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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행’ 속 좀비 고라니가 현실?…”광록병, 사람 전염 우려”

    ‘부산행’ 속 좀비 고라니가 현실?…”광록병, 사람 전염 우려”

    영화 ‘부산행’(2016)에 초반에 등장하는 고라니(소과 사슴목 포유류)는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탄과 같았다. 영화 속 에피소드일 뿐이지만 현실에도 유사한 사례는 존재한다. 다만 그 존재가 사슴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라이브사이언스, 뉴스위크 등 해외 매체의 23일 보도에 따르면 근래 들어 캐나다 일대와 미국에서 만성소모성질병(CWD, Chronic wasting disease)로 죽은 사슴은 22마리에 달한다. 만성소모성질병은 일명 ‘광록병’으로 불린다. 사슴이나 엘크 등 사슴류에 감염돼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입히며, 뇌가 파괴되면서 스펀지처럼 구멍이 생기는 증상을 동반한다. 평범한 사슴에 비해 인간을 덜 무서워하게 되고 얼굴 표정이 사라지며, 마치 광우병에 걸린 소처럼 침을 흘리거나 주저앉는 증상을 보인다. 이 병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67년 미국 콜로라도였으며, 아직까지 인체 감염 및 발병 가능성은 낮지만 최근 들어 광록병이 인간에게 전염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본래 만성소모성질병은 종(種)사이에서는 전염성이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미국 콜로라도대학의 마크 자벨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최근 실험을 통해 종과 종 간의 전염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짧은꼬리원숭이에게 광록병에 걸린 사슴의 고기를 먹게 한 결과 5마리 중 3마리에게서 만성소모성질병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을 확인했다. 이는 만성소모성질환이 서로 다른 종에게 전염된 것을 확인한 최초 사례다. 광우병이나 광록병은 ‘프리온’으로 불리는 단백질 분자로 인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연구진은 이 프리온 단백질이 매우 유연하게 활동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곧 해당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이 비교적 쉽고 다양하게 변형될 수 있으며, 이것이 종 간 장벽을 넘어 인간에게까지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문제의 프리온 단백질이 스스로 ‘진화’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도 있다. 결국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인간 역시 ‘좀비 사슴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자벨 교수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사냥꾼들이 사슴 사냥을 할 때 겉보기에 이상 증상을 보이는 사슴이나 엘크를 향해 총을 쏘거나 손으로 고기를 만지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하며, 반드시 사슴의 건강상태를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짠 음식 계속 먹으면 치매 걸려요

    [핵잼 사이언스] 짠 음식 계속 먹으면 치매 걸려요

    짠 음식을 계속 먹으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 웨일코넬의대 연구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짜게 먹으면 뇌 혈류량이 줄면서 뇌세포 활동 역시 감소해 인지기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쥐 실험으로 확인하고 이런 영향은 사람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콘스탄티노 라데콜라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생후 8주차 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싱거운 저염식과 이보다 8~16배 염분이 많은 고염식을 4~24주간 각각 투여했다. 이들 쥐를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검사한 결과 단 몇 주 만에 고염식을 섭취한 그룹은 혈관을 둘러싸고 있는 내피세포에 기능 장애를 일으켰고 뇌 혈류량 역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뇌혈관계 손상 유발해 인지행동 장애 유발 또한 이들 쥐 그룹은 소화기관에도 면역 반응을 일으켰다. 면역세포 TH17가 증식해 전염증 화학물질 IL17의 농도 역시 증가했다. IL17은 내피세포에 손상을 주며 이때 일어나는 화학 반응은 일산화질소를 억제한다. 일산화질소는 혈관 이완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며 해마가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는 데 필요하고 인지기능에도 중요하다. 즉 고염식 섭취로 혈액 혈장에서 IL17 농도가 높아지면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혈 관계에 손상을 유발하고 결국 인지행동 장애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 연구팀은 이들 쥐에게 새로운 물건을 찾는 행동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고염식 섭취 그룹은 제대로 된 수행 능력을 보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물건 찾는데도 수행 능력 떨어져 라데콜라 박사는 “짠 음식을 먹은 쥐들은 3개월쯤 지나자 치매에 걸렸다. 호기심이 강해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본능이 있는 쥐들은 시간이 지나자 정상적인 식별 능력을 잃었다”면서 “우리에 넣고 조용한 곳을 찾는 실험에서도 자신들이 어디에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람도 쥐처럼 짠 음식을 먹으면 몇 개월 만에 이런 인지장애를 보인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연구팀은 짠 음식을 최소 몇 년에서 최대 몇십 년 계속해서 먹으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신경과학’ 최신호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종교에 빠진 딸’ 구하려다 질식사시킨 부모 붙잡혀

    ‘종교에 빠진 딸’ 구하려다 질식사시킨 부모 붙잡혀

    특정 종교에 빠진 딸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하다 숨지게 한 부모가 경찰에 붙잡혔다.전남 화순경찰서는 18일 폭행치사 혐의로 A(56)씨와 B(55·여)씨 부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 부부는 지난달 30일 오후 5시 40분쯤 전남 화순 한 펜션에서 딸 C(25·여)씨가 소리를 지르며 나가려는 것을 제지하려고 C씨의 다리를 누르고 입을 막아 수일 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부는 C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같은 날 오후 5시 43분쯤 소방당국에 신고해 병원에 옮겼으나 C씨는 열흘 만인 지난 9일 오후 11시 35분쯤 사망판정을 받았다. 검시 결과 질식사 가능성이 크며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5년 동안 특정 종교를 믿고 있는 딸을 설득하려고 이들은 이날 화순으로 여행을 갔다. A씨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딸을 해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딸이 종교에 빠져 취업 준비도 등한시해 그만 다니라고 설득하던 도중 갑자기 고함을 지르고 펜션 집기를 부숴 다른 투숙객들이 들을까 봐 입을 막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C씨의 사인이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인한 심폐 정지로 추정된다는 부검의 소견을 토대로 A씨 부부 등을 조사 중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아빠가 ‘피투성이 아들 사진’ 먼저 공개한 이유는?

    아빠가 ‘피투성이 아들 사진’ 먼저 공개한 이유는?

    교통사고를 당해 피투성이가 된 채 누워있는 자녀를 보는 부모의 마음은 다 같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안타까운 순간에 침대에 누운 자녀의 사진을 찍고 후에 이를 대중에게 먼저 공개하는 부모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영국 동북부 링컨셔주에 사는 애런 데이비스(34)는 최근 11살 아들 모건의 사진을 지역 언론사를 통해 공개했다. 사진 속 모건은 코와 눈뼈가 골절됐고 그로 인해 다량의 출혈이 발생한 채 붕대를 감고 누워있다. 데이비스가 이런 아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한 것은 헬멧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셔였다. 메트로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건은 얼마 전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서 집으로 하교하던 중 길에서 자동차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고, 충돌 당시 자동차와 벽에 강하게 부딪히면서 얼굴과 몸 곳곳에 중상을 입었다. 충돌 속도나 사고 규모보다 부상정도가 약했던 것은 헬멧 때문이었다. 모건은 다행히 헬멧을 쓴 채 자전거를 탔고, 다행히도 이 때문에 얼굴을 크게 다쳤지만 뇌 손상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부상은 피할 수 있었던 것. 이후 모건은 부러진 코와 눈뼈를 고정시키고 재건하는 수술을 받아야했다. 앞으로도 입원 치료를 하며 병원에서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데이비스는 아들의 사고 소식을 접한 뒤 병원으로 달려갔고, 이후 아들의 부상 정도에 헬멧 착용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를 알리기 위해 사진 공개를 결심했다. 그는 “의사는 만약 아들이 헬멧을 쓰고 있지 않았다면 더 이상 아들을 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헬멧이 아들의 머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들을 보호해 준 것”이라면서 “많은 사람들이 헬멧의 중요성을 깨닫길 바란다. 내 아들 역시 앞으로 헬멧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12세 이전 월경 시작, 뇌졸중 위험 높인다 (연구)

    12세 이전 월경 시작, 뇌졸중 위험 높인다 (연구)

    식습관과 환경의 변화로 성조숙증을 겪는 아이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월경을 일찍 시작하는 것이 훗날 심장 및 뇌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이 여성 26만 744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했다. 그 결과 12세 이전에 월경을 시작한 여성은 13세 이후에 월경을 시작한 여성에 비해 성인이 됐을 때 심근경색이 나타날 위험이 10%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12세 이전에 월경을 시작한 여성은 임신 시 임신성 당뇨와 고혈압 등의 임신 합병증이 나타날 위험과 조기 폐경이 나타날 위험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조숙증으로 인한 12세 이전의 이른 월경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질병은 뇌졸중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12세 이전에 월경을 시작한 여자아이는 13세 이후에 시작한 여자아이에 비해 훗날 뇌졸중 증상을 보일 위험이 42% 증가하며, 이는 이른 월경이 성인이 된 이후에 체내 혈류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했다. 이른 월경을 시작한 여성은 체내 혈류량이 감소하고, 이러한 현상은 뇌로 전달되는 산소의 양을 감소시켜 뇌졸중 증상을 일으키거나 이로 인한 뇌조직 손상 및 조기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것. 또 월경을 빨리 시작하면 폐경의 시기도 빨라지며, 47세 이전에 폐경을 맞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혈관계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33% 더 높았다. 연구진은 월경이 12세 이전에 시작됐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장 관련 검사를 더욱 자주 받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자세한 내용은 영국 심혈관 협회(British Cardiovascular Society)에서 발행하는 학술지인 ‘심장 저널’(journal Heart)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소금 너무 많이 먹으면 치매 걸릴 위험 커져”(연구)

    “소금 너무 많이 먹으면 치매 걸릴 위험 커져”(연구)

    소금을 너무 많이 먹으면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 웨일코넬 의대 연구진은 쥐 실험을 통해 짜게 먹는 습관이 뇌 혈류량을 줄여 뇌세포(뉴런) 활동 감소로 이어져 인지 기능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네이처 신경과학’ 최신호(15일자)에 발표했다. 연구를 이끈 콘스탄티노 라데콜라 박사는 이런 영향은 우리 인간에게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8주 된 다 자란 쥐들을 대상으로 싱거운 저염식(0.5% 소금물과 먹이)과 이보다 8~16배 염분이 많은 고염식을 4~24주 동안 각각 제공했다. 그리고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를 사용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뇌의 혈류량과 혈액 속 혈구 수를 측정해 비교했다. 그 결과, 단 몇 주 만에 고염식을 먹은 쥐들의 혈관을 둘러싼 내피세포는 기능 장애를 일으켰고 뇌로 가는 혈류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화기관도 소금에 면역 반응을 보였는데 TH17로 알려진 면역세포의 수가 늘어 IL-17로 불리는 전(前)염증 화학물질의 수치 역시 높아졌다. 이 물질은 내피세포에 손상을 주며 이때 일어나는 화학 반응은 일산화질소를 억제한다. 일산화질소는 혈관 이완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며 해마가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는 데 필요하고 인지 기능에도 중요하다. 일산화질소가 부족하면 뉴런은 기능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다. 고염식 섭취로 혈액 혈장에서 IL-17이 증가하면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혈관계에 손상을 유발해 행동 장애로 이어진다. 라데콜라 박사는 “정상적인 인지 기능이 적절히 잘 조절된 혈류가 필요하다. 뉴런은 아이처럼 까다로워 영양 공급은 오직 포도당과 산소만을 원한다”면서 “두 공급원이 원활하지 않으면 뉴런도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연구진은 쥐들이 새로운 물체를 찾는 행동 검사를 시행했는데 고염식을 먹은 쥐들은 제대로 된 수행 능력을 보이지 못했다. 라데콜라 박사는 “3개월쯤 지나자 쥐들은 치매에 걸렸다. 쥐들은 호기심이 강해 새로운 것을 찾으려 하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상적인 식별 능력을 잃었다”면서 “케이지에 넣고 조용한 장소를 찾는 실험에서도 어디에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쥐들은 매일 같이하던 집 짓기도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인간이 짠 음식을 먹은 지 몇 개월 만에 이런 인지 장애를 보인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가 고염식을 먹더라도 최소 몇 년에서 최대 몇십 년까지 걸릴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사진 저작권: ezergil / 123RF 스톡 콘텐츠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매년 같은 날, 낯선 아이 위해 케이크값 내는 여성의 사연

    매년 같은 날, 낯선 아이 위해 케이크값 내는 여성의 사연

    미국의 한 가족이 식료품 가게에 주문해 두었던 생일 케이크를 찾으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누군가 케이크 값을 대신 계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가족들과 함께 여동생 케이크를 가지러 갔던 카일 조레귀(23)는 “어안이 벙벙했다. 누군가가 일부러 케이크 값을 내기 위해 집밖을 나섰다고 생각하니 말문이 막혔다”며 당혹감을 나타냈다. 이는 매년 같은 날, 낯선 아이를 위해 케이크 값을 내는 한 여성 덕이다. 그녀는 미국 애리조나 주(州) 스카츠데일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애슐리 산티(33)다. 산티는 매년 같은 날짜, 자신의 딸 생일인 12월 27일이 되면 식료품점이나 빵 가게에 들려 고객이 미리 주문한 케이크 중 계산하지 않은 케이크에 돈을 낸다. 그리고 ‘메케너의 엄마’라는 카드를 남기고 자리를 떠난다. 그녀의 선행은 2008년 9월, 생후 9개월이었던 딸 매케너를 잃고부터 시작됐다. TV가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어린 딸은 뇌 손상을 입었고 결국 숨을 거뒀다.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산티는 ‘MISS재단’의 친절 프로젝트(The MISS Foundation‘s Kindness Projec)로 상실의 슬픔을 치유하게 됐다. 프로젝트가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를 기리며 선행을 하도록 권장했기 때문이었다. 산티는 “나는 여기저기 무작위로 호의를 베풀기 시작했다. 특히 딸아이 생일이 되면 더 특별한 뭔가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날이 생일인 다른 아이를 위해 생일 케이크 값을 지불하게 됐고 올해로 7년 째”라며 취지를 설명했다. 그녀는 “아이를 위한 케이크를 살 수 없게 된 이후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이라면서 "자신을 비롯해 다른 부모들이 선행을 통해 아이들의 엄마, 아빠로서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케이크를 받은 조레귀는 “많은 사랑을 느꼈다. 그녀 덕분에 축복 받은 느낌이었다”면서 트위터에 산티의 선행을 소개했다. 조레귀 가족은 미스재단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산티를 추적했고, 6일 만나자는 약속을 잡았다. 산티는 “익명으로 머물고 싶었지만 조레귀 가족들을 만날 생각에 정말 흥분된다. 멋진 가족들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진=트위터캡쳐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씨줄날줄] 수면 건강/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수면 건강/이순녀 논설위원

    새해 인사로 가장 많이 주고받는 덕담 중 하나는 건강에 관한 것이다. ‘소원 성취’도 좋고, ‘대박 기원’도 좋으나 아픈 데 없이 건강해야 무엇이든 의미가 있을 테니 말이다. 건강을 위해서 운동, 식이요법, 건강보조제 등 다양한 방법이 활용되고 있지만 건강을 유지하는 기본은 역시 충분한 수면이다. 잠이 부족하면 심장이나 뇌혈관 질환, 당뇨, 고혈압, 비만 등의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이에 더해 뇌 속 알츠하이머성 치매 유발 물질 분비가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미국 워싱턴주립대 의대 신경학과 랜덜 베이트먼 석좌교수팀은 밤에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으면 뇌가 알츠하이머 유발 단백질 성분인 베타아밀로이드를 청소하는 것보다 생산하는 양이 많아져 남은 양이 쌓이게 된다는 연구 논문을 국제학술지 ‘신경학회보’에 게재했다. 베타아밀로이드는 뇌의 정상적 활동에 따른 부산물로, 이 성분이 지속적으로 쌓이면 뇌신경세포와 신경회로가 손상될 수 있다. 기존에도 수면 부족이 베타아밀로이드 수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왔지만 베이트먼 교수팀은 이 메커니즘을 보다 정교하게 규명함으로써 수면 장애가 인지력 저하와 치매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제시했다. 미국 국립수면재단이 권고하는 성인 수면 시간은 7∼9시간이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7월 국내 만 19세 이상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면 실태 조사를 보면 평균 수면 시간이 6시간 24분에 불과했다. 청소년들도 잠이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서울시의 2015년 조사에서 서울 거주 청소년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6분이었다.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6년 수면장애 환자 수는 49만 4000여명으로, 2012년 35만 8000명에 비해 약 38% 증가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동 시간은 두 번째로 길고, 수면 시간은 가장 짧은 나라다. 과거 근면과 성실을 발판으로 눈부신 경제발전을 일군 덕에 아직도 잠을 줄여 공부하고,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풍토가 남아 있다. 하지만 창의력과 집중력이 중시되는 시대에는 투입되는 시간과 생산성이 정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적당한 휴식, 충분한 수면은 건강 유지에 꼭 필요한 요인일 뿐 아니라 생산성 향상에도 긍정적인 요소라는 점을 인식하고, 그에 맞춰 사회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새해에는 모든 이들이 ‘잠 잘자는 복’을 누리길 기원한다.
  • 새해 목표로 ‘꿀잠 자기’ 어때요...수면 부족이 뇌속 치매 유발물질 증가

    새해 목표로 ‘꿀잠 자기’ 어때요...수면 부족이 뇌속 치매 유발물질 증가

    새해에는 ‘담배를 끊겠다’ ‘술을 줄이겠다’ ‘운동을 하겠다’ 등 다양한 결심을 하지만 작심삼일로 끝나기 일쑤다. 그런 지키기 어려운 결심보다는 좀 더 지키기 쉽고 뇌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잠을 더 많이 자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은 어떨까.잠이 부족하면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단백질이 점점 늘어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주립대 의대 신경학과 랜덜 베이트먼 석좌교수팀은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깨어있는 경우 뇌가 알츠하이머 유발 단백질을 더 많이 생산해 축적된다는 연구결과를 뇌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신경과학’ 최신호에 발표했다.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은 뇌의 정상적 활동에 따른 부산물이지만 이 단백질이 많아질 경우 찌꺼기인 플라그가 뇌 곳곳에 쌓이면서 뇌신경세포와 신경망이 손상된다. 기존에도 깊은 잠을 자는 동안 뇌가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고 수면무호흡증 같은 수면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 이 단백질이 일반인들보다 더 많이 쌓이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연구팀은 30~60세 남녀 8명을 대상으로 정상적인 수면을 취하도록 하고 뇌와 척수액에서 베타아밀로이드 수치를 측정했다. 4~6개월 뒤에는 밤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하도록 하거나 밤을 새도록 한 상태에서 똑같은 측정을 했다. 그 결과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을 경우 베타아밀로이드 수치는 정상적으로 잠을 잤을 때보다 25~30%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전적으로 알츠하이머 치매증상이 발병하는 사람의 뇌 속에 있는 수치와 같은 수준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깨어 있을 때와 잠을 잘 때 뇌의 베타아밀로이드 청소율은 동일하지만 깨어 있을 때는 생산량이 훨씬 더 많아 결국 수치가 높아진다는 점도 발견했다. 기존에 잠이 부족하면 청소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과는 다른 결과였다. 연구팀은 수면보조제를 복용하고 잠을 들 경우는 정상적으로 잠을 들었을 때와는 달리 베타아밀로이드 감소량이 많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베이트먼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수면장애가 베타아밀로이드 생산-청소 메커니즘을 교란시켜 인지능력 저하와 알츠하이머 위험을 키우는 요인임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수면 부족이나 수면장애처럼 만성적으로 잠이 부족하면 베타아밀로이드가 증가하지만 하루 밤 정도의 불면이나 밤샘은 알츠하이머 발병에 전반적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만성 수면장애 환자들의 뇌 속에 쌓이는 베타아밀로이드 플라그 제거 방법을 알아내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훈훈한 연말’ …노숙자를 가족으로 받아들인 부부

    ‘훈훈한 연말’ …노숙자를 가족으로 받아들인 부부

    마약과 술에 빠져있던 노숙자를 한 가족으로 따뜻하게 받아들인 부부의 사연이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교훈을 안겨주고 있다.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신디 저먼과 그녀의 목사 남편 피에르, 일면식도 없는 이 두 사람을 만나기전까지 케빈 스웨이지(32)의 삶은 엉망진창이었다. 스웨이지는 요소회로 질환(urea cycle disorder)을 가지고 태어났다. 이는 신체가 단백질을 적절하게 분해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병으로 뇌 손상과 학습 장애와 연관되어 있다. 그의 부모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어머니는 정신 장애가 있었고, 새아버지는 알콜중독자였다. 친아버지는 만난 적이 없다.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스웨이지는 스무살 때 집을 나왔지만 정착할 곳을 찾지 못해 결국 노숙자가 됐다. 그는 술이나 약물에 취해 하루하루를 보냈다. 만취, 치안 문란 행위 및 절도 등 경범죄 혐외로 지명수배되기도 했다. 스웨이지는 “마약을 끊으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당시는 정말 끔찍했다. 거리에서 살아가기란 너무나도 힘들었다”며 어려웠던 순간을 기억했다. 그러다 앨버타주 공공 의료서비스와 자원봉사자들을 만났고, 발달 장애를 가진 사람을 위한 거처를 찾아주는 정신 건강 전환(Diversion Mental Health)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그리고 2015년 7월 그 프로그램에 가입한 저먼 부부와 만났다. 부부는 스웨이지가 자신의 집으로 오고난 후 그가 약물과 술, 법적인 문제에 얽혀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를 문제라기보다 도전 과제라고 생각했다. 사법체계적 문제 해결을 도왔고, 정신건강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상담과 지도를 병행했다. 덕분에 스웨이지는 태어나서 처음 돈을 다루는 법을 배웠고, 생애 최초로 일자리를 얻었다. 그는 “부부는 인생에서 훌륭한 가치를 가르쳐주었다. 나도 중요한 사람임을, 특히 나도 스스로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며 “내 인생에 그들 같은 멋진 사람들이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에 부부는 “스웨이지는 우리 가족의 일부다. 우리는 그에게 늘 ‘어떤 결정을 내리는가는 너에게 달려있다. 우리는 너에게 필요한 것을 지원하기 위해 언제나 여기 있다’고 말한다.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일어설 준비가 된 사람들은 머물렀던 가정을 떠나지만 우린 그가 영원히 여기 머무르길 바란다”며 진심을 밝혔다. 사진=씨비씨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스마트폰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위험” (美 공공보건국)

    “스마트폰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위험” (美 공공보건국)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 사용이 암이나 불임을 비롯해 주의력이나 정신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미국 캘리포니아 공공보건국(CDPH)이 14일(현지시간)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방사선에 노출되는 수준을 줄이기 위한 지침을 발표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아직 연구에서 휴대전화 방사선의 위험성을 명확하게 입증해낸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 더욱 주의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는 아주 많다고 보건 당국은 말했다. 휴대전화로 정보를 주고받을 때 사용하는 무선주파수(이하 RF) 방사선 에너지는 단말기 최하단 부분에서 나온다. 그런데도 여러 연구는 휴대전화와 자주 직접 접촉하면 충분히 위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번 지침 발표를 환영하는 미국 환경보건기금(EHT·Environmental Health Trust)의 데브라 데이비스 박사는 “휴대전화를 신체와 접촉하고 있는 건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다”고 말했다. 사실상 휴대전화 제조업체들 역시 이 점에 동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은 아이폰 설정 안에 ‘RF 노출’에 관한 안내문을 집어넣어 놨다. 거기에는 아이폰의 RF 방출이 인체에서 5㎜ 거리(심이 가는 펜의 두께)에서 검사했으며 미국의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고 쓰여 있다. 또 스피커폰이나 핸즈프리 액세서리를 사용해 RF 노출을 줄이기 위한 조언도 제공하고 있다. 데이비드 박사는 “대부분 사람은 휴대전화를 신체에 접촉하지 말라는 명확한 경고문이 휴대전화 속에 들어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면서 “이 때문에 대부분 부모가 자녀의 휴대전화 노출을 관리하지 않아 심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지침은 휴대전화의 RF가 성인보다 아이의 뇌에 더 쉽게 침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에 따른 노출이 발달 중인 뇌에 심한 손상과 오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기존 연구들은 신체를 자주 휴대전화와 접촉하면 귀나 뇌에 종양이 생길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준다. 특히 RF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매우 드물지만, 많은 심리학자는 이미 휴대전화 사용이 집중력 저하와 정신 건강 문제, 청소년기 수면 장애와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주일 전 프랑스에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물론 이번 금지령의 목적은 주로 정신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지만, 방사선 노출을 걱정하는 전문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프랑스는 휴대전화 노출이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분야의 선두에 서 있다. 데이비드 박사는 “프랑스에서는 휴대전화를 신체와 접촉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검사를 진행했는데 RF 노출은 프랑스 기준의 4배를 더 초과했다”면서 “이를 미국 기준에 적용하면 7배를 초과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연구는 휴대전화의 RF가 남성의 정자 수와 질에 강력한 연관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여러 국가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휴대전화를 가장 오랫동안 호주머니에 넣어둔 남성들은 정자 수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비드 박사는 “많은 사람이 하루에 몇 시간씩 휴대전화를 호주머니에 넣어두는데 여름에는 옷이 더 얇아져 RF 노출이 훨씬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오늘날 휴대전화는 가장 약한 신호를 사용하지만, 신호의 강도가 생물학적인 영향에서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문제는 신호의 불규칙성”이라고 말했다. 이는 RF 에너지가 급증할 때 노출되면 가장 위험하다고 이번 지침은 설명한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수신율이 떨어질 때나 자동차를 타고 이동할 때 또는 대용량 데이터를 스트리밍하거나 다운로드받을 때는 휴대전화와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지침에 따라 버클리와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몇몇 도시는 시민들에게 휴대전화와 신체 사이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경고문을 발표했다. 이들 도시는 “시민들은 헤드셋을 사용해야 한다. 휴대전화를 머리맡에 두거나 호주머니나 브래지어, 또는 벨트 케이스에 넣는 대신 가방에 집어넣고 다녀야 한다”고 권고했다. 데이비드 박사는 “이번 지침은 오래전부터 나왔어야 했다”면서 “캘리포니아는 전통적으로 공공보건을 지키기 위한 노력해 왔는데 우리는 이번 지침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 Andrii Oleksiienko / Fotolia(위), Kate / Fotoli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메디컬 인사이드] 마취하면 머리 나빠진다? 오해와 진실

    [메디컬 인사이드] 마취하면 머리 나빠진다? 오해와 진실

    전신마취제 폐·간 등 통해 배출 전신마취로 못 깨어나는 일 없고 산소 등 원인으로 뇌 기능 손상 마취는 마취제를 투여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게 하거나 특정 부위의 감각을 없애는 의료행위입니다. 1846년 미국의 치과의사 모튼이 최초로 에테르 가스를 이용해 치아를 뽑는 무통 수술에 성공하면서 확산됐습니다. 이제 현대 의학에서 마취 없이 시행하는 수술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1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1300여곳을 분석한 결과 마취 시행 환자 172만 5000명, 진료비 6조 4000억원에 달했습니다.하지만 마취가 크게 늘어도 거부감은 여전합니다. 가장 흔한 것은 ‘마취를 하면 머리가 나빠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입니다. 이에 대해 마취통증의학 권위자인 신양식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그야말로 오해”라고 지적했습니다. 신 교수는 “흡입마취제는 폐를 통해 뇌까지 전달된 뒤 다시 폐를 통해 거의 100% 배출된다”면서 “정맥마취제도 시간에 따라 차이가 일부 있지만 심장을 지나 뇌에 갔다가 간이나 신장에서 대부분 배출되는 것은 똑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떤 형태의 전신마취제도 전문가가 사용하면 일정 시간 뇌기능을 억제한 뒤 완전히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이 신 교수의 설명입니다. ●사용 뒤 배출돼 뇌기능에 영향 안 줘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사인 김동원 한양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의 설명도 같습니다. 김 교수는 “전신마취에 사용하는 정맥마취제, 근이완제, 흡입마취제는 수술이 끝났다고 해서 금방 배출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대사된다”며 “수술 뒤 하루나 이틀 정도는 약효가 미미하게 남아 평소보다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기억력이 감퇴된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과거에 사용했던 에테르는 깨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았고 건망증과 기억력 저하 가능성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현재 사용하는 마취제 가운데 해로운 약제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부 환자는 수술 기억이 생기지 않는 것에 대해 의문을 표시합니다. 김 교수는 “환자가 수술받는 동안은 인위적으로 약제를 사용해 기억을 못 하게 유도한다”며 “환자가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신마취로 깨어나지 못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신 교수는 “수술 뒤 의식이 회복되지 않는 것은 마취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뇌세포가 기능을 잃은 것”이라며 “산소 부족 시간이 많았거나 혈중 산도나 전해질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 뇌의 생리적 기능이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상실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외부에서 폐에 산소가 적게 보내질 때나 폐 자체 부종으로 혈액으로 산소 전달을 못 하는 경우, 심장기능이 떨어져 뇌혈류가 줄어든 경우 등입니다.간혹 전신마취 중에 의료진이 환자의 의식을 깨울 때가 있습니다. 신 교수는 “심각한 환자 상태를 회복시킬 목적으로 마취 수준을 낮추거나 수술 중 특정 기능을 검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잠시 깨우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나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감시장치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기 때문에 수술 중 우발적으로 마취에서 깨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수술 전 금식하는 것은 마취와 관련이 있습니다. 전신마취를 유도하는 과정에 위 내용물이 역류해 기도를 막을수 있어서입니다. 신 교수는 “음식물이 위에서 장으로 넘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성인은 8시간 내외이고 소아는 연령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의료진의 설명을 들어야 한다”며 “생후 6개월 미만은 4시간 정도만 금식해도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맑은 물은 반 컵가량 소량이면 수술 2~4시간 전까지 섭취해도 됩니다. 신생아는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울고 보챈다고 모유를 먹이면 치명적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신 교수는 “위에 모유가 들어가면 위산 분비가 많아진다”며 “전신마취를 유도할 때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구토해 폐로 들어가면 폐부종이 생겨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위 내용물은 산성도가 높아 폐에 화학적 화상을 입히는 것과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고 경고했습니다. ●보챈다고 수술 전 모유 먹이는 것은 금물 임신 첫 3개월은 전신마취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신 교수는 “태아의 세포 분화가 왕성하게 일어나는 시기로 마취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부 기형아 발생 위험이 보고됐다”면서 “임신 중기 이후에는 이미 분화가 다 이뤄지고 발육하는 시기여서 기형 위험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술하기 전 환자는 평소 먹는 약물을 주치의나 마취의에게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일부 약제는 마취제와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 약물이나 식품에 심한 알레르기가 있을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김 교수는 “노인은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잘 조절한 뒤에 수술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항응고제 와파린은 수술 4일 전에, 플라빅스는 1주일 전에 복용을 중단해야 합니다. 금연도 필수입니다. 흡연은 폐기능과 마취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급적 수술 1주일 전에 금연하는 것이 좋습니다. 진통제는 통증을 없애는 작용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급적 최소한의 용량만 사용하고 투여 횟수도 줄여야 합니다. 신 교수는 “전신에 작용하는 진통제는 대부분 뇌의 통증 감각을 억제하는데, 단순히 통증 감각 부위만 억제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기능도 함께 억제하기 쉽다”며 “전형적인 예로 마약성 진통제는 호흡을 같이 억제하고 혈압도 떨어뜨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스마트폰 주머니에 넣으면 위험” 美 건강지침 발표

    “스마트폰 주머니에 넣으면 위험” 美 건강지침 발표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 사용이 암이나 불임을 비롯해 주의력이나 정신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미국 캘리포니아 공공보건국(CDPH)이 14일(현지시간)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방사선에 노출되는 수준을 줄이기 위한 지침을 발표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아직 연구에서 휴대전화 방사선의 위험성을 명확하게 입증해낸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 더욱 주의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는 아주 많다고 보건 당국은 말했다. 휴대전화로 정보를 주고받을 때 사용하는 무선주파수(이하 RF) 방사선 에너지는 단말기 최하단 부분에서 나온다. 그런데도 여러 연구는 휴대전화와 자주 직접 접촉하면 충분히 위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번 지침 발표를 환영하는 미국 환경보건기금(EHT·Environmental Health Trust)의 데브라 데이비스 박사는 “휴대전화를 신체와 접촉하고 있는 건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다”고 말했다. 사실상 휴대전화 제조업체들 역시 이 점에 동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은 아이폰 설정 안에 ‘RF 노출’에 관한 안내문을 집어넣어 놨다. 거기에는 아이폰의 RF 방출이 인체에서 5㎜ 거리(심이 가는 펜의 두께)에서 검사했으며 미국의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고 쓰여 있다. 또 스피커폰이나 핸즈프리 액세서리를 사용해 RF 노출을 줄이기 위한 조언도 제공하고 있다. 데이비드 박사는 “대부분 사람은 휴대전화를 신체에 접촉하지 말라는 명확한 경고문이 휴대전화 속에 들어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면서 “이 때문에 대부분 부모가 자녀의 휴대전화 노출을 관리하지 않아 심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지침은 휴대전화의 RF가 성인보다 아이의 뇌에 더 쉽게 침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에 따른 노출이 발달 중인 뇌에 심한 손상과 오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기존 연구들은 신체를 자주 휴대전화와 접촉하면 귀나 뇌에 종양이 생길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준다. 특히 RF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매우 드물지만, 많은 심리학자는 이미 휴대전화 사용이 집중력 저하와 정신 건강 문제, 청소년기 수면 장애와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주일 전 프랑스에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물론 이번 금지령의 목적은 주로 정신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지만, 방사선 노출을 걱정하는 전문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프랑스는 휴대전화 노출이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분야의 선두에 서 있다. 데이비드 박사는 “프랑스에서는 휴대전화를 신체와 접촉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검사를 진행했는데 RF 노출은 프랑스 기준의 4배를 더 초과했다”면서 “이를 미국 기준에 적용하면 7배를 초과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연구는 휴대전화의 RF가 남성의 정자 수와 질에 강력한 연관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여러 국가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휴대전화를 가장 오랫동안 호주머니에 넣어둔 남성들은 정자 수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비드 박사는 “많은 사람이 하루에 몇 시간씩 휴대전화를 호주머니에 넣어두는데 여름에는 옷이 더 얇아져 RF 노출이 훨씬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오늘날 휴대전화는 가장 약한 신호를 사용하지만, 신호의 강도가 생물학적인 영향에서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문제는 신호의 불규칙성”이라고 말했다. 이는 RF 에너지가 급증할 때 노출되면 가장 위험하다고 이번 지침은 설명한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수신율이 떨어질 때나 자동차를 타고 이동할 때 또는 대용량 데이터를 스트리밍하거나 다운로드받을 때는 휴대전화와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지침에 따라 버클리와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몇몇 도시는 시민들에게 휴대전화와 신체 사이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경고문을 발표했다. 이들 도시는 “시민들은 헤드셋을 사용해야 한다. 휴대전화를 머리맡에 두거나 호주머니나 브래지어, 또는 벨트 케이스에 넣는 대신 가방에 집어넣고 다녀야 한다”고 권고했다. 데이비드 박사는 “이번 지침은 오래전부터 나왔어야 했다”면서 “캘리포니아는 전통적으로 공공보건을 지키기 위한 노력해 왔는데 우리는 이번 지침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 Andrii Oleksiienko / Fotolia(위), Kate / Fotoli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이대병원 미숙아 4명 동시다발 사망 이례적...미숙아 어떻게 치료하나

    이대병원 미숙아 4명 동시다발 사망 이례적...미숙아 어떻게 치료하나

    서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미숙아 4명이 잇따라 숨지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의학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이며 초유의 사태”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미숙아와 그 치료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의학계에서 조산아, 이른둥이 등으로 불리는 미숙아는 임신 37주 미만에 태어난 신생아를 가르키는 용어다. 출생 체중 기준으로 2.5㎏ 이하인 경우 저체중출생아, 1.5㎏ 미만은 극소저체중출생아, 1㎏ 미만은 초극소저체중출생아라고 한다. 미숙아 출산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산모의 나이가 너무 어리거나 35세 이상 고령 임신인 경우, 임신 중 산모가 스트레스가 많은 경우, 급성 또는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미숙아 분만 경험이 있는 경우, 태아 자체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 등 다양한 원인 때문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미숙아는 체구가 작고 피부는 얇고 지방질이 적기 때문에 열을 쉽게 빼앗겨 저체온 증상이 자주 나타나고 폐도 미성숙해 있기 때문에 호흡기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또 뇌도 만삭아들보다 성숙하지 못해 불규칙한 호흡을 보이며 손상이나 감염에 취약한 것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미숙아가 태어나면 병원은 신생아 집중치료실이라는 중환자실로 옮겨 인큐베이터에서 맥박과 호흡, 산소포화도를 점검하면서 체온을 높이고 수액과 영양분을 공급해준다. 심할 경우는 인공호흡기 치료를 하기도 한다. 인큐베이터 치료는 스스로 체온 조절이 가능해지면 중단하기도 하지만 발달 상태를 보고 의료진에서 결정한다.미숙아는 태아가 엄마의 자궁 속에서 머무르는 기간이 짧고 출생시 몸무게가 작을수록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미숙아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합병증은 뇌실 내 출혈이나 두개골 출혈로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성장하면서 뇌성마비나 정신적 문제를 겪을 수 있다. 미숙아는 위장 등 소화기 계열도 미숙하기 때문에 황달도 자주 나타난다. 콩팥이 제 기능을 못해 신부전을 겪기도 하며 인공호흡기 치룔르 오래 받을 경우는 망막혈관이 상해 시력을 잃기도 한다고 의료계에 보고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숙아 수는 2005년 2만 498명으로 전체 신생아의 4.8%를 차지하고 있지만 2015년에는 전체 6.9%인 3만 408명으로 48.3%나 증가했다. 최근에는 치료기술 향상으로 국내 미숙아 생존율이 높아진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1.5㎏ 미만 미숙아의 경우 2007년 83.2%에 머물던 생존율이 2015년에는 87.9%로 향상됐다. 또 1㎏ 미만 미숙아의 생존율도 같은 기간 62.7%에서 72.8%로 각각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독성 논란’ 나노 식품·화장품 무분별 유통

    제품표시 안 돼 안전 사각지대 피부나 장기 등의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나노 식품 및 화장품에 대한 안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소비자원은 11번가, 옥션, G마켓 등 국내 3대 온라인 쇼핑몰을 조사한 결과 4만~6만개의 나노 제품이 판매되고 있지만 사전 안전성 검증이나 제품 표시는 미흡했다고 13일 밝혔다. 10억분의1m 크기를 뜻하는 나노는 물질을 의도적으로 작게 만들어 반응성을 높일 수 있어 화장품, 의약물질, 탈취제 등에 널리 쓰인다. 그러나 인체에 침투할 경우 혈액을 통해 옮겨다니며 심혈관계 질환이나 기관·조직·뇌 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정부는 나노 식품·화장품의 유통·판매업자가 자율적으로 안전성 평가 자료를 구비하도록 했으나 소비자원의 표본 조사에서 식품은 10개 중 4개, 화장품은 10개 중 7개가 각각 관련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 소비자원은 “유럽연합(EU)은 나노 제품 출시 전 신고 또는 허가를 받고 원료 성분에 반드시 나노 표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유통 중인 나노 제품을 목록화하고 안전성 평가 및 표시를 의무화하도록 관련 부처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어르신~ 걸을 땐 주머니에서 손 빼세요”

    “어르신~ 걸을 땐 주머니에서 손 빼세요”

    매서운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노인 낙상 환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요구된다.13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낙상 입원 환자는 28만 4000명으로 2011년보다 16% 늘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은 12만 4000명으로 같은 기간 32% 늘었다. 연령이 높을수록 낙상 입원율이 증가했고 80세 이상 환자는 60대의 4배나 됐다. 2015년 65세 이상 노인 낙상 입원 환자 중 남자는 3만 1954명, 여자는 9만 1741명으로 여자가 남자의 3배 수준이었다. 65세 입원 환자의 절반은 2주 넘게 입원했다. 65세 이상 노인 입원 환자 중 겨울에 입원한 환자가 52.6%로 그 외 계절(41.6%)보다 많았다. 낙상사고는 계절과 무관하게 ‘주거지’에서 ‘일상생활 중’에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겨울철에는 ‘길·간선도로’에서 ‘이동 중’에 발생하는 비율이 급증했다. 남자는 두개골이 골절되거나 두개골 내부에 손상을 입는 ‘외상성뇌손상’, 여자는 골반과 다리가 만나는 부위가 부러지는 ‘고관절골절’이 가장 많았다. 손상 부위에 따른 입원 일수는 남녀 모두 고관절골절에서 가장 길었다. 겨울철 빙판길 낙상을 예방하려면 길을 나서기 전에 물, 눈, 얼음 등을 확인하고 눈길, 빙판길은 가급적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경사진 도로, 보도블록이 튀어나온 불규칙한 지면 도로 등은 우회하는 한편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장갑을 자주 사용해야 한다. 또 넘어졌을 때는 먼저 호흡을 가다듬고 다친 곳이 없는지 살펴본 뒤에 일어나는 것이 좋다. 일어날 수 없을 때는 119에 연락하거나 주위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두뇌에 직접 ‘정보’ 주입…원숭이 실험 성공했다

    두뇌에 직접 ‘정보’ 주입…원숭이 실험 성공했다

    두뇌에 정보를 직접 ‘주입’하는 방법을 과학자들이 찾아냈을지도 모르겠다. 신경과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뉴런’(Neuron) 최신호(7일자)에 실린 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과학자들이 원숭이 뇌의 특정 부위에 미세 전류를 흘리는 방법으로, 원숭이의 움직임에 직접 관여하는 정보를 집어넣는 실험에 성공했다. 물론 이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과학자들은 이같은 뇌 자극 방법이 뇌졸중이나 부상 등으로 일부 뇌 기능을 상실한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있다. 연구를 총괄한 영국 로체스터대학의 마크 H. 쉬버 박사는 “주로 1차 감각 피질인 체감각피질과 시각피질, 그리고 청각피질을 자극해 두뇌에 정보를 입력하는 데 관심이 크다”면서 “하지만 이번 연구는 피험자가 식별할 경험을 갖는데 감각 영역을 직접 자극할 필요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쉬버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과학 실험에 흔히 쓰이는 붉은털원숭이 두 마리가 시각적인 지시와 움직임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도록 교육했다. 이들 원숭이 앞에 다섯 개의 서로 다른 모양의 손잡이를 배치하고 그 주위에는 연구자들이 원격으로 켜거나 끌 수 있는 조명등을 설치해놨다. 그리고 실험을 시작할 때 원숭이들은 가운데 있는 손잡이를 잡도록 했다. 그다음 조명이 들어온 손잡이를 원숭이가 잡도록 했다. 또한 연구팀은 조명이 켜졌을 때 이들 원숭이의 전운동피질에 미세 수준의 전기 자극을 가했다. 각 조명이 켜질 때마다 서로 다른 점 부분에 자극을 가했다. 그후 모든 조명을 끈 뒤 미세 자극을 가한 결과, 원숭이들은 조명이 들어와 있을 때처럼 정확한 움직임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쉬버 박사는 “원숭이들은 우리에게 자기가 느낀 것을 말할 수 없으므로, 이들 원숭이가 미세 자극과 움직임을 연관할 수 있도록 교육하면 이를 통해 원숭이들이 충동을 느끼거나 일종의 경험을 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팀은 전극 위치를 바꾼 뒤 원숭이들을 조명으로 재교육한 뒤 시행한 실험에서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온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더 나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와 신경보철학을 위한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연구에 주저자로 참여한 케빈 A. 마주레크 박사후 연구원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개발에 관한 대부분 연구는 주로 뇌의 감각 영역에 집중돼 왔지만, 주로 정보를 전달하는 곳으로 한정했다”면서 “이 연구는 치료를 목적으로 할 수 있는 신경계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이 연구는 뇌졸중이나 부상, 또는 다른 질병으로 뇌 영역의 기능을 상실한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뇌 연결이 끊어진 손상 부위를 잠재적으로 우회해 손상되지 않은 부분에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 기술을 인간에게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쉬버 박사는 “체감각피질이나 시각피질을 직접 자극하면 대상자는 일반적으로 피부에 무언가를 느끼거나 눈에서 뭔가를 보게 된다”면서 “하지만 이 기술은 이런 인지 없이 뇌에 원하는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사진=ⓒ포토리아(위), 케빈 A. 마주레크, 마크 H. 쉬버 제공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메디컬 인사이드] 폭탄주가 덜 취한다?… 흡수 잘 돼 빨리 취해요

    [메디컬 인사이드] 폭탄주가 덜 취한다?… 흡수 잘 돼 빨리 취해요

    12월 도심 거리는 송년회를 위해 모인 직장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한 해 술 소비량의 30%가량이 연말에 집중된다고 하니 ‘먹고 죽자’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 CNN의 여행전문 사이트 ‘CNN 트래블’은 지난 7월 국민성이 ‘쿨(cool)한’ 국가 14곳 중 우리나라를 6위로 꼽으면서 “한국인들은 폭탄주를 계속 돌리며 언제나 마실 준비가 돼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 인식이 얼마나 뿌리 깊게 박혔는지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이 방송에 등장하기만 하면 무조건 화끈한 술자리가 따라붙을 정도입니다.그런데 여러분 이것은 아시나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3년 한 해 음주로 인한 암, 심혈관질환 등의 의료비를 분석한 결과 1조 400억원, 조기사망으로 인한 소득손실액은 2조 94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외에 음주로 인한 자살 사망 소득손실액 1조 1700억원, 음주로 인한 범죄·폭력 사고 비용 6000억원, 차량손해액 2600억원 등 사고비용을 모두 포함하면 전체 사회경제적 비용은 8조 5400억원이나 됐습니다. 왜 이런 상황에 이르렀을까요. 가장 큰 문제는 음주를 강요하는 문화입니다. 술을 먹기 싫지만 ‘이 정도는 괜찮다’는 지인, 직장 상사의 강권에 버티질 못합니다. 그래서 4일 전문가들에게 주변에 자주 술을 권하는 당신이 잘 모르는 음주의 비밀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 내용을 꼼꼼히 살핀다면 절주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남에게 술을 강권하는 빈도는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잦은 폭음 뇌손상·성격 변화·치매 유발 애주가들은 독한 술을 순한 술에 섞으면 도수가 낮아져 덜 취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정반대라고 합니다. 전용준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원장은 “두 가지 이상의 술을 섞는 폭탄주는 알코올이 가장 잘 흡수되는 도수인 14~15도 내외로 맞춰져 혈중 알코올 농도가 훨씬 빨리 증가하고 빨리 취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폭탄주에 대해 “목넘김이 부드럽다”고 평가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만큼 음주량이 더 늘게 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안주를 많이 먹으면 덜 취한다며 술과 안주를 함께 많이 먹으라고 권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술을 마시기 전에 밥이나 안주로 빈속을 채우면 알코올 흡수가 천천히 이뤄지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알코올 분해는 위가 아닌 간에서 이뤄집니다. 음식을 먹는 것으로 취기를 조금 늦출 수는 있지만 숙취를 막진 못합니다. 숙취를 막으려면 술을 적게 먹거나 아예 먹지 않는 방법밖에 없습니다.그렇다면 술이 센 사람은 간이 튼튼할까. 여러분도 잘 알고 있듯이 주량은 체내 알코올 분해효소(ALDH)의 양에 따라 결정되고 술로 인한 간 손상은 음주량에 비례합니다. ‘술을 많이 마시면 는다’는 말이 있는 것은 체내 알코올 분해를 위해 간에서 점점 더 많은 알코올 분해 효소를 생성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 기능이 무한한 것은 아닙니다. 전 원장은 “알코올에 내성이 생겨 폭음을 반복하면 간기능이 떨어져 알코올 분해 능력도 한계에 이르게 된다”며 “술을 많이, 오래 마실수록 간 손상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과음은 탈모 악화… 튀긴 음식 절제를 하루만 쉬면 건강을 회복한다고 큰소리치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최소 기준은 3일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전 원장은 “성인이 하루에 분해할 수 있는 최대 알코올 양은 160~180g으로, 일반적으로 맥주 1병을 분해하는 데는 3시간, 소주 1병은 15시간 정도 걸린다”며 “간이 기능을 완전히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72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3일은 쉬어 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폭음이 잦아지면 뇌가 위축돼 ‘필름이 끊긴다’고 표현하는 ‘블랙아웃’을 자주 경험하게 됩니다. 또 뇌의 전두엽을 집중적으로 손상시켜 기억력과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서서히 성격 변화와 치매를 일으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하는 알코올 적정 섭취량은 남성 40g(소주 5잔), 여성 2.5잔(소주 2.5잔)입니다. 그럼 적당량의 음주는 괜찮을까. 전 원장은 “알코올은 1급 발암물질로 하루 1잔의 가벼운 음주도 암 발생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적정 음주라는 것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건사회연구원 분석에서 1회 평균 음주량이 7잔(여자 5잔) 이상이고 주 2회 이상 음주하는 고위험음주자의 질병 위험성은 식도암 6.1배, 후두암 5.1배, 위암 및 직장암 2.5배, 뇌출혈 1.9배, 허혈성 심질환 1.3배 등으로 분석됐습니다. ●술 마실 때 대화 많이 하면 덜 취해 술과 커피를 함께 마시는 것은 좋지 않은 습관입니다. 술에는 물이 많이 포함돼 있지만 소변을 자주 보게 하고 땀 분비량을 늘리는 한편 알코올을 분해하면서 수분을 많이 소모하게 해 피부노화를 촉진합니다.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겨울철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실 때는 소변을 많이 보게 하는 커피, 녹차 같은 카페인 음료는 가급적 피하고 물을 많이 먹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음주는 탈모에도 영향을 줍니다. 과도한 음주로 모근의 피지 분비가 늘어나면 모발이 가늘어지고 약해질 수 있는데 이런 영향이 장기간 이어지면 탈모증이 악화할 수 있습니다. 평소 치킨과 삼겹살을 즐긴다면 연말에는 먹는 양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김범진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알코올이 몸에 들어가면 간에서 지방 분해를 억제하고 오히려 지방 합성을 촉진하게 된다”며 “술이 과식을 유도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튀긴 음식, 기름기 많은 음식은 절제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알코올은 포만감을 방해해 실제 몸이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음식을 먹게 합니다. 술을 어느 정도 마시면 스스로를 제어하기 어렵게 됩니다. 그럴 때는 옆 사람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것이 좋은 대책이 될 수 있습니다. 김범진 교수는 “대화를 하면 술잔에 손이 적게 가는 것은 물론이고 알코올 일부가 호흡하는 과정에 폐에서 대사되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덜 취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기억 지우개’ 당신도 필요한가요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기억 지우개’ 당신도 필요한가요

    전기·가스로 뇌 자극해 공포감 삭제 ‘제논 가스’로 새로운 기억 만들기도 세계 각국 연구진 연구결과 쏟아내 20년 전 시작된 ‘가상현실 치료법’도현대인은 끔찍한 범죄와 테러, 자연재해 등에 시시각각 노출돼 살아간다. 이 과정에서 원치 않게 겪은 경험과 기억은 뇌에 강제 저장되고, 이러한 나쁜 기억은 인간의 일상을 어지럽히고 망친다. 전쟁을 겪은 군인은 고막을 울리는 큰 소리만 나도 갑작스럽게 주변 사람을 공격하거나 불안에 떨고, 성폭행을 겪은 여성은 사람들로 붐비는 길거리에서 남성과 스치기만 해도 공포와 두려움에 무너져 내린다. 지진과 화산으로 가족의 울타리를 잃은 아이, 교통사고로 신체 일부를 잃은 운전자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지워지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를 그날의 기억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이러한 기억은 결국 트라우마가 되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발전한다. 우리 뇌에서 나쁜 기억을 저장하고 이것을 트라우마화(化)하는 데 가장 중심적 역할을 하는 부위는 대뇌에 있는 아몬드 모양의 편도체다. 편도체가 손상된 인간과 일부 동물은 감정, 특히 공포를 느끼지 못한다. 예컨대 편도체 또는 편도체의 시냅스(2개의 신경세포가 접합하는 부위)가 망가진 쥐는 고양이가 자신을 잡아먹는 그 순간까지 공포를 느끼기는커녕 장난을 친다. 이러한 발견을 토대로 세계 각국 연구진은 뇌의 특정부위를 전기 또는 레이저, 가스로 자극해 공포심 또는 공포심을 준 나쁜 기억에 대한 공포를 억제하고, 더 나아가 이를 지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진은 2014년 제논 가스에 노출된 쥐들에게서 공포를 느끼던 환경에 대한 반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무색·무취의 불연성 기체인 제논 가스는 의료용부터 가구 제작까지 폭넓게 사용되는 가스인데, 이것에 노출되면 공포의 기억과 관련된 특정 단백질 수용체를 차단해 나쁜 기억을 없애준다는 것이다. 트라우마가 된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제논 가스가 뇌가 해당 기억을 완전히 차단하고 새로운 기억을 만들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 밖에도 레이저나 전기 자극을 나쁜 기억 지우개로 활용하면 트라우마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쏟아지고 있지만, 대부분은 쥐 등 동물을 이용한 실험이다. 두개골을 열고 복잡한 회로로 이뤄진 뇌에서 ‘공포기억 저장소’를 찾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보다 완벽하고 안전한 나쁜 기억 지우개를 찾는 사이, 지금 이 순간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나쁜 기억과 연관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트라우마로 인한 PTSD는 시각과 청각, 촉각, 미각 등 다양한 경로로 발현되며 이는 한 사람의 일상을 완전히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영국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연구진이 지난해 50대 이상 성인 459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어린 시절 학대나 따돌림 등의 경험으로 트라우마가 생긴 사람일수록 노화 및 수명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다는 것을 확인했다. 즉 다양한 트라우마적 문제들이 몸에 각인처럼 남고, 이것이 텔로미어의 길이를 짧아지게 해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것. 자녀의 죽음이나 목숨을 위협하는 사고 또는 질병, 신체적 공격 등의 외상적 사건을 겪은 여성은 이러한 사건을 겪어보지 않은 여성에 비해 비만이 될 위험이 11% 높다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연구결과도 있다. 수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나쁜 기억을 지우는 것에 있어서 최근 각광받는 기술이 바로 ‘가상현실 치료’다. 1990년대 중반에 처음 시작된 이 치료법은 과학의 발전으로 더욱 현실감이 높은 가상현실을 만들어냄으로써 전쟁 및 테러 생존자들에게 꾸준히 실시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나쁜 기억을 정면으로 직시하고 이를 뛰어넘게 도와주는 주위의 손길이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 처방에 따른 약물의 도움을 받는 것을 부끄럽거나 감춰야 하는 또 다른 비밀이라고 인식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망각을 두고 ‘신의 선물’이라 부르기도 한다. 때로는 망각이 기억보다 더 나을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흘렀다고 다 잊혀졌을 거라는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이미 몇 년의 시간이 흐른 세월호 참사나 경주·포항 지진 피해자들에 시간은 단순히 숫자에 불과하다. 기억, 그것도 나쁜 기억의 생명력은 생각보다 질길 수 있다. 망각은 신의 선물일 수 있지만, 그 선물을 언제, 어떻게 받고 쓸지 결정하는 것은 인간 그 자신이다. huimin0217@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나쁜 기억 지우개’…당신도 필요한가요?

    [송혜민의 월드why] ‘나쁜 기억 지우개’…당신도 필요한가요?

    현대인은 끔직한 범죄와 테러, 자연재해 등에 시시각각 노출돼 살아간다. 이 과정에서 원치 않게 겪은 경험과 기억은 뇌에 강제 저장되고, 이러한 나쁜 기억은 인간의 일상을 어지럽히고 망친다. 전쟁을 겪은 군인은 고막을 울리는 큰 소리만 나도 갑작스럽게 주변 사람을 공격하거나 불안에 떨고, 성폭행을 겪은 여성은 사람들로 붐비는 길거리에서 남성과 스치기만 해도 공포와 두려움에 무너져 내린다. 지진과 화산으로 가족의 울타리를 잃은 아이, 교통사고로 신체 일부를 잃은 운전자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지워지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를 그날의 기억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이러한 기억은 결국 트라우마, 즉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이하 PTSD)로 발전한다. 우리 뇌에서 나쁜 기억을 저장하고 이것을 트라우마화(化) 하는 데 가장 중심적 역할을 하는 부위는 대뇌에 있는 아몬드 모양의 편도체다. 편도체가 손상된 인간과 일부 동물은 감정, 특히 공포를 느끼지 못한다. 예컨대 편도체 또는 편도체의 시냅스(2개의 신경세포가 접합하는 부위)가 망가진 쥐는 고양이가 자신을 잡아먹는 그 순간까지 공포를 느끼기는커녕 장난을 친다. 이러한 발견을 토대로 세계 각국 연구진은 뇌의 특정부위를 전기 또는 레이저, 가스로 자극해 공포심 또는 공포심을 준 나쁜 기억에 대한 공포를 억제하고, 더 나아가 이를 지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진은 2014년 제논가스에 노출된 쥐들에게서 공포를 느끼던 환경에 대한 반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무색·무취의 불연성 기체인 제논가스는 의료용부터 가구 제작까지 폭넓게 사용되는 가스인데, 이것에 노출되면 공포의 기억과 관련된 특정 단백질 수용체를 차단해 나쁜 기억을 없애준다는 것이다. 트라우마가 된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제논가스가 뇌가 해당 기억을 완전히 차단하고 새로운 기억을 만들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밖에도 레이저나 전기 자극을 나쁜 기억 지우개로 활용하면 트라우마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쏟아지고 있지만, 대부분은 쥐 등 동물을 이용한 실험이다. 두개골을 열고 복잡한 회로로 이뤄진 뇌에서 ‘공포기억 저장소’를 찾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보다 완벽하고 안전한 나쁜 기억 지우개를 찾는 사이, 지금 이 순간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나쁜 기억과 연관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트라우마로 인한 PTSD는 시각과 청각, 촉각, 미각 등 다양한 경로로 발현되며 이는 한 사람의 일상을 완전히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영국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연구진이 지난해 50대 이상 성인 459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어린 시절 학대나 따돌림 등의 경험으로 트라우마가 생긴 사람일수록 노화 및 수명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다는 것을 확인했다. 즉 다양한 트라우마적 문제들이 몸에 각인처럼 남고, 이것이 텔로미어의 길이를 짧아지게 해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것. 자녀의 죽음이나 목숨을 위협하는 사고 또는 질병, 신체적 공격 등의 외상적 사건을 겪은 여성은 이러한 사건을 겪어보지 않은 여성에 비해 비만이 될 위험이 11% 높다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연구결과도 있다. 수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나쁜 기억을 지우는 것에 있어서 최근 각광받는 기술이 바로 ‘가상현실 치료’다. 1990년대 중반에 처음 시작된 이 치료법은 과학의 발전으로 더욱 현실감이 높은 가상현실을 만들어냄으로서 전쟁 및 테러 생존자들에게 꾸준히 실시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나쁜 기억을 정면으로 직시하고 이를 뛰어넘게 도와주는 주위의 손길이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 처방에 따른 약물의 도움을 받는 것이 부끄럽거나 감춰야 하는 또 다른 비밀이라고 인식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망각을 두고 ‘신의 선물’이라 부르기도 한다. 때로는 망각이 기억보다 더 나을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흘렀다고 다 잊혀졌을 거라는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이미 몇 년의 시간이 흐른 세월호 참사나 경주·포항 지진 피해자들에게 시간은 단순히 숫자에 불과하다. 기억, 그것도 나쁜 기억의 생명력은 생각보다 질길 수 있다. 망각은 신의 선물일 수 있지만, 그 선물을 언제, 어떻게 받고 쓸지 결정하는 것은 인간 그 자신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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