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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눈 CT와 스타워스

    [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눈 CT와 스타워스

    현대 의학의 수많은 검사법 가운데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촬영(MRI)에 대해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가운데 CT검사는 엑스선을 이용해 인체를 단층 촬영해 이를 컴퓨터로 처리하는 의학 화상처리 기술을 의미한다. CT는 뇌, 흉부, 복부, 팔다리와 같은 광범위한 분야의 영상처리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비행기 엔진, 전략용 미사일, 금속 도관 같은 물체의 내부를 정밀하게 검사할 때도 널리 이용하고 있다. 눈도 여러 인체 장기와 마찬가지로 단층 이미지 검사가 필요할 때가 많다. 하지만 안과에서는 일반 CT보다 훨씬 더 자주 활용하는 ‘빛간섭단층촬영’(OCT)이라는 검사가 있다. 보통 환자들에게 생소한 용어이기 때문에 ‘눈CT 검사’라고 설명하면 쉽게 이해한다. OCT는 시력과 가장 관련성이 높은 망막 질환이나 시신경 질환의 진단과 경과 관찰에 필수적이다. 매우 획기적인 검사법의 하나로 이전까지의 진단과 치료 기준이 바뀌게 된 안과학 발전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OCT는 눈 조직을 절개하지 않고도 단면을 관찰할 수 있다. 기능은 레이저를 만들어 내는 광원에서 레이저를 둘로 분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하나는 조직으로 보내고 다른 하나는 기준 거울로 보낸다. 조직과 거울로부터 반사돼 돌아오는 두 레이저의 빛간섭 현상을 분석해 조직의 단층 영상을 얻는 것이다. OCT가 의외로 ‘스타워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아는 이가 드물 것이다. 이는 OCT 초기 개발과정과 관련이 있다. OCT는 1991년 매사추세츠공대(MIT) 전기공학자들이 개발했다. 연구 결과가 과학저널인 ‘사이언스’에 실리며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초기 OCT의 레이저 기술은 광섬유 네트워크와 위성 간 통신을 이용한 ‘광학 통신기술’에 기반한 것이었다. 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팀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주도한 미사일 방어 프로그램, 일명 스타워스 개발 정책의 지원을 받았다. 당시 미 공군은 스타워스에 활용할 광학·광자 기술에 매우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의료기술과 전혀 관련이 없는 미 공군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OCT가 미래에 안과에서 이토록 많은 역할을 수행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초기 OCT를 개발한 지 26년이 지난 현재 OCT는 해상도와 임상적용 측면에서 비약적 발전을 거듭해 안과 외의 분야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심장내과 분야에서는 ‘OCT 내시경’을 이용해 혈관을 촬영하고 그 이미지를 진단에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막힌 심장혈관을 뚫는 ‘심혈관 중재술’을 할 때 스텐트 삽입 뒤 혈관벽과의 밀착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OCT를 중요한 진단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희귀병인 ‘손바닥 과각화증’ 진단에 OCT 이미지를 활용한다. 손바닥 피부의 상세한 구조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비인후과에서도 고막 뒷부분이나 기도 윗부분을 OCT로 생생하게 시각화해 여러 질환을 진단하고 있다. OCT처럼 인류가 개발한 과학기술이 원래 의도하지 않았던 분야에서 활용되는 예는 의료 외의 분야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첨단기술을 향한 과학자들의 ‘짝사랑’의 결과가 OCT처럼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신통하게 활용되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기술과 과학의 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다. 모든 측면을 예상할 수는 없지만 우리에게서 비롯된 기술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의공학자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와우! 과학] 세포 때리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망치’ 개발

    [와우! 과학] 세포 때리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망치’ 개발

    과학자들이 세포 하나를 때릴 수 있는 작은 망치를 개발했다. 못이 아니라 세포를 때리는 이유는 물론 연구를 위해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타바버라캠퍼스 연구팀은 미 연방정부의 뇌 과학 연구 프로젝트인 브레인(BRAIN·Brain Research through Advancing Innovative Neurotechnologies)의 일부로 이 미세 망치를 개발했다. 마이크로 해머(microHammer)라고 명명된 이 장치는 신경 세포와 신경 세포로 분화하는 신경 전구세포에 물리적 충격을 주기 위해서 개발된 것이다. 뇌를 이루는 신경 세포와 신경 조직은 매우 중요하지만, 부드럽고 약하기 때문에 단단한 두개골과 뇌척수액으로 보호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뇌세포가 물리적 충격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교통사고를 비롯하여 여러 원치 않는 사고로 인해 심한 충격을 받는 일이 생긴다. 그러나 단일 신경 세포가 이런 물리적 충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지금까지 알기 어려웠다. 마이크로 해머는 이와 같은 연구에 특화된 특수 장치로 단일 세포가 물리적 충격을 받았을 때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실시간으로 연구할 수 있는 장치다. 사진에서 좌측 위에 보이는 부분으로 세포를 흘려보낸 후 망치로 물리적 충격을 가하고 세포의 변화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연구가 뇌세포는 물론이고 여러 세포가 물리적 충격에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사고 등으로 심한 물리적 충격을 받은 환자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처럼 외상에 의해서 생기지 않는 뇌 질환의 단서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비록 죄 없는 세포들의 희생이 필요하지만, 앞으로 질병 치료의 단서가 얻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엄마의 ‘겨울 우울증’을 외면하지 마세요

    엄마의 ‘겨울 우울증’을 외면하지 마세요

    겨울 일조량 감소…무기력감 커져과식하고 당분·탄수화물 찾는 증상심하면 광선요법·항우울제 처방도서울에 사는 주부 이연정(46·여·가명)씨는 최근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며 가족들과 불화를 겪었다. 지난해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딸의 대학 진학 문제로 골머리를 앓다 최근 한숨 돌릴 정도로 여유가 생겼지만 소화가 잘 안 될뿐더러 가족에게 짜증만 내는 상황이 잦아졌다. 특히 12시간을 자도 졸린 증상이 이어졌다. 병원에서 피로와 관련된 검사를 받아 봤지만 정상으로 나와 더 당황했다. 결국 이씨는 인근 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계절성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우리나라 인구의 5~10%는 일생 동안 한 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한다. 201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분석에 따르면 특히 40대 이상 여성이 우울증 환자의 절반 이상인 53.5%에 이르렀다. 폐경과 자녀의 독립으로 인한 심리적 허탈감 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 계절성 요인이 더해지면서 증상이 심해진다. 우울증은 겨울철에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학계에서는 일반인의 15%가 겨울철에 우울감을 경험하고 2~3%는 실제로 계절성 우울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조량 변화로 우울증 심해져 늦가을이나 초겨울부터 증상이 점점 심해지면서 겨우내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치료를 받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일조량의 변화다. 서호석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5일 “겨울철 햇빛의 양과 일조시간의 부족은 슬픔, 과식, 과수면 등을 일으키는 생화학적 반응을 유도한다”며 “우리 뇌의 생물학적 시계는 외부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지만 계절성 우울증 환자는 이런 능력이 저하돼 있다”고 설명했다. 우울증은 기분이 우울해지고 쉽게 피로해하며 아무것도 하기 싫어져 의욕을 상실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계절성 우울증은 차이가 있다. 식욕저하를 동반하는 일반 우울증과 달리 일부 계절성 우울증 환자는 과식을 하고 단 음식과 당분을 많이 찾는다. 식욕이 왕성해져 탄수화물 섭취가 늘어나고 살이 많이 찌는 경우도 있다. 또 수면과 관련된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증가해 잠이 너무 와서 무기력하게 누워 지내는 경우가 많다. 서 교수는 “일반적으로 봄이 되면 증상이 점차 사라진다”며 “우울증이 아니더라도 우울감을 경험했다면 낮 동안 야외 활동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적어도 하루 30분 이상 햇빛을 쬐면 비타민D가 생성돼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방 안의 불빛을 밝게 조절하고 낮 동안에는 커튼을 걷고 의자 배치는 눈이 창문 쪽을 향하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술에 의지하면 증상 되레 악화 술은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할 수 있지만 우울증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대신 가족이나 친구, 이웃, 동료와 대화를 나누거나 취미생활을 함께 즐기는 것이 좋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신뢰할 수 있는 가족, 친구들에게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힘든 시기를 지나는 동안 지지를 받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계절에 따라 자신의 기분이 어떻게 변하는지 스스로 살피고 계속 나빠지면 바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병원을 찾으면 매일 일정한 시간 동안 강한 빛을 쬐는 ‘광선요법’과 항우울제 처방을 해 준다. 정 교수는 광선요법에 대해 “치료를 하는 동안 자유롭게 읽고 쓰고 먹으며 시간을 보내면 된다”고 말했다. 잠은 규칙적으로 자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비타민제 복용이나 하루 8잔 정도의 수분 섭취를 통해 몸의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는 것도 계절성 우울증을 예방하거나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걷기, 조깅 등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운동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만족감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서 교수는 “낮 시간 실외에서 운동을 하면 햇빛을 쬐는 효과까지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메디컬 인사이드] 술만 마시면 ‘블랙아웃’…뇌가 쪼그라든다

    [메디컬 인사이드] 술만 마시면 ‘블랙아웃’…뇌가 쪼그라든다

    ‘뇌실’ 확대…기억력 줄고 난폭해져음주 시 충분한 식사·물 섭취 필요술잔 크기 줄이고 ‘원샷’하지 말아야우리나라 국민들의 음주량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입니다. 그렇지만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음주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서 한국인의 1회 평균 음주량은 맥주(200㎖) 4.9잔, 소주(50㎖) 6.1잔, 탁주(200㎖) 3잔으로 2013년과 비교하면 각각 0.7잔, 0.3잔, 0.2잔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20대는 여전히 음주량이 많습니다. 남성 기준 소주 8.8잔, 여성 5.9잔 이상인 고위험군 음주율은 20대 65.2%, 30대 62.4%, 40대 62%였습니다. 아무래도 젊으니까 건강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겠지요. 그렇지만 많은 이들이 젊을 때부터 과음하면 뇌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5일 학계에 따르면 고신대 의대 가정의학과 연구팀은 2010년 가정의학회지에 한 28세 은행원의 사례를 보고했습니다. 뇌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20대에서는 드물게 치매나 알코올 중독자와 유사한 심각한 뇌조직 위축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신경정신계 이상은 없었지만 뇌조직이 쪼그라드는 증상이 심해 의료진은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고혈압 같은 특별한 질병은 없었습니다. 분석 결과 가장 유력한 이유는 결국 ‘술’로 드러났습니다. 환자는 무려 10년 동안 일주일에 3~4회씩, 매번 소주 1.5병을 마셨다고 했습니다.●블랙아웃 안심하면 손상 시작 젊을 때는 흔히 ‘필름이 끊긴다’고 표현하는 ‘블랙아웃’이 드물게 나타납니다. 대뇌 깊숙한 곳에 있는 기억력을 담당하는 변연계의 신경세포인 ‘해마’가 알코올 때문에 마비되는 증상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술 취한 상태에서 타인을 해쳤거나 이상한 행동을 한 것은 아닌지 떠올리려 노력하며 괴로워합니다. 이무형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블랙아웃은 특히 급격한 혈중 알코올 농도 상승과 관련이 있다”며 “음주 후 수시간, 즉 혈중 알코올 농도가 올라가는 시점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 이상이면 사고와 판단이 느슨해지기 시작하지만 대체로 지능은 잘 유지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안심하고 폭음을 이어 갑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가 발생하는데,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히드는 해마의 신경세포 재생을 억제합니다. 영구 기억으로 저장하기 전의 기억이 임시로 머무는 장소인 해마가 손상되면서 영구 기억 자체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초기에는 이런 뇌의 기능에만 문제가 생겼다가 바로 복구되지만 블랙아웃이 이어지면 뇌의 광범위한 구조 변화가 일어납니다. 뇌가 쪼그라들면서 뇌의 텅 빈 공간인 ‘뇌실’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 웨슬리대 연구 결과 하루 소주 3잔에 해당하는 알코올을 30년 이상 마시면 뇌세포 파괴 속도가 빨라져 뇌의 용량이 평균 1.3% 줄어들고 하루 1잔씩만 마셔도 0.5%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뇌의 기능이 떨어지면 음주 조절 능력이 낮아져 더 많은 양의 술을 마시게 되고 폭음의 악순환을 낳습니다. 이 원장은 “뇌의 위축은 기억력 저하와 성격의 변화를 동시에 일으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경고했습니다. 장기간의 알코올 섭취는 기억 중추와 함께 사람의 성격이나 감정, 행동을 조절하는 ‘전두엽’을 손상시킵니다. 그래서 ‘노인성 치매’ 환자는 기억력 장애와 언어 장애만 나타나는 데 반해 ‘알코올성 치매’ 환자는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에도 심각한 문제가 나타납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술에 취하면 평소와 달리 난폭한 모습을 보이고 화를 잘 내며 폭력적인 성향이 드러난다”며 “변화된 성격이 굳어지면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도 공격적이고 신경질적인 사람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블랙아웃과 뇌위축, 알코올성 치매로 연결되는 과정을 끊으려면 결국 절주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6개월에 2회 이상 블랙아웃을 경험하고 이후 그 빈도가 잦아진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상담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음주량 줄이는 습관이 관건 과음하는 습관은 사실 단숨에 끊어야 합니다. 조금만 여유를 줘도 음주량은 금방 회복됩니다. 남궁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침 해장술은 속을 풀어 준다’는 식으로 해장술을 즐기기 시작하는 순간 알코올 중독이 됐다고 봐도 틀리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업무상 술자리가 많아 과음을 피하지 못한다면 몇 가지 수칙을 기억해야 합니다. 남 교수의 설명에 따르자면 우선 식사를 충분히 한 뒤 식욕을 가라앉히고 술을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갈증이 날 때는 물이나 음료를 충분히 마셔 갈증을 풀고 술을 마셔야 합니다. 술을 많이 마시지 않기 위한 전략이지요. 소주를 마시면 소주잔보다 작은 양주잔을 사용하고 맥주를 마실 때는 작은 음료수잔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특히 술을 가득 따르지 말고 절반만 따르는 술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받은 술잔은 바로 들지 말고 일단 탁자에 내려놓았다가 시간을 갖고 마시는 게 좋습니다. 술을 마시는 것보다 주변 사람과 이야기를 많이 하고, 남을 욕하기보다 칭찬을 많이 하면 술을 적게 마시게 됩니다. 남 교수는 “술잔을 한 번에 비우지 말고, 여러 번 나눠 마시고 술은 한 가지 종류만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아마 이런 방식으로 술을 마시면 주변에서 큰 소리로 참견을 하고 “재미없다”며 핀잔을 줄 겁니다. 결국 핀잔을 주는 그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이 절주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입니다. 윗사람이라면 술자리에서 과음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혀야 뇌위축과 알코올 중독, 알코올성 치매의 연결 고리를 끊을 수 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감칠맛 찾는 당신, 진화하고 있군요

    감칠맛 찾는 당신, 진화하고 있군요

    미각의 비밀/존 매퀘이드 지음/이충호 옮김/문학동네/380쪽/1만 6000원 맛의 시대다. 레시피부터 맛집 소개까지, 미식과 관련된 수많은 출판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견줘 새 책 ‘미각의 비밀’은 맛을 다루는 일반적인 책들과 전혀 다른 궤적을 따라간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신화와 철학, 문학 등을 뒤섞어 미각의 유래와 미래, 그리고 변화 과정 등을 풀어내고 있다. 맛의 전기이자 미각의 크로니클이라 해도 틀리지 않겠다.책은 맛의 진화를 생명의 진화와 연계해 파악하고 있다. 미각의 탄생 과정을 지구상에 생물이 등장해 먹이를 잡기 시작한 단계부터 불을 사용해 미각과 후각, 시각, 청각, 촉각이 향미 단계로 합쳐지는 단계까지 다섯 단계로 나눠 따라간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맛을 여러 감각 중에서 가장 저속한 것으로 평가했다. 플라톤은 “배는 이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며 우상과 욕망의 힘에 지배를 받는다”며 미각의 가치를 낮춰 봤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를 정의하는 핵심요소로서 미각은 시각이나 청각 등 다른 감각보다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삼엽충 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채집과 사냥, 음식섭취는 생명의 끝없는 자동 갱신을 촉진했고, 결국 인간의 큰 뇌와 문화적 업적까지 이끌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4억 5000만년 전에 나타난 먹장어는 바다 동물의 사체를 먹이로 삼는다. 이는 아주 성공적인 진화 전략이었다. 다른 동물들이 역겨워할 것을 먹이로 택해 경쟁을 줄이고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산 생물의 자리를 꿰찼으니 말이다. 사람의 피가 더운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진화의 산물이다. 냉혈동물인 공룡은 주변 기온에 따라 에너지를 조절하며 쉴 수 있었지만 공룡을 피해 살아야 했던 포유류는 먹이를 빨리, 그리고 효율적으로 소화시켜야 생존할 수 있었다. 이러다 보니 기초 대사량이 늘고 피도 뜨거워졌다는 것이다. 뇌 구조 역시 비슷한 논리로 설명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발달된 인간의 큰 뇌는 더 훌륭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도록 도왔고, 우리 조상들은 훌륭한 기술을 가진 사냥꾼과 요리사가 되는 선순환을 일궈냄으로써 약한 인간으로서의 신체적 결함을 보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인간은 단맛, 짠맛, 쓴맛, 신맛과 2000년대 공인된 감칠맛까지 다섯 가지 맛을 느낄 수 있다. 조만간 지방맛이 공인되면 인증 미각은 여섯 가지로 늘게 된다. 육식만 하는 대형 고양잇과 동물들이 단맛을 잃었다거나, 물고기를 통째 삼키는 돌고래가 짠맛만 느끼게 된 것과 견주면 미각이 얼마나 인간을 아름답고 빛나는 존재로 진화시켰는지 알게 된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아프리카는 열등한가 세계인의 양심에 묻다

    아프리카는 열등한가 세계인의 양심에 묻다

    오브 아프리카/월레 소잉카 지음/왕은철 옮김/삼천리/272쪽/1만 6000원 지난해 미국 대선 기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 영주권을 찢어버리고 출국하겠다”고 선언했던 월레 소잉카(83). 지난해 12월 초 그는 약속대로 20년 넘게 살던 미국을 떠나 고국 나이지리아로 돌아갔다. 극작가이자 시인, 소설가인 소잉카는 아프리카의 자유, 인권, 평화를 위해 분투하며 이를 작품에 녹여내 1986년 아프리카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세속적인 의미에서 성인(聖人)의 지위에 오를 만한 아프리카인’, ‘호랑이’(나딘 고디머) 등의 수식어를 단 이유다.그가 자신의 요람이자 토양인 ‘극단적인 것들의 대륙’, 아프리카의 실체를 벗기고 가치를 드러내는 열정적인 에세이를 내놨다. 2012년 예일대 출판부에서 출간한 ‘아웃 아프리카’다. 제목은 소설이자 영화로도 옮겨진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연상시킨다. 이를 가리켜 왕은철 번역가는 책을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되받아 쓴 탈식민 담론”이라고 말한다. 아프리카에 대한 숱한 편견과 차별 등을 걷어내고 진정한 탐색에 나서려는 작가의 의도를 담은 제목인 셈이다.“아프리카인들은 선천적으로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서구인(뿐 아니라 세계인일 것이다)들에 대해 분노하는 그는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편견과 위선을 낱낱이 해부한다. 아프리카의 자원을 흡혈귀처럼 빨아들이기 위해 독재정권과 손잡는 외국 열강과 초국적 기업들이 아프리카에서 민주주의를 거세하는 주범이라는 지적은 둔중하게 와 닿는다. ‘외국 열강과 초국적 기업들은 독재 정권과 상대하기를 좋아한다. 기관을 통한 감독이 느슨해서 계약이 훨씬 더 빨리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들(외부와 독재 세력)은 민주주의가 아프리카 전통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지껄인다. 그래서 아프리카 대륙을 근대 세계의 주된 흐름에 합류시키려면 ‘강력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신화가 만들어지고, 그것은 통상 사절이 떠받드는 복음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주의 신봉자들은 이단자이자 변절자로 매도되고 만다.’(33쪽) 그는 ‘백내장 낀 눈’으로 아프리카를 왜곡해 온 외부 세력으로 세계 문학의 거장으로 묶이는 호메로스, 헤로도토스, 셰익스피어도 지목한다. 이들이 제멋대로 상상한 아프리카 대륙과 사람에 대한 야만의 풍경들이 오늘날까지 세계인들의 뇌리에 허구화된 아프리카의 이미지를 박히게 했다는 지적이다. 소잉카는 패권주의자들의 장난질에 고통과 죽음으로 내몰리는 아프리카 수백만명의 삶을 통절한 아픔으로 응시하면서도 아프리카 내부의 모순과 치부를 들춰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과거 노예 무역에 식민주의자들뿐 아니라 아프리카인들이 공모자로 나섰다는 점을 지적하고 전쟁과 내란을 유발하며 대륙을 피로 물들이는 근본주의자들과 독재자들을 비판하는 그의 문장에는 통렬한 자기 성찰과 반성이 배어 있다. 하지만 줄곧 비관과 절망만 흐르는 것은 아니다. ‘절망스러워하기 전에 주목할 것은, “늘 뭔가 새로운 것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 온 대륙이 사실, 역사를 갖고 있으며 인간의 창조성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확장시킬 뿐 아니라 인간의 삶과 목적에 대한 온갖 수수께끼를 밝혀주는 경이로움의 역사와 현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38~39) “아프리카의 인류는 세계의 양심을 자극하는 것 이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지구적인 문화 자원의 중요한 역할, 조정자의 역할을 아프리카에 맡겼으면 좋겠다”는 당부로 글을 끝맺는다. 그 가운데 하나로 아프리카 영성의 가치에 주목한다. 이슬람이나 기독교보다 오래된 서아프리카 요루바족의 수천년 된 종교인 오리사교가 품고 있는 관용의 미덕이야말로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해결하지 못한 갈등, 우리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딜레마를 풀 수 있는 해법이라면서 말이다. 옮긴이의 말에서 “스스로 번역자로서의 능력을 의심할 정도로, 이번 경우처럼 번역이 힘든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털어놓는 왕은철 번역가는 글이 모호하고 어색하며 스타일 상의 문제도 있다고 지적한다. 아프리카의 민낯을 세계사적으로 고찰하는 쉽지 않은 주제인데다, 우리에겐 낯선 아프리카의 사상가, 지도자들의 이름, 토속 종교의 철학 등을 짚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읽기 수월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뇌에 부담을 주고 품을 들여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귀한 목소리임은 부정할 수 없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인류 다이어트 혁신?…체지방 태우는 호르몬 발견

    인류 다이어트 혁신?…체지방 태우는 호르몬 발견

    체지방 연소를 유발하는 호르몬을 미국 스크립스연구소(TSRI)의 생물학자들이 발견해냈다. 이는 생물연구 분야에 흔히 쓰이는 예쁜꼬마선충을 대상으로 삼은 실험 연구에서 발견된 것으로 앞으로 이런 작용을 하는 호르몬이 우리 인간에게서도 확인되면 다이어트 분야에 혁신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이번 발견에 대해 연구를 총괄한 수프리야 스리니바산 TSRI 조교수는 “기초 과학이 흥미로운 수수께끼의 열쇠였다”고 설명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은 지방 연소를 유발한다. 하지만 이런 작용이 정확히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의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연구진은 예쁜꼬마선충을 사용한 실험을 진행했다. 왜냐하면 이런 선형동물은 인간보다 단순한 대사체계를 갖고 있지만, 그 뇌는 우리와 같은 신호를 내보내는 많은 분자를 생성하므로 결과는 우리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런 예쁜꼬마선충의 유전자를 제거함으로써 뇌의 세로토닌과 장내 지방 연소 사이의 경로를 억제할 수 있는지 조사했다. 왜냐하면 각 유전자를 차례로 검사하면 지방 연소가 일어나지 않는 유전자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런 제거 과정을 통해 연구진은 ‘플립-7’(FLP-7)이라는 이름의 신경 펩타이드 호르몬의 정보를 가진 유전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흥미롭게도 연구진은 포유류도 역시 플립-7과 비슷한 호르몬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금으로부터 80년 전 돼지의 창자에 유입돼 근육 수축을 유발한 펩타이드 ‘타키키닌’이 바로 이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타키키닌이 뇌와 소화 기관을 연결하는 호르몬이라고 믿어 왔지만, 지금까지 누구도 이 신경 펩타이드 호르몬이 지방의 대사 작용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혀내지 못했다. 그다음 단계로 연구진은 플립-7이 뇌의 세로토닌 수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라비니아 팔라미욱 TSRI 연구원은 플립-7에 적색 형광단백질을 ‘마킹’(표지)해 살아있는 예쁜꼬마선충에서 일어나는 작용을 볼 수 있었다. 왜냐하면 예쁜꼬마선충은 투명해 속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플립-7이 실제로 세로토닌 수치를 상승하게 하는 반응으로 뇌의 뉴런(신경세포)으로부터 분비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그런 다음 플립-7은 순환기관을 통해 소화기관에서 지방을 연소하는 과정을 시작했다. “이 과정은 우리에게 중대한 순간이었다”고 스리니바산 교수는 말했다. 이렇게 연구진은 최초로 음식 섭취에 어떤 영향도 없이 지방의 대사 작용을 구체적이며 선택적으로 자극하는 뇌 호르몬을 발견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새롭게 확인된 이번 지방 연소 과정의 경로는 다음과 같이 작용한다. 뇌의 신경회로는 음식 공급 등의 감각 신호에 반응해 세로토닌을 생성한다. 이는 다른 뉴런 다발에 신호를 보내 플립-7을 생성하기 시작한다. 그런 다음 플립-7은 소화 기관 세포에서 수용체를 활성화하고 이 기관은 지방을 에너지로 바꾸기 시작하는 것이다. 또한 연구진은 플립-7 수치를 직접 조절함으로써 나타나는 결과를 조사했다. 세로토닌 자체가 증가하면 음식 섭취와 운동, 그리고 생식 행동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연구진은 플립-7의 수치를 높이면 이후 어떤 부작용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예쁜꼬마선충은 단순히 더 많은 지방을 태우는 동안 계속해서 정상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스리니바산 교수는 “이번 결과는 전반적으로 세로토닌 수치를 조절할 때 자주 나타나는 부작용 없이 플립-7의 수치를 조절하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한 연구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1월 27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수면 부족은 기억력 감퇴의 결정적 요인…심할 경우 기억상실증도

    수면 부족은 기억력 감퇴의 결정적 요인…심할 경우 기억상실증도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경쟁에 내몰리는 한국 학생들은 항상 잠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중학생은 평균 7.1시간, 고등학생은 5.7시간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계에서 권고하고 있는 청소년 적정수면시간인 8시간에 못 미치고 있다. 이처럼 잠이 만성적으로 부족하게 되면 일시적인 기억력 감퇴는 물론 심할 경우 단기 기억상실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학업성적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조건 잠을 줄여가면서 공부하는 것보다는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신경과학과와 생물화학과 연구진은 수면부족이나 불면증 같은 수면장애가 오래 지속되거나 수면제를 자주 복용하면 기억과 관련된 뇌 속 화학반응 시스템을 교란시켜 기억력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3일자에 발표됐다. 외부에서 정보가 들어오면 시냅스(뇌 신경세포)가 변화되면서 기억으로 저장된다. 문제는 외부에서 끊임없이 정보가 들어와 시냅스의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되면 학습과 기억에 도리어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실제로 생쥐가 깨어있을 때와 잠을 잘 때 기억과 관련된 해마와 대뇌피질 부분을 전자주사현미경(SEM)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잠이 든 생쥐는 시냅스 수용체 단백질의 수치를 평소보다 20% 낮춰 기억을 정리하는 과정을 갖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반면 잠을 자지 못하고 깨어있는 생쥐는 시냅스 수용체 단백질이 과다하게 발현돼 학습 내용을 장기기억으로 전환시키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뇌 신경세포의 칼슘과 노르아드레날린 제어에 관련된 ‘Homer1a’라는 유전자가 깊이 관여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깨어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많은 칼슘과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데 이렇게 될 경우 뇌 신경세포는 지나치게 자극을 받고 결국 세포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잠을 자는 동안 Homer1a 유전자가 칼슘과 노르아드레날린 수치를 낮추고, 뇌 신경세포가 학습된 것을 기억하기 위해 재조정을 한다는 것이다. 리처드 후가니어 신경과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면부족이 살아있는 동물의 항상성을 약화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최초의 증거”라며 “깨어있는 중에 아무리 많은 정보를 머릿 속에 넣더라도 잠을 통해 충분한 뇌 신경세포의 재조정 시간을 갖지 못한다면 기억 상실이나 기억력 퇴보가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수면 부족, 기억력 감퇴에 치명적…심할 경우 기억상실증도 유발

    수면 부족, 기억력 감퇴에 치명적…심할 경우 기억상실증도 유발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경쟁에 내몰리는 한국 학생들은 항상 잠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중학생은 평균 7.1시간, 고등학생은 5.7시간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계에서 권고하고 있는 청소년 적정수면시간인 8시간에 못 미치고 있다. 이처럼 잠이 만성적으로 부족하게 되면 일시적인 기억력 감퇴는 물론 심할 경우 단기 기억상실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학업성적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조건 잠을 줄여가면서 공부하는 것보다는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신경과학과와 생물화학과 연구진은 수면부족이나 불면증 같은 수면장애가 오래 지속되거나 수면제를 자주 복용하면 기억과 관련된 뇌 속 화학반응 시스템을 교란시켜 기억력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3일자에 발표됐다.  외부에서 정보가 들어오면 시냅스(뇌 신경세포)가 변화되면서 기억으로 저장된다. 문제는 외부에서 끊임없이 정보가 들어와 시냅스의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되면 학습과 기억에 도리어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실제로 생쥐가 깨어있을 때와 잠을 잘 때 기억과 관련된 해마와 대뇌피질 부분을 전자주사현미경(SEM)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잠이 든 생쥐는 시냅스 수용체 단백질의 수치를 평소보다 20% 낮춰 기억을 정리하는 과정을 갖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반면 잠을 자지 못하고 깨어있는 생쥐는 시냅스 수용체 단백질이 과다하게 발현돼 학습 내용을 장기기억으로 전환시키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뇌 신경세포의 칼슘과 노르아드레날린 제어에 관련된 ‘Homer1a’라는 유전자가 깊이 관여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깨어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많은 칼슘과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데 이렇게 될 경우 뇌 신경세포는 지나치게 자극을 받고 결국 세포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잠을 자는 동안 Homer1a 유전자가 칼슘과 노르아드레날린 수치를 낮추고, 뇌 신경세포가 학습된 것을 기억하기 위해 재조정을 한다는 것이다.  리처드 후가니어 신경과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면부족이 살아있는 동물의 항상성을 약화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최초의 증거”라며 “깨어있는 중에 아무리 많은 정보를 머릿 속에 넣더라도 잠을 통해 충분한 뇌 신경세포의 재조정 시간을 갖지 못한다면 기억 상실이나 기억력 퇴보가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생각 읽는 뇌컴퓨터…전신마비 환자 의사소통 도와

    생각 읽는 뇌컴퓨터…전신마비 환자 의사소통 도와

    락트-인 증후군(CLIS)을 가진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락트-인 증후군은 의식은 있지만 전신마비로 인해 외부자극에 전혀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새로운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시스템이 근육을 움직이지 않고도 이들의 생각을 전달해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한다고 보도했다. 스위스 제네바 바이오 신경공학 연구팀은 산소포화도와 뇌의 전기적 활동량을 측정하기 위해 근적외선 분광법, 뇌전도(EFG)가 결합된 인터페이스 시스템을 만들었다. 연구진들은 이번에 개발한 장치가 락트인 증후군을 앓는 이들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신경계통이 완전히 파괴된 루게릭 환자 4명을 실험대상으로 했다. 연구진들은 이미 답이 나와있는 개인적 질문이나 ‘네’, ‘아니오’로 답해야 하는 열린 질문을 했다. 참가자들은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 장치를 착용하는 동안 답을 생각했고, 비침습적 장치는 혈중 산소 포화도의 변화를 측정해 반응을 감지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의 대답이 약 70% 정확했고 참가자 모두는 ‘당신은 행복한가’라는 반복된 질문에 ‘그렇다’라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는 그들의 몸은 불편할지라도 가정에서 충분히 보호받으며 삶의 질이 만족스럽다고 느끼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를 이끈 닐 빌바우머 교수는 "나의 기존 이론이 '락트인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의 의사소통은 불가능하다'였는데, 놀라운 결과가 이를 뒤집었다. 모든 참가자가 그들 스스로 생각해서 개인적인 질문에 대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더 많은 환자들에게 이 연구를 반복 실험한다면, 운동 뉴런증(운동 신경 세포와 근육이 서서히 약화되는 불치병)을 겪는 사람들도 대화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들의 일상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 사용된 기술을 더 넓게 적용하면 신경장애 환자를 치료하고 감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닐 빌바우머 교수는 "락트인 증후군 환자들의 의사소통 능력을 회복시키는 것은 신체 움직임을 회복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라 전했다. 또한 "생물공학 연구소에서 임상적으로 유용한 기술을 개발해 루게릭, 중풍 또는 척수부상을 입은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머리 좋아지는 기계? 기억력 높이는 연구 진행 중

    [고든 정의 TECH+] 머리 좋아지는 기계? 기억력 높이는 연구 진행 중

    몇 년 전부터 과학자들은 뇌의 특정 부위를 자기장으로 자극해서 기억력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본래 다른 질병의 치료 목적으로 개발되었던 경두개 자기장 자극(TMS·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기술을 이용해서 기억력을 향상할 수 있음을 알아낸 것입니다. 과학자들이 이 기술을 사용한 이유는 두개골을 절개하거나 구멍을 뚫는 침습적인 시술 없이 피험자의 뇌 깊숙한 부분까지 전기적으로 자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억력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해마(hippocampus)는 뇌의 안쪽에 있어 다른 방법으로 자극하는 것 자체가 위험합니다. 2014년 노스웨스턴대학의 연구팀은 해마와 연관되어 기억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대뇌 피질부위를 경두개 자기장 자극 기술로 자극했습니다. 16명의 건강한 사람이 이 연구에 자원했는데, 사실 이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피험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진짜 자기장 자극을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되었던 것입니다. 자기장은 느낄 수 없으므로 참가자는 자신이 진짜 자극을 받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물론 연구 결과는 실제 자극을 받은 사람의 기억력이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전후로 여러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작년에는 다국적 연구팀이 TMS 기술을 이용해서 잊어버린 기억력을 다시 기억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최근에는 다시 노스웨스턴대학의 연구팀이 HPM(hippocampal posterior-medial) 네트워크를 TMS로 자극해서 기억력 가운데서 사물의 크기, 모양, 색상을 기억하는 능력을 높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이런 기억력 향상은 24시간 이내의 단기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수험생들에게는 아쉬운 소식이지만, 아직 학습 능력 향상을 위해 사용하기는 시기상조입니다. 물론 과학자들의 목적 역시 시험 성적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것입니다. 과학자들의 첫 번째 목표는 우리 인간의 기억이 어떻게 저장되고 다시 호출되는지를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고 연구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과제는 알츠하이머 환자를 비롯한 기억력과 인지 능력 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를 도울 방법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아마도 후자가 이런 연구를 진행하는 가장 시급한 목표일 것입니다. 물론 당장에는 어려운 목표지만, 다른 과학 기술 분야와 마찬가지로 뇌 과학의 발전 역시 우리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지금처럼 연구가 계속되면 질병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머리를 좋게 만드는 기계가 나올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것이 인류에게 축복이 될지 아니면 재앙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이런 기술을 개발할 만큼 현명하고 또 이 기술을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지혜가 있다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쓰일 수 있을 것입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건강을 부탁해] 숙면에 도움 주는 ‘반전 식품’ 4가지

    [건강을 부탁해] 숙면에 도움 주는 ‘반전 식품’ 4가지

    수면장애를 겪는 현대인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는 성인 20%, 중국에서는 39.2%가 불면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영국의 수면 전문가인 새미 마르고 박사는 현대인들의 고질병이 된 수면장애 해결에 도움이 되는 식품 4가지를 소개했다. 여기에는 언뜻 보아 수면과는 연관이 없어 보이는 식품도 포함돼 있다. ◆ 바나나 마그네슘이 풍부한 바나나는 근육을 이완시키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세로토닌과 멜라토닌 등 수면과 관련한 호르몬 생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세로토닌 호르몬은 뇌의 시상하부 중추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수면에 필수적인 멜라토닌을 만드는데 핵심 역할을 한다.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이 줄어들면 생체리듬에 혼란이 생기고 수면에 장애를 겪을 수 있다. ◆꿀 꿀에는 포도당이 다량 함유돼 있다. 포도당은 뇌의 시상하부에서 분비돼 식욕을 관장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오렉신을 차단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오렉신은 식욕 뿐만 아니라 의식을 깨우거나 주의력을 높이는 등의 각성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면 시간에는 오렉신의 분비량이 떨어져야 숙면을 취할 수 있다. 꿀은 오렉신을 차단하는데 도움을 준다. ◆아몬드 트립토판(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과 마그네숨이 풍부한 아몬드는 근육을 이완시키고 신경 기능의 활성화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또 아침부터 저녁까지 쌓인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는 데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귀리 세계 10대 슈퍼푸드로도 꼽히는 귀리에는 멜라토닌 성분이 풍부해서 불면증 개선에 도움을 준다. 또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을 낮춰서 건강을 유지하는데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마르고 박사는 위 식품과 반대로 수면에 장애가 되는 식품으로 술, 매운 음식, 아이스크림과 같은 고지방 음식, 커피, 치즈 등을 꼽았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우주에 다녀온 우주인의 ‘뇌’는 달라진다

    우주에 다녀온 우주인의 ‘뇌’는 달라진다

    우주에서 일정시간을 보내다 온 우주인들의 뇌가 지상에 있을 때와는 다른 형태로 변화한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미국 미시간대학 연구진은 우주왕복선에 탑승해 우주에서 2주를 보냈던 우주인 12명과, 우주정거장에서 6개월을 보낸 경험이 있는 우주인 14명의 뇌를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로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의 뇌는 우주에 가기 전과 다녀오고 난 뒤 공통적으로 뇌 곳곳의 회색질(Grey Matter) 용적이 늘어나거나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회색질이란 중추신경계에서 신경세포가 밀집되어 있는 부분으로, 정보처리와 인지기능, 사람의 얼굴 표정을 읽는 능력 및 정서조절 능력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주에 오래 있었던 우주인에게서 더욱 확연하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뇌에서 하지의 운동기능성을 담당하는 부위의 회색질 용적은 지상에 있었을 때보다 증가한 반면, 뇌척수액의 분비와 배포를 담당하는 부위의 회백질 용적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하지 운동기능성을 담당하는 뇌 부위의 회백질 용적이 증가했다는 것은, 우리 뇌가 미세중력 공간에서 움직이는 법을 새롭게 익히기 위해 뇌가 활발하게 움직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뇌척수액 분비와 배포를 담당하는 뇌 부위의 회백질 용적이 줄어든 것은, 중력이 존재하는 공간에서보다 미세중력 공간에서 뇌척수액을 뇌와 척수에 순환시키는 것이 더욱 수월하기 때문에 이 부위에 대한 활용도가 낮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를 이끈 미시간대학교의 레이첼 세이들러 박사는 “아직 이러한 변화의 정확한 과정은 밝혀내지 못했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뇌척수액 분비와 관련한 질병인 뇌수종 등의 치료방법을 찾아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초미세먼지, 치매 위험 높인다

    초미세 먼지(PM2.5) 노출이 알츠하이머 치매와 다른 형태의 치매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메디컬 뉴스 투데이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학 노인학대학의 칼렙 핀치 박사는 초미세 먼지에 자주 노출되면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이 80~90%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초미세 먼지란 차량, 발전소 등의 화석연료 연소에서 배출되는 인간 머리카락보다 30배나 작은 직경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고체 또는 액체 비말을 말한다. 핀치 박사는 48개 주에서 전국여성건강-기억력연구(WHIMS)에 참가한 여성 3647명(65~79세)을 대상으로 사는 지역의 초미세 먼지 농도(환경청 조사)와 치매 발생률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초미세 먼지 농도가 높은 지역에 사는 여성은 낮은 지역에 사는 여성에 비해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81%, 치매 발생률이 92%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연구팀은 초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사고, 기획, 문제 해결 등 고등기능을 수행하는 전두엽을 포함, 여러 주요 뇌 부위의 회색질과 백질의 용적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었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중개정신의학‘(Translational Psychiatry) 최신호에 발표됐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한국뇌은행장에 김종재 교수

    한국뇌은행장에 김종재 교수

    한국뇌연구원(KBRI)은 김종재(56) 울산대 의과대학 교수를 한국뇌은행장으로 선임했다고 31일 밝혔다. 김 신임 뇌은행장은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장을 겸하는 병리의학자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서울대 의대 교수, 국방부과학수사연구소 법의과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뇌은행은 인간 뇌 자원을 연구자에게 공급하기 위해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 주도로 한국뇌연구원에 설립해 지금까지 22명에게 뇌 조직을 기증받아 각 협력병원 뇌은행에 보관하고 있다.
  • 외국어 공부, 치매 발병 5년 늦춰 (연구)

    외국어 공부, 치매 발병 5년 늦춰 (연구)

    외국어 구사가 치매 발병을 5년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외국어는 학생들에게 목적지 중간에 놓인 커다란 산과 같은 대상이다. 영어건, 중국어건 어느 언어건 마찬가지다. 돌아가자니 여정이 너무 멀어지고, 넘어가자니 그 힘겨움이 막대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렇게 힘겹게 배우는 외국어일지라도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도록 배워놓으면 삶의 목표를 이루는 유용한 수단이 될 뿐 아니라 인지능력 향상 및 훗날 치매예방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산 라파엘레 건강보건대학(Vita-Salute San Raffaele University) 연구진은 최근 치매 의심 환자 85명을 상대로 진행한 치매와 외국어 구사와 연관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회보'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독일어와 이탈리아어를 할 줄 아는 그룹 45명과 독일어 또는 이탈리아어만 할 줄 아는 그룹 40명의 발병 시기, 기간, 연령 등을 비교 연구했다. 그 결과, 2개 언어를 구사하는 그룹이 1개 언어만 구사하는 그룹에 비해 치매 현상이 평균 5년 정도 더 늦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교육 수준이나 연령과 같은 기준보다 2개 언어 구사가 인지력 감퇴를 막는 수단으로서 더욱 효과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개 언어 구사가 효과적인 주된 이유 중 하나는 하나의 언어를 또다른 언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좌뇌에 있는 집행통제(executive control)기능에 연결된 뇌 부위 결합도를 강화시켜주기 때문이다. 충동억제를 담당하는 전대상피질과 복합적 행동에 관여하는 좌전두엽피질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실제 기존 연구에서도 인간의 두뇌를 스캔한 결과, 외국어 구사 성인들의 전두엽과 두정엽 부위 대뇌피질이 모국어만 사용하는 성인에 비해 더 많이 성장했다는 점을 알아냈다. 전두엽과 두정엽은 집중력, 억제력, 단기기억력 등을 관장하는 두뇌 영역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치매 예방 효과는 2개의 언어를 다루면서 뇌가 부가적 노력을 하기 때문에 얻어진 직접적인 결과일 것"이라면서 "치매의 발병 시점을 늦추는 것은 현대 과학의 중요한 연구 주제일 뿐 아니라 생체내 신경생물학적 증거의 발현은 외국어 학습 및 구사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포토리아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자꾸 나오는 하품? 당신의 뇌는 차가워지고 싶다 (연구)

    자꾸 나오는 하품? 당신의 뇌는 차가워지고 싶다 (연구)

    그리 길진 않았지만 설 연휴를 마치고 첫 출근이다. 고향길 오가느라 피곤할 수도 있다. 혹은 나름 쉰다고 쉬었건만 더욱 피곤함을 느낄 수 있다. 사무실에서 주변 사람들 눈치 보면서 늘어진 하품을 할 수밖에 없다. 흔히 피곤하거나 지루할 때 하품을 한다고 생각들을 한다. 물론 지루한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입을 크게 벌려 하품을 하곤 한다. 하지만 꼭 그 이유만은 아니다. 과학적 이론은 당신이 하품을 하는 몇 가지 다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영국 매체 더선은 최근 '하품을 하는 재미난 과학적 이유'를 소개했다. 첫째, 생리학적 이유다. 우리 몸에 쌓인 이산화탄소를 몰아내고 좀더 많은 산소를 마시려 할 때 하품한다는 이론이다. 이는 우리가 많은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함께 있을 때 하품이 더 잘 나오는 현상을 설명해준다. 하지만 신경과학자인 로버트 프로빈 매릴랜드대 교수는 "이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 산소를 더 공급하기도 하고, 이산화탄소를 줄여보기도 했지만 모두 하품을 막는 데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둘째, 진화론적 이유다. 하품은 인류의 조상 때부터 지속되어온 것이며, 당시 그들은 상대방을 위협하기 위해 치아를 보여주는 행동의 일환이었다는 얘기다. 다른 사람들 역시 하품은 초기 인류가 쓴 미묘한 신호체계의 하나였다고 말한다. 셋째, 그냥 지루하기 때문이다. 가장 상식적으로 널리 알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는 예컨대 올림픽 참가 선수들이 왜 시합 직전 하품을 하거나 개들이 공격적 의사를 내비치기 전에 왜 하품하는지 설명해주는 데 한계가 있다. 두 경우 모두 지루한 탓은 아닐텐데 말이다. 넷째, 뇌를 차갑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가장 최신 이론이기도 하다. 연구자들은 최근 '하품은 뇌가 좀 차가워져야할 상황. 즉 뇌가 지나치게 활발하게 움직여서 뜨거워진 상황에서 더욱 빈번하게 나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참가자들의 이마에 차가운 수건 혹은 뜨거운 수건을 올려놓은 뒤 그 각각 상황에 대한 뇌의 반응을 조사했다. 그 결과 차가운 수건을 올렸을 때 뇌가 차분해지면서 초롱초롱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사람들은 뇌가 뜨거워졌을 때 뇌를 좀더 차갑고, 기민하게 만들기 위해 무의식적로 하품을 한다는 설명이다. 이제 회의석상에서 참신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힘껏 하품을 해서 뇌를 각성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팀장의 따가운 눈치를 조금 살피기는 해야겠지만 말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이상열의 메디컬 IT] 한국인을 위한 새로운 당뇨병 예방 전략

    [이상열의 메디컬 IT] 한국인을 위한 새로운 당뇨병 예방 전략

    당뇨병은 혈당이 올라가는 병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당뇨병이 단순히 혈당만 올라가는 질병이라면 지금처럼 보건의료상 중요한 문제로 취급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혈당을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당뇨병 환자들은 다양한 급·만성 합병증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당뇨 합병증의 대부분은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하시키고,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2014년 한국의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은 전체 사망 원인 가운데 6위에 해당된다. 또 당뇨병은 한국인 주요 사망원인 1~3위에 해당하는 암, 심·뇌·혈관 질환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원인 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당뇨병으로 인한 국가 의료비 부담은 지난 10년간 10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이용한 연구에서도 한국인에게 질병 부담이 가장 높은 질환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렇게 중요한 당뇨병에 대처하는 데 있어 눈앞의 치료에만 급급하고 있을까. 증상이 악화하고 합병증으로 고생하거나 사망에 이르기 전 당뇨병을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의문을 갖고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당뇨병 예방을 목표로 한 대규모 임상연구를 수행해 왔다. 미국, 핀란드, 중국 등에서 시행된 당뇨병 예방연구가 대표적이다. 운동, 식이조절 등의 생활습관 개선이나 소량의 당뇨병 치료제를 미리 복용시키는 방법을 활용해 당뇨병 발생률을 40~60% 정도 낮출 수 있었다. 불과 3년 내외의 짧은 연구 기간 동안 얻은 당뇨병 예방 효과는 연구 종료 이후에도 수십 년간 지속됐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당뇨병 예방 전략을 국가 의료정책의 한 축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런 전략에 따라 미국의 당뇨병 발병률은 최근 수년간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당뇨병 예방을 위한 활동을 건강보험 급여에 반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 단순한 질병 관리가 아닌, 질병 예방에 대한 노력을 급여화하려는 정책은 그 예가 거의 없는 것으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히 지난해부터 질병관리본부와 대한당뇨병학회가 후원하는 ‘한국인 당뇨병 예방연구사업’이 전국의 주요 병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당뇨병 고위험군에 해당되는 750명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연구로, 학회의 많은 연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연구진은 당뇨병 예방연구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근거에 기반한 ‘한국인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을 확립하려 한다. 프로그램 운영 성과는 여러 데이터로 가공돼 한국인 당뇨병 예방을 위해 값지게 사용될 것이다. 필자도 이 연구에 실무책임자 가운데 한 명으로 참여하고 있다. 질병의 예방이라는 연구하기 까다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학과 의료를 접목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도 준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연구를 통해 얻은 정보를 IT 기반 기술을 활용한 당뇨병 예방전략 개발에 응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IT 기기를 활용한 혈당 측정 등 기존의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기기를 활용해 당뇨병 발병을 차단하는 방안에 필자를 포함한 많은 연구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물론 연구는 현재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결과를 얻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여러 전문가들의 노력을 통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당뇨병 예방에 관심 있는 많은 분들의 격려와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 [IT 신트렌드] 뉴로모픽칩, 컴퓨터와 뇌의 만남/추형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IT 신트렌드] 뉴로모픽칩, 컴퓨터와 뇌의 만남/추형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현대의 컴퓨터 역사는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앨런 튜링으로부터 시작한다. 튜링은 ‘수학적 계산에 대한 알고리즘이 존재한다면 기계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는 명제를 증명함으로써 ‘튜링 기계’를 고안했다. 이 체계를 더욱 구체화해 실제 응용한 사람은 헝가리 출신의 미국 수학자인 존 폰 노이만이다. 폰 노이만은 인간의 뇌 구조에서 영감을 얻어 현대 컴퓨터의 구조를 정립했다. 폰 노이만 구조는 개인컴퓨터부터 슈퍼컴퓨터에 이르기까지 70여년 동안 지속돼 왔다. 그 배경에는 컴퓨터 성능의 지속적인 성장과 대중화에 있다. 그럼에도 컴퓨터는 여전히 인간의 뇌 기능과 거리가 멀다. 현대의 컴퓨터는 단순히 고속으로 연산하고 비교하는 계산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을 극복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최근 각광을 받는 ‘딥러닝’은 인간의 뇌 구조를 모사한 알고리즘인데, 그렇다고 딥러닝으로 구현한 인공지능이 사람과 같은 지능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알파고는 바둑을 잘 두지만 장기는 전혀 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인간의 뇌를 모방한 컴퓨터인 ‘뉴로모픽칩’을 개발하고 있다. 뇌의 연산능력 자체는 컴퓨터와 비교하면 매우 낮다. 일반인에게 세 자릿수 곱셈 문제를 낸다면 종이에 써서 계산을 해야겠지만, 컴퓨터는 밀리세컨드(1/1000초) 내에 결과를 보여 준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학습에 의한 정보의 추론이 가능하다.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문제는 컴퓨터보다 인간이 훨씬 더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의 뇌는 20와트(W) 전력을 소모하는 반면 알파고의 컴퓨터는 70킬로와트(㎾)의 전력이 필요하다. 비교 자체가 무색할 정도의 수치다. 뉴로모픽칩은 저전력으로도 대용량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인간의 뇌 구조를 물리적인 반도체 형태로 구현한 것이다. 현재 뉴로모픽칩의 연구 개발은 아직 도전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다. IBM은 최근 양산이 가능한 뉴로모픽칩인 ‘트루노스’를 개발했다. 이것은 약 2억 6000만개의 인공 신경세포를 갖고 있다. 인간의 뇌가 1000억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된 것에 비하면 아직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뉴로모픽칩은 국내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뉴로모픽칩 제작을 위한 설계를 시작한다고 밝혔고 SK하이닉스는 미국 스탠퍼드대와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뉴로모픽칩에 대한 기업의 적극적인 행보는 그만큼 잠재력이 큰 분야임을 시사한다. 개발에 성공한다면 바로 인공지능 기술력과 이어지기 때문이다. 뉴로모픽칩이 차세대 컴퓨팅 체계로 대체될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 특검, 이재용 구속영장 재청구 검토

    특검, 이재용 구속영장 재청구 검토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특검은 2월 초 박근혜 대통령의 대면조사를 마친 이후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마지막 기회’인 만큼 되도록 ‘완벽히’ 준비해서 청구하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특검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이로 인해 조사 진행 상황과 뇌물 법리의 적용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도 일었다. 뇌물 수수 의혹을 받는 박 대통령이나 최씨에 대해 심도깊조사가 덜 된 상태에서 공여자 의심을 받는 이 부회장에게 먼저 영장을 청구한 것이 타당한지,검찰 단계에선 ‘강요’ 피해자로 규정된 대기업들을 특검 수사 이후 ‘뇌물공여자’로 180도 바꾼 데 대한 납득이 적정한지 등에 관해서다.  2월 말로 1차 활동 시한이 정해진 특검에는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그러나 만약 재청구 영장도 기각될 경우 특검의 기업 수사 동력에 치명적 타격을 입고 나머지 기업 수사도 큰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영장 재청구는 ‘양날의 칼’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법원은 19일 구속영장 기각 당시 소명 부족과 법리적 다툼 등에 비춰 구속 사유와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뇌물 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 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볼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결정이 온전히 삼성 측의 ‘부정한 민원 청탁’에 의한 것인지, 삼성의 ‘정유라·최순실 지원’은 대가성이 있는 것인지,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박 대통령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는 타당한 것인지 등에 의문을 던진 것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과 최씨 의혹 수사가 기업 수사로 변질했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기소 이후 유죄 입증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일단 구속을 목표로 삼는 건 온당치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앞서 특검은 20∼21일 승마협회 부회장인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를 이틀 연달아 불러 조사했고,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21일), 최명진 모나미 승마단 감독(21일),서정균 감독(정유라 전 코치·22일) 등을 소환했다. 삼성 측이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를 지원하는 과정 전반과 이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으며 추가 증거 확보에 주력했다.  특검은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해 10월 독일에서 최씨를 비밀리에 만나 정씨를 위한 새로운 말을 사주기로 약속했다는 정황 등도 파악했다. 이는 삼성이 박 대통령의 강요·압박 때문이 아니라 자발적·적극적으로 정씨를 도왔다는 정황을 추적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특검은 대면조사로 확보한 박 대통령의 진술 뿐 아니라 이런 정황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여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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