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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자에게/김두관행자 부디 낮은데로 임하길…

    -‘세상을 뒤집은 이장님’ 기사(대한매일 2월28일자 1면)를 읽고 김두관 장관 임명에 대한 1면 톱기사는 ‘참여정부’ 내각의 파격적인 인사만큼이나 참신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대다수 국민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김두관’이라는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인물기사를 전면에 부각시킴으로써,기존 관행을 타파하고 새롭게 재탄생하려는 대한매일의 변화된 모습을 예고해주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학력과 서열을 중시해온 우리 사회에서 ‘지방’이라는 곳에서 농촌운동과 이장을 하고 최연소 민선군수를 지낸 그의 경력은 결코 화려하다고 할 수 없겠다.하지만 기사를 읽은 뒤 김 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이미지와 제대로 어울리는 인물인 것 같다는 느낌을 가지게 됐다.김 장관이 지방자치 현장 전문가로서 중앙무대에서도 지방에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신행정을 펼쳐 지방분권과 행정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나가길 소망한다 다만 나만의 기우일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우리사회는 연령이 중요시되고 있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김 장관의 연령이면 고시출신으로는 과장 내지 국장급이고 비고시출신이면 사무관급이다.민간기업체는 과장 내지 기껏해야 부장급이다.김 장관이 좀더 낮은 자세에서 연배가 높은 직원들을 잘 이끌어 나가길 바란다. 황정숙 (강원도 춘천시 옥천동)
  • 참여정부 첫 내각/화제의 장관 4인

    ◆강금실 법무부장관 첫 여성 법무장관,첫 여성 법무법인 대표,서울지역 첫 여성 형사단독판사,첫 여성 민변 부회장,첫 부장검사급 법무장관.강금실 신임 법무장관에게 따라 다니는 수식어는 여성으로서 남성 중심의 제도권과 투쟁해 얻은 표창과도 같다.참여정부의 개혁을 상징하는 강 장관의 과거는 소수의 인권을 위한 삶이었다. ●93년 사법파동때 평판사회의 설립 지난 93년 ‘제3차 사법파동’때 ‘평판사 회의’ 설립을 주도,당시 김덕주 대법원장에게 ‘사법개혁 건의서’를 전달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군사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5,6공화국 때는 형사단독 판사로 재직하며 집시법 위반으로 검거된 대학생들의 구속영장을 잇따라 기각하거나 무죄 석방하기도 했다. 96년 5월 서울고법판사를 끝으로 현직에서 물러난 강 장관은 개업하자마자 인권변호사의 길로 들어섰다. 99년 9월 민혁당 사건 변호인을 맡은 데 이어 11월에는 납북 귀환어부 함주명씨를 고문한 혐의로 이근안 전 경감에 대한 고발을 주도하는 등 열성적인 활동 덕분에 2000년 5월 여성으로선 최초로 민변 부회장에 선임됐다. 57년 제주에서 출생해 경기여고 문과를 수석졸업하고,서울대 법대에 진학한 강 장관은 대학시절 교내 탈춤반 활동을 하면서 사회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81년 사시23회에 합격했고 사법연수원 성적도 7등으로 뛰어났다. 강 장관은 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 광화문 민중문화사 서점 주인의 소개로 만난 서울대 철학과 출신 김태경씨와 4년 동안 열애한 끝에 결혼했다.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자주 투옥되던 김씨를 판사의 신분으로 뒷바라지한 일화는 유명하다. ●차세대 한국인 리더 18명에 선정 그러나 김씨가 부도를 내면서 3년전 헤어졌다.그는 2000년초 벤처기업 컨설팅 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지평을 설립해 불과 2년만에 변호사 60여명을 거느린 중견 로펌으로 키워내는 사업수완도 발휘했으며 지난해 8월에는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아시아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한국인 리더’ 18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전고법 김영란 부장판사,민주당 조배숙 의원과 고등학교,대학교 동기동창이다.김 부장판사는 “강 장관은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도 항상 정의로운 길을 선택해왔다.”면서 “뛰어난 판단력과 탈권위주의적 인화력으로 직책을 잘 소화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kdaily.com ◆이창동 문화부장관 이창동 신임 문화관광부 장관은 말 그대로 문화예술인이다.이어령(문학비평가)·김한길(소설가) 전장관도 있지만 이들은 임용시 교수·정당인 이미지가 강해 문화현장과는 멀어보였다. 반면 이 장관은 소설가와 영화감독 등 땀냄새 나는 문화현장에서 주로 활동해 업무추진도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시할 것으로 보인다.그를 증명하듯 취임 첫날부터 캐주얼풍 양복에 검정색 산타페를 직접 운전해 문화부에 도착,의례적인 취임식도 취소하는 등 잇단 파격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그의 삶의 여정을 찬찬히 뜯어보면 노무현 대통령과 닮은 점이 많다.찢어지게 가난한 집안,고비마다 발휘한 뚝심 그리고 잔수보다는 정공법으로 돌파해온 점 등은 그를 임용하는데 큰 요인이 됐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첫번째 도전-전업 작가로 81년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경북 영양고에서 교편을 잡던 그는 82년 결혼과 함께 서울로 왔다.그리고 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문단의 문을 두드렸다.유행과는 담을 쌓고 우직스러운 소설을 쓰다 87년 전업작가로 나섰다.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선 것이다.이후 작품집 ‘소지’‘녹천엔 똥이 많다’를 내고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해 소설가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했다. ●두번째 도전-영화속으로 그러던 그가 93년 ‘그섬에 가고 싶다’의 각색과 조감독이란 타이틀로 영화판에 뛰어들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본인은 연극에 심취했었고 영화감독이 꿈이었다지만 40세라는 나이에 직업을 바꾼다는 것은 웬만한 열정이 아니면 힘든 결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인생 바꾸기’를 감행했고 탄탄한 극적 구성과 짜임새 있는 연출로 나름의 영화세계를 구축해 왔다.작품수는 ‘초록 물고기’(97)‘박하사탕’(99)‘오아시스’(2002) 등 3편에 불과하지만 그 작품성과 작가주의 정신은 비평계의 주목을 끌고도 남았다.“테크닉에 집착할 생각이 없다.”는 그의 정통파식노력은 청룡영화상과 대종상,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등 국내외에서 잇단 수상으로 보상받았다. ●세번째 도전-제도속으로? 그가 펼칠 문화정책의 구체적 청사진은 미지수다.하지만 취임 첫날 “경제·경쟁논리를 떠오르게 하는 문화산업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은 시사적이다.시장주의를 경계하면서 그 토대가 되는 순수예술에도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이종수기자 vielee@kdaily.com ◆김화중 복지부장관 간호사 출신인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대통령선거 당시 노무현 후보의 보건의료 특보를 맡으면서 해박한 전문지식을 발휘했다.16대 국회에서 전국구로 등원한 간호계의 대부로 온화한 성격이지만 일단 결정된 일에 대해서는 상당한 추진력을 갖고 있다는 평이다. ●시민단체, 개혁성 미흡 지적 대선에서 권양숙(權良淑) 여사의 정무 특보를 맡기도 했다.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시민단체들은 내정설이 나돌 때부터 전문성과 개혁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어 “건강보험 재정통합 등 난마처럼 얽힌 현안을 풀어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임명된 27일에도 국민추천과 검증을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수위를 수그러트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김 장관이 개혁적인 성향을 지닌데다 보건의료 전반에 대해서 폭넓은 지식을 지녔기 때문에 ‘적임자’라는 평가도 있다.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복지부)장관에 임명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며 그의 능력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노 대통령은 김 장관이 권 여사의 추천으로 입각한 게 아니냐는 항간의 소문을 의식한듯 “(김장관 임명이)아내와는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남편은 고현석 전남 곡성군수 그의 입각은 ‘군수·장관 부부’가 처음으로 배출됐다는 점에서 화제다.남편은 고현석(高玄錫) 전남 곡성 군수.분야는 다르지만 남편은 지방자치단체에서,부인은 중앙 부처에서 각각 행정을 책임지는 수장(首長)이 된 것이다. 두 사람은 서울대 재학시절 처음 만났다.고 군수가 법대 학생으로 농촌봉사활동모임의 회장을 할 때 간호대에 다니던 김 장관이 모임에 합류하면서 연애감정이 싹트기 시작,결혼에 이르렀다.고 군수는 지난 95년 3월 명예 퇴직할 때까지 만 26년 동안 ‘농협 맨’으로 일해오다 98년 민선2기 군수에 당선됐다.고 군수가 관사에 혼자 살기 때문에 두 사람은 5년째 ‘주말부부’다. 고 군수는 종가집 맏며느리인 김 장관이 70년대 후반 미국 컬럼비아대학으로 아이들을 떼어놓고 혼자 유학을 떠난다고 할 때 “아내는 살림만 할 사람이 아니다.”라며 친척들을 앞장서 설득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임명통보를 받자마자 휴대전화로 고 군수에게 가장 먼저 ‘기쁜’소식을 전했다.네딸 중 막내(이화여대 의예과 2년)가 김 장관의 뒤를 잇고 있다. 곡성 남기창 김성수기자 sskim@kdaily.com ◆진대제 정통부장관 반도체 신화의 주인공 진대제(陳大濟·사진)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이 정보통신부장관에 임명됐다. ●장관보다 삼성 사장이 좋다(?) 삼성은 진 장관의 ‘입각 가능성’이 점쳐지자 ‘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했다.특히 진 장관이 삼성전자의 ‘차기 전문경영인’으로 이건희 회장의 총애를 받아와 그의 입각에 따른 인적 손실을 우려했던것으로 알려졌다.삼성 내부에서는 입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삼성은 진 장관의 입각에 따른 손해를 고민한 것으로 전해진다.사업상 정통부와 밀접한 관련을 맺을 수밖에 없는데,오히려 ‘역차별’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삼성맨이었던 남궁석(南宮晳)의원의 정통부장관 재직시 통신사업 진출과 관련,불이익을 당한 경험이 있다.그러나 삼성은 새 정부의 재벌개혁 추진 강도가 예상외로 강력하자 자사 출신 인사의 입각이 정책 방향 등을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쪽으로 내부 결론을 내렸다. ●금전적으로 손해 막심 진 장관은 입각으로 60억여원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손해를 감수해야 할 처지다.9일을 남겨두고 7만주에 대한 자격이 상실되기 때문.2000년과 2001년 각각 7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받았는데 이 중 2001년도분은 ‘2년근무’ 조건에 9일 모자라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됐다.행사 가격이 19만 7100원이기 때문에 현재 시가(28만여원)만 계산해도 60억여원이나 된다. 2000년에 부여받은 스톡옵션(행사가 27만 2700원)은 향후 7년동안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기간내에 주가가 지금까지의 최고가(43만여원)까지 오른다면 112억원을 벌 수 있게 된다. 한편 진 장관이 삼성전자 사장때 받은 연봉은 30억여원인 것으로 알려져 장관 연봉이 96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수입이 30분의1로 삭감당하게 됐다.스톡옵션 포기분까지 합치면 100억원대에 이른다. ●수원시향 지휘봉 잡기도 미국 스탠퍼드대학 전자공학 박사 출신으로 휼렛패커드,IBM에서 반도체를 연구하다 85년 삼성전자에 전격 스카우트돼 ‘세계 최초’의 반도체를 잇따라 개발해낸 주역.별명은 ‘미스터 칩(반도체)’ ‘미스터 디지털’이다.화려한 이력의 엔지니어 출신이지만 제품설명회 때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등장,수원시향 지휘봉을 잡기도 하는 등 ‘이벤트’에도 강하다.부인 김혜경(金惠卿·50)씨와의 사이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정기홍 박홍환기자 hong@
  • 굴곡많고 독특한 삶 토속적 문체에 녹여/25일 별세 소설가 이문구의 작품세계

    문학이 상상력의 날개를 달고 난다지만 어떤 작품도 작가의 경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이런 의미에서 지난 25일 밤 타계한 소설가 이문구가 겪은 다채롭고 독특한 삶은 그 자체가 한편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41년 농촌(충북 보령 관촌부락) 출생,좌익 활동하던 아버지의 전사(戰死)라는 쓴 기억을 남긴 한국 전쟁,서울서 맛본 도시빈민의 삶,그리고 작가와 문예지 편집인으로서 독재에 항거하다 받은 탄압 등.이처럼 굴곡 많은 그의 ‘고난의 연대’는 필연적으로‘이문구적 세계관’을 낳았고 이는 문학에 결정적 그림자를 드리웠다. 먼저,그의 대표작인 ‘관촌수필’ 연작(77)은 그의 성장사를 그린 것이자 정신적 고향인 농촌 공동체가 근대의 얼굴로 바뀌는 과정을 담고 있다. ‘관촌수필’ 연작은 내용만이 아니라 형식면에서도 이문구의 작품세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이문구=토속어’라는 등식을 낳은 우리말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보여주었다.또 소설가 송기숙이 “시골 밭둑의 싱싱한 수풀 같은 문체”라고 칭찬한 매력적인 문체가 빛나는 것도 이 작품.그는 현대인들이 일상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충청도 사투리는 물론이고 구어와 속담 등을 자유롭게 구사하면서 ‘우리 말의 보물 창고’로 자리잡았다. 이문구의 다른 대표작으로 꼽는 것은 ‘우리 동네’ 연작(81).그는 자신의 귀농 체험을 바탕으로 근대화 이후 일그러진 농촌의 얼굴을 생생하게 묘사했다.특히 숱한 통계자료를 동원해 농촌실상을 세밀하게 그려,리얼리즘 문학의 대계를 잇는 데 큰 몫을 했다.박탈당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은 농촌만이 아니라 도시로도 향했다.첫 장편 ‘장한몽’(71)을 통해 근대화·산업화·도시화의 격랑에 휩쓸려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 혹은 정신적 뿌리를 잃은 ‘이방인’들의 이야기를 오롯이 되살려내고 있다.이 작품 역시 공사장을 전전하면서 체득한 밑바닥 인생의 한과 울분을 생생하게 형상화했다. 그는 또 문학이 삶과 유리될 수 없다는 원칙을 몸으로 옮긴 대표적 현실 참여 문인이었다.암울했던 70년대 ‘실천문학’편집위원(74),‘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발기인 및 실무간사로 5년 동안 활동하면서 권력의 감시를 받았고,80년엔 정치활동규제자로 수난받았다.이어 84년부터 4년 동안 실천문학사 발행인으로 활동했고 민족작가회의 창립에 중추적 역할을 한 뒤 99년엔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을 맡았다. 정치적 탄압에 대한 충격이었을까?80년대 들어선 작품활동이 뜸하다 간헐적으로 동시를 발표했다.89년 요양차 고향으로 내려가면서 ‘산너머 남촌’(90),역사 장편소설 ‘매월당 김시습’(92) 등으로 작품 활동을 재개했고,2000년 ‘내 몸은 너무 오래 서있거나 걸어왔다’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고인의 넓은 인품을 기리고자 민족문학작가회의,한국문인협회,펜클럽한국본부 등 문인단체들은 장례위원회를 구성,28일 오전 9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문인장으로 영결식을 치르기로 했다.(02)760-2022. 이종수기자 vielee@
  • 분단 이겨낸 혼란시대의 파수꾼-故 이문구 영전에

    길고 긴 그림자를 무거운 짐처럼 짊어지고 한 시대의 앞장을 헤쳐왔던 거인 이문구가 어디로 갔는가.한 시대가 그 시대로써 떠맡아야 하는 장엄한 역사행보는 계속 앞길을 가야만 하는 중인데 이 세상이 텅 비어버렸다. 님의 그림자를 먼 발치에서 따르던 자들은 눈 앞이 캄캄한데 저 푸른 산 빛을 깨치고 차마 떨치고 나선 청산을 소리쳐 부른다.오늘을 주저앉히고 슬픔의 힘을 옮겨서 거대서사의 문학인을 우러르는데,그는 갔어도 그가 남긴 문학의 수풀이 울창하구나. 1941년 충남 보령의 척박한 땅에서 태어난 한 생명이 문학으로 추구해보고자 했던 문구(文求)의 가시밭길.1972년 5월 이문구와 내가 전국 방랑의 길에 나섰을 때였는데,경북 선산·구미를 거쳐 안동으로 향하던 버스 안에서 내가 그에게 물었다.“‘관촌수필’이 엄청난 소설인데 어째서 수필이냐”고. ‘관촌수필’은 ‘멸문지화’라는 전통시대의 표현법에 해당될 그 자신의 가문사를 어떻게 하든 복원시켜야겠다는 1차적인 창작동기에 의해 쓰여진 ‘수필’이었지만 그의 문학적인 각오는 대단했었다.분단이 남긴 고통과 절망,산업화 시대의 모순과 갈등이 그의 고향 농촌을 거대 서사공간의 입체화면으로 비추어내고 있었다. 1974년 11월18일 발족된 ‘자유실천문인협의회’(민족문학작가회의 전신)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문인들이 가두시위를 벌여 탄생시킨 것이었는데,이문구가 ‘관산추정(關山芻丁)’이었다.고향을 지키는 산인 관산,바로 그러한 관산을 지키고 있는 사람.그는 문학동네의 온갖 뒤치다꺼리와 설거지마저 자진해서 떠맡아야 하는 ‘한국문학의 상머슴꾼’ 노릇에 일차적으로 충실하였지만 이로부터 그는 ‘진보’를 보수(保守)하고,‘보수’를 진보(進步)시키는 참으로 힘든 역할 쪽으로 나아갔다. 혼란과 고통의 시대의 파수꾼이었던 이문구는 한 세상 속에서 두 세계를 떠받치고 있었다.풍요로운 민족생활양식의 정통 상속자로서 그는 농민문학의 체통을 새롭게 세운 민족문학인이었고,산업시대 사회생산양식의 엄청난 문화변동에 맞닥뜨린 그는 반독재민주화의 시대정신을 자신의 문학실천으로 구현시켜 나갔던 근대문학인이었다.민족과 근대의 두 문학을 그는 하나의 이문구문학으로 우뚝 세워놓았던 것이니,벅찬 것이었기 망정이로되 그것이 실로 얼마나 영광된 문학위업이었던 것인가. ‘내 몸은 너무 오래 서있거나 걸어왔다’라는 벅찬 제목의 소설집을 만년에 남기고 그는 우리 곁을 떠나 현대문학의 청산이 되었다.그는 분단을 이겨냈고 독재를 극복해냈다.지나가는 이들이 어찌 이 숲 앞에서 머리 숙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박태순(소설가)
  • 새영화 ‘투게더’시사회...촌부의 예술가 아들 키우기

    ***‘투게더'는 어떤 영화 가난한 아버지가 바이올린에 천재적인 소질을 가진 아들의 성공을 위해 분투하는 눈물겨운 스토리.상투적인 소재지만 거장 천카이거가 숨결을 불어넣자 모양새가 달라졌다.가슴을 헤집는 음악,각박한 도시를 따뜻하게 감싸는 촬영,긴장을 이완하는 웃음,개성이 살아있는 캐릭터 등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영화가 탄생한 것. 영화 ‘투게더’(Together·새달 14일 개봉)는 천카이거의 다른 작품과 달리 현대 중국에 돋보기를 들이댄다.열세 살의 바이올린 천재 소년 샤오천.아버지는 베이징에 데려와 물불 안가리고 유명한 교수에게 샤오천을 데려가지만,샤오천은 바이올린을 팔아버리는가 하면 그만두겠다는 복장 터지는 소리만 하는데…. 아버지와 아들의 감동적인 스토리의 얼개 아래 그려지는 중국 사회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외제 가전제품으로 오렌지주스를 갈아 마시고,TV로 미국 NBA농구를 즐기며 사는 사람들.샤오천이 베이징역에 서서 얼이 빠진 채 도시를 바라보듯,시골 출신 부자(父子)에게는 이 모든 것이 낯설다. 영화는옛것과 새것의 틈바구니에 낀 중국의 현실 속에서 과연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한다.다른 5세대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천 카이거가 제시하는 대답은 과거 지향적이다.장 이머우 감독의 ‘책상서랍 속의 동화’가 농촌마을에서 자본주의 사회가 잊고 사는 훈훈한 정을 끄집어냈다면,이 영화 역시 경쟁과 성공에 중독된 중국 사회에서 진정한 행복이란 가족애와 사랑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현실 비판적인 중국의 6세대 감독들의 입맛에는 안 맞겠지만,이 거장 감독이 만든 세계는 만만치 않다.영화를 보다보면 삐딱한 관객조차 눈물을 흘리지 않고는 못 배기고,그러면서도 슬프기보다는 가슴이 따뜻해진다.이래저래 영국 영화 ‘빌리 엘리엇’과 닮은 이 영화는 굳이 현대 중국이라는 배경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보편적인 정서로 관객에게 다가선다.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다.베이징역에 선 샤오천이 아버지를 위해 눈물을 흘리며 바이올린을 켜는 장면은 가슴이 저려올 정도.같이 경쟁하던 여자아이의 콩쿠르 장면이 교차편집 되면서,과연 어떤 것이 더 의미있는 삶일까라고 반문하는 감독의 목소리가 화면에 짙은 감동으로 묻어난다. 샤오천 역의 탕 윤은 실제 시골에서 대도시로 올라와 바이올린을 공부하는 소년.평범한 외모 속에서 내면의 깊이를 끌어내는 완벽한 연기를 보여줬다. 김소연기자 purple@kdaily.com ***천카이거 감독 내한 나이를 먹은 탓일까.“현대 중국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말하는 천카이거(51) 감독의 새 작품 ‘투게더’는 ‘패왕별희’‘현 위의 인생’ 등을 기억하는 관객에게는 낯설다.하지만 비록 소재의 폭은 좁아졌을지 몰라도,시선은 한층 원숙해졌다.시사회가 끝난 뒤 만난 천카이거의 첫인상 역시,날카로운 장 이머우와 달리 넉넉해 보였다.한국 방문은 이번이 다섯 번째. 아이디어는 우연히 본 TV다큐멘터리에서 얻었다고 했다.“한 아버지가 아파트 앞에 앉아 있다가 행인에게 아들의 연주라고 자랑하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중국에서는 바이올린을 가르치려면 경제적 부담이 크다.그러한 부모의 희생을 담아내고 싶었다.” 국제대회에 나갈 기회를 포기하고 소년이 아버지를 위해 연주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라고 말하자 “현대 중국은 과도기의 몸살을 앓고 있다.돈을 많이 버는 것과 행복 가운데 행복을 따르라는 주제를 마지막 장면에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음악이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다는 지적에는 “음악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에 좋아한다.”면서 “클래식뿐만 아니라 로큰롤도 자주 듣는다.”고 대답했다. 그는 한국 스태프와의 작업이 즐거웠다고 몇번이나 강조했다.“범아시아적인 작업이 아시아영화의 영향력을 키워줄 것”이라면서 “특히 김형구 촬영감독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치켜세웠다.이번 영화에는 ‘봄날은 간다’‘무사’의 김 촬영감독과 이강산 조명감독,의상디자이너 하용수 등이 참여했다.다음 작품이 될 ‘몽유도원도’에서도 같이 일할 생각이다. ‘투게더’를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는 그는,지금까지 자신이 만든 영화에 99%는 만족한단다.거장의 자신감이 부러울 정도.소년의 두번째 스승인 유 교수로 출연하기도 한 그는 “카메라 앞에서 떨어본 적이 없다.”며 배우로서도 자신만만해 했다. 영화 속에는 국내 배우 김희선의 사진이 등장한다.굳이 그 사진을 쓴 이유를 물었다.“중국에서는 김희선의 사진을 들고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이 많다.(웃음)소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첫사랑을 비유하는 데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소년이 동경하는 릴리 역의 첸 훙은 감독의 아내로,이번에 함께 내한했다. 김소연기자
  • [우리고장 NGO] 제주감귤살리기 운동본부 “”감귤도 소득보전 직불제로””

    ‘위기의 제주 감귤을 살리자.’ 제주지역 농민과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감귤살리기운동본부(공동대표 강지용 제주대교수 등 17명)가 지난 13일 제주시 이도2동 제주감협무역사업소 2층에 사무실을 열고 본격적인 ‘감귤회생’운동에 들어갔다. 본부는 여느 시민·사회단체들의 사무실 개소식 때처럼 이렇다할 ‘잔치’도 없이 현판식을 마치자마자 바로 감귤살리기 10만명 서명운동에 돌입했으며,지난 5일에는 서귀포지역의 감귤살리기 결의대회를 열어 감귤을 살리기 위해 농민·생산자단체 모두 합심해 노력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 10일에는 제주대 법정대 중강당에서 ‘감귤산업을 살리기 위한 대토론회’를 주최했고,12일에는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제주지역 순회 토론회에 참가,새정부가 제주감귤 살리기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14일에는 남제주군 남원읍에서 남제주군 결의대회를 열어 정부는 ‘쌀 소득보전 직불제’와 같은 ‘감귤 소득보전 직불제’를 도입,시행할 것을 요구하는 등 숨고를 틈없이 바쁘게 뛰고 있다. 11일까지 전개한 감귤살리기 10만명 서명운동에는 목표치보다 훨씬 많은 11만 848명이나 참여,도민 다수가 감귤위기에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 서명록은 지난 19일 강지용·임혁재·문시병 공동대표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방문,임채정 위원장에게 직접 청원서와 함께 전달했다. 청원서에는 죽어가는 제주감귤을 살리기 위해 ▲연간 1000억원에 이르는 오렌지 및 오렌지 농축액의 수입관세 전액 감귤 구조조정 비용으로 재투자 ▲감귤산업진흥특별법 제정 ▲감귤소득보전 직불제 도입 ▲도단위 감귤대책비상기구 설립 ▲농업정책자금,영농자금 등 모든 농업인 부채에 대한 상환기간 연장 및 이자탕감 대책 강구 등의 내용을 담았다. 본부는 24일 이 서명서와 청원서를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에게 다시 전달하고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후에는 농림부와 민주당·한나라당 등에도 전달해 감귤살리기 운동에 적극 동참해 주도록 요청했다. 감귤살리기운동본부에는 도내 학계를 비롯해 제주경실련,감귤협동조합,감귤협의회,도 농업인단체협의회,농업경영인 도연합회,농민회 도연맹,농업기술자 도연합회,농촌지도자 도연합회,유기농업협회 도지부,도생활개선회,여성농민회 도연합회,도 4-H연합회,도 4-H연맹회,시설감귤 생산자협의회,감귤연구회,농업경영인 도연합회 등 42개 농민·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17명의 공동대표와 57명의 추진위원을 두고 있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
  • 농경硏연구원 도하협상 분석/개도국 지위 상실땐 쌀소득 2조 줄어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에서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면 쌀 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농촌경제연구원 서진교 부연구위원은 21일 서울 농협중앙회에서 ‘DDA 농업협상 세부원칙 평가와 협상대책’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WTO 농업위원회 1차 초안에 따라 선진국 기준으로 관세를 감축하게 되면 쌀소득은 2005년 6조 7400억원에서 2010년 2조 8400억원으로 급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면 2010년의 쌀소득을 5조 5580억원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개도국 지위 유지 여부에 따라 2010년 예상 쌀소득이 2조 7000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는 분석이다. 서 위원은 또 농업총소득도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면 2005년 15조 7200억원에서 2010년 15조 4120억원으로 크게 줄지 않지만 선진국으로 분류되면 12조 4900억원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개도국 지위를 상실하면 보조금을 대폭 줄일 수 밖에 없어 보조금의 90% 이상이 들어가고 있는 쌀 수매제도에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됐다.농경연 임송수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분류되면 국내보조금이 2004년 1조 4900억원에서 2010년 5950억원으로 급감하게 돼 추곡수매제 유지 자체가 어려워 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경운기자 kkwoon@
  • [新 엘리트 관료] ② 재정경제부

    노무현(盧武鉉)대통령 시대의 경제정책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으로 요약된다.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적극적인 생산활동을 펴 성장률을 높이도록 유도하고,이를 바탕으로 한 참여복지를 통해 분배정의를 실현한다는 논리다.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재정경제부는 이런 청사진을 완성하는 핵심부처다.그 중에서도 경제정책국과 세제실은 각각 성장과 분배철학을 디자인하는,‘노무현 경제의 투톱’으로 통한다. 경제정책국은 동북아시아 중심국가 건설과 관련해 청와대 비서실에 신설되는 국정과제1팀과,세제실은 부(富)의 분배 및 지방분권·균형발전을 담당하는 국정과제2팀과 함께 대통령의 철학을 현실화하게 된다.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계획의 중심에는 김영주(金榮柱·53·행시 17회) 차관보와 박병원(朴炳元·51·17회) 경제정책국장이 있다.김 차관보는 지난해 7월 현직에 온 뒤,직전 권오규(權五奎·51·15회·현 조달청장) 차관보로부터 바톤을 이어받아 ‘경제자유구역법’의 국회 통과를 이끌어냈다.특유의 설득력있는 화법으로 국회·지방자체단체·경제계·노동계 등의 이견을 원만히 조정했다는 평이다. 박 국장은 지난해 말 대선을 앞두고 이익단체와 지역이기주의 등에 부딪혀 자칫 무산될 뻔했던 동북아 프로젝트를 뚝심으로 관철시켰다.경제기획원 시절 ‘선망의 대상’이던 종합정책과장,예산총괄과장을 거치는 등 업무총괄 및 기획에서 탁월하다는 평가다.영어·러시아어·프랑스어 등 7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박 국장을 보좌하는 정은보(鄭恩甫·42·28회) 조정2과장은 재무부 출신이면서 옛 경제기획원 업무인 경제정책국으로 옮겨온 뒤 경제자유구역법 제정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다.인수위원들을 만나서도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자기소신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의 세제실은 이른바 ‘드림팀’으로 통한다.이보다 더 탄탄한 라인업은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정점에는 최경수(崔庚洙·53·14회) 세제실장이 있다.자타가 공인하는 ‘완벽주의자’다.일을 많이 시키지만 맏형 같은 인간미로 부하직원들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특히 국세청 재산세국장을지내는 등 세제(稅制)뿐 아니라 세정(稅政)에도 정통한 몇 안 되는 인물로 꼽힌다. 최 실장을 지근거리에서 받치는 인물은 방영민(方榮玟·55·17회) 세제총괄심의관과 김용민(金容珉·51·17회) 재산소비세심의관이다.방 심의관은 재무부 출신의 금융전문가로 실물에 능통하다.‘마이크로’(세제)와 ‘매크로’(금융)를 융합한 현실적인 정책아이디어가 많다.김 심의관은 최 실장에 버금가는 세제실의 터줏대감으로 ‘걸어다니는 세법사전’으로 불린다.소비·재산·소득 등 5개 주요 보직과장을 섭렵한 것은 깨어지기 힘든 기록이다.국세심판원의 한정기(韓廷基·54·14회) 원장과 장태평(張太平·54·20회) 상임심판관 등도 실무를 담당하지는 않지만 외곽에서 정책조언을 하는 브레인들이다. 세제실에 던져진 과제 중 가장 무게있는 것은 아무래도 노 당선자가 재벌개혁과 조세정의 실현의 핵심으로 내건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다.이 일의 실무책임자는 김문수(金文守·48·25회) 재산세제과장이다.지난해 하반기 부동산대책 수립을 주도해 능력을인정받았다.올해 이슈가 될 ‘농촌주택 양도세 부과관련 특례’ 손질도 그의 몫이다. 대기업 연결납세제도의 도입은 김기태(金祺邰·48·24회) 법인세제과장이 맡는다.현재 대통령직 인수위에 파견돼 있는 김 과장은 국제조세과장,소득세제과장을 거치면서 과장급 중에서 가장 오래 세제실을 지켰다.참여복지의 간판으로 떠오른 ‘근로소득세액공제’(EITC)제도는 백운찬(白雲瓚·47·24회) 소득세제과장의 몫이다.1993년 금융실명제 도입 때 세제부분을 담당하는 등 일찌감치 능력을 인정받았다.조세투명성과 납세편의를 위해 추진중인 소득세법 전면개편도 그의 숙제다.올해 대대적인 개편이 예고되는 부가가치세와 특별소비세제 개편은 소득세·법인세 과장을 거치면서 꼼꼼한 일처리를 보여온 주영섭(周英燮·46·23회) 소비세제과장이 담당한다.소비세·재산세 과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허용석(許龍錫·47·22회) 조세정책과장은 세제실 주무과장으로서 전체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주병철 김태균기자 bcjoo@
  • [기고] 예정된 ‘도하’ 태풍 극복하려면…

    농촌에 ‘도하 라운드(DR)’라는 거대한 태풍이 눈앞에 닥쳐오고 있다.10년 전에 휩쓸고 지나갔던 ‘우루과이 라운드(UR)’보다 더 큰 메가톤급이다. UR가 농산물의 ‘포괄적 관세화’원칙 하에 고율관세를 인정하고 있는 데 반해,다음달까지 세부원칙이 결정될 예정인 DR에서는 고율관세가 2010년까지 대폭 감축될 것으로 예상된다.또한 UR에서 예외적으로 인정되었던 우리나라 쌀의 관세화 유예라는 특별조치가 DR에서는 다른 형태로 지속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즉 우리 농업으로서 최악의 시나리오인 쌀이 저율관세로 개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충분히 예견되고 있었던 10년간 우리는 무얼 했는가?그간 농업구조개선사업으로 투자된 42조원과 15조원 농특세의 절반 이상이 들어간 우리 쌀 농업은 경쟁력이 제고되고 구조개선이 되었는가? 불행하게도 아니다.10년 전에 국제가격의 4.2배였던 쌀값이 지금은 6.3배로 격차가 오히려 벌어졌다. 쌀농가 가구당 경영면적은 10년 전의 2500평에서 현재는 3100평으로 답보상태여서쌀값이 높아도 농가부채는 늘어만 가는 현실이다. 왜 그랬는가? 그간의 쌀농업투자의 대부분이 간척,경지정리,수리시설과 미곡종합처리장 건설 등의 기반투자였고,농기계 반값 공급 등 생산요소 보조로 들어갔다.이는 농사를 편히 짓도록 하였고 생산성도 높인 반면,고령화 농가들이 계속 농업에 머물도록 작용했다.수매가격 인상,논농업직불제 등 모든 농가에게 고루 혜택을 주는 정책도 구조개선과 역행했다.즉 한편에서는 구조개선한다는 명목으로 기반조성에 돈 쓰고,다른 한편에서는 구조조정의 대상인 영세농,고령농의 탈농이나 은퇴를 막는 데 돈을 쓴 것이다.쌀 소비는 줄어드는 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수매량을 재고로 떠안으면서 가격을 지지해가며 증산을 유도하고,남아도는 재고를 대북지원하는 등 밑빠진 독에 물을 부어왔다.정치적으로 민감한 쌀문제를 들고 농민단체들은 해마다 시위를 벌였고,나누어주기식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누르다 보니 태풍 앞에서 정부는 중심을 못 잡고,비농업계의 따가운 눈총 앞에 농민들의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 정부가 올해산 수매가격을 2% 내리겠다고 한 것은 늦었지만 너무나 당연한 경제논리이다.여야 정치권은 “인하는 안 된다.”는 구태의연한 말을 또 하고 있다.태풍 앞에서 참으로 한가롭기만 하다.지금은 수매가격 논쟁을 할 때가 아니다.쌀농사 경영자의 60%가 60세 이상의 고령층이며,70% 이상이 3000평 이하 소농이다. 쌀농사의 구조적 문제는 이들 고령농·영세농의 퇴로가 없는 데서 비롯된다.쌀산업의 경쟁력 제고,규모화를 위해서는 그간 실효성이 없었던 경영이양 직불제의 지급단가를 현실화하고,지급방법을 연금방식으로 전환하여 안정적인 퇴로를 만들어줌으로써 전업농의 규모화를 촉진해야 할 것이다. 쌀값은 시장원리에 따라 떨어지도록 정부의 인위적 시장개입을 줄여야 한다.가격하락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소득보전직불제의 수혜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전업농으로만 국한,복지정책과 산업정책의 수단과 대상을 명확히 분리해 구조조정이 분명히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내년에는 쌀관세화유예 연장협상이 기다리고 있다.농민단체들이 주장하는 대로 관세화유예 사수에만 목매달 일이 아니다.관세화건,관세화유예건 약간의 정도 차이지 수입량은 늘어나고 가격은 떨어지게 돼있다.2010년 쌀값이 지금의 절반이 되는 것을 목표로 전업농의 규모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남아돌게 될 농지에 대한 기반조성은 대폭 축소해야 할 것이며,대규모 기업농의 진입을 촉진하고 농지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 농지소유규제도 완화해야 할 것이다. 김 명 환
  • 마을사람 주연… 풍속영화 촬영 현장 “찍은 걸 왜 또 찍어?” “NG라 그래유”

    “한번 찍은 걸 자꾸 다시 하라 그러니께 신경질나데.”“아이구,그걸 엔지(NG)라 그러는 거예유.” “그건 그렇구.그 달집태우는 데가 우리 밭인데,뭣 좀 없는가.”“그러면 성님네 밭이라고 화면에 자막처리하면 되지.안 그렇수,박물관 양반?” 지난 15일 음력 정월 대보름.충남 서산시 지곡면 장현리 마을회관에서는 ‘영화촬영’을 하느라 한참이나 늦어진 점심을 마친 동네어른들 사이에 이렇듯 유쾌한 농담이 오갔다. ‘배우’로 ‘출연’하고 있는 동네노인들이 말하는 ‘영화’란 국립민속박물관이 만들고 있는 ‘한국의 농경세시’.장현리 사람들의 사계절 농삿일과 세시풍속 등의 모듬살이를 비디오카메라에 담고 있다.정월대보름은 겨울편의 막바지이자,겨울세시의 뼈대를 이룬다. 이 기록영화가 기획된 것은 농촌마을에 세시풍속이라는 이름의 ‘이벤트’만 남고,풍속을 낳은 농민들의 구체적인 삶이 어떠했는지는 갈수록 잊혀지고 있기 때문.세시풍속은 농촌의 생산과정에서 풍요를 기원하기 위한 의례지만,생산과 의례를 연결지어 생각하는 사람은갈수록 많지 않다는 것이다. 장현리가 선정된 데는 ‘인심’이 한 몫을 했다.지난해 겨울 민속박물관팀이 대상지역을 물색하고자 충남 일대 마을회관을 누볐지만 말도 못 붙이고 물러나오기 일쑤였다.그러나 장현리 마을어른들은 “몸을 녹이고 가라.”며 막걸리며 음식들을 권하는 등 친절히 대해주었다.결국 장현리처럼 인심좋고 단합도 잘 되는 마을이 경치좋은 마을 보다 낫다는 데 뜻이 모아졌다. 오월 단오부터 들어간 촬영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살아있는 농촌의 모습을 그대로 담는다는 원칙을 세워놓았지만,기록성에 충실하고 현장음을 최대한 활용하려다 보니 동네어른들에게는 번거로운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참여가 수동적에서,적극적으로 바뀐 계기는 지난해 11월15일 시사회.민속박물관은 장현리 주민들을 서울로 초청하여 막 제작이 끝난 여름편을 보여주었다.이날 화면에 얼굴이 자주 비친 사람들은 주연급 배우인 양 의기양양한 반면 나오지 않은 사람들은 “내 얼굴 어디 갔느냐.”며 섭섭한 표정이 역력했다고 한다.이후 주민들이 적극 협조하면서 작업이 쉬워졌고,카메라에 담은 ‘그림’도 훨씬 좋아졌다.동네 꼬마들은 처음부터 협력자였다.이웃 산성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삼복 물놀이를 촬영하면서 전라(全裸)연기를 서슴지 않았고,수박서리에서도 평소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했다.대보름날에도 풍물을 치며 촬영을 도왔다. 현지촬영을 진두지휘한 김시덕 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기록영화와 함께 장현리를 민속학적 차원에서 탐구한 마을지(誌)를 발간할 것”이라면서 “장현리에서 농촌의 세시풍속을 담고 나면 어촌 한 곳을 선정하여 같은 작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한국의 농경세시’는 봄,여름,가을,겨울 등 4편으로 제작되고 있으며,4계절을 50∼60분 분량으로 편집한 종합편도 오는 9월 완성된다. 글·사진 서산 서동철기자 dcsuh@
  • 이제는 지방시대 - 전문가 좌담/주민참여 통해 지자체 경쟁력 높여야

    오는 25일 출범하는 노무현(盧武鉉) 새 정부의 핵심 어젠다 가운데 하나가 지방분권이다.노무현 차기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지방분권에 관해 강력한 의지를 천명해 왔다.이에 대한매일은 바람직한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의 방향 등을 살펴보기 위해 중견 전문가그룹의 특별 좌담회를 마련했다.좌담회에는 한국지방자치학회 차기회장인 강형기(姜瑩基) 충북대 사회과학대학장을 비롯,오재일(吳在一) 전남대 행정학과·이기우(李琦雨) 인하대 사회교육과·이주희(李周熙) 국가전문행정연수원 교수 등이 참석,‘노무현 정부의 지방분권 공약에 대한 기대와 미비점’‘노무현 정부의 분권개혁의 추진체제’‘지방분권개혁에 대한 학계와 시민단체의 역할’ 등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전개했다. ●강형기 차기회장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로 등장한 것이 분권과 분산이다.노무현 당선자는 동북아 중심국가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면서,국토의 균형된 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국가의 모든 단위에서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중앙뿐 아니라 모든 단위,지역에서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오늘은 이런 관점에서 분권과 분산을 다루기 위해 모였다.분권과 분산을 추진하는 데 기대와 우려는 어떤 것들이 있나. ●이주희 교수 노무현 정부는 지방분권법 제정,특별지방행정기관의 발전적 정비,지방재정 확충의 세가지 부분을 추진하는 데 의욕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추진과정에서 강력한 저항도 예상할 수 있다.따라서 이러한 저항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강형기 문화가 다양성 속에서 발전하듯,한 나라의 경쟁력도 다양성 속에서 클 수 있다.다양성은 지방으로의 분권과 분산이 이루어져야 자리잡을 수 있다.따라서 노무현 정부의 분권개혁 추진체제는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 ●오재일 전남대교수 분권은 단순히 중앙의 권한 일부를 지방으로 넘기는 것은 아니다.의사결정권이 지역주민들과 지역사회로 대폭 이양된다는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이 주관해서 추진해야 한다.현재도 지방이양추진위원회가 있지만 대통령의 관심이 없기 때문에 힘을 잃었다.또한사무처도 마련돼야 한다. ●이기우 인하대교수 분권은 단순히 중앙정부의 권한 몇 개를 떼서 지방으로 넘기는 차원의 기능조정 단계를 넘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분권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지지세력을 확보해야 성공할 수 있다.노무현 정부가 이것 한가지만 해도 역사에 남을 수 있을 것이다.강력한 의지와 힘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구성돼야 한다.지방분권추진기구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하고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추진해야 한다.국민들의 지지와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참여구조,열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인선을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이다.기관이나 추천기관이 책임질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 ●강형기 우리나라는 그동안 일사불란,총화단결 체제를 지향해 왔다.과거에 부분은 없고 전체만 있는 세계에 살았다면 이제는 국가 사이에 국경이라는 커튼이 없어진 국제화시대에 살게 됐다.이제 중요해진 것은 지방과 주민이라는 개념이다.지방분권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지방의 역할도 그에 못지않게중요하다.단체장과 의원,지역시민단체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주희 의욕적이고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지방분권추진위원회에 지자체장이 참여해야 할 것이며,시·도지사협의회,시장군수협의회 등의 대표들도 동참해 의견을 개진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또 추진위에 인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강형기 지자체의 연합을 강화해야 한다.지방이 강력하게 중앙에 요구해야 한다.시·도지사협의회가 싱크탱크 등을 갖춰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뒷받침해야 한다.단체장이나 의장단들이 자신의 이익을 벗어나 주민과 함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기우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문제가 중요하다.하지만 중앙행정관료,중앙정치인 등이 지방자치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시켜왔다.분권의 필요성을 학계 등에서 설득력있게 주장해야 하며,시민단체들은 이런 인식을 확대해야 한다.또 분권 이후에 지방정부의 부패와 무능력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과거 중앙정부의 감시기능을 시민단체 등이 이끌어가야 한다. ●오재일 시민단체와 학계 등은 분권의 담론을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지방자치가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게 될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지방분권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이기우 시민단체도 분권을 계기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상호견제와 경쟁의 시스템으로 가야 하지만,토호세력이 시민단체의 포장만 쓰고 있는 경우도 있다.시민단체 내부의 자기정화작용이 선행되어야 하고,성공적인 체험을 축적해 나갈 때 분권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오재일 지역으로 갈수록 전문인력 등은 상당히 한정돼 있다.전문인력의 발굴이 학계의 중요한 역할이다.전문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총론만 있고 각론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의회정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의원 개개인의 능력이 개선돼야 한다. ●이주희 집행기관이 대폭적으로 이양된 사무기능과 특별행정기관으로부터 받은 업무 등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체 개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것이다.시·도와 시·군·구간의 업무조정을 위한 노력도 필요할 것이며,지방자치단체 내부에서의 분권화도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이를 위해 목표를 세워야 한다.첫째는 주민이 만족하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둘째는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위해 조직개편과 구조개편을 해야 한다.셋째는 분권을 통해 지역 경쟁력의 향상을 이뤄내야 한다. ●이기우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라는 의미는 중앙정부의 권한과 기능을 지방정부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 민간부문으로의 이양도 동시에 추진돼야 가능한 것이다.중앙에 집중된 언론도 지방으로의 분산이 필요하다.지역문제를 주민의 시각에서 다루는 지역언론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오재일 가칭 ‘지역혁신위원회’ 등을 만들어 주민들이 함께 고민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한다. ●강형기 희망이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두가지 전제가 있어야 한다.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하고,모든 지방이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그렇지 않다면 주민의 참여도,시민단체 등의 설자리도 없어진다.부분은 없고 전체만을 강조한 결과로 생긴 잘못된 시각과 사고방식,감수성 등을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기우 지방분권은 중앙정부를 위해 해야 한다.중앙정부가 지금까지 모든 것을 하려다 보니 너무 많은 짐을 지게 됐다.중앙정부는 국가정책 등의 거시적 틀에 집중함으로써 효율성을 키울 수 있다.지방의 경우 인적·물적자원,각종 권한의 과소상태에 놓여 있어 재원결핍 등으로 각종 장애를 겪고 있다.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방분권이 필요하다.주민들도 공동체 문제에 무관심해지기 때문에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키우고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중앙에서 자원을 왜곡배분하다 보니 지역감정이 발생했다.분권을 통해 권한과 재원을 배분하면 지방 나름의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강형기 중앙부처마다 관할권을 장악해 할거적으로 통치하고 있다.구체적인 사례로는 행정자치부가 소도읍개발사업,오지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또 산림청은 산촌개발사업,농림부는 정주권개발사업,친환경농촌개발사업,건교부는 주거환경개선사업 등을 하고 있다.각 부처가 주는 돈은 따로따로 쓰여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도로에 대한 관리는 시·도가 하고 있지만 권한은경찰에 있다.분권은 현장에 있는 주민이 자기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오재일 노무현 정부의 과제는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삶의 질을 높이는 문제다.이를 위해 분권이 필요한 것이다. ●이주희 우리는 국경이 없고 무한경쟁을 벌이는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다.과거는 국가가 중심이 됐지만 이제는 지방이 중심이다.파리와 로마가 경쟁을 벌이듯이 국경을 넘어서 경쟁에 나서는 지자체가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국가간의 경쟁이 아니라 생활단위간의 경쟁이 중요하다.따라서 지방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강형기 21세기에는 국경이 없어지게돼 지방과 도시만 남게 된다.기업도 도시와 지방의 이름으로 표현된다.지방과 도시의 이미지는 기업 상품의 이미지와 연결된다.기업의 입지조건이나 존재공간이 설정될 때 물리적 환경뿐 아니라 지적 환경의 정비도 중요하다.지적환경의 정비는 국가가 할 수 없다.‘국부론’의 시대에서 벗어나 ‘향부(鄕富)론’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향부의 본질은 문화에 있고,다양성에 있고,작은 주체의 혁신에 있다.우리가 지금까지 유지했던 근본적인 시각의 전환이 요구된다.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지방행정기관이 해결해 준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기우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하위단위가 할 수 없는 것만 상위단위 기관이 담당해야 한다.대자본을 통한 대량생산시스템에서 벗어나 정보·지식사회로 전환되면서 다양성과 자율성이 요구되는 사회로 변모했다. ●강형기 분권과 분산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행정수도 이전은 분산의 문제이다.하지만 행정수도 이전이 분권과 관련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행정수도 이전은 서울이 이젠 아닐 수도 있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고 분권의 기폭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집중이 새로운 집중을 몰고 오는 이유는 서울의 효율성에 있지 않고 서울을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 구조 때문이다.서울에 있는 것은 최고의 것이고,최고의 것은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발상이 집중에 의한 집중을 낳고 있다.이러한 발상 때문에 서울을 동경하게 되고,지방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갖게 된다.지방은 자원과 인재가 빠져나가 저성장 내지미성장의 상태에 놓여 있고,서울은 과밀상태에 놓여 있다.분권과 분산은 서울을 괴롭게 하자는 것이 아니고 행복하게 하자는 것이다.서울 주민들의 기회박탈이 아니라 행복을 위한 기반조성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리 이종락 장세훈기자 jrlee@
  • [열린세상] 공손하게 삼켜라

    쌀밥을 먹자면,추석 명절이나 설날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었던 시절이 있었다.농촌에서 자라났어도 쌀 그 자체를 구경하기 힘들었던 시절이었다.제법 차리고 산다는 집에서도 저장해둔 쌀독을 찾아내기가 손쉽지 않았다.쌀독 한가지만은 으슥한 곳에 숨겨 두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기 때문이다.금붙이와 다름없이 소중한 것이 바로 쌀독이었다. 보릿고개로 들어가면,응당 아이들의 군것질거리도 덩달아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그래서 평소 노리고 있었던 쌀독의 쌀을 어머니 몰래 훔쳐냈다.쌀독 뚜껑을 열자마자,바지 주머니에 허겁지겁 퍼 담아 누가 뒤쫓아오지도 않는데 제풀에 가위가 질려 숭어뜀을 하며 숨을 곳을 찾아 줄행랑을 놓았다.드디어 몸을 은신하고 뛰는 가슴을 얼추 진정시킨 다음,쌀을 불룩하게 퍼담은 바지 주머니를 살펴본다.그 순간,주전부리거리로는 경황 중에 너무 많은 곡식을 훔쳐냈다는 것을 깨닫고,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그리고 어린아이가 저지르는 도둑질의 수준을 넘어서고 말았다는 공포심 때문에 덜컥 울음을 터뜨리면서,훔친 생쌀을콩죽같이 흐르는 눈물과 함께 해지도록 씹어 삼켜야 했었던 슬픈 기억이 있다. 그런데 올해 정부에서 사들이는 추곡수매 가격 책정이 작년대비 2%나 인하되었다고 한다.인하하지 않으면 안될 까닭은 뚜렷하다고 한다.또는 쌀 문제를 경제논리로만 접근할 수 없는 이유도 있다고 한다.이렇게 꿰어 맞추든 저렇게 꿰어 맞추든 쌀 생산을 줄여 나가거나 쌀 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며,차제에 우리 농업의 체질 개선을 강화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그것을 이해는 하면서도 어쩐 셈인지,수매가격을 인하한 것이 정서적으로는 가슴이 아프다.가을의 소출을 위해 논농사를 지은 시골 노인네들의 고통을 생각하면,더욱 가슴 쓰리다.게다가 그 금쪽같은 쌀을 요사이 젊은 세대들은 원두한이 쓴 외 보듯 해서 도대체 거들떠보지 않는다.서양에서 들어온 못된 먹거리인 패스트 푸드인가 무언가해서 그런 것만 찾는다고 한다.생일날에나마 고봉밥 한 그릇 먹어보는 것이 꿈에도 소원이었던 지난날을 생각하면,회한조차 가슴 속에 서린다. 그런데 요사이 들어 어디선가,쌀이야말로 우리가 먹어야 할 곡식 중에서 첫 손에 꼽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을 읽은 기억이 난다.언제는 우유를 먹어야 한다고 강조하다가,언제는 밀과 보리를 먹으라고 하다가,언제는 쌀도 보리도 적게 먹으라고 해서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할 정도로 혼란스럽기만 했는데,한 바퀴 휙 돌아와서 쌀을 먹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으니까,어쩐 셈인지 뒤죽박죽이던 혼란스러움이 깨끗하게 가시고 가슴 속이 편안해졌다.논리적으로 따지기에는 어리석을 정도로 감정적인 반응이 분명하다.그런데 또한 그 감정적인 것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그럼으로써 우리의 농사와 그 농사에서 얻어낸 곡식에 대한 외경심이 나날이 퇴색되고 희석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임락경 목사가 살고 있는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시골교회에서 발간하고 있는 ‘시골집’이라는 소식지에 실려 있는 이현주님의 시 한 구절은 그래서 가슴속으로 촉촉하게 젖어 든다. ‘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삼켜라 봄부터여름 지나 가을까지 그 여러 날들을 비바람 땡볕 속에 익어온 쌀인데 그렇게 허겁지겁 먹어서야 어느 틈에 고마운 마음이 들겠느냐. 사람이 고마운 줄 모르면 그게 사람이 아닌 거여.’
  • 지자체 지방분권 요구 ‘봇물’/“공공기관 지방이전 인센티브 줘야”

    지방분권은 이제 비켜갈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 됐다.‘무늬만 지방자치’인 현행 지방자치를 명실상부한 자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지방분권이란 명분과 기치를 든 것이다.수도권 이상 집중현상을 해소하고 지방분권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공공기관의 지방이전과 지역균형발전 특별법 등 관련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활발한 지방분권 논의 지난 7일 대전시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산하 지방분권추진 특별위원회(위원장 김완주 전주시장)는 색다른 목소리를 듬뿍 쏟아냈다.‘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 등 지방분권 추진방향과 정책을 제안하고 2004년 말까지 행정사무,재정,인력의 이양 완료를 촉구하고 나섰다. 공통적인 요구와 함께 권역별로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전북도는 수도권에 있는 농업관련 국가기관의 전북 이전을 요구했다.제주도는 자치단체 업무와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각급 기관을 도에 통합시켜줄 것과 경제자치권 부여를 건의했다. 전국의 자치단체와 지방대학,시민단체 등이 국가발전과 사회 전반의 총체적 개혁을 위해 지방분권을 ‘필요조건’으로 공론화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지방분권이 단순한 행정권한의 지방위임이 아니라 정치,경제,문화,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지방의 자율적 권한이 신장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적 분권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 새정부의 지방분권 추진의지와 일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방분권특별법 제정 자치단체들은 지방분권 추진의 구체적 방안을 확정하고 완전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지방분권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방분권추진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운영하고 2004년 말까지는 행정사무,재정,인력 등을 일괄적으로 지방에 이양해야 한다고 지방분권 추진일정까지 제시하고 있다. 지방분권에 따른 재원을 확보하고 자치단체들의 중앙정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지방소비세를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이를 위해 현재 82대 18인 국세와 지방세 징수액 비율을 60대 40 정도로 조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기초단체의 지방소득세 도입,법정외세 도입,탄력세율 적용 등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전액 국고로 귀속되고 있는 교통범칙금을 지방재정화하고 법정적립금 자율화,지방채 승인권과 중앙투융자심사 지방이양,자체 독자예산편성지침작성 등을 건의했다.현재 중앙정부가 사용처를 확정해 지원하는 국고보조금과 지방양여금도 포괄보조금 형태로 전환해 자치단체가 지역실정에 맞게 융통성과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특별행정기관 지방 이양과 지방경찰제 도입 현재 6477개에 이르는 특별행정기관은 자치단체의 종합적이고 효율적인 지방행정 운영을 가로막고 있다는 게 자치단체의 주장이다.자치단체와 유사 및 중복기능을 수행하는 특별행정기관의 사무를 자치단체에 넘기고 재원과 인력을 재배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강력한 중앙집권적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경찰제도도 주민들의 민생·치안·교통분야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자치경찰제로 전환해야 한다는게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의 요구다.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기능을 분리해 기초단체에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자치경찰은 주민생활과 밀접한 분야를 맡도록 한다는 의견이다. 단체장이 자치경찰에 대한 전반적인 지휘·감독권을 행사하고 관할 경찰서장을 임명함으로써 지역실정에 맞는 경찰행정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지방균형발전법 제정 자치단체와 지방대학들은 지방의 자생적 경제기반 확충과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올해 말까지 중앙부처와 자치단체의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지역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 추진계획 심의·의결·예산배분을 협의·조정하는 지역균형발전추진위를 대통령직속기구로 두고 지역발전지표를 개발,정책을 수립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을 촉진하는 방안의 하나로 행정수도 이전과 함께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기업의 지방이전 방안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광주시는 문화수도 육성 차원에서 문화관광부와 문화관광정책연구소,예술진흥원,관광공사 산하단체등을 광주로 이전해 줄 것을 건의했다. 전북도는 농업비중이 높은 지역여건을 감안해 현재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농촌진흥원 등 농업관련 국가기관 8곳을 전북으로 이전해 연구기능을 강화해 줄 것을 건의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한약의 규격화와 한방바이오밸리 추진을 위해 한식약청을 설립하고 본부를 대구에 둘 것을 요청했다. 전북대 최규호 교수(농업경제학과·전북도교육위 의장)는 “농업관련 연구기관이 수도권에 있는 것은 국제금융단지가 산간오지에 있는 것과 같은 난센스”라면서 “공공기관과 기업의 지방 이전은 정부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적극 추진하고 권장하며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교육도 수도권 집중을 부추기는 제도의 하나로 보고 있다. 따라서 지방대학육성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지역인재의 서울 유출을 막고 지역교육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국토균형발전을 위해 교육자치와 일반자치를 통합운영하고 인재 지역할당제 등 획기적인 제도가 조기에 도입돼야 지방교육이 활성화될 것으로 분석됐다. ●지방정치활성화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지방분권추진특위는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제 폐지’ 등 지방정치의 활성화도 요구하고 있다. 정당공천을 받는 과정에서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고 공천을 받기 위해 뇌물을 건네는 등 지방선거의 부패현상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공천의 폐해를 누구보다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현직 단체장들이 정치개혁 없이 사회개혁이 불가능하다며 기존정치권에 정면 대응하는 ‘혁명적 선언’을 하고 나선 것이다. 당비를 내야 하는 소속 정당과 공천권을 쥐고 있는 지구당위원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있음을 피부로 경험한 단체장들이 고뇌어린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다. 이들은 국회의원,단체장,지방의원 등 모든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주민소환제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능한 신진 인사의 지방정계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지방선거 공영제 도입,주요 결정사항의 주민투표 실시,주민감사청구 요건 완화 등 기존 정치권이 기피해왔던 주민참여제도를 조기에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도 매우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국 정리 임송학기자 shlim@kdaily.com ◆김완주 지방분권추진위원장 “우리나라에는 서울만 있고 지방은 없습니다.사람들이 서울로만 몰려 지방은 갈수록 쇠퇴해지고 있습니다.” 김완주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지방분권추진특별위원장(전주시장)은 “서울에 정치,경제,교육,문화 등 모든 것이 집중돼 있어 지역불균형 등 많은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지방분권만이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달 전국 232개 기초자치단체장들의 모임에서 지방분권운동에 불을 댕긴 김 시장은 “지방분권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인 만큼 새정부가 추진일정과 방향을 확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분권을 위한 현실적 조치는 국가사무 지방이양,세원확대,예산운용 자율권 보장,자율적인 인력·기구관리가 관건입니다.” 김 시장은 “현재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무늬만 자치”라고 지적하고 “지방분권은 지역사회가 보유하고 있는 잠재적 자원과 능력을 최대화하고 모든 지방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지방분권은 구호나 회의로 되는 것이 아니지요.기초단체장 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지방분권 특별법 제정,지방균형발전 특별법 제정 등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합니다.” 그는 전국 232개 기초단체의 지방분권 정책제안은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라고 말하고 오는 14일 분권정책 세미나를 마친 다음 결과물을 인수위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분권특위는 새정부 출범 이전에 인수위에 분권정책을 제안하고 각 정당과 연석회의를 하며 민·관·학이 참여하는 국민연대를 조직할 방침이다. “새정부 출범 후에는 지방분권촉진 1000만명 서명운동을 비롯해 전국 232개 기초단체 홈페이지를 통한 사이버분권운동,지방분권깃발 릴레이 캠페인,전국마라톤대회 등을 개최하겠습니다.” 김 시장은 “지방분권은 기초단체 위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하고 “그동안 표면화되지 않았던 정당공천제 폐지 등 정책제안이 획기적인 내용인 만큼 새정부에서 반드시 수용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전주 임송학기자 ◆盧당선자의 정책방향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지방’들은 업무 하중이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노 당선자가 지방에 최대한 ‘자율’을 보장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자율에는 책임과 경쟁이 따르는 법이다. 노 당선자는 “지방 스스로 경쟁력을 길러라.그래서 지방끼리 경쟁을 해라.중앙정부는 능력과 의지를 공정하게 심사해 자원(예산)을 배분하겠다.”는 말을 누차에 걸쳐 천명하고 있다.“각 지방에 대한 중앙정부의 자원배분은 정치적 관점에서 적당히 나누기보다 철저하게 국가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관점에서 심사해 이뤄질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이제 유력 정치인 몇명한테 적당히 청탁을 통해 예산을 따내는 과거 방식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 같다.그보다는 차라리 발전 안(案)을 정교하게 만들어 주무부처 장관을 설득하는 ‘정공법’이 더 확실한 미래를 보장해줄 것 같다. 노 당선자의 측근들은 “로비할 시간이 있으면,차라리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한다.“앞으로는 실력이 달리는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은 낙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경고도 곁들인다. 재정분권과 관련해서도 노 당선자는 자율을 강조하고 있다.그는 “그동안 중앙정부가 하나하나 지정해온 관행을 고쳐,재정을 지방으로 포괄적으로 이전한 뒤 지방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특히 지방끼리의 갈등에 대해 노 당선자는 철저히 자율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방에서 각종 시설 및 기관 유치 민원이 제기될 때마다 “솔직히 내가 개입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며 직접 개입을 피하고 있다. 물론 지방대 육성이나 행정수도 이전 등 중앙정부 차원의 지방화 전략은 강하게 추진될 전망이다. 노 당선자는 11일 “지방화 전략을 위한 주무부처를 곧 선정할 것이며,각종 위원회와 추진단을 구성해 전폭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연기자 carlos@
  • WTO DDA농업협상 초안 의미/마늘등 100여종 타격 클듯

    WTO(세계무역기구) DDA(도하개발어젠다) 농업협상 세부원칙 1차 초안의 뼈대는 우리나라·유럽연합(EU) 등 농산물 수입국들이 주장해온 우루과이라운드(UR) 방식으로 정해졌지만 미국 등 수출국의 입장도 적지 않게 반영됐다. 양 진영 어느 쪽도 만족할 수 없는 결과다.다음달 31일 최종 확정될 때까지 초안의 내용은 상당부분 수정되겠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농업 개방이 한발짝 다가왔으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이번 초안은 관세감축과 관련,선진국의 경우 ▲현행 관세율이 15% 이하인 농작물은 평균 40% ▲15∼90%이면 50% ▲90% 초과면 60%를 5년간 감축하도록 규정했다.개도국은 구간별로 27%,33%,40% 등 선진국의 3분의2 수준이 적용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50%의 감축을 적용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국내보조금은 선진국은 5년간 60%를,개도국은 10년간 40%를 줄이도록 규정됐다. ●우리나라의 주장은 얼마나 받아들여졌나. 예상대로 ‘절반의 성공’ 수준이다.관세감축 방식은 우리나라와 EU 등이 당초 주장했던 UR방식(평균감축률과 최소감축률을 기준으로 매년 같은 비율로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정해졌다.반면 감축률 규모는 우리 예상보다 훨씬 크다.UR방식을 채택한 데 대한 수출국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감축폭을 대폭적으로 높인 탓이다.우리측이 WTO 사무국에 낸 관세감축안은 ▲선진국 6년간 평균 36%(최소 15%) ▲개발도상국 10년간 평균 24%(최소 10%)였다.초안에서는 ▲선진국 5년간 평균 40∼60%(최소 25∼45%) ▲개발도상국 10년간 평균 27∼40%(최소 17∼30%)로 격차가 크다. ●이번 초안이 담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가. DDA 협상에 참가하는 144개국은 농산물 수입국 진영과 수출국들이 갈려 팽팽히 맞서왔다.최종 세부원칙은 앞으로 몇차례의 공식·비공식 협상을 통해 다음달 말 확정된다. ●관세의 실질적인 감축효과에 큰 의미를 두었는데. 기존 UR방식 관세감축은 ‘총량평균’ 개념이다.즉,정해진 감축률만 맞춘다면 농산물별로 관세율 폭을 자국환경에 맞춰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그러나 이번에는 현행 관세율이 높을수록 향후 감축폭도 더욱 높이도록 했다.이에따라 현재 200% 이상의 고율관세가 부과되는 참깨(665%) 보리(342%) 마늘(380%) 옥수수(346%) 감자(321%) 고추(285%) 등 100여가지는 다른 작물보다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물론 앞으로 협상 여지는 있다. 김태균기자 windsea@kdaily.com ◆김명환 농촌경제硏 연구위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명환(金明煥·사진) 선임연구위원은 12일 “WTO 농업협상 1차 초안에 나타난 관세감축률을 보면 향후 협상에서 우리나라에 크게 불리한 수준은 아니다.”면서 “우리가 선진국 또는 개도국으로 분류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선진국으로 분류돼도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쌀은 물론 이번 협상 대상은 아니며,관세를 매겨 수입하는 품목으로 처리할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그러나 이번 초안은 오는 2004년으로 예정된 쌀 협상에서 쌀을 관세화 품목으로 처리할 경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김 박사는 “이번 초안이 내년 말쯤 그대로 확정돼 2006년부터 시행되더라도 우리는 2010년까지 현행 쌀 관세율(400%)의 55%(최소 감축률 45% 적용) 수준인 220%의 관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현재 우리나라의 쌀값은 수입쌀의 6∼8배 수준이어서 이 기간 동안 수입쌀 가격의 3∼4배 수준으로 낮추면 된다는 얘기다. 김 위원은 “그동안 미국이 모든 농산물의 관세율을 25%까지 낮추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WTO 일부 회원국 가운데 농업수출국(케언스그룹)들이 5년 동안 200% 이하로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면서 “우리나라는 핵심 농작물인 쌀의 관세율을 200% 이상만 유지한다면 충분히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육철수기자 ycs@
  • 올 신지식농업인 17명 선발

    농림부는 11일 농업생산과 유통기술을 혁신,고부가가치를 창출한 올해의 신지식 농업인 17명을 뽑았다. 신청자 64명에 대해 현지조사와 전문가 평가,선정심의위원회 심의 등 3단계를 거쳐 최종 선발했다.신지식 농업인은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의 보증한도가 일반농민의 2배인 2억원이다.선진농업 연수기회도 가질 수 있다. 1999년부터 선발한 신지식 농업인은 분야별로 과수·화훼 47명,채소·특작 42명,축산 36명,기타 13명 등 모두 149명이다.농림부는 2004년까지 500명을 육성할 계획이다. ◇2003년 신지식 농업인 △강태조(42·전남 강진군 병영면 성동리,배)△고완식(48·전북 김제시 만경읍 화포리,한우사육)△권세환(60·충남 천안시 성남면 대흥리,사슴사육)△김대립(29·충북 청원군 낭성면 추정1리,양봉)△김대성(56·경북 문경시 영순면 율곡리,양파·사과 생산유통)△김형대(53·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정대리,산미나리 재배·가공)△남궁순(41·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화접6리,관엽식물 수경재배)△모준근(42·전북 임실군 신평면 대리,버섯)△박노은(55·충남 태안군 태안읍 송암리,양란재배)△박상복(35·전남 무안군 운남면 하묘리,마늘·양파 생산유통)△박정모(56·전남 광양시 광양읍 칠성리,오이)△서명선(47·경북 칠곡군 기산면 평복리,매실)△서일호(27·대전시 유성구 상대동,벼)△설재홍(41·경남 통영시 도산면 법송리,관상조류)△신영남(41·전남 신안군 지도읍 광정리,양파·마늘 생산유통)△심혁중(45·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농촌관광)△임양수(43·전남 해남군 산이면 초송리,배추·감자 생산유통) 육철수기자 ycs@
  • 전북지역 국정토론회/盧 “경쟁력 없으면 농업도 퇴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11일 농업 중심지인 전라북도를 방문,농정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천명하면서 농민들의 발상전환을 촉구했다.전주 전북대에서 열린 지방순회 국정토론회에서다. 노 당선자는 지역 대표들이 추곡수매가 인하,농촌 인구감소 등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자 “세상은 변해간다.”는 말을 시작으로 강의식 설명을 펼쳤다.그는 “개방은 대세여서 저항하거나 거역하려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하고 결국 성공할 수 없으므로 최대한 개방을 늦추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 당선자는 “농업은 경쟁력 있는 부문은 살아남고,없는 부문은 살아남기 어렵다.”며 “생명안보산업 보호와 국토유지관리 차원에서 꼭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 국민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보조를 통해 유지하겠지만 감당하기 어려운데도 경쟁력을 무시하고 유지해 나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외국처럼 정부의 농업보조금이 장기적으로 농가소득의 3분의1까지 올라가도록 하고 다른 3분의1은 가공유통산업 부수입으로,나머지 3분의1은 순수농업소득이 되도록 정책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노 당선자는 또 “농사를 제대로 짓겠다는 농업종사자에겐 경쟁력을 돕기 위해 지원하고,농업에 종사하지 않지만 농촌에서 정착해 사는 고령자 등에 대해선 농촌사회 보호 차원에서 복지원리로 지원하는 등 분리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 김상연기자 carlos@
  • 郡지역 인구 갈수록 감소

    농어촌 지역의 자치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인구증가 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해 근본적인 대안마련이 시급하다. 각종 유인책을 쓰고 있으나 계속되는 인구감소로 정체성마저 상실될 위기에 처해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10일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도내 군지역 인구는 54만 6979명으로 2001년의 56만 3440명에 비해 1만 6461명이 줄었다.지난 2000년 57만 3468명에 비해서는 무려 2만 6489명이나 감소했다. 하동군의 경우 2001년 6만 298명이던 인구가 지난해에는 5만 6777명으로 3521명이나 줄었다. 그리고 함양군이 4만 5350명에서 4만 4155명으로 1195명이 줄었고,산청군은 1137명이 감소한 3만 8726명으로 나타났다. 지방자치단체가 인구를 늘리기 위해 전입가구에 대해 출산비(10만원)를 지급하거나 민원수수료 및 상수도요금 면제,쓰레기봉투 무상지급,행정정보 우선제공 등 각종 시책을 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인구 감소는 지방교부세와 양여금 감소로 이어져 열악한 재정여건을 악화시켜 인구를 늘리기 위한 일자리창조,교육여건 개선,생활기반 확충 등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특히 젊은층이 대거 빠져 나가면서 농촌경제를 살릴 인력이 크게 부족한 데다 행정수요가 없어지고 납세자가 격감,조직의 존립마저 흔들리고 있다. 관계자들은 “지자체가 인구유출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차원에서 농·어촌지역의 생활환경 개선 및 교육여건 조성,기업체 유치 등에 나서는 등 입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
  • [향락산업 퇴폐로 달리는 사회] 3. 10대부터 아줌마까지 섹스산업으로

    IMF 외환위기는 주부들까지 향락업소로 내몰았다.경제가 다소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한번 빠져버린 구렁텅이에서 그들이 헤쳐나오기는 쉽지 않다.정신적인 수치와 고통을 감내한다면 상대적으로 손쉬운 돈벌이라는 점에서 향락업소에 발을 내딛는 평범한 여성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취재진이 노래방과 퇴폐이발소,화상대화방에서 만난 주부들은 예상대로 경제적 난관을 이겨내지 못하고 찾아온 사람들이었다.실직과 이혼으로 생계가 막막해진 여성들이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바로 향락 유흥업소였다.그곳에서 주부들은 금전적인 면에서 바라는 만큼 보상을 얻기는 했지만 그들 자신과 가정은 전보다 더 피폐해져가고 있었다. 8일 밤 서울 강북구 수유지하철역 근처 H노래방을 기자가 찾아갔다.처녀같은 ‘아줌마 도우미’가 있다는 여주인의 말을 듣고 “불러달라.”고 했다.10분쯤 기다리니 3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들어와 근처 동네에 사는 조미애(가명·37)라고 소개했다.‘보도방’을 통해 이 일대 노래방을 돌며 일한다는 조씨는 ‘수고비’ 1만 5000원을 요구했다. 돈을 지불하자 조씨는 최근 인기있는 가수의 ‘랩송’을 부르며 흥을 돋우었다.조씨는 100점을 맞으면 ‘축하금’으로 1만원을 달라고 했다.이 돈에서 보도방 업자에게 2000원,노래방 주인에게 3000원을 떼어준다는 것이다. 노래방 도우미를 시작한 지 4개월된 조씨는 하루 10시간 남짓 노래방 7∼8곳에서 일을 한다고 말했다.5년전 IMF 한파로 남편이 실직한 뒤 이혼해 혼자 살고 있다는 조씨는 “빚 수천만원을 갚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했다.2년 전에는 ‘묻지마 관광’에 일당 10만원을 받고 몸을 파는 아르바이트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 조씨는 비슷한 처지의 주부들이 수유역 일대에만 100여명은 족히 되고 일부는 유흥주점에도 나간다고 했다.시간이 끝나가자 조씨는 춤을 추자며 손을 끌면서 귀엣말로 “2시간에 5만원만 주면 ‘2차’도 나갈 수 있다.”고 유혹했다. 비슷한 시각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이발소.이곳에서 만난 고윤자(가명·47·경기 광명시)씨는 5년 전 부도를 내고 도피중인 남편의 빚 2억 5000만원을 갚기 위해 ‘산전수전’을 다 겪고 있다고 말했다.면도와 안마를 해주는 고씨는 “나도 집을 뛰쳐나오고 싶었지만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던 어린 자식들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고 했다.식당 종업원이나 파출부 일도 해봤지만 빚을 갚기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생활정보지 광고를 보고 찾아간 이발소 생활은 자신도 모르게 윤락으로 이어졌다.혹시 자식들이 알까봐 인천·수원 등 집에서 1시간 이상 떨어진 다른 지역 이발소만 골라 출근을 했지만 비밀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해 가을 단속에 걸려 잠시 쉬고 있을 때 딸(22·대학 3년)이 출근을 재촉하는 이발소 전화를 받는 바람에 들통나고 말았다.딸은 펑펑 울어댔고 아들(14·중학 2년)은 결석과 가출이 잦아졌다.고씨는 “빚 갚기를 포기하고 아이들과 ‘야반도주’하는 길 말고는 방법이 없다.”면서 “엄마를 위로하는 딸의 모습을 보면 죽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고개를 떨궜다. 8일 오후 강남구 신사동 J화상대화방에서 만난 최은주(가명·35·종로구 효자동)씨는 7살 난 딸과 남편이 있다고 털어놓았다.실직한 남편 대신 돈벌이에 나섰다는 최씨는 “남자들과 성적인 대화를 나누고 알선업체로부터 월급 120만원을 받는다.”고 말했다.최씨는 “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계층이 오지만 폰섹스나 2차를 원하는 손님이 많다.”면서 “대부분 곧바로 옷 벗을 것을 강요한다.“고 했다. 최씨는 “그래도 얼굴이 보이는 화상방은 손님들이 상대적으로 체면을 지키기 때문에 전화방보다는 낫다.”면서도 “‘왜 이런 수치스러운 일까지 하게 됐나.’라는 생각에 하루에도 몇번씩 눈물을 흘린다.”고 했다.최씨는 “같은 알선업체에 소속된 여성 100여명 가운데 주부가 반 이상”이라면서 “상당수가 ‘2차’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영표 유영규 박지연기자 tomcat@kdaily.com ◆천호동 윤락녀의 하소연 “종일 장막같이 검은 커튼 뒤에서 손님을 기다리다보면 햇빛이 그리워져요.” 서울 미아리텍사스,청량리588과 함께 성매매업소가 밀집된 강동구 천호동 423 ‘천호동텍사스’.지난해 1월 김모(24·여)씨가 이곳에 온 것은 카드빚 300만원 때문이었다. 경기도 어느 농촌이 고향인 김씨가 “미용기술을 배우겠다.”며 상경한 것은 지난 97년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식당 허드렛일을 해 매월 100만원을 벌었지만 방세 30만원을 내고,혼자 사는 아버지에게 30만원을 보내고 나면 생활이 벅찼다. 10만원,20만원씩 쓰기 시작한 신용카드 대금은 연체로 이어져 빚이 순식간에 불어났다.카드대금을 갚기 위해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다 결국 사채까지 얻게 됐고,빚 독촉을 견디지 못해 직업소개소를 찾았다. 선금 500만원을 받아 빚을 갚은 뒤 도착한 곳이 천호동이다.이곳에서 김씨가 매월 버는 돈은 300만∼400만원.선금으로 쓴 500만원은 석달 만에 갚았지만,10평 남짓한 원룸의 월세와 화장품·옷값 등 지출이 만만찮다.김씨는 이곳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 대부분은 전세나 월세방에 살면서 출퇴근하는데 그 이유가 컴컴한 업소를 잠잘 때만이라도 탈출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독신으로 살 생각을 갖고 있지만 아버지를 생각하면 목에 가시가 걸린 듯 답답하다.지금도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늙은 아버지는 김씨를 옷가게 종업원으로 알고 있다.김씨는 “돌아가실 때까지 아버지께 알리지 않는 것이 효도하는 길”이라면서 “생전에 번듯한 일을 하는 걸 보여드리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황장석기자 ◆성매매 멍드는 외국인여성들 “돈을 모아 한국을 떠나야 하는데,마음의 병만 깊어지고 있습니다.” 2년 전 중국 옌볜(延邊)에서 온 동포 김영숙(가명·32)씨는 서울 영등포의 한 퇴폐이발소에서 일한다. 처음엔 식당일을 했지만 100만원의 월급으론 고향에 있는 남편과 7살짜리 아들의 생활비를 부치기에 너무나 빠듯했다.게다가 한국에 오기 위해 빌린 돈 1000만원 때문에 사채업자의 독촉에 시달리는 가족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석달 만에 식당일을 그만둔 김씨는 “선금을 주고,한 달에 300만원을 쥐어주겠다.”는 말에 ‘이상한’ 이발소에 발을 들여 놓았다.김씨는 “돈을 벌겠다는 일념으로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하고 있지만 갈수록 의욕을 잃어가고 있다.”면서 “대낮에도 낯 부끄러운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서울이전혀 딴세상 같다.”고 말했다.경기도 동두천의 한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필리핀 여성 메리(가명·22).지난해 6월 예술·흥행(E-6)비자를 받아 한국 땅을 밟은 그는 손님 무릎 위에 앉아 ‘랩댄스’를 추며 웃음을 팔고 있다. 업주는 매월 한 잔에 10달러짜리 주스 200잔을 팔 것을 강요한다.할당량을 채우려면 한 차례에 150∼300달러를 받고 성매매 티켓을 끊지 않을 수 없다.그는 “감옥이나 다름없는 숙소에서 달아나고 싶지만,한국인 ‘이모’가 따라 붙어 쇼핑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지촌내 자활공동체인 ‘새움터’ 등은 러시아 여성의 윤락업소 고용비율이 99년보다 최고 15배 늘어나는 등 외국인 윤락여성이 급증하고 있지만,성매매 강요·폭행·벌금착취·월급 안주기 등 인권유린 현상이 심각하다고 밝혔다.한국교회여성연합회 김정우(32·여) 간사는 “정부가 나서서 시민단체와 함께 외국인 윤락여성의 인권착취 실태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황장석기자 surono@kdaily.com ◆생계형 윤락 급속 확산 주부들이 ‘밤거리’로 뛰쳐나오고 있다.‘환란’ 이후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생계형’ 윤락에 뛰어드는 여성들이 점점 늘고 있다.이대로 가다간 사회의 기반인 가정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윤락의 출발지인 ‘티켓다방’에 발을 들여 놓는 가출소녀,향락산업의 주 공급원인 20대 여성에 이어 가정을 지켜야하는 ‘안방주인’인 주부들까지 ‘노래방 노우미’ 등으로 나서 향락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성매매 피해여성을 지원하는 단체인 ‘새움터’가 지난해 16∼59세의 윤락산업 종사여성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주부층인 30대 이상이 42%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윤락업에 종사하는 기혼여성을 ‘개인의 윤리성 결여’로 치부해서는 안된다.”고 밝히고 있다.정치·사회·경제적 약자인 여성이 ‘밤거리’로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왜곡된 사회구조부터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향락산업의 비대화가 ‘새롭고 값싼’ 성에 대한 수요를 낳고,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생산·윤리지수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향락산업에 종사하는 주부들은 노래방과 유리방,안마시설소 등에서 ‘삐삐 아줌마’,‘묻지마 언니’ 등으로 불린다. 거액의 카드빚을 대납해주는 서울 강남 등지의 업주에게 직접 찾아가거나 출장이 잦은 기업체 간부들을 대상으로 명함을 돌리며 ‘잠자리 아내’를 자청하는 사례도 있다. 청소년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국정감사 자료에서 ‘전화방’을 이용하는 여성의 41.3%가 가정주부로 조사됐으며,이가운데 49.3%가 “돈이 필요해서”라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여성문화 동인 ‘살류쥬’의 장정임(張貞任·55) 고문은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은 기혼여성에게 더욱 불리한 형태로 이뤄졌고,어쩔 수 없이 윤락업을 택하게 된 여성들은 가부장제 구조에서 이중삼중의 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정현백(鄭鉉栢·50) 공동대표는 “기혼여성은 취업시간과 형태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이들을 찾는 업소가 많다.”면서 “일반 여성은 성매매를 하지 않는 서구의 풍속에 비해 우리 사회는 성에 대한 윤리의식이 지나치게 결여돼있다.”고 지적했다. 성매매 근절을 위한 모임인 ‘한소리회’ 사무국장 조진경(趙眞卿·35) 사무국장은 “윤리적 반성과 함께 윤락여성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혜영기자 koohy@
  • 편집자에게/ 쌀수매가 인하 늦었지만 올바른 선택

    -‘추곡수매가 사상 첫 인하’기사(대한매일 2월5일자 1면)를 읽고 농민단체의 반발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수매가격 인하를 결정한 것은 수급불균형 해소와 쌀시장 개방확대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수급상황에 따라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시장신호를 제시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진행 중이나 앞으로 쌀시장 개방 폭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관세화로 쌀시장이 개방된다면 쌀농업뿐만 아니라 농업 전체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1986년부터 2002년까지 수매가격을 일곱 차례 동결,열 번 인하했다.이에 비하면 우리나라가 대외 여건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대내외 여건에 부응하기 위해 쌀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면 경영규모가 최소한 5㏊ 이상으로 확대되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그동안 쌀정책은 다양한 특성을 가진 모든 농가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정책목표가 뚜렷하지 않았고,효과성도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쌀시장 개방 확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농가를 유형화하여 선택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동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공산당 민주화” 中 정치실험 착수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 공산당이 정치개혁 실험에 착수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 정책을 시도한 이후 20여년 동안 부정부패와 빈부 격차,실업 문제 등이 중첩·심화되면서 중국 공산당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내부의 우려가 동인(動因)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중국 공산당은 당의 사활을 걸고 다양한 정치실험을 현실로 옮기고 있다. 전면적 개혁·개방에 앞서 실험적인 경제특구(經濟特區)를 운영했듯 일부 지역을 선정,정치 실험특구(政治 實驗特區)를 운영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당의 민주화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일부 중간 간부들을 대상으로 공개 무기명 투표제도를 도입했다. 과거 중앙에서 지명,해당 위원회에서 형식적 절차를 밟는 ‘거수기’식 인선제도를 과감히 탈피한 것이다. 이와 함께 행정개혁도 병행할 방침으로 알려졌다.향후 5∼7년간 전국 70만개의 현(縣)과 향(鄕),촌(村)급 인민 정부조직을 폐지하고 직선제로 선출되는 ‘농민자치위원회’를 실시할 것이라고 중국의 재경시보(財經時報)가 최근 보도했다.민주화를 통한 농촌개혁이 본격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당의 민주화 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민주화를 통한 당 간부 인선 제도의 개혁이다.당 간부의 전반적 연소화(年少化)를 몰고 왔던 4세대 지도부들의 핵심 사업으로 보인다. 산시(山西)성의 성도(成都)인 타이위안(太原)시가 도화선이 되었다.지난달 28일 타이위안 시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청(廳·서기관)급 당·정부 서기 9명을 처음으로 공개 무기명 투표를 통해 선출,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산시성 진중(晋中)시도 이날 중국 공산당 조직부의 시험단위로 선정돼 일부 현위 서기를 같은 방법으로 뽑았다.중국 관영통신인 신화사는 앞으로 산시성의 창즈(長治),양취안(陽泉),린펀(臨汾)시 등에서 무기명 투표로 간부들을 뽑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후진타오(胡錦濤) 당총서기는 지난달 30일 전국 조직부장회의에서 “간부 인사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시,당 지도부의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베이징시가 진원지 베이징시도 민주화를 통한 간부 인사제도를 실험 중이다.지난달 26일 베이징 시위는 전체회의를 통해 처음으로 6명 구 위원회 서기와 4명의 구장(區長) 후보를 무기명 투표 방식으로 인선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베이징 시위원회가 선거에 의해 중요한 간부를 추천한 것은 최초의 사례라고 인민일보가 전했다. 당 민주화와 함께 전문가 그룹의 간부 수혈도 강화될 전망이다.베이징시는 간부 전문화의 일환으로 올해 100명이 넘는 석사학력 이상의 인재들을 선발,현 및 국(局)급 지도자로 진입시킬 계획이라고 신화사가 보도했다. ●정치개혁의 배경 중국 공산당의 정치 개혁은 일당독재 체제 유지를 위해 개혁·개방 이후 급격히 변화된 사회·경제적 수요를 충족하기 위함이다. 다당제 도입 등 서구식 정치개혁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사회주의 체제에서 ‘외길 수순’의 의미도 있다. 하지만 당이 더 이상 내부 개혁을 미루면 인민과의 유리(遊離)현상은 걷잡을 수 없으며 결국 제2의 톈안먼(天安門) 사태 등 당의 존립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올연초 광둥(廣東)성 선전(深)특구에 3권 분립의 정치실험을 도입한 것이나 ‘3개 대표’ 이론을 통해 자본가 그룹을 공산당원으로 받아들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공산당이 중국 내 민주당파(공산당을 제외한 각종 정치당파)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것도 눈에 띈다.후진타오 총서기는 지난달 25일 춘절(春節)맞이 좌담회에 참석,“전면적인 샤오캉(小康)사회 건설을 위해 공산당은 더욱 민주당파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치개혁의 방향 하지만 중국 공산당이 야당의 존재를 인정하거나 서구식의 다당제를 용인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점(경제특구)→선(해안 경제개발구)→면(서부 대개발)으로 이어지는 점진적 경제개혁을 선택했던 중국 공산당은 정치에서도 지방의 시범지구를 중심으로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면서 중앙으로 정치개혁을 확대하려는 복안이 감지된다. 하지만 중국 전문가들은 “일인당 GDP 3000달러에 이르는 2020년을 전후해 전면적 민주화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과도기적 성격으로 계파(系派) 정치를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있다.하지만 당분간 중국 공산당은 후진타오 총서기를 정점으로 하는 집단지도체제를 유지,보다 유연한 일당독재를 선호할 것으로 전망된다. oil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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