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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서 가장 선명한 뇌영상 얻는다

    현대 의학이 정복하지 못한 유일한 성역 ‘뇌’가 베일을 벗는다. 가천길재단(회장 이길여)이 세계에서 가장 선명한 뇌(腦)영상을 얻을 수 있는 최첨단 장비를 이용해 뇌 관련 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단·진료하는 ‘가천뇌건강센터(소장 윤방부)’를 최근 개소, 국내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센터에 설치된 첨단 뇌영상 기기인 ‘MRI-PET결합 촬영시설’은 아시아·태평양권에서 가천의대만이 보유한 초고해상도 MRI인 ‘7.0T(테슬러) MRI’에 역시 최첨단 진단기기인 PET(양전자단층촬영장치)를 결합해 만들어졌다. ‘MRI-PET결합 촬영시설’은 뇌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 조장희 박사팀이 자체 개발했다. 뇌를 손금보듯 읽어내는 이 장비는 그동안 연구용으로만 사용했으나 뇌건강센터 개소에 맞춰 임상 진단 및 진료용으로 활용 폭을 넓혔다.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7.0T MRI는 뇌영상을 얻기 위해 지구 자장인 0.2 가우스의 35만배에 이르는 7만 가우스의 자장을 활용한다. 현재 병원에서 사용되는 일반 MRI의 자장이 1만 5000가우스 정도이다. 놀라운 해상도의 비밀이 여기에 있다. 조장희 박사팀은 지난 2006년 이 장비를 이용해 다른 장비로는 볼 수 없었던 뇌간 부위의 미세신경다발과 뇌 시상부위의 미세혈관을 선명하게 촬영,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뇌건강센터는 앞으로 이 장비를 치매·중풍(뇌졸중)은 물론 뇌암·파킨슨병·불면증 등 각종 뇌 질환의 조기진단과 예방·진료 등에 적극 활용하게 된다. 미국 하버드의대 페렌스 조레즈 박사를 비롯,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켄돌 리 박사, 독일 아헨대학의 슈나이더 박사 등 세계적 전문가들이 뇌건강센터 운영에 참여해 전문성을 강화한다. 이 센터에서는 이밖에 뇌 질환과 관련된 유전자검사와 혈액·뇌파·심전도검사 등도 받을 수 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인간 정신세계·남녀 행동방식 차이 궁금하시죠? 미지의 세계 파헤쳐볼까요

    두개골에 둘러싸여 있는 인간의 뇌는 마치 커다란 호두처럼 생겼다. 무게는 1.36㎏ 정도에, 각 영역마다 특정 기능을 담당한다. 좌뇌는 주로 언어와 정보처리 능력 등을, 우뇌는 주로 시각 정보와 추상적인 사고과정 등을 맡는다. 뇌라는 기관에 대한 관심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그 신비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인간의 정신과 뇌의 관계는 여전히 호기심을 거둘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이다. 이런 인간 정신 과정을 다양한 방법으로 파헤친 책들이 최근 나란히 출간됐다. ●세계적인 석학과 함께하는 뇌와 기억의 과학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이자 카블리 뇌과학연구소장인 에릭 캔델(80)은 자서전 ‘기억을 찾아서’(전대호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에서 인간의 정신과정을 생물학적으로 분석했다. 정신의학을 정신 분석에 의존하지 않고 세포에서부터 하나씩 풀어나간 캔델은 가장 단순한 뇌를 가진 바다달팽이를 이용해 기억이 세포 안에 저장되는 과정을 연구한 논문으로 200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그는 1938년 나치로부터 이주 명령을 받고 소유물 박탈, 아버지의 실종과 등장 등 강렬한 유년기의 경험 때문에 기억에 대해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 인간이 겪은 과거가 뇌의 신경세포들에 어떻게 영구적인 흔적을 남기고, 체계적으로 보관이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이런 호기심은 신경세포(뉴런)를 이해하고 이들을 연결하는 시냅스를 통해 어떻게 다른 종류의 기억들이 신경회로상에서 저장되는지,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의 생물학적 차이에 대한 의문으로까지 확대됐다. 그는 인간의 핵심적인 정신 과정 중 하나인 기억은 뇌세포가 물리적으로 변하는 ‘시냅스 가소성’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증명하고 “인간의 의식은 상호작용하는 신경세포 집단들이 사용하는 분자적 신호전달 경로들로 설명해야 할 생물학적 과정”이라고 말한다. “뇌 속을 채우는 200만~300만개에 이르는 감각신경섬유는 우리의 유일한 정보 통로이자, 자아에 대한 의식을 제공한다.”면서 “이런 기억의 결합력이 없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겪는 경험은 무수한 순간만큼 많은 조각으로 산산이 부서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이런 구조 속에 우리가 경험하는 것이 기억되고, 우리를 우리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캔델은 “내가 살아오는 동안 생물학계는 인간 게놈 전체의 유전암호를 읽어내고 인간을 괴롭히는 많은 병의 유전적 토대를 해명해왔다. 언젠가는 의식의 생물학적 기초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를 위한 새로운 정신과학 입문서로 저술했다.”는 설명처럼, 세계적인 석학의 과학 이야기는 난해한 소재를 다뤘지만 따라가는 것이 어렵지만은 않다. 2만 5000원. ●화성남·금성녀의 차이를 만드는 뇌 왜 우리는 남성과 여성이 서로 다른 행성에서 왔다고 생각하는 걸까. 왜 남녀는 서로의 행동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을까. ‘브레인 섹스’(앤 무어·데이비드 제슬 지음, 곽윤정 옮김, 북스넛 펴냄)는 남녀의 정신 과정을 뇌와 호르몬의 관계로 분석한다. ‘남성호르몬이 많이 나오면 남성’이라는 단순한 해석이 아니다. 어머니의 몸 속에서 다르게 형성되는 뇌의 성별은 얼마나 남성호르몬에 노출됐느냐에 따라 남녀의 차이가 확연해진다는 것. 임신 6~7주가 되면 태아의 뇌는 성별이 구분된다. 남자 태아는 이즈음에 유아기와 아동기에 걸쳐 나오는 양의 4배에 달하는 남성호르몬에 노출되는데, 만약 여자 태아가 남성호르몬의 신호전달을 강하게 받으면 출생 후 아기는 남자 성향이 강한 여자로 성장한다. 반대로 남자 태아가 남성호르몬에 노출되지 않으면 아기는 여자 같은 모습의 남자로 성장하게 된다. 이런 자궁 속 환경은 성 정체성, 출생 후 능력의 차이까지도 영향을 주게 된다는 주장이다. 남성의 뇌는 공간 지각 능력이 더 우수해 추상적인 개념의 수학이나 체스, 지도 읽기 등에 강점을 보인다. 반면 여성의 뇌는 모든 감각의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광범위한 감각 정보를 받아들여 언어, 음악, 기억력, 미각 등에 우월하다. 성장할수록 운동능력, 공격성, 성취욕 등을 유도하는 남성호르몬의 강한 영향을 받은 남성은 대부분 기계나 이론과 관계 있는 직업을 택하고 권력에 몰두하게 된다. 그러나 인간관계에 더 관심을 갖는 여성은 요식업이나 사회사업가, 교사처럼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을 찾는다. 이런 주장은 남녀의 차이는 부모와 사회의 역할 기대가 다르게 제공돼 다른 행동방식을 학습할 수 밖에 없었다는 ‘사회적 조건화’에 정면 배치되고, ‘차별을 정당화하는 음모’로 공격받기도 했다. 저자들은 “태생적으로 분명한 남녀의 차이를 외면하게 되면 남성들의 직업은 우월하고, 가정주부라는 직업은 하위에 속한다는 식의 잘못된 생각들을 바꿀 수가 없다.”면서 “남녀의 차이를 확인하고, 충분히 이해해야 문화와 가치의 성숙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다. 1만 6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한국 뇌 연구원 대구 유치 총력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26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대구지역 대학병원들과 한국뇌연구원 유치를 위한 상호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4개 병원이 참여했다. 뇌연구원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세계 최고의 뇌융합 연구중심기관 구축과 원천기술 개발을 통한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총사업비 3786억원을 투입해 부지 9만 4000㎡에 건물 3만 3000㎡, 인력 200여명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현재 대전시와 인천시가 지자체, 대학, 병원, 산업체와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뇌연구원 유치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이들 병원은 뇌의학연구센터 등 뇌의학 관련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DGIST의 핵심 정보기술(IT)과 연계해 뇌 융합공학 상용화 기술 개발, 뇌과학 분야 산업화에 역할을 하게 된다. DGIST는 다음달 초 뇌 융합분야 연구기관인 상하이 신경과학연구소, 일본 이화학연구소 BSI와도 공동 연구를 위한 MOU 체결을 추진하고 세계적인 석학을 초빙해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할 계획이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대한민국 극&극] ‘동물실험실의 평민’ 쥐 vs ‘동물실험실의 귀족’ 원숭이

    [대한민국 극&극] ‘동물실험실의 평민’ 쥐 vs ‘동물실험실의 귀족’ 원숭이

    시베리안허스키종인 ‘라이카’라는 개는 인간보다 먼저 우주여행을 했다. 라이카는 1957년 11월 3일 구소련의 스푸트니크2호에 탑승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사망하기는 했지만 라이카는 생명체가 무중력 상태에서도 온도와 습도 조절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환경론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물실험은 늘고 있다.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물학 관련 과학적 성과의 첫 번째 단계는 동물에서 시작된다. 수년간의 동물 실험을 통해 생물에 미치는 독성과 효능을 충분히 평가하는 전임상 단계를 거쳐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한때 각광받았던 신물질의 90% 이상이 사라진다. 수많은 동물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생물마다 특정 물질에 대한 반응이 달라 다양한 동물로 교차실험을 한다. 쥐, 기니피그, 고양이, 개(비글), 소, 토끼 등이 일반적으로 쓰이고 사람과 유전적으로 가장 비슷한 원숭이도 주요한 실험 대상이다. 쥐의 가격은 한마리에 1만원쯤인데 원숭이는 평균 600만원이 넘고 특수한 경우 1억원에 육박하기도 한다. 실험대에 오르는 쥐와 원숭이를 비교해 본다. ■‘동물실험실의 평민’ 쥐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목동리에 있는 오리엔트바이오의 가평센터.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공장이나 대형 창고처럼 보이지만 이 건물 안에는 쥐가 무려 50만마리나 살고 있다. 국내 최대의 실험용 쥐 공급업체인 오리엔트바이오에서 1년에 출하되는 쥐는 100만마리를 훌쩍 넘는다. 매월 18만마리가량이 태어나 엄격한 검사를 거쳐 10만~12만마리가량 팔린다. 오리엔트바이오측은 마우스(mouse)와 생쥐(rat)를 합쳐 10종류의 실험용 쥐를 보유하고 있다. 마우스는 다 자라면 몸무게가 10~20g 정도, 생쥐는 150~300g 수준으로 실험 목적에 따라 구분해 쓰인다. 하얀색 털에 눈이 빨간 전형적인 마우스 하나의 가격은 6000~1만원, 생쥐는 1만 5000원 정도다. 물론 특이한 유전자를 가졌거나 유전자 조작을 가한 쥐는 수천만원을 호가하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판매되는 쥐의 95% 이상이 1만원짜리 기본모델이다. 그러나 이 쥐들은 일반 쥐와는 다르다. 유전적으로 안정성이 뛰어나고 바이러스 감염 등이 없어야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동등한 실험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와 검증이 필수적이다. 오리엔트바이오 역시 전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찰스리버’사의 쥐를 분양받아 키우고 있다. 관리시스템도 철저하다. 외부는 콘크리트건물과 흡사하지만 안에는 3중으로 갖춰진 필터 공조장치, 워터·에어샤워커튼, 3중 살균실, 4중 필터 급수장치, 온도습도조절장치 등으로 ‘중무장’ 돼 있다. 100% 완전한 실험용 쥐를 공급하기 위한 장치다. 쥐들은 태어나서 4주면 실험실로 팔려나간다. 쥐를 사가는 곳은 제약회사, 병원, 대학, 국공립연구소 등 네 군데 정도다. 생물학도와 의사들은 전공기초 시간에 쥐를 가장 먼저 접하고, 해부와 관리의 기초를 배운다. 얼마나 많은 쥐를 보유하고 있느냐가 그 연구실 수준을 결정하기도 한다. 의과대학 한 곳에서 한 학기에 사용하는 쥐는 평균 500~1000마리지만, 대전 생명공학연구원의 경우 상시 6000마리 수준이다. 국가과학자 1호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희섭 박사는 본인의 뇌과학연구실에 무려 1만 5000~2만마리의 쥐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고의 ‘쥐 부자’다. 전 세계 동물실험의 99%는 쥐를 통해 이뤄진다. 실험실에서 쥐가 많이 사용되는 것은 단지 싸기 때문만은 아니다. 쥐는 새끼를 많이 낳고 주기가 짧아 세대를 거치는 실험에 용이하다. 쥐가 한 번에 낳는 새끼는 5~10마리로 그 새끼가 다시 새끼를 낳기까지 불과 9주밖에 걸리지 않는다. 신약 등의 독성을 검증할 때 후손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보기에도 아주 유리하다. 인간에게서는 수백년에 걸쳐 이뤄져야 하는 실험을 1~2년 정도로 단축할 수 있다. 특히 개발비용이 수천억원 단위로 들어가는 신약 개발에서 약간의 용량 투여로 효율적인 독성을 검증할 수 있는 생쥐가 많이 쓰인다. 오리엔트바이오 공현석 부사장은 “실험동물의 몸무게에 비례해 약물을 투여하기 때문에 초창기 독성 실험에서는 쥐 이외의 다른 동물을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글ㆍ사진 가평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우리 할머니 잘 있었어?” ■‘동물실험실의 귀족’ 원숭이 무균복을 입은 한형윤 연구원이 우리 앞에서 원숭이에게 말을 건넨다. 200마리가 넘는 원숭이 중에 이름을 가진 몇 안 되는 원숭이 ‘할머니’는 2003년 대전 안정성평가연구소 영장류실험실에 들어온 최고참이다. 한 연구원은 “실험용 동물이고, 이곳에 들어오면 죽어서 나가지만 사람을 따르고 영악한 짓을 하는 것을 보면 정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정성평가연구소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원숭이를 전문 독성, 효능시험에 사용하는 연구소다. 연구실험이 한창일 때는 600마리의 원숭이가 이곳에서 실험에 사용된다. 원숭이 한 마리의 가격은 평균 600만원 정도. 환율이 오르는 데다 원숭이가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돼 쿼터제가 시행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가격은 계속 오른다. 원숭이 실험에 흔히 사용되는 게잡이원숭이는 캄보디아와 베트남 등지의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곳에서 포획된 원숭이는 중국과 베트남, 일본의 전문 사육소에서 철저한 검증을 거친 후 세계 각국으로 수출된다. 수많은 실험동물을 경험한 한형윤 연구원에게도 원숭이 실험은 신천지다. 지능이 높기 때문에 실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관리도 까다롭다. 무리생활을 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케이지에 넣어놓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새끼에 대한 반응도 친밀해 어려움이 많다. 특히 워낙 가격이 높다 보니 문제가 생기면 안락사시키는 다른 동물과 달리 수술을 해서 고치기도 한다. 환경론자들은 다른 실험동물에 비해 원숭이에 대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렇다면 왜 굳이 원숭이를 실험에 써야 할까. 1957년 독일의 제약회사 그뤼넨탈에서 부작용이 없는 수면제를 개발해 내놓았다. 그뤼넨탈은 “감기약조차 마음대로 먹지 못하는 임산부를 위한 최고의 약”이라고 광고했고 50여개국에서 같은 성분을 가진 약이 판매됐다. 불과 1년 후 독일에서 손이 짧은 아이가 탄생하기 시작했고 서독에서만 5000명 이상, 유럽에서만 1만명이 넘는 기형아가 태어났다. 1962년 판매금지된 악마의 약 ‘탈리도마이드’는 동물실험의 효용성을 논하는 데 가장 먼저 거론되는 사례다. 당초 탈리도마이드는 쥐와 고양이, 개 등을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 큰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탈리도마이드를 투여할 경우 사람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일부 토끼와 원숭이뿐이었다. 탈리도마이드 사건 이후 전 세계적으로 쥐 실험에 대한 맹신보다는 다양한 동물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마법의 탄환’으로 불리는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경우 쥐 실험에서는 독성이 나타났지만 원숭이 실험을 통해 약효가 입증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원숭이는 가장 이상적인 실험동물로 꼽힌다. 뇌구조부터 시작해 몸의 말단인 손가락, 발가락까지 인간과 가장 유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가임기간과 임신기간까지 인간과 같다. 유전적 동등성이 높다는 것은 부작용과 약효를 거의 100% 믿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글ㆍ사진 대전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클릭 [극과극 더 보러가기]
  • 대구·경북 뇌연구원 유치 합작

    교육과학기술부가 상반기 공모 예정인 한국뇌연구원 유치를 위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과 대구시·경북도가 본격적으로 나섰다.대구경북과학기술원은 13일 오전 10시 대구 인터불고엑스코에서 대구시·경북도·포항시·포스텍 등과 공동으로 한국뇌연구원의 성공적인 유치를 위한 상호협력 양해각서(MOU)를 교환한다.이에 따라 이 기관들은 ‘한국뇌연구원 공동유치위원회’(가칭)를 구성,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또 뇌연구 관련 공동연구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뇌연구 전문인력 양성 등에도 협력하게 된다.한국뇌연구원이 지역에 유치되면 앞으로 12년간 뇌과학 관련 1000억원의 연구비 유입 효과와 8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 5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예상된다. 5000여명의 신규 고용 창출이 가능할 전망이다.한국뇌연구원 설립 사업은 2020년까지 3786억원을 들여 뇌연구 거점을 구축하고, 뇌융합 기술개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대구·경북 이외에 대전과 인천 등이 유치에 나선 상태다.이인선 대구경북과학기술원장은 “대구·경북지역은 뇌의학 연구센터를 가진 5개의 대학병원이 있는 등 국내에서 가장 관련 인프라가 우수하다.”면서 “뇌연구원 유치를 통해 원스톱 뇌연구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어려움보다 재미 느끼는 과학콘서트

    어려움보다 재미 느끼는 과학콘서트

    KBS 1TV는 13~16일 오후 3시10분부터 겨울방학 특집 ‘과학콘서트’를 방영한다. 지난달 광주에서 열린 이 강연은 국내 최고의 과학자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어렵고 딱딱한 과학공부에서 벗어나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리로 마련됐다.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13일 첫 방송되는 제1부 ‘미래 우주인에 도전하라’에서 우주인이 되면서 보고 느낀 점을 전한다. 또한 미래의 우주인들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는다. 이소연 박사는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격려하고 칭찬하면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선진국, 우주강국이 될 날은 아마 조금 더 빨리 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단국대학교 의예과 서민 교수는 기생충을 위한 ‘변명’에 나선다. 서 교수는 “우리가 기생충에 대해서는 ‘징그럽다’, ‘더럽다’는 편견을 갖고 있지만,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그럴까. 그는 연구실의 기생충 표본을 모두 현장으로 가져와 학생들이 직접 보고, 실험도 하며 기생충에 대한 흥미진진한 강연을 펼친다.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정재승 교수는 ‘뇌과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하나의 우주’라고 불리며 우리 몸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뇌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관객 전체가 참여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우리의 뇌가 범하는 오류를 목격한다. 홍익대학교 수학교육학과 박경미 교수는 ‘소수, 네 정체를 밝혀라!’는 주제로 수학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소수의 자릿수만 1300만 자리로 이 수를 나열하면 서울에서 광주까지 6번을 왕복한 거리보다 길다고 한다. 수학자들은 왜 단지 숫자에 불과할 것 같은 소수를 찾아 헤매는 것일까. 소수의 진짜 정체는 무엇인지 소수의 세계로 함께 떠나본다. 한편 올해로 6번째를 맞는 이 행사는 180년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 왕립연구소가 실시하는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을 모델로 한국과학창의재단이 도입한 과학 강연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메디컬 팁]

    ●당뇨병 심층치료 입원프로그램 개설 삼성서울병원 당뇨병센터(센터장 김광원 교수)는 당뇨병을 집중적으로 치료하고 관련 교육을 받는 ‘당뇨병 심층치료 입원프로그램’을 최근 개설했다.프로그램은 당뇨병 환자들이 5박6일간 센터 전용 병동에 입원,체지방 측정과 혈압·혈당·간기능·종양표지자·갑상선검사,심장·뇌졸중·눈·신장합병증 정밀검사를 받으며,이를 근거로 전문가들이 당뇨병과 합병증 예방을 위한 심층교육 및 생활습관 개선 등을 교육하는 전문 프로그램이다.(02)3410-2138.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와 협약 체결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종식 교수 등 ‘첨단 뇌영상을 이용한 파킨슨병의 환경 및 유전병인 연구팀’은 최근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와 연구협약을 체결했다.연구팀은 뇌과학연구소 조장희 박사팀이 자체 개발한 7.0테슬러 MRI(자기공명영상)와 이 병원 핵의학과 김재승·오승준 교수팀이 상용화한 PET 영상진단기술을 활용,파킨슨병 원인 규명과 조기진단법 개발에 나서게 된다. ●상담사이트 ‘ADHD 24시’ 개설 다국적 제약사 한국릴리는 소아청소년 정신질환 중 하나인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극복을 위해 학부모와 교사를 위한 맞춤형 상담사이트 ‘ADHD 24시(www.adhd24.com)´를 개설했다.이 사이트는 ▲부모교실 ▲교사교실 ▲임상 및 치료 ▲교육다운로드 자료실 ▲새 소식 등 5개 분야로 구분,다양한 질환 및 관리정보를 동영상 콘텐츠와 플래시 애니메이션 등으로 제공한다. ●‘베이츠의 포켓 진단학’ 번역 출간 중앙대병원 외과 장인택 교수 등 11명의 교수진은 최근 새 유형의 의사실기시험 기본텍스트인 ‘베이츠의 포켓 진단학’을 번역,출간했다.책은 내년 9월부터 표준화 환자를 이용한 실기시험이 의사 국가고시 선발제도에 정식 도입되는 등 달라진 시험제도에 대비한 맞춤형 기본서로,컬러판 포켓사이즈로 제작됐다.군자출판사.440쪽 2만 5000원. ●국립·지역암센터 업무협력 양해각서 국립암센터와 전남지역 암센터 등 전국 9개 지역암센터는 최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암 관련 공동연구와 암 전문인력 양성 및 인적교류 활성화 등 상호 업무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이번 양해각서 체결에는 국립암센터와 전남·북지역암센터를 비롯,경남·부산·대전·대구경북·강원·충북·제주지역암센터 등이 참여했다. ●다솜회 바자 수입금 결손 가정 전달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여직원 모임인 다솜회는 최근 본사에서 송년 바자회를 열어 수입금 300만원을 서울 중구 회현동 결손가정에 전달했다.군터 라인케 사장은 “이웃에 대한 직원들의 자발적 의지와 사랑이 담긴 성금”이라며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주위의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이고 다양한 사회 공헌활동을 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대·가천의대 뇌연구원 MOU체결

    이장무 서울대 총장과 이길여 가천의과학대 길병원 뇌과학연구소 이사장,이헌석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16일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에 ‘한국뇌연구원’(가칭)을 설립하기로 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국뇌연구원은 인천 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 첨단의료복합단지에 3만 3000㎡(1만평)의 부지를 확보,뇌질환의 진단과 치료기술 개발 및 산업화를 목표로 설립된다.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美 카네기멜론大 로봇 공학 연구소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美 카네기멜론大 로봇 공학 연구소

    그는 인간이 사라진 세상에서 자연이 물을 타고, 기계를 과신해 온 인간에게 복수를 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문명이 자연과 공존하고, 인간성을 찾지 않는다면 결국 의미없이 발전하다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간이 만들어낸 과학이 인간의 윤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은 인류 역사 이래 지속돼 왔다. 특히 근대에 접어들면서 급속도로 발전한 과학기술과 문명은 ‘인간복제’,‘냉동인간’,‘로봇’ 등 상상속에서나 존재하던 일들을 현실의 영역으로 가시화시키고 있다. 현재 인류의 과학기술은 어디까지 와 있으며,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할 것인가? 환경주의자들의 말처럼 인간은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가? 한국과 미국, 유럽 등의 대학과 연구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들과 이에 따른 인간 윤리의 위기를 살펴봤다. |피츠버그·보스턴 박건형특파원|문을 열고 복도에 들어서자 카메라가 달린 네모난 모니터 속에서 장난스럽게 생긴 캐릭터가 인사를 건넨다.‘궁금한 것은 무엇이든 물어보라.’는 캐릭터는 자신을 ‘탱크’라고 소개했다. 탱크는 미국 피츠버그에 자리잡은 카네기멜론대학(CMU) 로봇공학 연구소의 마스코트다. 건물 안내는 물론 센터 소개, 사람들을 찾는 일까지 탱크에게 물어보면 무엇이든 척척 해결해 준다. 탱크를 만들어낸 기술은 그래픽 기술과 시각인식 등 두 가지뿐이지만 탱크와 만나는 방문객은 첨단 기계를 접했을 때와는 다른 훈훈한 감동을 받는다. ●현재 로봇공학은 1980년 컴퓨터공학 수준 “공상과학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것처럼 전투를 하거나 완벽한 인간의 모양을 갖춘 로봇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근무하는 사람들 모두 언젠가는 그런 로봇이 등장할 수 있다고 믿고 일하고 있습니다. 탱크 역시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인간적인 마음을 담았다는 점에서 연구소원들의 사랑을 받고 있죠.” 공동연구를 위해 CMU에 머물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동환 박사는 로봇 연구가 조금씩이지만 꾸준한 발전을 이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로봇은 어느 한 사람의 천재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전문가들이 각자 맡은 분야를 발전시켜야 하는 방대한 작업”이라며 “한 분야가 빨리 발전한다고 해도 조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단순한 기계 이상의 것을 이룰 수 없다.”고 설명했다. CMU는 세계 최고의 로봇연구소로 꼽힌다. 전 세계 100여개 대학과 연구소들이 CMU에 직원을 파견해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애쓸 정도로 다양한 연구 분야를 갖고 있다. 지난 몇년간 CMU가 발표한 로봇만 해도 짐 나르는 로봇 수송병 ‘빅독’, 삼키는 의학용 로봇, 휴머노이드(인간을 닮은 로봇) ‘덱스터’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이들은 필요에 따라 연구팀을 수시로 바꾸며 원하는 분야를 보강해 나간다.‘벽 없는 연구’야말로 중소대학인 CMU가 전 세계 최고의 로봇공학연구소로 발돋움한 이유다. 김 박사는 “인간을 닮은 로봇은 아직까지 기초 단계에 불과하지만, 기능 위주로 만들어진 상업용 로봇은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라는 것이 로봇개발자들의 생각”이라며 “현재의 로봇공학의 위치가 1980년대 컴퓨터공학이 가졌던 위치쯤이고, 조만간 폭발적인 성장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고 밝혔다. ‘로봇은 인간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되며 인간이 다치도록 방치해서도 안 된다.’ ‘로봇은 1조항에 위배되지 않는 한 인간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1,2조항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A.I.’,‘아이, 로봇’ 등 수많은 영화와 소설에 등장하는 ‘로봇 3원칙’은 1942년 미국의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시대를 뛰어넘는 상상력으로 실제 공학도들의 도전을 이끌어냈던 아시모프는 로봇이 언젠가는 인간과 비슷한 형태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나중에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로봇 3원칙’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의 작품 ‘아이, 로봇’은 로봇 3원칙이 무너질 경우 어떤 불행을 초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아직까지 아시모프의 3원칙이 무너질 만큼 로봇기술은 발전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로봇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이를 절대적인 수칙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국의 기술표준원 역시 2006년 로봇의 KS표준을 만들면서 이 원칙을 사용했다. 로봇 3원칙은 언젠가는 다가올 인간과 구분할 수 없는 로봇에 대해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로봇의 인간 대체 가능성은 아직 없어 그렇다면 로봇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전쟁용 로봇의 등장으로 인해 인간을 위협할 가능성은 있지만, 로봇이 지구를 지배할 위험은 극히 낮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무엇보다 진화의 다음 단계로서 인간을 대신할 가능성은 불가능에 가깝다. 세계휴머노이드 조직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인간을 뛰어넘는 민첩한 동작과 동력, 두뇌, 감성, 자율성 등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력이 발달해 이를 모두 갖추기 위해서는 앞으로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상상조차 쉽지 않다. 특히 로봇이 스스로 번식을 하거나 진화를 하는 일은 이 모든 것을 갖추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과학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다만 로봇을 이용한 위협은 여전히 존재한다. 실제로 MIT미디어랩에서 로봇공학을 연구하는 휴 헤르 교수의 목표는 인간과 로봇의 공존인 ‘사이보그’다. 지체장애자인 그는 인간의 부족한 신체부분을 보조하는 장치를 만들어 현실속에서 ‘600만달러 사나이’를 만들어가고 있다. 미디어랩 관계자는 “헤르 교수의 연구에 대해 강력한 힘을 가진 군인이나 무기로서의 악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로봇 자체의 발전속도에 대한 낙관도 여전히 존재한다.CMU 로봇공학연구소의 한스 모라벡 박사는 “반도체의 집적도가 18개월마다 두배로 늘어나는 만큼 2040년이 되면 인간처럼 생각하는 로봇도 나올 수 있다.”며 “이 같은 일이 인간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로봇을 만드는 사람의 철저한 윤리의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itsch@seoul.co.kr ■ “로봇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감정 가질 수 없을 것” ‘로봇 뇌’ 전문가 세바스찬 승 MIT 교수 |보스턴 박건형특파원|로봇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영화 속 터미네이터처럼 자유롭게 행동하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이다. 그러나 현실 속의 로봇은 ‘휴보’처럼 걷거나 ‘마루’처럼 춤을 추는 일이 고작이다. 체코어의 ‘일한다(robota)’는 뜻으로, 차페크의 희곡 ‘로섬의 인조인간:Rossum’s Universal Robots’에서 로봇이라는 말이 처음 사용된 후 100여년이 지났지만 로봇의 발전 속도는 왜 이렇게 더딘 것일까? 로봇 연구자들은 로봇이 단순한 기계가 아닌 모든 학문의 집합체라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로봇 연구를 위해서는 기계공학자뿐 아니라 물리학, 화학 등 기초 학문부터 뇌과학, 전자·전기·재료공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학분야의 지식과 기술개발이 필수적이다. 여기에 인간적인 사고 연구를 위해 심리학과, 사회학 등 인문학도 동원돼야 한다. 국내외 로봇 연구자들은 이중 가장 발전이 더딘 분야로 ‘로봇의 뇌’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스스로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뇌가 필수적이지만 아직 과학자들은 뇌의 외곽만을 맴돌고 있다.MIT 뇌 및 인지과학자 세바스찬 승(41) 교수는 인간처럼 생각하는 컴퓨터를 만들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최전선에 있다. 그가 개발한 ‘신경컴퓨터’는 사람의 뇌 속 뉴런의 연결을 모방한 형태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승 교수는 “스파게티처럼 얽혀 있는 신경세포들의 연결선을 밝혀내는 것이 현재 집중하고 있는 과제”라며 “각각의 신경세포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 수 있는 ‘컨넥톰’이라는 뇌신경 연결지도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로봇의 뇌를 연구하는 수단으로는 크게 컴퓨터를 고도화해 뇌의 복잡성에 접근해 나가는 전통적인 방식과 승 교수가 주도하는 뇌를 먼저 이해해 컴퓨터의 설계에 적용하는 계산신경과학 등 두가지가 있다. 승 교수는 “컨넥톰이 먼저 뇌를 구현할지 아니면 컴퓨터가 발전해 뇌의 기능을 갖게 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두 가지 방법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 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 로봇을 만드는 기계공학과, 컴퓨터를 연구하는 전기공학과, 뇌 자체를 연구하는 기초의학 등 다양한 분야와 협동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승 교수는 컨넥톰이 완성되더라도, 로봇이 인간의 정신이나 의식, 감정 등을 가질 우려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컨넥톰은 신경해부학자들이 100년 이상 연구했지만 밝혀내지 못했던 뇌의 문제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보는 것이고,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일에 불과하다.”며 “정해진 사고방식에 따라 논리적으로 움직이는 로봇을 만드는 일은 가능하겠지만 감정을 가진 로봇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밝혔다. kitsch@seoul.co.kr <특별취재팀> 미래기획부 손성진부장(팀장)·이도운차장·류지영·박건형·정현용기자, 도쿄 박홍기·파리 이종수특파원, 국제부 박홍환차장, 사회부 안동환·이재연기자 문화부 박상숙기자
  • [단독] 국가과학자 선정 중단 위기

    기초과학 분야의 대한민국 최고 과학자를 선정해 지원하는 ‘국가과학자’ 제도가 예산 삭감으로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선정 계획이 없고, 향후 재개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과학계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꾸준한 투자를 해야 하는 기초과학 분야를 홀대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반발하고 있다. 3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처음 시행된 ‘국가과학자’ 제도가 지난해 말 예산 삭감으로 인해 올해와 내년에 사업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매년 2명 이내의 과학자를 선발한다.’는 원칙을 갖고 출범한 제도에 문제가 생긴 것은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가 해당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지난해 예산수립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국가과학자를 1명만 선발한 점을 문제 삼았다.”면서 “사용하지 않은 예산이라는 이유로 1차 삭감됐고, 기존 3명의 과학자의 연구성과를 보고 나중에 진행여부를 결정하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2009년 예산에도 반영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교과부측은 내년 말 기존 국가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연구성과를 평가한 뒤 이를 근거로 2010년부터 다시 예산을 신청한다는 계획이지만, 뇌과학과 분자생물학 등 대상자들의 연구 성과가 단시일내에 나오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제도 부활은 힘들 전망이다. 과학계는 이에 대해 ‘노벨상 프로젝트’를 거론하는 정부가 기초과학 연구자들의 궁극적인 목표를 없앴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심사에 참여한 한 교수는 “지난해 1명만 선정한 것은 대상자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선정자를 줄여 국가과학자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며 “국가과학자가 이공계 연구자들의 본보기이자 목표가 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첨단 의학에 끝없이 도전”

    “첨단 의학에 끝없이 도전”

    “어려웠던 시절 보증금 없이 병원을 운영한다고 하니까 다들 ‘말아먹으려고 작정했냐.’고 걱정했어요.1960~70년대에는 진료비를 내지 않는 환자가 많아 병원마다 보증금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환자들을 믿고 진료를 시작하니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났어요.” 1958년 인천 중구 용동 ‘이길여 산부인과’에서 새내기 여의사로 의업(醫業)을 시작한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그는 반세기의 시련을 극복해 현재는 국제 규모의 뇌과학연구소, 암·당뇨연구원, 바이오나노연구원 등을 보유한 재단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진행된 재단 50주년 기념식을 맞이한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1980년대 중반 지금의 인천 구월동 길병원을 건립할 때 병원을 짓던 업체가 부도가 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국내 유일의 병원을 짓겠다는 열망을 버리지 않아 이만큼 이룬 것 같다.”고 회고했다. 이 회장의 목표는 여느 병원 최고경영자(CEO)와 차이가 있다. 그는 다른 병원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기초의과학 분야를 육성하는 데 집중했다.2006년 640억원을 들여 뇌과학연구소를 설립, 세계적인 물리학자 조장희 박사를 초빙했다. 최근엔 하버드대 김영범·최철수 교수 등 22명의 세계적인 석학들이 암, 당뇨와 관련된 연구에 뛰어들었다. 이 연구원에는 무려 1000억원이 투입됐다. 이 회장은 “환자가 필요로 하는 분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첨단 의학을 향한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회장은 최종 목표로 “인류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재단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다소 거창한 수식어에 대해 그는 “이미 반세기 동안 초석을 다져왔기 때문에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어려운 시기 보증금 없는 병원을 표방한 탓에 사회공헌에도 관심이 많다.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양평, 백령도 등 의료 취약지역에 병원을 세우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지금의 나는 11일의 나와 같을까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의 주인공은 선과 악의 극단적 인격을 지녔다. 그렇듯 사람들은 다중인격의 소유자는 반드시 문제적 인간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인격의 다중성을 병으로 해석해야 할까. ‘다중인격의 심리학’(리타 카터 지음, 김명남 옮김, 교양인 펴냄)은 단호히 “No”라고 대답한다. 영국의 과학·의학 전문 저널리스트인 지은이는, 다중인격은 복잡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의 뇌가 발달시킨 자연스러운 생존전략이라고 주장한다. 뇌과학 연구에 천착해온 저자는 이런 물음을 던진다. 지금의 ‘나’는 내일의 ‘나’와 같을까. 심리학과 뇌 과학을 통해 인간의 행동방식을 관찰해온 저자는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시간의 흐름과 상황에 따라 인간의 인격은 변화하며, 자아의 다중성을 인정하고 나면 인간관계를 훨씬 부드럽게 풀어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동일한 사람이 때때로 상반된 행동이나 모순된 성격을 드러내는 상황도 얼마든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방증들을 동원한다.18세기 말 유럽을 떠들썩하게 만든 오스트리아 의사 메스머의 최면 시술과 신부의 퇴마술은 물론이고 19세기를 풍미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까지 전방위로 관심의 촉수를 뻗친다. 인간의 다중성에 대한 흥미진진한 실험과 연구역사를 통해 인격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고 작동하는지, 왜 현대사회에서는 인간의 다중성이 점점 더 심해지는지 등을 두루 파악했다. 책에 따르면, 인간의 내면은 세 가지 인격으로 이뤄졌다. 사고, 욕구, 의도, 감정, 신념 등 중요의식들을 갖춘 ‘주 인격’, 특별한 상황에서만 발현되는 ‘보조 인격’, 그리고 몸짓과 말투에서 산발적으로 드러나는 버릇 등을 지칭하는 ‘미시 인격’이다. 이들 인격요소가 개인마다 어떻게 다르게 구성돼 있는지 따져보는 방법을 일러준다. 개별 인격의 특성을 짚어보는 새로운 도구로 ‘인격바퀴’(Personality Wheel)도 제시한다. 인간 내면에 공존하는 여러 인격들의 특징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그들의 상호작용과 대립관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원활한 인간관계를 위해 당장 적용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은 심리실용서로도 유용하다.1만 48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인사]

    예금보험공사 △감사 김오연 기술보증기금 △이사 겸 영업본부장 金容煥△〃 겸 기술평가본부장 李基源 국회일보 △발행인 羅丁泳△편집국장 李度勳 머니투데이 △온라인기획실 실장직대 홍정표△〃 기획팀장 김상범 시사서울 △편집국장 李光龍 여약사신문 △대표이사 사장 김용발△전무 노재영 인제대 △백인제기념도서관장 박재섭△기획부처장 강성홍△동부스포츠센터사업단장 최인섭△뇌과학기술연구소장 하일호 KB투자증권 △홍보실장 송치호 동부화재 ◇상무 △차세대시스템추진TFT팀장 安龍炳 한림대 △국제교육원장 송승철
  •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日·韓人 뿌리연구에 학자 100명 ‘합작’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日·韓人 뿌리연구에 학자 100명 ‘합작’

    |도쿄·사이타마(일본) 박건형특파원|일본의 유명 출판사 이와나미서점은 2003년 ‘아시아 신세기(アジア新世紀)’라는 8권의 시리즈를 출간했다. 각각 ‘공간’,‘역사’,‘정체성’,‘행복’,‘시장’,‘미디어’,‘파워’,‘구상’이라는 주제로 쓰인 이 책들은 모두 121편에 이르는 논고를 총정리한 대작이다. 이 시리즈는 논문집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학문 영역과 완전히 차별화된 분류법을 도입했다. 이는 ‘아시아’라는 거대한 주제를 새롭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기존의 학문 영역 구분이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치학, 사회학, 인류학, 대중문화 등 각 분야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지성으로 꼽히는 저자들도 각기 자신들의 시각을 표출하며 교묘한 조화를 이뤄냈다. 일본 언론들도 이 시리즈를 ‘21세기 일본 학문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평가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학문간 횡단 자유로워 ‘우리의 뿌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주제를 연구하기 위해 유전학, 역사, 지질학, 지리학, 민족가요, 예술분야 전문가들이 팀을 이룬다. 인간의 뇌 연구를 위해서는 생물학, 인지과학, 심리학, 기계공학자들이 모이고 기업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이공계 연구소와 대학 연구실, 철학 등을 연구하는 인문사회 연구소들과도 협력한다. 이는 ‘학제간 연구(學際間硏究)’란 말을 처음 만들어낸 일본에서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실용과 결과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에게 ‘융합’이나 ‘학제간 연구’는 경쟁력 그 자체다. 교육과학기술부 정경택 과장은 “일본은 하나의 목표를 세우면 관련 분야를 총괄할 수 있는 구조부터 개편한다.”면서 “여러 분야의 인재들이 모여 정확하게 역할을 분담하고, 과정을 공유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낸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을 주도하는 학제간 연구 시스템은 2001년 종합과학기술회의에 제출된 ‘새로운 가치와 시스템 창출을 위한 횡단적 연구개발’이라는 보고서에서 비롯됐다. 자연과학과 인문사회를 모두 융합해 연구과제를 선정하도록 한 이 보고서의 ‘횡단적’이라는 말이 바로 융합을 의미한다.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리켄)에서 종신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유수 박사는 “평행선처럼 나란히 각자의 영역만을 추구하던 학문들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어느 한 지점에서 만나는 것이 바로 ‘횡단적’이라는 말로 표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최고 명문대인 도쿄대가 내세우는 ‘지식의 구조화’란 말도 각기 다른 학문의 성과를 목적을 위해 융합시키겠다는 ‘통섭적 사고’를 내포하고 있다. ●분야와 국적을 망라한 초대형 연구 종족상으로 매우 이질적인 것으로 알려졌던 일본인과 한국인이 실제로는 유사한 뿌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낸 오모토 게이치 도쿄대 명예교수의 연구는 일본의 융합 연구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오모토 교수는 4년에 걸쳐 100명의 학자와 함께 ‘일본인과 일본문화의 기원에 관한 학제적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인류유전학자인 그는 유전학, 지질학 등 과학분야 및 역사, 지리학 등의 인문사회분야 학자들을 모았다. 심지어 예술분야의 전문가들까지 동원했다. 성신여대 박경숙 교수, 단국대 김욱 교수 등 국내 유전학자들도 참여했다. 오모토 교수는 “유전자 분석, 문화적 배경, 지리학적 이동 등 여러 학문의 협력을 통해 일본인의 기원에 대해 기존 학설과는 다른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면서 “일본인이 천황의 통치 아래 형성된 단일민족이라는 ‘황국사관’의 근거를 무너뜨리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 최고의 연구소인 리켄도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융합연구’에 도전하고 있다.200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료지 노요리 이사장이 부임한 이후 리켄은 칸막이식 연구소 시스템을 탈피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현재 리켄은 뇌과학종합연구센터를 세우고 연구소 예산과 인력의 절반 이상을 투입하면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노요리 이사장은 “심리학, 인지과학, 기계공학, 철학 등 사실상 모든 분야의 인재가 모여 ‘뇌’를 파헤치고 있다.”면서 “과학계의 마지막 블루오션인 인간의 뇌를 알기 위해서는 모든 학문을 함께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리켄의 뇌 연구에는 도요타 등 대형 기업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는 뇌과학종합연구센터 안에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연구원 30여명을 상주시키고 있다. 인간 두뇌 메커니즘을 활용한 신상품과 신성장동력의 개발이 도요타가 추구하는 목표다. kitsch@seoul.co.kr
  • 세계수준 연구대학 육성한다

    국내 대학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차세대 융복합형 신기술 육성과 해외 과학자 유치에 5년간 8250억원이 지원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는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orld Class University) 사업계획을 확정,19일 공고했다. WCU 사업은 ‘두뇌한국(BK)21’에 이은 대표적 대학 재정지원 사업으로, 지난달 시안 발표 후 공청회를 거쳐 구체안이 확정됐다. 이 사업은 국내 대학들의 국제화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고안됐다. 특히 정부가 외국의 저명 학자를 국내 대학에 임용하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 전액과 연구비를 지원, 세계적 수준의 교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초빙 대상은 해외 대학·연구소·기업체 소속의 교수 또는 연구원으로 외국인, 외국 국적을 가진 재외동포, 해외 소재 한국 국적의 학자 등이다. 교과부는 또 해외 학자들을 전일제 교수로 채용해 새로운 전공이나 학부를 개설하는 경우 대학원생 정원을 늘리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대학 설립·운영 규정상 대학원 정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각종 요건을 충족해야 하지만,WCU 사업에 선정되면 이에 구애받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교과부는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을 키우기 위해서는 선도·융합형 기술이 중요하다고 보고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연구분야도 선정했다. 선정된 분야는 ‘나노-바이오-정보-인지(NBIC,Nano-Bio-Info-Cogno)´ 융합기술과 우주·국방기술, 에너지과학, 바이오제약, 뇌과학, 금융수학·금융공학, 인재·조직개발 분야 등이다. 이공학과 인문사회 학문간 융복합 분야, 인문사회와 이공학간 융복합 분야가 망라됐다. 교과부는 오는 9월20일까지 3개월간의 사업공고 기간을 거쳐 10월에 1차로 전공패널심사,11월에 2차 외국인 교수 심사와 3차 종합패널 심사를 벌인다.11월 말 지원과제를 최종 선정, 사업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WCU 사업의 올해 예산은 총 1650억원이며 전국 단위로 1250억원, 지방 단위로 400억원이 각각 지원된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월드 사이언스 포럼’ 화제의 2인] “인간 지능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상상력”

    [‘월드 사이언스 포럼’ 화제의 2인] “인간 지능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상상력”

    “노벨상을 받은 뒤 연구분야를 바꾼 것은 다른 분야에 대한 지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노벨상을 받을 만한 공로를 세우고도 못 받는 사람들이 많고, 별 것 아닌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는 사람도 있는 만큼 그 부분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1972년 항체의 화학적 구조를 밝힌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제럴드 에델만 미국 신경과학연구소장은 29일 지적 호기심이 연구성과를 이루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미 신경과학연구소는 재능과 창의력을 가진 40여명의 연구자가 뇌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는 세계적인 엘리트 연구소. 에델만 소장은 “연구소의 가장 큰 강점은 연구자들이 연구자금에 신경쓰지 않고 창의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황당한 이론에 답이 없는 것은 ‘충분히 황당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을 건넬 정도로 획기적인 이론들이 넘쳐난다.”고 밝혔다. 에델만 소장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한국의 뇌과학 연구에 대해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가천의대 조장희 교수의 경우에는 다른 나라가 10년이 걸려도 만들지 못할 훌륭한 연구소를 단 3년 만에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면서 “기술적으로는 한국이 첨단을 달리고 있지만, 기초과학에 대한 인식 부족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이공계의 우수인력이 의대로만 몰리는 현상을 잘 알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에델만 소장은 생물학 분야에서 논리만으로 설명이 되는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논리와 수학만으로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을 만든다는 것은 착오”라며 “인간 지능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상력”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람은 실수를 통해 배우지만, 컴퓨터는 실수를 하면 꺼지는 등 근본적인 구조의 차이가 있다.”면서 “지금 과학수준의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인간의 뇌를 넘어서는 인공지능은 오랫동안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월드 사이언스 포럼’ 화제의 2인] “알츠하이머 말기 환자도 가족사랑엔 반응”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주최하는 ‘월드 사이언스포럼’이 29일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막을 올렸다. 뇌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들이 한 자리에 모여 뇌과학 연구의 성과와 미래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로 30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브레인 파워, 지식 창조의 힘, 뇌’이다. “사람들이 육체적인 병에는 쉽게 납득을 하고 받아들이지만, 알츠하이머와 같은 정신적인 병에 대해서는 환자와 가족 모두 부끄러워하고 숨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치료법이 개발될 것을 믿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아들 론 레이건은 29일 ‘월드 사이언스포럼’에서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정신적인 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명 토크쇼 진행자이기도 한 그는 환자를 아버지로 뒀던 본인의 경험을 살려 알츠하이머의 위험성을 알리는 순회강연을 하고 있으며, 알츠하이머 치료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다른 참석자들처럼 유명한 뇌 과학자는 아니지만, 우리의 뇌가 잘못됐을 때 환자와 주변사람들이 어떻게 되는지는 충분히 말할 수 있다.”고 운을 뗀 레이건은 “아버지가 알츠하이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알 수 없는 황혼의 여정’이라는 서정적인 말을 사용했지만, 가족들에게는 정말 무섭고 힘든 경험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암이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환자 옆에 가기를 꺼리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며 “알츠하이머는 의식이 와해되고 사라지는 과정에서 사랑하던 주변 사람들을 혹독할 정도로 힘들게 한다.”고 털어놓았다. 레이건은 “7800만명에 달하는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알츠하이머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면서 “이들의 가족은 요양원 같은 재정적인 해결책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환자와 함께 지내는 해결책을 선택하느냐는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가지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병이 막바지에 접어든 단계에서도 환자가 가족의 사랑에는 어떤 형태로 반응한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주문했다. 한편, 레이건은 줄기세포 연구가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수많은 질병 치료의 열쇠가 될 수 있다며 강한 지지를 나타냈다. 그는 “종교적인 이유로 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종교가 다른 사람의 생명에 대한 직접적인 간섭의 이유는 될 수 없다.”면서 “부시행정부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차기 대선주자들이 모두 지지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희망을 가져도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뇌와 비슷한 컴퓨터 만들수 있을까

    뇌와 비슷한 컴퓨터 만들수 있을까

    “만약 누군가가 인간의 뇌에 존재하는 뉴런 수만큼의 진공관을 탑재한 컴퓨터를 만든다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만큼의 공간이 필요하고, 나이애가라 폭포를 움직일 만큼의 전력이 있어야 하며, 역시 나이애가라 폭포만큼의 냉각수가 필요하다.” ●뉴런수 만큼 진공관 만들기 사실상 불가능 1950년대 신경학자이자 수학자로 이름을 날린 미국의 워런 매컬로크는 뇌와 비슷한 컴퓨터를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그 후 50년이 넘게 지나 진공관을 대신할 수 있는 반도체가 용량과 집적도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뤘고, 전력 문제도 개선됐지만 뇌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뇌는 ‘인류 최후의 과학’으로 불린다. 뇌가 창출할 수 있는 막대한 부가가치에 비해 가장 발전이 더딘 분야이기 때문이다. 우주과학이 50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지구 밖으로 나가 달에 깃발을 꽂고 돌아올 정도로 발전한 것에 비해, 뇌는 아직까지 전체 작용원리의 1%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인간의 뇌는 어떤 기계나 시스템과도 다르다. 사람의 뇌는 3만개의 유전자가 성장 시기별로 발현해 부분을 이루고 전체를 만든 구성체로,10의 12제곱수의 신경세포가 10의 15제곱차례의 연접(서로 맞닿은 곳)을 통해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청난 숫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초보적인 수준의 컴퓨터도 단순 연산으로는 이 규모를 뛰어넘는다. 그러나 뇌의 신경세포가 어떻게 학습을 하고, 경험을 축적하며,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지 알아 내는 것은 풀리지 않은 숙제다. 뇌의 전모가 밝혀진다면 공상과학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안드로이드나 인간보다 뛰어난 로봇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또, 수많은 정신 관련 질환을 조절하거나 인간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방법도 밝혀질 수 있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인에 비해 1%가량 더 뇌의 기능을 사용한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뇌과학의 발전은 곧 인류 역사의 전면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포스텍 생명과학과 박상기 교수는 “뇌의 특정 부분이 성격을 좌우한다든가, 운동 신경을 조절한다는 점은 대략적으로 밝혀져 있지만 그 이상의 진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밝혀진 뇌의 신경망을 모방한 컴퓨터를 로봇에 적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다양성을 가진 프로그램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열린 국내 로봇 행사에서는 4세 수준의 지능을 가졌다던 로봇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장소를 이동해 사람을 찾는 과정을 재연하는데 실패,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복도에서 로봇의 적응능력 한계가 결정적인 이유였다. ●정부 10년간 1조 5000억 투자 밝혀 수많은 시행착오와 한계에도 불구하고 21세기 들어 뇌연구는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아주 더디게 조금씩 밝혀지는 뇌기능의 일부분들이 획기적인 결과물들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일본 등 세계 각국도 뇌의 신비를 밝히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은 1950년부터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산하에 뇌연구센터를 설립했고, 연구개발 예산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일본이 급부상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21세기를 ‘뇌의 세기’로 규정했다. 일본내 최고 엘리트 집단인 이화학연구소(RIKEN)는 뇌 연구에 사실상 전념하다시피 하고 있다.RIKEN 전체 예산 중에 50∼60%가 뇌 연구에 사용된다. 뇌 연구를 진행하는 국가들의 고민은 ‘당장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투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는 것이 뇌연구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1992년 미국에서 시작된 ‘뇌주간’이 세계적으로 빠르게 퍼져나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반인에게 뇌의 중요성을 쉽게 알리기 위해 마련된 이 행사는 현재 57개국에서 매년 3월 셋째주에 동시에 진행되는 과학계 최대의 프로젝트다. 한국도 2002년부터 뇌주간에 동참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서울, 포항 등 전국 10개 도시에서 강연회가 개최됐다. 우리 정부는 뇌를 전담하는 정부출연기관을 설립해 10년간 1조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국가과학자 1호 신희섭 박사는 뇌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6년간 15억원씩을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늘 연구비에 쪼들린다. 소속기관인 KIST가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그의 연구를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학계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투자비 총량을 늘리는 것보다는 뇌와 관련된 각종 학문을 모아 총괄 관리하고, 결과물을 도출해 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지속적인 노하우 축적이 결국 국가간 뇌연구 경쟁의 주도권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아름다움의 과학/ 울리히 렌츠 지음

    아름다움은 언제나 힘이 셀까. 외모지상주의의 공고한 장벽만큼이나 비판의 목소리도 높은 현실. 눈치보지 않고 “그렇다.”고 답할 수 있으려면 배짱이 두둑해야 할 것이다. ●아기들도 미인을 알아본다 ‘아름다움의 과학’(울리히 렌츠 지음, 박승재 옮김, 프로네시스 펴냄)은 도발적 묘미를 던지는 책이다. 독일의 의사이자 과학전문 저술가인 지은이에 따르면 “아름다움은 절대권력”이다.“예쁘면 착하다.”“잘 생긴 사람이 일도 잘 한다.” 등의 통설이 맞다고 단정한다. 반대로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은 신빙성이 없으며 아기들도 미인을 알아본다는 주장을 편다. 아름다움을 저울질하는 데는 상대적 잣대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읽을거리가 아닌가, 선입견에 개운찮을지 모른다. 하지만 판단은 잠시 유보하자. 저자가 직접 제시하거나 인용한 과학적 자료들은 그 자체로 충분히 흥미있는 논리근거이다. 예컨대 여성 몸매의 미적 가치는 시대에 따라 상대적이라고들 하나,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미국 텍사스대의 학자 데벤드라 싱의 이론에 따르면 ‘허리에서부터 엉덩이까지의 비율’이 곧 여성 신체미의 포괄적 판단근거이다.192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미스자메이카 우승자들을 측정한 결과, 그들의 허리-엉덩이 비율은 0.72에서 0.69 사이였다.‘플레이 보이’지 모델들의 비율은 0.71에서 0.68 사이. 매력적 몸매의 황금률은 허리-엉덩이의 비율이 0.7선에 있었다. 의사인 지은이는 뇌과학적 연구를 병행했다. 절대적 미의 기준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애써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는 인간 뇌구조의 본능적 반응까지도 짚었다. 눈 뒤쪽, 뇌 중앙 양쪽에 자리잡은 편도핵이라는 신경세포가 얼굴 표현을 인식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바라보는 대상이 아름다운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0.15초. 더욱 흥미로운 것은 오른손잡이라면 관찰대상의 얼굴 오른쪽을 오래 기억한다는 사실이다. 모델들이 반사적으로 오른쪽 뺨을 카메라에 노출시킨다는 통설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만하다. 또 사진 속 미인의 입술에 미소를 머금게 하면 피실험자들의 뇌에는 ‘기쁨’의 자극이 증가되기도 했다. ●아름다움의 부정·집착은 동전의 양면 이처럼 책은 객관적 공식을 동원해 아름다움을 정량화할 수 있다는 논지를 펼쳐 나간다. 완벽한 좌우 대칭, 동안(童顔), 큰 눈, 매끄러운 피부, 키 큰 남성 등 이미 오래전부터 암묵적 사회 합의가 이뤄진 미의 덕목들에 통계근거로 힘을 실음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동안’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입과 턱 사이의 짧은 간격 등을 조건으로 갖춘 ‘아이 얼굴’형은 누구에게나 공격성을 자제하게 만드는 호소력을 지닌다. 이른바 ‘동안 원칙’이다. 역사적 예시들을 간간이 끼워 넣기도 한다.1960년 소년의 얼굴을 한 존 F 케네디가 TV에 등장하자 7000만 미국 유권자들은 그에게 삽시간에 매료됐다. 독일의 빌리 브란트, 헬무트 슈미트, 비욘 엥홀름 등 잘 생긴 정치가들의 선전도 거론한다. 이 책의 착점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억울하면 아름다워지라는, 일방통행식 결론에 의미가 있진 않다.“아름다움을 부정하는 것과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저자의 주제어는 외모지상주의에 승복하라는 것이 아니다. 아름다움의 과학을 이해하면 외모에 관해 근거없이 시달리는 도덕적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이다.1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뇌의 왈츠/대니얼 레비틴 지음

    음악을 들을 때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음악에 어떤 힘이 담겨져 있기에 잊혀졌던 실연의 아픔을 떠오르게 하고, 졸도할 만큼 록 음악에 열광케 하는 것일까. ‘뇌의 왈츠-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박’(대니얼 레비틴 지음, 장호연 옮김, 마티 펴냄)은 음악과 인간의 뇌 사이의 관계를 살핀다. 로커 출신의 신경과학자인 저자(캐나다 몬트리올 맥길대 심리학과 교수)는 마들렌을 베어물고 끝없이 떠오르는 기억을 따라나서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주인공처럼, 음악이 빚어내는 신비한 현상들을 추적해가며 뇌의 비밀을 밝혀낸다. 저자가 뇌과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흥미롭다. 중·고등학교 시절 ‘록 키드’였던 저자는 스티비 원더, 크리스 아이작 등 유명 음악가들과 함께 작업하는 탁월한 음향 기술자이자 음반 제작자로 10여년간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다 그는 “어떻게 누구는 절대음감을 갖고 있으며 누구는 그렇지 못할까.”라는 의문 속에 기억과 지각, 창조력 등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면 음악적 재능은 과연 통념처럼 천부적인 것일까. 저자에 따르면 특별한 음악적 유전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음악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음악을 처리하는 신경 회로가 보다 효율적으로 조직된다. 저자는 그런 전제에서 1만 시간을 학습하면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1만 시간 학습이론’을 제시한다. 몇 년 전 열풍을 일으켰던 ‘모차르트 이펙트’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모차르트를 하루에 10분씩 들으면 똑똑해진다.’는 이론은 과학적 효과 여부를 떠나 음악을 그 자체로 바라보지 않고 부차적인 이점이 따를 때만 의미가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것. 저자는 “음악은 진화의 최고 히트 상품”이라고 강조한다. 음악은 언어의 발달에 편승해 생겨난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이성에게 자신이 얼마나 지적·육체적·성적으로 적합한 상대인지를 과시하는 징표로서 진화과정에 꼭 포함될 수밖에 없었던 필수 도구라는 것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 감성과 미학의 영역으로만 치부돼온 예술적 능력을 인지능력과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2만 2000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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