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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려독 반려캣] “일어나요, 멍!” 혼수상태 빠진 주인 깨운 댕댕이

    [반려독 반려캣] “일어나요, 멍!” 혼수상태 빠진 주인 깨운 댕댕이

    혼수상태에 빠진 주인이 입원한 병원을 찾아 주인을 깨우는데 성공한 반려견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영국 메트로 등 현지 언론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에 사는 남성 앤디 사스(65)는 2016년 당시 대장암으로 투병하던 중 갑자기 상태가 악화됐고, 호흡곤란으로 인한 뇌 손상을 막기 위해 의료진은 그에게 약물을 투여, 의도적으로 인위적 혼수상태에 빠지게 했다. 이때 혼수상태에 빠진 사스의 아내 에스텔(52)과 병원을 찾은 반려견 테디(5, 슈나우저와 푸들 잡종견)는 침대에 누워있는 주인을 본 뒤 마치 그를 깨우려는 듯 가까이 다가갔고, 그가 몇 차례 짖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반려견이 주인을 부르는 듯한 소리를 들은 사스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눈을 번쩍 뜬 것. 약물로 의도적인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가 의료진의 처치 없이 스스로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는 일은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스는 “테디가 크게 몇 번 짖은 뒤 내 가슴에 발을 올려놓자마자 눈을 떴다. 테드를 보자마자 매우 놀랐고, 한편으로는 수호천사를 본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현지 의료진은 반려견이 환자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고려해 4일동안 반려견이 정기적으로 병실을 방문하도록 허락했으며, 현재 사스는 여전히 반려견 테드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스는 “테디는 매우 영리하고 사랑스럽고 충성스러운 개”라면서 “테디는 나를 구했으며 우리에게는 확실하고 특별한 유대관계가 있다”고 자랑했다. 이후 테디는 2017년 런던왕립학회에서 열린 연례행사에서 동물보호단체인 RSPCA가 수여하는 특별동물상을 수상했다. 이후 현재까지 병원과 호스피스 병동, 전국의 학교 등을 돌며 심리치료를 담당하고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김 태의 뇌과학] 수면 부족과 알츠하이머 치매

    [김 태의 뇌과학] 수면 부족과 알츠하이머 치매

    언제부터인가 ‘꿀잠’이라는 신조어가 매스컴이나 광고에서 자주 보인다. 이 말이 널리 쓰이게 된 이유는 잘 자는 것에 대한 관심이 커진 측면도 있지만, 잠을 잘 시간이 부족하거나 ‘달지 않은’ 잠을 자는 날이 많아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꿀잠이 일상이 되지 못하고 ‘희망사항’이 된 현대인에게 뇌과학은 지속적으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최근 이와 관련한 중요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달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의 데이비드 홀츠만 교수팀은 사이언스지에 잠을 못 자면 알츠하이머 치매의 진행이 빨라진다는 사실을 입증한 흥미로운 논문을 게재했다. 이 연구에서 홀츠만 교수는 잠을 자지 못하면 ‘타우 단백질’이 뇌에서 확산하는 속도가 빨라진다고 보고했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주요 물질은 뇌속의 ‘아밀로이드베타’와 ‘타우 단백질’이다. 아밀로이드베타는 증상이 있기 10여년 전부터 뇌에 서서히 축적된다. 아밀로이드베타가 거의 최고조에 이를 즈음 타우 단백질이 증가하기 시작해 치매로 이행되는 결정적인 뇌 손상을 일으킨다. 이번 연구로 잠이 부족하면 아밀로이드베타가 증가하고 뇌 세포에 손상을 주는 타우 단백질이 뇌에서 빠르게 확산한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원래 타우 단백질 농도는 깨어 있을 때 높아지고 잠을 잘 때 낮아진다. 매일 정기적으로 오르내린다. 야행성인 쥐는 깨어 있는 밤에 잠을 자는 낮보다 2배 정도 높은 타우 단백질 농도를 보인다. 이번 연구에서 낮에 쥐의 수면을 인위적으로 방해하자 평소보다 두 배나 높은 타우 단백질 농도를 보였다. 사람에서는 수면박탈 때 뇌척수액에서의 타우 단백질 농도가 1.5배 증가했다. 그러나 이런 연구방법론은 수면박탈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연구팀은 각성을 유발하는 ‘상유두핵’이라는 뇌 부위에 특수한 수용체를 발현시키고 그 수용체와 작용할 수 있는 약물을 투여해 스트레스를 최소화한 수면박탈법을 시도했고, 이번에도 역시 타우 단백질의 증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기억 기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해마’ 부위에 타우 단백질을 주입하고 수면을 방해한 군과 정상 수면군을 4주 후에 비교했을 때 수면을 방해한 쥐의 해마에 타우 단백질이 넓게 퍼져 알츠하이머병이 가속됨을 확인했다. 2017년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선 고령사회에 도달했다. 노인 인구에서 수면 문제는 매우 흔하면서도 간과하기 쉬운 증상이다. 전문가들은 수면 문제가 치매와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뇌과학 연구 결과들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잘 자는 것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이나 수면 문제가 치매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에 의견이 모인다. 뇌 건강을 위해 건강한 수면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 살아 움직이는 쥐에 초음파 쏴 조종할 수 있다고?

    살아 움직이는 쥐에 초음파 쏴 조종할 수 있다고?

    SF 영화를 보면 빛이나 초음파를 이용해 상대를 조종하거나 뇌파를 변화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사람을 조종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뇌 부위를 초음파로 자극해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나왔다.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덴마크 공과대(DTU) 공동연구팀이 초소형, 초경량화시킨 미세초음파소자를 이용해 살아움직이는 쥐의 뇌에 초음파 자극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뇌 자극’ 3월호에 실릴 계획이다. 기존에는 뇌의 특정 영역을 미세하게 자극할 수 있는 심부뇌자극술과 광유전학을 이용해 빛으로 뇌를 자극하는 자극방법이 있지만 외과수술을 통해 칩이나 자극기기를 삽입해야 하기 때문에 임상에 적용이 쉽지 않다. 반면 경두개전기자극술과 경두개자기자극술은 외과수술 없이 비침습적으로 자극이 가능하지만 자극부위가 지나치게 넓고 뇌 깊이 자극할 수가 없어서 적용에 한계가 있다. 초음파는 비침습적이기 때문에 동물실험이나 인체에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초음파를 한 점에 집중시킬 수 있어 원하는 부위에 깊이 자극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초음파 소자가 무거워 생쥐실험을 할 때도 반드시 고정하거나 마취를 시켜야만 했다.연구팀은 미소전자기계시스템(MEMS) 기술을 활용해 1g 미만의 초경량, 초음파 소자를 개발했다. 특히 생쥐의 몸에 맞는 중심주파수, 크기, 초점거리, 초음파 세기를 갖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초음파 소자를 이용해 쥐의 대뇌 운동피질을 자극해 쥐의 앞발을 움직이도록 했다. 그 결과 초음파 강도를 높일수록 운동피질이 더 많이 자극돼 쥐의 앞발이 더 빨리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기술을 활용하면 쥐 뇌의 3~4㎜ 깊이까지 초음파가 도달할 수 있으며 쥐 뇌 전체 크기의 25%를 자극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현재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초음파가 수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중에 있다. 이현주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초경량 초음파 소자를 활용함으로써 고정되거나 마취된 상태가 아닌 살아움직이는 상태에서 초음파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며 “수면장애, 파킨슨병, 치매, 우울증 같은 여러 뇌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초미세먼지 나쁜 날, 우울증·조현병 환자 입원 증가”

    “초미세먼지 나쁜 날, 우울증·조현병 환자 입원 증가”

    초미세먼지(PM 2.5 이하)가 우울증, 조현병 등 정신질환 증세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날씨가 추운 날보다 날이 따뜻해질 때 이런 경향이 더 뚜렷한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건강환경연구소·분당서울대병원 공동 연구팀은 서울에서 2003∼2013년 사이 우울증과 조현병 등의 정신질환에 의한 응급입원 8만 634건을 대상으로 초미세먼지 노출과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노출이 많을수록 정신질환 응급환자의 입원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논문을 보면 연구 기간에 초미세먼지 농도가 이틀 평균 10㎍/㎥ 증가하면 정신질환에 의한 응급입원은 0.8%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경향은 날씨가 추울 때보다 따뜻할 때 초미세먼지와 함께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오존, 이산화황 등의 대기오염물질 중 하나라도 수치가 높을수록 연관성이 더 컸다. 이 경우 정신질환에 의한 응급입원 위험은 최대 2.3%까지 증가했다. 외국에서도 초미세먼지가 정신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스웨덴 우메아(Umea)대학 연구팀은 2016년 영국의학저널(BMJ Open)에서 50만명이 넘는 18세 이하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가 10㎍/㎥ 증가하면 아동의 정신질환이 4% 증가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당시 대기오염물질이 신체나 뇌 속으로 들어가 염증을 유발함으로써 정신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를 이끈 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원장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0∼30㎍/㎥로 낮더라도 정신질환에 의한 입원은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는 농도와 상관없이 초미세먼지에 아주 짧은 기간 노출돼도 정신질환에 미치는 위험이 크다는 방증인 만큼 추가적인 메커니즘 분석과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장내미생물 균형 깨지면 우울증 발생한다

    [달콤한 사이언스] 장내미생물 균형 깨지면 우울증 발생한다

    스위스연구진, 대변이식으로 장내미생물 균형 연구 계획 우리 몸 속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생명체인 장내미생물이 소화기능은 물론 각종 면역기능을 좌우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장내미생물의 균형을 맞춤으로써 알레르기 같은 면역기능 장애로 발생하는 질병과 소화불량 같은 질환을 치료하려는 시도들이 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장내미생물이 사람의 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유럽 연구진이 동물실험이 아닌 사람의 몸 속 장내미생물을 분석해 이같은 상관관계를 밝혀낸 대규모 실험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벨기에 루벤대 의학연구소, 신경과학과, 브뤼셀대, 브뤼셀자유대 생물공학과, 네덜란드 그로닝엔대 의대 유전학과, 노르웨이 오슬로대 면역학과 공동연구팀이 소화기관을 비롯해 체내에 존재하는 각종 미생물의 분포와 변화가 인간의 정신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미생물학’ 5일자에 발표했다. 지금까지 생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장내미생물이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밝혀졌고 소규모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도 우울증 환자의 장내미생물 분포가 정상인과 다르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처럼 대규모의 사람을 대상으로 장내미생물과 정신건강의 관계를 분석해 미생물이 분비하는 화학물질이 인간의 기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은 처음이다. 연구팀은 우울증과 장내미생물의 관련성을 확인하기 위해 장내미생물 검사를 받았던 벨기에인 1054명의 샘플을 면밀히 분석했다. 특히 이들 중 173명은 우울증 진단을 받거나 삶의 질 검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이다. 이에 연구팀은 이들과 다른 사람들의 장내미생물 분포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코프로코쿠스와 디알리스터라는 종류의 장내미생물이 연령이나 성별과 상관없이 삶의 질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풍부했지만 우울증 환자들에게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우울증 환자들의 장내미생물 분포를 확인한 결과 설사와 복통을 일으키며 만성과민대장증후군을 유발시키는 크론병과 관련된 미생물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미생물은 장내에서 염증반응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연구팀은 1064명의 네덜란드 사람들에게서 채취한 시료를 검사한 결과 마찬가지로 우울증 환자의 장내미생물에는 코프로코쿠스와 디알리스터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장내미생물이 만들거나 분해할 수 있는 물질 중에서 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수 가능성이 큰 56종을 분류해 냈다. 이를 통해 코프로코쿠스는 도파민 분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스위스 바젤대에서는 건강한 사람의 변을 이식해 우울증 환자들의 비정상적인 장내미생물 분포와 숫자를 늘리고 균형잡으려는 임상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예로엔 라스 루벤대 의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많은 장내미생물이 만들어 내는 물질로 인해 신경세포의 기능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소화기관에서 만들어진 화합물이 어떻게 신경세포나 뇌에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한 메커니즘을 알기 위해서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32세 나이에 ‘인간광우병’ 걸린 美 남성의 안타까운 죽음

    32세 나이에 ‘인간광우병’ 걸린 美 남성의 안타까운 죽음

    ‘인간광우병’으로도 불리는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에 걸린 미국 남성이 진단 8개월 만에 결국 사망했다. 미국 피플지는 지난 5일(현지시간) 3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CJD로 사망한 남성과 남겨진 그의 아내에 대해 보도했다. 테네시주 레버넌 출신 토니 깁슨(33)은 지난 2017년 12월 급작스러운 인지능력 저하를 겪었다. 길을 잃는 것은 다반사였고 집 안에서조차 헤매기 시작했다. 아내 다니엘르는 집안 곳곳에 라벨을 붙였지만 토니의 상태는 점점 악화됐다. 다니엘르(31)는 “갑자기 기억력이 나빠진 토니는 화장실에 가겠다더니 안방에 들어가 있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키운 적도 없는 개를 돌봐야 한다며 이웃집으로 향하기도 했고 급기야 네 명의 자녀들조차 잊어버리고 아내에게 아이를 갖고 싶다고 조르기까지 했다.  증상이 시작된지 4개월 만에 병원을 찾은 토니는 한 달 간의 정밀검사 끝에 CJD 진단을 받았다. 남편의 증상을 그저 치매라 여겼던 다니엘르는 충격에 빠졌다. 의료진은 토니가 그들이 본 CJD 환자 중 가장 어린 축에 속한다고 덧붙였다. CJD는 잠복기가 10~40년으로 매우 길다. 보통 50세 이후부터 급격하게 증가하며 60세 전후로 증상이 발현된다. 진단 당시 토니가 32세였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드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CJD는 일단 발병하면 3개월에서 1년 안에 사망에 이른다. 의료진은 토니 역시 1년 안에 사망할 것으로 내다봤다.의료진의 예상대로 토니는 죽기 두 달 전부터 걷고 말하고 먹는 모든 일상이 불가능해졌다. 토니가 죽기 사흘 전 다니엘르는 남편이 평소 가장 좋아하던 찬송가인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며 마지막을 준비했고 이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토니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졌다. 결국 토니는 진단 8개월만인 지난달 30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다니엘르는 슬픔에 빠졌지만 남편의 죽음을 통해 같은 병을 앓는 사람들에게 치료의 길이 열리길 기원한다며 토니의 뇌를 CJD 연구재단에 기증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CJD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원인불명의 유형으로 환자의 85%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유전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10~15%가 가족력이 있는 환자다. 마지막으로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섭취해 발생하는 유형으로 전 세계 100만명 중 1명이 이 유형에 해당한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이집트서 한국인 여행객, 낙타 체험 중 추락해 숨져

    이집트서 한국인 여행객, 낙타 체험 중 추락해 숨져

    이집트에서 한국인 여행객이 낙타에서 떨어져 숨졌다. 7일(현지시간) 이집트 주재 교민과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이집트의 홍해 휴양도시 후루가다 인근 사막에서 한국인 여성 A(60)씨가 낙타타기 체험 중 땅으로 떨어졌다. 추락 직후 의식을 잃은 A씨는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병원으로 이송된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현장에 있던 다른 한국인 관광객은 “앉아 있던 낙타가 갑자기 일어나 몇 차례 뛴 뒤 A씨가 추락했다”고 전했다.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시신을 검안한 의사는 사망 원인을 뇌 손상으로 보고 있다”면서 “머리가 먼저 떨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에서 A씨를 비롯한 한국인 관광객들은 낙타 타기 체험에 나서면서 헬멧은 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국내 한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통해 다른 한국인 20여명과 함께 이집트를 여행 중이었다. 이집트를 찾는 관광객들은 카이로 인근 기자 지역 피라미드 유적지 등에서 낙타 타기를 많이 즐긴다. 그러나 낙타가 일어서면 높이가 2m를 넘기 때문에 추락사고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아픈 기억을 모두 ‘지워드립니다’…기억 ‘이레이저’ 효소 발견

    [달콤한 사이언스] 아픈 기억을 모두 ‘지워드립니다’…기억 ‘이레이저’ 효소 발견

    2004년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 짐 캐리와 케이트 윈슬렛은 이별을 앞둔 연인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이별을 앞두고 서로에 대해 완전히 잊기 위해 기억 삭제 시술을 받게 된다. 기억이 지워진 상태에서 나타나는 사건들을 통해 사랑의 본질에 대해 묻는 내용으로 2015년 재개봉되면서 더욱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화에서처럼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흑역사나 공포스러웠던 장면, 트라우마로 남은 순간을 지워버리고 싶어 한다. 또 대인공포증, 고소공포증, 광장공포증 같이 이유없는 공포증상으로 사회생활이 어려운 사람들도 공포증을 유발하는 원인을 찾아 없애버리고 싶어한다. 국내 연구진이 공포기억을 지워주는 ‘이레이저’, 일명 지우개 효소를 발견해 주목받고 있다.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기초과학연구원(IBS),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뉴욕대, 컬럼비아 의대 공동연구팀은 뇌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특정 효소를 제거함으로써 공포기억을 지울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 1월 28일자에 실렸다. 기억의 생성과 소멸은 신경생물학 분야에서 중요한 연구 주제이다. 이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는 각종 공포증이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기억의 소멸은 단순히 기억을 지우는 차원이 아닌 공포자극을 불러일으키는 원인 기억을 또다른 학습으로 억제하는 기제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생쥐에게 강한 소리자극과 전기자극을 함께 가해 공포기억을 학습시켰다. 그 다음 뇌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만 나타나는 이노시톨 대사효소라는 물질을 제거하면 공포기억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연구진은 확인했다. 이노시톨은 포도당과 유사한 물질로 체내에서도 일부 합성되지만 음식으로 섭취되는 중요한 영양분으로 세포 지질막을 구성하고 인산화된 형태로 세포의 각종 활성을 조절한다. 이노시톨 대사효소는 이노시톨을 인산화시켜 세포 성장과 에너지 대사조절을 하는 중요한 물질이지만 뇌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연구팀은 이노시톨 대사효소가 생쥐의 편도체에서 공포기억의 소거 반응을 전달하는 신호전달계의 활성화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노시톨 대사효소가 제거될 경우 공포기억에 무덤덤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김세윤 카이스트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형 사고나 트라우마로 인해 겪게 되는 PTSD, 고소공포증을 비롯해 광장공포증, 대인공포증 같은 각종 사회공포증 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새로운 치료방법을 찾아내는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노인의 ‘노화된 뇌’ vs 미성년자의 ‘미성숙한 뇌’ 형사책임 다르다”

    “노인의 ‘노화된 뇌’ vs 미성년자의 ‘미성숙한 뇌’ 형사책임 다르다”

    우리나라 법은 14세 미만의 미성년자에겐 형사책임능력을 묻지 않는다. 아직 성숙하지 못해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성인에 미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반대로 노화로 인해 뇌 기능이 약화된 노인에게는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형사적으로 미성년자의 ‘미성숙한 뇌’와 노인의 ‘노화된 뇌’의 차이는 무엇일까? 4일 법무부에 따르면 김봉수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연구한 ‘노령화 등으로 인한 뇌기능 및 신체활동능력 저하에 따른 범죄현황과 형사·행정적 대응 방안’에는 이 같은 논의가 담겨 있다.대검찰청의 범죄분석 자료를 살펴보면 2017년 기준 전체 범죄자 가운데 30대·40대 범죄자는 2011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지만, 50대·60대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나아가 노인 흉악범죄는 2011년 5.2%에서 2016년 12.5%로, 노인 폭력범죄는 동시기 6.2%에서 11.2%로 증가했다.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도 2014년 2만 275건에서 2016년 3만 5702건으로 급증했고, 사고 원인의 60% 이상이 고령운전자의 ‘주의력 저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범죄가 늘어나는 이유로 김 교수는 우선 노인들의 ‘분노와 원한’을 가장 주요하게 꼽았다. 김 교수는 지난 2008년 발생한 숭례문 방화사건을 예시로 들면서 노년기에 두드러진 심리적 불안정과 사회적 고립이 범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노인부양부담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가족기능 약화, 경제적 빈곤 등 사회환경적 요인도 노인범죄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밝혔다. 특히 생산가능인구가 부양해야 할 노인인구의 비율을 나타내는 노인부양지수는 2000년 10.1%에서 2007년 13.8%로 증가했고, 2020년에는 21.7%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노인범죄가 형사책임대상에서 면제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 현행법은 형사미성년자와 심신장애인, 그리고 농아자에 대한 형사책임능력을 면제하고 있다. 특히 형사미성년자에 대한 책임능력을 묻지 않는 이유로 김 교수는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위법한 행위를 비난하기에 필요한 정도 내지 책임을 물을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하지 않았고 ▲형사미성년자를 교육 내지 보호의 대상으로 보겠단는 국가의지의 표명으로 형법 제9조를 이해해야 하고 ▲개인적 발육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14세 미만의 형사책임능력을 부정하는 것은 입법 당시의 추세와 명확성 확보를 위한 입법자의 결단으로 봐야 한다고 꼽았다. 그러면서 이 모든 이유들의 공통점은 ‘미성년자를 성인수준의 정신적·지적 능력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노인은 미성년자와 다르게 봐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노인범죄에 대한 형사책임을 면제해야 한다는 측에선 노인의 ‘노화된 뇌’와 형사미성년자의 ‘미성숙한 뇌’가 기능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에 범죄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김 교수는 유사성만을 가지고 형사책임능력을 면제해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한다. 범죄는 뇌의 물리적 능력이 아니라 인격체인 인간에게 사회가 부여하는 규범적 능력이기 때문이다. 또한 생물학적 기반이 유사하더라도 심라학적 요소, 즉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 면에선 미성년자보다 월등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다. 다만 양형판단에 있어서는 ‘고령’이라는 점이 감형 사유가 될 수는 있다고 봤다. 현행 형법 및 법원조직법에 규정된 양형조건에도 피고인의 나이는 행위자 관련 요소에 포함돼 있다. 나아가 형사책임을 면제하진 않더라도, 형사절차 및 형집행 단계에선 배려와 차별화된 취급이 필요하다며 노인부 법원, 노년원, 노인교도소 등 노인전담 조직을 갖추고, 노인에 대한 재사회화 및 보호관찰제도 등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반려독 반려캣] 고양이 들어간 줄 모르고 세탁기 돌렸다 눈총받은 집사

    [반려독 반려캣] 고양이 들어간 줄 모르고 세탁기 돌렸다 눈총받은 집사

    재키와 클리프 부부는 지난 12월 돌아가는 세탁기 속을 들여다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6살 난 샴고양이 그레이스가 드럼 세탁기 속에 갇힌 채 세탁물과 뒤엉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 황급히 세탁을 중지한 부부는 그레이스를 안고 병원으로 뛰어갔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메트로는 고양이가 들어간 줄 모르고 세탁기를 돌렸다 가슴을 쓸어내린 부부의 사연을 소개했다. 작년 연말 재키 뮬렌스(58)는 체육관을 다녀온 뒤 운동복을 빨기 위해 세탁기 문을 열었다. 생각보다 세탁물 양이 많지 않자 재키는 침대보를 걷어 운동복과 함께 세탁기에 집어넣었다. 40도 온수 헹굼을 설정해 세탁기를 돌린 재키는 곧바로 저녁 준비에 들어갔다. 얼마 후 재키는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마당으로 나갔다. 그녀가 키우는 여러 마리의 반려고양이들을 살피며 온 사방을 뒤졌지만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끔찍한 상상이 재키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설마 했지만 분명 고양이 울음소리는 돌아가는 세탁기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다.재키는 비명을 질렀고 재키의 남편 클리프(51)는 세탁기 속에서 흠뻑 젖은 채 수건에 휘감겨 있는 고양이 그레이시를 꺼냈다. 세탁기 안에서 나온 그레이시는 원망스러운 듯한 눈빛으로 부부를 바라봤고 이내 축 처지고 말았다. 그레이시의 상태를 살핀 수의사는 폐와 뇌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미동도 없던 그레이시는 그러나 얼마 후 고개를 움직이며 반응을 보였고 급히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밤사이 안정을 되찾은 그레이시는 하루 만에 퇴원해 집으로 돌아갔다. 재키는 “내가 만약 라디오를 틀었다거나 외출을 해 그레이시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조차 하기 싫다”면서 “내 평생 이런 끔찍한 기분은 처음이다. 그레이시가 살아난 건 기적”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녀는 “분명 고양이들이 모두 마당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레이시가 세탁기 안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 후 세탁기를 무서워하게 된 그레이시가 세탁실 근처는 가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메트로는 드럼세탁기 안이 고양이들에게는 어두컴컴하고 아늑하게 느껴질 수 있다면서, 호기심 많은 고양이가 세탁기에 들어가 있지는 않은지 애묘인들은 꼭 한 번씩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아프니까 청춘?’ No “아프면 자라”...잠의 치료효과 발견

    [달콤한 사이언스] ‘아프니까 청춘?’ No “아프면 자라”...잠의 치료효과 발견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말은 아픔과 청춘이라는 단어를 억지로 붙인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언어유희일 뿐이며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말은 공감능력은 있지만 치유해주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말이라는 농담이 있다. 사실 사람은 인생의 3분의 1을 잠자는데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잠은 뇌와 함께 여전히 생물학 분야에서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분야이다. 특히 어떤 유전적 힘이나 분자적 작용이 수면을 유도하는지, 수면이 인체에 어떤 효과를 가져다 주는지에 대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 신경과학자들이 아프면 다른 직접적인 치료법만큼이나 잠을 자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 병에 걸리면 잠이 많아지는 이유도 인체의 면역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의대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 연구진은 초파리 실험을 통해 수면을 유도하는 ‘NEMURI’라는 단일 유전자를 발견하고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1일자에 발표했다. 네무리는 수면을 유도해 인체 고유의 면역 치료기능을 활성화시켜 몸 속에 침투한 병원균들과 싸우도록 뇌에서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초파리에게서 네무리 유전자를 제거한 결과 파리들은 잠을 자지만 계속 흥분 상태로 남아있으면서 똑같은 시간을 잠들더라도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병원균에 쉽게 감염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초파리들에게 병원균을 감염시킨 뒤 절반은 네무리 유전자를 활성화시켰고 나머지는 내버려뒀는데 네무리 유전자가 활성화된 초파리들이 빨리 치유되고 생존율도 높아지는 것이 관찰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네무리는 일종의 항균 단백질로 초파리의 말초신경에 침투했을 가능성이 높은 미생물을 죽이고 수면을 증가시켜 체내 면역시스템을 최대한 가동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네무리는 잠자는 동안 많이 분비되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네무리 유전자가 면역기능과 수면효과의 연결고리라고 판단하고 병에 걸리면 일반적인 치료와 함께 충분히 잠을 자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아미타 세갈 교수는 “잠과 치유효과는 밀접하게 연관돼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많았지만 이번 연구는 수면과 면역시스템을 직접 연관이 있으며 아플 때 잠이 어떤 효과를 가져다주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집사 로봇’ 들이실래요

    ‘집사 로봇’ 들이실래요

    로봇은 인공지능(AI) 기술을 가장 사람과 닮은 형태로 구현하는 제품이다. AI가 명령하는 바를 가장 섬세하게 구현하려면 첨단 하드웨어 제조기술이 필요하다. 선 없이 어디서든 제어하려면 무선 네트워크 기술도 적용해야 한다. 이렇게 각 분야 정보통신기술(IT)의 첨단이 집약된 ‘종합 가전제품’으로서 로봇은 최근 수년간 모든 종류의 기술 전시회에서 ‘단골’로 등장한다. 지난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9’에서는 로봇이 이미 ‘생활가전’의 영역으로 들어와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경제적인 문제를 접어두면, 옛날 보일러 광고에서처럼 “여보, 아버님 댁에 로봇 놓아 드려야겠어요”라고 할 수 있는 시대가 이제는 정말 온 것이다.중국 업체 유비테크는 사람의 형태를 한 로봇을 뜻하는 ‘휴머노이드’를 주로 만든다. 이번 CES에서는 진보된 집사로봇 ‘워커’를 공개했다. 워커는 아직 무겁고 엄청나게 느린 데다, 2시간 사용을 위해 2시간을 충전해야 하긴 하지만 사람처럼 두 발로 걷고 말을 알아들으며, 일정 부분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 업체는 전시 기간 동안 하루에 네댓 번 워커의 기능을 시연했는데, 주인이 집에 오자 문을 열어주고 가방과 옷을 받아줬다. 주인이 콜라를 갖다 달라고 하면 냉장고로 가서 문을 열고 음료를 꺼낸 뒤 문을 닫았는데, 이때 시연을 진행하던 관계자는 “단지 음료를 갖다 달라고 했을 뿐인데 워커는 냉장고 문을 열어야 음료를 꺼낼 수 있으며, 특히 꺼낸 뒤엔 꼭 문을 닫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워커는 주인이 밖으로 나가는데 일기예보상 비가 오게 될 경우 우산을 챙겨 주고, 음악을 틀어달라고 하면 음악을 켠 뒤 스스로 춤도 췄다.일본 교토에 본사를 두고 있는 전자업체 오므론은 탁구 로봇 ‘포르페우스’를 전시했다. 이 로봇은 탁구대 위에 설치된 라켓 달린 로봇 팔 형태로, 전시 기간 내내 수준급 탁구 실력을 가진 업체 관계자와 실력을 겨뤘다. 오므론은 그동 안에도 포르페우스를 만들었지만 이번에 전시한 최신 모델은 5개의 카메라로 공과 상대방, 공에 걸린 회전을 추적한다. 공만 따라가며 탁구를 치는 게 아니라, 상대의 동작을 분석해 빠르게 공의 궤적을 예측한다. 뿐만 아니라 라켓에 설치된 고속 카메라로 공 회전도 분석해 회전과 역회전으로 반격도 하는 것이다. 포르페우스는 시연자가 어려운 공격을 할 경우 가끔 뚫리기도 하는 인간적인 모습도 보여줬다. 시합이 끝나면 포르페우스는 상대의 동작을 프로 선수와 비교, 상단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코칭도 제공한다. 포르페우스 같은 로봇들이 발전하고 다양해지면 전문 스포츠 훈련사 역할을 로봇이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구글은 이번 전시에서 자사 AI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의 기능을 소개하기 위해 놀이공원의 관람열차 같은 시설물인 ‘구글 어시스턴트 라이드’를 만들었다. 열차를 타는 동안 구글이 보여주는 장면들은 구글 어시스턴트가 어떤 일들을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가장으로 연출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줄을 서서 들어가는 중에 만나게 되는 할머니 로봇은 실제 구글의 AI 기술이 적용됐다. 할머니 로봇은 최신 AI의 자연어 대화 능력을 보여줬다. 할머니 로봇의 대화 능력은 혹시 안에 사람이 들어 있는 게 아닌지 착각할 정도였다. 관람객과 눈을 마주치면 “굿모닝, 허니”와 같은 자연스러운 말로 인사를 하고, 누가 셀피를 찍으려 하면 “이건 인터넷에 마구 퍼지겠군”이라고 말했다. 영어권 관람객들은 정말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처럼 할머니 로봇과 긴 대화를 주고받았다. 로봇은 집안에 있는 매우 똑똑한 가전제품의 하나로, 사용자의 생활과 작업을 보조해 준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에서 실버세대의 건강 관리를 돕는 ‘삼성케어’를 선보였다. 사용자의 혈압, 수면 상태, 호흡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약을 먹어야 할 시간이 되면 알림을 준다. 혹시 사용자가 쓰러지거나 심장에 이상이 생기면 의료진과 가족에게 알려준다. LG전자도 앞선 CES 2018부터 로봇 ‘클로이’를 전시에 등장시켰다. 이번 전시에선 최고기술책임자(CTO) 박일평 사장의 기조연설에 직접 참여해 AI 기술을 뽐냈다.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입는 로봇인 웨어러블 로봇도 각각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허리, 무릎 발목에 착용하는 보행 보조 웨어러블 로봇인 ‘GEMS’를 공개했다. 걸을 때 하체 근력을 보조해 주고 자세를 교정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저항 모드가 추가돼 재활이나 훈련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LG전자는 신형 ‘클로이 수트봇’을 공개했다. 작업 현장에서 노동자의 허리 근력을 보조해 주는 웨어러블 로봇으로, 고강도·고반복 노동에서 작업 효율을 높이고 작업자 신체를 보호해 준다. 특별한 기능으로 인간을 돕는 게 대부분 로봇의 역할이지만 단지 교감을 하거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도 나름의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소니의 반려견 로봇 ‘아이보’는 출시된 지 2년이 됐고 벌써 여러 차례 전시회에서 선보였지만 여전히 부스에서 여성과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카메라 두 대와 머리, 등에 설치된 센서로 사람 표정과 쓰다듬는 걸 인식한다. AI는 딥러닝을 통해 집안 식구 중 자기를 가장 예뻐하는 게 누군지 알아내며, 그 사람의 말을 가장 잘 듣는다고 한다. 유비테크의 귀여운 미니 휴머노이드 ‘알파 미니’는 이번 전시에서도 ‘칼군무’를 보여줬다. 사람 말을 알아듣고 음악을 켜고 춤을 추고 사진도 찍어 주는 개인용 오락 로봇이다. 이번에 전시된 알파 미니는 쿵푸 동작을 보여주는 기능도 탑재하고 있었다. 이번에 CES에 처음 참가한 네이버의 로봇팔 ‘앰비덱스’는 세계 최초로 5G를 적용해 ‘뇌’가 없는(브레인리스) 로봇으로 주목을 받았다. 퀄컴과 협력해 몸체에 중앙처리장치 없이도 클라우드를 통해 정밀하게 로봇을 제어할 수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억지로 아침형 인간 되려다 골병 듭니다

    [달콤한 사이언스] 억지로 아침형 인간 되려다 골병 듭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다”라는 격언처럼 한 때 아침형 인간이 되야 성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류의 자기개발서와 방송이 넘쳐났던 적이 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일찍 일어나는 새는 독수리나 부엉이에게 잡아먹힌다” “일찍 일어나는 새는 피곤하다”는 식의 패러디가 등장하는 등 아침형 인간의 열풍이 예전 같지는 않다. 그런데 최근 미국과 유럽 연구진이 사람의 생체시계는 습관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닌 유전적으로 결정돼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억지로 아침형 인간이 됐다가는 자칫 병원신세를 질 수도 있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영국 엑스터대 의대 왕립 데본앤엑스터병원, 브리스톨대 의대, 맨체스터대 의학및보건대,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 펜실베니아대 의대, 하버드대 의대, 바이오벤처 23andMe, 네덜란드 e사이언스센터, 에라스무스의대, 독일 사노피-아벤티스 연구소, 호주 퀸스랜드대 공동연구팀이 인체 내 생체시계를 결정하는 유전자는 다르기 때문에 사람의 지문처럼 신체활동 패턴이 모두 다르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생체시계에 맞춰서 생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1월 30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특히 생체시계는 우울증이나 조현병 등 정신질환의 위험성과도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생체시계는 유전자와 식습관, 인공 조명에 대한 노출, 직업과 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생활양식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호르몬 수치와 체온 등 다양한 생체신호와 수면 패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생체시계의 발견은 2017년 노벨생리의학상의 수상업적으로 선정될 정도로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질병의 위험을 높이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연구되지 못한 상태였다. 지금까지 생체시계 교란이 당뇨나 비만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는 알려져 왔지만 정신질환과의 연관성은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미국 바이오벤처인 23andMe를 통해 확보한 25만명의 미국인과 영국 바이오뱅크에 저장된 45만명의 게놈 정보와 건강데이터 분석과 설문조사를 1차적으로 실시했다. 그 다음 영국 바이오뱅크에서 무작위로 8만 5000명을 선정해 손목형 활동 추적기로 깨어있고 잠드는 시간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차이를 만드는 게놈은 최소 24개에서 351개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유전자의 차이에 따라 기상시간이 25~30분 가량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을 나누는 것은 뇌가 외부 빛 신호에 반응하는 방식과 내부 생체 시계의 기능을 동조화시키는 게놈의 차이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마이클 위든 영국 엑스터대 의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다양한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 생체시계를 가질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이 다름 아닌 유전자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위든 교수는 이어 “신체시계 유전자 조절을 통해 조현병이나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고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 뿐만 아니라 생체시계가 교란된 사람에게 사전에 개입해 정신건강의 악화를 막을 수 있게 도와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월드피플+] “56살이지만 18살입니다”…40년 기억 사라진 중년 여성

    [월드피플+] “56살이지만 18살입니다”…40년 기억 사라진 중년 여성

    갑자기 의식을 잃어 병원에 실려간 한 중년 여성이 40년 동안의 기억을 모두 잃은 사연이 세상에 공개됐다. 영국 데일리메일 29일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미국 루이지애나주(州) 배턴루지에 사는 킴 해리스 데니콜라(56)는 성당 주차장에서 그만 의식을 잃어 근처 병원에 실려갔다.그런데 의식을 되찾은 그녀의 기억이 18세 고등학생 시절에 머무른 것이다. 그녀는 “지금이 몇 년도인지 기억하느냐?”는 간호사의 질문에 “1980년”이라고 했고, “현재 대통령이 누구인지 아느냐?”는 물음에는 “로널드 레이건”이라고 답했다. 놀란 간호사가 여성의 남편을 불렀지만, 그녀는 14년간 함께 산 남편 데이비드(60)를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그뿐만 아니라 결혼한 자녀들이나 손주들 역시 기억하지 못한다.그녀의 마지막 기억은 학창 시절 마지막 날에 머물러 있다. 그녀는 “학교를 나서 차를 타고 가고 있던 것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녀는 불과 몇 년 전 부모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다시 알고 나서 큰 충격을 받았다. 기억을 잃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또다시 느껴야 했던 것이다. 데니콜라는 의식을 되찾은 뒤 3일 내내 자기공명영상(MRI) 스캔 등 각종 검사를 받았고, 그런 그녀에게 의료진은 ‘일시적인 기억상실증’(transient global amnesia)이라는 진단을 내렸지만 명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그녀는 “내 생각에는 검사에도 나오지 않는 아주 작은 뇌졸중이거나 정신적 충격을 주는 극미한 뇌 손상이었을 것 같다”면서 “그게 아니면 전날 밤 내가 근육통 완화를 위해 먹었다고 하는 약물의 부작용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그녀가 기억을 잃어버린 기간이 기억을 갖고 있는 기간보다 많은 것은 보기 드문 사례로, 어쩌면 그녀가 영원히 기억을 되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남편은 아내가 사고 당일 성당에서 성서 공부를 마치고 나오던 길에 두통이 엄청나게 심하다고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에게 자신이 갈 때까지 절대 운전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을 기다릴 수 없을 만큼 두통이 심했던 것 같다. 한 친구의 말로는 그녀가 아직 성경 공부를 하고 있던 자신에게 “병원에 데려다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후 그녀는 주차장에서 친구의 차를 타고 나서려고 할 때 그만 의식을 잃은 것이다. 물론 이같은 이야기를 데니콜라는 여전히 기억 못한다. 심지어 그녀는 화장실에 가서 거울로 자기 얼굴을 보기 전까지도 기억상실증을 믿지 못했다.하지만 이제 그녀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결심하고 기억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남편도 그런 그녀에게 그동안의 가족 사진을 보여주고 페이스타임(영상 통화)을 통해 사랑하는 자녀들을 다시 소개해줌으로써 아내의 기억을 되살리려고 한다. 여전히 기억이 1980년대에 머무른 데니콜라는 현재 모든 것이 새롭다. 특히 가족과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페이스타임을 가장 멋지다고 했다. 그녀는 “크리스마스 직전 큰 아들 저스틴을 처음 봤다”면서 “해군에 있는 둘째 아들 조너선은 아직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그녀는 휴대전화의 작은 크기에 놀랐고 사용 법을 다시 배워야 했다. 심지어 그녀는 집안에 있던 TV를 컴퓨터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기억하는 마지막 컴퓨터는 학교 도서관에 있었다. 그건 커다란 흰색 상자였고 정보를 얻기 위해 플로피 디스크를 넣어야 하는 것이었다. 데니콜라는 오늘날 기술에 크게 놀라워하면서도 페이스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재미는 있지만, 다툼과 소란이 많고 사적인 대화가 많은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남편에게 오늘날 정세에 대해 서서히 배우고 있다는 그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누구인지 몰랐고 버락 오바마나 빌 클린턴도 누군지 몰랐다. 지금은 80년대와 얼마나 다른지, 얼마나 많은 것이 바뀌었는지 보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또 “난 기억 상실로 많은 고통을 겪었지만 남편과 가족의 헌신을 목격했다. 언젠가 옛 기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어쩌면 찾지 못할 수도 있지만 매일 기억하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이어 “천천히 사람들의 이름과 얼굴을 매칭하고 있으며 2019년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우울증 환자 땀 측정해 자살사고 미리 막는다

    우울증 환자 땀 측정해 자살사고 미리 막는다

    국내 연구진이 우울증 환자의 땀을 측정해 상태와 중증정도를 객관적으로 판단해 자살과 같은 예기치 못한 사고를 사전에 막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바이오의료IT연구본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인천대 전자공학과 공동연구진은 피부 전도도 센서를 이용해 우울증 환자의 피부에서 나타나는 땀 반응을 측정함으로써 우울증 진단과 조기 예측을 가능케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신호에 실렸다. 우울증을 비롯한 각종 정신질환의 경우 증상이 악화되면 뇌와 관련한 호르몬 반응에 장애가 발생하고 이는 땀의 분비 같은 자율신경계 반응으로 이어진다는데 착안해 이번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우울장애 환자의 상태를 객관적이고 보다 정확하게 진단하고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계학습 기반의 자동진단 모델도 함께 개발했다. 연구팀은 일반인과 우울증 환자, 공황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이번 기술을 적용해 3개월 간 추적 관찰한 결과 땀 반응으로만 정신질환 여부와 정신질환의 진행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연구팀은 가로, 세로 각각 36.5㎜, 33㎜ 크기의 다중 생체신호 측정이 가능한 복합센서를 만들었다. 복합센서는 땀, 심박, 호흡, 혈압, 뇌파 등의 생체신호들을 측정할 수 있게 했다. 연구팀은 실제 환자들이 시계처럼 차고 다닐 수 있도록 센서의 크기를 줄이고 무선통신으로 스마트폰과 연결시키는 기술을 준비 중에 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완성되면 우울증, 공황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외상후장애스트레스, 자폐 등 각종 정신질환을 진단하고 징후를 예측해 보호자나 병원에 자동 통보해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승환 ETRI 바이오의료IT연구본부장은 “현재 우울증을 비롯한 각종 정신과적 질환의 진단은 심리검사나 의사의 문진에 의존하고 있는데 의료진에게 보다 객관적인 방법을 통해 정신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에방하기 위해 이번 기술을 개발한 것”이라며 “혈액이나 혈압, 심박 등 다양한 생체신호와 결합시켜 우울증 이외의 정신질환에 대한 진단기술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이대호의 암 이야기] 암은 왜 성별에 따라 차이가 날까

    [이대호의 암 이야기] 암은 왜 성별에 따라 차이가 날까

    암 발생 빈도와 사망률은 성별에 따라 다르다. 당연하게도 전립샘암은 남성에게서, 유방암은 여성에게서 흔하다. 그럼 다른 종양은 어떨까. 대부분의 암은 남성에서 더 흔하다. 스웨덴에서 지난 40~50년 동안 100만여명의 환자를 살펴본 결과 39개 암종 중 34개 암종에서 남성 환자가 더 흔하고 27개 암종은 남성 환자의 예후가 더 나빴다. 물론 일반적으로 남성이 음주나 흡연 등 암과 관련된 나쁜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 하지만 이런 위험 요소를 고려해도 남성은 암 발생률과 사망률이 더 높다. 특히 방광암 치사율이 3배 정도 더 높다. 흥미로운 점은 똑같이 치료해도 남성은 효과가 적다는 것이다. 여성은 폐암, 대장암 수술이나 항암치료 효과가 더 좋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두경부암의 일종인 비인두암의 경우 여성 환자가 방사선이나 항암치료 효과가 더 잘 나타나지만, 폐경 이후 여성은 남성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성호르몬의 차이가 암 치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그러나 생활습관이나 호르몬 차이 등을 반영해 분석해도 역시 성별에 따라 차이가 나타난다. 최근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뇌 다형교아종 환자에게 항암제를 사용한 이후 남성보다 여성 환자의 종양 성장 속도가 빠르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종양 성장 속도가 성별에 따라 다르지 않았는데, 항암제를 사용한 이후 속도에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또한 연구진은 유전자에서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다. 뇌 다형교아종뿐만 아니라 전체 종양을 대상으로 시행한 비슷한 연구 결과도 지난해 10월에 발표됐다. 남성 환자로부터 얻은 종양 4265개와 여성 환자에게 얻은 종양 2866개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남성 환자의 종양 대부분에서 유전자 이상의 수가 더 많았고, 유전자 불안정성도 더 컸다. 전반적인 유전자 이상뿐 아니라 특정 유전자 이상에서도 빈도에 차이가 발생했으며, 이에 따른 유전자 발현에서도 차이가 난다는 점이 확인됐다. 유전자 이상의 차이는 ‘분자표적치료제’ 효과나 면역항암제 효과의 차이로 이어진다. 앞으로 암 치료 전략을 수립할 때 암이 발생한 원발 부위나 암 병기뿐만 아니라 성별도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는 ‘성별에 따른 차이가 왜 나타나는가’이다. 우선 몇 가지 의심스러운 기전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염색질 구조가 성별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른 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며 유전자 이상을 수리하고 복구하는 능력도 다르다. 만약 이러한 기전이 보다 자세히 알려진다면 암을 예방하는 전략이 성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성별에 따른 차이는 이제 암 예방이나 치료뿐만 아니라 암 관련 정책을 수립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돼야 한다.
  • 안면·부비동·목 MRI 검사비도 확 줄어든다

    앞으로 두부(안면·부비동 등)와 경부(목)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검사에 건강보험이 확대 적용돼 환자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보건복지부는 상반기 중으로 구체적인 보험 적용 대상과 얼마만큼의 의료비 경감 혜택을 얻을 수 있는지를 의료계와 협의한 뒤 관련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28일 밝혔다. 지난해 10월부터 뇌와 뇌혈관 MRI 검사에 보험 적용을 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그동안 MRI 검사는 비용 대비 효과가 높았지만 건보재정 부담 등으로 4대 중증질환자(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 중심으로 보험 적용을 해줬을 뿐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으로 두부나 경부에 질환이 있거나 질환이 의심스러워 검사가 필요할 때 누구나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의학적으로 뇌, 뇌혈관 MRI가 필요한 모든 환자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의학적으로 필요하다는 말은 환자가 신경학적 이상 증상을 보이거나 뇌파 검사 등에서 이상 소견이 나와 의사가 뇌 질환을 의심한 경우를 뜻한다. 이전까지는 뇌종양, 뇌경색, 뇌전증 등 뇌 질환 의심으로 MRI 검사를 받더라도 중증 뇌 질환으로 진단되지 않으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다. 복지부는 2021년까지 모든 MRI 검사에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아직도 신경안정제 없인 잠 못 자… 공포는 여진으로 남았다

    아직도 신경안정제 없인 잠 못 자… 공포는 여진으로 남았다

    “지진도, 대처도 모든 게 처음이었습니다. 이런 규모의 재해가 닥친 유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예전의 일상은 사라졌습니다.” 2017년 11월 15일 오후 2시 30분. 경북 포항시 흥해읍에 사는 박형철(39·가명)씨는 그날 오후가 지금도 생생하다. 꿈에서도 그의 가슴을 옥죈다. 그날을 기점으로 박씨의 건장했던 인생은 통째로 달라졌다. 점심 직후였다. 자영업을 하다 새 일을 준비하고 있던 그는 맑은 하늘 어디선가 거대한 천둥소리를 들었다. 순간 전쟁이 났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땅이 흔들렸다. 지진은 포항시 북구 북쪽 8㎞ 지역에 5.4 규모로 찾아왔다. 한반도에서 역대 두 번째로 큰 지진이었다.무의식적으로 네 살짜리 조카가 있는 근처 영일어린이집으로 냅다 뛰었다. 선생님들이 그나마 아이들을 대피시킨 뒤 진정시키고 있었지만 여기저기 우는 아이들이 보였다. 영문을 모르는 조카는 삼촌을 보더니 환히 웃었다. 아이를 품에 안고 나오는 순간, 바로 옆 건물 빨간 벽돌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어린이집 차량을 덮쳤다. 1m 차이로 화를 면했다. 경림뉴소망아파트 1층인 집은 아수라장으로 변해 있었다. 배낭에 급한 짐을 구겨 넣고 어머니, 동생 내외를 수소문해 근처 흥해초등학교 운동장으로 향했다. 사이렌은 울렸지만 그때까지도 대피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았다. 일단 학교로 가면 뭔가 안내가 있을 거라고만 짐작했다. 동네 사람들 800여명이 뒤엉켰다. “작년 경주 지진이 더 심했다는데 어째 우리 동네가 더 무너진 것 같아”라며 옆에서 웅성거렸다. 한참을 기다려 구호품 키트를 받았다. 당장 잠을 잘 데가 없는데 지급된 텐트도 모자랐다. 그날 밤 가족 5명은 차마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승용차에서 쪽잠을 잤다. 대피소는 어느 정도 질서정연했지만 밤이 되면 달라졌다. 구호품과 텐트를 받아 급식만 먹고 사라지는 이들, 술 먹고 남의 텐트에 쓰러지는 이들, 사생활이 없었다. 지진 후 사나흘이 지나자 “22일까지 피해 사실을 동사무소에 접수하라”고 했다. ‘집합건물은 전파, 개인주택은 반파’ 이상 판정받아야 이주시켜 준단다. 부서진 건물이 워낙 많은데, 대개 육안으로만 관찰하고 판정을 내렸다. 박씨 아파트도 처음엔 전파 판정을 받지 못했다. 90가구 중 65세 이상 어르신이 35%가량 사는 곳이다. 전기 스파크 튀는 소리, 벽 갈라지는 소리가 끊임없이 났다. 27일, 조심스레 지하실에 내려가 기둥을 만졌다. 콘크리트가 우수수 떨어져 내리고 철근이 다 드러났다. 시청은 이튿날 전파 판정을 내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불면증이 찾아왔다. 대형 트럭이 지나갈 때 흔들리는 창문 소리, 휴대전화 진동에도 소스라치게 놀랐다. 극도의 공포감에 바깥출입을 할 수 없었다. 집에서 5분 거리인 동사무소를 가는 데 동생의 부축을 받고서 한 시간이 걸렸다. 숨이 차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일상은 사라졌다. 2018년 2월 11일 새벽, 규모 4.6의 여진이 또 찾아왔다. 대피소 15곳도 철수하고 주민들도 일상에 서서히 복귀하려던 시점이었다. 그날 이후 증세가 더 심해졌다. 박씨는 다음달 갑자기 찾아온 가슴 통증에 결국 119에 실려갔다. 4월, 공황장애 판정을 받았다. 흥해보건소에 새로 생긴 재난심리센터에서 상담과 심리치료를 받긴 했지만, 전문의가 없어 약 처방은 받지 못했다. 그는 “지진보다 트라우마가 100배는 더 무섭다”고 했다. 박씨는 지진 감지 애플리케이션 3개를 동시에 쓰고 있다. 행정안전부 재난 안내문자의 속도가 가장 느리다며, 2월 여진 당시 문자 전송 시간을 보여 줬다. N사의 재해 발생 속보보다 7분이 늦었다. 그는 “흥해 사는 분들은 대부분 N사 앱을 쓴다”고 했다. 11월, 한동대에서 하는 지진 트라우마 극복 심리상담교육을 1주일에 2번 받기 시작했다. 항우울제 처방과 병행하니 다행히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그는 “모든 게 처음인 탓에 주민도, 공무원도 헤맸다”고 했다. 정작 지원받아야 할 주민들이 뒤로 밀리는 경우도 많이 봤다. 역대 2위급 지진에다 현재까지도 운영 중인 대피소 관리부터 이재민 구호, 건물 파손 판정, 이주계획, 재난심리지원 등 모든 것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져야 했다. 반면 건축·재난 관련 전문가는 모자랐던 데다 주민 의견 수렴이 현장에서 잘 안 되다 보니 복구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었다. 지진 대피·구호소 운영 매뉴얼은 있지만 사후 현장과는 괴리가 컸다.신순옥(69·여)씨는 포항 흥해실내체육관 2층 2평(6.6㎡) 남짓 하는 텐트에서 남편과 단둘이 생활하고 있다. 딸과 아들이 있지만 “폐를 끼치느니 죽겠다”고 했다. “컴퓨터와 냉장고, TV, 세탁기, 세간살이가 다 산산이 부서졌는데 어디 가서 말도 못 한다”고 했다. 그가 살던 흥해읍의 한미장관 맨션은 C등급으로 ‘소파’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벽체에 여기저기 금이 간 집에 차마 들어가 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신씨와 비슷한 200여가구가 이곳에서 텐트 생활을 하고 있고, 상주인구는 30명가량이다. 주민들은 2월 재정밀 안전점검 당시 현행 건축기준 전파 판정에 해당되는 D, E등급이 나왔는데도 시가 준공 당시인 1988년 건축기준으로 C등급을 내렸다고 주장한다. 또 개정된 시설물안전특별법에 따르면 이 아파트가 ‘3종 건축물’로 지정 고시돼 현행 법규에 따른 정밀안전진단 기준을 적용받아야 하는데도 시가 고시를 하지 않아 현행법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공기업에 다니던 남편 퇴직 후 아파트를 팔아 귀농하려 했지만, 노후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아침에 일어나 병원 가서 진료받고 친구들과 동네 사우나에서 만나 수다 떨고 점심 먹고 산책하던 일상은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여기저기 쑤시는 통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만 새로 찾아왔다. 한의원에서 침 맞고 돌아오면 하루 종일 텐트에 누워 지낸다. 병원을 전전했지만 뇌와 심장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신씨 웃옷 주머니에는 약봉지가 가득하다. 신경안정제가 없으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이 1년이 넘었다. 신씨 텐트 앞 조그만 어항에는 싸구려 열대어 ‘구피’ 몇 마리가 노닐고 있다. “귀하게 키우던 놈들도 어항이 깨지는 바람에 다 죽었네. 얘네라도 들여다봐야 위안이 되지….” 딸에게서 휴대전화가 걸려왔다. “김치했다니 가서 맛봐야겠네.” 얼마 전에 찾아온 손녀는 집 현관 앞에서 안을 들여다볼 뿐 망부석이 됐다. “할머니 무서워서 들어갈 수가 없어….” 올해도 혹한의 추위가 찾아왔지만, 누전 염려 때문에 전기요를 쓰지 못한다. 두꺼운 매트 2개를 겹쳐 깔았지만 한기는 사방에서 올라온다. 지병인 암 진료를 위해 남편과 고속버스를 탔는데 선잠이 들었다가 혼비백산해 깼다. 버스 진동이 여진인 줄 알았다. “다들 먹고살기 바쁘다 보니 심리상담 같은 건 받을 생각들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 역시 “시에서 한다는 얘기만 들었지 상담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다 필요없이 그냥 예전 집으로만 돌아가고 싶네.” 신씨가 혼잣말로 읊조렸다. “주민 주도형 복구, 그리고 단순한 ‘도시 풍경의 재생’이 아니라 주민 마음·터전의 재구성이 절실합니다.” 포항시 북구 환호동의 대동빌라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설립 추진위원회를 맡고 있는 김대명(49) 위원장은 1년 넘게 휴직 중이다. 새 보금자리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보니 생업을 잠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전파 판정을 받은 대동빌라는 지난해 11월 철거가 시작됐다. 아침에 들른 빌라 입구 한복판에는 죽은 쥐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힘없이 바스라진 벽체와 엿가락처럼 휘어진 창틀, 널브러진 깨진 유리창들이 고스란히 그날의 충격을 말해 준다. 개인 주택과 달리 공동 주택 주민은 내부 수리도 이웃 동의를 얻어야 하고 재건축 의견 수렴 과정 역시 기나긴 진통의 연속이다. 이런 이유로 지진 피해를 입은 공동주택 대부분이 아직 철거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다. 반면 대동빌라 주민들은 지난해 10월 부영주택㈜, 포항시와 함께 재건축 등 주택정비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합의했다. 충돌을 최대한 피하고 주민 상생을 우선해 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이었다. 같은 동 주민끼리 시비가 붙었다는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청와대 제도개혁비서관을 어렵게 면담했다. “지원 법규가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하소연했다. 우선 국토교통부의 재해주택복구기금은 여지껏 공동주택을 지원한 사례가 없었다. 우리은행을 통해 ‘20년간 1.5% 장기 저리 지원’ 등 내규를 만드는 데만도 몇 개월이 걸렸다. 다들 “이런 규모의 지진과 피해가 처음이라 전례가 없어 그렇다”고만 반복했다. 포항 지진을 계기로 이재민에게 주는 재난지원금 기준도 ‘전파 900만원→1300만원, 반파 450만원→650만원’으로 상향됐지만, 정작 소급이 안 돼 포항 시민들은 지원받을 수가 없다. 정치인들이 지진 재해로 인한 재난복구·지원특별법 통과 등을 장담했지만, 주민들 피부엔 와닿지 않았다. 재건축만 확정됐을 뿐 분담금, 이주 기간 협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철거 판정을 받은 아파트는 대부분 1억원 이하인데 재개발하려면 1억 6000만원씩 내라는 게 시의 입장이었다. 이 돈을 감당할 수 있는 주민은 많지 않다. 분담금을 낮추는 협상은 계속 진행 중이다. 임시 주택 거주 기간도 당초 6개월이었다가 2년으로 연장됐다. 재건축 완료까지 앞으로 최소한 3년 이상 걸리는데, 올해 말에는 여기서 나가야 한다. 포항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측과 계속 협상 중이니 올봄까지 기다려 보라고 한다. 재난 피해 지역을 특별재생지역으로 복구하는 ‘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 특별법’이 지난해 4월 개정돼 포항이 특별재생지역으로 포함된 것 외, 포항 지진 관련 지원법은 지난해 국회서 통과된 게 전무하다. 예산 역시 올해 국가 지진 방재 교육관 용역비 1억원(전체 사업비 1000억원)이 반영된 게 전부다. 임시 이주한 주택은 포항시 반대편 끝에 있어 중학교 3학년 아들과 함께 매일 새벽 등교를 한다.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어 왕복 3시간 통학 거리를 감수하는 아들이 안쓰럽다. 김 위원장은 “주민들은 그저 새집이 아니라 삶을 지탱한 터전으로의 복귀를 간절히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차세대 인공지능 설계 문제, 뇌를 보면 된다

    차세대 인공지능 설계 문제, 뇌를 보면 된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해 바둑의 인간 고수를 꺾고 의료 진단을 내리는 등 활약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특정 분야에만 활용되고 있다. 바뀌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나가는 인간의 두뇌는 여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인간과 같은 범용적인 기능을 갖춘 기술개발에 주목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치고 있다. 그런데 한국과 영국 연구진이 인간의 뇌를 관찰하면 차세대 인공지능 설계 문제를 의외로 쉽게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이상완 교수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 공동연구팀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해결하지 못하는 공학적 문제를 인간의 뇌를 살펴보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차세대 뇌 기반 인공지능 시스템 설계 방향을 제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로봇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 16일자에 실렸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강화학습은 머신러닝의 한 영역으로 20여년 동안 꾸준히 연구돼 왔는데 최근 5년 동안은 심층학습(딥러닝)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급격한 발전을 했다. 그 덕분에 알파고 같은 전략탐색은 물론 로봇 제어, 의료 진단 같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주어진 문제에 맞춰 시스템을 설계해야 하며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는 성능이 떨어진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개별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해결하지 못하는 공학적 문제를 인간의 두뇌가 이미 해결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반한 ‘전두엽 메타 제어’ 이론을 발표했다. 전두엽 메타 제어 이론은 사람의 중뇌 도파민-복외측전전두피질 네트워크에서 외부 환경에 대한 학습 신뢰도를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보상 예측 신호나 상태 예측 신호같은 정보를 처리하는데 이 정보들을 경쟁적-협력적으로 통합하는 프로세스로 외부 환경에 가장 적합한 학습 및 추론 전략을 찾는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AI 알고리즘이나 로봇설계에 적용하면 외부 상황변화에 따라 성능, 효율, 속도 사이에 균형점을 찾는 최적의 제어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완 카이스트 교수는 “연구를 하다보면 우리 뇌는 공학적 난제를 의외로 쉽게 해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원리를 AI 알고리즘 설계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계산신경과학에 기반한 결과로 딥러닝과 강화학습에서 겪는 성능, 효율, 속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인간이 원숭이보다 뛰어난 이유는 ‘뇌 소프트웨어’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인간이 원숭이보다 뛰어난 이유는 ‘뇌 소프트웨어’

    오류 가능성 높여 정신장애 원인되기도신약이나 새로운 물질을 개발할 때는 항상 동물을 이용해 독성이나 부작용을 확인하는 전임상실험을 합니다. 제브라피시나 초파리, 생쥐도 활용되고 있지만 이런 동물들로 실험을 할 경우 사람에게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과 유전자 일치도가 93.5%에 이르는 원숭이로 실험을 하곤 합니다. 원숭이는 사람과 유사성 때문에 뇌과학 연구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연구소, 텔아비브대 의대,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대(UCLA) 신경외과 공동연구팀은 사람과 원숭이의 뇌를 비교 분석해 ‘뇌 소프트웨어’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사람의 높은 지능은 물론 각종 정신장애의 원인도 다름 아닌 진화를 통해 장착된 뇌의 소프트웨어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연구 결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17일자에 실렸습니다.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은 사람의 뇌를 이해하기 위해 이들 둘의 해부학적 차이(하드웨어)에만 주목해왔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연구팀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인 뇌신호에 주목한 것입니다. 연구팀은 편도체와 대상피질에 주목해 비교했습니다.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원시적 영역인 편도체는 정서, 특히 공포감정과 공포기억에 관련돼 있으며 대상피질은 학습 같은 정교한 인지기능과 통제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뇌과학 연구의 궁극적 목표는 인간의 뇌에 대해 알고자 하는 것이지만, 사람의 뇌를 직접 연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멀쩡한 자신의 뇌를 열어 과학자들에게 공개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을테니 말입니다. 보통 뇌전증 환자들을 치료할 때는 뇌에 미세한 전극을 이식한 뒤 전기신호를 모니터링하면서 뇌의 어떤 부위에서 이상신호가 발생해 발작을 일으키는지를 찾습니다. 그 다음 이상신호를 유발시키는 손상된 뇌조직과 전극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는 것이지요. 치료를 위해 전극이 심어져 있기 때문에 뇌전증 환자들은 이번처럼 뇌기능 연구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도 합니다. 연구팀 역시 뇌전증 수술을 받기 위해 전극을 이식받은 환자 7명과 원숭이 5마리를 대상으로 편도체와 대상피질의 뉴런 움직임을 비교했습니다. 연구팀은 두 영역에 있는 750여개의 뉴런을 대상으로 강건성(robustness)과 효율성(efficiency)을 분석했습니다. 강건성은 일부 뉴런이나 시냅스의 오작동이 있더라도 전체 시스템의 특성이 변하지 않는 성질을 말합니다. 반면 효율성은 정보처리의 속도를 위해 시스템 안정성을 희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분석 결과 사람은 편도체나 대상피질 모두에서 강건성보다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뇌의 효율성이 높다는 것은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신경세포의 활성패턴을 빠르게 전환시킬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인간이 뇌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강건성을 희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효율성 중심의 패턴 때문에 뛰어난 지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오류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바로 이 오류가 정신장애라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연구진이 제시한 ‘강건성-효율성 상충가설’에 대해 많은 신경과학자들은 추가 연구를 통해 검증돼야 할 부분이지만 매우 흥미있는 내용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서 문득 스쳐지나간 생각입니다만, ‘이것이 신이 인간을 창조한 증거’라거나 ‘창조과학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설마 없겠지요.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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