이상징후들이 발견되면서 내년 3월로 발표가 미뤄진 상태다. 이 입자가 힉스든 아니든 인류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존재를 찾아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힉스보다 더 오랜 기다림 끝에 올해 모습을 드러낸 물질도 있다. 1938년 이탈리아 물리학자 에토레 마요라나는 양자 이론을 토대로 ‘마요라나 페르미온’의 존재를 예측했다. 마요나라 페르미온은 세상을 구성하는 물질과 보이지 않는 영역을 차지하는 반물질의 경계에 서 있으며 우주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흑물질의 주성분으로 추정된다. 올해 4월 네덜란드 델프트 대학 연구진이 특수 장치를 이용해 흔적을 찾아냈다. 과학자들은 마요나라 페르미온을 잡아둘 수 있으면 현재의 컴퓨터보다 수백~수만배 빠른 양자컴퓨터를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각만으로 로봇 팔 조종하는 기술  ‘진화’에 대한 오해 중 가장 흔한 것이 ‘진화에는 일정한 방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늦게 생겨난 생물종일수록 고등동물이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진화는 무수히 많은 가지를 뻗는 ‘생명의 나무’ 형태로 진행된다. 자연환경에 더 유리하게 적응한 동물이라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사이언스 표지를 장식한 ‘데니소바인의 게놈 해독’은 이같은 진화의 무방향성을 보여준다. 2008년 시베리아 남부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데니소바인은 3만~5만년전 현생인류나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시대를 살았다. 학계에서는 이 당시에 최소한 4종 이상의 인류가 살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진은 올해 데니소바인 소녀의 손가락 뼈와 어금니 화석을 통해 또다른 인류의 정체를 밝혀냈다. 분석결과 데니소바인은 약 80만년전 현생인류의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고, 호주 인근 파푸아뉴기니에 사는 사람들이나 동남아시아인과 유전적으로 아주 비슷했다. 그렇다면 왜 데니소바인은 호모 사피엔스 대신 지구의 주인이 되지 못했을까. 연구진은 “현생인류는 전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해, 각 지역에 맞게 살아남을 능력을 확보했다.”면서 “하지만 데니소바인은 짧은 시간에 시베리아에서 동남아시아까지 이르는 넓은 지역으로 퍼져나가면서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해 적응에 실패하고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인류의 영원한 꿈인 ‘사람을 대신하는 로봇’은 올해도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 5월 미 브라운대 메디컬센터와 하버드 의대 연구진은 15년간 전신마비로 전혀 움직이지 못한 여성 환자가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조종하는 기술 시연에 성공했다. 이 여성은 로봇 팔이 테이블에 있는 커피잔을 들어서 입으로 가져오게 해 빨대로 커피를 마신 다음 다시 커피잔을 테이블에 가져다 놓게 했다. 그는 이 같은 작업을 6번 시도해 4번 성공했다. 어린이용 아스피린만한 센서 칩을 뇌에 이식한 덕분이다. 환자가 팔을 움직인다고 상상하면 칩은 뇌세포 수십 개의 전자 활동을 포착한 다음 컴퓨터에 신호를 보내고 컴퓨터는 이를 로봇 팔에 보내는 명령어로 전환한다. 아직까지 완벽하지는 않지만, 재활의학이나 로봇 분야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입증한 것은 분명하다.  유전자조작 기술도 주목받았다. 생물학자들은 유전자의 역할이나 변이를 밝히는 단계를 넘어 유전자를 직접 조작하거나 편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탈렌’(TALEN), ‘유전자 가위’ 등으로 불리는 이 기술들을 이용하면 단백질을 이용해 문제가 생긴 유전자의 일부분을 잘라내거나 이어붙이고, 위치를 바꿀 수 있다. 사람이나 동물의 질병 원인을 찾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고, 우수한 형질을 새롭게 심어넘을 수도 있는 ‘꿈의 기술’이라는 것이 사이언스의 평가다. 이 분야에서는 국내 연구진들도 세계 최고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허리케인 샌디 예측한 고담의 수호자  다시 힉스로 돌아가보자.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실험’으로 불리는 힉스 추적이 순탄했을리 없다. 유럽은 물론 세계 각국의 예산이 동원됐고, “왜 이런 실험에 돈을 대야 하느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네이처가 올해 과학에서 주목받은 인물 중 첫 번째로 롤프 디터 호이어 CERN 소장을 꼽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네이처는 호이어에게 ‘힉스 외교관’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호이어는 이론물리학자가 아니라 평생 가속기 설계에 매달려온 건축전문가다. 무엇보다 ‘달변가’다. 그는 CERN의 기자회견마다 등장해, 수많은 미사여부와 완벽한 비유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CERN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박인규 서울시립대 교수는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LHC실험에 참여했지만, 호이어가 없었다면 아예 실험진행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 번째 인물은 올 10월 허리케인 ‘샌디’로 인한 미 동북부 지역의 피해를 12년 전에 미리 예측해 대비가 가능하도록 한 신시아 로젠츠베이그 박사가 꼽혔다. 네이처는 “로젠츠베이그는 허리케인으로 영화 베트맨 속 고담시가 될 뻔 했던 뉴욕의 수호자로 떠올랐다.”고 추어올렸다. ‘화성 습격’으로 불리는 미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선 ‘큐리오시티’ 프로젝트의 총괄책임자인 애덤 스텔츠너 박사는 정형적인 과학자의 틀을 깬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전세계에 보여줬다. 스텔츠너는 기존 방식으로는 큐리오시티가 화성 표면에 제대로 내릴 수 없다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 낙하산을 이용한 획기적인 착륙법을 고안했다. 스텔츠너 덕분에 ‘25억달러짜리 위험한 도박’은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었다. 전세계로 중계된 큐리오시티의 화성착륙은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호응을 얻었다. 큐리오시티는 현재 화성 표면을 분주하게 움직이며 새로운 샘플 분석 결과를 지구로 보내오고 있다. 이 밖에 암 줄기세포를 발견한 세드릭 블랑팽 벨기에 브뤼셀자유대 교수, 세계 최대 게놈 분석 기관인 베이징게놈연구소(BGI)를 이끄는 왕준 소장도 올해의 과학자로 선정됐다.  과학계에 논란을 일으킨 사람들도 여럿 이름을 올렸다. 엘리자베스 아이런스 박사는 ‘과학계의 검은 이면’에 도전했다. 그는 2009년부터 실험을 통해 앞서 발표한 유명 연구들을 다시 실험해 실제로는 재연이 불가능한 조작된 결과들이라는 점을 만천하에 알렸다. 바이엘 등 거대 제약사의 연구는 물론 유전자 연구의 이정표로 꼽히는 연구들에서도 조작이 발견됐다. 네덜란드 에라스뮤스 의대의 론 푸시에 교수는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인간 사이에도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을 실험실에서 변종을 만들어 입증했다. 푸시에는 이후 “테러에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미국 정부가 논문 일부를 삭제하도록 요청하면서 ‘검열’ 논란에도 휘말렸다. 조 핸델스만 교수는 과학 분야 교수들이 여학생보다 남학생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2009년 300여명의 희생자를 낸 대지진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금고 6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베르나르도 데 베르나르디니스 박사는 올해 가장 황당한 사건의 주인공이 됐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시차피로 싹 씻어주는 하이테크 선글라스 개발

    장거리 여행객 94%를 괴롭힌다는 시차피로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호주 수면 연구팀은 장거리 비행기여행에 의한 수면패턴 과 시차에 적응할 수 있게해주는 하이테크 선글라스 세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에드레이드의 플린더스 대학의 리온 랙 박사는 부드러운 녹색 빛을 방출하는 ‘리타이머(Re-timer)’라는 이름의 이 선글라스를 비행기 출발 3일전 부터 생체시계를 빨리 가게하려면 아침 기상후 50분, 생체시계를 늦추려면 취침 전 50분씩 착용하면 목적지에 도착한 뒤 바뀐 현지시간대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녹색빛은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뇌의 해당부위에 작용해 신체의 다른 기관들이 시간대가 다른 지역에 와있음을 인식하게 하는 신호를 보내 장거리 비행후 갑자기 닥치는 시간대 변화에 적응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하이테크 선글라스는 야근자와 불면증 환자도 사용할 수 있으며 재충전 배터리가 내장돼 있다. 호주에서 생산을 시작한 이 하이테크 선글라스는 영국에서 162 파운드(약 28만원)에 팔리고 있다. 인터넷 뉴스팀
  • [25일 TV 하이라이트]

    ●시사기획 창(KBS1 밤 10시) 한국에서 일을 해서 돈을 벌면 소득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투자해서 돈을 벌면 각종 면세 혜택이 주어진다. 문제는 이 같은 과세 방식이 굴릴 돈이 있는 부유층에 훨씬 유리하다는 점이다. 취재진이 만난 미국의 조세전문가는 이런 면세 특혜가 결국 중산층에 일을 하지 말도록 부추기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일침을 가했는데…. ●김승우의 승승장구(KBS2 밤 11시 5분)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리듬체조의 새 역사를 쓴 체조선수 손연재와 함께한다. 당시 한국 최초로 올림픽 본선 5위에 오르기까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녀가 리듬체조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리듬체조의 본고장인 러시아에서 홀로 리듬체조를 하며 겪었던 외로움과 고생담을 전한다. ●스탠바이(MBC 밤 7시 45분) 7년 동안 ‘시사의 여왕’과 동고동락해 온 진행은 자신의 코너가 폐지됐다는 사실을 알고 망연자실한다. 진행은 부장인 준금에게 ‘시사의 여왕’에 남게 해 달라고 부탁하려 하지만 준금은 진행을 피하는 눈치다. 한편 정우는 알바생 쌈디를 자르고, 꽃미남 알바생을 쓸 생각을 한다. 이에 미자는 쌈디가 생명의 은인이라며 해고하지 말라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오후 5시 35분) 성인이는 한쪽 뇌가 없는 선천성 뇌 질환인 열뇌증을 가지고 태어났다. 열뇌증이란 뇌에 공간이 생겨 그 속에 뇌척수액이 차는 매우 희귀한 중추신경계 병이다. 열뇌증으로 인해 머리둘레가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눈이 아래로 처져 한 차례 눈 수술까지 받은 성인이의 모습에 엄마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연중기획-폭력 없는 학교(EBS 밤 12시 35분) 이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한국어가 서툰 어머니와 단절감을 느끼고 친구들 사이에선 소외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런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다문화가정협회에서는 ‘꿈나무멘토링’을 실시하고 있는데…. ●가족(OBS 밤 11시 5분) 말 많고 웃음 많은 아키씨와 무뚝뚝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재미없는 남자 이기수씨. 외모도 성격도 정반대인 두 사람은 7년 전, 17살이라는 나이 차이와 한국과 방글라데시라는 국경을 넘어 결혼에 골인한 다문화가정의 부부다. 한국 사람보다 한국말을 더 잘해, 동네 인기스타로 살아가는 아키씨와 이기수씨의 행복한 일상을 만나본다.
  • [Weekly Health Issue] 거의 허물어진 심장이식 벽 ‘체중차이’

    서동만 교수가 체중 52㎏인 뇌사자의 심장을 체중 12㎏의 3세 환아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한 것이 관심을 끈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큰 체중 차이를 극복했다는 점이 핵심이지만 뜯어 보면 여기에는 간단치 않은 문제가 담겨 있다. 먼저, 심장이식에 수반되는 혈관의 두께와 직경이 너무 차이가 난다는 점. 이 때문에 혈관 연결 자체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음을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다. 자칫 큰 심장이 내뿜는 혈류를 작은 혈관이 감당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체중 52㎏인 사람이 가졌던 심장이 세 살배기 몸 속에서 작동할 때 발생하는 혈액 박출량의 차이. 이 경우 심장은 몸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혈액을 내뿜어 혈관의 수용 능력을 크게 초과함으로써 위험 수준의 고혈압이 생기거나 뇌 혈류량 증가로 뇌부종이 발생해 심각한 혼수에 빠지기 쉽다. 서 교수는 “이런 문제는 대개 이식 후 수일 내에 발생하는데, 이때 적극적으로 혈압을 조절해 주면 이식한 심장이 스스로 심박출량을 조절하는 방향으로 적응을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세 살난 환아의 좁은 흉강 속에 부피가 큰 심장을 집어넣을 경우 불가피하게 폐가 찌그러져 폐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교수는 지금까지와 달리 따로 흉강을 넓히는 조치 없이 이식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심장을 이식한 환아는 좌심실형성부전이라는 선천성 복잡심기형을 가져 이미 다른 대학병원에서 네 번이나 수술을 받았고, 그럼에도 심기능이 회복되지 않아 인공심폐장치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서 교수는 과도한 체중 차이에 따른 이 같은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철저하게 과학적이면서도 과감한 시도를 선택했다. 그는 “물론 좁은 흉강에 큰 심장을 심으면 초기에는 일정 부분 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이 경우 큰 심장이 환아의 몸이 맞게 점차 줄어드는 재형성 단계를 거쳐 일정 기간 후에는 정상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이식수술 성공으로 이제는 체중 차이로 인한 심장이식의 벽을 거의 허물었다.”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같은 폭염도 서울 거주자가 더 위험”

    “같은 폭염도 서울 거주자가 더 위험”

    최근 폭염이 계속되면서 열성질환에 의한 사망자가 잇따르는 가운데 같은 조건의 폭염이라도 서울 거주자가 더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돼 주목된다. 홍윤철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와 김호 서울대보건대학원 교수팀은 1992~2007년 기온의 변화가 뇌경색 사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여름철 기온이 섭씨 1도 오르면 지역별로 뇌경색 사망자가 최저 2.3%에서 최대 5.4%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밝혔다. 뇌경색은 뇌의 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질환으로, ‘허혈성 뇌졸중’이라고도 한다. 폭염기에 이 질환이 더 위험한 것은 기온이 오르면 혈압이 떨어지고 수분이 소실돼 혈액순환에 더 심각한 장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주목되는 것은 같은 수준의 기온 상승일지라도 서울의 뇌경색 환자 사망률이 다른 3곳의 조사 대상 지역보다 높았다는 점이다. 연구팀이 서울과 비교해 조사한 곳은 부산, 대구, 인천이었다. 이들 대도시 지역에서 기온이 1도 올랐을 때 뇌경색 사망 증가율은 인천 4.1%, 부산 3.6%, 대구 2.3% 등으로 서울의 5.4%보다 낮았다. 이런 지역별 편차에 대해 연구팀은 “평균기온이 높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좀 더 고온에 적응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윤철 교수는 “서울의 경우 보통 여름철 평균기온이 대구보다 낮은데, 갑자기 폭염이 닥칠 경우 상대적으로 더 큰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논문은 관련 국제학술지(Int J Biometeorol) 최근호에 실렸다. 이런 가운데 연중 최고수준의 폭염이 2~3일 이상 지속되면 사망 증가율이 최대 13.5%까지 높아진다는 또 다른 연구결과도 나왔다. 손지영 서울대보건대학원 박사팀은 국내에서 연간 상위 3%의 온도에 해당하는 폭염이 이틀 이상 지속되면 사망 증가율이 폭염이 없을 때에 비해 1.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폭염이 3일 이상 지속되면 사망 증가율은 3.8%로 더 높아졌다. 특히 연간 상위 2%에 해당하는 고온의 지속 기간이 2일 이하였을 때의 사망 증가율은 8.5%였으나, 3일 이상일 경우에는 15.5%로 치솟았다. 김호 교수는 “보통 여름철에는 대기오염의 피해가 더 커지는데, 여기에 폭염이 더해지면 미세먼지와 오존에 의한 추가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면서 “우리나라도 여러 연구에서 폭염의 위해성이 확인된 만큼 노인과 영유아, 만성질환자, 쪽방 거주자 등은 폭염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달리기 할 때 느끼는 쾌감은 진화 때문”

    ‘러너스 하이’로 알려진 달릴때 느끼는 쾌감을 인류가 느끼는 원인이 진화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11일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 뉴스가 전했다. ‘러너스 하이’는 중간에서 점차 강도 높은 유산소 운동을 하는 동안 엔도카나비노이드라는 천연 화학물질이 우리 뇌의 ‘쾌감’을 느끼는 영역에서 나타날 때 느껴진다고 연구 공동 저자 미국 에커드대학 생물학자 그렉 거드만 박사는 설명한다. 거드만 박사에 따르면 엔도카나비노이드는 뇌에 대마초(마리화나)와 같은 효과를 내는 물질로 불리는데 이런 분자와 대마초는 같은 세포 수용체를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인류를 포함한 활동적인 동물과 그렇지 않은 동물을 대상으로 달리기에 적합하거나 달릴 때 쾌감을 얻을 수 있는지 확인하려 했다. 이에 달릴 능력을 갖춘 인간과 함께 동물로는 개를, 활동성이 낮은 동물로는 흰담비를 비교하는 실험을 준비했다. 연구를 이끈 미 애리조나대학 데이비드 레츨렌 박사는 10명의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러닝머신을 달리거나 걷게 하고 동시에 8마리의 개와 8마리의 흰담비를 특별 훈련해 마찬가지로 달리거나 걷을 수 있도록 했다. 실험은 참가자들과 성향이 다른 두 동물 그룹을 30분간 운동시키고, 그 전후에 채혈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인간과 개 모두에서는 운동 후 엔도카나비노이드의 일종인 아난다미드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흰담비에서는 엔도카나비노이드의 농도에 변화가 없었다. 연구진은 참가자를 대상으로는 기분이 어떤지 평가해 조사표에 기재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 결과 모든 사람이 운동 후에 기분이 좋아졌다고 답했다. 게다가 아난다미드 농도의 상승이 큰 사람일수록 기분이 더 좋게 느껴졌다고 한다. 이는 활동적인 개와 인간은 달리기에 대한 동기부여가 ‘러너스 하이’ 형태로 초기부터 제공되며, 흰담비 등의 그렇지 않은 종은 제공하지 않는다는 설을 지지하는 결과로, 이번 발견이 인류를 장거리 주자로 진화시킨 요인을 시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거드만 박사는 장거리를 뛰는 것은 피로를 느낄 뿐만 아니라 “포식자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부상을 당할 위험성도 높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거드만 박사는 “초기 인류가 ‘러너스 하이’를 경험했다면 이는 신경학적인 보상으로 반복된 행동을 취할 것을 촉구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화의 진정한 안목은 그 행동을 취함으로써 생존과 번식의 확률이 높아졌다는 점에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하던 인류에게 지구력이 ​​제공되면 장거리를 달릴 수 없는 가젤 등의 먹이를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발전된 전략이 초기 인류가 뛰어난 사냥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 논문은 언급하고 있다. 인류 진화 전문가인 미 하버드대학 생물학자 댄 리버먼 박사는 ‘러너스 하이’가 고대 사냥꾼들의 주의력을 높였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러너스 하이’가 되면 (사냥꾼) 모두가 강렬한 기분을 느낀다. 푸른색은 더욱 푸르게 보인다. 의식이 예민하게 되는 것이다.”고 리버먼 박사는 설명했다. 리버먼 박사와 동료 데니스 브램블은 지난 2004년에 공동으로 인류는 약 200만 년 전에 장거리를 달리도록 진화했다는 설을 발표했다. 두 사람은 이 설의 근거로 인류의 유연한 힘줄이나 짧은 팔뚝 등 신체적인 적응을 몇 가지로 꼽았다. 리버먼 박사는 “이번 연구는 기존 이론을 확장하고 신체적인 특징뿐만 아니라 신경학적인 특징을 설명하는 것”이​​라면서 “우리의 조상에게 사냥과 채집을 위해 장거리를 달리는 것이 중요했다면 그 행동을 이끈 피드백 구조가 있었다고 생각해도 좋다. ‘러너스 하이’는 이런 종류의 (긍정적인) 피드백이 된다.”고 말했다. 현재 인류는 먹잇감을 쫓아갈 필요가 거의 없지만, 그래도 달리는 것은 유익하다고 연구자들은 입을 모은다. 거드만 박사는 “인간의 신체가 효과적으로 운동하도록 진화해 왔다면 심장 혈관이나 신진대사 건강, 그리고 마음의 건강까지 얻기 위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한 리버먼 박사는 “더 큰 문제는 (많은) 사람이 이런 운동의 이유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라면서 “순전히 정기적으로 하는 운동을 이해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예를 들면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하던 초기 인류는 평균적으로 하루에 9~15km를 걷고 있었다.”면서 “좋든 싫든 관계없이 우리 신체는 운동하도록 진화해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러너스 하이”에 대한 연구는 실험생물학 저널 4월호에 게재됐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인간 탄생의 전과정 3D로 본다

    인간 탄생의 전과정 3D로 본다

    KBS가 인간 탄생의 비밀을 파헤친 3D 의학 다큐멘터리 ‘태아’를 새달 4일과 11일 밤 10시에 방송한다. 총 4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프로그램은 6명의 실제 임산부 사례자를 임신 초기부터 만삭, 출산까지 2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추적 촬영해 리얼한 생명 탄생 과정을 담아 냈다. ‘태아’는 세밀한 모델링과 매핑 기법을 사용해 태아 및 자궁을 표현했다. 컴퓨터그래픽(CG) 안에서 보여지는 카메라 워킹 또한 마이크로 세계의 광대한 느낌과 감성을 살려 시청자에게 충실한 내용 설명과 영상미의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1부 만남 편과 2부 교감 편으로 나눠서 방송되는 프로그램은 3억 마리 정자 중 단 하나의 정자가 모체의 까다로운 심사 끝에 선택되는 과정,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면서 커져 가는 배아의 성장과정 등을 소개한다. 또한 90% 장기가 만들어지는 8주간의 배아기를 주차별로 재현하고 9주 이후 태아기 때의 성장 특징과 미지의 장기 뇌 발생 과정도 상세하게 보여 준다. 내시경 카메라로 촬영된 실제 배아의 영상을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이 작품은 출산 시 자궁 밖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장기 시스템 변화과정 등 태아의 성장 모습과 자궁 속 환경을 국내 최고의 전문가 8명의 자문을 받아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했다. 제작진은 2011년 1월부터 총 13개월 동안 실제 임신에 성공한 커플들과 임산부를 섭외해 출산 전까지 추적 촬영을 했다. 한 달에 한 번씩 KBS 스튜디오에서 달별로 임산부의 배를 크로마 촬영하고 임신 초기에서부터 만삭까지 배 모양, 크기, 비율들을 그래픽을 이용한 몰핑 작업을 시도해 한눈에 임산부들의 몸의 변화를 볼 수 있도록 했다. KBS 측은 “그동안 BBC, 내셔널 지오그래피 등 세계 유수의 방송사들이 태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송해 왔으나 전체 제작을 3D 입체로 시도하는 것은 세계에서 최초”라고 밝혔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인류 진화할수록 자연에 맞서 환경 바꿔”

    “인류 진화할수록 자연에 맞서 환경 바꿔”

    지구는 인간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최소한 인간의 시각에서는 그렇다. 지구상의 어떤 동물이나 식물도 인간처럼 많은 종류의 식량을 먹지 않고, 주변환경을 바꾸며 즐거워하지는 않는다.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말은 분명 지금의 인간이 자연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음을 일깨워 준다. 그렇다고 인간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는 아니다. 창조론의 시각에서 인간은 신이 최초의 빛을 만든 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지구상에 등장했다. 정반대에 서 있는 진화론에서는 인간은 원숭이와 같은 조상을 갖고 있다. 에덴동산에서도 아담과 이브는 동산의 일부였다. 오늘날 원숭이가 자연을 파괴하고 도시를 만들지 않는 것처럼 태초의 인간도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것은 분명하다. 창조론과 진화론 어느 쪽이 옳든 자연 속에 있었던 인간은 언제부턴가 자연과 갈라서기 시작한 셈이다. 창조론의 답은 ‘선악과’다. 선악과를 먹은 인간은 더 이상 자연에 속하지 않고, 동산에서 쫓겨나 끊임없이 생존을 위한 걱정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진화론은 어떤 답을 갖고 있을까. ●침팬지·인류 600만년 전 다른 갈래로 인류는 자신을 둘러싼 자연과 환경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변경자’를 자처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구의 입장에서 인류는 그 어떤 존재보다 두려운 ‘적’일 뿐이다. 스미스소니언 인류학 연구소 디렉터인 고인류학자 릭 포츠 박사는 라이브사이언스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지구의 자연환경이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 것은 분명히 인류라는 종족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인류는 다른 동물에 비해 훨씬 더 빠르게 진화했고, 이 과정에서 주변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가변성 선택 가설’로 불리는 포츠 박사의 이론은 최근 인류학계의 뜨거운 화두로 주목받고 있다. 포츠 박사는 “인류의 조상은 참신하고,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바뀌어 왔다.”고 지적한다.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에 존재한 것은 단 20만년에 불과하다. 지구는 45억년 전에 태어났고 인류와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와 인류의 조상이 다르게 진화하기 시작한 것은 600만년 전이다. 하지만 600만년 전부터 지구의 기후는 그 이전보다 훨씬 더 다양해지고 있으며, 온난화와 빙하기의 극단 사이를 오가기 시작했다. 이는 인류의 진화와 지구 환경의 변화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근거지의 변화는 현재의 침팬지와 인류가 다르게 진화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중요한 증거다. 동아프리카에 등장했던 인류의 조상은 원래 다른 유인원처럼 숲에서 살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인류의 조상들은 숲에서 초원인 사바나로 이주했고, 진화론자들은 이 시점을 인류가 자연에 속하는 대신 자연에 맞서기 시작한 시기로 추정해 왔다. 초원에서 살게 되면서 인류가 지구상의 어떤 생물보다 빠르고 다르게 진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보호할 만한 무기가 없는 인류가 초원에서 살아가기 위해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먹거리를 찾기 위해 수렵과 농경을 시작하면서 점차 진화의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인간은 서식지 이동·환경적응 모두 가능 최근 학계에서는 이 같은 가설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인간의 진화에 영향을 미칠 만한 과거의 자연현상이나 인간이 자연에 영향을 미쳤을 만한 증거를 모아, 인류와 자연의 상관관계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구의 궤도나 자전축이 흔들리는 사이클부터 지구 온도, 빙하기, 대륙의 이동이나 판의 움직임과 관련된 변화, 숲이나 호수가 장기간에 걸쳐 사라지는 극적인 변화 등 인류의 진화와 연관이 있을 만한 ‘방아쇠’의 개수를 세고 있다. 포츠 박사는 “이들 방아쇠는 인류의 진화에서 인류만의 독특성을 발달시키도록 압박하는 역할을 했다.”면서 “갑자기 추워지거나 더워지는 등의 기후 변화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극한 상황을 마주하면 지구상의 ‘종’은 세 가지 중의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멸종하거나, 적합한 범위 내로 서식지를 옮기거나, 환경에 적합하도록 아예 진화하는 것이다. 인간은 뒤의 두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다. 인간은 진화의 과정에서 수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인류는 600만년 전 똑바로 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인류는 최소한 300만~400만년 이상 나무를 자유자재로 오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어느 순간 좀 더 잘 걷게 되는 대신 나무를 오르는 능력을 버린 셈이다. 포츠는 “석기나 불의 사용 등 기술의 발전은 진화의 방향에 더 많은 선택지를 줬고, 이 과정에서 급속도로 진화하기 시작한 뇌 용량이 다른 생물종에서 찾아볼 수 없는 유연한 진화를 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연성이 인류의 생존을 보장해 준 것은 아니다. 현재의 인류는 수많은 인류의 조상 중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특별한 종족이다. 1959년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발견한 화석 인류 진잔트로푸스보이세이(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일종)는 비슷한 시기의 다른 인류의 조상보다 강력한 치아구조를 갖고 있었지만 멸종했다. 치아를 무기로 사용할 수 있었는데도 말이다. 고인류학자들은 진잔트로푸스보이세이가 생존에 필요한 것보다 지나치게 강한 치아를 사용하느라 에너지 소모가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류 생존 위해 자연 파괴·자연과 멀어져 마지막 남은 인류종인 호모 사피엔스는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주변 상황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했을뿐더러 환경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추우면 불을 피우거나 옷을 만들어 입었고 나무를 베어 집을 만들었다. 포츠 박사는 “현재의 인류는 어떤 종보다 더 멀리 진화했고 스스로를 바꿀 능력도 갖고 있다.”면서 “그러나 생존을 위한 인류의 진화는 어느 순간부터 자연과 점점 멀어지며 자연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왼손잡이가 우월? IQ는 오른손잡이와 차이 없어

    왼손잡이가 우월? IQ는 오른손잡이와 차이 없어

    왼손잡이는 마이너리티(소수)다. 평균적으로 전체 인구의 10% 가량만이 왼손을 오른손보다 많이, 주로 쓴다. 인종이나 나라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는 문화적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른손을 ‘바른손’으로 부를 정도로 왼손을 천하게 여기는 문화가 강한 한국 등 유교문화권에서는 10%보다 좀 더 낮고, 서구 문화권에서는 10%보다 좀 더 높다.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어떻게 갈리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최소한 유전적 차이가 결정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 정설이다. 유전자가 100% 똑같은 쌍둥이 사이에서도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갈리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에 취약한 왼손잡이 흔히 왼손잡이 중에 천재가 많다고들 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토머스 에디슨, 헨리 포드, 나폴레옹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오랜 연구 결과,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 사이에 지능지수(IQ)의 차이는 없다. 오히려 왼손잡이는 기대와는 달리 좋지 않은 정신적 문제들이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다. 왼손잡이들은 평균에 비해 학습장애와 정신지체를 앓을 확률이 훨씬 높다. 난독증이나 말을 더듬는 장애도 월등히 많다. 왼손잡이가 전체 인구의 10%인데 비해 정신지체 환자의 20%가 왼손잡이다. 크리스 맥머너스 영국 런던대 교수는 사이언티픽아메리칸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똑똑할 확률이 훨씬 높다고 주장하지만, 대규모 연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입증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왼손잡이는 각종 사고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기계나 전자기기, 도구 등이 대부분 오른손잡이를 위해 디자인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별다를 것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가위나 드라이버 같은 사소한 도구부터 전쟁에서 사용되는 총이나 칼 같은 무기들도 왼손잡이에게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단지 마이너리티들은 적응하고 살 뿐이다. 왼손잡이들에게 절망적인 뉴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분야에서는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에 비해 유리하고, 더 뛰어난 측면이 있다. 이는 왼손잡이의 뇌가 오른손잡이의 뇌와 다른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언어적 측면, 공간적 지각력, 감성, 창조적 능력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오른손잡이와는 다르게 발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같은 분야에서 왼손잡이가 언제나 오른손잡이에 비해 뛰어난 것은 아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수학과 음악 분야의 영재 중 왼손잡이의 인구 대비 비율이 오른손잡이가 영재가 될 확률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맥머너스 교수는 “직업 바이올린 연주자를 상대로 한 연구에서 아주 뛰어난 연주자의 경우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많다는 조사결과가 있다.”면서 “이는 바이올린이 오른손잡이에 맞게 설계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또 젊은 수학영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왼손잡이의 비중은 인구비율보다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음악과 수학 분야의 영재성은 동시에 나타나지 않았다. ●수학·음악 영재성 동시에 안 나타나 수학과 음악을 제외한 다른 분야의 경우 왼손잡이의 우월성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물론 스포츠처럼 왼손잡이가 존중받고, 실제 유리한 분야도 있다. 그러나 이는 왼손잡이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여러 가지 전략적인 측면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테니스 선수의 경우 왼손잡이 선수는 오른손잡이를 더 많이 상대하는데 반해 오른손잡이 선수는 왼손잡이 선수와 시합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적다. 야구의 경우에는 좌타자가 우타자에 비해 1루에 좀 더 가깝다. 이 때문에 일부 선수들은 의도적으로 좌타석에 서기도 한다. 반면 야구 역시 오른손잡이를 중심으로 방향이 설정돼 있기 때문에 1루를 제외한 내야에서 왼손잡이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왼손잡이 내야수는 1루로 송구하기 위해서는 반바퀴를 더 돌아야 한다. 맥머너스 교수는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과학적 견해”라며 “단지 전체 인구의 10%가 왼손을 오른손보다 많이 쓴다는 것 이외에는 뚜렷하게 시사하는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열린세상] 고진감래(苦盡甘來)/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열린세상] 고진감래(苦盡甘來)/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고진감래(苦盡甘來), 즉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은 힘든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사람이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어주곤 한다. 하지만 신경생물학적으로 본다면 이 말만큼 우리의 행동을 적절히 설명하는 말도 드물다. 실제로 우리의 뇌는 고통 뒤에 오는 쾌락을 한 세트로 받아들인다. 1970년대, 신경생물학자들은 개를 대상으로 다소 잔인한 실험을 실시했다. 개에게 일부러 전기자극을 가하고 반응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전기자극을 주면 개의 심장박동은 빨라졌다. 신체에 위급한 자극이 주어지면 교감신경이 흥분하여 심박동이 빨라지고 혈액이 뇌와 심장, 근육으로 몰리며 모근이 조여져 털이 곤두서는 현상이 나타난다. 깜짝 놀랐을 때 심장이 쿵쾅거리며 털이 쭈뼛 서는 느낌이 드는 것은 바로 이 교감신경이 흥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기에는 자극 시 순식간에 무섭도록 치솟던 심박동 수가 시간이 지나면 약간 빠른 상태로 일정한 리듬을 유지한다. 그러다가 전기자극을 멈추면 갑자기 심장박동은 평상시보다도 훨씬 아래로 뚝 떨어졌다가 다시 서서히 평정을 되찾는 현상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즉, 전기자극→심박동 급상승→흥분 상태 유지→전기자극 제거→심박동 급강하→안정시로의 복귀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 과정에서 전기자극의 강도를 높이면 심박동의 급상승 정도가 더욱 강하게 나타날 뿐 아니라, 자극 제거 시 나타나는 심박동 급강하, 즉 이완 현상도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점이었다. 즉, 강한 자극이 더 큰 고통을 가져오는 경우 그 자극이 제거되었을 때의 안정감 역시 더 크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실험이 반복되면서 나타났다. 전기자극을 반복해서 받게 되면 개는 어느새 이에 익숙해졌는지 더 이상 심박동이 빨라지지 않는 순간이 오게 된다. 그런데 심박동의 급상승이 없다고 해서 자극 제거 시 나타나는 이완 현상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고통스러운 자극에 적응하게 되는 것인데, 이를 순화(馴化) 현상이라 한다. 이제 앞서와 같은 수준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전기자극의 강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 이를 내성(耐性)이라 하는데, 내성이 생기는 순간 금단 증상도 나타난다. 고통이 클수록 더욱 크게 찾아 오는 이완과 평온함은 일종의 쾌락이 되어 대상을 옭아매는 것이다. 자극의 반복→순화→내성→금단 증상으로 이어지는 ‘중독의 고리’는 꽤나 강력하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이 보이는 반응은 개가 보이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어떤 면에서 본다면 인간이 오히려 더 격하게 반응한다고 말할 수 있다. 개에 비해 대뇌가 발달한 인간은 신체적 자극뿐 아니라, 정신적인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중독의 고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상이 반드시 고통을 수반할 필요도 없고, 그저 ‘자극적’이기만 하면 되며, 실질적 대상이 없어도 상관없다. 즉, 굳이 그 자극 대상이 마약이나 알코올, 니코틴 등의 물질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게임, 쇼핑, 섹스, 권력, 인터넷, 도박 등등 뭐든지 ‘자극’으로서 기능하기만 한다면 중독의 고리는 쉽게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변화무쌍한 개인의 취향을 고려한다면, 중독의 고리를 만들 수 있는 자극 대상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중독의 고리는 한 번 형성되면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독의 고리는 내성에 의해 증폭되는 특징이 있기에 그 끝은 파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현대 사회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얽히게 되면서 중독의 고리를 형성하는 원인들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게다가 자가 증폭된다는 특징상 중독의 고리는 점점 더 커지고 집단화되는 듯하다. 조금만 눈을 돌려 보자. 막말은 수위를 높여가며 비수보다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고, 단지 쳐다보는 눈빛이 기분 나빴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일 정도로 폭력의 반응 정도는 강해지고 있으며, 겨우 몇 백만원의 돈을 빼앗길까봐 맨 정신에 시신을 몇 백 조각으로 갈가리 찢는 이도 있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의 결말은 폐차장 신세이듯, 점점 더 격해지고 집단화되는 중독의 고리 증폭을 내버려 둔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을 것이다.
  • [Weekly Health Issue] 춘곤증

    [Weekly Health Issue] 춘곤증

    둔감한 듯하지만 인간의 몸처럼 민감한 유기체도 없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봄을 느낀다. 이런 춘곤증과 맞닥뜨리면 말 그대로 온몸이 봄에 취해 한없이 늘어지고 또 무겁다. 매년 춘곤증을 겪는 사람도 이런 증세가 나타나면 ‘혹시 내 몸에 무슨 문제가….’라며 불안해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춘곤증이라고 느끼지만 그 안에 증상이 비슷한 다른 질병이 숨어 있을 개연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냥 가볍게만 여겨서는 안 되는 춘곤증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준현 교수로부터 듣는다. ●춘곤증을 의학적으로 정의해 달라 춘곤증이란 피로감을 특징으로 하는 신체 증상으로, 환경이나 대사 변화에 대한 일시적인 적응 과정에서 나타나며, 보통 1∼3주가 지나면 자연스레 소멸된다. 따라서 춘곤증 자체는 병이 아니다. 춘곤증이라는 용어도 의학용어가 아닌 사회적 용어다. 그러나 춘곤증이라고 믿는 증상이 만성질환의 신호일 가능성도 없지 않은 만큼 심한 피로가 한 달 이상 계속된다면 진찰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춘곤증이 왜 문제가 되나 일반적으로는 특별히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이나 공부의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는 있다. 또 운전 중에 춘곤증이 나타나면 주의 집중이 안 되고 졸음운전으로 이어져 사고를 일으키기도 쉽다. 더구나 이런 경우는 대형사고인 경우가 많아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춘곤증으로 인한 이런 사고를 예방하려면 특히 장거리 운전 등 주의가 필요한 작업을 할 경우 2시간 정도마다 휴식을 취해 줘야 한다. 차를 세운 뒤 밖으로 나와 체조를 하거나 작업의 안전 여부를 점검하면서 분위기를 바꿔 주는 게 좋다. 또 창문을 열어서 외부의 신선한 공기와 실내공기를 자주 바꿔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춘곤증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인가 춘곤증이 왜 생기는지는 아직 과학적으로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겨울동안 움츠렸던 인체가 따뜻한 봄 분위기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호르몬이나 중추신경 등에 미치는 자극의 변화로 나타나는 일종의 피로감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봄이 되면 점차 밤이 짧아지고, 기온이 올라가면서 근육을 이완시켜 나른한 느낌을 갖게 된다. 여기에다 활동량과 대사량이 늘면서 단백질·비타민·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의 필요량이 증가하는데, 겨우내 이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생기는 영양상의 불균형이 춘곤증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춘곤증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춘곤증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피로감, 졸음 외에도 식욕부진, 소화불량, 현기증 등을 들 수 있다. 또 갑자기 식욕이 떨어져 기운이 없고, 가슴이 뛰며,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르는 등 마치 갱년기 증상과 비슷한 신체적인 변화를 경험하는 사람들도 있다. ●춘곤증으로 오인할 만한 다른 질병은 춘곤증의 문제가 여기에 있다. 다른 질환으로 인한 증상을 춘곤증으로 오인해 방치하게 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질환이 결핵과 간염, 만성피로증후군 등이다. 이런 질환은 춘공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며, 실제로 이를 춘곤증으로 잘못 아는 사람도 없지 않다. 봄철 우울증도 이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따라서 기침과 가래가 나오고, 쉽게 피곤하며, 밤에 식은땀이 난다면 결핵을 의심해 봐야 한다. 물론 이런 질환을 가졌으면서도 별 증상이 없이 피로감만 느끼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또 춘곤증 증세를 보이면서 체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면 당뇨병 등 대사성 질환이나 전염성 질환 또는 각종 암 등을 의심할 수 있으므로 검진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사람마다 춘곤증의 증상이 다른 이유는 그 이유는 평소 건강관리와 연관돼 있다고 본다. 춘곤증은 긴 겨울 동안 움츠리면서 운동을 소홀히 했거나 체력이나 영양 상태가 균형을 이루지 못한 사람, 과로가 누적된 사람에게서 훨씬 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운동과 영양 상태가 좋은 사람이라면 춘곤증을 느끼는 강도도 가볍다. 계절의 변화에 그만큼 잘 적응하기 때문이다. ●춘곤증은 어떻게 대처하는 게 현명한가 단순한 춘곤증이라면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다. 그보다는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유지하는 등 일상적인 생활습관을 바꿔 춘곤증을 이겨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단백질·비타민·무기질 등의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해주고, 과음이나 지나친 흡연은 피해야 한다. 춘곤증을 이겨내기 위한 일상적 대처 방식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커피·음주·흡연을 경계해야 한다. 졸리다고 커피를 자주 마시거나 스트레스를 푼다며 과음에다 흡연까지 하면 몸의 피로감을 가중시켜 더 졸리게 된다. 아침 식사도 거르지 말 것을 권한다. 그래야 오전에 뇌 등 인체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고, 점심 때 과식을 피할 수 있다. 운동도 춘곤증을 이기는 중요한 조건이다. 그러나 갑자기 심하거나 격렬한 운동을 하는 건 좋지 않다. 근육을 풀어 주는 정도의 가벼운 운동이 좋다. 맨손체조와 가벼운 스트레칭, 산책 정도면 춘곤증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잠들기 전에 가벼운 체조를 하는 것도 숙면에 도움이 된다. 아침에 일어날 때도 가볍에 몸을 풀어 주면 훨씬 거뜬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영양 섭취도 중요한데, 특히 비타민B1·C가 많은 식품이 좋다. 봄에는 신진대사가 왕성해지면서 비타민 소모량이 무려 3∼5배까지 증가해 자칫 비타민이 결핍되기 쉽다. 따라서 채소와 신선한 과일을 많이 섭취하도록 식단을 짜면 피로회복과 면역력을 높이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특히 탄수화물 대사를 돕는 비타민B1과 면역기능을 돕는 비타민C를 충분히 섭취해야 하는데, 비타민B1은 보리 콩 땅콩 잡곡류 등의 견과류에 많고, 비타민C는 채소·과일류와 달래 냉이 등 나물류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 여기에다 점심은 생선·육류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저녁은 곡류·과일 등 탄수화물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오전 중에 녹차를 한두 잔 마시는 것도 좋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뇌 속에 총알 박힌채 82년을 건강하게 산 할아버지

    뇌 속에 총알 박힌채 82년을 건강하게 산 할아버지

    뇌 속에 총알이 박힌 채 무려 82년을 살아온 한 할아버지의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 러시아 할아버지는 3살 때 형이 실수로 쏜 총에 맞아 뇌속에 총알이 박히는 사고를 당했으나 목숨은 건졌다.  그러나 의사는 이 총알을 뇌에서 빼내게 되면 더 심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이유로 수술을 포기했고 할아버지는 평생 총알을 간직한 채 살아야 했다. 놀라운 것은 할아버지가 아무런 부작용 없이 평생을 건강하게 살았다는 것. 특히 할아버지는 탄도미사일을 만드는 엔지니어로 성장해 과거 소련 정부의 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같은 사연은 심장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할아버지의 건강 검진 때문에 알려졌으며 최근 발간된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도 게재됐다. 미국 응급의사 협회(American College of Emergency Physicians) 대변인 리처드 오브라이언 박사는 “처음 할아버지의 CT사진을 봤을 때 깜짝 놀랐다.” 며 “인간의 신체는 환경에 적응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아이들은 부상을 입었을 때 상처를 극복하고 재생하는 능력이 대단히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생명의 窓] 감정 다루는 법/오동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생명의 窓] 감정 다루는 법/오동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오는 환자들을 상담하다 보면 감정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환자들은 두려움, 슬픔, 그리움, 분노, 원망 등 소위 부정적인 감정 때문에 괴로워한다. 그래서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인들 중에도 감정을 창피하게 생각하고 감추려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남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한다. 남자들은 강하게 보여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을 받아왔다. 원시시대부터 남자들은 감정을 노출하면 나약하게 보이고, 서열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불안, 두려움, 슬픔 등의 감정은 전사나 사냥꾼 역할을 맡아야 했던 남자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남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습성이 되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도 감정을 표현하는 데 미숙하다. 감정을 노출하는 것을 자존심 상한다고 싫어한다. 사랑보다는 자존심이 더 중요한 세대이다.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졌는데, 쿨하게 잊지 못한다고 자신을 나무라는 20대 후반의 여자가 진료실을 찾아왔다. 지금은 사랑 타령을 할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하기 때문에 헤어진 애인에 대한 그리움을 없애 달라고 필자에게 요구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실연을 당하면 빨리 잊기를 원한다. 구질구질하게 감정에 얽매이는 꼴이 한심하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거나 불만을 표현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우울증 환자들이 있다. 이들은 항상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감정을 느끼는 뇌는 변연계로 뇌의 안쪽에 위치한다. 뇌 안쪽에 있을수록 진화과정 중에 먼저 생긴 기관이다. 그래서 변연계를 고(古)포유류의 뇌라고 부르기도 한다. 태고의 뇌가 발달한 후에 고등동물에게는 대뇌피질이 발달해 있다. 인간과 영장류는 뇌의 겉부분을 이루는 대뇌피질이 크게 발달해 있다. 대뇌피질은 이성적인 판단을 주로 담당한다. 변연계에서 느끼는 감정을 억압하고, 통제하려고 한다. 이렇게 원초적인 기원의 감정이 일어나면 이성적인 판단을 방해한다. 감정이 격해져 큰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별일 아닌 일로 울컥해서 친구나 아내를 죽이기도 한다. 감정은 우리가 환경에 적응하는 데 방해를 하는 듯하다. 그러나 감정이 없다면 즐거움도 없고, 의욕도 없어진다. 마치 바위처럼. 식물도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즐거운 음악을 틀어주면 야채 등의 수확이 많아지고, 더 아껴주고 사랑해 주면 화초가 더 잘 자란다. 그러면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될까? 화가 나는 감정을 억누르고, 그리운 감정을 아닌 척 부정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을 감추려고 하면 할수록 내부로 파고들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감정을 현실적 목표를 이루는 데 방해되는 거추장스러운 존재로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감정은 없어지길 바란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가까운 가족이 죽어서 슬퍼하는 사람에게 그만 슬퍼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 슬픔은 그만두겠다는 의지로 없어지지 않는다. 감정은 이성보다 더 원시적이다. 즉, 더 본능에 가깝다. 생리적인 현상과 비슷하다. 배고픈데 배고프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면 배가 불러지는가? 배가 고플 때는 음식을 먹고 배고픔을 달래줘야 된다. 슬퍼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해도 슬픔이 없어지지 않는다. 슬픔을 충분히 느끼고 스스로 그 감정이 풀어질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 분노와 그리움, 불안도 마찬가지다. 없어지라고 주문을 외운다고 부정적인 감정은 없어지지 않는다. 이런 감정을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부르는 방식도 잘못이다.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필요한 감정이다. 생리적인 현상과 같이 그렇게 느껴야 될 필요가 있어서 느낀다.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위로하고 다독여야 한다, 그 감정이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 [생명의 窓] 퇴행성이라는 질환/이광수 가톨릭의대 신경과 교수

    [생명의 窓] 퇴행성이라는 질환/이광수 가톨릭의대 신경과 교수

    질병 중에 유독 ‘퇴행성’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병이 있다. 퇴행성이란 단어에는 해당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아직 모르고, 확실한 원인을 모르니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으며, 증상이 서서히 진행된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류머티즘성 관절염이 퇴행성 질병에 속한다. 사람 뇌에 발생하는 퇴행성 질병 중 대표적인 것이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병, 루게릭병(운동신경원 질환) 등이다. 이러한 퇴행성 질환도 특수 유전자에 의해 발생하는 가족형 유전병이 서구의 경우 대략 10%에서 나타난다. 하지만 대부분은 누구에게 왜 발생하는지조차 모르는 산발형으로 나타나 의료인이 환자와 가족들에게 설명할 때면 난감한 경우가 많다. 필자가 진료실과 입원실에서 만나는 뇌 퇴행성 질환 환자와 가족들은 공통점이 있다. 특이한 진단이란 사실에 놀라고 그러한 질환이라면 완치가 어려우니 매우 절망적이라고 받아들인다. 일부 환자들은 자포자기하며 모든 치료를 포기하는가 하면 일부 환자들은 귀중한 생명을 포기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또한 어떤 가족들은 국내·외 유명(?)한 의술을 찾아다니고 그동안 부모님에게 효도하지 못한 한풀이를 이번 기회에 다 해드린다는 필사적인 각오 아래 정성을 다하지만 그 정확한 해답을 찾기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요즘처럼 인터넷과 미디어가 발전한 시대에서는 컴퓨터에 질병 이름만 입력하면 웬만한 병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확인되지 않은 치료법 등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나 가족의 질병에 대한 정보를 얻기는 쉬우나 오히려 과잉해석도 하고 불필요한 치료로 경제적인 손실도 본다. 부정확하고 과장된 정보는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으로 피해를 준다. 파킨슨병으로 고생하는 환자에게 “파킨슨병입니다.”라고 말하면 불치병에 걸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불안증과 우울증이 흔히 동반되고 이런 증상으로 일상생활이 매우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필자는 때에 따라서는 “파킨슨병이지만 이제 시작이군요.”, “손발을 조금 떠는 정도이니, 체머리 흔드는 다른 노인들과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면 조금은 손발을 떤다고 생각하세요.”라고 그리 대수롭지 않게 설명하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잘 적응하고 자신감도 잃지 않는다. 이렇듯 환자들이나 가족들은 질병의 실체보다는 정신 심리적인 현상이 더욱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물론 뇌 퇴행성 질환이란 아주 어렵고 힘든 질병임에 틀림없고 우리 모두가 애타게 기다리는 줄기세포 치료 또한 이러한 퇴행성 질환에서 가장 기대되는 치료법이나 아직 미완성 단계이다. 질병의 정확한 진단은 무엇보다 중요하나 그 질병의 단계 또한 중요하다. 환자와 가족들은 각각의 뇌 퇴행성 질병을 모두가 똑같은 한가지 병으로 인식하는 반면, 전문가들은 여러 단계로 나누어 생각하는 차이점이 있다. 예를 들어 파킨슨병 제1기는 한쪽 손발만 떨고 우둔한 증상이 있으나 보행이나 일상생활은 그다지 불편하지 않게 할 수 있다. 제2기가 되면 양측의 팔다리에 파킨슨 증상이 나타나게 되나 제2기 역시 일상생활을 잘 유지한다. 그러나 제3기 정도가 되면 걸음걸이가 불편해지고 자주 넘어질 수 있으며, 노인의 경우 골절 등 후유증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진다. 제5기가 되면 독립생활이 불가능해져 식사나 모든 위생생활도 가족이나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게 된다. 같은 진단명에서도 모든 환자의 상태가 전혀 다르며 파킨슨병 제1기에서 제3기, 제5기로 진행하는 질병 경과도 매우 길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뇌 퇴행성 질환과 같은 어렵고 힘든 병일수록 비전문가나 인터넷의 짧은 지식(?)에 의존하지 말고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 좋으며, 향후 질병을 이겨내는 긴 여정에 전문가와 행복한 동행을 할 것을 권유한다. 마지막으로 우리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비전문적 치료는 당신의 몸과 마음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 잠 못드는 열대야… 술·야식은 ‘수면의 적’

    잠 못드는 열대야… 술·야식은 ‘수면의 적’

    우리나라 기후가 점차 아열대화하면서 더위의 강도도 달라지고 있다. 벌써부터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꼬리를 물고 있다. 특히 올해는 폭염이 심할 것으로 예고돼 건강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할 것으로 보인다. ●일광화상=햇빛에 장시간 노출된 뒤 4∼8시간이 지나면 피부가 빨갛게 달아오르면서 통증이 나타난다. 심하면 물집과 함께 얼굴과 팔다리가 붓고, 열이 나기도 한다. 일광화상 때문이다.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찬물로 찜질하는 게 우선이며, 통증이 심하면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도 고통을 더는 방법이다. 자외선에 대한 피부반응은 개인차가 있지만 햇빛이 강한 날은 오전 11시∼오후 3시 직사광선은 피하도록 하며, 야외활동을 할 때는 반드시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도록 한다. ●열실신=노약자 등 더위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무더위에 장시간 노출되면 혈액 용적이 줄고, 말초혈관이 확장되면서 가벼운 실신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단순한 열실신은 대부분 호흡과 맥박을 관찰하면서 시원한 곳에서 머리를 낮게 해 안정을 취하면 회복된다. 그러나 증세가 심하면 병원으로 옮겨 수액을 보충해줘야 한다. ●열경련=더위 속에서 장시간 활동해 땀을 많이 흘렸을 때 발생하는 근육경련 현상이다. 땀을 많이 흘릴 경우 따로 전해질을 보충해주지 않으면 혈중 나트륨 농도가 떨어져 경련이 나타난다. 이럴 때는 시원한 곳에서 경련 부위를 가볍게 스트레칭하면서 안정을 취하면 점차 회복된다. 증상이 심하면 병원을 찾아 전해질을 정맥에 투여해야 한다. ●열피로=흔히 열탈진이라고도 하며, 수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거나 저농도의 전해질만 섭취하면서 고온의 환경에서 활동할 때 자주 나타난다. 열피로가 오면 어지럼증·피로·오심·무력감 등이 나타나며, 발열·발한·홍조·빈맥·구토·혼미 등의 증상이 오기도 한다. 체온이 40도를 넘지 않으면 서늘한 곳에서 안정을 취하면서 물과 전해질을 보충해주면 서서히 회복된다. 그러나 고열에 의식 소실 등의 변화가 있으면 지체 없이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열사병=가장 심한 열손상으로, 노약자나 알코올중독자·정신 및 심장질환자·치매환자 등이 고온다습한 환경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 주로 발생한다. 증상은 열피로와 비슷하나 땀이 나지 않으며, 오심·구토가 심하고, 의식을 잃는다는 게 열피로와 다르다. 이 경우 심부 체온이 40도가 넘으므로 찬물이나 얼음물 등으로 급속냉각을 시키면서 지체 없이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열실신과 열경련은 비교적 가벼운 증상이지만 열피로와 열사병은 위험에 빠질 수 있으므로 항상 심한 쪽을 염두에 두고 조치해야 한다. 모든 열손상은 예방이 최선이므로 무더운 한낮에는 2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힘든 운동이나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65세 이상의 고령자나 심장병 환자, 비만하거나 이뇨제·항우울제·항히스타민제 등 만성적 약물 복용자, 치매환자, 만성폐쇄성폐질환자 등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열대야 수면=밤 기온이 섭씨 25도를 넘는 열대야 환경에서는 잠이 들어도 자주 깨고, 숙면을 취하기도 쉽지 않다. 열대야로 인한 이런 불안정한 수면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실내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밤새 켜놓았다가는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기 쉬우며, 호흡 이상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따라서 열대야를 이기려면 일상적 생활리듬을 지키는 것이 상책이다. 먼저, 뇌 속 생체시계가 정상적으로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늦게 자거나 늦잠을 자지 않아야 하며, 잠이 오지 않으면 침대를 벗어나 졸릴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 또 낮잠을 피하고, 격렬하지 않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저녁식사는 일정한 시간에 하되 카페인음료와 술·담배·과식을 피하며, 밤중의 야식 습관도 경계해야 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도움말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선우성 교수
  • 생각 만으로 ‘컴퓨터 조종’하는 장치 개발

    생각 만으로 ‘컴퓨터 조종’하는 장치 개발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종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는 실험이 성공했다 미국 워싱턴 대학 연구팀은 간질을 앓고 있는 36~48세 환자를 대상으로 마이크로전극을 두뇌피질표면에 심어 두뇌의 신호를 알아내는 실험을 실시했다. 환자들은 컴퓨터 스크린에 앉아 손을 대지 않고 커서를 움직이도록 지시받았다. 그 결과 환자들은 ‘아’, ‘오’ 등 간단한 단어 또는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컨트롤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들이 어떤 트레이닝 없이도 자유자재로 컴퓨터를 활용했으며, 매우 빠른 적응능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활용한 기술은 이코그(ECoG)라고 불리는데, 두뇌피질표면에 전극을 심어 두뇌의 신호대로 기기를 조작하는 원리다. 이 기술은 루게릭 병 환자 등 말을 할 수 없거나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에게 획기적인 장치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를 이끈 에릭 류싸트(Eric Leuthardt) 박사는 “환자들의 뇌에 이 기술을 이식하면 컴퓨터가 생각 또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서 “마음을 읽힌다는 것은 다소 두려운 일이지만, 대화나 행동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놀라운 기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휠체어나 텔레비전 리모콘 등을 생각만으로 조종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과학자들은 지난 10년 동안 마음이나 뇌의 신호로 기계를 컨트롤 하는 것을 연구해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3월 미국의 연구팀은 뇌의 신호만으로 움직이는 로봇 팔을 개발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이 연구결과는 신경공학저널(the Journal of Neural Engineering) 최신호에 실렸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뇌졸중 2년8개월간 7번입원… 어느 의료유랑민의 눈물

    뇌졸중 2년8개월간 7번입원… 어느 의료유랑민의 눈물

    2년 8개월. 일곱번의 입원과 여섯번의 퇴원. 천상훈(55·가명)씨는 병상에 누워 허공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이마에서부터 턱까지 여기저기 굵은 주름이 팬 얼굴은 오랜 병원생활에 지친 듯 초췌했고, 수염을 말끔하게 깎았어도 나이보다 열 살은 더 들어 보였다. 지난 3일 서울 외곽에 있는 한 종합병원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자신의 처지가 억울한 듯 웅얼웅얼 말을 하려 했지만 끝내 입을 떼지 못했다. 떨리는 팔로 병상을 부여잡고 어렵게 쇠잔한 몸을 곧추세웠지만, 입이 열리지 않자 힘들다는 표정으로 아내의 눈치를 살폈다. “뇌졸중이 온 뒤로는 저렇게 말을 하지 못해요. 초등학생 지능 수준이지만 그나마 얼마 전부터는 지팡이라도 짚을 수 있는 게 다행이지요.” 천씨를 마주 보는 아내 이영자(53·가명)씨의 눈가에는 어느 새 눈물이 맺혔다. 수년간 도맡아 병시중을 하다 보니 남편의 눈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자신에 대한 불편한 얘기를 듣기 싫다는 듯, 힘들게 몸을 일으키는 남편을 기자가 부축하려 하자 “화장실 가는 것이니 걱정 안 해도 된다.”며 안쓰럽게 바라봤다. 2008년 7월 23일 아침. 예기치 못한 단 한번의 재앙으로 가정이 풍비박산났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서울 중랑구의 집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아내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까맣게 몰랐다. 코까지 골면서 곤한 잠을 자던 그는 옷에 소변까지 지린 채 깨어나지 못했다. 급히 차에 태워 남편을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데려가자 의사는 ‘뇌졸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내렸다. 혈관을 뚫는 응급시술이 진행됐지만 혼수상태는 3일간 이어졌다. 그가 눈을 떴을 때 아내를 포함한 가족들은 환호성을 질렀지만 그는 이미 “아~”라는 단발음 말고는 어떤 말도 하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남편이 그렇게 쓰러진 뒤 아내는 병수발을 위해 6개월 만에 자신이 운영하던 인쇄소 사업을 접었다. 말도 못하고, 거동도 제대로 하지 못하던 남편은 갑자기 난폭해져 때때로 움직일 수 있는 모든 몸의 기능을 사용해 몸부림을 치곤 했다. 지금까지 경기를 일으킨 것만도 셀 수 없다. 뇌가 망가져 제대로 된 행동을 하지 못하는 그는 엉뚱하게도 밤만 되면 팔로 몸을 지탱하고 일어나 병상 밑에 숨었다. 아내 이씨는 “10년 이상 된 베테랑 간병인도 남편을 돌보려고 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모든 일을 그만두게 됐다.”면서 “그나마 예전에 보험 들어 놓은 것 쓰고, 아이들이 생활비를 벌어 줘서 근근이 먹고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파탄 난 가정생활보다 더한 고통이 있었다. 대학병원에 입원할 때마다 15일만 되면 의사와 간호사들이 퇴원을 재촉해서다. 남편은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어 재활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했지만 한달 이상 병원에 남아 있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장기 환자들이 많은 국·공립병원을 찾았지만 3개월만 되면 마찬가지로 ‘칼같이’ 퇴원을 권유했다. 영문도 모르고 내쫓기듯 병원 문을 나설 때마다 설움이 북받쳐 펑펑 울었지만 약자의 입장에서 병원에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없었다. 병원에 다시 입원할 때마다 드는 100만원 안팎의 검사비는 그나마 감내할 수 있는 문제라고 여겼다. 환자가 병원을 바꿀 때마다 화장실 위치나 복도 구조, 의료진의 성격 등 환경에 다시 적응하려면 또다시 설움에 눈물을 감추기 어려웠다. 의료진에게 사정을 알아보니 병원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3개월 이상 받으면 ‘의료쇼핑’을 의심해 보건 당국에서 진료비 가운데 건강보험 적용분을 삭감해 버린다고 했다. 이씨는 “그나마 친절한 의사는 ‘건강보험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고 돈을 삭감당할 수 있어 어쩔 수 없다’고 설명까지 해 주고 주변 의사들에게 소개해 줘서 다른 병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도와줬다.”며 울먹였다. 이어 “아마 병원에 장기간 입원한 대부분의 재활환자들이 3개월 기준 때문에 우리처럼 병원을 떠돌아다닐 것”이라면서 “1년 넘게 떠돌아다니면 건강보험 기록을 보고 아예 병원에서 받아주려고 하지 않아 10개월 넘게 입원을 기다린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두 손바닥으로 눈물을 훔치며 “차라리 암 환자라면 수술을 한 뒤에도 이렇게 고통스럽지는 않을 것”이라고 쥐어짜듯 말했다. 뇌졸중 환자의 80%가 후유증을 갖게 되고, 40%는 중증 후유증으로 고통받는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천씨와 같은 ‘의료 유랑민’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뇌졸중 후유증에는 ‘완치’라는 개념이 없으니 묵묵히 환자 재활치료에 전념하는 수밖에 없다. 혼자 걸어다닐 수 있게 하는 데만 최소한 2~3년의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이씨는 주변에서 “집에서 병원으로 왔다 갔다 외래치료를 받으면 되지 않나.”라며 속도 모른 채 말할 때 마음이 더 상한다. 그는 “겨울에는 몸 기능도 좋지 않고 집 밖을 나서려고 하지를 않아 운동은커녕 집 밖으로 데리고 나가기도 어렵다.”면서 “그나마 치료하러 열심히 다녀서 휠체어 신세를 벗어났는데, 혼자 동네라도 다닐 수 있도록 해 주려면 재활치료에 더 속도를 붙여야 하는 우리 환자 가족의 마음을 그렇게 몰라줄 수 있나.”라고 한탄했다. 더는 갈 곳도 없다. 어렵게 부탁해 예전에 들어갔던 병원을 나와 다른 병원으로 잠시 갔다가 3개월 전의 병원으로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관례적으로 3개월이 되면 건강보험을 삭감한다고 하는데, 건강보험 담당자들이 환자들을 한번 제대로 보기나 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그는 눈물을 흘렸다. 글 사진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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