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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뒷담화’가 여성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연구)

    ‘뒷담화’가 여성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연구)

    ‘뒷담화’가 여성의 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파비아대학 연구진은 여성 22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뇌에서 어떤 변화가 발생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여성들이 잡담이나 가십 등 타인에 대한 ‘뒷담화’를 하는 동안 뇌에서 옥시토신 호르몬 분비량이 많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옥시토신은 뇌에서 신경조절물질로 작용하는 호르몬으로, 정서적인 안정감을 증가시켜 불안감과 긴장감을 해소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의 과도 분비를 억제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출산 때 자궁 수축을 촉진해 수유할 때 모유의 분비를 활성화시키고, 인간관계에서는 신뢰와 사랑 등을 촉진시켜 ‘사랑의 호르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 여성들이 일종의 가십을 이야기 할 때와 날씨 등 가십이 아닌 일반적인 대화를 나눌 때를 비교해 본 결과, 가십을 이야기 할 때의 옥시토신 분비량이 더 많은 것을 확인했다. 이는 함께 타인의 험담이나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대해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 함께 대화를 나누는 상대 여성과 더욱 가깝고 친밀해졌다고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연구를 이끈 나타샤 브론디노 교수는 “타인과 ‘뒷담화’를 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 뒤, 이때 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궁금해졌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실시했다”고 동기를 밝혔다. 이어 “가십을 함께 이야기 하는 동안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더욱 친밀해지는데 도움을 준다”면서 “이러한 증상은 개인의 성격과 관계없이 거의 동일하게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실험 대상을 여성으로 한정한 것은 옥시토신이 성적으로 자극받거나 흥분됐을 때에도 분비되기 때문이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대화하면서 분비되는 호르몬 및 각각의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이번 연구 결과를 도출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메디컬 인사이드] ‘무한 반복’ 명절 몸살…이유는 ‘스트레스’

    [메디컬 인사이드] ‘무한 반복’ 명절 몸살…이유는 ‘스트레스’

    스트레스, 20여개 질병 연관코르티솔 분비돼 정서장애·당뇨명절증후군, 정신 고통 영향 커문제 시 당사자와 즉시 풀어야 ‘스트레스가 우리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15일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스트레스로 생길 수 있는 질병들을 하나하나 꼽아 봤더니 20개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질병 영역도 소화기장애, 호흡기장애, 심·혈관장애, 내분비장애, 신경성장애, 정신장애 등 매우 광범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표적 성인질환인 고혈압과 당뇨병을 비롯해 천식, 갑상선 기능항진증, 뇌졸중, 소화기 궤양, 긴장성 두통 등이 모두 스트레스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그렇다면 왜 스트레스는 질병을 일으킬까요. 좀더 깊이 들어가 봤습니다. 1993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스트레스에 대해 “보건의료에서 1차적인 관심 분야”라고 발표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의 33%가 거의 매일 또는 매주 수일 동안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질병, 장기결근, 자살, 대인 관계 단절, 생산성 하락 등에 영향을 줘 해마다 무려 300억 달러(약 35조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이 많습니다. 경직된 사고, 낮은 자존감, 낮은 생활수준이나 질병에 걸린 환자 등이 그들입니다. 의외로 완벽주의자, 일중독자, 집착하는 성격, 다혈질 성향도 스트레스에 취약합니다. 가족의 죽음이나 실직 같은 큰 사건부터 복잡한 출퇴근길, 조직사회의 규율, 기온, 의견 충돌 등 작은 외적인 요인도 스트레스를 불러옵니다. ●완벽주의자가 스트레스에 더 취약 스트레스 자극은 신경을 타고 빠른 속도로 뇌로 전달됩니다. 이어 뇌에서 수면, 식욕, 성욕, 체온, 신체리듬을 조절하는 시상하부를 작동하게 해 자율신경계와 내분비 시스템을 움직입니다. 자율신경계가 흥분되면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이 분비돼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호흡이 거칠어집니다. 더 많은 산소를 흡입하기 위해 기관지가 확대되고 피부와 근육의 혈관을 확장하며 뇌로 가는 혈류가 증가돼 전반적으로 기초대사율이 증가합니다. 그러나 노르에피네프린 분비가 지나치게 증가하면 몸이 과도하게 각성되고 긴장돼 집중력이 떨어지고 행동 제어가 잘 되지 않게 됩니다. 부신에서는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나오는데 정서 조절과 기억에 문제를 일으키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당뇨병을 일으킵니다. 혈압이 높아지고 소화기 기능을 떨어뜨리는 데다 불면증과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을 일으킵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하면 면역 기능이 떨어지는 문제도 생깁니다. 스트레스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사실상 본인의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워싱턴의대 토머스 홈스 박사의 ‘스트레스 지수’에 따르면 배우자의 죽음이 100으로 가장 높고 이혼(73), 별거(65), 질병·손상(53), 파면(47)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그런데 결혼(50), 방학·휴가(15), 심지어 크리스마스(12)도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강지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결혼이나 승진처럼 남들이 봤을 때 좋은 상황이 나쁜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하고, 집안의 우환을 계기로 가족이 더 화합해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며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 요인에 대해 우리 마음과 몸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트레스 요인을 없앨 수 없다면 어느 정도 현실을 받아들이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명절 몸살도 알고 보면 스트레스 영향 일반적으로 명절증후군을 과도한 육체노동으로 인한 ‘몸살’ 정도로 여기지만 실제는 스트레스 영향도 많습니다. 명절에 시댁을 다녀온 여성이 주로 느끼는 극심한 두통과 소화불량, 흉통, 복통, 근골격계 통증은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형장애’가 원인일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검사를 해도 명확한 진단 결과가 나오지 않아 고통은 더욱 큽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분석에 따르면 2015년 신체형장애로 진료받은 환자는 모두 12만 4162명이었는데 여성이 64.9%로 남성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습니다. 결국 주변 가족이 모두 나서 음식 장만을 돕고 스트레스를 나누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진학, 취업, 결혼, 임신에 대한 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호의나 충고로 전하지만 듣는 이에게는 상당히 심각한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김선미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많아야 1년에 2~3번 만나는 먼 친척이라면 공통 화제가 없기 때문에 대화를 이어 가기 위해 진학, 취업, 결혼, 임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다”며 “나의 조언이나 충고가 이미 차고 넘칠 정도로 자주 충고를 듣는 이에게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지 미리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삶의 과정이기 때문에 본인 자신을 돌아보는 자세가 필수적입니다. 수면리듬을 잘 맞추고 적절한 휴식과 규칙적인 식사도 필요합니다. 강 교수는 “생각이 엉키고 불안정할 때는 생각과 감정을 노트에 글로 표현해 보거나 믿는 사람에게 말로 꺼내 보는 것이 좋다”며 “만약 기본 생활에 문제가 생기거나 극단적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을 때는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보람 찾을 수 있는 작은 일 시작해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면 아무 운동이라도 괜찮으니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일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성취할 수 없는 목표는 과감하게 포기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김병성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과거의 불행했던 기억은 떠올리지 말고 스트레스가 되는 환경을 조금씩 변화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집안이나 직장에서 마음에 걸리는 일이 생겼을 때는 가능하면 참고 있지 말고 즉시 당사자에게 말해 고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세균도 광우병 유발”

    얼마 전 울산에서 ‘인간 광우병’이라 불리는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CJD) 의심환자가 발생했다. 다행히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명났지만 광우병이 다시 주목을 끄는 계기가 됐다.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의 원인은 프라이온이라는 단백질의 변형 때문이다. ●박테리아서 프라이온 발견… 전염 주목 최근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진이 프라이온 단백질을 박테리아(세균)에서 처음 발견해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13일자에 발표했다. 지금까지 포유류나 곤충, 식물, 곰팡이 같은 진핵생물에만 있던 프라이온을 박테리아에서도 찾아내면서 이 단백질에 대한 연구가 가속화하고 어떻게 전염성을 갖는지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는다. 프라이온은 양이나 염소의 스크래피병, 광우병,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 같은 다양한 뇌질환을 유발한다. 일단 감염되면 뇌가 스펀지처럼 변하면서 죽는다. DNA나 RNA의 도움 없이 병을 일으키고 전염되는 것이 특징으로 그 과정이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았다. 연구진은 신경마비를 유발시키는 보톨리눔독소증의 원인 세균인 클로스트리듐 보톨리눔에서 유전자 활성단백질 ‘로’(Rho)를 추출해 효모와 대장균에 삽입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세균 내에서 프라이온 단백질과 똑같은 형태의 변형 단백질 덩어리가 생기고 프라이온처럼 작용하는 것을 확인했다. ●알츠하이머·파킨슨병 등 연구 확대 연구진에 따르면 세균은 특정 형질을 유전받거나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반응하기 위해 프라이온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낸다고 분석했다. 즉 세균이 새로운 항생제에 노출됐을 때 살아남기 위해 프라이온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프라이온을 만들어 낸 세균이 동물에게 전염되면서 치명적인 뇌질환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보고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앤 호크실트 미생물학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진핵생물과 세균이 분리되기 전부터 프라이온이 존재했으며 세균에서 또 다른 형태의 프라이온을 찾아낼 것으로 예상한다”며 “세균의 프라이온을 이용하면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프라이온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과 같은 질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촛불 이후 대한민국 ‘홍익정신’을 외쳐라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으로 확산된 한국 사회의 위기를 극복할 방안으로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弘益) 정신의 민주주의를 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국학원이 12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여는 ‘촛불집회 이후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야만 하는가-홍익민주주의를 위하여’는 우리의 정치·사상적 전통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발제자는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의 저자인 이매뉴얼 페스트라이시(한국명 이만열) 경희대 교수, 김창환 국학원 사무총장, 연주헌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 교수, 팀 버드송 전 한양대 교수다. 학술대회에서는 국정농단을 일으킨 부패한 권력에 대한 엄중한 처벌도 촉구되지만 중심은 서구 민주주의의 환기보다는 우리 민족 고유의 홍익인간을 바탕으로 한 ‘홍익 민주주의’가 집중적으로 조명된다. 페스트라이시 교수는 “한국 대통령 탄핵의 정치적 위기와 더욱 심화될 경제적 위기는 돈으로도, 구세주 같은 정치인의 노력으로도, 좋은 기술이나 자원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한국인은 근대화된 사회를 강조하면서 전통적인 사회는 퇴행적이라고 싫어하는 독특한 역사적·문화적 단절 현상이 존재하는데 이는 한국이 갖고 있는 문화적 자신감마저 훼손하는 요인이 된다”며 “인류의 보편타당한 민본주의 전통과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는 특성, 평화적 국제질서에 대한 적극적 지지 등 한국 고유의 홍익정신과 선비정신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대통령과 소수의 측근들이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을 이용해 욕심을 채우는 행위는 천인공노할 일”이라면서도 “국론을 보수와 진보로 분열시키고, 상층부가 나라의 재물과 권력을 독식해 국민들만 심각한 양극화 속에 희망을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홍익정신은 국수주의적 사상이 아니며 경쟁과 성공이라는 잘못된 욕망 중심의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제안했다. 과학적 관점에서 ‘홍익 민주주의’를 탐구하는 연 교수는 “인체 내 각각의 세포는 그 역할이 다르지만 내부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특성, 즉 항상성의 원리가 있다”며 “정치와 국민이 대등한 관계 속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쓰레기 줍는 외국인으로 화제를 모았던 버드송 전 교수는 “홍익정신의 실천”을 강조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마법에 걸리기 전 여친의 짜증은 유전자 탓”

    “마법에 걸리기 전 여친의 짜증은 유전자 탓”

    당신의 여자 친구가 ‘마법’에 걸리기 전후에 보이는 극심한 감정 기복은 어쩌면 특별한 유전자 탓일지 모르겠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3일(현지시간) 일부 여성이 중증 월경전증후군을 겪게 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유전자 하나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오늘날 가임기 여성 중 약 85%는 생리 기간에 이르기까지 예민함이나 슬픔, 또는 불안감과 같은 감정 기복은 물론 피로감이 심해지고 때에 따라서는 여드름이 나거나 근육과 관절에 통증을 겪고 있는 데 우리는 이를 흔히 ‘월경전증후군’(PMS)이라고 부른다. 이들 여성 중 최대 5%는 위와 같은 증상이 훨씬 더 심하게 나타나는 이른바 ‘월경전불쾌장애’(PMDD)를 경험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진은 이런 월경전불쾌장애(PMDD)에 여성이 민감한 정도(감수성)를 결정하는 유전자 발현의 분자적인 메커니즘을 발견했다고 ‘분자정신의학저널(Journal Molecular Psychiatry) 최신호에서 밝혔다. 연구를 이끈 데이비드 골드만 박사는 “이번 발견은 PMDD를 가진 여성은 자발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 정서적 행동만이 아니라 성호르몬 반응에 관한 분자적 구조에 내재적인 차이가 있는 것을 밝히고 있다”면서 “여성 건강에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미 월경전불쾌장애를 경험하고 있는 여성은 성호르몬 수치가 정상인 경우에도 정상적인 성호르몬 변화에 훨씬 더 민감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분비를 막으면 PMDD 증상이 사라지지만 이를 다시 분비하게 하면 증상이 다시 나타나는 것을 알아냈다. 이후 연구진은 이런 결과가 여성의 백혈구에 있는 유전자에 반영될 수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PMDD를 가진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큰 차이점은 ‘ESC/E(Z)’(Extra Sex Combs/Enhancer of Zeste)로 명명된 유전자 복합체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복합체는 뇌에서 성호르몬의 분비와 스트레스 민감도를 조절하는 데 PMDD를 가진 여성의 세포를 분석해보니 절반 이상의 ESC/E(Z) 유전자가 대조군과 비교해 과도하게 발현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주된 유전자 4종의 단백질 발현은 PMDD를 가진 여성의 세포에서 감소했다. 또한 프로게스테론은 대조군에서 이들 유전자의 발현을 증가시켰지만 에스트로겐은 PMDD 환자에서 유래된 세포주에서 발현을 감소시켰다. 이는 PMDD에서 호르몬에 관한 세포 반응을 조절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에 참여한 피터 슈미트 박사는 “우리는 의문스러운 이 유전자 복합체에서 PMDD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에 대한 세포 반응의 장애가 된다는 증거를 더하는 불완전한 발현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또한 “처음으로, 우리는 이제 PMDD를 가진 여성으로부터 유래된 세포에서 비정상적인 신호 전달에 관한 세포 상의 증거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에 관한 비정상적인 행동적 민감성의 생물학적으로 그럴듯한 원인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유전자 복합체의 역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내면 내분비계 관련 기분 장애의 치료법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Tom Wang / Fotoli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아버지·어머니의 비만, 아이 성장 발달에 악영향”

    “아버지·어머니의 비만, 아이 성장 발달에 악영향”

    비만이 자신의 건강에만 해로운 것이 아니라 자식에게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다소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 국립보건연구원(NIH) 산하 아동건강 및 인간발달연구소(NICHHD)는 ‘소아과학’(Pediatrics) 최신호에 부모의 비만이 자식의 발달장애를 가져올 위험성을 높인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부모 모두와 아버지, 어머니 각각의 비만이 미래의 자식에게도 신체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연구팀은 지난 2008년~2010년 사이 뉴욕주에서 태어난 아동 총 4821명을 대상으로 7차례 발달 테스트를 실시했다. 생후 4개월에서 시작해 4~6개월 간격으로 3세가 될 때까지 운동발달, 사회성 등 아이의 발달을 측정하는 검사를 한 것.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부모의 비만 여부와 비교 분석했으며 그 결과 부모의 비만이 아이의 발달장애를 가져올 확률을 높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를 항목별로 보면 비만 아버지를 둔 아이의 경우 스스로 먹거나, 놀거나, 옷을 벗는 등의 개인-사회 영역의 검사에서 기준에 미달되는 확률이 정상체중 아버지의 아이보다 75%나 더 높았다. 또한 비만 어머니를 둔 아이 역시 책 페이지를 넘기거나 블록를 쌓는 등의 소근운동기능 검사에서 기준에 미달되는 확률이 정상체중 어머니보다 70% 가까이 높았다. 부모 모두가 비만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 아이의 경우 문제 해결 검사에서 기준에 미달될 확률이 정상체중 부모를 둔 아이보다 3배나 더 높았다.    그렇다면 왜 부모의 비만이 아이의 발달에 장애를 주는 것일까?  논문의 제 1저자 에드위나 영 박사는 "부모의 비만이 아이의 발달을 지연시키는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비만이 염증과 호르몬 변화와 관련이 깊고 이같은 이유로 태아 뇌에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이어 "아버지의 비만 역시 정자 속의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제대로 알자! 의학 상식] 뇌졸중 낳는 고혈압·심장질환 장년층은 반년마다 검진해야

    뇌에는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 중요한 혈관이 다른 장기와 달리 아주 정교하게 분포돼 있다. 이 혈관이 막히거나 파열될 때 뇌졸중, 또 다른 말로 중풍이 생긴다. 뇌혈관이 막혀 생기는 뇌졸중을 뇌경색이라고 부르는데 뇌경색은 대부분 뇌혈관의 동맥경화에 의해 발생한다. 이 뇌혈관이 터지는 게 뇌출혈이다. 고혈압으로 손상된 뇌혈관이 파열되면 ‘뇌내출혈’, 뇌혈관에 생긴 꽈리 모양의 동맥류가 터지면 ‘지주막하 출혈’이라고 부른다. 뇌졸중은 55세 이후 잘 발생한다. 열 살씩 나이가 들 때마다 뇌졸중 발생률은 2배가량 높아진다. 즉 60세에 비해 70세는 약 2배, 80세는 4배 정도로 뇌졸중 발생률이 높아진다. 이처럼 뇌졸중은 주로 50~60대의 중고령층에 발병하는 질환이지만 뇌졸중의 주요 원인인 동맥경화증은 이미 30~40대부터 시작된다. 뇌졸중 증세는 갑작스럽게 발생하지만, 이는 수년 혹은 수십 년간 우리 몸 안에서 조용히 진행된 잘못된 변화의 마지막 징후이다. 또한 여자보다 남자에서 뇌졸중 발생률이 25~30% 높다고 알려졌다. 한국인에게 가장 중요한 뇌졸중 위험 인자는 고혈압이다. 고혈압이 지속되면 혈관 벽이 손상돼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동시에 뇌출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고혈압의 정도가 심할수록 뇌졸중의 위험도 크며, 이러면 비교적 젊은 사람에게서도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정상보다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4~5배 높다. 심방세동, 판막증 등의 심장질환도 중요한 위험인자다. 이런 상태라면 심장 안쪽 벽에 혈전이 생기기 쉽고, 혈전이 떨어져 뇌혈관을 막을 수 있다. 이 경우 50대 4.0배, 60대 2.6배, 70대 3.3배, 80대 4.5배로 뇌졸중 발생률은 매우 증가한다. 뇌졸중이 생기면 한쪽 팔다리를 갑자기 못 쓰거나(반신마비), 감각이 둔해지거나(감각장애), 저리거나 시린 느낌(감각이상), 정신은 명료한데 갑자기 말을 못하거나 남의 말을 이해 못하며(언어장애), 발음이 어둔해지거나(발음장애), 빙빙 돌고(어지럼증) 메스껍거나 토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잘 삼키지 못하거나, 한쪽 눈 또는 양쪽 눈이 갑자기 안 보이거나 (시력장애), 사물이 똑똑히 보이지 않고 두 개로 겹쳐(복시) 보이기도 한다. 뇌출혈 시에는 극심한 두통이 갑자기 발생하며 의식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수년 이상 만성적이고 간헐적인 두통이 지속되는 것을 무조건 뇌졸중의 전조증상으로 볼 수는 없으나, 평소 느낀 두통의 강도와 양상이 달라졌다면 주의해야 한다. 뇌졸중이 의심되면 즉시 환자를 병원으로 옮겨 가능한 한 빨리 치료받게 해야 한다. 3시간 이내에 병원으로 옮겨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후송 시간이 지연될수록 환자의 상태는 악화해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뇌졸중 예방은 정기 건강검진으로 몸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상책이다. 특히 40대 이상 중장년층은 최소 6개월에 한 번씩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하는 게 좋다. ■도움말 김종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 “꼬끼오~”…우리가 몰랐던 닭의 생물학적 특징 5가지

    “꼬끼오~”…우리가 몰랐던 닭의 생물학적 특징 5가지

    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해는 ‘붉은 닭의 해’다. 우리에게는 먹거리로서의 치킨이 더 익숙하지만 닭은 우리가 잘 모르는 많은 생물학적 특성을 갖고 있다. 그간 해외 연구진들이 밝힌 닭의 생물학적 특징을 정리해봤다. 1. 닭은 어떻게 대화하나? 전문가들은 닭이 약 30여 가지의 울음소리를 낸다고 보고 있다. 각각의 소리는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니는데, 다른 닭에게 먹이의 위치를 알려주는 소리에서부터 이성을 유혹하는 소리까지 의미가 다양하다. 외부 위협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에는 별도의 울음소리를 낸다. 이러한 울음소리는 위협의 종류에 따라 변화한다. 예컨대 상공의 맹금류에게서 위협을 받을 경우와 지상의 적(여우 등)의 위협을 받을 때 내는 소리는 서로 다르다. 암탉은 울음소리를 통해 ‘모성애’를 드러내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암탉이 아직 알 속에 있는 병아리에게 부드러운 소리로 ‘말을 거는’ 모습을 종종 관찰할 수 있다고 말한다. 2. 닭도 감정이 있나? 영국 과학자 조 에드거에 따르면 닭에게도 분명 감정이 있다. 그는 암탉이 ‘공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한 실험에서 에드거는 병아리 몇몇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을 암탉들의 앞에서 연출했다. 그러자 암탉들은 마치 스스로가 고통 받는 듯한 반응을 보여줬던 것. 더 나아가 암탉들은 일종의 ‘사회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암탉은 때로 자기 새끼가 아니더라도 무리에 속한 병아리가 죽으면 ‘애도’와 유사한 행동을 취한다. 또한 암탉 한 마리를 무리에서 떼어내 혼자 둘 경우 우울증 징후를 보이는 현상도 관찰됐다. 3. 닭은 어떻게 자나? 닭을 포함한 많은 조류는 인간에게 없는 수면단계인 단일반구서파수면(USWS, unihemispheric slow-wave sleep)을 경험한다. 이 단계에서 닭의 뇌는 두 반구 중 한쪽만 잠들어있게 되는데, 이는 수면 중에도 천적들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다. 닭이 때로 한쪽 눈만 감고 수면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편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수면 중 급속안구운동(REM) 단계에 들어섰을 때 꿈을 꾸는데, 닭을 포함한 조류들 또한 REM단계를 거치는 것은 마찬가지다. 따라서 학자들은 닭 또한 꿈을 꾸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4. 어떤 수탉이 인기가 좋나? 암탉들의 수탉 선호는 몇 가지 기준에 의해 좌우된다. 우선 중요한 것은 몸의 크기와 힘이다. 힘이 센 수탉은 서열에서 앞서기 때문에 자기 짝과 자손들에게 더 많은 음식을 제공할 수 있어 암컷들의 선호 대상이 된다. 벼슬의 색상과 크기도 중요한 매력 포인트다. 머리벼슬과 수염벼슬 모두 크고 빨간색일수록 암탉들의 사랑을 받는다. 이렇게 수탉의 지위에 따라 인기도에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지만, 암탉들이 언제나 지위가 더 높은 우수한 수탉하고만 교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신 암탉은 우월한 유전자를 선별적으로 획득하기 위해 아주 독특한 수단을 마련했는데, 이들은 교미 후 수탉의 정자를 자의에 따라 ‘배출’ 할 수 있다. 2011년 옥스퍼드 대학교 연구팀은 관찰을 통해 암탉들은 서열이 낮은 수탉과 교미했을 경우 더 높은 확률과 강도로 이러한 배출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를 통해 암탉들은 상대적으로 우월한 수탉의 새끼를 낳을 확률을 극대화 하게 된다. 5. 그 외에 닭의 특별한 능력은? 우선 닭의 감각은 인간을 월등히 상회한다. 연구에 따르면 닭은 맹금류에 버금갈 정도로 시력이 뛰어나며, 거의 360도 전 방위를 관찰할 수 있을만큼 넓은 시야를 지녔다. 또한 ‘닭대가리’라는 말로 대변되는 잘못된 인식과는 달리 닭의 지능도 결코 낮지만은 않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닭들이 다른 닭의 얼굴 및 인간의 얼굴을 100가지 이상 기억하고 구분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닭들에게 복잡한 문제해결 능력이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숨만 잘 쉬어도 머리가 똑똑해진다

    [달콤한 사이언스] 숨만 잘 쉬어도 머리가 똑똑해진다

    숨만 잘 쉬어도 머리가 똑똑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의대 신경외과와 신경과학과, 심리학과 연구진이 호흡이 사람의 인지기능은 물론 뇌신경을 조정하고 기능을 향상시키기까지 한다는 연구결과를 뇌 신경과학분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뉴로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했다. 숨쉬는 것은 단순히 뇌와 신체 곳곳에 산소를 공급하는 기능을 하는 것 뿐만 아니라 부수적으로 호흡의 리듬에 따라 냄새와 기억, 감정과 관련된 뇌 부위의 전기적 신호를 조정함으로써 뇌 여러 부위의 세포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1945년 영국의 생리학자 에드거 애드리언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전극을 이용해 고슴도치가 숨쉬는 과정에서 두뇌활동과 변화를 측정했다. 애드리언 교수는 호흡기관을 통과하는 공기의 속도가 뇌파의 크기와 빈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낸 뒤 생쥐와 다른 작은 동물들을 이용해 호흡과 뇌파의 관계에서도 똑같이 나타났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사람에게서는 호흡과 뇌와 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약물에 내성을 갖는 측두엽 간질이 심각해 수술을 받는 환자 7명을 대상으로 대뇌피질의 기억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후각신경구, 기억과 관련된 해마, 감정처리와 관련된 편도체 등 뇌의 3개 영역에서 뇌파와 환자의 호흡숫자와 방법을 측정했다. 그 결과 뇌파의 속도와 크기가 호흡의 속도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건강한 사람의 호흡은 사고나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확인하기 위해 일련의 행동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깊은 호흡을 천천히 할 때 이미지나 단어 같은 것들을 훨씬 잘 기억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깊은 호흡을 하더라도 코로 할 때와 입으로 할 때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 코로 숨을 쉴 때와 달리 입으로 호흡할 때는 타인의 감정인식과 기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코로 호흡하기 힘든 축농증 환자나 비염 환자들은 정신적 기능 향상을 위해서라도 관련 질환 치료가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조언했다. 연구팀은 호흡은 뇌간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제어되는 신체 활동으로 정서적 자극이나 정신적 노력에 따라 호흡 패턴이 변경된다고 설명했다. 즉 호흡에 따라 정신적 기능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크리스티나 젤라노 신경과학과 교수는 “사람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과정에서 편도체, 후각피질과 해마와 같은 뇌의 뉴런까지 자극한다”며 “공황상태에서 호흡이 빨라지는 것은 숨을 빨리 들이마셔서 안정을 되찾기 위한 것으로 외부의 위험한 자극에 대한 반응시간이 빨라지도록 뇌를 순간적으로 재조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놀라운 발견 중력파… 뜨거운 인기 포켓몬고

    놀라운 발견 중력파… 뜨거운 인기 포켓몬고

    올 한 해 과학계도 다사다난하기 그지없다. 새해 벽두부터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예측한 중력파가 검출되면서 전 세계 과학계를 흥분시켰다. 이어 바둑천재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벌인 대결은 전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올해 과학계를 뜨겁게 달군 ‘2016년 과학 10대 뉴스’를 꼽아봤다. ① 국제 연구진 중력파 발견 미국과 한국, 독일 등 13개국 1000여명의 연구자로 구성된 ‘고급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라이고) 연구단은 올 1월 중력파 탐지 결과를 발표했다. 1916년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중력의 정체를 시공간의 뒤틀림으로 봤고, 중력장에 따른 파동인 중력파도 존재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9월 지구에서 13억 광년 거리에서 태양 질량의 29배, 36배인 블랙홀 2개가 합쳐지면서 만들어낸 중력파를 관측했다. 아인슈타인의 주장이 꼬박 100년 후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② 이세돌 vs ‘딥러닝’ 알파고 3월 초 서울에선 세기의 대결이 있었다. 이세돌 9단과 구글 AI 알파고의 대국이다. 알파고는 프로기사들의 기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 기술로 바둑을 익혔다. 알파고가 4대1로 압도적 승리를 거둔 이 대국은 ‘인공지능 발전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③ 사상 최악의 폭염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청(NOAA)과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올해는 연초부터 매달 관측 이래 사상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여름 미국 48개주에선 평균 기온이 32도가 넘는 이상고온 현상을 보였고, 동남아시아는 44.6도를 넘는 기록적 폭염과 가뭄에 시달렸다. 우리나라도 7~8월 전국이 폭염과 열대야로 들끓었다. ④ 파리기후변화 협약 협정 발효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197개국이 참여해 ‘지구온도 상승을 2도 이내로 억제하고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목표에 합의했다. 21세기 말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0)’를 목표로 한 파리기후변화협정은 지난 11월 초에 발효됐다. ⑤ 4대강 사업지역 녹조 발생 올여름 무더위가 빨리 시작되면서 4대 강 사업 지역인 낙동강, 영산강, 금강, 한강 유역에서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녹조가 발생했다. 주로 여름철에 발생하는 녹조가 봄과 가을에도 나타나면서 오염이 특히 심각한 4급수에서나 사는 실지렁이나 큰빗이끼벌레 등이 출현하기도 했다. 낙동강, 한강 등 식수원 오염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됐다. ⑥ 포켓몬고…VR·AR 주목 지난 7월 나온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는 출시되자마자 전 세계를 강타했다. 출시 5개월이 지난 12월 초 포켓몬고를 하는 이들이 걸은 거리는 지구 20만 바퀴에 달한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⑦ 한국인 유전체 지도 완성 지난 10월 서울대 의대 서정선 교수와 생명공학기업 마크로젠, 11월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게놈연구소 박종화 교수팀이 가장 정밀한 한국인 맞춤형 표준 유전체(게놈) 지도를 처음 만들었다. 한국인의 유전질환이나 각종 질병에 대한 연구와 신약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⑧ 혈액기반 치매조기진단 기술 지난 2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은 혈액 몇 방울만으로도 알츠하이머 치매의 발병 가능성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주목받았다. 현재는 인지기능검사, 뇌영상 검사 등으로 진단을 하는데 정확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비용도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⑨ 외계행성 ‘프록시마b’ 발견 지난 8월 영국 퀸메리대 길렘 앙글라다, 에스쿠데 교수팀은 지구에서 4.2광년(약 40조㎞) 떨어진 ‘프록시마 켄타우리’ 주변을 11.2일 간격으로 공전하는 외계행성 ‘프록시마 b’를 발견했다. 질량과 구성 성분이 지구 환경과 가장 유사한 행성으로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⑩ KIST 설립 50주년 KIST는 선진 기술을 빨리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만드는 ‘빠른 추격자’ 전략을 도입해 경제성장을 이끌어 왔다. 추격형 전략에서 벗어나 선도형 과학혁신 체계로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딸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키스를 남긴 아빠의 이야기

    딸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키스를 남긴 아빠의 이야기

    최근 한 신혼부부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공개돼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미국의 NBC방송과 영국 데일리메일은 23일(현지시각) 암에 맞서 용감하고도 비장한 사투를 벌인 남편이 이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자신의 옆에서 힘이 돼 준 아내와 이별하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애틀랜타에 사는 제나와 조쉬 뷸러는 결혼한지 몇 달 안 된 신혼부부였다. 지난해 3월에 대만으로 신혼여행을 떠났을 때 아내는 그날따라 남편이 평상시와는 다르다는 점을 인지했다. 당시 39세였던 남편은 보통 때 보다 무척 피곤해했고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부부는 곧바로 검사를 받기 위해 근처 병원을 찾았고 의사에게서 절망적인 소식을 듣게 됐다. 바로 남편 조쉬가 뇌종양이라는 사실이다. 부부는 즉시 고국으로 돌아갔다. 이후 남편은 더 많은 검사를 받았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다른 인체 부위에 전이될 가능성이 큰 종양임이 더욱 확실해졌을 뿐이었다. 조쉬는 종양의 90%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완치를 기대했지만 되려 남아있던 종양이 마비 위험성이 높은 뇌의 일부로 빠르게 번져나갔다. 그러나 이들은 이에 굴하지 않았고 방사선 치료와 화학요법을 시작했다. 부부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삶을 하루하루 묵묵히 버텼고, 신혼을 즐겼으며 고통을 함께 나눴다. 그리고 체외수정을 통해 제나가 임신을 하면서 지난 1월 두사람은 마침내 엄마아빠가 됐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6월 남편의 암이 재발했고 이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들에게 희망을 품어다 줄 임상시험이나 새로운 치료법도 없었다. 이는 곧 부모가 될 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최악의 소식이었다. 지난 9월 조쉬는 딸에게 '라일리'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그의 상태는 더욱 악화됐고 약물로 인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기에 부인이 병원 침대에 딸을 눕히곤 했다. 그는 어린 딸의 머리에 키스를 했고, 두팔로 안아줄 순 없었지만 항상 딸이 옆에 있었다는 사실만은 잊지 않았다. 그렇게 라일리의 아빠는 지난달 6일 41세의 나이로 가족과 이별했다. 부인 제나는 더 많은 치료와 임상시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암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함께 투병했던 순간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그녀는 "세상에는 많은 연구와 기금을 지원받아 치료되는 암들이 있지만, 우리는 아직 뇌종양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했다"며 "일찍 져버린 조쉬의 삶이 앞으로 변화를 가져오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제니퍼키난)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딸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키스를 남긴 아빠의 이야기

    딸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키스를 남긴 아빠의 이야기

    최근 한 신혼부부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공개돼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미국의 NBC방송과 영국 데일리메일은 23일(현지시각) 암에 맞서 용감하고도 비장한 사투를 벌인 남편이 이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자신의 옆에서 힘이 돼 준 아내와 이별하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애틀랜타에 사는 제나와 조쉬 뷸러는 결혼한지 몇 달 안 된 신혼부부였다. 지난해 3월에 대만으로 신혼여행을 떠났을 때 아내는 그날따라 남편이 평상시와는 다르다는 점을 인지했다. 당시 39세였던 남편은 보통 때 보다 무척 피곤해했고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부부는 곧바로 검사를 받기 위해 근처 병원을 찾았고 의사에게서 절망적인 소식을 듣게 됐다. 바로 남편 조쉬가 뇌종양이라는 사실이다. 부부는 즉시 고국으로 돌아갔다. 이후 남편은 더 많은 검사를 받았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다른 인체 부위에 전이될 가능성이 큰 종양임이 더욱 확실해졌을 뿐이었다. 조쉬는 종양의 90%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완치를 기대했지만 되려 남아있던 종양이 마비 위험성이 높은 뇌의 일부로 빠르게 번져나갔다. 그러나 이들은 이에 굴하지 않았고 방사선 치료와 화학요법을 시작했다. 부부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삶을 하루하루 묵묵히 버텼고, 신혼을 즐겼으며 고통을 함께 나눴다. 그리고 체외수정을 통해 제나가 임신을 하면서 지난 1월 두사람은 마침내 엄마아빠가 됐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6월 남편의 암이 재발했고 이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들에게 희망을 품어다 줄 임상시험이나 새로운 치료법도 없었다. 이는 곧 부모가 될 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최악의 소식이었다. 지난 9월 조쉬는 딸에게 '라일리'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그의 상태는 더욱 악화됐고 약물로 인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기에 부인이 병원 침대에 딸을 눕히곤 했다. 그는 어린 딸의 머리에 키스를 했고, 두팔로 안아줄 순 없었지만 항상 딸이 옆에 있었다는 사실만은 잊지 않았다. 그렇게 라일리의 아빠는 지난달 6일 41세의 나이로 가족과 이별했다. 부인 제나는 더 많은 치료와 임상시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암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함께 투병했던 순간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그녀는 "세상에는 많은 연구와 기금을 지원받아 치료되는 암들이 있지만, 우리는 아직 뇌종양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했다"며 "일찍 져버린 조쉬의 삶이 앞으로 변화를 가져오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제니퍼키난)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다른 시선에서 본 여덟 가지 심장 이야기

    다른 시선에서 본 여덟 가지 심장 이야기

    마음의 장기 심장/B-MADE 센터 지음/바다출판사/344쪽/2만원 폴란드 바르샤바대학 건너편에 성 십자가 성당이 있다. 대단할 게 없어 뵈는 성당이지만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성지와 다름없는 곳이다. ‘피아노의 시인’ 프레더릭 쇼팽의 심장이 안치돼 있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1849년, 쇼팽은 39세 젊은 나이로 프랑스 파리에서 요절한다. 지병으로 고생하던 그는 죽음이 임박하자 누이동생을 불러 자신의 심장을 ‘아버지의 땅’으로 가져다주길 부탁한다. 그의 주검은 파리 공동묘지에 안치됐고, 심장은 술병에 담겨 비밀리에 폴란드로 옮겨진다. 그에게 심장은 영혼이었던 거다. 그러니 몸은 파리에 묻히더라도 영혼만은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을 것이다. 단순하게 보면 심장은 혈액 펌프다. 평생 30억 번 뛰면서 2억ℓ에 달하는 혈액을 뿜어낸다. 경이로운 수치이긴 하나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딱딱하고 영 재미없는 결론이다. 하지만 심장을 혈액 펌프로만 보는 이는 없다. 원시시대에는 간에 밀렸고 오늘날엔 뇌에 밀리는 경향이 있긴 하나 고금을 통틀어 심장은 생명, 영혼, 마음 등과 동일시되는 단어였다. 예컨대 이집트 ‘사자의 서’는 심장을 생전의 기억과 마음을 담고 있는 도구로 봤고 히브리 사람들도 생전의 죄가 심장의 가죽판에 철필로 기록된다고 여겼다. 새 책 ‘마음의 장기 심장’이 주목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역사를 통해 변화된 심장의 의미’와 ‘심장을 들여다보는 또 다른 관점’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책은 여덟 명의 저자가 여덟 가지 심장 이야기를 전하는 얼개로 구성됐다. 영혼이 담긴 고대의 심장, 자연철학자들이 의심과 숭배를 거듭했던 심장, 다빈치가 해부하고 드로잉한 심장, 혈액펌프라는 기계론적 정의를 내린 데카르트의 심장, 교환하고 대체하는 현대 이식술의 심장 등이 다뤄진다. 저자들은 크게 나눠 의학계와 미술계, 두 이질적인 전공 분야의 교수들이다. B-MADE(BIO-MEDICAL ARTS & DESIGN EDUCATION, 의생명 예술 디자인 교육) 센터에서 함께 연구하고 강의하는 학술공동체의 동료들이다. 자신의 전공 분야를 기본으로, 타 학문에서 들여다보는 관점에서 심장을 재조명했다. 저자들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사유와 추론에서 관찰과 실험으로 바뀌면서 심장은 과학화됐으나 그만큼 사회로부터는 멀어지는 결과를 낳은 면도 있다”며 “구획을 나누는 것은 효율적이긴 하나 경계 속에 갇혀버리기 때문에 이제 실천적인 융합을 통해 심장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2016 결산] 男女, 가까이 있지만 결코 닿을 수 없는…

    [2016 결산] 男女, 가까이 있지만 결코 닿을 수 없는…

    남자와 여자. 늘 상대의 존재를 갈구한다. 그래서 평생에 걸쳐 친구의 이름으로, 혹은 연인 또는 부부의 이름으로 가까이 지내곤 한다. 하지만 두 존재의 진정한 합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오죽하면 각각의 출신지를 지구 양쪽 맞은 편에 멀찍이 떨어져 있는 화성, 금성으로 표현했을까. 특히 국내에서는 지난 5월 ‘강남역 살인 사건’으로 촉발된 여혐·남혐(여성 남성 혐오) 논쟁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돼 여전히 현재진행형 상태다. 올해 해외에서 쏟아진 심리학, 과학, 문화, 사회 등 여러 측면에서 둘의 같음과 다름을 확인할 수 있는 주요 기사들을 정리해봤다. ●남녀, 정말 다르다 달라 남녀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충분히 다르다. 지난 10월 스페인 그라나다대학 연구진이 신생아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여자아이는 남자아이에 비해 세포를 둘러싼 세포막의 산화스트레스 정도가 더 낮고 산화방지 효소가 더욱 활성화된 것을 확인했다. 이는 스트레스에 강할 뿐 아니라 질병 및 면역체계 보존에도 유리함을 뜻한다. 놀랍게도 이는 산모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남자아이를 출산한 산모에 비해 여자아이를 출산한 산모의 산화스트레스 정도도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기생충조차 암수의 뇌구조가 다르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지난 5월 미국 국립의료원(NIH) 산하의 국립신경장애및뇌졸중연구소(NINDS) 올리버 허버트 박사는 ‘예쁜꼬마선충’의 뇌가 암수별로 다르게 발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예쁜꼬마선충은 성충이 되기 전에는 혼합형의 뇌 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성충이 되어 번식이 가능한 시기가 되면 서로 다른 뇌 구조를 발달시키게 된다. 이는 발달 과정에서 성별에 따라 다른 신경 시냅스의 가지치기와 암수 성에 특화된 특수 신경 세포를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또한 페이스북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에서도 남녀가 확연히 구분된다. 지난 6월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스토니브룩 캠퍼스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총 6만 5000명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1000만 개의 게시물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의 사용 단어는 주로 긍정적이고 따뜻한 의미의 단어가 많았다. 여성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체로 가족과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했으며 주로 사용하는 단어도 멋지다(wonderful), 행복(happy), 아기(baby), 신난다(excited), 고마운(thankful) 등이었다. 반면 남성들은 주로 정부(government), 승리(win), 패배(lose), 전투(battle), 적(enemy) 등의 단어를 사용했다. ●남녀 차이, 사회적으로 학습됐을 뿐? 하지만 이에 반하는 연구 결과 역시 존재한다. 지난 8월 영국 애스턴대학 신경학 연구진은 수많은 신경학적 연구결과를 재검토해본 결과, 남성과 여성의 뇌 구조에는 어떤 다른 점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일각에서는 남성은 지도를 잘 읽고 길을 잘 찾는 대신 여성은 그렇지 못한다고 얘기하곤 하지만 이는 개개인의 성격 또는 능력과 연관이 있을 뿐 성별에 따라 다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나 립폰 박사는 “인간의 뇌는 그 사람의 경험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될 수 있으며, 사회가 남성과 여성에게 특정한 역할을 부여하고 강요하는 것 역시 그 사람의 뇌 형태를 만드는데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런 노력은 어린이 장난감에도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바비인형은 ‘비현실적 몸매’의 상징이자 고정된 성역할을 주입시키려 한다는 지속적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 1월 바비의 몸매를 총 3가지로 다양화시켜 뱃살이 조금 튀어나온 바비, 키작은 바비 등을 내놓기도 했다. 스페인의 완구기업 토이 플래닛은 전동공구 모형을 갖고 노는 여자아이와 아기 인형을 안고 있는 남자아이 등 장난감에 지워진 남녀 성경계를 허무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남녀의 격차 해소를 위한 또다른 과학기술의 노력도 돋보였다. 영국 울버햄튼 대학의 분자약물학 연구센터는 지난 10월 남성 정자의 운동성을 둔화시키거나 정지시킬 수 있는 복합화학물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남성이 먹는 피임약을 곧 개발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과학기술의 진보는 피임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지우려는 의식을 구시대의 것으로 밀어낼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이밖에도 올 한 해 내내 ‘키 큰 남자, 날씬한 여자가 돈 더 잘 번다’(3월 29일), ‘헤어진 연인과 친구 하자는 사람, 이기적 성향 강해’(5월 12일), ‘나쁜 남자에게 자꾸 빠지는 여자, 정상일까?’(6월 25일), ‘출근길 지하철 화장…男보다 女가 더 부정적’(9월 1일) 등 소재와 주제는 조금씩 달랐지만 남자와 여자의 같고 다름을 다룬 소식들은 넘쳐 났다. 다가오는 새해 남녀, 여남이 상대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높일 수 있는 내용의 소식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것은 과한 욕심일까.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나이 들수록 보수화 경향 “위험 싫다”는 두뇌의 변심

    연령별 후두정엽 변화 추적 나이-의사 결정 연관성 첫 분석 ‘보수’는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며 유지하려는 행동양태이고 ‘진보’는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사회의 변화나 발전을 추구하는 태도라고 사전은 정의하고 있다. 보통 젊은이들은 변화에 긍정적이고 진보적이며 나이가 들어갈수록 현실 순응적이고 보수적 선택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사회 현안을 바라보는 인식이나 대응 자세 등도 나이에 따라 이처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뇌과학자와 경제학자, 심리학자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진이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되는 경향이 사회구조적 이유 외에 뇌구조 변화에 따른 생체적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증명해 주목받고 있다. 미국 뉴욕대, 트리니티칼리지, 예일대 의대, 호주 시드니대 경제학과, 영국 런던대(UCL), 이스라엘 바르일란대 국제 공동연구진은 최근 나이가 들수록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지고 의사 결정이 보수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13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18~88세의 건강한 남녀 52명을 대상으로 컴퓨터로 임무수행 게임을 하도록 하고 임무수행에 성공하면 상금을 선택할 수 있는 실험을 했다. 상금은 아무 조건 없이 5달러를 받거나 20달러를 받을 수 있는 당첨 확률 20%의 로또를 받는 두 가지 방식이었다. 피실험자는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단순한 조건이었지만 50대 중장년층 이하는 게임을 할 때도 위험 부담이 있는 선택을 하고 상금도 로또를 고르는 사람이 많았다. 반면 50세 이상 노년층에서는 비교적 쉬운 임무를 선택해 게임을 하고 상금도 5달러에 만족하는 비율이 높았다. 연구팀은 게임을 하고 상금을 선택할 때 뇌 활성 부위를 찾기 위해 뇌 스캔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촬영했다. 그 결과 의사 결정을 할 때 오른쪽 후두정엽이 활성화되고, 이 부위의 회백질 양이 적은 사람일수록 보수적이고 위험 부담이 적은 결정을 내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측 후두정엽 회백질의 양은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인 결정을 내린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이팻 레비 예일대 의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나이가 의사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첫 연구”라며 “대부분의 의사 결정은 위험과 관련돼 있는데 노령인구에 의한 의사 결정이 정치·경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위해서는 위험 선호도와 연령 간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2016 결산] 개와 고양이의 꿈, 사랑, 건강 베스트6

    [2016 결산] 개와 고양이의 꿈, 사랑, 건강 베스트6

    전 세계 반려동물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그 관심을 입증하듯 올 한 해에도 반려견·반려묘와 관련한 흥미로운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2016년 한 해 동안 나우뉴스가 소개한 기사 중, 개와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주인과 집사에게도, 혹은 다가오는 새해에 개 또는 고양이를 입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간추려 봤습니다. -개도 꿈을 꾼다… ‘개꿈’의 주인공은 누구?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진과 영국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연구진은 대부분의 포유류 역시 인간과 비슷한 수면 패턴을 보이며 급속안구운동(REM) 단계를 겪는데, 개를 포함한 동물 역시 이 상태에서 꿈을 꿀 수 있다. 개의 경우 잠을 자기 시작한 지 20분 정도 지났을 시점부터 꿈을 꾸는 단계에 들어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개꿈’은 어떤 내용이며 누가 등장할까. 연구에 따르면, 주인공은 대부분 견주일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개는 주인과 항상 붙어있기 때문에 견주의 얼굴이나 평소 기뻐하는 것, 놀라는 것 등 현실과 관련한 꿈을 꿀 가능성이 높다는 것. 얼마나 오랫동안 꿈을 꾸는지는 몸집에 따라 달라졌다. 대형견들은 한번 꿈을 꾸면 최대 10분정도 꿈을 꾸는 대신 빈도수가 낮았고, 치와와와 같은 소형견은 짧은 꿈을 자주 꾸는 경향이 있었다. -개가 고양이보다 주인을 5배 더 사랑한다 영국 BBC 방송은 개와 고양이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Cats vs Dogs)를 통해 흥미로운 실험결과를 공개했다. 먼저 10마리의 개와 주인, 10마리의 고양이와 주인을 10분 간 함께 놀도록 하고 그 전과 후 타액을 채취했다. 그 후 뇌에서 분비되며 ‘사랑의 호르몬’으로도 불리는 옥시토신의 수치를 비교했다. 개의 경우 주인과 함께 한 후 옥시토신 수치가 57.2% 급증한 반면, 고양이는 12% 늘어나는데 그쳤다. 사람의 경우 배우자 혹은 자녀와 함께 한 경우 옥시토신 수치가 40~60%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연구를 이끈 미국의 신경과학자 폴 재크 박사는 “수치로만 보면 개가 고양이보다 주인을 5배는 더 사랑하는 셈”이라면서 “고양이 역시 주인과 강한 유대가 있지만 개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을 증명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애묘인의 IQ가 애견인보다 높다 미국 캐롤대학 연구팀은 60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능지수(IQ) 검사를 진행한 결과, 개보다 고양이 키우는 것을 선호한 이들의 IQ가 더 높게 나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애견인들은 좀더 활기차고 외향적 성격이면서 사회적 규칙을 잘 따르는 성향을 갖고 있다. 반면 애묘인들은 (애견인에 비해) 내성적이고 개방적이면서 기존의 관습에 순응하지 않으려는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물론 이 연구결과는 고양이를 키우기 때문에 더 똑똑해지거나 IQ가 높게 나온다고 강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고양이나 개의 소유주 그룹별로 갖는 성격적 특성, 생활습관 등에 더 연관성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고양이는 어떻게 지구를 ‘정복’할 수 있었을까? 개와 더불어 인간에게 가장 사랑받는 반려동물인 고양이는 어떻게 전 세계로 퍼져 인류의 마음을 ‘정복’할 수 있었을까? 프랑스 자크 모너 연구소가 세계 각지에서 발굴된 1만 5000년 전부터 18세기에 이르는 208마리의 고양이 화석에게서 미토콘드리아 DNA샘플을 수집해 분석했다. 그 결과, 고양이는 먼저 중동 지역에서 퍼져나가 지중해 동부 지역에 터를 잡으며 유럽으로 확산됐다. 또 기원전 4세기~서기 4세기의 이집트 고양이와 서기 7~10세기 독일 바이킹 지역에서 발견된 고양이에게서 동일한 미토콘드리아 DNA가 발견됐는데, 바다를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진 곳까지 고양이가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인류의 항해 덕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배 안에 든 식량을 쥐 등 다른 동물로부터 지키기 위해 고양이가 타기 시작했고, 이후 유라시아와 아프리카 등지로 퍼져나갔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간과 개가 ‘친구’가 된 과학적 이유 밝혀졌다 스웨덴 링셰핑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1만 5000년 전부터 현재까지 가장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개와 인간에게는 사회적 관계를 가능케 하는 주요 유전자 5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주요 유전자 중 SEZ6L은 개가 인간과 심리적으로 밀접한 접촉에 관여하며, ARVCF 유전자는 개가 인간과 신체적인 접촉을 매우 좋아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개의 성별에 따라 각기 다른 사회성을 가졌으며, 암컷이 수컷에 비해 인간 또는 동종과 더 친밀하게 어울리며 높은 사회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개는 걸리지 않고 고양이는 걸릴 수 있다 영리하고 사리분별 잘 하던 고양이가 아무 이유 없이 계속 운다. 늘상 다니던 집안에서 헤맨다. 모래 위에서 잘 보던 대소변을 침대 위나 엉뚱한 곳에서 해결한다. 전형적인 ‘고양이 치매’ 증상이다. 일본 도쿄대 연구진이 고령으로 죽은 고양이의 뇌를 분석한 결과 인간의 알츠하이머와 같은 메커니즘으로,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신경세포 탈락 현상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 개와 원숭이, 실험용 쥐에게서는 고양이와 달리 나이가 들어 뇌에 플라크가 쌓여도 신경원섬유변화(뇌에 단백질이 과잉 분비돼 세포 속에 쌓여 생기는 것)나 신경세포의 탈락 등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개에 비해 고양이의 뇌가 인간의 뇌와 더욱 유사한 성질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며, 나이 든 고양이의 뇌를 연구하는 것이 인간의 알츠하이머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유전질환 뇌 신경망 지도 완성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말초신경이 손상되는 유전질환과 관련한 뇌 신경망 지도를 만들었다. 이향운 이화여대 의대 교수와 최병옥 성균관대 의대 교수 공동연구팀이 유전적 이상으로 말초신경과 근육마비가 생기는 샤르코마리투스병(CMT) 환자들의 뇌 변화를 보여 주는 신경망 지도를 만들고 신경학 분야 국제학술지 ‘애널스 오브 뉴롤로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유전성 말초신경질환으로, 손발의 근육이 점점 약해져 심할 경우 움직이는 것도 힘들어지는 등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가져온다. 인구 25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으로 이재현 CJ 회장이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메디컬 인사이드] 밤에 난폭해지는 치매… 밝은 데서 지내고 있나요

    [메디컬 인사이드] 밤에 난폭해지는 치매… 밝은 데서 지내고 있나요

    낮에도 어두운 데 있으면 증상 심화해 지기 전 방에 불 켜두면 도움 돼규칙적 일상생활 하도록 보살펴야조기 치료 땐 돌봄 7800시간 감소 치매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치매 환자 수는 46만명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2025년이면 환자 수가 100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이 병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치매라고 하면 무조건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라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27일 전문가들을 만나 치매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치매 환자는 야간에 집을 나가 거리를 배회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밤만 되면 이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고 간혹 난폭한 행동을 취하거나 주변 사람에게 욕설을 하기도 합니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답변을 하고 한자리에 차분히 앉아 있지 못해 서성이거나 앞에 놓인 물건을 만지작거리고 들었다 놓았다 반복적인 행동을 보입니다. 가족의 고통이 크지만 이유를 알지 못해 대처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일몰 증후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오형근 순천향대 천안병원 신경과 교수는 “일몰 증후군은 전형적인 치매 증상 가운데 하나로, 쉽게 화를 내고 과민 반응을 보이거나 강박적 행동을 하는 것으로 표출된다”며 “생체시계 리듬이 깨졌거나 망상 증상이 있으면 증세가 더 심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약을 먹지 않고도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명심해야 할 점은 환자를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 교수는 “낮에 어두운 조명 아래 그늘진 곳에 주로 있으면 해가 진 뒤 불안과 혼돈 증세가 심해진다”며 “그래서 일몰 증후군이 있으면 낮에 환자를 햇빛이 잘 들거나 실내 조명이 밝은 곳에서 지내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해가 지기 전부터 방에 불을 켜 놓는 것이 도움이 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도록 가족이 보살펴야 합니다.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도록 돕고 식후 20~30분 산책하기, 화초 기르기 등을 통해 일상생활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것도 좋습니다. ●힘들다고 환자 방치하는 건 금물 건망증과 치매를 혼동하기도 하는데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건망증은 잊어버린 내용에 대해 주변에서 이야기해 주면 기억이 되살아날 때가 많습니다. 반면 치매는 단순히 기억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인지기능 자체가 망가지는 병입니다. ‘중요한 약속이 있었는데 어디서 몇 시에 모이기로 했더라’라고 물으면 건망증이고, ‘난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는데’라고 하면 치매에 의한 기억장애라고 보면 됩니다. 박진영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건망증은 갑자기 친한 친구 이름이나 집 전화번호가 생각나지 않는 정도의 일시적 망각”이라며 “치매는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리거나 밥을 먹고도 다시 상을 차리는 것처럼 경험 자체를 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초기 치매 증상은 기억력 감퇴로 시작됩니다. 조금 전 했던 말을 반복하거나 질문을 되풀이하고 정확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그것’, ‘저것’으로 표현할 때가 많아집니다. 적어두지 않으면 중요한 약속을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치매가 중기에 들어서면 돈 계산이 서툴러지고 휴대전화, TV를 조작하지 못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예’라고 단답형으로 대답하기도 합니다. 반복적 행동을 하거나 집안을 배회할 때도 많은데 이때까지는 가족을 알아봅니다. 누군가 밥에 독을 넣었다거나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하는 ‘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집이 18층인데도 ‘누가 들어올지 모른다’고 문을 닫아버리고 TV 드라마를 보다 손가락질을 하며 ‘아주머니들은 왜 여기서 시끄럽게 싸우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이때는 전문의 상담을 통해 망상을 치료하는 약을 복용해야 합니다. 박 교수는 “배우자나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고 혼자 웅얼거리거나 대부분의 기억을 상실하면 말기로 본다”며 “이후에는 식사, 옷 입기, 대소변 가리기 등의 일상생활을 전혀 하지 못하기 때문에 거의 누워 지내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지만 치매를 치료하기 힘든 병이라고 여겨 환자를 가둬두거나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완치가 불가능한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72%로 가장 많지만 10%는 혈관성 치매, 17%는 원인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중요합니다. 박 교수는 “원인에 따라 10%는 완치가 가능하고 30%는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며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치매도 60%는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치매 환자가 기억장애가 생긴 시점부터 사망하기까지는 평균 8~10년이 걸립니다. 음식을 제대로 삼키지 못해 생기는 폐렴이나 영양 상태 불량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오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치매는 약을 복용해도 점차 병이 악화되기 때문에 가족뿐만 아니라 의료진도 지치기 쉽다”며 “의사와 가족이 서로 격려해야 이겨낼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8년 동안 치료비 6400만원과 돌봄 시간 7800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5년 뒤 요양기관 입소율도 55% 감소합니다. 박 교수는 “가령 환자가 대답하지 못하더라도 ‘귀로 들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고 여기고 배려해야 한다”며 “긴 절망과의 싸움이지만 환자의 과거를 떠올리고 아직 감정이 있음을 명심해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MRI·CT 외 ‘신경심리검사’ 필수 초기에 검진을 할 때도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보통 가족과 환자는 자기공명영상(MRI)·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전문가들은 일상생활 능력, 성격 변화에 대한 사전 진료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신경심리검사’도 필수입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 4명 가운데 1명은 직계 가족 중 같은 환자가 있을 정도로 유전 경향이 강합니다. 치매 환자는 여성이 60%를 차지하는데, 여성호르몬의 영향이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오 교수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은 뇌 인지기능을 올바로 작동시키기 위한 에너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며 “증상이 빠르게 악화하는 데 폐경이 분기점이 된다는 이론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가족 중 치매 환자가 있는 60세 이상 여성이라면 인지기능저하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서울대병원 ‘UAE 셰이크 칼리파 병원’ JCI 인증 획득

    서울대병원은 위탁운영 중인 아랍에미리트(UAE)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이 개원 2년 만에 JCI(미국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 인증을 받았다고 24일 밝혔다. 병원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의사·간호사·행정전문가로 구성된 3명의 인증 평가단에게 심사를 받았고,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은 심사항목 14개 분야 1148개 가운데 99.14%를 충족해 JCI 인증을 획득했다. JCI 인증을 받으려면 환자가 병원을 이용하며 겪을 수 있는 위험 가능성 등을 평가하는데 전체 항목에서 90%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성명훈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 원장은 “인증 준비 과정에서 환자 안전 문화를 정착시키고 직원들 간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지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하면서 다시 한 번 한국인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UAE 라스 알카이마 지역에 있는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은 암·뇌 신경·심장혈관 질환을 특화한 246병상 규모의 3차 전문병원으로 서울대병원은 2014년 11월 첫 진료를 시작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남순건의 과학의 눈] 누가 누구를 지배할 수 있는가

    [남순건의 과학의 눈] 누가 누구를 지배할 수 있는가

    미국 헌법 전문에는 ‘정의를 수립하고, 국내의 평온을 지키고 국방을 제공해 일반 복지를 증진하고자 한다’는 목적이 적혀 있다. 1년 반 전만 해도 1%대의 지지율을 갖고 평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많은 언론이 그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 예측을 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맞는 예측을 한 것은 소수였는데 그중 하나가 인공지능(AI)이었다. 언론에 얼마나 더 많이 노출됐는가 하는 빅데이터를 분석한 것이었다. 이처럼 AI는 점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아마존의 자동 제품 추천, 페이스북의 얼굴 인식, 구글의 자동 번역, 유튜브의 자동 생성 자막 등은 20년 전에는 꿈도 꾸지 못하던 기술들이다. 기초과학에서도 큰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인류 최대 빅데이터 생성 장치인 ‘입자가속기’의 데이터 분석도 지난 25년 전부터 사용해 오던 전통적 분석법을 벗어나 이제는 딥러닝 방식을 도입해 이론에서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있는 새로운 입자를 발견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논의가 최근 시작됐다. 이론적 편견을 갖고 입자를 찾으려 하던 과거의 연구 방식에서 스스로 학습하는 분석 방식을 도입하려는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 과학자의 역할이 크게 바뀔 수도 있다. 또 다른 AI의 역할은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낸 ‘2030년의 인공지능과 삶’이라는 보고서에서 언급한 공공 안녕과 질서 수립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식당 위생검사를 기존 임의추출 방식에서 AI로 소셜미디어에 노출된 키워드를 수집·분석한 뒤 식당을 추출해 검사했더니 위생 불량 지적 비율이 9%에서 15%로 증가했다고 한다. 공무원의 업무도 훨씬 저렴하고 효율적인 AI로 대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치에서 AI의 역할은 어떤 것이 있을까. AI 기술을 당장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지금보다 100만배 정도 더 성능이 우수한 컴퓨터가 나와 인간의 뇌와 비슷해지는 한편 컴퓨터 스스로 학습을 하는 딥러닝의 놀라운 효과에 대한 이론적 이해가 생기고 새로운 알고리즘이 나온다고 하면 국가 기능의 상당 부분을 대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로 미루어 거짓말 않고 깨끗한 정치인의 출현이 단기간에 어려워 보이는 만큼 오히려 AI에 의한 정치적 판단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많은 저항에 부딪힌다. 기본적으로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은 안 좋다는 것과 인간의 가치에 대한 이해가 없는 AI가 어찌 정치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럼 부패한 정치인이 지배하는 세상은 좋은 세상인가. 인간은 인간의 잘못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큼 관대하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는 인간보다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불안해한다. 반면 각종 대형 사고를 내는 인간에게는 운전면허가 쉽게 발급된다. 물론 기술적인 것 외에 법적, 윤리적 논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가 운전자를 먼저 살리기 위해 보행자를 여러 명 다치게 해야 하는지 아니면 더 많은 사람의 생명을 위해 운전자를 희생하도록 프로그램이 돼야 하는가 하는 논란이 있다. 어려운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는 인간이 운전할 때 어떤 방식으로 판단할 것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 어떤 행동이 더 많았는가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확률에 따라 자율주행차가 행동하게 하는 건 어떨까, 아니면 인간의 평소 행동보다 더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행동을 하도록 요구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싫든 좋든 AI의 역할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스티븐 호킹 교수는 AI가 인간에 대한 최고의 축복일 수도 있고 최악의 재앙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필자도 비슷한 의견이다. AI를 축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을 깊이 이해하는 과학자와 과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있는 인문사회학자들이 보다 많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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