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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의 미래, ‘1.4㎏의 뇌’에서 답을 구하다

    인류의 미래, ‘1.4㎏의 뇌’에서 답을 구하다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김대식 지음/21세기북스/348쪽/1만 8000원저자의 이름이 익숙하다. ‘알파고’ 충격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담론이 펼쳐질 때마다 등장했던 바로 그이다. 책은 뇌과학자인 저자가 인문학 아카데미인 ‘건명원’에서 한 강의 내용들을 하나로 묶은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이중적이다. 창조적이면서 파괴적이고, 복잡한 듯하면서도 단순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이야기 중 하나로 꼽히는 길가메시 서사시를 예로 들자. 대략 5000년 전 바빌로니아에서 전해왔다는 이야기의 결론은 뜻밖에 단순하다. ‘누구나 다 죽으니 놀고 먹고 즐기며 의미 있는 현재를 보내라’이다. 뇌도 비슷하다. 뇌는 대단한 진화의 과정을 겪었다. 점점 커지는 뇌 용량을 해결하기 위해 뇌가 완성되지 않은 채로 태어나기도 하고, 그도 모자라 뇌를 구기기도 하고, 지금처럼 구겨진 뇌를 겹치고 또 겹치기도 했다. 그렇게 복잡하게 진화해 왔지만, 명망가조차 운전하다 느닷없이 욕을 내뱉는 단순하고 동물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왜? 뇌는 대체로 세 개의 층으로 나뉜다. 맨 아래층은 도마뱀도 갖고 있는 뇌다. 주로 먹고살기 위해 기능한다. 이후 해마 같은 기관이 생겼다. 여기에는 과거의 경험을 기억으로 저장해 둔다. 어지간한 포유류라면 여기까지는 갖고 있다. 인간은 하나가 더 있다. 피질이다. 주로 미래를 예측하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한번에 7~9개의 생각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운전하다 보면 기어를 넣고 음악을 듣는 등 9개가 넘는 일을 해야 한다. 용량 허용치를 벗어나다 보니 동물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 책은 과학을 말하고 있지만 다분히 사유적이고 철학적이다. 저자는 특히 존재의 의미에 대한 흥미로운 담론들을 많이 건넨다. ‘나는 영원한 존재인가’처럼 철학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이를 과학적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예컨대 이런 거다. 당신과 난 ‘과학적으로’ 영원히 살 수 있다. 유전자를 통해 내가 자손 대대로 전승될 테니 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아플까 봐서라면 차라리 논리적으로 합당하다. 한데 자아의 영원한 소멸 때문이라면 이는 이해할 수 없는 결론이다. 139억년에 달한다는 우주의 역사 중 99.999…%에서 당신과 나의 존재는 없었다. 내가 없을 때도 우주는 잘 돌아갔고, 설령 내가 100년을 살다 간다 해도 잘 돌아갈 것이다. 우주에서 나를 더하거나 빼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우주의 역사에서 보면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식으로 책은 논지를 이어 간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할리우드 여전사 스칼렛 요한슨, ‘공각기동대’로 첫 내한

    할리우드 여전사 스칼렛 요한슨, ‘공각기동대’로 첫 내한

    “이번 작품에서는 전작들보다 좀 더 공격적이고 전술적인 액션을 선보입니다.”할리우드 여배우 스칼렛 요한슨(33)이 17일 처음 한국을 찾아 팬들과 만났다. 오는 29일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서 개봉하는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셸’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어벤저스’ 등 마블의 슈퍼히어로 시리즈에서 여전사 블랙 위도우로 활약하며 여전사 이미지를 갖고 있는 요한슨은 이번 작품에서도 미래의 특수부대를 지휘하는 메이저를 연기한다. 그는 이날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메이저는 부러지지 않을 듯한 강인함이 있는 캐릭터”라고 강조했다. 블랙 위도우와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어벤저스’에서 방어적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공격적으로 싸운다”면서 “싸우는 방식이 좀 다르기 때문에 오랜 기간 훈련을 많이 받았다.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경찰들과 함께 움직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촬영 1년 전부터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오가며 쿵후, 무예타이를 익히고 단체 기동 및 전술 훈련 등을 강도 높게 소화했다. ‘공각기동대’는 뇌를 제외한 신체 전부, 또는 신체 일부를 기계화하는 게 가능하고 인간의 의식(고스트) 또한 디지털 네트워킹 할 수 있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SF 액션물이다. 1989년 선보인 일본 시로 마사무네 작가의 만화가 원작이다. 그런데 원작 만화보다 1995년 나온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더 유명하다. 기계와의 경계가 무너지며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고뇌하는 원작의 철학적인 메시지를 더 확장하고 당시로서는 한차원 다른 디지털 기술을 입혀 파격적인 비주얼을 보여준 이 애니메이션은 워쇼스키 자매의 ‘매트릭스’ 시리즈 등 수많은 할리우드 SF 영화에 영향을 끼쳤다. 요한슨은 이와 관련, “원작이 시적인 부분이 있고 실존적인 질문도 던지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떻게 실사로 옮겨질지 상상이 안 됐다”고 털어놨다. 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투쟁하는 캐릭터인 메이저의 매력도 즉각 보이지는 않았다”면서 “단순하지는 않았지만 루퍼트 샌더스 감독이 잘 지도해줘서 캐릭터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자리를 함께한 샌더스 감독은 “애니메이션은 겹겹의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 아주 복잡하고 추상적이지만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캐릭터 위주의 단순한 스토리가 필요했다”면서 “나쁜 사람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의 모습도 찾는 일종의 탐정 스토리에 관객들이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대표적인 ‘반 트럼프 배우’인 요한슨은 정치적인 질문이 나오자 말을 아꼈다. 한국의 대통령 탄핵에 관한 질문에도 “뉴스를 통해 들어 알고 있지만 한국의 정치와 관련해서는 말씀드리지 않아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다만, 영화에서처럼 몸을 투명하게 만드는 기술(광학미체)이 있다면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아마 청와대에 들어가서 모든 것을 알아낸 다음에 탄핵 관련 답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농담을 했다가 이내 “전철을 타고 완전히 익명의 상태로 다니면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싶을 것 같다. 유명해지면 그런 것은 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어벤져스´보다 더 공격적인 액션 보여줄 것”

    “´어벤져스´보다 더 공격적인 액션 보여줄 것”

     “이번 작품에서는 전작들보다 좀 더 공격적이고 전술적인 액션을 선보입니다.” 할리우드 여배우 스칼렛 요한슨(33)이 17일 처음 한국을 찾아 팬들과 만났다. 오는 29일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서 개봉하는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셸’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어벤저스’ 등 마블의 슈퍼히어로 시리즈에서 여전사 블랙 위도우로 활약하며 여전사 이미지를 갖고 있는 요한슨은 이번 작품에서도 미래의 특수부대를 지휘하는 메이저를 연기한다. 그는 이날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메이저는 부러지지 않을 듯한 강인함이 있는 캐릭터”라고 강조했다. 블랙 위도우와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어벤저스’에서 방어적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공격적으로 싸운다”면서 “싸우는 방식이 좀 다르기 때문에 오랜 기간 훈련을 많이 받았다.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경찰들과 함께 움직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촬영 1년 전부터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오가며 쿵후, 무예타이를 익히고 단체 기동 및 전술 훈련 등을 강도 높게 소화했다.  ‘공각기동대’는 뇌를 제외한 신체 전부, 또는 신체 일부를 기계화하는 게 가능하고 인간의 의식(고스트) 또한 디지털 네트워킹 할 수 있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SF 액션물이다. 1989년 선보인 일본 시로 마사무네 작가의 만화가 원작이다. 그런데 원작 만화보다 1995년 나온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더 유명하다. 기계와의 경계가 무너지며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고뇌하는 원작의 철학적인 메시지를 더 확장하고 당시로서는 한차원 다른 디지털 기술을 입혀 파격적인 비주얼을 보여준 이 애니메이션은 워쇼스키 자매의 ‘매트릭스’ 시리즈 등 수많은 할리우드 SF 영화에 영향을 끼쳤다. 요한슨은 이와 관련, “원작이 시적인 부분이 있고 실존적인 질문도 던지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떻게 실사로 옮겨질지 상상이 안 됐다”고 털어놨다. 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투쟁하는 캐릭터인 메이저의 매력도 즉각 보이지는 않았다”면서 “단순하지는 않았지만 루퍼트 샌더스 감독이 잘 지도해줘서 캐릭터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자리를 함께한 샌더스 감독은 “애니메이션은 겹겹의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 아주 복잡하고 추상적이지만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캐릭터 위주의 단순한 스토리가 필요했다”면서 “나쁜 사람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의 모습도 찾는 일종의 탐정 스토리에 관객들이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대표적인 ‘반 트럼프 배우’인 요한슨은 정치적인 질문이 나오자 말을 아꼈다. 한국의 대통령 탄핵에 관한 질문에도 “뉴스를 통해 들어 알고 있지만 한국의 정치와 관련해서는 말씀드리지 않아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다만, 영화에서처럼 몸을 투명하게 만드는 기술(광학미체)이 있다면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아마 청와대에 들어가서 모든 것을 알아낸 다음에 탄핵 관련 답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농담을 했다가 이내 “전철을 타고 완전히 익명의 상태로 다니면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싶을 것 같다. 유명해지면 그런 것은 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탄핵이후 대한민국의 길] ‘재벌은 정부가 만든다’ 60년대 인식 버려야 혁신 기업 만든다

    [탄핵이후 대한민국의 길] ‘재벌은 정부가 만든다’ 60년대 인식 버려야 혁신 기업 만든다

    “피청구인(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기업으로부터 재원을 마련하여 미르와 K스포츠를 설립하도록 지시하였고,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하여 기업들에 출연을 요구하였다…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하여 기업으로 하여금 재단법인에 출연하도록 한 피청구인의 행위는 해당 기업의 재산권 및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2016 헌나 1 탄핵 사건 결정문’에서 정경유착 행위가 명백하게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적시했다. 헌재는 재벌들이 미르재단 등에 출자한 돈이 뇌물인지를 따지지 않은 채 모금 행위 자체를 대통령 탄핵 사유로 봤다. 즉 기업이 권력에 떠밀려 돈을 냈더라도 대통령 탄핵 사유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낸 돈이 뇌물인지는 향후 최순실 게이트 관련 공판 및 검찰의 추가수사 과정에서 규명될 전망이다. 헌재의 지난 10일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정경유착에 대한 법리적 선고는 끝났다. 실제로도 앞으로 재벌과 권력이 결탁하는, 정경유착의 시대는 종언이 될까. 촛불민심이 “재벌도 공범”이라며 정경유착의 종언을 소리 내 요구한 지금이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크게 울리고 있다. 정경유착은 건국 직후부터 시작됐다. 이승만 정부의 적산기업(일제가 패망 뒤 한반도에 남긴 기업) 불하 과정은 ‘기업 부자는 정부가 만든다’는 인식을 심기 충분했다. 당시 불하받은 기업인은 매각 대금의 20%만 선납하고, 나머지 금액은 연리 7% 저리에 10년간 분할해 갚으면 됐으니 사실상 거저 기업을 준 셈이었다. 본격적으로 국가 주도 경제개발이 이뤄진 박정희 정부 시절 이후엔 정부가 선별한 사업을 따낸 기업들이 승승장구했다. 정경유착의 역사를 짚어가다 보면 대한민국 정치·경제사의 주요 궤적이 그려질 정도로 정경유착의 역사가 오래된 셈이다. 뇌물의 액수로만 따지면, 과거 정경유착의 정도는 현재보다 훨씬 강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당시 돈으로 각각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기업으로부터 받아 챙겼다. 그러나 정경유착에 대한 비난 여론은 그때보다 지금 약해지지 않았다. 연초 YTN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재벌 경제체제의 개인·한국경제에의 영향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66.4%가 ‘재벌 체제가 한국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재벌 체제를 비판한 이들 중 39.1%는 ‘사회 양극화를 부르기 때문’이라고, 38.1%는 ‘정경유착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를 이어받아 검찰이 우선 수사해야 할 대상을 묻기 위해 MBN이 지난 10일 박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재벌 관련 (정경유착) 의혹’이 30.6%로 가장 높게 집계됐다. 정경유착의 양(뇌물 액수) 대신 질(특혜)에 초점을 맞추면, 정경유착을 비난하는 여론의 강도가 왜 이렇게 거센지 이해하기 쉽다. 재계 관계자는 15일 “과거 정경유착 상황에선 국가 주도 경제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변명할 여지가 있었던 데다 정경유착으로 이권을 몰아준 각종 산업이 크는 과정에서 고용이나 하청 기업이 창출되는 순기능적 측면도 일부 찾을 수 있었다”면서 “재벌 총수가 2, 3세가 된 현재는 정경유착을 통해 기업들이 얻는 반대급부가 총수 일가의 편법 승계, 승계 과정에서의 절세 등 공익에 반하는 요소 일색”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최순실게이트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 측근에게 금품을 제공한 대가로 자신의 안정적 삼성 그룹 승계를 보장받았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SK, CJ 등 향후 수사 대상 그룹들 역시 권력에 선을 댄 반대급부로 총수 사면 등을 약속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자한 재벌은 16곳, 이 가운데 정경유착 의혹이 정조준돼 수사 대상이 된 삼성은 재단 출자금과 별도로 최씨 측에게 금품을 제공했다. 또 다른 수사대상인 SK는 최씨 측으로부터 추가 금품제공 제안을 받았다 거절했다. 권력(측근)과 재벌이 직거래하는 방식, 이른바 P2P식 정경유착은 이처럼 명백하게 수사 대상이 된다. 하지만 미르·K스포츠재단 등을 통해 기업들이 모금 형식으로 금품을 제공한 경우를 형사적으로 처벌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다. 정작 정경유착의 주요 양태가 P2P 방식보다 모금 방식으로 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모금 방식의 정경유착은 형사적 처벌이 어렵다는 측면뿐 아니라 기존 기업들 간 독과점 체제를 공고히 하는 측면에서도 사회적 해악을 일으킨다. 재단 출자 자체로 ‘내부자 그룹’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각종 원자재, 소재, 인허가가 필요한 서비스업 등의 분야에서 각종 ‘협회’가 구성돼 대정부·대언론 창구 역할을 하고 혁신적인 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막는 경우가 많지만 이에 대한 민형사적 처벌은 요원한 상태다. 은밀해지고 세련되어진, 그러면서 해악은 커진 정경유착을 어떻게 근절할 수 있을까. 재벌사 연구 권위자인 이한구 수원대 경제금융학과 명예교수는 “정경유착을 막을 시스템은 충분하다”면서 “실행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명예교수는 “정경유착을 막겠다고 새로운 규제를 너무 많이 양산하면,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기업이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유전무죄라는 체념적 상식을 깰 실행의지를 갖고 기업 경영을 비롯한 사회 전반의 투명성을 높인다면 서서히 정경유착이 근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정경유착이 언론 등에 포착돼 단죄받는 속도가 과거에 비해 개선됐고, 결국 우리 사회가 정경유착을 줄여 나가는 쪽으로 서서히 진화하고 있다는 연구도 있다. 연세대 행정학과 문명재 교수와 동아대 행정학과 황창호 교수는 2012년에 발표한 ‘권력형 비리와 리더십 위기’ 연구에서 “전두환 정부부터 김대중 정부까지 집권 초반에 발생한 권력형 비리가 퇴임 이후나 집권 후반에 발각된 반면 이명박 정부에선 집권 초반에 발생한 권력형 비리가 집권 초반에 적발됐다”고 집계했다. 문 교수는 “과거보다 현재 시민의 감시가 강화됐고, 박근혜 정부에선 시민들이 주도해 정경유착을 행한 권력을 탄핵하는 성과를 거뒀다”면서 “시민들의 감시와 참여가 이어진다면, 정경유착 근절을 향해 우리 사회가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지적장애 9살 의붓딸 숨지게 한 계모 긴급체포…밀치고 12시간 방치(종합)

    지적장애 9살 의붓딸 숨지게 한 계모 긴급체포…밀치고 12시간 방치(종합)

    9살 의붓딸을 화장실에서 밀쳐 숨지게 한 30대 계모가 15일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이 계모는 지적장애가 있는 딸이 머리를 심하게 다쳤는데도 12시간 가까이 방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상해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는 손모(34·여)씨는 사건 당일 ‘딸이 아파 학교에 못갈 것 같다’는 문자를 학교 담임선생님에게 보냈을 정도로 자신이 밀쳐 욕조에 머리를 부딪친 A양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손씨는 아파 누워 있는 딸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고, 119 신고는 커녕 약 6시간 동안 딸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았다. 손씨 진술에 따르면 비극은 A(9·여)양의 머리손질에서 비롯했다. 손씨는 지난 14일 오전 7시 30분쯤 청주 청원구 오창읍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A양의 머리카락을 가위로 잘라주고 있었다. 지적장애가 있는 A양은 화장실에서 머리를 자르는 동안 가만히 있지 않는 등 말을 잘 듣지 않았다. A양은 지적장애 3급으로 2년 전 결혼한 남편 B(33)씨가 전처 사이에서 낳은 딸이었다. 외할머니 손에 자란 A양은 지난달부터 계모 손씨 집으로 와 살기 시작했다. 이날 아침 화장실에서 머리를 양 갈래로 묶고 가운데 머리를 자르려고 할 때 A양이 울음을 터뜨렸다. “그만 울어라”라고 수차례 말했지만, A양이 울음을 멈추지 않자 손씨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홧김에 오른손으로 A양의 가슴을 밀쳤고, 몸의 균형을 잃은 A양은 넘어지면서 욕조에 머리를 부딪쳤다는 것이 손씨의 경찰 진술이다. ‘잘못 했다’고 손씨에게 말한 A양은 다시 의자에 앉아 머리 손질을 마친 후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누운 A양은 멍하니 천장만 바라봤다. 넘어지긴 했지만, 스스로 걸을 수 있어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 손씨의 주장이다. 이후 약 7시간 동안 손씨는 딸의 상태를 살피지 않았다. 작은 방에 누운 상태로 수 시간이 지난 뒤 A양은 의식을 잃었다. 딸에게서 눈에 띄는 외상을 발견하지 못했던 터라 몇 시간 누워 휴식을 취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판단했다고 손씨는 덧붙였다. 손씨는 A양이 다니는 학교 담임 선생님에게 이날 오전 8시 40분쯤 문자를 보내 ‘아이가 아파가 학교에 못 갈 것 같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손씨는 이미 숨져 몸이 굳기 시작한 A양을 발견했다. 의붓딸이 숨졌지만, 손씨는 경찰이나 119에도 신고하지 않았다. 대신 인근 슈퍼마켓에 가서 소주와 맥주를 사와 마셨다. 술을 마신 손씨는 직장에 있는 남편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울먹이기만 했다. A양이 숨졌다는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 손씨는 경찰에서 “속이 상하고 무서웠다”며 신고를 바로 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 B씨가 이날 오후 6시 53분쯤 퇴근해 딸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뒤였다. 119구급대는 숨진 A양의 코와 입에서 출혈 흔적을 확인했다. 병원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머리에서 외상성 뇌출혈이 확인됐다. 검안의는 지주막하 출혈로 사망했다는 소견을 냈다. 지주막하 출혈은 뇌를 둘러싸고 있는 보호막 중 하나인 지주막에서 발생한 출혈을 말한다. 손씨는 “화장실에서 머리를 잘라주는데 자꾸 울고 말을 듣지 않아 홧김에 밀쳤다”면서 “숨지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학대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A양이 넘어진 뒤 12시간 동안 보인 손씨의 행적이나 대응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박 전 대통령 “21일 검찰 출석, 성실히 조사받겠다”…검찰, 뇌물죄 정조준

    박 전 대통령 “21일 검찰 출석, 성실히 조사받겠다”…검찰, 뇌물죄 정조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는 21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소환조사를 앞두고 SK·롯데 등 대기업의 뇌물 혐의 수사에도 본격 착수했다. 뇌물죄를 연결고리로 박 전 대통령과 대기업을 동시에 겨냥한 것이다. 1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의 소환에 응해 성실히 조사를 받겠다는 뜻을 변호인을 통해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의 채명성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이 요구한 일시에 출석해 성실하게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채 변호사는 “변호인들은 검찰 수사 과정에 필요한 자료 제출 등 제반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이 신속하게 규명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 측 변호를 맡아온 유영하 변호사(55·사법연수원 24기)는 이날 낮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의 집을 찾아 2시간여동안 박 전 대통령과 검찰 소환통보에 따른 향후 대책을 숙의했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이하 특수본)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21일 오전 9시 30분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이날 오전 공식 통보했다. 박 전 대통령이 출석 의사를 밝힘에 따라 뇌물수수나 대기업에 대한 출연 강요 등 그간 드러난 혐의를 두고 조사실에서 박 전 대통령 및 변호인과 검찰이 팽팽한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이날 사정 당국에 따르면 검찰 특수본은 최근 면세점 인허가를 담당하는 관세청 직원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작년 상반기 대기업에 유리하게 면세점 제도 개선안이 마련된 경위 등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청 직원들의 소환 조사는 박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에 대한 뇌물공여 의혹을 받는 SK와 롯데그룹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두 기업 총수가 면세점 인허가와 K스포츠재단 추가 지원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롯데는 작년 말 현대·신세계와 함께 추가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고 SK는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번 수사는 사실상 박 전 대통령과 SK·롯데 등 주요 대기업 사이의 ‘대가성 부당거래’를 본격적으로 파헤치는 신호탄으로도 읽힌다. 검찰은 애초 두 기업의 재단 추가 지원에 대해 뇌물이 아닌 박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로 봤다. 하지만 검찰이 뇌물 혐의를 겨냥한 추가 수사에 들어간 만큼 이들 기업이 단순 강요 피해자에서 뇌물공여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지도 관심사다. 검찰은 이와 더불어 최태원 SK 회장 및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특별사면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간의 대가 관계도 면밀하게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뇌물 관련 범죄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SK측은 “면세점 특혜 등과 재단 출연 또는 추가 지원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In&Out] 0~2세 교육에 더 힘써야 한다/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명예교수

    [In&Out] 0~2세 교육에 더 힘써야 한다/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명예교수

    정부가 2013년부터 4년간 누리과정비 11조∼12조원 정도를 투입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3~5세를 지원하고 있다. 2016년 10월 현재 이 연령의 유아 70만 4138명 중 만 3세의 98%, 만 4세의 88%, 만 5세의 91%가 유치원·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유아교육을 보편화하는 데 성공한 나라가 됐다. 동남아 국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을 뿐 아니라 유아교육 정책입안자들이 앞다투어 배우러 오는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충격적인 소식이 들렸다. 경기 지역의 일부 유치원·어린이집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거나 경비를 개인 선물·의류 구입, 가족여행비로 쓰는 경우가 드러났다. 급식 위생관리가 부실한 경우도 많았다. 전국에 있는 8930개 유치원, 4만 2517개 어린이집의 0.002%에 불과한 극히 일부분에서 일어난 문제점이지만 학부모들은 “아니 돈을 그렇게 많이 벌어?”하며 불신감을 일반화했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가 재정지원을 계속해야 할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규모가 큰 곳 일부를 제외하면 전국 영유아교육기관 거의 대부분은 영세하다. 정부 지원금이 있어야 질 좋은 교재 및 교구를 준비해 교육 수준을 높일 수 있다. 부모들도 교육비 부담이 줄었다며 반긴다. 이 연령대 아이들을 둔 주변 젊은 부모들의 실제 반응이다. 재정운용의 공공성·투명성·책임성은 지속적인 점검에 의해 차차 확보하면 될 일이다. 재정지원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만 0~2세 영아 때문이다. 후성유전학자·신경범죄학자·정신건강의학자들이 뇌세포를 연구한 결과 생후 1000일에 뇌신경세포가 폭발적으로 연결돼 이 시기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 일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또 정신건강의학자들은 태어나기 전부터 아기들에게 애착을 형성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2012년 이후부터 후성유전학자들은 출생 직후부터 만 2세 이전에 뇌에 행복감과 공감이 자리잡는 등 인성이 뿌리내린다고 강조하기 시작했다. 신경범죄학자들 역시 아기 때부터 뇌의 감정조절 장치가 올바른 방향으로 작동하도록 양육해야 미래의 공격성·폭력성을 줄일 수 있다고도 한다. 양질의 초기 교육을 강조하는 실험 결과는 많지만 이 일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가정에서는 부모와 가족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보살펴야 하고, 어린이집에서 대부분의 영아기를 보내야 하는 아기들은 대리엄마인 교사들이 이 중요한 일을 해내야 한다. 영아의 발달에 적합한 방식으로 말 걸어주고 호기심을 일으키고 또래와 문제가 발생할 때 감정 조절하는 방법을 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엄마·아빠·교사, 아니 우리나라 어른들 모두 아기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서 그 방법을 몸에 익혀 실행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만 0~2세를 위한 그 무엇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그러니 3~5세 교육처럼 0~2세도 교육부가 담당해 제대로 해보자고 말하고 싶다. 보건복지부가 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겠지만, 교육부가 하는 것이 합당하다. 무엇보다도 1915년부터 유아교사 양성, 교사연수, 장학지도, 0~2세 및 3~5세 영유아들의 발달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교육부 및 교수들에 의해 계속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복지부보다는 시행착오를 덜 거치며 이 일을 해낼 수 있다. 부모 교육 및 영아 교육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교육부와 대학 유아교육학과·보육과·아동학과 교수들이 서로 협력하면서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또 엄마·아빠·교사들을 교육하며 0~2세 아이들을 제대로 키워보자. 저출산으로 아기들이 대폭 줄어든 지금, 우리들은 서로 전공이 다른 이들의 기싸움이나 예산액에 매달리는 부처 이기주의가 언젠가 해결되기를 바라며 기다릴 시간이 없다. 단 한 명의 아이라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 [달콤한 사이언스] 수면 중 뇌파맵 만들어 렘수면 비밀 밝혔다

    [달콤한 사이언스] 수면 중 뇌파맵 만들어 렘수면 비밀 밝혔다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3분의1을 잠으로 보낸다고들 한다. 잠은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며 꿈을 꾸는 렘수면 상태와 비(非)렘수면으로 나뉜다. 선잠이라고도 불리는 렘수면은 전체 수면 시간 중 90~120분 정도에 불과하지만 깨어있을 때만큼 뇌가 활발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기능을 하는지에 대해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국내 연구진이 이처럼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렘수면의 비밀을 한꺼풀 벗겨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치매융합연구단 최지현 박사팀은 고해상도 뇌파맵 기술을 이용해 실험용 쥐의 렘수면이 신경세포의 회복과 기억 형성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미국 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PNAS’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생쥐의 뇌에 전극 38개를 삽입한 뒤 5일 동안 수면 부족 상태를 만들었다. 쥐가 선잠이 들면 특정 뇌파와 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는지를 관찰할 수 있는 고해상도 뇌파 맵을 측정했다. 그 결과 감마 같은 짧고 빠른 뇌파가 렘수면 때 급격히 증가하는 것이 관찰됐다. 특히 전두엽과 기억에 관여하는 해마간 신경회로간 활동도 점진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지만 빠른 뇌파가 급격히 증가해 수면 중 신경활동이 비정상적으로 활발해질 경우 다음날 기억 형성과정에 혼선을 준다는 것도 알았다. 렘수면이 기억에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만성 수면장애가 생겨 렘수면 상태가 길어질 경우 기억과 관련한 뇌기능 장애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최지현 박사는 “이번 연구는 약물 주입이나 유전자 변형 없이 고해상도 뇌파 맵 기술을 이용해 얻은 결과로 치매를 비롯한 각종 질병과 수면의 질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중년의 현기증, 20년 뒤 치매 징후일 수 있다”(연구)

    “중년의 현기증, 20년 뒤 치매 징후일 수 있다”(연구)

    중년에 겪은 현기증이 20년 뒤 치매 발병의 징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존스 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 연구진이 45~64세 중년 남녀 1만1503명을 대상으로 약 2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기립성 저혈압증으로 진단됐던 사람들이 노년에 치매를 앓을 위험이 40% 더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여기서 기립성 저혈압증은 일어설 때 종종 혈압이 급감해 어지럼증이나 현기증으로 나타나는 의학적 상태를 말한다. 이에 대해 연구를 이끈 안드레아 롤링스 박사는 “기립성 저혈압증은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그 영향은 장기간에 걸쳐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는 중년에 기립성 저혈압증이 나타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40%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이는 중대한 발견이며 우리는 단지 확인된 이 현상을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최근 미국 오리건주(州)에서 미국 심장학회(AHA)가 개최한 ‘라이프스타일 사이언티픽 세션’(Lifestyle Scientific Sessions)이라는 이름의 회의에서 발표된 내용이다. 이 연구를 좀 더 살펴보면,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각자 20분간 누워있다가 일어나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누워있을 때와 일어났을 때의 혈압 변화를 측정했다. 이때 참가자의 최대혈압과 최저혈압이 각각 최소 20점과 10점 이상이 떨어지면 기립성 저혈압증으로 판단했다. 분석 결과, 모든 참가자 중 약 6%에게 기립성 저혈압증이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그리고 모든 참가자는 약 20년간 지속해 추적 관찰됐다. 그 결과, 기립성 저혈압증으로 진단됐던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치매를 앓을 위험이 40% 더 큰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또한 이들 참가자는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인지 능력 검사에서 그 능력이 떨어지는 비율이 15%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혈압 저하가 치매나 다른 기저질환과 직접 연관성이 있다고는 아직 확실하게 밝힐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이들은 뇌 혈류가 심지어 일시적으로 감소하더라도 그 영향은 지속해서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롤링스 박사는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 사이의 위험 요인을 확인하는 것은 이 질병의 진행을 이해하는 데 중대하며 이 위험이 가장 큰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으면 예방과 개입을 위한 가능성 있는 전략을 얻을 수 있다”면서 “기립성 저혈압증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요인 중 하나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연구를 검토한 영국 알츠하이머 연구소(Alzheimer‘s Research UK)의 로라 필립스 박사는 ““많은 연구가 고혈압의 위험에 초점을 뒀지만 이번 연구는 일시적인 저혈압 또한 뇌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소의 소장 제임스 피켓 박사도 “실제로 많은 사람이 뇌로 향하는 혈류가 잠깐 줄어 현기증을 유발할 수 있는 이런 저혈압 증상을 경험한다”면서 “이는 반드시 치매의 우려할 만한 원인은 아니지만 이런 증상을 자주 경험하면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저혈압증을 치료하는 것이 치매 위험을 줄일 수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힌두교 식인종’과 함께 인간 뇌 먹어…CNN 논란

    ‘힌두교 식인종’과 함께 인간 뇌 먹어…CNN 논란

    CNN TV 진행자 레자 아슬란(44)이 인도에서 힌두 식인종파와 함께 인간 뇌를 먹는 모습이 촬영돼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그는 이슬람 출신으로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있는 작가이자 종교학자다. 지난 일요일 5일(현지시간) 방영된 ‘빌리버 위드 레자 아슬란(Believer with Reza Aslan)’ 시리즈의 일부 에피소드가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공포감과 경악감, 미국 힌두교 신자들의 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민주당 소속 툴시 가바드 하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CNN이 힌두교에 대한 두려움과 인도 사람들에 대한 오해를 증가시키는데 자신들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매우 혼란스럽다"며 "아슬란은 힌두교를 묘사하는데 어리석은 방법을 사용했고 선정적 소재를 찾으려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힌두교인들이 끊임없이 논쟁 중인 카스트와 카르마(업), 윤회(환생)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되풀이했다"고 덧붙였다. 영상 속 아슬란은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의 바라나시에서 힌두교 종파 중 하나인 아고리(Aghori) 수도자들 의식에 초대받아 요리한 뇌 조직을 함께 먹었다. 해골에 알콜 음료를 담아 마시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의 뇌라는 것을 알기 전이었다. 이후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죽은 사람의 뇌가 무슨 맛인지 알고 싶은가요? 그것은 바싹 탄 숯덩이였다"고 알렸다. 인도계 미국인들은 주류 힌두교와 관계가 없는 작은 종파의 믿음을 과장했다며 CNN을 비판했다. 힌두스탄 타임스 신문은 미국의 인도 정치 활동 위원회(PAC)가 "미국 전역의 인도계 국민에 대한 증오로 가득찬 공격성 보고가 담긴 쇼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종교인 힌두교를 야만적 종교로 규정지었다"는 성명을 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논쟁의 중심에 선 아슬란에게서 사과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그는 트위터로 ‘왜 CNN의 레자 아슬란이 인간의 뇌를 먹어서는 안되는지’라는 기사 제목을 다시 언급하면서 "이 같은 표제를 위해 평생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나는 카메라 앞에서 그리고 목소리 해설을 삽입할 때 반복적으로 말했다. 그들은 힌두교의 대표자들이 아니며 고결함과 불결함을 구분짓지 않는 극단적인 힌두 종파 라고"란 글이 올라와있다. 한편 아고리 종파는 힌두 신 시바의 신자로서 아무것도 인간의 신체를 더럽힐 수 없다고 믿는다. 사람을 죽여서 먹진 않지만 시신의 얼굴을 화장해서 나온 재를 바르거나 시신의 살점과 뼈를 먹는 의식때문에 '식인종'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폭력적 비디오 게임, 실제 폭력성과 연관 없다(연구)

    폭력적 비디오 게임, 실제 폭력성과 연관 없다(연구)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이 우려와 달리 개개인의 공격성을 부추기거나 반사회적인 행동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8일(현지시간) 텔레그라프 보도에 따르면 독일 하노버 의과대학 연구진은 지난 4년 동안 적어도 하루에 2시간 남짓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을 한 사람들의 집단과 게임을 전혀 하지 않은 사람들로 구성된 통제집단을 비교한 결과, GTA(Grand Theft Auto) 등과 같은 폭력적인 '1인칭 슈팅 비디오 게임'이 사람들을 더 공격적인 성향으로 만들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GTA는 가상의 범죄 조직원이 되어 더욱더 과감하고 대담한 범죄에 도전하는 게임으로, 현재 가장 인기있는 비디오게임 차트 20위 안에 들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실제 2015년 영국 솔프드 지역의 한 정치인은 빈발하는 총기 폭력이 이런 GTA와 전쟁게임 탓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번 결과는 기존의 학문적 연구들이 제기한 '1인칭 슈팅게임의 치솟는 인기가 범죄와 반사회적 행동과 지속적으로 연결된다’는 결과와는 사뭇 달라 기존 학계 연구진들을 어느 정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비디오게임과 폭력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참가자들이 폭력적인 게임을 한 직후나, 하는 동안의 정신 상태를 평가했다. 반면 이번 연구진은 테스트를 수행하기 전에 장기적으로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적어도 3시간을 기다렸다. 공격성과 공감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두 집단의 참가자들에게 심리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고, MRI로 참가자들의 뇌를 스캔했다. 스캔하는 동안 감정적인 반응을 유도해내기 위해 심각한 이미지들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참가자들에게 만약 자신이 이미지 속 상황에 연루된다면 어떤 느낌을 받을지 상상해보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설문을 통해 게임을 한 사람과 안한 사람 사이에 공격성의 수준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MRI 자료에서도 두 그룹은 비슷한 신경반응을 보였다. 연구를 이끈 그레고르 박사는 "이번 연구가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비디오게임의 장기적인 영향력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권장하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사후세계 진짜 존재?…사망 후 10분간 뇌 작동

    사후세계 진짜 존재?…사망 후 10분간 뇌 작동

    모든 뇌사를 심장사와 함께 사망의 기준으로 추가할 것이냐를 두고 의료계, 법조계, 종교계의 논쟁이 여전히 이어지는 가운데, 여기에 불을 지필만한 또다른 사례가 보고돼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학 연구진은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환자의 생명유지장치를 모두 제거한 뒤 심장박동이 멈추고, 의사들로부터 사망선고를 받은 직후부터 무려 10분 동안 뇌가 여전히 활동하는 사례를 확인했다. 심장은 멈췄지만 뇌가 살아있는 10분 동안 뇌파의 하나로, 수면상태의 파장을 뜻하는 델타파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총 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데이터를 수집했는데, 이중 3명은 생명 유지 장치를 제거한 후 심장이 멈추자 뇌도 곧바로 활동을 멈췄다. 심장이 멈추면서 산소와 혈액 공급이 중단되자 뇌도 사망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남은 환자 1명은 심장이 멈춘 뒤에도 10분 가량 뇌가 여전히 활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한 명의 환자에게서 사후에 나타난 델타파는 심장박동과 동맥혈압(ABP)이 멈춘 후에도 계속해서 나타났다”면서 “의학적으로는 심장사로 인해 사망 선고를 받았지만 뇌는 깨어있는 상황에서, 장기 기증 등을 해도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윤리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심장마비로 일시적인 ‘의학적 죽음’을 경험한 5명 중 1명은 사후세계를 봤다고 증언한다. 이번 연구결과가 사후세계 존재의 입증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가 운용하는 블로그인 ‘사이언스 얼러트'는 이와 관련해 “심장이 멈춘 뒤 몇 분 동안이나 뇌가 깨어있는 것을 두고 사후세계가 존재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게다가 위 연구의 경우 사망 상태에서도 뇌가 살아있는 사례는 단 1건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의 국립생물정보센터(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됐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정미홍 목숨 내놓겠다 발언 후 “누구 좋으라고 죽나? 단세포 뇌 축제”

    정미홍 목숨 내놓겠다 발언 후 “누구 좋으라고 죽나? 단세포 뇌 축제”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가 ‘탄핵이 인용된다면 제가 먼저 목숨 내놓겠다’는 발언이 회자되자 “불의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는 걸 강력하게 천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미홍 전 아나운서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탄핵 인용되면 목숨 내놓겠다 했더니 무슨 자살 선언이라도 한 것처럼 언론들이 다투어 보도한다”면서 “미친 반역 매국 집단이 판치는데 제가 왜 그들을 버려두고, 그야말로 누구 좋으라고 죽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댓글을 보니 말의 의미 이해 못하는 단세포 뇌를 가진 사람들이 아주 축제 분위기이다. 저주와 비아냥을 밥먹듯 하는 집단이 대한민국의 지력과 품격을 바닥으로 떨어뜨린다”면서 “저 같이 정말 죽음을 각오하고 불법, 불의에 맞서 이번에 끝장 보자는 분들이 정말 많다는 거, 저 썩은 언론, 국회의원들, 좌경 사법부 , 여적질하는 집단, 그리고 헌재 재판관들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미홍 전 아나운서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탄핵 심판은 각하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만약 인용이 된다면 제가 먼저 목숨 내놓겠다”며 “저 불법적이고, 사악한 반역, 범죄 집단, 나라 분탕질 치고, 세계에 대한민국 개망신 시킨 민주화팔이 집단 몰아내는데 모든 걸 걸고 싸우다 죽겠다”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이어 “태극기 집회는 애국 집회의 롤 모델로서 세계에 수출될 것 같다. 진정한 무혈 혁명 완성할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우리는 라이벌] SK케미칼 ‘기넥신F’ vs 유유제약 ‘타나민’

    [우리는 라이벌] SK케미칼 ‘기넥신F’ vs 유유제약 ‘타나민’

    우리 몸속 혈관의 길이는 약 10만㎞다. 이는 지구 둘레의 두 바퀴 반이다. 혈액은 이 거리를 이동하며 몸 곳곳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 에너지를 생성하고 남은 찌꺼기는 폐와 신장을 통해 배설시킨다. 따라서 혈액이 원활히 움직일 수 있는 것이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혈관 자체의 탄력성이 떨어진다.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혈전 등 이물질들이 혈관 벽에 달라붙어 혈관이 좁아지고 혈액도 탁해져 혈액순환장애가 발생하기 쉽다. 은행잎 성분은 혈액순환장애를 완화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는 징코라이드는 은행잎에만 아주 적은 분량이 존재한다.SK케미칼의 ‘기넥신F’는 SK케미칼이 1992년 자체 개발한 특허 기술로 만든 제품이다. 현재 국내 은행잎 혈액순환 개선 일반의약품 부문의 1위 약품이다. 이에 앞서 1984년 출시된 동방제약의 ‘징코민’은 독자 개발에 따른 특허권 보장 등으로 1990년대 초반까지 승승장구하던 효자 품목이었다. 이후 SK케미칼과의 특허 분쟁 소송,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난 에탄올 검출 파문 등에 이어 특허가 만료되면서 존재감을 잃었다. 유유제약이 2003년부터 국내에서 팔고 있는 ‘타나민’은 세계적 생약전문회사인 독일 슈바베에서 만든 ‘EGb761®’을 원료로 쓴다. EGb761®은 ‘은행잎 추출물 761’의 약자다. 슈바베에서 개발한 수많은 샘플 중 가장 효과와 안정성이 뛰어난 761번째 샘플을 표준화한 데서 따왔다. 27단계의 특수 추출 과정을 통해 유해성분을 걸러 낸다. 기넥신F는 혈액순환 개선 효과와 항산화 작용을 통한 세포 보호 효과가 있다고 SK케미칼은 설명했다. 피를 굳게 하는 혈소판의 응집을 막아 혈액의 점도를 낮추면서 혈관을 확장시키는 효능을 갖고 있다. 또 뇌세포 및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뇌의 주요한 신경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준다. 따라서 혈관성 및 알츠하이머성 치매에서의 인식기능 저하를 비롯해 뇌 혈류 부전으로 생기는 두통, 이명, 현기증, 단기 기억상실, 우울증 등에 광범위한 효능을 갖고 있다. 은행잎 추출제는 제품 간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액순환장애는 손발저림, 귀울림, 만성피로, 기억력 감퇴 등의 증상이 나타나다가 고혈압, 심장질환, 치매 등의 중증질환으로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원인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혈액순환제를 건강보조제로 쓰곤 한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집중력 높이려면 ‘카페 모카’ 마셔라(연구)

    집중력 높이려면 ‘카페 모카’ 마셔라(연구)

    집중력을 높이고 싶다면 일반 커피보다는 ‘카페 모카’를 마셔야 할 듯하다. 코코아가 들어간 커피, 즉 카페 모카를 마셨을 때 집중력이 가장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조지아대와 뉴욕 클라크슨대 심리학 연구진이 1년간 실험을 통해 코코아와 커피를 첨가한 코코아 등의 뜨거운 음료가 사람의 인지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커피가 사람의 활력을 향상하지만 핫 초콜릿은 불안감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며 이 두 가지를 결합했을 때 집중력 향상 효과가 가장 크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연구에서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각각 끓인 코코아(핫 초콜릿)나 카페인을 넣은 코코아(카페 모카), 코코아 없는 카페인(커피), 또는 카페인과 코코아 어느 것도 넣지 않고 맛만 똑같이 낸 플라시보 음료(위약)를 제공했다. 그리고 모든 실험은 실험 참가자들과 실험 진행자 모두 실제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지 모르게 하는 이중 맹검 방법으로 진행됐다. 이번 연구를 이끈 클라크슨대의 알리 부라니 교수는 “그건 정말 재미있는 연구였다”고 말했다. 또한 “코코아는 뇌의 혈류를 늘려 인지 능력과 집중력을 높였다”면서 “카페인만으로는 불안감이 늘어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에서는 코코아가 카페인의 불안감을 유발하는 영향을 줄여준다는 사실이 발견됐다”면서 “이는 카페 모카를 마셔야 하는 좋은 이유”라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은 실험에서 정해진 문자를 찾거나 숫자를 계산하는 등 특별히 고안된 방법으로 집중력을 검사받았다. 그 결과, 카페인이 들어간 코코아 음료를 마신 참가자들의 수행 능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부라니 교수는 “이번 결과는 코코아와 카페인이 학생들은 물론 계속해서 집중력을 향상해야 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선택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천연 카페인과 합성 카페인의 차이점은 물론 다른 코코아에 관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바이오메드 센트럴 영양’(BMC Nutrition) 저널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 Africa Studio / Fotoli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자기공명영상과 테슬라

    [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자기공명영상과 테슬라

    ‘테슬라’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누구나 멋진 전기자동차를 떠올릴 것이다. 테슬라는 오는 5월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전기자동차를 판매한다고 밝혀 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이 주목하고 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우주여행 스타트업 회사인 ‘스페이스 X’ 사업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며 2014년 전기자동차 관련 특허를 무료로 공개해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테슬라라는 명칭은 물리학자이자 전기 공학자인 니콜라 테슬라(1856~1943)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전기의 천재’, ‘교류의 아버지’, ‘전기의 마술사’ 등으로 불린 테슬라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 태어나 1884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에디슨연구소 등에서 수많은 전기 실험을 통해 현대 전기 문명의 근간이 되는 ‘교류 시스템’을 발명했다. 에디슨과의 ‘전류 전쟁’에서 교류 시스템으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둔 것으로 유명하며 자신이 발명한 테슬라 코일을 이용해 라디오 신호의 송수신 원리도 발견했다. 사망할 때까지 25개국에서 272개 특허를 획득한 이 세기의 발명가는 뢴트겐의 X선 발견을 비롯해 현대물리학 개념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이 테슬라와 연관된 의료 검사가 있는데 ‘자기공명영상’(MRI)이 그것이다. 자기공명영상의 원리는 강한 자기장 안에서 인체에 라디오파를 쏴 돌아오는 전자기파를 측정해 영상을 얻는 것이다. 이때 자석통이 만들어 내는 자기장의 크기가 자기공명영상의 해상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다. 자기장의 크기를 정의할 때 테슬라(T)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1961년 국제순수응용물리학연합에서 테슬라를 기리기 위해 자기장 단위로 지정했다. 1T는 1만 가우스와 같다. 지구자기장이 0.5가우스 정도이므로, 테슬라는 매우 큰 단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병원에서 흔히 접하는 자기공명영상 장비는 대부분 3T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공명영상에 대해 어떤 질환이든 진단 가능한 만능 장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자기공명영상 장비의 해상도로는 신체 기관의 구조적 이상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뇌와 같이 복잡하고 세밀한 인체 기관일수록 그런 일이 잦다. “다행히 뇌에 큰 문제는 없고, 현재 자기공명영상으로는 관찰되지 않는 미세혈관이 막혀 마비가 왔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경과를 보도록 하겠다”고 설명하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수긍하지만, 두루뭉술하게 설명해야 하는 의사 또한 답답한 것은 매한가지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자기공명영상의 해상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 한 의료기관에서 11.7T 자기공명영상 시스템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11.7T는 현재 병원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3T보다 해상도가 무려 20배 이상 높아 복잡한 뇌 구조물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3년부터 추진한 뇌 연구 프로젝트가 있다. 무려 3조 5000억원을 투자해 인간의 뇌지도를 만드는 프로젝트의 이름은 ‘브레인 이니셔티브’다. 오바마는 이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우리 인간은 수십억 광년 떨어진 은하를 식별하고 원자보다 작은 입자도 규명했지만 아직 양쪽 귀 사이에 놓인 1.4㎏짜리 물체의 미스터리는 풀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바마의 연설처럼 아직도 미스터리로 가득 찬 뇌를 비롯해 여러 신체기관의 비밀을 밝히는 데 고해상도 자기공명영상이 하나의 열쇠를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 자다가 만나는 공포 ‘가위눌림’ 옆으로 누워서 자면 피할 수도

    자다가 만나는 공포 ‘가위눌림’ 옆으로 누워서 자면 피할 수도

    잠을 자다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다소 공포스럽고 불쾌한 경험을 ‘가위눌림’이라고 한다. 증상이 심해 1개월에 2~3번씩 경험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가위눌림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6일 고효진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조언을 바탕으로 의학적인 분석을 해 봤다.Q. 가위눌림은 왜 일어나나. A. 정상적으로 잠들었을 때 우리 몸은 근육이 이완된 상태를 유지한다. 그래서 꿈을 꿀 때 우리 몸이 제멋대로 움직여 위험한 상황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때때로 아직 몸이 이완 상태에서 회복되지 않았는데 의식이 돌아올 수 있다. 이때 몸은 마비된 것처럼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이것이 가위눌림이고 의학적으로는 ‘수면마비’라고 한다. Q. 남녀 차이도 있나. A. 발병은 보통 10대에 처음 시작하지만 어느 연령기에나 나타날 수 있고 남녀 차이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명 가운데 1명꼴로 일생에 한 번 이상 수면마비를 경험하고 10%는 반복적으로 공포 증상을 동반한 수면마비를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Q. 수면마비도 병인가. A. 수면마비는 뇌의 각성 상태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환청이나 환각을 잘 동반한다. 때로는 심한 불안과 공포감을 동반하는데 몸이 공중부양되거나 나쁜 기운이 침실로 들어오는 듯한 환각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처럼 수면마비로 인해 몹시 불안하고 잠을 잘못 자거나 낮에 졸음이 심하게 오는 등의 문제가 있으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수면마비가 올 수 있는 원인 질환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주요 원인은 불규칙한 생활, 수면 부족, 과로, 스트레스 등이 있다. 기면병(수시로 참을 수 없이 졸리는 증상), 다리 경련과 같은 수면 질환, 양극성 장애, 약물남용, 정신질환, 간질, 고혈압 등의 내과적 질환이 있어도 종종 나타난다. 병원에서는 수면장애와 스트레스, 약물 복용 여부를 살핀다. 만약 기면병이 의심되면 수면다원검사, 반복적 수면 잠복기 검사 등의 특별한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Q. 수면마비를 예방하려면. A.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수면마비는 보통 치료할 필요가 없다. 충분한 시간 동안 규칙적으로 잠을 잘 자고, 똑바로 누워서 자지 않고 옆으로 자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옆으로 누워서 자면 목젖이 기도를 막으면서 생길 수 있는 불편함을 줄이고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있고 목이 두껍고 짧은 경우에는 옆으로 자는 것이 좋다. Q. 악몽이나 공황 발작과의 차이점은. A. 수면장애의 하나인 악몽은 가위눌림과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 악몽은 글자 그대로 나쁜 꿈을 꾸면서 불안 증상을 느끼는 것이고 공황 발작은 숨이 막힐 것 같거나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을 받는 증상을 일컫는다. 차이점은 두 증상 모두 몸이 마비되는 느낌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수면마비가 자주 나타나는 사람들은 불안 척도 점수가 높게 나오는 등 정신병리학적으로 불안과 깊은 관련이 있다. 공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도 관련 있다는 의미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어린이 눈에 맞춘 줄기세포 이야기

    어린이 눈에 맞춘 줄기세포 이야기

    줄기세포는 우리 몸 어디에나 있다/어빙 와이스먼 지음/버나스 몬테이스·유유친 그림/최강열 옮김/다섯수레/56쪽/1만 3000원뼈, 심장, 근육, 뇌 등 우리 몸을 이루는 장기들은 세포들로 이뤄져 있다. 이 많은 세포들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바로 줄기세포다. 황우석 박사 사건 이후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맞물려 태반주사, 면역세포 주사, 줄기세포 주사 등이 입길에 오르내리며 다시 줄기세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책은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을 구성하는 혈액 줄기세포들을 처음으로 분리한 어빙 와이스먼 스탠퍼드대 재생의학연구소장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들려주는 줄기세포 이야기다. 잘려 나간 도마뱀의 꼬리가 다시 자라고, 끊어진 불가사리의 팔이 다시 생겨나는 것이 모두 줄기세포 때문이라는 신비로운 사실을 만화를 통해 들려준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57세 ‘외국어 정복’ 무한도전… 인생도 두뇌도 ‘회춘’했네요

    57세 ‘외국어 정복’ 무한도전… 인생도 두뇌도 ‘회춘’했네요

    나이 들어 외국어라니/윌리엄 알렉산더 지음/황정하 옮김/바다출판사/328쪽/1만 4000원 ‘이 나이에 뭘…’이라는 생각은 번번이 우리를 주저앉힌다. 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많지만 늘 ‘지금은 너무 늦다’거나 ‘남들이 비웃지나 않을까’ 저어한다. 망설이고 재는 사이 시간은 멀리 달아나고 마지막 순간 한꺼번에 후회가 덮쳐 온다.여기, 겁도 없이 다른 길을 택한 중년 남자가 있다. 미국 정신의학연구소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는 57세의 직장인 윌리엄 알렉산더. 뉴욕에 사는 그의 평생 짝사랑 대상은 ‘프랑스’다. 스물두 살 때 처음으로 프랑스 배낭여행을 한 후 ‘사랑벌레에 물린 듯’ 대책 없이 이 나라에 빠져들었다. 꿈도 프랑스 꿈을 꾼다. 꿈에서 그는 파리의 한 카페에서 카뮈의 책을 읽으며 압생트 잔을 든 프랑스인이 된다. 앗, 그런데 중대한 결격사유가 있었으니…. 바로 프랑스어를 한마디도 못한다는 것. 음소거한 듯 온통 묵음 처리된 꿈을 꾸고 나서 그는 결심한다. 진정한 프랑스인이 되기 위해 불어를 배우겠다고. 결심을 하자마자 그가 찾아간 곳은 ‘제2언어 연구 포럼’ 현장. 이곳에 모인 250명의 언어학자는 ‘사춘기 지난 사람은 언어 배우기란 애시당초 틀린 생물’로 낙점한다. 하지만 포럼에서 만난 하이디 번즈 조지타운대 독일어과 교수가 그에게 불을 댕긴다. “가망 없는 일이야. 넌 이제 늙어서 건망증에 시달리잖아”라고 비아냥대는 사회의 통념을 걷어차라고 말이다. 노교수의 열정적 반응에 ‘신성한 산에 올라 신탁을 받은 기분’이 된 저자는 본격적으로 불어 학습 마라톤에 나선다. 외국어 학습 프로그램인 로제타스톤, 플루언즈를 붙들고 식은땀을 흘리는가 하면 팟캐스트, 교육방송,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총동원한다. 프랑스 펜팔 친구와 이메일을 주고받던 그는 급기야 프랑스 최고 어학원 가운데 한 곳에 2주간 현지 어학 연수까지 다녀온다. 평균 매일 두세 시간씩, 13개월 동안 900시간을 프랑스어 공부에 매달렸다. 머릿속에서 미래 시제와 불완전 과거형이 엉키며 외국어 학습 프로그램과 신경전을 벌인 날 새벽에는 스트레스로 심방 잔떨림 증상까지 나타난다. 이후에도 부정맥 등이 오며 여러 차례의 수술로 심장은 너덜너덜해지고 영혼은 탈탈 털리고 만다. 그깟 프랑스어가 뭐라고. 정맥주사에 묶여 그는 자신 앞에 놓인 두 갈래 길을 생각한다.“비유를 들자면 하나는 프랑스의 대형 마켓 체인 카르푸로 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건강을 위해 프랑스어를 포기했다’는 완벽한 변명으로 거머쥘 수 있는 엄청난 시간과 무임승차권이었다. (중략) 아, 빌어먹을! 이제는 할 수 없다. 카르푸로 돌진이다.”(95쪽)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해외여행 한 번 다녀오면 누구나 열망하는 게 외국어 배우기 아니던가. 때문에 그의 분투기는 우리의 이야기요, ‘프랑스어로 소통하기’란 그의 단순하지만 힘겨운 목표는 우리의 목표이기도 하다. 1년간 프랑스어에 매진한 그는 어학 연수를 간 김에 이메일을 주고받는 프랑스 친구 실비와 드디어 조우한다. 일상회화라도 제대로 주고받았냐고? 천만에. 어학원 강사와 주고받는 프랑스어와 식당에서, 호텔에서 주고받는 상황적 실용어, 그리고 보통 프랑스 사람과의 대화는 차원이 달랐다. 그의 말을 못 알아듣는 실비 앞에서 그는 ‘수백 시간의 공부가 그저 수박 겉핥기였음’을 뼈아프게 깨닫는다. 스트레스와 자괴감 등으로 심장병까지 얻은 그의 외국어 공부 분투기는 대참패로 끝났다. 하지만 단언은 이르다. 이국의 언어로 소통하기라는 목표를 이루는 데는 처참히 패배했지만 저자는 뜻밖의 발견과 깨달음에 이른다. 프랑스어를 공부하기 전 찍은 뇌의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사진과 1년간 공부하고 나서의 사진을 비교해 보니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언어의 생성과 표현, 구사 능력을 담당하는 브로카 영역과 구어와 문어 이해를 모두 관장하는 베르니케 영역의 활동이 엄청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능력도 단어 암기력, 시각 기억력, 신경인지 지수 모두 급상승했다. “내 머리는 프랑스어를 공부했을 뿐인데 회춘을 경험했다”는 저자는 외국어와 드잡이한 1년이 여생의 가장 중요한 해였음을 실감한다. 곳곳에 포진한 위트 넘치는 문장들 사이로 웃음이 터지다 이 문장에서 뭉클해진다. ‘원하는 만큼 프랑스어를 익히지 못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내 인생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풍요로워졌다.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월드피플+] 아들 위해 전업한 뒤 3D 팔 개발한 아빠

    [월드피플+] 아들 위해 전업한 뒤 3D 팔 개발한 아빠

    아픈 아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해 주고 싶었던 한 아버지는 새로운 일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지난 2일(현지시간)영국 데일리메일은 자신의 아이에게 맞는 생체공학 팔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아버지의 부성애를 소개했다. 2015년 3월 벤 라이언과 케이트 스미스(38)부부는 아들 솔 라이언을 어렵게 낳았다. 아들은 왼팔이 머리 위로 올라간 채 태어났고, 이는 왼쪽 팔꿈치 위로 응혈을 발생시키는 합병증의 원인이 됐다. 의사는 혈액 덩어리가 정맥을 타고 뇌로 올라가면 생명에 위협을 초래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왼쪽 팔을 절단하는 수술을 권했다. 그리고 아이가 플라스틱 인공 팔을 사용하려면 1년 정도 필요하고, 전자 팔을 착용하기까지 3년의 시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는 말을 전했다. 라이언은 “우리의 첫 아이, 솔의 출생 후 10일째 되던 날 그의 팔을 절단해야한다는 말을 들었다. 마치 암흑에 갇힌 것처럼 끔찍했다”며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그는 ‘아이가 권투나 기타 연주 등 자신이 어렸을 때 경험했던 일들을 결코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고, 결국 아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자신 밖에 없다고 믿었다. 그 길로 심리학 강사 일을 그만두고 의수 설계에 뛰어들었다. 아들이 태어난 지 5주가 되었을 때 임시변통으로 스펀지와 탈지면, 작은 구리관, 배관용 부품을 이용해 인공 팔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디자인하는 법을 스스로 습득했고 뱅거대학 실험실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게임 콘솔 스캐너와 3D프린터를 사용해 견본을 떴다.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모습이 시제품으로 탄생한 셈이다. 그는 거미 다리에서 영감을 받아 유체 압력 패드를 발명했다. 유동체가 파이프를 따라 아래로 보내지면 기계 레버가 작동하고 손가락과 엄지손가락이 열려 물체를 잡을 수 있게 된다. 이 기술은 배터리가 필요 없고, 사용하기 쉬우며 3D프린터를 통해 전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라이언은 “유아들을 위한 의수 기술은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다. 뼈대에 가까워 징그럽게 생기거나 의수처럼 보이지 않는다. 나는 아들에게 그런 경험을 주기보다 초반부터 착용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 그는 두뇌가 발달하는 기간 동안 아들이 양팔을 사용하도록 격려하면 나중에 의족을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믿었다. 현재 라이언은 새로운 회사 '엠바이오닉스(Ambionics)'를 설립한 후 더 많은 시간을 의족개발에 할애하고 있다. 의수가 팔다리 없이 태어난 수백 만 명의 아이들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더 많은 전문가를 채용하고, 임상실험을 수행해 한 차원 더 높은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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