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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색 테마’ 평창의 재발견

    ‘3색 테마’ 평창의 재발견

    ‘하늘아래 첫 눈꽃동네´로 불리는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일대는 겨울이면 어김없이 몇차례 대설주의보가 내려진다. 덕분에 횡계리 등 대관령 주변 지역은 한번 눈이 쌓이면, 겨우내 아름다운 설경을 펼쳐보인다. 소나 양을 기르는 목초지 등 부드러운 선을 그리는 구릉지가 유난히 많아 곱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겨울 풍경이다. 거기에 눈밭 사이사이 삐죽 솟아오른 낙엽송이 이국적인 정취를 더한다. 흰 눈을 이고 선 황태덕장은 또다른 볼거리. 들판을 메우다시피한 덕장에서 누릇누릇 익어가는 황태들이 자못 장관이다. # ‘바람의 마을´ 의야지 싱싱한 겨울풍경이 한창인 그 곳에 ‘바람 마을´ 의야지 농촌 체험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의야지(義野地)는 ‘의로운 사람들이 모여사는 땅´이란 뜻. 해발 750∼800m 고지에 위치해 바람마을이라고도 부른다. 사철 다양한 농촌 체험활동이 이어진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때는 역시 겨울철. 특히 마을 청년회에서 주관하고 있는 대관령 스노파크는 요즘 인기 상종가다. 스노래프팅, 튜브썰매, 봅슬레이 썰매 등 눈 위에서 할 수 있는 놀이는 거의 모두 즐길 수 있다.200m 높이의 산자락에서 내려오는 스노 봅슬레이 썰매는 그중 최고 인기 종목. 트럭 뒤에 매달린 바나나 보트를 타고 정상까지 올라가 튜브를 타고 내려오는 스릴만점의 놀이다. 치즈 만들기, 딸기잼 만들기 등 간단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치즈 만들기의 경우 우리나라 가정에서 해오던 전통방식으로 진행된다. 양떼 먹이주기 체험은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한다. 스노파크 입장료 어른 8000원, 어린이 6000원. 스노 튜브 봅슬레이 등 프로그램에 참가할 때마다 별도의 요금(2000∼4000원)을 내야한다. 치즈만들기 등 체험은 1팀(4∼8인) 4만원.windvil.com,033)336-9812∼3. # 발왕산으로의 게으른 겨울산행 사람마다 취향이야 다르겠지만, 대부분 화사한 눈꽃의 자태를 탐미할 수 있는 겨울 등산을 산행의 으뜸으로 꼽는다. 겨울산행지로 많이 알려진 발왕산(1458m)은 평창군 진부면과 도암면, 강릉시 왕산면 등의 경계를 이루는 평창의 진산. 산세가 완만해 겨울철 설원의 정취를 즐기려는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다. 정규코스로 오르면 3시간은 족히 걸리지만, 곤돌라를 타면 20분 안쪽에 정상 바로 아래에 닿는다. 용평리조트에서 관광곤돌라를 타고 발왕산 정상으로 향했다. 힘찬 강원의 산들이 동서남북으로 거침없이 내달린다. 수월하게 오른 탓에 정복의 쾌감이야 덜하지만, 일망무제의 장쾌함만은 여전하다. 발왕산에서는 아기자기한 눈꽃보다 산들의 파노라마에 주목해야 한다. 내로라하는 백두대간의 마루금들이 주름접힌 채 다가서는 장면은 쉽게 접할 수 있는 풍광이 아니다. 멀리 북서쪽으로 선자령과 대관령 풍력발전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대관령 능선 오른쪽으로 펼쳐진 강릉 앞바다는 맑은 날씨가 선사해 준 보너스. 발왕산 정상은 곤돌라에서 내려 산책로를 따라 10여분쯤 더 올라가야 한다. 정상 남동쪽 산자락에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이 군락을 이루며 주르륵 늘어서 있다. 의연하게 산정을 지키는 모습에서 발왕산의 자랑임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주목 군락 뒤로는 ‘산너머 산´을 이룬 백두대간이 이어졌다. 시계가 얼마나 맑고 깨끗한지, 정선땅에 솟아 오른 산봉우리의 스키 슬로프가 보일 지경이다. 용평리조트 관광곤돌라 어른(왕복) 1만 2000원, 어린이 8000원.330-7421. # 누렇게 익어가는 황태 눈 이불을 뒤집어 쓴 황태덕장과 어우러진 산골 마을의 정취는 한 폭의 풍경화다. 용평스키장 입구 횡계마을 일대와 읍내에서 대관령 옛길로 향하는 길목의 덕장마다 명태들이 줄줄이 매달려 있다. 북풍한설 속에서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황태 특유의 누런 빛깔로 익어가는 중이다. 대관령 지역은 남한에서 최초로 황태덕장이 형성된 곳이다. 고도가 높고 기온 차가 심한 데다 바람도 많아 황태 건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직후 함경도에서 내려온 피란민들이 자신들의 고향과 기후여건이 비슷한 대관령에 덕장을 세워 황태를 생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요즘 대관령이나 인제 용대리 등의 황태덕장에 거는 명태는 대부분 오호츠크해 등에서 잡아온 원양태들이다. 우리 근해에서 명태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연안태는 ‘금태(金太)´라 불릴 만큼 보기 어려운 생선이 됐기 때문이다. 진부령 넘어 고성군 거진항 일대에서 21∼24일 제10회 고성 명태축제가 열린다.‘금태´와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www.myeongtae.com,682-8008. 글 사진 평창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횡계나들목→우회전→횡계 읍내 로터리→좌회전→의야지마을(서울에서 약 3시간 소요). ▶주변 볼거리 풍력발전기 돌아가는 삼양 대관령목장의 이국적인 풍경을 빼놓을 수 없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동해 바다 풍경도 일품. 오대산 월정사 입구의 눈쌓인 전나무 숲길도 겨울 여행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맛집 남경식당은 꿩만두와 메밀막국수 등으로 소문난 집. 깍두기와 김치 등 밑반찬도 맛깔스럽다. 꿩만두와 메밀막국수 모두 5000원을 받는다.335-5891. 오징어와 삼겹살이 조화를 이룬 오삼불고기도 대관령의 별미. 횡계로터리 주변 납작식당(335-5477)이 잘한다.1인분 8000원.
  • “농사 대신 지어 드립니다”

    “농사를 대신 지어주고 농기계도 빌려드립니다.”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부족해진 인력난 해소를 위해 농기계사업단을 운영하는 자치단체가 늘어나고 있다. 전북 장수군은 최근 농업기술센터 내에 농기계사업단을 발족했다. 농기계사업단은 트랙터, 제초기, 결속기, 퇴비살포기 등 농기계 39종,131대를 보유하고 과수방제작업, 벼 이앙작업, 청보리 결속작업, 벼수확작업, 로터리작업 등 농작업을 대행해 주거나 농기계 임대사업을 한다. 장수군은 작목반 중심으로 농기계를 임대하고 노약자, 부녀자에게는 농작업을 대행해주는 등 농기계 구입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향상시켜 농가소득 증대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조사료 생산 장비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으로 농가생산비 절감 및 지역순환농업을 정착시켜 농업 경쟁력을 강화시켜나갈 계획이다.군 관계자는 “농기계사업단 운영으로 농가 생산비 절감 및 생산성 향상이 기대된다.”며 “농민들이 기계 임대 및 농작업 대행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사업단을 효율적으로 운영해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무주군도 전 농가를 대상으로 농기계를 연중 임대한다. 무주군은 농가별로 구입하기 어려운 고가의 농기계 장비를 대여, 농가부담을 줄이기 위해 농기계 임대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빌려주는 농기계는 벼농사와 밭농사용, 축산, 과수, 원예, 특작용으로 볍씨 발아기와 퇴비 살포기, 콩 탈곡기, 비닐수거기, 래핑기, 제초기, 심토 파쇄기, 구굴기 등 총 40여종에 달한다. 사용료는 기종과 규격에 따라 하루에 5000∼7만 5000원이다. 신청은 농업기술센터(320-2551)에 전화 또는 직접 접수하면 된다. 무주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고가의 농기계 사용이 빈번해질 것에 대비해 임대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단독]공무원 감원규모 더 커진다

    [단독]공무원 감원규모 더 커진다

    새 정부의 인력감축 작업이 4∼5단계로 나뉘어 연말까지 마무리된다. 감축 방안엔 당초 발표에 없던 ‘기능축소’ 작업이 새로 추가됐다. 정부 관계자는 13일 “새 정부 출범 전까지 세부적 인력감축 로드맵을 완성한 뒤, 정부 출범과 함께 감축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대부분의 작업은 연말까지 마무리될 것”이라면서 “다만 일부 행정기관의 정부출연 연구기관화 작업은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함에 따라 내년 말쯤 매듭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국회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정부 조직개편안이 통과되면 세부 로드맵 완성과 함께 인력감축 작업이 본격화된다. 감축작업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행정자치부 정부기능·조직개편 추진단이 작성한 직제·하부조직 개편 기준에 근거,4∼5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로 부처 통폐합에 따른 공통부서 통합(734명) 및 업무폐지(81명), 기능축소(미정)에 의한 인력조정 작업이 선행된다. 당초 인수위 발표에선 기능축소 작업이 빠졌으나, 각 부처의 여러 기능 중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을 축소해 줄이기로 했다. 이 경우 전체 인력 감축인원(6951명)이 다소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2단계는 중복기능 간소화(686명).1단계 감축인원을 뺀 인력 기준으로 10%를 줄이는 작업이다. 이어 세번째 단계로 정비 대상인 규제 개선에 의한 조정작업이 진행된다. 역시 1·2단계 감축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정원에 대해 ‘경제규제’ 기준으로 50건당 1%를 줄인다.810명 감축이 예정돼 있다. 마지막 단계에선 일부 행정기관의 정부출연 연구기관화에 의한 인력감축이 이어진다. 농촌진흥청(2146명), 해양부 국립수산과학원(633명),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307)이 대상이다. 다만 이 작업은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기 때문에 내년 말쯤에야 완료될 전망이다. 인수위가 제시한 중앙행정기관 일부 업무의 지방·민간 이양은 이같은 단계와는 별도로 연말까지 동시에 추진된다. 각 466명,1002명 감축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정부 조직개편안 처리가 국회에서 진통을 겪어 이같은 로드맵에 다소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일부 부처가 살아날 경우 감축 숫자도 일부 변동이 있을 수 있다. 산통을 겪는 각 부처의 세부 직제개편도 인력축소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직제개편이 선행돼야 그에 준해 인력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인력감축 일정은 정부 조직개편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부처의 세부계획 취합이 끝나야 짤 수 있다.”며 아직 세부 로드맵을 확정짓지 못했음을 내비쳤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Metro] 국민 67% “은퇴 후 귀농 고려”

    우리 국민 10명 중 6∼7명은 은퇴 후 농촌이주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개발연구소는 최근 서울시를 비롯 전국 7개 특별·광역시 등 도시지역과 전남 곡성 등 전국 9개 농촌 군 지역 35세 이상 남녀 주민 1005명을 대상으로 노후 농촌생활에 대한 가치인식 수준을 조사한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66.9%가 은퇴 후 농촌 거주의사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농진청이 2004년 1922명의 도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농촌이주 의사에 대한 조사에서 나타난 농촌 이주의사가 있다는 답변 58.2%보다 높아진 것이다. 은퇴 후 농촌에 거주했을 때 개인적으로 얻게 될 가치에 대해서는 ‘자연과의 공존으로 몸이 좋아진다’가 5점 만점에서 4.1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으며 ‘마음이 편해진다’가 4.0점,‘환경오염에서 벗어날 수 있다’와 ‘식품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간단한 일로 몸이 좋아진다’가 각각 3.9점을 얻어 농촌 거주로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차라리 문닫고 튀자” 206개社 무단철수

    “차라리 문닫고 튀자” 206개社 무단철수

    4년 전부터 중국 칭다오(靑島)시에서 40여명의 현지 노동자를 채용해 운동화 제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민영(가명)씨. 최근 30∼40% 오른 인건비 부담에 위안화 가치마저 높아지면서 수출길이 막힌 그는 1년 전부터 청산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요즘은 청산 신청을 한 게 후회막급이다. 청산 심사나 신청 등 각 단계마다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 공장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서 인건비 등 매달 300여만원의 손해만 감수하고 있다. 김씨는 “세제 당국에서 그동안 받았던 세제 혜택을 반환하라고 요구하는 통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무단 철수라도 했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중국 칭다오 지역에서 까다로운 청산 절차를 피해 무단 철수한 기업이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206개사에 이르고, 이중 절반 정도인 87개사가 지난해에 ‘야반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중국의 각종 조치에 대해 사전에 대비하고 중국 내수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와 관련, 국세청은 최근 중국으로 진출한 기업의 청산 작업에 도움이 되는 사례 등을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높아진 규제 장벽에 인건비·원가 급등이 원인 12일 수출입은행이 최근 펴낸 ‘칭다오지역 투자기업 무단철수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8344개의 한국 기업이 칭다오시에 투자했고, 이 가운데 2.5%인 206개 기업이 무단 철수했다. 기업의 야반도주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03년 이후. 그해 21개 업체를 시작으로 매년 가파르게 증가, 지난해에는 무려 87개사가 중국을 떠났다. 특히 노동집약적 영세업종의 ‘탈중국’ 현상이 두드러졌다. 업종별로는 공예품(액세서리) 생산업체가 63개사(30.5%)로 가장 많았고 이어 ▲봉제업체 16.0% ▲피혁업체 13.6% 등의 순이었다. 종업원 숫자 역시 50명 미만의 기업이 전체의 55.3%나 차지했다. 중국 진출기업의 무단철수가 늘고 있는 것은 노동집약산업에 대한 규제는 높아지는 반면 인건비와 원가는 빠르게 치솟고 있기 때문. 수출입은행 칭다오대표부 박진오 수석대표는 “현지 기업들의 올해 실질인건비 부담은 작년 대비 40% 이상 증가한 데다 원자재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 위안화 절상폭 확대, 과다한 토지사용세 부과 등으로 자금력이 열악한 영세기업들은 버텨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 현지시장 개척이 ‘정답’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중국 진출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산업연구원 국제산업협력실 김화섭 연구위원은 최근 ‘중국 투자기업의 3대 잠재적 난제’ 보고서를 통해 “중국 진출 뒤 처음에는 토지사용세를 내지 않다가 몇년 뒤 대가를 요구하는 지방정부가 많고, 중국 노조 역시 정부의 지원 아래 강성 성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농촌 지역에 소재한 기업들은 토지소유권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운 경우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 결정을 하기 전 토지사용세 납부 방법이나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매듭짓고, 생산입지를 선정할 때 중장기적인 안정성 확보를 위해 시보다 규모가 큰 지역에 공장을 짓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박 대표도 “영세업체들은 중국 현지에서 어려움을 겪는 반면 끊임없이 경쟁력을 높이는 기업들은 잘 나가는 등 진출 기업 간 ‘빈익빈 부익부’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의 수출관련 세제 혜택이 줄어드는 동시에 환차손은 높아지는 만큼, 진출 기업들은 중국 현지시장 개척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10)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장 엘마르 신부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10)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장 엘마르 신부

    경북 칠곡군 왜관(왜관읍 왜관리 134-1)의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은 천주교 수도승들이 모여 사는 은밀한 곳이다. 독일인 수사(修士) 4명을 포함해 70여명의 수사들이 기도와 노동을 함께 하며 하느님을 찾는 독특한 공동체. 일반인들의 접근이 철저히 막혀 있는 이곳엘 가면 뭇 수사들의 귀감이 되고 있는 70대 중반의 독일인 신부가 유난히 눈에 띈다. 이마가 훤하게 벗겨진 머리 양쪽 뒷부분에 금발이 조금씩 남아 있어 ‘황금박쥐’란 별명으로 통하는 장 엘마르(75·본명 랑 곳프리드·한국명 장휘) 신부.47년간 한국에 머물며 오로지 ‘하느님을 찾는 수도자’의 길을 걸어온 이방인이다. 성베네딕도 수도회는 조선교구장 뮈텔(1873~1949) 주교가 독일 오틸리엔 수도회에 요청해 한국에 들어온 선교회.1909년 독일인 수도승 두 명이 서울 백동(혜화동)에서 활동한 게 한국 수도회의 시초로 6·25전쟁 중 이곳 왜관으로 피란해 수도생활을 하다가 정착해 본원을 삼은 게 지금의 왜관수도원이다. 지난 음력 설 이틀 전, 세상의 달뜬 분위기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수도원에서 강론 준비를 하다가 기자를 맞은 엘마르 신부는 짙은 밤색 수도복 차림이었다. 환한 웃음과 함께 경상도 사투리가 약간 섞인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 노 신부는 “기자와 인터뷰를 하기는 처음”이라며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느냐.”고 입을 열었다. “한국에서의 수도 생활이 힘들지 않느냐.”고 먼저 물었다.“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힘들고 불편한 것을 피해가려 들지 않지요. 더구나 내가 선택해 47년을 몸담아 살아온 ‘우리 집’인데 불편하고 힘들 게 있겠습니까.” ‘우리 집’이란 표현을 썼다. 철저한 공동생활을 하며 몸을 낮추는 수도 삶의 터전,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수많은 ‘우리 집’ 가운데 하필 한국의 집을 택한 이유는 뭘까. 2006년 월드컵 개최지인 바바리아주, 인구 8000명의 작은 농촌 클라인오스트하임에서 삼형제 중 둘째로 태어난 엘마르는 가난하고 힘든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베네딕도회 수사였던 외삼촌의 영향을 받아 초등학교 시절부터 수도원엘 자주 갔고 그곳에서 읽은 한국 파견 선교사 이야기 책들이 여간 흥미로운 게 아니었다. “한국 천주교 초창기 중국에서 조선에 들어온 선교사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상복을 입고 주로 밤에 활동했지요. 어린 나이에도 책 속의 한국 이야기는 아주 독특했습니다.” 한국과의 인연은 어릴 적부터 그렇게 시작되었던 것 같다. 다른 길을 갈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고 베네딕도 수도회에 입회한 뒤 바바리아주립 뷔르츠부르크 대학에서 신학공부를 마쳐 사제서품을 받은 게 1959년.2년 뒤 베네딕도수도회 오틸리엔 연합회의 선교 총책임자가 우연치 않게 “한국에서 수도생활을 하는 게 어떠냐.”고 물어와 망설임 없이 한국행을 결정했다. “신학대를 졸업할 무렵 독일에선 동양 교회들에 대한 관심이 높았어요. 어릴 적 읽었던 책 때문이었을까요? 한국, 일본엘 가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던 참에 한국행 제의를 받고 보니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느껴졌지요.” ● 2003년 뇌경색 진단 불구 하루 5번씩 기도 1961년 7월 왜관수도원에 몸을 담아 성주 본당 보좌와 상주·왜관 본당 주임을 거쳤고 2003년 1월 왜관수도원장 자리에 올랐지만 뇌경색으로 5개월 만에 원장 직을 그만두어야 했다. “원장 자리에 앉은 지 얼마 안 돼 강론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앞이 안 보였어요.20년 전 심한 근시로 망막이 파열된 적이 있어 비슷한 증상이려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뇌경색 진단이 내려지더군요.” “그때 섭섭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서슴지 않고 “그것도 하느님의 뜻”이라는 대답을 들려준다.“끊임없이 하느님을 찾는 수도승의 길을 걸어왔지만 돌이켜 보면 거꾸로 하느님이 더 나를 찾아주었던 것 같아요.” 한국에 처음 와 한국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 만난 한국인들이며 본당 주임시절 맺은 인연들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한다. 물론 그에겐 모두 하느님이 찾아준 길이다. “한국에 온 지 2년이 지나 상주본당 주임이 되었는데 그때 신자 고백성사차 외진 공소를 찾아갔었지요. 장마철 불어난 시냇물로 돌아오는 길이 막혀 어쩔 줄 몰랐는데 한 번 본 적도 없는 한 주민이 집으로 안내해 재워 주는 것을 보고 한국에 정착할 맘을 굳혔지요.” 모르는 이를 하룻밤 재워 주면서도 아랫목을 내어주는 한국인들이 퍽이나 인상적이었고 그들에게서 안정감을 찾았다고 한다. 왜관 본당 주임 시절 자신을 아버지 대하듯 따르던 초등학생들은 결혼 후에도 엘마르 신부를 집으로 초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왜관 본당 주임시절 가끔씩 막걸리 잔을 나누던 촌로들이 이젠 거의 세상을 떠나 안타깝다고도 한다. 뇌경색 진단 후 “위험할 수 있으니 혼자 다니지 말라.”는 의사의 말이 있었고 약도 늘상 달고 살지만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이곳 수사들은 아침 5시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하는 첫 기도부터 저녁 8시 기도까지 하루 5번씩 빼놓지 않고 함께 기도를 한다. 기도 시간을 빼놓곤 모두 출판사며 목공소, 공예실에서 일을 하지만 엘마르 신부는 대신 강론 준비 같은 다른 일을 한다. ● 신학강사로 통해… 그레고리오 성가도 ‘독보적´ 천주교계에선 이름난 신학강사.1969년부터 무려 30여년간 대구 신학원에서 신약성서를 가르친 인물이다.1970년대 중반부터 20여년간 대학교수 4명과 함께 신약성경 번역작업을 벌여 1991년 새 번역 성경을 세상에 내놓았다. 로마 가톨릭교회의 전통적인 단선율(單旋律) 전례성가인 그레고리오 성가에서도 독보적 존재. 천주교에선 전통적으로 모든 미사를 라틴어로 진행하다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각국 언어로 대체했지만 미사나 의례 때 부르는 라틴어 그레고리오 성가는 대부분 그대로 유지하는 편. 독일에서 수도회에 입회한 뒤 한국 땅을 밟을 때까지 그레고리오 성가를 배웠던 만큼 한국의 신부들이나 수사들에게 성가를 가르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환상적인 목소리’를 가진 그레고리오 성가의 대가로 통하는 엘마르 신부는 지금도 변함없이 매주 일요일 낮 미사 때 부르는 그레고리오 성가를 이끈다. 토요일이면 모든 수사와, 서원을 앞둔 예비 수사들의 성가 연습을 지도하는가 하면 일요일 미사 직전에도 그레고리오 성가를 독창하는 칸토레스들을 점검한다. 요즘은 한 달에 한 번씩 안동 ‘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를 찾아 강의와 고백성사를 하고 마산 ‘수정의 트라피스트 수녀원’에서 강의하는 것을 빼놓곤 수도원 문을 나서지 않는다. 지난해 4월 그가 그토록 절실하게 여기며 살아온 ‘우리 집’인 수도원이 누전으로 불탄 것은 큰 아픔이라고 했다.“내 삶의 터전이 불타 없어진 것도 그렇지만 개인적인 소지품은 물론 그동안 해온 강의 기록이며 모든 자료들이 한순간에 사라졌어요.‘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더군요.” “한국생활 초기 독일에 갔을 때는 이런저런 한국 이야기들을 전해주었지만 이제는 한국인이 된 내가 그들에게 해줄 새로운 이야기가 전혀 없다.”는 엘마르 신부.“친구들과 형제들이 모두 이곳에 있고 하느님을 찾는 나의 영혼이 머무는 ‘우리 집’은 내가 영원히 살아야 할 소임의 터전”이라며 강론 준비를 마저 끝내겠다고 기자 곁을 떴다. 글 사진 왜관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장 엘마르 신부는 ●1933년 독일 클라인오스트하임 출생 ●1953년 성베네딕도회 입회 ●1959년 뷔르츠부르크 대학 신학과 졸업, 사제 수품 ●1961년 한국 입국, 왜관수도원 생활 시작 ●1962년 성주 본당 보좌 ●1963년 상주 본당 주임 ●1964년 왜관 본당 주임 ●1969년 대구 신학원 강사 ●1983년 왜관수도원 부원장 ●2003년 왜관수도원장 취임, 뇌경색으로 5개월 만에 사임 ●현재 왜관수도원에서 그레고리오 성가 지도 등 수도생활
  • MB “협상 안되면 원안대로”

    정부 조직개편안을 둘러싸고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의 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새 정부가 각료 없이 출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는 12일 12분간 전화 통화를 갖고 정부 조직개편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인은 이날 오후 통합민주당(가칭) 손학규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서로 대화로서 협의가 안되면 우리는 원안(13부2처안-통일부 통폐합)을 갖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이 밝혔다. 이는 통합민주당측이 계속 협조를 거부할 경우 통일부를 존치시키지 않고 원안(13부2처안)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사실상 이 당선인이 손 전 대표에게 보내는 ‘최후 통첩’이어서 주목된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정부 골간에 관한 사안으로 일방적으로 끌고갈 문제가 아니다.”면서 “야당과 합의해서 융통성을 발휘해 달라.”고 답했다고 우상호 대변인이 전했다. 대표는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에 대한 당의 입장을 설명하고 해양수산부·여성부·농촌진흥청 등 3개 부처의 존속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 대변인은 “(이 당선인과 손 대표 사이에) 합의된 것은 전혀 없었고, 전화통화 내내 만나자는 제의도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할 만큼 했다는 명분쌓기용 정치공세가 아니냐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각자 주장을 한치 양보없이 팽팽하게 주고 받았으며, 손 대표로서는 할 말은 다 했다.”고 덧붙엿다. 두 사람의 통화 분위기가 혹시 험악하지 않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우 대변인은 “최고 지도자들 사이에 그렇기야 했겠느냐.”면서 “다만 이 당선인이 원안대로 통과시키겠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손 대표의)언성이 높아지지 않았겠느냐.”고 추측했다. 전광삼 나길회기자 hisam@seoul.co.kr
  • [Metro] 국민 67% “은퇴 후 귀농 고려”

    우리 국민 10명 중 6∼7명은 은퇴 후 농촌이주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개발연구소는 최근 서울시를 비롯 전국 7개 특별·광역시 등 도시지역과 전남 곡성 등 전국 9개 농촌 군 지역 35세 이상 남녀 주민 1005명을 대상으로 노후 농촌생활에 대한 가치인식 수준을 조사한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66.9%가 은퇴 후 농촌 거주의사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농진청이 2004년 1922명의 도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농촌이주 의사에 대한 조사에서 나타난 농촌 이주의사가 있다는 답변 58.2%보다 높아진 것이다. 은퇴 후 농촌에 거주했을 때 개인적으로 얻게 될 가치에 대해서는 ‘자연과의 공존으로 몸이 좋아진다’가 5점 만점에서 4.1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으며 ‘마음이 편해진다’가 4.0점,‘환경오염에서 벗어날 수 있다’와 ‘식품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간단한 일로 몸이 좋아진다’가 각각 3.9점을 얻어 농촌 거주로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기고] 농업기술의 뿌리 흔들어선 안 돼/이변우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교수·한국작물학회장

    [기고] 농업기술의 뿌리 흔들어선 안 돼/이변우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교수·한국작물학회장

    현재 우리 농업이 처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명박 정부의 친환경 기술농업 육성, 세계 5대 품종개발 강국 도약 등 기술농업 지원 약속과 농림부의 식품산업 기능 확대 등의 조직개편 방향은 많은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한다.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 농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향으로의 농정 전환과 기술력의 향상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의 국제 곡물가 급등은 식량 자급도가 낮은 우리나라의 경제에 큰 위협을 줄 것이 확실하다. 이에 따라 농업기술 개발의 중요성은 더욱 더 강조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이와 같이 어느 때보다 농업기술 개발이 중요한 시점에 우리나라 유일의 농업기술 연구개발·보급 기관인 농촌진흥청이 인수위에서 검토하고 있는 조직개편 방향에 따라 행정부처인 농림부에 통합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어서 걱정을 금할 수가 없다. 농촌진흥청은 그동안 녹색혁명, 백색혁명을 주도하면서 우리 국민의 주식인 쌀의 자급을 달성하여 국가 경제 개발에 견인차 역할을 하였으며, 앞으로도 FTA 등 개방화에 따른 농업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ㆍ보급하여 우리 농산물의 국제 경쟁력을 높여야 할 막대한 책임이 있다. 특히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이 향후 식량안보의 문제로 심각해질 수 있다는 예측을 전제로 할 때 주곡인 쌀을 포함한 식량작물에 대한 연구는 국가 경제 발전과 국민 식생활 주권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국가연구기관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식량작물에 관한 연구는 농작물의 생육이 토양과 기상에 크게 의존하는 농업 특성상 지역적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에 전국을 대상으로 각 지역의 환경에 따라 그에 알맞은 연구를 수행하여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의 기호에 맞는 쌀, 콩 등 주요 식량에 대하여 품종을 개발하고 그 품종이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약 16년에서 20년이라는 긴 연구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민간이나 지자체에서는 수용하지 못 할 국가적인 사업임에 틀림없다. 이와 같이 식량작물에 관한 연구는 다른 분야와는 달리 많은 노력과 예산이 요구되는 반면 그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나타난다. 따라서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작물임에도 불구하고, 민간에서 수용하기를 꺼려하는 분야이다. 때문에 식량작물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국가가 그 역할을 담당하여 왔고, 앞으로도 국가의 역할은 증대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농촌진흥청이 농업 기술개발과 보급에 관한 중추 역할을 담당하게 함으로써 국가 차원에서의 기술개발에 대한 조정이 용이하여 중복투자에 의한 예산 낭비나 특정 품목의 과잉생산에 의한 농정 혼선을 방지할 수 있으며, 식량자원의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처도 가능할 것이다. 기술개발은 행정 중심적 발상이 아닌 연구의 자율성 보장에 따라 더욱 고무되고 발전된다. 그러나 보도된 바와 같이 농촌진흥청이 농림부로 통합된다면, 고도의 전문성과 자율성의 바탕 위에서 급변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연구기관의 특성이 자칫 행정을 보완하는 부분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위축될 수 있고, 또한 관료적 개념에 의하여 연구가 통제된다면 과연 개방화 시대에 기술개발을 통한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 염려된다. 위기에 처한 농업, 농촌을 살리기 위한 차기 정부의 의지와 방향이 행정편의적 통합으로 어긋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농촌진흥청의 농림부 통합은 재고되기를 바란다. 이변우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교수·한국작물학회장
  • [지방시대] 새정부,지역 특수성과 소수 배려해야/박찬식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지방시대] 새정부,지역 특수성과 소수 배려해야/박찬식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입춘(立春)을 맞이한 제주섬은 제주시내 옛 도심의 중심인 관덕정 일원에서 ‘탐라국 입춘 굿놀이’가 한창 벌어지고 있다. 따뜻한 봄기운을 맞이하는 절기이기에 추위와 액운이 빨리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들 제주목관아 마당으로 나와 굿도 보고 국수도 먹으며 서로 어우러진다. 올해는 무자년,60년 전 제주를 휩쓸고 간 4·3사건이 일어난 지 한 주기가 흘러간 해라서 입춘을 맞은 제주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절절하다. 올해는 또한 새 정부가 들어서는 해이다. 경제 우선주의를 내걸어 성장 동력을 키우고 서민·중산층의 주름살을 펴겠다던 대통령 당선인의 희망찬 약속들이 바로 눈 앞에서 실현될 듯 많은 새로운 정책들이 국민 앞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발표한 새 정부의 시책에 따라 각계 각층이 갖는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것은 불가피하다. 정권이 교체됨에 따라 이전 정책의 연속보다는 단절과 변화에 초점을 두는 것 또한 당연하다. 그럼에도 국민의 공감을 전제한 위에 지역과 사회계층간의 형평성을 유지하는 것은 민주 국가의 기본 방침일 것이다. 제주도가 소수와 약자, 특수성을 대표하는 지역임을 고려할 때 국가 형평성을 가늠하는 시범적인 지역이 될 수 있다. 그 사례로 최근 인수위와 한나라당의 제주도 관련 정책 및 조직 개편 내용을 들여다 보자. 제주4·3사건위원회의 폐지, 농촌진흥청 폐지, 영어교육도시 특구의 확산 등이 현재까지 제주지역에서 거론되는 사안들이다. 모두 제주도민들의 의구심과 반감을 사고 있는 정책 변화이다. 제주4·3사건위는 반세기에 걸친 유가족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1999년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어렵게 만들어진 특별법에 따라 만들어진 정부 기구이다. 국가의 법에 의해 원만하게 과거청산 작업이 진행 중인 이 시점에서, 새 정부가 위원회를 폐지하는 법률 개정안을 제출한 데 대해 제주도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중앙의 지역에 대한 인식이 천박함을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주민의 청원, 국회의 입법, 정부의 집행, 민원 해소로 나아가는 민주 국가의 운영질서를 정부가 나서서 뒤집어 엎는 행위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의 농촌진흥청 폐지에 대해서 제주지역의 농민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제주의 국립 난지농업연구소는 감귤시험장 운영, 흑우 개량, 말 육종 등 제주형 특수 농업·축산업의 육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기관이다. 이러한 기관을 하루 아침에 폐지한다는 것은 결국 지역에 대한 형평성 인식이 부족함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다. 최근 한나라당은 ‘교육 국제화 특구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민들은 이 법이 추진되면 제주특별자치도법에 의거한 제주영어교육도시 조성에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까 의심하고 있다. 제주의 특수성을 전제로 한 특별자치도의 주요 산업 가운데 하나인 교육산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특수 지역에 대한 배려로서 제공된 형평성이 깨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제 살리기’와 ‘실용’을 내세운 새 정부와 한나라당은 최근 부동산 완화정책, 영어몰입교육 정책, 농업·해양 관련 부처 통폐합 등에서 보듯이 자칫 사회 계층, 지역간 형평성을 잃어 버릴 정책 테스트를 하는 듯하다.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낮은 곳의 서민 대중, 지역을 두루 살필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제주가 다시 변방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제주섬 사람들의 마음도 살필 수 있었으면 한다. 박찬식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 연구교수
  • 정부조직 개편 4차협상 또 결렬

    정부조직 개편 4차협상 또 결렬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의 네번째 협상이 또다시 실패로 돌아갔다. 통합신당은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고 한나라당은 “부분 조각(組閣)도 불사하겠다.”고 압박했다. 서로 더 이상의 ‘양보카드’는 없다는 선언이다. ●한나라 “비상체제 출범 심판 받을 것” 쟁점은 해양수산부, 여성가족부, 농촌진흥청의 통폐합 여부다. 양당은 11일 4차 6자회담에서 한치의 양보 없는 대치를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신당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서로의 안을 확인한 뒤 멍하니 상대방 얼굴만 응시한 게 반이다.”라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회의는 단 50분만에 끝났고 추후 일정도 잡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더 이상 양보할 게 없다.”는 자세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6자 협상이 결렬된 후 “우리는 소수당이니 더 이상 대책을 내놓을 수 없다. 어느 나라든지 새 정부 구성은 새 정부 뜻에 따라 하는 게 관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통합신당의 속내는 결국 총선전략이다. 여성부는 여성표, 해수부는 어민, 농진청은 농민표 의식한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협상 재개 없이 부분조각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도 강하게 내비쳤다. 안 대표는 “비상체제로 가서 당당하게 우리의 뜻을 가지고 국민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안타깝지만 이 길밖에는 방법이 없다.”고도 했다. 반면 통합신당은 이명박 당선인과 한나라당 쪽으로 ‘공’을 넘기겠다는 자세다. 최 원내대변인은 “새 정부의 조직에 대해 우리가 별도의 그림을 그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 한나라당이 퍼즐을 맞춰 가져오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협상 속개 가능성에도 부정적이었다. 그는 “논의를 더 할 필요가 있었다면 5차 회담 일정을 잡았어야 하는데 추후 일정 잡자는 얘기가 안 나왔다.”고 했다. 통합신당과 한나라당은 서로 정반대의 계산을 하고 있다. 통합신당은 “잃을 게 없다.”는 태도고 한나라당도 “손해볼 상황이 아니다.”라는 판단이다. 통합신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오전 “국민과 국가를 위해 야당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적당히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공언했다. 통합신당의 한 관계자도 “어설프게 타협하면 결국 우리만 죽는다. 야당으로서 정체성을 확인할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비정상인 정부가 출범하면 결국 통합신당에 불리한 여론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총선국면에서 통합신당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李당선인, 孫대표 직접 설득 방안 검토 한편 정치권 일각에선 이명박 당선인이 직접 나설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당선인은 빠르면 12일 중 통합신당 손학규 대표를 직접 만나 설득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이 당선인의 스타일을 볼 때 다시 한번 정면돌파를 시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Local] 전북, 생활체육시설 31개 확충

    전북도는 올해 288억원을 들여 31개의 생활 체육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도는 장수 계북체육관과 익산 다목적체육관 및 인공 암벽장, 완주 생활체육공원 등 4개 체육시설을 새로 만들고 장수 인조잔디구장과 김제 생활체육공원은 확장공사를 추진할 방침이다. 또 시설이 낡거나 부족한 순창 공설운동장과 군산 주경기장 등 4곳에 대해서는 보강 공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도는 농촌지역 주민들의 체육활동을 돕기 위해 17곳에 간이 농구장과 게이트볼장을 새로 조성하기로 했다.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6) 쌍겨리와 소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6) 쌍겨리와 소

    김홍도의 그림 ‘쌍겨리’다. 그림은 위쪽과 아래쪽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먼저 위쪽을 보자. 남자 둘이 쇠스랑을 들고 일을 하고 있다. 쇠스랑은 주로 두엄을 쳐내고 퇴비를 긁어 올리는 데 사용하며, 드물게는 밭을 가는 데도 사용된다. 쇠스랑은 그림에서처럼 발이 세 개인 것이 일반적이고 이따금 둘인 것도 있다. 자루는 대개 참나무로 만들고 발은 당연히 쇠로 만든다. 그런데 이 그림의 농부 둘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두엄을 쳐내는지, 퇴비를 긁는지, 아니면 밭을 가는지 그림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지방마다 쟁기 끄는 소의 마릿수 달라 아래쪽의 사내는 소 두 마리로 쟁기질을 하고 있는 중이다. 소 엉덩이에 똥이 묻은 것까지 자세하게 그렸으니, 어지간한 관찰력이다. 어쨌거나, 쟁기질이라니, 아마도 봄이리라. 흥미로운 것은, 쟁기를 끄는 소가 두 마리라는 것이다. 소 한 마리에 멍에를 지우는 것을 외겨리, 혹은 독겨리라 하고, 쌍멍에에 소 두 마리를 지우면 쌍겨리라 한다. 대개 논과 밭을 갈 때 땅이 평평하여 쉽게 흙을 팔 수 있으면 외겨리로 하지만, 화전 같은 경사지거나 흙이 단단하거나 돌이 많은 곳은 힘이 많이 들기 때문에 쌍겨리로 하는 것이다. 대개 쌍겨리는 땅을 깊이 갈기 위해 고안된 방법인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강진에 귀양 가서 ‘탐진농가’란 시를 지었는데, 여기에 흥미롭게도 외겨리, 쌍겨리 이야기가 나온다(탐진은 강진의 옛이름이다). 모두 10수인데,7번째 작품을 보자. 게으른 습성은 정말이지 옥토에서 생기는 법 상농(上農)도 해가 중천인데 잠에 빠졌다가 느릅나무 그늘에서 술주정을 부리다 말고 느지막이 소 한 마리 몰고 마른밭을 가는구나 이 시에 주석이 붙어 있는데,“경기 지방의 마른밭은 소 두 마리로 간다.”라고 되어 있다. 곧 전라도 강진에서는 외겨리로 밭을 갈지만, 경기도에서는 쌍겨리로 갈았던 것이다. 우하영의 ‘천일록’은 지방에 따라서 쌍겨리로 밭을 가는지, 외겨리로 가는지를 밝히고 있다. 이에 의하면, 관동지방은 영서·영동을 막론하고 쌍겨리로, 황해도 봉산·재령·신천·안악 등도 쌍겨리, 경상도는 대개 쌍겨리로 하고, 남쪽 지방은 외겨리로, 전라도는 산간 지방은 쌍겨리, 평야 지대는 외겨리로 한다는 것이다(주강현,‘두레’). 혼자 소 두 마리를 가지고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소란 것이 농민이면 누구나 손쉽게 가질 수 있는 재산이 아니어서, 이웃과 함께 어울려 소 두 마리를 메기도 하였던 것이다. 위의 그림도 그런 사정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쌍겨리로 논밭을 갈면서 부르는 노래를 ‘쌍겨리소리’라 하는데, 경기도 가평의 쌍겨리소리를 들면 이렇다.“어져, 저 소야, 줄 잡아 당겨라. 이랴, 이랴. 먼저 나가지 말고, 두 마리가 잘 잡아 당겨라.” 물론 노래는 소리를 길게 뽑고 후렴구를 넣기도 하여 길게 늘어진다. ●농우 확보위해 도살 금했지만 ‘고려공사 사흘´ 농우는 농사를 짓는 데 필수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농민들에게 소가 언제나 넉넉하게 돌아갔던 것은 아니다. 성종 때 시인이자 관료였던 강희맹이 쓴 농서 ‘금양잡록(衿陽雜錄)’을 보면 농촌에 소가 아주 드물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동리에 100집이 있는데, 가축이 있는 집은 10집 남짓이고, 소는 한두 마리에 불과하다. 거기서 송아지를 제외하고 농사일을 맡길 만한 소는 겨우 몇 마리에 불과하다.100집의 밭을 몇 마리 소가 갈자 하니 힘이 부치기 마련이다.”라고 하고 있으니, 농사지을 소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거기다 도둑떼까지 소를 잡아먹어 남은 소로는 경작이 불가능해 하는 수 없이 사람이 쟁기를 끄는데, 아홉 명이 쟁기를 끌어도 소 한 마리를 당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농업사회인 조선조에는 소가 늘 부족했다. 소 전염병도 자주 돌았다. 예컨대 인조 15년,16년 두 해에는 소 전염병이 너무 심하여, 성균관에서 공자에게 올리는 봄 가을의 제사, 곧 석전 때도 제물로 소 대신 돼지를 쓰게 했으며, 현종 11년 전국의 소가 거의 다 죽어 사람이 대신 쟁기를 끌었다고 한다. 한데 소가 모자라는 가장 큰 이유는 쇠고기의 소비 때문이었다.‘세종실록’ 7년 2월4일조를 보면 국가에서는 농우의 확보를 위해 소의 도살을 금지하고 있다. 읽어보면 다음과 같다.“먹는 것은 백성의 근본이 되고 곡식은 소의 힘에서 나오므로 우리나라에서는 금살도감(禁殺都監)을 설치하였고, 중국에서는 쇠고기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령이 있으니, 이는 농사를 중히 여기고 민생을 후하게 하려는 것이다.” 조선조 500년 동안 지속된 세 가지 금령이 있는 바, 소나무의 벌채를 제한하는 송금(松禁), 술을 빚는 것을 금하는 주금(酒禁), 그리고 바로 소의 도살을 금하는 우금(牛禁)이 그것이었다. 조선 정부는 이처럼 소의 도살을 막았지만, 그것이 성공한 적은 없었다. 왜냐하면 정책을 수립하는 지배층 자체가 쇠고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계층이었기 때문이었다. ●소는 농가 최고 재산… 세금 못내면 끌고가기도 정조 때 박제가가 쓴 ‘북학의’에 의하면 당시 날마다 소 500마리를 도살한다 하였다. 서울에는 쇠고기를 파는 24개의 푸줏간이 있고, 지방 300여 고을 관아에서도 빠짐없이 쇠고기를 파는 푸줏간을 열고 있다 했으니, 실로 쇠고기의 소비량이 대단했던 것이다.‘정조실록’ 17년 9월11일조의 대사간 임제원이 올린 상소문을 보면, 이해 가을 작황을 보니 좋은 날씨로 인해 유례 없는 풍년이 들었는데도, 뜻밖에도 모내기도 못한 곳이 있다면서 그 이유로 농사지을 소의 부족을 들었다. 즉 소를 잡아먹는 일이 최근 너무 심해져 소가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큰 도시에서 쇠고기를 파는 가게가 늘어서 있으며, 호서 지방과 호남 지방이 가장 쇠고기를 먹는 데 열중한 나머지 소 값이 올라 논밭을 가는 소가 모자라게 되고, 그 결과 사람이 대신 쟁기질을 하므로 모를 내지 못하는 곳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요컨대 소를 잡아먹는 것을 금하자는 것이었지만, 고려공사 사흘이라고 아무리 금령을 발동해도 고쳐지지가 않았다. 소는 농사를 짓거나 고기만으로 이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짐을 끄는 것도 소가 하는 중요한 노동이었다. 영조 때의 시인인 홍신유가 쓴 시에 ‘우거행(牛車行)’이란 작품이 있다.‘수레를 끄는 소에 대한 노래’란 뜻이다. 서울 한강 근처에 강을 통해 서울에 도착한 양곡이며, 땔나무를 도성 안으로 옮기는 수레를 끄는 소를 제재로 삼은 것이다. 이 작품의 소는 짐을 싣고 도성으로 들어가다가 큰 비로 생긴 웅덩이에 빠졌다가 천신만고 끝에 나오지만, 다시 좁은 비탈길에서 양반네 행차를 만나 놀란 나머지 진흙 구덩이에 빠져 버둥거리다 죽고 만다. 시인은 소를 가엽게 여겨 이렇게 말한다.“한 해 가고 두 해 가면/ 전신은 성한 데 없고/ 가죽은 마르고 살은 쫄아 붙어/ 영락없이 고사목처럼 되고 말지/ 그 소 마침내 푸주로 끌려와서/ 잡아먹히게 되는데/ 수레 끄는 소는 고기 맛이 없다고/ 말들 한다네/ 소의 힘 모두 빨고/ 마침내 그의 고기까지 먹으니/ 사람들 잔인하기/ 어찌 이와 같단 말가?”(임형택 편역,‘이조시대 서사시(상)’) 평생 노동력을 빼앗고, 죽으면 고기까지 먹으니, 인간처럼 잔인한 짐승이 지구상에 또 있을까? 소는 농가의 최고 재산이었다. 조선시대 한시를 보면 세금을 내지 못한 농가에 아전들이 들이닥쳐 소를 끌고 가는 장면이 흔히 나온다. 아니,20세기에도 소는 대학생의 등록금이 아니었던가. 위 그림의 소를 부려 농사짓는 사람은 그나마 넉넉한 농민이었던가 보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사설] 정부조직 개편 총선용 흥정 경계한다

    한나라당·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 신여권과 대통합민주신당이 동수로 참여한 6인 협상에서 통일부를 없애지 않고,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독립기구로 남기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인수위의 당초 안에서 한발짝 후퇴한 것이긴 하지만 정부조직개편안 처리의 가장 큰 걸림돌이 제거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무조건 밀어붙이기식이 아니라 여론을 수렴해 절충안을 내놓은 한나라당의 접근방식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신당 측이 한나라당이 제시한 양보안에 ‘플러스 알파’를 요구하고 있어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라고 한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국민들이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던 ‘작고 실용적인’ 정부의 출범이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이다. 통일부 존치에 만족하지 않고 해양수산부, 여성가족부, 과학기술부, 농촌진흥청 등도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신당 측은 협상 전선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해수부의 경우 부산과 여수, 인천 등 항만·어촌지역 출신 의원들이 강경론을 펼치면서 4월 총선을 앞두고 이 지역을 표밭으로 공략하도록 당 지도부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한다. 참여정부 5년 동안 공무원 6만 6000여명을 늘리며 ‘큰 정부’를 만든 장본인들이 시일이 촉박하다는 새 정부의 약점을 잡고 흥정을 벌이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개편안은 누더기가 되고 말 것이다. 결국 이번에도 조직개편에 실패해 말로만 작은 정부가 되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작고 실용적인’ 정부를 꾸리겠다는 이명박 당선인의 공약에 국민들이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신당은 정략적으로 흥정을 하며 새 정부의 발목을 잡은 것이 총선에서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 세계은행 선임 부총재로

    타이완 출신 ‘귀순용사’인 린이푸(林毅夫·56) 베이징대 교수가 세계은행 선임 부총재 겸 수석 경제학자로 발탁됐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4일(현지시간) “농촌과 개발도상국 경제에 경험이 풍부한 린이푸 교수를 프랑수아 부르기뇽의 후임으로 수석 경제학자에 임명했다.”면서 “세계은행과 중국간의 관계가 강화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수석 경제학자는 통상 선임 부총재를 겸임한다. 린 교수는 이로써 앤 크루거, 스탠리 피셔, 로런스 서머스,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 서방 학자들이 주름잡던 국제 경제학계에 개도국 학자로는 1호 석학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타이완 장교 출신의 중국 귀순용사라는 특이한 이력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1979년 5월 타이완 최전방 진먼(金門)도 주둔군 연대장 신분으로 적국인 중국에 투항하면서 배신자가 됐다. 이후 린정이(林正誼)에서 린이푸로 이름을 바꾼 뒤 베이징대에서 경제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당시 교환교수였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시어도어 슐츠 교수의 지원을 받아 미 시카고대와 예일대로 유학,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재연기자·베이징 연합뉴스oscal@seoul.co.kr
  • 한·미 FTA 재계 “이달 안에” vs 정계 “총선 뒤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가 앞으로 정치권의 쟁점 사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환율,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 여건 악화를 이유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이달 처리를 주장하고, 재계 역시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요 정당들이 FTA에 대한 당론을 정하지 못한 상황인 데다 국회 내에서 충분한 논의도 거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4월 총선 이후에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총선 전까지는 농촌표를 의식해 비준동의안 처리를 미루더라도 총선 직후엔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김종훈 본부장·재계 ‘지연땐 불확실성 고조’ 김종훈 본부장은 5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린 전경련 국제협력위원회 주최 ‘한·미 FTA 조기 비준을 위한 세미나’에 참석,“최근 FTA 경쟁이 심화되는 데다 환율, 국제유가·곡물가 상승 등으로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미국 시장에서의 선점효과, 정부의 경제운용 및 기업의 사업운용에서의 불확실성 제거, 국내 정치상황, 다른 협상 상대국 압박 등을 감안할 때 FTA 비준동의안은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와 미국이 FTA를 내년 1월1일 발효한다면 우리는 미국시장에서 2∼3년의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 역시 한·미 FTA 비준동의안 조기 처리를 촉구했다. 김동진(현대자동차 부회장) 전경련 국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세미나 인사말을 통해 “작년 9월에 국회에 제출된 비준동의안이 상정조차 못돼 경제계는 ‘이대로 무산되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총선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이번에 처리되지 못하면 장기 표류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우리가 미국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주장했다. FTA 민간대책위원회도 이날 서울 태평로2가 프라자호텔에서 회의를 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국회 비준을 촉구했다. 대책위 공동위원장인 이희범 무역협회장과 외교부 김한수 FTA 추진단장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회의에서 한·미 FTA의 국회비준 절차와 진행 현황을 점검하고 비준 동의안 통과를 앞당기기 위한 홍보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정치권 겉으론 ‘논의 부족´ 속으론 ´농촌표 의식´ 다만 정치권에서는 4월 총선 이후 처리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논의 부족’이지만 총선에서의 농촌표를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대통합민주신당측 간사인 이화영 의원은 전경련 세미나에서 “지금 국회 분위기는 2월 임시국회 중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느냐에 대해 부정적”이라면서 “4월 총선 직후 18대 국회가 꾸려지기 전인 ‘레임덕 세션’에 처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양당 지도부가 강력한 입장을 갖고 당론을 정하면 좋을텐데 애매한 입장”이라면서 “통외통위 차원의 공청회 개최 필요성도 있는 만큼 22일까지 이어질 임시국회에서 처리는 어렵고,4월 총선 직후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통외통위 한나라당측 간사인 진영 의원도 “2월 임시국회 중에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신당이 여당이고 다수당인 만큼 독자 처리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단독]폐지 방침 농진청 연구사 아내의 안타까운 사연

    [단독]폐지 방침 농진청 연구사 아내의 안타까운 사연

    볕에 그을린 얼굴엔 늘 기미가 앉아 있다. 면바지와 운동화는 흙때가 끼어 누렇다. 피곤한 얼굴을 주름진 미소로 덮고, 시계바늘처럼 매일 아침 7시에 나서는 남편(42)은 영락없는 농사꾼이다. 남편은 14년 동안 사과나무와 농군들의 버팀목이 돼온 농촌진흥청(농진청) 대구사과연구소 6급 연구사다. 한 달에 열흘은 다른 지역으로 달려간다. 대한민국 어느 땅이든 농군들이 필요하다고 호출하면 강의든, 일대일 교육이든, 병든 나무 치료든 마다하지 않는다. 밤 10시에 퇴근하고도 새벽까지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강의 준비를 한다.“많이 배우지 못한 농민들이라 해도 강의가 끝나면 늘 부족했던 것 같아. 제대로 준비해야 그분들께 죄송하지 않거든….” 반강제로 박사학위도 따야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수업과 논문을 준비해 2005년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수천만원의 학비를 쓰는 바람에 지난해 2월에야 아파트를 분양받아 보금자리를 꾸릴 수 있었다. 그것도 9년 동안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하며 함께 생계를 꾸려준 아내 박미숙(38)씨가 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남편은 ‘땅의 아들’로 사는 삶을 후회한 적이 없다. 지난달 16일, 청천벽력이 떨어졌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농진청을 폐지하고 산하 연구소는 출연연구기관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남편은 그날부터 축 처진 어깨로 매일 인수위 홈페이지에 들어가 행여나 결정이 번복되진 않을까 살펴본다. 출연연구기관에서 일할 수 있으니 다행아니냐고 했더니 남편은 “나는 괜찮지만 영세 농민들은 이제 누구에게 도움을 받아야할지 걱정된다.”고 답했다. 출연연구기관이 되면 국가의 연구비 지원은 50% 떨어지고 나머지는 연구 실적을 내 충당해야한다고 했다. 결국 농민이 아니라 실적을 위한, 돈을 벌기 위한 연구에 몰두하는 시스템이 되는 셈이다. 농진청이 개발해 국유 특허권을 지닌 신품종을 농민들이 사용하려면 로열티를 지불해야한다고 했다. 신품종을 살 수 없는 영세 농민들은 자연스레 고사된다. 그래서 무작정 블로그에 글을 썼다.‘어느 연구사의 아내’란 이름으로 담담하게 남편의 모습을 적었다. 며칠새 조회수가 20만건을 넘어섰다. 무작정 악플을 다는 10% 정도를 빼면 대부분 지지를 보내줬다.“‘철밥통 공무원’이 밥그릇을 지키려 한다고 비난하기보다 농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농촌의 안타까움을 알리고 싶었어요.”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Local] 대구 뮤지컬 소극장 15일 개관

    대구에 뮤지컬 소극장이 첫 선을 보인다.4일 뮤지컬 제작사 뉴컴퍼니에 따르면 오는 15일 중구 남산동 정안빌딩 5층에 뮤지컬 전용 소극장을 개관한다.120석 규모의 소극장은 각종 조명기기와 음향시설, 분장실, 음향실, 연습실 등을 갖추고 있고 뉴컴퍼니 제작의 뮤지컬을 비롯해 문화단체와 대학의 공연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뉴컴퍼니는 개관을 기념해 농촌 노총각의 포상금 10억원을 노린 사기 행각과 선녀의 사랑 얘기를 다룬 뮤지컬 ‘나무꾼의 옷을 훔친 선녀’를 15일부터 3월1일까지 무대에 올린다.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이지운특파원 베이징은 지금] 폭설 민심 수습에 안간힘 쓰는 中 지도부

    중국이 올 해에도 ‘1호 문건’으로 ‘농촌’ 문제를 다뤘다고 31일 국영 신화통신사가 보도했다. 1호 문건은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새해에 첫 번째로 전국에 내려 보내는 지시 문건으로 그 해의 최우선 중점 정책 과제를 담고 있다. 이로써 개혁·개방 30년간 농촌 문제는 1호 문건으로 10번째 등장했다. 개혁·개방이후 농지와 농촌에 대한 실험을 본격화한 1982년∼86년까지 5년 연속 1호 문건으로 농촌을 다뤘었다. 그러나 올해 1호 문건은 정부 성립이래 최대 폭설로 머쓱하게 됐다. 우선 농업의 핵심 기반인 중·남부 지방이 폭설로 쑥대밭이 됐다. 특히 춘제(春節·설)를 앞두고 채소 값이 폭등, 서민 가계에 주름살을 주고 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31일 자체 웹 사이트에 올린 보고서에 따르면 후난(湖南), 윈난(雲南), 후베이(湖北), 장쑤(江蘇), 안후이(安徽) 등 11개 폭설 피해지역은 배추, 무, 오이 등 야채 가격이 두배 이상 올랐다. 이 여파로 다른 지방에까지 수송 차질이 빚어지면서 베이징(北京) 등 북부지역도 채소 값이 덩달아 뛰었다. 일부 지방에서는 수백명의 가격 감시 요원을 파견, 물가 관리에 나서고 있다. 이에 2004년 체제 출범이후 5년째 줄곧 ‘농촌’을 맨 앞에 내세운 ‘후진타오(胡錦濤)-원자바오(溫家寶)’ 지도부는 민심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원 총리는 비행기를 타고 현장으로 날아가 확성기를 직접 쥐고 이재민들을 독려했다.후 주석은 국가 최고 권력기구인 공산당 정치국 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폭설 피해구제가 당면한 가장 긴박한 임무”라며 “긴급 시스템을 가동해 비상사태를 극복하라.”고 지시했다. 전문가들은 “농촌은 현재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빈부·지역·도농 갈등에 의료·교육 등 기본 사회보장의 결핍 등 갖가지 사회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면서 “농촌 문제 해결이야말로 현 지도부가 강조하고 있는 ‘조화사회 건설’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jj@seoul.co.kr
  • [Seoul In] 설맞이 직거래장터 개최

    은평구(구청장 노재동) 30일부터 이틀간 구청광장에서 ‘설맞이 농수축산물 직거래 장터’를 열었다. 행사에 참여한 구와 각동 주민자치센터 자매결연지역에서는 저렴하고 품질 좋은 우리 농수축산물과 제수용품을 판매했다. 장터를 방문한 노 구청장은 “장터가 도시와 농촌을 잇고, 상부상조하는 장으로 자리매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산공보과 350-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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