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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리학의 세상 유람] 보는 것, 보이는 것, 보려고 하는 것

    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지석진이라는 개그맨의 무신경함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의사에게 질문을 해가며 성심성의껏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의사가 그에게는 아무런 말도 없이 슬며시 책상 아래로 내려가 숨고, 책상 아래 숨어 있던 다른 의사가 올라와 천연덕스럽게 그 앞에 앉았다. 흥미로웠던 점은 그가 지금까지 계속 대화하고 있던 의사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는데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번 바뀐 것도 아니고 문진표를 작성하는 도중 상당히 여러 번 의사가 바뀌었는데도 그는 단 한 번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 장면을 본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어떻게 자신과 대화하던 사람이 바뀌어도 못 알아볼까?”라며 놀라워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는 무신경함이 절정을 달한, 우리와는 매우 다른 사람일까? 아니다. 사실 우리 대부분도 그와 다르지 않다. 이 상황은 ‘보이지 않는 고릴라’라는 책으로도 유명한 사이먼스(Simons, D. J.)와 레빈(Levin, D. T.)의 1998년 연구를 재현한 것이다. 이 근사한 실험을 통해 이들이 보여준 결과는 대화하고 있던 사람이 중간에 바뀌어도 절반 정도의 사람은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는 변화맹시(change blindness)라 하는데, 우리가 적절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어떤 변화(나와 대화하는 사람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정도로 큰 변화)가 발생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우리 역시 저 개그맨 대신 저 자리에 앉아있었어도 의사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는 본다는 행위를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우리의 보는 능력은 매우 훌륭하다. 몇 백 미터 밖에서 먹이를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는 독수리나 불빛에 너무 민감해서 밤에만 다니는 올빼미만큼의 광학적인 능력을 갖추지는 않았으나, 우리는 설핏 곁눈질 한 번만으로도 내 옆을 지나는 행인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스캔할 수 있고, 얼굴 표정을 힐끗 보는 것만으로도 남자친구의 거짓말을 탐지해 낼 수 있으며, 여자 친구의 립스틱 색상이 1호 바뀐 것조차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은 다르다. 내가 아무리 보고 있어도,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위치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 대상은 나에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 사실을 간파한 사람들은 보이는 것을 통제하려고 한다. 보이고 싶은 것만을 보여주는 TV 광고, 보이고 싶은 스스로의 모습만을 보여주는 이미지메이킹, 보이고 싶은 결과만을 보여주는 학술 논문들….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그에 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무척이나 간명하고 매력적인 일이다. 특히 우리 뇌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기본적으로 뇌는 매우 게으르다. 아니, 뇌는 항상 피곤하기에 게을러지고 싶어 한다는 것이 더 어울리는 표현이겠다. 우리의 작은 뇌로 매순간 복잡한 주변 환경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에 맞는 반응을 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뇌는 가능한 한 자신의 힘을 아끼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이런 별명이 붙는다. ‘인지적 구두쇠!’ 이런 뇌에게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라고 하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내 앞의 상황을, 내 앞의 사람을 얼핏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며 정답을 알았다고 자족하며 즐거워한다. 우리에게는 지금 무엇이 보이는가? 우리가 ‘보려고’ 한 것일까? 아니면 어느 누군가가 ‘보이려고’ 한 것일까? 그냥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기에 세상에는 우리가 보아야 하지만, 보지 못하는 것들이 여전히 많다. 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
  • [심리학의 세상 유람] 보는 것, 보이는 것, 보려고 하는 것

    [심리학의 세상 유람] 보는 것, 보이는 것, 보려고 하는 것

    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지석진이라는 개그맨의 무신경함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의사에게 질문을 해가며 성심성의껏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의사가 그에게는 아무런 말도 없이 슬며시 책상 아래로 내려가 숨고, 책상 아래 숨어 있던 다른 의사가 올라와 천연덕스럽게 그 앞에 앉았다. 흥미로웠던 점은 그가 지금까지 계속 대화하고 있던 의사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는데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번 바뀐 것도 아니고 문진표를 작성하는 도중 상당히 여러 번 의사가 바뀌었는데도 그는 단 한 번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 장면을 본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어떻게 자신과 대화하던 사람이 바뀌어도 못 알아볼까?”라며 놀라워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는 무신경함이 절정을 달한, 우리와는 매우 다른 사람일까? 아니다. 사실 우리 대부분도 그와 다르지 않다. 이 상황은 ‘보이지 않는 고릴라’라는 책으로도 유명한 사이먼스(Simons, D. J.)와 레빈(Levin, D. T.)의 1998년 연구를 재현한 것이다. 이 근사한 실험을 통해 이들이 보여준 결과는 대화하고 있던 사람이 중간에 바뀌어도 절반 정도의 사람은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는 변화맹시(change blindness)라 하는데, 우리가 적절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어떤 변화(나와 대화하는 사람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정도로 큰 변화)가 발생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우리 역시 저 개그맨 대신 저 자리에 앉아있었어도 의사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는 본다는 행위를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우리의 보는 능력은 매우 훌륭하다. 몇 백 미터 밖에서 먹이를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는 독수리나 불빛에 너무 민감해서 밤에만 다니는 올빼미만큼의 광학적인 능력을 갖추지는 않았으나, 우리는 설핏 곁눈질 한 번만으로도 내 옆을 지나는 행인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스캔할 수 있고, 얼굴 표정을 힐끗 보는 것만으로도 남자친구의 거짓말을 탐지해 낼 수 있으며, 여자 친구의 립스틱 색상이 1호 바뀐 것조차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은 다르다. 내가 아무리 보고 있어도,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위치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 대상은 나에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 사실을 간파한 사람들은 보이는 것을 통제하려고 한다. 보이고 싶은 것만을 보여주는 TV 광고, 보이고 싶은 스스로의 모습만을 보여주는 이미지메이킹, 보이고 싶은 결과만을 보여주는 학술 논문들….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그에 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무척이나 간명하고 매력적인 일이다. 특히 우리 뇌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기본적으로 뇌는 매우 게으르다. 아니, 뇌는 항상 피곤하기에 게을러지고 싶어 한다는 것이 더 어울리는 표현이겠다. 우리의 작은 뇌로 매순간 복잡한 주변 환경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에 맞는 반응을 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뇌는 가능한 한 자신의 힘을 아끼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이런 별명이 붙는다. ‘인지적 구두쇠!’ 이런 뇌에게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라고 하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내 앞의 상황을, 내 앞의 사람을 얼핏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며 정답을 알았다고 자족하며 즐거워한다. 우리에게는 지금 무엇이 보이는가? 우리가 ‘보려고’ 한 것일까? 아니면 어느 누군가가 ‘보이려고’ 한 것일까? 그냥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기에 세상에는 우리가 보아야 하지만, 보지 못하는 것들이 여전히 많다. 최훈 한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달콤한 사이언스] 나노물질과 RNA로 난치성 뇌질환까지 치료한다

    [달콤한 사이언스] 나노물질과 RNA로 난치성 뇌질환까지 치료한다

    파킨슨병, 치매는 물론 뇌종양 같은 뇌신경계에 문제가 생길 경우 치료가 쉽지 않은 이유는 ‘뇌-혈관 장벽’(blood brain barrier, BBB) 때문이다. BBB는 뇌와 혈관 사이 물질 투과를 선택적으로 함으로써 병원균의 독소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뇌에 문제가 발생하면 필요 이상 많은 약물을 투여하고도 원하는 효과가 높지는 않다. 이 같은 가운데 미국 보스턴 브리검여성병원 나노의학센터, 신경외과,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코흐 통합암연구센터, 하버드대 의대, 하버드 줄기세포연구소, 보스턴 아동병원 응급의학교실, 브로드 연구소 공동연구팀은 퇴행성 뇌신경질환을 유발시키는 생물학적 경로를 확인하고 나노물질과 RNA를 이용해 BBB를 넘어설 수 있는 분자물질을 개발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 2일자에 실렸습니다. 일반적으로 교통사고, 낙상사고 등 외부 충격으로 인한 외상성 뇌손상(TBI)을 입었을 때 BBB가 일시적으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동안 짧은 시간에 치료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 BBB가 다시 작동하면서 약물을 뇌로 전달하지 못하게 된다. 외상성 뇌손상은 시간이 지나면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같은 경우는 BBB 때문에 약물 치료는 더 어렵다. 연구팀은 특정 단백질이나 유전자의 기능 발현을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작은 간섭 RNA’(사이렌싱RNA·siRNA) 분자와 생분해성, 생체적합성, 낮은 독성을 특징으로 하는 의료용 생체고분자인 폴리락테이트코글라이콜레이트(PLGA)를 이용해 BBB를 쉽게 뛰어넘어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나노입자 플랫폼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일반 생쥐와 외상성 뇌손상을 입힌 생쥐를 대상으로 이번에 개발한 BBB 회피 나노전달시스템으로 실험한 결과 기존 약물보다 치료효과가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퇴행성 뇌질환 원인으로 알려진 타우 단백질이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레베카 매닉스 하버드대 의대 소아응급의학과 교수(보스턴 아동병원 응급의학교실)는 “이번에 개발된 약물 전달 시스템은 BBB를 우회해 효과적으로 뇌에 약물을 전달하는 새로운 플랫폼의 효용성을 입증한 것”이라며 “항생제, 항염증제, 신경펩타이드 등 약물을 효과적으로 전달해 다양한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사이언스 브런치] 교활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뇌 우회 공격해 치명상 입힌다

    [사이언스 브런치] 교활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뇌 우회 공격해 치명상 입힌다

    2021년 신축년이 시작되기는 했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 환자의 뇌는 심각하게 손상됐지만 바이러스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되고 있다. 바이러스가 뇌에 침투할 수는 있겠지만 뇌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인체 면역반응을 역으로 이용해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 신경질환·뇌졸중연구소(NINDS), 미의료사관학교, 미시건대 의대, 국립노화연구소, 미국방부 의무본부, 뉴욕 수석검시관실, 아이오와대 의대 공동연구팀은 코로나19 사망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가 뇌를 직접 공격하지 않지만 뇌신경계와 혈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 구랍 30일자에 실렸다. 이번 연구에는 NINDS 소속 한국인 의과학자 이명화 박사도 참여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3~7월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19명의 뇌조직 샘플을 심층 검사했다. 검사에 쓰인 뇌조직을 제공한 코로나19 사망자는 5~73세까지 다양한 연령과 성별, 인종으로 구성돼 있다. 19명의 환자들 중 일부는 당뇨, 비만, 심혈관질환 등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일반적으로 건강검진에 사용하는 자기공명영상(MRI) 기기보다 더 민감하고 출력이 높은 11.7테슬라 MRI로 후각신경구(olfactory bulb)와 뇌간(brain stem) 부위를 정밀 검사했다. 후각신경구는 후각정보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뇌간은 심혈관 기능과 호흡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맡고 뇌 부위이다. 또 연구팀은 현미경 관찰과 단백질 검출기술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관련 물질을 찾아내는 실험도 동시에 진행했다.분석 결과 두 영역 모두 심각한 정도의 염증과 출혈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환자를 제외하고는 뇌 조직 샘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뇌혈관이 얇아지면서 뇌혈관이 손상됨에 따라 혈액이 뇌신경계로 흘러들면서 나타나는 증상들이 다수 관찰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같은 관찰 결과는 뇌 신경계의 손상이 바이러스의 직접적인 공격 때문이 아니라 바이러스에 대한 신체의 염증 반응으로 인해 뇌신경계의 미세혈관 손상이 쉽게 일어나면서 나타난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코로나19는 호흡기 질환으로 구분되지만 많은 환자들이 극심한 두통, 섬망, 인지기능 장애, 현기증, 피로, 후각상실 등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는 염증과 혈관 손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팀은 코로나19 사망자들의 뇌에서 산소 부족으로 인한 손상 징후가 있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뇌졸중이나 염증성 신경질환과 비슷한 형태의 다양한 손상 흔적을 관찰했다. 나빈드라 나스 NINDS 교수(신경계 감염학)는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에 침투하기는 하지만 뇌 손상의 직접 원인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코로나19가 뇌 혈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단기적, 중장기적으로 어떤 증상을 유발하는지 추가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아마존 헬스케어·우주 인터넷… 모순의 시대, 변화 신호를 읽어라

    아마존 헬스케어·우주 인터넷… 모순의 시대, 변화 신호를 읽어라

    2020년은 모순의 해였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코로나 팬데믹 확산으로 33만명이 사망했고 수천만 명의 미국인이 여전히 실업 상태이며 수백만 명은 먹을 것이 없고 집도 없다. 이 순간 다우지수, S&P500, 나스닥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주거용 부동산 시장도 사상 최고 호황기를 보내고 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은 전 직원 재택근무를 했지만 어느 때보다 빠른 혁신을 이뤄 냈고 시가총액은 1.5배 늘었다. 디지털 전환(트랜스포메이션)은 가속화됐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혁신은 3~5년 정도 걸리지만 재택근무, 재택수업, 홈엔터테인먼트, 홈트(홈트레이닝) 등 모든 경제활동을 집에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자 디지털 혁신에 가속도가 붙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2년 동안 벌어질 디지털 혁신을 2개월 만에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2021년은 백신이 보급되고 코로나 팬데믹이 사라질 때까지 2020년의 연장선일 가능성이 높다. 재택근무나 여행을 가지 못하는 현상은 당장 바뀌기 힘들다. 모순의 시대엔 변화의 ‘신호’가 나오기 마련이다. 실제 2020년에는 앞으로 5년, 10년 후 미래를 좌우할 만한 기술(제품, 서비스)들이 개발됐다. 10년간 영향을 줄 수 있는 5가지 기술을 꼽아 봤다. 신호와 소음이 동시에 나오는 시기, 세상 변화의 흐름을 알려주는 ‘신호’들이다.1 AI, 인류 문제 해결사로 부상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는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로 유명하다. 딥마인드는 그동안 AI의 학습 능력을 과시해 왔다. 2020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자체 개발한 AI ‘에이전트57’이 AI 테스트의 기준이 된 아타리 비디오게임 57종을 모두 마스터하는 기염을 토했다. 에이전트57은 아타리 57개 전 종목에서 인간 최고수를 뛰어넘는 능력을 구현했다. 그러나 딥마인드가 자체 개발한 AI ‘알파폴드’(AlphaFold)를 이용, 50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단백질 접힘(protein folding) 문제를 해결했다고 발표하면서 AI의 서사(내러티브)를 바꿔 놨다. 게임뿐 아니라 인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알파폴드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로 알려진 단백질 구조 예측을 위해 개발된 AI 시스템. 이 발표로 연구자들이 질병을 이해하고 새로운 약을 개발하며 생명공학 신도구를 만들고 난치병 및 각종 유전병을 치료하는 데 큰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됐다. 딥마인드는 2021년 이후 ‘기후변화’ 등 인류 문제를 해결하는 AI 기술 개발을 예고했다. 2 AI에 사회적 책임 요구 확산 구글 딥마인드는 기술 혁신을 이뤄 냈지만 구글 내에서는 AI가 인종차별, 성차별 등 편향적일 수 있다는 내용을 폭로한 사람이 회사와 갈등을 빚고 회사를 떠난 사건이 있었다. 지난 12월 구글 내 AI 엔지니어이자 윤리기술 책임자인 팀닛 게브루는 AI의 한계를 지적한 논문 게재를 놓고 회사 측과 갈등을 빚었고, 결국 해고됐다. 게브루가 지적한 AI의 한계는 AI가 인종 및 성차별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AI 편향이 구글 내에서도 존재한다는 폭로였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이번 문제를 조사하겠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이 사건은 앞으로 AI 분야에서 ‘편향성’ 등이 이슈가 될 것이며 AI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상징적 사건이 됐다. 3 아마존 혁신, 헬스케어·모빌리티 아마존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중 큰 승리를 거둔 기업이었다. 홈이코노미 확산으로 대부분 상거래를 온라인으로 하면서 올해 주가는 78%나 상승했고 시가총액은 1조 6000억 달러가 됐다. 아마존의 주가상승률은 마이크로소프트(42%), 알파벳(25%) 등 빅테크 기업을 상회했다. 그러나 아마존이 미래 혁신 신호를 보낸 분야는 ‘헬스케어’와 ‘모빌리티’다. 회사 직원들에게만 서비스하던 앱 기반 원격 의료 서비스인 ‘아마존 케어’(Amazon Care)를 타사 직원에게까지 서비스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디지털 헬스케어 및 보험 시장을 뒤집을 잠재력이 있다. 이에 앞서 아마존은 모바일 앱을 통해 온라인 처방전을 받고 집으로 약을 배달받는 ‘아마존 약국’(Amazon Pharmacy) 서비스를 정식 출시했다. 여기까지는 알려진 서비스다. 하지만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부인 AWS가 비정형 임상 데이터를 표준화할 수 있는 의료분석 플랫폼 ‘헬스레이크’(HealthLake)를 내놓았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는 헬스케어 데이터 공급자 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아마존은 또 노인 간병인을 지원하는 도구인 ‘케어허브’(Care Hub)도 출시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애플과 구글의 혁신이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21년 이후엔 ‘아마존’이 약국 체인과 보험사의 큰 도전자가 될 것이다. 4 머스크 전기차 아닌 우주 인터넷 일론 머스크 CEO의 테슬라는 2020년 주가가 730%나 올랐다. 시가총액은 6585억 달러로 도요타, 메르세데스벤츠, GM, 포드 등 거의 모든 완성차 기업의 시총을 합친 금액보다 크다. 이미 ‘우주급’ 기업을 만들어 낸 머스크의 경쟁상대는 누가 될까? 머스크 자신이 만든 또 다른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바로 뇌·컴퓨터 연결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뉴럴링크와 우주 인터넷 사업을 하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다. 뉴럴링크는 2020년 8월 칩을 뇌에 이식해 2개월째 생활하고 있는 돼지 ‘거투르드’를 공개했다. 칩은 수집한 뇌파 신호를 초당 최고 10메가비트의 속도로 무선 전송할 수 있다. 머스크는 뉴럴링크가 개발한 뇌 이식 칩을 `두개골의 핏빗(Fitbit)’에 비유하기도 했다. 머스크의 우주개발 회사 스페이스X는 2021년까지 글로벌 서비스를 하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스타링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사업을 위해 이미 240개 이상의 위성을 발사한 바 있다. 머스크는 스타링크의 상장을 시사하기도 했다. 우주인터넷, 스타링크 사업이 ‘넥스트 테슬라’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와 함께 원웹(OneWeb)은 오는 2022년까지 650개의 위성을 궤도에 올려 글로벌 광대역 인터넷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으며 노키아는 달에 4G LTE 네트워크를 설치하는 나사(NASA)의 사업에 선정돼 2022년 후반 달 표면에 최초로 초소형, 저전력, LTE 솔루션을 구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21년부터 본격적 우주 개발, 우주 인터넷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신호다. 5 항구적 미래 리스크, 사이버 보안 2020년 12월, 러시아에서 지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커가 미국의 정부 기관과 기업을 해킹, 큰 타격을 입혔다. 미국 기관에는 재무부, 상무부, 국립보건원 등이 포함됐으며 파이어아이, 솔라윈즈, MS 등 최고 보안 기업들도 해킹 피해를 입었다. 공격은 정교했으며 미국의 인프라 관련 기밀 정보가 빠져나갔다. 암호, 주소, 이메일 등의 정보도 침해됐다. 이 정보는 2021년 이후 2, 3차 해킹 테러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예고한다. 병원, 학교, 도시 인프라에 침투, 랜섬웨어 공격이 빈번하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이버 보안은 이제 정부와 기업에 ‘항구적’ 리스크가 됐다는 신호다. 더 밀크 대표
  • 집에 갇힌 아이들… 학습 격차보다 ‘발달 격차’가 더 두렵다

    집에 갇힌 아이들… 학습 격차보다 ‘발달 격차’가 더 두렵다

    등교수업이 진행 중인 서울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 둥글게 모여 앉아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활동에 아이들의 3분의2는 ‘관객’이 된 듯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담임교사가 탬버린을 치며 흥을 돋워 보지만 요지부동이다. 담임인 A교사는 “2학기가 돼도 아이들이 몸과 손을 어떻게 움직여 노는지, 친구들과 어떻게 어울리는지 잘 알지 못했다”면서 “아이들이 키는 불쑥 자랐는데 몸과 마음은 덜 자란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학교에 제대로 가지 못한 초등학생들이 ‘발달 격차’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교육계에서 나오고 있다. 등교 일수가 줄고 다양한 활동과 상호작용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신체와 감각, 정서 발달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손균자 서울 천왕초등학교 교사는 31일 “초등 교사들 사이에서 학생들이 글씨를 쓰거나 가위질, 종이접기 등을 하는 조작 활동이 눈에 띄게 서투르다는 이야기가 많다”면서 “특히 저학년들은 학교생활에서 이뤄져 왔던 발달이 지체됐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원격수업 기간 동안 신체와 감각 발달의 기회가 부족했을 아이들을 위해 일부 학교에선 2학기에는 흙놀이와 만들기, 창의음악 등의 활동을 늘렸지만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학교가 문을 닫았다. 발달 격차는 장기간에 걸쳐 드러나는 탓에 최소 수년간에 걸친 관찰이 필요하지만, 코로나19를 겪은 초등학생들이 예년의 학생들과의 발달 격차, 또 학생들 간 발달 격차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강정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학교에서 말하기와 듣기, 쓰기를 일상적으로 훈련하는 것부터 어려워졌다”면서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발달의 결손이 발생한 채 학년을 진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달 격차 문제는 ‘학습 격차’ 못지않은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오는 데다 단기간에 해소하기도 어렵다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문제는 학습 격차에 비해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천경호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기획실장은 “움직임이 부족하면 뇌의 발달이 지체돼 학습 격차로 이어지며,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일수록 발달을 위한 자극이 채워지지 않아 더 심각해진다”면서 “발달 격차에 대한 교육 당국의 연구도 부재하며, 움직이는 수업을 많이 하려 해도 학부모들이 문제집을 많이 풀게 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계에서는 ▲발달 격차에 대한 실태조사 및 연구 ▲원격수업 환경에서의 발달 격차 해소 방안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초등 저학년은 학교에서의 상호작용과 신체 활동이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면 수업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강 실장은 “초등학교 저학년부터라도 학급당 학생수를 20명 이하로 줄여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홍차, 고령자 두뇌 기능 개선에 도움 입증” (연구)

    “홍차, 고령자 두뇌 기능 개선에 도움 입증” (연구)

    홍차가 나이 든 사람들의 뇌 기능을 개선해준다는 점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뉴캐슬대 연구진이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홍차를 하루에 5잔 이상 마시는 사람들은 전혀 마시지 않는 이들보다 집중력이 더 높고 오랜 시간 지속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는 지난 2006년부터 뉴캐슬과 노스타인사이드에 있는 자택이나 요양시설에서 살고 있는 85세 이상 노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수행하고 있는 한 연구의 데이터를 분석한 것으로, 이들 참가자 중 200여 명은 100세가 넘어도 여전히 생존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연구에서는 또 이들 차 애호가는 뇌와 신체 운동을 연결하는 능력인 ‘정신운동 기술’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였다. 집중력과 정신운동 기술은 퍼즐을 완성하거나 바느질을 하고 또는 운전하는 것과 같은 일상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홍차는 기존 연구에서도 혈압과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등 건강상 이점이 있고 체중 감량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노인에게서 관찰되는 높은 정신운동 기술은 차에 든 성분 덕분인지 아니면 차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게 되는 의례적 행동 덕분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연구저자인 뉴캐슬대 인간영양연구소의 에드워드 오켈로 박사는 지적했다. 이 연구에서는 또 홍차에 우유를 타 밀크티를 만들어 마신 경우에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우유 첨가 여부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집중력과 정신운동 속도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어떤 식이요법을 하든지 노인들은 홍차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오켈로 박사는 “이제 우리는 홍차 한 잔을 마시는 것이 갈증을 해소해줄 뿐만 아니라 85세 이상 고령자의 집중력 시간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바이오메드 센트럴 영양’(BMC Nutrition) 저널 최신호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국가긴급위기관리실 설치” 시진핑 뇌동맥류 건강이상설(종합)

    “국가긴급위기관리실 설치” 시진핑 뇌동맥류 건강이상설(종합)

    시진핑(習近平 67) 중국 국가주석이 뇌동맥류로 입원 중이라는 건강이상설이 유튜브와 트위터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반중 인터넷 매체 간중국(看中國 vision times)의 29일 보도에 따르면 유튜브 시사채널 로덕사(路德社 루더)는 전날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뇌동맥류로 병원에 입원해 수술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비정상적으로 부풀어오르는 혈관 질환이다. 로덕사는 중앙군사위원회 주석도 맡고 있는 시진핑 주석이 입원 전에 쉬치량(許其亮) 중앙군사위 부주석, 딩쉐샹(丁薛祥) 당중앙 판공청 주임, 주쉐펑(朱學峰 시진핑 비서), 친동생 시위안핑(習遠平)으로 이뤄진 국가긴급위기관리실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로덕사는 시진핑 주석이 입원으로 인한 유고가 생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왕치산(王岐山)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비롯한 다른 6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을 국가긴급위기관리실 멤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위터에도 아르헨티나 소식통과 홍콩 뇌종양 전문가를 인용해 시진핑 주석이 뇌동맥류 수술을 받을 예정이며 상황이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 지도부가 특별위기대책 기구를 꾸렸다는 글이 27일부터 올라와 전파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반중 매체 희망지성(希望之聲 sound of hope)은 시 주석이 28일 오후 7시(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고 신년인사와 함께 양국 협력 강화를 재확인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건강이상설을 일축하려는 조치라고 해석했다.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기회로 시 주석에 수술을 잘 받으라고 병문안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관례대로 하면 베이징 시간으로 12월31일 오후 6시에 시 주석이 2021년 신년사를 TV로 방송하는데 그의 등장 여부와 실제 모습이 건강에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매체는 주장했다. 시 주석은 작년 3월 프랑스 방문 때 다리를 저는 등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일었다. 그간 시 주석의 건강를 둘러싸곤 해외 중국 매체에서 근육 염좌부터 통풍, 중풍까지 다양한 억측을 내놓았다. 그의 건강 문제는 후계에 대한 불확실성과 맞물려 중국 내외에서 각별한 주목을 사고 있다. 아직까지 중국 당국은 시 주석의 건강이상설에 공식 입장을 내고 있지 않다. 다만 시 주석이 신년사를 통해 건재함을 과시한다면 이같은 의혹은 자연스럽게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31일 밤 관영 중국 CCTV를 통해 신년사를 전했다. 당시 시 주석은 홍콩의 안정을 바란다며 일국양제(한국가, 두체제)를 강조했다. 또 경제적 번영과 농촌 빈곤 퇴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아이가 납치돼요”… ‘코로나 후유증’ 정신질환 잇따라

    “아이가 납치돼요”… ‘코로나 후유증’ 정신질환 잇따라

    코로나 앓은 엄마 “내 아이 죽이는 계획짠다” 각국 의학계서 코로나 앓은 후 정신병 보고발생빈도 높지 않고 약물로 치료 가능하지만수개월 뒤에 발현되기도 해 주변서 주의해야英 ‘일반인 코로나 우울까지 1000만명 위험’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를 앓은 뒤 정신질환을 겪는 사례가 보고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면역체계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아직 구체적인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정신병원에서 일하는 히삼 구엘리 박사를 인용해 ‘지난 여름 여성 물리치료사(42)가 10살 미만인 자신의 아이들이 죽는 장면을 계속 목격했고, 자신도 아이들을 죽이려는 계획을 짜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환자는 정신병에 대한 가족력은 없었고, 봄에 심각하지 않을 정도로 코로나19를 앓았다고 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를 앓은 후 정신질환을 겪은 사례는 그간 지속적으로 보도됐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한 요양원 직원(36)은 자신의 세 아이가 납치될 것이라고 믿어 아이들을 구해달라며 패스트푸드 가게의 드라이브스루 구매대로 아이들을 건네주려 했다. 뉴욕의 건설 노동자(30)는 사촌이 자신을 살해할 거라며 침대에서 사촌의 목을 졸랐다. 지난 6월 의학전문지 랜싯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영국에서 코로나19를 앓은 153명 중 10명이 전혀 새로운 정신질환을 앓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스페인의 관련 연구에서도 10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정신질환을 앓은 것으로 파악됐다. 의사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정신질환을 앓는 비율을 높게 보지는 않고 있다. 또 환자마다 치료기간은 달랐지만 약물로 대부분 치료는 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8000만명이 넘게 감염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코로나19가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감안하고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주로 청년층에서 정신분열증을, 노인층에서 치매를 겪는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정신질환이 노출되지 않는 30~50대에서 ‘코로나19 후 정신질환’이 발견되고 있다고 NYT는 전문가를 인용해 전했다. 또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큰 증상이 없었던 이들이 짧게는 2주, 길게는 몇달 후에 심각한 정신질환을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정신질환의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면역체계 반응이 꼽힌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면역 활성화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일종의 신경독소가 나오는데 이중 일부가 혈액 등을 통해 뇌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날 영국 정신의학회장은 코로나19 우울·불안 증세로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영국만 1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그는 “2차대전 이후 가장 큰 정신건강상의 충격일 것”이라고도 했다. 이 수치는 코로나19 환자 뿐 아니라 가족의 사망이나 엄격한 방역조치로 인한 가벼울 우울증세를 보이는 이들까지 포함한 것이다. 코로나19 정신질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재정지원을 통해 정신건강 진료·치료 시스템을 확충하고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건강하세요’ 응원 담아 맛있는 면역력을 선물하세요

    ‘건강하세요’ 응원 담아 맛있는 면역력을 선물하세요

    가족, 친지, 지인들과의 만남과 왕래가 줄어들면서 코로나19의 피로감과 우울감이 심해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에게 힘이 되는 따뜻한 인사와 함께 격려가 절실하다. 전화와 메시지로 안부를 묻는 것도 필요하고 부담 없는 선물로 서로를 응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건강이 가장 큰 이슈인 만큼 ‘우리 과일’을 선물해보면 어떨까. 지금 맛있고 향기로운 제철 우리 과일들은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주는 영양이 가득하므로 건강기원 선물로 안성맞춤이다. 면역력을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식이(食餌)이다. 균형 잡힌 음식 섭취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 몸 안에 면역 물질이 만들어질 때 영양소가 원료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면역체계가 원활히 작동되기 위해서는 비타민과 미네랄 섭취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연, 셀레늄, 철, 구리, 엽산, 비타민A, 비타민B6, 비타민C, 비타민E 등이 면역과 관련이 있는 영양소다. 이들 영양소는 과일과 채소에 많이 들어 있다. 그래서 면역력에 관여하는 과일과 채소를 매일 꾸준히 먹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몸에서 합성되지 않아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대표적인 영양소가 바로 비타민C이다. 비타민C는 우리 몸에 축적되지 않아 한 번에 많은 양을 먹는다고 해서 다음날까지 유효한 영양소가 아니다. 그래서 비타민C는 매일 꾸준히 섭취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비타민C는 사과, 배, 감귤 등의 과일에 풍부한데 지금 제철을 맞아 당도도 높고 영양도 꽉 차 있다. 무엇보다 우리 과일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사과에 풍부한 비타민C와 유기산은 피로를 풀어주는 동시에 면역력을 높여준다. 식이섬유의 일종인 펙틴은 혈중 콜레스테롤과 혈당을 낮춰주며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심장병과 같은 혈관질환과 암 예방에 도움을 준다. 사과는 펙틴과 다양한 비타민 및 미네랄 등과 같은 식물성 영양물질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데 이 모든 물질은 우리 몸의 밸런스를 맞춰주고 해독과정에 도움을 준다. 사과의 펙틴과 항산화성분 등은 껍질에 풍부하다. 사과는 꼭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겨울철에는 수분 부족이 오기 쉬운데 배는 갈증 해소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미네랄 균형 유지에도 도움이 되는 알칼리성과일이다. 기관지 질환에 효과가 좋은 배에는 케르세틴이나 루테올린과 같은 폴리페놀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항암, 항산화 기능이 있으며 기침, 천식을 예방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배도 사과처럼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감귤의 상큼한 향은 뇌를 활성화해 우울증을 완화하고 심신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 감귤에 포함되어 있는 비타민C는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며 겨울철 감기예방 효과도 뛰어나다. 감귤의 신맛을 내는 구연산은 피로해소와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높고 스트레스를 완화시킨다. 사과는 가장 무난한 선물아이템이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기도 하고, 아침 사과를 먹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매일 사과가 필요한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연세 드신 부모님을 위해서라면 사과와 배 혼합세트도 좋고, 요리 등에도 활용하기 좋은 배를 선물해도 좋아하실 것 같다. 아이들이 있는 지인이라면 감귤이 먹기에 간편할 것이고 1인 가구 친구라면 소포장 중과세트도 눈여겨 볼만 하다. 우리 과일은 주는 사람도 기쁘고 받는 사람도 부담이 없다. 냉동실이나 냉장실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베란다나 서늘한 장소에 장기 보관이 가능하니까 주부들에게 사과, 배, 감귤은 늘 환영받는 선물이다. 또한, 1인 가구의 경우 과일을 챙겨 먹기가 쉽지 않은데 선물로 받는다면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요즘은 과일이 요리에도 많이 쓰인다. 사과와 배는 새콤달콤한 무침류와 동치미, 백김치 등의 다양한 김치에 자주 활용된다. 천연의 단맛에 향기로운 풍미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양념재료로 갈아서 사용하는 경우가 일상적이다. 감귤은 감귤청을 만들어 추운 날 차로 즐기기에 좋고 생크림과 맛과 색이 잘 어울리기 때문에 케이크와 같은 제빵 재료로도 널리 쓰인다. 좋은 선물에는 마음이 담긴다. 한국과수농협연합회 박철선 회장은 “코로나19로 건강 걱정이 많은 요즘, 서로를 격려하며 제철 우리 과일의 맛있는 면역력을 선물해보자”고 적극 제안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코로나19 완치 뒤 “아이 살해하라” 환청 겪은 美여성

    코로나19 완치 뒤 “아이 살해하라” 환청 겪은 美여성

    정신병력·가족력 없는데 정신질환 증세 사례“면역체계 손상·염증 증가 과정 관련 추정” 미국에서 정신병력이 없는 네 아이의 엄마(42)가 코로나19에 확진된 뒤 ‘아이들을 살해하라’는 등의 끔찍한 환청에 시달린다는 보고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여성은 최근 담당의사인 히잠 구엘리에게 “사랑하는 내 아이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해요”라고 털어놓았다. “아이 참수 망상”까지…비슷한 사례 여러 건 이 여성은 자녀들을 사랑한다면서도 한 아이가 트럭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다른 아이는 참수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고 의사에게 말했다. 정신병력은 물론 가족력도 없는 이 여성에게 발견된 의학상 특이점은 지난 봄 코로나19에 걸렸다는 것뿐이었다. 당시 가벼운 증상만 겪었던 이 여성은 완치 몇 개월 뒤 ‘자살하라’, ‘아이를 살해해라’는 등의 목소리, 즉 환청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의사 구엘리는 이 여성의 정신질환 증상이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는지 아직 확신은 못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러한 증상을 겪는 사례가 몇 건 더 나오고 있어 ‘뭔가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코로나19 감염 뒤 환각·환청·편집증 겪는 사례 이어져 실제로 미국 전역은 물론 전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감염 뒤 정신병력이 없는데도 환각, 환청, 편집증 등과 같은 심각한 정신질환 증세를 겪게 됐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한 여성(36)은 자신의 세 아이가 납치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아이들을 식당 창문으로 빼내 구출하려는 시도를 벌이기도 했다. 또 뉴욕에서 건설직에 일하는 한 남성(30)은 사촌이 자신을 살해하려 한다는 생각에 침대에서 사촌의 목을 조르려 했다. 이들 모두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들이었다. 영국에서도 코로나19로 입원한 153명의 환자 중 10명이 정신병력이 없는데도 정신질환 증상을 나타냈고, 스페인의 한 병원에서도 이와 유사한 10명의 환자가 확인됐다. 노스캐롤라이나 여성 환자의 담당의는 “코로나19 환자가 있는 곳이라면 비슷한 현상을 목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층서 나타나…증상 지속기간 등 저마다 달라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환자 중 이렇게 심각한 정신병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사례로 보고 있다. 코로나19가 처음에는 호흡기에 주로 영향을 미친다고 여겼지만, 이제는 신경이나 인지능력 손상,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증거가 보고되고 있다. 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코로나19에 대한 면역 시스템의 반응, 또는 증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염증이 증가하는 현상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이러한 환자 대부분이 코로나19의 중증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구엘리가 치료한 환자는 호흡기 질환은 없었다. 다만 손 저림과 어지러움, 두통, 후각 능력 저하 등과 같은 신경계의 증상만 보였다. 그러다 몇 주에서 몇 개월 후에는 심각한 정신질환 증세를 나타낸 것이다. 특히 심각한 정신질환 증세는 보통 어리거나 또는 고령층에서 치매와 함께 나타나지만, 이번 경우는 30∼50대에 나타났다는 게 다른 점이다. 또 통상 정신병 환자들은 현실 감각이 떨어져 자신의 증세를 질환으로 인식하지 못하는데, 자신의 아이를 살해하라는 환청을 겪은 여성은 증상을 자각하고 스스로 병원을 찾았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다만 정신질환 증상의 지속 시기와 치료에 대한 환자의 반응은 동일하지 않은 상황이다. 간호사가 자신과 가족을 해칠 것이라는 망상에 빠져 폭력을 가한 영국 여성 환자는 회복하는 데 40일이 걸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한인식의 슬기로운 과학생활] 잃어버린 한 해를 보내며

    [한인식의 슬기로운 과학생활] 잃어버린 한 해를 보내며

    어느덧 한 해의 끝자락에 와 있다. 연말이 되면 으레 주고받던 비슷한 형식의 안부 메시지가 올해는 조금 달라졌다. 코로나19가 물러가고 건강한 새해를 기원하는 인사말이 2021년을 맞이하는 가장 중요하고도 간절한 덕담이 됐다. 1년은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의 단위인데 우리는 2020년을 ‘코로나19’라는 이름조차 낯선 바이러스에 통째로 빼앗겨 버렸다. 젊은이들 사이에 돌아다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 중에 ‘2020년은 사용하지 않았으니 내 나이에서 빼 달라’는 농담에도 잃어버린 1년이라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그대로 담긴 듯하다.과학적 측면에서 1년은 지구가 초당 약 30㎞ 속력으로 태양 주위를 타원형 궤도로 공전해 출발했던 자리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하지만 지구는 1년 전에 출발했던 바로 그 자리로 되돌아오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태양계는 은하수 중심의 더 큰 궤도로 공전하고 있고, 우리 은하를 포함한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바뀌면서 1년 단위로 계절은 반복되지만 1년 전과 같을 수는 없다. 반복되는 모든 자연 현상은 다시 원래로 돌아오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전과 다른 상태로 계속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물리학에서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라고 가르친다. 가령 쌍둥이 형제 중에 형은 지구에 남아 있고, 동생은 빛의 속력과 가깝게 우주선을 타고 1년 동안 우주여행을 다녀오면, 지구에 남아 있던 형은 1년을 기다린 것이 아니고 동생의 여행 속력에 따라 3년도 될 수 있고 10년이 지날 수도 있다. 시간과 공간을 따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현대 물리학에서는 우주를 공간의 3차원과 시간의 1차원이 얽혀 있는 4차원의 시공간으로 본다. 이렇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언급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들에게 시간은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즉 1년이라는 시간이 주는 의미는 모두에게 다른 것이다. 필자에게 2020년은 대학을 떠나 기초과학연구원(IBS)의 희귀핵 연구단에서 새로운 출발을 한 중요한 시작점이었지만, 대한민국 1호 국가과학자인 신희섭 박사에게는 오랜 연구자의 길을 마무리하는 또 다른 측면의 의미 있는 한 해가 됐을 것이다. 지난주 IBS에서 첫 번째 연구단을 이끌었고 30여년 동안 뇌 연구로 세계적인 성과를 낸 신 박사의 퇴임식에 참석했다. 신 박사는 퇴임사를 통해 과학자의 열정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몰두하되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경륜에서 나온 이 귀한 조언이 필자의 마음에 깊은 울림으로 와닿았다. 1665년 영국에서는 흑사병이 창궐해 뉴턴이 다니던 케임브리지대가 휴교를 했다. 어쩔 수 없이 고향 집에 가 있던 뉴턴은 그 기간 중에 만유인력의 법칙, 뉴턴의 법칙, 미적분 등 위대한 과학적 업적을 이룬 것으로 알려져 있다. 350여년 전 뉴턴이 힘든 시기를 오히려 더 큰 발견의 기회로 삼았듯이 지금 이 시기에도 바이러스의 위기를 인류 발전의 기회로 만들 탁월하고 열정을 겸비한 과학자들이 있다. 특히 이번 코로나 위기에 많은 과학자들이 백신의 개발과 치료 방법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잃어버린 한 해를 보내며, 2021년에는 더 안정적인 백신과 치료제가 만들어져 바이러스로 고통받고 있는 지구촌 모든 인류가 다시금 일상의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새해가 되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
  • “건강검진 실시예정”…한진 택배기사, 배송 중 쓰러져 의식불명

    “건강검진 실시예정”…한진 택배기사, 배송 중 쓰러져 의식불명

    22일 택배 옮기다 쓰러져…“하루 16시간, 새벽까지 뛰었다”한진 “심야 배송 적극 해소 할 것” 40대 택배기사가 배송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택배기사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급증한 택배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새벽까지 배송업무를 계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택배 측은 배송업무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25일 한진택배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시장에서 배송업무를 하던 40대 김모씨가 의식을 잃었다. 사고 직후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김씨는 이날까지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10여명의 택배기사가 목숨을 잃으며 배송기사들의 처우 관련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 8월 한국통합물류협회와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택배 등 4개 택배사의 ‘택배기사 휴식권 보장을 위한 공동선언’이 나왔지만 여전히 현장의 배송기사들이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진은 지난 11월 ‘심야 배송’ 중단을 선언하고 오후 10시 이후 택배 배송업무를 일괄 중단했다. 하지만 상당수 택배기사들이 과도한 업무량을 소화하기 위해 전산상으로 ‘업무 종료’를 보고한 뒤 심야 배송을 이어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진 “택배기사 근무환경 개선 및 건강관리 최선 다할 것” 이날 사고와 관련해 한진 측은 입장문을 통해 “한진은 지난 10월 택배기사 과로방지대책을 발표하고 근무환경 개선 및 건강관리 방안을 시행 중인 가운데 택배기사의 건강 이상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매우 안타깝다. 사고 확인 즉시 택배기사가 입원한 병원을 위로 방문하였고 회복 이후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라며 “회사는 다음 달 중순부터 택배기사와 간선기사 등 택배 종사 인력 약 1만명에 대한 뇌 심혈관 검사 등 건강 검진비용을 회사가 전액 부담해 전국 100여개 택배 터미널에 검진 버스를 투입, 건강검진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진 측은 “과로방지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해 택배기사 근무환경 개선 및 건강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표했다. 한진은 지난 10월 ‘택배기사 과로방지대책’을 발표한 이후 현재까지 분류지원인력 300명을 투입했다. 내년 3월에는 분류지원인력 1000명이 모두 현장에 배치될 예정이다. 또 내년 1월에는 택배기사와 간선기사 등 택배 종사 인력 1만명을 대상으로 뇌심혈관 검사 등 건강검진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검진비용은 전액 한진이 부담한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다이노+] 거대 초식 공룡의 조상은 민첩한 두 발 가진 잡식 공룡

    [다이노+] 거대 초식 공룡의 조상은 민첩한 두 발 가진 잡식 공룡

    거대한 네 발 초식 공룡인 용각류(Sauropoda)는 역사상 가장 큰 육상 동물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종은 몸길이가 30~40m에 달하며 무게 역시 60~80t나 나갔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용각류의 조상은 중생대 첫 번째 시기인 트라이아스기 후반까지도 사실 작은 잡식 동물로 두 발로 빠르게 달릴 수 있어 외형상으로 보면 오히려 수각류 육식 공룡과 흡사했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 연구팀은 최초에는 육식이었다가 잡식 동물로 진화한 후 역사상 가장 큰 초식 동물이 된 용각류의 독특한 진화 과정을 알기 위해 트라이아스기 말인 2억500만 년 전 용각형류 공룡인 테코돈토사우루스(Thecodontosaurus)의 뇌를 고해상도 CT 스캔을 통해 분석했다. 테코돈토사우루스는 트라이아스기 말기에 등장한 소형 잡식 공룡으로 대부분 몸길이 2m 미만이었다. 과학자들은 테코돈토사우루스가 몸집이 작은 대신 긴 꼬리와 상대적으로 튼튼한 뒷다리가 있어 두 발로 매우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었을 것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빠르고 민첩한 운동 능력은 다리 힘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뇌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테코돈토사우루스의 운동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매우 잘 보존된 두개골과 뇌실(braincase)의 이미지를 얻어 이를 기반으로 3D 모델을 만들었다. 그 결과 테코돈토사우루스가 현재의 육식 동물과 비슷하게 빠르게 움직이는 목표를 추적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테코돈토사우루스는 사냥감을 쫓아가면서 머리와 시선을 고정할 수 있었다. 이는 거대 초식 공룡의 조상이 작고 민첩한 사냥꾼이라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연구를 이끈 브리스톨 대학의 안토니오 발렐은 이런 능력에도 불구하고 테코돈토사우루스는 주로 초식을 하는 잡식 공룡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빨 구조가 초식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테코돈토사우루스는 소형 육식 공룡에서 잡식 공룡을 거쳐 점점 초식 공룡이 되는 용각류 진화 과정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사실은 트라이아스기가 끝나고 다음 시기인 쥐라기에는 결국 잡식 용각류는 대부분 사라지고 우리가 아는 거대 초식 공룡만 후손을 남겼다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이것저것 다 먹을 수 있는 잡식 공룡이 생존에 더 유리했을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가져다 주는 이점도 무시할 수 없다. 아마도 용각류의 조상은 전문 사냥꾼으로 진화한 수각류 육식 공룡과 경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히려 작은 크기 때문에 만만한 먹이가 된다면 차라리 쉽게 구할 수 있는 식물을 먹이로 삼아 거대해지는 편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 결국 쥐라기와 백악기에는 애매한 멀티플레이어 대신 자신의 분야에서 확고한 전문가인 초식 공룡과 육식 공룡이 등장하게 된다. 어딘지 모르게 인간 세상과도 비슷한 공룡의 진화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대학정시 특집] 이화여자대학교, 융합학부 뇌·인지과학전공 학과별 모집

    [대학정시 특집] 이화여자대학교, 융합학부 뇌·인지과학전공 학과별 모집

    952명을 모집한다. 정시 수능전형 계열별 통합선발로 총 350명(인문계열 174명·자연계열 176명)을 모집하며, 모집단위의 구분 없이 수능 응시영역에 따라 인문·자연 계열로 구분하고 있다. 통합선발 합격생들은 1년간 전공 탐색 기간을 거친 후 성적과 문·이과 구분 및 인원수의 제한 없이 인문과학대학, 사회과학대학, 자연과학대학, 엘텍공과대학, 경영대학, 신산업융합대학(체육과학부 제외), 스크랜튼대학(국제학부) 등 7개 대학 40개 전공 중에서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사범대학과 의예과, 간호학부, 2021학년도부터 선발하는 융합학부 뇌·인지과학전공은 학과별로 선발한다. 사범대학 각 학과(전공) 158명, 의예과 61명(인문계열 6명·자연계열 55명), 간호학부 25명을 선발하며, 융합학부 뇌·인지과학전공은 20명(인문계열 5명·자연계열 15명)을 학과별로 선발한다.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은 전년도까지 인문·자연 구분 없이 국어와 수학, 영어, 탐구영역을 같은 비율로 반영했으나 2021학년도부터는 인문계는 국어, 자연계는 수학 반영 비율이 30%로 확대되고 절대평가인 영어의 반영 비율이 기존 25%에서 20%로 줄어들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admission.ewha.ac.kr) 참조. (02)3277-7000.
  • 노인성 질환 장애인도 활동지원금 받는다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어 장기요양 급여를 받는 장애인은 장애인 활동지원 급여를 받을 수 없도록 한 현행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해당 법률은 2022년 말까지 개정돼야 한다. 헌재는 노인 장기요양 급여 대상자에게 장애인 활동지원 급여를 받을 수 없도록 한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이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제기된 위헌법률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헌법불합치는 위헌 법령을 개정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효력을 인정하는 결정이다. 뇌병변 1급 중증장애인 A씨는 자신이 받고 있는 사회복지서비스를 장기요양 급여에서 장애인 활동 급여로 변경해 줄 것을 구청에 신청했으나 구청이 이를 거부하자 취소소송을 냈다. A씨는 소송 진행 중 법원에 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항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고, 광주지법은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65세 미만이라도 치매 등 노인성 질병을 가진 사람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항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수급을 받지 않는 경우에만 장애인 활동지원 급여를 신청할 수 있도록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65세 이전에 노인성 질환이 발병해 장기요양 급여를 받은 경우 장애인 활동지원은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장애인 활동지원 급여는 월 한도 최고 648만원, 장기요양 급여는 월 한도 최고 149만원으로 차이가 매우 크다. 헌재는 “심판대상 조항이 65세 미만의 장애인 가운데 일정한 노인성 질병이 있는 사람의 경우 일률적으로 활동지원 급여 신청자격을 제한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과 관련해 “2022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머리 밀고 말기 암이라더니 거짓말…英 20대, 철창 신세

    머리 밀고 말기 암이라더니 거짓말…英 20대, 철창 신세

    SNS·언론에 “죽기 전 결혼식 소원”약 1200만원 모금…친구들 십시일반 영국에 사는 29세 여성 토니 스탠던은 지난해 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말기 암 투병 사실을 고백했다. 눈 밑이 초췌해져 병색이 완연한 얼굴을 찍은 사진도 함께 올렸다. 이후 긴 머리를 완전히 밀고 민머리로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말기 암 아버지 손 잡고 결혼식 입장하고파” 토니는 말기 암으로 온 몸의 기능이 떨어지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자신의 아버지 데렉(57)도 역시 말기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며,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결혼식에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하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토니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들은 친구들은 토니가 남자친구 제임스(25)와 결혼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며 기부금 모금을 위한 사이트 ‘고펀드미’에 페이지를 개설했다. 사연이 알려지면서 토니는 “암이 뇌와 뼈 등 온 몸에 퍼져 장기들이 제 기능을 못 한다”면서 두 차례 언론 인터뷰까지 했다. 토니의 간절한 호소에 총 8500파운드(약 1260만원)가 모금됐다. 결혼식 하루 전날 아버지 세상 떠나父 영상메시지에 결혼식장 울음바다건강하게 일어서서 웃으며 농담까지그러나 토니의 안타깝고 애절한 암 투병 사연은 황당하게도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말기 암 환자답지 않은 모습이 이어지자 친구들이 의심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여름 토니의 소원대로 결혼식이 치러졌지만, 딸의 손을 잡고 입장할 수 있기를 그토록 원했다는 아버지는 전날 세상을 떠난 상황이었다. 아버지가 생전에 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남겨 결혼식장이 울음바다가 됐는데, 정작 토니는 건강한 모습으로 일어서서 감사 인사를 했다. 하객들은 “어머니와 남동생은 비통해하고 있는데 토니는 일어서서 농담까지 섞어가며 감사 인사를 했다”, “사연을 들은 유명 축구선수가 보내온 영상 메시지를 보며 내내 웃고 있었다”며 전혀 슬퍼하지 않는 토니의 모습을 전했다. “축의금 꼼꼼히 챙긴 뒤 신혼여행…코로나 봉쇄에도 유럽 각국 여행”의심한 친구들이 추궁하자 결국 실토 또 다른 목격자는 토니가 결혼식이 끝난 뒤 하객들이 낸 축의금을 꼼꼼히 확인하고서야 터키로 신혼여행을 꺼났다고 증언했다. 무직인 토니는 코로나19 봉쇄에도 남편과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등 유럽 각국을 여행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친구들이 확인 작업에 들어갔고, 결국 토니는 울음을 터뜨리며 모든 사실을 인정했다. 토니는 지난달 열린 재판에서도 모든 사기 혐의를 인정했다. 지난주 유죄 판결이 나왔고, 현재는 구속기간에 대해 심리 중이다. 법원은 토니의 거짓 행각이 지인들을 충격에 빠뜨린 철저한 배신 행위라고 규정하며, 토니가 챙긴 기부금 중 2000파운드가량을 다시 돌려주라고 판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토니의 대학 친구로서 525파운드(78만원)를 기부한 체릴 애스턴(33)은 “오스카상을 탈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연기였다. 모두들 완벽하게 속아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말기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말에 다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도 십시일반 돈을 모았고, 심지어 더 많이 도와주지 못해 안타까워했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겨울철 불청객’ 뇌졸중, 초기 증상 무시 말고 병원 찾아라

    ‘겨울철 불청객’ 뇌졸중, 초기 증상 무시 말고 병원 찾아라

    뇌졸중(뇌혈관 질환)은 기온에 큰 영향을 받는다. 겨울철에 더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차가운 공기가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은 상승시켜 뇌혈관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09~2018년 월별 뇌혈관 질환 사망자 수’를 보면 12월 사망자가 2만 2530명을 기록한 뒤 1월에 2만 3630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계절적 요인과 별개로 뇌졸중은 우리나라에서 사망 원인 4위의 질환이기도 하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대한민국 사망 원인 통계’를 보면 인구 10만명당 사망자가 뇌혈관 질환은 42.0명으로 암(158.2명), 심장질환(60.4명), 폐렴(45.1명)의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심한 두통이 나거나 자꾸 어지럽다면 무조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뇌졸중은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뇌 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정확한 의학용어로 말하면 뇌혈관 질환이다. 혈관이 막혀 뇌가 손상되면 ‘뇌경색’이고, 혈관이 터져서 뇌가 손상되면 ‘뇌출혈’로 분류한다. 뇌경색이 전체 뇌졸중의 80%를 차지한다. 중풍이라는 표현도 쓰지만 뇌졸중 또는 뇌혈관 질환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구자성 서울성모병원 뇌혈관센터장은 “중풍은 한방에서 사용하는 말로 통상적으로 뇌졸중뿐 아니라 뇌졸중과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는 병(파킨슨씨 병, 안면 마비, 손떨림 등)까지 포함해 일컫는 말”이라면서 “중풍은 의사들이 말하는 뇌졸중보다 더 크고 모호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혈관 막히면 ‘뇌경색’… 혈관 터지면 ‘뇌출혈’ 뇌졸중의 가장 큰 원인은 동맥경화로 인한 뇌경색이다. 동맥경화는 동맥이 딱딱해진다는 이야기다. 고혈압이 있으면 동맥경화가 가속화되기 쉽다. 실제 정상인보다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4~5배 높다. 혈압이 높으면 혈액이 혈관을 지날 때마다 혈관 벽에 계속 압력이 가해지고, 혈관 벽이 망가지면 혈관 속을 지나다니는 지방질이나 불순물이 혈관벽 안으로 들어온다. 지방질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 벽은 점점 두꺼워지고 딱딱해진다. 동맥경화로 혈관이 좁아지면 혈액이 원활히 흐르지 못하고 잠깐 쉬어 간다. 이 과정에서 핏덩어리인 혈전이 생긴다. 이 혈전이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별문제 없지만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 온다. 결국 산소 공급이 안 되어 뇌손상이 진행된다. 보통 뇌졸중은 55세 이후로 발병률이 높아진다. 열 살이 증가할 때마다 뇌졸중 발생률은 약 2배씩 증가한다. 즉, 60세에 비해 70세는 약 2배, 80세는 약 4배 정도 뇌졸중이 많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뇌졸중으로 진료받은 환자 약 60만명 가운데 60~70대 환자가 전체 환자의 3분의1을 차지한다. 다만 통계상으로 보면 뇌졸중은 고령에서 더 주의해야 하는 게 맞지만 젊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지난해 50대 환자는 6만여명, 40대 환자도 2만여명에 달했다. 권순억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나이에 상관없이 비교적 젊은 사람이어도 고혈압이 심하면 콜레스테롤 지방질과 찌꺼기가 혈관에 쌓여 뇌졸중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의학 발전으로 뇌졸중도 발병 직후 3시간 안에는 치료가 가능하다. 3시간 안에 막힌 혈관을 뚫어주면 뇌손상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골든타임이 지나서 병원을 찾는다. 2018년 기준으로 뇌손상을 줄일 수 있는 마지노선인 3시간 이내에 응급실로 온 환자는 전체 환자 11만 3455명 가운데 4만 7971명(42.3%)에 불과했다. 뇌졸중 발병 후 1시간 내에 치료를 받은 환자는 2만 2904명, 20.2%이었다. 오히려 6시간이 경과한 이후에야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가 전체의 5만 1030명, 45.0%로 가장 많았다. 뇌졸중 환자 대부분은 지속적인 언어장애, 기능 마비 같은 문제를 겪는다. 살아남은 3명 중 1명은 영원히 장애를 갖고 살아야 한다.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뇌졸중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15년 정도 더 살 수 있는 수명인데 뇌졸중으로 기대수명이 4~5년 정도 짧아진다. 남효석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증상을 느꼈을 때 할 수 있는 응급조치는 딱 하나다. 1분 1초라도 빨리 병원에 가는 것이고, 시간이 지연될수록 상태는 악화돼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면서 “아스피린이나 청심환을 먹는다든지 손을 따는 분들이 있는데, 이런 행위는 시간을 지체하게 만들어 뇌세포 손상을 심화시키고 치료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어 상당히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작년 50대 환자 6만명… 40대도 2만여명 병원 방문이 지체되는 이유는 평소 뇌졸중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점이 크다. 머리가 아파 오는 것을 단순 두통으로 생각하기 쉽고, 어지럽고 저린 느낌을 피로와 영양섭취 부족 탓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현영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갑자기 심한 두통이 생기거나 어지럽고 자꾸 넘어지면 뇌졸중을 의심해봐야 한다”면서 “만약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면 바로 119로 전화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세상 반쪽이 잘 안 보인다 ▲한쪽 팔과 다리가 저려온다 ▲갑자기 말을 못하고 발음이 어눌해진다 등도 뇌졸중 증상으로 꼽힌다. 한 번 뇌졸중에 걸렸다고 해서 반드시 재발하는 건 아니다. 다만 뇌혈관이 이미 손상된 상태라 재발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다. 따라서 뇌혈관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고 손상된 혈관에 핏덩어리가 생기지 않도록 처방약을 잘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약물 복용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 약 복용과 함께 환자가 가지고 있는 위험요소를 철저히 조절하고, 운동이나 식이요법을 겸한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게 훨씬 중요하다. 특히 평소 고혈압 관리가 중요하다. 뇌졸중은 여러 번 재발할수록 회복이 더 어려워진다. 한번 뇌졸중을 겪었다면 생활 습관을 고쳐야 한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초등생 제자에게 “뇌가 없느냐” 폭언…항소심도 징역형 집행유예

    초등생 제자에게 “뇌가 없느냐” 폭언…항소심도 징역형 집행유예

    수업 도중 초등학생들에게 “뇌가 없느냐”라거나 “이따위로밖에 못 하느냐”는 등의 폭언을 한 교사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8년쯤 충남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던 A(54)씨는 수업 중 과제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10~11살 학생에게 “이따위로밖에 못 하느냐”라고 화를 내며 말했다. 또 수업 내용을 다시 물어보는 다른 학생에게는 설명을 해주는 대신 “뇌가 없느냐”라며 폭언을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공포감을 느낀 아이들로부터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을 인지한 교육당국 등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의뢰해 A씨의 학대 혐의에 대해 조사한 결과 ‘학생 44명을 학대한 혐의가 있다’는 판단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A씨는 검사에게 ‘교장 선생님이 아이들 진술을 단체로 유도한 것 같다’라거나 ‘특정 학생은 원래 거짓말을 잘한다’는 식으로 변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 1심을 맡은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유죄가 인정된다고 보고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초등학교 교사는 아동 발달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피고인 범행은 피해 아동들에게 매우 좋지 않은 정서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이후 A씨는 ‘폭언한 적이 없으며 형량 또한 너무 무겁다’는 취지로 항소했다. 항소심을 맡은 대전지법 형사항소3부(부장 김성준)는 일부 학대 행위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한 뒤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일부 감형했다.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 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느냐’는 말은 피고인이 실제로 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의 다른 발언들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과제물이 다소 미흡하다고 하더라도 어린 학생들을 위해 칭찬해주며, 수업에 열심히 참여할 것을 독려했어야 한다”면서 “피고인의 말 한 마디에 피해자들이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미뤄 정신건강을 저해할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A씨는 항소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장을 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여기는 중국] 살 빼주는 ‘마법의 가루’ 알고보니…中 인터넷 스타의 사기 방송

    [여기는 중국] 살 빼주는 ‘마법의 가루’ 알고보니…中 인터넷 스타의 사기 방송

    22세 유명 여성 왕훙(網紅·인터넷 유명인)이 불법 의약품제조 및 유통 혐의로 공안에 붙잡혔다. 수 십 만명의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로 유명세를 얻었던 왕 모 씨(22)와 일당 25명은 식용 금지된 약품을 불법 유통해 이득을 챙긴 혐의로 형사 구류 조치됐다. 중국 저장(浙江) 타이저우(台州) 관할 공안국은 최근 주모자 왕 씨와 중간 유통책을 맡은 일당 25명을 붙잡았다고 20일 밝혔다. 다이어트 이전 사진을 공개하며 다이어트 약의 효능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던 왕 씨에게는 사기 혐의가 추가 적용됐다. 왕 씨를 포함한 일당 25명은 올 초부터 최근까지 온라인 개인 생방송 플랫폼을 운영하며 다이어트 약의 효능을 선전했다. 약 복용 시 1개월 이내에 평균 10㎏ 이상의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특히 이들은 해당 가루약에 대해 ‘배고픔을 잊게 만들어주는 약’, ‘먹으면서 살 빼주는 약’ 등이라고 홍보했다. 이렇게 일명 ‘마법의 가루’로 불리며 다이어트 특효약으로 선전된 가루약은 저장성과 안후이(安徽), 허난(河南), 윈난(云南) 등 4개성, 7곳의 도시에 중간책을 두고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주요 고객들은 베이징, 상하이 등에 거주하는 10~30대 여성들이었다. 특히 왕 씨 일당은 허난성 정저우(郑州)와 신샹(新乡), 카이펑(开封), 덩펑(登封) 등의 지역에 추가 제조 공장을 마련, 대규모 약품 제조 및 불법 유통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들이 제조한 가짜 약은 전국 60개 도시에 추가 유통될 예정이었다. 이 불법 제조 및 유통 과정에서 왕 씨 일당은 총 1억 위안(약 17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거뒀다. 하지만 최근 다이어트 약을 실제로 구매했던 소비자들 중 상당수가 복통 및 심각한 불면 증세를 호소하면서 약품의 효능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상당수 소비자들은 약 복용 후 메스꺼움 등을 느끼고 약 복용을 중단했다는 부작용 사례가 줄을 이었다.급기야 지난달 25일 제조 현장을 급습한 관할 공안은 왕 씨의 제조 공장에서 사건 당일에만 약 2톤 상당의 성분이 불분명한 가루 더미를 발견했다. 적발되지 않았을 경우 전국 각지 약 20개 도시로 유통을 앞둔 가짜 약이었다. 실제로는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는 탓에 현재는 부작용 우려로 사용이 금지돼 있는 약품이었던 것. 공안 수사 결과, 왕 모 씨는 15세 대 중학교를 중퇴한 뒤 줄곧 온라인 상에서 화장품, 의류 등을 소량으로 유통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올 초 왕 씨는 인터넷 유통 업체에서 구매한 설비와 원재료를 배합해 일명 마법의 가루를 제조했다. 제조 방법 역시 인터넷에 떠도는 배합 비율을 그대로 모방했다. 왕 씨는 근거가 불분명한 인터넷 매체에서 접한 건강 상식을 바탕으로 각종 재료를 조합해 효능없는 가짜 약을 만들어 허위 광고, 유통했던 셈이다. 수사에 나선 관할 공안국은 왕 씨 일당이 ‘마법의 가루’라고 주장했던 약품의 주원료는 인터넷 상에서 불법으로 거래되는 ‘시부트라민’으로, 이미 10년 전 국가식품약품관리국이 식용 불가 판정을 내린 유통 불가 약품이다. 중추성 식욕억제제의 대표적인 약품으로 식욕을 감소시키고 열량 소모를 증가시키는 비만치료약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뇌에서 신경전달호르몬의 작용을 강화시키고 심혈관계 이상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현재는 처방 및 판매가 중단된 약품이다. 특히 이들이 주장한 체중 변화가 있었다는 사진 역시 조작된 사진으로, 약 효능과는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관할 공안국은 왕 씨 일당이 운영했던 공장에서 압수한 완제품을 전량 폐기하고 유사한 피해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공안국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에서 불법으로 판매, 유통되는 약품 상당수는 제조‧유통 경로를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유해성분이 혼입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복용 시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높다는 점에서 인터넷을 통해 구매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건강식품을 구매할 때는 반드시 병원, 약국 등 국가에서 허가한 정확한 경로로 구매해야 한다”면서 “제품의 성분과 효능 등에 대해 국가인증마크가 있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한 뒤에 구매하고 장기간 복용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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